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사외이사 내각..'꿀알바'에서 장관 직행?
"윤석열 당선자는 장관 후보로 도둑놈만 모아놔“
언론이여, 스스로 공정하다고 주장하지 말라
찬·찬·찬’으로 도배된 한 달…'찬찬찬 내각', 인사 참사로
김정은 “근본이익 침탈 때 핵무력 사명 결행”…열병식에 ICMB 등장
지금 마스크를 벗으면, 4주 후-싱가포르
돈으로 쌓아올린 ‘고교생 논문’…입시 출렁일수록 부유층 웃었다
이재명의 ‘개딸’들이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
주주 우선주의에서 시민 자본주의로 갈 수 있을까?
한국경제 폭망'이란 잘못된 인식
문재인 대담, 변명과 해명 그리고 안타까움
끊어진 계층 사다리 대안이 약물·알콜, 그리고?
유퀴즈’ 제작진 입장 밝혀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라”
코로나 19 가 강제한 사회 실험, 그 결과는?
코로나에도 살기 좋은 나라 한국 19위…1위는?
역대 최다' 사외이사 내각..'꿀알바'에서 장관 직행?
윤석열 정부의 초기 내각 후보자들의 사외이사 경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19명의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 7명이 사외이사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의 3분의 1이 넘습니다. 이사로 몸담았던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이해충돌' 우려가 나옵니다.
사외이사는 '대주주 견제·감시' 목적
사외이사는 본래 대주주나 대표이사로부터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지난 1998년 상장법인을 상대로 도입됐고, 2001년부터 상장기업이 아니더라도 일정 조건을 갖춘 기업에 사외이사 제도 운영이 의무화됐습니다.
문제는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민간기업 사외이사 출신 장관이 입각하는 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닙니다. <알고보니>팀은 지난 내각의 사외이사 이력을 전수조사해보았습니다.
이명박~문재인 내각, 사외이사 출신 14%
조사 기간은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 부터로 잡았습니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시행된 게 2006년 부터로, 이후부터 장관(후보자)들의 사외이사 경력이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내각을 구성했던 총리와 장관은 총 154명. 이 가운데 입각하기 전에 사외이사를 지냈던 인사는 총 22명이었습니다. 비율로는 약 14%가량 됩니다. 정부 별로 보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각각 6명-10명-6명으로 박근혜 정부 때가 가장 많았습니다.
초기 내각, 이명박(3명)-박근혜(5명)-문재인(2명)
역대 정부 초기 내각 사외이사 출신 인사 명단
초기 내각 기준으로 보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사외이사 출신 총리·장관은 각각 3명-5명-2명이었습니다.
면면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 때는 한승수 국무총리(오스코텍)와 강만수 기재부 장관(메리츠증권), 이만의 환경부 장관(예당엔터테인먼트) 등 3명이 민간기업 사외이사를 지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정홍원 국무총리(하이닉스 반도체-舊 현대전자)를 비롯해 최문기 미래부 장관(임프레스정보통신, 미리텍, 텔리언, 헤리트), 이동필 농림부 장관(농협한삼인), 유정복 안행부 장관(대양종합건설), 현오석 기재부 장관(GS, 우리금융, 증권예탁원) 등 5명이 사외이사 이력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유영민 과기부 장관(한전 KDN), 백운규 산업부 장관(티씨케이) 등 2명입니다.
확정시 '역대 최다' 사외이사 내각
윤석열 정부의 경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에쓰오일),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롯데첨단소재-現 롯데케미칼, 롯데GRS),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AK홀딩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삼성전자), 박보균 문체부 장관 후보(신세계인터내셔날),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티씨케이),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후보(농협경제지주) 등 7명이 사외이사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은 후보자 신분으로, 인선안이 그대로 확정이 된다면 '역대 최다' 사외이사 출신 내각이 만들어집니다.
새 정부 7명 사외이사, 내각 후보 '직행'
그런데 단지 '많다'에 그치지 않습니다. 총리나 장관으로 지명되기 '얼마 전까지' 사외이사를 지냈는지를 봤더니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최근 후보자 7명 모두 총리·장관 지명 당시 사외이사에 재임중이거나 그만둔 직후였습니다. 발표 전에 언질을 받거나 내부 하마평에 올랐더 점을 감안하면 7명 모두 사실상 민간기업에서 최고위 공직으로 '직행'하는 겁니다. 유예기간이 없습니다.
이전 정부 10명 중 8명 '최소 2년' 시간차
이전에는 어땠을까. 5명의 사외이사 경력자가 초기 내각을 구성했던 박근혜 정부의 경우, 사외이사를 그만두고 국무위원이 되기까지 정홍원 총리는 5년 1개월, 최문기 장관은 7년, 류길재 장관은 약 4년, 유정복 장관은 약 9년, 현오석 장관은 약 5년의 시간차가 있었습니다. 이동필 농림부 장관은 장관에 임명되기 약 2년 전에 사외이사에 취임한 걸로 나오지만, 언제 그만뒀는지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2명의 사외이사 경력자가 초기 내각을 구성했던 문재인 정부의 경우, 사외이사를 그만두고 국무위원이 되기까지 유영민 장관은 7년 6개월, 백운규 장관은 3년 4개월이라는 시차가 있었습니다.
직전 두 정부의 초기 내각에서는 유예기간이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 넘게 있었던 겁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승수 총리와 이만의 장관이 사외이사를 하다가 공직으로 직행한 이력이 있습니다. 앞선 세 정부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10명 가운데 단 2명만이 내각으로 직행한 겁니다. 7명 모두 사외이사에서 총리와 장관 후보자로 직행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민간기업→고위공직자 이동 '걸림돌' 없어
민간기업 사외이사가 고위공직자가 되지 말라고 규정된 법은 없습니다. 반대의 경우, 즉 고위공직자 출신이 민간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허가를 받는 것과 대비됩니다. 퇴직공무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취업심사를 받습니다. 퇴임전 업무와 취업대상기관의 연관성, 퇴임후 경과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능 여부가 결정됩니다. 장관은 어떨까.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장관은 퇴임후 3년이 지나야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3년이 지나야 되는 이유는 그 정도 시간이 지나야 이전 조직에서의 '영향력'이 사라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맥을 통한 영향력의 유효기간을 3년이라고 국가가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민간에서 공직으로 '직행'할 경우애는 업무 연관성이나, 인맥의 유효기간을 따지는 절차가 전혀 없는 겁니다.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규정 (공직자윤리법, 인사혁신처 홈페이지)
사외이사 등 안건 반대 0.4%에 불과
사외이사가 대주주나 대표이사와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면 달리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객관적 지표를 보면,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보다는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8개 기업집단 이사회 안건 6,898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26건으로 0.4%에 불과했습니다.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보도자료 (공정거래위원회)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보도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김재훈 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가 변질이 됐다"면서 "대주주가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의 구성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대주주 의사가 반영이 돼서 사외이사가 선임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대주주가 '잘 아는 사람'이나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사외이사에 앉히는 겁니다. 이 경우 투명한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다수의 소액주주의 권익을 대변하는 제도의 취지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국내 1/3이 관료 출신, 미국은 기업인이 80%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대기업집단 사외이사 3명 중 1명은 '관료' 출신이고 3분의 1은 '학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10대 기업 사외이사의 82%, 영국 10대 기업 사외이사의 84%가 전현직 '기업인'이라는 통계와 극명히 대비됩니다. 이는 그만큼 우리의 기업활동의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국내 대기업 신규 사외이사 3분의 1이 '관료' 출신 (CEO스코어, 2019년)
국내 대기업 신규 사외이사 3분의 1이 '관료' 출신 (CEO스코어, 2019년)
'사상 최다' 사외이사가 '유예기간 없이' 총리와 장관이 되는 것을 바라보는 기업의 입장에선, 관료를 채용하는 기존의 관행을 더 철저하게 고수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겁니다. 언제 현직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전관'과의 인연을 만들어 놓는 것은, 미래를 위한 '보험'이자 '투자'가 되는 셈이니까요. 기업 사외이사는 전관과 예비 고위공직자들에게 이른바 '꿀 알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업계에서 도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청구서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자료조사: 박호수, 권혜인, 김다빈, 고민주, 고재은
(전준홍jjhong@mbc.co.kr)
"윤석열 당선자는 장관 후보로 도둑놈만 모아놔"
[현장] '촛불승리! 전환행동' 주최 윤석열 당선자 규탄 촛불대행진
▲ 23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대학로에 모여 윤석열 당선자 규탄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윤근혁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17일 앞둔 23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 한길. 이날 오후 이곳에서는 가면극같은 촛불집회가 열렸다. 오후 4시, 600여 명의 시민들은 '김건희 구속처벌', '촛불혁명 완수'란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일제히 들고 대학로 3차로에 걸쳐 앉았다.
참석자들은 윤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무리하게 용산으로 옮기려고 하고,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검찰에 자신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수사망을 빠져나갔는데도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한 것 등을 비판했다. 몇몇 시민은 '한동훈 비번 까'란 커다란 글자가 적힌 손팻말을 나눠 들기도 했다.
집회를 주최한 '촛불승리! 전환행동'(아래 전환행동) 안진걸 상임공동대표는 "윤석열, 한동훈 정치검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반면, 맞불집회에 나선 보수단체들은 확성기를 통해 '이재명 구속', '문재인 구속', '조국 구속'이란 구호를 계속 틀어댔다.
"정호영같은 사람을 장관으로 지명하다니..."
▲ 23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대학로에 모여 윤석열 당선자 규탄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윤근혁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하얀 소복을 입은 한 시민은 "윤석열 당선자는 (장관 후보자로) 도둑놈만 모아놓았다"면서 "내 자식들이 살아갈 나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런 세상을 만들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지치지 말고 우리 모두 함께 가자"면서 울먹였다.
제주도에서 온 한 시민은 "한동훈 후보가 두려울 게 없으면 핸드폰을 왜 못 까느냐. 지금이라도 핸드폰을 까라"면서 "(자녀를 의대에 특혜 편입 논란이 있는) 정호영같은 사람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1시간 30분여에 걸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인수위까지 도로를 따라 행진했다.
오마이뉴스 윤근혁(bulgom)
언론이여, 스스로 공정하다고 주장하지 말라
[미디어 리터러시] 언론에 대한 반감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좋은 언론'을 향한 갈구는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매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곧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해지는 시대, 우리 언론의 방향을 모색합니다.
미국의 언론감시기관 올사이즈는 보도 내용을 분석해 편향성 정도를 차트로 만들어 배포한다.ⓒ올사이즈 갈무리
선거가 진행되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 떠오를 경우 언론이 편향돼 있다는 반응을 쉽게 접하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를 듣다 보면 언론이 편향돼 있는지, 그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편향돼 있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자주 있다. 편향이라는 것이 사실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차원에서 언론의 편향성을 측정해 발표하는 곳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언론 감시 기관인 올사이즈(AllSides)와 애드폰테스미디어(Ad Fontes Media)이다. 이들은 언론의 편향 때문에 정보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 언론 편향 정도를 밝히고 있는데, 반대로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는 편향 때문에 정상적인 언론 보도도 편향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 두 기관은 미국 언론들의 보도 내용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편향성 정도를 한 장의 차트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두 차트 모두 미국 언론의 특정 이념 경향성과 정파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올사이즈는 정치적 편향성을 기준으로 미국 언론을 좌편향, 약간 좌편향, 중립, 약간 우편향, 우편향의 5단계로 구분한다. 애드폰테스미디어는 극좌, 매우 좌편향, 약간 좌편향, 중립, 약간 우편향, 매우 우편향, 극우의 7단계로 구분한다. 이들이 2022년 발표한 최신 차트 내용을 살펴보면 각 언론사에 대한 편향성 평가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예를 들어, CNN의 경우 올사이즈에서는 매우 좌편향인데, 애드폰테스미디어에서는 약간 좌편향이다. 폭스뉴스의 경우 올사이즈에서는 매우 우편향인데, 애드폰테스미디어에서는 약간 우편향이다. 언론사의 대략적 편향 방향성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평가하고 있는데 그 정도는 다른 경우가 제법 많다. 두 기관 모두 자신들이 얼마나 엄격하게 편향 정도를 평가하는지 그 방법론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사이즈는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지닌 두 직원이 기사를 선택한 뒤 뉴스레터,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구독자 등으로 하여금 이 기사를 ‘편향 평가 테스트’ 절차에 따라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내부 직원 평가, 학술 연구 등 외부 평가 자료, 외부 시민 평가 등을 종합해 결과를 도출한 다음 일반 시민들의 피드백을 통해 최종 편향성 정도를 판정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워싱턴 백악관 캠퍼스에 있는 사우스 코트 강당에서 언론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언론이 스스로 공정하다고 주장하지 말고
세부적인 결과가 다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두 기관의 평가 결과는 항상 논쟁적이다. 아무리 자세하게 방법론을 설명하더라도 자신의 관점에서 볼 때는 문제가 되는 몇몇 언론사가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 기준에서 언론이 편향되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편향되지 않은 기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기사를 읽는 우리 모두도 어느 정도 편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론이 그들의 편향을 인정하지 않고 감추려드는 것이다. 전통 저널리즘은 진실, 검증, 정확성 등의 원칙에 따라 보도가 공정하고 편향적이지 않다는 것에 가치를 둔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소비하는 ‘뉴스’에서 쉽게 발견되지 못한다. 고백하자면, 내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나는 ‘꼰대’가 맞을 것이다. 내가 자라온 과정과 환경으로 인해 지금과는 맞지 않는 성향을 나도 모르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스스로 공정하다고 주장하지 말고 어느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이 오히려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인간은 역사적으로 공정한 적이 없다.
시사인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찬·찬·찬’으로 도배된 한 달…'찬찬찬 내각', 인사 참사로
# 아빠가 대학병원장일 때 신설된 특별전형으로 의대에 편입한 아들, 그 병원 진단서로 병역처분 변경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 미국 고교 방학 중 아빠 로펌에서 ‘체험활동’ 등으로 유학생 동료들 사이에서 ‘인턴 3관왕’으로 불린 딸(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 훗날 장관 후보자가 될 딸과 같이 살면서 ‘전세 계약’을 맺어 억대 보증금을 받은 엄마들(한화진 환경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 이중국적으로 외국인학교 다니다 카이스트 진학한 아들, 이후 그 대학 동문들과 해외 도박사이트 설립에 참여(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지난 3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한 달 가까이 인사 검증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통상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숱한 의혹과 논란이 제기되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 조각 인사에서는 특히 ‘○○ 찬스’로 불릴 만한 의혹이 대부분의 후보자에게서 불거졌다.
후보자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자녀가 입시·병역·취업 등에서 혜택을 본 ‘아빠 찬스’ 의혹이 주를 이뤘고, ‘남편 찬스’ ‘엄마 찬스’도 등장했다. 후보자 본인의 경력 등을 배경으로 ‘감투’를 얻어 안정적 수입을 올려온 ‘셀프 찬스’도 다수 엿보인다.
25일 시작될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줄줄이 이어지는 인사청문회는 이 같은 의혹들이 공개적으로 다뤄지는 중요한 인사검증의 장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정부 첫 인사의 면면에 제기된 의혹이 청문회에서 얼마나 해소될지 주목된다.
■남초 내각의 우후죽순 ‘아빠 찬스들’
‘아빠 찬스’는 새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발표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계속 이어지는 주요 이슈다. 전체 총리·장관 후보자 19명 중 여성 3명을 제외한 16명이 남성인 ‘남초 내각’인 까닭에 아빠 찬스 논란이 유독 많았다.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문제가 양적·질적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사실에서 출발한 의혹은 ‘아들의 불합격 후 이듬해 지역 출신 특별전형 신설→딸의 특정고사실 면접 만점→아들 공저 논문 표절’ 의혹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현역복무 판정을 받은 아들은 아버지가 재직 중인 경북대병원 발급 진단서를 통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재판정을 받았는데, 이 문제는 정 후보자 측의 ‘셀프 재검’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완전히 씻지 못하고 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이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 회장으로 있던 시절 딸이 2년간 1억원에 이르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수령해 ‘아빠 찬스’ 논란이 일었다.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인 김 후보자 본인도 군 복무 중 대학원 석사 과정에 다녀 문제가 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이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의 계열사에 취업한 아들로 논란이 됐다. 이 후보자의 딸은 이 후보자가 재직하던 법무법인 율촌에서 ‘체험활동’을 했고, 국회의원실, 외국계 제약사 등에서 인턴십을 했다. 이 후보자는 자녀의 진학을 앞두고 주소지를 옮긴 사실(위장전입)을 시인했는데,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비슷한 위장전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배우자는 본인이 설립한 회사에 아들을 감사로 등재해 논란이 됐다.
■사외이사·고문 ‘셀프찬스’도 부지기수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무역협회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지내며 43억원에 이르는 수입을 올려 입길에 올랐다. ‘김앤장→부총리·총리→김앤장→총리 후보자’로 회전문을 통과하듯 자리를 옮겨온 이력 때문에 ‘관피아의 최고봉’이라는 뒷말도 낳았다. 공직 퇴임 이후 부인 최모씨가 미술 작품을 대기업에 수천만원 어치 판매한 ‘남편 찬스’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각각 함께 사는 모친과 전세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됐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전세 계약이 아닐 경우 모친에게 부과될 수 있는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는 ‘남편 찬스’로 11억여원을 증여받은 사실을 10년간 신고하지 않다가 장관 내정 발표 직후 부랴부랴 증여세를 납부해 세금 탈루 논란이 일었다. 지각납부에 대한 가산세를 내느라 이 후보자가 또 1억7000만원을 증여한 추가 ‘남편 찬스’도 있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사 임관 전 모친이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상대의 아파트를 매입한 데 대해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한 후보자의 아파트 매입 한 달 뒤 근저당권이 해제됐는데, 실제 금전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엄마 찬스’인 셈이다.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 후보자의 문어발식 대기업 사외이사·자문위원 활동,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관사 재태크를 통한 재산 증식, 한화진 후보자의 미신고 대학 출강 등의 사례는 본인의 지위를 활용한 ‘셀프 찬스’ 의혹에 가깝다.
이 같은 찬스 의혹들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안들이 눈에 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후보자들과 인사청문준비단에서는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기계적으로 내놓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청문특위와 상임위 의원실에서는 후보자 측의 자료 미제출과 지연 제출 등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경향 정환보·윤승민 기자
김정은 “근본이익 침탈 때 핵무력 사명 결행”…열병식에 ICMB 등장
25일 밤,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열병식 연설
외부의 군사침탈 때 핵대응 ‘경고’
한·미 직접 겨냥 비난·요구는 없어
열병식에 신형 ICBM 화성-17형 등 등장
조선인민군 총사령관이기도 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에 참석해 한 연설을 통해 “격변하는 정치군사 정세와 앞으로의 온갖 위기에 대비해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2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임의의 전쟁 상황에서 작전의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서로 다른) 수단으로 핵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인민군 총사령관이기도 한 김정은 총비서는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에 참석해 한 연설을 통해 “격변하는 정치군사 정세와 앞으로의 온갖 위기에 대비해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 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세력이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의 ‘핵’은 기본적으로 ‘전쟁·침략 억지력’이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외부 세력의 군사적 침략 등의 위기 상황에선 핵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엄포다. 이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지난 5일 발표한 개인담화에서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면서도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 밝힌 것과 근본적으론 맥이 통하는 발언이다.
다만 김정은 총비서는 4214자 분량의 연설에서 한국이나 미국을 직접 겨냥해 비난하거나 뭔가를 하라는 요구 사항을 밝히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외부’보다는 ‘내부’를 주된 청취자로 삼은 연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총비서는 “힘과 힘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현 세계에서 국가의 존엄과 국권, 진정한 평화는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에 의해 담보된다”며 “우리는 계속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 공헌자”들과 기념사진(3월28일 <노동신문> 1면)을 찍으면서도 “우리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이들을 독려한 바 있다.
김 총비서는 “혁명군대”를 “국가방위의 주체”이자 “국가발전의 힘있는 역량”이라 규정해, 인민군이 경제 건설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이어 “정치사상 강군화, 군사기술 강군화”를 조선인민군의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조선의 절대병기의 하나인 초대형 방사포” “최신형 전술 미사일” 등 “각종 첨단무장 장비들”이 등장했다고 <중통>이 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에 부인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고 2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총비서는 부인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열병식(김일성광장)과 경축연회(노동당 본부청사 정원)에 참석했고, “인민군 각급 부대 지휘관들”과 기념사진(노동당 본부청사)을 찍었으며,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군 고위인사들과 함께 대성산 혁명열사릉에 참배했다고 <중통>이 전했다.
조선인민혁명군은 1932년 4월25일 김일성 주석이 창건했다고 주장하는 ‘항일유격대’로, 북에선 1978년부터 2017년까지 이날을 ‘건군절’로 기념했다. 그러다 2018년 노동당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2월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4월25일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지정했고, 2020년부터 국가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을 계기로 열병식을 한 건 북한 역사에서 처음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지금 마스크를 벗으면, 4주 후-싱가포르
▲ 싱가포르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대중교통과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지만 야외에서는 이제 마스크 착용이 권장사항으로 바뀌었습니다. ⓒ 이봉렬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이 지난 20일 중대본 회의에서 "방역상황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전문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5월 초 실외 마스크 계속 착용 여부를 결정하겠다" 밝혔습니다. 그러자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에서 바로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부친상으로 자리를 비운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메시지라며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코로나19가 없는 것처럼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코로나 방역의 상징과도 같은 마스크, 정부의 계획대로 야외에서는 벗어도 되는 걸까요, 아니면 인수위의 주장대로 현명하지 못한 일일까요? 이런 경우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서 먼저 마스크를 벗은 나라의 선례를 살펴보면 좀 더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마침 싱가포르가 한 달 전에 마스크에 벗었으니 그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야외에서 마스크 벗은 싱가포르
▲ 2022년 1월 이후 한국과 싱가포르의 확진자 수 추세 (인구 백만명당 확진자 수) 싱가포르가 야외마스크를 벗은 날의 하루 확진자 수와 지금의 한국 확진자 수가 비슷한 수준입니다. ⓒ Our world in data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률 92%, 치명률 0.11 등 세계에서 가장 방역을 잘하는 나라로 손꼽힙니다. 한국도 백신 접종률 87%, 치명률 0.13으로 오미크론 이전만 해도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칭송받기도 했습니다. 1월 중순 이후 비슷한 시기에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했는데 싱가포르는 2월 말에 정점을 찍고 안정되기 시작했고, 한국은 한 달 정도 늦은 3월 중순에 정점을 지나 지금은 안정되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싱가포르는 하루 확진자가 7천 명 정도 발생하던 지난 3월 29일부터 야외 마스크를 필수 착용에서 권장 사항으로 바꾸었습니다. 대중교통 및 실내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필수지만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인구 580만의 도시 국가에서 매일 확진자 수가 만 명이 넘는데도 야외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건 야외에서의 감염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이 정점을 지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확산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은 지 4주가 지났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다들 마스크를 벗기 시작한 직후에는 확진자 수가 어느 정도 늘었다가 다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일 거라 예측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벗는 것과 상관없이 확진자 수는 계속 줄어들어 하루 7천 명 수준에서 3천 명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수치만 본다면 야외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 싱가포르가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은 날을 기준으로 앞 뒤 4주의 확진자 수 추세입니다. 마스크를 벗는 것과 상관없이 확진자 수는 계속 줄었습니다. ⓒ Our world in data
물론 염두에 둬야 할 게 있습니다. 3월 29일부터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는 겁니다. 혹시 모를 코로나에 대한 감염 걱정 때문에, 지난 2년간의 습관 때문에, 실내에 들어갈 때는 어차피 다시 써야 하니까 귀찮아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운동을 할 때는 대부분 마스크를 벗지만, 출퇴근길에 보면 아직 반 정도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규제는 풀어도 자율적인 방역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간 싱가포르
지난 4주간의 성과를 확인한 싱가포르는 이제 코로나와 관련한 거의 모든 방역 규제를 없앴습니다. 4월 26일부터는 그동안 최대 10명까지였던 모임의 인원 제한을 아예 없앴습니다. 거리두기도 제한이 없습니다. 대규모 사업장의 재택근무 인원 할당을 없애서 전 인원이 출근이 가능합니다. 회사 건물 안에서는 고객 대면 업무가 아닌 한 마스크를 벗고 일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제한적이지만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공연장이나 행사장의 경우 이제까지는 정원의 75%만 입장 가능했는데 그 제한도 없앴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춤과 노래가 허용되는 유흥업소인데 여기는 정원의 75% 인원 제한을 계속하기도 했습니다. QR코드 스캔을 통한 방문자 확인도 이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해외에서 싱가포르에 입국할 때 비행기 탑승 전 코로나 검사를 없앤 것입니다. 백신 접종만 확인되면 코로나 검사 없이 싱가포르 방문이 가능한 것입니다.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 비행기 탑승 전 48시간 이내에 코로나 검사를 받고, 한국 도착 후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부럽기만 한 조치입니다.
이제 싱가포르는 코로나 발생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한국은 백신 접종률, 치명률, 의료 수준 등 방역과 관련한 거의 모든 조건이 싱가포르와 유사합니다. 지금의 확진자 수와 감염재생산 지수를 보면 야외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던 4주 전의 싱가포르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 싱가포르의 공원에서 한 가족이 마스크를 벗고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3월 29일부터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됩니다. ⓒ 이봉렬
싱가포르의 사례에 비춰 보면 우리가 지금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4주 지나면 확진자수가 늘어나는 대신 아직 남은 방역 규제마저 다 풀고 해외 방문자를 코로나 검사 없이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우리도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이제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묻습니다.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마치 코로나19가 없는 것처럼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입니까? 경황이 없을 상중에도 굳이 의견을 낸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이봉열 싱가포르에 사는 이주 노동자/ 오마이뉴스
돈으로 쌓아올린 ‘고교생 논문’…입시 출렁일수록 부유층 웃었다
고등학생 해외 논문 558건 전수조사 연구자들 인터뷰
“고등학생 논문 양산 배경엔 ‘경제적 불평등’ 자리해”
지난 25일 교육부는 미성년자(교수 본인의 자녀나 동료 교수 자녀 등)를 국내 논문 공저자로 올린 연구 부정행위 96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2명의 일반 연구자가 국내 고교생이 공저자로 참여한 해외 논문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 단지 ‘궁금해서’ 전체 논문 조사에 나섰던 이들은 “일부 학생들이 입시를 위해서 논문 작성을 악의적으로 활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인 강태영(27)씨와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 과정에 있는 강동현(33)씨는 지난 18일 2001년부터 20년간 국내 213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이 참여한 해외 논문 558건을 전수조사한 연구 결과를 에스엔에스 공개했다. <한겨레>는 전화와 메신저를 이용해 두 사람과 인터뷰했다.
강동현씨는 26일 <한겨레>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사태 이후 고등학생들이 저자로 올라간 국내 학술 논문에 대해서는 보도가 꽤 있었던 만큼, 영어 논문 현황은 어떨지가 궁금했다”고 연구에 나선 계기를 설명했다.
전수조사 결과 △고등학생 저자 980명 가운데 최소 67%가량이 단 1회만 논문 출간 △2014년 학교생활기록부에 논문 등재를 금지하자 논문 수 급격히 감소 △일부 특목고 논문에서 중등교육과 관련이 적은 컴퓨터공학·의학 비중이 높음 △공저자 네트워크에서 ‘교사 1명에 학생 여러명’ ‘대학 연구자 여럿에 학생 1명’ 등 의심스러운 구조가 확인됐다고 한다.
강동현씨는 “고등학생이 논문의 주장과 방법론에 저자권을 부여받을 만큼 이해하고 기여했는지 의심스러운 사례, 학술 논문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낮은 사례 등이 있었다”고 했다. 강태영씨는 “부유층·특목고 학생들이 논문 작성이라는 학문적 활동을 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해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강태영씨와 강동현씨가 작성한 ‘[Research]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갈무리.
두 사람은 자신들의 연구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 것을 반기면서도 연구 취지가 제대로 읽히길 바랐다. 강태영씨는 “우리 연구를 두고 정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저희 결론은 절대 그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고등학생 논문 양산 배경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자리잡고 있다. 입시정책이 자주 바뀔수록 부유층만 유리하다”고 했다. 강태영씨는 “문제의 핵심은 돈으로 학벌까지 사려고 부정한 방법을 저지르는 학부모·학교와 이에 동조하는 외부인이 있다는 것이다. 입시정책 변동성이 커질수록 적응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 무슨 정책을 쓰든 부유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다. 불평등이 고등학생 논문 뒤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고등학생 논문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미성년자 논문 부정행위 결과를 발표하며 “개인정보와 명예훼손”을 이유로 실명 등 구체적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인 강태영(27)씨(왼쪽)와 시카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동현(33)씨. 본인 제공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이재명의 ‘개딸’들이 민주당에 미치는 영향
대선 후 4만여 명의 2030 여성이 민주당에 가입했다. “민주당에 바라는 것은 너무 많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우선 ‘검수완박’부터 하고, 이후 다른 진보 의제를 챙겨야 한다.”
4월11일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검수완박 법안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 촛불개혁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시사IN 윤무영
“개딸! 개딸! 개딸!” 사방에서 연호가 이어졌다. 백곰 코스튬을 입고 무대 위에 오른 20대 ‘개딸’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했다. “정말 긴긴 겨울을 보내고 짧은 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다시 우리를 차갑고 외로운 겨울로 던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봄이 끝나면 겨울이 오나요? 아닙니다. 우리는 뜨거운 여름입니다. 2030 자매들아, 우리 끝까지 함께하자!” 4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지하철역 앞에서 열 번째 촛불개혁 문화제가 열렸다. 다음 날 열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도록 요구하는 집회였다.
‘개딸’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가 극중 ‘성격이 드센 딸’을 부르던 애칭이다. 대선 패배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해 2030 여성 지지자들이 자신을 ‘개딸’이라고 부르며 온라인상의 지지를 이어갔다. 이재명 고문 역시 ‘재명파파’를 자처하며 ‘개딸’들과 SNS 메시지를 통해 직접 소통했다.
이재명 전 후보가 ‘개딸’ 지지자와 직접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SNS 갈무리
‘개딸’이 ‘현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들이 민주당에 대거 입당하면서다. 대선 이후 한 달 동안 민주당에 14만4000여 명이 신규 당원으로 가입했다. 이 중 36%에 이르는 4만여 명이 2030 여성이었다. 신규 당원 세 명 중 한 명이다. 입당한 청년 여성 당원들은 의원들에게 1004원, 2030원의 소액 후원금을 내며 검찰개혁, 언론개혁, 민주당 개혁을 요구했다. 친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들고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데도 주도적인 목소리를 냈다.
어떤 이들은 ‘개딸’을 재기발랄한 신진 세력으로 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팬덤 정치의 아류로 평가한다. 어쨌든 이전에는 없던 정치적 집단임이 분명한 이 ‘개딸’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당사자들에게 직접 ‘개딸’의 정체를 묻기 위해, 4월12일 〈시사IN〉 사무실에서 파란색의 ‘민주당 대선룩’을 입은 네 명의 ‘개딸’들을 만났다.
이재명 고문 혹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시사IN 조남진
박선영(가명·28):경선 땐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가 된 후에도 투표할 명분을 못 찾았다. 여성으로서 지지를 망설이게 되는 벽이 있었다. 그런데 3차 대선 토론에서 이 후보가 민주당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그 벽을 넘었다. 이재명 후보가 정치 경험 하나 없는 여성인 박지현 위원장을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재명의 민주당은 달라지겠구나’ 하는 기대가 생겼다. 마음속 응어리가 풀렸다.
정주현(가명·31):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스스로의 정체성을 페미니스트로 규정했고 여성 의제에 집중해왔다. 그래서 대선 초반엔 정말 우울했다. 윤석열 후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이재명 후보도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추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가 애초 출연을 망설이던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하고 박지현 위원장이 합류하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여성을 죽이는’ 쪽으로 가고 있었지만 이재명 후보는 다른 길을 선택한 거다.
정하린(27):나는 성폭행 피해 생존자이자 여성운동가다. 이번 선거에서 페미니즘이 판단의 최우선 기준이었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전국 최초로 디지털성범죄 원스톱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 박지현 위원장과 인연을 맺었다는 걸 알게 됐고, 여성 의제 면에서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전까지는 ‘겨자재명(울며 겨자 먹기로 이재명 뽑는다)’이었는데 이런 모습들을 통해 ‘절박재명’이 됐다.
진현호(33):나도 초반에는 냉소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봤다. 그런데 3월4일 이재명 후보가 ‘여성시대(여성 회원 80만명이 넘는 여초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여시)’를 언급하며 여성 공약을 설명하는 영상을 올렸다. 여성 커뮤니티는 외부에서 폄하나 비하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제일 공격을 많이 받아온 ‘여시’를 언급하며 여성들에게 다가왔다.
여성 의제가 중요했다면 심상정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정하린:심상정 의원을 응원한다. 그런데 심 의원이 지향하는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페미니즘은 나와 맞지 않는다. 정의당이 국민의힘에 대항할 만큼 힘이 있는 정당이 아닌 것도 이유다.
진현호:양당 체제가 굳건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의당은 처음부터 나에게 대안이 되지 않았다. 소수당을 지지해 사표를 만드는 것보다는 정책 실현이 가능한 당을 지지하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정주현:내 별명이 ‘사표(死票) 전문가’다. 늘 소신으로 소수당을 찍어왔다. 그런데 이번엔 국민의힘 후보가 여성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신투표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덕에 여성 유권자로서 효능감을 느끼는 경험을 했다. 나 같은 2030 여성들이 ‘세력’으로 민주당에 입당했으니 앞으로도 민주당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을 거라고 기대한다.
선거 이후 민주당 안에서 정치적 효능감을 느낀 경험이 있었나?
정주현:우리가 박홍근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들었다. 검수완박 법안이 당론에 채택되는 데도 우리 힘이 컸다고 본다.
진현호:지역 의원 사무실이나 지역 당사에 꽃을 보내고 전화하고 사무실도 찾아갔다. 처음엔 ‘(개딸들) 너희 진짜 있네’ 이런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개딸들이 요구하는) 검찰개혁 안 되면 후폭풍 어떻게 감당하지? 두렵다’ 이런 반응까지 나온다. 대단한 일이다.
박선영:여성 유권자들이 결집이 안 됐던 이유가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별로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페미니즘에 대한 관점도 조금씩 다르고. 그런데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이재명이라는 인물로 한 울타리가 만들어졌다. 다 같이 원내대표를 친이재명계 의원으로 뽑아야 한다고 의원들에게 문자 보내고 소액 후원을 했다. 그렇게 해서 진짜 우리가 원하는 게 이루어졌다.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게 되니까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여성 커뮤니티들을 묶는 한 울타리가 만들어졌다?
진현호:여초 커뮤니티 간 갈등이 있다. 예를 들어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커뮤니티가 있는가 하면 그런 ‘남돌’ 팬덤 문화를 비판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서로 싸운다.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인데 그런 식으로 갈등이 오래 이어져왔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담벼락이 허물어졌다. ‘너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한번 이야기 들어보자’ 하면서.
‘개딸’이라는 용어를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진현호:나는 ‘개딸’이 굉장히 똑똑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여성들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딸’이라는 단어를 통해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보호하고 함부로 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물론 이 단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딸이라는 단어 자체는 중립적이다. 여성을 가리키는 단어를 부정 프레임으로만 해석한다면 결국 우리가 쓸 수 있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남지 않을 거다.
정주현:딸이 가치중립적 단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가족관계 안에서 아버지와 딸이 동등한 위치라고 말하긴 어렵다. 게다가 ‘개딸’로 불리는 여성들도 스스로 장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정하린:이전에 젊은 여성들은 ‘이대녀’ ‘꼴페미’ 같은 단어로 불렸다. ‘개딸’은 2030 여성들이 이재명과 페미니즘을 지키기 위해 ‘개같이 싸우는’ 이미지로 자발적으로 택한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이 단어를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진보의 치어리더’를 뜻하는 멸칭이 됐다고 본다. 다른 세대의 지지자들도 2030 여성들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고 느낀다. 4월9일에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했는데 ‘냥아들(이재명을 지지하는 2030 남성 지지자)’에게는 ‘개념 발언 독창’을 하라고 하고 ‘개딸’들에게는 소복 복장쇼를 하라고 하더라. ‘재명이네마을’ 카페에 가면 ‘개딸들한테 에너지 얻고 싶다’는 글도 수시로 올라온다. 애교나 아양을 떠는 천방지축 귀여운 딸로 소비되는 것은, 페미니즘 때문에 이재명을 지지한 여성 당원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박선영:‘개딸’이란 단어가 오염됐다고 많이들 말한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이미 ‘개딸’로 불리고 있다는 거다. 나중에 이 시기를 되돌아보면 2030 여성들은 ‘개딸’로 기억될 거다. 그런데 외부에서 비하하는 의미를 덧씌웠다고 이 단어를 여기서 폐기해버리면 결국 ‘개딸’은 부정적인 단어로만 남을 거다. 긍정적으로 이 단어의 의미를 되돌려놓아야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본다.
‘개딸’이 또 다른 ‘맹목적 팬덤 정치’는 아닌가 경계하는 시선도 있는데.
박선영:이준석 대표를 지지했던 ‘이대남’들을 보고 ‘팬덤 정치’라고 표현하나? 여성 유권자들의 정치행위에 대해서만 극성, 빠순이, 팬덤… 유독 이런 표현을 쓴다. 이렇게 성차별적으로 바라보는 게 문제라고 먼저 지적하고 싶다. ‘정치’라는 것을 2030 세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평소에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패러디를 하고 밈(meme)을 만들면서 노는 거다. 그 문화 안에 이재명이라는 인물이 추가된 거다.
정주현:굿즈, 팬아트, 팬페이지 같은 걸 만드는 걸 보고 ‘팬덤’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도 중도층일 때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팬덤 문화를 정말 싫어했다. 지하철역에 생일 축하 광고 붙이고 ‘이니’라고 부르고 아이돌 응원봉 만들고…. ‘정치인은 나의 대리인인데 저렇게까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강성 지지자가 되고 나니까 이해가 된다. 지지자들의 내부 동력인 거다. 몇 년 동안, 아주 길게 보면서 정치인을 응원해야 한다. 지지자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소통하려면 재미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문화를 중도층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전의 정치인 팬덤 문화에서 반면교사 삼을 사례가 많다. 우리 스스로 주의하고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2030 여성들이 지지하는 민주당은 앞으로 어떤 의제를 가져와야 할까?
정하린:성범죄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정책들. 안 하면 후려칠 거다. ‘문자 총공’처럼 의원들을 압박하면서.
정주현:야당으로서 모든 힘과 노력을 다해 윤석열 정부가 하려는 걸 막아주길 바란다. 한 편에선 여성 청년들이 주장하는 게 결국 검찰개혁처럼 기존 의제의 반복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없애려고 하는 약자들을 위한 사회보호망, 이걸 지키기 위해 우선 검찰개혁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이해해주면 좋겠다.
박선영:같은 생각이다. 민주당에 바라는 의제는 너무 많다. 동물권, 포괄적 차별금지법, 기후위기…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그런데 현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검찰개혁은 시간이 촉박한 문제라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이후엔 다른 진보 의제들을 민주당이 챙겨야 한다.
민주당이 이제껏 172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었는데도 하지 못했던 것들을 앞으론 할 수 있을까?
박선영:때려서라도 시켜야 한다(웃음). 민주당이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가 어떤 압박이라도 할 거다. 문자하고 사무실 찾아가고 압박하고. 그러면 민주당은 듣고 바뀐다. 그게 된다는 걸 이번에 경험했고.
진현호:민주당이 해야 할 일을 안 하면 더 강하게 비판할 거다. 다만 ‘민주당은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응원으로 변화를 이끌고 싶다. 개딸들이 인물만 보는 팬덤 정치를 할까 봐 걱정하는데 우리는 그 인물이 대변했던 신념과 가치, 제도들이 민주당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거다.
‘개딸’들이 꿈꾸는 사회가 궁금하다.
정하린:혐오가 돈이 되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혐오 발언을 끊임없이 하고 그게 주목받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혐오로 돈 버는 유튜버들도 사라져야 한다.
진현호:혐오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너무너무 간절하다. 혐오가 상식이 되면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도적으로든 법적으로든 대책이 필요하다.
박선영:한 정치인이 ‘광장은 빨리 끓고 제도권은 느리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결국 두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건 광장의 경험이 있는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청년들이 정치권에 꾸준히 유입돼서 우리 삶을 반영한 정치가 펼쳐졌으면 한다. 지금의 정치권이 달라져야 가능한 일이다.
정주현:청년들이 죽음을 덜 생각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병원에 안 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지 대부분의 청년들이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일이 안 풀리면 죽음밖에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중요한 문제인데 이걸 말하는 정치인이 없다. 내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게 된 것도 기본소득 때문이었다. 내 삶이 벼랑까지 갔을 때 떨어져 죽지는 않게 하는 정책들이 있어서 지지한 거다. 그런데 그것과 완전 반대되는, 최저임금의 취지를 부정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내가 바라는 건, 덜 죽고 덜 우울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시사인 김다은 기자
주주 우선주의에서 시민 자본주의로 갈 수 있을까?
[이관휘의 자본시장 이야기] 린 스타우트 교수는 주주만을 중심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견해를 비판하고, 기업의 역할을 사회적 이슈의 해결 주체로까지 확장시켰다. 더 나아가 ‘시민 자본주의’의 시대를 열자고 제창했다.
4월16일은 법경제학자 린 스타우트 교수(위)가 2018년, 60세의 나이에 암으로 숨진 날이다.ⓒWikipedia
4월16일은 법경제학자인 린 스타우트 교수가 2018년, 60세라는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날이다. 그는 사회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 학자였다. 주주만을 중심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견해를 비판하고, 기업의 역할을 사회적 이슈의 해결 주체로까지 확장시켰다. 더 나아가 ‘시민 자본주의’의 시대를 열자고 제창했다.
케케묵은 질문으로 시작하자.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먼저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규명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가장 일반적 답변은 ‘주주(shareholder)’다. 그렇다면 기업의 목적은 주주의 부를 늘리는 것(주가 극대화)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상을 ‘주주 우선주의(shareholder primacy)’라고 부른다.
주주를 주인으로 대접해줄 만한 이유가 있다. 회사가 잘되는 것이 주주 자신의 이익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업은 자사가 벌어들인 매출액을 어떻게 배분하는가? 먼저 원재료 값과 임금을 지급한다. 그다음엔 빌린 돈의 이자를 채권자들에게 갚는다. 또한 국가에 세금을 납부한다. 이 모든 단계를 거친 뒤 남은 돈이 비로소 주주들 차지가 된다. 주주는, 기업이 갚아야 할 돈을 모두 갚고 남은 나머지에 대해서만 청구권을 갖는 셈이다. 주주를 ‘잔여 청구권자(residual claimer)’라 부르는 이유다. 원재료 판매업자, 노동자, 채권자 등은 자신이 받을 돈만 받을 수 있다면 기업가치가 크든 작든 상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주주는 기업가치가 클수록 더 큰 이익을 얻는다.
■ 주주 우선주의의 문제점
그러나 스타우트는 이러한 주주 우선주의가 옳지 않으며 수많은 문제점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스타우트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법(Corporate law)은 경영진에게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라’고 의무로 강제한 바 없다. 더욱이 기업은 법인으로서, ‘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다. 주주가 법인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란 말은, 단지 주주들이 해당 기업 주식을 보유했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주주와 기업은 어떤 법적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지, 전자가 후자를 소유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당신이 삼성전자의 주주라고 해서 마트에 전시되어 있는 갤럭시폰이나 삼성 TV를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주주라고 해서 그 회사의 임직원이나 협력업체 직원, 또는 채권자들과 특별하게 다른 법적 지위를 갖는다고 볼 이유는 없다.
주주가 ‘잔여 청구권자’이므로 기업의 주인이라는 견해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기업이 파산한 경우라면 채권자들에게 빚을 모두 갚고 난 뒤 잔존 가치만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파산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렇지 않다. 이때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은 이사회가 결정한다. 이처럼 스타우트가 오래전부터 비판해온 주주 우선주의의 부작용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경영자들이 단기적 주가 부양에 매달리다가 기업의 장기적 성장성을 희생시키는 등의 부작용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부의 불평등 심화 같은 거시적 문제점도 있다. 주주 우선주의는 주주들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강화시켜 기업에 좀 더 직접적인 해를 끼치기도 한다.
2010년 4월, 멕시코만에서 BP의 석유시추선이 폭발해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AP Photo
2010년 4월, 멕시코만에서 정유회사 BP(British Petroleum)의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해 시작된 원유 유출 사고는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난으로 기록됐다. 노동자 1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 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후 5개월 동안이나 원유가 유출되었다. BP는 당초 사고 수습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기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재빨리 결정을 번복해 배당 지급을 재개했다. 대신 수많은 원유 산지를 포함한 3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배당을 지급하고 그 대신 기업자산을 매각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해를 끼친 것이다. 스타우트는 이를 ‘다른 어떤 것을 희생하더라도 주주만은 보호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주 우선주의가 작동한 사례로 제시한다.
이쯤에서 기업과 주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친구 5명이 자본금 2억원씩 투자해 회사를 차렸다고 치자. 이후 회사가 멀쩡히 영업하는 와중에 마음이 바뀐 친구 한 명이 자신의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혹은 자신에게 더 많은 배당을 주지 않으면 투자금액을 빼겠다고 막무가내로 협박하면? 이는 기업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회사로선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 모두가 투자금을 회사 내에 유지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주주’가 된다는 것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겠다(투자금 회수 제약, capital lock-in)’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계약이다. 주주가 주식을 매각하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 매각에서는 해당 주식을 산 다른 투자자가 주주가 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스타우트의 표현에 따르면, 율리시스가 인어의 노랫소리에 혹하지 않도록 배의 기둥에 자신의 몸을 묶었듯이 주식회사의 주주들도 ‘자신의 손을 묶는다’. 회사가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제약인 것을 알기에, 주주들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스타우트는 주주들이 ‘기회주의적(opportunistic)’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도 주목한다. 이를테면 주주들은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투자금을 묶어두는 것에 동의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런 제약을 풀고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어 한다.
사실 기업의 많은 프로젝트는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업을 통해서만 성공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본질적으로 주주만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것이라는 말이 된다. BP의 사례에서처럼 주주 우선주의는 이런 ‘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스타우트는 주주들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대해, ‘이사회가 주주뿐 아니라 임직원과 고객, 사회공동체의 요구를 함께 고려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조정 역할을 하는 권력자(mediating hierarchs)’의 의무를 부여받은 이사회는 주주들이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요구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규명해야 한다. 위는 한 금융회사의 주주총회장 입구 모습.ⓒ연합뉴스
■ 양심을 키우자
스타우트 교수는 이 문제를 ‘사람의 선함’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 종종 성악설에 기반한 법경제학 기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으로 언급되는 〈양심 키우기(Cultivating Conscience)〉에 그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인간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존재다. 미디어에는 인간의 악한 면이 자주 보도되지만, 세상엔 착한 사람들과 보이지 않게 선행을 행하는 이들도 많다. 사람에겐 ‘이타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은 성향(unselfish prosocial behavior)’인 ‘양심(conscience)’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선한지 악한지 여부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선한 부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그동안 양심은 종교 또는 정치적 포퓰리즘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스타우트는 ‘법과 규제를 통해 양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타우트에 따르면, 이를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조건(social cues)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선한 권위의 지시(instruction from authority)’이다. 잘 알려진 ‘복종(obedience) 실험’에서는,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단순한 권위에 쉽게 복종하면서 죄 없는 사람들에게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나타났다. 이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다른 피험자가 큰 고통을 느끼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시에 따라 전기고문의 전압을 높였다. 그러나 이러한 ‘복종 본능’이 위의 실험과는 반대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스타우트는 주장한다. 사람들은 때로 자신의 손해에 개의치 않고 기꺼이 선한 권위에 따르려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타인의 선함에 대한 믿음’이다. 사람 역시 다른 동물처럼 집단의 영향을 받는다. 남들이 착하다고 믿으면 스스로도 착한 행동을 한다. 악행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선함을 믿으면 자신이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선행을 하게 된다.
세 번째는 ‘나의 선행이 남들에게 큰 혜택을 준다는 믿음’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자신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본능적인 실용주의자다.
스타우트는 경제학이 ‘탐욕적 인간(Homo Economicus)’을 가정한 탓에 ‘양심의 힘’을 전혀 모델링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경제적 ‘인센티브’에 기초한 성과급 제도에서는 위의 세 가지 조건이 다르게 발휘된다. 물질적 보상을 따르는 것은 선한 권위에의 복종이 아니다. 성과급 보상 체계는 당신이 이기적으로 행동할 것이며, 이기적 행위가 비즈니스에 적절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따라서 남들 또한 이기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렇게 성과급은 양심이 설 자리를 빼앗아버린다. 양심이 고려되지 않은 채 경제적 인센티브만 작동하는 경우에 초래되는 폐해의 사례와 연구는 이미 수없이 쌓여 있다. 예컨대 스톡옵션 제도는 경영자들의 위험 추구 성향을 부추겨 필요 이상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만든 끝에 기업가치를 오히려 깎아먹을 수 있다. 사람들이 물질적 보상에만 반응하도록 시스템을 짜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 스타우트는 ‘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지구온난화)’보다 ‘양심의 쿨링(cooling)’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심이 아니라 이기심에 기대면 사회는 정말 그렇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는 주장들이지만 이를 신뢰할 만한 엄밀한 연구 결과들이 있다. 어떤 연구자가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실제로 실험해보았다. 다만 그 실험 이름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월가의 게임’으로 명명했을 때보다 ‘공동체 게임’이란 이름을 붙였을 때 플레이어들이 상호 협력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다.
스타우트는 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정(‘인간은 이성적이며 이기적인 존재’)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인지심리학, 사회학, 신경과학 등 폭넓은 분야를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행위는 스스로 바라는 바에 따라 ‘가이드(guide)’될 수 있다는 결론은 그래서 여느 처세술 책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싸구려 교훈이 아니다. 스타우트는 친사회적 성향과 이타주의를 옹호했으나 극단으로 치닫지 않았다. 지킬과 하이드라는 인간의 양면성을 진즉에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시민 자본주의’의 더 큰 세상으로
스타우트는 이처럼 인간의 선함을 끌어내는 시스템을 키워 ‘시민 자본주의(Citizen Capitalism)’로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불평등 증대, 계층 이동성 감소, 수명 격차 확대, 환경문제 심화 등은 앞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들은 기업을 이용해서 풀어야 한다. 사람의 양심을 키울 수 있는 것처럼, 기업을 사회공동체에 복무하도록 만들면 가능하다. 기업이 가진 엄청난 힘을 감안할 때 가장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시민 자본주의의 핵심에는 ‘유니버설 펀드(Universal Fund)’가 있다. 민간이 조성하는 펀드로 18세 이상 미국인은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한 주씩을 동등하게 배분받아 ‘시민-주주’가 될 수 있다. 자금을 투입해야 주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펀드와 다르다. 이 펀드는 개인이나 기업 혹은 부호들의 ‘자율적’ 기부를 통해 조성된다. 펀드는 투자한 기업들로부터 얻는 수익금을 펀드의 시민-주주들에게 배당한다. 시민-주주들은 유니버설 펀드를 통해, 이 펀드가 투자한 회사들에 대한 의결권을 갖는다. 펀드의 시민-주주권은 거래 및 양도할 수 없다. 유산으로 물려줄 수 없다. 보유자가 사망하면 시민-주식은 펀드에 다시 귀속된다. 유니버설 펀드는 투자한 기업의 주식을 장기 보유한다. (펀드의 영향력이 충분히 크다면) 해당 피(被)투자기업들은 단기 성과주의나 주주가치 최대화의 폐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장기적 목적을 갖는 시민-주주가 많아지면 이들이 펀드를 통해 시민의 삶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업을 이끄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기업은 평균적 시민들의 이해관계에 더욱 민감하게 된다. 결국 불평등이 줄고, 혁신과 성장이 증가하며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
허황된 꿈이 아니다. 스타우트가 〈양심 키우기〉에서 보여줬듯이 박애주의적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주위에 훨씬 더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선의를 믿는다면 사람들이 선의를 발휘하도록 도울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그들의 양심을 선한 방향으로 가이드해야 하는 것이다. 스타우트와 그의 동료들은 유니버설 펀드의 자금을 정부 지원 없이도 40조 달러까지 조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민 자본주의는 ‘자본주의’다. 사회주의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그의 말에 더욱 세심하게 귀 기울여보도록 하자.
스타우트가 떠난 후 그의 동료 법경제학자들은 권위 있는 학술지의 한 호(issue) 전체를 그에 대한 기념 논집으로 발간해 업적을 기렸다. 이제 그의 사상은 ESG의 큰 물결과 함께 되울려 온다. 스타우트의 기일을 맞이하는 심정이 복잡하다. 그는 주주만이 기업의 주인이 아님을 일생을 바쳐 보여주었지만, 한국에선 아직까지 주주조차 기업의 주인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시사인 /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경제 폭망'이란 잘못된 인식
문 정부 정책 계승할 것, 개선할 것, 버릴 것 구분해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매우 크다. 최선의 정책방향을 찾으려면 지난 5년의 경제정책과 성과에 대해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동안 당선자와 주변인들이 말해왔던 '한국경제 폭망'이란 상식 밖의 인식과 문재인 정부 정책은 모두 폐기한다는 식의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이 대다수 국민들을 더 행복하게 하고 대한민국이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인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계승할 것, 개선할 것, 버릴 것을 구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그리고 '혁신성장'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이뤄졌다.
정권 초기 가장 주목받았고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단연 '소득주도성장'이었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여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과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다. 또한 내수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장기적 지속성장의 기반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4.19 ⓒ 청와대
세계가 인정한 소득주도성장
소득주도성장이 주목받았던 것은 그동안의 경제정책이 등한시해왔던 소득분배의 개선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제정책에서 소득분배는 성장의 낙수효과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신념이 지배했다. 그러나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중진국 수준의 경제개발 단계에서는 가능했겠지만 더 이상 이런 낙수효과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부분의 국제기구에서 선진국의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해 소득분배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해온 지도 오래됐다. 소득주도성장은 용어만 달랐을 뿐, OECD, IMF, 세계은행 등이 오랫동안 강조해왔던 포용적 성장전략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이에 무지했던 것일까? 막말까지 동원할 정도로 비판적 기사가 난무했다.
'공정경제'는 수출 주도 고도성장이라는 짧은 경제발전의 역사 속에서 소수의 재벌과 대기업집단에 집중된 경제력을 해소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었다. 후진적이고 부패한 정실 자본주의에서 선진 자본주의로 탈바꿈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민주화 국정과제로 제시됐으나 극우적 보수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성과 없이 끝났던 개혁과제였다.
공정경제는 진보적 개혁과제로 보기보다는 시장의 정상화로 봐야 할 만큼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강조한다. 특히 소액주주 운동으로 알려진 개혁은 그야말로 자본주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재벌 오너, 대주주의 횡포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니 중도우파 개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진보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의 정치적 좌표가 극우로 편중됐음을 방증한다.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는 노동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높이거나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개혁과제도 포괄한다. 이것이 소득주도성장과의 공통분모일 뿐만 아니라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책과제로 볼 수 있다. 즉 공정경제 없는 소득주도성장으로는 불공정한 시장질서가 야기하는 불평등과 양극화 때문에 실패하고 소득주도성장 없는 공정경제 역시 복지와 사회안전망의 결여로 실패한다.
▲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 남소연
마지막으로 '혁신성장'은 과학기술 혁신, 미래형 신산업 육성, 교육과 훈련을 통한 인재육성, 규제 혁신 등을 통해 국가경제의 생산성과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발전에서 정부의 역할을 중시했던 과거 모든 정부에서도 이름은 달리했지만 비슷한 정책과제를 집행했던 경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특징 지우기 어려운 영역이고 앞의 두 영역과의 보완성을 강조하지 않는다면 소득분배보다는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정책으로 치우치기 쉬운 과제였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 한 나라의 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와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 낸 결과를 구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의 정책이 추구하는 중장기 성과를 판단하려면 정책 성과의 시차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중장기 성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지난 5년의 성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빚어낸 경제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선진국들의 성과와 한국경제의 성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이런 고려 없이, 가령 2020년 경제성장률이 최악이라고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3중 위기에도 건실한 한국경제
지난 5년간 세계 경제의 환경은 지극히 열악했다. 특히 한국경제가 직면했던 어려움은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2017년 극한에 치달았던 북핵 위기와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대치상황,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세계 무역의 침체, 2019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와 한·일 경제전쟁,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경제 위기 등 전쟁·질병·경제 3중 위기가 이어진 5년이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국경제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견실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것이 OECD,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판단이다.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에서도 일본을 추월해서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수준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발전의 지표로 사용되는 1인당 GDP가 2020년 일본을 제치고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경제성장률의 경우 2020~2021년 평균이 OECD 회원국 중에서 5번째로 높고 G20 선진국 중에서는 두 번째로 높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이전(2017~2019년)에도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이어왔다.
고용지표 역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취업자 수 증가는 22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고 3월 기준 고용률 역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뚜렷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대한민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은 지난 5년간 눈에 띄게 높아졌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4.25 ⓒ 인수위사진기자단
소득주도성장이 추구했던 소득분배의 개선은 어떤가? 처분가능소득(DI)을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의 주요 지표에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눈에 띄게 완화됐다. 특히 상대적 빈곤율이 2%P나 하락했고 저임금 노동자 비율 역시 2017년 OECD 회원국 최상위권인 22.3%에서 2020년 16%로 급격히 하락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런 모든 성과를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성과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이전부터 축적돼 온 민간부문의 혁신과 공공부문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성과들이 말해주는 것은 문재인 정부 5년의 경제정책이 무수한 비난과 근본 없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결코 늦추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가 추구했던 것처럼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은 국가경제의 견실한 행보를 방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점, 그래서 복지 선진국과 선진 자본주의로의 정상적인 진화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있는 자의 창과 방패로 살아온 자들이 장관?
전통적인 노동시장이 갈수록 축소하고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직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시장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역시 커지고 있다.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우리의 사회복지 지출 수준과 OECD 회원국 최하위권에 머무는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보면 복지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지 확충만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선진 자본주의를 뿌리내려야 한다. 재벌과 경제적 강자, 공권력을 쥔 전·현직 엘리트 관료들이 경제성장의 이익을 독점하는 부패한 정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경제적 약자들의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지난 5년간 시장소득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개선되지 못했다. 바로 '공정경제'의 개혁과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자본주의를 뿌리내리려면 더 과감한 제도개혁을 지속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관리하는 손과 발이 돼야 할 검찰, 사법, 금융, 공정위, 산업, 노동 등 권력기구와 공직사회의 개혁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적으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집중은 권력을 사고파는 시장을 만들고 돈과 권력의 유착과 부패를 키워 권력기구의 공적 기능을 마비시킨다. 권력의 민주적 통제,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투명한 민주사회의 주춧돌과 같다. 그동안 전관예우를 받으며 재벌과 있는 자의 창과 방패로 살아온 이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각은 이런 개혁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 주병기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오마이뉴스
문재인 대담, 변명과 해명 그리고 안타까움
문 대통령 마지막 인터뷰, 몇 가지 장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다음 달 10일 취임식 직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만찬을 개최한다고 한다. 즉각 '청와대 영빈관을 놔두고 왜?'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취임도 전에 윤석열 당선자의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는 청와대 이전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5일과 26일 양일간 JTBC를 통해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 <대담>은 문 대통령이 대담자로 나선 손석희 앵커를 안내하며 공개된 청와대 내부 풍경 때문에 더 주목을 끌었다. 대담의 오프닝은 내부를 비추며 청와대의 역사와 전통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취임식 비용에만 역대 최고인 33억 원을 쓴다는 윤석열 당선자가 왜 굳이 청와대를 버리려는지, 그러면서 왜 애먼 국민들을 앞세우는지 의문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윤 당선자와의 만남이 미뤄지면서 뒤늦게 성사됐다는 인터뷰 속 문 대통령의 언어 및 태도는 세 단어로 압축할 수 있었다. 절제와 해명 그리고 변명.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반면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자 측으로부터 적극적인 반발이 나온 문 대통령의 마지막 <대담>에서 받은 인상은 이랬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이날 대담 내용은 26일 JTBC에 방영됐다. 2022.4.15ⓒ 청와대 제공
절제
먼저, 절제. 정권교체론을 두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저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라며 "억울한 점"을 토로했지만 그 정도가 전부였다. 억울한 점을 토로하긴 했지만 문 대통령은 사실상 상대 탓은 극도로 절제했다.
현 정부 검찰총장 출신 윤 당선자의 당선조차도 "아이러니"라며 말을 아꼈고, 소위 '검수완박 부작용' 질문이 세 번 가까이 이어졌음에도 "의견을 말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정치 현안 개입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다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검수완박 저지' 발언에 대해서만은 달랐다. "굉장히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의견을 달았다. 앞서 검찰 개혁의 명분을 두고 "검찰의 정치화"라는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었다. 이어지는 답변에서도 "국민의 피해를 막겠다"라는 한 후보자의 명분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렇게 응수했다.
"예, 뭐. 그…그냥 편하게 국민을 들먹이면 안 되죠. 진짜 국민을 이야기하려면 정말 많은 고민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어떤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는 것이죠."
해명과 변명
둘째, 해명. 부동산 정책이나 K-방역 등 현 정부 정책의 실패나 오해들에 대한 해명의 근거 중 여럿이 바로 해외의 시선이나 평가였다. 손 앵커의 재반박이 이어지긴 했지만 문 대통령은 OECD 발표나 해외 언론 보도를 근거로 부동산 상승 폭이 크지 않다거나 코로나19 방역이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 정부 내내 국내 언론 평가가 박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리고, 변명. 정권교체론을 포함해 선거에서 패배한 대통령의 임기 말 인터뷰는 어쩔 수 없이 변명으로 들리는 측면이 다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담> 인터뷰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을 터. 그 변명에서 묻어나는 문 대통령의 감정은 일종의 피로감이 아니었나 싶다.
"그냥 통째로 반대한 거죠. 통째로 부정한 거죠. 그냥 오로지 어떤 무슨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부정하고 반대한 것인데 그것이 사실은 우리 정부의 성과라기보다는 우리 국민들의 성과인 거거든요."
민주당이 패배한 20대 대선에서 결과론적으로 정권교체론이 승리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손 앵커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에서 그 피로감은 절정에 달했다. 현 정부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가장 빠른 회복"을 이루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 "지난 70년간 가장 성공한 나라", "아예 선진국이라고 UN기구에서 공인한 유일한 나라"를 이뤘음에도 정권교체론이 승리한 나라 대한민국.
"통째로 반대했다"는 표현에서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피로감이 읽혔다면 다소 과도한 해석일까. 그렇지 않을 듯싶다. 문 대통령은 <대담> 인터뷰 1부 마지막에서 위와 같이 답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차기 정부가 현 정부가 이룬 국민들의 성과를 부정하지 말아 달라고, 대부분의 정부 정책이 이름이나 포장이 달라지더라도 연속성을 가진다고, 전면적인 부정이야말로 "선거용이기를 바랍니다"라고.
문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가 솔직담백했는지, 위선적인 해명의 일관이었는지는 역사라는 연속성의 산물이 평가해 줄 것이다. 다수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해명이든 변명이든 그 인터뷰조차 차기 당선자와의 비교속에 향후 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점이다.
바람
"우리나라 대통령제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죠. 아주 민주적인 대통령제죠. 그런데 과거의 권위주의 시대에 또는 권위주의의 유산 속에서 그런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권한을 넘어서서 초법적인 권력을 행사한 거죠. 그것이 제왕적 대통령이죠. 말하자면 프레임화해서 공격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제가 제왕적 대통령이었을까요? 오히려 권한이 있는데 왜 행사를 안 하지? 그런데 무슨 제왕입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문 대통령은 "중요한 권한들이기는 하지만 마구 휘두를 수 있는 그런 막강한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딱 법 범위 내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위와 같이 설명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된 지 오래임에도 적지 않은 국민들이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는 듯 보인다. 삼권 분립이란 민주주의의 원칙을 배제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하다면 입법부를, 사법부를, 행정부를 대통령의 권력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이를 위해 동원했던 것이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이었다.
임기 말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문 대통령의 말마따나 민주적인 통제 및 그 권한 하에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며 여러 갈등 상황을 조정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분분할 것이다. 결과론적으론 20대 대선 패배와 함께 실패에 무게를 두는 쪽이 우세해 보인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는 이 '제왕적 대통령'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국민의힘 및 다수 언론들은 두 번째 <대담> 직후 "집무실 이전 계획이 마땅치 않다"는 취지의 문 대통령 발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해당 인터뷰를 두고 26일 배현진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도 "(현) 정권이 권력을 사유화한 것이 윤 당선자의 탄생 배경"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의 "아이러니" 발언을 겨냥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대담> 말미, "열심히 하고 고생한 대통령,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선도국가로 나아가게 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 바람과 달리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퇴임 직전 대통령의 <대담>은 해명보단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훨씬 커 보인다.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자처한 바다.
오미크론 확산세를 이유로 들었지만, 신년 기자회견도 건너뛴 채 퇴임 직전 방송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에 나선 것 자체에 회의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임기 중반 닥친 코로나19 재난 상황이나 임기 초반 직접 및 대면 소통을 강조한들, 여러 갈등 국면을 조정하는데 난항을 겪은 것조차 끝끝내 기울어진 '언로'만을 탓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해명이든 변명이든, 반면교사든 경고든 이번 <대담> 자체는 문 대통령의 마지막 항변이자 국민과의 직접 소통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담>을 지켜본 개별 국민들이 문 대통령을 "열심히 하고 고생한 대통령"으로 인식할지 또한 그들의 선택이다. 다만, 그 마지막 소통의 기록이 취임 초기 '촛불정부'에 쏟아진 관심에 비해 초라하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듯싶다. /하성태(woodyh)/ 오마이뉴스
끊어진 계층 사다리 대안이 약물·알콜, 그리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절망사(Deaths of Despair)의 위험
GDP 1위이자 인구와 면적에서 세계 3위인 나라. 또한 군사력에서 압도적 1위인 나라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민가고 싶어하는 나라. 바로 미국입니다. 2020년에 국내 구인구직 업체인 사람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0%가 이민 의향을 밝혔고, 그러한 이유 중 1순위는 '삶의 여유가 없어서(43.3%)' 였습니다. 이민가고 싶은 나라는 미국이 45%로 가장 높았습니다.
미국에 대한 호감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객관적인 지표들은 미국에 대해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The Global Liveability Index)순위에서 최근 5년 동안 미국 도시 중 10위 안에 든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 조사는 매년 세계 140개 도시를 대상으로 안정성, 의료, 문화 및 환경, 교육 및 인프라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30개 이상의 요인을 고려하여 평가합니다. 미국의 도시들이 점수를 잃은 것은 추측컨대 인프라와 안정성이 떨어지고 총기사고 등 범죄나 테러의 위험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UN의 세계행복지수 평가에서도 미국은 2022년 기준으로 16위에 순위를 올렸습니다. OECD 선진국 들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고 미국 바로 아래에 영국이 위치해 있습니다. 한국은 59위입니다.
2015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은 미국 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를 포착했습니다. 국제적인 비교자료에서 미국의 기대수명이 줄어들고 있는 역진적 현상이었습니다. 사회가 진보하고 의료 기술의 발달, 영양 등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좋아짐에 따라서 많은 나라들이 보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1950년 45.51세에 불과하던 전세계의 평균 기대수명은 2021년에 72.81세로 비약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반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1990년대 들어서서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폭이 둔화되었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연속적으로 기대수명이 낮아지는 기이한 역전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제까지 기대수명을 낮추는 주요한 원인이었던 폐질환, 심장병, 암과 같은 질병들은 치료법과 예방법의 보급으로 점차 감소추세에 있었으나, 약물중독, 알코올에 의한 간 질환, 자살 이라는 3대 원인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디턴과 그의 동료 케이스는 이를 절망사(Deaths of Despair)라고 불렀습니다.
2015년도와 2017년에 발표된 디턴과 케이스의 연구를 간략하게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990년대부터 2013년도까지의 분석 결과, 미국 중년(45~54세) 백인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OECD 선진국인 프랑스, 독일, 영국, 캐나다, 호주, 스웨덴과의 비교에서도 그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비교 국가들의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었으나, 미국 중년 백인의 사망률은 나홀로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미국 내 중년 히스패닉이나 흑인의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가장 급격한 증가율을 보인 사망원인은 중독 이었고, 사실상 30대에서부터 64세까지 경제활동인구 전체적으로 중독이나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45~54세인 중년 백인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는 것입니다.
연구가 진행되면서 보다 세밀하게 밝혀진 것은, 미국 중년 백인이자 저학력 계층의 절망사 비율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고졸 이하의 저학력 중년으로 한정하여 인종별로 살펴보았을 때 백인의 증가세가 현저히 높았고,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증가세의 기울기가 매우 가팔랐다는 것입니다. 인종과 연령대, 학력을 기준으로 절망사를 비교한 결과는 이러했는데, 다만 '소득'은 이러한 절망사를 설명하기에 그다지 영향력이 없었다는 점도 특기할 만 합니다. 통상 소득이 삶의 질이나 사망률에 매우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지지만, 절망사에 있어서는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다는 것이 디턴과 케이스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저학력인 미국 중년 백인의 절망사가 늘어나는 것일까요? 디턴과 케이스에 따르면, 누적된 불리함(Cumulative Disadvantage)이 그 원인입니다. 미국 저학력 중년 백인들은 제조업에 종사하며 호황을 누리던 노동자 계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미국 가족의 가장으로서 1인 생계부양자 모델을 대표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전례없이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던 황금 시절에 그들은 학력이 높지는 않았지만 높은 수준의 임금을 안정적으로 받는 괜찮은 일자리에 속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짧은 황금기가 끝나가고 산업과 경제 체제가 변화함에 따라 괜찮은 일자리는 서서히, 그러나 생각보다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벌어서 가족의 삶을 책임지던 사회경제적 구조가 약해지게 되었고 이는 세대를 걸쳐 소득의 감소 뿐만 아니라 결혼, 지역사회 참여에 대한 삶의 전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학력의 중년 백인들은 개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삶의 무너짐을 누적적으로 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득, 관계, 개인의 내적 심리 등 다차원적인 절망에 내몰렸고, 오이오피드(최근 한국에서도 심각해지고 있는 팬타닐) 중독, 알콜에 대한 의존도 증가, 자살이라는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 디턴과 케이스의 주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은 거시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입니다. 산업이 변화하고 기업의 체질이 바뀌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또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개인이 얼마나 가능할까요?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급격한 세계화로 제조업 등의 일자리는 인건비가 싼 후진국으로 넘어갔고, 기존의 저학력/저숙련의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괜찮지 못한 일자리인 서비스업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기업들은 인간의 노동력이 덜 필요한 구조로 전환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빈곤이나 박탈, 사회적 배제는 그 자체로 개입이 필요한 문제이나, 그 결과가 약물 중독, 알콜 과의존, 자살로 나타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의 주류라고 여겼던 백인 중년 계층에서 전세계적인 추세인 기대수명의 증가를 역행하고 절망사로 인한 사망이 늘어난다는 점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한국 사회가 알면서도 모르는 것 같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최고 수준의 자살률, 부의 양극화는 절망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더욱이 최근 약물의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되면서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적 노력이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절망사의 문제를 개인의 일탈이나 잘못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분명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사회적 차원의 개입이 절실합니다. 한국은 전례 없이 물질적 풍요를 이룩한 위대한 성공을 이루었으나, 성장만 보고 달려오며 너무 많은 것들을 무신경하게 넘어왔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현실적인 해법은 국가적 차원의 사회보장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절망사의 개념을 적용하여 독일을 살펴본 한 연구에서, 폭넓은 실업보험, 사회수당과 건강보험이 사회경제적인 충격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특히 중년 계층을 포괄하기 때문에 절망사의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Haan et al. 2019). 아울러 미국은 오이오피드와 같은 마약성 약물의 처방이 자유로운 극단의 시장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독일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의 예방적 통제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자살이라는 문제만으로도 한국은 절망적인 상황이고, 더욱이 알콜과 약물의 문제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악영향이 이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듯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미국 중년 백인들은 절망사 현상이 나타나기까지 삶의 소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택의 자유를 누렸겠지만, 자신과 가족, 자녀들에게 미칠 중차대한 영역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중 어떤 이는 상황과 환경이 변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후좌우가 모두 막힌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관계가 끊어지고 계층의 사다리가 끊어졌음을 매일같이 확인하였을 때의 대안이 약물·알콜·자살이라는 것은, 미국을 많이 닮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반드시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문제입니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입니다. 한편 미국의 절망사 현상을 보며 잘 '죽는' 사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까지고 탄탄대로의 길을 걷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부디 절망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프레시안/ 권진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퀴즈’ 제작진 입장 밝혀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라”
유퀴즈’ 제작진이 윤석열 당선인의 출연에서 촉발된 여러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말미에는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출연 논란 심경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방송은 ‘너의 일기장’ 특집으로 꾸며져 여러 ‘자기님’ 들이 출연, 일기와 관련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방송 말미 제작진은 ‘나의 제작일지’라는 일기글을 통해 정치색 논란에 대해 떳떳하다는 입장을 밝히고,악플에 시달리는 MC 유재석을 옹호하는 글을 적었다.
제작진은 “폭풍 같았던 지난 몇 주를 보내고도 아무 일 아닌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쳇바퀴에 그저 몸을 맡겨야만 하는 ‘나의 제작 일지’”라고 말문을 연 뒤 “2018년 어느 뜨거웠던 여름날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길바닥의 보석 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던 프로였다”고 말했다.
이어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었다. ‘유퀴즈’는 우리네 삶 그 자체였고 그대들의 희로애락은 곧 우리들의 블루스였다”고 회상했다.
tvN ‘유퀴즈’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일궈 온 수많은 스태프, 작가, 피디들은 살면서 또 언제 이토록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이 써 내려가는 위대한 역사를 담을 수 있어서, 어느 소박한 집 마당에 가꿔놓은 작은 꽃밭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서 날씨가 짖궂더라도 계절이 바뀌더라도 영혼을 다 꽃피워 왔다”라고 적었다.
이어 제작진은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 매 순간이 진심이었던 유재석과 유재석을 더욱 유재석답게 만들어준 조세호”라면서“두 사람의 사람 여행은 비록 시국의 풍파에 깎이기도 하면서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한 주 한 주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했다.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라며 “시간 지나면 알게 되겠지.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유퀴즈’는 윤석열 당선인이 출연한 지난 20일 방송이 ‘정치인의 출연은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시청자 반발에 부딪쳤다. 방송 이후 ‘유퀴즈’ 측이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출연 제안은 모두 정치인이라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색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국민 MC 유재석 까지 논란에 휘말리며 악플에 시달렸다. 제작진은 그동안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방송을 통해 심경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Mono Kay 【モノケイ】-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섭외를 했으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던가, 아니면 사과를 하는게 도리 아닌가? 윗선의 외압이 있어서 거기에 굴복한 건지, 아니면 제작진 스스로가 민주당 쪽은 절대 출연하면 안되고 국힘 쪽은 출연이 가능하다고 동의한 건지 그걸 말해달라는데 뭔 궤변이냐 꽃은 지들 스스로가 원칙과 공정성을 무너뜨리면서 꺽어놓고 이걸 시청자 탓을 하고 있네
.mee1-안볼꺼니까 짓밟는다는 표현도 쓰지마라 유퀴즈는 이제 안본다.
블루웰-꽃밭을 똥밭으로 만든건 너희 스스로 자초한 짓이다 . 왜 ? 남탓을하나 ?
너희가 " 인간 분리수거 " 를 잘못해 놓고 적반하장을 주장한다고 국민여론이 납득하겠냐 ?
비몽중인-와..진짜 그렇게.안봤는데 변명이 이렇게 싸구려라니....치사해서 못들어주겠다...
kidyoo-꽃밭에는 꽃을 심어야지...... 꽃밭이지
코로나 19 가 강제한 사회 실험, 그 결과는?
코로나 19 이후 변화, 빅데이터에 답이 있다
지난 18일 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고, 실내공간에서의 취식과 실외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년여를 돌이켜보면, 코로나 19는 여러 방면에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줬다.
관광산업을 비롯한 이른바 '대면 경제'는 극심한 위기를 맞게 된 반면, 흔히 '비대면 경제'로 통칭하는 배달, 키오스크, 스트리밍 등과 같은 영역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 됐다. 그 과정에서 비대면 경제의 과실이 정보통신 및 플랫폼 기업에 집중되면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 여론도 들끓었다.
과거의 감염병, 재난,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그러하였듯이 인류는 당대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 19가 유행한 2020년의 시점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생활 패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즉, 코로나 19는 지난 20여 년 넘게 기술적으로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에게만 가능했던 원격근무, 원격수업을 우리 모두가 경험하게끔 하는 사회 실험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이러한 경험을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동시다발적으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 주목할만하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업무도 원격근무가 가능했구나'라고 느낀 측면도 있지만, '이 업무도 원격근무로 될 줄 알았는데 대면이 필요한 부분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초‧중‧고등학교 원격수업이 '수업'을 대체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의 '돌봄' 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던 연령층이 새롭게 배달 시장의 사용자로 유입되면서 배달 플랫폼의 편리함, 한계, 문제점은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화두가 됐다.
즉, 쓸 사람은 그전에도 썼지만, 이제는 누구나 쓰게 되면서 개개인이 직접 해보기 전에는 모르던 점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 조건은 이미 갖추어져 있었고, 코로나 19가 이를 촉발하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감염병 시대 도시의 모습은 어땠을까?
▲2년 1개월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의무화 조치가 해제된 후 첫 주말인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밀도 도시는 코로나 19에 취약했는가?
코로나 19 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과거 인류가 경험했던 흑사병, 콜레라, 스페인 독감의 사례가 많이 회자된 바 있다. 특히 당대의 시대적 상황에서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촉매 역할을 했다는 점이 재조명됐다.
예를 들어 16세기 런던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가 흑사병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와 유사하게 도시의 확장을 제한하는 지대를 도입햇다. 19세기 런던과 파리에서는 콜레라 유행 이후 상수도와 분리된 하수도 체계가 갖추어졌다.
빅토리 위고(Victor Hugo)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파리의 하수도가 공화파의 탈출 통로로 자세하게 묘사된 것도 그 덕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19는 우리 시대의 도시에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게 될까?
일차적으로 코로나 19는 이전의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이룩해 온 도시 문명에 큰 위기를 가져왔다. 특히 코로나 19가 도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화두는 고밀도 도시가 감염병 전파의 주요한 요인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2020년 코로나 19 유행 초기에 뉴욕, 런던, 밀라노 같은 대도시에서 엄청난 수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면서 밀도의 역설(density paradox)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에서는 미국에서 대도시권의 사망률이 높았던 것을 근거로 도시의 밀도가 코로나와의 싸움에 있어 큰 적(big enemy)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조금 과격하게는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저밀도, 교외 중심의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도시 밀도만이 원인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도시 밀도와 코로나 19의 확산에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사메 와바 세계은행 글로벌 디렉터와 왕리팡 세계은행 도시개발 전문가의 연구가 있었다. 또한 대도시의 경우에는 확진자는 많지만 치명률이 낮다는 것을 근거로 도시의 의료 인프라가 감염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반박이 있었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관점은 도시의 밀도뿐 아니라 연결성에 대한 것이다. 산술적인 도시 밀도가 높다는 것은 도시민들이 언제나 밀집해 있다기보다는 교류나 접촉의 빈도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서는 도시 간 네트워크에 있어 중심성이 높은 도시들에 확진자 수가 많은 경향이 있음을 보였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코로나 19 분석
이처럼 코로나 19가 도시에 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갑론을박할 수 있었던 것은 빅데이터의 공이 크다. 휴대전화, 신용카드, 교통카드를 통해 개인의 이동 행태가 시간적으로는 초 단위로, 공간적으로는 수 미터 단위에서 기록되고 있다.
십여 년 전부터 이러한 빅데이터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이어졌고, 코로나 19 위기 당시 적극적으로 활용된 바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휴대전화 기반의 인구이동량 빅데이터로, 주로 이동통신사에서 '유동인구' 또는 '생활인구'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수집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국내 가입자 수 1위 통신사의 '통신모바일 인구이동량'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국민의 이동량을 모니터링하여 매주 발표하고 있다. 실제로 인구이동량 통계를 보면 2020년 2월 1차 대유행, 8월 2차 대유행, 12월 3차 대유행 시기에 인구이동량이 급감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2022년 대유행 시기에는 그 이전 유행기에 비해 인구이동량이 많이 감소하지 않아 국민들의 피로감과 적응도를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 19와 기나긴 싸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인 것이다.
▲ 통신 모바일 인구이동량 통계, 가장 오른쪽이 2022년 4월 2주차 통계. ⓒ통계청
예정된 미래, 빅데이터로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자
지난 2년간 코로나 19로 인해 원격근무, 원격수업과 같은 거대한 사회 실험이 이루어졌다. 주지할 점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사회 실험에 참여하여 그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개인이 어떻게 반응하였고 그것이 집단적으로 어떻게 나타났는지가 고스란히 휴대전화,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을 통해 빅데이터로 축적되었다.
2020년 초 코로나 19가 처음 유행했을 때 어떤 이들은 결국 잠시만 참으면 지나갈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지난 2년 여를 돌이켜 보았을 때 결코 잠시가 아니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것을 보면서, 결국에는 이렇게 지나가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사스, 메르스, 코로나 19 등의 감염병을 반복적으로 경험하였듯이 새로운 감염병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예정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비관적인 태도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여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코로나 19 이후에는 다시는 감염병 위기가 없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또 다른 감염병이 찾아온다면, 지난 2년간 코로나 19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대응 정책을 수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미 4월 18일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재택근무는 축소되는 반면, 많은 사람들이 회식 약속을 잡고 심야버스를 이용하는 등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행태 변화는 또다시 빅데이터로 축적될 것이다. 그리고 2022년을 2019년의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하여 도시경제의 어떤 부분이 회복되고 어떤 부분이 회복되지 않았는지를 분석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축적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회복탄력성 높은 도시에서 후손들은 더욱 현명하게 감염병에 대처하길 바란다.
김영롱 가천대 스마트시티융합학과 교수/ 프레시안
코로나에도 살기 좋은 나라 한국 19위…1위는?
상위 20위 국가 순위 - 블룸버그 갈무리
블룸버그통신이 세계 주요국 중 코로나에도 살기 좋은 나라 순위를 매겼다. 블룸버그는 백신 접종 현황, 봉쇄의 정도, 여행 자유도 등을 고려해 순위를 평가했다.
이 순위에서 한국은 53개 국 중 19위를 기록했다. 1위는 노르웨이, 2위는 아일랜드, 3위는 아랍에미리트(UAE)였다. 하위 그룹은 중국(51위), 러시아(52위), 홍콩(53위) 순이었다.
노르웨이는 더 이상 코로나19와 관련한 여행금지 조치가 시행되지 않고, 자가 격리도 폐지됐다. 코로나에도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1위에 랭크됐다. 아일랜드와 UAE는 사회적, 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전염병을 잘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은 30위, 영국은 12위를 각각 기록했다.
홍콩은 사상 최악의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으로 인한 사망자 속출로, 53개 평가대상국 중 꼴찌였다. 중국은 오미크론 창궐로 인한 상하이 봉쇄로 뒤에서 3위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충격과 여행제한 등으로 뒤에서 2위에 각각 랭크됐다.
한편 블룸버그는 의료의 질, 예방 접종 범위, 전체 사망률 및 해외 여행 재개 진행 상황 등 11개의 지표를 바탕으로 매월 순위를 매기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보다 9계단 올라 19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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