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조원 밀실 협상…‘지역구 예산’ 착착 챙겨간 실세 의원님들
재벌 일감 몰아주기 ‘1천억 감세’ 길 터줬다
갈 곳 잃은 돈 예금으로 몰린다…올해 ‘186조 증가’ 역대 최대
신고 5시간 후 살해당했다, 국가의 배상책임은?
국힘 장제원·권은희의 세법 개정안 ‘소신 투표’…속내는 딴판
교황 “돈·권력에 굶주린 세계, 이웃·형제까지 잡아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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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이태원 참사 아픔 보듬지 못한 못난 모습에 마음까지 추워”
638조원 밀실 협상…‘지역구 예산’ 착착 챙겨간 실세 의원님들
예산안 ‘최장 지각 합의’ 오명 국회
지난 24일 새벽 0시55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의결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지난 24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638조7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및 부수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법정 처리 기한(12월2일)을 22일이나 넘기면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처리’라는 오명을 얻었다. 특히, 예산안 막판 협상에 소수당을 제외한 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만 참여하면서 거대 양당의 ‘밀실 졸속 협상’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실세 의원들은 정부안에 없던 지역구 예산안을 따내며 실속 챙기기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 원내 지도부가 독점하는 주고받기식 막판 협상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법정 활동 기한인 지난 11월30일까지 예산안을 조정하지 못한 채 양당 지도부도 공을 넘기면서 시작됐다. 양당 원내대표간 협상에서는 기존에 정상적인 여야 심사를 거쳐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조정안마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예컨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1월17일 전체회의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삭감폭을 20%로 줄이는 대신, 민주당의 지역화폐 예산을 5천억원 증액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이후 원내 지도부간 협상에서 이 조정안은 사라지고 ‘경찰국 예산 50% 삭감 및 지역화폐 예산 50% 증액’으로 마무리됐다. 국회 예결특위 소속인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지난 24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표결에 앞서 “올해 예산안 심사와 합의 과정이 더욱더 비공개로, 더 은밀하게 진행됐다”며 “저를 포함한 예결특위 위원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계신 대다수 의원들 모두 예산 심사 상황을 알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등 쟁점이 큰 예산부수법안도 소관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거대 양당의 협상으로 조정된 데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정의당 의원들은 24일 본회의장에서 “법인세 개정안이 도깨비처럼 등장해 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위협했다”(이은주 원내대표), “소득세법 개정안은 밀실 협상만을 통해 정해진 조세양당주의의 산물”(장혜영 의원), “두 당의 비공식 협상 테이블에서 갑자기 등장한 종부세법 개정안이 합의안이란 외피를 쓰고 본회의에 올라왔다”(류호정 의원)고 성토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실세 의원들은 정부안에 없던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 <한겨레>가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내년도 예산을 살펴보니,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충남 공주·부여·청양)은 부여군이 추진하고 있는 동아시아 역사도시진흥원 건립 예산을 0원에서 12억5천만원을 순증시켰다. 세종시와 공주역을 연결하는 광역 간선급행버스(BRT) 구축 예산도 애초 정부안 43억8천만원에서 14억원 증액됐다. 같은 당 성일종 정책위의장(충남 서산·태안)도 정부안에 없던 대산-당진고속도로 건설 예산 80억원을 확보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지역구 하수관로 정비 예산 등으로 15억원을 순증했고,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예산을 정부안보다 23억4500만원 늘렸다.
민주당에선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제주 서귀포)가 정부안에 없던 서귀포시 유기성바이오가스화 사업 예산 62억2200만원을 챙겼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정 의원(경기 파주을)도 0원이던 파주 음악전용공연장 예산 30억원과 문산-법원 도로확장 설계 용역비 2억원을 확보했다.
‘예산안 22일 지각 처리’라는 기록으로 인해 2014년 시행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도 무력화됐다.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의결 기한(12월2일)을 지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은 11월30일까지 여야가 예산안 합의를 이루지 못 할 경우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안 자동 부의 이후에도 여야가 얼마든지 수정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어, 앞으로도 ‘지각 예산안’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의원은 <한겨레>에 “이번 예산안 사태로 국회선진화법의 실효성이 사라졌다”며 “국회법 개정 등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재벌 일감 몰아주기 ‘1천억 감세’ 길 터줬다
국회 상증세법 개정안 결국 통과
내부 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기준을 대폭 낮추는 내용을 담아 ‘재벌 특혜’ 논란을 빚어온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와 ‘조세정의’를 강조하며 부의 편법 증여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도입·시행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이번 법 개정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법인별로 하지 않고 사업부문별로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상증세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제 45조의 3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에는 ‘사업부문별로 회계를 구분하여 기록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사업부문별로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 및 세후영업이익 등을 계산할 수 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대기업의 경우 세후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내부 거래 비중(30% 초과), 총수 일가 지분 비율(3% 이상) 등을 따져 세액을 계산한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는 한 회사의 사업부별 세후영업이익을 기준으로도 과세할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초까지 수출 목적이면 국내 계열사간 거래여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는 쪽으로 관련 시행령을 고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0년 1542억원 등 일감 몰아주기를 일삼는 재벌의 총수 일가에게 매년 약 1천억원가량 과세되던 세금이 대폭 줄 전망이다. 특히 현대모비스 대주주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됐다. 지금까지는 현대모비스 전체 세후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 금액을 산정했다. 앞으로는 현대모비스가 모듈·부품사업부문과 에이에스(AS)사업부문의 회계를 구분해서 작성할 경우, 모듈·부품사업부문만을 과세 대상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된다. 모듈·부품사업부문은 내부 거래 비중이 높지만, 2021년의 경우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에이에스부문(1조9681억원)에 비해 크게 적어 정몽구 부자에게 부여될 과세도 대폭 줄게 된다. 더욱이 현대자동차와 부품 공급 등의 거래도 수출 목적인 경우에는 과세 대상에서 빠지게 될 예정이어서, 정몽구 부자는 과세 부담에서 사실상 벗어날 전망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과세 구조.
정부는 3년 전까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형해화될 수 있다”며 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2019년 11월18일 열린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당시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법인 전체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라며 “한 법인의 영업이익은 여러 사업부문의 활동이 복합적으로 모인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수출 목적 거래의 국내 거래분을 제외하는 경우에는 자녀가 지배하는 특수관계 회사에게 납품을 몰아주는 등으로 대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제도 자체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고, 수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에게는 이런 대기업들이 자녀 회사로 거래처를 전환시킬 수 있는 위험이 커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를 지목해 “거래의 대부분이 최종적으로는 수출용 부품”이라며
“이를 빼고 나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할 이익의 대부분이 다 면세가 되는 그런 실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3년 만에 태도를 바꿨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11월23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여야 의원 (개정안) 발의가 계속 있었고 업계 요구도 지속적으로 제기가 돼 올해 7월에 관련단체 의견 수렴을 해서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도 “개별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좀 구분이 가능하도록 구분경리가 되고 그런 경우에는 사업부문별로 과세를 허용하는 것이 실질과세나 응능과세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사실상 재벌총수들 이익을 보장하는 면이 크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 몰아주기를 한 기업이 구분경리를 해야 되는데 그 구분경리를 위한 회계비용은 총수일가 때문에 발생하는 것임에도 그 비용을 소액주주들까지 부담해야 된다는 측면이 있다”고 반대의사를 표했다.
2020년 일감 몰아주기 과세액은 총 1542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정몽구 회장 947억원 등 재벌 총수 일가가 1322억원(85.7%)을 부담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갈 곳 잃은 돈 예금으로 몰린다…올해 ‘186조 증가’ 역대 최대
올 초부터 10월 말까지 186조608억 예금으로
은행 가중평균 예금금리 13년 만에 최고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올해 시중은행 예금에 역대 가장 많은 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 대체 투자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 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는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영향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5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1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654조9359억원) 대비 166조2467억원이나 늘었다.
전체 예금은행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예금으로의 뚜렷한 ‘역머니무브’가 이뤄지는 걸 볼 수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보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10월 말 기준 965조318억원으로 지난해 말(778조9710억원)보다 186조608억원 증가했다. 이 통계가 집계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2002년 1월 정기예금 잔액 총액이 221조445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통계 집계 전 기간을 포함해 사실상 역대 최대 증가폭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은 돈이 예금에 몰린 건 유례가 없다. 올해를 빼면 예금에 가장 많은 돈이 몰린 때는 12년 전인 2010년으로, 당시 2010년 10월까지 전년인 2009년 말보다 예금 잔액이 113조6149억원 늘어났다.
이렇게 정기예금에 막대한 시중 자금이 몰린 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예금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세계 주요국이 긴축 통화정책을 시행했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오르면서 함께 뛴 예금 금리로 인해 갈 곳 없던 돈들이 예금으로 몰려든 것이다.
한은이 집계하는 시중은행의 가중평균 예금금리(신규취급액 기준)를 보면, 올해 10월 은행들의 평균 예금금리는 연 3.97%로 2009년 1월(연 4.26%) 이후 13년 만에 최고다.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 추이(기간별, 말잔). 한국은행
금리 수준별 예금 비중을 살펴봐도 높아진 예금 금리를 실감할 수 있다. 한은의 ‘금리수준별 여수신 비중’(신규취급액 기준) 통계를 보면 올해 10월 예금 신규 가입 금액의 50.6%는 연 4∼5% 금리를 적용받았고, 26.2%는 3∼4%를 받았다. 연 5% 이상도 7.4%나 됐다. 연 3% 미만은 15.8% 뿐이었다. 반면 지난해 말에는 금리 연 3% 이상 예금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예금의 77.8%는 연 2% 미만 금리를 적용받았고, 나머지 22.2%가 연 2∼3%를 받았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예금 금리가 높으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좋지만, 예금 금리가 올해처럼 가파르게 오르면 각종 부작용도 뒤따른다. 우선 대출 금리가 따라 올라 서민과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이자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은 대개 예금·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등이 반영된 자금조달지수(코픽스)를 지표로 삼기 때문에 예금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따라 늘어나는 구조다. 은행채 6개월물을 지표로 삼는 신용대출 금리 등도 기준금리가 올라 채권 금리가 오르면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이 예금 금리를 지나치게 높이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등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선 지난달부터 예금금리를 너무 경쟁적으로 올리지 말라고 자제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5%를 넘겼던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4% 후반으로 내려 앉은 상태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신고 5시간 후 살해당했다, 국가의 배상책임은?
사건 발생 현장 앞에 누군가 가져다 놓은 꽃다발이 놓여 있다.ⓒ시사IN 조남진
범인은 귀가하던 여성을 자기 집으로 납치했다. 범인이 화장실에 간 사이, 피해 여성이 결박을 풀었다. 방문을 잠그고 112에 신고했다. 끌려간 집 위치를 말했다. 성폭행당하고 있는 위급 상황을 설명했다. 구조를 요청했다. 밤 10시50분경이었다.
신고 도중에 범인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피해자를 폭행했다. 전화가 끊기지 않고, 7분33초 동안 연결되어 있었다. 폭행과 비명 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112 접수원은 주소를 다시 알려달라고 반복했다. 핸드폰을 놓친 피해자는 답할 수 없었다.
순찰차에 출동 지령이 내려졌다. 위급함까지 전달되지는 못했다. 주변을 수색하던 순찰차들은 자정 근무교대를 위해 현장에서 철수했다. 관할 경찰서 강력팀장은 밤 11시45분경 신고 내용을 직접 들어보려 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오류로 실패했다. 새벽 1시11분이 되어서야 청취했다. 녹취를 확인한 강력팀장은 1시53분경 형사계장에게 사태가 심각하니 현장에 나와야 한다고 알렸다. 형사계장도 아침 6시께 녹취를 직접 들었다. 강력팀 전원을 동원했다. 오전 9시40분 교차 수색을 시작했다. 10시쯤 인근 가게에서 비명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범위를 좁혀 수색했다. 오전 11시40분경 범인의 집을 찾았다. 피해자 시신이 발견됐다. 범인이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였다.
피해 여성의 유족은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경찰관들의 네 가지 잘못을 지적했다. 신고 접수 처리표를 작성하면서 범행 장소가 ‘집 안’이라는 핵심 수사 단서를 누락한 행위, 경험이 없고 전문교육도 받지 못한 접수원을 112 신고센터에 배치하고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행위, 112 신고 청취 시스템을 관리하지 못해 사건이 날 때까지 보름 넘게 오류를 방치한 행위, 매우 위급한 상황을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분명히 알리지 않고 부실하게 지령을 전달한 행위는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국가배상책임 인정을 위한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경찰관들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인정한 국가의 배상책임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초등학교를 조금 지나 ○○놀이터 가는 길에 있는 어느 집의 집 안’이라고 장소를 명확히 신고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만일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절박한 상황을 현장 경찰관들에게 전달하고, 신고 내용대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면 범위를 한정해 탐문하고 가옥 위주로 수색했을 것이라고 보았다. 피해자의 비명 소리를 들은 사람은 자정 넘어서까지 가게 문을 열었다. 경찰관들은 본격 탐문을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지 않아 진술을 확보했다. 만일 그날 밤 11시경 현장 경찰관들에게 신고 내용과 심각성이 제대로 공유되었다면 가게에 들러 수사의 단서를 얻고 자정 이전에 범행 장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범인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 사망 시간을 추정해보면, 빨라도 다음 날 새벽 3시10분경이었다.
대법원은, 경찰관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 피해자와 유가족이 입은 피해의 정도도 함께 고려해 판단했다.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시사인 박성철 (변호사)
국힘 장제원·권은희의 세법 개정안 ‘소신 투표’…속내는 딴판
여당 찬성 법안에 기권·반대 ‘이탈표’ 던져
장 의원 법인세법 기권, ‘대통령실 심기 대변’ 해석
권 의원, 경찰국 반대 이어 ‘나홀로’ 종부세법 반대
23일 밤 열린 국회 본회의에선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대로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처리됐지만, 여야 간 이견이 컸던 세법 개정안 표결에서 이탈표가 적지 않았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법인세 인하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대표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국민의힘에선 유독 두 사람이 기권 또는 반대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여야는 이날 밤 오후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등 예산부수법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패키지로 묶어 합의 처리하기로 했지만, 주요 법안마다 표결 직전 강도 높은 찬반 토론이 이어져 긴장감이 흘렀다.
최대 쟁점이었던 법인세·종부세 개정안 표결에서 다른 법안보다 반대, 기권표가 많이 나왔다. 재석 의원 274명 중 203명이 찬성해 가결된 법인세법 개정안의 경우 반대 37명, 기권 34명이었는데 반대표는 민주당(28명), 정의당(6명), 기본소득당(1명), 무소속(2명) 등 모두 야당에서 나온 반면, 기권엔 민주당 의원 32명, 무소속 의원 1명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추가됐다.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찬성한 것과 달리 친윤계 핵심인 장 의원이 홀로 기권하자, 대통령실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정부안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는 안이었는데 법인세법 개정안을 두고 맞붙었던 여야는 결국 과세 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인하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종부세 개정안은 재석 258명 중 200명 찬성(반대 24명, 기권 34명)으로 통과됐는데, 권은희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여권이 추진하는 종부세 완화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비판해왔는데, 권 의원이 결국 야당과 뜻을 같이한 것이다. 권 의원의 나홀로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권 의원은 지난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 때도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정한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도 공개 반대하면서 윤리위원회 징계에 회부된 적도 있다.
다음은 두 법안에 대해 반대·기권한 의원 명단이다.
<법인세법 개정안>(재석 274명 찬성 203명 반대 37명 기권 34명)
반대(37명)
-민주당 : 강민정 김경협 김남국 김영배 김원이 김주영 김의겸 도종환 문정복 박영순 박용진 박주민 소병훈 송옥주 안민석 양이원영 어기구 윤건영 윤준병 이상민 이용빈 이인영 이탄희 엄종성 정필모 최강욱 한준호 황운하
-정의당 : 강은미 류호정 배진교 심상정 이은주 장혜영
-기본소득당 : 용혜인
-무소속 : 김홍걸 민형배
기권(34명)
-민주당 : 강득구 강선우 강훈식 권인숙 기동민 김두관 김민기 김수흥 남인순 서동용 서영석 신동근 송기헌 신현영 양경숙 우원식 유정주 윤영덕 윤영찬 이병훈 이수진(비) 이용우 이용선 인재근 전해철 장철민 정춘숙 조오섭 최종윤 최혜영 허영 홍익표
-국민의힘 : 장제원
-무소속 : 양정숙
<종부세법 개정안>(재석 258명 찬성 200명, 반대 24명, 기권 34명)
반대(24명)
-민주당 : 강민정 고민정 권칠승 김경협 김의겸 김한정 박용진 박주민 소병훈 어기구 윤준병 이상민 정필모 최강욱 홍영표
-국민의힘 : 권은희
-정의당 : 강은미 류호정 배진교 심상정 이은주 장혜영
-기본소득당 : 용혜인
-무소속 : 민형배
기권(34명)
-민주당 : 강득구 강병원 강선우 강훈식 기동민 김민기 김상희 김영호 김종민 도종환 노웅래 박범계 박영순 서동용 송기헌 송옥주 양경숙 양이원영 양경숙 윤영덕 이용우 이인영 이탄희 임오경 임종성 장철민 전해철 조오섭 최혜영 허영 황운하
-무소속 : 김홍걸 박완주 양정숙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교황 “돈·권력에 굶주린 세계, 이웃·형제까지 잡아먹어”
성탄전야 미사 강론, 전쟁과 빈곤, 탐욕적 소비 비판
“동물도 제집서 밥 먹어…인간의 존엄·자유 멸시당해”
“전쟁과 가난, 불의가 삼켜버린 어린이 제일 먼저 생각”
“인류의 문제는 탐욕스러운 소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 전야인 24일(현지시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빈곤, 탐욕적 소비주의를 거론한 뒤, 어린이 등 약자를 희생해 부와 권력을 누리는 자들을 비판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행한 성탄 전야 미사 강론을 통해 “동물도 제집에서 밥을 먹는데, 오늘날 사람들은 부와 권력에 굶주려 심지어 자신의 이웃과 형제자매까지 잡아먹는다(consume)”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교황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전쟁을 지켜보고 있는가! 심지어 오늘에도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멸시를 받고 있는가!”라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늘 그렇듯이, 인간 탐욕의 주된 희생자는 약자와 취약층”이라고 말했으나,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꼭 10개월이 되는 날이다.
특히 교황은 “돈과 권력, 쾌락에 굶주린 세계는 보잘것없는 이와 태아, 가난하고 잊힌 어린이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며 “나는 전쟁과 가난, 불의가 삼켜버린 어린이들을 제일 먼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휠체어를 타고 강론한 교황의 목소리는 지치고 쉬어 있었다.
성탄 전야 미사 강론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2022. 12. 25 (AFP=연합뉴스)
교황은 “여러분 자신을 두려움과 체념, 좌절에 내맡기지 말라”며 ‘구유에 누운 예수’는 “참된 삶의 풍요로움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관계와 사람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황은 “지나친 소비 향락 풍조가 성탄의 신비를 가렸다”며 “오늘날 인류의 문제는 소유와 소비를 향해 탐욕스럽게 달려가는 데서 초래된 무관심”이라고 개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는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살았으며, 가난한 채로 세상을 떠났다”며 “예수는 가난과 더불어 살면서도 우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가난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행 없이 성탄절을 흘려보내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참석 인원이 제한됐던 2020∼2021년과 달리 올해 성탄 전야 미사에는 약 7000명의 신자들이 성베드로 대성전을 가득 메웠고, 약 4천명의 신자들은 성베드로 광장에서 야외 스크린으로 성탄 전야 미사를 함께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빌라왕’ 김씨보다 더 나쁜 임대인 있다···646억 떼먹은 임대인도
악성 임대인 상위 30명 7584억원 떼먹어
보증보험 미가입자 다수…피해 커질 듯
최근 숨진 ‘빌라왕’ 김모씨보다 더 많은 전세보증금 사고를 일으킨 악성 임대인이 곳곳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에 명단을 올린 상위 30명의 임대인이 낸 보증사고 금액은 7584억원 규모며, 90%이상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줬다.
26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빌라왕’ 김씨와 관련한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71건으로 집계됐다. 즉 전세기간이 만료됐지만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건수가 171건이라는 얘기다. 이 중 91건은 김씨가 세운 법인 보유 주택에서 발생했으며, 나머지 80건은 김씨 명의 주택에서 보증사고가 났다.
HUG는 지난달까지 이 중 133건, 254억원에 대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으나 나머지 38건은 대위변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사망하면서 현재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김씨와 관련한 총 보증사고 금액은 334억원으로 집계됐다.
HUG보증보험에 가입한 나머지 김씨 관련 세입자 440명은 아직 전세기간이 만료되지 않았으나 김씨의 사망과 함께 보증사고를 앞두고 있다. 게다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들도 다수 있어 이들에 대한 피해구제 역시 막막한 상황이다.
빌라왕 김씨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세입자들은 27일 세종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결방안을 촉구하기로 했다. 피해임차인 대표를 맡고 있는 배소현씨는 “지난 22일 국토교통부 주관 간담회 이후 ‘HUG반환보증보험 가입자’는 진척이 있었지만, 그 이외에 다른 피해자들은 여전히 앞길이 막막한 상황”이라며 “법 테두리 바깥에 있는 다른 피해자들의 해결방안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및 시위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빌라왕 피해자들 27일 기자회견 갖기로
한편 빌라왕 김씨보다 더 큰 전세보증금 반환사고를 낸 악성 임대인들이 여전히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HUG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의 명단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올려 관리한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가운데 가장 많은 보증금 사고를 낸 사람은 박모 씨로 293건 계약에서 646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2위는 정모 씨로 254건 계약에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600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뒤이어 이모 씨는 581억원(286건), 4위 김모 씨는 533억원(228건)이었다. 빌라왕 김씨는 악성 임대인 중 사고 금액으로만 따지면 8번째다.
이들 상위 30위 악성 임대인들이 낸 보증 사고 건수는 3630건에 사고금액은 7584억원 규모다. 이 중 90.2%인 6842억원을 HUG가 대신 갚아줬다.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 중 전세금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주택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악성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빌라가 밀집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으로, 763건의 보증사고가 집중됐다. 빌라왕 김씨 소유의 빌라도 이곳에 다수 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157건), 인천 부평구 부평동(189건), 전남 광역시(131건)에서도 100건 이상의 악성 임대인 관련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경향/류인하 기자
술 빚는 두 청년은 왜 짐 로저스의 투자를 거절했나
으능정이부루어리의 민재명 대표(왼쪽)와 황주상 이사가 지난 22일 대전 중구 은행동의 양조장에서 술과 쌀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최예린 기자
“양조장에서 목척교를 바라보며 술 이름을 지었어요.”
펑펑 내리는 눈 사이로 멀리 목척교가 보였다. 민재명(33) 으능정이부루어리 대표가 유튜브 홍보 영상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목척교는 어떤 맛일까?’ 다리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다니. 픽 웃음이 나왔다.
지난 22일 귀한 술을 혹시나 맛볼 기대감으로 찾은 대전 중구 은행동의 ‘으능정이부루어리’ 사무실에는 큼지막한 꿀통 9개가 쌓여 있었다. 황주상(29) 이사는 “대전 유성에서 나는 아카시아 꿀이다. 요즘 벌들이 많이 죽은 탓에 꿀이 귀하다. 저게 200만원어치”라고 설명했다. 저 귀한 꿀로 고대 북유럽인들이 즐겨 마시던 술, ‘미드’(mead)를 만든단다. 황 이사는 “수백번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프리미엄 미드’”라고 말하며 술 한잔을 건넸다. 달지만 담백한 맛. “미드는 무조건 차갑게 마셔야 맛있어요.” 옆에 있던 민 대표가 추임새를 넣었다.
대전 원도심에 있는 으능정이부루어리는 민재명, 황주상 두 청년이 설립한 양조장이다.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미드, 소주, 막걸리, 사케를 만든다. 지난해 <에스비에스>(S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로저스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이 이곳에 투자하겠다고 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짐 로저스가 지난해 12월 한국에 와 가장 먼저 만난 이도 으능정이부루어리의 두 청년이었다.
민 대표와 황 이사는 대학교 통기타 동아리 선후배로 죽이 잘 맞는 술친구다. 졸업 후 민 대표는 아이티(IT) 업계에서, 황 이사는 청년활동가로 일하던 중 어느 날 뜬금없이 “우리가 직접 술을 만들어 팔아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작당이 끝나기 무섭게 2020년 3월 사업자등록부터 했다. 맨 처음 만든 건 ‘성심당 빵술’이었다. ‘지역 대표 명물 성심당 빵으로 술을 만들면 어떨까’란 단순한 생각으로 시도했는데, 반응은 그야말로 ‘열광적’이었단다.
“시중에 파는 맥주 만들기 키트에 성심당에서 사 온 빵을 넣는 수준이었어요. 전문가들이 고심해 내놓은 제품으로 만든 것이니 당연히 맛은 있었죠. 거기에 지역 명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해요.”
으능정이부루어리의 2인방은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짐 로저스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짐 로저스는 으능정이부루어리에 대한 투자를 제안했지만, 두 청년은 거절했다. 왼쪽부터, 민재명 대표, 짐 로저스, 황주상 이사. 으능정이부루어리 제공
성공(?)적인 첫 실험을 뒤로하고, 둘은 본격적으로 양조기술 배우기에 돌입한다. 제주도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 양조기술 교육을 받았고, 서울의 한국가양주연구소의 수업도 들었다. 막걸리도 만들고, 미드도 만들었지만 ‘이거다!’ 하는 맛은 아니었다. 환기도 안 되는 좁은 사무실에서 실험에 가까운 술 만들기를 반복하다 술통 옆에서 취해 잠든 것도 여러 날이다. 아직 실력이 부족했지만, 수강생을 받아 양조 교육도 시작했다. 남을 가르치며 반응을 주고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배움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양조기술을 연마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는 계속됐다.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누룩을 개발해 특허 출원하고, 2020년 11월 환경부가 주최한 ‘자원순환 우수사례 경진대회’에도 참여했다. 이 대회에서 으능정이부루어리는 ‘국내 최초 새활용 양조장’으로 1등(최우수상)을 차지했다. 2등은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배달의민족, 3등은 풀무원이었다.
“대기업들과 경쟁이 좋은 자극이 됐어요. 새로운 가치와 기술을 전통 산업에 적용했을 때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죠.” 민 대표의 말이다. 성공에 확신이 들자 민 대표는 서울에서 하던 아이티 사업을 접고, 대전에 내려왔다. 황 이사도 청년활동가 일을 정리했다. 2년 동안 실험 끝에 미드(목척교), 커피 누룩으로 만든 소주(드렁큰히어로)뿐 아니라 북한 술(한반도), 막걸리(백련당), 사케(우에시다리) 등을 상품화했고, 첫 판매를 앞두고 있다.
북한 고위직 탈북민에게 비법을 전수받은 한반도는 25도(한반도 북위), 38도(38선), 42도(백두산 북위) 등 3가지 도수로 나눠 출시한다. 백련당은 민 대표의 선조 민재문의 호를 딴 술이다. 발효하고 걸러내기를 열두번 반복한 십이양주이기도 하다. 백련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위에 뜬 청주인 ‘우에시다리’는 일본 사케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다. ‘위 아래 법칙’이란 뜻의 일본말 우에시다리는 일제강점기부터 대전 지역 어린이들의 편가르기를 할 때 외치는 구호에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술마다 저마다의 스토리와 맛을 담았다. 대전에서 난 쌀로만 술을 만든 것도, 모든 술을 유리병에 담아낸 것도 으능정이부루어리의 특징이다. 맨땅에 헤딩해 터득한 ‘양조장 만드는 노하우’도 조만간 온라인에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에는 칭다오, 일본에는 아사히·삿포로가 있어요. 지명보다 술이 먼저 떠오르는 그런 브랜드지요. 지역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고민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술을 만드는 것, 그것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공존하는 것이 저희의 꿈입니다.” 두 청년은 입 모아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부러워할 짐 로저스의 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심당’처럼 느려도 꾸준히 성장하고 싶습니다.” 반짝 대박을 노리고 스타트업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여느 청년 사업가들과는 다른 우직함이 으능정이부루어리를 이끌고 있었다.
한겨레 최예린 기자
에너지 복지 예산 뚝…취약층 ‘한파 고통’
내년 바우처 사업에 1909억여원
올 예산보다 400억원 삭감 편성
32만가구 지원 대상서 제외돼
정부 “보호 강화”와 달리 ‘후퇴’
전기·가스요금이 치솟고 있지만 새해 취약계층 지원 예산은 4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에 전기·가스·지역난방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의 예산이 깎이면서 지원 대상은 올해보다 32만가구나 줄어들게 됐다.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2023년도 예산안’을 보면 에너지바우처 사업에 1909억6300만원이 편성됐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규모(1824억2100만원)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올해 예산(2305억5600만원)보다는 20.9% 줄었다. 에너지바우처는 국민기초생활 수급 가구 중 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에 냉난방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5월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지원 대상을 ‘생계·의료급여 수급 가구(중위소득 40% 이하)’에서 ‘주거·교육급여 수급 가구(중위소득 40~50%)’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지원 대상이 87만8000가구에서 117만6000가구로 늘어나면서 1389억3900만원이었던 에너지바우처 예산도 916억1700만원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지원 대상을 다시 생계·의료급여 수급 가구로 축소했다. 정부는 내년 지원 대상 가구를 85만7000가구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수급 사업자 범위를 확대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 심사 단계에서 다시 삭감됐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최근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지원을 줄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산자위는 “에너지바우처 지원을 받은 가구는 계속 지원받을 것으로 알고 있거나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에도 에너지 가격과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외계층이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가구당 연간 지원 단가를 18만5000원에서 19만5000원으로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에만 주택용 도시가스요금이 네 차례에 걸쳐 인상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 변동에 따라 보조금의 적정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보조금도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7월 정부도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에서 에너지바우처 등을 통해 취약계층의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에는 공공요금이 더 가파르게 올라 취약층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에너지바우처 예산으로 내년 4월까지 지원할 수 있다”며 “이후 필요하다면 국회 등과 협의해 지원 확대논의 방안에 대해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경향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난민을 대하는 보도 '극과극’
난민 보도에서 무슬림 여성 인권·성범죄 언급…‘취업목적’ 의혹 제기
“조선일보 취업 이슈에 집중, 성범죄 위험 높다는 우려 섞인 기사 보도”
조선일보가 한국에 입국한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슬람 문화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언급하는 등의 보도 행태를 보였는데, 이 같은 보도는 난민 제도에 합의된 기준을 갖추지 못한 국내 상황을 답습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미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달 초 한국방송학회 학술지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3권 4호에 게재한 ‘예멘과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언론보도’ 논문에서 조선일보·한겨레의 난민 관련 기사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2018년 1월1일~12월31일 조선일보·한겨레에서 나온 예멘 난민 관련 보도, 2021년 1월1일~12월31일 아프가니스탄 난민 관련 보도다. 기사 건수는 총 340건(조선일보 161건, 한겨레 179건)이다.
▲2018년 9월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난민 어린이가 집회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조선일보는 2018년 내전을 피해 예멘에서 입국한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프레임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2018년 6월18일 ‘‘예멘 난민’ 올해만 500여 명…화들짝 놀란 제주’ 기사에서 난민 입국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전하며, 게시자가 무슬림 국가의 여성 인식과 성범죄를 우려한다는 것을 소개했다. 또 조선일보는 정부가 예멘 난민 취업을 허가할 계획이어서 갈등이 심화됐다고 전했다. 문미리 교수는 “조선일보는 취업에 대한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예멘은 무슬림 국가이고 무슬림 국가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는 다르기 때문에 성범죄의 위험이 높다는 우려 섞인 기사를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겨레는 같은 날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 500명, 무슬림 혐오에 내몰리다’ 보도를 통해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로 온 것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소개했다. 문미리 교수는 “조선일보는 예멘 난민을 취업목적으로 온 제주에 입국한 잠재적 성범죄자, 한겨레는 위기 사태에 내몰려 입국한 잠재적 노동자로 이들을 재현했다”고 했다.
같은 달 말 제주·서울에선 예멘 난민 입국 반대 집회가 열렸다. 조선일보는 6월30일 ‘제주서 예멘 난민수용 반대 집회…무사증 폐지·난민법 개정 요구’ 기사를 통해 ‘난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부각했다. 반면 한겨레는 난민 반대 집회뿐 아니라 찬성 집회도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미리 교수는 “두 언론사는 국민들의 예멘 난민 찬반에 대한 집회를 이용해 각 언론사의 지배적인 담론을 지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러한 텍스트 구성은 결국 찬성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의 갈등을 각 언론사가 부각시킴으로써 이 사안에 대한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배우 정우성 씨의 난민 관련 SNS 게시글과 웹툰작가 윤서인 씨의 풍자를 함께 소개한 조선일보 기사.
유명인들의 SNS 인용보도에서도 논조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배우 정우성씨가 6월 20일 난민의 날 SNS에 예멘 난민을 강제 송환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리자 이를 소개하면서 웹툰작가 윤서인 씨가 정우성 씨를 풍자한 것을 함께 전했다. 반면 한겨레는 정우성씨 게시글에 달린 악성 댓글을 비판했다.
문미리 교수는 “(조선일보·한겨레는)셀러브리티의 담화를 그대로 인용해 형식적으로 뉴스의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결국은 웹툰 작가나 독자들의 댓글을 이용해 각 언론사의 핵심적인 메시지인 난민 찬성 또는 반대의 지배담론을 지지하는 소구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8년 10월17일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339명에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부여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74%에 인도적 체류 허가’ 보도에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이 74%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다수의 난민을 받아들였다는 것. 한겨레는 같은 날 ‘제주 예멘인 난민 인정 0명…...인도적 체류 허가 339명’ 기사를 통해 정부가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8월26일 오후 우리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 코로나19 PCR 검사를 마친 뒤 공항을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예멘 난민에 가혹한 조선일보…아프가니스탄 난민은 ‘환영’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대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2018년과 달랐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아프간 소녀의 고통’(8월 18일), ‘아프간 난민 80%는 여성‧아동…인도적 지원으로 탈레반 인권침해 막아야’(8월 20일), ‘5살 아프간 소년의 비극’(8월 20일) 등 보도를 내며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사회적 약자로 정의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관련 정책 실패로 난민이 다수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한국 도운 아프간인’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선일보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줬다. 문미리 교수는 “조선일보는 초기 상황에서와는 다르게 이슬람 국가는 한국과 극복하기 어려운 문화차이를 가지고 있고, 이슬람 국가는 곧 극단주의 무장단체라는 상징적 언어 기제로 난민을 호명했다”며 “이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겪게 될 문제나 갈등을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8일 ‘아프간 이어 뉴질랜드‧콩고서도 테러...또 다시 IS 공포’ 보도에서 “아프간 내 IS 세력이 건재를 과시하면서 전 세계에 이들을 따르는 세력들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중동 난민이 많은 유럽과 이슬람 국가가 많은 동남아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문미리 교수는 “(조선일보는) 아프간 난민의 입국 초기 아프간 난민에 대한 보호와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보도한 것과 다른 논조로 아프간 난민을 재현했다”며 “무슬림, 테러가능성,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와 같은 공포 소구를 통해 위협적인 집단으로 아프간 난민을 재구성하고, 난민수용으로 인한 사회보장 지원금 관련 유럽 사례를 소개하며 난민수용으로 인한 사회보장 비용의 급등을 우려하는 텍스트를 구성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보도는 독자들에게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문미리 교수는 “난민에 대한 편견적 이해를 반영하는 기사가 다수”라면서 “특히, ‘반이슬람 정서’나 ‘민족국가론’에 입각한 기사가 많았으며, 다수의 난민을 수용한 주요 국가에서 나타난 부작용 등 일부의 사실을 일반화해 난민수용 반대의 논거로 활용하고, 강조하는 국내 언론의 관행이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 교수는 “난민법의 제정 취지를 고려할 때, 기본적인 인권과 국제법의 존중이 필요하며 난민을 대하는 태도는 합법적이고 일관된 것이어야 한다”고 밝힌 뒤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난민법 제정 등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난민수용 절차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며 언론의 질적 변화를 촉구했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대리인인가
강제징용 피해자 한국기업 돈으로 보상... 일본은 아무것도 안 해
윤석열 정부가 강제징용(강제동원)과 관련해 그간의 공언을 저버리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민족문제연구소·소송대리인단이 26일 발표한 성명인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문제해결 방안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은 이렇게 말한다.
2018년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피해자 측 지원단체와 대리인단은 지난주 외교부 측으로부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력한 안을 청취하였습니다. 한국 정부 유력안은 (1)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들의 기부를 받아 재원을 마련하여 (2) 일본 기업을 상대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변제를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노예노동을 강제한 전범기업들의 성의 표시를 요구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박진 장관은 지난 7월 27일 외신기자 간담회 때 "일본 측에서도 이런 노력에 대해 나름대로 상응되는, 그런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있어야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런 뜻을 이번에 일본을 방문해 정계 지도자들께 전달해드렸다"라고 발언했다.
▲ 팔꿈치 인사하는 한일 외교장관 18일 오후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박진(왼쪽) 한국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회담에 앞서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7.18 ⓒ 연합뉴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의 요체는 가해자의 사과와 배상이다. 사과·배상을 진심으로 하는 것이 성의 있는 태도이지만, 박 장관이 말하는 성의 표시는 결이 약간 다르다. 전범기업이 사과·배상 책임을 전부 이행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가 말하는 성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전범기업과 일본 정부를 설득해 그런 성의 표시를 받아내는 한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대법원 현금화 절차는 중단시키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다. 그런데 위 성명에 언급된 상황에 따르면 윤 정부는 성의 표시를 받아내지 못했거나 받아내지 않은 것이 된다.
허무하게 무너지는 대법원 승소 판결
성명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 기부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변제하는 방안'을 외교부가 제시했다고 말한다. 재단이 전범기업 채무를 인수한 뒤 전범기업의 성의 표시 없이 한국 기업 기부금만으로 피해자에게 변제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 정부가 전범기업의 성의 표시를 받아내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26일 도쿄에서 거행된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에 관한 보도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민정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 국장의 협의를 다룬 언론보도들에서 '병존적 채무 인수' 형식이 또다시 거론됐다.
재단이 전범기업 채무를 인수해 피해자에게 변제할 때 전범기업을 이 구도에 끌어들이려면 '면책적 채무 인수'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채무자의 동의에 따라 그를 면책시키고 인수인이 채무를 떠안는 이 방식에서는, 채무자인 전범기업이 자신의 잘못을 어느 정도로나마 시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채무를 지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전범기업의 동의 행위는 자신이 강제징용 가해자임을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하지만 병존적 채무 인수에서는 기존 채무자의 채무를 그대로 놔두고 인수인이 똑같은 채무를 떠안게 된다. 기존 채무자의 채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는 채무자가 제3자의 채무 인수에 동의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기존 채무자는 관찰자 입장에 서서 제3자가 자기 채무를 변제해주고 채권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기존 채무자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성의 표시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리는 최소한의 인내심뿐이다.
외교부가 병존적 채무 인수를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성의 표시를 적극 요구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외교부가 추진 중인 것이 병존적 채무 인수가 아니라면 외교부 당국자들의 적극적 반박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는 말만 나올 뿐 그런 반박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강제징용피해자지원재단에 의한 문제 처리 방식은 전범기업들의 성의 표시조차 전제하지 않는다는 점 외에 또 다른 중대 흠결도 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21일 임시이사회에서 '피해자 보상 및 변제'를 재단 사업에 추가하는 정관 개정을 의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승인하면 이 정관 개정은 효력을 갖게 된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일제 강제징용 승소 판결 30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8.10.30 ⓒ 유성호
강제징용과 관련된 보상 및 변제 업무를 추가하는 쪽으로 정관 변경이 추진되는 한편 외교부가 피해자 측에 '재단에 의한 변제' 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재단의 금전 지급이 '배상' 형식을 띠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불법 행위에 기인한 금전 지급임을 명확히 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봉합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상 방식으로는 손해 발생 원인이 불법 행위인지 적법 행위인지 명확하지 않다. 불법 행위를 하지 않고도 보상 형식으로 상대방의 손해를 물어줄 때가 있다. 징용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가 전범기업의 불법 행위에 기인함을 명확히 하려면 배상 방식에 입각한 금전 지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재단이 '피해자 보상 및 변제'만을 추진하는 것은 강제징용의 불법성을 한국 정부가 은폐해주는 결과를 낳는다.
금전 지급 형식을 변제로 하는 것 역시 문제점을 갖고 있다. 피해자와 전범기업의 법적 관계는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가 아니다. 전범기업의 불법행위에는 임금 체불뿐 아니라 노예노동 강요나 한국인 학대 등도 포함된다. '변제'는 일반적인 채권·채무를 처리할 때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외교부가 피해자 측을 상대로 '변제 방식'를 운운했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정부 산하인 강제징용피해자지원재단이 미쓰비시나 일본제철의 채무를 인수했다고 선언한 뒤 피해자들에게 금전을 지급한 다음에 채권·채무 관계 소멸을 발표하게 되면 대법원이 강제집행 중인 전범기업 재산을 현금화기 어렵게 된다. 현금화 절차가 중도에 무산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와 대법원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이 함께 노력해 얻어낸 2018년 대법원 승소 판결이 허무하게 무너진다. 전범기업과 일본 정부는 성의 표시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성의 표시를 관철하겠다는 외교부의 공언과 정반대 상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성의 표시를 받아내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실상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은 지난 16일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채택한 안보 문서에 징용 문제가 거론된 데서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가 반격 능력을 선언하는 기회에 다소 생뚱맞게도 강제징용에 관한 입장을 천명한 사실이 갖는 의미를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시다 내각은 최상위 안보 문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구축해온 일·한의 우호협력관계의 기반에 기초해 일한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국 측과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꾀해 나간다"라며 "2국 간의 제반 현안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적절히 대응해 간다"라고 천명했다.
'2국 간의 제반 현안'은 북한에 맞선 안보협력과 더불어 강제징용·위안부 문제를 지칭한다. 안보협력 문제는 동일한 문단에서 언급됐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제반 현안'은 징용·위안부 문제를 가리킨다.
이런 문제를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다 해결됐다'는 거짓 주장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더 이상의 성의표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 문제가 이미 종결됐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성의표시 운운에 대해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한 셈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윤 대통령. 2022.11.22 ⓒ 연합뉴스
그런데 반격 능력이 선언된 날에 우리 외교부 당국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일본 정부는 안보 문서를 채택하기 전에 우리 정부에 사전 설명을 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한일관계의 긍정적 흐름이 안보 문서에 반영됐다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이는 징용에 관한 언급이 안보 문서에 들어가리라는 것을 외교부가 사전에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일본이 기존의 일관된 입장을 되풀이하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뜻한다. 만약 정부가 성의 표시를 받아낼 의지가 있었다면, 그런 문구가 안보 문서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대일교섭을 충실히 했을 것이다. 이는 일본의 성의 표시를 받아내는 일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성의를 다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일본의 성의 표시를 받아내겠다고 국민에게 공언하는 일이 아니다. 윤 정부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 성의를 표시하는 것이 급선무다. 내가 먼저 성의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남에게 성의를 요구하는 것은 일의 순서가 맞지 않는 일이다.
오마이뉴스 김종성
국보법 압수수색 당사자들 "진술거부권 행사 무시 출석요구는 반헌법"
경남 4명, 헌법소원 심판 청구... "진술 거부 밝혔기에 소환조사 필요 없다“
▲ 헌법재판소 전자헌법재판센터에 접수.ⓒ 윤성효
"진술거부권 행사를 무시하고, 반복적인 출석요구로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위협하는 공안기관의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진행한다."
'정권위기탈출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는 26일 헌법재판소 전자헌법재판센터에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지난 11월 9일 경남·서울·제주지역 진보·통일운동단체 활동가 6명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일 벌였고, 이들 가운데 4명이 이날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한 것이다.
압수수색 당사자들은 지난 11월 14일 "모든 청구인이 향후 일체의 진술을 거부할 것이니 무의미한 소환조사를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본인 확인서와 변호인 의견서를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안보수사과에 팩스로 보냈다. 이들은 경찰청 소속 사법경찰관에게 전화로 "일체의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니 불필요한 소환을 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으며, 변호인의견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그럼에도 출석 요구가 있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정원·경찰은 압수수색 당사자 4명에게 유선통화로 12월 14일까지 출석 요구를 했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남대책위는 이와 관련해 낸 입장문을 통해 "진술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임에도 공안당국은 수시로 본인들과 가족들에게 전화 및 우편등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출석요구는 목적의 정당성이 없다. 수사는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때 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출석을 하더라도 일체의 진술을 거부할 것임을 명백히 밝혔기에 소환조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 보 양보하여 출석요구(소환) 목적의 정당성이 있다 해도, 이미 서면으로 진술거부권 의사를 통보한 청구인들의 의사 확인을 반드시 출석조사로 해야 할 하등의 근거가 없고, 변호인을 통한 확인 등 더욱 간이한 방법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남대책위는 "출석을 강요하는 것은 권력의 우위를 이용해 권리로 보장된 진술거부권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압수수색 당사자들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심적으로 위축시켜 진술거부권 행사를 포기하게 하려는 치졸한 술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헌법 12조 제2항이 명문으로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은 형사소송에서 피의자, 피고인의 방어권의 핵심이다"라며 "진술거부권 행사를 반복적인 출석요구로 방해하는 것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윤성효(cjnews) 오마이뉴스
윤 대통령 “시민단체 혈세 사적남용 용납못해”
■ 국고보조금 전면 재정비 지시
“지난 몇 년 지원금 급증했지만
제대로 들여다본적 있나 의문”
회계부정 등 철저한 실태 점검
투명 관리체계 마련 강력 주문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민의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 여러분께서 이를 알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 체계의 전면 재정비를 정부 각 부처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지난 몇 년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정부 관리는 미흡했다”며 “그간 회계 사용처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적인 목표가 아닌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가의 보조금을 취하는 행태가 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의 국가보조금 관리체계를 전면 재정비하여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혈세를 쓰는 곳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면서 “각 부처는 방만한 낭비성 사업이 있다면 과감히 정비하고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노동조합 회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도 예산안의 국회 합의에 대해서는 “법인세 인하, 반도체 지원, 주식 양도세 완화 등 우리 경제 성장과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법안이 미진해서 대단히 아쉽다”며 “정부는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보완책을 강구하고 분골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고보조금 교부 보조사업 수는 2017년 19만9743건에서 2021년 25만7095건으로 5만7352건(28.7%) 증가했다. 이중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국고보조금은 2352억 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비영리민간단체(시민단체) 1715곳을 대상으로 지난 10일 감사에 착수, 현재 보조금과 관련한 업무처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있다.
문화 일보 서종민 · 이정민 기자
시민단체 모럴해저드 근절… ‘보조금은 눈먼 돈’ 인식 깬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 체계의 전면 재정비를 정부 각 부처에 지시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6월 15일 바른인권여성연합이 국회에서 정의기억연대의 보조금과 기부금 사용처 투명 공개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 시민단체 보조금 대수술
문 정부서 친정부 좌파단체 등
‘먼저 먹는 게 임자’ 관행 만연
윤 “혈세가 이권카르텔에 쓰여
사적이익 위한 행태 묵과 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시민단체 등에 대한 국고보조금 체계의 전면 재정비를 정부 각 부처에 지시한 것은 진보를 표방한 시민단체 등에 만연한 ‘먼저 먹는 게 임자’ 식의 도덕적 해이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임 문재인 정권 당시 정부 부처와 각급 기관, 단체의 국고보조금을 좌파 시민단체들의 연명과 재생산 구조 마련을 위한 저수지로 활용해 왔던 ‘부패 카르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와 같은 진보 단체들의 회계 부정 및 비리 의혹의 재발을 막겠다는 목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정권 5년간 친정권 시민단체 등에 이뤄졌던 국고보조금 지원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뿐 아니라 집행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공적인 목표가 아닌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가 보조금을 취하는 행태가 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정권 차원에서 일부 시민단체로 보조금 명목의 국민 세금이 흘러가고, 해당 단체가 정권의 지지 세력으로 활동하는 ‘부패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것은 윤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견지해 왔던 시각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민의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 여러분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국고보조금을 불투명하게 처리하면서 친정권 활동을 벌인 것으로 비판받은 시민단체 등의 보조금 집행 내역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여 왔다. 특히 지난 8월 정의연 등 시민단체 1716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의연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령하고 개인 계좌로 후원금 모금을 했다는 검찰 수사로 기소돼 보조금관리법 위반·사기·지방재정법 위반·기부금품법 위반·업무상 횡령·배임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 중이다.
윤 대통령이 국고보조금 체계에 대한 ‘전면 재정비’를 지시한 데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도 점검 및 개편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정권에서 외교부·통일부·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와 서울시 등 지자체는 친정부 성향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도 그 사용처 관리·감독은 철저히 하지 않아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장애인 권리 관련 예산 요구액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출근길 시위’를 재개하기로 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대해 “무려 106억 원이나 반영됐다. 전장연이 무리한 액수를 요구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는다면서 다시 무고한 시민들의 출근길을 막겠다는 건 그야말로 트집 잡기”라고 비판했다. 전장연은 요구액(약 13조 원) 대비 0.8%만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서종민·김유진 기자 rashomon@munhwa.com
사면에 전직 검사·검사·검사···‘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검사들까지 포함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단행하는 2023년 신년 특별사면 명단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수사 방해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검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 역시 검사 출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뒤로는 ‘친정’인 검찰을 챙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신년 특별사면·복권 명단에는 장호중·이제영 전 검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이들은 검찰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에 파견된 검사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려 하자 수사팀을 가짜 사무실로 안내하는 등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 당시 특별수사팀장이던 윤 대통령은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검사 출신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복권된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을 통해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도 사면·복권된다. 그는 지난 16일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다. 형이 확정된 지 불과 12일 만에 사면되는 것이다. 최 전 2차장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3차장 등 요직을 거친 검사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불법 수수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도 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김 전 비서관은 검찰 재직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지내다 청와대에 입성한 뒤 검찰로 복귀해 대검 기획조정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거쳤다. 김 전 비서관이 대검 기조부장일 때 한동훈 장관이 그 밑에서 대검 정책기획과장으로 일했다.
경향 이보라 기자
총수’ 권리 누리면서 책임은 회피…24개 그룹 총수 이사 등재 ‘0’
대기업집단 중 총수 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회사 비율이 감소하고,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집중적으로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그룹 경영에 대한 영향력은 행사하면서도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외이사 선임이 증가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피…책임 없이 권한 누려
공정거래위원회가 67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2521개사(상장사 288개사)의 총수 일가 경영 참여, 이사회 구성·작동, 소수주주권 작동 현황 등을 분석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27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58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2394개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348개(14.5%)에 불과했다.
분석대상 회사의 전체 등기이사(8555명) 중 총수일가는 480명(5.6%)에 그쳐 그 비중이 더 작았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2018년 21.8%에서 2019년 17.8%, 2020년 16.4%, 지난해 15.2%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총수 본인의 이사 등재회사 비율도 2018년 8.7%에서 올해 4.2%로 반토막 났다.
삼성·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CJ·DL·부영·미래에셋·네이버·금호아시아나·셀트리온 등 24개 대기업집단은 총수가 이사로 등재한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다. 이중 DL·미래에셋·넥슨·코오롱·이랜드·태광·삼천리 7곳은 총수 본인을 포함해 총수2·3세 등 총수일가 모두가 계열사 이사 명단에서 빠졌다.
공정위 제공
총수일가는 미등기 임원 신분으로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등기 임원은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하지 않고 이사회 활동도 하지 않는다. 다만 명예회장·부회장·사장·대표 등의 명칭을 사용하며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다만 이사회 활동을 하는 등기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과 관련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경영에 실패하더라도 ‘면죄부’를 받는다는 의미다.
경영 책임 없는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영향력 행사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경우는 모두 178건(임원이 여러 회사에 재직하는 경우 중복 집계)으로 1년 전(176건)보다 늘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 비율이 46.7%에 달했다.
중흥건설(10개), 유진(6개), CJ(5개), 하이트진로(5개), 한화(4개), 장금상선(4개) 등 총수 본인이 다수 계열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는 관행도 여전했다.
특히 총수일가 미등기 임원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몰렸다.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178건 중 절반 이상인 104건(58.4%)이 규제 대상 회사였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일가 미등기 임원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집중 재직하고 있다”며 “총수일가의 책임과 권한이 괴리되는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반대 없는 사외이사 ‘거수기’에 불과
총수일가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등기 이사 가운데 사외 이사의 비율은 51%를 넘었지만,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 8027건 중 55건(0.69%)에 그쳤다.
공정위는 사회공헌 목적으로 설립된 공익법인에 총수일가가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의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66.7%에 달했다. 민 과장은 “공익법인이 편법적 지배력 유지·강화에 활용될 수 있다”며 “의결권 제한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내년에 실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종사자 8만명 줄어···사업체 평균 부채 1억7500만원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지난해 소상공인 종사자가 8만명 가까이 줄었지만 2030대 젊은 사장은 늘어났다. 소상공인 사업체당 평균 부채는 700만원이 늘어 1억8000만원에 달했다. 다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기저효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1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잠정 결과를 보면 작년 소상공인 종사자 수는 720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7만7000명(-1.1%) 감소했다. 사업체 수(411만7000개) 도 전년 대비 1만개(-0.2%)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예술·스포츠·여가업을 중심으로 종사자가 감소했다.
소상공인의 총 부채액은 426조원으로 29조원(7.4%)가량 늘고, 사업체당 부채액은 평균 1억7500만원으로 700만원(4.2%) 증가했다. 사업체의 부채 보유비율도 1년 전보다 1.9%포인트(p) 늘어 59.2%가 빚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업체당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20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 사업체당 매출액은 2억2500만원으로 2.9%, 영업이익은 39.8% 증가한 2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중기부는 “코로나 19가 시작된 2020년에 대비한 ‘기저효과’와 2021년 방역 조치의 단계적 완화, 코로나 지원금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경영 상황이 코로나 19 전으로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며 “조사방식이 바뀌어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영업실적이 2019년(3300만원)과 2018(3400만원)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표자 연령 분포는 50대(30.8%)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과 비교하면 40대 대표자는 줄고, 2030대는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증가 비율이 11.7%로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창업 동기로는 ‘자신만의 사업을 경영하고 싶어서’가 1순위로 꼽혔다. 이는 전년 대비 1.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임금근로자로 취업이 어려워서’는 전년 6.8%에서 4.3%로 조사돼 2.4%포인트 감소했다.
사업체당 평균 창업 준비 기간은 전년과 유사한 9.8개월이며, 창업비용은 8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3%(400만원) 증가했다.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경영애로(복수응답) 사항은 경쟁 심화(42%)와 원재료비 상승(39%), 상권쇠퇴(32%), 방역조치(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정책으로는 보조금 지원(70%)을 가장 많이 뽑았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사업체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2030대의 도전형 창업이 증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정부는 기업가 정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소상공인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경향 김은성 기자
의료·돌봄 찾아 일본은 집으로, 한국은 요양원으로
도쿄도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
노인 완치 중점 두기보다
스스로 일상 살도록 돕는
회복기 재활치료에 집중
지난 19일 일본 도쿄도 이타바시구의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 1층에 있는 재활 공간에서 환자가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한국은 2025년 총인구에서 65살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제도를 손질해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도 건강한 나이 듦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돌봄 환경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한겨레>는 12월18∼21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등과 일본 도쿄도 및 사이타마현을 방문해,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공적연금 전문가와 의료·돌봄 기관 등을 취재했다.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줄 일본의 앞선 경험과 고민을 두차례에 걸쳐 싣는다. _편집자
‘집으로 돌아가자’(おうちにかえろう·오우치니 가에로)
지난 19일 오후 일본 도쿄도 북서부 지역인 이타바시구 한적한 주택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카페가 1층에 자리한 5층 회색 건물 벽엔 하얀 글씨가 쓰여 있다.시민단체 구호 같은 문장은 이 건물 2~4층에 위치한 120개 병상 규모의 병원 이름이다. 이날 <한겨레>가 이 병원을 찾았을 땐,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 언어치료사 및 작업치료사(정서적 불안, 신체 장애 치료를 위한 훈련·레크리에이션 치료 진행) 14명이 4층 병동 한가운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서 “환자를 어떻게 하면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지난해 문을 연 이 병원 환자 대부분은 70~80대 고령층으로 뇌경색이나 폐렴, 골절 등으로 종합병원에서 진단·치료(급성기 치료)를 받은 뒤 이곳으로 옮긴 경우가 많다. 나이 듦에 따라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질병 치료에 중점을 두기보다, 집으로 돌아가 스스로 일상을 살도록 돕는 ‘회복기 재활’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는 입원해 있는 동안 인근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사 직접 조리를 하거나 집 욕실 설비와 유사한 환경에서 씻는 연습을 한다. 퇴원 뒤 살아갈 집 환경을 건강 상태에 맞춰 개조하는 작업, 필요한 방문진료나 돌봄 서비스 연결도 병원이 도와준다.
지난 19일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 직원이 휠체어에 탄 어르신이 설 수 있도록 부축하고 있다. 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치료사 등은 유니폼 대신 셔츠와 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일하고 있다. 도쿄/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지난 11월 일본의 건강 관련 온라인 매체 <요가>는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에 입원한 80대 남성 사연을 소개했다. 다른 병원에서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그는 인지기능이 떨어져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꼭 집에서 살면 좋겠다”는 딸의 희망으로 이 병원을 찾았다. 혼자 화장실도 가지 못하던 아버지는 이 병원에 와서 스스로 옷을 입고, 난간을 잡고 걸을 수 있게 됐다. 이 병원을 운영하는 ‘팀블루’ 대표 야스이 유는 “건강이 나쁜 상태에서 폐렴으로 병원에 오면 식사를 하지 못해 코로 삽관을 하지만, 이분처럼 환경을 바꿔 (건강) 상황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며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한 이들의 보조원 역할을 하는 병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병원 환자 10명 가운데 8명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몸이 불편한 노인이 돌봄을 받기 어려운 경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장기간 머물 수밖에 없는 한국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처럼 회복기 재활치료를 받고 집으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한국에선 2년 전 도입돼 이제 시작 단계다. 2005년 총인구에서 65살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지역포괄케어’ 을 시작했는데,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역사회 의료와 돌봄을 잇는 병원이 생겨났다. 일본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 전체가 76살이 되는 2025년을 대비하기 위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 안에서 고령층이 치료와 돌봄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고령층 개인 상황에 맞춰 적합한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기초지자체(시정촌)는 지역포괄지원센터(2021년 기준 전국 5351곳)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위탁운영 중인 사이타마 센트럴병원 마루야마 나오키 원장은 “의료는 병원 안에서만 완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 행정과 협동해 방문진료와 간호, 재활까지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이 지역포괄케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전체 병상 수는 줄이고, 일상 복귀를 돕거나 집에서 진료를 받는 재택의료는 강화했다. 일본인이 임종을 맞는 가장 흔한 장소는 여전히 병원이지만 의료기관(20병상 이상) 사망 비율은 2005년 79.8%에서 2020년 68.3%로 줄어드는 추세다.
고령층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버팀목은 개호보험(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유사)이다.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듦을 인정받은 만 65살 이상 고령층과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만 40살 이상에게 24시간 방문간호·돌봄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이다. 개호보험 수급자는 서비스 이용비 10%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소득 수준에 따라 30%를 내는 경우도 있다. 2018년 기준 일본 노인 인구 가운데 개호보험 수급자 비율은 18.2%이다. 만 65살 이상이 부담하는 한달 평균 개호보험료는 6014엔(5만7천원)인데, 이용자가 늘어 재정 부담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소득이 많은 이들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걷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구축은 현재진행형이다. 돌봄·의료기관이 많은 대도시와 달리,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 노가미 히로시 도쿄도 미나토구청 보건복지과장은 “돌봄·의료 연계가 어렵긴 했지만 미나토구는 자원이 풍부한 편이라 다른 지역과 비교해 빨리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며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아직도 실현이 어려운 지자체도 많고 지역별 격차가 커 서로 도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북한 위협 해소? 윤 정권, 안보 딜레마의 늪에 빠지다
[2023년 국방예산 문제점 ①]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과 국방예산 (상)
임기 2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권의 첫 번째 국방예산이 57조143억 원으로 확정됐다. 윤석열 정권은 2023년도 전체 예산을 전년도보다 3.8%p 감소한 5.1% 증액률로 편성하면서도 국방예산만큼은 오히려 1%p 늘어난 4.4% 증액률을 적용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속에서도 윤석열 정권은 아랑곳없이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확장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 전체예산의 증가율은 감소했지만,국방예산의 증가율을 늘어났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이전 정권처럼 윤석열 정권도 북한 위협을 국방예산 팽창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로부터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팽창의 타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남한은 이미 핵전력을 포함한 북한 군사력의 위협과 도발, 침공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대결과 강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불필요하고 부당한 대북정책에 매달리며 대군 체제를 유지하고,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 포위전략에 편승해 이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대형, 고성능 공세 무기를 도입하면서 숨 가쁜 군비증강이 이뤄지고 국방예산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군비확장과 국방예산 팽창이 한반도 평화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안보 딜레마의 늪에 빠져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민생을 희생하며 전쟁으로 민족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 바탕에 윤석열 정권의 '힘에 의한 평화' '억제를 통한 평화'라는 시대착오적이고 왜곡된 안보관이 있다.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과 국방예산 팽창
문재인 정권의 모든 정책을 폐기하고 단죄까지 하는 윤석열 정권이 유일하게 계승하고 있는 것이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안보 공약으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했으며, 이를 위해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다시 주적으로 명시"하고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하겠다"며 대결적인 대북 안보관을 주저 없이 드러낸 바 있다. 그가 취임한 후 한미연합연습 야외 기동훈련을 재개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주도의 다자연합 연습에 한국군을 적극적으로 참가시키고 있는 것도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을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그러나 '힘에 의한 평화'는 인류가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후 전쟁을 국가정책 수단으로부터 배제하려는 부전조약을 체결(1928)한 후나 2차 세계대전 후 인류 생존을 위해 무력 위협 또는 무력 사용을 금지한 유엔헌장(1945)을 채택한 후부터는 국제사회가 배척해 온 안보관이다.
'힘에 의한 평화'와 짝을 이루면서 이의 구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이 소위 '억제를 통한 평화정책(억제정책)'이다. 억제정책이란 힘을 사용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과시해 상대방이 그 의지와 능력을 믿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달리 말해서 상대방을 겁주고 위협해 이른바 '도발' '침공'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힘에 의한 평화', 곧 억제정책을 통한 위협은 그 자체가 상대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무력 위협 또는 무력 사용을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에 정면으로 위배 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세계 패권을 위해 '힘을 통한 평화'를 정당화 해왔고 일본도 일본판 '힘을 통한 평화'인 '적극적 평화주의'를 표방하며 군비증강과 군사대국화의 길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이 결합해 소위 '인도·태평양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여기에 나토의 아태지역 진출까지 더해져 냉전 시대의 지역별, 진영 간 대결이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신냉전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한국의 나토 참여에 더 깊숙이 발을 담그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요구와 압력에 이끌려가는 것과 함께 '힘에 의한 평화'라는 이 정권의 안보관이 일본 정권의 안보관과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공세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운용→군비증강→국방예산 증대에 매달릴수록 위협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된 안보 딜레마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미소, 미중, 남북간 군비경쟁은 모두 '힘에 의한 평화'정책의 산물이나, 이를 통해 안보위협이 해결되기는 커녕 확대 재생산됐을 뿐이다.
북한이 핵 선제공격을 표방한 새로운 핵 법령을 채택(2022.9.8.)한 것은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강화와 대북 (핵)선제공격을 명시한 새 작전계획 수립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크다. 북한도 경제를 희생시켜가면서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증강을 계속해왔으나 초 공세성을 띤 핵 교리를 도입해야 할 만큼 안보와 체제가 되레 위태로워진 것이다. 이제 한반도는 핵 선제공격으로 맞서는 최악의 초 공세적 대결 상태로 접어들었다. '힘에 의한 평화' '억제를 통한 평화'가 국가와 민족을 대결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을 막고 남북이 평화와 번영,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과 북한이 모두 '힘에 의한 평화'와 억제정책을 폐기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 이는 '힘에 의한 평화'와 억제정책의 하위 개념인 초 공세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공세 무기 도입 등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증액도 함께 철회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와 동맹 구축,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군사 활동 강화, 대만 해협 등 동북아지역의 군사대결장화와 여기에 한국군이 가담하는 것도 지양돼야 한다는 걸 뜻한다.
한미동맹과 초공세적 전략, 제동장치 없는 군비증강·국방예산 팽창의 직접 원인
▲ 한미 연합공군훈련 지난 20일 한반도 인근에 전개한 미국 B-52H, F-22, C-17이 비행하고 있다.
ⓒ 국방부 제공
한미연합군의 군사전략은 북한위협 부풀리기에 기초한 초공세전략으로 제동장치 없는 전력증강과 국방비 증액의 직접적 원인이다. 맞춤형 억제전략과 4D(탐지→교란→파괴→방어) 작전에 토대한 작전계획 5015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징후만 보여도 선제공격한다는 초공세작전이다.
여기엔 참수작전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 제거 작전과 북한군 격멸 작전이 포함된다. 그렇지만 맞춤형 억제전략과 4D 작전, 작전계획 5015에 따른 선제공격은 무엇보다도 불법이며, 모험주의적이고 실효성 없이 고비용만 초래한다.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은 북한이 공격 징후만 보여도 대북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것인 만큼 이는 평화통일을 천명한 헌법 4조와 무력 침공을 부정한 헌법 5조, 선제적 무력 행사를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 위반이다. 국방부와 군은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징후를 보였을 때만 선제타격하겠다는 것이니만큼 반드시 선제공격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한미연합군으로서는 북한의 어느 미사일에 핵무기가 장착돼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에 대해 4D 작전을 전개해야 하므로 전면적인 선제공격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군을 격멸하겠다는 것은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북한군에 대한 불필요한 과잉 살상으로 이어져 전시국제법(헤이그법)의 위반이 된다. 전시국제법의 원칙을 제시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선언(1868)은 "한 국가가 전쟁 중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유일하고 합법적인 목적은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으며, 이는 이후 전시 불필요한 과잉 살상을 막기 위한 헤이그법 원칙 중에서도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는다. 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선언은 "이러한 목적 -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 을 위해서는 병력(부대)의 주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대북 선제공격은, 설령 제한적인 핀포인트 공격이라고 해도, 반드시 전면전으로 비화한다. 북한이 이미 남한은 물론 일본과 태평양 미군 및 미 본토까지 보복할 수 있는 핵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조건에서 대북 선제공격은 남북한의 모든 생명과 자산, 미일의 일부 생명과 자산을 담보로 하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전략이자 작전이다.
한미연합군이 제아무리 대북 정찰 능력을 강화해도 산악지대 등을 이용해 은폐·엄폐된 고정식 발사대와 수백 대에 달하는 이동식 발사대를 모두 탐지해 발사 전에 파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북 선제공격은 분명 실효성이 전혀 없는 전략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맞춤형 억제전략과 4D 작전을 실행하기 위한 이른바 3축 체계(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 응징보복) 구축에 2017년~2022년에 약 30조 원(국방부 발표 액수 기준)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썼고, 2023~2027년에 30조 원을 추가로 지출할 계획(신원식 의원실, 2022.10.21.)이다.
그러나 안보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북한도 계속 재래식 전력을 증강하며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고 핵 선제공격을 표방한 '핵 법령'까지 채택함으로써 남북이 안보 딜레마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고착되는 형국이다.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팽창이 안보를 개선하기는커녕 악화시킨다는 방증이다.
2023년도 방위력 개선비는 16조9169억 원이다. 이 예산 대부분 대북 선제공격용 최첨단 고성능 무기체계 도입에 사용된다. 이른바 '3축체계' 수행을 위한 무기 도입비는 이중 31%인 5조2954억 원(연합뉴스, 2022.12.24)에 달한다.
▲ 국회에서 통과된 2023년 국방예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최첨단 고성능 공세 무기는 천문학적 액수의 도입비가 들어갈 뿐 아니라 도입비의 최소 4배 이상(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 2019.10.7.)의 막대한 운영유지비가 들어간다. 국내 개발 중인 KF-21 사업 예산은 무려 18조 원이며, 운영유지비는 얼마가 소요될지 가늠조차 안 된다. F-35A 40대의 운영유지비는 40조~80조 원(홍영표 의원,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 2019.10.7)으로 추산된다. 10~20년 후에는 국방예산 대부분을 고성능 첨단무기 운영유지비에 쏟아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고성능 공세무기 대신 방어전략과 작전에 상응하는 무기체계를 도입한다면 방위력개선비와 운영유지비를 50% 이하로 줄여 국방예산을 크게 삭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선제공격전략과 작전을 폐기하고 방어전략과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헌법과 국제법 준수로 민족의 공멸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는 대전제요, 국방비 삭감을 통해 국민경제와 민생을 도모하는 길이자 판문점·평양 선언, 군사 분야 합의서의 준수와 이행으로 군축과 평화협정 체결,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기도 하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spark946)/ 오마이뉴스
작전통제권 환수 명분으로 늘어난 군비, 미국 인태전략 동원 가능성↑
[2023년 국방예산 문제점①]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과 국방예산 (하)
작전통제권 환수 위해 전력증강 필요하단 주장은 잘못된 전제
문재인 정권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해서는 전력이 증강돼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에 매달려 집권 내내 국방예산을 크게 늘려 군비를 증강했다. 이른바 '3축체계'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2021년에 체계를 완성해 임기 내에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헛물만 켠 꼴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감시·정찰자산 확보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체계 고도화 등 두 가지를 한국이 집중적으로 준비할 경우 미국도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이양하는 데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VOA, 2022.5.7)이라며 한국군의 감시·정찰 자산 확보와 MD 능력의 고도화를 전작권 환수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여기서 전작권 환수 조건이란 박근혜 정권이 미국과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에 따르면, 첫째 한국군이 한미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군사 능력을 확보해야 하며, 둘째 한국군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초기 필수능력을 갖춰야 하고, 셋째 전작권 환수에 부합한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작권 환수를 위한 조건 검증 목록과 기준 관련 문턱이 높아지는 데다 세 번째 조건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한미가 기준을 객관적으로 합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전작권을 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면 충족할 수 없는 조건이다. 결국 윤석열 정권도 능력과 조건에 매달리는 한 작전통제권 환수는 포기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사실 군사적 능력을 전작권 환수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미 한국군은 그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한국군은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2010.6.27)고 밝혔었다.
그런데도 역대 정권은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조건에 매달리면서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전력 보강이라는 명분으로 매년 11조~14조 원(3축 체계 예산과 국방개혁 명목 비용 포함) 안팎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왔다. 이 비용이 방위력 개선비의 80%를 넘어설 정도로 국방예산 팽창의 주된 요인을 이뤘다. 그러나 이러한 거액의 투자가 전작권 환수 조건을 충족시키기는커녕 예산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고 있다.
이에 작전통제권 환수는 군사적 능력과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그 본성에 맞게 주권과 헌법 수호, 국가 자주와 정치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군이 제시하는 검증 기준을 거부하고 박근혜 정권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와 문재인 정권의 '연합방위지침'을 폐기한 후 전작권 환수를 선포하면 된다. 여기에는 아무런 국내법·국제법적 제약이 없으며, 군 최고 통수권자의 선언만 있으면 된다.
나아가 선제공격전략과 작전을 폐기하고 방어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을 수립해야 작전통제권 환수의 길을 더 크게 열 수 있으며 환수된 작전통제권을 실효성 있게 행사할 수 있다. 초 공세적 (핵)전쟁계획 하에서는 미군에 대한 의존도가 커짐으로써 작전통제권을 환수해도 명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작전통제권 환수를 명분으로 들여온 최첨단 고성능 공세 무기의 운영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작전통제권 환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예를 들어 F-35/15K나 세종대왕함 등은 링크-16등 통신수단을 비롯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미국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작통권 환수 의의를 반감시킨다.
미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 본토 방어에 한국군 동원 가능성과 국방예산 팽창
2023년도 방위력 개선비에는 한국군의 역외작전을 위한 전력 도입비가 대거 포함 돼 있다. 대형 수송함, 대형 구축함, 중형 잠수함, 공중급유기, 조기경보통제기, 대형 수송기,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상륙기동헬기, 상륙공격헬기 등이 대표적인 무기체계다. 2023년도에 이들 무기 도입을 위해 배정된 예산만 약 1조8429억 원이다.
그러나 이들 전력은 대북 방어에는 별 쓰임새가 없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중 대결에 동원되고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를 위해 쓰일 무기체계다. 한국 해·공군은 현재도 하와이, 호주, 필리핀, 태국 등 미국과 연합훈련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쫓아가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만약 한미위기관리 각서가 개정돼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한국 해·공군의 동·남중국해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연합작전 연습 참가와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관련 장비 도입도 더 확대될 것이다.
국회 심사과정에서 신규 도입사업으로 예산 4400만 원이 막판 끼워넣기 된 SM-3 요격미사일은 요격 고도가 최소 100km 이상으로 남한 방어용이 아니며 일본과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겨냥한 북·중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용이다. SM-3 블록 II-A는 요격 고도가 최소 800km에 달해 미 본토를 겨냥한 북·중 ICBM을 상승·하강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1발 당 무려 480억~560억 원을 호가한다.
특히 한국의 중대형 구축함과 중형 잠수함 등의 함대지 전력은 양안 분쟁 시 미국의 요구로 미국과 대만 지원에, 미·중 분쟁 시 미국을 겨냥한 중국 북동부 지역의 ICBM 기지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 또 서해에서 남하하는 중국의 북해함대 전력을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남한이 북한은 물론 주변국의 무력 침공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조건에서 미국과 미군의 남한 방어 지원을 조건으로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를 지원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생명과 자산을 거는 도박 같은 짓이다.
한편, 2023년도 국방예산 전력유지비 중 주한미군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방위비 분담 예산 1조911억 원, 주한미군 시설부지 지원비 102억 원, 주한미군 C4I 체계 및 워게임 모델 사용료 266억 원 등 총 1조1279억 원이다. 해외파병비용 501억 원, 한미연합연습 115억 원, 해외연합훈련 145억 원도 주한미군이나 미군을 위한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력유지비 중 외화 예산은 약 14.7억 달러인데 이중 약 80%(1조5170억 원, 2023년 예산환율 1290원 적용)가 미국에 지급하는 해외정비비 등이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 특별회계에 있는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 650억 원, 평택기지 이전 비용 1424억 원 등도 미군을 위한 비용이다. 카투사 관련 비용 192억 원(2018년 기준, 2020 국방백서)도 주한미군 지원 경비의 일환이다. 이에 2023년에 미국과 주한미군에 지급되는 비용은 약 2조9476억 원으로 전체 전력유지비 의 17.5%에 해당한다.
이외 방위력 개선비 중 외국 무기 도입비는 약 17.7억 달러인데 이 중에서 미국산 무기 도입비는 통상 80%인 1조8266억 원에 달한다.
매년 증감이 있지만, 전력유지비와 방위력 개선비에서 약 4.8조 원(국방예산의 8.4%)이 미국과 미군을 위해 쓰이는 셈이다.
▲ 국방예산 중 미군관련 비용ⓒ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그러나 대미 군사적 종속에 따른 한국의 국방비 부담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전력운영비 중 상당한 액수가 미국의 요구에 따른 작전계획 5015의 수행을 위한 대군 체제와 최첨단 고성능 무기체계 유지에 사용된다. 이에 작전계획 5015를 폐기하고 방어 위주의 작전계획을 수립해 병력과 최첨단 고성능 무기의 유지비를 1/2로 줄인다면 2023년 국방예산 전력운영비 약 40조 원 중 20조 원을 줄일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원한다면 대북 대결정책과 한반도 역내외에서 도를 넘어 진행되고 있는 한미, 한미일 등 양자·다자연합 연습을 중단해야 한다. 힘에 의한 대북 압박은 위기와 분쟁을 확대 재생산하며 북한의 핵 능력을 고도화할 명분을 제공하고 한반도 분단을 연장할 뿐이다. 따라서 힘에 의한 대북 압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 이는 이 시대 최고의 국가와 민족의 가치이자 이익인 자주와 평화, 통일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미동맹과 초공세전략을 앞세운 북미, 남북 대결 속에서는 만성적인 전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없다. 동북아에서의 긴장 완화가 자국의 패권과 대중국 포위전략을 약화시킬 것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조차 받지 못하는 미국, 그래서 한반도에서의 끊임없는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필요로 하는 미국을 해바라기 해서는 결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단호히 한미동맹의 사슬을 끊어내는 데서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열린다.
북한이 핵 법령을 채택해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폐기하고 핵 선제공격으로 돌아선 데는 더욱 강화되는 한미 당국의 대북 군사적 강압 정책과 선제공격을 한층 강화한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에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한미가 선제공격전략인 작전계획 5015와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 계획을 포기하고 방어적 작전계획으로 전환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 준다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길은 얼마든지 다시 열릴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법령 채택 후 가진 시정연설에서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 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면서 조건부 핵 포기 입장을 밝혔다. 곧 북한 체제가 위협받지 않는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조성되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더 늦기 전에, 그래서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기 전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합리적 방어 충분성에 따른 방어전략 수립과 후속 군사 분야 합의서 채택을 통해서 공세 전력을 후방으로 이동 배치하고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간다면 현재의 비대한 대군 체제를 절반으로 감축하고 국방예산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라!" 이 명언이야말로 부전조약과 유엔헌장 채택 이래로 전쟁이 없는 평화의 국제사회를, 평화의 한반도를 구현하고자 한 인류의, 민족의 염원에 화답하는 생명과 희망의 소리다. 국회마저 맹목적인 군비증강의 들러리가 된 지금 군비확장을 막고 한반도 평화, 국가와 민족, 민중의 미래와 희망을 열 주체는 국민뿐이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spark946)/ 오마이뉴스
강간 판타지 충족” 전신형 리얼돌 허용에 여성단체 반발
리얼돌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성인 형상을 갖춘 ‘전신형 리얼돌’의 국내 통관이 허용된 가운데, 여성단체가 “여성 혐오를 조장하고 성범죄를 사소화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연대)는 26일 성명을 내고 “리얼돌은 단순 사적 영역이 아니라 산업의 영역이며 여성 신체 훼손의 문제”라며 “정부는 리얼돌 통관을 전면 재검토하고 리얼돌 제조와 유통 산업 전반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를 성 기구화하고, 거래 가능한 몸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킨다”며 “리얼돌의 판매와 사용을 보면 실제 남성의 강간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각본에 충실하게 짜여 있다. 포르노적 각본을 철저히 따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세청의 결정은) 리얼돌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을 무시한 처사이며 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연대는 또 “리얼돌 수입 통관을 허용하는 판결이 나자마자 전국에는 ‘리얼돌 체험방’이라는 유사 성매매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지금까지도 체험방은 단속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묵인·방치되고 있으며 이번 관세청의 결정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는 리얼돌 제작·판매·유통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앞서 관세청은 이날 리얼돌 수입통관 지침을 개정·시행한다고 밝혔다. 성인 형상을 갖춘 전신형 리얼돌의 통관을 허용하되, 미성년 형상의 전신형 리얼돌 등은 수입을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관세청은 리얼돌 수입업자들이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 현재까지 48건의 소송에서 관세청의 패소가 확정된 경우가 19건, 승소한 경우는 2건이다. 법원은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 최소화 등을 이유로 수입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최혜승 기자
'박원순 유산' 서울 도시재생센터 40% 문 닫았다
55곳 중 올해까지 22곳 운영 종료
시가 집수리 직접 떠맡아 예산 증액
13일 촬영한 서울 '1호 도시재생사업구역'인 종로 창신·숭인지구 노후주택 밀집지역 모습. 윤현종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이었던 '도시재생'을 담당하는 도시재생지원센터의 40%가 이미 운영 종료됐거나 연내 문을 닫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은 센터들도 속속 폐쇄될 예정이다. '박원순식 노후주택 개발'의 상징이었던 도시재생 사업 자체가 사실상 대폭 축소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의 도시재생 재구조화 일환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시재생 사업을 위탁받은 기관인 도시재생지원센터 55곳(광역센터 1곳, 현장센터 54곳) 중 21곳은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속속 문을 닫았다. 용산구에 위치한 광역센터 또한 연내 업무가 종료된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박 전 시장의 도시재생 사업을 상징하는 기관이었다. 2018년 3월부터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나온 이후, 이 센터는 재생사업지 내 주민공동체 활성화 지원 및 노후주택 수리 지원 업무 등을 담당해 왔다. 도시재생은 뉴타운식 대규모 개발 대신 노후주택 밀집지의 주변 환경을 개선해 쇠락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골목길 벽화 조성 등 환경미화에만 치우쳐, 노후주택 거주자들의 실제 삶의 질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오세훈 시장은 취임 2개월 후인 작년 6월 "도시재생 사업을 재구조화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서울시는 각 센터와 업무위탁 계약을 더 이상 갱신하지 않았다. '오세훈식 도시재생 사업 재구조화'는 재생사업지 중에서도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엔 정비사업 등 다양한 개발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존 위주인 박 전 시장의 접근법과는 다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 11월 지원센터 폐지 등에 대한 지침을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한 전 기관에 전달했다"며 "(센터 폐지는) 이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센터들은 계속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노후주택 밀집지를 잇는 좁은 골목길. 윤현종 기자
예산 내역 보니 인건비 위주 지출
서울시는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예산 운용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본보가 입수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현장센터 54곳은 설치 이래 총 674억 원의 예산을 썼는데, 이 중 315억 원을 인건비로 쓴 반면 사업비에 쓴 돈은 182억 원이었다.
구체적으로 △강동구 성내2동 △강동구 암사동 △관악구 난곡·난향동 △서대문구 천연·충현동 등 7곳의 재생사업지 현장센터는 센터 설치 후 총 68억3,000만 원의 예산을 썼는데, 41억 원을 인건비에 지출하는 동안 사업비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특히 천연·충현동 도시재생지원센터는 11억1,400만 원의 예산 중 98%인 11억200만 원을 인건비로만 쓴 것으로 확인됐다. 광역센터 또한 총 370억 원이 투입됐는데 사업비에 162억 원, 인건비는 그보다 많은 176억 원을 지출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산마루놀이터에 조성된 도시재생사업 관련 시설. 바로 앞에 펼쳐진 저층 노후주택 밀집지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윤현종 기자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도시재생 사업 초기엔 공동체 활성화에 집중하면 재생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전제가 있었다”며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하는 공동체 활동 예산이 많다 보니 인건비가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집수리 사업은 직접 하겠다”
도시재생지원센터 폐지에 따라 각 센터의 업무는 시 주택정책실로 이관된다. 센터 업무였던 노후주택 집수리 지원 사업은 주택정책실 주거환경개선과가 전담한다. 서울시는 집수리 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대신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수리 사업 예산은 올해 100억 원이었고 내년부터 200억 원으로 시작해 5년 간 매해 200억 원씩 1,000억 원으로 늘려놓은 상태”라며 “센터가 폐지된다고 해서 집수리 지원 정책이 후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 사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균형발전본부 관계자는 "도시재생 사업 방식은 28가지가 있는데, 지금껏 다양한 사업 방식을 활용하지는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지원센터 단위가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혐오의 장’된 포털 댓글 어떻게 할 것인가
이태원 참사 이후 포털 댓글이 또 다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참사 생존자였던 A군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으로 포털 악플이 지목됐다. 참사 희생자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KBS에 출연해 ‘ 가장 힘든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악성 댓글이 제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고 답했다.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지난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기사 혐오댓글 더 많았다
국민일보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팀에 의뢰해 ‘이태원 참사’ 당일부터 열흘 뒤인 11월 9일까지 이태원 참사 기사 댓글 123만여개를 분석한 결과 혐오댓글이 58.27%로 절반을 넘겼다. 혐오가 감지되지 않은 ‘비혐오 댓글’은 41.72%에 그쳤다. 참사 전 네이버 기사 전체 댓글에선 비혐오 댓글이 과반(52.34%)이었다. 포털 자체에 혐오댓글이 많지만 이태원 참사 기사에선 더 많은 혐오 댓글이 포착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등 국면에서 혐오 댓글이 늘었다.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가 포털 뉴스 댓글 데이터 수집 후 혐오발언 측정 알고리즘을 통해 혐오발언의 빈도를 파악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대상 혐오 발언이 늘었다.
포털 뉴스는 주목도가 높다는 점에서 댓글 문제로 인한 악영향도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관련 댓글을 접한 이용자의 71.4%는 ‘혐오적이거나 인신공격성 댓글’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55.8%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 시 관련 뉴스 및 정보에 달리는 댓글창을 차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포털 대응 발전하고 있지만 ‘혐오대응’ 한계
포털이 방관한 건 아니다. 포털의 연예, 스포츠 댓글 서비스 폐지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양대 포털은 △댓글 본인확인제 도입 △ 댓글 작성 수 제한 △댓글 정렬방식 변경 △댓글 작성 이력공개 △ 악플 필터링 인공지능 도입 및 고도화 등을 통해 댓글의 해악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카카오는 댓글 ‘닫힘’ 상태를 기본 화면으로 개편하기도 했다.
이들 서비스 개편은 일련의 성과를 거두긴 했다. 네이버 발표에 따르면 네이버 프로필 사진 노출 조치를 강화한 후 한달 간 악플 자동삭제 건수가 16%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 포털 다음에 따르면 인공지능 필터링 기술 ‘세이프봇’ 도입 이후 욕설 댓글이 63.8% 줄었다.
▲ ⓒgettyimagesbank
그러나 문제는 인공지능의 ‘악플’ ‘욕설 댓글’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문제적 댓글의 존재다. 특히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성 댓글 가운데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진 않지만 해악이 심각한 경우가 많다. 국민일보 분석에 따르면 일부 댓글은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를 외국에서 들어온 정체 모를 행사라며 금지하라거나 쫓아내라는 식으로 혐오를 드러냈고, 유족의 슬픔을 비꼬고 시민의 애도 목소리를 ‘선동질’로 비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는 ‘욕설 필터링’으로는 대응하기 힘들다.
댓글창 폐지 외의 대안은 없나
이 같은 상황에서 ‘포털 댓글창 폐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16일 시민추모제가 진정한 추모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양대 포털에 관련 기사 댓글창 닫기를 요청했다. 카카오는 이에 응해 추모제 기사에 댓글을 없앴다. 네이버의 경우 포털 내 댓글창 관리 권한을 언론사가 갖고 있는데 지상파3사, 종편4사, 보도채널2개사와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연합뉴스 등이 관련 기사의 댓글창을 닫았다.
권김현영 여성학자는 27일 한겨레 ‘세상읽기’ 칼럼을 통해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를 당장 마련하기에는 규제 대상과 방법에 관한 논의 과정이 매우 복잡해 번번이 실효성 있는 조치와는 거리가 멀어졌다”며 “가장 문제가 된 영역부터, 가장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에게 문제 해결의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자. 인터넷 포털 뉴스 댓글, 이제는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포털 댓글 폐지도 고려해볼만한 대안이지만 창구 자체를 없애는 방안이 적절한지, 한쪽을 억누르면 다른 쪽으로 문제가 커지는 ‘풍선효과’는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연예 스포츠 댓글 폐지 이후 풍선효과가 관찰된 사례가 있다. 언더스코어와 미디어오늘 분석 결과 연예 이슈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의 네이버 댓글 폐지 이전 100일 간 평균 댓글수는 324개였는데,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 폐지 이후와 네이트 연예뉴스 댓글 폐지 사이인 139일 동안 평균 댓글 수는 423개로 늘었다. 이어 네이트 댓글 폐지 이후 100일 동안에는 평균 댓글이 520개로 늘어난다. 댓글들 가운데 혐오발언을 포함한 악플의 비율을 추정한 결과 네이트 댓글 폐지 이후 DC인사이드의 연예 관련 세 갤러리의 악플 비율이 33%(네이버 댓글폐지 이전)에서 40.9%로 늘었다.
▲ 더쿠의 평균댓글수 추이(왼쪽 선이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 폐지 시점, 오른쪽 선이 네이트 연예뉴스 댓글 폐지 시점) 자료=언더스코어
이런 가운데 네이버, 카카오와 대형 인터넷커뮤니티 등이 소속된 자율규제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혐오표현 심의위원회’를 만든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현재 혐오표현심의위는 이승선 충남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임했으며 2023년 상반기 중 혐오표현 심의를 할 예정이다. 이승선 위원장은 “혐오표현을 정의하는 작업부터 개별 사례 심의에 이르기까지 표현의 맥락과 배경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판단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혐오표현 심의는 법으로 규정하지 못한 혐오표현을 자체적으로 정의하고, 포털을 비롯한 주요 인터넷 사업자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 다수나 해외사업자가 KISO 가입사가 아니라는 점에선 한계가 있다.
지난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토론회에서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혐오표현의 경우 완전한 자율규제 체계가 아닌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심이 된 협력적 자율규제 모델 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승현 겸임교수는 “온라인 혐오표현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좀 더 대안적인 협력적 자율규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형식적 자율규제보다는 높은 수준, 공동규제 보다는 낮은 수준의 자율규제 체계로서 국가기관 승인 하에 재정적으로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제3자가 관여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포털 사업자의 대응과 교육 등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댓글이 가진 공론장의 의미, 나름의 건강한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교수는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현재도 있는 자율신고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신고 기능을 안내하고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 모니터에 그치지 않고 사람에 의한 모니터가 필요하다. 규제 논의는 이뤄지지만 교육에 대한 논의가 미미한 점도 문제다. 인터넷 윤리 교육 확대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법인세 인하 소기업 2만원 vs 재벌기업 24억원 '극과 극'
새해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개정된 법인세율에 따라 기업들이 받을 세금 인하 혜택은 과세표준(과표) 구간별로 기업당 평균 2만 원에서 24억 원까지 큰 격차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 인하 금액이 가장 적은 과표 구간에는 전체의 90% 가까운 80만여개 기업이 몰려 있는 반면 가장 많은 금액이 줄어드는 구간에는 0.01%인 103개 기업만 포함돼 있다.
26일 진선미 의원실과 통계청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법인세 인하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보는 구간은 과표 3000억 원 초과 구간으로 총 2471억 8600만 원이 감소된다. 이에 반해 2억 원 이하 구간에서는 167억 5200만 원에 그칠 전망이다.
더구나 3000억 원 초과 구간에 포함되는 기업은 103개로 전체 90만 6300여 개 기업의 0.01%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2억원 이하 구간에는 88.4%나 되는 80만 1100개 기업이 대거 몰려있다. 이에 따라 3000억 원 초과 구간에서는 1개 법인당 평균 24억 원의 세금이 줄어 든다. 2억 원 이하 구간의 평균 감소액은 2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과표 2억~5억 원 구간의 기업 수는 5만 7000여 개, 법인세 감소액은 176억 원으로 기업당 평균 세금 감소액은 31만 원이다. 5억~200억 원 구간은 기업수 4만 6600개, 감세액 14조 4000억 원으로 기업당 평균 309만 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200억~3000억 원 구간은 1435개 기업, 1767억 억 원 감세로 기업당 평균 1억 2316만 원이 인하된다.
과표 구간별 기업당 평균 감세액을 정리하면 △2억원 이하 (2만 원) △2억~5억 원 (31만 원) △5억~200억 원 (309만 원) △200억~3000억 원 (1억 2316만 원) △3000억 원 초과 (23억 9986만 원) 등이다. 소기업에서 중기업으로 나아가 대기업, 초대기업으로 갈수록 세금 감소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대기업에 한정해 법인세율을 내리려는 정부 여당에 맞서 모든 기업에 감세혜택을 돌아가도록 모든 과표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 인하했다고 자찬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회의장의 절충안을 받아들여 인하 폭을 낮췄다고는 해도 인하 효과는 실제로는 대기업에 편중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애초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는 안을 제출했다.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친기업, 부자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돌아온 것은 재정적자와 기업들의 사내유보 확대였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발행된 국채 규모는 평균 20조 원에 이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평균 5조 6000억 원과 비교해 엄청난 규모다. 반면 전체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2008년 326조 원에서 2014년 845조 원으로 2.6배 증가했다. 기업들이 세금 인하로 생긴 여유 재원을 투자에 활용하기 보다는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둔 결과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종부세 사실상 폐지 위기…민주당의 자가당착
2주택자도 ‘다주택자’ 중과 대상서 제외
집값은 내리는데 과세 기준은 되레 올려
"초부자 감세" 민주당의 여당 비난 무색
종합부동산세가 사실상 폐지될 위기에 빠졌다.
13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와 여야 원내 대표들은 새해 예산 부수법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주택분 종부세 세율 개편안에는 거의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개편안은 종부세 대상을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고, 기본공제 금액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렸다.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다주택자의 범위를 조정대상 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3주택 이상 보유자로 축소했다. 어느 지역이든 집 두 채까지는 다주택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게 됐다.
현행 종부세법은 다주택자에게는 1.2~6.0%까지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1주택자 등에는 0.6~3.3%의 낮은 세율(일반세율)을 적용한다. 정부와 여당은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아예 폐지하고 일반세율로 단일화하고 일반세율도 0.5~2.7%로 내리자고 제안했다.
◇ 종부세 도입된 2005년보다 세율 후퇴
더불어민주당은 다주택자 중과세율 적용 체계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여야는 중과세율 적용 대상을 조정대상에서 조정대상 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2주택자를 제외하기로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3주택 이상 보유자라고 하더라도 과표가 12억 원(공시가 기준 약24억 원) 이하라면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여야는 과표 12억 원 이상의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되는 중과세율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를 하지 못했다. 야당은 최고 세율이 적어도 5.0%는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크게 낮추자고 맞서고 있어 최고 세율이 현행 6%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과세 대상을 1세대 1주택자는 현행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기본공제도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린다. 부부 공동명의자의 경우 기본공제가 18억 원까지 오르게 된다.
주택분 종부세율이 정부와 여당의 제안(0.5~2.7%)대로 조정된다면 종부세율은 현행 세율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또한 종부세가 처음 도입된 2005년의 1.0~3.0%보다도 후퇴하는 셈이다.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 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종부세의 과세 기준은 높이고, 기본 공제는 올리고, 세율을 낮추려는 정부 여당의 개편안은 사실상 종부세를 이름만 남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가격 전망 보고서에서 전국 평균 주택 3.5%, 아파트 5.0%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파트의 경우 서울 4.0%, 수도권 4.5%, 지방 5.5%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민주당 "초슈퍼부자 감세" 여당 비난 무색
야당인 민주당이 이같은 종부세 개편안을 사실상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은 새해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여당의 주장을 ‘초슈퍼부자 세금깎기’라고 비난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현재 진행되는 새해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초부자 감세”라고 말했다.
종부세 최고 세율 6%가 적용되는 주택의 가격은 과표 94억 원 이상이다. 5%가 적용되는 구간도 과표 50억~94억 원이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마저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세율을 대폭 낮춰주자는 법안에 동의하면서 ‘초부자 감세’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민주당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유상규 에디터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전면 감사…정부, 노조 이어 시민단체 ‘압박’
대통령실, 이례적 직접 발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때 연 4000억 증가
전혀 관리 안 돼…과감히 정비”
세월호·‘촛불’ 언급, 야권 겨냥
윤석열 정부가 28일 시민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을 두고 전면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보조금 지원단체 선정 과정과 회계처리 등 전반이 정부 심판대에 오른다. 노동조합 회계 손보기에 이어 시민단체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 수석은 “정부는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며 “우선 정부 전체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해 파악하고 그 토대 위에서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 규모, 불투명한 보조금 사업 관리 등을 감사 추진 근거로 들었다. 대통령실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7년간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이 총 31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2016년 3조5600억원 규모에서 2022년 5조4500억원 수준으로 2조원가량이 늘었다고 했다.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연평균 4000억원 정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2016년 이후 전 부처에서 적발한 문제사업은 153건, 환수금액은 34억원으로 평균 2000만원 정도 환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보조금 사업이 전혀 관리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안에 부처별로 민간단체 보조금에 대한 전면적 자체 감사를 실시한다. 지원단체 선정의 적절성, 회계의 투명성, 목적에 맞는 집행 여부 등 전반이 감사 대상이다. 부처별 감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는 몇 개 부처를 ‘샘플링’하는 방식으로 다시 점검할 계획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문제사업은 ‘과감한 정비’, 보조금 관리는 ‘대폭 강화’한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시민단체 회계에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예견된 수순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정의기억연대 사건 등을 거론하며 시민단체 공금 유용과 회계 부정 방지 공약을 내걸었다. 우선 정부가 나서 국고보조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민단체 ‘정리’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계획을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날 발표에서도 전임 정부와 야권을 겨냥한 언급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보조금 집행 문제 사례로 ‘세월호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사업에서 총 10건의 문제 있는 회계처리가 발견되어 회수한 사례’ ‘청소년 동아리 지원사업비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정치단체로 지원된 사례’ 등을 적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 공동예산으로 학생 동아리 지원사업에 ‘촛불 중·고생’ 사례가 있는데 중·고생에 촛불을 들게 한 데 정부 지원금이 나간 것이 어떻게 됐나 하는 궁금증에서 (지원금 점검이) 시작됐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인지했다”며 “정부 지원금의 회계 투명성이 높아져야 (국민들이) 단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노조·시민단체·야권 ‘이권 카르텔’로 비판해와
감사 추진 이면에는 노조와 시민단체가 야권과의 ‘이권 카르텔’로 묶여 있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정치참여 선언 당시 전임 정부를 ‘이권 카르텔 약탈 정부’로 규정했다. 대선 과정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함께 일부 시민단체를 야당과 이권을 나누는 집단으로 묶어 비판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1일 시민단체 불법이익 환수 공약을 밝히며 “정치권력은 시민단체를 세금으로 지원하고 시민단체는 권력을 지지하는 부패 카르텔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국민의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향후 감사 과정에서 이념 지형에서 전임 정부와 가까운 시민단체들이 집중 감사 대상에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상반기 감사가 마무리된 후 유용 실태에 따라 수사기관 수사의뢰 등 후속조치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 관계자는 “꼭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여러 정부를 거치는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이 꾸준히 늘어왔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면서 “민간단체 보조금의 증가 속도에 비해 관리시스템은 적절히 마련되지 못한 것”이라고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정부 비판에 재갈 물려…국고보조금 증액 항목 등 밝혀야”
시민단체 거센 반발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5년간 민간단체 보조금이 연평균 4000억원 증액됐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회계 투명성 문제를 공론화하자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을 ‘세금 도둑’으로 몰아 정부 비판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것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연대국장은 28일 “대통령실은 마치 국가 보조금 지급 자체에 절차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는데, 국가 보조금 지급은 법에 따라서 정확하게 대상자를 선정하고 용처를 입증할 자료를 받고 관리도 한다”고 했다. 윤 국장은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단순히 국가 보조금 지급 규모만을 말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국가 보조금 지급·사용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고, 실제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브리핑 내용 자체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민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 보조금이 대폭 늘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구체적으로 증가한 항목이 무엇이고 어느 중앙부처에서 국가 보조금 지출이 늘었는지 등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전체 비율을 고려하지 않은 통계만으로 막대한 보조금이 지급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단체 지급 예산을 깎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며 “이런 신호가 반복되면 정부에 쓴소리를 내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와 입장 차가 있는 단체를 마치 부패 세력으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경향 강연주·김세훈 기자
윤석열 정부 시민단체 국고보조금 감사에 한겨레 “부정 부패 이미지 씌우기”
시민단체 감사에 한국일보 “길들이기 수단이어선 안된다”
윤석열 정부가 시민단체 국고보조금에 대한 전면 감사에 착수한다. 보조금 지원단체 선정 과정, 회계처리 등 전반적인 모든 게 대상이다. 대통령실은 28일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2016∼2022년 7년 동안 각종 시민단체와 협회, 재단, 연맹, 복지시설 등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은 총 31조4665억 원이라고 밝혔다.
▲ 29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단체 보조금이 빠르게 늘어난 사실에 주목했다. 박근혜 정부 4년 차인 2016년 3조 5571억 원이던 보조금이 문재인 정부 4년 차인 2021년 5조 3347억 원으로 늘며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문재인 정부에서 연평균 4000억 원 정도가 증가한 반면 2016년 이후 전 부처에서 적발한 문제사업은 153건, 환수금액은 34억 원으로 평균 2000만 원 정도 환수에 그쳤다고 설명하며 “보조금 사업이 전혀 관리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아침신문은 이전 정부를 1면 제목에 실으며 비판 기조를 맞췄다. 국민일보는 1면에 ‘文정부 5년 보조금 年 4000억씩 증가’ 기사를 냈고 동아일보는 1면에서 ‘文정부 민간단체 보조금 年3555억씩 늘어… ‘지역혁신정책관’ 새 직제 만들어 우회지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文정부때 민간단체 ‘보조금 잔치’… 매년 4000억 급증’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5면에서 “세월호 피해지원비가 지원 목적과 달리 부당하게 사용된 경우도 있다. 정부와 경기도가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유족 지원 등을 위해 세월호 관련 단체들에 6년간 110억원 규모의 피해지원비를 지급했는데, 이 중 안산청년회라는 단체가 지원비 일부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와 김일성 항일투쟁을 주제로 한 세미나·교육프로그램 운영에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 29일자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정의기억연대의 전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의원이 국고보조금과 수억원대의 후원금을 횡령한 사건이 대표적”이라며 “세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파렴치한 행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사설 ‘매년 5조원 받은 각종 단체들, 이제 국민 세금을 ‘제 돈’으로 안다‘에서 “거대 노조들의 재정처럼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용처를 들여다본 적 없는 ‘눈먼 돈’”이라고 했다.
▲ 29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중도·진보신문은 정부가 ‘편가르기 정치’를 이어간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의 회계감사를 들여다 보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시민단체를 ‘부패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정부, 내 편 아니면 ‘부도덕 낙인’’에서 “부정·부패 이미지를 씌우고 ‘돈줄’을 조여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4면에서 “시민단체들을 ‘세금 도둑’으로 몰아 정부 비판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며 대통령실의 브리핑 내용 자체가 허술하고 시민단체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현실적으로 이들 단체들은 회비나 기부금만으로 활동을 위한 재정 확보가 쉽지 않다. 자칫 활동에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에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지원이 결정되고, 이 과정에서 지원을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도 작성된 바 있다. 특히 국정의 사령탑인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 시민단체의 범죄를 상정하는 발언은 피의사실을 흘리고 여론전을 펴는 검찰의 그릇된 행태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 29일자 한국일보 8면 기사.
한국일보는 “서구와 달리 기부금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특성상 시민단체들이 재원 일정 부문을 정부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건 사실이다. 공공성이 강한 시민단체에 대한 보조금은 ‘작은 정부’ 구현을 통한 예산절감 측면에서 권장될 필요도 있다”며 “경계할 것은 정부 개입이 시민단체 자율성을 침해하는 등 길들이기 수단이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특히 윤 정부는 노동조합 회계투명성 강화를 촉구하는 등 정부에 비판적인 사회단체들을 흠집 내어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대통령실이 문제가 있다고 밝힌 시민단체 대부분은 현 정부와 이념 성향이 다른 단체들”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권익위 조사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정치권과 언론계 꼽아
2022년 대국민 부패인식도 조사, 일반국민·전문가·외국인 ‘정당·입법’, 기업인·공무원 ‘언론’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평가
올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정치권과 언론계가 꼽혔다.
권익위가 발표한 ‘2022년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국민, 전문가, 외국인은 ‘정당·입법’을, 기업인, 공무원은 ‘언론’을 가장 부패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청렴하다고 평가한 분야는 일반국민, 기업인, 전문가는 ‘교육’, 외국인은 ‘시민단체’, 공무원은 ‘행정기관’으로 각각 나타났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공직사회 부패수준으로 ‘공무원이 부패하다(매우 부패+부패한 편)’는 응답비율은 공무원은 3.3%인 반면, 일반국민은 38.6%로 공직사회에 대한 부패인식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공무원들이 가장 청렴한 분야로 ‘행정기관’을 꼽은 것과 함께 해석하면 공무원들이 스스로 청렴하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느낀 것이다.
부패경험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공직자에게 금품·접대 등을 제공한 경험은 일반 국민 0.4%(2021년 0.4%), 기업인 0.1%(2021년 8.6%), 외국인 0.3%(2021년 2.5%)로, 기업인과 외국인의 경험률이 작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한 경험은 일반 국민 0.5%(2021년 0.7%), 기업인 0.1%(2021년 10.4%), 외국인 0.5%(2021년 5.0%)로 전년대비 대폭 낮아졌다.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매우 불공정+불공정한 편)’는 응답에 대해 전문가는 52.1%인 반면, 공무원은 16.4%로 공정 인식에 차이가 나타났다. 전년과 비교하면 모든 조사대상에서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개선됐고, 특히 기업인 대상에서 전년과 비교해 ‘불공정하다’는 응답비율이 29.3%p 낮아져 인식이 가장 개선됐다.
정부의 반부패 정책 추진에 대해 ‘효과없다’는 응답이 전년 대비 줄었다. 조사대상별로 일반국민 46.2%, 전문가 38.4%, 기업인 25.4%, 외국인 16.2%, 공무원 10.7%가 반부패 정책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부패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기업인, 전문가, 외국인, 공무원은 ‘부패행위 적발·처벌 강화’를 언급했다. 일반국민은 ‘사회 지도층과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감시 강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 사회분야별 부패수준 조사. 자료=권익위
권익위는 지난 6월과 10월에 걸쳐 일반국민 1400명, 기업인 700명, 전문가 630명, 외국인 400명, 공무원 1400명을 대상으로 부패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검사 윤석열’이 잡은 범죄자들, ‘대통령 윤석열’이 다 풀어줬다
윤석열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복권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고인이 저지른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를 통하여 무참히 붕괴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굳건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 2018년 9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전 대통령 구속수사를 지휘했다.
27일 단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들 상당수는 이처럼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반헌법적 행위’ ‘중대 범죄’라며 엄벌을 요구하고 유죄를 받아냈던 이들이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7개월만에 “국력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27일 국무회의 발언)며 이들의 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윤 대통령 지휘를 받아 수사·기소에 관여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국가기관 등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여론조작과 민간인 사찰 범죄 등을 “잘못된 관행” “경직된 공직문화” 탓으로 돌리며 슬그머니 ‘죄질’을 바꿔 사면·복권을 정당화했다.
윤 대통령이 사면·감형·복권을 결정한 박근혜 정부 시절 범죄는 △국정농단 사건(조원동) △화이트리스트 사건(김기춘, 조윤선, 박준우, 신동철, 오도성, 정관주) △블랙리스트 사건(최윤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최경환,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이헌수,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국정원 통한 불법사찰 사건(우병우)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수사 방해 사건(장호중, 이제영)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 사건(서천호) 등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범죄로는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원세훈, 민병환, 유성옥) △기무사령부 여론조작 사건(배득식) △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사건(옥도경, 연제욱) △국정원 특활비 횡령 사건(김진모, 장석명) △국정원 특활비 어용 노조 설립 사건(이채필) 등이 대상이다.
이날 낮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한동훈 장관은 간략하게 사면·복권 대상자만 밝힌 뒤 자리를 떴다. 질의응답은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이 맡았다. 신 검찰국장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직접 수사했던 이들이 대거 사면·복권된 이유에 대해 “사면권자인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사건 수사를 담당했다고 사면에 포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만 답했다. 직접 수사·기소했던 이들을 일부러 골라서 사면시킨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여권 인사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통합 관점에서 균형을 잡고자 노력했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형사처벌 받았던 이들이 보수진영 쪽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책임이 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선 원칙과 기준 없는 ‘묻지마 사면’이란 평가가 많다. 특히 과거 검찰에서 ‘적폐 수사’를 진두진휘했던 윤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수사 대상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직접 사면·복권하자, 야권은 “부폐 세력의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운데)가 지난 2017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에 있는 기자실에서 특검보들과 함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이 가장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 등의 대선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강단 있게 밀고 나가며 일개 특수통 검사에서 “사람에게 충성 않는” 전국구 강골 검사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좌천됐던 윤 대통령은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 사건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무관하지 않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을 도와줄 일이 있냐’라고 말했다”고 증언하며 검찰 수뇌부의 축소 수사 지시 등 외압을 폭로했다.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을 거쳐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는 정치경험이 전무한 그가 대통령으로 직행하는 발판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때도 자신이 수사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복권시킨 바 있다. 지금의 ‘윤석열’을 만든 과거를 대통령 고유권한인 사면권 행사를 통해 거듭 원점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보수진영 내 취약한 집권 기반 원인으로 지목되는 ‘윤석열=문재인 정부 검사’ 흔적을 자기 손으로 직접 지우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 대통령의 두 번째 사면권 행사를 바라보는 전문가들 평가는 차갑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작은 도둑들은 남은 형량 하루까지 다 책임지게 하면서 큰 도둑들은 반성의 기미도 없는데 전부 사면해줬다. 법 집행에 있어 정의를 상실하면 법은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통합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정치적인 갈등의 골만 더 가속하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복권에 대해 “기준 없는 대통령 사면권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별사면은 헌법을 근거로 대통령에게 부여된 절대적 권한인데, 기준이 정해져있지 않다. 이번 사면에 동의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 제왕적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 사면도 그와 같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더탐사 구속영장', 이제 언론이 말할 때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남의 일 보듯 할 일인가
더탐사 서자 취급, 언론 자신에게 부메랑 될 것
시민언론 더탐사의 공동대표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PD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아직까지 정확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확인되지 않으나 여러 건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피의사실에 비춰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취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언론의 보편적인 취재 방식인 공인의 주거지 등을 찾아가는 활동을 문제 삼아 결국 구속영장 청구까지 한 것이다.
이제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여부는 법원의 손에 달렸다. 지난 10일 더탐사의 한동훈 장관 자택 방문 취재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취재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스토킹 행위 또는 스토킹 범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는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에 앞서 먼저 말해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언론이다. 법원에 앞서 언론이 먼저 말할 때다. 한국의 주류 언론에 더탐사는 지금 있어도 없는 언론이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언론이다. 더탐사가 밝혀내고 제기하는 사실은 있어도 없는 사실로 취급되고 있다. 이는 사실에 대한 외면이며, 동료 언론인에 대한 외면이며, 시민에 대한 외면이다. 결국 언론 자신에 대한 외면이다.
시민언론 더탐사는 지난 10월 24일부터 윤석열 한동훈 두 사람이 함께한 것으로 의심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한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강력 부인했지만, 정작 두 달이 넘도록 술자리가 있었던 7월 19일의 알리바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탐사는 청담동 술자리의 목격자인 첼리스트가 “윤석열 한동훈이 두려워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술자리가 이뤄진 곳이 경찰이 지목한 데가 아니라 연예인 출신 사장이 운영하는 논현동 소재 룸바로 의심되는 정황 증거들도 포착해 후속 취재를 이어 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자와 사실상 서열 2위로 불리는 인물이 특수관계인들과 있어서는 안 되는 모임을 가졌다는 중대한 의혹, 상당한 근거를 갖춘 의혹의 제기다.
그러나 기이한 것은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로 불리는 이 의혹 제기에 대해 한국 언론은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한결같이 무시하고 있다. 수백 명의 취재진을 갖춘 대형 언론사들이 맹렬하게 달려들 만한 사안이지만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더욱 기이한 것은 의혹 제기에는 침묵하는 언론이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발언은 충실하게 보도한다는 것이다. 이 사안의 원인은 빠진 채 결과만 있는 격이다. 줄기는 빠진 채 가지만 있는 셈이다.
더탐사는 언론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가. 자신들은 적자(嫡子)이며 더탐사와 같은 미디어는 서자(庶子)로 취급하는 것인가. 아니 서자에도 끼워 줄 수 없다는 것인가.
12월 7일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려 하자 이를 시민들이 막고 나서 대치하고 있다. 더탐사 유튜브 화면 캡처
언론계가 한사코 무시하지만 시민들이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더탐사 별내 스튜디오에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관들과 기동대가 대규모로 들이닥치자 몰려든 시민들이 지키고 나선 것이 이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의 언론에 동료 의식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비판 언론에 대한 탄압과 적대감이 워낙 노골적인 탓인지 언론계가 모처럼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동료 의식은 ‘적서(嫡庶)’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기자협회는 지난 11월 21일 ”대통령실은 기자들간 갈등 조장을 중단하고 MBC에 당장 사과하라“라는 성명에서 도어스테핑 중단과 MBC에 대한 압박을 규탄했다. 이 성명에서 기자협회는 ”MBC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가하고 있는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언론탄압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여기서 ‘일부’라고 표현된 그 일부에 더탐사와 같은 주변부 신생 매체들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더탐사라는 이름을 그대로 불러줄 수 없어 ‘일부’ 언론으로 사실상 익명으로 부른 것인가. 한국의 언론에 더탐사와 같은 주변부 신생 매체는 언론 밖에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더탐사 50만 구독자의 '더탐사 언론'에 대한 지지와 성원에 대해선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기자협회의 회원이 아니어선가. 그러나 기자협회의 강령과 정관은 회원의 권익 이전에 ‘언론자유 수호’를 내세우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의 5대 강령도 그 첫 번째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천명하고 있다. 회원이니 조합원이니가 보호하고 수호할 자격 요건이 아닌 것이며, 바로 그로부터 헌법적 가치인 언론자유를 내세우는 단체로서의 정당성과 권위가 부여되는 것이다.
지난 11월과 이달에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원로 중견 언론인들 중심으로 결성된 바른언론실천연대는 참언론상과 제1회 '바른언론상'을 더탐사의 박대용 기자와 강진구 기자에게 주었다. 더탐사의 언론활동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더탐사는 변방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탐사가 지난 8월부터 14차례의 압수수색이라는, 현대 한국 언론사에서 전례 없는 ‘수난’을 겪는 동안 한국의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법무장관 자택 무단 침입’으로 간주하고 그에 대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서도 한국언론은 남의 일 보듯 아무런 말이 없다.
지난 7일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할 때 절단기를 동원해 강제로 사무실 문을 따는 모습.. 더탐사 유튜브 화면 캡처
그러나 한국 언론이 더탐사의 문을 따는 절단기와 드릴 소리를 듣지 않고, “고통을 주겠다”는 대통령의 무시무시한 발언을 듣지 않으려 할 때, 그 절단기는 언젠가 자신들을 향해 올지 모른다. ‘고통’은 자신들을 겨눌게 될지 모른다.
한국의 언론이 지금 말을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더탐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자신을 위해서인 것이다.한국 언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지금이 말할 때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대장동 키맨 김만배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
기사 요약
① 김만배가 회사서 빼돌린 200억대 비자금이 ‘특혜 몸통’ 밝힐 열쇠
② 정영학 녹취록, 새로운 비자금 사용처로 ‘기자들’ 등장
③ 김만배 “기사 막으려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주고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
④ ‘50억 클럽’ 외에 ‘금품 받은 기자들’들에 대한 검찰 수사 필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재수사 중인 검찰은 김만배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에서 빼돌린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김만배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 두 곳에서 장기대여금과 수표 인출 등으로 200억 원 이상을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정영학 녹취록과 회계 감사보고서를 종합하면, 김만배가 빼돌린 자금 중 사용처가 뚜렷하지 않은 자금은 화천대유 80억 원, 천화동인 168억 원 등 총 248억 원이다.
2014년 남욱이 조성한 ‘40억대 비자금’이 대장동 사업 시작 전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에 대한 뇌물 혐의로 이어지는 고리라면, 김만배가 조성한 ‘200억대 비자금’은 사업 성공에 따른 보상금 지급, 향후에 불거질 수 있는 사법 리스크를 대비해 만든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뉴스타파는 대장동 수사기록과 정영학 녹취록 분석을 통해, 40억대 남욱 불법 비자금 중 일부가 박영수 전 특검 측에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지만,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남욱의 40억대 불법 비자금 사용처 규명과 함께 김만배가 빼낸 거액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밝혀내는 건 대장동 비리의 몸통을 풀 핵심 열쇠로 꼽힌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만배가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에게도 금품을 돌린 정황이 새롭게 포착됐다.
정영학 녹취록에 새로운 비자금 사용처로 등장한 ‘언론사 기자들’
뉴스타파는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해 9월 26일과 10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과 ‘정영학 메모’를 추가로 입수했다. 전체 내용을 분석한 결과, 김만배의 로비 대상에 ‘언론사 기자들’도 있었다.
▲정영학 메모(2021.9.26 검찰 제출). 정영학이 2020년 3월 24일 자 녹취록의 주요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검찰에 제출했다. 총 420억 원 규모의 약속 그룹 외에 ‘돈+분양권’을 받은 ‘기자들’이 등장한다.
2020년 3월 24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돈을 주기로 약속한 이른바 ‘약속 그룹’과 함께 익명의 ‘기자들’이 등장한다. 이날 대화 중 김만배가 기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정황이 드러내는 대목이 나온다.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너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라면서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응?. 회사(언론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라고 덧붙였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3월 24일 자). 김만배가 정영학에게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라고 말하고 있다. 본문의 밑줄과 손글씨는 정영학이 쓴 것이다.
김만배 “기사 막으려 기자들에게 2억씩 주고, 아파트 분양도 받아줬다”
이로부터 넉 달 뒤인 2020년 7월 29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도 ‘김만배의 기자 관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날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대장동은 막느라고 너무 지쳐. 돈도 많이 들고. 보이지 않게”라면서 금품을 돌리며 대장동 관련 비리가 불거지는 걸 막고 있다고 말한다. 김만배는 이어 “끝이 없어. 이놈 정리하면 또 뒤에서 뒤에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오고”라고 말한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7월 29일 자). 김만배가 “대장동은 막느라 지치고 돈이 많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만배는 “어차피 광고 내려면 그 정도 내라 그러면 어떻게 해”라고 말하면서 언론사에 광고비를 주는 대신 기자들에게 돈을 주고 대장동 관련 기사 작성을 막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날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는 녹취 당일 저녁에도 여러 언론사 기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상당수 기자들에게 로비를 한 정황이 나온다.
정영학은 로비용 ‘상품권’ 마련, 김만배는 “카톡으로 차용증 받고 돈 줬다”
김만배가 “오늘 (기자들이) 되게 많이 오는데”라고 말하자 정영학이 “형님, 맨날 기자들 먹여 살리신다면서요”라면서 김만배에게 상품권을 건네는 정황이 나온다. 상품권을 확인한 김만배는 “와, 이 정도면 대박인데. 아이, 걔네(기자)들은 현찰이 필요해”라고 답했다.
이에 정영학이 “아, 현찰로 할까요? 다음에는?”이라고 묻자 김만배는 “아니야. 아니야. 그래서 내가 지금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이어 김만배는 “걔네(기자)들한테 카톡으로 차용증을 받어. 그런 다음에 2억씩 주고. 그래서 차용증 무지 많아. 여기, 응? 분양받아준 것도 있어 아파트. 서울에. 분당”이라면서 로비 액수와 방법까지 밝히고 있다.
▲정영학 메모(2021.9.26 검찰 제출). 정영학이 2020년 7월 29일 자 녹취록의 주요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검찰에 제출했다. 기자 한 명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을 제공했다고 적혀 있다.
기자들로부터 차용증을 받은 건, 수사기관에 적발됐을 때 합법적 돈거래로 위장하기 위한 걸로 보인다. 그러나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은 기자가 어느 언론사 소속인지, 또 어떤 아파트를 분양받게 해준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7월 29일자).김만배가 기사를 막기 위해 기자들에게 2억씩 주고 아파트 분양도 받아줬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날짜의 녹취록에서도 정영학이 김만배에게 상품권을 건네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온다. 이들의 언론사 기자 관리가 지속돼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기자 로비’는 김만배가 대장동 사업을 마치고 새롭게 추진하려는 또 다른 이권 사업과도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위에 나오는 대화 당시, 김만배는 경기도 분당 오리역 인근의 LH사옥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김만배는 녹취록에서 이 사업이 성공하면 자신이 가져갈 이익이 최소 3천억 원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언론에 대장동 관련 특혜 기사가 한 줄이라도 나온다면, 새로운 사업은 시작도 전에 수포가 될 것이 뻔했다.
김만배가 돈으로 관리했다는 신문사 모임 별칭은 '지회'
2021년 1월 6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 김만배의 이 같은 우려가 적혀 있다. 김만배는 대장동 사업을 빨리 준공하고 끝내야 한다고 정영학에게 강조했다. 개발업자는 관할 지자체의 준공을 받은 후에야 번 돈을 전부 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만배는 “준공이 늦어지면 이익이 얼마 남니, 뭐니, 지역신문이나 터지면 어떻게 해. 응? 너랑 나랑. 응?”이라면서 “지금까지 (기사를) 돈으로 막았는데…기자들 떠들면 어떻게 해”라고 발언한다.
이어 김만배는 “지회도 떠들고”라고 말했는데, 정영학은 자필로 ‘지회’란 단어에 ‘신문사 모임’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김만배가 돈으로 관리하던 기자 모임인 ‘지회’가 실제 존재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영학 녹취록(2021년 1월 6일 자) 김만배가 관리하는 기자들 모임인 ‘지회’가 존재하고, 돈으로 기사를 막아왔음을 추론케 하는 대화 내용이 등장한다.
김만배의 언론계 로비 리스트, 검찰 수사로 밝혀야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 같은 ‘기자 로비’에 대한 김만배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역설적으로 대장동 사업 과정에 불법적인 특혜와 비리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전까지 주요 언론에 대장동 의혹이 보도되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자를 포함해 언론사 임직원들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 연간 합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해당 기자의 직무와 관련이 있을 경우엔, 단돈 10원을 받아도 처벌 대상이 된다.
올해 정권 교체 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다시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김만배의 ‘언론인 금품 살포’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최재경, 김수남, 박영수, 권순일 등 주요 법조인들이 포함된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수사 인력 부족’을 구실로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대장동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두 부분 모두 수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뉴스타파 봉지욱
최** 언제부터 대통령?배우자가 연하장이야......콜녀가 가지가지....하기사 그러니 콜녀가 거기까지 갔겠지....
윤**내한테는 보내지 마라…토 나온다
강** 공동 명의냐 이젠 하다하다.
김** 아니 대통령이 두명이네.
용** 건희가 대통령이구나... 젓같은 년이 내조만 한다고 염병질하더니... 이젠 정정당당하게 대통령부부라고 쓰네.... 저런거 찍은 인간들은 뭐하고 사나
장** 공동정부야 기가 막히다 김건희가 대통령이냐? 김건희는 그냥 일반인이야 대통령 부인일 뿐이야
그게 대통령과 같은 급이 라는 뜻이 아냐
신** 아직 4년반 남았다 지금보다 스펙타클한게 9배나 더 남았네
김**
1.전쟁 일으키려고함 -> 투자 없어짐 ->경제폭망
2.물가 안잡음 -> 그냥 아무것도 신경 안쓰는중
3.수출폭망 ->경제폭망
4.탄련근무제로 ->세명이서 할거 둘이서함 ->고용절벽
5.제식구 감싸기-> 지들편은 200조를 날려먹어도 수사 안함
6.아무것도 안함 지들한테 적이면 그 사람 수사만함
7.부자 감세 존나함. ->저출산,중산층 저하,기반 붕괴
8.용산 이전비용 -> 병사들 세금,저소득층 세금등 다 끌어씀 -> 낭비
9.신천지,일베,틀딱보수,사이비종교 등에게 각종 편의 제공 -> 나라망국
10.국방 망함 ,무능,무식
최** 희망차기는 개뿔이... ㅋㅋㅋ
김**희망찬 2023? 절망의2023이 될듯하다 ㅈ ㄹ을 떨어요ㄷㅅㄱㅇ것
조** 대한민국이 윤석열 김건희 공동정부 인가요?
5******* 보통 연하장을 대통령 이름으로 쓰는건 봤지만 부부라고 쓰는건 .....아주 대놓고 쥴리가 실세라고 얘기하는건가.....연하장도 조잡스럽고....쓸데없는 짓은 역대 최고인 듯
조** 둘다 없으면 희망찬 23년이 될듯~
김** 대통령 놀이 신나지? 에효~ 이 꼬라지를 몇 년 동안 봐야 하는 건희? 누가 좀 어떻게 해봐라 ~
5******* 개돼지 국민이 뽑은 개돼지 대통령. 수준이 똑같다.
C**********한 해 동안 당신때문에 너무나 스트레스 받는 한 해였다.
정** 인생이 사기 모든게 거짓 모든게 장난 모든게 남에게 폐를끼침 제발 스스로 물러나라
보수·경제언론들의 매물 감소 보도, 또다시 '영끌' 부추기나
[언론비평] 서울 아파트 매물 감소? 통계 해석의 몇 가지 문제점
▲ 아파트 매매-전셋값 역대 최대 하락 지속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거래 절벽 속에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속수무책으로 하락세다. 정부가 서울과 경기 일부를 제외한 전국에 걸쳐 전방위 규제지역 해제에 나섰지만 이번주에도 전국·수도권·서울 아파트 매매·전셋값은 역대 최대 하락 행진이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자 보수·경제 언론들이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고 있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언론들은 부정확한 통계 비교로 일부 지역에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는 것을 전체 시장 흐름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해 무주택자의 '비합리적' 매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임대사업자 특혜를 부활시키고, 다주택자 양도세도 대폭 줄이는 내용의 집값 부양책을 내놨다. 과도하게 높아진 집값이 금리인상기를 맞아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자 수요 진작을 통해 하락폭을 조정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무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와 건설 경기 부양에 수익이 달린 건설사들이 반길 정책이다.
보수·경제 언론들은 이런 '부동산 부양책'이 나오자, 서울 아파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며 군불떼기에 나섰다.
지난 25일과 26일 <동아일보>와 <한국경제TV>, <이데일리> 등은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낸 통계를 인용하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 부동산 매물이 줄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시장 기대감이 높아져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양새"라는 부동산전문가의 해석도 담았다.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도 25일자 기사(종부세·안전진단 등 규제 풀린다…매물 회수 나선 집주인)를 통해, 발빠르게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연합>은 이 기사의 서두에서, 집을 팔려던 계획을 보류한 50대 다주택자의 결심을 전하면서 집주인 매물 회수 현상을 부각시켰다.
특히 서울 양천구 목동 한 공인중개사의 "이 가격으론 안 팔겠다며 거둬들였다"는 말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또다른 공인중개사의 "일부 집주인은 매매를 전세로 돌렸다"는 말을 비중 있게 다뤘다. <연합>은 그러면서 "규제완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낮은 금액에는 매도하진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언론이 소개한 매물 철회 사례가 전체 시장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부동산 통계 해석에도 맹점이 있다.
▲ 12월 26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동아일보 갈무리
우선 이들 언론들이 매물이 줄었다는 근거로 제시한 통계를 보자. 한 사설 부동산정보업체가 집계한 이 통계에 따르면 이번 달(25일 기준) 서울에서 매물로 나온 아파트가 5만1093건인데, 이는 지난 달(25일 기준) 5만4927건에 비해 7% 감소했다. 이들 언론은 이를 근거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다'는 내용으로 기사 제목을 뽑았다.
종부세 등 규제 풀린다…'급급매 회수' 나선 집주인들(한국경제TV)
"급하게 팔 이유 없다"…규제 완화에 매물 거둬들인다(이데일리)
그러나 부동산 통계는 정책 및 지역적 요인은 물론 이사철 수요 변동 등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계절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부동산 매물과 거래량 관련 통계는 '전달 대비'가 아닌 '전년 같은 달'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즉 12월 부동산 매물의 비교를 위해선, 2022년 11월 수치가 아니라 2021년 12월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이들 언론들의 활용한 비교 시점은 2022년 11월이다.
계절적 요인 반영되는 부동산 매물과 거래... 부정확한 비교 시점
실제 국가공인통계를 봐도 지난해 11월과 12월 부동산 거래량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2021년 12월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3774건이었는데, 2021년 11월 거래량(6만7159건)에 비해 19.9% 감소했다. 서울 지역만 따져도 주택 매매거래량은 2021년 12월 6394건으로 11월 7801건에 비해 18% 줄었다.
반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던 2020년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11월 11만6758건에서 12월 14만281건으로 오히려 20.1% 상승하기도 했다. 주택 매물 건수의 증감, 매매거래량, 시장 상황 등은 다양한 원인에 따라 증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해당 언론들이 올해 11월과 12월의 매물 건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때문에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려면 그보다 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그러나 정작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11월과 12월을 비교해 '매물 감소세'라고 하는 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정책 변화의 영향을 살피려면 적어도 내년 1월과 2월까지는 매물의 증감 현황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계를 낸 사설 부동산업체가 어떤 방식을 통해 수치를 집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필요하다.
사실 '매물이 줄어든다'는 내용의 보도는 집값 상승을 점치는 언론사들이 내놓는 단골 기사 중 하나다.
<이데일리>는 지난 4월 4일자 기사("급할 것 없다"..강남·재건축 자취 감춘 매매시장)에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아파트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도 지난 3월 14일자 기사("집값 더 오를텐데 안 팔아요"…매물 거둬들이는 집주인들)에서 아파트 매물 감소 통계를 인용하고, 부동산중개사 인터뷰를 하면서 아파트값 상승을 전망했다. 당시 <한국경제>가 근거로 제시한 통계는 '서울 아파트 매물 3.26% 감소'였고, 비교 시점은 '3월 9일'과 '3월 14일'이었다.
이런 보도들이 나온 후 집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일시적인 현상을 전체 흐름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는 부동산 기사들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경제지를 포함한 언론들이 내는 기사들 중에는 무주택자의 공포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띄우려는 목적의 기사들도 많다"면서 "지금과 같은 부동산 하락 시장에서 언론들이 내는 부동산 기사에 휘둘려서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신상호(lkveritas)
'한 달이 일 년 같다' 윤석열의 국정 퇴행 8개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그 결과 5년 만에 정권이 바뀌며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이어진 6월 지방 선거에서도 광역 자치단체 17곳 가운데 12곳을 국민의힘이 휩쓸며 압승했습니다. 10월 말에는 축제를 즐기러 나온 젊은이 158명이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숨진 사상 초유의 이태원 참사가 있었습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과이불개' 인사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 입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 '과이불개'라는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분야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일 겁니다.
임기 초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이시원 검사를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임명했고, 표절과 데이터 조작으로 만들어낸 장녀와 처조카들의 허위 스펙이 문제가 됐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임명도 강행했습니다. 한동훈 장관은 뉴스타파 보도로 장인과 처남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가 드러나기도 했죠.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시절 특활비를 관리했던 복두규 대검찰청 사무국장과 윤재순 운영지원 과장은 각각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총무비서관이 됐습니다. 이 중 윤재순 비서관은 과거 두 차례의 성비위 전력이 드러났는데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예산을 관리하는 자리에 다시 임명됐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문제적 인사들의 공통점은 모두 검찰 출신이라는 겁니다. 참여연대 조사와 언론 보도등을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차관급 이상,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모두 15명이나 됩니다.
'과이불개' 인사의 정점은 이태원 참사 이후였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골목에서, 축제를 즐기러 나온 시민 478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상 초유의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책임을 져야 할 고위공직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장폐천' 영부인 리스크
지난 대선 당시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논문 표절과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이자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 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그러나 정작 영부인이 되자, 취임식부터 권력 사유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인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의 아들, 모친 최은순 여사에게 잔고 증명서를 위조해 준 코바나콘텐츠의 전 감사, 최은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관, 패륜적 언행을 일삼는 극우 유튜버를 취임식에 초청한 것이죠. 고액의 후원금을 낸 민간인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 해외순방 수행원으로 데려가는가 하면 대통령 관저 공사를 코바나콘텐츠 연관 회사에 맡기기도 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는 드러난 김건희 여사와 그 모친 최은순 여사의 연루 정황이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실은 거짓 해명을 내놓기에 바빴고 이제는 그마저도 내놓지 않고 무시와 버티기로만 일관하고 있습니다.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 언론관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문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바로 언론 분야일 겁니다. 인수위 시절부터 뉴스타파 등 비판적인 언론의 취재를 임의로 차단하는 구태를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시간이 갈수록 ‘비정상적’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괴한 수준의 언론관으로 퇴행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파적 이익을 위해 사실과 거짓의 경계까지 허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명백한 사실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거짓이라고 지목하면 여당과 보수 언론이 우르르 달려들어 정말 거짓인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초현실적인 광경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바이든' 사태라고 불리는 지난 9월의 미국 순방길 비속어 사용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140곳이 넘는 언론사가 '바이든'으로 자막을 달아 기사화했는데, 대통령실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다라고 해명하는 순간 여당과 보수 언론은 이 명백한 사안을 논란으로 만들었고, 평소 맘에 들지 않았던 특정 언론을 찍어 "가짜 뉴스를 방송했다"고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얼마 전 <대통령-국민과의 대화> 리허설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봐도 리허설을 한 게 분명한데 리허설이 아니라며 이를 보도한 YTN을 공격했고, 여당과 보수 언론들이 여기에 가세했습니다.
이렇게 가짜 뉴스에 기반한 공격의 진짜 목표는 무엇일까요. 언론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총선 일정에 맞춰 공영방송을 장악해 총선에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임기가 7개월 가량 남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공격, KBS 사장과 이사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 MBC와 YTN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등이 그것입니다. 서울시의 TBS 교통방송 예산 삭감과 인터넷 매체 '더탐사'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도 같은 맥락에서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같은 방식은 과거 큰 물의를 빚었던 MB 정부의 언론 장악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MB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동관 씨를 대외협력특보로 임명했는데, 익명을 요구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전체적인 언론 정책 컨트롤을 이동관 특보가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짜 법과 원칙 내세우는 '양두구육' 노동정책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의 대규모 파업이 있었습니다.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냐'면서 1평 남짓 철창에 스스로를 가둔 채 옥쇄 투쟁을 벌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적정운임을 보장해 달라며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이 벌인 파업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불법 파업’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노동자들을 협박했고 노동자들은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벌이는 것, 특수고용노동자들인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것은 모두 '불법'이라고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이 두 번의 파업에는 모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원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파업의 구조적인 원인에는 눈감은 채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했고 결국 노동자들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백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이 두 파업을 주도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과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은 지금도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 교육 노동이라는 3대 개혁 과제를 발표하며 그 중 노동 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는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며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비공개, 비공개, 비공개
지난 8개월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의 또다른 특징을 들자면 바로 '비공개 정부'라고 불려도 될만큼 정보 공개에 인색하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취임식 명단, 대통령 비서실의 수의계약 내역, 심지어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까지, 행정 감시를 위해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공개를 요구한 자료들에 대해 하나같이 '비공개'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검찰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행정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검찰은 또다시 이를 상고심으로 끌고갔습니다. 이런 '비공개' 국정 운영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태원 참사의 유족들이 아무리 요구해도 윤석열 정부는 유족들이 원하는 정보를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과 트럼프
지난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한 <주간 뉴스타파> 첫 방송의 제목은 ‘퇴행과 불통, 윤석열 시대의 전조들’이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전조에 불과했지만, 지난 7, 8개월 사이 ‘퇴행과 불통’이라는 두 단어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너무나 적확하게 보여주는 단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외신들은 이런 윤석열 대통령을 퇴행과 불통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처럼,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파괴하며 언론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고 정파적 이익을 위해 혐오와 편가르기를 조장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이런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의회 폭동 사건을 조사해 온 미 하원 특별위원회가 가짜 뉴스로 폭동을 부추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기소를 권고했다는 소식입니다. 윤석열 정부 집권 8개월차를 맞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뉴스인 것 같습니다
뉴스타파
‘피의자’ 이성윤, 尹겨냥 “이런 검사 본적 없다” 비판
‘윤석열 찍어내기 의혹’ 수사선상 오른 이성윤
“이런 검사 본적없다” 특별사면 등 비판
이른바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 의혹과 관련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지난 16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이런 검사는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앞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했었는데 비판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가 수사에 관여하고 중형을 구형한 피의자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음에도 ‘참 면목 없고 늘 죄송했다’ 따위 표현을 쓰며 사과한 사람은 윤석열 전 총장 이외에 본 적 없다”고 적었다.
그는 “단언컨대 검사 생활 29년간 이런 검사는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신년 특별사면과 관련해 “고위공무원과 정치인들을 단죄해놓고 그게 잘못된 관행이었다며 사면해주는 경우도 처음 본다. 오죽하면 ‘사면 농단’ 지적이 나온다”며 “우리 헌정사에 이런 경우가 있었나”라고 했다. 이어 “검찰 70년 역사상 최악의 정치 검사는 윤석열 전 총장이라고 주장했던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발언이 새삼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사퇴시킬 목적으로 ‘찍어내기’ 감찰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이 연구위원은 2020년 10월 ‘채널A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갖고 있던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기록이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전달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수사팀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반대했지만 결국 자료가 넘어갔고 검찰은 이 연구위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우영)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검찰 출석 전 “2020년 4월 29일 한동훈 전 검사장 수사 당시 전화기 너머로 윤석열 총장이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며 ‘네가 눈에 뵈는 게 없냐’라고 소리쳤다”며 “그때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자료 전달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제출 의무가 있는 법무부 감찰 규정에 따라 응한 것일 뿐”이라며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서해피격 사건을 독재정권 '용공 조작'에 빗댄 검찰
"월북보다 실족 가능성 크다"며 문재인 정부 '월북 결론' 맹공
▲ 서욱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서욱 전 장관이 법원 건물을 나오는 순간 피격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가 서욱 전 장관을 향해 욕설을 하며 달려들자 법원 직원들이 제지했다.ⓒ 권우성
"우리사회에서 통념상 자진월북 행위를 했다는 건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행위가 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여러 경위로 국보법 위반이나 간첩 혐의로 처벌 받은 사례에 대한 재심 절차가 현재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억울하게 처벌 받은 분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29일 기자들과 만난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언급을 하면서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자행된 용공 조작 사건의 재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고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을 과거 자행된 용공 조작 사건에 빗댄 셈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가 자진 월북이라고 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월북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을 남긴다"라며 "국가가 개인에 대해서 자진월북 결론 내리기 위해서는 사법 절차에 준하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본 문재인 정부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반대로 뒤집었다.
검찰 관계자는 "(월북이 아니라) 실족 가능성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다"면서 "남북 관계에 악재가 된다고 예상돼 서훈 전 안보실장 등이 '보안유지'라는 미명 하에 진상을 은폐할 필요가 있었다"라며 "나아가 공무원이 자진월북 했다가 피격사망한 것이라고 몰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공무원 피격사건은 2020년 9월 22일 밤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뒤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해안에서 조선인민군의 총격에 숨진 사건을 말한다.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대준씨의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지만,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 해경과 국방부는 '이대준씨의 월북 시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결론를 뒤집었다.
검찰, 서해공무원 자진월북 부인... "국정원도 같은 판단"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유성호
이날 티타임에서 검찰 관계자는 평소와 달리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볼 수 없는 근거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 고 이대준씨가 배에서 이탈할 때 선박에 비치된 방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지 않았다
▲ 당시 바다 유속이 성인 남성의 평균 수영 속도(시속 2㎞)보다 빨라 원하는 방향으로 수영이 어려웠다
▲ 수온이 22도 수준으로 낮아 장시간 수영이 어려웠다
▲ 고 이대준씨가 가족과의 유대가 끈끈했다
▲ 고 이대준씨의 신분이 안정적인 공무원이었다
▲ 북한에 대한 동경이나 관심을 보였던 정황이 보이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실족한 곳에서 최초 발견된 지점까지의 거리는 27km"라며 "쉽게 말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경기 일산호수공원까지에 해당하는 거리다. 이처럼 먼 거리를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자진 월북했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국가기관 4곳 가운데 국정원을 포함한 2곳이 사건 조사 뒤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불명확하다고 보고했다"면서 이씨의 실족 가능성 판단이 검찰만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검찰은 이씨가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께 북한 해역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 중국어 간자체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에 대해 "해상에 떠다니던 것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2020년 10월쯤 해양경찰청 등이 서해를 수색하다 구명조끼 2개와 구명환 1개를 수거했는데, 구명조끼 하나가 이씨가 입고 있었던 것과 중요한 특징이 같았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유엔 연설, 월북 단정 동기 중 하나"
▲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서 14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권우성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이 고 이대준씨의 북한 해역 발견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부 차원에서의 아무런 구호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시점과 겹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 호소 UN총회 기조연설이 이씨의 '월북몰이' 동기 중 하나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현재 검찰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진행했냐'는 질문에 "서면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서훈 실장 이상의 인물이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검찰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박 전 원장에게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를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국가정보원 직원들로 하여금 관련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것.
서욱 전 장관에 대해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을 적용했다. 관련 첩보 등 5600여 건 삭제케 하고 2020년 9월 24일 이대준씨가 자진월북한 것이라는 취지로 허위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허위 발표자료 등을 작성해 배부케 했다는 이유다.
김종훈(moviekjh)
그 따위 말을 내놓다니... 이태원 참사 망언의 네 가지 유형
시체팔이 족속들!" "나라 구하다 죽었냐?" "누군 폼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나?" "놀러갔다가 죽었다. 말리지 않고 뭘 했나?"
믿기 어렵지만, 무려 159명이 서울 한복판에서 죽어간 참사를 두고 정치인과 전·현직 공직자가 뱉은 실제 발언이다. 일부는 자기 발언에 유감을 표했지만, 대부분은 수위를 높여가며 마치 경쟁하듯 막말을 퍼붓고 있다. 참사의 진상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했던 유가족과 다수 국민은 이런 발언을 접하고 경악할 뿐이었다.
단발성 발언, 혹은 막말의 당사자들이 제한돼 있다면 무시할 수도 있겠으나 참사 이후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잊을 만하면 막말이 들려오는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러는 걸까'라는 근본적 질문과 함께 이같은 망언이 반복되는 배경과 구조적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일반적인 정치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결코 좋아 보이지 않지만, '혐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소통일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처참한 비극인 죽음, 그것도 가족의 죽음을 마주한 참사 유가족을 상대로 왜 잔인하고 무감각한지에 대해 사례별로 분석해 기록으로 남긴다.
▲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 송언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 이미애 국민의힘 김해시의원,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한덕수 국무총리,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오마이뉴스
일부 정치인, 전현직 공직자들의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 내용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된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 - 12월 10일 페이스북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 보면 시신들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혹시 마약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우려를..." "그날 참사는 소위 말하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만 있었던 게 아니다"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300m나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 - 12월 8일 라디오 방송, 12월 11일 국회 본회의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 : #우려먹기 장인들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제2의 세월호냐 #나라 구하다 죽었냐 #시체팔이 족속들 "유족들이 희생자를 두 번 죽인다" "공인인 것을 깜박했다" - 12월 12일 페이스북
이미애 국민의힘 김해시의원 : "(김)미나 (창원시)의원 힘내요. 화이팅! 유족 외엔 사과하지 말기..." - 12월 16일 페이스북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국가적 비극을 이용한 참사영업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가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참사 영업상이 활개 치는 비극을 똑똑히 목격해왔다" "이들은 참사가 생업" - 12월 19일 당 비대위 회의
한덕수 국무총리 : "(극단적 선택 청소년 관련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면 좋지 않았을까?" - 12월 15일 정부청사 기자간담회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 자식들이 날 때부터 국가에 징병되었나요?? 다 큰 자식들이 놀러가는 것을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깁니까?! 언제부터 자유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버이 수령님'이 되었나요??" - 12월 10일 페이스북
정권 보위형, 관심 욕망형
▲ 차가운 국회 바닥에서 오열하는 유가족들 지난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정회된 뒤 유가족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답변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에 불만을 터뜨리며 회의장으로 향하다 가로막힌 뒤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번째 유형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비판을 정권 안위 우려와 연결하는 발언들이다. 참사 후폭풍을 경계하는 속내가 느껴진다는 의미다. 권성동 의원의 '횡령' 발언(12월 10일 페이스북)과 장제원 의원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합의해줘서는 안 될 사안"(12월 11일, 페이스북) 발언이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꽤 시간이 지났지만, 권성동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결정을 앞두고 최종 변론을 담당했던 탄핵 심판 소추위원이었다. 박근혜씨를 민주주의의 적(敵)이라 규정한 진술의 당사자로서, 정권의 몰락을 법정에서 지켜봤다. 장제원 의원 또한, 탄핵 정국의 청문회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역사의 파도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당연하게도 이태원 참사에서 세월호의 기시감을 떠올렸을 것이며, 어쩌면 사태의 추이가 만들 수 있는 정치적 결과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159명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상민 행안부장관을 비롯한 어떠한 고위직의 사임이나 경질에 대해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는 사람들의 발언("사건 때마다 장관교체는 후진적")들과 동일한 맥락으로 보인다.
더불어, 유족들의 집단적 움직임에 무조건 돈 이야기를 꺼내는 발언 또한 혹시라도 유가족의 행동이 대중의 공감을 얻을까 미리 논점을 흐트리는 수작으로도 평가된다. 국정조사를 반대하며 장제원 의원이 주장한 "이태원 국정조사는 정권퇴진 운동에 불과" 논리는, 결국 이 같은 속내를 내보인 건 아닐까. 두려움인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관심욕 혹은 정치욕이 부른 망언이다.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발언들로 보인다는 뜻이다. 참사에 대한 의견 표명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노리는 자극적 발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김상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망언 퍼레이드다. 그는 MBC 사태에 대해서도 "삼성의 MBC 광고 중단은 선택 아닌 의무 사항"이라며 대놓고 언론 탄압성 발언을 내놨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한술 더 떠 "참사 영업"이란 신조어를 내놔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멘트는 곧장 언론에 보도됐고, 발언과 당사자 이름은 빅데이터에 쉽게 잡힐 정도로 대중성을 얻었다. 물론 유가족은 피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말이다.
정당은 달랐지만, 참사 발생 직후 원인이 청와대 이전과 대통령 경호에 있다고 주장한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발언도 대중의 시각에선 관심욕이나 정치욕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자당 인사들이 자제를 요청할 정도였으며, 관련 보도 댓글에는 비판적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공감능력제로형, 막가파형
▲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및 국정조사특위위원 간담회에서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세 번째 유형은 공감능력 제로가 만든 망언 중의 망언이다. 당사자들은 대중이 왜 자신과 자신의 발언, 행동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하는지 모를 가능성도 커 보인다. 그들의 세계에선 전혀 문제 될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는 참사에서 친구들을 잃고 겨우 살아나 괴로움에 힘겨워하다 생을 마감한 청소년의 죽음에 대해 "본인이 필요에 따른 이런 좀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 좀 이런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을 앞에 두고, 총리가 망자와 유가족에게 건넨 말은 '나약하면 안 되는데'였던 것이다.
이 발언은 총리가 이태원 참사 혹은 청소년의 죽음에 대해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 또 하나의 참사였다.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정비해 극단적 선택을 막겠다는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정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정확히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를 스스로 저지른 것이다.
그의 희박한 공감 능력을 깨닫게 되면, 총리가 외신기자들 앞에서 참사에 몰린 인파를 설명하며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농담을 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 있다. 분향소에서 격앙된 가족들과 마주하자 30초도 머물지 않고 무단횡단으로 왜 급하게 돌아섰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공감 능력이 희박한 발언은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누군 뭐 폼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어요?"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강력했다.
네 번째 유형은, 막가파식 사고방식이 내재화된 이에 의해 만들어진 거친 망언이다. 자신의 잔인한 말을 발판삼아 중앙으로 진출하겠다는 꿈을 꿨다기보다는, 그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장 심한 말을 배설한 것이다.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시체팔이" "죽은 자식 장사" 발언이나, 이미애 김해시의원이 위 발언에 "화이팅! 유가족외 사과하지 말기!" 따위의 격려를 남긴 게 전형적이다.
이들이 이런 말을 뱉을 수 있었던 배경은, 세상을 '우리 편 아니면 적'으로 단순화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판단한다. 우리 편이 아닌 사람들에겐, 어떤 잔인한 말을 무감하게 쏘아붙여도 허용되는 사고인 셈이다.
언론이 따끔하게 지적해도 "내가 공인이라는 사실을 잊었네요!"라고 맞받으면 그만인 것이다. 더한 광기는 위 발언에 붙은 다수의 '좋아요'를 비롯, 신속한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에 꿈쩍도 않는 자당 동료 의원들에게서 보인다.
사라진 '국민에 대한 예의'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다양한 망언이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그들이 봉사하기로 약속했던 국민의 죽음에 대한 예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통의 기본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면, 사실 이분들은 국민과 소통하려는 자세 자체가 없는 것 아닐까 의심되기도 한다.
우리 풍속에서 망자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49재 당일, 우리나라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치인인 대통령은 한 행사에 참석해 "술 좋아한다고 또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고 농담까지 했다. 이쯤 되면 159명을 포함한 시민의 죽음에 관심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닐지 두려움마저 생긴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도대체 왜, 어떻게, 어디서 우리 가족이 죽었는지 제발 명확히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에게 이번엔 최소한의 예의가 지켜지길 고대한다. 그러나 시작부터 이 기대가 이뤄질지 의심이다. 27일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이상민 장관은 경기도 일산에 사는 수행기사를 기다리느라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각이었다" 따위의 말을 해버렸다.
세상에 죽어도 되는 죽음은 없다. 국가는 모든 국민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오마이뉴스
“야당의 발목잡기”, 윤 대통령 세밑 메시지도 대결로···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들을 두고 “야당 발목잡기”를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을 재차 비판했다. 2023년을 맞이하는 주말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야당에 날을 세우면서 취임 1년차 막바지 공개 메시지에서도 대결 구도가 도드라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 상정될 주요 세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반도체와 같은 국가 전략기술은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 기술”이라면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에서 제안한 세제지원안이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현행 6%인 반도체 설비투자 대기업 세액공제를 8%로 확대하도록 했다. 지난 8월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세액공제를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조세특례제한법 등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들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에도 예산과 세법 개정안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모든 보안책을 강구하고 분골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을 향해선 재차 직접 비판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발목잡기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여당은 과표 3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로 낮추는 안을 추진했다. 야당이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면서 이 법안은 현행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낮추는 것으로 조정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 5월 취임 후 윤 대통령이 공개 메시지로 “야당의 발목잡기”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예산안을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힘에 밀렸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강한 표현을 들어 야당에 화살을 돌리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첫 예산이 대폭 수정돼 매우 유감” “대단히 아쉽다” “너무 많이 축소돼 걱정이 앞선다”고 했지만 야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예산안에 이어 세법 개정안들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서 한 단계 더 높은 어조로 야당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세밑 메시지에서도 여야 진영간 충돌 구도가 부각되면서 새해에도 협치와 통합이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본격화한 노동·연금·교육 등 정부의 3대 ‘개혁’,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 건과 맞물려 정초에도 정국 긴장은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경향 12.31
문재인 전 대통령 “이태원 참사 아픔 보듬지 못한 못난 모습에 마음까지 추워”
문재인 전 대통령은 30일 신년 연하장에서 “치유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아픔과 책임지지 않고 보듬어주지 못하는 못난 모습들이 마음까지 춥게 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신년 연하장에서 “유난히 추운 겨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의 아픔을 다독이지 못한 윤석열 정부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통령은 “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고단하고, 안보는 불안하다”며 “새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서로 등을 기대고 온기를 나눠야 할 때”라며 “어렵고 힘들어도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경향 김윤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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