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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길에서

2009 낙동강 1300리를 가다/ 삼랑진에서 부산 화명동까지 -아홉날 2

by 이성근 2013. 6. 7.

 

낙동강이 매리 취수장 앞을  지나옵니다. 낙동강은 여기서 부산시민과 경남도민을 위해 1,725(천 m3/일) 의 물을 공급해줍니다(취수합니다) 참고로 조금 밑에 위치한 물금 취수장은 840(천m3/일)물을 부산시민에게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매리는 덕산정수장을 통해, 물금은 화명정수장을 통해 각 가정으로 배달되어 집니다.  결론적으로 부산시민이 낙동강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로 원수의존율은 94% 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12월 김해시가 물금취수장 앞  소감천 자락에다 일명'매리공단'을 만들려고 하다 부산시민들에게 들켜(낙동강유역청의 사전환경성 검토가 이루어 지는 과정에서) 법정공방으로 이어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시작된 '김해매리공단 저지와 낙동강 상수원 보호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조직되어 4년 여를 지루하게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시작은 28개 공장의 입지에 대한 허가 여부로 촉발된 일이지만 낙동이 가진 물문제의 가장 첨예한 현장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김해시는 부산시민의 반대와 호소에도 불구하고 공단설립 허가증을 '새벽'에 내주고 말았고, 이에 불복하여 집회와 100만인 서명운동 및 낙동강 특별법 개정운동으로 까지 이어졌습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데,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환경부를 비롯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약속(수변구역지정:최소한의 장치)을 이행하지 않을 뿐더러, 정권이 바끼고 난 이후  규제 완화 일변으로 나가다 보니 모두들 알아서 기는 것 같습니다.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환경권과 무수한 환경관련 법률이 존재함에도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개발중심 성장주의의 일면을 보여주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입니다. 나아가 수백만 시민의 생존과 안전의 문제가 불과 28개 공장 앞에 무력한 행정과 정치력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부울경 공존공영을 천명하며 서로 잘 살자고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정작 유역의 첨예한 생존권적 이해가 걸린 물문제 하나 해소하지 못하면서 공존공영이란 말은 어불설설이요 기만인 것입니다.  더욱 기가 찰 노릇은 부산시와 경남도, 그리고 정부의 4대강 정비와 관련한 움직 속에 드러난 광역상수원 계획입니다.

예컨데 낙동강의 수질이 각종 오염사고로 위태로우니 차제에 취수원을 남강댐으로 이전하고 , 유역에는 산업활동을 자유롭게 하자는 '거래'가 그것입니다.  물론 부산시는 낙동강을 포기하지 않는다 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속셈을 모르는 시민은 없습니다. 하지만 또 어떤 시민은 그 논리에 동조하여 취수원 다변화에 편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목포, 광주시민이 영산강을 포기하고 댐물을 먹는 댓가로  얻은 양산강의 현실입니다.    정말 낙동강은 이래저래 피곤하고고달픈 강입니다.  수도 서울의 상수원인 한강과는 천지차이입니다.

 양산천이 낙동강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경악할 일은 4대강 정비 속에 양산천 둔치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둔치부를 절토해서 물길을 확장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멀쩡한 자연둔치를 밀어 버리고 잔디 따위의 조잡한 조경으로 생태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한편 지난 6월8일 부산일보는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 경남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 낙동강 둔치에서 생산돼 온 '물금모래감자'가 이달 말 수확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출처: 부산일보
8일 양산 물금농협과 지역 농가들에 따르면 지역 내 130여 농가가 물금읍 증산리 낙동강변 260여㎡ 사질양토(모래사장)에서 모래감자와 당근, 대파, 토마토 등을 생산, 인근 대도시인 부산 등지에 팔아 왔다.

 

특히 양산특산물인 물금모래감자는 물 빠짐이 좋은 낙동강변의 사질양토에서 성장한 덕에 수분이 적고, 밤같이 타박한 맛을 내 인기를 끌었다. 가격도 다른 감자에 비해 상자당(20㎏) 2천∼3천원 정도로 비싸서 농민들은 연간 30억원(4천t 생산) 이상의 짭짤한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일대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포함(양산1지구)되면서 이달 말 이후로는 이 일대에서 모든 영농행위가 금지됐다.

낙동강 둔치 3만3천㎡에서 감자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74·물금읍 증산리)씨는 "7대째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 자식들을 키웠다"며 "이번 수확이 마지막 수확이라고 생각하니 이 땅과 같이했던 그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고 말했다.

물금농협 관계자는 "지역 내 100여 농가가 이곳에서 얻은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물금모래감자의 명맥이 끊길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오는 2011년까지 1천112억원을 들여 이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김태권 기자 ktg660@

 호포역을 지나 낙동강을 따라 걷습니다.   기차의 차창 넘어 급히스쳐 지난던 금곡동 수변지역입니다.

 오래전부터 서울을 오가며  생가했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화명둔치부터 원동 용당리 구간의 수변을 매입하여 수변구역으로 정하고 부분 부분 무논으로 조성하여 철새들의 이동을 유도해보자는 것입니다.  이 구간 중간 중간에는 원동이나 화재습지가 기존에 있는데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국내 최대의 열차를 이용한 생태관광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어차피 새들은 먹이 자원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 좋고, 김해지역 신어산과 무척산 자락이 낙동강에 발을 담구는  이곳은 경관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또 수질의 보전과 홍수조절지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가정  때문입니다.   

 

 

 

 

 

 비 온뒤 질퍽한 농로를 따라 걷다 포구나무(팽나무)를 만났습니다.  누군가 치성을 드린 흔적도 있고,  또 누군가는 망자의 원을 달랜 흔적도 있었습니다.   

 팽나무 뒷편 낙동강은 여름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낙동강 하구둑으로 부터 20여 km 지점입니다.  지난 2월  지난 25일에서 27일. 환경단체 회원과 환경 전공 교수들이 참여한 '생명의 강 연구단'이  경남 도지사가 '강물이 많이 썩은 것처럼 보이고, 강 주변이 쓰레기장 같다'며 경부운하와 4대강 정비를 역설한데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던 두번째 지점입니다.

 그때 동행했던 인제대 박제현 교수가  화명동 서낙동강과 대리천 합류지점에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수심은  9.2m  강바닥을 긁어 올리니 미세한 모래와 펄이 섞여 있었고  그 상황에 대해 . "여기만 해도 모래가 좋네." 라고 했던 말이 떠 올랐습니다. 그의 말인즉 " 물은 지저분해 보이는데 바닥은 깨끗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퇴적되지 않고 계속 흐르는 곳이어서 그렇다는 게 박 교수의 판단이었고, 그래서 박 교수는 이 지점부터 강어귀둑의 오염지역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그때 첫 조사지점이었던 하구둑 근처, 수심은 8.5m에서 퍼 올린 저질의  성분은 시커멓게 오염된 오니였습니다. 유속은 0㎧.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흐르지 못한 채 갇힌 물이기 때문입니다.  옆에 있던 박창근 교수도 "아무리 준설을 해도 흐름이 없으면 물은 썩게 마련이고, 따라서  이제는 하구둑이 (해수의 침투를 막는다는) 애초 목적에 맞는지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번째 지점이었던 양산천 합류부는 수심은 8m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바닥에서 올라온 모래는 금모래였습니다.  네번째였던 물금취수장과 다섯번째 매리취수장 앞 역시 수심의 차이는 있었지만 강은 살아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강이 죽었다고 선고를 하고, 통째로 수술을 벌이려고 합니다.    

 금정산에서 흘러 내린 오염되지 않은 물입니다.  대천천을 앞두고 있는 금곡동쪽 자락인듯 합니다.

 일방적 하천정비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일대 농민들의 저항입니다. 삼랑진에 이어 두번재 입니다.

 화명동 신시가지를 향합니다  양산~ 화명간 도로개설 현장입니다.  이 도로가 다대항 배후도로와 연결됩니다.  좌측에 즐비한 아파트들과 우측 교각 사이 단풍잎돼지풀이 묘한 어우림으로  다가 섭니다. 

 화명 둔치가 자연성을 잃어버리고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되는 논리의 배경에는 도시의 확장이 한 몫합니다.  저렇게나 갑갑한 시멘트 덩어리 속에 사람들은 자연히 강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즐기는 방식은 제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도심의 모든 수변을 서울의 한강 둔치처럼 개발해버린다면  강은 강의 기능을 상실 할 수 밖에 없을 뿐더러, 녹색도시를 외치는 부산시나 정부의 외침은 공허해 질 뿐입니다.  

 역시나 사람사는 동네를 거쳐 나온 물은 하수로 전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차집되지 않고 오폐수는 월류하여 낙동강으로 스며들어 강을 아프게 합니다. 

 그렇다고 화학농법으로 생산성만 올리려는 천변 농사가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친환경농법이나 유기농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존재 자체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농민도 살고 강도 살고 생명도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낙동강 정비사업 화명 선도지구입니다.  훤 합니다. 

 뉴딜을 들먹이며 강과 경제를 역설했던 자리입니다.  

 

과연 이것이 강을 살리는 것인가  의문을 가집니다.  그러나 그들은 귀를 막고 문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이름 밝히길 숨겼던 부산시의 한 고위 간부가  했던 말, 예컨데  "수천년 동안 유지해온 젖줄로서의 낙동강을 단기간 졸속 계획으로 함부로 접근하는 건 무척 위험하고 오만한 발상"이라고 까지 했겠습니까.  무슨 근거로 이렇게 몰아가는지, 납득할 만한 데이타라도 제시해주어야 함에도 그들은 묵묵부답입

니다.

              

 4대강 정비 사업이 이루어지는 모든 강변의 불도저가 저렇듯 멈추어 서고 그 자리에 풀이 돋아 묻히기를 희망해봅니다.

 그런 바램으로 성토가 있고 문제점을 공유하는 마지막 일정을 나눕니다. 

 표정들이 심각합니다. 심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동행했던 이 유역청장, 저는 둘째날 밤 강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정부의 주장을 전하던  그에게  동상이몽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관직을 벗으면 일반 국민이고 시민입니다.  고민이 많을 것이라 여겨 집니다.  적어도 그가 내쳐 낙동강을 따라 걸어 오며 보았던 강의 진실은 간직하리라 보기 때문입니다,  

 대천천입니다.  부산에서는 더물게 은어가 오르고 가재가 살고 꺽지가 사는 계류를 흘러 내린 물입니다.

 수변을 엉망으로 만든 웃기지도 않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대천천은 낙동강의 지류 이전에 도심 하천이 가야할 길의 모범 답안입니다.  물론 그렇지 못한,  어찌해 볼 도리 없이 물만이라도 말게 만드는 것이 목표인 하천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늘 남는 찌꺼기 같은 생각이 이런 것입니다.  둔치부의 기능과 존재, 역할인데  또 항상 같은 모습에 지겨워 집니다.  실은 4대강 정비가 이런 류의 정비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Pushin' Too Hard / The Seeds

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 이뜨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