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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6.13~6.18 법인세율 인하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가

by 이성근 2022. 6. 13.

호시절은 가고빅테크, 엔데믹·고금리·인플레 ‘3각파도에 휘청

, 골프웨어 `세계 최대`골프장 42% 보유한 4

방통위원장에 몰염치’ ‘유감사퇴 종용하는 언론과 여당 주장은 맞나

마누라, 여사, 당선자호칭의 어원학

학생은 숨만 쉬세요, 특파원 만들고 교사 추천서도 써 드립니다

한달간 한국인에 23건 건네미 입시용 대필 주문쇄도

법인세 인하 약속... 언론·윤석열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사실

정말 교묘하게 왜곡하는 화물파업 언론 보도

안정적 수익? 부담금 수천만원태양광 농사제주농민 분통

성인이 된 해외입양인 자살률 2, 정신병원 입원률 2

시민단체는 정말 권력이 됐을까

수상한그래프문재인 정부 민간 성장기여율훅 떨어져”?

소녀상' 철거 요청하러 독일 가는 한국인, 반기는 일본 극우

법인세율 인하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가

조선' 연속 꼴찌... 국제 리포트에 담긴 한국 언론 수준

청년 빚투 부추긴 건 정치인들이다

금수저들 거금 들여 스펙·유학 왜? ‘한국의 엘리트되려고!

교포 학생들 누가 치팅으로 대학 갔는지 저희가 더 많이 알지만

포토샵으로 특기생 만들고, SAT 대리시험상상 넘는 입시비리-미 최악의 입시스캔들 바시티 블루스

호시절은 가고빅테크, 엔데믹·고금리·인플레 ‘3각파도에 휘청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링크스크랩프린트글씨 키우기

빅테크 기획 1회 흔들리는 위상

 

메타버스도, 배달앱도 직격탄

카톡 이용자 2년 전의 85%

네이버·카카오 1분기 매출 4~8%

 

벤처투자도 광고매출도 한파

추가 투자 못한채 도산위기로

2000닷컴 버블재연 우려도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경기도 제공

 

파티가 끝났다.”

아이티(IT·정보기술) 기업들이 밀집한 판교테크노밸리(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요즘 들어 자주 들리는 말이다.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특수를 타고 판교의 테크 기업들은 줄줄이 역대급실적을 올렸다. 주식시장에서도 네이버·카카오 등 선두 기업들은 저금리 시기의 국민 투자처로 떠오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올해 초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언택트 기조와 저금리 등의 호재가 사라지며 아이티 업계의 실적과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2000년대 초반 버블붕괴를 떠올리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해 성장통을 극복할지, ‘닷컴버블붕괴에 비견될 업황 부진을 겪을지 빅테크의 미래에 관심이 모인다.

 

엔데믹과 함께 꺾인 이용자수

아이티 업계의 달라진 분위기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급성장한 서비스들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12<한겨레>가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지난달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 애플리케이션()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216000여명(이하 안드로이드 이용자 기준·애플 iOS 제외)이었다. 지난 1(291000여명)보다 26% 감소한 것이다. 월간활성이용자수는 한 달에 한번 이상 앱을 켜본 실제 사용자 수로, 충성고객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제페토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지난해 하반기(712)에는 매달 2429만명의 활성이용자를 모았지만 올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 게임 기반의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 역시 11334000여명에서 지난달 1222000명으로 4개월 새 9% 줄었다.

 

배달 플랫폼도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배달의민족·배달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의 총 월활성이용자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20114327000명에서 지난해 1225273000명으로 2년 동안 76% 뛰었다. 이 숫자에 집계된 안드로이드 이용자 외에 애플 아이오에스(iOS) 사용자까지 고려하면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들 앱을 쓴 셈이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이용자가 매달 줄어들면서 지난달 2200만여명으로 떨어졌다.

 

카카오톡과 같은 스테디셀러이용자도 감소세다. 지난달 카톡 활성이용자는 32056000명으로 20201(37732000) 대비 85% 정도였다. 한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카톡을 따라잡을 경쟁자가 없지만, 메시지 전송 이외의 뚜렷한 사용 계기를 만들지 못하며 이용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앱에 붙는 광고 단가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감소는 실적 둔화로 이어졌다. ‘네카오’(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올 1분기(13) 실적은 전 분기 대비 대체로 줄어들며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 기간 네이버와 카카오의 매출은 각각 4%, 8% 감소했다. 쿠팡은 1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69(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카오 주가는 지난해 1230일 대비 28%씩 빠진 상태다.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8<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보면, 뉴욕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정보기술 지수는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1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에스앤피500 전체는 13% 하락에 그쳐, 두 지수의 격차가 2004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컸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 속에서 아이티 기업들의 실적이 더욱 빠르게 쪼그라든 결과다.

 

금리·물가 옥죄는데 다음 먹거리는 안갯속

금리 인상도 테크 기업 실적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0.2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0.5%포인트를 한번에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인상 기조를 취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1.75%로 감염병 유행 직전보다 높다.

 

금리인상은 기술 개발 등에 많은 지출을 하는 테크 기업의 부담을 키운다. 신기술이 새로운 사업모델로 이어지기까지는 차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 추가 투자를 줄이거나 도산하는 회사들이 생긴다. 초저금리 기간 과도하게 부채를 불린 곳들은 벌써부터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등 다른 거시경제 요인들도 플랫폼 업체들을 옥죈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다.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운영사인 스냅의 에반 스피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3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금리 인상과 초고율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겹치며 기업들의 디지털 광고 지출이 심각하게 감소했다. 거시경제 환경이 예상했던 것보다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제이엠피(JMP)증권 역시 거시경제 역풍이 모든 디지털 광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들이 광고 예산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특히 디지털 브랜드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신기술에 기반한 미래 먹거리는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수년 새 국내외 테크 기업들이 주로 택한 신사업은 메타버스·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이지만, 여기서 수익을 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페이스북의 경우 지난해 10월 사명까지 메타로 바꾸며 메타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가상현실 담당 자회사인 리얼리티 랩스는 지난해 4분기 33억달러(41000억원), 1분기 30억달러(3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그룹의 실적 추락을 부추겼다. 국내에서는 최근 카카오가 카톡 오픈채팅과 프로필 등을 활용한 메타버스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수익화 전략은 드러나지 않았다.

 

버블인가, 잠깐의 성장통인가

일각에서는 닷컴 버블식의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닷컴 버블은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 기업 주가가 급등했다가 2000년대 초반 폭락한 사건이다. 당시에도 저금리와 인터넷 신기술 기대감 등이 겹치며 거품이 형성됐다. 하지만 금리가 재차 오른데다, 열악한 통신환경과 기술 부족 등으로 기업들이 기대만큼의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자 투자금도 빠르게 회수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공룡 아이티 기업들의 성패는 기술력과 사업화 능력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빅테크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술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필요할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2년 테크 기업의 급성장은 코로나19 유행과 저금리 등 외부적 특수에 기댄 바가 컸다외부 환경이 이전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용자들이 찾을 만한 기능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간 축적한 기술을 접목해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업은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짚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 골프웨어 `세계 최대`골프장 42% 보유한 4

특히 여성 골퍼들의 경우, 필드에 나가서 한 벌만 입는 게 아니라 게임 전후반으로 다른 골프패션을 보여주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한 번 필드를 나가려면 큰 비용이 드는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SNS에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입니다.

 

<앵커>특히 고가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많이 생겼습니다.골프 티셔츠가 30만원대던데,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드는데요.

 

<기자>골프복도 "비싸야 잘 팔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MZ세대들의 명품 소비와 같은 현상이 골프웨어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나를 위해서라면 아끼지 않는다`MZ세대의 소비 특성과 골프룩 인증샷 문화로 캐릭터나 로고만 보고도 어떤 브랜드인지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고가의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들과 똑같은 옷은 입기 싫고, 필드 위에서도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다 보니 비싸고 희소성 있는 골프웨어가 인기인데요. 이 같은 트렌드로 골프웨어 생산방식도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변하면서 골프웨어 가격은 더욱더 비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티셔츠 하나에 30만원을 낼 만큼 기능성 면에서도 우수하냐?" 이렇게 묻는 분들도 있는데요. 디자인 값이라고 말해야 할 거 같습니다. 명품을 살 때 수백만 원을 낼 만큼 기능 면에서도 우수하냐고 묻진 않는 거와 같은 셈입니다.

 

<앵커> 골프웨어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만, 기존에 잘 나가던 골프 브랜드는 오히려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면서요?

<기자> 슈페리어나 까스텔바작, 루이까스텔 등 10년 이상 골프복을 판매해 온 전문 골프복 업체들은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인데요. 새로운 골프복 소비자인 MZ세대와 여성골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비교적 고가의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데요.

전통의 골프복 업체들은 4050 이상의 연령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라는 올드한 이미지까지 더해져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신규 브랜드가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되는데요. PXG나 지포어, 마크앤로나 등 주요 브랜드들은 지난해 단일 점포당 매출이 30억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실텐데요. 백화점 2층에 가면 해외여성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죠. 이들 브랜드를 보통 명품의류로 분류하는데요. 이들 매장의 월 매출이 평균적으로 2억원입니다. 연으로 환산하면 24억원인데 이들 주요 골프 브랜드는 명품 패션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MZ세대와 여성골퍼들에게 인기있는 골프복 브랜드 중 고가만 있는 건 아닐텐데요. 토종 브랜드로는 거의 유일하게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은 브랜드도 있다면서요.

 

<기자>(WAAC)인데요. 천편일률적인 골프웨어 스타일과 달라서 인기인데요.

매너 운동의 대명사인 골프의 고정관념을 브랜드 명에서부터 깼습니다. 왁은 ‘Win At All Costs’의 줄임말로, ‘기필코 승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 악동 이미지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른바 다이나믹한 패턴을 프린트하거나, 금색과 은색처럼 색상도 화려한 셔츠를 선보였는데요.

 

상대방의 시선을 교란시켜서라도 승리를 이끌어내겠단 엉뚱하고도 익살스러운 디자인으로 MZ세대들의 마음을 얻은 덕분입니다.

 

<앵커>국내 골프복 시장이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한 만큼 성장성에 대해선 우려스럽단 전망도 나옵니다.

<기자>아웃도어 거품이 재현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골프웨어 시장도 20147조원대로 정점을 찍고 20182조원대까지 쪼그라든 아웃도어 수순을 따를 것이란 우려입니다.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호황을 누리던 골프복 시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인데요.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습니다. 앞으로 4~5년은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인데요. 성인 3명 중 1명이 골퍼를 칠 만큼 새로 유입된 골퍼들이 많아서 골프웨어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

방통위원장에 몰염치’ ‘유감사퇴 종용하는 언론과 여당 주장은 맞나

조선일보 통해 시작된 여권의 방통위원장 흔들기방통위설치법 무시한 위험한 주장 우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방선거가 끝나자 여권의 본격적인 방송통신위원장 흔들기가 조선일보를 통해 시작됐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 임기는 20237월까지다.

 

조선일보는 지난 9<정부 기관장 69%, 임기 1년 넘게 남았다>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소위 문재인정부 알박기의 주요 인물로 꼽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한상혁 위원장과 전현희 위원장을 언급하며 전임 정부 기조를 하나부터 열까지 수행했던 분들인데, 새 정부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여권 핵심 인사가 방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사실상 첫 장면이었다.

 

조선일보를 시작으로 자진사퇴프레임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10일자 사설에서 한상혁 위원장 등을 언급하며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은 임기가 남아 있어도 자진 사퇴하는 게 관행이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산하기관 인사들에게 일괄 사표를 강요한 사건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실형을 받으면서 최근엔 버티기가 새로운 관행처럼 번지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제도 같은 날 사설에서 전임 정권과 노선을 함께했던 방통위원장과 권익위원장 등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이자 도리라고 주장했다.

 

TV조선은 11일자 <뉴스7>에서 철학이 다른 대통령 밑에서 기관장을 계속하는 분들도 그리 맘이 좋지만은 않을 텐데 그보다 더 괴로운 건 그 기관장 밑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라며 새 정부 기조에 맞는 정책 보고서를 쓴 뒤 소속 기관장에겐 결재받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 빈번하다고 한다. 이런 미스매치 현상은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갈 거란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자기 자리만 챙기는 염치없는 생계형 인사라는 식의 공개적 망신주기 프레임이 최종적으로 가리키는 건 사퇴다. 하지만 한상혁 위원장 입장에서 지금은 물러날 명분이 없는 상황일 수 있다.

 

방통위원장은 국회 청문회부터 그 어떤 장관급 인사보다 공정성과 중립성을 요구받는다. 방송을 통제할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 방통위설치법은 목적부터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 보장을 명시했다. 방통위는 정부조직법 18조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도 미치지 않는다(방통위설치법 32). 방통위설치법 82항에선 위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일반적인 공공기관장과 방통위원장 임기를 달리 봐야 할 이유다.

 

그런데 최근 지면과 화면을 통해 등장한 방통위원장 자진 사퇴주장의 전제는 새 정부 철학과 노선에 맞는 사람이 방통위원장으로 와야 한다인 셈인데, 이는 사실상 방통위원장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람이 올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같다. 방통위원장이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는 것과, 방통위원장은 코드 인사여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만약 한상혁 위원장이 정부가 달라졌다고 사퇴한다면 본인 스스로 문재인정부 코드인사였다고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방통위

 

한상혁 위원장이 방송 통신 정책 결정에 있어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정부 편향적 인사였다며 그의 자질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엔 위원장 재임 시절 구체적 문제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순리’ ‘도리’ ‘몰염치라는 감정적 단어만 등장하고 있다.

 

새 정부와 전임 정부 시절 구성된 방통위 기조가 다르니 위원장이 나가라는 주장도 구차하게 비칠 수 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가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 폐지 및 협약제도 전환을 공약했는데, 이는 방통위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업무계획과 일치한다. 산업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겠다는 인수위 공약 또한 기존 방통위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같은 맥락이다. 인수위가 약속한 대기업 지상파 소유 규제 완화 역시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고 있는 사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주장대로 한 위원장이 물러나더라도 훗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 위원장이 당장 사퇴한다 가정하고 20275월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고 했을 때, 차차기 방통위원장 임기가 2028년 중순까지여서 윤석열정부에서 임명한 위원장이 새 정부와 1년 넘게 함께 해야 한다. 이때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새 정부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라고 주장할 수 있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마누라, 여사, 당선자호칭의 어원학

211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부인을 도지사 마누라로 불렀다가 김어준 진행자한테서 표현을 바꾸라는 핀잔을 받았다. 그러자 김윤은 도지사의 처로 바꿔 말했다. 순우리말이 어느새 비속어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라는 한자말은 갑골문자에서 여자의 머리칼을 만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이 부권사회로 전환된 뒤 여성의 정조가 강조되는데 머리칼을 만져도 되는 여자라는 뜻이니 좋은 말은 아니다. 이에 견주어 마누라는 아내를 허물없이 부르는 말이 됐지만, 원래는 극존칭이었다. ‘첫째, 우두머리라는 뜻이었으니 꼭대기, ‘아버지 등에 말의 뿌리가 남아 있다. ‘오라는 집안·가문을 뜻하는 말이고 만오라집안의 우두머리라는 뜻이 되니 모계사회의 유습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마노라를 거쳐 마누라로 바뀌었다.

 

여사란 호칭은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한겨레가, 현 정권에서 TBS의 김어준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한겨레는 창간 이래 모든 이에게 직책이나 존칭인 를 붙여왔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마누라에게 김정숙씨란 호칭을 썼다가 독자들의 압력에 원칙을 포기하고 여사로 바꿨다. ‘로 불리는 보통사람들은 졸지에 신분이 격하된 셈이다.

 

졸지에 비속어가 되거나 신분 하락

열사’ ‘지사’ ‘박사등에 모두 선비 사’() 자를 쓰는데 여사’(女史)란 말에만 유독 사기 사’() 자를 쓴 이유가 뭘까? ‘여사는 고대 중국에서 후궁의 시중을 들며 한편으로 그의 행실을 기록하던 이였으니, 존경의 뜻이 담긴 호칭은 아니었다.

 

언론이 남편의 대통령 당선에 마누라 호칭을 에서 여사영부인으로 바꿔 쓴 것도 어쭙잖은 일이다.

 

영부인’(令夫人)도 원래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었는데 어느새 대통령 부인을 뜻하는 영부인’(領夫人)으로 잘못 쓰고 있다. 전두환 정권 때는 부인 이순자씨 동정을 전하면서 영부인 이순자 여사는으로 시작하는 뉴스가 대거 등장했다. ‘거느릴 령’() 자를 쓰는 대통령호칭도 민주주의 시대에 맞지 않지만 영부인은 도대체 누굴 거느린다는 건가?

 

대통령 당선인이란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이명박 정권부터다.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헌법 규정대로 당선자가 옳다고 밝혔지만,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당선인을 쓰기로 한다고 발표했고 대부분 언론이 호응했다. ‘당선자를 기피한 것은 놈 자’()가 들어 있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란 말은 원래 사람이나 남자를 가리키는 단어였는데 우리말 비하현상이 진행되면서 욕이 됐다. 천자문에 놈 자’()로 풀이되고 <청구영언>에 전하는 시조에도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하소서란 구절이 있는데, 욕을 쓸 이유가 없는 대목이다.

 

놈 자’()가 비속어처럼 취급되는 데는 손석희 아나운서도 기여했다. “아소 장관은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희망했다는 망언을 한 바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들은 언제까지 이런 자의 헛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요? 여기서 자는 놈 자자입니다.”

 

사람들은 그의 재치에 반했지만 놈 자’()의 의미는 잘못 전달했다. 그 글자가 비속어라면 노동자’ ‘유권자’ ‘성자’ ‘성직자란 말은 어떻게 되나?

 

호칭에는 신분차별과 이데올로기가 끼어들기 마련이다. ‘근로자란 말을 예로 들면 부지런할 근’() 자를 쓰니 부지런하게 일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아니란 말인가? 근로기준법은 직역한다면 부지런히 일하는 기준을 정한 법이니 세상에 이런 악법이 어디 있나?

 

신분에 따라 다른 호칭은 반민주적

근로자의날은 일본도 노동절이라 부르는데 우리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자유당 시절인 1958년부터 노동절로 행사를 치러왔는데 1963년 박정희 정부가 근로자의날로 바꿨다. ‘근로자의날51일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자의 땀과 노력을 치하했다. 노동절은 1884년 미국 노동단체들이 8시간 노동 실현 등 일을 덜하려고 총파업을 벌인 걸 기념해 제정됐다.

 

말의 의미 변화는 문화현상이기에 원래 의미를 고수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언론이 일관성도 없이 신분에 따라 다른 호칭을 붙이거나 노동자를 적대하는 호칭을 붙인다면 반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봉수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원장/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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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학 컨설팅의 문제점

요즘 애들은 슈퍼맨에다 똘똘이 스머프가 돼야 하거든요. 걱정 마세요. 학생이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면 영자신문 특파원, 개인 홈페이지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들은 저희가 넣어줍니다. 교사 추천서도 써드리고요. 논문 대회 참가하시려고요? 대필도 가능합니다.”

 

<한겨레>는 이달 초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유학 컨설팅 업체의 입시설명회에 참석했다. 소수의 인원만 예약을 받아 진행했는데, 이날 업체 관계자가 보여준 컨설팅 내역 자료에는 교내 과제 에세이 첨삭 수상경력 관리 대입 에세이 무제한 교정·첨삭 논문 대회 참가(대필 가능) 등이 적혀 있었다. 특히 내신점수(GPA)(미국 대학입학시험) 에스에이티(SAT) 점수가 낮더라도 특별한 액티비티 내러티브(활동 서사)를 구성해 불가능을 가능케 해준다고 장담했다.

 

또 다른 업체가 진행한 온라인 설명회에는 60여명이 참석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탓인지 이날 설명회에서는 송도 채드윅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한 장관 딸의 화려한 스펙이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 매체에 광고성 인터뷰 기사를 실은 것을 두고는 미국 입학사정관이 바보가 아니다진정성을 강조했지만 주말 봉사활동을 연결해주겠다며 컨설팅 기본 금액으로 550만원을 불렀다. 대회 참가, 에스에이티 준비, 대입 에세이 작성 등 추천 프로그램을 합치면 비용은 2천만~3천만원으로 치솟았다.

 

컨설팅 비용 보통 연간 2천만원더 내겠다고 하면 1~2억원도

지금 국내 유학 컨설팅 시장은 도덕적 관념이 무너졌다.” 지난 2<한겨레>와 만난 박종경 직지아카데미 대표가 말했다. 직지아카데미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영어 글쓰기·읽기, 미국 수학대회 준비를 위한 수업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수강 학생 200명 가운데 70~80%가 국제학교를 다닌다. 박 대표가 지적하는 국내 유학 컨설팅의 문제는 두가지다. 하나는 대필 문화의 만연이다. “내신 관리 명목으로 학교 숙제를 대신 하고, 대입 에세이 대필도 흔하다. 학생들의 진로를 가이드해주고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최신 미국 대학 정보를 제공해주는 식이 돼야 하는데 아예 대신 해주는 길로 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컨설팅 업체들의 장삿속과 결부된 가짜 스펙사업이다. 박 대표는 한달에 한번꼴로 받는 이메일을 소개했다. ‘아이비리그 교수진과 논문 출판(학생은 공저자로 이름 기재)을 할 학생들을 소개해주면 수익의 20%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보내는 사람은 바뀌는데 내용은 거의 똑같다. 박 대표는 아이비리그 정교수가 한국 고교생과 논문을 왜 같이 쓰겠냐전부 사기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1천만원에 에세이 몇개를 모아 책으로 출판하는 상품이 유행했다고 한다. 그는 미국 입시에서 내신점수와 에스에이티 등 학업성적을 뒤집을 만한 엑스트라 커리큘럼(봉사·과외활동)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생·학부모 불안심리 이용한 공포마케팅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처 이후 탄생한 유학 컨설팅 시장은 2010년 국제학교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 요즘은 대기업 차장·부장 정도만 돼도 보내겠다고 나설 정도”(박종경 대표) 로 중산층까지 국제학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미국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났다. 미국 대학 입시를 잘 모르는 한국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유학 컨설팅 업체는 공포 마케팅으로 파고들었다. 앞서 <한겨레>가 참여한 입시설명회에서도 전공과 관련된 교외활동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한국 기준 중학생인) 9학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외활동으로 입학 여부를 가르는 곳은 미국 명문 대학인 아이비리그 몇군데뿐이며, 아이비리그 입학자는 한국 유학생 10명 중 1명 정도뿐이다(20년차 해외 교육 컨설팅업체 대표 이아무개씨). 한국 학생 대부분이 진학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도 아이비리그만 따지는 교외활동을 만들기 위해 입시 컨설팅에 돈을 쏟아붓는 게 현실이다. 이씨는 대학 서열에 익숙한 한국인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학은 랭킹보다 전공, 교육의 질을 따져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한국 부모는 우리 아이는 아이비리그 아니면 안 보낸다는 식이라고 했다.

2021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해외 유학·이민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참가 업체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특권층, 사회적 지위 재생산 위해 해외로

유학 컨설팅 시장에는 통용되는 시세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박 대표는 컨설팅 비용은 보통 연간 2천만원 수준인데 (부모가) 더 내겠다고 하면 1~2억원을 받는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도 알 수 없다. 유학원이나 컨설팅이라고 밝힌 업체들도 있지만 에스에이티 학원 등을 운영하면서 개인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현금 거래가 보편적이라서 탈세 가능성도 있다.

 

미국 입시 컨설턴트들이 한국의 유학 컨설팅 시장이 부적절하고 위태롭다고 말하는 이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미 교육컨설턴트협회(IECA) 소속으로 7년째 컨설턴트로 일해온 이민정(가명)씨는 미국에서는 옆에서 누군가 조언을 해줄 순 있지만 다른 사람 것을 복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단 걸리면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10년 넘게 학원을 운영한 임아무개 원장도 첨삭은 학생이 모든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새너제이에서 12년째 에스케이(SK) 에듀케이션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크리스 김(50) 대표는 한국은 입시 컨설팅의 상품화가 심하다. 한국 출장을 많이 가는데 갈 때마다 상품이 바뀌어 있다. 어떤 때는 펜싱이 잘나가고, 그다음엔 대회 출전, 그다음엔 비영리단체 설립 등이 추천되더라고 말했다.

 

미국은 에세이 첨삭때도 코멘트만학생이 모든 아이디어 제공

미국 현지 컨설팅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이씨는 “9학년은 특별히 컨설팅해줄 게 없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확인만 한다. 10학년부터 흥미나 희망 전공에 따라 학교 수업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조언한다. 졸업반이 되면 대입 에세이 첨삭에 들어가는데 어떤 내용을 더 강화해라, 빼라 정도의 코멘트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대입 에세이를 봐주면서 학생 (본인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이끈다. 다 써주냐고 묻는 부모도 있는데 그런 방식은 학생의 목소리를 제쳐놓고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 (한국식처럼) 멋있고 어려운 단어를 모아둔 게 아니라 학생의 메시지가 녹아들어야 잘 쓴 에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입시 컨설팅 평균 비용은 연간 수천달러에서 1만달러(1280만원) 정도다. 5만달러(6400만원) 이상은 거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입시 업체를 운영하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의 이모 진아무개(49)씨를 두고 김 대표는 너무 한국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가짜 스펙이 걸러지지 않고 일부 넘어가니까 계속 상품화했나 본데 학생에게 거짓말로 요령을 피워서 (과정이) 어떻든 (대학 입학만) 하면 되는구나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국내 학생부종합전형이 외부 조력을 점차 제한하면서 국내 명문대 진학이 어려워지자 특권층이 사회적 지위를 재생산하기 위해 다른 활로를 찾은 것이 해외 대학 진학이라며 다시 한국에 들어와 부모 찬스로 직장을 구해 사회 지도층으로 행세하는 큰 흐름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컨설팅업체는 강남 소재 무작위 선택

어떻게 취재했나

<한겨레>는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등 실리콘밸리 인근을 방문해 학부모와 학생, 입시컨설턴트 등 22명을 인터뷰했다. 한국의 유학 컨설팅 업체 가운데 일부는 국제학교 재학생의 가족으로 가장해 취재했다. 실수요자가 아닌 한 컨설팅 내용·비용 등을 밝히길 꺼리는 업체 특성 때문에 위장 취재 방식을 택했다. 유학 컨설팅 업체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강남대로, 강남역 사거리에서 무작위로 업체를 선택했다.

이유진 장예지 기자, 새너제이/김지은 기자 yjlee@hani.co.kr

 

한달간 한국인에 23건 건네미 입시용 대필 주문쇄도

엘리트로 가는 그들만의 리그

스펙, 그 거짓과 진실

글로벌 대필 작가 6명 인터뷰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다른 나라에 비해 (대필을 의뢰하는) 한국인은 상대적으로 어리고 주로 에세이를 요구합니다.”

 

지난 2<한겨레>가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Fiverr)에서 만난 케냐인 ㄱ씨의 말이다.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소개한 그는 학술적 글쓰기’(academic writing)를 부업으로 한다. 33~411일 한달 동안에만 5명 이상의 한국인을 위해 23건의 대필 작업을 했고 이 중 13건은 고등학생, 9건은 대학생, 1건은 직장인의 의뢰였다. 전자책, 논문, 에세이, 리포트 등 유형은 다양했다. ㄱ씨는 대필의 목적을 먼저 물어본 적은 없지만, 일부 학생은 미국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BBC·CBS 등 과제 대행 실태 취재

최근 계약 부정행위’(contract cheating)라고 하는 글로벌 학술 대필 산업이 여러 나라에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에세이 공장’(essay mill)이라고 하는 서비스 업체들이 영어권 국가 대학생들의 과제를 대행해주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술 대필 산업의 대표 국가는 케냐다. 지난해 9월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런던이나 뉴욕에 있는 학생이 돈을 주고 에세이를 쓴다면 케냐에서 이 작업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담은 부정행위를 돕는 케냐인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와 방송사 <시비에스>(CBS) 등도 지난해 케냐의 대필 작가들이 미국 대학생의 과제를 대행해주는 실태를 취재했다. <한겨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이 약탈적 저널’(돈을 주면 논문을 출판해주는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케냐인이 대필한 정황을 보도(59일치 1한동훈 딸 논문 대필 정황케냐 작가 내가 했다”’)한 바 있다. 교육 수준이 높지만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낮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케냐가 대필 산업의 거대한 공급자 역할을 맡은 것이다.

 

고등학생·대학생·직장인 등 의뢰

<한겨레>531~67일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에서 52명의 작가에게 한국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의 글쓰기 작업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취재했다. 그 결과 영어권 국가 대학생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하던 대필 산업이 한국의 국외 대학 입시에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전제로 6명이 인터뷰에 응했는데, 5명이 한국인 대필을, 1명이 글 지도를 경험했다고 했다. 이들의 국적은 케냐(3), 파키스탄(2), 싱가포르(1)였다.

 

한국인이 의뢰하는 글은 고등학교 과제나 대회용 에세이가 주를 이룬다. 케냐인 ㄱ씨는 “(대학) 입학시험 관련이나 (학교) 숙제 등을 요구하는데 문법이나 어휘에 신경 써주기를 바라고 특히 표절에 민감했다고 말했다. 18살부터 23살까지 5명의 한국인에게 대필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고 밝힌 케냐인 ㄴ씨는 문학, 경영, 과학, 수학, 경제학 등 분야는 다양했다. 대부분 완성된 글을 고치는 교정이 아니라 전체를 써주는 대필을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중일전쟁의 원인과 시사점, 삼성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에세이 등을 썼다고 주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한국 고등학생 2명 정도의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는 파키스탄인 ㄷ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에 가고 싶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의 에세이나 리포트 의뢰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대필 산업 규모 1천억원 이상

편입을 돕거나 논문 작성을 대필한 사례도 있었다. 싱가포르인 ㄹ씨는 2020~2021년 한국 대학생 2명에게 논문 4건과 대입 에세이 1건을 대필해달라는 의뢰를 받았고, 그중 1명은 미국 뉴욕의 한 대학에 지원했다고 했다. 대학 강사라고 밝힌 케냐인 ㅂ씨는 중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대학생 1명의 대필을 맡고 있다. 보통 과제 개요와 함께 1500단어 분량의 에세이를 의뢰한다. 학위 논문 작성도 도와달라고 했지만, 내 일정이 바빠서 거절했다고 전했다. 대학생 등 한국인 4명 정도와 함께 일했다고 밝힌 파키스탄인 ㅁ씨는 대필이 아닌 글쓰기 지도를 의뢰받았다고 했다. 그는 “(지도를 요청한) 글이 대회용인지 숙제용인지 물어본 적은 없지만 입시나 시험과 관련한 내용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글로벌 학술 대필 산업의 규모는 현재 추정하기 어렵다. 미국 포트루이스대학의 스테퍼니 오잉스와 제니퍼 넬슨 교수가 2014년 논문 에세이 산업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대필 등 산업 규모를 최소 1억달러(128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대필 거래가 대부분 음성적으로 이뤄져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다만 공급자와 수요자를 이어주고 국가 간 연결·결제를 쉽게 해주는 정보기술(IT)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글로벌 학술 대필 산업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는 점점 더 탄탄해지고 있다.

대필 1장당 20달러·1~2일에 완성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글로벌 학술 대필은 매혹적이다. 프리랜서 고용 플랫폼에서 대필 작가와 쉽게 접촉할 수 있고 글을 의뢰해 빠르게 납품받는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케냐인 ㄱ씨는 보통 글을 완성하는 데 1~2일 걸린다고 했다. 싱가포르인 ㄹ씨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지만 작업을 끝내는 데 7일 정도 걸렸다. 고객들이 요청하는 날짜보다는 더 빠르게 마감했다고 말했다. 가격은 케냐인 ㄱ씨는 보통 한쪽(300단어)20달러(25천원)”라고 밝혔고, 케냐인 ㄴ씨는 일에 따라 다르지만 6달러(7500)를 받은 경우도 있다. 많게는 100달러(13만원)까지 받는다고 했다. 싱가포르인 ㄹ씨는 장당 75달러(10만원)를 받는데 다른 프리랜서들에 비해 많지만 질이 훨씬 좋다고 자신했다.

 

특히 표절과 다르게 대필은 문장이나 단어 등을 분석해 적발하기도 어렵다. 실체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학술적 부정행위가 앞으로 훨씬 더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영국 스완지대학의 필 뉴턴 교수는 2018년 논문 계약 부정행위는 고등교육에서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가에서 1978년부터 2016년까지 총 54514명의 대학생을 표본으로 한 65개의 관련 연구를 분석했는데, 대필 등을 해본 학생 비율은 36년간 평균 3.52%에 그쳤지만, 2014년 표본에서는 그 수치가 15.7%로 치솟았다. 이를 전세계 대학생 수에 적용하면 2014년 계약 부정행위 경험자가 31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이, 더 쉽게 대학생들이 대필 산업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학술 대필 산업의 보편화는 미국 명문대 입시에 필요한 스펙인 에세이 대회 출품이나 논문 작성 등을 바라는 한국의 중·고등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영어 공용어 국가서 더 확산

영어를 공용어나 준공용어로 쓰는 아프리카·아시아 국가들에서도 글로벌 학술 대필 산업은 유망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파키스탄인 ㄷ씨는 코로나19로 회사가 직원을 감축하면서 직장을 떠나야 했다.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필 일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산 등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 대필 산업이 대유행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필로 한달에 500달러(64만원)가량의 수입을 올리는데, 2020년 파키스탄 1인당 연간 국민총소득(GNI) 1280달러(160만원)의 절반가량을 한달 만에 버는 셈이다. 케냐인 ㄴ씨의 월수입은 1500달러(192만원)인데, 이는 케냐 1인당 연간 국민총소득(1760달러·225만원)과 엇비슷한 규모다. 그는 높은 실업률 때문에 대필이 유망 산업으로 떠올라 많은 젊은이가 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지식공유연대 소속 김명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글로벌 학술 대필 산업을 교육 수준이나 학벌이 양극화 시대에 한 사람의 지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나 인도, 한국처럼 사회적 지위 상승 욕망이 강한 나라에서 상류층이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 과정에서 대필 시장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국외 대학 입시 문제이긴 하지만 그 학생 중 상당수가 한국으로 돌아와 일자리를 얻기에 결국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적 고용 플랫폼 활용 대필 52명 접촉

어떻게 취재했나

대필 작가 접촉에는 국제적인 프리랜서 고용 플랫폼인 피플퍼아워’(peopleperhour)피버’(fiverr)를 활용했다. <한겨레>531일부터 67일까지 대필 작가 52명에게 기자라고 밝히고 한국 고등학생·대학생의 글쓰기 작업을 요청받은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플랫폼의 특성상 익명이나 대리인 의뢰가 많아 대부분은 의뢰인의 국적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스리랑카인은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아 최종 수령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6명이 한국인과 일했다고 밝혔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에게는 인터뷰 비용 명목으로 30~50달러(38~63천원)를 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법인세 인하 약속... 언론·윤석열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사실

[분석] 법인세 인하 논의에 앞서 따져봐야 할 네 가지 쟁점... 근거 취약하고 시기적으로 부적절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6개 경제단체장들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 시작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재계는 정부에 법인세 인하 등 감세와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왼쪽부터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추 부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감세를 거론하고 있다. 법인세를 비롯해 부동산 보유세, 주식 양도세, 상속세 등을 전반적으로 인하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감세로 혜택을 보는 주체가 재벌 대기업과 자산 소유 계층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 이명박 정부 때와 비슷한 '부자감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주로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 될 법인세 인하 문제점을 짚어보기로 하자.

 

대기업에 집중되는 세액공제 혜택

현재 법인세의 과세표준 구간은 4단계로 나뉘어 있고,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25%.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과표 구간을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상, 윤석열 정부-국민의힘은 법인세 인하 입장이라고 단순하게 양분하기는 어렵다. 명목 세율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납부하는 세금이 얼마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임기 중반 이후의 문재인 정부는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20207월에 내놓았던 '2021년 세법개정안'은 역대급 기업 감세 혜택을 담고 있었다. 경제의 활력 제고라는 명목으로 각종 투자세액공제를 통합해 '통합 투자세액공제'라는 제도를 신설했는데, 이 제도에 의해 대기업은 투자액의 1%, 중견기업은 3%, 중소기업은 10%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 납부 시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신성장 원천기술' 투자로 인정받을 경우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은 투자 비용의 3%까지 올라갔다. 즉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인 2017년에 명목상의 법인세율을 인상했지만, 중반 이후에는 전통적인(?) 재벌 주도 성장에 기대려 했다고 판단된다.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계속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끝나갈 무렵 '핵심전략기술'로 지정되는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로 상향했다.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한 번에 10%p나 높여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투자 비용의 최대 4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올 하반기부터 이른바 '반도체특별법'이 시행되면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 기반시설 구축비용 지원, 민원사항 조속 처리, 펀드 조성, 세액공제 등이 패키지로 지원된다.

 

이처럼 확대되는 혜택은 주로 반도체, 배터리처럼 대기업이 담당하는 분야에 적용된다. 또 반드시 고용을 창출하는 투자가 아니라도 투자만 하면 세제 혜택을 준다.

그러면 정권이 바뀐 지금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가 재벌 대기업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면서도 '기업 옥죄기'라는 비판에 시달렸다면,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솔직하게 재벌 주도 성장 노선을 표방한다.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 추진 약속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24, 삼성·현대차·한화·롯데 등 4개 대기업이 최대 5년간 수십~수백 조가 투입되는 중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26일에는 SKLG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지난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대표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규제 완화와 법인세 및 상속세 감면 추진을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후보 시절 인사청문 답변에서도 "민간 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높은 세율 수준 및 복잡한 과세표준 구간 등 현행 법인세 과세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추 부총리는 지난 2020년에 법인세 인하 법안을 발의했던 이력이 있다.

 

정부가 재벌들을 향해 규제 완화, 세금 감면과 같은 선물을 안겨주면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는 것, 기업들은 정부가 좋아할 만한 투자 계획을 우선 발표하고 보는 것, 과거에도 많이 봤던 풍경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언론도 재벌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며 법인세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

[사설] 법인세 인하 신속하고 과감하게 하라(2022/05/23 매일경제)

[사설] 삼성·현대차의 역대급 국내 투자규제 개혁으로 화답하라(2022/05/24 한국경제)

[사설] 정부 "법인세율 원상회복 검토"뜸 들이지 말고 당장 낮추라(2022/05/20 동아일보)

[사설] 삼성 현대차 대규모 미국 투자, 한국도 최고 매력 투자처로 바꾸자(2022/05/24 조선일보)

이런 언론들의 주된 논지는 민간 경제의 활력을 키우기 위해 기업들의 '과도한 법인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인 7월을 앞두고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위의 사설에서 "최근 5년 동안 세계 각국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감세 경쟁에 나섰지만 한국은 대기업 증세를 하며 역주행"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설과 기사들을 보면 마치 한국의 대기업들이 법인세 때문에 힘들어서 허덕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들 언론과 윤석열 정부가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많은 쟁점이 있지만 네 가지만 짚어보겠다.

정부와 언론이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첫째,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은 코로나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서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와 공급망 교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고,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9% 증가했다. 현대차의 경우 자동차 판매 대수가 감소했는데도 차량 가격 상승으로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기록적인 증가세를 달성했다. 그만큼 소비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난해 실적은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00대 기업의 전체 매출은 302682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특히 상위 10대 기업의 2021년 영업이익 비중은 500대 기업 전체 영업이익의 46%를 차지한다. 상위 20대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500대 기업 전체 영업이익의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거론되는 것, 그 자체가 불공정이다.

 

둘째, 법인세를 인하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는 현실로 증명되지 않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고 액수로 37조 이상을 적게 징수했지만 4대 기업의 투자지출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사내유보금만 88조에서 94조로 늘어났다.

 

미국에서도 전 정부인 트럼프 정부 때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했지만, 임금과 일자리 증가 효과보다는 기업들의 자사주매입만 활성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인세 인하로 생긴 여유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월가로만 흘러갔다는 뜻이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 '임금 상승 없는 성장'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법인세 인하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지만, 그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배분될 것이라는 기대는 더욱 없다. 특히 경제 피라미드 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재벌 대기업들이 일자리 창출, 동반 성장 등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는 특혜가 아니라 책임을 더 부과해야 한다.

 

명목상 최고세율이 아니라 실효세율을 보자

삼성이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5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으로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셋째,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20년 기준으로 13.7%에 불과하다.(출처: OECD 통계 https://stats.oecd.org/Index.aspx?DataSetCode=CTS_ETR) 국내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더라도 2020년 기준 법인세 실효세율은 17.5%로 문재인 정부 초반으로 돌아갔다.

 

요즘 언론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크다면서 '법인세 비용'이라는 수치를 많이 거론하는데, '법인세 비용'은 회계 장부상의 추정치로서 실제 납부하는 법인세 액수와 다르다.

 

대표적으로 '삼성, 올 법인세 역대최고 육박할 듯과도한 세율에 기업투자 발목'(2022/05/22 파이낸셜뉴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자. 이 기사는 "삼성전자가 1·4분기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한 법인세 비용은 37500억원"이라면서 "전체 영업이익 141200억원에서 26.5%를 법인세로 내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재무제표상의 '법인세 비용' 37500억원을 영업이익 141200억원으로 나눠서 26.5%라는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재무제표상 법인세 비용으로 계상한 금액은 국세청에 실제로 납부하는 법인세액과 다르다. 각종 세액공제와 감면을 적용한 실제 법인세 납부액은 이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공제와 감면 혜택은 '신성장', '핵심전략기술' 등의 명목으로 대기업에 집중된다. 따라서 이 기사에서 제시한 26.5%라는 비율은 장부상의 수치일 뿐 실효세율과는 거리가 멀다.

 

예컨대 2020년 삼성전자의 법인세 비용은 48369억원이었고, 법인세 부담액(납부액)24622억원이었다. 같은 해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비용은 14321억원이었고, 법인세 부담액은 2680억원이었다.

 

넷째,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사정에 따라 법인세율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 몇 년 동안은 법인세율을 인하한 나라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물가가 무섭게 상승하고 있는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전반적으로 선진국들은 재정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감세보다는 증세를 자주 거론한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경우 현행 19%인 명목 법인세율을 20234월부터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1974년 이후 47년 만의 법인세율 인상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당선 이후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최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의 해법으로 법인세 증세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전반적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코로나19의 충격에 물가 앙등이 겹친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7월에는 세계 130개국이 다국적 기업들에 최저 15%의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징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각국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관행에 일정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2022년 현 시점에는 감세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하기 어렵다.

 

근거 취약한 법인세 인하 주장들

여기까지만 봐도 '법인세 인하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막연하며 취약한 기반에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기업에 혜택을 주면 민간 경제가 살아난다'라는 주장은 지난 수십 년간 성공한 적이 없는 '낙수 효과' 이론의 무의미한 반복이다. 그리고 법인세 인하는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한 정책이다.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은 대부분 코로나 사태의 수혜자로서 환율 효과의 이득까지 누리고 있는 반면, 수입 물가 상승의 부담은 일반 국민이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은 한번 내리면 세수가 부족해져도 다시 올리기가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기 전에 기본적인 사실 관계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다

오마이뉴스 /더불어삶(livewithalll)

 

 

정말 교묘하게 왜곡하는 화물파업 언론 보도

노동자도 아니고 파업도 아니라며 업무개시 명령 요구 재계 입장 그대로 전달

화물기사의 최저임금제안전운임제 취지 살리는 방향 주목해야

 

화물노동자들이 지난 7일 운송을 멈췄다. 총파업 일주일째, 언론은 정부의 모순적 대응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양새다. ‘파업으로 피해가 심각하지만 참여도는 낮다거나, ‘화물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면서도 업무개시 명령을 언급하는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들이 일례다. 반대로 현장 노동자들이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파업하는지 조명한 언론보도는 찾기 어렵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25000여명 조합원을 비롯한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를 유지하고 적용 대상을 넓히라며 70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지 않거나 비조합원인 노동자까지 동참하고 있어 이례적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종합 고려해 적정한 운임을 결정하는 제도로, ‘화물기사의 최저임금제라 불린다. 과로·과속·과적 운행하지 않아도 되도록 최소한의 노동여건을 보장하고 도로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된 노동자들은 과로 압력이 줄고 다단계 착취 구조가 일부 개선됐다고 말한다. 현재 안전운임은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만 적용되는데, 전체 영업용 화물차 45만대 중 2.6만대 정도다. 그마저 올해 말 일몰제로 폐지를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본부, 전국민중행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화물연대 총파업 2일차인 지난 8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화물안전운임제 전면확대 총파업 지지 노동·사회·종교단체 대정부 대화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을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화물연대는 정부가 안전운임제 효과를 평가해 국회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국회는 현재 발의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도 논의하지 않자 파업에 나섰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12안전운임제의 일몰 폐지, 전차종·전품목 확대 적용을 놓고 4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막판 결렬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운송에 차질 빚고 있지만 파업 참여도는 낮다?

총파업 기간 동안 가장 눈에 띄는 보도는 물류 차질산업계 피해. 지난 13일 기준 9개 종합일간지와 3개 경제지, 4개 방송사 등 주요 언론에서 7일간 화물 파업으로 인한 물류 차질을 언급한 보도만 473건 나왔다. 화물노동자 파업이 국내 물류에 미치는 파장을 전달하는 건 당연하다. 국내 화물 수송량 가운데 도로 운송이 90%를 차지하는 만큼 실제 여파가 클 뿐 아니라, 화물노동자들이 국내 육상 화물 운송을 멈출 만큼 핵심 역할을 하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문제는 다수 언론사가 화물노동자들의 파업 규모 또는 기세를 전할 땐 오히려 실제보다 축소한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선 7일부터 하루 두 차례 파업 집회 대오를 브리핑하고 있다. 언론은 집회파업 참여인원을 혼용하면서 왜곡했다. 일례로 국토부가 지난 8일 저녁 자료를 6500여명이 전국 142개소에서 분산하여 집회 중으로, 화물연대 조합원의 29%가 참여하여 전날 대비 11% 감소했다고 밝히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는 파업 참여율은 전날보다 11%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화물연대 파업 동향을 브리핑한 국토교통부의 보도자료. 국토부 홈페이지

화물연대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총파업 기자간담회을 진행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재광 화물연대 교육선전실장은 실제로는 조합원 25000여명 대부분이 운행을 멈췄고, 비조합원은 파업하면 집회엔 나오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전국 50여 거점을 일일이 확인했는지도 불확실하다언론이 화물연대 조합원 중에서도 30~40%만 참여한다는 식으로 규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업 피해를 강조해 노동자를 압박하면서도 파업 규모는 축소하는 양면적인 태도라는 지적이다.

 

노동자 아닌데 업무개시 명령은 해야한다?

정부는 총파업 이전부터 화물노동자의 파업할 권리를 부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도 업무개시 명령가능성을 언급해왔다. 다수 언론은 이 같은 엇박자도 검증 없이 전달했다.

 

국토부는 지난 3일 총파업을 가리켜 뚜렷한 명분 없는 소모적 행동으로 규정했다. 국토부는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차량을 이용하여 불법으로 교통방해를 하거나 운송방해를 할 경우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고,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화물 기사를 화물 차주, 파업이 아닌 집단 운송거부라고 표현했다. 노동자임을 부정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파업 첫날 항만과 고속도로 요금소, 휴게소 등 중요 물류거점 16곳에 경찰 7000여명을 사전 배치했다.

지난 6일 조선일보 2

 

윤애림 민주노총법률원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실장은 노동부와 국토부 등 주무부처 장관들이 언론을 상대로 화물노동자 파업에 노동자도 아니고 파업도 아니다’ ‘노사관계가 아니다라는 프레임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이를 지적한 언론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부의 결사 자유와 단체교섭권 불인정에 개입을 요청했다. 주요 언론 중에선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이를 기사나 사설로 다뤘다.

 

일부 언론은 정부와 재계의 업무개시명령관련 입장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경총 등 재계 6단체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요구했고, 정부는 지난 3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면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가 사설로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을 주장했다. 재계가 화물노동자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간주해 사용자 책임을 피해왔던 입장과 모순된 태도다.

지난 2019112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제대로 된 안전운임을 요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14일 한겨레 6

14일 경향신문 8

화물차 세차비까지 내줘야 하나보수언론의 왜곡

 

보수언론은 안전운임 자체에 반대하는 화주(화물의 임자) 입장을 주로 전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9트럭기사 개인사업자인데통신·세차비까지 대줘야란 기사에서 시멘트 업체 관계자말을 인용해 화물 운송에 대한 충분한 값을 치르는데 기사들의 휴대폰 사용료, 세무사 비용, 세차비까지 내줘야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지난 9일 조선일보 8

 

그러나 안전운임 제도 설계에 참여했던 김종인 한국물류산업노동연구소 소장은 오히려 화주와 운송사가 화물기사의 출퇴근 시간, 화물 싣는 조건, 화물을 보호할 방법까지 노동 전반을 통제하는 상황에 오히려 현행 제도가 열악한 처우를 보완하기 역부족이라고 반박했다. 김 소장은 안전운임 제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운송 원가에 정비비가 포함되지 않는 등 미진한 부분이 있어도 (제도를) 받아들였으나 화주들이 딴지걸기 식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통신비의 경우 화물노동자는 PRS 무전기가 없으면 배차를 받을 수 없어 화주가 제 편의를 위해 제공해왔는데, 2010년부터 스마트폰이 무전기 역할을 대체하게 됐고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화물노동자가 파업하며 감수하는 비용은

화물노동자들이 산업에 피해를 끼친다는 보도 일색이지만, 이들이 화물차를 세우며 어떤 손해와 위험을 감수하는지를 다룬 사례는 찾기 어렵다. 화물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으로 생계비와 함께 수십~수백만 원의 고정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37년차 화물기사이자 화물연대 비조합원으로 파업에 참여한 한아무개씨는 미디어오늘에 보험료와 지입료(화물기사가 운송회사에 내는 영업용 번호판 사용료)를 포함하면 60만원이 나간다.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동료는 매달 300~500만원 정도가 고정 비용처럼 나간다고 설명했다.

 

사진=unsplash

 

윤애림 연구실장은 정규직이 파업할 땐 노동자가 자기 임금만 포기하지만, 화물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는 소득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개인이 감당해야 할 경비가 어마어마하다. 아직 쟁점이 전면에 나오지 않았지만, 파업 이후엔 계약 해지를 당하는 노동자들도 나올 것이라며 이들이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 근본 이유라고 지적했다.

기자명 김예리 기자

 

안정적 수익? 부담금 수천만원태양광 농사제주농민 분통

제주도, 6년 전 일종의 연금홍보당시 지사 원희룡도 모범적

계약하니 개발부담금 8700만원, 농민들 사기당해집단소송 준비

제주도 내 폐원 감귤원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시설. 허호준 기자

 

생각지도 못했던 개발부담금으로 13천만원을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어요. 이의신청했더니 부담금이 감액되기는 했지만 8700만원이 나왔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서 콩 농사를 하는 이종우(50)씨는 지난해 5월 개발부담금 부과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는 14<한겨레>와 만나 처음부터 개발부담금을 낸다는 것을 알았다면 임대계약을 했겠느냐제주도가 농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거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은 이렇다.

이씨는 201610월 제주도가 마련한 태양광 전기농사사업설명회에 참석했다. 제주도는 이 사업에 참여하면 연금처럼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 사업은 부적지 감귤원이나 유휴 경작지 등을 가진 농가가 사업자에 토지를 20년 동안 빌려주는 대가로 안정적 수익(임대료)을 얻고, 사업자는 해당 토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어 전기를 팔아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당시 원희룡 지사도 일종의 태양광 연금이다.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전국에 큰 파급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06월께 이씨 농지 4천평에 994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씨가 사업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는 발전사업 개시 후 15년차까지는 연간 3천만원을, 그 이후부터 계약 기간 종료 시점까지 5년간은 3천만원보다 좀 더 받는 것으로 계약을 맺은 터였다. 물론 농지를 잡종지로 전환하는 데 따른 형질전환 비용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비는 부담했다.

 

이런 계산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얼마 못 가서였다. 우선 전국적 땅값 상승 영향으로 종합부동산세가 1천만원이나 나왔다. 농지로 유지했으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세금이었고 임대차 계약을 맺을 당시에는 이렇게 땅값이 오를 줄 몰랐다. 결정타는 개발부담금이었다. 농지를 사업 용도로 개발한 데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일부 환수하려는 목적의 부담금인데, 이씨는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 설명을 들을 땐 전혀 알지 못하던 우발 비용이었다. 이씨는 연간 임대료 3천만원을 받아 세금(종부세 및 재산세) 빼면 1500만원 정도 남는다. “여기에 8천만원이 넘는 목돈(개발부담금) 내고 나면 실제 순수익은 더 준다“20년 동안 토지가 묶여 팔 수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농가 62곳이 대부분 이씨와 같은 처지에 내몰린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양광 전기농사 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은 단체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도가 사업 설명 과정에서 수천만원이 드는 개발부담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봐서다. 현재 해당 사업에 참여한 농가 중 11곳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씨 등이 참여한 제주감귤태양광토지주협의체 등은 이날 성명을 내어 “‘고수익 보장이라는 말로 농가들을 현혹한 뒤 문제가 발생하자 농가에 책임을 떠넘기는 제주도정의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한다제주도는 잘못을 인정하고 개발부담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제주도의 해당 사업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발부담금 관련 상세한 안내가 미흡했던 거 같다. 6년 전 일이어서 당시 자료를 찾고 있다고만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성인이 된 해외입양인 자살률 2, 정신병원 입원률 2

스웨덴서 20년만에 추가 조사입양인, 결혼 가능성은 낮고 이혼 가능성은 높아

스웨덴에서 자국내 국제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스웨덴에서 태어난 이들에 비해 자살, 정신질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13(현지시간) 발표된 이 연구는 스웨덴 통계청과 보건부에 등록된 8세 이전에 스웨덴으로 입양된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출신 국제입양인들(1972-1986년생)을 대상으로 이들의 건강 및 사회 생활에 대한 조사다. 국제입양인들의 자살, 정신질환 발생, 실업, 결혼 및 이혼 등의 상태를스웨덴 태생 일반인들과 비교한 결과다. 이번 연구는 2002년에 실시된 조사를 20년 만에업데이트한것으로,당시조사했던연령대의입양인들이나이가들어가면서어떤변화가있는지살펴보는것이목적이다.이 조사는 스웨덴 가족법 및 부모 지원 기구(MFoF)와 스톨홀름대학교가 공동으로 실시했다.

 

입양인 자살률, 일반인에 비해 2배 높아18-22세 사이에선 3

이 연구에 따르면, 성인이 된 국제입양인(1973-1986년 출생)의 자살율은 스웨덴 일반인에 비해 2배 높았다. (1990-2016년 연구대상인 국제입양인 18000명 중 104명 자살) 다만 국제입양인의 자살률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2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입양인들의 자살률은 일반인에 비해 3.7, 자살 시도는 2.7배 높게 나타난 것은 이 때문이다.

 

국제입양인 출신 여성의 4분의 1과 남성의 5분의 118세 이후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는 스웨덴 일반인들보다 약 60% 높은 비율이다. 특히 국제입양인들은 정신병원 입원률, 즉 중증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들이 정신과 병동에 입원할 확률은 스웨덴 일반인에 비해 2배나 높았으며, 발병 위험은 나이가 들어도 감소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스웨덴의 국제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보고서 표지. 프레시안(전홍기혜)

 

알코올 및 약물 중독 가능성, 이혼 가능성도 일반인에 비해높아

또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비율도 일반인들에 비해 높았다. 특히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해 (연구 기간 동안 연구 대상) 국제입양인 27명이 사망했으며, 알코올 중독으로는 국제입양인 12명이 사망했다. 이는 스웨덴 일반인들에 비해 50% 높았다.

 

국제입양인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동거나 결혼을 하는 비율이 떨어졌다. 특히 국제입양인 남성은 원주민들에 비해 동거/결혼할 가능성이 20% 낮았으며, 아프리카 출신 입양인들의 결혼 비율은 다른 지역 출신에 비해 더 낮았다.

 

반면 국제입양인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이혼 가능성은 50% 높았다. 국제입양인 여성들은 동거/결혼 비율에서는 크게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출산 빈도는 더 낮았다.

 

보고서는이처럼 친밀한 관계 형성과 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제입양인들은 혼자 사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이로 인한 외로움이나 소외감이 자살과 약물 중독 비율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이런 결과는 입양인과 가족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2002년 연구 당시에도 국제입양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 국제입양인과 그 가족을 위한 지역 상담 센터 설립, 지원 방법 개발 및 연구를 책임지는 연구소 설립 등을 제안했지만, 스웨덴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2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연구 결과는 정부가 반드시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

 

100만명이 머리 맞댄 교육 보고서

유네스코(UNESCO)는 인류가 두 차례 큰 전쟁을 겪고 난 뒤 1945년에 만든 국제기구다. 한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유네스코의 창설과 활동 취지는 전 세계 인류의 교육·과학·문화의 발전과 국제협력 모두를 아우른다. 유네스코 헌장 서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정부의 정치적·경제적 조정에만 기초를 둔 평화는 세계 국민의 일치되고 영속적이며 성실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평화가 아니다. 평화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 위에 평화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경구(66)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라는 유네스코의 창설 취지를 다시금 불러왔다.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위기를 겪고 분쟁과 폭력, 진영 간 싸움과 가짜 정보가 범람하는 2022년 우리 인류 사회에 그 가치가 역할을 할 것이라 그는 믿고 있다. 지난해 유네스코 국제미래교육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에 그 아이디어의 근간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2년 동안 전 세계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지금 인류가 처한 위기를 기술하고, 그것을 헤쳐 나가기 위한 시급한 행동을 제안했다. 행동의 핵심은 새로운 교육, 더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새로운 교육을 통해 더 평화롭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나가자는 것이다.

 

한경구 사무총장은 이 새로운 사회계약의 여정에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갖고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 어떤 나라보다 첨예하고 뜨겁고 화려하게온갖 교육 갈등과 논쟁을 경험해본 국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한계이고 부끄러움이지만 다른 국가들도 이미 비슷하게 겪고 있거나 곧 따라 겪을 문제들이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겪었고 어떻게 풀어나가려 노력해왔는지를 진지하고 솔직한 관점으로 국제사회와 공유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 한국이 엄청난 기여를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침 오는 9월 유엔에서 변혁 교육(Transforming Education)’을 주제로 한 각국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 계기를 통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서울에서 교육에 관한 국제적 회의를 개최하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한국 교육의 성취와 문제점에 관한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듣고 싶어 하는 각국 전문가들이 매우 많다. 한국 교육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곧 세계 교육의 대안을 모색하는 길이다.” ‘유네스코 토크라는 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교육의 미래뿐 아니라 기후변화, 인공지능(AI) 같은 의제들에 대해 사회적 슬기를 모으는 공론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한 사무총장은 그렇게 2022년 대한민국에서 재출발하는 세계의 지적·도덕적 연대를 꿈꾸고 있다.

시사인 변진경 기자

 

시민단체는 정말 권력이 됐을까

1세대는 제도화, 엘리트 집단화2000년대 시민사회 다양화됐지만 영향력 낮아져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이세영의 질문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영향력과 사회적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 정부지원금을 타거나 정치권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사회참여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각종 단체와 네트워크의 양적 성장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시민사회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가? 정치 변화를 이끌어낼 저력이 있는가?(1415)

 

시민사회요? 요새 아무도 그런 말 안 써요.” “‘시민단체하면 사람들은 권력, 정치권, 시민과 동떨어진 그런 걸 떠올리는 것 같아요.” “어디 가서 시민운동 한다고 하면 더불어민주당 쪽이라 생각해요.” “주민들은 시민단체가 관이랑 끈이 있는 사람들, 돈 끌어올 수 있는 사람들이라 보죠.” “사람들한테 신뢰를 얻으려면 시민단체라고 말하면 안 돼요.”

 

필자가 지난 몇 달 동안 연구 목적으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수십 명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반복해 들은 이야기다. 학문적으로 시민사회라는 개념은 시민의 자발적 결사체의 장, 더 엄밀하게는 시민이 공동선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 공간을 뜻한다. 그런 의미의 시민사회단체에는 사회운동조직, 주민공동체, 협동조합, 소모임 등 실로 다양한 유형이 포함된다.

 

감시 대상보다 신뢰 못 얻는 시민단체

현대의 시민사회 이념은 이처럼 시민이 만나고, 조직하고, 숙의하는 행동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사회적 연대와 자율의 공간을 창출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시민사회’ ‘시민단체’ ‘시민운동은 종종 그와 전혀 다른 의미로 이해된다. 시민과 분리된, 권력에 가까운, 그러면서 시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위선적 기득권층으로 인식된다.

 

그런 시선에 비친 시민단체는 정치세력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갖거나, 정부지원금으로 연명하거나, 공공사업을 명목으로 이득을 취하거나, 시민이 일군 사회적 자산을 개인 자산으로 삼아 정치권·공공기관에 자리를 얻어가는 사람들로 그려지는 것 같다. 시민사회 이념과 정반대 이미지가 지금 한국에선 시민사회라는 단어에 부착됐다.

 

물론 이런 부정적 담론은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프레이밍이 만들어낸 면이 없지 않다. 악의적인 사실 왜곡, 시민 활동에 대한 폄훼, 정치적 오용 등 여러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정치공세, 이념공세로 치부하고 방어적 태도만 취하는 것은 시민단체와 그 리더들에 대한 신뢰 하락이 지난 10여 년간 계속됐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한울 정치학 박사의 논문을 보면 2000년대 초까지 시민에게 가장 신뢰받던 시민단체가 노무현 정부 후반 신뢰를 잃기 시작해 2016년에는 군대, 언론, 경찰보다 신뢰받지 못하는 기관이 됐다. 이런 추이는 응답자의 이념 성향이 진보든 보수든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보수를 넘어 신뢰받던 시민단체의 사회적 기반이 매우 좁아졌다.

 

문재인 정부 5년을 지나면서 시민단체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더 악화한 듯하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년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단체보다 신뢰도가 낮은 기관은 국회와 노조밖에 없었다. 시민단체를 신뢰한다는 응답자 비율(53.4%)이 시민단체의 비판·감시 대상인 금융기관(66.2%), 대기업(56.7%), 정부(56.0%)보다 낮았다.

 

이 충격적인 현실은 비단 시민단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익활동,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등이 모두 그런 의혹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모든 선한 가치, 진지한 노력이 냉소의 대상이자 위선 징표로 추락할 위험에 처함은 단지 특정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가치 실종과 진정성 위기를 시사한다.

 

그러므로 시민사회에 대한 이런 인식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오해인지, 문제가 있다면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그리고 오늘날 한국 시민사회의 새로운 긍정적 잠재성은 어디에 있는지 냉정한 분석과 더불어 미래를 위한 진지한 토론이 요구된다.

 

정치권력과 엘리트 네트워크 형성

시민단체가 시민과 유리된 권력집단이 됐다는 인상은 민주화 이후 10여 년 동안 한국 시민사회의 성장을 주도한 단체들의 전문화, 제도화 경향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엘리트 네트워크의 특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 단체들의 리더·활동가들과 그에 연계된 진보적 전문가 집단은 정부, 정당, 언론, 법원 등 한국 사회의 제도권력과 때론 충돌하고 때론 협상하면서 복지, 여성, 환경, 인권 등 많은 분야에서 법과 제도 개혁을 달성했다. 그 과정에서 이 단체들의 활동방식과 지식기반은 점점 더 전문화되고 일반 시민은 후원회원에 머물러 변화의 주인공이 되기 어려워졌다.

 

시민운동을 주도한 세력은 흔히 민주화운동 경험이나 대학 운동권 학연으로 이어진 엘리트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 중 적잖은 사람이 이후 정치권으로 나아갔고, 특히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나 공공기관장이 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력과 시민사회 사이 한편으론 조직적 긴장관계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적 연계가 공존한다.

 

이런 정부-시민사회 연계는 제도와 정책 발전에 부정적이기만 하지 않다. 시민사회가 발전시킨 혁신 의제는 정부·정당이 시민사회에 적대적일 때보다 우호적일 때 실현될 가능성이 당연히 크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 기능은 시민사회가 정치에 대해 힘의 우위, 또는 최소한 분명한 자율성을 가질 때 실현될 수 있다. 바로 그 점을 불신하는 시민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시민사회가 전체적으로 권력화됐거나 정치적 독립성을 잃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21세기 들어 시민의 사회적 활동 장에서 일어난 중대한 변화를 전혀 쫓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1990년대 시민단체에 머무른 관점이라 할 수 있다.

 

풀뿌리·페미니즘·주민운동 등 다양화

변화의 구조적 핵심은 전통적인 운동단체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풀뿌리 주민단체, 비공식적 소모임과 네트워크가 급증하면서 시민사회 생태계가 매우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한때 한국 시민사회를 대표한다고 자부했던 시민단체는 이처럼 분화된 생태계 한 부분으로 그 위치와 역할이 바뀌었다.

 

이 추세에는 2000년대 이후 정치환경과 법적·제도적 조건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정부 때 제정·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과 사회적기업육성법,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한 지자체의 민관협력 거버넌스 정책 등이 시민사회 변화를 촉진했다. 진보·보수 정권 할 것 없이 시민을 정부 정책의 중요한 대상이자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이뿐만 아니라 촛불시민 모임, 페미니즘 소모임, 주민 독서모임 등 수많은 비공식 커뮤니티가 생겨났다는 사실도 중요한 변화다. 이들은 공식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거대한 미시적 시민사회의 장을 구성한다. 그 토대 위에서 시민은 정치사회적 이슈가 점화될 때 거대 단체에 의존하지 않고 행동할 역량을 갖게 됐다.

 

이런 변화는 시민단체로 절대 축소될 수 없는 한국 시민사회의 발전상과 새로운 잠재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민 활동의 제도적 장이 점점 더 분화되고 다양화되는 과정에서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계승한 시민운동단체들의 문제와 전혀 다른 새로운 문제와 극복할 과제가 생겨났다는 점을 또한 주목해야 한다.

우선 시민 활동과 조직형태의 다양화와 분화가 계속되면서, 시민사회의 전체 장 안에서 현 사회질서에 대해 더욱 근본적인 비판과 개혁을 추구하는 운동의 상대적 위상이 과거보다 약화했다. 물론 최근 페미니즘 운동이나 기후행동이 활발해지는 등 의제에 따라 차이와 변화 주기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사회운동 부문의 규모와 영향력이 작아졌다.

 

또한 그동안 빠르게 팽창한 사회적경제나 민관협력 거버넌스처럼 시민사회가 시장 또는 정부 논리와 혼합되는 제도적 접경지대에서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정체성이 위협받는 측면이 있다. 한국에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지원은 정부의 산업·고용·복지 정책으로서 성격이 강했다. 정부가 주도하고 시민은 그에 종속되기 쉬운 구조이다.

 

정부·기업 견제할 역량 키워야

거버넌스 역시 중앙정부-광역-기초단위로 내려오는 상명하달식 민간지원 또는 위탁사업 성격이 많기에 시민 주도적 협치가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중앙정치에서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이 나와도 공공과 시민의 접촉면에서 공무원은 시민 활동의 가치와 특성을 인식도 인정도 못하면서 성과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의 전문화, 제도화, 엘리트 네트워크가 1987년 민주화 이후 급성장한 1세대 시민단체의 내재적 위험을 발생시켰다면, 2000년대 이후 확장된 다양한 새로운 영역은 정부와 지자체, 기업과 주체적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기반, 자율적 역량을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진욱의 질문 2022년 치른 두 차례 전국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란 거대 양당으로 양극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역대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제3당의 존재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에서 제3지대라는 정치공간은 사라졌는가. (1419호로 이어집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한겨레21

 

수상한그래프문재인 정부 민간 성장기여율훅 떨어져”?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1쪽 그래프

보통 쓰는 민간 기여도대신 기여율사용

역성장땐 의미 왜곡정부 성장 기여 깎아내리기

 

기획재정부는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1쪽에서 우리 경제 상황을 최근 과도한 정부개입 등으로 민간투자가 빠르게 위축되고 민간의 성장 둔화에 재정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민간의 경제활력은 더욱 크게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민간의 성장 기여율1990년대 88.0%에서 2000년대 및 2011~201670%대를 기록했다가 문재인 정부(2017~2021)에서 58.7%(5년 단순평균치)로 크게 떨어졌다는 막대그래프를 제시하고 있다. 경제운용을 정부에서 민간·기업·시장으로 바꾸겠다는 방향 전환의 근거로 민간의 성장 기여율개념을 끌어들인 셈이다.

기획재정부가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1쪽 그림.

 

과연 외환위기 때부터 지금까지 25년을 살펴볼 때 문재인 정부에서만 유독 민간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대폭 떨어져 민간 경제활력이 감퇴한 것일까? 우선 성장 기여율지표부터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국민계정을 추계하는 한국은행은 성장 기여도’(민간과 정부가 국내총생산 실질성장률에 각각 기여한 %포인트) 지표를 공식 사용할 뿐 기여율은 계측하지도 않고 통계편제에 수록하지도 않는다.

 

기여율은 각 기여도를 단순히 백분율(기여도÷전체성장률)로 다시 나타낸 것인데, 한은 관계자는 기여율은 성장률과 기여도의 부호가 둘 다 플러스로 같을 때만 측정할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오해의 소지가 있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표라서 한은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1998년 외환위기 때 연간 경제성장률은 -5.1%, 이만큼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민간 -5.1%포인트, 정부 0.0%포인트다. 이때 단순 계산으로 정부의 성장기여율은 당연히 0%가 된다. 경제가 후퇴할 당시 정부가 경기 방어를 위해 큰 역할을 한 게 분명한데도 기여율은 0%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 도출된다. 2020년에도 정부 기여도(+1.1%)를 성장률(-0.7%)로 나눈 정부 기여율-157%가 되는 이상한 산수 계산이 나오게 된다.

 

굳이 민간 기여율개념을 사용해 따져보더라도 이 지표는 경제 전체성장률 변수에 따라 변동하는 추세를 보일 뿐 특정 정부 시절의 정부 개입을 근거로 제시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겨레>1997~2021년 우리나라 성장률과 민간 및 정부의 성장기여도 추이(연간)를 들여다보니 전체 성장률 혹은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를 보인 해는 외환위기 때인 1998, 금융위기 때인 2009, 코로나 때인 2020년 등 세 번이다. 3개년도를 빼고 기여율을 계산해보면 민간의 성장기여율은 외환위기 이후 매년 80~90%를 유지하더니,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 2012(2.4%)부터 이미 70%대로 하락했다. 성장률이 2%대 후반~3%대 초반으로 낮아진 시기(2012~2019)에 민간의 성장기여율은 세 번이나 60%대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전체 성장률이 높은 2011년까지는 민간 기여율도 80~90%대로 높았다. 요컨대 윤석열 정부가 성장 기여율을 사용한 의도가 수상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의 성장 기여율은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둔화로 특징되는 2019년에 31%로 떨어졌을 뿐 201778%, 201872%, 그리고 2021년은 83%에 달했다. 2020년은 코로나 사태로 전체 성장률(-0.7%)과 민간의 기여도(-1.8%)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해다. 문재인 정부 때 정부의 성장 공헌도가 높아져서 민간의 활력이 떨어졌다는 설명도 근거가 취약하다. 1997~2016년까지 총 20년 중에 정부의 성장 기여율이 20% 이상인 때도 이미 7번이나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 정부의 성장 기여율은 201721%, 201827%, -중 무역분쟁으로 성장률이 2.2%로 떨어진 201972%, 그리고 지난해 17%였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소녀상' 철거 요청하러 독일 가는 한국인, 반기는 일본 극우

식민지배 문제 청산하고 한일관계 바로잡는 길에 적신호

일본 극우가 주도하는 재단법인 국가기본문제연구소가 <귀속재산연구, 한국에 묻힌 일본자산의 진실>을 저술한 이대근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일본연구특별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웹사이트 갈무리

 

일본 극우세력이 한국인을 칭찬하고 있다.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등으로 일본이 도덕적 수세에 처해 있는 지금, 일본 극우는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일부 한국인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주에도 그런 일이 두 건 있었다.

 

일본 극우가 주도하는 재단법인 국가기본문제연구소(이하 국기연)<귀속재산연구, 한국에 묻힌 일본자산의 진실>(帰属財産研究 韓国もれた日本資産真実)을 저술한 이대근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일본연구특별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15일 이 연구소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바에 따르면, "정치·경제·안전보장·사회·역사·문화 각 분야에서 일본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킨, 국내외의 우수한 일본 관계 연구"라는 점이 선정 이유다.

 

이대근 교수의 책은 8·15 해방 당시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재산인 귀속재산(적산)524600만 달러로 평가하면서, 식민지 한국에서는 광공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 고도화가 이루어져 여타 식민지와 차별성을 보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식민지 한국이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특별한 수혜를 입었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산케이신문> 서울 특파원을 지낸 구로다 가츠히로는 작년 1014일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에 기고한 '한국에 남겨지고 한국 경제에 공헌한 일본 자산의 행방'이라는 기사에서 "한국 연구자의 대담한 연구 성과"라고 이 교수의 책을 평가했다.

 

지난 15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와타나베 도시오 국기연 이사는 "1930년대에 한국은 일본의 자본과 기술에 의해 제1차 산업혁명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 뒤 "이런 사실을 1차 자료를 세밀하게 분석해 입증한 세기의 저작"이라며 이 교수에 대한 심사평을 밝혔다. 식민지 한국이 일본에 힘입어 산업혁명을 이룩한 사실을 규명해낸 세기의 저작물이라는 것이다.

 

이대근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홍보하는 낙성대경제연구소의 공동 설립자다. <반일종족주의> 공동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이우연 연구위원 등의 학문 활동에 토대를 놓은 인물 중 하나다.

 

이우연 연구위원도 강제징용 문제에 관한 일본 측 주장을 담은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국기연으로부터 특별상을 받았다. 올해에는 이대근 교수가 같은 극우단체의 상을 받았으니, 식민지근대화론 홍보에서 낙성대경제연구소가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원군'

지난 14일 일본 극우 매체인 <산케이신문>'한국 시민단체, 독일 위안부상 철거 요구하러 이달 말 방독' 기사에서 이우연 연구위원, 주옥순 대한민국엄마부대 대표, 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장 등이 속한 위안부사기청산연대가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고자 출국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웹사이트 갈무리

 

이대근 교수가 수상자로 발표되기 전날인 14, 극우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이우연 연구위원을 비롯한 일단의 한국인들을 호평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 맞서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맞불시위를 벌이는 위안부사기청산연대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위한 해외 응원전에 나선다는 이유에서였다.

 

14일 자 <산케이신문>'한국 시민단체, 독일 위안부상 철거 요구하러 이달 말 방독' 기사에서 이우연 연구위원, 주옥순 대한민국엄마부대 대표, 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장 등이 속한 위안부사기청산연대가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고자 출국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기시다 총리의 '원군'으로 표현했다.

 

지난 428일 기시다 총리는 도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위안부상이 계속 설치돼 있는 것은 유감"이라며 "일본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는 소녀상 철거를 위한 숄츠 총리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내 언론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 소식을 보도한 511일 자 <산케이신문>"숄츠 총리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숄츠 정권이 대일관계를 중시하지만, 소녀상은 미테구청이 관할하고 있어 독일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테구청의 관할 사항이라서 숄츠 총리가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14일 자 <산케이신문>은 이우연·주옥순·김병헌 등이 독일에 가는 목적이 바로 그 미테구청 등을 방문하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일행은 금월 25일부터 6일 동안 베를린을 방문해 위안부상이 세워진 이 시의 미테구 당국자나 베를린 시의회에 성명문이나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들이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재독교포 단체인 코리아협의회와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은 미테구의 태도가 숄츠 내각의 입장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미테구에 가서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다고 하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4월에 도쿄에서 있었던 일독 수뇌회담에서 위안부상의 철거를 독일 측에 요청했던 기시다 총리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원군이 나타난 형국"이라고 <산케이신문>이 평가한 이유다.

 

위안부 문제 제기를 '원흉'으로 표현하는 이들

위안부사기청산연대는 '위안부 강제연행은 거짓이며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수요시위 현장에 출현해 확성기 소음을 일으키며 "위안부 성노예설 거짓이다", "위안부도 소녀상도 모두 거짓말" 같은 구호를 내걸곤 한다. "조선인 위안부의 사기, 일본인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플래카드가 등장하는 일본 혐한집회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위안부사기청산연대는 14일 자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도 위안부는 사기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독일에 가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위안부 문제의 사기가 세계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한, 정상적 국제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인들의 위안부 문제 제기를 '원흉'으로까지 표현했다. 한일관계뿐 아니라 더 큰 범주의 국제관계가 이 때문에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케이신문>은 이렇게 전했다.

 

"이 단체 간부들은 '이러한 사기는 일한관계뿐 아니라 국제관계까지도 악화시키는 원흉이 되고 있다. 사기를 바로잡지 않고는 정상적 국제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 위안부 문제의 사기를 퍼트리는 것은 그 어떤 이익도 낼 수 없으며 대립과 증오를 선동할 뿐이라는 것을 한국 연구자로서 독일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철거를 강하게 요구해 나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이 활동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지난 51일 김양주 할머니가 세상을 떠남에 따라 생존 위안부는 열한 분으로 줄어들었다. 피해자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과 고령의 나이를 감안해서라도 식민지배 문제는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극우세력은 한국인을 부추겨 식민지배가 한국에 도움이 됐으며 위안부·강제징용 문제는 거짓이라는 주장을 퍼트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한국인이 동조하면서 문제 해결이 더욱 지연되고 있다. 식민지배 문제를 청산하고 한일관계를 바로잡는 길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김종성/ 오마이뉴스

 

법인세율 인하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법인세 인하가 효과적? 무지 드러낸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성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지금까지 나온 정보를 종합해 평가해 본다면 대체로 신자유주의 정책의 아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감세정책을 마치 만능의 약처럼 선전하는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듭니다. 감세정책이야 말로 우리가 보아 왔던 신자유주의자들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그들의 믿음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들이 재정학 전공자인 나도 모르는 어떤 이론적 근거를 갖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아니면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의 획기적 증가를 가져온 어떤 구체적 사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한 마디로 말해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의 획기적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합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허구

내가 쓴 <재정학> 책은 648페이지에서 652페이지에 걸쳐 조세가 기업의 투자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론적 연구 결과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이론적 연구의 결과를 보면 조세가 투자행위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작다는 결론을 내고 있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법인세율의 인하가 투자의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투자세액공제제도라든가 가속상각제도 같은 적극적인 투자유인의 제공도 이렇다 할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대부분입니다.

 

시카고대학의 굴즈비(A. Goolsbee) 교수는 법인세상의 투자유인 제공이 투자촉진 효과는 별로 내지 못하면서 (세수 감소 같은)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 정책이라는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조세가 기업의 투자행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조세 이외의 다른 요인들이 투자행위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투자의 결정과정에서 조세 이외의 많은 요인들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단지 투자행위에 제공되는 조세상의 특혜만을 보고 투자를 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말입니다.

 

조세가 투자행위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는 이론적 측면에서의 평가는 거의 컨센서스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적 감세정책을 실제로 실험해 본 결과 역시 투자 촉진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내가 쓴 <미국의 신자유주의 실험>이란 책의 제5장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신자유주의자들이 즐겨 부르짖던 '감세정책의 기적'은 완전한 허구였음을 밝히는 여러 연구 결과들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감세정책의 실패 사례를 찾아보자면, 2008MB정부가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일을 들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은 감세정책의 결과 투자가 획기적으로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는 이제껏 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그 감세정책이 우리 경제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느껴보신 적이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 대한 무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발언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감세론자의 주장 중 더욱 황당한 것은 법인세율 인하가 인플레이션 억제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겁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경제단체들이 법인세율을 낮춰주면 기업 비용이 절감되어 생산과 공급이 늘어나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신문 보도를 보니 전직 기재부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그와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고 하고요.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제학 교과서를 바꿔 써야 할 정도로 획기적인 상황의 변화가 생긴 셈입니다. 전통적인 케인즈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감세정책은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반면에 물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효과도 냅니다. 어떤 정책을 통해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물가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정책은 현실에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감세정책은 물론 그들 중 하나가 결코 아니고요.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 비용의 절감을 가져와 생산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경제학에 대한 무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좋은 예입니다. 법인세는 수입에서 비용을 빼서 계산되는 이윤에 부과되는 세금으로서 비용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법인세율 인하가 비용 절감을 가져온다는 주장은 이와 같은 법인세의 성격을 전혀 모르는 무지에서 나오는 허황된 주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법인세 감면이 생산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 역시 경제학의 기본을 모르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그림이준구

 

위 그림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이 그림은 기업의 상품 생산량과 이윤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개의 곡선 중 검은색으로 표시한 위쪽의 곡선은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는 경우의 생산량과 이윤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이윤이 가장 커지는 생산수준 Q*를 선택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30%의 법인세가 부과된다면 생산량과 이윤 사이의 관계는 아래쪽 붉은색으로 표시한 곡선으로 바뀝니다. 이 두 곡선의 높이를 비교해 보면 아래쪽 곡선이 위쪽 곡선의 70% 수준에 있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30%의 법인세를 내고난 나머지 세후 순이윤은 원래의 70% 수준일 테니까요.

 

단지 높이만 70% 수준으로 줄어들 뿐 곡선의 모양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랍니다. 그림을 보면 30%의 법인세가 부과된 후 이윤이 극대화되는 생산량은 여전히 Q*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윤에 법인세가 부과된다고 해서 기업이 생산량을 변화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다라는 말입니다.

 

만약 법인세율을 20%로 인하한다면 세후 이윤을 나타내는 곡선은 10%의 폭만큼 위로 이동해 붉은색 점선으로 표시된 곡선이 될 뿐, 곡선의 모양은 그대로 유지될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이윤이 극대화되는 생산량은 여전히 Q*로서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요.

 

결론적으로 말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선택하는 상품 생산량은 법인세가 부과되든 부과되지 않든, 또한 법인세율이 높든 낮든 간에 언제나 일정한 수준에서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인세율을 낮추면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아무런 이론적 근거를 갖지 못하는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감세론자들이 과연 어떤 근거에서 법인세율 인하가 생산 증가를 가져와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우리 사회에 판치는 허황된 주장들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아무 이론적 근거도 없는 허황된 주장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소위 경제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그런 주장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정책이 이런 허황된 주장에 흔들린다면 그 귀결은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내가 알기로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기재부 관리들은 행시 출신이 많고, 행시에서 재정학은 필수과목 중 하나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지적한 것들은 모두 재정학 교과서에 나올 정도의 기본상식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그들이 배운 재정학 이론과 어긋나는 감세론자의 주장에 대해 그들이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자못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오마이뉴스

 

조선' 연속 꼴찌... 국제 리포트에 담긴 한국 언론 수준

한국 46개국 중 40...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각국 뉴스 신뢰도 조사 결과에 담긴 의미

615,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각국의 뉴스 신뢰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Digital News Report 2022)>를 발간했습니다. 영어로 된 164페이지 보고서인데, 한국 관련 내용은 이 조사에 참여한 최진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같은 날 펴낸 <미디어 이슈>에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이 리포트가 관심을 끄는 것은 매년 세계 각국의 언론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과 함께 각국의 뉴스 신뢰도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2016년부터 조사 대상에 포함되었는데 리포트 내용을 한국 언론과 관련된 내용 위주로 요약을 해 보겠습니다.

 

1.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했는데 한국은 30%46개국 가운데 40위입니다.1위 핀란드에 비해서는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한국언론진흥재단

 

결론부터 보자면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보다 2%p 낮아진 30%, 조사대상 46개국 중 40위입니다. 46개국 평균은 42%,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핀란드(69%)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은 1등에 비해서 절반 이하, 평균에 비해서도 12%p나 낮습니다.

 

그나마 올해 성적은 괜찮은 편입니다. 한국이 조사 대상에 처음 포함된 2016년에는 신뢰도가 22%로 조사대상 26개 국가 중 25위였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다가 2021년에 46개국 중 38위를 하면서 겨우 꼴찌를 벗어났습니다. 당시 그 사실을 보도한 <미디어 오늘>의 기사 제목이 "한국 뉴스 신뢰도, 드디어 '꼴찌' 벗어났다"입니다.

 

2. 선택적 뉴스 회피 현상

전 세계적으로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이용자의 비율이 지난 5년간 늘어난 것도 눈여겨 봐야할 현상입니다. 조사대상의 69%가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뉴스를 회피하는 이유로 "정치/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를 꼽았는데, 한국은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한국언론진흥재단

 

그 이유로 "정치/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43%로 가장 높았습니다. "뉴스가 내 기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가 두번째, "뉴스를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가 세번째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이유가 달랐습니다.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42%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3. 언론의 정치적·상업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

정치적·상업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에 대한 조사 결과. 둘 항목 모두 평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한국 언론은 정치에 휘둘리고 돈에 흔들린다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이 "정치적·상업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뉴스 신뢰도가 가장 높은 핀란드는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50%)과 상업적 독립성(48%) 인식 모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평균은 두 항목 모두 26%입니다. 한국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은 19%(31), 상업적 독립성은 18%(36)로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이마저도 5년 전인 2017년에 비해 각각 7%p6%p 상승한 것입니다.

 

4. 한국의 언론 매체별 신뢰도

한국 매체 중 가장 신뢰를 받는 곳은 YTN, 가장 불신을 받는 곳은 TV조선입니다. 조선일보는 불신을 받는 매체 2위입니다.이봉렬

 

보고서는 각 나라별로 주요매체에 대해 신뢰한다와 신뢰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받아 순서를 매겼습니다. 가장 많이 신뢰한다는 응답을 받은 매체는 52%<와이티엔(YTN)>으로 2년 연속 1위입니다. 리스트에 올라 있는 매체 가운데 가장 적은 응답을 받은 매체는 33%<조선일보>입니다.

 

반대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받은 매체로는 41%<TV조선>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 2등은 <조선일보>(40%)입니다. <조선일보>계열의 방송매체와 인쇄매체 둘 다 가장 많은 불신을 사고 있는 상황입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매체신뢰도 도표에서 신뢰하지 않는 매체 순위만 따로 떼내어 표를 만들었습니다. TV조선과 조선일보가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확연히 드러납니다.이봉렬

 

다른 나라의 조사결과를 찾아봐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가 넘는 경우는 많지가 않습니다. 우선 한국이 속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국가 중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세계로 넓혀 보면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나 <데일리 미러>, 미국의 <폭스뉴스> 같은 매체들이 40%를 넘기긴 하지만 이른바 "정론"을 주장하는 그런 매체는 아닙니다.

 

5. 2018년 이후 한국 매체 신뢰도 조사 결과

<조선일보> 계열사 두 곳이 가장 불신받는 매체로 나오고, 그 바로 뒤에 <중앙일보><동아일보>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조사를 한 올해만 특별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18년부터 올해까지 가장 불신받은 매체들은 어디였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2016년과 2017년은 매체별 신뢰도를 보고서에 싣지 않았습니다.)

2018년과 20192년 동안 JTBC가 가장 많은 신뢰를 받았고,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순위 맨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2018년과 2019년 보고서에는 매체별 신뢰도만 실려 있습니다. 리스트에 올라 있는 15개 매체 가운데 15위는 <TV조선>, 14위는 <조선일보>입니다. 2019년에는 14개 매체 가운데 14위가 <조선일보>, 13위가 <TV조선>입니다. <조선일보> 계열사끼리 자리만 바뀌었습니다.

 

2020년부터는 불신하는 매체에 대한 응답도 함께 실렸습니다. 가장 불신하는 매체로는 42%<조선일보>, 그 다음 2위는 41%<TV조선>입니다. 2021년 역시 40%<조선일보>1, <TV조선>38%2위입니다. 올해는 <TV조선><조선일보>를 제치고 다시 1위를 차지했으니 두 매체가 늘 1위와 2위를 놓고 경쟁한 것입니다. (1위라고 좋아할까 봐 다시 말하자면 이건 불신하는 매체 순위입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불신하는 매체도 함께 조사가 됐는데 조선일보가 1, TV조선이 2위입니다. 그 뒤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따르고 있습니다.

이봉렬

 

<조선일보><TV조선>이 서로 불신하는 매체 1,2위를 다투는 동안 <중앙일보><동아일보>는 줄곧 3,4위를 놓고 경쟁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묶여 불리는 메이저 종합일간지 세 개의 신뢰도가 이런 지경이니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세계에서 바닥을 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이용자의 비율이 크게 늘었는데, 한국의 독자들은 세계 평균보다 더 높은 69%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주된 이유는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대상 국가 중 늘 꼴찌 수준인데, 한국의 신뢰할 수 없는 매체로는 <TV조선><조선일보>가 부동의 1,2위이고, <중앙일보><동아일보>3,4위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한국의 뉴스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불신 정도가 높은 <조선일보>와 그 뒤를 늘 따르는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신뢰도만 높이면 금방 평균 수준까지는 갈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조중동" 모두를 독자들이 외면해서 아무런 영향력 없는 매체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겁니다. "조중동" 때문에 매년 이맘때만 되면 다른 언론들까지 싸잡혀 한국의 뉴스신뢰도가 세계 꼴찌라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더 없길 기대하는 겁니다.

 

* 해당 설문조사는 영국 유고브(YouGov)2022111일부터 221일까지 온라인에서 진행했으며, 93432(한국 2,026)이 응답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봉렬(solneum)/ 오마이뉴스

 

 

청년 빚투 부추긴 건 정치인들이다

투자에 대한 '장밋빛 전망' 내놓는 대신 정치인이 해야할 일은 '복지 확충

주식 주식Unsplash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던 20203월 국내 증시가 폭락했다. 코스피 지수가 1400선까지 떨어졌던 증권 시장에는 정부가 막대한 현금을 풀고 0%대 이자를 유지하면서 엄청난 자금이 쏠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불과 10개월만인 20211월에 코스피 지수는 3200선까지 오르는 엄청난 상승세를 이뤄냈다.

 

10개월 사이에 코스피가 2배 이상 오르면자 주식시장에는 2030 청년들이 대거 유입됐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주식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이자가 0%대를 유지하면서 은행에 적금을 들어봐야 제자리인 반면 주식 시장에는 넣기만 하면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통장에 넣어둔 내 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나만 손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2030 청년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과 빚내서 투자한다는 '빚투'도 이때 생긴 단어다. 오죽 이자가 낮았으면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었을까. 청년들은 주식시장을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마지막 열차'라고 불렀다. 코로나 시기의 가장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던 신풍제약은 20203월만 해도 6500원대였다. 그랬던 주가는 불과 6개월 만에 장중 21만여 원(921)까지 올랐다. 무려 32배가 오른 것이다.

 

이미 월급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코로나 시기에 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걸 목격하면서 떠오르는 주식시장은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실제 돈을 많이 번 청년들도 늘어났다. 경제적으로 자립해 조기에 은퇴를 하는 '파이어족'이 나타났고, 코인으로 억대의 자산을 불린 청년들의 인터뷰가 언론을 도배했다.

 

잘 나가던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급변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 글로벌 공급망 쇼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급기야 17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장중 240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높은 물가상승률에 은행이 금리를 대폭 인상하자 빚투했던 청년들의 곡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만 30세 미만 투자자들의 신용융자거래 신규취급액은 2019년 말 45241억에서 2021년 말 123060억 원으로 2.7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세대 가운데 60대 이상 다음으로 높은 증가 폭이었다. 또 최근에는 코인과 주식 투자 빚으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20대가 늘어나면서 서울회생법원에는 코인 관련 처리 기준을 만드는 태스크포스가 꾸려지기도 했다.

 

누구는 투자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니 청년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의 책임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성정치인도 책임에서 전적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도 없다. 청년들의 투자를 부추긴 건 기성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누가 빚투를 부추겼나

주식 예능 "개미는 뚠뚠"에 출연한 줄리안이성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가 좋지 않은데도 주식시장은 비정상적으로 호황을 맞아 조만간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경고를 계속해서 보내왔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대선 후보 시절 경제 전문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코스피 5천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도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 양도세 전면 폐지를 공약하며 동학개미들을 향한 표심 구애에 나섰다. 그리고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라 종목당 1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주식보유자를 제외하고는 양도소득세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도소득세 폐지가 주식시장 활성화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전문가들도 되려 활성화보단 부자 세수 감소에 효과가 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양도소득세 폐지로 세수가 기존보다 50%까지 감소될 것이란 분석을 발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작년 6'JTBC 인사이트'에 출연해 본인이 코인을 통해 수억의 자산을 벌었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남겼다.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진 않았으나 선거 몇 번 치를 수 있을 정도 벌었다고 말해 수억 원가량 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인으로 수억을 벌었다며 자랑한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은 청년들이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자산을 잃은 테라-루나 사태에 대해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식이다.

 

코인 시장의 불안함이 제기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피해가 발생하자 이제야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겉치레뿐이다. 이처럼 청년들의 빚투 피해 뒤에는 무책임하게 장밋빛 주식시장 전망을 발표한 대통령 후보들과 큰돈을 벌었다며 공공연하게 자랑한 여당 대표의 책임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이했던 2020~2021년 북유럽 청년들은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한때 화제가 됐었던 주식 예능 '개미는 뚠뚠'에 출연한 벨기에 청년 줄리안은 "유럽은 워낙 복지가 잘 되어 있다 보니 굳이 주식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서 그 배경을 설명했다. 주식 유튜버 슈카도 "주식투자의 목적은 내집마련 또는 노후대비인데 유럽처럼 복지가 좋으면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청년들의 빚투 피해는 무분별한 투자에 따른 개인 책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뒤엔 주식투자를 부추긴 정치인과 살기 팍팍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놓여있다.

l이성윤(lvuplands)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오마이뉴스

 

금수저들 거금 들여 스펙·유학 왜? ‘한국의 엘리트되려고!

엘리트로 가는 그들만의 리그

글로벌 엘리트, 욕망의 기원

출세 사다리 된 외국 학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한 도서관. 학기 중에는 공부에 열을 올리는 학생들로 북적거리지만 방학이 시작된 지난 3(현지시각)에는 한적했다. 한 학부모는 여름방학에 미국의 학생들은 (대학 입시에 필요한) 교외활동을 채우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쿠퍼티노/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글로벌 스펙 산업의 공급망을 따라 미국 새너제이와 한국 강남, 케냐와 파키스탄을 돌아 왔다. 값은 부르는 대로인 미국 대학 입시 컨설팅, 수업료만 연간 4500만원(채드윅 고등학교 과정 기준)에 이르는 한국의 국제학교, 저소득 국가의 지식인을 동원한 논문 대필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스펙 공급망 곳곳 막대한 부모의 돈이 오갔다. 산업은 불법과 합법 사이에 위태롭게 자리잡았고 학문의 원칙은 허물어졌다.

 

불편한 여정의 끝자락,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이 기괴한 산업을 낳은 수요의 정체다. ‘대체 무엇이 스펙 산업을 낳고 키웠는가.’ 욕망, 선망 혹은 좌절이 향하는 대상은 궁극적으로 미국 대학 학위로 인증되는 글로벌 엘리트. 2022년 한국 사회에서 글로벌 엘리트가 품은 의미를 전문가들의 설명과 통계, 그동안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짚어본다.

 

욕망의 대상: 한국의 엘리트 코스

외국 대학 학위는 세계의 인재증명일 뿐 아니라 한국의 엘리트가 되는 코스로 자리잡았다. 대기업 관리자들의 학력은 그 단면이다. <한겨레>202112월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을 살펴보니, 사내이사 86명 중 33(38.4%)이 해외 대학 졸업장(학사·석사·박사 포함)을 최종 학력으로 보유했다. 이 비중은 200119.7%(132명 중 26), 201133%(88명 중 29)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 고위공직자도 다르지 않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16일 기준 윤석열 정부 장관(후보자) 17명 가운데 10(58.8%)이 외국 석·박사 출신이며, 성인인 자녀 31명 가운데 12(38.7%)이 해외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보도했다.

 

해외 학위가 한국 엘리트의 조건이 된 배경에는 30년 남짓 한국 기업과 교육 정책이 쌓아온 글로벌 엘리트에 대한 추앙이 있다. 19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대국민 신년사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제 경쟁의 주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삼성은 역사는 1등만을 기억합니다. 세계 일류라는 구호를 담은 방송 광고를 시작했다. 물꼬가 터지자 흐름은 거세졌다. ‘지식기반 사회’(국민의 정부), ‘G20 세대’(이명박 정부), ‘창조경제와 창조 계급’(박근혜 정부) 등의 수사를 거치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엘리트는 한국 사회를 이끄는 주인공의 자리를 꿰찼다.

 

미국 기술기업 등 일정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초국적인 학위는 한국 안에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만들어진 스펙을 통해 얻은 미국 학위 또한, 결국 대부분 국내용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한국 특유의 시험 능력주의는 학벌과 입사 등 몇 차례 시험 통과로 견고하게 평생의 지위를 보장한다. 학위를 통해 글로벌 인재로 인증받으면 크고 안정적인 지대를 얻기 유리한 사회다.

 

글로벌 인재가 한국 기업의 세계화 과정에서 담당한 역할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글로벌 인재 담론을 분석한 논문 무한경쟁 시대의 글로벌 인재 되기: 글로벌 인재 담론에 대한 비판적 담론 분석’(홍성현·류웅재, 2013)글로벌 인재 담론이 표상하는 장밋빛 미래는 결국 사회의 극히 일부 구성원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세계화 시대의 노동 불안정성, 저임금 문제가 글로벌 엘리트라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소수 개인에 대한 열망으로 감춰진다는 해석이다.

 

선망의 대상: 상위 1%의 능력자

주인공의 자리에서 글로벌 엘리트는 점점 더 많은 자원을 끌어모은다.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WID)를 보면, 1990년 미국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14.7%였는데 202119.1%까지 늘어났다. 한국의 경우 19909.4%였던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202114.7%에 이른다.

 

소득의 편중은 불로소득인 자산과 달리 비판보다 선망의 대상이 된다. 대니얼 마코비츠 예일대 교수는 책 <엘리트 세습>에서 상위 1%의 경제적 독점이 자산뿐만 아니라 폼 나는 직업을 통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최상위 1% 소득 집단의 직업을 분석한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미국 공통으로 경영·관리자가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고, 과학·공학자 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경우 금융인이나 변호사, 한국의 경우 의사가 최상위 1% 집단에 상당히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군이다.

 

한국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수의 차이가 클수록 좋다는 입장이 66%에 이를 정도로 엘리트 계층에게 너그럽다.(한국리서치, 2018, ‘한국 사회 공정성 인식 조사’) 물론 능력이 학력과 직업 등으로 인증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있다. 부를 지닌 상류층이라 할지라도 교육과 학위를 통해 사회가 인정하는 지대를 물려주는 일은, 엘리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절박하다.

 

좌절의 대상: 그들만의 리그

세계화와 함께 주인공의 자리에 놓였고, 능력주의와 함께 정당성을 인정받은 한국의 글로벌 엘리트는 다만 점차 개방성을 잃어가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소득을 분석한 최근의 연구들은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세대 간 소득 이동성(부모와 자녀의 소득 계층이 달라질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소득 상위 10%에서만큼은 부모와 자녀 소득이 눈에 띄게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는다.(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득 불평등 심화의 원인과 정책적 대응 효과 연구 2’, 2019) 상위 10% 엘리트와 그 언저리의 세계에서만큼은 부모의 계층이 곧 자녀의 계층으로 공고하게 이어진다는 의미다.

 

글로벌 스펙 산업의 여정에서 반복된 허탈함도 결국 이 모두가 상류층 부모와 자녀 그들만의 리그였다는 데 있다. 편법과 불법을 부추기는 입시 컨설팅은 수천만~1억원 넘는 돈을 요구하고 천문학적인 뒷돈이 오간 입시 범죄로 미국은 몸살을 앓기도 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뛰어들려면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

 

경제적·정치적·문화적 독점을 통해 갈수록 중요해지는 글로벌 엘리트의 자리, 그에 닿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부모의 자원은 그럴 수 없는 절대다수의 좌절로 이어진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과)교육 문제에 있어 모두는 평균이 아니라 최고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상층부를 점한 엘리트의 사회적 목소리와 영향력이 크다. 극소수인 그들을 바라보며 모두가 선망하고 동시에 좌절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리그가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방준호 정환봉 기자 whorun@hani.co.kr

 

교포 학생들 누가 치팅으로 대학 갔는지 저희가 더 많이 알지만

한동훈 장관 딸, 조카와 함께 활동한 학생 학부모들

미국 취재 9일 동안 접촉했지만 끝내 인터뷰 거절

학생들의 담담한 체념, 그 책임은 모두의 몫 아닐까

실리콘밸리에 있는 새너제이의 상위 20% 평균 가구소득은 36만달러(45천만원)가 넘는다. 아이티(IT) 기술에 능한 아시아계 엔지니어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넉넉한 벌이와 경쟁에 익숙한 부모 세대 문화는 종종 자녀들에게 과정을 중요하게 여길 여유를 주지 않았다. 협력과 소통은 빠른 성과의 걸림돌로 인식됐다.

 

각자도생을 위해선 정보와 조력이 필요하다. 한 학부모는 입시 컨설턴트들도 그간 명문대에 몇 명이나 보냈느냐에 따라 등급이 나뉘어 있다. 에세이 방향과 대회 정보 등 조언만 해주는 데도 최상급 입시 컨설턴트는 1년에 2만달러(250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서로 정보를 나누기보단 각자 살아남다 보니 학부모들이 정보에 많이 휘둘린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니 일반론을 취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한 입시 컨설턴트에게 평균 컨설팅 비용을 묻자 평균이라는 게 있나. 개인마다 한도 끝도 없이 차이가 난다. 안 쓰는 학부모는 안 쓰겠지만, 많이 쓰는 사람은 입시를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2년 동안 5만달러(6400만원)도 쓸 수 있다고 답했다.

 

깜깜이취재 현장이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았던 것은 특정 인물의 시시비비에 가려져온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진솔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너제이에서 수학 과외 선생으로 일하는 ㄴ씨는 부당한 방식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늘 존재한다. 그 부모들은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그런 방식으로 입시에 성공한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입시 컨설턴트 ㄷ씨는 에세이를 대신 써주는 행위의 문제점은 불법성만이 아니다. ‘너는 스스로 에세이를 쓸 정도의 능력이 없다는 메시지를 받은 아이가 무슨 자신감을 갖고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입시 제도 자체에 언론 관심이 집중되지만 이 역시 학생들에겐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을 통해 살아가야 할 삶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현명했다. 미국 프리몬트에서 만난 서린(18)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누군가가 그렇게 하더라도 내가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른 사람이 모든 것을 대신 해준 애들이 과연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대학이 끝이 아니다. 더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 간호사가 꿈인 그는 올여름부터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대학의 간호학과에 입학해 장학금을 받고 다닐 예정이다.

 

물론 아이들도 알 만큼 안다. “돈 있는 친구들은 (미국 대학입학시험인) 에스에이티(SAT)부터 더 공들일 수 있잖아요. 누구는 치팅’(부정행위)으로 대학 갔다더라는 이야기, 어른들보다 저희가 더 많이 알아요. 억울하긴 해요.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항상 있으니까요.” 말끝을 흐리는 어린 목소리에는 세상은 원래 그렇다는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사회적 소란이 언젠가 가라앉는다 해도 기억은 남는다. 그 기억이 쌓여 체념이 되는 것은 비단 진씨뿐만의 책임이 아닐 것이다./새너제이/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포토샵으로 특기생 만들고, SAT 대리시험상상 넘는 입시비리

미 최악의 입시스캔들 바시티 블루스

미 입시브로커 윌리엄 릭 싱어, 학부모 30여명한테 320억 챙겨

대학 스포츠 감독 등 매수해 상류층 자녀를 체육 특기생 꾸며

미국의 학벌 욕망 실체 드러낸 바시티 블루스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배우 펄리시티 허프먼(앞줄 왼쪽 둘째)20199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대학 입학 스캔들과 관련해, 남편인 배우 윌리엄 메 이시와 함께 연방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허프먼은 3만달러 벌금과 14일의 구금, 25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보스턴/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