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참모진, '대통령실'인가 '검찰실'인가
국민연금 개혁, 지독한 각자도생의 논리
보수매체의 기괴한 분석...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싫었나
초보 대통령'에 물음표 단 외신들... <가디언> 무속 논란 재소환
언론에 의한 언어의 오염과 타락
2년 만에 얼굴 드러낸 '5·18 김군' 차복환 씨
그래서 BTS는 군대에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보수 언론에 당근, 비판 언론엔 채찍
민언련 "매일신문 사장, 신문윤리위 이사장 사퇴하라
매일신문 홈페이지에 올라온 입장문 21.3.21
또 시작된 '이재명 악마화' 작전, "가장 두려운 존재라서“
새 대통령 참모진, '대통령실'인가 '검찰실'인가
[주장] 검찰 출신 전진 배치... 윤석열 정부, '검찰공화국' 비판에도 할 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던 2013년. 그해 1월 중국 쓰촨성(四川省) 광위엔(廣元)에 갔었다. 쓰촨 사람들에게 광위엔은 성도(省都)인 청뚜(成都) 못지 않게 자긍심 가득한 곳이다.
청뚜는 유비와 제갈량이 활동했던 유서 깊은 촉나라 땅이다. 청뚜가 삼국지 무대였다면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광위엔은 중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지역이다. 측천무후와 덩샤오핑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배출했다. 측천무후는 중국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황제다. 그는 당태종이 이뤘던 '정관의치'에 견줘 '무주의치'라는 칭송을 얻을 만큼 태평성세를 열었다. 덩샤오핑은 또 어떤가. 오늘날 미국과 함께 중국을 G2로 만든 거인이다. 그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며 개혁개방을 앞세워 공산주의 중국에 새바람을 넣었다.
그해 쓰촨성 체류 기간 내내 한국 대통령선거는 화제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다. 자신들도 중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황제를 배출했던 만큼 한국 사정이 각별하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중국인들이 보이는 부러움에 내심 우쭐했던 기억이다. 그래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상징을 뛰어넘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길 기원했다. 진영을 넘어선 정치인이길 기대했다. 그런데 결과는 주지하다시피 국정농단이라는 후유증을 남긴 채 파면당했다.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에 분노한 건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이다.
새 정부 대통령 참모 인선을 보니
▲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9일 국회 본관 앞에 마련된 취임식장에서 취임식 준비 관계자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일(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으레 새 정부가 출범하면 설렘과 기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2022년 지금, 축제는커녕 불안과 우려가 지배적이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는 새 정부에 대한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 잘할 것이라는 여론은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지지율 80%대와 비교하면 한참 낮다. 10년 전, 중국 쓰촨성에서 느꼈던 기시감을 떠올리는 건 이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잘해주길 염원하면서도 우려를 떨치기 어려운 조짐은 한둘이 아니다. 첫 내각 구성과 대통령실 참모진 인선에서 '에코챔버(폐쇄 진공관)'에 갇혔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정도 코드인사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상식 선을 넘지 않나 싶다.
진보 정부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건 자기 세계에 갇혔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집권 내내 국민을 편 가른 진영정치에 넌더리쳤다. 내 편과 네 편으로 국민을 가르고 포용과 관용이 아닌 적대 정치를 일삼은 것에 분노했다. 국민들은 '이건 아닌데'라고 여겼지만 집권 여당은 진영으로 뭉쳤다. 끼리끼리 인사는 핵심이었다.
윤석열 정부 또한 통합과 화합에 방점을 두기보다 분풀이, 나아가 진영을 구축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지명에서 시작된 우려는 대통령실 참모 인선에서 '혹시나'가 '역시나'로 구체화 됐다. 우리가 이겼으니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오만함과 다르지 않다.
윤석열 당선인은 6일 인사 전반을 총괄하는 인사기획관실에 인사기획관으로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 인사비서관으로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를 배치하는 등 비서관급 대통령실 2차 인선을 발표했다. 1·2차 인선에서 눈에 뜨이는 건 '검찰 출신 전진 배치'다.
특정한 직군을 애써 배제할 이유는 없지만 지나치다면 문제다. 이대로라면 공직기강·법률·총무비서관을 검사 출신이 꿰찬다. 여기에 인사까지 핵심 자리를 검찰 인맥으로 채웠으니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장 '대통령실을 대검 부속실로 만들려 한다(더불어민주당)'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공화국' 프레임이 정치 공세에 그치길 바랐지만, 현실화하고 있다.
새 정부에 짙게 드리운 검찰 그림자
▲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1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5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기획관은 정부 부처와 공기업 인사를 담당하는 핵심 요직이다. 복두규·이원모 내정자는 검찰에서 '윤석열 라인'으로 꼽혔던 최측근이다. 앞서 대통령실 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이 내정됐고, 폐지된 민정수석실 기능을 맡는 법률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과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이 기용됐다.
인사(인사기획관 및 소속 비서관), 민정(법률·공직기강비서관), 예산(총무비서관) 등 대통령실 핵심 보직 중 무려 다섯 자리를 검찰 출신이 장악했으니 대검 조직을 대통령실로 그대로 옮겨놨다고 공격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여기에 9일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차관급)에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인선됐다.
그들은 기우라고 하겠지만 편중됐다는 인상을 지우긴 어렵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미 사정 및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장관으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명했다. 부정적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대통령실 법률 보좌·감찰 기능마저 측근 검사들이 접수한 탓에 '검찰 공화국'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지만 인사는 대검 측근 사무국장에게, 검증은 한동훈에게 맡기는 등 국정운영 핵심을 검찰 출신이 쥐고 흔드는 구조"라고 혹평했지만 반박이 딱히 여의치 않다.
게다가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검사를 내정한 것을 두고 파장이 간단치 않다. 그는 검사 재임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계받은 전력이 있다. 민주당과 시민사회는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든 국정원 조작을 묵인하고 동조했던 사람을 통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니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 소속이었던 이 전 검사는 유우성씨 간첩 사건을 조작하기 위한 중국 출입국 기록 위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법무부는 검증 소홀 책임을 물어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렸다. 또 간첩 조작 사건을 재조사한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이 사전에 기록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제 식구 감싸기 수사' 정황을 자인한 셈이다. 이런 인물을 발탁했으니 상식과는 동떨어졌다.
조작 사건에 휘말려 삶이 망가진 유우성씨는 "윤석열 당선인께 묻고 싶다. 대선 후보 시절 말씀하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이런 겁니까"라며 "(내정 소식을) 접했을 때 동명이인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대표적인 국가폭력 사건이자 검찰권 오남용 사건에 관여해 중징계까지 받은 인물을 발탁해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역시 "이시원 내정자는 증거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유씨와 그 가족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준 책임자"라면서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10년 전, 쓰촨성 광위엔에서 가졌던 불길한 예감이 이번에는 틀리길 기원한다. 그런데 상식과 어긋난 인사를 보고 있자니 개운치 않다. 쓰촨에는 '촉나라 개는 해를 보면 짖는다'는 '촉견폐일(蜀犬吠日)'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자신이 인식하는 세계에 갇혀 불통해 지혜로운 이의 언행을 의심하는 아둔함을 뜻한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촉 지방은 안개 때문에 연중 해를 보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촉나라 개는 해를 보면 이상히 여겨 짖는다는 것이다.
해는 항상 뜨고 진다. 여론과 상식은 해와 같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 인사를 이상하다고 여기는데 자신들만 아니라고 고집한다면 '촉견폐일'은 아닌지 떠올려보길 바란다.
글쓴이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오마이뉴스
국민연금 개혁, 지독한 각자도생의 논리
더 걷으면 미래의 노인부양비가 줄어든다는 논리의 허점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신임 대통령 인수위에서 이미 여러 번 언급했고, 지난 대선에선 진보정당의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일부 진보단체도 이것을 '불편한 진실'이지만 수용해야 한다고, 고뇌에 차서 주장한다. 언론도 불을 지피려는 눈치다. 올해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 평가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혁의 내용은 단순하다. 지금부터 30~40년이 지나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니, 국민연금을 더 걷든지, 덜 주든지, 아니면 둘 모두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에도 국민연금은 '용돈 연금'으로 조롱받을 만큼 충분한 노후 소득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니, 덜 주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 걷어야 한다'는 정당성
그래서, 국민연금 개혁 주장의 핵심은 '더 걷어야 한다'로 요약된다. 이에 대한 정당성 논리는 항상 똑같다. 기금이 고갈되면 미래 세대는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노인 부양을 위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있지도 않은) 세대 간 갈등을 부추겨 놓은 탓에, 현재의 청년 세대를 끌어들이면 일은 쉽게 해결될 것이다.
30년, 70년 후의 국민연금 재정 계산이 정확할 수 있느냐는 의심도 있지만, 그 계산이 맞다고 가정하자. 내가 문제 삼고 싶은 점은 '연금기금 중심적 사고'에 숨겨진 지독한 '각자도생'의 논리와 '공동체적 관점'의 결핍이다. 출산율이 하락하고, 기대 수명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전체 인구에서 노인인구의 비중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더 실질적인 의미는 일하는 사람의 수는 감소하고, 일하지 못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를 '노인부양비'의 상승이라 부른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일하는 사람들이 노인부양을 위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노인부양비의 상승에 대비하여 더 많은 연금기금을 축적하면 미래 일하는 세대의 부담이 줄어들까? 노인부양의 문제를 기금으로만 해결해야 한다면, 그렇다. 기금이 충분하면 노인들은 그 기금에서 연금을 받을 것이고, 젊은 세대가 증가한 노인을 위해 따로 세금을 더 낼 이유는 없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단견이다. 이 관점은 미래에 은퇴하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물'(먹을 것, 집, 간병과 의료 서비스, 문화생활 등)이지 돈이 아니란 사실을 간과한다. 미래 노인이 소비할 실물은 미래의 일하는 세대가 '생산'한다. 따라서, 노인인구 비중의 증가가 미래 세대에게 '실질적인 부담'인지 아닌지는 연금이 아니라 실물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물 관점에서 다시 질문해 보자. 국민연금을 더 걷으면, 미래 노인 세대가 필요한 '실물'이 충분히 생산되는가? 다른 말로, 현재 연금을 더 걷으면, 미래 세대의 노인부양 부담이 '실질적으로' 감소할까?
이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 하나의 우화를 상상해보자. 자급자족하는 어느 농촌 마을을 가정해보자. 어떤 이유로 출산율이 하락하고 기대 수명이 증가해, 노인인구가 증가할 것임이 명확해졌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마을 회의가 열렸다. 우선, 노인을 포함해 마을 구성원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마을 공동체 전체가 동의했다. 다음으로, 이 합의에 따라, 마을 전체가 공동으로 노인을 부양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장기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 편에서 미래 노인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저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옳은 대책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래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 생산하지 않더라도 먹을 수 있는 쌀인데, 항아리에 돈을 쌓아둔다고, 미래 노인을 위한 쌀이 더 많이 생산되지 않는다. 현재 남는 쌀(저축)이 있다면, 현재 일할 수 있는 사람 일부에게 나눠주고, 그들에게 새로운 경작지를 개척하거나 더 생산성 높은 경작법을 연구하도록 해야 한다. 즉, 돈으로 저축하는 대신, 미래 노인을 위한 실물 생산을 늘릴 방법을 찾는 게 올바른 대처이다.
이 마을을 현대의 한 국가로 치환해도 국민연금 개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우화가 전하는 핵심 교훈은 두 가지이다. 첫째, 공동체 구성원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노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민연금 개혁 논리는 이 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왜냐하면, 현재 국민연금 개혁 주장은 '젊어서 저축한 만큼 노후 소득을 보장한다'는 지독한 각자도생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은 미래 생산물을 나누는 방법을 정하는 문제이고, 각자도생의 원리 말고도 그 방법은 다양하다.
실물은 사라지고 돈만 남았다
둘째, 미래 노인부양비 상승이 걱정이라면, 현재 대책은 생산성 향상이어야 한다. 노인부양비 상승이 걱정인 진짜 이유는 미래 세대의 생산물 중 노인 소비 비중이 증가하여, 미래 세대의 절대적 몫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우려는 노인의 몫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생산량이 더 빠르게 증가할 때 해소된다.
위 마을의 우화를 빌어보자. 현재 마을 전체 인구 10명 전체가 1인당 쌀 1가마니를 생산하여, 마을 전체가 총 10가마니를 생산한다고 가정하자. 따라서, 평균적으로 1인당 1가마니의 쌀을 소비할 수 있다. 10년 후 생산성은 개선되지 않아, 여전히 1인당 1가마니의 쌀만을 생산하고 있는데, 부양해야 할 노인이 2명으로 늘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쌀은 8가마니만 생산되므로, 1인당 0.8가마니의 쌀을 소비하게 된다. 즉, 생산인구조차 1인당 소비가 20% 감소한다. 진짜 우려는 이것이다.
이와는 달리, 노인 부양에 대비하여 미리 새로운 경작지를 개간하고 생산성을 개선한 결과, 1인당 1.5가미니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면, 총 쌀 생산량은 12가마니(=1.5가마니/인×8인)로 증가하고, 1인당 평균 소비량도 1.2가마니로 오히려 20% 증가한다. 생산하지 않는 노인이 증가해도 미래 세대의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여, 앞의 근본적 우려가 해소되었다.
물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 세대와 노인 세대의 몫을 조절할 수는 있을 것이다. 미래 세대에 대한 분배가 생산성(1인당 1.5가마니) 대비 낮다(1인당 1.2가마니)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적 관점에서 보면, 미래 세대의 생산성 이득 중 큰 부분이 이전 세대가 이룬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상기하면, 노인 인구 증가에 대비하여 저축을 늘린다고 생산성과 생산물이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금을 더 걷으면, 생산성이 정체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연금을 더 많이 걷으면, 현재의 소비가 감소한다. 수요가 감소하니,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다. 그 결과 생산성이 정체한다. 현재에도 국민연금 기금은 1,000조 원에 육박한다. 투자로 갔어야 할 이 돈이 '각자도생'의 원칙을 강요하기 위해 항아리 속에 숨겨둔 돈이다!
미래 세대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생산성이 정체하여 총 실물 생산물은 늘어나지도 않았는데, 노인의 수뿐만 아니라 연금도 증가해 있다. 빵빵한 연금을 가진 노인이 대량으로 등장하여 소비를 주장하니, 일하는 미래 세대는 자신의 생산물 대부분을 노인 세대에게 바치게 된다. 기금이 아니라 '실물' 관점에서 보면 이렇다. 사정이 이러한데, 기금을 더 쌓자는 주장이 고령화 사회를 대하는 올바른 관점이고, 진정 미래 세대를 위하는 대책일까?
경제 전체의 생산성은 개인이 결정하지 않는다. 정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기금을 중심으로만 생각하면 미래에 누가 얼마나 생산하고 소비하게 될지의 문제를 간과한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의 수와 소비 비중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책이 준비해야 할 것은 '기금(돈)'인가, 아니면 그 돈으로 살 '실물'을 확보하는 일일까? 국민연금을 손봐야 한다는 측은 실물이 아니라 돈에만 집착하고, '각자도생'의 원리만 강요한다. 생산성과 미래 생산물의 세대 간 분배 방식 등 '공동체'적 사고는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이것이 불만이다!
그나저나, 기업이나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고 하니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던 언론이, 개인에게 세금(연금)을 더 걷자는 말에는 조용하다.
오마이뉴스 전용복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
보수매체의 기괴한 분석...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싫었나
한국이 더 잘하는데 자꾸 대만 따라하라는 언론들... K방역만큼은 최고 수준
文정부 자화자찬하던 K방역은 없었다… 대위기 부른 5가지 원인 - <조선일보>
오미크론 변이가 아직 확산되기도 전인 지난해 12월 25일에 나온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입니다. <조선일보>는 "사태 초기 입국 제한 조치"를 통해 "대만과 같은 '코로나 제로' 모델을 유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을 "대위기"를 부른 첫 번째 이유로 꼽았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한국 760만 명 vs 대만 2만 명'…부끄러운 K방역 - <매일경제>
오미크론 확산으로 일일 확진자 수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던 지난 3월 16일, <매일경제>의 기사 제목입니다. 누적확진자 수만 단순 비교해 놓으니 한국이 대만에 비해 수백 배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심각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대만 총통 "1인당 GDP, 19년 만에 한국 추월한다…방역 성공 덕" - <중앙일보>
실외 마스크 규제가 풀린 후인 지난 5월 5일, <중앙일보>를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외신을 인용해 올해 대만의 1인당 GDP가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는 대만 총통의 발언을 전하면서 그 원인이 "방역 성공"에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미중 갈등에 따른 세계적인 공급망의 변화가 원인이라는 일반적인 분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 한국과 대만의 누적확진자 수를 비교하며 K방역을 부끄러워 하는 <매일경제> 보도 ⓒ 매일경제
포털에서 이런 기사들만 본다면 한국은 감염자의 해외유입을 초기에 막지 못해 방역에 실패했고, 대만은 반대로 조기에 코로나 유입을 차단하여 방역에 성공해서 경제 성장까지 이루어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럼 과연 실상은 어떨까요?
한국과 대만
<중앙일보>에 대만이 방역에 성공해서 1인당 GDP가 한국을 추월할 거라는 기사가 실렸던 5월 5일, 공교롭게도 대만의 일일 확진자 수가 한국을 추월했습니다. (나라별로 인구가 다르기 때문에 인구 백만 명당 일일 확진자수를 비교한 수치입니다)
아래 도표는 세계적인 데이터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서 2022년 한국과 대만의 일일 확진자 수를 비교한 것입니다. <매일경제>가 "부끄러운 K방역"을 이야기했던 3월 중순의 한국 일일 확진자 수는 대만의 2500배가 넘었는데, 그 사이 한국은 확진자가 크게 줄고 대만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시작되면서 역전이 된 것입니다.
▲ 오미크론 변이 이후 한국은 확진자가 급증했다가 줄어 들고 있는 추세이고, 대만은 4월 말부터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데 5월 5일 숫자가 역전됐습니다. ⓒ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
그래도 아직 대만에 비해 한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30배가 넘고, 누적사망자 수도 10배가 넘으니 대만은 방역에 성공한 게 맞고, 한국은 실패한 게 아니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습니다. 방역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만 가지고 기계적으로 성적을 매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블룸버그통신>은 경제활동 재개(Reopening Progress), 코로나 상황(Covid Status), 삶의 질(Quality of Life) 등 3개 부문의 11개 지표를 이용하여 전체적인 방역 성과에 대한 점수를 매겨 매월 순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것이 아직 한국의 일일 확진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던 4월 27일입니다. 한국은 통계가 잡히는 전체 53개국 가운데 19위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 초기 늘 10위권 안이었던 것에 비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전체 여섯 개 그룹 중 세 번째로 좋은(Better) 쪽입니다. 그럼 언론에서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한다고 한 대만은 몇 등일까요? 32위로 네 번째 그룹인 나쁜(Worse) 쪽입니다. 이마저도 40위 이하로 최하권이었던 작년에 비해 상당히 많이 회복된 순위입니다.
▲ <블룸버그>가 매달 발표하는 "코로나 회복 순위" 4월 27일 결과. 한국은 19위, 대만은 31위입니다. 한국 언론은 대만을 배우라고 하는데, 블룸버그는 한국이 훨씬 더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 블룸버그
대만의 순위가 낮은 건 누적 확진자 수와 누적사망자 수만 적을 뿐 다른 지표에서는 조사 대상 국가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사회에서의 이동성과 항공편 회복 정도, 백신 접종자 여행 등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외 항공편의 재개 속도가 더디고, 외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방문도 허용하지 않고, 사업상 방문의 경우에도 의무격리기간이 있습니다. 그럼 국내에서의 일상적인 활동은 어떨까요?
아래 표는 코로나 발생 이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를 조사한 것입니다. 한국은 상황에 따라 크게 25%까지 줄기도 했지만 다시 회복하여 10% 정도 줄어든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대만은 상황이 안 좋을 땐 60% 넘게 줄어든 경우도 있고 지금도 35% 이상 줄어든 상태라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대만 국민의 이동성에 제약이 있다는 뜻입니다. 국민의 불편을 담보로 하는 확진자 수 억제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을 두고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 버스, 지하철, 기차역 등의 방문자 수를 조사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성을 지수화한 도표 ⓒ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
대만이 한국보다 방역을 더 잘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누적확진자 수와 누적 사망자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확인한 것처럼 대만은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초기의 상태(기초감염재생산지수 : 2.33)이고, 한국은 코로나 확산의 정점을 넘어 이제 안정화 되고 있는 상태(기초감염재생산지수 : 0.58)입니다.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오미크론 변이가 대만의 확진자 수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조선일보의 이상한 해석
언론들이 한국의 방역은 실패했다며 대만을 배우라고 자꾸 닦달하지만, 그들의 말만 믿고 대만을 따라 했다면 지금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정도면 방역이 성공했다고 말해도 될 것 같은데 <조선일보>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오미크론 확진자 발생의 정점을 막 지나가고 있던 지난 3월 26일, <조선일보>는 <코로나 사망·확진 세계 최악인데 "방역 성공 마무리" 말이 나오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아무리 자료를 확인해 봐도 한국의 사망자 수가 세계 최악은 아닌데 어떻게 저런 주장을 할 수 있나 싶어 사설 내용을 확인해 봤습니다.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인구 대비 누적 사망률 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서유럽은 우리와 문화가 달라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 등 강도가 우리와 크게 달랐다. 우리와 비슷한 강도로 거리 두기 등 방역을 실시한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가 가장 나쁘다. 인구 100만 명당 누적 사망률이 우리는 278명인 반면 일본은 218명, 호주는 226명, 뉴질랜드는 39명, 대만은 35명 등이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우리보다 사망자가 훨씬 많지만 우리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제외하고 대만,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정말 방역을 잘한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가 가장 사망자가 많기 때문에 "세계 최악"이라는 이런 참신하면서 엉뚱한 논리는 처음입니다.
아래 도표는 조선일보가 비교 대상으로 고른 나라에 더해 각 대륙별로 대표적인 나라 하나씩을 골라서 인구 백만 명당 누적 사망자 숫자를 도표로 만든 것입니다. 남미의 브라질이나 북미의 미국에 비해서는 6분의 1, 유럽의 프랑스에 비해서는 4분의 1,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비해서도 3분의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세계 평균보다도 절반 이하입니다.
▲ <조선일보> 비교 대상으로 삼은 나라와 각 대륙별로 대표적인 나라 하나씩을 골라 인구 백만명당 누적 사망자 숫자를 도표로 만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저 아래 다섯 개 나라 중 한국의 사망자 수가 제일 많다고 "세계 최악"이랍니다. ⓒ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대륙은 모두 제외하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만을 대상으로 삼은 뒤, 그 중에서도 우리보다 누적사망자가 많은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모두 제외한 다음 세계에서 방역 성과가 제일 좋은 나라들만 골라서 비교를 했으니 한국이 세계 최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싫었나
한국의 코로나 치명률은 0.13%로 세계 평균 1.21%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한국보다 더 낮은 나라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호주 세 나라뿐입니다.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 역시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백신 접종률은 86.8%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구 백만 명당 확진자 수 역시 세계 최저 수준이었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이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나라가 됐을 뿐입니다. (인구 1천만 명 이상 국가 대상)
이 모든 데이터는 한국이 코로나 발생 초기에 대응을 잘해서 확진자 수 관리가 안정적으로 됐고, 백신 보급이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이후에도 사망자 수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대만의 경우처럼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며 국경을 틀어막지 않았기 때문에 일상으로의 복귀도 그만큼 빠를 수 있었습니다.
▲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2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공원에 서울시가 설치한 독립문광장 선별검사소에 운영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2.5.2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 문재인 정부가 보여 준 이른바 "K방역"은 세계 어디에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이번에 취임한 새 정부가 다른 건 몰라도 K방역만큼은 제대로 계승하여 이번 코로나 사태를 잘 마무리하고 향후 또 발생할지 모르는 또 다른 감염병에 대처하는데 잘 활용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새 대통령에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습니다. "인터넷 매체에 하지 말고 국민들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리라는 겁니다. 메이저 언론만 보다가는 이렇게 잘한 K방역을 부끄럽다 여기고 거꾸로 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 이봉렬(solneum)
초보 대통령'에 물음표 단 외신들... <가디언> 무속 논란 재소환
낮은 지지율, 집무실 이전 등 언급... "북한 선제타격 비현실적" 우려도
▲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AP
주요 외신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 시작부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신들은 '임기 시작 전부터 낮은 지지율' '여소야대 상황 속 국내 정치상 어려움' 등에 주목했는데, <가디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무속 논란'을 다뤘다. 한편, 전직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초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AP통신은 10일(현지시각) 윤 대통령 취임식 소식을 전하며 "최근 한국의 신임 대통령 중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5년 임기를 시작한 윤 대통령이 세계 10위 경제 대국을 위협하는 심각한 안보, 경제 및 사회 문제를 앞두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 사회의 깊은 사회 및 정치적 분열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 우려가 반영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낮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 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60%가 안 됐으며, 이는 80∼90%가 나온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낮은 인기는 보수와 진보 간의 극심한 갈등과 논쟁적인 정책, 내각 인선 논란에 기인한다"라며 "일부 비평가들은 윤 대통령이 국내외 도전 과제를 넘어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판한다"고 덧붙였다.
집무실 이전 논란에 '무속' 언급도... "일부 보수층도 비판"
AFP통신도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해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던 공약을 후퇴시켰다"라며 "그의 입법 경력 부족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와 맞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사회학 교수는 "윤 대통령은 정치적 리더십 경험이 부족함에도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인물로 여겨졌기 때문에 보수의 아이콘이 됐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양극화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 민주주의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청와대 개방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AP통신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일부 보수 지지자들한테도 비판받았다"라며 "윤 대통령은 도심으로 집무실을 옮겨 국민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으나, 비평가들은 당장 시급한 문제가 많은 데 왜 그것을 우선순위로 삼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 청와대 개방 및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을 보도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가디언
영국 <가디언>은 "보수 지지자들조차 윤 대통령이 경제 및 북한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많은 예산을 들여 집무실을 이전하기로 한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윤석열 캠프의 '무속 논란'까지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대선 운동에 무속인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 또한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자신을 가리켜 '영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1979년 청와대 경내에서 암살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탄핵당한 저주를 피하려고 집무실을 옮겼다는 추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화적 가치가 높고 아름다운 건물인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환영하면서도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것 같다"라는 시민들의 엇갈린 의견을 덧붙였다.
대외 정책도 주목... "북한 선제타격은 비현실적"
외신들은 한미동맹, 북한 문제를 포함한 새 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에도 주목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에 대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해 주목받았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캐슬린 스티븐스는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북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더 강경한 발언을 보게 될 것이지만,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의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북한 문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라며 "윤 대통령은 정치와 외교 경험이 없으며,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스티븐슨 전 대사는 윤 대통령을 '정치 초보'(political neophyte)라고 부르며 "대선에서 매우 근소한 차이로 이겼고, 국회도 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정치가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곧 다가올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 그는 "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은 우아하고 좋은 신호"라며 "윤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실제로 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라고 짚었다.
▲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의 미 CNBC 방송 인터뷰 갈무리.ⓒ CNBC
AFP통신은 앞서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언급했던 것을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 개발 위협에 대한 매파적 반응을 보였으나, 전문가들은 (선제타격이)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라고 보도했다.
구민선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능력 부족은 외교 정책 영역으로까지 번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윤 대통령 진영의 외교 정책 발언은 미국 공화당 소속 대통령의 문구를 베껴놓은 것처럼 보였다"라고 꼬집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일본 언론은 윤 대통령의 관계 개선 의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AP통신은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일본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일제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과거사를 고려할 때 문 전 대통령의 대일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 정세가 급변하면서 윤 대통령의 책무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조언도 나왔다. 미 싱크탱크 시카고문제협의회 칼 프리도프 연구원도 AFP통신에 "한국의 새 대통령이 국제사회가 전환하는 시기에 취임했다"라며 "이는 한국이 과거에 경험하지 않았던 진퇴양난(trade-off)의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이며, 윤 대통령이 이를 감당할 준비가 됐을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윤현(yoonys21)/ 오마이뉴스
언론에 의한 언어의 오염과 타락
민언련 언론포커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에 대한 호칭을 놓고 ‘당선자’냐 ‘당선인’이냐는 논쟁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요구를 대부분 언론이 그대로 따랐으니 논쟁은 없었다. 논쟁이 붙어야 할 사안에서 논쟁이 없었던 것이다. 극히 일부 매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에서 일제히 ‘당선자’를 버리고 ‘당선인’으로 불렀다.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최소한 곧 대통령이 될 분에게 ‘놈 자(者)’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발상에 대해선 따져봤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 발상에 담긴, 차기 대통령에 대해 ‘감히’ ‘불경스럽게’라는 생각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는 최소한 검증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당선자’로 명기된 헌법 제67, 68조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또 한시적인 역할에 대해선 대체로 ‘자’를 쓰며 지속적인 역할에 대해선 ‘인’을 붙이는 것이 통례라는 언어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렇다면 당선자를 뽑아준 유권‘자’는 차치하고라도 ‘자’를 붙이는 ‘기자’ 자신들에 대해서는 기꺼이 그 비하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는가. 참 모를 일이다. 논란을 제기해야 할 사안에서 논란이 실종돼버린 ‘당선인’ 사건은 차기 권력자와 그 주변에 대한 낯 뜨거운 일련의 보도 중 하나이자 예고편이었다.
▲ 2021년 7월4일 KBS ‘질문하는 기자들Q’는 언론의 언어가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었다. 방송에 출연한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는 ‘당선자’와 ‘당선인’ 사례를 들며, “당선자라는 표현은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데도 당시 헌법에 명시된 당선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덧붙여 곧바로 당선자라는 표현을 거두고 당선인이란 표현으로 일제히 바꾼 언론의 태도를 지적했다. 사진=KBS ‘질문하는 기자들 Q’ 화면 갈무리
논란으로 봐야 할 사안, 그래선 안 될 사안
거꾸로 논란으로 봐서는 안 될 사안들은 논란이 됐다. 장애인단체의 장애인권리 예산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놓고 언론은 당시 야당 대표의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발언을 인용하며 양측 간 ‘논란’으로 몰아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이유에 대해 질문 받은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경기력 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답변하자 이를 ‘전장연 논란’으로, 게다가 과거 언론에 의해 가공된 ‘페미니즘 논란’까지 끄집어냈다.
논란이 돼야 할 사안에서 논란이 실종되고, 논란이 될 수 없는 것을 논란으로 만드는 언론의 행태들. 언론에 의한 언어의 오염이며 타락이다. 그릇된 언어는 그릇된 인식에서 나오고, 그릇된 언어가 다시 그릇된 인식을 부른다. 한국의 언론이 언어 왜곡의 발원지이자 오염원의 배양처가 되는 현실의 단면들이다.
▲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 ‘혐오심판’ 1화 방송화면 갈무리
검찰개혁 법안을 놓고 우리 언론이 하나같이 쓰고 있는 ‘검수완박’과 ‘완전박탈’라는 용어는 검찰을 ‘약자’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없을 만큼 기형적인 검찰 권력을 분산하자는 입법 취지에 대한 정확한 전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아 경찰에 넘기는 것이 아닌 데도 대다수 매체는 검찰 수사권을 100% 박탈하는 것으로 명명(命名)한다. 언론의 이같은–의도적이었든 비의도적이었든-합심과 협력의 결과 절대 권력을 누려온 검찰은 오히려 자신의 것을 부당하게 빼앗기는 가련한 처지로 대중의 동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언론의 잘못된 언어와 명명과 작명은 언론을 넘어 우리 사회 곳곳으로 파급된다. 한국 언론학자들의 모임으로는 대표적인 단체가 네이버·카카오 의뢰로 작성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연구보고서’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과 같은 언론운동단체를 ‘특정 성향을 가진 단체’로 규정하는 사태 앞에 나는 먼저 학자들의 인식에 개탄하지만, 한편으로 이른바 보수언론에 의한 ‘시민언론운동단체는 편향’ 주문의 위력을 실감한다.
선택적 객관성, 부실한 객관성
언론의 언어 오염과 타락은 한국 언론의 객관주의와도 많이 닿아 있다. 한국 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받아들여져 온 ‘객관성’은 그 자체로 잘못될 게 없다. 문제는 선택적 객관성, 부실한 객관성에 있다. 객관성을 ‘철저한 팩트 기반에 입각한 보도’라고 정의한다면, 객관적인지 정확히 따져야 할 때는 팩트를 따지지 않는 반면 최소한의 보편 타당성을 거쳐야 할 때는 객관성의 이름으로 역시 팩트 확인의 노력 없이 단순 중계에 머무른다. 팩트체크는 팩트체크 부서에서만 따로 하는 것일 뿐인가.
▲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3일 발표한 ‘2022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43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인 2006년 31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70위로 떨어진 바 있다. 사진=국경없는 기자회(RSF) ‘RSF’s 2022 World Press Freedom Index’ 갈무리
때마침 2022년 세계 언론자유 순위에서 한국이 43위로 아시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한국 언론이 거의 제한 없이 누리고 있는 자유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순위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자유를 누릴 만큼의 자격이 한국 언론에 있느냐에 대한 답을 함께 담고 있는 것이라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이명재 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미디어오늘
2년 만에 얼굴 드러낸 '5·18 김군' 차복환 씨
김군'은 자신이 아닌 '김대중’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김군' 당사자인 차복환 씨가 12일 서울 중구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회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5.1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11일 JTBC 뉴스 룸은 5·18 당시 북한군 광수1호로 지목된 김군의 정체를 42년 만에 공개했다. 김군은 평범한 가장 차복환씨로 80년 5월 친형을 만나러 광주에 왔다가 시민군에 합류했다. (JTBC 뉴스 룸 방송 화면 캡처) 2022.5.11/뉴스1 © 뉴스1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2일 대국민 보고회를 열어 지만원 씨 등 극우세력이 당시 광주로 침투했다는 북한특수군 ‘광수1번’으로 지목한 일명 ‘김군’이 현재 생존해 있다며 신원을 밝혔다.
지난 42년간 '김군'은 1980년 5월24일 벌어진 광주 남구 송암동 학살사건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여태껏 김군은 송암동 학살에서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투항했지만 계엄군에 의해 총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는 실존인물 차복환씨의 제보가 5·18기념재단에 접수됐고 같은해 10월 제보 내용을 이관받은 위원회가 사진과 차씨를 비교분석했다.
조사위는 당시 현장에서 해당 사진을 촬영한 이창성 기자와 차씨와의 현장 동행조사를 통한 영상채증과 진술 등을 진행했다. 또 최초 사진을 보고 자신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막걸리집을 자주 다녀갔던 '김군'이라고 증언한 주모씨 등 3명의 대면 면담조사 등을 실시해 그가 실존인물임을 확인했다.
그래서 BTS는 군대에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BTS 병역특례론은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특례에 찬성하는 이들은 공정과 국익 양 측면에 부합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묻는다. ‘성공한 사람은 군에 가지 않는가?’
미국에서 콘서트를 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방탄소년단(BTS)의 지민, RM, 진(왼쪽부터).ⓒ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은 군대에 가야 할까. BTS 멤버 진은 올해 12월4일 만 30세가 된다. 그를 비롯한 멤버들은 ‘국위선양을 위한 체육·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에 해당해 병역을 연기해왔다. 병역법상 최대 30세까지만 미룰 수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처럼 이들을 특례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있으나 좀처럼 합의가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론 역풍도 불고 있다.
이론의 여지 없이 BTS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음악인들이다. 누구도 이들에 근접하는 국제적 인기를 얻지 못했다. 수록곡이 ‘빌보드 핫(Hot)100’ 1위에 오른 한국 가수는 BTS가 유일하다. 빌보드 핫100은 해당 곡이 미국에서 끈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차트다.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라디오 플레이, 유튜브 조회수를 합산한다. 2012년 신드롬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위였다. BTS는 1위 곡만 6개를 올렸다. 특례론은 BTS가 몹시 희귀한 성공사례라는 데 기댄다. 징병보다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 국익에도 이롭다는 논리다.
군불을 땐 건 BTS 소속사 하이브의 묘한 행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 기자 100여 명을 초청했는데, 4월7일 출발해 12일 귀국하는 일정의 비용을 전부 부담했다.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총괄(CCO)은 4월9일 “(BTS 멤버들이) 과거 반복적으로 국가 부름에 응하겠다고 했고, 생각은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2020년 즈음부터 변하기 시작한 병역 제도와 국민들의 생각 변화를 회사와 협의하에 지켜보고 있다. 병역법 개정안이 제출된 다음부터는 판단을 회사에 일임한 상태다”라고 덧붙인다. ‘2020년 변한 제도’란 30세까지 대중문화예술 우수자도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한 병역법 개정안이다. 관점에 따라 2년 전 ‘입영을 연기해줬듯 특례도 적용해주길 바란다’는 촉구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귀국한 기자들은 이 CCO의 말을 받아 BTS 병역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론상 법 개정 없이도 BTS 특례는 가능하다. 메달리스트나 대회 우승자는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이다(‘병역 면제’가 아니다. 면제자와 달리 기초군사훈련과 예비군훈련은 받는다). 예술·체육요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인데, 특기 유무를 판별하는 기준은 법이 아니라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시행령은 체육요원 요건(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 1위)만 명시한다. 예술요원은 국제 대회 2위 이상, 국내 대회 1위라는 기준만 정할 뿐, 대상 대회는 병무청장에게 위임했다. 병무청이 정한 대회는 국제음악경연대회 28개, 국제무용경연대회 9개, 국내경연대회(국악, 한국무용 포괄) 5개다. 이론적으로 병무청이 빌보드 핫100을 요건에 포함한다면, 법을 바꾸지 않아도 BTS는 군대에 안 갈 수 있다.
당연하지만 병무청의 결단으로 문제가 봉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본적으로 병무청은 징병 인원을 줄이는 데에 부정적이다. 출산율 감소로 입영 대상 자체가 자연히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더 결정적인 사유는 여론 반발이다. 병무청은 특례 기준을 쥐고 있는 기관이지만,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기준을 바꿀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일부 의원들은 병역법을 바꿔 특례를 신설하려 한다. 예술·체육요원을 시행령으로 정할 게 아니라 기준을 법에 명기하자는 것이다. 예술경연대회와 국제 체육대회 입상자, 국가무형문화재 자격 취득인에 더불어, ‘대중문화예술인’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BTS 병역특례를 위한 법안 발의를 했다가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연합뉴스
그런데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실은 관련 취재를 일절 거부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며칠 업무가 어려울 정도로 항의 전화를 받았다. ‘(욕설을 뜻하는) 18원 후원’도 다수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이기도 한 성 의원은 4월 중순만 해도 법안 통과에 낙관적이었다. 4월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이 (통과에) 더 적극적이다. (…) 형평과 국익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가 그렇게 이견이 있을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성 의원의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 의원에게 항의 문자를 보냈다” “욕설을 썼다” 같은 ‘인증글’이 적지 않다.
여론을 이용해보려다 되레 당한 것일까. 하지만 성일종 의원은 꽤 단단한 논리에 기대 있다. 그가 보기에 BTS 특례는 ‘포상’이 아니다. 여론에 휩쓸려 신설됐다가 사라진 월드컵 16강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특례와는 경우가 다르다. 성 의원 생각에 불공정한 것은 오히려 현 특례 제도이다. 대중음악에만 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 의원의 논리와는 별개로, ‘법 통과에 그리 이견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지난해 11월25일 국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위원들은 격돌했다. 정당 간 대치라기보다는 개개 의원들의 논쟁에 가까웠다. BTS 특례 법안이 계류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몇몇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는 문제를 둘러싼 쟁점 대부분이 제기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쳤다. 끝내 합의할 수 없었을 따름이다.
“BTS 정도로 국위선양 하면 당연히…”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훈장은 줄 수 있을망정 병역특례는 절대로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 특례라는 자체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본다. “국위선양에 대한 특례는 1970년대 초 해외에 우리나라를 알릴 기회가 없을 때 만든 제도”라는 것이다. 대중음악처럼 낡은 특례 제도가 포괄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면 특례 전반을 재검토하는 게 더 논리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수학올림피아드 입상자, 게임대회 우승자, 풍악을 세계에 알린 사람을 예로 들며, 특례는 점차 확대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도 예외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예외를 둬야 한다면 거기에 ‘BTS 정도로 국제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한 사람은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국위선양의 ‘정도’를 측량해서 부여하는 게 특례인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도 들어가 있는데, 모든 세계인이 다 아는 그래미상이나 BTS가 받은 2개의 상이 없다.” 김 의원이 제안하는 기준은 훈장이다. 대중예술인의 경우 BTS처럼 훈장을 받은 사람만 특례를 주자는 것이다.
한기호 의원(국민의힘)은 ‘대중문화’에 속한다고 여겨지던 분야 내에서도 형평에 안 맞는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게임이나 춤이 ‘체육’으로 포섭되면서 자연히 특례 혜택 종목이 된 반면, 그보다 더 ‘대중적’인 대중음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시안게임에 정식 채택이 되었다. 비보잉도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은 여론 역풍을 염려했다. BTS 병역특례에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여론조사를 들었다. 병력이 줄어드는 추세인 상황에서 특례 확대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은, 몇 차례 BTS를 ‘특정 아이돌그룹’이라고 지칭한다. 이들이 “국위선양을 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가 특정 아이돌그룹의 징병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공정 문제를 두고 의원들은 부딪쳤다. 성일종 의원의 말이다. “부잣집에서 바이올린 정말 열심히 가르쳐서 (…) 1등 시킨 것도 아주 대단하고 대한민국을 알린 그런 효과가 있는데, BTS는 세계 팝음악 2개를 석권했다. 클래식은 들어가 있는데 팝은 안 들어가 있다.” 반면 이후 김병기 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특례는) 결과적으로는 봐주는 거다. (…)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대로 놔두고 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지, ‘이것도 해주자’는 건 틀렸다.”
논의가 공전하자 의원들의 화살은 병무청과 국방부에 향했다. 김진표 의원은 “(특례 범위 변경은) 시행령과 훈령으로 할 수 있는데 현행법 무슨 표현 때문에 (BTS는 적용) 안 된다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병무청 관계자는 기준이 다르다고 말한다. ‘앨범 판매량이나 팬들의 투표’로 뽑는 대중음악상은 경연대회와 다르다는 것이다. 윤문학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특례가 적용되는) 경연대회 개념은 순수예술이든 대중예술이든 체육 분야와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경쟁을 통해 출전 자격을 부여받고, 여기서 또 경쟁을 통해 순위가 결정돼야 한다. 대중음악은 이걸 적용할 만한 ‘대회’가 없다는 것이다.
BTS 특례론은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하지만 여론 역풍에도 이유가 있다. 성일종 의원을 비롯해 BTS 특례에 찬성하는 이들은 공정과 국익 양 측면에 부합한다고 말한다.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현행 특례 제도에 빈 곳이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형평에 안 맞는 사례가 나오는 구조다. 국익에 이롭다는 주장도 탄탄하다. 경제적 효과를 정교하게 추산해보지 않아도, BTS의 활동이 나라에 이로운 것은 확실하다. 반면 특례 반대론은 자칫 감정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징병제를 유지하는 뿌리는 국민의 감정적 용인이다.
“군대 가는 사람은 능력이 없어서 가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병역특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연합뉴스
젊은 남성에게 군대는 참아야 하는 재앙이다. 병역의무와 가까운 20대 남성 82.5%는 ‘군대는 안 가는 게 좋다’고 본다. 65.3%는 더 나아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2019 병역담론의 전환을 위한 기초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특례 해당 사항이 없는 개인이 보기에, BTS가 가져오는 국익이나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간 형평성은 제 일이 아니다. 이들은 BTS와 스스로를 비교한다. 극단적으로 BTS와 자신의 복무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절대다수가 멤버 7명을 군대에 보낼 것이다. 그러나 국가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BTS 특례는 이 진실을 선포하는 의식이 될지 모른다. 이 맥락에서 ‘국위선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바이올린 영재, 비인기 종목 메달리스트보다 BTS가 국위를 더 선양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BTS 특례는 더 위험하다. 이 제도는 ‘성공한 사람은 군에 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퍼뜨린다. 법안소위에서 김병기 의원은 말했다. “그러면 군대에 가는 사람들은 아무 능력이 없고 국위선양을 하지 못해서 나라라도 지키라고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으로서 BTS 특례 법안은 전망이 어둡다. 인수위는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4월20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 “병역특례가 축소되고 있는 현 시점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적었다. 팬덤 ‘아미’마저 BTS 특례 법안의 우군이 아니다. 아미를 자처해온 인사들도 말을 아낀다. 대개는 파장을 우려해서다. 수년간 아미 활동을 해온 한 팬은 “아미 내부에서도, 아이돌 팬덤마다 제각기 생각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역린을 건드린 정치권의 공회전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시사인 이상원 기자
보수 언론에 당근, 비판 언론엔 채찍
새 정부와 언론의 관계는 향후 5년을 내다보기 위한 시금석이다. 언론은 근거리에서 정부의 면면을 살피고, 새 정부는 과오는 덮고 희망을 크게 보는 여론의 화장술을 원한다. 엇갈리는 이해 속에 어떤 균형을 만드냐에 따라 성공한 대통령도, 실패한 대통령도 될 수 있다. 특히 비판적 언론에 대한 새 정부의 태도는 중요하다. 선거 국면에서 반쪽으로 갈라졌던 여론을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보여주는 예고편 격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놓고 언론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대통령의 말에는 분명 언론의 자유, 공공성이라는 키워드가 있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건 과거 정부들에서도 숱하게 봐왔던 '당근과 채찍'이다. 보수 언론과 이른바 '허니문 기간'을 즐기고,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면 손쉽게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는 낡은 언론관이다. 정치인 윤석열의 여정에는 이미 그 징후가 농후했다.
윤석열 정치 가도에 드리운 보수 언론의 그림자
2020년 7월, 뉴스타파는 당시 검찰 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사주들과 회동을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만났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뉴스타파 카메라 앞에서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는 법조계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역술인을 대동해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들이 왜 만났고 어떤 교감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시기 전후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들이 이른바 '킹메이커' 역할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조선, 중앙, 동아 세 일간지에서 윤석열 이름이 언급된 횟수는 이 만남을 전후로 확연하게 늘었다.
△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 분석에 따르면, 조선, 중앙, 동아 세 일간지에서 윤석열 이름이 언급된 횟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언론사주의 만남이 있었던 시기(2018년 하반기~2019년 상반기) 전후로 확연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을 떠난 이후의 행보에서도 보수 언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직 사퇴 이틀 만에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로 침묵을 깼다. 당시 현안이었던 LH직원 투기 의혹 사건을 언급하며 '망국의 범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친정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행간은 보수 언론의 사설로 메워졌다. 사설들은 윤석열의 발언을 문재인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직언으로 해석했다.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그의 모습이 덧씌워졌다.
정치 입문 이후, 쏟아지는 자질 검증 속에 윤석열 대통령의 진로는 불투명해 보였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듯한 그의 생각과 잇단 말실수가 구설에 올랐다. 검사 시절의 행적, 배우자와 장모의 비리 의혹, 용산 집무실 이전 강행, 내각 인사 문제 등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때마다 보수 언론은 윤 대통령의 구원 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TV조선은 자신이 주최한 행사 영상 일부를 삭제했다. 당일 다른 언론들은 프롬프터 고장 때문에 이 행사 연단에 서고도 2분간 침묵한 윤석열 대통령의 자질 문제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 언론만 침묵한 꼴이다. 보수 언론들은 이른바 '윤핵관'의 말을 인용한 보도로 윤 대통령의 복심을 전달하는 대변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빅카인즈 분석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조중동 3개 일간지가 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기사는 20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윤석열 20대 대통령 취임식. 정치 입문 1년도 되지 않아 보수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1년도 되지 않아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이 쾌속질주는 '킹메이커' 보수 언론의 역할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민언련 공동대표)는 20대 대선에서 이 같은 언론과 정치인의 관계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이전의 정치인 띄워주기 식 보도도 문제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보수 언론이 조력자 위치를 넘어 정치인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하나의 주연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허니문 혹은 취재 방해... 언론 길들이기 시작됐나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보수 언론과 새 정부의 긴밀한 관계는 노골적이다. 보수 언론에서는 대통령과 일가의 동정을 보도하는 이른바 '땡윤 뉴스'가 연일 이어진다. 대통령의 식사 자리는 '식사 정치', '탈혼밥 선언' 등의 소통 행보로 포장된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일거수일투족과 패션도 기사 거리다. 기자들이 매일같이 이들의 일정에 동행하며 취재하지만, 정작 정치 현안이나 과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는 내용은 찾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도 '킹메이커' 언론에 대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는 중이다. 인수위는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 발표하며 △ 대기업 소유 규제 완화, △ 재승인 기간 연장 검토, △ 광고, 심의 규제 완화 등의 언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명분은 미디어 산업 혁신과 규제 개혁이지만, 실상은 보수 언론과 종편에 대한 특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채 교수는 "인수위가 제시한 국정 과제 가운데 정작 언론 수용자, 시민이 바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사실상 언론과 새 정부의 정치적 거래라고 볼 수 있는 언론 정책들"이라고 평가했다.
△ 윤석열 정부 초대 홍보라인. 조중동 기자 출신이 주요 직책을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홍보라인에서도 보수 언론과의 연결고리가 보인다. 박보균 초대 문체부 장관(중앙일보)을 비롯해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조선일보), 이재명 부대변인(동아일보, 채널A), 그리고 강훈 홍보수석실 국정 홍보비서관(조선일보)까지 공교롭게도 모두 조중동 기자 출신이다.
반면 대선 시기 윤 대통령과 일가에 대한 검증 보도에 나섰던 언론은 취재 방해에 직면했다. 인수위는 뉴스타파를 비롯해 일부 매체의 취재 신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행정 절차를 이유로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더니 지난 6일 인수위 활동 종료 때까지 취재를 허가하지 않았다. 직접 현장을 찾아 협조를 요청해도 사전에 허가되지 않은 매체의 출입은 허락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됐다. 취재 신청 거부에 대한 사유를 요청해도 공식적인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 당 대표는 지난 4월 6일 CBS 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선거 기간 중에 우리 당선인에 대한 혹독한 기사들이 나왔던 곳이기 때문에 불편한 심기가 들어간 건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물리적인 출입만 막힌 것이 아니다. 뉴스타파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은 인수위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에 나섰지만 역시 거부당했다.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보공개법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수위는 홈페이지에 정보공개 청구에 관한 내용을 게시하지 않았다. 과거 18대 대통령 인수위는 홈페이지에 정보공개 담당자 연락처와 청구 방법에 대한 상세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바 있다.
△ 인수위 정보공개 청구 답변서. 답신 기한도 지키지 않고, 비공개 결정을 내리면서 그에 대한 정확한 근거도 밝히지 않았다.
직접 우편을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처리는 부실했다. 접수 자체가 늦어진 데다, 법에 규정된 답신 기한도 지키지 않았다. 비공개 결정을 내리면서 그에 대한 정확한 근거도 밝히지 않았다. 이의제기를 하려고 해도 인수위가 해산되면서 마땅히 소통할 곳이 없는 실정이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새 정부의 소통 의지와 행정 체계 전반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은 다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알 권리 보장부터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말하는 소통과 개방이 무엇인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비판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관련 의혹, △ 배우자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사건 관여 의혹, △ 김만배 녹취록 보도 등 검증 보도에 나섰던 뉴스타파를 특정해 공개적으로 폄하하는 일도 있었다. 검찰의 공식 조직을 동원해 뉴스타파 기자 등 비판적 언론인들을 형사 고발하도록 주문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권력을 잡으면 비판 언론인을 탄압하겠다고 했던 김건희 여사의 사적 통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그간 추진돼 온 언론 개혁이 새 정부 들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언론인 현업단체 가운데 하나인 전국언론노조를 '못된 짓의 첨병'이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인수위가 제시한 110대 국정 과제 가운데도 언론 개혁을 내세운 정책 목표는 찾아 볼 수 없다. '미디어 공정성, 공공성 확립과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항목이 있지만 한국방송공사 KBS의 경영 평가, 지배 구조, 수신료를 손질하겠다는 내용 정보가 전부다. 채 교수는 "언론 개혁의 제도적 논의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실종된 상태"라며 "새 정부가 언론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보다 언론을 관계적으로 관리를 하려는 느낌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오대양
민언련 "매일신문 사장, 신문윤리위 이사장 사퇴하라
"5.18 민주화운동 모욕, 세월호 참사 희화화 등 "저질만평 상습 게재"…"무슨 면목으로 신문윤리위 수장 맡는단 말인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매일신문 만평 파문과 관련해 이상택 매일신문 사장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민언련은 23일 성명을 통해 “매일신문은 광주 시민과 5·18 민주화운동에 상처를 주는 무책임한 변명 말고 진솔한 사죄부터 하라”며 “이상택 사장과 이동관 편집국장이 나서 공식 사과하고 김경수 작가를 교체하라”고 밝혔다.
또한 “저질만평 상습 게재로 언론의 품위를 떨어뜨린 이상택 사장은 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 자격도 없다”며 “매일신문 만평이 신문윤리강령 위반으로 당장 심의를 받을 판에 무슨 면목으로 전국 122개 신문·뉴스통신·온라인신문 자율심의기구인 신문윤리위원회 수장을 맡는단 말인가”라고 따져물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적한 문제적 '매일희평'
민언련은 “김경수 화백이 5·18민주화운동을 모욕한 건 처음이 아니다”라며 "상습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화백은 지난해 8월 23일 자 만평 <민주도 완장을 차면...>에서 ‘친문’ 완장을 두른 ‘코로나 계엄군’이 8.15 광복절 집회를 허용한 사법기관을 진압봉으로 폭행하는 장면을 그렸다.
민언련은 "김 화백이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만평을 그려왔다"고 지적했다. 2019년 5월 23일자 만평 <10주기에 내려와 불러보는...칭구야ㅠㅠ>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능욕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세월호 참사에 빗댄 2016년 5월 2일 만평 <옥시월호>는 세월호 참사를 희화화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6일자 만평 <관중의 함성이 무관중 속의 총성으로 변한 배구코트>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관중석에 숨어 총으로 가해자 선수들을 저격하고 있는 장면을 그려 독자들의 공분을 샀다.
민언련은 “5.18민주화운동을 상습적으로 폄훼하고 세월호 참사를 조롱하고 학교폭력 문제의 본질을 왜곡한 매일신문 만평은 결코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납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 어떤 경우라도 풍자를 벗어난 모욕, 경멸, 조롱, 혐오, 비하, 차별은 표현의 자유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5·18기념재단과 5·18단체들은 22일 성명을 내고 “광주시민의 5·18 상처를 덧낸 대구 <매일신문>은 즉각 사과하고 만평 작가를 교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만평의 목적은 국정 비판으로 보이지만 광주시민은 41년 전의 고통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토대라지만 사회적 공감대와 상식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신문 홈페이지에 올라온 입장문
매일신문은 19일 부동산 정책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 진압에 비유한 만평을 실었다. 해당 만평을 그린 김경수 화백과 신문사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자 매일신문은 만평을 내리고 21일 입장문을 올렸다.
매일신문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세정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비판한 것”이라며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동시에 전두환 군사정권과 현 정부를 같은 수준으로 비유했다고 비판했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광주 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려 했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며 “현 정부에 너무 뼈아픈 비판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매일신문은 “보도취지와 전혀 다르게 광주 시민들의 아픈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들춰낸 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3.23.
3월 19일자 매일희평에 대한 입장문
지난 19일자 매일희평(그림1)과 관련,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이에 매일신문의 입장을 밝힙니다.
19일자 매일희평은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재산세와 종부세 그리고 건보료 인상의 폭력성을 지적한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집값이 급등해 세 부담이 폭증한 현실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에게 가해진 공수부대의 물리적 폭력에 빗댄 내용이었습니다.
'가정맹어호'라는 고사가 있습니다. 가혹한 세금은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이야깁니다. 역사적으로도 국민의 재산과 직결된 조세정책의 성패는 나라와 정권의 흥망을 갈라놓을 정도로 중차대한 문제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날 매일희평은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비판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청원인은 이 장면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동시에 전두환 군사정권과 현 정부를 같은 수준으로 비유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청원인은 이를 이유로 이 만평의 작가인 김경수 화백과 매일신문의 편집자 및 관계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청원한다고 했습니다.
매일신문은 이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매일신문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광주민주화운동과 그 정신을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기억인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성과 무게감을 저희들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 아픔도 함께 하려 합니다. 그런데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려 했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매일신문을 향해 그런 주장은 펴는 건 매일신문이 일관되게 현 정부에 대해 너무 뼈아픈 비판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다만 이날 만평이 광주시민들의 아물지 않는 상처를 다시 소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정치적으로 왜곡되고 변질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 다음날 인터넷에서 내리는 결정을 한 것입니다. 또한 이날 만평이 저희의 보도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광주시민들의 아픈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들춰낸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 만평을 그린 김경수 화백은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화백의 비판은 현 정부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실제로 김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너무나 강하게 비판을 해서(그림2, 그림3) 2015년 7월 오마이뉴스에 '대구서 박근혜 비판 만평이? 작가는 괜찮을까?'라는 걱정과 응원의 기사가 실리기도 한 주인공입니다.
매일신문 2021-03-21
또 시작된 '이재명 악마화' 작전, "가장 두려운 존재라서“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악마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서 누군가 근거없이 말한 것을 '조선일보' 등이 그대로 받아쓰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재명 악마화' 시도는 지난 대선 때는 물론 수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지난 10일 이재명 고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출마 지역인 인천 계양구 계산동 상가 일대와 부일공원 등을 다니며 시민들을 만난 현장을 생중계했다.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악마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서 누군가 근거 없이 말한 것을 '조선일보' 등이 받아쓰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고문은 길거리 노점을 방문하면서 1천원짜리 호떡을 사먹었고, 인근 부일공원 벤치에 앉아서는 어르신이 따라주는 음료를 받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 '서울경제' '이데일리'가 이같은 제목의 기사를 냈다.
尹 취임 날, 이재명은 인천서 호떡·막걸리 먹방 (조선일보)
[영상] 尹 취임 날, 이재명은 인천서 호떡·막걸리 먹방 (서울경제)
(영상) 윤석열 취임 날, 인천 간 이재명은 호떡·막걸리 '먹방' (이데일리)
이같은 기사의 제목을 보면 이재명 고문이 새 대통령 취임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거리에서 먹방을 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정작 이재명 고문은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 이재명 고문은 막걸리가 아닌 '식혜'를 마셨음에도 '막걸리'라고 기사 제목에 나갔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막걸리' 단어가 빠지거나 '식혜'로 정정됐다.
이를 두고 이동형 미르미디어 대표는 11일 '이동형TV' 방송에서 '조선일보' 등이 '식혜'가 아닌 '막걸리'라고 한 데 대해 고의로 이재명 고문을 '스크래치'하려는 의도라 짚었다. 그는 또 대통령 취임식에 대해선 "(이재명 고문을) 초청해야 갈 거 아니냐"라며 "대선에서 싸웠던 사람을 초청 안하는 쪼잔한 심보를 탓해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또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11일에도 [“방금 기념촬영했는데…” 연설 위해 여자아이 밀친 이재명]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재명 고문이 식당 입구에서 즉석연설을 하기 위해 자신과 기념촬영을 마친 여자아이를 오른손으로 밀쳤다고 한 것이다.
이에 이재명 고문의 비서실장인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확인해보니, 단상 위에 있는 아이 앞에 사람들이 굉장히 몰려 있는 상황이라 보호 차원에서 한 행동이었다"라며 "영상을 보면 후보님 시선도 단상 아래부분을 향하면서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옆으로 이동시키는 모습이었다"라고 했다.
이동형 대표는 "이재명 악마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며 "저들 입장에선 5년 후 가장 두려운 건 이재명이다. 빨리 쳐내거나 악마화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찬대 의원은 "밀치려는 의도였으면 단상 아래를 볼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을 보았을 것"이라며 "또 손방향과 속도를 보면 작정하고 밀친 것이 아님을 누구나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무엇보다 현장에 해당 기자분이 있었는지, 현장취재를 한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일갈했다.
이동형 대표는 "단상 앞에서 아이가 다칠 수도 있으니 손으로 살짝 댄 걸 가지고 아이를 밀쳤다고 한다"며 "기사거리도 아닌데 일베나 디씨 이런 애들이 쓰니까 취재도 안하고 이재명 캠프에 물어보지도 않고 '10대 아이를 밀쳤다'고 제목 달았다"라고 질타했다.
이동형 대표는 "이재명 악마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며 "저들 입장에선 5년 후 가장 두려운 건 이재명이다. 빨리 쳐내거나 악마화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천시장 선거에서 박남춘 시장이 유정복 전 시장에 패할 경우, '이재명이 인천 와서 졌다'는 식으로 프레임화할 것이라 했다.
박지훈 변호사도 "일베나 유튜버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의혹제기한 걸 그 신문사나 큰 언론사에서 받아쓰는 상황"이라며 "제목만 봤을 때 상당히 심각해보이니, 일반 국민들은 기사를 다 안 읽고 제목만 보고 인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지훈 변호사는 "밖에서 하는 건 예상된 일이고 더 마타도어가 들어올 것이다. 모든 게 이재명 타겟으로"라며 "그러면 그럴수록 당내에선 분란이 안 나오는게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 고문이 복원 실험을 위해 로봇 개를 넘어뜨린 것을 두고 언론들은 그의 인성이 큰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몰아가며, 수많은 '복붙' 기사를 쏟아낸 바 있다.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이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방해하던 언론들의 느닷없는 '로봇 감수성' 드립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 고문이 복원 실험을 위해 로봇 개를 넘어뜨린 것을 두고 언론들은 그의 인성이 큰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몰아가며, '로봇 학대' 프레임으로 수많은 '복붙' 기사를 쏟아낸 바 있다.
304명(대부분이 단원고 학생)이 안타깝게 숨진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산업재해 사고 예방(하루에 평균 6~7명 사망)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도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수구언론들이 갑자기 '로봇 감수성'을 들먹이며, 이재명 고문을 악마화시켰던 것이다.
이같은 '이재명 악마화'의 중심엔 '문재인 열혈 지지자'를 자칭하는 소위 '똥파리'라는 집단을 빼놓을 수 없다. 이재명 고문과 관련한 수많은 가짜뉴스와 음해 내용의 본 출처는 이들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해당 집단은 '문재인 지키기 위해 윤석열 찍겠다'는 모순적인 행위를 보여왔으며, 현재는 '뮨파(문+윤파)'라고도 불린다.
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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