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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5.23~

by 이성근 2022. 5. 24.

 

윤석열 정부 인사 코드’ 6가지114명 이력 심층분석

열쇳말은 검찰, 모피아, MB, 서울대, 지인, 남성

검찰, 모피아(재정·금융 관료+마피아), MB(이명박 정부 출신), 서울대, 지인(가까운 사람), 남성.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코드를 보여주는 열쇳말 여섯 가지다. 윤 대통령은 2022519일까지 장차관급 이상 64명과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50명 등 모두 114명을 주요 인사로 임명 또는 후보자로 지명했다. <한겨레21>은 이들의 나이, 학력, 성별, 출생 지역, 과거 핵심 이력 등을 분석했다. 윤 대통령의 첫 인선에 내포된 의미를 제대로 분석하려, 낙마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도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윤 대통령은 인선 기준은 다른 거 없이 국가와 전체 국민을 위해서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서 이끌어주실 분인가에 기준을 뒀다”(410일 장관 후보자 8명 발표 때)고 말했지만, 새 정부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인사안에 현미경을 들이대보니 기준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서울대를 나온 고시 출신 검사와 기획재정부 공무원, 즉 검찰과 모피아의 약진이다. 사법·행정고시 등 성적순으로 줄 세운 이른바 엘리트들이 어느 때보다 권력의 핵심을 장악했다.

 

114명 가운데는 이명박 또는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가 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 법대 출신(12)과 교수·학자 그룹(11), 국민의힘 전·현직 국회의원(10), 검찰 출신(8)도 많은 몫을 차지했다. 여섯 열쇳말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정리해봤다.

 

검찰: 견제 없는 예스맨

검찰 출신 인사들의 요직 등용은 과거 정부와 확연히 다른 인사 포인트다. 이전에도 교수·학자 그룹이나 전·현직 의원을 발탁하는 일이 많았지만, 검찰 출신 인사를 대통령실과 내각의 주요 자리에 이렇게 많이 배치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자리에만 검찰 출신이 5명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개편하면서 과거 청와대 인사수석을 대체하는 인사기획관 자리를 만들었다. 그 자리에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을 앉혔다. 정부 전 부처와 공기업 인사를 담당하는 요직이다. 인사비서관에는 이원모 전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시원 전 검사, 법률비서관에는 주진우 전 검사를 임명했다.

특히 대통령실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으로 검찰 출신인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과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을 발탁한 것이 눈에 띈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부속실장은 대통령의 일정뿐만 아니라 보고까지 챙긴다.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던 자리다. 검찰 출신 인사가 대통령실 핵심 곳곳에 포진한 셈이다. 옛 청와대에선 유례없던 일이다.

역대 정부도 청와대에 측근을 배치했지만 견제 시스템을 함께 깔아놓았다. 가장 핵심인 인사와 총무를 그냥 검찰 직계 라인으로 깐 것은 당장은 윤 대통령이 편할지 몰라도 자기 말만 잘 듣는 예스맨을 주변에 둔 것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519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총무비서관에 최측근을 임명하던 관례를 깨고 일면식도 없던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예산심의관을 임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내각에도 검찰 출신인 가까운 이들을 전면 배치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신의 징계 소송 변호인이던 이완규 법제처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한동훈 장관은 취임 하루 만인 518일 단행한 검사 고위직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검찰 주요 보직에 배치하면서 대통령실과 검찰 모두 검사동일체’(검찰총장을 정점으로 검사들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의 확대판으로 만들었다

(기사 참조: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2031.html).

 

모피아: 10년 전 정책 이야기 반복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들도 약진했다. 새 정부를 가장 앞에서 이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최상목 경제수석 등은 모두 경제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 기수를 바탕으로 선후배 관계로 끈끈하게 묶이는 이들이 다시 경제권력의 중심이 됐다. 재정·금융 관료가 마피아처럼 일종의 그룹을 형성하면서 퇴직 이후에도 로펌, 대기업, 금융회사로 옮겨가 정부 관료들과 유착관계를 이어가던 흐름이 윤석열 정부에서 되살아난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부 초반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등 개혁적인 학자 그룹을 주요 인사로 발탁해 소득주도성장 등의 개혁 의제를 추진했다. 이들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놓고 경제관료와 격렬한 파열음을 내면서, 정부 초반 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모피아가 득세했던 과거 정부들과는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외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적인 개혁 의제가 보이지 않는 까닭을 이같은 관료 중심 인사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은 관료라는 게 뭘 바꾸는 사람들이 아니다. 인수위에서 나온 이야기를 보면 10년 전에 했던 정책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는 과거 공무원이 주도했던 개발경제 시대를 지난 지 오래다. <한겨레21>20178문재인 정부 취임 100을 맞아 장차관급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168명을 분석했던 결과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는 교수·학자 출신이 14%(23)였으나 윤석열 정부는 9.6%(11)에 그친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경제 관련한 인사는 대외 경제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안전 운행할 사람을 찾은 것이라며 역동적 혁신성장이라는 정책 방향을 세웠고 공무원들이 (그걸) 못할 게 없다고 밝혔다.

 

MB: 백 투 더 MB

윤석열 대통령 인사에 나타난 또 하나의 코드는 이명박(MB) 정부의 그림자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명박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실세로 불렸던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20127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비밀리에 추진한 게 문제가 돼 물러난 지 10년 만에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돌아왔다.

 

내각의 장·차관급 인사도 이명박 대통령 때의 청와대 근무 경험이 연결고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모두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다. 차관급도 방기선 기재부 1차관, 최상대 기재부 2차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장영진 산업통산자원부 1차관, 박일준 산업통산자원부 2차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 김창기 국세청장 등 8명이 모두 MB 정부 시절 청와대를 거쳤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차관 인사를 보면 윤한홍 의원이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에 있을 때 행정관으로 일했던 사람이 많다핵심 자리는 검찰 출신이 챙겼지만 검찰이 잘 모르는 자리는 이명박(MB) 라인의 옛날 친분을 따라갔다고 짚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윤한홍, 장제원, 서일준 의원 등은 모두 정치권에서 ‘MB 라인으로 꼽힌다

서울대와 지인: 능력이라는 학력 서열화

사법시험을 본 검찰, 행정고시를 본 경제관료가 대통령실과 정부에 대거 입성하다보니, 서울대 출신 비중도 늘어났다. <한겨레21>이 문재인 정부 장차관급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168명을 분석한 결과와 견줘보면, 서울대 출신 주요 인사는 42%에서 47%(윤석열 정부 114명 분석)로 조금 늘었다.

 

윤석열의 사람들이 졸업한 대학은 서울대(47%)에 이어 고려대(11%), 연세대(9%) 순이었고, 이른바 스카이’(SKY)인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을 합한 비중은 문재인 정부 때의 59%에서 67%로 늘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능력이 사실상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학력 서열화를 뜻함을 보여주는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문재인 정부 때보다 호남 출신 인사가 크게 줄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27%였던 호남 출신이 이번 인사에서는 8.8%로 감소했다. 반면 영남 출신은 27%에서 36%, 수도권 출신은 21%에서 29%로 늘었다.

 

남성: ‘국민의힘도 당황한 무배려 인사

윤석열 대통령의 첫 인사에서 여성은 9%에 불과했다(21쪽 기사 참조). 연령별로 보면 30대는 아예 없고 40대는 3%에 그쳤다. 평균나이는 57살이었다. 윤 대통령은 학연 중심 친분이 있는 남성들을 등용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 대광초등학교 4회 졸업생으로 ‘50년 지기. ‘아빠 찬스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윤 대통령과 ‘40년 지기라고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인사에 여성청년은 없고 아는 사람만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사부터 국회 시정연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인사 철학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여론조사(510~12일 전국 성인 1천 명 조사)513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부정적 평가가 37%였다. 이들은 평가를 부정적으로 한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30%)인사 문제’(17%) 등을 꼽았다(자유응답).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옛날에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등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부 초기에는 여성이나 지역 등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는 아예 다른 것 같다윤 대통령이 광주에 내려가 ‘5·18 정신은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고 했으면 호남 인사를 발탁하는 등 인사에 반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 완전히 돌변해 선거운동을 도왔던 국민의힘 쪽 사람들을 쓰지 않겠다고 하면서 국민의힘 쪽이 많이 당황했다고 들었다. 관료 중심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능력이 월등히 차이가 나는데 지역이나 성별 균형을 맞춘다면 공정하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능력이 객관적인 점수로 확인되는 건 아니지 않냐. 능력이 비슷하다면 지역과 성별을 고려해 편중되지 않게 하면서 국민 통합을 꾀하는 게 정치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조국의 기자 고소판사는 표현의 자유무죄판결

펜앤드마이크 조국 추정 ID, 누드사진 업로드

기자 고소한 조국 확인 없이 허위사실 명예훼손

재판부 사실적시로 볼 수 없어공공 이익 인정

공인에 의혹 제기 등 폭넓은 표현의 자유 인정

 

하나하나 따박따박 대처할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2020821일 보수성향의 온라인 매체 펜앤드마이크기자를 고소하고서 페이스북에 남긴 다짐이다. 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가 7개월 전인 20201조국 추정 ID 과거 게시물, 인터넷서 시끌모델 바바라 팔빈 상반신 누드 사진 등 업로드라는 제목으로 올린 기사는 허위 사실이고, 이로 인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었다.

 

보도 내용은 친()조국·민주당 성향 커뮤니티 클리앙‘MmYy’라는 아이디로 남성 잡지 맥심’(MAXIM)의 표지 사진인 모델 바바라 팔빈의 상반신 누드 사진 등이 업로드 됐는데, 해당 아이디는 조 전 장관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펜앤드마이크가 처음으로 보도한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상에선 이미 누드 사진을 업로드한 아이디가 조 전 장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시물과 기사가 화제였다.

펜앤드마이크 기자는 20201조국 추정 ID 과거 게시물, 인터넷서 시끌모델 바바라 팔빈 상반신 누드 사진 등 업로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다가 피소됐다. 사진=펜앤드마이크 화면 갈무리.

 

문제가 된 펜앤드마이크 기사는 이른바 조 전 장관으로 추정된다는 아이디(MmYy) 소유자의 과거 게시물에 대한 온라인 반응을 전한 것으로 해당 아이디로 게시된 과거 게시물(맥심 표지 사진 업로드 등)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라는 점 게시물이 업로드될 당시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는 점 해당 아이디 소유자가 조 전 장관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구성됐다.

 

조 전 장관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클리앙 사이트에 어떤 ID로건 가입한 적 없음 바바라 팔빈 누드 사진을 올린 적 없음 박 기자는 내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 적 없음 등을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201220일엔 내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며 반라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다는 허위기사를 보도한 펜앤드마이크 박순종 기자에 대해 불구속 기소가 이뤄졌다는 통지를 검찰로부터 받았다. ‘기자증을 갖고 있다고 해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없이 허위사실을 쓸 권리를 갖지는 않는다. ‘언론의 자유에 그런 권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 결과 무죄표현의 자유 인정

재판 결과는 어땠을까. 1·2심 모두 형사 재판에 넘겨진 박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상고를 포기해 재판은 무죄 확정됐다. 시작은 조 전 장관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한 사건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 재판의 결론은 폭 넓은 표현의 자유 인정이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3형사부(박연욱·박원철·이희준)는 지난달 7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박순종)에게 피해자(조국)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 무죄라는 원심을 유지한 것.

 

쟁점은 사실의 적시였다. 검사는 이 기사는 소문이나 제3자 말 등을 인용하는 형태지만 그 표현 전체 취지를 보면, 그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의 적시가 있는 것이다. 암시된 사실 자체가 허위라면 그에 관한 소문 등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진실이래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이 사실관계 조사나 확인을 하지 않은 채 기사를 게재하고 모델 상반신 누드 사진을 강조한 점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비방의 목적도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기사 내용은 조 전 장관으로 추정되는 아이디 소유자가 누드사진 등을 게시했다는 것이지만, 조 전 장관이 누드사진을 게시했다는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죄 구성 요건인 ‘(허위)사실의 적시가 쟁점이었던 것.

201996일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운동가의 박근혜 마약발언 사건 재조명

1·2심 모두 이번 사건을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가 박근혜 마약발언으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받은 인권운동가 박래군씨 사건 대법원 판례를 준용해 눈길을 끈다.

 

박래군씨는 20156월 기자회견 중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행적에 관해 박 대통령이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지난해 3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지난해 6월 서울고법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 비판과 의혹 제기를 감수해야 하고 그런 비판과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하며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따라서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대한 경우와 달리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적 인물에 대한 의혹 제기는 감수해야 할 것으로 판단,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판결이다. ‘조국 명예훼손 사건재판부도 피고인이 간접적이고 우회적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암시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의 어의, 시기와 상황, 전체적인 취지, 수신자 입장 등을 종합해 피고인이 소문또는 3자의 말이나 보도를 인용하는 형식을 빙자해 허위사실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암시했음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명예훼손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종 기자가 암시에 의한 사실 적시행위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2020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면서 피해자가 이 사건 아이디 소유자라거나 또는 피해자가 누드 사진을 올렸다는 단정적 표현이나 그 사실이 진실일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 바 없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게시글 제목, 문구, 댓글을 그대로 인용해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사 표현이나 전체적 글의 내용, 공적 인물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 행위에 대해서는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하는 점을 종합해 보면, 이 기사는 이 사건 아이디로 게시된 과거 게시물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라는 데 중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해당 과거 게시물을 피해자가 게시한 것이라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사의 전체적 맥락 피해자(조국)의 사회적 지위에 비춰 기사 내용이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 없이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이 사건 기사를 게시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펜앤드마이크는 항소심 무죄 판결 직후인 지난달 11일 기사에서 공인에 대한 표현과 관련해 암시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평가가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법리가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적극 적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노무현 서거일특수통 검사장들, 반성 없이 수사, 수사, 수사

신임 검사장들 출근길 검찰 수사권 강화

이원석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왼쪽부터),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후곤 신임 서울고검장이 23일 오전 출근하며 보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주요 검찰청 지휘부에 23일 전면 배치된 윤석열 라인등 특수통 검사장들의 취임 일성은 역시 수사였다. 일부 검사장은 무절제한 수사를 경계해야 한다는 전임 검사장 퇴임사를 함정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이날은 검찰의 과잉수사 과정에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과 절제된 수사권 행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앞섰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단행된 고위 검찰 간부 인사에서 주요 기관장으로 승진 임명된 간부들은 이날 한 목소리로 검찰 수사권강화를 내세웠다.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첫 출근길에 취재진이 소감을 묻자 사건마다 성실하게 전력을 다해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는 것만이 국민 신뢰를 얻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한 송경호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강자들이 법 위에 군림하거나 법 뒤에 숨지 못하도록 우리의 사명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석리 서울서부지검장도 누구의 범죄라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수사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를 관할하는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이 취임사를 통해 이제 더는 과잉된 정의’, ‘과소한 정의라는 함정에 빠져 사건의 실체로부터 도피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야권에서 윤석열 라인의 선전포고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임자인 심재철 전 남부지검장이 퇴임사에서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과잉된 정의는 진정한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반박하며 수사 제일주의를 내세운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아무리 취임사라지만 검찰 과잉수사의 대표적 사례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에 저런 말들을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라인을 앞세운 전 정권을 향한 전방위 수사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거칠 것이 없다는 식의 태도라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전방위 수사를 하라고 임명한 검사장 자리이니 이들이 반성과 절제를 말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동훈 인사의 한계를 짚었다.

 

이원석 대검 차장이 임명되면서 각종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검찰 직접 수사 범위가 오는 9월 이후 축소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전에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최대한 성과를 내려할 수 있다. 현재 전국 검찰청에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 검찰 간부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경우 지휘부의 결단과 결심이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불가피한 금리인상, 저소득층과 청년층 직격탄 맞는다

현대경제연구원 "대출 금리인상, 저소득층-자영업자-청년층 취약"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의 대출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청년층이 금리 인상에 가장 큰 직격탄을 맞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대출금리 상승이 가계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며 "최근 시장금리 상승 기조가 강화되면서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은 2021년 한 해에만 10% 내외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1756조 원대로 급증했다. 가계대출의 ''도 매우 나빠졌다. 은행권보다 이자 등 대출조건이 나쁜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늘어났다. 이에 작년 4분기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의 절반에 가까운 48.2%를 비은행권이 차지했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올해 2~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저소득층, 자영업자, 청년층 가구의 재무건전성이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인상기에는 저소득층(가처분 소득 하위 30%)의 재무 건전성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면, 저소득층의 부채상환비율(DSR)40.2%에서 44%로 약 3.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고소득층(가처분 소득 상위 30%)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29%에서 31.4%까지 약 2.4%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가계부채 상황을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1%포인트, 2%포인트 오를 경우,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이자비용과 DSR 변화를 중심으로 가계 재무건전성 변화를 각각 평가했다.

 

종사상지위별 분류에서는 자영업자 가구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가 2%포인트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 가구의 DSR39.6%에서 43%로 오르며 약 3.4%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연간 평균 이자비용은 433만 원에서 643만 원까지 늘어났다. 내야 하는 이자가 약 210만 원 더 늘어난 것이다.

 

이는 다른 종사상지위 대비 큰 폭이었다. 자영업자 가구의 특성상 대출 수요가 상용직 등 타 종사상지위 가구에 비해 높고, 보유 부채규모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39세 이하)DSR 증가 폭이 가장 높았다. 청년층 가구의 DSR35.2%에서 38.1%까지 약 2.9%포인트 상승해 타 연령대 대비 높은 상승 폭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승폭은 청년층 가구가 소득 대비 보유한 부채 규모가 과도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들의 재무 건정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다른 계층보다 더 높다고 의미라고 경고했다.

허환주 기자

 

 

타임지 영향력 100선정 윤석열 대통령 향한 날카로운 평가

외교 정책 경험 거의 없는 전직 검사포퓰리스트 지도자

반페미니스트 무기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가 윤석열 대통령을 ‘2022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중 한 명으로 선정하면서, 윤 대통령을 포퓰리스트라 칭했다.

 

타임은 2004년부터 매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발표해왔다. 올해엔 지도자, 개척자, 예술가, 혁신가, 아이콘, 거장 등 6개 부문에서 100인을 선정했다. 윤 대통령은 지도자 부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23일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이를 알리면서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지도자 부문에 2018년과 2013년에 각각 선정된 바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 배경 설명은 없이 관련 기사가 66~13일자 타임지에 게재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타임이 밝힌 윤 대통령 선정 이유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타임은 먼저 북한의 핵실험 재개설로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 외교 정책 경험이 거의 없는 전직 검사인 윤 대통령이 도전에 나서게 됐다고 썼다.

 

10일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담대한 계획에 대해선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되는 거래라 평가했다. ‘담대한 계획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하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이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군사 동맹국인 미국과 더 긴밀한 협력을 원한다는 것을 두고는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타임은 윤 대통령을 포퓰리스트 지도자’(The populist leader)라 규정하기도 했다. 타임은 이 포퓰리스트 지도자는 경제적, 정치적 분열을 치유할 것을 약속했다면서 “(이런 약속은) 반페미니스트 수사를 무기화해 갈등을 부추긴 선거 운동 이후 필요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2022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THE 100 MOST INFLUENTIAL PEOPLE OF 2022) 중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설명글 일부

 

이는 앞서 100인에 선정된 한국 대통령들에 비해서도 박한 평가다. 타임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전직 대통령 딸이라는 설명과 함께 향후 국제관계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대북 관계에서의 성과를 언급하면서 이 난제를 해결하면 한반도와 아시아, 세계의 미래를 재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타임은 윤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큰 목표를 갖고 있다면 국내에서도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모두가 윤 대통령의 능력을 신뢰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국갤럽의 4월 초 여론조사에서 간발의 차로 당선된 윤 대통령에 대해 국정운영을 잘할 거라고 전망한 응답자가 55%에 그쳤다고 짚은 것이다. 실제 이 응답률은 이명박(84%)·박근혜(78%)·문재인(87%) 전 대통령의 당선 2주차 직무 수행 전망 대비 낮은 수준이다.

 

이번 타임의 평가는 반페미니스트 여론에 기댄, 성평등에 반하는 대통령이라는 국제사회 시선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타임은 100인 선정 이유를 설명하는 글에 한국의 윤석열은 어떻게 반페미니스트 백래시를 이용해 대선에서 이겼나(How South Korea’s Yoon Suk-yeol Capitalized on Anti-Feminist Backlash to Win the Presidency)’라는 제목의 타임 기사를 링크하기도 했다.

위부터 아래로 319'타임', 521'워싱턴포스트' 보도 갈무리

 

당시 기사는 윤석열, 이재명이라는 두 유력 후보가 젊은 남성을 끌어들이기 위해 반페미니스트 수사를 선거운동에 활용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만연한 경제적 불평등, 성장 둔화, 선진국에서 가장 가부장적인 사회 역학의 조합은 성평등을 양극화한 선거 이슈로 바꿨다는 분석이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한국 내각의 남성편중과 대선 기간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거론한 일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성평등을 위한 계획을 물었던 이 기자는 이후 한국 대통령이 성불평등에 대한 압박에 불편함을 드러냈다’(S. Korean president appears uneasy when pressed on gender inequality)는 제목의 기사로 윤 대통령의 성평등 관련 인식을 다뤘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윤석열 정부의 선택... 싱가포르 총리는 왜 격노했을까

한국 노동자들이 더 많이 죽는 결정적 이유

저는 싱가포르의 한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합니다. 반도체 공장이라고 하면 최첨단 시설의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세상의 온갖 가스와 화학제품을 이용하는 위험한 곳입니다.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사건이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어서 이제는 그 위험성도 많이 알려졌고, 또 많은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의 한 반도체 회사 공장 입구에 안전 상황판이 걸려 있습니다. 다양한 사고 사례를 함께 모아 놓고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이봉렬

 

제가 다니는 공장 입구에 안전현황판이 붙어 있습니다. 지난 50일 동안 안전사고가 없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옆에는 예전에 발생한 안전사고 사례가 붙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계단을 내려오다가 미끄러져서 이틀간 병가를 써야 했다는 내용입니다. 화물 손수레에 부딪혀 엉덩이를 다친 사례도 있고, 문에 기대고 있다가 문이 갑자기 열리는 바람에 넘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보이지만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사고 사례로 만들어져서 모든 직원들에게 회람을 돌리고 교육을 합니다. 안전현황판에 부서별 사고 건수로 기록이 되고 회사 전체 무사고 날짜도 0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이렇게 사소한 일들까지 안전사고로 기록이 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사고가 많은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의 큰 사고는 거의 없습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신경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안전교육을 받지 않으면 공장 출입이 안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람이 제 때 들어오지 못해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요한 안전장구를 갖추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사람과 돈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비용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안전보건 프로그램

싱가포르는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2006년부터 "BUS(기업감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중대 재해 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이나 안전사고 관련하여 누적 벌점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작업장 환경개선을 강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대상이 된 회사는 BUS 프로그램 사이트에 이름이 공개가 됩니다. 20225월 현재 27개 기업의 이름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름이 올라가면 관급 공사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민간공사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습니다. 개선 기간 동안 수시로 점검이 이뤄지고 문제가 발생하면 벌금에 작업 중지 명령까지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힘들어집니다. 안전보건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어야 명단에서 이름을 뺄 수 있습니다.

안전관련 다섯 단계의 인증서를 발급하여 각 단계별로 기업에 혜택을 줍니다. 싱가포르 WSH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징벌적 성격의 "BUS 프로그램" 말고 "bizSAFE (비즈세이프) 프로그램"이라는 안전 자격부여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기업의 안전관리 프로그램 참여 정도에 따라 다섯 단계로 인증서를 발행합니다. 기업의 안전담당자가 기본적인 안전 워크숍만 마치면 1단계 인증입니다. 반면에 공인인정기관으로부터 안전과 관련한 인증을 받고 노동부와 안전관리공단의 감사 보고서까지 받았을 때는 5단계 인증인 "비즈세이프 스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즈세이프 인증을 받으면 회사 홈페이지와 홍보물, 명함 등에 비즈세이프 로고를 쓸 수 있습니다. 관급 공사에서 안전 관련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서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안전 관련 증명을 위한 추가 시간 및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BUS 프로그램에 이름이 올라간 회사와 비즈세이프 최상위 인증을 받은 회사 중 어느 회사가 더 경쟁력이 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래서 비용이 들더라도 회사 내 안전을 위해 사람과 돈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의 안전관리체계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자를 명확히 규정하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발주사, 시공사, 하청업체, 노동자 등 관련된 사람 모두의 법적 의무가 명확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받아야 하는 위험성 평가와 작업허가제도 안전하지 않으면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보여줍니다. 시스템과 공무원의 역할을 중시하는 싱가포르답게 근로감독관에게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언제든 안전 관련 조사 및 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되려는 싱가포르

지금까지 소개한 안전 관련 프로그램들은 2005년에 시작된 작업장 안전보건 발전계획인 "WSH 2015"의 여러 추진 항목 중 일부입니다. 2004년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산재 사망 십만인율은 주요 경쟁국에 비해 높은 4.9였는데 이를 10년 안에 절반인 2.5로 줄이겠다는 게 WSH 2015의 핵심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2007년에 이미 3.0 이하로 줄어들면서 2018년까지 1.8로 더 낮추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담아 "WSH 2018"을 다시 내놓았습니다. 그럼 2018년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산업재해 사망자 수 41명으로 목표했던 1.8보다 더 낮은 1.2를 달성했습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내 놓은 것이 WSH 2028입니다. 향후 10년 안에 1.0 이하를 달성하여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OECD 나라 중에 1.0 이하인 나라는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독일 등 네 나라밖에 없습니다. 싱가포르는 새로운 목표마저도 달성할 수 있을까요? 거기에 대한 답을 찾을 만한 일이 얼마 전에 발생했습니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발생한 20명의 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해 "그 수가 너무 많고 용납할 수 없다"고 썼습니다. 리셴룽 총리의 페이스북

 

지난 9,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작업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수가 20명이나 된다면서 이 숫자는 너무 많고 용납할 수 없다고 썼습니다.("This is far too many, and not acceptable") 그러면서 노동부, 직장안전보건위원회 등 관련 단체에 2주 동안 안전을 위한 특별점검을 지시했습니다.

 

글의 말미에 "우리는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든 노동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4개월 동안 발생한 20명의 사망자 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외국인 노동자까지 포함해서 모든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모든 일을 다 하자는 총리가 있는 한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자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WSH 2028 보고서 중 일부입니다. 2004년 산재 사망 십만인율은 4.9였는데 2018년에는 1.2를 기록하여 OECD 국가와 비교하면 7번째로 낮은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WSH 2028 계획서

 

120시간 일하게 하자는 윤석열 정부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아래 표는 2019, 싱가포르가 자국의 3년 평균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OECD 국가와 비교해서 만든 것입니다. 조사대상 37개국 가운데 싱가포르는 7, 한국은 35위입니다. 한국 뒤에 있는 나라는 멕시코와 터키뿐입니다. 1위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10배에 가깝습니다.

 

싱가포르 노동부에서 자국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OECD 국가와 비교하여 순위를 매겼습니다. 싱가포르는 7, 한국은 전체 조사대상 37개국 가운데 35위를 차지했습니다. WSH 2028 계획서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21년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828명으로 이를 십만인율로 변환하면 4.3입니다. 같은 해 싱가포르의 1.1에 비하면 거의 4배 정도입니다. 어떤 숫자를 가져 와도 한국의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일하다 죽는 노동자 수가 더 많은 걸까요?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사업체 특성별 산업재해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보면 주 52시간 이상 일을 하는 사업장이 40시간 미만인 곳보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4배 이상 많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그만큼 산술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작업자의 체력 및 주의력의 저하, 졸음 등의 생리적 현상을 발생시켜 보다 직접적인 산재위험을 불비례적으로 증가시키는 등, 대체로 장시간 노동은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요인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당 노동시간별 산업재해율입니다. 52시간 이상 일을 하는 사업장이 40시간 미만인 곳보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4배 이상 많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인물들은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쉴 수 있어야 한다"(윤석열 대통령)거나, "생산직은 주 52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반발이 있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현장에서는 일률적·경직적 규제로 소득감소 등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안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 주 52시간제도마저도 폐지하고 노동시간을 되레 늘이려는 입장입니다.

 

거기에 더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경영자가 해야 할 각종 안전 확보 의무를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법 개정 요구 건의서를 윤석열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정부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하고, 경영자들은 안전 확보 의무를 면제해 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225일 공개된 유튜브 경제전문채널 삼프로TV ‘[대선 특집] 삼프로가 묻고 윤석열 후보가 답하다' 편에서 주52시간제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삼프로TV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가 올해 사망자 20명이 너무 많다며 대책을 지시하던 지난 9, 공교롭게도 <오마이뉴스>에는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달, 73명의 노동자가 죽었습니다"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노동자의 사망 소식에 정부가 먼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는 싱가포르,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도록 해 달라는 노동단체와 언론의 호소에 아무 대답이 없는 한국. 이 차이가 네 배나 더 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요?

 

"나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노동자니까 다행이야"하고 말기에는 내 나라 한국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 이렇게 기사를 쓰는 겁니다. 내 나라의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일하다가 죽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하는 겁니다.

[오마이뉴스 이봉렬 in 싱가포르]

 

전국 교육감 후보별 이력·공약] 누가 무엇을 약속했나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후보 58(519일 기준)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진보·보수 진영별로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진 지역도 있고 성사되지 않은 곳도 있다(향후 선거 직전까지 추가 단일화로 후보 수가 줄어들 수 있다). 경기·광주·강원·전북을 제외한 13개 시도에서는 현 교육감이 재선에 도전한다.

 

교육감 후보들의 주요 이력과 공약을 표로 정리했다. 진보·보수 진영별로 공약의 내용이 갈린다. 보수 후보들은 전교조 척결’ ‘학생인권조례·교장공모제 폐지’ ‘자사고 유지등을 많이 내세웠다. 진보 후보들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통안전 및 무상교통 지원’ ‘마을공동체 교육과 같은 공약이 많다.

 

진보·보수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공약도 있다. ‘학업성취도 진단평가실시가 대표적이다. 줄 세우기 위함이 아닌 기초학력 진단 및 교육격차 해소 방안으로 학업성취도 진단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시험 찬성 대 시험 반대로 갈리던 종전의 구도가 변했다. 코로나19로 심화된 학력 격차의 영향이다. AI나 빅데이터로 학습을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자주 눈에 띄었다.

 

아침밥 무상 제공이나 초등학생 간식 제공과 같은 학생 먹거리 공약도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다수 제안되었다. 오히려 보수 진영 후보 측에서 이런 무상급식 공약이 더 자주 보였다. 2010년대 벌어진 진보·보수의 무상급식 대 선별급식논쟁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교육감에게 던지는 한 표, 왜 중요한가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된 이래 교육감을 중심으로 펼쳐진 갈등 사례들을 되짚어보았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교육감발의제와 갈등은 정치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1일 지방선거 날 유권자는 투표용지 7장을 받는다(세종 4, 제주 5,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 7곳은 8). 그 가운데 한 장은 교육감 투표용지다. 교육감은 각 지역 교육청의 수장으로서 우리나라 유···고 교육을 관할한다. 513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58(519일 기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교육감 선거 후보 등록을 마쳤다.

 

교육감은 권한이 큰 자리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의 교육행정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위임받는다. 내국세의 20.79%에 달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아 교육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교원 인사권과 징계권, 교육기관 감사·감독권, 조례제정권 등도 지닌다. 아침 등교 시간에서부터 급식 형태·시험 방식·돌봄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학원 영업시간·입시 선발방식·머리카락 길이까지, 학생·교원·학부모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동시에 교육감은 한계가 큰 자리다. 법률상 권한과 실제 작동 가능한 권한의 범위가 다르다. 위로는 대통령·교육부·국회·지자체장·지방의회, 아래로는 각 학교 교장·교원·학부모·학생들이 교육감의 권한을 견제한다. 누가 대통령이고 시장이고 도지사인지에 따라, 어느 당이 국회와 지방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따라 교육감이 내린 결정은 막힐 수 있다.

 

시사IN은 이런 교육감이 지닌 힘과 한계를 보여주는 키워드 6개를 불러왔다.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된 이래 교육감을 중심으로 펼쳐진 갈등 사례들을 되짚어보았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교육감발의제와 갈등은 정치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전국의 교육감, 지자체장, 지방의원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따라 국가 교육정책뿐 아니라 정국의 흐름과 양상이 바뀔 수 있다. 우리에게는 7장의 기회가 남아 있다.

 

1. 공정택: 직선제의 축복 혹은 저주

교육감 선거는 원래 직선제가 아니었다. 1991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교육위원, 학교운영위원, 교원단체 등이 간접선거로 교육감을 뽑아왔다. 그 과정에서 부정과 비리가 횡행했다.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직선제가 도입됐다. 2007년 부산·울산·충북·경남·제주에서부터 처음으로 지역 주민들 손으로 직접 교육감을 뽑기 시작했다.

 

교육감 선거가 다수의 관심사가 된 것은 2008730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부터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이었다. 현직 서울시교육감이던 공정택 후보와 진보 시민사회단체 진영의 추대를 받은 주경복 건국대 교수 등이 후보로 나섰다. 공정택 후보는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홍보 현수막을 내걸고 국제중 설립, 영어 몰입교육, 교원평가, 0교시·우열반 부활 등을 공약했다. 주경복 후보는 무한 경쟁식 ‘MB 교육의 독주를 막겠다고 했다. 선거 결과는 공정택 승. 공 후보는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17곳에서 주 후보에게 밀렸지만 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서 몰표를 받아 서울 첫 직선제 교육감이 되었다.

 

리틀 이명박으로 불리던 공정택 교육감은 1년여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선거 기간 사설학원 원장 등에게 선거자금을 빌리고 재산 신고 때 차명 재산을 누락한 것이 밝혀져 대법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벌금 150만원)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교육감 재직 시절 저지른 뇌물·인사 비리 등으로 또 법정에 섰다.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2014년 만기출소했다.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걸린 공정택 후보의 현수막. 시사IN 자료

 

공정택만이 아니다. 직선제로 선출된 교육감 중 다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의 위기에 놓였다. 2010년 당선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2012년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직을 상실하고 구속 수감되었다. 조희연 현 교육감도 2015년 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죄)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대법원이 선고유예를 확정해 가까스로 당선 무효를 면했다.

 

교육감은 선출직 공무원이되 후보 시절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독특한 직책이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개입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교육감 선거는 매우 정치적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후보가 자신이 진보혹은 보수진영 후보임을 표방한다. 여타 선거들처럼 정책 대결보다 후보단일화 과정이나 네거티브 공세에 더 관심이 쏠린다(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기간 고승덕 후보의 딸아 미안하다사건이 대표적).

 

2. 일제고사: ‘촉매제혹은 최후의 보루

교육감은 국가 단위 교육정책이 각 관할 지역 내에서 잘 작동하도록 돕고 뒷받침한다. 반대로,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교육정책이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되지 않도록 막아내는 최후의 보루가 되기도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2008년부터 몇 년간 벌어진 일제고사 논란이다.

 

이명박 정부는 일제고사를 부활시켰다. 1998년 이후 4~5% 표집 방식으로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2008년부터 전수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한날한시 전국 모든 초6, 3, 1 학생들이 같은 시험지, 같은 문제를 풀게 되었다. 시험 점수로 한 줄 세우기가 가능해졌다. 일제고사에 대비해 어떤 학교들은 ‘0교시야자(야간자율학습)’를 되살렸다. 어느 초등학교 교장은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학교 평균점수 낮추지 말고 전학을 가거나 과외를 하라고 다그쳤다.

 

많은 교사들이 해임되거나 징계를 받았다. 학생에게 일제고사 응시 선택권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200810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일제고사 날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용해준 교사 7명에게 해임·파면을 통보했다. 반면 2010년 일제고사 때는 전북·강원 교육감 등이 일제고사 미응시 학생들의 출결 여부를 두고 교육부와 맞섰다. ‘무단결석처리를 하라는 교육부 지시에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일제고사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200812, 일제고사 이슈로 해임·파면된 교사들의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시사IN 자료

 

일제고사를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각 지역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여러 가지 이슈를 두고 교육부와 부딪쳤다. 촛불집회·세월호·국정교과서 관련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교육부의 징계 요청을 거부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등은 교육부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교육감들은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는 방식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학교 현장 도입을 막기도 했다. 교육부는 시정명령과 특정 감사 등으로 제재하겠다고 을렀으나 결국 국정교과서는 일선 학교들에 제대로 보급되지 못했다. 대통령과 교육부가 아무리 강하게 밀어붙이는 교육정책이라도 교육감의 협조가 없으면 실행되기 어렵다.

 

3. 무상급식: 교육감이 쏘아올린 보편복지

교육청에서 출발한 정책이 향후 10년 이상 대한민국 정국을 달구는 대형 의제가 되었다. 바로 초··고 학생 무상급식에서 촉발된 보편복지담론이다.

 

 

담론의 시작은 20096월 경기도 교육위원회의 예산심의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 교육위는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하려던 초등학생 무상급식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무상급식은 김 교육감의 핵심 선거공약이었다.

 

이 결정 이후 전국이 무상급식 찬반 논쟁으로 들끓었다. 무상급식 반대파는 저급한 포퓰리즘(김문수 경기도지사)” “사회주의적 발상(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이라 공격했고, 찬성파는 “4대강 예산의 10%만 있어도 전국 초··고 전체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배옥병 서울시친환경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 상임대표)”라고 맞섰다. 이듬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은 야권의 정책연대 핵심 공약으로 떠올랐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선별급식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는 우리 사회 보편복지 논쟁의 신호탄이었다.

20116, 친환경무상급식연대가 무상급식의 예산 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시사IN 자료

 

··고 무상급식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문제 제기로 한 차례 또 정국을 휩쓸었다. 2010년 서울시의회가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자 오 시장은 이건희 손자에게도 공짜 밥을 주려고 세금을 쓰는 게 맞느냐라며 반발했다. 이듬해 8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시장 직을 사퇴하겠다며 무상급식 확대를 주민투표에 부쳤다. 투표율은 25.7%를 기록했다. 오 시장은 2011826일 시장 직에서 물러났다. 두 달 뒤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선출되었다.

 

4. 누리과정: 교육교부금이라는 뇌관

무상급식 이후 보편복지는 거의 모든 선거 후보들의 공약에 스며들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무상보육을 내세웠고 임기 중 실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재원이 문제였다. 2015년 모든 어린이집·유치원 누리과정(3~5) 보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22000억원이 모자랐다.

 

박근혜 정부는 방법을 찾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라는, 각 지역 교육청에 배부된 예산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교육감들에게 초등학교 무상급식 재원 등 다른 초··고 사업 예산을 아껴 누리과정 예산을 메워달라고 요청했다. 초등학생 언니의 점심 밥값을 빼앗아 어린이집 동생의 보육료를 대라는 중앙정부의 요구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거부했다. 이른바 누리과정 대란이다. 각 지역 교육감들은 공약 실행 생색은 대통령이 내고, 뒤치다꺼리는 교육청들이 떠맡는정부의 복안에 반기를 들었다.

 

교육교부금은 이번 정부에서도 뇌관이 될 확률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2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보육국가책임제를 실현할 재원을 어디서 충당할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축적된 돈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10조원에서 15조원을 전용할 수 있다.” 중앙정부 예산 대신 각 시도 교육청의 교육교부금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각 지역 교육감 자리에 누가 앉든, ‘누리과정 대란과 같은 중앙정부-교육청 간 예산 갈등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5. 오장풍 사건: 학생 삶을 바꾸는 교육감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 내 학생 체벌은 불법·합법의 문제가 아닌 찬반의 논쟁거리였다. 2005년 제291MBC 100분 토론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체벌, 폭력인가 애정인가.’ 2022년 부산시교육감 선거 후보로 나선 하윤수 부산교대 교수 등이 체벌 찬성 측, 고 신해철 가수 등이 체벌 반대 측 토론자로 출연했다.

 

변화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시작됐다. 초등학생들을 자주 심하게 폭행해온 일명 오장풍 교사사건을 계기로 20107월 서울시교육청(곽노현 교육감)은 서울 시내 각 학교들에 체벌 금지 지침을 내렸다. 이듬해 3월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도구나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직접 체벌을 금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21체벌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다. 경기·광주·전북·충남·제주·인천 등에서도 연이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시행했다.

2011년 서울 광화문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서명하는 시민들.시사IN 자료

 

체벌 금지처럼, 교육감의 정책 결정은 학생들의 삶 세밀한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 하나의 사례가 학원 영업시간 규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감은 각 시도의 조례 범위에서 학원의 교습 시간 등을 정할 수 있다. 현재 지역별로 밤 10~12시까지 심야 교습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원 일요휴무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20149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학생들의 정책 제안을 받아들여 등교 시간을 늦추는 ‘9시 등교제를 시행했다. 서울·인천·강원·충남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됐다. 이번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이 9시 등교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보수 진영의 임태희 후보는 일선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라며 9시 등교제 폐지를 공약했다. 등교 시간에서부터 학원 문 닫는 시간까지, 학생들의 삶 거의 전부가 새 교육감에게 달려 있다.

 

6. 금괴 택배: 교육감은 알고 계신대

20164월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집에 금괴 택배가 배달됐다. 발신인은 경기도의 한 사립유치원 설립자. 경기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 특정 감사를 벌이던 시기였다. 회계 비리 무마용으로 감사관에게 뇌물을 보낸 것이다.

 

교육감은 법률상 권한에 따라 지역 내 공립 초··고뿐 아니라 사립학교, 사립유치원의 회계장부도 들여다볼 수 있다. 부정을 발견하면 징계를 내리거나 검찰에 고발하기도 한다. 교육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9유치원 3법 반대 투쟁을 벌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정관상 설립 목적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고 공익을 침해했다며 법인 설립취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한유총은 이후 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2021225일 최종 승소했다).

20177,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 세미나가 열리는 서울시교육청을 점거한 한유총 회원들.연합뉴스

 

교육감은 교육기관 감사·감독·지정(취소) 권한을 지녔다. 이 때문에 학교나 입시 비리와 관련된 모든 정치 이슈에서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선다. 부정 의혹을 받고 있는 혐의자의 예전 기록을 들춰보느냐 마느냐가 교육감의 결정에 달렸다. 2016년에는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딸 정유라씨가 다닌 청담고를 감사해 정씨에게 주어진 입시 특혜 사항을 찾아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교육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한영외고 학생부 기록 사본을 고려대에 제출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서울시교육청은 국회 요청에 따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초··고 교원 근무 경력이 없다고 확인하는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김씨는 경력을 부풀린 허위 이력서의혹을 받았다).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지정하거나 지정 취소할 권한도 갖고 있다. 지난 정부가 추진해온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은 아직 미완성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고교 유형 다양화를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상당수 보수 진영 교육감 후보들도 자사고·외고 등을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오랫동안 준비되고 추진돼온 교육정책도 이제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였다.

시사인 변진경 기자

 

[방송3사 여론조사] 민주당 호남·제주 등 4vs 국민의힘 서울·충청 등 9

지자체장, 40만 명 인사권 '쥐락펴락

서울시청 소속 공무원, 최근 통계 기준으로 11천여 명입니다. 이들에 대한 인사권, 당연히 서울시장에게 있습니다. 사실은팀이 계산해보니까, 이번 선거에 선출될 243개 시군구 단체장들은 소속 공무원 292천여 명에 대한 인사권 전권을 행사합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지역 이름 붙어 있는 공사, 공단, 재단 같은 자치단체 산하기관 기관장들, 이사회 구성하고 여러 절차가 있기도 하지만, 사실상의 임명권은 단체장들에게 있습니다.

자치단체 산하기관, 전수조사해봤더니 1255곳에 달했습니다. 경기도와 각 시군구가 254곳으로 가장 많았고요, 강원 117, 경북 111곳 순이었습니다.

단체장이 임명한 산하기관장을 통해서 기관 인사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로 뽑힐 단체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인사권 범위, 훨씬 크다고 봐야 합니다. 산하기관 직원 수, 109천여 명으로 계산됐습니다.

이번에 선출된 243개 시군구 단체장은 소속 공무원에 산하기관 직원까지 약 40만 명의 인사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앙정치는 늘 "코드 인사다, 측근 인사다"라며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지방정치는 주목도가 약하다 보니 감시가 소홀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단체장 인사권을 견제하는 것은 역시 이번 선거에서 뽑힐 지방의원들일 텐데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습니다.

40만 명의 인사권을 쥐락펴락하는 단체장들, 그리고 이들을 감시할 일꾼을 함께 뽑는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무거운 이유입니다.

SBS 뉴스 이경원 기자

 

 

대통령이 자유부르짖어 무엇하나, 인권의 자유 없다면

미류 정치의 실패싸움은 계속된다

46일째 차별금지법 단식 중단

국민의힘은 여당 자격 없어

민주당은 민주세력 자처 그만두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46일째 단식농성을 해온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농성&amp;단식투쟁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어쩔 수 없이 분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도 너무 잘 알겠다고 할까? 그런 마음이에요.”

 

단식농성으로 깡마른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책임집행위원(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에게 46일간 이어온 단식을 중단하는 심정을 물었다. 20초간 침묵하던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이게 끝이 아니라고 했다. “단식투쟁은 중단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싸움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26일 차제연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농성장에서 단식농성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은 평등한 사회에서 더 잘 살아가기 위해 택한 투쟁방법이었기에 우리 동료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를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미류 활동가는 시민들의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에도 좀처럼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을 향해 우리가 목도한 것은 이 땅 정치의 참담한 실패라고 했다.

 

그는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조차 거부하는 국민의힘은 여당의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자유를 부르짖으면 뭐합니까. 인권을 모르는 자유는 권력의 자유일 뿐이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이 이토록 간절히 요구하는데 법안 심사를 시작조차 못 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민주세력을 자처하기를 그만두라고 했다. 단식농성 45일째인 전날(25)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공청회라며 참여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167석의 의석을 가지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이 자리에서 확인하는 건 운동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의 실패, 그리고 국회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실패라고, 지오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 과반의석을 갖고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라도 하라며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구를 했지만, 박홍근 원내대표와 박광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끝내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류 활동가는 단식농성 중단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단식투쟁은 중단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싸움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차별에 맞서는 것은 자신의 존엄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멈출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이 싸움은 법 제정을 넘어 평등으로 우리 사회와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싸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봄, 시민들이 곡진하게 내어준 기회를 놓친 거대양당은 그 심판의 결과가 어떨지 곧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곧 다시 만나 새로운 싸움을 이어가게 될 겁니다. 평등의 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법무부가 처음으로 법을 발의했지만, 개신교계 등의 반대로 15년 동안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와 폐기가 반복됐다. 지난해 6월에는 10만명 이상이 함께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법사위로 회부됐지만, 법사위는 지난해 11월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529일까지로 연장했다.

 

미류 활동가는 이날 저녁 7시께 국회 앞에서 열리는 문화제에 참석한 뒤 병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차제연은 내일 오전 국회 앞에 설치한 농성장을 철거하고, 활동가들의 회복 등 재정비를 거쳐 오는 하반기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