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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7.11~31 ’무엇이 2030을 ‘영끌’로 내몰았나

by 이성근 2022. 7. 10.

왜 언론은 문재인 케어엔 적자 걱정하다 이번엔 적자 언급 안할까

아베는 통일교영상에 왜 등장했나

나토 정상회의의제 삼킨 김건희 여사 패션·행보보도

전세계 24살 이하는 처음 겪는 세계사적 사건 ‘2022 인플레

무엇이 2030영끌로 내몰았나

 

왜 언론은 문재인 케어엔 적자 걱정하다 이번엔 적자 언급 안할까

언론이 말하지 않는 건강보험 이야기

지역가입자 재산 늘어도 보험료 안들어역진성 해결안돼

 

건강보험이 9월부터 개편된다. 왜 지금 바꿀까? 재난지원금 기준이 되면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문재인 케어로 국민건강보험 적자가 심해졌다니 개혁이 필요해서일까? 둘 다 아니다. 이번 건강보험료 개편은 2015년 박근혜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정부 때 만들어진 내용을 문재인정부가(18) 1차 개편으로 발표했다. 문재인정부 때 만들어진 내용이 올해 윤석열 정부에서 2차 개편으로 발표되는 기나긴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 박근혜정부 때 여야 합의를 통해 마련한 개혁방안을 문재인, 윤석열 정부 3개의 정권이 바뀌어도 큰 줄기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다. 아쉬운 점(부족한 점)은 있지만, 정부가 바뀌어도 일관된 전략으로 추진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조금 더 참고 기다릴 만도 하다.

 

그런데 왜 여야 합의를 통해 만든 내용을 박근혜정부가 직접 발표하지 않고 문재인정부가 발표하고, 문재인정부가 만든 내용은 미루다가 윤석열정부가 발표하게 했을까? 자신의 성과를 자기 정부에서 완성하고 싶은 것은 권력의 속성 아닐까? 그것은 바로 이런 개혁이 욕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수 보험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내려가고 일부만 올라간다 하더라도 올라가는 가입자의 불만이 항상 과대 대표되니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이는 왜 조세제도나 연금, 보험 등의 개혁이 어려운지를 방증한다.

 

그럼 누가 손해보고 누가 이득을 볼까? 또는 현재 보험료 납부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개편했을까?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형평성 증대가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지역가입자는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도 본다.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그것도 중형차 한 대 있다는 이유로 직장인 보다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지역가입자가 불만이었다. 과거에는 매출 누락이 많아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신용카드가 보편화된 현 상황에서는 불합리한 측면이 크다.

 

그래서 재산은 덜 반영하고 소득은 더 반영하는 것이 개혁의 방향이다. 재산을 덜 반영하고자 자동차 반영 부분을 1600cc에서 4000만원 이상 자동차로 올렸다. 사실 자동차 부문은 폐지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적용 자동차가 179만대에서 12만대로 크게 줄어드니 사실상 폐지 수순이다. 그리고 재산공제를 5000만원으로 확대한다. 재산 공제금액을 더 확대해도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재산을 덜 반영하니 소득은 더 반영해야 한다. 그 결과 연금소득 반영률은 인상한다. 기존 반영률 30%에서 50%로 올라간다. 연금소득자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금소득도 소득이다. 여전히 50%만 반영한다. 이 결과 고액 연금소득 피부양자 일부는(1.5%)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직장인의 다른 기타소득에 대한 보험료도 인상된다.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이번 개편에서 덜 내는 사람은 많고(지역가입자 65%), 더 내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으니(지역가입자 2.7%, 직장가입자 2%) 건강보험 재정은 2조원 이상 줄어들게 된다. 건강보험 수입이 줄어드는 것만큼 건강보험 재정은 나빠진다.

 

언론은 이를 어떻게 보도할까? 놀랍게도 건강보험 재정을 적자라는 단어를 써서 설명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한두 언론만이 이번 건강보험 개편 기사에 적자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다. 그러나 그 적자의 책임은 문재인 케어라는 것이 그 기사의 핵심이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수입 또는 지출 측면 둘 중의 하나다. 보장성을 늘려 지출을 증대시키면 재정이 악화된다. 또한, 건강보험 수입을 줄여도 재정이 악화된다. 그러나 소위 문재인 케어를 통해 보장성을 높이는 조치를 전하는 언론의 대다수는 건강보험 적자를 걱정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수입을 줄이는 조치에서는 건강보험 적자를 걱정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물론 건강보험 적자를 너무 걱정하는 것도 문제긴 하다.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이 엄청난 적자가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우려했지만 작년에는 약 2.8조원정도 흑자였다.

 

왜 언론들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할 때는 재정을 걱정하면서, 수입을 줄일 때는 재정을 걱정하지 않을까?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원칙적으로는 필요하다. 사보험 없이 대부분 질병을 국가보험만으로도 충분히 보장받는 것 자체는 반대하기 어렵다. 다만 보장성이 확대되면 과잉진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기능을 더 강화해서 과잉진료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건강보험 개편 조치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수입 확대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고액 재산가의 역진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직장인들은 소득이 늘면 정률적으로 건강보험료가 7% 올라간다. 그러나 지역가입자 보험료는 소득 및 재산 구간에 따라 정해진다. , 소득과 재산에 비례해서 보험료를 내는 것이 아니다. 해당하는 구간에 따라 보험료 인상은 제한된다. 결국 소득과 재산이 많이 늘어도 보험료는 조금만 올라가는 역진성이 문제였다.

 

이번 개편을 통해 지역가입자 소득은 직장가입자처럼 비례적으로 개편됐다.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가입자 재산에 따라 보험료가 비례적으로 늘지 않는다. 역진성이 유지된다는 얘기다. 고액 자산가의 반발이 우려됐기 때문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을 유념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는 생각이다. 지지율을 유념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살린다면, 건강보험 수지 건전화를 위해 조금 더 욕을 먹더라도 수입 증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근본적인 얘기를 해보자.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기금, 세금의 부담을 늘리고자 한다면 신뢰 확보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신뢰 확보란 내가 낸 돈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이다. 효율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참에 건강보험 재정을 기금화해 국가 지출의 일환으로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언론을 기대해본다면 욕심일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프레시안

 

 

아베는 통일교영상에 왜 등장했나

야마가미, 살해 동기로 통일교 언급하면서

통일교와 일본 극우 정치세력 관계에 관심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단체인 천주평화연합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지난해 9월 인천 송도센트럴파크호텔에서 공동주최한 신통일한국 안착을 위한 싱크탱크 2022’ 출범식에 이은 희망전진대회에서 영상으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천주평화연합 제공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범행 배경으로 자신의 어머니의 종교인 통일교를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일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내 어머니는 통일교회 신자로, 아베 신조가 통일교회와 친한 것을 알고 노렸다원래는 통일교회의 리더를 노리려 했지만 어려울 것 같아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회와 관계가 있다고 여겨 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가미의 모친은 남편 사망 뒤 이어받은 건축회사를 운영하다 20년 전 파산했는데, 이를 두고 야미가미는 통일교 신자인 모친이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했기 때문이라며 원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통일교는 11일 성명을 내어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는 가정연합에 속한 신자가 아니며 과거에도 본 연합에 가입했다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용의자의 모친은 월 1회 가정연합의교회 행사에 참석해왔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야마가미가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 때문이 아니라 아베가 (통일교 단체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고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아베 전 총리는 통일교 단체인 천주평화연합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지난해 9월 인천 송도센트럴파크호텔에서 공동주최한 신통일한국 안착을 위한 싱크탱크 2022’ 출범식에 이은 희망전진대회에서 영상을 통해 기조연설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 연설에서 전체주의 패권주의 국가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강행하고자 하는 책동을 저지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 미국, 대만, 한국 등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의 결속이 더욱 더 요청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선 아베 전 총리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호세 마누 바호주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도 이런 식으로 참여했다.

 

이에 대해 통일교는 성명을 통해 일본의 정상급 지도자인 아베 전 총리가 본 연합에 영상 연설을 보냈다는 이유에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용의자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가정 내에 이해하기 어려운 성장 과정을 거쳐 발생한 극단적인 사건이기에 절차에 따라 사법기관에 의해서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명확히 조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통일교 문선명 교주의 구순 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일대 500만평에 이르는 통일교 왕국의 본부 격인 천정궁. <한겨레> 자료사진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행사에 영상을 보낸 것은 통일교가 오래 전부터 일본 우익 정치세력과 맺어온 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의 문선명(1920~2012) 교주는 19684월 일본국제승공연합을 창설한 이후 일본 우익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이자 자민당 내 극우파였던 기시 노부스케 전 수상이 19704월 일본의 통일교회를 방문한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기시 전 수상은 1970년대 자민당의 스파이방지법 제정 등 반공입법 과정에서 재정 후원과 여론 형성을 위해 일본국제승공연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통일교피해대책변호사연합회) 회장으로 저서 <통일교회 가정연합>을 통해 통일교 실체를 폭로한 야마구치 변호사는 2017년 한국 <시비에스>(CBS)와 한 인터뷰에서 통일교의 자민당 내 정치세력화를 도운 핵심 인물로 기시 노부스케와 에이(A)급 전범 용의자였던 사사가와 료이치 전 중의원을 지목했다. 야마구치 변호사는 통일교의 정치세력화는 아베 신조 총리의 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수상 때부터 시작해 사사가와 료이치가 다리 역할을 했다보수정권 하에서 통일교 승공연합의 힘을 이용해 대북정책이라든지 반공운동을 벌여왔는데, 일본 정치가에는 젊은 선거운동원이나 당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돈과 운동원을 보내주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04월 미국 워싱턴 미국 상원에서 열린 평화의 왕 추대식에서 연설하는 문선명 통일교 교주.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 주간지 <주간현대>19992현직 일본 국회의원 128명의 승공연합, 통일교회 관계도 목록을 폭로한 데 이어, 20066아베 신조와 통일교는 외조부 대부터 면면히 이어지는 관계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통일교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쳐왔다. 통일교 기관지 <사상신문>1986720일 기사에서 중의원·참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130명의 승공 추진 의원이 당선됐다고 주장했다. 문선명 교주가 직접 일본 정계와의 관계를 언급한 문서(<문선명 어록>)도 있다.

문선명 통일교 교주. <한겨레> 자료사진

1991126일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과 만난 문선명 교주. <한겨레> 자료사진

 

통일교와 일본 정계의 관계가 부각된 데는 통일교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한 점도 작용했다. 일본 내 통일교는 195910월 통일교 최상익 전도사가 밀항선을 타고 일본에 건너가면서 시작됐다. 이후 일본 선교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통일교가 미국까지 진출해 닻을 내리는 데 초석이 됐다.

 

일본 통일교는 주로 영감상법을 통한 방문 판매로 자금을 모았다. 전성기에는 한달에 100억엔가량을 통일교 본부에 송금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감상법은 영계의 지옥에 있는 조상들의 고통을 없애주고 후손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우려면 영적인 능력이 있는 물건을 구매하고 헌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계 안팎에서는 조상을 숭배하는 일본인들의 전통의식을 활용한 전략으로 분석했다. 통일교는 초자연적 영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인감과 화병, 장식품, 다보탑·석가탑 모형, 목주, 인삼엑기스 등을 판매했다.

 

통일교의 판매 행위로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일본에서는 300여명의 변호사들이 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를 결성해 피해 사례를 조사하며 구제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일교 쪽은 영감상법을 통한 방문 판매는 1980년대에 주로 했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시비에스> 유튜브 갈무리.

 

일본 내 통일교 신도는 60만명이라는 설부터 1~2만명에 불과하다는 설까지 다양하다. 다만 통일교 세계본부 격인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천정궁 입구에 새겨진 건립 기부자 명단의 90% 이상이 일본인이라는 점은 통일교 내에서 일본인 기부가 절대적임을 말해준다. 또 통일교가 거행한 합동결혼에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대다수가 일본인 여성이다. 1992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통일교 합동결혼식 당시 1970년대 일본의 아이돌 톱스타였던 사쿠라다 준코가 문 교주가 지정한 대로 평범한 한국인 회사원과 결혼한 사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20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문 교주는 1951년 통일교를 설립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전세계 194개국에 선교사를 파견하고 1976년 미국 워싱턴에서 30만명 군중 집회를 열어 <뉴스위크> 선정 올해의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국제승공연합을 창시해 승공·멸공운동을 벌인 그는 1982<워싱턴 타임스>를 창간해 미국 정가에서 극우보수 인사들의 입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1990년 옛 소련 모스크바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한 데 이어 한해 뒤인 19911130일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과 만나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지난 416일 거행된 통일교 합동결혼식에서 축복을 해주고 있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 통일교 제공

 

문 교주는 종교와 언론 분야 외에도 선화예술중고, 경복초, 선정중고, 선문대, 청심국제중고 등 교육계와 일화, 일성종합건설, 일신석재 등 다양한 사업에도 진출했다. 통일교는 문 교주의 구순을 맞은 지난 2009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500만평 규모의 통일교 왕국 센터격인 일명 천정궁을 외부에 공개하면서 만왕의 왕 하나님 해방권 대관식을 통해 문 교주가 하나님으로 취임했다고 공표했다.

 

문 교주는 201293일 통일교 성지 안에 있는 경기도 가평 청심국제병원에서 별세했다. 문 교주는 이미 2008476녀 중 막내아들로 당시 33살이던 문형진 목사를 통일교 세계회장으로 임명했으나, 문 교주 사후 부인 한학자 총재가 전권을 장악해 사실상 교주로 활동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나토 정상회의의제 삼킨 김건희 여사 패션·행보보도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 네이버 많이 본 뉴스제목, 김건희 50%윤석열 30%

629~30일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진행된 이번 나토 회의에선 러시아를 직접적 위협으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전략개념 2022’가 발표돼 나토의 반중반러 기조가 명확해졌는데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습니다.

 

나토의 첫 한국 초청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데뷔인 만큼 이번 순방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나토의 행보를 두고 신 냉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한국의 외교적 득실을 짚는 것도 중요한데요. 몇몇 언론은 나토 순방을 둘러싼 다각적 분석은커녕 성과만 부각하거나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과하게 초점을 뒀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이 출국한 627일부터 귀국한 71일까지 언론 보도를 살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 김건희 여사 부각된 나토 순방

네이버 많이 본 뉴스, 김건희 여사윤석열 대통령

나토 순방 보도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여러 행보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그에 따른 파장 등을 살피는 보도보다 김건희 여사 행보 보도가 더 인기를 끌었는데요. 나토 순방 5일 간 온라인에서는 어떤 뉴스가 주목받았는지 살펴봤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언론사별 랭킹뉴스의 많이 본 뉴스나토 정상회의보도는 총 189건입니다(같은 기사가 여러 날 순위권에 오른 경우 개별 계산).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나토 정상회담 행사 일정, 윤석열 대통령 의전 소홀 문제, 김건희 여사 일정과 패션외교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졌는데요.

 

그중 관련 기사 제목에 등장한 이름을 분석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57(30%) 등장한 데 반해 김건희 여사는 94(50%) 등장해 김건희 여사에 주목한 보도가 많이 본 뉴스에 오른 비중이 훨씬 높았습니다. 대통령 부부가 언급된 경우는 27(14%), 이름이 등장하지 않은 경우는 11(6%)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사 제목에 3번 언급될 동안, 김건희 여사 이름은 5번이나 등장한 것인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초청받아 참석한 나토 정상회의에 김건희 여사 이름이 등장한 기사 제목이 더 많았다는 결과입니다.

627일부터 71일까지 네이버 많이 본 뉴스기사 제목에 등장한 이름 횟수. 그래프&=민주언론시민연합

 

김건희 여사 보도, ‘많이 본 뉴스상위권 기록

627일부터 71일까지 네이버 많이 본 뉴스’ 5위 안에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가 2건 이상인 언론사. =민주언론시민연합

 

나토 정상회의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행보 보도는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상위권에 다수 올랐습니다. 하루에 2건 이상 김건희 여사 보도가 5위 안에 든 경우도 많았는데요. 628일 연합뉴스 3·5위가 김건희 여사 기사였으며, 629일과 71일 사이에도 여러 언론에 김건희 여사 관련 기사가 많이 본 뉴스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조선비즈의 경우 3일 연속으로 김건희 여사 보도를 상위권에 올렸습니다.

630, 네이버 많이 본 뉴스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가 2건 이상인 언론사

 

기사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 중심, 제목엔 김건희 여사부각

628많이 본 뉴스에 오른 나토 정상회의 보도 대부분은 대통령 부부의 기내 인사를 다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마드리드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단을 찾아 인사를 나눴는데요. 첫 순방길에 오른 대통령에게 기자들이 마음가짐을 묻자 윤 대통령은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겠느냐”, “시간이 많지 않아서 얼굴이나 익히고 간단한 현안 확인 수준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장시간 비행에 프리미어 축구를 봤다는 발언이 화제가 됐는데요.

 

관련 기사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자들의 대화였습니다. 그러나 기사 제목엔 김건희 여사의 짧은 인사가 부각됐습니다. 뉴스1 <김건희 여사, 기내 깜짝 등장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기자단 첫 인사”>(628일 김일창 기자)와 머니S <김건희 여사, 기내서 깜짝인사감사합니다”>(628일 송혜남 기자)이 대표적입니다. 김건희 여사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인사 이외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언론은 제목에 김건희 여사를 내세웠습니다. ‘김건희라는 이름이 언론 보도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된 것입니다.

 

나토 외교 파장언급한 라디오, 인용 보도도 김건희 여사부각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나토 정상회담을 평가한 발언이 보도됐는데, 가장 많이 기사 제목에 오른 것도 김건희 여사 관련 내용입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627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629KBS ‘최영일의 시사본부’·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630CBS ‘김현정의 뉴스쇼’, 71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등에 잇따라 출연했고, 해당 발언을 인용한 보도가 네이버 언론사별 랭킹뉴스 많이 본 뉴스순위권에 올랐습니다.

 

조선일보 <박지원 김건희 팔 흔들흔들하도 뭐라 해 주눅든 듯”>(629일 김명일 기자)KBS1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한 박 전 원장이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국왕부부와 악수한 후 팔을 흔든 모습에 대해 숙달되면 잘하실 거다. 저는 낫 베드(Not bad), 좋다고 본다라고 말했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의상을 극찬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프레시안 <김건희 극찬한 박지원 다른 나라 영부인들에게 꿀리지 않더라”>(630일 이명선 기자) 역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 전 원장이 일명 재키 스타일패션 외교를 선보인 재클린 여사와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 여사를 언급하며 김 전 대표의 패션을 극찬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기사 제목만 보면 박 전 원장이 해당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의 패션을 칭찬하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대담은 한미일·한일 정상회담이나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 등 나토 정상회의 외교 이슈가 대부분입니다. 김 여사 언급 내용은 20~3분 정도로 적은 분량에 그쳤지만, 언론은 박 전 원장의 발언 중 김 여사 부분을 크게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김건희 여사 패션

71, 나토 정상회의 35일 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매일 태극기 배지를 달았다고 보도한 조선비즈

 

스페인 도착 이후 김건희 여사의 일정에 따라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에는 김건희 여사의 패션에 대한 세세한 기사도 대거 올랐습니다. 뉴시스 <김건희 여사, 팔찌에 이어 발찌 패션도 선보여 [뉴시스Pic]>(628일 이영환 기자), 이데일리 <저가치마 화제됐던 김건희 여사, 6천만원 명품 추정 목걸이 눈길>(71일 장영락 기자) 등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착용한 팔찌와 목걸이의 브랜드와 가격 등을 세세히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김건희, 첫 외교 무대 모든 옷에 붙은 이 배지정체는>(629일 문지연 기자)에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보인 의상마다 김 여사는 태극기 배지를 빼놓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김 여사와 레티시아 스페인 왕비가 나눈 서로의 생년월일과 K-뷰티같은 소소한 이야기까지 기사화했는데요. 조선비즈 <‘우크라룩에 태극기 배지패션 주목 받은 김건희 여사의 외교 데뷔전(종합)>(71일 양범수 기자)우크라이나 깃발을 연상시키는 듯한 노란색 블라우스와 하늘색 치마 차림의 김 여사의 마지막 의상을 언급하며 35일 일정과 드레스코드를 총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데일리는 김 여사의 의상, 액세서리 등도 일반에서 가십으로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가십을 제공하는 주체가 언론 스스로라는 것은 모르는 듯했습니다.

 

반중 노선 우려, 김건희 여사 서면조사 불응엔 무관심

MBN, 우려 외면한 채 성과 일색 보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세일즈 외교성과를 거뒀다는 긍정 평가도 있으나 다수 언론은 중국 반발을 우려한 향후 대응을 과제로 꼽았습니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나토로 초청한 데다 나토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위협의 대상으로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현지 브리핑에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기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에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언론은 반중 노선본격화에 따른 우려와 분석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MBN나토를 언급한 총 11건 보도 중 <원전·방산 세일즈 성과대중국 외교 과제’>(71일 황재헌 기자)에서만 이번 회의 참석에 따른 우려를 살폈는데요. 이마저도 대중국 외교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데 야당도 이를 지적했습니다라며 보도 말미에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발언을 인용하는 데 그쳤습니다. 기사 대부분은 경제안보 분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10개국과의 양자회담에서 원전, 방산 분야 협의를 한 건 이번 순방의 성과로 꼽힌다”, “폴란드 측이 FA-50 전투기 등 무기를 실사한 만큼 이번 세일즈 외교의 첫 성과가 될 것등이라며 성과에 초점을 두며 만 부각했습니다. 게다가 MBN의 나토 보도 11건 중 4건이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로 다른 방송보다 많았습니다.

 

MBN의 김건희 여사 보도 대부분은 스페인에서의 일정을 알려주거나 일정을 소화하며 벌어진 일거수일투족을 전한 내용인데요. 국제회의에 참석한 대통령 배우자 행보의 보도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회의 결과나 파장을 살피는 언론 보도보다 우선한다고 할 순 없습니다. 특히 MBN이 소홀하게 다룬 중국의 반발은 2016년 사드 보복, 2021년 요소수 품귀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도 가치가 낮지 않습니다. 이러한 분석 없이 성과 치적만 내세우거나 대통령 배우자 행보를 부각하는 보도 행태는 언론이 국제회의를 정치쇼’, ‘패션쇼로 만들 우려가 큽니다.

 

627일부터 71일까지 방송사별 나토 정상회의김건희 여사관련 보도건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찾기 어려운 김건희 여사 서면조사 불응보도

게다가 김건희 여사의 나토 정상회의 동행 보도엔 적극적인 언론이 김건희 여사의 경찰 서면조사 불응 보도엔 소극적이었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스페인 순방에 오른 627KBS<단독-김 여사, ‘허위 경력 의혹서면조사에 50일 넘게 미회신>(627일 김성수 기자)에서 연구 실적과 수상 이력 등을 부풀려서 대학 5곳에 채용됐다는 의혹으로 7달째 수사를 받는 김 여사가 경찰이 피의자 서면조사서를 보냈지만 50일 넘게 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KBS피의자로 적시된 해당 서면조사엔 답변하지 않은 김 여사가 고발한 ‘7시간 통화 녹취록관련 서면조사엔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조사를 회신했다고 짚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스페인 순방 기간을 대상으로 빅카인즈에서 김건희를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한 결과 700건이 넘는 기사 중 허위경력 의혹은 17건에 불과했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부터 주가조작·학력 위조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되자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언론은 김건희 여사의 외모나 패션을 부각하는 보도에만 앞장설 게 아니라 각종 의혹 및 그와 관련한 수사 경과 등에서도 적극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627일부터 71일까지 빅카인즈에서 김건희로 검색한 기사의 연관어 분석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인 나토 정상회의는 러시아를 위협적인 존재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며 신냉전 시대를 공식화했고, 윤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유럽과 뜻을 같이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해마다 무역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주요 무역 상대국입니다. 국방·경제적 측면을 비롯해 나토 정상회의를 외교적 의미에서 살펴봐야 할 이슈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나토 정상회담의 내용과 의미보다는 김건희 여사의 패션과 행보에 치중한 언론보도로 주요 의제는 실종됐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팔찌 브랜드와 가격 정보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국민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보다 클까요? 언론이 가십에 치중한다면 이슈를 살펴볼 기회는 사라집니다. 가치가 낮은 보도가 아닌 주요 의제를 성실하게 전하는 보도가 늘어나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627~7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포털사이트 네이버 많이 본 뉴스’ NATO 관련 기사. 빅카인즈 김건희검색 후 나온 기사

 

 

전세계 24살 이하는 처음 겪는 세계사적 사건 ‘2022 인플레

강도·예측 불가능성·정책 대응

세계사적 사건이 될 이번 인플레이션의 세 가지 특징

 

20227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서 6% 상승했고, 이는 외환위기 한복판이던 1998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여러 측면에서 세계사적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큰데, 그 특징을 살펴보자.

미국은 41, 독일은 49년 만에 물가상승률 최고값

첫째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의 강도이다. 한국 물가상승률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다른 국가들은 우리보다 더 심각하다. 미국과 독일의 5월 물가상승률은 각각 8.6%7.9%로 미국은 41년 만에, 독일은 49년 만에 최고값을 경신했다. 일본만이 예외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이 2.5%(5)로 낮은 수준이지만, 이 역시 일본의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을 헤치고 물가가 서서히 상승하는 것으로 전환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수십 년 만에 강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다보니 장년 이상을 제외한 인구 대부분에게 생전 처음 경험하는 현상이 되어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준다.

 

인플레이션은 현재 상태도 중요하지만 향후 예상(기대인플레이션)도 각 경제주체의 소비, 저축, 투자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 미시간대학이 장기에 걸쳐 미국인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상을 조사했는데, 향후 1년간 기대물가상승률이 5.4%(3)에 이를 것이라 집계됐다. 이 역시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값이다. 우리는 이보다는 덜하지만 한국은행이 조사한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6)10년 만의 최고치이다.

2022628(현지시각)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가한 나라 정상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있다. 정상들은 회의 뒤 러시아에 농업과 운송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무조건 중단해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농산물이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REUTERS 연합뉴스

 

이번 인플레이션의 둘째 특징은 예측 실패다. 장기에 걸쳐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다보니 경계가 느슨해졌기 때문일까. 2021년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이 목전에 도래하고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많은 경제학자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무시했다. 언론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경제학자들에게 어떻게 아무도 몰랐죠?’라고 질타했던 것을 인용하며, 경제학자들의 인플레이션 예측 실패를 비꼬았다.

 

2021년 미국 4분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년 전에 견줘 6.7% 상승했는데, 미국 국채시장에 반영된 전문 거래인들이 3월 예측한 상승률은 2.7%에 불과했다.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척도인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상승률도 실제로는 4.5%였는데, 그보다 몇 달 전 경제전문가들의 평균 전망은 2.3%였고 심지어 미국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최종 책임기관인 연방준비은행 의사결정자들의 예측도 2.2%에 불과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은 1월 미국경제학회에서 이를 지적하며 왜 아무도 인플레이션 도래를 보지 못하였는가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반성을 촉구했다.

지속적인 문제일까, 일시적인 문제일까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셋째 논점인 정책 대응 문제와 연결되고 2021년부터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하버드대학의 래리 서머스는 인플레이션은 이미 지속적인 문제가 됐으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인플레이션 억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에서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발생과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문제일 뿐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성급하게 나서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사실 서머스와 크루그먼은 최근 입장이 갈려 논쟁을 벌였지만 몇 년 전까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성급한 대응이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했다. 2015년 서머스는 인플레이션의 눈동자가 보일 때만 금리를 올려라라는 칼럼을 <파이낸셜타임스>에 발표했다. 칼럼 제목은 미국 독립전쟁 시기 벙커힐 전투에서 미국 사령관이 적의 눈동자가 보일 정도로 가까이 오기 전까지는 쏘지 말고 총알을 아껴라라고 한 명령에서 따왔다. 인플레이션이 멀리서 올 것처럼 보여도 섣부르게 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취지로, 크루그먼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이 표현을 그대로 썼다.

 

재미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대책에 대한 과거의 전통은 이와 반대였다는 사실이다. 1955년 당시 미국 연준 의장 윌리엄 마틴은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면서 연준의 역할은 파티가 흥청망청해지기 전에 술통을 치워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1970년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이 문장은 금리 인상은 너무 늦어서는 안 돼라는 전세계 중앙은행가들의 금과옥조가 됐다.

 

이후 장기에 걸쳐 낮은 인플레이션이, 심지어 일본의 디플레이션까지 지속되면서 금리 인상, 너무 성급해서는 안 돼라는 반론이 주류가 됐고, 지금 유례를 찾기 힘든 인플레이션이 다시 도래하면서 너무 늦어서는 안 돼라는 진영이 급속히 대세가 되고 있다. 논쟁에서 물러설 줄 모르는 크루그먼 역시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의 예측이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과도한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이 경기침체를 야기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국내서도 금리 인상필요하다는 주장 확산

지금 국내에서도 경제학자들 사이에 급속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인플레이션을 봐도,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봐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플레이션을 잡으면서도 동시에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경제정책 당국의 실력이다. 미국 정부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성적표가 나올 것이고, 한국에서도 지금 논쟁이 되는 지엽적인 이슈는 곧 사라지고 물가와 경기라는 메인 경기장에서 정부와 한은이 평가받을 것이다. 국민 모두를 위해 건투를 빈다.

신현호 경제평론가/ 한겨레

 

무엇이 2030영끌로 내몰았나

자본이 부족한 2030 세대일수록 투자라는 유행에 민감했다. 자산시장의 약세가 거듭되면서 팬데믹 국면에서 대거 유입된 2030 투자자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고객센터의 모습.시사IN 신선영

순자산 5억원을 달성한 283년 차 투자자입니다. 2018년 신입사원 때 저는 임원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봉이라는 편익 뒤에 가려진 비용을 알게 됐습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접대. 그들의 인생에는 자신의 시간이 없었습니다. 막상 윗분들은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았죠. 저는 절대로 저렇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 유명 네이버 재테크 카페에 한 회원이 올린 투자 성공담중 일부다. 글쓴이는 이 카페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강연을 듣고, 각종 멘토링을 통해 투자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가 공개한 자신의 자산은 약 20억원, 부동산 네 곳을 보유하며 종부세도 연간 600만원 정도를 낸다고 밝혔다. 부채(전세금 등)가 순자산의 3배 수준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서른 살 정미현씨(가명)도 이 카페의 회원이다. 2020년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2021년에는 이곳 카페에서 개설한 온라인 강의도 수강했다. 직장 동료들끼리 부동산 스터디를 꾸리기도 했다. ‘임장(부동산 투자를 위해 해당 투자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라는 것도 지난해 처음 경험했다. 서울에서 전세 원룸에 살고 있지만, 지방 도시에서 기회를 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네 차례 임장 끝에 정씨는 지난해 봄, 충북 청주시에 있는 2억원짜리 주택을 본인 돈 2000만원을 들여 갭투자했다. 나머지 18000만원은 임차인의 전세금이었다.

 

‘28살 순자산 5억 투자자, 청주 집을 매입한 정씨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2030 세대다. 2021년 한 해는 그랬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이후 각국의 유동성이 확대되었고, 금리는 낮았으며 오르는 자산은 많았다. 가상자산(코인 등주식·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사회 전반에 투자 열풍이 일었다. 자본이 부족한 2030 세대일수록 투자라는 유행에 민감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시장에는 사이클이 있고, 한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2022년 상반기 전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이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섰다. 자산 가격에 낀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가상자산과 주식시장이 우선 요동쳤다. 개당 8000만원을 넘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25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3300포인트를 넘어섰던 코스피 지수는 2300대로 급락했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2022년 들어 전국 주택 거래량이 뚝 끊겼다. 20207, 16002건이던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은 202231236건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110168.2까지 치솟았던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한국부동산원 발표, 201711월 가격을 100으로 놓고 비교)20224165를 기록하며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시장의 약세가 거듭되면서 팬데믹 국면에서 대거 유입된 2030 투자자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어보지 못한 이들 투자자들이 시장 충격에 취약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 ‘28살 순자산 5억 투자자나 정미현씨처럼, 본인 돈보다 훨씬 큰 규모로 레버리지(지렛대, )를 동원한 이들에 대한 우려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2030은 얼마나 자산시장에 뛰어들었나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2030세대가, 얼마나 큰 빚을 짊어지고서 자산시장에 뛰어든 것일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서 그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 투자 유행이 정점에 이르던 20212분기까지 가상자산·주식·부동산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을 연령별로 분석했다.

 

그림 1은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신규 계좌 개설 현황을 연령대별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다. 가상자산 침체기였던 20191분기만 해도 20대 가입자의 신규 계좌는 5117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30 세대 신규 가입자 수는 큰 폭으로 늘어난다.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000만원을 넘어가기 시작한 20204분기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규 계좌 개설 인원은 급증했다. 이때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들이 30대다. 전체 신규 가입자 34만여 명 가운데 12만여 명이 30대 가입자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7000만원을 넘어선 20211분기에는 20대 가입자가 폭증했다. 81만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암호자산 시장은 20212분기에 주춤했지만, 이 시기에는 더 많은 계좌(2092만명, 3090만명)가 개설됐다. 다른 모든 연령대에 비해, 2030 세대가 시장을 주도했다.

 

거래 금액도 만만찮다. 연령만 놓고 보면 코인판의 주포30대다. 30대 가입자들은 2021년 상반기(1·2분기 합산)에만 1826조원 넘게 거래했다. 20대의 거래액도 1139조원을 넘어선다. 이 기간 모든 연령대의 총거래액은 약 4945조원 수준. 전체 거래액의 59%2030 세대가 기록한 셈이다.

 

주식시장은 어떨까? 그림 2는 연령대별 증권 계좌 개설 수를 비교한 결과다. 2018년까지만 해도 전체 증권 계좌에서 40세 미만 청년층의 계좌 수는 32.4%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2030 세대의 참여가 급증하면서 그 비율이 38%(20212분기)까지 치솟았다. 특히 2020년 신규 증권 계좌는 총 1818만 개인데, 이 중 청년층(40세 미만)의 신규 계좌는 1074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국면에서 각 증권사가 비대면 계좌 개설을 유도하고, 신규 가입자에 대한 이벤트(첫 거래 시 사은품으로 주식을 주는 방식)를 벌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부동산시장에서도 젊은 주택 매입자들이 늘었다. 특히 이들이 동원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눈에 띈다. 그림 3은 연령대별 가계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을 분기별로 분석한 결과다. 20201분기부터 20212분기까지 만 40세 미만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빌린 주택담보대출은 약 111조원이다. 전체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46.9%가 이들 청년층에서 발생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청년층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184분기만 해도 이들 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6조원,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대비 26.4%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12분기에는 잔액이 132조원으로 크게 늘었고 그 비율도 30.9%로 늘었다. 이들 지표는 국내 6개 시중은행(국민·우리·하나·신한·SC·씨티)에서 빌려준 금액만 담겨 있다. ‘영끌의 또 다른 요소인 신용대출, 2금융권 대출 등을 고려하면 2030 세대의 가계대출 문제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터를 통해 팬데믹 이후 자산시장을 살펴보면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2030 세대는 확연한 존재감을 보인다. 주식시장에서는 젊은 신규 투자자가 늘었다.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은, 사실상 2030 세대가 주도했다.

 

팬데믹 투자가 바꾼 일상

36세 직장인 박한석씨(가명)는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2018년 처음 주식 계좌를 만들었지만 1000만원 이상 거래를 시도한 것은 2020년 하반기부터였다. 나름 원칙을 정해 매매하지만,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원칙이 흔들리곤 했다. 사석에서도, 애인과 데이트를 할 때에도 주된 대화 주제는 주식이었다. 넷플릭스에서 개미는 뚠뚠같은 주식 예능을 골라 봤고, 휴일에는 각종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을 몰아 보았다. 2022년 들어 손해가 만만치 않지만 증권사 계좌에 예치되어 있는 여유자금을 은행으로 되돌릴 생각은 없다.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주가가 더 떨어지면 주울 생각이다라는 박씨는 장기적으로 GDP가 성장하는 만큼 증시도 오를 것이라 믿고 있다.

 

휴학 중인 27세 대학생 윤병권씨(가명)는 한때 블록체인 업계 취업을 생각했다. 지인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큰돈을 번 것을 보고 이 업계를 선망하게 됐다. 그러나 선망했던 지인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이른바 루나 사태를 겪으며 집 한 채금액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투자에서 아예 멀어질 생각은 없다. 윤씨는 돈이 생길 때마다 미국 애플사의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아직 젊기 때문에 적립식으로 꾸준히 모으면 좋을 것이라 여긴다.

 

자산시장에 뛰어든 2030 세대의 투자는 기술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냈다. 박한석씨의 일상처럼 이들 세대가 자산시장에 참여하는 중심에는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가 놓여 있다. 흔히 경제 유튜브 3대장으로 불리는 삼프로TV(구독자 200만명슈카월드(224만명신사임당(182만명) 외에도 증권사 소속 스타 애널리스트들의 개인방송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가상자산 단타 매매는 유명 BJ들의 인기 콘텐츠 중 하나다. 2021년부터 유튜브 쇼츠(Shorts:최대 60초 분량 숏폼 동영상)가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스마트폰 앱으로 단타 매매를 하는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프롭테크의 확산도 2030 세대의 투자를 더욱 부채질했다.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각종 빅데이터와 지리정보를 결합해 아파트 가격의 추이를 분석하고, 지도를 보며 각종 개발 정보와 호재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과 연동해 아파트 단지별 최근 매매 현황을 파악하는 앱이 인기다. 네이버부동산·직방·다방 같은 매매 중개 앱 외에도 호갱노노, 리치고, 디스코, 아실 같은 시장 분석 앱도 필수 설치 앱으로 여겨진다. 부동산 재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회원들이 임장 리포트(직접 투자할 만한 동네를 돌아다니고, 그 결과를 회원들과 공유하는 게시물)’를 작성할 때 프롭테크 앱 화면을 캡처해 함께 올릴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스마트폰만 가지고도 아파트 단지별 가격 동향과 거래 현황, 지역 입지 등을 한눈에 확인하는 문화는 부동산 투자를 주식이나 코인처럼 쉽게 접근하도록 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 세대일수록, 이들 프롭테크 앱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자산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과잉 정보작전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273년 차 직장인인 한미루씨(가명)는 지난해 동창들과의 모임에서 처음 코인 투자를 권유받았다. 당시 최씨의 친구는 코인으로 200만원 벌었다라며 투자를 권유했고, 앉은 자리에서 케이뱅크와 업비트 가입을 도왔다. 계좌 개설은 인터넷 쇼핑만큼이나 쉬웠다. 주식을 투자한 적도,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한 적도 없던 한씨는 여윳돈 160만원을 업비트 계좌에 넣었다.

 

한씨는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오픈카톡방에 의존했다. 카톡방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방장의 지시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코인을 매입했다. 한씨도 카톡방 안내에 맞춰 총 4가지 종류 코인을 매수했다. 그러나 1년 뒤, 한씨는 가지고 있던 모든 가상자산을 손절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코인이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되었기 때문이다. 한씨에게 해당 코인을 추천했던 오픈카톡방은 벌써 사라졌다. 한씨 손에 남은 금액은 약 30만원, 이때 기억에 대해 한씨는 가상자산은 애초에 분석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파친코에서 동전을 넣듯 돈을 입금했던 것 같다. 다만 나중에 주식을 할 때에는 꼭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각 가상자산(코인)의 기반 기술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향후 해당 코인과 연결된 블록체인 기술이 서로 경쟁하며 NFT(대체 불가능 토큰),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 같은 미래 기술의 기반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하는 대다수 2030 투자자들이 해당 기술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한씨가 파친코라고 언급했던 투기적 요소, 오픈카톡방에서 오가는 미확인 정보가 투자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한 상인이 가상자산 차트를 바라보고 있다.김흥구

 

투자라는 문화의 이면에 존재하는 불안감

팬데믹 국면에서 확대된 투자 열풍을 단순히 집단적인 투기 욕망으로 해석하는 게 옳을까? 20219,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69아파트를 59000만원에 매입한 8년 차 직장인 이자연씨(32·가명)는 집을 매입하던 시절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2020년부터 회사에서도, 사석에서도 이씨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코인·주식·부동산(이른바 코··)을 이야기했다. 전세로 오피스텔에 거주하던 이씨에게 회사 동기들은 절대 전세 살지 마라며 아파트 매입을 권했다. 무엇보다 이대로 있다간 금리가 저렴한 보금자리론을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조급함이 들었다. “보금자리론은 매매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데, 2021년에 어지간한 서울 아파트는 대부분 6억원을 넘겼다. 이대로 있다간 안 되겠다 싶어서 6억이 넘지 않는 집을 찾다가 지금 이 아파트를 고르게 됐다.”

 

이자연씨가 매입한 노원구 아파트는 1999년에 지어진, 낡고 작은 아파트다. 이씨는 나도 내가 고점에 매입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시세차익에 대한 욕구보다 불안감이 더 컸다. 만약 ‘5년 후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판단을 미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안 사면 평생 집을 못 살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본인이 저축과 주식투자로 모은 종잣돈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아 말 그대로 영끌로 집을 매수했다. 집을 사기 전까지는 각종 앱과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 단톡방을 드나들었지만 매입 이후로는 모든 정보 채널을 닫았다고 한다. 자신을 짓누르던 불안감이 해소됐다는 이유였다.

 

이자연씨처럼 2030 세대가 자산시장에 뛰어든 2020~2021년에는 집단적인 불안감이 팽배했다. 당시 사회를 가장 극단적으로 묘사한 두 가지 신조어가 바로 파이어(FIRE)포모(FOMO)’. 파이어족이란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구하는 이들을 뜻한다. 이른 나이에 넉넉하게 돈을 벌어 빨리 노동에서 벗어나는 삶을 지향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이다. 불과 수년 전 유행했던 욜로(YOLO·오늘을 즐기는 삶)와는 대척되는 모습이다.

 

반면 포모는 흐름이나 유행을 놓치고 소외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유동성이 확대되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자신만 자산을 늘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는 말로 활용되었다. ‘벼락거지처럼 비슷한 신조어도 튀어나왔다.

 

자산 상승 국면에서 혼자 뒤처진다는 두려움과 성공한 소수에 대한 선망은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축이다. 여기에 취업하고 돈을 모아 중산층 아파트에 거주하는이른바 보통의 삶을 누리기 어렵다는 불안감도 가중되었다.

 

이 불안은 12년 전 평균 임금소득과 자산 가격을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공감이 가능하다. 2010년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임은 대기업 3291만원, 중소기업 2475만원이었다(인크루트 조사). 2022년에는 이 수치가 대기업 5356만원, 중소기업 2881만원(사람인 조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가 재직하는 중소기업의 임금은 12년 동안 그리 크게 오르지 못했다.

 

626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붙은 아파트 시세 전단들.연합뉴스

 

반면 주택 가격(자산 가격)은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뛰었다. 서울 중소형 아파트(60초과 85이하)의 평균 매매가격은 20104538.4만원에서 202241476.6만원으로 올랐다. 수도권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20104364.4만원에서 20224786.3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2010년 초봉 2475만원을 받던 중소기업 신입사원에게 85짜리 서울 아파트는 45700만원이지만, 2022년 초봉 2881만원을 받는 중소기업 신입사원에게 같은 면적·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125500만원을 넘는다. 2010년 자산 가격이 아끼고 모으면 해볼 만한 목표라면 2022년 자산 가격은 애초에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미래가 된다.

 

문제는 이들이 찾는 지름길이 대부분 빚을 동원한 레버리지라는 점이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레버리지는 부를 만들어내는 자양분이 된다. 앞서 소개한 정미현씨가 충북 청주 주택을 매입한 것처럼, 집값이 10%만 올라도 정미현씨의 2000만원 투자금은 4000만원으로 불어난다. 수익률 100%.

 

그러나 인플레이션 위기 앞에서 금리 부담은 돈을 동원하는 비용을 키운다. 제로금리 환경에서 대출을 일으킨 사람이라면, 기준금리가 1~2%만 올라도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각종 대출이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가령 본인 돈 2억원에 대출금 4억원을 동원해 부동산을 매입했을 경우, 은행 대출금리가 3%라면 월 이자는 1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7%로 오를 경우,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는 240만원으로 늘어난다. 만약 주택 가격이 더 오르지 않는다면, 집을 계속 보유한다는 건 매년 투자금을 까먹는 결과로 이어진다. 201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던 주택 하락장에서 하우스푸어현상이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2030 세대의 자산 참여 과정에서 정치는 무능하고 무책임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주택 가격 폭등이라는 환경을 만들어내 2030 세대가 자산시장에 매달리는 환경을 만들었고, 이는 20대 대통령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국민의힘이라고 책임에서 자유롭진 않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21,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주식양도세 징수(연간 500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둔 모든 투자자에게 20~25%의 양도세를 부과)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대로 윤석열 정부는 616, 증권거래세를 0.2%로 인하하고 주식 양도세를 100억원 이상 대주주에게만 물리겠다는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2023년 도입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250만원 이상 소득을 낼 경우, 20% 세율로 과세)2년 유예하기로 했다. 투자자 친화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했지만, 자산시장에서 발생하는 부의 재분배는 약화되었다.

 

정치가 투자 성향이 강한 유권자에 집중하는 동안 2030 세대 사이에서 생겨나는 양극화는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 자산시장에 참여할 만한 종잣돈을 모으는 게 불가능한 2030 세대는 정책 수혜의 대상에서도, 여론의 관심에서도 밀려난다. 과열된 투자 열기는 빚을 내서라도 자산시장에 참여해야 하는강박과 불안감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금융 취약계층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을 상담하는 주세연 센터장과 박수민 이사장은 2030 세대의 금융 문제가 투자 측면만 부각되는 걸 경계한다. 박 이사장은 당장 먹고살 돈을 마련하지 못해서 30만원, 100만원을 빌리느라 불법 금융에 노출되는 청년도 많다. 이들 중에는 직장 내 투자 분위기를 쫓아가기 위해 빌린 돈으로 주식을 했다가 크게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돈을 너무 쉽게 빌릴 수 있는 환경이 더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양극화에 불안감을 느낀 2030 세대가 투자의 세계로 우르르 몰려들었고, 이 여파는 한국 사회에 각종 후유증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의 대부분은 청년층의 부채 문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시사인 김동인 기자

 

 

대통령실에 양산 욕설시위주도자 친누나 근무 확인

작년 11월 캠프 합류영상편집 담당

대통령실 누나·동생 엮는 건 연좌제

지난 6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정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 집 근처에 한 보수단체의 방송차가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평산마을 시위를 주도하는 극우 유튜버의 친누나가 대통령실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국민소통관실에서 근무 중인 안아무개씨의 동생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벨라도의 안정권 대표다. 안 대표는 스스로 극우 대통령이라 부르며 문 전 대통령 자택 앞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동영상을 통해 세월호 혐오 발언을 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거나 문 전 대통령 등도 원색적으로 비방했다.

 

안 대표가 운영하던 채널인 지제트에스에스(GZSS) 티브이지제트에스에스(GZSS)2020년 극단적 혐오 발언으로 영구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 채널에는 선거부정은 투표함 바꿔치기한 것”, “김종인은 정책적으로 문재인보다 더 빨갱이다. 골칫덩어리 영감등의 영상이 게재됐다. 안씨도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동생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유해 후원을 받거나 안 대표와 합동방송을 하기도 했다.

 

안씨는 지난해 11월 캠프에 합류해 윤 대통령 선거를 도왔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안씨의 채용은 극우 유튜브 채널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안씨가 안 대표의 누나인 게 대통령실 임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선거 캠프에 참여해 영상 편집 등을 했고, 이 능력을 인정받아 임용된 것이라며 캠프 참여 뒤 안 대표 활동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쪽은 또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 없다.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안씨의 채용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