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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5.16~5.21 한동훈이 휴대전화 비번을 열지 않는 이유

by 이성근 2022. 5. 16.

집무실 앞 시위 헌법정신 몰각? 기본권부터 배워야할 언론

코로나19 보도, 과장된 표현 가장 많은 방송사는 KBS”

보수가 소수자를 발굴한 이유

화려한 운동권 출신에서 윤석열 정부 낙마 불명예 얻기까지-김성회

초고령사회, 일본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다

집무실 휴일 시위 봉쇄하고 대통령 주말 쇼핑은 소통?

3분 영상에 담긴 독일의 위선"슬픈 진실

식물들이 남긴 유언... 아파트의 비참한 현실 깨우치다

'재난 자본주의'의 극치, 우크라이나전쟁

재택근무, 어쩐지 일 잘되더라협업 3배나 늘었다

노동자 5.4%재택근무 해봤다비정규직은 2.4%에 그쳐

재택근무의 맛, 어떻게 잊어출근은 역행, 일할 곳 선택권 달라

한동훈이 휴대전화 비번을 열지 않는 이유

윤석열과 이재명 극명한 차이 드러낸 대선 TV찬조연설

종편3사 윤비어천가 상서로운 무지개” “삼풍백화점 붕괴 후 땅의 기운 돋아나

작가 유시민의 가상화폐 신기루론

 

 

집무실 앞 시위 헌법정신 몰각? 기본권부터 배워야할 언론

비평] 법원, 대통령 집무실 앞 시위 허용청와대 폐쇄, 용산 이전 취지 소통아니었나

경찰, 대통령 눈치보느라 법원 판단까지 무시일부 언론도 나서 시위 비난, 새 정부 눈치보나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에 단 하루도 머물 수 없다며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이유는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고, 국민의힘 의원은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에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추가하겠다고 나섰다.

 

현행 규정부터 보자. 집시법 제11(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를 보면 일부 장소에 대해 100m 이내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113호를 보면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등을 금지 장소로 명시했다. 기존 대통령은 청와대, 즉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한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이 규정으로 관저 100m 인근 집회가 금지되는 효과를 봤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이 공적인 업무를 보는 집무실(구 국방부 청사)과 대통령의 집인 관저를 분리했다. 그러자 경찰은 집무실에 관저가 포함된다며 용산 집무실 100m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0일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100m 집회금지 대상에 대통령 집무실도 명시하는 내용이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에서 용산 집무실 100m 집회를 허용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법무부 지휘를 받아 즉시항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무부도 경찰 주장을 승인한 것이다.

 

소통취지가 무색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고 여당과 경찰, 법무부까지 합세한 가운데 언론에선 이 사안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시위를 악습으로 규정, 법원 판단 어이없다는 문화일보

문화일보는 지난 12일 사설 “‘대통령실 코앞 시위 허용황당 결정과 악습是正(시정) 과제에서 법원 판단에 대해 이것이야말로 법률의 통상적 취지를 벗어난 황당한 판단이라며 헌법정신까지도 몰각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어이없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대통령실 이전은 국민과 소통을 확대하면서 투명한 국정을 펼치겠다는 윤 대통령 결단에 따른 점에서 집회·시위 등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도 새로운 전기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법원은 이런 전반적 상황을 종합해 시위 악습은 시정하면서 합리적 표현은 보장하는 방향으로 상급심에서 잘못을 바로잡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12일자 사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정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악습으로 비난하며 시정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소통을 확대하려고 하고 집회와 시위가 표현의 자유인 것을 인정하면 논리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인정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시위 악습을 꺼낸 것이다.

 

집시법 위반 가상사례 끌어와 시위 비난한 서울신문

서울신문은 지난 13일 사설 “‘민의의 전당용산, 소음으로 얼룩져선 안 돼에서 윤 대통령이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적극 밝히거나 아예 시위 주최 측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자리를 정례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해 해결하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각종 집회 주최 측이 확성기를 크게 틀며 집시법에 허용하는 범위 이상의 소음을 유발하거나 교통 정체를 일으키는 등 시민의 일상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무분별한 집회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도 윤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며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했기 때문에 시위를 금지하는 것을 무작정 옹호하진 못했다. 그런데 서울신문은 느닷없이 시민단체가 집시법을 어겼다는 전제 하에 집회에 대해 비난했다.

서울신문 13일자 사설

 

용산 집무실로 이전한 뒤 시민들이 필요 이상의 소음을 유발하거나 교통정체를 일으켜 집무실 일대 시민의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었나? 무분별한 집회가 악의적이고 반복해 열렸다면 해당 단체에 대한 비판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경찰은 집시법조차 지키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집무실 인근 집회를 금지해오고 있다. 현재 집시법 취지를 어긴 건 경찰이다.

 

또한 일부 단체들이 집시법 취지에 어긋나도록 집회를 했다면 그 단체의 문제일 뿐이다. 서울신문은 용산이 소음으로 얼룩져선 안 된다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성숙한 집회 문화가 정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역시 집회 문화가 성숙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집회에 나선 시민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서울신문의 사설은 논점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고,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시위 자체를 비난했다. 이번 집무실 앞 집회 금지 논쟁 훨씬 이전부터 집시법 11조 자체가 국민의 저항권이나 표현의 자유를 위반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 3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국가기관 편의를 위해 시민의 기본권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집시법 11조 폐지를 주장했다.

 

법원의 집회 허용으로 시민불편?

법원의 집회 허용 판단은 집시법에 대한 해석이자 경찰의 무리한 기본권 통제에 대한 경종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법원 판단으로 시민불편을 야기한다는 논지를 폈다.

 

뉴시스는 12일자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허용교통 지옥용산 현실화에서 이에(법원 판단) 따라 용산구에서 생활하거나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교통 통제 등으로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법원 집무실 100m 앞 집회 허용삼각지, 시위 집결지 되나”(서울신문 12일자), “집무실 100m내 행진 허용용산 시위 몸살 앓나”(국민일보 12일자), ““동네 갑자기 시끄러워졌다삼각지역 13번 출구, ‘집회 1번지급부상”(데일리안 14일자) 등의 보도도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제공은 청와대에서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윤 대통령에게 있다. 용산을 중심으로 소통하겠다고 나선 만큼 집무실 인근이 시끄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침 혼잡한 시간에 서초동에서 용산까지 출근하면서 교통혼란을 가중하고 있지만 이들 언론은 소통하겠다고 용산을 찾은 시민들을 비난하는 꼴이다.

 

일부 언론에서 표현의 자유를 비난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정부출범 직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과 비슷한 구조로 구성했다고 홍보했다. 백악관을 벤치마킹해서 소통을 강화했다는 취지였다. “백악관 닮은 용산”(조선 12일자), “백악관 본뜬 집무실”(중앙 12일자), “‘백악관처럼참모들 수시로 들락날락”(뉴스1 12일자) 등 대통령실 입장을 그대로 전한 보도들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은 100m 집회 금지 규정이 없어 시민들이 백악관 바로 앞까지 접근할 수 있다.

용산 집무실이 미국 백악관을 따라했다고 홍보한 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우왕좌왕 경찰 비판한 동아일보 새 정부 눈치보나

보수매체에서도 경찰의 과잉충성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동아일보 13일자 사회부 기자의 대통령실 인근 집회 놓고 새 정부 눈치보는 경찰을 보면 법원의 집무실 인근 행진 허용 판단 직후 경찰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가 항고하겠다는 입장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경찰 항고가 실효성이 없는데도 경찰 측 관계자가 즉시항고는 의지 표명이라고 실질 효과가 없음을 인정한 것도 함께 전했다.

 

동아일보는 관저와 집무실의 사전적 의미가 다르다는 점에서 경찰의 자의적 법해석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반대 의견에 귀를 닫고 집무실 인근 집회 금지를 고수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소통 강화를 이유로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사실과 용산공원 담장을 낮춰 시민들과 눈을 맞추겠다고 한 점 등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12일 사설에서 숱한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국민에게 더 가까이를 명분으로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였다면, 집무실 근처에서 국민들이 다양한 의사를 표출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옳다윤 당선자 쪽이 모델로 삼았다는 미국 백악관 앞에서도 시위는 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이 시민들의 입을 막을 게 아니라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 강행한 윤 대통령에게 질문할 때다. /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코로나19 보도, 과장된 표현 가장 많은 방송사는 KBS”

헬스컴-제주언론학회 세미나, “날마다 역대’, ‘최다’, ‘급증’, ‘최고습관적으로 팩트 부풀리기

 

하루 사망자 18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KBS, 202234.)

어제의 역대 최다치를 또 한 번 갈아치웠습니다.” (MBN, 20211126.)

 

코로나19 보도에서 과장된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한 방송사는 KBS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3일 제주도 제주아스타호텔에서 열린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학회장 정의철)와 제주언론학회(학회장 김동만) 공동 세미나에서 이서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등(송철민, 이지화, 락빙, 김덕현 공동 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20120일부터 2022331일까지 23개월 동안 115일 분량의 방송 보도 1035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65.4%에 이르는 677건에서 과장된 표현이 발견됐다. KBS115건 가운데 92건으로 가장 많았고, MBC87, SBS85건 순으로 나타났다. JTBC 79, TV조선이 76, 연합뉴스TV 69, MBN68, YTN67, 채널A 54건 순이었다.

방송사별 과장 표현 사용 기사 건수와 평균.

 

과장된 표현은 하나의 기사에서 최대 10개까지 사용됐고 평균 2.57개가 사용됐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과장된 표현의 유형을 발언 주체별로 살펴본 결과, 기자가 55.8%를 차지했고 앵커와 헤드라인이 각각 33.1%11.1%를 차지했다. 과장된 표현의 유형을 보면 확대화가 36.9%로 가장 많았고 대비화가 30.4%, 극대화, 과일반화, 축소화가 각각 29.1%, 2.9%, 0.6% 순이었다.

언론사 보도 문장 구절

 

어제 확진자가 1,378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MBN, 2021710)

이처럼 수도권 감염이 늘면서 서울의 입원 격리 확진자는 409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JTBC, 2020613)

수도권의 확산세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비수도권의 확진자 수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연합뉴스TV, 2021125)

 

넘다”, “역대”, “최다”, “급증”, “최고등의 표현이 자주 사용됐다. 발표를 맡은 송철민 JIBS 편성제작국장은 관련 수치가 실제로 보도 당일 가장 많았다면 이런 표현을 팩트로 볼 수 있겠지만 감염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날마다 당일 상황을 최대’, ‘최다’, ‘최고라고 하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대’, ‘최다’, ‘최고등의 표현이 역대와 결합해 과장의 정도르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확대화 표현에 의한 과장 사례.

 

송 국장은 어느 날 확진자가 100명이 발생해 폭증’, ‘속출’, ‘쏟아졌다고 설명했는데 다음날 200명이 증가하면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하느냐면서 이런 표현은 모두 크게 늘었다정도로 순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극대화 표현에 의한 과장 사례.

 

오늘 하루만 100명이 추가돼 200명을 넘겼다같은 표현도 굳이 하루을 붙여 당순히 하루 동안이란 의미를 넘어 오늘 하루에만 100명이 추가됐는데 다른 날은 얼마나 심각할까 하는 뜻을 함축하는 과장된 표현이다. “지금까지 누적 환자는 198명이나 된다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현재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방송사별 과장 표현 상위 20개 단어.

 

굳이 초비상이나 초긴장같은 표현을 쓰거나 85%만 돼도 포화상태라고 단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신부가 코로나에 확진돼 진료를 거부당한 상황을 보도하면서 쫓겨 났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800명에 육박한다”, “90명까지 치솟았다는 등의 표현도 단순히 숫자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실제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확대화표현이다. “무더기”, “대거같은 표현도 비슷한 효과를 만든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같은 표현은 모든 전문가들의 의견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데 이런 과일반화도 여러 기사에서 발견됐다.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처럼 주민들”, “자영업자들”, “의료진들같은 단어도 일부를 전체로 치환하는 과일반화 표현이다.

 

송 국장은 한국 방송사들이 코로나19 상황을 의도적으로 심각하게 보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기자들이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담치료병상 의료진. 사진=노컷뉴스

 

안도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언론의 과장된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과장의 대상이 문제였다면서 코로나의 위험을 경고하는 건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고 보지만 진짜 문제는 백신의 위험성을 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국장은 뉴욕타임즈 회장을 지낸 마크 톰슨의 CNN 인터뷰 발언을 소개했다. “이상하고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는 지금이 언론사에는 독자를 찾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순간이다.” 송 국장은 언론이 과학적이고 신중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면 감염병 대응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신뢰 회복 또한 요원하다면서 뉴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언론만이 무한 경쟁의 언론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보수가 소수자를 발굴한 이유

65살 이상 고령 장애인 비중 절반 차지하는 등 소수자 정치 의제 부상은 피할 수 없어

20대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정치권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여성을 포함해 장애인, 이주민 등 소수자 집단을 겨냥한 캠페인이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223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에 대해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을 연이어 쏟아내면서 불거진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2020년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0만 건 넘는 동의를 얻으며 수면 위로 올라온 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핵심 공약이 됐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젠더 갈등에서 다양한 정치세력은 제각각 남성 또는 여성 표를 바라고 움직였다.

 

소수자 집단과 관련된 정치 이슈가 성장한 것은 1차로는 보수 내부의 혁신시도와 관련 있다. 소수자들이 기회주의적으로 무임승차하고 공동체의 법과 질서를 어지럽혀, 근면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정치적 서사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우파 정치 슬로건과 전략을 벤치마킹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좀더 깊게 해당 이슈를 들여다보면 한국 사회의 변화에 따른 개별 소수자 집단의 양적·질적 성장이 감지된다. 해당 집단과 관련된 정치 의제가 부상한 것은 피할 수 없었던 셈이다.

 

고령자 2007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

최근 장애인 관련 논쟁이 놓치는 사실은, 급격한 고령화가 장애인 집단 내부 구성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등록장애인현황에 따르면 65살 이상 고령 장애인 비중은 200732.7%에서 201441.4%를 거쳐 202151.3%까지 늘었다. 중장년(50~64) 장애인 비중은 202128.4%, 200730.6%에서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노인이 장애인의 절반을 넘었다.(1)

 

노화로 장애인이 된 사람이 늘어난 것이 장애인의 고령화를 이끌고 있다. 2020년 새로 장애인으로 등록한 83300명 가운데 60살 이상은 54400명으로 3분의 2가량이다. 청각장애(47.8%)가 절반 가까이였고 그다음은 지체(15.2%), 뇌병변(15.2%), 신장(9.1%) 순이었다. 노화로 인한 청각 상실, 신장병, 뇌질환 등이 주된 원인이다. 공식적인 장애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 받을 정도로 신체 기능이 떨어진 이도 많다.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2021년 서울 성북구 고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35.7%가 독립적인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수단적 일상생활 수행능력’(IADL)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등록인구 가운데 고령자는 202122.3%2007(11.6%)에 견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58년 개띠2023년부터 고령자로 분류된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노인에게 장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이 된 셈이다. 장애인 이동권 이슈가 몇 년 뒤부터 노인 이동권과 긴밀하게 결합·확대될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돌봄, 주거, 생계유지 등의 문제도 장애 노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39곳 주민의 4분의 1 이상이 외국인

제조업이나 농업에서 외국인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2020년 현재 전국 시군구 중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충북 음성(14.6%)이다. 물류센터와 경공업 공장이 늘어나면서 필요한 인력을 외국인이 채운 결과다. 서울 영등포구(13.5%)·금천구(13.1%)·구로구(12.6%)나 경기도 안산시(13.1%)와 같이 잘 알려진 곳 못지않게 경기도 포천시(12.5%), 전남 영암(12.4%), 경기도 시흥시(11.7%), 충북 진천군(11.6%)에서 외국인이 많은 건 공장들이 누구를 써서 유지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농번기가 오면 지방 신문들이 외국인 노동자 수급 문제를 지적한 지 오래이기도 하다.

 

번듯한 대도시 바깥의 중소도시엔 예외 없이 산업단지 인근에 소규모 외국인 거주지가 형성돼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주민등록인구를 이용해 전국 3481개 읍면동(자료 통합이 안 된 일부 지역 제외)의 외국인 비율을 살폈다. 39개 지역(1.1%)에서 주민의 4분의 1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10~25%인 곳도 264(7.6%)이었다.(2) 외국인 밀집 지역은 경기도 시흥·김포·화성, 경북 경주, 충북 충주, 경남 김해 등 전국 곳곳에 있었다.

 

경산고 교사 배주현씨가 경북 영천의 외국인을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공식 집계보다 많은 노동자가 공장과 농가에서 일했고, 특정 아파트 단지 등에 몰려 살았다. 기업형 임대사업자 등 한국인의 외국인 상대 사업도 활발했다. 다문화가정 출신 청소년의 가파른 증가도 관찰된다. 초등학생의 외국인 비중은 20121.1%에서 20214.2%로 뛴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증가가 지방자치단체 정치와 행정의 주된 의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활로를 찾아 움직이던 보수의 발굴

젠더 이슈 비중이 커지는 배경 중 하나는 노동시장 내 여성 역할 확대다. 29~34살 여성 고용률은 200357.5%에서 202164.0%로 늘었다. 서울 4년제 대학 졸업자 중 초임 상위 50%(사실상 대기업 취업자) 집단에서 여성 비중은 2008(졸업연도 기준) 34.5%에서 201641.8%로 늘었다. 여성의 보폭은 넓어지는데 노동시장 내 격차와 각종 차별이 남아 있으니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

소수자 집단 문제는 정치가 외면하거나 슬며시 이들에 대한 반감에 편승해온 파묻혀 있던 의제에 가까워 보인다. 나머지 정치세력이 사회 변화에 둔감할 때 활로를 찾아 움직이는 보수가 갈등 요인을 주도적으로 발굴하고 구획화한 것이 지금의 논쟁 양상을 만들지 않았을까.

조귀동 <전라디언의 굴레> 저자·<조선비즈> 기자/ 한겨레21

 

화려한 운동권 출신에서 윤석열 정부 낙마 불명예 얻기까지

자진 사퇴 김성회, 연세대 삼민투 출신... DJ안 거처 윤 대통령 청와대 입성했지만

윤석열 정부 초대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됐다 7일만에 자진사퇴한 김성회씨. 그는 전향한 운동권 출신으로 2017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지지했다. 사진은 김 씨가 주도한 반기문 지지를 위한 글로벌시민포럼 창립대회 장면(사진 충북인뉴스 DB)충북인뉴스

 

윤석열 정부 초대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됐던 김성회씨가 지난 13일 자진 사퇴했다. 김씨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하-동성애 혐오 발언이 알려지면서 임명 일주일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자진 사퇴했지만 뒤끝은 여전했다. 씨는 자진 사퇴 하루 뒤인 14SNS"말 귀 못 알아먹고, 진실을 외면하고, 왜곡 편집해서 사람들을 오해하고 그릇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언론인들의 제일 큰 잘못"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조선 시대 절반의 여성이 성적 쾌락의 대상이었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진실"이라며 "자신의 잘못된 지난날을 반성하는 것은 자학이 아니라, 자기 발전과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주장했다.

 

386 운동권에서 이인제 캠프로

김씨는 화려한 운동권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5년 뉴라이트 운동에 관여하며 사상적으로 전향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386 운동권의 삶을 살았다. 1997년 대선 당시 국민승리21 권영길 후보 캠프 활동을 시작으로 이인제 전 국회의원의 대통령선거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또한 DJ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공무원을 지내고 3번의 대선을 치른 선거전문가였다.

 

'학생운동노동운동전국연합권영길선거운동(1997)청와대(1999)벤처기업이인제 의원실'뉴라이트선진통일당새누리당(현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그의 삶은 이념의 양극단을 다 포함했다.

 

김성회씨는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82학번으로 알려졌다. 대학생 시절 미 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했던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 연세대학교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연대 민족자주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19854월 집시법 위반으로 처음 구속됐다. 19865월 출감한 그는 곧장 노동현장으로 들어갔다. 인터넷언론 <레디앙>에 따르면, 김씨는 인천과 수원 등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19875월 위장취업이 들통 나 구속됐지만 두 달 만에 석방됐다. 석방도 잠시, 그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또 다시 구속돼 1년여의 옥살이를 했다. 1990년 잠시 학교에 복학해 고시공부를 하던 그는 다시 운동단체의 상근 활동가의 길을 선택한다.

 

그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전국연합이란 단체에서 교육선전국장을 맡았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때는 권영길 국민승리21 대통령후보의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그렇게 운동단체의 활동가로 살던 그에게 변화가 온 것은 DJ 정부 때였다. 19996월 김씨는 제2건국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청와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김 씨는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선거 경선 당시 예상을 깨고 이인제 캠프에 합류한다. 대부분의 운동권 출신들이 김근태 전 의원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캠프로 가는 분위기인 반면, 이례적으로 이인제 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김씨는 당시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이인제 의원처럼) 충청도 출신이고, 당시만 해도 이인제가 대세였다. 그러니 민주당 후보는 당연히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급격한 우향우... 박정희·이승만 칭송하기도

김성회씨는 2017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중앙회장을 맡기도 했다.충북인뉴스

 

2002년 이인제 캠프에서 경선 탈락이라는 쓴맛을 본 김씨는 이후 정치적으로 급격하게 우향우 했다. 그는 2007<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을 칭송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능동적인 산업화를 위해 국민적 힘을 모았다. 굉장한 것이다. 박정희의 국가동원 능력은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승만에 대해서도 "이승만에 의해 토지개혁이 강도높게 이뤄졌다. 또 국민 너나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인제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김씨는 이미 2005년 뉴라이트 창립에 직접 관여했다. 당시 <충청리뷰>의 보도에 따르면 김회장은 장일 전 자민련 국장과 함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모체가 되는 '뉴라이트 충청포럼'을 결성했다. 이후 김씨는 이인제 전 국회의원과 정치 인생을 같이한다. 그는 2002년에 이어 2007년 이인제 의원의 선거캠프에서도 중책을 맡았다. 이인제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뒤 자유선진당, 선진통일당, 새누리당(현 국민으힘)을 당을 갈아타는 동안 함께했다.

 

김씨 본인도 적극적인 정치행보를 걸었다. 비록 탈락했지만 2014년에는 새누리당 청원군 당원협의회장 공모에 응시하기도 했다.

 

2017년 대선에선 반기문 전 UN사무총의 품에 안겼다. 당시 반딧불이는 반기문 전 총장의 팬클럽 1호였다. 이밖에도 반존사(반기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반사모연대 등 여러 팬클럽이 존재한다. 이중 반딧불이는 팬클럽 1호라는 상징성외에도 참여인원이나 전국조직 분포 등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당시 반딧불이 중앙회장을 김성회씨가 맡았다.

 

그것도 잠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중도에서 낙마하자 김씨는 곧바로 안철수 지지를 선언했다.

 

정권 교체기마다 유력 대선후보에 붙었던 선거 전문가. 삼민투 위원장에서 전향한 뉴라이트 출신 김성회씨는 윤석열 정부와 함께 비상을 꿈궜지만 자신의 발언들로 인해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충북인뉴스 김남균(043cbinews)

 

초고령사회, 일본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다

지금의 일본은 초고령사회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은 쇠락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질문은 한국에도 던져진다.

올해 119세로 세계 최고령자였던 일본인 다나카 가네 씨의 생전 모습. 1903년생인 다나카 씨는 지난 419일 세상을 떠났다.AFP PHOTO

 

지난 419일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등록돼 있던 일본인 다나카 가네 씨가 사망했다. 향년 119. 그의 출생연도는 러일전쟁보다 1년 앞선 1903년이다. 다나카 씨는 일본 근현대사의 거의 모든 사건을 목격하고 경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그의 사망으로 일본 최고령자는 올해 115세인 다쓰미 후사라는 노인으로 바뀌었다.

 

2021년 후생노동성이 노인의 날(915)에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일본 국내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 초고령자 수는 전년도보다 6060명이 늘어난 86510명으로 집계되었다. 일본의 초고령자 수는 51년 연속 증가세다.

 

일본에서 100세 이상 초고령자를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 계기는 1963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이다. 그해 일본 정부는 처음으로 100세 이상 인구를 153명으로 발표했다. 100세 이상 초고령자는 19811000명을 돌파하더니 1998년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고, 이 추세대로 간다면 2024년에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 보면 독도 조례안 파동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시마네현의 초고령자 수가 10만명당 134.75명으로 가장 많다. 고치, 가고시마, 돗토리, 야마구치현 등의 초고령자 수도 인구 10만명당 100명을 넘어섰다.

 

일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초고령사회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봤을 때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로 분류된다. 유엔의 기준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고령화사회(7% 이상), 고령사회(14% 이상), 초고령사회(20% 이상)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1%를 기록했던 1970년부터 고령화사회로 돌입했다. 후생노동성의 해당 연도 인구분포 데이터를 보면 총인구 1467만명 가운데 65~74세가 516만명, 그리고 75세 이상이 224만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20161023일 일본 가나자와현 아시가라시의 공원에 일본 노인들이 모여 있다.EPA

 

일본이 고령사회로 돌입한 연도는 1995년이다. 이해 일본의 총인구로 집계된 12557만명 가운데 65~74세가 1109만명, 75세 이상이 717만명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6%. 일본은 고령화사회로 돌입한 지 고작 25년 만에 고령사회 단계로 들어간 것이다. 이 같은 급속한 고령화의 원인으로 흔히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평균수명 연장을 거론한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저출생이었다. 신생아 수가 감소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고령자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합계출생률(임신 가능한 연령대의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 추이를 보면 태평양전쟁 직후 제1차 베이비붐(1947~1948) 당시의 그것은 4.32에 달했다. 그러나 제2차 베이비붐(1971~1974) 당시의 합계출생률은 2.141차 베이비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1989년 합계출생률은 1.57이었는데, 이 수치는 미래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최저수치인 1.58보다 낮아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일본 정부는 합계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직접지원 제도(출산축하금, 아동수당, 교육비 지원금 제도 등)를 강화하는 등 몸부림을 쳤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행정기관 차원에서 곤카쓰(婚活, 결혼활동)’ 센터를 여는 등 결혼과 출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엄청난 자원을 퍼부었다. 그러나 2019년 일본의 합계출생률은 1.36(출생아 수 87만명)에 그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출생률이 올라가지 않으면 고령자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일본은 이미 2010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총인구의 20% 이상)로 진입했다. 총인구 12806만명 가운데 65~74세가 1517만명, 75세 이상이 1407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23%를 기록한 것이다.

 

고령자 예산은 날로 늘어나는데

이 추세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2020년엔 총인구 12571만명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무려 3619만명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비율이 무려 28.4%. 전 세계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압도적인 1위다. 국제 통계 전문 사이트 글로벌노트에 따르면 2위 이탈리아(23.3%), 3위 포르투갈(22.8%), 6위 독일(21.7%), 11위 프랑스(20.8%) 등 주요 선진국보다 5~8%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초고령화 흐름을 차단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도 이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생노동성은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가 2025년에 30%를 돌파한 뒤 203633.3%에 이르리라 예상한다.

 

초고령사회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국가부채 비율 등 일본의 거의 모든 국가재정 문제는 초고령사회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일본 정부의 일반회계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총예산 1026580억 엔 가운데 사회보장 관계비358608억 엔(34.9%)에 달한다. 사회보장 관계비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이른바 고령자를 위한 3대 급부 항목이 상당 부분을 점유한다. 연금급부 125232억 엔(전년도 대비 3.9% 증가), 의료급부 121546억 엔(2.5% 증가), 개호(간병)급부 33838억 엔(5.4% 증가) 등이다. 고령자 3대 급부를 모두 합치면 28616억 엔에 달한다.

 

반면 저출생대책비는 3387억 엔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년도에 비해 28.9%나 늘어난 금액이다. 높은 증액 비율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저출생 문제에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액수 자체는 고령자 관련 예산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작다. 또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항목으로 여겨지는 생활부조 등 사회복지비가 42027억 엔(전년도 대비 0.5% 증가), 고용노동재해대책비는 395억 엔(1.8% 증가)으로 편성되어 있다. 편성액이 고령자 관련 예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을 뿐 아니라 증액률도 미미하다.

 

2019428일 일본 도쿄 센소지 신사에서 열린 나키스모(우는 씨름)’ 행사 모습.EPA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예산편성 스타일은 후생노동성 관할인 특별회계 세출 편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고령자를 위한 연금특별회계 규모가 702899억 엔에 달하는 반면 일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노동보험특별회계 규모는 472억 엔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의 예산편성 스타일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고령자들은 자신이 수십 년 동안 꼬박꼬박 납부한 연금보험료를 적법한 근거에 따라 돌려받고 있을 뿐이다. 일본 정부 역시 법률적으로 규정된 연금제도 규정과 일본국 헌법(3장 제13조 개인의 존중과 공공의 복지)에 의거해 고령자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이게 문제다.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결과에 따라 사회적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사회보장 예산의 대부분이 미래사회를 짊어져야 할 어린이, 그리고 지금의 사회를 지탱해나가는 노동인구가 아니라 고령자에게 지나칠 정도로 집중되고 있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잃어버린 30의 기원

일본의 사회보장비 항목 자체는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합계출생률(1.57)1.58 이하로 나타나 사회적 충격을 줬던 1989년 전후를 기점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995년의 고령사회 진입도 이 나라의 사회보장 시스템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사회보장 시스템이 지나치게 고령자 위주로 편성되어 세수와 세출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일본 정부는 매년 20조 엔 이상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적자국채는 1994년부터 매년 발행되었다. 고령사회 진입과 거의 비슷한 시기다. 그러나 일본 정부 역시 무한정으로 적자국채를 찍어낼 수는 없었다. 결국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소비세(3%) 제도를 도입하고,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5%, 8%, 현재 10%). 소비세 제도가 최초로 도입된 1989년은 합계출생률 1.57 쇼크가 왔던 해다. 세수 증진을 위해 도입된 소비세 인상은 결과적으로 경기를 위축시켜, 이후 일본 경제를 만성적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잃어버린 30으로 불리는 일본 경제 및 사회의 침체를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고령사회와 저출생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난다.

 

나는 이 연재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일본 사회와 정치를 줄기차게 비판해왔다. 간혹 왜 그렇게 일본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며, 왜 그렇게 비판하는지 근거를 묻는 분들을 만난다. 그때마다 지금의 일본이 초고령사회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은 쇠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똑같은 질문을 한국에도 던져야겠다. 아시아 제일의 민주주의, 글로벌 K 열풍을 즐기는 건 좋지만, 과연 한국 사회의 존폐 자체를 결정할지도 모르는 저출생과 고령사회에 대한 진지하고 근본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느냐고.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해 ,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식으로 방치하다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일본보다 고령화는 덜 됐지만 저출생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도 이젠 제대로 이 문제를 궁리해보기 바란다.

시사인 박철현 (일본 데쓰야공무점 대표·작가

 

집무실 휴일 시위 봉쇄하고 대통령 주말 쇼핑은 소통?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주말, 윤 대통령 부부가 쇼핑에 나서자 일부 언론에선 소통 행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쇼핑으로 집무실을 비웠지만 경찰은 집무실 앞 집회를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의 이러한 조치는 4년전 헌법재판소 판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일에 있는 집회는 국회의 헌법 기능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어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오는 21일 집무실 앞 집회신고도 금지통고했다.

 

대통령 주말 쇼핑에 호들갑 친서민 소통 행보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과 서초구 자택 인근 신세계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겼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선 참모들도 몰랐다며 쇼핑 상황을 자세하게 전했다.

 

중앙일보는 정치면 “‘대통령이 고른 신발소문에 기업 홈피 서버 다운이란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찍은 제품은 바이네르로 경기도 고양시에 본사를 둔 신발 제조 전문업체로 임직원 수는 40여 명의 중소기업이라며 해당 회사를 소개하고 어떤 백화점에 입점했는지 등을 상세하게 전했다. 또한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일 입은 치마가 품절됐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조선일보는 경제면에서 윤 대통령이 구매한 신발 사진과 브랜드명, 할인비율과 구매가격까지 보도했다. 그러면서 바이네르 대표와 통화 내용까지 전했다.

16일자 중앙일보 정치면

 

중앙일보는 정치면 참모들도 몰랐다대통령 부부의 주말 신발 쇼핑이란 기사에서도 주말 쇼핑 상황을 상세하게 전하며 깜짝 나들이는 김 여사의 제안이었다고 한다참모들이 일정 패싱을 당하는 소란도 있었지만 대통령실에선 권위적인 대통령 이미지를 허무는 친서민 소통 행보라고 자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보통 부부처럼 백화점·시장 쇼핑대통령 참모들도 몰랐다는 기사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추진하며 내세운 명분이 국민 소통인 만큼 국민 속으로 들어가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하지만 경호상 우려 때문에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소통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고 보도했다.

16일자 한겨레 사회면 기사

 

용산 이전 명분이 국민소통이었지만 정작 용산 집무실 앞은 봉쇄 분위기다.

 

한겨레는 사회면 용산 집무실 앞 휴일 집회도 봉쇄법 위의 경찰’”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는 다르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으로 시위대 500여명이 평화롭게 지나간 14일 오후, 경찰은 전례 없는 집무실 앞 100m 이내 집회라며 펜스를 치고 경찰 500여명을 배치했다법원 판단은 평일이라도 경호 등 문제가 없는 한 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인데, 경찰은 대통령이 출근하지 않는 휴일에도 모든 집회를 틀어막겠다며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집시법에서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 시위 금지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된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은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겨레는 경찰은 오는 21일 용산 집무실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참여연대가 신고한 한반도 평화 요구 기자회견과 집회도 금지통고한 상태라며 이 역시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집무실관저판단을 이미 내놓은 만큼 법원이 경찰 요구를 모두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다만 정상회담 특수성을 고려해 시간, 인원 등 조건을 달아 허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3분 영상에 담긴 독일의 위선"슬픈 진실"

독일의 내부성찰, 좋은 난민 vs. 나쁜 난민

죄송합니다. 지금 자리가 없어요.“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834516&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ews&CMPT_CD=E0033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린 난민센터. 시리아 난민이 임시 거처를 찾지만 자리가 없다. 그때 우크라이나 난민이 환영을 받으며 들어간다. 어색해지는 공기.

 

"아쉽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 난민에 우선권이 있습니다. 그들은 푸틴의 포격으로부터 도망쳐 왔거든요."

 

센터를 찾아온 중년 백인 남성이 '젊고, 예쁘고, 날씬한'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집과 침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난민을 위한 친절한 연대에 감동 받는 (백인) 봉사자들.

 

인종주의를 지적하자 자원봉사자들은 펄쩍 뛰며 항변한다.

"인종주의라뇨! 우리는 여기 우크라이나 난민과의 연대가 가장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요. 우리는 문화적으로 가깝기도 하고요. 그들은 우리와 같아요. 기독교인이죠."

 

시리아 난민도 기독교인이라고 하자 다시 "지리적 근접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때 우크라이나에서 공부하던 흑인 교환학생이 나타나고, 방금 도착했던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이 센터를 떠난다.

 

"이제 자리 있는 거죠?"

자원봉사자들은 한참을 눈치보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한다.

"독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근 독일 공영방송 온라인 채널 풍크가 공개한 3분짜리 풍자영상 '좋은 난민, 나쁜 난민'의 장면들이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연대에서 보이는 독일의 '이중 잣대'에 대한 풍자다.

독일 난민 인식을 풍자하는 '좋은 난민, 나쁜 난민' 한 장면 캡쳐. 궁지에 몰린(?) 자원봉사자가 마지못해 비유럽 난민을 환영하고 있다. Funk/Browser ballett

 

독일,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지원 '총력'

 

61만 명.

지난 2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독일로 피난 온 난민의 수다. 그 중 80%는 여성, 40%는 아이들이다. 이는 공식 접수된 수치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펼치는 중이다. 독일의 시스템 전체가 움직인다. 독일이 이렇게 빨랐던 적을 본 적이 없다.

 

난민 지원은 독일 밖에서부터 시작됐다. 전쟁 발발 직후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오는 기차를 특별 운행했다. 우크라이나 신분증이나 여권이 티켓을 대신했다.

 

베를린에 도착한 기차. 1천여 명의 환영 인파가 중앙역을 메웠다. 난민들을 위한 빈 방이 있다는 피켓을 든 시민들도 많았다. 베를린 중앙역 곳곳에 우크라이나 국기와 우크라이나어 안내문이 붙었다. 이들은 난민 환영(접수)센터에서 등록을 하고 임시 숙소로 향했다.

독일 베를린 중앙역 곳곳에 붙어있는 우크라이나어 안내 문구 이유진

 

우크라이나 난민의 의식주와 심리적 지원을 위한 센터가 도시 곳곳에 세워졌다. 난민을 위한 물품 기부는 물량이 넘쳐 자제를 요청하는 공지가 떴다. 우크라이나 신분증은 지금도 독일 대중교통 티켓을 대신한다.

 

독일 사회의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독일 주요 정부 및 관공서 웹사이트 대부분 우크라이나어로 정보를 제공한다. 공영방송도 우크라이나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체류와 일, 학업 등 신속하게 독일에 정착할 수 있는 정책도 속속 결정됐다. 독일은 특별법을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임시 보호를 위한 체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난민법이 아닌 사회법상 의식주 및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편적인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독일에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모든 분야에서 독일 취업 및 창업, 프리랜서 업무가 가능하고 직업훈련도 가능하다. 노동 시장은 '우크라이나 난민 패스트 트랙' 일자리를 내 놓는 중이다. 우크라이나어 구직 페이지도 따로 생겼다.

 

지난 420일 독일 주정부 교육문화장관협의체(KMK)는 대학 진학을 앞둔 우크라이나 난민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졸업장 없이도 대학 입학을 허용한다고 결정했다.

 

시민사회 동력도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 쏠렸다. 문화 예술 분야 지원이 이어졌고, 난민들은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를 꾸려 공연을 개최한다. 지금도 주말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자선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5 vs. 2022

 

'이렇게까지?'

독일 사회의 연대를 보며 놀라움과 의아함이 동시에 들었다. 유럽 연대의 단단함 만큼, 비유럽인에 대한 배제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유럽의 난민 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례로 당시 중동 지역에서 온 난민들은 휴대전화를 소지했다고 '사치스럽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지금은 어떨까?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무료 심카드를 받을 수 있다. 단순하지만 그때와 지금, 전쟁 난민을 대하는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크라 피란민 만나는 독일 외무장관 안나레나 배어복(가운데) 독일 외무장관이 20(현지시간) 독일 북부 하노버 박람회장에 마련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용소를 찾아 피란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난민 수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2.3.21 연합뉴스

 

당시에도 독일 정부는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받았다.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하고 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사회의 분위기는 나뉘었다. 난민 지원을 위한 연대도 물론 컸지만, 배제와 차별, 혐오도 컸다. 난민과 이슬람 혐오를 동력 삼아 극우세력이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다른 외양과 문화를 가진 난민과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다른 건 본능적인 일일 테다.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민 사이에서도 인종에 근거한 차별 사례가 보고됐다. 우크라이나에서 체류하던 아프리카 국적의 교환학생들이 폴란드 국경을 넘지 못하고 격리된 것이다. 유럽 난민과 비유럽 난민 간의 불평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분법적 접근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15년과 2022, 독일 현지에서 난민 지원과 연구를 수행한 독일 정치+문화연구소장 이진 박사는 "지금 독일 사회의 강한 연대는 비유럽과 유럽 난민의 차별보다는 침략 전쟁을 막고 명백한 피해자 편에 서야 한다는 역사적 책임 의식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민주주의 및 전후 질서에 대한 권위주의의 도전이 유럽 안팎까지 뒤흔들자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진영을 넘는 공감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동시에 "2015년 경험의 장점은 살리면서 당시 부족했던 점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독일 사회의 움직임은 평가할 만하다. 이런 논쟁을 해야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사회의 갈등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이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중 잣대에 대한 자성

이중잣대(Doppelmoral)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독일 사회에서 스스로 나오고 있다. 지금의 난민 지원 정책은 물론 옳다. 하지만 2015년과의 차이점, 난민 대우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논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풍자 영상도 독일 공영방송의 온라인 콘텐츠다. 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에는 '슬프지만 진실', '핵심을 지적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고등학교 졸업장 없이 대학 입학을 허가한 교육 당국의 결정에 베를린 시의원 마르셸 홉은 "그건 전적으로 옳은 결정이다. 하지만 이 규정은 모든 난민들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구조적 불평등은 법적으로도 의문스럽고, 의도치 않았더라도 차별적인 절차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유럽 사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에 대처하며 지금까지의 난민 정책을 되돌아 볼 기회로 삼고 있다. 이진 박사는 "우크라이나 피난민 중 스스로 난민이라 여기지 않는 이들도 있다. 도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난처해하며 한시라도 빨리 자립하고자 하는 이들이 일상인으로서의 주체성을 찾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난민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최근에는 전쟁 난민뿐 아니라 기후난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양한 환경의 난민을 받아들이며 독일 사회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유진(heyday1127)

 

 

식물들이 남긴 유언... 아파트의 비참한 현실 깨우치다

[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 <봉명주공>

영화 <봉명주공> 포스터. ()시네마달

 

철거가 진행 중인 낡은 아파트 단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단지 구석구석에서 조심히 표본 채취하듯 몇 개의 식물을 캐내는 중이다. 단순한 채집은 아닌 듯싶다. 리더로 보이는 젊은 여성은 해박한 지식으로 동료들에게 식물에 대해 설명하는 중이다. 소중하게 구근을 챙기고 꽃나무의 뿌리가 다치지 않게, 하지만 운반에 용이토록 죽은 가지는 떼어내면서 꽤 많은 식물을 구조(?)하는 중이다.

 

장면이 전환된다. 낮은 층수의 아파트 단지 건물 높이보다 훨씬 커 보이는 아름드리나무 주변에서 굉음이 끊이지 않는다.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귀를 쫑긋 세우지만 소음의 정체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뭔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대가는 보기 좋게 서 있던 나무가 무참히 쓰러지는 참상의 목격이다. 굉음의 정체는 나무의 밑동을 전기톱으로 베어내는 소리였던 것이다. 단지의 역사와 함께 했을 울창한 나무가 그 생명을 강제로 빼앗기는 순간은 부당함과 처연함의 복합체로 다가온다.

 

이 도입부만으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봉명주공>은 작품이 앞으로 선보일 주제를 간명하게 풀어낸다. 바로 상실과 기억이다. 전자가 아파트 단지와 그곳에 존재했던 생물+무생물의 소멸과 이산을 상징한다면, 후자는 공간에 대한 추억들이 미약하나마 계승되려는 노력의 전시로 드러난다. 근래 몇 년간 공간이 주인공화 되는 다큐멘터리 작업이 증가 일로인 가운데 본 작품은 독특한 변주를 선보이려 한다.

영화 <봉명주공> 포스터. ()시네마달

 

1_지방 도시를 무대로 한 아파트 재개발 풍경

충청북도 청주시 봉명동 주공아파트 1단지는 1983년 연말에 완공된 지역의 1세대 아파트 단지로 총 574세대가 거주해 왔다. 이 단지는 2007년 건물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후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경기침체와 조합 내 교통정리 등으로 난항을 겪으며 10여년간 표류해 왔었다. 20206월이 되어 드디어 재건축을 위한 철거에 돌입하게 되었다. (1985년 완공된 주공아파트 2단지는 재개발 추진 중이나 아직 구체적 진전이 없는 상태) 철거가 완공되면 1단지 자리에는 'SK뷰 자이' 1745세대가 2024년에 들어설 예정이라 한다.

 

20202, 일군의 사람들이 이달 말이면 철거가 시작될 단지 내부를 촬영하고 꽃과 나무가 무성한 중에 지극히 일부를 구조 작업 중이다. 이들은 지나치다 만나는 주민들과 인사하고 사연을 나눈다. 단지 내 곳곳에는 재개발 사업과 조합을 반대하는 현수막 등, 유사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들에서 흔히 보게 되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런 가운데 사진촬영과 식물채취에 여념이 없던 일행은 숲 해설가 못지않게 단지 내 식생을 설명하고 그 아름다움을 찬탄한다. 곧 사라질 것들에 대해서.

 

시간대가 바뀌어 3개월 전으로 거슬러간다. 201911월 겨울 초입에 단지 재개발이 확정되던 순간이다. 주민들은 이사 준비에 한창 여념이 없다. '감나무 아저씨'는 대부분 베어 없어질 초목을 안쓰러워한다. 이미 이사를 갔으면서도 볼일 보러 가던 길에 자꾸만 들르게 된다고 한다. 김경희씨 가족은 단지에서 함께했던 추억과 삶의 흔적들을 촬영 팀에게 찬찬히 들려준다. 송이네 가족은 딸 송이가 탄생할 때부터 이제 성인이 되어 이사를 돕는 풍경까지 가족의 시간을 카메라에 기꺼이 공유해준다. 천안 삼거리 능수버들 가락을 구성지게 부르던 '흥부자' 강은순 할머니는 마침 잘 되었다는 듯 자신과 가족의 역사를 며칠이고 들려줄 기세다.

 

다시 시간은 물리적으로 진행된다. 마지막 남았던 이들이 이사를 떠나기 시작하고 건물들은 봄과 함께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단지 구석구석을 채우고 꽃길을 만들어줬던 초목들도 건물이 철거되는 것과 함께 하나둘 사라져간다. 일부는 용케 옮겨질 기회를 얻지만 단지의 역사를 지켜보고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과 함께 성장해왔던 거목들 대부분은 단지와 운명을 함께할 상황이다. 철거업무를 맡은 이들이 직무에 충실한 자세로 무덤덤하게 나무를 베어낸다. 그렇게 한 세대를 보낸 아파트 단지와 그곳의 풍경이 사라져간다.

 

2_상실을 기억하려는 세 그룹의 앙상블

봉명주공아파트의 마지막을 기억하려는 이들은 세 그룹으로 나뉜다. 이들은 각개 약진으로 기억 작업을 시작했지만 서로 마주치면서 하나의 물줄기로 합류하게 된다.

 

지은숙 & 지명환 두 시민 사진작가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봉명주공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들은 단지 건물들, 그곳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주민들, 그리고 인간 주민 외에 그곳에 함께 공존했던 새와 고양이, , 그리고 식물들을 꾸준히 기록사진으로 담는 작업을 이어간다. 2019년 봄부터 2020년 가을까지 마지막 2년 가까운 시간이 그들의 카메라에 가득 기록된 셈이다. 이들은 약 5만장의 사진을 촬영했고 그 방대한 아카이브에는 봉명주공의 생명과 파괴가 모두 포함된다. (이들의 작업은 영화와 별도로 2020년 연말에 전시회를 가진 후 <봉명 주공 아파트 사진집>으로 발간되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식물네트워크'는 그 어느 국내 아파트 단지보다 단지 내 식물 구성원 비중이 높았던 봉명주공에서 주민들이 떠난 후 남겨진, 혹은 버려진 식물들 중 가능한 만큼이라도 구조하려는 이들의 모임이다. 30여 년간 사계절 변화를 알려주고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던 식물들 중 극히 일부라도 구하려는 자발적 선의의 집단인 셈이다. 이들은 정성스럽게 함께 하는 이들에게 식물에 대해 지식을 공유하며 작업을 이어나간다. 물론 그들이 구조할 수 있는 식물의 총량은 모양새가 빼어나거나 인기 있는 수종이라 다행히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질 양에 비해선 턱없이 적을 테다. 하지만 봉명주공의 꽃나무들을 소중히 아끼던 주민들의 마음을 계승한 이들은 단연코 이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카메라의 시선이 따른다. 영화를 만든 김기성 감독과 촬영 팀이다. 앞서 봉명주공의 마지막을 함께 추념하고 기록하기 위해 따로 또 같이 작업하는 이들보다 한발 늦게 온 덕분에, 오히려 3자가 동시에 분업하듯 각자 역할을 소화하면서 어우러지는 통합력을 발휘한 셈이다. 감독은 원래 청주가 고향이었다고 한다. 학부에서 환경조각을, 유학시절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감독이 귀국해 자신의 고향에서 이야기를 찾다 발견한 봉명주공의 상황은 공공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그를 사로잡았고, 자신의 첫 장편영화 작업을 정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청주동물원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동물, >을 작업했던 왕민철 감독과 제작진이 함께 가세했다.(제작, 촬영과 편집, 음악작업이 <동물, > 스태프와 공유된다) 청주라는 지역에 소재한 공간을 무대로 '생명'에 대한 묵직한 고민이 이어진 셈이다.

영화 <봉명주공> 스틸 이미지. ()시네마달

 

3_한국 현대건축에서 기억할 만한 가치가 소멸되다

영화는 봉명주공의 역사를 소개하고 많은 이들의 증언을 꾹꾹 눌러 담았다. 하지만 별도의 인터뷰 해설을 많이 붙이진 않는다. 대부분의 분량은 인간 주민들과의 대화와 그들의 증언, 그리고 말할 수 없기에 대신 최대한 상세히 조명되는 공간과 비인간 주민들에 대한 관찰로 채워진다. 비교적 상세한 해설이 붙는 대목은 봉명주공 단지의 특수성에 대한 강조다.

 

봉명주공은 흔히 생각하는 주공아파트의 단조로움과는 꽤 상이한 요소들이 많은 흥미로운 공간이다. 1970년대 초반에 서울에서 도시계획과 연계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지하철 2호선 주요 거점 축선에 세워지고, 이후 1980년대 중반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전후해 대규모 재개발이 벌어지던 수도권 상황과 청주 봉명주공의 시간대는 다소 상이한 감이 느껴진다.

 

일단 수도권보다 10년 쯤 뒤늦게 세워진 봉명주공 단지는 여러 사정에 의해 상대적으로 단층으로 건설된다. 단지는 엘리베이터 없이 생활 가능한 최대치에 가까운 5층 아파트와 2층 빌라, 그리고 공동주택에 가까운 단층으로 구성되었다. 당대에 고층화로 치닫던 수도권의 주공단지와 달리 오히려 1970년대 초 서울의 초창기 실험성에 가까운, 국내에선 보기 드문 유럽풍 단지였던 셈이다. 공유면적이 넓은데다 요즘처럼 주차장에 집중되거나 고급 공동시설을 설치한 게 아니라 널찍한 길과 마당, 울창한 수목들이 공간을 점유했다. 공동김장이나 꽃길의 마지막 풍경을 통해 과거 전성기 때 단지의 풍광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되고 개발 이익이 크지 않다 보니 보다 오래 본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봉명주공 1단지는 그렇게 한 세대가 순환되는 동안 독특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비록 주공단지의 형편상 현대의 성처럼 울타리를 세우고 편의시설을 으리으리하게 채워 넣진 못했지만 이웃과 경계가 없고 자연의 흐름을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 인간과 비인간 주민들이 공존하는 드문 하나의 거대한 집으로 작동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러 곡절 끝에 현실에서 구현되었던 봉명주공은 수도권에서 눈을 돌려 투자처를 찾던 부동산 작전세력의 한타 대상으로 끝내 선택되고 만다. 영화에서 두 번째로 전체의 관찰 풍 흐름과 다소 유리되긴 하지만 (감독의 고민 끝에) 직설적 해설이 포함되는 대목이다. 재건축을 썩 탐탁찮게 생각하는 지역 주민의 입을 빌어 감독은 굳이 재개발이 필요한 것인지, 보기 드물게 존재했던 공동성이 오히려 파괴되고 이 곳에서 일생을 보낸 주민 공동체가 무너지는 묵시록을 관객에게 전한다. (봉명주공 재개발 과정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은 그래서 본 작품에 대해 썩 우호적이지 않다고 한다)

 

분명 봉명주공 1단지의 형성과정은 내놓으라 하는 당대 건축가들이 참여한 서울의 아파트 건축과정과는 급이 다른, 소 뒤 걸음 치다 쥐 잡는 격이긴 했으되, 그 결과 면에선 건축가들이 꿈꿨던 이상적 도시-마을 공동체 모델과 유사한 결과로 향했다. 하지만 한 세대가 흘러 그 성과는 간직되지 못하고 결국 천편일률적 재개발 광풍으로 휩쓸려 버린 것이라 영화는 증언하고 있다.

영화 <봉명주공> 스틸 이미지. ()시네마달

 

4_건축과 재개발을 다룬 작업 중 독자적 봉우리로 솟아오르다

예전에는 도시 재개발을 소재로 다루는 다큐멘터리라면 '독립다큐멘터리', 그것도 <상계동 올림픽> 같은 사실상 저항 형태의 작품들을 쉽게 떠올리곤 했다. 과거의 그런 부류 작품들은 주로 대도시에 잔존했던 판자촌이나 달동네 강제개발에 맞서 도시빈민들의 투쟁을 지지/지원하는 기능을 자임했었다. 여전히 해당 유형의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위한 도심 재개발 과정과 그 피해자들이 작품 속 주역이 된다. 용산 참사나 노량진 수산시장, 을지로 공구상가 주민과 소상공인들이 과거 도시빈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상황은 바뀌었어도 기본 구도와 전개 방식은 동일한 작업인 셈이다.

 

최근 10여 년 간 '건축 다큐멘터리'라는 단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과거의 대항언론 차원 작업과 상이한 결을 가진 일군의 작품들이 속속 등장한다. 대표 격으론 정재은 감독의 건축 아카이브 연대기 시리즈가 있고, <위대한 계약: 파주, , 도시> 등을 선보인 정다운 & 김종신 감독의 공동작업도 이 유형에 해당될 것이다. 이 작품군은 사회비판적 측면이 대부분 존재하지만 건축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에 착목해 그 구조적 문제로부터 여러 지점들을 풀어내고 있다.

 

<봉명주공>은 특히 정재은 감독의 건축 아카이브 세 번째 작업인 <아파트 생태계>과 연결해서 볼 만한 대목들이 여럿 등장한다. 도시 주거공간으로서 공공기관 주도하의 대규모 주거단지 건설과 그 과정에서의 실험적 시도, 한 세대를 경유하며 '아파트 부족'으로 태어나고 자란 주민들의 드라마, 그리고 시간이 흘러 초창기의 (불완전한) 공공성마저 탈각되고 부동산 계급사회 롤러코스터에 올라타는 광풍에 이르기까지 두 작품은 시차와 지역배경의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연계해서 고찰할 거리가 풍성한 편이다.

 

물론 <봉명주공>만의 독자적 색깔은 결코 작지 않다. 건축 다큐멘터리 작업들이 대부분 다른 다큐멘터리 작업에 비해 인간 중심적 면모보다는 공간 자체가 주인공화 되는 경우를 선보이지만 이 작품은 특히 그런 색채가 진하다. 영화 속에는 흥미로운 인물들이 여럿 나오지만 엔딩 크레디트에서는 그저 몇 사람의 후일담을 지나가듯 간략히 소개할 뿐이다. (가장 많이 자주 등장한, 식생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여성은 끝내 누군지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감독의 입장이라 할 카메라 프레임 안에는 음성 증언 대신 자신들의 최후를 전해달라는 쓸쓸한 유언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다가 무참히 소멸해가는 존재들이 가득하다. 소수의 뜻 있는 이들이 벌이는 미약한 기록과 보존 작업에는 항상 파괴의 현장과 잔해의 흔적이 앞뒤로 배치된다. 그저 반복되는 이 패턴만으로도 관객은 슬픔과 공포를 교차하며 겪게 된다. 소리 높이지 않아 더 스산해지는 구성이다.

영화 <봉명주공> 스틸 이미지 ()시네마달

 

5_꾹꾹 참다 터뜨리는 사라진 공간에 대한 애도

하지만 감독도 사람인지라 끝까지 그런 관조적 시선을 고수하지는 않는다.(못한다) 봉명주공 1단지 재개발 사업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사실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영화 초반부터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끊임없이 재개발조합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화면 구석에 박힌 채 은근슬쩍 점유하며 무언의 웅변을 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감독의 입장이 엿보이는 대목은 영화 종료 10분 전쯤 되어서야 출연 인물들의 입을 빌어 대대적으로 등장한다. 현재의 재개발 방식은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하면 유효하지 않음을 주장한다. 인구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감소되거나 정체상태, 그리고 수도권에 비해 고가의 신축아파트 구매력이 취약한 지방 주민들에겐 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투기수단으로 일회적 악용만 되는 시류가 통렬히 비판된다. 수도권 재개발에서도 공통되는 문제, 결국 원래 주민은 사라지고 투기자본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사람이 사라져버린 유령도시만 남는다는 입장은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란 질문을 자연스럽게 호출한다.

 

그 직후부터 그동안 관찰자의 시선에 머물던 카메라는 응축시켰던 감정을 표출한다. 영화 내내 주민들에게 예찬되던 겹 벚꽃과 버드나무가 '무참'하다는 표현이 절로 떠오르게 만들며 베어져 쓰러진다. 지금껏 주민들의 삶 터전이자 기억의 저장고였던 공간의 목격자인 나무들이 그저 폐목으로 일순간에 죽임당하는 학살의 현장이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법한 풍경화 배경처럼 세월의 흐름 속에서 뻗어 성장해온 존재들이 한순간에 전기톱 드르륵 소리와 함께 베어 넘겨진다. 수십 년간 그 고목을 보금자리로 삼았던 새들은 이재민이 되어 공허하게 허공을 응시한다. 그때서야 그동안 거의 사용되지 않던 음악이 애잔하게 배경으로 깔린다.

 

그렇게 참고 참던 깊은 슬픔이 소리 없는 비통함으로 전이되는 순간, 영화 <봉명주공>은 건축의 미니어처 조형처럼 완성된다. 현실의 봉명주공이 파괴되는 순간 영화 봉명주공은 완성을 맞이하는 아이러니의 순간이다.

 

<작품정보>

봉명주공 Land and Housing

2020한국다큐멘터리

2022.05.19. 개봉83전체관람가

감독 김기성

김상목(redoctobor)/ 오마이뉴스

 

'재난 자본주의'의 극치, 우크라이나전쟁

미국은 전쟁을 통해 세계경제에 대한 지배권 지속을 추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이 전쟁은 단순히 군사적 충돌에 그치지 않는다. 당장 한국 등 동아시아의 미국 우방을 포함한 서구의 경제 재제는 전 세계에 파급 효과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교역을 끊고 값이 뛴 원자재와 식량을 사들일 수 있는 '부자 국가'와 그렇지 못한 '가난한 국가'는 이 세계 경제 충격파를 감내하는 데 있어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즉, 이 전쟁 최악의 피해자는 가난한 나라들이다. 우크라이나의 농업 붕괴는 연쇄 반응으로 남미의 곡물가를 상승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아프리카 빈국의 식량난은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망의 붕괴는 미국 등 다른 자원 부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나타난다.

 

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미주리대 명예 연구교수) 교수는 이런 상황들에 주목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즉 러시아와 서방간의 대결은 결국 미국의 경제 패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양극화 뿐 아니라 선진국 내부에서도 양극화는 가속될 것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노동자들의 삶을 짓누를 것이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은 결국 전 세계적 신자유주의 심화·확장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는 '재난 자본주의'가  전형적인 모습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난 속에서 자본과 공권력은 취약해진 경제 시스템을 공략하며 산업을 자신들에 유리하게 재구성한다. 자본에겐 재난이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되지만, 노동자와 빈국의 시민들은 그 앞에 속수무책이다.  

 

불안정하게나마 유지되던 글로벌 세력 균형은 이미 붕괴하고 있다. 미국은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러시아는 고립을 자청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서방의 동쪽 끝이자 동방의 서쪽 끝에서 벌어진 전쟁이 뿜어낸 정치·경제적 자장 속에 중국과 일본, 한국과 북한 등 동아시아 국가들 역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위험한 선택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중이다.

 

다음은 마이클 허드슨 교수의 홈페이지(michael-hudson.com)에 지난 5월 3일 실린 "우크라이나 4단계 작전(Ukraine 4 Steps On)" 일부 내용이다.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극작가, 정치평론가인 케이티 할퍼(KATIE HALPER)와 <네이션紙>, <데모크러시 나우> 등에서 활동한 캐나다의 진보적 저널리스트 아론 마테(AARON MATÉ)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유스풀 이디어츠(Useful Idiots)>와의 인터뷰 내용을 마이클 허드슨 교수가 발췌해 올린 내용이다.편집자

마이클 허드슨 교수. Global University for Sustainability 유튜브 화면 갈무리

 

미국의세게패권의지,성공?자멸!

질문 : 우크라이나전쟁 배후의 경제적 논리에 대해 설명해 달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더 정확하게는 러시아와 미국 간 이번 전쟁의 경제적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허드슨 : 어느 편에서 전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러시아 입장에서 경제적 요인은 주요한 것이 아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나토의 동진으로 위협받아 왔고,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러시아계 지역을 장악하려 한다. 러시아의 속셈은 군사적인 것이다. 반면 서방의 계산은 전혀 다르다.

 

이번 전쟁의 경제적 결과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대폭 상승, 식량의 생산 감소와 가격의 대폭 상승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은-이른바 Global South-외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다. 상환 불능을 선언하거나 부채 탕감을 받아야 한다.

 

앞으로 각 나라들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할 것이다. 에너지 없이 버틸 것인가, 아니면 외채의 노예로 전락할 것인가. 지난 150년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GDP 성장의 핵심 요인이었다. 모든 통계자료가 증명한다. 에너지 소비가 GDP 성장과 개인 소득의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을.

 

, 이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지불할 수 없는 나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연준 이사장을 지냈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은 우리가 하려는 일은 IMF를 이용해 미국의 단일 패권(unipolar hegemony)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취지의 발언이었다. 미국은 세계에 대한 지배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이를 위해 IMF를 이용할 것이란 얘기다.

 

더 풀어서 얘기한다면 미국 주도로 일종의 공짜 돈인 IMF 특별인출권(SDR)을 창출해 그 대부분을 미국의 해외 군사 활동 자금으로 활용한다(예컨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 나아가 외채 위기에 몰린 나라들에게 외채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에너지와 식량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단 조건이 있어라고 통고한다. 그 조건이란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반노동 법률을 제정하며, 국가 공공시설을 해외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것이다.

 

즉 나토의 러시아에 대한 전쟁으로 야기된 에너지 및 식량 위기는 각국 국가 기반시설의 민영화를 위한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주로 미국 투자가 및 금융기관에게 매각될 것이다), 위기에 처한 국가들을(남반구 국가들과 특히 유럽) 미국의 영향권 안에 확실하게 묶어두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럽과 유로화가 그 희생자가 될 것은 분명하다. 전쟁 이후 유로화 가치는 매일매일 추락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유럽이 러시아 및 아시아 대부분의 수출 시장을 잃었으며, 국내 시장마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에너지 수입 가격의 급등 때문이다. 유럽은 값비싼 미국의 액화천연가스(현재 사용 중인 러시아 천연가스 가격의 3-7) 수입을 위한 항만 시설 건설에 3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비료 생산에도 큰 차질이 생긴다. 어쨌든 유로화는 추락하고 있다.

 

현재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통화는 일본 엔화다. 일본은 에너지 전량,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자국의 금융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도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 중 하나인 셈이다. 이것은 결코 우연적 사고가 아니다. 미국의 의도적 계획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미국은 일본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도 엔화 가치의 하락, 그에 따른 일본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를 바라지는 않아. 일본에도 SDR을 배당하고 미국도 지원에 나설게. 단 조건이 있어. 헌법을 고쳐 핵무장을 하라는 거야. 그래서 우크라이나처럼 최후의 1인까지 중국과 싸우라는 것이지. 우리가 너희 대신 그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줄게

 

물론 일본 지배계층도 이러한 제의를 환영할 것이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정부는 언제나 국민들을 희생시켜 왔다.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엔화 가치를 일거에 2배나 올린) 플라자합의로 당시까지 세계 1위였던 일본의 제조업경제는 1990년 거품 붕괴 이후 수축 일로에 있다.

 

이런 것들이 이번 전쟁의 경제적 결과다. 서방 언론들은 이번 전쟁을 우크라이나/나토와 러시아 간의 군사적 대결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전쟁을 빌미로 미국의 동맹국들과 서방 전체를 미국의 통제권 아래 묶어두기 위한, 재닛 옐런의 표현을 빌자면 미국의 유일 패권을 재확립하려는 미국의 시도라고 보는 것이 진실에 훨씬 가깝다.

 

질문 : 당신의 말대로 세계 패권 유지가 미국 전략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그 전략은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허드슨 : 궁극적으로 이는 자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미국의 정치인과 군 장성들은 에이, 우리는 미국이 자살하는 걸 원치 않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분명히 이들은 그러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것은 거대한 도박이다.

 

내가 보건대, 미국의 군부는 러시아 에너지 금수 조치라는 경제제재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또한 나토의 우크라이나전쟁을 주도한 네오콘 세력, 즉 국무부와 백악관 안보회의로부터 전쟁 계획 자체를 통보받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히 군부 내에는 전쟁에 대한 커다란 우려가 있다. 하지만 군부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게 미국적 전통이다.

 

놀라운 것은 유럽에서도 전쟁에 대한 유일한 반대가 마린 르펜과 같은 우익세력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유럽의 좌익은, 이젠 좌익이라고 부르기도 뭣하지만, (독일) 사회민주당이나 (영국) 노동당은 하나같이 나토를 추종하고 있다. 자국의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고 자국 경제를 미국에 의존하게 만드는 정책 이외에 다른 정치적 선택지가 이들 정당에게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유럽이 미국의 정책을 무기력하게 따르는 현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우크라이나전쟁에 관한 유엔 표결 결과를 보면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 제재에 대해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세계 경제에 거대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백인 서방 세계(유럽과 북미)와 유라시아(중국, 인도, 러시아, 그리고 주변 지역) 사이에 철의 장막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중국, 인도, 러시아가-지정학의 창시자 매킨더가 핵심 지역이라고 불렀던-하나로 뭉친다면, 아시아의 나머지 지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문제는 대만과 일본, 남한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어느 편에게도 중요한 국가들이다. 그런데 지난 4월 말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버그는 나토가 남중국해에도 진출해야 하며, 태평양에서부터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아시아 지역에서도 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나토에 관여하는 유럽의 한 정치가는 우크라이나전쟁의 결말에 관해 경제적으로, 또는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군사적 해결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군사적 상황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러시아는 결코 이 전쟁에서 질 수가 없다. 만일 패배한다면 나토가 자국과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토는 또한 북쪽의 러시아 인접 국가인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에도 핵무기를 배치하려 한다. 미국 또한 패배를 감수할 수 없다. 미국이 지면 바이든의 재선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분명히 2024년 대선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군사, 경제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그 공략 대상은 미국의 유권자들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관한 공개적 논의가 거의 없다.

AP=연합뉴스

 

전쟁,자본에새로운길을열어주다

질문 : 확실히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우크라이나전쟁에 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에서는 매우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어떤가? 경제제재를 견뎌낼 수 있을까? 러시아는 최근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라는 푸틴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가 더 많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고도 버틸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한 협박에 불과한 것인가?

허드슨 : 러시아는 이미 상당 부분 자급자족적 경제체제가 되었기 때문에 경제제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의 가혹한 충격요법에도 살아남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충격요법에서 살아남은 국가라면 웬만한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러시아는 이미 20-30년 전에 경제적 충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러시아는 유럽보다 훨씬 경제적 생존 능력이 강하다.

 

질문 : 러시아가 1990년대와 같은 경제적 시련을 겪을 것이라는 말인가?

허드슨 : 90년대만큼 어려울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중국과 인도, 기타 국가들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90년대에는 국가 내부가 완전히 붕괴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군사력도 경제 부문도 재건됐으며 (중국, 인도 등) 정치적 동지 국가들의 경제와 충분한 연계망을 확보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우선 러시아를 파괴해야 한다. 러시아를 없애 중국을 고립시킨 다음, 우리의 주적인 중국과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미국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어쩌면 인도까지도 손보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이 이처럼 분명히 말한 마당에 중국과 인도의 반응이 어떨 것인지는 너무도 분명한 것이 아닐까.

 

인도는 이미 우리는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고, 이 연결을 단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이후 러시아의 외환준비금은 서방에 강탈당했다. 앞으로 러시아는, 미국이 유럽 및 동맹국들과 체결한 것과 같은 통화스왑 체제를 중국과 구축하려 할 것이다. 루블화 및 위앤화로 양국간 무역 결제를 하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로부터의 막대한 가스 공급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나는 러시아가 (그동안의 유럽 우선 정책을 포기하고) 서방과의 경제 관계 단절(디커플링)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서방 및 미국과의 경제 교류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물론 이는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러시아 국민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 서방 언론의 보도와는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으며 약 80%가 푸틴을 지지하고 있다. 국민들의 사기가 꺾였던 90년대와는 전혀 다르다.

 

전쟁은 올해나 내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30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1차 대전에서 2차 대전까지 대략 30년이 걸렸다). 그 결과는 아마도 유럽/미국과 유라시아의 균열로 나타날 것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이 유라시아 경제에 통합되는 한편 미국과 유럽 경제는 점차 축소될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방 경제의 축소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은 서방이 현재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앞으로 10년간 유럽 경제는 확실히 축소될 것이고 미국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바 있다. 나 역시 동감한다. 서방 경제는 축소될 것이다. 시진핑은 또한 스스로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말하는 중국의 중앙계획경제가 (서방의) 민주주의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서구 민주주의는 매우 빨리 과두지배(oligarchy)로 변질됐고, 과두지배는 다시 세습적 귀족정(hereditary aristocracy)으로 타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방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세습 귀족정으로 변질됐다. 중국 정부는 금융계급이 독립적 (정치) 세력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은행과 신용은 공공재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확고한 신념이며, 금융세력이 투기적 금융정책을 통해 노동자들을 궁핍화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 경제와 미국 경제의 결정적 차이다.

 

미국에서는 은행가와 월가가 경제의 중앙 계획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적으로 금융, 보험, 부동산(FIRE) 부문의 이익을 위해 경제를 운용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공산당 주도의 중앙정부가 은행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들은 부자들의 자본 이득이 아니라 제조업을 진흥하고 공공기반 시설을 확충하며, 중국 경제가 서방에 예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융을 활용한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이 러시아에 가했던 경제적 타격을 중국에는 결코 가할 수 없는 것이다.

 

질문 : 인터뷰 서두에 전쟁의 주요한 결과로 에너지, 식량 가격 등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불안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예상하나?

 

허드슨 : 2차 대전 이후 지난 70여 년간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은 세계은행의 정책에 따라 자국의 식량 자급을 위한 곡물 생산을 하지 못했다. 이들 국가들은 식량과 에너지 공급을 미국에 의존해야 했다(세계은행은 개발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토지개혁을 저지했고, 식량 대신 미국에 필요한 열대 작물 등의 생산을 장려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경제적 목표는 세계의 에너지 무역을 미국(엑슨 모빌 등), 영국(BP), 네델란드 (로열 더치 셸) 등 서방의 석유 메이저들이 다시 독점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석유 메이저들은 제3세계 국가들을 경제위기로 몰아넣으려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 국가들이 외채를 갚지 못하게 되면, 미국과 민간 채권자들은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에게 했던 것처럼 이들 나라의 해외 자산을 압류할 것이다. 예컨대 베네수엘라는 미국 내 투자와 영국은행에 예치했던 막대한 금을 압류 당했다.

 

앞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을 대상으로 서방의 막대한 자산 압류가 예상된다. 이것이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이며, 바로 이 때문에 다가올 IMF 회의에서는 어떤 나라에 어떤 조건으로 SDR을 부여할 것인지를 놓고 거대한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세계적 차원의 계급전쟁인 셈이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본질은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적 전쟁이 아니다. 전 세계에 걸쳐 노동에 대한 자본의 통제를 계속 유지하려는 신자유주의 세력 대 노동계급 간의 한판 대결인 것이다.

 

질문 : 그렇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보다 훨씬 거대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인가?

허드슨 : 위협? 맞다! 바로 그것이 서방의 목표다. 예컨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주관하는 클라우스 슈밥의 글을 읽어보면 이들의 속셈을 알 수 있다. 그는 세계 인구가 적정 규모보다 20% 많다고 주장한다. 특히 제3세계의 인구 증가가 문제라고 말한다. 서방의 모든 재단들이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서방의 억만장자들은 세계 인구를 좀 줄여야겠어.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부를 창출하기보다는 너무 많이 소비만 하고 있거든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를 위해 생산을 하는 것은 부자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생산된 부는 부자들과는 상관이 없고, 부자들 몫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권세력에 의한 부의 집중을 지속시키기 위해 경제적 재난을 조성해 세계의 쓸모없는 인구를 감소시킨다는) 거대한 신자유주의적 계획이 바이든 행정부와 딥스테이트에 의해 논의되고 있다고 우리는 추정할 수 있다.

 

질문 : 트럼프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허드슨 :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그룹이 여전히 미국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원래 트럼프는 국무부와 CIA를 청소하도록 군인 출신을 기용하려 했다. 하지만 사위가 이를 말렸다. 또한 미국 정부 내 네오콘을 청산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역시 네오콘의 파괴 행위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네오콘은 트럼프를 그냥 무시했다. 예컨대 트럼프는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원했지만, 육군은 철수를 거부했다. 누구도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따라서 트럼프 시대는 일종의 일탈로 간주할 수 있겠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대통령이란 배후의 딥스테이트를 위한 얼굴마담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했다. 나는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

박인규 편집인(=정리·번역)/ 프레시안

 

재택근무, 어쩐지 일 잘되더라협업 3배나 늘었다

포스트코로나, ‘뉴노멀재택근무

업무지식 공유재택 때 56%

사무실 근무보다 3배 늘어

생산성도 사업체 45% 긍정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정보기술(IT) 대기업의 서비스운영 담당자인 ㄱ(30)씨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사무실로 출근한 날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 회사가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희망자에 한해서만 사옥 출근을 허용하는 원격근무제를 최근까지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팬데믹 이전 일주일에 열차례 이상 대면 회의를 했고, 외부 미팅도 잦았다. 부서 막내들은 회의실을 찾느라 매일 업무시간을 허비했다.

 

재택근무 도입 이후에도 비슷한 횟수로 비대면 회의를 하지만, 회의 시간은 물론 관리자들의 업무 질책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업무 효율과 분위기가 모두 좋아졌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재택근무의 효과는 업무의 문서화와 매뉴얼화다. ㄱ씨 부서에선 서비스 오류나 고객관리 민원 등 돌발상황이 잦았고, 담당자가 알음알음처리한 뒤 관리자에게 구두로 보고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렇게 각자 쌓은 노하우를 한데 모아 소통하기가 어려웠고, 업무 인수인계가 어려울 때도 있었다. 비대면 근무의 도입으로 대면 보고가 불가능해지자, 직원들은 업무 진행 상황을 업무용 협업툴에 기록하고 공유해야 했다. ㄱ씨는 17<한겨레>비대면으로 떨어져 일하면서 오히려 업무체계가 더 잘 잡혀 신기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중인 현대모비스 직원이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동안 집(재택근무) 등 사무실이 아닌 곳(원격근무)에서, 대면하지 않고 일하는(비대면 근무) 직장인이 늘었다. 코로나19 초기만 하더라도 비대면·원격·재택근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해 의심을 품었지만, <한겨레>가 재택근무를 경험한 노동자들을 만나 보니, 업무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뜻밖에 협업이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글로벌 제조업체 ㄴ사에서는 회의에 들어갔던 관리자가 회의 내용을 구두로 전해주면 이에 따라 일을 진행해왔다. 이 회사 인사 담당자는 재택근무 이후 비대면 회의 참석 범위가 늘어 어떤 취지로 업무 지시가 내려졌는지 잘 알게 돼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재벌 계열사인 ㄷ사에서는 여느 회사처럼 종이 보고서를 만들어 대면으로 보고하는 체계였다. 재택근무가 정착된 지금은 업무용 협업툴에 의견을 붙여 비대면 보고를 한다. 이 회사 구매 담당자는 전자우편 등으로 일하다 보니 모든 게 정제되는 느낌이라며 문구 하나를 쓸 때도 글로 근거가 다 남으니까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는 노동자들의 주관적인 평가는 통계적으로도 뒷받침된다. <한겨레>가 입수한 비대면 시대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일·생활균형’(연구책임자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보고서를 보면, 재택근무를 하면 협업이 어렵다는 선입관과 달리 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많았다. 연구팀은 지난해 7~9월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사업체 620곳과 노동자 3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첫 대규모 실태조사를 벌였고, 최근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를 보면, 특히 업무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향이 사무실에서는 18.7%였지만, 재택근무에서는 56.6%3배나 높았다. ‘업무 중 상사·동료·부하직원과의 의견 공유 정도도 사무실 49.9%, 재택근무 54.6%였다.

 

재택근무가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인식도 기우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재택근무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31.2%, ‘보통39.2%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29.3%에 그쳤다.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곳이 45.5%, 노동자 대상 조사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보통’ 49.4%, ‘그렇지 않다5.1%였다. 미디어 플랫폼업체에서 일하는 성아무개(39)씨는 <한겨레>사무실에 나가면 쓸데없는 회의를 너무 많이 했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그런 데서 낭비되는 체력을 업무에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재택근무 할 때는 하루 업무 계획·성과를 아침저녁으로 보고하는데, 계획대로 완수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했다.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전통 제조업체인 현대모비스는 202011월부터 재택근무를 아예 인사제도의 하나로 공식화했다. 현대모비스는 재택근무 시행 전인 2019년과 시행 이후인 2021년을 기준으로 재택근무 활용률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의 인사평가 결과와 성과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했는데, 두 집단 사이의 차이나 전체 직원 평균과의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 회사에서 부품 구매 업무를 하는 문지영(35) 매니저의 사례를 보면, 재택근무로도 생산성이 유지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매일 선적·통관·입고 현황을 검토하고, 사내 다른 부서나 해외협력사와 소통하는 문 매니저는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는 주 2~3회 재택근무 때 몰아서 한다. 문 매니저는 예전엔 사무실에 남아 야근하며 처리했지만, 이제는 일부러 재택근무 날에 맞춰 일정을 잡고 있다사무실에서는 소음도 있고 집중력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지만 집은 오롯이 내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매니저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일 때 이사한 탓에, 집에 일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만들었다. 남편과 같이 재택근무를 하는 날에도 서로 다른 방에서 일하면서 메신저로 대화하고 쉬는 시간도 따로 정해놓는다. 그는 재택근무가 쉬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굉장히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기업들은 비대면 소통이 갖는 근본적인 약점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새로 입사한 직원들의 적응 문제나, 직원들끼리 잠깐씩 대화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스몰토크의 강점을 재택근무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해낼지가 관건이다. 네이버는 노동자에게 완전 재택근무3일 이상 사무실 근무를 선택지로 줬다. 이 회사는 신입(경력)사원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 다른 직원이 함께 출근해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채용시장에서 주된 노동조건으로 여겨질 정도로 만족도가 높고, 실제 생산성·효율성에서도 큰 차이가 없는데, 코로나19엔데믹’(풍토병) 단계에 접어들자 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 올드 노멀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조직문화의 영향이거나, 재택근무를 공식화했을 때 발생하는 인사평가제도 수립의 어려움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 부연구위원은 초기에는 여러 부작용과 혼란이 있었지만 기업과 노동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생산성·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는 만큼, 재택근무의 제도적인 확산을 위한 노력들이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태우 천호성 신다은 기자 ehot@hani.co.kr

 

노동자 5.4%재택근무 해봤다비정규직은 2.4%에 그쳐

포스트코로나, ‘뉴노멀재택근무

재택근무, 대기업·고소득 업종에 쏠려

영상콘텐츠 제작 업체에서 영상편집 업무를 하는 한아무개(30)씨는 코로나19 2년 동안 팀에서 유일하게 재택근무를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다른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했지만 한씨만 제외됐다. 회사가 영상자료를 외부로 반출하는 걸 싫어하고, 개인 장비로 편집을 못 하게 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원래 폐가 안 좋아서 감염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인프라만 갖춰졌어도 재택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무인데도 그렇지 못해 박탈감이 심했다고 했다.

 

최근 일부 정보기술(IT)업체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제도화나 워케이션’(휴가지에서 업무 병행) 결정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한씨처럼 재택근무를 아예 해보지 못한 노동자가 훨씬 더 많다. 민주노동연구원이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용형태별부가조사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2099만명에 달하는 임금노동자 가운데 재택(원격)근무를 활용하고 있는 노동자의 수는 전체의 5.4%114만명에 불과하다.

 

재택근무 활용 현황을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 소속 노동자 가운데 재택근무를 활용하는 노동자의 비중은 16.7%(465000)지만, 1002999.8%(196000), 30996.8%(272000) 등 사업장 규모가 작아질수록 비중이 줄어든다. 업종별로도 정보통신업이 24.8%로 가장 많고, 공공기관이 집중된 전기·가스 등 공급업 18.4%, 금융·보험업 15.7% 순으로 이른바 고소득업종에서 재택근무 활용 비중이 높았다.

 

고용 형태에 따른 편차도 크다. 통상 비정규직이라 일컬어지는 임시·일용직, 한시·시간제·호출·파견·용역 노동자들 910만명 가운데 재택근무를 활용하고 있는 노동자는 2.4%(216000)에 그쳤다. ‘정규직노동자 1189만명 가운데 7.8%(924000)가 재택근무를 활용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특히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79월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사업체 620곳에 대해 조사한 결과, 50%310곳이 정규직만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택근무가 일·생활 양립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이상,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업종·직종이 아니라면 확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 보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무실과 같은 능률을 올릴 수 있는 장비와 업무 시스템이 필요하고,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직무를 골라내며, 노동자들의 성과·인사 관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직무 특성을 기준으로 원격근무가 가능한 노동자의 비중이 35%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는데 아직 5.4%밖에 안 된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용노동부는 재택근무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 도입 기업에 간접노무비·인프라 지원과 일터혁신 컨설팅 사업을, 중소벤처기업부는 메신저·화상회의·그룹웨어 등을 지원하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사업을 지속할 방침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재택근무의 맛, 어떻게 잊어출근은 역행, 일할 곳 선택권 달라

포스트코로나, ‘뉴노멀재택근무

새로운 근무형태로의 진화

출퇴근 시간 절약해 워라밸

노동자 73% “재택 계속 원해

·가정 양립, 삶의 질 향상돼

 

현대모비스·네이버 등 호응

도전적 인재들 들어오려면

매력적 근무환경 제공해야

출퇴근 시간이 너무 아까워졌다. 왕복 두시간, 준비 시간까지 합치면 세시간. 그 시간에 차라리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로 출근하니 회의도 많아지고 잡담도 많아졌다. 퇴근 시간 뒤 2030분 추가근무는 기본이고 번개회식도 생겼다. 예전엔 퇴근을 하자마자 집 앞에서 운동도 하고 볼일도 봤는데, 이제는 그 기회가 사라진 느낌이다.”

 

최아무개(30)씨가 다니는 회사는 최근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근무, 이른바 풀 출근으로 근무형태를 바꿨다. 2년 전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만 해도 재택근무는 불가역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졌으나, 일상 회복과 함께 사무실 출퇴근으로 역행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일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재택근무에 최적화됐던 노동자들은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이 영 불편하고 어색해졌다. 재택근무 만족도가 높았던 노동자들은 이제 근무장소 선택권을 요구한다.

 

1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비대면 시대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일·생활균형’(연구책임자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을 보면, 재택근무에 대한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79월 재택근무를 경험해본 노동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재택근무가 필요하다’ ‘재택근무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은 각각 80%를 넘겼다. 코로나19 종결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활용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72.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 가운데 60%는 평균 주 1~2회인 재택근무 횟수를 유지하겠다고, 24.9%는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당시만 해도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던 기업들은 75.2%가 재택근무를 유지(당시 수준 유지 또는 축소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택근무를 제도화한 정보기술(IT) 업종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그 비중을 상당 수준 줄이거나,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가고 있다.

노동자들이 재택근무를 유지·확대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출퇴근 시간과 체력 절약, 그로 인한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콜센터 노동자는 아침 7시 반부터 아이들을 등원·등교시킨 뒤 지각 안 하려고 엄청 뛰어다니느라 한여름엔 진이 빠지고 업무 시작 전부터 너무 힘들었다재택으로 전환된 뒤에는 그런 시간이 단축되니까 좋았다고 했다. 한 제조업 대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39)씨도 재택 하는 날엔 통근시간 50분을 아낄 수 있으니 달리기로 건강 관리를 했다“9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아빠 오늘 재택이야?’라고 물을 정도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길어졌다고 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재택근무 이후 ·가정 양립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이들은 32.5%, 육체적 피로감이 감소했다고 밝힌 비율은 35.4%, 여가시간 확보에 따른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답변한 비율은 41.8%에 달했다.

 

노동자들은 2년 동안 재택근무에 익숙해졌고, 재택을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사실상 해제된 만큼 사무실 근무가 가능하니, 사무실이든 사무실 아닌 곳이든 일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완성차 대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송아무개씨는 코로나19 2년 동안 재택근무가 이뤄졌지만, 회사의 실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직원들이 성과를 못 낸 것도 아니다라며 사업환경 변화에 따라 경영의 혁신을 경영진이 강조하는데 근무형태에 관한 혁신은 왜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재택근무 비중이 축소되고 있는 정보기술 기업에 다니는 박아무개(30)씨도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에 장단점이 모두 있으니, 모두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선택권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실제로 본인에게 적합한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재택근무를 인사제도의 하나로 채택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재택근무를 제도화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들이 들어오려면, 구직자에게 매력적인 근무환경 경쟁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말했다.

 

네이버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 사무실 출근을 전제로 약 4900억원을 들여 제2사옥을 지었다. 하지만 반기에 한번씩 완전 재택근무 또는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근무제도를 만들었다. 네이버 인사팀 관계자는 특정 근무제를 활성화하기보다 직원 개개인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어디서 일하느냐보다는 일의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제도화한 스타트업 오늘의집역시 중요한 것은 재택근무 자체가 아니라, 우리 구성원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고 자신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문제라고 밝혔다.

박태우 천호성 신다은 기자 ehot@hani.co.kr

 

한동훈이 휴대전화 비번을 열지 않는 이유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되지 않으려면

2012년에 나온 영화 <범죄와의 전쟁> 부제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 최민식 하정우가 주연한 이 영화는 전직 비리 공무원과 조폭 및 검사를 매개로 우리 사회의 부패한 권력지형을 보여준다. 극 중 조범석 검사(곽도원 분)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내가 깡패라면 넌 그냥 깡패야."

영화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쇼박스

 

최민식이 검사로 나온 영화 <넘버 3>(1997)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삼류 조폭 두목 조필(송강호 분)이 더듬으면서 부하들에게 내뱉는 말. ", 내가 하, 하늘 색깔, 빨간색! 하면, 그때부터 무, 무조건 빨간색이야!"

 

고발사주가 아니라면 아닌 거야. 검언유착 없었다면, 휴대전화 열 이유가 없는 거야. 총장 대신 부인과 수시로 통화해도, 공무상비밀이 아니라면 아닌 거야. 주가조작 관여하지 않았다면 조사할 필요도 없는 거야. 국방부 밀어내도 안보에 지장 없다면 없는 거야. 의대 편입 비리가 없었다면 없는 거야. '비리 스펙'을 입시에 안 써먹었다면 비리 아닌 거야. 간첩 조작 사건에 검사 책임이 없다면 없는 거야. 우리가 '검수완박'이라면 '완박'인 거야... 어휴 끝이 없겠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준비한 자료를 보고 있다.공동취재사진

 

권력은 비판과 견제를 용납하지 않는다. 권력은 사실과 진실을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권력은 난폭하면서도 친절하다. 권력은 앞에서 웃고 뒤에서 보복한다. 권력은 거짓을 참으로 바꿀 수도 있다. 권력은 늘 옳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보자. 동물들은 인간 농장주를 몰아낸 뒤 7계명을 만든다. 그중에는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 '술을 마시면 안 된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 따위의 계명이 있다. 경쟁자 스노볼을 쫓아낸 뒤 절대권력자가 된 돼지 나폴레옹은 반기를 드는 동물들을 처단하고, 술을 마시고, 인간을 흉내 낸다.

 

나폴레옹 일당은 계명을 다음과 같이 슬쩍 바꾸는데, 몇몇을 뺀 동물 대부분은 눈치 채지 못한다.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안 된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 동물들을 위하고 동물농장을 더 발전시킨다는 명분이었다.

 

교묘한 눈속임

권력이 하는 짓이 딱 이렇다. 교묘한 눈속임으로 헷갈리게 한다. 자기들 이익을 도모하면서 '국민'을 들먹인다. 국민을 위해서,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서란다. 아니, 여보세요. 언제부터 그렇게 국민을 위했다고 그러세요?

 

"누군가를 위해서 한다"라는 말처럼 인간의 위선과 기만을 나타내는 말도 없다. 자기 업무이고, 자기가 필요해서 하는 일인데 마치 남의 이익을 위해서나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말한다. 자기만족을 위한 건데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처럼 꾸민다. 권위의식과 시혜의식의 소산이다.

 

예컨대 검사나 변호사 업무는 남을 위한 일이 아니다. 그냥 자기 일이다. 나라 녹을 받거나 수임료 챙기면서 하는 경제활동이기도 하다. 정의를 추구하고, 억울한 사람 안 생기게 하는 것은 용기나 양심이 아니라 직업적 의무다. 경찰도, 기자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 특권층인 검사들은 비리가 발각되면 남다른 행동을 보인다. 휴대전화를 갖다버리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초기화하거나 바꿔버리고, 통화 내역과 카톡 대화, 메신저 대화를 삭제한다. 나아가 감찰을 방해하고 수사를 막는다.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뭉갠다. 이러면 없는 게 된다. 아닌 게 된다. 그런데 아니라면서 수고스럽게 왜 감추거나 없애는지 모르겠다.

 

이건 구조적 비리다. 검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의 문제다. 절대권력을 공유하기에, 권력기관 구성원이라는 자신감이 넘치기에 가능한 일이다. 검찰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는 '검동설'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동훈 부조리극

그런 점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한편의 부조리극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검찰 상층부에서 벌어진 음습한 일들을 폭로했으나 이미 검찰권력이 국가권력으로 고스란히 옮겨진 상황에서 공허한 메아리였다.

 

압권은 검수완박 궤변. 보완수사권이 유지되고 중대범죄 우선 수사권이 축소됐을 뿐인데, 장관 후보자와 여당 의원들은 검찰이 수사권을 박탈당해 사회정의가 무너지고 정치인과 공직자 비리가 넘쳐나게 생겼다고 비분강개했다. 돈 없고 힘없는 서민만 피해를 본다는 단골 주장을 빼놓지 않으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이런 게 혹세무민이다.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으면 서민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검사 우위의 시각일 뿐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 전체 형사사건의 99%를 처리하는 경찰을 저능아나 무능아로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현행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검찰이 경찰 수사를 점검하고 견제하고 감독하는 장치를 겹겹이 마련해 놓았다.

 

진정 검찰 직접수사 축소에 따른 국민 피해를 걱정한다면,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에 찬성해야 한다.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중수청으로 옮겨가면 된다. 지금처럼 경찰이 수사해도 되지만, 경찰 수사력을 불신하고 비대화를 우려하니 중수청에 넘기자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 원리에 부합하는 면도 있고.

 

그런데 중수청도 반대한다. 결국 보수세력의 든든한 우군인 검찰을 품 안에서 놓고 싶지 않은 거다. 정권의 칼이자 법조 카르텔의 핵심인 검찰을 쪼개기 싫다는 거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결합한 검찰권력이 유지되는 게 유리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계가 어우러진 우리 사회 기득권의 민낯이다.

 

유능하고 정의롭고 양심적인 검사도 많다고? 왜 없겠나? 구조 문제를 사람 문제로 바꾸는 얄팍한 논리에 실소가 나온다. A를 얘기하는데, B를 내세워 흔드는, 일종의 허수아비 논증 오류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기득권 담장을 떠받치는 데 일조하는 셈이다.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 시대 최고 실세 집단은 군이었다. 군 출신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입법부와 사법부를 농락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언터처블(untouchable)'이었다. 윤석열 정부 권력의 요람은 검찰이다. 청와대와 행정부 요직에 임명된 검찰 출신 인사가 벌써 10명이다. 분위기로 보면 앞으로 더 늘 듯싶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도 검사 출신들이 주축이다.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도덕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좋게 말하면, 능력이 최고다. 능력 있으면 좋은 놈, 없으면 나쁜 놈이다. 수단과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 박정희가 그랬고 전두환이 그랬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범석 검사는 더 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전직 세관원 최익현(최민식 분)과 거래한다. 익현의 비리를 덮어주는 대신 부산 최대 범죄조직 두목인 최형배(하정우 분)를 잡기로 한 것이다. 익현은 자신의 든든한 뒷배이자 동업자인 형배를 유인해 체포당하게 한다.

 

이후 조 검사와 익현은 동업자 관계로 발전한다. 조 검사 덕분에 암흑가 재력가로 자리 잡은 익현은 각계에 막강한 인맥을 구축하고, 조 검사는 익현의 도움에 힘입어 검찰 고위직에 오른다. 익현의 아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된 것은 화룡점정이다.

 

검찰을 살리는 길

중대범죄 수사권이 축소되긴 했어도 검찰은 여전히 권력기관이다. 정부 고위직과 요직을 차지하는 검사 출신이 늘어날수록 검찰 위상은 커질 것이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권력실세가 장관에 임명됐으니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권한도 강화될 것이다.

2020213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사들이 정권에 코드를 맞춰 '정치적 수사'를 일삼는다면, 또다시 국가적 비극이 발생할 것이다. 이쯤에서 정치보복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고, 보수정권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으로 보내졌다. 명백히 드러난 범죄는 수사가 불가피하겠지만, 더 캐내고 더 파헤쳐서 실적을 올리고 정권에 잘 보이려는 수사는 지양해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칼잡이들이 활약하는 건 외국인들 보기에도 좋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민생 우선' 정책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검찰을 정상화해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 검찰이라는 권력집단의 대표에서 국가지도자로 올라간 만큼 이제는 국민 시각에서 검찰을 바라보고 평가해야 한다. 검찰총장 재임 중 징계를 받았기에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 권력에는 검찰권력도 포함된다. 물론 검찰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무엇인지도 잘 헤아릴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에 나오는 조 검사 식의 수사방식은 언뜻 정의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의에 대한 냉소와 불신만 키울 뿐이다. 범죄 거래나 별건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전관예우는 사법정의를 훼손한다. '검찰 백' 있는 피의자를 봐주면 힘없는 서민이 피해를 본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시대정신인지 모르지만, 검찰패밀리라는 특권층의 득세를 반길 국민은 많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구조적으로 정의와 공정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비슷한 비리임에도 선택적으로 분노하거나 선택적으로 비난하는 자들 보면 딱하다.

 

어느 정권에서든 '나쁜 놈들'의 철학은 단순하다. 우리가 하는 건 다 문제없고, 저쪽이 하면 그 반대다. 선택적 정의에 따른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기소는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그래서 수사기관 간,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간 견제가 필요하다.

 

검사 출신 여당 원내대표가 애초 국회의장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은 현실적 판단이었다. 휘둘러보고 겪어봤기에 검찰권력의 위험성과 폐해를 잘 아는 것이다. 그것을 뒤집은 것은 정치적 판단이다.

 

검찰이 기반인 윤석열 정부가 검찰개혁에 동조하기란 쉽지 않을 터다. 하지만 시대정신은 검찰의 환골탈태를 원한다. 형사사법체계 선진화와 국민 화합을 꾀할 생각이 있다면, 검찰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그 첫 번째 관문이 중수청 설치다. 협치의 첫째 조건이기도 하다. 짧게 보면 검찰을 죽이는 일 같지만, 길게 보면 검찰을 살리는 길이다. 국민은 물론 검사들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정권에 해로운 일도 아니다. '나쁜 놈들 전성시대'라는 비난을 받지 않는 길이다

조성식(softrocker) 오마이뉴스

윤석열과 이재명 극명한 차이 드러낸 대선 TV찬조연설

이재명 TV찬조연설 KBS 3TV조선·채널A 0

국민의힘 TV광고 TV조선 6회로 가장 많아, 채널A 4민주당 TV광고, TV조선·채널A 1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찬조연설이 TV조선과 채널A 등 보수매체에서 많았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찬조연설은 해당 두 매체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윤 후보 찬조연설은 KBS·MBC 등 공영방송에서 없었고, 이 후보 찬조연설은 KBS1에서 가장 많았다.

 

TV광고의 경우 국민의힘은 TV조선에 6, 채널A4회했지만 민주당은 TV조선과 채널A에 각 1회씩 진행해 차이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KBS6, MBC2회 광고했지만 민주당은 KBS16, MBC7회 등 선거광고도 국민의힘은 종편, 민주당은 공영방송에 무게를 둔 모양새다.

 

윤석열 찬조연설, KBS·MBC에서 0

미디어오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20대 대선 각 후보별 TV찬조연설과 라디오연설 현황(연설원, 방송매체, 일자, 횟수, 단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후보자 본인의 연설은 제외했다. 선관위는 찬조연설원과 방송연설 이용요금(단가)에 대해 비공개했다.

 

선관위가 제공한 후보자 지명 연설원(연설자)의 방송연설 실시 현황 자료를 보면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 지지연설은 TV에서만 11회 진행했다. 공영방송 MBC·KBS에는 한차례도 지지연설이 없었고 종합편성채널에서 9회 진행했다. 매체별로 보면 TV조선이 4(226, 27, 35, 6)로 가장 많았고, 채널A3(33, 4, 8)로 뒤를 이었다. SBS(223, 31)MBN(224, 32)은 각 2회 연설이 있었다.

후보자 지명 연설원의 방송연설 현황.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윤 후보에 대한 찬조연설이 보수성향 종편채널에 편중한 것이다. 앞서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지난해 3월 이후 대선까지 약 1년간 윤 후보는 중앙일보와 네차례, 국민일보·조선일보·TV조선과 각 세차례, 동아일보·세계일보·문화일보·연합뉴스·채널A 등과 각 두차례 단독인터뷰를 진행한 반면, MBC·한겨레 등과는 한 번도 단독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아 보수매체 편향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종편도 선거방송시설·중계방송사업자에 포함해 후보자와 후보자가 지명하는 연설원의 연설, 토론회, 선거운동 광고 등을 허용하도록 하면서 가능했다. 지난 2017년 탄핵 국면에서 국정농단 보도 등에 대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반발해 관련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1월 지상파 방송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했다.

 

[관련기사 : 지상파 반대에도 종편 선거방송 허용법안 통과]

 

윤 후보에 대한 라디오 찬조연설은 없었다.

이재명 찬조연설, TV조선·채널A에서 0

이재명 후보에 대한 TV찬조연설도 윤 후보와 같이 총 11회 있었지만 송출한 매체는 달랐다. TV조선과 채널A에선 단 한차례도 찬조연설이 없었다. KBS1(221, 25, 37)에서 3회로 가장 많았고, JTBC(228, 34)SBS(224, 38)가 각 2회로 뒤를 이었다. YTN(223), MBC(31), MBN(33), 연합뉴스TV(35) 등은 각 1회 찬조연설을 내보냈다. 윤 후보보다 고르게 매체를 선택한 편이다.

 

또한 이 후보의 경우 라디오 찬조연설도 11회 있었다. KBS1(228, 31, 2, 3)SBS(225, 28, 34, 7)는 각 4, MBC(223, 24, 38)3회 라디오 찬조연설을 실시했다.

지난 223일 당시 이용호 국민의힘 선대위 정권교체동행위 대외협력본부장의 TV찬조연설. 사진=SBS

 

윤 후보 TV찬조연설은 호남을 지역구로 한 이용호 의원, 이준석 당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3 연설로 주목받았던 김민규씨 등 11명이 했다. 이 후보 TV찬조연설에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 김동연 당시 새로운물결 대표, 박지현 전 추적단불꽃 활동가, 배우 이원종씨 등 11명이 했다. 이 후보 라디오 찬조연설자는 비정규직 출신 안귀령 전 YTN 앵커 등이었다.

3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찬조연설에 나선 박지현 현 민주당 비대위원장. 사진=JTBC 갈무리

 

찬조연설은 TV와 라디오 각 11회가 상한선인데 이 후보는 이를 모두 채웠고, 윤 후보는 TV11회 했다. 다른 후보들의 경우 찬조연설이 없었다. 여타 정당 후보 측에선 비용문제로 방송연설을 시도하지 못했다. 지상파 방송사들 TV방송연설 단가표를 보면 메인뉴스 전후나 밤시간 예능프로그램 전후인 이른바 황금시간대(SA)에 연설을 20분 내보낼 경우 회당 4~5억 원(MBC 53427만 원·SBS 48972만 원)이 들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방송연설 한 번에 5억 원, 꿈도 못 꾸는 군소 후보들]

TV광고 횟수, 민주당·국가혁명당·국민의힘 순

또 미디어오늘은 선관위에 각 후보별 TV와 라디오 광고 현황(매체명, 일자, 횟수, 단가) 등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선관위는 방송광고에 대해서도 이용요금(단가)을 비공개했다.

 

선관위가 제공한 방송광고 실시 현황자료를 보면 TV광고의 경우 국민의힘은 총 25회 진행했다. KBSTV조선이 각 6회로 가장 많았고, SBS와 채널A이 각 4회로 뒤를 이었다. MBCJTBC는 각 2, YTN1회 광고를 송출했다.

 

민주당은 TV광고를 33회 했다. KBS16회로 가장 많았고, MBC7, SBS6, YTN·TV조선·채널A·JTBC에 각 1회 광고를 내보냈다.

 

국가혁명당은 총 31회로 국민의힘보다 TV광고를 많이 했다. KBS11회로 가장 많이 했고, MBC·SBS·TV조선·JTBC에 각 5회씩 광고를 했다.

32일 진보당 TV 광고

 

우리공화당은 KBS1(222), 진보당은 MBC1(32) TV광고를 했다. 거대양당과 국가혁명당을 제외하면 대다수 정당에서 TV광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TV광고의 경우 SA급 시간대 기준 1분 분량 광고 한 회에 2000만 원대로 단가가 구성돼 있다. 진보당이 A급 시간대(1000만 원대)에 방송 광고를 1회만 내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정의당은 TV광고를 하지 않고 라디오광고만 시행했다.

 

정당별 방송광고 실시 현황.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라디오광고 횟수, 국민의힘·국가혁명당·정의당·민주당 순

국민의힘은 라디오광고를 SBS17, MBC12, CBS3회 등 총 32회를 했다. 민주당은 MBC17, SBS10회 등 총 27회를 했다.

 

정의당은 총 29회로 민주당보다 라디오광고 횟수가 많았다. 정의당은 CBS10, TBS8, SBS5, KBSMBC에는 각 3회씩 라디오광고를 했다. 국가혁명당도 KBS19, SBS6, MBC5회 등 총 30회 라디오광고를 민주당보다 많이 했다.

 

기본소득당은 YTN라디오에만 20회 광고를 했다. 우리공화당은 YTN라디오에 3, KBS1회 등 총 4회를 내보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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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3사 윤비어천가 상서로운 무지개” “삼풍백화점 붕괴 후 땅의 기운 돋아나

5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59일부터 13일까지 한 주간 종편4사 평일 오후 시사대담프로그램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를 살펴본 결과, 전체 방송시간의 35.1%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소식으로 채우며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채널A177(41.5%)으로 가장 오래 전했고, TV조선도 153(36.1%)으로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MBNJTBC는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체 방송시간의 1/3 넘게 혹은 1/3 가까운 분량으로 비중 있게 전했습니다. 종편은 우연히 나타난 자연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대통령 부부 거주지를 필요 이상으로 취재해 과도하게 띄워주는 등의 내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59일부터 13일까지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 윤석열 대통령 취임방송시간 및 비중 (시간은 31초부터 1분으로 올림하여 계산했으며, 비율은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계산) =민주언론시민연합

 

무지개 의미 부여 상서로운 기운이 윤석열 정부 축하

510,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 대통령 취임식 무지개언급 및 의미 부여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통령 취임식 당일, JTBC를 제외한 TV조선·채널A·MBN 종편3사는 취임식 중 우연히 나타난 무지개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진행자 백운기 앵커 : 오늘 취임식장에서 이렇게 무지개가 떴어요? (중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글을 올렸는데 자유, 자유, 자유, 무지개그래 가지고 사진을 찍어서 올렸더라고요. 보니까 비 온 뒤에 이런 무지개가 아니고 구름 사이로 이렇게 무지개 같이 아주 상서로운 그런 무지개가 있는 게 떴고 오늘 또 윤석열 대통령과 참모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아주 오늘 참 좋다. 무지개까지 뜨고 그런 얘기도 했대요.

 

최수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 그 대한민국에 서광(상서로운 빛)이 비친 것 같습니다. (중략) 어쨌든 상서로운 기운이 윤석열 정부의 첫날을 이렇게 축하했다 그러면 앞으로도 뭔가 국민과 진짜 소통하는 정부 그리고 협치하는 정부 그리고 성공하는 정부가 되지 않을까 저도 그렇게 기대해 보겠습니다.

510, 자연현상에 상서로운 무지개라고 의미 부여한 MBN ‘뉴스와이드진행자 백운기 앵커

 

MBN <뉴스와이드>(510)에서는 진행자 백운기 앵커가 비 온 뒤에 이런 무지개가 아니고 구름 사이로 이렇게 무지개 같이 아주 상서로운 그런 무지개가 있는 게 떴다고 말하자, 최수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이 화답하듯 대한민국에 서광이 비친 것 같다”, “상서로운 기운이 윤석열 정부 첫날을 이렇게 축하했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TV조선 과도한 의미 부여지적에도 양쪽 무지개 떠 한쪽 편들지 않게 돼

510, 무지개에 의미 부여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10)도 무지개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기자가 취임식 도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를 할 때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이런 그림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자, 배승희 변호사는 이 의미 있는 날에 무지개까지 뜨다 보니까 많은 분이 더욱 의미가 있는 거 아니냐’, ‘하늘까지도 이렇게 해주는 것 아니냐’, 이렇게 또 많이 SNS에 올리셨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기자 : 김준일 대표, 어떻게 취임식이라든지 이런 것들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준일 뉴스톱 대표 : 취임식은 저는 잘 봤고요. 다만 자연현상에 대해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거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반지성주의. 그냥 자연은 저렇게 무지개도 뜨고 햇무리도 뜨고 그런 거고요. 예전에 광주에 윤석열 후보가 방문했을 때 무지개가 떴다그래가지고 그걸 쓴 언론이 비판도 받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자연현상은 자연현상이고 그냥 마음속으로만 간직하셨으면 좋겠고. (중략)

 

진행자 윤정호 기자 : 자연현상이긴 합니다만 하필 그때 또 떴다는 게 사람들의 회자가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한테만 뜬 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한테도 같이 나타났기 때문에 한쪽만 편들지는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사실.

 

윤정호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평산마을 주변 하늘에 원형 무지개 햇무리가 떴다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하늘도 환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에게는 취임식 소감을 물었는데요.

 

김준일 대표가 자연현상에 대해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거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반지성주의’”라고 했지만, 윤정호 기자는 “(무지개가) 윤 대통령한테만 뜬 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한테도 같이 나타났기 때문에 한쪽만 편들지는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5·18민주묘지에 묵념을 하고 돌아갔을 때, 언론들은 민주묘지에 뜬 무지개를 두고 성스러운 징조라는 해석을 달아 윤석열 후보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진 이유는 언론이 선거 중립을 훼손한 탓도 있지만, 자연현상에 불과한 무지개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를 미화하는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종편은 “(무지개가 양쪽 진영에) 같이 나타났기 때문에 한쪽만 편들지는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할 게 아니라, 자연현상에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방송에 내보내는 행태를 멈추면 될 일입니다.

 

채널A “윤석열, 사우나에서 속옷 입고 사진도 찍어줘

채널A <뉴스TOP10>(513)은 방송 당일 가장 화제가 된 이슈를 선정해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매긴 후 대담하는데, 이날 5위는 윤 대통령과 함께 목욕도 해요였습니다. 진행자 김종석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부 장관 공관이 관저로 고쳐지기 전까지 대략 한 달 동안은 서초동 자택에서 출근하는데, “출퇴근하는 대통령이라니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장면이라 이색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5위 주제는 출연자 대담보다는 전날 채널A 저녁종합뉴스 <뉴스A>(510)에서 여인선 앵커가 취재한 <여인선이 간다-“우리 아파트에 대통령이 살아요”>를 재편집해 내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김종석 기자는 당선 후에도 윤 대통령이 사우나에서 속옷을 입고 사진도 찍어줬다, 앞서 주민의 모습,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주민들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아이들과 동물을 좋아하는 이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513, “당선 뒤에도 사우나 이용한 윤 대통령주제로 대통령 소식 전한 채널A ‘뉴스TOP10’

 

김종석 기자가 말한 대로 대통령이 관저가 아닌 사저에서 출퇴근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충분히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궁금증을 다루고 전하는 방식과 그 내용일 텐데요.

513, “주민들 대통령 부부, 아이와 동물 좋아해’” 주제로 대통령 소식 전한 채널A ‘뉴스TOP10’

 

앞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 관련 대담에서 김종석 기자는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대담주제와 관련 없는 미담을 소개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따뜻한 분이라 칭찬하자, “아무리 국민의힘 대변인이라도 칭찬만 하신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거주 중인 주상복합아파트 관련 소식을 전할 때는 김종석 기자의 앞선 지적이 무색할 만큼, 윤석열 대통령 부부 미화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 고려 안 한 인터뷰 내보내기도

 

이날 방송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거주 중인 주상복합아파트 주민을 취재하며 미화하는 목소리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참사 유족을 고려하지 않은 인터뷰가 전파를 타기도 했습니다.

513,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 고려 안 한 인터뷰 내보낸 채널A ‘뉴스TOP10’

 

주상복합아파트 주민이 여기 집터가 세다고 삼풍(백화점) 무너졌다고 시끄러웠었다”, “이제는 땅의 기운이 막 돋아난다”, “대통령이 나와서 그래서 주민들이 너무 행복해한다고 인터뷰한 내용을 내보낸 것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유족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은 것인데요.

 

삼풍백화점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거주 중인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 있습니다. 참사 당시 피해자와 유족들은 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로 위령탑을 세우고 싶어 했는데요. 기억하지 않는 참사는 반복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도 사고장소에 위령탑 건립을 약속했지만, ‘위령탑이 들어서면 땅값이 떨어진다는 반대 목소리로 인해 참사 2년 만에 약속을 뒤집었습니다. 유족들은 1997년 참사 추모 2주기를 맞아 위령탑 건립을 촉구했고 결국 사고현장에서 5km 정도 떨어진 양재시민의숲 가장 구석진 곳에 삼풍참사위령탑이 세워졌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모두가 기억하듯 사람이 만든 인재였습니다. 땅의 기운이 안 좋아 우연히 벌어진 사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채널A <뉴스TOP10>은 유족 가슴에 큰 아픔이 될 수도 있는 주민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고, 진행자와 출연자 중 그 누구도 부적절성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59~13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

출처 :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

 

작가 유시민의 가상화폐 신기루론

지난 2018, 유시민 작가는 가상화폐를 신기루라고 주장했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해서 누군가가 장난쳐서 돈을 빼앗아 먹는 과정이다.거품이 딱 꺼지는 순간까지 사람들은 사려고 들 것이다. 다 허황된 신기루를 좇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신기루론때문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유 작가의 이 주장이 지금 현실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어떤 투자자는 가상화폐 루나18억 원을 투자했는데, 달랑 485만 원만 남았다고 했다.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마이너스 99.7%’에 달했다.

 

또 어떤 직장인은 1300만 원을 루나에 투자했지만 55000원으로 급락했다고 한다. 수익률은 마이너스 99.6%’였다. 주식으로 본 손해를 가상화폐로 만화하려고 했지만 그것마저 날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번 사람도 물론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99% 수익률이라면, 투자 원금을 모두 까먹은 셈이다.

 

가상화폐 투자로 별 재미를 볼 수 없었다는 조사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신한은행의 미래설계보고서 2021’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자 가운데 56.6%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었다. 원금의 10% 미만 손실이 21.2%, 20% 이상 손실은 35.4%나 되었다.

 

금융자산 1000만 원 이상인 30~59세 직장인 남녀 중에서 30· 40· 50100명씩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보고서는 30대의 경우 50%가 손해를 보고 있었다고 했다. 원금의 10% 미만 손실이 14.3%, 20% 이상 손실은 35.7%였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실패담을 털어놓은 적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 딱 100만 원어치를 샀는데 나흘 만에 80만 원이 되고 20만 원이 날아갔다고 밝힌 것이다. 원 전 지사는 가상화폐에 투자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투자를 체험하고, 이를 공개해서 앞으로 정부에 대한 발언권을 갖기 위해서라고 했었다.

 

이랬던 가상화폐 투자가 마이너스 99% 쪽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상화폐거래소들이 루나의 상장폐지에 나서고 있어서 돈 건지기는 어렵게 생겼다.

 

가상화폐 휴지조각에 대한 경고도 있었다. 지난해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의 경우 가상화폐의 휴지조각을 경고하면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했었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는 가상화폐가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데에는 제약이 아주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몇 해 전에도 가상화폐 투자 실패 사례가 여럿 있었다. 서울의 명문대학생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돈을 모두 날리고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어떤 20대는 가상화폐 1500만 원을 전자지갑으로 송금하지 않으면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협박편지를 서울 시내 70여 아파트 가구에 무차별 발송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20대는 가상화폐에 투자했지만 수익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했다. 뉴스클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