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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3.10.30~11.4 세계 언론자유유지수 순위 대한민국 47등..주류언론이 윤 정권 언론탄압에 부화뇌동"

by 이성근 2023. 10. 30.

시민 추모 행렬국가는 없었다

외신이 본 이태원 참사 1주기 "한국은 변한 것이 없다

놀다 죽은 사람 추모할 생각 없다? 희생자다움이란 무엇인가

독일 지방선거, 극우 정당의 충격적대약진

주류언론이 윤 정권 언론탄압에 부화뇌동"

네이버 뉴스, 이태원 참사의 상품화와 2차가해 폭격

윤 대통령은 왜 이념 투사가 됐나? 한국자유회의와 뉴라이트

104주차 정당지지도

이탄희의 작심 선언 직 걸고 선거제 퇴행 막겠다

의대 정원 확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민주'만 간절하고 '공화'는 외면한 한국, 전환기 위기에 직면하다

이태원이 없는 신문 1

인력난 천태만상

건설현장에선 매년 세월호가 침몰합니다

"너무 의심스럽다"는 미국인... 한국서 못 보는 '크러시'의 결론

세계 언론자유유지수 순위 대한민국 47

충격의 0.6%...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길을 잃었다

누가 대통령이어도 돌아간다는 옛말눈치 보는 관료들

국정원 요청대로 인터넷 게시물 삭제하는 방심위의 위험성

정부, -팔 휴전 촉구한 유엔 결의안 기권에 국제 앰네스티 "깊은 유감"

박민식의 궤변'친일파'라는 기준은 무엇인가

"정부 안은 숫자라도 있었는데

한국, 내년부터 '다인종 국가'일본보다 훨씬 빠르다

이태원 참사 1주기-망각과 싸우다

이태원 특별법이 야만적 기구낳는다고?

참사 유가족의 잊혀진 싸움혐오 방치한 사회

부산 5성 호텔’ 8곳서 내년 11곳으로 늘어날까

윤 정부 서민·취약층 예산 확대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왜 모두의 원성을 사게 됐을까

주된 직장 50.5세 퇴직한다

열흘 동안 전청조 기사 4천개언론과 기자의 가치 판단 없었다

"김포가 서울? 우리가 먼저!"... 고삐풀린 '서울시민'의 욕망

민생곳간 털어 나라곳간 채우는 정부... '나라 망하는 길

쇠파이프에 화염병까지 던져놓고 "정당방위"반성 없는 전광훈

민주노총 겨냥했나대통령의 탄핵발언 진짜 의도는?

'103세 철학자' 김형석이 한국사회를 보는 눈

부산 주민등록인구 추이

시민 추모 행렬국가는 없었다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에 대통령·총리·장관·여당 대표 불참

인요한 오자 시민들 물러가라윤 대통령은 별도 추도 예배만

끝없는 보랏빛 슬픔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유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을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을 지나 추모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민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시민들이 모인 추모대회에 윤석열 대통령과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여당 대표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여권은 추모대회가 야당 주도의 정치집회로 변질됐다는 이유를 댔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억울한 죽음들 앞에 국가는 왜 존재하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9일 오후 5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이 장관,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은 불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김병민·김예지 최고위원 등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을 뿐이다. 인 위원장은 퇴장하는 길에 시민들로부터 여기가 어디라고 오나” “물러가라등의 항의를 받았다.

여권은 추모행사가 정치적이라 불참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6민주당에서 참석 공문을 보내는 등 정치적 행사가 될 우려가 있어 대통령이 참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추모는 유가족이 빠진 자리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대표, 이 장관 등과 함께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추도 예배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성이나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윤 대통령의 추도 예배는 교회 신도들이 참석하는 예배가 모두 끝난 뒤 별도로 진행됐다.

민주당 정부·여당 비겁한 행태에 국민 분노

대통령 불참여당서도 비판

유승민 유가족들 위로해야

이준석 등 비윤계 참석 대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참 이유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추도하는 마음은 전국,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대표와 윤 원내대표, 한 총리,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했다. 윤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참여한다. 이 장관은 전날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추모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한 뒤 안전 현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추모대회 참석을 대신했다. 유가족과 함께하는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려 다른 형식 추모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 대표들은 추도사에서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불참을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참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이 자리조차 끝끝내 외면했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대통령이 사죄의 마음을 담아 앉아 있어야 할 저 빈 의자가 가슴 시리다고 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 와서 이제라도 가족들을 위로하고 사죄했어야 한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대통령은 법적 책임만 수사하는 검사가 아니다. 국가는 왜 존재하며 국가의 책임은 무엇인가라며 추모식에 윤 대통령이 함께해 유가족들을 위로하면 좋지 않겠나라고 적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SNS에 추모식 전 서울광장 분향소 방문 소식을 전하며 저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알아보시고 왜 이제 왔냐는 유가족의 질책은 절박함의 표현일 것이고,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 오기를 바라는 기다림의 다른 표현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등 비윤석열(비윤)계 대표 인사들은 이날 추모식에 대거 참석해 당내 핵심 인사들과 대조를 이뤘다./경향

외신이 본 이태원 참사 1주기 "한국은 변한 것이 없다"

유족들 아픔 다룬 <타임>, 행정 책임 꼬집은 <로이터>...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10·29 이태원 참사가 1주기를 보도하는 영국 <타임>타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가 1주기를 맞이하며 외신도 생존자 및 유가족의 고통, 그리고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영국 <타임>은 한국시각 26'변한 것이 없다 :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아직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특집 기사에서 이태원 참사로 딸 최유진씨를 잃은 최정주씨의 아픔을 조명했다.

미국 뉴욕에서 공연 예술을 공부하던 대학생 유진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학업을 미루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갔다가 숨을 거뒀다. <타임>"아이러니하게도 유진씨는 한국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씨는 "정부 당국자들은 이태원 참사를 피해자들의 잘못으로 만들려고 한다"라며 "피해자들은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고위 관료들, 책임 회피는 너무 흔한 일"

<타임>"슬프게도 한국에서는 고위 관료들이 공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너무 흔한 일"이라며 이태원 참사 외에도 지난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8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한국의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며 블랙핑크부터 오징어 게임까지 전 세계를 휩쓰는 'K컬처'를 활용해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라며 "(정부는) 이런 분위기에서 이태원 참사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씨는 한국 정부가 필사적으로 잊고 싶어하는 참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한다"라고 전했다. 최씨는 "(한국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한국에서는 비슷한 재난이 반복해서 벌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션 오말리 부산 동서대 교수는 <타임>"정의는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정부가 대규모 행사를 다루는 안전 방식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를 원하는 유족들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박모씨도 "정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정부 기관이 참사에 대해 극도로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라며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정부가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이태원 참사 이후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졌지만, 사임하거나 해임당한 정부 고위 관료는 한 명도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이태원 참사 교훈 삼아"... 해외 대도시, 핼러윈 안전 강화

10·29 이태원 참사가 1주기를 보도하는 영국 <타임>CNN

미국 CNN방송은 28일 이태원 참사를 교훈 삼아 아시아 주요 도시들이 올해 핼러윈을 맞아 안전 강화에 나선 것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 당국은 핼러윈을 즐기는 명소인 도쿄 시부야에 젊은이들이 되도록 오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핼러윈 당일에 경찰력 배치를 강화하고, 주류 판매와 노상 음주를 단속하기로 했다.

하세베 겐 시부야구청장은 "이태원 참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극도로 우려한다"라며 "작년에도 핼러윈 때 사람들이 오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올해는 더 과감하게 오지 말라고 요청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매년 핼러윈 때마다 시부야역 주변이 너무 혼잡해 사람들이 다니기 불가능할 정도"라면서 "시부야 거리는 축제를 하는 곳이 아닐뿐더러, 과잉 관광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심각하다"라고 호소했다.

CNN방송은 "핼러윈은 도쿄,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에서 보편화된 축제"라며 "이태원 참사로 인해 인기가 한풀 꺾일지는 알 수 없지만, 도시 당국은 비슷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대해서도 "거리의 혼잡도를 모니터링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비롯해 많은 예방 조치를 내놓았다"라며 현장 상황실 운영, 응급 의료지원 체계, 지하철 무정차 운행 등을 소개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렸다"라며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느리고,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라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영국 BBC "한국 정부 기관들, 인터뷰 요청 다 거절"

10·29 이태원 참사가 1주기를 보도하는 영국 BBC방송BBC

영국 BBC방송도 전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수많은 고위 정치인과 공직자가 거론됐지만, 벌을 받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 정부의 서울시의회, 경찰청, 용산구청 등에 이태원 참사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올해는 사람들의 안전을 어떻게 지킬 계획인지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심리 상담을 하는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참사의 정치화, 책임 부재 등으로 인해 유족과 생존자의 회복이 더 힘들어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을 돌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며 "그래야 (이태원 참사로) 사라진 목숨이 헛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믿음에서 위안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 남은 이주현씨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올해도 핼러윈 때 이태원에 갈 것이라는 이씨는 "우리가 핼러윈을 즐기려고 이태원에 온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윤현(yoonys21)

놀다 죽은 사람 추모할 생각 없다? 희생자다움이란 무엇인가

<진실과 투쟁 그리고 공동체 회복의 과제> 첫날의 기록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1년이다. 애도의 시간으로 보내기에도 짧은 1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진실과 투쟁 그리고 공동체 회복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학술대회의 첫날은 재난과 권리_권리를 배제한 안전대책 비판, 재난과 공동체_··일의 사례, 재난과 축제_이태원과 핼러윈, 3개의 세션이 진행됐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게는 왜 그렇게 모진 말들이 쏟아졌나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1주기 학술대회 <진실과 투쟁 그리고 공동체 회복의 과제>를 듣고 있다.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놀다 죽은 사람을 추모할 생각은 없다.', '유흥을 즐기다 죽은 애들을 가지고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지 모르겠다'. '거기( 이태원)에 간 게 문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주된 반응은 '놀다가 죽었으니 개인의 과실이고, 국가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였다.

이해수(고려대학교 미디어학교육연구단) 연구교수는 "희생자 비난과 혐오에는 한국 사회가 오래전부터 뿌리 깊게 가지고 있던 유흥과 쾌락에 대한 금기가 작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에서 근면은 성실함과 어른다움, 신뢰와 책임감 등과 같이 놓이는 반면에, 논다는 것은 개인의 게으름, 나태, 방탕함, 일탈, 낭비, 철없음의 범주로 이야기됩니다. 자기 계발이 아닌 유흥의 시간을 쓴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한 개인이 스스로 사다리를 걷어차는 일이고, 기회비용을 낭비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노는 것을 쉽게 비난하고 또 죄책감을 느끼곤 합니다."

거기에 이태원의 장소적 특성이 결합했다. "이태원은 분명히 근면, 성실 또는 산업 발전과는 거리가 먼 곳입니다." 그로 인해 '이태원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갔던 피해자들에 비해 놀지도 못하고 일이나 공부를 해야 했던 내가 더 약자라는 생각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나왔던 '나라 구하다 죽었냐' 등의 표현은 국가에 대한 헌신이 아니면 공적 애도를 받을 자격이 안 된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는 말이다. 이해수 교수는 "죽음에도 자격이 있고, 애도에도 위계가 있다는 무의식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타자화하고 애도 대신 비난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해수 교수는 "결국 누가 더 약자냐, 피해자냐는 인정 투쟁으로 비화되는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살다가 사망한 사람이라는 점이 잊혀졌다"고 설명한다.

핼러윈이라는 낯선 축제

20221028일 저녁 핼러윈 데이'(1031)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가 인파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이해수 교수는 '한국에서 축제는 중앙집권적으로 조직, 운영되고, 공공적이고, 질서 잡힌 것, 그리고 국가에서 만든 지침 아래 건전한 문화 활동을 위한 제도화된 대규모 행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핼러윈 축제가 우리에게 낯선 이유를 설명했다.

"핼러윈은 그 어느 축제보다 카니발 정신이 발현되는 축제입니다. 특히 긴 (코로나) 팬데믹 끝에 열린 핼러윈은, 일상화된 재난이 억압했던 삶을 웃음으로 채색하고, 삶을 재건하는 기재이자, 일종의 순치된 카니발의 형태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가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조직되는 축제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무질서와 혼돈으로 여겨졌습니다."

이해수 교수는 "'핼러윈을 축제가 아닌 현상'으로 규정지었던 구청장의 발언, 핼러윈을 앞두고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예고했던 것, 그리고 코스튬을 그 신분을 가리기 위한 위장으로 둔갑시키고,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을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해 수사가 집중됐던 것 등이 핼러윈에 내재한 카니발적 특성과 그것을 위험한 것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 풍토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추모 받을 희생자다움이란 무엇인가

서울광장 분향소 추모의 벽에 붙은 시민들의 1주기 추모 메시지들

 

지난 1년은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시간, 위로의 시간이 아니라 이태원에 놀러 갔다 죽은 아이들의 가족이라는 싸늘한 시선을 감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서울광장에는 이름도, 얼굴도 없는 분향소가 설치됐고, 시민들은 누군지도 모를 이들을 향해서 국화꽃을 놓았다. 희생자의 정보 공개를 두고 집권 여당은 패륜이라며 모든 정보를 차단했고, 유가족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차단했다.

'이태원에서 놀았다'는 이유가 치부와 패륜이 되는 사회에서 유가족들은 제대로 슬퍼하지도 못한 채 죄책감 속에서 침묵해야만 했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애도하기 이전에 '내성적이라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아닌데', '하루 종일 스터디 카페에 앉아 공부만 하던 애인데', '딱 한 번 놀고 공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부모 속을 한 번도 썩인 적 없던 딸인데' 등 희생자의 도덕적 올바름을 증명해야만 했다.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목소리에는 '나라 지키다 죽은 장병들 부모도 가만히 있는데 어찌 이태원에서 놀다 죽은 부모가 저리 당당하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해수 교수는 "이는 유가족은 수동적인 피해자로서 상실의 슬픔에만 빠져 있어야 한다는 '유가족다움'의 프레임이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저는 결코 유가족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놀다가 죽은 피해자에 대한 낙인이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유족들이 시민사회에 연대를 요청하는 손짓이 이상적인 피해자상과 비교해 그들이 얼마나 평범했고, 얼마나 도덕적이며, 얼마나 열심히 근면, 성실하게 살아왔는지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요구되어야만 하는 것, 그래야만 애도의 자격이 주어지는 풍토에 대한 비판입니다."

이해수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서사는 '그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삶의 형태를 가지고 살았든 조건 없이 추모받을 수 있다'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는 유흥을 터부시하는 유의적 엄숙주의와 굴절된 공정성을 숭배하는 한국적 신자유주의의 통치성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봅니다. 무엇이 애도할 만한 대상으로 여겨지는지, 누구의 죽음이 공적 애도의 대상이 되는지애도를 규정짓는 폭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참사입니다."

애도에는 위계가 없다

그날 이태원에 간 너와 가지 않은 나, 열심히 사는 나와 놀다가 죽은 너를 구별 짓는 것, 서양 귀신 축제에 싸돌아다닌 여성은 문란하다고 낙인찍는 것, 청소년은 공부만 하는 아이라고 규정하는 것, 놀러 간 자녀를 제지하지 않은 유가족은 죄인인 것 등등..

이해수 교수는 '희생자가 애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 것 같은 애도의 위계는 그 서열에서 밀려나는 애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애도의 형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참사 직후에 국가 애도 기간이 결정되고, 크고 작은 문화예술 행사들이 전면 취소되었다.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이 흥미이고, 공연은 축제이기 때문에 애도와 함께 갈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국가가 원하는 유일한 형태의 애도는 침묵뿐이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시 마포구는 '다중인파 사고 방지를 위해 핼러윈 데이 축제는 금지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15시간 만에 철거했다. 인파 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며 1주기를 침묵하며 보내자는, 사실상 망각을 종용하는 엄숙주의다.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억지 침묵과 망각이 아니다.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무너진 삶의 기반을 다시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함께 감정을 나누고 버티며 연대하는 것이다. '희생자다움'에 따라 규정된 애도는 결코 진정한 애도가 될 수 없다.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위계화된 애도를 넘어서야 한다./ 23.10.25 오마이뉴스 이태원(pspd1994)

독일 지방선거, 극우 정당의 충격적대약진

헤센주와 바이에른주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AfD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AfD의 강력한 이민 제한 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0%를 넘었다.

108일 독일 극우 정당 AfD의 당대표 알리체 바이델(왼쪽)이 헤센주 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기뻐하고 있다.REUTERS

108일 독일의 헤센주와 바이에른주에서 주 의회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연방정부 여당인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의 신호등 연정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옛 동독 지역을 넘어 옛 서독 지역 역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신호등 연정의 참패와 AfD의 승리였다. 선거 결과는 유권자의 우경화 경향을 보여줬다. 이 지역에서 강세를 보여온 기민당·기사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1위를 해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민당은 헤센과 바이에른 모두에서 역대 최저 득표율을 기록했다. 사민당은 헤센에서 직전 선거보다 4.7%포인트 낮은 15.1%를 득표해 3위를, 바이에른에서는 1.3%포인트 낮은 8.4% 득표율로 5위를 기록했다. 녹색당은 헤센에서 직전 선거보다 5%포인트 낮은 14.8% 득표율로 3위를, 바이에른에서는 3.2%포인트 낮은 14.8%를 얻어 4위를 기록했다. 자민당은 헤센에서는 의회 진출을 위한 최저 득표율 5%를 겨우 달성했으며, 바이에른에서는 3%로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AfD는 헤센과 바이에른에서 각각 18.4%14.6%2위와 3위를 기록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선거보다 각각 5.3%포인트, 4.4%포인트 더 높은 성적이다. AfD의 당대표 알리체 바이델은 이번 선거의 성공은 지역 정치가 아니라 연방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지지율이 하락한 사민당과 녹색당 정치인들 또한 이번 선거는 주 의회 선거였지만 선거 내내 연방정부의 이민정책과 기후보호 정책이 쟁점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헤센주에서는 이민정책이 경제와 기후에 이어 세 번째로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의제로 나타났다. 바이에른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인프라테스트 디맵의 선거 직전 조사에 따르면, 바이에른주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8%, 헤센주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2%AfD의 강력한 이민 제한 정책에 찬성을 표시했다.

바이에른주 2위도 우파 정당

헤센주 AfD는 선거 캠페인을 통해 불법 난민의 빠른 송환을 요구했다. 꼭 필요한 전문인력 이민도 독일과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 나라 출신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센 AfD는 주요 인물 중 한 명이 극우 조직과 가깝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지만 당은 스스로를 극우가 아닌 보수 시민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바이에른주 AfD는 난민 신청이 거절된 사람을 6개월 이내에 추방하라고 요구했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과 독일어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분리해 초등교육을 시킬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헤센에서는 연방정부 심판을 캠페인 전면에 내세운 보수 기민당이 직전 선거보다 7.6%포인트 높은 34.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사민당에서는 독일 최초 여성 연방 내무장관인 낸시 페저가 주 총리 후보로 나서며 선거전을 이끌었다. 페저 장관은 당과 올라프 숄츠 연방 총리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는 내무장관으로서 난민의 국경 심사를 강화하고 각 국가가 책임을 강제로 분담하게 하는 유럽연합 난민법 개정 합의를 끌어냈다. 독일 내 극우단체들의 활동 금지 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하면서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장관 취임 직전까지 헤센에서 지역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페저는 교육·노인·노동·주거 등 주정부의 핵심 과제를 선거 캠페인의 중심에 두려 했다. 하지만 경쟁 당들은 그가 장관직을 등한시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고 비판했다. 페저가 연방 장관이기 때문에 선거의 쟁점이 계속해서 연방정부에 대한 비판과 연결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기민당과 함께 헤센주 연정에 참여하고 있던 녹색당은 헤센주 부총리이자 경제·교통장관인 타레크 알와지르를 총리 후보로 전면에 내세우며 인물 중심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 알와지르는 실용적이고 타협과 협력을 잘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으며 헤센주에서 매우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하나였다. 알와지르가 이끄는 헤센주 녹색당은 2018년 선거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2013년부터 이어진 기민당과의 연정에서도 주정부를 잡음 없이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헤센주 녹색당은 이번 선거의 실패를 연방정부의 책임으로 돌렸다.

바이에른주 선거 결과는 우파 포퓰리즘의 대성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3(14.6%)를 기록한 AfD뿐만 아니라 득표율 15.8%2위를 기록한 자유유권자연대(FW) 또한 우파 포퓰리즘 정당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자유유권자연대는 기초 지역의 선거연합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정당으로 지역 정치를 중시하는 동시에 보수 우파적 가치를 강조한다. 자유유권자연대는 특히 바이에른주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2018년부터 기사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정부에 참여 중이다. 자유유권자연대의 당대표이자 바이에른주 부총리인 후베르트 아이방거는 학창 시절 반유대주의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코로나 백신 반대자들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과격한 언어로 녹색당의 기후보호 정책을 반대했다. 한편으로는 AfD의 지지층을 흡수하려 노력했다.

바이에른은 전통적으로 기사당이 집권당을 맡아온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기사당이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단독으로 정부를 이끌거나 다른 소연정 파트너와 주정부를 구성했다. 기사당은 이번 선거에서 현재 주총리인 마르쿠스 죄더를 중심으로 녹색당의 기후보호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한 해 이민자 수를 제한하자는 강경책을 주장해 AfD나 자유유권자연대와 보수층 표를 두고 경쟁했다. 기사당은 득표율 37%1당의 자리를 지켰지만 이는 녹색당에 많은 표를 빼앗겼던 2018년 결과와 거의 비슷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 기사당 지지자 중 상당수가 자유유권자연대나 AfD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언론은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연방정부 내 연정 파트너 사이의 불협화음과 물가상승, 에너지 가격 상승, 주거 문제 등 대응 실패를 심판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올라프 숄츠 총리의 연방정부는 향후 정책 추진에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또한 AfD가 독일 정치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AfD가 옛 동독 지역을 넘어 옛 서독 지역의 주요 선거에서 실제로 2위를 거둔 것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를 통해 많은 유권자가 연방정부에 대한 단순 항의 표시로 AfD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AfD의 정치 노선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시사인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작용현실-관치금융하는 윤석열도 자기는 자유주의라고 주장하지 않나. 세상에 시장을 억누르는 자유주의가 어디 있나?

오예스-그 동안 양당 체제가 굳건한 환경에선 전 세계가 대부분 극단적 우경화 경향을 보이긴 해도 독일은 예외라 생각했는데 결국 정치적 다양성이란 것도 한계가 있는 건가?

 

주류언론이 윤 정권 언론탄압에 부화뇌동"

인터넷기자협회 "주류언론이 검찰 확성기 노릇" 비판

"허위보도 낙인찍는 주류언론부터 국민 심판 받아야

인터넷 기사 검색사이트 '빅카인즈' 화면 갈무리

윤석열 검찰정권의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류언론들이 오히려 정권의 언론탄압에 부화뇌동하고 검찰의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언론계 내에서 제기됐다.

주류언론들이 윤석열 검찰정권의 언론탄압을 비판하기는커녕 수사기관의 주장을 받아쓰기하면서 비판언론의 보도를 가짜뉴스’ ‘허위보도로 호도하고 정권의 언론탄압을 오히려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검찰이 경향신문·뉴스버스 기자 압수수색을 벌인 다음날인 지난 27일 논평을 내고 검찰과 경찰 발로 추정되는 피의 내용을 받아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 보도로 비판언론과 기자들을 옥죄는 일부 주류언론의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주류언론들은 검찰과 경찰의 폭력적인 언론탄압에 부회뇌동하는 보도를 반복하고 있다. 이들 언론은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위해 헌신하는 같은 언론인 동료에 대한 고려 없이 검찰의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한 작은 독립언론, 인터넷 언론에 대해 수십차례 압수수색과 고소고발을 하고 있으나 조중동을 포함한 큰 신문사들과 일부 지상파 방송, 종편방송을 비롯한 이른바 주류언론들은 이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기보다는 침묵하거나 검찰·경찰의 발표 받아쓰기식 보도를 해왔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서울의 소리 손배소, UPI뉴스 기자 기소, 뉴스토마토 기자 수사, 시민언론 더탐사와 시민언론 민들레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기소, 재판에 이어서 최근 중앙일보, 뉴스타파, 인터넷신문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기자, 경향신문, 뉴스버스로 압수수색과 수사가 확대되면서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짓밟는 언론탄압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26일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한국경제·매일경제 등이 보도한 , “대선 허위보도 의혹경향신문 기자 주거지 압수수색등의 기사는 모두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제목에 받아쓰기 한 기사들이다. 경향신문과 뉴스버스의 기사들이 팩트와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의혹제기임에도 검찰의 허위보도라는 주장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검찰의 수십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고소고발이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공권력 남용이라는 데에 대해서도 침묵해왔다.

이번에 검찰이 기자 압수수색을 벌인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26일 낸 입장문에서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들의 압수수색을 보도하면서 '허위보도' 의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기사를 내보냈는데, '의혹'이라는 단어로 면죄부 삼아 취재 없이 '허위보도'라는 용어를 함부로 쓰지 않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논평에서 저널리즘 원칙을 저버린 이른바 주류언론사들은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당한 뉴스타파, 리포액트, 뉴스버스 등 언론의 보도에 허위보도라는 낙인을 찍었다. 하지만 이들 언론사는 허위보도의 근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문제제기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의 확성기 노릇을 하며 허위보도주장을 일방적으로 유포하는 이른바 주류언론부터 역사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윤석열 검찰정권의 언론사·기자에 대한 압수수색과 고소고발 등 비판언론 탄압 사태에 대해 극소수 언론과 언론시민단체, 언론인 단체들이 규탄 성명이나 논평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를 비판하지 않는 언론의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언론단체 목소리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김성재 에디터 시민언론 민들레

네이버 뉴스, 이태원 참사의 상품화와 2차가해 폭격

[네이버 뉴스와 댓글이 잠식한 이태원 참사]

참사 직후부터 4개월간 댓글 371만 개 분석

'가십성 포털용 자투리 기사' 거르지 않고 방치  혐오·비하·조롱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 유도

사건 초기 이후 보도량 현저히 감소'무보도진실 알리기와 문제 해결 위한 노력 찾기 힘들어

10·29이태원 참사유가족 명단이 민들레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을 때의 언론과 여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판 일색이었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조차 명단 공개 비판 성명을 냈을 때는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희생자 공개가 없었더라면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실은 더 표류했을지 모른다. 당시 한겨레신문과 민들레에 칼럼을 기고해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소중한 생명을 숫자 덩어리로 애도할 수는 없는 이유를 미력하나마 알렸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견에 불과했고, 네이버 뉴스와 댓글에서 명단 공개에 대한 비난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너무 의아했다. 희생자 명단공개 반대 여론은 물론 진상규명의 목소리를 잠식해 간 현상의 이면을 알고 싶었다.

오랜 동료연구자인 고은지 공학박사와 함께 이태원 참사 뉴스와 댓글을 분석하면서 네이버 뉴스에 책임이 적지 않음을 느꼈다. 이태원 참사 1주기에 맞춰 네이버 뉴스와 언론사가 가십성 포털용 자투리 기사로 이태원 참사를 상품화하고 정쟁화하여 여론을 잠식했다는 내용의 칼럼 <네이버 뉴스, 이태원 참사의 상품화와 2차 가해 폭격>을 시작으로, 비방·혐오 댓글이 여론을 잠식해 가는 과정과 외면효과, ‘착한 댓글보다 악성 댓글이 활성화될 여지가 있는 네이버 댓글 정책과 인터페이스의 허와 실, 이태원 참사 기사에서 자주 등장한 이른바 네임드악플러의 행태와 패턴 등에 대한 분석을 몇 차례에 걸쳐 민들레와 공유하고자 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추모 조형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26 [공동취재] 연합뉴스

2차 가해라는 엔트로피

유시민 작가는 한 방송에서‘10.29 이태원 참사를 이 정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엔트로피 법칙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는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높은 수준의 에너지를 갖고 질서를 부여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유지해온 질서가 개입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무질서한 참사라고.

우리는 ‘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루는 네이버 뉴스와 댓글도 엔트로피로 가득 차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포털과 언론은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이 제때 이루어지도록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질서를 부여해야 했지만, 네이버 뉴스에서는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는 찾기 힘들었다. 오죽하면 지난해 1216일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49일 추모제에 앞서 언론과 포털 사이트에 신중한 취재와 보도, 댓글창 닫기를 요청했을까. 네이버는 당시 별다른 조치나 관리를 하지 않다가, 올해 23일에서야 언론사 댓글 정책 선택제라는 이유를 들어 겨우 언론사와 이용자 협조를 구하는 공지를 올렸다. 그리고 1주기가 가까워진 1025, 모든 뉴스에 아래의 공지를 게시했다.

네이버 뉴스와 댓글에 2차 가해가 얼마나 많았는지 이 공지가 스스로 방증하고 있다. 네이버 뉴스는 정쟁을 부추긴 기사와 참사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악성 댓글을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는데, 네이버 측이 언론사에 댓글창 닫기 협조를 구해도 언론사가 우이독경이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조선일보의 <“청춘 150명 날려, 2새끼 퇴진!” 상가에 현수막 내건 당원>(2022.11.4), 중앙일보의 <세월호 때와 다르다이태원 참사에 ·지지율 추락 없는 이유>(2022.11.6)라는 기사 제목과 내용은 네이버 뉴스로서는 다소 문제가 있다. 두 기사는 참사를 정치적으로 엮어 풀려는 의도가 분명한 제목인데다 특히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욕설이 포함되어 전 연령이 이용하는 네이버에 서비스되기엔 부적절해 보인다. 특히 두 기사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은 심각한 수준이다. 네이버 뉴스가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모든 선택을 언론사에만 맡긴다면, 악성 댓글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10.29 이태원 참사무보도

우리는 네이버 뉴스와 댓글을 수집하여 우선 ‘10.29 이태원 참사보도량 추이를 분석했다.

사고 초기 약 일주일 동안 엄청나게 폭발적인 보도량이 있었다. 대형 참사는 현장 취재 보도와 속보 형식이 많은데다 원인 규명과 희생자 유가족 대책, 책임자 문책 등과 같은 이슈 흐름이 있을 거라 추론할 수 있다. 검색으로 수집한 17개 언론사의 기사 제목을 토대로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 117일 이후 희생자 명단 공개와 책임 규명에 대한 여야 간 논쟁으로 보이는 기사가 많았고, 114~15일 민들레의 희생자 명단 공개 이슈 때도 보도량이 많았다. 그리고 유족 첫 공식 모임,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안 국회 통과, 창원 김미나 시의원 막말, 생존자였다가 하늘의 별이 된 고 이재현 군, 희생자 49,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가동, 국정조사 청문회 등 관련 보도는 각각 500여 건에 달했다. 하지만 주요 뉴스로 다뤄져야 할 특수본 수사, 시청 앞 분향소 논란 등 관련 보도 건수는 안타깝게도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 및 책임 규명 보도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2월까지 자료를 수집한 이유도 2월 초부터 참사 관련 보도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2월 이후에도 무보도’(언론이 마땅히 보도해야 할 뉴스 가치가 높은 이슈나 사건을 고의로 보도하지 않음)에 가까우리만큼 이태원 참사 기사는 네이버 뉴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댓글은 보도량과 거의 연동하는 패턴으로 달렸다. 특히 1029일부터 116일까지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의 댓글은 무려 1,422,705개였다. 전체 댓글 3,716,864개의 약 38%가 참사 직후에 작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참사는 어떻게 온라인 정치기사로 상품화 되었나?

네이버 랭킹뉴스는 언론사마다 이용자 관심을 끌었던 기사를 조회수와 누적 댓글수로 집계하여 기사 순위를 노출하는 서비스이다. 참사 직후 주요 이슈가 우리의 추론대로 원인 규명이나 희생자 유가족 관련 대책, 책임 규명 관련 보도인지 보기 위해 누적 댓글수 순으로 기사를 추려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참사 초기 랭킹뉴스로 추정되는 기사 제목은 전형적인 포털용 자투리 정치기사였기 때문이다.

참사 초기 일주일(10/29~11/6) ‘이태원 참사로 검색한 네이버 뉴스 중 댓글수가 많았던 기사 목록.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위 그래프 하단과 동일.

20221030일에 올라온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기사 제목을 보자. 대동소이하게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태원 참사는 이전 탓...글 올렸다 삭제>이다. 이 세 기사엔 각각 12,705, 4,962, 4,094개의 댓글이 달려 꽤 쏠쏠한 이른바 제목 장사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14일과 5일에 올라온 조선일보 <청춘 150명 날려, 2새끼 퇴진> 시리즈 제목은 조선NS 김명일 기자의 기사로 각각 8,280, 5,966개의 댓글이 달려 꽤 높은 조회수가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인물이나 메신저를 공격하는 기사 제목을 참사와 연결해 포털용 자투리 정치기사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포털용 자투리 정치기사에 대해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정치와 정책적 맥락을 도외시한 채 지엽적·구체적·자극적 내용을 자투리 기사 형태로 만든 것으로 주로 포털용 온라인 기자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정치 가십적 소재를 찾으면 아무런 맥락없이 정치인의 실언, 실수 등을 꼬투리 잡아 정쟁 성격의 제목과 내용으로 가공한 후 포털에 무더기로 살포하는 특징이 있다. 포털 사이트는 비방·혐오성 가십성 정치 이슈를 중요 의제로 만들어버리는 기사를 대우해준다고 한다. 논쟁거리로 이용자 클릭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최영재 교수는 포털 사이트에 분열과 혐오의 편파적인 정치 기사들을 게걸스럽게 소비하고픈 욕망과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으르렁거리고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10.29 이태원 참사관련 네이버 뉴스 중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기사인 조선일보 생활 섹션의 <참사 하루도 안지나서PD수첩 이태원 사고, 당국 문제점 제보받아요>(20221030)도 이에 해당한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은 총 16,555건이고, 첫 댓글 공감수가 43,636건으로 참사 당일 큰 관심을 받은 기사임을 짐작케 한다. PD수첩 공지를 문제 삼는 기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재연 고지를 하지 않은 ‘PD수첩-논문저자 김건희편이 심각한 왜곡이라는 비판을 하고자 쓴 기사이다. 기사 작성자는 조선NS의 장상진 대표였는데, 별도의 홈페이지가 없는 조선NS는 정기간행물 등록을 하지 않아 언론사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뉴스에서 어떤 언론사의 이태원 참사뉴스가 관심을 끌었는지 보기 위해 전체 기사 41,387건의 약 1%에 해당하는 기사 400건을 댓글수 순으로 추려 확인해 보았다.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위 그래프 하단과 동일.

분석 결과, 조선일보 87, 중앙일보 48, 경향신문 48, 한겨레 35, 연합 35, 동아일보 28, 국민일보 25, JTBC 18, MBC 16, MBN 13, 한국일보 10, YTN 10, SBS 9, KBS 9, 채널A 6, TV조선 3건으로 나타났다.

결국 네이버 뉴스에서 관심을 끌었던 ‘10.29 이태원 참사기사는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대부분 가십성 포털용 자투리 정치기사였다.

이태원 참사로 검색한 10/29~2/28까지의 네이버 뉴스 중 댓글수가 많았던 기사 목록.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위 그래프 하단과 동일.

‘10.29 이태원 참사라는 사회적 비극을 비방과 공격을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언론사를 충분히 추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뉴스는 왜 기사 품질 관리 필터링에서 이런 맥락을 포착하지 못할까? 알고도 못하는 것일까? 네이버는 뉴스 추천 알고리즘에서 기사의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기사의 콘텐츠 특성과 사용자 피드백(기사 클릭 수, 체류시간 등)을 고려하는 QE(Quality Estimation) 모델로 품질을 예측하고, QE모델은 기사가 충실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를 Deep Neural Network 기반의 모델로 판단한다고 안내하면서 기사 제목, 본문, 기자 정보, 섹션 정보등을 고려해 품질 점수를 추론한다고 밝히고 있다.

재미 삼아 네이버의 생성형 AI 클로버x에게 새끼”,“xxx“가 포함된 두 건의 기사 제목을 넣고 물어봤다. 이 단어가 포함된 기사 제목을 맥락적으로 인식하기를 기대하면서.

네이버 클로바X는 의외로 똑똑했다. 두 기사 제목은 혐오와 욕설이 포함된 문장임을 확인해 준 것. 클로바X를 좀 더 활용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117일부터 11일까지 댓글수가 많았던 기사는 비방 위주의 정치 분열과 여야 정쟁 구도를 부추기는 부적절한 제목이 많았다고 보았다. 추정컨대 이 기간 희생자 이름과 영정 공개의제의 사회적 숙의를 조롱하고 공격하는 정황이 있었고, 이런 판단이 타당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태원 참사로 검색한 11/7~11까지의 네이버 뉴스 중 댓글수가 많았던 기사 목록. 참사를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시기, 여야 정쟁을 부추기고 과열되는 양상의 기사 제목이 많았다. 자료수집 범위 및 기간은 위 그래프 하단과 동일.

조선일보 기사 <이재명 고인의 이름을 부르는 게 패륜이냐”... 조정훈 미친 생각”>(2022.11.11)의 제목이 네이버 기사 제목으로 적절한지 클로바X에게 물어봤다.

조선일보 기사 제목에 대한 클로버X의 명쾌한 답변.

너무나 명쾌한 답변이다.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고 있고, 혐오 및 비하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서 네이버 뉴스 기사 제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확인해준다. 연구자들은 자의적 판단을 경계하고 조심하고자 노력하지만, 특히 참사 보도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네이버의 완성된 기술력으로 이 글의 객관성이 그나마 확보된 것 같다.

네이버에 제안한다. 우선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과거 기사 제목과 기사 전부를 맥락적으로 필터링해, 적어도 생성형 AI 네이버 클로바X 정도는 통과하는 기사만 남기고 삭제하는 게 어떨까. 그것이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는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진정한 추모일 것이다. 규정 위반에 가까운 적절치 않은 뉴스와 댓글을 남길 이유가 없잖은가.

. 네이버는 뉴스 제휴 언론사의 기자들에게 최소한 클로바X에게 한 번은 물어보고 기사를 작성하도록 하는 자율 원칙 적용을 검토하면 어떨까. 왜 클로바X 따로, 뉴스 알고리즘 따로인지 모르겠다.

자료수집 범위 및 수집 기간 : 네이버 뉴스 구독자 수 상위 매체 중 7개 주요 일간지(경향, 국민,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통신사(연합), 지상파 방송 3(KBS, MBC, SBS), 종합편성채널 4(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전문채널 2(YTN, 연합뉴스TV) 등 총 17개 언론사 네이버 뉴스 인링크 기사 중 ‘10.29 이태원 참사’, ‘10.29 이태원’, ‘이태원 참사등으로 검색해 추출된 20221029일부터 2023228일 사이의 기사 41,378건과 그에 부속된 댓글 3,716,864, 댓글 작성 아이디 130,442개를 수집했다. 자료는 202336~49일에 수집한 것으로 현재 시점에서 언론사별로 삭제된 뉴스나 댓글이 있고, 댓글모드가 변경된 경우도 있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 고은지 게임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시민언론 민들레

윤 대통령은 왜 이념 투사가 됐나? 한국자유회의와 뉴라이트 - 스트레이트 230(23.10.29)

https://www.youtube.com/watch?v=6o06rJ2stZw

윤 대통령은 왜 이념 투사가 됐나? 한국자유회의와 뉴라이트

- 이념 투사 된 대통령

- "촛불, 반국가세력 주도"- 국민주권도 부정?- "놀랍도록 비슷하다"- 뉴라이트의 귀환- 전방위 공격

스크립트

중동 순방에서 돌아온 윤성열 대통령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이 박대통령의 정신과 위협을 다시 새기고 통합이 아닌 보수 결집 행보로 해석되면 유족들이 이태원 참사 일주기 추모식에 대통령 참석을 요청했지만 윤대통령은 정치집회 성이 다며 참석하지 않습니다 교회 추도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참한 뒤 윤성열대통령은 반성하겠다고 했습니다 반성도 좀 많이 하겠습니다 저도 많이 이제 좀 반성하고 민생에 집중하라는 지시도 내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념을 앞세운 건 윤성열 대통령자신이었습니다 제일 중요한게 이념입니다 철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입니다 [박수]

대통령 연설에서 반공이 씨였던 이승만 박정희 시대 단어들이 등장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공산 전체주의를 맹하 조작 선동으로 연원을 왜곡하고 안 국가 세력은 반일감정을 동하고 윤 대통령은 왜 갑자기 이런 이념적 발언들을 쏟아내기 시작한 걸까요

윤성 대통령의 행보나 발언들을 보면 그전에 이념적 모습이 안보였거든요 갑자기 대통령이 된다면 념 투사가 됐어요 뭐 과외공부를 치기 한 것처럼이는 투사가 돼 버렸어요

여당이 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두고 인사 참사와 더불어 윤성열 대통령이 버린 이념 정치가 주목되기도 합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윤석열대통령이 왜 갑자기 이념 투사가 된 건지 그 배경과 의도를 짚어보겠습니다 대통령이 반성한다고 했지만 이태원 참사 추모식도 정치 색채를 이유로 불참한다고 했어요 달라지긴 한 겁니까 글쎄요 일단 반국가 세력 같은 험한 말들이 사라지긴 했지만 근본적인 쇄신이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념적 발언이 8일로 광복절 경축사 시작된 거잖아요

윤 대통령이 왜 갑자기 이렇게 이념 투사가 된 걸까요네 원래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갑자기 변한 건지 사실 정확히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가 나왔습니다 바로 한국 자유 회의라는 단체입니다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야당 의원이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최근 대통령께서 강조하는 공산 전체주의의 뿌리를 한번찾아보고자 합니다 장관님 2017년 출범한 한국 자유 회의라는 단체를 알고 계십니까 네 장관께서 주도해 만든 구 보수단체입니다 한국자유회의 2017년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8.15 경축사가 이 단체의 창립 선언문과 거의 똑같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혹 같은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건 아닐까 할 정도로 굉장히 유사합니다 사실상 100% 수준입니다 윤 대통령은이 단체와 어떤 관계일까요 시 한국 자유 회의라는 단체가 윤성열 정부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아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하십시오 어 윤성열 대통령께서 한국 자유 회의에대해서 어떤 관심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좋습니다

한국 자유회의 20171월 출범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한창이었을 때입니다 한국 자유회의 창립 선언문 있니다 북한 정권의 통일 전선 전략을 추정하며 허구를 앞세운 선전선동으로 국민의 정치의식을 도하여 국가적 정통성을 파괴하려는 전체주의적 전복세력에 맞선다고 썼습니다 자유 회의는 촛불 집회가 북한 추종 세력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체제 전복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체제를 전복하려 하는 세력 여기 다시 말해서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겠지만 실질적으로 촛불을 주도했던 세력과 동도 있던 세력과 또 그냥 뭐도 모르고 또 그 부분들에 대해서 이렇게 등단도 움직이던 세력 여러 층이 있잖아요 근데 그 주도 세력은음 분명히반대한민국 세력이라고 저들은 봅니다

자유 회의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맨 앞에 있는 사람은 노재봉 전 서울대 교수입니다

노태우 정권 때 국무 총리를 지냈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실무를 맡았습니다 노재봉 교수의 제자이자 당시 성신여대 교수였습니다 한국에 있는 자유민주 세력은 북한과 남한 내에 있는 모든 전체주의 세력 그런 경영하고 어 싸워 나와야 된다 그렇죠 특히 노재봉 전 국무총리님 같은 경우는 국정 경험이 있으시니까 여기에 대한 굉장히 큰 우려가 계셨던 거죠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체제를 탄핵 하려고 하는이 최대 탄핵의 모습이다 여기에 우리 지식인들이 그냥 있으면 안 된다 라는 메시지를 그때 주셨죠 한국자유회의 발기인은 모두 149명 일제강점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한 유석춘 당시 연세대 교수 반일종족주의를 쓴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도 발입니다

상당수가 뉴라이트 사람들입니다 일부로 그 저 영업조직하거나 설립하거나 영업 허가를 내준 그러한 위 들는 좀 의심스럽습니다 뉴라이트 200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세력을 키운 우파들말합니다 대체로 일제 식민지배가 조선의 근대화를 도왔다고 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이승만을 건국 대통으로 보고 박정희 독재를 미화하고 남북 대화 대신 북한 인권운동을 중시합니다

과거 주체사상 추종자들이 대거 뉴라이트로 옮겨갔습니다 이들은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그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다시 한국 자유 회의로 뭉친 겁니다 그때 당시 뉴라이트 같은 경 경우는 이제 이제 대부분이

뭐냐면은 창 시절에 좌위 활동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예예 운동권 이었기 때문에 그 운동권들이 새로운 내용들을 가지고 이제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사실은 그 프레임은 그 동아일보에서 만들어 냈잖아요

한국 자유회의 발기인들은 윤성열 정부에서 대거 공직으로 됐습니다 김영호 통일부장관 윤 정부 외교안보 실세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5.18 광주민주화 운동 북한 개서를 주장한 김광동 진실 화의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장 518 북한군 난파를 주장한 차기환 방송문화 진흥회 이사,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간첩이라고 한 박인환 경찰 제도발전위원회 초대위원장, 정승 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강규형 굮가기록관리위원장, 박주희 대통령직속 지방시대 위원, 임헌조 전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윤 정부에서 임명된 김근태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외이사, 김구회 자유총연맹 부총재도 한국자유회의 출신

나라를 걱정한다는 어떤 그 명분 아래 모여서 어떤 이런 세력화를 해서 어 여러 가지 정관계에 영향력을 펼치고 뭐 이러면서 뭔가 떤 정치적 생명력을 지켜려나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음 어 그러니까 한국 자유회의라는 단체가 윤성 대통령의 이념 정치 이념 투쟁에 영향을 준 겁니까

네 그런 의혹이 나온 겁니다 특히이 단체의 발기인들이 대거 윤성열정부에서 공직에 발탁됐다는 점이 눈에 뜁니다음 그런데이 한국 자유 회의라는 단체 주장이 참 독특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송하는 여론이 그때 80% 다했잖아요네 그때 촛불로 들었던 시민들이 다이 체제 전복 세력에 휩쓸렸다 겁니까

네 독특하기 한게 아니라 위험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국민 주권이라는 현대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까지 부정하는 것

대한민국 헌법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박근혜 탄핵은 제 1조의 정신에 따른 것으로 봅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대통령의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은 국민들이 그것을 대처해서 여론이라 또는 집회나 시위라는 또는 정당 정치라 이런 것들을 통해서 대통령이라는 대의기관의 잘못을 교정하는 거 요게 이제 국민주권의 기본 원리입니다

그런데 한국 자유 회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를 우리 모두가 자로서 권력을 다행사하겠다 그러면 우리는 공화국에 살고 있는게 아니죠 그냐 무정부 상태로 우리가 되간다 하는 얘기죠 이들은 주권은 투표로 법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주권에 나오는 국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고 개개인이 다를 행사하면 정태 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건 아니고 해석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국민 주권에서 이야기하는 그 국민이라고 하는 것은 광화문에 광화문에이 촛불 들고서 있는 그 사람의 집단을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여러분 대한민국 헌법 일조 2항에서 말하는 그 국민은 추상적이고 상징적인존재로서의 국민입니다 여러분를 하 람에 하는 자유회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념의 문제를 떠나서 아주 반헌법적이고 어 국민주권에 반하는 대단히 퇴행적이고 어 시대를 되돌리는 우리가 추구했던 민주화 아에 완전히 배치된 얘기다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자유민주주의 부정이 이게 그 국민들의 표현이나 의사 의사 표현이나 그다음에 생각의 자유라지만 의 어떤 그 언론의 자유 같은 경우로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거예요 헌법 재판소도 이미 1989년 국민 주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이 실질적 국민 주권에 대의제를 통한 주권의 실현이라는 점도 있지만은 국민 각자가 여론이라 그지 시민사회 공론화의 장이라는 정당정치라 이런 것들을 통해서 정치에 참여하는 건 그것도 국민주권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밝힌 받 있습니다 그리고이 주권은 대표자들 의자들만 행사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그런 형식적 국민주권 원리는 지금 현재 전세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자유회의 사상이 담긴 책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입니다 노재봉 전총리와 김호 장관이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 탄핵을이 촛불집회를 를 북한 추종세력에 버린 분노의 한 전체주의적 전복 혁명이라고 주장합니다 북한식 전체주의가 일상으로 파고든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소위 말이죠 물에 젖어 있어요 그 거기 빨간 하나 리면 어떻게 됩 금방 져버 자유인은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다를 바 없는 전체주의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5천만 이죠 자 그렇지만은 대한민국 국민 5천만이 모두 주권자로서 근력을 직접 행사한다고 한다면은 대한민국은 무정부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는 얘기죠 음 국민 개개인이 권리를 행사하면 무정부 상태가 된다 납득하기가 참 어렵습니다네 그런데 정기자이 단체가 윤성 대통령과는 어떤관계입니까 대통령이 이념적 발언들을 쏟아낸게 지난 8월부터 우선 대통령의 발언과 자유회의 이념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지난 815일 자유민주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 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공산 전체주의라는 말이 이날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자 대통령께서 최근에 띄운 개념이 뭐냐면은 공산 전체주의라는 단어를 띄어요

공산전체주의란 말 학계에서도 사용 안 하고 있고 일반적으로도 공산 전체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건 는 못봤어요. 표준 국어 대사전을 찾아보니 공산주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론에 입각한 사상 전체주의는 개인의 활동은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파시즘과 나치즘이 대표적이라고

공산 전체주의라는 말은 누가 만든 걸까 한국 자유 회의는 자기들이 원조라고 했습니다 탄핵 사태에 지음에서 그 전후에서 그 노재봉 전 국무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저희 연구 그룹 쪽에서 그 반대한민국 세력 혹은 전체주의라는이 비판적 개념이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이제 아시다시피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계신다 실제로 윤성열 대통령이 전부터 자유회의 발기인들은이 단어를 많이 썼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정치학 정치철학 헌법학 역사 사회학을 전공한 교수 들에게 윤 대통령의 발언과 한국자유회의 이념을 비교해 달라고 맡겼습니다 네명 모두 상당히 비슷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너무 놀라울만큼 많아서 뭐 몇 개가 같아가 아니라 그냥 대차대조표를 만들면 다 똑같습니다

촛불집회는 제전복 세력의 음모라는 한국자유회의 주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탄희의 작심 선언 직 걸고 선거제 퇴행 막겠다

내년 4월 총선 룰은 사실상 비례대표제의 병립형 회귀냐, 준연동형 유지냐라는 쟁점으로 좁혀졌다. 정치개혁을 계속 외쳐온 이탄희 의원은 병립형은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이탄희 의원은 민주당이 2024년 총선에서 연합 200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연합정치를 제도화하는 선거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시사IN 조남진

이탄희 의원은 조곤조곤 말한다. 여의도에서 곧잘 들을 수 있는 전형적인 싸우는 목소리는 아니다. 그런 그가 인터뷰 1시간 동안 싸움이라는 단어를 12차례나 쓰며 톤을 올렸다. “싸움의 목적이 사라졌다” “싸움의 목적을 되찾아야 한다같은 말을 반복했다. 현 정치 상황을 비판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만을 향하지 않았다. 몸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도 지적 대상에서 빠뜨리지 않았다. 반사이익과 혐오에 기댄 정치권을 꼬집었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반드시 필요하고, 당장은 선거제가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료 정치인들과 함께 꾸준히 정치개혁에 목소리를 내왔다. ‘위성정당 방지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통령 결선투표제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연합정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사실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동의했다. ‘협치의 제도화.

대선 직전인 2022227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관련 내용(대통령 4년 중임제·결선투표제, 위성정당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같은 다당제 연합정치보장 등)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같은 해 이재명 대표가 선출된 8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국민통합 정치 교체를 위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전 당원 투표로 정치개혁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2023년에 진행된 정치개혁 논의, 그중에서도 내년 총선과 관련된 선거제 이슈는 10월 중순 현재 사실상 이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비례대표를 병립형으로 돌아가느냐, 준연동형을 유지하느냐. 국회 전원위, 국민 공론조사를 거치며 국회의원 증원, 비례대표 증원(현재 지역 253·비례 47), 중대선거구제 개편 등이 다뤄졌지만 지금은 비례대표를 어떻게 뽑을지로 좁혀진 모양새다.

병립형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비례대표 의석을 나눈 2016년 제20대 총선 방식이다. 33.5%를 득표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전체 47석 비례대표 중 17석을 차지했다. 민주당(25.54%)과 국민의당(26.74%)은 각각 13석을 차지했다. 7.23%를 얻은 정의당은 4석을 배정받았다.

반면 준연동형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에 연동(50%)하는 제도다. 2020년 제21대 총선 방식이다. 예를 들어 비례에서 10%를 얻은 정당은, 전체 국회의원 300석 중 10%(30)의 절반인 15석을 할당받는다. 만약 지역구에서 2석만 얻었다면, 나머지 13석을 비례에서 가져간다. 통상 득표에 비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거대 양당에 불리한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을 주장한다. 민주당 안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탄희 의원은 병립형 회귀가 퇴행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선거제 퇴행은 직을 걸고 막겠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결코 가볍지 않은 자리다. 의미를 다시 물었다. “말 그대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치가 나빠지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감사 준비를 잘 하는 것 이상의 싸움을 위해 더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시작을 이틀 앞둔 108일 이탄희 의원을 만났다. 선거제라는 주제에 집중해서 물었다. 왜 정치개혁을 계속 말하는지, 지금의 정치권 행태를 바꾸는 게 선거제도와 무슨 상관인지, 병립형이 왜 나쁜지 등.

이탄희 의원은 정치권이 싸움의 목적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잘 싸우는 비결이기도 하다. 현재 정치권의 문제는 싸워서가 아니라, ‘제대로 못 싸워서라는 진단이다. 국민을 위해 서로가 잘 싸워야 하는 곳이 정치권이라고 이 의원은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거제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왜 계속 정치개혁을 말하나?

일단 최근 얘기를 먼저 말하자면, 정치에서 점점 더 싸움의 목적이 사라지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했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도대체 저 둘이 왜 저렇게 싸우는지 목적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나? 불구속 재판하면 되는 사건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두 번이나 영장 청구를 했다.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졌다고 구속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도 목숨을 걸고 단식하는데 왜 단식을 하는가라는 목적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는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싸움인데, 현재 정치가 그에 합당한 기능을 전혀 안 하고 있다. 목적을 되찾기 위해,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정치개혁이 되면 목적이 있는 싸움을 한다?

대선 끝나고 2주 정도 끙끙 앓으면서 고민했다. 결론은 대한민국 정치구조에 문제가 있다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돼 너무 좌절했다. 지금의 무정부 상태는 이미 예견됐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한 이야기는 딱 하나다. ‘민주당에 또 권력을 줄 거냐, 정권교체해야 된다.’ 그것 하나로 대통령이 됐다. 현재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에 기댄 구조다. 내가 뭘 하겠다는 약속 없이 남을 헐뜯는 데만 성공하면 권력을 차지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윤석열 2, 3세가 나올 수 있다. 민주당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혐오만으로 다시 집권하면, 싸움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정치인끼리 정권교체만 무한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는 정치를 그냥 두고 봐야 할까?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그런데 '이 구조 속에서는 내 정치가 설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치의 구조를 깨는 문제에 천착하게 됐다. 비록 남들한테는 집착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대선 관련 문제의식이다. 그런데 지금은 총선을 앞두고 있다.

모든 문제는 연결돼 있다. 반사이익 구조를 깨는 데 도움되는 모든 제도는 다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대통령 결선투표제, 또 하나가 국회의원 선거제 개혁이다. 일단은 내년 총선이 다가와 발등의 불에 집중하고 있다. 잘 해결되면 대통령 결선투표제도 똑같이 집착할 예정이다(웃음).

-누가 그렇게 집착이라고 하기에?

그런 분들이 좀 있다.

-왜 그런 말을 한다고 보나?

안 했으면 좋겠으니 그런 거 아닐까? 국민이 너무 많이 알게 될까 봐 걱정하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안 될 건데 왜 계속하느냐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얘기는 판사 탄핵추진할 때도 많이 듣지 않았나.

그랬다. 결국은 다 된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은 반드시 된다고 생각한다(판사 시절 사법농단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의원은 2020년 국회에 입성하며 자신의 숙제가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를 탄핵하는 것이라 밝혔다. 이듬해 2법관 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임성근 판사가 탄핵안 처리 직후 임기 만료로 퇴임해서다).

106일 선거제도 공론조사 결과 보고서 발간식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이유로 오지 않았다. 시사IN 조남진

-현재 선거제 논의는 어디까지 이뤄져 있나?

나름의 흐름을 어느 정도 만들어왔다. 올해 초 꾸려진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에 현역 의원 140여 명이 참여했다.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가 열려 의원들의 토론이 이뤄졌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시민들이 선거제 개혁에 의견을 직접 내는 공론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당장 제도 개혁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왜 그런가?

이번에 느낀 게, 선거제 개혁이 성공하려면 이해관계자인 국회의원이 아닌 제3기구가 결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세비만은 제3기구가 결정하고 국회는 최종 승인 역할만 해야 한다. 실제 선거제 개혁에 성공한 뉴질랜드는 왕립위원회를 만들었다. 지금은 그런 절차가 없다. 결국 양당(국민의힘·민주당)이 밀실에서 협의하는 상황이 돼, 국회의원 선거제를 큰 폭으로 개혁하기는 어려워졌다. 지금은 사실 문제가 굉장히 간단해졌다. ‘촛불전 선거제도로 퇴행하느냐, 아니면 현행법을 지켜내느냐는 싸움만 남았다. 문제가 굉장히 명확하다. 퇴행을 막아야 한다.

-병립형이 왜 퇴행인가?

소선거구제하에서 사표가 엄청나게 발생한다. 계산에 따라서는 21대 총선 때도 사표가 1000만 표가 넘었다고 한다. 국민은 정치에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고 무관심하게 된다. 정치인은 더 극단적인 언행을 한다. 비례대표 47석이라도, 지역구 의석을 독차지하는 거대 양당이 아니라 제3·4·5당이 가져갈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자는 제도가 연동형이다. ‘골목 상권을 보장한다. 병립형은 47석의 골목 상권마저도 대형마트인 거대 양당이 들어가는 안이다. 강하게 말하면, 병립 회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사라진 정치세력의 복원이 될 수 있다. 탄핵 이후 보수는 소위 합리 보수와 극우 보수로 나뉘었다. 그런데 지금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를 다시 극우 보수로 통합하고 있다. 병립형이 되면 합리적 보수는 설 자리가 없다. 민주당 개혁 과제 중에는 합리적 보수와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과제가 많다. 검찰개혁, 언론개혁이 대표적이다.

-준연동형은 위성정당을 낳는다는 비판이 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위성정당을 만든 사람의 문제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안에서도 결국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다.

국민이 위성정당을 겪어봤다. 민주당 단독 180석으로도 실제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여당일 때는 무기력했고 야당일 때는 상대방의 비토를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이제 연합 200석을 목표로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극우 세력을 100석 이하로 고립시키는 국회 구성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그걸 가지고 개헌 의석을 확보해서 대한민국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원대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민주당이 그러면 국민이 박수치고 따라주지 않겠나. 지금은 도대체 싸움의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는 상황이라 국민이 못 따라오는 거 아닌가.

-일부 강경파는 ‘180석으로도 안 되었으니, 200석으로 몰아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건 불가능하다. 사람 다리가 두 개여서 느리니까, 다리를 하나 더 만들어달라는 말이다. 반사이익 구조가 윤석열 대통령을 낳았다. 반사이익 구조가 역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유지시키고 있다. 산소호흡기다. 뭘해도 반()민주당만 외치면 국민 30%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병립형이 저쪽의 110석을 보장하는 제도다.

-선거는 전쟁이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힘을 받기 힘들다.

양보가 아니다.

-그럼 뭔가?

우리 싸움의 목적을 되찾는 것이다.

-양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당내에 있다.

그런 분들께 왜 정치를 하는지 묻고 싶다. 이게 스포츠 게임인가? 국가 예산을 놓고 벌이는 이종격투기가 아니다. 인터뷰 첫마디에서 싸움의 목적을 얘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독 180석으로는 세상을 못 바꾼다는 걸 확인했다. 그럼 세상을 바꾸는 목적에 맞는 새로운 수단을 찾아야 한다.

-그게 연합정치라는 건가?

그렇다. 국가를 위해서도 양쪽 세력이 혐오 경쟁이 아닌 연합 경쟁을 해야 한다. 내가 소속된 정당인 민주당이 연합 200석이라는 목표를 다시 세웠으면 좋겠다.

-연합정치가 무엇을 바꿀 수 있나?

우리는 이미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민주당은 상당히 고전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무능함과 이념적 편향성에 대해 국민들은 넌더리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주로 20%대에 머물렀다. 촛불을 겪으면서 50%대까지 폭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그랬다. 쉬운 성과가 아니었다. 숱한 노력 끝에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서도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게 연합정치다. 국회에는 다양한 세력이 있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위해 우리는 당시 어떤 세력은 설득하고, 어떤 세력은 압박하고, 어떤 세력과는 거래했다. 나도 있고, 너도 있지만, 우리에게 더 상위 목적이 있어서 협업할 수 있었다. 국민은 민주당에 두 배 폭증한 지지율로 화답했다. 그때 얻은 지지율을 지난 8년 동안 서서히 잃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 연합 리더십을 민주당이 다시 찾아와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사랑을 받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결국 문제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을 안 만든다고 했다가 만들었다.

민주당이 잘못한 점이 너무너무 많다.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기득권 앞에서 머뭇거렸다. 탐욕스럽게 위성정당을 만든 것도 그중 하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통령, 지방 권력, 의회 권력 다 가지고 있었는데도 대한민국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그 이유가 결국 연합정치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싸움의 목적을 잃은 채, 윤석열 정부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데서 멈췄다.

-상대의 문제점을 민주당이 잘 폭로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것도 목적의 문제다. 목적이 명확하면, 정치가 일을 안 하고 있는 지점을 찾아서 폭로할 수 있다. 그런데 목적이 불명확하면 아무거나 폭로하게 된다.

이재명 대표가 뽑힌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국민통합 정치 교체를 위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이 바뀔 수 있을까?

민주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더 이상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아니라는 평가까지도 받을 수 있다. 민주당 정치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할 수 있는 도덕적 기반이 사라질 수도 있다. 실제 새누리당에서 벌어진 일이다. 2016진박(박근혜)’ 감별을 하던 때, YS(김영삼 전 대통령) 추모를 못했다. 그래서 YS 추모를 민주당 계열 정치인들이 더 열심히 했고, YS라는 정치적 상징이 더 이상 새누리당 계열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민주당도 그렇게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생길 것이고, 그 정당이 나중에 역사를 다시 쓸 거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아니었다라고. 보수화되고 기득권화되어, 거대 양당 체제에 포섭된 양당 카르텔의 한 축이었다는 식의 재평가가 있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목숨을 걸고 환골탈태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될까?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두 가지다. 첫째,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수다. 현행법을 사수하고, 병립형 퇴행으로 가자는 국민의힘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확실히 거부해야 한다. 둘째, 위성정당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연합 200석을 이루고 개헌선을 확보해서 대통령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대선과 총선 시기 일치를 해내야 한다.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환경 같다.

넘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든 목숨을 걸고 막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이건 직을 걸고 막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각오를 가지고 이 싸움에 임하는 사람들이 민주당 내에 여전히 있다. 그러니까 민주당이 어차피 안 할 거니까 이 문제에 뭐하러 관심 갖냐’ ‘왜 이렇게 집착하냐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직을 건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말 그대로다.

-선거제 퇴행을 막지 못하면 출마를 안 하겠다?

직을 걸고 막겠다.

시사인 김은지 기자

의대 정원 확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언제 어디서나 공백없는 필수의료 보장을 위하여

국정감사 기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의대 정원이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과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10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이하 전략)을 발표했다. 의대 정원 증원의 정확한 규모는 밝히지 않은 채, 필수의료 전달체계 정상화,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추진 기반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얼핏 보면, 국립대 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의대 정원도 확대하는 등 어쨌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혹은 지금까지 정부 대책에서 빠지지 않고 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무슨 무슨 네트워크, 협력을 한다며 또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전략은 그 이상으로 우려되는 지점들이 있다.

전략에서는 특히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의 국립대병원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하며 권한을 주고 지원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그 밖에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나 설립은 언급하지 않는다. '넥스트 팬데믹 대응체계 확립'을 내걸면서도, 코로나19 대응에서 커다란 역할을 했던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이 빠진 것은 무슨 의미일까. 코로나19 대응에 헌신한 공공병원의 병상이용률은 지금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 채 임금 체불을 걱정하고 있다.(관련 기사 : <경향신문> 1010일 자 '코로나 영웅? 지금은 '임금체불' 위기35개 지방의료원 올해 총 2940억 적자 발생 예상') 거기다 내년도 예산에는 지방의료원 손실회복 지원이 반영돼 있지 않고,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 예산은 올해에 비해 95억원 가량 감소했다(관련기사 : <시사인> 912일 자 '[단독]코로나 때는 덕분에라더니...공공병원 예산 95억 줄었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팬데믹 문제도 외면하면서 다음 팬데믹 대응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대신 권역 책임의료기관과의 다양한 협력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다양한 협력모델 중 하나로 위탁·운영을 끼워 넣었는데, 그간 지방의료원 위탁을 시도하려는 지자체의 움직임을 중앙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위탁을 통해서 지역 주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비수도권 지역의 국립대병원도 인력 확보에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비수도권 지역주민의 의료이용과 관련된 책임을 국립대병원에 떠넘겨,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데도 정부가 무엇인가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권한 이양을 가장한 또 하나의 국가 책무성 지우기가 될까 걱정이다.

이번 전략에서 국립대병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하니 상황이 좋아지지 않겠냐고? 그것도 걱정이다. 국립대병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재정 투자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립대병원처럼 운영할 수 있게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영리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민간병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국립대병원인데, 그 차이가 더 줄어들게 생겼다. 결과적으로 영리화된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당장 전략의 비전만 봐도 언제 어디서나 공백없는 필수의료 보장으로 '누구'의 필수의료를 보장하겠다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중앙에서 보기 좋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기관들의 대략적 분포를 신경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립대병원이 거점병원으로서 역량이 강화된다 해도 의료급여 환자, 의료기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차가 없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어찌할 것인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당연한데, 비전만 가지고 꼬투리 잡는다고 하지 마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로 가장 먼저, 심각하게 피해를 보는 것도 비수도권 비도시 지역 주민과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고려가 반영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전략 어디를 봐도 드러나지 않는다. 지역·필수의료 '투자' 내용으로 필수의료 디지털 전환은 있지만, 소외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예산 계획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민간의료기관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인식되는 공공의료기관의 특성은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필요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공공의료를 논하는 전략에서 소외된 계층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영리화된 국립대병원에 지방의료원 위탁, '누구'의 필수의료인지 밝히지 않는 비전에 대해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국가의 책무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의료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필수의료를 고집하는 정부의 방향성이 너무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지난 26일에는 보건복지부가 추가로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일주일 전에 나온 전략과 굳이 따로 발표된 이유를 찾기 힘들 정도로 특별한 내용이 없다.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현장 수요조사를 하겠다는 것과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인력이 유입되도록 의료사고 부담완화, 보상강화, 근무여건 개선 하겠다는 것(정책패키지)이 전부다. 실손보험으로 비급여 시장이 팽창하고 중증·필수의료 기피가 고착화 되었다고 전략에서도 지적하였으니 실손보험 규제를 위한 계획이나, 전 정부에서 제시된 대책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한데, 여러 방면으로 고민한 정책패키지라 하기에 턱없이 빈약하다.

국립대병원의 영리화를 부추기고, 시장 중심의 의료 생산 체계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애초에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시간을 벌고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국가가 좀 더 높은 책무성을 발휘하는 쪽으로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시민건강연구소 | 프레시안

'민주'만 간절하고 '공화'는 외면한 한국, 전환기 위기에 직면하다

대립의 시대, 공존의 길을 묻다(1)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

"민주화 이후 시대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직면한 전환적 위기"라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현재 교육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의 발생 원인을 규정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등에서 발생한 교사들의 잇따른 죽음은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 30여 년간의 산업화와 1980년대 이후 긴 민주화 과정을 거쳐 선진국을 추격하던 한국이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선진국의 매뉴얼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는 과거와 달리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설령 눈에 보이는 해법이 있다 해도, 이를 구현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조율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최근 잇따른 비극에 대해서도 이처럼 복합적으로 변화한 조건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 교육감은 산업화가 개인의 경제적 이익의 최대주의적 실현, 민주화가 개인의 정치적 이익의 최대주의적 실현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민주화 이후에 '개인의 이익''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면서 극심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화가 '부자되기'의 가치 아래,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주의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향에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새롭게 부자들이 탄생하는 이면에 재벌이라는 공룡이 출현했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습니다. 민주화는 바로 이 산업화의 가치에 대한 안티테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의미에서 민주화 '이후'시대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민주화의 비판적 지식인으로 살아온 제 입장에서 성찰적 시각에서 생각해보면, 산업화의 안티테제로서의 민주화에도 산업화의 가치와 공통되는 점이 있습니다. , 민주화는 독재권력에 의해 고문받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무참하게 억압당하는 것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이해와 일치되는 것이었습니다. 산업화가 개인의 경제적 이해의 최대주의적 실현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안티테제로서의 민주화 역시 개인의 정치적 이해의 최대주의적 실현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경제적 공동체로서의 사회, 정치적 공동체로서의 사회는 개인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를 최대주의적으로 실현하는 것만으로 순항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민주화세력으로서 산업화세력에 요구했던 것은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뛰어넘는 공동체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정확히 그와 같이, 민주화 역시 개인의 정치적 이해를 뛰어넘는 공동체적 시각이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은 민주화가 권장해온 개인의 자유와, 권리, 억압된 이익추구의 보장 등이 상호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권리와 권리가 충돌하기도 하고, 개인의 이익추구행위가 공동체 파괴적일 정도로 추구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조희연 교육감. 서울시교육청

교사의 극단적 선택, 학생인권 억압한다고 해결되나?

서이초 사건은 학교 현장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법제도를 특정 개인들이 악용하면서 발생한 일인데, 이처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받고자 하는 개인들 간의 충돌은 교육 현장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두 가지 원인으로 환원하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어떤 목표가 이뤄지면, 다른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는 논리는 이제 한계가 분명합니다. 아울러 각자가 최선이라 여기는 정책을 합치기만 하면, 저절로 다 잘된다는 시각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일종의 구성의 오류가 빚어질 수 있습니다. 개인 차원에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데, 전체가 되면 불합리하고 부정의한 결과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최근 교육계에서 잇따르는 민원 역시 종종 그렇습니다. 민원을 제기한 측은 그것이 옳다고 확신하지만, 공동체 전체 입장에선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조 교육감은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폐기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쪽의 접근에 대해 반대했다. 교사의 권리와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가 서로 대립하는 개념, 교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 인권을 찍어눌러야 한다는 발상은 과거 권위주의적 학교로 되돌아가는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독재에 맞섰던 긴 시간 동안 우리는 민주에 대해선 치열하게 천착했으나 공화의 가치에 대해선 소홀했습니다. 이제 공화의 가치를 보완할 때입니다.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사회 문제와 비극 역시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각성한 시민이 숙의하는 과정을 거쳐 풀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 주체들이 저마다의 요구를 그저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봅니다."

무한경쟁 교육, 불신과 아동학대를 야기하다

교권의 추락은 대학입시가 정점인 극단적인 한줄 세우기 경쟁 체제 내에서 발생했다. '금쪽같은 내새끼'가 학교 내에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아야 입시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에 '악성 민원 학부모'가 발생한다.

조 교육감은 무한경쟁 교육에서 모두가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학교라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불신'을 낳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억압당하면 당당하게 싸우라고 가르쳤습니다. 물론 이 자체도 중요한데 이런 민주시민이 어떻게 공동체적 시민이 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습니다. 현재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환기적 위기를 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불신이 있어서 입니다. 과거에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 학생 부모들이 가해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화해를 시키려고 하고, 피해 학생 부모들도 사과를 받고 용서하고 화해를 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가해 부모 입장에서 가해를 인정한 것을 악용해서 손해배상 소송을 하면 끝장이라고 생각하니까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 것입니다."

조 교육감은 이런 불신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다양성이 존중받는 협력 교육이 아니라 1등만 우대받는 경쟁 교육" 때문에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경쟁 교육의 정점은 대학 입시다.

"입시 경쟁이 이제 거의 아동학대, 청소년학대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고, 특목고, 자사고 등 서열화된 고등학교 체제의 배후에는 서열화된 대학 체제가 있고, 그 배후에는 서열화된 직업 세계가 있고, 이렇게 서열화된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있습니다. 지금 학원가에 초등 의대반이 생겨날 정도로 의대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게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입시 문제가 독립 변수가 아니고, 사회경제적 의제와 맞물린 문제입니다.

한 방향만 보고 달리는 경쟁은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댄다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봅니다. 한 방향만 향하는 극단 경쟁이 아닌, 다양한 방향으로 향하는 적정 경쟁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사회구조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직업, 출신 학교, 학력 등에 따른 격차를 줄이는 게 우선입니다."

민주화 이후 시대의 교육 문제, '천사와 악마'의 싸움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변화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처럼 교육을 포함한 모든 사회, 경제적 의제가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정치화, 정쟁화되는 상황에선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힘들다.

"저는 이제 우리 사회가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민주화 이후 시대로 진입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시대에는 독재 권력, 독재의 유산과 싸우는 정의의 전쟁을 하는 시대였습니다. 반민주세력 대 민주세력의 대결은 거의 악마와 천사의 대결, 악과 선의 대결처럼 인식됐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도덕 전쟁의 성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인식에 기반한 민주화 시대를 넘어 민주화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하고 그것이 공존의 사회, 공존의 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편은 다 천사, 반대편은 다 악마이지 않습니다. 민주화 시대의 도덕 전쟁이 일종의 완전한 절대윤리를 상정했다고 하면, 이제는 그 절대성이 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70%는 여전히 정의의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사는 것이 불가피하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30%는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의 주장과 입장을 인정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려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화 시대에 우리가 전제하고 있었던 많은 대안들이 소멸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민주화 이후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

이태원이 없는 신문 1

-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어제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대부분의 신문이 1면에 비중 있게 다뤘는데 논조가 크게 다르다.

- 경향신문은 "국가는 없었다"고 했고 한겨레는 "'진상 규명' 외침 1년째, 바뀐 게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민 45%가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세계일보는 "관련 법안이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는 1면에 기사 없이 추모 현장의 사진만 내보냈고 중앙일보는 추모 집회가 열렸다는 소식만 짧게 전했다.

- 조선일보는 "핼러윈 1, 선을 지켰다"는 기사에서 "축제를 즐기며 우측통행을 준수해 별다른 사고 없이 안전하게 끝났다"면서 "시민들 스스로 기초 질서를 잘 지켜야 장기적인 안전이 보장된다"고 지적했다.

"이건 나라가 아니다"

-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이런 몰염치는 본 적 없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정부의 부재로 가족을 잃은 국민의 눈물조차 닦아주지 못한다면 그건 나라가 아니다."

- 정부가 인파 관리 시스템을 내놨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년 전에도 위기 경보가 없어서 참사가 벌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지만 아무런 해답도 얻지 못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어떤 형태로든 마침표를 찍으려면 그날의 진실이 밝혀져야만 합니다." 파라마운트에서 만든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에서 한 유가족이 한 말이다.

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 제작사가 파라마운트플러스 미국(영화사 파라마운트의 OTT 브랜드)에 판매했고, 다른 국가와는 계약한 바 없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 파라마운트플러스

"한번 포가 떨어진 곳은 다시 안 떨어진다"

-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현장을 방문해서 한 말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유가족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한 실언"이라고 지적했다.

- "이태원 참사는 국가 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빚은 참담한 비극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반성·사과도 없이 애도와 재발방지 노력을 운운하는 것은 진정한 추모가 아니다."

서울경찰청장은 유임

-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정부가 내민 메시지가 김광호(서울경찰청장)의 유임이라니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 김광호는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 지난 26일 유임됐다. 검찰은 1년이 다 되도록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는 "검찰도 대통령실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의 따로 추모

- 서울광장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는데 윤석열(대통령)과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따로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 "지난해 오늘은 살면서 가장 슬펐던 날"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서울광장집회를 "순수한 추모행사가 아닌 정치적 집회"라고 규정하면서 스스로 정치적인 프레임에 가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통령실은 "어디에서든 희생자를 추도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직접적인 사과가 없었다는 지적에는 "대통령이 네 차례, 또는 그 이상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과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대통령 면전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의 참석은 재난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 사회 통합에 한발 다가설 기회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인요한(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는 비난과 함께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곧 겨울인데, 모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대비 10월 둘째 주에 모기가 53%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0월 대비 2.6배에 이른다. 습하고 따뜻한 날씨 때문이다.

- 양영철(을지대 교수)"습도가 높으면 모기들 수명이 연장된다"면서 "여름형 모기들이 가을까지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이동규(고신대 교수)"13도 이상에서 활동하는데 요즘 낮 기온이 20도 정도 된다"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모기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활동 기간도 길어졌다"는 분석이다.

모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온도와 습도 때문. CC0

저작권 방어용 '독물' 뿌린다

- 인공지능이 창작물을 무더기로 긁어가면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나이트쉐이드(Nightshade)'라는 이름으로 AI의 보안 취약점을 공격하는 새로운 저작권 보호 도구가 등장했다. 의도적으로 오염된 샘플을 집어넣어 AI의 학습 결과를 망가뜨리는 전략이다.

- 스테이블디퓨전에 50개의 오염된 이미지를 집어넣은 다음 개를 그려달라고 했더니 팔 다리가 뒤엉키기 시작했고 300개를 집어넣었더니 고양이처럼 보이는 개를 그리기도 했다.

- 비탈리 슈마토코프(코넬데 교수)"머신러닝 모델에 대한 공격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정당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아티스트의 권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이 인터뷰한 한 아티스트는 "우리의 동의 없이 우리의 작업을 가져가면 전체 모델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소득 9600만 원 늘 때 변호사는 1300만 원 늘었다

- 의료업 평균 소득이 201517300만 원에서 202126900만 원으로 늘었다.

- 같은 기간 변호사업은 1200만 원에서 11500만 원으로 느는 데 그쳤다.

-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 있는데 변호사는 1980300명에서 20011000명으로, 로스쿨 도입 이후 최근에는 1700명씩 배출되고 있다.

- 한국의 변호사 수는 3만 명에 육박한다. 1만명당 5.39명으로 미국(41.3)이나 영국(32.3)보다 적지만 일본(3.38)보다는 많다.

- 의사 수는 1000명당 2.8명으로 OECD 평균은 4.8명보다 적다.

오마이뉴스 뉴스정복 10/30

 

'코스닥 개미귀신 1' ... 무자본 M&A 세력 대해부, 코스닥 기업 전수 조사 (22.06.21)

https://www.youtube.com/watch?v=S6yUPNgah_U

코스닥 개미귀신2-무한환생 CEO| 424(KBS 23.06.27)

https://www.youtube.com/watch?v=6e1m_dEjN3M

코스닥 개미귀신 3 아주 평범한 꾼 #주식 #투자 #인수합병 | 438(KBS 23.10.17)

https://www.youtube.com/watch?v=6zOQJqiNLQI&t=980s

 

대박의 덫 작전에 우는 개미 투자자들_MBC PD수첩 2013319

https://www.youtube.com/watch?v=hyI1zQlr3lc

대한민국 사모펀드 3부작] 16! 라임 펀드가 터졌다_MBC PD수첩2020. 3 .3

https://www.youtube.com/watch?v=7pgBVhXbEdU

'조국펀드' 추적기_MBC 2020428

https://www.youtube.com/watch?v=40kTy9WGmLI

대한민국 사모펀드 3부작] 3부 코스닥의 '타짜'_MBC 202055

https://www.youtube.com/watch?v=giecoI-By4E

 

라임사태'로 막대한 이득 챙긴 투기자본 세력의 실체는? 라임 & 주가조작단 KBS 시사기획 창 3172021.02.07.

https://www.youtube.com/watch?v=Nynxmt0BKu0

건설현장에선 매년 세월호가 침몰합니다

처음 만들어진 건설노동자의 분향소 유례없는 탄압보다 산재가 힘들다

() 김다운 전기 노동자를 기억하십니까?

202111, 결혼을 앞둔 38살의 건장한 청년 노동자가 전봇대 위에서 감전이 돼 불에 타들어 갔습니다. 사고가 난 후 2년 정도 지나왔는데, 검찰에선 산업안전보건법상 한전도 죄가 없고, 일 시킨 업체도 죄가 없다고 합니다.

이런 억울한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건설사들은 으레 재해로 인한 형량은 본인들이 정하는 거라고 말해 왔습니다. 일용직· 기간제·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 백화점'이라 일컫는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이 건설사들을 상대로 싸우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

1027일이면 전기 노동자 정해진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자신의 몸에 불을 당긴 날입니다. 2007년 제가 막 노동조합에 들어왔을 때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 이철복 철근 노동자가 밀린 돈 달랬다가 현장 소장한테 맞아 죽었습니다. 2008, 기름값이 미친 듯이 올랐던 때에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상만 노동자가 자신의 덤프트럭 적재함을 들어 올려 목을 맸습니다. 2009년 한 레미콘 공장에선 사측이 만들어놓은 노노갈등이 극에 달했고, 하재승 노동자가 칼부림 속에 죽었습니다.

그때마다 건설노조는 동지들이 가는 길이라도 외롭지 않게 노동조합 장례를 치렀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동지들은 제사용품을 불태웠습니다. 죽은 이들의 원통함을 달래다가는 끝이 없겠다고, 차라리 싸우자고. 그래서 조합원 수가 1만이 조금 넘던 건설노조는 올해 초 8만에 가까운 조직으로 확대했습니다. 그간 임금도 올려봤고, 체불 방지 법제도도 만들어봤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디엘이앤씨 본사 앞에 차려진 고 강보경 건설노동자를 기리는 분향소 모습. 강 노동자 사망 이후 구성된 디엘이앤씨 시민대책위원회가 설치했다. 디엘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건설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유례없는 노조 탄압보다 산재가 힘들다

지금 우리는 유례없는 노조탄압을 당하는 중입니다. 2천명이 넘는 조합원이 경찰조사를 받고 있고, 20명이 넘게 옥살이를 하는 중이며, 100여 차례가 넘게 노동조합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고 양회동 열사가 '정당한 노조 활동에 검찰 조사는 노동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목숨을 내놓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노동조합 탄압하는 거, 어제오늘 일도 아닙니다. 매번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어떻게든 이겨낼 겁니다. 한편으로는 보수·경제 매체에서 대문짝만하게 실리던 전교조, 금속노조만큼 건설노조도 컸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 노동조합에서도 산업재해만큼은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노동재해를 없앨 수 있을지 답답합니다.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으레 '작업자 과실'이란 말이 따라옵니다. 안전모를 안 써서, 미숙해서, 초보라서... 화재사고가 나면 노동자 담뱃불부터 의심했습니다. 2014년 고 김성기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김성기 노동자는 타워크레인의 키를 높이는 텔레스코핑 작업 중 장비가 전복돼 돌아가셨는데, 부품 결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고 후 되레 재해 원인이 타워크레인 조종사 작업자 과실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의아한 상황이었는데, 3년 후 왜 그랬는지 알게 됐습니다. 2017년 그 현장에서 일했던 원청 건설사 안전담당자가 노동조합을 찾아왔습니다. 본인이 산업안전관리비를 유용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건설업에만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건설사들이 하도 안전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 공사대금 중 2~3% 정도는 안전보건 관련 비용으로 책정하는 겁니다. 이 돈으로 안전벨트, 추락방지시설, 안전관리자 임금 등을 지급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이 내부고발자인 원청 건설사 안전담당자는 사고 이튿날부터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산업안전보건공단, 수원남부경찰서, 경기지방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담당자들을 만났습니다. 고용노동부나 사이비 기자 등에게 그간 정기적으로 안전관리비에서 비자금(수고비)을 건네 온 터였습니다. 그러면서 기계 결함은 수면 아래로 내려앉았고, ‘노동자 과실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어갔습니다.

당시 원청 건설사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를 그냥 돌려보내, 사고 직후 어떻게든 캐빈(조종석) 밖으로 탈출하려 했던 고 김성기 노동자를 살려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그러한 사실들도 기억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건설현장은 매한가지입니다.

디엘이앤씨의 연이은 산재사망, 정부는...

고용노동부는 디엘(DL)이앤씨 압수수색 후 '사측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적절하지 않게 썼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특히 디엘이앤씨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처음 발생했던 GTX 중대재해에서도, 사측은 사고 직후 119를 바로 부르지 않고 30분을 지체했습니다. 지정병원을 알아보느라 골든타임을 놓친 겁니다. 지정병원은 종종 산재 은폐의 수단이 되곤 합니다. 해당 사고에 대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육중한 전선 드럼 일을 하려면 크레인 같은 장비를 써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칫 전선드럼이 굴렀더라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은 물론, 디엘이앤씨의 현장에선 물량도급, 불법도급으로 인한 무리한 공사가 횡행했을 것입니다. 안양에서 타설 노동자가 펌프카 붐대에 맞아 사망한 재해 역시 그렇습니다. 그 넓은 현장에 펌프카를 두 대 이상 불렀어야 했을 텐데, 한 대로 작업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중이 쏠려 콘크리트를 쏘아 올리는 붐대가 부러졌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건설현장은 원래 그래'라고 말합니다. 건설현장은 원래 위험한 곳이고, 다만 디엘이앤씨가 운이 없었던 것일까요.

세월호 이후 우리는 안전 재해의 구조적 모순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건설현장에는 매년 세월호가 침몰합니다. 1년이면 400, 500명의 건설노동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거의 대부분 숫자로만 남는 무명씨의 죽음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디엘이앤씨 본사 앞에 차려진 고 강보경 건설노동자를 기리는 분향소 모습. 강 노동자 사망 이후 구성된 디엘이앤씨 시민대책위원회가 설치했다. 디엘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건설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건설노동자들의 산재는 분향소조차 없었다

2016년 구의역 김군 재해가 있은 지 얼마 안 된 때였습니다. 장안철교 공사 현장으로 첫 출근을 했던 29살 노동자가 추락사했고, 해당 현장에 분향소가 차려졌습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건설노동자도 추모해야 한다며 꽃을 놓으면서 다리 밑은 작은 추모 공간이 됐습니다. 건설노동자의 죽음에 꽃이 놓인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민단체들과 함께 그럴싸한 분향소를 차렸습니다. 디엘이앤씨 건설일용하청노동자 고 강보경 씨의 죽음을 기리는 분향소입니다. 건설노동자의 죽음에 시민대책위가 만들어지고, 또 분향소가 차려진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고 강보경 노동자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공개 사과를 받고 재발방지대책을 받아 내야겠습니다. 그리고 디엘이앤씨에서 산재로 사망한 또 다른 7명의 이름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난 15개월 동안 강보경 씨의 죽음 전에 7명이 더 죽었으니까요.

그리고 너무 많아서 지나쳤을지 모를, 살아서도 죽어서도 외로웠을 그 죽음에 영면을 기원하는 꽃이 놓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이 분향소가, 건설일용노동자 강보꼉 씨의 투쟁이 그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투쟁은 반드시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가 어떤 모습이든 저는 이미 승리하는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 프레시안

"너무 의심스럽다"는 미국인... 한국서 못 보는 '크러시'의 결론

이태원 참사 다룬 2부작 다큐멘터리 <크러시>가 한국 사회에 던진 질문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신작 다큐 시리즈 크러쉬(Crush) 메인 포스터. 1-골목, 2-군중, 2부작이고 총 상영 시간은 90분이다. 생존자의 증언을 중심으로 참사 당일의 현장 상황을 재구성했다.Paramount

미국 파라마운트사가 공개한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신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크러시(Crush)>10.29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기억해야 할 것을 잊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위한 비망록이기도 하다. 보디캠, CCTV, 휴대폰 영상과 언론 매체 보도 내용 등 1500시간 분량의 자료를 확보해서 꼼꼼하게 분석한 후 참사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제작진의 노력이 빛난다. 마치 당일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몰입감을 시청자에게 선사한다. 이태원 참사를 보도한 어느 한국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몰입감이다.

다큐에는 내레이션이 없다. 보는 이들의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인터뷰와 자료 화면만으로 시청자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도록 유도한다.

생존자, 목격자, 유가족, 그리고 기자

인터뷰 대상은 생존자, 목격자, 유가족, 기자, 네 부류다.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 인터뷰 비중이 제일 크다. 다큐에 등장한 생존자는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으로 지구 반 바퀴를 건너온 미국 유학생들, 스윙 댄스를 애정하는 일러스트 작가, 서울에서 패션 비즈니스를 시작한 미국 청년,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글쓰기를 시작해서 작가가 된 청년 등이다.

목격자는 비번이라 이태원에 놀러 왔던 미군 병사들과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골목에서 오래 터를 잡은 옷가게의 주인이다. 유가족은 자신이 업어 기르다시피 한 남동생을 잃은 누나와 주한 미 대사관으로부터 아들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전달받은 미국인 부모다. 기자로는 참사를 장기간 취재해 온 뉴스타파 소속 기자와 주한 BBC 특파원이 등장한다.

이들의 개별적인 스토리는 참사가 어떻게 벌어졌고 어떻게 수습되었는지를 설명하는 퍼즐 조각이다. 다큐를 보다 보면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진다. 퍼즐이 다 완성된 후에는 커다란 물음표가 찍힌다. 이 비극적인 참사의 책임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또한 어떻게 그들을 처벌할 수 있느냐는 물음표다.

인터뷰 대상자의 공통된 키워드, '트라우마'

생존자 중 한 명이 이태원 참사 당일에 찍은 사진. 좌측 상단의 스티븐 블레시와 우측 하단의 앤 기스케가 사망했다. 가운데는 아리아나 이바라인데 앤 기스케와 룸메이트다. (좌측 하단의 사라 카마고 SNS 사진)Paramount

같은 미국 출신으로 어학당에서 만나 룸메이트가 된 두 미국 유학생은 참사 당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으로 갔다. 일행 중 2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던 룸메이트를 계속 졸라서 따라나서게 했던 학생은 살아남았고, 못 이겨 따라갔던 학생은 죽었다. 한국의 힙한 문화에 반해 서울에서 패션 사업을 하는 미국 청년은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당일 이태원에 갔는데 여자친구만 사망했다. 홀로 지옥 같은 골목에서 탈출한 청년은 천에 덮인 채 길거리에 놓여있던 많은 시신을 하나하나 들추면서 죽은 여자친구를 찾아야 했다.

미국에서 이민 생활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 엄마 역할을 해온 누나는 참사 당일 오전에 동생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그것이 남매의 마지막 통화였다. 누나는 동생 사망확인서의 사망 시각이 불분명해 참사 현장 주변을 수소문해야만 했다.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직접 겪지 않았다면 결코 생존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다큐에 나오는 생존자의 시계는 대부분 20221029일에 멈춰있다.

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생존자들

2부작 90분짜리 다큐는 생존자 인터뷰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결론에 도달한다. 결론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취소되었던 핼러윈 파티가 다시 열리면 이태원에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을 누구나 예상했을 텐데, 왜 질서유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는지 생존자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주한 BBC 특파원은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대규모 군중이 참여하는 시위를 잘 통제해 왔는데 이태원에서는 왜 그러지 못했는지 묻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참사라면 한국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했어야 합니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찾아내는 일입니다." - 유가족 김나리

다큐 속 외국인의 시선에는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가 겹친다. 모든 면에서 선진적인 한국의 재난 관리 시스템이 어째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22년 이태원 참사는 예방하지 못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참사의 공통점은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 세대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가가 가장 필요했을 때 국가는 현장에 없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있다. 이태원 참사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생존자인 미국인 청년은 답을 듣기를 원한다.

"너무도 의심스러워요. 참사와 관련해서 너무 많은 비밀과 침묵이 있습니다. 생존자 가족들뿐만 아니라 저도 지금까지 의아합니다. 도대체 언제쯤 해명을 들을 수 있는 건가요?"

소중한 남동생을 떠나보낸 누나는 진실을 요구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지만 아무런 해답도 얻지 못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어떤 형태로든 마침표를 찍으려면 그날의 진실이 밝혀져야만 합니다."

참사를 기억하는 방식, 질문과 답

발리 폭탄테러 현장에 세워진 추모비의 희생자 명단. 국적 별로 모든 희생자 이름이 새겨져있다.Badung Tourism Department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것이 잊혔다.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쿠타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있었다.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의 소행으로 토요일 오후 11시에 관광객으로 붐비는 나이트클럽과 그 주변을 타깃으로 삼았다. 대 테러전쟁을 하는 미국과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방해하는 호주를 응징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클러빙을 하는 타락한 사람들을 처벌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테러로 20개 국가 출신 202명이 사망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테러 현장에 추모관을 만들었고 희생자 모두의 이름이 새겨진 추념비도 세웠다. 매년 테러 발생일에 '쿠타 카니발-생명의 축제'라는 행사를 열어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한다. 축제로 승화시키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이 비극을 딛고 생명력을 회복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추념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이태원 참사는 잊힌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고통이기에 우리가 애써 외면했을 수도 있다. 다큐 <크러시>는 외국인의 눈을 통해 참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다큐를 시청한 많은 외국인이 생존자의 증언에 공감하며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어째서 그런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는가? 참사의 진실은 무엇이며,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가? 이 질문에 우리 사회가 답을 할 때가 되었다. 김정호(amdg77) 오마이뉴스

충격의 0.6%...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길을 잃었다

경기 침체-물가고에도 '허리띠 졸라매기'... 성찰과 반성 필요

"내가 올리는 게 아니잖아요. 추석 때는 사과 한 박스가 20만 원도 넘었어요. 지금은 그나마 내린 거지요. 어쩔 수 없어요. 안 오르는 게 없어요."

새벽마다 야채와 과일을 싣고 오는 아저씨와 아줌마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과일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푸념에 도매가격이 그런데 어떡하냐는 아저씨의 항변이다. 사과 3개에 만 원. 귤도, 샤인머스캣도 성큼 손이 안 간다. 아무리 기상 이변 탓이라고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는 올라도 너무 올랐다.

과일값만 오른 것도 아니다. 음식값도 올랐고 교통비도 올랐다. TV만 틀면 한전이 적자라고 전기요금을 올려야 된다고 하고, 지하철 적자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지경이라며 또다시 인상 군불때기를 한다.

중동 정세의 불안함에 기름값도 오를 거란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냐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날씨 탓, 국제정세 탓이라고 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이 있기는 하냐는 원망도 넘쳐난다. 무정부 상태,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진단도 있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서민의 삶은 반팔, 반바지 차림처럼 을씨년스럽고 위태롭다.

상저하고? 3분기 성장률 0.6%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상저하고' 상반기는 부진하지만 하반기는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위시한 경제 관료들이 한입처럼 내놓은 경기 전망이었다. 상반기는 0.9% 성장률이지만 하반기엔 1.7%1.8% 성장률로, 상반기에 비해 두 배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 근거는 반도체 부진을 딛고 수출이 제 궤도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런데 하반기가 2개월 여 남은 현재, 수출이 늘어나고 성장률이 반등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3분기 성장률도 고작 0.6%에 불과하다. 소나기는 피해 보자는 식의 준비 안 된 임기응변이 국민에게는 희망고문만 되었던 셈이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는 불안한 경제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소비심리지수가 98.1을 기록해 석 달 연속 하락세다. 가계수입전망, 향후경기판단과 전망 등 대부분 지표가 부정적인 시각이 나타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3.4%로 전달보다 1%P 올랐다. 지금도 어렵지만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가계는 물론 기업 경제와 나라 경제까지 휘감고 있다.

분명한 위기다. 코로나 정국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경기 침체와 물가고. 그러나 진단도 처방도 보이지 않는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이념을 버리고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이 정신 차리는가도 싶었지만, 그 다짐을 뒷받침할 어떤 낌새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결국 재정이나 금융 측면에서 확장적 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나 우리 국민이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되도록 정책 방향을 끌고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밝힌 재정운용의 기조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진부한 인식은 그저 놀랍다. 긴축재정을 '재정건전성'으로 미화하는 건 물론 야당의 추경 요구를 '방만한 재정'으로 연결 짓는다.

나라가 어려우니 정부도 국민도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건 무능의 자인이고 국민 겁박이다. 소득이 줄어들고 가게의 세도 못내는 자영업자가 폭증하는 현실, 오르는 물가 따라잡기에도 허덕이는 국민들이 더 이상 어떻게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말인가? 활황기에는 분배 요구에 '조금만 더 참아 달라', 불황기에는 '허리띠 졸라매자'는 강요는 50여 년을 반복되었던 소리다. 역대 어느 정권이라도 국민들에게 허리띠 풀어놓고 먹게 한적,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긴축재정과 확장재정을 선악으로 구분하는 건 유치한 이분법적 발상이다. 세금을 제대로 걷고 적재적소에 쓰는 것 국가재정의 기본이다.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고, 대기업 법인세를 줄여주면서, 나라 경제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은 궤변이다. 그렇게 해서 나라 살림이 튼튼해지는 것도 아니다. 올해 9월까지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빌려다 쓴 돈의 규모가 약 1136000억 원, 대출이자만 1497억 원에 이른다. 세수 관리는 뒷전인 채 나라 빚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긴축재정의 고집이 이런 기형적인 나라살림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삭감을 예고했다. 특히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설계 회사인 '팹리스' 기업들에 대한 지원 예산의 91.5%를 깎았다. 사회서비스원 예산도 통째로 삭감됐다. 이태원 참사 때 재난 트라우마 신속 상담을 약속했던 정부가 내년도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셈이다. 입버릇처럼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는 정부이니, 놀랍지도 않는 일이다. 그러나 그 피해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서민들, 당장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에 집중된다.

이뿐일까. 무엇보다 서민들은 고금리에 이자 내기도 벅차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더 이상 돈 빌릴 때도 없다. 오른 물가에 주머니 사정은 더 빠듯하다. 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은 내수를 멈춰 세우는 형국이다. 이럴 때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의 예산을 활용한 소비진작내수활성화경제활력의 선순환이 무엇보다 절실할 때다.

그러나 가계나 기업보다도 나라 살림을 돈줄 죄기에 나선 정부다. 소비침체내수침체경기부진의 악순환을 정부가 방치하고 오히려 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 물가도 그렇다. 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기 위한 고육책이다. 한쪽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국민들 고통을 키우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키우는 정책. 이렇게 어긋나는 정책들로 물가는 오르고 금리 인상의 고통까지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윤석열 탓' 분명히 있다

"코로나 때보다 더해요. 그렇지만 내년이 더 안 좋을 거라고 난리네요.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요. 과거에는 맞든 틀리든 소득주도성장으로 국민들 먹여 살릴 거라고 했는데 이 정부는 아예 비전조차도 없잖아요?"

모처럼 전화를 한 거래처 사장님. 올해보다 내년이 더 안 좋을 이야기를 서글픈 인사처럼 한다. 물가에 내수 침체에 점점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 모든 게 윤석열 정부 탓만은 아닐 것이다. 날씨 탓에 과일값도 오르고, 기름값도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와 무관치 않다. 고금리의 고통은 비단 우리나라만도 아니다. 그래서 가계도 기업도 국가도 모두 어려운 현실을 두고 과거 '노무현 탓' '문재인 탓'처럼 이 모든 게 '윤석열 탓'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 그러나 '윤석열 탓'은 분명히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길을 잃었다.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하려는지 계획조차 보이지 않는다. 허리띠 졸라매자는 강요가 전부다. 취임 초 수출주도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했지만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감소율이 -13%로 가장 크다(무역협회, 231~9월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좋아 빠르게 가(좋빠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의 쇼츠 영상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좋빠가'를 외치며 팔뚝을 치켜세울 때도,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국민들을 채근할 때도 아니다. 긴축재정의 고집, 좌충우돌하는 경제정책, 계획부재와 응기응변의 처방. 그런 정책들이 가계와 기업, 나라 살림을 어디로 몰고 가는지에 대한 성찰과 반성부터 필요한 때다./ 오마이뉴스 안호덕(minju815)

시민언론 민들레 -박근배 건국대 교수

누가 대통령이어도 돌아간다는 옛말눈치 보는 관료들

대통령과 관료

관료의 정치화부추기는 윤 정부의 차관 정치

1960~80년대에 관료들이 뛰어난 성과를 보인 건, 선진국 경험을 벤치마킹할 수 있었던 점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후발 국가로서의 장점을 한국 관료들이 잘 활용했던 셈이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지금은 그 역할을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해야 한다. ‘그래도 나름 유능한 관료제가 있으니 누가 집권하든 정부는 그럭저럭 굴러갈 것이란 건 옛말이다. 대통령이 분명한 국정 목표를 관료에게 제시하고 그걸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대통령제에선 대통령이 핵심이다.

차관 정치.’

윤석열 정부에서 새롭게 등장한 단어다. 지난 6월 장·차관 인사에서 대통령실 비서관을 대거 정부 부처 차관으로 내려보내자 언론에선 이를 차관 정치라 불렀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실세 차관들이 국정운영의 전면에 나서는 차관 정치를 예고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듯하다. 하반기부터 가시적인 국정 성과를 내기 위해선 추진력을 갖춘 용산 출신 차관들이 부처를 장악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검증 작업에 참여했던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는 윤 대통령의 차관 정치를 꼭 비판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정 철학과 목표를 공유하는 비서관들을 부처 차관으로 보낸 게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대통령제 취지에 비춰보면,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장관이나 차관에 임명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흔히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대통령의 제왕적 속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권력기관과 사정기관의 운용이다. 누군가를 표적 삼아 조사하거나 집회·시위에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 이런 건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정책 집행은 다르다. 정부 입법을 하려 해도 관료들을 통해서 해야 한다. 관료가 말을 듣지 않으면 손발이 묶인 느낌을 받는다. 그렇기에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을 장·차관으로 보내 관료 조직을 움직이려는 시도는 당연한 통치행위의 일환이다.”

미국에서 정부 고위직 임명 기준을 대통령과의 이데올로기 공유에 맞춰서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가 로널드 레이건이다. 198011월 대선에서 미국 자존심의 부활을 내걸고 승리한 레이건 대통령은 행정부 고위직을 임명할 때 철학적 확신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인사국장을 지낸 팬들턴 제임스는 우리는 (행정부 후보 명단을 추릴 때) 철학적 확신, 청렴성, 다부짐, 역량, 팀 플레이어를 다섯 가지 기준으로 삼았다. 그중 첫 번째 조건은 레이건에 대한 철학적 확신이었다. 만일 누군가 이 행정부에서 일하게 된다면 먼저 레이건의 정책 목표를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윤곽을 그린 프로그램에 철학적으로 잘 맞는 사람인가, 이것이 첫 번째 인사 기준이었다고 헤리티지 재단 세미나에서 말했다. 장관뿐 아니라 부처 내 고위직도 이런 기준으로 백악관에서 인사를 주도했다고 팬들턴 제임스는 말했다.

윤 대통령이 부처 차관에 측근 인사를 대거 임명한 건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문제는 장관의 역량이다. 차관보다 더 중요한 건 장관이다. 각 부처에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전파하고 관료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포스트가 바로 장관이다. 장관이 유능해야 관료들이 따른다. 팬들턴 제임스를 비롯해 백악관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핵심 참모들은 대통령과 이데올로기적 목표를 공유하는 것못지않게 행정 능력을 갖춘 각료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역량이 떨어지는 장관을 그대로 둔 채 대통령실에서 차관을 내려보내 부처를 움직이겠다는 건 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참담한 실패엔 조직위원장을 맡은 여성가족부 장관 개인의 무능이 크게 작용했다. 얼마 전 이뤄진 3개 부처 개각도 장관 개개인의 역량 평가보다, 대통령의 이념적 확신(신원식 국방부·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과 개인 친분(김행 여성가족부)에 기반해 인사가 이뤄졌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김행 후보자의 낙마는 어쩌면 필연적 귀결이다.

역량이 떨어지는 장관대통령 신임을 받는 실세 차관조합은 공무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인사 문제를 더욱 정치화한다. 예전과 비교해서 요즘 관료사회의 달라진 모습 중 하나는, 대선 때 퇴직 관료들이 대거 후보 캠프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과거엔 특정 후보를 돕더라도 물 밑에서 돕는 걸 선호했다. 요즘엔 공개적으로 캠프에 이름을 올리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정권을 잡은 뒤 부처 고위직이나 산하기관장으로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부처의 국장급 공무원은 ·차관은 물론이고 산하기관장이나 하다못해 산하기관 임원이라도 하려면 캠프에서 분명하게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받아놓아야 한다는 게 요즘 분위기다. 후보 캠프에서 일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산하기관장 한자리 차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관료 사회에 두 가지 상반된 기류를 형성한다. 고위직 공무원은 현 정권 5년 임기 안에 최대한 승진을 노린 뒤 차기 대선에선 선거 캠프로 뛰어든다. 반면에 중·하위직 공무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책임 추궁을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현 정권의 논란 있는 정책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걸 꺼린다. 차관급을 지낸 전직 고위 관료는 이런 얘기를 했다.

“(관료 사회에) 상층부와 하층부의 분화가 일어났다. 상층부는 새로 들어오는 정권에 적응해서 마지막 승진을 해야 하니까 정치에 더 해바라기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현 정권 임기 안에 승부를 보려는 상층부와 달리, ·하위직 공무원들은 정권의 국정 목표보다 내부 평판에 더 신경 쓰고, 나중에 생길지 모를 정치·사법적 논란을 피하는 데 힘을 쏟는 분위기가 커졌다. 과거엔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게 유능함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5년이라는 제한된 임기 내에 정책 성과를 거두려면 관료들의 자발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인사라고 전·현직 관료들은 말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능력에 기반한 인사가 관료 사회의 책임감을 높인다. 외부에서 오든 내부에서 승진하든, 능력 있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고 장관 중심으로 일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엔 장관에 기용된 관료 대다수는 정치적 성향과 별개로 할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꼭 그렇지 않다. 이걸 대통령 철학을 잘 아는 차관으로 메꾸려는 건 한계가 있다.

106일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과 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자가 돌아오지 않아 그대로 끝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좋은 사람의 발탁과 잘못된 인사의 과감한 교체가 어려운 데엔, 인사청문회 부담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국민 신뢰와 유능함을 함께 갖춘 사람을 뽑자는 애초 취지에서 벗어난 건 사실이다. 과도한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하면서 약간의 개인 흠집만 있어도 낙마하는 사례가 잇따르더니, 이제는 심각한 흠결과 업무능력에 의문이 제기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통과 의례가 되어버렸다.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건 더는 유능함이나 도덕적 깨끗함이 아니다. 진영의 지지가 얼마나 확고한지가 훨씬 중요하다. 인사청문회가 첨예한 진영 대결의 장으로 흐르면, 장관 후보자는 아무리 도덕적 흠결이 있고 무능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대통령이 이걸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순간 인사는 왜곡된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본래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람을 고르기보다 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우리 편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인물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게 된다. 어차피 일은 차관이 하면 되니까 장관은 진영 결집의 역할만 잘 수행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청문회장에 나온 장관 후보자들이 갈수록 공세적으로 국회의원 질의에 반박하고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건 이 때문이다.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도중에 자리를 이탈해서 돌아오지 않는 전례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료의 정치화에는 분명한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종신 집권을 추구했던 박정희 시대와 달리 5년 임기 대통령은 훨씬 능동적으로 관료들을 이끌어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다할 수는 없기에, 관료가 따를 수 있고 관료를 제어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사람을 장·차관 등 주요 공직에 발탁하는 게 긴요하다.

1960~80년대에 관료들이 뛰어난 성과를 보인 건, 선진국 경험을 벤치마킹할 수 있었던 점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후발 국가로서의 장점을 한국 관료들이 잘 활용했던 셈이다. 선진국 수준에 올라선 지금은 관료들이 예전처럼 특별한 정책 아이디어를 내기 쉽지 않다. 그 역할을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해야 한다. ‘그래도 나름 유능한 관료제가 있으니까 누가 집권하든 정부는 그럭저럭 굴러갈 것이란 건 옛말이다. 대통령이 분명한 국정 목표를 관료에게 제시하고 그걸 밀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결국 대통령제에선 대통령이 핵심이다./박찬수 I 대기자/ 한겨레

국정원 요청대로 인터넷 게시물 삭제하는 방심위의 위험성

[이상한 나라의 방통심의위] 국정원 요청 수용해 북한 연대사 의결 번복

표현물 자체만 놓고 심의해야불법 심의 가능성 높다

2016노스코리아테크국보법 위반 차단했다가 망신당하기도

정부기관도 하나의 이해주체친정부적 정치심의우려

여권 다수로 위원 구성이 바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국가보안법 위반 항목으로 상정된 인터넷 게시물 심의 결정을 번복해 시정 요구를 결정한 가운데 자의적 판단을 반복하면 심의에 위법 요소가 포함될 수 있고 친정부적 여론을 위한 심의가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방통심의위는 국정원 요청에 따라 북한 관련 해외 웹사이트를 차단했다가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소송에서 패한 전적이 있다.

Gettyimages.

지난 30일 열린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북한 노동자단체 조선직업총동맹의 연대사에 접속차단 등 시정 요구’(접속차단 및 삭제) 의결을 내렸다. 해당 안건은 지난 220일 통신소위에서 32해당 없음의결이 난 안건이지만 방통심의위원 구성이 여권 다수로 바뀌자 국정원이 재심의를 요청했고 방통심의위가 받아들였다.

국정원은 재심의가 필요한 이유로 2가지를 댔다. 해당 게시물이 대중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심리전문가 의견서 2개와 검찰의 민주노총 수사다.

국정원은 검찰 수사를 통해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가 북한에 포섭돼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빙자하여 북한 지령에 따른 민주노총 조정 및 장악 시도 민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북에 제공하여 내부 동향 파악,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지도부 선거 동향 수집 개입 등 배후 조정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됨에 따라 연대사 게시글 역시 이적 표현물로서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 차단 화면

북한 연대사가 해당 없음으로 결정된 이유는 연대사의 내용때문이었다.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국가 존립에 해가 될 정도가 아니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방통심의위가 가지고 있는 최소규제의 원칙 등도 거론됐다. 방통심의위 내 통신자문특별위원회에서도 54해당 없음이 다수였고, 방통심의위 법무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국정원의 주장은 쟁점이 됐던 연대사 내용을 뒤집지는 못했다. 심리전문가 의견서와 민주노총에 대한 검찰 수사 등 표현 내용 이외의 부수적인 것들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여권 다수로 구성이 바뀐 방통심의위는 내용이 그대로인 연대사를 해당 없음에서 시정 요구로 의결을 번복했다. 판단 기준에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성옥 위원은 30일 회의에서 검찰은 (민주노총의)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가 있는지 없는지를 수사 중인 거고 우리는 지금 이 표현물이 이적 표현물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고 있다. 별개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정원이 낸 것이) 제대로 된 보완자료라고 할 수 없다. 이 표현물 자체가 불법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심리전문가들 의견서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방통심의위는 표현물의 내용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만큼 반국가단체를 찬양하는지만 객관적으로 심의해야 한다. 민주노총을 제재하는 기관이 아닌데 그런 전후 사정으로 심의 결과가 바뀐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민간 독립기구에 해당하는 방통심의위가 국가기관 요청대로 심의하는 점도 문제다. 인터넷 게시물 심의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실상 행정기관이 인터넷 게시물을 통제하는 것으로 검열의 위험이 높다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을 민간자율단체로 이양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여권 추천 김우석 위원은 지난달 25방통심의위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담당 국가기관이 판단을 해서 (심의를) 올리면 일단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올라온 모든 부분들에 그대로 시정조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 선전 유튜브 영상 갈무리

국정원 요청과 별개로 방통심의위가 별도 판단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난 612406건의 국가보안법 위반 심의 요청 게시물 가운데 18건에 해당 없음의견을 냈던 윤성옥 위원은 회의에서 전반적으로 살펴보니 북한 인물 다큐도 있고, 북한 공연물, 노래 이런 것들이 포함돼 있다지금 우리 위원회가 적용하는 기준은 북한 관련 영상은 다 금지하는 건지,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선 북한가요나 노래 금지를 결정했는데 만약 같은 내용을 방송에서, 통일 관련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면 규제형평이 맞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정립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65일 회의에 올라온 북한 거주 주민들이 등장해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식당을 방문하는 등 일상을 담은 북한 선전용 유튜브 영상 3건도 심의에 앞서 자문기구인 통신자문특별위원회가 해당없음’ 6, ‘시정요구’ 3인 의견으로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지만 실제 통신소위에선 5명의 위원 가운데 윤성옥, 정민영 위원만 해당 없음의견을 냈다. 해당 영상은 이미 언론에 보도되는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내용의 심각성이 덜하거나, 조회수가 미미하거나, 올라온 후 시기가 오래 지난 영상이나 글에 대해서도 무분별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

노스코리아테크 사이트 갈무리.

국가기관의 심의 요청을 비판 없이 수용하다 보면 심의 결과에 위법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방통심의위는 2016년 북한의 ICT 이슈 전문 웹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접속차단을 결정했다가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프리덤하우스는 2017년 한국을 인터넷 부분자유국으로 분류하며 노스코리아테크 사례를 언급했다.

노스코리아테크는 외신 기자가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 관련 이슈를 전문적으로 전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학술, 보도 목적의 웹사이트로 지금도 유력 외신이 북한 이슈를 다룰 때 인용한다. 운영자 마크 윌리엄스 기자는 2017년 한국을 찾아 국정원과 방통심의위가 기사를 제대로 읽었다면 사이트를 차단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났다. 노스코리아테크에 실린 글들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기사지, 북한을 찬양하는 기사가 아니다. 이건 기사를 조금만 들여다봤더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2017'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마크 윌리엄스 기자(왼쪽)와 소송 대리를 맡은 손지원 변호사(오른쪽)가 서울 서초구 오픈넷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해당 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볼 수 없는 정보들도 상당히 존재하는 본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것은 최소규제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했고 2심 재판부는 국적을 불문하고 표현의 자유는 보장된다고 판시했다.

마크 윌리엄스 기자의 소송 대리를 맡았던 손지원 변호사는 통화에서 색깔론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는데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차단한 거라서 북한 연대사 의결 번복이 소송으로 가면 노스코리아테크처럼 불법 심의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법적 절차를 밟을 확률이 적으니까 무리하게 진행하는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여야 63 구조로 정치적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가기관 요청에 그대로 따르는 것이 정치심의로 이어질 위험까지 있는 것이다. 잇따른 위원 해촉으로 방통심의위는 현재 여권 다수로 구성돼 있고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하는 통신소위는 여권 위원 2인이 다수결로 심의를 의결하고 있다.

손 변호사는 “‘색깔론을 강조하면서 북한 관련 표현물에 대해서 엄정하게 심의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도 읽힌다국가기관과 독립적으로 만든 기구(방통심의위)인데 인터넷 표현물을 다 정치적으로 해석해버리면 친정부적인 여론을 위해 심의를 남용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라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성옥 위원도 지난달 25일 통신소위에서 국정원, 경찰청 등 정보기관은 내용 규제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 같은 경우 정부기관으로 정부 역시도 하나의 이해주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에선 정연주 전 위원장 체제에서 국가보안법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5<[단독] 국정원의 사이트 차단 요청, 방심위가 번번이 심의 거부> 기사를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북한 체제 및 김일성 일가를 찬양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게시물 심의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루며 도저히 정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일성 찬양 웹사이트 차단 거부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며 정연주 당시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 시정요구 현황. 2012~2017년은 국민의힘 집권기 방통심의위, 2018년부턴 민주당 집권기 방통심의위다. 자료=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디어오늘이 연도별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 시정요구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13699201411372015183620162570201716622018193920191955202021192021179520222071건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부터 연 1700건 이상 시정요구를 했다. 박근혜 정부 평균치와 비교해도 줄었다고 보기 힘들다. 이와 관련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통상 국정원에서 요청한 내역은 거의 다 시정요구 결정을 해왔다고 밝혔다. 어느 정부의 방통심의위인지를 떠나 국정원 요청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문제가 반복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지는 우려에도 방통심의위의 자의적 판단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언론을 인터넷 게시물만 심의하던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사상 처음 인터넷언론사(뉴스타파)를 심의 중이다. 코로나19, 북한 대남도발 등 현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음모론을 대상으로 하던 사회질서 혼란조항을 언론사에 확대 적용했다. 뉴스타파는 권력의 불법적 검열에 굴종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며 심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정부, -팔 휴전 촉구한 유엔 결의안 기권에 국제 앰네스티 "깊은 유감"

외교부 "결의안에 하마스에 대한 규탄 없어 기권결의안 취지는 지지"

31일 국제앰네스티는 "'즉각 휴전' 요구하는 UN총회 결의안에 '기권' 던진 한국 정부, 외교부는 즉각 입장 철회하고 휴전 촉구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한국 정부가 '기권'을 행사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외교부가 조속히 입장을 철회하고 즉각 휴전을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7(현지시각) 유엔총회는 요르단이 제출한 결의안을 찬성 120, 반대 14, 기권 45표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하마스가 지난 7일 벌인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과 인질 석방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캐나다가 하마스의 행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는 내용 및 인질 석방 등이 포함된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찬성 88, 반대 55, 기권 23표로 수정안 채택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지 못해 부결됐다.

최종적으로 채택된 요르단 제출 결의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집트, 튀르키예 등 아랍권의 주요 국가들과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서방 국가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러시아와 북한도 요르단 결의안에 찬성했다.

반면 한국과 호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인도, 영국,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은 기권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박민식의 궤변'친일파'라는 기준은 무엇인가

얼마 전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일제강점기 간도특설대 출신인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점점 열을 내다 흥분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럼 제가 묻겠습니다. 백선엽이 스물몇 살 때 친일파라고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인 문용형 그분도 나이가 거의 똑같습니다, 1920년생. 그 당시에 흥남시 농업계장을 했습니다. 흥남시 농업계장은 그러면 친일파가 아니고 백선엽 만주 군관학교 소위는 친일파입니까? 어떤 근거로 그렇게 한쪽은 친일파가 되어야 하고 한쪽은 친일파가 안 되어야 합니까?"

검사 출신인 박 장관은 윤석열 정권의 뉴라이트 사관을 보훈 행정에 그대로 구현하며 '역사 뒤집기 전쟁'의 선봉대 역할을 해왔는데, 특히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데 장관직을 걸겠다"면서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행태가 역사적 사실에 반한다는 민주당 측 지적에 거칠게 맞서다 급기야 "백선엽이 친일파면 문재인 부친도 친일파"라는 잘못된 유추의 오류를 전개한 것이다.

이에 문 전 대통령 측은 "아무 근거 없이 친일을 했다고 매도했다. 부친이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한 것은 일제 치하가 아니라 해방 후의 일"이라며 박 장관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박 장관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감수해야 할 영광으로 생각하겠다"면서 조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일제강점기라는 아픔의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에게는 같은 기준, 같은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창립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6.30. 연합뉴스

"백선엽이 친일파면 문재인 부친도 친일파"라는 물타기 논법

문제는 이 같은 판에 박힌 스테레오타입, "일제시대에 친일 안 했던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명제가 상당수 국민에게도 깊숙이 주입돼 있다는 점이다. 해방 직후 이승만과 한민당을 중심으로 우익세력이 내세웠던 '식민지 환경론'을 뿌리로 수구보수 진영이 오랜 세월 전파한 이 조악한 프레임은 "당시 친일파를 청산했으면 나라 운영이 안 됐을 것"이라는 더욱 과감한 비약으로 발전해 친일 옹호의 논리로 널리 자리잡았다.

친일파의 범주를 밑도 끝도 없이 광범위하게 잡는 이런 주장이 노리는 바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2000만 명이 다 친일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대국민 세뇌인데, 이는 친일파 개념을 오도하는 전형적인 물타기 논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박민식 장관이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으로 보이는 "흥남시청 농업계장도 친일파 아니냐"는 발언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사전적으로 친일파는 1. 일본과 친하게 지내는 무리 2. 일제강점기에 일제와 야합하여 그들의 침략약탈 정책을 지지옹호하여 추종한 무리, 이 두 가지로 정의된다(표준국어대사전). 우리가 "백선엽이 친일파냐 아니냐" 등으로 일반적으로 쓰는 용례가 후자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 일제강점기 이후 친일파의 의미는 일본 군국주의 세력의 조선 침략을 도운 매국노나 그들의 수족 노릇을 한 반민족행위자를 일컫는 것이다.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19일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 1회 기자의 혼상을 수상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06.5.19. 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영희가 구분한 친일파"민족 구성원 자격 없는 사람들"

()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저서 <自由人, 자유인>에서 제시한 분류도 참고할 만하다. 물론 첫 번째 유형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친일파의 개념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 아래에서 이 겨레가 갈 길이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로 가장 쉽고 편한 이기주의적인 삶 – 적(일제)에 붙어서 동포를 먹이로 삼아 입신영달하는 길이 있었다 (친일, 반민족 행위자).

둘째로 무의식 또는 체념으로 현실에 순응하는 삶 - 적극적으로 민족의 처지에 서지도 못하지만 적극적으로 적을 돕는 일도 하지 않는 길이 있었다 (소극적인 일제 지배 방조자).

셋째로 적어도 민족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는 삶 - 각기가 처해 있는 현장에서 제한된 행동으로나마 반일 독립운동에 기여하려는 길이 있었다 (소극적인 민족 해방 운동자).

넷째로 자기를 희생하는 삶 - 민족의 해방과 자신의 인간적인 해방을 일체화하는 길이 있었다 (국내외 혁명 및 독립 투쟁 열사).

민족이 처한 같은 운명, 같은 시간, 같은 조건 속에서, 첫째의 삶을 택한 사람과 넷째의 삶을 택한 사람의 사이에는 상통할 수 없는 극단적인 도덕성의 차이가 있다. 첫째 범주의 인간들은 식민 통치 아래에서도 그렇고, 광복한 신생 독립 국가에서는 더군다나 민족의 구성원의 자격을 누릴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27일 일제 강점 막바지인 3(19371945)에 친일 행각이 확인된 김성수 보성전문 교장과 소설가 김동인 등 704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2005년에 4년 한시기구로 출범한 위원회는 보고서를 각 대학과 공공 도서관 등에 배포하는 것을 끝으로 30일 모든 활동을 종료한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대경(가운데) 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노경채 상임위원장, 오른쪽은 김명구 조사기획관. 2009.11.27.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법>이 정한 20가지 기준

법률적인 분류는 훨씬 엄정하다. 지난 20091127일 백선엽을 포함해 친일반민족행위자 1006명의 명단을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약칭 반민규명위)는 앞서 2004322일 공포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발족한 기구였다. 이 특별법은 제2(정의)에서 '친일반민족행위'"일본제국주의의 국권 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815일까지 행한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며 유형을 20가지로 매우 상세하면서도 제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예를 들어 일본제국주의와 싸우는 부대를 공격하거나 공격을 명령한 행위 독립운동 또는 항일운동에 참여한 자 및 그 가족을 살상·처형·학대·체포한 행위 을사조약·한일합병조약 등 국권을 침해한 조약을 체결 또는 조인하거나 이를 모의한 행위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 일본제국주의 군대의 소위 이상의 장교로서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 고등문관 이상의 관리, 헌병 또는 경찰로서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을 감금·고문·학대하는 등 탄압에 적극 앞장선 행위 등이다. 20051229일 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명확한 조항에 따라서 백선엽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되는 반면 문재인의 부친은 (설혹 일제 치하에서 농업계장을 했더라도) 해당이 안 된다는 귀결이 자명하다. 요컨대 우리가 사회적·법률적으로 친일파라고 규정할 수 있는 대상은 수구보수 진영이 주장하듯 "일제에 세금 납부한 모든 조선인" 또는 "관공서 계장 이상은 자동으로 친일파"라는 식의 터무니없이 포괄적이고 기계적인 개념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중대한 부역 행위를 한 사실이 개개인별로 입증된 극소수만 해당이 된다는 얘기다.

미군정기 <민족반역자·부일협력자 특별조례>가 원류

이처럼 친일파를 제한적으로 특정하는 방식은 해방 이후 미군정기인 19477월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이 처음으로 친일파 처리 방향을 명문화한 <민족반역자·부일협력자·간상배에 대한 특별조례>에서부터 나타난다. 비록 우익 의원들의 방해로 당초 '특별법안'이던 초안이 수정안, 재수정안, 최종안을 거치며 '법안'이라는 명칭도 바뀐 채 추상화형식화하는 등 후퇴했다고는 하지만 이 특별조례는 정부 수립 후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 등 후대 친일파 관련 법안의 기초가 됐다. 민족반역자·부일협력자·간상배에 대한 특별조례

특별조례는 제1장 제1조에서 '일본 또는 기타 외국과 통모하거나 영합·협조하여 국가와 민족에게 화해(禍害)를 끼치거나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를 민족반역자로 함'이라고 정의하고 ▲한일보호조약, 한일합방조약 기타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각 조약 또는 문서에 조인한 자 및 모의한 자 ▲일본 정부로부터 작(爵)을 받은 자 ▲일본 제국회의의 의원이 되었던 자 ▲일정시대에 독립운동가 및 그 가족을 학대·살상·처벌한 자 또는 이를 지휘한 자 등으로 제시했다. 제2조에서는 이들을 사형, 무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그 재산을 전부 혹은 일부를 몰수하거나 15년 이하의 공민권을 박탈하도록 했다.

제2장 제3조에서는 '일본 통치시대에 일본 세력에 아부하여 비적행위로 동포에게 해를 가한 자를 부일협력자로 함'이라고 정의하고 ▲작위를 받은 자 ▲중추원 부의장 고문 및 참의가 되었던 자 ▲칙임관(일제 때 관료 중 최상위에 속하는 1·2등 고등관으로 총독부 각부 장관, 판·검사, 국장, 참사관, 경무관 등) 이상의 관리가 되었던 자 ▲밀정행위로써 독립운동을 저해한 자 ▲독립을 저해할 목적으로 조직된 정치단체의 대표 간부되었던 자 ▲일본 군수공업을 대규모로 경영한 책임자 ▲개인으로 일본군에 10만 원 이상의 현금 또는 동 가치의 군수품을 자진 제공한 자 등으로 분류했다. 제4조에서는 이들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0년 이하의 공민권을 정지하고 재산을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중구의 한 은행 건물 주차장 입구에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본부가 있던 자리임을 기념해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1999년 세운 표석이 자리하고 있다. 2015.3.1.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민특위 근거인 <반민족행위처벌법> 역시 최소한도의 적극 부역자들만 규정

반민규명위 발표 명단은 1006명에 불과최다 수록 <친일인명사전>4776

이 특별조례는 수정을 거듭하며 과도입법의원을 어렵게 통과했지만, 친일 경찰관리들을 중용하고 우익세력에 경도돼 있던 미군정 측이 4개월여를 시간만 끌다 결국 인준을 거부하는 바람에 사장되고 말았다. 그러나 정부 수립 이후 제헌국회는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이 돼 우선 헌법 제101조에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 뒤 194897일 본회의에서 재석 141명 중 찬성 103, 반대 6명의 압도적 지지 속에 <반민족행위처벌법>을 통과시켰다.

반민특위 설치의 근거가 된 <반민족행위처벌법> 역시 한일 합방에 적극 협력한 자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조약 또는 문서에 조인한 자 일본 정부로부터 작위를 받은 자 또는 일본 제국의회의 의원이 되었던 자 독립운동자나 그 가족을 살상·박해한 자를 비롯해 앞서 특별조례의 '민족반역자' '부일협력자' 규정과 대동소이한 반민족행위자 조항을 열거하고 있다. 반민족행위처벌법

친일파 척결 여론이 들끓었던 해방 직후에도 그 대상은 일제의 압제 아래 신음하던 다수 대중이나 소극적 방조자들이 아닌 최소한도의 적극 부역자들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반민특위가 당초 조사 대상자로 삼았던 인물은 대략 7000명이었는데, 검찰부에 송치한 숫자는 559명에 불과했다. 근래 시점으로 봐도 위에 언급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에서 발표한 숫자는 1006명뿐이고, 가장 최근인 2009118일 민족문제연구소가 그간의 조사 결과를 집대성해 공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도 다해봐야 4776명이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반민특위 발언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라고 발언했다..2019.3.22.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민특위 명단에 없으니 친일파 아니다?이승만 정권 탄압으로 8개월 만에 좌초

박민식 장관은 백선엽 장군이 반민특위 피의자 명단에 없다는 점을 이유로 친일파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194915일 업무를 시작한 반민특위가 이승만 정권의 노골적인 반대와 갖은 탄압으로 겨우 8개월밖에 활동하지 못한 사실을 고려하면 어불성설이다. 19495'국회 프락치 사건'으로 반민특위의 주동력이던 소장파 의원 집단이 공중분해되고, 다음 달엔 '6·6 반민특위 습격 사건'이라는 경찰의 원초적 테러까지 자행돼 반민특위의 집행력이 파괴된 점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활동기간은 더욱 짧아진다.

반민특위가 송치한 559명 가운데 검찰부가 기소한 건 221명이었으며, 재판부의 판결 건수는 겨우 40건에 지나지 않는다. 40건의 판결에서도 징역형 이상을 받은 자는 14명에 불과했는데 그중에서도 5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실제 형을 산 자는 단 7명뿐이었다. 그나마 이들도 이듬해 봄까지 재심 청구 등으로 감형되거나 형집행정지를 받아 모두 석방됐다. 반민특위는 그 역사적 사명과 구성원들의 악전고투에도 불구하고 강고한 친일 기득권 세력의 반격에 의해 무참한 실패로 끝난 것이다.

백선엽(창씨명 시라카와 요시노리)의 친일반민족행위는 반민특위의 좌절을 거울삼아 각고의 작업 끝에 만들어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친일인명사전> 둘 다에 수록돼 있다. 박민식 장관은 국립현충원 기록에서 삭제했지만 이 링크를 누르면 그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해방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친일파를 제대로 처벌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사형 집행이 전무한 데 반해 2차 대전 후 프랑스에서는 나치 부역자 12만 명 이상이 재판에 회부돼 1500여 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유죄가 선고된 98000여 명 중 38000여 명이 징역형으로 수감됐다. 그밖에 유럽에서 나치 점령을 경험한 덴마크, 벨기에,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에서도 각각 수만 명의 자국민이 징역 판결을 받았다.

5일 오후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 기념관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의 동상 제막식에서 박민식 보훈부 장관,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씨,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종섭 국방부 장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제막하고 있다. 2023.7.5. 연합뉴스

'토착 왜구'의 창궐윤 정권이 명심해야 할 조선일보의 '친일파 청산' 호소

대한민국은 침략국의 부역자들을 제때 단죄하지 못한 처절한 후과로 윤석열 정권 들어 자생적 친일파, '토착 왜구'들이 본격적으로 창궐하는 처참한 광경을 연일 목도하고 있다. 100년 전의 민초, 의병, 독립운동가들 심경이 어땠을지를 관념이 아니라 생생한 실재로서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박민식 장관을 비롯한 정권의 '역사 전쟁' 주역들에게 이제라도 친일파 청산이 얼마나 중차대한 과제인지 일깨워줄 격문 하나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반국가세력'과는 가장 거리가 먼, 윤석열 정권의 지극한 우군인 조선일보가 일찍이 친일파 득세의 전도된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하며 쏟아냈던 '방성대곡'을 실로 엄중하게 음미해보기 바란다.

"멀리는 친일 세력의 형성 과정, 조선인의 자치론, 신간회 파괴 공작, 학병 동원 운동에서 해방 후의 반민특위, 토지개혁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현대사가 고비를 돌 때마다 우리는 수많은 이단(異端)으로 인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굴절을 겪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조선 말기에서 4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의 민족사의 내측(內側)에 숨어있던 친일 계보는 속속들이 파헤쳐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민족의 현대사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과 관계없이 항용 특정 계파의 일방적 자기 미화의 논리로 잘못 기술되곤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친일 및 부일 세력과 항일투쟁 세력을 역사적 가치에 따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일제하의 친일이 해방 후의 지배 세력으로, 그리고 반민족적 반민주적 세력이 민족 세력으로 둔갑하는 오류를 반복한 데서 비롯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 1985419, 조선일보가 신문 3면에 게재한 <우리의 입장 : 동아일보의 본보비방에 붙여>라는 사고(社告) 중에서. 개인 칼럼도 아니고 '조선일보사' 명의의 공식 입장으로 천명한 이 성명문은 독재자 이승만의 불의에 항거한 4·19 혁명 25주년이 되는 날 발표한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서로를 친일 신문이라고 짐짓 준엄하게 비판하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기'식의 이전투구를 벌이는 중이었다. 그러다 공멸의 위기감을 느낀 탓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꼬리를 내리고 흐지부지 싸움을 끝냈다. 여러 가지로 아이러니한 광경이었다./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편집이사

"정부 안은 숫자라도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정부 차원의 연금개혁안으로 5년 단위로 수립되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27일 발표됐지만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조정 방안이 '공란'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내년 4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연금개혁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맹탕 개혁안'에 쏟아지는 비판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에 대한 방향성이 담겼을 뿐 구체적인 숫자가 없다. 이번 안을 두고 정부의 연금개혁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문재인 정부 때보다도 후퇴했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이유다. 문 정부에서도 연금개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2018년 말 수립한 제4차 종합운영계획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목표치를 조합한 4가지 구체적 조정안을 제시했었다.

 

국민 2,2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부담과 혜택을 조정하는 작업은 '표심(票心)'과 직결된 만큼, 정부가 결국 총선 전 정치적 부담 때문에 '맹탕 개혁안'을 내놨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금기금 고갈 시기 및 노후소득을 좌우하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연금개혁에서 특히 민감한 요소다.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민간자문위원회 위원들 간 갈등으로 올해 4월로 예정했던 모수개혁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구조개혁 논의로 선회했다. 복지부 자문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도 최종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로 충돌해 민간위원 2명이 사퇴했다. 복지부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 민감한 결정은 모두 "국회와 공론화를 거치겠다"며 뒤로 미뤘는데, 첨예한 갈등 사안에 구체적 수치로 불을 붙이느니 당장의 비판을 감수하고 책임을 나눠 지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논의된 기초연금은 정부가 국정과제에 정해진 대로 밀고 나갈 뜻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재정계산위원회가 최종보고서에서 "소득 하위 70% 목표수급률 방식에서 일정 기준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수급자를 축소하는 방향의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종합운영계획에는 이런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주요 추진 과제. 그래픽=김문중 기자

 

'알맹이'가 빠진 개혁안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그동안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수준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밟아왔는데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이번에는 수치를 제시하는 것보다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조 장관은 국회 연금특위가 논의하는 구조개혁과의 연계, 곧 나올 장래인구추계 반영 필요성도 구체적 입안을 미룬 근거로 들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300여 시민단체가 결성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핵심적인 숫자는 아무것도 없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되는 맹탕 연금개혁안"이라며 "연금개혁의 책임을 회피하는 윤석열 정부는 정부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정부 개혁안을 '노후보장 청사진이 부재한 빈 수레'에 비유하며 "보험료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정책적 약속을 분명히 하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일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사람이 없다

국내 음식점·주점을 비롯한 서비스업, 전국 건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3D 업종에서 주로 인력난을 겪었다면, 최근엔 한때 호황을 누린 서비스업과 자영업에서도 심각한 구인난이다. 건설 현장에선 의사 소통이 쉽지 않은 외국인만 보이고그나마 한국인은 대부분 60대 이상이다자원은 없어도 있는 건 사람뿐이라던 한국 산업 현장이 저출산과 고령화 늪에 빠져들며 사람이 없다는 아우성으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아파트 공사 현장엔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 -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고, 고된 일을 꺼리면서 식당·주점이나 건설 현장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건설 현장에선 외국인 불법 체류자까지 고용하고, 한국인은 60세 넘은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조회 모습인데 상당수가 베트남·중국 등 외국인 근로자다. /정순우 기자

 

일손 부족을 무인·자동화로 메우는 곳은 계속 늘어난다. 서울 잠실의 한 치킨 집은 식탁에서 손님이 태블릿PC로 주문·결제하면 로봇이 치킨만 가져다 준다. 접시나 포크는 손님이 손수 챙겨야 한다. 올해 9월 나온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체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숙박·음식점(20%)으로 나타났다.

 

일할 사람은 다 어디로 갔나

일할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전문가들은 인력 부족의 가장 주요 원인으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 인구 감소를 꼽는다. 우리나라의 만 15~64세 생산 가능 인구는 올해 3637만명에서 2030년이면 3381만명, 2040년에는 2852만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올해 70.5%에서 2040년이면 56.8%로 떨어진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일을 할 수 있는데 일하지 않는 사람도 늘고 있다. 3년 이상 장기 미취업자 중 고용이나 훈련·교육을 모두 받지 않는 구직 단념자인 니트(NEET)비율은 202020% 대에 머물렀지만, 작년에는 37.4%로 높아졌다. 일할 생각이 없는 젊은이가 점점 증가한다는 의미다.

 

퍼주기식 실업급여가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인력 부족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업급여는 6개월 일하고 그만두면 받을 수 있고, 특히 하한액이 꾸준히 올라 월 1847040원까지 높아졌다. 이는 최저임금(201만원)92% 수준으로, 세금을 감안한 실수령액 기준으로 하면 일해서 받는 최저임금보다 일하지 않고 받는 실업급여가 더 많다. 경총은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 채워야 하는 기간이 너무 짧아, 일하다 그만두고 구직 급여를 반복적으로 받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실업급여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조선 이미지 기자

 

한국, 내년부터 '다인종 국가'일본보다 훨씬 빠르다

국내 외국인 비중이 내년에 처음으로 인구의 5%를 넘어서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인종·다문화국가에 진입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먼저 받아들인 일본(2.38%)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다문화 시대에 맞춰 외국인 융화 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단기체류 외국인은 총 2514000명으로 전체 인구 5137만 명의 4.8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재외동포·장기근로·선원·영주 등의 비자를 보유한 장기체류자 1957000명과 90일 미만 단기체류자 557000명을 더한 규모다.

국내 체류 외국인 비중은 코로나19 여파로 20213.79%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4.37%로 회복했다. 올 들어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급증하면서 5%를 눈앞에 두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유학생, 근로자 증가세를 볼 때 내년에 공식 외국인 비중이 처음으로 인구의 5%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5%’는 인구·통계학계와 국제기구 등에서 통용되는 다인종·다문화 국가의 기준이다. 유럽과 북미 외 지역에서 다문화·다인종 국가가 나오는 것은 한국이 사실상 처음이다. 1989년 기능실습제도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의 외국인 비중은 아직 2.38%(12541만 명 중 299만 명)에 그치고 있다.

유례없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 유입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다인종·다문화국가로 진입하는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옥녀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외국인 5%’란 정주민이 학교와 일터, 길거리 등 언제 어디서든 외국인 혹은 외국 문화 배경의 사람과 만나게 된다는 의미이고,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길거리 20명 중 1명은 외국인"학교·일터서도 낯설지 않아요"

다인종·다문화 국가진입은 주민 20명 중 최소 1명이 외국인 또는 이민자 2, 귀화인으로 구성된 국가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통계에 잡히지 않은 국내 불법 체류자 429000명까지 포함하면 현실에선 이미 외국인 5% 국가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외국인 비중은 5.72%로 치솟는다.

단순 거주 외국인보다 넓은 의미인 이주 배경인구 비중으로 따져봐도 5%를 넘어섰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 동포 비자로 입국하는 근로자와 2세가 거주할 수 있고, 결혼이민가정 자녀도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이주 배경인구란 태생을 기준으로 현재 내국인인 귀화자, 정주민과의 혼혈을 포함한 이민자 2, 외국인을 합친 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이주 배경인구 비율은 4.3%였다. OECD 국가 중에선 룩셈부르크(73.6%), 이스라엘(58.1%), 스위스(54.1%), 호주 (52.6%), 뉴질랜드(49.2%)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모두 이민을 정책적으로 받아들이던 나라다. 미국은 26.2%, 유럽연합(EU) 평균은 21.4%. 이주 배경인구 비중이 가장 작은 나라로는 멕시코(2.0%), 일본(2.5%), 터키(3.0%), 불가리아(3.8%) 등이 꼽혔다.

 

국내 거주 외국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일각에선 과거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수용한 국가가 겪은 사회·문화적 갈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간다는 불만과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차별, 종교마찰 등의 사회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현숙 한국다문화건강가정지원협회 대표는 이주민이 5%를 넘어서면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영향력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김대훈/최해련 기자 daepun@hankyung.com

 

 

이태원 참사 1주기-망각과 싸우다

기억, 우리를 이끄는 힘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1026일 서울 용산구 참사 현장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초입 바닥에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권도현 기자

 

20221029일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지지부진하다. 희생자 등 피해자를 향한 잘못된 시각도 여전하다. 참사의 기억을 지우거나 왜곡하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닌 시작이다. 참사의 아픔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기억하지 않으면, 그렇게 잊히면 과거의 참사는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기억이 잊히지 않도록 기억 투쟁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기록한다.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담아서 나누기도 한다. 이들은 말한다. “진실과 기억의 힘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주간경향]

 

 

이태원 특별법이 야만적 기구낳는다고? [이태원 참사 1주기]

이태원 특별법은 늦어도 내년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정부와 여당은 반대 입장이다. 이 법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을 수사와 다른 각도에서 시도한다.

823일 서울 마포구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국회를 향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시사IN 박미소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특별법)’8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 가결됐다. 지난 420일 야 4(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의원 183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6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 대상(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법안은 본회의 처리까지 최장 330(상임위)이 걸린다. 소관 상임위 180, 법제사법위원회 90, 본회의 60일이다.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 문턱을 831일 넘었으니, 늦어도 내년 2월에는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게 됐다. 4월 총선 전에 처리된다는 이야기다.

 

이태원 특별법의 목적은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피해자 권리 보장이다. 우선 법안은 이 참사를 재난관리 책임기관들이 예방, 참사 대응 및 수습 등 전방위적 관리 및 대처를 하지 못해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라고 규정한다. 제안 이유에 참사 이후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적절하거나 부실한 조처의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재난관리 책임기관들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이 포괄적 조사를 하기 위한 법이 이태원 특별법이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 831일 행안위에 출석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이 경찰 수사와 국정조사 등을 통해서 규명이 되었고 피해자와 유가족 지원 등은 특별법이 없어도 현재 진행되고 있으므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다.” 국민의힘도 입장이 같다. 이날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발해 단체로 퇴장했다. 결국 이태원 특별법은 야당 소속 의원들만 재석한 가운데 처리됐다.

 

 

아무도 사과하지 않아서이태원에 남았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10

이태원 참사 1,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411

 

 

국민의힘은 이태원 특별법의 수단과 목적 모두에 문제를 제기한다. 특별법의 목적인 진상규명은 이미 달성됐다는 게 국민의힘 인식이다. 지난 713일 국민의힘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불순한 의도로 만든 이태원 특별법은 정쟁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 국정조사로 (이태원 참사) 진상이 규명됐고 책임 소재가 있는 이들에 대한 사법 당국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법안의 숨은 목적은 법안에 반대하면 참사와 유가족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당리당략이라고 국민의힘은 본다.

 

831일 행안위에서는 진상규명의 수단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법안이 규정한 특조위(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야만적인 기구라고 말했다. 특조위가 조사 외에 영장 청구도 사실상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원 기능까지 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조위를 수사와 재판을 함께 하는 규문주의(糾問主義) 기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기에 정당한 목적과 적절한 수단을 갖추지 않은 이 법은 세월호 특별법의 반복이다. 권성동 의원은 831일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9번에 걸쳐 국정조사, 특조위 조사, 특검 수사했다. 새로운 진상이 밝혀진 게 있나? 검찰 수사 이상으로 새로운 원인을 밝혀낸 게 없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불신만 증폭시켜 왔다.”

 

이재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이태원 특별법TF 간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는 특별법 원안 작성 과정에 관여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이 사건 진상규명이 완료됐다고 보지 않는다. 진상조사에 참여한 개인이나 개별 기관의 탓만은 아니다. 그 과정이 수사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진 데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이 간사는 말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큰 권한과 독립성을 갖춘 특조위가 필요하다는 게 특별법에 담긴 논리다.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부터 정부는 진상규명을 수사로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을 물을 대상을 경찰로 한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지난해 11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경찰은) 정보 역량도 뛰어난데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나? (중략) 사고를 예방하는 경찰 업무에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경찰 수사에 대해 윗선의 책임을 충분히 물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 1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피의자 24명을 입건했다. 특수본은 행안부·서울시·경찰청·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대해서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법안 통과 이후에도 여러 난관 남아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제 식구를 감싼 결과일까. 이재근 간사는 수사라는 '문법' 자체의 한계를 말했다. “수사는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 사람을 사법처리 할지에 집중한다. 그러나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려면 더 큰 구조적 원인을 살펴야 한다.” 수사는 법에 따라 처벌 대상을 정하는 과정이다. 법 위반 여부를 살피는 과정에 들어가면 실무자에게 책임이 집중되기 쉽다. 그래서 이재근 간사는 경찰청이나 서울시, 행안부에서 왜 당일 인파를 관리하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참사 재발 방지책은 실무자 처벌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특별법상 특조위 권한이 유례 없이 강하다는 비판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특별법 원안에서 징역 등 형벌에 처한다고 정했던 동행명령 위반, 허위자료 제출 벌칙은 행안위 수정을 거치며 과태료 부과로 완화됐다. 세월호 진상규명법과 비슷한 수준이다. ‘영장 청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별법 제31조는 특조위가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수사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고 적는다. 의뢰가 조사에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다. 특검 요구 또한 국회에 의결을 요청하는 과정을 거친다.

6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농성 시작'기자회견. 시사IN 이명익

 

만약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과정의 아쉬움이 반복된다면 오히려 특조위의 약한 권한 탓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태원참사 TF 단장은 아직 통과되지 않은 법을 두고 세월호 (특별법) 수준과 견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면서도, “세월호 진상규명 과정의 문제점이 반복될 우려는 남는다라고 말했다. 형사처벌 조항이 빠졌기에 정부기관에서 자료를 주지 않으면 조사 기구로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특조위 인적 구성도 난관이다. 원안에서는 특조위원 17명을 추천위원회가 임명하도록 했는데, 수정안은 특조위원을 11명으로 줄이고 국회 추천 9(국회의장 1, 여당 4, 야당 4), 유가족 단체 추천 2명으로 바꾸었다. 국민의힘은 여당 몫이 부족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윤 단장은 적은 수라도 조사를 방해하는 위원이 나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1016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법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남인순 민주당 이태원참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법사위와 본회의가 남았지만 이태원 특별법은 야 4당의 수적 우위로 제21대 국회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법안 처리는 첫걸음일 뿐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험난한 관문 여럿을 통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인 이상원 기자

 

 

참사 유가족의 잊혀진 싸움혐오 방치한 사회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요구 활동 못지않게

무차별적 가해진 혐오와의 싸움도 진행형

“2차 가해 막아달라호소에도 변한 건 없어

희생자들 모욕고소에 1건만 벌금형 확정

희생자 시민분향소도 혐오·폭언 시달려

누군가 또 겪으면 비극할 말 안 멈출 것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지난 29일 참사가 발생했던 서울 이태원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 마련된 10.29기억과 안전의길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해 1122일 서울 최고 기온은 16도에 이르렀다.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이었지만, 10년 만에 가장 따뜻한 11월이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족 34명은 이날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길 위에 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활동이 전부가 아니다. 언론 앞에 선 그날,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무차별적으로 가해진 혐오와의 싸움도 진행형이다. 첫 기자회견에서 “2차 가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지만 참사 1주기가 지나도록 변한 건 없다.

 

참사 유가족 김정현씨(28·가명)두고 볼 수 없어” 2차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소송에 나선 뒤엔 앙심을 품은 가해자들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휩싸일 때도 있다. 하지만 정현씨는 또 한 번 용기를 내 지난 20일 인터뷰에 응했다. 그와 함께 지난 1년간 희생자와 유족에게 가해진 혐오 참사를 되짚어봤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악플러를 고소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혐오 차별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사자명예훼손. 이태원 참사 전까진 들어보지 못한 낯선 용어였다. 정현씨는 온라인상에서 희생자들을 모욕한 이들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증거자료는 직접 수집했다. “2차 가해 글이 너무 많아서 심한 것들만 먼저 추렸다고 했다. 일베(일간베스트)와 디시인사이드 등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주 대상이었다. 8건가량의 가해자가 특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까지 판결이 확정돼 종결된 사건은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1건이다.

 

가해자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1심 선고 이후 형이 너무 세다며 항소하기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사과할 테니 합의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이도 있었다. 정현씨는 저를 모욕한 사람이라면 사과를 받고 합의할 수 있지만, 고인들을 모욕한 것이라 저에겐 자격이 없다며 거절했다.

 

최고 벌금인 500만원이 선고됐으나, 검찰이 징역형을 요구하며 항소한 경우도 있었다. 사자명예훼손의 법정형은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정현씨는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욕보였다. ‘문란한 행동을 하러 이태원에 갔다는 식으로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판결문에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쓰였다고 했다. 이 사건은 지난 81심 선고가 났다.

 

정현씨는 직접 소송에 나선 이유에 대해 처음엔 화가 나서 고소를 했는데, 점차 판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했다. 그는 사자명예훼손과 모욕죄는 친고죄에 해당돼 고인의 가족만 할 수 있었다. 허위의 사실을 고의성을 갖고 유포한 걸 입증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죽은 사람도 이름이 남게 되고, 인권을 보호해줘야 한다 생각하는데 법의 문턱이 높았다고 했다.

 

혐오 폭력에 방치된 유족들극우단체 소송도

이태원 참사 49재인 지난해 1216일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 앞에 주차된 신자유연대의 차량에 이태원 참사 추모제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고 적힌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조문객들을 맞는 유가족들은 매일 이 문구를 마주해야 했다. 박하얀 기자

 

참사 이후 정현씨는 휴직을 하고 가족의 곁을 지켰다. ‘지킴이당번이 돌아온 날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 가서 종일 자리를 지켰다. 2차 가해는 온라인상에만 존재하지 않았다. 분향소를 찾는 이들은 추모객뿐만이 아니었다.

 

특히 극우단체 신자유연대의 비방과 조롱은 끈질겼다. 참사 직후 꾸려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앞 이태원 광장 시민분향소 바로 옆에서 이들은 차량 앰프로 선동하지 마라” “뭘 더 바라냐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참배객을 모욕했고, 분향소 인근에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혐오 발언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 단체를 상대로 분향소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임정엽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2월 이를 기각했다. 분향소 100m 이내에서 확성기로 방송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행위, 혐오 발언이 적힌 현수막·팻말·벽보 등을 게시하는 행위도 막아달라 요청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유족이 오히려 신자유연대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신자유연대 대표 김상진씨는 지난해 12월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 등 유가족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언론사 인터뷰와 간담회 등에서 자신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였다. 4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 9월 이 소송을 조정에 회부했고, 이후 진전은 없는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청구를 기각했다. 기자회견을 하는 유가족들을 향해 이태원은 북한 소행이다.” “탄핵 기각은 국민의 승리등 보수단체 회원들의 막말이 쏟아졌다. 현장은 곧 아수라장이 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 차량에선 가수 패티킴의 이렇게 좋은 날노랫말이 흘러나왔다.

 

정치권도 사법부도 공범혐오를 키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1일 국무위원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공간을 방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악플러와 극우단체 인사들은 별세계에서 온 이들이 아니다. ‘책임 회피관종 정치가 뒤섞인 공인들의 막말이 1년 내내 유족을 괴롭혔고, 이들이 일군 토양에서 전문 혐오꾼이 자랐다.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려먹기 장인들.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2의 세월호냐. 나라 구하다 죽었냐와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 919일 징역 3개월의 선고 유예를 내렸다. 선고유예는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창원지법 마산지원(형사3단독 손주완 판사)피해자들의 수가 200명이 넘는 많은 수이며, 그 내용에 있어 가족의 죽음을 맞은 유족들에게 모멸감을 줄 과격한 언사라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는 점, 그동안 사회활동을 열심히 해온 사람으로서 다시는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사법부가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했고,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재판을 지켜본 정현씨는 공인이라는 사람이 죄를 저지르면 더 중한 처벌을 해야 하는데, 제가 고소한 가해자들보다 약한 처벌을 받았다. 정치인들이 참사 희생자에게 막말해도 되는 분위기를 부추기는 듯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체이탈 화법도 끊이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1215일 정부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참사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청소년에게 좀 더 굳건하고, 치료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해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댓글창 폐쇄를 요청하기 위해 기자에게 직접 보낸 e메일(왼쪽)과 시민들이 2차 가해 글과 댓글을 유족 측에 제보한 e메일 목록. 김정현씨 제공

 

참사 초기 정현씨를 비롯해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은 직접 언론 대응에 나섰다. 정현씨는 개인신상이 노출된 기사 삭제를 요청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머뭇거리는 반응에 상처를 받았다댓글이 엄청나게 달린 머리기사였다. ‘유족이 이렇게까지 부탁을 하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놀러 가서 죽었는데, 추모를 왜 하냐.’ 2차 가해 댓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내용이다. 정현씨는 국가인권위원이라는 사람도 국가가 주관한 축제도 아니고, 피해자들이 놀기 위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이라고 발언했다.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도 공개적으로 그리 말하는데, 일반인은 더 쉽게 말하지 않겠냐라고 했다.

 

청년들이 놀러 가서 죽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가요?” 정현씨는 되물었다. 그는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분들과 비교하는 댓글도 정말 많다“(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분들은) 당연히 존경받아야 할 분들이다. 하지만 이분들과 비교돼야 할 건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충분히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음에도 참사에서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자들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했다가 대회 중간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그는 유족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긴 2차 가해자가 국가라고 했다. 그는 “2차 가해를 주도하고 방치하고. 진상규명을 아무리 외쳐도 시종일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유족들이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느낌이라며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를 점점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방향을 잡았구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정현씨는 그럼에도 할 말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저희를 비난하는 사람일지라도 같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계속해서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족이, 친구가, 지인이 놀러 가서 죽는다면, 이런 아픔을 누군가 또다시 겪어야 한다면, 그건 너무 비극이잖아요.”

경향 이유진 기자

 

 

부산 5성 호텔’ 8곳서 내년 11곳으로 늘어날까

윈덤 그랜드 부산·아난티 앳 부산

관광협회에 신청, 무난히 획득할 듯

내년 준공 반얀트리도 합류 전망

 

올해 부산에 특급호텔이 속속 문을 열어 내년에는 5성 호텔이 최대 11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구 윈덤 그랜드 부산()과 기장군 아난티 앳 부산의 야외 수영장(가운데)과 내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조감도. 부산일보DB·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제공

 

올해 부산에 특급호텔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내년에는 5성 호텔이 10곳을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관광 인프라의 기본으로 꼽히는 호텔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전한 데다, 부산에서도 대부분 동부산에 몰려 동서 격차가 심각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부산 서구 윈덤 그랜드 부산은 지난 9월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5성 등급 심사를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9월 영업을 시작한 윈덤 그랜드 부산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 윈덤호텔앤리조트의 최상위 브랜드로 운영되는 만큼 5성 획득은 무난할 전망이다.

 

관광협회중앙회는 다음 달 중으로 호텔을 방문해 현장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호텔은 늦어도 내년 초에 호텔업 등급심사 결과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관광협회중앙회는 1000점 만점에 900점 이상을 획득한 호텔에 5성 등급을 부여한다. 전 객실에서 바다 전망이 나오는 271개 객실로 운영되는 윈덤 그랜드 부산이 5성 등급을 받으면 서부산 최초의 5성 호텔이 된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2014년부터 관광호텔은 3년마다 등급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2021년부터 관광협회중앙회가 등급 결정 수탁기관으로 지정됐다. 1성부터 5성까지 운영되는 호텔 등급제는 1971년 도입돼 호텔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도입됐다. 통상 호텔이 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면 관광협회중앙회에서 현장 평가와 암행 평가를 실시해 호텔 시설과 서비스 등을 살펴본다.

 

기장군 기장읍 아난티 앳 부산도 지난 9월 관광협회중앙회에 5성 등급 심사를 신청했다. 아난티 앳 부산은 아난티가 지난 7월 오시리아 관광단지 16(48400) 규모로 문을 연 복합리조트 빌라쥬 드 아난티에 포함된 114객실의 호텔이다. 아난티 측은 인근에 5성 호텔인 아난티 힐튼 부산을 운영하는 만큼 5성 획득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기장군 기장읍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은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최고급 리조트 155실과 호텔 40객실 등 건물 두 동으로 운영된다. 이곳은 싱가포르 반얀트리 그룹 본사와 계약을 맺어 본사 직원들이 직접 운영할 예정으로 5성 획득이 유력하다. 반얀트리는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리조트 브랜드로 JTBC 드라마 킹더랜드에서 반얀트리 방콕을 촬영 장소로 선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르면 2024년에는 부산에 5성 호텔이 11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부산에는 5성 호텔이 8(2878객실) 있다. 롯데호텔 부산(부산진구·650객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해운대구·529객실), 그랜드 조선 부산(해운대구·330객실), 아난티 힐튼 부산(기장군·310객실), 웨스틴 조선 부산(해운대·290객실), 파크 하얏트 부산(해운대·269객실), 시그니엘 부산(해운대구·260객실), 호텔 농심(동래구·240객실)이다.

 

하지만 부산과 수도권·제주도와의 격차는 상당하다. 부산관광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86곳의 5성 호텔이 있다. 부산은 서울(34)과 제주도(21)에 이어 3위다. 인천(7), 강원도(5)와 비슷한 수준으로 국제적인 관광도시를 자처하는 부산의 입장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부산 내에도 5성 호텔 8곳 중 6곳이 동부산에 쏠려 있어 동서 격차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관광협회 관계자는 국제관광도시 부산의 명성에 걸맞게 5성 호텔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지만, 대부분 동부산에 치우쳐 있는 점은 아쉽다면서 “5성 호텔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면에서 부산 관광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원도심과 서부산에도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부산

 

 

윤 정부 서민·취약층 예산 확대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꼴

내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 모순 가득

민생 예산 늘린다며 세출은 확 줄여

R&D 예산 전용해 취약층 지원 확대

과학계 국가 미래 포기한 황당 발상

연금·노동 개혁도 말 따로 행동 따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 연설을 했다. 연설 내내 경제와 민생을 걱정했다. ‘경제민생이라는 단어를 각각 23회와 9회나 반복할 정도였다. 특히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여서라도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며 사용처까지 하나하나 열거했다. 미래세대를 위해 연금과 노동, 교육 등 3개 개혁에 협조해 달라며 국회에 호소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오른쪽 피케팅하는 이는 진보당 강성희 의원. 2023.10.31 [공동취재] 연합뉴스

 

그러나 윤 대통령 연설 내용을 자세하게 보면 서로 모순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건전재정을 명분으로 세출을 대폭 줄이겠다면서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 카페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했다는 것이다. 긴축 재정을 해야 하는 이유로는 고물가를 꼽았다. 물가가 오르면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이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재정을 확장하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으니 긴축 재정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럴듯한 말이지만 긴축 재정을 하면서 서민 지원을 늘리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확장 재정과 물가를 연계한 것도 침소봉대한 측면이 있다. 물가는 재정 외에 공공요금과 원자재 가격 상승, 기준금리 등 다른 요인에 더 영향을 받는다. 지금의 고물가 상황은 초저금리가 오랜 기간 지속되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 탓이 크다.

 

윤 대통령이 시정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밝힌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 지원은 생계급여 지급액 인상 장애인 11 전담 서비스 제공 자립 준비 청년 수당 인상과 저소득 가구 청년 대학 등록금 지원 소상공인을 위한 저리 융자 등이다. 모두 지원이 필요한 분야인 것은 맞는다. 문제는 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다른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서민 주거예산과 고용유지 지원금, 일자리 안정 기금 등 잘 드러나지 않는 예산을 전액 또는 대폭 삭감했다. 장애인과 저소득층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정 건전성을 명분으로 세출을 과도하게 줄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올려 편성했다. 이처럼 재정을 확대하지 않고 서민 예산을 늘리려다 보니 결국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가장 황당한 대목은 “(국가 R&D 예산의) 구조조정을 해서 마련한 34000억 원을 약 300만 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데 배정했다는 부분이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일 R&D 예산을 일회성 복지 비용으로 쓰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을 늘리는 건 좋으나 R&D에 투입할 재원을 전용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연구개발 (R&D) 예산 추이

 

당장 과학계는 미래를 포기하자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R&D 예산을 감축하면 대학원 연구생들의 인건비를 주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과학기술계를 카르텔로 몰고 선진국과 비교하면 많지도 않은 R&D 예산마저 삭감하겠다고 하자 해외로 떠나겠다는 연구원도 줄을 잇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계와 사회적 약자를 이간질하겠다는 것이냐과학기술 혁신과 복지 증진은 모두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의무인데 헌법상 의무를 저버린 국가의 무책임을 계층, 집단 간의 싸움을 부추겨 해결하겠다는 건 얄팍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연금과 노동, 교육개혁에 대한 대목도 말 잔치로 들릴 뿐이다. 윤 대통령은 연금 개혁과 관련해 최고 전문가들과 80여 차례 회의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축적했으며 24번의 계층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국민 의견을 경청하고 여론조사도 꼼꼼하게 했다국회가 초당적 논의를 통해 연금 개혁 방안을 법률로 확정할 때까지 지원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방대한 자료를 축적했으니 이제 국회가 결정할 일이라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달 27'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며 수급 개시 연령 조정이나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내용을 빠뜨린 방안을 내놓자 맹탕 개혁안이라고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또 전 정부 탓을 하며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우겨도 연금 개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 연령 조정을 구체적인 숫자로 명시하는 게 핵심이다. 그것을 뺀 채로 국회로 공을 넘기는 것은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노동 개혁 성과로 꼽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회계 공시 결정도 윤 대통령 연설과 사실이 전혀 다르다. 양대 노총이 회계 공시에 참여하기로 한 이유는 정부의 노동 정책에 따랐다기보다 조합원의 경제적 불이익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 개혁은 사실상 후퇴하고 있다. 양대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건설 노조 탄압과 노란봉투법 저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연기 같은 반노동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시정 연설에 대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집착만 더 강해진 것 같고 민생 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책 없고, R&D 예산 삭감에 대해서 합리적인 설명보다는 무책임한 변명만 있었던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병사 월급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병사들 복지예산은 1857억 원이나 삭감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삼모사의 고사성어를 빗대 국민을 원숭이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고 질타했다./장박원 에디터 시민언론 민들레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왜 모두의 원성을 사게 됐을까

모든 정치인은 모든 국민(이라고 쓰고 유권자라고 읽는다)이 좋아하는 정책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책 공간 제한 탓에 부자와 가난한 자, 노동자와 자본가, 서울 시민과 농어촌 주민, 노인과 청년, 여성과 남성이 다 같이 환영하는 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전쟁이나 테러같은 대외 위기가 발생해서 온 국민이 집결하는 깃발 결집 효과정도가 드문 예외다.

뒤집어 보면 모든 집단으로부터 증오의 대상이 되는 정책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걸 달성한 게 바로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며 무주택자는 절망했다. 시골에 집이 있는 사람은 수도권에 비해, 강북 주택 소유자는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며 분노했다. 집값이 많이 오른 사람조차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너무 크다며 우리가 범죄자냐, 왜 적대시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임대차 3법 전후로 전세 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는 세입자와 집주인이 함께 정부를 성토했다.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깊이 생각해 볼 중요한 사례다. 주제가 너무 뜨겁다 보니 성토와 변명만 걷잡을 수 없이 진행돼, 냉정한 진단과 차분한 논의는 거의 불가능했다. 지난 9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건강한 토론과 논쟁을 촉구하며 출간한 <부동산과 정치(오월의 봄)>는 지난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책임 있는 당사자의 자성과 평가라는 점에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기에 적절하다. 심지어 책의 내용 대부분은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만한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지난 정부 부동산 정책은 대통령이 여러 차례 사과해야 할 정도로 동네북 신세가 되었고, 민주당이 정권을 잃는 핵심 요인이 되었을까?

 

공급 적대시 주장에 선긋지 않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공급 부족론이었다. 김 실장은 부당한 정치 프레임 공세라고 항변하면서도 동시에 3기 신도시나 도심 공급 확대를 더 일찍 더 과감하게 추진해서 공급부족론을 조기 진화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인정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입주 물량과 계획 물량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주택 공급을 많이 했다고 자평하면서도, ‘2.4 공급대책 같은 것을 더 일찍 착수하지 못한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202111월 제2차 국민과의 대화).

 

아파트는 인허가를 받아 착공에 들어간 후 준공 시점까지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 지표가 여럿일 수밖에 없다. 우선 공급의 장기선행지표인 인허가부터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405천호)는 인허가 물량이 박근혜 정부(417천호)에 비해 2.8% 적었을 뿐 이명박 정부(314천호)보다는 29.1% 많았다. 관심의 초점인 서울의 인허가는 문재인 정부(45천호)가 박근혜 정부(35천호) 및 이명박 정부(38천호)에 비해 20% 이상 많았다. 단기선행지표인 착공은 모든 지역에서 인허가보다 더 뚜렷하게 문재인 정부의 공급이 많았다. 당장 시장에 나오는 동행지표인 준공의 경우 문재인 정부는 전국에서 395천호로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비해 대략 50%가량 많았으며, 수도권과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 공급은 모든 지표에서 낮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많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 다수에게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급에 소극적이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현실과 인식의 괴리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보수 진영의 정치 공세가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원인이 있다. 전통적으로 진보 진영 중 일부는 공급 확대에 대해 토건세력이 주도하고 투기꾼들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기 위한 책략 정도로 비판해왔다. 민주당 집권 후 이러한 인식을 정부가 공유하느냐가 관심이었던 시기에 민주당 정부의 책임자들은 한 번도 이런 시각에 분명히 선을 긋지 않았다. 김 실장은 이번 책 뿐 아니라 과거의 다른 책에서도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그런 입장이 정책 책임자 목소리로 국민에게 전해진 바는 없다.

 

엉뚱한 청와대 조직 구조

김 실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특히 코로나 팬더믹 대응으로 각국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폈고 재정지출을 대폭 늘린 상황에서 집값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었고 한국에서도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비판자들이 이것을 모르거나 또는 알면서도 무시하고 부당하게 공격했다는 억울함도 묻어있다. 인구와 소득은 주택 수요를 결정하는 근본요인이지만 이 변수들은 단기에 크게 변화하지 않으므로 유동성과 금리가 주택 수요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 또한 자명하다. 하지만 이 점에서도 문재인 정부 초기의 부동산 정책은 엇박자가 없지 않았다.

 

첫째 청와대 내 부동산 정책 담당 부서를 전례 없이 경제수석실이 아닌 사회수석실로 한 것이다.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 세제, 금융 중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공급을 제외하면 세제와 금융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소관 업무이고, 기준 금리와 통화량을 결정하는 한국은행과의 소통 창구 역시 기획재정부이다. 금리나 대출 정책의 주관 부서도 아니고 전문성도 없는 사회수석과 국토부 장관이 금리와 유동성이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에 부동산 콘트롤 타워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실장은 대통령이 주거복지를 중시해서 사회수석에게 맡겼다고 짐작한다는데, 취약 계층 주거를 챙기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부동산 정책의 중심이 되겠나.

 

둘째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밀물 때에 모든 배가 위로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늘어난 유동성을 주택 매입보다 생산적 투자로 돌리고 싶겠지만 특정 산업이나 시장에 쉽게 가둘 수 있다면 그게 유동성이겠나. DTI, LTV 규제를 한껏 강화하고 DSR 규제를 도입해도 부동산 매수세가 잘 꺾이지 않는다. 게다가 대출 제한은 국민들의 수용성이 극히 낮은 정책이다. 집 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부자집 자식들은 대출 없이 아파트를 사는데, 흙수저는 빚을 내서 사는 것도 못하게 하냐, 사다리 걷어차기냐라는 반발을 정치인들은 피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강한 대출 규제는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또 정치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았기 때문에, 대출 규제 강화기에도 그다시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니 가뜩이나 강했던 대출 규제를 더 강하게 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는 것은 잘못된 평가다.

 

헛된 약속이 신뢰마저 무너뜨려

김 실장은 교훈 중 하나로 집값 잡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 것을 들었다.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또는 시장과의 심리전 차원에서 아파트값 잡겠다고 약속했던 호언장담이 다 헛말이 된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나는 이 점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고위 인사들이 언제까지 팔 시간을 드리는 거다’ ‘지금 안 팔면 후회할 거다는 말을 남발한 것도 큰 문제지만, 대통령의 목소리로 집값 잡을 자신있다’(201911월 제1차 국민과의 대화)라고 한 것은 큰 후유증을 남겼다.

 

정말 자신이 있어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인식의 문제지만,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구두 개입이었다면 더 큰 문제다. 정책 당국자가 시장 가격에 대해 약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틀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신뢰가 무너진다. 억지로 가격을 통제하려고 하면 부작용은 더 커진다. 심지어 자신이 결정하는 정책 수단에 대해서도 함부로 약속해서는 안된다. 정치적 수용성이 떨어지는 정책은 임계치에 이르면 약속과 무관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제 강화와 보유세율 상향 조정을 약속하려면 국민들이 수용할 것인지부터 면밀히 검토한 후에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팡질팡 정책이 되고 신뢰는 무너진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정책 당사자가 임기 중 정책에 대해 되돌아보고 공개적으로 스스로의 평가를 밝히는 것은 의미있고 용감한 일이다. 논의가 아무리 잘 풀려도 본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감정적 비판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쪽에서는 정치적으로 불리한 논의라 생각해서 이 책 출간을 썩 내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워낙 큰 상처를 남겼기 때문에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기왕 논의의 단초가 나온 만큼 부동산 정책과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로 한 걸음 전진하기를 희망한다.

신현호 경제평론가/ 한겨레

 

주된 직장 50.5세 퇴직한다

핵심 경력되는 회사, 평균 145개월 근무법정정년은 9.7%

 

주된 직장 50.5세 퇴직한다

중장년의 주된 직장퇴직 연령은 평균 50.5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자발적 퇴직이 정년퇴직의 5.8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된 직장은 개인 경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근무처를 뜻한다. 예를 들어 첫 직장을 2년 다니다 이직해 15년 근무한 곳이 있다면 2번째 직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퇴직 후에는 대부분 재취업을 시도하지만,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고 임금 수준은 하락했다.

 

1일 한국경제인협회 중장년내일센터의 ‘2023년 중장년 구직활동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장년 구직자의 주된 직장 퇴직 연령은 평균 50.5(남성 51.5, 여성 49.3)로 집계됐다. 주된 직장에서 근속 기간은 평균 145개월이었고, 50세 이전 퇴직하는 비율은 45.9%로 나타났다.

 

퇴직 사유로 정년퇴직 비율은 9.7%에 그쳤고,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퇴직 비율이 56.5%로 훨씬 높았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 후 재취업 경험이 있다고 답한 중장년은 66.8%였다. “재취업 후 임금이 낮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67.4%였고, 임금 수준은 주된 직장 대비 평균 62.7%였다. 재취업 이전 주된 직장에서의 고용 형태는 정규직 비율이 74.5%로 조사됐으나 재취업 후에는 정규직 비율이 42.1%에 머물렀다.

 

이들은 구직활동 시 어려운 점으로 나이를 중시하는 사회풍토(32.1%), 채용 수요 부족(17.0%), 경력 활용 가능한 일자리 없음(14.0%) 순으로 응답했다. 중장년 구직자가 재취업을 위해 직업을 변경한 적이 있다고 한 비율은 53.5%로 조사됐다. 직업을 바꾼 이유로는 기존 직업으로 재취업이 어려워서(34.7%), 직업 안정성을 찾기 위해(14.8%), 일과 삶의 조화 추구(14.0%) 순이었다.

 

응답자들은 언제까지 경제활동 하기를 희망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평균 68.9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는 67.5, 50대는 68.9, 60대 이상은 70.8세까지 희망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희망하는 상한 연령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 중소기업협력센터 박철한 소장은 경제는 어려워지고 평균수명은 늘어나면서 경제적 이유로 노년에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중장년층 특성에 맞는 근로계약 조건 등에 대해 개방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94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됐다./경향 구교형 기자

 

열흘 동안 전청조 기사 4천개언론과 기자의 가치 판단 없었다

11일 동안 4000개 이상54개 매체 기준 총 1338

세계일보 142, 파이낸셜뉴스 113, 해럴드경제 104

성전환, 성관계 자극적 소재 네이버 메인에 배치한 언론들

주장 단순 전달에 과도한 정보 그대로 노출 적절한 태도인가

 

그야말로 폭탄이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와 재벌 3세로 알려진 전청조씨에 대한 이야기가 세상을 뒤덮고 있다. 연일 국내 언론의 단독이 쏟아지는 상황. 언론은 전청조씨에 대한 기사를 얼마나 썼을까.

 

네이버에 '전청조'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400페이지까지 검색이 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이 2일 네이버에서 전청조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지난 23일 여성조선의 단독 인터뷰 이후 언론은 11일 동안 네이버 기준 4000개가 넘는 기사를 쏟아냈다.

 

특정 매체가 전청조 보도를 이끌었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54개 매체를 대상으로 검색해보면 총 1338건의 기사가 나오는데 그 중 세계일보(142), 파이낸셜뉴스(113), 해럴드경제(104), 등 온라인 대응에 힘을 주는 매체의 비중이 높다. 경향신문은 2, 한겨레는 10, 동아일보는 24건을 작성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4일 상위 5개 기사 중 3개가 전청조 기사였다.

 

성전환, 성관계, 사기전과 등 자극적인 소재에 이목이 쏠렸다. 전청조 기사는 독자 유입이 가장 많은 네이버 언론사 구독 페이지 메인에 걸렸고 자연스럽게 언론의 랭킹 순위권에 올랐다. 지난달 25, 27, 29일 네이버 기준 조선일보에서 전청조 기사가 가장 많이 읽혔다. 매일경제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 연속 전청조 기사가 1등을 차지했고 중앙일보는 지난달 24일 상위 5개 기사 중 3개가 전청조 기사였다. 대부분의 다른 일간지·경제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남현희씨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간의 과정을 털어놓았다.

 

1위를 기록한 기사의 제목들은 모두 사생활과 맞닿은 자극적 내용이다. 특히 남현희씨가 지난달 30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간의 과정을 털어놓자 양상이 심해졌다. <남현희 눈물 고환이식 수술 전청조 말 믿었다무지해서 죄송”>(중앙일보), <남현희 성관계 시 분명 남자고환 이식 주장 믿었다”>(매일경제), <남현희 전청조, 시한부라고 거짓말고환 이식 수술 얘기 믿었다”>(세계일보) 등의 기사가 나왔다.

 

다른 사회 이슈는 어떨까. 국민연금도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특정 수치가 담기지 않아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사 수는 전청조 기사 절반에 불과하다. 네이버 기준, 지난달 23일부터 2일까지 국민연금을 키워드로 한 기사는 약 2300개였다. 54개 매체를 대상으로 한 빅카인즈에선 620건의 기사가 나왔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 사회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트래픽을 위해 언론은 (가십성) 기사를 양산하고 시민들은 그걸 클릭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라며 정작 관심 가져야 할 사회 문제로부턴 멀어진다. 방송보다 포털, 유튜브 등 모바일로 접할 수 있는 매체에서 심각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채널A에 출연한 전청조. 채널A 유튜브 갈무리.

 

언론 입장에서 남현희씨와 전청조씨는 매력적인 소재다. 이야기가 진실공방처럼 흘러가면서 양측이 스스로 자극적인 소재를 던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무엇을’, ‘어떻게보도할지 언론이 저널리즘적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언경 소장은 사건의 발단인 여성조선 인터뷰부터 기사들이 양쪽이 하는 말들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유튜버의 말까지 그대로 인용되는 상황이라며 기자가 할 수 있는 건 객관적으로 검증해보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기자의 고민이 들어간 기사가 거의 없다. 수많은 기사를 보면서 해당 기자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기사를 썼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정말 묻고 싶은 지점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임신테스트기나 성관계 등 자극적인 소재를 본인이 먼저 드러냈기 때문에 고민 없이 받아쓰기 쉽다. 개인 입장에선 불안정한 상태에서 사생활처럼 불필요하게 과도한 정보를 노출할 수 있지만 그걸 그대로 쓰는 게 적절한 태도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이전 미투 국면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본인이 성폭행 당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과도한 정보를 노출했다.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에선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 기자가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한다고 말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34항에 따르면, 성범죄, 폭력 등 기타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보도할 때 음란하거나 잔인한 내용을 포함하는 등 선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되며 또한 저속하게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신문윤리강령 역시 2조 언론의 책임에서 인터넷신문은 사회의 공적기구로서 보도의 사실성, 정확성, 균형성을 추구하고 선정보도를 지양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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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인터뷰, 도넘은 제목장사남현희·전청조보도경쟁에 자제력 잃은 언론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3504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김포가 서울? 우리가 먼저!"... 고삐풀린 '서울시민'의 욕망

[르포] 편입리스트 김포·광명·부천 가보니... 저마다 "우리가 1순위" 강변

'서울사람'을 향한 욕구. 여당발 폭탄 공약은 이 욕망을 잔뜩 자극하고 있었다. '서울 편입리스트'에 거론되는 지역은 서울사람이 되길 꿈꾸는 이들과 정치에 대한 불신이 복잡하게 얽혀 뒤숭숭한 모양새다.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또한 쏟아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031일과 111일 이틀 간 경기 광명, 김포, 부천 일대를 돌며 지역주민과 상인, 부동산 관계자 등을 만났고, 도시계획 전문가 여러 명을 인터뷰했다.

 

"학군·집값" 거론하며 열 올리는 국힘

 

1일 오후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 2·3번 출구 사이에서 권태진 광명갑 당협위원장, 이재한 광명시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광명 서울 편입'을 추진하기 위해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복건우

 

"광명시가 서울특별시에 들어갑니다! 서명 좀 부탁드립니다!"

지난 1일 오후 광명사거리역 2·3번 출구 사이의 간이 테이블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광명시 주민 신현순(71)씨와 이경순(71)씨가 "이제 광명 앞에 '서울특별시'가 들어간다니까 좋네"라며 서명서에 이름을 적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이재한 광명시의원은 지나가던 주민들에게 서명서를 쥐여주며 "경기도 광명보다는 서울시 광명이 훨씬 더 살기 좋습니다"라고 했다. 이 의원이 불러세운 윤아무개(65)씨는 "10년 전부터 광명에 거주 중"이라며 "그때도 광명이 서울에 들어간다고 해서 이사를 왔는데 이번에 서울에 편입되면 모든 게 다 발전되고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권태진 광명갑 당협위원장도 가세했다. 그는 "총선용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주민들이 많이 원하고 지지한다""지금보다 학군이 좋아지고 집값이 올라가는 등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광명사거리역 인근에서 에이치와이(hy, 옛 한국야쿠르트) 매니저로 일하는 이백자(73)씨도 "선거를 앞둔 시점이긴 하나 만약 김포시가 서울에 들어가게 되면 광명도 당연히 서울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총선 앞둔 발표에 기대감뿐 아니라 '불신'도 팽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0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작은 김포였다. 22대 총선을 약 6개월여 앞둔 1030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포의 서울 편입을 깜짝 발표했다. 1일 기자가 찾은 고촌읍은 김포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서울 강서구와 맞닿아 있어 주민들의 기대심리가 커 보였다. 하지만 원래 김포였던 검단이 인천에 편입됐고, 김포공항 부지를 서울에 빼앗겼다는 정서도 남아있었다.

 

고촌역 근처에서 20년 넘게 공인중개사로 일한 심아무개씨는 "예전부터 '고촌은 서울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주민 사이에서 늘 있었다""실컷 이슈화시켜 놓고 나중에 꼬리 내리지 말고, 이젠 진짜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게 고촌 사람들의 민심"이라고 했다.

 

반면 고촌읍 공인중개사인 김아무개씨는 "큰 기대가 없다"면서 "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는 건 호재이지만, 지하철 5호선이 여기까지 바로 연장되는 것도 아니고 일만 크게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정치쇼를 지켜보는 것 같다"고 했다.

 

김포시가 내년 총선 카드로 한 번 쓰임을 당하고 버려질 것이라는 우려도 엿보였다. 고촌읍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송아무개씨는 "서울 편입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닌데 정치인들 입맛에 맞게 섣불리 건드려졌다가 나중에 토사구팽 당하지 않을까 싶다""훗날 서울 편입 조건으로 건설 폐기물 매립장 같은 혐오시설이 들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1일 오전 경기 부천시 부천역 인근 모습.김화빈

 

'서울 편입론'은 광명·하남·구리·부천 등 서울과 경계를 맞댄 다른 도시까지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지난 1일 기자가 찾은 부천시는 앞선 두 곳만큼이나 서울 편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곳이다. 지도상에서 보면 위로는 서울, 왼쪽으로는 광명과 붙어 있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부천 심곡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50대 후반 최아무개씨는 "부천이 서울에 편입되면 행정이나 복지 측면에서 경기도에 비해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라며 "부천은 (편입 대상으로) 먼저 언급된 김포보다 서울과 더 가깝고 인구밀도도 훨씬 높다"고 했다. 다만 "주민 여론을 수렴하지도 않고 아무렇게 말만 늘어놓는 게 아닐까 싶다""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부천역 인근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60대 중반 남성은 "김포보다 부천이 먼저 거론됐어야 했다""서울 출퇴근 수요는 여기가 훨씬 높은데 어떻게 부천 대신 외진 변방에 있는 김포를 먼저 넣을 수가 있냐"라며 떨떠름해했다.

 

"현실성 없는 대책", "인구위기 악화" 전문가들 쓴소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만희 사무총장, 윤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남소연

 

윤재옥 원내대표는 김포 서울 편입 발표 다음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른 지역의 요구가 있을 때는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김포 편입에서 '서울 메가시티'로 논의를 확장했다. 국민의힘은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담은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메가시티 구상을 논의하기 위한 '수도권주민편익개선특별위원회'도 발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당의 이른바 서울 메가시티 구상에 대해 "서울은 이미 메가시티인 데다 김포 편입은 (이미 생활권역인) 수도권 내 이동이어서 서울공화국 현상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 흐름이 인구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김포 서울 편입 논란이 불거진 시점과 논의 진행과정을 두고 "선거 전략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1<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60년대 이후 서울의 대규모 확장을 억제했기 때문에 그 낙수효과로 일부 인구가 경기도로 분산될 수 있었다""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서울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우리 사회의 공간적 양극화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소장은 "절차적인 문제도 있다. (여당의 입장은) 김포시민이 원하면 무조건 다 해주겠다는 것 아니냐""서울 출퇴근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김포시 서울 편입을 제시한 셈인데 이 논리대로라면 지자체와 경기도를 다 서울에 편입할 생각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신들 표에 도움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우리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과 인구감소, 지방 소멸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김포시 서울 편입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 메가시티부터 소도시 연합까지... '서울공화국' 해법과 진단

 

1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역 풍경.김화빈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던 김사열 경북대 명예교수는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것의 본질적 문제는 '인구위기'"라고 진단했다.

 

김 명예교수는 "서울·경기·인천이라는 수도권에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살지만, 정작 이 지역에서 인구 재생산이 제일 저조하다""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으로 간 청년층이 폭등하는 집값과 치열한 생존경쟁에 '저출생'으로 반응하는데 김포 서울 편입은 수도권 과밀화 압력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김포 서울 편입은 기존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충청권', '광주전남' 메가시티 정책을 어렵게 할 수 있다""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광역단위의) 거점을 연결하는 교통망을 지원해 지역민들도 광역 생활권을 누릴 수 있도록 정주요건 개선을 노력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또한 수도권 쏠림에 대항하는 새 구심으로서 '메가시티' 개념을 제안했다. 마강래 교수는 "도시계획의 기본은 중심체계를 잡고, 중심 주변 거점을 연결하는 작업"이라며 "강남 삼성역에 기업이 몰리는 이유는 엄청난 교통과 상호연결성으로 핵심 인재들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비해 규모가 작더라도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광역 메가시티를 조성해야 한다""김포의 서울 편입 논란은 이러한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거점 메가시티보다 지역의 소도시 연합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지역결속국가청(ANCT)이라는 국가조직이 천 명 단위의 소도시들을 서로 연결해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고 상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독일은 우리나라보다 국토도 크고 도시와 인구 수도 많지만, 베를린은 400만명, 뮌헨은 140만명, 함부르크가 180만명 정도가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 지역 메가시티는 지역의 원도심, 구도심의 인구를 빼앗는다""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대규모 신도시 건설이 아닌 중소도시가 존속하는 상황에서 생활권을 상호연결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글: 김화빈(hwaaa)복건우(geonwoo20)

 

민생곳간 털어 나라곳간 채우는 정부... '나라 망하는 길'

[진단] 민생 파국의 주범은 공공발 물가대란... '공공요금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다

세계경제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비상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정 현안인 민생에 철학과 정책 기조가 부재하다 보니, 정책간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민생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하면서도 건전재정만 강조하고, 유례없는 고물가 충격에도 공공요금 인상을 통한 가격 전가에 여념이 없다.

 

고금리 충격으로 부채발 민생위기가 목전으로 다가왔음에도, 네 차례에 걸친 자영업자의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를 과감하게 걷어내 버렸다. 민생경제를 둘러싼 리스크 환경은 설령 민생재정을 확대해 지원한다 해도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민생경제를 복원할 골든타임을 놓치면 백약이 무효인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의 민생경제 상황은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임이 분명하다. 각자도생의 바다를 표류하는 민생경제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근본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중산층과 서민을 집중 타격하는 '공공발 물가대란' 사태를 진단해 보자.

 

민생물가 대란의 주범은 '공공요금 민영화'

 

7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다.연합뉴스

 

공공발 물가대란 사태로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르고 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공요금 민영화' 여파가 이제는 시차를 두고 민생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버스비, 택시비, 지하철 요금 등 교통 요금은 물론이고 전기요금·난방비·수도요금까지 급등했는데, 이제는 두 자릿수의 인상이 놀랍지도 않을 정도로 일상화된 상태다.

 

공공발 물가 상승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지표로 살펴보자. 소비자물가는 저금리 환경 지속과 고유가 충격으로 2022년에 6%대까지 치솟았으나, 글로벌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되면서 올해 7월에는 2.3%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안정세에 접어들었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83.4%, 93.7% 등으로 다시 급등세로 전환했다. 이는 고유가 등 대외충격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물가 상승의 주범은 공공요금 인상이다. 물론, 3%대에 진입한 소비자물가도 높은 수준이지만 20%대를 유지하고 있는 전기·가스·수도물가지수(이하 전가수물가)에 견주면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 전가수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5배 이상 높은 게 사실이다. 이처럼 공공분야의 '미친' 물가상승이 민생물가 전반에 걸쳐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계획했던 공공요금 인상로드맵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무모한지 살펴보기로 하자. 도시가스는 2022년에만 4차례(4, 5, 7, 10)에 걸친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분만 5.5(메가줄당)으로 연간 상승률로 따지면 42%나 상승했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의 8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는 1원 인상에 그쳐 원래 계획인 최대 10.4(메가줄당)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여건만 되면 언제든 다시 올릴 기세다. 가스요금 인상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방향을 잃고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를 보는 느낌이다. 민생경제가 이처럼 터무니없는 요금폭탄 충격을 받아낼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더욱 놀라운 따름이다.

 

전기요금 인상도 무모하기는 마찬가지다. 작년에 19.3(kWh)을 인상했는데, 올해 또다시 51.6(kWh)을 올려야 한전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에 21.1(kWh)을 올렸는데, 한전은 하반기에만 추가로 25.9원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택시와 시내버스에 이어 지하철에 이르기까지 교통요금도 가파른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공공적자를 가격 전가로 메우는 천박한 시장 논리에 민생경제가 죽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공공요금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적자 문제는 오로지 시장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는 정책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선 국민에게 가격 인상으로 재정 부담을 전가시키는 '공공요금 민영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공공의 적자가 발생했을 때 공공요금을 올려 적자를 해소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관치에 깊게 뿌리내린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면서 공공요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념에 뿌리내린 공공요금 정책이 민생물가 대란 초래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이용객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생경제는 무모한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대란 사태로 번지는 비상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물가정책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공공이 주도하는 물가상승이 점차 그 강도와 범위를 높이고 넓혀갈 수밖에 없다. 이념과도 같은 '공공요금 민영화' 정책이 민생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짚어보기로 하자.

 

첫 번째 문제는 정부의 공공요금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보편 인상-선별 지원' 충격이 중산층과 서민을 집중 타격한다는 것이다. 시장 논리에 맡기는 공공요금 인상 정책은 이미 시장실패 영역에 진입한 상태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적자가 해소될 때까지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시장주의 이념을 포기하지 않은 한, 누적된 물가 충격이 중산층으로 확산되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무리한 요금 인상으로 전국민에게 물가 부담을 100% 전가한 후 원성이 높아지면 일부 취약계층을 구제하는 방식은 정상경제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특히, 유례없는 4(고금리/고물가/고환율/고유가) 국면에서 이루어지는 가격전가 정책은 민생경제를 죽이는 자해행위와 마찬가지다.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보편으로 물가 충격을 가하고 선별로 차감하는 행태가 무한 반복되는 사이 중산층이 서민으로, 서민이 취약계층으로 내려가는 마태효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발생했던 난방비 사태가 대표적인 '보편 충격-선별 구제' 정책에 속하는데, 이게 왜 정책 실패인지 살펴보자. 정부는 유례없는 고물가 국면에서 난방비를 40% 이상 올려 에너지 대란 사태를 초래했다. 전국민이 무방비 상태에서 난방비 폭탄을 맞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자, 정부가 100만여 가구의 취약계층을 구제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2000만 가구에 충격을 주고 100만여 가구만 구제하는 정책을 반복하면, 나머지 1900만 가구는 맨몸으로 물가충격을 받아내야 한다.

 

지금의 물가대란은 고유가 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공공요금 정책과 같은 내부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지금은 물가상승이 실질소득 감소, 구매력 저하, 소비 충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는 물가 대책을 마련할 때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보편 위험에 보편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물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정책 수요자는 취약 차주가 아닌, 전국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민생곳간을 털어 나라곳간을 먼저 채우면 결국 민생도 경제도 망가지는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공공발 물가대란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해 소비가 얼어붙으면, 내수경제는 장기 불황 국면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실질소득이 감소한다 해도 가계가 절대 소비를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 공공물가 급등으로 인해 가계소득이 줄어 적자가구나 한계가구에 신규 편입되는 가구가 늘어나게 된다. 공공기관 적자 해소가 급하다고 해서 가계 주머니를 함부로 털면 안 되는 이유다.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나라 살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질소득은 증가세가 감소하는 수준을 넘어 마이너스 성장의 사선을 넘나들 정도로 중병을 앓고 있다. 실질국민소득은 2022-0.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도 0.8% 성장에 그쳤다. 이처럼 국민소득은 공공발 물가대란이 불거진 2022년부터 사실상 성장을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고금리 충격에 노출된 코로나부채도 소득감소 요인 중 하나다. 펜데믹으로 인해 코로나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3%짜리 금리가 6%대로 2배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 이후 발생한 자영업자 코로나대출은 2019685조 원에서 20231034조 원으로 증분만 349조 원이나 된다. 고물가에 고금리 충격이 겹치면서 비소비성 지출 부담이 급증했고, 결국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지출에서 세금/연금/이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212.3%에서 올해 상반기 13.5%로 상승했다.

 

세 번째 문제는 공공발 물가대란이 저금리정책으로의 기조 전환을 지연시켜 민생 전반에 걸쳐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6번째로 금리동결 결정을 내렸는데, 그 이유는 물가상승 압력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물가로 인해 고금리 충격이 장기화되면, 가계부채 잠재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 고물가는 고금리 경로를 통해 민생경제의 부채리스크로 전이된다는 의미다.

 

지금처럼 공공발 물가대란 사태를 방치하면, 민생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특히,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민생재정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물가정책에 대한 이념적 접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민생경제가 직면한 물가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민생확대 재정'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보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특단의 물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공발 물가대란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

그렇다면, 제대로 된 물가대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첫째, 공공요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넘지 않도록 물가관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공요금이 지닌 공공성을 고려할 때, 공공물가가 일반 물가보다 낮은 선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 올해 공공요금 인상률은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상한으로 삼고 그 범위 안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올해 전기료의 최대 인상폭이 전년 물가상승률인 5%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면 된다. 공공발 물가 충격을 민생경제에 떠넘기는 지금의 방식은 일시적으로 공공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공공발 물가대란 사태가 터지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정부의 최저임금 사례를 반면교사 할 필요가 있다. 경제 상황을 배제하고 단기적 관점에서 급격한 임금 인상을 단행하면,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첫해에 16.4%를 올리고 그다음 해에 10.9%를 올린 후 사실상 궤도에서 이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공요금 인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부의 공공물가 정책은 민생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무모하고 충격적이다. 따라서 공공적자 해소는 중장기 틀 안에서 물가 충격을 완화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 그 시발점은 공공요금 인상이 평균 물가상승률의 범위 안에서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 공공요금 인상이나 인하는 사회적 공론화과정을 거쳐 이루어질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참여 주체들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지금의 구조는 합리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공공요금 정책에 책임이 있는 참여 주체는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국민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실을 관리할 책임이 있고, 공공기관은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할 책임이 있고, 정책 수요자인 국민은 평가에 기초해 부담을 배분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책임의 주체인 정부는 공공기관 적자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을 내놓기보다는 모든 재정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경영정상화와 연계해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모든 참여 주체가 책임성에 기초해 공공요금 인상과 인하를 결정할 수 있는 '공공요금 공론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관행을 바로 잡고, 정부-공공기관-국민이 주어진 책임의 범위 안에서 공공기관의 적자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 송두한(dhsong0412) 국민대 특임교수 오마이뉴스

 

쇠파이프에 화염병까지 던져놓고 "정당방위"반성 없는 전광훈

법원, 사랑제일교회 신도 14명에 실형 선고

 

넓은 공터에 덩그러니 건물 하나만 남아있습니다. 알박기 논란이 불거진 '사랑제일교회'입니다. 재개발로 주변이 철거되는 와중에 홀로 버티고 있는 겁니다. 사랑제일교회는 보상금 문제로 재개발조합과 다툼을 벌여왔죠. 당초 서울시 평가액은 82억원이었지만, 교회 측은 더 많은 돈을 요구했습니다.

 

전광훈 씨는 지난해 심지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우리 교회 여기서 3년 동안 집회하면 1000억 돈 더 생긴다" 그래서 대법원이 교회 건물 비워주라고 결정해도 계속 버텼죠. 법원이 강제 집행 나설 때마다 강력하게 저항했습니다. 신도들은 화염병과 돌을 던졌고, 심지어 쇠파이프를 들고 집행을 막아 세웠습니다. 이들 신도 10여명이 3년 만에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오늘(2) 기자회견을 열고 악의적인 판결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기자][폭력 행위를 계속할 경우 검거하겠습니다.] 소화기를 뿌리고 화염병이 날아옵니다.

3년 전,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은 "교회 건물을 비워주라"는 대법원 판결에도 법원의 명도집행을 폭력으로 막았습니다. 쇠파이프는 물론이고 화염방사기까지 등장했습니다.

 

3년이 지나 법원은 폭력에 가담한 신도 14명에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법원 판결을 사실상 폭력으로 무력화한 첫 사례"라면서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했다"고 본겁니다.

 

전광훈 씨는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법원에 돌렸습니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 우리가 남은 다른 소화기 가지고 같이 대항한 겁니다. 이건 정당방위입니다, 정당방위.] 재판이 편파적으로 진행됐다며 항소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성희/사랑제일교회 변호사 : 하나님께서 다 예비해놓았기 때문에 증거 내겠다 했더니 이 판사가 두려워해서 일주일 만에 선고하는 게 어딨냐고요.]

 

판사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음모론도 등장했습니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 민노총에서 추천한 최우수판사이 사람을 우리 교회 사건에 배당을 시켜서 법정구속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민주노총은 해당 판사를 추천한 적도, 시상한 적도 없습니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 판사님, 나 당신 판사님 고발하겠고 용서 안 할 거야.]

재개발조합은 늦게나마 나온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교회부지를 아예 빼고 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jtbc

 

 

민주노총 겨냥했나대통령의 탄핵발언 진짜 의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을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논의는 있었으나 대통령 본인에 대한 탄핵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한 차례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논의된 적은 없었다.

 

촛불행동 등 재야 시민사회,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에서 줄기차게 요구되어 왔지만 정치권에서는 수면 아래에 있던 탄핵이슈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꺼내 든 것이다. 과연 윤 대통령 탄핵발언의 진의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은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북카페에서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국민 60여 명이 참석해 타운홀 미팅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제의 탄핵발언은 행사 초입의 모두 발언에서 나왔다. 전체 맥락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발언 내용을 소상하게 소개한다.

 

윤 대통령은 이 동네가 학창 시절부터 다니던 친구들하고 저녁에 모여서 맥주도 마시고 하던 그런 동네라면서 그때 제가 알던 가게 하시는 분들이 좀 계셨는데 학창 시절 자주 다니던 돼지갈비집 주인이 주변 이야기를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영업규제 때문에 가게를 다 접으면서 종업원들한테 퇴직금 조금씩 주려고 살던 집도 팔아서 월세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제가 (2021) 629일 정치하겠다고 국민들에게 말씀드릴 때 마포 자영업자 이야기를 하고 누가 책임질 거냐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삼창오피스텔 앞쪽 맥줏집 사장님은 정말 장사가 안됐다고 했는데 장사가 될 수가 없다면서 영업시간 제한을 9시부터 못하게 만들어 놨는데 맥줏집은 보통 회사 근무하다가 퇴근하고 가는데 8시는 되어야 손님이 모이는데 9시까지여서 한 시간 영업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본인의 마포 공덕 지역과의 인연을 소개한 뒤 이 지역에서 만난 소상공인의 고충을 소개하면서 코로나 영업규제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대선 때도 영업규제로 손실 본 분들이 법원에다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데 손실보상 요건을 다 입증하기 쉽지 않다면서 정부가 어느 정도 파악해서 이분들 보상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50조 원을 투입해 소상공인 지원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여기를 다시 와 보니까 무엇보다 저로 하여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면서 역시 정부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살펴야 하고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달래줘야 그게 정부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위해 전략적인 투자도 하고 외교 활동도 공정한 어떤 시장과 교육 환경을 만들어서 사회가 민간 중심으로 잘 굴러가게끔 하는 이런 시스템 업무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일단 국민들이 못 살겠다고 절규를 하면 그것을 바로 듣고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메모하고 있다. 2023.11.1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민의 절규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발언 이후 윤 대통령은 그게 대통령직을 수행하다 보니까 쉽지가 않다. 결국 돈이 든다면서 그 돈을 누가 부담할 거냐. 재정에서 이걸 쓰려고 하면 예산을 막 늘릴 수는 없다. 정부 지출이 팍팍 늘어나면 물가가 오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40여 년 전 아웅산에서 돌아가신 김재익 씨가 아주 출중한 경제전문가였다면서 “70년대 말 80년대 초 인플레가 엄청났는데 그분이 그것을 잡았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가장 먼저 한 것이 정부 재정을 잡은 것이라면서 그때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정계에서도 있었지만, 물가를 잡았다라고 말했다.

 

정부 2024년도 예산안의 긴축재정기조를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의 탄핵 발언은 이다음에 나왔다. 윤 대통령은 다른 데 쓰던 불요불급한 것을 좀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들이 절규하는 분야에다 재배치를 해야 하는데 (예산을) 받아오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저항한다면서 새로 받는 사람은 정부가 좀 고맙긴 하지만 이 사람들하고 싸울 정도는 안 되는데 받아오다가 못 받는 쪽은 대통령 퇴진운동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지금 같은 이런 정치 과잉시대에 유불리를 안 따지겠다고 했다면서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 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시키면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 시킨다이런 이야기까지 나온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제가 (탄핵을) 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서민 지원)에는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때문에 정치 과잉에 서민들이 희생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이것은 대통령 책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발언은 결국 내년 예산안이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긴축 재정기조로 편성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서민 지원 예산을 늘리려면 다른 분야에서의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며 예산이 줄어드는 쪽에서 탄핵을 주장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지만 예산 삭감하니 탄핵 추진이라는 발언을 액면 그대로 살펴보면 그 의미가 명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예산을 삭감했는데 누가 탄핵을 하려고 한다는 것인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3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 방안을 언급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는 연구 및 개발 예산,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예산, 새만금개발청 예산 등이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3.11.1 [대통령실 제공.

 

이 가운데 과학, 기술계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언급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지자체장 시절 시행해 호평을 받은 사업이며 새만금은 호남의 대표적인 개발 사업이다. 따라서 이들 사업 예산을 삭감하자 야권에서 탄핵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서민 지원을 두툼하게 한다는 윤 대통령 발언의 근거는 무엇일까?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에서 내년도 복지부 예산이 12.2% 증가했다고 밝혔다. 노인요양시설 확충, 노인 일자리와 경로당 예산이 증액됐다. 생계 급여, 주거 급여, 장애 수당 등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도 전년대비 6% 이상 늘렸다.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다문화 청소년, 아동 지원 사업 예산도 증액됐다.

 

결국 지역사랑상품권, 새만금 등 야권 정책에 대한 예산을 줄이고 복지부의 서민 지원 예산을 증액했더니 탄핵 이야기가 나온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복지부 예산 증액의 수혜자들은 현 야권 세력과 싸우려고 하지 않지만 야권은 정부의 예산삭감에 맞서 싸운다는 취지다.

 

그러나 야권이나 시민사회에서 정부의 이러한 기조에 반대한 적은 있지만 이것을 탄핵으로 연결시킨 사실은 없다. 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최초로 제기했던 김용민 의원이 제시했던 탄핵 사유는 후쿠시마 오염수였다. 시민사회단체 등 제도 정치권 바깥에서 나오는 탄핵 주장에서도 법적 요건과는 별도로 정치적으로라도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새만금, 긴축재정 기조 등을 이유로 내건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민주노총을 염두에 두고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기존 공공 부문에서 담당하던 상당한 영역을 민간에 넘기도록 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이 대표적이다. 전체적으로 복지 예산이 늘었다고 하지만 민간으로 가는 비중이 커지고 기존 복지서비스를 담당하던 공공부문은 축소된다는 것이다.

 

결국 공공부문 복지 노동자의 비중을 줄이고 더 효율성이 높은 민간 부분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서민을 두툼하게 지원하니까 공공부문 노동자가 포함된 민주노총이 탄핵을 하겠다고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실제 민주노총은 오는 1120만 명이 모이는 총궐기를 예고하는 등 반정부 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더 크게 보면 윤 대통령이 민주당을 겨냥했을 개연성도 있다. 12월 국회에서 예산안과 함께 쌍특검을 처리할 예정인데 민주당이 쌍특검을 지렛대로 삼아 예산안 협상에 나선 것을 윤 대통령이 탄핵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과 50억 클럽 특검법은 윤 대통령에게 당사자성이 매우 강한 법안이다. 이 법안을 사실상 탄핵 추진으로 인식해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왔을 수도 있다.

 

일단 윤 대통령 발언이 민주당보다는 민주노총을 향했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탄핵’, ‘퇴진을 요구한 적이 없고 쌍특검을 예산안과 연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반면 민주노총은 지난 5월부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언급한 서민 복지 예산과 관련돼 예산이 축소된 사회서비스원은 민주노총에 소속돼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발언의 진짜 의중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의 대응보다는 왜 예산안에 대한 반대가 나오는지 좀 더 연구하고 정치력을 발휘해 해결을 모색하라는 것이 국민 여론에 더 가까울 것이다./시민언론 민들레 박승철 기자

 

 

'103세 철학자' 김형석이 한국사회를 보는 눈

한국 언론의 공경과 환대를 받는 이의 윤 정부 평가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유력한 언론들에 최근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를 원로로 받드는 언론은 '100년을 살아본 어른'으로서 한국사회를 일깨워주는 스승을 모시듯 공경과 환대가 지극한데, 1일자 조선일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8개월간의 국정에 대한 그의 평가를 싣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이로서, 검찰총장 윤석열이 20213월 초 사퇴해 보름여 칩거한 뒤에 첫 외부 일정으로 잡은 게 바로 김 교수 집을 찾아간 것이었다. 그에게는 윤 대통령의 부친과 연세대에서 같이 재직했던 인연도 있다.

 

조선일보의 기사대로 김 교수는 정치 입문을 고민하던 그에게 여러 조언을 건넸고, 그는 이듬해 3월 제20대 대선에서 당선돼 대통령이 됐으니 그는 지금의 대통령 윤석열이 있게 한 것에 대해 일정한 공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김 교수의 말은 최근 부쩍 주요 언론에 빈번하게 실리고 있다. 인터뷰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활발히 기고를 하면서 100세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1일자 조선일보 실린 김형석 교수의 인터뷰 기사. 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100세를 살아본 이의 인생관, 그것도 철학자라의 말이라면 더욱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다 보면 사람의 연륜이나 경륜은 반드시 나이에 비례하지만은 않는다는 것, 살아온 세월의 길이가 그만큼의 세상을 보는 눈의 축적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 그 자신의 말처럼 늘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확인시켜 준다. 특히 그 공부는 무엇보다 세상을 넓게 보는 것으로써 이뤄진다는 것,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 자신이 오랫동안 굳혀 온 생각을 더하는 식으로만은 안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중앙일보의 1027일자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17세 때 만난 안창호 선생에 대해 얘기하면서 문학이나 철학, 역사를 공부하면 기독교 신앙을 인간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래야 '더 높은 수준의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안창호 선생으로부터 역사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하는데 그에게 한국 현대의 '역사'는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자신의 서가에서 좀 더 살펴보고 공부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공부하는 마음이 있을 때 '100세를 살아보니'라고 얘기하는 것에는 그와 함께 ‘100세를 살아봤지만이라는 '학생'의 마음가짐을 갖게 되고, 그럴 때라야 비로소 어른이 되고 스승이 되는 법이라는 것을 새겼으면 한다.

 

"망가진 나라 되살리려는 대통령, 얼마나 힘들겠는가"

윤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김 교수는 그에 대한 안쓰러움부터 내비쳤다. “윤 대통령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취임했다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나라를 바로잡으려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라고 동정한다. 다른 신문의 칼럼들에서도 그가 한탄했듯이 우리 경제를 세계 10위권 밖으로 후퇴시킨 문재인 정권”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전 정권의 행태” “대한민국과 국민의 불행이었던 정권의 뒤를 이어받았으니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서 출범했느냐고 묻는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때) 공무원들이 통계 조작했던 사실이 최근 드러났는데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마약 문제도 심각한데 지난 정부 5년간 손도 안 댄 거 같다면서 나라가 병든 상태’ ‘국가가 분열된 상태에서 대통령직에 올랐으니 많이 힘들 거라면서 전 정부가 남긴 사회의 질병들을 잘 고치라고 당부했다.

 

그는 전() 정부가 통계 조작했다는 여당과 일부 언론의 주장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현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 요란스레 얘기하는 마약 문제가 과연 그만큼 심각해졌는지부터가 의문이지만, 그것을 한 정권의 성패를 판단할 만큼의 중대한 문제로 규정한다. 서해안 공무원 피살도 자진 월북으로 조작하려 했다면이라고 단정하듯 말한다. 실패한 전 정부로 인해 무너질 뻔한 나라를 다시 세울 역사적 과제가 주어진 현 정부라는 그의 이분법은 확고하다. 다른 매체의 칼럼에서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은 더 소망스러운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하여, 문재인 정권을 평가 심판해야 한다면서 이를 진실이 거짓을 심판하고, 정의가 불의를 심판하는것으로 정의했다.

 

그가 보기엔 다행히도 윤석열 정부는 몇 가지 주요한 업적을 세웠는데, 무엇보다 '한일 관계 회복'을 먼저 꼽는다. '제일 잘한 일 중에 하나'가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며 자유주의 진영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한국도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여기에서 자신의 사표인 도산 안창호의 말을 빌려 악으로는 악을 되갚을 수 없다고 하며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 요구나 최근 일본의 호전적 행보에 대해 견제하는 것을 ''으로 지적한다. 일본에 대한 종속 굴욕 외교를 규탄하고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것을 악행으로, 그런 주장을 펴는 국민들을 악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인상에 대해 첫 만남 때 그릇이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그릇이 음식과 술을 담는 그릇을 얘기한 게 아니라면 그의 정치적 그릇을 말한 것일 텐데, 그러나 김 교수는 오히려 그의 그릇을 자꾸 작게 만들려는 듯했다. ‘대통령이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아직은 이른 것 같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로 대는 것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나는 법적 처벌을 피해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큰 그릇'에 야당은 절대 들여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진보와 보수가 공존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이 잘 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데, 그러나 끝내 그러나 좌파엔 진실이 없다. 언론까지 통제해 진실을 조작해서라도 이기려는 게 좌파다라고 못 박는다.

 

우리 사회의 '좌파''좌파'를 무분별하게 따르는 국민들에 대해 그는 엄하게 꾸짖는다. 728일 동아일보 칼럼에서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에 대해 과학적 판단을 믿고 따르는 세계 속에서 더불어민주당만이 부정하고 거부할 뿐만 아니라, 지도층 인사들의 발언과 그 뒤를 따르는 세력은 어떤 일을 감행하고 있는가라고 호통을 친다. 광우병 시위와 함께 국격과 국민을 후진국으로 추락시키는짓으로, “세계 과학자들의 판단을 거부하는 괴담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무란다.

 

민주화 운동에 대한 깊은 반감인가

양평 고속도로 의혹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은 어떤가. 사심 없는 초등학교 반장들에게 맡겨도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야당 정치인과 행정 책임자가 창피스러운 갈등과 주민 분열의 고통과 불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반장들도 알 수 있는' 명백한 의혹을 제기한 것을 야당 정치인들이 '창피스럽게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의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에 대해, 양평 게이트 의혹에 대해 단 한마디 말이 없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흔들림이 없다. '지금 대통령이 다시 찾아온다면 무슨 말을 해주겠는가'라는 질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된 대통령으로 남아라고 했다. 그에게는 윤석열은 처음부터 '진실된 이'였으며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진실된 태도로 일하면' 자연스레 사회 통합이 되고 나중에 제대로 평가받을 거라고 말한다.

 

김 교수의 말에선 특히 야당을 '운동권'으로 등치하는 것과 함께 운동권에 대한 반감이 숨김 없이 나타난다. 운동권에 대한 적개심이라고 할 정도이다.

민주화 이후 법조계와 운동권 인사들이 정계를 양분했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운동권들은 싸워 쟁취하는 데만 도사일 뿐 전혀 공부를 안 했습니다. 법조계 인사들은 공부도 많이 한 편이니 운동권보다야 낫지요.”

 

그는 조선일보 1일자 인터뷰에서 인사(人事)에 대해 말하면서 전두환과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를 했지만 각계 전문가들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사람을 모았다면서 윤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인사난같은데, 등용의 폭을 넓히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사람을 널리 구하라는 조언을 하면서도 끝내 운동권 출신만은 안 된다고 거듭 쐐기를 박는다.

최근 인요한씨가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했던데, 동의합니다. 그런데 생각이 다른 것은 괜찮지만, 목적이 다른 사람과는 함께 일 못 해요.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문제에 봉착해 있어요. 나라를 흔들려는 극단의 좌파와는 함께 가기 어렵습니다.”

 

지난 1970, 80년대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김형석 교수는 이른바 권력에 대해, 사회에 대해 발언하는 지식인은 아니었다. 그는 강의실 밖으로 나서지 않으며, 책에서 인생론을 펴 보였다. 그 시절 그의 책과 글에서 적잖은 사람들은 위로를 받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때의 철학자 김형석으로 돌아가는 것인 듯하다. 그 당의정 같은 책,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이른바 힐링 철학서를 쓸 때처럼 현실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삼가고 조심하는 게 좋을 듯하다. 한국사회,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얘기할 때는 좀 더 공부를 하고 말과 글을 펴는 게 좋을 듯하다.

 

당시 거리에서 감옥에서 피를 흘렸던 이들, 거리에 나서지 않더라도 폭압과 야만의 시대에 신음했던 이들의 고통과 눈물과 수난에 대해서는 잠시라도 생각을 해 보는 게 좋겠다. 그것이 100년을 살아본 이로서의 어른다운 모습 아니겠는가.

 

친구 윤동주 시인의 '쉽게 씌어진 시'가 말하는 것

김 교수는 시인 윤동주와 평양 숭실중 같은 반 친구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윤동주 시인의 시들 중에 그의 길지 않은 생애 최후의 작품으로 알려진 건 '쉽게 씌어진 시'라는 제목의 시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25세의 청년에게는 너무도 어려웠던 일, 뭔가를 말하고 쓴다는 것이 너무도 어려웠던 그 일이 누군가에게는, 그가 그 시인의 친구라고 하더라도, 매우 쉬운 일인 듯하다.

이명재 에디터 시민언론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