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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10.23~

by 이성근 2023. 10. 23.

 

그렇게 자유외쳤는데···“유엔, 한국의 자유권 8년 전으로 후퇴 우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국제규약 이행 심의

이태원 참사 대응 등 정부 답변 소극적지적

지난 19(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 회의실에서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가 한국의 자유권 현황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이 한국의 자유권 보장 상황에 대한 심의 결과 “8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평가했다는 국내 시민단체들의 성명이 나왔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19(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이틀에 걸쳐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자유권을 잘 보호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심의를 진행했다. 이번 심의는 20154차 심의 이후 8년 만이다.

5차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시민모임)에 따르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19~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한민국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이행 상황을 심의했다. 한국 심의를 담당하는 산토스 파이스 위원은 정부 대표단의 답변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며, 규약 이행 상황이 사실상 8년 전 4차 심의와 똑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 규약을 비준한 후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아 왔다. 이번 심의는 지난 2015년에 이어 8년 만이다.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 등 관계부처에서 꾸려진 대표단 29명이 심의에 참석했다.

위원회는 대통령실 주변 집회 금지 등 집회 자유가 축소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건설노조 집회에 대한 탄압,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파업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청구 등에 관해 질의했다. 위원회는 과거 사법농단의 재발 방지 계획과 국가보안법 7조 폐지 계획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태원 참사에서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면서 독립적인 수사기관의 설립과 특별법 제정 계획이 있는지도 질의했다.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구제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위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추행죄 폐지, 성별 정정 제도 개선 등 성평등 이슈에 대한 질의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무슬림 사원 건설과 관련해 인종차별적 혐오 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법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아동 성착취 등을 막기 위한 보호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번 심의에 대한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최종 견해는 다음 달 3일 공개될 예정이다. 시민모임은 위원회의 최종 견해를 검토하고 정부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경향 김세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역사 인식과 식민주의 사관

1. 윤석열 정부의 역사 인식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서 각종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그 날의 의미를 새롭게 재인식한다든가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와는 달리,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게 나 하나의 느낌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들어서서 맞는 국경일이나 기념일은 정부가 그 날의 의미조차 환기시켜주지 않는 것 같다. 국가 지도자는 이런 날을 맞아서 국민을 향한 연설이나 담화를 통해 그 날의 의미를 되새겨 역사의식을 환기시키고 미래를 향한 다짐을 해 온 것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윤 정권 하에서는 거의 그렇지 않다. 국가지도자의 메시지에서 역사의식이 뚜렷하지 않고 다짐이 확실하지 않다. 3.1운동이나 8.15광복을 기념하는 메시지에서 강렬한 독립의지나 역사의식이 발견되지 않는다. 한두 번 그냥 스쳤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런 느낌은 더해지고 있다. 그것이 역사를 공부했다는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기를 바란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뚜렷이 나타난 현상의 하나는 그 동안 껄끄러운 대일외교를 정상화한다는 명분 하에 일본에 대한 저자세와 양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때(2015.12.28) 피해당사자가 배제된 채 합의했지만 그 뒤 교착상태에 있는 일본군성노예(종군위안부)’ 문제만 해도 약속과는 달리, "(한일) 양국이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 면죄부의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비판받는 조치를 행하고 있다. 오히려 그의 집권 이후 정의기억연대 활동과 관련, 윤미향 의원을 곤경에 몰아넣고 있는 데서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바를 헷갈리게 한다.

촛불행동 유튜브 동영상 화면 갈무리

또 강제징용문제와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1030일 판결한, 일본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손해배상 문제도 윤석열 정부는 3자 변제라는 해괴한 방법으로 바꿔치기했다. 이는 일본의 해당 기업들이 변제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한국 정부 산하에 재단을 만들어 한국 기업들에서 돈을 거둬 배상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행안부) 산하에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자인 원고들에게 40억 원 규모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역시 판결금 등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승소자들이 한국 정부의 변제 방식에 동의하지 않자 그 기금을 은행에 예치해 두고 찾아가도록 했으나 그마저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에 굽신거린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후쿠시마 소재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서도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정도로 설명해주지도 않거니와 오염수 처리 문제가 불안하다고 하면 괴담으로 몰아갔다. 일본과 IAEA와의 유착관계를 생각하면 동해를 경계로 하고 있는 한국 국민으로서는 의당 제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국민의 이런 의혹을 대변하기는커녕 오히려 일본의 입장을 강변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도쿄전력에 파견, 상황을 조사한 한국 정부 전문가들도 속시원하게 국민에게 설명한 바가 있었던가. 이렇게 일본에 유착해가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속내를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윤석열 정권의 대일관계는 박정희 군사정권과 그 아류들이 견지해온 대일관계를 복원, 답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미국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거의 완성되다시피한 한미일 삼국의 동맹관계는 그 동안 한일 관계의 복잡성 때문에 미일의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한일관계의 밀월은 일본 못지않게 미국이 원하는 것이었다. 1990년대 전후하여 한국이 북방정책을 지향, 중국러시아와 북한을 향해 개방정책을 취하게 되었고 문재인 정권 때까지는 미일 일변도의 정책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윤석열이 집권하면서 급속도로 미일 세력(?)에 편향하면서, 앞서 언급한 일본과의 이해할 수 없는 정책들이 취해진 것이다.

이렇게 대일인식의 변화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관에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윤 정부는 항일독립운동의 정확한 인식이, 종군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항일독립운동사는 윤 정부의 한일 관계, 한미일 관계를 설정하는 데에 장애요인이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한국의 독립운동사는 항일을 제외하고는 성립될 수 없는 역사다. 그래서 항일독립운동에 헌신한 이들을 먼저 폄훼하는 것일까.

윤 정권은 육군사관학교에 설치한 항일독립운동가 다섯분(홍범도, 이회영, 지청천, 김좌진, 이범석)의 흉상을 철거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들 흉상이 육사교정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육사의 건학이념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 무렵 이종섭 국방 장관은 육군사관학교의 뿌리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광복군이나 독립운동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해방 후 국방경비대 시절 세워진 육군군사학교라고 했다. 육사의 뿌리를 독립운동보다는 해방 후의 육군군사학교에 두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때문에 현재 육사에 존치되어 있는 흉상의 주인공 홍범도 등 독립운동가들보다는 백선엽의 흉상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했다.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옮겨야 한다는 논의는 곧 국민들의 반대여론에 봉착하게 되었다. 육사 당국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이전해야 한다면서 내세운 이유는 홍범도의 빨치산 경력’ ‘자유시 참변’ ‘소련 공산당 입당등이었다. 홍범도의 이런 경력은 육사의 교육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자 역사학계는 국내 역사학 관련 51개 단체가 연명하여 2023913일자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반대 역사단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역사학계는 성명 말미에 윤석열 정부를 향해 육사 교내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현 정부는 더 이상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반성 없이 독립운동사 왜곡’, ‘민주주의 파괴자 기념’, ‘역사교과서 개악으로 나아간다면,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경고했다. 이 무렵 광범위한 여론의 반대 속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도 육사 앞에서 선조들의 명예졸업장을 반납했다. 그들은 윤석열 정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는 등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 하는 걸 보면서 모욕감을 참을 수 없었다고 분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홍범도 장군 지우기는 진행되는 듯, 국방부 앞에 존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논의하는가 하면, 한덕수 총리는 해군잠수함 홍범도함의 이름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에는 육군사관학교 역사사료실에서 독립운동의 자료를 제거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나라는 독립전쟁을 자신의 뿌리로 인정한다. 그럼에도 작금 대한민국에서는 독립운동을 오히려 적대적인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현 집권층의 역사의식을 엿보게 해 주는 사건이,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예비역 장군 신원식을 통해 나타났다. 그는 남북화해를 추구하던 문재인 정권을 두고 반일선동을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지소미아 연장을 파기했다면서 이 나라 장성으로서 해서는 안될 말을 뇌까렸다. “우리는 매국노의 상징으로 이완용을 비난하지만 당시 대한제국은 일본에 저항했다 하더라도 일본과 국력 차이가 너무 현저해 독립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하는가 하면, “대한제국이 존속했다고 해서 일제보다 행복했다고 우리가 확신할 수 있습니까?”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투고 어떤 이는 이같은 사람을 국방장관 후보로 추천한 사람이나, 인사검증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 그리고 그를 국방장관에 임명한 대통령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라고 의심한다. 그런 발언을 한 신원식이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후 이 말을 후회하거나 취소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윤석열과 그 아류들은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해서는 관용하면서도 독립운동의 방편으로 활용된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다. 이런 역사의식을 가진 이들이 용산을 중심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

2. 뉴라이트와 국정교과서

뉴라이트계의 주장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95일에는 자유통일을 위한 국가 대개조 네트워크가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위안부 문제의 실태와 한일 교과서 서술이라는 제목의 한일 합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여기에는 한국측에서 반일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했던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일본 쪽에서는 극우단체 나데시코 액션대표 야마모토 유미코 등이 참석했다. 주최 쪽은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연행된 성노예가 아니라는 입장의 한일 연구자가 모여 한국에서 개최하는 사상 최초의 심포지엄이라고 행사를 설명했다. 참석자 중 마츠키 쿠니토시는 위안부 문제는 거짓말로부터 시작돼 일본 좌익 세력과 한국 내 친북반일 시민단체가 만들어낸 장대한 픽션이라며 소녀들의 강제연행된 사실은 악덕 유괴단이 한 것이다. 일본인 경찰관은 힘을 합쳐 구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언론회관 대관신청을 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한일관계자 서술 문제 검토 및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라고 적어놓고는 이같은 주장을 폈던 것이다.[고병찬 기자, 한겨레, 2023.09.14]

이런 일련의 역사관련 언행들이 최근에 나오는 것은 이명박 정권 때의 건국절논란과 박근혜 정권 때의 국정교과서사건을 연상케 한다. 2008, 이명박은 집권하면서 그 해를 건국 60이라 하고 그 해 815일에 그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뉴라이트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는 건국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60명의 인사들로 건국60주년기념준비위원회를 만들었고, 당시 국편위원장은 청와대 회합에서 건국 60주년의 타당성을 역설했다고 전해졌다. 당시 뉴라이트계 학자는 815일을 광복절대신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는 건국절제정을 위해 국경일에 관한 법률개정안(7)건국공로자예우에 관한 법률안(12)을 제출했는데, 후자는 “1945815일부터 1948814일까지 신탁통치를 반대하거나 자유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을 건국하기 위하여 활동한 건국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적정한 서훈과 응분의 예우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률안들은 국회 전문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폐기되고 말았다. 만약 이 법안대로 시행했다면, 해방 후 반공주의자로 변신한 친일파와 서북청년단 같은 극우단체들이 건국공로자로 예우받을 뻔했다.

박근혜 정권이 등장하여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했다. 그 배후에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권 이래 강조해온, 1948815일을 대한민국 수립(건국)’으로 인정하겠다는 것과 종군위안부문제, 항일독립운동사 등이 얽혀 있었다. 종전의 검인정 교과서에는 ‘1919대한민국 수립’ ‘1948대한민국정부 수립설을 서술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수립대한민국정부 수립연도와 관련, 제헌헌법에서 4차 개정 헌법까지의 전문(“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1945815일 경축식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국민축하식라는 현수막, 대한민국 관보 1호의 간기(刊記)대한민국 3091이라고 한 것, 이승만이 단기(檀紀) 연호 대신 1919년을 원년으로 하는 대한민국 연호를 선호한 것, 김구의 휘호 끝에 써 놓은 大韓民國 某年이라고 한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1948815일의 정부수립일건국일로 인식하기를 원했다. 때문에 이들은 1948815일을 정부수립일로 간주하는 남한의 인식을 194899일을 그들의 건국일로 대우하는 북한의 인식에 대비시켜 같은 해에 이뤄진 정부수립건국의 위격을 따지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정부수립보다는 건국이 위격이 높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김구, 이승만 등 독립운동가들은 대한민국이 1919년에 건립되었고, 1948년에 정식 정부를 세운 것으로 인식했다.

이명박 박근혜 집권시기에 뉴라이트계의 활동이 활발했다. 대한민국의 뉴라이트는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신흥 우파'로서 대부분 진보진영에서 전향한 이들이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식민지근대화론 등을 내세웠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서는 과거 보수와 달리 작은 정부를 내세웠다. 대북인식과 대미인식에는 이전 보수보다 오히려 더 극단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나라 신자유주의 운동과는 달리, 반공주의적 색채가 강하며, 중도 보수를 표방하던 초기와는 달리 극우세력이나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과 맥을 닿고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이들은 '뉴라이트재단' 창설, 뒤이은 시대정신을 통해 조직적 기반을 형성해갔다. 이들은 '자유주의연대'가 출범하면서 세상의 주목을 크게 받게 되었다. 이와 함께 2005~2006년에 이르러 '뉴라이트' 이름을 내건 사회단체들이 생겨났고, 2007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지지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이명박 정권 2기라 할 윤석열 정권은 이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듯하다. 2012년경부터 뉴라이트를 표방한 조직들이 활동 정지 상태가 되거나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버렸지만, 실제로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극우화되었고 보수 진영과 동화하게 되었다. 2013년 이명박 정부의 퇴진과 함께 뉴라이트도 소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박근혜 정부 때에 다시 득세, 중고교 근현대사 교과서에 뉴라이트 사관을 주입하게 되었다. 교학사 교과서는 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무렵 대안교과서를 통해 '민주주의' 라는 용어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써서 역사학계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함께 뉴라이트도 몰락하는 듯이 보였지만 2020년대 20~30대 남성들이 보수화되는 추세 속에서 다시 득세하기 시작, 수구 언론보수 기독계와 강력한 동맹체제를 형성하게 되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이들이 전면에 나섰다.

뉴라이트 역사인식은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곤란하다. 가령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경우, 같은 독재자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승만을 강하게 부정한다. 이승만을 독재와 부패의 상징으로 내세워 이를 제거한 군부의 등장과 업적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뉴라이트는 이승만을 국부로 평가하는가 하면,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해서는 1919년 대한민국 건국을 주장한 이승만과는 달리 1948년 건국을 고수한다. 뉴라이트는 인권을 내세워 조선시대를 폄하하는 한편 일제를 옹호하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찬양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 이승만 정권이 자행한 보도연맹 학살은 부정하거나 어쩔 수 없었다고 정당화한다. 그들은 또 반일 종족주의를 내세워 민족주의 성향을 혐오하는 듯하면서 정작 일본의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일본 민족주의에 호응하고 인권을 탄압했던 친일파는 옹호하면서도, 한국의 민족주의나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가진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는 혐오한다. 이승만은 지독한 혐일에 반일 종족주의인물이었지만, 뉴라이트가 국부로 떠받든다. 그들은 한국의 반일 민족주의를 혐오하면서도 그 반일 민족주의 정책을 폈던 강경한 반일 민족주의자인 이승만은 찬양하는 셈이다.

3. 식민주의 사관

뉴라이트의 한국사관의 근저에는 식민지근대화론이 도사리고 있다. ‘식민지근대화론, 일제가 식민 통치를 통해 조선에 근대적 제도와 산업의 기반을 형성해 놓았기 때문에 해방 후 한국의 정치 경제가 발전하게 되었다는 주장으로 식민주의사관의 정체성(停滯性)이론과 관련되어 있다. 그들은 일제 통치기에 전근대적 관습이나 구조를 개혁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도로와 철도 항만 공장 등의 산업의 기본 인프라를 깔아 놓았기 때문에 한국의 급속한 발전을 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함으로써 일제의 식민지수탈론을 배격하고 일제가 식민지에 행했던 각종 가혹한 탄압을 외면한다.

식민지근대화론은 식민지수탈론을 거부하고 식민주의사관의 한 축인 정체성(停滯性)사관에 찬동한다. 정체성이론은 한국의 역사가 정치 권력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발전이라는 것을 엿볼 수 없었던 정체된 역사를 온존시켜 왔다는 주장이다. 이는 1902년 한국을 방문한 후쿠다(福田德三)한국의 경제조직과 경제단위라는 논문에서 주장한 것으로, 20세기 초의 한국의 사회경제적 상태가 중세 봉건사회가 형성되기 이전의 고대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그래서 후쿠다의 주장을 봉건제 결여(缺如)으로도 부른다. 그는 이렇게 발전이 더딘 한국이 발전하려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외래의 힘에 의해 가능하다고 보았고, 그 힘이 바로 일본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한국진출은 침략이 아니라 한국을 근대화시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이론은 식민지근대화론으로 탈바꿈하게 되었고, 현 정권의 일본 밀착에는 이런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식민주의사관에는 정체성이론 외에 타율성(他律性)이론, 당파성론과 민족성론 및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 등이 있다. 이런 식민주의사관은 일제가 한국을 강점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역사 이론이다. 타율성(他律性)사관 혹은 타율성이론은 한국사가 한국인의 자주적인 결단에 의해 진행되었다기보다는 외세의 타율적인 강제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한국사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단군을 부정한 것이나 상고시대부터 삼국, 고려,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몽골, 만주와 남쪽의 일본의 침략과 압제를 받아 한국사가 비자주적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타율성이론의 주요논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주장도 타율성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타율성이론은 한국사가 외세의 지배하에 일관되게 전개되어 왔다고 주장함으로써 한국사의 주체성을 부정했다. 이 타율성은 한국사 전체를 외세의존적이고 사대적인 것으로 만들었고 심지어 한국인의 민족성마저도 사대적, 의타적, 의뢰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타율성사관은 식민지 교육에도 원용, 궁극적으로는 조선독립불능론으로까지 몰고 갔다. 나아가 어차피 타율적인 역사를 전개할 바에야 문명개화하고 온정주의적인 일본의 품에 안기는 것이 상책이고, 그렇게 함으로 한국은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타율성사관의 충실한 봉사자는 지금도 있다.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세력이다. 나라의 주체성을 가벼이 여기고, 강대세력에 의존하여 자주와 독립을 훼손하려는 타율성사관의 신봉자들이다.

최근 한 지성인은 이 정권의 독립운동사 부정과 관련, 다음 글을 남긴 바 있다. 그것을 인용함으로써 이 강연을 맺겠다.

참으로 우리에겐 역사의식이 너무도 결여되어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극단적으로 퇴행적이다.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려는 국방부 장관, 백선엽과 이승만을 복권하려는 보훈부 장관,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억의 길을 부숴버린 서울시장, ‘대한제국이 일제시대보다 행복했겠나라고 말하는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의 행태를 보라. 해방된 나라에서 식민 부역자들이 칭송받고, 독립투사들이 모욕당하고 있다.“ (김누리, 역사가 없는 나라한겨레, 2023927일자)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시민언론 민들레

이선균앞에 마약’ ‘유흥업소가 붙을 줄은 몰랐다

배우 이선균이란 이름 석 자 앞에 마약’ ‘유흥업소따위 단어가 따라붙을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아직 의혹단계에서 다음 주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지만, 해당 사건에 관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중은 물론 영화업계 관계자들까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1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측은 이르면 다음주 중 이선균을 소환해 조사한다. 또한 모발 검사를 위해 신체압수수색영장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균은 최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유명배우 L씨를 비롯해 8명을 입건 전 조사(내사)하고 있다는 보도의 주인공 L씨로 밝혀지며 세간을 떠들썩거리게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선균, 황하나, 한서희 등은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또한 이선균이 이와 관련해 자신을 협박한 사람에게 3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선균·전혜진 부부가 출연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한 브랜드 광고. SK텔레콤 제공

물론 이선균을 포함한 재벌가 3, 연예인 지망생 등은 아직 조사 과정에서 이름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내사 대상자로 분류됐다. 처음 그가 지목됐을 때 업계가 또 한 번 술렁거렸다. 앞서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흡연·교사,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유아인 때문에 그가 출연한 작품들이 대거 피해를 입었던 전례를 들며, 이번에도 똑같은 과정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관계자들도 서로 앞다퉈 사실을 확인하는가 하면, ‘아직 의혹일 뿐이니 지켜보자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한 그와 작업한 경험이 있거나 혹은 친분이 있는 이들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선균이 출연을 결정한 차기작이 3편이나 돼 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제작비 180억원이 투입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PROJECT SILENCE)’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도 초대되며 작품성에 대한 관심을 받았지만, 주연인 이선균의 여파로 경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운명이 갈리게 됐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 행복의 나라측도 편치 않다. 예정대로 후반작업에 매진하겠다고 했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여러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스튜디오 X+U 새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그나마 수습할 여지는 있는 편이다. 아직 이선균의 첫 촬영이 진행되지 않은 덕분에 배우 교체 등이 유력시되지만, 이로 인한 제작비 증액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광고계도 서둘러 이선균 지우기에 나섰다. 이선균·전혜진 부부가 모델인 한 통신사 교육콘텐츠 광고 영상은 20일 재생 중단됐고, 또 다른 영양제 브랜드 역시 모델인 이선균의 얼굴은 물론 그가 언급된 광고 문구까지 전부 삭제했다.

여론도 싸늘하다.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측은 관련 보도 직후 당사는 현재 이선균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 등에도 진실한 자세로 성실히 임하고자 한다면서도 이선균은 사건과 관련된 인물인 ㄱ씨로부터 지속적인 공갈, 협박을 받아와 이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향후 진행 상황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말하겠다. 또한 악의적이거나 허위 내용을 담은 게시글 등으로 인해 허위 사실이 유포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사실무근이 아닌 협박 피해자로 교묘히 물타는 듯한 입장문에 대중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워낙 가정적이고 단호한 이미지의 그였기에, ‘마약’ ‘유흥업소등 불미스러운 단어들이 붙는 것도 모자라 협박을 당해 35000만원을 건넸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여기에 마약 투약 의혹을 받고 있으면서도 허위 사실 유포시 강력 대응이란 소속사 입장문이 아이러니하다는 반응들도 나왔다.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한 이선균에게 반등의 기회가 있을까. 다음주 진행될 경찰 소환 조사에서 그 시비의 조각이 가려질 듯 하다.스포츠경향

인요한 과거 발언 "건강보험은 사회주의", "영리병원 도입해야"의료 민영화 주장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내정된 가운데, 인 교수의 과거 '의료 민영화' 관련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인 교수는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을 당시 '건강보험 해체론', '영리병원 도입 찬성론'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인 교수는 20121월 노환규 당시 의협 회장과의 대담에서 "국가 경쟁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리법인(병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메디컬타임스>에 따르면 인 교수는 또 20096월 국회에서 열린 의료선진화 정책토론회에서 "의료관광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차의료가 정상화되고 환자에 치여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없는 현실이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 교수는 "한국 건강보험은 사회주의적 경향이 강하고 수가 자체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어 비정상적인 일차 진료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의사들은 불필요한 진료를 통해 예산을 낭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부 혼자서 국민 보건 전체를 해결할수는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인 교수는 20103<메디파나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해 돈 있는 사람들은 더 내고 진료받고 이들에게 받은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독일과 네덜란드식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인 교수는 20071<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U-헬스케어 허브를 통해 국가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이익"이 창출되며 "U-헬스케어 시대에 환자들의 모든 건강정보는 데이터베이스화 되어서 병원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 교수는 민간의료보험 도입, 영리병원 도입 등 의료 민영화 우려를 살 만한 소신을 꾸준히 보여 온 인사다.

국민의힘이 23일 당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인교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12일 만이며, 김 대표가 선거 이튿날 당 쇄신기구 출범을 예고한 지 11일 만이다. 사진은 지난 823일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특강을 하는 인요한 교수. 연합뉴스/박세열 기자 | 프레시안

1년 전 그날, 이태원 참사를 겪었던 4인의 1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1년 되는 날이다. 그날 밤, 이태원에서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는 짧은 소식을 포털에서 본 이후에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비현실적인 사건. 믿기지 않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1년이 지나갔다.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할지 말지를 두고 처음부터 논란이 일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유가족들은 차차 모임을 만들고,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야 했다. 빗속에서 삼보일배를 해야 했다. 참사 후 1. 희생자의 가족, 당시 현장에 있다가 구조된 이, 이태원에 있었던 상인과 경찰 등, 김다은 기자가 네 사람을 인터뷰해 커버스토리 기사를 썼다.

충남 홍성에 사는 최선미씨는 1년 전 그날, 이태원에서 딸 박가영씨를 떠나보냈다. 요즘 그는 일주일의 반은 서울에서, 나머지 반은 홍성에서 지낸다.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홍성에 머물 때도 이태원 특별법 제정이라고 적힌 작은 현수막을 아파트 정문 앞에서 들고 서 있곤 한다. 김다은 기자는, 지난 1년을 엄마유가족이 된 1년이라고 표현했다.

1년간의 변화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밥을 못 사게 해요.” 농담을 해도 친구들이 웃지를 않고, ‘네가 무슨 정신이 있어서하며 애경사를 알려주지 않더란다. 최선미씨와 남편 박계순씨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는데. 한편으로 그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너무 큰일을 당한 친구가 안타깝고, 괜히 미안했으리라. 위로를 건네기도 조심스러웠을 듯하다. 유가족들이 한데 모여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이래서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이태원 참사 다음 날, ‘애들 밥이라도 먹여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작은 상을 차려 골목으로 가져갔던 이태원 상인 남인석씨의 1년 기사를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1년 전 그 영상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이 참사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아무도 사과를 안 하니까 나라도 해야겠다 싶었다라는 그의 말이 아프다. 그날 이태원 현장에 있었던 김초롱씨나 현장에 비상 출동했던 한 경찰관의 1년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글로나마 작은 위로를 전한다.

이태원 참사 관련해 현재 네 갈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행정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1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태원 특별법은 늦어도 내년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참사 1년이 돼가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차형석 시사인 편집국장

1029일 밤 용산서 무전망"16분 동안 10번 비명이 울렸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가 이번 주말 1년을 맞습니다.

이태원 특별법은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고, 책임자 처벌은커녕,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도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습니다. MBC10.29 이태원 참사의 수사기록 만 2천여 쪽을 확보해 분석했습니다. 161건의 수사보고서, , 생존자와 목격자, 경찰과 소방관, 구청 공무원까지 169명의 진술이 담겼습니다.

위험하다고 신고하면 국가가 달려와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무너진 사건. 저희는 먼저, 당시 112 신고에 대한 대응부터 확인했습니다. 참사 전에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총 11.

경찰은 대부분 "경찰관이 갈 거"라고 안내만 하고 조치를 종결했다고 보고했는데, '안내했다'는 말조차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참사가 시작된 뒤, 용산경찰서 무전망으로는 열 차례에 걸쳐 길게는 7초까지 이어지는 비명이 들렸는데, 지휘부는 못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리포트-작년 1029, 이태원파출소의 112신고 사건 처리표.

저녁 833, "인파가 너무 몰려, 길바닥에 쓰러지고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긴박한 신고가 하달됩니다. 파출소는 "경찰관이 배치됐다고 알려주고 종결했다"고 적었습니다. 20분 뒤 "압사당하고 있다" 거듭된 신고에도 똑같이 조치했습니다.

정말로 안내를 받았을까? 833분 신고자는 "따로 전화받거나 조치를 통보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53분 신고자도 "자신은 현장을 빠져나왔고 연락 온 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사람이 몰려 위험하다'는 신고 11건 중 7건에 대해 "안내 종결"로 기록했는데, 이 기록조차 허위로 의심되는 겁니다. 그나마 출동한 4건의 조치도 엉뚱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이 긴급출동이 필요하다며 112신고에 '코드 제로'를 부여한 9시 이후에도, 파출소 옥상에 있던 송병주 용산서 상황실장은 "도로를 확보하라, 쏟아진 인파를 인도로 밀어올리라"5차례나 반복해 지시합니다. 국가수사본부는 "밀집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현장을 확인하라고 한 번만 무전을 했다면 달랐을 거"라고 결론냈습니다.

검찰은 1015분 참사가 시작된 뒤 용산경찰서 무전망 녹음도 분석했습니다. 10194초간 현장 비명소리가 무전망으로 전파됐고 이후 16분간 1, 5, 길게는 최대 7초까지, 비명소리가 10차례, 무전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용산서 지휘부와 형사들에게 전파됐습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무전 속 비명을 못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같이있던 운전기사는 "악하는 비명과 욕설을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날 경찰 병력 운용을 분석한 수사보고서.

"현장 상황이 파악된 1032분 바로 기동대 동원이 결정됐다면, 15분 뒤 1047분에는 기동대가 왔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구해달라'는 마지막 119신고는 이보다 늦은 111, 신고자는 구출되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MBC뉴스 나세웅

사제단 기득권 집권 세력, 일진들 같다속지 마시라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 간절하다

기득권 세력, 서로 범죄 덮어주는 공생관계 돈독해 보여

법 기술자와 조중동 동원한 범죄자 마케팅 지긋지긋

사제단 협박 메일에 사제들은 죽을 때까지 싸운다

23일 오후 전북 전주 우전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월요시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2023.10.23.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튜브 채널 갈무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대한민국의 기득권 세력을 향해 일진들처럼 살아 왔을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사제단은 23일 전북 전주 우전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월요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강론을 맡은 조민철 신부는 한국의 기득권 집권 세력들은 삶 자체를 오직 일진들처럼 살아왔을 것이라면서 전체 국민의 10% 정도 되는 한국의 또 다른 일진들에게 유리한 정치, 자기들을 위한 정치를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90%의 국민은 참사로 죽든 말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안한다면서 제발 속지 마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 신부는 또 차근차근 거악부터 솎아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면서 완전히 엉터리 대통령과 가장 천박한 사람들부터 내보내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 신부는 검찰과 대통령을 위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카르텔이 공고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검찰, 조중동 이 부류가 현재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가로막고 망가뜨리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면서 돈과 권력을 향유하면서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서로 덮어주는 공생관계가 정말 돈독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20173월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헌재 재판관 주문이 울려 퍼지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라고 말했다. 조 신부는 또 현 집권 세력을 보면 대통령과 검찰, 부처 관료, 김건희 씨와 친인척 등의 비리 클래스가 다른 것 같다면서 부조리와 비리 행각도 민주당과 다른 군소정당의 정치인들과는 급이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현 집권세력의 이재명 대표 수사를 통한 정치 행태에도 일침을 가했다. 조 신부는 당신들 힘이 빠질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시종일관 야당 대표만 제거하면 다 될 것처럼 야단법석 떨지 마라라고 말했다. 이어 법 기술자들과 조중동을 동원한 범죄자 마케팅이 이제는 지긋지긋하다면서 당신들의 그런 악한 행실만큼 학교(감옥)를 더 오래 다녀야 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전북 전주 우전성당에서 열린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월요시국기도회'에서 이강실 전주고백교회 목사가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0.23.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국민의 전향적 판단도 주문했다. 조 신부는 여론조사를 보면 “2030 젊은이들과 70대 이상 어르신 중에 이런 상황에서도 현 정부를 무조건 지지한다면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면서 누구를 찍든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라고 하지만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자유가 세상에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이강실 전주고백교회 목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세계에서 전쟁이 가장 일어나기 쉬운 곳이 한반도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하고 있는 일은 전쟁에 불을 붙이는 일이라면서 전쟁이 터지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팔레스타인의 심정을 알고 러시아도 일정 부분 명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고 전쟁은 더 큰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정치를 정치인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촛불로 박근혜를 탄핵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면서 그런데 왜 또다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우리 국민이 열망하는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후 정치인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송년홍 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권력을 줬으니까 우리가 다시 빼앗아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에게 주자면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외치자라고 말했다.

송 신부는 최근 사제단 대표 메일로 협박 메일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협박을 보고 웃겨 죽는 줄 알았다면서 진짜 죽이려면 와서 죽이지 추접스럽게 메일로 보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서워서 도망가면 그건 사제도 아니고 신부도 아니다면서 순교자들의 후손이어서 그런 겁박은 먹히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송 신부는 또 사제들은 죽을 때까지 싸운다면서 무서울 것이 없고 그래서 더 열심히 죽이라고 달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국기도회에는 신자와 시민 700여 명이 참석했다. 다음 주 시국기도회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서울광장에서 1주기 추모 미사를 드릴 예정이다. 이후 116일에는 경기도 수원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열린다. 송 신부는 서울광장에서 미사를 드리는 만큼 많이 모여달라면서 신부들도 500명 이상 모일 수 있도록 신자들이 이야기해달라고 강조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OTT 서비스 '크러시' 트레일러 화면 갈무리

왜 무정부상태 같을까... 수수께끼 풀린 윤 정권의 실체

윤석열 대통령과 일년 반, 모든 게 선명해졌다

"박근혜와 이명박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여름, 한국에 머물 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말을 한 번만 들은 게 아니니, 독자들께서도 비슷한 말을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실망스럽다 해도, 탄핵으로 임기 도중 쫓겨난 대통령이나, 수백억 원 뇌물과 횡령 등 20여 가지 범죄 혐의로 수감됐던 대통령을 그리워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물론 앞의 탄식이 '그때가 좋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서글픈 한탄 속에는 현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실망을 넘어, 깊은 우려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큰 염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일 것입니다. '또 무슨 일을 저지를까'라는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품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는 확실히 ''이 다른 대통령임에 틀림 없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지도자가 집결한 현장에서 한국 대통령이 걸쭉한 비속어를 내뱉으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사태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차라리 그런 겁 없는 태도로 한국 이익을 위해 싸우기라도 했다면 나았겠지만, 그는 미국과 일본 앞에서 나약하기 짝이 없는 '예스맨' 역할을 해 왔을 뿐입니다. 그 결과 시민들의 삶과 한국 경제는 외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위태로운 등불 신세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너무나 기막힌 일을 당할 때 즉각 대처하지 못합니다. 처음 보는 생물체가 튀어 나올 때 처럼, 눈 앞에서 상식 밖의 사태가 펼쳐지면 마치 사고가 마비되는 듯한 상태에 빠지게 되지요.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욕설 논란에서 시작해, 난데없는 '공산 전체주의' 반대 선언과 '사면으로 강서구청장 후보 재활용하기'까지,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사고가 마비되는' 흔치 않은 경험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터무니 없는 일을 저질러 놓은 후, 시민들이 사태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을 터뜨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표적을 맞추기 힘들듯, 저돌성과 결합한 몰상식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윤 대통령이 용산에 입주한 이후부터 그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해 왔습니다. 정치적 관심에서보다는 제 직업인 사회과학자와 교육자로서 그를 관찰해 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저는 최근까지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많은 사람들을 지켜봐 왔지만, 윤 대통령처럼 종잡기 어려운 사람은 처음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 년 반 가까이 자세히 관찰하며 고민한 끝에 어느 정도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이념의 외피로 무능을 덮다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줄곧 '대화''협치'를 주문해 왔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윤 대통령이 0.73퍼센트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당선됐기 때문에 양쪽을 보듬어야 해서가 아니라, 사회통합이 국가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 임무는 대통령이 73퍼센트 득표로 이겼다고 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단지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광복절 경축사에서까지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에 내놓은 '경축사'치고는 매우 기괴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균형 잡힌 외교에 대한 요구나, 국민건강과 환경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핵 폐수 방류에 대한 우려조차 "공산세력, 반국가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는 것"으로 치부하며 적대시했지요. 그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격언까지 문제 삼으며,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말 본래의 의미와 물리법칙 모두를 거스르는 이상한 '날개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은 정확히 윤 대통령과 같은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독선의 위험을 경고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새는 양 날개가 모두 온전해야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좌우 날개를 각기 다른 각도로 움직여야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두 날개를 똑같이 움직여서는 머잖아 장애물에 부딪혀 떨어지고 맙니다. 새가 왼쪽으로 이동할 때는 왼편 날개를 아래로 숙이고,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는 반대 날개를 아래로 움직입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개 각도를 바꿔 날려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계속되어 온 윤 대통령의 이념색 짙은 발언은 무엇을 말해 줄까요? 일부가 말하는 대로 보수 유튜브 채널을 애청하며 '늦깎이 우익'이 되어서일까요? 그의 이데올로기성 발언이 증폭된 시점이 약식기자회견을 중단한 이후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취임 후 줄곧 출근길 약식회견을 즐겨 오다가, 몇 차례 실언을 하고, 무엇보다 골치 아픈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그 행사를 갑자기 중단합니다.

일부는 윤 대통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이념색을 덜고 현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 전망합니다. 한 보수언론은 그가 후보 시절 지지율이 떨어지자 이준석 전 대표와 얼싸 안거나 신년사에 큰절을 한 것을 언급하며 '불통처럼 보여도 무섭게 변하는 사람'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역시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념 논쟁을 통해 자유와 연대를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라며 민생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제 윤 대통령이 갈등과 반목을 중단하고 실용 노선의 길을 걷게 될까요? 선거 패배 이후 짧은 기간을 포함해 제가 일 년 반 가까이 대통령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념을 내세웠던 탓에 현안에 집중하지 못한 게 아니라,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탓에 이념에 집중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존재보다 더 큰 부재의 웅변

한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회견을 자랑으로 여겼습니다. 이 일상의 행사가 꽤 주목을 받았던 만큼, 이를 중단한 후 일 년 가까이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때로 부재가 존재보다 더 큰 웅변을 하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시민들과의 접촉면이 줄수록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높아졌고, 이 기간에 정책 실패의 우려는 지속적으로 커졌습니다. 저는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대안부재의 징후로 파악합니다. 그에게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며, 이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최근 '반성''소통'을 말하기 시작한 대통령의 변화를 무시한 판단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정부가 어떻게 표현하든, 강서구청장 보선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선거에서 완패한 뒤, 대통령이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를 주문했다는 전언이 있었고, 19'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 참석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반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은 일제히 "윤 대통령, '소통 부족하다 지적하는 분 많아 반성,'" "'소통 부족 지적에 많이 반성국민 위한 정치할 것" 등의 표제를 달아 보도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실제로 한 발언은 이렇습니다.

"과거에는 소통은 많이 했습니다. 저보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을 하려고 합니다마는, 소통만 해갖고 되는 게 아니라, 추진하면서 소통을 해야 됩니다."

육성을 들어보면, 상대에게 주입하는 듯한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화법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성''소통' 이야기는 단정적 말투 "해야 됩니다"로 끝을 맺습니다. 특히 "소통만 해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라는 부분은 또 다시 '사고마비'를 유발합니다. 소통이 왜 필요한가요? 정책의 추진 방향을 정하기 위해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추진'을 먼저 언급하는 그의 발언은 '소통''사후 통보''홍보' 정도로 파악하는 시각을 드러냅니다.

이 사실은 윤 대통령이 선거 패배 이후 어떤 일을 '추진'해 왔는지에서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그가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친한 친구의 친구"가 탈법행위와 자질 시비로 낙마했고, 곧이어 구청장 보선 패배 예측이 현실화했습니다. 이때 윤 대통령이 한 일은 대학동기를 헌법재판소 소장에 지명한 것입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자리에 후배를 앉혀 경찰을 통제해 온 것도 모자라, 이제 헌법재판소까지 지인을 심겠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임기가 11개월밖에 남지 않은 사람을 말입니다.

대통령이 '40년 지기'를 헌재소장 후보에 지명한 날은 18일로, 그가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던 날입니다. 그리고 사흘 뒤 들려온 소식은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김좌진·안중근 열사를 기리던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를 시작했다는 속보였습니다. '반성''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위에서 드러나는 법입니다.

소통을 할 줄 알아야 소통을 하지

오마이 모든 것은 무엇을 말해 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소통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못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그에게 상대는 두 부류로 나뉘는 듯합니다. 철저히 굴복시킬 대상 아니면 완전히 복종해야 할 대상으로 말입니다. 타협과 중재는 그의 세계관에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는 당연히 현대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서 심각한 자질 결여를 의미하지만, 그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중들에게 평가받지 못한 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1960년대생입니다. 성인으로서 삶 대부분을 민주화가 성취된 한국사회에서 살아온 그가, 어떻게 그런 독선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를 지닌 채 검찰 조직의 지도자 역할을 해 올 수 있었을까요? 또한 그처럼 고압적 태도를 지닌 사람이 미국이나 일본 지도자 같은 소수에게는 그렇게 철저히 복종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에 대한 해답을 한국 검찰 조직의 특수성 속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국 검찰은 사회의 민주적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역행해 온 독특한 조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퇴행적 리더십을 몸에 익힌 공간이기도 하고요. '철저히 굴복시키거나 완벽히 복종하는' 이분적 태도는 한국 검찰이 작동해 온 방식이기도 합니다.

용산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은 아무도 직언하지 못할 만큼 두려운 존재인 듯합니다(직언할 능력과 의지를 지닌 측근이 존재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무정부상태'를 입에 올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추상같은 대통령이 지배하는 무정부상태'라는 모순 뒤에는 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할 줄 아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제 눈에 비친 한국 대통령은 서초동에서 용산으로 장소만 옮긴 검찰총장입니다. 검찰총장은 사표 던지고 떠날 수 있지만,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현재 한국에는 책임지는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으니 '무정부상태'라는 표현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까닭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존재하지 않으니 보일 리도 없지요. 이뉴스 강인규(foucault)

 

3년만에 감소 비정규직, 정규직과 월급 격차는 사상 최대치 기록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임금노동자의 최근 3개월(6~8) 월평균 임금은 3007000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3개월 간 정규직 노동자 임금은 1년 전 같은 기간(348만 원)에 비해 143000(4.1%) 증가한 3623000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은 76000(4.0%) 증가하는 데 그쳐 1957000원이 됐다. 프레시안

비정규직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지만전체 임노동자 월급은 '300만원 시대'

최근 들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급 격차가 사상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졌다. 최근 들어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던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임금노동자의 최근 3개월(6~8) 월평균 임금은 3007000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 대비 127000원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임노동자 월급 300만 원' 시대가 됐다.

정규직 임금 14.3만 원 증가 vs 비정규직은 7.6만 원 증가 전반적인 임금 증가세가 관측됐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최근 3개월 간 정규직 노동자 임금은 1년 전 같은 기간(348만 원)에 비해 143000(4.1%) 증가한 3623000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은 76000(4.0%) 증가하는 데 그쳐 1957000원이 됐다. 이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1666000원이 됐다. 1년 전(1599000)보다 격차가 더 커졌다. 이 같은 격차는 역대 가장 큰 수준이다. 아울러 둘간 임금 격차는 2017년 이후 6년 연속 더 커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상승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기본 액수가 달라 둘 간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다만 비정규직 내에서 시간제 노동자를 제외하면 월평균 임금은 2761000원으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한시적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208만 원이었고 시간제는 1075000, 비전형 노동자는 2219000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비전형 노동자는 파견, 용역, 특수형태노동, 가정 내 노동 등을 포괄한다.

비정규 노동자 812.2만 명3년 만에 첫 감소

올해 8월 현재 한국의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8122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34000명 줄어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정규직 노동자는 1383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4000명 증가했다. 전체 임노동자는 8월 현재 2195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만 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임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은 전년(37.5%) 대비 0.5%포인트 떨어진 37.0%가 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노동형태로 나눠 보면 한시적 노동자 5259000(64.8%), 시간제 노동자 3873000(47.7%), 비전형 노동자 1957000(24.1%)이었다. 한시적 노동자는 1년 전보다 89000, 비전형 노동자는 174000명씩 각각 감소했다.

반면 시간제 노동자는 186000명 증가했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윤석열 해운대 횟집 만찬소송...‘거짓말인가, 얻어먹고 다녔나

장관과 국회의원을 대동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월 부산 해운대 횟집 만찬과 관련해 회식비가 얼마였고, 또 누가 냈는지,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피고인 대통령비서실이 횟집 회식비 지출 자료의 부존재를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012, 서울행정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해운대 횟집 회식비 자료의 공개를 다투는 정보비공개처분 취소소송 1차 변론이 열렸다. 앞서 윤 대통령의 횟집 만찬이 알려진 다음 날인 올해 47,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뉴스타파 전문위원)는 회식비의 액수와 지출 주체, 지출 원천, 즉 대통령실 예산으로 얼마를 지급했는지 등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냈고, 대통령비서실은 국방 등 국익 침해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면서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소 제기 후 5개월 만에 열린 윤 대통령 해운대 횟집 회식비재판... 대통령비서실 부존재변론

소송 제기 후 5개월 만에 열린 첫 변론에서 대통령비서실 측은 해운대 횟집 회식비 자료는 대통령비서실이 생산·관리하는 정보가 아니고, 이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 측은 또 “(비서실이) 사건 정보(회식비 자료)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원고(하승수)가 주장·증명하여야 하나, 원고 역시 별다른 주장·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송은 각하돼야 한다고 변론했다.

재판장, “정보가 없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재판장조차 “(회식비) 정보가 없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며 대통령비서실에 서면으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에 나온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은 “(회식비) 자료가 없어,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횟집 회식비 예산 정보의 부존재변론을 거듭 폈다.

1012일 첫 변론 진행 중 나온 재판장, 피고, 원고의 발언.

이 같은 대통령비서실의 횟집 횟식비 자료 부존재주장은 몇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일단 202346일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 ·도지사, 국회의원을 대동하고 부산 해운대 횟집에서 만찬을 한 행위는 명백하게 실재한 사실이다. 또한 이 만찬은 윤 대통령이 주재한 공식 행사였다.

지난 4월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 (출처:세계일보)

당시 세계일보(2023.4.8.)대통령실, ‘부산 횟집파장에 여야 협치 상징적·공식적 만찬 자리라고 보도했고, 동아일보(2023.4.7.)대통령실은 7일 공식 만찬 자리였음을 강조"했다. 뉴시스(2023.4.10.)식비는 대통령실이 계산했고, 한겨레신문(2023.4.9.)횟집 쪽은 당시 1~3층에 다른 손님을 받지 않았다. 음식값은 대통령실이 계산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회식 소식이 알려지자, 대통령비서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공식 만찬이었다고 해명했다.

원고인 하승수 변호사는 대통령실이 해운대 회식비를 계산했다는 언론보도를 갈무리해 법원에 제출했다.

그런데도 대통령비서실은 회식비 영수증 등 관련 지출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 추론할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가능성대통령실이 거짓말을 하고 있나?

대통령이 주재한 공식 만찬의 비용은 대통령실이 계산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대통령비서실은 재판에서 회식비 지출 증빙자료가 생산·관리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자료가 중간에 폐기되거나 분실된 게 아니라 애초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식비는 대통령실이 계산했다는 언론 보도와 어긋난다. 회식비 영수증이 있는데도, 공개하지 않으려고 대통령비서실이 거짓말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능성윤 대통령이 얻어먹고 다닌 것인가

대통령비서실의 회식비 지출 증빙자료가 없다는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문제가 생긴다. 공식 행사에서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얻어먹었나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주재한 공식 행사였는데도, 대통령 비서실이 회식비 지출 증빙자료를 생산·관리하지 않았다면, 누군가 사비로 계산했거나 또는 다른 기관이 대신 지불했다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 보도와 횟집 주인에 대한 타 언론사 취재를 종합하면, 횟집 4층에는 10만 원짜리 코스 요리 50명분이 예약돼 있었고, 아래층에는 대통령실 수행원 30여 명을 위한 6만 원짜리 식사 코스가 예약돼 있었다. 횟집 주인에 따르면, 예약한 인원 중 2~3명만 빠진 것으로 전해졌고, 따라서 회식비는 최소 600만 원(술값 제외)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듯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은 최소 600만 원이 넘는 회식비 지출 자료의 부존재를 주장함으로써, 두 가지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자료가 있는 데도 없다고 거짓말을 했거나, 예산이 부족하든, 다른 이유에서든 대통령이 주재한 공식 행사의 비용을 누군가가 대신 냄으로써 얻어먹고 다니는 대통령을 만든 셈이 된다. 전자가 도덕적문제라면, 후자는 대통령의 체통과 관련된 문제다. 비판 수위는 다르지만, 두 사안 모두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이 해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짓이다.

윤 대통령 해운대 횟집 만찬의 식대 비용과 지급 주체에 대한 비밀은 앞으로 재판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2차 변론은 오는 127일 열린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가 함께 제기한 대통령비서실 예산 정보(특수활동비 등)의 공개 행정소송 1심 선고가 같은 날 잡혀 있다.

뉴스타파 박중석

조국 "때 총파업하던 의사·의대생들, 한테는 왜 순한가

"윤 대통령, 민주공화국 아닌 제왕 체제"

"이번 정권이 권력 유지하는 힘은 '공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 거세지 않다고 지적했다.조 전 장관은 23일 야권 성향의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나와 "문 전 대통령 때는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린다고 하자 의사와 의대생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위기 상황인데도 총파업을 했다""그런데 윤 대통령이 1,000명 늘린다고 하는데도 양순(良順·어질고 순하다)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린다는 계획을 2020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의사 단체가 총파업을 감행하며 강력하게 반발해 무산됐다. 이후 현 정부 들어 다시금 의대 입학정원을 1,000명대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나왔다. 이에 의료계가 3년 전 총파업 사태를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 정부는 구체적인 정원 확대폭 발표를 일단 미룬 상태다.

조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체제가 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니라 제왕 체제"라고도 꼬집었다. 조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근과 지지층도 말 잘 못하면 자기가 조선시대 때처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반면) 문 전 대통령 시기에는 저 사람은 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니 마음대로 말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힘은 공포"라며 "법률적 수단을 동원한 무력과 폭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들 겁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조만간 윤 대통령이 직접 의대 정원 매년 1,000명 증원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제 의사 및 의대생들은 파업을 할까? 아니면 다소곳이 양순하게 받아들일까?"라며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린 바 있다.

한국 최은서 기자

WHO “무릎 꿇고 연료 간청이스라엘 하마스에 달라 해라

연료 바닥난 가자지구의료 붕괴 등 대재앙 우려

유엔 병원 최소 6곳 폐쇄25일부터 구호 중단 불가피

발전기 멈춰 식수난도하마스가 쓸 것반입 불허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직원들이 25(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눠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에 봉쇄된 가자지구 내 연료가 25(현지시간)쯤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의료시스템의 총체적 붕괴가 코앞에 다가왔다. 유엔 기구는 연료 부족으로 가자지구에서의 구호활동을 25일부터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대재앙이 예고되는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은 절대 연료를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4CNN·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성명을 내 가자지구 병원 최소 6곳이 연료 부족 탓에 폐쇄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문을 닫은 병원과는 별도다. WHO에 따르면 이미 가자지구 병원 3분의 1이 운영되지 않는 상태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이던 베이트하눈 병원은 인근 지역이 폭격을 받아 운영이 중단됐다. 아테프 알칼루트 병원장은 연료가 공급되지 않으면 환자들에게 사형이 선고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최대 사립 병원인 인도네시아 병원도 연료 부족으로 중환자실 등 최후의 필수 분야를 제외한 모든 수술·진료실의 전원을 껐다고 밝혔다.

WHO연료와 추가 의료품이 가자지구에 긴급히 공급되지 않으면, 취약군 환자 수천명이 사망하거나 합병증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릭 브레넌 WHO 지역긴급국장은 국제사회와 이스라엘을 향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호소하며 무릎 꿇고 간청한다고 말했다. 취약군에는 투석 환자 1000여명과 미숙아 약 130명이 포함된다.

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미리암의 아들은 그중 한 명이다. 이 아기는 이스라엘의 미사일과 로켓이 가자지구에 쏟아진 지난 13일 이미 사망한 엄마 미리암의 배 속에서 제왕절개로 꺼내졌다. 엄마와 아빠를 포함해 이름을 지어줄 만한 가족이 모두 숨지는 바람에 아기의 발목에는 이름 대신 미리암의 아들이란 인식표가 붙었다. 아기를 살린 의사 나세르 불불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할 때마다 슬픔과 고통에 사로잡힌다면서 이미 전력이 부족해 인큐베이터에 연결되는 기계 장치 10개 중 7개의 가동이 중단됐다. 전력이 끊기면 이 아이는 5분 내로 숨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곧 연료가 고갈돼 더 이상 가자지구 내에서 구호활동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UNRWA이대로라면 우리는 내일(25) 밤 가자지구에서 모든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UNRWA는 이집트 국경의 라파 검문소를 통해 반입되는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이들이 활동을 중단하면 가자지구 현지 주민에 대한 지원도 어려워진다.

유엔은 가자지구에서 하루에 최소 16의 연료가 필요하다고 본다. 병원이나 빵집 같은 필수 시설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양이다. 전쟁 전 가자지구는 매일 디젤과 휘발유 약 48를 공급받았다. 이 중 약 40가 가자지구 내 유일한 발전소를 돌리는 데 사용됐다. 발전소는 멈춘 지 오래됐고, 발전기를 돌릴 연료마저 구하지 못하게 되자 수도 및 정화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물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유니세프는 가자지구 물 공급량이 정상 수준 대비 5%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해 간이 우물을 파 오염되거나 짠 물을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탈수로 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리란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어떠한 연료도 가자지구 반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연료가 하마스의 수중에 가 무기에 활용될 것을 우려한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UNRWA의 연료가 하마스에 도난당했다. 병원에 연료가 없다면 하마스에 연료를 달라고 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하마스더러 병원과 시민들에게 연료를 제공하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보좌관 역시 인질이 모두 석방되더라도 연료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향 김서영·이윤정 기자

병역특례가 주는 상처

병역특례를 받은 축구선수 손흥민이 202058일 제주 서귀포 해병대 9여단 훈련소에서 열린 기초군사훈련 수료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해병대 제공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3000m 계주 결승전. 1위로 달리던 한국 대표팀 정철원은 결승선 앞에서 금메달을 예감하고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결과는 2, 은메달이었다. 정철원을 바짝 추격하던 대만 대표팀 황위린이 마지막에 왼발을 뻗어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정철원과 동료 선수 최인호는 0.01초 차이로 금메달에만 주어지는 병역특례 혜택을 놓쳤다. 비참하게 눈물을 흘리는 그에게 군대나 가라ㅋㅋ라는 조롱과 비난이 화살비처럼 쏟아졌다.

징병제 국가의 병역은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 스스로 공동체를 수호하는 일이다. 국가는 병역을 신성한 의무로 치켜세우지만, 현실에서 병역은 억울한 형벌이다. 이 순간에도 초병 근무를 서는 청년 병사가 국방에 헌신한 공이 한국 대표팀이 국위를 선양한 공보다 못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병역의 의무는 신체가 건강한 남성이면 모두 지는 것이기에 하찮게 취급받는다. 그에겐 인생에서 가장 창창한 시절을 강탈당했다는 아득한 분노가 피어난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비굴하게 군대를 피하려던 연예인도, 찰나의 실수로 군대를 피하지 못하는 운동선수도 공격의 대상이 된다.

병역특례제도는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등 국위선양문화창달에 기여한 특기자를 현역병이 아닌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시키는 제도다. 능력자의 능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군대에서 빼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특례를 적용받지 못한 청년들은 군대로 보내야 마땅한 무능력자인가. 세계적인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국위를 선양하고 문화를 창달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대중예술은 그러나 특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BTS 멤버가 줄줄이 군대에 갔다.

특례 대상인 이른바 순수예술은 클래식, 발레와 무용, 국악과 판소리 등이다. 병무청 훈령은 입상자가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내외 예술경연대회 36개를 지정했다. 이중 국내에서 주최하는 국제대회도 6개가 있다. 참가자는 한국인이 대부분이고, 입상자도 한국인이 대부분이라 무늬만 국제대회라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서울국제무용콩쿠르와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는 지난해부터 1위에게만 병역특례를 주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최근 5년간 참가자 중 한국인 비율이 70%를 넘겼기 때문이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지난 10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등 보충역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징병제는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를 억누른다. 그래도 한국이 징병제를 운용하는 이유는 단지 강력한 재래식 전력을 유지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징병제는 부모가 권력이 있든 없든, 재산이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공동체 구성원 모두 평등하게 군대에 가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 평등함에 균열을 일으키는 병역특례제도는 시민들이 넉넉하게 공감할 만큼 더 공정하게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어떤 특례도 적용받을 수 없는 청년이 군대에 가서 나는 능력도 없고 백도 없다는 자기 혐오에 빠지는 일만큼은 없도록 해야 한다./주간경향 허진무 문화부 기자

언론재단이 삭제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보고서 2쪽을 번역해 공개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922일 번역해 공개한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2023년 디지털뉴스리포트에서 한국 파트에 해당하는 2페이지 분량을 쏙 빼놓고 공개했다는 사실이 1016일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언론진흥재단이 삭제한 보고서 중엔 MBC가 언론매체 신뢰도 설문에서 조사대상 매체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보고서 홈페이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한국 언론의 신뢰 수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한국인들의 뉴스 신뢰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응답자의 28%만이 대부분의 경우에 대부분의 뉴스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가장 신뢰받는 개별 뉴스 브랜드는 한국 공영방송인 MBC로 전년 대비 상당한 증가를 보였다. YTN, KBS, SBSJTBC 등 다른 주요 방송사가 그 뒤를 이었다. 대부분의 주요 신문사는 신뢰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진흥재단이 번역한 보고서와 원문 보고서를 비교해보면, 원문 보고서 142-142쪽에 ‘South Korea’ 항목이 있지만 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보고서에는 126-127쪽에 있어야 할 한국항목이 없습니다. 이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정호 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의 판단으로 해당 부분을 누락시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남 본부장은 중앙일보 출신 인물로 이번 보고서에서 중앙일보 신뢰도는 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1017일 오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남 본부장은 조사대상 표본에 문제가 있다며 온라인에서 가입한 사람들을 표본으로 조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방식으로 계속 조사해왔는데 왜 이번만 문제를 삼았는 지도 이해하기 어렵고,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표본이라면 다른 45개국 자료는 왜 공개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더욱이, 조사에 문제가 있다면 연구기관에 이의를 제기하면 될 것이지 일부 내용만 빼고 발췌 번역한 것은 졸렬한 처사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원문 보고서 중 언론진흥재단이 삭제한 한국 파트를 직접 번역해 공개합니다. 원본 보고서 양식을 최대한 살려 편집했습니다.

민언련이 번역한 로이터저널리즘 한국파트 번역

민언련이 번역한 로이터저널리즘 한국파트 번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원문 보고서 https://reutersinstitute.politics.ox.ac.uk/digital-news-report/2023

언론진흥재단이 번역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한국https://www.kpf.or.kr/front/research/selfDetail.do?seq=595788&link_g_homepage=F

민언련이 번역한 로이터저널리즘 한국파트 번역 https://drive.google.com/file/d/1uhyGAbDncKGitSi3tD-K7MgZP3iHpBE2/view

미디어오늘/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 '좀비 기업' 비율 사상 최대

기업 수익성, 부채 의존도는↑… 부채비율 7년래 최고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부채 의존도는 더 커졌다.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 기업'은 기업 10곳 중 4곳을 넘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직전해 5.6%에서 1.1%포인트 떨어져 4.5%로 낮아졌다.

전자영상통신장비 영업이익률이 202112.9%에서 지난해 9.6%로 낮아졌다. 화학물질제품은 9.1%에서 5.4%로 급락했다. 전기가스업 영업이익률은 -1.6%에서 11.1%로 떨어졌다.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7.0%에서 5.2%로 떨어졌다. 중소기업은 3.5%로 동일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6.5%에서 4.6%로 급락했다. 대기업은 8.0%에서 5.2%로 나빠졌고 중소기업 세전이익률도 4.4%에서 3.7%로 하락했다. 기업 수익성 감소 원인은 원자재 비용 부담 증가였다. 판매관리비 부담은 줄어들었으나 매출원가가 오르면서 기업 수익성이 하락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율은 17.7%였다. 전년(18.3%) 대비 0.6%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매출원가율이 76.1%에서 77.8%로 상승했다. 국제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 원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 영리법인의 이자보상비율 현황. 한국은행

지난해 한국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348.57%로 집계됐다. 전년 487.90%에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면 기업이 번 수익 전액을 이자 갚는데 써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비율을 구간별로 나눠 보면 100% 미만, 즉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비율이 42.3%였다. 202140.5%에서 상승해 역대 최대치였다. 100~300% 미만 비중은 16.3%였다. 202114.2%에서 더 커졌다. 300~500% 미만 기업 비중은 7.2%였다. 500% 이상 기업 비중은 38.2%에서 34.2%로 다소 줄어들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 즉 금융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증가한 반면, 500% 이상의 큰 이익을 얻는 기업은 줄어들었다.

기업 부채비율은 2021120.3%에서 지난해 122.3%로 상승했다. 2015(128.4%)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제조업 부채비율은 78.6%에서 77.0%로 다소 완화했으나 비제조업 부문이 158.2%에서 164.0%로 나빠졌다.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부채비율은 99.3%에서 101.2%로 악화했고, 중소기업은 169.2%에서 171.3%로 나빠졌다. 차입금의존도는 30.2%에서 31.3%로 악화했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 법인세 신고기업 중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91206개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대상 제조업체는 18221, 비제조업체는 729985개다. /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유승민·이준석 신당'을 창당할 경우

17.7%의 지지율을 받을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여야 3당 구도와 비교하면 유승민·이준석 신당의 등장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은 8.5%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의 지지율도 4.3%포인트 줄었다. 유승민·이준석 신당은 2040과 중도층 등에서 국민의힘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유승민·이준석 신당'은 이른바 '윤석열 신당'보다 파괴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신당'이 창당되면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7.5%, 국민의힘 19.0%, 윤석열 신당 14.2%, 정의당 2.7% 순으로 나타났다. 기존 여야 3당 구도일 때와 '윤석열 신당'을 포함한 여야 4당 구도의 정당 지지율을 비교하면, '윤석열 신당'의 출현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11.4%포인트가량 크게 줄어들었다.

 

파병 거부한 10.19 여순항쟁 군인들 제주도민은 애국인민

주철희 박사,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 강연 통해 새로운 시각의 접근 주문

송요찬 포고문 정부의 최고 지령을 봉지(捧持)하여’, 누구의 지시일까?”

역사연구가인 주철희 박사가 25일 제4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에서 새로운 시각의 역사 제주4.3항쟁과 여순항쟁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4.3 당시 제주 파병을 거부하면서 촉발된 1019 여순항쟁이 군 내부의 남로당 당원들에 의한 봉기가 아니라 제주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던 군 내부의 반발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역사연구가인 주철희 박사는 25일 제주4.3평화공원 내 교육센터에서 열린 제4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에서 새로운 시각의 역사 제주4.3항쟁과 여순항쟁주제 강연을 통해 여순항쟁의 배경에 이같은 군인들의 인식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철희 박사는 “4.3평화기념관에 가면 처음 만나게 되는 백비에 75년이 지난 지금도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25년이 더 지난 후에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는 정부의 진상보고서가 발간된 후 20년이 지났고 평화재단과 평화공원이 만들어진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혀진 역사로 남아있는데,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런 역사를 본 적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부분의 역사는 국가 또는 권력자가 남겨놓은 기록이 첫 기록이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헌법 제12항의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들어 이제 우리는 국가 권력이 아닌 우리중심의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대목에서 여순항쟁 당시 14연대 군인들이 쓴 애국인민에게 호소함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사명이 국토를 방위하고 인민의 권리와 복리를 위해서 생명을 바쳐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우리는 제주도 애국인민을 무차별 학살하기 위하여 우리들을 출동시키려는 작전에 조선 사람의 아들로서 조선 동포를 학살하는 것을 거부하고 조선 인민의 복지를 위하여 총궐기하였다면서 제주도민을 애국인민이라고 지칭한 부분을 주목했다.

당시 파병을 거부한 14연대 군인들이 제주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병을 거부했고, 이런 이유로 제주도민을 애국인민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사실 제14연대는 처음으로 제주 파병 명령을 받은 부대가 아니었다면서 자신이 제주4.3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 이유가 이 애국인민이라는 표현 때문이었으며, 제주 사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117일 계엄령이 내려지기도 전에 1011일 군이 제주에 투입되면서 4.3 발발 직후인 45일 설치된 제주도비상경부사령부가 제주도경비사령부로 전환되면서부터 경찰이 아닌 군이 투입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해안선부터 5이외 지점 및 산악지대의 무허가 통행금지령을 내린 송요찬의 포고문 내용 중에 군은 정부의 최고 지령을 봉지(捧持)하여라는 문구에 주목, 이 포고령이 사실상 군 통수권자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추론했다. 194886일 국제신문에 게재된 동족의 피로 물드린 제주참전기부터 8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당시 제14연대장을 맡고 있었던 김익렬 대령의 글이 실리면서 제주의 참상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던 부분을 들기도 했다. 이와 함께 당시 호남신문 기자들이 쓴 제주여 말하라’ 1신부터 4신까지 보도 내용에 대해 기자들이 직접 군의 보호를 받지 않고 제주를 돌아다니면서 취재, 715일부터 22일까지 호남신문에 연재된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보도 내용이 기존 군과 경찰이 얘기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기에 여수에 있던 14연대 군인들이 애국인민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4.3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발발 원인도 규명해야겠지만 왜 3만 명이 넘는 도민들을 죽였는지, 그리고 군과 경찰이 남겨놓은 기존 자료보다 새로운 자료를 찾아봐야 한다면서 “4.3 70주년 당시 내걸었던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라는 메시지가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패널로 참여한 양정심 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14연대의 출병 거부 서명에 씌어진 애국인민이라는 표현을 보면 가슴이 뛰지만, 남로당이라는 정당의 이념적 요소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민중은 없다면서 그 문장을 남로당원이 아닌 일반 제주도민이 썼다면 애국인민이라는 표현이 더 크게 다가왔을 거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양 실장은 제주4.3항쟁이라는 명칭을 붙일 경우 항쟁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작아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4.3 진상 규명의 역사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돼야 하고, 정명에 대한 논의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도 있고 역사에 대한 해석만 갖고 사건의 성격을 호명할 수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주 박사는 “‘항쟁이라는 표현의 그릇이 작다는 얘기하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동학을 혁명이나 운동이라고 한다고 해서 학살이라는 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여순 항쟁이라 한다고 해서 학살일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10월이면 여수에서 열리는 추념식에 제주 유족 분들이 오셔서 여수 순천 사람들에게 미안하는 얘기를 실제로 많이 하신다면서 달리 생각하면 2021년 만들어진 여순특별법이 여수순천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고, 제주의 노력 덕분이다. 제주에 항상 고마움을 갖고 있고, 진상 규명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5개월만에 정부가 바뀌었지만 제주가 걸어왔던 길을 그대로 가보려 하고 있다. 제주에 항상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후보 명예훼손 수사에 대한 경향신문 입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26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경향신문이 202110월부터 보도한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의혹> 취지 기사가 허위 사실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대선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혐의 요지입니다.

경향신문은 2021107일자 <김만배·박영수,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대장동 인연주임검사가 윤석열> 기사를 시작으로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대장동 대출 건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연속 보도를 했습니다.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가 대출 알선 수수료 10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구속기소해 유죄가 확정됐는데, 앞서 대검 중수부는 1100억원대 PF대출 건이었음에도 이와 관련된 건을 수사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중수부 수사 때 검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은 조씨가 김만배씨를 통해 대검 중수부장 출신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고, 당시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주임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조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조씨는 중수부에서 대장동 대출과 관련한 수사를 받지 않았고,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금품로비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만 받았다고 썼습니다.

경향신문 보도 중 조씨가 김만배씨 소개로 박영수 전 특검을 소개받은 것, 조씨가 중수부에서 참고인 조사만 받은 것, 이후 수원지검 특수부가 조씨를 구속기소해 유죄가 확정된 것은 모두 팩트입니다. 경향신문은 이 팩트에 근거해 중수부가 왜 조씨를 수사하고도 봐줬느냐가 아니라 중수부가 왜 조씨를 수사하지 않았느냐는 합리적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경향신문은 20211021일자 <검찰,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대장동 비위 대출눈감았다> 기사와 <대장동 대출 알선증언 듣고도당사자 확인도 안 했다> 기사에서 이강길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와 통화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씨는 통화에서 2011년 중수부가 자신을 한 차례 불러 면담 형식으로 조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이 (조우형에게) ‘수수료를 준 것이냐고 묻길래 A(조씨)가 자금을 가져오는 조건으로 용역 발주를 요구했기 때문에 그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했습니다. 내가 A(조씨)에게 103000만원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더니 (수사를) 접더라고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근거로 중수부는 조씨가 대출 알선 수수료 103000만원을 받았다는 증언을 듣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검찰은 이 보도 또한 문제삼고 있는데, 이강길 대표가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하면서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임을 밝힙니다.

경향신문은 의혹의 핵심인 조씨 인터뷰 내용과 조씨의 검찰 진술을 있는 그대로 기사에 반영했습니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은 202238일자 지면에 <김만배 윤석열이 부산저축 브로커 조우형 수사 봐줬다”>는 제목으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녹취록 보도를 인용 보도하면서 저는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 “저에 대한 조사가 완전히 끝난 후 박○○ 검사님이 저에게 간단히 물어볼 게 있으니 커피 한잔 마시러 오라고 해서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의 가족관계 등을 물어봤는데 답변하고 귀가했던 적이 있다는 조씨의 검찰 진술을 담았습니다.

경향신문은 이 건과 관련한 취재 및 보도 전 과정에서 언론윤리에 저촉될만한 행위를 일체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힙니다. 해당 기사들이 검찰 주장대로 고의에 의한 허위 보도인지, 팩트에 근거한 합리적 문제제기인지는 차후 가려질 것입니다. 경향신문은 사실에 입각해 의연하게 검찰 수사에 대응하겠습니다. 검찰이 예단에 근거해 언론사를 무리하게 수사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검찰이 져야할 것입니다. 경향신문은 앞으로도 권력 감시·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을 것임을 더불어 밝힙니다.

 

대법 사실 적시 아니다박유하 교수 무죄

저서 제국의 위안부피해자 등 반발에 논란

자발적 매춘표현에 학문적 주장 혹은 의견, 명예훼손 아냐

벌금형 선고한 원심 파기하고 기소 8년 만에 법적 공방 종결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등으로 표현해 재판에 넘겨진 박 교수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법정을 나서며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등으로 표현해 재판에 넘겨진 박 교수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책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등으로 표현해 재판에 넘겨진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박 교수를 기소한 지 8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 3(주심 노정희 대법관)2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의 각 표현은 피고인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에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들은 일의 내용이 군인을 상대하는 매춘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생활을 위해 본인의 선택에 따라 위안부가 돼 경제적 대가를 받고 성매매를 하는 매춘업에 종사한 사람이다’ ‘위안부들을 유괴하고 강제연행한 것은 최소한 조선 땅에서는, 그리고 공적으로 일본군이 아니었다 등 표현을 써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가 된 대목의 대다수는 사실 적시가 아닌 가치 판단의 영역이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부는 명예훼손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되지만, 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박 교수에게 명예훼손의 고의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책에 표현한 내용들이 박 교수의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박 교수가 허위라는 점과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도 이런 표현을 썼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학문적 연구에 따른 의견 표현을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학문적 표현을 그 자체로 이해하지 않고 표현에 숨겨진 배경이나 배후를 섣불리 단정하는 방법으로 암시에 의한 사실 적시를 인정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2심에서 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한 표현은 문구만으로 공소사실에 적시 사실로 규정된 명제를 곧바로 이끌어내거나 유추하기 어렵고, 일부 표현은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의 처지와 역할에 관한 피고인의 학문적 의견 내지 주장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책 전체 내용과 맥락에 비춰보면 검사의 주장처럼 박 교수가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매춘행위를 하였다는 등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으로 문제가 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맥락이나 집필 의도에 의하면 박 교수는 조선인 위안부 문제에 관해 일본의 책임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제국주의나 전통적 가부장제 질서와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가 기여한 측면이 있으므로 일본의 책임에만 주목해 갈등을 키우는 것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주제의식을 부각하기 위해 해당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일본군 위안부의 전체 규모 등에 비춰보면 위안부 구성원 개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소규모 집단이나 균일한 특성을 가진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책의 표현이 피해자 개개인에 관한 구체적 사실 진술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당 표현이 학문의 자유로서 보호되는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박 교수가) 통상의 연구윤리를 위반했다거나 피해자들의 자기결정권,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이들의 존엄성을 경시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문적 표현물로 인한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성립 판단 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했다./경향 김희진 기자

sky2018-그러면 니냄비를 일본놈들 한테 줘봐라.

 

부석사, 고려불상 반환소송 패소... 대법 "일본 소유권 인정"

약탈 인정했으나 취득시효 완성... 원우 스님 "야만·패륜적 판결

금동관음보살좌상.원우 스님 SNS 갈무리

일본에 있다가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들어온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소유권이 일본의 것으로 귀결됐다. 상고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일본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대법원 1(주심 대법관 오경미)26일 오전 10, 서산 부석사가 제기한 유체동산 인도 청구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7년이 넘은 소송에도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의 귀향은 결국 무산됐다.

서산 부석사는 고려시대 일본으로 넘어간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2016년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불상이 당시 왜구에 의해 비정상적 방법으로 약탈당한 것으로 인정해 20171월 부석사 측에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일본 간논지 측 소유라고 판결했다. 1330년 당시 부석사가 불상을 제작했다는 사실관계와 왜구가 약탈해 불법 반출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부석사가 과거사찰과 동일하다고 입증할 수 없고, 일본 관음사의 점유취득 시효가 완성되어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날 "불상이 제작·봉안된 고려시대 사찰 서주(瑞州) 부석사와 원고는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일본 민법에 의하면, 피고 보조참가인(일본 관음사)이 불상을 시효취득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원고(서산 부석사)는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했다"며 부석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서주 부석사와 원고를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 사찰의 실체와 동일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면서도 "원고(서산 부석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서산 부석사) 상고를 기각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2심 재판부와 같은 판결을 하면서 불상 환수를 염원했던 불교계를 비롯해 국회, 서산시, 서산시의회, 금동불상제자리봉안위원회와 시민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맹정호 전 서산시장은 대법원판결에 대해 "아쉽고 아쉬운 판결이다. 변함없는 사실은 부석사 불상"이라며 "부석사 불상의 본지환처를 염원하는 마음은 판결 이전이나 이후나 그대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판결 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대법원은 '현재 부석사와 고려 부석사의 동일성 부정은 법리적 오해이며 약탈도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대마도 관음사의 일본 민법에 의거 시효취득이 완성되었다는 부끄러운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원우 스님은 "불상의 원주인은 부석사다. 약탈문화재가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국제 흐름에 따라야 한다"면서 "국제 흐름과 정반대의 판결이 우리 사법부에서 내려진 게 안타깝다. 이런 야만적이고 패륜적인 판결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우 스님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 "정부가 외교적으로 불상 환수 문제를 풀어야 한다. 불교계도 일본 불교계와 교류를 통해 환수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오마이뉴스 신영근(ggokdazi)

'이태원'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 "한국정부, 무자비하고 잔인"

1주기 앞두고 한국 찾은 외국인 유족들 "설명도 지원도 X, 대사관에선 모욕 받아"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외국인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이 한국을 찾아 '한국 정부의 외면과 냉대'에 아픈 심정을 토로했다.

오스트리아 국적 희생자 김인홍 씨의 누나 김나리 씨, 노르웨이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 씨의 유가족 등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가 저지른 무자비하고 잔인하며 부끄러운 진실과 우리 외국인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거주하고 있는 김나리 씨는 참사 이후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 속에 지난 1년 간 발을 굴러왔다. "1029일 이후 이태원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유가족들의 이해를 돕는 제대로 된 브리핑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나리 씨는 특히 이태원 참사와 관련 유족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 가족들은 고립 상태에 있고 피해자들은 비난을 받고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국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 씨는 사태 수습 단계에서 동생 김인홍 씨의 사망증명서, 응급 보고서, 소방서 담당자 진술서 등을 전달 받았다. 그러나 김 씨는 "이 문서들 중 어느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아무도) 저희에게 설명하지 않았으며, 최악의 상황은 설명 자체를 거부당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담당부서에 전화도 걸어봤지만 "의사와 응급구조대원들이 충격을 받아 통화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응급보고서의 경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 보고서를 받는 것 자체가 번거로웠다." 김 씨는 "외국인 피해자 가족들은 고립된 채 살아간다. 우리에게 보고되거나 전달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제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는 유일한 이유는 제가 언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당국이 정보접근이 어려운 외국인 유족들에게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유족들 설명에 따르면 정부의 방치로 고통에 빠진 외국인 유가족들이 김나리 씨 외에도 많았다.

이란인 희생자 알리 파라칸트의 유가족은 최근 '1주기를 맞아 참사 현장에 방문하고 싶다'며 주 이란 한국 대사관에 비자 발급과 여비 지원이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한국 정부는 22일간 무응답으로 임하다가 참사 1주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최근에서야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하면 빨리 처리해주겠다'는 답을 남겼다. 여비 지원은 불가능, 비자 발급 비용도 자부담이었고, 그조차 한국 측 유가족들이 행정안전부 지원단에 알리 씨 유족들의 이야기를 문의한 결과였다.

알리 씨의 가족들에 따르면 이들은 시신인도 및 장례식 과정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응답밖에 들을 수 없었고, 구급일지 등 병원에서 발급한 서류도 받지 못했다. 알리 씨의 부모님이 자식의 죽음과 관해 알 수 있던 것은 사망증명서 한 장 뿐이었다. 부모님은 '29일에 참사가 일어난 후 어떤 과정에서 30일에 사망하게 된 것인지'만이라도 알고 싶었지만 한국으로부터는 "어떤 답도 들을 수 없었다."

한국 대사관은 이들이 알리 씨의 한국 계좌에 남아있는 돈을 찾으러 오자,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낸 돈 100달러가 구권이라는 이유로 '올해 발급된 신권으로 바꿔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알리 씨 가족들은 국내 유가족들에게 "이러한 태도는 가족들을 모욕하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김 씨는 이 같은 사정을 두고 "우리가 스스로 도움을 구하는 것 외에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한국 정부가 외국인 피해자를 지원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되물었다.

외국인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한국사회의 분위기에도 분노를 내비쳤다. 김 씨는 "많은 한국인, 심지어 정치권 인사들까지 이태원에 간 것이 마치 피해자의 잘못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러한 언어폭력은 이제 멈춰야 한다"라며 "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는 것도 힘든데, 동생의 죽음을 정당화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윗선'의 책임을 적시하지 않고 끝난 지난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김 씨는 "저는 이 모든 사실과 관계자들의 위법 행위를 강조하고 싶지만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며 "한국 정부는 무엇이 문제입니까?" 되물었다. 이어 그는 "159명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죽었는데 그들을 구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라며 "우리가 무엇을 해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참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질 때까지 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한국인 희생자 유연주 씨의 아버지 유형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참사당일과 그 직후 수습과정, 구급일지에 적힌 내용 그 모든 것에 의문을 품은지 1년이 다 되도록 정부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라며 "한국인 유가족에게도 이 정도인데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는 얼마나 무책임하게 대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알리씨 가족들만이 아니라 다수의 외국인 희생자들이 비슷한 처우와 고통속에서 1년을 보내셨을 것"이라며 "부디 각 국의 대사들도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여해 주셔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생존자 그리고 그 진실을 찾는 과정에 관심을 보여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159명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에는 총 14개국의 26명 외국인 희생자들이 포함돼 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들 희생자들의 출신국인 14개 국가 주한 대사관에 1주기 시민추모대회 초청장을 전달한 상태다. /프레시안 한예섭 기자 |

 

"우리 엄마는 '운동권'입니다"

[조금 특별한 '페미' 연대] 청소노동자 투쟁과 페미니즘 운동의 만남, 그리고 교훈

지난 38일 행진 중인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시작은 내가 했다. 나는 스무 살 때부터 소위 의식화된 운동권이 됐다. 대학교 1~2학년 때 학교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조직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녔던 경험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201611월부터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를 거쳐 지금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서 조직부장으로 일한다. 나는 조직담당자, 노조활동가로 불린다. 그렇다. 이른바 '전문 시위꾼'이다.

반면 엄마는 예순이 넘어 운동권이 됐다. 엄마는 만학도로 중학교를 다니면서 우연히 학생회 활동을 하게 됐는데, 당시 학생회는 학교를 사유화하려는 집단에 맞서게 됐다. 엄마와 친구들은 싸움을 시작했고, 나는 엄마에게 농성장에 칠 천막을 어디서 빌릴 수 있는지 알려줬다. 그리고 민중가요 파일을 이메일로 보냈다. 틈틈이 투쟁방향과 전술을 조언했다. 엄마와 동지들은 끈질기게 싸웠고 이겼다. 함께 대학생이 됐다.

사실 내가 운동권이 된 이유 중 하나는 엄마 때문이다. 오랜 시간 청소노동자로 일했고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아빠가 내게 미친 영향도 크지만, 엄마의 인생과 태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엄마는 국민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노동자로 살았다. 내가 알기로 엄마는 그물공장, 대형마트, 유람선에서 일했다. 한때 보험영업도 했었고, 동네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기도 했다. 내가 중학생일 때 엄마는 노점을 시작했다. 15년 정도 목포역 앞에서 오징어, 쥐포, 붕어빵, 옥수수, 떡꼬치를 팔았다. 일 년에 하루 이틀밖에 쉬지 못할 정도로 빡빡한 살림이었지만 엄마는 그 와중에도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았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렇게 살라고 가르쳤다. 나는 엄마 덕을 많이 봤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또 노동조합에서 활동해보니,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인생 마지막 직장에서 인생 첫 노동조합을 만나 운동권이 된 우리 조합원들 이야기다. 나는 운 좋게도 내 인생 첫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서 조직담당자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내가 담당하는 현장의 조합원들은 58년생인 엄마와 비슷한 연배다.

감정이입이 더 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 엄마도 우리 동지들도 60여 년 동안 고단한 삶을 살아왔을 테고, 그만큼 억세고 단단하게 버텨왔을 것이고, 턱없이 낮은 임금에 가사노동까지 떠맡으며 힘들었을 테고, 하소연할 곳은 거의 없었을 것 같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 엄마와 우리 동지들이 자신, 동료, 세상을 바꾼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란 점이다.

거의 모든 사용자들이 청소노동을 폄하하고, 청소노동자들을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외주화)하며, 틈만 나면 인원을 줄이거나 단시간노동으로 바꾸려는 사회. 이런 곳에서 고령의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직접고용-정규직-핵심업무-남성 중심의 질서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십 년 넘게 민주노조를 지키면서 여느 정규직노조 못지않은 권리를 쟁취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귀족 말고 기적노조다. 나는 그래서 우리 조합원들이 시급하고 중요한 고민과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당수 노조활동가들이 그렇듯) 우리 동지들과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또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현장과 우리 조직과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적 개입을 시도하고 싶다. 투쟁사업장에 연대하는 것을 넘어, 장애인 동지들의 운동에 결합하고, 기후정의를 위한 파업을 해내면 좋겠다. 이주노동자, 난민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발언하면 좋겠다. 이렇게 해야만 바꿀 수 있고, 제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노동조합과 페미니즘은 이미 만났고 결합하는 중이다. 성별화되고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에 대해 많은 노동조합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나름의 사업과 투쟁을 해왔다.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고 성폭력을 중단하기 위한 행동들도 이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가 매년 하는 생활임금 쟁취 투쟁은 저임금·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이면서 동시에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을 강화하는 싸움이다.

지난해 가을 페미니스트들과 여성운동단체들이 '덕성 투쟁'에 주목하고 연대한 배경에는 이런 흐름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페미니스트연대에 참여한 단체들과 동지들의 끈질긴 연대 덕에 덕성여대분회 조합원들은 자신의 몸과 건강, 그리고 질병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다른 여성들의 삶과 노동에 대해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함께 스트레칭을 하면서 자신의 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여성운동단체들이 어떤 활동을 어떻게 또 왜 하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페미니즘의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또 다른 사업을 하려고 고민하게 됐다. 당장 다음 주에는 성공회대에 견학을 가서 모두의화장실을 만들게 된 이유와 과정을 공부하려고 한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은 너무 힘들었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엄마가 조합원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페미니즘과 만나는 민주노조의 조합원. 엄마가 조합원으로 활동했다면 엄마 자신, 엄마의 직장, 엄마의 가족 엄마의 세상은 분명 바뀌었을 것이다. 모두에게 좀 더 평등하고 모두에게 좀 더 호혜롭게 말이다. 이것이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과 페미니스트연대 활동이 내게 준 가장 빛나는 교훈인 것 같다.

박장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 프레시안

 

비명계 "부결 선동이 해당행위, 조치해야""이재명, 가결파 고사작전이냐"

이원욱 "불체포특권 포기 당론 어긴 '부결 선동' 조치해야"유인태 ", 가결파에 큰절이라도 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경기도 화성 동탄) 앞에 걸린 현수막.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복귀 후 '가결파 징계 없음'을 선언하며 당내 통합을 천명했음에도 당내 잡음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친명(이재명)계 지도부가 이 대표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징계 보류'로 해석하며 비명(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압박을 가하자,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에게 말이 아닌 실천을 요구하며 가결파 색출을 요구한 친명계 의원들, 배타적 지지 행태를 보이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징계를 역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26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강성 지지층의 과격 행동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여기에 대해서는 왜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제지도 안 하고 그냥 놔두냐, 말로만 '왈가왈부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굉장히 포용하는 것처럼 하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고 고사(枯死) 작전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고사 작전'이란 표현은 친명계·주류가 이른바 '가결파'에 대해 징계를 당장 추진하지 않는 대신, 나중에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반대파를 말려 죽이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이중 플레이'라는 말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지 않나. 한 번도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선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징계 논쟁이 끝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 (친명계 반대 주장이) 곧장 나오지 않나. 정청래, 서은숙 이런 분들"이라면서도, "언제라도 (징계 논의를) 꺼내가지고 '당원들이 계속 요구하는데 어쩔 수 없다' 그럴 수도 있는 갓"이라고 의심어린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도대체 뭘 잘못했는가"라며 "소위 '5'(가결파로 지목된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당내 민주주의 회복, 이걸 위해서 계속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이 대표의 향후 과제에 대해 "현재로서는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팬덤정치, 팬덤정당, 이로 인한 당내 민주주의 약화, 사당화 심화, 이런 것들을 빨리 깨야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말에 그친다면 통합은 이루어질 수 없다. 실천이 중요하다""그 하나의 실천으로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자유투표에 의해 양심에 따라 투표한 가결 의원들을 색출하겠다는 식의 발언 역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해당행위임이 명확하다"며 가결파 징계를 요구한 일부 친명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그는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과 관련해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니 가결표도 부결표도 해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가결 투표에 따른 징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나아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 대표의 대선(당시 후보)공약이었다""김은경 혁신위원회도 1호 안건으로 제안했다.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이 달려있긴 했지만 민주당 의총에서 결의한 '사실상 당론'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의 부결 호소도 적절치 않았지만 백번 양보해 생각해 보면 본인의 다급함과 단식적 상황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그러나 부결을 선동하는 행위는 엄연히 '사실상의 당론'을 어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론을 어긴 것은 해당행위이며, 해당행위를 하도록 선동한 의원들과 그에 동조한 개딸의 행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이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튜브 <시사급발진> 화면 갈무리.

유인태 "이재명, 가결파에 큰 절이라도 해야"

민주당 원로 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비명계를 지원사격했다. 유 전 총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말로만 '우리 작은 차이를 극복하자'고 해서 되겠느냐""이재명 대표가 저런 짓거리(강성 지지층의 과격 행위)를 못 하게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이어 "(이 대표가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돼 가지고 나올 때 상당히 좀 겸연쩍어 하는 얼굴이었지 않나. 그냥 속된 말로 쪽팔렸다. 스타일 다 구겼다""내가 왜 그때 부결 호소를 한 것에 대해서 해명을 하든지 사과를 하든지, 국민 신뢰를 좀 회복하려고 그러면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나마 가결시킨 동지들 때문에 기각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거 아니냐""그때 부결됐다? 그렇게 됐을 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심지어 졌을지도 모른다. 아주 박빙으로 가든가"라고 했다. 유 전 총장은 "이게 가결이 돼서 기각까지 온 것인데, 그러면 그 공은 누가 세웠냐"라며 "누군지는 모르지만 가결파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 대표는 진짜 그들에게 큰절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가결파를 향해 '외상값'을 언급한 데 대해선 "그런 모자란 애들 말 들었으면 당이 어떻게 됐겠냐"고 특유의 독설을 퍼부은 그는 "그때 그 말(이 대표의 부결 호소 입장문)을 듣고 부결이 됐다고 생각해 보라. 총선을 어떻게 치르고 이 대표가 더 이상 어떻게 당을 이 정기국회 끝나면 어떻게 더 끌고 가겠냐"고 했다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

해병들이 물에 들어가는 걸 걱정하던 사람들만 처벌받았다

고 채수근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구조된 생존 해병이 전역 다음 날인 1025,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한다고, 군인권센터가 밝혔다.

채 상병의 상급자인 생존 해병은 경북 예천 내성천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당시인 지난 719, 후임자인 채수근 상병 및 동기(당시 병장)와 함께 실종자 수색을 진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렸다. 그와 동기는 거센 물살로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구조되었으나 채 상병은 그러지 못했다.

누구 하나 믿고 따르기 어려웠다

생존 해병의 입장문에 따르면, 719일의 실종자 수색이 보여주기식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나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내성천으로) 들어갔. “‘이러다 사고 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았지만” “결국 사고가 났.

지난 719,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채 상병이 숨진 뒤엔 누구 하나 믿고 따르기 어려웠. 영결식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홍보 사진을 찍으러 온 건지 친목 모임에 온 건지 조문을 온 건지 구분하기 어려웠, “장군들정치인들 곁을 따라다니기 바빴. 기자들은 특종 취재라도 나온 마냥 슬퍼하는 해병들을 밀치고 다니며 짜증을냈다. 사단장은 사고 이후로 단 한 번도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

생존 장병보여주기식 작전을 하다가 부하를 잃었는데 잘못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윗사람들을 보며 끈끈한 전우애란 다 말뿐인 거란 걸 알았. 그가 본 대한민국은 사단장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수근이와 저희가 겪은 일을 책임져야 할 윗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현장에서 해병들이 물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던 사람들만 처벌받는 나라였다.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이해할 수 없을 일들이 벌어지는 것도 봤다.

책임지지 않는 윗사람들에 분노

이런 꼬리 자르기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지만 일개 병사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게 되었지만, “군병원이나 부대에서 하는 상담은 받고 싶지 않았. “상담하거나 진료 본 내용이 사단장에게 보고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생존 장병은 자신과 전우들이 겪을 필요 없었던 피해와 채 상병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묻기 위해 임성근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군인권센터는 생존 해병이 같은 비극의 반복을 막으려면 사고 책임의 분명한 규명이 필요하고 채 상병 사망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임성근 사단장의 고소를 결심했다며, “당사자가 사고 전후의 상황을 직접 수사기관에 밝힐 수 있게 된 만큼 공수처의 성역 없는 수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당부했다.

이하는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생존 해병 입장문전문

필승!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에서 복무하였고, 20231024일 자로 만기 전역을 명받은 해병입니다. 저는 오늘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합니다.

저는 2023717일부터 19일까지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진행된 호우피해복구작전에 투입되었습니다. 이미 언론에 많이 알려진 것처럼 719일 사랑하는 후임 고 채수근 상병, 동기 B병장과 함께 실종자 수색을 진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밤마다 쉽게 잠들기 어려운 날들을 보냈습니다.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떠내려가며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 그 와중에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가던 수근이의 모습이 꿈에 자꾸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수근이를 지키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미안했던 마음에 물에서 건져지자마자 모래사장을 따라 무작정 수근이가 떠내려간 방향으로 뛰어갔던 것 같습니다. 수근이 부모님께 당시의 상황과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습니다.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사고 다음 날 한번 뵙기는 했었습니다. 간부님들이 수근이 부모님을 만나야 한다며 집합을 시켰습니다. 생존 병사들과 수근이 부모님이 따로 만나는 면담 자리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지휘관, 간부님들이 다 같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누구 하나 믿고 따르기 어려웠습니다. 영결식 날엔 홍보 사진을 찍으러 온 건지 친목 모임에 온 건지 조문을 온 건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정치인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정치인의 수행원은 비 맞고 도열 해 있는 해병에게 자기가 들고 있던 의원 우산을 좀 들어달라고 하더니 유가족과 인사하는 의원 사진을 찍는다고 유가족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 곁을 따라다니기에 바빴던 사단장 같은 장군들도 보았습니다. 특종 취재라도 나온 마냥 슬퍼하는 해병들을 밀치고 다니며 짜증을 내던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사고를 겪은 해병들을 위로한다고 찾아왔던 사령관님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다시 정상적으로 임무 수행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고, 사단장님은 사고 이후로 단 한 번도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다들 자기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수근이와 우리가 겪었던 일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실종자 수색 기간 내내 부대 분위기가 어땠는지 저희는 압니다. 사단장님이 화가 많이 났다고 그랬고, 간부님들은 다들 압박감을 느끼는 듯 보였습니다.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도, 안전엔 관심 없이 복장과 군인 자세만 강조하는 지시들도 사실 별로 놀랍지 않았습니다. 평소 부대에서도 사단장님이 보여주던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물속에서 실종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지만,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들어갔습니다. 수색이 보여주기식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러다 사고 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사고가 났습니다.

수근이 영결식 이후 대대장님이 보직 해임되었습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은 책임질 것이라고 약속하며 저희들을 챙겨주던 중대장님도 얼마 전 다른 분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이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꼬리 자르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병사인 저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힘들었지만 군병원이나 부대에서 하는 상담은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상담하거나 진료 본 내용이 사단장에게 보고될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든 책임을 피하려는 사단장님의 입김이 닿는 곳에다 제가 겪은 일을 믿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16개월 전, 부모님의 만류에도 제 의지로 해병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복무하는 동안에도 해병대라는 자부심이 컸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해병대 입대를 권유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제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해병대는 허상이었을까요? 3개월 간 너무 많이 실망했습니다. 보여주기식 작전을 하다가 부하를 잃었는데 잘못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윗사람들을 보며 끈끈한 전우애란 다 말뿐인 거란 걸 알았습니다.

언론에서 연일 박정훈 수사단장님이 겪고 있는 일과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걸 봤습니다. 사단장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수근이와 저희가 겪은 일을 책임져야 할 윗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현장에서 해병들이 물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던 사람들만 처벌받게 되는 과정도 보고 있습니다. 전역을 앞두고 지긋지긋한 시간을 보내며 많이 고민했습니다. 사고의 당사자로서 사고의 전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입니다.

이제 저와 제 전우들이 겪을 필요 없었던 피해와 세상을 떠난 수근이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공수처에 고소합니다. 저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지시를 받고 작전을 하다가 사망하거나 다친 것이 아닙니다. 사단장과 같은 사람들이 자기 업적을 쌓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리한 지시를 했기 때문입니다. 윗사람들은 늘 그런 유혹에 빠집니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같은 피해가 반복될 것입니다.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곧 수근이를 만나러 현충원을 찾아 가볼 생각입니다. 수근이 앞에서 우리나라가 당당한 나라일 수 있기를, 해병대가 떳떳할 수 있는 조직이기를 바랍니다. 저도 그런 사람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사인 이종태 기자

이태원 참사 댓글 69만 건이 악플과 혐오... 삭제, 차단은 584건 뿐

뉴스타파가 지난 1년간 이태원 참사를 언급한 기사 53천여 건과 그에 딸린 댓글 230여만 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댓글 중 약 30%가 악의적 평가나 혐오성 댓글로 나타났다. 이태원 참사 언급 기사 가운데 41%는 정부와 국회를 취재원으로 하는 정치분야 기사였다.

정부는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일부 악의적 게시글에 대한 경찰 수사와 삭제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경찰 수사는 43건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검찰에 송치된 건 17건에 불과했다. 경찰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차단을 요청한 게시글은 584건 뿐이다.

뉴스타파가 수집한 이태원 참사언급 기사 목록

참사 직후 쏟아진 기사 빠르게 줄어들며 정치 분야 기사 비중 늘어나

뉴스타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이태원 참사를 언급한 기사 53,131(기간: 20221029~ 2023930)을 수집해 분석했다. 참사 당일인 20221029일부터 3일 동안 7,169, 11월 한 달 동안에는 25,225건이었다. 12월에는 7,683건으로 줄었고, 20233월부터는 1천 건 대였다.

월별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건수

참사 직후 3일간은 참사 원인, 피해 및 대응 상황, 참사 경위 등을 다룬 사회분야 기사가 주를 이뤘던 반면 기사 본문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등 정당명과 소속 정치인들의 발언이 언급된 '정치' 분야 기사는 14.4%에 그쳤다.

그러나 11월 이후로는 정치분야 기사 비중이 크게 늘었다. 11월에는 39.4%, 12월에는 55.2%로 늘었고, 전 기간에 걸쳐서 40% 이상의 비율을 나타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태원 참사가 정치적으로 소비되었던 경향을 시사한다.

전체 기사 중 정치권 기사 비율

이태원 참사가 정치적 논쟁으로 보도되는 기사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을 언급하는 기사는 정치 분야 기사의 수보다 적어졌다.

유족', ‘유가족', ‘유가족협의회' 등 유족 관련 키워드가 등장한 기사를 따로 뽑아 집계한 결과, 유족 언급 기사가 정치 분야 기사보다 많았던 달은 202210(유족 언급 기사 2,595, 정치 분야 기사 1,035)20233(유족 언급 기사 382, 정치 분야 기사 308) 두 달뿐이었다.

월별로 정치권 기사의 수를 유가족 기사 수로 나눈 수치. 숫자가 1보다 크면 정치권 기사 수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요약하면, 언론 보도는 참사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보다는 참사와 관련된 정치권의 동향과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도하는데 더 관심이 많았고 이를 집중해 보도했다.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취재하기 보단 이 사건을 두고 말이 많은 곳이 어딘지 찾아 보도했다. 이는 이태원 참사가 정치적 문제로 둔갑하는데 중요한 원인이 됐다.

댓글 창으로 옮겨간 정치 갈등전체 댓글 30%는 악플, 혐오 표현

정치 분야 기사가 증가한 것은 국정조사 등 참사 후속 조치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계속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이런 경향을 따라갔다.

참사 초기에는 사고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또는 비하 댓글이 주를 이루었으나 점차 여야 지지층의 대립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여기에 특정 지역 비하 발언도 더해졌다.

뉴스타파가 수집한 이태원 참사언급 기사에 달린 댓글 목록

한 측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 간부 등을 언급하며 비판 댓글을 달았으며 다른 측에서는 민주당, 북한, 민노총, 전라도,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비판 댓글을 달았다.

혐오 표현을 특정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대한 적대적 발언, 조롱, 희화화, 편견을 재생산하는 표현으로 정의한 한국어 혐오표현 "UnSmile" 데이터셋을 활용해 댓글을 분석했다. 혐오의 대상이 속한 집단을 명확히 지칭하는 비하·차별 발언이 혐오 표현에 해당하며, 댓글 작성자가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혐오 발언에서 제외된다.

뉴스타파가 수집한 230만 건의 댓글 중 악의적 평가나 혐오성 표현의 비율이 70%가 넘는 댓글은 69만 건으로 전체의 30%였다. 이 같은 양상은 조사대상 전 기간에 걸쳐 나타났다.

전체 댓글 중 악의적 평가, 혐오성 표현을 드러낸 댓글의 비율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 분석 방법

-데이터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서비스

-기간: 20221029~ 2023930

-검색어: 이태원 참사, 이태원 사고, 핼러윈 참사 등

-비고: 연예, 스포츠 기사 제외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 댓글 분석 방법

-데이터 출처: 네이버 뉴스 댓글

-기간: 20221029~ 2023930일 출판된 기사의 댓글

-언론사: KBS, MBC, SBS, YTN 등 주요방송사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 주요 일간지

-분석방법: Smilegate AI와 언더스코어가 제작한 한국어 혐오표현 "UnSmile" 데이터셋을 활용해 혐오표현 검출

뉴스타파 김강민

 

대학들, 등록금으로 금융상품 17000억 투자했다 쫄딱

등록금·기부금 재원 교비회계 적립금, 2022 회계연도 수익률 -6.8%

기금운용심의회 외부전문가 10명 중 1명 꼴전문성·투명성 부족

영남대학교 전경. 영남대 제공

등록금과 기부금 등으로 구성된 교비회계 적립금으로 금융투자에 나섰던 국내 주요 사립대학 4곳 중 3곳이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대학이 거둔 평가손실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다. 학생들의 등록금까지 포함된 거액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각 대학 기금운용심의회(이하 심의회)의 외부 전문가 비중이 11%에 불과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사학진흥재단의 사립대학별 교비회계 적립금 유가증권 투자 현황에 따르면 교비회계 적립금을 활용해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대학 60곳 중 45곳이 2022 회계연도 기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75%가 투자원금 대비 평가손실을 입은 것이다. 이 비중은 직전 회계연도(69%)보다 확대됐다.

이들 대학의 전체 투자원금(16529조원)에 대한 수익률은 6.8%였다. 금액으로 보면 평가손실액은 1120억원으로 전년(-580억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큰 손실을 본 이유는 과거부터 보유 중인 유가증권의 가치가 지난해 금융시장 부진 속에 하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손실 만회를 위해 새로 투입한 2022 회계연도 투자금에서도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신규 투자액 4528억원에 대한 평가액은 4467억원으로 평가손실액은 61억원이다.

대학별로 보면 영남대는 96.5% 평가손실(52000만원)을 입어 2019년 이후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영남대는 2007년 투자한 채권형 펀드의 투자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경남대(-90.7%·196000만원), 동아보건대(-79.4%·112000만원), 고려대(-66.6%·4000만원), 경동대(-60.8%·213000만원), 경복대(-60.8%·557000만원), 명지전문대(-58.4%·1244000만원)가 뒤를 이었다.

교비회계 적립금은 건축비용 충당, 장학금 지급, 연구장려, 퇴직금 지급, 학교발전 등을 위해 기금으로 예치·관리하는 자금이다. 기부금, 학생들의 등록금 등이 재원이다. 2022 회계연도 전체 대학의 신규 적립액 중 등록금 비중은 18% 수준이다.

수백억원을 굴리는 대학 심의회 조직이 투명성·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회계 적립금은 투자에 앞서 심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심의회가 구성된 133개 대학의 심의회 위원 1284명 중 외부전문가는 11%142명에 그쳤다. 심지어 동문을 위원으로 위촉한 대학도 34곳이나 있다.

심의회 위원 선임 과정도 불투명하다. 외부전문가를 공개 모집하는 곳은 가톨릭관동대·국민대·삼육대·신라대·을지대 등 10곳에 불과하다. 국회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심의회 내 외부전문가를 1명 이상으로 규정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표절·조작이 출세 수단, ‘사이비 능력주의조장

나는 마지막 수업에서 시의성이나 계절에 맞는 시나 가곡 또는 대중가요를 들려주면서 학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곤 한다. 시를 한 편 소개하는 수법은, 가장 많은 저술을 남긴 국문학자 김윤식 교수를 흉내내는 거다. 그는 마지막 수업이 끝날 무렵 워즈워스의 시 초원의 빛을 칠판에 적어 내려갔다.

한때 그토록 휘황했던 빛이

영영 내 눈에서 사라졌을지라도

들판의 빛남, 꽃의 영화로움의 한때를

송두리째 되돌릴 수 없다 해도

우리는 슬퍼 말지니라.

그 뒤에 남아 있는

힘을 찾을 수 있기에.

윌리엄 워즈워스의 고향 그라스미어(Grasmere)와 호반에 핀 꽃. 사진 오른쪽 위 마을에 그가 살던 집이 있다. © Lake District National Park

캠퍼스에 온통 사복형사와 전경들이 깔려 건물 안에도 마구 들어오던 시절, 그는 시를 낭송한 뒤 해설도 없이 교실을 나갔지만 여운은 오래 남았다. 그로부터 30년 뒤 영국 유학 시절, 대학 동기생 5명이 케임브리지 우리 집으로 와서 유럽 여행을 함께했다. ‘폭풍의 언덕등을 쓴 브론테 자매의 고향인 하워스의 황량한 들판과 워즈워스의 고향인 잉글랜드 북부 호수 지역도 거닐었는데, 한 여성 동기생이 초원의 빛을 읊조리며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게 아닌가!

김윤식 교수가 작고한 날도 5년 전 가을이었는데, 오늘(25)이 바로 기일이다. ‘초원의 빛을 읊조리던 동기생도 바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이 가을 동기생들을 제주 키아오라리조트로 초대했는데 그 동기생은 오지 못한다.

학문·예술·언론의 표절과 창작 사이

나의 종강사는 뒷부분으로 미루고, 고별강연의 내용을 조금 섞어서 표절과 조작의 폐해가 한국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 말하고 싶다. 강연 주제는 학문·예술·언론의 표절과 창작 사이였는데, 학계·예술계·언론계 할 거 없이 만연한 표절·조작공화국의 실상을 인식하고, 글을 쓸 때 표절과 조작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는 수업이었다.

우리나라가 표절공화국이 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집단은 학자들이다. 2004년에는 권위있는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이 아니라 한국인 과학자들이 최소 8편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표절을 막아야 할 책임자이면서도 논문 표절 사실이 밝혀져 사퇴하고 국민대로 복귀했다.

외국에서는 표절이 문제되면 대학에서도 정계에서도 당연히 추방되는데 우리나라는 대학과 정치판이 도피처. 국민대는 IOC 위원이자 국회의원이던 문대성 씨의 박사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지만 그는 새누리당을 탈당만 하고 무소속 의원이 됐다. 국민대는 김건희 여사 박사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이번 국정감사에도 불출석하는 꼼수를 부렸다.

교수들이 대학원생 논문에 기여한 바도 없이 자기 이름을 올리는 일도 관행처럼 반복된다. 교수들이 그 모양이니 우리나라 대학은 논문 표절과 관련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강의를 제대로 하는 곳이 드물다. 2001년에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 석·박사과정에 입학했더니 첫 주에는 특별 강연들을 통해 저작권 보호와 표절방지책, 출처를 인용하는 글쓰기를 누누이 강조했다.

표절·위조로 쌓은 부와 권력이 영원할까?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태 이후 2006년에는 과학계 원로들이 부정행위에 제동을 건다며 낸 책 <탐욕의 과학자들><뉴욕타임스> 과학기자들이 쓴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84쪽이나 베꼈다고 <프레시안>이 보도했다. ‘표절하지 말자며 표절을 한 것이다.

문화예술계도 유명한 소설가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고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돌아와요 충무항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사진작가 그레고리 콜버트의 작품(왼쪽)과 내가 강연용으로 소장하고 있는 두 책. 출판사는 번역서 의 책 표지(가운데) 등에 그의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다가 고소되자 삽화를 살짝 바꿔 다시 발행했다(오른쪽). © 이봉수 강연 PPT 자료

마감 시간에 쫓기는 언론계에서는 타사 사설을 베껴 쓰는 사건이 여러 번 발생했고, 사실관계를 조작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짓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타사 단독보도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베껴 쓰는 일은 일상이 됐다. 특히 법조기자단은 검찰이 한 기자에게 피의사실을 흘리면 일제히 보도해 피의사실 공표죄마저 거의 사문화했다.

표절과 조작은 학문과 예술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길을 차단한다. 은행잔고 서류 등을 위조해 부를 쌓고 논문 표절로 학력을 위조한 사람이 명예와 권력을 누리는 세태를 보며 보통 사람들은 절망한다. 처벌도 안 하는 사례가 많아 위험 부담이 적으니 표절과 조작은 출세의 수단이 되고 사이비 능력주의를 부추긴다.

표절 유혹피하고 창작 인정받으려면

화가 폴 고갱은 예술은 표절 아니면 혁명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표절과 창작 사이가 늘 명확히 구분되는 건 아니다. 창작이란 대개 현존하는 지식이나 작품에 자신의 경험과 생각, 또는 영감을 보태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창작의 한계 때문에 자칫하면 표절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교육부 판정 기준도 느슨해 연이어 6단어 이상 표현이 일치해야 표절로 본다.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의 말로 유명하지만, 12세기에 이미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가 비슷한 말을 했다. 그도 실은 원조가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은 거인이자 맹인인 오리온의 어깨 위에서 난장이 케달리온이 길을 인도하는 장면을 그렸다. ©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이 대목에서 학생들에게 웨스트라이프의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들려준다.

난 강한 존재죠, (I am strong)

당신의 어깨 위에 있을 때. (when I am on your shoulders)

당신은 날 일으켜 세우죠, (You raise me up)

더 강해질 수 있도록. (to more than I can be)

뉴턴과 베르나르의 말도, 웨스트라이프의 노래도 창작이지 표절이 아니다. 이렇게 신화와 철학과 과학과 음악과 미술은 영감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서양미술사>를 쓴 곰브리치가 우리는 모두 그리스의 제자라고 말했던가? 우리 동양인은 그의 우리에 포함되지 않지만.

내 인생에서 만난 두 갈래 길들

이어 고별사를 하면서 인용한 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었다.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중략)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고

2018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과 함께 대관령 옛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르포기사 쓰기 실습을 나가서 발견한 두 갈래 길. 가운데 나무 오른쪽으로 더 오래됐음 직한 옛길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이민호

내 인생에도 두 갈래 길이 여러 번 있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와 대학으로 진학해 문학을 하고 싶은데 아버지는 철도고등학교에 진학하라고 강요했다. 철도고는 전원 국비장학생이어서 6남매 자식을 둔 아버지의 궁여지책이었다. 나는 몇 끼 단식 끝에 인문계 고교에 들어갔다.

해군장교로 제대한 뒤 럭키금성그룹에 입사했더니 신입사원인데도 구자경 회장 연설문 초안 쓰는 일 등을 맡겼다. 원래 계획대로 유학을 가려고 6개월만에 사표를 냈더니 고위직에 있는 분들이 너무나 아쉬워했다. 그러나 언론사에 나이 제한이 있던 시절 <조선일보>가 대학원 졸업자에 한해 만 30세까지 응시자격을 주길래 입사했다.

<한겨레신문>이 태동하자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창간요원으로 참여했다. 퇴직금과 연말 보너스 전액으로 <한겨레> 주식을 사서 기자 중에는 주식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삼성의 자동차 진출과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불법증여를 비판하다가 삼성과 잘해보려던경영진 눈 밖에 났다. 끝내 경제부장 직에서 쫓겨나자 사표를 던졌다. 유학을 준비하겠다고 하자 마누라는 격려를 하면서도 뼈아픈 농담을 했다.

당신은 왜 돈 안 되는 곳으로만 옮겨 다니느냐? 당신 연봉에는 반감기가 있다. 이젠 연봉 제로 실업자까지 되고

마누라는 6년간 케임브리지에서 외국 유학생 하숙을 치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달포 전 다시 두 갈래 길에 섰다. 내게 남은 마지막 언론개혁 수단으로 언론인 양성에 몰입하고 있는데,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이 민주당 몫 방송통신심의위원 자리를 제의한 것이다. 그러나 거절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지금 남에게 떠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 살다 보면 가지 않은 길도 다시 만난다

이런 내 인생의 시시콜콜한 뒷얘기들을 종강 때 다 하지는 않았다. 나는 실은 여섯 번이나 사표를 내고 고위공직 제안을 거절한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 테니까. 때로는 나의 선택이 아닌 적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내 운명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내가 학생들에게 강조한 것은 긴 인생을 살다 보면 인생의 두 갈래 길은 결국 만나더라는 얘기다.

두 갈래 길에 설 때마다 돈 문제를 고려대상에서 빼면 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위험해 보이는 선택이라고 주저하지 마세요. 언론인들이 권력과 돈, 그리고 세태에 너무 쉽게 순응하면서 우리 언론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겁니다.” /이봉수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원장 시민언론 민들레

 

20년 동안 유행했던 '산업클러스터', 과제는?

지역발전과 산업클러스터정책의 딜레마

1. 유행어가 된 "산업클러스터"

지난 20여 년 동안 '산업클러스터', '혁신클러스터' 같이 인기 있는 정책도 드물었다. 산업클러스터란 연관산업-기관들의 집적체(때로는 지역)를 의미하는데 이 개념의 이론적 원조는 마이클 포터(M.Porter)라는 미국 경영학자다. 그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산업들이 몇몇 소수지역에 마치 포도송이와 같이 집적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첨단산업의 집적지에서 학습과 혁신이 발생한다"는 그의 연구는 이후 많은 국가에서 받아들여 정책화되었다.

일본의 '산업클러스터'(2001) '지식클러스터'(2002), 프랑스의 경쟁거점(2002), 캐나다의 '혁신슈퍼클러스터'(2018) 등에 이르기까지 잊을만하면 새로운 버전의 클러스터정책들이 나온다. 우리나라 또한 산업클러스터정책이 지역균형발전 논리와 결합하여 깊게 자리 잡았으며, 역시 잊을만하면 유사한 정책사업들이 출현해왔다. 그럼에도 성공으로 인정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물론 클러스터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과 잣대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고, 측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성공과 실패라는 양단의 판단은 곤란할 것이다.

다만 최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혁신클러스터 관련 보고서와 영미권의 정책동향을 보면 산업클러스터정책이 지역적 성격을 완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캐나다가 2018년에 시작한 혁신슈퍼클러스터정책을 보면, 산업클러스터별로 주된 근거 지역을 명시한다. 예를 들어 첨단제조클러스터는 온타리오, 디지털기술클러스터는 브리티시콜럼비아, 인공지능클러스터는 퀘벡 등에 근거를 둔다.

그럼에도 클러스터의 운영과 협력네트워크는 전국차원에서 조직된다. 지방정부와는 독립된 비영리기관이 별도로 설립되어 있으며 연방정부 지원 예산으로 운영된다. 클러스터별 참여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중앙정부 지원 자금의 지역분포를 알 수 있다.

첨단제조클러스터(Advanced Manufacturing)는 전체 프로젝트 165개중 57%95개가 온타리오주에서 추진되나. 온타리오지역 외 다른 지역의 참여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가 19, 퀘벡주가 17, 노바스코샤주와 알버타주에서 각각12개가 추진되고 있다. 캐나다 단백질산업클러스터(Protein Cluster)는 단일 지역이 아닌 중부 프레리지역(사스캐치원, 알버타 등)으로 느슨하게 지정되었으며 예산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주 지역은 없다.

. 캐나다 슈퍼클러스터별 정부지원금 지역분포 (단위 : 백만 캐나다 달러)

영국의 캐터펄트(Catapult)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전국 9개의 클러스터에 참여기관이 거의 전국에 걸쳐 분포해 있음이 확인된다(그림 참조). 세계 대부분의 첨단산업클러스터는 지리적 집적지라는 물리적 실체를 지닐 수 있으나 네트워크는 예외 없이 글로벌 수준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 첨단산업클러스터가 지니는 로컬 네트워크는 강한 지역적 응집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파이프라인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림. 영국 Catapult참여기관(왼쪽)및 고부가가치제조업 Catapult 참여기관 분포도(오른쪽). 자료: Innovate UK, 2020, The Catapult Network: Driving prosperity across the UK

2. 로컬연계에 묶인 한국의 지역산업클러스터

한국의 산업클러스터 정책은 지역 내 혁신주체 간 협력을 강조하며,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지역의 주력산업이 정해지면 지역 소재 대학 및 연구기관 위주로 컨소시엄이 구성되고 역내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프로그램이 운용된다. 지역 혁신 주체를 집적화하기 위해 테크노파크를 조성하고, 공공연구기관 지역센터 등이 설립된다.

외견상 산업클러스터에서 강조되는 '학습과 혁신의 지역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국가혁신클러스터사업의 경우에도 주관기관, 공동주관기관, 참여기관 등이 14개 시도별로 특정 구역 내에 한정된다. 동 사업은 1단계(2018-2020), 2단계(2021-2022)까지 총 6418억 원의 공공자금이 투입되었으며, 올해부터는 고도화 단계 사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역혁신클러스터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면 정부는 고도화 단계의 정책 방향으로 첫째, 지역의 주도성 강화 둘째, 클러스터 내 협력연계 심화, 셋째, 클러스터 간 경쟁 촉진 등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로컬네트워크는 혁신적 성격을 가지기 어렵다. 첨단산업일수록 협력 파트너를 일정 지역 범위 내에서 확보하기 어렵다. 더욱이 혁신도시, 기업도시처럼 최근 조성된 지역일수록 산업혁신 생태계가 척박할 가능성이 높다.

첨단산업생태계 형성의 초기 단계의 경우 입주기업(기관)으로 하여금 글로벌 또는 국가적 차원의 자원을 활용하는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 혁신도시의 산업발전을 위해 자기지역 인근의 기업/기관과 협력하라는 것은 넌센스이자 유사 혁신네트워크를 양산할 뿐이다.

현행 지역 기반의 산업클러스터 정책은 로컬 차원의 초기 역량 구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개방형 혁신을 저해하고 산업생태계의 질적 양적 성장을 막아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선진국이 도입한 혁신클러스터 정책들은 대체로 장소기반 혁신체제 구축을 도모하나 참여기관은 처음부터 전국적이어서 입지지역과 관계없이 해당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원에 조성되는 전의복합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세종시

3. 산업클러스터정책의 과제 : 탈지역화(de-localization)

첫째, 기존 산업클러스터 정책의 경우 광역지자체 규모를 넘어서는 협력체계와 네트워크의 확대가 요구된다. 사업의 총괄기관은 해당 지역 내 기관이 수행하더라도 세부과제 수행기관은 외부 지역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해당 클러스터의 미비점이 보완될 수 있다. 클러스터 참여기관의 지역적 범위와 네트워크 규모가 확대될수록 자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전국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방식의 거버넌스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책 기조는 중앙의 권한과 책임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으로써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역할과 권한이 강화될수록 산업혁신생태계의 네트워크 외연을 확대하기 어렵다. 지방정부는 지역의 한정된 자원이 외부로 유출되는 환경에 거부감을 가진다. 아무리 개방형 혁신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하더라도 '지역 주도'의 산업클러스터 정책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곤란하다.

셋째, 국가 차원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향하는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 기존의 산업클러스터 정책은 각각 별도의 목표와 존재 이유가 있으므로 기존 정책의 개선과 구조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캐나다, 영국의 경우에도 다양한 지역산업클러스터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Catapult(영국), Global Innovation Cluster(캐나다) 등 새로운 프로그램과 조직을 운영한다. 새로운 프로그램과 조직의 장점은 우선 기존 지원제도의 관성으로 벗어나 혁신적인 사업환경을 구축하기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선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전략산업특화단지' 관련 사업에 국가적 관점의 혁신클러스터 프로그램 마련을 기대한다.

산업과 혁신이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스케일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단순히 '지역주도성 확대'라는 그럴듯한 말로 산업클러스터의 공간 스케일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미성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 프레시안

 

싼 돈의 시대에서 비싼 돈의 시대?

미국 국채수익률이 지난 7월 말 이후 폭등했다. 싸게 빌린 돈을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의 등락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차입비용도 오르거나 내린다. 위는 20224, 매물로 나온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주택.EPA

글로벌 금융시장에 비상벨이 울렸다. 미국 등 선진국의 국채수익률이 최근 급격히 상승했다. 주택 구입을 위해 장기 대출을 계획 중인 시민들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차입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낯선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분기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1.7%(국제금융협회 추산)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 전반에도 매우 불길한 조짐이다.

채권수익률 상승=차입비용 상승

국채는 채권의 일종이며, 채권은 돈을 빌릴 때 발행하는 증권이다. ‘만기일까지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기록되어 있다. ‘국채수익률 상승, 시장(투자자)이 국가에 대해 돈을 빌리고 싶으면 더 많은 이자(수익률)를 내라고 요구한다는 뜻이다. 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회사채, 국가가 발행한 채권은 국채라고 부른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채권 역시 만기 이전엔 자유롭게 거래되지만, 두 금융상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주식 가치(주가)는 계속 변동한다. 주식을 팔아서 얻는 금액은 정해져 있지 않다. 주가가 올랐을 때 매각해야 높은 수익을 얻는다. 채권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한다. 그러나 만기일에 받을 금액(만기 상환금)은 정해져 있다. 싸게 사야 (채권)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간단한 사례로 살펴보자. 어떤 기업이 ‘100만원을 빌려주면 1년 뒤에 120만원(만기 상환금)’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채를 100만원의 가격으로 사면(=해당 기업에 100만원을 빌려주면), ‘1년 뒤에 120만원을 돌려받을 권리를 갖게 된다. 100만원 투자해서 20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되므로 채권수익률은 20%(그림 1참조). 이 회사는 상반기에 큰 수익을 올렸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이 작아졌다. 이 회사채를 갖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채권 가격이 110만원으로 올랐다. 해당 채권을 110만원에 매입한 투자자는 만기일에 10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채권수익률은 약 9%(10만원/110만원×100). 하반기 접어들면서 회사 실적이 악화되었다. ‘미상환 리스크가 커졌다. 그대로 갖고 있다간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이 회사채를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채권 가격이 90만원으로 떨어졌다. 모험을 즐기는 투자자가 이 회사채를 90만원에 매입하면 만기에 30만원의 차액(120만원-90만원)을 건질 수 있으므로 채권수익률은 약 33.3%(30만원/90만원×100)로 급등한다. 물론 이 업체가 망하지 않는 경우다.

이처럼 채권의 수요·공급은 채권 발행자(돈을 빌린 차입자)의 상환능력에 따라 오르내린다. 이에 따라 채권 가격이 결정된다. 발행자의 미상환 리스크(갚지 못할 위험)가 커지면, 채권 수요의 감소로 그 가격이 하락한다. 채권 가격 하락은 채권수익률 상승과 동의어다. 투자자(시장) 입장에서 보면, ‘당신(발행자)의 상환능력 악화로 인해 내(투자자)가 큰 위험을 부담하는 만큼 높은 수익률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다.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이 차입자에겐 비용이다. 채권수익률 상승은 차입비용(금리) 상승을 의미한다.

국채수익률은 어떻게 움직이나

이런 채권들의 태양계중심에 국채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믿을 만한 차입자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설마 내 돈을 떼먹을까? 그래서 국채를 안전자산이라고 부른다(글로벌 패권국이며 금융허브인 미국의 국채는 안전자산 중 안전자산이다). 국가는 미상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초우량 차입자인 만큼 국채의 수익률은 민간기업이나 개인에게 빌려줄 때 얻는 수익률보다 낮아야 한다. 또한 국채수익률이 변동하면 다른 채권의 수익률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채수익률 상승은 해당 국가(그 나라가 미국이라면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차입의 비용이 오른다는 뜻이다.

국채수익률은 어떤 경우에 변동할까? 첫째, 국채의 수요·공급에 따라 오르내린다. 국가가 정부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공급 증가), 그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상승한다. 둘째, 국가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채 수요가 하락하며 수익률이 오른다. 셋째, 물가 인상이 예상되면 국채 가격은 떨어진다(수익률 상승). 다른 채권들과 마찬가지로 국채 역시 만기상환금이 미리 정해져 있다. 투자자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국채를 쥐고 있으면 앉아서 손해를 보니, 던져버리고 싶기 마련이다. 넷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될 때 국채 가격은 하락(수익률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기준금리 상승은 다양한 금융기관들의 금리가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 금융기관들은 국가보다 미상환 리스크가 높지만, 이자를 많이 준다면, 굳이 안전하지만 수익률은 낮은국채 보유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투자자들이 국채에서 다른 금융상품들로 옮겨 타면,국채 수요가 줄면서 수익률은 오른다

10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REUTERS

국채의 만기는 다양하다. 짧게는 1개월부터 길게는 30년까지. 만기가 10년 이상이면 장기국채라고 부른다. 다만 국채 역시 만기가 길수록 투자자로부터 높은 수익률을 요구받기 마련이다. 앞으로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차입 기간이 길면 미상환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은 특히 ‘10년 만기 국채(이하 10년물)’의 수익률에 주목한다. 한 달 혹은 1년 만기로 빌리는 돈과 10년이나 30년 만기로 빌리는 돈은 그 규모와 용도가 다르다. 가계와 기업은 주택이나 자동차 구입, 수년이 지나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설비투자 등에 사용할 자금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빌리고 싶어 한다. 이 대출이 이뤄져야 국가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국가가 10년 이상의 장기로 빌릴 때의 차입비용(국채수익률)이 해당 경제의 성장 전망에 중요한 이유다. 가계나 기업의 장기 차입비용이 장기국채의 수익률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15년 이어진 싼 돈의 시대

그래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른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경기부양 수단으로 펼쳤다. 금융기관 등이 보유한 장기국채(그리고 주택저당증권)를 매달 수백억 달러 규모로 사들였다. 장기국채의 수요가 연준 덕분에 크게 늘면서 그 가격이 상승(수익률 하락)했다. 따라서 주택 매입, 설비투자 등을 위한 미국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이 하락하면서 경기를 살려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15년 동안 미국 10년물 수익률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1~3%대에 머물렀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엔 1% 이하까지 떨어졌다. ‘낮은 국채수익률현상은,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다른 나라들로 퍼져나갔다(그림 2참조).

그 덕분에 세계는 차입비용이 역사적으로 낮은 싼 돈의 시대를 즐겼다. 글로벌 차원에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부동산 시세가 대폭 상승했다. 암호화폐 같은 고위험·고수익 자산의 가격이 폭등했다. 각국 정부들은 저렴하게 빌려 첨단산업 육성이나 복지에 지출했다.

2010년대에 정책 당국과 경제학자들이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은 물가였다. 이론적으로 보면,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로 금융기관들에 엄청난 규모의 실탄(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에 국채를 넘긴 대가로 획득한 지급준비금. 이를 민간에 대출하면 통화량이 증가한다)’을 안긴 만큼 물가가 급등할 개연성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의 대다수 시기에 선진국 인플레이션율은 2%에 미치지 못했다. 물가가 오히려 떨어지면서 글로벌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기도 했다. 디플레이션은 가계와 기업이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소비와 투자를 미루는 바람에 경기침체가 유발되는 현상이다. 당시 각국 중앙은행들은 어떻게든 인플레이션율을 높이기 위해 분투했다.

이런 상황을 바꾼 것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2021년 들어 팬데믹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면서 물가가 맹렬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의 원인을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봤다. 예컨대 팬데믹 기간 소비투자 억제 및 정부지원금 덕분에 민간에는 지출 능력이 축적되었다. 그러나 거리두기및 봉쇄, 국제 공급사슬 붕괴로 무너진 생산능력의 복구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확대된 수요·공급 사이의 괴리가 물가 급등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복잡하지 않다. 생산능력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므로 기준금리를 올려 소비심리를 억제하면 된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뿌린 통화량의 실탄들을 거둬들여야 한다. 연준은 2022년 봄부터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사실상 0%였던 기준금리가 불과 1년 반 만에 5.25~5.5%까지 상승했다. 이와 함께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동안 민간에 뿌린 실탄(금융기관들이 주로 지급준비금 형태로 보유하는)’을 회수하기 전에 그동안 사들였던 미국 국채를 다시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방식(양적긴축)이다. 연준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지난해 초 9조 달러에서 최근엔 8조 달러로 줄었다.

이런 조치들 덕분인지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소비자물가 기준)은 지난해 초의 6%대 중반에서 최근엔 3%대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시장)은 물가 인상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의 동결, 심지어 인하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연준은 안심할 수 없었다. 역설적이지만 지난해부터 미국의 경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고용 실적이 사상 최대의 증가율을 시현하고 임금도 따라 오른다. 경제성장률도 높아졌다. 이런 호황이라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는 신호만으로 물가 급등이 재개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인상을 밀어붙이려니 경기침체가 두렵다.

그래서 연준은 한 손엔 떡, 다른 손엔 채찍을 들었다. 기준금리를 지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올린 뒤 연이어 동결하는 동시에 물가인상 기미가 있으면 인상을 재개하겠다라며 시장을 협박했다.

시장은 이런 연준의 의도를 꿰뚫어봤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한 차례 인상, 내년(2024)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고 나면 지난 15년 동안을 풍미했던 싼 돈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었다. 지난 7월까지는 대체로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곧이어 공포의 대왕이 강림했다.

국채수익률 급등의 의미

7월 말, 미국 10년물 수익률이 4%를 넘어섰다. 최근(10월 상반기)에는 4.5~4.9%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3%대 초반에 들어선 것이 올해 봄이었다. 9월에만 0.7%포인트가량 올랐다.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 역시 10월 초 한때 4.9%까지 치솟으며 5%대에 바짝 다가섰다. 다른 선진국들의 국채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

이와 관련,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104) 칼럼에서 기준금리 관련 논란에 매우 냉소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미국 정부와 월스트리트는 연준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느냐 마느냐를 두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지만, 이는 미국 국채수익률의 변동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라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 5월 이후 단기 정책금리(기준금리)0.25%포인트 올렸지만 10년물 국채수익률은 봄 이후 1.5%포인트나 상승했다.”

기준금리와 국채수익률은 둘 다 해당 사회의 차입비용을 움직이는 기초적 금리다. 국채수익률은 단기 차입에서 기준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장기 차입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10년물 수익률의 등락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이자, 학자금 대출, 기업의 설비투자 등과 관련된 차입비용이 오르거나 내린다.

그래서 워시 전 이사는 앞으로 차입비용의 설정자는 중앙은행(기준금리)이 아니라 채권시장(국채수익률)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한다. 대다수 미국 가계의 단독주택이나 자동차 관련 대출, 우량기업의 자금조달 등은 이미 상당히 낮은 고정금리로 계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봤자 차입비용을 고정해놓은 가계와 기업은 추가 부담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새로운 대출이나 계약 갱신(리파이낸싱)상승한 국채수익률의 지배를 받게 된다.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미국 국채수익률이 오르면 전 세계의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워시 전 이사는 가계·기업·정부에 가장 중요한 금리10년물 수익률의 상승이 올해 말부터 경제를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국채수익률은 왜 올랐나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첫째, 투자자들의 연준 정책에 대한 기대가 기준금리 인하에서 고금리 유지 및 인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사의 초입부에서 봤듯이 높은 기준금리는 국채 수요를 하락시켜 그 수익률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92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REUTERS

투자자들이 생각을 바꾼 건 미국 경제의 호조 때문이다. 2010년대에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금리에서도 미국인들은 소비와 투자를 꺼렸다. 물가인상률과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헤맸다. 그러나 지난 팬데믹 이후엔 연준이 기준금리를 불과 16개월여 동안 무려 5%포인트 넘게 올렸는데도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은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인프라가 어느새 구조적으로 강화되었다는 가설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가계와 기업이 웬만한 고금리엔 눈도 깜짝 않고 소비투자에 골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런 구조적 변동이 발생했다면, 이후 연준은 2010년대보다 한층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5.5%의 기준금리에도 꿋꿋한 미국의 소비투자 심리가 3~4%대의 기준금리를 만나면 물가가 엄청나게 오를지도 모른다. 미국인들이 높은 차입비용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최근의 국채수익률 상승은 일시적 이변이 아니라 뉴노멀(new normal)’로 가는 조정 국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면, 미국 국채의 공급이 늘어난 반면 수요는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상승했다고 한다. 미국의 국채 규모는 현재 26조 달러 정도로 추산되는데, 지난 8년 동안 두 배 증가했다. 더욱이 앞으로 첨단산업 육성이나 복지 등에 필요한 자금조달로 인해 국채 발행(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매입하던 ‘4대 주체(중국, 일본, 민간 금융기관, 연준)’가 이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기에도 바쁜 데다 미중 대결 국면에서 미국 정부에 호의를 베풀 리 없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저금리를 고수해온 일본은 자국 국채의 수익률을 낮게 유지(국채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 국채가 아니라)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연준(지난 10년간 미국 국채의 4분의 1을 매입)은 보유 중인 국채도 매각하고 있다(양적긴축). 금융기관들은 지난봄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채 투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SVB자본으로 보유 중이던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부실화되어 문을 닫았다.

셋째, 글로벌 차원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장기국채 수요가 떨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국가경제는 견조해 보이지만 국가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었다. 거대 양당이 정부 셧다운 저지에도 합의하지 못할 정도로 정치적 혼란이 극심하다.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의 경제는 매우 불안정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불확실성은 단기 대출보다 장기 대출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내 돈을 온전히 상환받기 전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채를 투매하면서 그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채 수익률 상승이 뉴노멀이라면, 그동안의 싼 돈에 익숙해져 있는 글로벌 경제엔 격변이 불가피하다. 우선 자동차나 주택 관련 대출에서 설비투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차입비용이 크게 오르며 가계와 기업의 지출을 제약할 것이다. 각국 정부들의 경우, 이자 부담이 급증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 이렇게 되면 국채를 발행할 때마다 점점 더 높은 금리를 약속해야 한다.

지난 3,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REUTERS

주식시장에도 악재다. 국채의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 중 상당 부분을 지상 최고의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보유해온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기관들은 미국채 가격 하락(=미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라 건전성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SVB가 당했던 것처럼. 부동산, 원자재, 암호화폐 등 고리스크-고수익 자산의 가격은 하향 압박을 받을 것이다.

국가에 따라서는 경제위기 수준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104)가 가장 걱정하는 나라는 이탈리아와 일본이다. 지난 10월 초,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012년의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가장 높은 4.9%까지 올랐다. 정부의 이자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 재정긴축이나 경제성장률 상승 없이는 국가부도가 우려되는 수준이다. 일본 상황도 심각하다. 이 나라는 세계 유일의 초저금리정책 기조에 따라 10년 만기 일본 국채의 수익률을 1%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채수익률의 상승은 일본 국채수익률에도 자연스럽게 상승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일본은행이 10년물 수익률을 1% 이하로 유지하려면 시시때때로 자국 국채를 사들여 그 가격을 높여야(=국채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일본은행은 무거운 바위를 끊임없이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 하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 같은 운명이다.

그러나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이 구조 변동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시적 현상이라면, 그냥 보고 있어도 된다. 차입비용의 상승 자체가 미국 경기를 악화시키면서 고용률과 임금을 떨어뜨릴 것이다. 주가와 부동산 시세도 하락할 것이다. 이렇게 미국 경제가 냉각되면 장기국채의 수익률 역시 점차 떨어진다. 그럴 경우, 지금의 국채수익률 폭등 사태는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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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이종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