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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022.12.19~24 집부자’ 100명 보유 주택 가격 총 3조원 육박..집부자 규제풀고 재벌 기업 감세

by 이성근 2022. 12. 19.

 

올해 8천만원 부산 새마을회 예산, 내년엔 3배 증액?

일본, '반격 능력' 갖추고 국방비도 5년간 415조 쏟아붓는다

기업 D&I, 인류지속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하라

선제 반격가능해진 일본, 북한 공격 의사 뭘로 판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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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중년꿈꿨지만 돌아보니 빚중년

집부자’ 100명 보유 주택 가격 총 3조원 육박

집부자 규제풀기에 올인서민·취약층 지원은 빈약

국민기만 초과세수와 재벌 기업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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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한 시행령 통치와 부자감세를 용인한 예산안 합의를 재고해야 합니다

올해 8천만원 부산 새마을회 예산, 내년엔 3배 증액?

2023년 부산시 예산안 보니

진보성향 단체 깍고, 보수 성향 단체 늘려

 

부산시의회 2022년 마지막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일부 진보 성향 단체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보수 성향 단체 예산은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시의회 예산 편성 및 심의가 이념 성향에 따라 균형을 잃었다는 뒷말이 나온다.

 

지난 8일 부산시의회를 통과한 ‘2023년 부산시 본예산을 보면, 부산교육연구소의 희망학교 지원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올해 4천만원이 책정된 이 사업 예산은 부산시가 부산시의회에 제출할 때 800만원 삭감한 데 이어 부산시의회가 나머지 전액을 모두 깎았다. 이 사업은 부산교육연구소가 2006년부터 조선족·고려인·재일동포 초등학교 5~6학년 50여명을 부산에 초청해 한국 초등학생들과 합숙시키며 일제강점기 국외로 강제 이주한 한인 역사를 가르치는 사업이다.

 

영호남 민족예술 대동제 사업 예산도 22천만원에서 12천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진보 성향을 띠는 부산민예총 주관 사업으로 2020년부터 영호남 예술인들의 화합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부산시가 5천만원 적게 편성한 데 이어 부산시의회가 심의 과정에서 추가로 5천만원을 삭감했다.

 

일부 보수 성향 단체 예산은 크게 증액됐다. 가장 큰 수혜 단체는 부산시새마을회다. ‘부산시 새마을회 활성화명목으로 지원금이 올해 8천만원에서 내년 23770만원으로 3배 증액됐다. 여기에다 신규 사업(‘지구촌 새마을운동 고위급 회의’)6억원이 배정됐다. 부산시새마을회에 들어가는 예산이 8천만원에서 8억여원으로 훌쩍 뛴 셈이다.

보수단체 예산 증액은 부산시의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가 앞장섰다. 소위원회는 회의록이 남지 않는 터라 예산 심의의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불투명성이 심한 회의체다. 한 예로 부산시 16개 구·군 한국자유총연맹 지원비는 부산시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올해 예산(22400만원)에서 15% 깎아 편성했으나 소위원회는 부산시 예산안보다 6560만원을 증액했다. 이에 따라 이 단체 지원금은 외려 올해보다 3200만원 늘었다. ‘16개 구·군 바르게살기운동지회 지원비도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1920만원에서 25600만원으로 13배 증액됐다. 부산시가 애초 올해 예산보다 3(5760만원) 증액 편성한 데 이어 소위원회가 추가로 올려 잡은 것이다.

 

물론 부산시가 올려 잡거나 깎은 보수단체 지원 예산을 부산시의회가 삭감한 경우도 없지는 않다. 부산시는 재향군인회 지원비를 올해 8500만원에서 3천만원 증액 편성했으나 부산시의회는 여기서 1500만원 삭감했다. 부산민예총 운영비(올해 6550만원)는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각각 1550만원, 1천만원을 삭감했으며, 부산예총 운영비(올해 5250만원)는 그대로 유지됐다.

 

윤일현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한겨레>보수 성향 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시장 때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일부 의원들이 보수 성향 단체의 요청을 받아 예산 증액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진영논리를 예산 배정 원칙에 넣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논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소위원회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뒤집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일본, '반격 능력' 갖추고 국방비도 5년간 415조 쏟아붓는다

정부, 독도 문제에 "강력 항의, 삭제 촉구" 입장 밝혀

일본 해상자위대 군기인 욱일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반격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안전보장전략'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했다. 평화헌법 제9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 행사 가능)를 사실상 무력화 시키면서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일본 정부는 각의를 통해 안보 문서를 개정했다. 개정본에서 일본 정부는 주변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반격 능력을 명시했는데 "필요로 할 때 최소한의 자위 조처로서 상대 영역에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한다. 능력 행사는 미국과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에대해외교부는이날"한반도 대상 반격능력 행사와 같이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헌법 내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치 않으면서 엄격한 요건 내에서 행사 가능하다는 내용을 주목한다"입장을 내놨다.

 

이어"일본의 방위안보정책이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덧붙였다.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을 담보할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 간 5조 엔(한화 약 48조 원)을 투입해 장사정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위해 위 기간 동안 방위비로 43조 엔(한화 약 415조 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9~2023 회계연도의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반영된 방위비 274700억 엔(한화 약 264조 원)1.5배 정도 증액된 수치다.

 

또 일본 정부는 5년 뒤인 2027 회계연도에는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와 이를 보완하는' 목적의 예산을 현 국내총생산(GDP)2%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명시했다. 일본의 GDP 2%11조 엔(한화 약 106조 원) 정도인데, 올해 방위비가 GDP0.97%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 두 배 정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외에추가적인입장을밝히지않았다.앞서 일본의 군비 증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그는 지난 1129일 영국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일본 열도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국방비를 증액 안 하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았을까(추측한다)"라며 일본의 방위비 인상을 이해한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이에 20세기 초반 일본의 군사 팽창으로 인해 식민지 시절을 겪었고 이에 대한 명확한 사과도 받지 못한 국가의 지도자가 이러한 발언을 하는 것은 역사적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은 일본의 군비 증강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5(현지 시각) "일본의 노력을 포함해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가 자위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폭넓게 지지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고 말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일본을 포함해 역내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가 방어 역량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보존하고 공격을 억제하며 역내 안보와 안전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라며 중국 견제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일본은이번개정에서독도영유권을다시주장했다.개정본에는"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의연하게 대응하면서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에 근거해 끈질기게 외교 노력을 한다"명시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포함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입장을내놨다.외교부는"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지적했다.

 

외교부는"일본 정부의 부당한 주장이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우리 주권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재차 분명히 하며,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라고덧붙였다.

 

일본의이같은지침개정에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국방부도주한일본대사관방위주재관을초치해 항의했다.

 

외교부는"일본 정부는 도쿄 및 서울 외교채널을 활용하여 각급에서 우리 정부 대상 사전설명을 시행했으며, 우리 정부 역시 일본 안보전략문서 관련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전했다.

프레시안 이재호 기자

 

 

기업 D&I, 인류지속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하라

‘D&I 유행따라잡기 급급한 기업

이제는 기업의 유일한 목표가 잉여자본의 극대화가 될 수 없는 세상이다. 기업도 결국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경제 공동체인 까닭에 인간과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기업의 책무이자 목표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소비자가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도 기업이 제공하는 재화의 기본값이 윤리적 소비가 될 수 있도록 하며, 환경이 지금 당장의 이윤창출만을 위해 착취되고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지속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은 기업활동에 모두 필요한 일이다.

 

이 때문에, 기업경영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경영자가 경영철학을 공고히 할 때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구체적인 실천들로 이어진다. 숙고를 바탕으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P&G, 디즈니, 넷플릭스 등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D&I(Diversity and Inclusion, 다양성과 포함)를 주요한 기업의 역할로 설정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도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D&I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하며, 삼성과 GS 등 주요 기업에서 D&I실을 만들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한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D&I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경영철학보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시작하게 된 상황이기 때문에 D&I의 개념이나 가치 그리고 실천 방법을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유행하는 사회공헌사업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 들어 기업의 본질과 관계없이 보기 좋은마케팅용 사회공헌활동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유행했다. 그러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관계없이 기업은 여전히 세상을 망치는 방식의 이윤창출 활동을 유지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2010년대에는 기존 CSR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것을 제시하는 CSV(공유가치창출: Corporate Shared Value)가 제시되었다. 이때에도 많은 기업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역할을 고민하는 철학적인 숙고를 하기보다는 CSR부서를 CSV로 이름만 바꾸는 곳이 많았다. 내실이 있는 D&I는 가능할 것인가?

D&I. 사진=gettyimagesbank

 

D&I는 따뜻한 말들을 늘어놓는 수사가 아니다

D&I를 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우선 다양성과 포함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양성과 포함을 합쳐서 D&I(디앤아이) 혹은 DI(디아이)라고 부른다. 다양성과 포함이 추구하는 가치는 평등(Equality)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향상과 사회구조(제도와 문화)의 변화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D&I에 형평성(Equity)를 더해서 DEI, 거기에 접근성(Accessibility)를 더해서 DEIA로 부르기도 한다. 두 개념을 추가함으로써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 두 개념은 사실 다양성과 포함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그 안에 이미 포함돼야만 하는 개념이다. 이렇게 따로 꺼내서 이야기하는 흐름이 만들어 진 이유는 다양성과 포함을 구조적인 불평등과 억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 포용하자는 식의 개인적인 실천 혹은 따뜻한 마음 정도로 적용해온 역사 때문이다. 강조하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외면하고 개인적인 실천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세상도 바뀌지 않을 뿐더러 기업이 충분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양성은 그저 모든 사람은 다 아름다워요’, ‘서로 사이좋게 지내요와 같은 따뜻한 말들을 늘어놓는 수사가 아니다. D&I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사회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권력과 억압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차별, 폭력, 억압, 배제, 소외를 만들어내는 권력의 격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다양성의 핵심이다.

 

다양성(Diversity)과 포함(Inclusion)은 하나의 짝이다. 하나의 기준만이 정답, 표준, 정상이 되는 획일성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다양성이 환대, 존중, 축하받을 수 있을 때 모두가 포함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모두가 포함되는 사회가 될 수 있고 모두가 동등한 주체로 포함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모든 이의 다양성을 환대하고 축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D&I의 정의와 개념

오해를 해소했다면 개념부터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 정확한 개념 없이 유행하는 용어로 쓰이는 D&I의 사례로 첫 번째는 다양성(diversity)을 권력의 관점이 빠진 여러 가지(variety)’ 정도로 쓰는 것이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양성은 존중받아야 한다정도로 한정하며 이는 너와 나는 다르다. 너도 맞고 나도 맞다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이 왜 나의 다양성은 존중해 주지 않냐, 내 언행이 차별이라고 하지 마라고 무척 잘못된 적용을 하는 사례가 생긴다. 다양성은 누가 정상(normal)과 비정상(abnormal) 그리고 우월함(superiority)과 열등함(inferiority)을 나눌 수 있는 권력(power)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사회구조(social Structure)를 통해 어떻게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억압(oppression)이 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는 관점이다. 그리고 그 억압의 구조에 균열을 내 억압당하는 사람들이 해방(liberation)될 수 있도록 하는 실천이다. 그 실천이 포함(inclusion)이다.

 

두 번째로 흔히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포함(inclusion)을 포용(tolerance)로 쓰는 경우다. ‘세상의 기준과 조금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자라는 시혜적인 태도다. 포함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주체로서 한 공동체에서 평등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포용(tolerance)은 우월한 지위를 가진 쪽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너그러이 받아주는 시혜적인 자세를 기본으로 한다. Inclusion(인클루전, 포함)은 포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 않다.

 

D&I는 권력의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억압의 구조에 질문하고 도전하여 억압의 구조에 균열을 내는 반억압(anti-oppression) 작업이다. 억압에 반대하고 평등과 해방의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교육, 제도, 문화를 만들어 가는 활동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특권과 억압(social privilege and oppression)을 유지, 강화하는 사회구조가 우리 모두를 사람답게 그리고 자기 모습대로 살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 소수자를 '허락', '허용'하는 시혜적인 '관용'이나 '포용'의 우월적인 태도가 아닌 모든 사람이 '마땅히 환영'받고 독립된 주체로서 평등하게 존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포함'의 가치 실현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이 가능할 때, 우리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가질 수 있게 된다.

 

D&I는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D&I는 그냥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 도움이 된다. 다만 유의해야할 것은 도움이 된다고, 부서만 만들고 사업 하나를 더 만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구성원과 조직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등 문화 전체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미 국제적인 대기업들은 연말에 지속가능보고서와 함께 다양성 보고서(Diversity Report)를 내며 자신들이 얼마나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지 보고하고 홍보한다. 인종, 민족, 성별,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장애, 나이 등 인적구성의 다양성을 자랑한다. 인적구성의 다양성은 모든 사원 그리고 임원을 나눠서 발표한다. 사원들뿐만 아니라 고위직에 다양성을 확보해야 그 영향력이 회사 전체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D&I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확보한다. 회사의 규모에 따라 다양성 담당 부서 혹은 팀, 최소한 담당자를 둔다. 그리고 인사팀과 다양성 담당자들을 포함한 사내 구성원들에게 다양성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D&I가 기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획일적인 사람들끼리 모여서는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다. 기업의 구성원이 선주민이자 비장애인이자 비성소수자인 성인 남성이 대부분이라면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어린이,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또한 기업 내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으로 자신들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제품, 서비스, 홍보물 등을 만들게 되고 이는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타격을 입히게 된다.

 

둘째, 수직적 위계질서 그리고 일방적 지시형 권위주의를 가진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만큼, 위계적이지 않은 기업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 목적, 가치를 귀중하고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주도성(autonomy)을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D&I에 가치를 두고 있는 기업이 경청과 소통이 활발히 일어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민주적이고 평등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태도와 자세를 갖추는 것이 D&I 역량이다.

 

셋째,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통용되는 조직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문화가 성평등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성통념이 해소되지 않는 기업에서는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성차별, 성폭력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기업 내 존재하는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모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 및 외모, 제형, 지역, 종교 등에 대한 낙인 역시 기업을 위협하는 요소(risk factor)로 작용한다.

D&I. 사진=gettyimagesbank

 

넷째, 고객 충성도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물건과 서비스의 품질뿐만 아니라 가치를 구매하는 '세대'에게 소비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따라서, 기업이 가진 다양성의 가치는 브랜딩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기업에는 D&I가 반드시 필요하고 D&I가 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윤만으로 다양성의 효과를 설명하는 데는 매우 큰 한계가 있다. D&I는 이윤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위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본은 자본이 단 기간에 빠르게 많은 이윤을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해 왔다. 노동자로도 소비자로도 크게 신경쓰지(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가치와 실천이 D&I.

 

기업의 절대적인 목적을 여전히 이윤 극대화에 둔다면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해서 계속 성장해야 한다.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성장의 개념은 지속적인 물건 생산을 통해 잉여를 만들고 또 버려지는 등 계속해서 자연을 황폐화하는 방식의 성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성장주의에서는 인간 역시 착취될 수밖에 없다. 이는 평등(equality)과 함께 D&I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서 멀어진다. 여태까지의 자본주의는 평등과 지속가능성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가 유일한 평가 지표였기 때문이다. ESG은 이제 더이상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자본주의가 양산한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가 공멸할 위기에 처해있다. 인간 사회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목표나 절대적인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 모든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것과 정반대다. D&I를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D&I는 탈성장(post-groth)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탈성장은 성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의미를 바꾸는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피폐하게 만드는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누구나 심리적 정서적 육체적 재정적 안정감을 가지고 이 사회의 공동체 구성원으로 평등하고 안전하게 포함되어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하고 이는 교육, 제도, 문화의 변화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목표 안에서 함께 역할을 해야 하는 기업의 책무로써 D&I가 존재하는 것이다.

 

떠밀려 시작된 D&I, 도구가 아닌 기업철학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다양성훈련기관에서 3년간 퍼실리테이터로 일하다 귀국해 7년 전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를 전하는 교육과 캠페인을 하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활동하면서, 지난 10년간 미국과 한국에서 다양성이 논의되는 방식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도 다양성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되었음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으며, 기업에서 다양성 가치의 이해와 실천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이 다양성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다양성훈련/다양성교육(DI, D&I, DEI training)을 한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다양성 담당자들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들을 교육하고 또 기업에 교육을 제공한다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양적인 증가가 내용과 질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책무로서의 D&I가 아닌, ‘다양성이 이윤 증가에 도움이 된다며 기업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들에게 유일한 목표는 이윤 추구였고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의 지속가능성을 근본적으로 고민해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마케팅 비용정도로 생각한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사회가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서 기업 또한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업의 역할을 요구해온 지난 오랜 역사 가운데 중요하게 제시되어 온 것이 바로 D&I. 이제라도 D&I를 시작하게 된 한국 기업들은 D&I 경영을 할 준비가 되었는가?

 

D&I를 기업을 홍보하는 도구로 접근하는 모습은 D&I의 역사가 꽤 긴 미국에서도,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친환경적인 사업을 한다고 홍보(나무심기 등)하면서 여전히 과거에 하던 방식 그대로 환경을 파괴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한다든지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한다고 홍보하면서 무기산업과 전쟁을 옹호하는 핑크워싱(Pink Washing)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도 기업의 D&I가 시작되고 커져간다 하더라도 이런 불완전한(심지어 기만적이기까지 한) 형태의 D&I를 그대로 가져 온다거나 과거 CSR이나 CSV를 접근하던 방식(기업 홍보자료 들어갈 사진 한 장을 위한 불우이웃돕기 방식)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유혹이 클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D&I가 논의되고 실천되고 있는 방향이나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D&I의 방향에 우려스러운 점들이 많다. 잘 지켜봐야 한다. 다양성의 관점과 포함의 실천은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의 평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쓰여야 한다.

ESG. 사진=gettyimagesbank

 

근래 투자자 쪽에서 ‘ESG투자로 제3의 투자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 기업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압박으로 사회적 역할을 요구받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와 실천이 그동안 인권과 사회정의 측면에서 논의돼 왔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ESG(Environmental 환경, Social 사회, Governance 지배구조)는 기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 꼭 갖추어야 할 조건이 되었다.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투자회사들이 기업 경영의 기준을 ESG로 요구하고 있다. 환경(E) 요건에는 재생에너지 사용, 에너지 효율성, 온실가스 배출 제한, 기후위기 대처 등, 사회(S) 요건에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노동환경과 조건, 다양성과 포함, 인권,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지배구조(G) 요건에는 이사회의 다양성, 이사회 및 이해관리자들의 경영 참여, 주주들의 권리, 윤리경영 등이 포함된다. 기후위기로 인해 인간이 멸절할 수 있다는 예고와 함께 자본주의도 지금의 모습 그대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무리 이윤을 많이 남겨도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투자자들의 선언 때문에 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환경과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어쩔 수 없이 D&I를 시작하는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동안의 방식으로 마케팅이나 홍보부쯤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여긴다면 그런 기업들은 다양성과 포함으로 열어 갈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도, 그 세상에 적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모든 생명의 공존을 위해 기업은 D&I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이해와 실천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오늘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선제 반격가능해진 일본, 북한 공격 의사 뭘로 판별하나

 

기시다 총리 적기지 공격 기준모호한 답변

·일 독자 판단으로 한반도 공격할 수도

지난 10월 동해 공해상 한··일 미사일방어훈련 모습. 미국 국방부 제공

 

선제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다. (적이 공격에) 착수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오후 전후 일본 외교·안보정책의 대전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개 문서 개정을 각의 결정(한국의 국무회의 의결)한 뒤 기자회견에 나섰다. 질의응답 말미에 이번 문서 개정을 통해 일본이 보유하게 된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의 맹점을 파고드는 질문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한 것이 확인되면, 이 능력을 쓸 수 있다고 해왔는데, 언제를 착수라 볼 수 있는지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답변은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공격 착수라는 것을 판별하는 데 여러 학설이 있고, 국가에 따라 취급(판단)이 다르다일본은 국제법을 제대로 지키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일본이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적이 실제로 일본을 공격할 능력과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먼저 타격하면 국제법 위반이 될 뿐 아니라 자칫 큰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답변이었다.

기시다 총리가 모호한 답변밖에 내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일본이 갖게 된 적기지 공격 능력이 가진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일본은 이번에 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자신들이 이 능력을 갖는 이유로 북한이 변칙 궤도로 비상하는 미사일을 포함한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을 거듭 발사하고 있고, 이것이 일본에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일본이 실제 이 능력을 사용하려면 발사에 착수한 적의 미사일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북이 정말 일본을 타격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이동식발사대(TEL)나 철도·잠수함 등을 통한 변칙 발사 능력까지 과시하고 있어, 미사일의 존재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나아가 북한에 정말 공격 의사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섣불리 버튼을 눌렀다간 북한의 사정 없는 보복 공격이 이뤄질 수 있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그 때문에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착수에 관한 질문에 그 시점의 국제 정세, 상대방의 명시된 의도, 공격의 수단, 양태 등에 의한 것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답변에 그쳤다.

 

그 때문에 일본이 적기지 공격 능력을 정말 사용하려면, 풍부한 정보 자산을 가진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정보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일본은 이 능력을 미국과 공동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산케이신문>18·일이 타격력을 행사할 때 우군의 오폭이나 공격 목표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협력이 중요하다미국 쪽에선 한-미 동맹과 같은 (-) 연합사령부 창설과 지휘통제시스템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결국 한국 입장에선 한반도 전체를 전쟁의 참화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일본의 결정적 오판을 막고 미-일 간 소통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좋든 싫든 미국을 매개로 한 한··3각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생각하면, 일본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에선 북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염두에 두는 것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중국이란 분석을 쏟아내는 중이다. 특히 일본이 개발 계획을 밝힌 사거리 3000의 극초음속미사일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토 도시유키 가나자와공업대 교수(해상자위대 출신)<마이니치신문>에 북한을 상대로 한 일본의 공격은 2차 한국전쟁이 벌어져 북한이 일본의 미국 지원을 막으려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쏠 경우 이에 대응하는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겐 게이오대(국제정치학) 교수도 <아사히신문>대북 대응의 주체는 한-미 동맹이다. 일본의 반격 능력은 공동 작전에서 보조적 역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이 한-미 공동작전계획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반격 능력을 지렛대로 삼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25일부터 109일까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 등의 훈련을 지도했다. 사진은 당시 북한군 훈련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일본이 그동안 보유하지 않던 공격 능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한국은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공이 많아져 한국의 의사와 달리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16한반도 대상 반격 능력 행사와 같이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우리와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는 같은 날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반격 능력을 결단할 때 정보 수집과 분석이라는 관점에서 미국·한국과 필요한 협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안하면 협력하자고 추파를 던진 것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내년 상반기 경제혹한온다재고 쌓이고 부자 지갑도 꽁꽁

금리 인상, 내년 실물경제 영향 본격화

고소득층 소비 줄고 공장엔 재고 누적

주요기관들 내년 한국 성장률 1%전망

서울의 한 은행 입구에 대출과 예금 상품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할 일이 더 있다.”(We have more work to do)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5(현지시각) 정책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이같이 말했다. 내년 경기 침체를 우려한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하던 시장의 기대감은 단박에 꺾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연준은 금리가 예상보다 높고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더 많은 고통(실물 경제에) 닥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짚었다. 경기가 가라앉아도 물가를 잡기 전까진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한국 사정도 미국과 판박이다. 올해 11.25%에서 113.25%로 뛴 기준금리가 내년 소비·투자·고용 등 실물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실물 경제 전반에 나타나는 시차는 보통 6개월1이라고 했다. 최대 고비는 내년 상반기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가 함께 들이닥치며 실물 경제 혹한을 예고하고 있다.

 

내수 소비는 벌써 냉각 조짐이 뚜렷하다. 한국에선 고소득층부터 지갑을 닫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11월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해 10월보다는 10.5% 감소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11월 따뜻한 날씨 탓에 고가의 겨울옷이 덜 팔린 데다 금리 인상, 주택 거래 절벽 등으로 소비 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유통 업계가 지난해까진 코로나19 반사 이익 덕분에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재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롯데·현대·신세계 등 3’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이 한 달 전 7%에서 곤두박질했다. 고가 내구재인 승용차의 10월 내수 판매액도 전월보다 7.8% 줄며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소비 둔화는 국내 주력 제조업 생산과 수출에도 대형 악재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의 지난달 소매 판매는 블랙프라이데이 등 쇼핑 대목에도 전달 대비 0.6% 줄며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주요국 소비가 뒷걸음질하며 반도체 등 국내 제조업 재고율(제조업 재고지수를 공장 출하지수로 나눈 비율)은 지난 6월부터 다섯 달 내리 120%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0205(12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장 밖으로 내어보내는 출하 물량보다 공장 안에 쌓이는 재고가 더 빨리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 한국의 상품 수출이 올해 상반기에 견줘 3.7% 줄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영업자 식당 등 내수 서비스업도 타격을 받으리라는 염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에 전기 대비 7.7%나 늘었던 국내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경기 하강으로 소비 심리가 부쩍 어두워지며 10월 들어 이미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은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서 가계의 평균 주택담보대출비율(LTV)75% 수준일 때 집값이 20% 하락하면 같은 기간 소비는 최대 4%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국처럼 가계 빚이 많을수록 소비·고용 등 실물 경제가 받는 충격도 커진다는 의미다.

이런 사정 탓에 주요 기관들이 발표하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2%로 제시한 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1.8%,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달 중순 1.5%를 점쳤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 위기 때인 2020(-0.7%)을 제외하면 금융위기 당시인 2009(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과거와 같은 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한국의 잠재 성장률(노동과 자본을 충분히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2% 남짓으로 낮아진 만큼, 1%대 성장률 전망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수준의 실물 경제 충격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견줘 눈에 띄는 서민 지원 정책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국의 조세와 재정의 경기 대응 능력은 오이시디 국가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며 정부가 기존 제도에만 기대지 말고 조세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그 재원으로 사회·노동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화물연대 파업이 드러낸 윤석열식 법치주의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반복한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불법이었을까?

 

파업 참가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기사들의 화물운송을 물리적으로 막거나 폭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불법이다. 실제로 경찰은 관련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타협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정부는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은 것 자체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파업이 아니라 집단운송 거부라고 불렀다. 화물연대는 현재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은 정식 노동조합이 아니다. 화물차 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건당 수수료를 받으며 차량도 스스로 마련한다.

 

정식 노조가 아닌 법외(法外) 노조가 파업하면 불법일까? “노동조합법상 노조가 아니라고 해서 헌법상의 노동 3(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향유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말했다. “노동조합 설립 신고제허가제처럼 운영하면 헌법에 반한다. 우리 판례도,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근로조건 향상 등을 목적으로 단결했다면 헌법상 단결체로 인정한다. 노조법상 노조를 만들 수 있는 근로자의 범위는 점점 폭넓게 인정되는 추세다.”

 

결국 화물연대 파업이 불법이라는 근거는 딱 하나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1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화물차 기사가 이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무엇이 정당한 사유인가? 화물차 기사들이 구간별 최저운임을 보장하는 제도인 안전운임제를 확대 적용하라며 운송을 거부한다면, 이는 정당한 사유인가,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보기에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었던 듯하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 윤 대통령은 이 조항을 근거로 파업 닷새 만인 1129일 시멘트를 나르는 화물차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한 뒤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법치(法治)란 법의 지배를 말한다. 사람에 의한 자의적인 통치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누구도 법에 의하지 않으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법이라는 형식을 갖췄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나치 독일도 법을 갖추고 있었고,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도 형식상으로는 법이었다. 절차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원리가 구현되어야 실질적 법치주의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은 민주주의 원리가 구현된 법인가? 박귀천 교수는 법의 형식을 갖춘 제도이지만 위헌성이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커다란 지장’ ‘매우 심각한 위기처럼 추상적인 표현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의료법에 비슷한 조항이 있지만, 화물차 기사의 파업이 의사 파업만큼 시민 생명에 직결되는지 논란이 많다. “사실 노사 법치주의라는 말은 어색하다. 노사관계에서는 자치(스스로 통치함)’라는 말을 더 많이 쓰며 그 핵심은 대화와 협상이다. 대통령이 준법과 법치주의를 헷갈리는 것 같다(박귀천 교수).”

126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인근 도로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ILO 개입 공문에도 의견조회에 불과

이제 우리는 윤석열식 법치주의의 핵심 키워드에 도달했다. 그가 주문하는 것은 내용적이고 실질적인 측면에서의 법치주의라기보다는 준법인데, 그 적용은 퍽 자의적이다. 윤 대통령은 화물차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은 행위가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선언적으로 판단했다. 노동조합이 아니라면서 업무에 복귀하라고 명령했는데, 그 근거 조항은 위헌성이 있다(2004년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명령이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화물연대 파업 9일째인 122일 한국 고용노동부에 개입(intervention) 공문을 보냈다. 정부는 이 공문이 단순한 의견조회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공개한 ILO 공문은 이렇게 쓴다. “ILO 감시감독 기구는 운송 서비스 및 유사한 부문의 업무복귀명령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간주하고, 평화적인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 형사제재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 공문은 과거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내린 권고에 주목하기 바란다라고도 했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2012년 제2602호 이의 제기 사건에서, “화물차 기사 등 자영 노동자(self-employed workers)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들이 완전한 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헌법 제61). ILO 협약 중 제87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과 제29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비준해 올해 4월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데,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이 협약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정부는 국제규범을 존중해야 하며, 협약 비준 이후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ILO의 이번 공문을 두고) 의견조회로 치부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비난받을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헌법과 국제규범 위반을 감수하면서 이런 조치를 하는 이유로 윤 대통령이 든 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이번 파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인 만큼 형평성 있는 노동조건 형성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한국 노동시장이 대기업·정규직으로 대표되는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2차 노동시장으로 나뉘어 있고 그 격차도 극심함을 뜻한다.

 

정부가 상대적 약자에게 자원을 쓰겠다는 것 자체는 올바른 목표다. 그런데 화물연대 기사들이 과연 1차 노동시장에 소속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화물차 기사들은 특수고용직이다. 고용된 노동자들이 누리는 유무형의 기업복지는 물론, 노동법과 4대 보험이라는 사회안전망에서 비켜나 있다. 500만원을 번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 일해서 버는 것인지, 이들이 스스로 부담하는 위험과 비용은 어떠한지 고려해야 한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주임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다. 여타의 2차 노동시장에 있는 이들보다는 처지가 낫다. 이때 국가가 할 일은 조직된 이들을 비난하는 것인가? 박명준 주임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은 자기 노동력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참여할 기회의 차등화. 대기업에 고용된 이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해 임금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하청이나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의 임금은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그렇다면 노동시장 상층부를 끌어내릴 게 아니라 오히려 하층에게도 목소리 낼 기회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실은 화물연대야말로 2차 노동시장에서 그나마 기존 노동법이 담아내지 못하는 가격 결정 메커니즘(안전운임제)을 요구하고 발전시켜온 주체다. 이들의 요구를 불법으로 낙인찍는다면, 자칫 노동법 테두리에서 벗어난 하층은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맨 오른쪽)128일 업무개시명령 발동 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 윤석열의 관료제적 루틴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느 사회에서나 전체 시민 가운데 노동자 시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다수다. 구성원들이 직업 활동으로 소득을 얻고 가족을 건사하며 아이들에게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한 가장 기초적 정책이 노동정책이다. 노동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보편적 이슈인데, 윤석열 정부가 노동을 너무 쉽게 민주당 이슈로 치부해버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번 파업에서 대통령이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원희룡 장관이 보인 태도도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치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는 인간 활동이다. 다름 속에서 그 역할이 빛나야 하는 게 정치다. 정치는 어떤 갈등도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려는 게 아니라 어느 한 편에 서서 상대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행위는 정치의 본령뿐 아니라 법치주의의 기본 이상과도 배치된다. 강자들도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게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약자들에게 통제를 명령하는 것은 법에 의한 권위주의적 지배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참모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종일관 ()복귀 후()대화를 압박했고 아마 그 전략은 통할 듯하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화물운송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시장에 맡겨서 해결될 성격이라 보기 어렵다. 이들의 사업장이 민간인이 다니는 도로라는 점에서 일반 사업장과도 다르다. 산업이 파멸로 향해 가고 있고 이를 해결하려면 정치력이 필요한데, 정부가 이런 산업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는 게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일련의 대응이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세계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은 한국에서 관료가 직접 통치를 시작하게 된 사건이다. 관료의 세계관에서는 루틴(규정, )을 벗어나는 모든 게 범법이다. 정치란 선거를 통해 관료제적 루틴을 깨는 건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직권남용을 수사함으로써 관료제적 루틴에서 벗어나는 어떤 형태의 정치의 공간도 부정하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선 이다. 정부가 문제를 풀 생각이 없는 것을 넘어서 풀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 앙상한 준법의 실천만 남았다./시사인 전혜원 기자

 

퇴직연금 중도인출 550003만명은 퇴직연금 당겨 집 샀다

퇴직연금 중도인출 현황. 통계청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람이 5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절반이 넘는 3만명은 집값이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집을 사기 위해 퇴직연금을 당겨썼다.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도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를 해지한 인원과 해지 금액 역시 증가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퇴직연금 통계결과를 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55000명으로 전년 대비 20.9% 감소했다. 인출금액은 26000억원에서 19000억원으로 25.9% 감소했다. 퇴직급여법 개정으로 중도 인출 요건이 강화되면서 인출 인원과 금액이 모두 감소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중도인출 사유로는 주택 구입과 임차 등 주거비 사유가 가장 많았다. 전체 인출 인원 가운데 54.4%3만명이 주택 구입을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했는데 이는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이들이 중도 인출 금액은 약 13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중도인출 인원이 20% 넘게 줄었지만, 집값 급등 흐름속에 집을 사기 위해 연금까지 깬 인원은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주거 임차를 위해 중도 인출한 인원도 27.2%로 주택구입 및 임차 관련 중도 인출 사유가 전체의 80%를 넘었다.

 

특히 2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 인출이 가장 많았다

 

퇴직급여법 개정으로 개인형 퇴직연금 설정 대상이 아니었던 자영업자, 직역연금 적용자, 퇴직금 적용자 등도 설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크게 늘었다.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 인원은 277만명으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는데 20세 미만(-17.9%)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입자가 늘었다. 이에 따라 개인형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전년 대비 34.8% 증가한 47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개인형 퇴직연금을 해지한 인원은 865000명으로 1년 전 843000명보다 2.6% 증가했고, 해지금액은 11조원에서 12조원으로 5.8%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295조원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다. 종류별로는 확정급여형(58.0%)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외 확정기여형(25.6%), 개인형 퇴직연금(16.0%), 개인형 퇴직연금(IRP) 특례(0.4%) 등의 순이었다.

 

적립금을 개인형 퇴직연금으로 이전한 인원은 전년 대비 6.4%, 이전 금액은 16.2% 각각 증가했다.

경향 이호준 기자

 

 

박원순표 서울혁신파크 역사 속으로대형 복합 시설 개발

서울시 코엑스급 50산업·문화·주거 시설 조성

사회적기업·공익적 민간단체 설 자리 없어질 우려도

서울혁신파크 부지 활용 계획 조감도. 서울시 제공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회적기업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실험과 협업 거점으로 조성한 서울혁신파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시는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대형 복합 문화 쇼핑몰과 주거 및 업무 복합 단지를 2030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입주 단체와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이나 공익적 민간단체들의 성장과 안착을 돕기 위한 공간이 사라지고 주변 지역이 더 과밀화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이날 브리핑을 열어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삼성동 코엑스(46)와 맞먹는 연면적 약 50규모의 복합 산업·문화·주거 시설이 조성된다고 밝혔다. 서울시 계획을 보면, 혁신파크가 문을 닫는 대신 이 자리에는 뉴미디어·바이오산업에 특화된 60층 높이 랜드마크 건물과 업무동, 창업지원센터와 취업사관학교 등이 지어진다. 그 옆으로 창업·산학협력·평생교육 중심의 서울시립대 산학 캠퍼스, 공공형 주거단지를 포함한 8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기숙사, 녹지광장과 대형 복합 문화 쇼핑몰(스트리트 몰)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의 서울혁신파크부지 활용 기본계획을 연말까지 확정하고, 2025년 하반기에 착공해 2030년 준공할 방침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4월과 지난 6월 선거에서 각각 서울혁신파크를 고품격 경제문화 타운’ ‘주택·상업·문화 복합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브리핑에서 개발 배경에 대해 서울혁신파크는 부지 약 117가 개발 가용지로, 서울의 활용 가능한 시유지 중 최대 규모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일부 단체에 의해 저밀도로 이용돼, 부지 잠재력에 걸맞은 거점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이런 방침은 오세훈 시장이 10여년 전 밝혔던 부지 활용 구상으로 되돌아간 것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04년 옛 국립보건원 부지였던 이곳을 매입한 뒤 오 시장 재임 시절인 2010년 국립보건원의 충북 오송 이전이 마무리되면 세대 공감형 웰빙 경제 문화 타운이라는 이름으로 40층짜리 랜드마크 건물과 장기전세주택 등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1년 박원순 시장이 들어선 뒤 기류가 바뀌어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등 지역자치 지원 조직과 시민사회·노동 단체와 교육기관 등이 옛 국립보건원 건물을 임차해 사용했다. 이후 20154월 서울혁신파크를 관리하는 서울혁신센터가 설립됐다. 이후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입주 단체·기업이 180여개까지 늘었지만 지금은 100여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마저도 대부분 내년 10월 말 운영·입주 계약이 끝나고, 서울혁신센터도 내년 말 위탁 운영이 종료된다.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인근에서 학원업을 하는 김아무개(42)씨는 역세권의 금싸라기 땅에 이제라도 제대로 된 개발계획이 나와 다행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불광동 주민 최아무개(58)씨는 고밀도 개발이 가뜩이나 심각한 통일로의 교통체증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부 운영상의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서울혁신파크 사례는 춘천, 대구, 광주 등 각 지역에 혁신 공간을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코로나19와 기후위기 이후 해외 도시들에서도 사회 혁신 과제가 중요하게 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에서 선도적 모델을 만든 서울혁신파크를 시장 방침이나 지역사회 개발 욕구, 운영상의 문제를 빌미로 없애는 건 매우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꼬집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청년 울리는 전세사기극의 진짜 배후는 정부이제라도 '내놔라 공공임대!'

이 시대 청년들의 비극, 부동산

집값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전세사기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집값 하락기가 낳는 또 하나의 어두운 소식이다. 특히 사기 피해자 상당수가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층이라는 점이 더 우려된다. 이들이 전세사기 우려가 큰 주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집값 상승기 당시 얇은 주머니 사정 하에서 최적의 주거여건을 충족하는 주택 대부분이 전세사기 주택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에 거액의 자금을 보증금으로 투입해야 하는 만큼, 전세 계약을 앞둔 젊은층은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간 중개인과 임대인들은 안전을 우려하는 이들을 향해 "남들도 다 이렇게 해", "네가 젊어서 잘 몰라서 그래", "의심하는 네가 이상한 거야",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되지", "보증금지급 확약 각서를 써 줄게" 라는 식의 말로 안심시켰다. 그러나 임대사기 피해자는 자신의 신용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지불한 전세금이 임대인의 손으로 넘어간 이후에야 전셋집에 걸려있는 체납 세금이 수십,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마련이다. 세금이 임대보증금에 우선한다는 사실과 전세보증보험가입이 불가한 주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임차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간 국가는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깎아 주는 등 (민간임대공급이라는 이름으로) 다주택 보유를 장려하면서도, 다주택자들이 정상적으로 임대주택사업을 영위하는지 확인하고 통제하는 제도는 두지 않았다. 은행은 전세자금대출을 해주면서 해당 주택가격 대비 전세금이 과도하지 않은지, 임대인이 신용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주택 가격 급등기에 은행이 방만한 전세대출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가 발생한 보증서를 담보로 하였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HUG는 전세가액이 주택매매가격대비 회수 가능한 것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으며, 임차인이 계약여부를 결정하기 이전에 가입이 가능한지 알 수 있는 제도도 갖추지 않았다. 국가와 은행, 공사가 모두 오직 다주택 보유 임대인만을 위한 정책에 골몰했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는 무관심했다.

 

서민주거안정 명목으로 만들어진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 제도는 역설적으로 전세사기범들의 손쉬운 합법적 자금조달수단이 되었다. 부동산 시장 급등기에 이 제도의 맹점을 기반으로 우후죽순 신축빌라와 오피스텔이 공급되었으나, 어느 누구도 주된 임대차 계약 대상이었던 청년층에게 보이지 않는 위험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숨겨진 위험을 알리는 것은 청년 소비자들을 제외한 사기판의 플레이어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 설계된 이 전세 사기판에서 모든 시장참여자는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였을 뿐이다.

 

과거 집값 상승기에는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청년들은 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저리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월세지불액보다 저렴한 이자를 내며 깨끗하게 풀옵션으로 단장된 신축주택에 거주할 수 있었다(전세가격이 천정부지 상승하면서 대출이자 총액은 결국 최대한의 월세액으로 수렴되어 갔을 것이다). 임대차 수요가 이어지니 빌라·오피스텔 공급자들은 일단 지어만 놓으면 전세제도를 통하여 건설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었다. 즉 위험 없이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아울러 저금리 대출에 기반하여 마음 놓고 전세보증금을 올릴 수도 있었다. 중개인들 또한 건설업자와 공모하여 실체 없는 '시세'라는 이름으로 끝없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을 올리고 일부의 수익을 공유하였다.

 

신축빌라, 오피스텔사업이 큰 이익이 나는 사업이 되자, 토지가격 또한 급격히 상승하였다. 토지소유자들 또한 그 이익의 한 자락을 소리 소문 없이 나누어가져갔다. 이익을 얻은 이들은 또 다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돈에 주택의 임대인이 져야할 의무와 위험을 넘겨버리면 그만이었다.

 

누구보다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전세대출 보증서를 발급해주면서 금융기관이 위험 없이 방만하게 전세자금대출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였다(전세자금대출 잔액 201223조 원, 201650조 원, 2021년 말 180조 원으로 증가, 전세자금 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변화점검, 2022. 4,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여기에 공적 보증기관인 도시주택금융공사는 전세보증보험을 통하여 일부 임차인의 전세금을 보증해주면서 전세가격을 마음껏 올려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현재 임차인 중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차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조차 없는 상태이지만, 전세보증 미가입 임차인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히려 전세보증보험제도는 임차인 보호라는 본 뜻과 달리 전세가격을 치솟게 했다. 일부 사기 집단의 주머니가 두터워지는 만큼 국가의 재정은 낭비되었다(전세보증금 보증사고 금액 201774억 원에서 20215790억 원, 20228월까지 5367억 원-HUG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자료).

 

이쯤 되면 전세 사기판의 설계자는 사실상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 사기 문제의 본질은 국가가 품질 좋고 저렴하고, 안전한 서민 주택 공급을 책임지지지 않고, 되레 관련 제도를 민간 사업자들과 금융기관이 손쉽게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했다는 데 있다. 그 결과 전세사기주택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험은 임차인과 취약계층에게 전가되었다.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은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정책으로 교묘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정치권에서 생색내기 그만인 정책으로 활용되었을 뿐이다.

 

아파트가 투자수단이 되면서 주택 투기, 빌라 전세 쏠림 현상 등이 나타난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개발논리의 가스라이팅, 1세대 1주택주의와 아파트 중심주의

전세가격 2억 원, 매매가격 22000만 원. 전세와 매매의 차이가 1000~2000만 원에 불과한 주택이 많다. 왜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까지 담보한 큰 자금으로 집을 마련하지 않고 위험천만한 임차주택을 선택했을까?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면 주택가격 대비 40~60%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전세자금대출은 90% 이상을 대출로 조달할 수 있다. 대출금리 또한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전세금의 자금조달 규모는 더 커지고, 조달하기도 편리하다. 결국 주택 과소비로 이어진다.

 

전세사기대상이 된 주택 대부분은 다세대주택, 오피스텔이다. 이들 주택은 아파트에 비하여 가격 상승을 거의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목적으로 소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애써 청년층 등이 구매할 매력도가 떨어진다. 그런데다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구간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본래 9억 원이던 양도세비과세 구간은 12억 원으로 상향(2021122일 소득세법 개정안 국회 통과)되었다. 1주택 소유자의 경우 12억 원까지는 마음 놓고 주택을 이용하여 돈을 벌어도 좋다고 국가가 보증했다. 자연히 청년층도 내가 소유할 주택은 내 소득수준에 맞게 구매가 가능한 '다세대주택'이 아니라 비록 지금은 구입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구입하여야만 하는 투자목적의 '아파트'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 현상, 재개발, 재건축, 신도시개발을 비롯한 주택(아파트)공급 지상주의는 이런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거주수단이 아니라 투자수단이다. 1세대 1주택주의에 기반한 각종 조세혜택 등 아파트만이 자산가치를 온전히 누리도록 주택 정책이 철저하게 설계되어 있다. 반면 다세대주택은 투자가치가 별로 없는 주택이므로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지배적이다. 다세대주택은 오히려 투자가치 있는 1세대1주택 아파트 소유의 방해물이 된다.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는 철저하게 아파트를 소유하여 시세차익을 누리는 것이 자산을 형성하는데 유리한 것처럼 설계되어 있다. 이런 배경하에서 청년들은 소득에 맞는 집을 구매하거나 월세를 선택하기보다는, 전세임차인을 선택한 결과 전세사기를 당하거나, 한편에서는 영끌 (아파트) 투기에 열을 올렸다.

 

최근에는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청년들 상당수가 전세사기 피해를 입거나 영끌 아파트 매수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다. 그 기저에는 1세대1주택 중심주의, 아파트 중심주의의 개발논리 가스라이팅이 숨겨져 있다.

 

전세사기문제는 국가가 저렴하고 쾌적하며 안전한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마련하는 대책을 세우는 대신, 서민주거대책이라는 이름으로 흥청망청 대출제도와 보증제도로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양 면피하고, 보증금미반환위험과 금리변동 위험을 온전히 임차인에게 전가한 결과이다. 전세사기문제는 동시에 이 청년들이 영끌 투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면이기도 하다. 전 사회가 나서서 아파트 소유(투기)만이 부자되는 길인 것처럼 유도하고, 자신이 거주할 능력이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높은 가격의 전세를 끼고서라도 영끌 투자를 하도록 만들었고, 이들 또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전세가 하락으로 보증금미반환 위험(갭투기 아파트 투자)과 금리변동의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부동산의 소유로 인하여 누리는 소득(편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대책을 세워야한다. 청년 서민들에게는 노동소득으로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안전하고 쾌적하게 거주할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주택은 투기목적의 고가주택이 아니라, 민간자본의 논리로 지원이 어려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이다. 사업자의 과도한 이윤을 최소화해 서민층의 소득으로 부담 가능한 수준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주택공급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수해로 인한 반지하 주택 참사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시원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겠다고 공언한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말과 달리 고가 주택, 여러 채 소유 주택에 대하여 종부세, 재산세 등의 부담을 줄이고, 부동산 가격하락기임에도 불구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후퇴시키는 정책을 내놓았다. 또한 국가가 청년, 서민들에게 필요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년대비 28.2% 삭감한 57729억 원으로 잡았다. 국가의 역할을 방기한 채 부동산 경기위축, 가격 하락기의 위험을 민간 자본과 다주택자의 주택투기를 활용하여 해소하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를 용서하지 말기를 바란다. 기득권 자본, 언론과 기성세대는 당장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일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청년들의 미래를 만들어갈 사람은 청년들이다.

 

30년 전에 15000만 원에 구입한 주택이 25억 원이 되었는데, 이 결과를 오로지 자신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해달라는 사람들이 기성세대다. 청년들은 25억 원짜리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데도, 기성세대의 뒤를 쫓아 무리한 대출을 받으려 골몰한다. 그러나 고물가, 저출산, 저성장시대,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같은 이런 방법으로 부자가 되거나 자산을 축적할 수 없다.

 

청년들이 살길은 기성세대의 투기 수단을 맹신하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기득권 집단의 탐욕과 이기심을 질타하며, 연대하는 것이다. 주택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 대신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다. 청년, 세입자와 주거,빈곤, 복지단체로 구성된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은 지난 1017일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내놔라, 공공임대!

조정흔 감정평가사/ 프레시안

 

 

2년 전 비닐하우스서 추위로 숨진 이주노동자"우리는 여전히 '일회용품'"

'2022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도심 집회"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2년 전. 캄보디아에서 온 30살 여성 이주노동자 속행 씨는 영하 18도의 한파가 몰아치던 1220일의 새벽,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숨졌다. 속행 씨의 죽음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가 여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이들의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속행 씨의 동료 노동자들이 한파의 날씨에도 거리에 나선 이유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과 민주노총은 18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2022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를 열고 "속행의 죽음 이후 2, 이주노동자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이주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영하 15도를 육박하는 강추위에 모인 5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올 겨울에도 임시 가건물 기숙사가 심각하게 우려된다""컨테이너, 샌드위치 패널 등 임시 가건물이 여전히 숙소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제조업과 농어촌 일손이 부족하다며 각종 인력공급 정책을 늘어놓기만 하지만, 정작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한 대책이 없다""더 이상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노동허가제 도입과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속행 씨의 죽음의 배경에도고용허가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의 사업장이동·재고용·이탈 신고 등의 권한을 주는 제도다.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운명이 고용주 손에 달린 셈다. 때문에 이들은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열악한 숙소와 비정상적인 근무여건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이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 기념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주 노동자의 체류와 임금, 노동조건, 건강, 주거 등 영역에서 차별을 없애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속행 씨의 죽음 이후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에 사는 이주노동자에 한해 사업장 변경을 허용했다. 하지만 대다수 사업장의 환경이 비슷한 농어촌 지역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 혹여 사업장 변경 신청으로 고용주 눈 밖에 났다가 고용허가 연장이 불가능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섹 알 마문 이주노조 부위원장은 "오늘은 유엔에서 이주노동자와 가족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날이지만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이를 누리지 못한다""이주노동자들은 돈을 벌러 온 사람들이지 기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는 거주 이동의 자유도 직업선택의 자유 같은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이 나라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하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

 

 

중국vs일본 축구, 당신이 응원하는 나라는? [2022 한국인의 대일본 인식 ]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일본 축구팀REUTERS

 

월드컵은 4년마다 펼쳐지는 전 세계 축구 대항전이다. 자연스레 우리 팀을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북한과 미국이 붙게 된다면? 일본과 중국이 겨룬다면? 국가 대항이라는 가정하에 미국·북한·중국·일본 각각의 조합(북한-미국, 북한-중국, 북한-일본, 미국-중국, 미국-일본, 중국-일본) 축구 경기 중 어디를 응원할지 이번 시사IN과 한국리서치 공동기획 웹조사에서 물어봤다.

 

2022년을 살아가는 한국인이 정서적으로 더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주변국은 어디일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둘 다 응원한다거나 둘 다 응원하지 않겠다와 같은 중간지대 답변을 허용하지 않았다. ‘밸런스 게임처럼 선택지를 둘로 제시했다. 대신 모르겠다는 항목은 남겨뒀다.

 

가장 팽팽한 결과는 중국-일본전이었다. 32.9%가 중국 응원, 32.8%가 일본 응원, 34.3%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상세 응답을 살피며 세대 차이가 컸다. 20대는 중국 응원 11.8%, 일본 응원 50%였다. 반면 50대는 중국 응원 48.8%, 일본 응원 24.4%로 반대 양상을 보였다.

 

압도적 응원은 미국이 받았다. ‘미국-중국경기에서 미국 응원 87.7%, 중국 응원 4.7%, 모르겠다 7.6%였다. ‘미국-일본전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응원 87%, 일본 응원 5.9%, 모르겠다 7.1%였다. 두 경기 다 세대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나이 어릴수록 남북한 민족 개념 옅어졌다

다만 북한-미국경기에서만은 미국에 대한 응원이 앞선 경기(‘미국-중국’ ‘미국-일본’)와 다른 분위기를 띠었다. 북한 응원 39.9%, 미국 응원 46.2%, 모르겠다 13.9%였다. 국가 대항 축구 경기가 민족주의성격이 짙은 이벤트라는 점을 떠올리게 하는 결과다. 여기서도 세대 차이는 존재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북한 응원, 적을수록 미국 응원이 많았다(60대 이상은 예외). 50대의 55.5%가 북한 응원, 33.7%가 미국 응원을 골랐다. 20대의 22.8%가 북한 응원, 57.7%가 미국 응원을 밝혔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인에게 남북한 사이 민족 개념이 옅어진다는 의미다.

 

북한-중국경기에서는 북한 응원 69.8%, 중국 응원 11.3%, 모르겠다 18.3%였다. ‘북한-일본경기 또한 북한 응원 69.5%, 일본 응원 17.6%, 모르겠다 12.9%였다. 두 경기 모두 젊을수록 북한 응원의 정도가 떨어졌다. 대신 북한-중국전에서는 나이가 어릴수록 모르겠다는 대답이 많았다(2031.4%, 3026.6%, 4020.5%, 5010.5%, 60대 이상 10.8%). ‘북한-일본전에서는 일본을 응원하겠다는 세대별 응답은 2025.4%, 3024.1%, 409.6%, 5011%, 60대 이상 19.2%였다

시사인 김은지 기자

 

반쪽이태원 국조 우려...한겨레 국힘, 무책임의 극치"

민주당 "예산안 처리로 국정조사 무산시킬 수 없어"...국조 특위 '개문발차'

동아 "'반쪽 국조' 유족에 대한 도리 아니야...여야 함께 진행해야

야당이 국회 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지연되고 있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단독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19일 아침신문에선 빈손 특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여당의 비협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안 처리로 국정조사를 무산시킬 수 없다. 일단 개문발차 형식으로 시작하겠다“19일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본조사 일정과 증인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전제로 합의한 탓에 국정조사 특위는 구성도 하지 못하고 오는 117일로 정한 활동 기한의 절반을 넘긴 상황이다.

 

<중앙일보>8<민주당 오늘부터 이태원 국조 단독 강행여당 합의 파기”>에서 이태원 국조 개문발차에 반발하는 여당의 목소리에 비중을 뒀다.

 

<중앙일보>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내년도 예산안을 먼저 처리하고 국정조사는 이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자 민주당이 예산과 국정조사의 연계를 끊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6<, 오늘부터 이태원 국조강행키로>에서 여야는 18일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이어갔지만 법인세 인하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여당은 법인세 3%포인트 인하, 야당은 1%포인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고 예산안 협상을 둘러싼 이견을 전했다.

 

동아일보 1219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올해 안으로 예산안 처리를 못해 준예산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다리당략에 사로잡혀 민생과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은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여야는 예산안을 서둘러 합의 처리하고, 이태원 국조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여당이 빠진 채 반쪽으로 국조가 진행되는 건 무엇보다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관련 기관의 증인 출석이나 자료 제출 비협조 등 특위 활동 자체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가 정치 공방만 벌이다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향한겨레는 국정조사에 소극적인 여당의 모습을 꼬집으면서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이태원 참사 49재 추모제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이 소비 촉진 행사에 참석해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고 농담을 던진 모습을 두고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무공감, 무성의, 무책임이 개탄스럽다민주당정의당 등 야당만이라도 국정조사에 돌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태원 참사가 국가의 직무유기로 빚어진 인재임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무적 책임을 묻고 재난관리 시스템을 점검보완해야 할 국정조사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이 예산안 처리를 스스로 교착에 빠뜨려놓고 이를 핑계로 한계 시한에 몰린 국조특위 가동을 거부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며 정부여당은 이제라도 참사 진상규명에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불참으로 국정조사가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정부의 비협조로 실효성 있는 조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이 또한 정부여당의 참사 대응 실패로 기록될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무도한 정권이라는 오명을 자초하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PD저널=박수선 기자

 

 

윤대통령 국정과제회의 참석 국민패널이 말한 리허설 현장

주재 국민참여 국정과제회의 질문 리허설 논란

윤건영 리허설 필요하지만 질문리허설은 금시초문

국민패널 참여자 정해진 틀속에서 질문은 자유롭게

 

지난 15일 국민패널이 참여한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정과제 점검회의 리허설 영상이 논란이다.

다음날 YTN ‘돌발영상이 공개한 리허설 영상에는 국민 패널들과 윤 정부 측이 생방송에서 주고받을 질의응답을 연습하는 장면이 담겼다. 윤 대통령을 대신한 대역 역할의 인사가 스튜디오 가운데 앉아 답변하는 모습도 포함됐다.

 

YTN은 이 영상이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내부 지침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영상이었다며 게시 30분여 만에 삭제했지만 사전 각본논란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 때도 국민과의 대화를 했다. 통상 국민과의 대화에서 사전 리허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사회자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은 당연히 필요한데 질문자가 질문하고 답변자가 답변하는 소위 질문 리허설은 금시초문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특히 질문자는 자신들도 밝혔다시피 부처에서 추천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사전 각본에 의한 질문이라는 것에 합리적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는 국민 패널이 참여했다.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대해 국민 질문에 장관이나 대통령이 바로 답변하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국민 패널 100명에 대해선 정책 수요자를 부처에서 추천하면 그분들이 직접 정책 궁금증이나 문제점을 제기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민 패널로 참여한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3노조)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의 무조건적 파업을 비판하면서도 정부도 거대노조 요구만 듣지 말고 사업장마다 다른 특색을 이해하여,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소외된 근로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잘 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는데, 그 역시 행사 이틀 전 고용노동부 섭외 요청을 받았다.

 

송 위원장은 20일 통화에서 “(정부 측에서) 큰 행사를 하는데 참석할 수 있느냐고 해서 수락했다누가 참석하냐고 물으니 보안상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VIP가 참석한다고 해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구나 알게 됐다고 했다.

 

송 위원장에 따르면 행사 주최 측은 국정과제 점검회의 장소가 청와대 영빈관이라는 사실을 하루 전에 공지했고 당일 현장에선 생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리허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리허설이 끝난 뒤에는 생방송을 감안해 말씀을 짧게 부탁드린다는 당부를 받았다고 한다.

 

송 위원장은 정부 측이 노동 이슈 등 큰 틀에서 질문 방향은 정했지만 그 주제 안에선 질문은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내 경우 리허설 때 정부 측 답변이 기대했던 것과 달라 생방송 중에는 뉘앙스와 내용을 다소 달리해 질문을 던졌다. 방송을 보면 내 질문과 장관 답변의 핀트가 어긋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사전에 정해놓고 질의응답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사전 리허설이 있던 것은 사실이고 그런 비판도 할 수 있으나 애초 정부 측에서 날 섭외할 때 우리 이슈인 정규직의 일반직화 전환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오인하는 등 현안 이해가 크진 않았던 것 같다국민 패널로 참여한 이들까지 비판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사전 리허설 영상 논란에 관해 대통령과 장관이 국민께 정책 방향을 생생히 설명하는 자리를 폄훼하기 위해 YTN은 테스트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해 마치 사전에 기획된 행사인 양 악의적으로 편집했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2시간 반 넘는 생중계 행사에선 순서 조정 등 사전 기술적 점검이 당연히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은 원래 리허설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술 점검 때 나온 대통령의 예상 답변은 당연한 내용이다. 대통령의 평소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5년간 노동자가 가장 많이 죽은 기업

한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어간 '위험 기업'은 어디일까? 하루가 멀다고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게 현실임에도 이 단순한 물음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산업재해에 대한 정보공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정보공개센터가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프로젝트(이하 일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죽 프로젝트는 누구든 기업명을 검색하면 그 기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재해 사고에 따른 사망 여부뿐만 아니라 산업재해 형태, 행정조치와 송치 여부까지 공개되는 국내 유일 데이터베이스다.

 

 

대법원 판결도 무력화시킨 돼지머리 시위는 정당한가?

대구 경북대 근처 공사장 앞에는 돼지머리가 놓여 있다. 이슬람 사원 증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가져다 두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혐오라고 비판한다. 주민들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 돼지머리를 두었다. 시사IN 신선영

 

공사장 바로 옆에 돼지머리가 놓인 풍경은 상상보다 더 기이했다. 대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에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짓는 현장이었다. 모스크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10월부터 이곳에 돼지머리를 두었다. 무슬림을 내쫓는 게 목적이다. 이슬람 교리는 돼지를 금기시한다. 모스크 건설을 추진 중인 무슬림 유학생들은 이런 행태가 이슬람 혐오라고 비판한다. 반면 반대하는 주민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반박한다.

 

이 갈등은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니다. 무슬림 주민들이 사원 건축허가를 받은 건 재작년 9. 3개월 뒤 착공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듬해 2월 일부 주민들이 북구청에 공사중지 민원을 제기했다. 북구청은 주민들의 항의를 수용했다. 건축주에게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북구청은 갈등 중재 회의를 열었으나 둘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해 7월 건축주는 북구청을 상대로 공사중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다. 3심 모두 무슬림 승소였다. 코너에 몰린 반대파 주민들이 최후의 저항으로 돼지머리를 놓았다. 126일에는 3개로 늘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한 사람은 아예 골목 따라 쭉 놓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없던 모스크가 생기는 게 아니다. ‘증축이다. 이 자리에 있던 건물은 2014년부터 모스크였다. ‘다룰이만 경북 이슬라믹센터라는 이름으로 대구 북구의 비영리법인 승인을 받았다.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은 이슬람 교리에 따라 매일 다섯 번 여기에 모여 기도해왔다. 무슬림들은 지난 7년간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증축을 이유로 반발을 사는 게 이해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무아즈 라작 씨(26)는 파키스탄 출신 유학생으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중이다. 그가 한국을 택한 것은 친구들의 추천 때문이다. 추천 사유는 여럿이었는데, 다름 아닌 종교적 이유도 있었다. 라작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와 가까운 곳에 기도할 공간이 있으니 공부하면서 종교적 의무를 이행하기도 편했다(이슬람 신자는 하루 다섯 번 예배 의무가 있다).” 모스크를 건축하면 이웃에게 위협이 된다는 일부 주민들의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그는 주장했다. “7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우리(무슬림)가 누구를 위협하거나 공격한 적이 있나?”

 

주민들 입장은 다르다. 김정애(46)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2014년 생긴 옛 모스크를 기도 처소라고 불렀다. 작고 임시적인 시설일 때와 본격적으로 모스크를 올리는 것은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처음 건축업자가 양해를 구할 때에는 단층으로 깨끗하게 집을 짓는다고만 했다. 모스크라는 사실은 공사가 본격화된 후 인부들 입에서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착공 3개월 후 뒤늦게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속아서였다.

 

무슬림들은 새 모스크가 들어서면 주민들에게도 이롭다고 주장한다. 모스크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소음과 냄새를 문제 삼는데 이게 줄어든다는 것. 라작 씨는 말했다. “새 모스크에는 방음벽을 설치하고 굴뚝을 높게 만들겠다고 했다. 주민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정애 부위원장은 모스크 내부의 소리와 냄새만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다니게 되면 자연히 큰 소리가 난다는 것. 김 부위원장의 말이다. “모스크 부지는 너무 비좁은 데에 있다. 사원이 증축되면 수십 명이 이쪽으로 드나들 텐데, 그 인원이 지나다닐 만한 골목이 못 된다.” 모스크가 아니라 교회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반대했을 것이다”.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설 현장 주변에 붙은 찬반 플래카드.시사IN 이명익

 

구청 중재안도 무슬림 떠나라

그런데 사람이 많이 몰려서 문제라는 대목을 설명하는 김정애 부위원장의 말에는 묘한 뉘앙스가 담겼다. 그는 2014년 이후 지금까지도, 민원만 제기하지 않았을 뿐 소음 문제는 겪어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만을 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종교 행사에 30~40명씩 이슬람 남자들이 모이면 시끄럽다. 집에 혼자 있는 상황에 그네들한테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슬람이 아니라 남자가 문제라고 김정애 부위원장은 말했지만, 무슬림들의 낯선 외양도 연이어 언급했다. “(무슬림) 여자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빨간 천(히잡)을 두르고 골목에서 불쑥 나타나면 이건 사실 두렵다. 익숙지 않잖나? 안 놀라려고 해도 몸이 자동 반응한다.”

 

김정애 부위원장은 어떤 시설이라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지난 19개월간 공사장 인근에는 이슬람을 꼬집어 비난한 현수막이 다수 걸렸다. ‘이슬람 무서워서 마실도 못 다닌다’ ‘유럽처럼 무슬림 밀집지역이 되어 치안 불안·슬럼화된다따위다. 무슬림 유학생이 사는 건물에는 이런 푯말이 영어로 붙었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참수하는 테러리스트 무슬림은 당장 여기서 나가라!’

 

북구청은 주민 탄원서를 받고 당일 수용했다. 건축주에게 보낸 건축공사장 공사중지 통보에, 중지 사유를 주민들의 정서불안 및 재산권 침해, 슬럼화 우려 등이라고 적었다. 무슬림 거주와 통행이 늘어나는 게 슬럼화라는 주장은 주민들이 구청에 보낸 탄원서에서 처음 등장한다. 여기서 주민들은 정서불안과 동네의 피폐화를 우려했다. 개별 무슬림의 구체적 비행이나 범죄는 이유로 들지 않았다. 북구청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주민 민원이 긴급한 상황이라 보고 당일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반면 공사중지처분 취소 소송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렇게 썼다. “공사중지 명령은 엄격한 법적 근거를 요한다. (중략) 단순히 인근 주민의 집단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내릴 수는 없다.”

 

한쪽이 국외자임을 걷어내고 보면 건물 신축을 둘러싼 갈등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한쪽이 무슬림이었기에 사건은 흔치 않게 굴러갔다. 적법 절차에 따른 공사가 중단되고 위협적인 현수막이 걸렸다. 무슬림 한 사람이 한국 노인에게 폭행당한 적도 있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공개적으로 한쪽의 손을 들었다.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이 건이 자국민이 역차별받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구청이 제시한 중재안은 북구의 모스크 부지 매입이었다. 무슬림은 떠나라는 것. 무아즈 라작 씨는 갈 곳을 찾아주면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구청은 별다른 추가 제안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한쪽으로 심히 기울어진 분쟁 해결 과정은 끝내 법정 문을 세 번 오가고서야 시정된다. 라작 씨는 우리도 인간이다. 겨울에 따뜻하게, 여름에 시원하게 지낼 새 건물이 필요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시사인 대구·이상원 기자

 

 

정부 다주택자들 집 더 사라”...부동산 세제·금융 규제완화 대거 예고

다주택자 수요 통해 집값 부양 효과 기대

서울·과천·성남 등 규제지역 해제도 예고

민간등록임대 부활,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

세입자 대책 찔끔’···“투기 우려목소리

서울 상공에서 바라본 성동구 도심 모습. 한수빈 기자

 

 

21일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방향(경방)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금융완화 대책을 대거 쏟아냈다. 다주택자 투기 문제가 제기됐던 민간등록임대 역시 규제 이전 모습으로 부활한다.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집값의 급격한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매를 독려하고, 보유에 따른 부담은 낮추는 방식으로 사실상 집값을 부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투기수요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고, 다주택자를 양성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의 입장과는 반하는 조치이기도 해 논란이 예상된다.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허용, 거래세 완화

정부는 경방에서 거래 주체로서의 다주택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추가 구매할 수 있도록 금융·세제 부문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다주택자는 규제지역 내 주택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새해부터는 허용된다. 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은 일괄 30%로 적용하되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LTV30%에서 추가로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민간임대사업자인 다주택자의 경우 LTV40% 이상 허용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취득세·양도세 등 부동산 거래세도 낮아진다. 지금은 1주택자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추가 구매하거나 2주택자가 세번째 주택을 구매할 때 8%의 취득세를 부과 중이다. 법인의 경우 4주택 이상(조정지역 내 3주택 이상) 구매 시 12%의 취득세가 부과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취득세율이 개인 4%, 법인 6%로 각각 완화된다. 예컨대 서울에 집이 있는 1주택자가 서울에 5억원 상당의 주택을 추가 구매할 경우 지금은 취득세로 4000만원(8%)을 내야하지만 내년에는 2000만원(4%)만 내면 된다.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송파,성남 방향 아파트단지

분양권 및 입주권 등에 대한 단기 양도세율도 완화된다. 분양·입주권은 현재 1년 미만 보유 매각 시 70%의 세율이 부과되지만 내년부터는 45%로 완화된다. 1년 이상 보유 시 지금은 60%의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새해에는 1년 이상만 보유하고 매각하면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배제의 허용 시한도 20235월에서 20245월로 1년 연장된다. 추가로 정부는 내년 7월까지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양도세 중과를 아예 폐지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민간등록임대 부활, 85이하 아파트도 허용

다주택자 투기 우려 등으로 폐기 수순에 들어갔던 민간등록임대제도가 부활한다. 매입임대의 경우 현재는 빌라·연립 등 비아파트만 장기임대(10) 등록이 가능하지만 내년부터 ‘85이하 아파트도 장기임대 등록이 가능해진다.

 

등록임대 세제혜택도 복원된다. 새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매입임대로 등록하면 60이하는 취득세의 85~100%, 60~85이하는 50%의 취득세를 각각 감면해준다. 취득세 감면 혜택은 수도권의 경우 취득가액(분양가)6억원 이하, 비수도권의 경우 3억원 이하일 경우에만 주어진다.

 

매입임대주택 등록 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및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도 부활된다. 수도권 6억원 이하, 비수도권 3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해 매입임대로 등록하면 종부세 합산 배제 및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이 주어진다. 같은 조건에서 법인이 매입해 임대로 등록하면 법인세 추과과세(양도차익의 20%포인트)가 배제된다.

서울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모델하우스 전시관을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류인하 기자

 

장기임대 등록기간은 현행 10년에서 15년까지 가능하도록 연장된다. 15년 등록 시 종부세 합산·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 대상 주택 가액이 확대돼 수도권은 9억원 이하, 비수도권은 6억원 이하 주택까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민간등록임대가 재활성화되면서 투기수요가 부활할 우려를 감안해 신규 민간임대등록 사업자의 경우 2주택 이상 임대로 등록해야만 이같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했다. 정부는 향후 2주택자의 경우 취득세 및 종부세 중과제도가 폐지될 예정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 등 규제지역 해제·실거주 의무 완화 등 초읽기

다주택자를 통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택 구매 수요가 높은 서울 및 인접지역에 대한 규제완화가 동반돼야 한다. 이때문에 지난달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조치에서 배제된 서울, 하남, 성남 등지에 대해 투기지구 및 조정지역 해제 등의 조치가 조만간 실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규제지역을 연초에 추가 해제하겠다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 등에 따라 2~5년으로 설정된 실거주 의무 등도 완화된다. 정부는 과도한 실거주 및 전매제한 규제를 지역별 시장상황을 고려해 2017년 이전의 합리적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국토교통부가 내년 초 별도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안정·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 규제도 완화돼 주택 구매 시 적용되는 LTV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9억 초과 주택은 현재 ‘3개월 내 전입의무가 있지만 새해부터는 폐지된다. 15억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 한도(현행 2억원)도 폐지된다.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 대상 LTV는 시장 및 가계부채 여건 등에 따라 추가로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 동작구 상공에서 바라본 도심. 김창길 기자

 

현행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기존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1년 한시로 출시를 확정해 내년 1분기부터 시행 예정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지원대상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6억원 이하)’, 대출한도는 5억원(36000만원)으로 각각 완화되고 소득제한(7000만원 이하) 기준도 폐지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시가격 산출방식 개선, 1주택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의 45% 아래 수준 인하, 공시가 현실화 계획 수정 등 부동산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전세대출 보증 상향·월세 세액공제 확대

다주택자 규제완화 및 지원 규모에 비해 세입자 지원대책은 많지 않다. 전세대출 등 금융·세제 지원책이 일부 포함됐다.

 

현재 90%인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을 100%로 상향하는 등 방안을 통해 고정금리 전세자금대출 상품이 확대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월세 세액공제(750만원 한도) 대상 주택 기준은 현행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상향되고, ·월세 대출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도 연간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대상 주택도시기금 초저리 자금대출은 1월부터 시행된다. 가구당 16000만원까지, 1% 수준의 이자로 최장 10년간 대출이 가능하다.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는 내년 2월 중 발표된다.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 공공임대 혁신 등 새정부 주거복지 정책을 종합한 가칭 서민·취약계층 주거복지 강화 방안을 조속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게재돼있다. 연합뉴스

 

공공임대의 경우 기존 ‘50만 가구 공급안을 유지하되 정부 지원단가를 일부 높여 역세권 등 수요가 많은 지역 내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건설형 공공임대 지원단가는 내년 중 7% 인상되고, 매입형 임대는 유형별로 가구당 2000~3000만원 가량 지원단가가 올라간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에 대한 개정내지는 폐지 작업도 계속된다.

 

업계 집값 부양 효과 기대”, 투기 부활 우려도

경방에 공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부동산시장의 거래저해 요소들을 완화해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단기적인 가시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더라도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정상화라는 장기적인 정책방향으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도 부동산 시장의 거래 및 수요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각종 세제·대출규제를 걷어냈다시장의 단기 방향 전환과 빠른 회복을 이끌어 내는 것은 제한적이겠지만 일부 급매물 소화와 시장 연착륙에는 다소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규제완화가 일정부분 집값을 부양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도 전망됐다. 함 랩장은 신축희소성과 탄탄한 호재로 평소 대기수요가 꾸준했던 알짜 지역은 가격하락과 매물출회의 속도조절(둔화)이 발생될 수 있다신규 입주 등 주택공급이 많거나 가계대출 비중과 다중채무자가 집중된 지역은 수요 진작에 한계를 보이는 양극화가 발생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다주택자 등의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규제지역 해제와 동시에 취득세 등 거래세도 완화되면서 1주택자가 추가 주택구매를 통해 다주택자가 되거나 다주택자가 등록임대를 통해 세부담 없이 추가로 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점에 주택을 처분한 다주택자들의 경우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진 아파트 등을 재매입해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 송진식 기자

 

 

 

꽃중년꿈꿨지만 돌아보니 빚중년

4060 작년 대출액 11% 늘고

소득 증가율은 5.4%에 그쳐

 

인생 2재취업자 중 46%

200만원 미만 쪼들린 삶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42)는 매달 612000원을 빚 갚는 데 쓴다. 지난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1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외벌이 가장인 A씨는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월급에서 대출금 빼고 나면 살림살이가 빠듯하다내년에 아이가 태어나는데 투 잡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 10명 중 6명은 금융권 대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대출액은 11% 늘었지만 소득은 5.4% 증가했다. 퇴직 이후 1년 만에 새로 일자리를 얻은 중장년 임금근로자의 절반가량은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1년 중장년층 행정통계자료를 보면 중장년층(40~64) 인구는 20182000(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96000(0.5%) 늘었다. 중장년층 비중은 전체 인구 대비 40.3%를 차지했다.

 

주택을 소유한 중장년층(8844000) 비중은 43.8%1년 전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중장년층의 개인 주택 소유 비중은 201741.3%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초반 주택 소유 비중이 46.0%로 가장 높았는데, 연령이 낮을수록 주택 소유 비중도 떨어졌다.

 

중장년층이 짊어진 빚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금융권 대출이 있는 중장년층 비중은 57.3%1년 전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대출잔액 중앙값은 5804만원으로 전년(5200만원)보다 11.6% 급증했다.

 

주택 소유자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116만원으로 무주택자(3019만원)보다 3.3배 많았다. 40대 초반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7444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초반은 4201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택 소유 비중 증가와 함께 대출 비중과 잔액이 모두 늘었다주택담보 대출뿐만 아니라 사업자 대출도 크게 늘었는데, 중장년층 전반에 대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 소득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전체 중장년층의 77.1%는 근로 또는 사업소득이 있었는데, 평균 소득은 3890만원으로 전년보다 5.4%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40대 후반(4239만원)이 가장 많고, 60대 초반(2646만원)이 가장 적었다. 일자리를 가진 중장년 등록취업자는 13402000명으로 전체 중장년 인구의 66.4%를 차지했다.

 

임금근로자가 77.8%,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가 17.9%,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경우가 4.3%였다.

 

지난해 10월 기준 1년 만에 일자리를 새로 얻은 만 40~64세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46만원으로 파악됐다. 남성(월평균 304만원)이 여성(월평균 202만원)보다 102만원 더 받았다. 새로 취업한 중장년층의 46.8%는 월평균 200만원 미만을 받았다. ‘100~200만원 미만구간(37.3%)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00~300만원 미만’(33.1%), ‘300~400만원 미만’(10.9%), ‘100만원 미만’(9.5%) 순이었다.

 

해당 통계는 이 기간 일자리를 얻은 등록취업자 1419000명 중 사회보험 가입 등을 통해 임금 파악이 가능한 임금근로자 8410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월평균 임금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

 

 

집부자’ 100명 보유 주택 가격 총 3조원 육박

1명당 평균 295억원 규모 주택 226채 보유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내 보유 주택이 많은 집부자상위 100명이 소유한 주택 수가 22천여채로 1년 새 1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명당 평균 보유 주택 수는 226, 주택 자산 가치는 295억원이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에서 받은 주택 소유 상위 100명의 소유 주택 현황자료를 보면, 지난해 111일 기준 주택 소유 상위 100명은 22582채를 보유했다. 1년 전 2689채에서 9.1%(1893) 늘어났다. 이들의 보유 주택 가격은 올해 11일 공시가격 기준 29534억원이다. 1년 전 25236억원에서 17%(4298억원) 증가했다. 1명당 평균 보유 주택은 약 226, 보유 주택 가격은 295억원꼴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 제공

 

집부자 상위 100명이 보유한 주택 수는 201617244채에서 5년 만에 31% 늘었다. 이 기간 보유 주택 가격도 15038억원에서 96% 불어났다. 김 의원은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취득세 중과, 대출 규제 대폭 완화 등 다주택자 세제·대출 규제를 모두 풀겠다고 한 것은 다주택자 투기 소득을 확대하는 방안이라며 주거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할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집부자 규제풀기에 올인서민·취약층 지원은 빈약

2023년 경제정책방향

윤석열 성장·발전 가로막는 적폐 청산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대출 규제가 내년부터 전방위로 풀린다. 정부는 민간 기업 지원을 위해 내년에 역대 최대인 54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풀고 수출·투자를 적극 밀어주기로 했다. ‘윤석열표노동·교육·연금 개혁에도 시동이 걸린다. 정부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규제 완화·구조 개혁 등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정부는 21‘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두번째 경제정책방향 발표다. 지난 6월에 이어 이번에도 각종 규제 완화에 무게가 실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획재정부로부터 경제정책방향을 보고받으며 이제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이런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산·개선해야 할 제도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대출 규제가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올해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세금·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했던 것에서 나아가, 내년에는 규제 완화 초점을 다주택자로 옮길 예정이다. 취득세 중과 체계를 완화하고, 양도세 중과세 한시 배제 조처는 20245월까지로 연장한다. 지난 2020년 없앤 공동주택(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제도를 다시 부활시켜, 등록임대에 나선 다주택자는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더 줄여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임대 물량은 결국 다주택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중과세를 하게 되면 임차인에게 그대로 조세 전가가 이뤄지고 주거비 부담을 올린다내년에 더 적극적으로 세제 감면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를 통해 임차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뜻인데, 다주택자 매수세를 올려 경기 방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정부가 지금 시장 상황을 안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에 맞춰 기업 지원을 대폭 늘려 역성장이 예상되는 수출·투자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출 기업에 지원하는 무역금융 규모를 올해보다 9조원 늘린 360조원으로 확대 편성하고, 기업의 투자 증가액 세액 공제율도 34%에서 10%로 끌어올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현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방안도 내년 1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의지도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고금리 여파로 구조조정 압력이 커질 때 다 살리고 갈 것이 아니라 `옥석 가리기를 하는 게 중요한 정부 역할인데 이런 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또 이런 때는 정부가 재정을 어느 정도 쓰면서 건실한 기업이 유동성 위기로 흑자 도산하는 걸 막는 등 연착륙하도록 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건전 재정기조를 고수하며 내년 재정의 65%를 상반기에 집행하는 조기집행하겠다는 계획만 내놨다. 경기하강과 물가상승으로 생계비 부담이 커지는 서민·취약계층을 지원할 방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한 경제학자는 위기가 다가왔을 때는 국가의 역할이 강해져야 한다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포용적 정책은 민간에 맡기면 작동하지 않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청담동 술자리제보자, 첼리스트 또 공격무슨 미련이 남아 유튜브 돌아다닐까

데이트 폭력 의혹동거인 B, 최근 연이어 첼리스트 A씨 비난하는 게시물 남겨

그래봐야 할 수 있는 게 이 사건과 무관한 더탐사와 제 공격뿐일 텐데그게 본인한테 무슨 이득이 있을까

정치색드러낸 발언도그녀는 극우 쪽 채널 접촉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

이제 극우서 그녀 공격을 일제히 멈췄지 않나약속이나 한 듯이

그러니 진보채널 분열 목표 아니라면, 오히려 극우매체로 가는 게 그림이 휠씬 자연스러워

 

청담동 술자리 의혹' 첼리스트 A씨의 전 동거인이자 제보자인 B씨가 또 A씨를 저격하는 SNS 게시물을 남겼다.

 

최근 B씨는 첼리스트 A씨를 겨냥해 "진짜 선을 한참 넘는구나. 오늘 그녀(첼리스트 A)OOOO(방송사명) 인터뷰", "이것도 보시죠. 역시 그녀가 탐사에 대한 OOOO(방송사명) 인터뷰. OO(언론사명)은 이날 무려 세 꼭지나 분량을 할애했네요", "한 번쯤 보시죠. 이건 새로운 인터뷰인데요. 개딸 첼리스트 OOOO(방송사명) 인터뷰"라는 저격글을 남긴 바 있다.

 

첼리스트 A씨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며 해당 전화 녹취록은 '거짓'이었다고 밝힌 이후에도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하며 더탐사와 자신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하자, B씨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B씨는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녀(첼리스트 A)OOOO(방송사명) 인터뷰에서 본인이 '거짓말해서 미안하다'라고 국민들께 사과했다. 이미 그녀(첼리스트 A) 입장에선 이 사건은 끝난 것 아닌가. 근데 무슨 미련이 남아서 유튜브 채널을 돌아다닐까. 그래봐야 할 수 있는 게 이 사건과 무관한 더탐사와 제 공격뿐일 텐데. 그게 무슨 이득이 있을까 본인한테"라는 글을 남겼다.

 

또 그는 "그녀(첼리스트 A)는 소위 진보채널, 무늬만 진보든 과거에만 진보였던 간에 이쪽 동네 말고 극우 쪽 채널을 접촉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며 "이제 극우에서 그녀(첼리스트 A) 공격을 일제히 멈췄지 않나. 약속이나 한 듯이. 그러니 진보채널 분열이 목표가 아니라면 오히려 극우매체로 가는 게 그림이 휠씬 자연스럽다"고 정치색을 드러내며 첼리스트 A씨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최근 친분 관계를 자랑했던 이른바 채널A 사건 '제보자X' 지현진씨의 SNS 게시물을 공유하며 "여러분 오해하시는 게 (첼리스트 A씨의) 이러한 행동이 박경수 변호사(첼리스트 A씨의 법률대리인)가 시켜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죠.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이렇게(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하는 행위) 하지 말라고 박경수는 말리고 있는 형국이다. 저도 이 사실 어제 모 기자한테 상세히 들었다. 이오하씨(제보자X)는 다른 채널을 통해 들은 거 같다. 이젠 할 말도 없다"고 거듭 첼리스트 A씨에게 날을 세웠다.

 

'제보자X' 지현진씨가 올린 게시물엔 "첼리스트분이 OOOO(방송사명)에 이어서 더탐사와 적대적인 유튜브를 찾아갔다고 한다. 안타까운 정보"라며 "◇◇◇○○○이 뒤로 빠지고, 유튜브가 대신 나서는 모양새다. 분쟁의 틈을 더 이용하자는 것으로 보인다그렇다고 자신이 여러 사람들에게 했던 과거 발언을 지우거나 덮을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고 첼리스트 A씨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유튜브 채널 더탐사는 첼리스트 A씨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고 몰래 녹취한 뒤 이를 보도해 '무단 녹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더탐사 측 권지연씨는 B씨와 협업해 부동산 관계자라고 자신을 거짓 소개한 뒤 A씨에게 접근, 음성을 몰래 녹취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보자 B씨 트위터>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보자 B씨 트위터>

 

B씨는 이러한 사실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직접 밝혔다. B씨는 "123() 그녀(첼리스트 A)가 우리 집에서 짐을 빼기로 한 날이다. 저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머리를 써 '서로 혹시 물건이 섞일 수 있으니 각각 참관인 한 명과 이사하는 영상을 찍자'고 제안한다""결국 그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저는 빠지고 더탐사 기자를 공식 참관인으로 내가 지정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이어 "이사를 하면서 더탐사와 (첼리스트 A)는 가까워졌고 이사가 끝난 뒤 점심에 반주를 마시면서 그녀(첼리스트 A)가 입을 연다. 최초로 청담동 목격자의 모습과 6시간 동안 그녀가 직접 밝힌 생생한 그날의 진실을 더탐사는 녹취를 했고, 이번 주 방송 예정이었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께 이번 주말에 희망을 볼 것이라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B씨의 주장에 따르면, B씨와 동거를 했던 첼리스트 A씨는 최근 B씨의 집에서 자신의 짐을 뺐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자신의 물건과 A씨의 물건이 뒤섞일 가능성이 있으니 각각 참관인 1명씩을 넣자고 먼저 제안했다. A씨의 동의를 얻은 B씨는 더탐사 취재진 1(권지연씨)을 참관인으로 투입시켰다. 참관인으로 투입된 권지연씨는 첼리스트 A씨와 함께 이사를 하면서 라포를 형성했고, 이사가 끝난 뒤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더탐사 취재진은 해당 자리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A씨와 대화를 나눴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A씨가 직접 입을 열도록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인' 접근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B씨는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해당 게시물을 이내 삭제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일본대사관 앞 시민단체들 적기지공격능력 보유 규탄

20일 일본 3대 안보문서 개정 규탄 기자회견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일본은 적기지공격능력 보유 선언 철회하라

20일 오전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3대 안보문서 개정 규탄 기자회견’. 사진=정의기억연대

 

국내 시민단체들이 일본이 적의 미사일 발사 거점을 공격할 수 있도록 반격 능력을 포함하는 안보문서를 개정한 것을 비판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은 적기지공격능력 보유 선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임시 각의에서 적 미사일 발사 거점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를 명기하고 방위력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반격능력은 국내외의 항의에 반격능력이라고 명칭을 바꿨을 뿐이다. 사실상 북, 중국, 러시아 등 적 기지를 미사일로 직접 타격하는 선제공격에 다름없다일본의 전수방위 원칙은 완전히 깨졌고 평화헌법은 빈껍데기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방위성은 반격능력 행사에 한국 허가는 필요없다고 발언했다. 한국 정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북 선제공격도 한반도 재침략도 가능해졌음을 선언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강제동원, 일본군위안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군함도, 사도광산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으로 자신들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은 전쟁범죄로 희생된 2000만 아시안의 핏값, 평화헌법을 훼손말라며 적기지공격능력 보유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뉴스크레임 김옥해 기자

 

 

 

부산은 아동 수출 전진기지였다

덴마크 한국입양인단체 공동대표

본보와 서면 인터뷰서 격정 토로

기록·신분 위조 등 편법 입양에

부산 특정 시설 연관설 파다해

진실화해위, 진상 조사 나서기로

피터 뭴러(한국명 홍민)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anish Korean Rights Group, DKRG) 공동대표. 연합뉴스

 

아동 수출 대국.’

1970~80년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아동을 해외 입양 보내던 시절, 한국에 붙여진 오명이다. 당시 해외로 입양을 떠나야 했던 당사자들이 성인이 돼 입양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를 증언(부산일보 824일 자 10면 보도)함에 따라 정부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6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해외에 머무는 입양인들의 목소리가 아직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지만 상당수는 전쟁 후 복지시설 등이 대거 몰렸던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아동들이 납치, 신분 위조 등을 거쳐 고아로 둔갑돼 한국을 떠났다고 호소한다. 아직은 증언 단계에 머문 해외 입양 잔혹사를 이제라도 제대로 규명해 달라는 요청이 거세다.

 

덴마크의 한국입양인단체,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DKRG)의 공동대표 피터 뭴러(한국명 홍민·48) 씨는 최근 부산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입양인들의 출신 정보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사실 많은 입양인이 부산과 연결돼 있다고 증언했다.

 

그가 부산을 주목하는 이유는 안타까우면서도 섬뜩하기까지 하다. 뭴러 씨는 덴마크 입양인 사이에서 부산의 해당 시설은 입양 기록 위조, 신분이 바뀐 아이 입양, 심지어 죽은 아이 신분으로 아동을 외국에 보낸 것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과 연결된 한국 입양기관이 입양 절차를 위해 허위로 서류를 꾸몄다고 인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직 입양인 증언만 있고 공식 조사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단계여서 구체적인 사실이나 기관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다. 특히 그는 부산의 한 시설에 있던 상당수 아동의 부모가 입양을 위해 친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도 했다.

 

아동의 해외 입양은 6·25 전쟁 이후 수출 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까지 20만 명이 미국 등 서방 국가에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980년대 10년간 66000여 명이 해외로 입양됐는데, 당시 출생아 1000명 중 9명 꼴로 해외 입양을 떠난 셈이다. 뭴러 씨가 입양된 덴마크에는 한국 출신 입양인이 9000명에 이르며 대부분 부산과 서울, 인천 출신이다.

 

전문가와 입양인들은 해외 입양이 활발하게 될 수 있었던 부산의 특수성을 주목한다. 부산은 6·25전쟁 후 고아나 미아 등을 수용한 복지시설이 몰렸고 기부나 후원도 집중됐다. 입양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입양기관에 아동을 대거 넘기는 시설이 부산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입양기관은 아예 부산에 지사를 두고 입양 업무를 했다.

 

입양인들의 증언에 따라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가 최근 해외 입양 불법 사례 조사에 착수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일단 조사를 개시한 사건은 모두 34건이다. 이들 가운데 불법적으로 고아나 제3자 신분으로 조작된 사실을 밝혀내는 일이 핵심이다. 조사 신청인 34명은 영·유아나 아동이던 1960년부터 1990년까지 네덜란드 등 6개국에 입양된 사람들이다. 친생부모가 있었지만 유괴 등 범죄 피해나 친생부모 동의 없이 입양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고아로 서류가 조작되는 바람에 본래의 신원을 잃어버리고 친생가족 정보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뭴러 씨는 입양인들이 자신의 실제 입양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모든 문서를 입양기관이 아닌 안전하고 독립적인 기관에 보관해야 한다아동 때 납치된 입양인들을 위해 친생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적절한 배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그 아이 죽으면 다른 아이 구해 드릴게요해외 입양 잔혹사

터 뭴러 DKRG 공동대표가 전하는 해외 입양 민낯

 

성사 수수료 챙긴 사설 입양기관

전국 조산소·병원서 아이 물색

거짓 고아 만들어 해외 보내기도

서류도 부실 정보 확인 막막

진실화해위, ‘흑역사규명 기대

 

한국에서 출발해 미국에 도착한 입양아들이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위 사진). 짧은 시간에 입양아를 수송하기 위해 전세비행기 좌석을 치우고 박스를 만들어 아이들을 눕혀 놨다. 연합뉴스

 

한국인 A 씨가 1974년 덴마크로 입양됐을 때, 덴마크 양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당시 A 씨는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였고, 온몸은 종기로 뒤덮였다. 한국의 입양기관은 생후 6개월이던 A 씨가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했지만, 덴마크행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직행한 곳은 현지 병원이었다.

 

상태가 점점 나빠진 A 씨는 덴마크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일본 뇌수막염을 앓던 것으로 확인됐다.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A 씨의 양어머니는 한국 입양기관에 전화해 절규했다. “내 아이가 죽어가고 있어요. 어떻게 좀 해 보세요.” 입양기관 직원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걱정 마세요. 그 아이가 죽으면 다른 아이를 구해 드릴게요.”

 

 

덴마크 입양인 B 씨는 수년 전 한국을 방문해 입양기관에서 자신의 입양 서류를 볼 기회가 있었다. B 씨는 그날을 계기로 친생가족을 찾아보겠다고 결심했다. 문제는 입양기관에 있는 B 씨의 정보는 그의 한국 이름과 생년월일, 출신지가 전부였다는 점이다. 해당 정보로 가족을 찾을 수 없던 B 씨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 방송사와 접촉했다. 방송에 출연하면 가족을 찾기가 쉬울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방송이 나간 뒤 그는 친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B 씨는 입양기관이 보관하고 있던 기록과 달리 실제 나이보다 한 살 어렸다. 게다가 태어난 곳은 서울이 아닌 부산이라는 사실을 어머니로부터 확인했다. B 씨는 평생 나의 생년월일이 입양 서류에 있는 날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고 출신지도 달라 충격을 받았다입양기관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고 분노했다.

 

피터 뭴러

 

최근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DKRG)이 발표한 A 씨와 B 씨 사례는 한국 아동의 해외 입양 역사에서 나타나는 잔혹성과 인권 침해를 잘 보여준다. DKRG 공동대표 피터 뭴러(한국명 홍민·48) 씨도 생후 6개월 때 덴마크로 입양됐다. 변호사인 그는 지난해와 올해 봄 한국의 입양 전문가들과 함께 여러 세미나에 참석한 뒤 입양인이 겪는 고통과 한국 입양 시스템의 문제점에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고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전북 전주시병) 의원이 지난달 23일 낸 보도자료를 보면 사설 입양기관은 해외 입양 부모로부터 입양 성사 때 건당 막대한 규모의 수수료를 받았다. 1988년 해외 입양 수수료는 건당 5000달러로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 4571달러를 웃돈다. 그해 입양기관이 벌어들인 수익만 32315000달러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22억 원에 이른다.

 

당시 사설 입양기관들은 전국 병원이나 조산소에 돈을 주고 해외로 입양 보낼 아이를 찾아나섰다. 특히 입양기관이 부모 동의 없이 아이를 고아로 만들어 해외로 보낸 사례도 나왔다. 고아가 입양되는 국가의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이 입양부모를 만나러 가던 중 기내에서 숨지거나 입양가정에서의 학대, 현지에서의 인종차별 등 입양인들의 인권 침해 사례는 차고 넘친다.

 

부실하게 작성된 서류는 이들이 성장한 뒤 친생부모를 찾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외 입양인의 41.7%는 기록이 부정확해 친생부모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친생부모 정보를 알 수 없는 국내 입양인보다 1.4배 더 많은 것이다.

 

뭴러 씨는 어제 친생가족을 찾은 한 여성 입양인과 얘기를 나눴는데, 친어머니는 아이를 낳은 뒤 아이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고 본인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 아이는 멀쩡히 살아서 덴마크로 입양됐는데 말이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입양인들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에 조사를 시작하는 34건의 사례를 포함해 조사가 더 확장돼야 한다는 게 그들의 바람이다. DKRG는 스웨덴한국입양인네트워크(SKAN), 호주한국인진상규명그룹(AUSKRG)과 연대해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진실화해위원회에 4차례에 걸쳐 진상 조사를 신청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쏟아진 이재용 패딩조끼 완판남보도, 뉴스가치는 있었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221일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센터 준공식 참석을 위해 출국했습니다. 언론은 이재용 회장의 베트남 출장 목적, 삼성전자 베트남 투자 현황과 운영 등에 관해 상세히 보도하며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 해외투자인 만큼 보도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삼성의 베트남 투자보다 이 회장의 패션에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핵인싸이재용” ‘완판남만드는 언론

이 회장의 베트남 출장길 패션에 가장 먼저 집중한 언론은 서울경제입니다. <“, 삼성 옷 입었네이재용 베트남 출장길 패딩룩은>(1222일 신미진 기자)는 이 회장의 패딩룩을 부각했습니다. 기사 첫머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베트남 출장길에 삼성물산 패션의 브랜드 빈폴패딩을 입어 눈길을 끌고 있다삼성물산 패션이 전개하는 트래디셔널(TD) 패션 브랜드 빈폴의 남성 애쉬 코듀로이 다운베스트라고 보도했습니다. 서울경제는 이 회장이 평소 브랜드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옷을 선호하지만 기내에서 편하게 입고 벗기 위해 패딩 조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패션 관계자 발언을 덧붙였는데요.

 

머니투데이 <베스트 어디 거예요?완판남이재용, 출장길 패션은?>(1221일 차유채 기자)도 제품명과 가격을 상세히 보도하며 이번 아우터 역시 완판남이 회장답게 품절 대열에 합류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이 회장은 201912137만 원대의 패딩 점퍼를 완판시켰“2014년 미국의 IT컨퍼런스에 방문했을 때 입었던 언더아머 티셔츠는 이재용 운동복’”, “심지어 이 회장이 2016년 청문회장에서 발랐던 소프트립스 립밤 역시 이재용 립밤으로 불리며 품절됐다며 이 부회장의 완판남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경제, 아시아투데이, 이투데이, 조선일보는 각 2건 이상 관련 보도를 내놨는데요. 특히 조선미디어그룹은 조선일보, 주간조선, 디지틀조선TV, IT조선, 여성조선 총 6건의 보도를 내 눈에 띄었습니다.

1221일부터 22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이재용 회장 패딩을 보도한 기사 목록. =민주언론시민연합

 

흡사 홈쇼핑 같은 기사도 등장했는데요. 서울신문 <이재용, 출장길에 패딩조끼하루 만에 다 팔렸다>(1222일 김유민 기자)“22일 오전 현재 같은 제품은 m 사이즈 단 1점을 제외하고 모두 품절됐다며 마지막 남은 상품을 클릭하면 품절임박이라는 안내가 뜬다고 알렸습니다.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인지, ‘완판남이란 별명답게 하루 만에 해당 제품은 모두 팔렸습니다. 조선일보 <이재용의 43만 원짜리 공항 패딩조끼, 하루만에 품절’>(1222일 정채빈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계열사 의류를 입고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해당 제품이 품절 대란을 빚었는데 이 회장이 입고 나타난 지 하루 만에 동이 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자사 브랜드 처음 입었다의미부여까지

이 회장이 자사 브랜드를 입었다는 점도 대서특필됐습니다. 삼성을 대표하는 이 회장이 자사 브랜드를 애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이지만, 언론은 이 회장이 공개 석상이나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삼성그룹 계열 패션 브랜드 제품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뉴시스 <이재용 회장 선택한 출장 패션은?.빈폴골프패딩 조끼>(1221일 박미선 기자)삼성물산 패션 브랜드인 빈폴골프의 패딩 조끼 패션을 선보여 이목을 끌고있는데 이 회장이 직접 구매해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서현 사장 시절에는 여동생 사업을 홍보해준다는 인식 때문인지 자사 패션 브랜드를 전혀 입지 않았으나 삼성물산 사장에서 물러난 만큼 구설수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번 출장길 패션으로 빈폴골프를 선택했을 것이란 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이어 삼성물산 패션부문 내부에서 이 회장이 선택한 패션인 만큼 내부에서는 브랜드를 인정받아 고무된 분위기로 크게 환영한다는 후문까지 전했습니다.

1222, ‘이재용 회장 패딩에 대해 보도한 아시아투데이 보도이미지

 

이 회장이 어떤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보다 유통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크다며 현존하는 국내 최고의 인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고 보도한 언론도 있는데요. 아시아투데이는 <취재후일담-‘핵인싸이재용이 빈폴골프옷을 입은 이유는?>(1222일 장지영 기자)에서 이 회장의 사진 공개 이후 전 사이즈가 품절 됐는데 이 회장의 “‘내 돈 내 산(내 돈 주고 내가 산)’”“브랜드 사랑에 빈폴 측도 축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시아투데이는 나르시시즘을 언급하며 지금같이 어려운 때에 리더의 자신감, 제품에 대한 애정은 조직은 물론, 사회까지 바꿀 수 있는데, “회사 수장이 자사 제품을 직접 입고 사용하는 등 홍보의 야전사령관을 자처한다면 그 브랜드는 반드시 성공할것이라 추켜세웠습니다.

 

경기침체로 이 회장 패션 저렴해졌다?

언론은 패딩 조끼의 가격에도 주목했습니다. 1221~22일 이재용 부회장 패딩 조끼관련 기사 41건 모두 해당 제품의 가격을 기술했는데요. 동아일보 <이재용 출장길 43만원짜리 패딩조끼 하루만에 완판’>(1222일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처럼 옷의 가격을 제목에 적거나 헤럴드경제 <이재용의 공항패션, “검소하네커뮤니티 달군 조끼 가격은>(1222일 이원율 기자)처럼 가격 궁금증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세계일보 <‘이재용 공항패션에 들썩… ○○ 조끼 하루 만에 다 팔렸다>(1222일 현화영 기자)는 해당 제품의 가격도 화제가 됐는데 회장님 패션이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저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침체와 이 회장의 패션을 연결한 기사도 있습니다. IT조선 <‘13040만 원경기침체에 이재용 패션도 저렴해졌다>(1222일 이광영 기자)“3년 전 입은 빨간 패딩 가격이 130만 원에 달했던 반면, 이날 이 회장이 입은 패딩 조끼는 40만 원대로 3분의 1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회장의 단 두 벌 옷을 비교해 경기침체 영향으로 이 회장의 옷 가격이 1/3로 줄어들었다고 해석한 것인데요. ‘복붙수준의 다른 패딩 조끼 기사와 차별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보도가치가 있는 의미 있는 분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과오는 덮고 완판남포장, 언론은 감시역할 하고 있나

언론은 이코노미스트 <빨간패딩·립밤 이어 조끼까지 품절이재용 회장, 또 완판남 등극>(1222일 김채영 기자)에서 보듯 과거 이재용 부회장이 착용하거나 사용해 유명해진 다른 제품도 언급하며 그의 완판남이미지를 부각했습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수조 원대 회계조작 의혹에 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법원의 연말 휴정으로 2주간 재판 일정이 진행되지 않자 해외 출장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언론은 이 회장의 패션과 베트남 투자 등 긍정적인 면만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외면하면서 인기남이미지를 만들고 긍정적으로 보도하는 데 열중한 셈입니다. 결국 언론의 과도한 이재용 출장길 패션보도는 그의 불법승계 허물을 덮고 긍정적 이미지로 포장하는 수단이 될 뿐입니다. 삼성전자의 5가지 <경영원칙> 중 첫 번째는 법과 윤리를 준수한다입니다. ‘셀럽 이재용이 아닌 경영인 이재용으로서 평가하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1221~22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이재용 패딩을 검색해 나온 온라인 기사

출처 : 미디어오늘

 

 

김건희 모녀, 권오수한테 직접 도이치 내부 정보 받았다

최은순 녹취록 권오수와 통화해보니 빨리 팔라고 했다

지난 1028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판에서,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을 신문하던 검사가 녹취록을 하나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와 신한증권 직원 사이의 2011610일자 통화 녹취록이다.

 

통화 내용으로 유추해보면, 최은순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오름세가 더 이상 지속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주식을 팔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거는 지속이 안되겠다 싶어서 빨리 팔으라 그랬어")

주가가 상승세인데 주식을 팔기로 한 결정의 근거는 무엇일까? 두 가지 정보가 나온다. 1) 지금 외국에서 바이어가 왔다. 2) 한 두어 달 걸린다. 즉 외국에서 바이어가 왔다는 추가 호재가 있지만 일이 성사되는데는 두어 달이 걸린다는 정보를 토대로 팔아야 할 때라고 판단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정보의 출처는 어디일까? 바로 도이치모터스 사장님이다. 검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은순 씨는 이날 아침에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과 통화해 이런 정보를 받은 것이다.

최은순, 권오수 회장에게 내부 정보 받아 주식투자 손실 회피

통화가 이루어진 날은 2011610일이다. 당시 주가 그래프를 보면 직전 2주 동안 가파르게 올라 꼭지점을 찍으며 장중 7,970원을 기록한 주가가 이날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한 달동안 주가는 계속 떨어져 6,200원대까지 내려갔다.

 

최은순 씨는 통화 당일 비록 장중 최고가인 7,970원보다는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았지만, 어쨌든 주가 하락의 초입에 거의 최고점에서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큰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다.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알려준 내부 정보를 통해 손실을 회피한 것이다. 최은순 씨가 회피한 손실을 비율로 계산하면 22%, 만약 통화 시점에 1억 원 어치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22백만 원 어치의 손실을 회피한 셈이다.

그렇다면 최은순 씨가 권오수 회장에게 받은 내부 정보는 사실이었을까? 이날 재판에서 검사는 실제로 이 시기, 20116월에 오펜하이머라는 미국의 자산운용사가 도이치모터스 투자를 검토하기 위해 실사를 나온 사실이 있었고, 이를 최은순 씨에게 알려준 것 아니냐며 권 회장을 추궁했다.

 

최은순 녹취록 권오수가 주가 떨어뜨린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 검사는 최은순과 증권사 직원 사이의 통화 녹취록을 하나 더 공개했다. 앞선 통화 녹취록에서 드러난 내부 정보 유출 정황에 대해 권오수 회장이 최은순 씨와는 자주 통화하는 사이가 아니라며 만약 사실이라 해도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항변했기 때문이다. 검사가 추가로 공개한 녹취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번 녹취록에서 최은순 씨는 증권사 담당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자기 주식을 싹 팔라고 주문한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3,500원 밑으로 회장이 딜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일까. 이번에도 정보의 출처는 권오수 회장이다. 최은순 씨가 전한 권 회장의 말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는 모종의 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그 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주가가 3,500원 이하여야 한다. 그래서 권오수 회장은 주가를 3,500원 아래로 떨어뜨릴 예정이다. 대화의 맥락상 현재 주가는 4천원 선인 것으로 추정된다. (4천 원에서 될 수 있으면 어떻게 해볼게요) 따라서 지금 당장 주식을 팔아야 한다!

최은순 씨의 말에 따르면, 권오수 회장은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 가운데 아는 사람에게는 이런 정보를 귀뜸해주고 미운, 얄미운 사람에게는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녹취록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우선 최은순 씨가 전한 권오수 회장의 말, 즉 모종의 을 위해 주가를 3,500원 아래로 떨어뜨리기로 했다는 말은 그 자체로 인위적 시세 조종, 즉 주가 조작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그같은 주가 조작의 계획을 최은순 씨를 포함해 아는 사람’, 즉 권오수 회장 주위의 주주들에게 미리 알려줬다는 것도 매우 의미가 크다. 그것은 정보인 동시에 작전 지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권오수 회장이 준 정보를 듣고 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파는 순간,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는 하방 압력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권오수 회장의 작전이 실행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녹취록에 나오는 통화가 언제 이루어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판사가 '언제 이루어진 통화냐'고 물었지만 기록에서 날짜가 누락된 듯 검사는 법정에서 곧바로 시점을 특정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두 번째 통화 녹취가 이루어진 시점에서도 최은순 씨가 실제로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앞 뒤 사정을 미루어보면 이번에도 첫 번째 통화 녹취 당시와 비슷하게 손실을 회피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최은순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뉴스타파가 여러 차례 보도한 바와 같이 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많다.

1. 우선 뉴스타파가 20209월에 보도한 최은순 씨와 지인 사이의 통화 녹취가 있다. 녹취에 의하면 최은순 씨는 "도이치모터스 그거는 회장님이 했잖아"라는 지인의 질문에 "어 그럼... 그거는 벌써 이천 몇 년인가 뭐"이라고 답했다.

 

뉴스타파가 20209월에 보도한 최은순 씨와 지인 사이의 통화 녹취.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뉴스타파의 최초 보도 8일 뒤에 이루어진 통화 내용이다.

2. 실제로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범죄일람표에는 최은순 씨의 증권 계좌 2개가 나온다. 신한증권 계좌와 미래에셋 대우 계좌가 그것이다. 이 두 개의 계좌로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합계 64천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 가운데 신한증권 계좌로는 시세 조종성 거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최 씨가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내부 정보또는 작전 지시를 받았다면 이 신한증권 계좌 역시 범죄적 거래에 동원된 거래로 볼 여지가 있다.

3.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최은순과 김건희 두 모녀 간의 통정 거래도 확인됐다. 2010113, 최은순 씨 계좌에서 호가상으로 6단계나 비싸게 나온 매도 물량을 32초 뒤 정확히 같은 가격에 매수 주문을 내놓은 김건희 여사 계좌가 매입했다. 검찰은 이 모녀지간의 거래를 통정 매매로 보고 있다.

 

검찰이 법정에서 밝힌 2010113일의 거래. 최은순 씨와 도이치모터스 임원이 직전 호가보다 6단계나 높은 가격에 매도 주문을 내놓은 지 32초만에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정확히 같은 가격에 매수주문을 내 해당 물량을 사들였다.

4. 재판에서는 권오수 회장이 최은순 씨의 공인인증서를 USB에 담아 직접 관리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실제로 최은순 씨의 계좌와 도이치모터스 임원의 계좌가 같은 IP에서 246차례 거래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쯤되면 최은순 씨 역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이 아닌가 싶을 정도지만,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최 씨를 수사선상에서 배제한 상태다.

검사 김건희도 내부 정보 받은 녹취 많아

그런데 이날 (1028) 재판에서 검사는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더 말했다. 권오수 회장이 최은순 씨에게 내부 정보를 건넨 사실을 계속 부인하자,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김건희 주가조작 인지결정적 물증, 검찰이 이미 확보

검사의 얘기를 되짚어보자.

첫째, 권오수 회장이 최은순 씨 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에게도 회사의 내부 사정들을 자주 얘기했다.

둘째, 이런 사정들이 녹취록에 많이 남아있다.

우선 첫번째 부분, 권오수 회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회사의 내부 정보를 흘려줬다는 검사의 말은 그 의미가 상당히 무겁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210개월에 걸친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드러난 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1차 작전과 2차 작전 모두에 계좌를 빌려주거나 직접 매매를 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1. 1차 작전의 경우 계좌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스스로 매매를 했거나 선수가 매매한 것을 컨펌한 사실이 드러났고,

2. 2차 작전의 경우 혼자서 독자적으로 정리 매매만 했다고 해명했지만 작전 세력의 사무실에서 '김건희'라는 파일명의 엑셀 파일이 나오는 등 작전 세력과의 연계가 드러났다.

3. 더구나 정리매매 후 2차로 또 다시 주식을 매수, 매도해 모두 105천만 원의 수익을 본 사실도 확인됐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김건희 여사 측이 했던 해명 대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주가조작이 한참 벌어지던 당시 김건희 여사가 스스로를 도이치모터스 이사라고 소개했던 대학원 원우 수첩까지 나왔음을 감안하면, 김건희 여사는 주가조작의 공범 또는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 혐의를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2월 대선 과정에서 보도된 김건희 여사의 서울대 대학원 최고지도자과정 원우수첩. 현 도이치모터스 이사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 즉 마지막 퇴로는 어찌됐든 나는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이지만 만약 검사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즉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수시로 회사의 내부 사정, 더 나아가 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 들었다는 게 사실로 입증된다면 이 마지막 퇴로가 막히게 된다.

두 번째 부분, "이런 사정들이 녹취록에 많이 남아있다"는 검사의 말을 보자. 검사가 말하는 녹취록이라는 건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 사이의 녹취록이다. 그런데 증권사는 고객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모두 녹취해 보관하도록 되어있다. 뉴스타파가 지난 9월에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을 보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증권사가 보관하고 있던 녹취를 검찰이 확보해 법정에서 권오수 측 변호인이 공개했기 때문이다.

검사가 언급한 녹취록은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주범인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 내부 정보를 건네받았음을 입증하는 물적인 증거다. 그리고 더 나아가 김건희 여사도 최은순 씨의 경우처럼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인위적 시세 조종, 즉 주가 조작 작전에 대한 정보까지 건네받았다면, 이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 조작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물적인 증거가 남아있으며, 이를 이미 검찰이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 최은순 수사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날 (22.10.28) 재판에서 쟁점이 되었던 것 중 하나는 최은순 씨의 미래에셋 증권 계좌가 권오수 회장의 차명계좌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이전 재판까지는 자신의 차명계좌가 맞다고 했던 권오수 회장이 돌연 진술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최 씨의 증권 계좌에 입금된 돈이 어디서 왔는가만 확인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지만, 이 문제에 대해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장모의 금융 계좌를 조회하는 것조차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처럼 들린다. 대통령의 장모를 수사하는 것조차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검찰이 과연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수사할 수 있을까.

검찰은 지난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권오수 회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50억 원을 구형했다. 다른 주요 공범들에게도 징역 4년에서 7년형을 구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환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수많은 정황 증거뿐 아니라 통화 녹취라는 강력한 물적 증거를 이미 확보한 만큼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대통령이 공약한 공정과 상식을 뒤늦게라도 실현해야 할 것이다.

뉴스타파 송원근 박종화

 

 

이태원 맞불집회 우파단체, 윤석열 잘한다주장할까

지지인사 모임이 단체 둔갑보수우파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

신자유연대 차량이 1220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광장 앞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 주차되어 있다. / 권도현 기자

 

[주간경향] “민주당 국회의원들 왔을 때 이재명 욕설한 거 틀지 뭐. 난리가 나겠네.”

1221일 오전. 서울 이태원 녹사평역 앞에서 맞불집회를 생중계하던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가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두고 자기 정치를 한다나쁜 XX”라고 덧붙였다. 전날 국민의힘 이태원 국조위원들의 복귀를 두고 하는 말인 듯했다. 해당 발언을 한 뒤 바로 태세 전환을 시도했다. “농담이고요. 여기서 욕설 뜨면 우리가 마이너스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농담조로 혼자 한 말이고, 실제 실행에 옮기지 않겠다는 발언이었다.

 

이날 동시 접속해 생중계를 본 사람은 500~600명이었다. 여야 국조위원의 방문을 앞두고 이태원 분향소 앞이 북적거렸다. 유가족들의 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 대표는 다음과 같이 코멘트를 했다. “취재진 많으니 각본대로 울음소리 좀 내야겠죠?”

 

국회 특조위원들이 방문하자 마이크를 잡은 김 대표는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 우상호. 서해 피살 공무원 거기 영정 있는 곳에는 가봤냐.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뭐했어. 세월호 팔아서 집권해놓고.” 그는 국회의원들을 맞이한 일부 유가족들이 국정조사 진실규명이라는 구호를 외치자 진실이 뭐냐고 압사 사고야. 정치하고 있잖아. 너네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조위원들이 이태원 분향소를 떠나 이동하자 그는 인근에 마련한 사무실로 돌아와 잠시 머문 뒤 용산경찰서를 방문했다. 경찰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유가족 대표 이종철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신자유연대가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고소인(김상진 대표)은 이태원 광장에서 집회하면서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아무런 방해를 한 바 없다. 신자유연대 회원들은 유가족을 비방한 바 없다. 유가족들과 대표 이종철은 사회적 약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신자유연대를 명예훼손했다. 아울러 이종철이 주장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언론사들도 100% 허위사실이니 방송 영상을 내려라. 내리지 않는다면 민사상의 위자료 청구까지 들어갈 것이다.”

 

말이 되는 주장일까. 당장 이날 기자회견 발언만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 코스프레’, ‘정치적 목적과 같은 유가족 비방 내용을 담고 있다.

 

신자유연대 적반하장명예훼손 주장

이태원 녹사평역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분향소는 신자유연대가 내건 10여개가 넘는 플래카드로 포위돼 있다. 국조특위 위원들이 방문하기 전날 저녁에도 이들은 3종의 플래카드를 새로 걸었다. 신자유연대 명의의 플래카드 문구는 이렇다.

 

“2021년도 사망자 317,680명입니다. 2021년도 고독사 3,378명입니다. 2021년도 교통사고 사망자 2,916명입니다. 2021년도 건설업 사고사망자 417명입니다. ‘이런 사고, 사망도 국가가 책임지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합니까’”, “세월호 팔아 집권한 문재인·이재명 민주당! 제도 정비·법령 정비 안 하고 뭐했나?”, “국민에게 더 이상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

참사 희생자 분향을 마친 이들이 뒤돌아서면 이런 대형 플래카드와 마주친다.

 

이곳은 신자유연대 집회장소인데 용산구청의 허락을 받았다고 하여 분향소 설치를 양보했는데 용산구청은 허락한 적 없다고 한다. 이재명 패거리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

 

이 주장은 사실일까.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시민참여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처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5조에 따르면 분향소 설치와 같은 관혼상제 관련 집회는 집시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돼 있다라며 신자유연대가 분향소 설치를 양보하거나 무슨 권리를 주장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15, 주말마다 벌여온 윤석열 퇴진촛불시위 주최 측이 내부논란 끝에 주제를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시위로 변경하자 신자유연대 측은 오후 5시부터 삼각지역 10번 출구 앞에서 가짜 정치선동 추모제 STOP’을 부제로 내건 이태원 사고사망자 추모집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이태원역 일대에서 이태원 참사와 윤석열 퇴진을 연결하는 정치적 성격의 변질된 추모집회를 봉쇄하는맞불집회를 열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이제 그 유가족들이 이재명 정치패거리와 손을 잡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자는 주말 촛불집회를 취재하면서 이들이 주도하는 윤석열지지맞불집회를 보다가 떠오르는 몇가지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주간경향 1501, “윤석열의 위기···‘이재명때리면 지지율 회복될까참조)

 

국회 국조특위 현장방문 일정이 공개된 1220일 저녁, 신자유연대 측이 분향소가 마련된 이태원 녹사평역 일대에 새 플래카드를 걸고 있다. /윤지사tv 캡처

 

맞불집회의 구호나 플래카드를 보면 윤석열 지지한다’, ‘이재명·문재인 구속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1217일 토요일 삼각지에서 열린 봉쇄집회까지 이어진 일관된 기조다. 이날 행사장에 내걸린 촛불저지국민행동무대 배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선보였던 어퍼컷 세리머니걸개가 내걸려 있고, “윤석열 잘한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행사장 인근 가로수를 도배하고 있었다.

 

이 플래카드는 이태원 분향소 인근에도 지금까지 깔려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 운동사()에서 저렇게 노골적으로 정권지지를 외치는 집회행사는 보통 어용·관변단체들이 주도해왔다.

 

노무현 발언 표절한 신자유연대 소개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

신자유연대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적혀 있는 문구다. 배경에는 태극기를 들고 손을 치켜들고 있는 김상진 대표의 사진이 걸려 있다. 위 문구,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의 원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무현사료관에 정리된 글에 따르면 해당 발언은 퇴임을 6개월여 앞둔 2007616일 열린 노사모 총회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신자유연대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 앞에 자유라는 단어만 추가해 모토로 사용하고 있다.

 

신자유연대 측의 공지글에 따르면 이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 맞선 봉쇄집회엔 매번 1500만원 이상이 든다. 윤석열 잘한다플래카드와 손팻말 제작비용을 포함한 총 지출금액이다.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까.

 

신자유연대 홈페이지 첫 화면. 김상진 대표가 태극기를 들고 손을 들고 있다. 첫 화면에 올라온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모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앞에 자유를 덧붙인 것이다. /신자유연대 홈페이지 캡처

 

1127일 공지글에 따르면 자신들은 정부지원금이나 기업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그동안 삼각지역 맞불집회 진행 시 (자금) 조달에 있어서 전광훈 목사님의 도움과 김상진을 개인 후원하는 분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진행해왔다고 한다.

 

“1500만원보다 더 많이 들 때도 있었다. 김상진 대표뿐 아니라 우리가 일부 기여하는 것도 있다. 전광훈 목사 쪽에서는 플라잉스피커라고 현장에 가면 공중에 띄워놓은 대형스피커가 있는데 그 장비설치를 지원해줬다. 돈은 우리에게 직접 준 것이 아니라 장비업체에 직접 지불해 장비설치 지원을 했다.”

 

신자유연대와 행사를 공동주최했다고 돼 있는 자유와 연대이창호 사무총장의 말이다. 지난 111523개 단체가 참여해 발족한 우파연대체다. 현장에 배포된 윤석열 어퍼컷 세리머니배경의 윤석열 지지플래카드는 대부분 자유와 연대 명의로 제작했다.

 

-‘윤석열 잘한다’, ‘윤석열 지지라는 구호에 대한 비판이 많다.

그건 이렇게 보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개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책 자체에 상당히 의구심을 가지고 봤다. 지난 6월 나토정상회의에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종전에는 협력관계로 보다가 잠재적인 적으로 규정했더라. 외교안보적으로 확실한 우파를 천명했다. 이번에 화물연대 파업에 대처한 것은 시장경제 수호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100%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대통령실 인근에서 야당을 비난하고 대통령지지 집회를 여는 것에 대해 뒷돈 받고 저러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의혹이 나온다. 대통령실 쪽 사람들을 만난 적 있느냐.

직접 지원받은 것은 없다. 아마 심정적으로는 많이 지원하겠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수 차례 만난 적 있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 이후 종북 좌익세력이 사회 구석구석에 침투해 사회주의화해왔다.”

 

모든 보수우파단체가 자유와 연대’, ‘신자유연대와 같은 입장은 아니다. 이갑산 범시민단체연대연합(범사련) 상임대표는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강승규 같은 사람이 시민사회수석을 맡다 보니까 선거운동 열심히 한 사람들 모아 단체를 만들게 하고 그게 시민단체라고 행세하고 있는데 옳지 않은 일로 보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지난 대선 시기에 윤석열 후보를 열성적으로 지지한 조직이 많이 있다. 그 사람들이 지지피켓을 들고 나가 시위하든 말든 그건 자유다. 하지만 그걸 시민사회운동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30~40년 시민단체를 해온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범사련은 중도·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의 연합체다. 이 단체의 임헌조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시민사회수석실 시민소통비서관을 맡았다 석연찮은 이유로 퇴출당한 바 있다. (주간경향 1496, ‘대통령 시민사회수석실 초토화된 까닭기사 참조) 시민소통비서관은 현재까지 공석이다.

 

범사련은 지난 1214올해의 인물 시상식 및 송년·후원의 밤행사를 열었다. 이 대표는 “(임헌조 사태 이후) 용산 쪽하고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시민단체는 정권에 부역하지 않는다. 전 정권 때나 현 정권 때나 마찬가지다. 옳은 것은 협력하고 틀린 것은 반대한다. 일관되게 견지해온 우리의 입장이다.”

 

정권 부역과 보수이념·가치관은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12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청년 200여명과 노동ㆍ교육ㆍ연금 등 3대 개혁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청년단체 관련 논란도 불거졌다. 1220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청년 200여명과 노동·교육·연금의 ‘3대 개혁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문제는 200여명의 청년이 얼마나 청년대표성을 가졌느냐는 점이다. 대통령실 배포자료 등을 보면 이들이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미래세대 이슈에 대해 개혁 당사자인 청년이 주체가 돼서 호소하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이날 채택한 결의문에서 밝혔다고 돼 있다. 정작 이 결의문의 전문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참석한 200여명이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경위로 선정했는지는 고사하고 명단조차 공개된 바가 없다.

 

강승규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들을 지방의회 의원을 비롯한 청년 프런티어 200여명이라고 지칭하며 지난 정권에서 인국공 사태 등으로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부름을 받게 됐다며, 이를 바로 세우는 데 자유청년연대가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라고 적었다. 강 수석은 이날 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자유청년연대를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관련 브리핑에서도 확인되는 이 자유청년연대라는 이름의 단체는 어디에서도 활동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실체 없는 조직이라는 얘기다. 말하자면 지지자들 동원행사를 각계각층의 대표행사로 둔갑시킨 셈이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시민사회수석실이 주도한 걸로 알려져 있다. 관련 논란이 확산되자 강 수석은 페이스북에 게재된 자유청년연대표현을 자유와 연대의 가치에 공감하는 청년들로 수정했다.

 

김상진 등이 주도하는 윤석열 정권지지집회 역시 과거 그와 활동을 같이했던 모든 보수우파단체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강민구 턴라이트 대표의 말이다.

 

한때 김상진과도 일을 했다. 김상진이라는 사람 자체가 환상 속에 사는 사람이다. 이해가 갈지 모르겠는데, 본인이 지금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중에게 지지를 엄청 받고 사랑받는다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이다. 이태원 유족들 앞에서 하는 짓을 찍은 영상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하기도 그런데.”

 

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그게 유튜브의 생리다. 후원을 유도하려면 어쩔 수 없이 센 척 연기할 수밖에 없다. 유족들 앞에서 벌이는 ‘(김상진의) 어처구니없는 짓이란 뭘 말하는 걸까.

 

정치적 신념으로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건전한 보수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자식을 보낸 부모 앞에 가서 (지지자들을 향해) ‘돈 달라’, ‘후원해 달라는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보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좌파 빨갱이 새끼들 앞에 가서 좌파 때려잡는 모습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껴 슈퍼챗을 많이 쏴준다고 하더라도.”

 

김상진 등의 활동에 비판적인 보수우파인사들은 김씨의 활동은 보수와 같은 이념 활동이 아니라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강 대표의 말이다.

 

김상진이 보수판에 들어오기 전에 직장다운 직장을 다닌 적이 없다고 들었다. 본인 말로는 보험회사 외판원을 했다고 한다. 아마 자기 커리어 중에 그나마 내세울 만하니 그걸 이야기했을 거다. (유튜브 활동을 하면) 한평생 못 벌어본 돈을 연간 수억원씩 벌어버리니까. 사실 일반 직장인들은 감히 못 만져볼 돈 아닌가. 그런 돈을 만지니까 못 빠져나오는 것 같다.”

 

김상진씨의 트레이드마크는 베레모다. 전남대 농대를 졸업하고 학사장교(ROTC)를 지낸 김씨는 특수부대 교관(대위) 출신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베레모에 별 다섯개 계급장을 붙이고 다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고, 김상진 대표 멋있다라고 말한다. 왜 그런 것을 붙이고 다니는지 궁금해 물어본 적 있다. 자기 말로 국민이 달아준 대장, 원수라는 것이다. ‘알았다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김씨의 정신세계다.”

 

김상진 씨의 활동을 보면 특이한 경력이 있다. 20194월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집 앞에 가서 차량 번호 다 알고 있다”, “자살특공대로 너를 죽여버리겠다등의 협박행위를 벌이다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자 서초동 대검찰청 앞 화환을 관리하고 지지집회를 벌이는 등 정반대의 활동을 했다. 이어 지난 대선 시기 윤석열 팬클럽 열지대의 공동대표로 추대돼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실제 앞서 유튜브 생방송 채널도 윤지사(윤석열을 지키는 사람들)’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아스팔트 우파 활동에 비판적인 보수단체 측 인사들은 이들의 유튜브 관리에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이 연결돼 있지 않은가 의심하고 있다.

 

김상진과 같이 활동했던 안정권의 누나가 대통령실 들어가는 바람에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영상편집을 잘해서 뽑았다는 식으로 둘러댔는데, 전혀 그쪽으로 자질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알고 있다. 오히려 우리 쪽에서 김건희 고모이야기가 돌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대검 화환 행렬 때부터 주요 유튜버들을 그쪽에서 관리했다는 설()이었다. 아마 그쪽에서 김상진도 관리하지 않았을까.”(보수단체 인사 황모씨)

 

보수 유튜버들 뒤엔 김건희 고모’?

 

20201020일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김건희 고모 김혜섭 목사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지지화환. 맨 왼쪽 화환의 시골할매는 김 목사가 유튜브 등에서 사용하던 닉네임이고, 옆의 서초동법원 이야기는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와 함께 윤석열 팬클럽 열지사를 이끌고 있는 염순태씨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명이다. / 경향 자료

김건희 여사의 고모인 김혜섭 목사가 전광훈 목사의 활동을 지지해 오백만원을 입금했다며 지인에게 공개한 기록 / 유튜브 성서나라2 채널

 

이 인사가 말한 김건희 여사의 고모란 지난 대선 직전 논란이 된 김혜섭 목사(기하성여의도총회 로뎀교회)를 말한다. 김건희 여사의 무속 관련 논란이 제기되자 김 목사는 우리 집안은 4대째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으며 3명의 목사와 장로 15, 권사 15명을 배출한 집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 목사가 보수우파 유튜버들이나 아스팔트 우파 활동을 지원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김 목사와 김건희 여사 사이에 오간 카톡 기록 등을 담은 자료를 보면 김 목사는 로뎀지기’, ‘시골할매등의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극우 유튜버들에게 후원금을 보냈다. 구체적으로 20208월에는 애국순찰대에 300만원, 또 일시 불상 시점에 전광훈 목사에게 500만원 후원금을 보낸 기록이 첨부돼 있다.(사진)

 

강씨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퇴진하라면서 때려죽일 놈, 나쁜 놈이라고 오만 욕설을 하던 사람이 순식간에 돌아서서 윤석열 대통령 만세를 외치는 게 과연 일반적인 관점에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될까. 시민단체라면 권력과 싸우는 게 맞다. 윤석열을 칭송하고 나서는 게 맞는 일인가. 이태원 유가족들, 죽은 젊은 애들을 향해 마귀 축제에 가서 죽었으니 자업자득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써서 카톡으로 돌리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시쳇말로 지금 보수는 궤멸해 죽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지난 1220일 청와대 청년 행사에서 기조발언을 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이튿날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지난 대선 시기 (캠프) 청년본부, 청년위원회, 청년보좌역들로부터 청년CEO, 지방의원까지 자유라는 국정철학에 동의하고 정부 개혁에 함께 뜻을 모은 사람들이지, 무슨 자유청년연대라는 명의의 특정 사단법인 시민단체를 결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진보성향의 청년단체들이 배제된 지지청년들만의 모임이 아니냐는 비판을 봤는데 그 논리는 대통령이 지난번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모임을 하는데 왜 민주당 당협위원장은 안 불렀냐와 같은 어이없는 논리라며 우선 정부가 주창하는 노동개혁, 연금개혁에 동의하는 청년들이 모여 동의하지 않는 청년단체나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경향

 

역대급 하락서울 아파트아직도 5년 전 가격의 2

12월 평균 매매가 126421만원

매수지수는 4주 연속 역대 최저

추가 하락 뒤 매수세 회복 가능성

가격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5년 전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 이슈가 아니더라도 집을 사기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어느 정도 집값 거품이 빠지기 전에는 매수심리가 되살아나기 힘들다는 뜻도 된다.

 

23KB부동산이 공개한 ‘12월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자료를 보면 서울은 12642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매 평균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11월의 128220만원보다는 소폭 하락한 가격이다.

 

같은 집계에서 2017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은 66147만원이었다. 이달 평균가와 비교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년 새 1.91배 올랐다.

올 들어 꾸준히 아파트값이 하락했음에도 12월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2(124978만원)에 비해 높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고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며 부동산 세제 완화, 다주택자·임대사업자 규제 완화, 규제지역 지정 해제 등 사실상 아파트값을 부양하려는 정책을 최근 대거 쏟아내는 중이다.

 

금리 인상과 함께 아파트값이 고점을 유지하면서 매수심리는 몇주째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3(19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시계열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1.0으로 전주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래 역대 최저치로, 매매지수는 최근 4주 연속 역대 최저치 기록을 경신 중이다.

 

매매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보다 매도하려는 수요가 많음을 나타낸다. 수도권은 지난주 67.0에서 65.8로 하락했고, 서울도 64.8에서 64.0으로 떨어졌다.

 

서울의 경우 은평·마포·서대문구 등이 있는 서북권 지수가 58.0으로 서울 5대 권역 중 가장 낮았다. 양천·동작·강서구 등이 있는 서남권은 62.4에서 61.3으로,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있는 동북권은 63.4에서 62.2로 내려왔다. 용산·종로·중구가 포함된 도심권은 최근 2주 연속 상승을 마감하고 64.6으로 떨어졌다. 강남4구가 있는 동남권은 71.9에서 72.8로 지수가 소폭 회복됐다.

경향 송진식 기자

일제·소련 박해에도 한글 100고려일보를 아시나요

1919년 만세운동 영향받아 창간

연해주서 한글 가로쓰기로 시작

소련 전역 하루 4만부 찍던 일간지

고려인 이주 등 견디며 1세기 생존

 

내년에 창간 100주년을 맞는 <고려일보>를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은 김콘스탄틴 총주필이 13<한겨레>와 인터뷰에서 3·1운동에 자극받아 1923년 연해주에서 창간해 고려인들과 동고동락한 신문 100년 역사를 설명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내년 31일 창간 100주년을 맞는 한글 신문이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발간하는 <고려일보>.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에 조국을 떠나 연해주로 이주한 민족 지도자들이 19193·1 만세운동에 자극받아 4년간의 노력 끝에 창간했다.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면서 러시아혁명에 영향을 받은 이들은 192331<선봉>을 창간한다. <선봉>은 국외에서 발행한 최초의 한글 가로쓰기 신문으로 평가받는다.

 

일제강점기와 스탈린 독재 등 격변기를 견디며 한글 신문을 100년 가까이 이어온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연해주에 터 잡았던 고려인들이 뿔뿔이 흩어질 땐 폐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소련의 예비검속으로 창간 주역 대부분이 투옥됐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황동훈 선생이 한글 납활자를 보따리에 숨겨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하면서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강제이주 직후인 19385<레닌기치>로 제호를 변경하고, 문맹 퇴치와 공산주의 사상 교육 등을 강화할 목적으로 소수민족 언어로 발행되는 신문 제작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한 소련 정부의 지원 아래 4만부를 발행하며 소련 전역의 고려인을 독자로 둔 일간지로 위상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1년 소련 해체와 카자흐스탄 건국으로 재정 지원이 끊기고 독자들이 줄면서 다시 폐간 위기에 직면하자 제호를 <고려일보>로 바꾸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다. 1993년 한글 면과 러시아어 면 동시 발행을 결정하고, 일간에서 격일간으로, 다시 주 2회 발행 등으로 힘겹게 명맥을 이어왔다. 현재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매주 한글 4개 면, 러시아어 12개 면 등 모두 16면을 발행한다.

 

고려인 3세인 김콘스탄틴 총주필은 13년째 고려일보를 이끌고 있다. 그는 고려일보를 한국에 알리고, 한국기자협회와 창간 100주년 행사를 알마티와 서울에서 함께 개최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엿새 일정으로 한국에 들렀다. 카자흐스탄 귀국을 몇시간 앞둔 지난 13일 한겨레신문사 6층 카페 에서 그를 만났다. 고려인 3세인 그는 한국어보다 러시아어로 의사소통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김상욱 알마티고려문화원장의 통역과 도움을 받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외 최초 한글 가로쓰기 신문

한국엔 어떻게 오신 건가요?

알마티와 서울에서 <고려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행사를 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만나 내년 100주년 기념행사를 서울에서도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나눴습니다. 고려인 하원 의원, 동포 사회 지도자, 고려인 기업인들이 서울 행사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고려일보와 고려인 동포 사회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192331일 창간했다고 들었습니다. 창간 제호는 고려일보가 아니었죠?

창간 제호는 선봉에 선다는 의미로 선봉으로 정했습니다. 당시 연해주에서 활동하던 민족 지도자 대부분이 좌익 인사였어요. 원래 1922년에 처음 신문을 찍었어요. 19193·1운동이 일어나고 그 여파가 우리 연해주 고려인 동포들에게 큰 자극을 주면서 19228월에 3·1운동을 계승한다고 의미로 <3·1 신문>을 발간했습니다. 그런데 일제의 압력 등으로 몇번 나오고 더는 이어가질 못했어요. <3·1 신문>을 주도한 분들이 이듬해 31<선봉>을 창간했죠.”

 

어디에서 처음 신문을 만들었나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창간했죠. 그런데 일본이 조선은 이미 지구상에서 없어졌다면서 신문을 폐간시키려고 (19221230일 건국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에 압력을 넣었고, 고난을 많이 겪었죠. 가장 큰 위기는 1937년 강제이주 전후로 닥쳤습니다. 특히 1930년대 전반기에 소련에서 대대적인 정치적 숙청이 일어나는데 고려인뿐 아니라 모든 소수민족이 그 광풍을 맞습니다. 2500명 정도의 민족 지도자들이 구속되는데, 선봉 편집진도 대부분 잡혀갔습니다. 많은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살아남은 황동훈 선생이 선봉을 찍던 한글 납활자를 보따리에 싸서 중앙아시아로 가져옵니다. 그래서 강제이주 6개월 만에 중앙아시아에서 다시 신문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통역을 도운 김상욱 고려문화원장은 선봉 창간 당시 책임 주필은 이백초 선생이었고 이성, 오성묵, 이괄, 김진, 최호림, 박동희, 남창원, 황동훈, 김홍집, 윤세환 선생 등이 활약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1930년대 소련의 정치적 숙청과 강제이주 과정에서 대부분 투옥됐고,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강제이주로 처음 자리잡은 곳은 어디인가요?

“1937~38년에 강제이주로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많은 고려인이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옮겨 갔고, 그곳에서 <레닌기치>로 제호를 바꿔 발행했습니다. 1978년에 다시 알마티로 편집실을 옮겨 지금까지 그곳에서 신문을 내고 있습니다.”

 

소련 땅에서 창간했는데 한글로만 인쇄했나요?

당연히 한글 활자로 신문을 찍었습니다. 최초로 가로쓰기를 했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학자들 이야기를 빌리면 <선봉>은 국외에서 발행한 최초의 한글 가로쓰기 신문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한글 지면과 러시아어 지면을 섞어 인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91년까지 모든 면을 한글로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1991년 소련 해체로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고려일보에도 큰 변화가 왔습니다. 러시아혁명을 주도한 레닌이 공산주의 건설에 있어 최대의 적은 문맹이라면서 신문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했습니다. 소련 시절만 해도 소수민족 신문으로 정부 지원을 받았고 윤전기를 돌리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련이 해체되면서 정부 지원이 중단됐고, 재정 위기가 닥쳤습니다. 고려인 동포 사회에서 한글을 아는 독자가 계속 감소하면서 일간지로 유지해온 신문을 1993년부터는 격일간으로, 다시 격 3일간으로 바꿨습니다. 결국 1994년부터 현재의 주 1회 발행 체제가 됐습니다. 지금은 매주 한글 4개 면, 러시아어 12개 면, 16면을 인쇄합니다.”

김콘스탄틴 <고려일보> 총주필(맨 왼쪽)이 카자흐스탄 수도 알마티에 있는 신문 편집국에서 기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진석 사진가 제공

 

한국어·러시아어로 전하는 모국 문화

고려일보가 현재 고려인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갖고 있나요?

“1923년에 저희 신문이 창간되고 난 뒤부터 고려인 동포들의 항일 독립운동에서 늘 선봉에 섰고, 독립지사들과 함께해왔습니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뒤에도 신문 제작을 계속하면서 동포들과 함께했습니다. 소련 해체 이후엔 고려일보가 고려인에게 일종의 정신적 지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주필로 신문을 만드는 데 있어 무엇에 큰 가치를 두고 있나요?

한글판 고려일보 제작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는 고려인의 삶입니다. 고려인 동포들의 소식,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옛 소련 지역에 사는 우리 고려 동포들 얘기를 지면에 할애합니다. 모국 문화와 전통을 동포 사회에 전달하는 것에도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또 조국의 통일도 강조합니다. 매호 남북한 소식, 통일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카자흐스탄에서 발행하기 때문에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동향 등도 중요하게 다룹니다.”

 

독자는 카자흐스탄에 한정돼 있나요?

전체 고려인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소련 시절에는 고려일보 배포 지역이 소련 전역이었지만 소련 해체와 함께 국경선이 생겨 종이신문 배포는 카자흐스탄에서만 이뤄집니다. 하지만 과거 고려일보 기자들이 모스크바(러시아)나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러시아어로 현지 신문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고려일보에서 만든 기사와 콘텐츠를 그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홍범도 장군 묘역 정비 등을 주도한 것도 고려일보 기자들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홍범도 장군이 돌아가신 1943년만 하더라도 연해주에서 이주한 많은 독립지사가 크즐오르다에 살아 계셨기 때문에 고려일보 기자들 중심으로 홍범도 장군의 추모비를 세우고 묘역을 단장하는 일을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려인 작가 발굴에도 기여해온 것으로 압니다.

과거 고려일보는 고려인 동포 문학의 요람 같은 곳이었습니다. 고려인 시인, 작가들이 고려일보 문예면에 작품을 발표했어요. 지금도 스타니슬라브 리 같은 시인이 한글 시를 고려일보에도 발표합니다. 과거보다 양이 줄었지만 문예면을 아직 유지하고 있어요. 더불어 고려극장에 올리는 동포 연극, 연주도 자주 소개합니다. 우리 전통춤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인민예술가 김 림마 이바노브나의 활동 소식을 꾸준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고려극장은 홍범도 장군이 돌아가시기 전 경비책임자인 수위장으로 근무하며 노년을 보낸 곳이다.

한국-고려인 교량 역할 하겠다

 

현재 고려인은 얼마나 되나요?

카자흐스탄에는 18천여명, 옛 소련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고려인 동포들이 50만명 정도 살고 있습니다.”

고려인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동포 사회의 당면 과제는 바로 민족 정체성 위기입니다. 모국어 상실로 정체성이 점점 약화하고 있습니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요. 세대가 지날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해질 수 있어 고려일보도 그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모국인 한국이 고려인의 민족 정체성을 강화하고 전통문화와 언어를 보존하는 노력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100주년을 맞는 고려일보가 더 발전해 나가야 할 텐데 무엇이 필요한가요?

고려일보가 종이신문이지만 전체 고려인 동포 사회를 포괄하는 포털 같은 기능을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모국과 고려인 동포 사이에 교량 역할을 강화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지금 태어나는 어린 세대 고려인과 모국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게 연결해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저희가 이런 것을 해나가는 과정에 모국도 함께하고,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짜고 치는 이태원 망언, 대반전 노리는 혐오 정치

정부·여당의 막말 릴레이와 방조, 실수일 확률 0%

약자 향한 혐오 공격은 탈진실 시대의 정치적 기획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혐오를 부추기는 말과 행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대 종단 종교인들은 최근 시민분향소를 지키며 고통을 삼키고 있는 어느 희생자 어머니가 면전에 쏟아지는 조롱에 충격을 받아 실신하는 사건까지 있었다고 지난 21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장삼이사들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누구보다 이들을 말려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군불을 때고 있습니다.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고, 진상규명 활동에 앞장서기는커녕 외려 발목을 잡고 있는 정부와 여당 쪽 인물들입니다. 한두번이면 실수라고 애써 치부하기라도 할 텐데, 대단히 지속적입니다. 주기적이라는 느낌마저 듭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 안에서 누구 하나 나무라는 이도 없습니다.

도대체 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이렇게 두번 세번 죽이려는 걸까요. 무의식이나 본능, 습관일까요. 나름 치밀한 노림수가 있는 건 아닐까요. ‘논썰이 분석해보겠습니다.

공감능력 부재 증명한 한덕수 총리

먼저 누가 어떤 혐오 발언과 행동을 했는지부터 정리해보죠.

윤석열 정부 최고위 직책에 앉아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한 총리는 지난 19일 오후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있는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사전 연락도 없었습니다. 유족들이 분향소에 온 이유와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 계획이 있는지 물어도 묵묵부답. 헌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합동 분향소 바로 앞에서 혐오 구호를 내걸고 맞불집회 중인 극우·보수 성향 단체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방문 목적이 유족들에게 절망감과 모욕감을 안기려는 거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총리의 이런 언행은 그날이 처음도 아니었습니다. 지난 111일 외신 기자회견에서는 웃으면서 이런 농담을 했죠.

외신 기자 한국 정부의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시는지 질문했습니다.”

한덕수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

참사 직후입니다. 온 사회가 충격에 깊이 빠져 있을 때입니다.

지난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는 이태원 참사 생존 고등학생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학생의 책임을 지적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본인의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고인이 이미 서울시교육청과 신경정신과에서 상담과 치료를 몇차례 받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몰라도, 참사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다면 감히 하기 어려운 발언입니다. 그의 언행이 전형적인 혐오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혐오의 원형질이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바로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 부재입니다.

김미나를 징계할 수 없는 이유

혐오 발언으로 일약 전국구 인물로 떠오른 이가 있죠.

김미나 창원시의회 의원입니다. 국민의힘 소속 초선입니다. “꽃같이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영혼들을 두번 죽이는 유족들!!!

 

#우려먹기 장인들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2의 세월호냐 #나라 구하다 죽었냐

그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한 총리의 언행에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거나 의뭉스러운 면이 있다면, 김미나 의원의 경우는 혐오 감정을 거리낌없이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망언의 끝판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유족들이 희생자를 두번 죽인다, 자식 팔아 장사한다. 희생자를 두번 죽인다는 말로 정작 희생자를 거듭 죽이는 아이러니의 극치입니다. 저 짧은 몇마디가 세상을 온통 지옥도로 덮어버립니다.

 

창원하고 바로 붙어 있는 경남 김해의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인 이미애라는 이는 미나 의원 힘내요. 화이팅! 유족 외엔 사과하지 말기라며, 김미나 의원을 응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악의 연대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잠자코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창원시의원 전원이 김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시의회에 제출했는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 27명 가운데는 단 한명도 징계요구서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도, 중앙당도 여태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유족들을 만난 20, 유족들이 김미나 의원의 징계를 요구한 데 대해 비대위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힌 게 다입니다. 침묵의 집단 방조입니다.

방조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김미나 의원의 발언은 그의 창작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했던 말들을 좀 더 단순하게 옮겼을 뿐입니다. 김미나 의원을 징계한다면 그 한사람으로 꼬리를 자를 수 없습니다.

지난 10일 대표적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출범한 날입니다.

지금처럼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합니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세월호 사고 이후 수많은 추모사업과 추모공간이 생겼습니다. 이것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까? 심지어 시민단체가 정치적·금전적으로 사고를 이용하는 사례까지 속출했습니다.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와 어버이 수령님’, 그리고 프레임 씌우기

같은 날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 비서관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했다가 물러난 이죠.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 자식들이 날 때부터 국가에 징병되었나요?? 다 큰 자식들이 놀러가는 것을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깁니까?! 언제부터 자유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버이 수령님이 되었나요??”

 

물음표를 두개씩 쳐가며 희생자의 자격을 따져 묻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순수한 애도가 뭔지도 역설적으로 드러납니다. ‘개인적 불행에 대해 다만 안쓰러워 하라는, 참사에 대해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을 묻지 말라는 국민에 대한 지상명령입니다.

한 총리가 합동 분향소에 가서 사진만 찍고 돌아온 19, 국민의힘 비대위원인 김상훈 의원은 공식석상인 비대위 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 세월호 사태에서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국가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참사 영업상이 활개치는 비극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이들은 참사가 생업입니다. 진상이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태원 시민대책회의 또한 참여단체 면면을 보니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통진당 후신정당인 진보당과 극좌친북단체는 물론 민노총, 전장연, 정의연 등 국민 민폐 단체도 끼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대단한 시혜가 됩니다. 시혜는 의무가 아니라 얼마든지 철회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원조 윤핵관이라는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애초 합의해 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며 국정조사에 재를 뿌리는 글을 올립니다. 3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킨 날이죠.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도 이튿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해놓고 야당 단독으로 이상민 장관 해임안을 통과시키는 건 약속 위반이고 몰염치라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국정조사를 보이콧해온 국민의힘은 21일 유족들을 만난 뒤에야 겨우 국정조사에 복귀합니다. 45일 일정으로 시작된 국정조사 특위가 이미 27일이나 흘러가고 난 다음입니다. 복귀는 다행이지만 앞으로 또 어떤 궤변으로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 할지 걱정입니다.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메시지를 내보냈습니다. 참사 49재 시민 추모제가 16일 오후 6시 참사 현장 인근에서 열렸습니다. 정부 주요 책임자 누구도 추모제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 윤 대통령 부부는 1남짓 거리인 추모제 현장이 아니라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서 열린 중소·소상공인 판촉행사에 참가해 크리스마스 트리에 점등을 하고 술잔을 샀습니다.

윤 대통령은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고 농담도 합니다. 대통령의 말은 농담조차 국민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또한 대통령의 침묵도 국민에 대한 강한 메시지입니다. 윤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이미 투명인간입니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윤 대통령의 농담과 침묵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태원 참사 관련 혐오 발언에는 몇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유가족들을 한사코 수동적인 타자로 묶어두려고 합니다. 모여서도 안 되고 행동해서도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이를 강제하기 위해 유가족들에 대한 혐오도 서슴지 않습니다.

둘째, 유가족들을 시민사회와 어떻게든 분리시키려 합니다. 유가족들과 연대하는 단체들에 색깔론을 비롯한 너저분한 딱지를 갖다 붙이고, 음모론을 펼칩니다. 이리하여 가족을 잃은 고통으로 가슴을 쥐어뜯는 유가족들에게 손을 내밀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면 반체제 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셋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그들과 연대했던 시민사회의 활동에 대해 낙인을 찍어 지속적으로 이태원 참사와 연결시킵니다. 지금 저들에게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가 아니라 역사적 죄인입니다. 왜 그런지 설명은 필요없습니다. 집단적 색칠로 충분합니다.

 

이들 세가지는 철저히 피해자를 배제한 시선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러니 희생자 가운데 마약과 관련된 이는 얼마나 되는지가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피해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재구성하면 어떻게 될까요?

세월호가 가는 길이 대체 어떤 길입니까? 세월호 유가족들도 자식을 잃고 그 슬픔과 비통함 때문에 정부에 수많은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요구를 했었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저희한테 손을 내밀어 줬습니까? 저희가 처음부터 이렇게 했습니까?”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1210)

 

위기를 기회로, 괴벨스식 반복 선동

이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차례입니다. 저들의 혐오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0%라고 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저 지속성과 반복성, 점입가경, 집단적 방조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말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을 표현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걸 차마 생각의 과정을 거친 사유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혐오는 생각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의 부재입니다. 생각이 없어야 혐오는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다고 혐오 발언이 무의식이나 조건반사에 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혐오의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다분히 의도를 갖고 만듭니다. 혐오 발언의 반복도 우연이라 볼 수 없습니다. 독일 나치의 선전상 괴벨스가 말했듯이 선동의 효과는 진실성이 아니라 반복에서 나옵니다.

이태원 참사 혐오 발언 당사자들의 의도는 뭘까요? 궁지에 몰린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걸까요? 전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밑그림은 그보다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아예 지금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뒤집으려는 건 아닐까요?

 

혐오는 조건만 맞으면 상당히 강력한 정치적 위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쪽의 여성가족부 폐지일곱 글자가 윤 후보 지지율이 대반전하는 계기가 됐던 것을 떠올려 보십시오. 여성가족부 폐지는 정책 공약이 아니었습니다. 살제로 윤 후보는 저 일곱 글자 말고는 어떤 설명도 거두절미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적대를 선동하는 구호였기 때문입니다. ‘여성을 우대해서 남성들이 부당한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치밀하게 논증될 필요도 없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불만을 투사할 대상이고, 그 대상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같은 애먼 존재들이기 마련입니다. 혐오에는 기본적으로 우생학적 상상 같은 강자 숭배, 이에 따른 차별의 속성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약한 것은 악한 것입니다. 강자 숭배는 약한 존재가 능력보다 과한 자원을 누리는 바람에 자신들의 몫을 빼앗기고 있다는 현실 인식으로 나아갑니다.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혐오해 집단 학살까지 하는 데는 자신들이 위대한 순수 아리아 인종 혈통이라는 근거가 희박한 주장의 신화화와 함께, 유대인들이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선동이 동시에 필요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멸공 밈의 추억

 

혐오의 대상이 하나가 아니라 일련의 계열체를 이루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나치의 첫번째 대량 학살 대상은 유대인에 앞서 장애인들이었습니다. 나치에게 장애인과 유대인은 하나의 계열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반복적으로 공격 대상이 되는 이들이 누구인지 보십시오. 그들은 극우정치세력들에 의해 길게는 해방 이후부터 짧게는 세월호 참사 이후 혐오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대선 때 여성가족부 폐지단문 메시지 직후 등장한 게 멸공 밈이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가 나고 반년 남짓 지난 20141126일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장에 극우 기독교 단체들이 난입한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와 있던 성소수자들에게 그들이 했던 욕설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당신, 세월호 주최지?”였습니다. 동성애에 반대한다면서 세월호 피해자들을 끌고 들어오는 것, 이것이 정치적 혐오의 속성입니다. 나아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공격은 더 많은 집단들을 묶어서 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거시적인 정치적 기획의 일부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전술을 가장 잘 이용한 인물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직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트럼프는 약자들에게 혐오 공격을 하면서 사실도, 진실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애써 그럴싸하게 거짓말을 꾸미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반증이 나오면 간단히 대안적 사실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러고도 대선에서 한번 승리했고, 그 다음 대선에서 간발의 차로 떨어졌으며, 그 뒤로도 부정선거 주장을 계속하며 다음 대선을 노리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맘껏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조건이 맞아 떨어진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조건일까요? 이른바 탈진실 시대정치적 양극화라는 토양입니다. 혐오 정치를 통해 사람들이 편파적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하고, 의도적인 무지의 상태로 빠지게 하는 비옥한 토양이 전세계적으로 면적을 키워왔습니다. 우리나라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분단 직후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는 면에서 보면 오히려 고질적이고 뿌리 깊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완성돼가는 주술배설의 폐회로

지금 정부·여당은 다시금 혐오 정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태원 유가족들과 연대한 단체들을 참사 영업상이라고 공격하며, 정작 자신들이 혐오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 장사가 아주 쏠쏠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두달도 안 돼 정치세력의 주술과 이를 내면화한 이들의 배설이 혐오 정치의 폐회로를 이미 구성한 듯합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바로 앞에 진을 친 극우단체는 혐오 정치의 백병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들어가 있는 단톡방, 그리고 박 구청장과 용산이 지역구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들어가 있는 단톡방에서 오고간 대화 내용이 보도됐죠. 백병전의 온라인 버전이라 할 만합니다.

 

이 따위 짓을 하러 갔다가 인파에 밀려 넘어져 밟혀 사망한 사건에 부모들 책임은 없는가? 이게 나라 지키기 위한 행위로 보이는가?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가!”

거기에 뭐 볼 게 있다고 끝까지 남아 재수 없게 죽었으면 부모로서 반성해야 한다.”

우리도 뭉쳐서 데모 한번 해서 분향소 부숴버립시다.”

 

저 글을 올린 사람들은 박 구청장이 직접 단톡방에 초대했다고 합니다. 주술과 배설의 주체들은 그렇게 촘촘히 연결돼 있습니다.

 

연대와 진실 추구로 맞서야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희생자들의 온전한 추모를 위한 재단장 작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개탄만 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에 강력하게 경고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혐오가 만연한 사회는 가해와 피해의 문제를 넘어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사회적 자원과 역량을 소모해 고갈시킵니다. 뾰족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약자와 튼튼하게 연대하고, 사실과 진실을 부단히 추구하는 것 말고는 없다고 봅니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독도에 대한 '주인다움의 상실'이 우려스러운 이유

소규모 비공개 훈련... 윤 정부 태도, 다른 이슈에도 영향 줄 수 있어

2019'독도방어훈련'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 해군 제공

 

독도방어훈련, 일본의 반응 뜯어보니

지난 22일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일본 외무성이 항의했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은 훈련 다음 날인 23일 주한일본대사관 차석공사에게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또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한국에 의한 훈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스럽다"는 뜻을 표시했다.

 

외무성 홈페이지 '회견·발표·홍보'란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구마가야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차석공사가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국장직무대리)에게 동일한 항의를 전달했다. 일본 정부가 반격능력(선제타격)을 선언하면서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개정 안보문서를 채택한 지난 16, 우리 외교부에 초치돼 항의를 받았던 인물이 구마가야 차석공사다. 바로 그가 7일 뒤 한국을 상대로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며 응수했던 것이다.

 

독도는 한국 땅이므로 일본이 항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이라는 외무성 항의는 이번 훈련의 실상을 감안하면 좀 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동해영토 수호훈련으로도 불리는 이번 연습은 언론보도들에도 언급됐듯이 공개가 아닌 비공개였다. 그것도 새벽 시간에 소규모로 거행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참가 전력 규모는 세부적으로 말씀드리기 제한되지만, 과거 훈련과 비숫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군 함정 몇 척과 해양경찰청 함정 정도만 동원됐다고 한·일 양국에서 보도되고 있다.

 

작년에는 자위대의 독도 접근을 막는 훈련을 위해서 해군 전대급 병력이 투입됐다. 육군으로 치면 연대급이 참여한 것이다. 201912월 일본 외무성이 배포한 '한국군에 의한 다케시마 훈련(韓国軍による竹島防御訓練)'이란 문건은 그해 훈련에 "해군·공군 및 해양경찰 등이 참가"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볼 때도 이번 훈련의 강도가 평년보다 낮을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소규모 병력에다가 새벽에 비공개로 진행됐으니, 일본 정부 역시 그런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본 측의 그 같은 정서는 교도통신 중국어판인 <교도넷(共同網)>23일자 보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제목이 '한국군 다케시마 방위훈련 실시, 규모 축소 또는 일본측 고려(韓軍實施竹島防衛訓練 縮小規模或顧及日方)'인 이 기사는 이번 훈련에 항공기가 동원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국군의 독도 상륙도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예년보다 축소된 이번 훈련을 두고 '일본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들을 보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극히 유감이다'라는 반응이 일본 측의 실제정서를 반영한다기보다는 '액션'에 가깝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위험한 이유

역대 정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더 명확해지는 것이 있다. 독도 정책이 독도의 주인답지 않다는 점이다.

 

독도는 한국 땅이므로 한국 국민과 정부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훤한 대낮도 아닌 이른 새벽에 소규모 병력을 비공개로 보내고, 게다가 독도에 상륙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주인다운 자세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 일본 언론이 '한국이 일본을 고려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일본 정부가 겉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극히 유감이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윤석열 정부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점은 예년 상황과 비교할 때도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 때인 작년에는 상반기 훈련 개시 전날인 614일에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극히 유감이다", "훈련을 중지하라"고 항의했다. 훈련 다음날에 외무성 국장급이 항의한 이번과 대조되는 장면이다.

 

2017324일자 <TV 아사히 뉴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 말기이자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재임기인 이때는 지금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외무대신 자격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항의했다. 외무성 국장급을 내세운 이번 항의가 예년보다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번 훈련에 대한 일본이 반응이 '액션' 같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 일이다.

 

한국이 독도방어훈련을 원칙대로 수행했는데도 일본이 항의의 수준을 낮췄다면 모르겠지만, 한국이 먼저 훈련 수준을 낮춘 상태에서 일본이 뒤따라 항의 수준을 낮췄다. 독도에 대한 이 같은 대응 방식을 보면서 '윤 정부가 한일관계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독도에 대한 윤 정부의 태도가 위안부 및 강제징용(강제동원)에 대한 태도와 맥이 닿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일본 정부나 전범기업(미쓰비시·일본제철 등)이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들이 사과·배상하도록 해야 하지만, 피해자에게 금전을 지급하고 일본은 성의 표시만 하도록 하는 수준에서 봉합하려 한다.

 

윤 정부는 독도와 관련해서는 '주인다움의 상실'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을 의식해 소규모·비공개·새벽·비상륙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독도의 주인다운 태도와 거리가 멀다. , 위안부·강제징용에 대한 이 같은 태도는 이 문제들의 해결을 요원하게 만든다. 이런 상태에서는 가해자가 굳이 사과·배상을 성실히 할 이유가 없게 된다.

 

독도에 대한 '주인다움의 상실' 역시 한국의 영유권을 위태롭게 만든다. 주인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면, 굳이 조심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악착같이 지키고자 해도 빼앗길 수 있는 게 영토라는 점을 생각하면, 윤 정부의 태도는 독도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다.

 

일본과의 국제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한 것은 한국 국민들의 '내 집'을 지키는 일이다. 독도 수호는 내 집 지키기의 일환이다.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했다. 윤 정부는 '영토의 보전' 책무를 막중하게 여겨야 한다./ 김종성 오마이뉴스

 

 

아르헨티나 '평화의 소녀상', 일본 정부 압박으로 무산 위기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라디오 인터뷰

"기시다 총리 야비한 압박... 외교부 적극 나서야"

서울 등 중부 지방 곳곳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5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눈이 쌓여 있다. 뉴시스

 

아르헨티나에 건립 예정이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정부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까지 나서 외교적 압박을 가할 만큼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일본의 방해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은 23TBS 라디오에 나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세워질 예정이던 평화의 소녀상이 지난달 25일 제막식을 앞두고 일본 정부의 방해로 설치가 무산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평화의 소녀상은 아르헨티나 인권단체 '5월 광장 어머니회' 주도로 추진돼 왔다. '5월 광장 어머니회'1976년부터 1983년까지 지속된 군사정부의 탄압으로 실종된 사람들의 어머니들이 만든 모임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항의 집회를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오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군부독재 시절 수많은 시민을 고문하고 살해했던 옛 해군사관학교 부지에 세워진 '기억의 박물관' 앞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정의연은 소녀상 설치가 무산된 배경에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나영 이사장은 "일본 대사가 아르헨티나 정부 측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결정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 압박을 가한 이후 취소가 됐다"고 전했다.

 

재독 시민사회단체인 코리아협의회와 독일 시민단체 극우에 반대하는 할머니들, 정의기억연대 소속 40여 명이 지난 76일 독일 베를린 소녀상 앞에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영구존치를 촉구하는 수요시위를 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근 들어 기시다 내각의 소녀상 저지 움직임은 노골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평화의 소녀상이 계속 설치돼 유감"이라며 철거를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 등이 보도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가 철거를 요청한 건, 20209월 베를린시 미테구 모아비트지역 비르켄가에 세워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다.

 

이나영 이사장은 일본 정부가 국제기구에 대한 외교력을 우위 삼아 아르헨티나 정부 압박에 나섰을 것이라 봤다. 오랜 경제 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약점을 파고들어, 소녀상을 설치한다면 IMF(국제통화기금)에 아르헨티나 투자를 철회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며 경고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소녀상이 설치될 예정인 '기억의 박물관'이 유네스코에 세계 유산 등재 신청을 한 것도 일본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일본은 유네스코 분담금을 많이 내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이사장은 "기시다 총리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면 일본이 IMF에 투표권을 행사해서 아르헨티나 투자 계획을 취소하게 만들겠다거나, 유네스코 등재도 못하게 막을 거라는 등 야비한 압박을 했다"고 전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1574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초등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한국 정부에 대해선 "수수방관(을 넘어)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외교부에 대한 질타가 컸다. 이 이사장은 "최근 외교부에서 여성 평화 안보라는 국제 콘퍼런스를 열고 여성 인권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정작 자국 여성들의 인권과 역사 부정 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게 이해할 수 없다""이 같은 행사가 자신들의 과오를 가리려는 알리바이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예정됐던 제막식은 무산됐지만, 정의연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소녀상 설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 이사장은 "아르헨티나 시민사회가 굉장히 강력하다""다른 방식으로 조용히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수요집회' 1,000회째인 20111214일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으로 세워졌다. 이후 뉴욕, 베를린, 시드니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도 만들어지면서 여성 인권과 평화의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노조 재정 감시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진짜 부패 집단 재정부터 공개하라

대한변호사협회도 결사체고 노동조합도 결사체다. 결사체는 헌법에서 '결사의 자유'(freedom of association)를 보장받는다. 헌법 원리에서 노동조합은 변호사협회보다 더욱 두터운 보호를 받는다. 우리 헌법에는 변호사협회의 권리를 따로 보장하는 조항은 없다. 이와 달리 노동조합은 헌법 제33조를 통해 노동3(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추가로 보장받는다.

 

하지만 빈자와 노동자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은 '법의 지배'(the rule of law)가 관철되는 민주 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부자와 지배층이 '법을 이용한 지배'(the rule by law)를 관철시키는 사실상의 독재 체제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전자와 후자를 가르는 기초적인 잣대가 법 앞의 평등이다. 법이 부자와 강자에게 관대하고 빈자와 약자에게 가혹한 체제를 우리는 독재라 부른다.

 

가속화되는 노동자 권리의 훼손과 해체

노동자의 권리와 자유를 제약하는 독재 체제의 현실적 사례로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깔아뭉개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독소 조항들이 있다. 헌법은 노동자들이 떼를 지어(고상한 말로는) 단체를 이루어 교섭과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하지만, 헌법의 하위법인 노동조합법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권리(collective rights)를 훼손하고 해체하려는 조항들로 가득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가 권력에 의한 노동기본권의 훼손과 해체가 국제연합(UN) 기준인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한 '결사의 자유' 협약 87호와 '단체교섭권' 협약 98호를 20214월 문재인 정권이 비준한 이후에 더욱 악화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법이자 UN 기준인 ILO 협약 87호와 98호를 비준하여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조약의 측면에서도 헌법이 노동기본권을 준수해야 할 법률적 의무를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작금의 제한된 노동기본권 마저도 더욱 억압하려 안달을 부리고 있다.

 

국민세금으로 지불된 대통령 내외의 영화 관람 관련 비용까지도 감추는 대한민국 정부다. 국고로 지급된 장관의 회식 내역도 밝히길 꺼리는 대한민국 정부다. 말레이시아에서 죽은 북한인 김정남에게 국정원이 꼬박꼬박 생활비를 지급했음에도 그런 내역의 공개를 금지하는 대한민국 정부다.

 

검찰총장 특활비공개는 거부하면서 노조 재정은 공개?

재정 투명성에서 모범이 되기는 커녕 불량한 면모를 보여온 정부가 노조 재정의 공개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 지금의 대통령은 자신이 검찰총장 시절 사용한 특활비의 공개조차 거부해온 자다.

 

노조 재정은 두 가지 출처를 갖는다. 첫째 출처는 조합원의 회비다. 둘째 출처는 정부 보조금을 비롯한 외부의 지원금이다. 국가와 사용자로부터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노조라면 노조의 모든 재정은 의사결정 기구에서 민주적으로 선출한 회계감사에 의해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으며, 노조의 재정보고서는 대의원대회 등 각종 의사결정기구에 보고되어 승인을 받는다.

 

자치적 결사체인 노조가 국가와 사용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정한 규약을 통해 재정보고를 하고 회계감사를 하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다.

 

독점재벌 연구소의 미국 타령

독점재벌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언론인 <매일경제>가 지난 19일 인터넷판에서 독점재벌의 결사체인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인용하여 한국 노동조합법은 감사 인원을 법정화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자율에 맡기면서 회계사 지위와 선출 및 자격요건 등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와 전경련과 한국경제연구원에 묻고 싶다. “노조 재정을 노조 자율에 맡기지 않고 감사 인원을 법정화하고 있는 법률을 가진 나라의 이름을 밝혀 달라. 이들은 미국을 내세울지 모르지만 미국에도 그런 법은 없다.

 

더군다나 미국과 한국은 노동문제에서 비교할 수 없는 나라다. 왜냐하면 미국은 UN이 가장 기초적인 국제노동기준이라 천명하고 있는 ILO 협약 87호와 98호에 대한 비준을 일관되게 거부해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노동문제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based international order)를 짓밟아온 나라가 미국이다.

 

현행 노조법, 노조의 행정관청 보고 의무 부과

ILO 협약 87호와 98호의 핵심은 국가가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다. 실업자든 해고자든 무직자든 조합원 자격은 물론 노조 임원의 자격도 국가 법령이 아니라 노조가 자체 규약으로 정한다. 이념과 강령과 정책도 국가 법령이 아니라 노조 스스로 결정한다. 조합원 교육 내용은 물론 재정 문제도 국가 법령이 아니라 노조가 알아서 행한다는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가 두 협약이 강조하는 바다.

 

이러한 자유를 노동자단체인 노조에게 보장하기 싫어하는 미국 자본가들의 로비에 따라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두 협약에 대한 비준을 줄기차게 거부해왔다. 미국과 반대로 노동문제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기초인 ILO 협약 87호와 98호를 대한민국은 20214월 비준하였다.

 

우리나라 노조법은 이미 정부가 요구할 경우 노조가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행정관청에 보고할 의무(27)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 대표자는 노동조합의 모든 재원 및 용도, 주요한 기부자의 성명, 현재의 경리 상황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고 그 내용과 감사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하여야 한다”(25).

 

진짜 부패한 집단의 재정 공개는 언제?

나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법조계를 꼽는다. 변호사-검사-판사로 얽히고 설킨 부패 사슬의 척결 없이는 대한민국이 깨끗해 질 수 없다. 내가 아는 변호사와 목사의 부인은 법인 명의의 차량을 36524시간 몰고 다닌다. 반면, 노조 명의의 차량을 노조 위원장 부인이 36524시간 몰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이런 종류의 부패는 대단히 사소한 것이다. 개인적 부패를 넘어 법조계의 합법을 가장한 구조적 부패를 파헤치면 끝이 없다. 국민건강보험료에서 수십억 원을 해먹은 대통령 장모가 무죄 선고를 받거나 수십억 자산가면 국민건강보험료로 몇 만원만 낸 대통령 부인이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광경은 텔레비전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틱하다.

 

변호사협회·교회·절의 재정 공개가 우선되어야

나는 개인적으로 노조 재정 공개를 반대하지 않는다. 위의 매일경제 기사에서 언급한 영국의 노동조합및노동관계법을 찾아보니 위원장 등 노조 임원의 급여까지 정부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법의 지배'를 지향한다면 법적 책임과 의무는 모두가 공평하게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부패를 넘어 구조적 부패에 물든 회원들이 한 둘이 아닌 대한변호사협회지만 그 재정에 대한 공개와 보고를 정부가 요구한 적은 없다. 대한민국 부정부패의 또다른 온상인 교회나 사찰 같은 종교 집단은 또 어떠 한가. 전광훈 목사가 있는 교회가 재개발조합으로부터 500억 원을 받게 생겼음에도 그 교회 재정의 공개와 보고를 대한민국 정부가 요구한 적은 없다.

 

대통령실 재정과 검찰총장 특활비부터 공개하라

대통령실의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만큼 노조 재정도 투명하게 공개해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특활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만큼 노조 재정도 투명하게 공개해보자. 무엇보다 변호사협회와 교회와 절의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만큼 노조 재정도 투명하게 공개해보자.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저절로 맑아지는 법이다. 정치 권력의 최정상에 있는 대통령실부터, 사법 권력의 최정상에 있는 법조계부터, 경제 권력의 최정상에 있는 전경련부터, 종교 권력의 최정상에 있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서울 조계사부터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보자. 그 연장선에서 노조 재정의 투명한 공개를 정부가 요구한다면 나는 적극 찬성할 것이다.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 프레시안

 

위법한 시행령 통치와 부자감세를 용인한 예산안 합의를 재고해야 합니다. 기자회견]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시간끌기와 무책임한 태도로 예산협상에 임해왔습니다. 이를 견제해야 할 더불어민주당 역할은 충분치 못했습니다.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국민을 위해 일할 의무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모두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민주당만 그 노력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어제 예산안 합의로 민주당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위법한 시행령 예산과 부자감세에 합의함으로써 원칙도 명분도 잃었습니다. 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 잡는 것이 야당의 역할입니다. 이번 예산안 합의는 그 역할을 포기한 잘못된 합의입니다. 위법한 시행령 통치로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배신입니다. 부자감세를 저지하고 서민과 민생을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민주당의 약속 또한 져버린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워온 것입니까? 입으로만 정부의 위법행태를 비난하고, 행동으로는 정작 절반이나 용인해 준 셈이 아닌지, 참담한 심정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옳지 않습니다. 이 정부의 목적과 방향은 오로지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 있습니다. 위법한 시행령과 무소불위 검찰력을 동원해서 가진 자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만 혈안입니다. 미국과 영국도 법인세를 인상하고, 심지어 횡재세까지 도입하려는 마당에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며 법인세를 인하하고, 노동자와 서민을 적으로 돌리려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기득권만을 위한 잘못된 예산안에 강하게 맞서 싸우지는 못할망정, 적당한 합의로 그들의 허물을 덮어주는 꼴입니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를 많이 비판합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 노력에도 변하지 않는 무도한 윤석열 정부를 기다리고 양보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국회 운영에 있어 대한민국 헌법이 정하고 있는 방법은 다수결의 원칙입니다. 헌법 제49조는 헌법·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국회의 의사결정은 다수결에 따르도록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과반이 넘는 의석을 민주당에 주셨습니다. 민주당은 그에 걸맞은 책임정치를 해야 할 역사적 의무가 있습니다. 이렇게 적당히 타협하고, 양보하고, 내어주는 것은 국민의 뜻이 아닙니다.

 

위법한 시행령 통치로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심각한 경제위기 민생위기에도 오로지 노동자를 탄압하고, 부자감세에만 혈안이 된 윤석열 정부입니다. 이 폭주를 적당히 받아주고 손잡아주는 것이 제대로 된 야당의 역할입니까? 10.29 참사로 슬퍼하고 비통해하는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막말과 저주를 일삼는 패륜 정당의 잘못을 그저 용인하고 덮어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입니까?

 

우리는 무도한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예산안을 수용한 이번 합의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예산안을 거둬들이고 바로잡아 주십시오.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아달라고 아우성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 제1야당으로서 민주당이 그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이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민주주의의 둑이 무너지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 한겨울 광장에 수십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위법에 타협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천명할 기회가 아직 있으니 재고하기를 당부드립니다.

 

2022. 12. 23.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안민석, 박주민, 강민정, 김용민, 문정복, 양이원영, 이수진(동작), 정필모, 최강욱, 최혜영, 황운하,

무소속 국회의원 민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