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으로 집값 급락? 겨우 1.8% 하락했다
그렇게 전문성 독립성 강조하더니 검찰 출신엔 입 닫았다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 "95살 먹고 억울하긴 이번이 처음“
검사 아빠가 자랑스러운 이유
여기도 ‘MZ’ 저기도 ‘MZ’
MZ를 잇는 큰손, ‘욜드족’이 뜬다
‘외신 호평’ 전하면서 피해자 목소리 지운 대통령실
"파업을 좋아하는 노동자는 없어요“
‘대검 인연’ 통째 이식 수준…윤 대통령 당선 1년, 검찰만 남았다
국정 전반 ‘검찰식 해법’ 작동…“문제 생기면 수사하고 압수수색”
미분양에도 상승하는 아파트 가격, 이것이 시장주의인가
정부 “회원 개인정보 다 내놔”…보조금 안 받는 시민단체까지 ‘탈탈’
부채 수렁 빠진 윤석열 정부, '관치금융'으로 벗어나려 한다
광역단체장 '매우잘함'은 김동연 지사, '긍·부정 최대 격차'는 김영록 지사
금리인상으로 집값 급락? 겨우 1.8% 하락했다
작년 전국 아파트 가격 3.12% 하락…43%는 가격 유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던 2022년 연간 주택매매가격의 하락폭은 1.8%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이후 10년만의 주택가격 하락이나 2022년(15%)과 2021년(8.3%) 인상폭을 생각한다면 미미한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5일 발표한 ‘KB 부동산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5개 광역시 중 매매가격 지수가 상승한 지역은 광주가 유일했다. 이마저도 4분기 기준으로 보면 전국 모든 지역이 하락했다.
하락폭은 -2.7%를 기록한 수도권이 -2.2%를 기록한 5개 광역시보다 컸다. 5개 광역시 중에는 대구(-5.2%), 대전(-4.4%)이 크게 하락했다.
급매 거래되면서 전체 주택가격 떨어졌다는 착시효과
매매가격 하락세는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됐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주택매매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주택 경기 하락 조짐을 보였다. 주택매매거래량은 2021년 9월을 기점으로 감소로 전환해 2022년 전년 대비 약 50% 감소했다. 특히 2022년 7월 이후에는 월평균 거래량이 약 3.3만 호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줄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직전 5년간의 월평균 거래량이 약 8.2만 호였다.
주택매매거래량은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 가격 하락 우려 등으로 인한 수요 위축에도 매도자의 희망 가격이 크게 낮아지지 않으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거래 희망가격에 대한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2022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거래 위축은 더욱 심화되었다.
매도 호가가 낮아지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나 거래는 소위 '급매'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부 가격을 낮춘 급매 매물이 매매되면서 전체 주택가격이 떨어졌다는 착시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22년 전국 아파트 가격은 3.12% 하락했으며, 이 중 가격이 20% 이상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전체의 6.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체 아파트의 43%는 가격대를 유지하거나 상승했고, 21%는 0~5% 하락하는 데 그치는 등 전체 아파트 63%는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가격 급락 아파트가 주택매매가격지수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0.86%p에 불과하며, 이들이 주택시장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소는 "금리 상승과 매수 심리 위축,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택시장 내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단기간 주택가격 하락세가 전환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다만 일부 주요 아파트의 가격 급락, 주택시장 내 하방 경직성, 안정적인 가계 대출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전체 주택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 대다수 "올해 주택가격 하락할 것"
실제 부동산 전문가들이 올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주택가격이 장기간 과도하게 상승한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주택매매가격 전망을 묻는 질문에 중개업자의 96%, 프라이빗뱅커(PB)의 92%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작년 12월 12일부터 26일까지 건설·시행·학계·금융 등 분야의 부동산 전문가, 전국 중개업자, PB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주택 가격이 오르는 시기는 중개업자의 53%, 전문가의 45%, PB의 47%가 2024년을 꼽았다. 오는 2025년에 반등한다는 전망의 비율(각 29%, 34%, 40%)은 2024년보다 다소 낮았다.
올해 주택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수도권 중개업자의 35%, 전문가의 26%가 하락 폭으로 ‘5% 이상’을 예상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5%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중개업자 36%·전문가 39%)이 수도권보다 높았다.
올해 주택 경기가 좋을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서울과 경기를 꼽은 반면, 가장 위축될 지역으로 대구와 인천을 들었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그렇게 전문성 독립성 강조하더니 검찰 출신엔 입 닫았다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에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 선임
조선일보, 한국경제, 비판 대신 “운용본부 서울 이전” 반복
“국민연금 놓고 정치세력, 기재부, 재벌 느슨한 네트워크”
기금운용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에 검사 출신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주장했던 한석훈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전문성·독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지 대부분이 이번 인사를 비판했지만 그간 국민연금의 정치 독립성을 강하게 촉구했던 조선일보·한국경제 등은 침묵했다. 대신 대통령실과 호응해 현재 전주에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 지난 2일 오후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전문위 상근전문위원에 한석훈 법무법인 우리 선임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 부부장을 지낸 검사 출신으로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가 각각 추천하는 상근전문위원 중 사용자 단체의 추천을 받았다. 부부장을 지낸 이후에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상법 및 기업범죄를 가르쳐 자산운용보다는 자금 범죄 전문가라는 평가다.
국민연금 기금위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상근전문위원을 하게 되면 의결권 행사할 때 주요사안을 판단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뿐 아니라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 활동도 한다”며 “순수하게 법률만 가지고 활동하신 분이라 투자·금융·재무 이쪽은 잘 모른다고 봐야 한다. 경제수리적 이해도를 가진 인사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7일 경향신문 10면 기사.
한 변호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도 있다. 2018년 ‘박근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논문을 썼고, 2021년 국민의힘 추천으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등을 맡았다. 7일 경향신문은 2019년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유죄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해 한 변호사가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논문을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기금운용을 놓고 국민연금의 자율성, 독립성을 한 변호사가 부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논란의 인사에 보수언론 포함 대부분의 일간지가 비판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지난 6일 사설 <‘정치 편향’ 논란 연금 전문위원 부적절하다>에서 “국민연금 상근 전문위원은 높은 수준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국민연금 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90조원에 이른다. 특정 정치집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노후 준비 자금이다. 그런데 한 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정치 편향성 논란을 자초했다”며 “한 위원의 경력을 보면 자본시장이나 금융 부문에서 충분한 전문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 <국민연금 상근 기금운용위원에 하필 또 검사 출신을>에서 “상법을 가르쳤다고는 하나 펴낸 책이나 논문을 보면 기업범죄가 전문이다. 자산 운용과 관련된 연구나 실무 경력은 거의 없다. 교수 근무 중 국민의힘이 단골로 추천하는 인물이 돼 국가인권위 비상임 위원, 세월호 특검후보추천위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등을 지냈다”며 “한 변호사가 기금 운용과 관련해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가 문제”라고 했다.
▲ 6일자 조선일보 사설.
▲ 2022년 글로벌 연기금 운용수익률 비교. 2일 국민연금 보도자료 갈무리
하지만 조선일보는 국민연금 관련 사설에서 한 변호사 임명을 둘러싼 우려를 지적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6일 사설에서 인사 대신 기금운용본부의 위치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2017년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이전한 것부터가 황당한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뤄졌다. 900조원의 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를 유치하면 지역에 뭔가 엄청난 혜택이 돌아갈 것처럼 정치인들이 부풀렸다”며 “기금 운용직은 국내외 금융시장 관계자들을 만나 깊이 있게 투자 동향도 파악하고 투자 기회도 모색해야 한다. 금융 중심지인 서울과 멀리 떨어져서는 인재 영입도, 정보 수집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몇몇 언론이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에 왜 그렇게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며 “주장의 주요 근거는 수익률인데 최근의 수익률 발표 수치도 다른 나라의 공적연금과 비교해봤을 때 중간 정도였다. 기금운용본부가 먼 곳에 있어서 이해관계자들이 마음 놓고 조율하기가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6일자 한국경제 3면 기사.
한국경제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는 1면에 국민연금 관련 기사 <국민연금 기금운용 싹 뜯어고친다>를 냈지만 연금의 수익률 제고 대책을 밝힌 대통령실의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이어 3면 기사 <캐나다연금 CIO 연봉 39억 vs 국민연금 CIO 3억대>에서 국민연금 CIO(최고 투자책임자)의 연봉이 적다고 지적했고, <국민연금 운용역 ‘6년간 164명’ 줄퇴사… “기금본부 서울로 옮겨야”>기사에선 기금운용본부의 위치를 서울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관련 기사 : '국민연금 10년 수익률 꼴찌' 한국경제 보도 "나쁜 통계 억지로 만들어"]
그간 한국경제와 조선일보는 국민연금 수익률이 저조하다며 국민연금의 전문성·독립성을 비판하는데 앞장 섰다. 하지만 막상 윤 정부 인사가 논란이 되자 침묵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4일 기사에서 기금위를 ‘아마추어’로 지칭하며 “전문성보다 정치에 휘둘리는 기금운용 의사결정 시스템이 문제로 지목된다”고 했고, 조선일보 또한 지난달 4일 칼럼 <지배 구조 걱정, 국민연금부터 하라>에서 “지금 한국의 국민연금은 진짜 주인인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 인사들이 연금의 소유자도 아닌 정부 뜻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런 상태를 흔히 ‘나쁜 지배 구조’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기금위 업무를 봤던 관계자는 “기금운용은 말 그대로 독립적이고 순수하게 비정치적인 입장에서 운영을 해야 한다. 친정부적, 여권지향적 인사가 오면 기금운용을 현 정부 지지율과 연결지으려고 하는 우려도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경제지가 그토록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금융투자전문가 인사와는 완전 배치되는 인사”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쏟아지는 '연금 공포 마케팅' 보도에 "재벌보험사 관계 의심"]
국민연금은 여러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다.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보도 의도를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국민연금은 수많은 기업들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 주주총회 등에서 국민연금이 발언하는 것 자체가 기업들에게 위협이 된다. 또 국민연금이 주주로 들어와 있어 (국민연금에) 보고해야 하니까 대주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 불편하다.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정치세력, 기획재정부, 재벌, 여러 기업 등이 느슨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신문이 (국민연금을) 때리면 발맞춰 대통령실이 호응하는 모양새가 있었다. 정말로 국민연금을 걱정해서 이런 보도를 쏟아내는 것인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윤 대통령의 '정신 승리'...응원단의 왜곡과 속임수
[분석] 대승적 결단으로 포장한 강제동원 정부안...'김대중-오부치 선언'과 동격? 어불성설
박진 외교부장관이 지난 6일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한국에선 피해자 및 지원 단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가해자 쪽인 일본에선 "일본 정부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좋은 안"(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 6일 YTN 보도)이라는 등 환영하는 분위기 일색입니다.
피해국인 한국에서는 반발하고 가해국인 일본에서는 환영하는 이런 모순된 상황이, 바로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를 역설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윤석열 정부와 그 '응원단'들은 이런 국내의 반발을 예상했는지 여러 궤변을 동원해 여론 무마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박진 장관이 말한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으로서 우리 주도의 해결책"이라는 것입니다. 후안무치입니다.
일본 논리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화자찬 '정신 승리'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23년 3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저는 이런 논리는 한마디로 '정신 승리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논리라면 객관적으로 보아 우리나라보다 국력이 강한(국격은 모르겠으나) 일본 쪽이 오히려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지요. 이것은 '식민지 시대의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두 완전하게 해결됐다'라는 일본의 논리를 100% 그대로 받아들인 굴욕적인 방안을, 그럴듯한 말을 동원해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마치 중국의 문호 루쉰의 소설 <아Q정전>에서 주인공 아큐가 동네 사람들에게 조롱과 멸시를 당하면서도 자신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정신 승리법'처럼 말입니다.
"고령의 피해자를 위해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보듬는 조치"라는 박 장관의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령의 피해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지금 대법원에서 승소한 15명의 피해자 중 살아 있는 분은 양금덕 할머니, 김성주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 세 분입니다. 그런데 90살이 넘은 이분들 모두 정부가 발표한 3자 대위변제에 반대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정부의 발표가 고령 피해자들의 의사와 전혀 무관한, '고령 피해자 팔이'임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7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해법이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 중 최소한 '피해자의 입장 존중'은 들어내는 게 맞습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3.6 강제동원 해법이 동격이라니...
윤석열 정부에 응원을 보내는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친윤 언론'이 반대 세력, 특히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내세우는 것이 1998년 10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통칭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입니다. 민주당의 대선배인 김대중 대통령이 공동선언을 통해 한일이 미래지향적 협력을 하기로 했는데, 그와 비슷한 윤 대통령의 결단을 반대하는 건 김대중 대통령을 부정하는 꼴이라는 주장이죠.
<문화일보>의 6일치 사설(<윤 정부의 한일관계 결단... DJ정신도 뒤집는 '야 죽창가'>)와 <조선일보>의 7일치 사설(<민주당 식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조 친일, 굴종 외교 아닌가>)이 대표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악의적 왜곡입니다.
한번 그 당시 공동선언이 어떻게 나왔는지 봅시다. 이 선언은 기본적으로 '과거 직시'와 '미래 지향'을 두 기둥으로 삼고 있습니다.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입니다. 즉 오부치 총리가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하면서 과거를 직시하기로 했기 때문에 김 대통령이 미래 지향으로 나가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또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오부치 총리가 한국이 이룬 민주화를 높이 평가하고, 김 대통령이 이를 받아서 전후 일본이 평화헌법을 준수하며 비핵 3원칙과 전수방위 원칙 아래 이룬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부치 총리처럼 과거를 통절하게 반성하고 사죄했나요. 그가 말한 것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앞으로 후세가 더이상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담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2015년 종전 70주년 선언까지 포괄적으로 계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요즘 일본은 평화헌법과 비핵 3원칙, 전수방위 원칙을 지키기는커녕 이를 대폭으로 뜯어고치며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 동원 해법을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과 동격으로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고 싶다면, '윤석열-기시다 선언'이 맞는다고 봅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안'과 3.6 해법이 같다고?
또 한 가지 여당 쪽에서 야당을 공격하는 소재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해법입니다. 민주당 출신인 문 전 의장이 추진했던 이른바 '문희상 안'이 바로 제3자 대위변제 방안인데, 민주당이 이번 해법을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런 논법을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왜곡입니다. 문희상 안은 일본의 전범기업을 포함한 일본 기업과 한국의 기업이 참여하고, 여기에 화해·치유재단에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하고 남은 돈 등을 출연해 기금을 만들어 보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했습니다. 또한 문희상 안은 입법으로 해결을 모색했었습니다.
6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안과 문희상 안이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전범기업 등 일본 기업의 참여'입니다. 윤석열 정부안은 재원에 대해서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이라고만 밝혔을 뿐입니다.
이런 차별점은 쏙 빼놓고 이것이나 저것이나 모두 제3자 변제 안이니 같다고 하는 것은, 포장만 보고 내용은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차이를 알면서 그랬다면 질이 나쁜 속임수입니다.
▲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참석하자, 시민들이 할머니를 응원하며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유성호
또 보수성향의 미디어들은 대체로 정부의 강제 동원 해법을 '고육책'이라고 마사지해주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7일 <'고육책' 징용 해법... 한·일 관계 정상화 계기로 살려가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내법(대법원판결)과 국제법(청구권협정)을 동시에 존중하면서도 안보와 경제를 위해 시급히 한·일 관계를 풀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이 반영된 '고육책'"이라고 이번 해법을 평가했습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깡그리 무시한 이번 해법이 과연 대법원 판결을 고려한 고육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안보와 경제를 위해 대법원판결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던 고육책'이라고 하면 모를까요.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그 응원단이 '3.6 강제동원 해법'을 변호하는 논리가 너무도 실상에도 맞지 않고 논리에도 어긋나 이런 격언이 생각났습니다.
오태규(ohtak) 오마이뉴스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 "95살 먹고 억울하긴 이번이 처음“
시국선언문 발표 "윤 정부, 피해자 불우이웃 취급하며 모욕감 안기는 2차 가해 자행“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법원 배상 판결 이행에 피고인 일본 기업은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는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긴급 시국선언'에 참석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95살이나 먹어서 (이렇게) 억울할 때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윤석열은 한국사람인가, 어느 나라서 온 사람인지 모르겠다. 무슨 놈의 나라를 이끌고 대통령 한다하나"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날인 6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 재단'(이하 재단)에 민간으로부터 자발적으로 기부를 받아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대법원 판결금을 대신 변제한다는 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양금덕 할머니는 "그런 돈 굴러 죽어도 안 받아. 왜 그런 돈을 받아. 내가 우리나라에서 고생했대 일본가서 고생했대"라며 "윤석열 말은 다 내던져버리고 우리끼리 힘 합해서 나라 이끌어 가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금덕 할머니와 함께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김성주 할머니도 이날 시국선언에 참석해 "일본 사람들은 양심이 있으면 말을 해보라. 우리를 데리고 갈 때는 중학교, 고등학교 다 공부도 하고 일하면 돈도 준다고 꼬셔서 데리고 가서 평생 골병이 들게 이렇게 만들어놓고 지금은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우리는 어디다 대고 하소연을 해야 하나"라고 따졌다.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가 강제동원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주 할머니는 "옛날 몇 십 년을 그렇게 기죽고 살아왔는데 지금도 그렇게 살아야 하나"라며 "지진이 일어나서 가옥이 무너져 버렸는데 친구들 몇 명이 죽고 우리도 골병들어서 이렇게 됐다. 한 달 약값만 해도 몇 십만 원이 들어간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33년동안 우리를 위해 고생하신 선생님들 덕분에 지금까지 역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일본은 우리에게 사죄도 안하고 자기들이 반성해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고 조금도 우리에게 미안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라도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하면 우리도 용서하겠는데 그런 말 한 마디 없고 우리를 골병들게 했다"며 "생각할수록 눈물이 난다"고 한탄했다.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시국선언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 입장문에 대해 "국가는 굴종을 하고 국민은 굴욕을 느끼고 피해자 국민은 모욕을 느낀다"며 "피해자의 동의없는 제3자 변제 법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여기계신 피해자분들이 싫다고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합의를 했지만 그것은 국가 간에 합의를 한 것인지 민간인의 불법 피해 배상 합의한 거 당연히 아니다"라며 "그 명백한 사실을 대법원이 확인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과거 위안부 잘못된 합의로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심판 받았는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정부는 해법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만든 것"이라며 "민주당은 윤 정부의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이고 반국가적인 야합에 대해 일방적 선언에 대해서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의 아픔을 다시 짓밟으며,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우리 헌법의 근본 질서를 스스로 훼손했다"며 "인권을 유린당한 일제 피해자들을 불우이웃 취급하며 모욕감을 안기는 2차 가해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이처럼 본말이 전도된 백기투항 망국적 외교참사가 있었던가. 윤석열 정부에게 국민은 누구이며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이번 해법은 일본 우익과 일본 정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꼴이 됐다.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 못한 퇴행이요, 최소한의 국가의 역할조차 방기한 대참극"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굴욕적 해법이 검찰출신 대통령과 검찰출신들이 장악한 행정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며 "입만 열면 '법대로'를 외치고 자의적 법의 잣대로 무고한 시민들을 겁박하고 탄압하는 자들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을 위반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빌미로 일제가 자행한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었다"고 꼬집었다.
프레시안 이재호 기자
검사 아빠가 자랑스러운 이유
정순신 전 검사 아들의 인식
뇌물 받는 권력자 검사 자랑
괴물 권력 된 검찰 비춘 거울
정순신 전 검사의 고교생 아들이 검사 아빠를 자랑하며 주변에 했던 말. 판결문 내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 캡처
검사 아빠를 둔 아이가 있다.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이번에 우리 아빠가 피해자 억울함을 풀어줬어.” “우리 아빠는 사회악을 처단하는 사람이야.” “우리 아빠가 묻힐 뻔한 사건 내막을 파헤쳤어.” 이런 자랑이라면, 친구들도 모험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빠져들 것이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장에서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전 검사) 아들의 학교폭력 판결문을 보면, 고교생 아들의 아빠 자랑 이유가 희한하다. 평소 늘 아빠 자랑을 했다는데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고 했단다.
정 변호사가 뇌물을 받아가며 검사 생활을 했는지는, 검찰이 늘 그렇듯 제 식구는 수사할 리 없으니, 알 수 없다. 다만 과장이나 허풍이라 해도 ‘뇌물 받는 아빠’ 자랑은 상식의 하한선을 파괴한다. 검사의 아들은 아빠에게서 정의롭고 공정한 모습을 보지 못했거나, 그것이 검사가 추구해야 하는 이상이라는 가정교육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간다. 설사 뇌물을 받았다고 해도,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 되는 부끄럽고 부패한 일이다. 그런데 자랑거리로 여겼다. ‘뇌물을 받는다’는 건 ‘남이 굽신거린다’는 뜻이고, 아들은 아빠에게 이런 ‘권력’이 있다는 데 우쭐했던 것 같다.
검사 집안의 ‘가정교육’을 엿볼 수 있는 이 사건은, ‘일그러진 검찰’의 모습을 반영한 거울이기도 하다. 검사가 오로지 ‘권력’만을 상징할 때, 사회는 얼마나 뒤틀리는가 말이다.
검찰이 ‘권력’의 화신임은 수사대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서민들을 괴롭히는 민생범죄 단죄는 뒷전이고 늘 정치권 수사에 검찰력 대부분을 쏟는다. 정치권 수사 중에서도 야권 수사에만 집중한다. 문재인 정부와 야권에 대한 수사는 열손가락이 부족할 만큼 셀 수가 없는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나 여권에 대한 수사는 찾아볼 수 없다. 최소한의 균형감과 자기 통제력도 사라졌다.
수사 대상(대부분 야권)이 정해지면, 때려눕히고 이겨 먹는 게 우선이다.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걸로는 이제 성에 안 차는 듯싶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출근길에 야당이나 피의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공개적인 입씨름을 하고, 구속영장에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 ‘시정농단’이라는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문구를 쓰는 지경이다. 처신과 이성의 끈을 한 가닥 붙들고 있던 때의 검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검찰 권력이 득세하며 잃은 건 무엇인가.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세계 16위에서 24위로 8계단 하락했다. ‘정치 문화’ 부분 하락이 컸는데, “라이벌 정치인들을 쓰러뜨리는 데에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다”고 분석했다. ‘라이벌의 몰락’, 이것이 정권을 막론하고 한국 검찰의 거의 유일한 쓰임새다.
검찰이 정치적인 수사에만 매달리는 동안, 사회를 맑게 하는 수사기관의 기능은 잊혀졌다. 서민 생활을 파탄으로 내몬 전세사기와 같은 범죄들이 오랜 기간 제어 없이 지속돼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이 민생범죄에 대대적인 정보 수집, 인지 수사, 기획 수사를 공표하고 실행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얼마 전에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사 아들이 아빠 권력을 자랑하며 학교폭력을 가할 정도로, ‘검찰 권력’의 영향이 실개천처럼 사회 곳곳에 흐르는 동안에 말이다.
이진희 논설위원 river@hankookilbo.com
여기도 ‘MZ’ 저기도 ‘MZ’
교수는 강의마다 ‘빻은 소리(부적절한 발언)’를 한마디라도 하지 않으면 그날 밤 몸 어딘가에 뿔이 날 거라고 굳게 믿는 사람 같았다. 레퍼토리는 매번 달랐다. 왕년에 한 꼰대 짓부터 ‘요즘 애들’에 대한 개탄, 은근한 성차별 발언까지, 교수는 거의 모든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올라운더’였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3」 방송 화면 갈무리
여기서 그쳤다면 그저 ‘흔한 중년 남성 교수’ 정도였을 것이다. 발언의 수위도 사실 그리 높진 않았다. 그런 그가 유독 기억에 남은 건, 피식 웃으면서 마지막에 꼭 붙이던 대사 때문이다. “아, 요즘은 이러면 큰일나지?” 아니 그걸 알면 좀… 하나도 안 웃겼다.
최근 어떤 계기로 그 교수를 다시 떠올렸다. 연합뉴스의 내 또래 기자가 퇴사하며 사내 게시판에 남긴 글을 읽고 나서다. 그는 회사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썼다. “문제를 제기한 후배 피해자들은 어느 순간 ‘무서운 요즘 MZ’가 돼 있고, 문제아로 찍혀 눈치를 봐야 한다.”
읽자마자 작게 한탄했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든, 저 말을 설명 없이 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기성세대가 ‘MZ’를 말하는 속내가 결국 뭔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구분짓고, 편한 대로 해석하고, 이용해 먹으려는 꼼수’임을.
어딜 가나 ‘MZ’ 이야기다. 다들 신이 나서 ‘MZ’, ‘MZ’ 하는 모습을 보자니 신명도 이런 신명이 없다. 모든 건 MZ를 위해 만들어졌고, 모든 정치인은 MZ를 떠받드는 것 같다. 그러나 MZ들이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건 “요즘 이러면 큰일난다”며 이죽거리는 입술들이다. 참다 참다 문제 제기하면 “무서운 MZ”라며 조롱하는 얼굴들과 마주하게 된다. 더 많이 마주치는 건, 모멸감을 꾸역꾸역 씹어삼키다 목이 메어 화장실에서 몰래 끅끅 울고 있는 또래들이다. 우린 학교에서부터 ‘밀려나면 끝’이라는 한 줄만큼은 확실하게 외웠기에, 비웃고 괴롭히고 성희롱하는 당신들 밑에서 어떻게든 ‘존버’한다.
어떤 청년들은 ‘MZ의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인서울’ 대학을 나오고, 수도권에 살며, 적어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사무직 정도는 돼야 비로소 ‘MZ’가 된다. 최상위 극히 일부인 그들의 목소리만이 ‘MZ의 요구’로 공론화되고, 오직 그들만 정부기관이 주최하는 ‘MZ와의 대화’ 행사에 초대된다.
영화 <다음 소희>의 주인공은 전북 특성화고 출신으로 콜센터에서 착취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를 ‘MZ’라고 불러준 사람은 없었다. 대학 대신 간 SPL 공장에서 숨진 23세 여성 노동자를, 발전소에서 세상을 떠난 24세 비정규직 김용균을 ‘MZ’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나.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우리 세대엔 이들이 더 많을 텐데, ‘MZ’를 검색하면 깔끔한 오피스룩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웃는 청년들의 삽화만 나온다. 휴가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이 MZ에서 인기란다. 미디어도 한패다.
그러니 어차피 멋대로 ‘MZ’, ‘MZ’ 떠들 거라면 좀 안 보이는 곳에서 해줬으면 좋겠다. 현직 MZ로서 정말 24시간 ‘노이즈 캔슬링’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MZ 캐릭터 ‘맑은 눈의 광인’처럼. 당신들 때문에 능률이 떨어진다.
주간경향 조해람 정책사회부 기자
MZ를 잇는 큰손, ‘욜드족’이 뜬다
몸과 마음이 젊은 시니어를 의미하는 ‘욜드족’은 풍부한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기반으로 자신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파급력 있는 소비 주체로 부상 중이다.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최근 여행 회복세가 본격화되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중장년을 의미하는 ‘욜드(Young+Old)족’이 늘어난 것이다. 몸과 마음이 젊은 시니어를 의미하는 ‘욜드족’은 풍부한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기반으로 자신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파급력 있는 소비 주체로 부상 중이다.
파라다이스시티에 따르면 올 1~2월 50대 이상 투숙객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6% 증가했고, 유료 멤버십 회원 수도 15%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다이스시티 측은 핵심 고객인 MZ세대가 부모 세대의 방문을 끌어낸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파라다이스시티는 시니어 전문 패션 에이전시 ‘더뉴그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중장년층 타깃 메이크오버 화보 촬영 및 ‘호캉스’ 이벤트를 진행,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당시 부모를 위한 2030자녀들의 참여 신청이 잇따르며 응모 경쟁률이 무려 170:1 이상을 기록했다.
수준 높은 전시 작품들을 즐기려는 욕구도 ‘욜드족’ 여행 패턴 중 하나다. 파라다이스시티 측은 “예술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도 중장년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평소 문화 예술 향유 기회가 적었던 부모 세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정리했다. 김지윤 june@kyunghyang.com
‘외신 호평’ 전하면서 피해자 목소리 지운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 사흘 연속 ‘외신 보도가 짚은 의미’ 알림
의미 짚는 대목 부각해서 전달…국내 피해자들 언급은 없어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아닌 국내 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외신의 호평’을 연일 전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비판과 우려, 야권의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 기사 중에서도 정부에 유리한 대목만을 발췌한 경우가 확인된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윤석열 정부가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한 이래 사흘째 대통령실 출입기자 대화방에 해외 언론의 보도 사례들을 공지하고 있다. 특히 발표 당일인 6일엔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 발표 이후 주요 영미권 언론들이 한국과 일본 측 발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환영 입장 등을 반영해 동 발표의 의미를 평가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례로는 뉴욕타임스(NYT), AP, 로이터,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AFP 등 매체의 보도 8건이 소개됐다.
미국 중심의 주요 영미권 언론은 한·미·일 협력 강화와 중국 견제라는 미국 중심의 실익에 초점을 두고 배상안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주요 언론의 기사들은 해외홍보비서관실의 설명처럼 ‘긍정적 의미’만을 평가하지 않았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일례로 6일자 블룸버그 보도(https://tinyurl.com/2p8prc5e)를 꼽을 수 있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이 보도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무역에서 안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대에 악영향을 끼친 분쟁을 끝내기 위한 돌파구 마련을 시작”했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양국의 협력과 파트너십의 획기적인 새 장을 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실제 기사는 윤 정부 배상안이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비중 있게 소개하고 있다. “여전히 의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야당은 이날을 ‘수치스러운 날’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을 향해 ‘일본에 대한 굴종’이라 비난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한 단체는 윤 대통령에 대해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위해 피해자들에게 배상이 아닌 기부금이라는 부당한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그들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고 있다’고 했다”고 보도한 것. 이 기사는 또 로렌 리처드슨 호주국립대 국제관계학 교수를 통해 집권 정당의 성향에 따라 한국 정부의 배상안 관련 입장이 변화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같은날 해외홍보비서관실이 소개한 NYT, AP, AFP 등의 기사들도 피해자들이 ‘일본의 사과와 일본 기업의 보상 없는’ 배상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이튿날인 7일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외신들은 주요 국제기구 및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평 등을 중심으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들 보도에는 ‘협력과 파트너십의 새로운 장’, ‘과감한 지도력’, ‘리더십과 전략적 결단의 승리’ 등 평가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MSNBC,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도쿄경제신문, 미국의소리(VOA) 기사들에 대한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은 이날 이코노미스트 보도(https://tinyurl.com/24aun87f)가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수십 년 동안 양국 관계를 악화시켜온 분쟁이 종식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를 (한일) 양국의 협력과 파트너십의 획기적인 새 장을 여는 것이라고 환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이 기사는 올해 95세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씨 이야기로 시작된다. 기사 사진 속엔 휠체어에 앉아 ‘윤석열 정부 굴욕외교 OUT!’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선 그의 모습이 담겼다. 13살 나이에 유학인 줄 알고 찾아간 일본의 미쓰비시 공장에서 월급 한 푼 없이 일해야 했던 양씨가 “내가 죽기 전에 가해자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라는 희망을 말했다는 내용이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의 목소리도 기사에 담겼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일본과의 더 나은 관계를 원한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64%가 일본의 추가적인 사과와 과거 잘못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고 답했다”며 “촛불을 든 시위대는 윤 대통령의 ‘굴욕적인 친일외교’와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비난했다”고 했다. 이 기사는 “가장 큰 의문은 윤 대통령이 분노를 달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했는지, 분노를 부추겼는지에 대한 것”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대통령실이 인용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환영 발언은 9개 문단으로 이뤄진 전체 기사 가운데 두 번째 문단에 등장한다.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의 참여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배상안을 발표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를 환영했다는 대목이다. 외신 중에서도 피해자 목소리에 집중한 보도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떼어내 소개한 것이다.
이후 해외홍보비서관실의 기사 소개는 한일관계와 미국의 관계에 집중한 미국 전문가들의 기고글을 중심으로 보도 사례를 전했다. 이른바 ‘북한 붕괴론’을 주장했던 빅터 차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존스톤 CSIS 일본 석좌,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국장, 맥스 부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등의 주장 등이다.
▲3월6일 이후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의 외신 반응 설명을 인용한 주요 보도들. 사진=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갈무리
그간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외교활동 괸련보도를 주로 전해왔다. 특정 현안에 대해 며칠 연속 주요 보도 사례들을 소개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와 야권 반발이 높은 국내 여론과 달리 배상안을 호평할 가능성이 높은 영미권 및 일본 언론의 목소리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윤 대통령과 정부의 언론관 논란을 비판하는 외신에 대해 무대응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던 것과도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런 해외홍보비서관실의 대응은 ‘주요 언론’으로 꼽히는 일부 매체의 기사화를 통해 홍보 효과를 얻었다. 강제징용 보도 사례가 배포된 직후부터 <韓정부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에 외신…“韓-日 관계개선 첫발”(매일경제)> <대통령실 “주요 외신,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 첫 발’ 평가”(조선일보)> <대통령실 “주요 외신, 징용해법‘ 韓-日 관계개선 첫발 평가”(동아일보)> <尹정부 강제동원 해법에 외신 “한미일 협력 강화 위해 일본이 조치 취할 차례”(조선비즈)> <정부, 강제징용 해법에…주요 외신 “한일 협력 새로운 장 열었다”(노컷뉴스)> <외신,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해법 호평…“일본 화답해야”(MBN)> 등의 기사가 이어진 것이다.
외신이 피해자와 야권 반발을 조명했다고 밝힌 경우는 대통령실 설명을 고려하지 않은 개별 매체의 자체적인 외신 모니터링 기사에 그쳤다. <외신들 “강제징용 해법에 피해자들 반발” 일제히 언급(뉴시스)> <[강제징용 해법] 외신 “한일 반목 끝낼까…피해자들은 반발”(연합뉴스)> <외신 “尹, 日강제징용 3자변제 야당 거센 비판 직면”(아시아경제)> 등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 측에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나 설득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파업을 좋아하는 노동자는 없어요"
정부‧재계‧언론 이구동성으로 노조법 개정안 비난에 정면 반박
언론 향한 택배노동자 “파업조장법 아닌 교섭촉진법”
승소한 택배노조·법 전문가 “판례 반영한 최소한도…한계 명확”
“조중동과 경제지는 노동조합의 목적이 조합원 처우와 지위 개선이 아니라 ‘파업 그 자체’인 양 호도합니다. 그러나 파업을 좋아하는 노동자는 없습니다. 파업을 하면 임금을 받을 수 없고, 잘못하면 해고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파업이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가족들의 걱정, 언론에 의해 매도당하는 데 대한 억울함…. 견디기 쉽지 않은 고통을 겪습니다.”
지난 7일, 11년차 택배노동자로 지난해 CJ대한통운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의 말이다. 택배노조는 2021년 말 과로사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파업했다. 대화를 거부하던 CJ대한통운은 본사 점거농성 조합원들을 상대로 2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이날 서울 정동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재계, 보수언론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규정해온 프레임을 반박했다. 김태완 수석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파업 조장법’이 아니라 ‘교섭 촉진법’”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7일 서울 정동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제공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용자로 확대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권리분쟁까지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2조 2‧5호). 또 법원이 노조활동으로 인한 손배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3조). 3조의 경우 노조탈퇴를 유도해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키는 사측의 전략을 막을 수 있다.
재계와 보수언론, 정부는 개정안을 원색 비난해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이 “법치주의와 충돌하는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노조법 개정안을 “황건적 보호법” “파업조장법” “기업 죽이는 노조 떼법”으로 규정했다. 이는 주류 언론 헤드라인에 그대로 올랐다.
탁종렬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장은 개정안 상임위 통과 전후 기간에 해당하는 2월 12일~28일 보도를 분석한 결과, 개정안에 직접 의견을 밝힌 사설과 칼럼은 55개이며 이 중 긍정 의견은 7개에 불과했다고 했다. 개정안을 비판하는 사설과 칼럼 제목에 오른 열쇳말은 ‘입법폭주’ ‘불법 파업 기승’ ‘불법파업 면책법’ ‘파업만능주의’ ‘파업만능 봉투법’ 등이었다.
▲2월22일, 노란봉투법에 부정적 태도로 취한 신문지면 보도. 출처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보고서
노동법 전문가와 특수고용‧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법 개정안이 파업을 부추긴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작년 택배노조가 본사 농성에 돌입한 건 파업 45일차였다. 왜 재계와 조중동, 경제지들이 말하는 ‘극단적 투쟁’을 하게 되었는가?”라며 “진짜 사장이 우리와 책임있게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그 45일 간 ‘계약관계에 있지 않다’ ‘우리는 당신들의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대화와 교섭을 거부했다”고 했다. 정부와 현행법이 모두 사용자 개념을 좁게 해석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진짜 사용자’와 대화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택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만약 노조법 2‧3조가 이미 개정돼 CJ대한통운이 자신이 진짜 사장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면 오히려 조기에 교섭에 나섰을 것이고, 파업이나 본사 농성까지 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했다. “사회적 합의로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서 배제되자 거짓말처럼 과로사가 현격히 줄었다. 원청, 진짜 사장이 사회적 대화에 나와 책임을 졌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올초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원청사업주가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환노위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해당 판결을 그대로 원용했다. 노조법 개정에 “현실에 뒤처진 법을 뒤늦게 손봤다”는 평이 따라오는 이유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택배 노동자 수입을 따져보면 최저시급 수준이며, 이를 장시간 노동으로 벌충해 먹고사는 처지”라며 “그런데 CJ대한통운은 이런 조합원들과 노동조합에 무려 20억원의 손배를 청구했다. 2018년 파업때도 8억원의 손배를, 그 이전에도 2~3억원의 손배를 무수히 청구했다”고 했다. 앞서 두 건의 소송에서 법원이 CJ대한통운에 패소 판결을 냈지만 손배는 반복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해 CJ대한통운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며 파업과 본사 점거농성을 했다. 택배노조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 및 집회 모습.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단체협약 적용률과 근로손실 일수를 비교분석한 통계로 이를 뒷받침했다. 단체협약 적용률이 1%씩 올라갈 때 근로손실일수는 13만2000일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노조법 2조가 개정되면 하청, 특수고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단체교섭이 늘어난다”며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아지면 근로손실일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노조법 개정으로 파업이 크게 늘 것이라는 경영계, 보수언론, 정부의 주장과 정반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의 한계가 좀처럼 조명을 받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정기호 민주노총법률원 원장은 “근로자 규정이 개정되지 않아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소송을 통해 노동자임을 인정받아야 하는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단순파업에 손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조합원 개인에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은 핵심 사항임에도 반영이 안 된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대검 인연’ 통째 이식 수준…윤 대통령 당선 1년, 검찰만 남았다
공직사회 뒤덮은 검사들 ‘검찰공화국’
학연·검연으로 얽힌 윤석열 사단
국정운영 난맥상 우려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제기되어 온 ‘검찰공화국’ 우려가 현실화되기까지 불과 1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 만에 공직사회 도처에 검사들이 자리 잡으면서, ‘검사동일체’의 강고한 조직 논리가 국가 운영 시스템을 대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사 추천부터 검증·임명까지 이어지는 공직사회 인선의 과정을 검찰 출신들이 모두 장악하면서, 합리적인 토론과 외부 견제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이는 다시 검사 출신의 동종교배를 강화하는 구조적 배경이 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검찰 몰입 인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법무부, 금융감독원,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처 등 20여개 기관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부처에 파견된 현직 검사를 포함하면, 최소 70여명이 공직사회 전반에 포진한 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민식 국가보훈처 처장 등 장차관급 인사만 13명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 내에서 돋보이는 자리를 차지한 검찰 출신 인사의 공통점은 윤 대통령과의 ‘인연’이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40년 지기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석동현 사무처장이 대표적이다. 석 처장은 최근 논란을 빚은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식민 지배받은 나라 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있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완규 법제처장 역시 윤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 대통령 장모의 형사 사건 및 윤 대통령 본인의 징계취소 소송을 대리했던 ‘특수관계인’들이다.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조형물에 대검찰청 건물이 비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찰청 ‘근무 인연’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집권 초기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던 검찰 출신들이 눈에 띄는 인사로 공직사회의 주요 거점을 장악해 ‘검찰 독식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국정원 댓글 수사 등을 함께 한 ‘윤석열 사단 막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전국 수석 부장검사’인 형사1부장으로 일한 김남우 국정원 기조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전임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역시 윤석열 사단 검사로,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 수사를 하면서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변호사 시절에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맡기도 해 ‘보은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대통령실 주요 보직은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의 진용을 통째로 이식한 수준이다. 이원모 인사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연구관이었고, 성비위 전력으로 논란을 빚은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운영지원과장이었다.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강의구 부속실장 역시 각각 대검 사무국장과 검찰총장 비서관으로 함께 일했다. 이 밖에도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으로 좌천됐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국정원 댓글 수사 뒤 좌천된 윤 대통령과 대구고검에서 만나 ‘밥 총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다 검찰에서 나온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선거캠프에서 참모 역할을 맡았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같은 청 인권감독관으로 일했다.
법무부에는 자연스럽게 최측근 한동훈 장관을 필두로 윤석열 사단이 대거 포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검찰화’를 표방하며 임기 동안 법무부 장관 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취임 1주일 만에 ‘심복’인 한 장관을 임명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 근무 시절 ‘카풀 인연’으로 알려진 이노공 전 성남지청장을 차관으로 임명했다. 전 정부에서 탈검찰화를 시도한 주요 보직에도 검사들이 다시 자리했다. 법무실장에 김석우 전 서울고검 검사, 법무심의관에 구승모 전 남양주지청장을 임명했다. 비검찰 출신이 자리했던 일부 법무부 과장 자리도 검사들로 채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전 정부에서 임명된 위은진 전 인권국장은 최근 “일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사직하기도 했다.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 현관앞으로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근에는 직무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일부 직책에도 검찰 출신 인사들을 고집하며, 검찰공화국의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복지부는 지난달 전주지검 군산지청 부장검사 등을 지낸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근 전문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자리에 검사 출신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 자리에는 우재훈 검사가 파견됐다. 현직 검사가 장관 교육부 정책보좌관으로 파견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검찰 수사관 출신 박경오씨가 서울대병원 감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검찰 만능주의’ 인사가 현재진행형이며 미래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을 전공을 가리지 않고 공안·기획 등 주요 포스트에 앉히는 독식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노골적 특수부 편중 인사에 반발한 검사 60여명이 줄사표를 쓰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검찰 전직 간부는 “윤 대통령은 인사권이 없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도 자기 사람들로만 주요 간부진을 꾸렸다. 원래 자기 사람만 믿고 쓰는 사람”이라며 “당시에도 ‘편중 인사’ 비판이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본인의 확고한 성향이 있고 잘 바뀌지 않는다. 당분간 정부 부처 주요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를 계속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더구나 내년 4월에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다. 내각을 장악한 검찰 출신들이 입법부로도 대거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식 회전문 인사검증 시스템도 문제다.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통솔하는 인사정보관리단에 인사검증 권한을 맡기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사를 등용하는데, 검찰 출신이 인사를 추천하고, 검찰이 검증하는 구조를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이같은 배타성·폐쇄성은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라는 인사참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국정 전반 ‘검찰식 해법’ 작동…“문제 생기면 수사하고 압수수색”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
검찰식 통치 빠르게 확산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해 어퍼컷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 ‘검찰’은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의 뼈대이자 대한민국의 국정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열쇳말이 됐다. 권력·사정 기관을 비롯해 국정 전반에 걸쳐 검찰 출신 인사가 요직에 배치됐고, 조정과 타협 대신 상명하복이라는 ‘검찰 문화’도 빠르게 확산했다.
윤 대통령의 검찰 인사 중용은 “좋아, 빠르게 가”라는 대선 구호처럼 거침없었다. 그는 취임 일주일 만에 복심으로 불린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전격 기용했다. 야당은 타협을 포기했다며 반발했으나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이시원 전 검사를 공직기강비서관에 기용한 것을 필두로,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등 검찰 출신 측근으로 채웠다. 정부 요직에도 검찰 출신을 기용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완규 법제처장, 박성근 총리비서실장,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등이 모두 검사 출신이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윤 대통령은 할 수 있다면 주요 자리들을 검사 출신들에게 맡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임 정부에서 ‘권한 분리’의 대상이던 검찰은, 권한을 다시 키워 윤 대통령 통치의 핵심 기관으로 전면에 나섰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으로 부패·경제 범죄에 한정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권남용, 조세 등으로 확대했다. 수사준칙을 개정해, 재수사 요청 범위를 넓혀 경찰 수사에 개입할 권한도 키웠다. 법무부 탈검찰화 또한 과거로 되돌려, 김석우 법무실장 등 주요 보직에 검사 출신을 임명했다.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북한 어민 북송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대장동·성남에프시(FC) 의혹 등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관련된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조차 철저 수사를 촉구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늘어난 검찰 인사는 국정 전반에 ‘상명하복’, ‘일사불란’ 등의 ‘검찰 문화’로 번졌다. 금융권에서는 관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윤 대통령이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하자,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은행권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검토하라”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금융 기관을 검사·감독하는 금감원 본연의 업무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노동정책에는 노조에만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관성이 작동한다. 윤 대통령은 일부 강성 노조를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건설 현장의 폭력을 ‘건폭’으로 규정하고 엄단을 강조했다. 왜곡된 관행을 낳은 구조를 개선하기보다 ‘수사와 처벌’이라는 검찰식 해법을 곧장 들이대는 것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수직적 검찰 스타일은 여당, 야당과 관계에서도 나타났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여당 위에 군림하려 하는 모습이, 이준석 전 대표 퇴출이나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무 개입 논란으로 나타났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해도 너무한다는 정서가 당에 상당하다”고 말했다.
대야 관계도 ‘검사 대 범법자’의 시각이 작동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당선 뒤 단 한 차례도 정식 회동을 하지 않았다. 열달 사이 여야 간 타협은 실종됐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 제출과 윤 대통령의 수용 거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라는 극한 대립이 이어졌다. 대통령실과 여당 핵심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이 범법자(이 대표)와 왜 만나느냐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한다.
대통령의 검찰 중심의 통치와 검찰식 사고방식은 문제 해결보다 갈등을 키운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측근끼리 국정을 운영하니까 견제가 되겠냐”고 했다. 그는 “더 우려되는 건, 문제가 생기면 수사하고 압수수색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반발하는 의원들은 곧바로 제압하려 하지 않냐”며 “정치는 수사하듯이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찰을 운영하던 식으로 정권을 운영한다. 검찰 조직의 특성이 상명하복 아니냐”며 “윤 대통령의 정치는 정당 정치가 아니라 검찰 정치다”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미분양에도 상승하는 아파트 가격, 이것이 시장주의인가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소비되는가?
미분양인데 분양가는 왜 상승하나?
지난 2월 28일 발표된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5만8027건이던 미분양 주택은 12월 6만8148호, 올해 1월 7만5359호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에 상품을 만들어서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은 채 쌓이는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시장을 통하여 가격이 조정되면서 균형에 도달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그런데 시장경제의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균형 원리에 역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축비 인상으로 인하여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수요자의 구매력이 감소하여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데, 건축비 인상을 원인으로 공급가격인 분양가를 더 높이겠다는 소리다. 지난 2월 28일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분양가산정 기준인 기본형 건축비를 3개월 만에 2.05%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건설사들의 공급원가 인상을 공식적으로 용인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모든 분양아파트의 건설원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되는 일부 아파트의 분양가에만 적용되는 건설원가의 기준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부동산 시장 과열로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였으나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매우 제한적인 지역 단위에 핀셋 적용되어 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월 3일 투기과열지구 등을 해제하는 규제 완화를 단행하는 등 제한적인 규제마저 풀었다. 이에 따라 강남, 서초, 송파, 용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대폭 축소되었다.
따라서 기본형 건축비가 인상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분양 아파트의 경우 기본형 건축비 적용 대상이 아니다. 설사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기본형 건축비의 인상폭이 전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어 주택 공급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작다. 최근 급등했다고 알려진 건설원가 중 레미콘가격, 합판 거푸집 가격, 시멘트 가격 등이 전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시멘트업계 주장에 따르면 시멘트가격이 분양가 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0.1%에 불과하다. 30평 아파트 공사비 산정 시 시멘트 구매비용은 186만 원이라 한다(가격 올려도 분양가 영향 0.1%수준... 시멘트업계의 항변, 2022.8.24. 한국경제).
최근의 환율 급등, 수급불안으로 인하여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은 맞지만 원자재가격 상승, 공사비 상승으로 인하여 분양가를 높여야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공사비 상승 이전 종전의 분양가가 분양원가 수준에서 결정되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사비가 상승하기 이전의 원래 분양가가 공사비를 반영한 분양원가보다 월등히 높은 고분양가였다면,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분양가를 높여야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부동산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방법 중 토지가격과 공사비를 합산하는 방식의 평가방법을 원가법이라고 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 분양가격은 일종의 원가법을 적용한 부동산 가격이라 할 수 있다. 공사비 급등 현상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공사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아파트가격과 유사 부동산의 매매가격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른 부동산 가격 간 괴리가 컸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아닌 주택의 분양가는 천정부지 치솟았으나, 저금리에 기반하여 무한정 유입되는 투기적 가수요는 주택의 종류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먹어치웠다. 가격 급등기 끝자락의 분양가와 거래가격은 상단 꼭대기를 찍었고, 긴 유동성 파티 기간 동안 금융사와 건설사들의 기대이익 수준은 매우 높았을 것이다. 그들은 투기적 가수요에 기대어 끝 모르고 치솟은 거래가격과 분양가격을 자본주의 시장원리라 불렀다. 규제로 인하여 공급이 위축되고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테니,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것이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경제관료였던 홍남기 부총리의 논리이기도 했다.
이제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지면서, 미분양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다. 유효수요의 위축으로 시장의 거래는 얼어붙었고,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른 부동산의 교환가치는 급속히 하락했다. 반면,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원가법에 따른 부동산 가치는 상승하였다. 원가법에 따른 건설원가보다 시장의 거래가격인 교환가치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이렇게 상호작용을 통하여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시장원리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가격이 변동하면서 수요량과 공급량이 조절되고, 공사비 원가에 포함되는 토지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등 토지원가가 조절되면서 균형가격으로 수렴한다.
그런데 부동산가격 폭등기에는 마음껏 이윤을 추구하도록 놔두는 것이 시장주의라고 부르짖던 건설사들이 이제 시장원리에 따라 조절되는 균형가격이 아니라 공사원가를 들고 나와 분양가를 올리겠다고 한다.
건설사들은 왜 분양가를 올리려고 할까?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택 수요자들의 가격접근성을 높여 분양가를 낮춰야하지 않나?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특성, 부동산 가격결정원리에 따른 건설사들의 수입극대화 전략이 숨어 있다.
가격차별이란 독점기업의 수익극대화 전략이다. 시장지배력이 강한 독점 기업이 수익극대화를 위하여 동일한 상품을 상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관의 조조할인제도, 택시 심야할증요금, 숙박업소의 성수기 비성수기 이용요금 차이 등이 그것이다. 가격차별로 소비자잉여를 생산자가 모두 가져가게 되므로, 소득분배가 악화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부동산 시장은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하는 불완전 시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진위를 알 수 없는 실거래가격 정보가 여과 없이 국토교통부의 공식 통계를 통하여 제공된다. 실거래가 한건으로 수십 건의 광고성 기사와 유튜브 방송이 쏟아진다. 부동산 정보의 압도적 다수는 부동산을 높은 가격에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다.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 폭등장을 경험한 사람들의 상승기대심리가 아직까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수요자들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비정상적인 가격이 상당기간 오래 지속되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무력하였고, 새 정부는 한술 더 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지금은 혼돈의 시장이다. 실거래가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편차가 매우 크므로, 부동산 가격을 종잡을 수 없다. 누군가는 이제 바닥을 찍었다 하고, 누군가는 장기하락이 이어질 것이라 한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 심리, 시장 전망에 대한 판단 기준과 정도는 수요자의 개별적 투자 성향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서울의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로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는 2022년 2월 첫 분양에서 일반분양 142가구 모집에 933명이 신청해 6.4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청약자가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속출했다. 6월 완공 이후 분양가를 15% 내려 재분양했으나, 아직 미분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2022년 9월 당시 7차 무순위 청약안내 공고문상 잔여세대 공고가 23가구로 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결국 100세대 이상 분양에 성공한 셈이다. 입지와 주위환경을 고려했을 때 전유면적 78제곱미터(㎡)타입이 10억 원이 넘는 등 분양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분양가 또는 분양가의 15% 할인금액 수준에서 100세대 이상이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의미이다. 시행사가 가격 기대치가 높은 극소수에게 가장 높은 분양가로 판매하고, 그보다 낮은 기대를 갖는 그룹에게는 다소 분양가를 할인해 주는 등의 가격차별 전략을 취해 잉여를 극대화한 사례다.
공사비 원가가 올라서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소리는 종전의 분양가가 공사비 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가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제가 틀렸다. 원가 타령을 하는 건설사의 태도는 판매자가 가격 독점권을 갖고 있는 불완전한 시장에서 정보독점력을 이용하여 소비자 잉여를 최대한 생산자 잉여로 전이하기 위한 가격차별 전략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건설사들은 가격이 천정부지 상승할 때는 시장 존중과 자유시장경제를 부르짖으며 원가중심의 가격인 분양가상한제를 비판하고, 마음껏 이윤을 추구하도록 놔두라더니, 공급가격이 너무 치솟아 이를 소화할 수요가 감소하자, 공사비 상승을 이야기하며 분양가 상승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의 증가는 부동산시장 경착륙, 건설사 줄도산, 금융권 부실로 금융위기를 초래한다며, 대한민국 경제를 담보로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에 발맞춰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조절 기능을 하던 각종 제도를 무력화하고, 다주택자 감세정책, 투기과열지구 해제, 대출규제 완화, 임대사업자등록 제도 확대 등을 통하여 일관되게 부동산 가격을 부양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공급자 중심의 종전 가격이 유지되는 것을 음으로 양으로 조력하고 있다.
동일한 아파트단지의 분양 아파트이지만 부동산의 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과 기대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에 실거래가격은 불완전한 정보 하에서 불특정 다수의 기대와 전망, 개별적 사정과 소득과 신용이 무작위로 조합되므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실거래가는 이렇게 극소수의 특수한 사정이나 기대가 반영된 개별성이 매우 강한 가격 추정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절대적으로 공급자가 만들어내는 이 가격은 주로 부동산에 대해 낙관적이고 공격적인 투자자들의 행위와 결합되어 '실질 가격'이 된다. 대한민국에서 실거래가 혹은 분양가는 공급자의 수익극대화를 목표로 설정된 공급자 중심의 가격이다. 공급자 중심으로 세팅되어 유통되는 부동산 가격정보는 불완전한 부동산 시장 환경, 부동산 투기를 조장·방조하여 경기를 부양하거나 조세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정부 정책,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기를 바라는 자산 기득권들의 이기심이 수십 년 간 누적되어 만들어낸 부동산공화국의 작동원리이다. 부동산공화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공급자가 만들어낸 가격이 시장원리에 따라 균형을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실거래가는 실제 거래된 것이 맞는지 아닌지 진위여부와 상관없다. 정부는 미분양 물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도 검증하지 않고, 미분양 이후에 시장에서 어떤 방식과 어떤 가격으로 소진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칸타빌수유팰리스 36가구를 공공임대로 매입했다. 공공임대 매입가격은 분양가의 85%선에서 결정되었다. 그렇다면 분양가격 또는 LH공사의 매수가격은 적정한 가격인가? 칸타빌수유팰리스는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아파트다. 분양가에 분양원가가 반영되지 않았다. 주변의 실거래가와 비교할 때도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이 아파트의 적정가격은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르면 145세대 중 100세대가 넘는 분양 및 실거래가 이루어졌으므로 분양가를 적정한 가격으로 보아야 한다. 실거래가격이 존재한다면 이를 기준으로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문제가 없나? 칸타빌수유팰리스의 매입 사례는 실거래가 또는 분양가를 그대로 부동산의 적정가치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를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 일본, 영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부동산 가치를 평가할 때 공히 감정평가 3방식을 활용하여 상호 검증,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건설원가를 의미하는 재조달원가를 합산하는 방식의 원가법, 유사한 부동산의 거래사례와 비교하는 방식의 거래사례비교법, 대상 부동산이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을 환원하여 가격을 산출하는 수익환원법을 모두 고려하고, 시장상황과 평가 목적에 따라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여 적정가격을 평가한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공급자의 수익극대화를 목표로 하여, 공급자가 만들어내는 가격이다. 반면 부동산의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 절차는 대출이나 조세제도 등과 결합해 부동산 가치의 3면성, 즉 원가성, 시장성, 수익성의 가격형성원리에 따라서 다각적으로 가격형성 요인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공급자 중심의 가격을 견제하고, 정상적인 시장을 분석하여,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을 조절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적절히 분배되도록 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균형에 수렴하도록 이끄는 임무를 띤다.
부동산의 적정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실거래가의 내용이나 성격을 분석하지 않고, 원가성과 수익성을 함께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거래가만을 추종하는 방식의 부동산가격 산출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우리는 부동산 가격 정보를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여야 하는가? 한국의 부동산 가격을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조정흔 감정평가사/ 프레시안
정부 “회원 개인정보 다 내놔”…보조금 안 받는 시민단체까지 ‘탈탈’
정부, 보조금 안 받는 단체까지 무차별 정보수집
성폭력 피해자·성소수자 단체 “활동 위축” 우려
행안부 “강제조사권 없어…현장서 거부권 설명”
민간단체들 “거부권 고지도 제대로 못받았다”
정부가 시민단체를 포함한 전국 비영리 민간단체 전수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단체 회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요구해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유령단체’를 걸러낸다는 명목으로 전수조사를 주도한 행정안전부는 각 단체가 회원 명단을 제출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방자치단체에 자료제출 요구를 하달했고, 단체들에 자료제출을 ‘거부할 권리’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력을 동원한 정부가 ‘위법 논란’까지 자초하며 시민단체를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한겨레> 취재 결과,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정부에 등록된 1만5458개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하면서 지자체에 단체 회원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정보가 담긴 자료를 제출받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뒤로 민간단체들은 소속 지자체로부터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받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과 행정조사기본법상 정부의 등록 대상이 되는 민간단체는 ‘상시 구성원 수 100명 이상, 최근 1년 이상의 공익 활동 실적’ 등의 요건이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단체에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이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자체는 단체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 보조금 등을 지원받은 적 없는 민간단체도 모두 전수조사 명목으로 회원 개인정보 제출 요구를 받은 점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해 지자체가 이메일로 전수조사 차원에서 회원 명단을 제출하라고 해서 100여명 정도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앞자리까지 나온 명단을 추려서 제출했다”며 “행정력을 낭비하면서 왜 이런 조사를 하는지 의문이다. 시민단체 압박용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 및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은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사회 참여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회원 중에는 성폭력 피해자도 있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출 못 한다. 직접 사무실에 와서 확인하라’고 했다. 이에 담당 공무원이 사무실에 와서 회원 관리 프로그램을 확인했다”고 했다. 한 성소수자 지원단체 활동가는 “회원 등록 자체만으로도 개인의 성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는데, 이런 전수조사는 소수자 단체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안부조차 개인정보 수집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행안부 민간협력과 관계자는 “회원 명단 제출 같은 경우 강제조사권이 없어 강제로 요구할 수 없다. 현장에서 충분히 제출 거부권리에 대한 설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표자나 주소가 변경돼도 등록하지 않은 단체들이 있어 이를 확인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10여곳의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한겨레>에 “거부권이 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관련 법상 정부의 민간단체 전수조사는 강제조사 근거가 없는 임의 조사인데, 무조건 ‘회원 명단을 제출하라’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최소 범위로 적합한 조사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행정조사기본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부채 수렁 빠진 윤석열 정부, '관치금융'으로 벗어나려 한다
[삶은경제] 한국 경제, 파국 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 수준에서 '동결'했다는 소식은 별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분명 이날 결정은 다른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일뿐 아니라 위험한 것이지만 국내언론은 예상했다는 듯 담담했다. 그러나 필자는 지난 금통위 결정이야말로 어쩌면 우리가 두고두고 소환할지 모를 최악의 선택이라 보고 있으며, 이미 그 우려는 현실로 확인 중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정치권력에서 '독립'하지 못한 우리 중앙은행의 위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이창용 총재의 변명(?)을 떠나 이번 결정의 핵심에는 주택시세 폭락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공포가 스며있다. 윤석열 정부는 주택가격 폭등으로 권력을 빼앗긴 문재인 정권의 몰락을 지켜보며, 그 보다 훨씬 큰 파장이 예상되는 주택가격 폭락을 모면하는 데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까지 최소한 부동산 자산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선봉에 세운 '영혼을 끌어 모은' 관치금융이 작동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당시 미분양주택 정부 매입을 언급해 여론을 요동치게 만들었고, 이후 비상경제회의를 통해서는 은행 공공재론을 언급하며 노골적인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나선 것이 그 근거다. 한국은행의 엉뚱한 기준금리 동결은 그래서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관치금융으로 부동산 떠받치기에 나선 영끌 정부의 담보가 국민경제라는 냉혹한 현실. 당장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곧바로 미연방준비제도의 긴축강화와 엇박자로 맞물리며 환율급등을 야기 중이다.
1. 너무 빠른 확산 : 집권세력 길로틴 된 '미분양'
국토부가 집계한 1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의 규모는 7만5000가구를 넘었다. 미분양 규모는 올 상반기 중 10만 가구를 돌파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 역대 최대 규모를 찍었던 이명박 정부 당시 16만호 수준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미분양 주택통계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규모를 압도하는 속도. 지난해 6월 이후 올해 1월까지 전국 월별미분양 주택증가속도는 국토부가 관련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빠른 상황이다. 시쳇말로 대기권을 뚫고 치솟던 주택가격이 물가급등,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만나 고꾸라지며 쏟아내는 폭발음이 바로 미분양이다. 그런데 이 폭발음은 단순히 주택시세 버블 붕괴의 신호음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경제의 비상 경고등에 가깝다.
▲ 국토교통부 2023년 1월 주택통계 중 발췌.
2. 무너지는 부채주도성장 신화
이는 부동산 자산가치가 우리 경제시스템과 직결된 뇌관이기 때문이다. 97년 IMF이후 우리 내수 경제는 기본적으로 부채가 가져오는 성장 공식에 의존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시중에 '빌린 돈'이 넘치면 실물에 사용되고 남는 돈 대부분이 주택 시장으로 유입된다. 부동산 버블이 집값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 고용까지 순환하며 '아름다운' 부의 효과를 누리는 부채주도성장이 그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을 간판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 역시, 실제 국민들에게 내놓은 메뉴는 부채주도 성장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시기 주택시세가 전례 없는 과열 국면으로 빠져들자 각종 부동산 규제를 통해 이를 막아보려 시도했지만, 실제 유동성은 전세자금대출 등 모피아가 주도한 엉터리 금융정책 덕분에 부동산 규제 따위를 무시한 채 무차별로 시중에 살포되었으며, 결국 폭등한 주택시세는 국민적 분노로 돌아와 촛불정권을 퇴장시킨 것.
문재인 정부를 퇴장시킨 것이 집 없는 자들의 분노였다면, 윤석열 정부가 두려워하는 것은 집 있는 자들의 분노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주택가격규제와 관련한 이전 정부의 주요 조치 대부분을 해제하였고 올 초 특례보금자리론처럼 정부자금까지 주택시장에 쏟아 붓는 '영끌정부'로 거듭났다. 전 정부의 숨통을 끊은 주택시세 폭등이든, 현 정부를 '영끌' 정부로 만든 주택시세 폭락이든 부동산에 전 자산을 '몰빵'하며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주택시세의 급등락은 정권의 운명을 쥔 목줄인 셈이다.
3. 이 와중 등장한 엉터리 '관치도박'
그런데 이 와중에 등장한 가장 심각한 사태가 바로 관치금융이다. 관치금융이란 무엇인가? 금융당국이 자신의 뜻대로 금융을 조작하는 것이다. 관치금융이 문제인 것은 엄연히 스스로의 원리로 작동하는 시장의 기능을 정부의 뜻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자금의 교환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금융시장의 가장 본질적 기능과 존재의미는 위험의 값을 평가해 금리로 반영하는 역할에 있다.
주택시세가 너무 비싸면 주택을 담보로 공급된 자금의 대출이자가 올라야 한다. 높은 대출이자는 주택 수요의 가장 큰 적이다. 주택공급은 이미 과잉인데 주택수요가 실종된 상황을 타게 하기 위해 관치금융이 등장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국민은행 본점을 방문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는 고금리 시대의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함께하기 위한 노력"이라면서 대출금리 인하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동시에 금융기관의 성과급과 관련한 검사활동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금리 인하 주문과 금감원 검사가 노골적으로 맞물린다.
대통령이 은행의 과점이 문제라며 북을 울리고 후배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장구를 들고 장단을 맞추자 소외된 금융위원회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챌린지뱅크니, 스몰라이센스니 하면서 은행 간 경쟁을 강조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억지 통과되며 등장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사라지기라도 한 것일까?
▲ 은행을 제외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 부동산PF대출 잔액. ⓒ금융감독원
4. 관치도박 담보된 국민경제 운명은?
주택시세 폭락이 야기할 민심의 길로틴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은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 주택시세 버블 과정에서 최근 금융위기 뇌관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등장했기 때문. 부동산 PF는 과거 건설사가 담당하던 주택건설자금 공급 기능을 지난 10년 사이 저축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및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이 대신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부상했다. 담보가 아니라 사업성을 근거로 보증이나 대출을 실행하는 부동산 PF의 금융 방식은 본질적으로 미분양 발생이 가장 큰 리스크다. 특히 미분양 발생은 해당 사업 뿐 아니라 유동화 된 업계 전체의 부동산PF 금리에 영향을 미치며 본PF 앞단에서 진행되는 브릿지 금융까지 마비시키는 부동산 금융기법이다.
그런데 미분양의 급속한 확산만으로도 부동산PF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우리 금융시스템은 내수뿐만 국가경제의 3대 축인 수출과 재정 모두에서 강력한 도전을 받는 중이다. 반도체와 대 중국 수출이 핵심인 무역수지는 반도체의 글로벌 수요 위축과 대중국 무역적자로 건국 이래 최악이라는 12개월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여기에 미국반도체법 논란까지 새롭게 가세하는 형국으로 이 문제가 더 악화된다면 경상수지 흑자 기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재정 분야는 더 충격적이다. 집권과 동시에 '부자감세·재벌감세·건전재정'을 외친 윤석열 정부는 결국 지난 달 30일 기획재정부 발표 2022년 국세수입실적에서 지난 1월 기준 국세수입이 정부예상대비 7조 가까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수입이 예산을 밑돌려 세수부족에 직면한 것. 정부지출이 시중에 돈을 푸는 행위고, 돈이 풀리면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확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현 정부는 사실상 무대책이다.
거기에 작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한국 경제의 전망을 낭떠러지로 밀고 있다. 해외기관과 언론들은 이 숫자에 경악하며 한국이 사실상 집단자살을 선택했다고 언급하거나, 청년집단이 출산파업으로 한국사회에 저항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모든 조건들 속에서 발버둥 칠수록 빠져드는 부채 수렁 중심에서 시장원리를 무시한 관치금융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백정현 사무금융노조 정책국장 /프레시안
광역단체장 '매우잘함'은 김동연 지사, '긍·부정 최대 격차'는 김영록 지사
광역단체장 주민생활 만족도 1위는 경기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 유권자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지역별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도정 운영 긍정 평가는 67.9%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64.5%로 2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58.4%로 3위를 기록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긍정평가 중 '매우 잘함'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긍정 평가 58.4% 중 매우 잘함 31.8%, 잘하는 편 26.5%, 부정평가 24.5% 중 매우 잘못함 10.6%, 잘못하는 편 13.8%, 잘모름은 17.2%. 긍·부정 격차는 33.9%포인트)
김영록 전남지사는 긍·부정평가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 67.9% 중 매우 잘함 26.6%, 잘하는 편 41.3%, 부정평가 18.4% 중 매우 잘못함 6.6%, 잘못하는 편 11.8%, 잘모름은 13.7%. 긍·부정 격차는 49.5%포인트)
농촌 지역인 전남과 경북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가 줄곧 선두권을 기록해 왔다는 점에서, 도농복합 지역이자 수도권인 경기도 광역자치단체장이 3위를 기록한 것이 눈에 띈다.
이어서 홍준표 대구시장(57.7%), 김영환 충북지사(55.8%), 김관영 전북지사(55.4%), 김두겸 울산시장(55.2%), 오영훈 제주지사(53.9%), 박형준 부산시장(53.6%), 김태흠 충남지사(53.2%), 김진태 강원지사(52.5%), 박완수 경남지사(50.0%), 오세훈 서울시장(49.7%), 최민호 세종시장(47.9%), 유정복 인천시장(47.2%), 강기정 광주시장(45.3%) 순이었다. 긍정 평가가 가장 낮은 광역단체장은 이장우 대전시장(41.2%)으로 나타났다.
2023년 2월 주민 생활 만족도에서는 경기도가 69.1%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제주도가 68.0%, 서울시가 67.3%, 세종시가 64.6%, 충청북도가 61.7%, 전라남도가 60.0%를 기록했다. 주민 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은 광역자치단체는 전라북도로 50.9%를 기록했고, 그 바로 위는 대구시로 54.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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