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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4.1.4~1.2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

by 이성근 2014. 1. 5.

 

   1.3 한겨레-내일

 

  1.3 국민-한국

 

 

   1.2 한겨레-내일

 

 

   1.2 국제 1.1

 

                                               1.2 프레시안                                                                1.3 경향 장도리                       1.2 경향 장도리

 

KBS MBC의 한심한 ‘청와대 신년 인사회’ 보도 1/4 미디어오늘

[캡처에세이] 기본적인 팩트도 최소한의 균형도 맞추지 못하는 방송뉴스

 

“김한길 대표는 자신이 덕담을 발표할 차례가 되자 미리 준비해온 A4석장 분량의 원고를 작심한 듯 읽어 내려갔는데요. 우선 지난 한해를 민주주의가 상처받고 정치는 실종된 한 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특검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3일 JTBC <뉴스9> ‘김한길 대표 만난 박 대통령’ 리포트 가운데 일부다.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 신년인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4개월 만에 만난 내용을 전하고 있다. 분위기는 어땠을까.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분위기는 좋았다, 화기애애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언론 보도내용을 종합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손석희 앵커가 지적했듯이 “겉으론 웃었지만 실제론 서로 뼈있는 말들을 주고 받은” 정황이 나오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김한길 대표의 발언도 ‘분위기가 좋은 쪽’이라기보다는 ‘작심하고 할 말을 한 쪽’에 속한다.

 

 

“민주주의 상처받고 정치는 실종됐다”는 야당 대표 발언 자체가 없는 KBS MBC

같은 날 SBS <8뉴스> “국정은 공동책임 … 소통부터” 리포트에도 “지난해 9월 3자 회동 이후 넉 달 만에 박 대통령과 만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에는 정치가 실종됐다’며 뼈있는 덕담으로 응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정리하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는 의미는 있지만 서로 ‘할 말을 하는’ 자리가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KBS <뉴스9>에는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되지 않는다. 우선 리포트 제목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만 강조한다. KBS MBC SBS JTBC 중에서 박 대통령 발언만을 리포트 제목으로 뽑은 건 KBS가 유일하다.

 

 

<“국정 2인3각 경주, 주체들 소임 다해야”> (2014년 1월3일 KBS <뉴스9>)

<청와대 신년회 야당 대표도 참석> (2014년 1월3일 MBC <뉴스데스크>)

<“국정은 공동책임” … “소통부터”> (2014년 1월3일 SBS <8뉴스>)

<김한길 대표 만난 박 대통령> (2014년 1월3일 JTBC <뉴스9>)

 

리포트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 KBS의 “국정 2인3각 경주, 주체들 소임 다해야” 리포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취임이후 처음으로 청와대를 찾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통합과 공존을 위한 협의체를 제안했습니다. <녹취> 김한길(민주당 대표) :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같은 협의체가 필요할 것입니다.’ 김 대표는 특히 대선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도 거듭 요구해 대여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상처받고 정치는 실종된 한 해였다”는 말은 생략됐고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특검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촉구”한 발언은 ‘대여 공세’라는 단어로 탈바꿈했다. 정치공세 이미지가 다분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리포트 구성인 셈이다.

 

 

MBC 리포트 역시 문제가 많다. 같은 날 MBC는 <뉴스데스크> ‘청와대 신년회 야당 대표도 참석’ 리포트에서 “이례적으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관심이 쏠렸다”고 언급했지만 정작 리포트에선 야당 대표의 발언을 제대로 소개하지도 않았다.

 

MBC는 “새 정부 출범후 처음 청와대를 방문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지만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 한 해는 힘든 한해였다며 새해에는 소통의 정치를 하자며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대타협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야당 대표 발언을 정확히 소개하는 것은 ‘사실 보도’의 기본

‘뼈 있는’ 응대? 민주당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나에 대한 점검은 아예 없어

 

야당 대표의 발언을 정확히 소개하는 것은 ‘팩트’를 전달하는 기본 사항 중에 하나인데 KBS와 MBC는 이 ‘기본적인 영역’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특히 KBS가 그렇게 강조하는 ‘여야의 입장을 공정히 보도한다는 균형적 보도’ 원칙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발언이라도 제대로 소개를 하는 게 ‘균형적 보도’ 제 1원칙이 아니던가.

 

사실 야당 대표의 ‘덕담’을 단순 소개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한 해를 민주주의가 상처받고 정치는 실종됐다고 평가했지만, 그 기간 동안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냉정히 돌아보면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김 대표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특검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서 민주당이 얼마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지는 별개로 평가해야 할 문제다. 대통령 앞에서 ‘뼈 있는 말’로 응대를 하는 수준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3일 KBS MBC 메인뉴스에선 야당 대표의 발언을 정확히 소개하는 내용도 부족하고, 야당 역할에 대한 검증은 아예 시도조차 되지 않는다. 허긴 ‘정부 비판’ ‘대통령 비판’ 리포트가 사라진 지 오래인 방송뉴스에서 기대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리포트 제목으로 뽑아 보도하는 곳이 대한민국 공영방송인 것을.

 

[주간 프레시안 뷰] 2014 전망 ① 달라지지 않을 한국 정치,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 1.4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2014년 갑오년 새해에는 정치가 좀 나아질까요? 여야가 작년과 달리 과거사 문제와 이념 시비로 소모적인 정쟁을 벌이지 않고, 민생의 개선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정책 경쟁을 벌여나가는 정치를 볼 수 있을까요?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외관계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각각의 정치세력들을 살펴볼 때 그러합니다. 국민 다수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할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거나 그것을 꿋꿋이 지향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정치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선 박근혜 정권은 집권 2년 차에 안녕할 수 있을까요? 2013년 하반기에 들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6월 70.2%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하락해 11월에는 56.4%를 기록했습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8월에 21.3%를 기록한 후 점차 상승세를 보여 11월에는 34.0%에 달했습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12월에 48.5%를 기록해 4월 이후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졌습니다. 부정적 평가는 44.5%를 기록,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지율이 높다 높다 했지만, 이제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 역시 민주화 이후 단임제가 실시된 이후 나타난 '대통령 지지율의 필연적 하락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 상황에 들어선 것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철도노조 파업을 계기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적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시민 주도의 '거리의 정치'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조기 레임덕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박근혜 정권도 집권 2년 차에 들어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2013년 한 해 '마리 안통하네뜨'로 명명된 박근혜 정권의 통치스타일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볼 때,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박근혜 정권의 '지지확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정권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을 내세웠지만, 집권 1년 차를 경과하면서 '친대기업-친부자 정권'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에는 박근혜 정권의 경제 정책이 대기업 중심이라는 평가가 52.6%였는데, 11월에는 76.4%로 23.8%포인트 늘었습니다. 중소기업 중심이라는 평가는 35.1%였는데, 11월에는 14.6%로 떨어져 20.5%포인트가 줄어들었습니다. 부자에게 유리한 경제정책을 쓰고 있다는 평가도 3월에는 55.7%였지만, 11월에 들어서는 76.1%를 기록해 20.4%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서민에게 유리한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는 평가는 3월에 28.2%였는데, 11월에 들어서는 15.5%가 되어 12.7%가 줄어들었습니다. 민생개선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평가는 박근혜 정권에게 그다지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의 관측 혹은 기대처럼 박근혜 정권의 조기 레임덕은 쉽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 새누리당 내에 차기 대선 주자급 정치인이 분명치 않아 '대항적 리더십'이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보수층 지지자들의 이탈이 일어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반대세력의 비판이 거세질수록 박 대통령 지지층은 더욱 결집할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즉, 박근혜 정권은 대한민국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보수층 유권자라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집권 1년 차 박근혜 정권의 국정운영은 이들의 지지강도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할 때, 2014년 박근혜 정권은 지지율 하락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가능성이 큽니다. 70%대에 달했던 지지율을 회복하지는 못하겠지만, 40%대 미만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작년과 똑같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여야 간 혹은 친(親) 정권 대 반(反) 정권 간의 대치 정국이 만들어질 공산이 큽니다. 철도 및 의료 민영화 등과 같이 보수층이 선호하는 정책을 일방주의적 혹은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계속 추진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정권을 비롯한 각 정치세력들은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는 정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박 대통령의 신년사만 봐도 그런 예측과 전망이 가능합니다. 박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과거 우리 사회 곳곳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정상화 개혁도 꾸준히 추진해 갈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자신의 '원칙'을 고수해가겠다는 것입니다. 헌정주의와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체제를 위협하거나 부정하고 비난하는 -사실은 정권 안보를 위해- 정치·사회 세력과 지속적으로 싸워가겠다는 것이지요. 새누리당 내에서 개각설이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정당 조직과 마찬가지로 정권 역시도 그 운영 방식의 '초기 패턴이 장기 지속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박근혜 정권은 집권 1년 차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 갈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과 다투는 정치·사회 세력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해 '원칙'을 바꾸라고 강제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아니면 원칙에 대해선 묵과하면서도 그 원칙의 고수가 낳은 결과들을 중심에 놓고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등에 대해 냉철하고 면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당장 지방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올 것인지 아닌지, 정권 심판의 이유를 여전히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찾을 것인지 아닌지 등도 고민을 해야 합니다.

 

물론 답은 주로 정치적 민주주의를 저항의 레퍼토리와 내러티브로 삼고 있는 '전통적인' 반대세력에게서만 찾으면 안 되겠지요. 선거정치든 운동정치든 다수 획득 경쟁임을 고려해, 국민 다수가 지금, 우선 선호하는 공통 이익과 이념을 찾아내야 하겠지요. 그것은 분명 민생의 개선과 경제민주화일 것이겠고요. 정치적 민주주의가 중요치 않아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탄탄한 사회적 지지기반이 필요한데, 현재는 그 사회적 기반의 구축을 위해서 우선 민생개선과 경제민주화를 추진해가며 다수 국민의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1야당 민주당이 2014년에는 그런 과제를 잘 수행해 나갈 수 있을까요? 진보정당들은 또 어떨까요? 이들이 민주공화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 박근혜 정권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수행해나갈 수 있을까요? 그런 가운데 수권능력을 갖추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인정을 국민들로부터 얻어낼 수 있을까요?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의 위기는 사실 그들만의 위기가 아닙니다. 그들이 전체 정치체제에서 분명한 위상과 역할을 갖지 못하면, 정치적 민주주의든 경제적 민주주의든 '민주주의의 순행'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헌정체제의 정착과 지속도 힘겹습니다. 보수 혹은 박근혜 정권이 원래 반민주 세력이라서가 아닙니다.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오만과 독선으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배가 아닌 견제를 통해 작동하는 공화적 질서의 유지와 재생산이 가능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의 위기는 정치의 위기이고, 결국 대한민국 전체의 위기입니다. 즉,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의 위기에 관심을 갖거나 가져야 하는 이유는 특정 정치세력의 위기 때문이 아니라, 나와 우리 모두가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지 그 전망이 별로 밝지 않습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국민 다수가 지난해 초부터 야권, 특히 민주당에 대해 계파정치를 해소하고 보다 폭넓게 외부세력을 영입하면서 민생정책을 강화하는 혁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1년이 넘었지만, 당내 응집력이 여전히 낮고 혁신다운 혁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예 혁신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안철수신당이 창당되면 제1야당 자리를 위협받는 것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했습니다.

 

진보정당들은 아예 국민들의 관심권 밖으로 내몰린 지 오래입니다. 그런 가운데 2004년 원내진출 이전, 즉 10년 전의 지지율 2%대로 내려앉아 있는 상태입니다. 국민 다수는 국정원 정치개입에 대한 특검 실시를 비롯해, 국정원과 검찰 개혁은 물론, 복지강화와 경제민주화 등에 대한 야권의 모든 주장과 요구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지를 보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실천했고 어떤 성과를 냈느냐를 중심으로 정치세력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해 11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국민 다수는 안철수신당 지지의 이유로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감을 꼽고 있습니다. 또 안철수 의원 개인에 대한 호감보다는 새로운 정당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민생개선과 경제민주화를 진작시켜나간다는 평가를 얻을 때, 그리고 재창당이든 신당 창당이든 정말 새로운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일 때, 비로소 대안정치 세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할 것임을 의미합니다.

 

이런 과제들을 먼저 수행하지 못하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설사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에 기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다 해도 그러합니다. 특히 야권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수도권을 중심에 놓고 볼 때에 공격이 아닌, '수성(守成)'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에서 정권 심판론이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처럼 야권 단일화 등 야권의 '연합정치 전략'을 구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종북주의 공세와 통진당 사태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연합정치 전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안철수신당 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신당이 이미 만들어졌거나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진다면 모르지만, 창당 시기는 아마도 지방선거 직전이거나 이후일 것입니다. 신당 창당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창당 시기를 선거 직전에 맞추어야 독자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앞서 언급한 현실을 고려하면서도, 야권이 민심을 얻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민 혹은 시도해야 하는 사항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연합정치 구사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야권 내부의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박근혜 정권을 견제하고 수권능력을 키워가는 데 어떤 의미에서 긍정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의석수 격차 -즉 정당 크기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한 세력이 박근혜 정권을 견제하는 것보다, 여러 세력으로 나뉘어 다발적 혹은 다차원적 공격을 수행하는 것이 갖는 효과에 대해 입증해야 합니다.

 

또 야권의 낮은 경쟁력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바로 야권 내부의 경쟁임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앞서의 과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연합정치 혹은 강한 단일 세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각 세력의 지도자급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체'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의석수를 고려치 않는다는 의미에서 원탁회의체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연합정부를 지향하든 아니든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 그림자 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정책협의체 혹은 아예 섀도 캐비닛을 구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이때 시민사회는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박근혜 정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만 열성을 쏟을 것이 아니라, 이런 '판'을 벌이기 위한 리더십 작동의 공간을 창출해주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향후 정부는 연합정부든 단일 정당의 정부든 간에 '시민 정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때 유의할 것은 시민 정부의 구성을 위한 원탁회의체와 섀도 캐비닛의 구성 작업을 이전의 명망가 주도가 아니라, 연말 대한민국 사회를 달군 '안녕 대자보' 현상에서 확인한 바와 같은 '시민적 공감대'의 형성을 주도한 시민들의 관여 속에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특정한 명망가들이나 운동 엘리트들이 주장하는 원리나 제도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그런 작업의 핵심에는 민생개선과 경제민주화가 자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끝으로 2014년에는 거리의 정치가 다시 활성화될까요?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시대처럼은 아닐지라도 이명박 정권 초기의 촛불집회와 같은 광범위한 시민참여가 이루어지는 운동정치 말입니다. 분명 박근혜 정권 초기 때보다 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듯합니다. 권위주의 정권의 성격을 노골화한 철도노조 파업 강경대응 등이 계기를 제공해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8일에 있었던 집회와 시위에 나가 직접 확인한바, 아직은 이명박 정권 시기의 촛불집회 때와 같은 자발적 미조직 시민의 참여보다는 조직된 운동 시민의 참여가 주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섣불리 거리의 정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유신 시대로 회귀했다고, 저항세력도 그 시절의 방식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이전과 다른 방식과 성격의 정부, 즉 시민의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힘의 축적으로 모아낼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2014년, 대한민국의 정치 양상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오히려 전향적 관점에서 다르게 실천해야 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4년 청마의 해, 가보지 않은 곳으로 질주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철도파업 중단됐지만, 노동계는 계속 '부글부글' 1.2 오마이뉴스

권영길·천영세 등 민주노총 지도위원단 단식돌입... 9일 2차 총파업 결의대회 예고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이 마무리됐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끓고 있다. 과거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원로들이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을 규탄하며 단식투쟁을 선언했고, 민주노총 역시 또 한 차례 총파업을 예고했다. 한국노총까지 정부와 대화 단절을 선언한 가운데,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으로 촉발된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지도위원단은 이후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사 1층 로비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현안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산별연맹을 비롯한 위원장단이 단식을 한 적은 있지만 사회 원로격인 지도위원단이 대규모로 단식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지도위원단이 단식까지 선언하며 노동계와 국민들에게 단결을 호소하는 힘을 바탕으로 2차 총파업에 역량을 총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연속개최... 2월 25일 실질적 총파업 돌입 예정

 

오는 9일과 16일 각각 예정된 민주노총의 2차, 3차 총파업 결의대회는 향후 전개될 노동계 저항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으로서는 조직적 역량을 최대한 보여줘야 하는 날이다. 지난해 12월 28일 1차 총파업 집회에는 조합원과 시민 5만여 명이 참석하며 최근 민주노총이 주최한 집회 가운데 최대 규모로 치뤄졌다. 하지만 철도파업이 중단되면서 다소 여론이 가라앉은 상태이기 때문에, 2차 결의대회는 민주노총의 파업조직화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각 단위 사업장 파업 조직화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3일에는 전 사업장에서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오후 2시 서울역에서 단위노조대표자 및 대의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각 가맹산하조직별로 2차 총파업 등 향후 투쟁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4일 주말을 맞아서는 '박근혜 퇴진·민영화 저지·노동탄압 분쇄 촉구 결의대회'를 전국 동시다발로 개최한다.

 

민주노총은 이같은 투쟁과정을 거쳐 전 사업장에 총파업을 조직한 후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이 되는 2월 25일 실질적인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지도위원단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시무식에서 "지난해 12월 22일 공권력이 사무실을 침탈했던 분노를 기억하고 민주노총을 세우기 위해 죽어간 열사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총파업을 결의한다"며 신 위원장은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받은 탄압과 분노를 기억해 박근혜 취임 1년을 맞는 2월 25일 총파업을 반드시 성사하자"고 호소했다

 

[단독] 코레일, 작년 3월 "단일 철도기관이 바람직" 결론 1.2 프레시안

제2철도공사 거론시 내부 검토 의견…9개월 만에 결론 뒤집은 셈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장래 대륙철도 및 해외철도시장 등으로의 진출 등을 고려할 때 건설과 운영기능을 모두 갖춘 일원화된 단일 철도기관으로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2일 입수한 '제 2 철도공사 설립 검토 의견'에 따르면 수서발KTX주식회사를 민간에 맡기는 방안 대신, 서승환 현 국토교통부장관 등이 검토했던 '제2철도공사' 설립에 대해서도 코레일은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문서는 지난 3월 작성됐다.

 

수서발KTX주식회사의 민간 운영, 코레일 자회사 형태 설립, 제2철도공사 설립 등, 국토부가 검토했던 모든 '제2철도회사' 방안에 대한 대안으로 코레일은 '단일 철도 기관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이 문건은 "제2공사 설립시 경쟁 효과는 없고, 향후 '민영화'의 빌미가 조성"된다고 분석했다. '제2의 철도회사'인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 반대 측인 전국철도노조(철도노조) 등이 내세운 논리와 거의 비슷하다

제2공사는 지난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내세웠던 논리 중 하나인 서울 지하철(1234호선은 서울메트로가, 5678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것) 식의 '경쟁 체제'와 비슷한 그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 2공사 설립안'에서도 후퇴한 것으로 평가받는 수서발 KTX주식회사를 만들게 된 상황이다.

 

이같은 검토 의견을 냈을 당시 책임자였던 정창영 전 코레일 사장은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결국 코레일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에 휘둘려 말을 뒤집은 셈이 됐고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을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했던 철도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직위해제 및 형사 고소를 남발했다.

 

이같은 검토 의견을 낸지 불과 9개월만에 코레일은 '경쟁 체제 전도사'가 됐다. 최연혜 사장은 파업 철회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수서 KTX 법인은 혁신을 시작하는 코레일의 출자회사로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진정한 국민행복 철도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남북통일의 주요 매개체가 될 남북철도 완성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의 대륙철도 시대의 주역으로 철도선진국 유럽과 철도 신진 강호인 러시아ㆍ중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철도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대륙철도를 위해 단일 철도기관이 바람직"하다는 논리에서 "대륙철도를 위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서발KTX주식회사 등 '복수 철도 회사'가 바람직하다는 논리로 180도 바뀐 것이다. 이는 코레일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긴급채용 대체인력…결국 '단기 알바' 1.2 노컷뉴스

코레일이 노조의 파업 철회에 따라 대체인력으로 긴급 모집한 인력에대해 2~3개월 정도 운용한 뒤 계약을 해지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코레일은 이날 파업 중이던 노조원들의 복귀에 따른 인력 운영 계획과 파업 중 투입된 대체인력의 복귀 등을 고려해 지난달 채용한 217명 중 스스로 그만 둔 9명을 제외한 208명 근로자들의 근로계약 기간을 앞으로 2~3개월 정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또 추후 뽑기로 했던 나머지 인력에 대해서도 채용계획을 중단하고 지난달 31일 지원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파업 철회로 앞으로 대체인력 추가 채용계획이 없음을 통보했다. 이에 노조 파업이 종료됨에 따라 채용된 대체인력들은 불안한 고용상태로 공중에 붕 떠버린 상태가 됐다.

 

코레일이 근로기간을 앞으로 2~3개월 정도로 연장한다고 밝혔지만 이들은 근무기간에 대해 '철도공사 필요시까지'라는 내용이 담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언제든 해고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근로계약서 작성 시 파업이 끝나면 계약이 종료된다는 사실을 알렸기 때문에 파업 종료 후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를 사정을 참작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체인력으로 채용했던 사람들은 앞으로 신규채용 시 우대하고 인력풀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레일의 2~3개월 단기 채용, 신규채용 중단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코레일의 성급한 대체인력 채용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측의 성급한 대처로 애꿎은 구직자만 골탕먹는다", "급할때 모집한 대체인력이 1회용인가?", "토사구팽이 따로 없다" 등 저마다 비난을 쏟아냈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달 26일 기관사와 열차 승무원 등 모두 660명의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모집공고를 냈다. 해당 공고가 나간 뒤 이틀 만에 약 1,700여 명이 지원을 했고 이 중 217명이 우선 채용됐다. 이들은 코레일의 인력 계획에 따라 1~2주간의 교육을 마친 뒤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새누리당의 '늑대 괴담', 2000년 전 이솝이 웃겠다!1.2 프레시안

[초록發光] 민영화, 이젠 전기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긴 쉽습니다. 그러나 늑대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어렵고 지루하고 힘듭니다. 교활한 양치기 소년 때문에 우리는 어렵고 지루하고 힘든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전 국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배포한 <늑대가 나타났다>는 홍보 책자의 일부다. 홍보 책자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려고 했는지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가 된다는 건 괴담'이라는 주장과 함께 민영화는 민주당에서 추진했지 새누리당은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수록했다.

 

홍보 책자의 말대로라면 새누리당은 공공 부문 민영화를 우려하는 국민들에겐 참으로 등불과도 같은 존재가 확실하다. 그런데 왜 소위 우매한 민중들은 그런 괴담에 쉽게 속고 휩쓸리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당사자가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홍보 책자가 뿌려지기 4일 전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철도 민영화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지난달 청와대에서 재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GPA) 개정 의정서에는 개방 대상으로 철도 부문이 포함되어 있다. 또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일단 '쪼개고' 나면, 민영화는 쉬워진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에너지 분야의 민영화 추진에서 목도할 수 있다.

 

전력 부문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9년 '전력 산업 구조 개편 기본 계획'에 따라 2001년에 6개로 분할됐다. 2003년에는 구역 전기 사업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민간 발전 회사의 길을 터주었다. 2011년에는 6개 발전 회사가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됐고, 그리고는 2012년 제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통해 민자 발전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남은 상황은 상상하지 않아도 뻔하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의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고 이제 효율성을 이유로 발전 자회사들을 민영화한 뒤 배전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까지 민영화하면 긴 시간을 들인 전력 부문 민영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의 송·배전과 전력 판매 부문을 민영화하는 방안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상황이다.

 

거기에 제2차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는 분산형 전원을 늘린다는 미명하에 민간 발전사 키우기에 나서겠다는 의지까지 피력했다. (분산형 전원 체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의 자가 발전을 의미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거기에 이미 석유 분야는 민영화된 지 오래됐고, 가스 분야는 가스 직도입을 통해 새로운 민영화의 길을 열어 젖혔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일관되게 찾아볼 수 있는 건 바로 '효율성과 경쟁' 논리다. 그렇다면 과연 민영화론자들의 주장대로 공공 부문의 효율성이 높아졌을까? 전혀 아니다.

 

2011년 발전 회사들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되자 정부로부터 유리한 경영 평가를 받기 위해 개별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결과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이 오히려 저하됐다. 해외 발전소 경쟁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오히려 발전 회사들을 재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9년 한국전력이 맥킨지에 의뢰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전력이 발전 자회사들과 재통합할 경우 연료 구매 분야에서 5000∼8000억 원의 구매 비용 절감 효과와 연구 개발 분야에서 1200∼1500억 원, 설비 투자 감소 및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 등으로 2020년 기준 연간 약 1조2000억 원의 경비 절감이 예상된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발전 부문 분리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자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배전 분할을 중단하기도 했다.

 

민간 발전 회사 확대에 따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민간 발전사를 늘리기 위해서는 현재 발전 원가 이하로 생산하고 있는 생산 단가 이상을 보장해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전력 가격을 결정하는 SMP(계통한계가격)에서 특혜를 주는 식으로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민자 발전사 당기 순이익은 9348억 원에 달했다. 반면 6개 공기업 발전사의 당기 순이익은 8061억 원에 불과하다. 얼핏 보면 수지가 맞춰진 상황처럼 보이지만 민자 발전사들의 발전 용량은 공기업 발전사들의 발전 용량의 10%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안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민자 발전사들이 더 늘어나면 정부의 부담 폭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의 부담해야 하는 몫이 된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지 다시 전력 판매 민영화 검토나 민간 발전 회사 진입 허용 등으로 민자 발전 확대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흔히 전력 민영화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는 캘리포니아 대정전, 미국 동북부 대정전은 오히려 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더 우려스러운 건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공 서비스가 이윤 창출이 목적인 기업에게 넘어가버리면 그런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도 다시 되돌리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재국유화는 그 과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돌과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철도 민영화가 가시성이 높아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전력 민영화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이 되어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것 역시 괴담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길지만 집요한 민영화 추진으로 인해 우리는 이미 혹독한 결과를 감내하고 있다. 따라서 철도 민영화 철회가 확실해진다면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전력 민영화에 대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탈핵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의 고리를 끊기 위해 민영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이다. 또 누군가는 분산형 전원 체계로 가기 위해 민자 발전사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분산형 체계란 수요처 인근으로 발전소를 분산시켜 지역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자는 거지 그걸 민간 회사가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역에너지공사를 설립해 책임성을 높이는 게 오히려 답이 될 테다. 물론 에너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전력 체계 전환은 필수적인 일이다. 하지만 에너지는 이미 현대 사회의 기본권 중에 하나기 때문에 복지, 경제, 고용 문제와도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민영화는 위험하다.

 

마지막으로 사족(蛇足) 하나. 늑대가 나타났다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늑대는 결국 나타났다. 이 우화에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신뢰를 쌓고 이를 통해 우환을 대비하자는 거다.

 

무슨 집권 여당의 홍보 자료가 해석 달린 어린이용 이솝 우화 수준에 불과하나. 길지도 않은데 다음부터 이솝 우화 정도는 다시 정독해보고 인용하길 권한다. 2000년 전 사람인 이솝도 웃겠다.

 

 

"워매, 순하게 생겼는디 어째..." 광주에 분향소 차려져

[현장] '고 이남종 열사 민주시민장 광주장례위원회' 합동 참배

고 이남종(광주 북구, 40)씨와 인연이 없던 이들도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 급하게 차려진 분향소 제단엔 양초 두 개와 향로, 국화꽃이 자리했다. 영정 사고 당일 이씨의 집에서 유일하게 나온 조그마한 증명사진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를 외치며 분신한 뒤 새해 첫날 끝내 숨진 이씨의 분향소가 2일 그가 살던 광주에도 차려졌다. '고 이남종 열사 민주시민장 광주장례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 광주 동구 YMCA 2층 무진관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합동 참배를 했다.

 

이들은 이씨의 유서에 나온 "국민들은 주저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모든 두려움은 내가 다 안고 가겠다. 국민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는 문구를 읊으며 이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분신자살 故이남종 씨 유서 공개…"朴정부는 쿠데타정부" 1.2 프레시안

유족, 경찰의 사인 왜곡 비판…오는 4일 영결식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며 지난달 31일 분신자살한 고(故) 이남종 씨의 유서가 공개됐다. 이 씨가 카드빚 등 채무 관계 때문에 자살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 씨는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박근혜 사퇴, 특검실시'라는 현수막을 내건 후 몸에 불을 붙여 숨졌다.

 

 

유족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시민 장례 위원회'(가칭)는 2일 오후 2시 30분께 이 씨의 빈소인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씨의 유서와 불에 탄 일기장을 공개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로 시작한 유서에는 "박근혜 정부는 총칼없이 이룬 자유 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 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라고 적혀 있었다. 또 "원칙을 지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 원칙의 잣대를 왜 자신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것입니다"라며 "많은 국민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공권력의 대선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쓰여있었다.

 

이어서 이 씨는 "이상득, 최시중처럼 눈물 찔끔 흘리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던 그 양심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아니길 바랍니다"라며 "보이지 않으나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제가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모든 두려움을 불태우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녕히 계십시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개된 유서는 가족에게 남기는 사적인 부분을 제외한 부분이다.

장례위는 경찰이 유가족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고 성급하게 자살의 원인을 추측하는 보도자료를 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유가족이 정식으로 의견을 내고 있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경찰 보도 자료가 나갔다"며 "결국 유가족의 공식적인 입장은 해당 보도 자료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서에는 신상을 비관하는 내용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방송3사 뉴스에 ‘박근혜 퇴진’ 분신은 없다 1.2 미디어오늘

[비평] JTBC만 ‘특검요구 분신’ 소식 전해…조선일보는 ‘개인 빚, 신용불량’ 강조

“국민들은 주저하고 두려워하고 계시다. 모든 두려움은 내가 다 안고 가겠다. 국민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주셨으면 한다”

2013년의 마지막 날 분신한 한 남성이 남긴 ‘다이어리’의 내용이다. 그는 1일 오전 7시 55분경 숨졌다. 하지만 1일 방송3사 뉴스에 이에 관한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던 이남종씨는 31일 오후 5시 30분 경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적힌 7m 길이의 플랜카드 2개를 고가 밑으로 내던지고 몸에 불을 붙였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이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고, 장례식장에는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씨가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라는 플랜카드를 던지고 분신했다는 점에서 이씨의 분신에는 정권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씨가 숨진 장소에서 발견된 다이어리에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17줄짜리 메모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그가 남긴 유서를 본 박주민 변호사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대선 당시 정부의 불법적인 선거개입 정황을 비판하고, 이를 개인적 일탈로 치부한 박근혜 정부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다고 적었다

 

 

 

"저소득층 빚 내서 집 살때 고소득층은 현금 챙겼죠" 1.2 오마이뉴스

[근혜노믹스 1년을 말하다③]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지난해 국토부 주거실태 자료를 보면 2010년 대비 2년 동안 고소득층 자가주택 거주율이 69.5%에서 64.5%로 5% 떨어졌어요. 반면 저소득층 자가주택 거주율은 46.9%에서 50.5%로 올랐죠.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그는 웃으며 "부자들은 지난 2년 동안 집 팔아서 현금 챙기고 있었는데 저소득층은 같은 기간에 돈도 없으면서 빚 내서 집 사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해 통계까지 합치면 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직히 덧붙였다. 집 장만을 위해 거액의 은행 대출을 계획했던 서민들이라면 귀가 솔깃해질 얘기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듣기 위해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을 만났다. 그는 올해 부동산 시장의 '화재경보기' 역할을 했다. 주택대출 문턱을 낮추는 정부발 부동산 관련 대책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빚 내서 집 사면 위험하다'는 경고음을 냈다. 최근에는 경고의 근거들을 모아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라는 책도 썼다.

 

23일 마주한 선 소장은 부동산 분야의 근혜노믹스를 '서민 기만'이라고 표현했다. 부실에 빠진 건설업계나 소수의 부동산 부자를 위한 '집값 떠받치기'에 집 없는 서민들의 가계대출을 동원했다는 이유다. 4·1 대책이든, 8·28 대책이든, 12·3 대책이든 그런 점에서 본질은 같다는 게 선 소장의 시각이다.

 

그는 "인구 구조상 향후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 수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빚 내서 집 사라는 대책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면서도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질타했다.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공급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선 소장은 커다란 계기가 없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그 때문에 2~3년 안에는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부동산 관련 대출이 도합 1000조 원에 달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가계가 집 사느라 낸 빚은 미국발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맞물려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우후죽순 늘어난 국내 건설업체들 중 부실업체들부터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 말 기준으로 시공능력 순위 상위 50개 기업 중 부실 위험성을 평가했을 때 양호하거나 보통인 상태의 업체는 23개에 불과하다"면서 "아파트 분양 광고에 목 매단 언론들의 속임수에 속아넘어가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좀비' 같은 부실 건설기업 선제적으로 퇴출시켜야"

- 박근혜 정부 1년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빚 내서 집 사라' 대책이죠. 우리나라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전·월세를 살아요. 전세 가격이 70주 가까이 연속 상승하는 가운데 국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저리 대출을 통해 집 사기만 유도했습니다. '집값 떠받치기' 효과를 내서 건설업계나 집 있는 소수의 부동산 부자만 챙긴 셈입니다."

 

- '집값 떠받치기' 정책은 건설업계나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나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집 사는 사람이 없으면 집값이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빚을 내게 해서 집을 사도록 하면 집값이 천천히 떨어지지요. 주택 시장에 들어와 있는 건설업체들 역시 지어놓은 집이 팔려야 유지가 가능하고요. 여권에서 주장하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이번에 통과된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역시 건설업체들 좋은 일 시키자는 거죠."

 

-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국내 건설업체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시공능력 상위 50개 건설업체의 부실 위험성을 살펴보면 괜찮은 상태인 기업은 23개 뿐입니다. 8개 업체가 매우 위험한 상태이고 8개 업체도 주의를 필요로 하는 수준이죠. 11개는 이미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고 남아있는 기업 상당수도 부채비율이 300%에 육박합니다.(통상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고 이자보상비율이 1이 안 되는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부실 기업으로 취급함)"

 

- 정부가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반복해서 내놓는 이유가 부실 건설기업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보십니까.

"두 가지 입니다. 집 가진 사람들의 집값 방어, 건설기업 살리기. 다른 이유라고 할 만한 게 없습니다. MB정부 때부터 계속 똑같은 정책을 재탕하고 있어요. 모든 부동산 정책이 '집 사라'로 결론이 납니다. 한참 전셋값이 치솟던 지난 8월에 전세 대란 대책을 내겠다고 해놓고 결국 발표한 것도 주택 매매 활성화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 누리꾼 중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특징이 '기-승-전-집 사'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연명을 시키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그걸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하나 둘 법정관리 신청을 하고 있잖아요. 결국 줄도산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부실 건설기업들은 자금을 순환시키기 위해 새로운 분양거리를 만들면서 시장에 '좀비'처럼 주택을 계속 공급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시장에 주택이 과다공급 되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멀쩡한 건설기업도 망가지게 되지요. 지금이라도 가려내서 선제적으로 퇴출시켜야 합니다."

 

 

"'분양시장 뜨겁다'는 언론...착시 현상에 속으면 낭패볼 것"

선 소장은 이날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과 효과를 동시에 비판했다. 우선 서민들에게 빚을 지게 하고 주택 구입을 유도하는 정책 방향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그렇게 추진한 '집값 떠받치기' 정책이 사실상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도 지목했다. 정부가 '헛손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경제학의 기본 원칙인 '수요'와 '공급'으로 이를 설명했다. 한국의 출산율이 급감했고 주택 구입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주택 공급은 이미 현 시점에서 과잉상태라는 것이다. 선 소장은 이런 현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역대 정부 중 가장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은 것 치고는 '집값 떠받치기' 효과도 미미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집 사는 사람의 대출 문턱을 낮춰주면서 집값을 방어하는 정책이 나온게 2010년입니다. 그 사이에 사람들이 많이 집을 샀어요. 이제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고갈된 상태입니다. 2000년부터 주택거래량 추정을 해보면 거래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입니다. 주택구매 가능 인구 자체가 크게 줄었어요.

 

반면 건설사 숫자가 크게 늘면서 주택 공급은 과잉되어 있습니다. 외환위기 시절에 비해 건설업체가 3배 불었어요. (구)주택보급률을 보면 명확한데, 이미 110% 수준이에요. 수도권도 106%가 넘은 상태죠. 이 통계에는 오피스텔이나 상가와 함께 있는 주거는 안 들어갑니다."

 

- 정부가 집 값을 부양하려고 애써봐야 한계가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구조에 있습니다. 주택을 필요로 하는 연령대의 인구가 앞으로는 계속 감소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날거라고 하는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급증하는 건 60~70대 1인 가구입니다. 이들이 사망한 이후 살던 집이 또 주택시장에 공급이 됩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급은 계속 늘고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집값이 오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 그럼 주택 구매를 하지 말아야 하나요?

"소득이 충분하면 10억 원이든 20억 원이든 집 살 수 있죠. 다만 빚 내서 집 사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얼마 전에 <PD수첩>과 수도권 아파트 거주자 빚을 분석해보니까 대부분 단지에서 아파트 매입자 70~75%가 평균 3억 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집값은 더 떨어질텐데 월급 생활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면 이 빚 평생 갚기 어렵습니다.

 

- 정부 대책 이후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청약이 '완판' 되면서 주택시장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4·1 대책이나 8·28 대책들은 취득세 감면이나 양도소득세 감면 이런 조건들이 신규 분양을 받았을 때 적용하도록 되어있어요. 전형적이고 전폭적인 분양 촉진형 대책이었고 그럼에도 일시적인 효과밖에 내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속 내용을 살펴보면 분양이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 서초동 아크로리버빌 같은 경우는 새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아요. 그런 걸 보고 언론에서는 '분양 시장 뜨겁다'고 쓰는데 착시 현상이죠. 아파트 분양광고에 목매단 언론들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면 낭패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 담보대출 1000조...집값 안 떨어뜨리면 한방에 터진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데 가계부채 비율이 늘어나는 현상을 위험 징후로 지목하는 경제학자는 선 소장뿐만이 아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미 예일대 교수는 지난 12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현상을 '별도로 연구해봐야 할 만큼 우려되는 문제'로 지목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내놓는 집값 부양책에 대해서도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내 은행권과 결부된 가계부채 규모는 약 1000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중 주택담보대출은 약 410조 원 정도. 그러나 선 소장은 이같은 계산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에 걸려있는 부동산 담보대출까지 합하면 690조 원 정도이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받아서 주택매입대금을 충당한 경우까지 합치면 부동산 담보대출만 1000조 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값을 충분히 떨어뜨려 부실 대출이 들어간 주택들을 조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내년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흘러갈거라고 보시나요?

"앞으로도 이런 기조로 갈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늦게 잡아도 2~3년안에 큰 충격이 올겁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시작되면 한국의 기준금리도 오르게 되거든요. 채권이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0%가 기준금리 따라서 오르내리는 변동금리에요. 지금 3% 대의 저금리에서도 이자만 내면서 원리금 상환 미루는 가계가 70% 이상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한 방'에 갈 수 있어요."

 

- 가계부채 중 부동산 대출 관련한 부채는 어느정도나 되나요?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로만 보면 410조 정도입니다. 그러나 2금융권,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망라하면 690조 원 규모지요. 여기에 세입자 전세금 끼고 집 산 사람까지 합치면 1000조 가까이 됩니다. 이게 액수도 많지만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더 문제입니다."

 

-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와중에 가계부채도 불어나고 있는 한국 특유의 현상을 놓고 해외 학자들이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133%에서 107%까지 낮췄습니다. 다른 나라도 다 비슷한 사정인데 유독 한국은 역주행을 했습니다. 143%였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지난해에는 160%대까지 올랐거든요. 올해 노벨 경제학상 받은 로버트 실러 교수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지요."

 

- 최근 나온 12·3 대책에는 전세대책으로 '전세금 안심대출' 등 전세대출 한도와 금융비용을 줄여주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전세난 문제를 금융으로 풀어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보시나요?

"그건 전세 값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전세값이 뛰는 걸 합리화시켜주는 정책입니다. 원래 1억 원이던 전세를 1억 5000만 원으로 올려도 정부가 전세대출을 해주니까 세입자가 별 저항없이 계약을 맺잖아요. 집주인들은 올려받은 전셋값으로 자신의 부동산 투자실패를 만회하거나 부채부담을 상쇄하는데 사용합니다. 결국 집주인이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을 세입자가 뒤집어쓰는 셈입니다."

 

-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당장의 주거 마련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 전세난은 시중에 대출이 없거나 적은 '안전한 전세'가 부족한 상황이라 발생하는 겁니다. 이 역시 억지 부양책 쓰지 않고 주택 가격을 충분히 떨어뜨려서 부실 대출이 껴 있는 주택을 깨끗하게 정리하면 해결됩니다. 집 값이 떨어지면 전세값도 당연히 떨어지죠."

 

 

 

"교학사 채택 안돼"…거센 반대 여론에 포기학교 속출(종합) 1.2 노컷뉴스

일선고교 교사들과 학생 등이 우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교학사 교재 선정을 포기하는 학교들이 속출하고 있다.

 

2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애초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로 조사됐던 ▲수원 동우여고 ▲수원 동원고 ▲여주 제일고 ▲성남 영덕여고 ▲파주 운정고 ▲울산 현대고 ▲대구 포산고 ▲경북 성주고 ▲전주 상산고 등 9곳 가운데 영덕여고, 운정고, 성주고가 이날 오후 채택을 취소했다.

 

영덕여고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따른 학생·학부모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날 교과협의회를 열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 여부에 대한 재논의를 진행해 철회를 결정했다. 앞서 영덕여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한 학부모는 “분당 학부모라는 게 정말 부끄럽다”며 “여학교인데 장래 어머니가 될 인재들에게 왜곡된 교육을 하다니, 학생들이 모를 것 같은가”라며 학교측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비난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그렇게 믿었던 선생님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며 “아직 늦지 않았다.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파주 운정고도 이날 교과협의회를 다시 열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고,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를 다시 선정하기로 했다. 경북 성주고는 교과협의회에서 채택한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거부됨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 재선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나머지 고교들에서는 학교측과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학생·학부모들간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동우여고에서는 이날 오전 학생들이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가 학교 측에 의해 10분만에 철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교내 6곳에 붙은 대자보에는 “경기도내에서 조사된 436개 학교에서 단 5개 학교만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는데, 그 중 두 학교가 동원고·동우여고라는 점이 개탄스럽다”며 “역사를 가장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가르쳐야 할 학교가 왜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됐는지 의문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내용에는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고 안중근 의사를 교과서 색인 목록에서 제외한 점, 249쪽에 ‘조선인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닌 경우가 많았다’고 저술한 점,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5·16’ 사료를 선별적으로 편집, 역사적 오류가 다수 발견된 점” 등을 들어 학교 측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이 학교 국사담당 교사 A씨는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동우여고 국사교과서 교학사 선택은 교사들의 뜻이 아니었음을 밝힌다"는 글을 게재해 '외부 입김'이 작용했다고 폭로했다. 이 교사는 "교과서 선정을 두고 두달간 우리 학교 역사 교사들과 관리자들은 '어느 한사람'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명히 더 큰 누군가의 외압을 받는 학교장으로부터 몇 차례 간절한 부탁이 있었다"며 "교사들은 사립학교가 갖고 있는 인간관계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요구대로 교학사를 올렸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동우여고 관계자는 “교육부의 검정을 받은 교과서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정한 것일 뿐”이라며 “현재까지는 재논의하거나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세계 최장 노동국가… 주 40시간 지켜 일자리 늘려야1.2 한국

[대한민국 성장엔진 UP!] <3>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OECD국가 평균보다 연 400시간이나 더 일해

 

노동 시간이 길수록 생산성·고용률 낮아

일자리 늘어나면 소득→ 내수→ 성장 선순환

 

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김정진(37ㆍ가명)씨는 월평균 100시간이 넘는 잔업ㆍ특근을 한다. 주간조일 때 거의 매일 3시간30분씩 잔업을 하고, 주말에는 특근을 한다. 쉬는 날은 한 달에 이틀, 야간조에서 주간조로 근무조가 바뀔 때뿐이다. 김씨는 "밤샘 작업에다 365일 회사 일에만 매여있는 기형적인 생활"이라고 푸념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회사는 생산 물량이 많을 때만이 아니라 1년 내내 잔업ㆍ특근을 하는 근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김씨의 월급 340만원 중 기본급 160만원, 상여금 80만원을 뺀 나머지 100만원 정도가 잔업ㆍ특근 수당이라 잔업ㆍ특근 없이는 가족 생활비가 빠듯하다. 김씨는 "언제까지 이렇게 산업화 시대처럼 일해야 하느냐"며 "아플 때는 쉬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무직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정보기술(IT)업체에서 일하는 박기현(35ㆍ가명)씨는 보통 밤 10시에 퇴근한다. 일이 몰리면 밤 12시까지 일할 때도 적지 않지만 초과근로시간을 따지지도 않는다. 많은 사무직들은 실제 초과근로를 한 시간과 상관없이 미리 정한 액수만큼의 초과근로 수당만 받는 '포괄임금제'로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박씨는 "회사가 인력을 3, 4명만 충원해도 제 시간에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계속 채용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

 

우리나라의 법정근로시간은 1989년 주 48시간에서 44시간, 2004년 다시 40시간으로 줄었다. 회사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돼 2011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 40시간 근로가 도입됐지만, 현실은 대-중소기업 생산-사무직 가릴 것 없이 장시간 근로가 만연해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2012년)에 따르면 실제로 전체 근로자의 45%가 주 40시간 이상 일하고, 법정 연장근로 한도(12시간)를 초과해 주 52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도 12.8%에 달한다. 2012년 연간 실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705시간)을 400시간 가까이 웃도는 '세계 최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불명예도 여전하다.

 

장시간 노동 관행은 노사 간 이해관계와 허술한 법에서 비롯됐다. 최소 인력의 장시간 근로로 수요 변화 등에 대응,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과 잔업ㆍ특근 수당으로 임금을 높이려는 노동자들의 '담합'이 오래 지속돼 왔다. 저임금 노동자는 생계비를 충당하기 위해, 고임금 노동자는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자"며 연장근로를 한다. 여기에 '연장근로는 휴일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부의 행정해석으로 인해 토ㆍ일요일 각각 8시간씩 휴일근로에 연장근로 12시간까지 주당 총 68시간까지 합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 또 운송업 금융업 등 26개 특례업종 등은 이런 제한조차 받지 않는 등 전체 근로자의 47%인 552만명은 근로시간 규제 자체를 받지 않고 있다.

 

노동시간 길수록 생산성 고용률도 낮아

 

외국 사례를 보면 장시간 일하는 국가 중 노동 생산성과 고용률이 높은 국가는 없다. OECD국가 중 네덜란드 프랑스 등 연간 실근로시간이 1,600시간 미만인 국가 대부분은 노동자 1인의 시간당 생산성이 50달러를 넘지만 우리나라 멕시코 등 1,800시간 이상 일하는 국가들은 30달러도 안 된다. 고용률 역시 1,600시간 미만 국가들은 75%를 넘는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장시간 근로 국가들은 65%도 안 된다. 노동시간이 길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고 고용률도 낮은 것이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기업마다 노동강도 강화, 공장 해외이전, 설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KDI 유경준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이 지난해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효과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실근로시간을 OECD 국가 평균으로 줄이면 고용률은 경기에 따라 68.8~69.8%(3.8~4.87%포인트 상승)에 이르는 것으로 예측됐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이 OECD 국가의 2000~2010년 연간 근로시간과 고용률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근로시간 100시간 감소 시 고용률이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러 교대제 형태 중 2조2교대 비율이 전 산업의 63.5%, 자동차 산업의 90.7%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 장시간 근로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를 3조2교대 등으로 바꾸면 새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ㆍ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산업화나 고도성장기 방식대로 운영하다 보니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를 달성했을 때보다 연간 300~400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의 장시간 모델에서 벗어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맞벌이 중심의 지속 가능한 새 고용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은 또 "이 모델은 가구소득을 높여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뿐더러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회적 요구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손석희의 힘?… 친정 MBC 따돌렸다 1.2 한국

방송사 신뢰도 조사 KBS > JTBC > MBC > SBS

 

 

'뉴스9' 신년특집 토론 프로그램도 인터넷서 반향

종합편성채널 JTBC가 방송사 신뢰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공영방송 MBC를 누르고 2위에 올랐다. 손석희 보도 담당 사장이 진행하는 JTBC '뉴스9'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는 지난해 12월 29~31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공중파 3사(KBS MBC SBS)와 종합편성채널 4사(JTBC TV조선 채널A MBN)의 시청자 신뢰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2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시청자들이 가장 신뢰한다고 꼽은 방송사는 KBS(27.4%), JTBC(13.3%), MBC(11.3%), SBS(11.1%), TV조선(10.3%), MBN(5.1%), 채널A(2.4%) 순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는 JTBC(18.2%)와 KBS(17.7%)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다른 연령층에서는 모두 KBS를 지목한 의견이 많은 가운데, 50대(34.0%)와 60대(41.7%)의 KBS 선호가 높았다.

 

방송사 선호에 따라 정치적 성향도 엇갈렸다. KBS를 가장 신뢰한다고 답한 계층은 박근혜 대통령 긍정평가층(41.35), 새누리당 지지층(43.6%), 박근혜 투표층(38.1%) 등 보수성향 시청자들 사이에서 높았다.

 

JTBC를 가장 신뢰하는 방송으로 꼽은 계층은 박근혜 대통령 부정평가층(24.9%), 민주당 지지층(18.8%), 정의당 지지층(27.0%), 안철수신당 지지층(23.2%) 문재인 투표층(22.7%) 등 야권성향 시청자들 사이에서 높았다.

 

JTBC의 괄목할 만한 성장동력은 손 사장에게서 나온다. JTBC는 지난해 5월 손 사장을 보도사장으로 영입한 후 9월부터 자사의 메인 뉴스인 '뉴스9' 단독 진행을 맡겼다. 인터뷰와 토론 중심으로 꾸려진 '뉴스9'은 새로운 TV뉴스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9'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새해 첫날부터 뜨거웠다. '뉴스9'이 1일 방송한 신년특집 '2014 한국사회, 4인의 논객이 말한다' 코너는 한때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뉴스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인 관심을 받았다.

 

 

 

2014년에도 한국언론, ‘재벌’이 먹여살린다 1.2 미디어오늘

[캡처에세이] 2014년 나온 종합·경제지 1면 광고 살펴보니…1월1일엔 삼성, 2일엔 한화 ‘싹쓸이’,3일엔?

 

“새해가 밝았습니다. 소원은 저마다 다르지만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같습니다. 2014년 갑오년엔 여러분의 꿈, 여러분의 계획, 모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2014년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에 실린 광고 문구다. 개개인 모두의 꿈이 성공하길 기원하는 한 기업의 소망(?)이 담겨 있다. 광고 내용은 탓할 게 없는데 유심히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가 10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하단 광고를 점령했다는 점이다.

 

2014년 1월1일자 주요 신문의 1면 하단 광고를 ‘싹쓸이’ 한 기업은 삼성이다. 새해 첫 날 주요 신문 1면에 삼성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는 게 상징적이다. 한국 언론에 이처럼 ‘물량공세’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삼성 말고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광고 배치이기 때문이다.

 

삼성 광고가 실린 전국단위종합일간지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석간), 세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다.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석간) 주요 경제지에도 일제히 실렸다. 이념과 논조의 차이와 상관없이 삼성 광고가 실렸다. 한 기자는 SNS에서 한국 언론과 삼성과의 ‘밀접한 관계’를 알 수 있다는 촌평을 날리기도 했다.

 

삼성의 물량공세에 자극 받아서일까. 오늘자(2일)에선 한화그룹이 나섰다. 한화그룹은 ‘아무리 큰 나무도 혼자서는 숲이 될 수 없습니다’라는 광고카피를 내세우며 9개 ‘전국단위종합일간지’(석간 문화일보는 발행 전) 1면 하단에 자신들의 기업 이미지 광고를 실었다.

 

한화그룹은 “새해에도 한화는 한결 같은 신념으로 대한민국 모두의 따뜻한 내일을 위해 함께 크고 함께 나아가겠습니다”라는 다짐(?)을 밝혔다. 한화그룹 광고가 실린 전국단위종합일간지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다.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등 주요 경제지에도 일제히 실렸다.

 

 

그런데 삼성그룹의 1면 광고 ‘싹쓸이’와 한화그룹의 1면 광고 ‘싹쓸이’를 보는 시선에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 한화그룹은 현재 김승연 회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으로 기소된 상태다. 지난달 26일 검찰은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9년에 벌금 1천500억 원을 구형했다. 1·2심에서와 같은 구형량이다.

 

검찰은 “김승연 회장의 범죄는 기업 투명성 확보라는 시대적 사명에 역행한다”면서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국민들은 기업에도 투명·책임 경영을 원한다. 구태가 용인되어서는 안 되며, 준엄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의 오늘자(2일) 광고를 삼성과 다르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 광고가 삼성과 한국 언론의 관계가 어떤 지 보여주는 ‘상징적 기제’로 작용한다면 한화의 광고는 일종의 ‘보험용 성격’이 짙다는 의미다.

 

이제 관심은 ‘다음 기업’은 누군가 하는 것이다. 삼성과 한화가 1면 ‘5단 광고’에 등장한 이상 ‘다른 대기업’들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신문에 광고를 집행하는 건 기업들의 자유다. 신문사들이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부적절한 관계’로 질타하는 것 역시 오버다.

 

다만 상당수 한국 언론이 대기업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2014년 1월1일자와 2일자 1면 하단광고가 주는 의미는 상징적이다. 앞으로 며칠 동안 ‘줄줄이’ 대기업들의 광고가 1면 하단을 장식할 경우 이를 단순히 ‘광고’로 읽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문사들이 대기업 광고를 1면에 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적절한 관계’로 보는 건 오버지만, 2014년 한국 언론과 ‘대기업’이 대략 어떤 관계에 놓일 거라는 건 짐작이 가능하다. 이 짐작이 ‘무리한 억측’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Graphic shows how emotions cause real physical symptoms 1.2 코리아타임즈

감정에 따른 신체 변화 이렇게 다르다?

 

 

감정상태가 몸의 특정 부분의 감각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를 데일리 메일이 목요일자로 보도했다.

핀란드의 트루크 대학의 연구진들은 700명을 대상으로 특정 감정을 느낄만한 내용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영상을 보여준 후 몸의 어느 부분이 활발히, 또는 활발하지 않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했다.

결과, 마음 아픈 일이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 흉통을 느꼈고 슬픔이나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몸 전체가 반응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무릎을 빼고 전신에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우울을 느끼는 사람은 사지가 차가워지는 결과를 보였고 역한 감정을 느낀 사람은 목과 소화기관 부분에 반응이 왔다.

분노와 공포 같은 기본적인 감정들에 대한 반응은 흉부 상단에서 더 활발히 나타났는데 이는 지속적으로 싸움을 준비하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저널에 실린 내용에서 연구진들은 실제로 몸에서 느끼는 감각이 우리가 감정을 경험하는 방식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관계된 주관적인 신체의 반응을 연구해본다면 우울이나 공황 장애 같은 감정과 관련된 장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연구진의 설명이다.

 

 

 1.2 한겨레 만화 정훈이

 

 

"'군국주의' 자처하는 아베, 日 국민과 분리 대응해야" 1.4 프레시안

[인터뷰] 문정인 "한미동맹 만병통치론 위험, 남북관계 개선 필요"

 

2013년은 이른바 '이시아 패러독스'가 한층 심화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동아시아지역이 군사안보적으로는 가장 불안정한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지난 2012년말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함으로써 중일 갈등은 한층 심화됐다.

 

나아가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강한 일본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면서 일본의 군대 보유와 전쟁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 수정 움직임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자폭 특공대를 소재로 만든 영화를 관람한 이후 "감동했다"는 소감을 밝히며 일본의 군국주의와 재무장화가 본인의 신념과 닿아있음을 분명히 했다.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일본 우경화를 두고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삐걱거렸던 한일관계는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갈등의 정점을 찍었다. 이로 인해 당분간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일본 총선이 있는 2016년까지 한일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4년 격동의 동아시아는 어떤 행로를 걸을 것인가? 남북, 한일, 중미, 중일 관계의 앞날은 어떠한가? 우선 일본의 우경화를 예단하기보다는 아베 정부와 일본 내 평화세력을 분리해 대응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첨예화되거나 담합하면서 두 나라가 지역 질서를 좌지우지하게 되면 우리가 협력할 상대는 사실 일본밖에 없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문 교수는 아베와 일본 국민들을 분리시키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다수 일본 국민과 우리가 같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쉽지 않지만 이것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일본 국민은 평화를 애호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성숙된 국민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며 "만약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을 싸잡아서 비난하면 국민들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베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11월 23일 중국이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동아시아에서의 미·중 간 대립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양국의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고 보기만은 힘들다. 경제적으로 양국이 여전히 상호 인질 (mutual hostage)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갖고 있는 외화 보유고의 상당수가 미국의 국·공채에 투입돼 있고, 미국에 투자를 제일 많이 하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개선돼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한미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지속할 이유가 없게 된다"며 "그러면 한중관계도 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레시안 :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변국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했다. 아베는 스스로를 '우익 군국주의로 불러도 좋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신설, 특정비밀보호법 강행 처리, 집단적 자위권 행사, 그리고 궁극적으로 평화헌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이 이같은 행보를 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심지어 미국도 최근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서는 비난하고 나섰는데?

 

문정인 : 아베 총리의 행보는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된 것으로 본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아베 총리는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왔다.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본 개념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평화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일본의 평화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에 기초한다. 세계 평화에 공헌함으로써 일본의 평화에도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인데, 아베 총리 스스로의 표현을 빌자면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 군대를 만들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는 평화헌법 9조 1항의 무력의 행사 및 전쟁 포기와 2항의 정규군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 아베 총리는 최근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NSC 출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1967년에 제정된 무기수출 3원칙 (공산국가와 유엔 제재 국가 그리고 국제분쟁 당사국에 무기를 팔지 않는다는 원칙) 수정 입장도 밝힌 바 있다. 군사력을 증강하고 더 나아가서 평화헌법 9조 2항 바꾸겠다는 이 모든 것이 아베가 말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다.

 

프레시안 : 아베의 '적극적 평화주의'는 다분히 모순적으로 들린다.

문정인 : 학계에서 통용되는 적극적 평화주의와 아베 총리가 말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학계에서의 적극적 평화주의란 전쟁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면서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아베의 적극적 평화주의는 '적극적 공세주의'로 이는 이명박 정부가 제안했던 적극적 억지 개념, 즉 군사적 억지력을 키워서 전쟁을 방지한다는 구상과 비슷한 것이다.

 

일본이 역사 문제에 대해 깨끗하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는다면, 그가 말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게 크게 문제될 소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베는 '전쟁을 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자신들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에 대한 반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입장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받아들이기는 굉장히 힘들다.

 

아베가 말했던 일련의 발언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는 "침략의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식민지 침략을 침략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이다. 또 지난해 9월 26일 뉴욕 허드슨연구소에서의 연설에서 아베는 "나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했다. 군국주의자들은 침략전쟁의 장본인들 아닌가.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아베는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이 하나도 없다. 이렇다 보니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 목적이 무엇이냐에 대해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군사력 증강의 목적이 방어적인 것이 아니라 침략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차대전 이후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본이 가지고 있던 기본 노선은 앞에서 살펴본 평화헌법 9조 외에, 방위력 행사도 자위를 위한 최소한에 한정한다는 전수방위, 또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일본은 경제성장에 전념하겠다는 요시다 독트린 등 크게 세 가지였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이러한 노선을 모두 바꾸겠다고 나오는 것이다.

 

프레시안 : 기존의 원칙을 다 엎어버리겠다는 것인데, 아베 총리가 이런 강수를 두고 있는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문정인 : 우선 개인적인 신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60년 미일안보조약 개정 당시 총리였던 그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하려고 했었다. 여기에 일본 역사에 대한 자긍심도 있을 것이다. 군국주의와 태평양전쟁의 원인을 놓고 일본 우파들은 침략전쟁이 아니라 방어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은 미국 등 서방세력의 침탈로부터 아시아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전후 맥아더 군정청이 만들었던 자학사관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일본이 지난 20년간 '헤이세이(平成)'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자괴감과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데, 이에 대한 치유책으로 민족주의적 정서가 발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6년 첫 총리로 취임했을 때 '아름다운 일본'을 내세웠던 아베가 2012년 말 두 번째 집권한 후에는 '강한 일본'을 중심에 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일본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면 일본의 미래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일본이 매몰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부상도 밑바탕에 깔려 있는데, 일본이 이에 대해 상당히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위기감에 대응하기 위한 충격 요법으로 아베가 우경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정치 변수를 꼽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베가 인기가 떨어져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강수를 뒀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아베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잘 되어 인기가 올라가도 그 힘을 받아서 신사 참배를 강행할 수 있고, 반면에 아베노믹스가 잘 안 돼서 지지율이 떨어져도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이런 충격 요법을 쓸 수도 있다. 결국 국내정치적인 요인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베로 하여금 공세적 행보를 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미국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나왔다.

문정인 : 동맹 관계를 넘어 원칙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 때문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야스쿠니 참배가 그 전쟁을 미화시키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미국 국민 어느 누가 그걸 좋아하겠나. 가장 큰 피해국이니까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가 그런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프레시안 : 일본 내부의 국내 정치적인 변수를 살펴보면, 사실 아베 총리가 특정비밀보호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지지율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그리고 신사 참배는 말씀하신 대로 미국까지 원칙적인 문제가 있어 실망스럽다고 하는데, 소프트 파워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일본에 손해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문정인 : 여기서 조심스럽게 봐야 할 관전 포인트가 있다. 만약에 한국과 중국에서 아베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국민까지 다 싸잡아 비판하면 일본 국민들이 아베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베가 그런 '연루 전략'을 펴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일본 국민들은 상황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일본 국민과 아베를 구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일본 국민은 평화를 애호한다고 본다. 실제 여론도 그러니까 이를 존중해주고 우리의 비판은 아베와 우경화 된 정치인들에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데, 싸잡아서 비판하면 아베가 생각하는 국내 정치적 목적이 달성되는 셈이 된다.

 

프레시안 : 일본 여론을 보면 헌법 개정과 정상국가화까지는 동의하지만, 안보는 기본적으로 미·일 동맹에 의존하는 것을 선호하지,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는 등 지나친 군사화에는 반대가 더 많다고 하던데 어떻게 보나?

문정인 : 집단적 자위권 행사까지는 추진할 수 있다고 보는데 평화헌법 9조 2항 개정 문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아베 정권은 개헌 발의를 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 의원 총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일본 헌법 96조 1항을 '3분의 2'가 아니라 '단순 과반수'로 우선 개정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화헌법 9조 2항을 개정하는 문제는 전쟁의 상흔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헌법 개정이 자신들에게 주는 혜택과 편익보다는 이것이 가져오는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본 국민도 많은 것 같다.

 

프레시안 : 올해 일본의 행보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집단적 자위권 사례를 보면 정부 방침은 아직 확정 안된 것 아닌가?

문정인 : 일본으로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헌법을 개정하거나 아니면 기존 헌법 내에서 9조 2항을 재해석하는 방법이다. 동맹이 위협을 당했을 때 일본 자위대가 가서 도와줄 수 있다는 방식으로 헌법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내부적 논쟁이 있겠지만 특별비밀보호법이 통과됐고 NSC를 설치했으니 다음 수순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프레시안 : 한국은 일본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일각에서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기 전에는 정상회담 같은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일본의 정상국가화를 막기 힘든 상황에서 역사 인식 문제, 위안부 문제 등은 계속 추궁하되 대화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일본과 관계를 지금과 같은 불통으로 가져가는 것이 나은 것인가? 아니면 일정한 수준에서 대화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문정인 : 대다수 일본 국민과 우리가 같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쉽지 않지만 이것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일본 국민은 평화를 애호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성숙된 국민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을 같이 묶어버리면 국민들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베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러면 한일관계는 정말 어려워진다. 이때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나?

 

앞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첨예화되든가, 담합하면서 두 나라가 지역 질서를 좌지우지하게 되면 우리가 협력할 상대는 사실 일본밖에 없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운명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 한일 간 단독 정상회담은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내 여론을 무시한 채 일본과 단독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선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기반으로 박 대통령이 3국 정상회담을 끌어내야 한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의 갈등을 풀어보겠다는 외교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해도 좋지만 A급 전범 위패 14개는 다른 곳으로 분사시키라는 생산적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 또 위안부 관련해서도 아베에게 아무리 개인적 신념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그에 따른 과거 발언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우리가 너무 앞서 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도 우리가 너무 앞서서 예단하고 비판하는 것이 일본 내의 평화주의 세력에게는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는데?

 

문정인 : 우선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서는 우리 외교부 대변인의 초동 대응이 굉장히 정확했다고 본다. 당시 조태영 대변인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하는 문제는 일본의 국내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간섭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거나 한국의 주권을 저해, 또는 한국 헌법에 저촉되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생겨 주한미군이 위험하다고 하면 일본 자위대는 주한미군을 지원해주러 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이게 주권적인 문제고 헌법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위대가 우리 땅에 발을 들여놓는 문제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한국에 있는 미국 시민들이 대피시키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치자. 그러면 수송기로 이들을 실어서 보내야 하는데 미국의 수송기가 모자라면 일본의 수송기가 올 수도 있다. 전투부대가 모자라면 전투부대가 올 수도 있고. 일본의 정보 자산이 한반도에 투입될 수도 있다. 즉 미국의 필요에 의해 일본 군사력이 한국에 들어와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 됐을 때, 일본이 우리와 동맹관계는 아니지만 미국과는 동맹관계이기 때문에 미국을 위해 한국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우리는 대비해야 하는데, 그것을 외교부 대변인이 아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사실 일본 자위대의 전력은 세계 4~5위 정도 된다. 이 정도면 말만 자위대이지, 실제로는 어엿한 군대인 셈이다. 실질적인 군사력이 이 정도인데 형식적으로 일본이 전수방위만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위선이다. 이런 위선을 넘어서 일본이 정상국가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상국가화의 목적이 정말 세계와 지역의 평화를 위한 것이냐, 아니면 과거와 같은 침략 전쟁이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우리에게 주는 것이냐에 따라 얘기는 달라진다. 만약 후자와 같은 우려를 우리에게 주는 것이면 우리는 찬성할 수 없고 한일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정상국가가 되려면 군국주의로 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 일본의 지도자는 과거 침략전쟁의 잘못을 확실하게 인정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정리 안 하면서 정상국가로 넘어가겠다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

 

 

중국 방공식별구역 확대, 팽창주의적 조치인가 방어적인 대응조치인가

프레시안 : 지난해 11월 23일 중국의 동중국해 상공 방공식별구역 선포도 동북아 긴장을 높였던 사건 중 하나였다. 과거사 문제에 관해 한국과 중국이 공동보조를 취해 왔는데 여기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이기도 했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좋은 것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그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문정인 :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미국과 일본에서 주로 제기되는 부정적 해석인데,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 한 것은 자국의 패권을 넓혀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려면 지난 1986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류화칭(劉華淸)이 수립했던 중국의 장기 해양전략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당시 류화칭은 해군 사령관이었다. 그가 세운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장기 전략은 2000년까지는 제1도련, 즉 일본-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를 경계선까지 해상 방위력을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제2도련, 일본-사이판-괌-인도네시아를 경계선으로 하는 해상 방위력을 2020년까지 구축하고 마지막으로 2050년까지는 미국처럼 5대양 6대주를 다 관할할 수 있는 원양해군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류화칭은 이 계획을 1986년에 세웠고, 미국도 사실상 이 보고서에 기초해서 아태 지역에서의 해양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방공식별구역 확대는 중국이 자국의 해양과 영공의 외연을 넓혀간다는, 일종의 지역 패권을 획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한 편에서 보면 중국의 자위적인 측면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방공식별구역은 미국이 1951년 일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1950년 미 본토를 시작으로 1951년에는 한국과 일본 주변 해역에 이를 설정했다. 미국이 스스로 영역을 정해서 해당 구역에 들어오기 30분 전까지는 자신들에게 통보해달라는 것인데, 일본이나 한국 영공에 들어오는 것을 사전에 알아 놓고 예방 조치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군이나 일본 공군이 중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을 때는 이게 큰 쟁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일본 공중자위대가 계속 훈련을 하고 있고 미국도 여기에 합류하고 있다. 그럼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서 이를 30분 전에 알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이어도와 센카쿠열도까지 포함해서 기존의 한국,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 중첩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자신들이 약하기 때문에 참고 기다렸지만, 이제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려 놓은 방공식별구역을 더 이상 간과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중국 군용기가 진입하면 한국은 오산의 미 7공군 사령부로, 일본은 미사와의 미 5공군 사령부로 바로 관련 정보가 전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도 군사적 능력이 있는데 왜 너희들만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는가,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있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또 국제법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고 특정 국가가 일방적으로, 자의적으로 선포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큰소리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중국이 남중국해로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가 중국의 팽창주의를 반영하는 것이고, 이를 중국이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문정인 : 그것은 좀 두고 봐야 한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도 미국의 행보에 따라,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는 저서 <온 차이나>(On China)를 통해 세계 1차 대전 발발 원인을 분석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위협적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위 저서의 결론 부분을 보면 '크로우 메모'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 메모는 1907년 영국 외무성에 근무했던 에어 크로우라는 심의관이 작성한 것이다. 당시 빌헬름 2세 하의 독일이 앞으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외교 안보적 행보를 취할 것인지를 분석한 메모다. 크로우는 독일이 1차적으로 유럽대륙 제패를, 2차적으로는 세계제패를 꿈꿀 것이기 때문에 대영제국의 해군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새롭게 부상하는 독일에 대한 견제외교를 하나의 정책 처방으로 내놓았다.

 

키신저는 이 메모가 세계 1차 대전을 가져온 먼 원인(Remote Cause)이 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독일에 자유주의 세력이 많았고 얼마든지 그들과의 협상을 통해 전쟁이라는 파국을 피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영국이 빌헬름 2세의 독일을 수정주의 세력으로 파악해서 이를 견제하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1차 대전이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키신저는 이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과거 5000년의 중국 역사를 보면 중국은 패권국가였고 한족이 중원을 차지했을 때는 주변국들에 대한 침략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중국의 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질서를 운영해나가는 데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서 G2 모델로 풀어나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런 학파를 흔히 '상하이 학파'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워싱턴에는 상하이 학파보다 '크로우 학파'가 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자들은 죤 미어샤이머, 아론 프리드버그를 비롯해 거의 다 크로우 학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고, 미국 패권에 도전할 수밖에 없으니 미·중은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이들 주장은 기본적으로 '한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 있을 수 없다'면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구 상에 두 개의 패권국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로의 이동'(Pivot to Asia)라는 것도 결국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키신저 같은 중국전문가들의 지혜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패권 고수에 충실한 신(新)현실주의자들의 주장을 더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신현실주의자는 앞서 언급한 크로우 학파와 비슷한 견해로 중국의 부상은 미국과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프레시안 : 말씀을 듣고 보니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만은 어려워 보인다.

문정인 : 주권국가에는 일단 영해가 있고 그다음 배타적 경제수역, 그리고 대륙붕 경계가 존재한다. 이어도는 한국, 중국,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모두 접해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 세 국가들은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여전히 협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중국이 부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이런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만들 필요가 뭐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밝혔는데 그 구상은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있는 것 아닌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관련 국가들끼리 위기관리협의체 만들라고 일본에 제안했는데 일본이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바이든이 말한 위기관리협의체는 사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제안했어야 한다. 한중일이 만나서 영토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의 중첩 구역은 중·일 간 갈등이 있는 곳인데다가 한국과 중국 모두 이어도 문제는 쟁점화시키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3국이 대화를 통해 신뢰가 구축되면 이는 자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 인질 관계?

프레시안 : 미국으로 시각을 돌려보자. 중동 지역에서 미국이 이란과 잠정 핵 협정 타결했다. 이미 2011년 말부터 협상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이 이란과의 화해를 바탕으로 중동지역을 관리하려는 것 같다. 올해 이란 핵문제가 완전히 타결돼 중동지역이 안정화될 경우 미국은 외교와 군사력을 동아시아에 집중하면서 미·중 대결이 심화되지 않을까?

 

문정인 : 2011년 당시에는 핵 협상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하지 않았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와 군사행동론이 지배적 여론이었다. 그보다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열심히 뛰어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또 이란도 하산 로하니라는 온건파가 정권을 잡았고. 로하니는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이란의 외무장관이었다. 핵 협상 대표이기도 했으며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그의 카운터 파트였다.

 

이외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케리 국무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유대계 로비 세력의 반발을 막아준 측면도 크다. 또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고위대표인 캐서린 애슈톤이 케리 장관을 받쳐준 측면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고 본다. 지난 11월 중순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는데 그때만 해도 그는 미·이란 간 핵 협상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에서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유 중 하나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철수 이후 힘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미국은 자국의 힘을 아시아-태평양 쪽으로 옮겼다. 큰 맥락에서 보면 이란과 핵 협상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지만, 현재의 이란 핵 협상은 힘의 배분보다는 케리 장관의 개인적 노력이 크게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프레시안 :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이 경제적인 차원에서 중국을 포위하고 고립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문정인 : 중국에서 그렇게 인식한다. 그런데 TPP는 기본적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안에서 봐야 한다. 1994년 APEC에서 '보고르 선언'을 채택하는데 선진산업국들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무역을 자유화하자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선언이 난항을 겪게 된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은 자발적인 순응을 해야지, 제도화된 강제적인 규정을 만들면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APEC이 두 입장으로 나뉘어졌다.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과 아세안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 등으로 갈라졌다.

 

이 상황에서 2006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가 TPP 논의를 시작했고 2008년에는 미국,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참여했다. 그리고 2011년에는 일본도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보면 TPP가 중국의 고립을 염두에 둔 미국의 전략적 포석으로 보기는 힘들다. 오바마는 1기 때부터 미국 경제가 사는 길은 수출이고, 그 대상 지역은 아시아-태평양, 주요 수출 에이전트는 중소기업이라고 못 박고 있었다. 아시아 태평양에 초점을 맞춰 미국 경제의 부흥을 추구했기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TPP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 본다.

 

TPP가 중국을 견제하는 도구라는 의심은 일본이 TPP에 참여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은 한미 FTA의 타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래서 미·일 FTA 협상에 별 힘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한미 FTA가 타결되자 일본만 외톨이가 된 입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이 TPP 협상에 뛰어든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 협상에 일본이 동참하니까 중국으로서는 자신에 대한 포위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TPP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TPP에 참여하려면 우선 정부 조달 정책 및 서비스 시장 자유화, 그리고 지적재산권 문제 등 중국 입장에서 양보할 것이 많다. 중국이 아무리 무역자유화를 한다고 해도 아직은 국가 자본주의 나라 아닌가.

 

프레시안 : 한때 미·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를 상징했던 이른바 '차이나메리카'라는 용어가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이러한 의존관계가 많이 깨졌다는 분석이 있다. 그만큼 양국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고.

 

문정인 :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고 보기만은 힘들다. 경제적으로 양국이 여전히 상호 인질 (mutual hostage)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갖고 있는 외화 보유고가 3조4000억 달러 이상이다. 그런데 이 중에 1조3000억 달러 정도가 미국의 국·공채에 투입돼 있다. 게다가 미국에 투자를 제일 많이 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 없는 미국도 상상할 수 없고 미국 경제가 파탄 나면 가장 큰 피해자도 중국인 셈이다.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수밖에 없다.

 

물론 경제적인 공생 관계가 깨지면 전쟁이 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가능성도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2차 대전이 발발하고 이후에 태평양 전쟁이 일어났을 때 지정학적인 변수들도 상당히 많았다. 경제적으로 팽창하고 있던 독일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유럽 가운데에 갇혀 있다 보니 생존 공간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동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자원 패권과 관련된 것인데 대공황이 올 즈음 서구에서는 옐로 페릴(Yellow Peril)라는 이른바 '황화(黃禍)론'이 제기되었다. 오리엔탈리즘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는데 1920년대 섬유 부문의 수출을 보면 일본이 유럽 국가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일본에 대한 견제가 심하게 들어왔다. 반면 당시 석유, 고무 등 자원 판매와 관련해서는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이 거의 독점적인 시장을 갖고 있었다. 일본의 군국주의적 팽창의 배후에는 이런 지정, 지경학적 고려 사항도 있었다

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상황을 다시 만들어가는 흐름도 있는데, 그때보다는 서구와 아시아가 경제적으로 훨씬 상호 의존성이 높고 유기적으로 연계돼있기 때문에 정면충돌을 피할 해결책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중·일 간 갈등에서 미국의 입장이나 역할은 어떻게 봐야 할까? 방공식별구역 대응에서도 미국과 일본 입장이 약간 다르다. 미국이 정말 동아시아 갈등에서 안정자 역할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일본을 끌어들여서 중국 봉쇄를 하려는 것인가?

 

문정인 : 미국이 어려운 게임을 하고 있다고 본다. 내가 아는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긴장 상태는 유지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래야 그들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자국군의 전진 배치를 정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 그리고 전략적 안정이 실현되면 주한, 주일 미군의 존재 이유는 약화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현재 상황에서 동북아 평화의 장애 요인으로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지정학적 사고가 되살아나고 있는 점이다. 로버트 카플란의 저서 <지리의 복수>(Revenge of Geography)는 중국의 부상을 지정학적인 틀로 보고 있다. 이 틀을 이용해 미·중, 중·일 간 갈등을 역사의 필연처럼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두 번째는 민족주의 문제다. 한중일이 과거사 문제로 민족주의적인 대립을 하고 있다. 물론 과거 역사는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외눈박이가 되지만 과거 역사에 집착하는 자는 두 눈을 다 잃은 사람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나. 한중일 3국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데, 그 가능성을 깨는 것이 민족주의다.

 

정확히는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가 한국과 중국의 민족주의자, 심지어 평범한 사람까지 민족주의적 정서로 기울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아베의 행보로 인해 한국과 중국에서 강한 반일 감정을 표현하면, 일본에서는 그만큼 더 민족주의가 강해진다. 그러면서 한중일 사이에 민족주의라는 연계 고리를 통한 적대적 제휴관계가 형성된다. 악순환이다.

 

세 번째는 국내 정치다. 이러한 민족주의적 경향이 국내 정치적 필요에 의해 부추겨지고 강화된다는 뜻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정략적 이익을 국가나 지역의 대승적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민족주의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교묘하게 악용하고 남용한다. 여기에 언론이 조연으로 나서게 되면 이를 더 부추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북아의 이러한 상황은 과연 진짜 현실일까? 이것은 만들어진, 즉 상상된 현실(imagined reality)이다. 민간 차원에서 세 나라의 국민들이 만날 때는 별로 나쁜 감정이 없다. 그러나 공식적 차원에서는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된다.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돌파구 마련해야

프레시안 : 지난해 12월 북한에서는 장성택 처형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보고 처음에 든 느낌이 "이래서야 남북대화 할 수 있겠나"라는 것이었다. 남북관계의 앞날, 어떻게 보나.

 

문정인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개선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은 있다. 우리의 기준, 또는 보편적 기준으로 봤을 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절차를 거쳐서 장성택이 처형됐는데, 이는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저런 방식으로 처형한, 아주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지도자인 김정은과 우리 대통령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느냐는 여론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만난 역사가 세계적으로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닉슨과 마오쩌둥(毛澤東)의 만남을 들 수 있다. 닉슨은 1950년대 아이젠하워 밑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매카시즘의 선봉에 섰던 사람이다. 그런 닉슨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과 대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수교의 틀을 이끌어 냈다.

 

당시 미국 내에서 마오쩌둥에 대한 인식은 어떠했는가. 1950년대 후반 대약진 운동을 전개하면서 3000만 명의 아사자를 내고 문화대혁명을 통해 중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장본인 아닌가. 이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마오쩌둥과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는 당시 미국의 정서로 보면 대단히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박 대통령도 마음으로는 내키지 않더라도 이러한 발상은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럼 왜 북한과 만나야 하나. 우리가 현 상황에서 외교를 잘 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한국이 19세기 말의 조선과 같은 형편없는 군주 국가는 아니다. 이제 한국은 누가 함부로 쉽게 넘보지 못하는, 최소한 중견국의 지위를 갖고 있다. 다만 안보 딜레마에 빠져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당장 위로는 북한이라는 적이 있다. 한미동맹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한미동맹만을 강조하다 보면 중국과 사이가 나빠지게 된다. 한일 관계는 역사 문제 때문에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남북관계 개선밖에 답이 없다. 남북관계가 개선돼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한미동맹에 과도하게 의존을 할 필요가 없다.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지속할 이유가 없게 된다. 그러면 한중관계는 편해지고 그런 상황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미국은 독수리 훈련이나 키 리졸브 등 한미 합동군사훈련 때 지난해처럼 전략무기를 대규모 전진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대북 군사 억지, 대중 견제, 한국 내에서의 독자 노선, 특히 핵 보유 주장 불식, 그리고 미국 내 국방 예산 확보 등 여러 이유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럴 경우, 북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고 중국 또한 긴장할 것이다. 결국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하다 보면 남북 간 긴장은 악화되고 한중관계 역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중국은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2, B-52 등이 한국에 전진 배치되는 것을 대북견제용으로 보지 않는다. 자신들에 대한 견제로 받아들인다. 한미 군사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중국은 북한과 가까워지고 러시아도 끌어들이면서 북방 3각 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남방 3각 동맹이 필수적인데, 현재의 한일 관계로 보아 이 역시 쉬워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우리에게 어렵게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한미동맹 만병통치론'은 위험하다. 물론 동맹은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이 아무리 우릴 도와준다고 해도 지금처럼 강대국이 된 중국 옆에 있는 한국은 미국의 안보 우산만으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미국이 아무리 우리에게 대단한 안보 공약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갖게 되면 우리에게 오는 안보 위협은 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도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그만큼 우리가 현명해져야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남북관계 개선이 모든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신다. 하지만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면서 현재 남북 간 별다른 대화나 교류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와중에 3월이 되면 다시 한미 군사훈련을 시작할 것이다. 당장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문정인 : 대통령이 물밑 접촉과 막후 접촉을 구분해서 북한과 막후접촉을 통해 관계 개선을 타진했으면 좋겠다. 물밑접촉은 비(非)정부 행위자를 통해 북측과 소통을 하는 것인데, 비정부 행위자이기 때문에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물밑 접촉은 안 해도 좋다. 하지만 국정원, 통일부, 청와대 관계자 등 정부 당국자들이 북측과 막후에서 접촉을 할 필요는 있다. 막후에서라도 뭐가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아야 대응을 할 것 아닌가? 이번 장성택 처형 건도 마찬가지다. 장성택 처형이라는 중대 사건이 있었을 때 이 사건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 것인지는 북한 당국자와 만나야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국정원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대북 막후 접촉을 시작해서 장성택 문제를 비롯해 경제개방 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북한에 직접 물어보고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막후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하자, 금강산관광 재개해 줄게", "5.24조치는 우리도 당장 풀기는 곤란하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면 단계적으로 풀겠다. 우리도 명분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등등의 말이 오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북한과 입장 정리하고 나중에 그것을 통일부가 공개적으로 하면 된다. 지금 이러한 과정이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막후 접촉을 말씀하셨는데 한국 정부의 의지만으로 막후 접촉을 통한 북한과의 소통이 가능한가?

문정인 :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가 소통한다고 하면 북한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현 정부가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한 저런 정권과 어떻게 대화하느냐"는 국내 여론이 있으니 공개적으로는 못할 것 아닌가. 그러니까 비공개로 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금도 시민사회단체들의 방북 승인을 잘 안 해주고 있는데 이런 것도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프레시안 : 6자회담 재개 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한국이 나서면 가능한 것인가?

문정인 :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일각에서는 대북 제재를 지금보다 강화시켜서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받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북한과 교섭해본 결과 과거와는 달리 양보할 것 같다는 의견이라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면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18일 북경 조어대에서 열린 6자회담 10주년 회의에서 북한이 중국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러시아도 6자회담 재개에 동참하고 있는 구조다.

 

만약 시간이 우리 편에 있다고 생각하면 6자회담 재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시간이 북한 편에 있다면, 북한의 핵 무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간다면 우리한테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중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6자회담 재개 판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6자회담 재개가 남북관계 개선에 하나의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병행 추진하면서 상호 선순환 관계를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인권침해 화룡점정, 장성택 처형 14.1.2 프레시안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 장성택에겐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도 없었다

북한의 제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조카 김정은에 의해 숙청됐다. 그의 최측근 공개처형으로 시작된 장성택의 숙청 과정이 실황중계처럼 상세하게 보도되었다. 정상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처형 과정과 속도 앞에서, 우리는 놀라움을 넘어 망연자실해졌다. 장성택 숙청은 일단 북한 정치체제의 특성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인권 차원에서 보면, 이 사건은 인권침해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그동안 국제사회와 국내 인권단체들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정보를 얻거나 이해를 해 왔었다. 그런데 이번 장성택 처형은 북한에서 시민적·정치적 권리(civil and political rights) 침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그림을 보듯, 우리에게 전달했다. 체포 장면이 공개된 이후, 4일 만에 단심(單審) 군사재판과 처형까지 이루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북한 당국이 공개한 자료화면들과 장성택의 죄목을 열거한 판결문을 보면서 과연 북한에 사법제도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문스러웠다.

 

판결문에 담긴 죄목들도 4일 만에 속전속결로 끝낼 정도의 중죄인지 의문이 든다. 장성택을 '반당ㆍ반혁명ㆍ종파분자'로 단죄는 했지만, 판결문에는 반당ㆍ반혁명ㆍ종파행위가 '6하원칙'에 의해서 설명되지 않았다. 최고 권력자 눈 밖에 난 제2인자를 처벌하겠다는 김정은의 격앙된 감정만이 나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문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박수를 건성건성 친 죄,' 또 '삐딱하게 앉은 죄'는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다. 장성택 제거를 정당화하기 위해 모든 죄를 다 끌어다 모아 놓은 것 같았다. 장성택은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자신을 방어할 권리와 기회마저 없는 상황이 참으로 억울했을 것이다. 하물며 이 같은 체제에서 살아가는 힘없는 북한주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북한 사법제도의 현실

북한은 1950년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제정한 이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 동 법령들을 개정해 왔다. 북한은 2009년 4월 헌법과 형법을 대폭 개정하면서 주로 체제유지와 관련되는 규정들을 정비하고 인권 관련 조항도 신설했다. 2009년 개정된 헌법 제8조 2항에는 "…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 차원에서 처음으로 '인권 존중 및 보호'를 명시한 셈이다. 이전까지 북한은 변호사법, 형사소송법, 인민보안단속법(구 사회안전단속법) 등 하위의 개별 법령에서만 '인권'을 규정하고 있었을 뿐, 상위법에는 인권조항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장성택 사건을 통해서 북한은 개인의 인권 존중은 물론이고 사법절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장성택은 12월 8일 로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현장에서 체포되어 끌려나간 뒤 4일 후인 12월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북한 형법 제60조의 국가전복음모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즉시 처형되었다. 법과 사회규범이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해주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장성택의 체포에서 처형에 이르는 언론보도를 지켜보면서, 과연 북한에는 범죄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법제도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북한 재판소는 3급 2심제로 운영된다. 북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북한의 형사 사법절차는 '수사→예심→기소→제1심재판→제2심재판→집행'의 순서로 이루어지는 걸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성택 사건에 대한 재판은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에서 단심으로 진행되었고, 곧이어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런 점에서 장성택 사건이 북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를 따라 처리된 것이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한명섭 변호사(대한변협)의 문제 제기는 타당하다.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권력자가 마음만 먹으면 헌법에 명시된 북한주민들의 권리는 물론이고 재판 등 사법절차도 언제라도 무시되는 곳이 북한사회라는 것이 재확인되었다.

 

북한은 장성택 사건 처리 과정을 통해 자신의 체제가 반법치국가임을 온 세상에 공개했다. 한 개인의 생명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조차 박탈함으로써 인권이 부재(不在)한 체제임을 다시 한 번 만천하에 각인시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 대해서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장성택 사건을 통해서 북한에서 시민적·정치적 권리가 전혀 존중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북한은 1981년 9월 14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에 가입했다. 자유권 규약 제6조에는 "모든 인간은 고유한 생명권을 가진다. 이 권리는 법률에 의하여 보호된다. 그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제14조에는, "모든 사람은 재판에 있어서 평등하다... 법률에 의거하여 권한있는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원에 의한 공정한 공개심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다. 누구의 강요나 압박에 의해 가입한 것도 아닌데 북한은 자신이 가입한 국제규약도 준수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국제사회가 집중하는 북한인권의 민낯

국제사회는 김정은 체제 아래 북한 인권 개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접근을 해오고 있다. 유엔 차원은 물론이고 지역 차원, 개별국가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접근해 오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의 국제인권 논의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외부 행위자 중 유럽연합에 대해서는 북한이 그나마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적 지원과 인권 대화를 연계한 유럽연합의 인권문제 제기 방식이 북한체제에 덜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접근방식은 비난과 압박을 주요 수단으로 삼는 미국의 접근이나 납치 일본인 송환 문제에만 관심을 보이는 일본의 접근과 비교가 된다.

 

2013년 6월 25일 유럽연합은 모든 대외정책에 인권을 연계하는 조치들을 채택했다. 캐서린 애슈턴(Catherine Ashton)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자신의 재임기간 중, 36개 분야에서 96가지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조치의 일환으로 유럽연합은 유럽연합인권특별대표(EU Special Representative on Human Rights)를 임명하고, 유럽과 대외관계를 수립하고 있는 국가들에 민주화 기금을 제공할 수 있는 유럽민주주의기금(European Endowment for Democracy) 설립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 대부분의 회원국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이와 같은 조치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이라는 관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장성택 사건으로 북한인권의 민낯을 생생하게 봤던 유엔과 유럽연합 국가들의 북한 인권 문제 관심과 개선 노력은 가일층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지 북한 내부의 문제요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고,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손을 놓고 있는 우리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남북한 간에는 인권 문제 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들의 지속적인 관심은 언젠가는 북한주민에게 희망으로 나타날 것이다. '맑고 하얀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바위를 뚫는' 것을 우리는 언젠가 볼 수 있을 것이다.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아름다운 음악여행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 Willie Nel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