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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30~27 희망은 털리지 않는다

by 이성근 2014. 1. 29.

 

 1/30 한겨레-1/29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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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30 경향 장도리

 

유엔에서 망신 당한 일본 1.30한겨레

우리 정부는 29일(현지시각) 유엔본부에서 최근 일본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적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다. 북한도 일본이 사과하지 않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중국은 일본이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1차 세계대전 발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 ‘전쟁의 교훈과 영구평화 모색’이라는 주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에서 “또다른 전쟁을 예방하고 영구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첫 걸음은 무엇보다 과거의 발못에 대한 진정한 인정과 반성에서 시작돼야 한다”면서 일본에 대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오 대사는 “불행하게도 오늘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국가간 상호불신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제국주의 시대에 저지른 행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진 일본 지도층의 최근 언행이 문제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사를 청산하려는 독일과 달리 일본에서는 철저한 과거 청산 및 단절이 이뤄지지 못했으며, 이는 역사와 관련 주변국과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대사는 “최근 들어 다수의 일본 지도자들은 지속적으로 과거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침략의 정의는 확립되지 않았다는 무책임한 발언, 개정 교과서 해설서를 통해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려는 움직임을 통해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시 전쟁범죄로 단죄된 A급 전범을 합사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계속 참배하는 행위는 일본이 패전 후 국제사회에 복귀한 전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지도자들의 이러한 언행은 인근국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 인류의 평화를 향한 열망을 반영한 유엔의 목표와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오 대사는 “최근 일본 정부는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이름으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본이 진정으로 지역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역사 부정을 통한 주변국에 대한 도발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오 대사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동아시아 국가들뿐 아니라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는 바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며 “그러나 일본은 아직도 정부 차원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국제사회와 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를 조속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헌장에 구현된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지도자들은 주변국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전쟁 범죄자들과 한 편에 서지 말고 역사를 돌이켜 봐야 한다”면서 “침략의 역사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으면 유엔헌장의 원칙들은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북한도 이날 발언을 신청해 일본을 맹비난했다. 리동일 유엔 차석대사는 “우리는 일본이 저지른 일을 몇 십년이 지나도 잊지 않을 것이며, 일본은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틀림없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때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야만적인 잔혹한 일을 저질렀다”면서 “이 가운데 가장 끔찍한 것은 ‘성노예’ 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데도 일본은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또다시 인류를 향해 죄를 저지르기 위해 군국주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정치도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우메모토 가즈요시 유엔 주재 일본 차석대사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주최 토론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일본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는 2차 대전 희생자들만 있는 곳이 아니다”면서 “일본은 다시는 전쟁을 치르거나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문제에 그는 “진심이 담긴 사과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주장한 뒤 “더이상 이 문제를 정치적·외교적 문제로 만들지 말라”고 반박했다.

 

日 불만 표출 "美, 누가 친구인지 분명히 해라" 130ytn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중 양국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 대사가 미국에 대해 태도를 분명히 하라면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사사에 대사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동북아 갈등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에 대해 누가 친구이고 동맹인지, 누가 문제아이고 잠재적 문제안지 분명히 하기를 바란다고 압박했습니다. 사사에 대사는 또 미국이 역내에서 어떤 사활적 역할을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만 우방과 동맹을 더 강하게 결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0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지역 순방 일정을 취소한 것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아태 지역에 충분한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사에 대사는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10년, 20년 뒤에는 일본이 옳았다고 역사가 말할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동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사사에 대사는 분쟁의 원인은 중국의 '굴기'와 관련돼 있다며 중국은 이것을 평화적 굴기라고 하지만 충분히 평화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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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이슈를 놓고 한·중 양국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 대사가 29일(현지시간) 공개석상에서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갈등의 대척점에 선 중국을 향해서는 "왜 과거에만 초점을 맞추느냐"고 날을 세운 데 이어 '동맹'인 미국을 향해서는 "누가 친구이고, 문제아인지 분명히 하라"며 노골적으로 편들기를 압박한 것입니다.

 

29일 낮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2014년 아시아·태평양 전망' 세미나에서입니다. 사사에 대사는 최근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놓고 워싱턴포스트 투고란을 통해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와 '설전'을 벌인 사실을 상기하면서 "추이 대사는 내 친구이기 때문에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로서도 해야 했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는 특히 "중국으로부터 맹목적 애국주의적인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주류의 시각이 아니라고 본다"며 "중국과 일본은 서로 진정하고 자제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토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사에 대사는 미국을 향해서도 '작심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4월로 예정된 일본 방문과 관련해 "나는 미국이 누가 친구이고 동맹인지, 누가 문제아이고 잠재적 문제아인지를 분명히 하길 바란다"며 "미국이 역내에서 어떤 사활적 역할을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만 우방과 동맹들을 더욱 강하게 결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일본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10년, 20년 뒤에는 우리가 옳았다고 역사가 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중국해 분쟁과 관련, 사사에 대사는 "분쟁의 원인은 중국의 '굴기'와 관련돼있다"며 "중국은 이것을 평화적 굴기라고 하지만 문제는 충분히 평화적이지 않은 데 있다"고 비판했습니다.(SBS 뉴미디어부)

 

'위안부 만화전' 설명회 취소…日 입김 때문?130ytn

세계 최대 만화 전시회인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이 오늘 개막합니다.

우리나라는 위안부를 주제로 한 기획전을 준비했는데, 이에 앞서 잡혀있던 사전 설명회가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일본의 입김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박소정 기자입니다.

 

[기자][인터뷰:고 정서운 할머니 육성(애니매이션)]"목숨만 부지하자. 목숨만 살면 내 몸을 빼앗아 가도 내 마음 만은 안 빼앗아 간다, 그런 정신으로 내가 살았지."

 

위안부 기획전 조직위원회가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내놓을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지 않는 꽃'이라 이름 붙인 기획 전시회!

우리나라는 만화가 이현세 씨를 비롯한 작가 19명이 만화 20편을 출품합니다. 그런데 페스티벌이 열리기에 앞서 기획전 조직위원회가 잡았던 사전 설명회가 갑자기 무산됐습니다.

 

현지 시각 29일 오후,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프랑스 기자와 문화계 인사를 초청해 취지 등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였는데, 간담회 하루 전 앙굴렘 조직위에서 행사 취소 요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취소하지 않으면 기획전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는 앙굴렘 페스티벌의 최대 후원국이자 프랑스 만화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30일 개막해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대 만화 축제, 앙굴렘 페스티벌!

 

우리로서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참석하며 강한 의욕을 보여왔습니다. 결국 위안부 부정과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의 방해가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에서, 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기획전 자체가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日의원 "韓여성 5만 명 性산업"…'軍위안부 왜 문제' 망언 130mbc

'군위안부 망언' NHK회장 옹호·피해자 모욕·역사 왜곡

 

 

일본유신회의 국회대책 필두(筆頭)부위원장을맡은 나카노 마사시(中野正志) 참의원이 일제 군 위안부를 성매매와 동일시하는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나카노 의원은 29일 "지금도 한국 여성 5만 명이 성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가) 확실히 말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100달러, 200달러에 '어서 데리고 가세요'라고 한다"는 발언을 했다. 30일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모미이 가쓰토(인<米+刃>井勝人) NHK 회장의 일본군 위안부 발언으로 생긴 논란에 관해 이같이 언급하고서 "왜 일본이 전쟁 때의 일을 언제까지(들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일본의 7개 야당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이 소집한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카노 의원은 민주당이 모미이 회장의 발언을 국회에서 거론하려는 것에 대해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히고 "국회의원이 아닌 개인 견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언급은 한국과 중국에 지금도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유독 수십 년이 지난 일본군 위안부를 계속 문제 삼느냐는 취지다.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에는 일본군이 위안소를 운영한 것이 일종의 성매매이거나 이와 비슷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위안부 동원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일본 우익 세력의 주장과 유사하다. 일본 정부는 1993년 발표한 고노(河野)담화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했으며 전범 재판 등에서도 강제성이 확인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나카노 의원의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고 역사를 왜곡한다는 강한 비판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7개 야당의 국회대책위원장이 소집한 회의에서 이뤄진 발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의원과 분리된 개인의 사적 발언으로 보기도 어렵다. 아사히는 다른 당 소속 간부 여러 명이 '역사적인 군 위안부와 현재의 성 산업은 전혀 관계없다. 온당치 못한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나카노 의원이 자신의 발언 내용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모미이 회장은 지난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쟁지역에는 (위안부가) 있었고 독일, 프랑스 등에도 있었다"면서 "한국이 일본만 강제연행했다고 주장하니까 이야기가 복잡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27일 "개인적인 의견으로서도 해서는 안 될 이야기였다"고 해명했지만 일본의 언론·출판업계 노조의 연합체인 매스컴문화정보 노조회의는 모미이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인 스마트폰 의존도 이정도일 줄이야 디지털타임스 130

"22분마다 스마트폰 확인"… 디지털 조급증 확산 추세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현대인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과도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카나가 25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얼마나 자주 확인하는지 조사했더니 영국 남성의 평균 확인 간격은 22분30초였으며, 1분마다 들여다보는 이용자도 5%나 됐다고 29일(현지시간)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여성의 평균적인 스마트폰 확인 간격은 남성보다 긴 26분15초였으며, 25~34세 청장년층은 9분55초로 스마트폰을 더 자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간격은 35~44세 21분, 45~54세 36분, 55~64세 1시간30분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길어지다가 65세 이상에서는 45분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스마트폰이 문명의 이기를 넘어 `디지털 탯줄`처럼 현대인의 생활을 속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메일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타인의 반응을 기다리는 `디지털 조급증`도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수세력, 박원순 ‘물어뜯기’ 못하는 이유? 안하는 이유? 129 미디어오늘

박원순 정조준 않는 보수언론들…새누리· 안철수당· 박원순 3자구도유지위해,야권연대만공격

이번 지방선거의 중핵은 역시 서울시장 선거다. 매번 서울시장 선거가 그랬듯 이번 서울시장 선거 역시 여권과 야권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거대정당 뿐 아니라 안철수 신당, 정의당 등 타 야권에서도 서울시장을 놓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보수세력으로서는 현 박원순 서울시장은 눈에 가장 큰 가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도 박원순 시장은 인물경쟁력만으로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다.

 

CBS 노컷뉴스와 여론조사 기관인 포커스컴퍼니가 지난 22일 19세 이상 서울 시민 700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결과 35.9%가 박원순 시장을 차기 서울시장 후보에 가장 적합하다고 꼽았다. 인물이 특정되지 않았지만 안철수 측 후보가 16.4%, 이어 정몽준(10.4%), 김황식(8.0%), 이혜훈(2.9%) 순이었다. 시정활동도 잘한다(66.1%)가 못한다(19.6%)의 3배를 넘었다.

 

실제로 일부 언론의 ‘박원순 흔들기’는 집요했다. 월간조선은 지난해 성미산 마을을 겨냥해 ‘좌파 양성소’란 내용의 기사를 냈다. 또한 그해 여름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상수도관 공사 수몰사고로 7명이 사망한 이후 조선일보는 온라인판 기사에서 박 시장이 늦장대응을 했다며 비판한 바 있지만 이는 사실과 차이가 있었다.

 

 

지난 2012년 5월에는 조선일보가 박 시장이 “학교폭력은 성인들 잘못”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학교 폭력은 선생님 잘못”이라고 말했다며 스승의 날, 학생들 앞에서 교사들을 비방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념공세와 왜곡 까지 동원하며 박 시장 흔들기에 주력했다  그러나 막상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현재, 이들 보수언론들의 공세는 주춤하다. 심지어 갈피를 못 잡는 듯 해 보이기까지 하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의 엇박자를 보도하거나 칼럼을 통해 야권연대를 비판하는 정도다. 27일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실장의 <박원순의 ‘대선 가는 길’>칼럼이 이를 잘 보여준다.

 

 

김 실장은 박 시장을 한껏 띄워주다가도 반어법 식으로 박 시장에게 야권 단일화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김 실장은 “박원순이 야권연대론을 외면하고 출마할 경우, 당선하면 다행이지만 낙선하면 정치생명은 끝”이라며 “그보다는 판을 키우다가 막판에 안철수, 또는 안철수 신당 후보에게 ‘통합은 시민의 뜻’이라며 물러나야 ‘역시 대통령감’이라는 환호성과 함께 주가가 폭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은 안 의원 측에 양보하고 본인은 대권주자로서 자리매김하라는 주문으로 보일 수 있지만 김 실장은 “아마도 그 길만이 그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문재인도, 그가 국회 입성을 도왔던 통합진보당도,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에 힘썼던 이들도 상생하는 구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 실장의 칼럼은 박 시장이 선거연대라도 나서면 ‘종북세력을 살려주는 길’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그러나 결국 ‘야권연대’ 부분을 제외하면 특별히 박 시장에게 각이 서 있다고 보긴 어려운 칼럼이다. 마을공동체 활동가 육성책을 “정치세력화”로 폄하하고 “좌파성향 정치인의 속성이 있다”고도 지적했지만 논리가 허술하다. 오히려 “착한 박원순을 비판하는 즉시 나쁜 인간이 되는 식”이란 주장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까지의 분위기와 다르게 박 시장에 대한 정조준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최 평론가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언급할수록 주목도가 올라간다”며 “존재감을 높여주지 않기 위한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과거와 달리 SNS 점조직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문제가 또 다시 SNS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NS 중심으로 움직이다가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면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은 아직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에서 박 시장에 대한 공격포인트를 잡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 평론가는 “여권의 고민은 박원순은 민주당이 아니라는 인식”이라며 “김한길의 민주당과도 결이 같지 않고 친노와도 결이 같지 않은 캐릭터 특성이 미묘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명확한 규정을 내리고 예봉을 세울 수 있는 포인트를 못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보수진영에서는 기본적으로 삼각구도를 만들어서 새누리당이 서울시장을 탈환하도록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며 “박원순과 안철수, 새누리당 3명이 나오게 되면 야권이 지는 상황에서 굳이 지금 언론이 이 국면에서 박원순 시장을 공격해봐야 득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박 시장이 간단한 사람이 아니기도하지만 공격이 강해지면 안철수 측에서는 안철수 측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누리당 등은 결코 후보 한쪽의 사퇴 등 단일화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과 새누리당의 1대1 구도라면 달랐을 것”이라며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야권연대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상님은 아실까…여론조사마다 1위 달라 부산시장 선거 '혼돈' 130 국제

 

 

언론사와 리서치 기관별, 오거돈 당적 여부 따라 서병수와 엎치락뒤치락

설 연휴를 앞두고 언론사 등 일부 기관이 실시한 부산시장 예비후보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 기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정치권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고함에 멱살잡이…보수인사들, 거제성당 시국미사 난동 128미디어오늘

[현장] 관계자 멱살 잡고, ‘박근혜 사퇴’ 성명 낭독에 고성 등 노골적 방해…“이럴수록 명과암 분명해진다”

국가기관 불법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가 이번엔 첫 영남지역인 경남 거제시(정의구현사제단 마산교구)에서 열렸으나 미사 진행 내내 보수신자들이 성당 내에서 고함과 괴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미사를 방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방해공작에도 마산교구 사제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 큰 동요없이 시국미사를 진행했다.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 주최로 27일 저녁 경남 거제시 고현성당에서 열린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는 성당 안에만 300여명 가까운 사제와 신도가 참석했으며, 본당 안에 들어오지 못한 신자들과 성당 입구에서 100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까지 포함해 이날 성당 안팎에는 500여 명 인파가 몰렸다.

 

무엇보다 이날 시국미사장에는 미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수십명의 보수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신자들이 성당 앞쪽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서 노골적으로 미사를 방해했다. 미사 시작 30분 전인 오후 7시부터 이들과 사제들은 마찰을 빚었다. 이들은 미사를 방해하지 말아달라, 정숙을 유지해달라는 사제의 주문에 대뜸 “왜 미사는 안하고 정치를 하느냐”, "강론이 잘못됐다, 강론을 반대하는 것이다, 내가 여기 있든 나가든 내 권한이다"라며 소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일부 신자는 만류하는 성당 관계자와 몸싸움을 벌이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60대로 보이는 한 보수인사가 고함을 지르며 사제들을 비난하자, 이를 자제시키려는 성당관계자의 멱살을 잡고 넘어뜨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27일 경남 거제시 고현성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에서 한 보수인사가 자제하려는 성당 관계자 멱살을 잡고 넘어뜨리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미사 과정에서도 이들은 미사의 강론이나 축사가 끝날 때마다 ‘질문있습니다’를 반복하며 미사에 끼어들었다. 특히 시국미사의 후반부 쯤 김인식 마산교구 사제단 신부의 성명서 낭독 중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대목에 “왜 사퇴하라고 하느냐”며 대뜸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으며, ‘이번 대통령 선거 자체가 부정선거였다’라는 대목에서는 “아니다”, “정치하지 말라”며 고성을 지르는등 일순간 미사가 아수라장이 됐다.

 

보수단체 인사들의 고성 속에서도 김 신부는 성명서 낭독을 마친 뒤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퇴하라”, “언론자유 사상 행위 침해모든 행위를 중단하라”, “표 도둑질한 박근헤 정권은 퇴진하라” 등 구호까지 외치는 등 시국미사를 계속 진행했다.

 

이를 두고 고현성당 주임신부인 배진구 신부는 “성당은 성당 장소로 거룩한 장소이며 이 거룩함 견지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라고 말했으며, 하춘수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 대표신부(경남 진주 옥봉성당)는 “우리의 올바른 마음과 동떨어진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미사가 불미스럽게 흘러간 것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하춘수 신부는 시국미사가 끝난 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미사라는 거룩한 전례 안에 이렇게 난입해서 방해한 것은 아주 유감스럽다”며 “더구나 천주교신자를 표방하는 보수단체 인사들이 미사 시간을 소란스럽게 직접 방해하고 고성방가를 저지른 것은 신자로서 기본과 상식이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 신부는 “자신과 뜻이 달라 반대의견을 갖는 것은 이해하나 미사를 방해하고 고함을 치고 물리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신자로서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매우 수모스러운 일이자, 미사가 침탈당한 것으로, 상실감이 크다”고 개탄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난입한 것에 대해 하 신부는 “종교적 신념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렇게 많은 분이 함께 미사에 참여했는데,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에 반대된다고 해서 신앙지를 침탈하는 것은 소양이 부족한 일이자 신앙인으로 마땅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배진구 고현성당 주임신부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뜻과 달라 우리의 뜻에 반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그 이유가 ‘자신이 속한 단체나 정당의 뜻에 맞지 않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점에서 화가 난다”며 “예언자의 사명은 예수님의 사명이자 신자 모두의 사명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하는 행동이기에 더 그렇다”고 비판했다.

 

배 신부는 특히 전날 주일미사에서 27일 시국미사 개최 사실을 공지하면서 신자들에게 ‘이의 있는 사람은 얘기하라’고 했으나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교회 바깥에서 집회를 벌이는 보수단체에 대해 배 신부는 “나는 신자들에게 ‘왜 저런 현수막을 보고 항의하지 않는가, 날 보고 떠나라 하는데, 내가 떠나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며 “신자들도 잘못된 행위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지적해야 하는데, 사명감이 부족한 면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추기경 등 교회 지도자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김인국 신부(옥천성당·전 사제단 총무신부)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보리밭에는 깐부기, 밀밭에는 가라지가 있어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역사라지만, 보리와 밀의 알곡만이 거둬들여질 뿐 깐부기와 가라지는 반드시 불에 태워지게 마련”이라면서도 “이들의 무지에는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정진석과 염수정 추기경의 정치 금지 발언이 자꾸 이들의 무지에 영향을 준다”며 “이들 신자가 무지와 만용의 난장을 벌인 배후는 자꾸 추기경의 발언을 인용하는 것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두 추기경이 이러한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충돌현상이 시국미사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 김 신부는 “오히려 명과 암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저 사람들이 더욱 극성을 부릴수록 우리는 더 부담스럽지만 우리의 기도를 더욱 가다듬게 되고 저들의 무지에 대해 다시 성찰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김 신부는 “이 상황을 통해 성경과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며 “저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성당 안에서 화를 냈지만 우리는 간절히 기도했으며 평온했다. 누가 평화에 가까운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3월까지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를 지낸 전종훈 신부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미사였다는 점에서 착잡했다”며 “이 정권이 이제 종교라는 영역까지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하니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상원 베네딕토 신부는 이날 시국미사 강론에서 “민주주의 근간 지켜야 할 대통령이라면 대선개입, 정치개입, 민주주의 원칙 근간을 훼손한 것에 대해 도의적으로라도 모르쇠 입닫고 있으면 안된다”며 “한 점 바람도 작은 물방울 하나도 반드시 이치대로 움직여 합당한 결과 내기 마련이며, 민주주의 원칙과 근간을 헤친 것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부메랑 돼 되돌아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우리 아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아이가 엄마 보다 낯선 사람과 더 잘 어울리는 이유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늘 외면해왔던 데 있다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런 회개하는 모성을 기대하면서 엄마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선거와 투표는 그 자체로 무조건적인 돌봄이 필요한 민주주의 싹이자 아기”라며 “민주주의 근본 보살피지 않고 편향된 사람 위해 함부로 다룬다면 국가와 국민들에게 근원적인 불행과 화가 돼 되돌아올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선거에 대해 “그 자체로 부정선거이고 원천무효”라며 “한갓 운동선수도 부정이 드러나면 수상이 박탈된다. 하물며 국가의 최고통치자인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이 드러난 판국에, 자진하여 즉시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언론에 대해서도 “장악된 언론을 통하여 나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전해지지 못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가공되고 왜곡돼 사상과 표현, 언론의 자유가 심대히 침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공약폐기에 대해 “이것은 표 도둑질”이라며 “절대다수의 국민은 지난 선거에 대해 배신감과 상실감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의가 무너진 것에 상심한 신앙인들과 선의의 시민들에게 위로를 보내며, 다시 한 번 더 나라의 미래를 위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 시국미사는 남녀수도자 장상협의회 산하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주최로 오는 2월 3일 월요일 3시에 서강대 예수회 센터 3층에서 열린다.

 

 

 

내세울 것은 몸뿐인가? 127 미디어오늘

[서정민갑의 뮤직코드] 너도 나도 섹시 코드 경쟁, 한국 자본주의 성장과 닮아있어

 

최근 걸그룹들의 섹시 코드 경쟁이 가열, 아니 과열되고 있다. 걸스데이(Girl's Day), 달샤벳(Dal★shabet), 레인보우 블랙(Rainbow Blaxx), 에이오에이(AOA)까지 최근 신곡을 내놓고 활동을 재개한 걸그룹들이 하나같이 섹시 코드에 맞춰 곡과 안무를 짜고 활동하는 것이다. 걸스데이의 'Something'은 하반신을 옆트임한 치마와 탱크탑 의상을 입고 관능적인 춤을 추고, 달샤벳의 ‘B.B.Bi'는 몸매를 강조한 의상으로 하체와 성기를 강조하는 춤을 추는 식이다. 레인보우 블랙은 육감적인 노출과 노골적인 액션이 강조된 ’Cha Cha'에 이어 아예 속옷 패션과 비음이 도드라진 19금 버전의 영상을 따로 만들어 공개하기까지 했다. 에이오에이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노출의 정도가 더 과감해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성적인 자극의 강도는 과거 한국의 여성 뮤지션들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수위가 높다. 현재까지 한국 대중음악에서 보여진 섹시 코드의 표현을 가장 극한까지 밀고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래서 네 팀이 누가 더 야한지를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대체 왜 이런 전략이 한꺼번에 펼쳐지는 것일까? 사실 대중음악에서 섹시 코드를 사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동안 대중음악에서는 남녀 뮤지션들이 자신의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남성과 여성, 혹은 동성이 서로에게 육체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사실, 특히 대중연예인은 자신의 다양한 매력을 모두 활용해 최대한 인기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비롯한 다양한 성적 매력들이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강조된 경우가 무수히 많다. 단순히 노출과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만이 섹시 코드의 전부가 아니다. 섹시하지 않더라도 중성화하거나 신비로운 모습을 취한 것도 또 다른 방식의 성적 코드를 활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보컬의 성적 특질을 강조하거나, 의상과 춤으로 성적인 코드를 드러내고 가사로 표현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들이 다양하게 사용됐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엘비스 프레슬리가 하체를 움직이는 춤을 춰서 기성세대의 반발을 샀던 일이 격세지감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한국에서는 김추자의 비음, 귀여움을 강조한 초기 여성 걸그룹들의 퍼포먼스, 김완선의 짙은 화장과 농염한 춤 이후 엄정화와 베이비복스, 박지윤, 손담비, 이효리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복근을 드러내며 남성성을 강조했던 짐승돌 2PM이나 그 이전의 박진영 역시 성차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전략을 사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마돈나(Madonna), 비욘세(Beyonce),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레이디 가가(Lady GaGa)를 비롯한 수많은 남녀 뮤지션들이 자신의 성적 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섹시 코드는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역할을 했고, 금기시되는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의 섹시 코드는 억압된 여성의 욕망을 주체적으로 드러내는 기능을 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의 걸그룹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섹시 코드의 수위가 높다고만 도덕주의자처럼 비난할 일은 아니다. 사실 섹시 코드를 활용하는 것은 이미 대중음악을 비롯한 대중문화에서 하나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성이나 동성에게 끌리는 존재인 탓에 섹시 코드를 활용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특히 섹시 코드는 남성이나 여성 혹은 동성 가운데 어느 한 쪽에는 확실히 어필하고 화제가 될 수 있는 효과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일부의 비난과 우려에도 섹시 코드의 사용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많은 걸그룹들이 청순하거나 귀여운 컨셉트를 내세우다가 돌연 섹시 코드를 사용하는 일이 빈번한 이유이다. 섹시 코드를 사용하면 최소한 남성 주체들에게는 확실히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섹시 코드는 특별한 노하우나 창조성이 필요하지 않은 다분히 관습적이고 안전한 전략이다.

 

 

그래서 최근 걸스데이, 달샤벳, 레인보우 블랙, 에이오에이가 섹시 코드라는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걸그룹의 후발주자로서 자신을 부각시키고 소녀시대, 에프엑스(f(x)), 카라, 2NE1 등이 선점한 걸그룹의 주도권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도무지 허물어질 것 같지 않은 걸그룹 시장의 우위를 어떻게든 흔들고 후발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자신의 육체성을 강조하는 가장 강력하고 본능적이며 손쉬운 속칭 ‘몸빵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분명 일반화된 전략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시장에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좋은 음악을 만들고, 색다른 캐릭터를 부여한 크레용팝의 전략에 비해 지나치게 안일하고 보수적인 전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이 같은 전략에 혹한 남성 주체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로 인해 그들의 팬들이 어느 정도 확대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같은 전략은 결국 자신의 육체성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다는 상상력의 빈곤을 일제히 증명한 것이며, 이는 현재의 걸그룹 시장이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막장의 상태에 이르렀다는 증거일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의 섹시 코드에는 여성 주체의 주체성이라거나 육체성에 대한 새로운 철학과 발언, 하다못해 댄스의 새로운 미학적 방법론 같은 것들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물론 대중음악이 굳이 이처럼 심오한 의미와 철학을 담고 있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곡들은 음악적인 완성도나 댄스의 완성도라도 높아야 하는데 최근 섹시 코드로 화제가 된 곡들은 음악과 춤 모두 완성도가 높지 않고 새롭지도 않다. 천편일률적인 곡들의 반복과 노골적인 동작들로 섹시함을 부각시키는데 여념이 없을 뿐이다. 남성 중심의 시각에 손쉽게 영합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표피적인 섹시 코드의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강도 높은 섹시함에 익숙해지는 대중들에게 피로함을 주어 걸그룹 음악이나 아이돌 음악에 대한 반발과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돌이켜보면 쉬운 전략은 늘 금세 무너졌다. 그것이 당사자들에게는 쏠쏠한 한철 장사이고,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일지도 몰라도 남는 것은 늘 다른 스타일로의 급격한 쏠림이었다. 왜 음악도 좋고, 의미도 좋은 섹시 코드일수는 없는 것인가. 왜 한 발 더 나아가거나 오래 지속하는 대신 단숨에 걷어 들이고 빠지려만 하는 것인가. 이 얼마나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과정과 닮아있는지.

 

 

 

 

삼성전자 위해 ‘반일감정’ 억제해야 한다는 중앙일보 미디어오늘 128

이철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친일파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칼럼 논란… 내부에서도 “‘친삼성’, 도 지나치다”

이철호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이 27일 <“친일파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이 일본과 갈등을 지속하면 삼성전자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감정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HK 회장 모미이 가쓰토가 지난 25일 “전쟁 중엔 위안부가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며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정당화하는 망언으로 국제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등장한 칼럼이다.

 

이철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이웃나라를 잘 아는 친일파는 많을수록 좋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나는 반민족적 친일파를 미워할 뿐이다”라는 독립운동가 김구의 발언을 소개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일본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냉랭한 한일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맛봤다고 전했다.

 

이철호 논설위원은 “지난 연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은밀히 일본에 건너갔다. 지난해 봄 샤프의 지분 3%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 지분 투자를 위한 비밀 출장이었다. 1차 합작 당시 샤프 주가는 자금난에서 벗어나 단박에 14%나 뛰었고, 삼성전자는 대형 LCD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윈윈 게임이었다. 하지만 2차 협상은 싸늘하게 깨졌다”고 썼다.

 

그는 삼성전자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려 “지난해 여름부터 욱일승천기 논란과 한국 축구응원단의 플래카드(‘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문제로 기류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느닷없이 일본 재계가 기술 유출을 걸고 넘어졌다. 연말 2차 합작 때의 분위기는 말도 못하게 살벌했다. 한·일 경제전쟁-또는 경제보복-이 물밑에서 진행되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철호 논설위원은 “요즘 일본의 행보가 신경질적으로 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스스로 ‘일본 우경화=제국주의’라는 도식적 판단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이라크에 자위대 500여 명을 파견했을 때 헌법 9조 해석과 자위대법에 묶여 자체방어조차 못한 나라”라며 “일본 우경화를 과장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아베의 돌출행동은 다분히 국내 정치용이다. 아베의 한·일 정상회담 구애에 언제까지 손사래를 칠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히려 기습적으로 응하는 것도 방법이다. 쓸데없이 경제보복이나 염한(厭韓)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여과없이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평가는 후세 역사가에게 맡기고 기필코 (한·일)국교 정상화를 해야겠다’고 했다. 당시 반대 시위에 앞장섰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말년에는 완전 딴판으로 변했다. 이게 현실이다. 어느 때보다 감정을 접고 차분하게 한·일 관계를 관리해야 할 때”라며 “더 많은 냉철한 친일파를 주문한 김구 선생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호 논설위원의 칼럼과 관련,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며칠 전에도 글에서 친親삼성이 너무 심하다며 내부 기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3일 <삼성전자와 현대사 교과서>란 칼럼에서 “(삼성전자가) 여기까지 오기에는 이병철 회장의 집념과 박정희 대통령의 과감한 규제완화가 밑거름이 됐다”고 주장한 뒤 “(한국사회에서) ‘재벌’ ‘외국자본’ ‘경쟁’에 대한 거부감은 더 짙어가는 느낌이다. 과연 오늘 삼성전자를 세우려 했다면 가능했을까.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얻어터졌을지 모른다”라고 썼다

 

왜 지금, 떼죽음 당했나...가창오리 '미스터리' 128 오마이뉴스

[주장] 철새가 AI 주범이 아닌 이유... 공장식 축산이 더 문제다

철새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의 주범이라고요? 과연 그럴까요. 철새들은 AI를 퍼트리는 주범이 아니라, 공장식 축산이라는 인간의 탐욕이 빚은 AI 재앙의 피해자입니다. 정부는 오늘도 AI를 퍼트리는 주범으로 철새들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철새들이 AI 발병의 주범이 아닌 이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연일 방송이 조류인플루엔자(H5N8형 AI)로 난리입니다.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시작된 AI가 전남 해남, 부안, 나주를 비롯해 충남 천안과 경기 안산의 시화호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7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43개 농장에 64만4천 마리(오리 39농장 54만4천 마리, 닭 4농장 10만마리)가 살처분되었으며, 앞으로 27개 농장의 81만 3천마리(오리 6농장 16만4천 마리, 닭 21농장 64만9천 마리)가 더 살처분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창오리 역시 AI의 피해자입니다

 

정부는 동시 다발적으로 전국에서 발생하는 AI 발병의 원인으로 철새들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AI가 최초로 발생한 고창의 동림저수지변 가창오리들이 떼죽음했고, 죽은 가창오리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창오리와 철새들이 이번 AI의 주범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AI의 잠복기는 1주일에서 10일입니다. 그런데 동림저수지를 비롯하여 한국에 가창오리가 날아온 것은 지난해 11월입니다. 만약 가창오리가 AI의 주범이라면 이미 지난해 11~12월에 AI가 발생했어야 합니다. AI가 발병하자 정부는 동림저수지에서 떼죽음 당한 가창오리가 1000마리라며 가창오리가 주 원인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동림저수지에서 사체로 발견된 가창오리와 철새의 수는 큰 기러기와 고니를 포함, 98마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초 AI 발병지로 지목된 동림저수지를 찾아온 가창오리수는 무려 20만 마리입니다. 정부의 주장처럼 가창오리가 AI의 주범이라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지 왜 2~3개월이 지나서야 죽었을까요. 그리고 20만 마리의 가창오리 중에 왜 고작 81마리만 죽었으며, 그 후로 계속 떼죽음당한 가창오리는 왜 발견되지 않았을까요.

 

지난해 11월 날아온 철새들이 2~3개월 지난 시점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철새들이 AI를 옮긴 주범이 아니라 시베리아에서 한국에 날아온 이후 철새들이 AI에 감염됐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철새들이 AI로 죽은 원인은 두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동림저수지 주변의 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AI균이 저수지로 흘러들어가 철새들을 감염시켰을 가능성과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던 가창오리가 AI에 오염된 오리축사 주변에서 AI에 감염되었을 수 있습니다.

 

겨울, 철새들은 배가 고픕니다

겨울 들녘에 하얀 눈사람이 줄지어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추수가 끝난 들녘에 생긴 이상한 풍경입니다. 이 하얀 덩어리는 '곤포 사일리지'라고 부르는 것으로 탈곡이 끝난 볏짚을 소 사료용으로 쓰기 위해 비닐로 감아 놓은 것입니다. 사료 값 상승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볏짚 곤포 사일리지입니다. 볏짚 곤포 사일리지는 추수가 끝난 논의 볏짚을 500Kg 단위로 뭉친 후, 발효제 등을 섞어 숙성시켜 만듭니다.

 

추수 끝난 들녘에 길게 늘어선 볏짚은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논에서 볏짚을 구경할 수가 없습니다. 개당 5~6만 원에 이르는 볏짚 곤포 사일리지가 또 하나의 수입원이 되면서 논에서 볏짚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논에 떨어진 낙곡을 주워먹고 살아가는 철새들입니다. 예전엔 추수가 끝난 들녘에 떨어진 낙곡이 많아 철새들이 겨울나기에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성능 좋아진 콤바인 덕으로 추수 때에 논바닥에 떨어지는 낙곡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곤포 사일리지로 볏짚마저 싹쓸이해 가니 대한민국을 찾아 온 철새들은 추운 겨울 내내 쫄쫄 굶게 된 것입니다. 최근 서산 천수만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 천수만에 철새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의 천수만은 호수에도, 추수 끝난 들녘에도, 하늘에도 큰기러기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몇 시간 동안 돌아다녀도 그 흔한 큰기러기를 만나기 힘듭니다.

 

천수만을 가득 채우고 있던 큰기러기와 흑두루미와 철새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철새도래지에 가득했던 철새 무리가 왜 사라진 것일까요? 먹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철새들이 먹을 것을 찾아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것입니다.

철새도 잘 먹고 튼튼해야 질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먹을 것이 없다보니 굶주린 철새들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주변 오리농가를 기웃거리게 되고, 면역성이 약해진 철새들은 오리·닭 농장의 가금류로부터 AI 질병이 전염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AI의 주범은 인간의 탐욕입니다

지난 2010년 가을,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생하여 전국으로 퍼져나간 구제역으로 348만여 마리의 가축이 매몰됐습니다. 다시 3년여 만에 찾아온 AI로 백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를 생매장하는 이 끔찍한 재앙의 근본 원인은 철새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탐욕입니다.

 

더 싼값에 고기를 먹기 원하는 소비자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축산 농가의 공장식 축산이 빚은 합작품입니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닭과 오리를 키우다 보니 면역성 저하로 인한 전염병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국의 축산업은 너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육 두수를 키우는 열악한 환경에 있습니다. 그로 인한 항생제 등의 약물 남용이 심각함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나라별 1ha당 사육되는 소의 경우 한국 31마리, 일본11.67마리, 오스트레일리아 3.5마리, 미국 9.54마리이고, 돼지는 1ha당 한국 96마리, 일본 26.53마리, 오스트레일리아 0.29마리, 미국 6.65마리입니다. 한국의 축산업이 얼마나 밀집된 공장 축산이며 질병에 약할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란 사람으로 치면 감기와 같은 것입니다. 현재 국내 축산업은 수익을 위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닭과 오리를 키우기 때문에 AI와 구제역에 취약한 것입니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인간의 탐욕을 위한 공장식 축산이 개선되지 않는 한 AI와 구제역의 재앙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그리고 효과도 의문시되는 방역과 살아 있는 수많은 생명들의 살처분이라는 끔찍한 재앙 역시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4개 단체는 지난 24일 공동 성명을 통해 "2003년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생 이후 2003년, 2006년, 2008년, 2010년 10년 동안 2~3년 주기로 반복되며 총 약 25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었다" 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닭과 오리의 숫자는 겨우 121마리에 불과하여, 건강하고 멀쩡한 닭과 오리 99.99%가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학살된 것"이라며 끔직한 예방적 살처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철새들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라

정부의 조사 결과처럼 죽은 철새들의 사체에서 고병원성 병원균이 발견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철새들의 몸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고 철새들이 AI 발병의 주범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굶주린 철새들이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다 질병 덩어리인 공장식 축산 농가로부터 병을 옮게 되었고, 먹을 것을 찾아 또 다시 이동하던 철새들이 다른 지역으로 AI를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 것뿐입니다.

정부는 AI 발병의 원인을 철새에게 돌리려고만 하지 말고 올바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AI와 구제역의 재앙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먼저 공장식 축산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AI와 구제역 발생에 대한 우리의 책임도 있습니다. 2002년과 2009년의 소·돼지·닭의 가축생산액 통계를 비교해보면, 우리의 육류 소비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줍니다. 육류소비를 보면, 돼지는 2002년 2조9164억 원에서 2009년 5조4734억 원, 소는 2조1363억 원에서 4조948억 원으로, 닭은 7294억 원에서 2조229억 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늘어나는 육류 소비에 맞추기 위해 좁은 공간에 양육하는 공장식 축산이 불가피한 것입니다. 더 이상의 재앙이 반복되지 않도록 육류소비를 조금씩 줄이는 일에 동참하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반복되는 AI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는 철새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것입니다. 한국은 철새들의 주요 이동 통로이기 때문에 철새들의 오고감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철새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먹이를 공급해줘야 합니다.

오래전 우리 선조들은 까치밥이라 하여 산새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남겨주는 귀한 풍습이 있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이지요.

 

지난해 12월 23일자 전북일보는 <볏짚 곤포 사일리지 과잉생산 조사료 영농법인 줄도산 위기>라는 기사를 통해 볏짚 공포 사일리지의 과잉생산과 공급으로 인해 관련 업체들이 줄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볏짚 싹쓸이로 철새들을 굶주려 병들게 하고, 관련업체들도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지난 20일 환경부는 야생동물의 분산 및 이동, 사람 및 차량과 야생동물의 접촉을 방지한다며 철새 먹이주기 행사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환경부의 이 대책은 오히려 AI를 전국으로 급속히 퍼트리는 재앙이 되는 셈입니다. 철새들에게 먹을 것을 공급해 주지 않는다면, 철새들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서식지를 벗어나 전국 사방으로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의 먹이 공급 중단으로 인한 철새들의 이동이 벌써 확인되고 있습니다. 철새 전문가들에 의하면 20만 마리에 이르던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떼가 지금은 5만 여 마리로 줄었으며, 예년보다 한 달여 빨리 금강호와 삽교호에서 가창오리 무리가 발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순천만의 흑두루미 23마리가 서산 천수만까지 올라 온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순천시의 먹이주기가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철새 먹이주기 금지'라는 환경부의 잘못된 판단은 하루 속히 철회되어야 합니다. 철새들에게 안전한 먹이주기는 철새들의 이동을 줄일 뿐만 아니라, 철새들의 건강 회복을 도와줌으로써 질병을 이길 면역력을 키워줍니다.

 

정부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AI와 구제역의 재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개선하고, 한국을 찾아오는 철새들에게 안전한 먹이주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정규직 노조, 타락하지 않았다 자신 하나?"128 오마이뉴스

[2014 진짜사장을 찾아 ②] 정규직과 비정규직 왜 따로 싸우나

 

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4년 새해를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비정규직을 탄압하다 민주노총에서 제명당한 현대중공업에 12년 만에 민주노조가 들어서고, 공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내하청 지회장과 조합원들을 노동조합 이·취임식에 초대한 일이었다. 공장에서 쫓겨나 용역경비들에게 두들겨 맞으며 10년을 살아왔던 비정규직 해고자들은 지난해 12월 3일, 초대장을 들고 당당하게 공장으로 들어왔다.

 

감동적인 장면은 현대중공업 민주노조가 사내하청 하창민 지회장을 현대중공업 사장, 민주노총 위원장과 무대 위 의자에 나란히 앉게 하고, 임직원을 상대로 연설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현대자동차노조 역사에서도 없었던 사건이었다.

 

현대중공업 민주노조는 비정규직을 외면한 역사가 담긴 영상을 상영하며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했다. 제20대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당연히 같은 권리, 같은 복지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박일수 열사의 10주기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준비하고 있다.

 

12년 만에 들어선 민주노조, 10년 만의 공장 출입

오는 2월 14일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박일수씨가 선박건조장에서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려 분신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조선소에서는 처음으로 사내하청노조를 만드는 일에 앞장 섰고,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정규직노조에 분노하면서 2003년 7월 22일 자신의 이름으로 발행한 선전물에서 이렇게 물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최○○과 집행부 일행은 직영노동자의 잔치에 하청노동자의 죽음과 피와 땀이 얼마나 희생되었는가를 알고 있는가? 너희들이 노동자의 대변인이라고 나설 수 있는가? 노동자는 하나라는 진실을 외면한 채 타락되어 가고 있는 현중노동조합을 보면서 하청노동자의 박탈감, 울분, 분노를 알아야 할 것이다."

 

박일수씨는 "하청 노동자도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태어나면서 귀족노동자, 하청노동자로 태어나지 않았다. 내 몸을 불태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 속에 착취당하는 구조가 개선되길 바란다"는 유서를 남겼다.  10년이 지난 지금,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노조에 다시 묻고 있다. 직영노동자들의 잔치에 하청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얼마나 희생되었는지, 하청노동자의 울분과 분노를 알고 있는지, 정규직노조가 타락하고 있지 않은지 묻고 있다. 10년이 흐른 지금, 정규직노조는 뭐라고 대답할까?

 

정규직 자녀 서류전형 25% 할당

노동조합의 역사가 50년이 넘는 기아자동차지부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민주노총을 이끌어가는 주축이다. 1996년 12월 26일 새벽 김영삼 정권이 정리해고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시켰을 때 가장 먼저 공장을 멈춰 세우고 거리로 나온 노조다. 비정규직의 손발을 묶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기아차는 정규직노조 중에서 가장 먼저 비정규직을 노조로 받아들여 1사1노조를 만들었다.

 

2013년 기아차는 광주 공장에서 62만대 증산을 위해 신규채용 공고를 냈는데 300여 명 모집에 3만2000여 명이 몰렸다. 기아차에는 3천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고, 광주공장에도 534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10년 동안 기아차를 위해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라는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지난해 4월 12일 기아차 노사는 "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직계자녀 1인에 한해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적용한다"며 ▲ 서류 전형 우대 25% 할당 ▲ 면접 적용 우대 5% 가점 부여 ▲ 총 동점자 우선 채용을 합의했다.

 

신규채용 인원의 25%를 정규직 자녀들에게 할당하고 면접까지 가산점을 부여해 정규직 자녀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합의서였다. 2011년 현대자동차지부에서 회사에 요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합의하지 못했던 정규직 자녀 우선채용을 기아차에서 합의한 것이다.

 

고용 지옥의 시대에 정규직 자녀 우선 채용은 로또에 가까운 대기업 정규직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고, 회사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충성심을 높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깨뜨리는 무기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합의서가 탄생한 것이다. 이에 '사내하청 우선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두 달 넘게 천막 농성을 벌이던 기아차 광주공장 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은 분노했다. 결국 4월 14일 김학종 조직부장은 "아이들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줄 수 없다"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분신 자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3만 명이 넘는 조합원을 자랑하는 기아차 정규직노조는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요구는 '특별교섭'으로 분리시키고, 치료비와 생계비 문제를 서둘러 타결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규직화 교섭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김학종 조직부장은 한강성심병원에서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비정규직 분신 항거에 치료비와 생계비만 합의 

2013년 7월 23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노사간의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9만2000원 인상과 성과격려금 1000만 원을 따냈고, 회사의 장기 발전전망과 인위적인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고용안정협약과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에 합의했다.

 

별도요구안으로 사회연대기금 10억 원 출연과 사무직 연봉제 폐지, 비정규직 관련 조항들도 합의했다. 무쟁의와 주식을 맞바꾸거나 노사 뒷거래로 만든 성과가 아니라 생산직과 사무직 노동자들이 뭉쳐 투쟁을 통해 얻어낸 성과였다. 조합원들은 60%의 찬성으로 임금협상안을 승인했다. 그런데 합의안을 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깜짝 놀랐다. '비정규직 관련' 4가지 조항이 모두 불법 파견 논란이 있는 사내하청을 '합법 도급'으로 인정하는 합의서였기 때문이었다.

 

한국지엠 노사간에 맺은 합의서에는 "도급업체 및 도급업체 직원들을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반자로 인식"하고, "도급계약 시 도급업체 직원들의 실질적인 작업환경 및 근로조건이 개설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정규직 채용 시 도급업체 발탁채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규직화의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정규직노조는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규직 채용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한국지엠(옛 지엠대우)은 지난해 2월 23일 대법원에서 조립, 도장, 차체는 물론 KD까지 모두 불법파견이라며 닉라일리 전 사장의 형사처벌이 확정된 공장이다. 이에 따라 창원공장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지엠의 정규직이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인정했는데 노사합의로 '합법도급' 인정

대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규직이라고 판결받은 현대자동차 두 명의 노동자가 296일 동안 철탑 고공농성을 벌였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500명 신규채용이라는 '발탁채용'에 반대해 파업을 계속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컨베이어벨트라는 자동흐름방식의 자동차 조립 생산공정은 합법도급이 불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자동차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은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사내하청 제도 자체를 없애라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한국지엠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사내하청 문제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었다면 불법파견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어야 했다. 정규직 전환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노사 간 힘의 역관계 때문에 어렵다고 하더라도 기아차처럼 '특별협의체'라도 구성해 이후 교섭의 근거를 마련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지엠 정규직노조는 회사 내의 하청업체를 합법적인 도급업체로 인정해주는 합의를 했다. 한국지엠 현장조직 중에서 '좌파'로 분류되는 집행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20명이 넘는 교섭위원 어느 누구도 이 위험한 합의서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정규직과 함께 일하고, 정규직이 하기 싫어하는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정규직노조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한국지엠은 지난 2009년 경제위기 때 자동차가 팔리지 않자 노사합의로 정규직을 비정규직 자리로 옮기게 하고, 비정규직 1000명을 공장 밖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2012년 11월 26~29일 대의원대회에서 정규직노조에 비정규직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1사1조직 안건이 상정됐으나 찬성 72, 반대 90명으로 부결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비정규직을 외면한 결과는 조선소 노동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삼호중공업(옛 한라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조선소 노동자들은 1987년 노조 민주화 투쟁의 주역들이었고, 1990년대까지 민주노조의 중심이었다.

 

'강성'이었던 조선소 노조들은 199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의 바람을 타고 야금야금 현장으로 들어온 사내하청을 막지 못했고, 조선소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생산의 70~80%를 담당하게 됐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발행한 '2013 조선자료집'에 따르면 1997년 조선소 생산직 직영노동자는 2만7348명이었고, 하청노동자는 1만2998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32%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5년이 경과한 2012년 조선소 생산직 직영노동자는 2만7109명이었고, 하청노동자는 7만4625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73.3%에 달한다. 최근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는 해양플랜트는 직영 정규직 3639명에 사내하청 노동자는 2만3313명으로 사내하청 비율이 무려 86.5%였다. 지난 15년 동안 조선소 정규직 직영노동자는 도리어 240명이 줄었는데, 사내하청 노동자는 6배가 늘었다. 전 세계 조선산업의 1위부터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이에 생산물량은 어마어마하게 늘었지만, 정규직은 전혀 늘리지 않고 사내하청 노동자만 늘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생산현장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70% 정도 차지하고 있어 파업하면 선박 생산을 멈출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한 결과, 정규직노조가 아무리 파업을 해도 선박과 플랜트 생산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조선소 15년 만에 사내하청 비율 25%→73~86%, 파업 무력화

한국지엠은 1월 23일 준중형 자동차 크루즈의 수출이 줄어들고 군산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주간연속 2교대에서 1교대제로 전환할 것을 노조에 제안했다. 지엠이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키기로 결정하고, 차세대 크루즈 생산공장에 군산공장이 배제되면서 1100명의 인원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군산공장에서 정규직과 함께 일하고 있는 1천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1차 해고의 대상이었다. 1100명 해고 설이 알려지면서 노조가 긴급 노사협의회를 요청했고,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27일 "회사 쪽이 군산공장 1교대제 전환 제안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회사가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 1교대 시행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교대 시행을 잠시 미뤄두었을 뿐 이미 현장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회사는 사내하청 희망퇴직, 정규직 전환배치, 순환휴직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비정규직 우선 해고를 강행할 것이 뻔하다. 회사는 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노노 간의 갈등을 유발할 것이고,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비정규직 대학살은 시시각각 다가오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고용안전판이 아니라 순망치한의 관계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 시릴 수밖에 없다. 잇몸을 보호하기 위해 이가 빠지게 놔둘 것이 아니라 함께 지켜내야 한다. 한국지엠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을 노조에 가입시키려다 실패했던 1사1조직 규정 개정을 다시 시도해 비정규직을 품에 안고 같이 싸울 수는 없을까?

 

정부 AI 대책 ‘철새 먹이주기 금지조치’가 철새 전국 이동 촉발시켜

먹이주기에 의존하고 있던 철새들, 먹이 구하려 다른 지역으로 분산 이동

제한적이고 안전한 먹이주기로 철새 이동 줄이고 체력 회복 도와야

 

◯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H5N8형 AI) 대책으로 시행한 가축방역메뉴얼 상의 ‘야생조류 먹이주기 중단 조치’가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이 동림저수지, 순천만, 주남저수지 등 철새 도래 지역들을 모니터링 한 결과, 지자체와 민간의 철새 먹이주기 중단이 철새들을 굶주리게 하고 결국 철새들을 여러 지역으로 이동 분산시키며, 농가 근처까지 접근해서 먹이활동을 하도록 유인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 철새들이 사람들의 먹이주기에 상당량 의존하게 된 것은 볏짚을 소여물로 사용하기 위해 모두 수거 후 랩핑해 버리는 ‘곤포사일리지’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농경지에 낙곡(볍씨)이 거의 남지 않게 되면서 철새들이 먹이주기에서 영양을 확보해 왔는데, 먹이주기 금지 조치가 취해지면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이번 겨울, 월동을 위해 남하한 가창오리와 기러기류들은 농경지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해 해남지역으로 집중 이동했다가, 역시 먹이가 넉넉지 못해 다시 흩어진 상태다. 또한 시베리아로 되돌아가기 위해 예년보다 1달 이상 빠르게 북상하고 있고, 번식지로 장거리 이동 직전 마지막 집결지였던 삽교호에 벌써 수 만 마리가 도래하는 등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 초기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동림저수지변 가창오리떼는 18일에 20여 만 마리였던 것이 지금은 5만 여 마리까지 줄었다. 감소된 개체 수는 현재 금강호와 삽교호 등으로 대거 이동한 상태인데, 이곳에서도 먹이를 찾지 못한 철새들은 또 다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순천시가 5일째 먹이주이를 중단하면서 순천만의 흑두루미 23마리가 서산 천수만까지 올라 온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창원 주남저수지에서는 철새들이 농가 인근까지 다가와서 먹이를 구하고 있고, 사람들이 접근해도 도망을 가지 못할 정도로 허약해진 상태다. 창녕 우포늪에서도 독수리들이 며칠 동안 먹이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어, 오염된 먹이나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체를 먹게 될 우려를 낳고 있다.

 

◯ 철새들의 전국적인 이동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확산과 다른 조류들의 감염 가능성을 높이고, 피해를 급속히 키울 수 있다. 또한 철새들이 먹이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것은 철새들의 체력을 떨어뜨려 AI에 대한 내성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철새들의 이동과 빈약한 영양 상태는 감염된 야생조류들과 사람들 그리고 가금류 사육 농가의 접촉 빈도를 높여 조류독감을 확산시키는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 따라서 환경운동연합은 야생철새에게 제한적이고 안전한 먹이주기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주로 낙곡(벼이삭)을 먹는 가창오리와 기러기류의 철새들에게 먹이를 주어서 이들이 타 지역으로의 이동하는 요인을 줄여야 한다. 또한 영양을 제공해 발병 가능성을 줄이고, 감염된 철새들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체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경직된 가축방역메뉴얼의 집행을 즉각 재고해야 하며, 지자체와 민간이 철저한 방역 장치 속에서 먹이주기를 실시토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환경연합도 현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민모금 등으로 철새의 먹이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으로 동참하고자 한다. AI에 대한 철저한 방역과 건강한 생태계는 상호 연계되어 있고 또 의존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굶주린 철새들을 위한 신속하고 안전한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4년 1월 27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시재 장재연 지영선 사무총장 염형철

 

1. 가창오리가 날아온 러시아, 중국 북부지역에는 H5N8이 발병된 바가 없음

 

정부와 언론은 철새인 가창오리가 조류독감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와 이를 퍼뜨린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겨울을 보내는 가창오리가 날아 은 지역은 러시아와 중국 북부. 그러나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H5N8이 발병된 적이 없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독감도 H7N9으로, 한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는 다릅니다.

 

2. 발병되면 2일내 사망, 그러나 가창오리는 이미 지난해 11월 한국 도착

 

철새가 조류독감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게 2~3주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됩니다. 그리고 일부 자연치유가 되기도 하지만 대게는 발병 후 2일 내 사망합니다. 지금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가창오리는 지난 해 11월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있던 지역에서 바이러스를 가져왔다면 12월 쯤 발병되어 이미 1월이 오기 전 철새들이 폐사되기 시작했어야 되겠지요?

 

3. 고병원성 AI는 사육되는 가금류에게서만 발병

 

동림저수지에서 죽은 가창오리 일부에게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철새가 ‘피해자’임을 말해줍니다.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저병원성 조류독감은 야생조류 및 가금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고병원성 조류독감은 일반적으로 오리 농장과 같이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집단적으로 사육되는 닭과 오리에게서 발생합니다. 지금까지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야생 철새에게서 발생했다는 보고는 단 한건도 없습니다.

 

* 그렇다면 가창오리들은 왜 죽었을까?

 

오리류는 물에 살기 때문에 물을 마시기도 하고 물 속에서 먹이를 구하기도 하는 등 물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100여 마리의 가창오리가 폐사한 동림저수지는 조류독감이 처음으로 발생했던 오리농장 인근에 위치해있는데,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에 오염된 물이 농장에서부터 저수지로 흘러들어왔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조류독감 발생 초기, 정부 발표에 따라 가창오리 1천여마리가 떼죽음 당했다는 보도가 널리 퍼졌습니다. 그러나 실제 폐사한 가창오리는 130여마리에 불과했습니다. 이 숫자는 동림저수지에 머무르고 있는 20만 마리 중 0.0007% 정도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매년 질병이나 오염, 사고 등으로 가창오리의 20%가 죽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숫자도 아닌 것이지요.

 

※ 글 : 한숙영 (환경연합 미디어홍보팀장)

 

 

 

김연아, 추신수, <변호인>마저 줄 세우기 대상인가 프레시안 129

[정희준의 어퍼컷] 또 하나의 한국, 1등주의

 

성공이냐 실패냐

2013년 12월 김연아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출전했다. 소치 동계 올림픽 출전을 앞둔 마지막 국제 대회였기에 팬과 언론의 관심이 컸는데 김연아는 완벽한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대회 직후 인터넷과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에서 김연아 경기에 대한 한국 해설자와 외국 해설자의 해설 비교가 등장해 관심을 받았다.

 

서양 : "나비죠? 그렇군요. 마치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는 나비의 날갯짓이 느껴지네요."

한국 : "저 기술은 가산점을 받게 되어 있어요."

 

서양 : "은반 위를 쓰다듬으면서 코너로 날아오릅니다. 실크가 하늘거리며 잔무늬를 경기장에 흩뿌리네요."

한국 : "코너에서 착지 자세가 불안정하면 감점 요인이 됩니다."

 

서양 : "제가 잘못 봤나요? 저 점프! 투명한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천사입니까? 오늘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이 경기장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네요."

한국 : "저런 점프는 난이도가 높죠,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서양 : "울어도 되나요? 정말이지 눈물이 나네요. 저는 오늘 밤을 언제고 기억할 것입니다. 이 경기장에서 연아의 아름다운 몸짓을 바라본 저는 행운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한국 :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습니다. 금메달이네요. 금메달~ 금메달~."

 

정확한 출처가 없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오랜 기간 경험했던 서구 해설자의 해설 방식은 이와 일치한다. 이러한 정서적인 시적 표현을 매우 자주 쓰는 것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몰입을 위해 경기 내내 속삭이듯 해설한다. 점프 성공했을 때 우렁찬 목소리로 힘주어 해설하고 경기 끝나자마자 등수부터 들이미는 한국의 해설자들과는 전혀 다르다.

 

사실 외국 해설자들의 해설을 번역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 김연아의 열성 팬들이 김연아가 외국인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는 존재인지 증명하고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은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 러시아, 프랑스, 체코의 중계 방송 해설 내용까지 번역을 해서 그 자랑스러움을 함께 나눴다.

 

그런데 이를 한국 해설자의 해설과 비교해 보니 한국 해설의 천박함이 단번에 드러난 것이다. 한국의 해설자는 3회전에 성공 했느냐 못 했느냐, 착지가 감점이냐 가산점이냐, 1등이냐 2등이냐에 초점을 맞췄고 선수들이 점수를 받을 때마다 김연아와의 점수 격차를 계산하는데 몰두했다. 사실 점프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점수와 계산, 등수와 메달 색깔 이야기 외에는 별로 들은 기억도 없다. 한국인들이 평소 우습게 생각해 마지않는 중국인 해설자의 표현을 보자.

 

"강철 나비…천 번의 도약은 바로 이 한번을 위한 비상이었습니다."

 

얼마짜리냐, 몇 번째냐

2013년 12월 22일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야구 선수 추신수가 FA로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7년에 1억3000만 달러. 7년 동안 1379억 원을 받는, 한국 스포츠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액수의 계약이었다.

추신수는 이후 상당 기간 뉴스메이커가 됐다. 그런데 언론이 쏟아낸 기사들의 초점은 "추신수 몸값, 어느 정도 수준일까"라는 제목에서 보듯 대부분 돈이었고 비교였다. 그리고 추신수가 버는 돈을 갖가지 방법으로 비교, 분석했다. 이렇게 뒤집고 저렇게 메치고, 여기다 붙이고 저기다 붙여서 온갖 방식으로 돈 이야기를 써나간다.

 

"어마어마한 계약" 정도로는 안 된다. "역대 메이저리그 계약 중 27위" "역대 야수 계약 규모에서 19위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등수가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평균 연봉이 역대 외야수 8위" "역대 외야수 중 6위로 높은 몸값" 등 다양한 계산 방식으로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1, 2, 3등도 아니고 6등이 뭐냐. 그래서 나온 게 "아시아 선수 중 역대 최고 연봉"이다. 그리고 추신수가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 다시 한 번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의 영웅 "박찬호의 5년 6500만 달러 뛰어 넘어"라고 설명을 해준다.

 

그런데 1억 달러라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추신수가 받는 1억4000만 달러는 연평균 1875만 달러인데 월급으론 155만 달러이고 일급으로 계산하면 5만 달러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또 달러 개념에 약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걸 원화로 바꾼다. 그의 월급은 한국 돈으로 16억4000만 원이고 매 경기당 9600만 원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특히 몇몇 언론은 추신수가 꿈의 구단인 뉴욕 양키스의 7년 1억4000만 달러 제안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세금을 통해 설명한다. 텍사스는 주 소득세가 없고 연방 소득세만 내면 되는 곳이기 때문에 "따라서 양키스 제안과 비교했을 때 1000만 달러 손해가 아니라 되려 800만 달러 이득이 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거주자인 류현진이 내야 하는 주 소득세가 13.3%라는 세율까지 제시한다.

 

물론 외국도 예를 들어 유럽 선수가 세금 때문에 미국에 거주한다는 걸 언급하는 경우도 봤지만 한국처럼 이렇게 미주알고주알 돈 이야기, 세금 이야기를 자세하면서도 천박하게 하지는 않는다.

 

뭐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방송(KBS) <뉴스 9>를 보자. 뉴스 제목이나 화면 아래 자막이나 마찬가지다. "추신수 7년간 1380억 원" 야구 선수 추신수, 아니 인간 추신수는 그의 다른 어떤 인간됨보다 1380억 원이라는 돈의 액수로 우리들 머릿속에 각인된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이튿날 추신수의 어릴 적 친구로 일본에서 뛰는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와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3년간 148억 원이라는, 역시 대형 계약이다. 그런데 전날 추신수의 성과를 돈으로 표현한 KBS <뉴스 9>는 이대호 기사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추신수 이어 이대호 '친구야 나도 대박'"

이걸 영어로 표현하면 이쯤 될 것이다.

Lee "Hey Choo, I hit the jackpot, too!"

 

'찌라시' 수준에서도 보기 힘든 천박하고도 상스러운 기사 제목이다.

외국에서 선수들이 팀을 옮기거나 대형 계약을 하게 되면 주로 보게 되는 기사 내용은 그가 왜 그 팀을 선택했나, 그 팀은 왜 그 선수를 선택했나, 그 팀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과거 팀과 새 팀 팬들의 반응 등이 주를 이룬다. 연봉 액수는 기사 첫 머리 6하 원칙에 따라 언급될 뿐이다. 한국처럼 연봉 액수 가지고 분석 기사 내는 경우는 없다.

 

우리 언론의 뉴스를 보면 숫자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강조된다. 결과, 점수, 등수가 중요하다. 스포츠에선 여기에 메달 색깔이 추가된다. 사실 우리는 오랫동안 그랬다. 뭔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항상 숫자와 등수를 내세웠다. 산업화에 들어선 1970년대 이후 다리, 발전소, 공장, 댐을 지을 때나 간척 사업을 끝내면 항상 아시아 최고, 동양 최대, 세계 몇 번째 등의 수식어를 꼭 붙였다. 이것, 저것이 애매하면 '세계 최단 기간 완공'을 가져다 붙이기도 했다. 그러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떨어졌지 아마.

 

2013년 12월 중국이 달착륙선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마침 중국에 있는 친구가 이 소식을 전하는 한국과 중국 양국의 뉴스를 비교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중국 : 중국 최초로 달 연착륙 성공

한국 : 중국, 달 착륙 성공. 미, 러 이어 세 번째.

 

<변호인>, '천만'과 '기록' 외에 다른 영화평은 없는가

영화 <변호인>이 화제다. 지난 26일 누적 관객수 1056만 명을 기록해 <왕의 남자>를 뛰어 넘었고 역대 영화 관객 순위 신기록을 세울지 관심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삼았기에 개봉 전부터 화제가 집중됐던 영화다. 그런데 개봉 후 관객이 몰리면서 또다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정식 개봉 3일 만에 100만, 5일 만에 200만, 7일 만에 300만, 10일 만에 400만, 12일 만에 500만, 14일 만에 600만, 17일 만에 700만, 19일 만에 800만, 25일 만에 900만, 3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달성한 '변호인'은 25일까지 1056만8150명을 동원하며 새 기록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 세 번째로 빠른 속도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해 9번째 1000만 한국영화라는 수식어도 달았다. <변호인>은 신정 연휴에는 하루에 67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하며 <아바타>의 종전 최고 스코어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개봉 때부터 언론은 매일 일일 관객 집계를 보도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심을 보였다. 아예 이를 응원하는 분위기까지 등장했다. 감격적이고도 흥분된 어투로 "또 봐야지" 하는 SNS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많은 이들이 1000만 관객 달성과 신기록 작성을 염원하기 시작했다. 또 일찌감치 1000만 관객이 가시화 되면서 올림픽과 같은, 때 아닌 '흥분 모드'가 등장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변호인"을 치면 바로 아래 "변호인 관객 수" 또 그 아래엔 "변호인 관객 수 추이"가 검색어로 뜬다.

 

이제까지 <변호인>과 관련된 가장 많은 기사는 누적 관객 수 보도였고 1000만 명 돌파 여부였으며 또 괴물 그리고 역대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가진 <아바타> 기록 갱신 여부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노무현의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도 숫자, 등수, 신기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변호인>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명령하는 눈물과 감동 외에는 다른 영화평을 허락하지 않는 요상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변호인>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최근 삼성의 '총장 추천제' 때문에 꽤나 시끄러웠다. 일개 기업이 감히 대학을 서열화 하고 줄 세우기 하려든다는 것이었다. 삼성 뭐라 할 것 없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줄 세우지 않았나. 등수 매기기를 즐겨하지 않았나. 1등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나. 1등을 위해, 1천만 관객을 위해 이미 본 영화도 기꺼이 두 번, 세 번도 보는 민족 아닌가.

 

우리는 인정받으려는 욕망이 매우 강한 집단이다. 그런데 예전엔 외국, 특히 서구에 대한 인정 투쟁이었는데 이젠 국내에서도, 또 영화라는 문화 장르 안에서도 숫자와 등수로 인정받으려 한다. 그래서 순위를 치고 올라가 이전 것들을 제쳐 버리면 그렇게 즐거워한다. 확실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시대로 들어선 듯하다.

 

노무현의 유산이 고작 '1등주의'에 '천만 관객'인가.

 

True Love Ways - Skeeter Dav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