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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12.5~12.9 법과 원칙 이라 ?

by 이성근 2022. 12. 4.

자산 100억 돼야 진짜 부자"3040 신흥부자는 7억 종잣돈으로 주식 투자[한국부자 보고서]

전 세계에서 '생활비 가장 비싼 도시

사설] ‘2도시라기엔 낯부끄러운 부산 근로소득

최악의 저출생 국가 한국... CNN이 본 원인은 "청교도적 접근

온라인 복권 로또’ 20···역대 최대 당첨금 수령액은?

얼어붙는 세계경제, ‘가장 어두운 시간이 온다

대통령님을 징계한 죄?'윤석열 총장 징계' 검사 1년 만에 재수사

법과 원칙에 의한 강제노역 중입니다현수막 걸고 운행하는 화물기사

검찰,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들 6개월치 이메일 압수수색

오세훈 시장이 패싱한 방통위 ‘TBS 조례 폐지의견 보니 심한 우려 표명

'그래도 되는' 대통령... 그들이 뻔뻔할 수 있는 이유

이태원 유족 손에 구겨 넣은 정부의 세 장짜리 호의

첼리스트 "남친 속이려고 거짓말" 경찰 진술에도 남는 의문들

 

개발 칼바람 막아낸 마을, 흔들리지 않을 평화 심는다

행정과 기업의 탐욕이 수정마을을 갈랐다

마을 뒤덮은 자본 탐욕에 떳떳했던 주민들, 삶의 터전 지켜내

 

자산 100억 돼야 진짜 부자"3040 신흥부자는 7억 종잣돈으로 주식 투자[한국부자 보고서]

KB금융, 자산규모·인식 조사

 

'3040' 7.8만명 보유자산 99.5

전통부자 대비 상속·증여비중 5%P

코인보다 부동산·금융 상품에 관심

투자 위험요인엔 금리·인플레 꼽아

 

전 세계에서 '생활비 가장 비싼 도시

전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는 뉴욕과 싱가포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현지 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 계열 분석 기관 인텔리전스유닛(EIU)이 발표한 '2022년 전 세계 생활비(Worldwide Cost of Living)'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욕과 싱가포르는 조사 대상 172개 도시 중 '올해 생활비가 가장 높은 도시' 공동 1위에 올랐다.

 

이 조사에서 싱가포르는 '단골' 1위다. 싱가포르는 지난 10년 동안 1위에 8번 선정됐다. 또한 뉴욕이 1위에 오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뉴욕은 지난해 6위였다.

생활비가 가장 값싼 도시로는 시리아 다마스쿠스(172)가 꼽혔다.

 

그 뒤로는 리비아 트리폴리(171), 이란 테헤란(170), 튀니지 튀니스(169),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168), 파키스탄 카라치(167), 카자흐스탄 알마티(166), 인도 아마다바드(165), 인도 첸나이(164), 알제리 알제(163), 인도 벵갈루루(162), 스리랑카 콜롬보(161) 순이었다.

 

EIU는 뉴욕 물가(100)를 기준으로 식품과 의류, 주거, 교통, 학비 등 160여개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반영한 '세계생활비지수(WCOL index)'에 따라 도시 생활비 순위를 매긴다.

 

사설] 2도시라기엔 낯부끄러운 부산 근로소득

서울 인천 세종 물론 충남보다 낮아추락 가속화 막을 특단의 대책 필요

부산 지역 주민의 소득과 소득 증가율이 서울 등 수도권에는 물론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적나라한 실태가 담겨있다. 작년 기준으로 부산의 연간 가구소득(근로·사업·재산·이전소득 총합)5679만 원이었다. 전국 가구 평균인 6414만 원에 비하면 730만 원 이상 낮다. 8대 특·광역시 1등인 세종(7751만 원)보다 2000만 원 이상, 2등인 서울(7103만 원)보다 1400만 원 이상 못 번다. 가구소득 총계로는 7, 순수하게 근로소득만 따지면 8위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소득격차도 2020년엔 1000만 원(근로소득 기준)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는 1200만 원으로 점점 더 벌어지는 중이다.

 

더 큰 문제는 부산의 소득 악화 속도이다. 가구소득도 최하위 수준이면서 근로소득 추락 속도는 더 빨라 20207등에서 2021년 꼴찌로 밀려났다. 근로소득이 서울은 11%, 전국 평균은 7% 늘어날 때 부산은 고작 2.1% 오르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2위 도시 자리를 놓고 부산과 치열한 경쟁 중인 인천과도 한참 차이가 난다. 대도시만 비교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제주를 포함한 9개 도와 견주어도 2020년의 경우 근로소득은 경기를 제외하면 8개 도가 모두 부산보다 낮았지만 2021년엔 충북 충남 제주가 부산을 따라잡았다. 가구소득도 2020년엔 강원 충북 전남 경북 경남이 부산보다 못했으나 2021년엔 충북과 전남이 부산을 제쳤다. 소득만 놓고 보면 광역시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작년 한해동안 부산 근로자는 3467만 원을 벌었지만 세종은 5437만 원, 서울은 4852만 원, 경기는 4790만 원, 인천은 4207만 원을 쥐었다. 정부 청사와 주요 공공기관이 모여있는 세종, 대기업이 집중된 서울 경기 인천의 높은 근로소득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자명하다. 몇달 전 부산상공회의소가 MZ세대 구직자와 지역 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일자리 미스매치 원인을 조사한 적이 있다. 결론은 당연히 연봉으로 나왔지만 양측의 눈높이 차이가 400만 원 안팎으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1000만 원, 2000만 원 격차가 나버리니 청년들로선 탈부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도권이나 세종은 물론이고 광역시도에도 소득이 뒤처지는 부산 현실은 결코 타 시도가 잘해서가 아닌 부산의 하락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거의 추락에 가깝다. 산업은행 같은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충분한 지원과 인센티브로 대기업 지방 분산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의 실현이 절실한 이유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제대로 된 기업을 키우기 위한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 학계 등의 협력과 발전전략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부산이 사활을 걸고 있는 2030 엑스포 유치와 가덕 신공항 건설을 부산 경제 회생의 결정적인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문제적 현상을 제대로 직시하는 게 위기 탈출의 첫걸음이다./ 국제신문

 

 

 

최악의 저출생 국가 한국... CNN이 본 원인은 "청교도적 접근

선진국 가운데 가장 저조한 출생률(3분기 합계출산율 0.79) 국가로 나타난 한국에 대한 미국 CNN 방송 분석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시내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뉴스1

 

CNN은 지난 4'한국이 2,000억 달러 이상을 썼지만 사람들이 자녀를 낳을 만큼 지불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게재된 기사에서 한국의 저출생 원인을 분석했다. 한국의 출생률이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은 물론, 미국(1.6)이나 일본(1.3)보다도 크게 낮으며 이는 연금 시스템을 지원하는 노동 인력의 부족이라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1세 이하 영유아의 부모에게 지급하는 월수당을 늘리는 데 그치고 있다며 '발상의 전환'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윤 대통령이 영유아가 자택이 아닌 보육원에서 길러진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고, 생후 6개월이면 걸을 수 있지 않냐는 발언을 하면서 출생과 양육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 제공: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CNN은 이어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출생과 육아에 나서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를 다양한 각도에서 거론했다. 특히 이 방송이 가장 주목한 것은 '부모의 자격'에 대한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아기를 갖는 것은 젊은 이성 신혼 부부에겐 기대되는 일이지만, 그 외의 가정은 자녀를 기를 자격이 없다. 미혼 여성에겐 체외수정(IVF)이 제공되지 않고, 동성결혼은 인정하지 않으며, 사실혼 관계의 부부는 입양을 할 수 없다. CNN은 이를 "(미혼모에 대한) 청교도적 접근"이라고 표현했다.

 

1인 가정, 동성 부부 등 다양한 가정의 형태가 사회적으로 인정돼야 오히려 자녀를 낳고 기를 가능성도 늘어난다는 접근 방식은 한국의 정치인들의 관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6MBC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겨냥해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걸로 인식되는 것 같다"면서 "이제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이 행복하다는 인식이 들 수 있도록 정책과 함께 캠페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25일 나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독교계의 '동성애·동성혼 치유회복운동'을 저출생 대책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동성애·동성혼 치유회복운동은 성소수자 성향을 치료해야 할 정신질환으로 보고 '전환치료' 등 비과학적 수단을 동원해 "치료"하려 하는 운동이다.

 

"사회적으로 육아 가치 저평가돼 출생률 떨어져"

게티이미지뱅크

 

CNN은 가부장제하에서 여전히 여성에게 가사와 육아 전담의 의무가 주어지는 상황도 출생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가정을 형성하기 어렵다. 가계를 지탱하기 위해 맞벌이가 사실상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아버지는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 어머니는 가정을 지탱한다"는 인습적인 기대가 남아 여성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성 대신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잔업도 잦고, 업무가 끝나도 '회식'이라는 명칭의 "팀 빌딩" 문화가 남아 있다. 서류상으로 육아 휴직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를 이해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회적으로 육아의 가치는 저평가되고, 자연히 결혼 또는 출생에 대한 거부로 이어지는 것이다.

 

'계간홀로'의 발행인 이진송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결혼에 대한 이해는 이성애 중심, '정상가족' 중심"이라면서 "장애나 질병, 생식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배제되고, 결혼과 출산, 육아가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혼(결혼하지 않음)으로도 행복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많은 전문가는 현재의 자금 투입 접근방식이 너무 일차원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대신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일생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온라인 복권 로또’ 20···역대 최대 당첨금 수령액은?

온라인 복권 로또가 발행 20주년을 맞았다. 20년간 8000명 가량의 사람들이 로또 1등에 당첨돼 총 16조원을 수령했다. 로또 연간 판매액은 지난해 처음 5조원을 넘어섰는데, 올해는 7월까지 3조원대 판매량을 기록해 연간 6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20021271회차 추첨부터 올해 11261043회차 추첨까지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은 총 7803명이다. 이들의 당첨금 수령액은 총 159000억원이다. 1인당 약 203800만원을 평균 수령했다.

 

회차별 평균 당첨자 수는 7.5명으로 집계됐다. 1등 당첨자 수는 1명에서 50명까지 다양했다. 당첨자 1명당 당첨금이 가장 컸던 회차는 2003412일 추첨된 19회차다. 당시 1등은 1명 나왔는데 당첨자는 4072300만원의 당첨금을 받았다. 당첨금이 가장 적었던 회차는 2013518일 추첨된 546회차다. 1등 당첨자가 30명 나오면서 1인당 당첨금이 4600만원으로 줄었다.

 

소득세법상 복권 당첨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5만원까지는 세금이 붙지 않지만 5만원을 넘기면 20%의 소득세가 부과되고 3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세율이 30%까지 오른다. 여기다 소득세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지방소득세로 추가 징수된다.

 

당첨금이 20억원이라면 3억원까지는 소득세와 지방소득세가 6600만원 붙고, 3억원을 넘어선 나머지 17억원에는 56100만원의 세금이 매겨지는 식이다. 20억원에 당첨되더라도 세금을 떼고 나면 실수령액은 137300만원이 된다.

 

200212월 출시된 후 이듬해 연간 4조원 가까이 팔렸던 로또는 2010년대 초반에는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판매액이 2조원대에 머무르기도 했다. 그러다 20133조원대로 판매액이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판매액이 5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7월 말까지 31000억원가량의 로또 복권이 팔렸다. 연간 예상 판매액은 55000억원 정도인데, 6조원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있다.

 

로또 판매액 절반 가량은 발행 경비와 판매·위탁 수수료, 복권기금 등으로 쓰인다. 나머지가 당첨금으로 지급된다. 로또 판매액으로 조성되는 복권기금은 주택도시기금, 보훈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등의 재원이 되거나 입양아동 가족 지원, 저소득층 장학사업 지원 등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얼어붙는 세계경제, ‘가장 어두운 시간이 온다

미국 연준은 2023년에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안정의 대가는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의 혼란이다. 세계경제는 가장 어두운 시간을 맞게 될 듯하다.

112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에겐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Xinhua

 

올해 들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자국과 세계에 보낸 신호는 다음과 같았다. ‘그동안 너희들은 많이 고용되어 높은 임금을 받았다. 많이 소비하고, 높은 금융수익을 올렸다. 이제 너희들에겐 시련이 필요하다.’ 11월 중순부터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최근의 물가 지표를 보고 괜히) 들뜨지 말 것.’

 

좀 우스꽝스럽게 표현했지만, 연준의 입장은 매우 진지하다. ‘단기적 이익에 휘둘리는 시장과 대중이 금리인상을 멈추라고 아무리 아우성쳐도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는 것이다(중앙은행의 독립성).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12일 기준금리를 다시 대폭 인상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연준에겐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남아 있다.”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의미다.

 

연준은 올해(2022) 들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1980년대 초반은 제외)로 금리를 올렸다. 지난 3,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였다. 이후 불과 7개월여 동안 (평소엔 1회에 0.25%포인트씩 조절하던) 금리를 0.5%포인트나 0.75%포인트씩 5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11월 말 현재 3.75~4.0%. 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년 중순까지 5%대 초중반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폭과 속도가 지나치게 크고 빠르다고 본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제 시스템까지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경계엔 나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너무 많은 돈이 시중에 깔려 있기때문이다.

 

중앙은행의 자산(total assets)’이 팽창하면 시중에 깔린 돈도 많아진다. 중앙은행의 자산이 1달러 늘면 그만큼의 돈이 민간 금융기관 소유의 계정에 깔린다’. 금융기관이 이 돈을 밑천으로 얼마나 많이 빌려주고 빌리느냐에 따라 통화량 규모가 결정된다. 연준의 자산은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9월 중순(9950억 달러)에서 202211월 중순(86000억 달러)까지 8~9배 팽창했다. 세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사건들을 겪으며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뿌린 결과다. 그러나 연준은 이 같은 현실을 무척 끔찍하게 여겼을 터이다. 밀턴 프리드먼(주류 경제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미국 경제학자)의 말마따나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늘어난 중앙은행 자산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론 상상을 초월하는 인플레이션이 야기될 수 있다. 올해 들어 연준은 마치 과거의 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처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돈의 흐름을 억제하면서 지난 9월부터는 시중에 깔린 돈을 거두어들이기(양적 긴축) 위한 조치를 시작했다.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을 차단하는 동시에 미래의 리스크(초인플레이션)를 제거하기 위한 행위였다.

 

연준의 금리인상, 미국의 인플레 수출

연준은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이라는 양대 무기로 민간 경제주체들(가계·기업·금융기관)을 압박했다. 금융기관은 대출을, 가계는 소비 및 임금인상 요구를, 기업은 투자를 자제하길 바랐다. 그 결과 실업률이 올라 임금(물가 인상의 가장 직접적 요인으로 간주) 수준이 정체·인하되면 인플레이션을 퇴치할 수 있을 것이었다.

 

미국 내 경제주체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연준의 통화정책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금리가 오르고 이에 따라 세계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로 돌진하게 마련이다. 자산을 브라질 헤알이나 타이 바트, 심지어 한국 원보다는 미국 달러로 갖는 것이 안전할 뿐 아니라 금리도 괜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요가 늘어나면 달러 가치가 오르고, 다른 나라 통화 가치(달러 대비)는 하락한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격화된다. 대다수 국가의 경제주체들은 미국 이외의 나라와도 기축통화인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엔 1달러짜리 수입품이라면, 30바트로 1달러를 산 뒤 결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통화가치 변동으로 1달러에 40바트를 내야 한다면, 타이의 물가가 오르게(1달러짜리 수입품이 30바트에서 40바트로) 된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미국의 인플레 수출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다.

 

다른 나라 경제주체들은 달러로 빌렸고 달러로 갚아야 하는 빚(달러 표시 채무)’에 대해서도 더 큰 부담을 진다. 과거엔 1만 달러의 빚을 갚으려면 30만 바트로 충분했지만, 지금은 40만 바트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에 대해 해당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금리를 높이는 것으로 대응한다. ‘달러만큼 안전하진 않지만 그 대신 높은 금리를 드리겠다는 의미다. 자국 통화에서 미국 달러로의 자본 이탈 및 통화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해당 국가의 경기를 하락시킨다. 금리를 높인다고 통화가치가 반드시 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 나라는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와 인플레이션율이 동반 상승하면 해당 국가의 경제전망은 더욱 불안정해진다. 외환위기 우려도 커진다.

 

이처럼 올해 들어 연준의 급속한 금리인상에 따른 불안감이 글로벌 차원에서 전염되며 덩치를 키워왔다. 이런 시기엔 거의 모든 경제주체가 거래 상대방을 의심하게 된다. ‘돈을 떼먹히면 어쩌지?’ 시중금리가 오르고, 심지어 고금리로도 빌리기 어렵게 된다. 이런 순간에 누군가가 실제로 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터지면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진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테마파크 레고랜드의 채무 2050억원에 대한 보증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한국전력 같은 지극히 높은 신용도의 기업들마저 돈을 빌리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그래서 모든 경제주체들은 연준과 미국 물가(관련 지표)만 바라보고 있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된다면 연준 역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은 금리상승 압박을 덜 받을 것이다. 벼랑 끝까지 몰린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기사회생하고, 기업들은 투자를 재개하며, ‘킹달러로 인한 신흥국의 외환위기 리스크도 어느 정도 해소될 터이다. 이런 소망들은 헛되지 않았다. 11월 접어들자 좋은 소식들이 쏟아졌다.

 

1110, 미국 노동부는 10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표)가 전달(9)보다 0.4% 상승했다고 밝혔다(그림 1참조). 지난해 같은 시기(10)에 비하면 7.7% 오른 수치다(그림 2참조). 시장이 열광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0일 하루 동안 7.35%(종가 기준)나 뛰어올랐다. 나스닥의 사상 최대 상승률 중 하나다. 일본 엔과 영국 파운드의 통화가치도 올랐다.

크든 작든 물가가 올랐다는데 이런 폭발적 반응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늦춰졌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은 10월의 전달(9) 대비 CPI 상승률을 0.6%로 예측했는데 실제 결과는 0.4%였다. 지난해 10월 대비 CPI 상승률(7.7%)8% 이하로 내려간 것도 8개월 만의 경사였다. 일주일쯤 뒤인 1116,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기업들이 도매 거래에서 실질적으로 받는 가격을 나타내는 지표)의 전달(9) 대비 상승률도 예측치(0.4%)보다 낮은 0.2%로 나타났다(그림 3참조). 연초만 해도 1%대 중반 내외였던 지표다. ‘근원 인플레이션율(가격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량을 제외한 물품 및 서비스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표시)’9월의 6.6%(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를 정점으로 10월엔 6.3%(예측치는 6.7%)로 내려갔다(그림 4참조). 시장은 물가가 덜 오르는 경향이 지표로 확인되었으니 연준의 통화 긴축도 완화될지 모른다는 기대로 부풀었다.

제이피모건 등 일부 대형 종합금융회사들은 이미 8~9월부터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주장해왔다. 인플레이션율이 내년부터 당장 연준의 목표치(2%)까지 떨어지진 않겠지만 물가상승 폭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제이피모건은 지난 1020, ‘투자 전망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9월의 8.2%에서 12월엔 6.8%, 내년 9월엔 3.2%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가능성

그러나 연준은 시장의 웃는 얼굴에 침을 뱉는다. 1116일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 발표 직후,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상 속도라면 몰라도 인상 중단은 논의 자체가 안 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4.75~5.25%까진 올려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는 뜻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한 차례의 물가 보고(10월 지표)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사실 1개월 단위 지표를 근거로 인플레이션 둔화를 주장하려면, 지난 7월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7월의 전달(6)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0월은 0.4%),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0.5%(100.2%)로 나타났다. 근원 물가상승률(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5.9%(10월은 6.3%)였다. 당시에도 시장은 연준의 정책 전환을 기대하며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연준은 완강했다. 지표들은 다시 올랐다. 자산시장의 불꽃은 한번 타올라보지도 못한 채 허망하게 꺼지고 말았다.

 

세계경제의 장기 추세를 꼼꼼하게 감시하는 국제기구들도 낙관론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10월 중순에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7.2%(신흥국 및 개도국은 10%)에서 2023년엔 4.4%(신흥국 등은 8.1%)로 내려가리라 예측된다. 연준 등의 목표치인 2%까진 턱도 없지만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수치마저 연준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지금의 금리인상 기조를 꿋꿋이 밀고 나갈 때 가능하다. 물론 중앙은행들의 다발적 금리인상 등의 원인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3.2%(추정치)에서 2023년엔 2.7%로 내려갈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높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가 파이낸셜타임스(1011)와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2023년의 글로벌 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15%(2% 이하는 25%)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아주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2023년은 세계경제 사상 가장 어두운 시간(darkest hour)이 될 듯하다.”

그러나 IMF는 이런 고통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보고서에서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stay the course)하겠다는 중앙은행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또한 “1970년대의 올리다 중단하고 다시 올리는(stop-go)’식의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당시의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연준은 당초 금리인상으로 대처했으나 경기가 악화되면서 긴축정책을 완화하고 만다. 그러자 다시 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율이 두 자릿수로 치달았다. 이런 추세는 1980년대 초반에 취임한 폴 볼커 연준 의장이 미국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면서 겨우 진정되었다. IMF는 중앙은행들이 지나친 금리인상으로 경기를 위축시켜도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물가를 완전히 잡지 못한 상태에서 긴축을 완화했다간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악화되어 금리인상 폭을 더 높여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유력지 이코노미스트(1113), 무책임한 낙관주의자들이 인플레 둔화란 의견을 뒷받침할 만한 장밋빛 데이터들만 제시하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1115일자 기사에선 오히려 인플레이션 바이러스가 확산되어왔으며, 세계경제의 전망은 최근 몇 주 동안 사실상 더 어두워졌다라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는 에너지 및 식품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율이 조금 하락했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예측치보다 실제 수치가 더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1116일 발표된 영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예측치를 뛰어넘은 11.1%로 나타났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의 확산·심화와 더불어 경기침체도 본격화할 것이라 전망한다. 골드만삭스나 제이피모건 등 대형 종합금융회사들이 측정한 경기 관련 지표들이 10월 들어 악화되거나 하향 추세로 나타난다는 것이 근거다.

 

그러나 물가 관련 데이터는 다양하다. 이에 대한 해석도 다양할 수 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불확실하다. 이코노미스트낙관론자들의 데이터 취사선택을 비난한다. 그러나 낙관론자들 역시 이코노미스트같은 비관론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지표만 골라 제멋대로 해석하면서 연준의 고집(금리인상)을 옹호한다고 반박할 수 있다. 혹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교수처럼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처방에서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스티글리츠 교수가 낙관론자는 아니다.

1110일 미국 노동부는 10월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달보다 0.4% 상승했다고 밝혔다.AFP PHOTO

 

파월이 자주 언급한 ‘1970년대 인플레이션

당분간 모두의 관심은 12월 중순에 나올 미국의 11월 물가 지표들에 쏠릴 것이다. 11월 지표가 10월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연준은 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해도 금리인상 기조를 역전시킬까?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은 파월 연준 의장이 자주 언급하는 주제다. 지난 826일 캔자스 연방준비은행 주최 연설회에서의 발언을 들어보자. “1970년대에 물가가 오르자, 가계와 기업의 심리 속엔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예측(기대 인플레이션)이 자리 잡았다. 물가가 오를수록 더 많은 경제주체들이 더 높은 물가를 기대하고, 이 믿음을 임금(노동자)과 가격책정(기업)에 반영하게 된다.”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믿는다면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터이다. 기업 측은 임금 및 중간재 비용의 인상 예측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가격을 높일 것이다. ‘물가가 인상될 것이란 믿음 자체가 미래의 물가를 쳐올린다. 이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폴 볼커 전 의장을 의미심장하게 거론한다. 볼커는, 가계와 기업이 물가 인상을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금리를 난폭하게올렸던 사람이다.

 

파월 의장의 연준은 차라리 금리인상으로 심각한 경기침체가 올 것이란 예상(기대)이 더 확산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려면, 설사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둔화되는 중이라고 해도, 연준은 한동안 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라는 기조를 포기할 수 없다. ‘연준의 기조 포기가 뉴스를 타는 순간 곧바로 시장이 불타올라 인플레이션을 재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을 선두로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2023년에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안정의 대가는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의 혼란이다. 고통스러운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때때로 어떤 국가나 기업, 금융기관 등 주요 경제주체들이 빚을 갚기 어려운 처지로 떨어지거나 흉흉한 소문의 원천이 되면서 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IMF의 예측대로 세계경제는 2023년에 가장 어두운 시간을 맞게 될 듯하다.

시사인 이종태 선임기

 

대통령님을 징계한 죄?'윤석열 총장 징계' 검사 1년 만에 재수사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96.

경기도 용인의 한 가정집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들이닥쳤습니다.

집에 사는 사람은 70대 노부부. 23년차 부장검사의 친정집이었습니다.

 

[박은정 /광주지검 부장검사]"이렇게 머리가 하얘지고 손이 막 덜덜 떨리면서 '왜 저희 부모님 댁에 왔지?'"

 

이미 수사를 받던 박 검사는 비밀번호와 함께 휴대전화도 제출하며 검찰에 협조했다고 합니다.

[박은정 /광주지검 부장검사]"압수수색을 한다는 거는 (새로운) 사실관계를 더 찾는 거거든요. 저희 친정집 뭐 이렇게까지 와서 이렇게 뒤지고 하는 것은 뭐가 더 필요했는지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거든요."

 

현직 부장검사가 이렇듯 강제수사를 받는 이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입니다. 2년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일하면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건데요. 그때 박은정 검사는 검찰 고위 간부를 징계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징계 대상자는 다름 아닌 현직 대통령,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었습니다.

 

재작년 1216. 윤석열 당시 총장의 징계를 심의하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17시간 30분간의 심의 끝에, '정직 2개월'이 결정됐습니다. 현직 검찰총장이 징계를 받은 첫 사례였습니다.

 

징계 사유는 '직무상 의무 위반과 위신 손상'.

구체적으로 볼까요.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으로 알려져 있죠.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이란 제목의 문건 작성과 배포가 있고요. 당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채널A 사건'의 감찰과 수사 방해. ,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 언행 등이었습니다.

 

윤 총장 측은 반발했습니다.

[이완규/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대리인(20201216)]

"이 징계 절차 자체가 위법하고 부당한 절차이기 때문에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니까요."

징계가 즉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아예 징계 결정 자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징계위 구성 등 절차상 문제를 추후 재판에서 다퉈보라는 취지였습니다.

 

윤 총장은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지만, 석 달 뒤 스스로 물러나면서, 임기는 채우지 않았습니다.

[윤석열/당시 검찰총장(202134)]"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후 정치에 뛰어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경선을 치르던 작년 10. 징계 취소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결론은 기각, 윤 전 총장이 졌습니다. 재판부는 137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법무부가 내렸던 징계 사유 세 가지 가운데 두 가지를 인정했습니다.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과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등은 징계 사유가 된다는 겁니다. 나아가 "면직 이상의 징계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윤 전 총장이 받은 정직 2개월 처분이, 비위의 정도에 비해 오히려 가볍다는 뜻입니다.

 

윤 전 총장은 곧바로 항소했습니다.

[손경식 / 윤석열 전 총장 대리인(20211014, 1심 패소 뒤)]"저희가 상세히 주장과 입장을 정리해서 다시 다투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2심 재판이 1년 넘게 길어지고 있습니다. 재판의 예비 단계인 변론준비기일만 거듭하며, 본격 심리는 시작조차 안 하고 있는 겁니다.

 

[현근택/변호사] "보통 1심에서는 '변론준비기일'을 한두 번 할 수 있어요. 항소심이라는 건 1심 판결 후에 하는 거잖아요. 결론이 났기 때문에 쟁점이 다 잡혔어요. 판단만 하면 돼요. 그럼 간단하죠. 항소심에서는 '변론준비기일'이라는 게 별로 필요 없어요. 사실은 이례적이죠."

 

왜 이렇게 2심 재판이 늘어지고 있는 걸까요.

징계를 둘러싼 논란, 그러니까 소송 자체의 쟁점은 바뀐 게 없는데 말이죠. 달라진 건 소송을 낸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된 현실입니다.

 

소송을 당한 피고 측은 법무부.

원래는 윤석열 당시 총장이 추미애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했던 건데, 지금은 대통령으로서 한동훈 장관과 맞서 있는 겁니다. 한 장관은 설명이 필요 없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죠.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원고 측은 지금 현재의 대통령이고 피고 측은 대통령의 지휘·감독권 안에 있는 법무부 장관입니다. 이렇게 되면은 순수한 의미에서 재판의 구조에 적합한 대립 당사자 구조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원고와 피고가 실질적으로는 한 몸이 되어 있는 그런 상태거든요. 사법권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 자체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하지만 윤 대통령은 소송을 그만둘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이제일/변호사] "검찰총장에서 정치권으로 직행을 하고, 대통령이 되고 한 상황인데 그 징계 사실이 타당했다 이런 내용이 법원 판결로 1심에서 일단 나왔고 이대로 또 확정이 된다면 정권 입장에서도 굉장히 타격을 입고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작 1심을 이겨놓고도, 이제 법무부는 싸울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니냐, 그런 지적까지 나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지난 5, 인사청문회)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 징계 자체가 대단히 부당한 것이라는 판단은 이미 사회적으로 내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법원의 판결이 있는데 그 판결을 지금 뒤집는 얘기를 하시는 겁니까?) 판결에 항소해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그러면 향후에 이 소송을 진행하게 될 피고로서 지금 부당하다는 얘기를 주장하겠다는 취지입니까?) 아닙니다. 제가 취임하게 되면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후보자 시절 소송에 관여 않겠다던 한 장관.

하지만 취임 뒤 법무부는 1심에서 승소를 이끌어낸 법률대리인단 3명을 전원 교체했습니다. 대리인 중 한 명은 징계 취소소송 업무를 담당하던 법무부 법무실장의 동생이고, 다른 한 명은 법무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 주장이 적힌 서면을 재판부에 냈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나머지 한 명도 다른 해임 변호사 한 명과 같은 법무법인 소속이라 저절로 빠졌습니다.

[해임 변호사]"명목상의 이유가 그거고요. 근데 실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겠죠. (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잘 모르죠. 더 구체적인 이유는 저에게 말해주시기 않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해임 절차가 논란을 빚기도 했는데요.

서면이 아닌, 카카오톡 문자로 해임 통보를 한 겁니다.

 

[해임 변호사]"국가의 의사 표시를 문서로 하지 않고 카톡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니까 정식으로 문서로 해달라고 요구를 했어요. 카톡 해임 논란이 신문 언론에서 나왔고 그래서 그 논란이 된 그다음 주인가 아마 저에게 공식 문서로 우편으로 왔어요."

 

잡음 끝에 새로 선임된 법무부 소송 대리인은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들입니다.

 

[현근택/변호사]"1심에서 승소하면 그분(기존 변호사)한테 다시 가죠.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그런데 재판 도중에 바꾸는 게 더 이상하죠. 왜냐하면 재판 도중에 바꿀 경우에는 흐트러지잖아요. 결국은 재판을 질질 끈다든지 아니면 져주기 하는 거 아니냐 이제 이런 논란이 안 나올 수 없죠. '정부법무공단'이라는 게 정부의 지시나 지휘 하에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사장도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고"

 

언론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잇따랐습니다. 법무부가 이렇게 변호인을 바꾸면서, 윤 대통령의 징계취소소송 항소심 2차 변론준비기일은 올해 6월에서 8, 또다시 10월로 두 차례나 연기됐습니다.

 

이제 3차 변론준비기일(11.15)까지 마친 상태인데요. 1심에 이긴 변호사들을 바꾸면서까지 2심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사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현직 검사가 있습니다.

박은정 광주지검 부장검사입니다. 그는 지난 1019,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나가 조사를 받았습니다. 박 검사에 대한 수사가 윤 대통령 징계 소송 지연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박 검사는 재작년 1214일 한 보수단체로부터 고발당했습니다.

[김태훈 /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20201214)]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용으로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불법으로 입수했습니다."

 

202010, 윤석열 당시 총장을 감찰하던 법무부 감찰위에, 채널A 사건 연루 의혹을 받던 한동훈 검사장의 감찰 자료를 불법으로 제공했다는 겁니다. 사실 검찰은 지난해 6월 이 사건을 '각하' 처분하고 무혐의 종결한 바 있는데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비위 조사 대상이 채널A 사건 수사 지휘를 둘러싼 감찰 방해와 관련 수사였으니까, 채널A 사건 기록을 받은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자료를 제공 받은 감찰위원들에게 직무상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는 만큼, 관련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혐의 없음이 명백하다'며 재판에 넘기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고발장을 냈던 보수단체가 다음 달인 작년 7월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습니다.

그 뒤 1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올해 6.

 

 

윤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이었습니다. 서울고검이 재기 수사 명령을 내린 겁니다. 수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건데요. 기존 수사팀이 박 검사의 혐의 여부를 따져보지 않은 '각하' 처분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고발된 사실관계를 검토하겠다는 뜻입니다.

 

박 검사는 검사 생활 23년 만에 처음으로 SNS 계정을 만들고, 입장을 공개했습니다.

"수사로 보복하는 것은 검사가 아니라 깡패일 것이라고 주장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의견에 적극공감한다", "다만 그 기준이 '사람'이나 '사건'에 따라 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윤 대통령의 징계 취소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검찰이 무혐의 결정까지 뒤집으며 뒤집고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은정/광주지검 부장검사(지난 1019)]"저에 대한 재수사가 징계가 정당하다는 그 판결을 되돌리지 못합니다. 저를 이렇게 불러 조사하고 휴대폰을 가져가고 친정집을 압수수색한다고 해서 그 진실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감찰은 적법했고, 징계는 정당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현직 검사 신분임에도 방송 출연을 결심한 박 검사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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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박 검사는 자신을 '정치 검사'라고 폄하하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박은정]"저는 23년 동안 주목받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사회적 약자, 여성, 아동 관련 업무를 하면서 보람으로 생각하고 일해왔습니다. (SNS도 안 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계기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수행했고 법원에서 정당하다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부에서 '친윤-친여' 검사들이 그 감찰의 정당성을 계속해서 부정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그 때 업무를 수행했던 담당자로서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로 기록되는 것은 막아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용기를 내서 얘기하게 됐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자신에 대한 수사가 재개된 데도 '의도가 있다'고 잘라 말합니다.

 

[박은정]"서울고검에서 작년 6월에 중앙지검 판단 이후에 1년 동안 캐비닛에 넣어놓은 사건이에요. 그러다가 징계 대상자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캐비넷에서 꺼내서 재수사가 착수가 된 거거든요. 그래서 저희로서는 의도와 목적이 다분하다."

 

징계취소 소송 1심에서 진 윤 대통령이 반전을 노리고 2심 재판을 늦추면서, 검찰을 동원해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박은정]"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으로서는 저질러서는 안 되는 비위를 저지른 중대 비위 공직자가 대통령이 된 거잖아요. 검사들의 수사를 방해하고 측근의 비위를 온몸으로 수사와 감찰을 방해한 가해자가 되어서는 도저히 안 되기 때문에 (나에 대한) 수사도 착수한 것이 아닌가적어도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으려는 시도이거나"

 

수사 과정에서도 부당한 일들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검찰이 변호인의 도움마저 받기 어렵게 했다는 겁니다.

 

[박은정]"저희 변호인이 하루 종일 재판이 있어서 출석할 수 없다고 미리 고지한 날에 일방적으로 무조건 출석하라 이렇게 통보를 해서, 검찰 출신 변호인이 부담을 느껴서 사임을 하게 됐습니다. 사임을 하고 나서도 출석요구서를 수사관이 변호인 사무실에 들이닥쳐서 무조건 수령을 해라"

 

심지어 고발당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박은정]"피고발인에게는 고발장을 열람하고 등사를 해달라고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야 방어권 보장이 되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서울고검에 열람 등사 요청을 했는데도 거의 제대로 열람 등사가 되지 않았고, 서울 중앙지검도 최근까지 고발장을 제대로 다 등사해주지 않아서 제가 출석해서 전체 고발장을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절차적인 정당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당초 검찰은 박 검사에게 고발장 등사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기록의 공개로 인해,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게 이유였는데요.

 

이런 경우에도 고발인이나 관계인의 개인정보 정도를 가린 채, 고발장 사본을 발급해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박 검사가 받은 사본에는 위반 의심 죄목만 있을 뿐, 뭘 어떻게 잘못했다는 건지 죄다 지워놨습니다.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피고발인의 자기 방어권을 보장하는 그런 국가의 조치가 아닌 것이죠. 국가는 특히 형사 사법기관은 피의자 내지는 피고발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헌법적인 의무죠. 어떻게 보면 그런 헌법상의 의무, 직무상의 의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죠."

 

결국, 박 검사는 세 번이나 신청해서

겨우 제대로 된 등사본을 받았습니다.

18장 분량이란 것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왜 처음부터 이렇게 안 해줬을까.

 

[서울고검 관계자]"검사님마다 판단을 했을 때 (복사본이) 나가도 될지 안 될 지 다 다르시거든요. 조금 유연하게 이제 등사를 해주는 검사님도 있고"

무엇보다 박 검사를 괴롭히는 건,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 언론에 수시로 보도된다는 겁니다.

[박은정]"언론에서 수사가 다 끝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가 되고, 마치 제가 잘못을 한 것으로 기록이 되고, 그것이 나중에 뭐 잘못이 없다는 판단을 받더라도 그때는 때가 늦을것이다법원의 판단도 받기 전에 이미 범죄자가 되어서 그 사람의 개인의 삶이 무너지고 그래서 나중에 가서 무고함을 증명하더라도 큰 피해를 입게 되잖아요."

 

형법 126, '피의사실 공표죄'.

징역 3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 엄연한 범죄 행위입니다.

 

하지만, 있으나 마나 한 게 현실입니다.

[김남근/변호사]"수사를 받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이죠.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언론에 의해서 사회적으로는 (국민들이) 유죄의 심증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죄'를 형사처벌 하는 형벌 규정도 두게 된 것인데요. 현실적으로 [피의사실 공표죄로 수사기관이 처벌받은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실상 사문화된 형벌 법규]."

 

"검찰 간부인 나도 이런 식으로 수사를 받는데 평범한 국민들은 어떻겠나."

박 검사가 아직 몸담고 있는 검찰 조직을 향해 공포스러운 존재'라며 쓴소리를 하는 이유입니다.

 

[박은정]"제가 현직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들을 보실 때 국민들께서는 뭔가 지금 권력자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렇게 가혹하게 수사를 하고 고통을 줄 수 있겠구나그것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구나 하는 두려움과 공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BC 스트레이트

 

법과 원칙에 의한 강제노역 중입니다현수막 걸고 운행하는 화물기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을 지지하는 비조합원 시멘트 화물기사 조동현씨(51)6일 자신의 차량에 법과 원칙에 의한 강제노역차량입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시멘트 운송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검찰,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들 6개월치 이메일 압수수색

포털 네이버·카카오에 영장 집행지난 9월부터 3번째 시도

언론학자 306수사 중지하라연대 서명

오는 7일 방통위·감사원·검찰청 등 관계 기관에 전달

 

2020년 종합편성채널(TV조선·채널A) 재승인을 심사한 심사위원 일부가 점수를 조작한 정황이 있다며 고강도 수사를 벌이는 검찰이 일부 심사위원들의 네이버와 다음 이메일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일 서울북부지검은 일부 심사위원들에게 전화를 통해 포털 네이버와 다음 이메일을 압수수색했다고 통지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북부지검은 일부 심사위원들이 아닌 네이버와 다음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일부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검찰은 심사위원들에게 압수된 이메일들을 제목 위주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한 북부지검은 심사위원들에게 압수된 이메일 포렌식에 참관할 것인지 물었다. 이에 압수수색 대상 심사위원들은 문제가 될 만한 이메일이 없다고 판단해 참관하지 않았다.

검찰. 연합뉴스

 

검찰은 총 6개월치 이메일을 압수수색했다. 압수된 네이버와 다음 이메일은 20201월부터 4(4개월) 20227월부터 8(2개월) 기간이다. 해당 기간은 각각 2020년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심사 기간과 감사원의 방통위 감사 기간이다. 이 기간에 문제가 될 만한 이메일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종편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은 지난 9월부터 진행됐다. 지난 923일 서울북부지검은 방통위 방송정책국장, 종편 재승인 당시 방송지원정책 담당 과장 등 전·현직 공무원 4명의 휴대전화와 PC, 차량 등을, 일부 심사위원들의 자택과 연구실, 차량, PC,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지난달 17일 방통위 대변인실과 운영지원과, 방송지원정책과, 정책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편 언론학자 탄압규탄 및 수사 중지 촉구를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달 30일까지 검찰 수사 중지 촉구 서명운동을 진행해 306명의 언론학자가 연대 서명에 동참했다. 대책위는 오는 7일 방통위와 감사원, 검찰청 등 관계 기관에 서명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언론학계(한국언론정보학회, 지역언론학회, 미디어공공성포럼)는 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학자 심사위원들에 대한 유례없는 감사원 조사에 이어 검찰 수사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면서 현 상황을 학문의 자유와 학자의 권리에 대한 심대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학문 공동체의 깊은 우려를 담아 학자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 중지를 한마음 한뜻으로 요청한다고 운을 뗐다.

 

대책위는 이어 언론학계는 오랜 전통을 통해 전문성과 양식을 갖춘 학자를 추천해 재승인 심사를 비롯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학자는 개인이 아닌 신뢰받는 학회와 학문 공동체의 양심과 전문성을 대표하는 인격체로서 공적 서비스 요청에 헌신해왔고, 지금까지 어떠한 경우에도 심사 결과와 관련돼 조사 대상이 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언론학자 수사는 학문공동체 전체 위기로 파악된다고도 우려했다. 대책위는 이번 사태는 결코 수사 대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문공동체 전체의 위기로 파악하기에 이를 연대 서명을 통해 학문 공동체의 뜻을 전달한다“‘동료 연구자에 대한 수사 중지 촉구’ ‘동료 연구자의 권리 보호 및 피해 지원’ ‘사태 재발 방지 및 책임 규명’ ‘학계 및 학자 위상 재정립에 지난 20일 동안 306분의 학자가 뜻을 모아서 이번 사태 해결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오세훈 시장이 패싱한 방통위 ‘TBS 조례 폐지의견 보니 심한 우려 표명

방통위, 서울시에 ‘TBS 조례 폐지우려 의견서 제출

설립과 운영에 관한 공적 약속 지켜야, 안정적 조직 운영에 영향

 

방송통신위원회는 TBS가 서울시민을 위한 방송으로서 지속적으로 안정되게 운영되기를 바란다.”

 

방통위(위원장 한상혁)가 서울특별시의회에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폐지’(TBS 조례 폐지안)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제출한 의견서 내용이다. 지난 5일 오후 방통위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해당 의견서 내용은 방통위원장을 포함해 여야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정부청사에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오늘.

 

그러나 앞서 지난 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관계기관인 방통위 의견을 듣기도 전에 ‘TBS 조례 폐지안을 공포해 방통위 일각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의견서는 ‘TBS 설립 이력부터 네 가지 요청 사항등이 담겼다.

 

방통위는 공적 재원 지원을 골자로 한 조례를 근거로 TBS 미디어재단 설립을 허가했다며 TBS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공적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서울시는 서울시교통방송을 TBS로 법인 분할하는 변경허가 과정에서 신청서를 통해 지방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근거한 서울시 출연금 지원으로 재정 안정성이 확보되므로 지속적인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방통위는 TBS가 제출한 계획에 따라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은 물론 경영계획의 적정성 재정적 능력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해 TBS의 지상파 방송사업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TBS 조례 폐지는 방송법에 따라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가 제출한 지상파방송사업 재허가 사업계획의 중대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했다. 방통위는 폐지 조례가 시행된다면 프로그램 제작비 감소, 제작인력 감축 등으로 프로그램 축소·폐지, 재방송 증가 등 방송편성 및 제작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TBS2020년 재허가신청서에 제시한 사업계획서에 따라 방송사업을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같은 의무는 서울시의 재정적 지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폐지 조례는 재허가 사업계획의 중대한 변경사항에 해당해 허가 유효기간 내 방송국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TBS의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다. 방통위는 방통위는 TBS 법인을 감독하고 법인 정관을 허가하는 주무관청으로서 절차적으로 법인 정관과 조직의 정비가 선행된 이후에 폐지 조례 시행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TBS는 재단설립 및 운영, 재정적 지원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조례를 근거로 설립이 됐으며 현재 이를 근거로 법인의 정관과 사업이 규정되고 이사회 운영 등을 통해 법인이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관과 이사회 운영 구조 등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근거가 되는 조례가 폐지되면 해당 법인의 조직 운영과 소속 직원의 고용 안정성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서울시민의 청취권 보장과 보호를 위해 향후 TBS의 안정적인 운영 방안에 대한 검토나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방통위는 방송사업은 시청자 보호·내부 종사자의 고용안정성·여론의 다양성 등 중요한 사회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TBS의 과거에 현재·미래에 대한 충분한 숙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TBS가 그동안 수행해 온 방송과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서울시가 TBS 당사자, 시청자위원회, 서울시민 등의 의견을 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렴해 서울시민의 청취권 보장과 시청자 보호 방안이 확보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방통위 의견서가 오 시장에 전달되기 전 ‘TBS 조례 폐지가 공포되자 방통위 일각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 추천의 한 방통위 상임위원은 보고를 받고 통보하는 기관이 있는데, 의견도 받지 않고 공포를 한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기분 나쁜 소리, 쓴소리도 들어야 한다. 주무관청에서 허가를 내줄 땐 이유가 있는 것이고, 의견서가 가는 걸 알 텐데 방통위 이야기를 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여당 추천의 한 상임위원은 의견서를 내는 데 5명의 입장이 모이긴 했다면서도 방통위는 방통위가 할 일을 한 거고, 서울시장은 서울시장이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오 시장의 공포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달 15일 서울시의회는 ‘TBS 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이에 TBS2024년부터 서울시 출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 조례안은 지난 711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76명 전원이 공동발의 했다. TBS는 그동안 서울시로부터 연 300억 원대 예산을 받아왔다.

 

지방자치법을 보면 조례나 규칙을 제정, 개정, 폐지할 경우 조례는 지방의회에서 이송된 날부터 5, 규칙은 공포 예정일 15일 전에 시도지사는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시장 군수 및 자치구의 구청장은 시도지사에게 그 전문을 첨부해 각각 보고해야 한다. 보고를 받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내용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방통위는 관계 기관으로서 통보를 받은 후 입장을 낸 것.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과 오세훈 시장은 MBC에 이어 TBS까지 특정 언론사를 탄압하는 야만적인 행태를 일삼고 있다. 특히, 방통위가 의견서를 내기도 전에 오 시장이 독단적으로 조례 폐지를 공포한 것은 서울시민의 권리마저 짓밟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재단 TBS 설립 당시 서울시와 방통위, TBS 3자가 협의했다. 방통위는 20171229TBS가 재허가시 제출한 독립법인 설립 계획에 대해 재허가 조건을 부과했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TBS의 재단법인 설립을 위해 2019628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는 이 조례를 근거로 20191031일 방통위에 독립법인 전환을 위한 변경허가 신청을 했고,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20191226일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법인 설립을 허가하면서 20241231일까지 지상파방송국 허가증을 내줬다.

지난 5일 오후 방통위가 오세훈 서울시장에 낸 의견서 전문.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그래도 되는' 대통령... 그들이 뻔뻔할 수 있는 이유

[이 참사를 응시하라] '안하무인' 가능한 내부-외부 요인 짚어보니

출범 반 년 만에 윤석열 정권의 특징이 명확히 드러난 것 같다. 뻔뻔함과 졸렬함이다. 책임져야 할 일에 책임지지 않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치졸한 보복을 가한다. MBC 기자를 전용기에서 배제하는가 하면 급기야 기자가 '무례하게 굴고 슬리퍼를 신었다'는 이유 따위로 언론과 소통 자체를 취소해 버린다.

 

윤석열 정권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참사""희생자"라는 표현을 공무원에게 쓰지 말라 하고 "사고""사망자"로 바꿔 부르게 했다.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해 침묵을 강요하면서 도의적 사과조차 하지 않다가 참사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그제야 마지못한 사과를 내놓는다.

 

'대통령의 입'인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가 오가던 국정감사에서 메모장에 "웃기고 있네"라고 썼다(논란이 일자 김은혜 홍보수석 등은 사적 필담이라고 해명했다 - 편집자 주). 저들은 어떻게 저토록 뻔뻔하고 졸렬할 수 있을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즉흥적 성격"을 지적했지만, 정권의 문제를 개인 성격으로 환원하는 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성격대로만 사는 사람은 없으며 공인이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드물긴 하지만 세상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가는 '안하무인 인간'도 있다. 그가 대다수와 구별되는 지점은 개인의 유별난 성격이 아니라 처한 환경, 사회적 조건이다. '그래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대로 살아도, 제재 당하지 않고 큰 불편을 겪지 않으니 그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권의 뻔뻔함과 졸렬함에 단순히 경악하기보다는 그 뻔뻔함과 졸렬함을 마음껏 드러내도 되는 사회적 조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시오패스'를 아십니까

무엇이 저들로 하여금 '그래도 되게' 만들었는가? 두 가지, '내부 요인''외부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내부 요인은 윤석열 정권이 초심자라는 점이다. 그것도 그냥 초심자가 아니라 무려 첫 도전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초심자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실력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도 없고 뭘 해도 되고 안되는지도 모른다. 이런 특징에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까지 더해지면 무서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무슨 잘못을 해도 꿋꿋이 지지하는 지지층 30%가 있으면, 거기가 사실상 '바닥'인데도 그걸 바닥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정권 초기 이 정도로 지지율이 낮으면 보통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되지만 초심자, 특히 정치적 실패를 경험한 적 없는 초심자는 위기 자체를 못 느낄 수 있다. 아예 국정운영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거나, 스스로 '이 정도면 준비 안 한 정치신인치고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시민 입장에서 어처구니없긴 매한가지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 적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의 대선 공약과 인수위 시기 정책에 공동체의 미래나 비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 자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이런 추정에 힘을 싣는다.

 

설상가상은, 윤 대통령 생애 유일한 경력이 '사법시험 출신 검사'라는 점이다. 제대로 된 사회 경험 없이 '고시' 준비만 하다가 합격해 곧바로 최상위 엘리트가 돼 타인의 행위를 규율하게 된 이들은, 수평적 관계보다 수직적 위계에 익숙하고 선민의식이 강하거나 민주주의 인식 자체가 희박할 가능성이 크다. 오죽하면 이런 이들을 '사시오패스(사법시험+소시오패스)'라고까지 부를까. 소시오패스는 대개 타인에 대한 공감을 결여한 선천적 괴물이지만 '사시오패스'는 한국 특유의 승자독식 제도와 문화가 만들어낸 사회적 괴물이다(이들의 멘탈리티에 대한 분석은 제 졸저 <한국의 능력주의>(2021년 작) 5장을 참고해주시길).

 

윤석열 정권의 '야당복'

다음으로, 외부 요인이 있다. 바로 '민주당 및 민주당 정치 팬덤'의 존재다. 한국 정치에는 '야당복'이라는 말이 있다. 잘한 게 없는데, 야당이 헛발질이나 망언을 거듭해 여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경우를 가리킨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권은 '야당복'의 화신 같은 정권이다. 직전 대선은 윤석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시민의 비토였다.

 

부동산 폭등,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고소와 자살 사건, 조국 사태 등은 상당수 진보층과 부동층, 젊은 세대가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반대하게 만들었다. 따지고 보면 민주당 정권이 검찰총장 윤석열을 만들지 않았다면, 대통령 윤석열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둠의 개국공신'이나 다름없는 민주당은, 그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이 시민의 공분을 일으키던 시점에, 친민주당 성향의 매체가 유가족 동의도 없이 희생자 실명을 공개해 버렸다. 이런 짓을 저지른 이유는 "윤석열 정권이 희생자 명단을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정부에 대한 분노와 별개로, 시민들은 명단을 공개한 매체와 이에 동조하는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에게도 분노했다.

 

신상 정보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희박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사고 희생자의 실명 공개가 극히 민감한 이슈다. 그래서 대부분 언론들은 몇 달 전 포항 폭우 당시 희생자 이름도 공개하지 않거나 매우 조심스럽게 처리했다. 지금은 이런 사고에서 희생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디폴트(기본값)'. 일부 민주당 팬덤은 '정부의 명단 은폐'를 주장하지만, 실제 의도적으로 은폐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미 유가족들이 신원을 확인한 이상 희생자 실명을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해당 매체는 요청하는 유가족에 한해 실명을 가림 처리해준다고 변명했지만, 그게 더 이상하다. 애초에 자기들 마음대로 공개한 것부터 잘못됐다.

 

이런 짓들, 고통받는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존중 없이 폭력적으로 대의명분만 들이미는 행태가 시민들의 반발을 사는 것이다. 특히 청년세대가 끔찍이 혐오하는 짓이 바로 이런 독선이다. 이렇게 '역풍'이 불자 윤석열 정권은 마치 대단한 인권 수호자라도 된 양 민주당과 해당 매체를 비난하고 나섰다. 분명한 건 민주당과 그 팬덤이 돌출적으로 저지르는 짓들 하나하나가 윤석열 정권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윤석열 정권 '야당복'의 끝은 어디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해 좌석이 비어 있다.

 

뻔뻔·졸렬의 근본 이유

'야당복'이라는 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게 어느 한쪽만의 복이 아니라는 거다. 민주당도 여당이 되면 어마어마한 복을 누린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에게 최고의 복덩어리들이고 그런데도 각자 그 복을 화끈하게 걷어차면서 정권이 교체되는 게 대한민국 정치사였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양당 독점 정치구조에 있다. 앨버트 허시먼의 조직론에 따르면 소비자나 구성원의 행위는 크게 이탈(exit), 항의(voice), 충성(loyalty)으로 나뉜다(엘버트 O. 허시먼,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강명구 옮김, 나무연필, 2016).

 

한국 정치에는 정당 간 극한 갈등은 있지만 정책 경쟁이 없고 제3의 대안이 부재하기에 '이탈'이 별로 효과가 없다. '항의'의 목소리는 "내부총질"이라는 말로 무력화된다. 결국 양쪽 진영에서 '충성' 경쟁하는 자들끼리의 이전투구만 남는다.

 

이렇다 보니 양쪽 모두에 비판적인 부동층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대부분 정치에는 극히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해진다. 그리고 이 무관심과 냉소가 양당 독점구조를 재차 강화한다. 그들이 저토록 뻔뻔해지고 졸렬해질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오마이뉴스 박권일(achampspd)사회비평가

 

 

이태원 유족 손에 구겨 넣은 정부의 세 장짜리 호의

이태원 참사 다음 날 정부는 유가족에게 안내문을 내밀었다. 협의도,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일방 통보를 언론을 통해 듣고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121일 경찰 특별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김흥구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이태원에 간 사실을 전혀 몰랐던 유족은 1030일 오후에 전화를 받았다. “희생자가 이태원에서 사망했는데 경기도 ○○병원이니 신원을 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방에 살고 있던 유족은 날이 어두워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희생자의 시신을 확인하고는 무너졌다. 한 사람이 다가왔다. 서울시 공무원의 전화번호가 적힌 세 장짜리 종이를 내밀었다. ‘이태원 사고 관련 QnA(10. 30.)’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유족에게 장례를 어디서 치를지 물었다.

 

하루를 병원에서 보낸 유족은 다음 날 자신들이 사는 도시로 내려와 장례를 치렀다. 그때는 이미 서울 용산구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라고 말한 뒤였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 유족은 우리를 만났다. 당시 받은 세 장으로 된 QnA를 들고 왔다. 재난지원금과 장례비 지급 절차가 빼곡히 적혀 있다는 것만 급하게 확인했다. 유족의 깊은 슬픔과 억울함에 대해 얘기 나누느라 당시에는 미처 꼼꼼히 내용을 보지 못했다.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하나 둘 소식을 듣고 모인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유족들이 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유족들의 요구안을 정리하면서 QnA 문서를 다시 꼼꼼히 보았다. 참사 바로 다음 날, 장례 절차는 유족의 뜻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고 얘기하면서 내밀던 종이에는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게 기재되어 있었다.

 

합동분향소는 어떻게 계획 중인가요?합동분향소에 개별 위패는 모시지 않는 형태로 준비 중이며, 103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광장 등에 설치됩니다.”

 

정부는 무엇이든 유족과 협의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정부의 뜻은 그 이후에도 곳곳에서 계속 확인되었다. 유족들이 소통과 공동 추모공간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청 안전총괄과 이름으로 온 문자가 대표적이다. 구청은 유가족 30여 분이 요청하신 사항에 대하여 다른 분들의 의견 확인이 필요하다며 유가족 협의회 구성, 유가족이 모일 수 있는 장소 제공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했다. 그마저도 당일 저녁까지 답을 안 주면 의견 없는 걸로 간주하겠다라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다.

 

물론 유가족들이 정부에 요구하긴 했지만, 그것은 유가족들과 협의하여 정할 문제다. 협의회를 구성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장소를 제공한다면 유족들이 원하는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장소는 어디가 적정한지 모두가 협의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일방통보로 끝내고 있다. 유가족들은 자신의 요구에 대한 모든 대답을 언론을 통해서 확인할 뿐이다. 해당 구청의 의견 청취 결과가 아직도 알 수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할 계획인지도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서 생명권이 도출된다고 보면,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재판소 역시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국가가 아무런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든지 아니면 취한 조치가 법익을 보호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불충분한 것임이 명백한 경우국가가 보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되었던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김흥구

 

길고 힘든 길이 될지라도

세계인권선언3조는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ILC ‘재난상황에 처한 사람의 보호초안(2016) 6조는 재난 대응에 대한 인도주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생명권 관련 자유권규약위원회 해석(일반논평)생명 박탈로 이어진 사건에 관한 진상을 밝혀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 박탈이 일어나기 전, 일어나는 동안, 일어난 이후 당사국 당국이 취한 절차, 생명을 잃은 자의 시신을 확인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당사국은 피해자의 친족에게 관련 수사 세부내용을 공개해야 하며,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도록 허용하고, 수사에서 법적 지위를 제공하고, 진행된 수사조치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며, 수사 결과물, 결론, 권고사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국가는 유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최선을 다해 답해야 한다.

 

참사 후 한 달이 지났다. 유족들은 존중받기는커녕 수사 촉구를 위해 서울경찰청 앞에, 국정조사를 위해 국회를 찾아야 했다.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당국자 누군가가 유가족을 존중하는 말 한마디라도 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아주 길고 힘든 길이 될지도 모르는 거리를 나서는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시사인 /하주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이태원 참사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EYRE윤석열다운 일처리네

무울 국민들.보길...유가족.동의없는.명단.발표는,반인륜적이니.뭐니.하면.이상한.말만들리드니..스트레이트.보고.확실이.알게됬네..참사자를.이태원에서.송탄으로.그먼거리를.유가족도.서로가.모르도록.영정.없는.빈소.마약검사하란.자들.이건.어떤나라.정부인지.솔직이느낌은.감추려만한것같다..그동안.일어난걸보면.총리는.웃고.장관이란자는.명단은..없다드니.거짓말이라..나라.국민위한.정부가.맞는건지...에서.국정.하자는.말이.맞는것.같다..국민들.힘이.솔린다..

 

랄랄라 정부가 막지못하는 참사는 노인들 위주로 많이 일어나야 나라경제에 좋은데. 한참 국가를 위해 경제활동을 할 젊은이들이 아깝다.

 

글래머웨이터 부모도 못 지킨 애를 나라가 어떻게 지키냐... 사고는 안타까울뿐이다... 이태원 참사보다 더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고사 유족들한테 미안해한다면 이제 그만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더해봐야 정치 목적으로 이용만 당할뿐...

geg**** 그게왜 정부탓인지모르겠네 나만그렇게 생각하는거냐 그렇게 하면 모든사건사고가 다정부탓이게 적당히해라 좀

 

토착왜구미통닭튀김 2찍한 새끼들은 니들이 뿌린대로 잘 거두고 니들이 한짓때문에 2찍하지도 않고 고통받는 다른 유족들한테 머리처박고 사죄해라

 

sho**** 상인 주변인들이 신고를 해 되는데 꾸역꾸역 밀고 들어가서 부나방처럼 뒤졌는데 국가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책임을 묻기전에 스스로 자정능력이 부족한 젊은이들~ 즉 자신들의 잘못이 크다..

slo**** 사고를 무조건 정부탓으로 몰아가는건 아니지 않나.. 그냥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족속들..

사고는 사고지...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었을까 싶다... 몇가지 조치 들은 했겠지만.. 정말 그곳에 간 사람들에겐 아무잘못도 없고 나라만 대통령만 잘못 한건가.... 우리나라는 참... 뭘해도 내 잘못은 없다고들 하니... 맨날 쌈박질들만 하지....

smsm**** 나쁜 놈들..ㅠㅠ

좋은향기 쓰레기 같은 정부이다....

 

- 저자는 거짓과 기만을 자랑하며, 퇴폐적 본능 속에서 콜걸과 살아간다. 엉망진창인 인성과 썩어빠진 정신으로 법을 조롱한다. 시대 속을 떠도는 부랑아다.

 

청산리 월북한 놈의 생명과 인권은 검찰을 총 동원할 만큼 중요하고, 국내 길을 걷다 압사한 158명의 꽃봉오리들은 개죽음으로 치부하는 악마의 XX.

 

rkdskavlf @청산리 그렇게 얘가하면 안되지... 정은이 비서실장 노릇한 어벙이 땜에 핵폭탄 맞게 샐긴건 어떡하구...

 

charon 문제는 막을수 있는 사고인데 못 막은 정부 잘못아닌가, 가고 안 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 100명만 골목마다 배치만 했어도 막았다. 전에는 어떻게 했냐 똑같은 일을 하는데 왜 지금은 이 모양.

 

jun 내용 안읽는 댓글부대가 와있네 너네가 그러고도 부모냐? 기사 내용에는 사망 다음날 유가족을 만난 정부 사람이 돈을 주는 절차를 바로 뽑아서 줬다는 것과 합동분향소는 어떻게 계획 중인가요?합동분향소에 개별 위패는 모시지 않는 형태로 준비 중이며, 103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광장 등에 설치됩니다.”이 내용이지 참사에 대해 누구누구 탓이라는 기사 내용이 아니라 희생자 유가족 무시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정부가 문제라는 내용이다. 이 알바들아

오프로드@jun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말이지 정부 공무원은 메뉴얼대로 움직인거야 듬심아 장례식장에서도 돈안주면 진행안하잖아 그냥 그거야 유족만 맘아프지 그외 는 메뉴얼로 움직이는거야.그냥 그뿐이라고 거기에 감성섞으면 아무것도 못해 기분풀동안 가만히 있으라고 에혀 이게 문제라면 법령을 고쳐야지 법을 고치는건 국회야 국개의원 180명에게 말해바

sungwoo 아이키운 부모로써 마음이 참 아픈데요 지인 자녀도 갔다가 사람들 너무 몰려서 약속장소 옮기고 다른곳으로 갔다고 하네요 정부탓만 하지 않기를 바래요 더욱이 대통령탓은 더더욱 아니라는거지요

네잎크로 저는 정부알바도 아니고 그냥부모입니다 참 맘이 아프긴한데요 ㅠㅠ그 사람많은곳을 간건 본인잘못이고 어느정도 국가가 책임질건 지겠지만 휴 정말 저런뉴스볼때마다 맘이 아프네요 누가잘못인지 참 답답하네요 무슨일만 생기면 대통령탓 나라탓 하니 참.

낭만검객 @네잎크로 기사 내용에 대한 평은 안하시네요?

 

보넥스 예측가능한 날이라는데.. 아들딸 좀 이태원 못가게 막지 그랬어. 나같으면 그런데 가지 말라고 했을 것 같음. 게이,섹스,마약에 얼룩진 그 날 이태원을 말이지..정부탓이 아니라 부모탓임.

 

 

첼리스트 "남친 속이려고 거짓말" 경찰 진술에도 남는 의문들

[] 그는 왜 남친 외 지인 2명에게 '대통령 술자리' 말했을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법률사무소 김앤장 변호사들이 참석했다는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관련 의혹이 제기된 뒤 줄곧 침묵하고 있던 '목격자' 첼리스트가 경찰조사에서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진술했다는 내용이 1124일 언론을 통해 일제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 직후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1125)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에서 이례적으로 "(청담동 술자리에서 불렀다는) '동백아가씨'는 내가 모르는 노래다"라며 "가짜뉴스니까 걱정하지 말라"라고 관련 의혹을 거듭 일축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준비하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조간신문을 다 봐야 하는데 무슨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겠나?"라고도 했다. 특히 한동훈 장관을 적극 옹호하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그 친구와 평생을 같이 지내봤지만,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술을) 전혀 못 마시고 저녁식사에서 반주 할 때도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다가 2차 맥주 (마시러) 간다고 하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더라. 그런데 그런 친구가 무슨 술자리에 간다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한 이유나 배경이 충분히 설득력있게 제시되지 않았고,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 외에도 최소 지인 2명에게 관련 의혹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첼리스트 '오빠'라고 밝힌 사람 "함구하겠다"

김의겸 의원과 시민언론을 표방한 <더탐사>가 지난 1024일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만 해도 기자는 '반신반의(半信半疑)'했다. 먼저 왜 반신(半信)했냐 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원래 술을 좋아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에도 만취한 듯한 사진까지 공개됐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있었던 날로 지목된 720일 새벽 이후 이날 예정된 여성가족부 업무보고가 갑자기 취소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반의(半疑)'했냐, 술자리에 30명 김앤장 변호사들이 참석했다는 증언이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사실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대통령-법무부 장관'이라는 공적 권력의 중심축과 '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불리우는 거대로펌 김앤장 변호사의 만남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앤장은 한국 정부에 대항해 '먹튀 논란'의 론스타를 변론하고 있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사건에서도 일본측(신일철주금, 미쯔비시중공업)을 대리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기자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처음 제기된 다음날부터 의혹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취재에 나섰다. 먼저 지난 1025일 목격자이자 증언자인 첼리스트의 핸드폰 번호를 입수해 그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더탐사>가 보도한 첼리스트와 전 남자친구의 전화통화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긴 했지만, 목격자이자 증언자인 첼리스트 본인에게 직접 청담동 술자리 사실여부를 다시 확인하고, 좀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첼리스트에게 전화했더니 자신을 첼리스트 '오빠'라고 밝힌 사람이 대신 전화를 받았다. '오빠'라는 사람은 <더탐사>에서 보도한 첼리스트와 전 남자친구의 전화통화 녹음 자체에 대해서는 "녹취된 것은 맞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청담동 술자리 사실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하겠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윤석열-한동훈-김앤장 술자리 증언, 녹취된 건 맞다" http://omn.kr/21bzg) 청담동 술자리가 사실이지만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는 것인지, 사실여부를 영원히 묻고 가겠다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묘한 답변이었다.

 

다만 청담동 술자리가 있었던 새벽에 첼리스트와 전 남자친구가 술자리와 관련한 내용으로 통화했고, 그것이 녹음된 것 자체를 첼리스트쪽이 인정했다는 것은 작은 성과였다. 하지만 첼리스트 본인이 아니라 '오빠'라고 밝힌 사람한테서 얻은 진술이라는 점에서 '사실'(fact)로서는 불완전했다.

 

최초 제보자 "거짓말을 할 동기와 목적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1025) 청담동 술자리 최초 제보자인 첼리스트의 전 남자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이날 늦은 저녁에 1시간 30분이 넘도록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난 다음날 그는 "지금은 어떤 기사도 원하지 않는다"라며 자신의 인터뷰를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그의 인터뷰는 보도되지 않았다. 다만 '청담동 술자리를 언론에 제보하게 된 동기가 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은 공익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판단해 그 일부를 공개한다.

 

"720(그 얘기를 여자친구한테) 듣고 나서 정말 충격적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믿겨지지 않아서다. 이것이 사실인지 체크하고 싶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 아닌가? 여자친구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더탐사> 등에) 제보하게 됐다."

 

'전 여자친구가 꾸며서 얘기했을 가능성은 없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전혀 아니다, 말도 안되는 얘기다. 거짓말을 하려면 동기와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라고 거짓말 가능성을 일축했다.

 

기자가 첼리스트의 '오빠'라고 밝힌 사람, '최초 제보자'인 전 남자친구를 접촉하며 취재하는 동안 흥미로운 '제보'가 들어왔다. 지난 1029일 기자도 잘 아는 프리랜서이자 작가인 E씨가 "지난 3~4월 트위터를 통해 첼리스트를 알게 됐고, 9월 말에 그 첼리스트로부터 <더탐사>가 보도한 녹취록과 거의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라고 알려온 것이다.

 

그를 설득해 112일 공식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는 지난 921일 첼리스트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얘기를 이렇게 전했다.

 

"축제나 행사 등 일을 많이 소개해주는 대표(이세창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가 한 명 있다. 윤석열이 당선되고 그분이 일을 많이 소개해줬고, 당선 덕택인지 그런 일들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최근에 돈도 많이 벌었다. 그 대표가 소개한 그런 자리들을 많이 갔는데 어떤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왔다.' 그래서 제가 '직접 보니까 어때?'라고 묻기도 했다. 제가 '내가 글 쓰는 사람이잖아. 이거 단독 기사감인데?'라는 얘기까지 했다. 그랬더니 '오빠 진짜라니까'라고 했다.."

 

기자가 '첼리스트가 분명히 윤석열 대통령이 술자리에 와서 봤다고 얘기했나?'라고 캐묻자 "자기가 연주한 자리에 윤 대통령이 와서 봤고, 늦게까지 있었다고 했다"라고 답변했다. 다만 한동훈 장관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그때는 한동훈 장관 얘기는 안 물어봤고, (첼리스트가 한 장관을 언급한 것은) 특별히 기억은 없다"라고 전했다. "한동훈 장관 얘기만 없었고 녹취록과 거의 비슷했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관련기사 : "나도 '윤 대통령 술자리' 이야기 들었다" http://omn.kr/21gbc)

 

이렇게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개연성이 점차 커지면서 첼리스트를 직접 만나 사실여부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를 위해 기자는 첼리스트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그는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그 사이 핵심 목격자인 첼리스트 활동과 사생활 등을 공격하는 보도들이 <조선일보>와 우파 유튜브를 통해 집중적으로 흘러나왔다.

 

그런 가운데 1123일 첼리스트가 경찰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첼리스트가 경찰조사를 받은 다음날(24) <조선일보>'경찰발' 단독기사를 통해서였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첼리스트의 경찰 진술을 보도하면서 "경찰은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에게 말한 내용이 거짓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한 이유는 설득력있게 제시되지는 않았다. 다만 첼리스트의 변호사(박경수 법무법인 지름길 변호사)가 보도 직후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추정해볼 뿐이다.

 

"A(첼리스트)B(전 남자친구)20216월경부터 20227월 말경까지 함께 지내며 연인관계를 유지했었다. 719B씨의 귀가가 늦어지자 B씨가 A씨를 추궁했고, 새벽 3시 경 귀갓길에 A씨가 B씨와 통화하면서 둘러대는 과정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이야기한 것이다. A씨는 첼로 공연을 하는 사람이라 귀가가 늦는 경우가 잦았는데, B씨가 평소 A씨의 귀가가 늦을 때마다 의심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온 술자리라고 하면 B씨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변명하는 과정에서 진실 아닌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한다."(1124, <미디어스> 인터뷰 중 일부)

 

"B씨가 교제 당시 A씨에게 욕설을 자주 했고, A씨를 밀치는 등 폭행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사건 당일에도 B씨가 A씨에게 새벽 3시까지 귀가하지 않는 이유를 추궁하자 A씨가 상황을 모면하려 거짓말을 한 것이다."(1124, <조선일보>와의 전화통화 중 일부)

 

청담동 술자리 당일 전 남자친구가 귀가하지 않는 이유를 추궁하자 그것을 모면하기 위해서 첼리스트가 '윤석열-한동훈-김앤장 변호사가 참석한 술자리'를 꾸며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첼리스트는 전 남자친구 외에 최소한 2명의 지인에게 청담동 술자리를 얘기했다. 한 명은 이미 앞서 언급한 인사이고, 다른 한 명은 C체육회 골프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D씨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첼리스트와 전 남자친구의 또다른 전화통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첼리스트는 전 남자친구에게 "D에게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고 다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D씨는 실제 C체육회 골프협회 회장이 맞다. 기자가 C체육회를 통해 D씨와의 전화통화를 요청했지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면 굳이 지인 2명에게까지 대통령 술자리를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동석자 이세창 "청담동에 없었다""10시께까지만 있었다"

이세창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권한대행이 지난 10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전 총재권한대행은 전날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들과 고급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남소연

 

또한 청담동 술자리를 주선했다는 이세창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대행(국가미래전략연구원 상임대표)'알리바이'도 논란거리다. <더탐사>와 전화인터뷰에서 청담동 술자리를 인정했던 이 전 대행은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1025일 기자회견에 나서 첼리스트의 증언을 "술 취한 여성의 술주정"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이후 이 전 대행은 경찰조사에서 술자리 당일 청담동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경찰에 제출했고, 경찰도 법원을 통한 통신기록 확보 등을 통해 그의 휴대전화 신호가 서울 영등포와 강서 일대에서 포착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는 1111<조선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마지막 통화장소는 강서구 등촌동이었는데 지인들과 모임이 있었다"라며 술자리 당일 자신은 청담동에 없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1113일자 <국민일보>"다만 그 무렵 이 전 대행이 청담동 주점을 방문한 사실 자체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전 대행은 지인들과 식사를 하던 중 한 지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밴드 마스터 소개로 청담동 주점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첼리스트가 연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지난 1121일 경찰의 위치정보 분석 결과를 전하면서 "이씨(이세창) 일행은 719일 오후 10시 무렵 해당 주점(청담동)을 빠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보도했다. 첼리스트의 변호사도 지난 1124<조선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건 당일 실제 A(첼리스트)가 청담동 주점 자리에 참석한 것은 맞다"라고 했다.

 

그날 '청담동 술자리'가 있었던 만큼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다만 이 전 대행과 첼리스트 등이 719'오후 10시께' 청담동 술집을 나왔기 때문에 다음날(720) 새벽 3시께까지 있었다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경찰과 일부 언론들의 결론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왜 이 전 대행은 애초 그날 청담동에 자신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행은 지난 1025일 기자회견에서 "김앤장 변호사처럼 비싼 변호사들은 알지도 못한다"라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주장과는 다른 보도내용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지난 1124일 첼리스트 변호사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청담동 술집에는) 이 전 총재가 '김앤장 출신 변호사'라고 소개한 지인 등 7~8명만 참석했고"라고 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11월 초께 첼리스트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 지인이 카톡을 통해 "경찰이 나서서 이세창이나 그 윗선이랑 말을 맞추는 것 같다"라고 지적하자 첼리스트는 "당연히 이미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답한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대화 과정에서 "뭔가 미궁 속으로 내가 빠지는 것 같다"라고도 했다. 특히 지인이 "시작은 타의에 의한 것이었어도 빠져나오는 방법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너무나 귀찮지만 싸워야겠지"라고 답했다.

 

이랬던 첼리스트가 며칠 만에 "남친을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돌아선 이유는 정말 무엇일까?

오마이뉴스 구영식(ysku)

 

개발 칼바람 막아낸 마을, 흔들리지 않을 평화 심는다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가 부서졌다

2144땅 놓고 벌어진 갈등

4년 투쟁 끝에 얻어낸 승리...불안은 여전해

갈등 대신 화해와 치유의 길로 걸을까

뒤로는 짙은 녹음이 둘러싸고, 앞으로는 호리병 모양 바다를 머금은 이곳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 시내까지는 10넘게 떨어진 외딴 마을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고, 몇 안 되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조용한 동네였다.

 

어촌계 건물 외벽에 쓰인 '대한민국 홍합 1번지'라는 글자는 세월을 만나 하얗게 빛이 바랬지만, 한때 수정마을 주민들은 홍합으로 밥벌이했다. 마을 여자들은 종일 쭈그려 앉아 까만 껍데기를 깠다. 여름이면 뙤약볕에 얼굴이 검게 그을리고, 겨울이면 찬 바람에 손이 얼었다.

 

일당 2~3만 원으로 생계를 이었다. 풍족하지 않은 삶이었지만, 불행하진 않았다. 잔잔한 바닷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져 내리고, 저 멀리 지평선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아름다운 풍광은 오롯이 수정마을의 것이었다. 주민들은 서로 밥을 지어 나눠 먹으며 세월을 보냈고, 마을 공동체를 일궈왔다.

수정마을 전경. 뒤로는 울창한 숲이, 앞으로는 호리병 모양 바다가 있는 수정마을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김구연 기자

 

원수가 된 이웃사촌 = 이 평화로운 마을에 '갈등'이라는 손님이 찾아왔다. 1990년 당시 마산시가 수정만 공유수면 매립 면허를 승인했다.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라고 했다. 4년 뒤 마산시는 매립공사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바다 일부를 흙으로 덮었다. 그렇게 2144(63538) 터가 만들어졌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 남겨 두는 법이 없다. 옛날부터 그랬다. 오랜 시간 사람들은 땅을 놓고 싸웠으며, 때로는 서로를 죽이기도 했다. 소유가 정해지면 누구의 것이냐에 따라 그 위에 새로운 걸 만들고 부쉈다. 그게 세상 이치였다.

 

2006년 마산시는 STX중공업과 조선 블록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약정서를 맺었다. 2007년 마산시는 경남도에 매립사업목적변경인가를 요청했다.

 

새로 제시한 마산시 도시기본계획에서 수정마을은 택지 용도가 아닌 공업 지역으로 바뀌었다. 매립지 위에 조선기자재단지나 복합산업단지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마산시는 3000~5000명 고용 창출과 연간 6000억 원의 경제 효과를 들이댔다. 200885억 원, 2009159억 원, 2010191억 원의 지방세수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날벼락처럼 조선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했다. 마을 안에 조선소가 들어선다면 아름다운 풍광은 지워지고, 희뿌연 하늘과 탁한 공기, 오염된 바다가 주민들을 맞이할 게 분명했다. STX중공업은 그 대가로 개발 보상금을 내놨다.

 

어느덧 마을주민들은 누가 돈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찬반으로 갈려 싸웠다. 그렇게 수정마을 공동체는 산산조각이 났다. 가족보다 가깝게 지내던 이웃사촌은 원수가 되어 마주하기만 해도 으르렁댔다.

 

마을 지켜낸 주민들 = 바다를 동무 삼아 한평생 홍합을 까고, 텃밭을 일구던 할머니들이 세상 이치를 거부했다. 수정마을에 있던 트라피스트수도원의 수녀들도 가세했다. 반대에 나선 한 수녀는 열무를 묶어서 마산 시내로 팔러 나가던 할머니와 나눈 대화를 들려줬다. 수녀는 할머니에게 열무를 다 팔면 얼마 버느냐고 물었더니 6000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루 1000원 쓰고, 5000원 저금한다고.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 평생을 살아온 그들이었다.

 

STX중공업은 토지 보상금으로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사는 동안 그렇게 큰돈을 한 번에 만져본 적이 없었던 그들이었다. 할머니는 돈을 받지 않았다. 왜 그랬느냐고 물으니 할머니는 "그 돈이 내 돈이냐"고 되물었다. 할머니들은 수정마을의 아름다운 풍광과 소중한 공동체를 '자기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이들은 경남도청, 마산시청, 국회, STX중공업 서울 본사까지 가리지 않고 전국을 다니면서 수정마을을 지키려 했다. 4년 동안 이어진 싸움, 결국 그들이 이겼다. 20115, 통합 창원시와 STX중공업은 토지용도변경을 포기했다.

 

'수정마을 운동'은 주민들의 힘만으로 땅을 지켜낸 몇 안 되는 사례로 남았다. 수정마을 운동은 한평생 논밭을 일구고, 홍합을 까면서 가정을 꾸렸던 할머니와 봉쇄 수도원에서 신앙생활에만 전념했던 수녀들의 승리였다.

과거 마산시가 수정마을 바다를 매립한 자리에는 2144(63538) 부지가 생겼다. 아직 이 터는 비어있다. /김구연 기자

 

치유를 위한 움직임과 불안 = 10여 년이 지나 희소식이 들려왔다. 202012'수정마을공동체회복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경남도 온라인 도민제안 정책플랫폼 경남 1번가에 수정마을 공동체 회복 정책지원 요청이 채택됐다. 아주 오랜만에 찬반으로 갈렸던 주민들이 마주 앉아 얼굴을 바라봤다.

 

여러 제안이 오갔다. 사업비 300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 서비스 로봇 실환경 실증기관을 구축하는 '로봇테스트필드 혁신사업'도 논의됐다. 지역 청년 24명이 23일 동안 수정마을에 머무르면서 마을 재생에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수정마을 활성화를 고민하는 청년단체 '수정과'도 생겼으며, 경남대 LINC 3.0 사업단이 수정마을학교를 열기도 했다.

 

홍합으로 키워낸 자식들이 모두 외지로 떠나고 수정마을에는 400가구 남짓 남았다. 마을은 고요해졌지만, 언제 시끄러워질지 모른다. 과거 마산시와 STX중공업이 수정마을 안에 갈등을 초래했듯 말이다. 수정마을 운동에 동참한 한 수녀는 통합 창원시와 STX중공업이 용도 변경을 포기했을 때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승리 속에서도 불안을 느꼈다고.

 

"덤덤했어요. 어쨌든 땅은 남아 있잖아요. 땅을 산 사람들이 그걸 가만히 두겠어요? 돈이라면 못 하는 게 없는 세상이잖아요. 언젠가 또다시 터지리란 불안이 들었죠."

 

바다를 메운 2144터는 여전히 비어있다. STX중공업에서 채권단인 농협으로 넘어갔다. 앞으로 이 땅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 그리고 무엇을 들이느냐에 따라 수정마을의 미래는 달라진다. 과거의 아픔을 반복할 수 있으며, 그때 겪은 상처를 치유할 수도 있다. 우리는 수정마을에 다음 손님으로 누구를 초대해야 할까. 지나간 20여 년의 세월을 되짚으면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다시, 수정마을에 주목해야 할 때가 왔다.

 

 

행정과 기업의 탐욕이 수정마을을 갈랐다

전국 7대 도시 명성 되찾으려 무리하게 기업 유치

경제적 효과에 '의문' 품은 전문가들

개발 보상금으로 주민 갈라놓은 행정과 기업

2007년 어느 가을날이었다. 조용한 마을 안에 어디선가 쉴 새없이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들려왔다. 희뿌연 먼지까지 날려 기침이 저절로 나왔다. 대형트럭들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로 향했다. 트럭이 무거운 자재를 싣고 좁은 시골길을 지나다녔다. 지반이 약한 땅이 흔들리면서 오래된 집들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바다가 메워진 수정마을 공유수면매립지(2144·63538) 위로 조선 블록 용접을 위한 변전 시설, 가스 저장탱크, 관로 등이 세워졌다. 집채보다 커다란 선박 블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마산시는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파제 공사를 한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공유수면매립지는 1990년 택지 용도로 만들어졌다. 마산시는 2006STX중공업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은 매립지를 택지 용도에서 산업 용도로 바꾸는 매립사업 목적변경신청을 했다. 아무도 모르게 조선 기자재 생산공장이 수정마을 안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20019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수정마을 매립지 현장. /김구연 기자

 

기업 유치에 목마른 마산시 = 이 모든 과정에 수정마을 주민은 빠져있었다. 주민 설명회가 있었지만 피해 대책 마련은 논의되지 않았고, 주민 동의도 받지 않은 일이었다. 조선 기자재 생산 공장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거리로 뛰쳐나갔다.

 

시는 조선 기자재 공장이 지역 사회에 가져다줄 경제적 효과만을 거듭 강조했다. 그 즈음 STX중공업은 개발 보상금과 마을 기금을 주민들에게 제안했다. 그사이 수정마을 개발을 외치면서 매립목적변경에 찬성하는 주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71127일 반대 주민의 거센 항의에 부딪힌 마산시는 수정만 매립목적변경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개월 만인 2008226일 다시 강행으로 돌아섰다. 반대 주민들은 황철곤 전 마산시장에게 달걀을 던졌다.

 

당시 황 전 시장은 “STX중공업이 마산을 포기하면 다른 어떤 대기업도 마산에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행정 절차는 예정대로 추진하고 충분한 보상으로 주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고집했다.

 

마산시는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마산 경제를 견인하던 한국철강(2003), 한일합섬(2004)이 연이어 마산을 떠나면서 지역 경제에 고심이 깊어갔다. 마산시는 기업 유치에 목말라 있었다. 마산시가 전국 7대 도시라는 명성은 옅어져만 갔고, 경남 7대 도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실감에 빠져있었다. 어떻게 하면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가 최대 난제였다.

 

그 무렵 STX중공업은 본사 사옥에 마산시민이 원하지 않으면 마산시에서 공장을 하지 않겠습니다’, ‘STX는 지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쓰인 펼침막까지 내걸었다. 매립목적변경을 반대하던 주민들은 지역 사회로부터 지탄받기도 했다.

지난 20083STX중공업 조선 기자재 공장 설립을 반대하기 위해 수정마을 주민들이 마산시청을 찾았다. /김구연 기자

 

부풀려진 경제적 효과 = 이옥선 전 마산시의원은 조선 기자재 공장 조성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여태까지 기업이 돈만 벌고 빠지기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지역을 책임지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STX중공업이 땅만 사놓고 분할해 다른 공장이나 산업으로 팔아넘기는 것 아닌가 불안했다고 설명했다.

 

마산시는 수정마을에 STX중공업이 들어서면 3000~5000명 고용 효과, 201160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예측했다.전문가들은 마산시와 STX중공업이 제시한 자료를 불신했다. 심상완 창원대 교수와 정성기 경남대 교수는 경제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마산시가 제시한 고용 창출 효과 근거는 조선소 단위 면적당 고용 효과로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본사 직접 고용인원, 하청업체 고용인원 비중 등을 따져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은 경제 효과도 매출액이 아닌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사회 경제적 손실, 생태계 손실 등은 계산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선업의 미래를 진단하면서 조선 기자재 공장의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장 교수는 STX중공업이 제시한 자료를 놓고 조선산업 호황이 지속될 것을 전제로 작성됐기 때문에 고용 효과, 매출액 증대 효과, 세수 증대 효과도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마산시는 지역 경제가 어려우니 기대한 만큼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무리하게 추진하려고 했었다그렇게 되면 지역 주민도 환경 문제 등으로 피해 보지만, STX중공업도 (조선 기자재 공장 유치를) 고집하는 게 맞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회상했다.

 

행정이 반면교사 삼아야 할 사례” = 2009724일 마산시의회 의정 시정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당시 송순호 마산시의원은 정규섭 마산시 비전본부장을 상대로 마산시의 지방세 수입 효과를 추궁했다.

 

마산시는 STX중공업으로부터 매년 191억 원 지방세 수익을 얻는다고 했다. 유치 첫해만 해도 취등록세, 주민세 등 71억 원의 지방세를 거둘 수 있다고 홍보했다. 송 전 의원은 산업단지 안에서는 취등록세가 100% 면제된다는 점을 들어 사기라고 비판했다. 마산시가 STX중공업으로부터 투자확약서를 받지 않고 무리하게 조선 기자재 공장 유치를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20115, 통합창원시가 수정산단 조성 포기를 선언했다. 20117, 감사원은 수정산단 공유수면매립공사 총사업비 산정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수정마을 매립지 소유권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8766996301원에 해당하는 땅이 STX중공업에 넘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잘못된 회계 처리로 24억 원이 보상금 명목으로 빠져나갔다.

 

송 전 의원은 마산시와 STX중공업이 기대 효과를 부풀리고,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면서 시민들을 속였다아직도 수정마을 때문에 마산이 발전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시민이 있다. 수정마을 주민들을 지역 발전을 가로막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정마을 갈등을 행정이 반면교사 삼아야 할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행정이 욕심을 부려서 밀어붙이는 바람에 한 마을이 풍비박산이 났다잘못된 판단으로 20년 동안 마을공동체가 찢어지고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83월 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황철곤 마산시장이 STX중공업 조선 기자재 공장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깊은 상처만 남았다 = 마산시와 STX중공업은 조선 기자재 공장으로 어촌계 홍합 양식장이 파괴되니 보상금을 주겠다며 회유했다. 보상금으로 주민들을 구워삶았다. 수정마을 주민 이판국(65) 씨는 밀양 송전탑 사태를 떠올렸다.

 

그는 마산시와 STX중공업은 주민 동의를 받기 위해 현금을 들고 다니면서 서명을 해주면 돈을 줬다조선 기자재 공장 설립에 찬성하는 주민들에게 200만 원씩 보상금을 더 줬는데 때마다 돈을 뿌려서 많게는 1700만 원까지 받아 간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민들은 서로 등을 지게 됐다. 이 씨는 행정에도 잘못하면 물어내라고 해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황철곤 전 마산시장은 창원통합시장이 되기 위해 자기 마음대로 하고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황철곤 전 마산시장에게 수정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직접 물었더니 이제 시장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는데 내가 말할 건 없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마을 뒤덮은 자본 탐욕에 떳떳했던 주민들, 삶의 터전 지켜내

서울 12차례 올라가 반대 집회

먹을거리 챙겨 즐거운 분위기로

마산시청 점거·삭발 투쟁도 불사

 

자본 논리에 잠식되지 않은 주민들

평생 살아온 마을 끝끝내 지켜내

 

찬성 주민들 행정·자본에 이용 당해

빚 떠안은 전 찬성 측 주민 박만도 씨

찬반 주민들 진정서 써 구제 도와

STX중공업 조선 기자재 공장 설립을 반대하기 위해 수정마을 주민들과 수녀들이 마산시청 시장실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20071114, 정부서울청사 법제처 정문 앞에 수녀와 노인들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들은 모두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에 사는 주민들이다. 마산시가 수정마을에 남은 매립지를 조선 기자재 공장으로 바꾸려 하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날 이후 반대 서울 집회는 11차례 더 열렸다. 불과 7개월 사이 벌어진 일이다. 주민들과 수녀들은 못 해도 한 달에 한 번 서울행에 몸을 실었다. 마산시청과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집회는 셀 수도 없다. 집회 현장에서 주민들과 수녀들은 몸싸움도 마다치않았다. 머리를 밀고 단식투쟁도 벌였다. 그렇게 주민들은 수정마을을 지키는 일에 자신을 쏟아냈다.

 

뽕짝에 맞춰 데모를 = STX중공업 조선기자재 공장 유치 반대 투쟁은 4년여 동안 치열하게 진행됐다. 멀리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수정마을 주민들과 수녀들은 매 집회를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그랬다. 특히 집회를 주도했던 수녀들의 역할이 컸다.

 

수정마을에 있는 트라피스트수도원은 평소 주민들과 교류가 활발한 종교시설이 아니었다. 봉쇄수도원으로 사회와 교류가 극히 적었다. 200711월 박석곤 당시 수정마을 STX 주민대책위원장이 수도원을 찾아오기 전까지 그랬다. 수녀들이 박 전 위원장에게 전해 들은 상황은 심각했다. 행정 절차가 마무리 단계인 데다 STX중공업에서 조업을 시작했었다. 그러다 STX중공업 관계자까지 수도원을 찾아와 이주 보상을 제안했다. 수도원은 이 제안을 수용할 수 없었다. 수녀들은 주민이 받을 수 없는 특권은 받지 않겠다고 원칙을 세웠다. 한 수녀는 주민들만 놔두고 보상받을 수 없었다이 원칙에 따라 움직이니 주민 곁에서 끝까지 함께 싸우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서울 집회가 있는 날이면 먹거리 준비에 분주했다. 갈 때마다 돼지 한 마리는 잡았다. 여름에는 물김치, 겨울에는 시래깃국을 해갔다. 수정마을에서 난 쌀과 찹쌀을 넣어 만든 주먹밥은 별미였다. 한 수녀는 우리가 음식을 많이 해 가니 근처 노숙자들도 먹으러 왔었다. 다 같이 음식을 나눠 먹으며 뽕짝에 맞춰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다. 돌이켜보면 참 재밌게 데모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모든 집회가 밝은 분위기에서 열리진 않았다. 이 악물고 싸우기도 했다. 행정의 거듭된 거짓말로 수시로 마산시장실 앞을 점거했던 시절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할머니와 수녀들은 시청 안으로 들어갔다. 시장실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은 할머니와 수녀들은 우비로 서로를 묶었다. 공무원들이 수녀에게는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밤새 STX중공업과 마산시의 부당함에 온몸으로 맞섰다.

 

STX중공업 조선 기자재 공장 설립에 찬성하는 수정마을 주민들이 20083월 모여 시위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돈보다 소중한 가치 = 수정마을 매립지에 들어올 시설은 조선기자재 공장이었다. 주민들은 환경오염을 우려했다. 이미 조선기자재 공장이 들어선 진해 죽곡마을 상황이 어떤지 눈으로 봤기에 그랬다.

 

수정마을 주민 이판국(65) 씨는 죽곡마을은 쇳가루 때문에 생물은 살 수 없는 지경이었고 그게 바람에 날려 온 동네가 쇳가루로 뒤덮여 있었다조선소 밀집 지역을 여러 군데 가봤는데 문제가 안 되는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정마을을 집어삼키려는 행정과 자본의 탐욕은 수년간 마을을 들쑤셨다. STX중공업과 마산시는 개발 보상금을 내걸어 공동체를 반으로 갈랐다. 하지만 주민들은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과 아름다운 자연을 끝끝내 지켜냈다.

 

반대 투쟁을 함께한 한 수녀는 경제 발전이라면 행정이든 기업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순박한 시골 할머니들이 그런 이들에 맞서 폭력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도 이겼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생 피 흘리며 밭일하고 홍합 까던 여자들은 알았던 거다. 마을을 담보로 나오는 보상금이 내 돈인지 남의 돈인지. 그리고 그분들은 같이 땀 흘려 일하고 밥해 먹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경제 논리에 파괴된 공동체 = 2011516일 통합 창원시는 STX중공업이 수정산단 조성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행정과 기업의 탐욕에 멈춰버린 수정마을의 시간이 다시 흘렀다. 멈춘 시간 속에서 수정마을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극명하게 갈렸다. 주민 힘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냈지만, 깊어진 감정의 골은 풀어 갈 숙제였다.

반대 주민들은 찬성 주민들에게 마산시와 수정마을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날 선 말을 들어야 했다.

 

당시 반대 측 노인회장이었던 김복영(84) 씨는 반대 투쟁할 때 찬성 측과 많이 싸웠다. STX가 철수하고 이삼 년 정도는 서로 말도 안 섞고 알은 체도 안 했다. 어떻게 보면 10년 넘게 척졌는데 한 번에 풀리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기자재 공장 유치 문제는 찬성 주민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경제 개발 논리 앞에 주민들은 행정과 기업에 철저히 이용당했다.

 

수정뉴타운추진위원회 위원장이던 박만도 씨는 찬성 주민이었다. 이 일로 빚만 15000여만 원을 떠안았다. 당시 찬성 주민에게 지급됐던 발전기금 가운데 미사용 금액 반환이 늦어지며 이자가 불어났다.

원금은 모두 상환했지만 건강 악화로 일을 못 하게 되면서 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어졌다. 박 씨는 본인 명의로 된 집, 통장, 차량 등이 압류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박 씨는 조선소 유치할 때는 공무원이고 STX중공업이고 우리 집에 살다시피 했다. 보상금 받을 때도 빨리 다른 주민들 설득하라고 부추기기만 했지 그 돈이 어디서 어떻게 나온 건지는 한참 뒤에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내가 그 돈을 빼돌리지도 않았고 심지어 원금은 다 갚았다. 이제 와 한 개인에게 1억이 넘는 돈을 갚으라는 건 가혹한 일 아닌가. 당시 행정 책임도 있는 만큼 창원시가 대승적으로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수정마을 주민들이 박 씨 사정을 듣고 그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찬반 할 것 없이 대다수 주민이 박 씨 이자를 탕감해달라는 진정서에 동의했다. 보상금 관련 문제인 만큼 반대 주민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흔쾌히 박 씨 구제에 힘을 보탰다.

 

박석곤 전 수정마을 STX 주민대책위원장은 반대 주민 모두가 달가워하진 않았지만 설득으로 진정서에 서명을 받아냈다이 진정서가 앞으로 마을 화합의 계기로 큰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박신 김다솜 기자 (pshin@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