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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신 기자 앞에 선 박근혜, "세월호 할 것 다했다" 17.1.1. 미디어오늘
공소사실, 탄핵사유 적극 반박 “세월호 언론·경호실 탓…대통령 치료약 다 밝히는 나라 어디있나”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탄핵 이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자신을 둘러싼 공소사실과 탄핵사유를 모두 부인했다.이번 간담회는 미리 예고되지 않은 일정이다. 당장 이번주 부터 헌법재판소가 본격적인 탄핵심판 심리를 앞두고 있고, 특검도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다급히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최순실씨와의 관계 △세월호 7시간의 행적 △비선 진료 문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 등에 관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와의 국정 공모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오래 알고 있었던 지인 사이일 뿐”이라며 “대통령 직무에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가라앉은 7시간 동안 미용시술을 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언론이 다루고 있는 지뢰설, 북침설, 미용시술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세월호 구조의 책임에 ‘언론탓’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가 있어서 걱정하면서 해경 상황을 챙기다가 수석실 보고도 받고 일 보다가 전원구조 됐다고 해서 너무 기뻐서 마음 안심했다“라며 ”시간 지나니까 오보였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미용시술 건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참사 당일 어떻게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있냐, 법원 판결 이후에도 의혹이 끊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 대통령은 “마침 그날 일정이 없어서 관저에서 밀린 업무하고 있었다”라며 “보고를 받으며 경호 문제상 일정한 시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고 참사 당일 미용시술 의혹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그날 머리를 만지러 온 사람, 약을 들고 온 사람이 전부였다”라며 “입증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선 진료에 대해서 “대통령의 치료약을 다 밝히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제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어느날 갑자기 밀회를 했다고, 이런 식으로 (기사가) 나니까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가 주도로 작성했다고 알려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지지를 했느냐 안 했느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삼성 합병관련과 자신이 "엮인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진 사항이었고 따로 지시한적 없다”라며 “삼성합병 찬성은 국민연금의 정책적 판단”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누군가를 봐주기 위해 한 것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라며 “업계 전반에 대한 관심 차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탄핵 후에도 '청와대 전속사진' 고집1.2 오마이뉴스
대통령, 성형수술 의혹 신경 쓰였나?
▲ 청와대 제공 사진 6컷의 비밀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제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뒤 청와대 참모진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외에 외부인을 만나는 것은 23일 만이다. 이날 청와대는 사진취재를 불허했으며, 청와대 전속사진사가 촬영한 6장의 사진을 언론에 제공했으나, 박 대통령의 얼굴 모습을 크게 볼 수 있는 망원렌즈를 활용한 사진은 없었다. [ 청와대 제공 = 연합뉴스 ]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내놓은 입장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이렇게 요약된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으로서 제 할 것을 다 했다"고 강변했고, 적절한 지시가 내려지지 않은 까닭은 언론의 오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갹출시키고 국정 개입 정황까지 드러난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그저 지인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을 동원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정유라 지원을 가능하게 했다는 뇌물 혐의에 대해서 "완전히 나를 엮으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그에 따르면, 모두 허위사실에 근거한 조작된 의혹이었다. 박 대통령은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남발돼서 종잡을 수 없게 됐다"면서 "사실 아닌 것이 더 힘을 가지고 사실 같이 나가고, '그게 (사실이) 아니다' 하는 얘기는 그냥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정지된 현 상황에서도 앞서 세 차례 있었던 대국민담화 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이 기다리신다", 노트북·카메라 금지한 간담회
박 대통령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 시작 과정부터 잘 드러난다. 청와대는 당초 이날 낮 12시 30분 한광옥 비서실장과의 신년 점심식사를 공지했다. 출입기자들이 일하는 춘추관의 식당에서 새해를 맞아 떡국을 나누며 얘기를 나누자는 취지였다.
대통령이 기자들과 신년 인사 겸 티타임을 하겠다는 소식은 그 현장에서 바로 알려졌다. 오후 1시 5분 경 갑자기 '대통령이 기다리고 계시다'는 얘기가 전해졌고 기자들은 청와대 외빈접견실인 상춘재로 급히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노트북이나 카메라는 지참할 수 없었다. 취재기자들은 수첩과 볼펜 정도만 갖고 취재해야 했다.
앞서 대국민담화에서 취재기자들의 질의응답을 거부했던 '일방통행'의 자세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언론사의 사진취재를 금하고 청와대 전속 사진을 사용하도록 강제한 대목에서는 최근 대통령의 얼굴사진을 통해 제기됐던 미용(성형)시술 의혹을 인식한 결정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직무정지 후 대리인단 외에 외부인, 특히 출입기자들을 23일 만에 처음 만나는 자리였음에도,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언론보도로 알려진 것 이상의 내용을 설명하지 못한 것도 이 자리의 성격을 '일방통보'로 해석할 수밖에 없게 했다. 기자들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다양한 질문을 던졌지만, 박 대통령은 언론보도 이상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차은택씨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증언했던 최순실씨의 인사개입 의혹을 묻자, "이렇게 되면 너무 오늘 많은 애기를 한 것이고, 새해 인사라도 나누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는데 새해 1월 1일부터 거창하게 기자회견이나 한 듯이 하는 것도 참 모양새가 안 좋다"면서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다만, "추천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검증을 한 뒤에 잘 할 것 같다는 분을 선택한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지만 앞서 알려진 언론보도 이상의 내용은 없었다. "가족도 없는데 거기(관저)에는 결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다 되어 있고 필요하면 손님도 만나고 접견도 할 수 있다"면서 당시 본관이 아닌 관저에서 일한 것은 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남 탓'이 더 도드라지기까지 했다. 당시 '전원 구조' 오보 탓은 물론, "경호실에서 '적어도 경호하는 데는 필수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중대본(중앙대책본부)에서도 무슨 상황이 생겨서 확 떠나지를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첫 변론기일 앞두고 탄핵사유 전면 부정, 누구 향한 메시지인가
▲ 출석 확인하는 이정미 재판관 1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말한 뇌물죄 의혹이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해명을 보면 오는 3일부터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겨냥해 만든 기자간담회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3차 준비기일에서 이정미 재판관이 청구인과 피청구인, 대리인단 출석 확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뇌물죄 의혹이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해명을 보면, 오는 3일부터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겨냥해 만든 기자간담회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특히 5일과 10일 열릴 2, 3차 변론기일에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순실씨 등이 증인으로 각각 출석할 예정이라 그를 앞두고 대통령 측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일단 모두발언 때부터 "저를 이렇게 도와줬던 분들이 사실은 뇌물이나 이상한 것 뒤로 받고 그런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맡은 일 열심히 한다고, 죽 그동안 해 온 것으로 저는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있다"면서 뇌물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그 대가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게 한 것 아니냐는 뇌물죄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면서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검이 허위사실로 혐의를 짜깁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블랙리스트' 지시와 관련해 자신에게 직접 항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진위공방으로 빠지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에 "전혀 모르는 일"이라면서 "보도를 보니까 (블랙리스트로 규정된 인사가) 굉장히 숫자가 많고 그런데 저는 전혀, 그것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유 전 장관이 대통령한테 항의를 했다고까지 보도가 됐는데 인지가 안 됐냐"고 재차 묻자, "오히려 그렇게 많이 품어서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 아니냐고 들었고, 그때 그런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전하는 이야기는 다 그게 그대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직무와 판단이 있는데 어떻게 지인(최순실)이 모든 것을 다한다고 엮을 수 있나"라며 국정농단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최씨는 몇십 년 된 지인이지만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나"라면서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 복지·외교·안보·경제 등은 참모들과 의논하면서 저 나름대로 더 정교하게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영애 시절 회고까지, 지지세력 '동정론' 확산 원했나
▲ '태블릿PC 조작' 주장하는 박근혜 지지자들 2016년 12월 3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탄기국(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이 '비선실세' 최순실이 사용한 것으로 제시된 태블릿PC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며, JTBC 손석희 사장의 포승줄 묶인 사진을 들고 나왔다. ⓒ 권우성
박사모 등 일부 우익진영의 '지지 여론'을 확산하기 위한 조치로도 읽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용시술 등 여론에 크게 영향을 끼쳤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성형시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설명과 피로회복·미용 목적의 태반주사·백옥주사 등을 맞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영양주사도 놔줄 수가 있는 건데 그걸 큰 죄가 되는 것 같이 한다면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의도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전통적 지지자들의 '동정'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의 일화를 꺼낸 것도 유의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 때 "30년 전과 비교하면 청와대도 참 많이 바뀌었다. 안 바뀐 곳은 별로 없는데 녹지원부터 여기(상춘재)까지는 별로 안 변했다"면서 "어릴 때 그네를 묶어서 놀려고 했다가 나무 상한다고 해서 못한 기억이 있다. 출퇴근시 저 나무를 지날 때마다 그런 기억이 스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는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당장 특검은 이날 "(뇌물죄는)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이 여론을 통해 특검 수사의 정당성을 흔들려 한다는 우려를 드러낸 대목이다.
야당은 즉각 성토에 나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궤변과 후안무치로 일관한 기자단 신년인사회였다"고 비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새해 첫날부터 국민은 복장이 터진다. 이번 신년인사회는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부인하려는 피의자 대통령의 비겁한 몸부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당 탈당파로 구성된 개혁보수신당(가칭)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장제원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무척 실망스럽고 참 부적절한 간담회였다. 지금은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 특검에서 본인의 해명과 자기 방어권을 행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특히 "전혀 잘못한 게 없다는 항변을 들으니 어리둥절할 뿐"이라며 "수사 중인 관련 피의자의 진술이 가이드라인으로 작용될까봐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 답은 정해져 있고 기자들은 참석만 해
정유년(丁酉年) 새해 첫날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간담회는 '서프라이즈(Surprise: 뜻밖의 일, 놀라움)'에 가까웠습니다. 애초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오찬 행사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대통령과의 간담회는 일정에 없었죠. 그런데 한 비서실장과 오찬 행사가 시작되고 20여 분이 흐른 뒤,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긴급 공지'가 날아왔습니다.
"대통령이 상춘재에서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새해 덕담과 안부를 전하는 자리를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간담회 공지가 알려지고, '30분 뒤 시작'이라는 일정까지 정해졌습니다. 식사하던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기자들까지 급하게 간담회에 달려가야 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기자들은 운동복 차림으로 급히 참석했다고도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간담회에 뛰어가야 했던 기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배려(?)였던 걸까요?
기자들은 간담회가 열릴 상춘재에 노트북도, 휴대전화도 가지고 갈 수 없었습니다. 청와대 측이 '정식 기자간담회가 아니'라며 사진 촬영, 노트북 속기, 휴대폰 녹음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허용된 것은 수첩 메모뿐이었죠. 이후 기자들에겐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직접 촬영한 사진 6장과 청와대 측이 제공한 영상만을 나중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근접 촬영한 사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신협 전국 공동 여론조사] 반기문 23%-문재인 22.5% 접전 1.1 부산
이달 중순 귀국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오차 범위에서 반 전 총장을 바짝 추격하면서 '양강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보수세력이 분열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새누리당을 배 이상 앞서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부산일보를 비롯한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8개 신문사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67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영남권과 고향인 충청권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23.0%의 지지율을 보였다. 반 전 총장에 0.5%포인트(P) 뒤진 22.5%의 지지율을 얻은 문 전 대표는 호남권에서 우위를 점했다. 수도권과 강원권에서는 두 사람의 지지율이 비슷했다. 반 전 총장은 부산·울산·경남(PK)에서 25.9%의 지지율로 문(23.5%) 전 대표를 2.4%P 앞섰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두 사람보다 10%P 이상 뒤진 10.4%의 지지율로 3위를 차지했다. 이 시장은 PK에서도 3위(9.4%)였다. 국민의당 안철수(5.9%) 전 대표와 안희정(4.4%) 충남지사가 4위와 5위, 오세훈(3.8%) 전 서울시장과 박원순(2.8%) 서울시장이 6위와 7위를 차지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이 PK지역 약진을 바탕으로 30.1%를 얻었고, 새누리당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3%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간 개혁보수신당(가칭) 지지도는 11.7%였다. 국민의당도 9.1%를 얻었지만, '지지 정당이 없거나 모른다'는 무당층이 26%나 됐다. PK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29.8%) 새누리당(19.2%) 보수신당(12.4%) 순이었다.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응답자의 74.2%는 헌재가 '인용'해야 한다고 답했고,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은 18.2%였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지자의 77.4%는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PK 지역 응답자의 23.6%도 기각을 원했다.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한 개헌의 시기에 대해선 '대선 이전'(41.7%)이 '대선 이후'(33.4%)보다 높았지만, 개헌에 반대하는 응답도 9.6%나 됐다.개헌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응답자의 64.9%는 지방정부의 권한 및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PK지역에서는 지방분권 확대 요구(68.1)가 더 높았다.
새해 아침, 삼성·현대 광고로 가득찬 신문들 1.2 미디어오늘
1월2일자 주요 일간지, 경제지, 스포츠지 1면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 새해가 더 따뜻해졌습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서로가 있어 행복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삼성광고가 박혀 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주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한국스포츠,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등의 1면엔 삼성광고가 게재돼 있는데 한겨레 1면엔 삼성광고가 실리지 않았다.
백면(뒷면)엔 현대자동차 광고가 실려 있다. “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처럼 희망으로 빛나는 한 해가 되도록 현대자동차그룹이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경향신문 32면, 국민일보 32면, 동아일보 40면, 서울신문 32면, 세계일보 28면, 조선일보 40면, 중앙일보 36면, 한겨레 36면, 한국일보 36면, 매일경제 40면, 머니투데이 28면, 서울경제 40면, 아주경제 32면, 파이낸셜뉴스 28면, 한국경제 40면, 스포츠경향 20면, 스포츠동아 20면, 스포츠서울 20면, 스포츠월드 20면, 스포츠조선 20면, 일간스포츠 20면 등에 실린 것이다.
대한민국 양대 대기업 삼성과 현대가 정유년을 맞아 주요 일간지, 경제지, 스포츠지 등에 광고 잔치를 벌였다. 대기업 광고가 아니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신문들의 험난한 2017년을 예고하는 단면 아닐까.
'종이 연하장' 밀어낸 'SNS 연하장' 1.1 충북
돈 세탁 의혹 정유라…'동물학대' 혐의도 추가 1.2 JTBC
독일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정유라 씨는 돈 세탁 혐의뿐 아니라 동물학대 혐의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외신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퍼피, 즉 강아지 게이트로 불렀었죠.
독일 가정집에 모여있는 애완견 3마리, 진돗개도 보입니다. 이름은 설리. 독일인 A씨는 정유라가 도피를 시작하기 전 설리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서 만나 입양 받았습니다. 강아지 등록증에는 정 씨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A씨 측은 "정 씨가 개와 고양이 20여 마리를 키우다 동물학대 혐의로 독일 경찰당국에 신고된 뒤 입양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현지인/정유라 강아지 입양 : (제가 입양한)강아지 이름은 설리예요. 경찰이 모든 개는 다 입양시켜야 한다고 명령했어요. 한 마리는 유난히 말랐고, 모든 개가 겁을 먹었어요.] 입양 당시 설리 뿐 아니라 영양 실조 상태인 대부분 동물들은 압수돼 현지에서 입양 절차를 밟았습니다. 독일은 동물학대범에게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형과 해당 동물을 압수하는 등 엄격히 처벌합니다.
1면 삼성광고 유일하게 빠진 한겨레, 이유 있었다 1.2 미디어오늘
한겨레 “삼성, 논조에 불만 제기해 삼성광고 우리가 거부”…한겨레 1면에 삼성공화국·박정희체제 비판
9개 종합일간지 새해 첫 1면에 한겨레만 삼성광고가 빠졌다.
2일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한겨레를 제외한 8개 종합일간지에는 1면에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 새해가 더 따뜻해졌습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서로가 있어 행복합니다. 2017년에도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 나누는 한 해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라는 문구와 한 아이사진이 있는 삼성 광고가 실렸다.
이날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주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등 경제신문과 한국스포츠,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등 스포츠신문 1면에도 삼성광고가 게재됐다.
왜 한겨레 1면에만 삼성광고가 없을까.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삼성에서 광고가 들어왔는데 한겨레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거부 이유에 대해서는 “광고탄압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논조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갈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하며 “(오늘 한겨레 1면에) 박정희와 이병철, 박근혜와 이재용을 잘 매칭해 기사를 썼다”고만 말했다.
한겨레는 이날 삼성광고 대신 1·3·4·5·6면에 걸쳐 ‘강남 땅투기·삼성공화국·노동탄압·지역주의’의 근원이 박정희 정권에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1961년 5·16쿠데타 이후 박정희가 이병철 전 회장을 풀어주고, 삼성이 최초 노조인 제일모직 노조설립을 주도한 나경일을 회사에서 쫓아내고 그를 박정희가 체포해 감옥에 가두는 등 노조탄압을 벌인 사실, 노조탄압이 국가 이데올로기가 돼 박근혜-이재용의 정경유착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지적했다.
▲ 2일자 한겨레 1면
삼성이 이날 대대적으로 신문사들에 광고를 뿌린 배경에는 최순실 측이 삼성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돈을 받고 삼성이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다. 박영수 특검이 승마협회 관계자로부터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삼성이 정유라를 지원하는 이유는 (최순실 측이) 합병을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말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 가운데 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그룹이 ‘언론관리’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해 삼성이 언론을 관리하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주주총회를 앞둔 7월 13일 주요 일간지 등 전국 약 100여 개 신문 1면(혹은 주요면)에 일제히 광고를 실었고 대표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에도 비슷한 내용의 배너 광고, 8개 증권방송과 4개 종편채널, 2개 보도전문채널에서도 비슷한 광고가 쏟아졌다.
정미홍 “특검이 승마 꿈나무 망가뜨려…정유라로 최순실 조종하려는 것”1.3 중앙
헌법재판소에 울려퍼진 두 목소리, 마녀사냥 vs 구속수사 1.3 미디어오늘
탄핵 찬성·반대 시민 모였지만 큰 충돌없어…헌재 방청 시민 “대통령 주장 들으러 왔는데…”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있던 3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 사진=김준호 대학생명예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있던 3일 오후 헌법재판소 맞은편. 탄핵무효 피켓을 든 시민이 서 있다. 사진=김준호 대학생명예기자
박근혜 기자회견 보도, 공영방송은 이렇게 달랐다 1.2 미디어오늘
'왜'인지 묻지 않는 KBS·MBC, 박근혜 '해명'만 전달… JTBC "의혹에 팩트로 반박하는 대신 보도에 불만 드러내"
이상한 기자간담회였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들에게 노트북을 지참하지 못하게 하고 녹음, 사진촬영도 금지됐다. 내용은 일방적인 해명에 그쳤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태에서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열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것을 부인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시술 의혹 등을 전면 부인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대가로 재단모금, 정유라 지원 등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기존의 입장과 달리 “국정운영에 저의 철학과 소신을 갖고 일을 해왔다”고 밝혔다. 외려 “방송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그냥 남발이 됐다”고 언론탓을 하기 급급했다. 가장 논란이 된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해명했다. 박 대통령은 “‘특공대도 보내고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조하라’ 이렇게 보고받으면서 하루 종일”이라며 제대로 대처했다는 입장이다.
▲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공영방송은 일방적인 대통령의 해명을 전달하는 데 급급했다.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예고 없이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면서 “관저에서 세월호 사고 관련 상황을 챙기면서 구조 지시 등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고, 많은 양의 밀렸던 기초연금 보고서 등을 읽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KBS 뉴스9 역시 “박 대통령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처음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두 보도 모두 말미에 야당의 반발을 간단하게 언급하며 기계적인 중립은 어느 정도 지켰지만 가장 중요한 ‘왜’가 빠졌다. 지상파 3사 중 SBS 8뉴스만 “박 대통령이 간담회를 자청해 반박에 나선 건 이번 주 시작되는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을 앞두고 의혹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필요가 있다는 법률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의도를 분석했다.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언론을 이용해 자기변론을 했다는 이야기다.
▲ 지난 1일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반면 1일 JTBC 뉴스룸은 “(기자간담회가) 논리적 방어라기보다는 주장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특히나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 구체적인 팩트로 반박하는 대신 허위, 왜곡 오보라고 표현하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JTBC는 이전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발표와 이날 기자간담회의 차이를 분석하며 ‘철학과 소신’이라는 표현을 쓴 배경을 짚었다. JTBC는 “철학과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정농단 의혹 등을 통치행위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면서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처벌할 수도 없고 탄핵의 대상도 안 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JTBC는 박 대통령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7시간 관련 해명에 대해 △“다른 업무도 같이 봤다”며 관저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은 이해하기 어렵고 △구체적으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떻게 지휘했는지는 이날 해명에도 나타나지 않고 △경호실 준비시간 때문에 중대본에 몇시간 동안 가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기자단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지 않고, 받아쓰기식 보도를 쏟아내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부역자’라는 비판까지도 나온다. 이번에도 공영방송은 ‘왜’ 이런 기자간담회를 여는지 보도를 통해 묻지 않았고, 부실한 해명을 비판하지 않았다. 해야 할 질문을 하지 않고 청와대의 의도대로 받아쓰는 것. 이런 보도가 오늘날 ‘최순실 게이트’를 만들었다.
국내 1800만명 일자리, 10년내 인공지능·로봇에 위협 1.3 한겨레
4차 산업혁명
인간혁명의 갈림길 ① 인간 노동 존중 않는 혁명은 실패한다
고용정보원 기술변화 영향 전망
2025년 취업자 70% 고용 위협
단순노무 등 저소득층 타격 심해
인공지능·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10년 안에 1800만명 넘는 사람이 일자리에 위협을 받는다는 정부기관의 첫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기술에 따른 일자리 잠식 효과가 관리직 등 고소득층보다 단순노무직 등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어, 양극화 문제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지속가능한 ‘4차 산업혁명’을 맞기 위해 장밋빛 전망을 넘어서는 정부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한겨레>가 2일 입수한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각 직종에 대해 인공지능과 로봇의 기술적인 대체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2025년 고용에 위협을 받는 이는 1800만명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업자 2560만명의 70%가 넘는다. 직군별로 보면 고소득 직종이 몰린 관리자군의 경우 대체율이 49%에 불과한 반면, 단순노무직군의 경우 90%가 넘었다. 제4차 산업혁명 기술로 인한 영향 규모를 직접 추산한 국내 정부기관의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370여개 직업별로 대체율을 최고 1.00으로 놓고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소원과 주방보조원이 1.00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직업으로 가장 많은 종사자 수를 가진 상점 판매원(144만명)이 받는 영향도 0.86이나 됐다. 반면 대체 영향이 적은 직종은 회계사(0.22), 기업 고위임원(0.32), 대학교수(0.37) 등이었다. 이번 조사는 읽기, 쓰기와 같은 44개 기능별로 인공지능·로봇이 2025년까지 인간 대비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지 전문가에게 묻고, 각 직업별로 이런 기능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비교해서 대체율을 구했다. 순전히 기술적인 대체율이기 때문에 기술의 도입 비용, 사회적 인식 등에 따라 실제 대체율은 낮을 수 있다. 박가열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대체 위협에 처할 근로자들 대부분이 취약 계층이므로 고용과 복지서비스가 통합된 대책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정부의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의 경제적 효과는 460조원”이라고 홍보한 반면, 일자리 대책은 유연근무제 강화와 6천명 규모의 재취업 교육 등에 그쳤다.
경기 성남 수내동 롯데백화점 분당점 식품매장에서 지난달 22일 오전 한 고객(오른쪽)이 '스마트쇼퍼'를 이용해 살 물건의 바코드를 읽고 있다. '스마트쇼퍼'를 이용하면 쇼핑수레없이 물건을 구입해 배송까지 신청할 수 있다. 성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스마트 쇼퍼’ 사용해보니
■ 2025년, 10명 중 7명 고용 위협
2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위험은 다른 나라들에 뒤지지 않는다. 보고서는 기술 대체 효과로 인해 2025년 우리나라에서 1800만명, 약 70%의 노동자가 일자리에 위협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분야 대표적인 연구로 꼽히는 옥스퍼드대학교의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의 2013년 연구에서, 둘은 미국 직업 가운데 47%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기술의 부상으로 2020년까지 세계 전체 일자리 가운데 510만개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글쓰기, 말하기, 정교한 동작 등 일에 필요한 기능을 44개로 세분화한 뒤, 기능별로 로봇이 인간을 어느 수준으로 따라잡을지 국내 전문가 21명에게 물었다. 그리고 직업별로 요구되는 44개 기능의 수준과 응답을 서로 비교하여 직업별 위험 수준을 구했다. 이번 조사에서 ‘대체 위협을 받는다’는 의미는 기능적으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할 수준이 되기 때문에, 고용자가 사람 대신 로봇을 고용해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단, 전문가의 기술 예측이 실제와 다를 수 있고, 기업의 로봇 도입 비용이 인건비보다 비쌀 경우 실제 도입은 더 늦춰질 수 있다.
대형마트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권아무개(56)씨는 해가 갈수록 직장 동료들이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 일을 그만두면 회사에서는 “뽑아 주겠다”고만 하고 충원은 해주지 않는 탓이다. 빈자리는 신기술이 채운다. 계산대가 우선 변했다. 홈플러스는 소비자가 직접 기계에 제품 바코드를 읽혀 결제하는 무인 계산대를 운용하고 있다. 점포당 6대꼴인 무인 계산대에는 안내 직원 1명을 둔다. 대신 이 기계 도입으로 계산원은 3명가량 줄었다. 권씨는 지난달 21일 인터뷰에서 “우리 마트는 고객이 모바일에서 주문하면 직접 장을 보는 전자상거래팀이 아직 따로 있는데, 이마트가 얼마 전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 물류센터 직배송을 도입했더라고요. 장 보는 사람은 언제 사라질지 몰라 걱정이죠”라고 말했다.
이는 지역과 직종을 가리지 않고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수많은 젊은이가 일하는 세계적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주문받는 직원을 대체할 무인 판매대를 도입 중이다. 바둑 최고수 이세돌을 누른 인공지능은 의사, 변호사, 자산운용가, 기자, 일반 사무원까지 광범위한 직종의 업무를 넘보고 있다.
■ 단순노무·농림어업·서비스 종사자에 더 큰 충격
그러나 미래 충격은 공평하게 오지 않는다. 고소득층보다 소득수준 중하위의 서민층에 먼저 집중될 전망이다. 고용정보원 분석에서 비슷한 직업들을 묶은 대분류별로 2025년 대체 위험을 보면, 가장 큰 직종은 ‘단순노무 종사자’로 90%가 위험에 직면한다. 다음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로 86%가 해당한다. 그밖에 식당 종업원이나 미용사 같은 ‘서비스 종사자’, 건설 기술자 등이 속한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가 대체 위험 70%가 넘는 고위험군에 속했다. 반면 국회의원, 최고경영자 등의 ‘관리직’(49%), 교수·의사 등이 속한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56%) 등은 안전한 편에 속했다.
직업이 사라진다면 살아남을 다른 일자리로 재교육을 받고 옮기는 것이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번 조사에서 기술은 신체적 능력(7점 만점 가운데 4.6)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대체하고 대인능력(4.22), 기술능력(3.97)에서 대체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이런 기술을 요구하는 직업으로 바꾸기 위해 대응할 여력이 적다.
권씨는 하루 업무를 마치면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죽을 듯이 일하거든요. 예전엔 호스피스 일 등에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배울 엄두가 안 나죠.” 홈플러스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만보기를 주고 하루 움직이는 양을 측정한 적이 있는데, 적게는 1만보(약 7㎞)에서 많게는 2만보까지 달하는 노동자도 있었다고 한다. 노동 시간을 줄일 형편도 아니다. 남편을 잃고 홀로 두 자녀를 키운 권씨는 집안의 가장이다. 비정규직으로 최저 시급 수준의 임금을 받지만, 이는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수입이다. 노조 조사 결과 여성 노동자가 많은 대형마트임에도 불구하고 57% 넘는 노조원이 집안 수입의 절반 이상을 자신이 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해법을 마련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20일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라는 보고서를 내고 인공지능 시대에 일자리 정책이 핵심임을 밝혔지만, 우리 정부에선 성장 동력을 강조하면서 일자리는 부록처럼 다뤄지는 형편이다. <로봇의 부상>을 쓴 실리콘밸리 공학자 마틴 포드는 <한겨레>와 지난달 말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고용보험과 의료 복지 같은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개인이 각자 대안을 찾을 때까지 단기적으로 사회가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술 대체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소득(국가가 개인의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정보원 박가열 연구위원은 일괄적인 소득 보장보다 개인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도록 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국가가 도입하고, 자동화 기술의 수혜자가 될 기술기업들이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안을 제시했다. “앞으로 가계가 잃는 부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선점하는 기술기업들에 집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위협이 빠르면 10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사회가 지속 가능하도록 이런 성과를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시작할 시점입니다.”
인공지능(AI), 2017년 산업계 화두로 뜬다
제품·서비스·콘텐츠 다방면 활용
2025년 AI산업 368억달러 규모
“AI 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인공지능이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결로 바둑계를 평정했다면 올해는 전체 산업계를 접수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산업계는 ‘인공지능’을 아는 기업과 모르는 기업으로 나뉠 것이다.
엘지(LG)전자는 1일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달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서 가정용 허브 로봇, 공항에서 여행객을 돕는 로봇 등 3종을 공개한다. 엘지전자는 “스마트가전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생활로봇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엘지전자가 새해 벽두부터 인공지능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인공지능은 향후 다방면에서 산업을 이끌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티(KT)경제경영연구소는 인공지능 관련 국내시장 규모가 2014년 4조1천억원에서 2020년 11조1천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랙티카는 2025년 세계 인공지능 산업 연매출이 368억달러(약 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 시장이 빠르게 ‘퀀텀 점프’(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실적이 오르는 것)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여러 방면에서 제품 혁신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음성비서 서비스다. 케이티경제경영연구소는 ‘2017년 ICT 10대 주목 이슈’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이 제품, 메신저, 콘텐츠 이용의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 퍼스트’의 선봉에는 음성비서가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개발 인력이 창업한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할 갤럭시S8에 인공지능 음성비서를 탑재할 계획이다. 비브랩스의 디그 키틀로스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인터넷 없이 사셨어요?’라고 물어보지만 미래 세대는 ‘인공지능 없이 어떻게 사셨어요?’ 라고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아이폰의 음성비서 ‘시리’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 픽셀폰에 탑재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9년에는 사용자와 스마트폰 간의 상호작용 중 20%가 가상 개인비서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공지능은 제품뿐 아니라 상거래의 변화도 이끌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에서 오프라인 식품매장 ‘아마존고’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운영하고 있다. 계산대가 없는 아마존고는 물건만 담아오면 컴퓨터가 알아서 계산까지 끝내는 매장이다. 점원이 사라진 미래 매장을 상상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은 카메라 및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에 있다. 국내에서도 롯데가 아이비엠(IBM)과 함께 인공지능으로 쇼핑을 돕는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최승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인공지능의 산업계 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모르는 기업은 이를 선택한 기업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술이라는 강력한 도구, 다수를 위해 써야 한다
제2의 기계시대’ 쓴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 인터뷰
“파괴적 혁신에 맞설 지식 공유·교육 개혁 시급”
10년 전 이 세상에는 스마트폰이 없었다. 개인정보단말기(PDA)와 같은 원시적인 기기는 있었지만, 아이폰이라는 혁신적 기기가 등장한 것은 2007년 1월9일이었다. 페이스북은 2004년에 등장했지만, 대중이 즐겨 찾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었다. 드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3D 프린터, 빅데이터 등도 10년 사이에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냈고, 일부는 우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에릭 브린욜프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은 지난 10년보다 더 파괴적(disruptive)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파괴적’이라는 말은 보통 ‘혁신’과 함께, 신기술이 기존 거대 산업을 뒤흔들 때 쓰인다.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신기술이 우리까지 뒤흔들어 놓을지 모른다. 2014년 펴낸 책 <제2의 기계시대>로 기술시대 양극화의 위험을 미리 예견했던 브린욜프슨 교수는 인터뷰에서 “앞으로 새로운 방식의 부의 창출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그 부가 소수가 아닌 다수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9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전자우편으로 진행했다.
-<제2의 기계시대>가 출간된 지 2년이 흘렀다. 그사이 중요한 기술 진보가 있다면 무엇인가?
“두 가지가 두드러진다. 첫째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이다. (기계) 시스템은 이제 통계적인 기법을 이용해서 특별히 프로그램이 되어 있지 않아도 어떻게 업무를 완수하는지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둘째는 심층 신경망 기술이다. 기술 자체는 수십년이 됐는데, 빨라진 컴퓨터와 어마어마한 양의 디지털 정보 덕분에 비로소 제대로 훈련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 인공지능 영역의 두 가지 기술은 인터넷 검색, 온라인 광고, 회계부정 적발에서 이미 쓰이고 있고, 나는 앞으로 더욱 널리 쓰이리라 확신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이슈였다. 당신도 지금이 산업혁명기라고 보는가?
“그렇다. 모든 산업에서 더욱 활발해진 디지털화에 더불어, 인공지능의 진보는 앞서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부의 창출, 의료의 발전 그리고 일의 성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진료 화상 기록이나 병을 진단하는 영역에서 의사를 돕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진료비는 떨어지고 품질은 높아지며, 좀더 많은 사람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발전의 혜택은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책에서 기술이 수많은 소비자에게는 득이 되지만 다수의 일자리를 빼앗고 기술을 개발한 소수에게만 큰 부를 안겨주는 현실을 우려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자동화 기술의 충격으로 인한 미국 중산층 노동자의 고용 불안에서 비롯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기술의 사회정치적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의 실물 경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상당히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중위소득은 정체를 보였다(중위소득이란 사람들을 소득에 따라 한 줄로 세워 놓았을 때 가운데 선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경제가 성장했는데 중위소득은 그대로라는 말은 소득 상위의 사람들만 더 부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약 절반의 미국인은 이런 건실한 경제 성장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즉, 사람들이 매우 화가 나 정치적 변화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2의 기계시대에서 구성원들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사회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요구된다. 첫째는 공유 기술과 교육을 통해 개인이 성장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공동 번영(shared prosperity)을 증진하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공유 기술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누구나 무엇이든 학습할 수 있는 현실을 예로 들 수 있다. 공동 번영은 기존의 부를 나누기보다 저소득층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정책을 뜻한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공동 번영 촉진책으로 “교육을 개혁해 사람들이 창조성과 리더십이나 공감, 팀워크와 같이 사람을 상대로 한 기술을 익히도록 북돋고, 창업 장벽을 낮춰 기업가 정신을 높이며, 노동자에게 유리하도록 세금 체계를 다시 짜는 것”을 들었다.
-한국이 그런 나라로 나아가는 데 조언을 해준다면?
“교육 시스템에 꾸준히 투자하라. 인터넷 통신과 로봇 기술에도 투자를 게을리하지 마라. 그리고 성장의 혜택이 널리 공유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상위 1%에게만 흘러가도록 하지 마라. 명심하라. 기술은 강력하지만,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소수가 아닌 다수가 그 혜택을 누리도록 그 도구를 쓸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것은 혁명이었다. 직장인 곽지은(38)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11시께 집 앞 롯데백화점 식품매장을 찾았다가 박물관의 오디오 가이드처럼 생긴 기기들이 흰색 선반에 가지런히 꽂힌 모습을 보았다.
“‘스마트 쇼퍼’를 한번 써보시겠어요?” 안내 직원이 권했다. 선반 중앙 안내 화면에 멤버십 카드를 인식시키자, 기기 하나에 불이 들어왔다. 직원이 “이것은 바코드 스캐너입니다. 이것을 들고 다니면서 쇼핑을 하시면 돼요”라며 건네줬다. 매장을 다니며 스캐너로 사고 싶은 물건의 바코드를 읽기만 하면 제품은 가상의 구매목록에 담겼다. 쇼핑 카트나 바구니에 번거롭게 물건을 담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계산대에 길게 선 줄을 기다리던 일도 끝이다. 쇼핑이 끝나면 스캐너를 반납하면서 구매목록을 확인하고 결제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게 끝났다. 물건은 오후 1시 집으로 배송됐다. 곽씨는 “너무 편리해요. 이건 기존 쇼핑을 대체할 것이 분명해요”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에스케이(SK)텔레콤과 협업해 지난해 10월 국내 처음으로 경기 분당점에 ‘스마트 쇼퍼’를 도입했다. 회사는 지금까지 대만족이다. 한 달 사이 하루 평균 이용객이 30명에서 50명 수준으로 훌쩍 늘었고, 자체 조사 결과 한 번 쓴 사람이 다시 쓰는 경우도 80%에 이른다고 한다. 고객 편의와 재미라는 마케팅 효과가 당장은 가장 크지만, 업체의 목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백화점 관계자가 말했다. “최근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이 완전 무인 매장 ‘아마존 고’를 열었죠. 스마트 쇼퍼는 그 목표로 나아가는 하나의 단계입니다.”
무인 매장, 무인 공장, 무인 운전…. 사람의 힘이 필요 없는 자동화 기술은 인터넷 확산과 더불어 우리 삶 속으로 거침없이 행진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전에 없던 서비스, 생각지 못한 싼 제품의 풍요를 누린다. 문제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우리 사회가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기술과 고용에 관한 마틴 프로그램’ 분석을 보면, 21세기 들어 이전 세기 없었던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미국의 노동자는 고작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에는 8%, 90년대에는 4.5%가 새로 만들어진 산업에서 일자리를 구한 것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JTBC 기자, 어떻게 볼 것인가 1.3 미디어오늘
[기고]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 "보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관찰자로 남았어야“
A minority report
1. 나는 어제 저녁 JTBC가 언론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 방송사가 보도 윤리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보도 윤리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지체가 시대착오적으로 보여서 사용하지 못할 뿐, 이제까지 규범으로 여겨져온 중요한 원칙 하나를 가볍게 던져 버렸다는 게 내 생각이다.
▲ 1월2일 jtbc 뉴스룸 보도
2.정유라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JTBC 기자는 현지 경찰에 신고를 하고 체포되는 장면을 촬영해서 보도한 것은 기자는 사건을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백하게 어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기자이기에 앞서 하나의 시민이고, 그의 신고는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개인의 결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시민으로서 신고하기로 했다면 보도를 포기했어야 했다. 그리고 만약 보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관찰자로 남았어야 했다. 그게 보도윤리다. 그런 게 2017년 언론계에 남아있다면 말이다.
3. CNN의 정치부 에디터인 레이첼 스몰킨은 2006년에 American Journalism Review에 기고한 글에서, 언론을 공부하는 대학생들과 나누다가 깜짝 놀랐다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말리아에서 구호활동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구호요원이 물을 나눠주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빨리 나눠주지 못하면 폭동이 날 것 같다는 거다. 기자는 그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가?"
활발한 토론을 기대했던 스몰킨은 그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도와줘야 한다는 대답을 하는 데 충격을 받았고, 기자는 역사의 관찰자이지 참여자가 아니라고 가르쳐줘야 하는 상황에 의아해했다.
"요즘 학생들"이 '보도를 하는 기자는 자신이 취재하는 상황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이티에서 지진피해를 보도하던 앤더슨 쿠퍼가 생방송 도중에 부상당한 아이를 구조하며 영웅이 되는 시대에 사는 기자들에게 냉정한 관찰자의 역할을 요구하는 건 고루해 보인다. 기자들이 이제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트위터로 무장한 일반시민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손발을 다 묶는 원칙을 지켜야 할까?
4. 하지만, 그것이 정말 불필요한 원칙일까?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자연사진작가의 수상작에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새끼새들이 가지에 줄줄이 매달린 장면은 자연에서 일어나기 힘든 장면이고, 그것을 우연히 목격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는 주장이었다. (어두운 곳에 둥지를 짓는 새들을 찍기 위해 가지를 쳐냈고, 심지어 본드로 다리를 붙였다는 혐의까지 받았다).
야생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도 먹이사슬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개입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 가령, 어린 새끼들 앞에서 치타에게 물려죽을 위기에 처한 어미 사슴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알려서는 안된다는 원칙 말이다.
사슴 한 마리를 살려준다고 아프리카의 생태계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선례는 다른 개입을 불러온다. 카메라맨들이 너도나도 불쌍한 사슴 살리기에 나서면서 유튜브에서 스타가 되기 시작하면 아프리카의 생태계는 영향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
▲ 1월2일 jtbc 뉴스룸 보도
5.정유라는 체포되었어야 한다, 그것도 진작에. 하지만 그것은 기자의 역할이 아니다. 양심있는, 행동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기자의 역할은 다르다.
특히 자신의 신고로 자신이 속한 언론사의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그 때부터는 이해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라는 심각한 문제 마저 낳는다. 신고하고 체포되는 장면까지 방송한 JTBC 보도는 재난 현장에 있다가 갑자기 도와줘야 하는 위치에 처한 기자의 윤리를 논하는 수준이 아니라 훨씬 더 심각한 명백한 이해의 충돌이다.
애널리스트라는 사람이 방송에 A사의 경영호전을 이유로 구매를 독려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잘못이 아니지만, 그가 A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비록 A사의 경영이 실제로 호전되어도 말이다.
6. "그럼 경영이 호전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말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항변하는 애널리스트는 없다. 그들은 그 정도 윤리를 최소한 알고는 있다. 방송을 하는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다루는 분야의 주식을 보유하면 안된다.
같은 이유로 JTBC 기자는 "그럼 눈 앞의 범인을 신고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항변해서는 안된다. 보도를 하기로 했다면 신고하지 말았어야 하고, 신고하기로 했으면 보도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게 프로페셔널리즘을 지키는 댓가다.
미국대학에서 교수나 조교는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듣는 학생과 데이트를 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다. 데이트를 하고 싶으면 학생은 그 수업을 마치거나 포기해야 한다. 그 규칙이 없을 때 일어날 엄청난 결과를 생각하면 "어떻게 사랑을 막을 수 있느냐"고 항변할 사람은 없다.
7. 나는 JTBC가 이번 박근혜-최순실 문제를 다루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권력 앞에 움츠러 들었던 언론사, 특히 방송사의 대열에서 이탈해 진정한 저널리스트로서의 용기와 직업정신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저녁에 JTBC가 했던 보도를 상업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보도가 앞으로 한국언론에 중요한 선례를 남긴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이제까지 아무도 넘어서지 않았던 선을 넘었고, 열지 않았던 문을 열었다. 비록 JTBC는 선한 의도로 문을 열었겠지만, 문이 한 번 열리면 그리로 쓰레기가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경향사설]부패한 권력 검찰을 시민 통제 아래에 1.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검찰의 적폐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한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비리에 눈감아 오늘의 대혼란 사태를 야기했다. 김기춘·우병우 같은 검사 출신 인사들은 갖은 공작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홍만표·진경준 같은 전·현직 검사장은 공익의 대표자와 사회의 거악이 백지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시민이 꿈꾸는 세상과 검찰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자명해졌다. 시민의 감시에서 벗어난 검찰,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검찰은 부패한 폭압기구에 불과하다.
한국 검찰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2200여명의 검사와 7000여명의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검찰은 그 자체로 직접적인 수사권을 갖고 있는 거대 권력이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도 지휘한다. 경찰이 형사 사건의 97%가량을 처리하지만 수사 주체는 엄연히 검찰이다. 경찰 단독으로는 압수수색 영장조차 발부받을 수 없고 경찰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 능력도 없다. 검찰은 기소도 독점하고 있다. 검찰이 봐주기로 작정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아무리 나쁜 사람도 죄를 물을 수 없다. 검찰이 저지른 범죄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기관도 사실상 검찰밖에 없다.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검찰은 자체 비리에 둔감할 뿐 아니라 제 식구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검찰청 조사실에서 점퍼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 사법시스템의 원조격인 독일은 검찰에 자체 수사 인력이 없다. 검찰에 기소·불기소의 재량도 주지 않는다.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무조건 기소해야 한다. 일본은 경찰이 체포·압수수색 영장 등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시민들이 심사하는 제도도 있다. 무작위로 뽑은 시민 11명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지방 법원마다 설치돼 검찰을 견제한다. 미국에서는 범죄 수사를 원칙적으로 경찰이 담당하고, 검사장을 시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는다. 영국은 중대 경제 범죄가 아닌 이상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고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한다.
이들 나라에 비하면 한국 검찰의 권력은 가공할 수준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검찰을 두려워하지만 검찰은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검찰에 부여된 막강한 힘은 정의의 편에서 공익을 수호하라는 취지지만 검찰은 강자의 이익을 위해 썼다. 부정한 정권일수록 검찰을 장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세우고 민정수석을 리모컨으로 활용한다. 곽상도·홍경식·김영한·우병우·최재경을 거쳐 지금의 조대환까지 현 정권의 민정수석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그것만으로 부족해 청와대와 각 정부 부처는 매년 수십명의 검사를 파견받고 있다. 검찰은 정권과 거래하며 전리품을 챙긴다. 입법·사법·행정부의 주요 권력기관은 검찰의 재취업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직 공안 검사인 황교안과 박한철은 국무총리와 헌법재판소장으로 옮겼고, 국회는 검사 출신 의원들로 넘쳐난다. 검찰 공화국, 검찰 파쇼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정권과 한 몸이 된 검찰이 한 일은 시민을 배반하는 것이었다. 이번 게이트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검찰은 부실·편파 수사를 했고 결국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일을 키웠다. 2년 전 정윤회씨가 청와대 핵심 인사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 정보를 교류했다는 청와대 문건이 공개됐을 때 검찰은 문건의 유출 과정만 문제 삼았다. 우병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겨냥하는, 본말 전도로 일관했다. 최순실씨 관련 비리는 지난해 7월 언론에 최초 보도가 났지만 압수수색은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특검 출범이 기정사실화하자 검찰은 뒤늦게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법석을 떨었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시민 통제에서 벗어난 검찰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취약하다는 증거이다. 제왕적 대통령이 가능한 것도 무소불위의 검찰이 대통령 권력을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권의 축소와 분산,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검사 등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수사를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한다. 공수처가 검찰의 의도적인 수사 기피와 검찰 부패를 막는 대증적 처방이라면, 검찰권 남용을 막는 근본 대책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가칭 수사청과 기소청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처럼 주민이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직접 선출하자는 의견도 경청할 만하다. 정권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고 중앙집권적인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법무부에 대한 시민 통제도 필요하다. 검사 출신이 아닌 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법무부 주요 보직을 전문 행정관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직적인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다만 수사권 조정 등의 문제는 검경 간의 권한 배분이 아닌, 인권 신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경찰의 인권 의식이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검찰에 더 이상 ‘셀프 개혁’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반론] JTBC 기자의 정유라씨 신고는 비난 받을 수 없다 1.4미디어오늘
[기고] 직업윤리와 사회윤리가 상충될 때 무엇이 옳은 행동인가?-서상원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가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JTBC 기자,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의견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교과목 중에 하나가 직업윤리의 하나인 ‘연구윤리’인데요, 지난 학기에 직업윤리와 사회윤리가 상충되는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 행동인가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 소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 “보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관찰자로 남았어야”
박상현 이사의 기고문 요지는 ‘JTBC 기자는 보도윤리에 따른 관찰자로 남았어야 했으며 정유라씨를 덴마크 경찰에 신고한 행위, 즉 사회윤리를 따른 행위는 보도윤리에 반하므로 잘못됐다’라고 하겠습니다. 또 “JTBC가 언론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JTBC는 선한 의도로 문을 열었지만, 문이 한 번 열리면 그리로 쓰레기가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보도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우려의 목소리가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직업윤리의 추구는 사회의 안녕과 보편적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의 분질은 “직업윤리와 사회윤리가 상충될 때 어느 쪽이 우선인가”입니다. 언론인이 아니더라도 직업상의 윤리가 사회가 일반적으로 따르는 법, 윤리체계와 상충되는 상황은 여러 직업에서 발생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의사의 비밀보장 의무(Physician-Patient Confidentiality)를 들 수 있습니다. 의료법상, 또한 의료윤리상 의사는 보편적인 사회윤리에 배치된다 할지라도 환자의 비밀을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외가 있지요. 환자가 폭력행위와 관련된 상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이유가 충분할 경우 의사는 수사기관에 관련 정보를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이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폭력행위는 사회의 안녕과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직업윤리가 일부 제한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이지요.
같은 이유로 심리치료사는 환자의 비밀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치료과정 중에 알게 된 살인이나 아동학대와 같이 사회의 안녕과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관련기관에 반드시 고지하도록 되어있지요. 고해성사를 받는 성직자나 의뢰인의 비밀을 보장해야 하는 변호사도 같은 맥락에서 직업윤리 추구에 일부 제한을 둘 수 있습니다. 철저히 과학적 진실만을 탐구한다는 연구자의 의무이자 권리를 추구함에 있어서도 배아줄기세포의 사용이나 생체실험과 같이 인류 보편의 가치와 상충될 소지가 있는 영역에서는 이를 일부 제한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지요.
요컨데 직업윤리의 추구가 사회의 안녕과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경우 이를 일부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것이 직업윤리학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렇다면 정유라씨의 신병확보가 정말 사회의 안녕과 보편적 가치에 직결되는 문제인가? 이것이 핵심인데요. 글쎄요, 물론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JTBC 기자의 정유라씨 신고는 단순히 불법체류 문제의 근절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1000만 시민을 거리로 내몬 사건의 핵심, 시간이 촉박한 박영수 특검과 헌재의 탄핵심리를 풀 열쇠를 신속히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행위였습니다. 이 경우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도윤리를 일부 절충하는 것은 타당하며, 따라서 JTBC 기자의 정유라씨 신고는 비난받을 수 없다고 봅니다.
박주민 의원이 공개한 '박사모'의 또다른 재능(?) 1.3 노컷뉴스
박 의원, 박사모에 "세월호 진상 규명 왜 반대하느냐" 일갈
'세월호 변호사', '거지갑' 등으로 불려온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박사모'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담당할 강력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했다는 사실도 전한 바 있다"며 "그런데 이 법안에 반대하는 분들이 입법예고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엄청난 반대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반대 댓글이 (글을 적는) 현재 (기준) 2만9000개 정도 달린 상태"라며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박사모 회원 분들이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적었다.
그가 이 게시물에 공유한 사진은 박사모 카페 게시글을 캡처한 화면이다. 박 의원의 말대로 이 사진에는 "입법 법의안 반대안 꼭 필요"라며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한꺼번에 (반대 댓글을) 한없이 올려도 되니까…"라고 적은 게시물이 보인다. 이 글에는 박 의원의 법안을 포함해 총 다섯 건의 법안이 적혀 있다.
박 의원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에 왜 이리 반대하시는지 (모르겠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3일 현재 박 의원의 게시물은 공감 1594건 공유 442건 등을 기록하며 구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구독자들은 실제 홈페이지 법안들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반대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적었다.
'Psa****'는 "입법예고 시스템에 올라가 있는 거의 모든 법안에 이유도 없이 반대 댓글을 마구 달고 있다"며 "(박 의원 법안에는) 특별히 관심 갖는 사안이라 더한 것 같다. 저들은 참 집요하고 꼼꼼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는 "몇 명이서 도배글을 올리는 것 같다"며 아이디 몇 개를 거론했다. 이어 "욕뿐만 아니라 도배글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적었다.
'베**'도 "국회 사이트에 도배를 막는 시스템도 없더라. 저렇게 한다고 좋은 법안이 통과 안 된다는 생각을 하다니…. 생각이 참 부족한 것 같다"고 일침했다.
'박**'은 "대체 왜 이런 졸렬한 집단이 존재하는 걸까. 이익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그들 하나하나 부정한 부분을 조사할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일갈했다
만화 주인공이 촛불 비판?…박사모 농락한 '가짜 뉴스' 1.4 노컷뉴스
"저명한 외국 학자들이 탄핵 정국 비판했다" 알고보니 페이크 뉴스
영국과 일본의 정치학자들…한국의 비정상적인 탄핵운동과 시위현장 지적"
"영국 교수 '한국 언론, 합법적인 절차를 걸쳐 보도해야 할 것"
"사랑 노래를 하는 BBC 경제 섹션 앨런 스미스의 칼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지난 2016년 12월 10일께 "영국과 일본의 저명한 정치학자가 탄핵 운동과 시위 현장을 지적했다"는 내용의 뉴스가 박사모와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을 통해 페이스북 등 SNS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2016년 11월 27일'에 작성됐다고 표기된 이 뉴스에는 "기사 작위를 하사받은 영국의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펜드래건이 한국 하야 시위의 목표가 불분명한 점을 지적했다"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이 기사에는 "히키가야 하치만은 한국의 대통령 하야운동을 지적하며 대단히 이해불가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뉴스 속 아르토리아 펜드래건과 히키가야 히치만은 학자가 아니다. 각각 게임과 만화 속 인기 캐릭터다. 페이크 뉴스, 이른바 가짜 뉴스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4일에는 박사모에 "좌빨 언론의 선동질…. 치가 떨린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글에는 "영국 교수 '한국 언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보도해야 할 것'" 기사가 첨부됐다.
(사진=박사모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 기사에는 "아우구스트그라드 대학교와 아크튜러스 멩스크 교수"라는 캡션이 달린 사진도 포함됐다. 글을 올린 '보***'은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대학의 교수도 '좌빨' 언론의 패악을 주의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부디 대한민국의 중심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포털 사이트 뉴스 포맷을 정교하게 흉내낸 이 기사 역시 가짜 뉴스다. 아크튜러스 멩스크는 게임 속 인물이다.
이처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에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박사모를 겨냥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다. 박사모는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들을 홍보하는 자료로 무분별하게 퍼날랐다.
게임과 만화 캐릭터 이름을 전문가로 둔갑시키는 데 이어 노랫말을 이용한 '가짜 외신'도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11일께는 "영국 언론 BBC에서 어제(12월 10일) 열린 촛불집회를 보고 선동당한 국민들이 만든 최악의 결과라고 비판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을 공유한 후 아래에는 영문 기사를 첨부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앨런 스미스(Alan Smith)라는 인물이 촛불집회를 비판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이 글은 그러나 정작 스미스 씨의 발언에는 비틀즈의 명곡 'Yesterday' 가사로 채워져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박사모 회원 중에는 이를 알아보지 못한 채 해석을 요구하거나 일단 공유하고 보는 회원들이 많았다. 페이크 뉴스(fake news) 유통은 온라인에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SNS 등 채널이 늘어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이에 대해 한진만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람은 자기가 믿는 만큼 본다"며 "언론이 만든 뉴스가 아니기에, '가짜 뉴스'에 윤리적·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순 있겠지만 이번 건의 경우 해프닝 정도"라고 설명했다.
"좌파에서 벗어난 뒤 '진짜 즐거움' 되찾았죠" 1219 뉴데일리
조선일보와 결별한 윤서인, 뉴데일리에 새둥지
'좌향좌' 방향 튼 조선일보, '보수우파' 목소리 내던 윤서인 작가와 계약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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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섬멸(保守 殲滅)!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문 전 대표의 입에서 이같은 말이 나왔다는 것은 실제 좌파진영에서 보수세력의 '영구적인 퇴출'을 획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대통령 퇴진·하야 운동이 겉으로는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을 뿌리뽑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보수의 궤멸'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좌파진영의 '거두'가 보수진영에 대한 증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자, 정치 상황에 민감한 언론계가 먼저 반응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우파 성향의 '웹툰작가' 윤서인과 결별을 고했고, 중앙일보는 '보수논객' 김진 논설위원을 강제퇴사시켰다. 동아일보는 전임 편집국장보다 무려 다섯 기수나 아래인 인사를 신임 편집국장 자리에 앉혔다. 이른바 3대 보수 매체로 불리는 조중동이 (문 전 대표의 말 한 마디에) 일제히 가지치기를 하며 '보수파 솎아내기'에 들어간 것.
보수우파 진영에선 '직언직설'로 유명한 김진 전 위원의 퇴사도 아쉽지만, 국내 유일의 '보수 만화가'인 윤서인 작가가 조선일보에서 퇴출당한 게 더욱 뼈아프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송희영 사태' 이후 조선일보가 '反박근혜 노선'으로 갈아탄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 꼿꼿이 제 목소리를 내던 윤 작가마저 축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일보가 '보수의 깃발'을 완전히 내린 것 같다"는 비탄이 쏟아지고 있는 것.
◇ 조선마저 '좌클릭'…, 남은 건 '우파 온라인매체' 뿐?
메이저신문에서 강직한 목소리를 내던 우파인사들이 잇따라 옷을 벗고 나오면서, 언론마저 '좌파일색'으로 돌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먼저 자회사 JTBC가 좌파노선으로 갈아탔고, 유일한 우군(右軍)이었던 김진 논설위원을 지면에서 몰아낸 중앙일보는 이제 완벽한 '진보매체'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송희영 사태를 기점으로 정권에 칼을 들이댄 조선일보는 친야성(親野成) 기사들이 정치 기사의 8할을 차지할 정도로 변질된지 오래. '강성 노조'가 보도권을 쥐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구조적으로 '논조 변화'가 힘든 속성이 있다. 개국 초창기 보수 색깔을 띠던 종편사들도 지금은 '친야적'으로 돌아선 상태. 마지막 보루였던 TV조선이 보수 색채를 점점 지워나가면서 '종편은 보수매체'라는 인식도 정반대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방송과 종이신문이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인터넷 언론'이 유일한 대안이자 희망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보수진영에선 '뉴데일리'와 '미디어펜', '미디어워치' 같은 온라인매체들이 보수우파의 첨병이자 파수꾼으로 '제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영광스럽게도 윤 작가의 '조이라이드'가 실릴 차기 매체는 뉴데일리가 됐다. 웹툰계의 '뜨거운 감자', 윤서인 작가는 2017년 1월부터 뉴데일리 지면을 통해 남들의 이목보다 내면에 울리는 양심에 호소하는 깊이 있는 웹툰을 연재할 계획이다
"좌파에서 벗어난 이후 '진짜 즐거움' 되찾아"
서울 출생으로 야후코리아에서 디자이너로 활약하다 2009년부터 '전업 만화가'로 변신한 윤 작가는 자신의 개인블로그와 야후코리아, 데일리노컷뉴스, 조선일보에서 보수우파적 가치관이 담긴 '웹툰'을 그려왔다.
윤 작가가 보수우파적 성향을 드러내는 그림을 그려온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이 느끼고 있는 즐거움을 지금의 청춘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었다. 대학 시절 민중가요의 매력에 빠져 잠시 운동권에 투신했던 윤 작가는 좌파에서 벗어난 이후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우파 성향을 드러내면서 친구도 떠나고, 왕따도 당하고, 사는 건 많이 힘들어졌지만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된 즐거움이 워낙 크기에 이 정도의 슬픔은 견디고도 남을 정도라는 것.
시즌2 #001 "진짜 극우들의 특징, 법과 원칙을 엄청 싫어함" 1.4 뉴라이트
[시사웹툰 - 윤서인의 조이라이드] 나는 정말 '극우'일까?
※ 머라 말해야 하나 이런 류의 인간을
고3, 이번 대선부터 한표 행사? 63만명 ‘태풍의 눈’ 1.4 한국
새누리당 탈당파가 모인 개혁보수신당(가칭)이 4일 선거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18세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이미 당론으로 확정한 데 이어 신당까지 동참함에 따라 1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선관위는 1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등학교 3학년도 이번 대선부터 투표 참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병국 신당 창당추진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창당추진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연령은 18세로 하기로 전체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법안을 통과시키고, 가능하면 대선부터 적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해 8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가 중 우리나라만 선거권 연령하한이 19세이며, 다른 국가는 모두 18세 이하”라며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담은 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가권익위도 선거권을 18세로 확대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전 세계가 18세에게 주는 선거권을 왜 우리는 19세로 한정하나. 우리가 정치 후진국이냐”며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19세 선거권 인하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18세로 선거연령 하향 조정 시 약 63만명의 유권자가 추가된다. 장년 및 노년층에 지지층이 몰려 있는 새누리당은 그 동안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반대 입장이었던 만큼 차기 대선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18세로 선거연령을 하향하면 고3 수험생들이 교육감 선거에서도 투표할 수 있어 입법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정치화 우려가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신당의 선거연령 하향 조정은 남경필 경기지사가 강력히 주장해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당 회의에는 전체 30명 의원 가운데 21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일부 의원들이 당론 채택 반나절 만에 다시 당론 채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번복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재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부정적인 새누리당은 99석에 불과해 야권과 무소속 의원들이 뭉치면 국회선진화법이 요구하고 있는 법안 단독처리 요건(200석)을 충족시킬 수 있다
울산에서 '인간 광우병' 유사질환 의심 환자 3명 확인 1.4 프레시안
울산서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의심사례 발생…보건당국 조사
A씨는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CJD는 보통 수 십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며, 증상이 나타나면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뚫려 보통 1년 안에 사망에 이른다. CJD는 광우병에 걸린 소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추정돼 속칭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는 변형(vCJD), 가족력과 관계있는 가족성(fCJD), 수술 등을 통해 전염되는 의인성(iCJD), 특별한 외부요인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산발성(sCJD) 등으로 나뉜다.
이중 sCJD는 전체 CJD의 85∼90%를 차지한다. 국내 CJD 의심사례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50건가량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 2의 쿠르디’ 생후16개월 난민 아기의 비극 1.4한국
미얀마군 학살 피해 국경 넘다 배 전복 강가 진흙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 현실에 ‘충격’
생후 16개월의 로힝야 난민 아기 모하메드 쇼하옛. CNN 캡처
강가 진흙탕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엎드린 아기, 힘 없이 늘어진 팔다리와 해진 옷. 부모를 따라 매일 죽음이 닥치는 고향을 떠나던 생후 16개월의 아이는 한 강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기의 이름은 모하메드 쇼하옛. 생애 마지막을 담은 이 사진은 2015년 9월 터키 해변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 (3)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이번 참극의 현장은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이 피난 행렬을 이루고 있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사이 국경지대이다.
휴대폰으로 쇼하옛의 사진을 전달받은 아버지 자포르 알람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 이 세상에 사는 의미가 없다”며 오열했다. 알람은 미얀마군의 폭격과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미얀마 서부의 로힝야족 집단거주지 라카인주 집을 떠나던 중 나프강(미얀마ㆍ방글라데시 국경 강)에서 부인과 쇼하옛, 또 다른 3세 아들과 헤어졌다고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홀로 강을 헤엄쳐 방글라데시에 도착한 그는 지난달 4일 가족을 위해 반대편에 배편을 보냈으나 다음날 가족의 전몰 소식과 이 사진만 받아 들었다. 알람은 “아이가 보트에 오르는 순간 군인들이 사격을 시작해 출발을 서두르다 전복됐다고 들었다”며 괴로워했다.
쇼하옛과 알람 가족이 속한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정부군의 만행은 최근 계속해서 고발됐음에도 시리아 내전 등 중대 사안에 밀려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아왔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에 거주하는 약 80만~130만명의 무슬림 소수민족으로 로힝야족에 대한 군의 ‘인종청소’와 같은 학살이 알려져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10월 라카인주 마웅토 경찰초소가 괴한의 급습을 받아 경찰관 9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지역을 봉쇄,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유엔은 현재까지 4만여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주민 사살, 마을 소각 등 미얀마군의 만행에 대한 증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시종일관 학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로힝야족 관련한 실태 조사를 위해 미얀마 정부가 구성한 조사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학살ㆍ차별 행태가 없었다는 결론을 담은 잠정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경찰초소 습격사건의 배후로 무슬림 무장단체 ‘로힝야 연대기구’(RSO)를 지목, 이들이 로힝야족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외부에서 제기된 학살 및 차별 주장을 조사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세 살 난민 꼬마의 죽음… 유럽 양심을 깨우다 15.9.3
가족과 시리아 탈출한 아일란 그리스 코스섬행 보트 전복돼
터키 해변서 주검으로 발견
사진 보도에 청원 운동 잇따르고 더블린조약 고수 英엔 비난 쏟아져
2일(현지시간) 아침 터키 남서부 물라주(州) 보드룸의 해안에서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 에이란 쿠르디(3)의 시신을 터키 현지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쿠르디는 보드룸을 떠나 그리스 코스섬으로 향하던 중 에게해에서 배가 침몰해 익사했다. 보드룸=AP 연합뉴스
빨간 티셔츠와 파란색 반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바로 신은 검은 머리의 아일란 쿠르디(3)는 엎드린 채 얼굴을 해변 모래에 묻고 있었다.
수 시간 전, 에게해 한 가운데 난파선에서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의 손을 놓친 후 이곳 터키 유명 휴양지 보드룸(Bodrum) 해변까지 휩쓸려 온 후 줄곧 그대로였을 것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얼굴이 계속 잠기지만 아일란은 엎드려 꼼짝하지 못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인 시리아를 탈출, 그리스 코스(Kos)섬을 향하는 소형보트에 가족과 함께 몸을 실었던 꼬마 아일란은 구명조끼 하나 걸치지 못한 채 이곳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원전 사고 지역 후쿠시마 80대 老의사 대피 않고 환자 지키다 안타까운 죽음 1.4부산
원전사고가 났던 일본 후쿠시마 현의 시골 마을에서 대피하지 않고 남아 환자들을 치료하던 80대 의사가 숨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4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카노 병원 다카노 히데오(사진·81) 원장이 지난달 30일 병원 내 원장 사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병원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0~30㎞ 가량 떨어진 후타바 군 히로노마치에 위치해 있다. 사고 이후 후타바 군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히로노마치는 사고 후 자율적 피난 대상인 '긴급시 피난준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다카노 원장은 병원에 몸져 누워있는 환자들이 많다며 피난을 하지 않고 진료를 계속해왔다. 이 병원은 내과, 정신과, 신경내과, 소화기내과 진료를 하고 118개 병상을 갖췄지만, 다카노 원장이 유일한 상근 의사였다.
다카노 원장은 비상근 의사의 도움을 받기는 했어도 계속 환자들의 곁을 지켰고 화재 사고 발생 직후에도 102명의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다카노 원장이 환자들을 진료하고 증상을 연구하는 것에 무엇보다도 행복해했다고 말했다.
병원과 지역 주민들은 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당장 진료를 맡아줄 의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원장 사망 후 비상근 의사가 진료를 봤고 다른 지역의 의사들이 돕겠다고 나섰지만 상근할 의사를 구하지는 못했다. 이 병원에서 60㎞ 가량 떨어진 미나미소마 시 의사들은 '다카노병원을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어 자원봉사를 할 의사들을 모으고 있다.
원장의 딸로 이 병원 이사장인 미오 씨는 병원 홈페이지에 "군내 유일하게 남아있던 의료기관으로, 지역 의료의 불을 꺼트리지 않도록 분투하고 있다"며 "'어떤 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해나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지역의료를 지키고 싶다"고 적었다
[민교협의 정치시평] 차기 대통령의 자격과 시민혁명 성공의 요건 1.4 프레시안
한국사회가 시민혁명의 도정에 들어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연인원 100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여한 전대미문의 국민적 저항이 일어난 작년 수개월, 기성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대다수 국민의 뜻이 촛불 시위를 통해 분출하였다. 무엇보다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라는 변혁의 외침이 아래로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로운 의사 표현을 통해 터져 나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혁명에 동반되기 마련인 폭력이 배제된 이 축제와 같은 대규모 평화 집회는 민중의 열악한 삶의 조건들을 고양된 시민 의식으로 혁파하고자 하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모든 혁명적 변화가 그렇듯이 장애물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혁명은 구체제를 뒤엎는 과정이기 때문에 갖가지 반동과 왜곡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이루기도 한다. 무엇보다 비폭력적이고 자발적인 시민 행동이 나름대로 가지는 위엄에도 불구하고 실행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념은 기성 질서의 한 축인 제도 정치를 통해서 구현될 수밖에 없다. 폭력 없는 혁명은 명예로울지 몰라도 그만큼 위태하고 불안정한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거듭된 실정에다 헌정 질서까지 훼손한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당했음에도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한 기사회생을 꿈꾸고 있고, 국정농단의 꼭두각시노릇으로 시종하던 보수집권당은 분열되었지만 여전히 국회구성의 한 축을 이룬다. 심지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야욕에 기대어 재집권조차 노리고 있다.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어느 때보다도 희망이 솟아나는 시기이지만, 과연 시민들이 바라는 수준의 혁명적 변화로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헌재 판결의 고비를 앞두고 있거니와 조기대선이라는 예측하기 힘든 과정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탄핵이 부결되는 경우에는 또다른 상황이 펼쳐지겠으되 예상대로 탄핵이 인용된다면 목전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의 실현이 그 일차적인 관건이 될 것이다. 정권 교체 자체도 의미가 크지만 어떤 지도자가 어떤 방식으로 당선되느냐도 중요하다. 그에 따라 시민혁명의 과업을 현실 정치 속에서 추진할 동력이 어느 정도일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선출 과정에는 복잡한 정치 공학이 개입되고 거짓 문제가 진짜를 위장하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 가짜 문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 사태를 초래한 문제의 본질로 보고 이를 근거로 대선 전에 개헌부터 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부의 주장이다. 여당뿐 아니라 국민의당 및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온다. 혁명적 변화는 새로운 헌법을 통해 법제화되어야 하므로 개헌은 필연이다. 그러나 통치 구조의 변경만이 아니라 기본권을 중심으로 공화정의 토대를 재구축하는 개헌이라면, 촉박한 일정에서 정치권 사이의 타협을 통해서 진행될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대선전 개헌 주장은 촛불민심과 무관하고 이를 빙자한 불순한 정치적 책동에 불과하거니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 운운하며 차기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변혁을 주도해야 할 차기 정권의 사명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숨기고 있다. 누적된 적폐를 과감하게 청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대통령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현 대통령이 비록 불통 대통령이고 그로 인해 이런 사단이 초래되긴 했지만, 과연 소통을 좀 더 했다고 해서 이 집단이 국가를 제대로 운영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소통을 더하고 말고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위한 소통을 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다수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추구하기는커녕 국정 농단에 동조하고 부역하는 세력과의 소통이라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 그 세력이 대변하는 구조를 청산하고 혁파하는 것이 당면 과제인 시점에서 소통이니 통합을 중심에 놓는 사고는 문제를 흐리고 나아가서 혁명적 상황을 무산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령 여러 신문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차기대통령의 일차적인 덕목으로 '소통과 통합'이 꼽힌 것은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그같은 덕목은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한 개혁 의지와 추진력이 동반되지 않는 소통이나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문제를 호도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보수권이 대선후보로 영입코자 하는 반기문 전 총장이 한국에서 필요한 것이 ‘화해’의 리더십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을 새겨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보다 촛불 민심 앞에서 마음을 비우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은 여기에서 열린다. 몇 개월간 천만 시민이 주말이면 광장으로 나와서 한목소리로 부당한 기득권 구조와 오랜 적폐를 청산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도자라면 무엇보다 그 역사적 과업을 실행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현실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뚝심과 판단력, 그리고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소통 그 자체라기보다 적폐 청산이요 시민혁명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국민 통합은 주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과업을 제대로 수행할 때 저절로 도래하는 것이다.
시민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부딪치게 될 몇 번의 고비를 이겨내야 하고 기득권 구조 개편의 과정을 지켜보고 지원하는 시민들의 실천이 지속되어야 한다. 탄핵 인용을 전제로 앞으로 진행될 시민 혁명의 완성 과정을 꼽아본다면 다음의 네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정권교체가 혁명적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것, 둘째, 이를 토대로 신정부가 집권 초기 과감한 인적쇄신과 적폐청산을 시행하는 것, 셋째, 굳어진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새 질서를 구축하는 흐름을 이룩하는 것, 넷째, 이와 동시에 개헌을 추진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새 헌법을 정초하는 것이다. 새로운 헌법에는 권력 구조와 통치 방식의 변화만이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분단 체제 극복의 과제, 다원화 사회에서의 민권 문제, 지방 분권과 복지 및 교육에 대한 공공적 책임 등에 대한 전향적인 규정이 담겨야 할 것이다.
혁명적 변화의 시기는 또한 위기이자 혼란을 내포하는 과도기이기도 하다. 1000만 명의 시민이 직접 민주주의의 전면에 등장한 사태는 그만큼 이 공동체의 기성 질서가 질곡이 되어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증좌다.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추세가 더욱 심화되는 시기에 민중의 생활 체험에 기반하고 있는 이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지금까지 촛불을 통해 보여주었듯이 앞으로 다가올 대선을 비롯한 긴 시민 혁명의 도정에서 가짜 문제를 식별하고 대다수 국민의 뜻에 대한 사심 없는 이해와 실천의지를 갖춘 지도자를 변별해 내는 시민의 혜안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기다. / 윤지관 덕성여자대학교 교수
밥상물가, 쌀값 빼고 다 올랐다 1.4국제
무 1개 3000원 배가량 급등…전통시장 반찬거리 장보기, 작년보다 월 10만 원 늘어
市, 오늘 설 물가 대책회의
새해 벽두부터 밥상 물가가 급등하면서 김 씨처럼 장바구니를 쥔 주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이미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라면(농심 평균 5.5% 인상)과 맥주 가격이 줄줄이 오른 데다 최근 급등한 식료품 가격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설을 앞두고 더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특히 채소 가격의 급등이 문제다. 기상 여건 악화로 인한 생산량 및 반입량 급감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올라도 너무 오른다'는 말이 나올만큼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무(1개) 가격은 지난해 1월 1500원에서 현재 3000원으로, 양배추(1통)는 2500원에서 5000원으로 배가량 치솟았다. 달걀 가격은 말할 것도 없다.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한숨이 깊어지는 건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부전시장 내 대저상회 이수연(40) 사장은 "경기가 나쁠 때 가정에서 줄일 수 있는 게 먹을 것밖에 더 있나. 오른 가격 때문에 주저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많다.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마저 닫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민중의 소리 사설] 쌀값 정책 실패를 농민에게 떠넘기는 정부 1.4
정부는 2016년 12월 29일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 매입가격이 80kg당 12만9807원으로 확정됨에 따라 기존에 지급됐던 65만9000톤에 대한 우선지급금을 환수한다는 것이다. 벼 40kg 1등기준 45,000원도 많으니 860원을 토해내라는 것이다. 환수규모는 총 197억2,000만원, 호당 7만8,000원 가량이다. 정부수매에 응한 25만 농가가 우선지급금 일부를 게워내야 한다. 농협을 통해 고지서가 2월중에 나오고 올 12월까지 납부하라는 거다.
우선지급금 제도가 시행된 2005년 이후 시중시세가 우선지급금보다 낮은 초유의 사태가 16년에 발생했으며 그원인은 두말할 필요 없이 정부의 쌀 정책 실패에 있다. DDA협상이 완결되기 전까지 쌀 수입을 동결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쌀 전면관세화 개방을 결정하더니 이것도 모자라 매입의무가 사라진 밥쌀용 쌀을 지속적으로 수입했다.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를 발표한 29일, 같은 날 정부는 공교롭게 의무수입량 12만 6,000톤 매입을 결정했으며 이 중에는 밥쌀용 쌀 2만 5,000톤도 포함돼 있었다. 작년부터 정부가 입버릇처럼 외친 재고량 특별대책은 사료용으로 벼를 쓴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 공공급식 확대와 남북식량교류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농업을 무시하고 배제한 개방정책, 70년동안 지속된 친재벌 저곡가정책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적폐의 고통은 농민이 짊어지고 있다. 남북관계만 제대로 풀렸어도 농업이 이정도로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성공단 까지 막혔으니 할 말이 없다.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 발표는 농민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한마디로 쥐꼬리만 하게 줘놓고 쥐꼬리도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2015년 공공비축미 가격보다 20% 하락한 가격을 책정해놓고 이것도 많다고 환수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박근혜가 탄핵소추되고 정국이 격랑치는 정세 속에서 황교안과 김재수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농민정서다. 박근혜만 잘라낸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농민들은 실감하고 있다. 농민을 무시하고 농업을 천대하는 세상의 질서를 뿌리부터 흔들어 바꾸지 않으면 결국 근본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농가당 납부액 7만 8,000원. 실은 이거 있다고 농민이 살고 이거 없으면 죽는 것도 아니다. 공공비축미 환수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저 발상의 근본을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 저들의 오만과 독선을 한번은 제대로 손봐야 한다.
공공비축미 환수투쟁은 전농민의 지지를 받고 진행될 투쟁이다. 수세투쟁의 기세로 싸움을 하되 납부반대 투쟁이 아니라 전농납부투쟁으로 키울 것을 생각해봄직하다. 197억원을 전농으로 모아 정권과 제대로 붙어보자고 제안하는 것이 정세에 부합된다. 변동직불금이 허용보조 1조 4,900억원을 넘어서 농가지급액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더욱 폭발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하나의 힘은 작지만 전체가 되면 정권과 맞붙어볼만 하다는 인식을 농민들 속에서 확산할 기회다. ‘7만 8,000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지만 197억원이 있으면 산다’ 전봉준 투쟁단의 3차 봉기를 기대한다.
전원책의 실체? “박근혜가 토론 제일 잘했다”던 과거 1,5국민
JTBC신년토론회 이후 ‘진짜 보수’를 자처하는 전원책 변호사가 재평가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전 변호사의 과거 행적을 되짚으며 “합리적인 보수가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4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 변호사가 2012년 1차 대선토론 직후 “박근혜 후보가 가장 나았다”고 평가한 기사가 올라왔다.
당시 한겨레 인터뷰에 응했던 전 변호사는 13명의 전문가들 중 유일하게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토론에서 우위를 차지했다고 평했다. 기사에 첨부된 도표를 보면 나머지 전문가 중 6명은 문재인 후보가 ‘우세’하다고 했고 6명은 ‘백중’이었다고 분석했다.
전 변호사는 “예상외로 대응을 잘한 박근혜 후보가 가장 나았다고 본다”며 “그 다음으로 문재인 후보는 무난했는데, 구체적 답변을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희 후보는 토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인신공격적 발언이 너무 많아서 가장 못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네티즌들은 “전원책이 이런 사람이었다니 실망스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원책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건강한 보수는 정말 없는 건가” “‘썰전’은 만들어진 이미지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전 변호사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유세한 사진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당시 전 변호사는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나 의원은 현실정치를 7년 넘게 경험하면서 박원순 후보에 비해 시각이 넓다고 생각한다. 박 후보에 비해 단점이 적다는 것이 나 후보를 선택하도록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원책은 JTBC ‘썰전’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보여주며 합리적인 보수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 2일 JTBC 신년토론회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말을 자르고 거듭 언성을 높여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빨갱이 혹은 블랙리스트 1.5 경향
“빨갱이 XX들! 박원순 지지하는 놈들은 다 빨갱이야.” .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저자를 한 대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2011년 10월, 박원순과 나경원이 맞붙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며칠 앞둔 날이었다. 기자들 몇이 경제부처 과장급 공무원과 저녁 자리를 가졌다.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자연스레 화젯거리가 됐다. 누군가가 즉석에서 가상투표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손을 들고 보니 박원순 지지가 일방적으로 많았다. 과장은 나경원 지지자였다. 그가 벌떡 일어서더니 삿대질과 함께 내던진 말이 “빨갱이 XX들”이었다.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항의 표시를 했지만 밤새 분이 삭지 않았다. 그 선거에서 서울시민들은 박원순을 택했다.
그닥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은 며칠 전 또 다른 자리를 계기로 되살아났다. 세종시의 모 부처 관료들과 가진 자리였다. 한 사무관이 대뜸 “요즘 언론은 너무 좌편향적”이라고 말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관련 보도에 대한 항의로 읽혔다. “도대체 좌파가 뭐냐”고 물었다. “정부에 반대하면 좌파”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째다. 관료들은 한국 사회의 좌경화를 걱정하지만, 나는 되레 관료의 우경화를 걱정한다. 한국 사회가 왼쪽으로 간 것이 아니라 그들이 너무 오른쪽으로 갔다. 한국에서 ‘우경화’는 ‘권위주의의 부활’과 이란성 쌍둥이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고집했고, 외교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나홀로 이뤄냈다. 국방부는 전격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다. 마치 새벽에 밀어붙인 군사작전 같았다. 대화는 없었다.
자신을 비판한 개인과 단체는 ‘블랙리스트’로 묶었다. 가차 없었다. 문학계의 노벨상이라는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한강도, 아시아 최고 영화제라는 부산국제영화제도, 경향신문도 딱지가 붙었다. 블랙리스트 명단은 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블랙리스트는 표현만 달리했을 뿐 빨갱이의 다른 이름이다.
관료 개개인이 우경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누적된 인사의 결과로 보는 것이 옳다. 청와대는 수첩에 말을 잘 받아적는 ‘올드맨’들을 복귀시켰다. 그들은 시키는 대로 잘하는 관료들만 승진시켰다. 가뜩이나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특정 지역 인사들이 중용되면서 권위주의는 더욱 강화됐다. 부적절한 지시를 거부한 관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쁜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었고, 끝내 옷을 벗었다. 그러니 우경화는 필연적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짓궂은 상상을 해본다. 만약 정권교체가 되면 어떻게 될까라고. 새 민주정부가 들어섰을 때 “빨갱이 정권과는 일 못하겠다”며 사표를 던질 관료가 얼마나 있을까? 나는 그럴 관료가 많지 않을 것이라 본다. 10년 전 정권교체 때 과감히 낯빛을 바꾸었던 관료들을 하도 많이 본 탓이다. 한 고위관료는 노무현 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는 내가 만들었다”고 외쳤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실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세금”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제 손으로 종부세를 무력화시켰고, 공공기관장으로 영전했다.
새 정권의 출범을 바라는 마음 한구석에는 권위주의에 절어 우경화된 관료들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개인적 갈망이 있다. 관료들의 도시인 세종시는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기저에 흐르는 공심(公心)은 현 정권 주류와는 달랐다. 낮은 자세로 국민과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관료들이 많다. 이들의 앞길을 터주기 위해서도 새 정부가 필요하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7년 신년사에서 “우리 의회 민주주의는 강하다. 협력과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면서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느냐고? 아니다. 반대와 비판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메르켈 정부와 같은 철학을 가진 정권이라면 누구라도 좋다./경제부 박병률 기자
"DJ의 6.15 존중" 파격 '보수신당' 강령 대해부 1.5프레시안
[분석] '박정희·박근혜' 흔적 지우기…4.19부터 10.4까지 열거
새누리당을 집단 탈당한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이 주축이 된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정강·정책 가안이 5일 공개됐다.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이 지향했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시도가 상당 부분 희석됐고, 오히려 군사 정권에 맞섰던 민중 항쟁·혁명사들이 전문에 열거되어 주목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극적으로 노출된 삼권분립 등 민주주의 기초 질서 훼손을 다시금 바로 세우려는 의지도 전문 이곳저곳에 구체적으로 담겼다. 경제 영역에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내세웠던 '창업과 과학 기술 혁신을 통한 성장' 전략과 지속 가능한 복지, 재벌 개혁 등이 언급됐고, 공교육 정상화와 원전 해체와 같은 정책 방향도 담겼다.
다만 유 전 원내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중부담-중복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신당이 새로운 보수 정당으로서의 위치 설정을 어떻게 할지를 보여줄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안보 분야에서는 "강력한 군사적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 "독자적 국토 방위 능력을 확보한다"와 같은 표현이 들어갔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 또한 명시되었으며 통일 분야에서는 앞서 야당의 정강-정책 수립 때에도 논란이 됐었던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 선언'도 언급됐다.
이는 전체적으로 새누리당의 정강·정책보다 상당히 '좌클릭'한 것으로 평가된다. 뒤집어 말해 기존에는 진보 진영의 정책 방향으로만 여겨졌던 복지, 재벌 개혁, 공교육 정상화 등의 가치와 정책 방향이 세월이 흐르며 보수 진영 또한 추구해야 할 '시대 정신'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뜻한다.
일제·군사독재에 맞선 민중 항쟁사 열거
"오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대일항쟁기 3.1 운동의 정신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고, 전쟁의 잿더미와 군사적 대치의 부담 속에서도 전 세계가 놀랄만한 산업화를 이룩하였으며, 4.19 혁명과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을 거치며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이 과정에서 안보와 성장 중심의 보수적 가치는 국가 안보를 든든하게 하고, 국민 경제를 튼튼하게 만든 초석이었다."{(보수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 전문 도입부}
신당 정강·정책(가안)은 전문에는 이처럼 3.1 운동 정신과 임시정부 법통이 직접 언급돼 우선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서술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한 현행 헌법에 충실하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정강-정책 전문이 "우리 국민은 일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수많은 대내외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겨내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건국"했다고 언급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다만 신당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만 기술하고, '정부 수립'과 '건국' 중 어떤 표현도 쓰지 않아 뉴라이트가 수년째 불 지피고 있는 '건국절 논란'을 피해갔다.
4.19 혁명과 부마 항쟁, 5.18 민주화 운동 등 과거 항쟁사를 나열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 또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는 현행 헌법 정신에 충실하려고 한 시도로 평가된다. 새누리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역대 군사 독재 정권에 맞섰던 민중 혁명·항쟁사를 당 정강·정책에 아예 기술하지 않고 있다.
대신 "가장 짧은 기간 내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완성시킨 자랑스러운 역사"란 말로 해방 이후 사회 발전상을 짧게 설명하는 데 그쳐, 뉴라이트를 비롯한 사회 극우층의 역사 인식만을 담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신당의 정강-정책에 이처럼 항쟁사가 기술된 것은, 한국을 오랜 시간 지배해 온 '레드 컴플렉스'가 더는 보수 진영 안에서도 무비판적으로 활용되는 '공격 무기'가 될 수 없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서구권 국가의 헌법이나 각 정당의 강령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곤 하는 국내 민중 혁명사 기술은 그간 한국에서는 유독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 식의 논리에 부딪혀 왔다. 보수 정당은 물론, 자칭 진보 내지 개혁 정당 안에서도 번번이 논란이 됐었던 게 현실이다.
특히 지난 2014년 3월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통합 신당 구성 논의를 하던 때에는 안 의원 측이 "회고적"이라는 이유로 4.19 혁명과 5.18 항쟁을 정강·정책에서 삭제하자고 주장하고 나서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는 빈축을 샀었다.
재벌 중심 성장, 규제 개혁 배척…박정희-박근혜식 '경제'는 가라
박정희-박근혜 식 '경제 패러다임'을 지양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신당의 정강·정책안 전문에는 "재벌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은 그 성공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정경유착과 불공정 거래로 오히려 시장경제의 활력과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정책 1파트인 '정의·인권·법치' 중 '자유 시장 경제와 정부 규제 개입' 파트에서는 "불필요한 규제는 혁파하여 시장 경제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되, 사회 정의와 시장 질서 등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정부가 적극 개입한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재벌 중심 경제 성장론이 현재 한국 경제에는 더는 유효한 전략이 아님은 물론, 더 나아가 '시장 경제의 활력과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인식을 담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 수차례 강조하며 밀어붙인 '규제 철폐'에 대해서도 신당은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정부가 적극 개입한다"고 하며 거리를 뒀다. '작은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지향하고 시장 논리를 사회의 최우선 이념으로 뿌리 내리려던 신자유주의가 이제는 한국 보수 진영 일부에서도 배척되는 듯한 모습이다.
노인 부양·육아·건강보험 '사적 부담 및 민간 역할 최소화"
이런 인식은 정강-정책의 하부 내용인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 파트에서도 계속 눈에 띈다.
신당은 "노인 부양과 육아 및 교육의 사적 부담을 최소화한다"고 했고 "공교육 정상화, 내신 평가 및 입시 제도의 개선, 고등학교 교육 의무화 등을 통해 교육이 기득권의 유지 수단이 아닌 공평한 기회의 사다리가 되도록 한다"고도 했다.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택 등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이 아니라 쾌적하고 안전한 삶의 공간, 동동체 회복을 위한 공간이 되도록 한다"고 했고, 건강 보험과 관련해서는 "국민 건강 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고 민간 의료 보험은 최소화하는 등 역할 재정립"을 한다고 했다.
특히 건강 보험과 관련해서 신당은 "불합리한 건강 보험 부과 체계를 경제적 능력과 상황에 맞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부과 체계로 개편하여 안정적인 재원 마련에 노력한다"고도 첨언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나 이행되지 않았고, 민주당의 지난 4월 총선 공약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유승민의 '중부담-중복지' 대신 '균형 재정' 강조한 복지
다만 '복지'와 관련해서는 일각의 예상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강·정책 중 복지 파트는 "사회적 합의로 복지 수준과 재정 규모를 정하고 부담과 혜택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재정을 달성함으로써 재정 건전성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복지를 제공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는 유 전 원내대표의 '중부담-중복지(복지 확대와 이를 위해 일부 증세)'와 비교해 상당히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복지 수준에 대한 평가를 따로 하지 않고 지향할 복지 수준과 재정 규모를 '사회적 합의'란 말에 뭉뚱그렸으며, 어떤 규모의 복지를 지향하든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재정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정강·정책 전체를 살펴봐도 '따뜻한 복지' '튼튼한 사회 안전망' '지속 가능한 복지'와 같은 추상적 표현이 주로 쓰였을 뿐이다. 노동과 관련해서는 '노동시장 양극화 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혔으며 구체적으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한 대우를 받도록 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에 노력함으로써 청장년의 일자리 안정성을 제고한다"는 표현이 쓰였다.
그러나 노동삼권 보장과 관련한 언급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노동 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 관계 교섭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취약 근로 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는 언급이 있긴 하나, 이는 정규직 기득권 해체를 지향한다는 쪽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 개혁보수신당(가칭) 유승민 의원(왼쪽에서 네 번째)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가칭) 중앙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구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대표,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 유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유승민 표 '혁신 성장 전략', 정강 정책에 그대로
신당 정강·정책에 중 '성장 전략'을 언급한 '2. 경제. 과학기술. 창업' 파트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혁신 성장론'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신당은 "재벌 개혁을 통한 새로운 성장전략 추구" 항목에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간에 공정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기술혁신에 의한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을 추구한다"고 했다.
또 "재벌 개혁을 통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에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한다"고 했고 "저부가가치형의 수출산업은 기술혁신에 의한 고부가가치형으로 전환하고, 중소기업과 창업활동을 적극 지원한다"고 했다.
과학 기술 발전과 창의적 인재 육성 노력, 과학 기술인이 우대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연구 개발 방식 지양, 창업 투자를 지원하는 금융 지원 제도 개혁 등의 언급도 유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9월 처음 제시한 '혁신 성장론'의 내용과 같다. (☞ 관련 기사 : 유승민 "혁신 가로막는 재벌 개혁할 리더십 필요")
사드 도입 의지 강조하고…6.15 10.4 평화 통일 존중
'보수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 안보 파트에도 공을 들였다 .신당은 안보 부문 첫 문단에서 '독자적인 국토방위 능력 확보'를 거론했다. "전통적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발전시켜 나감과 동시에 무기 체계, 정보자산 등 지속적 국방 개혁을 통해 독자적인 국토 방위 능력을 확보해 국가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유지한다"가 해당 문단의 전체이다.
신당은 또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강력한 군사적 방어체계를 구축한다"고 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되"라는 문장을 명시적으로 삽입해 두었다.
통일 파트에서는 "7·4 남북 공동 성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존중하면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 평화 통일을 지향하고 남북 관계 개선과 효과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또한 새누리당 정강·정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대목이다.
삼권분립 강화 수차례 언급…"계파주의 배척"
애초 신당의 출범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시작된 만큼, 이들의 정강·정책에는 민주주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 및 개혁 방안도 여럿 제시되어 있다.
우선 "삼권분립 강화"가 정강·정책 여러 곳에서 강조되고 있고, "사법정의 구현을 위해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근절하고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 등 권력 기관에 대한 개혁 조치를 강구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의회 정치를 활성화하여 행정부와의 수평적인 협조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했고 "생산적인 정당 활동을 해치는 인물 중심의 계파주의를 배척하고 공천을 포함한 당내 운영의 투명화를 통해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한다"고 선언했다.
신당은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일부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이들은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국민소환제도, 개별 정책에 대한 국민 투표 제도 등"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김세연 정강·정책 팀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강·정책을 발표하며 "민생 정당, 정책 정당으로 국민께 보여드릴 생각이라 주거, 보건 의료 등 기존 보수 정당이 보여주지 못한 국민의 삶에 대한 실질적 개선을 가져올 정책에 대한 주요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타락한 보수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며 "신당은 보수의 본류이자 적통을 이어받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18살 투표권’ 추진하겠다더니…보수신당 하루만에 후퇴 1.5 한겨레
개혁보수신당(가칭)이 ‘개혁입법 1호’로 내세웠던 ‘선거연령 만 18살로 하향 조정’ 방침을 하루 만에 번복했다. 개혁적 보수를 내세운 신당의 발걸음에 시작부터 의문 부호가 달린 셈이다.
정병국 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준비회의에서 “어제(4일) 그 회의 자리에서는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대해) 전체적으로 이견이 없었지만, 당헌·당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론으로 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이견이 있고, 어제 참석하지 못한 분도 있으므로, 이 부분도 다른 사안과 마찬가지로 추후 토론 등의 과정을 거쳐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연령은 18세로 하기로 합의를 봤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법안을 통과시키고 가능하면 이번 대선부터 적용하도록 하겠다”던 전날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는 '묵념 훈령' 거부한다" 1.5 프레시안
"4.3 희생자도, 5.18 희생자도, 세월호 희생자도 추념해야"
정부의 '세월호 희생자 등에 대한 공식 묵념 금지' 훈령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도 5일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는 부당한 훈령을 따를 수 없습니다. 제주 4.3 희생자도, 광주 5.18 희생자도, 세월호 희생자도 추념해야 될 분들입니다. 어찌 국가가 국민의 슬픔까지 획일화한다는 말입니까?"라고 적었다.
박원순 시장은 "황교안 권한대행은 훈령과 지시를 내려 보낼 것이 아니라 파탄난 민생 현장으로 내려와야 할 것입니다"라고 비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끄는 행정자치부는 국민의례를 할 때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한 국민의례 규정(대통령 훈령) 일부 개정령을 적용했다고 4일 밝혔다.
행자부는 5.18이나 4.3 등에서는 행사 성격상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할 수 있지만, 세월호 희생자의 경우 참석자 합의를 거쳐 국민의례 도중에는 묵념하지 않고 사전에 묵념하는 시간을 갖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는 '공식적인 묵념 대상'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묵념 대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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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학살’ 대한민국, 피고석에 앉을까 1.5 한겨레
베트남 중남부 빈딘성 떠이선현 떠이빈사에 세워진 ‘빈안 학살사건’(1966년) 추모비의 모자이크 그림.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학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구수정씨 제공
구수정(50)씨가 경찰의 전화를 받은 건 지난 7월이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고소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지난 8월23일 출석해 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조사관이 이 문제를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해서 답하기가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하기야, 역사적 사실의 전모를 알아야 수사를 할 수 있을 텐데 누군들 쉽겠어요.” 그는 “사실관계 확인보다는 ‘고소인이 당신 주장이 허위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서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구씨는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하는 사회적 기업 ‘아맙’의 본부장이자 지난 9월 출범한 ‘한국-베트남평화재단’(한-베평화재단)의 이사다. 직업이나 직함은 앞으로도 바뀔 수 있지만, 베트남 유학중이던 1999년에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사건을 <한겨레21>을 통해 한국에 최초로 알린 사실은 결코 바뀔 수 없다. 논문 발표와 구술 채록, 언론 인터뷰 등 진실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에 매달리다 보니 어느덧 17년이 지났고, 예고 없이 ‘법’과 맞닥뜨렸다. 그 만남은 썩 흔쾌하지 않았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사과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상징물인 ‘베트남 피에타’(왼쪽).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이 조각상은 아기를 안고 자장가를 부르는 엄마의 형상인데,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 ‘평화의 소녀상’(오른쪽)을 제작한 김서경(51)·김운성(52) 부부 작가의 작품이다. 올해 안에 베트남 민간인 학살 지역과 국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장의성(72)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참전자회) 복지부장이 검찰의 연락을 받은 건 지난 5월이었다. 4월27일 한-베평화재단 건립추진위원회 발족과 ‘베트남 피에타상’ 공개 직후, 참전자회는 ‘구수정 등 음해세력 대응 및 대책’을 논의하는 시·도지부장 간담회를 잇따라 열었다. 이들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방부, 외교부 등에 대응을 요구했다. 얼마 뒤 검찰에서 이들에게 고소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다. 장씨는 고소인 831명의 대표를 맡았다. “저쪽이 허위사실을 떠들어대도 우린 인터넷도 못하고, 세월을 참고 지나왔는데 하는 짓이 갈수록 태산이잖아. 일본이 한 짓이 있으니 아베가 소녀상 때문에 고초를 겪는 거야 그럴 만하다지만, 우리가 무슨 성폭행을 했다고 피에타상이야?” 그는 “임의단체 시절엔 생각도 못하다가 3년 전에 공법단체가 돼서 이렇게 소송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참에 그런 짓 다시는 못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17년 전 처음 구씨의 보도를 접한 그도 마침내 법을 만났고, 이렇듯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참전자회는 구씨가 지난 2014년 일본 <주간문춘>과 한 인터뷰 기사와 베트남 평화순례 때 발언을 담은 동영상, 올해 <한겨레>와 한 인터뷰 기사 등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제출한 자료에는 1999년 이후 구씨의 행적과 관련해 웬만한 것들이 다 들어 있었다. 구씨는 “조사관이 <주간문춘> 인터뷰에 대해 가장 길게 물어보더라”고 했다. 이 인터뷰에는 한국군의 베트남 여성 성폭행에 관한 언급이 한 차례 나온다. 참전자회가 이 인터뷰부터 문제 삼은 것과 장씨가 ‘아베’ ‘성폭행’ ‘피에타상’을 두서없이 언급한 것은 징후적으로 겹친다.
한국은 위안부 외면한 일본과 다를까
올해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하나의 담론 안으로 들어온 해다.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위안부’ 관련 합의가 촉매 구실을 했다. 철거 논란에 휩싸인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부부 작가가 베트남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사과하기 위해 만든 ‘베트남 피에타상’은, 우리의 근·현대사가 일방적인 피해자로 기술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베트남에 대해 가해자였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꼬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역설적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핵심은 피고소인이 공표한 내용의 진위다. 참전자회가 구씨의 주장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제출한 것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이 없었다’는 국방부 쪽의 답변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처음부터 이런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피해를 주장하는 쪽의 증언을 청취하거나 현지조사를 벌인 적은 한 번도 없다. 한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일본 아베 정부가 “입증 자료가 없다”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일관되게 부인하는 논리를 연상시킨다.
반면 구씨의 주장은 베트남 현지인들에 대한 수많은 인터뷰와 베트남 당국의 여러 조사자료, 한국군 주둔지에 들어선 60개 안팎의 희생자 위령비와 아직 3개가 남아 있는 ‘한국군 증오비’로 뒷받침된다. 지금까지 구씨가 정리한 각종 공식자료만 33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는 1968~1970년 주베트남 미군사령부 감찰부 조사보고서 등 미국 쪽 자료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희생자는 9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참전자 단체들은 이 모든 것을 허위, 날조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자신들이 “전우”라고 부르는 일부 참전 군인들의 학살 증언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참전자 단체는 지난해 4월7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초청 행사를 막았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민간인으로 위장한 베트콩”으로 단정했다. 이들에게 베트콩은 마땅히 죽여야 할 적이었다. 성폭력은 전혀 없었고, 여성 희생자의 젖가슴을 도려낸 건 베트콩이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 세워진 베트남전 희생자 위령비. 2014년 2월 현지 주민이 기자에게 위령비를 가리키며 연혁을 설명하고 있다. 위령비에는 민간인 희생자 7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임재성(36) 변호사는 법조인이 되기 전에 먼저 법과 만났다. 그는 병역거부자로 재판을 받고 실형을 산 뒤 변호사가 됐다. 2000년대에 대학을 다닌 그에게 베트남전쟁은 1948년 제주, 1980년 광주와 마찬가지로 기억해야 할 국가폭력의 현장이었고, 병역거부의 이유이기도 했다. 그가 속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아시아인권팀은 지난해 7월 베트남에 다녀온 뒤 올해 초 민변에 ‘베트남전쟁 연구모임’을 꾸렸다. 그는 간사 역할을 하면서 구씨와 알게 됐고, 한-베평화재단 이사로도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 7월, 법과 처음 대면한 구씨한테서 연락을 받았다.
베트남전쟁 연구모임은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이라는 사실 자체는 널리 알려졌는데도, 공식적 조사와 사과, 배상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됐다. 이 문제를 법률적으로 검토한 뒤, 베트남 피해자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국가배상 소송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활동을 벌여나가자는 구상에 이르렀다. “그러려면 민간인 학살을 사법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작업이 방대해서 마땅한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임 변호사는 “그런데 참전자 단체 쪽에서 이렇게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장완익, 김남주, 박진석, 임재성 변호사 등이 먼저 변호인단을 꾸려 선임계를 제출했다. 추가로 변호인을 모아 10명의 진용을 갖췄다. 변호인단은 곧 경찰에 온갖 문헌 기록과 인터뷰 기록 등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들은 베트남 정부의 공식 조사자료를 번역하고, 내년에는 베트남 현지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법률적인 사실관계를 특정하는 일도 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거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임 변호사는 “첫 단추는 학살이 있었는지를 확실히 입증하는 것이지만, 특별법 제정과 국가배상 소송까지 멀리 내다보고 준비하려고 한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베트남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크게 높아져 앞으로의 활동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수정씨는 요즘 한국인 학생들과 베트남을 일주하는 평화답사를 하고 있다. 한달 넘게 이어지는 고난의 행군이다. “그동안 피해자 증언 등을 통해 한국군의 행적을 알리는 일을 해왔지만, 법정으로 가게 되면 당시 한국군의 동선 등과 일일이 대조하는 퍼즐 맞추기 작업이 필요합니다. 나로서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겁니다. 비록 고소를 당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잘된 일 같아요.”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를 공식화한 적이 없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을 정식 군대가 아닌 미군의 용병으로 봐온 역사 인식과 닿아 있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도 한국은 베트남 투자 1위 국가다. 그러나 올 들어 베트남에서는 유력 언론들이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여태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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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비로소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25년이 지나도록 위안부 강제동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사법적인 절차도 없었다. 피해자들은 이제 한국 정부로부터도 배제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베트남에 대한 가해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않는 한 베트남의 피해자뿐 아니라 한국의 피해자들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통의 굴레 안에는 베트남에서 목숨을 잃은 5천여명과 부상자 1만여명, 고엽제 후유증 환자 2만여명도 포함돼 있다. 법은 지금 역사의 시험대로 들어서는 작은 입구에 서 있다.
'촛불 폄훼' 서석구, 영화 '변호인' 실제 재판관 1.6 헤럴드
‘촛불 민심’을 부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 서석구 변호사가 영화 ‘변호인’의 실존 인물로 밝혀졌다. 서 변호사는 당시 ‘부림사건’ 판사로 참여해 일부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는 등 진보 성향을 보였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보수로 전향했다.
서 변호사는 5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2차 변론에서 “촛불 민심은 국민 민심이 아니다”는 취지로 촛불집회를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특히 “촛불 민심이 국민의 민의라고 탄핵 사유에 누누이 주장하는데 대통령을 조롱하는 ‘이게 나라냐’라는 노래를 만든 이는 김일성 찬양가를 만들어 구속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2차 부림사건 재판장으로 당시 일부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내렸다. 서 변호사는 과거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시사프로그램 ‘쾌도난마’에 출연, “당시 가난했던 시절의 영향과 좌편향 책을 많이 읽으면서 부림사건이 억울하다고 느꼈다”면서 “40여개의 사실 부분에서 몇 개 부분을 무죄 판결해 당시 엄청난 센셔이션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판결에 대해 “무죄 판결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후회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좌편향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보수단체에서 활동하며 현재 어버이연합 법률고문을 맡고 있다.
서 변호사는 영화 ‘변호인’에 대해 “개봉한 날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날이면서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대선 출정식을 한 날짜”라며 “정치선동영화는 볼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를 망친 대통령”이라면서 “자살율 1위 국가에서 본인도 자살하지 않았냐”고 비꼬았다.
문재인, 반기문 제치고 1위...안철수는 호남에서 지지층 대거 이탈 1,6서울경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지지율이 급등하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제치고 2주만에 1위를 회복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문재인 28.5%(5.5%p▲), 반기문 20.4%(3.1%p▼), 이재명 10.2%(1.0%p▼), 안철수 6.7%(0.8%p▼), 안희정 5.8%(1.6%p▲), 박원순 4.7%(0.8%p▲)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 급등을 ‘신년 여론조사 1위’ 보도 확산에 따른 ‘편승 효과(Bandwagon effect) 때문으로 분석했다. ’편승효과‘란 다수의 지지를 받는 사람을 지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신년을 맞아 각 언론사에서 발표한 대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번 지지율 상승은 지난 2015년 2월 8일 전당대회 직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상승폭이다.
문 전 대표는 TK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선두를 달렸으며 호남에서도 33.4%의 지지를 얻으며 2위 이재명 시장을 오차범위(±8.3%p) 밖으로 밀어내고 15주째 선두를 이어갔다.
반기문 전 총장은 ‘23만 달러 금품수수 의혹’ 관련 보도가 확산하며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지지층이 이탈했다. 특히 핵심 지지층인 50대에서 23.4%의 지지를 얻으며 23.3%의 문 전 대표에 초박빙의 격차로 쫓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4주째 하락세를 보였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3주째 지지율이 떨어졌다. 안 전 대표는 심지어 호남에서는 지지층이 급격히 이탈하며 6위로 밀려났다.(문재인 33.4%>이재명 12.4%>반기문 10.4%>안희정 8.3%>박원순 8.2%>안철수 7.9%)
또한 안희정 충남지사는 5위 자리를 유지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계단 올라 6위로 올라섰다. 이어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7위, 유승민 의원이 8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9위, 남경필 경기지사가 10위를 기록했다.
JTBC 기자 ‘경찰 신고’ 문제제기는 왜 외면 받았을까 1.6 미디어오늘
“보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관찰자로 남았어야” 주장에 비판여론 다수…“언론윤리는 시민들의 공감을 받아야 보편적 윤리로 기능할 수 있어” 지적도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의 미디어오늘 기고로 촉발된 JTBC취재윤리 위반 논란은 여론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박상현 이사는 JTBC 기자가 덴마크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뒤 취재한 행위를 두고 “보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관찰자로 남았어야했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의 기고에 달린 포털사이트 다음 댓글은 1만여 개가 넘었는데, 대부분 박 이사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디 ‘TAK사랑’은 “관찰자로 남아야 한다고요? 그런 언론 덕에 나라가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까요? 언론의 역할은 진실을 찾고 드러내는 것 같은데”라고 적었고 아이디 ‘pflege’는 “대한민국 공중파들이 정권의 나팔수로 활약하는 건 찍소리도 안하다가 그나마 제 목소리 내는 언론은 원칙 들이밀며 까대는 수준이란”이라고 적었다. 두 댓글은 베스트 댓글에 올랐다.
기자사회에선 논쟁이 벌어졌다. 변상욱 CBS 대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두환 정권 때 양심선언하고 경찰에 쫓기는 군 내부 고발자를 CBS사무실에 숨겨주고 박노해 시인 정체와 은신처를 취재하고도 특종을 포기했다”며 “사건에 개입되지 않는 순수 취재는 탁상논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변상욱 대기자는 “언론이 침묵과 왜곡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건 역사 개입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시대현실에서 발을 빼고 진실, 정의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다고? 무 판단을 보류하라”고 주장했다.
김형민 SBS CNBC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JTBC 기자가 함정을 파서 정유라를 끌어들였다거나 정유라를 협박했다면 명백한 취재 윤리의 문제이겠지만, 취재를 거부하는 용의자, 자금 세탁에 그 이름이 쓰였고 외환 도피의 혐의도 있으며 그 외 중대 범죄의 혐의자 내지 참고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를 자신의 ‘취재’를 위해 방치했다면 그것도 아주 엄중한 ‘취재 윤리’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김형민 PD는 “휴머니즘 없는 프로페셔널만큼 위험한 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형민 PD는 이어 “(정유라가) 취재를 거부하고 은신해 있을 때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신병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권력의 힘을 빌리는 것 밖에 없다. 보도하되 개입하지 말라면서 신고를 하려면 취재하지를 말아야 한다는 ‘윤리’는 솔직히 배운 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대체로 온라인에서 지지를 얻었다.
반면 박은하 경향신문 기자는 “JTBC는 경찰과 한 팀을 이뤄 수사에 가담한 셈이다. 두 권력 기관이 팀을 이룬 건 사실 섬뜩하고 쇼킹한 일”이라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는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자신과 시민으로서의 자신을 엄격히 분리하는 행위는 시민적 삶의 자유를 누리고 직업적 결과물에 의도를 의심받지 않기 위한 자기 보호 장치로, JTBC의 보도가 기자사회에 충격을 준 것은 보도 결과와 별개로 셀프 보호장치를 해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은하 기자는 “언론사가 판을 짜고 수사당국 등 권력기관과 팀을 이뤄 혹은 단독으로 플레이어로 행한 사례는 솔직히 무지하게 많다. 이번 JTBC의 건만 빼면 다 나쁜 사례다. 그렇다면 이 사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쉽지 않은 문제다”라고 전하며 “JTBC의 이번 보도가 선의에 기반 했고 비윤리적이라고까지 생각하지 않으며 통쾌한 결과를 가져왔더라도 논쟁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적었다. 이 같은 박 기자의 지적에도 동의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그러나 여론은 이번 일을 둘러싼 논쟁에 비판적이거나 냉소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건강한 논쟁일 수 있지만 (경찰에) 신고했으면 취재하면 안 된다는 식의 생각은 실제 언론사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명제”라고 지적했으며 “신고한 행위가 비판을 받을 정도의 사안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다른 매체에서도 신고와 취재가 병행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하며 “유난히 JTBC에 까칠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고행위가) 특종에 대한 욕심이나 시청률에 기초했다면 문제일 수 있지만 그건 오로지 기자 당사자만 알 수 있다”고 말했으며 이번에 제기된 언론윤리위반 논란과 관련해선 “언론윤리는 시민들의 공감을 받아야 보편적 윤리로 기능할 수 있다. 인정을 못 받으면 직업적 이데올로기 수준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남재일 교수는 “시민대부분이 경찰 신고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지금까지 기자들이 내세웠던 객관저널리즘의 가치를 기자들 스스로가 잘 못 지켜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즉 언론이 시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결과 이와 같은 문제제기 자체가 시민들에게 무의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최순실게이트 국면에서 시민들로부터 가장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방송사에 보도윤리 문제를 제기하며 필요 이상으로 공분을 샀다는 설명이다.
▲ 2013년 7월27일자 중앙일보.
사실 기자가 어디까지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느냐는 물음은 간단하게 답하기 어려운 주제다. 2013년 7월26일 남성연대 대표 성재기씨는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 현장에 있던 KBS취재진은 자살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KBS는 “취재보다 인명구조가 우선이란 생각에 오후 3시7분 경찰과 수난구조대에 1차 구조신고를 했고, 성 대표가 마포대교 난간에서 뛰어내린 직후 수난구조대에 2차 구조신고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 때 KBS는 촬영 대신 투신을 막았어야 할까.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는 최근 기사에서 성재기씨 사건을 언급하며 “취재를 하는 것과 안 하는 것, 모두 언론의 현실 개입 행위다. 언론이 현실에 개입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만 개입할 것인지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 그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 판단은 상황마다, 기자마다, 매체마다 그리고 시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는 이어 “애초에 기자가 현실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윤리강령이 만들어진 이유는 기자를 보호하고 저널리즘을 보호해 진실을 보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남재일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계 토론이 확산돼야한다”고 전했다.
탄핵 반대단체 "종북 간첩 철결해야…계엄령 선포하라" 1.6 MBN
탄핵 반대단체인 '계엄령 선포 촉구 국민연합'은 오늘(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예배와 집회를 열어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윤혜숙 회장은 "종북 간첩을 척결하는 데 검·경이 역할을 못하니 군대라도나서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계엄령이 답?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가 "계엄령이 답"이라는 피켓을 들고 특검 사무실이 있는 대치동으로 행진하고있다. ⓒ 이은진 오마이뉴스
▲보수단체 회원들 "물보다 깨끗한 박근혜" ⓒ 유성호
▲ [오마이포토]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참석한 목회자 "탄핵무효" ⓒ 유성호
朴 탄핵 반대집회에 웬 미국 국기? 1.7 노컷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들고 애국가를 부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7일 오후 2시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의 탄핵 기각 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한쪽에서는 성조기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참가자들은 집회중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시에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흔들었다. 눈을 질끈 감거나 '계엄령 선포'라고 써진 종이를 함께 든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경남 거제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올라왔다는 김모(69) 씨는 "아무래도 현재 시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손을 잡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 성조기를 들었다"면서 "대한민국이 살아야 국민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피플 파워 1.5 한겨레21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2016년 동아시아 정치 달력은 대만의 정권 교체(1월6일 총통선거)로 시작해 한국의 탄핵소추안 가결(12월9일 국회)로 2016년 동아시아 정치 달력은 대만의 정권 교체(1월6일 총통선거)로 시작해 한국의 탄핵소추안 가결(12월9일 국회)로 끝났다. 독재의 유구한 전통을 잇는 대만 국민당, 한국 새누리당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1980년대 후반의 민주화, 세기말(한국 1998년) 세기초(대만 2000년)의 정권 교체까지 두 나라의 현대사는 지독하게 닮았다.
동아시아 전체가 심상치 않다. 2014년 대만의 입법원 점거운동, 2015년 홍콩의 우산혁명 그리고 2016년 한국의 촛불집회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렸던 곳에서 대규모 저항이 있었다.
동아시아 개발주의 마감될까
규탄의 이름은 달라도, 전통적 지배세력에 대한 염증은 공통된 정조다. 아시아 개발국가에서 고성장은 추억이 되었고, 저임금은 오늘이 되었다. 치솟는 집값은 분노의 지수를 높였다. 대만의 국민당, 한국의 새누리당은 떨어지는 경제성장률을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메우려는 손쉬운 선택을 했다. 청년 세대는 살 만한 집을 살 만한 희망을 잃었다. 고착화된 ‘저임금·고비용’ 사회에서 계급이동의 사다리는 무너졌다. 고성장으로 유지된 아시아 개발주의가 한 순환을 그렇게 마감하고 있다.
동아시아 개발국가만이 아니다. 구지배 세력에 대한 탄핵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버마) 등도 다르지 않았다. 2014년 인도네시아는 개혁적 성향의 조코 위도도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2015년 말, 민주화운동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미얀마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리고 2016년 필리핀 대선에서 전통적 지배체제의 바깥 인물인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당선됐다. 요컨대 민중의 외침은 ‘구지배 세력 너네만 아니면 돼!’ 1980년대 후반 ‘피플 파워’라 불렸던 아시아 민주화의 재현이다.
그러나 순결한 대안은 없다.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대만의 천수이볜,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민주화 세력의 정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실망스런 유산을 남겼다. 오히려 민주화 세력도 구지배 체제의 일부가 되었다.
한국과 대만은 다시 전통적 야당에 기대를 걸지만, 이들이 만들 세계가 신세계일 것이란 희망은 크지 않다. 그만큼 기대치도 낮아졌다. ‘안전이라도 했으면’ 하는 기대로 두테르테의 폭력적인 카리스마가 용인된다. ‘극심한 부패라도 없었으면’ 하는 기대가 아시아인이 정권 교체에 거는 최대치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수치의 미얀마에서도 민주화운동 시절의 약속에 맞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도 민중이 변화를 원한 이유는, 구지배 세력이 숨 막힐 만큼 나빴기 때문이다.
옛것은 멈췄지만 새것은 오지 않네
역대급 저항은 있어도, 다른 대안은 조직되지 않는다. 그리스의 시리자만큼 급진적이거나 스페인의 포데모스처럼 사회운동적 정당이 조직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요컨대 상황은 ‘이렇게는 못 살겠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강한 오빠의 사이다 같은 매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그 달콤함은 지속 불가능하다. 다시, 옛것은 작동을 멈췄는데 새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도 나타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절망을 산산이 깨는 피플 파워가 문득 나타나기를. ‘차악이냐 최악이냐’를 넘어선 대안이 2017년 아시아의 태양처럼 떠오르기를. 나도 당신처럼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으므로.
군인, 노인, 자영업 가족들 “나는 매일 착취 당한다” 1.10 주간경향
문제는 이들만이 착취를 당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특수한 상황에 있다는 이유로 특정 집단의 노동력을 할인해 쓰는 것은 결국 한국 사회 전체의 노동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연결된다. 수수께끼 같은 문제다. 노동은 노동인데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노동은? 대표적으로 군에서 의무복무 중인 병들이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현역병, 의무경찰, 사회복무요원 등의 급여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들이 최저임금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법적으로 강제한 것이다. 그렇다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병영 밖 일반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을까.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 역시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집단은 고령층 노동자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법이 정한 최저임금과 현실의 임금 사이의 격차는 커진다. 그리고 아예 ‘무급’이라고 명시된 집단도 있다. 대개 자영업자인 가족과 함께 일하며 임금을 받지 않는 ‘무급 가족종사자’들 역시 노동시장의 경계에 서 있다.
제값을 주지 않고 노동력을 쓰면 ‘착취’가 된다. 착취당하는 이들의 반대편에는 착취하는 자들이 있다. 사회에서 ‘열정’에 대한 대가라는 미명으로 법이 정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열정페이’를 받던 청년들은 이제 국가로부터 그 ‘열정페이’에도 못 미치는 액수의 월급을 다달이 받으며 착취를 내면화한다. 이를 ‘애국페이’라 지칭하는 이도 있다. 병사 봉급 액수를 최저임금액의 40% 이상 수준으로 정하도록 하는 군인보수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국회 국방위)은 “대한민국 국가안보는 과자 한 봉지 값도 안 되는 시급으로 청년의 노동을 착취하는 ‘애국페이’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들만이 착취를 당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특수한 상황에 있다는 이유로 특정 집단의 노동력을 할인해 쓰는 것은 결국 한국 사회 전체의 노동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연결된다. 명목상으로는 최저임금이라는 법적 장치가 있지만 일자리를 얻기 위해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감내하는 고령층 노동자에게는 ‘노인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 한계상황에 놓인 영세 자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더 이상 깎을 것이 없어 자신과 가족의 노동의 대가를 스스로 깎아야 하는 ‘셀프 착취’ 역시 만연하고 있는 것이 2017년 벽두 한국의 현실이다. 이들 집단에 대한 착취가 쉽게 근절되기 어려운 이유는 그들이 집단의 이익을 지키고 권리를 찾기 위해 집단행동을 하기 어렵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한국의 국방 현실에서 병사들이 노조는커녕 병사협의회 같은 기구를 구성하는 것은 어렵다. 최저임금도 받기 어려운 고령층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일자리에서 노조를 결성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는 물론 사회 전체가 문제 해결에 함께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육군 제23보병사단 장병들이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에서 대설로 불편을 겪는 시민을 위해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 육군 제23보병사단 제공
1 군대 가면 ‘애국 착취’
‘새해에 바뀌는 것들’은 해마다 나오는 뉴스다. 2017년부터 병사 월급도 올라서 뉴스 중 한 부분을 차지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7년 병사 봉급은 병장 기준 21만6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9.6% 오른다. 계급이 낮을수록 봉급도 점차 낮아지지만 이병 봉급도 16만3000원까지 올랐다. ‘쌍팔년도’ 군대를 겪은 이들이 보기에는 화폐 가치를 감안해도 상당히 오른 액수라고 여길 만하다. 국방부도 보도자료에서 2012년 병장 봉급이 10만8000원이었던 데서 정확히 5년 만에 두 배로 액수가 올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물론 과거보다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군복무를 한 병사들로부터는 봉급 액수가 아직도 병영생활을 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대답이 나온다. “담배 때문에 월급으론 안 되죠. 안 피우는 애들이야 조금 여유가 있지만…. 군대에서 담배도 못 피우면 군생활 어떻게 합니까.” 지난해 8월에 전역한 예비역 병장인 대학생 이승윤씨(22)는 입대 직후 담뱃값이 오르는 ‘공포’를 겪어야 했다. 2015년 1월부터 한 갑에 보통 2500원가량 하던 담배가 4500원 선으로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르자 한 달 담뱃값만으로도 월급 액수를 넘기는 병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씨는 “담뱃값이 오르고 얼마 안 있어서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말년 병장부터 일·이병까지 담배를 사재기해 놓느라 온통 돈이 궁해져 있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병사 월급만으로 한 달 동안 담배를 사서 피울 수 있느냐가 아니다. 군대에서 노동한 대가로 받는 급여의 수준이 바깥 사회의 수준과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2017년도 병장 봉급을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차이는 극명하다. 월 209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병장 시급을 계산하면 1033원을 조금 넘는다. 최저임금 시급인 6470원의 15.9%에 불과하다. 이병의 시급은 779원으로 최저임금의 12%다. 이마저도 통상적인 근무시간만으로 계산해 나온 것이기 때문에 각종 경계근무와 생활관 내 정비·청소 시간 등 끝없이 이어지는 노동시간을 더해 계산한다면 그 수치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분단국가’와 ‘징병제’라는 핑계도 여기서는 안 통한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징병제를 시행 중인 세계 주요 국가들의 최저임금액 대비 병사 월급 비율과 비교해도 한국 병사들이 받는 월급은 최저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18만원인 베트남에서는 병사 월급이 최고 5만원으로, 최저임금 대비 27%를 지급한다. 이집트와 태국은 병사들의 직업보장성 차원에서 봉급으로 최저임금 100%를 적용하여 각각 16만원, 30만원을 주고 있다. 브라질은 80% 수준으로 지급한다. 한국과 안보상황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만과 이스라엘도 각각 최저임금 대비 33%, 34% 수준이다.
병사들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수형자보다도 적은 일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법무부 예규에 따라 교도소 외부 기업체로 통근작업을 하는 ‘개방지역작업자’들이 받는 일당은 최고 1만5000원으로, 지난해 병장 환산 일급인 6566원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 착취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급여가 낮은 탓에 전체 병력의 3분의 2인 66%를 차지하는 병사들의 인건비는 지난해 예산안 기준 전체 군인보수의 9.7%에 불과하다. 장교 인건비가 전체의 41.5%, 부사관 인건비가 48.7%인 현실과 대비된다.
낮은 봉급을 받는 것은 그저 자신의 노동을 국가에 바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공짜에 가까운 노동력이기 때문에 더욱 쉽게 낭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것이다. 군복무 시절 소대장과 중대장을 거친 장교 출신 직장인 김상민씨(27)는 “군대 갔다온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병영) 밖에서 돈을 조금만 들이면 살 수 있는 물건들도 일일이 소대원들 시켜서 만들게 하는 건 딱히 예산이 모자라서가 아니다”라며 “그렇게 쓸데 없는 작업에 동원된 병사들이 진심으로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일을 했다는 마음이 들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2017년 국방예산은 40조3000억원 수준으로 정부재정 총지출 400조5000억원의 1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병사 인건비는 올해 최초로 1조원을 넘겼다. 당장 현재의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는 것까지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연간 2조5000억원 정도의 추가재원이 있으면 최저임금의 40% 수준에 맞춰 병사 봉급을 올릴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국가는 그동안 최저임금으로 병사 인건비를 계산할 경우 그에 못 미치게 지급한 연간 8조원 이상의 돈을 병사들에게서 착취한 셈이 된다.
김종대 의원은 “최저임금제를 병사들에게 바로 적용하는 것은 재정에 부담이 따를 수도 있으니 최저임금의 40% 선에서 병사 월급을 정하는 군인보수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라며 “법 개정안을 통해 향후 모병제를 시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병사 봉급 예산문제에 대한 완충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 늙으면 ‘노인 착취’
“나이 든 사람들이 느니까 어딜 가나 경쟁이지. 덕분에 돈 안 되는 일만 널렸고 말야.”
이기순씨(76)는 ‘용돈벌이 삼아’ 다니던 지하철 택배 일을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일에 들어가는 시간에 비해 보수는 적고, 그마저도 일거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통에 그날 점심 식대나 겨우 나올까 싶은 날들이 점점 늘었기 때문이다. “돈 없는 노인네들이 일하겠다고 모여드니까 (지하철 택배) 사장만 신났지 뭐. 서로서로 단가 낮춰주겠다고 아우성치는 거 아냐.” 이씨가 그나마 일거리가 있는 날로 계산을 해봐도 수입은 영 신통치 않다. 하루 3건을 배송한다고 쳤을 때 업체 수수료로 30%를 떼고 이씨가 손에 쥐는 것은 1만6000~1만8000원 남짓이다. 거리가 길면 배송비가 약간 오르지만 크게 차이나는 액수는 아니다. 출퇴근시간은 유동적이고 주문이 없을 때는 그저 시간을 때워야 한다. 그래서 시급으로 따지면 2000원이 될까말까다.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항의한 사람이 있었는지 언젠가부터 사장은 “여러분은 개인사업자”라는 말을 수시로 하곤 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일하는 고령층 노동자의 비율은 고령층의 범위로 잡은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10명 중 3명이나 된다. 고령층 노동자의 범위를 55~79세로 잡은 연구에서는 28.9%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60세 이상을 고령층으로 잡았을 땐 37.1%로 나타났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비율이 11.6%인 점을 보면 노인들은 최저임금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착취의 한가운데 놓인 만큼 이들 고령층 노동자의 임금수준이나 고용형태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2월에 펴낸 ‘2016년 고령층 노동시장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53.8%로 절반이 넘었다.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30%대 초반인 점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또 임금 수준이 중위임금의 3분의 2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도 42.2%로 전체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은 아니었다. 서울연구원이 고령층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2.9시간에 달해 다른 연령대 노동자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받는 착취 상황이 노인들을 빈곤으로 몰고 가는 양상이었다. 그 결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노인 빈곤율로 나타났다. 고령층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67.1%, 2인 이하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7.6%를 기록했다. 전 연령대 빈곤율인 14%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노인 착취는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상황 탓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령층 노동자의 취업률은 52.4%로 2005년(46.7%)에 비해 5.7%포인트 올랐다. 경제활동인구(15~64세) 중 50대 이상 취업자는 1000만명을 돌파해 전체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육박했다.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는 65세 이상 노인 취업자 200만명을 더하면 50대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1200만명을 넘어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 결과 75세 이상의 고용률도 19.2%에 달할 정도로 착취의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은 늦춰진다. 한국의 고령층 노동자가 이전 직장에서 퇴직한 뒤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1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하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대책 부재도 문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의 공익활동을 ‘근로’가 아닌 ‘자원봉사’로 사업 지침에 명시했다. 임금을 받는 일이 아니라 봉사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게다가 공익활동 참여시간도 종전의 30시간에서 30시간 이상으로 변경하면서 시간당 보수는 최저임금보다 더 아래로 떨어질 수 있게 여지를 만들었다. 노인일자리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노인의 87.4%가 ‘경제적 도움’을 얻기 위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한 점을 고려하면 취지와 정반대로 정부가 앞장서서 고령층 저임금 일자리 확산에 나선 셈이다.
결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린 퇴직인구의 증가,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의 부족에 더해 정부의 무책임이 겹쳐 노후를 착취의 굴레 속에서 보내고 마는 게 현실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김복순 전문위원은 “고령층 일자리 대부분이 청소·경비·간병인 등으로 이들이 노동 시장에서 쌓았던 숙련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령층이 한 번 빈곤상태로 진입하면 이를 탈출하기 힘들기 때문에 노후소득 확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3 자영업은 ‘셀프 착취’
고령층 노동자에 대한 ‘노인 착취’와 자영업자의 ‘셀프 착취’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노인 착취’가 은퇴 후 노후생활을 위해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고령층의 증가가 원인이듯, ‘셀프 착취’ 역시 은퇴 후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60대 이상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양상이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호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전 연령대에 걸쳐 자영업자 비율이 줄어들었지만 60대 이상에서만 자영업자 비율이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은퇴 후의 경로는 창업을 할 여력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구직과 창업으로 갈라지지만, 자영업이 서기 힘든 경제적 상황 탓에 결국 노동시간만 늘고 수입은 줄어드는 ‘착취’의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12월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국 48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가운데 51%는 한 달 매출이 383만원 이하라고 응답했다. 이 중 월 매출이 100만원 이하라고 답한 자영업자도 21%나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고 매출과 실제 매출과의 차이를 감안해도 평균적인 국내 자영업자의 순이익률은 20%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점을 고려해 계산하면 자영업자의 절반은 하루 종일 일해도 한 달에 70만~80만원 정도밖에 남기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 높아진 고정비인 부동산 임대료 등의 요인과 프랜차이즈 서비스업종의 경우 원료비와 가맹비 등을 고정적으로 본사에 지급하는 부분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정비용이 내려가지 않으면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인건비가 거의 유일하다. 원래 있던 직원을 줄여 혼자 일하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 고용주 단독사업자는 392만명으로 전체의 82.0%에 달했다. 월급을 받지 않는 무급 가족종사자의 수는 115만명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총고용규모는 335만명으로, 1년 전보다 0.5% 감소했다. 통계청은 대다수 자영업자의 매출규모가 열악하기 때문에 추가로 근로자를 고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영업 전반이 위축되는 추세에 따라 사업기간 1년 미만 자영업체의 숫자 역시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같은 기간 30대 이하(-0.8%), 40대(-1.5%), 50대(-0.2%) 등 전 연령대에서 창업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만 유일하게 자영업 신규 진출이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고령층의 자영업 창업비율이 높다는 점은 ‘셀프 착취’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과 연결된다. 청년층의 창업 추세와는 달리 은퇴자금을 쏟아넣은 사업이기 때문에 쉽게 영업을 중단할 수 없을 뿐더러, 부채 상환계획과 폐업 뒤 생계 마련까지의 기간까지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 업장을 유지해야 하는 유인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년층이나 중년층에 비해 동원할 수 있는 무급 가족종사자가 많다는 것도 한몫 거든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계상황에 있는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순조롭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한 방편이지만, 각 자영업 사업장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해줄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다. 퇴직세대의 자영업 진출과 대출 증가는 가계부채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경제의 뇌관을 건드려 내수경기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홍석일 연구위원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의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동네 상권에서 쓸 수 있는 전용 바우처를 만드는 등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지원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절망은 더 깊어졌다 한겨레 21 1.5
예상보다 훨씬 더 나빴다. 2016년 12월 청년들의 마음은 2015년 8월보다 훨씬 더 절망 쪽에 기울어 있었다. 만 19~34살 청년 1천 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했더니 공정성지수, 패자부활지수, 현재 삶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희망 모두 2015년보다 나빠졌다. 유일하게 좋아진 것은 ‘사회참여역량지수’뿐이었다. ‘나의 참여가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은 촛불집회와 탄핵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도 보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하락이다.‘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게 평가하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 2015년 응답자의 14.3%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 이번 조사에선 7.2%로 하락했다. 2015년 ‘박정희’라고 응답한 청년들의 2016년 선택을 추적해봤더니 변함없이 박정희를 꼽은 응답자는 36%에 불과했다. 박근혜에 대한 실망이 ‘박정희 신화’까지 허물어뜨린 것이다. _편집자
조사대상 만 19~34살 1천 명
조사방식 온라인 설문조사
조사시점 2016년 12월20~23일
2015-2016년 동일하게 조사한 공정성·패자부활 지수 등 모두 하락…
박정희 전 대통령 긍정 평가 반토막
청년들의 삶과 사회에 대한 생각
*주관적 계층 인식에 따라 총 10개 계층으로 조사해 5개 계층으로 합산해 분석했으나 상층은 표본이 작아 제외
청년지수 2015년-2016년 비교
*2015년과 동일한 질문을 던져 청년들의 인식 변화를 살폈다. 공정성지수, 패자부활지수, 사회참여역랑지수는 각 하위 질문 항목의 평균을 내어 산출했다. 청년협력지수에서는 2015년 조사에 포함됐던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질문 항목을 빼고 2016년에는 3개 질문만 던졌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
Katia Guerreiro - Rosas & Promes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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