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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3.11.13~

by 이성근 2023. 11. 13.

 

한국 개업 전문의, 노동자 평균 6.8배 번다격차 OECD 1

OECD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통계 2023’ 보고서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의사 연봉이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보다 최대 6.8배 높아 경제협력개발기구(오이시디·OECD) 회원국 가운데 그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오이시디가 최근 공개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 보고서를 보면 한국 개업 전문의 연봉 수준이 전체 노동자 평균보다 6.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이나 병원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봉직 전문의 연봉은 전체 평균 대비 4.4배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격차는 오이시디 회원국 중 비교 가능한 자료가 있는 33개국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이다.

다만 일반의의 경우에는 개업의 연봉이 전체 평균 대비 3, 봉직의 연봉이 2.1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나머지 회원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의와 전체 노동자 평균 연봉 간 격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의사 수는 오이시디 평균보다 적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한국이 2.6명으로, 오이시디 평균인 3.7명에 크게 못 미쳤다. 2021년 기준 의대 졸업생 수도 인구 10만명당 7.3명에 불과해 오이시디 회원국 중 세번째로 적었고, 회원국 평균인 14.2명에 못 미쳤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 의사들의 연봉 수준이 고용 형태와 전문의 여부 등에 따라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 대비 몇 배에 이르는지 나타낸 그래프. 오이시디 보고서 갈무리

부족한 의사 숫자에도 불구하고 진료 수요는 높아 의사 1명당 업무 부담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한국인들은 1년에 평균 15.7번 의사에게 대면 진료를 받았다. 이는 오이시디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로, 회원국 평균은 5회에 불과하다. 인구 1천명당 병상 수도 한국은 12.8개로 오이시디 평균인 4.3개를 훌쩍 넘겼고, 평균 입원 일수도 18.5일로 오이시디 회원국 중 가장 길었다. 그 결과 1년에 의사 1명이 대면 진료하는 환자 수는 한국이 평균 6113명으로 오이시디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이는 오이시디 평균인 1788명의 3배가 넘는 숫자고, 한국 다음으로 의사 1명이 진료하는 환자 수가 많은 일본(4288)을 크게 앞질렀다.

한편 한국은 전체 의사 가운데 여성 의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오이시디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여성 의사 비중은 25%23%를 기록한 일본보다는 높았지만, 오이시디 평균인 50%의 절반에 못 미쳤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

일상 스며든 뚱뚱 혐오증외국인들이 지적했다

한 콘텐츠 제작자가 국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앞에 표시된 과체중 남성 실루엣 스티커를 두고 한국의 과체중포비아를 지적하고 있다. 틱톡 캡처

“Korea is so mean(한국 정말 못됐다).”

국내 지하철 역사 안 에스컬레이터 앞에 붙어 있는 과체중 남성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스티커가 담긴 영상을 두고 과체중 포비아(혐오증)’라며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 논쟁이 일었다.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 코레알로(@Dailydoseofkorean)는 최근 서울 상봉역 바닥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영상에 담았다. 계단으로 가는 방향에는 마른 남성의 스티커를, 에스컬레이터로 가는 방향에는 뚱뚱한 남성 스티커를 붙여놓은 영상은 입소문이 타면서 틱톡에서만 2300만 회 이상(10일 기준)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해당 크리에이터는 해당 영상을 찍으며 한국어로 괜찮아,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에스컬레이터를 향한다. 영상이 유행되면서 누리꾼들에게 괜찮아(gwenchana)’ 밈이 생기고 있다.

@Dailydoseofkorean 캡처.

한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이것이 바로 한국 일상에 스며든 뚱뚱 혐오증’”이라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다리가 아픈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고 해서 게으르거나 뚱뚱하고 여기는 것은 정말 엉뚱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해당 스티커는 시민들의 비만과 만성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활 속 걷기를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으로 설치됐다. 일부 한국 누리꾼들은 못된 것(mean)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많이 걸을 수 있도록 한 동기부여를 위한 스티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외 누리꾼들은 어떠한 메시지를 담더라도 특정인들에 대한 포비아는 용서할 수 없다고 대응했다.

한국 일상에 스며든 비만 혐오증에 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에도 미국 대형 커뮤니티에서는 체중감량을 위한 계단을 표시한 한국의 다양한 설치 게시판을 두고 팻 포비아라는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경향 이유진 기자

 

'왜 하마스는 비판하지 않느냐'고 묻는 당신에게

윤리적이고도 논리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응하는 방법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 피해를 입은 가자지구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생존자들을 찾고 있다.AP/연합뉴스

약 일주일 전, <내가 아침마다 이-팔 전쟁 뉴스를 검색하는 이유 https://omn.kr/264zv>라는 기사를 썼다. 나는 이 글에서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라는 피해의식이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르는 잔혹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인 나''과몰입'하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자신의 가해를 정당화하는 서사 구조는 여러 사건에서 볼 수 있는 인류 공통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중동 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내 글에 동의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댓글도 많았다. 주로 '하마스의 민간인 테러는 왜 비판하지 않느냐'는 댓글이었다. 특히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탄압을 빌미로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하고 납치한 것도 '내가 피해를 당했으니 가해자가 돼도 괜찮다'는 논리에 해당하는 사례 아니냐고, 본인도 객관성을 잃은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댓글은 날카로웠다.

사실, 나도 그 쟁점을 말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고발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기사의 댓글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반박 논리 중 하나인데, 워낙 중요한 문제다 보니 짧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사실은 내가 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글은 내가 그런 거리낌을 느끼는 이유, '왜 지난 글에서 하마스를 비판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다.

이스라엘의 폭력과 하마스의 폭력은 다르다

먼저 반박부터 하자면, 나는 이스라엘이 홀로코스트를 명분 삼아 저지른 잔혹 행위와 하마스가 저지른 민간인 테러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폭력에 위계를 두고 싶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상황에서 벌어진 폭력을 추상적인 '가해''피해'로 환원하는 것은 폭력의 맥락을 제거하는 결과를 낳는다.

나는 이스라엘이 홀로코스트를 내세워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른 잔혹 행위는 정당성을 따질 여지 자체가 없다고 본다. 대상이 완전히 잘못됐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유대인 학살은 늘 유럽 사람들의 스포츠였다. 그 스포츠를 결코 행하지 않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제 대가를 치르고 있다"(<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201)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치 독일이 저지른 학살, 범위를 넓혀도 유럽의 반유대주의라는 맥락 속에서 벌어진 일의 대가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치러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에 반해 하마스의 행동은 적어도 팔레스타인이 이제껏 당해온 탄압과 폭력에 맞선 대항 폭력이다. 대항 폭력은 모두 정당하다는 말이 아니라, 최소한 '독일에서 뺨 맞고 팔레스타인에 화풀이한' 이스라엘과는 똑같이 볼 수 없다는 말이다('뺨 맞고' '화풀이했다'고 하기에는 둘 다 너무나 큰 폭력이지만 비유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또 중요한 것은 홀로코스트는 완료된 폭력이지만,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수십 년간 이어졌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폭력이라는 점이다. 물론 홀로코스트로 인한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 있고,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교육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존재하지만, 나치의 유대인 학살 자체는 1945년에 종식됐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전기와 물이 언제 끊길지 모르고, 검문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을 넘어 이미 이번 사태 이전부터 계속 사람들이 죽고 있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 따르면 9월 말까지 이스라엘군과 유대 정착민에게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주민은 230명에 이른다(2022년 한 해 동안의 희생자는 204명이었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누구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두 번째로 말하고 싶은 점은 이 문제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인 우리의 책임은 없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폭력은 짧게 잡아도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중동 분쟁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유대인 정착촌이 지어진 것은 19673차 중동전쟁 이후다. 가자지구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2008년부터 전쟁 내지는 전쟁에 준하는 상황을 다섯 차례 겪었다. 그동안 국제 사회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다행히(?) 한국의 책임을 물을 때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1027, 한국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인도적 재앙을 막자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기권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집을 강제 철거하는 데 HD현대건설기계가 만든 굴착기가 사용된다. 지난 10년 사이 한국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3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 시민인 우리는 지금의 사태에 아무 책임도 없을까?

나는 이번 사태를 말할 때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문제를 이야기하듯, 마치 심판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마스를 비판하기에 앞서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질 때까지 국제 사회가, 한국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믿는다.

플랫폼C,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등 90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114일 집회를 열어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와 더불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김경훈

세 번째는 '지금 하마스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돌입한 이후 사망자가 늘어나서 116일 기준으로 가자지구에서 12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신원 미상의 시신이 되지 않으려고 몸에 매일 이름을 적는다.

이게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매일 경험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가족, 친구와 연인의 생존을 도모하는 것,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 적들을 증오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건물 무너지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을 배경음악 삼아서 '지금껏 우리의 투쟁 방식이 적절했는지 한번 이야기해 볼까요?'라면서 회의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은 아닌가?

정말 하마스가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이유들로 나는 하마스를 비판하는 일에 조심스럽고, 누구든 하마스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 문제들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런 고민을 충분히 거친 비판도 지금 상황에서 유효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본다.

그래도 여전히 '하마스의 민간인 테러는 명백한 잘못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당신이 정말 하마스에 반대한다면 함께 이스라엘의 폭력을 비판하자'고 말하려 한다. '둘 다 잘못했으니 나는 누구 편도 들지 않겠다'는 태도는 사실은 하마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겠다.

이번 사태를 다룬 어느 기사에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이 잘못됐다면 하마스의 민간인 테러도 잘못됐다고 해야 논리적인 거 아니냐'는 댓글을 봤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논리도 말해보겠다. 내가 이번 사태에서 확인한 논리는 '억압이 강할수록 저항도 격렬해진다'는 것이다.

107일 이후 현재까지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400여 명이다. 이번 사태 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가장 큰 교전이었던 2014'프로텍티브 에지 작전'70여 명과 비교해도 매우 큰 숫자다. 사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방공 시스템 '아이언 돔'을 뚫었던 것부터가 이스라엘의 억압적인 대팔레스타인 정책이 강력한 저항을 낳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고리를 끊는 '논리적'인 방법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폭력을 멈추는 것이다. 당장 언제 전기와 물이 끊길지 심지어는 폭탄이 날아들지 모르는 상황, 나를 죽일 수도 있는 유대인 정착촌과 군인이라는 ''이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온건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저항하자는 목소리는 힘을 얻기 어렵다. 이스라엘의 폭력이 끝나지 않는 한, 옳든 그르든 하마스와 같은 폭력적인 저항은 반복될 것이다. 이번 사태 전체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이 정말 하마스가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둘 다 잘못했으니 누구 편도 들지 않겠다'는 기계적 양비론으로 사실은 하마스를 편드는 대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폭력과 이제껏 지속된 팔레스타인 탄압을 끝내기 위해 행동하기 바란다. 그게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에 윤리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자, 심판이나 논평가가 아닌 한 명의 시민으로서 취해야 할 태도라고 나는 믿는다./김경훈(insain) 오마이뉴스

-하마스를 비난한다면 일제시대때 테러로서 일제에 대항하여 대한독립을 외친 윤봉길, 안중근 의사의 행위마저 비난받게 될것이다 거대한 국가권력의 행포에 약소민족이 할수있는건 테러밖에 없는데 그걸 비난한다면 뭐 어쩌라는건지...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사람들에게 하는 행위가 일제시대때 일본이 조선인들에게 한 행위가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을 잊는다면 다시 올챙이 시절로 돌아가서 영원히 고통받게 될것이다

Eric @넌너무예뻐 놀고 있다. 아무나 기자되는 싸구려 신문에 싸구려 댓글.

아트빌 @넌너무예뻐 이 양반이 비교 할 걸 비교 해야지 윤봉길, 안중근 의사가 민간인 죽였나? 뭐 테러라고?

dlehdwns**** @아트빌 이스라엘은 민간인 학살 등 뭐든지 다 하는데? 걔들은 괜찮고?

오빠더깊게 출처불명의 가짜영상 보고 하마스 욕하는 것들은 주로 교회 다니는 날그니들이나 철 없는 애들이더라. 아니면 문서증거로 반박 대환영. ㅋㅋㅋㅋ

монгол давидын асар 이 글 쓰신 분은 하마스가 어떤 테러를 했는지 보시기는 하셨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hamas-massacre 와 닷 하고 넷 하면 하마스가 벌인 참상을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링크 걸면 삭제되어 풀어 씁니다. ) 이 영상들을 보고도 이런 글을 쓰실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하마스는 엄마와 아이를 철사로 묶고 산채로 불을 질러 죽였습니다. 6,7세의 아이들과 부모를 마주보게 묶어 놓은 후 칼로 아빠의 눈을 뽑고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내다가 결국은 모두 총으로 학살했습니다. 신생아의 다리를 붙잡고 머리를 바닥에 여러번 내리찧어 두개골이 터져 죽게 했습니다.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꺼낸 후 칼로 난자해 죽입니다. 아무 상관없는 태국인까지 뭉툭한 괭이로 내리쳐 결국 목이 떨어져 나갑니다. 하마스의 고프로 캠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런 걸 독립운동이라고 하나요?

메시 일제시대에 독립투사들이 도쿄의 유치원을 점거하고 4-5살 꼬마들을 인질로 잡았었나? 도쿄의 지히철에 들어가 출퇴근 시민을 상대로 폭탄을 던졌나? 아니다. 그래서 히마스 같은 테러집단과 우리의 독립운동이 다른 것이다. 하마스는 제거해야할 인류의 암이다. 이스라엘이 옳다

hah ※※※ 싸움을 해서 점령만 할 것이 아니라 가자, 레바논 안 의 주민들을 싹 쓸어내ㅡ시나이 반도로 보내고, 그 곳은 불 불 불도저로 밀어 녹지로 조성해야 된다.다시는 공격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시온성과 아랍과는 구별된다.

대한이살았다 영국 개갞끼~

Nova 원래 팔레스타인 땅이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면 미국땅에는 인디언만 살아야되는건가?

미야옹 부처나 예수도 지 새끼 죽여봐~ 무덤에서 뛰쳐나온다 하마스가 먼저 민간인 학살,납치를 일으켰는데 뭐?

반칙왕 @미야옹 먼저 땅 빼앗고 죽인게 누군지 좀 알아보시고 댓글 다셔요... 욱해서 날뛰지 마시고요

OKorea 천정없는 감옥에 살아 남기 위한 팔래스타인의 마지막 저항이다.

문제는 구석으로 몰린 네타냐후의 돌파구로 팔래스타인 학살 전쟁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역을 천정없는 감옥으로 만들어 놓고, 땅을 버리고 도망가지 않는 팔레스타인을 학살하는 제노사이드를 자행하고 있다. 2차 세계 전쟁에서 발생한 제노사이드를 막기 위해 UN을 결성하고 제노사이드를 전범으로 규정했다. UN은 평화협약 성명을 넘어, 산하 국제사법재판소를 열어 이스라엘 총리 네타나후를 전범으로 판정하고 체포해야 한다.

정말 나쁜 유대인, 지들을 받아준 팔레스타인을 쫓아 내는 배은망덕한 족속이다.

라인권 나는 폭력과 전쟁을 죄악으로 규정하지만 이 기사의 논리는 하마스의 폭력은 정당방위 이고 하마스의 폭력을 방위하는 이스라엘의 폭력은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땅은 본래 주인이 없습니다. 현재의 주인은 100년 후 자기 땅이 아닙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팔레스틴을 인정하고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상호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기초수급자고시원 투자자땅주인, 부자의 돈은 이렇게 유지된다

고시원은 안전한 투자 상품?

토지대장이나 건축물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서만 들고 있으면 어디라도 잘 찾아다닌다. 그런데 하루는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매야했다. 자전거 한대 겨우 지날 듯한 좁은 골목길을 미처 못보고 지나쳤던 탓이다.

통화했던 사장님은 30대 후반쯤으로 추정됐다. 젊은 부부였는데, 바빠서 나와 보기가 어렵다며 관리자에게 '감정평가사가 찾아가니 안내를 부탁하노라' 전달해놓겠다고 했다. 관리자인 총무는 골목길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단번에 알아보고, 어서 들어오시라면서 비좁은 관리실에 낡은 의자 하나를 내어주었다. 관리실은 너무나 비좁아서 총무의 의자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총무가 내어준 의자는 문 바깥 자리에 어설프게 걸쳐놓아야 했다.

"고시원은 안전한 투자 상품?"

이곳은 서울 도심 후미진 골목에 있는 작은 고시원이다. 1960년대에 지어진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다. 이름은 '고시원'이지만 사실상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공간이다. 고시원은 몇백만 원 보증금 목돈이 없어도 25만 원가량의 월세만으로 주거가 가능하고, 밥과 김치 정도의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끼니가 제공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다보니 거주자들은 저소득층 남성 노인들이 많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적은 돈으로 잠자리와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다.

이 고시원의 젊은 사장은 고시원을 운영한지 6개월도 채 안되었다. 6000만 원의 권리금을 주고 고시원을 인수하였으나, 인수 당시 거의 만실이었던 고시원생이 줄어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젊은 사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고시원의 월임대료가 비슷한 규모의 다른 고시원보다 더 비싸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고, 임대료를 조정해달라는 분쟁조정을 신청하였다.

시설을 둘러보며 혹시 빈방을 하나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관리자는 빈방이 있는 2층으로 안내하였다. 방은 한 사람이 겨우 누워 잘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는데, 방문을 열자마자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가 나타났다. 총무는 방마다 비치되어 있는 바퀴벌레 살충제를 익숙하게 살포하였다. 한 켠에는 몹시 낡고 더러운 침구가 한 채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층마다 공동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데, 30명이 화장실 두 칸, 샤워실 2개를 함께 써야한다. 식당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 보기만 해도 끈적끈적한 묵은 때가 앉은 전기밥솥과 냉장고가 놓여있었다.

입주민들에게는 비좁고 숨 막히게 작은 방만이 자신에게 허락된 공간이고, 이곳을 벗어나면 아무데도 갈 곳이 없을 것이다. 지하철역과 시내버스가 지척에 있고 고층빌딩이 즐비한 대로에서 단 한걸음 들어왔을 뿐인데, 이런 이질적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총무에게 고시원 운영에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관리에 어려움이 없는지 물었다. 그는 고시원이 꽤 안정적인 사업이라고 했다. 대부분 거주자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이고 30여만 원의 주거급여가 나오기 때문에, 고시원비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작고, 홀몸 노인들이 많다보니 이동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시원에 코로나19가 전염되어 몇 명이 중증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었고, 그 이후에 새 입주자가 채워지지 않아 빈방이 많아졌다고 한다.

고시원 거주자이기도 한 총무는 젊은 사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고시원 입주자들은 시설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반찬 하나라도 조금 더 신경 쓰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고시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장은 총무에게 모든 것을 다 맡겨놓다시피 하고, 거의 나와 보지 않아 혼자서 모든 시설을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하였다.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새로운 입주자가 채워지지 않으니 고시원은 금세 적자가 누적되었다.

가난한 이의 돈으로 부가 유지된다

각종 투자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조금만 살펴봐도 고시원 창업을 권하는 내용이 홍수를 이룬다. '1억으로 월 400버는 고시원 창업', '2000 수익이 나오는 직영 고시원', '고시원의 말도 안 되는 수익률', '1000만 원 투자로 월수익 800만 원' 등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단 투자권유 영상들이 넘쳐난다. 아마도 젊은 사장부부는 투자 열풍의 분위기에 휩쓸려, 비교적 소액으로 큰 노력 없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고시원 사업에 투자한 것 아닌가 싶었다. 고시원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고시원의 권리금은 높아졌다. 고시원을 몇 개 운영하면서 권리금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생겨났단다.

미래가 불안한 사람들은 아파트와 주식, 코인에만 투자한 것이 아니었다. 더는 갈 곳이 없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지까지도 투자대상이 되었다. 이들이 탐욕에 눈먼 투자자인지 과다 광고에 속은 피해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젊은 사장부부는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여건이나 삶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분쟁조정을 신청해놓고 현장에 나와 보지도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신들의 투자가 기대했던 수익에 미치지 못하자, 그제야 원인을 찾아보고, 임대료가 다른 고시원에 비해 너무 높다며 임대료를 조정해달라고 조정신청을 했다.

이 고시원은 거의 만실이 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운영비용과 관리자의 인건비 정도를 공제하고 나면 모두 임대료로 귀속되도록 수익구조가 맞추어져 있었다. 젊은 사장은 6000만 원 투자, 500만 원 수익을 기대하였으나, 고시원 입주자들의 취향과 선호를 이해하고, 시설관리와 운영을 위해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채 너무나 쉽게 투자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급여, 주거급여를 통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 중 절반은 이 고시원 운영자의 노력비용을 포함한 운영비용에 사용되고, 나머지 절반은 고시원의 임대료로 지출되었다.

등기부등본을 보니 1960년대, 도심 뒷골목에 지어진 이 낡은 건물의 소유자는 4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그는 이 건물을 수십 년 전 부모로부터 증여받았다. 임대인의 의사를 물어보기 위해 연락을 취했는데, 사실상 그의 70대 어머니가 관리하고 있었다. 계약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임대료를 조정해달라는 임차인의 요구에 임대인은 응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교통여건이 양호한 도심이지만, 찾기도 힘든 비좁은 뒷골목에 지어진 오래되고 낡은 고시원은 안정적인 임대료가 꾸준히 받쳐주는 최고의 수익가치를 갖는 부동산이었고, 대를 이어서 승계되고 있었다.

서울의 한 고시원 내부 모습. 프레시안

한국 부동산의 이중 승리

지난 1024일 공공주택특별법이 개정되었다쪽방밀집지역을 포함하는 공공주택지구의 토지 등 소유자에게 현물보상을 할 수 있게 하고, 종교시설 등의 토지소유자가 원하는 경우 같은 용도의 토지로 보상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토지소유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주민협의체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쪽방촌은 가난한 사람들의 열악한 주거지이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급여 등 정부보조금을 기반으로 쪽방촌 부동산은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높은 수익가치를 갖는 부동산이다. 쪽방촌, 고시원 소유자들은 대부분 부자들이다. 쪽방촌, 고시원은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 뿐, 현행 구조상 원활한 현금흐름을 갖고, 양호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좋은 부동산이니, 토지소유자들의 눈높이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개발사업을 통하여 지어지는 새 아파트 또는 개발후의 토지를 종전의 토지소유자들에게 현물로 보상해 그들이 개발이익을 다시 누릴 수 있게끔 법을 개정했다. , 토지소유자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했다. 이 법에 따라 언젠가 다시 부동산 투자수익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은행에 담보 잡히고 몰려들어 부자들을 더 큰 부자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 가난한 사람들은 다시 터를 잃을 것이다.

"자본주의와 소비지상주의 윤리, 중세유럽의 귀족들은 값비싼 사치품에 돈을 흥청망청 썼지만, 농부들은 한푼한푼을 아끼면서 검소하게 살았다. 오늘날은 상황이 역전되었다. 부자들은 자산과 투자물을 극히 조심스럽게 관리하는데 반해, 그만큼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빚을 내서 정말로 필요하지도 않은 자동차와 TV를 산다."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유발 하라리는 자본주의 소비지상주의 윤리에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끝없이 소비하는 현대인의 소비행태를 지적했다. 그런데 현대인은 자동차와 TV 같은 물건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전 재산을 걸거나, 미래소득까지 당겨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자산에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한다.

투자를 소비하는 것이다. 소비지상주의가 투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널리 퍼져있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투자지상주의가 퍼질수록,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자산에 자신의 미래를 걸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부동산 상품의 원재료인 토지가격은 계속 상승한다. 우리는 그것을 부동산사업의 '사업성'이라고 한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는 '투자' 명목으로 아파트, 구분상가,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타운하우스, 분양형호텔 등이 장및빛 달콤한 이름을 단 채 소비된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완성된 투자상품 가격 하락과 채무 불이행 위험은 개인의 책임이 되지만, 토지소유자들은 팔지 않고 보유함으로써 자신의 자산을 지킨다. 자산을 잘 알지 못하는 청년, 서민들이 투자를 소비하면서, 위험은 이들에게 전가되고 자산가격은 계속 유지된다.

평범한 이들이 가격이 높은 시기에 아파트, 상가 같은 완제품 부동산을 소비하면서 자신의 돈을 탕진한다. 극심한 변동성은 오히려 도박판을 더 크게 만든다. 정부보조금과 대출지원금은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거쳐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는데 기여한다. 다시 사업성이 좋은 시기에 높은 가격에 팔린다. 그러니 결코 토지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신화가 만들어지고 기존 자산소유자들의 부는 유지되며 세습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투자에 뛰어들지만, 그로 인해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주거급여는 쪽방촌 주민의 주머니를 거쳐 토지소유자에게 들어갔다. 청년·서민에게 지원된 전세자금대출은 임차인을 거쳐 전세사기꾼과 토지소유자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 정부는 PF대출을 보증해주는 방법으로 높은 토지가격을 지탱시킨다.

부동산 투자 붐을 일으켜 부동산 완성품을 팔고, 이를 통해 토지가격이 하락하지 않도록 지지한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투자지상주의의 이중 승리다./조정흔 감정평가사 | 프레시안

총선 승리한 스위스국민당, 그 비결은 이주민 혐오?

스위스 연방 총선에서 스위스국민당(SVP)열린 국경이 폭력을 불러온다라며 외국인 혐오 캠페인을 펼쳤다. SVP1위 정당 자리를 지켰다. 유럽의 극우 정당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상황에 살 곳을 잃은 외부인을 대하는 황궁 아파트 주민들의 얘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0월 초 막을 내린 올해 취리히 국제영화제의 주빈국은 한국이었다. 한국 영화 11편이 소개됐고, 덕분에 나는 취리히 한가운데서 (대다수 비한국인 관객과 달리) 자막 읽는 고생 없이 한국 영화를 감상하는 사치를 누렸다. 그중 한 편이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는 대규모 지진으로 한국 땅이 초토화된 가운데 무너지지 않고 남은 단 하나의 건물로 추정되는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살 곳을 잃은 외부인들이 아파트를 찾아오자 주민들은 902호에 사는 김영탁(이병헌)을 대표로 선출한 뒤 이들을 몰아낼 계획을 세운다. 명화(박보영)그래도 다 같이 살 방법을 먼저 찾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이라고 소수의견을 내지만 묵살당한다. 외부인들을 쫓아낸 주민들은 시스템을 세운다. 치안을 책임지고 아파트 밖에서 식량을 구해오는 방범대’, 제한된 식량과 자원을 분배하는 배급대’,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시설을 재정비하는 정비대’, 치료와 보건을 담당하는 의료대가 구성된다.

대표 아래 각 부처가 자리잡은 이 상황은 유사 정부를 연상시킨다. 이 정부의 구성원들은 비장한 태도로 슬로건을 외친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 물론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하다.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프랑스인들을 위한 프랑스(La France pour les Français)”,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스페인인 먼저(Los españoles primero)” 같은 표현이다. 모두 이주민에 반대하는 주장에 쓰이는 슬로건이다. 이제 갈피가 잡힌다. 이 영화에서 아파트는 무대장치에 불과하다. 영화가 제기하는 진짜 문제는 이주민 차별이다. 식량을 찾으러 나간 방범대원들은 자신들을 보고 두려워 도망치는 다른 생존자들을 향해 바퀴벌레 같네라며 웃는다. ‘바퀴벌레는 유럽에서 인종, 종교 등이 다른 이주민을 차별적으로 비유하는 말이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바퀴벌레, , , , 기생충 등으로 묘사한 과거는 잘 알려져 있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혐오감이 느껴지는 벌레나 동물에 빗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야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족을 고문하고 살해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방이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가 당하는 고통이 자신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하지만 바퀴벌레나 쥐는 다르다. 연민과 공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들은 박멸의 대상이다. 거리낌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게 가능해진다. 나치뿐 아니라 집단적 동족 살해가 벌어진 인간 역사 대부분이 비인간화(dehumanization)’라 불리는 이 같은 심리적 과정을 거쳤다. 인간 아닌 존재를 억압하고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다. 황궁 아파트 주민대표 김영탁은 외부인을 적발해 내쫓는 행위를 폭력이 아닌 방역이라고 일컫는다. 인간성과 차별, 혐오에 대해 연구해온 철학자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는 저서 인간 이하(Less than human)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외부인에게 편견이 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살육하도록 하는 것은 바로 그 편견을 겨냥한 세뇌와 선동이다. 세뇌와 선동의 목표는 적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여기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살육에 대한 자연적이고 생리적인 거부감을 무너뜨린다. 요컨대 비인간화는 전쟁에서 공격성의 고삐를 풀어버리는 특수한 역할을 한다.”

SVP 선거 홍보물. ‘1000만 스위스를 중단하라고 쓰여있다. 김진경

비인간화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효율적인 심리적 수단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어떤 사람들은 작은 생쥐에 연민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외부인에 대한 악마화(demonization)’. 우리에 비해 더 힘이 세고 악랄한, 우리 집단의 여성과 아이들을 해치고 우리의 재산을 빼앗고 나아가 우리 영토를 차지하고 말 외부인.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는 비어 있던 아파트를 차지한 외부인이 뒤늦게 집을 찾아온 주인을 칼로 찔러 쫓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김영탁은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에요. 바퀴벌레가 밥상머리 기어댕기면 식구 됩니까? 어떤 가족이 불 지르고, 칼로 쑤시고, 사람 죽이고 그럽니까.” ‘악마화비인간화와 결합해 이주민을 결과적으로 괴물로 만든다(monsterization).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예를 부렸던 고대 그리스의 지식인부터 식민지 원주민을 몰살시킨 유럽의 탐험가, 현대사회에서 흑인이나 무슬림 등에게 가하는 차별에 이르기까지 대상과 방식이 조금씩 바뀌었을 뿐 기본적인 기제는 그대로다.

SVP의 지난 10월 스위스 연방 총선 캠페인 포스터. “뉴노멀? 튀니지인이 여성을 강간하다라고 쓰여 있다.

외부인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는 두 심리적 기제 중 악마화, 나는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라는 스위스에서 최근 몇 주간 집중적으로 경험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정당은 스위스국민당(SVP)이다. 지난 1022일 치른 연방 총선거를 앞두고 SVP가 벌인 캠페인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수준이었다. 겁에 질린 여성의 입을 남성의 손이 틀어막고 있는 포스터에는 한 북아프리카인이 여성을 끔찍하게 성폭행했다. 중도 좌파의 실패한 난민 정책의 결과다. SVP에 투표하면 난민 혼돈을 막을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주민=범죄자프레임으로 1위 차지

또 다른 포스터에는 루마니아인이 칼로 찌르다라는 문구와 함께 날카로운 칼을 든 남성의 손이 부각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열린 국경이 우리나라에 폭력을 불러온다. 외국인 범죄자에 의한 폭력이 없는 날이 거의 하루도 없다. 폭력이 일상이 되면 안 된다. SVP를 선택하라!” SVP는 웹사이트와 X(옛 트위터) 계정, 그리고 메신저 앱인 와츠앱을 통해 이런 선정적인 사진과 문구가 포함된 포스터를 선거운동 기간 내내 퍼뜨렸다.

외국인 이주민들이 정말로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를까? 이것은 이주민 관련 연구에서 뜨거운 주제이지만 답은 간단치 않다. 경찰 기록만 보면 범죄자 중에는 외국인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맥락을 잘 살펴야 한다고 경고한다. 원래 어느 집단이나 젊은 남성이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데, 이주민 중에는 하필 젊은 남성이 많다. 낯선 곳에서 안정적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나 언어 장벽도 고려해야 한다. 같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외국인을 신고하는 비율이 더 높다. , 출신지만이 아니라 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정부의 통합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SVP이주민=범죄자라는 단순한 프레임을 내세웠고, 선거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SVP28.6%의 득표율로 1위 정당 자리를 지켰다. 지난 총선보다 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전보다 득표율이 줄어든 녹색당(GPS, 9.4%)과 녹색자유당(GLS, 7.2%)의 표를 뺏어온 결과다. 스위스 유권자들은 기후위기보다는 늘어나는 이주민 숫자를 더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은 이런 캠페인과 선거 결과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나와 남편의 출신지인 한국과 스페인은 SVP의 캠페인에서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인 이주민으로 분류되는 우리 가족은 SVP가 그은 선 밖으로 밀려나는 느낌이었다. SVP 선거 홍보물을 본 딸이 물었다. “엄마, SVP가 우리를 쫓아낼 수도 있어?”

외부인 돕는 사람이 빌런일까

SVP의 외국인 혐오 캠페인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또 국민투표를 할 때마다 논란거리였다. 2019년 총선거 때는 스위스 국기가 붙은 사과를 벌레 여러 마리가 갉아먹는 이미지를 사용했다. 다섯 마리 벌레의 몸에는 각각 빨강, 주황, 청록, 연두, 파랑 띠가 둘러져 있는데, 이 색깔은 SVP와 노선을 달리하는 주요 다섯 정당의 상징이다. “좌파와 착한 사람들이 스위스를 파괴할 것인가?”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착한 사람들이란 이주민에게 열린 태도를 취하는 이들을 비꼬아 부르는 표현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샀던 2007년 스위스 연방 총선 당시 SVP의 캠페인 포스터.

SVP의 혐오 캠페인이 해외에서 첫 주목을 받은 것은 2007년 총선거 때였다. 당시 포스터는 단순명료했다. 하얀 양 세 마리가 스위스 국기 위에 있고, 그중 하나가 국기 바깥으로 검은 양 한 마리를 발로 차 밀어낸다. 그 아래에는 “Sicherheit schaffen”, 안전 수립이라는 두 단어가 크고 선명하게 쓰여 있다. 안전을 위해 스위스인(하얀 양)이 외국인(검은 양)을 스위스 영토 밖으로 쫓아내야 한다는 의미다. 너무나 간단하고 직관적인 그림이라, 설사 안전 수립이라는 독일어를 모른다 해도 이 포스터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어찌나 전 세계적으로 화제였던지, 당시 뉴욕타임스이주, 검은 양, 그리고 스위스의 분노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낼 정도였다. 기사는 이 캠페인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 스위스에서 이주민의 지위, 그리고 스위스인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논쟁이 번지고 있다라고 썼다.

또 다른 SVP 선거 홍보물로, ‘1000만 스위스를 중단하라고 쓰여있다. 김진경

이주민을 스위스라는 실한 사과를 갉아먹는 벌레 같은 존재로 비유(비인간화)하거나, 손에 칼을 든 범죄자로 비유(악마화)하는 SVP의 전략은 성공적이다. 1999년 이래 SVP는 매 선거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해왔다. 시기에 따라 힘을 얻기도, 잃기도 하는 유럽 다른 나라의 극우 정당들과는 달리 꾸준히 주류 자리를 지켜온 덕에 유럽 극우 세력 사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이 때문에 SVP의 선정적인 선거 캠페인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도 있다. 위에 언급한 하얀 양, 검은 양포스터는 나중에 극우 정당인 독일의 국가민주당(NPD)과 이탈리아의 동맹(Lega, 2017년 이전 명칭은 북부동맹·Lega Nord)이 거의 그대로 베껴 자국 내에서 이용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주민 혐오 담화는 변방이 아닌 중심에 자리를 잡는다.

2019년 스위스 연방 총선 당시 SVP의 캠페인. 스위수를 상징하는 사과를 다섯 마리 벌레가 파먹고 있다. 벌레는 이주민에 대해 열린 정책을 내세우는 스위스의 다른 정당을 뜻한다.

이것이 유럽만의 문제일까. 취리히 영화제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상영 후 감독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한 관객이 이 영화가 한국에서는 반응이 어땠냐고 물었다. 엄태화 감독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한국 관객 상당수가 명화를 빌런(악당)’이라고 보더라는 것이다. 다 같이 살 방법을 찾자고 하며 숨어 있던 외부인에게 음식을 나눠준 명화를 빌런이라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차피 자원은 제한되어 있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그 결과가 무엇이었나. ‘바퀴벌레들이 아파트를 습격하고, 주민들은 얼마 안 가진 것마저 잃는다. 한국 사회는 저출생으로 인해 앞으로 이주민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명화를 빌런으로 보는 한국 관객이 많다는 점은 그 길에 만만찮은 과제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파트를 떠난 명화는 다른 식의 공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 동행한다. 감독은 이것이 희망이자 질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다 같이 살 방법에 대해./시사인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한 푼도 안 내는 정부가 왜 연금개혁 결정하나

미래 운명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과제를 국가에 맡겨놓을 수는 없다. 보험료 납입자와 연금수급자가 총회를 통해 자주적으로 보험료율과 급여율 등을 정해야 한다. 연금개혁의 결정권을 당사자들이 가져와야 한다는 뜻이다.

현 정부가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을 제시했다. 세 가지 개혁 과제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시급하고도 절박하다고 하겠다. 특히 연금개혁은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담하다. 지난 1027일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공개됐다. 그리고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연금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걸까, 아니 한쪽에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반대 쪽에선 저출생으로 인구소멸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금개혁의 방안이 있기는 한 걸까. 대다수가 연금 외에 이렇다 할 노후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연금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논란이 많은 현재 제도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연금제도의 불안은 곧바로 노후 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은 크게 모수(母數)개혁과 구조개혁의 차원에서 논의된다. 즉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얼마나 조정할 것인가, 연금의 구조적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다. 얼핏 보기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연금제도 자체가 계층 간·세대 간 이해관계를 둘러싼 지극히 정치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쳇바퀴 돌리는 수준의 개혁안만 양산해 왔다. 이러한 정치·경제적 성격을 잘 이해하면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쳇바퀴 돌리는 개혁을 바로 잡기 위해 이제는 혁명적 차원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연금제도는 사회보장제도지만 정치적·경제적 맥락과 변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세계 최초의 연금제도는 1889년 독일 비스마르크가 도입했다. 극보수주의자로서 철혈 재상으로 알려진 그가 노동자들의 노후를 위한 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실은 다소 어색하거나 모순으로 들린다. 당시 독일은 경쟁국인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근대화가 거의 1세기 정도 뒤처진 낙후 국가였다. 이에 비스마르크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산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급속한 산업화는 노동계급의 급성장을 불러왔다.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한 노동자들의 노동운동과 투쟁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자 진압법을 제정해 노동투쟁을 탄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격화된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회유하기 위해 세계 역사상 최초로 대대적인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에 나섰다. 이러한 비스마르크의 정책을 채찍과 당근이라고 부른다. 비스마르크는 노동계급을 자신이 속한 지주계급(융커) 편으로 포섭해 신흥 지배계급으로 부상하던 자본가 계급을 견제하려고 했다. 연금보험료를 국가와 자본이 서로 부담하겠다고 경쟁을 벌였다.

박정희·전두환 두 독재자가 추진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무상원조를 받았다. 하지만 1970년부터 유상원조인 차관으로 전환됐다. 이에 경제개발 비용 확보를 위해 고심하던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갑자기 국민복지연금법을 제정했다. 이는 명목상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적립방식의 연금제도를 이용해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동원하려는 내자동원(內資動員) 전략이었다. 즉 연금제도를 도입하면 20~30년 이상 매월 연금보험료를 징수해 적립할 수 있으므로 이를 경제개발에 활용하려는 계산이었다. 외국으로부터 빚을 얻지 않고 국민의 돈으로 경제개발을 해보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당시 세계경제를 강타한 오일쇼크(유류파동)의 엄청난 충격이 발목을 잡았다. 1974년을 목표로 시행령까지 제정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결국 연금제도 시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제 도입은 국제경제의 대혼란이라는 폭풍우에 그만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1985212일 제12대 총선에서 전두환의 민정당은 김영삼·김대중 없이 나선 야당(신한민주당)에도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에 재야에서는 대통령 직선제 요구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전두환 정권은 고심 끝에 198691일 국민연금 도입, 의료보험 전 국민 확대, 최저임금제 도입 등을 내세운 국민복지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를 근거로 그해 12월 국민복지연금법을 국민연금법으로 전부개정해 198811일 시행할 것을 법의 부칙에 규정해 놓고 법대로 시행에 들어갔다. 박정희가 추진했다가 실패한 연금제도를 전두환이 강력하게 추진해 전격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박정희·전두환이라는 두 독재자를 거쳐 실시됐고, 오늘까지 왔다.

선심성 제도로 설계선천적 부실

정당성 없는 독재권력이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목적으로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연금제도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다 보니 합리성이나 책임성보다는 거의 퍼주기 식의 선심성 제도로 설계되었다. 선천성 부실 연금이었던 셈이다. 3%의 보험료율과 70%의 임금대체율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러니까 가입자인 국민이 내는 보험료는 쥐꼬리 수준이고, 그에 비해 연금 급여는 과도하게 많이 받아 가는 구조였다. 그래봤자 연금 급여 역시 푼돈이나 용돈 수준밖에 안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금기금 고갈 문제와 급여 수준의 적절성 문제가 수시로 부각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고 연금 급여는 대폭 낮추자는 논의가 폭탄 돌리기 식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도 이 폭탄을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 바로 연금개혁의 핵심이 있다. 보험료는 올리고 급여를 낮춰야 하는데, 당사자들은 반대하니 정치권은 눈치만 보며 전전긍긍하는 실정이다.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의 재원 확보를 위해 국민복지연금법을 제정했다고 앞서 언급했다. 김영삼 정부는 한술 더 떠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을 제정해 국민연금기금을 아예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강제예탁하도록 했다. 국민연금기금을 정부 차원에서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참여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2004)에서 정부 주도의 투자에 국민연금기금을 끌어들였고. 이명박 정부도 뉴스타트 2008’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2009)에 국민연금기금을 동원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는 공공투자를 계속해서 시도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보수 정권이 추진·도입했다. 정권의 정당성 확보 차원이었다. 문제는 선심성에 치중하다 보니 부실 연금 시행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IMF 외환 위기를 극복하려 분투했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연금개혁에 나섰다. 김대중 정부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로 낮추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순차적으로 늦추는 개혁을 단행했다. 노무현 정부도 보험료율 인상엔 실패했지만, 연금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연차적으로 40%까지 낮추는 개혁을 이루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명박 정권으로 권력이 넘어갔다. 어떻게 보면, 일은 보수 정권이 저지르고, 설거지는 민주 정권이 비난을 무릅쓰고 해온 셈이다. 이번 정권은 어떨까.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 문재인 정권은 국민연금 개혁에 손도 대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은 수치가 빠져 있어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여당이 과연 젊은 세대의 보험료 부담 문제를 비롯한 세대갈등 요소까지 안고 있어 치명적인 폭탄이나 다름없는 국민연금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9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계산위를 규탄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민연금은 누구의 것인가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한다. 세금은 아니지만 의무가입에 따른 보험료 납입이라 세금처럼 보인다. 연금을 포함해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비용은 사용자, 피용자, 자영업자의 공동 부담이 원칙이다(사회보장기본법 제28조 제2). 따라서 정부는 한 푼도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연금공단 운영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할 뿐이다(국민연금법 제87). 이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 제1),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국가의 의무(헌법 제34조 제2) 등을 규정한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 국민 노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보험료를 징수하고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용하면서 국가는 부담을 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낼 보험료와 받을 연금 수준도 국민이 정해야 한다. 실상은 정반대다. 국민의 부담(보험료)과 수급(연금 수준)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데, 정작 국민은 소외된 채 한 푼도 내지 않는 국가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꼴이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내고 덜 받아야 하는지를 제각각 계산하고 제시하며 논쟁만 벌일 뿐, 정작 국민은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면서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다.

노후를 위해 얼마를 부담할 것이며 얼마를 받을 것인지를 놓고 가입자 전체와 수급권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미래 운명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과제를 국가에 맡겨놓을 수는 없다. 주주총회나 노조총회에서 주주와 노동자가 자신들의 이해관계 및 몫과 관련해 주요 결정을 내리듯이 보험료 납입자와 연금수급자가 총회를 통해 자주적으로 보험료율과 급여율 등을 정해야 한다. 연금개혁의 결정권을 당사자들이 가져와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은 참고만 하고, 최종 결정은 당사자들이 토론과 투표를 통해 내려야 한다. 언제 어디서 그 많은 사람이 다 모일 건가, 소수의 전문가도 평행선을 달리는데 분분한 의견의 접점 찾기가 가능은 할 것인가, 지금으로선 다소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권한을 내려놓는 동시에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상세한 정보 공개와 더불어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및 수급권자들과 진정성을 가지고 열린 토론에 임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일견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다./윤찬영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간경향

전국 캠핑장 35914년 사이 52% 폭발적 증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전국의 야영장도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시기, 타인과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캠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전국의 야영장(캠핑장)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전국 관광사업체 현황자료를 보면, 지난 930일 기준으로 전국 야영장(일반 야영장+자동차 야영장)3591개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2367)보다 51.7%(1224) 증가한 수치다. 올 연말까지 현황을 종합하면, 간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야영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는 20202534, 20212872, 20223280개다. 지역별로는 9월말 현재, 경기도가 835개로 가장 많았고, 강원도(719)와 경북도(438), 경남도(369) 등이 뒤를 이었다.

캠핑족은 코로나19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사람들끼리의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고 여행이 위축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답답한 집콕에서 벗어나, 가족·연인 등 소규모로 독립적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여행 대신 야영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캠핑이용자 실태조사를 보면, 2021년 야영장 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이는 523만명으로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는 399만명이었다.

캠핑족이 늘면서 캠핑용품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티몬의 올해 1~3분기 캠핑용 컵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40% 늘었고, 거실형 텐트 매출은 912%나 증가했다. 돔형 텐트와 부피가 작고 가벼운 백패킹·알파인 텐트 매출도 각각 154%, 136% 늘었다. 온라인쇼핑몰 지(G)마켓의 캠핑용품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적으로 1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캠핑족이 급증하면서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텐트 안에 숯불 등을 피웠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한 야영장 텐트 안에서 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경기 여주시 연양동의 한 야영장에서도 5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은 두 사건 모두, 텐트 안에서 숯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다./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저희 촉법인데요ㅋ법 조롱하는 10대들 5년새 2배로 늘어

10~14세는 형사처벌 안돼

제도 빈틈 노린 촉법소년 늘어

지난해 16천명 5년새 2배로

각계 입장차 커 논의는 공회전

촉법소년삽화

청소년 범죄 처벌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는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일부 청소년들이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인천에서 여중생을 폭행하고 속옷만 입힌 채 촬영한 뒤 협박한 10대 청소년 6명이 공동폭행, 협박, 성폭력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최근 검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3명은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해 검찰로 송치되지 않고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됐다.

피해학생 부모가 가해 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이들은 저희 촉법이라 형사처벌 안 받고 보호처분만 받아요ㅎㅎ라고 답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령상 만 10~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고, 경찰에서 검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가정법원으로 사건을 넘긴 후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지난달 충남 천안에서는 중1, 초등학교 5학년 2명을 또래 학생 20여명이 둘러싸고 집단으로 폭행하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학생 대부분이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촉법소년들이 벌이는 범죄는 급증하는 추세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범죄유형별 촉법소년 현황에 따르면 국내 촉법소년은 20187364명에서 지난해 16435명으로 5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절도와 폭력 등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죄목을 보면 절도(7874), 폭력(4075)의 비중이 전체 70%를 웃도는 수준이다. 강간·추행(557), 방화(58), 강도(15) 등이 뒤를 이었다.

청소년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촉법소년 기준이 되는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지는 오래다. 직장인 이 모씨(61)천안 집단폭행 사건을 접하고 화를 참을 수 없었다초등학생 고학년만 돼도 잘잘못을 구분할 수 있는 나이인데 단순히 어리다고 해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일어난 인천 여중생 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촉법소년 이건 대체 왜 존재하는 것인가라며 국회의원들의 직무 유기 아니냐라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과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만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법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간 국회에선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한 8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김회재 더불어 민주당의원은 촉법소년 연령을 만13세로 조정하자는 법안을 내놨고,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역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조정하고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그러나 각계 입장이 엇갈리면서 제자리 걸음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복귀에 반한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역시 “13세 소년이 형사책임능력을 갖췄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촉법소년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모든 소년범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벌 연령을 하향 조정 한다고 해서 모두 형법으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흉악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만 한정하자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소년범들은 이전과 같이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을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안 기자 cup@mk.co.kr

자원봉사? 대입 도움 안되면 왜 하죠?”생기부 축소에 발길도 뚝

공정성 위해 생기부 축소봉사 기재안돼

10대 봉사자 202073올해 24만명

학생 때부터 나눔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성인이 되어서도 습관을 이어갈 수 있는데 그게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서울 시내 한 헌혈의 집에서 만난 직원은 최근 자원봉사에 나서는 학생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대입 전형과정에서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개인 봉사활동을 반영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서 청소년들의 자원봉사 활동이 최근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행정안전부 1365 자원봉사포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10(14~19) 자원봉사 실인원은 244625명에 그쳤다. 2020733474명 수준을 기록했던 인원보다 3분의1로 급감한 것이다. 실인원은 봉사활동을 최소 1회 이상 참여한 인원수를 뜻한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9(1636782)에 비해서는 6분의1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지금 추세라면 10대 봉사활동 인원수는 최근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봉사활동이 성적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더이상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2024학년 대입부터 학생부 비교과 항목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하면서 봉사활동 실인원수는 최근 급격하게 감소 추세다.

감소10대자원봉사

앞서 교육부는 2019년 말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고 정규 교육 과정 이외의 활동을 대입 생활기록부에 반영할 수 없도록 했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 상급학교 진학 시 학교 봉사활동 실적은 인정하지만 개인 봉사활동 실적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적으로 헌혈한 경우 봉사활동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여전히 많지만 학생 단체 봉사활동 참여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발적인 봉사 참여를 유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인식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민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어릴 때부터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대입에 반영안된다고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이 주로 참여했던 봉사 활동 중 하나인 헌혈이 개인봉사활동 영역에서 제외되면서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던 10대 학생들의 헌혈 건수마저 크게 줄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16~19세의 헌혈 건수는 462186건으로 2021(544176)과 비교해 15% 이상 줄었다. 10년 전인 2013(1058704)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가령 2013년 전체 헌혈 건수의 36.3%를 차지했던 10대 학생들은 지난해 전체의 17.4%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오히려 40대 헌혈자 비중(17.5%)10대를 추월해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내 한 헌혈의집 관계자는 헌혈이 봉사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더 오지 않고 있다학생들이 주로 찾았던 헌혈의 집의 경우 채혈량이 50% 이상 크게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학교로 방문하는 단체 헌혈마저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감이 커졌고 학교에서도 헌혈시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등 복합적 요소가 작용해 단체 헌혈이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이지안 기자 cup@mk.co.kr

이태원 참사 '악플 1' 조선일보'댓글 불판' 만든 수법

조선, 적은 기사로 많은 댓글 달리게 하는 비결은?

유가족 비난, '정쟁'으로 몰기, 선정성으로 주목 끌어

'참사 끼워팔기' 보도로 악플 대거 유입 효과 누려

“159명이 하늘의 별이 되었고, 1년째 눈뜨지 못하는 부상자가 병상에 있고, 수백 명이 부상을 당했고, 수천 명이 심리치료를 받았고, 참사의 현장을 생생히 목격한 온 국민이 트라우마를 겪었고, 혐오와 모욕의 언어가 인터넷을 떠돌지만, 온전한 애도도, 진심 어린 사과도, 도의적인 책임도, 진실을 향한 노력도, 재발 방지 대책도,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 회복도, 지금, 여기, 유가족들 곁에 없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공동대표단 추모사 기억, 추모, 진실을 향한 다짐)

네이버에서 ‘10.29 이태원 참사직후 쏟아졌던 뉴스와 댓글을 확인하는 일은 고통 그 자체다. 부디 삭제되었기를 기대하며 1년 전 뉴스를 클릭하지만, 오늘도 그대로다. 혐오, 모욕, 조롱, 냉소, 무례, 무관심, 분노, 욕설, 맹목적 확신으로 꽉 들어찬 뉴스 댓글들. 왜 아직 남아 있을까. 참사와 관련 없는 우리도 절망과 무력감에 몸서리쳐지는데 희생자 유가족들은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2차 가해가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네이버 뉴스와 댓글이 만들어 나간 타임라인의 흐름에서 댓글 여론으로 참사의 본질을 잠식한 기사와 언론사가 있음을 포착했다. 첫 번째 글에서 언급한 조선일보가 그 주인공이다.

보도량이 많은 언론사에 댓글도 많이 달렸을까?

이태원관련 키워드로 수집한 참사 직후부터 2월 말까지 17개 언론사 네이버 인링크 기사에 달린 댓글은 총 3,716,864건이었다. 댓글수 추이를 보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특정 이슈가 있을 때 댓글 반응이 있었던 지점이 있다.

보도량 추이만 봤을 때 우리는 댓글이 보도량과 거의 연동하는 패턴으로 달렸다고 추정했지만(언론사별 보도량 두 번째 글 참조), 언론사별 기사에 달린 댓글수를 분석해보니 뜻밖에 결과가 나왔다.

이태원 참사 뉴스에 댓글이 가장 많았던 언론사는 조선일보로 댓글수는 무려 507천여 건이었다. 이는 전체 언론사 이태원 뉴스 댓글의 약 14%에 해당한다. 조선일보는 두 번째로 댓글이 많았던 연합뉴스보다 105천여 건이나 더 많았다. 이태원 참사 뉴스 댓글의 언론사별 누적 합계는 연합뉴스 402,049, 중앙일보 349,613, 경향신문 318,509, 한겨레신문 302,156, 동아일보 253,262, 국민일보 227,676, YTN 225,428건 순이었다.

언론사별 댓글수.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네이버 뉴스에서 이른바 댓글 효과누렸던언론사를 보기 위해 기사당 평균 댓글수도 분석해보았다. 굳이 누렸던이라고 한 까닭은 댓글 많은 기사가 네이버 뉴스 메인에 올라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언론사가 생산한 보도량 대비 댓글수.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기사당 평균 댓글수 분석 결과 조선일보는 기사당 평균 429,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은 각각 195, 중앙일보는 182건이다. 모든 기사에 평균 댓글수가 달리는 건 아니다. 댓글이 하나도 없는 이른바 무플기사도 있고 많게는 수천 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보도량 대비 댓글수는 네이버 댓글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언론사를 찾는 하나의 방법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해당 기간 동안 모은 데이터 중 조선일보의 뉴스는 1,182건으로 타 언론사와 비교할 때 보도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종이신문 중 가장 적은 보도량인데 조선일보 네이버 댓글수는 월등하다. 적은 보도량으로 네이버 뉴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관심을 받았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기사당 평균 댓글수 195건인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합뉴스는 이태원 참사 보도량이 11,612건이나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당 평균 댓글수는 35건으로 타 언론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흥미로웠다. 조선일보는 도대체 어떻게 보도했길래 네이버 기사에 유독 댓글이 많이 달렸던 것일까?

그날, 댓글 불판이 된 조선일보 랭킹뉴스

20221030, 이태원 참사 뉴스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던 날 네이버 뉴스의 독자들은 조선일보의 어떤 기사를 많이 봤을까. 네이버 뉴스를 이해하려면 네이버 리터러시가 필요할 정도로 복잡하므로 차근차근 살펴보자.

네이버 뉴스 랭킹 탭을 누르면 언론사별로 댓글이 많이 달린 뉴스많이 본 뉴스를 메인 화면에서도 볼 수 있고, 언론사 페이지에서도 날짜별로 랭킹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 집계는 하루 동안 집계한 결과로, 각 언론사의 모바일 구독자수 비중이 순서에 반영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1030일 이후 조회수나 댓글수는 기록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20221030일 하루 동안 많이 본 조선일보 1, 2위 기사와 댓글 많은 기사 1, 2위를 네이버 뉴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많이 본 기사 1위는 <“살아만 나가자외친 30옆 친구는 이미 숨져있었다>였고, 2위 기사는 <참사 하루도 안지나서PD수첩 이태원 사고, 당국 문제점 제보받아요”>였다. 댓글 많은 기사 1위는 많이 본 뉴스 2위 기사였고, 2위 기사는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태원 참사 원인은 이전 탓글 올렸다 삭제>였다.

20221030일 네이버 뉴스 조선일보 기사 중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이 달린 뉴스화면 갈무리

이날 조선일보의 많이 본 뉴스댓글 많은 뉴스는 적어도 상당한 관계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어떤 섹션에 기사인지도 확인했다. 데이터 중 가장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장상진 기자의 <“살아만 나가자외친 30옆 친구는 이미 숨져있었다>는 생뚱맞게 생활/문화섹션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많이 본 뉴스 1, 3, 4위 기사는 사회섹션이었고, ‘정치섹션에 댓글 많은 뉴스 두 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20221030일 네이버 뉴스 조선일보 기사 랭킹뉴스 섹션별 화면 갈무리

이날 관심을 크게 받은 기사 제목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중심의 보도가 아닌 피해 중심의 보도, 이태원 참사 끼워팔기식 보도, 정쟁화 소재 등으로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 기사들의 댓글은 차마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악성댓글 일색에 2차 가해성 표현이 난무한다. 조선일보 기사는 악플 불판이라 할 만큼 보기 괴로운 내용이 많다. 악플 가득한 댓글수 1등 기사의 기자는 댓글을 보면 과연 기쁠까?

네이버 뉴스 댓글 1등 언론사의 기사 비법

수집한 17개 언론사 전체 기사 중 댓글수 상위 기사 30건에 조선일보 기사는 16건이나 있었다. 댓글수 상위 10건 중 9건은 조선일보 기사였다. 섹션별로 정치’ 19, 사회 10, 생활 1건이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조선일보의 정치 섹션 기사가 네이버 뉴스 독자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고 볼 수 있다.

수집된 네이버 뉴스 주요언론사 17곳의 기사 중 댓글 수 상위 30건의 기사. 조선일보 16, 중앙일보 4, 한겨레신문 4, 경향신문 2, 국민일보, 연합뉴스, MBN, YTN이 각각 1건이었으며 정치섹션으로 분류된 기사가 16건이었다.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조선일보가 적은 수의 기사로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기사를 제조하는 신묘한 비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했다. 수집한 데이터에서 연합뉴스와는 대조적으로 조선일보의 기사가 하루에 100건 넘게 발견되지는 않았다. 보도가 가장 많았던 날은 103090건이었고, 참사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50건 아래로 보도량이 떨어졌다. 국정조사가 이루어지던 때에는 거의 기사가 없었는데, 20231~2월 기사 건수는 겨우 78건뿐이었다. 진상 규명이나 국정조사, 특별법 관련 기사는 거의 찾기 어려웠다.

네이버 뉴스에 올라온 조선일보 VS 연합뉴스 보도량과 댓글수 추이 비교.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그런데 간간히 올라오는 기사에 댓글이 뾰족하게 솟는 날도 있었다.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수집한 전체 기사에 달린 댓글 대비 조선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의 비율을 날짜별로 살펴보았다.

가령 위의 그림처럼 수집된 데이터 중 2023225일자 조선일보 기사 댓글은 같은날 네이버 17개 언론사의 기사에 달린 댓글수의 약 77%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불법인 줄 알면서도 도심 곳곳 알박기천막 공화국된 대한민국>이라는 기사는 수집된 데이터의 같은 날 기사 중 가장 많은 댓글을 받은 기사이다. 언론사들도 이태원 참사 이슈를 잘 다루지 않던 시기에 조선일보가 갑작스러운 이 기사를 낸 의도는 명확하다. 이태원 분향소를 알박기라며 맥락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조롱하고, 또 다른 기사 <주말 서울 도심에 6개 단체 대규모 집회...도심 곳곳 혼잡 예상>와 이야기를 연결하는 것이다. ‘도심’ ‘혼잡’ ‘정체’ '극심’ ‘불편’ ‘집회등은 주말 조선일보 기사에 잘 등장하는 단어들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혼잡함을 가중시키는 주체로 지목해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이 기사 2건에 달린 목불인견의 댓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조선일보의 댓글 수집은 어쨌든 성공한 셈이다.

, 수집된 데이터 중 이태원 참사 49재 직후였던 1218일자 기사는 모두 127. 그런데 조선일보는 단 2건의 기사로 댓글 지분율 약 46%라는 기록을 남겼다. 두 건 모두 김명일 조선NS 기자가 작성한 기사였다.

7,350건의 댓글이 달린 <49재 참석했어야이재명은 부하 발인날 춤”>276건의 댓글이 달린 <김기현 민주당, 대통령에 삼년상이라도 치르라는 얘기인가”>는 기사 제목에서 명확하게 여야 정쟁구도를 만든다. 여야 대결 구도의 제목, 정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표현, 선정적 제목으로 이태원 참사를 끼워파는 기사는 조선일보의 특기이다. 이런 기사는 악플을 부르는 불판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조선일보의 댓글여론

우리는 댓글 많은 조선일보 기사 상당수가 희생자 명단 공개 전후로 이를 정쟁화했음에 주목했다. 우리가 수집한 이태원 참사 전체 네이버 기사 중 개인정보’ ‘신상’ ‘이름’ ‘명단’ ‘실명’ ‘민들레등으로 검색해 보도량과 이 기사들에 달린 댓글수를 분석해보았다.

희생자 명단공개관련 보도량과 댓글수((2022.10.29.~2023.2.28. 네이버 뉴스 17개 주요 언론사 기사)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첫 그래프 하단과 동일.

역시나 조선일보는 타 언론사보다 적은 수의 기사로 엄청난 양의 댓글을 쓸어모았다’. 43건의 기사로 35,199건의 댓글이 달리는 조선일보 기사는 불판처럼 현안과 이슈를 불타오르게 하는 능력치가 현저히 높았다. 다만 그 불판에 올려진 댓글은 도저히 여기에 옮길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악플 덩어리인 채로 아직 거기에 남아 있다. 조선일보도 네이버도 손대지 않는 2차 가해성 댓글로 가득찬 악플창 말이다.

조선일보 댓글의 갈라파고스화

몇 달 전 언론사별 네이버 뉴스 이용률이 크게 줄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디어오늘의 2023517일 기사 <[창간기획] 요즘 네이버에서 뉴스 얼마나 보고 있습니까>네이버 모바일 평균 페이지뷰(PV)20231분기 기준 전년 1분기 대비 45.5% 떨어졌고, 매체 19곳 모두 페이지뷰가 감소했다. 50% 이상 급락한 매체도 6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최근 퍼블리시와기술연구소에서 발행한 <모바일 인터넷 뉴스 이용 트래픽 분석 리포트>1분기 대비 네이버 제휴 언론사들의 순방문자 체류시간이 더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네이버에서 조선일보 순방문자는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우리는 네이버 제휴 언론사의 이태원 참사 보도 행태와 네이버 댓글 정책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원인의 하나라고 본다. 길을 가다가 서울 한복판에서 한순간에 159명이 사망한 참사를 대하는 보편적 상식이라는 게 있다. 모욕과 욕설, 조롱, 참사와 아무 관련 없는 정치 댓글 수천 건이 달린 네이버 기사를 누가 기꺼이 읽고 싶겠는가. 악플로 눈썩’(악플을 보면 눈이 썩는 느낌), 소수 악플러가 댓글 여론을 주도하는 네이버 뉴스를 굳이 볼 이유가 없다.

네이버 뉴스를 멀리하다 보니 서서히 이태원 참사를 잊고, 관련 뉴스를 보더라도 악플을 마주하는 게 싫어서 외면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요즘은 포털에 뉴스를 보러오기보다 댓글을 보러왔다고들 하지 않는가. 이제는 댓글을 보러 왔다 욕만 보고 간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댓망진창이다

아무리 댓글이 많이 달린다 한들 이용자 확장성이 없으면 갈라파고스화될 뿐이다. 조선일보에 댓글이 달릴수록, 소수의 기사가 많이 본 뉴스로 추천될수록 눈살 찌푸리게 된다. 특정 언론사 댓글 쏠림 현상은 네이버에겐 더 큰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 고은지 게임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시민언론민들레

외환위기 자초하는 무능과 식민지성 지식의 결합

미국 재무부가 117(현지시간) 2023년 하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하자 정부는 보도자료를, 그리고 정부 홍보지와 다를 바가 없는 대다수 언론은 앞다퉈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리고 중국, 독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6개국을 소개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마치 6개국보다 우리나라가 나은(?) 국가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용어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자학적 쾌감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래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어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킨 결과이기 때문이다.

쪼그라든 흑자 덕에 얻은 관찰대상국 제외환호하는 언론

미국은 자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환율정책을 평가해 의회에 보고하는, 이른바 '환율보고서'2016년부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의 한 차례 발표를 제외하고는) 1년에 두 차례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환율보고서는 단순히 미국이 주요 교역국에 대한 환율조작 평가를 넘어 화폐주권(경제주권)을 둘러싼 갈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등장 배경을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Ben Bernanke)를 비롯, 미국의 일부 엘리트는 금융위기 원인 중 대외적 요인으로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의 경상수지 흑자로 야기되는)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을 지적하였다. 전통적으로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 흑자국은 일본과 독일 등 G7 회원국들이었던 반면, 21세기 들어서는 중국 등 G7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들이 부상하였다. 미국이 G20 정상회의를 만든 배경이다.

20081112G20 정상회의를 사흘 앞두고 당시 미국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헨리 폴슨(Henry Paulson)은 기자회견을 통해 G20 정상회의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최근의 과잉을 부채질했던 글로벌 불균형을 다루지 않고 금융규제 문제만 다룬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과 경제 활력의 기반을 극적으로 개선할 기회를 상실할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불균형의 압력은 또 다른 출구를 찾을 때까지 다시 강화될 것이다.” 미국이 불균형 해소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나친 불균형이 미국의 경제주권을 침식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사실, 불균형 문제는 금융위기 이전부터 제기되었다. 2008년 대선 때, 그해 봄까지 민주당의 유력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당시 상원의원은 2007년 초 당내 경선 과정에서 외국이 소유한 미국의 부채 규모가 GDP25%에 도달하면 경보음을 울릴 것을 미 행정부와 연준에게 요구할 정도였다. 중국 등 외국이 소유한 미국의 부채가 미국 경제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 (해외 투자 없이 돈놀이하기 어려운) 월가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해외가 보유한 미국 증권 규모는 20066월에 이미 미국 GDP57%에 달하였다. 즉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해외 유출된 달러가 미국으로 재유입되면서 연준이 단기 정책금리를 올려도 시장의 장기금리가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져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불균형이 시장을 왜곡시켜 미국 경제정책의 핵심인 통화정책의 자율성(경제주권)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불균형 해소에 목 맨 미국의 통화전쟁에 항복한 이명박 정권

2010112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불균형 해소의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 내야만 했던 미국은 810일 연준의 추가(2) 양적완화 시행 발표에 이어 916일에는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티모시 가이트너(Timothy Geithner) 재무장관이 위안화의 추가 절상을 요구하였다. 주요 신흥국들은 이를 사실상의 통화전쟁으로 받아들였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두 번째 노동당 정부의 재무장관이었던 기도 만테가(Guido Mantega)2010928지금 우리는 국제적인 통화전쟁(international currency war)의 와중에 있고, 이것은 우리의 경쟁력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선진국들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며 연준의 2차 양적완화를 맹공하였다. 당시 5G20 서울 정상회의(11.10~11.11) 의장국의 실무 장관이었던 윤증현 기재부 장관은 의제 조율을 위해 해외 순방을 하다 929일 프랑스 파리에서 특정 국가[중국]의 환율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호기롭게 반대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정상회의를 앞두고 가이트너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서울 정상회의에서 중요 의제라며 어깃장을 놓았다. 한국이 입장을 관철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주목하였다. 그러나 (혹시 했지만 역시) 이명박은 의제로 올렸고 한국은 글로벌 호구가 되었다.

한국을 들러리로 내세워 미국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GDP 대비 4% 이내에서 관리하는 경상수지 목표제채택을 추진하였으나 일본과 독일 등조차 반대하였다. 도입에 실패한 미국은 1974년 무역법을 수정한 ‘2015 무역 강화 및 무역 촉진법’(“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hancement Act of 2015”, 일명 ‘Bennet-Hatch-Carper’ Act)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가 정한 환율조작국 3대 기준에 따라 주요 교역국 평가를 하여 매년 두 차례씩 의회에 미국 주요 교역 파트너들에 대한 거시 및 외환 정책보고서(Macroeconomic and Foreign Exchange Policies of Major Trading Partners of the United States)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보고서는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에 대한 의회보고서’(Report to Congress on International Economic and Exchange Rate Policies)였다. 경상수지, 외환시장 개입 정도, 무역수지 등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핵심은 경상수지 흑자 제한이었고, 이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 및 무역흑자 축소를 뒷받침한 것이다.

미국 화폐주권 위해 한국 화폐주권은 희생양?

미국의 환율보고서는 처음부터 미국의 횡포였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경상수지 흑자 GDP 4%는 이론적 근거가 없었다. 미국은 처음부터 중국에 초점을 맞추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10%가 넘었던 중국 경상수지 흑자는 (세계 교역 증가율이 급감한) 금융위기 이후 급락해 20094.9%, 그리고 20104.0%로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미국이 환율조작국 기준을 만들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3% 이내로 설정하였다. 3% 수치도 이론적 근거가 없었다. 2012년부터 미국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GDP 대비 3% 이내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또다시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GDP 대비 2% 이하로 낮추었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의 202112월 보고서에서 다시 3% 이하로 상향하였다. 대신 무역흑자 규모를 2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 이하로 변경하였다. 국제사회에 요구하는 규칙을 이론적 근거 없이 자기 멋대로 변경해 온 것이다.

문제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 나타난 국가들의 경상수지 규모를 보면 평가 대상 국가들의 대응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첫째, 한국은 문재인 정부 동안 대체로 GDP 대비 4% 이상을 유지해 왔다. 즉 미국 재무부 환율조작국 기준 3%를 초과한 것이다. 대미 무역흑자와 더불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던 핵심 이유이다. 그런데 올해 1차 환율보고서에서 2%가 무너지더니 2차 때는 1%까지 무너짐으로써, 즉 윤석열 정권 동안 두 차례나 미국의 기준 요건을 충족해서 이번에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환호할 일인가이다. 현재 외환보유고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인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쪼그라들어 감시망에서 제외된 것을 환호(?)하고 있으니 이것을 '자학적 쾌감' 증세 말고 뭐라 표현할 수 있는가. 주지하듯이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 달성은 국가 운영의 암묵적인 목표였다. 외환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외환보유고 확보는 국가 과제였고,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보유고 축적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동안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가 급감했을 뿐 아니라 외환보유의 90%에 해당하는 유가증권의 가치 하락으로 현금화할 경우의 상당한 손실을 고려하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의 급감에 따른 관찰대상국 제외는 결코 환호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

국가 비상금확보, 한국 보다 못한 나라 없는 실정

둘째, 더 한심한 것은, 그동안 일본보다 앞서 왔던 경상수지 흑자 비중도 윤석열 정권 들어와서 연속 두 번이나 뒤처졌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권 이후 성장률을 비롯해 주요 경제지표가 일본에 뒤처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셋째,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정도 차이가 있지만) 겪었던 싱가포르와 대만의 놀라운 경상수지 흑자 규모이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두 자리 숫자의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두 나라는 미국의 압력에 어떻게 견디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문제는 이들 국가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기준은 유럽의 스위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독일 등에도 의미가 없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높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할까? 두말할 나위 없이 달러 확보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비상금이기 때문이다. 금의 보유가 국가안보이듯이 달러 확보 역시 일종의 국가안보에 해당한다.

이들은 어떻게 높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첫째, 산업 경쟁력도 있지만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환율 안정성(경쟁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다음 표에서 보듯이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더불어 외환시장 개입에서도 미국이 제시하는 기준(12개월 사이 적어도 8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외화의 순매수가 이뤄지고 이것이 GDP의 최소 2%에 해당하는 수준)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만 유일하게 미국이 요구하는 기준을 벗어난 적이 없다. 싱가포르와 스위스 등은 미국의 기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국가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 국가들은 미국의 압력을 받지 않는가?

미국 압력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무역수지 흑자국들

이들도 압력을 받았고, 이를 지혜롭게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싱가포르에 대해 2019, 스위스에 대해서는 2020년 환율 조작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외환시장 개입을 통화정책의 일환이라고 대응하였다. 사실 이는 미국의 화법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즉 저물가 상황은 자국 화폐가치가 너무 강한 것과 관련 있기에 달러 매입으로 자국 화폐가치를 낮춘 것은 물가안정이라는 통화정책의 목표라 주장하였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20108월 미국이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2차 양적완화를 하자 신흥국들은 달러 가치 절하를 통해 신흥국의 수출 및 산업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비난하자 당시에 버냉키는 장기금리를 인하하고 주택시장을 부양하는 양적완화가 통화정책이고, 미국의 경기회복은 신흥국의 수출과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enrich-thy-neighbor)이라며 반박하였다.

그러나 버냉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었다. 버냉키의 스승으로 당시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2005~13)였던 (이후 2014~17년간 연준 부의장을 지낸) 스탠리 피셔(Stanley Fisher)조차 선진국이 자신이 만든 쓰레기(불량자산)를 치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찍어낸 돈이 신흥시장으로 유입되어 통화가치를 절상시키는 것을 왜 용인해야 하는가라고 불평할 정도였다. IMF의 연구결과(2013)조차 미국의 통화완화가 신흥시장국에 미치는 효과는 미국 GDP 증가를 통한 효과보다 환율 변화를 통한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확인했다.

그렇다 보니 싱가포르의 경우 2021년 봄 이후 인플레가 지속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외환시장 개입의 강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이 관찰대상국 지정과 관계없이)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높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서유럽의 독일,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은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트집잡을 수가 없다. 이들은 자국 통화를 포기하고 단일통화인 유로화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17년 트럼프 정부의 국가무역위원회 대표인 피터 나바로(Peter Navaro)가 유로화는 사실상 독일 마르크와 같으며 독일이 유로화 가치 절하를 통해 무역의 이점을 추구하고 있다고 공격하였다. 이에 당시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은 독일은 유로화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유럽중앙은행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반박하였다. 그 후 미국은 더 이상 독일에 시비를 걸지 못하고 있다.

화폐주권 가장 취약한 한국

이처럼 한국과 달리 유럽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국가들조차 왜 외환시장 개입을 불사하며 경상수지 흑자 달성을 추구하고 있을까? 글로벌 불균형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화폐주권(경제주권) 대 나머지 국가들의 화폐주권(경제주권)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주권국가란 자국 문제를 타국의 간섭없이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ㅌ 있는 국가를 의미한다. 경제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화폐가치 안정이다. 미국에 통화정책의 자율성 확보가 중요하듯이 한국 등에 화폐가치 안정을 포함해 (외환위기 때 겪었듯이) 급작스러운 외국자본 유출에 따른 은행 및 외환위기에 대한 방어망 구축은 절대적 과제이다. 경상수지 확보의 차이는 한국과 대만과 싱가포르의 외환보유액 규모에서도 그 차이가 확인된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GDP 대비 평균 23.7% 정도였으나, 대만과 싱가포르는 각각 71.1%86.9%로 한국보다 3~4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화폐가치의 안정성에서도 큰 차이가 확인된다. 다음 표에서 보듯이 2018년 이후 최근까지 한국 원화, 싱가포르 달러, 대만 달러, 달러지수의 변동성을 보면 한국 원화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달러와 싱가포르 달러는 달러지수보다 변동성이 적었다.

이처럼 경제주권에서 한국은 유럽의 스위스 등은 차치하고 아시아의 싱가포르나 대만 등보다 못한 국가이다. 베트남, 스위스, 대만 등은 202012, 214, 2112월 연속해서 미국이 제시한 3가지 기준을 위반하였다. 스위스는 226월까지 연속 네 차례나 3가지 기준 모두를 위반하였다. 그런데 멀쩡하다. 오히려 미국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사실상 서둘러(?) 환율조작국을 해제해 주었다. 그런데 대한민국만이 미국이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때마다 모든 언론이 호들갑을 떨며 보도한다. 미국이 발표할 때마다 대상 국가 대부분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는 현실인데 우리만 요란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많은 전문가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웃을 수만 없는 이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마냥 좋아만 할 일일까”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경상수지 흑자는 클수록 좋은가요?”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국민 생활 수준을 떨어뜨린다심지어 외환보유액, 많을수록 좋다?” 등등 일반 국민의 정서와 다른 소리를 쏟아낸다. 이른바 (해외부문에서 비롯된 통화 증발을 억제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인) 불태화 비용 타령이 그것이다. (경상수지 균형이 바람직한 미국 관점에서) 미국 경제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론을 맹신하는 이들의 눈에 싱가포르와 대만과 스위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심지어 독일 등은 불태화 비용조차 고려하지 못하는 한심한 국가들인 셈이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으로 사고하는 지식의 식민지성의 결합, 그것이 바로 외환시장 불안정의 핵심 이유이다./최배근 건국대 교수/ 시민언론민들레

 

전국 일반가구 중에서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몇 %일까?

국내 일반가구의 주택 소유 비율이 56.2%(지난해 111일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114일 발표한 2022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일 현재 일반가구 21774000 가구 가운데 12232000 가구(56.2%)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 3154000 가구는 두 채 이상을 보유했다. 9541000 가구는 주택을 소유하지 못했다.

통계청

주택 소유 가구는 전년도(2021)12063000 가구보다 17만 가구(1.4%) 증가했다. 일반가구는 혈연이나 비혈연 5인 이하의 인원이 생계를 공유하는 집단이나 홀로 사는 경우(1인 가구)를 의미한다. 모든 가구에서 집단가구(비혈연 6인 이상의 생계 공동체 및 시설)와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가구를 제외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주택소유율 최하위 지역은 서울

주택을 소유한 일반가구의 평균 주택 수는 1.34호였으며, 평균 주택 자산가액(20231월 기준 공시가격 적용)31500만원이었다. 1호당 평균 면적은 86.7(26), 가구주 평균 연령은 56.8세로 나타났다. 평균 가구원 수는 2.58명이었다.

주택소유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64.2%)이며 그 다음은 경남(62.9%), 전남(61.3%), 경북(61.0%) 순이었다.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48.6%)로 주택소유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전(53.0%)과 제주(55.6%), 경기(55.9%)도 한국에서 주택소유율이 가장 낮은 지역에 포함된다.

통계청

통계청은 자산가액을 기준으로 전국의 주택들을 10분위(최하위 10%1분위에서 최상위 10%10분위까지)로 나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각 분위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을 계산했더니 1분위는 3000만원인 반면 10분위는 121600만원으로 나타났다. 10분위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은 9분위(53800만원)의 두 배를 웃돌았지만, 전년도(2022111)148400만원에 비해서는 2억원 이상 떨어졌다. 10분위의 평균 소유주택 수는 2.41, 평균 주택면적은 116.8(35)이며, 1분위의 그것은 각각 0.98, 63.1(19)였다.

주택소유자 중 2건 이상 소유 비율은 14.9%

2022111일 현재 주택 소유를 개인별로 분석하면 15309000명이 주택 소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소유보다 개인 소유가 많게 나타난 이유는 한 주택을 부부가 공동 소유하거나 혹은 가구원들이 거주 주택 이외의 집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택을 1건만 소유한 사람은 전체 소유자의 85.1%(13035000)인데 비해 2건 이상 소유한 사람은 14.9%(2275000)이었다.

통계청

한편 2021년보다 2022년에 주택소유 건수가 늘어난 사람은 962000, 감소한 사람은 652000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21년의 무주택자(35133000) 가운데 2%686000명이 유주택자가 되었으며, 같은 기간 동안 유주택자 14365000명 중 2.6%373000명은 무주택자가 되었다.

2건 이상 주택 소유자 비중이 높은 지역은 제주(20.1%), 충남(17.8%), 세종(17.3%) 순이며, 낮은 지역은 인천(13.5%), 광주(13.6%), 서울(14.0%) 순으로 나타났다./시사인 이종태 기자

 

애국보수' 노년층 복지 관점, 종편이 좌우한다?

노년층, 보수적 복지관 가져종편 안 보면 다른 세대와 유사

종합편성채널의 복지 정책에 대한 논조가 노년층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년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복지 정책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데, 종편을 통해 정보를 얻지 않는 노년층은 다른 세대와 다르지 않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송정민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전임연구원은 지난 6월 미래정치연구소에서 발간한 미래정치연구에 게재한 논문 <애국보수는 누구인가 : 노년층의 복지거부와 미디어 영향> 논문을 통해 종합편성채널이 노년층의 보수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종합편성채널 CI

노년층일수록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된다. 송 연구원은 “‘태극기 부대의 시위에서 노년층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드는 모습들이 자주 포착되면서, 노년층은 이른바 애국보수를 대표하는 연령층이 됐다고 밝혔다. 다만 노년층이 지지하는 보수정당은 전통적으로 그들의 직접적인 이익과 관련 있는 복지 분야에서 소극적 모습을 보인다.

송 연구원은 노년층의 미디어 환경을 분석해 그 원인을 찾아봤다. 송 연구원은 한국의 노년층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많은 복지 제도의 도움이 필요하고, 노동소득보다 마땅히 더 많은 공적 이전소득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노년층의 자기이익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송 연구원은 종합편성채널이 만들어내는 프레이밍 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종편뉴스에서 복지 이슈는 복지 제도의 도움이 꼭 필요한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세금 부담과 같은 중산층 이상의 계급적 관점이나 국가부채와 같은 거시경제적 측면, 혹은 포퓰리즘과 같은 선거전략의 차원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당장의 비용을 더 우선시하게 되고 정책 자체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 아닌 정치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시행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20204월 발표한 한국복지패널조사 결과다. 평소 종합편성채널을 접하는 노년층이 복지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했다. 우선 노년층이 복지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가진 건 분명했다. 복지 정책에 대한 입장을 11점 척도(0~10, 점수가 높을수록 복지 정책에 긍정적)로 알아본 결과, “성장보다는 복지”·“보편적 복지항목에서 60대 이상 노년층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송 연구원은 한국의 노년층은 복지 태도에서 가장 보수적인 태도, 복지규모확대에 대해 반대하는 태도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종합편성채널 경험 유무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있었다. 60대 미만 응답자의 경우 종편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더라도 복지태도가 보수화되지 않았다. 반면 노년층의 경우 종편 경험이 복지 태도 결정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송 연구원은 우려스러운 점은 노년층의 애국적인 태도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정파적 미디어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종합편성채널로부터 정치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지 않은 노년층에게서는 노년층-복지거부태도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년층의 60%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정보를 종합편성채널로부터 획득하였다고 응답하였으며, 이는 20·30·40·50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김지은씨 ‘2차가해 보도언론사들 손배 판결 어떻게 나왔나

고등법원, 연합뉴스·일요서울에 손배 판결 언론사, 2차피해 없도록 주의 의무 있어

공무수행 중인 김지은씨 확대·강조 보도 일요서울엔 김씨가 거짓말했단 인상 심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다루며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성 보도를 한 언론사들에 법원이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언론사들이 상고 포기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문제 보도가 나온 지 57개월 만이다.

서울고등법원 13민사부는 지난달 13일 안 전 지사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한 김지은씨가 연합뉴스와 일요서울 등 5개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김씨에 일부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연합뉴스(연합뉴스TV 포함)가 김씨에게 1500만 원을, 일요서울이 300만원을 손해배상하고 문제 보도 부분을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 포함)20183~1215건의 보도에서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을 다루며 안 전 지사 수행비서로 일하는 김씨 모습이 찍힌 영상을 강조 편집해 자료화면으로 내보냈다. 과거 촬영된 영상 가운데 김씨가 공무 중인 안 전 지사를 수행하는 모습을 안 전 지사와 함께 확대한 뒤 빨간 동그라미를 합성하거나 타인을 흐림처리하는 방식으로 강조한 영상들이다. 김씨 측은 연합뉴스에 영상 삭제를 요구했으나 연합뉴스는 응하지 않았고, 김씨는 기사 삭제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는 재판에서 해당 영상이 공익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씨가 방송에 얼굴을 밝히고 성폭력 피해를 폭로했으므로 자신 모습이 담긴 다른 영상 공개에도 동의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낸 성차별의 저널리즘에 대한 대가(Sexism’s Toll on Journalism)” 보고서 페이지 갈무리

재판부는 1심과 2심에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공인이 아닌 보호 대상이라고 거듭 판단했다.

김씨에 불필요한 관심 불러일으킨 보도, 2차피해 우려

서울중앙지법은 1심에서 원고(김씨)는 어디까지나 관련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라며 성폭력 사건이 유력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이자 충남도지사인 안희정에 의한 것으로 공적인 사안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김씨는 그 수행비서 내지는 정무비서에 불과한 사람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김씨가) 안희정의 범죄나 도덕성과 관련한 검증에 관련된 인물이라 할 수는 있으나 원고 본인이 공적 인물의 지위를 취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영상이 성폭력 사건과 관련이 없는 데다, 김씨가 해당 영상 공개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언론사가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을 의무를 진다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언론사는 피해자인 김씨에 대한 보도에 관하여 김씨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이 상당하다초상을 대외 공표하는 데에도 김씨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거나 명백히 그 동의가 추단되는 경우에 한해야 하고 공표 범위도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연합뉴스가 김씨 얼굴에 각종 편집으로 강조한 점도 2차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들 사진과 영상은) 김씨 얼굴에 초점을 맞추거나 이를 확대, 강조하고 있다며 시청자에 해 김씨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김씨에 대한 2차 피해를 야기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특히 일부는 김씨가 안희정과 밀접한 거리에서 그를 수행하는 내용인바, 마치 김씨와 안희정이 서로 친밀한 관계로서 김씨에게 마치 관련 성폭력 사건을 유발한 책임이 있는 것처럼 인식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인용했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시민 30여명은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드는 보통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오늘

법원은 안 전 지사 측근의 김씨에 대한 명예훼손성 발언을 검증이나 반론 없이 보도한 언론에 대해선 일부만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했다.

일요서울은 20185월 안 전 지사 측근이자 전 수행비서인 어아무개씨의 김씨가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을 전달하면서 본지는 김지은씨 변호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법무법인 온세상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지만 오히려 법무법인 측에서는 김씨 사건을 맡고 있지 않는다는 여성 직원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당시는 장윤정정혜선 변호사가 김씨의 공익 변호인단으로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있을 때다.

재판부는 “(일요신문의) 적시 사실은 허위라며 보도는 독자에게 마치 김씨가 관련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거짓말했을 수 있다는 인상까지도 심어주게 되는바, 김씨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됐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 관련 기사 : 법원, ‘김지은 비방’ 2차 가해한 안희정 측근에 벌금 200만원 ]

재판부는 그 외 일요서울의 보도에 대한 김씨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요서울은 어아무개씨가 김씨의 평소 행동을 문제 삼거나 김씨가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는 발언을 보도했다. 일례로 김씨가 관사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주장한 적 없는 상황에서 어씨가 청경에게 확인해본 결과 김씨가 25일 관사에 온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 어떻게 관사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인터뷰 등이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김씨가 관사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적시됐다고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보도에도 어씨 주장이 허위임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허위라 하더라도 부수적이고 사소하다 김씨에 대한 모욕이나 인신공격으로 보기 어렵다 등 이유로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9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 참가자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unsplash

민주원씨 페북 주장 따옴표 보도엔 인정 안돼 인용일 뿐

법원은 안 전 지사의 당시 배우자 민주원씨의 김씨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검증 없이 직접인용 보도한 언론사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각 기사가 민주원의 주장이나 의견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고, 그 이하에는 민주원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의 전문을 그대로 게재했을 뿐이라고 했다.

민주원씨는 2019년 안 전 지사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씨의 고발을 두고 미투가 아니라 안 전 지사를 유혹한 불륜사건이라고 주장했다.민씨는 이 과정에서 김씨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던 개인 진료기록과 카카오톡 대화 기록 일부를 공개했다. 헤럴드경제(6)와 머니투데이(2), 아주경제(3)가 제목에서 김지은 거짓말” “미투가 아니라 불륜입니다” “그들은 연애를 하고 있었다등 민씨 주장을 직접인용하면서 전문을 전했다.

언론사들과 김씨가 2심 판결에 상고하지 않으면서 선고가 확정됐다. 안 전 지사의 위력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 지 4년 만, 이번 손배소가 공익소송 일환으로 20217월 시작된 지 23개월여 만이다.

20181121일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직장 성폭력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 명예훼손한 따옴표저널리즘’, 누가 책임 지나

김씨를 대리한 권현정 변호사(법무법인 시완)은 이번 판결 의미를 두고 김씨는 방송에 출연해 피해를 처음 알리고 기존에도 언론에 얼굴이 노출된 부분이 있었다. 연합뉴스는 이를 근거로 김씨가 공인에 준하는 위치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씨와 같은 미투 당사자들이 공인에 의한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사인((私人)이며, 그에 한정해 언론에 나왔을 뿐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다만 인용 보도라도 명예훼손이 인정된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씨의 주장을 검증 없이 인용한 보도에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언론은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시점에서, 피고인의 배우자로 공신력을 인정할 수 없는 민씨의 일방 주장을 어떤 검증이나 반론도 없이 기사화했다. 재판부는 누군가가 그 말을 했다고 보도해서 문제 없다고 주장하지만, 따옴표 기사가 쏟아진 뒤 민씨 주장은 마치 언론의 검증을 거쳤다는 듯이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언론사의 따옴표 저널리즘은 그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은씨는 20183월 안 전 지사에 의한 성폭행을 공개 고발하면서 한국사회 미투(#metoo) 운동의 불씨를 당겼다. 대법원은 20199월 안 전 지사에 도지사이자 유력 대권주자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6개월을 선고했다./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AI가짜뉴스선관위 칼 뺀다

총선 앞두고 대응 역량 강화 AI감별반·데이터분석반 신설

국회 AI생성물 법안 통과 촉구 2024년 총선 개표 육안심사 강화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성 소수자 혐오 연설을 하는 영상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경찰에 연행되는 사진 등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생성물들이 온라인에 퍼져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생성형 AI를 악용해 가짜뉴스를 퍼뜨린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각종 선거에서 가짜뉴스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 4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방지에 칼을 빼 들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4일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AI 전담반을 운영 중인 중앙선관위는 앞으로 ‘AI 감별반데이터분석반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선관위는 내년 2월쯤 검찰·경찰·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유관기관과 네이버·카카오·구글·메타 등 기업이 함께하는 대책회의를 열어 공조를 요청하고 협업할 계획이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짜뉴스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1997년 대선 당시 총풍사건처럼 선거 직전에 상대방에게 불리한 가짜뉴스를 만들어 터뜨려놓고 선거에 영향을 주면 선거 이후 처벌은 받더라도 이미 지난 일을 어쩔 수 없게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최선을 다해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대응팀을 만들고 유관기관에도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지난 7생성형 AI를 활용한 선거운동 등 관련 운용기준을 마련했고 8월부터 허위사실공표·비방 특별대응팀AI 전담반을 편성해 운영 중이다. 김 총장은 현재 운영 중인 AI 전담반에 추가로 내년 210일부터는 AI 감별반과 데이터분석반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AI 생성 콘텐츠 여부 판독률을 제고하고 AI 등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 지지·반대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를 탐지할 예정이다. 다만 김 총장은 문제는 관련 법령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만으로 처벌하는 것밖엔 특별한 수가 없다는 점이라며 이미 국회에서도 AI 생성물 관련 법안이 여럿 발의돼 있는데 그 법안들이 좀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연행되는 가짜 사진

AI를 선거에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김 총장은 생성형 AI의 이점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관위도 지난해부터 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내부 행정 관리 시스템이나 검색엔진 형식으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내년 총선 개표 때 투표지 육안 심사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사무원이 일일이 확인하는 사실상 ()개표를 하겠다는 취지다./박지원 기자 g1@segye.com

스톡옵션, 상장 1년 내 먹튀 매각무려 15%

경제개혁연구소 최근 10년간 유형 분석 기업가치 높이라고 줬더니반년 뒤 7%

카카오페이 대표적, 한달 뒤 40.8배 먹튀 그 뒤 주가급락, 소액주주들이 손실 떠안아

스톡옵션으로 불리는 주식매수선택권이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높이는 대신 임원진의 배만 채우는 데 쓰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 성과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려야 할 임원들이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 매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주가 급락으로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 지난 2021년 말 화제가 됐던 카카오페이 먹튀사건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이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 2023.8.04. 연합뉴스

경제개혁연구소가 13일 발간한 스톡옵션 현황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2013~2022) 동안 스톡옵션 행사 후 취득 주식을 매각한 460건 중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이루어진 사례가 33건에 달했다. 상장 후 1년 이내로 범위를 확대하면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 매각 사례는 70건으로 늘어난다. 이 중에는 20211210일 당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보유주식을 전량 매도한 카카오페이 먹튀사건도 포함된다.

상장 후 1년도 안 돼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그렇게 취득한 주식을 곧바로 매각하는 행위가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은 전제 조사 대상 460건의 상장일과 매각날 간격의 평균값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22년까지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을 매각한 460건의 상장일과 매각날 간격의 평균값은 3252일로 8~9년 사이였다. 대부분 스톡옵션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카카오페이는 2021113일 상장했는데 상장한 지 한 달이 안 된 1124일 류영준 대표를 비롯한 8인의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카카오페이 주식 약 44만 주를 취득했다. 이들은 이 주식을 1210일에 동시에 매각했다. 그러자 카카오페이 주가가 급락했고 시장에서는 카카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에 대해 코스피 상장사 중 다수의 경영진이 동시에 주식을 매각한 것은 전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스톡옵션의 취지, 즉 주주의 이해와 경영진의 이해를 경영진의 보수구조로 일치시키려는 취지에 부합하냐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페이 사건은 단지 내부 지배구조의 하나인 경영진 보수 구조가 최적인가 아닌가의 문제뿐 아니라 경영진의 이러한 행위가 기업의 주가와 평판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는가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임원진은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 매각을 통해 총 877억 원의 이익을 챙겼다. 1인당 평균 매각이익은 110억 원에 육박한다. 주식 취득가격(행사가격)40.8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소액주주들은 이들의 행위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 먹튀 소식이 알려진 뒤 카카오페이 주가는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자료 : 경제개혁연구소.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 매각한 사례

문제는 국내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이 특별하지 않다는 점이다.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을 매각한 33건의 경우 매각가격은 취득가격의 16.2배에 달했다. 이는 전체 평균인 4.1배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의 사례와 같이 스톡옵션 행사 후 곧바로 주식을 매각하는 현상은 국내에서는 상당히 보편적이다. 경제개혁 연구소는 스톡옵션 행사 후 매각까지의 간격이 짧다는 것은 전체 주식 보유기간이 길지 않다는 뜻으로 주식 장기보유를 통한 중장기 기업 가치 개선이라는 스톡옵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스톡옵션 행사 후 1개월 이내에 3만 주 이상을 전량 매각한 사례는 20건에 달했고 평균 매각물량은 약 10만 주로 전체평균 17000주의 6배에 육박했다.

미국 기업들은 스톡옵션이 중장기 기업 가치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상장 후 먹튀 위험뿐 아니라 스톡옵션이 단기 경영 성과에 치중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스톡옵션을 보완할 새로운 주식 관련 보상 제도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영 성과와 연동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대표적이다. 목표 실적을 달성해야 보너스 금액에 상당하는 주식을 지급하는 식이다. 한 번에 주지 않고 몇 년에 걸쳐 주는 것도 차이점이다. 양도 가능 시점을 장기로 설정해 책임 경영과 장기근속을 유도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주주의 이해관계와 일치시키는 주식 관련 보상은 그 자체로 취지는 좋으나 카카오페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적절하게 규율하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기업은 계약 조건을 더 정교하게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박원 에디터 시민언론 민들레

청년인구 집중의 핵심 키워드, 20대 여성의 상경

2010년대 중반부터 20대 여성의 서울 이주가 급격히 늘었다. 사진은 112일 오전 서울역 플랫폼에서 에스컬레이터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모습.시사IN 조남진

2017년에 방영한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는 경상남도 남해군 출신 1988년생 윤지호라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속 지호는 반동적이다. 사회적 통념이나 관습을 거스른다는 뜻에서 그렇다. ‘여자는 당연히 집 근처 교대에 가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몰래 서울 대학에 원서를 넣고, 입학식 전날 야반도주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려는 친구들과 달리 드라마 보조 작가의 길을 택한다. 월세방을 전전하느라 생계 걱정에 연애를 포기했지만, 수제 맥주라는 자신의 취향만은 포기하지 못하는 캐릭터다. 당시 드라마는 서울에 거주하는 2030 1인 가구 여성의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지호의 삶은 변화와 반동이었지 평균이나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6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 속 지호의 삶은 더 이상 반동적이지 않다. 2023년 현재, 지호보다 10~15살 어린 20~24세 여성은 더 많이, 더 빨리 서울로 향하고 있다. 지방 소멸과 청년인구 유출이 상수가 된 현재,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모두 청년인구 포섭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청년들이 어떤 경로로 서울로 이주하고 있으며, 이들이 정작 서울에 이주한 뒤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설익은 분석만 부유한다.

시사IN은 도시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씨와 함께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주민등록 인구이동 데이터를 분석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서비스(MDIS)를 이용해 인구이동통계를 연령, 지역, 세대주 여부, 가구원 수 등으로 쪼개고 재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가 뭉뚱그려서 청년인구의 서울 이주라고 지칭했던 현상이 ‘2015년부터그리고 ‘20대 여성 인구를 중심으로급격히 변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상을 우리는 다시 규정해야 한다. 현시점 비수도권 지방의 인구 유출 문제는 젊은 여성의 급격한 서울 이주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통계청의 인구이동통계는 전입신고를 기반으로 한다. 전입신고는 적극적인 이주의 기록이다. 고시원이나 기숙사, 지인의 집에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주거 이동이 아니라 정식으로 내가 속한 행정구역을 바꾸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전입신고 데이터는 이주를 보수적으로 집계한다. 이 전입신고 데이터에서 인구이동이 급격하게 관측된다는 것은, 실제 세계에서는 이보다 더한 이주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인구이동 데이터를 성별, 연령별(5개년)로 쪼개 2001년부터 2022년까지 흐름을 분석해봤다. 흔히 말하는 상경이란 고향을 등지고 서울에서 자취하는 생활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서울 밖에서 살던 청년인구 가운데 서울로 이주한 20~341인 이동을 따로 추렸다. 그 결과가 아래 그림 1이다. 그림에서 2010년대 중반부터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다. 유독 20~24세 여성의 서울 이주가 급속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무렵부터 25~29세 여성의 이주 역시 함께 상승곡선을 그린다. 20대 여성 전반의 서울 이주가 2015년 이후 일종의 대세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상경20대 후반 남성이 주도한 흐름이었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에 직장을 잡는 생애 모델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그림 1에서도 2000년대 25~29세 남성의 서울 이주 흐름이 다른 모든 성별·연령별 집단을 압도한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부터 폭증한 20대 여성 이주의 흐름은 이제 대세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20대 전체를 놓고 보면 여성의 서울 이주는 남성을 넘어섰다. 특히 20~24세 여성의 서울 이주는 이제 25~29세 남성의 서울 이주에 근접한다. 드라마 속 지호의 삶은 더 이상 반동이 아니다. 고향을 등지고 서울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초반 여성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구이동이 되었다.

이번에는 이동의 범주를 조금 달리 설정해보자. 비수도권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이동하는 청년인구의 흐름은 어떨까? 그림 2에서 그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서울만 놓고 본 그림 1과 큰 흐름은 비슷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남녀 모두 201인 이동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20~24세 여성의 수도권 이주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이동의 수만 놓고 살펴봤다. 그런데 감안해야 할 지점이 하나 더 있다. 20대 인구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2022년 기준, 20~24세 총인구는 약 302만명인 반면, 30~34세 인구는 약 325만명이다. 10년 동안 ‘20대 초반 인구20만명이 줄었지만, 서울로 이주하는 20~241인 가구의 수는 10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나라 전체에 청년은 줄어들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서 서울로 쏠리는 비중은 전보다 늘었다. 특히 이제는, 여성이 더 많이 쏠린다.

여성일수록, 서울을 떠나지 않는다

세상에는 서울 밖으로 나가는 청년인구도 있다. 서울의 밀도가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특히 청년인구의 밀도가 어느 정도로 유지되는지는 전입인구에서 전출인구를 뺀 순전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은 성별, 연령 구간별 서울 순전입 인구를 계산한 표다. 막대그래프에서 여성 20~24부분이 차지한 비중을 살펴보자. 2012년부터 20~24세 여성은 서울 순전입의 규모가 가장 큰 집단이다. 서울을 등지는 여성의 비율, 즉 전출인구가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2022년 현재, 20~24세 여성의 순전입은 24322명이다. 20~24세 남성이 13682, 25~29세 남성이 13431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청년인구를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 20대 초중반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점점 이주가 줄어드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에서 행정동 경계를 넘어 이동한 사람은 모두 615만명이다. 이는 958만명이 이동한 2002년에 비해 약 36% 감소한 수치다. 흥미로운 것은 전체 이주는 줄어들지만 혼자 이동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에는 혼자 이동하는 사람들이 약 300만명이었지만, 2022년까지 그 숫자는 344만명으로 증가했다. 이제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한다는 사람들 가운데 둘 중 하나(56%)혼자이사한다. 이런 이주의 변화 속에서 서울로 향하는 여성 1인 이동은 점차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림 4를 함께 살펴보자. 전체 이동 인구 대비 20~341인 가구 서울 이주의 비율을 성별, 나이대별로 그린 그래프다. 2015년 서울로 이주한 20~24세 여성은 전체 이동 인구의 0.35%에 그쳤다. 그러나 이 비율은 2010년대 후반부터 크게 높아져 두 배 수준인 0.72%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25~29세 여성의 서울 이주 비율도 0.38%에서 0.64%로 증가했다. 전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구이동 가운데 1.36%20대 여성이 혼자 자취하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이주다. 언뜻 큰 숫자가 아닌 것 같지만, 이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법하다.

20대 여성은 왜 서울로 향하는가

20대 여성 인구의 서울 이주 폭증은 아직 낯선 이슈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 전개되는 정치적 논쟁에서 이들 인구에 대한 정책이 심도 깊게 논의된 적은 드물다. ‘현상 인식에서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다. 오히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여성 인구 유출이 더 큰일이라는 위기감을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막상 수도권은 흘러 들어오는 인구의 성비를 잘 따지지 않는다. 반면 유출을 겪고 있는 비수도권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전출해 나가나 살펴봤더니, 20대 여성이더라하는 분석이 등장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사회에서는 20대 여성 인구의 유출 원인으로 일자리를 지목한다. 20대 여성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53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토론회는 아예 토론 주제를 충북 청년 여성의 인구 유출 현황과 정책과제로 잡았다. 지난 10년간 전출 데이터를 살펴보니, 청년 남성은 순유입되었지만 청년 여성이 순유출되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자리에서 제기된 문제의 핵심은 결국 일자리다. 성별 임금격차, 취업을 위한 직무 경험 기회 부족,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이 지역의 청년 여성 인구 유출의 원인으로 꼽혔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흐름이 2010년대 중반부터 가속화된 것일까? 비수도권 지역에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어째서 최근 몇 년 사이에 20대 여성의 서울 집중이 가속화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산업이 변했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 20대 여성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산업과 일자리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집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난다를 쓴 장민지 교수는 2030 여성의 서울 이주와 주거 변화를 연구한 인물이다. 장 교수 본인도 20대에 서울로 이주한 경험이 있는 1980년대생 여성으로, 지금은 경남 창원에서 20대 학생들을 가르치며 상담하고 있다. 장 교수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콘텐츠 산업이 부상하면서 20대 여성이 취업을 원하는 일자리를 비수도권 지역에서 찾기가 어려워졌다. 미디어나 디자인, IT 관련 업종 취업 자리는 서울 말고는 찾아보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19601970년대 20대 여성의 서울 이주는 생산직 일자리를 찾기 위한 여공의 이주가 주류였다. 시대가 변했고, 직종도 바뀐다. 여성이 취업을 원하는, 2010년대 들어 확대된 부가가치 높은 서비스 일자리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포진해 있다. 대표적 예시가 콘텐츠 산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음악·게임·방송·출판·광고·지식정보 등 각종 콘텐츠 산업 종사자 59만명 가운데 약 26만명이 여성으로 집계되었다. 수도권 집중도가 강할 수밖에 없는 직종들이다.

진학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예시로 든 이번 생은 처음이라속 지호 아버지의 인식은 2000년대까지 유효했다. 딸이 공부를 잘하더라도 지역 사범대나 교대 진학을 권유하고 실제로 인기도 높았다. 비수도권 지역 사회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적 안정을 확보하는 방식은 1980년대생까지는 나름 인기 있는 선택지였다.

그러나 지역 인구 감소와 더불어 이러한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수요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가 거점 국립대학인 전남대학교는 2021년 사범대 입학생 모집에서 처음으로 미달 사태를 겪었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자원도, 남성 차지가 되는 경우가 잦다. 장 교수는 지역에 남아 있는 가부장적인 문화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20대 여성도 많다. 지역에서는 그나마 여성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남성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젊은 여성이 서울로 이주하고 난 뒤에도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이유다라고 말한다.

2010년대 중반에 확대된 사회문화적 변화도 여성의 서울 1인 가구 이주 확대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MBC 나 혼자 산다와 같이 1인 가구의 생활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이 시기에 등장하며 인기를 끌었고, ‘직방’ ‘다방’ ‘오늘의집같은 부동산 관련 플랫폼 서비스의 등장, 전세대출 제도의 확대 등도 201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변화다. 게다가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등장으로 대도시 서울에서 일상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비수도권 지역과 어떤 인프라 차이를 보이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문화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2030 여성에게 핵심 요소가 된다. 이들이 현재 주요 콘텐츠 산업의 주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인구 댐광역시

1994년생 동갑내기 두 사람의 사례를 살펴보자. 대전에서 자란 1994년생 당최(@dangchoi_)’씨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원룸으로 이사했다. 당최씨는 강남 원룸에서 혼자 살기를 주제로 인스타그램에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서울로 상경20대 여성 1인 가구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그의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팔로어도 1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나이인 치과위생사 나루(@naru.diary)’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산에서 이주해온 그 역시 지난해 처음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하며 인스타그램에 자취 생활을 담은 웹툰을 올리고 있다. 나루씨는 원래 부산 지역 종합병원에서 일했다. 함께 근무하던 치과 과장이 서울에 병원을 개원하면서 주거비를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스카우트했다. 연고가 없는 낯선 환경으로 이주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지만 그는 부산보다 크고 인프라가 많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다. 다만 비싼 물가는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동갑내기 두 사람의 이주에는 공통점이 많다. 새로운 도전을 원하며 서울로 이주해왔다. 디자인과 보건의료 영역이라는 각각의 직역 역시 서울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본업 이외에 이주 생활을 주제로 창작 활동을 한다는 점도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래 살던 고향이 한국 사회에서 나름 규모가 큰 광역시라는 점도 두 사람의 이주에서 눈여겨보게 되는 지점이다.

그림 52022년 한 해 동안 1인 가구로 이주한 사람들의 이동경로 분포를 보여준다. 시사IN은 이주의 공간적 형태를 서울, 경인, (인천 제외) 광역시, 그리고 기타 비수도권 중소도시로 나누었다. 비수도권 광역시와 중소도시에서 각각 어떤 형태로 이주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접한 광역시로 향하는 이주. 전통적으로 광역시는 인근 지역의 1차 이주지로 손꼽혀왔다. 대도시로서 지역에 교육·의료·서비스 인프라를 제공하고, 자생적인 산업을 확보한 곳도 많다. 그래서 광역시는 지역에서 일종의 인구 댐역할을 한다.

20~24세 남성, 25~29세 남성의 경우 인접한 광역시로 이주하는 흐름이 여전히 강고하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달랐다. 20~24세 여성은, 특히 비수도권 중소도시 출신 20대 여성은 주변 광역시에서 기회를 찾기보다는 곧바로 서울로 향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광역시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인구도 많다.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곧장 상경하는 풍경, 이것은 비수도권 광역시가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대 남성이 지역에서 경인 지역으로 이주하는 비중이 상당한 반면, 20대 여성의 경우 경인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는 주거 환경에 대한 선호도 차이가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20대 여성의 경우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울 것, 최대한 안전한 주거 형태일 것, 사람들이 북적이는 환경일 것 등을 주거 선택의 주요인으로 꼽는다. 그래서 비싸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좁더라도 서울 내에서 주거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인구·도시 이슈의 중심에 선 20대 여성

20대 여성의 서울 쏠림은 여러 후폭풍을 낳는다. 특정 세대, 특정 연령대의 공간적 쏠림은 세대 간, 성별 간 불평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에서 1인 가구로 거주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다. 높은 주거비와 물가를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일자리가 많다고 해서 그 일자리들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20대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는 각종 서비스 일자리, 특히 IT, 콘텐츠, 서비스 업종의 경우 이직이 잦고 비정규직도 상당하다. 높은 생활비를 감당하면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세대 간, 성별 간 자산 불평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우려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상경 이동조차도 계층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장민지 교수는 서울에 첫 주거지를 구하는 것처럼 초기 정착 과정에서 계층적 격차가 반영된다. 집에서 지원해주는 자원이 없을 경우, 고시원이나 지인의 집처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주거를 택하거나 지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상경 자금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앞서 소개한 당최씨나 나루씨도 집안이나 직장의 주거비 지원이 없었다면 정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서울로 이주하는 데에는 원래 거주하던 지역의 자원이 쓰인다. 서울은 그러한 개인의 청춘과 자원을 빨아들이며 최첨단 도시로 기능하고 있다.

이제 문제는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로 이어진다. 여성이 취업을 원하는 직장을 단기간에 비수도권 지역에서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원래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수도권이 독점하는 자원을 분배·분산하는 것은 장기간에 걸친 국가전략이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그에 앞서 현시점에서 접근 가능한 해결책은, 지역에 존재하는 남녀 성별분업을 줄이고, 그나마 생기는 일자리를 나눌 때 남녀 간 차별을 줄여나가는 것뿐이다.

수도권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이주한 청년의 삶을 그대로 두고만 볼 것이냐를 물어야 하는 시점이다. 더 많은 주거비와 더 많은 생활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은 전국의 청년이 가진 젊음과 그들의 가족이 가진 사적 자원을 빨아들이며 성장하고 있다. 서울로 이주해 생활하는 청년이 겪을 장기적인 격차를 좁히고 비수도권의 자원 배분 요구(산업과 일자리, 인프라 등)에 전향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그나마 공생하며 살 길이다. 이 같은 자원 배분은 결국 정치가 할 일이다. 서울의 범위를 넓히는 데 골몰하기보다, 서울이 무엇 때문에, 누구 덕분에 최첨단 도시로 기능하게 되었는지를 자각하는 게 우선이다.시사IN김동인 기자

상경하는 20대가 선호하는 동네도 바뀌었다

서울은 20대 청년을 빨아들인 뒤, 30대부터 내뱉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정착하는 동네도 달라졌다. 특히 여성들은 더 높은 주거 비용을 감당하며 서울로 이주하고 있다.

여성 거주 비율이 높은 강서구 가양1동 일대. 대로변에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다.시사IN 조남진

우리 주변에서 누가 이동하는지, 누가 이사를 다니는지를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지난 20년간의 기록을 보면, 혼자 이동하는 사람의 절반(2022년 기준 49%)20~34세 구간에 걸쳐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초혼 연령은 남성 33.7, 여성 31.3세다. 흔히 자리를 잡기 전에 많은 젊은 성인이 직업, 학업, 또는 다른 이유로 움직일 것이라는 통념과 들어맞는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혼자 움직이는 젊은 성인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움직이고 있을까?

시사IN과 함께 작업한 이번 인구이동통계 분석에서 우리는 전국 권역을 크게 네 곳-서울, 경인, (인천 제외) 광역, (광역 제외) 비수도권 지역-으로 분류하고 혼자 움직이는 20~34세 인구를 살펴봤다. 보통 독립할 때에는 세대주(세대 분리)가 되고, 본가로 돌아갈 때에는 세대원(세대 편입)이 되므로, 두 케이스 모두를 포함했다.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권역별 내부에서의 이동이다. 전체 이동의 60% 정도가 권역을 넘지 않는다. 나머지 40%는 권역을 넘어가는 패턴을 보이는데, 그중 서울과 관련 있는(서울로 들어가거나 서울에서 나가는) 이동이 절반, 나머지 절반이 서울을 제외한 권역 간 이동이다.

그런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7월 기준 서울의 등록 인구는 940만명이다. 20년 전보다 88만명이 줄어들었다. 서울에 젊은이들이 그렇게 많이 온다는데, 왜 인구는 줄어들고 있을까? 연령 구간별로 서울로 들어온 사람들의 숫자에서 서울을 나간 사람을 빼 연도별로 계산했다. 30대를 기점으로 명확하게 갈리는 선이 보인다. 그 결과가 바로 그림 1이다. 20대와 30대의 이동 방향이 다르다. 지난 20년간 서울로 향하는 20대 초반의 순이동은 45만명, 20대 후반은 29만명이었다. 30대 초반은 오히려 10만명 규모의 음수값을 보인다. 30대 이상은 (서울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서울에서) 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림 1이 보여주는 서울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집안의 장남(서울)처럼, 집안의 핵심 자원을 빨아들이고 불필요한 자원은 내뱉는다. 인구이동만 놓고 보았을 때, 서울은 전국으로부터 청년을 빨아들이고, 30대가 되는 순간 이들을 내뱉고 있다.

이렇게 서울로 이주한 청년들은 과연 서울의 어느 동네로 가고 있을까. 지난 20년 동안 이들이 서울로 진입한 뒤 이주하는 공간적 패턴도 크게 변했다. 그림 2는 서울로 혼자 이동한 20대들이 주로 자리 잡은 행정동 상위 30개 지역을 표시했다. 그림 속에서 회색 음영으로 표기된 부분은 2002년 청년들이 자주 찾은 지역이다. 현 대학동인 관악구 신림9, 강남구 역삼1, 강남구 논현1, 서초구 반포1동 등이 주요 지역이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당시만 해도 처음 서울로 이주해온 1인 가구 상당수가 강남과 그 인근 권역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뒤, 이러한 공간 배치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림 2지도에서 노란색으로 표기된 지역은 2022년 서울로 이주한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들어온 동네다. 20년 전에는 없던 동네가 눈에 띈다. 금천구 가산동, 동작구 상도1, 영등포구 영등포동, 강서구 가양1, 성동구 사근동, 구로구 구로3동 등이다. 반면 과거 인기 있었던 강남구 논현1, 송파구 잠실본동, 송파구 석촌동 등 이른바 강남 권역은 이주가 뜸해졌다.

여성은 더 비싼 계산서를 받는다

20년간의 가장 큰 변화를 요약하자면, 대학 인근(신촌·안암·관악 등)을 제외하고는 테헤란로와 강남대로(논현·역삼, 삼성), 잠실(삼전·석촌)을 중심으로 뭉쳐 있던 동네들이 전부 사라지고, 구로, 금천(가산·독산), 동작(상도·노량진), 영등포(영등포·당산), 강서(가양·화곡) 등으로 흩어졌다는 점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20대는 더 이상 강남으로 가지 않는다. 아니, 주거비를 생각해보면 가지 못하는 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월세는 오르고, 집은 좁아졌으며, 여성은 더 비싼 계산서를 받는다. 그림 3을 함께 살펴보자. 2012년과 2022, 동일한 행정동의 40이하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오피스텔, 아파트의 동별 월세 계약 실거래가 평균을 계산한 자료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로 이주한 1인 가구의 생활비 변화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지표다. 전체적으로 면적은 약간 줄었고, 월세는 비싸졌다. 집의 연식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10년간 시간차를 감안하면 꼭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전입 성비를 살펴보면, 여성이 많이 전입하는 동네의 월세는 남성이 많이 전입하는 동네보다 전반적으로 비싸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20대 초반 여성의 전입 비율이 높은 서대문구 신촌동의 경우, 보증금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월세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강서구 가양1, 영등포구 당산2동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이 저렴한 주거 환경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로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기엔 부족하다. 이 격차는 주거형태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에 가깝다. 여성의 전입이 많은 지역(행정동)은 오피스텔이 밀집되어 있고, 실제로 오피스텔 계약 건수도 많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은 단독·다가구에 비해 평균적으로 보증금이 1000만원, 월세가 12만원 정도 비싸다. 특히 오피스텔의 경우 다세대·단독·다가구에 비해 관리비 역시 비싸다.

보증금과 월세가 더 비싼, 오피스텔이 많은 지역으로 여성이 몰리는 것은 20대 여성의 서울 이주에서 중요한 요소가 하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치안이다. 시사IN과 인터뷰한 한 20대 여성은 구옥 다세대 주택에서 혼자 살다가 이웃집 남성으로부터 위협을 느껴 곧바로 오피스텔로 이주했다. 관리비가 20만원 정도 나오지만 내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경비 아저씨께 드리는 인건비라는 생각에 수긍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데이터 분석 작업 과정에서 시사IN과 함께 만난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도 “1인 가구 여성의 이주에서 내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감각은 경제적 손해도 감수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20대 여성은 2010년대 중반 이후로 더 많이, 더 빠르게 서울로 몰려오고 있다. 그 대가로 여성들은 더 높은 가격이 적힌 청구서를 손에 들게 된다.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보내는 흐름이 단시간 내에 변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서울은 무엇을 해야 할까? 서울은 지방의 젊음을 빨아들인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서울은 상경한 젊은이를 착취하지 않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신수현 (도시데이터 분석가)/ 시사인

 

“2억원 웃돈 기대, 탁 트인 한강 조망" 기사... 사기 아파트 광고였다

한국 최초 미디어 감시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어디는 창간 특집으로 기사형 광고추적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광고는 말 그대로 광고로 보지만, 기사는 언론인의 취재와 검증을 거친 콘텐츠로 보고 대체로 믿습니다. 그래서 '기사처럼 생긴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기사의 신뢰'를 광고에 끼워파는 것이죠. ‘기사형 광고'는 언론사의 주요 변종 돈벌이 수단이 됐습니다. '광고'지만 기사로 위장한 탓에 허위 정보가 들어있어도 믿는 사람이 많고, 이것이 큰 피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른바 가짜뉴스'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는 학문적 법적 개념도 아니고 실체도 모호합니다. 전 세계 독재자나 권위주의 정부가 비판언론을 공격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가짜뉴스라고 부를 만한 게 있습니다. 바로 심의규정을 어긴 기사형 광고'입니다. ‘뉴스어디는 기사형 광고 심의규정을 위반한 언론사와 문제 기사를 전수조사해 특별페이지 '내가 본 기사, 사실은 광고라고?'에서 공개합니다. ‘기사형 광고피해 사례도 추적해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불법 기사형 광고매년 만 건 넘어매경 3년 연속 1

https://newstapa.org/article/G0VDY

“2억원 웃돈 기대, 탁 트인 한강 조망" 기사사기 아파트 광고였다

252명이 아파트 분양 사기를 당했다. 피해액은 약 260억 원. 2017년부터 추진한 서울 옥수동 지역주택조합 한강 옥수 우림필유이야기다. 조합장 한 모 씨, 감사 박 모 씨 등 8명이 34층짜리 4개 동, 593가구 규모 아파트 사업을 추진한다며 20174월부터 20216월까지 조합원을 모집했다. “강남보다 저렴하지만 강남과 비슷한 생활권이라는 의미의 뒷구정동’”, ‘2억원 웃돈 기대등의 기사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강남 생활권 돋보인다더니 이제와 원수에게 권하는 아파트’?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3101802109963080003

지난 1016일 한 모 씨 일당이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몇몇 언론은 이 사건이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아파트라는 점에 주목했다. “원수에게 권하는 지주택이라거나 주택법이 허술해 사기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디지털타임즈<“원수에게 권하라지주택 피해 막으려 구청까지 나섰지만>(1018일 이미연 기자)이라는 기사에서 매입 비용이 산꼭대기에서 굴러떨어지는 눈덩이처럼 무럭무럭 자라 조합원들에게는 추가분담금 폭탄이 될 거라 경고한다.

땅집고’(조선일보 자회사)<“옥수동 34층 아파트?” ‘400지주택 '분양사기'에 국토부 늑장대응 비판 https://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0/25/2023102500863.html >(1025일 배민주 기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허술한 법으로 인해 수백억 원대 분양 사기가 발생하자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대로 지주택의 사업 성공률은 10~20%에 불과하다. 일반인이 조합을 이뤄 시작하다 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사업 속도도 느리다. 재개발, 재건축과 달리 땅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토지 확보율이 95%를 넘지 않으면 사업 승인이 나오지 않는다. 옥수동 지주택 사기 일당은 조합원들에게 토지를 80% 확보했다고 했지만 실제 확보율은 8%에 불과했다. 이런 지주택 특성 때문에 사기가 자주 발생한다. 옥수동 지주택이 사업을 시작한 2017,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택 사기 피해주의보https://www.ftc.go.kr/www/selectReportUserView.do?key=10&rpttype=1&report_data_no=7311 를 발령하기도 했다.

기사처럼 보이게 기자 이름도지주택 조합원 기사형 광고 판단 어렵다

지주택 사업의 문제를 몰랐을 리 없는 언론사들이 2017년에는 과연 이 옥수동 사기분양 사업을 어떻게 다뤘을까.

조선일보는 <탁 트인 한강 조망, 일반 분양보다 10~20% 저렴하게 누릴 수 있다>(2017427일 고석태 객원기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합원 모집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이기 때문에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훨씬 낮은 공급가등을 강조했다.

옥수동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강점을 부각한 2017427일 자 조선일보 기사형 광고. 지주택 관련 부정적 측면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주택은 원수에게 권하라고 한 디지털타임즈는 5년 전에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이기 때문에 일반 분양 아파트 대비 훨씬 저렴한 공급가로 한강 조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자치구에 토지소유권율 등을 문의해볼 수도 있었지만, 이를 확인한 보도는 한 건도 없다.

디지털타임즈는 2017년 지주택 아파트를 두고 일반 분양 아파트 대비 훨씬 저렴한 공급가를 강조했지만, 2023년에는 지주택은 원수에게 권할 아파트라고 적었다.매일경제와 동아일보는 당시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며 분석하듯 기사처럼기사형 광고를 썼다. 매일경제 <한강조망·초역세권·강남생활권3박자 다 갖췄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70419/83940547/1 >(2017412일 배윤경 디지털뉴스국 기자), 동아일보 <“한강조망권, 초역세권에 강남생활권까지 다 갖췄네”>(2017420일 김민식 기자) 등은 “11·3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체감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웃돈까지 붙은지역으로 옥수동을 지목하며, 이 아파트 사업을 언급했다. 옥수 우림필유의 한 조합원은 저희가 본 광고가 기업형 광고(기사형 광고를 말함)인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했다. 사실상 광고인지 몰랐다는 말이다(전체 기사 보기: https://newswhere.org/news/money/582/ )

 

한국 끝났다G9도 헛꿈일본 언론 피크 코리아주장

일본 경제지 보도 한국은 끝났다

인구 절벽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

한국 경제성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국의 경제 성장이 사실상 끝났다는 주장으로, 이른바 피크 코리아론이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급속도로 이뤄지며 성장률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일본에 확산하는 피크 코리아=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일본 경제지 머니1’한국은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다. 신문은 기사에서 "한국 언론에서 중국 경제를 두고 피크 차이나라는 용어를 쓰며 중국의 경제발전은 이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한국의 경제신문에서조차 한국은 끝났다0%대 추락은 시간문제라는 어두운 전망의 기사를 내고 있다"며 이를 피크 코리아론으로 지칭했다. 기사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문이 수록한 1980년부터 2023년까지의 연도별 GDP 성장률 추이를 보면 한때 13%를 넘겼던 한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해 2.61%, 올해 1.40%까지 떨어진다.

10년 단위 평균치를 보면 1980년대에 평균 8.88%에서 1990년대 7.30%로 떨어진 뒤 2000년대에 4.92%로 급감했다. 2010년대 GDP 증가율은 3.33%를 보이더니 2020년대에는 1.9%로 하락했다. 더욱이 2020년대(1.90%)의 경우 아직 2020~20234년 치의 통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성장 내리막길의 진행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구절벽 원인G9도 물 건너가 = 신문은 한국의 내년 잠재성장률이 1.7%까지 떨어질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를 제시하며 이를 인구절벽에 의한 노동력 감소 결과로 풀이했다. 잠재성장률이란 노동력과 자본 생산성을 이용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최대치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이다.

또 신문은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근거로 한국은 G9에 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2022년까지만 해도 GDP 기준 전 세계 12위를 기록했지만 2050년에는 순위권 외(15위 이하)로 밀려날 것으로 관측했다. 신문은 "얼마 전 한국이 G9에 들 것이라는 취지의 소망을 얘기하는 기사가 한국 언론에 나왔지만, 이 자료만 봐도 한국의 G9은 불가능하다""몇 번이나 말하지만 한국의 성장기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보도는 국내 정치권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일본 경제계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사실상 끝났다는 피크코리아론이 확산하고 있다""일본의 주요 언론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낮게 전망하며 사실상 경제가 정점을 지났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문화 임정환 기자

 

지방소멸대응기금, ‘깜깜이나눠 먹기 운용

정부가 지방 살리기를 위해 수조 원 규모의 각종 기금을 조성해 운용해 왔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눠 먹기식 배분으로 실제 각 지역에 미치는 재정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을 지원하는 기금들이 상향식혹은 수평식제도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하향식관행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지방을 지원하는 기금은 점차 늘고 있다. 지방재정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선 2010년부터 연 3000~6000억 원 규모의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운영해 왔다. 정부는 2022년부터는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려고 연 1조 원 규모의 재정을 출연, ‘지방소멸대응기금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개인이 고향을 위해 기부하는 방식으로 고향사랑기부제도 시행하고 있다.

지방이 최근 가장 기대를 걸었던 기금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이다. ‘1조 원 기금으로 규모가 크고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목적으로 운용하는 최초의 재원이기 때문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자체(기초단체 75%, 광역단체 25%)에 직접 지원한다. 각 지자체가 사업안을 제출하면 정부가 이를 평가해 기금을 5등급(2024년부터는 4등급)으로 구분해 지급한다.

기금 배분은 A~E등급까지 평가등급인구감소지역’, ‘관심지역으로 구분된 인구감소 정도에 따라 다르다. 정부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투자계획을 수립하면 우수한 지역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며 자율성을 강조했다. 특히 지자체가 사업 내용을 제안하는 방식 때문에 '상향식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부 평가로 등급을 받게 돼 실제로는 하향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등급 판정의 기준을 알 수 없다면서 결국 주는 대로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부산의 경우 인구소멸 위기 해당 지역인 5개 지자체 부분 하위 등급을 받았다. 동구가 최저등급인 E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2개 지자체가 D등급, 2개가 C등급을 받았다.

‘1조 원 기금으로 주목을 받은 지방소멸대응 기금은 실제 지자체 수준에선 규모도 크지 않다. ‘나눠 먹기식 재원 배분으로 실제 해당 지자체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연간 10~100억 원 정도다. 행정안전부가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경우 부산시 본청과 5개 인구소멸위험지역(동구, 서구, 중구, 영도구, 금정구)이 받은 기금은 모두 합해서 지난해 217억 원, 올해 288억 원에 그쳤다. 부산시가 광역시 가운데 이례적으로 인구소멸 위험이 높지만 실제 기금은 대부분 농어촌 지자체에 집중됐다.

기금 효과도 불투명하다. 부산에서 기금을 가장 적게 받은 금정구의 경우 올해 배분액이 18억 원이다. 가장 많이 받은 서구는 80억 원을 받았다. 서구는 기금을 ·공가 개선사업’ ‘보행환경 개선사업’ ‘CCTV 설치사업’ ‘가로정비 사업등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인구소멸을 막는 사업보다 기존 도시 정비 사업에 활용된 셈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4억 원을 받은 동구는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3개 시설이 들어서는 어울림 복합 플랫폼건설에 기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 부지 변경 등 문제가 발생해 상반기(지난 630일 기준)까지 예산을 전혀 사용하지 못해 집행률 0%를 기록했다. 울산시도 올해 상반기 집행률이 0%. 지자체가 사업을 주도하는 상향식구조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집행률 0%는 발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배분 기준 불투명용처도 제각각지방 조세권 강화해야

정부가 지방소멸 대응, 지역 상생을 위해 운용하는 각종 기금의 실효성이 낮아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 배분의 형평성 문제가 계속되고 배분 규모도 전국 각 지역으로 쪼개지다 보니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의 지방세 비율 조정, 지방정부의 지방세 탄력세율 인상 등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재정을 지원하는 기금의 실효성 논란은 지방소멸대응기금 이외에 지역상생발전기금, 고향사랑기부금 등과 관련해서도 제기된다.

2010년부터 시행된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지역 상생을 위해 수평적상생을 강조했지만 지역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수도권 지자체가 지방소비세액의 일부(35%)를 비수도권 지자체에 배분하는 제도다.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가 재원을 만들어 다른 지자체에 주기 때문에 수평적 지방재정조정제도로 주목을 받았다.

정부 재정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시민단체 나라살림연구소분석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수도권 지자체가 출연한 지역상생발전기금은 628억 원에 달한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은 각 지자체의 재정력 지수등을 평가해 배분한다. 부산시는 2023169억 원을 배분받아 비수도권 지자체 중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배분금액이 적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부산시 재정자주도는 65.7%로 전국 최저다. 부산시 재정자주도는 매년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지만 지역상생발전기금 배분액은 비수도권 최저 수준이다.

정부가 수평적이라고 강조했던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지역 갈등의 원인도 되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도처럼 기금을 내는 수도권 지자체는 배분 금액이 적다며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재정을 지방에 지원하기 위한 제도지만 수도권 지자체는 상생이 아니라 희생이라며 반발한다.

수도권의 반발은 기금 재원이 수도권 지자체로 귀속되는 지방소비세에서 마련되기 때문이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를 지역에 배분한 세금이다. 결국 국세가 수도권 지자체로 갔다가 다시 비수도권 지방으로 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방소비세 배분 기준을 바꿔 비수도권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지역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기금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기금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에 설치하는 자금인데 지역상생발전기금에서 배분하는 재원은 각 지자체에서 자주재원으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의 용도는 출산지원금에서 도로 건설까지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2년 지역상생발전기금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부산시는 지난해 기금을 도시 숲 조성’ ‘을숙도대교~장림고개 도로 건설에 사용했다. 울산시는 출산지원금, 장애인 취업 지원 등에 썼다.

기존 기금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지만 정부는 민간에까지 지방재정을 지원해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올해 시행에 들어간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지자체 재정을 돕는 방식이다. 중앙정부 출연(지방소멸대응기금), 수도권 지자체 출연(지역상생발전기금)에 이어 민간 출연 방식의 지방재정 보조 사업까지 등장한 셈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의 경우 상당수 지자체가 기부금 모금액을 공개하지 않는 등 벌써부터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을 통한 지방재정 지원이 한계를 보이면서 정부가 지방 조세권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에서 근무할 당시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직접 입안했던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세원의 수도권 집중 때문에 인위적인 배분 방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지방교부세나 지방소비세 등 중앙정부가 배분하는 세금을 국세나 지방세가 아닌 균형세로 분류해 지방에 배분하는 데 대한 반발을 없애는 방식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대 강재호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의 지방세 탄력세율 조정 등 조세자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 지원만 요구하지 말고 지자체가 자체적인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지금도 지방은 충분한 조세자주권을 갖고 있다면서 지방세 11개 세목 중 8개 세목에 대해 표준세율을 50% 조정할 수 있는 탄력세율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자체와 정치인이 지방세 인상을 주민에게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 중앙정부에 가서 교부금, 보조금을 내놓으라는 말만 한다고 비판했다.

 

공매도 금지'에 환호하는 언론의 낯 뜨거운 자가당착

조선 "개인투자자들에 순풍" 중앙 "약발 먹혀"

'정치가 경제 오염' '총선용 정책' 비판 거의 없어

비판·분석없는 보도가 선거용 정책 남발 토양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전격 발표된 뒤의 주식시장 첫날인 6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급등했다. 예상됐던 대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거래 촉진 효과가 나타난 결과이다. 그리고 증시 이상으로 이를 반긴 것은 언론들이었다. '공매도 금지 효과로 134P 오른 코스피'라는 중앙일보 1면 머릿기사는 약발이 제대로 먹혔다고 했고, 조선일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순풍(順風)이었고, 개인투자자들이 환호했다'고 썼다. "공매도가 증시의 적이었다" "공매도 금지 조치로 공매도가 그간 주가하락의 주범이었음을 확인사살했다"는 온라인 투자 게시판의 글들을 인용해 투자자들이 환영 일색인 듯 전했다. 매일경제는 공매도 금지에 증시 급등이라는 머릿기사에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낙관적인 분석을 담았고, 머니투데이는 '후끈해진 증시가 신기록을 쏟아냈다'면서 "증시가 크게 환영했다"고 썼다.

공매도 금지, 메가 서울 등 여당인 국민의힘의 총선용 정책을 '민생''정책 어젠다' 경쟁으로 긍정평가하는 조선일보의 7일자 1면 머릿기사.

공매도를 난데 없이 내년 6월 말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에 대해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유를 빼고는 정당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민들레의 지적처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일요일인 5일 오후 갑자기 공매도 전면 금지안을 발표한 것에 담긴 총선 전략용 의도에 대한 언론의 지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공매도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과 공매도로 투자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겹치면서 공매도 금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갑자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조치가 실효성이 있는지, 국내 증시와 투자자에게 정말 이로운 정책인지를 따져보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미 대부분의 종목은 공매도가 금지돼 있는 현실, 지난 세 차례의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 등 심각한 경제 위기 때 예외적으로 발동됐던 조치라는 것,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 공매도는 증시를 활성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점 등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거나 기사의 말미에 겨우 붙이는 식이었다.

조선일보는 공매도 금지의 증시 활성화 효과를 앞세우고는 끝부분에서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의 공매도 금지로 터무니없는 주가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 “한국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는 보도를 인용한다. 중앙일보는 "하지만 약효가 오래갈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면서 우려없지 않다는 지적을 한마디 넣고 있다.

한국경제는 급등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말미에 중장기적 부정적 영향 우려를 붙였다. 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공매도 금지를 한국 정부의 실수로 본 그의 말 한국이 이런 실수를 반복하면 국제금융의 메이저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을 끼워 넣고 있다. 동아일보는 공매도 금지에 따른 쇼트커버링(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되사는 것) 효과는 하루 이틀짜리 이슈에 불과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기사 중간에 집어 넣고 있다.

이것이 공매도 금지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영향의 양면을 전하는 '균형잡힌' 보도인가. 그러나 큰 제목으로 '급등' '증시 환호' 등을 뽑고는 부정적인 측면을 기사 중간이나 말미에 넣는 식의 편집과 기사 구성은 형식적인 양비론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번 공매도 금지에 대해 그간 '정치가 경제를 오염시키는' 것에 대해 일관되게 규탄해 온 조선일보는 그러나 경제 사안의 정치적 결정의 전형적인 사례랄 수 있는 이번 조치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책 경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선의 1면 머릿기사는 총선 어젠다 전쟁 불붙었다는 제목으로 여당에 의한 '메가서울'과 공매도 금지를 '민생에 직결된' 어젠다로 칭찬하고 있다. 이 신문은 이 기사에서 "(공매도 금지는) 애초 신중했던 금융당국을 여권이 설득한 결과"라며 정치가 경제에 무리하게 개입했다는 점을 스스로 전하면서 이를 오히려 여당의 '실적'으로 포장하고 있다. '정쟁' 프레임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조선일보의 그간의 '정쟁' 비판 보도들과 비교할 때 이 신문의 이중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기사다.

공매도 금지에 대한 언론의 환호조의 보도, 비판적 분석 없는 보도는 김포의 서울 편입 추진 등 '메가 서울'에 이어 공매도 금지라는 총선용 정략적 공약이 왜 최근 잇따르고 있는지 그 큰 원인을 설명해주고 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들이 보여온 '순수한 경제' '불순한 정치'의 이분법적인 보도를 뒤집은 이들 보도는 그 자신들이 신랄하게 비판해온 '경제의 정치화' '선거용 정책의 남발'을 위한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명재 에디터 시민언론민들레

 

시민언론, 중립·객관 신화 벗어나 나쁜 권력과 싸워야"

기존 진보언론 담지 못하는 가치 담아내고 대중적 뉴스제공 vs 당파성 간 조화도 고민

기득권 된 진보언론 빈자리 맡아주길 원해

'쫄지 말고' 후퇴하지 말아야겸손은 기본

소유구조 투명성과 뉴스룸 민주주의 확보

시민의 평가와 다양한 목소리 참여시키고 다른 독립언론·시민단체들과도 연대하길

김성재 에디터(이하 김)= 대안언론, 독립언론이란 이름은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다. 시민언론이란 명칭은 학술용어도 법률용어도 아니며 새로운 개념이다. 어떤 언론이 시민언론인가?

심영섭 교수() = 시민언론과 대안언론이 같은 의미는 아닐 것이다. 시민언론은 시민들이 미디어를 통해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의 언론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엔 시민이 직접 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방송의 경우는 거의 불가능했지만, 지금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좀 더 쉬워졌다. 시민언론과 기성언론과의 차이는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과 뉴스의 문법이라고 보여진다. 유럽 같은 경우 1970년대 학생운동이 얼어났을 때 우후죽순처럼 시작됐지만 정착되지는 못했다. 언론이 장비산업이라서 그렇다. 인터넷 환경이 발전했지만 지금도 유럽에서는 자리잡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유럽의 기성 언론들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성 언론이 바닥 수준이라 시민언론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또 권위주의 국가에서 시민언론이 활발한데 기성 언론이 권력에 억눌려 있는 구조라서 그렇다.

최경영 기자() = 예컨대 ‘000TV(유튜브 방송)’는 시민언론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시민언론이란 후원계좌를 트고 한쪽 방향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그런 언론은 아니다. 뉴스타파 만들어질 때 개인적으로 시민언론이란 말을 거부했다. 뉴스타파는 보편적 공적 언론(매일의 뉴스를 대중에게 보도하는 언론)의 일부이니까 대안언론으로 특별히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였다. 공영방송 출신 언론인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공공성, 보편성에서 분리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방송도 과거 9시뉴스에서 했던 형식, 방송에서 늘 보아왔던 형식으로만 고집했던 것이다. 생산성 떨어지더라도 우리는 프로페셔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리즘도 괜찮다고 하면 다시 소외된다. 보편적이고 공적인 언론이 되려면 당연히 프로가 해야 한다. 그래야 보편적이고 공공적인 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 프로다운 치열한 서비스 정신과 윤리의식이 없으면 아무나 시민언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 = 시민언론은 보편성, 전문성, 공공성과 관련이 있으면서 당파성의 문제도 있다. 팩트엔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정치적 중립이란 것은 허구다. 정치적 중립의 가면을 벗어던지는 순간 일정한 당파성이 불가피하게 된다. 당파성이 가장 강하다면 정당의 기관지가 될 수 있겠지만, 시민언론은 정당 기관지와는 달라야 한다. 덜 편향적이고 보편성에 가까운 것, 그 차이가 있다. , 당파성이 불가피하지만 공공성, 전문성, 보편성이 관철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시민언론, 당파성 불가피하지만 대중성·전문성 노력도 필요

전지윤 칼럼니스트() = 지금은 대통령 전용기를 탈수 있는 언론사와 그렇지 못한 언론사, 압수수색을 당한 언론사와 아닌 언론사로 구분되는 시대다. 시민언론은 권력,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고 시민들이 참여하고 지원하는 언론이다. 더불어 시민언론은 개혁언론이고 진보언론이다. 2016년 촛불탄핵과 2019년 검찰개혁을 거치면서 시민언론이란 기존의 진보개혁언론이 담지 못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것에도 의미를 둬야 한다. 정권의 탄핵을 넘어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 시민들이 기존 개혁진보 언론에 만족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시민언론이 등장한 측면이 있다.

= 민들레가 그런 언론으로 탄생한 것이다.

= 뉴욕타임스는 대중언론이면서 정파색이 뚜렷하고 또 세계 유수 권위지다. 한국에선 시민언론 정도의 정치적 스탠스일 텐데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 미국 지넷(Znet)이란 매체는 굉장히 진보적인 주장이 많이 나오고 석학들이 글을 쓰고 있는데 미국인들은 이 매체를 보편적 언론으로 보지는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사설과 오피니언 칼럼을 내지만 정보와 팩트 위주의 기사가 7~8할 이상이 되기 때문에 언론으로 공공성,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언론이 보편성, 공공성을 획득해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진보언론이 원래 진보적인 분을 설득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시민언론 민들레가 너무 칼럼 위주로 간다면 시민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 것인가? 시민언론 민들레를 포함한 시민언론들이 더 성장하려면 보편적 기사에서 방향성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사회적 확산도 중요하다. 시민언론의 고급정보가 널리 보급되고 많은 시민들에게 도달해야 한다. 일정한 범위의 독자에 갇혀 게토화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좋은 기사를 다 알지 못한다. 게토 안에만 도달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시민언론의 좋은 기사를 접하도록 해야 한다. 같은 생각과 같은 지향을 가진 사람이 아닌 그 나머지 사람들이, 시민언론의 기사와 칼럼을 굳이 보도록 해야한다.

= 뉴스와 보도의 보편성 문제인데, 저널리즘이란 일기 혹은 매일의 기록, 즉 저널이다. 저널리즘은 보편적 뉴스를 계속 생산해야 한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조직이 작지만 그 한정된 조직으로 계속 보편성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시민언론이 안전지대(comfort zone, 같은 성향의 독자에만 기사를 제공하는 여론시장)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 일반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다양하고 많다. 그걸 제공하려면 상당한 정도의 물적, 인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민이 물적 기반을 댄다는 것에 딜레마가 있다. 처음부터 후원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겨레가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었다. 왜 조선일보를 많이 보겠나? 지독한 당파성에도 불구하고 재밌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뉴스가 많기 때문이다. 시민언론은 초기 취약한 물적, 인적 기반 때문에 출발 때부터 많은 걸 할 수 없다 보니 의견 전문지가 된다. 이렇게 되면 어차피 같은 의견 가진 사람만 보는, 확장성 없는 매체가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큰 지배력을 갖고 있고 크게 봐서 주류언론 내에 들어 있는데, 주류 언론의 그늘이 있기 때문에 지넷이 생긴 것이다. 주류성에서 빠진 것을 다루려는 게 대안적 언론이다.

= 대중성과 당파성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 좋은데 모순이 있을 수 있다. 한겨레와 경향이 전통적 진보에 갇혀 있지 말고 대중적 목소리를 넓히자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진보언론으로 성공했는가? 오히려 시민의 불만과 재정적 위기를 맞고 있다. 오늘 아침 뉴욕타임스에서 점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독자들이 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희생자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느냐는 이유 때문이다. 시민언론이 보편적 뉴스를 다 다루기는 어렵다. 여러 시민언론들이 각자의 영역에 맞게 경쟁하면서 동시에 자기 전문적 분야를 다루는 게 좋다.

=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일정한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어야 범위의 경제가 따라오는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를 포함해서 시민언론들은 소규모라서 범위를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라, 보편성을 지향하되 어쩔 수 없이 일정한 당파성, 즉 후원자의 지향에 맞추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보편성 지향의 의지마저 없으면 당파성이 너무 커져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존속을 위해 보편적 뉴스 전달의 의지는 유지하되 뚜렷한 의견 제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정 규모를 달성하지 못한 신생 매체가 이른바 주류 매체로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남는데, 주류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언론으로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성 진보언론의 객관·중립 신화에서 벗어난 새로운 목소리 원해

= 시민들이 시민언론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 시민들이 바라는 건 중립과 객관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민들의 불만은 한겨레와 경향이 여·야 반반 보도, 태극기 부대와 개딸 반반 보도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처럼 본다는 것이다. 또 프레임에 갇혀서 문재인 정부 당시 내로남불살아 있는 권력 수사프레임에 계속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 초기에 한겨레와 경향이 검수완박에 다 반대했다. 또 예전에 한겨레와 경향은 검찰공화국이 과장됐다고 했는데 지금 누가 검찰공화국을 부정하고 있나. 한겨레·경향을 보면 마치 아직도 문재인 정부 시절이고 민주당이 여당인 것 같다. 김건희 방탄, 김건희 사법리스크는 말 안하고 이재명 방탄, 이재명 사법리스크만을 계속 얘기한다. 여전히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 시민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기자들은 대개 강남 8학군에 명문대 출신인데 언론고시 보고 조선일보, 한겨레에 들어가서 그들끼리 사적으로 연결과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한겨레·경향이나 조중동이 비슷한 프레임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시민들은 시민언론이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목소리를 내주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 시민언론 민들레의 탄생은 한겨레와 경향 두 진보언론의 한계에서 오는 답답함이 열어놓은 것은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윤석열 정권과 제일 잘 싸울 언론으로서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 중요한 지적이다. 추미애·조국 상황에서 검찰 기자들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기자들이 명확하게 검찰의 편에 섰다. 그랬던 기자 중에 한 사람이 KBS 사장으로 왔다. 이재명이 국제마피아와 연계되었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다 거짓이었다. 가짜뉴스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고의로 집값 올렸다고도 했고 대중은 지금도 이 가짜뉴스에 현혹되어 있는지 모른다. 그런 것을 대중적 언론이 못잡아내니까 시민언론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초기와 비교하면 기득권화했고 그래서 원래 담당했던 역할에 빈자리가 생기고 그곳에서 시민언론의 역할이 생겼다. 예컨대 지난번 이태원 참사의 경우 민들레가 희생자명단을 공개했다. 그걸 한겨레나 경향이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기성화한 기자들이 다양한 한국사회 이해관계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언론을 검증해주는 역할을 누군가 해주어야 한다. 오보를 내고, 보도하지 않고, 사후적으로 옳았는지 틀렸는지를 판단해 주는, 즉 미디어비평을 해줄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디어비평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가고 또 독자들이 잘 읽지 않는 영역이다. 미디어비평은 일종의 내부 총질이라 좋은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역할을 시민언론이 해야한다.

= 언론은 제4부라고 한다. 권력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감시하고 비판해줘야 한다. 만약에 언론기관들이 담합해서 누가 누굴 비판하냐’ ‘아무도 하지 말자라는 묵계가 성립되어 있다면 큰 문제다. 미디어비평은 일반 시민의 눈을 밝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언론이 이걸 하지 않겠다면 그것은 기대와 신뢰를 완전히 배반하는 것이다. 언론은 일종의 대의 기관이다. 시민을 대신해서 펜의 권력을 갖고 있는데 펜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해선 안된다. 시민들이 대의 권력인 국회와 정당을 불신하는 것처럼 언론 불신도 심화할 것이다. 시민의 참여, 생산과 유통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하나의 방식으로서 시민언론이 요구되고 있다. 기성 언론질서를 깨는, 일반 시민의 무기로서 시민언론이 가치가 있을 것이다. 언론이 미디어비평을 하지 않으면 언론기관 자신의 정화기능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시민성 획득하는 게 언론을 통해서, 뉴스를 통해서 이뤄진다. 가장 기본적 역량은 뉴스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미디어비평을 꾸준히 내는 데에 박수를 보낸다.

시민언론, 쫄지 말고 후퇴하지 말고 겸손하게 가야

= 시민언론이 꼭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 두 가지다. 첫째, '쫄지 말라'는 것이다. 후퇴해서는 안된다. 시민언론이 마지막 보루다. 둘째, 권력화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기성 진보언론들이 후퇴한 지점, 자만심을 갖게 되는 지점에서 민들레가 할 일이 있다.

= 겸손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그리고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 시민언론이 (후원보다) 차라리 광고를 받는 게 깔끔할 수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광고 받는 좋은 언론사다. 방어벽만 확고하다면 광고는 언론사에 고마운 것이다. 언론은 기업도 북돋워 줘야 하는데, 광고를 매개로 기사를 쓰지만 않는다면, 광고가 편집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유연해지는 게 좋다.

=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 언론은 위기 상황이다. 불신이 심하다. 핵심은 이른바 조국 사태윤미향 마녀사냥’ ‘이재명 수사에 대해 언론들이 취했던 태도의 문제다.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보편적 상식으로 봤을 때 말이 되지 않는 보도를 하고는 같은 언론들이 입을 닫고 있다. 언론신뢰도 꼴찌의 이유다.

= 내부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은 언론이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없다. 시민언론일수록 뉴스룸 민주주의에 많이 노력해야 한다.

= 길을 잃은 진보언론들은 원래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타성에 젖고 게을러진 것이다. 별로 노력하지 않는다. 노력하는 순간 기득권 카르텔에서 빠지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검찰 받아쓰기 안 하고 공판중심주의 기사를 쓰면 클릭수가 나오지 않으니까 다시 법조기자 카르텔로 돌아가게 된다. 시민언론 민들레도 앞으로 더 성장하게 된다면, 타성에 젖고 기득권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사내 민주주의, 뉴스룸 민주주의도 중요하다. 취재 가이드라인과 윤리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야한다. 대표의 말이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사내 구성원 목소리가 소통되는 구조, 조직을 통제하는 감독기능이 있어야 한다.

= 시민언론의 재원구조나 소유구조는 어때야 하나?

= 시민언론의 경우 핵심 중 하나가 일반 시민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것이다. 협동조합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고 시민의 후원이나 출자를 기반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시민언론의 지배구조도 중요한 문제다. 후원회원들이 뉴스룸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나 시민언론사 대표가 모든 결정을 독점하는 것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균형이 중요하다. 품격 있는 콘텐츠 만들려면 구성원들 사이 관계도 중요하다.

 

소유구조 투명하게 하고 조직 내부 민주주의 확립 중요

= 시민언론 민들레의 초기 출자자들이 사단법인 보루를 만들기로 했다. 민들레를 공유화 또는 사회화하기로 한 것인데, 이런 결단을 내린 것에 박수를 보낸다. 새로운 소유 지배구조로서 공치구조라고 할 수 있다. 시민언론이 이런 모범적 공치구조를 탐색하는 첫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

= 대표이사나 경영자가 편집국장과 동일인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독립언론에 흔히 기자나 피디가 경영자인 경우가 많은데, 기자나 피디는 스스로 경영에 대해 아마추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규모가 커지면 대표이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열린 자세가 있어야 한다.

= 시민언론에게도 뉴스룸 민주주의나 지배구조가 중요한 문제라면, 앞으로 시민언론의 발전을 위해 이런 문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 여러 신생매체들이 서로 다른 지배구조와 조직구조를 갖고 있는데, 소통이 안된 사례, 관료화된 사례, 최악으로 간 사례도 있고 성공적 모델도 있다. 외부의 과도한 개입도, 내부의 독점적 지배 모두 위험한데 균형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촘촘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 시민언론이 시민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시민을 위한 지면을 마련하는 것이다. 시민독자위원회 같은 형태를 통해 민들레 기사를 독자가 평가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연령별·성별·지역별로 좀더 다양한 필진이 합류하고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 후속세대 양성이 중요하다. 진보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을 잘하지 않아서 아닌가? 20대는 기성 세대와 생활양식이나 사고의 문법이 다르지만, 이들을 데려와야 한다.

= 첫째, 독립언론들 간에 연대와 협력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이 심각한데, 이런 때에 언론단체와 시민사회의 연대도 절실하다. 뉴스공장이 교통방송에서 축출되고 뉴스타파, 더탐사(지금의 뉴탐사)와 민들레가 압수수색 당하고 있을 때 독립언론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같이 목소리를 내면 좋을 것이다. 둘째, 시민언론이 전통적인 개혁과제는 잘 다루는데 새로운 과제, 예컨대 차별금지법, 성소수자 문제 같은 것도 의제로 적극 받아들이고 필진에 반영하길 바란다. 셋째, 언론이 자신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을 성찰하는 것, 같은 잣대를 자신에게 대는 것. 민주주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구성원들에 대해 교육하는 것, 열린 자세로 비판도 받고 오류가 있다면 정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넷째, 재정의 공공적 구조, 통제와 감사, 투명한 보고가 있어야 외부에서 공격받을 때나 내부 분열이 발생할 때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지안아준 남편, 마지막 인사였다

남편은 순박한 경상도 남자였다.

A씨가 친구 소개로 남편 배달호를 처음 만났을 때, 배달호는 경남 창원 한국중공업에 다니고 있었다. 융통성이 없고 집에 오면 회사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지만, “그저 착한 사람이었다고 A씨는 남편을 기억한다. 노조 대의원이기도 했던 배달호의 옷을 A씨가 세탁기에 돌리면 호루라기와 머리띠가 종종 나왔다. 노조 행사가 있을 때면 호루라기를 불며 참여를 독려한 배달호를 동료들은 호루라기 아저씨라고 불렀다.

배달호가 다니던 한국중공업은 200012월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에 인수됐다. 두산중공업은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노조가 항의하며 파업을 하자 회사는 18명을 해고하고 조합원 61명을 고소·고발했다. 이후 두산중공업의 노조파괴 문건(신 노사문화 정립 방안)’이 드러났지만, 그때 A씨는 몰랐다.

A씨는 몰랐다. 남편은 집에 오면 회사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잘 몰라도 A씨는 남편 배달호를 응원했다. 남편과 동료들은 가끔 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고, A씨와 두 딸은 두산중공업 공장에서 열린 가족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파업을 이유로 노조원들에게 6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배달호와 A씨의 생활도 크게 기울었다. 언젠가부터 남편은 생활비를 주지 못했고, A씨는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200319일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의 손배·가압류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진 배달호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A씨는 몰랐다. 남편 배달호가 2002년 여름부터 월급을 가압류당했다는 것도. 회사에 반대하며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는 것도. “다른 지역으로 가면 가압류를 해제해주겠다는 회사의 회유를 거절했다는 것도. 배달호는 티를 내지 않았다. 대신 마트 행사에서 김치냉장고가 당첨돼 신이 난 A씨와 함께 김장하고,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담았다.

2003년 새해가 밝아도 A씨는 몰랐다. 남편 배달호가 몰래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고, 형제들을 만난 것도. 그해 18일 한파에 수도꼭지가 얼었다. 남편은 수도꼭지와 보일러를 고치고, “남편이 있으니 좋지라며 A씨에게 돈이 든 봉투를 줬다. 봉투에는 배달호 45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음날인 19, 남편은 출근하면서 내가 없이도 잘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A씨가 아침부터 무슨 소리냐고 하자 남편은 A씨를 꼭 껴안으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했다.

얼마 뒤 A씨는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분신해 숨졌다고 했다. 황망하게 회사로 달려간 A씨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다. ‘무분별한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삶을 파괴한다는 문제의식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A씨도 회사의 책임을 묻는 싸움에 함께했다. 2003314, 남편의 분신 65일 만에 A씨는 회사의 사과를 받고 남편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손해배상 20, 하청 20, 죽음 내몰린 20<살고 싶은 사람들의 목소리 > 사진전이 열린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들었습니다.” 20년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가 개최한 <손해배상 20, 하청 20, 죽음 내몰린 20, 살고 싶어라> 특별사진전 개막식에 A씨의 편지가 대독으로 울려 퍼졌다. “그런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우리 남편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이 법을 막지 말아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손배·가압류를 경험했거나 간접고용의 서러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도 직접 마이크를 들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박지선씨는 2011년 일방적인 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한 대량해고에 항의하며 대학 본관에서 농성하다가 28000만원의 손배소를 당했다. 박씨는 책임져야 하는 사람(원청)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면 집단해고도, 점거농성도, 누군가의 눈물도, 수억의 손해도 없었을 일이라며 누구도 좋을 일 없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조법 개정에 동의해 달라고 했다.

손해배상 20, 하청 20, 죽음 내몰린 20<살고 싶은 사람들의 목소리 > 사진전이 열린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손해배상 피해자인 이태성 한국서부발전 하청노동자가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18년 한국서부발전에서 산재사고로 숨진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동료인 이태성씨는 최근 발전5사에서 5년간 안전사고로 19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하청 협력사 직원이 82%163이라며 모든 사업장에서 실질적인 사용자가 책임을 다하는 노조법 2·3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항의 점거농성을 이유로 CJ대한통운에서 20억원의 손배소를 당한 유성욱씨는 택배현장은 그동안 특수고용의 구조아래 노동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았고, 8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에 26명이 목숨을 잃었다더 이상 죽음의 현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고, 더 이상 손배폭탄으로 나와 가정이 파탄 나는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용자의 정의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고, 쟁의행위의 요건을 확대하며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엄밀히 따지는 내용이 담겼다. 여당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거듭 반대 의견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경향 조해람 기자

 

AI로 사라질 직업이 ○○’ ‘○○○등 고소득 전문직이라고?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인공지능(AI)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 기술 도입이 주로 저학력 및 중간소득 근로자의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최근 AI기술이 인지적 업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면서 고소득 전문직 업무를 대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일자리 중 12%에 해당하는 341만개는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분류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한지우 조사역과 오삼일 팀장이 16일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보고서를 보면 주요국에서는 3개 기업 중 한 곳이 이미 AI 기술을 활용하고, 42%에 달하는 기업이 향후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 AI 기술의 활용이 점차 확산함에 따라 누군가는 그 혜택을 누리고, 누군는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현재 AI와 관련돼 출원된 특허를 바탕으로 AI 기술이 수행 가능한 업무가 특정 직업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집계해 ‘AI 노출 지수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의사의 주된 업무 중 하나인 병을 진단한다는 내용을 담은 AI 특허가 얼마나 많은지를 조사한 뒤, 여기에 특정 직업의 업무에서 해당 업무가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대체 가능성을 판단해본 것이다.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에 해당하는 일자리는 약 341만개로 전체 일자리의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노출 지수 상위에 속할수록 AI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직업별 AI 노출 지수 분포. 한국은행 제공

세부 직업별로 봤을 때 일반 의사와 한의사의 AI 노출 지수가 상위 1이내에 들었다. 전문 의사(상위 7),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변호사(21) 등도 상위권이었다. 고소득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직업들이 대거 포함된 것이다. 보고서는 “AI가 비반복적·인지적 업무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일자리의 대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AI 도입 및 확산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은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과거의 기술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 처리 장치 조작원, 재활용 처리 장치 조작원, 금속 재료공학 기술자 등도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에 속했다. 이러한 일자리들은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기에 적합한 직업들이다.

반면에 성직자(하위 2), 대학교수(하위 1), 가수나 경호원(하위 1이내) 등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직업에 속했다. 이들 직업은 대면 접촉이나 관계 형성이 필수적인 직업으로 풀이된다. 기자 역시 AI 노출 하위 14%에 속해 비교적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분류됐다.

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제조업 등 고생산성 산업을 중심으로 AI 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여가 등 대면 서비스업은 AI 노출 지수가 낮았다.

AI 활용이 확산되면 근로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이 앞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AI 활용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기업의 이윤은 늘지만 임금 근로자의 소득은 줄어 임금 불평등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과도한 데이터 수집에 따른 소비자 보호 악화, 노동에서 자본으로의 권력 이동에 따른 민주주의 기능 약화 등의 사회적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AI가 적절한 규제 속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산층·저소득층 기부는 늘고 고소득층 기부는 줄었다기부자 1인당 현금 기부액 첫 감소

올해 1인당 현금 기부액이 집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기부자 수도 증가하고 중산층 저소득층의 1인당 늘었지만 고소득층의 고액 기부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16일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직전 1년 동안 기부자 1명당 현금 기부액은 평균 589800원으로 집계됐다. 2021(603000)과 비교하면 13200(2.2%) 감소했다.

기부자 1인당 평균 현금 기부액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통계청은 사회조사를 실시하면서 2년에 한번씩 이 항목을 집계하고 있다. 2011년에는 167000원이었는데 매년 꾸준히 증가하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기부액 총액 자체는 전년 대비 증가했다. 기부자 수가 늘어난 영향인데, 이 때문에 비 기부자를 포함한 13세 전체 인구의 1인당 평균 기부액(133500)은 전년 대비 9100(7.3%) 증가했다.

기부자 1인당 평균 현금기부액이 감소한 것은 고액 기부가 상대적으로 줄고 소액 기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득이 클 수록 기부액 감소가 컸다. 월소득 600만원이 넘는 가구의 1인당 현금 기부액은 749200원으로 2021(896900) 대비 147700(16.5%) 줄어들었다.

소득 500600만원 가구(571600)42500(6.9%), 400500만원 가구(545600)41800(7.1%) 씩 감소했다.

반면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평균 기부액은 같은 기간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중산층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소득 300400만원 가구의 평균 현금 기부액은 같은 기간 101000(22.7%) 증가한 546500원으로 파악됐다.

소득 100200만원, 200300만원 가구의 평균 현금 기부액은 각각 377200, 4565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16200(4.5%), 31000(7.3%)씩 늘어난 액수다.

 

349억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한 대통령 장모... 징역 1년 확정

[대법원 판결] 보석 청구도 기각... 헌정 사상 처음... 윤 대통령 입장 표명 주목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장모 최은순씨. 대통령의 장모 최씨에 대한 징역 1년형이 1116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은행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최씨는 지난 72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연합뉴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76)씨에 대한 징역 1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은행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최씨는 지난 72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현직 대통령 장모의 법정구속과 실형 확정은 모두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피해준 적이 없다'며 두둔했지만,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로 그의 말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윤 대통령은 장모의 법정 구속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사과 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법원 3(주심 이홍구 대법관)16일 오전 1115분께 사문서위조, 사문서위조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상고심 판결에서 최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1년 법정구속 원심을 확정했다.

또 지난 9월 최씨가 낸 보석 청구도 기각했다. 대법원은 "위조사문서행사죄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속 상태인 최씨는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형기는 내년 7월까지다.

검찰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을 종합하면 최씨는 2013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차명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4회에 걸쳐 모두 3495550만 원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 또 동업자인 안아무개씨와 공모해 도촌동 땅 계약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약 100억 원의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1·2심은 모두 최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는데, 1심에서는 구속을 면했지만 2심 재판부는 "범행규모와 횟수, 수법 등을 따졌을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법정구속했다. 당시 최씨는 판결 직후 법정에서 "여기서 죽어버리겠다"고 소리치며 주저앉았고 여성 청원경찰 4명에 의해 사지가 붙잡힌 채 들려 나갔다. ( [2심 법정구속 상황] 최은순 징역 1년 법정구속... "죽어버리겠다" 고함치다 끌려가 https://omn.kr/24wdb )

곤혹스러운 대통령과 검찰

장모가 부동산을 차명 매입하면서 349억대 통장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사법부에 의해 확정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 또는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그는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 20216월 각종 처가 의혹이 대두되자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해 12월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장모 최씨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50억 원 정도 사기를 당했다"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항소심 법정구속 이후 윤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법정구속 직후 용산 대통령실의 "사법부 판결은 대통령실의 언급 대상이 아니다"라는 짧은 입장이 다였다.

당시보다 지금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대법원 판단까지 다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가 일가 땅이 있는 양평 병산리 일대와 관련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등 각종 의혹이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장모와 김건희 여사가 동시에 연루되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특검법이 통과를 앞두고 있다.

검찰 역시 난처한 처지에 됐다. 검찰의 부실기소, 늑장기소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징역 1년 형량을 두고도 검찰이 봐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씨는 잔고증명서를 네 차례 위조했는데, 검찰은 그 모두에 위조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위조행사 혐의는 법원에 제출한 1장에 대해서만 적용했다. 반면 검찰은 동업자 관계였던 안아무개씨에게는 법원 제출 외에도 개인사업자들에게 두 차례 행사했다는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검찰이 의지만 있었다면 최씨에 대해 위조행사 혐의 추가 적용은 물론 사기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었으며, 그럴 경우 형량은 훨씬 높아졌을 거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사문서 위조 및 행사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은 6개월~2년이지만, 사기 및 소송사기의 경우 5~8(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의 경우)이다.

지난해 2월 동업자 안씨 사건 1심 재판부(재판장 정성균)는 검찰에 "증인신문결과를 토대로 판단했을 때 (최은순을 기소대상에서 아예 제외한 것은) 다소 의문이 있으므로 그러한 판단 근거, 이 법정에서 관련자의 증언이 있은 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한 것이 없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밝히기 바란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씨의 범행이 일어난 시기는 20134~10월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결혼(20123)한 이후다. 또한 최씨가 기소된 20203월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이었다./오마이뉴스 김종훈(moviekjh)

 

각자도생의 시대 2030... 외로워서 분노하고 혐오한다

청년들 "힘들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202212월 서울시가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 조사 보고서'를 내놓았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39세 사이의 청년 5221가구 6929명을 온라인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를 보면 고립된 상태에 놓인 이들은 3.3%, 은둔하고 있는 이들은 1.2%로 둘을 합쳐 총 4.5% 정도에 이른다. 1천 명 중 45명이 이런 상태라는 의미다. 고립된 청년들이 93820~96056명 정도이고, 은둔하고 있는 청년들은 33009~33796명으로 총 126829~129852명 정도가 고립 및 은둔 상태에 있다고 추산된다. 이걸 전국적 차원으로 확대해 보면 61만 명에 이른다.

무엇이 은둔이고, 무엇이 고립일까? 그 기준은 뭘까? 이 조사에서 은둔은 외출이 거의 없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된 상태를 말한다. 자기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거나, 방에서 나오긴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지 않거나, 집 밖으로 나가더라도 인근 편의점이나 간단한 취미 생활만을 위해 외출하는 경우다. 또한 지난 1주일간 경제활동이 전혀 없고 1개월 이내에 구직이나 학업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청년도 여기에 해당한다.

고립은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된 상태를 의미한다. 우선 정서적 고립이란 중요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 급한 일이 있을 때 부탁할 수 있는 사람,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야 할 때 부탁할 수 있는 사람,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태다. 물리적 고립은 친척이나 가족 이외에 친한 친구나 친한 사람과의 대면 교류 그리고 직장, 학교, 동네 등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과의 대면 교류가 1년에 한두 번 이하 또는 전혀 없는 상태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이 실태조사가 서울시와 연계된, 공적 정책의 토대가 되는 보고서라는 점이다. 이런 보고서에서는 숫자가 많을수록 써야 할 정책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숫자가 기본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제학자 알렉스 코밤은 저서 <불공정한 숫자들>에서 정부가 잡는 통계는 어려운 사람들의 존재를 최대한 숨겨서 이에 쓰이는 비용을 줄인다고 밝힌다. 짧게 말하자면 서울시에서 추정하는 13만 명에 이르는 고립·은둔 청년의 숫자는 최소한의 수치로 보아도 좋다는 의미다.

외로움이 나를 망가뜨린다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고립의 시대>에서 21세기를 '외로운 세기'라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외로운 사람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외로움은 정부가 다뤄야 할 중요한 사회 현상이 되고 있다. 2018년 영국은 외로움을 전담하는 차관을 임명했고, 2021년 일본은 고독부 장관을 임명했다.

외로움은 개인에겐 감정의 상태이며 집단에겐 사회적 상태다. 개인에게 감정의 상태로서 외로움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내가 어렵고 힘들 때 내 처지를 호소하거나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상태'. 정치철학사에서 가장 먼저 외로움이란 감정을 다룬 한나 아렌트는 이를 두고 '모두에게 버려졌다는 감정의 상태'라고 한다.

이런 '외로움'이란 감정이 위험한 이유는 이 감정이 '내 자신'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내가 어렵고 힘들 때 내 처지를 호소할 사람도, 도움을 줄 사람도 없다면 우리는 당연히 묻게 된다. "도대체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길래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도움을 줄 사람도 없는 걸까? 도대체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스스로 찾지 못할 때 우리는 '자아'를 잃어버리게 된다.

불행하게도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외로움이란 감정은 연쇄적인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나는 이 세계에 왜 존재하고 있는 걸까? 도대체 나란 사람은 이 세상에 쓸모가 있는 것일까?" 정리하자면 외로움에 빠져든 개인에게 이 감정은 타자를 잃고, 나를 잃고, 세계를 잃어가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이처럼 모두에게 버려진 이들은 대개 '자기중심적 슬픔(self-centered bitterness)'에 빠져든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서 봐야 할 단어는 'bitterness'이다. 우리말로 슬픔이라 옮길 수 있는 이 단어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로 '분노'. 정리하자면 외로움에 빠져든 이들이 느끼는 감정의 상태는 '분노 어린 슬픔'이다. '자기 중심적인' '분노 어린 슬픔'은 두 가지 좋지 않은 사회 현상으로 이어진다.

우선 '자기중심적인' 슬픔은 모든 세상사를 자기를 불행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끔 한다. 외로움에 빠진 이들은 '공통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자신의 삶 속에서 '타자와의 신뢰'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공통의 이익이란 늘 타자와의 신뢰에 토대를 둔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의 부재는 타자에 대한 신뢰의 부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들은 대체로 무엇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는가를 기준으로 공공사를 다루고 무엇이 우리에게 공통의 이익이 되는가로 판단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어려움에 빠진 나를 도와주지 않는 이 세상에 대해 공익을 생각하라는 요구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분노 어린 슬픔'은 혐오로 이어진다. 우선 그 혐오의 대상은 스스로 이 세상에 쓸모가 없다고 느끼는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지적처럼 어떤 인간도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을 자기 안에만 담아둘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자기를 미워하는 마음은 반드시 타자를 향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특히 능력주의 사회에서 누가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그 구체적 대상은 늘 모호하기만 하다. 예를 들어 나에겐 어디에나 '시험'이란 기회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다. 그러다 보니 그 분노의 표출은 무작위적으로 이루어진다. 요즘 우리가 목격하는 무작위 범죄는 이렇게 외로워진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외로워진 사람들, 내가 외로워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자칫하면 나도 외로워질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인 사람들을 동원하는 정치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인물이 그렇다.

<고립의 시대>에서는 노리나 허츠가, <자기 땅의 이방인들>에선 '감정 노동'이란 용어를 만든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가 정확하게 외로워진 사람들이 어떻게 트럼프 같은 정치인들을 지지하게 되는지 짚고 있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외로워진 사람들이 히틀러를 지지해서 만들어진 체제가 바로 전체주의였다고 말한다. 이런 아렌트의 분석을 이어받은 노리나 허츠는 "트럼프에서 명확하게 확인된 21세기 포퓰리즘 현상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외로워진 사람들과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음은 확실하다""외로움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장 외로운 세대, 2030

능력주의와 더불어 젊은이들을 외롭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디지털 기술이 만든 격차이다. 셔터스톡

외로움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세대는 노인 세대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가장 외로운 세대는 20대다. 가장 활력이 넘치리라 여기는 이 세대가 가장 외로운 세대다.

많은 이들이 묻는다. 왜 젊은이들이 외로운가? 왜 활력이 넘쳐야 할 우리 젊은이들이 도움이 없다는 감정에 시달리고 있는가?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 같은 이들은 그 원인을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자기 책임의 윤리'에서 찾는다. 바우만은 지구적 시장이 건설되면서 이 윤리가 전 세계에 동시적으로 전파되었다고 말한다. '자기 책임의 윤리''복지'라는 국가의 보호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라는 지구적 차원의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를 가장 충실히 받아들인 건 교육과정에서부터 충실히 이 윤리를 학습한 새로운 세대들이었다.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유럽에서는 Y세대가, 우리나라에서는 MZ세대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사실 MZ세대라고 할 때 문화적으로 우리나라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공유한 것이 거의 없다. 다만 이 세대를 하나로 묶는 코드가 있다면,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는 바로 이 자기 책임의 윤리다. 바우만은 이 자기 책임의 윤리로 무장한 세대들의 특징이, 자신들의 어려움을 국가나 사회에 호소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능력주의 사회라면 더욱 국가나 사회, 타인에게 도움을 호소할 수 없게 된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누군가 밀려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자들이 사회에 도움을 청한다는 건 그 자체가 부도덕한 일이다. 능력주의 사회는 늘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능력주의 사회에서 자기 책임의 윤리로 무장한 세대일수록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생겨난다. 뒤에 보겠지만 통계적으로, 사회적으로, 지금 우리 젊은 세대가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젊은이들을 외롭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디지털 기술이 만든 격차다. 디지털 기술은 전 세계의 부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인데, 이 기술은 극단적으로 이익을 소수에게 몰아주는 속성이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째, 모두가 알다시피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2012년 이후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1년에 10배 정도에 이르고 있다. 풀어 말하자면, 2년 차에는 100, 3년 차에는 1만 배, 4년 차에는 100만 배에 이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런 발전 속도를 따라잡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소수가 되고 자연스럽게 분배는 양극화된다.

둘째, 디지털 기술이 만드는 네트워크 효과는 각 영역에서 독과점 효과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세계 검색시장의 91~92%를 구글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역시 네이버와 구글의 독과점 체제다. 택시의 우버, 숙박의 에어비앤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독과점은 디지털 플랫폼이 자리 잡는 모든 영역에서 일어난다.

셋째, 디지털 기술은 중간숙련 일자리를 대체하고 저숙련 일자리를 늘리는 성향이 있다. 디지털 기술은 사무자동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반복 수행 비율이 높은 중숙련 일자리를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중숙련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수의 전문적인 능력을 지닌 집단과 그렇지 못한 다수의 집단으로 노동의 지형이 갈라지게 되고 이로 인해 임금 또한 양극화된다.

누구도 자기 인생 온전히 책임질 수 없어

고립에 관한 여러 연구들은 우리 청년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사회적 돌봄이라고 말하고 있다. 셔터스톡

젊은 세대들은 이런 디지털 기술과 인생 전반을 함께 보내야만 할 뿐 아니라, 아직 노동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한 20대 대다수는 디지털 기술이 만드는 보상격차를 고스란히 떠안고 출발한다.

문제는 공공 보건학자인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킷이 <불평등 트라우마>에서 지적하듯이 이런 불평등이 커질수록 사회 경쟁이 심화되고, 경쟁이 너무 강화되면 불안이 증가하고, 이 불안은 불신을 만들고, 이 불신이 확산된 사회일수록 도움 없이 홀로 남겨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다. 더하여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세상과 접촉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디지털 기술은 젊은이들이 사회적 고립을 선택할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든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직접 목격하고 있듯이 '자기 책임의 윤리'로 무장한 능력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이 사회적 고립 속에 도움이 없다고 느끼는 현상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2018년 한국리서치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인식 보고'를 보면, 우리나라의 20대 응답자 중 40%'항상' 외롭거나 '자주' 외롭다고 답하여 '상시적'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었고, 이 숫자는 전 세대에 걸쳐 가장 높았다. 이 조사에서 외롭지 않다고 답한 20대 응답자는 15%밖에 되지 않았으며 전 세대에 걸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시장조사 기관인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올해 실시한 '일상 속 외로움 체감' 조사에서도 가장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세대는 20대였고 그다음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세대는 30대였다.

세대별 외로움 체감도 단위 : , % 한국리서치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시작해야 할 지점은 알 수 있다. 바로 '자기 책임의 윤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누구도 너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말은 엄혹한 현실을 알려주는 데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너의 실패에는 사회에 책임이 없다는 말이자, 너의 실패를 누구에게도 변명하지 말란 말이다. 그래서 이 말은 한편으로 사회적 연대를 약화하고, 때로는 우리를 고립시키는 말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누구도 자기 인생을 자기 스스로 온전히 책임질 수는 없다. 사회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체로 우리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정책에 인색하다. 아니, 내 자식의 일이 아니라면 청년들의 어려움에 솔직하게 귀기울여 듣는 일에도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고립에 관한 여러 연구들은 우리 청년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사회적 돌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그 돌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가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김만권(soko)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오마이뉴스

윤석열은 정말 몰랐나? 경찰 '대장동 수사기록'에 담긴 진실

2013~2014년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기록에 '이강길, 조우형, 대장동 대출 담당자' 진술 공개

'허위 인터뷰' 검찰 수사 시작되자 말 바꾼 이강길, 조우형...9년 전엔 정반대로 경찰에 진술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부실 대출과 조우형의 불법 알선 혐의 수사한 정황 고스란히

대장동 대출 담당자까지 조사한 대검 중수부...몰랐다면 '부실 수사', 알았다면 '봐주기 수사'

뉴스타파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4, 경기지방경찰청이 이강길과 조우형 등 대장동 업자들을 수사한 기록을 공개한다. 당시 경찰은 대장동 개발 시행사의 최초 대표인 이강길을 대출금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했다. 이 씨는 허위 용역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형태로 대출금을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이 등장한다. 조우형은 대장동 타운하우스 용역 설계를 명목으로 103천만 원을 챙겼다. 이는 사실 부산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대장동에 1,805억 원의 대출을 알선한 대가였다.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 2012~2014년 서울중앙지검, 2012년 분당경찰서의 수사망을 모두 빠져나갔다. 이후 20138, 경기지방경찰청이 이강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비로소 조우형의 범죄 행각도 꼬리가 밟혔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2013~2014년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기록. 당시 이강길과 조우형, 남욱, 정영학 등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9년 전 경찰 수사기록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20141월 이강길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우형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때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대출을 조사했고, 나와 가족에 대한 계좌도 압수수색했다"고 진술했다. 이강길 또한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담당자였던 박모씨는 "나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불법 행위를 광범위하게 수사한 정황이 담긴 것이다.

경찰 수사 당시 이강길과 조우형은 적대적인 관계였다. 201011, 남욱과 정영학, 조우형이 합세해서 이강길을 대장동 사업장에서 내쫓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 조사 전에 두 사람이 만나서 말을 맞췄거나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두 사람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은 9년 전 경찰 진술을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우형 참고인 진술조서(경기지방경찰청, 2014.1.15)경찰의 이강길 대출금 횡령 사건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조우형의 진술조서 내용. 조우형은 이날 검찰이 대장동 대출과 자신의 불법 알선 혐의를 수사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검찰은 시점상 2011년 대검 중수부를 뜻한다. 현재 조우형은 "9년 전 경찰 진술은 수사를 피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면서 전면 부인하고 있다.

'허위 인터뷰' 검찰 수사에 핵심 참고인 역할...9년 전 진술 뒤집어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이강길, 조우형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대장동 대출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조우형의 불법 대출 알선 혐의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을 기반으로 뉴스타파와 경향신문, 뉴스버스, JTBC가 대선 당시 보도한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무마' 의혹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또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202110,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이 남욱 변호사와 조우형에게 '허위 인터뷰'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검찰은 김만배가 민주당과 사전에 결탁해서 대장동 비리의 몸통을 윤석열 후보로 만드는 '대선 공작'을 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그러나 이에 대해 아무런 물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참고인 진술조서(경기지방경찰청, 2014.1.27) 이강길의 부탁으로 새누리당 신영수 의원에게 뇌물 2억 원을 전달하려다 실패한 김○○ 씨를 경찰이 조사했다. 이날 경찰은 이강길을 불러 김 씨와 대질 신문했다. 이 과정에서 이강길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라고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대출금의 사용처를 맞추기 위해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 대검에 자료로 제출했다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대장동 대출은 수사하지 않았다'는 현재의 검찰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대다수 언론사가 확보한 경찰 수사기록...언론도 검찰도 '침묵'

9년 전 경찰이 수사할 때 김만배가 이강길과 조우형에게 진술 방향을 코치했을 리도 없다. 정치적 고려나 영향이 없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진술로 봐야 하는 이유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 수사기록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나 사실 이 자료는 상당수 언론사가 지난 대선 당시에 이미 확보한 자료다. 사건 당사자인 이강길 씨가 여러 언론에 자신의 수사기록을 건넸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를 토대로 한 보도는 지금까지도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뉴스타파가 상세히 보도를 하고 있지만, 검찰은 두 사람이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뉴스타파 봉지욱 https://newstapa.org/article/jdF4r

 

[주간 뉴스타파] 윤석열은 정말 몰랐나? 경찰 '대장동 수사기록'에 담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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