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사장 최종 후보 탈락 연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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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MBC사장 최종 후보 탈락 연임 실패
18일 156명 시민평가단 정책발표에서 탈락 ‘이변’
안형준, 허태정 후보 21일 방문진 최종면접 진출
▲서울 상암동 MBC사옥.
MBC 사장 최종후보자 선정을 위한 시민평가단 대상 정책발표 결과 박성제 현 MBC 사장이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앞서 MBC 최대 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지난 7일 정기 이사회 면접 평가를 통해 MBC 사장 공모에 지원한 13명 중 박성제, 안형준, 허태정 후보를 1차 합격자로 선정했다. 3인은 18일 156명의 시민평가단이 참여한 정책토론회에서 정책발표와 질의응답을 진행했으며, 이후 시민평가단 투표 결과 안형준, 허태정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방문진은 오는 21일 면접을 통해 1명을 신임 사장 후보자로 결정한다.
안형준 후보는 1994년 YTN기자로 입사해 2001년 MBC 경력기자로 입사했으며 2018년 방송기자연합회장을 역임했고 2021년 메가MBC추진단장을 맡았다. 안 후보는 이날 “MBC 구성원 상당수가 현 사장의 사법 리스크를 걱정하고 있다. 나는 예측되는 정치적 난관에 전략적으로 선제 대응하기 적합한 후보다. 임기 3년의 마지막 날까지 MBC를 지켜내겠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안 후보는 “정권 교체때마다 대립과 갈등이 심하고, 징계와 유배가 반복되고 있다”며 “저널리즘 원칙을 보도책임자가 지켜내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안 후보는 “다른 방송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유죄 리포트가 톱이었지만 우리는 15번째였다. 특정 정치 세력에게 유리한 편집이었다는 오해를 살 만했다”며 뉴스 공정성 확보를 위해 “팩트체크119팀을 만들고 공정성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매주 회의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또 “지역MBC 광고배분비율이 30%대까지 떨어졌다”며 해당 배분 비율을 늘리고 서울과 지역MBC 공동 제작 프로그램을 늘리는 한편 “KBS와 힘을 합쳐 온라인에서 공영방송 무료 콘텐츠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밖에 “20% 시청률을 넘기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사장 직속 글로벌 드라마 기획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정파를 떠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뉴스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보도국 편집회의에 발언 총량제를 도입해 특정인이 발언을 주도하는 상황을 막고 수평적인 회의를 진행하게 하겠다. 데스크 실명제를 도입하고 기사 수정 이력도 남기겠다”고 공약했다. 또 “MBC는 정기 공채 순혈주의가 굉장히 강하다. 내부 갈등도 정기 공채와 2012년 이후 입사한 경력 기자 간 갈등이 심하다”며 “정기 공채 순혈주의를 약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으며 “지역MBC와 함께하는 전국 체육대회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안형준, 박성제, 허태정 MBC사장 후보. ⓒ방송문화진흥회
허태정 후보는 1991년 MBC PD로 입사해 2008년 <북극의 눈물>을 연출하고 2010년 시사교양국 CP를 맡았다. 2018년에는 MBC 정상화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허 후보는 경영계획서를 통해 “MBC 보도책임자가 논란이 되는 사건에 대해 ‘딱 보니 100만’, ‘맛이 간 사람’이라고 발언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보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실질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품격있는 정론 저널리즘 만들겠다”며 박성제 후보를 정면 비판했다.
허 후보는 “MBC뉴스가 민주당 편향적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딱 보니 100만’이라는 발언을 두고 챗GPT에 물어봤더니 언론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답하더라”고 말한 뒤 “광고주들도 MBC에 대해 이미지가 안 좋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사전‧사후 공정성 평가위원회 신설을 통해 자유롭게 발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북극의 눈물>보다 실천적인 환경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또 사내 스튜디오 시스템과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바이든 날리면 보도도 국익 부분과 알권리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팩트체크를 세 번 네 번 해서 듣고 확실할 때만 보도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들렸어’ 그것만으로 보도해선 안 된다”고 했다. 현 MBC 공정성 점수를 50점 이하로 평가했고, 박성제 후보의 ‘딱 보니 100만’ 발언은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직을 나눠주는 건 진정한 화합이 아니다. 일을 통해 뭉쳐야 한다”고 했으며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공정한 평가가 중요하다. 호칭도 변경해야 한다. (나에게는) 사장님 말고 태정님이라고 부르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박성제 후보는 1993년 기자로 입사해 2012년 공정방송파업 당시 부당해고를 당한 뒤 복직, 2018년 MBC보도국장을 거쳐 2020년 MBC사장으로 임명됐다. 박 후보는 “지난해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즐겨보는 뉴스로 MBC가 꼽혔다. MBC 뉴스 유튜브 채널 조회수는 전 세계 1위 기록했다. 3년 연속 흑자 경영했다. ‘피지컬100’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했다”며 “이 정도면 괜찮게 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은 뒤 “그런데 아직도 배가 고프다. 더 잘하고 싶다”며 연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박 후보는 “맨날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성명이 나온다. 이미 부당한 외압을 받고 있지만 더 심각한 압력이 들어오면 공개하고 기자들보다 맨 앞에서 싸우겠다”고 했다. 또 “기자‧PD들은 사장이 간섭만 안 하면 알아서 잘 한다. 양심껏 취재해서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들 편에 서라고 하겠다”고 했으며 “MBC 저널리즘위원회를 만들어 MBC 신뢰보고서를 발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MBC가) 특정 정당에 우호적이라는 생각은 프레임이다. 우리 뉴스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어떤 정부든지 불만은 나온다”며 “중요한 건 진실이다. 진실 앞에 중립은 없다”고 했다.
앞서 안형준‧허태정 후보의 인지도가 낮고 박성제 후보의 임기 중 MBC 경영성적을 감안하면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MBC 안팎에서 높았으나 시민평가단의 판단은 달랐다. 이들은 이날 3명의 후보에게 17개의 공통질문을 던져 답변을 듣고 난 뒤 1인당 두 명의 후보를 적어냈고, 박 후보는 최종 후보 명단 2인에 들지 못했다. 방문진은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평가단을 도입했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연임 좌절 박성제 MBC사장 “가짜뉴스 명예훼손 작전 성공”
3명 중 2명 뽑는 시민평가단 투표에서 탈락…“거짓 주장에 영향받은 시민평가단 분들이 분명 계셨을 것” 국민의힘 겨냥
▲박성제 MBC사장. ⓒ연합뉴스
박성제 MBC사장이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임 도전은 좌절됐다. 결과에 승복하고 제 부족함을 인정한다”고 했다. 박 사장은 “보도국장 때 뉴스를 살렸고, 사장이 된 후 국민 신뢰를 다시 찾았다. MBC를 지상파에 머물지 않는 콘텐츠 그룹으로 만들고 싶었다. 성과도 꽤 있었지만 저의 꿈을 여기서 접는다”고 했다. 박 사장은 “처음 도입된 시민평가단의 운영방식을 지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라 제도를 탓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18일 156명의 시민평가단이 참여한 정책토론회에서 투표 끝에 최종 후보 2인에 들지 못하며 탈락했다.
박 사장은 다만 자신의 탈락을 가리켜 “‘박성제는 탈세, 횡령, 배임, 노동법 위반, 부실 경영 등등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온갖 가짜뉴스로 제 명예를 훼손한 몇몇 의원님의 작전은 성공한 듯 하다”고 했다. 박 사장은 “제 이름을 검색해 보고 그 황당한 거짓 주장에 영향받은 시민평가단 분들이 분명 계셨을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그렇게 반복적, 지속적으로 허위 비방을 해도 면책특권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박 사장은 18일 정책발표회에서도 “맨날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나를 비난하는) 성명이 나온다. 이미 부당한 외압을 받고 있지만 기자들보다 맨 앞에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MBC 차기 사장 선거가 다가오며 박 사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입에 자주 등장했다. 임이자 의원은 “MBC가 지난 4년간 자행한 차별과 인권유린, 부당노동행위 등은 도저히 공영방송에서 일어날 수 없는 수준의 불법 행위들이었는데 특별근로감독 결과 이 모든 행위들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박성제 사장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법적 책임을 지길 바란다”(1월13일 원내대책회의)고 말했다.
박성중 의원은 “박 사장의 연임 도전은 결국 공영방송 MBC를 영구히 장악하겠다는, 민노총의 언론노조의 계략이다”(1월20일 원내대책회의), “민주노총 간첩단 연루 사건은 팩트다. 그런데도 MBC는 민주당과 한통속으로 공안몰이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박성제 사장의 연임은 후안무치한 것”(1월25일 원내대책회의)이라며 지속적으로 박 사장을 겨냥했다. 이 같은 여당의 여론전이 시민평가단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게 박 사장의 입장으로 풀이된다.
박성제 사장은 18일 정책토론회에서 “지난해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즐겨보는 뉴스로 MBC가 꼽혔다. MBC 뉴스 유튜브 채널 조회수는 전 세계 1위 기록했다. 3년 연속 흑자 경영했다. 이 정도면 괜찮게 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은 뒤 “그런데 아직도 배가 고프다. 더 잘하고 싶다”고 호소했으나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 박 사장의 연임 실패로 MBC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박 사장은 “사장하면서 단 한 번도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내용에 간섭을 한 적이 없다. 기자‧PD들의 양심과 소신을 믿고 외압을 막아준 것뿐”이라며 “앞으로도 MBC 언론인들이 진실만을 추구하는 보도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떠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Life 2.0을 설계해 보겠다. 혹시 몰라서 또 말씀드리는데 그 설계도에 정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치○-드디어 엠비씨가 망하는구나... 박성제를 내치다니...!! 정치적 중립...기계적 형평성을 강화하겠다는 기회주의자들.. 간잽이들이 총대를 매는구나
봄○ - 바이든을 바이든이라고 하면 안된다는 놈이 사장이 되겠네. 이명박보다 더한 김건희정권
할말하○- ?? 무슨 국민평가단이야? 국힘평가단이겠지
지나○-상식적 납득 불가적 선출에 대해 시민평가단 구성비리 관련 반드시 다 파헤치고, 비리 구성 위법 관련자들 전원 초중형으로 다스려야... 상식적 언론의 역할을 누구보다 충실히 이행함에 주축이었던 박성제 사장을 내치는것이 말이 되며...박성제 사장을 공격하는 저 뻔뻔스런 뒤틀린 마우스가 정상인가!!!
담○ -우리 민중은 때론 강하지만, 대부분 미련하다. 전두환을 겪고 겨우 직선제 끌어 내 놓고 노태우를 찍어 대통령 당선 시킨 짓이나, 이명박에 당했음에도 박근혜를 당선 시킨 짓이나, 윤석열의 무능함이 선거 기간 내내 도드라 지게 보여 졌음에도 윤석열을 당선 시킨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난 10개월간 윤석열에게 그렇게 당하고, 바른 소식 전하는 유일한 공중파 MBC를 또 다시 저들의 손에 넘겨 줬다. 미련하면 고생 해야 한다. 더 고생 해라.
부산일보 사장은 나의 로비스트였다”
다시 본 파랑새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
파랑새저축은행 회장이 말하는 사건 진상
“김진수 사장은 1억 금품수수 전달책이었다”
2년전 노조, 김 사장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
“사실 아냐…15년전 사건 제기 이유 납득 안돼”
60대인 조아무개씨는 지난 8일 미디어오늘에 16년 전 사건을 술회했다. 그가 어렵사리 꺼낸 이야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의 ‘1억 원 수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노무현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ㄱ씨가 2007년 7월 예금보험공사의 자금 지원을 받게 해달라는 파랑새저축은행의 청탁을 받고 사례금으로 선거자금 명목의 현금 1억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5년 뒤인 2012년 부실 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ㄱ씨를 체포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ㄱ씨는 그해 1·2심에서 징역 10월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 받았다.
조씨는 당시 파랑새저축은행 1대 주주이자 회장으로 이 사건에서 ‘돈을 준 쪽’이었다. 그는 파랑새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300여억 원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지원 받기 위해 정부 부처나 금융감독기관의 도움이 필요했다.
재판 결과에 비춰보면, 이 사건에서 ‘돈을 받은 쪽’도 ㄱ씨로 분명하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두 사람을 연결한 전달책. ‘1억 원 수수’ 사건 1심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ㄱ씨)은 부산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아파트 부근 도로에서 조○○(조씨)의 지시를 받은 파랑새저축은행 감사 임○○로부터 청탁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현금 1억 원을 수수”했다고 기록돼 있다.
▲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 사진=부산일보
판결문이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
지난 15일 부산광역시 동래구 한 호텔에서 만난 조씨는 판결문에 한 사람이 빠졌다고 주장했다. “ㄱ씨와 나를 연결해준 것은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이다. 진수는 1억 원의 전달책이었다.”
사실 김 사장이 파랑새저축은행 사건에 깊게 연루돼 있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지부장 김진성)는 2021년 9월 성명을 통해 “김 사장은 전직 비서관 ㄱ씨와 파랑새저축은행 회장을 연결시켜 준 장본인”이라며 “현직 언론인이 불법이 자행된 사건의 핵심 브로커였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부산일보 노조에 제보한 이는 조씨가 아니다. 조씨는 “노조가 김진수 사장과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 김진성 지부장도 조씨가 미디어오늘에 김 사장의 파랑새저축은행 연루 의혹을 제보했다고 하자 “조씨가 2년 전 투쟁에 힘을 실어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제보 시점을 아쉬워했다. 사건 당사자인 조씨의 증언은 2년 전 노조 성명 신뢰도를 뒷받침한다.
조씨에 따르면,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께 친분을 쌓게 된 조씨와 김 사장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가까워졌다. 조씨 눈에 김 사장은 싹수가 있던 우량주였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유력한 지역지 기자와의 관계는 가까울수록 나쁠 것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친동생 같았던 ‘김진수 기자’가 회사에서 잘나가는 것이 그에게도 챙겨볼 일 가운데 하나였다.
현장 기자들이 편집국장을 꿈꾸듯 김진수 기자도 편집국장을 바랐다.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구성원 투표로 뽑는다. 조씨는 기자 선후배들에게 밥과 술이라도 사려면 돈이 필요할 테니, 김 사장에게 3년여 동안 S학원 법인카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조씨가 원장인 S학원은 부산 최고의 유명 학원으로 한때는 연 매출액이 45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S학원이 영업 정지된 인베스트저축은행을 인수하여 상호를 바꾼 것이 바로 파랑새저축은행이다.
현직 기자가 S학원 영업본부장 명함?
앞서 언급한 노조 성명에는 김 사장이 파랑새저축은행 주요 직책 명함을 갖고 다녔다는 내용이 다음과 같이 적시돼 있다. “김 사장은 단순한 연결 역할에만 그치지 않았다. 전직 비서관 ㄱ씨와 동향인 김 사장은 당시 파랑새저축은행 업무에도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당시 판매국(현재 독자서비스국) 부장으로 재직하면서 파랑새저축은행의 주요 직책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는 증언이 있다. 어떻게 부산일보에 몸담고 있으면서 불법을 일삼는 저축은행의 직원으로 활동할 수가 있는가 말이다. 김 사장에게 언론인으로서 윤리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2021년 9월27일자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성명 中)
조씨는 김 사장이 파랑새저축은행이 아닌 S학원 영업본부장 명함을 갖고 로비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 즈음 부산일보는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었고, 당시 진수는 조직에서 사실상 좌천돼 있었어요. 자기도 고민을 하더라고요. 자금 압박을 받던 파랑새저축은행 건이 잘 풀리면 아예 금융 쪽으로 넘어오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했죠. 진수와 함께 ㄱ씨를 만나면서 일이 잘 풀리겠다 싶었어요. ㄱ씨가 금융감독원이나 감사원에 가보라는 식으로 오더를 주면 진수가 만나보고 오는 식으로 일이 진행됐고요. 아무래도 진수가 현직 기자이다 보니 불편함이 있더라고요. 진수가 먼저 ‘명함을 하나 파달라’고 해서 S학원 영업본부장 명함을 파줬습니다. 진수가 서울에 올라갈 땐 거액의 경비까지 받아갔는데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진수가 일단 ㄱ씨는 출마해야 하는 정치인이니까 총알을 주자고 했고, 나도 그땐 돈이 들어올 줄 알았으니까 기대를 갖고 1억 원을 착수금으로 진수를 통해 전달한 거예요. 실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게 3억이든, 5억이든 더 줄 생각이었죠.”
ㄱ씨 1억 수수 사건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ㄱ씨)과 조○○(조씨)의 만남 이후 곧 금융감독원은 감사원 지시에 따라 파랑새저축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피고인은 금감원의 노○○ 부원장보와 조○○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는 바, 피고인이 실제 파랑새저축은행의 민원이 유리하게 처리되도록 감사원, 금감원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보인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로비는 실패했다. ㄱ씨는 2012년 10월 상고를 취하해 징역 10월과 추징금 1억 원이 확정됐고, 조씨도 1000억원대 부실 대출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반면, 검찰 수사를 피한 김 사장은 2010년 사회부장으로, 2012년 편집국장으로 승승장구했다. 2019년에는 부산일보 사장에 임명됐다. ㄱ씨에게 김 사장을 소개시킨 전직 부산일보 기자 A씨가 금품 수수 사건으로 검찰과 법원에 불려 다녔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 사장은 자신을 대신해 조사 받은 A씨에게 “평생 모시겠다”고 발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15년 전 사건, 지금 제기하는 이유 납득 안돼”
‘돈을 받은 쪽’인 ㄱ씨는 이 사건 성격 자체가 정치자금 수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17일 통화에서 “내가 관여하는 발달 장애 관련 사회복지단체가 있는데, (조씨 측이 좋은 일을 하고 싶으면) 그곳에 기금을 전달하라고 후원을 소개한 것”이라며 “그 사람(조씨)은 정치자금 성격으로 내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지만 나는 그때 공직에 있었기 때문에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받을 이유도 없었다. 단지 내가 돈을 받아 복지단체에 전달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ㄱ씨는 김 사장에 대해 “김 사장 때문에 파랑새저축은행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것”이라며 “김 사장이 그분(조씨)을 소개하면서 몇 차례 만났고, 김 사장이 혹시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돕겠다고 하여 지역복지 단체를 소개했던 것”이라고 했다. ㄱ씨는 A씨를 통해 김 사장에게 이 사건 성격을 ‘정치자금 수수’가 아닌 ‘복지단체 후원금 전달’로 진술해달라고 요청하고자 했으나 제대로 메시지 전달이 안 된 것인지 아니면 김 사장 측에서 외면한 것인지 묵묵부답이었다고 술회했다. ㄱ씨는 “(조씨가) 저축은행을 불리한 조건으로 인수해 어려움이 있었다”며 “(파랑새 쪽에선) 금감원이 파랑새저축은행을 조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그 주장이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 같아 그들에게 도움을 줬다. 자기들은 고맙다는 생각에서 사례하겠다고 한 것이었고 나는 그럴거면 차라리 사회복지단체에 후원하라고 했는데, 검찰에선 이를 정치자금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15일 오후 부산 동구에 위치한 부산일보 5층 사장실을 찾아 김 사장 입장을 직접 듣고자 했으나 만날 수 없었다. 부산일보 사측 인사를 통해 파랑새저축은행 로비 의혹에 관한 입장을 듣고 싶다는 뜻을 전했으나 김 사장은 답이 없다. 김 사장은 2021년 9월 노조 성명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 적 있다.
“노조가 어제 성명서를 통해 오래 전 파랑새저축은행 이야기를 갑자기 거론했다. 파랑새저축은행을 인수한 부산 지역 한 학원 원장은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이고, 전 비서관인 ㄱ씨는 고향 후배다. 서로 식사도 하고 만나는 사이였던 것은 맞다. 그러나 ㄱ씨 사건과 관련해 노조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먼저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았거나 법원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 만약 이 사건에 내가 핵심고리 역할을 했거나 사건에 관여했다면 참고인 등 어떤 형태든 수사를 받거나 소환 통보를 받는 것이 상식이다. 파랑새저축은행 명함을 갖고 다녔다는 것도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다. 노조가 기본적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런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노조가 15년 전에 종결된 사건을 지금에서 거론하면서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
▲ 부산 동구에 위치한 부산일보 사옥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침묵하던 조씨가 16년 전 사건을 입 밖으로 꺼낸 까닭은 무엇일까. 조씨는 “최근 김만배 사건을 보며 느낀 게 많다. 김 사장이 김만배보다 더 나쁘다고 봤다”며 “김진수는 기자 신분을 속이고 명함을 파서 대놓고 로비스트로 활동하지 않았나. 이런 사람이 부산을 대표하는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건 아니다 싶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와 구속 등으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그에게 등을 돌린 김 사장에 대한 배신감도 커 보였다. 조씨는 1억 수수 사건 등 검찰 조사에서 김진수 이름 석 자를 부러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친했고, 현직 기자였기 때문에, 그래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저축은행은 날라갔고, 도덕성이 중요한 학원 사업도 큰 타격을 입었죠.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사업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진수는 생리적으로 ‘이 사람은 끝났다’고 느꼈을 거예요. 완전히 등을 돌려 버리대요. 난 그의 밑바닥까지 다 닦아줬는데 말이죠. 사람은요, 겪어봐야 압니다.”
ㄱ씨의 ‘1억 원 수수’ 사건은 16년 전 일이다. 조씨 주장이 사실이래도 김 사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다만 검찰은 김 사장의 업무상 횡령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와 부산일보 노조는 2021년 10월 김 사장이 지역 건설업체 대표 제의를 받고 사모펀드에 투자했고, 그 대가로 건설사에 관해 우호적 기사를 게재했다며 경찰에 김 사장을 고발했다. 광고비와 발전기금을 횡령한 의혹도 제기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7월 김 사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사장은 “개인적 판단에 의한 투자이고, 영업 활동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몽땅 베끼면 어때? 돈 벌면 그만이라는 ‘유튜브 세상’
인플루언서의 죄의식 없는 표절
과학 유튜버 ‘리뷰엉이’가 자신이 올린 영상과 유튜버 김아무개씨의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비교한 자료.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18년 초, 유튜브를 돌아다니던 나는 어디서 많이 본 제목의 영상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2017년 샤이니의 종현이 세상을 떠난 직후 내가 이 지면에 썼던 추모 칼럼 ‘종현이 남기고 간 빛을 기억하며’라는 제목을 단 영상이었다. “제목을 따온 건가…? 썩 유쾌하지는 않은데.” 영상을 클릭해본 나는 기함을 금치 못했다. 여기저기에서 긁어온 종현의 사진들 위로, 내가 쓴 칼럼이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자막으로 흐르고 있었다. 충격을 받은 나는 같은 제목의 영상이 혹시 또 있는지 싶어 검색을 돌렸다.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영상이 다섯개가량 발견되었고, 영상마다 조회수가 십만 단위로 나오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저작권 침해 신고를 넣었다.
표절 그리고 발뺌
공신력 있는 언론에 기고된 글이었던 덕분이었을까. 다행히 내가 원저작자이며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유튜브는 다섯개의 영상을 모두 내렸다. 개중 몇몇은 나의 저작권 주장이 허위라고 이의를 제기하며 ‘사용된 사진들은 위키미디어에서 긁어온 것이고, 배경음악도 라이선스 프리로 풀린 무료 음악인데 네 저작권이 어디 있단 말이냐’라고 반문해 왔다. 나는 침착하게 ‘사진이나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핵심 콘텐츠인 스크립트가 통째로 내 것 아니냐’라고 재반론했다. 영상은 무사히 내려갔다. 물론 기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고인을 향한 나의 애도와 고민이 잔뜩 담긴 글을 누군가 무단으로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 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래도 상황이 나았던 편이다. 최근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나의 지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각 등장인물에 대한 인물 탐구 글을 써서 올렸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고통을 온몸으로 돌파하는 송태섭에 대해, 너무도 완벽한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도리어 선수에게 필요했던 팀워크는 가장 늦게 배웠던 서태웅에 대해…. 퇴근 후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밤을 하얗게 태우며 적어 내려간 절절한 감상은 수많은 이들을 울렸다. 지인의 글은 인터넷 포털 메인에 걸렸고, 조회수는 3만회를 돌파했다. 모든 것이 좋았다. 지인의 글과 수상스러울 정도로 똑같은 내용의 유튜브 영상이 등장하기까지는.
유튜브 영상 표절을 인정하고 지난 15일 공식 사과한 경제 전문 유튜버 주아무개(왼쪽)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영상이 올라온 곳은 일본 문화 관련 영상들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한 유튜브 채널이었다. 해당 유튜버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장인물 한명 한명에 대한 인물 탐구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기획부터 흡사하지만 그중에서도 서태웅 편은 핵심 아이디어부터 논지의 전개까지 놀라울 정도로 지인의 글을 닮아 있었다. 심지어 해당 유튜버는 지인이 기억에 의존해서 쓰느라 잘못 적은 대사까지 똑같이 적었다. “그런 곳에 멍청하게 서 있으니까 거슬린다. 나올 테면 나와”로 번역되어 있는 대사. 지인은 기억에 의존해서 글을 쓰느라 “거기서 걸리적거리지 말고 들어올 거면 들어와”라고 적었고, 해당 유튜버 또한 같은 표기를 택했다. 일면식이 없는 두 사람이 같은 대사를 똑같은 방식으로 ‘잘못’ 기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지인은 해당 채널에 댓글을 달아 해명을 요구했고, 상황을 눈치챈 다른 유저들도 표절 의혹에 해명하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해당 유튜버는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들을 야금야금 지우며 “자신은 베낀 적이 없으며 댓글을 삭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해당 유튜버는 표절 제보를 받기 위해 지인이 올려둔 이메일로 직접 메일을 보냈다. 자신은 수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사람인데, 구독자 수백명에 불과한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베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구독자 수가 많은 것과 표절 여부 사이에 대체 무슨 인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인은 내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유튜브에 저작권 침해 신고를 넣었지만, 유튜브는 저작권 관련 검토가 어렵다고 답했다.
나와 내 지인이 당한 횡액에 무슨 차이가 있길래 결과가 이렇게 달랐을까? 지인은 교묘하게 어휘를 바꾼 표절을 당했다는 점, 지인이 글을 올린 곳은 개인 블로그라는 점 정도가 전부다. 단순무식하게 복사-붙여넣기 표절을 당해서 입증이 쉬웠고, 저작권을 <한겨레>의 공신력으로 인증받을 수 있었던 내가 운이 좋은 사례였을 뿐, 사실 대부분의 표절이 내 지인이 당한 식으로 넘어갈 것이다. 짱짱한 법무팀을 갖춘 대형 콘텐츠 회사가 아닌 이상, 개인이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플랫폼 입장에선 이용자들의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게 우선이니, 개개인이 제기하는 표절 주장에 크게 대응하지 않는다. 그러니 일단 교묘하게 베끼고, 걸리면 우기면 된다. 표절을 입증하는 건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니, 그때까지 조회수를 바짝 당겨서 돈과 인지도를 벌면 그만인 것이다.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유튜브 세상’
최근 유튜브에서는 잘나가는 다른 유튜버의 영상을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고스란히 베껴와 수익을 창출하던 유튜버 김아무개씨가 폭로를 당한 뒤 채널을 폭파하는 일이 생겼다. 유튜버 김씨는 심지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제2의 월급 벌기’가 가능하다는 강의를 하고 다녔다. 김씨만 그런 게 아니었다. 김씨가 사용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의 대표 현아무개씨는 자사의 프로그램으로 히트한 영상의 스크립트를 베낄 수 있는 방법을 강의하고 다녔다. 김모씨를 유튜브로 인도한 유명 경제 유튜버 주아무개씨 또한 표절하는 법을 홍보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었다.
일단 조회수를 올려서 돈을 벌면 그만이라는 사람들의 표절이 판치는 세상에서, 애정을 담아 공들여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오리지널리티는 쉽게 사라질 테고, 끝내 쭉정이만 넘치는 판이 되겠지. 애초에 돈에 눈이 멀어 양심을 저버린 이들에게 자정을 기대할 수는 없으리라. 그렇다면 남은 건,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것뿐이다. 자신들의 플랫폼을 어디서 본 듯한 쭉정이만 넘쳐나는 폐허로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면, 지금이야말로 콘텐츠 제작자들을 보호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5·18 묘지 ‘기습’ 참배한 특전사…모두가 반기지는 않은 ‘화해’
5·18부상자회·공로자회 19일 화해식 강행
광주시민·사회단체 “진실한 고백 선행돼야”
특전사동지회 집행부 25명이 19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 제공
“떳떳하다면 왜, ‘도둑참배’를 하는 거예요?”
19일 오전 광주시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앞에 모인 5·18유공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특전사동지회 회원들이 국립5·18민주묘지를 ‘기습참배’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애초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는 이날 오전 11시 5·18기념문화센터에서 ‘화해 선언식’을 한 뒤, 오후 2시30분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전사동지회 집행부 25명은 이날 오전 9시55분께 국립5·18민주묘지 주차장에 예고없이 도착했다. 이들은 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 쪽에 “참배하러 왔다”“고 밝혔다. 5·18부상자회는 이날 오전 9시17분께 5·18관리사무소 쪽과 통화하면서도 이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김범태 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장이 특전사동지회 회원 30여명이 맞았다. 김 소장은 1980년 5월21일 고 전옥주씨와 함께 시민대표로 장형태 전남지사와 협상을 했던 5·18유공자다.
19일 광주시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앞에서 오월단체 회원들이 공동선언식을 두고 찬반으로 갈려 말싸움을 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특전사동지회 집행부는 5·18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제복 차림으로 집단 참배했다. 김 소장은 “검은 베레모를 쓰고 정복을 입은 채 군홧발로 가면 여기 누워계신 영령들이 벌떡 일어날 것입니다. 제복을 벗어달라고는 못하겠지만, 검은색 베레모는 쓰지 말 것을 5·18 당사자로서 정중하게 요청합니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검은색 베레모를 모두 벗고 인사, 묵념, 헌화, 분향 순서로 참배한 뒤, 참배단 위에 있는 묘지를 둘러보지 않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기습참배는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참배 후 대국민 공동선언식이 예정된 5·18기념문화센터로 이동했다.
5·18기념문화센터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광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은 5·18기념문화센터 앞에서 ‘피 묻은 군홧발로 5·18을 짓밟지 말라’, ‘가해자 사과없는 피해자의 용서 웬말이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문 앞을 지켰다. 이들은 군복을 입은 특전사동지회 회원들이 행사장에 들어서자 몸을 날려 달려들었고, 이를 제지하던 경찰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5·18유공자들 사이에도 갈등이 빚어졌다. 대국민 선언식에 반대하는 5·18민중항쟁기동타격대 회원 등은 ‘진행요원’을 하던 5·18부상자회 회원들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따지다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19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앞에서 유족회 어머니 등이 5·18 2개 공법단체가 추진하는 `화해 공동 선언식'에 반대하는집회에 참석했다. 정대하 기자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특전사동지회와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강행했다. 주최 쪽 관계자들의 인사말에 이어, 박민식 보훈처장의 인사말(대독)이 나왔다. 5·18 첫 희생자 고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금단씨는 참석하지 않아 그의 자리는 빈 의자로 남아 있었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특전사전우회는 대국민 공동선언 조인식을 끝으로 행사를 마쳤다. 5·18기념문화센터 안에서 공동선언식이 진행되고 있는 사이 경찰은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가 19이 오전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포용과 화해와 감사’라는 주제로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포용, 계엄군과의 화해, 5월 영령에게 감사한다는 의미를 담아 열렸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와 황일봉 부장자회장, 정성국 공로자회장, 전상부 특전사동지회 회장이 공동선언문에 사인을 마친 뒤 선언문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날 발표된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문’은 “진압작전에 투입된 공수부대원 등을 상부 명령에 복종이 불가피했고 아픔을 겪어왔다”고 밝혔다. 선언문엔 시민군과 진압군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분하지 말자는 내용이 담겨 논란을 예고했다. 양쪽 단체는 행동강령에 계엄군 장병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날 참석한 특전사동지회 회원 170여명 가운데 5·18 현장 투입자는 3~5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군 기동타격대원이었던 김공휴(62)씨는 “화해 선언식을 통해 물꼬를 트면 5·18 진압군이었던 공수부대원들의 일기나 기록 등을 끌어내면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9일 오후 2시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유공자화 시민단체 회원들이 `특전사동지회와의 화해 공동 선언식'을 규탄하고 있다. 이지현씨 제공
행사장 밖에선 영하의 날씨 속에 5·18유족회 어머니 등이 묵묵히 앉아 있었다. 5·18 3개 공법단체 가운데 유족회는 공동 선언식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숙고 끝에 빠졌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108개 시민단체는 “용서와 화해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가해자들의 진실한 자기 고백과 자기반성”이라고 지적했다.
5·18유공자 최형호(66)씨는 “진실을 고백하면 공수부대원들도 누구든지 받아줄 수 있는데, 그것을 안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한겨레 정대하 기자
‘오월시인’ 김준태 작가, 특전사동지회 공동 선언식 규탄
오월시인’ 김준태 작가는 19일 5·18 2개 공법단체가 특전사동지회와 진행한 ‘화해 공동 선언식’을 규탄하는 시를 지어 낭독했다. 김준태 시인 제공
‘물러가라/어서 물러가라/수많은 시민들을 죽이고/암매장하고 불로 태워서/날려 버리고 오랏줄로 묶은/학살자에 대한 역사의 단죄와/준엄한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5·18광주항쟁 정신은/코리아의 생명체 붉은 심장이다/더럽힐 수 없는 부러뜨릴 수 없는/역사의 하늘을 지키는 푸른 칼날이다!’
김 시인은 1980년 5·18 광주의 죽음과 부활을 노래한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의 작가다. 5·18유공자로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월 170만원에 통장 대여"‥유령법인 내세워 2백억 꿀꺽
유령 법인 명의로 천 개가 넘는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통장들을 통해 거래된 불법 자금은 13조 원에 달하는데요. 이들은 범죄 조직에 계좌를 빌려주고 한 달에 170만 원씩 받았는데, 그렇게 번 돈이 2백억 원이 넘습니다.
리포트-이렇다 할 가구 하나 없는 방 한 칸 숙소에 경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잠옷 차림의 남성은 전자업체와 식품업체 등 회사 수십 곳의 대표로 알려졌던 인물입니다.
[경찰 수사관(지난해 7월)]"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시고 진술을 거부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남성이 대표로 '등록된' 회사들은 모두 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였고, 이 회사를 통해 판매된 건 다름 아닌 '대포통장'이었습니다.
[경찰 수사관]
"허위법인 설립해서 대포통장 전자금융거래법 위반하고 그로 인해서 은행원들 업무방해‥"
서류상 '대표'라는 이 남성도 알고 보니 노숙인 출신인데, 배후에는 조직폭력배들도 있었습니다.
이들 일당은 숙소와 생활비를 주는 대신 노숙인 명의를 빌려 유령 회사를 세웠고, 본사와 지점 명의로 1천여 개의 대포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고태완/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계장]
"노숙자들도 사실은 특별한 직업이라든가 거처가 없는 자들이었고‥(범행 가담에) 필요 충분 조건이 이루어졌던 게 아닌가‥"
이들은 이렇게 만든 통장을 인터넷 도박사이트나 보이스피싱 조직에 월 170만 원에 빌려주고 3년간 총 210억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이 유통 시킨 계좌를 통해 거래된 금액도 약 13조 원에 이릅니다. 5개월 수사 끝에 경찰에 붙잡힌 이들 일당은 38명으로 이 가운데 6명이 구속됐습니다.
이들은 '계좌관리'와 '통장개설' 등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수사에 대비해 단체 대화방에서도 가명을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은 5백여 개 대포통장의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범죄수익 가운데 남은 47억 원을 몰수 보전했습니다.
MBC뉴스 차현진입니다.
100대기업 CEO]고졸 경영신화, 한국 재계 정상에 선 흙수저들
②'노오력'하면 CEO된다
국내 100대 시가총액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9명은 전문계고(옛 실업계고)를 졸업했다. 당시 가난한 수재들이 주로 명문 공고, 상고, 농고 등에 갔다. 말하자면 이들은 노력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한국 재계 정상에 선 사람들이다.
금융권 CEO 중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68),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62),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67), 김성태 기업은행장(61)은 상고 출신이다. 비금융권 CEO 중에선 최윤호 삼성SDI 대표(60),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68)가 상고를 졸업했다.
1970년대 후반 명문고로 불렸던 덕수상고 출신이 많다. 최윤호 대표, 이삼걸 대표, 진옥동 내정자 등이다. 1970년대 후반 덕수상고 연합고사 커트라인은 200점 만점에 180점대였다. 인문계 평균 117점보다 훨씬 높았다. 김효준 BMW코리아 전 회장(66), 김동연 경기도지사(66) 등도 덕수상고를 나왔다.
농고, 공고 출신도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66)은 농고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병아리 키우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부모님 반대에도 농고에 들어갔다. '한국판 카길' 하림을 창업해 꿈을 이뤘다. 지금은 하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하림그룹 계열 해운회사 팬오션 대표 자격으로 시총 100대 기업 CEO에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2015년 법정관리 중이던 팬오션을 인수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59)는 공고를 졸업했다. 홍 대표가 나온 용산철도고(옛 용산공고)는 국내 최초로 해외(호주) 정부 지원을 받은 전통의 명문고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62)는 의료과학고 출신으로 분류되지만 상고 출신으로 봐야 한다. 이 대표가 1980년 졸업한 영락상고는 2019년 영락의료과학고로 이름이 바뀌었다. 1952년 고(故) 한경직 목사가 세운 영락교회 내 청소년 성경구락부 중등부로 출발했다가 여러 번 이름을 바꿨다. 1970~80년대 영락상고 시절 이 대표 같은 중화학공업 인재를 키웠다.
국내 100대 시가총액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9명은 전문계고(옛 실업계고)를 졸업했다. 당시 가난한 수재들이 주로 명문 공고, 상고, 농고 등에 갔다. 말하자면 이들은 노력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한국 재계 정상에 선 사람들이다.
금융권 CEO 중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68),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62),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67), 김성태 기업은행장(61)은 상고 출신이다. 비금융권 CEO 중에선 최윤호 삼성SDI 대표(60),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68)가 상고를 졸업했다.
1970년대 후반 명문고로 불렸던 덕수상고 출신이 많다. 최윤호 대표, 이삼걸 대표, 진옥동 내정자 등이다. 1970년대 후반 덕수상고 연합고사 커트라인은 200점 만점에 180점대였다. 인문계 평균 117점보다 훨씬 높았다. 김효준 BMW코리아 전 회장(66), 김동연 경기도지사(66) 등도 덕수상고를 나왔다.
농고, 공고 출신도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66)은 농고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병아리 키우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부모님 반대에도 농고에 들어갔다. '한국판 카길' 하림을 창업해 꿈을 이뤘다. 지금은 하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하림그룹 계열 해운회사 팬오션 대표 자격으로 시총 100대 기업 CEO에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2015년 법정관리 중이던 팬오션을 인수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59)는 공고를 졸업했다. 홍 대표가 나온 용산철도고(옛 용산공고)는 국내 최초로 해외(호주) 정부 지원을 받은 전통의 명문고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62)는 의료과학고 출신으로 분류되지만 상고 출신으로 봐야 한다. 이 대표가 1980년 졸업한 영락상고는 2019년 영락의료과학고로 이름이 바뀌었다. 1952년 고(故) 한경직 목사가 세운 영락교회 내 청소년 성경구락부 중등부로 출발했다가 여러 번 이름을 바꿨다. 1970~80년대 영락상고 시절 이 대표 같은 중화학공업 인재를 키웠다.
고교 졸업 후 대학으로 바로 가지 않고 취업부터 한 CEO도 있다. 함영주 회장, 윤종규 회장이다. 함영주 회장은 금융권에서 '시골 촌놈'으로 통한다. 푸근한 인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우수 영업맨이었다. 상고 다닐 때 하숙집에 살았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직접 지은 쌀로 하숙비를 냈다. 은행원 2년 차에야 단국대 회계학과에 다녔다.
윤종규 회장은 고졸 외환은행 행원에서 금융지주 회장까지 올랐다. 별명은 '똑부'다. 일을 꼼꼼히 처리한다는 뜻이다. 광주상고 졸업 후 1973년 외환은행에 입사했다. 1981년엔 행정고시 필기시험을 차석으로 통과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시위 참여 경력 때문에 임용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아픔을 극복하고 금융권의 전설이 됐다.
전문계, 실업계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고교평준화 정책과 연관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977년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명문 1류 고등학교 인재 독식 현상이 사라졌다. 1958년생 고교 평준화 이후 첫 졸업생이다. 58년 개띠 이전 세대들은 어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지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컸다. 정부, 학계, 기업 어디에나 이른바 명문고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하지만 77년부터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갈 학생들은 무작위로 배정을 받아 집 근처 학교에 입학했다. 이른바 '뺑뺑이 세대'다.
그러나 77년 이후에는 실업계 고등학교는 계속 시험을 치뤄 학생을 선발했다. 명문 인문계 고교는 사라졌지만 명문 실업계 고교는 명맥이 끊어지지 않았다. 집안이 가난해 대학에 가는 대신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 똑똑한 학생들이 모인 것이다. 근면, 성실, 노력, 3박자를 갖춘 학생들이 세상에 나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100대 시총 기업 CEO 출신 고교가 다양해졌다는 사실은 1957년생 이전 비평준화 세대가 은퇴하면서 개인의 능력으로 CEO까지 성장하는 추세가 수치로 증명된 것"이라고 했다.
고교 졸업 후 대학으로 바로 가지 않고 취업부터 한 CEO도 있다. 함영주 회장, 윤종규 회장이다. 함영주 회장은 금융권에서 '시골 촌놈'으로 통한다. 푸근한 인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우수 영업맨이었다. 상고 다닐 때 하숙집에 살았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직접 지은 쌀로 하숙비를 냈다. 은행원 2년 차에야 단국대 회계학과에 다녔다.
윤종규 회장은 고졸 외환은행 행원에서 금융지주 회장까지 올랐다. 별명은 '똑부'다. 일을 꼼꼼히 처리한다는 뜻이다. 광주상고 졸업 후 1973년 외환은행에 입사했다. 1981년엔 행정고시 필기시험을 차석으로 통과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시위 참여 경력 때문에 임용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아픔을 극복하고 금융권의 전설이 됐다.
전문계, 실업계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고교평준화 정책과 연관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977년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명문 1류 고등학교 인재 독식 현상이 사라졌다. 1958년생 고교 평준화 이후 첫 졸업생이다. 58년 개띠 이전 세대들은 어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지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컸다. 정부, 학계, 기업 어디에나 이른바 명문고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하지만 77년부터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갈 학생들은 무작위로 배정을 받아 집 근처 학교에 입학했다. 이른바 '뺑뺑이 세대'다.
그러나 77년 이후에는 실업계 고등학교는 계속 시험을 치뤄 학생을 선발했다. 명문 인문계 고교는 사라졌지만 명문 실업계 고교는 명맥이 끊어지지 않았다. 집안이 가난해 대학에 가는 대신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 똑똑한 학생들이 모인 것이다. 근면, 성실, 노력, 3박자를 갖춘 학생들이 세상에 나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100대 시총 기업 CEO 출신 고교가 다양해졌다는 사실은 1957년생 이전 비평준화 세대가 은퇴하면서 개인의 능력으로 CEO까지 성장하는 추세가 수치로 증명된 것"이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
한국인 삶의 만족도, OECD 최하위권…소득 500만원 이상 만족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는 소득구간 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3점으로 조사됐다.
소득수준별로 삶의 만족도에 차이가 컸다.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삶의 만족도는 5.5점으로 평균보다 0.8점 낮았다. 반면 소득 500만원 이상부터는 삶의 만족도가 6.5점으로 평균보다 높았다. 구체적으로 100만원 미만(5.5점), 100~200만 미만(6.0점), 200~300만 미만(6.1점), 300~400만 미만(6.3점), 400~500만 미만(6.3점), 500~600만 미만(6.5점), 600만 이상(6.5점) 등이다.
국제비교로 보면, 우리나라의 삶의 만족도는 5.9점(2019~2021년 평균)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OECD 평균(6.7점)보다 0.8점 낮다. 우리나라 뒤로는 콜롬비아(5.8점), 튀르키예(4.7점) 2개국 뿐이다.
통계청은 "우리나라는 일본(6.0점), 그리스(5.9점)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핀란드(7.8점), 덴마크(7.6점), 아이슬란드(7.6점) 등 북유럽 국가에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삶의 질은 객관적 지표로는 상위권이지만, 주관적(질적) 지표 순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비교 지표를 통해 최근 한국의 결과를 보면, 주관/객관 지표를 혼용하는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BLI)’는 32위로, OECD 국가 중 중하위권으로 나타났다. 11개 영역 중 시민참여(2위), 주거(7위), 교육(11위)은 상위권이나, 건강(37위), 공동체(38위), 환경(38위) 등의 영역은 낮았다.
주관지표만을 다루는 UN SDSN ‘세계행복보고서(WHR)’에서는 세계 59위로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행복과 관련된 6개 요인 중 건강기대수명(3위), 1인당 GDP(26위)는 상위권이나, 부패(44위), 관용(54위), 사회적 지원(85위), 자율성(112위)은 중하위권으로 조사됐다.
반면 객관지표만으로 구성된 UNDP ‘인간개발지수(HDI)’에서는 좋은 평가(19위)를 받았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오래 살고 가방끈 길어도... '삶의 질' 뒤처지는 한국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
소득 늘었지만, 가계빚 두 배
주요국 41개국 중 32위 그쳐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와 주택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한 경제 규모와 달리 '삶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기대수명, 교육수준 등이 과거보다 크게 나아졌으나 한국에서 사는 건 주요국보다 만족스럽지 않거나 덜 행복하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20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는 건강, 여가, 교육, 주거 등 11개 영역의 71개 지표를 통해 삶의 질적인 면을 진단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같은 객관적 지표만으론 삶의 질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소득 만족도, 주거환경 만족도 같은 주관적 지표도 함께 다룬다.
최신 수치를 반영한 62개 지표 중 47개 지표는 전년 대비 나아졌다. 비만율, 1인당 여행 일수, 사회단체 참여율 등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악화한 지표들이 소폭 개선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2021년 3,949만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6%(172만 원) 증가했다.
하지만 가계부채비율 등 전년보다 퇴보한 지표도 17개로 적지 않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빚을 의미하는 가계부채비율은 2021년 206.5%로 전년과 비교해 8.7%포인트 증가했다. 소득에서 세금, 연금보험료 등을 빼고 실제 손에 쥔 자금의 두 배 이상이 빚이란 얘기다.
가계부채비율이 2008년 138.5%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 역시 가파르다. 2010년대 후반 부동산 급등기에 늘어난 '영끌족'이 가계부채비율을 올린 주요인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OECD 회원국 38개국 중에선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았다.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2021년 아동 10만 명당 502.2건으로 전년 대비 100건 뛰었다. 코로나19 시기 가족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동시에 아동학대 신고도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살률, 독거노인 비율 역시 전년보다 악화했다.
삶의 질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졌다. OECD가 공표하는 '더 나은 삶의 지수(BLI)' 순위를 보면, 41개국(회원국+러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가운데 32위에 머물렀다. 장기 실업률(2위), 기대수명(5위) 등은 다른 국가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삶의 만족도가 35위에 그쳤고, 장시간 근로(37위), 대기오염(40위) 등은 최하위였다
다른 삶의 질 지표인 인간개발지수(HDI)는 OECD 회원국 중 16위로 비교적 높았다. 이 지수는 기대수명, 기대교육연수, 평균교육연수, 1인당 국민총소득(GNI) 등 객관 지표 4개만 평가 대상으로 삼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객관 지표로만 평가하면 한국은 살기 좋으나, 실제 한국인이 받아들이는 삶의 질은 다른 국가에 뒤처진다는 뜻이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국민의힘 지지도, 8개월 만에 민주당 추월
국민의힘, 전주보다 2.5%p 오른 45.0%
더불어민주당은 2.9%p 내린 39.9%로
윤석열 직무평가도 3.5%p 오른 ‘40.4%’
낭만적 사랑이 최고? '사랑의 이해'가 재촉하지 않은 이유
[리뷰] JTBC <사랑의 이해>
▲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의 한 장면. ⓒ JTBC
사랑은 왜 아플까? 사랑은 왜 어려운 걸까? 대중문화 콘텐츠는 언제나 사랑에 대해 다뤄 오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고찰해왔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 역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사랑의 이해>는 뭔가 좀 다르다. 이 작품에서는 계급적인 문제와 그로 인해 가해지는 차별의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고, 사랑을 하는 데에 있어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매사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소경필(문태유 분)의 "사랑이 뭐 그렇게 대단하냐"는 말. 사람들은 사랑이, 정확히 말하면 나의 사랑이 대단하고 특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사랑을 하는 이들도 그들의 사랑이 대단한 감정이었으면 싶다. 하지만 그런 마음에 계급적인 문제가 생겨나면서 사랑이란 참 대단치 않고 하찮은 감정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지.
자본주의 사회의 사랑을 적나라하게 그리다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Eva Illouz)는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사랑을 감정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소위 '낭만적 사랑'은 기본적으로 서로의 매력에 기반을 둔 관계이고, 이는 사랑이 평등한 위치에 기반하고 있는 민주적인 관계임을 전제로 한다.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언뜻 그러한 민주적 관계로서의 사랑을 모두가 누릴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일루즈는 오히려 사랑이 시장논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는커녕 "자본주의와 긴밀히 공모하고 있는 하나의 관행"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작품으로 돌아가 보면, 일루즈의 분석처럼 사랑이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권리는 아니다. 그것은 은행이라는, 자본주의 도시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점의 실적만큼 개인의 실적이 중요한 은행 특성상, 결국 개인의 위치를 규정하는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사람들을 분류한다. 은행원이 아닌 청경이자 고시생인 정종현(정가람 분)은 그 선에 들어올 수 없고, 은행원이지만 고졸 사원이라서 텔러로 시작한 안수영(문가영 분) 역시 그 선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일루즈는 또한 사회경제적 지위가 결혼시장에서 계산적이고 도구적으로 평가되는 자원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신의 기회를 극대화하려는 의식" 즉 '합리화'의 경향이 낭만적 사랑에 침투했다고 분석하는데, 4년을 만난 애인을 버리고 금감원 부원장의 딸과 결혼하기로 한 양석현(오동민 분)의 케이스가 곧바로 생각날 것이다. 죄책감이 들면서도 무를 수도 없는 그의 선택은 사랑에 경제적인 기회의 문제가 개입되면서 딜레마가 되어버린다.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중에 누굴 골라야 하는가'라는 아주 고전적인(?) 밸런스 게임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질문에 정답 혹은 오답이 있을 수는 없다. 무엇을 골라도 그렇게 하기로 한 마음을 탓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하필이면 극중 내내 계급적인 문제가 이 질문에 개입되어 있어 등장인물들은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하고 번민한다. 그렇게 내린 결론도 최선의 결론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들의 선택들을 지켜보며 마음이 더 답답해지는, 소위 '고구마'스러운 느낌이 드는 이유도 당연하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입체적인 드라마
박미경(금새록 분)이 사랑을 표출하는 방식을 보면 그 답답함이 배가 된다. 미경은 모자랄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하상수(유연석 분)에게 물질적인 헌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상수가 부담스럽게 여겨도 '어차피 가지게 될 것을 내가 더 빨리 주는 것'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의 티 없이 해맑은 모습 역시 그가 가진 여유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것을 '부잣집 딸내미의 철없음'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더 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고, 누군가는 마음만 있을 뿐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반면 미경은 그것을 실행으로 옮길 능력이 있으니까. '지폐 한 장이나 더 쥐어주자'고 생각한 아버지 박대성(박성근 분)을 닮았지만, 각자가 그것이 마음을 표출하는 최대한의 방식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답답하면서도 누군가를 탓하기란 힘든 일이다.
앞서 설명한 '합리화' 역시 쉽게 가치판단을 내기 어렵다. 석현의 경우 금감원 부원장의 딸과 결혼하기로 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주변 어른들의 닦달이 있었는지 극중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얼마든지 추정해볼 수 있다. 자기 딸이 자신의(정확히 말하면 부모의) 계급적 위치보다 못 한 사람과 교제하는 걸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윤미선(윤유선 분) 역시 그렇다. 그렇게 자신의 계급인식을 드러내는 말들은 들을 때마다 불쾌하지만, 그가 그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고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거나 접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사랑의 이해>에는 이해되지 않는 이해관계로 가득 차 있지만, 굳이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소비자본주의가 낳은 사랑의 새로운 방식을 드러낼 뿐이고, 그것이 작품 바깥을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기존의 수많은 콘텐츠들이 윤리적, 도덕적 판단의 문제로 다뤄왔던 주제들에 대해 <사랑의 이해>는 그저 보여주고, 드러내고, 질문한다. 일루즈가 자신의 분석에 덧대어 '그러니까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난 진정한 낭만적 사랑을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을 섣불리 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처럼. 수영이 결국은 모든 것을 버리고 다른 선택을 했던 것처럼.
재지 않고 사랑만 하기에는 너무 어려워진 시대, 그러기에는 감당할 것들이 많다는 걸 이제는 알아버린 청춘들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사랑의 이해>는 그래서 수작이다.
김민준(coolboy95)/ 오마이뉴스
<중앙> 논설위원 "달러 뭉치 북으로" 칼럼... 윤건영 "허무맹랑한 소설"
"유일한 근거가 익명의 청와대 근무자? 잠꼬대 같은 이야기"... 다른 근거 제시 안돼
중앙일보의 20일자 <[단독] 文정부 靑인사 "성남공항 통해 달러뭉치 北으로 나갔다"> 보도.
ⓒ 중앙일보 갈무리
"아무리 시절이 이상하다 해도, '달러 뭉치' 정도의 기사를 쓰려면 최소한의 근거는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20일자 칼럼 <[단독] 文정부 靑인사 "성남공항 통해 달러뭉치 北으로 나갔다">(지면에는 <'이재명 수사 시즌2' 핵심은 대북 송금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기자주)에 대해 반박하며 한 말이다.
<중앙>은 해당 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시즌2'의 핵심은 '대북 송금 비리'일 것이라며, 나아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북 송금이 한 푼도 없었을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이어 "2018년 세 차례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공직자에 따르면 대통령 전용기 등 방북 항공편이 오갔던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북한으로 규정을 초과하는 거액의 달러 뭉치가 반출됐다"라며 "당시 서울공항에는 출입국관리를 담당하는 법무부와 관세청 파견 공무원들이 있었지만, 신고 없이 반출할 수 있는 한도(1인당 1만 달러)를 넘긴 달러 뭉치가 아무런 제지 없이 북측으로 보내졌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가 들었다는 '익명의 청와대 공직자'의 발언이외에는, '달러 뭉치'가 북으로 전달됐다는 내용에 대한 근거는 추가로 제시되지 않았다.
윤건영 "잠꼬대 같은 이야기, <중앙> 어떻게 책임질 건가"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2년 10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남소연
윤건영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앙>의 보도는 근거가 없는, 명백한 허위 보도이자 '색깔론'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잠꼬대 같은 이야기로 신문을 만들다니, 중앙일보는 어떻게 책임을 지겠나"라며 "정권이 북한에 '거액의 달러 뭉치'를 보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의 유일한 근거라고는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얼굴 없는 누군가' 뿐이다. 수습기자도 이렇게는 기사를 못 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꾸할 가치가 없는 기사이기에 무대응하려고 했지만, 이런 허접한 내용을 보고 믿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올린다"라며 "단언컨대 중앙일보가 바라는 일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 무언가 '구린 것'이 있기를 얼마나 바라고 또 바랐는지, 매일 꿈을 꾸다 못해 현실과 꿈을 구분하는 능력조차 잊어버린 모양"이라며 비꼬았다.
▲ 20일 중앙일보에 실린 <'이재명 수사 시즌2' 핵심은 대북 송금 의혹> 보도. 중앙일보 온라인판에서는 동일한 기사가 <文정부 靑인사 "성남공항 통해 달러뭉치 北으로 나갔다">라는 제목으로 나갔다.
ⓒ 중앙일보 갈무리
이어 "중앙일보에 '달러 뭉치' 운운했다는, 그가 누군가. 카더라 식으로 책임지지 못할 음모론을 이야기하지 말고 정확한 내용을 밝히기 바란다"라며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청와대 근무한 사람 중에 중앙일보에 그런 허위 제보를 할 사람은 없다. 자신 있으면 당당하게 밝히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앙일보는 철 지난 '색깔론'으로 포장한, 허무맹랑한 소설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라며 "언론이면 언론답게, 소설가가 되고 싶으면 언론의 이름 뒤에 숨지 마시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twentyrock)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은 누구인가, 검찰이 그린 그림은?
검찰은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을 ‘이재명 대표와 그의 최측근들’로 잠정 결론 냈다. 검찰 결론의 기반은 김만배씨의 자백이 아닌 대장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대표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대장동 의혹 키맨’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가운데)이 2월8일 법원에 출석했다.ⓒ공동취재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누구입니까?) 그거는 바로 접니다(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 2021년 10월11일).”
“언론 보도 전에는 천화동인 1호 존재 자체를 몰랐다. 부수적 역할을 했다는 사람들이 100억원, 120억원씩 받았다고 한다. 큰 역할을 했다는 유동규씨 지분이 아예 없다는 게 상식인가(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3년 1월23일).”
“그 지분(천화동인 1호)은 이재명 대표의 것이어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2023년 1월30일).”
같은 질문에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한다.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로를 가리키며 ‘실소유주는 저 사람’이라고 지목한다. ‘그분’ 논란으로 주목을 받아온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최근 검찰은 천화동인의 주인을 잠정 결론 냈다. 이재명 대표와 그의 최측근들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를 받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검찰 판단대로라면 천화동인 1호 지분은 ‘대장동 범행’의 핵심 동기다.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의 뼈대이자, 주요 혐의들을 하나로 잇는 연결고리다.
2021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1차 검찰 조사에선,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목됐다. 대통령 선거 이후엔 유 전 본부장·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은 수사팀을 교체한 검찰에 “천화동인 1호의 실제 주인은 더 ‘위’에 있다”라며 말을 바꿨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그의 측근들을 ‘윗선’으로 판단하고 수사 범위를 넓혔다. 천화동인 1호의 주인에 대한 언급은 검찰 수사팀 교체,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변화 등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었다.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의 한 축인 실소유주 논란은 결국 앞으로 이어질 재판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민관 합동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사업자들이 공동으로 회사를 만들었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성남의뜰’이다. 성남의뜰은 직원을 둘 수 없는 페이퍼컴퍼니다. 개발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회사가 필요하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앞두고 설립된 자산관리회사(AMC) ‘화천대유’가 그 역할을 맡았다(〈그림 1〉 참조).
계속 바뀌는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천화동인은 화천대유의 관계회사다. 1호부터 7호까지 총 7개 회사가 있다. 이 회사들은 일종의 투자자다. SK증권에 ‘대장동 사업에 대신 투자해달라’며 돈을 맡기는 방식(특정금전신탁)으로 지분을 가졌다.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100% 소유했다. 화천대유의 지분 100%는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가지고 있다. 2~7호의 소유주는 김만배 전 부국장 배우자와 누나, 김 전 부국장 동업자 남욱 변호사, 대장동 수익모델의 설계자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 등이다(〈그림 2〉 참조). 천화동인 1~7호는 결국 증권사를 통해 이름을 가린 7명의 개인투자자이자, 민간사업자들이었다.
대장동 개발수익의 대부분은 민간사업자들에게 쏠렸다. 성남의뜰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전체 주주에게 5903억원을 배당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개발사업 전 약정대로 확정배당금 1822억원을 받았다. 나머지 배당금 가운데 4041억원이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577억원)와 천화동인 1~7호(3464억원)에 배분됐다.
민간사업자 중에선 김만배 전 부국장이 가장 많은 배당금을 가져갔다. 자신과 배우자, 누나가 소유한 천화동인 1~3호를 통해 1410억원을 받았다.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은 1208억원, 2호와 3호는 각각 101억원이다. 지분 구조상 천화동인 1~3호 배당금은 전부 김만배 전 부국장 측 주머니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 돈의 실제 주인이 김 전 부국장 측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천화동인을 둘러싼 의혹의 골자다.
20대 대선 과정에서 진행된 1차 수사에서 검찰은 김만배 전 부국장 측 지분 일부, 특히 가장 많은 배당금이 쏠린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유동규 전 본부장을 지목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은 2021년 10월21일 유 전 본부장이 민간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는, 김만배 전 부국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 뇌물(세금 공제 후 428억원) 전달을 약속하고 이를 지급하기 위한 여러 시나리오를 짰다고 적혀 있다. 수사 과정에서 천화동인 1호 재산 일부를 김 전 부국장이 대여하고, 다시 이 돈을 투자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등 세탁이 의심되는 자금 거래 정황은 검찰 판단에 힘을 실었다.
700억원의 출처는 김만배 전 부국장 측 사업이익, 즉 천화동인의 배당금이다. 천화동인 1~3호의 배당금 1410억원의 절반가량으로, 여기서 미리 전달한 뇌물 5억원과 세금, 각종 경비를 제외한 금액이 428억원이다. 이 같은 내용은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담겨 있다.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을 김만배 전 부국장 소유의 천화동인 지분 실소유주로 지목한 근거도 이 녹취록이었다.
2020년 10월30일, 김만배 전 부국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 정영학 회계사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의 한 노래방에서 만났다. 이날 녹음된 대화 내용을 보면, 김만배 전 부국장이 먼저 천화동인 이야기를 꺼낸다. 김 전 부국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 “천화동인 1이 남들은 다 네 걸로 알아. 너라는 지칭은 안 하지만, 내께 아니란 걸 알아”라고 말한다. 유 전 본부장은 “그걸 누가 이야기 안 했으면 애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누군가 이야기했으니까 알겠죠”라고 답한다. 대화에서 ‘남들’ ‘애들’은 화천대유 직원들을 말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김 전 본부장에게 소문이 퍼진 이유를 재차 따져 묻는다. 계속된 추궁에 김 전 부국장은 남욱 변호사를 지목한다. ‘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가 본인의 것이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면서 소문이 돌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아무도 몰라, (유동규) 너 거라는 거”라며 언짢아하는 유 전 본부장을 달랜다. 그리고 잠시 후 김 전 부국장은 “이렇게 해보자”라며 “내가 유동규 지분 아니까 700억을 줘(줄게)”라고 말한다.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주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 당시 나온 제안은 총 세 가지다. ①유원홀딩스(유 전 본부장 실소유 업체)의 주식 고가 매수 ②천화동인 1호 배당금 직접 전달 ③김 전 부국장이 배당금을 받고 이를 유 전 본부장에게 증여하는 방식 등이다.
2021년 2월부터 4월 사이 녹음된 김만배 전 부국장과 정영학 회계사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다른 방식이 한 가지 더 추가된다. 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자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면, 재판을 하다가 합의하는 방식으로 돈을 건네는 방식이었다. 합의금을 남 변호사가 받고, 그대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 전 부국장은 남욱 변호사를 믿지 않는다.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돈을 줄 생각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국장은 정영학 회계사에게 “그러면(남욱 변호사와 소송을 통해 돈을 전달하면) (유)동규는 돈을 못 받을 수도 있어. 남욱이가 주겠니? 합법적으로 본인 것이 됐는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영학 회계사에게는 “너는 빠져 있어. 공무원에게 돈거래는 너는 모르는 걸로 하라고. 내가 볼 때 유동규는 저거 죽어”라고 말한다.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전체를 종합하면, 김만배 전 부국장·유동규 전 본부장·남욱 변호사를 제외하고 다른 인물이 천화동인의 실소유주로 지목되거나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은 나오지 않는다. 유동규 전 본부장과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지분 분배를 논의하면서도, 저마다 더 많이 가지고 비용 부담을 덜하는 쪽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대화들이 대부분이다.
김용·정진상은 구속기소돼
이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직후 진실 공방으로 번져 2023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복수의 법조인과 언론인 등을 상대로 한 로비 정황 등도 녹취록에 나오지만 이들은 천화동인 ‘실소유주’와는 관계가 없다. 녹취록에서 분명히 확인되는 것은 앞서의 유동규 전 본부장과의 대화에서처럼 천화동인 1호가 김만배 전 부국장의 것이 아니라는 점뿐이다.
2021년 유동규 전 본부장 구속기소 이후 실소유주 논란이 재점화됐다. 2022년 7월 검찰 수사팀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대규모 인사와 함께 전면 교체됐다. 새롭게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대장동 의혹을 원점에서 재수사했다. 위례·백현동 개발사업 등으로 수사 범위도 넓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2022년 9월26일). 그는 이 사업에서도 ‘범행을 주도한’ 핵심 피의자로 지목됐다. 추가 기소 직후 유동규 전 본부장은 검찰에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줄곧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이던 그는 ‘이재명 대표 측에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적극적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남욱 변호사도 가세했다. 이 대표 측이 대장동 사업 곳곳에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유동규 전 본부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지목했다. 대장동 사업 지분과 천화동인을 실소유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을 위해 이재명 대표 측근들에게 뇌물을 줬으며, 이들로부터 “대장동 수익금을 ‘저수지’에 담아두고, 이재명 선거 때 꺼내 쓰자”라는 제안도 받았다고 했다.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이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번졌다.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진술을 기반으로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이들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과 공소장 등을 보면, 검찰이 적용한 두 사람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①2013~2014년 네 차례 걸쳐 8000만원, 2019~2020년 두 차례 걸쳐 6000만원 수수(정진상) ②2021년 네 차례 걸쳐 8억4700만원 수수(김용) ③김만배 전 부국장의 사업 지분 가운데 428억원(700억원 중 세금 등 제외)을 받기로 약정(정진상·김용·유동규) 등이다.
검찰은 김만배 전 부국장·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사업자들로부터 흘러나온 돈이 유동규 전 본부장을 거쳐 이재명 대표 측으로 흘러갔다고 판단했다(〈그림 3〉 참조). ①, ②번은 그동안 제기된 적 없던 새 의혹이다. ③번은 낯이 익다. 앞서 검찰 1차 수사팀이 결론 내렸던 ‘유동규 단독 수수’ 내용과 비슷하다. 돈의 최종 종착지만 ‘유동규·김용·정진상 3인 공동 수수’로 바뀌었다.
김용 전 부원장, 정진상 전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과 공소장 등에 이들이 특정된 구체적 사유가 나온다. 검찰은 김만배 전 부국장이 2015년 2월 초순 고급 유흥주점에서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를 만나 “너(남욱)는 25%만 가지고 빠져 있어라, 25%면 충분히 챙겨주는 것이다. 정영학도 16%만 받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내 지분이 49% 정도인데 실제 나의 지분은 12.5%에 불과하고 37.4%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 점차 낮아졌고, 37.4%→30%→24.5%로 최종 확정됐다는 내용도 영장·공소장 등에 담겨 있다.
‘이재명 시장 측 지분’ 24.5%는 김만배 전 부국장의 수익 중 절반을 뜻한다. 검찰에 따르면 대장동 사업자들은 김만배 전 부국장 측의 천화동인 1~3호 배당금(1410억원)이 천화동인 1~7호 전체 배당금의 49%가량이 될 것이라고 계산했다. 49%의 절반은 24.5%이고, 돈으로 환산하면 7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여기서 공통 경비와 미리 건넨 돈 5억원, 세금 등을 빼면 428억원이 된다.
압수수색 영장과 공소장에는 김만배 전 부국장과 정진상 전 실장이 나눴다는 대화 내용도 적혀 있다. 김 전 부국장이 천화동인 1~7호를 만들고, 1호를 유동규·김용·정진상의 몫으로 배정했다는 내용이다. 앞서의 ‘대선 자금 저수지’가 김만배 전 부국장 측 소유의 천화동인이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다만 검찰이 내린 결론의 기반은 김만배 전 부국장의 ‘자백’ 진술이 아닌 다른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전언 진술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천화동인 실소유주가 ‘검찰 수사팀 교체→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의 진술 변화’에 따라 바뀐 것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남욱 변호사, 김만배 전 부국장-정영학 회계사, 이재명 대표 측 인사 등 ‘3그룹’의 말이 각각 엇갈리며 진실 공방에 다시 불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월4일 윤석열 정부 규탄 장외집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가 '검사 독재 규탄한다'라는 손피켓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시사IN 이명익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와 재판 등을 통해, 이재명 대표 측이 대장동 사업과 천화동인 지분 구조에 깊숙이 연관돼 있다고 주장한다. 김 전 부국장과 정영학 회계사는 현재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측도 현재 제기된 의혹들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 민간사업자들의 ‘범행’일 뿐, 자신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서는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의 진술 외에 얼마나 확실한 물증을 확보했는지가 관건이 되리라 보인다. 검찰은 앞선 수사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측에 물증을 제시하지 않고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22년 1월1일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른 전략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정에서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그동안 대장동 개발사업 관계자들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를 적극 활용해왔다. 검찰은 확보한 물증을 법정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시사인 문상현 기자
곽상도 무죄 판결과 법무부 장관의 역할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50억 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 시민은 물론 일부 변호사까지 법원이 잘못했다고 공격하고 있다. 어느 시민단체는 무죄를 선고한 이 사건 재판부를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판결의 원인은 검찰의 부실한 수사와 기존 대법원 판례의 한계라는 지적이 있다. 하급심 재판부가 대법원 판례를 뛰어넘어 유죄를 선고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지금부터는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역량을 투입해 수사하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은 검찰의 수사 미진, 입증 부족과 함께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법률의 미비를 드러낸 것이라고 법학계는 설명한다. 법무부 장관이 유죄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힐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형법 개정 필요성을 파악하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판결의 배경을 살펴본다.
이른바 경제공동체 논리가 곽상도에게 무죄를 주었나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접 금품 등을 받지 않은 사례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그런 판결이 나오려면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받아도 공무원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돈을 받으면 공무원이 뇌물죄 유죄가 되는지에 관한 오래된 대법원 판례(1998. 9. 22. 선고 98도1234)가 있다. ①공무원의 사자(使者) 혹은 대리인 ②공무원이 생활비를 부담해주는 사람 ③공무원이 빚을 지고 있는 사람 등이다. 이 가운데 ②사례는 공무원이 부담해온 생활비를 주지 않아도 되어 공무원이 그만치 이익을 볼 때다.
박근혜-최서원 뇌물 사건도 유죄가 나왔지만, 이유는 이른바 경제공동체, 즉 ②의 사례여서가 아니다. 이 사건(2019. 8. 29. 2018도13792)에서 대법원은 공무원 아닌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새로운 판례에서는 ‘공무원 아닌 사람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본다고 했다. 즉 공무원 아닌 사람(최서원)이 공무원(박근혜)과 공모하고 기능적 행위지배를 한 것을, 유죄 이유로 밝혔다. 대법원이 새 판례를 내놓은 이유는 옛 판례로는 이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하기가 어려워서이다.
지난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대학생위원회·청년위원회 관계자들이 대구지방법원 입구에서 ‘곽상도 전 의원 50억 뇌물 수수 의혹 무죄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검찰, 뇌물죄 새 판례도 옛 판례도 공략하지 못했다
공무원 아닌 사람, 즉 아들이 관여한 곽상도 전 의원 뇌물 사건에서 검찰은 새 대법원 판례도, 옛 대법원 판례도 충족하지 못했다. 2019년 새 대법원 판례가 요구하는 공무원 아닌 사람과 공무원의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를 주장하지 않았다. 당장 아들을 뇌물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1998년 옛 대법원 판례가 요구하는 세 가지 유형에 곽상도 전 의원을 끌어넣어야 했다. 하지만 검찰은 여기에도 실패하면서 유죄를 받지 못한 것이다.
제1심 법원이 곽상도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요약하면 이렇다.
“(아들) 곽OO을 피고인 곽상도의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곽OO가 사자(使者)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았다거나, 평소에 곽상도가 곽OO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었다거나, 곽상도가 곽OO에게 채무가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피고인 곽상도가 뇌물을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2019년 새 판례에 맞춰 기소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1998년 옛 판례에 나오는 것처럼 ‘아버지가 생활비를 주어야만 하는 관계’도 아니라는 것이다.
항소심에서 제3자 뇌물죄로 곽상도 잡을 수 있을까
이번 곽상도 전 의원 무죄 판결에 대한 가장 흔한 비판은,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하면 되는데 검찰이 그러지 않았고, 그 이유는 봐주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 범죄 경향과 판례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오히려 검찰이 봐 줄 목적이었으면 처음부터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하는 게 맞았다. 제3자 뇌물은 유죄 입증이 애초 까다롭기 때문이다. 단순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라는 구성요건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 이른바 ‘법률을 잘 아는 사람들’이 벌이는 범죄 혐의여서 밝히기 힘들고, 기소해도 유죄를 받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검찰이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지 못해 뇌물죄로 기소한 것이지, 봐주려고 제3자 뇌물죄를 포기한 것은 아닌 것이다. 형사법 전문가인 이숙연 특허법원 판사도 제3자 뇌물 사건이 아주 까다롭다고 최근 논문에서 설명했다. 아래는 논문 내용 중 일부다.
“공무원은 자신과 내밀한 관계이거나 경제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공무원이 아닌) 비 신분범을 뇌물 범죄에 끌어들여 뇌물을 제공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고, 비 신분범 역시 공무원의 지원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활용하고자 적극적으로 범행을 공모하고 뇌물공여자와 뇌물 수수행위를 분담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삼각뇌물 형태의 범행은 발각이 어렵고, 부정한 청탁이라는 추가적인 구성요건을 요하므로 악용되기도 한다.”
한국에만 있는 제3자 뇌물죄 곽상도 무죄로 이어져
검찰은 곽상도 전 의원 사건 항소심에서 제3자 뇌물죄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공소장 변경이 가능한지 논란이 있지만, 만약 된다면 항소심에서는 제3자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부정한 청탁이 매우 애매한 불확정 개념이라는 것이다. 법원이 느슨하게 판단하면 죄형법정주의가 무너지고, 반대로 엄격하게 적용하면 현행 제3자 뇌물죄가 사문화한다. 검찰이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유죄를 요구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별다른 입증 없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렇게 선례를 만든다면 검찰은 어지간한 정치인은 쉽게 잡아넣을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된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지 못하고 재판부도 판례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충실하다 보면, 곽상도 전 의원은 제3자 뇌물죄도 무죄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러한 부조리한 결과의 주요한 원인은 곽상도 전 의원 부자의 행위가 뇌물죄(형법 129조)와 제3자 뇌물죄(형법 130조)를 나눠놓은 현행 형법의 틈새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곽상도 전 의원 사건은 불합리가 눈에 잘 띄는 사례다. 눈에 띄지 않는 유‧무형의 이익을 아들보다 훨씬 먼 제3자에게 주도록 하면서 공직을 오염시키는 사례가 현재 형사 법정에는 수두룩하다.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에 없는 갈라파고스 형법 바꿔야
뇌물죄는 공무원 자신이 금품 등을 받거나,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달리 제3자 뇌물죄는 제3자가 금품 등을 수수하고 공무원은 부정한 청탁을 받아야 한다. 제3자 뇌물죄에 부정한 청탁이라는 구성요건을 추가한 이유는, 공무원이 직접 금품 등을 받은 건 아니니 처벌이라도 어렵게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뇌물죄든 제3자 뇌물죄든 직무의 청렴성과 결백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불법성에 차이가 없다. 따라서 제3자 뇌물죄에만 부정한 청탁을 추가로 요구하는 현행 형법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를 나눈 현행 형법 조항은 1940년 일본 형법안에서 온 것이다. 그러나 정작 현행 일본의 제3자 뇌물죄 구성요건에는 ‘부정한 청탁’이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뇌물’과 ‘제3자 뇌물’을 따로 구분해 공백을 만드는 입법례가 드물다. 프랑스 형법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자신을 위해서건 타인을 위해서건 제의, 약속, 증여, 선물, 이익을 청하거나 받아들인 경우’라고, 독일 형법은 ‘자신 또는 제3자를 위하여 직무수행에 대한 이익을 요구하거나, 약속받거나 또는 수수한 때에는’ 이라고, 미국 연방 법률은 ‘공직자가 공무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대가로 가치 있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 수수하거나 부당하게 공무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공무원에게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제공 또는 약속하는 행위’라고 뇌물죄를 하나로 정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판결이 나올 때마다, 언론과 여론은 눈에 보이는 재판부부터 때린다. 하지만 이런 판결로 이득을 보는 쪽이 누군지 생각하면 근본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곽상도 전 의원 사건처럼 입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가 선고된다면, 또 다른 사건에서 검찰은 더욱 쉽게 유죄를 받아낼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국회가 먼저 법률을 만든 다음 이에 따라 검찰과 법원이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는 헌법 원칙이다. 일단 곽상도에게 유죄를 선고하라는 여론이나, 반드시 유죄를 받겠다는 법무부 장관의 선언이나, 법의 지배와는 거리가 있다고 법학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뉴스타파 이범준
곽상도 아들의 법정 퇴직금은 2202만원이다
퇴직금 포기 각서
Q. 4년7개월 근무한 회사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감원한다고 해, 쫓겨나듯 잘렸습니다. 문제는 퇴직금인데요. 제 월급을 160만원으로 신고했고, 월급은 밥값 포함 180만원입니다. 사장이 회사 사정이 힘들어 퇴직금 일부는 지급이 어렵고 그마저도 분납해 준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딴소리하지 말라며 각서에 지장까지 찍게 했고, 4개월간 800만원 받았습니다. 혹시 못 받은 퇴직금 받을 수 있을까요? 각서를 써버려서. 아파도 병원 못 다니면서 일했는데. (2023. 2. 닉네임 퇴근하는 프로도)
A. 사장이 날강도 같은데 일단 월급 계산부터 해봅시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191만4440원(월 209시간 기준)인데, 퇴근하는 프로도님 기본급과 식대를 합쳐도 최저임금 미만이네요. 최저임금법 위반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니 일단 불법 확인!
그럼 임금을 얼마나 떼였을까요? 2022년에 식대는 최저임금의 2% 이상 금액만 최저임금에 산입되니까 기본급 160만원+식대 16만1711원(20만원-3만8289원)=176만1711원입니다. 최저임금 미달 금액이 월 15만2729원이니 퇴근하는 프로도님은 2022년에만 183만2748원을 떼였습니다. 매해 금액이 조금씩 다르지만 4년7개월이면 800만원은 넘겠죠. 근데 떼인 월급은 3년치만 청구할 수 있으니, 최소 500만원 이상은 받을 수 있겠네요.
이제 퇴직금 계산. 3개월치 평균임금(최저임금 기준)으로 계산하면 (191만4440원×4년)+(191만4440원×7÷12)=877만4517원입니다. 퇴직금에 체불임금을 더하면 1400만원가량인데 800만원만 받으셨으니, 600만원 남았습니다.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민사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형사·행정상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신 거죠? 근로기준법·퇴직급여법은 강행법규(법률행위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법규)여서 퇴사하기 전에 쓴 각서는 무효입니다. 최저임금은 회사 그만둔 후 각서를 썼어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퇴사 후에 쓴 퇴직금 포기 각서는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려워요. 황당하죠? 퇴직금 한푼도 안 준다는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쓴 각서인데 효력이 있다니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각서’(부제소특약) 절대 쓰지 마세요.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직장갑질119에 와서 물어보세요. 제발요.
“산업 현장에서 폭력과 협박에 터를 잡은 불법을 놔두면 그게 정부이고 국가입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공무원 만나서 “세금 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죠? “퇴직금 일부라도 받고 싶으면 각서 써!” 이보다 더한 폭력과 협박이 어디 있습니까? 정부는 최저임금 위반(최대 징역 3년), 임금 체불(최대 징역 2년)이 난무하는 산업 현장의 불법을 언제까지 방치할 겁니까? 윤 대통령, 세금 받을 자격 있어요?
기왕 퇴직금 얘기가 나왔으니, 6년차 대리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이 무죄라면서요. 곽 대리 마지막 월급이 383만원이었고 5년9개월 일했으니, 법정 퇴직금은 (383만원×5년)+(383만원×9÷12)=2202만원입니다. 6년 근속 직장인 230명분 퇴직금을 날로 먹었는데 뇌물 아니라니, 앞으로 권력자의 기혼 자녀들 퇴직금 50억원 시대가 열리겠네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교육단체들 "10대 교육개혁 정책 평가 긍정 영향 5개, 부정 영향 8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3개 단체, 19개 세부 정책 평가
"입시경쟁·사교육 심화 우려… 미래 교육도 경쟁 도구로 악용될 뿐"
20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교육부 10대 교육개혁 정책에 대한 3개 단체(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 교육의봄) 평가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시민단체들이 정부의 교육개혁 10대 과제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교실 수업혁신, 내신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수능 상대평가, 세분화된 고교 서열, 대학 규제 철폐, 교육자유특구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했다.
20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 교육의봄 3개 교육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5일 교육부가 발표한 10대 교육개혁 과제의 19개 세부 정책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입시경쟁 고통 해결 △사교육비 경감 △교육격차 해소 △미래사회 대비 교육의 질 향상 등 4가지를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기준마다 5단 척도로 평가해 종합 평점을 매겼는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 정책은 없었고, 긍정적 5개, 부정적 3개, 매우 부정적 5개로 평가했다.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 정책은 5개였고, 평가기준과 관계없는 '학교시설 복합화 지원' 정책은 평가에서 제외했다.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교실 수업 혁신 △내신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유보통합 △늘봄학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된 정책들은 △수능 상대평가 △더 세분화된 고교 서열 △대학 규제 철폐 △경제자유구역 내 고등외국교육기관 설립·폐지 승인 권한 등 지자체로 이양 △교육자유특구 등 5개였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외국어고를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으로, 일반고를 IB 및 미국의 차터스쿨(협약형 공립고) 방식으로 분화시키려고 하는데, 이는 또 다른 고교 서열 체제를 만들어 입시경쟁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교육자유특구 등도 특권 교육 기관을 양산해 교육격차 해소에 역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공동대표는 대학 규제 개혁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과감히 제거하겠다는 규제는 대학교육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요구해야 할 기준이지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첨단분야 인재 양성 정책 △고교 교육력 제고 6개 항목 간 연계효과도 부정 평가를 받았다. 특히 러닝메이트제에 대해서는 "교육이 정치의 영향력 속으로 들어갈 경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특목고의 경쟁적 유치 등 과거 지자체장들이 행했던 인기영합주의 교육 정책이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각 평가 기준별로는 '입시 경쟁 고통 해소' 부문이 긍정 2 대 부정 13으로 가장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사교육비 경감' 역시 3대 12로 부정적 평가가 훨씬 우세했다. '교육격차 해소'는 6대 11, '교육의 질 향상'은 8대 8로 평가했다. 이들은 "교육부의 교육개혁 정책은 입시 경쟁이나 사교육 문제에 대해선 종합적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자사고 존치, 교육자유특구, 러닝메이트제, 고등교육 권한 지자체 이양 등 교육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들을 우선과제로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는 "정부는 미래 교육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시와 사교육 등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 교육도 입시 경쟁을 위한 도구로 악용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최악의 상황' 한반도, 언론은 왜 질문을 하지 않는가
[민언련 언론포커스] 최악의 남북 대치상황... 정치권, 학계와 함께 침묵하고 있는 언론
대중매체가 사회의 목탁, 파수견이라는 제4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뉴스 메이커를 향해 "왜?"라는 질문을 삼가서는 안 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는 노력이 전방위로 취해져야 한다. 오늘날 한국 대중매체는 과연 제4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혹시 정치, 자본 권력과 언론사 내부 유무형의 통제에 속박돼 있진 않은가?
한국 대중매체에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 "왜?"라는 질문을 충분히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기레기' 비판을 들은 것도 기자실과 출입처의 비정상적인 관계, 즉 받아쓰기로 빚어진 참사였다. 오늘날 '검찰 공화국' '공안정국'이라는 말이 떠도는 것도 언론이 피의사실 공표에 가담하는 식의 받아쓰기로 빚어지는 현상으로 읽는 시선이 많다.
대장동 사건도 기자실과 언론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배경이 된 것으로 드러났고, 일부 언론사 경영진은 그 때문에 총사퇴했다. 그러나 전체 언론은 받아쓰기 관행에서 탈피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친다. 그 대표적 사례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보 문제다.
▲ △ 미국 2022 핵태세 검토 보고서 관련 KBS 뉴스9 보도 화면 갈무리ⓒ KBS
남북관계 악화일로, 언론은 '왜'라는 질문을 해야
지난해 70여 차례에 달하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두 나라는 "북한 핵사용 하면 김정은 정권 종말"이라고 공언하게 됐다. 그뿐 아니다. 한국에서 미국의 핵 확장 억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핵무기를 자체 생산 보유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고, 그대로 보도됐다. 북한도 남한에 대해 전술핵 사용을 공식 언급하면서, 한반도는 자칫 핵무기로 남북한이 공멸할 위기를 맞게 됐다. 단군 이래 최악의 민족 간 대치 상황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과 관련해 많은 의문이 제기될 법한데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남북 간 핵전쟁은 피하기 힘든 미래인가? 이런 의문에 대해 언론은 정치권, 학계 등과 함께 침묵하고 있다. 이런 기현상은 생사를 초월한 인생관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나겠나 하는 안이한 태도 때문인가?
언론은 이에 대해 정치권에 집중 질문해야 한다. 만약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면 한민족의 몰살에 가까운 재앙과 함께 삼천리 금수강산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군은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사명이지만 정치는 군을 통제하면서 평화와 전쟁을 관리해야 한다. 즉 전쟁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지며 그때 정치는 무엇을 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국민 생명과 재산에 대한 안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밝히고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
'북한 핵사용, 김정은 정권 종말'에 대한 네 가지 질문
북한이 18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고각발사했다고 밝혔다.
▲ 북한, ICBM "화성포-15형" 발사 훈련 진행 북한이 18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고각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ICBM운용부대 중 제1붉은기영웅중대는 18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ICBM '화성-15'를 최대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했다고 조선중앙퉁신이 19일 보도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정점고도 5,768.5㎞까지 상승해 거리 989㎞를 4천15초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의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으며, 강평에서 '우'를 맞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런 점을 전제로 '북한이 핵사용하면 김정은 정권 종말'이라는 군사적 메시지에서 추론되는 질문을 살펴보기로 한다. 종말 운운하는 표현은 군사학에서 적을 겁박해서 전쟁을 삼가거나 항복하도록 만들기 위한 선전전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자국민을 상대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상세히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언론은 정치권에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첫째 '북한 핵 사용하면'이라는 표현에 대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가정이기는 해도 북한이 핵을 사용할 정도의 한반도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와야 한다. 전쟁을 방지할 최선책의 하나가 평화 정착이라는 점에서 더 그러하다. 즉 박정희 이래 문재인 대통령까지 남북공동선언이나 정상회담 등을 통해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이 핵사용을 하지 않거나 못하도록 만들 방법을 어떻게 강구하고 있는지 언론은 물어야 할 것이다.
둘째 "김정은 정권 종말"이라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침묵해서는 안 된다. 이는 남북한 전면전쟁을 의미하고, 결국 남한에서도 막대한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와 사용, 재래식 무기의 가동 등을 법률 등에 시스템화했다는 점을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남북한 전면전에 대비해서 수도권 인구 밀집과 관련한 전시 대처 방안 등에 대해서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정보가 제공되도록 언론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윤석열 정부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동맹 결성을 촉구하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듯, 일제 강제동원문제 등과 관련해 저자세를 취하는 등 국가의 위신을 깎아먹는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를 만드는등 일본 미래세대가 한반도 침략전쟁의 구실을 만드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은 물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질문을 상정할 때 수반되는 것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다. 2018년 남북 정상은 평화 정착을 가능케 하는 수많은 합의를 해서 평화통일의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합의사항을 거의 이뤄내지 못했고, 정권이 교체됐다. 오늘날 남북관계가 가팔라진 원인의 하나가 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기에, 문 전 대통령 등이 이에 대해 답변하도록 언론은 질문해야 한다.
고승우(ccdm1984)(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 오마이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판결문 공개 이후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및 공모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김건희 여사가 두 달 사이 46%의 수익을 보고도 '먹은 것이 없다'며 항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확인됐다. 작전세력끼리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와 관련해 1)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으며, 2) 작전 세력이 관리하던 본인 명의 계좌의 거래 상황을 계속 모니터하며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대판했대요, 할인해서 넘겨줬다고. 먹은 것도 없는데”
지난해 12월 9일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 2차 작전 주범 중 하나인 B 인베스트 민 모 이사를 신문하던 검사가 문자 메시지를 하나 공개했다. 2011년 1월 13일, 민 이사가 또 다른 주범인 토러스 증권 김 모 지점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다.
*검사가 법정에서 공개한 2011년 1월 13일자 문자 메시지. 원문을 그대로 공개하기 위해 오탈자를 수정하지 않았으며 비속어는 XX로 처리했다.
문자 메시지에 나오는 ‘김’은 김건희 여사다. 김건희 여사가 누군가에게 “대판했다”는 것이다. ‘먹은 것도 없는데 할인해서 넘겨줬다’는 게 그 “대판했다”의 이유다. 김건희 여사는 또 ‘대우 지점장’, 즉 자신의 주식 계좌가 있던 당시 대우증권 (현 미래에셋대우) 지점장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법이 있냐”라고 따졌으며 누군가가 그렇게 화난 김건희를 어떻게든 ‘정리’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토러스 증권 김 지점장은 비속어를 사용해 김건희 여사를 비하하는 듯한 답변을 보냈다.
대체 어떤 맥락에서 벌어진 일일까?
작전세력이 김건희 계좌로 수행한 20만 주 블록딜
법정에서 검사들은 이 문자 메시지를 제시한 뒤 민 씨에게 이렇게 물었다.
*문자 메시지가 오간 날은 2011년 1월 13일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다.
*작전세력 간의 문자 메시지에 김건희 여사가 등장한 2011년 1월 13일은 주가가 최고점을 향해 올라가던, 2차 작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다.
바로 전날인 2011년 1월 12일, 김건희 여사는 토러스 증권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11만 4천 주를 조 모 씨에게 '블록딜'로 매도했다. 블록딜이란 대량의 주식을 장외에서 한꺼번에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앞서 이틀 전인 2011년 1월 10일에도 김건희 여사는 김 모 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9만 2천 주를 블록딜로 매도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 15일 보도에서, 이 블록딜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이 거래를 직접 수행한 것은 2차 작전의 주범 중 하나인 토러스증권 김 모 지점장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원래 미래에셋대우 증권의 계좌에 들어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주식을 그대로 토러스 증권으로 옮긴 뒤 블록딜을 한 것이다.
문제는 토러스 증권 김 모 지점장이 계좌주인 김건희 여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블록딜을 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5월 20일 공판에서 김 모 지점장은, 김건희 여사의 동의를 받았는지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권오수 회장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의를 받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주가조작 세력이 관리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이다.
검사가 재판에서 위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이유 역시 권오수 회장 또는 B 인베스트가 김건희 여사의 대우증권 계좌를 관리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기 위해서였다. 권오수 회장과 B 인베스트 관계자들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사실 관계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지난 10일 판결에서, 이런 검사의 주장을 인정했다.
김건희 명의 미래에셋대우증권 계좌 : 범죄일람표 (3) 순번 421내지 423 매매가 체결된 후 민00이 피고인 김00에게 매수 사실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따라서 해당주문은 민00이 제출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더하여 B인베스트 직원인 이0이 사용하던 PC에 저장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에 해당 계좌 (당시 증권사명인 대우증권으로 기재)의 주식 잔고 및 인출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점, 앞서 본 정황 등을 종합하면, 해당 계좌는 B인베스트 측에서 관리하며 피고인 민00 또는 피고인 이00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 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 66쪽
‘먹은 것 없다’고 '대판'한 김건희… 수익률은 두 달간 46%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화를 낸 이유는 주가조작 세력이 허락없이 자기 계좌에 있던 주식을 팔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먹은 것도 없는데 할인해서 넘겨줬기’ 때문, 즉 ‘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1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식의 종가는 주당 6,040원이었는데 블록딜 가격은 5,400원이었다. 12일 종가는 6,070원이었는데 블록딜 가격은 5,200원이었다. 시세보다 10% 이상 싸게 판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할인해서 넘겨줬다’고’ ‘대판’한 이유다.
내 주식을 허락없이 싸게 팔았다는 건 누구라도 화를 낼 만한 사유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의 경우는 달리 볼 여지가 있다. 애초에 김건희 여사 자신이 계좌를 주가조작 세력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계좌의 거래를 전적으로 위임했다면 그리고 위임받은 사람이 수익을 확실하게 내주고 있다면, 개별 거래에 대해 일일이 화를 낼 이유는 없다.
김건희 여사가 맡긴 문제의 ‘볼록딜’ 계좌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수익률을 알아보자.
우선 블록딜 때문에 “할인해서 줬다”는 문제의 주식을 김건희 여사가 얼마에 매수했는지 확인해보자. 뉴스타파가 취재해 재구성한 김건희 여사의 거래 내역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가 이 주식을 매수한 건 2010년 10월 28일에서 11월 9일 사이다. 김건희 여사는 이 기간 중 7거래일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42만 9,910주, 15억 5,474만 원 어치 매수했다. 평균 매수 단가는 3,616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11월 23일에서 이듬해인 2011년 1월 10일 사이에 장내 매도했다. 그리고 남은 나머지 절반 가량의 주식을 2011년 1월 10일과 12일에 걸쳐 ‘블록딜’로 매도한 것이다. 1월 10일에 블록딜로 판 9만 2천주는 매도 가격이 5,400원, 12일에 판 11만 4천 주는 5,200원으로 평균 매도 단가는 5,289원이다.
정리하면 김건희 여사는 주당 평균 3,616원에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 20만 6천주를 두 달 정도 되는 시점에 평균 5,289원에 팔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7억 4,489만 원을 투자해 3억 4,47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률은 46.3%다. (이 수익은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한 김건희 여사의 전체 수익 10억 5천만 원 안에 포함된다.)
초과 수익 기대한 건 ‘작전’ 알고 있었다는 방증?
‘주가조작 작전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공모했는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단기간에 남긴 46%의 수익에도 김건희 여사가 화를 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첫째,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서 희망했던 ‘기대 수익률’이다. 김건희 여사는 권오수 회장을 통해 다른 작전 세력에게 계좌를 넘겼다. 그리고 이들은 두 달 만에 46%라는 훌륭한 수익률을 올리며 김건희 여사의 재산을 3억 원 넘게 불려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여사는 화를 내며 ‘대판’했다. 대체 김건희 여사는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한 것일까, 그리고 김건희 여사가 기대했던 그 수익률은 ‘작전’없이 가능한 정도의 수익률일까.
이는 김건희 여사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조작 작전에 대한 인지를 하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활용당했다’는 계좌,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개입
둘째,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에게 맡긴 계좌를 방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화를 냈다”는 것은 김건희 여사가 작전세력이 관리하던 자신의 계좌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개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통령실의 표현에 따르면 계좌를 “활용당했을 뿐”이고 매수 유도를 “당했을 뿐”인 김건희 여사가 실제로는 적극적인 주체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판부 역시 비록 1차 작전 때의 일이지만 김건희 여사가 작전 기간 중 수시로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피고인 이00의 진술, 김건희와 계좌 관리인 사이의 통화 녹취, 신한투자 증권 계좌 관리인 A의 수사기관 진술 기재 등을 종합하면, 김건희는 피고인 이00에게 위 계좌에 관하여 신한투자증권에 매매 주문을 넣을 수 있도록 위탁했고, 피고인 이00로부터 주문을 받은 A가 김건희에게 별도로 전화 확인을 취하여 매매 의사를 확인한 후 거래를 진행하였다. 1.12부터 1.29 기간 동안 위와 같은 방식의 거래가 행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 54쪽 각주 28
대통령실 "진술 없다"... 물증으로 진술 이끌어내는 게 수사
대통령실은 지난 2월 1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십 명을 강도 높게 조사하였으나,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받거나 공모하였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 결과 범죄사실 본문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2023.2.14 대통령실 입장문 중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강도 높게 조사를 받은 수십 명’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진술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진술을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건희 여사의 개입 사실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건 권오수 회장인데, 권 회장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와 공모에 대해 진술할 유인이 있겠는가? 자신의 무죄 주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현직 대통령의 부인의 범죄 혐의에 대해 진술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권오수 회장 외의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들은 검사가 김건희 엑셀파일 같은 명백한 물증을 제시했는데도 재판 내내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들이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것을 사실로 인정했고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진술이 아니라 물증이다. 수사란 확보한 물증으로 피의자의 진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김건희 엑셀 파일’ 같은 물증 외에도, 위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주가조작 세력들이 서로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라는 물증에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분명히 남아있다.필요한 것은 수사다. 뉴스타파 심인보
'대장동 키맨' 유동규, 유튜브 고정 출연…"대장동 일대기 밝힐 것"
↑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 보수 정치 평론 유튜브 채널인 유재일tv에 장기 출연할 계획이다. / 출처=유재일tv 화면캡처 MBN
쌍용건설, 두바이 초특급 호텔 완공
쌍용건설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MBS)'를 뛰어 넘는 세계적인 특급호텔 '아틀란티스 더 로열(Atlantis The Royal)'을 8년여 대장정의 공사 여정 끝에 완공시켰다. 쌍용건설은 2015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수주해 이듬해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아틀란티스 더 로열' 호텔을 약 80개월간의 공사 끝에 2월 중순 성공적으로 완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아틀란티스 더 로얄은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 인공섬에 44층 초특급 호텔 3개 동 791객실과 39층 최고급 레지던스 3개동 231가구가 들어선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호텔의 총 공사비는 12억5400만달러(1조5500억원)에 달한다. MBS의 상징인 인피니티 풀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초호화 풀(pool) 등 총 94개의 수영장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모든 객실에서 두바이의 멋진 걸프만 바다조망이 가능하고, 단독 인피니티풀을 갖춘 520㎡ 규모의 시그니처 펜트하우스 객실이 마련된 세계 최고 수준의 유일무이한 호텔로 설계됐다.
데이팅앱이 원인".. 일본 매독 성병 환자 '폭증', 역대 최고치
일본 도쿄의 매독 환자가 10년 만에 12배로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일본 전통 기모노를 입은 여성의 모습(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뉴시스
일본 도쿄에서 성병 매독에 걸린 환자가 10년 만에 12배로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언론은 그 원인으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보급을 지목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도쿄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도에서는 3677명의 매독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10년 전인 2012년 297명에 비해 약 12배나 급증한 수치다.
매체는 이 기간 여성 매독 환자가 34명에서 1386명으로 약 40배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남성 환자 수는 같은 기간 263명에서 2291명으로 9배가량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남성 환자 수는 20~40대가 약 77%를 차지했다. 여성 환자의 경우 69%가량이 2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체는 데이팅앱의 보급이 매독 확산의 주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만나 가벼운 만남을 갖는 게 쉬워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성병 감염 사례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매독은 만성 성병으로 성관계 등을 통해 감염된다. 발병 시 반점, 발진 등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장기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요구된다. 도쿄도 관계자는 "증상이 없어져도 자연치유는 되지 않아 방치하면 큰일 난다"라며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쿄도는 다음 달 중 매독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무료 검사소 4곳을 설치할 예정이다. 모든 검사는 익명으로 진행된다. 또 매독 감염 경험자의 인터뷰 동영상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 공개해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다.[파이낸셜뉴스]
“정치투쟁 그만, 공정과 상식으로”... 6000명 모인 MZ노조 협의체 출범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기성 노조 정치 투쟁을 비판하고 근로 조건 향상에 주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노조 협의체가 출범했다. 20~30대 근로자들이 주축이 돼 ‘MZ(밀레니얼·Z)세대 노조’로도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발대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유준환 의장(오른쪽 일곱번째)을 비롯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위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새로고침 노협은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 부산관광공사 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 노조, LG전자 사람중심 노조, LS일렉트릭 사무 노조 등 8개 노조가 모인 협의체다. 조합원은 6000명을 웃돈다. 20~30대 사무직·기술직 근로자들이 주축으로, 8개 노조 위원장 8명 중 6명이 30대다. 그러나 50대 간부와 조합원도 있다. 새로고침 노협은 스스로가 MZ세대 노조라기보다는 “공정과 합리 등 가치관을 공유”하는 근로자들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새로고침 노협은 한국노총·민주노총처럼 노조들 위에 군림하는 상급 단체라기보다는 각 사업장 노조들 수평적인 모임에 가깝다.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노조 위원장이 의장,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위원장이 부의장을 맡았고, 나머지 6개 노조 위원장들도 모두 각각 위원을 맡았다. 새로고침 노협은 노동조합법상 ‘연합 단체’(노조의 상급 단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새로고침 노협은 근로 조건과 무관한 정치 투쟁과는 선을 긋고, 근로 조건 향상이라는 ‘노조의 본질’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부의장은 기조 연설에서 “여야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노조의 본질에 맞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파업과 시위에 대해서도 “쟁의 행위는 노조의 기본권”이라면서 긍정했다. 근로 조건 향상을 이루기 위해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하는 쟁의 행위는 노조가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란 것이다.
단지 그가 비판하는 건 기성 노조의 투쟁 방식이다. 송 부의장은 “시위의 본질은 단체행동권을 이용해 부당함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인데, (한국노총·민주노총의 시위는) 노조와 관계없는 정치 구호와 일부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로 대중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기존 방식이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시위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뀐 만큼 다른 방식의 시위로 실질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다.
새로고침 노협은 설립 선언문에서 “아직도 기업은 노조를 경영의 장애물로 인식하고, 노조와 투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부정적이며, 일부 노조는 본질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 근로자들 노조 가입률이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14% 수준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새로고침의 목표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86% 인식을 바꾸고 가능성을 보여줘 노사가 상생해 나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다양하고 개방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하겠다”며 “국가 경쟁력 제고, 국민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노사정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노동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새로고침 노협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개혁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의장은 정부가 연장근로의 한도 초과 여부를 계산하는 단위를 주(週)에서 월(月)이나 연(年)으로 바꿔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려고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 측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업이 근로자 실 근무 시간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고 ‘포괄임금’을 지급해 근로자 초과 근무 수당 일부를 주지 않는 관행을 정부가 단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노동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 부의장은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양대 노총이 우려하는 ‘자주성 침해’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노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금은 노동의 대가로 이뤄진 것이다. 이 부분은 정말 깨끗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대식에는 새로고침 노협 관계자 40여 명 외에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김문수 위원장과 제3 노총인 전국노동조합총연맹의 김병식 위원장도 참석했다. 김문수 위원장은 축사에서 “새로고침 노협이 국민 주목을 끄는 이유는 조합원 복지와 권익을 개선하는 것이 노조의 사명임을 거침없이 밝히기 때문”이라며 “새로고침 노협은 아직 미약하지만, 이들의 옳은 소리는 빠른 속도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투쟁의 함성보다 바른 소리, 옳은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노총·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새로고침 노협이 초대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는 발대식 하루 전인 20일 새로고침 노협에 참여한 올바른 노조를 겨냥한 성명서를 내고 “노조가 탈(脫)정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노조의 태생과 역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오히려 올바른 노조의 행보는 특정 정파와 일부 언론의 정치 행보와 긴밀하게 연동돼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고침 노협의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존 8개 노조 외에 삼성디스플레이 열린 노조와 SK매직 현장중심 노조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김경필 기자
"文 정부 北에 '달러뭉치' 보냈다?" 윤건영 "중앙일보, 황당한 잠꼬대“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이 기명으로 자기 이름 달고 쓴 칼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文 정부 '달러뭉치' 칼럼은 아무런 근거 없는 '카더라'
- 북한 미사일 책임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의도 담긴 듯
- 文 정부는 정상회담 매개로 北에 1원 한 장 준 적 없어
- 중앙일보가 충분히 조치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모든 대응할 것
-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검찰이 언론플레이 해선 안 돼
- 감사원 실지감사, 정치 보복 돌격대 되고 있어
윤건영 > 너무 잠꼬대 같은 황당한 이야기라 당황스럽고 기가 막혔는데요. 아무런 근거도 없고 오로지 카더라 식의 내용입니다. 명색이 중앙일보 논설위원 칼럼인데 아무리 망가도 이 정도로 무너졌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요. 언론사가 사실에 기반 해서 칼럼을 써야지 매우 악의적인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소설을 써도 정말 재미없는 한물간 색깔론 소설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단언하건대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상회담을 매개로 북한에 1원 한 장 준 적이 없습니다. 준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말을 할 사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중앙일보 칼럼처럼 소설을 쓴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었다면 당당하게 밝히면 될 일입니다. 이번 사안은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에 이름도 얼굴도 없이 카더라 식으로 보도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많은 언론인들이 익명 뒤에 숨는 것이 오래된 관행이지 않습니까? 소위 말하면 취재원 보호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그 기사의 신뢰도를 검증할 수 없도록 하는 건데요. 막말로 술 먹다가 들은 이야기인지 아니면 당사자에게 직접 들은 건지 극우 유튜브한테 들은 건지 신문을 보면 알 길이 없습니다. 저는 자신 있고 당당하다면 밝혀야 된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기자와 소설가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소설처럼 써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따라서 우선은 중앙일보가 스스로 어떤 조치를 내놓는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만약에 조속한 시한 내에 중앙일보가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저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생각으로 있습니다.저는 보도의 형식도 시기도 의도도 순수해보이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보도형식 관련해서 만약에 중앙일보가 제대로 취재를 해서 사실관계에 자신이 있었다면 1면 톱기사로 썼지 칼럼의 한 문단으로 쓰지는 않았지 않겠습니까. 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일각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대북송금설을 주장하는 와중에 문재인 정부 거액달러 전달 설을 아무런 근거 없이 지금 보도하고 있습니다. 관련 없는 두 가지를 엮어보겠다는 그런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걸로 보여지고요. 끝으로는 정략적 의도까지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중앙일보 보도 이후에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의힘이 논평을 냅니다. 논평의 내용이 뭐냐고 하면 민주당 정권이 몰래 건넨 돈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만들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 말은 곧 뭐냐고 하면 최근 한반도 위기상황의 책임, 그리고 북한 미사일 개발의 책임을 온통 전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그런 정치적 의도, 정략적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라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노란봉투법’ 대신 ‘불법파업조장법’ 경총 요구 그대로 따른 매일경제
일반기사, 사설 가리지 않고 재계 요구대로 ‘불법파업조장법’
대다수 언론은 ‘노란봉투법’ 사용… “기계적 중립마저 어겼다”
용어뿐 아니라 기사 내용도 편향적, “법 계기·취지 다 빠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름이 사라지고 ‘불법파업조장법’, ‘원청-하청노조 직교섭’ 등의 명칭이 기사 제목에 드러나고 있다. 여론전에 나선 재계의 요구가 사설·칼럼이 아닌 일반기사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습이다.
▲ 16일자 매일경제 1면 기사.
▲ 16일자 매일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최근 지면 제목에 ‘노란봉투법’ 명칭을 빼고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16일 1면 기사 <‘파업조장법’ 결국 강행, 노조 편승 巨野의 폭주>에 이어 16일 사설에선 ‘원청-하청 노조 직교섭 법’이라고 불렀다. 18일 5면 제목은 <회의시작 18분만에… 野 ‘불법파업조장법’ 일사천리>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10월부터 토론회 등 대내외 행사에 ‘불법파업조장법’을 사용하며 용어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법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인데, 이 우려가 매일경제 지면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양새다. 매일경제는 개인 시각이 담기는 오피니언뿐 아니라 일반기사에서도 재계가 규정한 용어를 따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당시 쌍용차 노조가 불법파업으로 46억8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자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넣어 전달하며 응원한 것에서 유래했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노동자를 향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는 법안 취지와, 대중 통용성을 고려해 모든 언론이 대체로 제목에 노란봉투법을 사용하고 있다.
▲ 21일자 한국경제 사설.
▲ 16일자 중앙일보 6면 기사.
한국경제는 그간 노란봉투법을 계속 쓰다 최근 제목에 ‘파업조장법’을 달았다. 똑같이 비판적 스탠스를 취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노란봉투법을 아직 유지한다. 한국경제는 21일 사설 <절규로 치닫는 경영계의 호소… 끝내 파업조장법 밀어붙일 건가>을 냈고 중앙일보는 16일 기사 <재계 “노란봉투법, 무제한 파업법” 노동계 “적법파업 확대”>에서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하는 무제한 파업법’이라는 재계 요구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노란봉투법은 현재 여당과 야당, 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사안이다. 법안에 찬성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노란봉투법을 ‘합법파업보장법’이라고 불렀다. 이 대표는 해당 법안을 “헌법이 정한 노동권을 보장하고 노사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최소한의 균형추”라 했고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21일 환노위 의사진행발언에서 “불법파업조장법이 아닌 산업평화보장법이다. 하청노동자들에게도 노동3권 누릴 수 있게 하는 진전된 법안에 한발 다가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 2월11일부터 17일까지 신문지면 노란봉투법 보도유형 분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월11일부터 17일까지 신문지면 일반기사 노란봉투법 보도태도 비율.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용어뿐 아니라 기사 내용에서도 매일경제는 편향된 모습을 보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사설·칼럼이 아닌 일반기사를 모니터링(지면 기준)해 긍정, 중립, 부정으로 나눈 결과, 매일경제는 4건의 기사 모두 노란봉투법에 부정적이었다. 한국경제는 8건의 일반기사 중 75%가 부정, 조선일보는 87.5%가 부정적인 기사였다.
노란봉투법 보도분석을 진행한 박진솔 민언련 미디어감시팀 활동가는 21일 통화에서 “사설이나 칼럼은 주관이 드러나도 된다고 합의를 본 부분이지만 일반기사는 일단 중립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첨예하게 양쪽이 다투고 있는 법안에 대해 경총 의견을 그대로 받아쓴 건 심하게 중립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진솔 활동가는 “이번 노란봉투법 국면에서 사설과 칼럼이 그렇게 많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신 일반기사를 이런 식으로 내면서 주관을 많이 드러냈다. 기사 내용에서도 재계 시각을 일방적으로 전하고 기사 내 법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게으른 태도라고 할 수도 있고, 재계 시각을 단순반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법을 만들게 된 계기·취지가 다 빠져 있어 해당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은 노란봉투법이 이견의 여지 없이 불법파업 조장하는 법이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 16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제지엔 잘 보이지 않지만, ‘불법파업조장’이란 주장엔 빠진 맥락이 많다. 해당 안은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해 합법파업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청으로 넓혔는데, 최근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원청의 사용자성과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추세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도 원청을 상대로한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언급한다. 한겨레는 18일 사설에서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소 자체를 금지하자는 게 아님에도 ‘불법파업면책법’ ‘불법파업조장법’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지금까지 사용자의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현행법이 파업 자체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촉발된 파업에서도 파업 봉쇄를 위한 ‘손배폭탄’은 이어졌고, 실제로 청구된 금액을 수습하지 못해 목숨을 끊는 이들이 생겼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22년 8월 사이 151건(2752억 원)의 손배 소송이 제기됐고, 30건(246억 원)의 가압류가 신청됐다. 지난해 7월에도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470억 원의 손배를 제기한 바 있다.
21일 노란봉투법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차지한 법사위에서 난항을 겪더라도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본회의 직회부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법안폐기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오마이뉴스>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 여론조사 결과보고
[창간 23주년 기획] 윤석열 정부 검찰 국민인식조사
[① 독립성] "검찰, 독립적이지 않다" 56.5%... "더 나빠져" 52.8%
[② 중립성] "검찰, 중립적이지 않다" 56.7%... "더 나빠져" 56.1%
[③ 신뢰성] "현 검찰 신뢰하지 않는다" 56.4%... 강한 불신층 46.2%
[④ 검찰공화국·검언유착 공감도] "현 정부는 검찰공화국" 57.5%... "검·언유착 공감" 56.8%
[⑤ 제1야당 대표 과잉수사 공감도] 이재명 수사 과잉? "공감" 53.5% - "비공감" 43.1%
200만호 부수고 새로 짓는 건 인류사에도 유례 없던 일"
[인터뷰] 下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공개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 안전진단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특례를 주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용적률도 기존보다 더 높여주면서 사업성도 끌어올렸다.
특별법에 적용받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기존 30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는 안전진단을 20년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정비사업에서 대규모 광역교통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보할 경우 안전진단마저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용적률은 2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300%까지 높이고 역세권 등은 최대 500%까지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1기 신도시에만 이러한 특혜를 주는 게 부담스러워서인지 적용 대상을 1기 신도시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이번 특별법 적용 대상은 ‘노후계획도시'로 ’택지조성사업 완료 이후 20년 이상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가 여기에 속한다.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광주 상무, 인천 연수지구 등이 해당된다.
더구나 국토부는 택지지구가 100만㎡에 못 미쳐도 인접하거나 연접한 2개 이상 택지 크기가 100만㎡ 이상이면 이 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되면 노후 구도심도 이번 특별법에 적용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을 이달 중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다.
논란도 예상된다. 30만 이상 주택이 존재하는 1기 신도시 뿐만 아니라 노후 구도심까지도 포함하는 이번 특별법이 진행될 경우, 전국이 건설현장으로 변할 수도 있다.
기존 정비사업보다 더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는 것도 문제다. 비대해진 집적 효과로 발생할 교통 문제와 생활쓰레기 처리 문제 등이 지적된다. 더구나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렇게 용적률을 높인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200만호 가까운 주택을 질서정연하게 순차 정비하는 과제는 어쩌면 인류사에도 유례가 없던 일"이라며 "거의 한 세기 만의 새로운 도전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소장은 이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소장은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구조적으로 멀쩡한 집을 허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기존 용적률을 높이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아닌, 리모델링 등을 통한 수리·보수 방식으로 가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모델을 만들 기회라는 것이다.
최 소장은 국토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최경호 소장과의 진행한 인터뷰를 둘로 나눠 게재한다. 그 두 번째 인터뷰 내용.
(관련기사 바로가기 ☞ : [인터뷰] 上 "과거 MB가 만든 '뉴타운 악몽' 재림할까 두렵다")
▲ 최경호 소장. ⓒ프레시안
"재건축 기준, 시대적 과제를 반영해야 한다"
프레시안 : 주변 지역 전월세 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규모로 나눠서 정비를 해야 할 듯싶다. 한 번에 2만호씩 한다고 해도 30만호를 하려면 15번에 나눠서 해야 하니, 전체적으로는 2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순서가 뒤로 밀리는 지역은 원성이 자자할 것 같다.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순서대로 하려면 어떤 원칙으로 해야 할지 생각한 부분이 있나.
최경호 : 현재의 재건축 판정 기준은 개별 정비사업을 대상으로 ‘재건축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절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 순서를 정하는 데에 쓰기엔 한계가 있다. 구조안전이나 설비노후도, 주거환경의 열악함 등이 주요 채점 항목인데, 이 기준으로 순서를 정할 것 같으면 우선순위를 무엇으로 하느냐를 정해야 할 것이다.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집부터 할 것인지, 녹물이 나오는 집부터 할 것인지, 주차장이 부족한 집부터 할 것인지. 안전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안전진단 결과 가장 위험한 집부터 하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재건축하는 집들 중에서 구조적으로 위험해서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프레시안 : 그럼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
최경호 : 시대적 과제를 반영해 새로운 기준이 등장하면 어떨까 싶다. 바로 주택의 ‘에너지 성능’이다.
프레시안 : 에너지 성능이 낮은 집부터 하자는 이야기인가? 최근 난방비가 오른 것도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것인가?
최경호 : 지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조적으로 멀쩡한 집을 허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하지만 녹물이 나오는 집에서 계속 사는 건 인권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럼 설비 노후도를 우선순위로 할 수도 있고, 배관만 고치는 리모델링을 지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조건이 비슷한 상황에서 ‘건물을 허무는’ 순서를 정해야 한다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집부터 먼저 에너지성능이 좋은 집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 허물어 탄소를 좀 배출하더라도 향후 몇 십 년간 감소시키는 탄소배출량이 더 많다면 허무는 것이 나은 것’ 아닌가.
이러한 부분도 판단기준에 넣자는 것이다. 건물의 전체 생애주기 차원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길이라면, 구조적으로 튼튼한 집이라도 먼저 철거를 하는 명분이 될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이건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이야기고, 개별 가구들에게는 난방비를 줄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주거복지, 에너지 복지 문제는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난방이 취약하다는 의미는 집을 지은 지 오래됐고, 낡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또한 단열재 등 보온을 위한 리모델링을 하지 못한 빈곤층이 사는 주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그런 주택이 밀집한 지역부터 재개발을 한다는 건 나름 의미가 있는 듯하다.
최경호 :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건설폐기물이다. 30만 채보다 더 많은 집을 이제는 부수고 새로 지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을 우리가 처리할 역량이 되는지에 대해서 지금의 국토부는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 쓰레기 매립은 환경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국토부 혼자 해결할 일이 아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 수도권 매립지 잔여용량이 1.5년 정도다. 전국적으로도 5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신설‧증설 한다고 하지만 지지부진할뿐더러, 기적이 일어나서 계획대로 늘린다 해도 17년 어치를 더 확보할 뿐이다. 그런데 이번 정비사업은 20년 이상 걸린다. 여전히 매립지 용량은 부족한 셈이다. 폐기물을 묻을 곳도 만들어놓지 않고 어떻게 철거를 하겠다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길거리에 콘크리트 잔해를 쌓아 놓을 수는 없지 않나.
프레시안 :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최경호 : 새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죄악시 할 수 없다. 다만, 새 집을 짓기 위해 헌 집을 부수면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도 같이 만들자는 이야기다. 구조적으로 튼튼한 집을 굳이 허물겠다면 ‘매립지 확보 증명제’라도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직접 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지 않나. 집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가야 한다. 1980~1990년대에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더는 쓰레기를 묻을 곳이 없다.
▲ 노후계획도시와 특별정비구역 개념도. 파란 실선은 특별정비구역의 예시다. 이 구역이 어떻게 정해질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하면 이번 특별법이 제공하는 특례는 받지 못하고 기존의 정비사업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들이 어떻게 이합집산하여 구역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특별정비구역 지정의 유불리함이 달라지게 되면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화될 소지도 있다. ⓒ최경호 제공
"정부, 손 안대고 코 풀려 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기존 방식을 수십 년 동안 진행해 온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듯하다. 다른 방식이 가능하겠나.
최경호 : 차량 보유 대수가 늘어나면서 차고지 증명제 같은 것도 논의되고 있다. 앞으로는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주택을 그대로 두고 리모델링하는 방식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용적률을 늘려봤자 미분양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주거환경을 개선해야겠다면 리모델링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실제로 지난 대선 전까지 1기 신도시의 많은 주민들은 리모델링 조합을 결성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선 때 유력한 두 후보 모두 대단한 특혜를 줄 것처럼 약속하니, 리모델링 조합 추진이 유야무야되고 재건축 조합으로 방향을 바꾼 곳들이 많다.
프레시안 : 난방에 취약한 낡은 주택의 경우, 단열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수도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는 곳은 배관을 교체하는 식으로 하자는 말인가. 그러면 폐기물은 덜 나오긴 하겠다.
최경호 : 사실 그래도 문제가 있긴 하다. 리모델링을 한다면 대규모 폐콘크리트가 나오진 않는다. 그런데 건설폐기물 세부 내역 중에서 재활용이 제일 어려워 매립해야 하는 분야가 ‘혼합폐기물’이다. 이는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애초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이제 앞으로 집을 지을 때는 최대한 '제로에너지빌딩(ZEB)'으로, 그리고 '장수명주택'으로, 또 '유연 평면 설계'로 지어야 한다.
프레시안 : 낯선 용어들이다. 제로에너지빌딩, 장수명주택, 유연 평면 설계는 무슨 개념인가?
최경호 : 제로에너지빌딩은 쉽게 말해 드나드는 에너지를 합치면 ‘0’이 된다는 개념이다. 단열이 잘 되어 에너지를 절약하는 ‘패시브 하우스’,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는 ‘액티브 하우스’가 합쳐진 것으로 보면 된다. 에너지를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도 하고, 심지어 외부로 송전해서 팔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체계도 일방향이 아니라 양방향 송전이 가능하고 드나드는 에너지를 조절하고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3기 신도시 신축이나 1기 신도시 정비 때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장수명 주택은 말 그대로 오래 쓰는 집으로, 수명이 긴 구조체는 그대로 두더라도 수명이 짧은 배관 같은 것은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물 수명이 50년을 넘어 100년도 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십 수번 바뀔지 모른다. 4인 가구가 살다가 1인 가구가 살게 될 수도 있다. 또 몇 십 년 뒤 후손들이 살 때의 라이프 스타일이 어떨지 지금 예측하긴 힘들다. 그러니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맞춰서 방의 크기나 개수, 설비의 교체가 쉽도록 하는 것이 가변 평면, 혹은 유연평면 주택이다.
프레시안 : 그러면 건설비가 더 비싸지는 것 아닌가. 용적률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합의 부담이 커질테니 사업 진행이 더 어렵고 원주민 재정착이 어려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생길 듯 하다.
최경호 : 그래서 그런 주택으로 바꾸면 기후위기대응 차원에서 국가가 파격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벨기에의 에코팩 프로그램 같은 경우, 30년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 죽을 때까지 살다가 집을 팔아서 갚아도 되는 것이다. 그린 리모델링뿐만 아니라 건물을 허물고 제로에너지 주택으로 바꾸는 그린-재건축에도 정부가 파격적으로 보조금, 융자, 출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용적률을 늘려준 뒤 '알아서 팔라'고 하면서 손 안대고 코 풀려 하지 말고, 필요한 돈을 마련해서 풀어야 한다.
프레시안 : 출자는 생소한 이야기다. 개인의 사유재산에 국가가 투자한다는 것인가?
최경호 : 비용이 부담되는 원주민에게는 공공과 지분을 공유하는 지분공유형 주택으로 공급해서, 원하는 기간만큼 살다가 나중에 공공과 시세차익을 나누는 개념이다. 이미 '공공주택특별법'에 있는 '이익공유형' 주택을 활용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것도 일종의 특혜라는 논란은 없겠나? '왜 재건축 재개발하는 사유재산에 돈을 보태주나'라는 지적이 나올 듯하다.
최경호 : 지금 우리가 전기차를 사도 보조금을 주지 않는가. 탄소배출을 줄여야 다 같이 살아남는다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공공 지원의 명분이 있다. 어차피 용적률을 늘려줘서 일반분양하는 돈으로 사업성을 개선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렇게 해주는 것이 사실 더 큰 특혜다. 인구가 늘어나서 생기는 기반시설에 대한 부담은 다 같이 나눠지는데 말이다. 물론 정부는 개발이익을 환수해서 기반시설을 늘리겠다고는 하지만, 그 개발이익 환수에도 반발하는 힘이 막강하다. 선거 때 출마하는 정치인들 중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해서 종합적 관점에서 올바로 사용하겠다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프레시안
"합리적인 순환 정비 로드맵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용적률 늘려서 정비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했다. 용적률은 정말 더 이상 늘릴 수 없는가?
최경호 :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둔촌 주공’의 용적률이 얼마였는지 아는가? 전에 90%였다. 이것을 3배 늘렸다. 그래도 조합원 분담금이 많이 든다고 공사비 증액을 거부하다가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270%로 공급하는데도 분양 측면에서 고전 중이다.
프레시안 : 앞으로는 이렇게 세 배씩 올리지는 못할 듯하다. 그래도 조금 더 올릴 순 있지 않나?
최경호 : 5층이 15층이 될 때에는 10개층만 채우면 되지만 15층이 45층이 되면 30개층을 더 팔아야 한다. 그리고 전에는 그런 아파트가 한 동이었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많아졌다. 10동이라고 쳐 보자. 전에는 한 개 동을 3배 늘려도 10개층 어치만 채우면 되는데, 지금은 10개 동이니 한 동을 3배가 아닌 2배만 늘려도 15개 층씩 총 150개 층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과거에 10개층을 늘릴 때는 인구가 자연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늘어날 때였지만, 지금 그 15배인 150층 어치를 채울 수 있을까? 이미 2019년에 수도권 인구가 전체 과반을 넘었고, 2021년부터는 전체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15배를 채운다? 아무리 1인가구가 늘고 1인당 필요 면적이 늘고 외국 인구가 들어와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프레시안 : 과거에 지어진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이 이번에 지어진 둔촌주공에 근접한 수준 같다.
최경호 : 지금 1기 신도시 용적률은 가장 낮은 일산은 170%가 안 되지만 중동은 220%가 넘는다. 이들의 용적률을 과연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줄어드는 인구를 놓고 누가 먼저 용적률을 키우냐는 건 제로섬 게임, 어쩌면 마이너스섬 게임이다. 물론 역세권은 용적률을 키워도 분양에 성공할 수도 있다. 먼저 하는 곳이 용적률을 키워놔야 다음에 정비하는 곳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들어가 살 전월세 물량을 확보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특별정비구역 선도지구 지정’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래도 미래에 다시 인구가 늘어날 수도 있고, 어느 정도는 수도권 인구가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나.
최경호 : 설령 인구가 늘어나서 수도권의 용적률 증가를 감당해도 문제는 여러 가지가 남는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 교통 문제는 심각하다. 여기에 전기나 도시가스 등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는 어디에서 구해오나. 또한 생활쓰레기는 어디에 버릴 건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사람들을 다 빼 내고 지방에는 쓰레기장과 발전소만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프레시안 :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조금 살기 불편해져도 용적률 1000%를 넘는 홍콩처럼 가야하고 충분히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최경호 : 홍콩이나 뉴욕의 용적률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거기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인구와 경제가 작동하는 배후지가 있다. 국제정치 측면은 잘 모르는 분야지만, 홍콩은 전력 공급이나 쓰레기 처리 문제만으로도 독립이 어렵지 않겠나 보고 있다. 그리고 거기는 기후가 다르다. 겨울철에도 난방비 걱정이 없는 곳이다. 한국에서 집을 그렇게 촘촘히 지으면 일조시간이 줄어서, 지금도 난리가 난 난방비가 더욱 폭등할 것이다. 기후의 차이를 무시하고 도시계획을 베껴오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자원순환이나 기후하고도 관련이 있으니, 용적률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주제다. 그런데 국토부나 지자체들은 다 용적률 완화만 유일한 인센티브인 것처럼 접근하고 있다.
최경호 : 설령 에너지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도 끝이 아니다. 지상이 고밀해지면 그만큼 지하도 많이 파야한다. 사람들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을 선택하는 이유 중에는 지하 주차장을 만들기 위한 이유도 있다. 마냥 주차대수를 늘려주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세대 별 1대가 안 되는 단지 같으면 주차문제도 심각하니 대책이 필요하다. 주차대수를 늘리지 못하는 단지는 용적률을 늘리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리모델링을 선택하기도 한다.
프레시안 : 뒤집으면, 주차장을 지하에 확보하려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최경호 : 그런데 지하를 팔 수 있으면 파더라도, 이것 역시 공짜가 아니다. 깊게 들어갈수록 지하수 때문에 생기는 부력이 커져서 건물을 밀어올린다. 잘못하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앵커로 붙들어 매어 고정하든가 펌프로 물을 퍼내야 한다. 그러면 공사비나 관리비가 비싸진다. 개별 단지에서야 그런 비용을 감수하겠다고 하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단지가 많아져서 스케일이 커지면 지하수의 수위나 흐름이 변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싱크홀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가.
최경호 : 2018년에 지하안전법을 시행하고 지하안전평가를 수행하게 돼 있지만 아직 지하 상황을 제대로 다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다. 기반시설과 관련해서는 지하공간통합지도가 없는 곳도 아직도 많다. 거칠게 말하면, 어디를 파면 어디가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그냥 '깜깜이'로 공사하고, 싱크홀이 생기면 그때그때 메우는 식이다, 최근 5년간 경기도 내 발생한 싱크홀이 230개가 넘었다. 모 택지지구에는 면적이 100제곱미터가 넘고 깊이는 18미터나 되는 싱크홀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저기에 용적률을 다 올리고 지하를 다 파헤치겠다? 도박을 하는 것이다. 지하안전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과다 지정후에 지지부진하면 뉴타운의 악몽이 반복되는 것이고, 그대로 지어지면 과밀화의 문제, 지하안전의 문제 등이 심각해질 것 같다. 대안은 무엇인가?
최경호 : 구체적인 것은 시행령에서 정해진다고 하니,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막상 특별정비구역 지정에 따른 특례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선도지구에서 늘어난 용적률은 이후 순환 정비과정에서 이주민을 받을 임대주택으로 쓰겠다고 하면, 생각보다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이번 발표에 경기도의 제안도 어느정도 반영되었다고 들었다.
최경호 : 사실 노후 도심도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주변지역과의 형평성을 그나마 고민한 경기도가 제시한 것이라 들었다. 경기도의 제안 중에는 단계별 인허가 총량제를 도입하여, 자연스럽게 순차적으로 정비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도 있었다고 아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 국토부 안에는 빠졌다. 중앙에서 방침만 세우는 국토부나, 자기 지역을 먼저 챙길 수 밖에 없는 시장·군수가 아닌 ‘광역의 눈’으로 보는 경기도의 안목이 드러난 부분인데, 이후 이런 취지가 잘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부디 관계 당국에서 제반 문제들을 잘 검토해서 합리적인 순환 정비 로드맵을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법과 시행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이런 사례가 해외에는 없는가.
최경호 : 한국은 단시일내에 대량 공급에 성공한 몇 안되는 경우다. 사실 분배측면이 좀 실패해서 그랬지, 이 정도 공급한 것도 세계사적으로 대단하긴 하다. 따라서 200만호 가까운 주택을 질서정연하게 순차 정비하는 과제도 인류사에서 유례가 없던 일이다. 거의 한 세기 만의 새로운 도전 과제이고, 기후위기 대응의 차원에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는 기회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주가조작 유죄판결…‘김건희 의혹’ 감추는 언론은?
▲ 2021년 10월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내부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모습. ⓒ 연합뉴스
2월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는데요. 이번 선고가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해당 사건에서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 1심 무보도, 조선·매경·한경 공소시효 무언급
▲ 2월11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 다음날 신문 지면 보도량 및 공소시효 언급 여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권 전 회장은 2009년 1월30일 도이치모터스를 우회 상장한 후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조작 선수와 투자자문사, 전·현진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91명의 157개 계좌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았습니다. 이들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검찰이 본 기간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였으나 재판부는 이 전체 기간을 ‘주가조작 선수 변경’에 따라 두 부분으로 나눠 2010년 10월 기점으로 그 이전은 공소시효 만료, 그 이후는 공소시효 유지로 보고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판단했습니다. 이 공소시효가 중요한 이유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를 부정하는 측과 그렇지 않은 측의 주장이 대립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해당 판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한겨레 등의 기사에 반박하며 “1심 법원은 대통령 배우자가 맡긴 계좌로 일임 매매를 했던 A씨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었다’며 면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는데요. 뉴스타파 <[변화] 뉴스타파 보도 3년 만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 1심 유죄>(2월10일 심인보 기자)에 나오듯 “재판부가 1차 작전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함에 따라 1차 작전 기간 동안 김건희 여사가 했던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었”으나 1심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판단한 2차 작전에서도 김건희 여사의 거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는 1차 작전세력 뿐 아니라 2차 작전세력에게도 계좌를 빌려준 유일한 계좌주”로, “2차 작전세력의 사무실에서 김건희 파일이 나오고, 긴밀한 관계였다는 증거들이 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제시된 바 있”습니다. 이를 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는 1차 작전 뿐 아니라 2차 작전에도 깊이 연루되어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 2월11일 한국일보 1면, ‘법원 “도이치모터스, 실패한 시세 조종”… 권오수 등 1심 집행유예’ 기사.
물론 2차 작전에서의 권오수 전 회장 범행이 유죄로 판단된다고 해서 곧바로 김건희 여사와 공모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공모 여부’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하며, 2심 전 보강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공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2차 작전세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은 발견되었으나, 아직까지 검찰은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결과를 전하며 이 같은 공소시효 설명이 부족한 언론이 있었는데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언론사별 논조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신문 지면을 모니터링 했습니다. 1심 판결 다음날인 2월11일 지면을 살펴본 결과, 중앙일보를 제외하고 모두 관련 보도를 냈습니다. 토요일임을 감안하더라도 중앙일보만 지면에 싣지 않은 점이 눈에 띕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권오수 1심 집유>(2월11일 유종헌 박국희 기자)에서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전문가 이모씨에게 계좌를 맡겨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했다고 알려지면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공범’이라는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면서 “법원은 김 여사가 계좌를 맡겼다는 시기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했다”고 썼습니다. 즉, 김 여사의 거래가 공소시효 만료로 법원이 판단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덧붙인 것입니다. 이는 대통령실 입장과 같은 것으로, 2차 작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있습니다. 이어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김건희 여사의 거래가 행해졌다”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을 인용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매일경제 <‘도이치 주가조작’ 권오수 1심 집행유예·벌금 3억>(2월11일 전형민 박인혜 기자)은 공소시효 관련 언급 없이 1심 판결에 대한 대통령실 설명을 다수 덧붙였고, 한국경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1심 권오수 집행유예·벌금 3억>(2월11일 오현아 기자)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어렵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우선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이씨가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됐기 때문”이라며 2차 작전 관련 언급을 피했습니다.
판결문 공개되자 조선·매경, 김건희 특검 반대 부각
▲ 2월14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문 공개 다음날 신문 지면 보도량 및 판결문 분석 여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법원은 2월13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한 주가조작 1심 판결문을 공개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야당과 대통령실은 설전을 이어갔고, 일부 언론은 판결문 분석 보도를 내놨습니다. 6개 종합일간지, 2개 경제일간지 중 다음날인 2월14일 판결문 내용을 분석해 신문 지면에 실은 곳은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입니다. 이날 ‘김건희’, ‘도이치모터스’가 언급된 기사는 언론사별로 모두 있으나 대부분 전날인 2월13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건희 특검’ 관철 의지를 밝힌 것을 다룬 내용입니다.
특히 조선일보, 매일경제는 판결문 분석보도는 없는 채로 각각 <법사위 캐스팅보터 시대전환 조정훈도 “김건희 특검에 반대”>(2월14일 주희연 기자), <야서 또 김건희 특검 반대 조정훈 “이재명 사퇴부터”>(2월14일 전경운 기자)를 실어 김건희 특검에 반대 입장을 밝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부각했습니다. 그 뒤로도(2월15~20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판결문을 분석한 지면 보도는 없습니다. 다만 동아일보, 매일경제 인터넷판에 판결문 내용을 옮겨 쓴 기사가 있으나 신문 지면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김건희 계좌 활용당해” 해명, 언론은 받아쓰지 말고 지적하라
한편 판결문 공개 이후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1심 관련 두 번째 해명을 내놨습니다. 대통령실은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합니다”라고 주장했는데요.
경향신문 <“김건희 계좌 활용당했다” 해명에 개미투자자들 “나도 수익창출 당하고 싶다”>(2월16일 이유진 기자)는 개인투자자들 입을 빌려 “사기 범죄에 계좌 명의만 빌려줘도 공범으로 처벌받는 마당에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변호인처럼 나서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도 수익 창출 당하고 싶다” 등 쓴소리를 전했습니다. 한겨레21 <정치의 품격-법대로 소환하고 수사하자, 김건희 특검>(2월19일)에서 김소희 칼럼니스트는 “백번 양보해 그리 ‘당한’ 것이라면 주범으로 유죄를 받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은 꼴도 보기 싫어야 마땅하다. 그의 아들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해 대통령 아버지 뒷줄에 앉히는 예우를 한 건 무엇으로 설명할까”라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대통령실은 “일부 언론은 2차 주가조작 기간에 48회나 거래했다고 부풀리고 있으나, 매매 내역을 보면 2010년 10월28일부터 12월13일까지 기간에 단 5일간 매도하고, 3일간 매수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뉴스타파는 <도이치모터스 판결문 분석 : 유죄 인정된 ‘통정·가장 매매’ 중 김건희 비중 47%>(2월14일 심인보 기자)에서 “대통령실이 제시한 숫자는 해당 기간의 매매 내역 가운데 판결문 범죄 일람표에 나온 부분, 즉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부분만을 센 것”이라며 “실제로 대통령실이 말한 한 달 반의 해당 기간 동안 김건희 여사가 거래를 한 것은 8거래일이 아니라 19거래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대통령실 해명이 나오자 다수 언론이 ‘받아쓰기’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대통령실의 ‘황당 해명’을 알리기 위해 썼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판결문 분석이나 혐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나 지적 없이 대통령실 해명만 그대로 전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 의혹은 2019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에서부터 흘러나와 2020년 2월 뉴스타파의 경찰 내사 보고서 보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란의 종식을 위해서라도 해당 의혹은 명명백백히 규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납득조차 어려운 대통령실 해명을 그저 받아쓰기만 할 게 아니라 의혹을 짚고 질문하는 언론의 역할이 우선 필요하지 않을까요?
- 모니터 대상 : 2023년 2월11~1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관련 기사
민주언론시민연합
‘나올 때까지 턴다’ 검찰의 압수수색 제동 걸리나
대법원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 도입 입법예고
지금까진 신청하면 99% 발부…검찰 ‘수사 기밀 유출 우려’ 반발
2020년5월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직원들이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의 `피해자 쉼터’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 2020년 6월6일 손아무개 ‘평화의 우리집’(쉼터)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름 전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쉼터를 압수수색한 뒤 그는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2. 2017년 11월6일 국가정보원 댓글공작 사건과 관련해 변아무개 검사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숨졌다. 열흘 전 아침 7시에 중·고교생 자녀가 보는 앞에서 집을 압수수색 당했던 변 검사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살기 싫다”고 지인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20년간 10배 늘었다
압수수색은 공포의 대상이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 99% 발부돼 ‘재판 없는 처벌’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영장 발부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023년 2월3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으로 형사소송규칙(대법원 규칙)을 개정한다고 입법 예고했다. 6월1일부터 달라진 규칙이 시행되면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때 집행계획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 압수수색이 최근 급증해 특별히 규율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랫동안 있었다. 휴대전화 속 사생활이 공개되기보다 차라리 구속되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다”며 “판사가 (압수수색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심문을 통해) 설명을 들으면 사건을 잘 파악해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다. 미국에선 이미 정착된 절차”라고 설명했다.
<사법연감>을 보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 건수는 2002년 3만5320건(3만6620건 신청·발부율 97.5%)에서 2022년 35만5811건(36만1630건 신청·발부율 99%)으로, 20년간 10배 많아졌다. 같은 기간 구속영장 발부 건수가 9만9995건에서 1만8384건으로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재판에서 압수물 검증을 중시하는 경향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증가한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판사가 직접 대면해 검찰과 피의자 의견을 모두 듣는 구속영장 심사와 달리 압수수색 영장은 판사가 수사기록만 검토해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ㄱ부장판사는 “압수수색 영장은 사건 초기에 검사가 자료를 수집한다고 신청하는 것이다. 혐의 소명 정도가 구속영장 심사 때보다 한참 약하다. 검찰이 ‘자료 한번 찾아보겠습니다’라고 신청하는데 ‘검사 의욕을 꼭 짓밟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 ㄴ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하려 해도 근거가 없었다. 참고인 진술 하나만 가지고 영장을 써 와도 다른 배경이 있는 건 아닌지 검사를 불러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 도입에 검찰은 반발한다.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내어 “심문 과정에서 수사기밀 유출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엄정한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ㄷ부장검사는 “이 규칙은 판사가 수사하겠다는 의도”라며 “판사는 심판만 하고 수사는 검사가 주재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말도 안 되는 규칙”이라며 검찰 편을 들었다.
“압수수색 때마다 언론 대동해 ‘쇼’를 한다”
그러나 ㄹ부장판사는 “검찰이 전부 극단적인 사례로 침소봉대한다”며 “피의자한테 수사정보를 알려주는 바보가 어디 있나. 누구를 심문하고 뭘 물어볼지는 판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ㄱ부장판사도 “피의사실을 흘려서 지금까지 문제 된 건 검찰이었다”며 “구속영장실질심사가 도입될 때도 검찰의 집단반발이 심했지만 이제 누구나 받아들인다. 압수수색 심문도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지미 변호사(민변)는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그런데도 검찰은 언론을 대동한다거나 특별히 나오는 게 없는데도 내밀한 장소인 주거지를 (압수수색 대상에) 꼭 포함한다. 도로를 막거나 문짝을 뜯어내는 등 떠들썩하게 들이닥치고, 나올 때는 압수물이 많은 것처럼 큰 상자를 들고나오는 ‘쇼’를 한다. 이번 규칙으로 압수수색 남발 문제가 어느 정도 제어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형사소송법과 헌법 등은 피해자, 피압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영장으로 압수수색하도록 통제하는 취지인데, 검사들은 마치 이런 각종 법률이 자기 수사를 잘되게 하려 존재한다고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ㅁ검찰수사관은 “검사 입장에서 압수수색 영장으로 판사가 (심문하겠다고) 불러들이면, 경찰이 검사를 대할 때처럼 자신도 느끼게 되리라 걱정하는 것 같다. 규칙이 시행돼 판사가 불러도 검사가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ㅂ변호사는 “검찰 주장은 특정 나무만 보면 맞을 수 있지만 숲을 보면 틀린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진다. 최근에도 ‘수사가 과잉인데 곽상도 (전 의원) 수사는 이상하네. 조국 (전 법무장관) 식으로 압수수색했다면 곽상도가 무사했을까’라며 수사 의도를 의심하게 되고 법원이 압수수색을 다시 보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디지털 압수수색’ 관행이 사실상 대상과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수색할 수 있도록 한 ‘일반영장’(General Warrant)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관희 전 경찰대 교수는 “휴대전화 같은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면 일단 이미징을 해서 수사기관이 하나하나 보면서 범죄에 해당하는지 수색한다. 전자정보 특성상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사생활이 침해된다. 국민이 수사기관에 가족과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줬을까”라며 “검색하다가 별건 범죄 단서가 나오면 영장을 받아서 압수한다. 사람을 타깃으로 터는 듯 반복적인 강압수사가 벌어진다. 그게 바로 법이 금지한 포괄적인 일반영장”이라고 말했다.
일단 영장을 받고 뭐라도 나올 때까지
검찰 내부에서도 일부 자정의 목소리가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죄가 된다는 증거만 나열할 뿐 다른 목소리는 전부 빼버린다. 판사가 영장을 안 내줄 수 없다. 그렇게 받은 영장으로 이것저것 뒤지다가 다른 범죄 단서가 나오면 영장을 받고 또 받고 하면서 압수한다. 그렇게 별건 수사를 하고, 뭐라도 나올 때까지 파고 또 파는 수사가 된다.”(ㅅ검사장)
앞서 1997년 1월 서류 검토를 대면심사로 바꾸는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의무화할 때 검사들은 피의자 호송·유치까지 거부하며 집단 반발했다. 지금 보면 얼토당토않은 주장이지만 당시 검찰은 “고도의 법률 지식을 갖춘 검사가 직접 청구한 구속영장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경향신문> 1997년 3월7일치·8월18일치 참고)
한겨레 21 김양진기자
코로나19 글로벌 손실 9,000조원 넘었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자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인 가운데, 직장의 복지 수준을 둘러싼 고용주와 직원 사이의 괴리가 심각한 수준까지 확대됐다. 고용주 대부분은 직원 복지에 충분히 신경 쓴다지만, 직원들은 절반가량인 52%만 '회사가 복지에 신경 쓴다'고 응답했다.
21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직장 문화에 대한 포괄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 기업에서 직장인들의 업무 몰입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따른 근무방식 변경이 미국 샐러리맨의 생산성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진단인 셈이다.
조사 결과, 회사 업무에 적극적인 직원 비율은 2010년 이래 10년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팬데믹 위기가 닥친 2020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0년 사상 최고치(36%)를 기록한 뒤, 이후 2년 동안 몰입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2년에는 7년 만에 최저 수준(32%)으로 떨어졌다. 직원들이 높은 몰입과 생산성을 보였던 다국적 글로벌 기업(모범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2020년 최고치(73%)를 찍은 후 2021년에는 70%로 3%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미국 기업 대비 직원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 이외 기업의 몰입도는 19%에서 20%로 소폭 상승했다.
직원 몰입도는 조직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수익성, 고객서비스 개발, 사기 유지 등과 직결된다. 갤럽은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직원 몰입도에 대한 회사의 노력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처럼 업무에 몰입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직원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7조8,000억 달러의 생산성 손실(전 세계 GDP의 11%)이 생겼다고 추정했다.
회사가 직원의 복지 향상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믿음도 옅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미국 성인 1만5,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회사가 직원 웰빙에 신경 쓴다'는 물음에 대해 직원의 52%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는 사실상 모든 기업 인사책임자(92%)가 회사가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 쓰고 있다고 응답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갤럽은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주와 고용인의 엄청난 인식 차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미국 직장에서 '매우 자주' 또는 '항상', 번아웃 상태라고 밝힌 직원은 10명 중 3명에 달했다. 또 직원 10명 중 4명은 '지난 6개월간 업무가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갤럽은 "많은 직원이 몰입도 저하와 웰빙 문제 사이에서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면서 '조용한 퇴사'의 유행은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5년 이래로 '더 나은 일과 삶의 균형' 및 '더 나은 개인 웰빙'은 '더 많은 급여' 다음으로 개인이 직장에서 바라는 것 2위를 차지해왔다"며 "인재 유치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조직은 직원들에게 웰빙을 명확히 제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
전세계 9억명 "이민 가고파"…1위는 미국
미국행을 꿈꾸며 콜롬비아 정글을 건너는 아이티 이민자들. 아칸디=AFP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시민들이 이동권에 심각한 지장을 받았지만,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이주 욕구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세계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타국으로의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세계 인구의 16%에 달하는 9억 명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민가고 싶는 나라로 미국이 이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1위를 지켰지만, 선호도는 전보다 줄어들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이런 결과는 2021년 전 세계 122개국의 성인 12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거쳐 나왔다. 이 조사는 2021년 국가별로 산발적으로 이뤄졌으며, 갤럽은 취합한 수치에 대한 종합 분석을 거친 뒤 그 결과를 내놓았다.
그래픽=송정근기자
이번 조사에서 저개발국의 이민 욕구는 최근 10년 내 최고점을 기록했다. '가능할 경우, 영구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전 세계 성인의 16%가 '그렇다'고 답했다. 거의 9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기회만 된다면 고국을 떠나길 원한다는 것이다.
팬데믹 2년 차에 진행된 이민 욕구에 대한 조사는 2018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됐다. 타국으로의 영구 이주를 희망하는 응답률은 2012년 12%, 2014년 13%, 2016년 14%, 2018년 15%에 이어 2021년 16%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갤럽은 "국제 이주 증가율이 2019년 중반~2020년 중반 27%까지 하락한 후 2021년부터 천천히 증가했다는 유엔의 추정과 일치한다"며 "팬데믹은 전 세계인의 이동에 심각한 지장을 줬지만 이주를 원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주에 대한 욕구는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대륙별로 보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에서 무려 37%에 이르는 응답자들이 타국으로의 이주를 원했다. 이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37%)와 중북부 아프리카(27%), 독립국가연합(21%) 지역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과 함께 동남아시아(15%)와 남아시아(11%)도 이주 희망 응답률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 10년 새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유럽연합과 동아시아는 이주에 대한 열망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갤럽은 "프랑스와 독일, 한국과 중국 같은 국가의 상당한 감소로 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국가별로도 내전과 경제 위기 등을 경험한 아프리카 및 중남미 국가가 이민 희망률 상위국가로 나타났다. 특히 10개 나라에서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타국 이주를 희망했다.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은 국민 4명 중 3명(76%)이 이민을 원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경제난에 2020년 베이루트 폭발사고까지 겪은 레바논(63%)과 중미의 온두라스(56%)가 뒤를 이었다.
이민을 원하는 이들이 가장 이주하고 싶어하는 국가는 미국이었다. 잠재적 이민자 5명 중 1명(18%)이 미국을 희망 거주지로 꼽았다. 전 세계적으로 약 1억6,000만 명에 달하는 숫자다. 첫 조사 이래 미국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10년 전(22%)에 비하면 매력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 이주 희망 국가는 캐나다(8%)와 독일(7%)로 집계됐다. 미국과 달리 이들 국가는 10년 전 대비 이주해 오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캐나다는 때맞춰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완화를 위해 2025년까지 150만 명의 이민자를 더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
한국인 40%, "대한민국 갈수록 강해져"
'국제 영향력 확대' 물음에 주요국 중 긍정 비율 3위
'일본 강해진다' 비율은 8%로 최하위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4명꼴로 "대한민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시민을 대상으로 이뤄진 '자국 영향력이 커진다고 보는가'라는 이번 조사에서 한국보다 긍정 비율이 높은 국가는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뿐이었다. 다양한 내부 논란에도 불구, 한국이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있으며 다수 시민들도 동의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미국인과 일본인은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자국 영향력이 감소한다고 답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3일 지난해 2~5월 미국, 영국 등 세계 주요 19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영향력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로벌 태도 설문조사(Global Attitudes Survey)'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자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유일하게 절반 이상을 넘기며(57%) 1위에 올랐다. 이어 싱가포르(42%·2위)와 한국(40%·3위)도 자국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한국인 가운데 '영향력이 과거와 비슷하다'는 의견은 31%,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견은 30%였다. 그다음으로는 폴란드(34%), 말레이시아(30%), 헝가리(30%) 등의 시민들이 해당국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일본인 가운데서는 영향력이 높아진다고 응답한 비율은 8%에 불과해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미국인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47%는 “자국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영향력이 과거와 비슷하다'는 의견은 32%,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견은 19%에 그쳤다. 미국 다음으로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나라는 일본(43%)이었으며, 영국과 프랑스(모두 39%) 등 기존 서구 선진국들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조사가 이뤄진 대부분 국가에서 집권 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의 시민일수록 '국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비율이 높았다. 집권당 지지자는 반대 정파의 시민보다 '우리 조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응답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여당 지지자와 비지지자 간 응답차는 그리스(41%p)가 가장 극심했는데, 그리스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계층에서는 응답자의 47%가 '그리스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고 답한 반면, 집권당 지지자 중에선 해당 비율이 6%에 불과했다. 헝가리(30%p), 스페인(29%p), 한국(24%p), 미국(21%p)에서도 여당과 야당 지지자 사이의 괴리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또 현재의 민주주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자국 영향력이 약해진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헝가리(43%p), 캐나다(37%p), 그리스(36%p), 프랑스·한국(29%p) 등에서는 민주주의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과 만족하는 사람들 간에 '자국의 영향력이 약해졌다'고 답변한 비율의 격차가 30%포인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
올리면 고통 내리면 독 공공요금 인상 딜레마
공공요금이 눈에 띄게 많이 올랐다. 사회적으로 ‘공공요금=저렴한 가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원가 인상에도 공공요금을 동결하면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빚지는’ 조삼모사가 된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 지난 9년간 소비자물가지수의 등락률을 나타낸 〈그림 1〉을 보자. 물가가 지금처럼 고공 행진한 적이 없었다. 2022년은 2021년보다 소비자물가가 평균 5.2%로 올랐다. 지난해 7월,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6.3%로 꼭짓점을 찍고 살짝 내렸지만 하반기 내내 5%대를 웃돌았다. 올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지난해 12월)보다 0.8% 더 올랐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올랐을까?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을 품목 성질별로 나눠 나타낸 〈그림 2〉를 보자. 최근 많은 이들이 고지서로 체감했듯, 전기·가스·수도 요금 같은 공공요금이 눈에 띄게 많이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8.3% 상승했다. 이제 시작이다. 공공요금 추가 인상이 줄줄이 예고되어 있다.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은 물론이고 지자체별로 지하철·버스·택시 요금,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 등을 이미 올렸거나 올해 내 올릴 계획을 잡고 있다.
공공요금이란 (주로) 공기업이 생산해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다. 이 가격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가 인하·인상·동결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전기요금·도시가스 도매 요금·우편료·도로통행료 등은 중앙정부의 각 관할 부처가, 지하철 요금·상하수도 요금·도시가스 소매 요금·택시요금·정화조 청소료 등은 지자체가 각각 관리하고 인상폭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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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 아니고 ‘전기요금’인 까닭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일반 시장재와 달리 이 상품들은 국내 경제·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가격이 ‘정책적으로’ 매겨진다. 원가가 올라도 경제 관련 수치가 나쁘면 동결되고, 공기업 적자가 쌓여도 선거를 앞두고선 인상이 보류된다. 사회적으로 ‘공공요금=저렴한 가격’이라는 인식이 굳어 있다. ‘공공요금은 낮을수록 좋다’ ‘공공요금을 올리는 건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라는 명제 또한 대다수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과연 그럴까? 공공요금 인상은 서민의 삶을 위협하는 민생 ‘폭탄’일까? 어떤 측면에선 맞는 말이다. 공공요금 인상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진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전력을 사용해 생산되는 기업의 상품가격도 높아진다. 도시가스 요금이 오르면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취사 비용이 높아지고, 비닐하우스 온도를 높이거나 목욕탕에서 물을 데울 때 사용하는 연료비 지출이 늘어난다. 다른 품목의 가격을 연쇄적으로 높이는 공공요금을 동결하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
공공요금 동결, 어떤 대가 따르나
공공요금 동결(할인)은 복지정책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소득분위 1분위 가구가 전기·가스 등 연료비에 지출하는 비용은 전체 소득 대비 18.6%(에너지경제연구원 2017년 통계)에 달한다. 고소득층인 10분위 가구는 버는 돈 중에서 1.81%만 연료비로 지출한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이 저소득층일수록 더 크다는 이야기다. 요금을 동결하거나 아주 적게만 올리면 복지 재원을 따로 들이지 않고도 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가가 뒤따른다. 원가가 오르는데도 공공요금을 동결하면 그 차이만큼 비용은 결국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인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빚지는 조삼모사이고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 미루는 무임승차이다. 한전의 부채, 가스공사의 미수금, 교통공사의 적자가 그 빚의 실물이다.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해 한전채 사태처럼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기도 한다. 적자를 보는 공기업은 설비 개선 등 필요한 곳에 비용을 투자하지 못해 결국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 적자 누적과 서비스 질 하락으로 공기업의 사회적 신뢰도가 낮아지면 시장개방과 민영화 압력이 높아진다. 공공요금 동결은 오히려 이처럼 사회 필수재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요금이 낮으면 수요 절감의 동기가 시민들에게 부여되지 않는다. 아무리 공기업 부채, 기후위기, 탄소세를 경고해도 여름철 가게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트는 상점이나 겨울철 집 안에서 반팔 옷을 입고 지내는 소비자가 쉬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해외(에너지원 수입)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한국의 에너지 가격이 큰 몫을 한다.
전기·가스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해 광주·전남 지역 단수 사태에서 목격했듯 물 또한 무제한 공급을 장담할 수 없다. 낮은 공공요금은 자원의 지속 불가능성을 깨닫는 데 장벽이 된다. 한국이 최근 전 세계 차원의 의제인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에 관해서도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고 기후대응 후발 주자에 머무르는 이유와도 연결되어 있다.
공공요금 동결(할인)은 또한 정의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공공요금을 인하하면 가장 이득을 보는 층은 저소득층이 아니다. 절대 소비량이 많은 대기업, 고소득층이 더 큰 이익을 얻는다.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47.7%를 4695개 에너지 다소비 사업자(연간 2000TOE 이상 사용)가 썼다. 절대 소비량이 많을수록 할인으로 얻는 이득도 크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에너지 요금 할인을 기본소득이나 재난지원금과 같은 복지정책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에너지 요금 할인은 오히려 구매력이 높은 층에 할인 혜택이 집중된다”라고 말했다.
석 전문위원은 2013년 고유가 시기 이집트의 정책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이집트는 물가관리 차원에서 에너지 공기업들을 통해 전기·가스·석유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다가 총 35조원의 적자를 발생시켰고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받게 되었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이집트의 요금 할인 혜택을 통해 대도시의 소득 상위 20% 소비자들이 소득 하위 20% 소비자보다 8배 높은 혜택을 가져갔다(Griffin, Laursen &Roberts, 2016).”
정부도 오래전부터 물가관리의 주요 방편으로 공공요금을 활용해왔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공공요금을 국가가 통제하는 것은 합법적이며 그 범위 또한 재량권이 넓다. 각 공공요금마다 요금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만 물가관리의 책임이 있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조항이 있어 독자적인 요금 결정이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가 재임 기간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고 비판하면서도, 이번 겨울 난방비 인상에 따른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시내버스·지하철·상하수도 등 7개 지방공공요금 인상을 늦추거나 최소화해 달라고 지자체들에 요청했다. 행정안전부는 2월7일 공공요금 감면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해주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2월6일 버스요금 거리비례제를 통한 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가 시민 반발이 커지자 이틀 만에 검토 계획을 철회했다.
서울 용산구 쪽방촌의 입구가 얼어 있다. 취약계층은 공공요금 과다에 내몰리는 조건에 살기도 한다.ⓒ김흥구
공공요금 딜레마, ‘복지’에 답이 있다
여론의 지지를 받고 다음 선거에서 이기고 싶은 정부로서는 당장 공공요금을 인상하려는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런 정부의 입김이 너무 세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공요금 결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립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에서 공공요금을 관리할 독립적 요금 규제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이점은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다.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특임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전기·가스·수도 요금 같은 공공요금을 낮춘 큰 이유는 수출경쟁력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으로 외국에 제품을 팔아 달러를 벌어오는 선순환을 그리기 위해 활용되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성장률도 예전 같지 않고 가격을 희생시켜 수출을 증진할 여지도 줄어들었다. 더구나 이제 저렴한 에너지 가격은 탄소세와 탄소배출권과 같은, 신규 추가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싼 요금이 더 이상 싸지 않게 된 것이다. 박 교수는 “‘공공요금은 싼 게 미덕이다’라는 인식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아무런 대비책 없이 공공요금을 올리면 변화된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피해를 본다. 어떤 이들에게 공공요금 10% 인상은 조명을 자주 꺼야 하고 집 안에서 수면양말을 신어야 하는 불편 정도에서 끝나지만 어떤 이들에겐 생존의 문제가 된다. 도시가스 요금을 내지 못해 가구에 공급이 끊긴 경우가 지난해 12월 기준 2만6521건이다.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긴 건은 2017~ 2021년 32만1600가구에 달했다. 취약계층은 공공요금 과다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도 하다. 아무리 보일러 온도를 높여도 단열이 나빠 냉골인 집에서, 에너지효율 등급이 낮은 ‘전기 먹는 하마’ 구형 가전제품을 사용하다 그야말로 에너지 요금 ‘폭탄’을 맞는다.
올리기도 겁나고 내리기도 두려운 이 공공요금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복지’에서 찾을 수 있다. 공공요금을 인상 요인에 맞춰 정상화하더라도 국가재정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면 그 충격이 상쇄된다. IMF는 지난 1월3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각 국가 정부들에 “에너지 가격을 통한 에너지 수요 억제 효과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최근 에너지와 식품 가격 급등으로 생계비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을 정부가 신속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권고했다. 영국·독일·스페인 등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와 공공요금 급등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보조금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정부도 난방비 이슈가 떠오르고 난 뒤 에너지 바우처와 같은 에너지 복지 정책의 지원 범위와 예산을 늘리겠다고 급히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고 갈 길이 멀다. 정확한 지급 대상을 정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고, 정책 홍보 부족으로 지원 대상인 줄도 몰라 사용하지 못한 가구가 적지 않다. 현재 에너지 빈곤층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 통계조차 없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에너지 복지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의와 지원 방법에 관해 사회적 논의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논의되고 있어 사각지대가 많이 생기고 안전망이 촘촘히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 에너지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과 그에 따르는 복지 강화에 관해 숨어 있는 과제,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할 의제들이 아주 많다”라고 말했다.
시사인 변진경 기자
우크라전쟁이 선-악 대결이라고? 독재 vs 위선!
러시아 침공이 가증스런 건 맞지만
현상 고집하는 서방도 따지고 보면 위선
제맘대로 선긋고 수탈하고 "국제규범" 규정
우크라전쟁 거리 두는 비동맹국 '나름 이유'
힘에 의한 분단한국, 서방동맹 적극 가담
'베트남 학살 불인정'과 함께 모순적 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한 묘역에 전사한 장병들이 묻혀 있다. 무덤 주변에는 우크라이나 국가가 꽂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4일로 2년차에 접어든다. 2023.02.20 AFP 연합뉴스
지난 1년 간 계속돼 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어떤 전쟁이었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힘에 의한 현상(現狀) 변경은 위법’이라는, 2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인류가 확립해 온 국제규범을 크게 흔들었다. 그러나 (그런 현상변경을 시도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본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으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에 있는 저소득 신흥국/개도국들)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면서도, 제재에는 가담하지 않는 ‘비동맹’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미마키 세이코 일본 도시샤(동지사)대학 대학원 준교수(미국 정치 외교)는 21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비동맹’의 입장을 정치·경제적 계산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고 싶어하지 않은 편의주의 내지 기회주의의 소산으로 보는 것은 한 쪽 면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에 구미(서방)에 이래저래 짓밟혀 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환영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이날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전쟁 발발 후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3.02.20 AFP 연합뉴스
선과 악의 전쟁이 아니다
“신흥국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깊은 역사적인 문맥에 비춰 보면서 이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 지난 100년간 미국으로부터 끊임없이 군사적 경제적인 개입과 지배를 받아 왔다. 미국의 그런 행위는 전쟁이 불법이라는 규칙이 확립돼 있지 않은 시대였거나, 그것이 경제적인 침투 등 비공식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것은 또 미국이 힘으로 그런 비판의 목소리들을 억눌러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의 역사관이나 세계를 보는 눈에는 그런 역사와 경험들이 분명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그것을 배경으로 중남미 사람들은 러시아의 행동을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비판하면서도, 구미로부터 ‘선’과 ‘악’ 어느 쪽 편을 들 것이냐, 라는 식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에 반발한다.” 러시아의 침공이 악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비난하면서 제재를 가하는 쪽이 반드시 ‘선’은 아니라는 얘기다.
독재자들과 위선자들 간의 싸움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면서 제재에도 찬성하는 사람은 세계인구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 <이코노미스트>의 지난 18일 기사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지적이다. 그 3분의 1도 대부분은 미국 동맹국들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잡지는 그들을 뺀 나머지 사람들, 즉 세계인구의 3분의 2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독재자들과 위선자들 간의 싸움”(contest between autocrats and hypocrites)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인도의 전직 고위 외교관 쉬브샹카르 메논에 따르면 흔히 '지정학적 전환점'이라고 불리는 이 전쟁은 유럽안보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 간의 전쟁, 즉 ‘그들만의 전쟁’, ‘그들만의 지정학적 전환점’일 뿐이다. 이런 인식에서는 ‘당신들끼리 이익을 다투는 전쟁에 우리까지 끌어 들이려 하지 마라’는 강한 거부감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전쟁은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나머지 세계’의 사람들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식량과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서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에 즈음해 반전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이날 미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작년 2월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해방하겠다며 '특별군사작전'을 전격 개시했다. 2023.02.20 AFP 연합뉴스
이중기준 비판하는 ‘비동맹’
“G7은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절대로 흔들려서는 안 될 중요한 국제질서의 원칙이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 나라들은 이런 원칙을 거듭 강조하는 구미 나라들에서 일종의 위선을 느끼기도 한다. 구미 나라들이 일방적으로 갈라 놓은 국경들로 해체되고 그 지배 아래서 고통받아 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미마키 교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에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과거 제국주의 서구 열강들의 그런 야만적인 국경 획정 때문에 지금까지 고통을 당하고 있다면서도 현상변경 반대 입장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마틴 키마니 유엔 주재 케냐 대사의 연설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키마니 대사의 그런 입장을 “도의적인 문제를 회피한 ‘중립’이 아니라, 도의적인 문제까지 깊이 생각한 끝에 선택한 ‘비동맹’”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키마니 대사는 연설에서 안보리 멤버를 비롯한 강국들이 국제법을 경시해 온 지난 수십 년의 경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은 21세기에 들어선 뒤에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대규모 전쟁을 벌였고, 그 때문에 수많은 민간인들이 고통받고 목숨까지 잃었다.
“미국 브라운대학 ‘전쟁 비용’ 프로젝트에 따르면, 20년 간 ‘테러와의 전쟁’으로 약 9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시민들만 5만 명 가까이 희생당했으며, 지금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기아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인도적 위기에 대해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인가. 여기에서 신흥국들은 구미가 말하는 ‘정의’나 ‘인도’의 이중기준(double standard)을 본다.”
미마키 교수는 이를 “일종의 위선”이라고 했지만, 실은 명백한 위선이다.
러시아를 방문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왼쪽)이 22일(현지시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함께 회담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회담에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 및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3.02.22 로이터 연합뉴스
제한적·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규칙
미마키 교수의 지적들은 대체로 옳아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예컨대 마틴 키마니 케냐 대사의 입장을 “도의적인 문제까지 깊이 생각한 끝에 선택한 비동맹”이라고 칭찬한 미마키 교수의 얘기는 어떤 면에서는 언어폭력이 될 수도 있다. 키마니 대사가 그런 입장을 취한 것은 도의적 문제까지 깊이 생각한 끝에 내린 선택이라기보다 케냐가 서방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 키마니 대사의 연설이 서방 매체들로부터 요란한 박수갈채를 받은 것은 결과적으로 그것이 서방 ‘위선자들’의 상처 난 양심을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일 수 있다.
미마키 교수가 미국 등 서방의 침략과 식민지배 등 어두운 과거사에 대해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한 것처럼 비판하지 않는 이유를 “미국의 그런 행위는 전쟁이 불법이라는 규칙이 확립돼 있지 않은 시대였거나, 그것이 경제적인 침투 등 비공식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되지 않았을 뿐”이라거나 미국이 힘으로 그런 비판의 목소리들을 억눌러 버렸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설명한 것도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일 수 있다. 과거 어느 시대에도 전쟁은 불법이 아니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으로 허용된 적이 없었고, 도덕적으로 늘 정당화 되지도 않았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은 뒤 지금 세계에서 전쟁이 불법이라는 규칙이 분명히 확립돼 있는 것도 아니다. 설사 선언적으로 확립돼 있다고 할지라도 그 원칙을 어긴 나라를 처벌할 강제력은 매우 제한적으로, 선택적으로 발동될 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의 안보협의체인 '부쿠레슈티 9개국(B9)'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폴란드,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계기로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려 이듬해 결성했다. 2023.02.23 AP 연합뉴스
국제법 위반 여부를 가르는 것은 현실의 힘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침략과 모진 수탈과 인권유린을 당하고 국경까지 그들 나라가 마음대로 긋는 바람에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남미, 중동 지역의 많은 나라들이 가해자들에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것은 당시에는 침략전쟁이나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규칙이 확립돼 있지 않아서 그렇게 해도 범죄행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가해자들이 지금도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재를 가할 힘도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약자가 강자를 제재하자고 주장해 봤자 오히려 손해만 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침투 등으로 인한 폐해가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되지 않는 것도 미마키 교수의 지적처럼 그것이 비공식적인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강자의 경제적 침투를 막거나 그것을 제재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동지역과 니카라과, 파나마, 칠레, 콜롬비아, 쿠바 등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자행한 숱한 침략과 내정간섭, 인권유린은 그런 범죄행위들이 불법으로 간주되지 않았다는 2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가 아니라 그 이후에 저질러진 일이다.
인도·중국 움직이는 “더 깊은 역사적 문맥”
인도나 중국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것도 선과 악의 단순기준으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인도에 대한 영국의 침략과 수탈은 수백 년에 걸쳐 이뤄졌고, 오늘날 인도가 저런 저개발 상태와 빈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가 떨어져 나가는 지리적 · 종교적 분열에 시달리고 있는 최대 원인이 영국의 지배와 수탈 때문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어렵다. 중국 역시 아편전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서방 열강의 침략과 수탈로 거의 해체상태까지 갔다. 군국일본의 중국 침탈과정에서 2000만 명이 무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인도와 중국이 서방의 제재에 가담하지 않는 데에는, 국제정치상의 역학과 각자의 이해타산이 작동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미마키 교수의 지적처럼 “더 깊은 역사적인 문맥”이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후 처음으로 국정연설에 나선 푸틴은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미국과의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2023.02.22 로이터 연합뉴스
'힘에 위한 현상변경'은 러시아만 저질렀나?
“힘에 의한 현상변경은 불법”이라는 것이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은 끝에 ‘확립된 국제규범’이라고 했지만, 그 국제규범이라는 것도 실은 이처럼 강자의 규범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본이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때 곧잘 동원하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수사도 다르지 않다. 결국 그것은 그런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선언한 한일협정과 그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정해 놓은 지금의 질서에 이의제기를 하지 말라는 얘기와도 같다. 한국(남북한)과 중국(베이징과 대만)을 배제한 채 미국 일본이 주도한 그런 조약과 협정, 곧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정해 놓은 ‘현상’을 변경하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얘기다. 대만 및 양안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일본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베트남과 한반도에서 2차 대전 뒤에 전쟁이 일어난 것은 열강들이 먼저 마음대로 그 나라들을 분할, 분단시켰기 때문이다. 전쟁 자체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제1의 전쟁원인 제공자가 그 원인을 제거하려는 행위를 ‘현상변경은 불법’이라는 규칙을 들이대며 비난하고 제재를 가할 자격은 없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경우 현상을 변경한 것은 러시아뿐인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방확장(동진)은 현상변경에 해당하지 않는가?
21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노보아이다르에서 주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주년(24일)을 앞두고 연설에 나선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서방이고, 이를 억제하려 한 것은 우리였다"고 주장했다. 2023.02.22 AP 연합뉴스
일본·한반도 분할론과 현상변경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국들은 패전 이후 일본의 무장해제와 통치방식을 놓고 일본을 분할 지배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논의했으나, 실제로 분할된 것은 전쟁 피해자인 한반도였다. 전범국 일본은 미국이 단독 점령해 오히려 동맹국으로 만들어 보호·육성했다. 그렇게 해서 굳어진 현재의 상태(현상)를 바꾸는 것이 ‘현상변경’이라는 것인데, ‘힘에 의한’이라는 조건부 수식어를 앞에 붙여 놓긴 했지만, 미국과 일본은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대한다. 그들의 논리를 연장하면, 남북이 통일을 포함해서 지금의 분단 현실을 바꾸기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며 제재 대상이 된다.
일본계 미국인 연구자 하세가와 쓰요시의 <종전의 설계자들>(Racing the emeny)에 연합국들이 구상한 일본 분할점령 얘기들이 나오는데, 최근 국내 연구자들의 이 분야 연구내용들은 훨씬 더 구체적이다. 당시 논의된 내용을 보면 도쿄를 포함하는 혼슈 중간지역을 미국이, 동북(도호쿠)지방과 홋카이도를 소련이, 교토 등 긴키(근기)지방과 규슈를 영국이, 시코쿠 등을 중국이 분할 점령하고, 도쿄도 독일 베를린처럼 4국이 분할지배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1945년 7월까지 이런 논의들이 이뤄졌고, 한반도 분할안도 동시에 논의됐다. 한반도는 경기도와 강원도, 함경남도 일부, 그리고 경상도 지역을 미국이, 평안도를 영국이, 전라도를 중국이, 함경북도와 남도 일부를 소련이 각각 분할 점령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임영태, “포츠담 선언 전후 미소의 한반도 구상: <연재> 임영태의 ‘다시 보는 해방 전후사 이야기’(22)-제2부 해방과 외세(3),”<통일뉴스>, 2020년 9월 28일) 한반도와 일본 분할 논의들에 대해서는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신복룡 건국대 석좌교수 등도 여러 글들을 썼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왼쪽·차관급)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22일 일본 도쿄 외무성에서 회담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17차 안보대화를 열고 안보, 국방 분야와 국제정세 등 현안을 논의했다. 2023.02.22 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전쟁과 닮은 우크라이나전쟁
앞서 지적했듯이 결과는 한반도 분단이었다. 결국 그 때문에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일어났고, 아직까지도 전쟁은 휴전상태로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전쟁을 닮아간다는 언설들이 있지만, 거꾸로 지금까지 종전선언도 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전쟁이야말로 제2의 우크라이나 전쟁일 수 있다. 진영간 대리전쟁 양상을 띠고 있는 것도 닮았다. 휴전까지 한국전쟁이 간 길을 답습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 2차 세계대전을 종결하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체결됐다.
천황을 비롯한 일본 전쟁범죄자들 면죄와 전쟁책임 추궁 포기, 배상 면제, 일본이 반환해야 할 영토 등을 확정하고 분단된 한반도와 중국 대만을 강화조약에서 배제하는 등 2차 대전 이후 동아시아 태평양 ‘전후 질서’를 확립한 것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고 한일협정이었다. 지금까지 한일관계를 흔들어 놓고 있는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독도 문제’ 등이 모두 그런 조약과 협정의 산물들이다.
한일 간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은 결국 그들 조약과 협정으로 규정된 지금의 현상(現狀)을 인정할 수 없다는 쪽과 현상을 변경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불법)이라며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쪽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은 그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조약과 협정(을사늑약과 한일합방까지 포함해서)이 모두 체결 당시 국제법적으로 합법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사죄도 배상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8일(현지시각) 대만 타이페이에서 시민들이 '튀르키예를 위해 기도합시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전광판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규모 7.8, 7.5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1만 1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구조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희생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정부는 매몰자들을 찾는 작업을 돕기 위해 튀르키예에 수색·구조 인력을 파견했다. 2023.02.08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다음 전쟁, 샌프란시스코 체제 해체냐 강화냐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강점한 것은 분명히 ‘힘에 의한 현상변경’이며 용납돼서는 안 된다. 일본에서는 이 말을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지어 사용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요즘 부쩍 강조하는 ‘힘에 의한 현상변경은 용납될 수 없다’는 얘기는 중국의 대만 강점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미국은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마틴 키마니 유엔 주재 케냐 대사가 지적했듯이, 근대 이후의 수많은 전쟁들과 비극은 열강들의 침략과 식민지배, 일방적인 국경획정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일제의 침탈과 식민지배, 미국의 한반도 분할이 없었다면 남북한 문제도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도 ‘독도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현상변경 시도는 누군가가 그 현상을 먼저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일본을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들의 중국 침략이 없었다면 ‘대만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의 대만침공은 물론 정당화될 수 없지만, 문제를 만든 장본인들이 자신들이 만든 국제법이라는 잣대로 현상변경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럴 경우 무력개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 다음은 양안(대만-중국)전쟁이며, 불과 몇 년 뒤에 그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들이 횡행하고 있다. 만일 그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해체하는 전쟁이 될까, 아니면 더욱 굳히는 샌프란시스코 체제 2.0으로 가는 전쟁이 될까?
한국은 위선자인가 그 피해자인가
인도나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의 대다수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면서도 제재에 가담하지 않는 ‘비동맹’ 입장에서 싸움의 당사자들 쌍방 모두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와 달리 한국정부는 ‘동맹’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나 미마키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은 위선 또는 위선자들 편에 서고 있는 셈이다. 원래 그 위선의 대표적인 피해자들 중의 하나가 한국이다. 그 한국이 위선자 편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다. 그러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의 과오를 아직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죄·배상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스스로 위선자로서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승동 에디터: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해외 촛불 행동' 시국 선언문
우리 재외 동포들은 몸은 비록 타국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때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군부 독재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해외에서도 함께 투쟁했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독립운동가들과 애국선열들의 희생으로 일구어 놓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국격을 윤석열 정부는 단숨에 추락시키고 있다. 세계 선진 반열에 올랐던 대한민국이 언론 탄압, 민주주의 퇴보, 전쟁 위기, 외교 참사, 민생 파탄, 그리고 사상 최악의 5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무역적자로 인한 경제 파탄 등으로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던 나라에서 하루아침에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고 조국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우리는 전 검찰총장 윤석열이 지난 대선에서 0.73% 차이로 당선될 때 범죄자 취조만 해 봤지 정치와 행정 경험이 전무한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대한민국을 위해서 윤석열 정권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취임한 지 채 일 년도 안 된 지금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참담하고도 부끄러운 소식뿐이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해외에 나갈 때마다 매번 낯부끄러운 외교 참사가 일어나고,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한복판을 걷다가 꽃다운 젊은이 159명이 압사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대한민국 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살려달라는 소리는 외면한 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으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망언을 쏟아내는 등 2차 가해도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뒤에서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했던 김건희 여사는 누가 대통령인지 모를 정도로 국정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1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부어 가며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급히 옮기느라 그로 인해 계속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급기야는 ‘천공’이라는 사이비 종교 교주가 이에 개입되었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폭로가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현 시국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무너진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평화의 한반도, 국민의 주권 회복을 위해 다시 촛불을 들고자 한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한 ‘2.8 독립선언’과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는 결연한 마음으로 다시 촛불을 들어 2017년 미완의 촛불 혁명을 완수할 것이다.
우리 재외동포 민주 시민들은 윤석열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법부에 다음을 천명한다.
1. 윤석열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159명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즉각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조속히 실행하라!
2. 주가조작으로 자본시장을 유린하고 논문 표절, 학력과 경력 위조 등 온갖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을 제정하여 명명백백하게 성역 없이 수사하라!
3. 무능하고 무지한 윤석열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망치지 말고 퇴진하라!
2023년 2월 24일
해외 촛불행동 (11개국 35개 도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디씨, 뉴욕, 뉴저지, 보스턴, 라스베가스, 인디아나, 델라웨어, 필라델피아, 아틀란타, 노스 캐롤라이나, 시애틀, 샌디에고, 버지니아, 메릴랜드, 테네시), 캐나다 (토론토, 오타와, 알버타, 뉴 웨스터민스터, 벤쿠버), 독일 (베를린, 볼켄, 프랑크 푸르트, 함부르크, 하팅엔), 프랑스 (파리, 노르망디), 싱가포르, 일본 (동경), 뉴질랜드 (오클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냐, 태국, 호주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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