지방교부세, 사실과 진실 차이
검찰이 최근 경향신문을 압수수색했다. 경향신문은 2년 전 검찰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 브로커였던 조우형 씨를 봐주기 수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검찰 중수부 과장은 윤석열 현 대통령이었다. 검찰은 수사 무마 의혹에는 증거가 없다며, 경향신문이 의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향신문은 합리적 의심을 할만한 상황이라고 맞서고 있다.
언론의 보도는 형법과는 다르다. 형법에서 유죄가 성립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언론은 검찰과 달리 강제 수사권이 없다.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결정적 증거가 나올 때 까지 보도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언론은 ‘스모킹 건’이 발견되기 전이어도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문제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말은 대단히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합리적 의심에 따른 보도이고, 어디부터가 증거 없는 무책임한 보도일까? 이 둘을 명료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이 둘이 구분되지 않는 애매한 상황에서 압수수색이 들어오면 기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위축이 되면, 명확한 증거가 있는 사실만을 보도하게 된다. 그런데 언론이 ‘사실’(fact)만을 보도할 때 오히려 ‘진실’(truth)과는 멀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올해 세수 부족으로 지방 교부세 등이 23조 원 준다는데, 지방정부는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최근 기자들이 나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다.
“올해 지방 교부세가 23조 원 준다는 것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라고 나는 질문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기획재정부가 23조 원을 지방정부에 주지 않는다고 발표했는데 왜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하나요?”
여기에서 사실과 진실 차이가 발생한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지방정부 등에 줘야 할 교부세 23조 원을 안 주겠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지방정부에 교부세를 안 줄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그래서 “올해 교부세 감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가 진실이다.
▲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9월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일 예산실장, 정정훈 세제실장, 임기근 재정관리관. ⓒ 연합뉴스
올해 교부세 등 23조 원 삭감 주장의 근거는 내국세 감소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에 주어야 할 교부세, 교부금 규모는 내국세 규모 40%가 자동으로 연동된다. 즉, 올해 내국세가 만약 100조 원이 걷히면 약 40%인 40조 원은 지방에 보내야 한다. 법이 그렇다. 그래서 작년 국회 예산심의 때, 여야 합의에 따라 올해 걷힐 내국세의 40% 규모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방정부에 주기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2023년 내국세 결산은 2024년에 이루어진다. 결산 결과 만약 내국세가 계획보다 덜 걷혔다면, 덜 걷힌 금액만큼 차감 정산을 해야 한다. 그리고 차감 정산하는 시기는 2025년도다. 지방정부와 합의를 통해 2024년에 차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측 가능한 행정을 위해 2023년 정산분을 2025년 교부세에서 차감하고 주는 것이 법과 원칙에 따른 일반적인 관행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추경을 한다면, 세수 결손을 결산전에 미리 인식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약 59조 원 결손될 것으로 예측한다. 기획재정부가 작년 국회에 제출해서 확정된 본예산 세입규모에서 59조 원 오차가 생긴다는 의미다. 오차가 무려 59조 원 발생하면 본예산 세입예산을 수정하는 ‘세입 감액 추경’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측 실패는 용서해도 대응실패는 용서하면 안 된다는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의 격언이 있다. 즉 본예산 예측 실패보다 더 큰 문제는 대응 실패다. 즉, 본예산 예측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는 ‘세입 감액 추경’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세입 감액 추경’이 곧바로 올해 교부세 감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는 별도의 ‘세출 감액 추경’에서 교부세 감액시점을 정할 수 있다. 국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23년 세입 감액 분에 따른 교부세 23조 원 정산 시점을 23년도에 바로 반영할지, 24년도에 반영할지, 25년도에 반영할지 정할 수 있다. 요는 예산심의권을 가진 국민의 대표인 국회는 내국세 결손에 따른 교부세 감액 시점을 추경을 통해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추경호 부총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올해는 추경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추경을 통해 본예산을 경정(更正)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세입예산, 세출예산은 모두 본예산이 유지된다. 국회에서 확정한 본예산이 변경되지 않으면 행정부는 국회 심의 금액을 그대로 지출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가 심의한 예산금액을 행정부가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근대국가의 기본이다. 예산심의 때 여야는 국회에서 639조 원을 결정짓는 정치 투쟁을 한다. 여야는 서로 논쟁하고, 반박하고, 협상해서 예산심의를 확정한다. 예산지출액 확정은 정치의 근본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어렵게 협상안을 도출했는데 행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임의대로 지출하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그래서 추경을 하지 않은 이상 내국세 결손에 따른 교부세 감액 시점은 23년도가 아니라 25년도가 되어야 하는 것이 법과 원칙과 관행이다.
올해 지방정부 교부세 등 23조 원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추경호 부총리가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추경호 부총리가 올해 23조 원의 교부세 등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그래서 행정안전부는 올해 교부세를 주지 않겠다는 공문조차 지방정부에 발송하지 못하고 있다. 무려 23조 원의 지출 조정 사실을 전화 등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통보만 할뿐이다. 그래서 진실은 올해 23조 원의 지방교부세가 줄어들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진실이다.
▲ 10월1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인사말과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홈페이지
그런데 진실은 복잡하다. 사실은 간단하다. 이럴 때 언론은 추경호 부총리가 교부세를 올해 주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만을 보도하게 된다. 이를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유력 정치인이 그러한 말을 했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니 사실 보도만 하게 된다. 그러나 유력 정치인의 한 말이 진실인지는 보도하지 않는다. 이러한 언론의 특징을 가장 잘 활용했던 정치인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진실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트럼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사실만 보도가 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국회의 심의 없이 올해 교부세를 덜 줄 것이라는 추경호 부총리의 말이 사실을 넘어 진실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 심의권을 지닌 여당과 야당은 물론 지방정부 단체장도 올해 교부세를 덜주겠다는 기획재정부의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 국회, 행정부 3인은 없는 호랑이도 만들 수도 있나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미디어오늘
伊 언론 "엑스포 판세, 리야드 70표, 로마 50표, 부산 30표“(23.6.21)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2차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를 놓고 한국 부산, 사우디 리야드와 경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파전으로 진행 중인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로마(이탈리아), 부산(한국) 순으로 지지를 얻고 있다는 이탈리아 매체 보도가 나왔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21일(현지시간) 로마 엑스포 유치위원회를 인용해 "리야드가 약 70표, 로마가 약 50표, 부산이 약 30표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사우디가 가장 앞서고 있지만 비밀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우디에 지지를 약속한 국가들이 정작 투표 때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게임은 아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구알티에리 시장은 전날 프랑스 파리 BIE 총회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PT)이 끝난 뒤 한국 대표단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매체는 이를 두고 로마와 리야드가 결선 투표를 치를 경우 부산 표가 결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30년 엑스포를 개최할 도시는 올해 11월로 예정된 제173차 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비밀 투표로 결정된다. 회원국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한다.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도시가 없으면 가장 적은 표를 받은 후보를 빼고 재투표한다. 최종 2개 후보 중 더 많은 표를 받은 곳이 엑스포 개최 도시로 선정된다.
한국 역시 부산과 리야드가 2차 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이 경우 로마를 지지했던 유럽 표를 끌어모아 유치권을 따낸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는 엑스포 유치전에서 후발 주자로 꼽히지만, 유럽연합(EU)이라는 뒷배가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지난 3월 "로마의 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에 있는 EU의 모든 대표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최근 수개월 동안 이탈리아와 외교적 갈등을 빚었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일찌감치 리야드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2020년, 2025년 엑스포 개최지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일본 오사카가 결정된 만큼 대륙별 순환 원칙에 따라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유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불문율로 통한다"고 전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사우디 월드컵, 호재 아니다"…부산 엑스포 승부수는 '100만 불꽃'(11.2)
“아시아(사우디)에서 2034년에 월드컵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1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런 글을 남겼다. 2030년 월드 엑스포(세계박람회) 개최를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경합해온 부산은 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 유치가 월드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투표에서 결정된다.
해석은 분분하다. 월드컵을 유치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월드 엑스포마저 가져가면 2030년대 주요 국제행사가 모두 특정 국가에 몰리게 된다. BIE 180여개 회원국 투표에서 이 같은 독식을 견제하려는 표심이 발휘될 수 있다. 반면 월드컵 개최가 확정되면 국제행사 유치 저력을 공인받은 셈이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호재 아니다” 남은 기간 총력전
부산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유치를 호재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본다. BIE 회원국 180여곳 이해관계나 기준이 모두 다르고, 총회가 열리는 20여일간 또 다른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월드컵 유치 여부와 관계없이) 남은 기간 총력전을 해서 지역사회 유치 열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28일까지 부산에선 월드 엑스포 유치 열기를 표출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오는 4일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DREAM, 꿈이 이루어지는 무대’라는 주제로 부산불꽃축제가 열린다. 불꽃놀이에는 전국에서 100만명 이상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는 월드 엑스포 유치를 바라는 시민 메시지 등이 전달된다. 5일엔 부산시민공원에서월드 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가 주최하는 재즈콘서트가 예정돼있다.
21일 부산 도심인 서면교차로 시민 유치 기원 행사 땐 총회가 열리는 파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대형 전광판을 통해 시민 유치 열기를 현지에 전달할 예정이다. 총회 당일인 28일엔 부산시민회관에 중계장이 마련된다. 8시간 시차를 고려해 중계는 오후 9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시민회관 스크린을 통해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볼 수 있다. 첫 투표 결과는 29일 0시를 전후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ㆍ기업도 “Busan is ready” 스퍼트
부산시가 내부 유치 열기를 다잡는 동안 정부와 글로벌 기업은 월드 엑스포 준비 태세를 BIE 회원국에 알리는 데 주력한다. 월드 엑스포 부산 유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정부 출범 후엔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총회를 한 달 앞둔 지난달 29일 아프리카와 유럽 5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이날까지 3박 7일간 일정에서 아프리카 말라위·토고·카메룬과 유럽 노르웨이·핀란드 등을 찾아 지지를 요청한다.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주요 그룹은 파리에서 막바지 유치 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샤를드골국제공항에서 광고판 14개를 통해 부산을 알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일부터 파리 주요 명소와 쇼핑몰 등 디지털 스크린 270여개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라는 슬로건과 함께 갈매기·광안대교 등 상징물이 담긴 홍보영상이 송출된다. 민간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중순 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 동행하지 않고 BIE 총회 최종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BIE 총회에선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개 후보 도시가 프레젠테이션한 다음 회원국이 투표한다. 첫 투표에서 3분의2 이상 득표를 올리는 도시가 없으면 다음 날 1, 2위를 놓고 재투표한다.
현재 판세는 리야드와 부산이 경합하며 로마가 뒤따르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 박람회인 2030 월드 엑스포는 최장 6개월간 전시가 진행될 수 있다. 유치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71조원에 달할 것으로 부산시는 예상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못 버는 것도 힘겨운데…저소득층, 못 먹는 설움까지
먹거리 물가, 3년 연속 연 5% 이상 급등…식비 부담 커져
10월까지 식료품 물가 5.1% 올라, 외식물가는 6.4% 더 가파른 상승
소득 하위 20%, 생활비 44.4% 식비로 지출…상위 20%, 15%와 대비
서울 마포구에서 혼자 사는 취업준비생 장모씨(28)는 올해부터 매일 아침 집 근처 ‘사람인 카페’에 들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취업정보회사 사람인이 운영하는 이 커피숍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특정 나이대 취업준비생에게 하루 한 잔씩 커피 등 음료를 무료 제공하고 있다. 장씨는 최근 오른 물가 탓에 식비 등 고정지출이 커지자 커피값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유료 커피숍 대신 이곳을 찾게 됐다.
고물가 추세 속에 특히 식료품이나 외식 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 저소득층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필수 소비 식품 중 하나인 우유 가격은 지난달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등하면서 기타 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올랐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2021년부터 2년간 연이어 5.9%씩 상승했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3년 연속 5%대 상승이 유력하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2020년에는 4.4%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생강 가격이 1년 새 97.0% 상승해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 밖에 당근(33.8%), 양파(21.5%), 귤(18.3%), 사과(17.2%) 등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농산물로 가공한 드레싱(29.5%), 잼(23.9%), 치즈(23.1%), 커피(12.8%)의 상승률도 높았다.
외식 가격 등 음식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해 1∼10월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 올랐는데, 피자(11.5%), 햄버거(9.6%), 김밥(8.9%), 라면(8.6%) 등 분식이나 패스트푸드 가격은 특히 큰 폭 상승했다. 해장국(7.6%), 비빔밥(7.2%), 김치찌개백반(6.8%), 된장찌개백반(6.5%) 등 한식 메뉴 가격 상승률도 높았다. 구내식당 식사비도 같은 기간 7.3% 올랐다.
특히 우유 가격은 지난달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4.3% 상승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20.8%) 이후 14년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축산농가가 원유 가격을 올리자 유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출고가를 인상했다. 아이스크림(15.2%)이나 발효유(14.7%) 등 유제품 가격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올라 올해 저소득층 생계비 부담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먹거리 물가는 소득계층 간 지출 편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필수 고정 지출 항목이기 때문에 이 물가가 크게 오르면 소득이 낮은 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본다.
2021년부터 지난 2분기까지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5만8000원으로 집계되며 같은 기간 월평균 처분가능소득(87만9000원)의 29.4%에 달했다. 여기에 음식서비스에 지출한 금액(13만1000원)을 더하면 1분위 가구는 식비로 월평균 약 39만원을 지출하는 꼴이다. 식비 지출이 처분가능소득의 44.4%에 달한다는 의미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 비중은 14.5%에 불과했다. 소득 2분위는 25.7%, 3분위 22.4%, 4분위는 19.8%로 소득 분위가 낮을수록 소득 대비 식비 지출 비중이 높았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7개 주요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전담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관리 대상은 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과 국제가격이 작년보다 35% 오른 설탕,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가격이 상승한 우유까지 모두 7가지 품목이다.
1개 9410원 로션, ‘1+1’은 2만6820원…‘온라인몰 속지 마세요’
소비자 착각 이용해 소비 유도하는 ‘다크패턴’ 횡행
한국소비자원, 국내 38개 쇼핑몰서 429건 사례 확인
다른 소비자의 구매 알림·감정적 언어 사용 등 많아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다크패턴’이 여전히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크패턴은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이용해 은밀하게 소비를 유도하는 화면 배치를 뜻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4∼8월 국내 38개 온라인 쇼핑몰의 76개 웹사이트·모바일앱 실태를 조사한 결과 429건의 다크패턴 사례를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쇼핑몰당 평균 11.3건꼴이다.
가장 많이 사용된 유형은 ‘다른 소비자의 구매 알림’(71개), ‘감정적 언어 사용’(66개), ‘구매 시간제한 알림’(57개) 등이었다. 심리적으로 구매를 압박하는 유형이다.
실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큰 다크패턴은 188개에 달했다. 가격이 높은 상품이 미리 선택된 ‘특정옵션 사전선택’이 37개, 구매 선택 단계에서 최소 또는 최대 구매 수량을 노출해 혼란을 주는 ‘숨겨진 정보’가 34개 등이었다.
특정옵션 사전선택이란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미리 선택해 놓고 소비자가 이를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해 자신도 모르게 멤버십에 가입하게 하거나 원치 않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행위다. 특정옵션 사전선택 같은 유형은 현행법에 규율 조항이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했으나 실제로는 해당 제품이 없는 ‘유인 판매’(22개),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의 후기를 표시한 ‘거짓 추천’(20개), 할인 정보를 거짓으로 표시해 구매를 유도하는 ‘거짓 할인’(15개) 등의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특히 거짓 할인의 경우 1개 9410원짜리 바디로션을 ‘1+1’으로 2만6820원에 판매한다고 표기하기도 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가 거래 조건을 쉽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하고 자체적인 상시 모니터링 등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때는 상품 정보 표시 내용과 결제 전 주의사항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온라인 다크패턴을 편취·오도·방해·압박형 등 4개 범주 19개 유형으로 구분해 제시하고 각 유형에 대한 설명과 사업자·소비자 유의 사항을 담은 ‘자율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소비자원
경향 정유미 기자
YTN 매각이 한국 언론사에서 이례적 사건인 이유
YTN 지분 매각은 단순히 최대주주가 바뀌는 일이 아니다. 공적 소유의 보도전문채널을 민간 소유로 전환하는 첫 사례다. ‘이동관 방통위 체제’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10월23일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가 ‘YTN 지분 매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전국언론노조 YTN지부
보도전문채널 YTN이 민영화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10월23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의 인수자로 유진그룹이 최종 결정되면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심사를 통과하면, 공적 소유구조를 가진 방송사가 민간자본에 넘어간 첫 번째 사례가 생긴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이 발표된 지 1년 만의 일이다(〈시사IN〉 제795호 ‘‘매물’로 나온 준공영방송, YTN의 운명은?’ 기사 참조).
기업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YTN 매각이 한국 언론사에서 이례적 사건인 이유는 YTN이 ‘보도전문채널’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가져서다. 보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전체 방송 시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방송 채널로, 국내 보도전문채널은 YTN과 연합뉴스TV 두 곳뿐이다.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한 사업자만이 보도전문채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2009년 미디어법 개정으로 신문사와 대기업이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로 진입할 길이 열렸을 때도 새로 생긴 보도전문채널은 연합뉴스TV뿐이었다. 사업을 신청한 5개 법인(〈서울신문〉·〈머니투데이〉·연합뉴스·헤럴드미디어·CBS) 중 공적 소유구조를 가진 연합뉴스만 통과되었다. 당시 심사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가능성 등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므로 언론계에서는 이번 YTN 매각이 방송법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송 소유에 엄격한 규제를 둔 건 공공성을 중요한 가치로 봤기 때문이다.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을 갖고 싶은 기업들이 얼마나 많겠나. 하지만 아무에게나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보도전문채널을 돈 많이 주는 기업에 줘버린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유진그룹은 입찰에 참여한 기업 세 곳(그 외 한세그룹, 글로벌피스재단) 중 최고가 3199억원을 제시했고, 매도자 측은 최고가 입찰자를 낙찰하는 원칙으로 유진그룹을 최종 선정했다.
유진그룹은 그간 거론되어온 ‘YTN 인수전’ 명단에서 낯선 이름이다. 시멘트, 레미콘 등 건설 소재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유진그룹은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중견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1954년 제과사업으로 시작해 현재 금융(유진투자증권), 물류(유진로지스틱스), 정보기술(유진IT서비스), 엔터테인먼트(푸른솔GC, 유진엠) 등 50여 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한국일보〉 〈국민일보〉 〈한국경제〉 등 신문을 보유한 기업들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었으나 최종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기업과 신문사는 보도전문채널 지분을 30%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방송법 규제가 영향을 미쳤을 거란 관측이다.
유진그룹이 YTN 인수에 이름을 올린 건 한전KDN과 마사회 두 공기업의 ‘통매각’이 결정되면서다. 원래는 한전KDN과 마사회 두 공기업이 각각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었다.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월 한전KDN에 제출한 ‘YTN 매각자문 제안서’를 통해 한전KDN 보유 지분(21.4%)을 단독 매각할 것을 제안한다. 높은 경쟁을 유도하고 매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9월 한국마사회 지분(9.52%)을 합친 ‘통매각’으로 방침이 갑자기 바뀌었다. 이렇게 되면 낙찰 기업이 손쉽게 YTN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YTN 지부)는 매도자보다 매수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삼일회계법인과 한전KDN 측에 각각 자본시장법 위반, 배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상치 못한 1대 주주의 등장에 YTN 구성원들은 의구심을 표한다. 16년 차 A 기자는 “물류와 금융까지 발을 뻗치고 있는 회사가 YTN의 대주주가 된다면 언론사로서 이해가 상충될 여지가 크다”라고 말했다. 계열사가 많다 보니 사주에 의한 편집권 침해가 일어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노동자로서 우려되는 점도 있다.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려온 이력을 보면, 언론에 뜻이 있어서라기보다는 YTN이 가진 자산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같은 알짜 자산만 먹고 ‘먹튀’한다든가, 수익이 안 난다는 이유로 몇 년 뒤에 팔아버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언론사의 상품인 뉴스 자체가 돈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기업, 특히 건설업계에서 언론사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는 건 홍보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호반그룹은 〈서울신문〉의 지분을, 중흥그룹은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태영그룹은 SBS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YTN 인수 다음 날 유진그룹의 지주사 유진기업 주가는 25% 넘게 급등했다. 대관 업무가 중요한 건설사로서는 영향력 있는 언론사를 계열사로 두는 것이 영업활동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오너리스크’를 방어하는 데도 활용된다는 이야기다.
언론계에선 ‘〈서울신문〉 사례’를 우려한다. 2021년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을 인수한 뒤 호반그룹과 관련된 비판적 기사 50여 건이 통째로 삭제되었고 기자들이 잇따라 퇴사했다. 호반건설이 인수한 〈전자신문〉은 2년 만에 매각 절차를 밟았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교양학부)는 “일반 기업이 수익성을 중심으로 언론사를 인수하고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다음 실질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으니 매각한다. 언론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YTN이 겪게 될 전조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방통위 몫으로 넘어간 YTN의 운명
유진그룹은 10월23일 입장문에서 “YTN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 콘텐츠 사업으로의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공정을 추구하는 언론의 역할과 신속·정확을 추구하는 방송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라며 미디어 기업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1997년 부천 지역 종합유선방송사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것을 시작으로 ‘은평방송’을 인수하며 케이블TV 사업자로 성장한 이력이 거론된다. 유진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드림씨티방송 지분을 CJ 홈쇼핑에 매각했다.
보도전문채널을 민간자본이 소유하면 안 되는가. 언론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주제다. 김영배 계명대 언론영상학 교수는 〈공영방송의 민영화〉(2019)에서 YTN에 대해 “언론의 감시 대상이 돼야 할 공기업이 방송을 소유하고 있다”라며 “거대 공기업들이 공영방송인 보도전문채널에 지분을 투자해 사업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지적한다. 외환위기 이후 30년 가까이 유지돼온 공적 소유구조(한전KDN·한국마사회 지분)가 변화하면 오히려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민간자본이 방송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짚는다. 언론 미디어 산업에 대한 비즈니스 노하우가 있다거나, 좋은 언론사로 만들 경영능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장점도 극대화될 수 있다. 입찰 경쟁으로 이뤄진 YTN 매각에는 이와 관련된 검증 과정이 생략되었다. “방통위가 방송사 최초 승인심사에 준하는 심사를 실시해야 한다. 유진기업이 향후 YTN을 누구에게 팔지는 전적으로 자본의 이해에 맡겨진다. 보도전문채널의 영향력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그 토대를 이번에 만들지 않으면 반복될 수 있다.” 그는 YTN 지분 매각이 단순히 최대주주를 변경하는 것이 아닌, 공적 소유를 가진 보도전문채널을 민간 소유로 전환하는 첫 사례인 만큼 “엄청난 특혜”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YTN 노조는 10월23일 “유진그룹이 미디어 분야에서 어떤 전략과 비전을 가졌는지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만약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콩고물을 약속받고 YTN 지분을 인수하려는 것이라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1대 주주가 바뀌면 내년 3월에 예정된 정기주총 때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YTN에는 구성원의 75%에 이르는 강력한 노동조합이 버티고 있다. 단체협약에 따라, 조합원의 고용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자산에 손대려면 노조라는 산을 넘어야 할 것이다.” YTN 노조가 시민주주운동을 펼치는 가운데, 10월25일 참여자 1000명을 돌파했다.
YTN의 운명은 방송통신위원회 몫으로 넘어왔다. 방통위는 신청 접수를 한 이후 60일 이내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심사 결과를 신청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가능성 등 항목을 심사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사IN〉에 “외부 심사위원회를 꾸려서 심사할 예정이다. 방송법 제15조 2항(변경 허가 등) 외에 별도로 나와 있는 기준은 없다”라고 답했다. ‘공영방송 구조개혁’을 6기 방통위의 첫 과제로 꼽은 ‘이동관 방통위 체제’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인 김영화 기자
국민 가공식품 32개 중 24개 가격 올랐다…1년새 평균 15% 상승
마트의 라면 코너. 연합뉴스
장기화하는 고물가 흐름 속에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가공식품 32개 품목 중 24개의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상승했다.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도 절반이 넘는 13개로 집계됐다. 가격이 오른 품목의 평균 상승률은 15.3%였다.
조리할 때 많이 쓰는 양념류와 소스류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품목별로 보면 햄 10g당 가격이 지난해 10월보다 37.7%나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케첩(100g·36.5%), 된장(100g·29.6%), 간장(100mL·28.6%), 참기름(10mL·27.8%), 카레(10g·25.4%), 마요네즈(100g·24.1%) 등도 큰 폭 올랐다.
이외에도 생수(100mL·16.9%), 우유(100mL·13.8%), 설탕(100g·11.3%) 등 필수 식품으로 분류되는 품목이 15% 안팎의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콜라(100mL·-6.5%), 소시지(100g·-5.7%), 맛살(100g·-4.5%), 시리얼(100g·-3.7%) 등 기호 식품 가격은 반대로 내렸다. 1년 새 가격이 내려간 8개 품목의 평균 하락률은 3.2%였다.
대상 품목의 가격은 유통업체 할인 등이 반영된 실제 판매가의 평균치다.
최근 들어서도 주요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2개 다소비 가공식품 중 20개 품목의 가격이 9월에 비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용유와 어묵, 참기름, 된장, 콜라, 컵밥, 즉석밥 등을 중심으로 3∼6%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경향
청년들은 지금 ‘서울 러시’ 중…10년간 60만명 수도권으로
상화폐 투자회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강남 테헤란로의 모습. 권도현 기자
최근 10년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긴 20대 청년이 6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3∼2022년 서울·경기·인천의 20대 순이동 인구는 59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순이동 인구는 지역의 전입 인구에서 전출 인구를 뺀 수치다. 지난 10년간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20대 인구가 59만명을 넘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전체 인구는 27만9000명이었다. 20대를 제외한 연령대에서는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인구가 빠져나간 것이다.
지난 10년간 서울로 순유입된 20대 인구는 34만1000명이었다. 서울 순유입 20대는 10년 전인 2013년 2만1000명에서 2019년 4만8000명까지 늘었다가 2021년 3만6000명까지 줄었는데, 지난해엔 5만4000명으로 늘었다. 10년간 인천으로 순유입된 20대는 1만5000명, 경기는 23만5000명이었다.
비수도권에서는 경남에서 10년간 20대 10만5000명이 순유출되며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순유출을 기록했다. 경북(-9만명), 전남(-7만6000명), 전북(-7만6000명), 대구(-6만6000명), 부산(-5만5000명), 광주(-3만4000명) 등 순이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시도 중에는 세종(3만4000명)이 유일하게 순유입을 기록했다. 주로 취업과 학업 등 원인으로 20대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라는 보고서를 보면 청년층의 지역 이동 요인을 분석한 결과 경제적 요인인 고용률·경제성장률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이후 수도권·비수도권 간의 임금·고용률·성장률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의 비수도권 유출도 심화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문화 및 의료서비스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가 커진 점도 수도권 집중의 요인으로 꼽혔으며, 대학 진학 등도 20대 이동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올해 역시 수도권으로의 20대 순유입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20대는 4만7000명이었다. 서울로 4만명, 경기로 5000명, 인천으로 2000명 씩 순유입됐다.
비수도권에서는 대전(2000명)과 세종(200명)이 순유입을 기록했으며, 경남(-1만2000명), 경북(-7000명), 대구(-6000명), 전남(-5000명) 등은 순유출을 보였다./ 경향 이창준 기자
윤석열 정권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들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대통령의 '비상경제민생회의' 발언
"마지막에는 폐영식과 K팝으로 저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두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생각한다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답변을 들으면서 부끄러움이 뭔지 알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조기 퇴영이 속출하고 조롱거리가 되었던 국제행사. K팝 폐영식은 대미를 장식했다 하더라도 그건 온 국민이 팔을 걷어붙인 체면치레일 뿐 정부 자랑거리라 할 수는 없다.
국회 상임위원회 출석까지 거부했던 지난 일 추궁에 도망이라는 표현이 지나치다며 오히려 야당의 사과를 요구하는 김현숙 장관. 예의염치(禮義廉恥)가 정치의 덕목이라는 옛말에 예의, 법도, 청렴, 부끄러움을 잊으면 금수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런 억측과 적반하장식 태도는 이번만도 아니고, 김현숙 장관 혼자만의 일도 아니다. 숨고, 감추고, 책임을 떠넘기고, 전 정권을 끌어들여 비난의 화살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는 모습, 날씨를 탓하고 국제 정세를 핑계 대며 실정을 덮는 태도는 윤석열 정권하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서울 도심에서 159명이 압사당해도, 멀쩡하게 계획되었던 고속도로 노선이 석연찮은 이유로 변경되어도, 수출과 내수가 멈춰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절규가 넘쳐나도 장관이나 대통령은 누구 하나 고개를 숙이거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죽음은 안전 불감증 탓이고, 고속도로 변경 비난 여론은 언론 탓, 야당 탓이다. 고물가와 폭망의 경제도 날씨 탓, 국제 정세 탓이다. 장관과 대통령은 이 모든 '탓'으로 지목한 원인과 싸워야 하는 투사가 되고 해결사를 자처한다. 상임위를 피해 도망갔던 여성가족부 장관이 야당에 사과를 요구하고, 고속도로 계획안 변경을 고집한 국토교통부 장관이 야당 대표를 향해 간판 걸고 한판 붙자고 적의를 드러내는 것은 윤석열 정권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이다. 국가와 헌법이 부여한 공직자의 책임과 정치인으로서의 염치, 둘 중 하나라도 안다면 절대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긴축 경제정책, 경기 침체 키우는 원인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불요불급한 것을 좀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들이 절규하는 분야에다 이것을 이제 재배치를 시켜야 되는데 받아오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저항합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한 북카페에서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주부와 회사원 등 6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긴축재정과 정부의 국가재정 운영 방침 설명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 기존에 받아오던 사람들이 못 받게 되자 죽기 살기로 저항하고 대통령 퇴진운동까지 한다며 '탄핵 운동하려면 해라, 그래도 여기에는 써야 된다'며 긴축재정 고수를 피력했다.
대통령의 강한 어조와 긴 주장에서 느껴지는 건 믿음과 안심이 아니라 아득한 거리감과 더 어려워지겠구나하는 두려움이었다.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도 언급했지만 반성이 아니라 야당과 반대 세력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와 다짐의 성격이 강했다.
수출과 내수가 멈췄다. 기업경제도 어렵고 가계도 어렵다. 물가는 연일 고공행진이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도 우리 경제의 악영향인 것은 분명하다. 기상 이변에 과일값과 채솟값이 오르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런 외부 요인 때문에 우리 경제가 위기다'라는 진단은 단편적이다. 정부 정책은 경제 위기를 키운 원인도 될 수 있고 처방도 될 수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재정만이 살길이라는 고집과 탄핵하려면 해보라는 막말은 그간 장관들이 보여줬던 남 탓하기와 반대 세력을 향한 노골적인 증오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올해 3분기까지 소비는 0.16% 증가했다. 외환위기, 카드대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약한 증가세다. 이럴 때마다 역대 정부는 지출은 늘려 내수 침체를 막았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 민간 소비가 6.4% 감소할 때 정부는 지출을 2.3% 늘렸다. 금융위기나 카드대란 위기 때도 정부가 지출을 늘렸다.
그러나 2023년 3분기 동안 민간 소비가 0.84% 증가할 때 정부 소비는 1.56% 줄었고 정부투자는 5.63% 축소됐다. 기재부는 이미 확정된 23조 원의 지방정부 교부세마저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비가 줄어들어 내수를 위축되는데 정부는 책정된 예산마저 집행을 주저하고 있다. 이쯤 되면 긴축 경제정책은 경기 활성화의 처방이 아니라 경기 침체를 키우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양머리 내걸고 개고기 파는 못된 상술
▲ 지난 10월 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시작 전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R&D 예산 삭감 등에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불요불급한 것을 줄이고 정말 어려운 분야에 재배치한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다. 국가 연구개발(R&D)을 지원할 예산이 16.6% 삭감됐다. 노인·아동·청소년·장애인 예산이 집중 삭감되면서 278개 사업 중 176개(63.3%)가 폐지·통폐합 또는 감축 위기에 놓였다. 병사 복지예산도 1857억 원 삭감됐다. 이에 반해 법무부가 공판부 검사실의 역량 강화 지원을 명목으로 내년도 예산안에서 관련 업무추진비를 15배 증액했다. 대통령실, 법무부, 경찰청, 국방부, 국정원 등 5대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직무수행경비, 정보안보비, 안보비 등이 올해보다 668.2억 원 늘어나 2조 원에 육박한다.
이런 예산 편성을 두고 '정말 어려운 서민들 분야에 재배치'라는 대통령의 말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국민 우롱이다. 국민들에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면서 법무부 업무추진비를 증액하고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의 쌈짓돈을 늘리는 나라 살림살이. 건전재정이 아니라 주먹구구식 예산이고 그들만의 잔칫상을 차리는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허리띠만 졸라맨다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대통령의 말대로 미래세대에 감당 못 할 빚을 떠넘겨선 안 된다. 그러나 부자 세금을 깎고 대기업 감세를 해가며 서민들 복지 예산과 국가 미래를 위한 예산까지 줄이는 나라 살림살이는 빚뿐만 아니라 성장 동력마저 잃은 나라를 물려주는 일이다.
금방 터질 것 같은 가계 부채는 또 어떤가. 어느 부모도 빚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정부는 빚을 갚을 길도 열어주지 않는다. 내수를 위축시키고 저임금 구조를 강요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가계도 나라 살림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서민을 위한 예산 재조정'이라는 대통령의 주장은 엉망이 된 새만금 잼버리를 '유종의 미'로 표현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궤변처럼 어이없다. '탄핵할 테면 해봐라'는 말 또한 야당 대표와 한판 붙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무모한 결기와 다름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반성하고 변화하겠다던 대통령은 어디로 갔는가. 장관이나 대통령 모두 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못된 상술은 여전하다. 장관이나 대통령이나 부끄러움조차 모른다.
오마이뉴스 안호덕(minju815)
평균 퇴직 49.4세…'죽음의 계곡' 떠밀리는 나라
다방종업원 35세, 프로야구선수 40세, 보육교사 57세, 육체노동자 65세. 대법원이 정한 각 직종에서 소득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최종 나이, 즉 '노동연한'이다. 대법원은 2019년 2월 사회경제 변화를 고려해 노동연한을 만65세로 상향 조정했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수급연령 상한을 논의하면서 정년연장은 노동계에 뜨거운 화두가 됐다.-편집자 주
2년뒤 '초고령사회' 진입…2065년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 43.2%, OECD 최고…이스라엘의 두 배
은퇴후 많게는 수십년까지 소득공백 속에서 버텨야
성인남녀 64.6% "정년연장 찬성"…저출산 따른 생산인구도 고려
2년 뒤인 2025년 우리 사회는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통계청의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25년 20.3%, 2060년에는 43.9%로 절반 가까이 이를 예정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우리나라 은퇴연령층의 노인 빈곤율은 43.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이스라엘(20.6%)의 두 배 수준이죠.
80세가 넘는 기대수명, 빠른 은퇴까지. 60세까지 고용된 경우 적게는 5년부터 많게는 십수년까지 소득공백 속에서 버텨야 합니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고 밥벌이는 곧 끊기기에 정년연장은 남의 일이지만 내 일이기도 합니다.
노동계도 들썩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현행 60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자는 핵심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고, 한국노총은 정년이 연장되지 않으면 퇴직 후 최대 5년간 소득 없이 지내야 한다며 법정 정년 연장을 위한 법률 개정 국민동의 청원을 시작했습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정년연장에 찬성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 업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18일부터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년연장에 64.6%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명퇴'한 서씨 연금 받기 전 '소득 단절'…"생계지원금 신청까지"
2033년 국민연금 65세부터…50세 퇴직하면 15년 '소득 공백 우려'
국민 10명 중 6명 "연금 수급개시, 법정정년 맞춰야“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 업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8일부터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정년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앤써치 제공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인빈곤문제 등을 정년연장 찬성 이유로 꼽았습니다. 반면 나머지 25.6%는 청년일자리 감소 우려와 기업고용부담증가, 장기근로에 대한 부담을 지적했습니다.
이 숫자들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년연장 없는 혹은 노인들을 위한 지속적인 일자리가 없이 국민연금 수급일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숫자들이 말하는, 나와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와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
노인은 너무 많았고 대부분 가난했다.
작은 출판사에서 그나마 정년까지 다닐 수 있었다. 은퇴하던 날, 직원들이 탁상 시계와 펜을 선물했다. 석별의 정을 담은 노래도 불러주었다. 회사에 재계약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미 신청자가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다.
노인일자리 참여사업에 이력서를 들고 구청이며 노인인센터를 돌아다녔다. 노인을 채용하는 기업들이 있었다. 노인 친화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고 했다. 작은 회사지만 나를 받아준다니. 기쁜 마음으로 출근했다. 하지만 노인 '친화'라는 뜻이 노인 '고문'이란 걸 알기까지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4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노인 탑승금지였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사원증을 태그 후 숫자를 누를 수 있었는데 내가 가진 출입증으로는 엘리베이터 태그가 되지 않았다. 4층 사무실까지 헉헉대며 올라가니 내 책상은 정수기 앞에 놓여 있었다. 우두커니 책상에 앉아있으면 옆에서 졸졸졸 물 따르는 소리와 "잘 버티네" 킥킥대는 소리가 함께 들렸다.
계약은 1년만에 끝이 났다. 4층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보다 물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퇴사한 하루만큼은 아주 깊고 편하게 잠이 들었다.
정수기 자리 회사에서 나온 뒤 나는 화가 많아졌다. 조그만 일에도 나를 무시한다는 기분이 들면 불같이 화를 냈다. 노인 일자리 인사담당자는 이런 내 상태를 금방 알아챘다.
"고분고분하고 일에 목 매는 어르신은 쌔고 쌨어요."
직원한테 찍히자 취업은 어려워졌다. 결국 구청에 생활지원금을 신청하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부족한 생활비를 채우려 아내와 함께 손수레를 끌고 무작정 다니기 시작했다. 동네 마트 근처는 손수레를 끌며 배회하는 노인들로 북적였다. 박스를 찾아다니는 좀비 꼴이었다.
운 좋게 옆 동네에서 박스를 발견했다. 서둘러 수레에 담는데 저 멀리서 리어카가 다가왔다. 입에 담지 못할 욕과 함께 이 구역은 자기 구역이며, 폐지도 자신 거라고 주장했다. 아내와 나, 그리고 그 남자. 2대 1이었지만 나는 박스를 내려놓았다. 우리는 작은 손수레였지만 그는 리어카를 끌고 있었다. 크고 더러운 리어카는 그가 이 구역의 폐지 '담당자'라는 걸 말 하지 않고도 말하고 있었다.
집에서만 머무는 날이 많아졌다. 지하철을 타고 바람을 쐬러 나가기도 했지만 아내가 몸이 안 좋아지면서 외출도 포기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으로 갈 수 있는 병원도 한정돼 있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시립병원은 예전에 소아과 '오픈런'때처럼 가난하고 아픈 노인들의 '오픈런'으로 대기가 길었다.
아내는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 나 역시 그랬다. 동네에 사는 내 또래 노인들은 대부분 더 살고 싶지 않다는 얼굴로 집 앞 벤치나 놀이터 근처를 서성이곤 했다. 아내의 병증이 더 깊어졌다. 진통제 없이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약값으로 수급비의 절반 가량이 들었다.
아내가 불쌍하고도 미웠다. 매일같이 죽어야지 하면서도 죽지 못하고 눈을 뜨는 하루는 지옥 그 자체였다. 이제는 결심할 때였다. 사실 노인 부부가 함께 세상을 뜨는 건 이젠 기삿거리도 되지 않는다. 나도 이 오래된 '트렌드'에 동참할 것이다.
잠든 아내의 얼굴을 베개로 눌렀다. 앙상한 팔이 허공을 몇번 휘휘 졌더니 금세 툭 하고 떨어졌다. 이제는 내 차례였다. 부엌에서 가장 날카로운 걸 골라 나왔다. 맨정신에는 하지 못할 것 같아 소주를 입에 부었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성실의 대가는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 건가. 무언가 내 안의 분노 버튼을 눌렀다. 이대로 나만 죽을 순 없었다.
손잡이를 고쳐잡았다. 몇 분 뒤 방향이 바뀐 흉기는 내 손목이 아닌, 거리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청년, 퇴근하는 직장인, 맛집 앞에서 줄 서던 사람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오늘 저녁 8시 30분쯤 서울 00구 00동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현장에서 붙잡힌 피의자는 62세 최모씨로, 검거 당시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최씨 주거지에서 사망한 아내를 발견해 최씨가 생활고에 못 이겨 아내를 살해한 뒤 흉기 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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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퇴직 49.4세…'죽음의 계곡' 떠밀리는 나라
"꼴도 보기 싫어!"
돈이라는 게 그랬다. 몇십 년 함께 살며 쌓아온 정도, 부부의 인연도 돈 앞에서는 가을 낙엽처럼 버석버석 말라갔다. 매달 통장에 찍히던 숫자가 '350'에서 '0'이 되자 세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이었던 가장의 권위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눈만 뜨면 돈 이야기로 싸웠고, 돈 못 버는 걸로 다투다 잠이 들었다.
10년 전 서모(65)씨는 55살의 나이로 조금 이른 명예퇴직을 했다. 20년간 다닌 회사를 나올때만 해도 '내 사업을 하겠다'는 부푼 꿈이 있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 사업 아이템이 잘 맞지 않았고, 기회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돈벌이 없는 가장"의 '봉사'는 아내에게는 고통이자 눈엣가시였다. 결혼 준비하는 딸에 대학생 둘째, 셋째까지 돈 들어갈 곳이 한창 많다고 괴로워하는 아내와 매일같이 싸웠다. 통장 잔고와 함께 부부의 인연도 바닥을 드러냈다.
5년 전 집을 나온 서씨는 현재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나오는 국민연금 81만원이 서씨의 유일한 '소득'이다. 이 돈으로 밥도 사 먹고 차비도 하고 당뇨와 고혈압 약값도 내야 한다.
고시원에서 밥과 김치를 주지만 사람이 먹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입으로 먹을 걸 넣을 수 있으니 굶지는 않고 있다고 자신을 위로한다. 맨밥에 김치만으로 버티기 힘든 날엔 슈퍼에서 고등어 통조림을 사다 김치와 함께 바글바글 끓여 먹는다. 고등어 김치찌개가 서씨의 유일한 '단백질' 섭취다. 서씨는 "연금을 받아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그친다"고 토로했다.
추가적인 정년 연장이 없다면 은퇴와 연금 수령 시기 사이 '소득 단절' 기간이 2033년 이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23년 현재 국민연금은 63세부터 받을 수 있는데, 10년 뒤인 2033년에는 65세부터 받을 수 있도록 연장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평균 49.4세다. 정년이 65세로 연장되면 약 15년 동안 소득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55~64세 취업 경험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4세로 조사됐다. 50세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가정했을 때, 10년 넘게 일을 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퇴직부터 연금 수급일까지 말 그대로 '암흑기'를 살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뒤 서울에서 오피스텔 경비 업무를 하는 A씨도 소득 단절 문제를 지적했다. A씨는 "요즘에는 나이 50세만 돼도 회사에서 다들 자르려고 한다"며 "친구 중에서는 퇴직한 뒤 소득이 없어서 모임 회비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 일자리는 '싸구려 일자리'만 있고 계약도 1년이 아닌 3개월씩 하는 경우가 많다"며 "60대는 그나마 공공근로로 100만 원 정도는 받지만 70대가 되면 담배꽁초 주워서 29만 원 받는 이런 일자리뿐"이라고 했다.
A씨는 퇴직 후 소득은 끊기고 저임금 일자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년 연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과 연금 수급 사이에 놓인 중장년층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소득 단절을 줄이려면 주된 직장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연장을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한국노총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추후 65세로 연장되는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법정정년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총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법정 정년연장에 62.8%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국대학교 미화 노동자들도 짧아진 정년에 고민이 크다. 기존 용역계약을 했던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미화 노동자는 2019년 동국대 직원으로 직고용됐다. 그런데 직고용으로 전환되면서 기존에 71세였던 정년 퇴직 나이가 61세로 줄었다.
동국대 시설분회 오종익 분회장은 "미화 업무는 주된 직장에서 나이가 들어서 나왔는데 연금 받기 전에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하지만 동국대는 미화 노동자도 61세에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동국대에서 미화 업무를 하는 한 노동자는 올해 61세를 맞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 노동자는 연금 받을 나이도 안돼 빌딩 등 다른 미화업을 찾고 있다. 오 분회장은 "정년이 빠르니 미화 업무에 적응할라치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일을 더 잘하는 노동자가 많은 것이 학교에도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정년연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수급 연령이 안돼 주된 직장에서 나온 중장년들은 소득 단절 기간을 이겨내기 위해 재취업을 분주히 준비하기도 한다. 중장년의 재취업을 돕는 기관인 중장년내일센터 관계자는 "50대 초반부터 주된 직장에서 나와서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나이대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국힘 집권' 외곽도시들 땅넓이, 서울의 3배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를 서울에 밀어넣겠다는 당론을 정하고, 같은 당 경기 구리시장이 서울 편입에 긍정적 의사를 내놓는 등 집권여당의 총선전략이 구체화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야당 소속 시장이 집권 중인 광명·부천시까지 편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서울 접경도시들 중 시장이 여당 소속인 9곳은 합산 면적(1698.6㎢)이 서울(605.2㎢)의 3배에 육박한다. 합산 인구(452만726명)는 서울(942만8372명)의 절반 가량이다. 경제규모를 보여주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9개 도시 합산치(120조8177억원)가 서울(435조9272억원)의 28% 수준이다.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나는 이제 K팝 팬이 아니다”…‘#한국여행금지’ 이유 들어보니
요즘 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SNS 통해 '한국여행금지' 해시태그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국 여행을 갔다가 공항에서 부당한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다, 사실상 쫓겨났다, 그러니 한국에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데요. 이런 주장들은 옛 트위터인 'X'에서도 가장 많이 주목 받았습니다. 결국 두 나라 정부가 수습에 나섰습니다.
어쩌다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나는 이제 K팝 팬이 아니다"란 글을 올린 한 태국 청년을, 방콕 정윤섭 특파원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한국 걸그룹 멤버의 캐릭터들, 모두 손수 그렸습니다. 두 달 전 한국행을 택한 것도, 이들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태국인 K팝 팬 : "한국에서 팬 사인회가 있었어요. 돈을 모아 한국에 가서 직접 그들(걸그룹)을 만나기로 결심했죠."]
마침내 한국에 도착했지만, 공항에서부터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태국인 K팝 팬 : "입국 심사 직원이 다른 서류는 보지도 않고 태국 여권만 보더니, 조사실로 데려가서 곧바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왜 한국에 온 거냐, 팬사인회 입장권은 있느냐, 잇따른 질문에 입장권 영수증과 귀국 항공권, 걸그룹의 앨범까지 보여줬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태국인 K팝 팬 : "입국 심사 직원이 '앨범은 누구나 산다, 그 행사에 간다는 걸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며 '한국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어요."]
결국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고, 큰 실망감에, SNS에 "나는 이제 K팝 팬이 아니다"라는 글까지 쓰게 됐습니다.
[태국인 K팝 팬 :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이 모든 게 사실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거로 생각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청년은 여전히 한국과 k팝을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안이 두 나라 네티즌의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양국 정부가 수습에 나섰습니다. 조만간 양국 외교부의 영사국장이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법무부도, 태국인 차별은 없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한국내 15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태국인 불법 체류자 문제가 이번 사안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태국 정부도 한국에서의 불법 취업을 강력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숩니다.
방콕에서,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편의점서 집도 판다…이마트24, 업계 최초 ‘조립식 주택’ 가격은?
현장 조립 ‘패널라이징 공법’ 적용 2개월 내 원하는 곳에 설치 가능
이마트24 조립식 주택 가상도.
이마트24가 건설사와 손잡고 편의점 업계 처음으로 조립식 주택 상품을 선보인다고 8일 밝혔다. 방 2개, 화장실, 거실, 테라스, 주방, 다용도실로 구성된 단층 15평형(약 1억3000만원), 복층 20평형(약 1억7000만원)·25평형(약 2억원) 등 3가지다.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전국 이마트24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달 말까지 신청하면 된다. 단, 기본적으로 구매자 소유의 허가된 토지가 있어야 한다. 이후 휴대전화로 전송받은 URL(인터넷 주소)로 3차원(D) 모델하우스에 접속해 주택 내·외부를 둘러보고서 전문 상담원과 상담 후 결제하면 된다. 결제가 완료되면 설계와 인허가 기간을 제외하고 이르면 2개월 안에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설치된다.
구매자가 수도·전기·정화조연결 등 기초공사를 완료하면 바로 설치할 수 있다. 구매자 취향에 맞게 주택 내·외부 디자인이나 공간 구성 등의 변경도 가능하다.
종합건설사 ‘YMK종합건설’을 통해 만드는 이번 조립식 주택은 벽체, 지붕, 바닥 등 주택 구성요소를 사전에 제작한 후 구매자가 보유한 토지 현장에서 조립하는 ‘패널라이징 공법’으로 지어진다. 패널라이징 공법은 건축 시간과 비용,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일반 주택과 비교해 내진·단열·내화 성능이 높아 차세대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일하면서 휴가를 즐기는 ‘워케이션’(Workation), 닷새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휴일 이틀은 농촌에서 휴양하는 ‘5도2촌’ 등과 같은 새로운 문화가 확산하는 데 주목해 ‘세컨드하우스’로 활용할 조립식 주택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마트24는 수입차와 노래방 박스, 스크린골프 박스, 전기차 등 이색 상품을 출시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경향 노도현 기자
‘로봇이 사람을 박스로 인식’ 고성 농산물유통센터서 40대 압착 사망
파프리카 등 선별 기계로봇 센서 오류 살펴보다 사고당해
지난 7일 사고가 발생한 경남 고성 영오면 한 농산물유통센터 현장. 경남도소방본부 제공
경남 고성 한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산업로봇이 프로그램을 점검하던 40대 노동자를 박스로 인식해 압착시켜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안전장치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7시 45분쯤 고성 영오면 한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산업용 기계로봇 센서의 오류를 살펴보던 A씨가 얼굴과 상체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A씨는 사고 당시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작업하고 있었다.
신고자는 “농산물 선별기계 유지·보수 중 기계가 작동해 사람이 깔렸다”고 119에 신고했다. A씨는 농산물 선별라인(롤러)과 로봇의 팔 사이에 끼여 얼굴과 좌측 쇄골이 눌려 있었다. 119구조대는 유압기로 A씨를 구조했지만 숨졌다.
이 농산물 유통센터는 파프리카 등을 선별해 대부분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2019년부터 이 유통센터에 투입된 무인 로봇은 2대(대당 1억 3000만원)로, 로봇은 파프리카 박스를 선별해 파렛트(물건 옮기는 판)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사고를 낸 로봇은 박스 선별대 주변 바닥에 고정된 상태에서 로봇 팔 1개가 위아래와 양옆으로 움직이며 작동한다. A씨는 프로그램 수정작업을 한 뒤 작동이 잘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A씨가 로봇 센서 오류 유무를 확인한 뒤 다시 센서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로봇이 A씨를 박스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로봇이 박스와 사람을 따로 구분할 정도로 인식 수준이 높은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과 과실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농산물유통센터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정확한 사실 관계가 밝혀져야 하겠지만, 농가에 활용하는 로봇들이 더 안전하게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산업로봇 오인·오작동 사고는 국내외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전북 군산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산업로봇을 점검하던 중 오작동으로 로봇 기계에 눌려 중상을 입었다. 2022년 4월에는 경기 평택 진위면 음료 생산공장에서 3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와 연결된 산업로봇을 점검하던 중 신체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해 숨졌다.
2020년 7월에도 충남 아산의 한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산업로봇을 점검하던 40대 외국인 노동자가 동료의 오작동으로 로봇 팔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쪽의 자동차 공장에서 산업로봇이 오작동해 노동자가 사망한 적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인가, 시민들에게 물어봤다 [대국민 검찰 여론조사 ①]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86
고물가 대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정부
공공 물가 정책, '민생 위에 이념' 편향이 문제...나라도 국민도 더 가난해질 수밖에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물가가 확장적 민생 재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인지, 물가가 잡히면 돈을 푼다는 말인지, 그것도 아니면 물가부터 잡고 돈을 푼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건전재정 중독에 빠진 정부가 돈을 안 쓰고도 민생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물가란 놈을 올린 주범은 누군가?
민생 경제는 금융 위기에 준하는 비상 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물가 대란은 쓰나미가 되어 중산층과 서민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수록 공공요금을 더 거칠게 올리는 이유를, 건전 재정을 강조할수록 재정이 더 불건전해지는 이유를, 민생을 지원한다는데 민생 곳간이 더 털리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하여 '공공발 물가 대란'이 난독증을 유발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물가 대란, 주범은 누구인가
물가 대란 사태의 주범은 당연히 미친 공공요금 인상을 주도한 정부다. 다시 말해 물가 때문에 서민이 죽는 게 아니라 정부가 물가를 올려 서민을 죽이는 것이며, 그 수단은 공공요금 시장화 정책이다. 건전 재정에 깃든 사상은 공공 적자가 나기만 하면 공공요금을 올려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애써 외면하며 공공요금 인상에 열중하는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준다. 버스·택시·지하철 요금에 전기·난방·수도 요금까지 전방위적인 공공요금 인상이 민생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 순간에도 민생 곳간을 털어 나라 곳간을 지키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고물가 충격은 전 세계 전반에 걸친 보편적 현상이라고 강변하곤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자산 버블 붕괴 위험과 고물가·고금리 충격에 노출되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민생 경제 역시 설령 재정을 확대해 지원한다 해도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럴 때일수록 공공 물가부터 잡아 민생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필요하다면 재정을 풀어서라도 민생 경제가 직면한 물가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정부의 물가 대응은 충격적이다. 물가 대책은커녕 무모한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소비자 물가는 2022년에 6%대까지 치솟았으나, 통화 정책의 긴축 전환(금리 인상) 영향으로 올해 7월에는 2.3%까지 하락한 바 있다. 그러나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소비자 물가는 올해 8월 3.4%, 9월 3.7%, 10월 3.8%로 재차 급등 추세로 전환했다. 정부는 고유가 등 대외 변수에 책임을 묻고 있지만, 지금의 물가 대란 사태는 공공요금 인상과 같은 내부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3%대의 소비자 물가도 높은 수준이지만 20%대를 유지하는 전기·가스·수도 물가에 견주면 하찮은 수준이다. 즉, 정부의 책임이 있는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소비자 물가보다 5배 이상 높은 게 현실이다. 공공 분야의 미친 물가 상승이 민생 물가 전반에 걸쳐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는 이유다.
▲ 전기·가스·수도 물가 추이ⓒ 통계청
재정 풀면 물가 때문에 서민이 죽는가
질문에 대한 정답이다.
"먼저 공공요금 시장화 정책을 폐기하고, 재정을 풀어 제대로 된 물가 대책을 마련하면 서민이 산다." 정부가 공공요금 시장화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떠한 민생 대책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공공 물가를 올리면서 물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정책 간 충돌을 일으키는 부실 대책이기 때문이다. 먼저 문제의 원천을 제거하고 나서 재정을 풀어 물가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의 공공 물가 정책은 '민생 위에 이념'이라는 편향성을 반영하고 있다. 즉, 공공의 적자는 가격 전가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는 시장주의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제는 물가 대란 사태와 같은 시장 실패가 현실화 되면, 그 충격이 중산층과 서민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것이다.
공공 물가 시장화 정책의 본질은 '보편 충격-선별 지원' 조합이다. 즉, 공공요금을 올려 국민에게 재정 부담을 전가하고, 원성이 도를 넘어서면 극소수 취약 계층을 골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골병 드는 사이클이 무한 반복되는 사이 중산층이 서민이 되고, 서민이 취약 계층이 되는 것이다.
겨울의 길목에서 지난해 겪었던 난방비 대란 사태를 살펴보자. 정부가 논리도 맥락도 없이 난방비를 일거에 40% 이상 올렸다. 실질 소득이 급감해 소비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민생 경제가 난방비 폭탄을 맞은 것이다. 예상한 것처럼 정부는 100만여 가구의 취약 계층을 구제하겠다는 졸속 대책을 내놓았다. 난방비를 대책 없이 올려놓고 2000만 가구 중에서 100만여 가구만 구제하면, 나머지 1900만 가구는 그 충격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이처럼 보편으로 충격을 가하는 공공 물가 정책은 설령 민생 경제가 정상화 되어도 신중하게 접근한다.
정부는 확장적 민생 재정으로 국정 운영 기조를 전환하고, 재정을 풀어 공공발 물가 대란이 불러온 소득 및 소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민생 경제가 정상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는 모든 공공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쏘아 올린 물가 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소득 보전이나 소비 촉진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물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공공요금 인상으로 상수도 요금 물가가 17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빌라 우편함에 수도요금 청구서가 꽂혀있다. 2023.3.22ⓒ 연합뉴스
공공요금 정책 의사결정 구조 합리적인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공공 물가 정책은 합리적이지 않다. 참여 주체이며 정책 수요자인 국민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부의 이익이 주인의 이익에 우선하고, 주인의 기대를 저버리는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cy problem)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공공 물가가 일반 소비자 물가보다 낮게 관리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정반대로 가는 역주행을 경험할 정도로 냉혹하기만 하다. 일례로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건전 재정에 힘입어 소비자 물가보다 5배 이상 높은데, 이 정도면 굳이 공공 기관이 존재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상식이 작동한다면 전기료와 난방비와 같은 공공 물가는 최대 인상 폭이 3~4% 수준의 소비자 물가보다 낮게 관리되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공공 물가에서 공공성이 사라지는 대리인 문제를 초래한 결과다.
따라서 공공요금 정책은 반드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수렴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공공 물가 정책의 참여 주체는 정부, 공공기관 그리고 국민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실 경영을 관리할 책임이 있고 필요시 재정 투입을 통해 공공기관 적자를 보전할 책임이 있다. 또한 공공기관은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할 책임이 있고, 정책 수요자인 국민은 주어진 책임의 범위 안에서 공공요금 인상을 수용할 책임이 있다.
문제는 책임이 있는 정부가 공공 적자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을 내놓지 않고, 모든 재정 부담을 가격 전가를 통해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모든 참여 주체가 책임성에 기초해 공공요금 인상과 인하를 결정할 수 있는 '다자 공론화 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 소비자 물가가 3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2일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2023.11.2ⓒ 연합뉴스
건전 재정으로 무엇이 건전해졌나
'긴축'을 함축하는 건전 재정으로는 나라도 민생도 건전해질 수 없다. 그 이유는 무능한 재정 운영과 재정의 이념 편향성이 건전 재정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특히, 건전 재정 중독에 걸리면 경기가 좋을 때도 긴축이 중요하고, 경기가 나쁠 때도 긴축만 떠들게 된다. 곳간 관리인에게 재정 운영의 전문성 따위는 주변 변수에 불과하다. 국가 부채, 미래 세대, 약자 보호 등의 선동적 문구가 언론을 도배하는 사이 건전 재정은 민생 곳간을 털어 나라 곳간을 채우는 수단으로 변질된다.
최근 몇 년간 건전 재정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건전(긴축) 재정을 통한 민생 경기 부양"은 터무니없는 말이다. "법인세를 인하하되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도 터무니없다. 무능과 친기업 편향이 가져온 결과는 처참하기만 하다. 건전 재정으로 재정건전성은 더 악화되고, 민생 경제는 금리 충격과 물가 충격에 이어 이번에는 세수 부족까지 감내해야 할 판이다.
지난 2년간 역대급 초과 세수를 초래해 의도성 있는 과소 추계라는 의심을 받은 바 있는데, 올해에는 역대급 세수 부족을 기록할 전망이다. 59조 원의 세수 부족액 중에서 법인세 감소분이 무려 25.4조 원(전체의 43%)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반면, 근로소득세 감소분은 2조 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정책 수단에 불과한 건전재정을 국정 기조로 밀고 나간다면 결국 나라도 국민도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진짜 건전 재정은 관치(官治)에 뿌리내린 곳간지기 습성을 버리고, 경제 상황에 맞게 재정을 운영하는 전문 역량을 보이는 것이다.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는 확장 재정을 통해 민생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려내 다시 나라 곳간을 채우는 역량을 보여야 한다. 건전 재정 중독에 걸리면 재정을 풀면 물가 때문에 서민이 죽는 것으로 보인다. 진짜 건전 재정은 재정을 풀어 금리 충격, 물가 충격, 소득 충격을 막을 민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송두한 국민대 특임교수(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오마이뉴스
“나라 곳간에 돈이 없다” 돌봄·교육 사회서비스 축소 아우성
정부가 내년 긴축 재정에 나서면서 교육, 청소년, 연구개발(R&D)에 이어 외국인지원 관련 예산 등 여러 방면에서 예산 삭감에 난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2024년도 정부 예산은 총지출 656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로 최소 증가 폭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 성장률(4.9%)에 크게 못 미친다.
내년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원가량 부족한 612조1000억원 규모다. 역대급 ‘세수 펑크’ 속에 나라 살림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각종 지원제도에 들어가는 예산도 쪼그라들었다. 예산안은 다음 달 확정되지만 이미 예산이 삭감된 분야에서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과학계는 내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이 올해보다 약 3조4000억원 줄어든 21조5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대통령은 “R&D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원 수준에서 30조원까지 양적으로 10조원이나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과학계는 즉각 반대했다.
청소년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편성했던 청소년 지원 예산 38억25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특히 여성가족부가 22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운영해 온 ‘청소년안전망팀’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되면서 고위험 청소년을 위한 사회 보호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소년안전망팀 사업은 2020년부터 여가부가 각 지자체와 함께 자살·자해 위험성이 높거나 가출, 학대, 학교 부적응 등으로 위기에 처한 청소년에게 상담과 보호, 자립 지원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초·중등 교육예산은 7조원가량 삭감된 73조7406억원에 그쳤다. 교원 노조는 “정부가 약속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예산 삭감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부의 내국세 감소는 부자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경제 정책 무능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원인”이라며 “그 세금 감소분을 고스란히 교육과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비판했다.
사회서비스원 지원 항목(올해 148억3400만원) 역시 모두 삭감했다.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은 상담·돌봄·재활·역량개발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을 돕고 긴급돌봄을 제공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할 때는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에서 아동, 노인, 장애인에게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예산 71억800만원도 모두 없앴다. 센터는 외국인의 고충 상담과 한국어 교육, 생활·법률·직업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며 한국 적응을 도왔다. 대신 센터가 하던 역할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외국인들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폐지 결정은 정부가 외국인력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나왔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필요한 서비스가 축소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라 곳간에 돈이 없다’는 한탄이 부처 일선에서 나온다. 올해도 세금은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예상했던 것보다 59조원 넘게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결손인 셈이다.
정부의 세수 확보가 줄어든 탓으로 법인세 인하가 지목됐다. 지난해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 1%포인트씩 인하됐다. 그러나 정부는 법인세 인하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해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법인세 인하 효과는 올해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세수 감소의 영향은 소득세와 종부세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제계는 지난해 소폭 인하에 그친 법인세 감세를 다시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환경시위대가 길 막자... 차에서 내려 권총 탕 탕, 2명 사망
파나마 ‘구리 광산 개발’ 둘러싼 반정부 시위 격화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는 케네스 달링턴(77). /엑스(트위터)
백발 노인이 중미 파나마의 고속도로에서 길을 막고 시위하는 환경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2명이 숨지는 참변이 일어났다. 파나마에서는 최근 외국 업체에 최장 40년간 광산 개발을 허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두고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도로 점거 등으로 분위기가 격화하면서 지금까지 4명이 사망했다.
8일(현지시각) CNN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80㎞ 정도 떨어진 팬아메리칸 고속도로에서 광산 개발 계약 승인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를 하던 시위대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해 발이 묶였던 케네스 달링턴(77)이 자신의 차량에서 내려 시위대와 말다툼을 하다 그대로 총을 발사했다고 한다.
목격자들이 엑스(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보면 백발 노인이 차량에서 내려 시위대를 향해 다가간다. 그는 시위대를 향해 몇마디 하더니 곧바로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총을 꺼냈고, 그렇게 시위대를 권총으로 위협하면서 시위대가 들고 있던 바리케이드와 타이어 등 장애물을 치운다.
곧 시위대와의 싸움이 격해지는 듯 하더니 이 노인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총을 맞은 한 남성은 자리에서 곧장 쓰러졌고, 다른 남성도 몇 걸음 이동한 뒤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노인은 범행 후에도 현장을 벗어나지 않고 장애물을 계속 치운다. 당시 현장에는 시위대를 비롯해 방송, 신문 등 언론 관계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케네스 달링턴(77)이 파나마 반정부 시위대와 말다툼을 벌이다 이내 총을 발사했다. /엑스(트위터)
더 타임스에 따르면 희생자 중 한 명인 압디엘 디아즈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이반 로드리게스(62)는 인근 산 카를로스 마을에 있는 후안 베가 멘데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졌다. 파나마 태생의 미국 국적의 달링턴은 은퇴한 변호사로, 과거에도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파나마 공공안전부는 “경찰이 노년층인 이 남성의 신원을 확보해 체포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화요일 오에스테에서 목숨을 잃은 두 시민의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파나마는 최근 캐나다 업체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을 가진 ‘미네라 파나마’가 대규모 구리 광산 개발권을 2021년 12월부터 20년 동안 갖고, 이후 20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에 강경하게 반대하며 거리 행진과 도로 농성 등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달 26일과 지난 1일에도 콜론주와 치리키주에서 시위 도중 차량에 치인 2명이 병원 치료를 받다 숨진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조선
줬다 뺏기만 3963건’ 요양원에 386억 환수한 건보···한노중 "횡포 멈춰야"
2018~2022년 환수액만 386억
"장기요양심사평가위원회 설립해야“
한 시민이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인복지중앙회가 최근 논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내 노인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한 환수 조치에 대해 "의도적 환수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9일 여성경제신문이 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노중)부터 전달받은 '장기요양 현지조사 및 환수대응 현황' 자료를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2018~2022년까지 5년간 국내 장기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한 현지조사·환수 건수 및 환수 금액은 총 3963건, 386억 1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환수 사례를 건별·금액별로 보면 △급식위탁위반 88건, 69억 7100만원 △세탁물위탁위반 26건, 130억 2900만원 △시설장연차위반 570건, 32억 6600만원 △종사자선연차위반 3279건, 153억 4400만원으로 집계됐다.
본지가 지난해 취재한 일부 환수 사례에 따르면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A요양원은 지난 2019년 위생원을 뽑지 못해 시설 내 입소자 세탁물 세탁을 전량 외부 업체에 위탁했다. 노인장기요양법 등에 따르면 30인 이상이 생활하는 노인요양시설은 입소자의 위생관리를 위해 위생원을 두게 되어 있다. 또한 건보공단은 위생원 등 종사자에 대해 시설에 급여비용을 지원한다.
그런데 건보공단은 시설 현지 조사를 통해 2017년 4월~2022년 8월 기간 중 총 30개월을 A 요양원이 위생원을 두지 않고 외부 세탁업체에 시설 세탁물을 전량 위탁하지 않은 채 요양보호사 등 다른 직종 종사자가 세탁물을 관리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해당 요양원에 지급했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 조치했다
요양원 측은 입소 노인들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속옷이나 몸을 닦은 수건 등 일부를 해당 노인을 모시는 요양보호사가 세탁한 것에 대해 ‘규정 위반’이라며 건보공단이 23억원의 장기요양급여비용을 환수했다는 부분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해당 건은 소송 진행 중 건보공단의 환수조치 집행정지 처분된 상황이다. 또 다른 요양원에선 위탁 업체에 전량 급식 위탁을 맡겼는데, 매 식사 시간에 배달온 식사를 요양보호사가 데워서 입소자에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은 이를 '업무 위반'으로 본 사례도 있다.
한노중은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건보공단의 시설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실질적 제도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노중은 입장문을 통해 "공단의 환수처분에 의해 일부 시설은 예측하지 못한 거액의 환수액 지출로 종사자 처우가 악화하는 등 실질적인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공단의 불합리한 처분으로 시설 평판이 하락하고 ‘입소자 급감’이라는 직격탄으로 경영자는 물론 종사자의 심리적·경제적 압박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의적인 부정·허위청구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공단이 사소한 실수가 누적되도록 방치해 문제를 악화시킨 후 이를 근거로 시설을 옥죄는 방식의 불합리한 관행 역시 단호히 척결되어야 한다"며 "시설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의 감시·감독이 아닌 지원적·촉진적 역할자로 거듭나야 하고 현장의 실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은 위생원이나 위탁업체가 아닌 요양보호사가 세탁 업무를 대신하는 등 일상생활지원을 전담으로 하는 돌봄 인력이 부가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입소자 돌봄 시간이 줄어들면서 장기요양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침에 없는 내용까지도 포함해 무리하게 환수 조치를 하는 등 악행을 멈춰야 한다"면서 "건보공단이 수가를 주고 급여비를 지급하고 요양기관을 심사하는 등 모든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일원화하는 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목적의 '장기요양심사평가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신문
‘지역소멸 방패막’…생활인구 ‘유혹’ 아닌 정주인구 ‘부흥’
정부, 인구감소지역 7곳서 생활인구 시범사업
한 달 3시간 머무르는 지역주민…비약성 지적
정주인구 대체하려면 관광객 수십 명 필요해
“육아 불가” 정착 실패, 소득 역외유출 우려도
정부가 생활인구 유입을 통해 지역소멸을 막겠다는 복안으로 올해부터 추진 중인 생활인구 시범사업에 대해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인당 한정된 소비량을 간과하고 수시로 이동하는 인구를 정주인구로 보는 셈법으로 지역소멸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올해부터 일정 시간대만 체류하는 인구까지 지역인구로 보는 생활인구 시범사업을 7곳에서 시행 중이다.
시범사업 지역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강원 철원군, 충북 단양군, 충남 보령시, 전북 고창군, 전남 영암군, 경북 영천시, 경남 거창군이다.
이는 당장 출생아 수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를 유입하거나 관광 소비를 늘림으로써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내년 89개 인구감소지역 전체로 사업을 확대하고 통근, 통학, 관광 등을 목적으로 지역에서 체류하는 인구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약적인 정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생활인구는 특정 지역에 1일 동안 3시간 이상 머무르는 시간이 월 1회 이상인 사람이다. 한 달에 3시간만 머물러도 해당 지역주민으로 집계된다는 의미다.
행안부 관계자는 "예컨대 오늘 수원에서 3시간 머물고 내일은 서울에서 3시간, 모레는 또다른 지역에서 3시간 머문다면 각 지역에서 다 카운팅된다"며 "7개 시범사업 지역에 이같은 셈법을 적용한 데이터 결과는 연말 공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재훈 강원대 교수는 "유동인구를 정주인구로 보겠다는 발상은 억지"라며 "N중 카운트되면 보여주기식 보고를 위한 지표관리상 억지 주장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지적했다.
체류 시간에 따라 1인당 소비량이 다른 만큼 이같은 인구 산출 방식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경기도 가평군 기준 숙박 관광객 49명이 지역을 방문하거나 당일 관광객 96명이 방문했을 때, 숙박 관광객 8명과 당일 관광객 80명이 동시에 있을 때 지역주민 1인당 지역 내 소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소비가 늘고 GRDP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트렌디한 관광도시가 아니고선 나가는 인구에 비해 들어오는 인구가 워낙 적기 때문에 그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조언했다.
일자리 등 정책으로 청년층을 유입시켰다가도 돌봄시설, 교육시설 등 양육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일정 시기에 다시 유출되고 결국 지역간 출생률 차로 지역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어린이집 수가 가장 적었던 세종시의 경우 입학시기인 1월부터 3월 사이 0~5세 거주인구가 꾸준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또 생활인구 시범시업에 앞서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인구유입을 노렸던 혁신도시들에서는 보육시설 및 학교 수가 부족해 직원들의 정착에 실패한 사례도 적잖다.
이 경우 오히려 지역소득의 역외유출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생활인구 취지를 상실해버리게 된다. 다른 곳에서 살다가도 기출산가구 및 출산계획가구가 찾아오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선 이같은 현실적인 문제부터 보완해야 한다.
이병숙(민주·수원12) 경기도의원은 다음 달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집행방식을 정주여건 개선과 교육인프라 확충에 집중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건의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 의원측은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정주인구에 대한 만족도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활인구 정책을 하는 것은 지금 인구감소 추세를 막을 수 없을 뿐더러 기존 주민들이 제일 최우선 돼야 하는데 역행한다"고 주장했다.이유림 기자 leeyl7890@kgnews.co.kr
부산시, 내년 ‘복지·경제·혁신·허브도시’ 4대 분야 중점 투자
올해보다 2.4% 증액 15조 6998억 편성
취약계층·시설종사자·청년 예산 ‘무게’ 전국 첫 장애인 무료급식·두리발도 확대
소상공인에 이차보전금·금융복지 컨설팅 신혼 ‘럭키7하우스’ 190호로 늘려 지원
스마트 항만물류 도시 구축 65억 배정
박형준 부산시장은 9일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예산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올해보다 2.4% 증가한 예산을 바탕으로 시민 복지와 경제, 미래혁신, 글로벌 허브도시 구축 등 4대 분야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올해 다른 시도가 지방세수 결손 발생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산시는 세수 결손이 발생하지 않아 안정적인 재정 운영을 할 수 있었다”면서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정부 예산이 7.5%로 증액돼 관련 국비를 올해보다 6.4% 추가 확보했다. 재산 매각 수입도 늘어나 내년도 예산안 규모를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언론탄압이 무슨 문제냐'는 언론에 무엇을 기대하랴
조선·중앙·서울·한국 등 이동관 탄핵에 '반대'
이동관 위헌·위법 행위 명백하고 구체적이고 방송장악·언론자유 침해 중대한 사안인데도
'탄핵중독' '큰 문제 아니다'며 이동관 감싸기
언론탄압 저항않는 언론에 자유·신뢰는 과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9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소추는 국회가 고위 공직자의 위헌·위법 행위에 대해 파면을 요구하는 입법부의 권한이다. 장관급 공직자 탄핵은 300석 국회의 재적의원 3분의 1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기 때문에 민주당 의석수만으로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탄핵 중독증’이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위법·위헌 중독증’이다. 이 위원장이 취임 이후 저지른 위헌·위법 행위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위헌·위법 행위의 내용도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명백하게 법을 어기면서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을 추진한 것이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 공공성을 높이는 것을 업무의 목적(방통위법)으로 하는 방통위원장이 오히려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어댄 것이다.
국힘당은 ‘취임 석달 밖에 안된 방통위원장에게 가혹하다’라는 동정론도 꺼냈는데 이런 주장도 국민을 속이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이동관 위원장 취임 석달은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언론계를 난장판으로 만든 기간이었다. 선로를 벗어난 폭주기관차는 하루라도 빨리 브레이크를 걸어 멈추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여러 주류 언론들의 시각은 정반대다.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언론자유를 침해한 데다 고위 공직자로서 숱한 위헌·위법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그게 무슨 큰 문제냐며 탄핵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힘당의 ‘탄핵중독론’을 그대로 베껴 민주당을 비난하고 있다. ‘탄핵까지는 지나치다’면서도 이동관 씨의 언론자유 침해와 위헌·위법적 행위를 어떻게 막을지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는다. 아예 이동관 위원장을 감싸고 나선 언론도 있다.
9일 사설과 기사로 이 문제를 다룬 한국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이 그렇다.
“탄핵소추는 국회의 헌법상 권한이지만 대상자의 직무집행이 헌법이나 법률을 명백히 위배해야 가능하다.”(한국일보), “민주당이 내세우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 등은 탄핵 사유로 보기에 너무 군색하다.”(서울신문),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헌법과 법률의 위배 정도가 중대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민주당이 제기하는 사유는 일방적이고 설득력이 없다.”(세계일보),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방송 장악 시도를 막겠다는 구실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에게 탄핵 사유가 있는지 의문이다.”(국민일보), “헌법·법률 위반의 소지가 분명치 않은 데다 취임 두 달 남짓 된 장관급 인사를 겨냥한 탄핵 추진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중앙일보)
이동관 탄핵 관련한 9일자 주류 신문사들의 사설 검색 결과 빅카인즈 갈무리
여러 주류 신문사들이 사설에서 민주당의 탄핵추진은 무리수라고 입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사유는, 민주당에 따르면 ‘차고 넘칠’ 뿐만 아니라 위헌·위법 행위가 ‘중대하고도 구체적’이다. 우선, 이동관 방통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하여금 인터넷 언론 뉴스를 심의하도록 지시함으로써 방심위 독립성을 침해(방통위법 18조, 20조)했고, KBS·MBC·JTBC 등 방송사에 뉴스타파 인용보도 경위를 요구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헌법 21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방송법 4조)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또한 방통위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임원들을 해임하고 임명(제청)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어겨 방통위법의 관리감독 의무(12조)를 게을리했고, 부실검증으로 방통위법(6조, 위원장의 업무)를 위반한 점, 또 MBC 방문진 이사장(이사)을 강제해임시켰으나 법원이 해임효력정지 처분을 내림으로써 방문진 이사가 10명이 되는 위법 상황(방문진법 6조)을 만든 점 등이 탄핵의 사유다.
이런 일들이 ‘명백하고, 중대하고, 구체적인 위헌·위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게다가 공영방송 사장·임원 강제해직, 방심위 인터넷 매체 심의 지시, 방송사에 대한 뉴스타파 인용보도 경위 요구 등은 방송장악과 언론자유 침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한 것이어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탄핵 사유로 ‘군색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류 언론들의 주장이야말로 억지요 궤변인 것이다.
조선일보는 아예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동관 취임 석달도 안됐는데’ 기사에서 “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친여권 인사 중심의 인사를 해 독립적인 방통위·방심위·공영방송사 운영을 방해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설명에 따르면 탄핵 사유는 위에서 언급한 ‘헌법상 언론자유 침해’ ‘방통위법 위반’ 등이지 ‘친여권 인사 중심의 인사’ 때문이 아니다.
조선일보 9일자 3면 기사 갈무리
이동관 위원장의 방송장악·언론자유 침해를 ‘방송과 언론 정상화’라며 정권의 치어리더 역할을 당당히 자임한 언론은 서울신문이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기울어진 방송, 편파보도를 바로잡으려는 방통위의 손발을 내년 총선까지 묶어 민주당 입맛에 맞는 방송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라며 “윤석열 정부를 편파적이라고 비난하는 야당이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또한 주류 언론들은 이동관 위원장 탄핵을 ‘정치적 셈법’ ‘입법권 남용’ ‘퇴행정치’라고 표현했지만 이동관 위원장이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도 밀어붙이고 있는 방통위 행태야말로 ‘정치적 셈법’에 따른 것이며 ‘방통위 권한 남용’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시대착오적, 시대퇴행적’이라는 점은 지적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언론인 고소고발, 압수수색과 ‘겨우 석 달 된’ 이동관 방통위의 언론자유 침해와 방송장악 폭주로 인해 한국의 언론자유도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매년 세계 180여개국 언론자유도를 발표하는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이미 윤 정권 출범 1년여만인 올해 초 한국의 언론자유도는 4단계 하락했다. 내년 발표에서는 순위가 얼마나 추락해 나라 망신을 시킬 것인지 걱정이다.
언론자유만 걱정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는 수년째 전세계 꼴찌수준이다.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이 탄압당해도, 방송이 권력에 의해 장악되어도 그저 치어리더처럼 박수를 치고 춤을 추는 언론에 시민들이 신뢰를 보낼 리 없다.
오만한 방통위원장이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비판언론을 탄압하는데도 오히려 '그게 무슨 큰 문제냐'며 탄핵에 반대하는 언론에게 고귀한 언론자유와 국민신뢰는 과분하다. 권력의 언론탄압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언론과 언론인들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김성재 에디터 시민언론민들레
"서울 뿐인 대한민국?" 지도 사진 올린 김동연 경기지사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불이익이 더 크다며 반대 여론전을 이어가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9일 페이스북에 서울만을 섬(島)으로 표시한 한반도 지도 사진을 올렸다. 서울을 집중으로 하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반대하면서 지방 분권 주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석 광고 디자이너가 지난 2009년 국내 경매사이트에 올린 지도로 수도권만 과잉 발전하면 안 된다는 충고를 지도를 통해 우회적으로 하고 싶었다는 제작 취지를 밝혔다. 사진 김동연 지사 페북 캡처
김 지사는 이날 "때로는 사진 한 컷, 지도 한장이 백 마디 말보다 힘이 셉니다"라며 '신대한민국전도'라는 제목의 지도를 올렸다. 지도엔 한반도 북쪽과 남쪽(휴전선 아래)에선 서울만 빼고 모두 바다에 잠겨 '서울'이 섬 형식으로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지도 하단에는 '서울뿐인 대한민국? 지역이 발전해야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듭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해당 지도는 이제석 광고 디자이너가 지난 2009년 국내 경매사이트에 올린 지도다. 당시 이 디자이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만 과잉 발전하면 안 된다는 충고를 지도를 통해 우회적으로 하고 싶었다"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김 지사가 최근 국토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을 주장을 대변하고자 이날 사진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지난 6일 내년도 본예산안 브리핑 이후 진행된 관련 질의응답에서 "선거 앞둔 정치쇼"라며 실현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적법 절차를 밟아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가짜뉴스라고? 옥석을 가려보자
"나는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굉장히 음험한(insidious)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짜뉴스', '국민의 적'(enemy of the people)이라는 표현은 나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인류 역사의 끔찍한 순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용어들은 독재자들이 독립적인 언론을 제거하고 나라를 통제하는 데 쓰였다."
지난 10월 19일 뉴욕타임스 회장 아서 설즈버거가 서울대를 방문해 ‘자유 언론에 대한 위협’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쏟아낸 말입니다. 그는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허위 정보(misinformation·disinformation)’라는 용어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윤석열 대통령 ‘가짜뉴스'를 구실로 언론탄압
뉴욕타임스는 오늘(11월 10일)자 기사(https://www.nytimes.com/2023/11/10/world/asia/south-korea-fake-news-disinformation.html)에서 뉴스타파 사무실과 기자 자택 압수수색 등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그 정부가 ‘가짜뉴스' 근절을 구실로 검찰과 규제기관을 동원해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반역죄” 발언도 인용하며, 그 대상이 스파이가 아니라 윤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를 다룬 뉴스매체였다고 비꽜습니다. 또 많은 한국국민들이 세계 각지의 독재자들이 사용하는 구호이자 양극화돼 가고 있는 국내 유권자들을 더욱 분열시키는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대통령이 사용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마틴 배런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을 기억하시나요? 그는 18년간 편집국장으로 재직했던 워싱턴포스트를 2021년 떠난 뒤 최근 회고록을 펴냈습니다.
마틴 배런은 ‘권력충돌: 트럼프 베조스 워싱턴포스트’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어떻게 최고권력자의 언론 공격에 활용됐는지를 많은 지면을 할애해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 CNN, 뉴욕타임스 등의 언론사를 지속해서 ‘가짜뉴스' 미디어, 미국민의 적(the enemy of the American People)이라고 공격하며 비판적 기사를 매도하고, 지지층을 규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틴 배런의 회고록 ‘권력충돌: 트럼프 베조스 워싱턴포스트’-출처: 아마존
전설의 마틴 배런, ‘가짜뉴스’라며 언론 공격한 트럼프 집중 비판
배런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은 또 트럼프가 언론을 비난하며 사용한 ‘가짜뉴스’, ‘국민의 적’ 같은 표현은 스탈린, 마오쩌둥, 히틀러의 선전가 요제프 괴벨스가 억압과 살해를 위해 사용한 문구의 불길한 메아리며, 트럼프는 이런 선동적 언어의 역사나 그것이 언론인을 향한 공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위험성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통령의 하수인이 돼 버린 방통위와 방심위의 행태에서 트럼프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요? 윤 대통령은 전 세계 독재자의 반열에 오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지난 2일 영국에서 열린 제1차 ‘인공지능 안정성 정상회의’에 화상 참여해 “가짜뉴스가 자유를 위협하고,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협"한다고 말했다더군요.
윤석열 대통령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가짜뉴스' 타령
또 지난 7일에는 대구에서 열린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해 “바르게살기운동이 가짜뉴스 추방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짜뉴스 추방 운동이 우리의 인권과 민주 정치를 확고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했습니다.
11월 7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대통령실
앞서 봤듯이 세계 유력언론사 발행인, 퓰리처상을 받은 탐사보도를 수없이 지휘한 전설의 편집국장뿐 아니라 국내 대다수 언론, 법학자들도 ‘가짜뉴스'는 권력자가 비판언론을 탄압하는 공격 용어로 악용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 대신 ‘허위 정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거듭 이야기하죠.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가짜뉴스가 자유민주질서를 침해한다는 식의 똑같은 레퍼토리를 무한 반복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대통령의 말은 결과적으로 많은 검사와 수사인력을 투입해 언론인을 계속 압수수색하고, 방송통신심의회 등이 ‘가짜뉴스센터’ 등을 급조하게 하는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근거가 없으면 ‘가짜뉴스센터'에 배치된 방심위 직원들이 권한 없는 일을 하다가 나중에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다(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311101501001)며 원 부서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할까요.
방심위가 법적 근거도 없이 뉴스타파 보도를 심의하겠다고 나섰다가 결국 포기하고 엉뚱하게 서울시에 통보(https://kcij.org/notice/u/bpQ-Y)한 것도 이 정부가 내세우는 ‘가짜뉴스' 대책의 실체를 보여주는 겁니다.
저는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폐기하고 허위정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국내외 저명 언론인이나 학자들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 깔아놓은 ‘가짜뉴스' 판이 역설적으로 어쩌면 유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뉴스타파를 지칭해 ‘가짜뉴스의 숙주’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가짜뉴스의 숙주, 바로 잡아 말하자면 ‘허위정보의 숙주'가 어디인지 이참에 가려보자는 겁니다.
‘허위 정보’의 대표적 진원지는 권력과 기득권 상업 언론
뉴스타파는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3대 거짓말'(https://newstapa.org/article/Xzaz7)이라는 보도를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짓말은 대다수 언론을 통해 퍼져나갔습니다. 최고 권력자의 스피커는 크기 마련이죠. 대통령, 검찰, 거대 정당, 국가기관에서 발화한 허위정보가 언론 보도로 사실처럼 둔갑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어느 것이 더 민주 질서를 위협하고 우리 사회의 신뢰를 갉아먹을까요.
권력자들이 진실을 숨기기 위해 유포하는 거짓말과 함께 허위정보 유포의 대표적 진원지 중 하나로 ‘기사형 광고'를 꼽을 수 있습니다. 상업언론의 변종 돈벌이 수단이죠. 규정이 있지만 그것을 어긴 기사형 광고가 우리나라 대표적 매체를 통해 매년 만 건 이상 유포되고 있습니다. 기사처럼 생겨서, 그 내용을 믿었던 많은 독자들이 재산과 건강을 잃는 일이 끝없이 일어납니다.
미디어감시 독립매체 ‘뉴스어디'가 ‘기사형광고’ 4만 6천건을 분석한 특별페이지-출처: 뉴스어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함께 진행하는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의 독립언론 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창간한 미디어감시매체 ‘뉴스어디'는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독립심의기구에 의해 적발된 불법 ‘기사형광고' 4만 6천여 건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사기 분양 사업 등이 훌륭한 투자처인양 멀쩡한 기사처럼 언론에 게재됐고 수백명의 사람이 수백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순진짜 가짜뉴스’의 진원지를 진짜 가려보자
과연 허위정보의 진원지는 어디일까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얼마 전 ‘순진짜 가짜뉴스'라는 기상천외한 말을 지어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순진짜 허위정보'의 진원지는 어디일까요?
오래 전 일이지만 조선과 동아일보의 이른바 ‘친일 논쟁’이 떠오릅니다. 동아일보가 1985년 창간 65년 특집호에서 느닷없이 자신들은 민족지이고 조선일보는 친일신문이라는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발끈했고, 옥석을 가려보자고 맞섰습니다. 둘 다 화려한 친일 경력이 있었던 만큼 흥미진진한 싸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조선일보의 물귀신 작전에 동아일보가 꼬리를 내려버렸죠. 그 때 옥석을 가렸어야 했는데, 싱겁게 끝난 건 한국 언론 역사에서 아쉬운 대목 중 하나입니다. 물론 제대로 가렸다면 ‘옥’은 없고 ‘석’만 남았겠죠.
이제 이동관 위원장의 표현을 빌어 마치겠습니다. ‘순진짜 가짜뉴스'가 진짜 뭔지, 어디가 숙주이고 주요 진원지인지 가려야 할 때입니다./김용진 뉴스타파
대장동 일당과 유착한 경찰들...조우형의 뇌물 자금도 덮어줬다
① 2012년 분당경찰서, 대장동 업자들의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 뇌물 상납 혐의 수사
② 1억 뇌물 자금은 대장동 대출금을 조우형의 회사로 빼돌려서 마련...용역비 명목으로 지급
③ 대장동 시행사 자금 담당자 "분당서에 조우형의 허위 용역비 제보하고, 증거 자료도 줬다"
④ 내부 고발로 시작된 수사 결과는 '무혐의'...정영학 녹취록에는 분당서 경찰관 2명 이름 등장
김만배 기자를 통해 검찰에 '수사 무마' 로비를 벌인 대장동 업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무마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2012년 분당경찰서는 대장동 업자들의 뇌물 상납 혐의를 수사했다. 수사 과정에서 내부 고발자가 범행을 입증하는 증거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사건은 '무혐의'로 끝났다. 이런 사실은 2013년 경기지방경찰청 및 2014년 수원지검 수사 기록에서 확인된다.
업자들의 경찰 로비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올해 1월 뉴스타파가 공개한 1,325쪽 정영학 녹취록에도 나온다. 녹취록에는 업자들과 유착한 것으로 보이는 경찰관 두 명의 실명이 등장한다. 정영학 회계사가 녹취록 본문에 자필로 적었다. 업자들이 경찰들과 수시로 모임을 가진 정황도 녹취록에 나온다.
대장AMC 자금 담당 직원 "분당경찰서에 자료 다 줬는데 제대로 수사 안 하더라"
2012년 분당경찰서는 대장동 업자들이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1억 원의 현금과 수백만 원 상당의 선물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제보자는 대장동 시행사의 자금 집행 회사인 대장AMC 소속 직원이었다. 이 직원은 뇌물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분당서에 제출했다.
▲대장AMC 자금 집행 담당자 신모씨가 2013년 9월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관에게 보낸 이메일. 신 씨는 이메일에 2012년 분당경찰서에도 같은 자료를 제출했지만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끝냈다는 취지의 글을 적었다.
2012년 분당경찰서가 수사한 최윤길 뇌물 사건에도 대장동 자금책인 조우형이 등장한다. 조우형은 대장동 시행사에 부산저축은행 등으로부터 1,805억 원의 대출금을 끌어다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10억 3천만 원을 받았다. 겉으로는 대장동 시행사에 타운하우스 설계 용역을 해주고, 비용을 지불받은 것처럼 처리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1억 원을 대장AMC 대표인 김용철에게 건넸다. 김용철은 현찰 1억 원을 쇼핑백에 담아 직원을 통해 최윤길 의장에게 전달했다.
분당경찰서는 뇌물 자금이 조성된 과정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우형이 받은 용역비가 정상 용역이 아니라 불법 대출 수수료였단 사실을 파악했다. 앞에서 언급했듯, 대장AMC에서 자금 집행을 담당한 신 모 씨가 관련 자료를 분당서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신 씨는 회사 입출금 기록과 가짜 용역 계약서 일체를 제공했다. 또 경찰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출금 기록에는 노란색 표시를 해뒀다.
그러나 분당경찰서는 조우형의 범죄 혐의점을 잡고도 입건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3년 8월, 경기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 시작한다. 신 씨는 또다시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회사 내부 자료를 경찰에게 이메일로 제출했다.
이메일에서 신 씨는 "저는 분명이 이 자료를 (2012년 분당서에) 다 전달했고, 조우형이 제시한 다른 가짜 보고서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분당서에서는 조우형이 충분히 소명한 것으로 끝내버렸습니다"라고 적었다. 조우형이 분당서에 낸 자료가 가짜 용역 결과물이고, 그와 관련한 증거 자료까지 줬지만 경찰은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한 뒤 사건을 마무리했단 것이다.
2014년 11월, 신 씨는 수원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서도 분당경찰서의 수사 상황을 진술했다.
○검사 : 진술인이 직접 허위로 용역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데, 어떻게 허위 용역 계약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가요?
●신○○ : 앞서서 진술했듯이 이강길 등이 돈을 인출하라고 저에게 지시를 할 때, 어떻게 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제가 작성한 인출요청서에 허위 용역 계약서에 해당하는 부분은 노란색으로 별도로 표기해서 경찰에 제출했는데, 경찰에서 수사 중에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표시를 해달라고 해서 제가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알고 있으니까 노란색으로 표기를 한 것입니다. 제가 노란색으로 표기하여 경찰에 보내준 것은 결과물이 없는 것입니다.
제가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조우형이 ADD&C와 관련하여 결과물을 제출했다고 하여 그 결과물을 확인해보았는데, 전혀 용역과 관련된('관련 없는'의 오기로 보임) 내용을 용역 결과물이라고 제출한 것입니다. 신○○에 대한 수원지검 참고인 진술조서 중(2014.11.14)
▲대장AMC 자금 담당자 신○○에 대한 수원지검 참고인 진술조서 중(2014.11.14) 신 씨는 2010년에 조우형에게 용역비를 지급할 때는 용역 계약서만 있고 결과물은 없었다고 했다. 나중에 조우형이 분당경찰서에 제출했다는 용역 결과물을 보니, 전혀 용역과 관련 없는 내용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영학 녹취록의 경찰 로비 정황..."확실히 선수들은 선수들이다"
2012년 11월 21일, 분당경찰서는 최윤길 뇌물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다음달인 12월 18일 수원지검 성남지청도 무혐의로 사건을 끝냈다. 충분한 증거가 있었지만,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원년 멤버인 정재창 씨가 경찰들을 관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남욱은 검찰은 만배 형이, 경찰은 재창이 형이 꽉 잡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2013년 7월 25일자 녹취록에는 분당경찰서 [전○○, 조○○] 라고 적은 메모가 등장한다. 정영학이 두 명의 경찰관 이름을 적은 것이다.
이날 남욱은 유동규를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정영학에게 설명했다.
"그 다음에 이제 경찰 문제는 이렇게 다 정리됐습니다 형님. (경찰)서장 결재 나왔습니다. 뒤질 겁니다 했더니. 응, 역시 깔끔하게 일 처리하는구나. 이건 재창이 형이 한 일입니다. 응, 그래, 그래. 확실히 선수들은 선수들이다".
남욱은 정재창을 통해 분당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모종의 청탁을 했고, 이와 관련해 분당경찰서장이 결재를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전해 들은 유동규는 "확실히 선수들은 선수들"이라면서 칭찬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대화가 오간 시점은 분당경찰서가 최윤길 뇌물 사건을 수사할 때다.
▲정영학 녹취록(2013.7.25.)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간 조우형은 2015년에야 비로소 처벌받는다. 2011년 대검 중수부, 2012년 분당경찰서, 2012~2014년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조우형을 피의자로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기록과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그저 우연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들이 검찰뿐 아니라 경찰에도 수사 무마 로비를 펼친 정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검찰과 마찬가지로 경찰 또한 녹취록에 실명으로 등장한 경찰들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봉지욱 뉴스타파
누구를 죽일지 ‘추천’하는 AI, 전쟁터에 도입된 인공지능 [테크 너머]
인공지능(AI)은 전쟁터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제는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도,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공격에 대한 책임 소재마저 모호하게 만든다.
전쟁이 끊이질 않는다. 2021년엔 미얀마에서 내전이 일어났고, 2022년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올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무자비한 폭격을 쏟아부어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하마스가 납치한 여성들의 생사도 알 수 없다. 수많은 총탄이 오가는 사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여전히 공포와 위험 속에 놓여 있다.
지구 곳곳에서 수년간 전쟁이 계속 발발하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전쟁에 아무런 관심도 없을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는 곳은 비행기를 타도 열 시간이 넘고, 아무래도 우리 사회와 관련 없어 보이는 머나먼 땅이니까. 그러나 전쟁터가 아닐 뿐이지, 우리 사회 역시 전쟁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방산 수출국으로, 올해는 수출액 200억 달러를 목표로 할만큼 그 위용이 어마어마하다. 첨단무기를 새롭게 선보이고 전시하는 ‘서울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아덱스·ADEX) 2023’ 행사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것 역시 이와 연관되어 있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의 대사를 국산 무기 홍보 행사에 초대했다가 유엔 산하 인권기관으로부터 경고받은 일화도 떠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서울 아덱스 2023’에서 “미래 전장 환경에서 승리의 관건은… AI 디지털 기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무기를 만들어내는 방위산업은 IT 기술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이러한 관계는 인공지능(AI) 개발 국면에 접어들면서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금이 어디로 집중되는지를 보면, 이런 흐름이 쉽게 파악된다. 미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 방위산업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019년 160억 달러 미만에서 2022년 330억 달러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145억 달러를 투자했다. 테크업계가 전반적으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금, 방위산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서도 발견된다. 지난해 한화시스템과 군인공제회가 각각 400억원을 출자해 총 800억원 규모의 국방 벤처 펀드를 조성했고, 유진투자증권과 LIG넥스원도 업무협약을 맺어 방산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스타트업이 탱크나 비행기를 만들 순 없어도, 드론과 AI 기술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전쟁터에서는 이런 기술들이 열띠게 사용되고 있다.
AI는 전쟁터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목표물을 조준하고 자동으로 폭발하는 방식의 AI 드론이 투입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져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 드론은 자폭하는 속성 때문에 일명 ‘가미카제 드론’이라 불린다. 실제 그 드론이 전쟁터에 투입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러한 드론이 있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지난 8월9일 〈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최근 창설된 드론작전사령부에서 ‘자폭 드론’을 서해 백령도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람의 결정을 거치지 않는 자율 살상무기
현재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중동 갈등에서도 AI 무기는 인권침해와 관련해 심각한 논점을 지니고 있다. 이스라엘의 AI 전쟁 기술은 국제사회에 그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전쟁 현장에서는 이미 활발히 사용 중이다. ‘AI 로봇 기관총’을 아시는지? 이 기관총은 표적의 얼굴을 인지해 자동으로 총격을 가하는 안면인식 기능을 갖추었다. 2021년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이동 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는데, 〈뉴욕타임스〉는 이 공격을 한 것이 이스라엘의 AI 로봇 기관총이라고 전했다. AI 로봇 기관총이 모센 파크리자데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조준 사격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운데 사진)가 이스라엘 AI 로봇의 총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AP Photo
이 AI 무기는 ‘암살’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일반 행인과 시위대를 조준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사람들이 통행하는 검문소에 이 로봇 기관총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행동이 눈에 보이는 사람과 달리 AI 로봇 기관총은 언제 어떻게 갑작스럽게 총격할지 모르는 만큼, 그 누구라도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공포에 떨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는 소문이 무성했던 군사용 AI 모델 ‘파이어 팩토리’ 역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파이어 팩토리는 목표물을 확인해 어떤 것을 공격할지 공습 대상을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광고나 상품을 추천하곤 했던 AI 알고리즘은 전쟁터에서 누구의 목숨을 빼앗을지마저 ‘추천’한다.
이런 뉴스들을 수시로 접하면서, 오래전 보았던 영화 〈불한당〉의 대사가 불현듯 떠올랐다. 〈불한당〉의 ‘병갑’은 이런 말을 한다. 석기시대에는 돌로 사람을 찍어 죽이고, 그 이후에는 칼이나 도끼를 썼는데 요즘에는 총으로 죽인다고.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보니, 칼이나 도끼보다는 총이 더 죄의식을 덜어준다고 말이다. 이런 대사를 술술 풀어내기 전, 그는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죄의식이라는 게 작업 방식을 많이 발전시켰어.” 아닌 게 아니라 이제는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도,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AI가 죽일 대상을 추천해주고, 또 자동으로 총을 쏘기도 하니까. 이러한 ‘자동화’는 확실히 죄의식을 덜어준다. 게다가 공격에 대한 책임 소재마저 모호하게 만든다.
지난 1월, 생성형 AI가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할 무렵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논문의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유는 간명했다.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AI는 연구에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전쟁터에서 활용되는 AI는 어떤가. 그들은 자신들이 구성하고 제안하는 전략에 과연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AI에 맡긴다는 발상은 병갑의 말마따나 실로 ‘발전된 작업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죽어나가는데, 그 죽음에 죄의식을 가지거나 책임을 지는 이가 없어지니 말이다. 사람의 결정을 거치지 않는 자율 살상무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전쟁터에는 이미 AI가 속속 배치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전쟁을 기회 삼듯 방위산업 유관 주식은 고공 행진 중이다. 그러니 묻고 싶다. 정말 우리 사회는 전쟁과 무관한가
조경숙 (테크-페미 활동가)/시사인
일본 기시다 이어 아베·스가도 AI 가짜 동영상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가짜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해 최근 논란이 된 가운데 아베 신조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악의적으로 표현한 AI 동영상도 확인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번에 확인된 가짜 동영상 중에는 아베 전 총리가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총재를 '마더 문'이라고 호칭하는 등 통일교와 연결고리를 인정하는 듯한 내용을 담은 것도 있다.
지난 6월 인터넷에 올라온 또 다른 가짜 동영상에는 아베 전 총리가 러시아 국가를 부르는 장면이 담겼다. 스가 전 총리를 담은 가짜 동영상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 일본 전체를 적으로 돌려버렸다"고 말하는 모습이 들어있다.
효고현에 사는 남성(25)은 요미우리신문에 자신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이들 동영상을 만든 것을 인정하고 "(아베 전 총리 등에 대한) 증오감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은 기자회견 등의 동영상을 생성 AI에 학습시키는 방법으로 가짜 동영상을 만들었으며 아베 전 총리의 가짜 동영상 제작 때는 기시다 총리의 가짜 동영상으로 논란을 빚은 오사카 거주 남성(25)이 공개한 AI 음성 학습 데이터도 이용했다고 한다.
해당 동영상 아래에는 'AI 아베 신조' 등의 제목이 붙어있지만, 동영상 안에는 AI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없어 유포 과정에서 진위 판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과거에도 정치인을 비판하는 성격의 패러디 영상 등이 있었지만 AI 보급으로 정교한 가짜 동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됨에 따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AI를 활용해 만든 기시다 총리의 가짜 동영상은 방송 뉴스 로고까지 표시된 채 지난 2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와 하루 만에 조회수 232만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의 가짜 동영상과 사진, 기사 등은 일본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에서 체포돼 끌려가는 모습 등이 담긴 '가짜 사진'이 인터넷에서 확산했는데 이 역시 AI로 만든 것이었다.
조국 “내 치욕은 윤석열의 영광이었다…민주·민생 회복해야”
총선 출마설에 “명예회복, 제 가족만 염두에 둔 것 아냐”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0일 ‘총선이 개인 명예회복 하는 자리냐’라는 비판에 관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게 빼앗긴 대한민국의 명예 회복”이라고 해명했다. 조 전 장관은 최근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겠다’며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명예회복’이라는 표현은 저와 제 가족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며 “‘조국 사태’의 뒷면은 ‘윤석열 검란’이다. 조국의 고통은 윤석열의 희열이었다. 조국의 치욕은 윤석열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을 오용하여 ‘대한검국’을 만든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게 빼앗긴 대한민국의 명예도 회복해야 한다. 민주와 민생, 나라의 정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지도 담겨있는 표현으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강조했다. 그는 “‘조국 사태’의 여파가 강했던 상황에서 이뤄진 2020년 총선 대승에 이어, 2024년 총선도 확실한 승리를 거둬야 한다”며 “저는 민주당원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민주진보진영의 중심이자 본진이라고 생각한다. 총선에서 민주당을 필두로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을 정치적·법적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심판, 민주진보진영의 총선 승리, 절대다수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권 교체 등은 제 개인에게도 가장 큰 ‘명예회복’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저는 장관도 교수도 아닌 주권자 시민으로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대한민국 국민 자랑스러워" 58%···2019년 수준으로 떨어져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자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지나친 경우 선민의식이나 국수주의 등의 모습으로 오히려 그 나라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적정 수준의 자부심과 자긍심은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될 뿐 아니라 국민의 화합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하겠다.
2023년 현재 우리 국민들은 국가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까. 과거와 비교해 본다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9월 22일부터 9월 25일까지 4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박종선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사업2본부 본부장/ 한국
"불과 1년 만에 세상이 거꾸로 돌아갔다"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서대문~용산 대통령실 도심 행진... '거부권 행사' 정국 맞물려 긴장 고조
▲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집회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네거리에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전국비상시국회의, 전국민중행동 주최로 열렸다. ⓒ 공동취재사진
서울 도심에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인근 통일로에서는 '퇴진광장을 열자!'를 슬로건으로 하는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가 열렸다. 주최는 시민노동단체가 중심이 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전국비상시국회의(추), 전국민중행동이었다. 앞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 양대 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농민·빈민대회, 범시민대회 참석자들도 총궐기에 함께했다.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맞물려 정국 긴장이 더욱 높아지는 형국이다.
참석자들은 선언문에서 "윤석열 정권의 퇴행과 폭주를 멈추기 위해 우리는 이 자리에 섰다"면서 "주권자인 우리는 오늘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 윤석열 정권 퇴진을 선언한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윤석열 정권은 검찰독재, 방송장악, 집회시위 탄압, 국가보안법 공안탄압으로 국민의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강제동원 3자 변제로 일본 정부의 전범 책임에 면죄부를 주고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의 역사는 지워버렸다. 또 일본의 후쿠시마 핵폐수를 해양투기를 옹호하며 사실상 핵테러에 가담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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