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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6.8.15~20 건국절에 사드로 성주 쪼개고

by 이성근 2016. 8. 19.

 

   823 주간경향-819 한국

 

전국 4대강 녹조

부모 학력·소득 높을수록 수시보단 정시전형으로 대학간다 815 경향

을사오적은 한 번도 제대로 심판 받지 않았다 815미디어오늘

전국 가구 56% 전기요금 할인 16000원 미만 818한국

설현은 눈물의 사과문 올렸는데 대통령은? 815 미디어오늘

경향사설]환경 소홀 경제관료가 환경부 장관이 된다면 817

 

하계 올림픽 치를 수 있는 도시 갈수록 줄어든다 817한겨레

안희정의 광복절 경축사, 대통령과 비교하니 '소름' 817미디어오늘

새누리 “1948년 건국절 법제화이념·역사전쟁 포문 818한겨레

 

박태환의 출전은 국제적인 망신거리였다 816 미디어오늘

박근혜의 오만, 손경희의 용기 816미디어오늘

 

성 판매 여성에 군림하는 업주들 818한국

<1> 여성의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업소 사람들

업소 생활 20년 손 털고 나온 왕언니의 바람

<1> 여성의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성매매 여성'

그 대학생은 왜 '밤일 알바'를 할까

''(bar) 알바 나가는 여대생들

'호스트바' 알바 하는 남학생들

 

사드철회 VS 3후보지 수용성주 군민 의견 맞서 818경향

 

강효상 김영란법 제안은 어처구니 없는 일819 미디어오늘

비상식의 사회]최경희, 김영란, 그리고 박근혜 823주간경향

 

아메리칸 드림이 위험하다 818 시사인

왜 우리에겐 안드로포이드와 같은 영화가 없을까 813시사저널

우병우 말고 이석수 수사하라는 청와대의 '본말전도'(종합) 819 CBS노컷뉴스

 

  819한겨레-중앙

 

 

  819내일-경향

 

 

 818한겨레-한겨레

 

 

   818중부-중앙

 

 

  818인천-민중

 

 

 818대구매일-내일

 

 

 818경향-817한국

 

 

 817중앙-민중

 

 

  817미디어오늘-대구매일

 

 

  817내일-기호

 

 

 817금강-경향

 

 

 816한국-한겨레

 

 

 816중앙-인천

 

 

  816민중-대구 매일

 

 

 816내일-금강

 

 

  816 경향-815한국

 

 

  815한겨레-중앙

 

 

815민중-금강

 

 

 815 경향-814민중

 

 

815~8.19 경향 장도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성주 배치 발표(713) 한 달 만에 대체부지 공세사드 반대로 뭉친 성주군민들을 때리고 있다. 한민구 장관의 성주 방문(17) 전후로 국방부가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초전면)을 급격히 띄우고 있다. 지켜야 할 국민으로부터 희생돼야 할 성주군민을 떼어낸 정치가 이젠 군민이 합의하면 관내 다른 부지 검토를 흘리며 성주군민과 성주군민을 쪼개려 한다. 확정 부지인 성산에 대체부지(염속산, 까치산, 칠봉산, 롯데스카이힐 골프장)로 거명된 장소까지 더하면 성주 내 사드 후보지만 5곳이다. 성주의 이름 있는 모든 산들이 사드 앞으로 끌려나오고 있다. 1967년 성산에 포대를 놓은 건 박정희 정권이었다. 그 포대에서 흘러내린 지뢰가 가난한 주민들의 삶을 끊었다. 사드 대체부지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이 성주를 상대로 한 지뢰 돌리기와도 같다. 성주군민들은 성산을 잃어버린 땅이라고 표현한다. 성주 역사의 시원이면서 눈물의 뿌리다. 성산으로부터 확장하고 있는 사드의 길을 토요판이 따라갔다. 정부가 필사적으로 놓고 있는 그 길 위에서 성주가 빼앗긴 것들과 빼앗길 것들이 선연하다. 만화가 최호철씨가 성산을 중심으로 사드 사태가 장악해버린 성주를 그렸다. 대체부지 후보 중 성산 서남쪽에 위치한 까치산과 칠봉산은 그림 구도 때문에 표시하지 못했다. 성주/글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그림 최호철 homix@naver.com 820한겨레

영산강에 '녹조 관심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17일 나주 다시면 영산강 신광천 지류에서 영산강유역환경청과 나주시,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확산을 막기 위해 녹조 제거작업을 펼치고 있다. 배현태 기자 htbae@jnilbo.com

 

기록적인 폭염에 도내 저수지에서 물고기가 폐사하는 가운데 17일 수원시 천천동 일월저수지에 물고기가 배를 뒤집은 채 물 위에 떠있는 모습. 사진=임성봉 기자 bong@kihoilbo.co.kr

 

 

지난 11일 연일 이어진 폭염 속에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한실마을 인근 사연댐 물에 녹조가 확산되고 있어 댐에 녹색 물감을 푼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울산매일 포토뱅크)

 

 

부모 학력·소득 높을수록 수시보단 정시전형으로 대학간다 815 경향

한국교육학연구 제22권 제1<대학입학전형 선발 결정요인 분석:가정배경 및 학교 관련 요인을 중심으로>

 

부모의 학력이 높고 소득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이 대학입시에서 수시전형보다는 정시전형으로 진학하는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학능력시험 성적과 사교육비 지출에 연관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대학교 연구팀(이기혜, 최윤진)이 지난 3월 한국교육학연구에 발표한 논문 <대학입학전형 선발 결정요인 분석 : 가정배경 및 학교 관련 요인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부모의 학력이 고졸이하인 경우 정시전형 진학률은 48.4%, 수시일반전형은 41.05%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전문대졸 이상인 경우 정시전형 진학률은 56.8%로 크게 높아졌고 수시전형은 34.1%로 조사됐다.

 

가구소득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월 250만원 이하 가정의 경우 정시전형 진학률은 44.8%, 수시전형은 42.1%으로 조사됐다. 월 소득 351만원 이상~500만원 이하의 가정은 정시전형 진학률이 61.9%, 수시전형은 30.7%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의 경우도 정시전형 진학률이 55.3%로 가장 높았다. 수시전형은 37.8%로 조사됐다.

 

학교별로는 특수목적고 학생들의 정시진학률이 가장 높았다. 특목고 학생의 70.6%가 정시전형으로 진학했고 수시전형은 26.5%였다. 일반계고 학생들은 55.1%가 정시전형으로 진학했고 수시전형은 35.9%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정시 일반전형의 전형요소인 수학능력시험과 사교육비 지출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방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수능시험을 중심으로 한 정시 일반전형이 특정 지역과 특정 학교,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전형으로 고착화될 개연성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의 대입제도는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입학전형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수시 학생부전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정시 일반전형의 비중을 축소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실제로 대학입시에서 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체감도가 높은 것 또한 명백한 현실이기에 단순히 정시 전형의 선발인원을 줄이는 차원에서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개선방안은 직접적으로 정시 일반전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해마다 치루는 수능시험의 난이도와 변별도 그리고 채점오류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소위 물수능불수능으로 회자되며 수능시험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주로 한 정시 전형의 발전 방향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검토가 필요하다다른 전형 요소에 비해 공공성과 객관성이 높은 전형요소로서 수학능력시험이 갖는 취지와 의의를 살릴 필요가 있지만 한편으로 사고력 중심의 학업능력 측정에 치중되며 점수위주의 획일적 선발제도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부모의 대학진학정보설명회 또는 컨설팅 참여 여부는 해당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데 유의한 결정력을 갖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수집하고 제공하는 한국교육종단연구 데이터를 이용한 것으로 2011학년~2012학년 4년제 대학입학생 2103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을사오적은 한 번도 제대로 심판 받지 않았다 815미디어오늘

을사늑약에 도장찍은 대한제국 대신 5, 후손들도 부와 명예 물려 받으며 '떵떵

을사오적(乙巳五賊)’이란 말은 유명하지만 을사오적이 누군지, 그들이 어떤 인물인지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을사오적은 을씨년스럽다는 말의 기원으로 알려진 을사년인 1905년 일본 제국주의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을사조약(2차 한일협약)을 맺는데 동의한 5명의 대한제국 대신(권중현·박제순·이근택·이완용·이지용)을 말한다.

 

일본은 19057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미국은 필리핀, 일본은 한반도 점령을 계획했고, 같은해 8월 제2차 영일동맹을 체결해 영국의 동의도 구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같은해 9월 러시아의 양해까지 얻어내 한반도 침탈을 위한 준비를 끝냈다. 11월 일본은 을사조약 체결을 위해 고종을 압박했다.

 

1117일 하야시 일본공사가 각부 대신을 일본공사관으로 불러 을사조약 승인을 요구했지만 대신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대신은 참정(총리)대신 한규설, 탁지부대신 민영기, 법부대신 이하영,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공상부대신 권중현 등 8명이었다. 을사조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람은 한규설과 민영기 뿐이었다. 1126일 윤병수가 올린 상소에는 당시 상황이 잘 묘사돼있다.

 

이완용은 나는 조금 전에 (고종황제) 접견 석상에서 여차여차하게 말씀드린 바가 있을 뿐이고 끝내 찬성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모호하게 표현했고, 권중현은 학부대신(이완용)과 같은 뜻이지만 한 가지 다른 건 황실의 존엄과 안녕에 대한 문구였다찬성과 반대의 두 글자 사이에서 충신과 반대의 두 글자 사이에서 충신과 역적이 구별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던 것이라고 역시 모호하게 말했다. 이근택과 이지용 역시 학부대신(이완용)과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토 히로부미는 각 대신들 의견을 물었더니 논의가 같지는 않지만 실지를 따져보면 반대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반대한다고 확실히 말한 사람은 참정대신(한규설)과 탁지부대신(민영기)이라고 말했다. 이토는 대신 8명 가운데 5명이 찬성했으니 조약 안건이 가결됐다고 선언했다. 고종은 을사조약체결에 대해 묵시적으로 승인했다.

 

을사오적, 위에서 순서대로 권중현, 박제순, 이근택, 이완용, 이지용.

 

종도 분노했던 을사오적 이근택

인간은 자신의 허물을 합리화하기 마련이다. 나라와 민중을 지켜야 할 군부대신 이근택은 나라를 일본에 팔고 와 식구들을 모아놓고 조약 체결과정을 설명했다. “내가 오늘 을사5조약에 찬성했으니 이제 권위와 봉록이 종신토록 혁혁할 거요

 

그러자 한 계집종이 부엌에서 칼로 도마를 후려쳤다. 그는 마당으로 뛰어나오며 안방을 향해 소리쳤다. “이집 주인 놈이 저렇게 흉악한 역적인 줄도 모르고 몇 년간 이 집 밥을 먹었으니 이 치욕을 어떻게 씻으리오그는 이렇게 울부짖고 집을 나갔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오던 침모(바느질해 품삯을 받는 여자)도 도망갔다. (대한매일신보 광무 9(1905) 1125일자) 이듬해인 19062월 이근택은 자던 중 자객의 습격을 받아 칼에 13군데 찔리는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는 한성병원에서 가까스로 치료를 받아 살아났다.

 

이근택은 대한제국 초창기에 친러파였다. 하지만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기를 잡자 친일파로 변신했다. 이근택은 을사조약 체결 공로로 1906년 일본 정부로부터 훈1등과 태극장을 받았다. 그의 집안은 친일 귀족 집안으로 유명하다. 그의 형 이근호와 동생 이근상 모두 한일병합 이후 작위를 받았다. 일제 강점기 통틀어 3형제가 작위를 받은 경우는 이근택의 집안이 유일하다. 이근택의 아들 이창춘은 자작작위를 승계했고, 큰 증손자 이상우는 국립 공주대 총장을 역임했다. 작은 증손자 이춘우 역시 공주대에서 물리학과 교수를 지냈다. 능력이 있어 총장과 교수직을 했을 수 있지만 국민정서에 맞지 않았다. 2005년까지 선대의 친일재산을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총 9건의 소송을 진행한 집안이다.

 

기생이 꾸짖은 역적이지용

을사조약 이듬해인 1906년 이지용은 진주에 갔다. 거기서 기생 산홍을 만났다. 이지용은 산홍에게 반했고, 많은 돈을 내놓으며 자신의 첩이 돼달라고 했다. 이때 산홍의 말. “세상에서 이 대감을 오적의 우두머리라고 합니다. 첩은 비록 창기이오나 자유로이 살아가는 사람이니 무슨 사유로 역적의 첩이 되겠습니까

 

이지용은 크게 호를 내며 산홍에게 몽둥이질을 했다고 전해졌다. 대한매일신보는 같은해 11222면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세 앞에 당당함은 일개 기생이 아니라 절대 권력에 용감하게 맞서 싸운 기개 어린 항일투사로 보는 게 마땅하다고 실었다.

 

19082월 이지용은 지인의 생일잔치 등에서 산홍에게 보석과 반지, 거금 등을 줄테니 첩이 돼 달라고 끊임없이 협박했다. 유학자 양회갑의 시문집 정재집에는 산홍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결했다고 돼있다. 돈이라면 뭐든 하는 사람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친미-친러-친일로, 이완용

친러파에서 친일파로 넘어간 건 이근택 뿐이 아니다. 25살이 되던 1882년 과거급제한 뒤 1887년 주미공사관 참찬관으로 임명돼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완용은 원래 친미파였다. 이완용은 미국의 근대교육제도에 매력을 느꼈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삼권분립과 민주공화제 등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이 조선을 침략할 가능성이 적은 것을 파악했다.

이완용이 죽은 1927년 조카뻘이자 이완용이 내각총리대신 시절 비서관을 지낸 김명수는 이완용의 일생을 엮은 일당기사’(일당은 이완용의 호)라는 책을 냈다. 책에 따르면 이완용은 자신의 삶을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미국과 교제가 긴요한 까닭에 육영공원에 입학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을미년에는 아관파천 사건으로 노당(친러파) 호칭을 얻었고, 그 후 러일전쟁이 끝날 때 전환해 현재의 일파(친일파) 칭호를 얻었다. 이는 때에 따라 적당함을 따르는 것일 뿐 다른 길이 없다.”

 

이완용은 당시 암살대상 1순위였다. 19091222일 이완용은 명동성당 근처에서 이재명 의사의 암살시도로 옆구리와 어깨 등을 찔렸지만 대한의원(서울대병원의 전신)에서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졌다. 이완용의 작위는 아들 이항구와 손자에게 대물림(습작)됐다. 장손 이병길은 조선귀족회 회장을 지냈고, 관변단체인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 간부, 배영동지회 이사, 조선임전보국단 이사 등을 지냈다. 이병길은 해방 후 반민특위에 체포돼 징역 2, 집행유예 5년과 전북 익산소재 임야 절반 몰수형을 선고받았다. 증손자 이윤형은 친일파 후손 조상 땅 찾기 소송을 촉발한 장본인으로 캐나다에 이민을 떠났다.

 

권중현은 무서웠을까 아니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까

을사조약 당시 농상공부대신으로 을사오적이 된 권중현은 1907년 이홍래·강원상의 암살 시도에 가까스로 살았다. 같은해 그의 동생 권중면은 형 권중현과 의를 끊고 벼슬을 내려놓고 계룡산에서 은거했다. 이듬해인 1908년 권중현은 일본 정부가 내린 훈1등 욱일대수장을 받았다.

 

그의 공로는 지속적으로 일제로부터 인정받는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 체결 이후 1016일 훈1등 자작 작위를 받았고, 은사공채 5만원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과 조선사편수회 고문을 지냈다. 1912년 한국병합기념장을 받고 정5위에 서위됐으며 1915년 다이쇼대례기념장이 서훈됐고, 1918년 종4위로 승서됐다.

하지만 19193·1운동이 일어나자 총독부에 작위 반납을 신청했다. 민중이 무섭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던 걸까? 하지만 총독부는 작위 반납을 거절했다. 그렇지만 잠잠해지자 친일단체인 동민회에 회비를 계속 내는 등 적극적인 친일활동에 가담했다. 1934년 세상을 떠났다.

 

동학군 때려잡던 박제순

1894년 동학농민전쟁 당시 박제순은 충청도관찰사였다. 자국 농민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들고 일어난 사건에 대해 박제순은 일본군과 연합해 공주 감영에 머물며 동학농민군토벌작전에 참여했다. 공주 이인면 도로변에는 유림 의병정난 사적비가 있다. 의병을 일으켜 토벌한 대상이 일본군이 아닌 동학농민군이라고 돼있다. 심지어 이는 1994년에 세워졌다.

 

근처에는 박제순 공덕비도 있다. 해당 비석은 동학농민전쟁 다음해인 1895년에 세워졌다. 2005년에는 인천에 설치돼있던 박제순의 공덕비가 철거되기도 했다. 인천부사를 지낸 박제순에 대한 찬양이다. 당시 경인일보는 박제순 공덕비가 인천도호부청사에 있다는 것을 아는 시민은 거의 없다박제순이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아는 시민도 드물다고 보도했다. 친일청산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런 걸 뜻한다.

 

을사조약 풍자도

을사조약은 군대를 앞세워 강제로 체결했고, 조약문의 공식 명칭이 없으며, 부실하게 보관이 이루어졌고, 고종황제의 도장이 없다. 또한 국제협약 표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불법적인 조약으로 취급받는다. 용어 사용에 있어서는 을사조약은 을사늑약으로 한일병합은 한일병탄으로 고쳐 부르자는 주장이 있다. 늑약은 억지로 맺은 조약을 말하고, 병탄은 남의 재물이나 다른 나라의 영토를 빼앗아 제 것으로 만든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전국 가구 56% 전기요금 할인 16000원 미만 818한국

소비자들 혜택 체감 안돼한전 적은 액수 아냐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란이 일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입구 복도에 유철윤(71)씨가 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연합뉴스

전국 2,200만가구의 32%에 해당하는 7082,000가구는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따른 할인액이 한 달에 7,240~8,020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전국 2,200만가구의 지난달 전력 사용량을 기존 누진제 단계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7082,000가구가 기존 누진제 3단계에 해당하는 201~300킬로와트시(h)의 전력을 사용했다.

 

누진제 6단계 중 3단계에 가장 많은 가구가 분포한 것이다. 4단계(301~400h)에 두 번째로 많은 524만 가구(24%)가 포함했다. 과반수가 넘는 56%201~400h를 사용한 셈이다. 특히 이들 가구는 최근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안을 적용하더라도 16,000원이 안 되는 요금을 할인받게 된다. 정부는 가구별 요금이 평균 2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할인액을 적용받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11일 내놓은 한시적 전기요금 개편안에 따르면 한달 전력을 201~250h 사용한 가구는 누진 단계가 2단계로 내려간다. 이들 가구는 기존 누진제로는 요금 고지서에 최대 33,170(부가세, 전력산업기반기금 포함)이 찍히지만, 개편안에 따라 8,020원을 할인받아 25,690원을 내면 된다. 251~300h 사용 가구는 기존 누진제에선 요금이 최대 44,390원이지만, 7,240원 할인돼 37,150원을 내게 된다. 또 한달 전력을 301~350쓴 가구는 3단계로 내려간다. 이들 가구는 기존 누진제를 적용하면 고지서에 찍히는 전기요금이 최대 62,900원이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15,060원이 경감된 47,840원을 내게 된다. 351~400h를 쓴 가구는 기존 누진제론 요금이 최대 78,850원이지만, 개편안을 적용하면 12,500원 줄어 66,350원이 된다.

한전은 사용량 301~400h인 가구의 전기요금 규모가 6~7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1만원대 할인은 결코 적은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30%가 넘는 가구의 할인액이 1만원도 안 되는데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찔끔 인하로 생색만 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따라 전기 사용량의 증가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오피스텔 건물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뉴시스

 

더구나 이들 가구 중 납기일이 25일인 경우는 할인 혜택을 곧바로 적용받지도 못한다. 한전의 과금 시스템이 기존 누진제에 맞춰 설계돼 있어 개편안이 적용되지 못한 채 고지서가 발송됐기 때문이다. 납기일 25일인 가구에 대해선 다음달 나갈 이달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7월분 할인금액이 차감될 예정이다.

 

 

뒤이어 고지서를 받을 가구는 25일 납기일인 가구에 비해 할인 혜택이 적을 수 있다는 점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납기일은 25일과 말일, 다음달 5일과 10, 15, 20일 등 총 6차례다. 가장 먼저 고지서를 받은 납기일 25일 가구는 7월 한달 간 사용량에 대해 81~5일 사이 검침이 이뤄져 15~18일 고지서가 발송됐다. 이들 가구는 7~9월 사용량에 대해 할인을 적용받다. 그러나 이후 납기일 가구들은 검침일에 따라 할인 적용 기간이 615~1011일 사이의 3개월로 제각각 달라진다. 7~9월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6월이나 10월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만큼 전기를 덜 쓰게 돼 누진제 개편에 따른 할인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침 인력이 제한돼 있어 전국 동시 검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7~9월 앞뒤 열흘 정도만 적용받기 때문에 가구별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사설]환경 소홀 경제관료가 환경부 장관이 된다면 817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환경부 장관에 기획재정부 출신의 조경규 국무조정실 2차장이 내정됐다. 이번 인사는 그동안의 관례로 볼 때 파격적이다. 환경청, 환경처를 거쳐 1994년 환경부가 발족한 후 15명의 역대 장관 중 정통 경제관료 출신은 3대 강현욱 장관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정치인, 교수, 환경운동가, 환경부 관료 출신 등으로 채워졌다. 경제관료 출신 지명은 20년 만이다. 환경부 차관이 내부 승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결국 빗나갔다. 그동안 환경부가 미세먼지와 가습기 살균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장관 교체 요구가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적 효율과 개발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경제관료가 대표적 규제부처인 환경부를 맡게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조 내정자는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를 거치며 예산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 사회·경제조정실장, 2차장을 지냈다. 청와대는 각 부처간에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등 환경 관련 현안을 조화롭게 풀어나갔으며 미래성장동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조 내정자가 환경예산을 다루고 부처간 정책을 조율한 경험이 있어 환경부 업무가 낯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업무 성격상 다른 경제부처와 치열하게 부딪치는 부서다. 대기·수질오염에 선제 대응해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려면 기업들과 필연적으로 긴장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과거 환경부는 성장이 급한데 꼬치꼬치 반대만 한다며 정부 내에서 미운털이 박힌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올해 들어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경유값 인상과 발전소 문제를 둘러싸고 경제와 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경제 부처와 충돌했다. 환경부 장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외압을 막고 환경관련 규제를 실행할 수 있는 뚝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시민들은 올해 내내 생활환경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환경정책을 예산 전문가 손에 맡길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환경부가 기재부 2중대로 전락하면 시민들이 바라는 삶의 질 개선은 더 멀어지게 된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인사를 두고 박근혜 정부의 반환경 기조를 상징한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조 내정자가 장관 수행에 적합한 식견과 역량을 갖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하계 올림픽 치를 수 있는 도시 갈수록 줄어든다 817한겨레

UC버클리대 연구진, 습구온도로 추산

지구 온난화 탓 더위로 야외활동 어려워져

70년 뒤엔 서유럽 외 북반구 적합지 8곳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하계 올림픽을 위협하고 있다. NASA

 

올해 리우올림픽 개막식 공연의 주제는 환경이었다.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 변화의 폐해를 경고하는 퍼포먼스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 곳곳에 생중계됐다. 개막식의 그런 메시지에 맞장구라도 치듯, 지구 온난화를 방치할 경우 21세기 후반에는 하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적합 도시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UC버클리대 연구진은 최근 의학저널 <랜싯>(The Lancet)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70년 후에는 서유럽을 제외한 북반구 도시 중 하계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기후 여건을 갖춘 곳이 8곳에 불과할 것이라는 추산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습구온도(WBGT)라 불리는 측정 방식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이 방식은 기온과 습도, 복사열, 바람을 조합한 것이다.

 

2010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 장면. olympic.org/

 연구진은 이 방식을 통해 나온 기후 수치에 현재 올림릭 개최지 선정에 사용하는 세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첫째 인구 60만 미만의 도시는 제외했다. 인구 60만은 올림픽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최소한의 도시 규모로 설정한 기준치다. 둘째 멕시코시티처럼 해발 1마일이 넘는 곳에 있는 도시 역시 제외했다. 이런 도시에는 산소가 희박해 경기를 치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968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했던 이 도시는 당시 이 문제로 큰 논란을 빚었다. 세번째로, 올림픽의 상징 경기인 마라톤을 급작스럽게 취소할 확률이 10% 이상인 곳도 올림픽 후보지로서 부적합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 기준은 현재 동계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다. 후보 도시가 경기를 치르기에 충분한 눈이 오거나 기온이 내려갈 가능성이 낮을 경우 후보지 선정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22세기에는 모든 육상 경기를 실내에서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olympic.org/

 이런 기준을 토대로 세계 인구의 약 90%가 살고 있는 북반구에서 7~8월에 올림픽이 열리는 것을 전제로 기후모델을 시뮬레이션했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현재 추세의 배출이 이어질 경우(RCP 8.5 시나리오)를 가정한 결과, 2084년 올림픽의 경우 서유럽이 아닌 북반구의 543개 도시 가운데 불과 8개 도시만이 적합지로 판명났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라트비아의 리가,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 몽골의 울란바토르 등이 마지막으로 남게 되는 개최 적합 지역들이다. 북미지역에서는 올림픽을 개최할 만한 기후 여건을 갖춘 도시가 샌프란시스코, 밴쿠버, 캘거리 등 3곳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캘거리와 밴쿠버는 각각 1988년과 2010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도시다. 지구 기온 상승이 과거의 동계올림픽 도시를 미래의 하계 올림픽 후보지로 변신시킨 꼴이다.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여름 올림픽과 겨울 올림픽을 함께 치를 수 있는 밴쿠버를 항구적인 단일 개최지로 지정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지난 722일 섭씨 54도를 기록한 이라크 바스라지역. 자료=Ryan Maue/Twitter

 

 연구진 계산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또는 2024년 올림픽 개최를 시도했거나 시도하고 있는 이스탄불, 마드리드, 로마, 파리, 부다페스트 등도 모두 개최 부적합지가 된다. 2020년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 역시 그때가 되면 너무나 더워져서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8년 올림픽을 치른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서유럽 25개 도시는 여전히 적합지로 분류됐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단 하나의 도시도 적합 판정을 받지 못했다.

 22세기로 기간을 더 멀리 잡으면 북반구에서 하계 올림픽 개최 적합지로 남아 있는 곳은 불과 4개 도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벨파스트(북아일랜드), 더블린(아일랜드), 에딘버러(스코틀랜드), 글래스고(스코틀랜드). 연구진은 그 때가 되면 육상을 실내에서 개최한다거나 더위에 적합하지 않은 경기는 취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올림픽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올림픽의 양상은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85년에도 올림픽 개최에 적합한 기후 여건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들. citylab.com

 

 앞서 미 MIT의 연구진 역시 습구온도 측정 방식을 활용해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70년에는 중동 지역에 폭염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몇몇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바 있다. 대기 중 습도가 50%를 넘을 땐 기온이 섭씨 35도만 돼도 야외에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것. 연구진은 습구 35도는 건조한 날씨의 45~46도에 맞먹는 스트레스를 인체에 준다고 말한다.

 

새누리 “1948년 건국절 법제화이념·역사전쟁 포문 818한겨레

박대통령이 불지핀 건국 논란 여 지도부 불쏘시개 나서

야당에 공개토론 제안도

개각·우병우 등 수세 국면에서 보수결집 통한 현안 물타기 국정교과서 뒷받침의도도 엿보여

새누리당이 17건국절 법제화를 주장하고 야당에 생방송 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건국절 논쟁을 키우고 나섰다.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 68주년”(광복절 경축사) 발언을 두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얼빠진 주장이라고 비판하자 사흘이 지나서야 반발한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취임 뒤 처음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는 건국절 부흥회가 되다시피했다. 상하이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4월을 건국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정부 수립이 이뤄진 1948815일을 건국일로 삼아야 한다고 포화를 쏟은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먼저 박 대통령이 건국 68주년을 언급한 건 역사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야말로 반헌법, 반국가, 반역사적 얼빠진 주장을 삼가해 달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심재철 의원(국회부의장)과 정갑윤 의원이 1948815일을 건국절로 법제화할 것을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도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내용의 국경일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재의 야당이 집권했던 김대중 정부에서도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전제하고 건국 50주년’(1998) 등의 표현을 사용한 점을 들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에게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19488·15 건국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거나 축소하려는 것과 맞닿아 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집중적인 문제제기를 이어받아 이정현 대표는 정말 중대한 문제라며 야당과 생방송 공개 토론회를 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김현아 대변인을 통해 극소수 대한민국 부정세력을 위한 맞춤형 정치공세등의 표현으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새누리당이 추가경정예산안 등 민생 현안을 앞에 두고 이념·역사 전쟁의 판을 키우고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는 박 대통령을 겨냥한 문 전 대표의 얼빠진 주장비판에 정면으로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수층을 재결집시켜 찔끔 개각’, ‘우병우 파동’,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등의 수세 국면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건국절로 진영간 세대결을 부추겨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소재로 활용해 왔다. 2008년 임기 첫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이명박 정부는 그해 광복절 기념식을 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중앙경축식으로 명명하며 갈등을 촉발시켰다. 야당이 광복절 행사를 따로 열 정도로 정국이 냉각됐지만, 당시 여권은 보수층 결집을 통한 국면 전환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었다.

새누리당의 공세는 또한 박근혜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국정 역사교과서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계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한 배경에, 학생들에게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주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더민주의 당대표 후보들은 강하게 재반박했다. 이종걸 의원은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19411일 건국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국헌의 가치를 문란하게 한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추미애·김상곤 의원도 각각 “(건국절 주장은) 항일독립운동을 부정하고 건국 이전의 친일행적을 정당화시키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 “박 대통령의 건국 68주년언급은 대한민국 정통성의 부정인 만큼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환의 출전은 국제적인 망신거리였다 816 미디어오늘

[기자수첩]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박태환의 선수 생명은 이미 끝났다 정철운 기자

 

2008베이징올림픽 수영 400m금메달·200m은메달, 2012런던올림픽 수영 400m은메달·200m은메달. 동계에 김연아가 있다면 하계에는 박태환이 있었다. 세계적 스타였던 그는 이제 일그러진 영웅이다. 20149월 국제수영연맹(FINA)이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양성반응을 보여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며 약물 복용 선수라는 오명을 평생 벗을 수 없게 됐다.

 

검찰 조사에선 근육증가량을 높여주는 네비도를 도핑 적발 이전에도 수차례 투약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서민 단국대 의대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그는 약물검사에서 걸린 게 의사의 실수라고 주장하나, 그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은 원래 중년 남성들에게 남성호르몬을 주사하는 게 주 업무였다. 이런 병원을 찾아가 주사를 맞은 건 고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 선수. 노컷뉴스

 

그런 박태환이 2016리우올림픽에 출전했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징계 만료일로부터 3년 간 국가대표 발탁이 제한돼야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가는 법적 다툼 끝에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 과정에서 비난 여론은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정치권은 이중처벌을 언급하며 국민들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7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조훈현 새누리당 의원은 강영중 대한체육회장에게 우리 국민들은 박태환 선수가 (올림픽에) 가기를 원하고 있다. 빨리 정해줘야 한다. 빨리 훈련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실패와 좌절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박태환의 출전을 응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박태환을 제2의 안현수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검찰 수사 결과 금지약물 복용은 병원장의 과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에 있어 여야는 한 마음으로 보였다. ‘메달=국위선양이란 공식에만 눈이 멀어 스포츠맨십의 중요성 따위는 놓쳐버린 결과였다. 박태환의 출전은 그 자체로 국제적 망신거리였다.

혹자는 그가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정정당당한 기록으로 리우 올림픽 출전자격을 획득했고 법적 다툼이 끝났으며 자격정지 기간도 끝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스포츠맨십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스포츠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순간, 선수 생명은 끝나고 그의 기록도 부정된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3115안타를 기록하고 은퇴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일례다. 그의 기록은 공식인정을 받지 못하며, 명예의 전당 입성도 불가능하다. 반면 최근 역사상 네 번째 최소타석으로 3000안타를 기록한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는 세계적인 존경을 받았다. 두 사람을 가르는 건 스포츠맨십이다. 스포츠맨십을 잃어버리는 순간 스포츠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존경받는 건 수십개의 금메달 때문이 아니다. 그가 지켜낸 스포츠맨십 때문이다. 노컷뉴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어인족마이클 펠프스는 리우 올림픽에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들이 복귀하는 것이 허용되는 건 슬픈 일이라며 스포츠는 깨끗해야 하고, 공정한 경기장에서 펼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박태환이 리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더라면 그는 금지약물 복용 이후 200m 금메달을 딴 중국의 쑨양과 마찬가지로 세계인들로부터 조롱당했을 것이다.

 

아마도 한국 언론은 메달을 위해서라면 약물 복용자까지 올림픽에 출전시키는 비신사적 국가라는 외부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역경을 딛고 실력으로 증명한 박태환이란 서사로 그의 도덕적 흠결을 지웠을 것이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게 한국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리우에서 40010, 200m 29, 100m 32위로 전부 예선 탈락했으며, 1500m는 출전을 포기했다.

 

생각보다 성적이 저조하자 언론은 박태환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중앙일보는 누가 박태환에게 돌을 던지랴란 제목의 칼럼에서 박태환은 수영 불모지에서 탄생한 국민적 영웅이다. 도핑 파문을 일으켰지만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다“4년 동안 체계적으로 준비했던 이전 대회와 리우 대회는 시작부터 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박태환 귀국 후에도 여전히 성적만 나오면 그만이라는 사고는 바뀌지 않았다. 펠프스의 리우 도전기와 박태환의 도쿄 도전기를 비교하는 기사도 나왔다. 언론은 박태환에게 기대와 동정을 보내기 전에 그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스포츠맨십을 잃어버린 일그러진 영웅을 올림픽으로 보낸 우리 사회 또한 반성할 대목이 있다.

 

 

박근혜의 오만, 손경희의 용기 816미디어오늘

훈계만 늘어놓는 인간에게 간곡히 권한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

현직 대통령을 보거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들을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왜 대통령을 하려는 걸까. 대통령이 되면 자신의 인생이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걸까.

대통령 당선을 성공의 지표로 삼는다면 잠깐이라도 정치사를 톺아볼 일이다. 이를테면 전두환을 사랑하는 이가 있을까. 그를 추종하는 이조차 과연 그를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민중을 학살한 장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청렴을 내세우며 청와대에서 수천억 원을 챙긴 대통령, 그러면서도 돈이 없어 벌금을 못 낸다고 30만원도 없다던 인간 아닌가. 전두환은 대통령 권세가 인생의 성공과는 전혀 무관함을 능글맞게 일러주고 있다.

 

현직 대통령 박근혜는 퇴임 뒤 어떻게 평가될까. 아직도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둔 그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용기와 자신감을 가지라고 훈계했다. 박근혜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강조하며 떼법 문화가 만연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되고, 대외 경쟁력까지 실추되고 있다고 부르댔다.

 

박근혜 대통령이 8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어떤가.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나온 것이 언제부터인지를 정말 모르는 걸까. 남은 임기라도 국정을 잘 하라는 충정에서 명토박아 말한다. 바로 박근혜 취임부터다. ‘국민성공시대를 내건 이명박이 친기업부자감세로 일관하며 부익부빈익빈 체제를 굳혔을 때,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대선에 나섰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그는 기업규제 완화로 선회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나가야 함에도 정규직 노동자들을 기득권으로 집요하게 마녀사냥해 왔다. 국정 전반에 무능을 드러내면서도 한사코 자본을 대변해온 그의 실정으로 민생이 어려운데도 박근혜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라고 꾸지람이다. “떼법문화가 만연했다는 살천스런 공격도 빠지지 않았다.

 

평생 최고의 기득권을 만끽해온 박근혜의 인생에 손경희의 삶을 들려주고 싶다. 김포공항의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그는 관리자들의 징글맞은 성추행과 폭언, 가혹한 노동조건을 견뎌오다가 마침내 올해 봄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청소노동자들에겐 호봉도 없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 일한 사람도 신입과 같아 시간당 최저임금이다. 공항공사 퇴직자들이 용역업체 관리직으로 내려와 가슴이 멍들도록성추행하고 자칫 계약직에서 잘릴까 싶어 쉬쉬해오던 그들이 마침내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야말로 용기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50대 청소노동자가 잠시 쉬는 틈에 유산균 음료 한 병을 마시면, ‘관리자가 나타나 , 넌 뭘 그렇게 처먹냐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곳, 그러기에 공부 잘해 대학을 나왔어야지라고 비아냥대거나 X”이란 욕설이 기본인 곳, 바로 그곳이 대한민국 공항이다.

 

812'경고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삭발 결의를 한 손경희 지회장. 사진=민중의소리

 

한국의 마리 앙트와네트거길 왜 계속 다니느냐묻고 싶을지 모르겠다. 혹 이유를 모를 윤똑똑이들을 위해 쓴다. 손경희 지회장이 대변했듯이 남편은 아프고, 아이들 공부시켜야해서 묵묵히 일해 왔다. 더는 참을 수 없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싸움에 나섰다.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용기와 자신감이다.

 

여성 대통령은 충격을 불러온 공항 여성노동자들의 절규에 지금까지 전혀 언급이 없다. 그가 임명한 공항공사 사장들 체제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그렇다. 광복절에 화려하게 나타나선 떼법문화운운하며 꾸지람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를 불러 송로버섯,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어 샐러드, 샥스핀 찜, 한우 갈비로 공짜 점심을 즐기는 여성에게 값싼 유산균 한 병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촉구하는 내가 미친 걸까. 목울대 꾹꾹 누르며 그럼에도 쓴다. 삭발하며 눈물 글썽이는 아름다운 여성을 떠올리며, 국민 세금으로 호의호식하면서도 잔뜩 훈계만 늘어놓는 인간에게 간곡히 권한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설현은 눈물의 사과문 올렸는데 대통령은? 815 미디어오늘

하얼빈 감옥단순 말 실수로 볼 수 있나? 침묵하는 언론, 대통령엔 잣대가 왜 다른가

지난 5월 아이돌 AOA 설현과 지민이 방송에서 안중근 의사를 두고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말한 것과 스마트폰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검색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국민적 비난이 일었다.

 

어떻게 안중근 의사를 모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를 이유로 대중과 언론은 맹비난을 가했고 설현’, ‘안중근’, ‘지민등 관련 키워드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어뷰징(실시간 검색어와 관련된 기사를 작성해 조회수를 높이는 행위) 장사에 나선 언론들은 다시 개떼처럼 마녀사냥에 참전했고 논란은 확대재생산됐다.

 

설현, 홍보대사 논란위원회 현재, 교체 계획 ’”, “설현, 안중근 사진보고 긴또깡?역사 인식 부족’” 등의 기사는 물론이고 광고 대세설현, ‘안중근 발언논란에광고 수입 빨간불’”, “‘안중근 의사' 발언 어수선한데AOA 설현 지민 굿 럭' 뮤비 티저 공개처럼 본질과 무관한 기사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설현과 지민이 사과문을 올리고 나서야 광기는 수그러들었다.

 

AOA 사건을 광기로 지칭한 까닭은 15일 박근혜 대통령을 대하는 여론과 대중의 반응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말했는데, 민망하게도 팩트가 틀렸다. 안 의사는 190910하얼빈 기차역에서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으며 순국한 곳은 하얼빈 감옥이 아니라 뤼순 감옥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해당 부분을 뤼순 감옥으로 정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분의 넓은 양해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국가의 수장이 안 의사와 관련한 기초적 사실도 몰랐다는 사실은 감출 수 없었다.

 

AOA 때 여론의 잣대로 봐도 이번 대통령 발언은 만만치 않은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발언의 주체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마냥 실수로만 웃고 넘길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언론과 대중은 연예인엔 가혹하고 대통령에는 관대하다.

 

가수 티파니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문을 올렸다. 티파니는 지난 14일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무늬가 들어간 사진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올렸다가 비난을 받았고 이후 사진을 삭제하고 친필 사과문을 올렸다. 티파니의 경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나 사진 게시에 직접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이들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반면,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지난한 싸움과 고통의 세월이 고작 10억 엔으로 퉁쳐지는 상황에 대해서 언론은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는 어떠한가. 세금을 받아먹고 사는 자들의 후진적 역사 인식에는 왜 사과문을 받으려 하지 않을까.

 

광복절을 건국절로 둔갑시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깔아뭉갠 박 대통령에 대해 오죽했으면 한 독립운동가가 면전에서 역사 왜곡이라고 일침을 가할까. 언론이 사소한 것에만 옹졸하게 분노하는 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역사 무식에 대해 국민 앞에서 머리를 조아릴 일은 없을 것이다.

 

 

안희정의 광복절 경축사, 대통령과 비교하니 '소름' 817미디어오늘

논리 전개 180도 달라 인터넷에서 화제대권 선언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를 실수해 잘못 말하고, '한강의 기적'을 되풀이해 강조하는 내용의 8. 15 경축사와 대비돼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축사가 회자되고 있다.

 

광복절의 의미,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대한민국 위기론을 담은 안 지사의 경축사가 여러모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와 비교해 정반대로 해석, 우연치 않게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안 충남지사가 경축사에서 밝힌 대한민국 위기론을 설파하며 연말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예상까지도 내놓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축사는 "71년 전 오늘, 우리 애국선열들은 세계 평화세력과 더불어 일본 제국주의와 싸워 독립을 쟁취했습니다. 승전일로 기록하고, 승전일로 기념해야 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프랑스 망명 정부가 나치에 저항해 승전국이 된 것처럼 안중근 의사 등 독립투사들이 독립전쟁을 벌이고 승리한 것이기 때문에 1945815일을 승전일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 8. 15 경축사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21세기 세계의 보편 가치는 인간 개인에 대한 존중, 공동 번영, 그리고 평화입니다. 국제사회가 공동 번영하고 평화로운 세계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강대국들은 식민지 침탈의 역사를 반성하고, 약소민족들이 벌인 독립전쟁과 그들의 승리를 올바르게 평가해야 합니다"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안 지사는 미국, 중국, 일본을 향해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미국에 대해 "나는 미국에게 대한민국과 손잡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는 이 한반도를 강대국들이 충돌하는 공간이 아닌 평화의 완충지대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합니다. 이 길이 아시아의 평화 질서를 정착시키는 것이고, 가장 적은 비용으로 아시아 역내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중국에 대해서도 "나는 중국이 성장한 국력에 걸맞게 포용력과 평화적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합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은 길을 이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인들의 마음을 얻을 때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일본에 대해 "일본 아베 정권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불안감에 미·일 동맹을 통해 안보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립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며 미·일 군사 일체화와 일본의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일본이 가야할 길은 시대의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고, 공동 번영을 선도하는 국가로서, 평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그런 길입니다. 그래야 주변국들의 인정과 협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 시도는 아시아 역내의 긴장과 군비경쟁, 갈등의 고조를 불러올 뿐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특히 지난 "70여 년 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선배들이 쌓아 올린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들이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라며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외교는 강대국 사이에서 방향을 잃은 채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차원의 경제 위기는 다가오면서, 내부적으로는 저출산의 문제, 고령화 시대의 도래, 양극화 추세의 강화,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암울한 경제현실,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문제가 없습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습니다"고 밝혔다.

 

안 지사의 경축사는 박근혜 대통령 경축사와 묘하게 엇갈린다.

박 대통령의 경축사는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리고 "광복을 되찾아 대한민국을 건국한 선각자들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에게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경쟁과 창의를 촉진하는 나라의 기초를 세웠습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광복과 해방보다는 '건국'을 앞세워 현재 대한민국이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또한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한강의 기적''한반도의 기적'으로 확대하자는 경축사와 비슷한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까지 3년 연속 혁신지수 세계 1위 국가로 평가받고 있고, 국가 신용등급은 프랑스, 영국과 같은 최고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이러한 기적을 일궈내기까지 우리의 선조들은 가난 속에서도 모든 것을 바쳐 자식들을 교육시켰고, 부모님들은 머나먼 이국땅 캄캄한 지하갱도에서, 밀림의 전쟁터에서, 그리고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피땀을 흘렸습니다"라며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저력이자 자랑스러운 현주소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안희정 지사는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암울한 경제현실, 민주주의의 위기까지"라고 표현하면서 현실 인식에 있어 정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이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라고 했던 것을 안 지사는 "헬조선"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면서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기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결코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습니다"면서 대한민국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내부의 부정적인 상황 인식 탓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특히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필요하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라며 대북정책 강경기조를 재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드 배치 역시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였습니다. 저는 국민의 생명이 달려있는 이런 문제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해 철회 요구를 일축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무장 국가를 추구하고 있는 일본을 향해 비판성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다면 박 대통령은 "·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라는 원론적인 말로 끝을 맺은 것도 비교된다. 미중일 외교 전략과 남북관계 문제, 대한민국 현실 상황 등 박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지사 경축사는 180도 전혀 다른 입장을 보여주면서 회자되고 있는 셈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축사는 지난 2015년에도 박 대통령의 경축사와 비교돼 화제를 모았다. 안 지사가 지난해 경축사에서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나라가 서로 잠재적 적국으로 여기지 않고 대결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도 현재 사드 배치 문제로 외교 전략이 시험대에 오른 박근혜 정부의 모습을 예고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17일 통화에서 승전일을 지정하자는 의미에 대해 "국제 사회도 과거의 식민지 시대를 반성하고 우리가 노력을 해서 해방이 됐다는 평가를 정당하게 해달라는 것이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자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도청 측은 "안중근 의사께서는 전쟁 포로였다. 그 대목을 승전일로 연결시키면 우린 36년 동안 전쟁을 한 것"이라며 "임시 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는다고 했으면 나치에 대항해 프랑스 망명 정부도 승전국으로 대우를 받았던 것처럼 임시정부가 투쟁을 하고 노력한 것을 후손들이 기려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것이 안희정 지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충남도청 측은 미중일 외교 전략에 대해서도 "안 지사가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공감을 많이 하고 있다. 경제공동체 EU와 비슷한 정도 수준의 주장을 한 세기 전에 한 것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경축사와 비교되는 것뿐 아니라 안 지사의 경축사가 대권 선언을 위한 입장 정리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안 지사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안 지사 측은 "책임있는 정치인으로 8. 15와 같은 중요한 시기에 비전과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을 밝힌 것이다. 누구랑 비교하는 그런 스타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 지사의 발언은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안 지사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다 이루지 못한 그 미완의 역사를 완수하겠습니다"라고 썼다. 16일엔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공동체 국민모두의 평화와 안정, 번영, 생존권과 생명을 보존하는 일은 모든 지도자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며 "국민들은 지도자가 민주주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합리성과 균형을 높여서 국민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어 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성 판매 여성에 군림하는 업주들 818한국

<1> 여성의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업소 사람들

12시부터 전화가 막 와요. 빨리 출근하라고, 손님 왔다고. 그러면 낮부터 손님을 받아요.

 

아침에 퇴근했으니 피로도 풀지 못하고 또다시 거의 10시간 이상 술을 마셔야 돼요. 오랜 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얘기하고 술 마시고 노래해야 하니 얼마나 지치겠어요. 자정쯤 술에 잔뜩 취한 손님이 ‘500원 줄게 나가자이러는 거에요. 어이가 없었지만 좋게 말했어요. 500원 받고 어떻게 나가냐고. 그랬더니 따귀를 때리고 발로 차더군요. 그런데 겨우 몇 만원 하는 테이블비를 받지 못할까봐 울지도 못하고 그냥 맞고만 있었어요.

 

진짜 어이없는 것은 사장 언니가 절 불러내서 자기 아는 사람이 손님으로 왔으니 그 방에 잠깐 들어가라는 거에요. 하루 종일 술 마셔서 정신이 없는데 맞고 울어서 얼굴은 엉망이었죠. 들어가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이런 술집에서 일하면서 손님을 가려가며 받네이라고 하더군요.”

얼마 전까지 룸살롱에서 일하던 A씨는 업주에게 혹사 당한 기억을 떠올리면 또다시 울분이 차오른다. A씨의 사례는 유흥업소 업주가 성 판매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또다른 축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돈 버는 기계, 아니 기계만도 못한 노예 정도로 여기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죠.”

 

업주에게 성 판매 여성은 돈을 벌어주는 수단일 뿐, 인격체로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사회에서 성 매매를 이야기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모멸의 대상인 성 판매 여성과 비난 혹은 동정(주로 남성 위주의 재수 없게 걸렸다는 시선)의 대상이 되는 성 구매 남성이다. 하지만 여기서 정작 중요한 것이 빠졌다. 촘촘하게 짜인 성 산업의 중심에서 가장 많은 돈을 긁어 모으는 관련 업주들이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저서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은 창녀가 아니라 포주라며 이는 여성이 성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상품이라는 뜻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스마트폰 채팅앱을 이용한 조건만남처럼 알선업자의 중개를 거치지 않는 성 매매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룸살롱과 안마시술소 등 업장을 갖춘 형태의 성 매매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성 매매는 여성이 남성에게 성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남성(업주)이 남성에게 파는 것이다.

 

빚의 올가미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여성들

#“룸살롱에서 일할 때 자궁근종 수술을 받았어요. 업주에게 얘기 했더니 재수없다며 숯을 피우는 거에요.”

 

#“어떤 손님이 관계를 갖고 나서 성병에 걸려 이혼하게 생겼다는 거에요. 그러니 업주가 저한테 술값을 물어내라는 거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병원에서 검사 받고 소견서 갖다 주니까 더 이상 술값 얘기를 하지 않더군요. 업주는 아가씨 편을 들지 않아요. 손님편이에요.”

룸살롱에서 일한 B씨의 경험들은 업주가 성 판매 여성을 어떻게 보는 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업주들은 어떻게 성 판매 여성들을 강하게 옭아매며 인권을 유린할 수 있을까.

그 수단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지게 되는 빚이었다. 업주들은 성 매매업소에서 일을 시작하는 여성들에게 옷이나 화장품 구입 등 생활비 용도로 수백 만원에서 1,000만원의 돈을 선불금이라는 이름으로 빌려준다. 이후 업주들은 나한테 빚을 졌으니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으로 여성들을 대한다. 결국 업주들은 선불금이라는 빚을 빌미로 여성들에게 인권 유린을 당연하다는 듯 자행한다.

 

성 판매 여성들은 빚 때문에 불합리한 노동 환경과 아무 이유 없이 떼이는 돈에 대해서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주들은 이런 심리를 역이용해 더 악랄하게 갈취한다. 게티이미지뱅크

 

C씨는 룸살롱에서 일할 때 자연유산을 겪었지만 제대로 몸을 돌보지도 못했다. 업주에게 진 빚 때문이었다.

 

하혈을 해서 업소에 얘기하고 수술 받은 후 쉬고 있었어요. 그런데 3일째 되니까 업주가 그만 쉬고 나와서 일하라는 거에요. 빚을 갚으라는 거죠. 그 바람에 몸조리도 하지 못하고 업소에 나가서 술 마시고 성 관계를 갖는 2차도 나갔어요.”

그만큼 업주들은 빚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업주들은 여성들이 빚의 굴레를 벚어나지 못하도록 결근비나 지각비 등 다양한 장치들을 동원한다.

10대 시절 성 매매업소 집결지(집창촌) 등에서 일했던 여성 D씨는 처음 1,500만원이었던 빚이 세 달 만에 두 배로 불었다. 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결근비로 100만원씩 빚이 쌓이게 만든 장치 때문이다.

삼촌이라고 부르는 집결지에서 일하는 남성들이 너희 오늘 하루 쉴래? 어디 가서 회나 먹자고 하면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어요. 그러면 고스란히 결근에 따른 빚이 100만원 쌓이는 거죠. 그때는 어려서 그런 줄도 몰랐어요.”

이밖에 업주들은 집결지에서 도망간 여성을 찾는 데 들어가는 비용인 하이방비’, 의상비, 성형수술비, 미용실비, 택시비 등 성 판매 여성의 수입을 갉아먹는 갖가지 장치를 동원하고 있다.

 

성 판매 여성이 겪는 사회적 낙인 효과는 오히려 이들을 알선하는 업주들이 그들을 통제하는 기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성 판매 여성에 기생하는 업소 사람들

() 성매매 인권단체인 이룸에서 성 판매 여성의 인터뷰를 토대로 발행한 성 판매 여성이 경험하는 사회적 차별이라는 책을 보면 성 매매 업소 종사자들이 성 판매 여성들을 얼마나 구조적으로 착취하는 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업소 종사자들의 호칭이다.

지금까지 성 매매 관련 연구를 보면 대부분의 성 판매 여성들은 어린 시절 가정이나 학교 등 보호 받아야 할 곳에서 오히려 배제되고 폭력을 경험했다. 그만큼 성 판매 여성들은 겪어보지 못한 따뜻한 가정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안고 있다. 업소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삼촌, 이모, 언니, 오빠 등 친근한 호칭들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채 성 판매 여성을 착취한다.

마담들은 아가씨들이랑 가장 가까이 지내며 챙겨주는 척해요.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단물 쓴물 다 빼내는 가장 나쁜 사람들이에요. 몸이 아파 결근하면 집에 찾아와서 쓰러져도 가게 와서 쓰러지라며 문이며 탁자를 발로 차고 난리를 쳐요. 그러다가 찾아주는 손님이 많지 않으면 다른 가게로 옮기라고 구박하죠.”

마담 등 업소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성 판매 여성의 출근에 목을 매는 이유는 여성들의 수입 일부가 곧 그들의 수입이기 때문이다. 마담들은 생리하는 것을 걸리지 마라’ ‘피임도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성 판매 여성이 원활하게 돈을 벌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을 주로 한다. 그러면서 마담들은 성 판매 여성의 수입 일부를 찡값이라는 명목으로 챙긴다.

 

업주가 아니더라도 업계 주변에 머무는 사람들은 성 판매 여성이 버는 돈에 기생하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에서도 성 판매 여성의 수입에 무임승차하려는, 소위 공사하는 업계 남성들의 이야기가 다뤄진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스틸컷

 

업주는 성 판매 여성들의 가치와 서비스를 앞세워 시중보다 수십 배 비싼 술값을 챙기고 소개비 명목으로 2차 비용의 일부를 챙긴다. 웨이터들은 성 판매 여성을 통해 성 구매자로부터 팁을 얻어내고, 호객 행위를 하는 삼촌이모들은 수고비를 받는다. 소위 보호를 명목으로 여성들에게 기생했던 기둥서방들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착취 구조를 바꾸려면 업주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수연 살림 자활지원센터장은 국내 성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업주들이 가만히 앉아서 너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성 판매 여성에 대한 경제적 착취와 인권 유린이 심각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업주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가 되면 성 매매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며 세무조사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업주와 알선업자를 강하게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소 생활 20년 손 털고 나온 왕언니의 바람

<1> 여성의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성매매 여성'

상반기 대한민국을 흔든 커다란 이슈 중 하나는 성 매매 스캔들이다. 인기 연예인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성 매매 사건은 선정적 언어로 대중에게 소비됐다.

이슈의 중심에 유명한 성 구매자들이 있다. 덩달아 성 판매자인 여성들의 얘기도 씹던 껌처럼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 와중에 사실 여부를 떠나 못된 죄인이 된 이들의 인권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 함께 유린됐다.

 

성 매매 근절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이 동의하며 호응한다. 문제는 자의든 타의든 수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성 매매 종사 여성들의 짓밟힌 인권에 대해선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며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그늘 속 존재들이다 보니 인간으로 누려야 할 기본권 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짓밟히고 있다. 따라서 성 매매 근절은 잘못된 사회 문제를 바로 잡는다는 점에서 이들의 짓밟힌 인권 회복을 출발점으로 삼는 게 빠를 수도 있다. 접근법을 찾기 위해 관련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

 

이른바 매직 미러라 불리는, 한 쪽에서만 보이는 유리로 만들어진 유흥업소의 대기실에서 언니들이 선택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각 업소들은 가게에 언니들이 많다는 걸 홍보하기 위해 각종 게시판에 이 같은 사진을 첨부한 홍보성 글들을 무수히 올린다.

 

인권요? 성 매매 현장에 무슨 인권이 있어요.”

이달 초 부산에서 만난 봄날(별명)은 취재 의도를 밝혔더니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한때 성 매매 여성이었으나 지금은 커밍아웃을 한 뒤 꿈에 그리던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는 유흥업소 서바이벌 가이드를 표방한 화톡이라는 블로그에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업소 여성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코너인 진보적인 왕언니를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으로 찾아가 어렵게 만난 그는 까칠한 말투와 달리 푸근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가 들려준 과거는 억센 부산 사투리처럼 거칠었다.

 

유혹 : 생계에 내몰린 맏딸, 유흥업의 덫에 걸리다

봄날의 어린 시절은 가난하고 불우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했지만 먹고 살기 힘들었다. 장애인이었던 아버지는 가슴 속에 응어리진 사회적 패배감을 집에 와서 폭력으로 풀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운영하던 화장품 대리점이 망하면서 학교를 그만뒀다. 선생님이 학비도 내지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수학여행을 가냐며 어린 마음에 대못을 박은 일도 학교를 그만두는데 한 몫 했다.

 

기숙사형 미싱공장에 취직한 봄날은 거기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의 놀러오라는 권유를받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주점인 가라오케에 갔다. 미싱공장 월급이 16만원 이었는데 가라오케에서 하루 저녁 노래 부르고 술을 마시며 매상을 올려 준 대가로 9만원을 받았다. 충격이었다. 이후 친구와 업주의 집요한 유혹이 이어졌다. 결국 그는 17세 때 미싱공장을 나와 가라오케를 선택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돈을 갖다 주니 좋아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어요. 그렇게 2년여를 거기서 일했죠.”

이후 업주는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제대로 돈을 주지 않고 소위 손님들과 잠자리를 갖는 ‘2를 나가라고 강요했다. 줄어든 팁으로 집 안 생계와 자신의 생활비를 충당하기 힘들었다. 20세 때 가라오케를 나온 봄날은 대전의 유흥주점으로 옮겼다.

 

봄날의 가라오케 경력을 눈 여겨 본 업주는 ‘2차 없는 룸살롱이라며 안심시키더니 당장 생활비로 쓰라며 100만원을 빌려줬다. 바로 빚의 시작인 선불금이었다. “2차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돈 벌어서 차도 사고 집도 산다는 업주의 말을 믿었죠. 하지만 1년이 지나자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2차 강요와 함께 빚을 갚으라는 독촉이 이어졌어요.”

 

 

 

성매매 여성들은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서 일 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새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게 된다. 사진은 명품을 든 유흥가의 성매매 여성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여성혐오 비판을 받았던 이완 작가의 합성 사진 작품 한국여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착취 : 한 달에 500만원을 벌어도 장부에만 존재하는 돈

그렇게 빚에 치인 봄날은 동료의 추천으로 소개소를 찾아갔다. 소개소는 언니들을 전국 각지의 룸살롱에 연결해 주고 소개비를 받는 곳이다. 이 때부터 그는 전주, 청주, 대천, 제주 등 전국을 떠돌았다.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지출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뭘 모르는 사람들은 유흥업소 여성들이 명품을 사려고 일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손님들 눈에 들어 돈을 벌려고 비싼 옷을 사서 꾸미는 거에요. 옷이 그 것 밖에 없냐는 업주의 등쌀과 상표까지 들춰보며 핀잔을 주는 손님들 때문에 옷을 사지 않을 수 없어요.”

 

심지어 업주들은 옷값과 화장품값뿐 아니라 미용실, 택시비 심지어 속옷까지 업소에서 지정한 곳에서 비싸게 사라고 강요했다. 그러면서 업주들은 상점에서 소개비를 챙긴다. “이런 구조를 통해 업주들은 여성들에게 나간 돈을 고스란히 회수해요. 그렇다 보면 한 달에 500만원 이상 벌어도 일하다 보면 택시비 1,2만원이 없어서 업소에서 돈을 꾸게 돼요.”

 

더러 손님들이 아가씨들이 술을 버렸네”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네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술값 계산을 거부하면 고스란히 동석했던 여성들의 빚으로 얹힌다.

이처럼 상당수 룸살롱들이 계속 과소비를 하게 만들어 접객 여성들의 발목을 잡는 구조다. “일을 그만 둘 때 보니 한 벌에 100만원 이상 하는 홀 복’(유흥업소에서 입는 드레스)이 여러 보따리였어요.” 그러니 비싼 옷과 구두, 가방들이 반가울 리 없다. 봄날은 일을 그만두며 그렇게 사들인 수 많은 옷과 구두, 가방들을 모두 버렸다.

 

 

 

성구매자와 업주, 그들의 경제 논리 앞에서 성매매 여성의 인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사진은 영화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에 나온 성매매 장면 스틸컷.

 

유린 : 신체포기각서로 변하는 화대업주에겐 돈 버는 도구일 뿐

빚도 빚이지만 인권 유린으로 이어지는 인간적 모멸감이 가장 힘들었다. “룸살롱에는 유명 스타는 물론이고 별의별 사람들이 다 와요. 그런데 그들에게 언니’(성 매매 여성)는 사람이 아니에요. 성적 욕구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도구죠.”

 

여성들을 도구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사람다운 대접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는 곧 갖가지 진상으로 나타난다. “룸 안에서 언니들 의사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만지고 성 관계를 가지려 드는 경우는 흔한 일이라고 했다. 이를 거부하면 성추행과 성폭행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그러다 보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강제로 옷을 벗기는 남성을 피해 달아나던 여성이 머리채를 휘어 잡힌 채 휘두른 맥주병에 머리를 맞아 피투성이가 된 사례도 있다.

 

특히 성 매매 여성들을 향한 남성들의 폭력은 2차 장소인 모텔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단 둘만 있는 방에서 일부 남성들은 얼굴에 오줌을 싸달라는 등 갖가지 변태 행위를 요구하기도 한다. 아무리 직업 여성이라지만 그런 변태 행위가 좋을 리 없다. 이때 거부하면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남성들이 있다.

그렇지만 성 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다 보니 폭력을 당해도 고소를 하지 못한다. 업주들도 성 매매 단속에 걸려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될까 봐 여성들이 처참하게 두드려 맞아도 신고를 하지 못하게 막고 합의를 종용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성매매 집결지인 부산 완월동을 재생하기 위한 완생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박조건형씨가 그린 그림. “그런데 이 병원은 언니들의 건강을 위한 병원일까, 구매자의 건강과 업주의 수익을 위해 언니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곳일까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박조건형씨 제공

 

환생 : “성매매 경험은 인생의 한 부분일 뿐내 삶을 지배하진 못해

그렇게 봄날은 꽃다운 20대를 룸살롱에서 보내고 29살 때 그만 뒀다. 그 뒤로도 38살까지 티켓다방 등을 전전하며 살았다. 100만원이었던 빚은 20년 새 12,000만원으로 불어났다. 결국 개인파산을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타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지하철을 탔는데 혹시 룸살롱에서 일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두려웠고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비슷한 일을 실제로 겪기도 했다.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누군가 경기도 어디에서 본 것 같다는 한마디에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봄날은 생각을 바꿨다. 3년 전 성 매매 종사자였다고 공개하고 지난 상처를 추스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진보적인 왕언니코너를 맡아 글을 연재한 지도 벌써 3년째다. “글을 쓰는 게 스스로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떠오르기 싫은 기억을 헤짚다 가 괴로워서 혼자 울고 불고했죠. 힘들게 쓴 글들 모두 지워버리고 술을 마신 적도 많아요.”

 

 

 

게티이미지뱅크

 

그 덕분일까. 이제는 과거의 짐을 어느 정도 덜었다. “성 매매는 제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한 부분이에요. 그렇지만 그 기억이 나를 지배하고 좌우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과거를 인정하되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마음을 먹기까지 아주 힘들었어요.”

봄날은 일을 그만둔 뒤 자궁을 적출했다. 이를테면 직업병인 셈이다. 자궁을 포기하는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대신 희망과 행복을 되찾았다.

 

업소 생활을 할 때 무조건 돈을 많이 벌면 잘 살 줄 알았어요. 그래서 막 살기도 했구요. ‘진상 손님이나 내 몸에 해코지 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희망의 전부였죠. 하지만 이제는 진짜 희망을 갖게 됐어요.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을 보면 얼마나 뿌듯한 지 몰라요. 그래서 요즘에는 수면제도 먹지 않고 정신과에도 가지 않으며 업소 생활을 버텨낸 제 자신이 스스로 대견해요.”

 

봄날이 과거를 반추하며 강조한 것은 성 매매 여성들 스스로 굴레를 끊으라는 것이다. 그게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그들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 일을 그만두면 갈 곳이 없는데 빚은 어떻게 하며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면 답은 유흥업소로 돌아갈 수 밖에 없어요. 그 바닥에서 진상 손님을 피할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대신 빚을 갚아주지도 않죠. 사람답게 살려면 스스로 박차고 나와야 해요.”

 

봄날은 지금도 성매매 종사자로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하나는 그 일을 선택했으니 술집 여자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낙인을 스스로 찍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언니들에겐 잘못이 없어요. 의지와 상관 없이 옭아매는 구조가 문제에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건강을 챙겨야 해요. 유흥업소 일 하다 보면 남는 것은 병든 몸 밖에 없어요. 나중에 무슨 일이든 해서 먹고 살려면 건강이 중요하죠.”

 

그 대학생은 왜 '밤일 알바'를 할까

''(bar) 알바 나가는 여대생들

최저임금 알바 홍수 속 쉽게 목돈 벌 수 있어유혹 빠져

 

학교생활은 뒷전, 성매매까지 나서기도

대학생들이 스스로 밤일 알바’(아르바이트)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주로 모던바’ ‘토킹바’ '호스트바' 등으로 불리는 (bar)’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학생은 대부분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남자 손님 옆에 앉아 술시중을 드는 일을 해주고 남학생도 비슷하게 여자 손님을 상대로 함께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기분을 맞춰주는 일을 합니다. 이런 바의 대부분은 일반음식점이나 노래방으로 신고하기 때문에 이런 접객 행위는 불법입니다. 더구나 대학생이 하기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거리낌 없이 자발적으로 이런 알바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왜 대학생들이 이런 알바를 할까요. 대학생들에게 이유를 들어보니 그 속엔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아르바이트 현실과 사치와 과시를 조장하는 사회분위기, 물질 만능주의 세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알기 위해 현재 밤일 알바를 하고 있는 대학생 10여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29일 저녁 서울의 한 번화가 밤거리에 각종 음식점과 유흥업소의 네온사인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연말연시 취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400만원짜리 샤넬 원피스 사고 싶어

지난달 평일 저녁 11시쯤 서울 여의도의 한 상가 3층에 위치한 한 ’(bar). 다소 어둡게 켜둔 조명 아래로 세련돼 보이는 대리석 바닥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자 40평쯤 돼 보이는 바에 보는 사람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입구로 들어가면 정면에 스탠딩 바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문이 없는 4개의 룸이 나란히 있었다. 일하는 사람들은 사장과 매니저를 제외하곤 모두 20대 초중반의 여성이고, 10여명이 룸과 홀의 손님을 맞고 있었다. 낮게 깔린 음악 사이로 남녀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여직원들은 손님들에게 술과 안주를 서빙 하기도 하고,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매니저 이모(35)씨는 이 건물만 해도 3층에만 여기와 같은 바가 5개가 있고, 여의도에는 카페를 포함해 이런 곳이 약 700~800여 곳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카페는 커피숍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소형 바를 뜻한다.

 

이곳에서 6개월 가량 일했다는 진아(23가명)씨는 수도권의 한 대학에 다니며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 역시 분홍색 짧은 원피스를 입고 긴 생머리를 한쪽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화장은 생각보다 진하지 않았지만 눈화장에는 공을 많이 들인 듯 했다. 3년 가까이 바에서 일한 그는 처음엔 서울 강남의 한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등록금과 용돈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씀씀이가 커져서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진아씨는 월급제로 월 3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는데, 꼭 명품을 사지 않더라도 좋은 데서 밥 몇 번 먹다 보면 100만원은 금방 사라지는 것 같다주변 친구들은 부족한 용돈을 보충하려고 바 알바에 나서는 친구도 있고, 성형이나 명품 구입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일하는 친구도 많다고 말했다. 진아씨는 자신의 대학 친구도 조만간 같이 일할 예정인데,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은 ‘400만원짜리 샤넬 원피스 구입이라고 설명했다.

바 매니저 이씨는 최근에 바 알바는 절반 이상이 20대 초반 대학생이라며 요즘은 명문대를 다니는 학생들도 알바 하겠다고 많이 찾아 올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도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명 여대에 다니는 학생일수록 손님들한테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심지어 기자에게도 이곳에서 일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알바 사이트에서 쉽게 구직

대학생들이 바 알바를 통해 단기간에 목돈을 모으고 싶은 이유는 대부분 사치였다. 서울의 한 여대에 다니며 서울 강남에서 일하고 있는 신모(22)씨는 친구의 호화로운 생활이 부러워 바 알바를 시작했다. 신씨는 어느 날 친한 친구의 페이스북을 보다가 그 친구가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고가의 음식점, 호텔 등에서 찍은 사진을 자주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을 보고 궁금증을 갖게 됐다. 그는 부유한 남자친구를 잘 만나서 그런가 했더니 친구가 자신이 직접 일해서 번 돈으로 그렇게 생활한다고 해서 놀랐다그 친구가 바에서 일해서 월 300만원 이상 번다고 하니깐 솔직히 많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신씨는 곧장 온라인 알바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졌다. 친구의 말대로 바 알바 구인광고가 수두룩했고, 구인 글에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no) 터치, 노 알콜, 노 강요가 조건으로 명시돼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고, 남자 손님과 절대 스킨십이 없으며 그 어떤 강요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 정도 조건이면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 신씨는 그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씨는 그런 기준은 취객을 상대로 일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나중에 알게됐다.

대학생들은 주로 알바천국, 알바몬 같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바 알바를 구하고 있었다. 실제로 알바 사이트에 들어가면 구인란에서 ’(bar)라는 메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글을 보려면 성인인증을 거쳐야 하지만 이미 성인인 대학생들은 손쉽게 구인광고를 볼 수 있다. 한 알바 구인 사이트에는 대략 7,000여개의 바 알바 채용 게시글이 올라와 있고, 친절한 설명으로 구직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대부분 월 300~4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제시하고 개인 팁 등으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무도 술강요터치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간단한 토킹 업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바 알바에 처음 나서는 이들은 시급 5,000원 내외를 오가는 최저임금 알바만 보다가 이런 내용을 보면서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조금씩 발을 들여놓게 된다고 경험자들은 말했다.

 

 

한 알바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바 알바 구인 공고. 바 알바를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가족같은 분위기임을 친절한 문체로 설명하며 대학생들을 유인하고 있다. PC화면 캡쳐

 

집안 형편 어려워서? 아니에요

흔히 술집에서 일한다고 하면 집안 형편이 어려워 힘들어도 참고 일한다는 편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대학생들 대부분은 집안 형편이 어렵지도 않고, 일에도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 알바생 신씨는 아예 인터뷰 처음부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을 뿐 집안 형편은 어렵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녀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부모님께 용돈으로 매달 70만원씩 받았다이 일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손님으로 오는 사람들이 의사 변호사 사업가 고위층 인사 등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다 그들이 하는 얘기도 평소 쉽게 들을 수 없는 내용이 많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평범한 대학생들은 경험하지 못할 사치와 대우를 받으니깐 자신이 굉장히 잘난 사람이 된 것 같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여 부르는 20대 속어)이 생겼다솔직히 요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잘 안타게 된다고 말했다.

 

바 알바는 시작일뿐...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잠깐 큰 돈을 벌고 끝내려고 시작했던 대학생들이 조금씩 더 큰 욕망의 늪으로 끌려 들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방의 유명 국립대를 휴학하고 룸살롱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모(23)씨는 바 알바는 화류계(花柳界) 인생의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그 역시 바에서 1년 반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룸살롱으로 옮기게 됐다. 그는 일단 (바 알바에) 발을 들이면 점차 높은 단계’(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업소)로 옮겨가게 된다. 그러면서 손님들로부터 인기를 얻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러려면 명품 옷이나 성형에 의지하게 되고 점점 더 수입의 많은 부분을 비용으로 지출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주는 업소를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4년간 여러가지 '밤일'을 경험하고 성매매에까지 나서게 된 박모(24)씨도 밤에 일하는 대학생 대부분이 용돈을 벌기 위해 비교적 쉬워 보이는 바 알바를 시작하지만 점차 많은 돈을 벌면서 학교와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결국 힘든 취업전쟁의 길로 나서야 하는 학교 생활보다는 밤일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서 무언가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그도 부족한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로 일을 시작했지만 점차 돈에 대한 욕심이 커져 성매매에까지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요즘엔 한달 내내 고생하며 일해도 100만원도 받기 힘든 알바들 뿐"이라며 "내 일을 비판했던 친구들까지도 결국엔 급할 땐 월 500만원 이상 버는 내게 돈 좀 빌려 달라며 사정하는 것을 보고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원래 한 사범대학에 입학해 국어 선생님의 꿈을 키웠었지만 지금은 학교도 그만뒀고 선생님의 꿈도 포기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여학생들이 유흥업소에 쉽게 발을 들이게 된 데에는 사회적인 분위기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비교하기 문화, 보여주기 문화가 한 원인이라는 것. 김 교수는 요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해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고 자신의 삶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커졌고, 이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유흥업소에 들어가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호스트바' 알바 하는 남학생들

이런 바의 대부분은 일반음식점이나 노래방으로 신고하기 때문에 이런 접객 행위는 불법입니다. 더구나 대학생이 하기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거리낌 없이 자발적으로 이런 알바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왜 대학생들이 이런 알바를 할까요. 대학생들에게 이유를 들어보니 그 속엔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아르바이트 현실과 사치와 과시를 조장하는 사회분위기, 물질 만능주의 세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알기 위해 현재 밤일 알바를 하고 있는 대학생 10여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29일 저녁 서울의 한 번화가 밤거리에 각종 음식점과 유흥업소의 네온사인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연말연시 취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대학생 김정훈(25가명)씨는 여자 손님들에게만 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명 '호스트바'에서 1년 반 가량 일했다. 오똑한 콧날과 쌍꺼풀 없이 큰 눈으로 주목 받는 외모를 가진 김씨는 힘들이지 않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 일을 하게 됐다. 인터넷을 통해 서울 강남역 주변의 호스트바를 찾았고, 간단한 면접을 통해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의 일은 주로 여성 손님이 오면 다른 남성 접대부들과 함께 손님이 있는 방에 들어가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선택(업계 용어로는 '초이스')을 받는 것이다. 선택이 되면 손님의 옆에서 술시중을 들고, 분위기를 맞춰줘야 한다. 함께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실 수도 있고,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때론 짓궂은 요청도 들어줘야 한다.

 

남성 접대부 일은 그의 생각대로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이었다. 하루 20~5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어서, 매달 대략 900~1,000만원의 벌이가 가능했다. 여기에 손님으로부터 받는 팁까지 따지면 월 수입은 일반 회사원은 꿈도 꾸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하지만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손님들의 기분에 무조건 맞춰줘야 하고, 독한 양주 등 술도 많이 마셔야 하는 일이었다. 업소 영업도 대체로 밤늦게 시작해 거의 아침이 돼서야 끝나기 때문에 다음날 시간을 맞춰 학교 수업을 가거나 하는 일도 점점 힘들어지게 됐다. 그는 현재 1학년까지 마치고 학교는 휴학 중이다.

 

게다가 돈도 많이 모으지 못했다. 김씨는 "저 뿐만 아니라 이쪽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버는 만큼 쉽게 쓰게 된다""주로 성형수술이나 값비싼 옷으로 자신을 꾸미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남성 전용 유흥업소에 가서 즐기며 돈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때 유흥업소 여성들이 스트레스 푸는 곳으로 알려졌던 호스트바는 현재 일반인들도 쉽게 찾는 보편적인 업소로 확산되고 있다. 강남 일대에만 100여 곳의 호스트바가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법적으로 유흥업소로 신고하지 않고 '호스트바'라는 이름을 달고 운영하는 변종 노래방도 번화가를 중심으로 상당수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런 변종 노래방에 더 많은 대학생 알바가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변종 노래방은 시간당 3만원 정도를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입은 적다. 호스트바는 관련 법규정이 모호하고 불법행위 적발이 어려워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서울의 한 번화가 도로 위를 호스트바(호빠) 전단지가 어지럽게 흩뿌려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남자 대학생들이 이런 알바를 시작하게 되는 이유는 여학생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여학생들이 주로 큰 돈을 벌기 위해 '(bar) 알바'를 선택한다면, 남학생들은 호기심이 이유인 경우가 많았다. 인터뷰 중 만난 대부분의 대학생은 ', 여자, '이 모두 충족되는 알바라는 점에 끌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학생 강모(23)씨도 호기심 때문에 호스트바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어느날 우연히 호스트바 접대부의 생활을 다룬 영화를 본 강씨는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 등을 통해 호스트바 일자리를 구했다. 그는 "군대에 가기 전에 영화에서 봤던 호스트바 선수들의 화려한 생활을 누려보고 싶었다""20대엔 한번쯤 해볼만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역시 많은 돈을 벌었지만 모은 돈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군 복무 중인데, 제대하면 다시 호스트바 알바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호스트바 구인구직 사이트에 전국의 호스트바가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수많은 게시글들이 올라와 있다. 인터넷

화면 캡쳐

 

호기심에 시작했더라도 이들이 호스트바 일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잡는 이유는 여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겉잡을 수 없이 커진 소비와 사치였다.

 

부산의 한 호스트바에서 일했던 대학생 이모(22)씨는 "처음엔 어느 정도 돈을 벌면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는데, 돈을 많이 벌게 되니깐 그 이상으로 쓰게 됐다""1년 반정도 일했지만 모은 돈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바 알바를 하다 보면 단기간에 돈만 벌어서 나가겠다는 처음 생각이 변해, 대부분 돈 많은 '스폰서'(생활비와 용돈을 따로 대주며 만남을 이어가는 손님) 한 명 잘 만나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호스트바에 손님으로 왔던 관계를 발전시켜 꾸준히 용돈과 선물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호스트바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이한승(35가명)씨는 "최근에는 돈과 화려한 생활에 취해 있는 대학생들을 많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학력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호스트바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현실적인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밤의 유흥문화를 즐기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그런 생각으로 오는 대학생들은 결국 좋지 않은 길로 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이씨는 "미래의 기초를 닦고 꿈을 향해 달려도 모자랄 나이인 20대 초반에 과장된 화려함에 빠져 인생 전체를 망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다""결국엔 쉽게 번 돈이기 때문에 사치와 도박에 빠져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드철회 VS 3후보지 수용성주 군민 의견 맞서 818경향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투쟁위)와 군민간 열린 첫 간담회에서 사드철회와 3후보지 수용을 놓고 격론이 벌여졌다. 일부 참석자는 2개의 안을 놓고 주민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18일 오후 2시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1명씩 발언권을 얻어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는 사드에 대한 높은 열기를 반영하듯 군민 300여명이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50여명이 발언권을 얻어 사드배치 철회와 제3후보지를 검토하자는 의견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사드배치 철회를 주장하는 군민은 사드배치 결정 자체가 잘못된 만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한반도 다른 어느 지역에도 사드가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철회론자들은 정부가 제3후보지 카드를 꺼내들어 성주 민심을 갈라놓고 있다면서 왜 우리가 국군도 아닌 미군에게 땅을 내주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주민은 지금은 힘이 들고 어렵더라도 멀리 보고 투쟁해 반드시 사드를 철회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제3후보지를 거론하는 주민들은 주민 단합과 지역 경제회복을 위해 제3후보지를 수용해야 한다면서 국방부가 제3후보지를 결정하도록 통보하자고 말했다. 50대의 한 남성은 하루 빨리 제3후보지를 찾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사드 문제를 투쟁위와 군수님에게 일임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40대의 한 여성은 사드 3후보지를 받아들이되 성주 발전 방안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사드배치 제 3후보지로는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 골프장(680m), 금수면 염속봉산(870m), 수류면 까치산(570m)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가 발표한 사드배치 후보지로 발표한 성산포대는 성주군청에서 3에 불과하지만 이들 지역은 성주군청에서 10~18가량 떨어져 있고 민가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세대간에도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젊은층은 사드 철회를 외쳤으나 노년층은 제3후보지 수용에 무게를 두었다. 일부 참석자는 이제 사드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면서 사드철회와 제3후보지를 놓고 주민투표를 거쳐 결정하자고 말했다.참석자들은 의견이 나누어져 격론이 벌어지면서 간간이 비난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흥분한 참석자들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목소리를 높이자 사회자가 연신 조용히 하세요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김항곤 성주군수와 투쟁위 관계자 등이 두루 참석해 군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군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앞으로의 투쟁 방향과 방법 등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극우·보수성향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드배치지지국민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지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바른사회시민연대,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애국단체총협의회, 자유총연맹, 종북좌익척결단 등 극우보수 성향의 단체 77곳은 사드배치지지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사드배치 결정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한 것이라며 평양의 지령을 받는 간첩이나 종북단체가 아니라면 사드배치 반대운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KBS 강규형·조우석·차기환 이사,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방문진) 권혁철 이사, EBS 조형곤 이사 등 일부 공영방송 이사회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이 단체 집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드배치지지국민연대는 지난달 28일 문화일보 의견광고를 통해서도 대형 국책사업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 거짓 선동으로 나라를 흔들어 온 세력들에게 더 이상 속을 수 없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지원하거나 침묵해온 자들이 사드배치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등의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문화일보 728일자 의견광고.

 

강효상 김영란법 제안은 어처구니 없는 일819 미디어오늘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강효상 의원, 김영란법 개정 토론회 개최..."부패인식수준 결코 낮지 않다", "언론 부패집단 매도"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이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가 OECD 가입한 선진국 34개국 중 27위라는 것은 상당한 성과이고 부패인식수준이 그렇게 낮지 않다고 말했다. 강효상 의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김영란법 제대로 만들기 위한 개정방향 토론회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자료집에서 부패인식지수를 하위권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왜곡이고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영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토론회를 주최한 강효상 의원은 김영란법이 권익위가 굉장히 무리를 해서 만든 법”, “공무원의 기관이기주의로 기관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본능적인 욕구에서 만들어진 권익위원회를 위한 법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가 없다며 권익위가 낸 김영란법 관련 안내 자료에 나온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김영란법 제대로 만들기 위한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해당 자료집에 제시된 부패인식지수는 국제투명성기구가 집계해 발표한 지난해 부패인식지수(CPI)로 대한민국은 168개국 중 37,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4개국 중 27위다. OECD 가입국 중 대한민국보다 CPI가 낮은 나라는 헝가리와 터키, 멕시코 등 6개국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1995년부터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가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매년 부패인식지수 혹은 국가청렴성지수로 발표한다. 보통 부패인식지수가 낮으면 부패 정도가 심하고 높으면 청렴도가 높다고 일컬어지며 경제수준이 높은 국가들이 부패인식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강효상 의원은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가 168개국 중 37위로 저조하다고 하는데 1945년 해방이 되고 1948년 건국해 일천한 역사 가운데서 이렇게 부패 인식지수가 올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강효상 의원은 또 실명제라든지 여러 가지 데이터가 공유,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부정부패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중수부 수사하고 있지만 (부정부패) 금액 자체가 낮아지고 있고 과거에 비해 대형 부정부패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효상 의원은 선진국과 대한민국의 직접적인 비교를 반대했다. 강효상 의원은 민주주의를 이룩한 영국처럼 1200년대 마그나카르타부터 국민의 청렴 혁명이 일어난 수백년 역사를 가진 나라하고 해방 이후 수십 년밖에 안된 민주주의, 근대국가, 현대국가 역사가 일천한 나라를 비교한 공무원들은 이렇게 할 일이 없느냐부패인식수준이 하위권이라는 것은 왜곡이고 중상모략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언론과 사립학교를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는 걸 공무원이 할 일인가라며 “(김영란법 제정은) 국가기관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효상 의원은 권익위가 부패방지를 어떻게 근절할 수 있냐이런 법을 제안한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참석해 있던 허재우 권익위 청렴총괄과장은 권익위가 2002년부터 14~15년간 부패신고 처리를 처리했던 노하우가 있어서 큰 무리 없이 해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허재우 과장은 이어 부패인식지수가 하위권은 왜곡이라는 주장에 대해 단기 역사를 감안하면 놀랄 만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는 권익위 차원의 주장이 아니다경제수준과 청렴 수준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는 부패 쪽 연구 학자들의 말로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37, 4~5년 전에는 42~43위권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고 언급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3716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제투명성기구(TI)가 작년 말(2012)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도 한국은 조사 대상 175개국 중 45위였다. 경제 규모 세계 15, 무역 규모 세계 8위라는 자랑이 부끄럽다고 썼다.

 

20141126일 사설에서도 조선일보는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측정하는 국가청렴도지수(CPI)10점 만점에 5.5점으로 세계 46위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가 세계 9, 경제 규모가 세계 15위였던 것과는 큰 격차라고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강효상 의원은 20132월부터 201510월까지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다.

 

비상식의 사회]최경희, 김영란, 그리고 박근혜 823주간경향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공부한 최경희씨는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을 거쳐 현재 이화여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교육 주체와의 소통이나 동의 없이 정부의 일방적 방침을 무리하게 시행하려다가 학생들의 저항으로 결국 항복하고 그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투쟁에 참여한 학생들은 처음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최경희 총장의 용납할 수 없는 행태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교육부였다. 교육부는 탁상행정이나 학위장사의 의심이 있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제안했고, 학교는 학생 등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관심 있는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SNS로 소통하면서 학교 측과 대화를 요구하고 토론할 것을 제안했으나 묵살당했다. 결국 집단적으로 학교를 방문하고 대화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가게 됐다.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1만여명이 넘는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이화여대 총장의 불통적 리더십

그런데 학교는 대화는커녕 경찰 21개 중대 1600여명을 투입하여 강제진압에 나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학생들은 분노하여 더욱 강고한 대오로 투쟁의 수위를 높이며, 이러한 사태 뒤에 최경희 총장의 독단적 불통 리더십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학생들이 분노한 것은 학교의 명예와 미래가 달린 중요한 문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과 정당한 학생들의 문제제기를 경찰을 학내로 불러들여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다. 더욱 화난 것은 독단적 추진이나 경찰 투입 등에 대해 처음에는 늘 부인하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학교 본관을 점거하면서 본격화된 투쟁에서 투쟁주체들은 특정한 투쟁지도부를 두지 않았다. 모두가 투쟁지도부라 표명했고 그렇게 행동했다. 이른바 외부세력으로 오해 받아 순수성의 훼손으로 공격 받을 소지가 있는 연대 단체나 기존 운동가들의 접근을 공식적으로 차단했다. 이것은 이번 싸움의 적절한 전술적 판단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수언론을 앞세운 왜곡선전이나 본질 흐리기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SNS라는 새로운 소통방식을 중심으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주장과 목표를 분명히함으로써 정당성과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처절하지만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믿음을 산 것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이다. 또 교섭을 하면서도 대표를 통해 하는 옛날 방식이 아니라, 교섭 내용을 전체 회의에 부쳐 서로 이해하고 합의에 이를 때까지 시간을 가지고 충실히 토론한 것이 내부 단결의 요인일 뿐 아니라 확실한 요구사항을 만드는 힘이었다.

 

스스로 느린 민주주의라 부르는 새롭고 지혜로운 투쟁방식으로 농성투쟁 사흘 만에 사업을 철회시키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학생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비민주적이고 반교육적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최경희 총장에게 물어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외부세력인 경찰을 불러들인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에 비추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 보고 책임을 묻고 있다. 명분으로나 논리로나 타당한 요구로 보인다. 공은 최경희 총장에게 넘어가 있다. 대학의 총장이면 어떻게 하는 것이 대학의 자율성과 이화여대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는 일인지 판단하고 결단해야 할 것 같다. 그것도 시간을 놓치면 결국은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김영란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되었다. 대법관 시절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많은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법관 퇴임 때도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대법관 경험을 살려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선언해 스스로 전관예우 관행이 만연한 법조계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그 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시절인 2012년에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2010스폰서 검사2011벤츠 여검사사건을 계기로, 기존의 법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법이었다. 부처 간의 갈등과 이해충돌 등 우여곡절 끝에 20137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나, 국회 제출 이후에도 법의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위헌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듭 표류했다. 그러다 20144월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문제가 대두되고 부정부패 척결 여론이 높아지자 새롭게 주목받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때는 조속한 법안 처리를 국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원안에 없던 언론사와 사립학교가 포함되고, 이해 충돌 방지 부분이 빠지면서 20153월 국회를 통과했다.

 

전관예우 거부한 최초의 여성대법관

그 뒤 결국 헌법재판소의 심의까지 거치면서 일부에서 제기한 위헌 소지에 대해 합헌 판결이 나고 이제 곧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김영란씨의 최초 입법 취지에 따라 법이 잘 시행되도록 함께 힘을 모으기는커녕 이해관계에 얽매여 계속 발목을 잡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법의 핵심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공직자 등 이 법으로 정하는 자의 금품 수수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선진국들도 이미 이와 비슷한 법을 가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국가 청렴도 비교에서 아주 낮은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이러한 법이 절실히 필요했고, 김영란씨는 그것을 법제화해야 하는 책임 있는 자리에서 그 일을 수행한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의 이해당사자인 보수언론이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을 침소봉대하여 흔들기 시작하고, 마치 이 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우리나라 농업과 경제는 곧 망할 것처럼 괴담 수준의 악담을 늘어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의 태도와는 다르게 이 법이 국회에서 재논의되기를 바란다는 식의 반대 의사를 공공연하게 표명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오히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자기가 발의한 이 법의 통과를 위해 해설집을 만들어 국민과 소통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차분히 대응하는 김영란씨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어, 대통령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박정희를 등에 업고 이명박에 이어 대통령이 된 박근혜씨는 국정 수행능력 부족으로 국민들을 몹시 피곤하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문제를 2년이 넘게 해결하지 못하고 점점 더 어렵게 만들더니, 최근 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이웃 나라는 물론 세계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외교전략의 미숙과 불통 리더십의 발현으로 국민들은 수년 만에 찾아온 더위와 함께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도 이화여대 사태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느린 민주주의투쟁 방식을 배워야겠다.

 

이참에 박근혜 대통령도 최경희씨의 길을 걸을 건지 김영란씨를 따라 배울 건지 결단해야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어떻게 무사히 채울 것인가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아메리칸 드림이 위험하다 818 시사인

미국 대선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와 클린턴이 각각 제시하는 미국의 미래는 판이하다. 기존 아메리칸 드림을 지지하는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와 지지자들이 외치는 위대한 미국의 바탕은 두려움배척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 후보를 확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남성과 여성, 평생 정치 무대에 직접 뛰어든 적이 없는 후보와 평생을 정치 무대에서 대중의 환호와 비난을 함께 받아온 후보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두 전당대회에서 각 당의 후보자보다 더 확연히 드러난 차이는 바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현재의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를 토대로 그린 미래 미국의 모습이었다.

 

7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의 캠페인 슬로건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주제로 안보·경제 정책, 국가 경쟁력, 화합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공화당 전당대회를 관통한 키워드는 바로 두려움(fear)’이었다. 전당대회 내내 연설은 대부분 현재 미국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8년 동안 범죄가 크게 늘었고 경제는 몰락했으며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불법 이민자들이 살인을 저지르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라는 규탄이 이어졌다. 외교정책도 비판 혹은 비난 일색이었다.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공화당은 트럼프가 내세우는 정책을 선택했다. 트럼프의 정책을 거칠게 요약하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중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며, 불법 이민자를 막으려 멕시코와의 국경에 대대적으로 장벽을 세우고,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해 임시로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REUTER 지난 721일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그는 유권자들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2065년 미국의 백인 비율 46%

미국 언론은 주요 인사들의 연설과 발언이 나올 때마다 부지런히 사실관계를 검증해 보도했다. 사실 확인 결과를 보면, 이들 주장의 근거 가운데 실제가 아닌 것이 꽤 많았다. 먼저 FBI 범죄 통계를 살펴보면 미국의 범죄율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였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10%에 육박했지만 오바마 대통령 집권 기간 실업률은 5%로 금융위기 직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뒤 일자리 870만 개가 창출되었다(물론 트럼프는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실업률은 순전히 사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불법 이민자의 숫자도 2007년에 120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는 계속 감소 중이며,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후 미국이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은 2290명에 불과하다(참고로 유엔 난민기구가 집계한 시리아 난민은 총 480만명으로 이 중 300만명이 레바논·요르단·터키에 있다. 20164월 기준 독일은 60만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다).

 

전당대회 무대를 장식한 주장들을 토대로 지금 공화당이 가는 방향을 가늠해보면 과거의 공화당과는 확실히 다른 길을 선택한 듯하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미국 예외주의를 강조해왔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강조하며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그려왔다. 현상 유지나 기득권 체제에 대한 불만은 늘 진보와 민주당의 몫이었지만, 이번 선거는 그 역할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어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종과 종교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지금까지와 달리 백인이 살던 방식이 주류의 지위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두려움이 공화당,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변화하고 있다. 1965년에 미국은 인구의 80% 이상이 백인이었다. 이 비율은 2016년 현재 64%로 낮아졌고, 2065년에는 46%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지난 50년간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는 5900만명으로 대부분이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출신이다. 현재 히스패닉(중남미계 이주민)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하지만 2065년에는 24%로 높아질 전망이다. 아시아계 인구도 현재 5%에서 2065년에는 전체 인구의 14%로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1965년에는 미국 인구 가운데 미국 밖에서 태어난 사람의 비율이 5% 정도였다. 이 비율은 오늘날에는 14%에 이른다. 인구 구성의 변화는 곧 유권자 지형의 변화를 뜻한다. 2000년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가운데 백인은 78%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 비율이 69%로 떨어질 예정이다.

 

 

REUTER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구호는 함께할 때 더 강하다이다. 지난 731일 애슐랜드 유세 장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여론도 급격하게 바뀌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동성 결혼에 관한 여론이다. 2001년만 하더라도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하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오늘날 미국 인구의 55%가 동성 결혼을 찬성한다. 특히 198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네 명 중 세 명이 동성애를 지지한다.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만 해도 아무런 종교가 없다고 말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6%였지만, 이 비율은 2014년에 23%로 늘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답한 사람은 같은 기간 78%에서 71%로 줄었다.

 

이렇게 인종과 종교, 그리고 삶의 방식에서 다양성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반대 선택을 했다. 공화당은 여전히 백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미국적인 삶이 곧 백인의 삶이었던 전통적인 미국을 이상화한다. 선거분석 전문 기관인 업샷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미국이 가장 위대했던 시절이 언제인지를 물었을 때 75%는 지금보다 1960년대 중반이 훨씬 좋았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전략은 달랐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민주당은 인종과 종교, 그리고 삶의 방식에서 다양성을 포용했고 이를 당의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노력했다. 다양성의 포용은 민주당을 하나로 통합하는 강력한 의제가 되었다. 민주당 의원이라고 해서 모든 정책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경선 기간 드러난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의 정책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차이를 인정하면서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것은 어느새 민주당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구호 함께할 때 더 강하다(Stronger Together)”는 이를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준다. 힐러리 클린턴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의 핵심은 바로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누가 표를 주는지를 살펴보면 민주당이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소수 인종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살펴보면 흑인의 95%, 히스패닉 유권자의 70%가 민주당을 지지한다. 지난 20년간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 변화는 훨씬 더 극적인데, 대체로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고 종교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공화당의 지지층과 유사한 면이 많았다. 실제로 과거 대선에서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공화당을 지지했다. 199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은 아시아계 유권자들로부터 36%의 지지밖에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선거에서 오바마 후보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7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EPA 2010415일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공화당 지지 티파티 운동원들.

 

공포, 공화당의 강력한 선거 도구가 되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다른 인식은 자연히 다른 정책 대안으로 이어졌다. 전 세계에서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을 미국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는 민주당은 이민을 확대하고 불법 이민자들의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쪽으로 이민 정책을 개혁하고자 한다. 반면, 이민자들이 들여오는 다른 방식의 삶과 종교가 전통적인미국인의 가치를 위협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며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가한다고 생각하는 공화당은 미국에 와 있는 이민자들을 다시 돌려보내거나 앞으로 들어올 이민자들을 최대한 차단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와 주요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트럼프를 둘러싼 분열과 불신이 감지되지만, ‘타인에 대한 두려움은 트럼프 지지를 이끌어낸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두려움의 원천은 어디이고, 왜 이런 두려움이 트럼프가 떠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일까? 학자들은 진보와 보수가 경계심을 느끼는 정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증명해왔다. 특정 이미지나 자극을 주었을 때 뇌파나 눈동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통해서 학계 연구는 보수적인 사람이 훨씬 더 경계심이 강하며 자신과 다르거나 불편한 이미지를 보았을 때 보수적인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하지만 생물학적 차이에 주목한 설명은 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떠올랐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경계심이 강한 건 원래 보수적 유권자들의 특징이었는데 왜 이번 선거에서는 두려움을 공략한 전략이 먹혔을까? 공화당 지도부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 자리까지 끌어올린 구조적인 원동력이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간 공화당의 정책과 지지 기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화당은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외치며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지지해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했고 부자 감세와 탈규제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미국 인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소득이 높을수록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긴 하지만, 2008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소득이 낮고 교육 수준이 낮은 블루칼라 백인들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오바마 집권 이후 시작된 공화당 내의 풀뿌리 조직 티파티의 영향으로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이 낮은 유권자들이 공화당 예비 경선 과정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은 세계화와 기술 발전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었거나 과거보다 실질임금이 줄어든 사람들이다. 티파티의 주장은 공화당 지도부나 전통적인 공화당 정치 엘리트들의 정책과 다르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상·하원 선거에서 이들의 지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당내 지지 기반 사이에 큰 균열이 있음에도 이를 계속해서 묵인해왔다. 공화당 내 블루칼라 유권자들은 지속적인 실질임금 감소와 일자리 감소, 불안한 노후 대책이 가장 중요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이런 문제에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여전히 기업과 부자를 위한 세금 감면 정책을 펴면서 선거 국면에서는 이민자의 증가와 관련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가진 두려움을 적극 활용했다.

 

1873년부터 2009년까지 의회 연설문을 분석한 최신 논문에 따르면,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이 1994년 중간선거에서 1952년 이후 처음으로 하원 다수당이 된 이후로 사람들의 불안을 조장하거나 당파성이 짙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Matthew Gentzkow, Jesse M. Shapiro, Matt Taddy. <Measuring Polarization in High-Dimensional Data:Method and Application to Congressional Speech>).

 

사회안전망 부족했던 미국이 맞을 부메랑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등장은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친기업 부자 중심의 정책에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던 공화당 내의 저소득·저학력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집단은 백인이면서 고등학교 이하의 학력, 그리고 과거 제조업이 중심일 때 경제 번영을 누렸지만, 기술과 정보, 서비스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면서 적응에 실패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이민자들 때문이고, 중국이 미국과 공정하지 않은 무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민자를 제한하고 중국에 무역 보복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트럼프를 지지한다. 세계화가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인 일자리에 타격을 준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가 제시하는 정책이 공화당의 블루칼라 유권자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판단 가능하다.

 

지난 30년간 대부분의 선진국은 세계화를 경험했다. 하지만 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에 비해 미국에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 여론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학자들은 정부가 세계화로 인해 제조업이나 농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제공하거나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가져오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식은 무역과 사람들의 국경을 넘어선 이동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교육 관련 지출을 늘리거나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보장 제도를 확충해 큰 변화를 겪게 될 사람들이 받는 충격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공화당의 기조, 그리고 트럼프의 정책은 그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을 오히려 트럼프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기회주의적인 정치인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서 만들어낸 두려움의 수사는 공화당에서 가장 소외되었던 계층에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권한을 줬지만, 역설적으로 이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자신들의 선택 때문에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왜 우리에겐 안드로포이드와 같은 영화가 없을까 813시사저널

1930~40년대 식민지배 체제 동·서양의 대표적 의거로 불리는 두 사건에 대한 엇갈린 관심

2차 세계대전 중 체코에서 일어난 나치군 사령관 암살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 안드로포이드(Anthropoid)812일 북미지역에서 일제히 개봉된다. 안드로포이드1942527일 체코군 출신인 얀 쿠비시와 요제프 가브치크가 작전명 안드로포이드에 투입돼, ‘프라하의 도살자로 불리던 나치점령군 사령관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Reinhard Heydrich)를 암살한 실제 사건의 행적과 전개 과정을 그려낸 영화다.

 

812일 개봉하는 영화 안드로포이드포스터

영화 안드로포이드의 개봉이 새삼 부러운 점은 하이드리히 암살사건을 다룬 영화가 끊임없이 제작된다는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던 1943년에 제작돼 나치의 만행을 고발한 행맨 올소 다이(Hangmen also die)를 시작으로 히틀러스 매드맨》 《암살》 《새벽의 7》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등이 미국·영국·독일·체코 등에서 그동안 10편 넘게 제작되며, 이 사건을 기록으로 남겼다.

 

왜 세계 영화계는 이미 오래전에 벌어진 한 사건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영화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역사에서 배우고,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똑같은 고통을 당하지 않는, 역사의 교훈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영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광복 71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영화계가 곱씹어야 할 대목이 있다. 우리에게도 한국판 안드로포이드 의거로 불리는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가 있지만 영화계에서는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판 안드로포이드 의거로 불리는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가 한국영화계에서 외면받고 있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윤봉길 의사 사형집행 직후모습

 

체코 의거와 여러 면에서 닮은 윤봉길 의거

역사학자들이 체코 안드로포이드 의거로 불리는 하이드리히 암살사건과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이유는 두 사건이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유럽의 식민점령군인 독일 나치군에 항거한 안드로포이드 의거가 일어나기 꼭 10년 전인 1932429, 상하이에서 일본군 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등 주요 인물들을 폭살한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는 아시아의 식민점령군 일본군을 상대로 한 가장 큰 규모의 의열 투쟁이었다. 그렇다면 두 사건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유사성을 띠고 있을까.

 

첫째, 일제와 나치의 현지 점령군 총사령관들이 각각 폭탄에 의해 피살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점령군 총사령관을 폭살한 두 사건은 20세기 동·서양을 통틀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둘째, 두 사건은 단순한 테러가 아닌 전시에 이루어진 군사작전이었다는 점도 같다. 두 사건은 각각의 망명정부가 주도한 공인된 군사작전이었으며, 사살자와 피살자 쌍방이 모두 민간인이 아닌 군인 신분이었다. 윤봉길은 임시정부의 특공대인 한인애국단의 단원이었다. 셋째, 한국과 체코의 망명정부가 이와 같은 세기의 작전을 실행하게 된 배경 또한 비슷하다. 당시 한국은 임시정부의 입지가 취약했고, 체코도 나치에 대한 저항이 약하다고 연합국들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위기에 봉착한 두 망명정부가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고 독립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작전을 계획하게 된 것도 두 사건의 닮은 점이다.

 

왼쪽부터 윤봉길, 요제프 가브치크, 얀 쿠비시

마지막으로 두 사건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점은, 두 사건으로 인해 당시 식민지배에 놓여 있던 한국과 체코가 훗날 영토를 회복하고 독립국의 지위를 얻는 데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중국의 장제스(蔣介石) 총통을 감동시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적극 지원하게 만들었고, 1943년 카이로회담에서 장 총통이 연합국 수뇌들을 상대로 한국의 독립을 주장해 이를 선언에 포함하도록 한 계기가 됐다. ‘안드로포이드작전의 성공 역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체코의 독립과 수데텐 지방(영국과 프랑스가 1938년 뮌헨회담에서 독일에 승인해 준 체코의 일부 지역)을 돌려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이 20세기 동양과 서양을 뒤흔든 두 개의 서로 다른 사건은 놀라울 만큼 공통점이 많다. 내용뿐만 아니라 사건이 미친 영향 또한 닮은꼴이다.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의거는 체코에서 벌어진 사건과 세계사적으로 격을 나란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서는 부끄럽기만 하다. 윤봉길 의사 의거를 다룬 영화는 독립운동가인 윤봉춘 감독의 1947년 작품 의사 윤봉길단 한 편만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그 영화의 필름은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다.

 

실제 바탕한 시네마 베리테형식 영화 필요

최근 우리 영화계가 암살》 《동주》 《덕혜옹주등의 영화를 제작하는 등 일제강점기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이러한 영화들이 지나친 픽션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를 바탕으로 좀 더 사실적이며 역사적 교훈을 전달하는 시네마 베리테(Cinema Verite) 형식으로도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사실에 충실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체코 안드로포이드 의거는 이렇듯 우리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비롯해 우리 독립운동의 주요 사건들도 영화로 제작되어 세계의 극장무대에 상영된다면 안드로포이드못지않은 감동과 교훈을 안겨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병우 말고 이석수 수사하라는 청와대의 '본말전도'(종합) 819 CBS노컷뉴스

"중대 위법행위, 묵과할 수 없는 사안"내부 '우병우 사퇴하라'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한지 하룻만에 청와대가 이석수 감찰관의 '감찰정보 누설 의혹'을 들어 '중대 위법행위'라며 사실상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9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보 누설 의혹을 '중대한 위법행위', '묵과할 수 없는 사안', '국기를 흔드는 일' 등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김 수석은 "특별감찰관법 22조는 '특별감찰관 등과 파견공무원은 감찰착수 및 종료사실,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언론에 보도된 것이 사실이라면, 특정 신문에 감찰 관련 내용을 확인해줬으며 처음부터 '감찰결과에 관계없이 수사의뢰하겠다'고 밝혔고, (이번 수사의뢰가) 그대로 실행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수석은 "이것은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 사안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어떤 경로로 누구와 접촉했으며 그 배후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 내용처럼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하고, 특정 언론과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국기를 흔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어떤 감찰 내용이 특정 언론에 왜, 어떻게 유출됐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자료사진)

우병우 수사하지 말고 이석수 수사하라는 가이드라인

청와대는 이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우 수석에 대해서는 ''자도 꺼내지 않았다. 이는 우 수석에 대한 경질이나 자진사퇴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검찰에 우 수석이 아닌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전날 보수 시민단체에 의해 피소된 이석수 감찰관에 대한 수사 여부와 우 수석에 대한 수사를 놓고 검찰은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우 수석 수사가 면죄부에 그치거나 이 감찰관 수사가 진행될 경우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수사의뢰된 우 수석이 아닌 이석수 감찰관을 수사하라는, 본말이 전도된 입장을 밝힌데 대해 그들만의 논리에 갖혀 여론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파열음은 이미 새누리당 내부에서 일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데 이어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민정수석 신분을 갖고 어떻게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느냐""(우 수석의 사퇴는)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새누리당 대다수 의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울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야당 "청와대, 망하는 길로 가는 것"

야당도 일제히 청와대의 역공을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마치 특감 행위가 잘못된 것처럼 해서 특별감찰관의 행위 자체를 의미없게 만들려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특별감찰관이 싸울 문제가 아니다. 우병우 수석이 정말 결백하더라도 검찰 조사를 받아서 결백을 입증하면 되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이석수 감찰관을 공격한 것은)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본말은 간데 없고 엉터리 같은 수작을 청와대가 시작하고 있다""우 수석은 오늘이라도 국민 앞에서 빨리 사퇴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불통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오늘 중 우 수석을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0원부터 8억 원까지, 나라마다 다른 금메달 포상금

리우올림픽 포상금 천차만별8억원(싱가포르) vs 0(영국) 8.20 연합뉴스

금메달에 순금 6g 함유실제 가치는 70~100만원 정도로 알려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조선DB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소속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포상금은 8억원부터 무급(無給)까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우올림픽 금메달에는 순금이 6g 함유돼 있어 실제 가격은 금 시세에 따라 70~100만원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경제·금융 전문 사이트 마켓워치와 CNN등은 19(미국시각) ‘리우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들은 집으로 얼마를 가져갈까라는 제목으로 세계 각국의 금메달 포상금을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다.

 

 

입국 당시 공항에서 만난 환영인파들에게 금메달을 내보이는 조셉 스쿨링(싱가폴). 스쿨링은 포상금으로 약 8억원 이상을 받게 됐다./연합뉴스

마켓워치는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 가장 큰 포상금을 받는 선수는 싱가포르의 수영 영웅조셉 스쿨링(21)이라고 밝혔다. ‘황제마이클 펠프스를 꺾고 접영 100m 종목에서 싱가포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스쿨링에게 지급 예정된 포상금은 753000달러(84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약 250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금메달에 383000달러(43000만원)의 포상금을 걸었다. 하지만 19(현지시각) 현재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톤토위 아마드와 릴리야나 낫시르만이 금메달 포상금의 주인이 됐다.

 

태국은 29만달러(32000만원), 말레이시아 251000달러(28000만원), 필리핀 216000달러(24000만원) 등 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두둑한 포상금을 책정했다.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이탈리아의 금메달 포상금 액수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는 185000달러(2700만원)을 리우 올림픽의 금메달 포상금으로 내걸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는 총 8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프랑스가 66000달러(7400만원)으로 이탈리아의 뒤를 이었고, 러시아가 61000달러(6800만원)으로 유럽 3위를 차지했다.

 

현재 총 38개의 금메달로 국가별 금메달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은 금메달리스트들에게 25000달러(28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포상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이유는 역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아직까지 미국, 유럽, 동아시아 등에 비해 종목별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스티븐 시맨스키 미시건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큰 포상금이 선수들을 독려해 서구 국가들을 따라잡는데 도움을 준다면서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 국가들이 스포츠에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지만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중국(포상금 약 4000만원)과 한국(6000만원)의 포상금의 액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유럽 쪽에 더 가깝다.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앤디 머레이(영국). 머레이에게 지급되는 포상금은 없다./연합뉴스

금메달 포상금을 한 푼도 주지 않는 나라도 있다. 현재까지 금메달 24개를 쓸어담으며 금메달 순위 2위에 올라 있는 영국 정부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선수들이 충분한 동기 부여를 받는다고 믿는다.

 

박원순이 옳았다는 고용부의 '양심고백' 820 오마이뉴스

보건복지부는 '당황', 청년수당 2라운드 돌입

 

청년수당이란: 서울시 2020 서울형 청년보장계획-청년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만 19~29세 청년에게 최대 6개월간 매달 50만 원씩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집행을 중단하는 직권취소 조처를 했다. 서울시는 이에 불복,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해 청년수당 갈등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하게 됐다. 서울시는 복지부의 반대에도 3천명의 지급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중 청년수당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활동지원금을 지급했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시청 청년정책담당관 사무실 연합뉴스

 

서울시 청년수당을 둘러싼 갈등이 한편의 블랙코미디가 돼가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가 전면에 등장해 서울시 청년수당과 유사한 현금 지급 방안을 발표하면서, 보건복지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껏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의 '현금 지급' 자체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근거로 반대해왔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현금 지급 방안을 내놓은 이상 기존 입장을 고수할 명분이 사라졌다. 이에 서울시는 "고용노동부는 되고 서울시는 안 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고용노동부의 재원이 '조세'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궁색한 입장만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자신들의 현금 지급 방안은 서울시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이번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서울시가 옳았다는 '양심 고백'으로 비치는가 하면, 정부 내 '엑스맨'을 자처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유야 어떻든 정부와 여당, 보건복지부를 난처하게 만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발표를 계기로 드디어 '도덕적 해이''포퓰리즘' 같은 비생산적 프레임을 넘어서, 청년정책 전반을 둘러싼 논쟁다운 논쟁을 펼칠 제2라운드를 시작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고용노동부 역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청년수당'에 꾸준히 반대해왔는데, 이유는 조금 달랐다. 무엇보다 '현금 지급'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청년수당이 청년 일자리 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정책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 또 그럼에도 취업훈련 및 구직활동이라는 조건이 명확하지 않아 현금 지급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두 가지 이유로 반대해왔다. 다시 말해 선심성 정책에 그칠 것이라는 게 핵심 이유였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청년 일자리 정책에 이미 현금 지원을 결합해 오고 있었다. 이번 발표도 그동안 취업성공패키지 초기 단계에 지급하던 현금 지원을 후반기에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지, 그동안 하지 않던 현금 지원을 새롭게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또 지금까지의 지원이 조세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의 지원은 조세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 청년수당을 놓고 '현금 지원'에 초점을 맞춰 '도덕적 해이' 운운하는 논쟁은 종식돼야 한다.

 

실제로 실업정책에서 '현금 지원'은 구직자를 위한 '소득 안정책'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OECD 국가들 대부분이 기여에 기반을 둔 고용보험뿐만 아니라, 고용보험에서 배제된 구직자의 소득안정을 지원하는 실업부조 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용보험을 통해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 역시 대표적 사례다. 실업정책에서 소득 안정책은 핵심 정책 중 하나이며, 고용노동부 역시 고용보험뿐 아니라 청년일자리 정책에도 소득보장책을 결부시켜왔던 것이다.

 

따라서 논쟁의 핵심은 현금지원을 통한 소득보장 여부가 아니라, 소득보장에 '어떤 조건'이 결합돼야 하는가에 있다. 실업자를 위한 소득보장은 장기실업을 방지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구직'을 위한 소득보장책이어야 한다. , 핵심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이직을 위한 기간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특히 현 정부와 기업이 강하게 주장하는 노동유연성을 위해서라도, 이직을 위한 안정적 기간을 확보해주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논쟁점이 생긴다. 고용노동부는, 서울시 청년수당은 실업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면서도 '구직'을 조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인 반면, 자신의 정책은 '구직'을 위한 '취업훈련''취업'까지를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좋은'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여기서 논쟁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과연 고용노동부의 '구직' 조건이 현 시대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서울시 정책은 정말로 '구직'을 위한 정책 지원이나 조건이 부재한지, 나아가 청년세대의 문제를 넘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는 '미래의 정책'은 어떠한 방향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청년들에게 단순히 돈 몇 푼을 주느냐 안 주냐는 식의 민망한 싸움을 넘어서, 한국의 미래를 위한 '노동시장 정책'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용노동부 청년 정책, 진짜 '좋은' 정책인가?

고용노동부의 주장처럼 과연 취업성공패키지를 비롯한 정부의 청년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더 나은 일자리로의 취업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 지표가 적정수준의 임금과 근속연수다.

 

정부는 그동안 청년정책에 8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고, 2016년 예산만도 2조 원이 넘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한 취업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근속연수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임금 150만 원 이상의 일자리도 절반이 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서울시 청년수당으로 인해 청년들이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는 정부 정책이 별로 좋은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청년들이 당장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서울시 청년수당을 택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하면서 오히려 손쉽게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 주장처럼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구직자에게 "1년에 1천만 원"의 혜택이 돌아간다면, 누가 거부하겠는가? 청년들이 '1년에 1천만 원' 대신 '6개월간 월 50만 원'을 택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주장하듯 우리나라 실업정책이 과연 '좋은' 정책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정부가 자주 인용하는 독일을 포함한 주요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도록 하자. 실제로 각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 재정 지출을 비교해보면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지 알 수 있다.

 

아래 표는 OECD 주요 국가들의 GDP 대비 노동시장 정책 지출 비중을 보여준다. 덴마크는 약 3.5%, 네덜란드는 약 2.8% 수준으로 가장 높고, 독일은 1.7%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0.57%로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Source: active labor market spending as percentage of GDP (OECD Stat Database) 정미나

 

우리나라 고용노동부 예산만 보더라도, 정부가 과연 청년일자리를 비롯한 노동시장 정책에 중요성을 두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2016년 정부 예산 총 386.4조 원 중 고용노동부 예산 비중은 4.5%로 총 17.3조 원인데, 이 중 사용자와 고용자가 같이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 15.2조 원을 제외하면, 실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비중은 0.8%2.1조 원에 불과하다.

 

실업자를 위한 소득보장 정책은 더욱 한심한 수준이다. GDP 대비 정부의 실업급여 지출 비중의 경우,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약 1%로 가장 높고 독일은 약 0.6%인 반면, 한국은 0.2% 수준으로 가장 낮다.

 

실업급여 대상자가 아닌 구직자에게 지출하는 실업부조의 경우, 네덜란드는 약 0.9%, 덴마크는 약 0.5%, 독일은 0.34%를 지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실업부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용노동부 예산의 중 약 90%가 고용보험 기금임에도 불구하고 실업급여 지출비중이 최저 수준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고용보험 기금의 절반 정도만 실업급여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기금은 구직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육아휴직비용 및 공급자를 위한 인센티브로 지출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고용보험 기금에 투입하는 재정은 2014년 기준 약 372억 원으로 우리나라 GDP0.002%도 되지 않는다.

 

결국 정부는 청년실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노동시장 정책에 투입하는 정부재정은 GDP(17293천억 원) 대비 0.6%OECD 국가 중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구직자를 위한 소득보장 정책을 외면한 결과, 우리나라는 근속 기간이 가장 짧으면서도 실직 기간 역시 가장 짧은 비참한 현실에 처하게 되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1년 미만 근속자 비중'31.9%OECD 평균 18.1%보다 월등이 높으며, 독일 14.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2006~2014년 노동이동률 평균'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노동이동률은 70%로 독일 30.4%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문제는 이처럼 단기간 직업이동률이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 월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1개월 미만 실업자 비중' 역시 63.4%OECD 평균 14.4%보다 4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독일과 비교하면 약 6배를 넘는 수치이다.

 

출처: OECD Statistics, 국회입법조사처(2015)에서 재인용 정미나

 

이처럼 직업이동이 상당히 잦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1개월도 쉬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직업 훈련 기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업능력 향상을 통한 이직이 아니라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 어떠한 일자리든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은 결국 질 나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아래 그림은 우리나라 임시직의 경우 1년 뒤에도 약 70%는 여전히 임시직에, 20%는 실직 상태에 놓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임시직에 머무는 비율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출처: OECD Statistics, 국회입법조사처(2015)에서 재인용 정미나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노동정책 지출 비중 및 구직자 소득안정을 위한 실업급여 지출 비중이 가장 낮고 실업부조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 결과 실직 기간은 가장 짧고 직업이동은 가장 잦으며, 질 좋은 일자리로는 나아가지도 못한다. 이런 현실을 목도하면서, 고용노동부 및 정부가 여전히 우리나라 실업정책이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소득보장정책이 정부가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독일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임에도, 정부는 이번 고용노동부의 현금지원이 '조세'가 아닌 '청년희망펀드'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주장한다. 무책임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태도다. 청년실업 문제는 산업구조 재편과 노동시장 불안전성이라는 '구조적인 변화'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에서 일회성 재난 구제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현세대의 청년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도 아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정책설계를 통해 '안정적인 미래의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용노동부도 나름의 구직자 소득안정책을 확대한 이 시점에, 이제 우리는 소득안정 기간에 어떻게 실효성 있는 취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서울시 청년수당, 이제는 '청년 정책' 큰 그림 제시할 때

서울시 청년수당은 정부 정책과 정반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정부 정책처럼 빠른 취업을 재촉하며 경직된 취업훈련을 강제하기보다는, 구직을 위한 탐색 정도의 느슨한 조건으로 어느 정도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노동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했을 때, 향후 어떠한 직업능력이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간 미스매치(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을지 특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산업 방향을 유도하여 경직된 취업훈련을 제공하기보다는 다양한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 정책은 취업훈련을 특정하지 않고 개인이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경직된 취업훈련 프로그램보다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6개월의 현금지원이 종료됐을 때,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도 문제지만, 느슨한 방식의 취업훈련이라도 구직자들에게 필요한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실효성 있는 취업정책이 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는 청년수당 외에 다양한 청년 정책들을 도입해왔다. 대표적으로 '뉴딜 일자리'는 청년들이 실제 사업장에서 일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최대 2년간 제공하고 있으며, 최저임금도 보장한다. '청년교육' 정책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청년수당-청년교육-뉴딜 일자리'가 연계된다면, 이는 실업부조가 결합된 선진국형 직업훈련 제도와 유사한 구조를 갖게 된다. 가령, 청년수당은 구직 초기 단계에 일정 부분의 소득보장을 통해 스스로 직업을 탐색하도록 하는 '비활성화 조치' 기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후 '청년교육'을 통해 구직자가 원하는 직업능력을 향상시킨 뒤 또 다음 단계에서 실제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구체적 직업 선택의 기회를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정책들 역시 한계는 있다. 무엇보다 참여 사업장 및 교육 분야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구직 청년들을 포괄하기 어렵다. 취업훈련의 경우 자부담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근본적 한계는 개별 정책들이 서로 '연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위 정책들은 서로 목적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파편적으로 운영될 경우 취업 전반을 지원하는 정책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 청년수당은 '청년정책 패키지'가 될 때, 고용노동부가 '좋은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취업성공패키지'와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청년수당을 넘어 '청년활동기본법' 제정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청년수당 대상자를 통해 실제 필요한 취업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전수조사하고, '민관합동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청년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뉴딜 일자리, 직업교육, 창업 정책 등과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기존 정부 정책과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줄 때, '청년수당'을 통해 불거진 실업정책에서의 '소득보장' 정책이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청년수당, '소득보장'의 중요성을 확인하다

 

보건복지부의 서울시 청년수당 직권취소 후 나온 포스터 서울시

 

노동시장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는 기존 정규직 중심의 평생직장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유형으로 창출되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현재 구직자에게 필요한 직업훈련이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용노동부의 구직훈련 및 취업정책이 실효성 없다고 마냥 비난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기존 정책과 같이 공급자 중심, 실효성 없는 취업훈련, 최소한의 소득보장조차 결여된 취업정책은 구직자의 직업능력 향상을 도모하고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는 인적투자정책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는 그동안 정부의 막대한 예산과 수많은 취업정책을 쏟아부었음에도 구직자의 대부분이 질 나쁜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는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향후 청년정책은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해 구직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직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질 나쁜 일자리가 양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나아가 이직이 두려움이 아니라 능동적인 도전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계기로, 노동시장 불안정성에 대응할 수 있는 구직자 소득보장과 실질적 수요를 반영하는 취업훈련 제도 구축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처절한 동물산업의 그림자공장식으로 생산되는 반려동물들 820 경향

 

충북 옥천의 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강아지들이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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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최성희씨(43)는 두 달 전 교배견코코를 데려왔다. 이전까지 이른바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사육농장에서 새끼를 배고 낳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해온 개였다. 한 동물보호단체의 요구로 풀려나온 개를 최씨의 지인이 입양한 뒤 다시 사정 때문에 최씨가 키우기로 한 것이다. 코코가 농장에 있는 동안 낳은 새끼의 수가 몇 마리인지는 최씨도, 농장주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코코의 배에 남은 흉터가 농장에서 보낸 지난 시절 교배견으로 고생한 이력을 짐작케 한다. 최씨는 동물병원에서는 이제 건강해지긴 했지만 아마 보통의 다른 강아지들보다는 일찍 갈(죽을) 수 있다고 했다자궁이 있는 쪽을 만지면 낑낑대는 걸 보면 아직도 정신적 상처는 남은 게 아닌가 싶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산업으로 자리잡은 반려동물 시장

다섯 가구에 한 가구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수요가 있는 만큼 공급이 따르고 산업이 성장한다.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18000억원대로 추정됐다. 산업으로 자리잡은 만큼 강아지와 고양이의 생산과 유통, 사료와 용품 공급에 이어 병원, 보험, 미용, 장례, 호텔, 카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활동이 시장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각각의 경제활동은 경제논리를 따른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거둬야 하는 것이다. 새끼를 낳는 데서부터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사육농장은 효율성과 경제성을 추구하게 된다.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듣는 개·고양이 등의 반려동물 사육농장의 현실은 심각하다.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단체 케어 등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공장식 반려동물 생산의 실태는 비인도적인 측면을 적잖이 보여주고 있다. 새끼를 낳는 암컷이 지속적으로 배란을 할 수 있게 배란유도제를 투여하고 수컷과 강제적으로 교배를 시키거나 수컷의 정자를 주사기 등의 도구로 암컷의 몸에 집어넣는 등의 방식이다. 미신고 농장에서는 새끼를 낳거나 치료가 필요한 때에도 수의사의 진료 없이 자의적인 치료나 투약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어난 새끼는 어미와 떨어져 젖만 먹이는 대리모 개와 함께 자란 뒤 한창 귀여워 상품성이 높을 때 팔려나간다. 그리고 어미인 교배견은 심각한 질병 또는 외상 등으로 죽거나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게 돼도 죽게 되는 운명에 처한다.

 

생산업체 80% 이상이 법의 테두리 밖

지금과 같은 비위생적인 반려동물 생산 실태는 법적인 규제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동물 생산업을 신고제로 영업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에 신고한 뒤 영업 중인 반려동물 생산업체는 현재 188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운영되고 있는 생산업체 수는 농림축산식품부 추정치로는 1000여곳, 동물단체 추정치로는 4500여곳 이상에 달할 정도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추정치를 따르더라도 80% 이상의 동물 생산업체가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규제가 약하다는 데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미신고 영업이 적발되더라도 1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이 전부다. 신고한 번식장에 대해 감독관청의 추후 관리·감독도 사실상 전무하다. 생후 60일이 안된 동물은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솜방망이 규제 탓에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새끼 강아지들이 버젓이 판매업체(펫숍)에서 팔리고 있는 형편이다.

 

공장식 동물 생산과 사육 실태는 <TV동물농장> 등 방송에서도 방영되면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렀다. 방송의 여파로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새끼 강아지 가격이 20~3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생산업체도 영업 측면에서 보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업체가 미신고 상태에서 법적 제재를 고려하지 않고 영업 중이다 보니 당국에 신고하고 합법적 범위 안에서 반려동물을 생산·유통하는 농장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강아지 사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3)생업을 위해 강아지들을 낳고 있으니 가능한 한 더 많이 낳으려고는 해도 부작용 위험이 높은 배란촉진제를 쓰거나 강제로 교배를 시키는 일은 피하고 있다면서 신고도 없이 운영하는 곳에서 돈만 따져서 하는 짓거리들 때문에 양심적인 브리더나 농장이 욕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3주 정도 자란 뒤 경매장을 거쳐 판매업소로 넘어간 새끼 개나 고양이들의 처지도 농장에 남은 어미보다 크게 낫지는 않다. 귀여운 모습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눈에 들려면 최대한 작은 체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팔리기 전까지는 급식 및 급수 제한으로 영양부족과 갈증에 시달려야 한다. 영양부족뿐만이 아니라 비위생적인 생산환경에서 옮겨온 질병 탓에 분양 직후 폐사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수의사 김정호씨(39)강아지나 고양이를 분양받은 뒤 잘 모르는 주인들은 그냥 예방접종이나 맞히려고 동물병원에 데려오는데, 펫숍에서 사 온 애들 대부분이 영양실조 상태라 일단 월령에 맞게 영양보충부터 해주라는 조언을 한다데려오자마자 (동물이) 아파서 병원에 데려온 경우에도 판매한 데서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발뺌해 견주만 피해를 보는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이 7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물 가면을 쓰고 반려동물 인터넷 판매금지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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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살아있는 동물을 시장에서 가격을 매겨 사고파는 과정에서 생명의 존엄성이 경시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작용하는 데 있다. 작고 귀엽거나 혈통이 좋은 동물들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큰데, 이 수요를 감당하려면 공장식 반려동물 생산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낳은 새끼들이나 전문적 브리더를 통해 동물을 분양해 오는 방법도 있지만, 가정 분양은 공급이 부족하고 전문 브리더는 가격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동물단체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울 때 업체를 통해 구매하기보다는 유기견을 분양받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한 해 버려지는 유기견 숫자만 15만마리쯤 되고, 버리지 않고 죽을 때까지 키운다는 비율이 12%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맘에 안 들고 부담된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을 버리는 문화는 귀엽게 보이는 동물을 충동적으로 쉽게 사게 만드는 시장구조와도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죽을 때까지 키우는 비율 12% 불과

반려동물을 공장식으로 생산·유통하는 문제가 생명 존엄성과 동물보호는 물론 동물 소비자의 피해와 유기동물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퍼져나가자 정부도 동물산업에 관한 규제를 보다 촘촘하게 마련하겠다며 대책을 내놓았다. 동물 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지만 대체로 산업 차원에서 반려동물산업을 육성해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18000억원대인 시장규모가 2020년까지 5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경매업 신설, 온라인 동물판매 허용, 동물병원 설립규제 완화, 동물전용 보험상품 개발 등 관련산업 기반을 키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동물단체들에서는 허가제 도입과 함께 생산·판매 두수에도 제한을 둬야 하고, 경매업과 온라인을 통한 동물 거래를 늘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전국 19개소 경매장에서 연간 약 30만마리 이상을 펫숍으로 유통시키고 있는데, 경매장에서 유통되는 반려동물의 절대다수가 미신고 생산업체에서 나온 동물들이어서 공공연히 출처가 세탁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경매장이 현행법으로는 판매업 규정이 적용돼 효과적인 단속과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라 경매업 특성을 반영한 기준과 준수사항을 마련해 합법적인 생산·유통업체만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유통되는 마릿수를 줄이려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지위 누리는 동물은 6종뿐

국내의 현행법으로는 반려동물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동물은 6종뿐이다. ·고양이·토끼·페럿·기니피그·햄스터의 6종을 제외하면 다른 동물들은 축산물이나 수산물, 또는 실험용 동물로 분류되는 외에 다른 기준이 없다. 6종 모두 포유류이고, 전부터 가정에서 흔히 길렀던 열대어 등 관상어류나 십자매 등 조류가 포함되지 않는 등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 반려동물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반려동물의 생산과 유통과정에서의 비인도적·비위생적 관행이 되풀이되는 문제 때문에 올해 4분기까지 조류와 파충류, 어류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반려동물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미 반려동물로 법적으로 분류되는 개나 고양이도 생산업자가 지켜야 할 법적 기준이 현실과 달라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에 노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아예 반려동물로 인정받지 못해 아무런 보호 기준이 없는 동물들의 유통실태는 더욱 열악하다는 것이 동물단체들의 지적이다.

 

다양한 반려동물을 원하는 수요가 느는 데 비해 그에 걸맞은 제도적 장치가 없어 학대받거나 버려지는 위기에 노출된 동물들로는 고슴도치나 다람쥐 등을 들 수 있다. 독립성이 높아서 키우는 사람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은 데다, 특히 다람쥐 등의 설치류는 경계심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사람을 물거나 덤비는 일도 발생한다. 반려동물로 키워진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습성이 잘 알려지지 않아 방치되거나 의도치 않게 유해한 환경을 제공하는 등의 문제도 있다. 소형동물인 만큼 가정 내에서나 밖에서 잃어버린 뒤 찾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많다.

 

정부의 새로운 반려동물 기준에 포유류나 조류, 파충류, 어류 등 척추동물만 들어간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지능이 높아 최근 해외에서 반려동물로 인기를 끄는 문어 등의 연체동물이나, 전통적으로도 많이 길러온 곤충 등의 절지동물은 들어가지 않는다. 관상용으로 인기를 끄는 문어는 몸 색깔을 화려하게 바꾸는 종이 인기를 끄는 데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경기 결과를 맞히는 등 사람과의 기초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 국내에서도 사육 인구가 늘었다. 수의사 김정호씨는 보호색 있는 문어나 혹은 달팽이 같은 동물들을 키우는 반려동물 동호회원들이 늘어날 정도로 국내에도 다양한 수요가 자리잡고 있다면서도 문어는 열대어 못지 않게 서식환경 맞추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치료를 해줄 만한 동물병원이 아주 드물다는 문제도 있어 이런 점을 희귀동물을 키울 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동물의 복지를 말하다

 

715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애견 카페에서 강아지들이 사람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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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1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한 중국음식점을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서 만두와 버섯요리 등을 포장해 갔다. 오바마가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그를 알아본 손님들은 오바마와 인사를 나누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미국 사회는 큰 논란에 빠졌다. 해당 음식점 메뉴에 상어 지느러미 수프인 샥스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기 1년여 전, 오바마는 상어보호협약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주 역시 해당 협정에 서명했으며, 201371일까지만 샥스핀 판매가 허용될 예정이었다. 오바마는 자신은 해당 중국음식점에서 샥스핀을 먹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그가 샥스핀 요리점에 방문한 것 자체를 비난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는 샥스핀이 동물학대를 통해 만들어지는 비윤리적인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멸종위기종인 상어의 지느러미가 주재료라는 점부터가 논란의 대상이다. 게다가 상어의 몸통 부분은 식용으로 잘 쓰이지 않기 때문에, 어선들은 상어의 지느러미만 잘라가고 몸통은 그대로 바다로 버린다.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상어는 헤엄을 제대로 치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샥스핀 한 그릇을 만들려면 상어 한 마리가 온전히 필요하다.

 

심지어 샥스핀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도 윤리적인 문제로 먹지 않는 추세다.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정부패 퇴출의 일환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샥스핀을 금지시켰다. 이듬해 8월 국제동물보호단체 와일드에이드가 중국 대도시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1568명 중 85%가 샥스핀 먹는 것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운동가들이 30일 서울 롯데호텔앞에서 샥스핀 판매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동물학대로 만든 음식 배척 분위기

미국과 중국의 샥스핀 이야기를 해주던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지난 8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당대표 등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의 샥스핀 오찬회동을 언급하며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샥스핀뿐만 아니라 푸아그라(거위 간요리) 등 동물을 학대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음식은 먹지 말자는 게 보편적인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동물을 학대해서 만든 고기를 매일같이 먹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동물을 글자 그대로 움직이는 물건으로만 생각했지 생명이라는 관점에선 접근하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제도적으로 동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늘어난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2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1.8%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12년보다 4%포인트가량 높아진 수치다. 이 중 개만 키우는 가구는 16.6%, 고양이만 키우는 가구는 2.7%, 기타 2.5%(, 고양이와 다른 반려동물을 함께 사육하는 가구)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최근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킨 것은 지난 515SBS ‘TV 동물농장에서 방송된 개농장 실태였다. 당시 방송은 전국적으로 3000곳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신고 강아지 공장의 실태를 화면에 담았다. 강아지 공장은 개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먹이를 먹였고, 변을 쉽게 치울 수 있다는 이유로 바닥을 뜬장형태로 만들었다. ‘뜬장은 뚫려 있는 철망이 바닥을 대신하는 것을 말한다. 암컷 성견을 우리에 가둔 채로 1년에 강제로 서너 번 강아지를 낳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강아지 공장방송 이후 동물보호 단체들을 중심으로 동물의 권리를 좀 더 보장하는 방식으로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겠다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이런 움직임에 호응하는 국회의원들도 나타났다. 말복이 있는 8월에는 동물권과 관련한 토론회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개 식용과 관련한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고, 야당 의원들이 이 자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기조발제를 했다. 오는 31일에는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정애 의원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두고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819일 현재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의원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의 한정애·표창원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을 들 수 있다. 한 의원은 본인이 7년간 흰색 푸들을 키워온 애견인이다. 5월부터 동물유관단체 대표자협의회(동단협) 등 동물보호 운동가들과 토론회와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개정안 초안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카라(KARA), 케어(CARE),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완성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물 관련 영업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한 의원은 올해 초부터 지역구인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동물보호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와 교류를 해 왔다.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강아지 공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팅커벨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던 중에 강아지 공장 방송이 터졌다반려동물이 사람의 품으로 오기까지 비인도적인 과정이 참 많은데, 20대 국회에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오랫동안 동물과 관련된 영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 의원의 발의안 초안은 동물 생산·수입·판매 등 모든 영업행위를 하려면 해당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기준에 미달하는 자가 섣불리 동물 영업에 나서는 것을 막고, 지자체에도 동물학대 방지의 책임을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한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에 대해 동물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게 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데, 법안의 문구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고통을 주는등의 표현을 추가시켰다. 동물학대로 해석할 수 있는 행위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또한 강아지 공장과 직접 관련된 내용도 개정안 초안에 담겨 있다. 동물 사육시설의 경우에도 한 곳에서 100마리 이상은 기르지 못하게 했으며, 동물들이 뜬장이 아닌 땅과 닿아 있는 바닥에서 생활할 수 있게 했다. 동물이 1년에 한 번 이상 출산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또한 수의사가 아닌 이가 동물에 대한 수술을 할 수 없게 하거나, 동물 판매자가 운송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자에게 동물을 전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도 개정안 초안에 들어 있다.

 

한 의원은 반려동물 유기를 줄이기 위해 동물 생산업자들이 태어난 동물에 대해 등록을 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대로라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생산업체가 직접 구매자를 찾아가 전달하는 식으로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 판매, 퀵서비스 배송 등을 통해 쉽게 팔고 사는 모습은 지금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과 이정미 의원은 19대 국회 때 여야 의원 4(새누리당 문정림, 민주당 한명숙·진선미, 정의당 심상정)과 녹색당, 카라, 생명권네트워크 변호인단이 함께 만들었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이 의원의 경우 심상정 의원의 안을, 표 의원의 경우 한명숙 의원의 안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2013년 당시 1년가량 10여차례 회의를 하고 여러 나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만들었던 법안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묻히지 않고 빛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표 의원의 경우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엄격하게 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누구나 학대행위자로부터 동물을 긴급 격리시킬 수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규정했다. 하지만 표 의원의 개정안은 학대행위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은 더 강해진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정미 의원 개정안의 경우 심상정 의원이 발의했던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밑바탕으로 했다. 201310월 발의된 심 의원의 전부개정안은 우선 동물보호법의 이름을 동물복지법으로 바꾸기로 했다. 당시 법률개정 제안이유서에 따르면 법의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동물은 움직이는 물건이 아니라 인간처럼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이다. 그렇기에 그 자체로서 존중을 받고 기본적인 권리를 향유해야 한다. ‘동물보호법이 인간이 동물을 보호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 ‘동물복지법은 동물들도 기본적으로 이 정도의 권리는 갖고 태어난 생명이라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이 의원 전면개정안의 밑바탕이 된 과거 심 의원의 전면개정안은 법의 목적을 담은 1조에서부터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언급했다. 또한 법에서 다루는 동물을 모든 척추동물로 확장시켰다. 85일 개 식용 관련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 의원은 동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1년에 일주일이라도 동물권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동물복지주간을 만들어 보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며 자신의 전부개정안 내용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동물학대의 불법성에 비해 형량이 너무 적고, 재물손괴보다 경미한 처벌을 받는 등 형량의 불균형이 있다며 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전부개정안에 담았다. 또한 재범 방지를 위해 동물학대행위자로 하여금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학대행위자는 5년간 동물을 소유할 수 없고, 동물원 등 동물에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사후 조치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콘퍼런스에서 이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는 전부개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지만, 하나의 디딤돌을 놓았다는 의미는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전부개정안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실은 3년간 변화된 현실을 감안해 내용을 수정하고,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식으로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규정

이 의원의 언급처럼 19대 국회는 여야 4명 의원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외면했다. 이들 개정안이 상임위인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상정된 것은 넉 달이 지난 20142월의 일이었다. 하지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상정된 수많은 다른 법률개정안과 함께 스치듯 언급되었을 뿐, 상임위 위원들은 이 법률안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각 의원실과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1년 동안 공들인 법률안은 법안소위로 넘어가지 않은 채 올해 52919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013년 동물보호법 전면개정 논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19대 국회에서는 기존 동물보호법의 근간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만 개정을 했고, 우리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도 못했다아무래도 농수산위에 농촌지역 의원들이 많다보니 동물 생산 등에 제약을 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은 의회 내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관련 부처인 농림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수월하다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농림부 공무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눴고, 지금은 상임위 여야 의원들을 만나 동물보호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애당초 동물보호법 자체가 한국 내부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제정된 것은 아니었다. 동물보호법은 1991531일에 제정됐다. 당시 제정이유서는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방지하고 국민의 동물보호 정서를 함양하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계기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이었다. 서울 올림픽으로 한국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자, 국제 동물보호단체들이 한국의 개 식용 문화와 동물학대 문제를 비판하면서 동물보호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19905월 농림수산부가 동물보호법 제정을 예고했고, 1년 뒤에 법이 마련됐다. 애당초 동물보호법은 조항이 12개밖에 없는 단순한 법이었다. 15년 이상 이 틀이 유지되다가 17대 국회부터 큰 폭으로 법이 개정됐다.

 

17대 국회인 2007년에는 조항이 26개로 늘어났고, 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최대 500만원 벌금형으로 좀 더 현실화됐다. 18대 국회인 2011년에는 또 한 차례 대폭 개정으로 조문이 47개로 늘어나고, 동물학대죄에 대해 징역형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19대 국회에서도 동물보호법이 전혀 개정되지 않은 건 아니다. 19대 국회 기간 동안 동물학대행위의 범위가 늘어났고, 법이 다루는 동물의 범위가 기존 , , 돼지식으로 각 동물의 종을 나열하던 방식에서, ‘포유류, 조류식으로 바꿔 실질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는 동물의 가짓수를 늘렸다. 201310월에는 17·18대 국회에서처럼 큰 폭의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전부개정안이 나온 것이지만 국회에서 좌절된 것이다.

 

국회 밖에서의 압력의 목소리도 동물보호법 개정을 발목 잡는 요인이다. 이미 대한육견협회 측에서는 표창원 의원 측에서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더민주당사에 가서 항의집회를 하든 농성을 하든 반대의견을 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정애 의원은 업체 입장에서는 동물보호가 강화되면 아무래도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개정안은 부칙에서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뒀고, 농림부에서도 그분들이 새로운 법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를 인간의 먹이사슬에서 빼도 될까요?

 

85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동물보호단체 카라 주최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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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운동가들 사이에 기승전개고기란 말이 있다. 동물복지, 동물권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개고기 찬반논쟁으로 흘러서 진흙탕 싸움으로 모든 게 흐지부지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인의 절대다수가 개고기를 먹는 건 아니다. 개 식용을 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개 식용은 한국인의 고유문화라는 의견을 지지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기에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늘 개고기 논쟁에 발목을 잡혀 왔다.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KARA)는 이런 현실을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지난 85, 카라는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개회사에서 임순례 카라 대표는 문화상대주의라는 덫에 걸린 한국의 개 식용 문제에 국제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았기에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답보상태인 개 식용 문제를 더 이상 소극적으로 방어하기에는 개 식용 근절을 염원하는 시대적 요구가 너무나 커져만 가고 있다고 밝혔다. 카라는 이번 콘퍼런스가 개 식용 금지를 내세운 최초의 국제 콘퍼런스라고 밝혔다.

 

개 식용 금지를 내세운 국제 콘퍼런스

85일의 콘퍼런스는 머지않은 미래에 개 식용 자체를 불법화하는 법안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동물복지 국회포럼 소속인 박홍근·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콘퍼런스에 참가해 축사를 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직접 기조발제자로 나섰다. 이 의원은 조만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개정안에 개 식용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퍼런스에서 이 의원은 저는 우리나라의 개 식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며 개고기 합법화론에 대해서는 한 번 제도로 합법화가 되면 개는 먹어도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정착될 수 있고, 이후에 개선해 나가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시대가 변했고, 개고기를 먹는 사람도 점점 줄어드는 등 개 식용 반대여론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5명 중 최근 1년간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에 그쳤다. 개 식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자는 44%로 긍정 여론보다 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갤럽 여론조사에서 동물보호 운동가들이 기승전개고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도 읽을 수 있다. 남성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개 식용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약간 더 높았다. 직업별 여론의 경우, 주부들은 개 식용 반대 여론이 62%로 찬성 여론(25%)2.5배 가까이 됐다. 반면, 여타 직업군(화이트칼라, 블루칼라, 자영업자, 학생)에서는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보호 운동가들도 당장 개 식용을 전면적으로 불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현행법으로도 개 식용은 충분히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개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여러 가지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지만, 정부가 제대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고기가 사실상 허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목을 매달아 죽이거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을 위반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도구나 약물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거나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가 가는 경우가 아닌데도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것도 금지다. 다만 같은 법 10조에 의해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죽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동물보호단체와 정부의 입장이 갈린다. 올해 3, 한 동물보호 운동가는 인천광역시의 한 구청에 개 도살은 불법이라는 취지의 민원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구청은 개의 경우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개를 도축한 것이 불법이 아니며, 동물보호법에 나오는 동물학대의 방식이 아니라면 개 도축 자체는 허용된다고 답했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동물보호법을 보면 가축이 아니면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 개는 축산법상에 가축이 아니다. 그런데 개를 죽이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하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한국과 비슷한 개 식용 국가이면서도 법적으로 개 식용을 불법화한 모범사례로 타이완을 꼽는다. 1949년 중국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타이완에 자리를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타이완에 개 식용 문화가 퍼졌다. 타이완 사람들 사이에는 개의 털 색깔과 모양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믿음이 있을 정도다.

 

개고기 포함하면 동물복지 논의 막혀

타이완은 민주화가 이루어진 직후인 1998년에 한국과 비슷한 동물보호법이 제정됐다. 2001년에는 경제적 목적을 위해 반려동물 도살을 금지하는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었다. 이어 2007년에는 개나 고양이를 죽이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체를 판매하는 행위도 법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다른 고기를 판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판매하는 영업은 계속됐다. 법을 어겨도 벌금형에 그쳤기 때문이다. 좀 더 엄격한 법을 만들기 위해 2009년 타이완의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학대방지협회(SPCA)가 설립됐다. 지난해에는 개나 고양이를 도살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소 10만 타이완달러(350만원)에서 최대 100만 타이완달러(3500만원)의 벌금을 물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올해에는 아예 개나 고양이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과정에 있다고 한다.

 

개 식용 반대논리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다 같은 동물인데 어째서 개만 특별하게 취급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6년가량 반려견을 키워왔다는 한정애 의원은 개는 우리가 먹는 동물 중에 인지능력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인간과 가장 가깝다. 한국인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대부분이 개를 키우는데, 이 정도 상황이라면 사회적으로 개를 인간의 먹이사슬에서 좀 뺄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다만 한 의원은 현재는 동물복지를 전체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데, 개 식용 문제를 포함시키면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개 식용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개고기 이용자가 더욱 줄어들도록 꾸준히 캠페인을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카라의 전진경 이사 역시 당장 개 식용을 불법화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개 식용을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전 이사는 어차피 개고기 먹는 사람이 줄어드니까 굳이 법제화는 필요 없다는 주장은 동물보호법, 축산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정부의 입장과 유사하다. 개고기 먹는 사람이 줄어들길 기다리는 동안 비좁은 농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어진 먹이를 먹으며 고통받는 개들은 어디에 호소를 해야 하나라며 식용견 업자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나설 것이기 때문에 규제하지 않으면 개 식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전 이사는 모든 동물이 소중하다는 말은 맞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런 변화를 만들지 못하는 논리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동물에게도 최소한으로 지켜줘야 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과 현실에서 살을 맞대고 사는 반려동물부터, 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카라뿐만 아니라 여러 동물단체에서 소, , 돼지 등이 비좁은 공장에 갇혀서 기계처럼 고기를 만들어내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오랫동안 지적해 왔다. ··돼지 등을 잔인한 착취구조에서 벗어나게 해야지, 개를 그 착취구조에 넣을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Vem Vet / Lisa Ekdah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