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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4.18~22 820일의 K방역 성적표... 확진 세계 8위, 치명률은 최저

by 이성근 2022. 4. 18.

지난해 최저임금 못 받은 노동자 3215000역대 두번째로 많아

실종자 10만명 육박하는 멕시코올해 하루 7명꼴 여성 사라져

때 아닌 박근혜 씨호칭 논란, 누가 진영론·정파론으로 몰아가는가

세월호 기억하겠다는 약속세월 따라 잊히는 건 아닐까

심각한 정치 양극화, 미래가 더 문제다 [대선 표심 분석]

820일의 K방역 성적표... 확진 세계 8, 치명률은 최저

먹는 일이 공포가 됐다20년간 밥상물가 최소 115%

1년새 40조 불어난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 고작 2%

코로나 팬데믹 사망자 600만명 아닌 1500만명

조선·중앙·매경, “검언유착 의혹 한동훈 괴롭히기’” 왜 주장하는가

박근혜에게 가세연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가세연의 조민 근무 병원 침입을 논란으로 중계한 언론

40·진보 언론불신높아신뢰매체 1위는 KBS

현직 부장검사 "검사가 직접수사 안하는 이유는

100분 토론22년치로 보는 우리 사회 발언권을 쥔 자들

양향자 20명 감옥간다더라조선인터뷰 진실공방 논란

성매매 합법화와 성노동자의 노동권 보호

물가 오르는데 소득 그대로, 일본 경제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지난해 최저임금 못 받은 노동자 3215000역대 두번째로 많아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8720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역대 두번째로 많은 3215000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7일 통계청의 ‘2021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해 만든 ‘2021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 3215000명은 2001년 최저임금위원회가 관련 통계를 낸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전체 임금 노동자(20992000) 가운데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를 비율로 따지면 15.3%였는데, 이는 역대 네 번째로 높다.

2001년에는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가 577000명이었다. 전체 임금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3%였다. 지난 20년 동안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 수는 2638000, 비율은 1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경총은 이런 현상이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동시장의 수용성이 떨어진 데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총은 밝혔다.

경총은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을 다른 국가와 비교한 수치도 제시했다. 경총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소속 국가 정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1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1.2%였다. OECD 30개 국가 중 8번째로 높다.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OECD 국가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칠레, 터키, 포르투갈, 뉴질랜드, 슬로베니아였다. 경총은 이들 국가의 경제 구조나 여건이 한국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한국의 산업 경쟁국인 주요 7개국(G7)의 최저임금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2017~2021) 한국의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44.6%)G7 소속 국가들보다 1.7~7.4배 높았다는 것이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5%로 역대 가장 낮게 결정됐지만, 한국 노동시장 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면서 향후 상당 기간의 최저임금 안정이 중요하며, 업종에 따른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실종자 10만명 육박하는 멕시코올해 하루 7명꼴 여성 사라져

"최근 여성·아동 실종 증가"전체 실종자는 99천명 달해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실종자 찾기 벽보들©

= 실종자 수가 10만 명에 육박하는 멕시코에서 올해 들어서 하루 평균 7명의 여성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는 15(현지시간) 당국의 통계를 인용해 올해 초부터 지난 14일까지 전국에서 총 748명의 여성이 실종된 채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7.2명꼴이다.

멕시코주와 수도 멕시코시티, 모렐로스주 등 수도권 일대 실종자가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실종자 중 320명은 1019세의 미성년자다

실종 신고가 들어왔다가 이후에 행방이 확인된 여성들도 같은 기간 729명 있었는데, 이중 12명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유엔 강제실종위원회(CED)는 지난 12일 멕시코 실종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멕시코 실종자의 대부분은 1540세의 남성이지만, 최근 12세 이상 소년·소녀와 여성들의 실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아동·청소년과 여성의 실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늘어났다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인신매매, 성 착취 등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위원회가 실종 현황 조사를 위해 멕시코를 방문한 지난해 1126일 기준 멕시코의 전체 실종자는 95121명이었다. 이후 더 늘어나 최근엔 그 수가 98883명에 달한다고 멕시코 언론들은 전했다.

 

멕시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인 2006년 이후로 실종자가 집중됐다. 군경과 마약 카르텔 혹은 카르텔 간의 싸움이 격화하는 과정에서 살해돼 암매장된 이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에도 한 해 평균 8천 명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강제실종위원회는 범죄자들에 대한 멕시코의 불처벌 관행과 관료들의 부패 등을 거론하며, 멕시코 당국이 실종 증가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때 아닌 박근혜 씨호칭 논란, 누가 진영론·정파론으로 몰아가는가

411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정치 현안에 대해 논하던 중 박근혜 씨 호칭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박근혜 씨라 하자, 하태경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태경 의원은 방송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전직대통령이라는 호칭은 예우가 아니라 팩트’”라며 “(언론사마다 다른 호칭이) 진영으로 갈가리 찢긴 민심의 또 다른 표출인 것 같아 씁쓸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MBC 3노조도 공영방송이 앞장서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비난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때 아닌 박근혜 씨 호칭 논란의 불씨는 다음 날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아래는 지난 411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방송 일부분이다.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 박근혜 씨가 (유영하 변호사) 지지선언하기 전에 했던 (여론)조사인데도 (대구시장 지지율이) 꽤 나오던데 더 올라간다고 봐야 되는 겁니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지지율이) 올라갈 수도 있죠. 제가 이 방송 처음인데, 전직대통령을 다 라고 부르세요? 박근혜 씨, 전두환 씨.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 이게 탄핵 당한 분이기 때문에 그래서 호칭 정리가 그렇게 돼 있어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이명박 대해선 이명박 씨라고 부르세요?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그럼 이명박 대통령 탄핵은 안 당했잖아요.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 그분 같은 경우 전직대통령 예우 법이 있지 않습니까? 그거 준해서 호칭을 정리해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그래도 전직대통령이라고 불러주시죠. 우리 공화당 조원진 의원 같은 경우 문재인 씨라고 그러거든요. 그렇게 되면 진영에 따라서, 어차피 대통령 당선된 분들이기 때문에.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 그건 저희가 내부적으로 스태프들끼리 다시 한번 얘기해볼게요. 저희는 예우가 박탈이 됐기 때문에 거기 준해서 호칭을, 이 점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채널AMBN, 박근혜 호칭 진영논리로 해석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12일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를 살펴봤습니다. 채널A <뉴스TOP10>MBN <뉴스와이드>에서 박근혜 씨 호칭 논란을 다뤘는데요. 박근혜 씨 호칭을 진영논리로 해석하는 발언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MBN <뉴스와이드>(412)에서는 박근혜 씨 호칭은 논쟁할 문제가 아니라고 출연자 다수 의견이 모아진 가운데,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가 다른 발언을 내놨습니다. ‘박근혜 씨라고 부르는 것은 일부러 폄하하고 격하하는 것으로 진영을 떠나 전직대통령이라는 호칭으로 예우해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 저는 그냥 박근혜 전 대통령, 전 대통령 맞잖아요. 그럼 그렇게 불러주면 되지. 왜 저걸 일부러 라고 하면서 좀 폄하하고 격하시키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냥 진영을 떠나서 예우해줄 건 예우해주는 게 맞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412, 박근혜 호칭을 진영논리로 해석한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최병묵 방송사가 진영논리 흡수해 박근혜 씨라 호칭

 

채널A <뉴스TOP10>(412)에서도 출연자들은 장성철 교수와 비슷한 발언을 여럿 내놨습니다. 최병묵 시사평론가는 방송사가 진영논리를 흡수해 박근혜 씨라 호칭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 :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가 과거에 자, 북한의 김일성이라고 하는 사람을 어떻게 부를 것이냐, 김일성이라고 그냥 부를 것이냐, 김일성 주석이라고 부를 것이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사실은 상당한 정도의 과거 뭐 보수정권은 그냥 김일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어요. 근데 그 이후에 이제 뭐, 여러 가지 조정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뭐 직책을 그냥 불러주는 경향이 있잖아요?

진행자 김종석 기자 :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통칭하죠.

최병묵 정치평론가 : 지금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것들 때문에 호칭은 늘 논란이 되지만, , 일부 방송에서 얘기하는 뭐, 대통령 예우법, 뭐 이런 거와 호칭 문제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점으로 본다면 저는 상식적으로 이런 정파적 입장을 떠나서 중립적 입장에서 그 사람의 호칭을 불러줘야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뭐 일부 방송이 저렇게 부르는 것은 저는 정파적 또는 진영논리를 방송이 결국 흡수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서로 다른 이념 때문에 과거엔 직책도 붙이지 않던 북한 정상에 대해서 이제는 직책을 그냥 불러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호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방송사들이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는 것은 진영논리를 방송이 흡수한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국가 정상에게 직책을 붙이는 건 정상외교 예우 차원에서 당연합니다. 중국 내 인권탄압이 벌어진다고 해서 시진핑 주석의 직책을 떼고 이름만 부르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직책을 떼고 이름만 부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국가 간 정상외교 호칭 문제를 한국 전직대통령 예우와 연관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현종 탄핵됐어도 전직대통령은 전직대통령

 

<뉴스TOP10>(412)에서 최병묵 정치평론가와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전직대통령 예우가 박탈되었다고 직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며, 박근혜 씨라 호칭하는 것을 편협한 생각이라 규정했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 제가 전직대통령 문재인 씨, 이렇게 부르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역사를 역사로 생각을 해야 됩니다. 아니 대통령 예우법에 탄핵 당했다고 해서 전직대통령 아닙니까? 전직대통령이잖아요. (중략) (전직대통령 예우가 박탈될 경우) 직책이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이, 전 대통령이 그럼 이분들이 예를 들어서 그 나중에 그 재판 받았다고 해서 전직대통령 아닙니까? 역사에 지울 수 있는 건가요? 저는 그런 편협한 생각을 좀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중략) 탄핵 당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부정된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중략) 당신은 탄핵됐으니까 모든 거 자체를 제로로 돌려야 된다? 전직대통령도 아니고 ? 이런 것들은요. 정말, 왜 우리가 김정은한테 계속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불러줍니까? 김정은 위원장한테는 그렇게 불러주면서 저렇게 우리의 재산(남북공동연락사무소)을 폭파시키고 우리의 사람을 죽인 사람을 위원장으로 불러주면서, 아니 전직대통령한테 전직대통령이라는 말도 못 붙이는? 이러한 게 말이 된다는 이야기입니까? (중략)

최병묵 정치평론가 : 잠깐만 말씀드리면 이런 거예요. 박근혜 씨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심정, 그냥 제가 짐작을 해보겠습니다. 전직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이런 것 아닌가요? 저는 그런 부분에 관해서 박근혜 씨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내가 왜 박근혜 씨라고 부를까하는 걸 한 번쯤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최병묵 정치평론가와 마찬가지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례를 꺼내들며 박근혜 씨 호칭 문제와 비교했는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직책을 붙이면서 전직대통령에게 전직대통령이라는 말도 못 붙이냐는 주장을 한 겁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박근혜 씨를) 전직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했습니다. 일개 개인이 아니라 언론사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박근혜 씨라 호칭하는 것을 두고, 박근혜 씨를 전직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전직대통령이라 호칭하지 않는 것이라고 부적절하게 짐작한 것입니다.

412, ‘박근혜 씨호칭이 옳지 않다고 주장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최병묵 정치평론가

 

사면복권돼도 형 효력 유지, 최소경호 외 전직대통령 예우 박탈

412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413일 신문지면 박근혜 씨 호칭 구분. =민주언론시민연합

 

박근혜 씨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회동을 보도한 412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이튿날인 413일 신문지면에서 박근혜 씨 호칭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경향신문과 JTBC전직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한 반면, 그 외 언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호칭했습니다.

 

언론은 2017310일 박근혜 씨가 탄핵된 이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호칭해왔습니다. 경향신문은 국정농단 주범 최서원 씨(최순실)2020611일 뇌물 및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8·벌금 200억 원 확정판결을 받은 뒤 전직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기 시작했습니다. JTBC2021114일 박근혜 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22·벌금 180억 원·추징금 35억 원 확정판결을 받은 뒤 전직대통령 박근혜 씨라 호칭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직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는 근거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7(권리의 정지 및 제외 등) 2항의 1~4호에 해당하는 경우 전직대통령으로서 예우를 하지 않기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씨는 이 중 1재직 중 탄핵을 받아 퇴임한 경우2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박근혜 씨 탄핵만으로도 충분히 전직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할 수 있지만 경향신문은 국정농단 주범의 형이 확정된 후, JTBC는 박근혜 씨 형이 확정된 후 해당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11231일 박근혜 씨 사면복권이 단행됐지만, 최소한 경호 외 전직대통령 예우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박근혜 씨가 받은 형의 선고 효력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호칭도 전직대통령 예우에 포함된다는 게 중론

박근혜 씨 호칭 문제를 논하며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2조에 “‘전직대통령이란 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재직하였던 사람이라고 돼 있으니, 박근혜 씨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부르든, ‘전직대통령 박근혜 씨로 부르든 문제될 것 없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BN <뉴스와이드>(412)에서 김경진 전 국회의원 발언이 그러했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해석에는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이 법에서 전직대통령이란 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재직하였던 사람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직대통령에 대한 정의를 내린 조항이 아니라 이 법이라 지칭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대상을 정의해놓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제721~4호에 해당될 경우 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돼 재직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전직대통령으로서 예우가 박탈되는 것입니다.

 

채널A <뉴스TOP10>에서 최병묵 정치평론가나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처럼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과 호칭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경우도 있는데요. 통상 예우호칭도 포함된다고 보는 게 중론입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곧잘 쓰이는 전관예우호칭이나 의전상으로 재임 당시의 관직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20189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언론은 북한이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며 북측의 예우가 달라졌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박근혜 씨 탄핵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호칭까지 규정하지 않는다지만 예우라는 것이 호칭에서부터 시작하고, 대통령이라는 호칭 자체가 존칭어이니 탄핵으로 그 예우를 상실했다면 박 전 대통령대신 박 씨라는 표현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 법무부 법무실장인 이상갑 변호사는 과거 한겨레 기사에서 전직대통령의 직책을 가졌다는 과거 사실에 근거해 그냥 전 대통령이라고 불러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으로 절제해 표현하는 것이 국정농단이라는 비판의 목적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씨 호칭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언론이 전직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는 게 정파적이거나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죠. 법률에 따른 호칭을 두고 정파적이거나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진영논리에 따른 주장 아닐까요.

 

- 모니터 대상 : 2022412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

민주언론시민연합

 

 

세월호 기억하겠다는 약속세월 따라 잊히는 건 아닐까

세월호 참사 8주기 맞아 잊혀가는

팽목항·광화문광장·안산 등 찾아

사회적 기억 형성하기 위한

국가·시민적 노력 계속돼야

지난 10일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앞두고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진도 팽목항.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 10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를 따라 긴 줄로 늘어선 채, 바람에 펄럭이는 노란 깃발의 끝자락이 닳아 있었다. ‘기억, 약속, 책임이란 글자가 새겨진 깃발 끝이 닳아 없어질 만큼 시간이 흘렀다.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 일부도 조금씩 흔적을 지워가거나, 몸살을 앓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8, 결코 잊혀선 안 될 기억의 공간들을 찾았다.

 

팽목항(현 진도항)부터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 세월호 참사 추모시설이 조성되고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 서울시의회 앞으로 규모를 축소해 옮겨간 광화문 기억공간까지. 우리는 세월호의 아픈 시간을 잘 기억하고 있을까. 세월호를 기억하는 공간을 찾아 다크투어(비극적 역사 현장이나 재난·재해 현장을 둘러보며 역사적 교훈을 얻는 여행)를 떠났다.

지난 10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둘러보는 유가족과 추모객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유가족-진도군민, 긴장 속 팽목항

팽목항에서 만난 최원준(35)씨 가족에게 4월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계절이다. 충남 공주에 사는 원준씨 부부는 세월호 참사 사흘 전인 2014413일 첫아이를 얻었다. 이후 원준씨 가족은 첫아이가 세돌을 맞은 2017년부터 매해 4월 둘째 주말 진도를 찾는다. “그때 저희는 아이가 태어나 산부인과에 있었는데,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곧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돼 마음이 아팠죠. 9, 7살인 아이들과 여길 찾는 이유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예요.”

팽목항은 참사 당시 피해자들이 뭍으로 처음 올라온 곳이다. 분향소, 강당, 식당 등으로 쓰던 가건물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 분향소로 쓰이던 현재 팽목기억관을 두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진도군이 대치 중이다. 현재 이곳은 진도 국제항 개발 공사 작업이 한창이다. 진도군은 오는 5월 제주~진도를 1시간30분 만에 주파하는 쾌속선 취항을 앞두고 지난해 4·5월과 지난 1월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시정명령 공문을 유가족 쪽에 보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이들을 기리고 추모객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진도군청은 팽목기억관을 철거하는 대신 같은 자리에 희생자 기림비를 설치하겠다는 등의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날 선 양측의 입장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진도군 관계자는 진도군민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큰 상을 치르는데 주민들이 웃고 놀 수 없다며 노래방 등을 자진 휴업하고 달려 나가 구조 활동을 도왔던 사람들이다. 이제 군민들의 사정도 이해를 해달라고 말했다.

 

팽목항 일대는 애초 어민들이 주로 이용하던 작은 항구 마을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기억을 사수하려는 희생자 가족들의 투쟁과 원주민들의 생존 투쟁이 팽팽히 맞서는 공간이 됐다. 팽목항 주변으로 분연한 갈등을 잠시 물려두고, 추모의 마음을 새기며 걸을 만한 길이 있다. 팽목항~팽목마을~갈대밭길을 지나 다시 팽목항으로 돌아오는 총 12팽목바람길은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가 개발한 3시간30분짜리 순례 코스다. 포털 사이트에서 팽목바람길을 치면 지도를 찾아볼 수 있다. 매월 첫째 토요일에는 낮 1시께 팽목항 방파제 기억의 벽앞에서 출발하니 다른 사람과 연대하며 걸을 수 있다.

 

팽목항을 뒤로하고 찾은 목포시 목포신항에는 세월호가 시뻘건 녹을 품고 잠들어 있었다. 10일 오후, 유가족과 4·16재단 관계자들이 세월호 앞에서 흰 국화를 놓고 추모식을 했다. 세월호는 신항에서 직선거리로 1.3떨어진 고하도에 영구 보존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10주기인 2024년 선체 이전을 시작해 2028년까지 거치를 완료한다는 일정이다. 고하도로 선체를 이전하기 전까지 세월호 참관과 추모를 원하는 시민들은 누구나 이곳을 방문할 수 있다. 다만 목포역~목포신항을 오가던 셔틀버스는 이용객이 줄었다는 이유로 20188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추모객들에게 세월호 참사 개요와 참관 관련 연락망 등을 안내했던 누리집(sewolinfo.mokpo.go.kr) 또한 현재 운영이 중단됐다.

 

시간이 흐른 만큼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조각나고 기억도 흐려지는 건 아닐까. 서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서울시의회 앞으로 터를 옮긴 기억공간은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15.67로 규모가 줄었다. 희생자 사진과 세월호 선체 모형이 전시된 것만으로도 공간이 꽉 찬다. 기존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를 기록한 영상 시청 장비와 추모글을 남기는 키오스크는 공간 부족으로 사라졌다. 이경희 4·16재단 활동가는 기억공간이 서울시의회 앞으로 오면서 직장인들이 주로 퇴근 시간대에 많이 방문하고 있지만, 이 공간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별다른 답변이 없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건물재산사용허가 조건에 따라 주 출입구를 가리거나 시민 편의를 훼손하는 요건에 걸려 기억공간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현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은 531일까지 사용 허가가 되어 있는 상태다. 이후로 최대 5년까지 연장은 가능하다.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공공미술품 세월호 기억의 벽’.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사람 사는 곳에 추모 자리 마련 이유

마지막으로 12,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를 찾았다. 이곳은 단원고 세월호 피해자 상당수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공원이기도 하다. 추모시설은 화랑유원지 안 남쪽 부지 23에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자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이 공원을 눈으로 한바퀴 훑으며 설명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이전에 있었던 다른 사회적 참사 희생자 묘역 여러곳에 견학을 갔어요. 희생자를 모셔둔 묘역을 가보면 큼직하고 보여주기 위한 공간도 있었고, 너무 외져서 가족들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곳도 있었어요. 그런 곳보다는 이런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접근성 좋은 곳으로, 아이들 추억이 있는 곳으로 데려와야겠다 생각했죠.”

 

하지만 유가족들의 뜻과 달리 일부 지역 주민들의 응답은 싸늘했다. 정 부서장은 우리가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선거철마다 정치적으로 이용을 많이 당했어요. 어떤 정치인은 꽃상여를 만들어서 종을 치고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그런 모습 보고 어떤 시민들은 유골함 너네 안방에나 갖다 놔라’, ‘시체 팔이 그만해라’, 그런 말들 너무 많이 들었죠.” 거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공간에 추모시설을 들여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8년 동안 지역주민과 수많은 토론·논의 끝에 그래도 초창기보다는 언니, 동생 하면서 이해를 받는 분위기라고 한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존해야 할지에 대해 미국 9·11 참사 이후 조성된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 등을 들어 설명한다. 두 곳 모두 시민의 일상적 생활공간 안에서 참사를 감각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곳이다. 김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식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삶 전체에서 여러 측면을 변화시킨 사건이다. 인간의 탐욕이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었다는 것, (‘가만히 있으라가 아닌)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등을 알려줬다. 이를 사회적 기억으로 형성하려는 국가적, 시민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도 목포 안산/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심각한 정치 양극화, 미래가 더 문제다 [대선 표심 분석]

한국 정치의 정서적 양극화와 정책 선호 양극화는 미국과 비슷하고 비호감 당파성은 미국보다 심각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정치적 양극화가 20대 유권자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2019427일 미국 위스콘신에서 재선 도전 유세 중인 트럼프 당시 대통령.AP Photo

 

당신의 동네, 학교,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가 당신과 지지하는 후보 혹은 정당이 다르다면,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신에게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러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시민들을 얼마나 가르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정치적 양극화가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미국에서 유권자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했을까? 2016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민주·공화당 지지자의 61%동네 사람이 같은 정당 지지자일 경우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미국의 정치를 통한 사회적 분열상을 연구한 메릴랜드 대학의 릴리아나 메이슨 교수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다른 당 지지자를 결혼 상대로 선호하는 정도는 같은 당 지지자에 대한 그것보다 36%포인트 낮다.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던 선거가 끝났다. 우리는 이번 시사IN웹조사에서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체계적으로 검증했다. 데이터 분석의 결과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상당히 심각하다.”

 

정치적 양극화는 유권자의 직관적 감정과 정책 선호 측면을 통해 드러난다. 먼저 직관적 감정부터 살펴보자. 유권자들은 정당이나 정치인들에 대해 다양한 감정을 갖는다.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 바로 호감과 비호감이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호감을 갖고,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선 비호감을 느낀다. 이런 마음속 정당 간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정치학자들은 감정온도라는 척도를 사용한다. 응답자가 어떤 정당에 가장 따뜻하고 호의적인 마음을 가졌으면 100, 가장 차갑고 비호감의 감정을 가졌으면 0,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으면 50으로 응답한다.

 

이를 통해 정서적 양극화의 정도를 나타낼 수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감정온도에서 다른 정당에 대한 감정온도를 뺀다. 국민의힘 지지자가 이 정당에 80, 더불어민주당(민주당)20이라는 감정온도를 가진 경우, 그의 마음속 두 정당의 거리60이다. 모든 응답자 마음속 정당 거리의 평균을 정서적 양극화의 정도로 측정한다.

 

그림 1에 정서적 양극화 정도를 담았다. 세로축은 지지 정당·후보별로 나누었고, 가로축은 각 정당과 후보에 대한 평균 감정온도를 보여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자의 평균 감정온도는 둘 다 39. 미국과 비교해보자.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은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서적 양극화 수치는 40.9였다. 역시 비호감 대선이었으며 정서적 양극화를 한층 강화했다고 평가되는 2016년 미국 대선의 정서적 양극화 정도가 이번 2022년 한국 대선의 그것과 매우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시사IN 최예린

 

후보 간 정서적 양극화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하 호칭 생략)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이재명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이하 호칭 생략)보다 평균 47 정도 높은 감정온도를 보였다. 윤석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윤석열에 대해 이재명보다 평균 44 정도 높은 감정온도를 나타냈다. 2016년 미국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의 평균 63.5(힐러리에 대한 감정온도-트럼프에 대한 감정온도)나 트럼프 지지자의 평균 57.2(트럼프에 대한 감정온도-힐러리에 대한 감정온도)보다는 낮은 수치다.

 

지지 당 호감보다 상대 당 비호감이 더 크다

유권자의 마음속 두 정당 간 정서적 거리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너무 좋아서 혹은 다른 정당이 너무 싫기 때문일 수 있다. 상대 당과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내 정치적 선호를 결정할 수도 있다. 이를 미국 정치에선 비호감 당파성(negative partisanship)으로 분석한다. 미국 유권자들이 양대 정당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으면서도 아주 강한 당파성을 띠며 행동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한국의 유권자들 역시 양대 정당을 못마땅해한다. 20대 대선 직후(311~14) 시행된 이번 웹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민주당에 대한 감정온도 평균은 35.4,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32.7이다. 둘 다 상당히 부정적인 편이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41.1%의 민주당에 대한 감정온도는, 굉장히 낮은 편인, 24 이하였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44.4%24 이하의 감정온도를 보였다. 76 이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응답한 유권자는 민주당은 9.9%, 국민의힘은 8.2%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국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비호감 당파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상대 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지지 정당에 대한 호감도보다 크면 비호감 당파성이 높게 나타난다. 비호감 당파성이 10이면, 감정온도로 측정한 상대 당에 대한 비호감의 감정이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호감의 감정에 비해 10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번 대선에서 비호감 당파성은 전체 평균 24.5였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26.3, 민주당 지지자는 23. 국민의힘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자보다 비호감 당파성의 정도가 더 강하다. 국민의힘 지지자가 국민의힘을 좋아하는 마음보다 민주당을 싫어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6년 미국 대선의 비호감 당파성은 평균 7.2였다. 트럼프 집권 이후 상대 당에 대한 거부감이 극도로 치솟았던 2020년 미국의 비호감 당파성은 평균 9.9였다. 이번 한국 대선의 비호감 당파성 정도가 미국의 그것을 훨씬 웃돌았다. 비호감 당파성 개념의 종주국을 넘어선 것이다.

 

후보들에 대해서는 어떠했을까? 평균 15로 비호감 당파성보다는 낮게 나왔다. 그러나 이를 세대·성별로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된다. 그림 2는 비호감에 따른 지지 감정을 세대와 성별로 보여주고 있는데, 세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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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최예린

 

첫째, 연령이 낮을수록 비호감에 따른 지지(특정 후보가 싫어서 상대 후보를 지지) 감정이 강해진다. 2030 세대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자신의 지지 후보에 대한 호감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재명에게 투표한 2030 여성이 같은 세대 남성에 비해 비호감에 따른 지지 감정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2030 여성들의 이재명 지지가 윤석열에 대한 거부감에 기인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2030 남성들의 경우 윤석열에 대한 지지 감정도 2030 여성과 유사한 수준으로 상대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압도하고 있다. 셋째,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비호감에 따른 지지 감정을 보여준다.

 

이제 정책 선호에 따른 양극화를 살펴보자. 정책 선호와 이념에 따른 양극화는 감정에 따른 양극화보다 복잡하다. 미국의 경우, ‘정치인들의 이념적 양극화는 명백하다라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대중이 정책 선호에 따라 양극화되었는지는 의견이 갈린다. 그런데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 유권자의 정책적 양극화를 잘 보여준다. 이 센터는 정책 의제에 대해 유권자들이 일관되게 진보적 혹은 보수적으로 응답하는지 분석해왔다. 이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정책적 양극화가 꾸준히 심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시사IN웹조사는 퓨리서치센터의 방법을 그대로 활용했다. ‘성장 대 복지’ ‘경제성장 대 환경보호’ ‘차별금지법’ ‘이민정책’ ‘대북정책’ ‘·미 동맹’ ‘난민정책’ ‘시장규제’ ‘동성혼10개 사안에 대해 진보·보수적 견해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보수적 응답은 +1, 진보적 응답은 1로 계산했다. 일관되게 보수적으로 응답하면 높은 수치, 일관되게 진보적으로 응답하면 낮은 수치가 나온다. 이렇게 정책 선호 점수를 계산해 지지 정당별로 분포를 나타내면 그림 3과 같다.

시사IN 최예린

 

두 정당 지지자 간 정책 선호의 거리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상대 당의 중위 수준 지지자보다 더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지 보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의 중위수는 1로 나타났는데, 국민의힘 지지자 중 -1보다 더 진보적인 정책 선호를 가진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9%에 불과하다. 즉 국민의힘 지지자 중 91%가 민주당의 중위 수준보다 보수적이란 뜻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국민의힘 중위수와 비교하면 어떠한가? 국민의힘 중위수는 3인데, 민주당 지지자의 11%만이 이보다 더 보수적인 선호를 갖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의 89%가 국민의힘 중위수보다 진보적인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정책적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다는 의미다.

 

세대별로 정책 선호 양극화를 비교하면 20대가 가장 심하다. 그림 4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당 지지자의 중위수와 국민의힘 지지자 중위수 거리가 가장 먼 세대가 20대다. 20대 국민의힘 지지자 중 민주당의 중위수보다 보수적인 비중은 97%이며, 20대 민주당 지지자 중 국민의힘 중위수보다 진보적인 비중은 93%이다. 전체의 양극화 수준보다 더 심각하다.

 

시사IN 최예린

 

이런 웹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정치의 정서적 양극화는 2016년 미국과 유사하고, 정책 선호 양극화는 2014년 미국과 비슷하다. 비호감 당파성을 비교하면 한국은 미국보다 그 정도가 심각하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정치적 양극화의 정도가 20대 유권자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미래에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 글에서 소개한 데이터 분석 결과가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전부 설명하지는 않는다. 한국 조사의 결과를 미국과 그대로 비교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학계, 언론, 정치권 전반에서 정치적 양극화를 주목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조사했다

조사 일시:2022311~14

조사 기관:한국리서치

모집단: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표집틀: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22월 기준 전국 75만여 명)

표집 방법:지역··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표본 크기:2000

표본오차: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집오차는 ±2.2%포인트

조사 방법: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가중치 부여 방식:지역··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22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응답률(협조율):조사 요청 9699, 조사 참여 2533, 조사 완료 2000(요청 대비 20.6%, 참여 대비 79.0%)

시사인 국승민 (오클라호마 대학 정치학과 교수)

 

 

820일의 K방역 성적표... 확진 세계 8, 치명률은 최저

확진 많지만 사망은 최소화

병상·인력 부족 문제 반복

방역 일관성·공정성 결여 비판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 행사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면서 한국은 첫 확진자 발생 이후 820일 만에 일상회복에 접어들었다. 'K방역'으로 주목받던 한국은 세계 8위 확진자 발생국이면서도 치명률은 세계 최저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망 최소화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병상·인력·백신·치료제 부족으로 위기가 반복됐던 건 오점으로 남았다.

 

국민 10명 중 3명 이상 걸려... 세계 확진자의 3.2%

국가별 치명률, 누적 확진자 수, 백신 접종률. 강준구 기자

 

17일 코로나19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 아시아에서는 2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누적 확진자는 1,6305,752명으로, 세계 전체(54192,096)3.2%. 누적 확진자 수 세계 1위인 미국(8,2309,113)의 약 20%, 아시아 1위인 인도(4,3042,097)38%.

 

국민의 30%가 넘게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치명률(0.13%)은 세계 최저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세계 190개국 중 예멘이 치명률 18.2%로 가장 높고, 수단(7.9%), 페루(6%)가 뒤를 잇는다. 주요 7개국(G7)미국 1.2% 캐나다 1.1% 영국 0.8% 일본 0.4% 등과 비교해도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국내 확진자의 96%가 오미크론 이후 발생

1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202052.4%까지 치솟았던 치명률이 18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높은 백신 접종률 때문이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2차 접종률은 86.8%,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포르투갈, 칠레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세계 평균(56.34%)과 비교해도 뛰어나다. 미국 CNN방송은 "한국과 뉴질랜드는 특히 질병과 사망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백신을 접종해 확진자가 늘어도 낮은 치사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변이인 오미크론이 확산한 후 대부분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오미크론 우세기로 분류하는 올해 11일부터 발생한 확진자는 1,5674,965명으로, 전체의 96.1%에 이른다. 이 시기 사망자도 15,529명으로 전체의 73.6%.

 

미국, 유럽 등에서 유행 감소 후 재확산을 불러일으킨 이른바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국내에선 오미크론(BA.1)과 동시에 확산했다. 이 때문에 확산 정점이 외국보다 높게 형성되며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점 당시 주간 일평균 코로나19 발생률은 100만 명당 7,835명으로, 미국(2,425), 영국 (2,681), 프랑스(5,436)보다 훨씬 높았다. 확진과 함께 사망 규모거 커지면서 화장장 대란이 계속되기도 했다.

 

부족의 연속이던 위기 수차례... '정치방역' 비판도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의료진이 의료폐기물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결과만으론 선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위기 상황도 수차례 있었다. 먼저, 병상과 인력 부족 문제가 유행 확산 때마다 반복됐다. 2020123차 대유행 당시 요양병원·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불어나면서 병상과 인력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고, 지난해 말엔 하루 1,000명 넘는 환자가 병상이 없어 대기하기도 했다. 이후 오미크론 유행을 앞두고 병상을 늘리고 이송 체계를 점검했지만, 수십만 명씩 환자가 쏟아지면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라 나왔다.

 

백신도 부족해 곤혹을 치러야 했다. 정부는 안전성을 이유로 초기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이는 결국 수급난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5월에는 물량 부족 때문에 고령층 접종을 중단했고, 1차와 2차 접종 간격을 조정했다. 먹는 치료제 또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재고량이 빠르게 줄어들자 부랴부랴 도입 속도를 올렸다.

 

방역 정책엔 일관성과 공정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달 초엔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으로 향하는 도중에 거리두기를 완화해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 방역'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먹는 일이 공포가 됐다20년간 밥상물가 최소 115%

채소·과일·해산물보다 고기 값

인건비 오르니 생산비도 함께 올라

지난 20년간 전체 물가 대비 먹거리 물가가 두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밥상머리 물가가 유독 더 오른 것으로 느껴진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인건비 증가, 친환경 농수산물 수요 증가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앞으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도 장바구니 물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년새 채소·고기 가격 2배 됐다

국민일보가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2001년과 2021년 물가 지수를 비교한 결과 전체 물가는 56.0% 상승한 반면 농··수산물은 평균 115.2% 올랐다. ··수산물 가운데 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항목은 축산물로 157.1% 상승했다. 농산물 가운데 곡물은 45.3%로 전체 물가 지수에 비해 덜 올랐지만 채소는 133.6% 상승했다. 수산물도 108.9% 상승률을 보였다.

 

먹거리 가운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세부 품목은 미나리다. 2001년과 비교해 280.8%나 가격이 비싸졌다. (249.9%)나 시금치(243.9%), 고춧가루(234.3%), 마늘(205.4%)처럼 배 이상 오른 품목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수산물 가운데 오징어는 20년 전보다 351.2% 가격이 급등했다. 2001년에 마리 당 1000원이었다면 지난해 기준으로는 3500원을 줘야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국산 쇠고기(175.3%), 수입 쇠고기(124.6%), 돼지고기(160.2%) 가격도 2배 이상 뛰었다.

 

급상승한 인건비에 친환경 유행까지기후변화도 영향

전체 물가보다 유독 농··수산물 물가가 많이 오른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 상승이 꼽힌다. 2001년 시간 당 2100원이던 최저임금은 지난해 기준 8720원으로 4배 이상 올랐다. ··수산업이 노동집약산업이라는 점에서 영향을 무시하기 힘들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웰빙열풍 역시 한 몫 했다. 친환경 농산물 수요가 점차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 가격은 일반 농산물보다 최소 1.4배에서 최대 4.2배까지 비싸게 팔려나간다. 일부 품목은 기후 변화 영향으로 가격이 올랐다. 오징어는 온난화 영향으로 어획량이 줄어든 것이 가격 상승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이 제한된 일부 식량 품목까지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 교수는 , 옥수수 등 필수 식량 공급이 특정국 과점 체제로 전환된 영향이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들어서는 외식물가까지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1년새 40조 불어난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 고작 2%

총적립금 규모 300조원 육박

수익률은 연간 물가 상승률에 못미쳐

개인형 IRP35.1% 급증

고용노동부 제공

 

퇴직연금이 지난해 한해 동안 40조원 넘게 늘어 총적립금 규모가 3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익률은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2.5%)을 밑도는 2%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17일 발표한 ‘2021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56000억원이었다. 전년(2555000억원) 대비 401000억원(15.7%) 늘었다. 2016147조원이었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매년 10%대로 성장해 5년 만에 2배 이상 불어났다.

 

제도유형별 비중을 보면 확정급여형(DB)171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확정기여형(DC)776000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465000억원이 적립됐다. 세제 혜택이 부여되는 개인형 IRP는 전년보다 121000억원(35.1%) 늘며 3년 내리 30%대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연간 수익률은 2%를 기록해 전년보다 0.58%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졌고, 주식시장 역시 정체되면서 수익률이 하락했다고 고용부는 분석했다. 전체 적립금을 상품유형별로 보면 원리금보장형은 2554000억원(86.4%), 실적배당형은 402000억원(13.6%)이다.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전년 대비 0.33% 포인트 감소한 1.35%로 집계됐다. 실적배당형 수익률은 6.42%로 전년보다 4.25% 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령이 시작된 계좌는 397270좌로 일시금 선택 비중은 95.7%, 연금수령은 4.3%였다. 평균 수령액은 일시금 1615만원, 연금수령 18858만원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코로나 팬데믹 사망자 600만명 아닌 1500만명

© 뉴시스 [벵갈루루=AP/뉴시스]12(현지시간) 인도 벵갈루루 외곽 공공 화장터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이 화장되고 있다.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334938, 사망자는 254225명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자가 지난해까지 전세계적으로 1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한 조사결과를 지니고 있다. 1년 넘게 연구자들이 조사한 결과로 각국이 밝힌 사망자 통계를 합한 600만명의 2배를 훨씬 넘는 수치다. 그러나 WHO는 인도가 자국의 사망자수 공개를 거부하는 탓에 이 수치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16(현지시간) 보도했다.

 

WHO가 추가로 집계한 900만명의 사망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인도의 사망자로 추계된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자국의 사망자를 52만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WHO는 인도 사망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최소 400만명에 달한다는 것을 익명의 당국자들로부터 확인한 상태다.

 

WHO의 인도 사망자수 추계는 인도 정부의 자료와 각 지방 및 가정의 사망자 통계를 합한 것으로 누락된 사망자수를 통계적 방법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 코로나 사망자 추계와 기존의 사망자 추계의 차이는 대부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차지한다. 또 다른 질병을 앓다가 팬데믹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

 

캐나다 토론토의 지구보건연구센터 프라바트 자 소장은 "정확한 사망자 수는 백신 접종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 지를 파악하는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HO는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자수를 정확하게 추계하기 위해 인구학자, 보건전문가, 통계학자, 데이터 분석가 등으로 구성된 기술자문그룹을 가동했다. 이 팀은 지난 1월 사망자 추계를 완성했지만 발표를 계속 늦춰왔다. 그러자 일부 전문가들이 WHO가 수치를 밝히지 않는다면 연구자들이 밝히겠다고 경고하기도 했고 암나 스마일베고비치 WHO 대변인은 "4월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WHO의 사망자추계 책임자 사미라 아스마 박사는 "모든 사람과 협의를 끝내기 위해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WHO의 추계방법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월 유엔 통계위원회에 보낸 성명에서 "인도는 조사과정이나 협조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된 통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와 이집트도 팬데믹 사망자 추계 발표에 반대하는 나라들이다.

 

아스마박사는 인도가 대규모 인력을 WHO에 보내 자료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백신접종 노력을 잘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전반적인 팬데믹 대응에 대해선 비판을 받아 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1월 인도가 "대재앙에서 인류를 구했다"고 자랑했으며 두달 뒤 인도 보건장관이 "코로나가 막판에 다다랐다"고 밝혔었다. 이와 함께 당국자들은 비판 목소리를 침묵시키려 시도해왔다.

 

지난해 42차 코로나 확산 때 인도의 병원들은 산소가 부족해 환자들을 받지 못했고 당시 사망자 상당수가 제대로 집계되지 못했다.

 

지난 2월 인도 보건차관이 사이언스 저널에 실린 사망자 추계가 공식 숫자의 6~7배로 부풀려졌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인도 정부는 인도의 팬데믹 사망자수를 400만으로 추계한 란셋 논문의 방법론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인도 국민들의 사망자수를 지난 2년동안 WHO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WHO 연구자들은 12개 주의 사망자수를 집계했다. 집계에 참여한 미 워싱턴대 통계학 및 생물통계학 교수 존 웨이크필드는 WHO가 지난 12월 사망자 통계를 발표할 준비를 끝냈다면서 "인도가 불만을 표시해 온갖 민감도 분석을 했으며 추계치는 더 완성도가 높아졌다. 발표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해말까지 코로나 사망자가 30만명이라고 WHO에 통보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가통계국은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러시아 정부가 이 수치를 문제삼고 있지만 차이를 해명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사망자수가 5000명이 안된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사망자수가 조작됐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정부의 공식 사망 통계에 따르면 2달 동안 봉쇄된 우한 지역의 심장 및 당뇨 사망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한지역의 20201분기 총사망자수가 50% 이상 많을 것으로 추계한다./ 뉴시스

 

조선·중앙·매경, “검언유착 의혹 한동훈 괴롭히기’” 왜 주장하는가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알려진 취재원 강요미수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46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같은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은 남았습니다. 검찰은 사건 초기 적극 수사에 나서지 않으며 이동재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에 보낸 다섯 통의 편지 외에 직접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핵심 증거물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의 아이폰 휴대전화는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검찰은 현재 기술력으로는 휴대전화 잠금해제 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을 위해 어떤 시도를 했고, 무엇을 근거로 현재 기술력에 실효성 없다고 판단했는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기대한 국민에겐 실망스런 소식입니다. 검찰이 밝힌 무혐의 처분 이유만으로는 이번 사건에 제기된 검찰권력과 언론권력의 유착 의혹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론보도는 의혹 해소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처분이 나온 4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언론보도를 살펴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해 문제 있는 주장을 정리했습니다.

 

한동훈 휴대전화 언급 않더니, ‘날조극’‘배후주장까지

일부 언론은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처분을 두고 검언유착 없었다고 단정하는 보도에서 더 나아가 일련의 사건들이 한동훈 괴롭히기였고, 이젠 검찰이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요구까지 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한동훈 2년 만에 무혐의, ‘검언유착날조극 진상 밝혀야>(48), 중앙일보 <사설-검찰의 한동훈 괴롭히기추진한 배후 밝혀야>(48), 매일경제 <사설-한동훈 2년만에 무혐의 처분, 시간 끈 검찰 지휘부 책임 크다>(48)는 직접 의혹 조작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화일보 <포럼-한동훈 모함 세력 척결과 법치 정상화>(48일 김성천 중앙대 교수), 세계일보 <사설-한동훈 2년 만에 무혐의, ‘검언유착 조작책임 누가 질 건가>(48)는 조선일보중앙일보매일경제만큼 강하진 않지만 비슷한 뉘앙스를 담았습니다.

48,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관련 조선일보중앙일보 사설 제목

 

중앙일보는 해당 사설에서 “‘검언 유착의혹은 검찰 수사에서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라며 이제는 그 사건과 동전의 이면 관계인 집권 세력과 MBC권언 유착의혹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숙제를 검찰이 떠안게 됐다고 썼습니다. 이어 지난해 7월 이동재 전 기자가 무죄 선고를 받은 데 대해 여권 세력과 친정부 검사들의 집요한 수사는 뜻대로 먹히지 않았다차제에 검찰은 채널A 사건이 문재인 정부 비리 의혹을 감추고 권력 실세들을 보호하기 위한 친여 세력들의 조직적 기획이 있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한 검사장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던 검·언 유착 공작이 무산된 것”, “채널A 사건에는 정권이 뒤에 있지 않으면 설명될 수 없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라며 마치 검언유착사건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 사설과 마찬가지로 정권과 사기꾼, 친정권 방송 등이 공모한 날조극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적극 수사는 주문하지 않더니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단서인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에 대해선 모른 체하다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실체가 없다”(중앙일보), “처음부터 범죄가 성립될 수 없다”(조선일보)며 아예 아무런 의혹이 없는 대상을 누군가 모함한 듯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이는 사실이 아닐뿐더러 근거로 삼고 있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 보도를 한 MBC가 편향적이란 주장 역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합니다. 이들 언론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촉구하는 보도가 필요할 때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해야 한다거나 검찰의 적극 수사를 요구한 바도 없습니다. 그랬던 언론이 이제 와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근거로 엉뚱한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전형적인 검찰편들기 보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동재 전 기자가 지난해 716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것도 검언유착 없었다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채널A의 조직적 증거인멸과 꼬리 자르기, 일부 언론의 본질 흐리기와 채널A 감싸기가 계속된 상황에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재판부 결정은 일견 예견된 바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재판부는 특종취재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에 대한 처벌 가능성까지 운운하며 정보를 얻으려고 했고, 후배기자와 함께 검찰 고위간부를 통한 선처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회유하려고도 한 행위는 명백히 기자로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이 취재윤리 위반조차 비판 없이 제식구 감싸기에 골몰한다면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그를 둘러싼 관계자를 비호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검언유착에 유착한 언론

게다가 검언유착의혹이 공모된 것이라고 주장한 일부 언론은 사건 초기 사실관계를 밝혀내기 위한 보도를 하기는커녕 채널A를 지원하기 위해 제보자X’ 신원을 문제 삼는 보도를 준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뉴스버스 <단독-검언유착 수사기록 보니, 일부 기자들 검찰유착 선 넘었다’>(216)가 당시 검언유착 사건 수사기록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일부 검찰기자들이 기자와 취재원 관계를 넘어 검찰과 유착된 정황뿐 아니라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기자는 채널A 기자들과 관련 대화를 나눈 내용이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202043, 중앙일보 A기자가 채널A 백모 기자에게 나도 지OO 캐보고 있거든. 어디가면 만날 수 있느냐고 물으며 검찰에서도 (지씨를) 취재해봐라(고 한다) (지씨를) 박살내고 싶어하지. 그래서 나도 뒤를 캐볼까 하는데라며 지 씨 연락처를 받아갔습니다. 미디어스 <‘검언유착의혹에 또 다른 검언유착 정황>(218)에 따르면 해당 대화 이후 중앙일보는 제보자X’가 여권과 관계돼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채널A-검찰 의혹 제보자X, 여당 출마자에 정경심 변호 제안”>(202043일 김민상 박사라 기자) 기사를 게재합니다. 202043일 새벽 배혜림 채널A 법조팀장은 채널A 백모 기자로부터 조선 내일 아침자 1면이래요라는 카카오톡 보고를 받고 굿굿이라고 답했고, 닷새 뒤인 48일 백모 기사는 채널A 영상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선, 중앙, OO랑 도와주고 있어요. 조선은 많이 해주고 있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 그해 43일 조선일보 1면에 <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9일뒤 MBC ‘·언 유착보도>(202043일 박국희 류재민 기자)를 실었는데 제보자X현 정권 골수 지지자라는 게 골자로 제보자X의 신원을 문제 삼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12면에 <사기전과 MBC 제보자, 뉴스타파·김어준 방송서도 활약>, <최경환 신라젠 65억 투자 보도MBC 내부서도 검증없이 보도”> 등도 함께 실었죠. 조선일보는 MBC 첫 보도 이후 3개월 여간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을 부정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놓았는데 민언련이 <조선일보의 채널A 검언유착진상규명 방해 4가지 방법>(202072)에서 그 보도행태와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사건 초기부터 줄곧 언론으로서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은커녕 검언유착유착한 정황까지 드러난 일부 언론은 실체가 없었다고 왜곡하는데 그치지 않고 급기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향해 한동훈 괴롭히기였다’, ‘공모를 밝혀라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채널A를 비호해주려던 언론끼리의 공모 의혹도 반드시 밝혀져야 하는 까닭입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제보자 신원을 문제 삼은 202043일자 조선일보 12면 머리기사

조건부 재승인채널A, ‘나몰라라말라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채널A<2년 만에 한동훈 무혐의검언유착 없었다>(46일 박건영 기자)라고 보도했습니다. 제목에 검언유착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이튿날엔 <‘한동훈 명예훼손유시민 징역1년 구형>(47일 김승희 기자)에서 검찰이 한동훈 검사장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징역 1년을 구형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채널A는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이자 재판부로부터 취재윤리 위반을 크게 질책받은 언론사로서 진상규명의 1차 책임이 있음에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왔습니다. 2020331MBC 첫 보도 바로 다음 날 채널A는 저녁종합뉴스 클로징멘트에서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신속하게 조사할 것이며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의혹 56일 만인 525늦장 발표한 자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윗선 개입은 없었다고 발뺌했습니다.

 

20208월 검찰이 강요미수 혐의로 이동재 전 기자와 백승우 기자 2명을 기소했을 때도 채널A는 검찰 조직과 채널A 차원의 공모 또는 개입은 없다고 강조하는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앵커브리핑-검찰, 기자 2명 기소깊은 유감>(202085)에서 잘못된 취재 관행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어진 <검찰, ‘공모빼고 기자 2명 기소>(202085일 조영민 기자)에선 한동훈 검사장은 공소장에 공범으로 표시되지 않았고,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10명이 넘는 검사를 투입해 4개월간 고강도 수사를 벌였지만, 두 사람이 공모했다고 볼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4개월 수사했는데 공모빠진 이유>(202085일 최주현 기자)에서는 “(기소 내용에) 채널A 회사 차원의 개입 혐의도 담기지 않았다고 거듭 부각하더니, <‘MBC-친여인사 의혹수사는 지지부진>(202085일 이은후 기자)에서는 오히려 MBC와 제보자X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오보로 밝혀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미리 알았다는 논란에 관해서도 채널A는 집중하여 보도했습니다. 20208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권경애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게시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받아쓴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 및 반론보도 조정을 받은 사안입니다. 당시 채널A<“방통위원장이 한동훈 쫓아내야 한다고 했다”>(202086일 이민찬 기자), <“한상혁 고발” vs “음모론 확산 대응”>(202087일 이민찬 기자), <변호사 vs 지휘검사 3년 전 악연>(202087일 조영민 기자) 등을 통해 권언유착프레임 만들기에 열중했습니다.

권언유착 의혹 관련 조선일보 정정 및 반론 보도문(2020911)과 채널A 기자 기소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채널A(202085)

 

이동재 전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021716, 채널A<16개월 만에신라젠 취재 의혹’ 1심 무죄>, <대규모 수사팀 투입 검언유착몰았지만> 등에서 수사와 재판에서 유착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 “무리한 의혹제기와 수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렇듯 채널A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문제가 없었다는 식의 보도를 해왔습니다.

 

2020년 종합편성방송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불거지며 취재윤리 위반 문제가 지적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그해 49일 김재호김차수 채널A 공동대표를 불러 재승인 관련한 의견청취를 진행했습니다. 김재호 공동대표는 취재윤리 위반을 시인하고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채널A는 취재윤리 위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방송의 공적 책임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실이 확인되면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철회권 유보 조건으로 힘겹게 재승인을 통과했습니다. 이른바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것인데요.

 

채널A가 이동재 전 기자 강요미수 혐의 1심 무죄 및 한동훈 감사장 불기소 처분에 대해 검언유착 실체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일관되게 강변하는 배경은 이런 과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많은 의혹을 남겼습니다. 그중 강요미수혐의와 관련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겐 1심 무죄가 선고되고, 한동훈 검사장에겐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채널A를 비롯해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마치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무죄 또는 무혐의를 받은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과 언론의 유착은 없었느냐, 채널A 기자들이 남긴 수많은 문자와 메시지 속 검사는 누구냐, 이동재 전 기자가 관련 취재 이후 두 달간 한동훈 검사장과 총 327번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와 그 내용은 무엇이냐 등은 여전히 따지지 않고 있습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실체가 꼭 밝혀져야 할 중요한 이유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246~8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및 온라인 보도, 뉴시스, 뉴스1, 연합뉴스, YTN 온라인 보도 / 202041일부터 지금까지 채널A <뉴스A>의 검언유착 관련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박근혜에게 가세연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라는 공통분모로 가로세로연구소와 유영하 변호사가 엮였다. 유 변호사와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는 각각 대구시장과 경기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혔다.

 

3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2리의 집 앞에 도착해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던 아이와 인사를 하고 있다.시사IN 신선영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이 대구로 돌아갔다. 그가 대구 땅을 마지막으로 밟은 것은 2016121, 대구 서문시장 화재 다음 날이었다. 탄핵 정국 속 외출이었다. 여드레 뒤인 129일 탄핵안이 가결됐다. 급기야 이듬해(2017) 331일엔 구속된다. 그가 다시 대구를 찾기까지 1940일이 걸렸다. 특별사면 후 그는 4선 의원을 지낸 자신의 정치적 고향 달성에 터를 잡았다. 324일 자택 앞 기자회견에서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달성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스스로를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의 귀향을 반기지 않는 한 시민이 소주병을 던져 현장에 잠시 혼란이 일었지만, 소감을 말하는 얼굴은 대체로 평온했다. 화동이 꽃을 전해주고 지지자 수천 명이 몰렸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의 금의환향이었다.

 

입주 이후 두 번째 주말을 맞은 43,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2리 박근혜 사저 앞을 다시 찾았다. 남쪽의 봄은 이미 완연해 벚꽃이 흐드러져 있었다. 사저 입구에 세워진 간판 밑에는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걸 알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과 함께 대한민국에 다시 봄이 올 것을 기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근혜 사저 인근 주말 방문객 수는 3000~5000명에 달했다(경찰 추산). 달성군에서는 임시주차장을 마련하고 이동식 화장실 두 곳을 설치했다. 경찰 인력도 추가 배치됐다. 길가에 국화빵, 뻥튀기, 식혜 등을 파는 푸드트럭이 늘어섰다. 바쁘게 국화빵을 팔던 상인은 이곳의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는 곳은 아니에요. 근처에 비슬산휴양림이 있긴 한데 거기까지 거리가 좀 있으니까. 다들 대통령 사저 보러 온 거죠. 저도 대통령님 내려오기 직전에 여기 자리 잡았어요.” 행락객들은 기온이 19까지 오른 대구 박근혜 사저 앞에서 함께 온 자녀와 연인, 반려동물과 봄날을 즐겼다.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실물 크기의 박근혜 입간판이 선 곳이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끝에 차례를 맞은 지지자들은 사진 속 박근혜의 손을 꼭 잡으며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시민 모임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달성환영단에서 만든 우편함은 응원 엽서로 가득 차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남성 지지자는 천천히 생각하며 손편지를 썼다. “무고하게 고생하신 박 대통령 힘내시고 명예회복 하시길 기원합니다.” 마지막 문장을 고민하던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저 인근에는 카메라를 들고 라이브 방송을 하는 유튜버 10여 명이 눈에 띄었다. 박근혜의 업적을 기리고 탄핵의 억울함을 설명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관람객 일부는 사저로부터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명소도 찾았다. 강용석 소장과 김세의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대구지점 사무실이다.

 

대구의 명소가 된 박근혜 사저는 어떻게 마련됐을까? 사면 이후 무일푼으로 알려진 박근혜의 집 구입비를 두고 추측이 무성했다. 국정농단·특활비 상납 혐의로 박근혜에게 부과된 벌금과 추징금은 215억원에 달했다. 박근혜의 예금이 압류되고 내곡동 사저까지 경매에 넘어갔다. 주택 매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매매가 25억원, 취득세 3억원의 주택이 대구 달성군에 마련돼 217일 박근혜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가세연이 매매대금을, 유영하 변호사가 취득세를 댔다.

 

달성 사저 구입비의 출처는

달성 사저 구입비의 출처에 대해 처음 입을 연 사람은 가세연의 김세의 대표였다. 그는 226일 가세연 SNS일일이 다 밝히지 못해서 속타는 심정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하나 남겼다. “저와 강 소장(강용석 변호사)은 반드시 박 전 대통령 거처를 마련하겠다고 여러분께 약속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님은 현재 재산이 전무한데 달성 사저 문제는 저와 강용석 소장이 직접 밝히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박 대통령님께서 직접 밝히실것이라는 내용이었다. 20218월 가세연이 박근혜의 서울 내곡동 사저를 구입하기 위해 당시 감정가이던 316554만원보다 5억원을 높여 공매 입찰에 참가했던 사실도 다시 조명받았다. 당시 386400만원을 써낸 입찰자가 있어서 가세연은 차순위 매수 신청을 했지만 낙찰받지 못했다.

 

대구 사저 구입비 내역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325, 박근혜가 달성 사저에 입주한 다음 날이었다. 박근혜 측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했던 유영하 변호사는 대구·경북 일간지 매일신문의 유튜브에 출연해 사저 구입비용은 실제로 가세연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 맞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저 구입비를 가세연이 내줬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어쩌자고 논란이 많은 가세연과 박 대통령을 연결시켰습니까?’라는 시청자 실시간 댓글이 올라오자 이에 답변한 것이다. 그는 주택 구입 당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인 간의 채무 채권이라 내역을 상세히 밝힐 순 없지만 도움을 받은 것은 확실하며, “도움을 준 사람들이 도움을 줬다고 말할 수 있으니 “(가세연을) 너무 나쁘게 받아들이지 마시고 넉넉하게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가세연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을 계획도 마련해두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돈 역시 가세연을 통해 나온다. 가세연은 박근혜가 사면되기 전날인 20211230일 박근혜의 옥중 서간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유영하 엮음)를 출간했다. 가세연은 책 판매 수익금 전액을 박근혜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세연에 따르면 325일 기준으로 해당 책은 206000여 권이 판매됐다. 제작비용을 뺀 순수익은 6억원가량이다. 유 변호사의 계획은 가세연으로부터 인세를 받게 되면 그 금액으로 빌린 돈의 일부를 갚겠다는 것이다.

 

박근혜씨가 후원회장을 맡은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최근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김세의 대표가 SNS에 쓴 글에 따르면 가세연은 박근혜에게 돈을 직접주지 않았다. 김 대표는 그 이유를 박근혜는 절대로 돈을 받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증여세 절감의 효과도 언급했다. “대한민국 증여세가 50%라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사저 구입비) 28억원의 50% 세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14억원입니다. 14억원은 저나 강 소장님이나 유 변호사님이 내는 게 아니라 증여일 경우,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직접 내셔야 할 세금이 되는 것입니다.”

 

박근혜라는 공통분모로 가세연과 유영하 변호사가 엮였다. 유 변호사가 유튜브에 출연한 325일 김세의 대표는 가세연 SNS“(매매대금 25억원 중) 김세의가 21억원, 강용석이 3억원, 가로세로연구소가 1억원을 보탰다고 구체적인 액수를 밝혔다. 자신과 유영하 변호사가 달성 지역에서 후보지 다섯 곳을 직접 찾아다녔으며 계약서에 서명할 때 함께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왜 이리 통 큰 투자를 했을까? 41, 유영하 변호사는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대구시장 후보 출마 선언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유 변호사는 박근혜가 자신의 후원회장이 되어주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가세연의 김세의 대표와 강용석 소장도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이들은 출마 현장을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하며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이 됐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지지 표명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소장은 “(유영하를) 꼭 당선시켜야 하는 상황이고 단 몇 프로(의 지지율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박근혜가) 직접 (유세 현장에) 나오시는 것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44일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가 경기도 수원시 세류역 앞에서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했다.시사IN 조남진

 

사흘 뒤인 44, 강용석 소장도 출사표를 냈다. 강 소장은 경기도 수원시 세류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루지 못한 꿈을 경기도에서 강용석이 이루겠다라며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소통한 바가 있느냐는 시사IN의 질문에 강 소장은 차차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느끼실 수 있을 거다. 벌써 밝히기에는 성급하다라고 답했다.

시사인 김다은 기자

 

가세연의 조민 근무 병원 침입을 논란으로 중계한 언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쓰레기 같은 악행분노

조국 전 장관의 19일자 페이스북.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지난 18‘[충격단독] 여전히 의사로 일하는 조민 포착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언론은 해당 영상 내용을 논란으로 인용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가세연과 언론을 향해 분노했다.

 

<“키도 크고 예뻐요조국 딸 조민 근무 병원 찾아간 가세연 논란>(뉴시스), <조민 근무 병원까지 쫓아간 가세연조민은 경비 불렀다>(헤럴드경제), <조민 병원 찾아가 키 크고 예뻐가세연 영상 논란>(서울신문), <“스토커 가세연밥먹는 조민에 다짜고짜 카메라 들이댔다>(중앙일보), <“왜 아직 의사?” 가세연, 병원 식당 침입해 조민 인터뷰 논란>(조선일보) 등 가세연 영상을 인용한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TV조선은 혼자 사는 딸 방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더니, 가세연은 근무하는 병원 직원 식당에 침입하여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기성 언론은 흥미꺼리로 이를 실어주었다고 비판한 뒤 쓰레기 같은 악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개탄했다. 다수 언론은 가세연의 부적절한 행위를 논란으로 중계하며 가세연이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하게 만들었다.

 

조국 전 장관은 이 자칭 기자들은 윤석열 정부 인사 자녀들에게 이런 짓거리를 하지는 않는다. 예의 바르고 양순하기 그지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내 딸의 실명은 물론 얼굴 공개도 서슴지 않던 언론이, 정호영 후보자 자녀의 경우 실명도 공개하지 않는다며 언론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은 지금껏 조민씨를 향한, 스토킹에 가까운 취재에 고통을 호소해왔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책 조국의 시간에서 조선일보 기자는 딸이 중요한 시험을 보는 날 시험장 입구에서 질문을 던지고,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까지 따라가 질문하며 답을 요구한 후 딸이 시험을 쳤다는 기사를 내보냈다고 적었다.

 

조선일보는 2020828조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는 기사를 냈다가 사실관계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부정확한 기사였다며 오보를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621일엔 3인 혼성 절도단이 성매매를 원하는 50대 남성을 유인해 협박한 뒤 돈을 뜯어낸 사건을 다룬 기사에서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이 등장하는 삽화(일러스트)를 사용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TV조선 기자·PD2019년 조민씨가 혼자 사는 오피스텔 1층 보안문을 통과해 집 앞에서 소란을 피워 조 전 장관 측이 주거침입죄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경찰은 202010월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철운 기자

 

40·진보 언론불신높아신뢰매체 1위는 KBS

KBS-칸타코리아, 2022년도 1분기 미디어 신뢰도 조사 결과

언론신뢰도’ 40대 비신뢰, 20대 이하 신뢰 상대적으로 높아

 

KBS의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 40대 및 중도·진보 성향의 언론 불신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하는 매체는 대체로 KBS가 꼽혔는데 응답자 특성에 따른 매체별 신뢰도 차이도 확인된다.

 

KBS18일 공개한 2022년도 1분기 미디어 신뢰도 조사(14) 결과 TV, 라디오에 대한 신뢰는 신문,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의 매체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별 긍정 평가율은 TV50.4%(부정 45.5%)로 과반을 넘었고, 라디오가 36.1%(부정 26.0%)로 부정 평가율을 앞섰다. 같은 레거시 미디어인 신문의 경우 부정 평가율이 36.9%로 긍정 평가(30.2%)보다 높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부정 평가율이 과반을 넘겼다.

 

그러나 언론 신뢰도에선 불신이 압도적인 현실이다. 국내 언론매체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선 비신뢰응답이 과반인 63.5%에 달한 반면, ‘신뢰36.5%에 그쳤다. 일주일 기준으로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 그룹(0~1)의 비신뢰도가 82.2%로 가장 높다.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 소셜미디어 신뢰도 조사. 출처=KBS 2022년도 1분기 미디어 신뢰도 조사

 

언론 비신뢰도는 성·연령·권역·학력·직업·월평균가구소득·이념성향 등 전 그룹에서 절반이 넘었다. ‘학생그룹만이 유일하게 신뢰가 60.8%, 비신뢰(39.2%)를 크게 상회했다. 학생 응답자는 1020명 중 80명으로 표본이 작은 축에 속한다.

 

보통 학생 연령대에 해당하는 20대 이하 그룹의 언론 불신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사실이다. 언론 비신뢰도는 40대가 70.5%로 가장 높고 50(68.4%), 30(63.0%), 60세 이상(62.5%), 19~29(51.7%) 순이다. 반대로 신뢰도는 19~29세가 48.3%로 가장 높고 60세 이상(37.5%), 30(37.0%), 50(31.6%), 40(29.5%) 등으로 집계됐다.

 

이념성향별로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비율은 진보(66.8%), 중도(66.8%), 보수(59.9%), 무응답(51.5%) 순으로 높다.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무응답(48.5%), 보수(40.1%), 중도(33.3%), 진보(33.2%) 순으로 나타났다.

언론 신뢰도 조사. 출처=KBS 2022년도 1분기 미디어 신뢰도 조사

 

언론 매체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선 KBS가 전 항목 1순위로 꼽혔다. KBS는 자사 조사를 기준으로 KBS신뢰하는 언론 매체’ 20194분기 이후, ‘신뢰하는 방송사’ 20201분기 이후 1위를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KBS에 대한 신뢰도를 뜯어보면 정치성향별로는 무응답(35.3%)·중도(22.7%) 그룹에서 높다. 진보 그룹에서는 MBC(23.1%), 보수 그룹에선 TV조선(19.3%)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응답자 특성별 신뢰도 2, 3순위 매체도 살펴볼 만하다. 먼저 직업별로는 농어임업 KBS-MBC-JTBC 자영업 KBS-MBC-TV조선 블루칼라 KBS-MBC-JTBC 화이트칼라 KBS-MBC-JTBC 가정주부 KBS-TV조선-MBC 학생 KBS-네이버-SBS 무직/기타 KBS-TV조선-YTN 등으로 나타났다.

 

학력별로는 중졸이하 KBS-TV조선-MBC 고등학교 KBS-MBC-네이버 전문대 KBS-MBC-TV조선 4년제대학 KBS-MBC·JTBC-SBS 대학원이상 SBS-MBC-TV조선 순이다.

신뢰하는 매체. 출처=KBS 2022년도 1분기 미디어 신뢰도 조사

 

요컨대 언론 신뢰도는 대체로 KBS·MBC1·2순위인 가운데 가정주부와 무직·기타직군은 TV조선, 학생은 네이버를 2순위로 꼽았다. 대학원 이상 응답자(80)가 적은 점을 감안해도 소위 고학력에 가까워질수록 SBS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된다.

 

권역별 상위 3개 매체는 서울·인천경기 KBS-MBC-SBS 부울경·대구경북 KBS-TV조선-YTN 광주전라 KBS-MBC-JTBC 대전세종충청 KBS-TV조선-JTBC 강원제주 KBS-JTBC-SBS 순이다. 수도권 및 호남권 2순위는 MBC, 기타 지역은 TV조선이 우세한 양상이다.

 

한편 KBS는 이번 조사에서 KBS 수신료 지불 가치가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수신료 지불 가치에 대한 긍정 의견은 54.0%, 부정 의견은 46.0%로 나타났다고 KBS는 밝혔다.

 

KBS20221분기 미디어 신뢰도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코리아가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20명에게 국내 언론 신뢰도, 매체 신뢰도, 신뢰하는 언론 매체 및 방송사 등을 물은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이며 자세한 조사 결과는 KBS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현직 부장검사 "검사가 직접수사 안하는 이유는

검수완박 논쟁중심 미국검사 들어보니

경험상 사건 99.99% 경찰이 직접 수사

검사 직접수사 할수 있지만 일부러 안해

 

미국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 검찰청 정한성 부장검사.

 

권민철> 검사 경력은 얼마나 되셨나요?

정한성> 10년째 돼 갑니다.

 

워싱턴=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100분 토론22년치로 보는 우리 사회 발언권을 쥔 자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999년부터 2021년까지 100분 토론943회분 방송에 출연한 토론 패널 4194명을 분석했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발언권을 갖는지 알 수 있다

100분 토론은 한국의 대표적 TV 토론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20031120일 당시 손석희 앵커(오른쪽)가 진행하고, 지금은 고인이 된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참석했을 때의 장면이다.국회사진취재단

 

한국 사회에서 누가 발언권을 갖는가. 텔레비전을 켜보라. 신문을 펼쳐보자. 인터넷 뉴스를 클릭해보라. 그곳에서 누가 말을 하고 있는가? 누가 출연하고, 누가 인터뷰이이며, 누가 멘트를 제공하는가.

 

그 답을 보여주는 시계열 자료가 하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TV 토론 프로그램인 MBC 100분 토론22년 치를 분석한 통계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999년부터 2021년까지 100분 토론943회분 방송에 출연한 토론 패널 4194명의 면면을 분석했다. 나이, 성별, 직업 등을 분류하고 연도별 변화를 살폈다. 어떤 이슈에 어떤 이들이 목소리를 냈는지 따져보고, 가장 얼굴을 많이 비춘 중복 출연자들을 추려냈다. 결과는?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기울어진 결과가 나왔네요.” 신지영 교수가 말했다.

 

그 기울기란 다음과 같다. 남성 대 여성 비율 91, 평균연령 51.3. 40~50대가 전체의 77.8%, 30대 이하는 6%. 4194(중복 포함) 출연자 중 여성 445, 30대 이하 청년 251, 외국인 18, 장애인 0. 출연자의 주요 직업은 교수·정치인·언론인·변호사 등이다. 한 사람이 최대 42차례 중복 출연 기회를 얻기도 했다. 최다 토론 주제는 정치, 사회, 경제, 안보 순이다(그림 1~6참조). 100분 토론이라는, 한국의 대표적 공론장 중 하나의 모습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겠다. ‘매번 나오던’ ‘평균 50대 중년남성’ ‘교수 혹은 정치인들이 정치·사회·경제·안보문제를 논하는 자리.

 

여성은 열 번 중 한 번, 특정 주제에만 출연

첫 번째 기울기인 성비를 보자(그림 1참조). 지난 22년간 100분 토론에 출연한 토론 패널의 89.4%가 남성이다. 여성은 10.6%10명 중 한 명을 겨우 넘긴다. 대개 100분 토론에는 한 회당 4~6명의 패널이 참여한다. 여성은 두 회당 한 명꼴로 겨우 참석할까 말까 한 수준인 것이다. 연도별 변화를 살펴보면, 절반 정도의 연도에는 출연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10%에도 이르지 못했다. 2017년의 경우 5.7%, 토론 네 번당 한 명꼴로만 여성을 끼워준 셈이다. 2018년 이후 그나마 20%에 가까운 수준으로 여성 비율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5명 중 한 명이다.

시사IN 최예린

 

여성 출연자가 과반을 차지한 때가 간혹 있었다. ‘여성 특집회가 꾸려졌을 때다. ‘여성이 말하는 2000년 한국(52)’ ‘한국 정치 여성이 바꾼다(186)’ ‘왜 여성 리더십인가(279)’ ‘여성 의원, 리스트 정국을 말하다(414)’ 같은 회차에서만 토론 패널석 4~6자리를 여성이 채웠다. 앞서 말한 평균 여성 비율 10.6%는 이 특별 할당을 포함해서 나온 수치다.

 

간혹 편성되는 이런 여성 특집이 끝나고 나면 100분 토론은 다시 남성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예를 들어 2004129일 제186한국 정치, 여성이 바꾼다는 전원이 여성 패널로 꾸려졌다. 김정숙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박금자 민주당 국회의원, 이미경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심상정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 김상희 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조이여울 여성주의 저널 일다편집장이 출연했다. 하지만 이 회가 끝나고 두 달간 8회 차 토론이 더 진행될 동안 여성 출연자 수는 ‘0이었다. 특집 형태의 토론장이 아닌 일상적 토론의 장에서 여성은 마이크를 쥘 기회를 쉽게 얻지 못했다. 2014년에는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여성이 한 명도 출연하지 않았다. 여성 비율이 가장 낮았던 2017년에는 각 정당을 대변하는 당연직 출연인 경우를 제외하면 여성 출연자가 단 2(정연정 배재대 공공정책학과 교수,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그쳤다.

 

양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성이 출연하더라도 대부분 특정 주제에 국한됐다. 교육·보육·문화·() 문제 등을 토론할 때에나 겨우 여성을 불러준다. ‘육아 전쟁,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63)’ ‘사후피임약 허용해야 하나(80)’ ‘간통죄, 어떻게 보십니까?(91)’ ‘몸의 시대, 살빼기와 성형 열풍(252)’ ‘저출산, 무엇 때문인가(311)’ ‘나는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799)’ 같은 주제들에 그나마 여성 패널 비율이 높았다. ‘교육주제라도 교육정책’ ‘교육개혁같은 거시적 주제는 모두 남성 패널이 독차지했다. ‘두발자유화’ ‘체벌같은 미시적 주제에만 여성은 학부모’ ‘시민’ ‘양육자역할로서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다. 교육 이슈 중 수능·학종·대입 등 입시문제도 자주 토론 주제로 선정되었는데(5, 93, 783, 849), 이럴 때 교사전문가몫 패널은 모두 남성, ‘학부모몫 패널은 모두 여성이었다.

 

여성이 젠더문제를 논할 때조차 배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2006524일 제724강남역 살인사건 파장과 대책은?’에서도 토론 패널 4명 모두가 40~50대 남성 교수·변호사였다. 2019212일 제813성평등인가, 역차별인가(여성할당제)’를 논할 때도 네 명 중 한 명만 여성이었다. 200175일 제76회 주제는 남녀 차별 여전한가였다. 당시 토론 패널 남녀 비율은 33이었는데, 여성 패널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남성 권리 옹호 활동가인 이옥 한국남성의전화 소장이었다.

시사IN 최예린

 

가뭄에 콩 나듯 청년, 딱 한 사람은 예외

두 번째 기울기는 연령이다. 2000120일 방송된 100분 토론11회 주제가 매우 공교롭다. ‘젊은 피 물갈이인가 들러리인가.’ 청년 정치인의 부상과 역할을 논하는 자리였다. 이후 100분 토론이 나타낸 통계는 공론장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여전히 들러리에 머물러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그림 2참조). 471(2010729) ‘20대의 오늘과 내일 희망을 찾아서를 논할 때 토론 패널 중에 정작 20대는 없었다. 530(20111110) ‘2040 세대를 말한다에 출연한 토론자들의 연령은 모두 50대 이상이었다. 또한 여성 출연자는 평균연령이 남성에 비해 낮았다(여성 평균 48.7, 남성 평균 51.6). 남성은 5060 이상, 여성은 3040 이하의 비율이 높았다. 남녀 불문하고 토론 출연자들의 전반적인 연령대는 2000년대가 2010년대보다 오히려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그림 3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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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100분 토론15회 이상 섭외된 중복 출연자 상위 명단을 보면 1950~1960년대생 일색이다. 1970년대생도 없다. 그런데 딱 한 명, 1980년대생이 있다. 이준석 현 국민의힘 대표이다. 이 대표는 2012320일 제547‘4월 총선, 2030의 선택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자격으로 100분 토론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최근까지 총 15100분 토론에 초대됐다. 그가 지난 22년간 우리 사회 대표적인 공론장에서 비중 있게 발언권을 쥐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온, 유일한 청년 스피커인 것이다.

 

100분 토론에 한번 나와봤으면

세 번째, 공론장에서의 발언권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마이크를 한번 쥐어본 사람에게 계속 기회가 주어진다. 그림 4에 정리해놓은 100분 토론중복 출연자들의 면면을 보자. 최다 출연자는 김진 전 중앙일보논설위원(현 보수 유튜브 채널 운영자)이다. 2011년 제534(‘나꼼수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에 첫 출연해 2017년 제777(정치권 혁신’, 어디로?)까지, 불과 6년 사이 42회나 등장하는 최단기 최다 출연의 기염을 토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가 그 뒤를 이었다. 모두 다른 방송이나 신문에서도 토론 패널이나 칼럼 필진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많이 누리는 사람들이다. 100분 토론중복 출연자 중 많은 수가 현재 정치권에서 큰 힘을 쥐고 있다. 차기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인사의 이름도 여럿 보인다.

22년간 100분 토론출연 횟수가 가장 많았던 김진 전 중앙일보논설위원, 홍성걸 국민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연합뉴스

1970년대생 아래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가장 많이 출연했다. 2012320일 첫 출연 당시의 모습.시사IN 조남진

 

반면 어떤 이들은 아무리 간절해도 이 공론장에서 발언 기회를 한 번도 쥐지 못했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보수 정치인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박경석 대표는 오래전부터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욕을 바가지로 먹든 한 트럭을 먹든, 욕을 더 많이 먹어서라도 우리 문제가 100분 토론에 한번 나와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1’, 201546, 비마이너).” 박 대표의 소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의해 이루어질 뻔했다. 박 대표가 이 대표에게 ‘100분 토론을 제안하고 이 대표가 이에 응하면서 실제 47100분 토론955회 방송에 두 사람이 출연하기로 논의된 것이다. 하지만 방송 사흘 전 이 대표 측이 토론 방식과 일정상 이유로 거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박경석·이준석 대표 간 토론 방송은 그 다음 주인 413JTBC 썰전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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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교수는 100분 토론패널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 126MBC 방송언어연구소 모임에서 발표했다. MBC 사장과 100분 토론현 제작진도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신 교수는 물었다. “100분 토론은 과연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까?” 41일 한국소통학회 세미나에서도 이 내용을 공유하며 물었다. “미디어의 공론장은 이미 큰 목소리를 더 크게 전파하기 위한 곳인가, 아니면 숨어 있는 목소리를 발굴해 들려주어야 하는 곳인가?”

 

프로그램 제작자들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MBC에서 100분 토론제작을 맡고 있는 김재영 PD(시사교양3부 부장)특히 2017년 말~2018년 초 ‘MBC 정상화과정을 거친 이후 내부적으로 토론 주제와 패널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등 민주적 트렌드를 반영하려 더 노력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2018년 이후 근소하나마 변화가 통계상으로 관찰된다. 남녀 출연자 성비가 기존 91에서 82 정도로 격차가 다소 완화됐다(37그림 1). 출연자들이 가장 고령화됐던 2014~2017년에 비해 출연자 평균연령이 다소 낮아졌고 남녀의 연령대 차이도 좁혀졌다(38그림 2〉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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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권 격차를 반영만 하는 언론

100분 토론혹은 MBC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91월부터 8월까지 부산 지역방송국들(KBS부산·부산MBC·KNN)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과 인터뷰이 1855명의 직업과 성별을 분석했다. 이때 나타난 남녀 성비는 7723. 신지영 교수의 100분 토론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다. 남녀 출연자 직업 분포를 보면 남성은 대개 교수이거나 정치인’ ‘변호사인 반면 여성은 대부분이 일반 시민이었다(그림 7참조). 2019YWCA의 지상파·종편·케이블 방송 시사·토론 프로그램 분석, 지난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종편 4사 시사 대담 프로그램 출연자 분석 결과도 이와 비슷했다. ‘50’ ‘남성’ ‘정치인·교수·언론인이 마이크를 쥐고 또 쥐었다. 대한민국 모든 언론이 이런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사IN2007년 창간호부터 이번 제761호까지 지면에 담긴 외부 기고 필자·대담(좌담·방담) 참여자의 성·연령·직업과 다룬 주제를 분석해보아도 아마 비슷한 통계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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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어려움이 없지 않다. 한 방송국 시사 토론 프로그램 제작자는 말했다. “패널 다양성 추구가 바람직한 건 알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새로운 여성 패널을 발굴하는 일이 정말 까다롭다. 출연을 부탁하면 지금 방송에 나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요라는 반응을 정말 자주 듣는다. 남성들에게선 한 번도 못 들어본 반응이다. 특정 주제에 전문성을 갖춘 여성도 방송을 통한 외모 평가가 두려워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출연자 스스로도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방송국 사람들도 여성 출연자의 비주얼을 신경 쓰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상대방과 말로 싸워야하는 토론 프로그램의 특성도 여성에게 더 부담이 된다. “내가 보기엔 다른 남성 패널보다 더 전문성을 갖춘 여성 전문가인데도 자신이 해당 분야를 대표해서 나선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출연을 거절하곤 한다. 한마디로 여성들은 주변으로부터 나댄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매우 민감했다. 계속 나오다 보면 맷집도 생기고 논객으로 평가받고 인정받는 기회가 생기는데, 여성들은 그 첫 허들을 넘기가 힘들어 보였다.”

 

실제 텔레비전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몇 번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전문직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앞서 출연한 여성 패널이 착용한 액세서리가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는 걸 본 뒤로 출연할 때마다 의상이나 시계 등 소품에 자기검열을 많이 하게 됐다. 그리고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고 나면 다음 날 주변에서 꼭 이런 반응이 왔다. ‘어제 화면발 잘 받던데?’라는 거다. ‘어제 내용 좋던데?’라는 반응은 거의 없다.” 이런 현실이 토론 패널의 다양성 부재라는 악순환에 일조를 한다.

 

어떤 이는 물을 수 있겠다. ‘여성이나 청년 중 공론장에 나올 만큼 전문성과 대표성을 띠는 사람의 풀(pool) 자체가 작지 않나? 현실이 그러하니 당연히 토론 프로그램 등에도 그 비율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지만 그저 앉은 채로 현실 반영만 하는 게 언론은 아니다. 선순환의 역할도 결국 미디어가 해야 한다. 복성경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말했다. “언론이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건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다. 비록 소수의 목소리라도 발굴해서 들어보는 노력을 하는 게 당연하다. 어떤 위치에 올라가서 이미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기존 스피커에게만 계속 마이크를 제공하면 결국 계속 같은 목소리만 듣게 될 수밖에 없다. 사회구조 속에서 강화되고 유지되는 발언권의 격차를, 현실이 그러하니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은 손쉬운 방법이지만 온당하고 바람직한 길은 아니다. 언론은 그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

100분 토론을 가장 오랫동안 진행한 손석희 JTBC 해외순회특파원은 미디어에서의 발언권이라는 자원을 누가 어떻게 나눠 가지는 게 바람직할까라는 시사IN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좀 더 다양한 패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도록 하자.’ 너무 뻔한데 이게 정답이다. 미안하지만, 그건 현실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적어도 자기 편만 만족시키고 확증편향을 공고히 하는 카타르시스(배설) 커뮤니케이션만이 목적인 패널은 줄여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어찌 됐든 새로운 평자들을 이끌어내는 건 언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19991021일 방송된 100분 토론1회의 주제는 무엇이 언론개혁인가였다. 결국 변화의 첫걸음은 언론 스스로에 달려 있다.

시사인 변진경 기자

 

양향자 20명 감옥간다더라조선인터뷰 진실공방 논란

이수진(동작을) 의원 누군가 회의서 과장된 예를 든 표현갖고 반대? 이해 못해

누가 양 의원에 그런 말을 했을까? 확인안돼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에 반대 의사를 밝힌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이 법안 처리가 안되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간다는 말을 들었다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밝혀 논란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처럼회’(강경파 초선 의원) 등 의원이 그런 말을 한 것처럼 인터뷰 기사가 나온다. 그 모임 소속이자 민주당 법사위 소속인 이수진 의원(동작을)누군가가 검찰개혁을 위한 한 예를 들면서 과장된 표현을 쓴 것을 갖고 그걸 이유로 법안에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만 누가 양 의원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21일자 3면 머리기사 양향자 검수완박 안하면 정부 사람들 감옥간다며 찬성하라더라”’에서 양 의원이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을 무력화하기 위해 자당 출신인 양 의원을 불러들였다. 왜 반대 입장문을 썼나라는 질문에 법사위에 오고 나서 여러 번 회의를 하는데 말이 안 됐다. 나름 공부 열심히 해서 질문도 많이 했는데, (민주당 내 강경파인) ‘처럼회이런 분들은 막무가내였다강경파 모 의원은 특히나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썼다. 양향자 의원은 이어 다른 분한테서는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도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이 말은 법안 추진의 목적이 마치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검찰 수사로 감옥갈 수 있고, 반대로 수사하면 뭔가 감옥갈 일을 한 것 아니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다.

 

이와 관련해 실제 어느 의원이 양향자 의원에 이런 말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에 포함된 의원은 김남국 김용민 이수진 최강욱 의원과 지난 20일 탈당한 민형배 의원 등 5명이다. 김남국 이수진(동작을) 최강욱 의원은 그런 말을 양향자 의원에게 한 일이 없다고 밝혔고, 김용민 민형배 의원과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밖에도 다른 법사위원이나, 민주당 의원 누군가가 했는지는 인터뷰 내용 만으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 의원도 누구한테 들었는지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수진 의원(동작을)은 열흘 전 쯤 민주당 법사위원 중심의 회의자리에서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런 표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양향자 의원이 검찰의 수사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보호를 위한 검찰개혁이 아니라 그런 과장된 표현 탓에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열흘 전 쯤 법사위원 중심으로 모인 회의에서였다“(그 자리에서) 그렇게 얘기한 사람이 있긴 있었나본 것 같은데, 그건 양향자 의원에게만 한게 아니라 그 분이 이렇게 당할 수 있다, 실제라고 얘기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62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5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이어 회의에서 양 의원이 여러 질문을 하길래 내가 법 개정 내용을 설명했고, ‘세계적인 추세’, ‘세계적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남아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수사 안하고 검찰과 경찰이 서로 협조하는 관계라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그분이 갖고 있는 의구심에 대해 모였던 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그런데 어떤 분이 (말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했는지 안했는지도. 그 한 분이 한 번만 한게 아니라. 늘상 농담처럼 했다. ‘다 죽는 것 아니냐. 하지만 특별한 발언은 아니었다. 근데 그분(양 의원)은 예민하게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럼 없는 얘기를 조선일보에 한 건 아니군요라는 질의에 이 의원은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저는 옆에서 개정안 설명을 드렸기 때문에 그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했다면 그 양반(의원)이 과장된 표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인지 알 수 있느냐는 질의에 이 의원은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난다했는지 안했는지도 기억 못하겠다고 했다.

 

양 의원이 인터뷰에서 했다는 표현이 과도한 검찰권 남용에 대한 민주당의 우려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럼 문재인 청와대 민주당 인사들도 털면 나올 게 있다는 거냐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수진 의원은 잘못한 사람은 그 누가 됐든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수사받고 처벌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것 감출려고 (법안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권 인사들이 감옥갈 수도 있는 것 막기 위해 법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냐는 질의에 이 의원은 당연하죠. 민주당이라도 잘못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제가 민주당이나 청와대 출신들 잘못한 것 지키려고 검찰개혁 하는 것 아니다. 그러니 저한테는 그 발언이 무게감이 없다. 검찰개혁이 세계적인 추세고, 검경이 상호협조해서 제 역할을 하고 지휘명령체계가 아니라 서로 보완해주고 협조해주는게 맞는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하자고 한 것이지, 청와대 출신 지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관심도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양 의원이 그 말을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받아들인 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분도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검찰개혁이 필요다고 생각하면 동의했을텐데, (그런 표현과 같은) 다른 부차적인 걸로 (법안에) 반대했다는 것이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의 목표가 검찰권남용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는 것인데, 수사대상이 청와대 출신이든 뭐든 무슨 상관이냐현실적으로 일어날 얘기도 아니고 가상적인 얘기이자 과장된 표현을 예로 든 것을 갖고 검찰개혁을 못하겠다(법 처리 반대)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그 정도로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이해를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22421일자 3

 

이밖에 같은 법사위원인 최강욱 의원은 이날 오전 문자메시지 답변에서 저는 양 의원과 그런 내용의 대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누가 말했는지도 실제 그런 사실이 있는지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도 SNS메신저 답변에서 양향자 의원과 저런 이야기를 나눈 사실 자체가 아니다(없다)”라고 밝혔다. 김용민 의원과 민형배 의원은 문자질의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거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법사위 소속은 아니지만 다른 처럼회 의원들 모두에 SNS 메신저와 문자메시지 등의 질의를 했으나 별도의 답변을 얻지 못했다. 다만 윤영덕 의원은 문자메시지 답변에서 저는 (양 의원에)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들은 바도 없다고 답했고, 황운하 의원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장경태 의원은 양향자 의원에 질문해야 할 듯하다누구랑 대화하셨는지도 모르겠고, 저는 뵌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에서 양 의원 인터뷰 발언의 진위여부 등에 대한 미디어오늘 질의에 양 의원이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 확인시켜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검찰공화국에 대한 국민적인 차기 정부에 우려가 있다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의 이수진(비례대표)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이 양 의원에 그런 얘기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며 개인친분으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의원들이 어떤 사람을 위해서 누구를 막아주기 위해 그렇게 협조(법안 처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그런 것을 막아주기 위해 힘들게 어렵게 이견 좁히기 위해 지난하게 노력해왔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아직 답변하지 않고 있다. 양 의원은 21일 오후 여러차례 전화통화 시도에도 연결이 되지 않았고, 법안 처리 못하면 죽는다, 20명 감옥간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강경파 의원다른 분이 누구인지 과장된 표현으로 예를 든 것 때문에 법 추진한다는 건 아니다라는 이수진 의원의 반박에 어떤 견해인지 이 내용을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밝혔느냐고 묻는 미디어오늘의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 질의에 오후 530분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다./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성매매 합법화와 성노동자의 노동권 보호

영화 레드 마리아포스터 / 광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2002129일 오전 11, 전북 군산시 개복동 일명 쉬파리 골목 내 유흥업소에서 불이 났다. 불은 빠르게 진화됐으나, 이날 14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2층에 머물러 있던 그들이 1층에서 발생한 화재를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2층의 유일한 출구는 1층 출입구였다. 하지만 손님을 접대하는 2층의 모든 창문은 합판과 스티로폼으로 완전히 폐쇄됐고, 바깥은 잠겨 있어 나갈 수가 없었다. 탈출할 길 없이 연기에 질식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00년에 군산시 대명동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2년 동안 달라진 게 없었다. 2000년 당시엔 여성 5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의 여성운동은 2000년대 초반 군산 화재사건을 계기로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이자 성적 폭력이라는 관점에서 윤락행위방지법대신 성매매특별법제정 운동을 전개하였다. 당시 페미니스트들은 윤락이란 용어가 스스로 타락하여 몸을 망친다라는 뜻으로 성을 파는 자에게 도덕적 평가를 부과하는 지극히 성차별적인 용어라고 비판했다. 손덕수와 이미경(1987)매매춘이라는 용어를, 원미혜(1999)성매매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이 흐름에 따라 1961년에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윤방법)은 폐지됐고, 기존 규제방식을 강화한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됐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방지법)로 구분된다. 20043월에 제정돼 923일 시행됐다. 현재 우리나라 성매매 처벌법에 따르면, 성매매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하거나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다음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을 말한다.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 행위는 성매매, 성매매 알선 행위,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고용ㆍ모집, 성매매가 행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직업을 소개ㆍ알선하는 행위, 업소 광고 행위를 포함한다.

 

TED 강연에서 성노동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법률(The laws that sex workers really want)’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성노동자 Tony Mac / TED 유튜브 채널

 

역설적이게도 성매매특별법 시행일인 이날 집창촌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성매매특별법을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생존권과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칭하며 성노동자운동을 전개하였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성노동자(Sex worker)18세 이상의 성인이 합의된 성접대에 대한 대가로 현금이나 현물을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받는 자로 규정한다. 성매매는 성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 합의된 조건으로 성인 간에 성적인 행위를 포함한 성적인 서비스를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

 

우리나라 성매매 현황

성매매특별법 법제화 이후에도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았고 지하경제에서 대규모로 유통되고 있다. 암시장 데이터 제공업체인 하보스코프는 2015년 발행한 <매춘, 세계 성매매 시장 가격 및 통계>에서 중국 약 500만 명, 미국은 약 100만 명, 한국 147000명의 성매매 종사자가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2008년 기준 12억 달러로 당시 한국 GDP1.6%에 해당한다. 한국의 성매매 판매비용(2012~2014)은 종묘공원이 19~29달러(나이 든 여성), 서울 강남이 117달러, 미성년자는 275달러이며 약 46000개 성매매 업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현재 국내 성매매 시장 규모는 30~37조원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19월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성매매집결지는 총 14개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당시 35개였던 집결지는 201624, 202114개로 폐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남아 있는 집결지도 세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폐쇄가 추진 중이다.

 

그러나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가 성매매 시장 규모의 축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집창촌이 사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장소와 형태의 성매매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성노동자 인권 운동가가 하는 일 / <First Global Report on Sex Worker Rights Defenders at Risk>보고서 FRONT LINE DEFENDERS 재단 홈페이지

 

성매매는 노동이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자유주의는 각 개인이 자기 자신에 대해 육체와 정신의 주권자로서 목숨, 노동, 사유재산과 같이 자신에게 연관된 부분에만 절대적 독립성을 가진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성매매는 다른 상품의 매매와 다를 것이 없으며 법적인 성매매 제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곧 여성에 대한 법적 불평등이며 개인이 자신의 몸에 갖는 권리의 침해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에 따르면 여성은 스스로 원한다면 성을 자유롭게 사고팔 권리가 있다.

 

사적 부도덕성은 형법의 문제가 돼서는 안 되며, 매춘은 공중질서에 반하고 일반 시민에게 공격적이고 해를 끼치는 종류에 한해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매춘은 합법화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자유주의 입장의 약점으로는 성매매가 실제로 상호 자유로운 계약에 근거하였는가 하는 계약 당사자의 지위 문제, 자발적 성매매라 하여도 내용상 경제적 강제에 의한 것이 많은 사회 구조의 문제를 눈감았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또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경제적 권리보다 정치적 권리에 우선권을 부여하여 사실상 형식적 자유 보장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는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성매매 여성을 일종의 성적 개척자로, 정치적 저항가로 파악하기도 하는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성매매에 대해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유사한 입장을 취한다. 성매매에 관한 사회적 금기에 행위주체성이 우선한다는 것을 근거로 개인은 (성매매) 계약을 체결할 권리를 가진다고 본다.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고 페미니즘에서 배제된 성매매 여성이야말로 담론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더 나아가 일부 포스트모던 페미니스트들은 성매매가 긍정적인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급진적 민주주의 투쟁의 한 부분으로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이해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성매매 여성은 성을 착취당하는 성적 노예가 아닌 성적 노동자의 위치에 서게 되며 성매매는 단순 방임의 차원을 넘어선 권리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성매매를 성 노동으로 보는 근거 중 하나는 성매매가 여성이 놓인 다른 상황보다 오히려 더 낫다는 점이다. 성매매가 훨씬 짧은 시간을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며 수입의 대부분이 세금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등을 주장의 근거로 든다. 매춘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접근할 수 있는 많은 유형의 노동보다 좋은 거래라는 게 일부 포스트모던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다.

 

두 번째는 성매매 여성 역시 행위주체로서 평등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이들은 남성만큼이나 여성도 배회할 권리가 있으며 특히 여성의 호객행위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유혹 혹은 성희롱보다 훨씬 덜 위협적이라고 본다. 또한 포스트모던 페미니스트들은 성매매 여성이 매춘여성이라는 직접적 활동을 분명히 하며 평등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상업적 성()을 비상업적 성()만큼이나 정당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함으로써 부정적 정체성을 긍정하고 동시에 가치를 재평가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성매매 권리를 옹호하는 여성이 한 명의 파트너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나아가 성매매 옹호는 가부장적 질서를 해체하고 혼외 성관계, 익명적 성, 여가적 성 그리고 성적 새로움과 다양성을 도덕적으로 반대할 수 없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은 학자들을 위한 여성주의라는 것이다. 축복받는 자신들의 주변 환경을 거의 떠나는 일 없이 대다수의 여성과 무관한 발언일 뿐이며 착취당하는 여성의 현실을 외면한 서구 백인여성 중심의 여성주의 담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성노동자 인권 운동가가 받는 외부 공격 / <First Global Report on Sex Worker Rights Defenders at Risk>보고서 FRONT LINE DEFENDERS 재단 홈페이지

 

성매매는 착취이다

도덕적 여성주의

반면 성매매가 그 자체로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므로 추방되어야 한다는 도덕적 여성주의 주장이 있다. 주로 영국 빅토리아시대 여성운동가ㆍ도덕주의자들이 강력히 지지한 도덕적 여성주의는 성매매가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일처제를 파괴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쾌락주의, 금욕주의를 강조한 그 시대 종교개혁가들의 주장과도 연결된다. 도덕적 여성주의는 당시 19세기의 시대적 관습에 반하여 성매매 종사자들을 문제적 여성(trouble maker)’, ‘비난의 대상에서 문제에 처해 있는 여성(women in trouble), ‘연민의 대상으로 재개념화하고 성매매 자체로부터 분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도덕적 여성주의는 국가의 사회적 정화나 개혁 운동에 흡수되어 오히려 여성에 대한 국가와 경찰의 통제권을 더욱 강화하는 구실을 주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다. 결론적으로 성매매여성의 인권에 역행하게 된다. 또한 성매매의 부도덕함을 오로지 가족제도의 붕괴만으로 증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성매매 여성을 타자화하고 남성 중심 담론만 강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는 성매매를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부산물로 바라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은 다른 임금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착취와 소외의 대상이며 계급적으로 가장 비참하고 저급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동자가 개별적 인간으로 고려되지 않고 노동력이라는 상품으로 결정되듯 매춘부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노동자가 임금을 위해 그들의 손과 삶을 제공하듯 성매매 여성은 돈을 위해 사랑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매매를 하나의 고립된 현상이 아닌 사회 경제적 상황과 결부하여 파악하였다. 따라서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자본주의 사회체제가 붕괴된다면 성매매는 필연적으로 사라지고 여성은 자유를 획득할 것이라고 보았다. 더 나아가 그 때가 되면 남녀 간 사랑은 순수한 상호 이끌림 동기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사유재산제도가 사라지면 성매매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종종 반론에 직면한다. 경제적 요인만이 성매매의 주요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스웨덴에서 1930년대 경제적 불황 속 매매춘이 급속히 감소한 반면 사회복지가 잘 갖춰진 1970년대 이후에 오히려 매춘 여성이 급증하였다. 또한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성매매가 계급뿐 아니라 젠더 권력에 의해 차별받는 노동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성매매에 대한 평가가 덜 구체적이며 매매춘 자체에 대한 비평이 아닌 자본주의에 대한 비평이라는 지적 역시 받는다.

 

급진적 여성 해방론자

급진적 여성해방론자들은 계급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여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라 보며 임금노동과 성매매와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성매매는 여전히 모든 성착취의 토대로서 남녀간 불평등의 권력 관계를 내포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빈곤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 또는 강간 등의 성적 학대를 당한 후에 성매매를 하게 될 때, 과연 그 성매매를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의 의문을 던진다. 결론적으로 급진적 페미니즘은 성매매가 성매매여성뿐 아니라 모든 여성에게 해롭기 때문에 성구매자와 알선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성매매여성은 다른 직업기회의 제한에 따른 결과이므로 비범죄화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성매매에 대한 급진적 페미니즘의 분석은 성매매 공간 속 여성의 경험이 동일하지 않으며 그들의 정체성 역시 고정되어 있지 않음에도 이를 성착취의 문제로 단순화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여성 고객을 위한 성매매 남성이 존재하고 증가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지도 의문이다.

2021년 노동절에 성노동자들의 노동자 권리 보장을 주장하는 시위를 표현한 그림 / Sex Worker Film & Arts Festival(2021) 홈페이지

 

성매매 합법화와 비범죄화 해외 사례

성 판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관점에는 합법화와 비범죄화가 있다. 성매매의 비범죄화는 구성요건 배제만으로 실현될 수 있으나, 성매매 합법화는 비범죄화와 함께 성매매를 규율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즉 합법화 국가는 성 판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면서도 다른 산업과 구분해 성매매에만 적용하는 특정한 규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통제가 필연적으로 합법 성매매와 불법 성매매라는 구분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이를 어기는 성판매자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반면 비범죄화는 성판매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모든 규정을 폐지하고, 다른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정을 둔다. 두 관점의 차이는 성매매 관련 정책의 목표와 접근 방식, 그리고 국가의 규제 적용 범위라 말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성매매 합법화를 도입한 국가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2000101일 형법상 성매매금지령(the ban on brothels of 1911)을 폐지해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했다. 본래 기독교와 도덕주의 입장에서 1911년 형법에 성매매 금지 조항을 넣었으나 2000년에 이 조항을 삭제하고 성매매, 포주행위, 성매매업소 운영 등을 합법화했다. 다만 미성년자 성매매, 강제적 성매매, 인신매매 등의 비자발적이고 범죄적인 성매매를 처벌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성매매가 합법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성판매자는 다른 노동자와 같은 권리를 향유한다. 노동관계가 엄격히 조사될 수 있고 성매매자에게 노동보호법이 적용된다. 성매매 업소는 성매매 위생, 작업장의 구성, 노동조건의 기준 등을 유지해야 하고, 성 판매자의 건강과 안전한 성관계에 책임을 진다. 또한 성매매 업소와 성 판매자는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 성 판매자의 건강검진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정부는 성매매 여성에게 3개월마다 익명의 건강검진을 종합병원에서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성매매금지 규정 폐지를 예상하고 사전적으로 성매매 관련 정책을 정비했다. 암스테르담은 전통적인 홍등가 밖에 위치한 성매매업소를 폐쇄하고 성매매업소에 불법 이주 노동자와 미성년자를 고용하지 못하도록 자치조례를 제정했으며 위반시 업소를 폐쇄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암스테르담 보건당국은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성병검사나 에이즈 검사를 실시했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했다.

 

뉴질랜드는 2003년 성매매개혁법을 제정해 성매매의 모든 영역을 비()범죄화했다. 원래도 뉴질랜드에서 성판매와 성구매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업소 운영, 성매매를 통한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성관계를 알선하는 행위는 형법에 처벌규정을 뒀다.

 

현재 뉴질랜드는 알선 등 제3자의 개입까지 포함해 성매매를 비범죄화했다. 성 판매자에 피고용자 혹은 개인사업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 간 계약 관계를 인정했다. 뉴질랜드는 성 판매자와 성 구매자 모두에게 안전한 성관계를 법적으로 규정한다. 콘돔 등의 보호장구 착용을 의무화하였고, 위반시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 모두 벌금형에 처한다. 성매매 관련 법에 의무 규정이 존재하고 있어 뉴질랜드 비범죄화를 합법화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국제 엠네스티에 따르면, 뉴질랜드 성노동자는 성매매 비범죄화 이후 범죄 제재가 두려워서 자신의 직업을 의료 종사자들에게 공개하는 걸 덜 꺼리게 됐다고 한다. 또한, 성 노동자가 폭력이나 범죄를 경찰에 신고할 가능성이 전과 비교했을 때 높아졌고, 포주에 의한 성추행 문제를 법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20158월 영국 더블린에서 개최한 국제대의원총회에서 자발적 성매매의 비범죄화를 권고했다.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을 지지하지 않으며, 성매매의 모든 행위를 비범죄화하라고 주장한다. 성 구매자와 포주를 처벌하면, 이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로 인해 성 판매자가 단속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돼 결국에 성 판매자의 인권이 유린될 가능성이 있다. 성 판매자의 착취, 유린과 인신매매를 막아 성 판매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에 법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성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주장하는 시위 모습 / PICUM 네트워크 홈페이지

 

성매매근절성노동

201111월 제 2회 광주국제영화제에서 성노동자 4명이 자신의 노동을 말했다. 여성의 몸과 노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 마리아> 상영회에 자신을 성노동자라고 밝힌 여성 미나, 혜리, 연희 씨 등 3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했다고 밝혔고, 스스로를 성노동자로 명명하고 성노동자로서 스스로 일하고 조직할 권리를 주장했다. 성노동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단지 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들은 성노동자 권리모임지지(持志, GG)’ 회원이다. GG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 재개발과 성매매 단속에 항의해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와 성노동운동네트워크 활동가들이 결성한 단체다. 성노동자가 합법적으로 일할 권리를 확보하려고 성매매특별법 폐지 헌법소원을 추진하기도 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싸고 집창촌 여성들의 시위와 성노동자 담론이 등장하면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성매매근절성노동이라는 입장으로 양분되었으며, 이 입장의 차이를 넘어서는 소통의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성매매특별법은 강제적으로 성판매를 한 성매매 피해여성을 제외한 성판매 여성을 범죄자로 규정한다. 이 법의 추진 세력과 매춘여성 간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 법의 제정 과정과 추진 절차에 당사자 여성의 의견수렴 과정은 전혀 없었다. 이 법의 제정이 추진되던 시기에, 성노동자 여성이 수행하는 일을 매춘노동, 성노동자라는 용어로 규정하거나 성매매를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들은 당시 논의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당시 여성주의자들은 도덕적 프레임에 맞서 젠더(여성인권) 프레임을 관철하기 위해 고심했으며, 성노동 관점이나 당사자 여성의 주체성ㆍ행위성 문제는 인식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성노동의 비범죄화 입장에서는 노동이라는 명명과 여성이 주로 성적 서비스를 하는 현재의 성거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더러운일을 하는 추한 여성이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모순을 몸으로 감당해왔다는 걸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그 일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성노동 인정을 시작으로 성노동을 둘러싼 환경을 바꿀 수 있으며 성노동자 여성들의 자치조직을 지원하고 노동권, 생존권과 건강권 및 시민권 등 그들의 권리를 위한 운동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노동 대 폭력, 강제 대 자발 등 성서비스에 대한 엇갈린 시각은 1980년대부터 서구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핵심적인 논쟁 주제였다. 이 논쟁은 서구에서 페미니스트 성 전쟁으로 불리던 시기인 1980년대와 1990년대 이래 지속되고 있는 뜨거운 쟁점으로, 매춘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와 성노동을 옹호하는 페미니스트 사이에 균열이 깊어졌다.

 

한국의 성매매특별법 제정이 성매매 또는 성서비스에 종사하는 여성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였다면, 성매매 합법화는 성서비스 노동 당사자의 노동권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모든 성노동은 단순하거나 같지 않으며 서로 다른 유형에서 일하는 성노동자는 성적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인 경험과 피해자화, 착취, 행위성과 선택 등에서 다양하고 많은 차이점이 있다. 성노동자의 개인적이고 경험적인 삶을 탐구하는 일은 피해 여성 대 행위자, 또는 강제 대 선택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을 넘어선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성노동에 대한 법제화나 사회 정책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로서 성노동자의 일 경험과 그것을 재현하는 방식, 성산업의 작동, 성노동을 둘러싼 정치 지형 등을 주의 깊게 탐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요는 소위 더러운일과 무관한 사람들의 인권감수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매춘여성 인권의 보호가 필요한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성노동자의 노동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인권이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성매매특별법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공동기획 주간경향·ESG연구소·()ESG코리아·감신대 생명과평화연구소>

<청년ESG프로젝트팀 김민주 외식경영학과 3ESG연구소 안치용 소장 이윤진 연구위원>

 

물가 오르는데 소득 그대로, 일본 경제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박철현의 실전(實戰) 일본]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추진한 금융완화 정책의 혜택은 실물시장이 아닌 자산시장으로 몰렸다. 엔저 정책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소득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졌다.

328일 엔화 가치가 하락해 1달러당 123엔에 이르기도 했다. 사진은 도쿄의 한 외환 중개업체 사무실의 전광판.AFP PHOTO

 

3월 초순 1달러당 113~114엔에 거래됐던 엔화 가치가 3월 말 이후 120엔대 초반(44일 현재 122.6)으로 급격한 엔저 현상을 보이고 있다. 328~29일엔 1달러당 123엔에 이르기도 했다. 의도적인 엔저 정책을 폈던 아베노믹스 최절정기인 20155월 이후 거의 7년 만의 현상이다. 블룸버그, 닛케이 등은 속칭 구로다 라인으로 불리는 ‘1달러당 125도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최근 엔저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328일 오후 발표된 일본은행의 연속공개시장운영방침이다. 이날 일본은행은 329일에서 31일까지 사흘 동안 10년 만기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여 국채수익률이 0.25%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이 이 나라 국채를 대량 매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 그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다. 국채 가격이 오르면(내리면), 국채수익률은 하락한다(상승한다). 국채수익률은 각종 시중금리의 가장 밑바닥을 형성하는 금리 중 하나다. 그래서 국채수익률이 오르면(내리면) 다른 금리가 오르는(내리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행의 이러한 조치는 일본 정부가 앞으로도 금융완화(저금리)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을 암시한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일본 역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다.

 

일본은행의 이번 공개시장운영은 금리가 미래에 크게 오를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국면에서 시장의 통화량 조절을 위해 시행되는 금융완화 조치다. 첫째, 일본 중앙은행이 국채수익률이 0.25%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도록 하겠다라고 보장함으로써,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일본에서는 미국 같은 급격한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둘째, 비록 사흘 동안이지만 무제한으로 사들이겠다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원래 10년 만기 같은 장기국채 매입은 일본은행의 고유한 업무 중 하나로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왔다. 일본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매월 1회에서 4, 정해진 날짜, 오퍼(응찰) 횟수, 금액 단위 등 장기국채 매입의 세부 내용을 세세하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연속공개시장 시행 문건을 보면 구입 금액 규모가 무제한이다. 민간 금융기관들이 보유 장기국채를 모두 일본은행에 팔기를 원한다고 해도 전량 구매할 수 있다는, 저금리 유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연한 말이지만 일본은행이 국채를 구입하면 그 금액만큼 돈이 민간으로 흘러간다. 이번 공개시장운영에서도 328일 오전 1차 발표 시엔 응찰이 없었지만, 오후 2차 발표 때는 시중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645억 엔 규모의 응찰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일본은행은 시중에서 5200억 엔의 국채를 매입했다. 이와 별도로 원래부터 예정돼 있던 330일 국채 매입 조치까지 합하면 총 23000억 엔 규모의 국채를 매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318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도쿄의 중앙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Kyodo News

 

일본은행, 엔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일본은행은 2012년 자민당 재집권과 함께 본격화한 아베노믹스이후 엔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일본은행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틈날 때마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경기와 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 일본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장기 저금리 정책을 펴서 시중에 돈이 돌게 하고, 미국 등 타국과의 금리 격차를 통해 엔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출기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만성적 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 시달려온 일본 경제는 경기상승에 따라 물가가 오르는 현상(인플레이션)을 학수고대해왔다.

 

이 같은 금융 및 주식시장 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은행은 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했다. 앞서 말했듯이 일본은행의 장기국채 매입은 이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상적 업무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장기국채 매입은 지난 십수 년 동안과 전혀 다른 국내외 환경에서 감행되고 있다. 그만큼 불길하다. 왜 그럴까?

 

우선, 아베노믹스가 지금의 일본 경제에 미친 영향부터 알 필요가 있다. 당초 일본 정부 및 중앙은행(일본은행)의 계획은 엔저 및 금융완화 정책기업경쟁력 강화실적 개선소득 상승경기부양인플레이션이었다. 하지만 이 청사진은 이미 침몰했다. 히토쓰바시 대학의 노구치 유키오 교수는 지난 연말 도요게이자이에 기고한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아베노믹스를 비판했다. “지난 10년 동안 의도적으로 실시한 엔저 정책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기술력 경쟁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본 기업은 한국 등 주변국에 비해 도태됐으며, 기업의 실적 개선 부분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기업들이 엔저로 인한 환차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기술 개선에 힘을 쏟지 않았다는 소리다.

 

위의 엔저에서 인플레이션으로 가는 사이클의 핵심인 소득 상승도 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일본 국세청이 발표한 민간급여 실태조사(2020)를 보면 일본인의 평균 급여는 연간 433만 엔에 불과하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득이 증가했다고 보기 힘들다. 2000455만 엔, 2018440만 엔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으로 보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의 평균 급여 역시 그 전해(440만 엔)보다 4만 엔 적은 436만 엔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평균 급여는 어느 시기를 떼어보더라도 400~470만 엔 사이였다. 이렇게 경기가 바닥을 기고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들다 보니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없었다. 경제평론가 사카구치 다카노리는 일본인들의 급여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중소 영세기업의 문제를 지적한다.

 

일본 GDP7할을 차지하는 중소 영세기업은 다른 국가들의 비슷한 규모 기업들에 비해 디지털화가 진행되지 않아 생산성이 낮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으며 쓸데없는 사무 작업도 많다. 또한 이 기업들은 규모가 작아서 인수합병의 대상도 되지 못하며, 구조적으로 이익을 증대시킬 수 없다. 대기업에 가격결정권을 빼앗겨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높은 급여를 지불할 수 없다. 자연스레 이 기업들은 낮은 임금을 받는 직원을 뽑고 그들에게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급여를 올릴 인센티브 자체가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일본 사회엔, 자연스러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없는 시스템이 정착되어버렸다.”

 

게다가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합심해서 추진한 금융완화 정책의 혜택은 실물시장이 아닌 자산시장으로 몰렸다. 특히 주식시장은 전례 없는 상승폭을 자랑했다. 아베 정권이 본격 출범한 20131월에 1만을 넘어선 닛케이지수는 44일 현재 27736.47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되었는데, 기업가치는 주가 반등으로 과대평가되고, 환차익에 따른 이익은 발생하지만 노동자의 임금은 올라가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이 펼쳐져온 것이다.

 

이번 연속공개시장운영발표 이후 나타난 급속한 엔저 현상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일본 정부는 일상적으로 시행해온 양적완화 정책을 좀 더 강화한 것이라고 주장할 터이다. 그러나 글로벌 환경은 반대로 흐르고 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통화 긴축을 시행하거나 염두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가 이후 오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국제유동성이 일본을 비켜갈 가능성이 크다. 엔을 팔고 달러로 갈아타는 이유다.

도쿄의 한 슈퍼마켓에서 손님들이 과일 등 물건을 고르고 있다.REUTERS

 

일본의 생활물가 크게 오르는 중

더욱 큰 문제는 일본이 앞으로 닥쳐올 글로벌 인플레이션 열풍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인플레이션은 경기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물가 인상이라기보다 수입 원자재의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경제 전반에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이미 일본의 생활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지지통신 보도에 따르면, 4월 들어 일부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다. 닛신오일리오그룹이 가정용 식용유 가격을 지난 3월 말 대비 12% 올렸고, 가고메식품은 토마토케첩 제품을 최대 9% 올렸다. 오쓰카식품은 인스턴트 카레 가격을 6%, 수입 밀의 정부 판매가격을 17.3% 인상했다(지난 3월 말 대비). 산토리스피릿은 위스키 야마자키 12년의 가격을 8500엔에서 1만 엔으로 올렸다. 거의 모든 생필품 분야에서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봤듯이 일본인들의 평균 급여소득은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게다가 3월 중순까지 코로나 만연방지 중점대책을 실시했을 정도로, 일본은 아직 코로나19 시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춤했던 확진자 수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마땅한 코로나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활동 및 경기 위축을 염려해서다. 올해 안으로 평균 10%대의 인플레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코로나 대책을 펼 경우, 경기침체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해결책을 찾고 방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게 그리 단순하지 않다. 지난 10년의 후과가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가 아무리 새로운 자본주의를 하겠다고 외쳐도, 결국 아베노믹스에 대한 총괄 및 비판적 평가, 체질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이번 국채 매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시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것이다. 지난 10년간 그랬듯이 말이다. 아무튼 여러모로 독특한 상황이다. 버블 시기엔 인플레도 거셌지만, 소득도 그만큼 올랐다. 버블 붕괴 이후엔 소득이 줄긴 했으나 물가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소득은 줄거나 그대로인데 물가는, 특히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가 눈에 띄게 오르는 중이다. 앞으로 일본 사회가 어떻게 될지, 미증유의 두려움이 엄습해오고 있다.

시사인 박철현 (일본 데쓰야공무점 대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