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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022.7.4~7.10 아베 일 前 총리 피격 사망

by 이성근 2022. 7. 3.

일본인 13% "전쟁 일어나면 싸우겠다"한국은?

전시 일본 언론, 어떻게 나라를 파멸로 이끌었나

권력투쟁 수렁으로 빠뜨린이준석 성접대 의혹대체 뭐길래

범보수 범진보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

일본 충격에 빠뜨린 구인광고... 한국인들이 짐 싸는 이유

'낮엔 학교 밤엔 학원' 한국 교육, 이대로 괜찮을까

인간은 왜 불평등해졌나... 시장주의자도 분노한 지점-토지사유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주도하는 8개 단체의 진짜 정체

논란만 일면 전 정부에 화살윤 대통령의 국면 전환법

 

전체 인구 36%, 세대 62%토지 보유 중

행보마다 사고, 사라지지 않는 김건희 리스크

한국은 어쩌다 전 세계 '큰 손'이 됐나... 기만적인 거래

의료인력 매년 늘지만여전히 부족, 그마저 서울 편중

민간인학살 영화로 기록하는 게 내 사명

노후 위협하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1263만명

50대는 국민연금 지금 내도 못받아무소득 배우자, 제도 안으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공정하고 민주적이었다

이탄희 "교육격차 커지는데... 윤 정부, 애들 학비까지 뺏나

학부모는 유···고에 6조 쓰는데... 정부, 교육예산 줄인다?

어느새 사이버렉카와 공생관계가 된 기성언론

 

일본인 13% "전쟁 일어나면 싸우겠다"한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가 상승을 비롯해 식량과 에너지 분야의 수급 불안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전쟁으로 냉전 시대가 부활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 국민의 안보 불안감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세계 각국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2%대로 대폭 늘리는 등 군사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세계가치관조사(WVS)'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당신은 조국을 위해 싸우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응답을 공개했다. 비영리 사회과학연구기관인 WVS1981년부터 각국 사회과학자들의 협력을 통해 사회문화, 종교, 환경, 안보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의식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WVS가 발표한 2021 설문 자료에 따르면 이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 응답자 가운데 67.5%가 싸우겠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조사 대상 79개국 중 40번째로 절반에 해당했으며 과거에 비해선 감소했다. 싸우지 않겠다는 응답은 32.6%였다. 19816.5%에 불과했던 이 비율은 조사 때마다 지속해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가장 낮았던 나라는 일본이었다. 싸우겠다고 응답한 일본인은 13.2%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낮은 리투아니아(32.8%), 스페인(33.5%), 마케도니아(36.2%), 이탈리아(37.4%) 등과 비교해서도 2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였다. 특히 모르겠다는 응답이 비슷한 순위권의 국가들에 비해 20~30%포인트 많았다.

 

반면 일본과 같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독일의 경우 응답자의 44.8%가 전쟁이 나면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답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12.2%에 그쳤다.

 

싸우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대체로 과거 침략전쟁을 겪은 나라들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다. 베트남의 응답이 무려 96.4%에 달해 가장 높았다. 이어 요르단(93.8%), 키르기스스탄(92.7%), 중국(88.6%), 노르웨이(87.6%) 순이었다.

 

한편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폴란드에 처음으로 상설 군사령부를 만드는 등 유럽 전역에 걸쳐 군 전력을 대폭 증강 배치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동맹국의 모든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유럽에서 미군 주둔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에 미국이 유럽에서 확대하는 군병력 규모는 냉전 이후 최대다.

 

나토도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채택된 새 전략 개념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안보와 평화에 대한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함께 포함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냉전 이후 처음으로, 회원국별로 사전에 부대를 지정해 자국은 물론 동맹국들을 순환하면서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독일은 지난달 31000억유로(134조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 조성안을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은 2014년 나토에 약속한 대로 2024년까지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가 됐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전시 일본 언론, 어떻게 나라를 파멸로 이끌었나

[일본]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대중을 선동했던 전쟁 중 언론인들, 그 결말

19077, 한국통감부가 기안하고 이완용 내각이 추인한 '신문지법'이 공포됐다. 이때를 기점으로 신문 발행은 허가를 필요로 하게 됐고, 당국에 의해 '문제적 언론사'로 지목될 경우 발행 정지를 비롯한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을사조약 이래 대한제국의 전권을 사실상 장악했던 제국 일본의 한국통감부는, 국가와 제도를 넘어 민간의 언로까지 통제함으로써 식민통치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

 

언론 통제는 한반도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새롭게 수립된 제국정부는 평등권과 자유권을 주장하는 '자유민권운동'이 일본 내에서 고조되자 위기감을 느꼈다. 언론 통제는 국가 권위에 대한 도전을 꺾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조치 중 하나였다. 일본에서 1875년에 제정된 '신문지조례'1909'신문지법'으로 더욱 강화됐다. 신문지법은 1945년의 패전에 이르기까지, 제국의 질서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언론의 자유를 단단히 억눌렀다.

군용기에 타고서 자료화면을 촬영하는 뉴스 카메라맨 전선에서 촬영된 뉴스 영상은 일본 대중의 전의를 고취시키는 주요한 수단이었다.일본 뉴스 영화사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다면, 당시 언론은 그저 국가폭력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기만 했던 존재로만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언론인의 책임이란, 언론인들이 시대에 남긴 족적이란 그렇게 간단하게 평가되는 게 아니다. 당시 언론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폭력의 시대에 편승했던, 폭력의 시대를 조장했던 국가폭력의 수족 중 하나였다. 식민지 조선의 언론사들이 전쟁을 찬양하고 일본군으로의 지원을 장려했던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19319월의 만주사변은 일본 사회에 있어 이른바 '15년 전쟁'의 시작이었다. 일본이 '세계최종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만주를 확보해야 한다고 믿었던 이시와라 간지(石原莞爾) 중좌를 주축으로 한 과격파 장교들은 본국 내각의 승인없이 독단적으로 군사행동을 벌였다. 일본이 1945년 패전에 이르는 길고 긴 전란의 수렁에 발을 들인 순간이었다(관련 기사: 한국 역사의 그림자... 겉과 속 달랐던 '만주국군'의 비극).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걸렸던 그 절체절명의 시기는, 언론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현지 기자들이 본국으로 보내온 사변 속보에 온 사회가 출렁거렸다. 대규모 동원에 이목이 집중됐고 여론은 들썩였다. 가족이나 친척, 지인의 출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장에서의 소식을 갈구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언론사의 구독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각 전쟁 개전을 기점으로 상승하는 신문발행 부수 전쟁은 언론사들에게 있어 기회였다. 그래프에서는 만주사변, 일중전쟁, 일미개전을 계기로 신문 발행부수가 비약적으로 급증하던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언론은 적극적으로 전쟁에 편승하고 대중을 선동했다(출처: NHK스페셜 "일본인은 왜 전쟁으로 향했나")NHK스페셜

 

뜻밖의 호황을 맞이한 언론사들은 신문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만주에서의 승전보를 취재해 보도했다. 세계경제대공황의 휴유증을 앓으며 따분한 일상을 살아가던 대중들은 언론에서 뿌려대는 애국주의적 구호에 열광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 만주사변은 결코 원한 적이 없었던 불의의 사태였다. 내각은 전선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고 군사충돌을 빠르게 수습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만주사변을 일으킨 관동군의 독단적인 진격은 계속되었다. 고공행진하는 판매량에 취해있던 언론사들 역시 이 시점에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본국 정부를 무시하고 사실상 불법으로 군사행동을 계속하는 관동군을 지지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

 

다수의 언론사들은 모처럼 찾아온 '대박'의 기회를 걷어찰 생각이 없었다. 대중이 원하는 언론사 논조는 분명해 보였다.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멀었던 이들은 만주와 몽골을 병탄하려는 관동군의 독단을 구국의 위업으로 예찬했다. '만몽(만주와 몽골)은 일본의 생명선'이라는 자극적 표제의 호외가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1920년대에 도래했던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물결 속에서 군부 견제를 위해 목소리를 냈던 그들이, 이제는 오히려 군부 과격파들을 칭송하는 아이러니가 도래했다.

 

심지어는 중국 측의 도발이 아닌 관동군의 자작극으로 만주사변이 발발하게 됐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음에도 당시 언론사들은 끝내 사과나 정정보도를 내지 않았다.

 

국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그들은 진실 앞에 침묵했다. 일부 언론사들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미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대중들에게 비판적 보도는 매국행위로 받아들여졌다. 모처럼 용기를 냈던 이들은 사회적 압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숙여야 했다. 언론 스스로가 조성한 사회 분위기가 되려 언론을 침묵시키게 된, 웃지 못할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언론이 만들어낸, 언론도 어찌하지 못하게 된 대중의 열광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파멸적 결말로 끌고 들어갔다. 국제연맹은 만주사변을 일본의 침략행위로 규정했고 세계 각국은 일본 정부를 성토했다. 외교관들은 일본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각 열강들과 타협하여 만주 문제를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의 합리적인 목소리는 일본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었다.

 

언론사는 국제연맹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자극했고, 대중은 분노했다. 분노한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해 언론사는 다시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끔찍한 악순환이었다. 사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외무성은 결국 국제연맹 탈퇴를 발표해야만 했다. 국제연맹 탈퇴 소식에 언론과 여론은 쌍수를 드는 사이, 일본이 망국의 길로 성큼 들어서고 있다는 위기감은 손쉽게 가려져버렸다.

 

끔찍한 악순환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고노에 총리 일본방송협회 총재였던 고노에 총리(가운데)는 미디어를 이용해 일본의 정국을 휘어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를 위해 그는 나치 독일의 선전선동을 참고하였다고 전해진다.아사히구라후

 

한때 개혁 정치가로 기대를 모았던 고노에 후미마로(近衛文麿)는 언론과 여론의 관계를 예리하게 짚어냈다. 일본방송협회의 총재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이 총리로 집권하고 국가의 전권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고노에 총리와 휘하 방송인들은 나치 독일의 선전선동 사례를 연구하여 이를 일본 정치에 녹여냈다. 일본과 중국간에 전면전이 벌어지자 고노에 총리는 히틀러나 괴벨스가 그러했듯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를 곁들여 대국민 연설을 벌이며 이를 라디오로 송출했다. 마침 라디오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던 시기였으므로 고노에 총리의 연출은 크게 성공했다. 난폭한 지나(중국에 대한 멸칭)를 응징해야 한다는 전쟁의 당위성은 시대정신처럼 자리잡았다.

 

만주사변 때 흥행을 맛보았던 언론사들은 중일전쟁으로 마련된 기회에도 적극적으로 편승했다. 일본군이 난징에서 벌인 '비전투원 살상 행위'가 영미권 언론에 보도되며 뭇 사람들의 공분을 샀지만, 일본 내에서는 '영웅적 황군'이 중국의 수도에 일장기를 휘날리게 됐다는 프로파간다 기사만이 보도됐다. 특파원들이 중국전선에 나가 일본군의 승전을 중계보도하는 뉴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유흥거리가 됐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것은 특별고등경찰이나 헌병대와 같은 국가폭력 뿐만이 아니었다. 언론보도는 일본 대중을 그들만의 세계에 가두었다. 울타리 너머의 세계를 보지 못하게 된 대중은, 중일전쟁의 종결을 요구하며 일본을 규탄하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일본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뿐이었다.

 

순식간에 반미 반영 분위기가 고조됐다. 대중의 입맛에 맞춰 언론은 미국과 영국에 대한 적개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미디어를 이용해 정국을 휘어잡고자 했던 고노에 총리조차 미국과 영국에 대한 적개심이 들끓기 시작한 여론의 추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치 독일이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위해 특사를 보내오자 고노에 총리는 답답함을 드러냈다. 미국과 영국을 상대로 새로운 전쟁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중일전쟁을 계속하고자 했던 육군 측은 독일과의 밀착에 반색했다. 그러나, 이는 만주사변 이래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던 외교관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일본 대중의 눈 가린 당시 언론

"사이 좋은 삼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의 우호를 선전하는 엽서. 왼쪽 상단부터 히틀러, 고노에, 무솔리니의 사진이 실려있다.wiki commons

 

일본의 히틀러를 꿈꾸었던 고노에 총리는 무력했다. 폭발하는 반미 반영 여론을 거스른다는 것은, 대중선동을 통해 지도력을 발휘하고자 했던 고노에 총리 스스로의 정치적 생명을 꺾는 행위와도 같았다. 나치 독일과의 동맹을 망설이던 고노에 총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언론은 독일군의 파리 함락 소식을 전하며 친독 분위기를 한껏 부풀렸다. 1940927, 일본-독일-이탈리아 3개국의 군사동맹이 발효됐고 대중은 만족했다.

 

비록 중국 문제로 갈등이 있기는 했으나, 영일동맹 이래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맺어왔던 영국은 일본의 이런 선택에 경악했다. 만주사변 이후 일본을 어르고 달래며 타협안을 제시해왔던 영국은, 이 삼국동맹을 기점으로 일본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미국 역시, 일본의 위험성을 확인하고 보다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하게 되었다.

 

1941년 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지만 일본 대중의 6할은 '아직 미국과의 전쟁은 피할 수 있다'고 여론조사에 응답했다. 이때가 어쩌면 파멸을 피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창 시동이 걸려있던 반미 반영 보도에는 끝내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전쟁을 원치 않았던 이들의 목소리는 거리를 가득 채운 시끄러운 선동문구들에 묻혀버렸다. 미국과의 전쟁을 도저히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판단한 고노에 총리는 육군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사임했다.

 

그 뒤를 이어 총리대신에 오른 것은 육군의 영수였던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대장이었다. 그는 대미강경론을 주장하면서도 내심 전쟁을 피할 돌파구를 원했지만, 이미 정세는 기울어진 상태였다. 미국의 양보가 없는 상태에서 전쟁을 피하려 든다면, 그 자신이 꼼짝없이 매국노로 지탄받고 끌어내려질 판이었다. 그는 결국 쉬운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관련 기사: 일본이 풀어야 할 괴로운 '근본 질문').

 

1941128, 대본영(大本營: 태평양 전쟁 때, 일본 천황의 직속으로 군대를 통솔하던 최고 통수부)은 미국과 영국에 대한 전쟁 개시를 국민들에게 발표했다. 미 태평양 함대와 영국 동양함대의 궤멸 소식에 언론과 여론은 환호했다. 그렇게 제국 일본은 돌이킬 수 없는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박광홍(marine7687) /오마이뉴스

 

일본| 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00864&SRS_CD=0000013749  

 

일본인들도 새해맞이 참배하는 '백제왕 신사'

[일본史람] "형제처럼 가까웠던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옛 관계를 보여주는 장소"

www.ohmynews.com

권력투쟁 수렁으로 빠뜨린이준석 성접대 의혹대체 뭐길래

지난해 12가세연최초 폭로

‘7억 투자 각서공개로 재점화

한겨레티브이(TV)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출렁이던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제기됐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이 대표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직무를 마친 이듬해인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대전지검 수사 자료를 통해 성접대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2만여명의 이름으로 이 대표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에 제소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윤리위는 지난해 1230일 이 대표 징계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윤리위의 징계 요청 기각결정으로 근거가 불명확한 의혹정도로 여겨졌던 사건은 지난 4월 가세연의 추가 폭로와 녹취록 공개로 새 국면을 맞았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의혹을 처음으로 제보한 장아무개씨(김성진 대표의 수행원)를 지난 1월에 만나 성접대는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고 대전의 한 피부과 병원에 7억원 투자를 약속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세연은 7억원 투자유치 각서와 이 대표와 김 실장이 장씨와 대화한 통화 녹음파일까지 공개하며 증거인멸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리위는 지난 421일 이 대표 징계 절차 개시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지난해 연말 최초 폭로와 달리 녹음파일과 각서 등 의혹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제시된 점을 고려해 징계를 심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징계 심의 일정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지만 윤리위는 회의 개최를 6·1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다. 당 대표 징계 논의가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윤리위는 결국 지난달 22일 회의를 열었고 김 실장을 출석시켜 소명을 들은 뒤 성접대 증거인멸 의혹 관련 품위유지 의무 위반혐의로 김 실장 징계 개시도 결정했다. 윤리위는 김 실장이 제보자에게 왜 7억원 투자를 약속했는지,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지시와 개입은 없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일본 충격에 빠뜨린 구인광고... 한국인들이 짐 싸는 이유

[박철현의 도쿄스캔들] 암울한 일본의 미래

JASM은 대만 TSMC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현 기쿠요시에 2022년 착공한 70억 달러 규모의 공장으로 2024년 말 생산을 목표로 한다. 연합뉴스

 

얼마 전 일본의 한 구인 광고가 소소한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반도체 왕국 재건을 노리는 일본정부의 국가적 지원 등을 바탕으로 일본 규슈 지역 구마모토 현에 반도체 공장(JASM, 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주식회사)을 짓고 있다.

 

일단 일본정부의 지원이 파격적이다. 공장 설립에 필요한 총예산 약 1조엔 중 4천억 엔을 일본정부가 지원한다. JASM에 따르면 공장 설립은 2024년까지 완성되며 그 해 말부터 22-28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의 반도체가 구마모토 공장에서 출하될 계획이다. 이번 구인 광고 역시 공장 설립에 따른 인재 모집에 방점이 찍혔는데, 문제는 그 내용이다.

 

'고연봉' 구인광고와 잃어버린 20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JASM의 구인 조건은 2023년 대졸자 월 평균 초임이 28만 엔(268만 원), 석사수료자 32만 엔(306만 원), 박사수료자 36만 엔(345만 원)이다. 신문은 "구마모토 현의 대졸 기술자 초임은 20만 엔(19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지역의 비슷한 업종 관계자들은 JASM이 고급 인재들을 높은 임금을 바탕으로 싹쓸이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미난 건 이 기사가 한국에 보도되자 삼성,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대기업 종사자들 다수가 깜짝 놀라며 '이게 무슨 고임금이냐?'고 했다는 점이다. 나는 같은 날 이 기사를 읽고 확실히 많이 준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왜 이런 온도차가 생겨났을까.

 

사실 이 온도차는 '잃어버린 20'으로 설명 가능하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을 언급할 때 흔히 쓰이는 이 말은 상징적인 수사가 아닐 뿐더러 이젠 잃어버린 '30'으로 진화하고 있다. 1991년 버블이 끝난 이후 거의 모든 것이 오르지 않아 성장이 정체된, 이른바 디플레이션에 빠진 지난 20여 년을 지나, 올해 들어 물가는 오르지만 가처분소득은 오르지 않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대에 돌입했다. 돈이 있어야 돈을 쓰는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이고 물가는 급격히 오르고 있다. 이 급격한 인플레는 향후 1-2년간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가처분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니 개인들은 더더욱 절약하고 보다 싼 것을 찾는다. 다른 나라들은 5-7%대의 인플레라도 그간 임금도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20여 년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 디플레이션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작 2%대의 인플레에도 충격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발표한 '민간급여실태통계조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의 근로소득자의 평균 연수입은 다음과 같다.

 

2000461만 엔 / 2001454만 엔 / 2002448만 엔 / 2003444만 엔

2004439만 엔 / 2005437만 엔 / 2006435만 엔 / 2007437만 엔

2008430만 엔 / 2009406만 엔 / 2010412만 엔 / 2011409만 엔

2012408만 엔 / 2013414만 엔 / 2014415만 엔 / 2015420만 엔

2016422만 엔 / 2017432만 엔 / 2018440만 엔 / 2019436만 엔

(천엔 단위 반올림. 2020년 이후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제외)

 

버블이 붕괴되고 8년이나 지난 2000년에 연봉 461만 엔을 받았는데, 2019년엔 436만 엔을 받고 있다. 게다가 2013년부터 19년까지는 '소득의 확고한 증대'를 대대적으로 내걸었던 아베 집권시기인데, 7년 동안 약 5%(연인상율 0.7%) 상승에 그쳤다.

 

평균이 아닌 중위 연수입(중앙치)을 보면 상황은 더더욱 안 좋다. 일본 국세청이 발표한 2020'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이 해 상여금을 제외한 연수입 평균치는 369만 엔(상여금 제외)으로 조사된 반면, 중앙치는 321만 엔으로 집계돼 평균치와 중앙치의 격차가 약 40만 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평균 임금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가 고액 연봉자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다.

 

은퇴 후 65%, 최소 생활비 부족

중앙치 이야기가 나온 김에 60대 이후 고령자들의 상황도 한번 살펴보자. 일찍이 20196월 금융청 심의회는 "은퇴한 이후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제외하고 적어도 2천만 엔은 필요하다"는 이른바 '노후 2천만 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당시 아소 다로 재무성 장관은 이에 대해 "많은 고령자, 은퇴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적 발언"이라며 엄중주의를 주고 정식 보고서에는 채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2천만 엔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현금성 자산이 필요하다는 건 간단한 계산으로도 금방 알 수 있다.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현재 84세이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65세부터 계산하면 약 232개월이다. 국민연금으로 한정 지을 경우 매월 연금수령액은 65천 엔인데, 후생성이 조사한 1인 한 달 평균 생활비는 133천 엔이다. 이 차이인 68천 엔에 232개월을 곱하면 1577만 엔이 나온다. 즉 은퇴 후 연금만으로 생활한다고 가정할 때 1577만 엔은 적자가 나므로 이 금액은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60대 이상의 현금성 자산은 얼마나 될까. 금융광보중앙위원회가 2021년 한 해 동안 실시한 '가계 금융행동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2인 이상 60대 세대의 금융자산 평균 보유액은 2747만 엔인 반면, 중앙치는 810만 엔으로 집계됐다. 물경 1900만 엔의 격차이다.

금융광보중앙위원회가 2021년 한 해 동안 실시한 '가계 금융행동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2인 이상 60대 세대의 금융자산 평균 보유액은 2747만 엔인 반면, 중앙치는 810만 엔으로 집계됐다. limo.media

 

 

보다 세밀한 데이터를 보면 더더욱 비참하다. 금융자산을 아예 가지고 있지 않다는 세대가 무려 19%를 점한다. 0에서 100만 엔 6.4%, 100-200만 엔 4.8%, 200-300만 엔 3.4%, 300-400만 엔 3.3%, 400-500만 엔 2.6%, 500-700만 엔 5.9%, 700-1천만 엔 5.3%1천만 엔 이하의 세대가 50.7%를 기록했다.

 

금융청이 말한 기준 2000만 엔으로 허들을 높이면 14.4%가 더 포함된다. (1000-1500만 엔 8.4%, 1500-2000만 엔 6.0%) 즉 이대로 가면 일본의 60대 이상 세대 중 65.1%는 제대로 된 노후생활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돌려 말하면 2000-3000만 엔의 9.6%3000만 엔 이상의 22.8%만이 죽을 때까지 그나마 평균치 이상의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울한 일본의 미래

그렇다면 일본의 임금노동자는 평생 여유롭게 살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창 일할 나이에도 임금이 오르지 않아 저축 등 현금성 자산을 보유할 가능성이 적다. 은퇴해서 이제 연금 받으며 생활할까 했는데, 정부기관이 연금 말고도 2천만 엔의 금융자산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니까.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아베 정권 시절부터 엄청난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이 기간 동안 풀린 막대한 돈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 가진 사람들을 더 살찌웠다. 정작 임금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거의 변화가 없다. 아니 근 10여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졌다.

 

현재 일본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서두에 말한 JASM의 구인 광고가 화제를 끈 것이다. 일본 유수의 경제일간지 <니혼게이자이>'고임금 구인'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0년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대졸초임자 평균임금 월 226천 엔(통근수당 포함, 업종 불문)보다 54천 엔이 더 많은 28만 엔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종으로 한정지더라도 신입사원의 월 평균임금은 21만 엔 정도에 불과하니(반도체 업종 평균임금은 연 494만 엔, 월수입으로 환산할 경우 41만 엔) 확실히 JASM의 구인광고는, 현재 일본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고임금에 속한다.

 

하지만 과연 JASM가 이정도 수준으로 일본 국내 인력이 아닌 외국의 우수한 인력들을 고용할 수 있을까? 게다가 현재 달러당 135엔이라는, 20년만의 엔저현상 때문에 엔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내가 처음 왔던 21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에 돈을 벌기 위해 온 한국인들이 많았는데, 요즘 그런 사람들은 거의 볼 수 없다. 오히려 다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자연재해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경제적 성공의 발판으로서 일본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도 그 귀국 이유에 포함되지 않을까 한다. 일본 경제를 기초 베이스에서 지탱하는 국민 개개인들의 삶이 과연 앞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마이뉴스

 

-lwj****대기업과 재벌만을 위한 정책을 지금처럼 한다면 우리나라도 얼마남지 않은 내일의 모습일수 있다. 중산츨이 급격히 무너지고 5%의 부자와 95%의 서민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allerbeste 남 이야기 처럼 하는데 이게 곧 우리 이야기 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먼저 멸종할 국가는 대한민국

-@sea 이탈리안푸드님 말씀처럼 우리나라는 늘 일본의 몇 년 전 모습을 그대로 따라왔으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따라갈 확률이 높구요.

그리고, 작금의 ㅅㄹ정부 기조도 아베나 맹박이랑 별반 다름이 없죠. 맹박때 어땠나요? 법인세 낮추고, 계약직이라는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서 기업들 살만 찌워줬지 국민들의 삶이 나아졌나요? 아직도 계약직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기업들은 사람들 필요할 때만 쓰고 필요없으면 자르는 작태가 지속되고 있지 않나요?

정부에서 기업에게 혜택을 주면 기업은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자기들 뱃속만 챙겼죠. ㄱㅎ때도 마찬가지 구요.

 

 

'낮엔 학교 밤엔 학원' 한국 교육, 이대로 괜찮을까

한 교사가 받은 항의전화 "한 번만 더 이러면...", 학원 탓에 텅빈 교실

여느 때라면 야간자율학습 때 절반 가까이 남았을 텐데, 언제부턴가 시험 기간에는 학원 가느라 교실이 텅텅 빈다. 족집게 과외를 받기 위해서란다.서부원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학교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야간자율학습(야자)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 기말고사 전날이었던 엊그제는 아이들 서너 명이 오붓하게 둘러앉아 공부하는 교실이 대부분이었다. 감독 교사로서 출결 상황을 확인하고 말 것도 없었다.

 

모두 학원에 갔기 때문이다. 평소엔 방과 후 수업과 야자가 없는 수요일과 주말을 이용해 학원에 다니지만, 시험을 앞두고는 거의 매일 가야 한다고 아우성친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학원 선생님이 핵심 내용을 정리해주고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찍어 준다"고 대답한다.

 

시험 기간에는 단과반도 종합반이 되는 모양이다. 수학 학원에서 영어 예상 문제를 찍어주고, 국어 학원에서 과학 예상 문제를 알려준다니 말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익숙해진 일상인 데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어느 학원이 더 '족집게'였는지 친구들끼리 화제가 되기도 한단다.

 

듣자니까, 학원마다 인근 학교의 학년별·교과별 시험 문제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출제 교사의 성향까지 꼼꼼하게 파악해 학원 수강생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 정보의 양과 정확성이 학원 영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비결이라고들 한다.

 

단위 학교에서도 나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곤 있지만, 실효성에는 다들 반신반의하고 있다. 예컨대 시중 문제집에서 베껴내지 말고, 최근 몇 년 동안 냈던 문제를 재출제하는 걸 금지한다는 등의 세부 지침이 내려져 있다. 더욱이 출제 원안은 교육청에서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 고유의 출제 유형까지 달라지긴 힘들다. 국어와 영어라면 교과서 밖에서 지문을 가져올 수 없으니 그렇고, 수학이라면 숫자를 바꾸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내 과목인 한국사의 경우 3~4년쯤 시험을 치르고 나면 새롭게 출제할 만한 내용이 남아 있지 않다.

 

빈틈 노리는 '족집게' 학원들

그 빈틈을 노리는 게 학원들의 생존 전략이다. 이른바 '족집게' 학원들은 인근 학교의 시험 출제 유형을 손금 보듯 훤히 꿰고 있다. 심지어 버젓이 학교 이름을 내건 시험 형식의 예상 문제가 학원 숙제로 제시된다. 믿거나 말거나일 테지만, 예상 적중률까지 표기한 경우마저 있다.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학원의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들에게 성적은 '고객'을 유지하고 유치하는 데 절대적이고도 유일한 홍보 수단이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거나, 하다못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끝난 뒤 건물 벽에 '경축 현수막'을 내거는 것도 그래서다.

 

선다형 문제 위주의 시험에서 성적 향상을 위한 왕도는 오로지 기출문제 풀이의 반복뿐이다.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역량을 판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수능 준비도 반복적 문제 풀이만 한 게 없다. 재수생의 수능 성적이 재학생의 그것을 압도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과문한 탓인지 문제풀이 아닌 수업을 진행한다는 학원은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다. 선행학습이든, 복습이든, 모든 학원 수업은 예외 없이 문제 풀이로 시작해 문제 풀이로 끝난다고 했다. 한 아이는 수능형 오지선다형 문제를 처음 만난 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유치원 때라고 기억했다.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여섯 가지 핵심 역량 중 첫 번째가 '자기 관리 역량'이다.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러한 역량이 갖춰진 후라야 '지식정보 처리 역량''창의적 사고 역량' 등 나머지 역량이 길러질 수 있다.

 

어릴 적부터 학원에 의존하며 시험 문제 풀이에만 길들어진 아이들에게 '자기 관리 역량'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나 마찬가지다. 요즘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건, 성적과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정비례하는 건 아니란 사실이다. 불안에 떨며 맹목적으로 공부하는 '모범생'들이 너무나 많다는 이야기다.

 

"성적은 그럭저럭 나오긴 하는데, 솔직히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최근 한 아이가 공부가 재미없다며 건넨 하소연이다.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공부할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체념하듯 말했다. '1 때 성적이 고3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명문대 진학은 고1 때 이미 결정된다'는 말을 중학교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단다.

 

대학만 가면, 대학만 가면... 그러면 다 끝날까

학년 교무실 벽면에 붙여놓은 글귀 아래로 수험서가 가득 꽂혀있다. 한 아이가 "학생은 문제집 푸는 기계"라고 바꿔 불러야 한다며 조롱하듯 말했다.서부원

 

그에게 명문대는 '인생의 종착역'이었다. 진학 이후의 삶은 일단 합격하고 난 뒤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 단 한 번도 명문대 합격 외에 다른 대답을 떠올려본 적이 없다고 선선히 말했다. 이 땅의 고등학생들에게 '먼 꿈'은 대입이고, '가까운 꿈'은 내신 성적이다.

 

하도 자주 들어온 이야기라 그의 고민이 새삼스럽진 않다. 그때마다 거의 반사적으로 건네는 나만의 '모범 답안'이 있다. 초임 시절인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대답이다.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내 답변을 듣고 난 뒤 아이들의 반응이 사뭇 달라졌다는 점이다.

 

"공부하는 요령이 고민되거든, 짬 날 때마다 도서관에 가라. 눈길 가는 대로 책을 꺼내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그리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며 땀을 흘려라.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은 분명 동기부여로 이어질 테고, 공부가 재미있어질 때쯤이면 정작 체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서둘지 말되, 멈추지도 마라."

 

요즘 아이들 대부분은 이를 '공자님 말씀'으로 치부한다. 하나같이 독서와 운동이 좋다는 건 알지만, 일상에서 그럴 여유가 없다고 대꾸한다. 시간이 없는 이유는 전가의 보도처럼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원에 가야 하므로 도서관에 갈 수도, 운동을 할 수도 없다는 거다.

 

그들은 과목별로 효과적인 공부법이 따로 있는 줄 안다. '찍는 것도 실력'인 양 여기며 '수능 30일 완성' 따위의 수험서 제목에 현혹되기 일쑤다. 요즘 아이들은 '우직하게 공부한다'는 걸 '바보처럼 시간을 낭비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들에게 요령과 편법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에 다니다 보니, 숫제 아이들의 일상이 주야로 나뉘어 학교와 학원으로 '이원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아침부터 오후 4시 반까지는 학교가, 이후 밤 10시까지는 학원이 교육을 담당하는 걸 당연시한다. 이어 자정 무렵까지는 '스터디 카페'라는 이름의 '3의 교육 기관'이 그 틈새를 공략하고 있는 모양새다.

 

학부모들도 아이가 학교를 함부로 그만둘 수 없듯이 학원 역시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학원 끊는 것을 두고 공부를 포기하는 것처럼 여기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아이가 나이가 차면 상급학교에 진학하듯, 학교에 다니면 으레 학원도 동시에 다녀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한 교사가 받은 '발신자 표시제한' 전화... "한 번만 더 이러면 민원 제기"

그러다 학교와 학원 사이의 오랜 '관행'이 금이 갈 때, 종종 사달이 벌어지기도 한다. 며칠 전 한 동료 교사가 학급의 몇몇 아이들에게 방과 후 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신청하도록 종용한 일이 있었다. 아직 중학교 티를 벗지 못한 채 천방지축인 그들을 고등학교의 일상에 적응시키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으리라.

 

그는 따로 학부모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그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들려주고 의도를 전하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자녀를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은 연신 건넸다고 한다. 그런데,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교무실로 이와 관련된 민원 전화가 빗발쳤다.

 

이들은 다짜고짜 왜 아이들에게 방과 후 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반강제적으로 시키느냐고 성토했다. 담임교사와 전날 직접 통화를 한 학부모라면 교무실로 항의 전화를 걸었을 리 만무할 테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스스로 학부모라고 밝혔지만, 전화기엔 '발신자 표시 제한'이 찍혀있었다.

 

"방과 후엔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교육청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할 겁니다."

 

항의 전화의 마지막은 늘 이렇듯 '으름장'으로 끝난다. 발신자가 학부모였는지 학원 관계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 동료 교사는 사죄한 뒤 아이들을 돌려보내야만 했다. 정규 수업이 마무리되면 학교의 역할은 그걸로 끝난다는 사실에 열정과 의욕이 꺾이더라고 그는 푸념했다.

 

사달이 난 이후라 그런지 교실은 더더욱 썰렁해졌다. 전국의 신임 교육감마다 이구동성으로 내건 슬로건이 있다. '단 한 명의 아이들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 그러자면 당장 학교보다는 학원의 협조를 구해야 할지 모른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고작 서너 명이 앉아있는 교실과는 달리, 이 밤중 학원의 강의실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서부원(ernesto)/ 오마이뉴스

인간은 왜 불평등해졌나... 시장주의자도 분노한 지점

[전강수의 경세제민] 토지사유제의 폐해를 우려한 사상가들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토지에서 자라는 밀. 자료사진.연합뉴스

 

토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또 토지 없이 이루어지는 생산은 하나도 없다. 토지가 이처럼 인간의 생존에 필수 불가결하다면 또 천부자원으로 인간이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면, 이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옳을까?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토지사유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토지의 사적 소유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그 생각이 맞는 걸까?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의 원칙은 어떤 사람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규율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자기의 소유권과 그로부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이 원칙을 오남용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의 주장은 대개 사람이 어떤 물건이라도 사적으로 소유할 수 있고 그의 소유권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식이다.

 

어떤 경로로든 소유권이 성립하고 또 그것이 제도적으로 인정되면 거기에 절대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옳을까? 성질상 소유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하는데도 어쩌다가 소유권이 성립한 경우라도 그렇게 해야 할까? 성질상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사람, 공기, 바다, , 투표권, 공직, 인체 장기 등 한둘이 아니다. 사유재산 제도의 철학을 정립한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가 살아 돌아와서 일단 성립한 소유권은 무조건 정당하다는 주장을 접한다면 아연실색할지 모른다. 그가 주장한 사유재산의 원칙은 이와는 전혀 다르니 말이다.

 

로크의 사유재산 원칙과 토지사유제

로크에 따르면, 어떤 물건에 사적 소유권이 성립하는 것은 누군가 그것을 만들기 위해 노동이라는 비용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용을 치르고 획득한 물건에 대해서는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로크의 생각이었다. 개인의 인격과 신체, 그리고 노동력이 그 개인의 것이라면 그의 노동력을 발휘해서 생산한 물건도 그의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논거였다.

 

따라서 로크가 말한 사유재산의 원칙이란, 어떤 물건은 그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다시 말해 비용을 치른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상식'을 근사한 형태로 표현한 데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식을 근거로 생각하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유하고 거래하는 노예제도는 당연히 부정된다. 공기, 바다, , 투표권, 공직, 인체 장기 등에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로크가 정립한 원래의 사유재산 원칙에 따르자면, 토지에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제도도 용인하기 어렵다. 토지를 만들기 위해 비용을 치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거기에 사적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겠는가? 창조주 외에 토지에 대해 절대적·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사진.연합뉴스

 

시장 거래는 소유권 정당성을 보장하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시장에서 대가를 지불하고 매입한 소유권은 정당합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매매란 정당성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일 뿐입니다. 도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재산권이 매매를 거친다고 해서 도덕적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헨리 조지, 김윤상 역, <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 경북대학교 출판부, 2012, 39)라고 했던 헨리 조지의 음성을 들려줄 필요가 있다.

 

조지는 노예를 사냥한 사람에게 노예 소유권을 인정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대가를 지불하고 노예를 매입한 사람에게도 노예 소유권을 인정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취득으로 소유권을 확보했다면 대가를 지불하고 그 소유권을 매입하더라도 정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매입으로 소유권이 생긴다는 생각은 의외로 뿌리가 깊다. 조지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제가 살아온 시기의 미국에서는 매입에 의해 소유권이 생긴다는 논리가 노예제 옹호의 공통된 근거였습니다. 정치인도 그랬고 법률가도 성직자도 주교도 그랬습니다. 온 나라의 대다수 국민이 이 논리를 수용했습니다. 아내와 남편 그리고 자식과 부모를 떼어 놓고 강제 노동을 시키고 노동의 결실을 가로채고 그리스도교도가 그리스도교도를 사고파는 일이 이 논리에 의해 정당화되었습니다."(헨리 조지, <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 40)

 

오늘날 문명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돈을 내면 사람을 사서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고파는 일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수 세기 전에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 했던 짓을 지금 대한민국에서 그대로 한다면 그는 바로 납치범 또는 인신매매범으로 체포될 것이다. 세월이 지나는 사이에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가 정반대로 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헨리 조지가 살았던 시대에 미국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현대인들은 매입으로 소유권이 생긴다는 논리에 사로잡혀 토지사유제가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노예제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정반대로 바뀌었듯이 장차 토지사유제에 대한 인식도 그렇게 바뀔지.

 

인간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노예제와 마찬가지로 토지사유제도 강압과 폭력에 의해 성립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볼 때, 한 민족의 영토 확보에는 대개 무력이 동원되었으며, 확보한 영토를 사회 구성원에게 분배하는 데도 정치적 힘의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 개인의 근면과 저축이 아니라 강탈과 강점이 토지 소유권의 기원이었던 셈이다.

 

힘에 의한 토지 소유권 확보는 역사상 최초로 토지 소유권이 등장했던 시대에만 행해진 것이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수없이 반복된 전쟁은 사실상 토지 쟁탈전이었으며, 오늘날에도 수자원, 유전, 주파수대, 오염권, 해안 접근권 등 '넓은 의미의 토지'를 로비와 압력 등 경제외적 수단으로 사유화하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고, 후진국 여러 지역에서는 선진국의 탐욕스러운 자산가들이 땅을 헐값에 대거 매입하는 사실상의 강탈이 행해지고 있다.

 

토지를 사적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면, 어쩌다 토지 소유권이 성립한 뒤 여러 번 거래가 이뤄져 소유자가 바뀌었다 할지라도 소유권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니 '내 땅은 내가 열심히 번 돈으로 산 거야. 아무도 손댈 수 없어!'라는 식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토지사유제 부정은 사유재산 전체 부정으로 이어지나

헨리 조지위키미디어 공용

 

모든 생산은 토지에서 원료를 얻기 때문에 토지의 사적 소유가 정당하지 않다면 노동 생산물의 사적 소유도 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토지사유제의 부정은 사유재산 제도 전체의 부정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토지에서 얻는 원료에다 노동을 가해서 만드는 생산물에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과 토지 그 자체에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자에는 노동하는 인간의 적극적인 노력과 희생이 들어가는 반면, 후자에는 그런 것들이 일절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 생산물에 대한 소유권은 사실상 일시적인 사용권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토지라는 '창고'로부터 원료를 얻어 생산물을 만들지만 그 순간부터 원료는 다시 창고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시작한다. 나무는 썩고 쇠는 녹슬고 돌은 분해된다. 헨리 조지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우리가 아는 한, 물질은 영원하고 힘은 소멸되지 않습니다. 햇살에 떠다니는 작은 티끌 하나, 나뭇잎을 흔드는 미세한 자극 하나도 우리가 창조하거나 소멸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옮기고 결합한 생산물은 끊임없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스러지고 맙니다. 그리하여 자연을 원료로 삼아 인간이 생산한 것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해도 단지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우리 모두를 위해 마련된 원천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자기 노동으로 생산한 토지의 결실은 사적으로 소유해도 됩니다. 이런 물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의 흔적을 잃고 원료가 나온 원천인 자연으로 돌아가므로 특정인이 소유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토지 그 자체를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토지는 계속해서 생산 원료를 추출해야 하는 원천일 뿐 아니라 인간의 몸 그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같은 책, 45~46)

 

만든 사람에게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스스로 만들지 않은 물건에도 적용하려면 상당한 논리 비약을 허용해야 한다. 흔히 강자들은 이런 억지 논리로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지만, 상식을 가진 일반 시민이 여기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토지의 효율적 이용이 곤란한가

마지막으로, 토지에 절대적·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토지자원의 효율적 이용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에 대해 검토해 보자. 토지사유제 옹호론자들은 토지에 절대적·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해야만 토지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하고, 오용을 막을 수 있으며, 토지 이용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도심의 공원이나 해양자원처럼 개인에게 어떤 권리도 인정되지 않는 토지나 자연자원은 오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가 철저하게 관리·감독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이런 자원으로부터 최대한의 혜택을 얻어내는 일에 몰두한다. 대가를 전혀 내지 않고도 혜택을 얻을 수 있으니 자원의 오남용이 극단화하기 쉽다. 1960년대에 생물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 1915~2003)은 이런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라고 명명하고, 자원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딘의 견해는 토지에 절대적·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해야만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의 유력한 근거로 활용되곤 한다. 중세 유럽 농촌의 공유지에서는 촌락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가축을 방목하거나 삼림 자원을 채취할 수 있었으므로, 그들 사이에 '공유지 사용 많이 하기'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결과는 공유지의 황폐화였다. 오늘날에도 개인의 권리가 성립하지 않은 공유자원에서는 이런 비극이 종종 발생한다. 공유지의 비극을 방지하려면 사용자에게 사용하는 만큼 대가를 내도록 하거나 공유지를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공동체가 감시하면 된다.

 

문제를 해결할 정답이 엄연히 따로 있는데, 토지사유제 옹호론자들은 엉뚱하게 개인에게 소유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는 결과를 자초하는 짓이다. 투기를 초래하고 소수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또 다른 심각한 폐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에게 일정 기간 배타적 사용권을 설정해주고 사용 분량에 상응하여 요금을 징수하거나 남용을 막기 위한 관리제도를 마련하면 충분함에도 왜 그들은 아예 절대적 소유권을 몽땅 개인에게 넘기자고 주장하는 것일까? 토지 사유화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을 챙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토지사유제의 폐해를 우려한 사상가들

장 자크 루소위키미디어 공용

 

유감스럽게도 역사는 토지사유제 옹호론자의 주장대로 진행되어왔고 지금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각 있는 사상가들은 토지제도가 이렇게 바뀌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이 카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와 같이 사회주의 사회를 꿈꾸는 좌파 계열 인사들이 아니었다는 점에 유의하라.

 

"처음으로 어떤 땅에 울타리를 두른 다음 '여기는 내 땅이다'라고 스스로 말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 말을 믿을 만큼 단순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인간이야말로 문명사회의 진짜 창시자다. 누군가 말뚝을 뽑고 구덩이를 메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저 사기꾼 얘기랑 듣지 마시오. 과일은 모두의 것이고 땅은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당신은 파멸할 겁니다!'라고 외쳤다면, 얼마나 많은 범죄, 전쟁, 살인, 비참,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인가?"(장 자크 루소 지음, 이재형 옮김, <인간 불평등 기원론>, 문예출판사, 117~118).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소리높이 외쳤던 대표적인 계몽사상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의 말이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구체제(앙시앙 레짐)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의 길을 활짝 열었던 프랑스 대혁명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루소는 인류가 겪은 수많은 재앙의 기원을 토지사유제 도입에서 찾았다.

토머스 페인위키미디어 공용

 

"경작과 함께 시작된 토지독점은 최대의 악을 초래했다. 모든 국가의 반 이상 국민에게서 마땅히 이뤄졌어야 할 보상도 하지 않은 채 자연적 유산을 박탈하는 바람에 그 이전에는 없었던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이 양산되었다. 경작 및 문명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토지사유제는 마땅히 이뤄졌어야 할 보상도 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서 그 재산을 빼앗아 갔다."(Thomas Paine, Agrarian Justice, London: W. T. Sherwin, 1817, pp.7~8)

 

미국 독립전쟁, 즉 미국혁명에 사상적 기초를 제공한 토머스 페인(Thomas Paine, 1737~1809)의 말이다. 페인이 17761월 발간한 <상식>(Common Sense)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몇 달 만에 50만 부 이상이 팔려, 같은 해 74일 발표된 <독립선언문>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나중에 그는 프랑스 대혁명을 옹호하는 글을 발표하고 혁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토지에 대한 권리를 모두가 누려야 할 자연적 유산으로 보고, 토지사유제가 도입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그 권리를 박탈당하고 가난하고 비참한 상태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페인은 기본소득을 주창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의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이 갖는 토지권에 대한 보상이라는 차원에서 제안된 것이다.

 

오늘날 경제학자 가운데 토지사유제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지만, 예전 경제학자 가운데서는 그런 인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토지 소유자를 "스스로 노동도 하지 않고 조심도 하지 않고, 마치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것처럼 자기의 의도·계획과는 무관하게 수입을 얻는 유일한 계급"이라고 혹평하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지주는 심지는 않고 거두기만 좋아한다"라고 기술함으로써 토지사유제에 대한 불만을 표명했다.

 

고전학파 경제학을 집대성한 존 스튜어트 밀(John S. Mill, 1806~1873)"사유재산의 신성함을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신성함이 토지 재산권에도 같은 정도로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토지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토지는 모든 생물이 생래적(生來的)으로 물려받은 유산이다"라고 하면서 토머스 페인과 유사한 견해를 피력했다.

 

한계혁명을 주도한 레옹 발라(Leon Walras, 1834~1910)"개인의 능력에 의한 생산물을 모두 개인에게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그 임대료로 국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에 와서도 이런 유의 견해를 펼친 경제학자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 중에는 로버트 솔로(Robert M. Solow), 제임스 토빈(James Tobin), 프랑코 모딜리아니(Franco Modigliani),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들어 있다.

 

사실 긴 인류 역사 가운데 토지사유제가 합법화한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고대 로마 사회와 근대 사회 정도가 거기에 해당한다. 더 오랫동안 지속했던 토지제도는 사회 구성원에게 평등한 토지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헨리 조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초기의 인류는-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언제나 평등한 토지권을 인정했었습니다. 노동 생산물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하기 위해 개인별로 토지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할 필요가 생긴 후에도, 평등을 충분히 보장하는 방법을 각 사회의 발전 단계에 맞게 마련해 왔습니다. 어떤 민족은 농토를 주기적으로 재분배하고 가축을 기르거나 땔감을 마련하는 토지는 공동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또 거주와 경작에 필요한 토지를 각 가족에게 분배하지만, 필요성이 사라지면 누구든 다른 사람이 그 땅을 차지하여 쓸 수 있게 하기도 했습니다. 모세의 토지법도 성격은 같습니다. 일단 토지를 공평하게 분배한 다음, 어느 가족도 토지를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희년 제도를 두었습니다. 즉 매입한 토지라 하더라도 50년마다 원 소유자의 자손에게 되돌려 주도록 하였습니다."(헨리 조지, 앞의 책, 22).

 

헨리 조지의 말대로라면, 인류는 긴긴 세월 동안 모두에게 토지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작동시켜 온 셈이다. 토지사유제가 합법화한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 나라의 법제 안에는 그 장치의 희미한 흔적이 남아 있다.

 

토지사유제가 합법적 제도로 정착한 결과는 참혹하다. 모든 사람이 비슷비슷하게 땅을 갖게 되리라는 생각은 몽상가의 머릿속에서만 실현 가능할 뿐, 실제로 땅은 소수의 수중에 집중되어 갔다. 땅을 독점하면 인간을 소유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두 경우 모두 소유자가 다른 사람이 노동한 결실을 취할 수 있고 노동자의 상전이 될 수 있다. 토지 없이 생산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생존의 터전을 소유하면 결국 사람을 소유하게 된다.

 

더욱이 토지사유제는 다른 사람의 노동을 착취하기에 노예제보다 더 간편하고 경제적이다. 노예를 사냥하고 가두고 먹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노예제에서 흔히 사용했던 채찍질도 필요 없다. 가만히 두면 사람이 제 발로 찾아와서 주인으로 모실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현대판 노예제에서 노동자의 처지는 처량하기 짝이 없다.

 

"토지사유제는 맷돌의 아랫돌이다. 물질적 진보는 맷돌의 윗돌이다. 노동 계층은 증가하는 압력을 받으면서 맷돌 가운데서 갈리고 있다." 헨리 조지의 말이다(헨리 조지, 김윤상 옮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2016, 362).

오마이뉴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주도하는 8개 단체의 진짜 정체

표현의 자유마저 갉아먹는 괴롭히기식 집회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및 우파단체들의 집회가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최초 신고된 집회가 58일로 기록된 것을 감안하면 40일 넘게 집회가 이어지는 중이다.

 

우선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로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52370대 중반에서 90대 초반 어르신 10명이 양산신도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집회 소음으로 인한 불면증과 환청,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식욕부진 때문이었다고 한다.

 

과도한 집회가 계속되자 문 전 대통령 측도 지난 531일 주민 피해뿐 아니라 집회 간 이뤄진 모욕, 명예훼손, 협박 등을 이유로 집회를 주도한 단체 회원 등 4명을 평산마을 인근 파출소에 고소했다.

 

이렇게 주민 피해와 논란을 촉발한 문 전 대통령 사저 부근 집회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개최하고 있을까? 정보공개센터는 양산경찰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3월부터 530일까지 '하북 사저 주변 집회·시위 신고' 내역을 받았다.

 

경찰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530일까지 문 전 대통령 사저 부근에서 집회를 신고한 단체는 총 8개였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 벨라도(vellado), 자유진리정의혁명당, 자유통일당, 구국총연맹, 자유연대, 한미자유의물결이 지난 426일부터 순차적으로 집회신고를 했으며 개인 이름으로 집회를 신청한 곳도 있었다.

 

천태만상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부근 집회신고내역 3월부터 530일 까지 문 전 대통령 사저 부근에는 총 8개 단체가 집회를 신고했다. 정보공개센터

 

 

코백회의 경우 백신 피해자에 대한 국가 책임 및 사과를 요구하며 514일부터 일주일에 1~2회씩 문 전 대통령 사저 부근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는데 코백회를 제외하면 대체로 보수·우파 정당이나 단체로 분류된다.

 

58일부터 65일까지 '검수완박 규탄'을 목적으로 집회를 개최한 벨라도는 극우 유튜버로 알려진 안정권씨가 대표이사로 등록된 영상 플랫폼 업체다. 벨라도는 주로 안씨 본인의 영상 및 방송을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안씨는 고 노회찬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해 비판받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인근에서 검수완박 규탄 집회를 개최한 벨라도의 인터넷 홈페이지. 정보공개센터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 계열 극우 정당인 자유통일당도 520일에 기자회견과 집회 신고를 했다. 이들의 집회 목적은 문 전 대통령의 이적행위에 따른 체포를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자명예훼손으로 파면된 최우원 전 부산대 교수가 대표인 구국총연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의 귀향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집회를 522일부터 612일까지 매주 개최한다며 집회신고를 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우파단체 자유연대는 문 전 대통령 시기 대통령비서실 특활비를 공개하고 문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며 61일부터 문 특활비 공개 및 구속 촉구 풍선 및 수갑 전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치적 논쟁으로 번진 집시법 개정안

문 전 대통령 사저 지역 지도 집회 지역과 주민들이 거주하는 민가 사이 거리는 약 70m 가량으로 무척 가깝다. 정보공개센터

 

 

이들의 집회 지역은 평산마을 민가에서 불과 약 70m가량,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는 약 110m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더구나 인적이 드문 시골과 대부분의 주민이 상주 중인 고령의 노약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음향 장비를 이용해 집회를 할 경우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하고 건강과 직결될 수 있다.

 

또한 집회 개최 목적과 내용도 양산 사저에서 개최할 이유가 없는 집회가 대부분이다. 백신 피해자에 대한 책임이나 검수완박 규탄, 수사나 구속 촉구와 같은 집회는 현 정부와 국회 및 야당, 수사기관에 요구해야지 평산마을 사저에 요구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 전직 대통령과 사저 인근 주민 괴롭히기식 집회라는 비판이 붙는 이유다.

 

고성과 욕설, 문 전 대통령 측의 고발 등으로 논란이 커지자 결국 양산경찰서는 주민 피해를 우려해 코백회의 1일 집회와 벨라도의 15일 집회 등 2건에 대해 집회 금지 통고를 내렸다. 그 밖의 집회 신고 중 8건에 대해서도 제한 통고가 이뤄졌다.

 

그러나 집회 단체들은 수긍하지 않고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 보수단체는 지난 16일 양산경찰서의 집회 금지통고 효력을 정지하라는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코백회는 소음기준을 준수했는데 보수단체들이 밤낮없이 확성기를 틀어 집회하는 바람에 자신들도 매도당해 함께 금지 통고를 받았다며 22'집회·시위 금지 통고 처분 취소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논란이 되자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아크로비스타 주변에서도 맞불 집회가 벌어지는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시위에 대한 조치로 집무실 반경 100m 이내 집회 금지를 골자로 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며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의 사저 부근 집회에 따른 대응으로 쏟아져 나오는 개정안들은 결과적으로 질서유지와 피해방지라는 공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는 내용들이다. 상식을 벗어난 고성과 욕설을 통한 괴롭히기식 집회가 엄한 표현의 자유마저 갉아먹는 중이다. 22.6.24 오마이뉴스

 

논란만 일면 전 정부에 화살윤 대통령의 국면 전환법

장관 인선 실패 전 정부보다 낫다

검찰 인사 편중 과거 민변이 도배

부자 감세 비판 징벌과세의 정상화

탈원전 정책 “5년간 바보 같은 짓

 

취임 전부터 반문재인몰이

국민통합은 갈수록 멀어져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임명직 공무원 인선을 두고 도덕성 면에서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자진사퇴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인선 논란에 대해선 전 정부보다 낫다는 취지로 답했다. 검찰 편중 인사, 법인세 인하, 원전 정책 등 사회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이슈마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 직접 화살을 돌리며 국면 전환을 하려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아직 사퇴 전이던 김 후보자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수차례 전 정부를 들어 윤석열 정부 인선 기준이 비교 우위에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문성과 역량이라는 인선 기준을 언급하며 그런 점에선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하고 전 정부에 비교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덕성 면에서도 전 정부 얘기를 꺼내면서 비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국정 최고지도자로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은 대통령이 진영이 다른 전임 정부를 직접 공격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전임 대통령들은 대선 후보로 경쟁하던 때는 상대 진영 정부에 날선 비판을 내놓다가도 집권 후에는 야당을 향한 직접 공세는 자제하곤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한 뒤에도 새 정부 정책이 논란에 부딪히면 전 정부 사례를 들어 정면돌파를 시사하곤 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반문재인여론을 핵심 정치 자산으로 삼은 데다 공약 대부분을 ‘ABM’(Anything But Moon·문재인 정부 정책 말고 뭐든지)으로 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를 국정 정상화’ ‘신적폐 청산등으로 설명해왔다. 취임 뒤에도 진영 대결 정서를 유지하면서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앞서 검찰 출신 편중 인사 지적이 불거지자 과거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나”(지난달 8)라고 전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법인세 인하 방침을 두고 부자 감세비판이 나왔을 때는 “(문재인 정부에서) 징벌 과세가 좀 과도하게 됐기 때문에 그걸 정상화해서 경제가 숨통이 틔워지게 되면 모두에게 도움되지 않겠나”(지난달 17)라고 했다.

 

전 정부 청와대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해 정치 보복논란이 일자 민주당 정부 때는 (전 정부 수사를) 안 했느냐”(지난달 17)라고 했고, 지난달 22일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냥해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국제적으로)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 유정인·심진용 기자

 

전체 인구 36%, 세대 62%토지 보유 중

2347만 세대 중 1449세대

아파트 소유도 토지 지분 있어

연령별로는 50·60대가 많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5.8%, 세대 기준으로는 61.7%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에 등록된 지적공부를 기초로 전국의 토지소유현황을 파악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토지를 보유한 인구는 5146만 명(주민등록인구) 1851만 명이었다. 지목별로는 임야 57.7%, 농경지 34.6%, 대지 5.5% 였다. 연령별로는 60(29.6%) 50(22.7%) 70(19.3%) 순이었다. 0~19세는 0.2%를 갖고 있었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총 2347만 세대 중 61.7%1449만 세대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아파트를 갖고 있어도 토지분이 있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가 된다. 이 경우 대지로 분류된다. 아울러 전년도에 비해서 토지를 가진 개인은 2.5%, 세대수는 2.5% 각각 증가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전체 토지 중에는 개인 소유 토지가 46445(75.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 법인 소유는 6965(11.4%), 비법인 소유는 7783(12.7%)였다. 비법인은 종교단체나 문중 등을 말한다.

 

한편 전체 면적 중에서 거래 면적의 비중을 뜻하는 토지거래 회전율은 전국 2.6%였다. 시도별로는 세종(5.1%)이 가장 높아, 이 지역의 토지거래가 활발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울경은 모두 동일하게 2.0% 회전율을 보였고, 서울은 1.0%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행보마다 사고, 사라지지 않는 김건희 리스크

검건희 여사의 행보에 대해 여러 비판이 일고 있다. 주가조작· 허위이력 논란이 가시지 않는 이상, 김 여사에 대한 논란은 어떤 방식으로든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613일 김건희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김건희 여사는 뜨거운 감자. 화제성 면에서 배우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넘어선다. 신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향후 국정 방향을 가늠케 하는 중요 정보다. 그럼에도 지난 510일 취임부터 622일 현재까지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보다 낮은 경향을 보였다(그림 1참조). 임기 초 대통령 부인에게 쏠리는 관심이라고 보기에는, 같은 임기 초반 문재인 정부 때(2017310~422)와 비교해도 다른 양상이다(그림 2참조).

 

처음에는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제공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김 여사의 본격 행보가 시작되었다. 613일 봉하마을행을 기점으로 국민의힘 4선 이상 의원 배우자 오찬(614), 김정숙 여사 만남(617), 고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 참석(618) 등의 일정을 단독으로 소화했다. 특히 봉하마을 방문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당시 뒤에 서 있던 이들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 여사의 10년 지기인 김량영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김 여사가 대표였던 회사 코바나컨텐츠 출신 대통령실 직원 유 아무개씨와 정 아무개씨가 포함되어 있었다.

 

청와대 제2부속실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이렇게 평했다. “언론에 알려지는 대통령 부인의 일정에도 당연히 메시지가 있다. 이를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실무자들은 동선, 참여자, 선물, 드레스 코드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심지어 찍히는 사진을 염두에 두고 해가 어디 있는지 등도 확인한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김건희 여사 외의 인물들이 왜 사진에 같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VIP 의전·홍보 등을 해본 선수가 주변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사고다.”

 

대통령실이 동원된 행사에 지인이 동행했다는 점, 김건희 여사를 보좌할 시스템이 공식적으로는 없다는 점, 김 여사가 앞으로도 공사 구분이 애매한 영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대선 캠페인 시절 내세운 조용한 내조약속을 깼다는 점 등이 논란이 되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인연이 있다고 밝힌 일명 천공이 김 여사의 적극 행보가 더욱 필요하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올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6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입을 열었다.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거기 때문에 공식·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해야 할지 저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한번 국민 여론 들어가면서 차차 생각해보겠다.”

 

해당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면이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허위이력 논란에 대응하는 차원이었다. 또한 지난해 1222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면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 “제 처(김건희)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본인이 전시하고 본인 일하는 데서 공개적으로 나설 순 있지만, 남편 정치하는 데 따라다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없이 출범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나뉘었던 제1부속실(대통령 담당)과 제2부속실(영부인 담당)을 통합해 부속실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부활에 부정적이다. 대신 부속실 안에 관저팀을 만들어 사실상 제2부속실 역할을 하게 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김 여사의 행보를 공식적으로 보좌하고 관리할 제2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나온다. 관례상 대통령 배우자에게 국가의 예산과 인력이 배치될 수밖에 없는 행사가 있고, 그에 맞게 책임성과 투명성을 더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김건희 여사도 동행하는 등 김 여사의 행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각 실별로 비밀 취급 인가 수준이 다르다. 1부속실과 제2부속실이 직제에 따라 다루는 정보가 차이 나기에 부속실 안에서 팀을 나누기보단 제1부속실과 제2부속실로 인력을 배치해 공무를 하는 게 낫다. 지금도 김 여사의 오빠가 김 여사의 사진을 바깥으로 전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업무가 분장되지 않으면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선 당시 공약을 파기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면 될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조용한 내조를 한다고 말한 적 없다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회장인 강신업 변호사 또한 제2부속실과 같은 대통령실의 공적 조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집에만 계시고 돌아다니지도 말고 조용한 내조를 하라는데, (김 여사는) 조용한 내조를 한다고 말한 적 없다.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왜 시끄럽게 구느냐는 건 논리에 안 맞다. 말싸움을 하기 전에 현실론으로 돌아와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역할과 지위가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해 1226일 김 여사의 기자회견을 정확하게 보라는 말이다.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당시 김 여사는 공개 사과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그렇기에 지금의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은 본질적으로 김건희 리스크로부터 기인한 점이 크다. 당시 불거진 주가조작·허위이력 논란 등을 사과하며 내놓은 해법에서 지금의 논란이 상당 부분 파생됐기 때문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 등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다 보니, 김건희 여사 행보를 두고 한국 사회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과 활동 범위에 대해 논할 때 많은 것이 뒤섞여버리는 지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주가조작·허위이력 논란이 가시지 않는 이상, 김 여사에 대한 논란은 어떤 방식으로든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시사인 김은지 기자

 

한국은 어쩌다 전 세계 '큰 손'이 됐나... 기만적인 거래

전쟁 피해자 한국, 전쟁 가해자의 위치에 서서는 안 된다

충무로, 을지로, 충정로는 모두 서울에 있는 도로 이름이다. 제국주의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한국정부가 수립된 뒤 첫 서울시장이었던 김형민 시장은 일본식 행정구역명을 정리하면서 주요 도로의 이름을 지었다.

 

그중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의 이름을 따서 지은 도로명 6개 가운데 충무로와 을지로, 충정로가 있다. 이 도로명들에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 을지문덕 장군, 그리고 조선 말 충정공 민영환은 모두 우리나라가 침략 당했을 때 외세에 맞선 인물들이다.

 

전쟁 피해자의 정체성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운 위인들은 대부분 우리나라가 침략 당했을 때 나라를 위해 싸운 이들이다. 당나라에 맞서 싸운 연개소문, 거란족의 침입을 막아낸 서희와 강감찬, 병자호란의 영웅 임경업, 행주대첩 권율, 그리고 조선말기와 일제 강점기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광개토대왕이라는 예외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는 나폴레옹, 칭기즈칸, 카이사르 같은 침략형 위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역사에 바탕을 둔 문화 콘텐츠도 대체로 우리 역사를 전쟁 피해의 역사로 그리고 있다. 누적관객 1700만 명으로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든 <명량>을 필두로 <남한산성>, <안시성>,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과 일제에 대한 저항을 그린 <암살>, <밀정> 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배운 역사, 그 역사를 재현하는 문화 콘텐츠를 보자면 우리는 침략자의 정체성보다는 침략당한 피해자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100년으로 좁혀서 보면 전쟁 피해자의 정체성이 더 가시화된다. 러시아, 청나라, 일본 등 제국주의 열강들의 전쟁터가 된 20세기 초반을 거쳐 35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당했다. 전 국토는 전쟁터가 되었고, 사람들은 총칼에 죽기도 했고, 전쟁 동원 체제 하에서 착취당하며 병들고 죽어 갔다.

 

해방 이후에는 인민군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시작되었다. 물론 한국전쟁의 경우 한국은 일방적인 피해자라기보다는 동등한 입장에서 전쟁을 치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국민들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쳐 무수한 전쟁 피해자가 양산되었다. 그렇다 보니 한국 사회가 전쟁과 관련해서 피해자 서사에 익숙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피해자 서사는 강한 군사력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페미니스트 연구자 류진희는 "많은 소설, 드라마, 영화 등 역사의 대중적 판본들이 최대 영토의 고구려, 화랑도의 신라, 혹은 무신 정권의 고려 등을 스펙터클하게 재현하는 데 몰두했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국민총생산을 훨씬 상회하는 국방비를 쓰는 한국이 여전히 북한군의 위협을 근거로 강한 군사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줄이지 않는 것을 보면 피해자 서사와 강한 군사력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 위 조상들이 무수한 전쟁 피해를 겪어온 피해자인 것은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2022년의 대한민국을 군사적인 면에서 과연 피해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2022년에도 대한민국은 피해자인가?

미국의 글로벌파이어파워가 공개한 2022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SRI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전쟁이 일어난 뒤, 세계 각국의 군사력을 비교한 기사나 콘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저마다의 기준으로 군사력을 측정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글로벌파이어파워(GFP)라는 미국의 군사력 평가업체의 자료다.

 

2006년부터 군사력 순위를 발표해왔는데 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업체의 데이터는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군사력을 측정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인구와 경제력, 지정학적 위치들을 두루 고려하는 등 전쟁 수행 능력을 포괄적으로 파악한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현대의 전쟁은 전면전이다. 군인들만 전쟁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군인들이 전투를 수행하는 동안 후방의 다른 국민들도 모두 전쟁에 동원되어 함께 전쟁을 치른다. 그런 점을 고려해본다면 글로벌파이어파워의 발표 그대로 한국보다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다섯 나라 밖에 없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적어도 한국은 군사력이나 전쟁 수행 능력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들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2021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의 점유율 SIPRI

 

전쟁수행능력 뿐만 아니라 군사비 지출을 보더라도 한국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군사강대국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톡홀름평화연구소(SIPRI)는 해마다 4월에 전 세계 각국의 군사비 지출에 대한 통계를 발표한다. 한국은 2021년 약 626천억 원의 군사비를 썼다. 한국보다 더 많은 군사비를 쓴 나라는 9개국 밖에 없으며, 한국은 군사비 지출에서 9년째 10위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양적인 측면만 많은 것이 아니다. 2021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전년도 대비 0.7%가 증가한 반면 한국의 군사비 지출은 2020년보다 무려 4.7%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지출 또한 2.8%로 군사비 지출 상위 10개국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군사력 순위나 군사비 지출 자료를 종합해보면 2022년의 한국은 침략 국가는 아니지만,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을 국가 또한 아니다. 무기 거래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위치는 더더욱 피해자의 자리와는 거리가 멀뿐더러, 가해자의 자리와는 아주 가까워진다.

 

한국은 무기거래 시장에서도 세계에서 큰손이다.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한국은 무기수입 점유율 4.3%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무기 수입을 많이 한 나라였고, 무기수출 점유율 2.8%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무기 수출을 많이 한 나라였다. 무기 수입과 수출 모두에서 점유율 10위 안에 든 국가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은 무기수출 시장의 점유율이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나라다. 2016년에서 2020년 사이 한국의 무기수출 금액은 무려 177%가 올랐고, 이는 10위권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미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기 수출 국가인데 앞으로도 더 많은 무기를 수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2~2016년 이후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의 수출액 추이 SIPRI

 

한국이 무기 판매하는 나라들의 면면

무기 수출을 많이 하면 외화도 많이 벌고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이 무기를 판매하는 나라들의 면면을 본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이 무기를 판매하는 지역은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이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인데, 필리핀은 두테르테에 이어 대통령이 된 마르코스 또한 독재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웨스트파푸아 사람들을 군사력과 경찰력으로 탄압하고 있다.

 

천궁(41650억 원어치)를 수입하는 아랍에미리트,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 2조 원어치의 무기 수입을 협상 중인 이집트를 필두로 중동 국가들도 한국산 무기의 주요한 판매처다. 아랍에미리트 또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닐 뿐더러 예멘 내전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예멘 내전에 책임이 큰 국가다.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을 틈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로 한국산 무기 수출 활로를 확대하고 있다.

2020 방산수출 10대 유망국가 선정 결과 종합 산업연구원

 

한국 정부가 출연한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작성한 2020년 방산수출 10대 유망국가를 살펴보면 이런 특징이 더욱 도드라진다. 1위부터 4위까지에 해당하는 미국, 인도, 사우디, 필리핀은 모두 분쟁 가능성에서 A등급을 받았고, B등급을 받은 인도네시아와 콜롬비아는 국제분쟁 가능성이 매우 높지는 않지만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웨스트파푸아 주민들을 군사적으로 탄압하거나(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시위를 군사적으로 탄압하는(콜롬비아) 나라다. 아랍에미리트는 C등급을 받았지만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예멘 내전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

 

이러한 나라에 수출된 무기는 전쟁이나 분쟁에 쓰이거나 자국민을 군사적으로 탄압하는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가 직접 다른 국가나 민족을 침략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하는 일에,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전쟁 피해를 확산시키는 일에 동참하는 일이다.

 

분쟁이나 전쟁 가능성이 농후한 지역, 자국민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이는 독재자가 집권하고 있는 나라에 무기를 파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 한다는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한국이 가야할 길

2021105일 아덱스저항행동은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공동운영본부가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앞에서 아덱스 개최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자국민을 탄압하는 정권, 전쟁범죄를 일삼는 국가의 군 관계자들이 ‘VIP’로 초청된다며 아덱스 중단을 요구했다. 아덱스저항행동

 

국제사회에서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 정부는 안타깝게도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로 접어드는 2021년 말 호주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K9 자주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21월에는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이 나라들은 각각 천궁(아랍에미리트), K9자주포(이집트), 이동식 대공포인 비호복합(사우디아라비아) 획득을 한국과 논의 중이거나, 획득을 결정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며 절차를 밟아가는 중인 국가들이다.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K방산'의 성과니, 미래 먹을거리니 하면 추켜세우지만 한국산 무기들이 수출되는 나라의 면면이나 한국산 무기가 수출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조명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쟁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전쟁 피해가 얼마나 끔찍한지, 모든 것이 파괴된 자리에서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역사적 경험을 가진 나라 아닌가. 혹자는 우리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곳에서 전쟁이 끝나는 것이 평화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평화를 외치고, 평화를 구현하고, 평화를 위한 노력에 애써야 하는 나라다.

 

평화를 위한 노력보다 전쟁이 지속되는 데 기여하는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린 채 지난 역사 속 우리의 피해자성만 부각하는 일은 매우 기만적인 행동이다. 우리가 겪은 전쟁 피해는 전쟁의 가해자성을 성찰하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평화활동가이자 사회학자인 임재성 변호사는 "변화란 가해자의 자리에 설 수 있는 용기"라고 했다. 가해자의 자리를 성찰할 수 있을 때 평화는 가능해진다. 전 세계의 군사분쟁과 전쟁에서, 군사강대국이자 무기수출국인 한국의 위치를 성찰하지 않는다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

이용석(stego)/오마이뉴스

 

 

의료인력 매년 늘지만여전히 부족, 그마저 서울 편중

인구 1000명당 의료인 8.5

OECD 평균 14.7명의 58%

의사 연 23070만원 벌 때

간호사 벌이는 4745만원뿐

지역 불균형·고령화도 과제

 

지난 10년간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이 매해 늘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와 타 직종 간, 동일 직종에서 남녀 간 임금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의 서울 쏠림, 고령화 현상도 향후 보건의료 정책과제로 도출됐다.

 

보건복지부는 7일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결과를 보고했다. 201910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시행으로 3년 주기 실태조사가 의무화된 후 첫 조사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주관해 공공데이터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토대로 20개 직종 약 201만명의 활동 현황을 파악했다.

 

2020년 기준 보건의료인력 면허·자격등록자 수는 2009693명으로 2010년 대비 812028명 늘었다. 10년간 연평균 5.3%씩 늘어난 셈이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인력은 같은 기간 연평균 6.4%, 606733명이 증가해 132835명이 됐다. 주요 활동인력을 보면 간호조무사 406239, 간호사 285097, 의사 106204명 순으로 많았다. 지난 10년 새 가장 많이 늘어난 직종은 간호조무사였다.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보건의료인력은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2019년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등 인구 1000명당 병원 인력8.5명으로, OECD 평균(14.7) 대비 58%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5, 간호사는 4.2명으로 각각 OECD 평균의 0.7, 0.5배 수준에 그친다. 의사는 면허인구의 83.7%가 임상의로 활동하나, 간호사는 면허인구의 51.8%만 임상간호사로 활동한다. 신영석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국민 의료이용량은 늘고 있기 때문에 공급 대비 수요 측면에서 과부하가 예상되고, 상대적으로 이 분야 고용을 늘릴 여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인력 매년 늘지만여전히 부족, 그마저 서울 편중

직종별 연평균 보수 현황을 보면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인력 기준으로 의사가 2307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의사의 임금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5.2%씩 상승했다. 이어 치과의사 19490만원, 한의사 1860만원, 약사 8416만원, 한약사 4922만원, 간호사 4745만원 순이었다. 간호조무사는 연평균 임금 2804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의사가 100원을 받을 때 약사는 36, 간호사는 21원을 받는 꼴이다.

 

2020년 의사 임금은 전년(23611만원) 대비 소폭 감소했는데,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의료이용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됐다.

 

동일 직종 내에서 남녀 간 임금격차도 나타났다. 남성 의사는 24825만원, 여성 의사는 17287만원으로 남성 의사가 100원을 받을 때 여성 의사는 70원을 받았다. 연구진은 OECD 평균과 비교해 직종 간 임금격차가 큰 편에 속해 원인 확인 및 남녀 간 임금격차 해소 정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번 실태조사에는 지난해 128일부터 약 2개월간 보건의료인력 335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도 포함됐다. 다만 의사는 145명만 참여해 유의미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경향

 

남성의사 24825만원, 여성의사 17287만원···동일 직종 성별 임금격차 뚜렷

 

실태조사 최종 결과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kr), 복지부(mohw.go.kr), 보건의료인력지원전문기관(nhis.or.kr) 홈페이지에 한 달 이내 게시될 예정이다.

 

민간인학살 영화로 기록하는 게 내 사명

임기 남았지만 지난달 사직서

대중적으로 알리는 게 내 역할

작품 3편 국가기록물 선정 계기

피해자 대부분 고령에 조급함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5(사무관) 임기제 공무원이던 구자환(54·사진) 영화감독이 지난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소위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됐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분야를 다뤄왔던 전문성을 인정받아 임용됐다. 누구는 '무공'(무조건 공무원)을 외친다던데 임기도 남아있었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사직서를 썼다.

구 감독은 사무관 자리를 놓고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표현했다. 진실화해위는 과거사 진실을 규명하고 알리기 위한 조사기관이다. 진실 규명만이 아니라 국가에 책임을 묻는 일까지도 연결되기에 사건에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할 법률적 요건을 갖춰야 했다. 그는 "조사 보고서를 쓰기 위해 유족들에게 하나, 하나 캐물으면서 마음이 아팠다""이 일보다는 민간인 학살 문제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것이 나에게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5, 구 감독은 진실화해위 사무실에서 사직서를 쓰고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1951220일 전남 영광군 불갑산에서 군인들이 양민 학살을 자행한 '불갑산 대보름 작전'의 목격자이자 생존자였다. 전화가 끝날 무렵 펑펑 울고 말았다. 구 감독은 "유족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는데 그걸 다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불편한 마음을 안고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진실화해위 조사관을 그만두고 나서도 계속 문자로, 전화로 연락이 왔다. (유족들이) 퇴사를 하더라도 이 건은 정리해주고 가면 좋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마무리하지 못하게 돼서 면목이 없었다."

 

그가 창원을 떠나 서울로 간 건 2021521. 진실화해위를 그만둔 건 202263일로 1년 남짓이다. 그렇게 그는 맞지 않는 옷을 벗었다. 구 감독은 시간이 갈수록 흩어지고 사라지는 역사를 붙잡기 바빴다. 창원에서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민중의 소리> 기자로 일했다. 그는 2004년 당시 마산시 진전면 여양리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골 발견 현장에 갔다가 과거사와 인연을 맺었다.

 

그날의 기억은 경남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그린 <레드 툼(Red Tomb·빨갱이 무덤)>(2013)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그는 <해원>(2017), <태안>(2020)으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뤄왔다.

 

지난 10년은 기록에서 기록으로 연결됐다. 구 감독은 '다음'을 위해 꾸준히 기록했다. 그것도 있는 그대로. <레드 툼>은 엔딩 장면을 제외하고는 배경음악을 넣지 않았다. 생존자와 목격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서다. 그는 "영상은 세월이 흘러도 그 목소리, 감정, 표정이 안에서 살아있다""이렇게 기록하면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고 확신했다.

 

조급함도 느낀다. 앞으로 5년이면 정말 많은 분이 돌아가실 테고, 살아있더라도 기억이 흐려지거나 오염될 수 있어서다.

 

구자환 감독.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돌아보면 돈이 없어 민간인 학살 유족에게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기름값이 없어 취재를 나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다시 '기록'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구 감독의 다큐멘터리 세 작품을 국가기록물로 수집해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지쳐있던 시기, 그 소식을 듣고 동기부여가 됐다.

 

"개인적으로 (영상을) 소장하면 훼손될 수 있다. 짐 치우다 버릴 수도 있고, 기록을 영구 보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내가 하는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느꼈다."

 

이달에는 경남 보도연맹 사건을 기록한 책을 출간한다.

경남 지역에만 100곳이 넘는 학살지가 흩어져 있다. "다른 지역 보도연맹 사건은 경찰서장이나 직책을 가지고 있어서 가해자가 드러나는데 경남 지역은 누가 그랬는지 모르는 게 특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가해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다. 피해자에게 무엇 때문에 죽는지 알려주지도 않았다. 창고나 형무소에 데리고 들어가서 죽일 뿐이다. 자신이 죽는 걸 알고 따라가는 피해자는 거의 없다. 해묵은 진실을 가려내기 쉽지 않지만, 구 감독은 기록이 진실의 단서가 되리라 믿고 있다.

 

106일에는 태안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담은 <태안>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이전에 개봉한 <레드 툼>이나 <해원>은 소수의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영화 개봉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개봉 규모를 키워볼 생각이다.

 

그는 "대중에게 민간인 학살 사건을 알리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건데 그동안은 만들기만 했다""이전에는 내 한계에 부딪혀 그렇게 했지만 도와주겠다는 분도 있어서 힘을 합해 '홍보'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all@idomin.com)

출처: 오마이뉴스 22.7.10

노후 위협하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1263만명

의무가입대상 10명 중 4명꼴

가입 못하거나 납부기간 미달

은퇴 임박 50, 30%가 위험

 

노후가 위태로운 국민연금 사각지대인구가 1263만명(2020년 말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18~59살 의무가입 대상자 열명 중 네명이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하지 못하거나, 가입돼 있더라도 연금을 받기 위한 최소 가입기간에 미달하거나, 가입기간이 충분하지 못해 연금액이 낮았는데, 이런 집단의 규모가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한겨레>7일 국민연금공단 사각지대해소추진팀(사각지대팀)이 지난해 말 마련한 비공개 내부보고서 국민연금사각지대 해소방안과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국민연금제도의 사각지대 현황과 대응방안을 단독 입수했다. 이를 보면 2020년말 기준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가입대상자이지만 보험료를 내기 어려워 예외로 인정되는 납부예외자 3098000(24.5%) 13개월 이상 장기체납자 1023000(8.1%) 당연 가입 대상이 아닌 적용제외자 8509000(67.4%)을 더해 모두 1263만명에 이른다. 이러한 규모는 18~59살 전체 의무가입 대상자 29196000명 가운데 43.3%에 이르는 수치다. 전체 사각지대 인구 중 36.4%460만명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적이 단 한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공단 사각지대팀이 공단 보유 데이터베이스(DB·2020년 기준)를 활용해 도출했다.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은 전체 사각지대 인구 91.1%1150만명에 이른다. 특히 은퇴가 임박한 50(가입대상자 기준) 가운데 30% 가량인 250만여명은 59살까지 남은 가입기간 동안 보험료를 아무리 납부한다 하더라도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사각지대 해소 대책이 가장 시급한 집단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특성에 따라 사각지대를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장기간 소득 활동에 종사하지 않은 경제활동 미참여자(49.5%) 일시적 소득활동중단자(27.8%) 가입·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저소득자(10.9%) 장기간 납부의무 미이행자(5.5%) 기타 누락자(6.3%) 등이다. 5개 그룹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활동 미참여자로는 장기간 소득이 없는 여성이 대표적이다.

 

공단은 18~59살 의무가입자 가운데 27살 미만의 청년이나 소득이 없는 배우자 등 법적으로 연금 적용을 제외한 적용제외자까지 포함해, 이번에 파악된 사각지대 규모를 바탕으로 32개 해소 방안까지 내놨다.

 

분석에 참여한 국민연금연구원 유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지점은 850만명에 달하는 적용제외자를 새로운 사각지대 집단으로 상정한 것이라며 가입대상 모든 국민(18~59)이 국민연금에 가입해 연금 수급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50대는 국민연금 지금 내도 못받아무소득 배우자, 제도 안으로

국민연금 사각지대 1263만명]

공단이 제시한 해소 방안 보니

58살 전업주부 황진아(가명·서울)씨는 30살부터 약 3년 간 직장을 다니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뒀다. 국민연금은 37개월 분만 납부한 상태로, 최소 납입기간인 10(120개월)에 한참 모자란다. 황씨는 육아와 집안일 등 가사노동을 담당했지만, 국민연금에선 황씨와 같은 무소득 배우자를 국민연금을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적용제외자로 분류한다. 60살부터 국민연금을 받고 싶으면, 60살 전에 남은 83개월치의 연금을 마저 납부해야 한다.

 

57살 남성 김민호(가명·서울)씨는 최근 일자리를 잃어 국민연금 가입대상자이지만 보험료를 내기 어려워 납부 예외를 인정받은 납부예외자가 됐다. 그동안 일용직과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약 8년치(100개월) 국민연금을 납부했는데, 이를 반환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받으려면 60살이 되기 전 3년간 20개월치를 더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나이 등 문제로 재취업이 쉽지 않아 직장가입자가 되기 어렵고, ‘임의가입자’(적용제외자 가운데 가입 희망자)로 납부하기엔 생활이 너무 빠듯한 상황이다.

 

국민연금공단(공단)이 황씨와 김씨처럼 국민연금을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있는 1263만명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이들의 공통점을 5가지 그룹으로 유형화함에 따라, 구체적 해법을 마련할 실증적 토대가 갖춰졌다. 7<한겨레>가 입수한 공단의 내부 보고서 <국민연금사각지대 해소방안>을 보면, 공단은 취약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사각지대 해소우선 추진대상을 연령대별로 504018262739살 순으로 선정했다. 또 전체 사각지대의 42%를 차지하는 무소득 배우자를 구제할 방안 등 32가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도 제시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1가구 1연금이 아닌 ‘1국민 1연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보고서가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검토될 예정이다.

 

50~59살 최우선 구제 대상자

공단이 노후 연금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대상자로 꼽은 건 50(5059). 국민연금 수급연령(60)에 가까워졌지만, 부채나 소득 감소 등을 이유로 최소 가입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한 경우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1263만명 가운데 50대는 2822000(22.3%)이다. 이들 중 지금부터 다달이 연금을 납부해도 60살까지 최소 납입기간인 10년을 채우기 어렵거나, 가입이력이 없어 남은 기간 추가납입이 불가능한 수급권 불가능자'1802000, 63.8%를 차지한다.

 

공단은 50대를 위한 11개 방안을 내놨는데, 이 중 9개가 수급권(최소 가입기간) 확보 조처다. 대표적으론 가입 상한 연령을 단계적으로 올리거나, 정년 연장과 연동하는 방안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465살까지 늦춰지지만, 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나이는 만 59살에 고정돼 있다. 70살 미만까지 가입할 수 있는 일본·캐나다, 67살인 독일, 65살인 미국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가입 상한 연령을 64살까지 연장할 경우, 2020년 기준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6064살 인구의 62.5%2386000명이 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60살 이상이라는 이유로 가입 자격을 잃은 663000명에게 5년간 가입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저소득층 노후 생계 보장을 위해 최소 가입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면 매년 45000명에게 연금 수급권이 주어질 수 있다. 수급 요건을 채우지 못했을 때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주는 반환일시금을 폐지해도 수급권자를 늘릴 수 있다. 이밖에 임의가입(적용제외자의 국민연금 가입)의 적극적 홍보 실업 크레딧(현재 구직급여 수급 기간 보험료 75% 지원) 확대 지역가입자 체납 해소(집중 징수 법제화 및 건강보험 수준의 고강도 징수)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확대 반납(반환일시금 수령 뒤 수령액에 이자를 더해 반납하면 가입기간 복원추가납부 대부 제도 도입 등도 제안했다.

 

사각지대 42%는 무소득 배우자

기존에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아니었던 적용제외자를 제도 안으로 넣어 보호하는 것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주된 과제 중 하나다.

사각지대 대상자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경제활동 미참여자가운데 대표적인 유형이 5311000명으로 추정되는 무소득 배우자다. 전체 사각지대의 42%에 해당하는데, 이 중 황씨와 같은 여성이 65.1%.

 

공단은 무소득 배우자를 국민연금 적용제외자에서 가입자로 전환하는 방안과 함께 출산 크레딧을 첫 자녀부터로 확대하고(현재 둘째 12개월·셋째부터 1명당 18개월 추가·최대 50개월 상한) 육아휴직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도 내놨다. 공단은 출산·군복무·실업 등 사회적으로 인정된 행위에 대해 실제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크레딧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무소득 배우자에 대한 크레딧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장기적으론 18~26살 가입확대 시급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수급자를 확대하려면, 사각지대 규모가 가장 큰 1826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전체 사각지대 1263만명 가운데 1826살은 407만명(32.2%)으로 가장 많고, 이들 중 64.6%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이 없는 가입 기간 미보유자. 국민연금법에서 통상 취업 나이를 27살로 보고, 소득이 없는 1826살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해 관리하면서 사각지대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나잇대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현재 소득이 있음에도 그 액수가 적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실직 등으로 납부예외자가 된 청년들이다. 이들은 현재 학업 등의 이유로 소득이 없으나 향후 취업을 통한 연금 가입 여력이 있는 잠재적 임의가입자’(적용제외자 중 가입 희망자)와 달리 장기적으로도 연금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득자료가 있는 18~261868000명을 직종별로 살펴보면, 일용근로소득의 비중이 43.7%로 사업소득(28.1%)과 근로소득(28.4%)보다 많았다. 전체 사각지대 대상자 가운데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비율도 1826살이 64.9%로 가장 높다.

 

공단이 내놓은 1826살 사각지대 해소 방안 7개 가운데 4개는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한 조처다. 공단에서 2050년 기준 신규 수급자(노령연금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을 추산한 결과, 202018.5년에 비해 불과 5년 증가한 23.3년에 그쳤다. 1988년 시행된 제도가 정상적으로 안착한다면 점점 더 많은 가입자가 취업과 동시에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평균 가입기간도 크게 늘어나야 하지만, 기대 수준에 못미친 셈이다. 그 원인으로는 청년층의 미취업이나 불완전 취업 증가가 꼽힌다.

 

이에 공단은 생애 최초 가입자나 18살이 돼 가입을 신청한 사람에게 일정 기간 본인 부담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직업훈련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직업훈련 크레딧 도입)하거나 1개월 미만 단기간 노동자도 가입 대상으로 전환하고 취업과 실직이 같은 달에 있어도 1개월 가입한 것으로 계산하는 방안 등도 제안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공정하고 민주적이었다

강화학습 훈련받은 딥마인드의 새 인공지능

기존 분배 지침보다 나은 재분배 기준 내놔

민주적이고 공정한인공지능 가능성 제시

가상 온라인 투자 게임에서 인간이 설계한 방법보다 더 나은 수익 배분 기준을 제시했다. 픽사베이

 

효율이 아닌 공정을 목표로 하는 사회 정책에서도 인공지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복잡하긴 하지만 일정한 규칙을 거치면 되는 계산 및 분석 문제와 달리 서로 추구하는 가치와 이해관계가 다른 사회, 경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공지능이 흡족한 결론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인공지능이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구글 알파벳의 인공지능 개발업체 딥마인드는 실험을 통해 인간의 가치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민주적 인공지능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밝혔다. 딥마인드는 2016년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완승한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다.

 

딥마인드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가상의 부를 분배하는 온라인 투자 게임에서 인간이 설계한 방법보다 더 나은 수익 배분 기준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가정한 상황은 이렇다. 한 투자그룹이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모았다.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수익이 났다. 이 수익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투자자들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마다 투자 규모가 다르고, 투자 과정에 참여한 정도가 다르다면 균등 분배는 불공평할 수 있다.

인간이 설계한 평등주의·자유주의보다 더 높은 점수

연구진은 실험경제학에서 사용하는 공공재 게임(Public goods game)을 통해 인공지능이 내놓는 수익 배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실험했다. 공공재 게임이란 여러 참가자가 자신의 자금을 공공펀드에 투자하고, 그 투자금에서 난 수익금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4명이 참여하는 각 게임은 10회로 진행됐다. 각 회마다 참여자에겐 투자금이 할당됐다. 투자금의 크기는 참여자마다 달랐다. 참여자들에겐 투자금을 그대로 보유하거나 공동으로 투자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했다. 투자한 돈에 대해선 수익을 보장했다. 그러나 수익금을 어떻게 나눌지는 알 수 없다는 조건을 붙였다. 대신 첫 10회와 두번째 10회의 분배 결정권은 서로 다른 펀드매니저가 결정한다고 통보했다.

연구진은 투자 게임이 끝난 뒤 참여자들에게 두 가지 수익금 분배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 선택하게 하고, 이 펀드매니저를 통해 다시 한 번 투자를 진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 마지막 게임에서 나온 수익을 오로지 자기 몫으로 챙길 수 있다면 어떤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길지 선택하도록 했다.

 

두 펀드매니저 중 하나는 연구진이 사전에 정해놓은 분배 지침,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이었다. 사전에 정한 분배 지침은 엄격한 평등주의(투자금에 상관없이 모든 참가자에게 균등분배), 자유주의(투자금에 비례한 분배),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보유자금 중 몇%를 투자하느냐에 비례한 분배) 세가지였다.

연구진은 게임에 앞서 4천여명이 참여한 실제 게임 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인공지능이 스스로 분배 기준을 만들도록 훈련시켰다.

 

훈련방식은 강화학습이다. 강화학습이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걸 말한다. 목표 또는 지시 사항을 달성하면 상점을 주고 실패하면 벌점을 주는 방식으로 정답을 찾아나간다. 인공지능에 게임 규칙은 주어지지만 해법에 대한 정보는 주어지지 않는다. 백지에서 출발해 실패를 통해 성공법을 익히게 하는 훈련이다. 주인의 지시를 잘 수행하면 간식을 주는 강아지 훈련법과 비슷하다.

 

투표 결과, 실험에 참가한 4700여명은 인공지능이 설계한 분배 기준을 인간이 설계한 분배 기준보다 더 선호했다. 인공지능이 제시한 기준은 엄격한 평등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해 뚜렷한 우위를 보였다. 다만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와 비교해선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인공지능의 분배 기준은 이전에 전문가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들을 학습한 결과다. 픽사베이

 

인공지능이 제시한 해법의 두가지 기준

연구진은 인공지능의 학습 시스템은 인간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선호도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학습할 수도 있다인공지능을 가치 연계 정책에 접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개념 증명 연구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찾아낸 분배 기준을 분석한 결과 이전에 전문가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들을 조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첫째 인공지능은 절대적 기여도보다는 상대적 기여도를 기준으로 수익금을 분배했다. 이는 수익금을 분배할 때 인공지능이 참여자 각각의 초기 자금과 기여 의사를 고려했다는 걸 뜻한다. 초기 자금의 절반도 투자하지 않은 무임승차 참여자겐 수익금을 거의 나눠주지 않았다.

 

둘째 인공지능 시스템은 상대적 기여도가 더 많은 참여자에게 보상을 더 많이 줬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라는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중요한 건 인공지능이 오로지 인간의 투표 행위에 대한 학습을 통해 이런 정책을 발견했다는 점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는 여전히 중심에는 인간이 있으며 인공지능은 사람과 화합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물론 다수의 선택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연구진 역시 인공지능에 기반한 다수의 독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요크대의 아네트 짐머만 교수(정치철학)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민주주의는 승리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정책을 잘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의 마티아스 리스 교수(철학·공공정책학)현대 민주주의의 더 큰 문제는 소수의 경제 엘리트가 다수의 권리를 박탈하고 정치과정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 교수는 그런 면에서 딥마인드의 이번 연구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유주의적 평등 정책을 어떻게 펼칠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 정책을 하는, 이른바 인공지능 정부를 뒷받침하거나 공공부문에 인공지능을 배치하자는 것은 아니며 잠재적으로 이로운 메카니즘을 설계하는 연구방법론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결국 인간사회에서 인공지능의 쓰임새와 효용을 정하고 높이는 일도 인간의 몫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선택에 대한 학습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했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훈련시키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이탄희 "교육격차 커지는데... 윤 정부, 애들 학비까지 뺏나"

정부 교육교부금 삭감 방향 비판 "개편 필요해도 지금은 아냐... 이러면 격차 굳는 악순환 우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지방교육지방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삭감이 결국 유아와 청소년들의 교육 양극화만 심화시킬 것이라며 "최소한 아이들 학비까지 희생하라는 잔인한 정부는 되지 않기를 호소드린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반도체 대학 인재 양성 등을 위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 교육교부금 가운데 교육세 36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교육교부금은 각 교육청이 유··중등 교육에 활용해온 재원이다. 교육계는 '동생 돈 뺏어 형님 주는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관련 기사 : 학부모는 유···고에 6조 쓰는데... 정부, 교육예산 줄인다? http://omn.kr/1zq08)

 

이탄희 의원은 8일 페이스북으로 "백번 양보해서 (교육교부금) 개편이 필요하다고 해도, 절대로 지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로 초중등 현장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여력이 있는 집은 사교육으로 대신했지만, 저소득층 가정은 공교육 공백을 메꾸기가 어려웠다""빠르게 진행 중인 코로나 교육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애들 교부금은 줄이면 안 된다. 이를 줄이면 교육 격차가 경제 격차, 사회적 양극화로 굳어지는 국가적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또 "지금도 전국 초중고교에는 학급당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4만 개가 넘고 초중고 건물의 40%30년이 넘은 노후건물"이라며 "반면 장학적립금이 1000억 원을 넘고 등록금으로 충당한 건축적립금이 500억 원 이상인 사립대만 20곳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교부금 개편을 강행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자유가 '있는 자들만을 위한 자유'임을 다시금 자인하는 것"이라며 "정치·경제에 이어 교육마저 양극화 자유론"이라고 비판했다

박소희(sost)

 

학부모는 유···고에 6조 쓰는데... 정부, 교육예산 줄인다?

교육교부금 '독단 삭감'에 진보·보수 모두 반발... 조희연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조치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학부모가 유···고등학교에 내는 돈이 한 해 6조 원에 이르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유···고에 써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아래 교육교부금)을 깎아 대학 반도체 인재 양성 사업 등에 떼어주기로 결정했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교육계는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정치권도 '조삼모사 정책'이라면서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8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내정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페이스북에 "초중등교육 예산을 가져다가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나눠주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조치"라면서 "저출산 시대에 전면 (··) 무상보육-전면 유아 무상교육이라는 국가교육의제를 설정하고 그 맥락에서 초중등교육의 확대운용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초중등 교육의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예산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 전반기 교육위 의원 11명도 성명을 내어 "···고에 투입되는 예산을 줄여 대학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하다"면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유···고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방과후학교활동비, 현장체험학습비 등 수익자부담경비가 5.9조 원에 이른다. 교육투자를 축소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되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일방적 교육교부금 개편 추진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고 예산 쪼개 대학 '반도체 인재' 양성 등에 투입키로

앞서,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교육교부금 가운데 교육세 36000억 원을 떼어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되는 교육교부금을 쪼개 대학교육 등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 특별회계는 반도체 대학의 인재 양성, 대학교육 역량 강화 사업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모두 반발했다.

교육감협의회는 지난 7일 낸 성명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시·도교육감들과 어떠한 대화나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전국의 유···고에 투자돼야 할 교육세 36000억 원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활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는 유초중고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제정한 교육교부금법 취지에 반하는 조치로 우리 교육감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반발했다.

 

진보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물론 보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성명서 등을 통해 이번 정부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윤근혁(bulgom)/ 오마이뉴수

어느새 사이버렉카와 공생관계가 된 기성언론

지난달 23일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일반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유튜브발 뉴스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유튜버는 친한 동생의 아는 후배언니만 알고 있으라RM과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는 한 커뮤니티 글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동생과 후배가 주고받았다는 카카오톡 대화 캡처가 내용의 전부였다.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영상이었지만, 이튿날 온라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캔들을 제기한 유튜버가 유명 사이버렉카 탈덕수용소였기 때문이다.

 

탈덕수용소는 아이돌, 인플루언서 등을 주 타깃으로 삼는 사이버렉카로, 악플과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등 각종 루머의 집합소로 악명이 높다. 단골 먹잇감은 단연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뮤직이 악성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대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속수무책. 뷔가 상처받고 용기 내지 못한 사람들을 대표해서 고소하겠다며 직접 고소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지만, 탈덕수용소는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이 보는 채널이라며 홍보해줘서 고맙다는 글을 올리며 오히려 즐겁다는 듯한 반응만 보였다.

유튜브 탈덕수용소채널 갈무리.

 

탈덕수용소가 올리는 게시글 중 상당수는 여타 사이버렉카 계정들이 그렇듯 이미 논란이 된 이슈를 재생산하거나, 부실한 정보를 짜깁기한 루머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튜브 시청층이 증가하면서 그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기성 언론이 사이버렉카의 스피커 역할까지 자처한다. 탈덕수용소가 RM의 결혼이 임박했다는 영상을 올린 뒤, 수십 개의 연예매체가 이를 방탄소년단 소속사에 확인해 사실무근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언론사가 탈덕수용소발 루머의 진위를 확인해 기사로 생산까지 해주며 채널을 홍보해준 셈이다. 구독자 6만 대에 불과한 탈덕수용소발 뉴스는 이렇게 수십, 수백 개의 기사로 재생산되면서 날로 유명세를 더해가고 있다. 유료 멤버십까지 운영하며 콘텐츠마다 조회 수가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회까지 기록 중이다.

 

사실 사이버렉카가 양산하는 루머 중 열애설은 귀여운 수준이지만, 기성 언론이 이를 받아 뉴스로 재생산하며 사이버렉카 채널의 영향력을 키워주고 있는 현 상황은 분명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 영상으로만 존재하던 정보가 기사로 보도되면 루머가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전달됨은 물론, 누군가에게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사실로 받아들여질 여지까지 생긴다. 여기에 유사 언론의 어뷰징 기사까지 쏟아지면 대중은 더더욱 진실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사이버렉카의 돈벌이에 언론이 이용당하고, 대중의 눈 가리기에 동원되는 것이다.

 

탈덕수용소 이야기를 주로 쓰긴 했지만 뻑가, 가로세로연구소, 이슈왕TV 등 이슈로 큰돈을 번 대형 사이버렉카계정만 해도 이미 여럿이고, 다음 주자를 노리는 이들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목 경쟁은 더 자극적이고 과격한 주장을 펼치는 양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왼쪽부터 김용호, 강용석, 김세의.

 

현행법상 유튜브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방송법 규제를 받지 않을뿐더러 언론이 아니니 언론중재법 대상도 아니다. 인터넷 심의방송·보도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고 있으나 삭제·접속차단 시정요구만 가능하다.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법과 규제의 대상인 언론은 사이버렉카발 루머를 그저 옮겨 적었다는 이유로 또다시 법과 규제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언론의 책임은 그대로 남는다. 조회수에 눈이 멀어 스스로 유사론, 사이버렉카의 뉴스 하청업자로 전락한 일부 언론. 이제라도 언론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사이버렉카발 루머를 뉴스면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

김윤정 칼럼니스트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