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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6.27~7.2 "나토가 얼굴 익히는 자리? 윤 대통령 도대체 왜 참석했나“

by 이성근 2022. 6. 26.

9대 부산시의원 당선자 현황

명문대 제적 당한 '리터니'... "한국 학벌주의의 비극

민간에 떠넘겨 필수의료 해결윤석열 정부의 은밀한 민영화

한국 소득, 일본 추월 역사적 사건영국 제친 아일랜드는 축제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 해결 없으면 한국 사회는 곧 붕괴된다

"나토가 얼굴 익히는 자리? 윤 대통령 도대체 왜 참석했나

친미·반중 노선 윤석열 정부가 끼칠 악영향이 우려스럽다

KBS, 군사독재시절 간첩조작 보도 공식 사과

"부동산 가격 폭등은 폭력적 약탈보다 더 나쁜 '합법적 약탈'“

다 오르는데···쌀값, 45년 만에 최대폭 하락

6.21 부동산 대책 보기

명문대 제적 당한 '리터니'... "한국 학벌주의의 비극

편집자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와 처조카들에게 제기된 편법 스펙 쌓기의혹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일보 조소진·이정원 기자는 아이비 캐슬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논란의 진원지인 미국 쿠퍼티노와 어바인을 찾아갔다. 국제학교가 모여 있는 제주도와 송도, 미국 대입 컨설팅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압구정동도 집중 취재했다.

 

유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거리에 17일 한 유학원의 홍보 패널이 붙어 있다. 홍인기 기자

 

"제가 만약 오늘 잘못되면 박사님 때문인 줄 아세요."

6년 전 여름, 중년 여성이 창백한 얼굴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유학 컨설팅기관인 미래교육연구소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중년 여성의 딸은 미국 동부의 명문대로 꼽히는 애머스트대에 들어갔지만, 평균 학점(GPA)이 두 번 연속 2.0 밑으로 떨어져 제적 처분을 받았다. 딸은 장기간 쌓인 스트레스로 6개월째 보스턴 모텔 방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사연을 들은 이강렬(68) 미래교육연구소장은 "아이를 빨리 한국에 데려와 정신과 치료부터 받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여성은 난색을 표했다. 딸이 유학에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탓이다. 이 소장은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재입학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이혼 후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바쳐온 여성은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결국 "귀국하지 않고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 소장을 향해 여성은 "오늘 내가 집에 가서 죽으면 모두 박사님 때문인 줄 알라"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을 떠났다.

 

"한국인 중도탈락 유독 높아"... 졸업 때까지 숨기기도

재미교포 김승기씨가 2008년 발표한 컬럼비아대 박사논문 '한인 명문대생 연구'는 한인 유학생들의 명문대 중도탈락 문제를 처음으로 국내에 환기시켰다. 김씨는 논문에서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유명 사립대)의 한인 유학생 중퇴율이 44%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큰 파장을 불렀다. 이 소장은 이와 관련해 "컨설팅 기관을 운영한 지 20년 됐지만, 지금도 매년 15~20명의 학생이 제적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온다""중도탈락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본래 '리터니(Returnee)'는 외국에서 본국으로 돌아온 이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유학업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선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적당해 한국으로 귀국하는 학생'의 의미로 통한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역에서 10년째 컨설팅업체를 운영 중인 재미교포 강모(49)씨는 "한국 유학생들은 입학 전에는 물론이고 대학 재학 중에도 수업을 못 따라가 (컨설팅) 학원을 찾는다""대학생이 된 뒤에도 과목별 과외를 받는 경우는 한국인이 유일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제적당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명문 주립대인 UC 버클리는 2013년 내부 보고서에서 한국 유학생들의 정학·제적 비율이 유독 높다는 점을 별도로 명시했다. UC 버클리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인 편입생의 정학 비율(18%)은 중국인 편입생(8%)보다 현저히 높고, 신입생 정학 비율(4%)도 중국 유학생의 두 배"라고 밝혔다.

 

제적당한 학생이 가족에게 이를 숨기는 일도 비일비재히다. 부적응과 일탈을 가족에게 알리는 것을 '불효'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UC 버클리에서 제적당한 학생이 2년간 한국에서 보내 주는 생활비를 쓰다가, 졸업식 날 부모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울면서 실토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학 간판' 급한 부모와 '유학원 상술'의 합작

20년째 유학 컨설팅 기관을 운영 중인 이 소장은 리터니 문제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유학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일단 미국 2년제 대학(CC)에 들어간 뒤 인근 명문대에 편입하면 된다고 종용하는 유학원의 상술을 최악으로 꼽았다. 이 소장은 "CC에서 편입한 학생들의 중도탈락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처음부터 유학을 준비해온 학생이라면 모를까, 영어도 안 되는 아이들이 국내 입시를 망쳤다고 무작정 해외로 떠나는 건 학벌주의의 비극"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랫동안 유학업계에 몸담은 전문가들은 '학벌''사회적 지위'를 물물교환 대상으로 바라보는 한국인의 사고 방식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미국 현지에서 '가디언십(유학생 후견인 프로그램)'을 통해 25년간 상류층 자제들의 유학생활을 밀착 관리해온 강영실 윙크이앤알 대표는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한국인의 허위의식을 꼬집었다. 그는 지난달에도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학생을 한국으로 급히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반드시 공부를 끝내고 돌아와야 한다"며 귀국을 반대하는 부모였다.

 

강 대표는 "아이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도 대학 졸업장과 유학 성공이 우선이라고 고집하는 부모를 보고 비참함을 느꼈다""한국에선 미국 명문대 입학 타이틀이 누군가를 지배할 수 있는 '마패'처럼 통용돼 잘못된 유학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의 그릇된 '엘리티즘'이 멀쩡한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내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1> 미국에 상륙한 '한국식' 사교육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016370003437?rPrev=A2022061115540000117

2년치 인생 통째 설계"... 도피 유학생들 학력 세탁법

2억이면 아이비리그 스펙 완벽 설계 'VVIP 컨설팅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811470001366?rPrev=A2022061016370003437

인천 연수구 송도에 위치한 채드윅국제학교 전경. 이 학교의 학비는 등록금(300만 원) 등을 제외하고 고등 과정이 연간 4,517만 원, 중등 4,100만 원, 초등이 3,794만 원에 달한다. 스쿨버스비 등을 포함하면 고등 과정의 경우 순수 학비만 연간 5,000만 원 선이다

유명 해외 대학입시 전문 컨설팅 회사의 견적서를 재구성한 모습. 고교 4년간 대회 준비 5, 리서치 페이퍼 2, 유료 인턴십 1개를 추가로 지원해주는 VVIP 프로그램의 금액은 14,000만 원이었다. 독자 제공·그래픽=송정근 기자

유명 해외 대학입시 전문 컨설팅 회사의 견적서를 재구성한 모습. VVIP 컨설팅을 받을 경우, 학년별 수업 설계부터 국내외 인턴십 연결, 학원 및 강사 선택, 비자 신청까지 약 50여 개 항목을 제공해준다고 했다. 독자 제공·그래픽=송정근 기자

 

유명 해외 대학입시 전문 컨설팅 회사의 견적서를 재구성한 모습. 유명 컨설팅 업체에서 제안한 대회 준비 비용으로, 이 회사의 컨설팅을 받지 않는 외부 고객은 대회 준비를 신청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독자 제공·그래픽=송정근 기자

제주 영어교육도시 내에 있는 세인트존스베리 아카데미(SJA) 제주의 모습. 하교시간이 다가오자 학부모들이 교문 앞에 차를 대고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조소진 기자

제주 국제학교 인근 학원가의 홍보 모습. 이 학원 출신들이 해외 유명대학에 진학한 성과를 홍보하고 있었다. 제주=조소진 기자

 

<2> 쿠퍼티노에서 벌어진 '입시 비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205430000517?rPrev=A2022061516190004918

"스펙 속이고 학교 쑥대밭으로" 교포사회 '미운털' 유학생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115540000117?rPrev=A2022061205430000517

<3> 지금 압구정에선 무슨 일이

 

<4> '흙수저' 유학생들의 한탄과 분노

 

쿠퍼티노·어바인=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쿠퍼티노·어바인=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민간에 떠넘겨 필수의료 해결윤석열 정부의 은밀한 민영화

무늬만 공공의료

지방 민간병원에 공공의료 위탁

진료비 증가·취약계층 소외 가능성

건보 재정건전성 중시, 보장 확대 뒷전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승리한 직후 소셜미디어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사라질 것은 의료보험, 생길 것은 의료민영화라는 글이 돌았다. 여권은 즉각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10대 국정과제보건의료 분야에도 민영화는 등장하지 않았고 대신 공공표현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하지만 내용을 분석한 보건의료계는 알맹이 없는 공공의료’ ‘공공 라벨만 붙인 민간지원 정책이란 우려를 내놨다. 지난 4월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 총회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공의료에 매몰되지 않는 의료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것도 여권의 정책기류를 가늠케 한다.

 

공공외치는데 민영화 논란이는 이유

의료민영화논의에서 유의해야 할 대목은 한국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의료공급이 민간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의료지불체계(국민건강보험)의 약화·공공의료의 추가 위축 여부가 논의의 초점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당시 공약집과 인수위 시절 보건·의료 국정과제를 보면, ‘필수의료 국가책임제공공정책 수가 도입등 공공성 강화로 비치는 항목들이 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민간병원에 공공정책 수가를 지급해 음압병실이나 응급실 설치·운영 등 공공보건 업무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공공병원을 짓는 대신 민간병원에 공적자금(건강보험 재정)을 지급해 필수의료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시대적 과제가 된 공공의료 확충어젠다를 되레 의료민영화의 발판으로 삼으려는(참여연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진단과 평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정부가 행정명령까지 내렸는데도 민간병원이 환자 수용을 기피하면서 얼마 안 되는 공공병원이 확진자의 70%를 도맡느라 의료붕괴 직전까지 갔던 코로나19 상황을 돌이켜보면 필수의료를 민간에 맡기겠다는 발상은 안이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간병원에 정책 수가를 주려면 공적 통제 방안이 뒤따라야 하지만 제대로 작동할지도 의문이다.

 

수도권에 몰린 상급·공공병원을 지방의 민간병원으로 위탁해 취약지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진료비 증가, 취약계층 의료 소외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내놓은 지방의료원 운영혁신방안 연구’(2007)를 보면 1996년 마산의료원, 1998년 이천의료원, 군산의료원이 민간 위탁된 이후 비위탁 의료원에 비해 주민 진료비 부담이 커졌다. 입원 환자 1인당 하루 진료비 변화를 보면 마산의료원은 민간 위탁 이전보다 2.8, 이천의료원은 2배로 증가했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민간병원이 과잉진료에 나섰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전체 병원 중 공공병원(2020년 말) 비율은 전체의 5.4%, 전체 병상 수 중 공공병상 비율은 9.7%에 불과하다. 평균 공공병원 비율이 55.2%, 평균 공공병상 비율이 71.6%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지만 윤석열 인수위의 공공병원 확충 계획은 분명한 게 없다. ‘공공의료 인력·인프라 강화’ ‘감염병 대응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등 추상적이고 모호한 단어의 나열만 눈에 띌 뿐이다.

 

건강보험 분야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보장성 강화에 대한 언급 대신 지출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에 대한 의료혜택 강화보다 건보 재정건전성을 중시하겠다는 뜻이어서 결과적으로 보장성 후퇴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인수위 국정과제에서 건강보험 재정 정부지원 확대 추진이 언급돼 있긴 하지만 목표치도 제시돼 있지 않다.

 

정백근 시민건강연구소장(경상대 의대 교수)공공병원 양적 확충 같은 직접적인 공공의료 확대 방안이 후순위로 밀려 공공병원 적자가 지속되면 진주의료원처럼 폐업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적보험 제도의 보장성 확대와 공공의료의 확충은 뒷전인 채 공공영역을 민간영역으로 넘기거나 위탁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두고 은밀한 민영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20177월 준공된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제주녹지국제병원 전경. 지상 3·지하 1, 47개 병상 규모로 조성된 국내 첫 영리병원이었으나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방침에 반발해 운영에 들어가지 않았고, 결국 20194월 개설 허가가 취소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병원

허가 취소에도 내국인 진료 가능불씨

현 정부 인사들, 영리병원에 긍정적

설립 땐 건보 당연지정제 구멍 불가피

 

불씨 꺼지지 않은 영리병원 사태

제주도는 지난 21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2015년 정부가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한 지 7년 만에 사태가 일단락된 것이다. 영리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해 주로 외국인 환자에게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영리병원은 일반병원과 달리 이윤을 투자자에게 배당하고, 국민건강보험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현행법은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이상이거나 500만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을 제주도와 8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영리병원이 문을 열어 내국인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 영리병원 허용이 의료민영화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법원이 지난 4월 녹지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을 위법으로 판결한 것이 이런 우려를 키웠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판결을 들어 일반병원이 형평성이나 역차별을 이유로 당연지정제에 대해 헌법소원에 나서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 이탈자가 발생하면서 건강보험의 재정안정성이 악화되고, 건보 보장률(현재 약 65%)도 하락할 수 있다. 공적 의료지불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영리병원이 의료시장의 분리일 뿐이며 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연지정제만 유지한다면 고소득자가 영리병원과 민간보험을 이용하면서도 국민건강보험료를 계속 납부하니 소득재분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그러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면 건강보험이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지만 병원 자체가 수익성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과잉진료나 보건의료 노동환경 악화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영리병원이 다른 병원의 진료비 상승을 부추기는 뱀파이어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새 정부가 영리병원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힌 적은 없지만, 영리병원을 긍정적으로 보는 인사들이 여권에 포진해 있다. 인수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대선 후보 시절에 의료산업 육성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재임 당시 녹지병원을 허용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입각했다.

 

제주녹지병원 사태가 일단락된 지금, 영리병원의 불씨는 꺼진 것일까.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의 오상원 정책국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제주가 아니라도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에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습니다. 관건은 지역 주민의 반대를 이길 수 있느냐가 될 겁니다.”

 

윤 정부 의료의 먹거리화기조 속

빅테크 기업의 의료시장 진출 가속화도

공공의료체계 붕괴 우려 높여

 

의료의 산업·상품화 가속화 우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의료 데이터 사업과 관련 규제 완화는 새 정부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후로 바이오 분야의 민간 주도 성장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2023년 시범 개통을 앞두고 있는 마이헬스웨이’(의료 분야 마이데이터)는 각 기관에 흩어진 개인정보를 모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한 서비스다. 지금은 민간기업 참여가 제한돼 있지만, 정부는 2024년부터 보험사 등 민간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감한 개인 건강정보의 활용이 개인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 2020년 시행된 데이터 3으로 가명정보의 과학적 연구 목적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과학적 연구에 대한 해석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열어줄 가능성이 있다그렇게 되면 기업이 개인 동의 없이 기업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민감한 개인 건강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재나 다름없는 데이터가 특정 기업에 배타적으로 허용되지만 이로 인한 이득이 사회 전체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료민영화의 성격도 있다고 했다. 재식별 가능성이 있는 가명정보의 악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빅테크기업들의 의료시장 진출 가속화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바이오는 욕망을 무한히 일으킬 수 있는필수재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카카오는 2018년부터 아산병원과 의료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내 독립기업인 카카오헬스케어를 론칭해 투자 규모를 키웠다. 네이버는 최근 사내병원을 열어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 사내병원은 네이버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간주된다.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은 이미 2019년 원격의료 서비스 아마존 케어를 시작으로 온라인 약국 사업에도 최근 뛰어들며 원격의료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정 보험사와 협약해 보험가입자에게 웨어러블기기를 제공하고 심박수 등 건강정보도 수집한다. 오직 아마존이 제공하는 민영의료 시스템 안에서 진료나 약을 받고, 보험처리까지 끝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서영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은 디지털 헬스의 상업화가 영리병원(허용)과 만날 경우 공공의료체계에 큰 구멍이 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리병원의 빗장이 풀리면 데이터가 의료기관 밖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쉽게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빅테크가 직접 병원을 운영하게 된다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윤 창출 모델을 실제 실현할 수 있는 장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건강보험과 원격의료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의료체계가 민간영역에 새롭게 생겨 공공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의료의 먹거리화기조는 지난 16일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날 10여년간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재검토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교육·공공서비스 등 영역을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 해당 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시행 계획을 세우고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 건강권 보장 수단인 의료를 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보고 생산성 향상이나 경쟁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202012월 방호복 차림의 의료진이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실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작은 정부와 의료서비스의 질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종합하면 민간영역의 확대와 작은 정부지향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병원 확대와 인력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통해 공공의료체계를 회복하고 의료의 상품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백근 교수는 이미 한국은 의료의 상품적 성격이 매우 강한 나라라며 이윤을 추구하는 의료서비스 공급자 비율을 최대한 줄이고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키워야 의료로 사람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도 의료서비스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민간을 키울 것이 아니라 병원이 없는 곳에 병원을 짓고, 인력에 투자하는 것만이 결국 의료서비스 질과 국민 생명 안전에 직결된다고 말했다. 경향 / 최민지 기자

 

 

한국 소득, 일본 추월 역사적 사건영국 제친 아일랜드는 축제도

한국, 2년 전 PPP기준 소득 일본 추월 경제사적 사건

중국 전통 제조업은 한국 추격중, 디지털은 이미 추월

·중 경제규모 20~30년간 엇비슷, G2 시대 길어질 듯

 

경제안보는 강대국 프레임, 한국은 경제-안보 분리 유리

미국에 공장 짓는 대신 대중국 사업 불간섭 약속 받고

독일·호주·동남아 등과 함께 다자주의 회복 목소리 내야

세계경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런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동맹·우방국들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강대국 간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 같은 나라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근 서울대 석좌교수(경제학)는 현재 세계경제 혼돈의 근저에는 미·중의 경제력 대결이 있으며, 여기서 온갖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미·중의 경제규모가 2030년대 중반에 비슷해져 20~30년간 앞서거나 뒤서거니 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두 나라 사이에 협력이 아니라 지금처럼 대립적 상황이 지속된다면 세계경제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벌써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이 힘을 합해 다자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이 석좌교수는 후발국이 선발국을 따라잡는 이른바 경제추격론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무엇이 국가 간 경제적 흥망성쇠를 결정짓는지 열쇠를 푸는 연구작업에 평생을 매진해왔다. 특히, 그는 기술 사이클이 짧은 산업일수록 추격이 용이하며, 암묵적 노하우가 높은 산업일수록 추격이 어렵다는 점을 국가·산업·기업 차원의 특허자료를 이용한 실증 분석으로 밝혀냈다. 이런 공로로 비서구권 대학교수로는 처음으로 2014년 국제슘페터학회가 주는 슘페터상을 수상했다. 서울대는 탁월한 학문적 업적으로 국제적 명성이 있는 교수를 석좌교수로 선정하는데, 2021년 여기에 포함됐다. 20213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냈다. 이 석좌교수를 지난 23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나, 주요국간 경제추격 현황과 한국이 어떻게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지 들었다.

 

-, -, -중 간에 기업·산업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제력을 놓고 쫓고 쫓기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해오셨는데요. 먼저 경제추격론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죠.

경제 추격에서 추격이라는 말은 선발자와 후발자 간에 격차를 줄이는 걸 뜻합니다. ‘3라고 하는데요, 추격·추월·추락 세 가지를 말합니다. 추격은 격차를 좁히는 과정이고, 넘어서면 추월이고, 반대로 격차가 더 벌어지면 추락입니다.”

 

추격에 필요한 핵심적인 건 뭔가요?

저는 추격만 해서는 추격할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추격의 역설입니다. 여기서 앞의 추격은 모방을 의미하는데, 모방만 해서는 선진국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선진국한테서 배우지만, 나중에는 선진국과 다른 걸 해서 혁신을 해야만 추격을 넘어 추월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산업은, 그 기반이 되는 기술의 특성으로 구분할 때 사이클이 짧은 단주기와 사이클이 긴 장주기 기술 산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IT) 산업 같은 것은 빨리빨리 변합니다. 기술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선발자가 갖고 있는 기술이 금방 낡은 것이 되어버립니다. 후발자가 새 기술을 가지고 벼락치기 식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말이죠. 한국이 아이티를 갖고 빨리 추격을 한 것이죠. 그런데 선진국의 진짜 강점은 사이클이 긴 바이오라든가 소부장(부품·소재·장비) 같은 산업을 꽉 잡고 있다는 겁이다.”

 

우리의 경우 단주기 산업은 따라잡았고, 장주기 산업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나요?

지금 가고 있죠. 바이오 같은 경우 이미 진입을 했고, 코로나 덕분에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여기는 진입장벽이 높아서 한국 걸 쓸 수가 없는 산업이었는데, 급하니까 한국산 진단키트를 가져다가 쓴 거죠.”

 

우리나라가 2017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습니다만, 미국에 견줘서는 아직도 많이 낮습니다. 어느 정도 추격을 했나요?

물가 수준을 고려한 구매력 평가 환율(PPP)을 적용해서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준으로 우리가 2018~19년께 미국 대비 70%를 넘어섰어요. 이 수준이면 영국·프랑스·이탈리아와 비슷해요. 우리가 서구 열강이 된 거예요. 독일은 미국 대비 90%로 우리보다 앞서 있고요. 일본에 대해서는 우리가 2020년께부터 추월했어요. 한국이 72% 정도 되고, 일본은 최근 7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역사적으로 엄청난 사건이죠. 식민지 당했던 나라가 식민지 지배를 한 나라를 넘어선 세번째 사례입니다. 19세기에 미국이 영국을, 그리고 몇년 전 아일랜드가 영국을 넘어섰죠. 아일랜드는 영국을 넘어섰다고 축제도 했어요. 일본도 여기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일본은 여전히 원천 기술력이나 소부장 산업 경쟁력에서 우리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소부장 산업은 사이클이 긴 산업이라서 추격이 어렵고, 추격하는 데 오래 걸리죠. 사이클이 짧은 산업은 빨리 추격이 되고 사이클이 길수록 추격이 늦어지는 추격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겁니다. 일본의 강점이 축적된 지식 숙련과 장인 정신인데, 이것은 아날로그 기술이거든요. 계속 아날로그 기술이 지배했으면 한국이 일본을 못 넘어섰을 겁니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것은 그냥 칩 하나 넣으면 똑같은 성능이 나오는 거예요. 일본의 축적된 숙련이 갑자기 필요 없어지는 순간이 온 거죠. 디지털 혁명이 없었으면 삼성이 소니를 못 넘어섰을 거예요.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파괴적 혁신이 추격과 추월을 가속화시킨 거죠. 일본은 자기의 강점인 아날로그 기술에 더 집착하고 디지털로 갈아타는 데 10년을 지체했어요. 한국은 먼저 디지털로 가버린 거죠. 이런 기회의 창을 후발국이 먼저 선점해서 활용하면 그때부터 추월이 시작되는 거죠.”

 

그 시기가 2000년대 초반쯤이죠?

데이터 기술이 본격화 된 건 2000년대부터니까 그때부터 한국이 일본을 넘어서는 발판을 잡았고 1인당 소득은 20년 뒤에 넘어섰습니다. 이미 1990년대 말에 미국에 출원한 특허 수로 볼 때 삼성이 소니를 앞섰고, 매출액이나 기업가치는 2005~6년께 넘어섭니다. 기술력으로 먼저 추월한 다음에 시장 추격이 나중에 발생하죠. 그리고 기업 차원의 추격이 먼저, 국가 차원에서는 나중에 발생하죠.”

 

한국은 이제 중국에게 추격당하는 처지인데,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추격해 왔습니까?

-일 간에 벌어진 것처럼 사이클이 짧은 휴대전화나 디스플레이 같은 것들은 중국이 한국과 거의 대등해졌습니다. 자동차라든가 소부장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런데 자동차의 경우 중국은 가솔린엔진 차를 건너뛰고 전기차로 추월하고 있습니다. 가솔린 차는 어차피 진 거니까 포기해버리고 전기차로 비약해버린 거죠. 이것도 후발자의 중요한 전략이에요. 전기차가 출현하지 않았으면 중국은 계속 자동차에서 뒤쫓아 올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또한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한국을 추월하고 있습니다. 전통 제조업에서는 한국을 아직 추격하고 있는 반면에 신흥 디지털 산업에서는 한국을 추월해서 미국과 맞짱 뜨고 있는 상황이죠.”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석좌교수(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23일 오전 서울대 교수 연구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중국이 경제력에서 미국을 언제 추월할지는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사입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1인당 국민소득과 경제규모 두 가지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1인당 소득(PPP 기준)은 중국이 미국 대비 30%에 도달했거든요. 이 지표가 40%가 되면 고소득국, 선진국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에 40%에 도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요. 중국은 제 추산으로는 지금까지의 발전 추세를 단순 연장한다면 2030년대 중반에 40%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규모(경상GDP 기준)는 과거의 5년 추세를 연장하면 2030년대 중반께 미국과 비슷해집니다. 그런데 중국이 급속한 추월을 한다기보다는 미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상태로 한 20~30년간 갈 것 같아요. 그리고 2050년쯤 되면 다시 미국 경제규모가 중국보다 커진다고 봐요. 왜냐하면 중국은 고령화가 심한 반면에 미국은 이민 유입으로 인구 구성이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입니다. 저는 세계경제가 앞으로 상당기간 G2 시대로 갈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두 나라가 계속 싸우고 그러면 이건 세계경제에 재앙입니다. 지금 벌써 세계경제가 불황, 공황처럼 되는 것은 바로 미·중이 계속 싸우고 그러니까 거기서 온갖 문제가 터지는 거라고 봅니다. 한국 같은 통상을 해서 먹고 사는 나라에는 굉장히 좋지 않은 환경이죠.”

 

지금 말씀하신 건 기존 발전 추세를 그대로 지속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몇년 새 미국의 기술 수출제한,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중국 정부의 민간 기업 경영 개입 강화 등의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했는데, 이런 변수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요?

맞습니다. 이런 예측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변수는 선진 기술에 대한 접근성입니다. 중진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산업구조가 업그레이드돼야 하는데, 그 핵심이 혁신을 통해 로엔드(낮은 기술 단계) 산업에서 하이엔드(높은 기술 단계) 산업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한국은 서방 국가로부터 기술을 받아들이고 그걸 응용해서 경제를 업그레이드 했는데, 이런 기술 접근이 막히면 중국의 업그레이드가 지체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업그레이드는 로엔드 산업을 해외로 보내고 국내는 하이엔드로 특화하는 겁니다. 저급 생산 공장을 해외로 보내고 국내에서는 연구개발이나 마케팅에 집중하는 거죠. 중국의 일대일로가 바로 이건데, 이 프로젝트도 지금 어려운 상황입니다.

더 근본적인 리스크는 정치 민주화 함정입니다. 동아시아 발전 모델의 핵심은 결국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민주화되는 과정인데, 한국은 OECD에 가입하기 전에 민주화했잖아요. 1987년부터 한국은 어떤 면에서 민주화를 하고 선진국 클럽에 들어간 거란 말이죠. 지금 중국의 소득수준이 바로 한국이 민주화를 하던 시기거든요. 중국이 그걸 안 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민주화 없이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 아직 그런 사례가 없어요. 중국이 서방식의 자유민주의의를 꼭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대안으로 중국식 민주주의의 어떤 길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아직 안 보인단 말이죠. 오히려 지금 중국 사람들이 민주주의적 요소로 자부심을 가졌던 집단지도체제와 격대지정(차기 아닌 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지정) 전통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민주화를 어떻게 할지가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입니다. 미중 갈등이 중국의 민주화 과정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어요.”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발전하는 데는 권위주의 모델로도 가능한데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갈 때는 힘들다고 보시는 건가요?

중국의 어떤 창조성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중국이 그것까지 보여준다면 세계사적인 새로운 발전 경로를 보여주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중국은 중산층의 민주화 요구도 첨단 감시 기술을 활용해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민주화 요구를 통제하면서 경제를 계속 발전시키는 모델이 가능할까요?

중국의 경제적 성과의 핵심이 디지털 산업과 벤처기업입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같은 이들을 견제하는 것은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적 재산권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혁신적 경영활동의 자유로움이 없어지면 경제 역동성도 영향을 받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도 권위주의적 접근법의 상징입니다. 지금 어떤 함정에 빠져 있는 거죠. 중국 정부도 그걸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통제를 조금 풀려는 움직임도 보이더라고요. 그야말로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반도체는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의 초크 포인트’(choke point, 전략적 관문)로 불립니다. 미국이 관련 기술의 수출 통제를 하고 있는데요. 중국이 독자적으로 반도체 굴기를 할 수 있을까요?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둘로 나뉘잖아요. 메모리는 단기간에 추격이 어려워요. 후발자의 추격 전략은 로엔드로 진입해서 실력을 쌓은 다음에 하이엔드로 가는 것인데, 메모리는 로엔드·하이엔드 시장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유에스비(USB)를 예로 들면, 신제품이 용량이 커지면서도 가격도 싸지잖아요. 구세대 제품은 다 없어져버리고요. 메모리가 그런 거예요. 후발자가 로엔드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후발자가 추격이 어려운 산업입니다. 그럼, 한국은 어떻게 일본을 앞섰느냐. 그건 한국이 차세대 제품을 먼저 만들어 점프(비약)를 한 거죠. 중국이 한국처럼 차세대 제품을 한·일보다 먼저 만들려면 혼자 못 하거든요. 외부의 기술, 특히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같은 장비나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되는데, 극자외선 노광장비는 네덜란드가,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잡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에 대한 접근이 없으면 메모리는 당분간 추격이 어렵다고 봅니다.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는 좀 다른 시장이에요. 굉장히 다양한 세그멘트(영역)가 있습니다. 자동차용 반도체 같은 것은 구세대 기술입니다. 이것은 지금 중국 기업이 엄청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렇게 돈을 벌면서 기술을 축적하면 결국은 시스템 반도체는 중국이 쫓아갈 수 있습니다.

물론 메모리도 서방국가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다른 경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요. 중국의 기초과학이 강하고 시장이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중국의 반도체 추격은 단기간에는 불가능하고 더 지체가 되지만은 중국을 완벽하게 추격을 못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때려준 것이 한국 제조업한테는 한 5년 정도 시간을 벌어준 거예요. 한국한테 일종의 축복의 시간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모든 것이 메이드 인 차이나로 가는 경로지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는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천명했습니다. 반도체 등 핵심·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G2간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미국 쪽으로 기우는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술혁신 측면에선 기회일 수 있으나, 최대 시장인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활로를 모색해야 할까요?

무역 파트너로서는 중국 시장이 제일 큰 반면에 기술은 미국 같은 서방 국가에 의존하는 이런 이중 구조가 문제잖아요. 한국이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먹히는 것이지 새로운 제품을 못 만들면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도 보장이 안 되거든요. 기술 없이 시장도 없다는 말이죠. 그런 면에서 저는 서방 국가의 기술에 대한 접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국의 서방 국가 기술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한테는 한국이 어떤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 한국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현 정부는 경제안보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안보를 공급망 회복력이나 소부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통상정책이나 대외정책 기조로 내세우면 강대국의 보호무역주의 프레임에 말려들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안보는 강대국이 쓰는 개념이죠. 우리 같은 통상국가는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는 게 맞습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 때처럼 미국 기술이 들어간 상품은 중국에 팔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개입이죠. 저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왔을 때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이 미국에 공장 짓는 것은 좋다, 그런데 그 선물을 주는 대신에 한국의 대중국 비즈니스에 대한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어야 합니다. 서로 주고받기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아이피이에프는 한··일과 대만 등 동북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첨단산업 분업구조를 인위적으로 재편하려는 미국의 원대한 기획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의도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과 무역에 큰 충격이 불가피한데요, 어떤 전략으로 협상에 임해야 할까요?

“IPEF는 기존의 자유무역을 하자는 게 아니에요. 이건 소수 동맹 간에 글로벌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또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와 완전히 다른 거예요. 다자주의 세계화가 깨지면서 통상 패러다임이 소수 동맹형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데 그걸 상징하는 거라고 봅니다. 한국은 다자주의도 중요하고 소수 동맹형에도 끼어들어야 되겠죠. CPTPP에도 가입해 두 가지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미중 경제·기술패권 경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이해관계와 능력이 유사한 중견 강국들과 연대 외교를 통해 미중의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적절한 방안이죠. 강대국의 경제적인 압박 같은 걸로부터 자유로운 경제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자기들의 힘을 남용하는 거잖아요. 중견국들이 힘을 합해, ·중이 싸우지 말고 세계경제를 위해서 협력하라고 자꾸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경제 전체가 다 같이 망하는 길로 갑니다. 미국 내에서도 중국 때리는 것이 진짜 잘한 것이냐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인플레의 근본 원인이 결국 미·중의 갈등에서 시작한 것이거든요. 미국이 중국에 관세 때리니까 미국 소비자물가 높아지고요. 반도체라는 게 모든 산업에 들어가는데 반도체 수출 통제하니까 제품 가격이 올라가고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다자주의와 룰(규칙)을 다시 회복하자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합니다. 독일, 호주, 동남아 이런 곳들과 한국이 협력해서 제3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다들 필요성을 알고 있으나 미국과 중국 눈치 보고 있는 것 아닌가요?

독일이나 프랑스, 동남아 등도 중국과 교류가 많거든요. 영국도 브렉시트 이후에 유럽에서 떨어져 나와서 불안해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다자주의와 룰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만들자는 주장이 먹힐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가겠다고 말은 하는데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후발자적인 행태에서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이제는 미·중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만한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베이비붐 세대 은퇴, 해결 없으면 한국 사회는 곧 붕괴된다"

[마강래의 부동산 이야기]고령층으로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

부동산. 누구에게나 불공평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무주택자는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박탈감을 느끼고, 유주택자는 남들보다 싼 아파트에 사는 것에 박탈감을 느끼는 시대다. 누구나 불행한 시대가 된 셈이다.

 

역대 정부는 보수진보를 떠나 모두 '집값 안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집값은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외부의 강한 타격을 받을 때를 제외하고 지난 40여 년 동안 우상향을 이어왔다. 이런 도식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프레시안>은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와 진행하는 새 연재 <마강래의 부동산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왜 생겨나는지, 어떤 대안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부동산과 관련한 주제를 두고 <프레시안>이 질문하고 마 교수가 답하는 방식이다.

 

마 교수는 도시계획과 도시재생, 도시행정을 주제로 균형 있는 국토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온 현장 중심 연구자다. 대표저서로 <지방도시 살생부>(개마고원 펴냄),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메디치미디어),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개마고원 펴냄) 등이 있다. 편집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고령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아니, 이미 다가왔다. 유엔은 국가의 총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7%, 14%, 20% 이상이면 각각 '고령화' 사회, '고령' 사회,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디에 속할까. 한국은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 2018년에 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4년 뒤인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더구나 2045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7%를 차지하는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는 2017년 이미 유소년인구 수를 추월했다. 1700만 명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의 첫 세대인 1955년생이 은퇴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다. 202065(고령층)에 진입을 시작한 이들 베이비부머가 고령층으로 모두 진입할 향후 20년 간 고령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은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일명 '일하는 은퇴자' 내지는 '임계장'이다. OECD 회원국 평균 실질은퇴 나이는 남성은 65.4, 여성은 63.4세이나 한국의 실질 은퇴나이는 73세인 이유다.

 

앞으로 이들의 은퇴 이후 삶은 사회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세대 간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립해서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이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발목을 잡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마강래 교수는 앞으로 닥칠, 아니 이미 다가온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비붐 세대들의 '귀촌'을 제안했다. 무작정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귀촌을 하라는 건 아니다. 그들이 귀촌해서 살 수 있는 조건, 즉 일자리와 주택 등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 교수를 이를 위한세밀한정책을주문했다.

 

마 교수는 이를 통해 수도권 과밀화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소멸하는 지방도 살리고,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베이비붐 세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베이비붐 세대, 뒷전에 머물게 한다면 한국 사회는 곧 붕괴된다"

 

프레시안 : 보통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라고 하면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교수는 이들 세대를 확장해 1955년생부터 1974년생까지로 정했다. 이렇게 한 이유가 궁금하다.

 

마강래 : 베이비부머와 연관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는 '58 개띠'이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의 9년 동안 출생아수가 급증했다. 이 시기에 태어난 이들이 일반적으로 베이비부머라 불린다. 출산억제 정책으로 64년부터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68년 이후 다시 출생아수가 증가했고 이것이 1971년에 정점을 찍은 뒤 1974년부터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2차 베이비부머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1차와 2차 베이비부머를 인구정점으로 하는 두 개의 봉우리를 갖고 있다. 그러니 1955-1974년의 '20년 동안' 태어난 이들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9년 동안' 출생률이 높았던 시기에 태어난 이들을 베이비붐 세대로 정의하고 있다.

 

연령별 인구 통계청

프레시안 : 그렇게 따지면 이들 세대는 엄청나게 많을 듯하다. 20년 동안 최고의 출생률을 이어오지 않았나.

마강래 : 이 시기에 태어난 인구는 대략 1685만 명 정도 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프레시안 : 거대한 인구다. 베이비붐 세대에 주목하는 건, 이들 세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인가.

마강래 : 그렇다. 거대한 인구 집단이기에 이들의 은퇴나 정치참여 등은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준다. 잠시 후 얘기하겠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과거와는 다른 '대도시 이탈'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프레시안 : 여기에서 또한 주목할 점은 베이비붐 세대의 맏이 격인 1955년생이 2020년부터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로 편입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시작으로 매년 70~90만 명 정도의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으로 편입된다.

마강래 : 80만 정도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80만은 광주광역시 절반 정도의 인구이다. 이 정도가 앞으로 20년 동안 '매해', 그것도 '연속적으로' 고령인구로 편입된다.

고령인구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고령인구의 '증가속도'. OECD 국가의 지난 10년간 고령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2.6%였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4.4%OECD국가 중에서 가장 속도가 빨랐다.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증가율은 향후 20년간 더 큰 폭으로 뛸 것이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는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양에 의한 충격보다 속도에 의한 충격이 더 크다. 대응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 어떤 나라도 이런 충격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프레시안 : 고령인구가 많아지면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마강래 : 우리나라의 고령자 복지제도는 65세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65세가 넘어간 이들에게 우리사회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힘드셨지요. 이제 뒷전에서 쉬십시오." 노인기초연금, 무료 독감접종, 무료 지하철, 통신비 지원 등 65세부터는 각종 혜택의 대상이 된다. 에너지 바우처, 경로우대 공제, 주민세 해택, 건강검진 서비스 등의 혜택도 받는다.

 

프레시안 : '그간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사회가 어느 정도 삶을 보장해주겠다'는 의미 아닌가.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은퇴 후 삶을 보장해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보통 은퇴 후 부부가 생활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250만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한 달 평균 57만 원 수준이다. 이 돈으로 생활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최근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다수 은퇴자의 주수입원이 국민연금(47%)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래서 은퇴나이는 65세지만 실제 일을 그만두는 평균 나이는 73세다. '임계장'으로 살아가는 식이다.

마강래 : 이게 지금 은퇴자들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65세 이상 인구비율)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은퇴 후에도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다. 실질 은퇴연령도 73세로 OECD 평균보다도 10년 정도 길다.

고령자를 위한 복지 정책이 예전보다 좋아지고 있지만, 고령자수의 폭증으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더구나 출산율 감소로 젊은 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복지 예산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프레시안 : 고령인구의 증가추세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기도 하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을 기록했다. OECD 국가 중 꼴찌였다. 2024년에는 0.7을 기록할 전망이다.

마강래 : 아이를 낳지 않으니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이에 따라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 또한 급상승할 것이다. 현재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25명의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하지만, 10년 후엔 부양비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젊은 세대의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날 거란 뜻이다. 50년 후엔 생산가능인구 1명이 고령자 1명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가 된다.곧 청년층과 고령층간 세대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예측의 영역이 아닌 '정해진 미래'. 결국, 현재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를 뒷전에 머물게 한다면 한국 사회는 조만간 붕괴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는 왜 이리 출산율이 낮은가.

마강래 : 도시계획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유를 대자면,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높으면 생존 경쟁도 심해진다. 집값도 높아져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니 이세(二世)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이건 학계에 널리 보고된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고 알려진 홍콩이나 싱가포르조차 합계출산율이 1을 넘는다. 인구감소로 국가적 위기감이 높이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1.35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낮다. 해외 인구 학자들도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아해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젊은 층 감소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하다. 오죽하면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만 교수가 우리나라를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로 꼽았겠는가.

이런 현상은 동물사회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1960년대 말에 동물학자 존 컬훈(John Calhoun)'밀도''행동'의 관계에 관한 유명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최대 3840마리의 쥐를 수용할 수 있는 실험장을 만들었다. 쥐들에겐 먹이와 물이 무한정으로 공급되었다. 천적도 없었다. 암수 두 마리로 실험이 시작되었다. 55일마다 쥐 숫자는 두 배로 증가했다. 315일 후에 620마리로 늘었다. 이후 출산율 감소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구수가 증가하는 속도가 둔화되었다. 밀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쥐들은 높은 공격성을 보였고, 구애의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젖을 떼기도 전인 아기 쥐가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현상도 발생했다. 600일 정도가 되었을 때 2200마리로 인구 정점을 찍었다. 이 시점에서 쥐들은 더 이상 출산을 하지 않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했고 결국 멸종위기에 이르렀다.

 

"베이비붐세대를지방에내려보내야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마강래 : 우선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인구구조 변화와 베이비붐 세대에 관심을 가졌던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게 좋을 듯하다. 나는 인구 학자가 아닌 도시계획과 국토계획을 전공한 사람이다. 지역 간 인구이동 흐름과 관련하여, 뭔가 과거에는 없었던 강한 인구이동 흐름이 나타나는 걸 발견했다.

 

프레시안 :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말하는 것인가.

마강래 : 맞다.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흐름이 굉장히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 인구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고, 지방대학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내가 주목한 건 바로, 베이비붐 세대의 이동 패턴이다. 이들의 대도시 탈출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대도시에서 그 주변의 '중소도시''농산어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연령점수가 감소한 이동은 파란색으로, 증가한 이동은 붉은색으로 표현됨. 빨간색의 흐름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인구 순이동(2012-2016)(https://www.vw-lab.com/)

 

프레시안 : 현재로서는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려 하고, 베이비붐 세대는 지방에 가려고 하는 게 명확해 보인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한 듯하다.

마강래 : 인구 유출을 분석한 통계를 보면,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면에 베이비붐 세대는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에서 인근 중소도시와 농어촌으로 넓게 퍼져 나가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이들에는 1차 베이비붐 세대뿐만 아니라 60년대 말,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도 포함된다.

 

프레시안 : 왜 그런 흐름이 나타나는 것인가.

마강래 : MBN<나는 자연인이다>10년 이상 장수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이 프로그램의 주된 시청자는 도시 생활에 지친 50대 남성이다. 자연인의 삶을 보며, 대리 만족을 얻고 위로도 받는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도시를 벗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대도시 생활에 지쳐있기 때문이다. 또한 힐링을 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육체적인 힐링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힐링도 원한다.

요즘은 50대 초반부터 은퇴를 하는 분위기다. 베이비붐 세대 다수가 이미 은퇴를 했거나 준비 중에 있다. '2의 인생'을 위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 상당수는 어릴 적 시골을 떠난 이들이다. 그래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은퇴 후 자신의 고향이나,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주변의 시골로 이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방에서 살기를 원하는 세대가 있다면 이들이 가서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국토연구원 설문조사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65%'지방으로 이주를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즉 제2의 인생으로 귀촌을 꿈꾸는 것이다. 실제 2020년 기준 전체 귀촌인의 절반 가까이를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했다. 그런데, 단순히 은퇴 후 힐링을 이유로 대도시를 떠났다고 하기엔 수치가 높다.

마강래 : 경제적 이유 또한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은퇴 후 한 달 생활비로 250만 원 정도가 든다. 은퇴 후 이 정도의 생활비를 매달 확보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는 많지 않다. 시골로 이주하면 생활비가 많이 줄어든다. 적은 돈으로 적게 쓰면서 살 수 있다.

 

프레시안 : 그렇게 내려간다 해도 상당수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역촌 현상도 있지 않나.

마강래 : 맞는 이야기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인생 2막의 희망을 품고 대도시를 떠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왜 다시 돌아오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중소도시와 농촌이 베이비붐 세대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절한 일자리와 주택, 그리고 이웃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지방은 베이비붐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런 베이비붐 세대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 지속해서 귀촌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 듯싶다.

마강래 :이것이 가능하다면, 고령층으로 접어드는 베이비붐 세대의 행복감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령화로 인한 국가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귀촌한베이비붐세대,그들이있도록해야한다"

프레시안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의도가 좋아도, 세부적인 과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책을 시행해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마강래 : 그럼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보겠다. 대도시를 떠나려는 베이비부머가 가장 먼저 고민하는 건 '어디서 살 것인지, 어떤 주택에 살 것인지'. 주택과 거주환경은 그만큼 중요하다. 시골 빈집이 많으니 이를 이용해 이주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제공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도시 아파트에 익숙해진 사람이 살 수 있도록 개조할만한 빈 집은 그리 많지 않다. 고친다고 해도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프레시안 : 그럼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주택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뜻인가.

마강래 : 귀촌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양질의 주택과 주거환경이다.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 같은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그것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완전히 가능한 얘기다. 여기서 잠깐, 경상남도 함양군에 있는 서하초등학교에 대한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귀촌귀향 모델의 가능성을 함양의 작은 마을에서 보았다. 서하초는 2019년 당시 학생 수가 14명이었는데, 그중 4명이 졸업을 하게 되면서 폐교 위기에 처했다. 그때 학부모와 학교,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학생모심위원회'를 구성했다.

 

프레시안 : 학생들을 데려오기 위한 고민을 했을 듯싶다.

마강래 : 당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짰다.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면 아이의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는 집도 임대해주고, 부모에게는 일자리도 연결시켜 주었다. 그리고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해외연수의 기회도 약속했다.

당시 초등학교 건너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임대주택 12호를 새로 지었다. 매월 임대료는 15만 원-20만 원(17-25평 기준)으로 책정했다. 원하면 최대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그리고 임대주택 단지 내에 마을 사람들과 입주민이 모여 수다를 떠는 공간인 카페도 만들었다.

 

서하초 앞 매입임대주택 프레시안

프레시안 : 결과는 어땠나.

마강래 : 대성공이었다. 이후 전교생이 4(2021년 기준 10명에서 37명으로 증가)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함양군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물류회사도 유치했고, 이 회사는 지역민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서하초 모델은 농촌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주거기능'을 기반으로, 학교와 일자리가 결합한 모델이라 '주거플랫폼 모델'로 불리고 있다.

 

프레시안 : 서하초 모델의 성공에 단지형 임대주택이 큰 역할을 한 듯하다. 베이비붐 세대를 유입하는 데도 도움이 될 듯하다.

이 모델을 응용해 베이비붐 세대에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해 왔다. LH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공간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LH에서는 시골지역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형 임대주택이 아니다. 20호 내외의 단지형 주택으로, 웬만한 전원주택보다 나은 수준의 주택이다. 공동텃밭을 가꾸고 이웃과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임대주택에서 계속 거주하길 원한다면 최대 2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프레시안 : 베이비붐 세대에게 주택이 다는 아닌 듯하다.

마강래 : 베이비붐 세대의 또 다른 고민은 '일 할 수 있는지'이다. 50대 중반에 은퇴한 이들은 젊어도 너무 젊다. 이들이 대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다수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금융소득 등으로 50-100만 원 정도의 생활비는 확보할 수 있다. 이들에게 부족한 생활비는 100-150만 원 정도일 것이다.

만일 지자체가 지방 중소업체들과 귀촌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면 어떨까. 지방에 튼실하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도 많다.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지 않나. 베이비부머의 채용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에서 기업 지원금을 지급하는 식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귀촌한 베이비부머가 도시에서처럼 일만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일주일에 3일 정도를 일한다든가, 일 년에 서너달 정도를 일하는 방식으로 고용계약을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이것을 교수님은 '3자 연합'이라고 칭했다

마강래 : 베이비붐 세대, 중소기업, 농어촌 지자체(혹은 정부), 3자가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식이다. 베이비부붐 세대는 임금을 양보하고, 중소기업은 이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유입된 베이비붐 세대는 지역의 세수를 높이고, 농어촌지자체는 주택, 의료, 교육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농어촌지자체는 중소기업에 생산 및 인프라 지원을 하고, 중소기업은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다. 3자 모두가 윈-(win-win)하는 협력 모델이다.

 

3자 결합모델

프레시안 : 매우 흥미롭다. 새로운 시도이기에 대중화가 되려면 시범 사업 같은 게 필요할 듯하다. 3자 연합과 같은 모델이 기존에 없었는가.

마강래 : 사실 이런 모델이 없었던 게 아니다. 경형 SUV인 캐스퍼(Casper)를 생산하는 '광주형 일자리'가 유사 모델이다. 20191월에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투자협약을 맺은 이후, 2021년 가을에 캐스퍼 1호차가 나왔다. 광주형 일자리의 생산직 초임연봉은 연 3000만 원 정도이다. 동종업계 평균임금의 절반 정도로 낮다. 이 일자리 모델의 핵심은, 부족한 임금을 지자체와 정부가 주거, 의료, 보육, 교육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보전해 주는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한 것이 '사회적 임금'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대도시 버전이다. 지금까지 말했던 건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중소도시(혹은 농어촌) 버전이다. 지방 중소기업에서 낮은 임금(혹은 파트타임제)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고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사회적 임금으로 보전하는 방식이다. 3자 연합모델에서 사회적 임금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주거'. 자연을 느끼고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단지형 주택은 3자 연합모델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다.

 

"지방에서의 여생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돕는 게중요"

프레시안 : 은퇴자로 쏟아지는 베이비붐 세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적절할 수 있겠으나 사실 지방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 지방이 살아나려면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마강래 : 청년들이 지방에 들어와 떠나지 않도록 해야 지방이 사는 건 맞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없다. 그렇다보니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고 이들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설사 '3자 연합 모델'이 잘 구축돼서 베이비붐 세대가 지방에 안착한다 해도 이들이 죽고 난 이후에는 또 어떻게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마강래 : 단계별로 인구유입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소도시와 농어촌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인구감소 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기존 인프라도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고, 또다시 인구가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유입을 유도하고 지역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난 뒤, 그에 맞는 청년 산업을 다시 육성하고 이를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프레시안 : 베이비붐 세대는 자가보유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때, 집을 팔지 않는다 해도, 수도권 집을 임대로 놓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수도권의 전월세 가격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 같다.

마강래 : 서울 집값을 잡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주택수요를 분산하는 것이다. 수도권 쏠림이 계속되고 있는데, '주택공급' 혹은 '수요억제'의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 있으니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대도시 탈출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수요분산을 위해, 베이비부머의 이동 흐름에 어떤 추임새를 넣어야 할지 고민할 때다.

 

베이비부머가 이주를 할 때, 일부는 주택을 팔고, 일부는 세를 놓을 것이다. LH의 임대주택사업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이주한 유주택자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집값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베이비붐 세대만 모두 805만 명이다. 이 중 440만 명 정도(55%)가 지방에서 출생했고, 이들의 상당수가 농촌 출신이다. 이들 중 10%만 움직여도 44만 명의 이동하는 꼴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집은 대체로 입지가 좋은 곳에 있다. 수도권 외곽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보다 집값안정에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실 베이비붐 세대들은 수도권에서 빠질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못 빠진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 지방으로 이전하면 이에 따라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 부동산 문제 해결에도 역할을 하겠지만, 세대 간 갈등 해소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강래 : 지금의 중고령 인구는 과거 20년 전 중고령 인구와는 너무나 다르다. 스스로도 자신이 이렇게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는 이들도 많다. 나는 2차 베이비붐 시기의 정점에서 태어났다.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50대 초반 동년배 친구를 보면 마음이 먹먹하다. 최근에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궁금해서 통계청에서 발표한 기대여명표(연령 x세의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년수)를 봤다. 나는 평균적으로 35년 정도 더 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건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평균적으로 35년이 남았다는 건, 40-50년 후에도 생일상을 받을 내 동년배들이 꽤나 많을 것이란 얘기다. 앞으로 이런 인구가 복지의 대상 혹은 부양의 대상으로만 인식된다면, 젊은 세대가 어찌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뒷전에 물러난 이들에게 장수는 축복이 아닌 형벌로 다가올 것이다.

 

프레시안 : 3자 연합모델이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듯하다.

마강래 : 생각해보면, 인구적으로 베이비부머, 산업적으로 중소기업, 공간적으로 농어촌의 3자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소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일자리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해 앞으로 '약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외롭고 가난한 베이비붐 세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허덕이는 중소기업, 주민이 사라진 휑한 농어촌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약자 셋이 뭉쳐서 만드는 사회변화의 힘은 가히 폭발적일 것이다. 연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수렁으로 향하는 우리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자 결합이 현실화되면, 우리사회의 난제인 지역인구소멸, 집값폭등, 세대갈등, 저출생, 연금고갈 등의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일종의 만병통치 모델인 것이다.

 

프레시안 : 문제는 시기인 듯하다.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이 시기를 놓치면 앞에서 말한 여러 정책들이 성공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마강래 : 정책은 타이밍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한시라도 젊을 때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 이촌향도한 베이비붐 세대들에겐 지방에서의 삶은 단순한 로망 이상이다. 하지만 이주한 곳에서의 미래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니 귀향귀촌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귀향귀촌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그들이 지방에서의 여생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고향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지방에 돌아가고픈 욕망이 상당하다. 이들이 지방으로 돌아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망설이는 이들도 순차적으로 지방으로 내려갈 수도 있을 듯하다. 부디 현 정부에서도 이런 모델을 고민하고 정책에 도입하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허환주 기자

 

"나토가 얼굴 익히는 자리? 윤 대통령 도대체 왜 참석했나"

29일 일본영사관 인근 규탄집회... 나토-한미일 정상회담에 쏟아진 비판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29(현지시간) 밤 한미일 정상회담에 들어간다. 그러나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항일거리에서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집회가 열렸다. 현장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모습.진군호

 

"아니 도대체 왜 간 겁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 등의 일정에 들어간 29. 부산 일본영사관 옆 항일거리에서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데뷔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군 1호기를 타고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길에 나섰다.

 

이날 규탄 집회는 '나토행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예상됐지만, 100여 명에 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나와 자리를 채웠다.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 소속 단체 회원인 이들은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윤 대통령 나토회의 참석 규탄한다', '일제강제징용 사죄배상하라' 등 준비해온 손피켓을 들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조석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기름값 폭등에 불평등은 가속되는데 지금 어디에 가 있느냐"라며 "정신이 나간 대통령이 나토를 끼고 전쟁 위기라는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이 망동을 멈추지 않으면 거대한 민중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장도 날렸다.

 

공군 1호기 발언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스페인 이동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외교 일정이)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정상들) 얼굴이나 익히고 간단한 현안들이나 좀 서로 확인하고 '다음에 다시 또 보자' 그런 정도 아니겠느냐. 만나봐야지"라고 첫 순방의 소감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박희선 부산노동자겨레하나 공동대표는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갖는 무게감을 언급하면서 문제점을 꼬집었다.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소환한 박 대표는 "그런 정도라면 뭐 하러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세금을 써가며 스페인까지 날아가느냐"라고 직격했다. "나토 정상회의는 미국 주도의 신냉전 구도에 끌려가게 됨을 의미하는데, 대통령으로서 상당히 안일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라는 우려였다.

 

"신냉전 구도에 끌려가면 안 돼", "사죄배상없는 관계개선 반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29(현지시간) 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에 나서는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집회가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인근 항일거리에서 열리고 있다.김보성

 

한미일 정상이 49개월 만에 머리를 맞대는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 등에 대한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다.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의 정치적 상황으로 무산됐지만, 한미일 정상의 만남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미국의 압박 속에 한국과 일본이 공조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며, 코앞으로 다가온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취소하라"는 요구를 쏟아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집회를 열고 있는 부산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는 "사죄배상 없는 관계개선 반대""소녀상, 노동자상을 지키겠다"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본 반성없는 태도와 국내 극우단체의 소녀상 철거 소동을 언급한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에 맞서 끝까지 싸우고 지켜내겠다"라고 말했다.

 

함께 채택한 성명에서도 '정상회담 반대' 주장이 부각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가해자 일본에게 사죄배상을 받아내기도 전에 등 떠밀려 북·중 견제에 초점을 맞춘 군사협력부터 해야 할 판"이라며 "무원칙한 한일관계 개선을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미일 정상회담'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로 이러한 의미를 담아냈다.

 

부산의 일본 외교공관 인근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이번 주부터 본격화한 나토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반대 행동의 연장선이다. 주최 단체는 하루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상회담을 강행하면 규탄에 나서겠다"라며 집회를 예고했다. 이에 앞서 전국민중행동,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참여연대 등이 각각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나토 참석 반대 기자회견을 잇달아 진행했다.

 

전위봉 노동자상건립특위 상황실장은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오마이뉴스>와 만난 전 실장은 "국익과 한반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내용이 예상된다. 정부를 상대로 강력히 항의하는 투쟁을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보성(kimbsv1) 오마이뉴스

 

친미·반중 노선 윤석열 정부가 끼칠 악영향이 우려스럽다

[창비 주간 논평] "현 정부의 외교가 끼칠 국익과 미래에 대한 악영향, 심히 우려스러워"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하와이에서 진행되는 다국적 해상훈련 '림팩(RIMPAC) 2022' 참가를 위해 우리 해군 훈련전단이 오는31일 제주해군기지를 출발할 예정이다. 이번이 17번 째로, 지난 1990년 첫 참여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전력을 파견한다. 미 해군 주도로 격년제로 개최되어 올해 28회를 맞은 림팩은 다국적 해상합동훈련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올해는 일본, 캐나다, 호주 등 26개국 25000명이 참가하는데, 한국은 구축함과 수송함, 잠수함 등 주력함대와 더불어 장병 1000여 명을 파견한다. 림팩의 기원은 1971년으로 거슬러가며, 당시 미국이 베트남에서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는 의지를 담아 창설했다. 이는 얼마 전 칼 슈스터 전 태평양사령부 작전국장이 CNN에 나와 림팩이 군사훈련의 가치를 넘어 미국의 영향력과 전략적 위상이 쇠퇴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과도 맥이 닿아 있다.

'2022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하기 위해 마라도함에 편승해 출항하는 해병대원들. 해군

 

하지만 최근 림팩이 아시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영향력 유지 차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쿼드(QUAD,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의 4자 협의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전략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가능한 네트워크들을 총동원하고 있는데, 림팩은 그 일부인데다 군사훈련이다. 바이든 정부는 자신의 대중(對中) 전략을 '비스포크'(bespoke) 전략으로 부르는데, 과거 대소(對蘇)정책과는 달리 이슈별로 '맞춤형' 대중 견제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특히 트럼프의 동맹경시정책을 비판하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 상황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전세계에 망라된 동맹 및 우방국의 존재라고 인식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노선이다. 쿼드, 쿼드플러스, 오커스, 파이브아이즈,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다양하게 구축해 중첩적으로 중국을 견제·봉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명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중 봉쇄나 신냉전 진영 구축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림팩에 대해서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훈련임을 애써 강조하지만, 이는 실상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림팩은 소위 공동안보의 영역이라 할 해적 대응이나 구조 작전만이 아니라 해병대 합동 작전, 미사일, 대잠수함 및 대공 작전 또한 실시한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군사화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중국을 림팩에서 배제한 2018년 이후 협력·공동안보의 차원은 약화됐다. 올해는 러시아가 우끄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과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동맹과 우방국들을 규합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만큼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임은 명확하다.

 

중국은 당연히 반발한다. 이미 지난해 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NDAA)에 대만을 림팩에 초청한다는 내용이 담겨 중국이 발칵 뒤집혔었다. 이번에 실제로는 초청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우끄라이나 침공으로 말미암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향후 대만의 참여 가능성은 열려 있고, 림팩의 주요 목표 역시 대중 봉쇄가 될 것이다. 북한 역시 최근 림팩에 대해 침략적·패권주의적 전략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번 림팩에 북한발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 훈련이 포함되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겠지만, 전반적으로 아시아에서 대결적 진영구도가 확실하게 구축되고 남북한을 포함해 동북아 군비경쟁이 이미 본격화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묵인'을 넘어 '종용'에 가까운 일본의 역할 제고도 심상치 않다. 쿼드 국가의 해상합동훈련 '말리바르' 참여와 더불어 림팩에서도 일본은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 미일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동맹의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필요할 땐 이를 공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일 3각 군사협력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 및 친미 노선을 확실히 했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이나 동맹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미중 및 미러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남북까지 대결적 긴장이 심화하면 북--러와 한--일의 진영 대결구조가 되살아날 것이며, 우리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승한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철학으로 '멸공'하자는 목소리를 높이면 북한의 위협 인식은 높아져 강경 반응으로 이어지며, 특히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근거로 삼는다. 이미 남북은 선제타격론을 한 차례 주고받았고, 윤석열 정부는 원점 타격을 언급하는가 하면 무력시위로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은 대화의 문은 열려 있으며 북한과 외교적 해법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어떤 실제적인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의 화법도 유사하다. 평화적 해결을 원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이라는 전제를 단다.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더욱이 우끄라이나의 처지를 바라보면서 북한이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고 있는 핵무기를 확실한 보장 없이 포기할 리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한미 정부의 이런 접근은 전략적 인내를 넘어 방치이며, 비핵화 포기다. 대중 봉쇄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림팩에 사상 최대 규모로 참여하는 것과 윤석열 대통령이 첫 해외순방으로 나토정상회담에 참가하는 것은 하나같이 신냉전적 진영 구축이라는 방향을 가리킨다. 언론에서 이를 다자주의 외교라고 포장하는 것은 --일 동맹이라는 용어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해 기정사실화하는 것만큼이나 억지다. 림팩 참여를 협력안보, 한국의 위상 제고 및 아태지역의 평화를 위한 행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과장을 넘어 왜곡이다. 진영 대결을 강화하는 동맹확대 외교는 결코 다자주의적이거나 협력안보일 수 없으며, 오히려 이를 훼손한다. 현 정부의 외교가 끼칠 국익과 미래에 대한 악영향이 심히 우려스럽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프레시안

 

KBS, 군사독재시절 간첩조작 보도 공식 사과

언론도 간첩 조작 가해자드러낸 시사기획 창호평 속 KBS 부사장 “KBS 대표해 사과

KBS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훗날 조작으로 밝혀진 간첩 사건 관련 KBS보도화면.

 

진실 보도를 해야 되는 우리 방송사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그 책임을 방기하고 오히려 독재정권에 협력까지 했던 이런 사실은 KBS의 아주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김덕재 KBS 부사장)

 

KBS가 군사독재시절 간첩조작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16KBS 시청자위원회에서 김소형 시청자위원은 지난 517일과 242부작으로 방영된 KBS <시사기획 창> ‘언론과 진실편을 언급하며 이제라도 언론의 진정한 반성과 함께 간첩 조작 사건의 진실규명을 통한 지속적인 피해자 구제작업과 사과가 이루어져야 함을 뒤늦게나마 KBS가 제기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호평했다.

 

앞서 KBS언론과 진실1조작의 역사2놈 놈 놈을 통해 간첩 조작에 동조했던 우리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을 공개했다. KBS는 해당 방송에서 “KBSMBC 역시 주요 뉴스는 물론 전문가 대담과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해 간첩 조작에 적극 가담했다고 밝혔으며 간첩 조작은 언론이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 국가범죄다. 언론은 간첩 조작의 가해자였다고 평가했다.

 

김소형 시청자위원은 책임과 반성에서 KBS도 예외일 수 없다. 그 당시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공영방송이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이에 대한 KBS의 입장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달라고 했다.

 

이에 김덕재 KBS 부사장은 “KBS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던 어두운 역사도 한편으로 가지고 있다면서 해당 간첩 조작 사건으로 피해를 보신 분들에게는 KBS를 대표해서 이번 기회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저희가 제기한 것처럼 KBS는 지속적인 진실규명과 피해자 구제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간첩조작 사건 관련 보도에 대한 KBS 차원의 공식 사과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KBS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시사기획 창>은 조작 간첩으로 밝혀져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137개 사건을 다뤘던 1987년 민주화 이전 6개 신문(조선·중앙·동아·한국·서울·경향) 1385건의 기사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744(53.7%)이 간첩 조작 시기에 출고했고, 보도량은 1980년대 전두환 시절에서 가장 많았다. 744건 중 199(26.7%)1면에 비중 있게 실렸다. 신문에선 피해자의 실명과 얼굴 공개는 물론, 주소와 근무지까지 노출한 경우도 많았다.

 

KBS는 해당 방송에서 권위주의 정권 국가기관은 경쟁적으로 간첩을 만들어냈다. 언론은 조작된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고, 스스로의 의지까지 더해 보도를 쏟아냈다. 언론사와 기사에 등장하는 정보원과의 관계를 보면 언론이 중앙정보부에 얼마나 의존했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조작 피해자 묘사에서도 6개 신문은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재심 판결문에 조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피해자를 다룬 보도는 여전히 적었다고 밝혔다. KBS는 참여정부 시절 과거사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한 과거사 정리 시도에 언론이 보인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해당 방송에서 잘못된 사실, 일방적 사실을 모아 진실을 왜곡했고 피해를 줬다면 단순히 중계만 했다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사과 및 정정을 해야 한다. 그 방식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언론이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KBS의 경우 공영언론으로서 과거 보도에 명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간첩조작 피해자 정삼근씨 또한 KBS와 인터뷰에서 사과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사과가 이뤄졌다.

 

하지만 부족하다. ‘언론과 진실편 제작진이었던 최문호 KBS 기자는 KBS의 사과에 환영하면서도 사과는 피해자에게 직접 하는 게 맞다. 추가적으로 피해자를 향한 직접 사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간첩조작)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많이 지적이 있었지만 가해자를 특정하고 이야기한 경우는 부족했다. 언론도 조작의 중요한 가해자였다고 강조한 뒤 KBS 외의 다른 가해자언론사들 또한 간첩조작 피해자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KBS <시사기획 창> ‘언론과 진실’ 2부작은 방송기자연합회가 선정한 기획보도 부문 이달의 기자상’(164)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부동산 가격 폭등은 폭력적 약탈보다 더 나쁜 '합법적 약탈'"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본 '이상한 부동산 공화국'

"미안해요. 그러니까 내가 죽이는 거 이해해 주세요. 전 그저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에요."

 

2015년 개봉한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수남(이정현 분)은 자기 동네 재개발을 반대하는 옆 동네 통장에게 복어 독을 먹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구청 운영 무료 심리 상담센터 소장이기도 한 통장에게 수남은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지만, 말과 다르게 그의 표정에선 망설임은커녕 미안함조차 묻어나지 않는다.

 

수남은 재개발을 방해하는 이들, 그것이 아스팔트 극우 할아버지든, 분노조절 장애의 폭력배든, 심지어 자신을 심문하는 형사들이라도 살려두지 않았다. 이렇게만 보면 수남은 '반사회성 인격장애', 사이코패스(Psychopath) 또는 소시오패스(sociopath)의 특징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이 영화로 장편에 데뷔한 감독 안국진은 반사회성 인격 장애인의 엽기적 행각이 아닌 수남이 왜 그렇게 됐는가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이끌었다.

 

영화 제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 작품에서 따왔다. 1865년 출간돼 여러 차례 영화로도 제작된 <이상한 나리의 앨리스>7살 어린 소녀의 판타지 모험극을 보여줬다면,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한 여인이 겪어야 하는 잔혹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 영화 배급사는 이 영화 포스터에서 '생계 밀착형 코믹 잔혹극'이라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 2015) 스틸컷.

 

생계 밀착형 코믹 잔혹극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대략 개인 컴퓨터가 우리 사회에 보급되기 시작했던 1980~1990년대부터 최근까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수남은 상업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주산 1, 타자 1급 등 14개의 자격증을 딸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이대로라면 대기업 취업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해 일반 업무는 물론 회계 등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까지 처리하는 시대에 수남이 딴 자격증은 취업에 필요한 엘리트 증명서가 아닌 그저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수남은 어쩔 수 없이 컴퓨터가 없는 영세한 금형공장 경리로 일하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사회의 쓴맛을 알게 된다. 다행히 같은 공장에서 그를 이해해 주는, 그보다 세 살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함께 살게 된다. 오랜 공장 소음에 노출됐지만, 생활고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젊은 나이에 이미 보청기를 끼고 있는 남편은 그래도 성실한 남자였다. 남편은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미루더라도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집을 먼저 장만하고자 했다. 그러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비롯된 현실은 그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남편의 청력이 완전히 죽었고, 최신 보청기 구매와 삽입 수술에 2000만 원이 필요했다. 참고로 1980년대 이 돈이면 서울 지역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큰 금액이었다. 수남은 "집을 먼저 사야 해. (우리 아이를) 나처럼 키울 수는 없잖아"라는 남편을 "수술이 먼저야. 집은 나중에 사줄게"라고 설득해 수술을 받게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보청기 부작용으로 공장에서 일하던 남편은 정신을 잃었고, 그 순간 프레스 기계에 네 개의 손가락을 잃어버렸다. 사고 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생긴 남편은 폐인처럼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수남은 사랑하는 남편이 다시 웃으며 행복해지는 방법은 남편이 그토록 원하던 집을 사는 것이라 여겼다. 그는 "시간이 없어. 잠은 나중에 자면 돼. 나만 열심히 하면 돼, 나만 하면 돼"라고 되뇌며 야간 식당 서빙부터 모텔 청소부까지 겹벌이, 세 겹 벌이를 뛰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이렇게 11년만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계속 오르기만 하는 미친 집값이 문제였다. 수남이 혼자 생계를 꾸린 지 9년째 되던 해 그는 은행에서 어렵게 14000만 원을 빌려 변두리 달동네 허름한 집을 구했다. 남편은 굳은살 박인 수남의 손을 보며 오열하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과 짐밖에 안 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목을 맨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남편은 식물인간이 돼 버렸다.

 

은행 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 그리고 남편 병시중을 위해 수남은 전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일해야 했지만, 남편의 상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 사이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쌓여만 갔다. 밀린 병원비에 의사가 존엄사를 권할 정도였지만, 수남은 남편을 포기할 수 없었다.

 

수남의 동네가 재개발 지구로 지정된 것이 밀린 병원비와 빚을 갚을 유인할 해결책이었다. 문제는 옆 동네 사람들이 자기 지역까지 재개발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으면 재개발 자체를 못 하도록 구청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답답한 마음에 구청을 찾아간 수남에게 담당 계장은 "동네 시끄러우면 재개발 승인이 취소된다. 주민들 (동의) 서명만 받아와라. 우리가 직접 나설 수도 있지만, 보는 눈이 있고. 그다음엔 우리가 다 알아서 하겠다."라고 말한다.

 

수남은 하던 밥벌이를 중단하면서까지 옆 동네 주민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는다. 그러다 재개발 반대 대책위 임원들에게 폭행과 고문, 납치까지 당하면서 수남은 더욱 절박해졌고, 이때부터 영화는 진짜 잔혹극으로 전개된다. 결말은 영화를 통해 꼭 확인하길 추천한다.

 

부동산 공화국의 민낯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총제작비 3억 원가량의 저예산 독립영화다. 2015년 개봉 당시 관객 44074명이라는, 독립영화로는 적지 않은 관객을 불러 모았지만, 같은 시기 1200만 명의 <암살>, 200만 명의 <뷰티인사이드>, 147만 명의 <차이나타운> 등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대작에 가려 대중에게 크게 각인되진 않았다. 그래도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 대상, 2016년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 수상이 말해주듯이 우리 시대 문제를 뒤틀어 더욱 리얼한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성은 여느 대작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이 영화에 노 개런티로 출연한 배우 이정현은 신산한 삶을 살아야 하는 수남 역을 맡아 꿈 많은 여린 소녀부터 현실 무게에 짓눌린 중년의 아줌마까지 소화해내며 열연했다. 덕분에 그는 전지현, 김혜수, 한효주, 전도연 등 당시 흥행 영화 여주인공들을 제치고 2015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경제학자 전강수는 2019<부동산 공화국 경제사>(여문책 펴냄)에서 "병은 대개 통증을 동반한다. 통증은 고통스럽지만, 병의 존재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라고 밝혔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노동, 여성, 인권, 부동산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민낯, 즉 통증을 제대로 드러냈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우리 사회 오래된 통증이다. 오래됐다는 건 그 병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대다수 전문가는 우리 사회 부동산 투기의 시작을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의 강남 개발부터로 보고 있다. 인구 분산 목적으로 내세운 강남 개발의 배경엔 경부고속도로 용지 확보와 권력 비자금 마련 등 비본질적 의도가 더욱 크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당시 정부는 도시개발 시 선행되어야 할 부동산 투기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소설가 황석영은 2010<강남몽>(창비 펴냄)에서 부동산업자를 등장시켜 "길 가는 데 땅이 있고 땅은 돈이 된다. 이게 부동산 투자의 첫 번째 원칙이야."라고 말했다. 애초 강남 개발은 정부에 의해서 기획된 부동산 투자가 아닌 투기가 본질이다. 전강수는 "박정희의 강남 개발 이후 한국 사회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불로소득을 좇아 민첩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라면서 "박정희는 부동산 공화국 형성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사회 내부에 지속적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요인을 심어놓았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평론가 프레더릭 제임스는 2015년 언론 기고에서 "우리 시대의 모든 정치는 부동산에 관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박정희 시대에 시작된 극심한 개발주의는 4대강사업, 설악산 케이블카, 흑산도 공항 등은 여야,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계속 확대되면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투기는 부의 편중을 심화시켰다. 2014년 기준 상위 10% 개인이 전체 개인 토지 소유지의 67.4%를 차지하고 있고, 법인 토지의 경우 상위 1%가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2%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전강수의 분석이다. 이러한 구조는 주기적인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전북대 명예교수 강준만은 2020<부동산 약탈 국가>(인물과사상사 펴냄)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은 폭력적 약탈보다 더 나쁜 '합법적 약탈"이라며 "한국에서 이런 합법적 약탈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진보-보수 정권이 번갈아 가면서 합동으로 발전시켜 온 약탈체제이기에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질 건 없다. 한국의 정치판과 고위 공직은 주로 이런 약탈체제의 수혜자들로 구성돼 있기에 약탈의 피해자들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 말마따나 '정치는 원칙의 경쟁으로 위장하는 밥그릇 싸움'에 지나지 않으며, 그 싸움의 와중에서 외쳐지는 '정의', '공정', '평등'과 같은 아름다운 말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키우기 위한 기만적 언어일 뿐이다."이라고도 지적했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재개발 지구를 선정을 둘러싸고 사회적 약자끼리 극심한 갈등을 빚는다. 실제 이런 사례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장면이다. 부동산 불로소득 관련 우리나라 최상위층의 욕구와 욕망은 중산층을 넘어 이제 사회적 약자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영화 배급사는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 그녀의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라고 홍보했다.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이, 대다수 서민이 뼈 빠지게 일해도 팔 집은커녕 살집 하나 장만하기 어려운 세상이 바로 '이상한 나라'가 아닐까. 우리는 지금 이상한 나라에서 산다.

이철재 에코큐레이터[함께 사는 길]

 

다 오르는데···쌀값, 45년 만에 최대폭 하락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4%나 상승했다. 이는 20088(5.6%) 이후 13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수산물의 상승률도 4.2%에 달했다. 감자는 32.1%나 가격이 상승했고, 배추도 24% 올랐다. 돼지고기(20.7%), 닭고기(16.1%)도 지난해 같은 달에 가격이 껑충 뛰었다.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유독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품목이 있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이다. 국내산지 쌀 판매가격은 지난해 수확기 이후 지속해서 떨어져 최근 45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고물가에도 거꾸로 가고 있는 쌀 값에는, 1인당 하루 소비량이 스마트폰 정도인 155g에 불과한 쌀의 현실이 녹아있다.

 

전남도는 1지난해 수확기(1012)와 비교했을 때 6월 쌀 값이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 45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확기 전남지역 산지 쌀값은 20기준 53534원 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산지 쌀값은 45534원으로 14.9% 하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쌀 가격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국내 쌀 산지 평균 가격은 20기준 46741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5861)과 비교해 16.3% 하락했다고 밝혔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전국 산지 쌀 가격 추이를 보면 지난해 수확기 20기준 53535원이었던 쌀 가격은 지난 15778원을 내려갔고 3월에는 49747원으로 떨어진 이후 내림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가격이 내려갔지만 산지 유통업체의 쌀 판매량은 지난해 보다 10% 이상 줄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쌀 판매량은 514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000t(11.6%) 감소했다. 쌀 재고량은 크게 늘었다. 지난 4월 말 기준 산지 쌀 유통업체의 재고량은 959000t에 달해 지난해와 비교해 56.9%나 증가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쌀 판매 증가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쌀값 하락에는 한국인의 주식이었던 쌀의 달라진 위상이 녹아있다. 국내 쌀 소비량은 30년 만에 거의 반으로 줄었다. 통계청의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을 보면 1990년 한국인은 1인당 연간 119.6의 쌀을 먹었다. 하지만 1998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99.2으로 100밑으로 내려왔다.

 

200188.9, 200678.8, 201269.8으로 감소한 쌀 소비량은 2019(59.2)부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50대로 내려왔고 202156.9을 기록했다. 1인당 1일 쌀 소비량 역시 통계를 다시 작성하기 시작한 1997280g에서 지난해 155.8g으로 줄었다.

 

조남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 팀장은 국내 쌀 자급률은 90%를 넘었다. 쌀을 수입한다면 국제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국내 생산물량으로도 쌀은 충분히 수급이 가능하다면서 정부가 27t을 시장에서 격리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쌀 재고가 전년보다 많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이르면 9월부터 햅쌀이 나오는 만큼 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쌀 소비량이 매년 줄고 있는데 지난해 생산량을 평년보다 많았다면서 석 달 후면 새 쌀이 나오는 만큼 정부가 일정 물량을 공공비축미로 수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 / 강현석 기자

 

-10년전부터 하락론 외치셨고 임3법도 36개월만 지나도 전세 안정화 될꺼라고 얘기 하셨는데 미래에 대한 예측 말고 과거에 대한 반성과 왜 못 맞췄는지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주시는게 교수님을 알고 있는 분들에 대한 예의이고 교수님의 실력을 더 믿게 되지 않을까요??

분명 교수님 말 믿고 집 안산 사람들도 많을껍니다ㅡ

전문가의 입은 무게와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언론과 조직적인 투기꾼들이 폭등을 만들었죠.

-전문가라고 말하는 비전문가ㅋ

-겸임으로 사기치고다니나봐요ㅋㅋ

- 10년동안 한번도 맞춘적이 없는 한문도님 대표출연 뉴스 타파 부동산 끝났다 하고나니 8년동안 역대급 상승중

이 분 2014~15년부터 집값 떨어진다고 말했던 사람인데ㅋㅋ

뉴스타파 - "부동산 게임 끝났다" (2013.9.17)

https://www.youtube.com/watch?v=mYPGC1ZM7us   

지금 빚내서 집 사면 큰일 나” TBS 시민의방송 22.6.122

https://www.youtube.com/watch?v=ErOUEILgDmE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아무리 봐도 "건설사"의 수익확보 및 수익증가, "다주택"자의 양도차익 확대를 위한 정책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시기에 집값 오른다고 하는 유튜버들은 정말 악마다.

-부동산에 묻힌돈을 아직까지 다 못빼서 사라고 하겠죠. 폭탄은 국민들이 처리하고 지들은 돈챙겨야하는데 아직 다 못 챙겨서 사라고하는 듯.

-지금 집사면 죽음까지 발목 잡힌다. 이자는 계속 오름세를, 물량은 앞으로 늘어날서고,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가고

-이제 부동산 그지들 바글거릴거다 돈 벌어서 은행 배불리다 극단적 선택하는 사람들 생길거다

-갭 투자자들 한테 뭘 풀어놨다는건지

-전세대출로 9억이상 집에 전세사는 사람이 갭투자로 집을 살 경우 기존 전세대출이 연장되지 않아서 9억이상 전세집이 시장에 나오게 되니 가격이 내려가는데 이걸 연장되게 풀어줬다는 겁니당.

-20~30대에게 대출 50년 해줄게 사라고 부추기다니,

-부자놈들이랑 법인 매물 털어야 하니까 실수요자들 보고 상투잡으라는거지

-현재 집값은 정상가의 3~4, 5억짜리가 20억이고... 3억짜리가 9억인 세상입니다... 이 가격이 연착륙이든 경착륙이든 가계가 과도한 빚을 안지고 살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정될 시기입니다... 물론 빚을 내서 갭투기하신 다주택자들은 고통과 댓가를 받겠지만...

-피눈물 흘려라..1번 안찍은걸 두고두고 피눈물 흘려라..고장나서 못돌리는 원전도 고쳐서 계속돌리겠단다.. 아직 지옥체험 시작도 안했다

-다국적! 전국구 서울강남 을 비교하지말자! 그곳은 그들만의 리그다 외면하구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