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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1.30 경향 장도리
“폭력집회 엄중심판” 광고, 경향·한겨레만 빠졌다 12.4 미디어오늘
전국단위 일간지·경제지 등 28개 신문 4억9천만원 상당… 한겨레·경향 “내용이 부적절해 안 실었다”
정부가 주요 일간지에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의견광고로 실었다. 오는 5일 2차 민중총궐기가 예정된 상황에서 게재된 이번 광고에서는 지난 11월14일 민중총궐기를 불법폭력시위로 단정짓고 내일 민중총궐기에서도 불법과 폭력이 있을 경우 엄중한 법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며 경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5일 민중총궐기에 대해 법원에서도 경찰의 집회금지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정부가 언론매체 광고를 통해 집회 전날 무리한 공안몰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4일 주요 신문에는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의견광고가 실렸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해당 광고의 예산은 총 4억9천만원으로 4일자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 스포츠지 총28개 일간지에 1면광고 게재가 의뢰됐다. 이번 광고는 △교육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7개 부처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4일 지면에 해당 광고가 실린 매체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내일신문 △국민일보 △아시아투데이 △문화일보 등의 종합 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이데일리 △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아주경제 △머니투데이 △아시아경제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등 경제지, △스포츠한국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등 스포츠지 그리고 △ 메트로 등으로 총 28개 신문이다.
▲ 4일자 주요 일간지 1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해당 광고를 의뢰받았으나 게재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통해 이번 의견광고는 내용이 자극적이어서 싣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법원에서도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허용돼야 한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이 광고 내용은 편파적이어서 게재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역시 해당 광고 내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게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부 의견 광고는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집행됐다. 법원은 경찰의 5일 민중총궐기 금지조치에 대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백남기 농민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옥외금지통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민주노총이 이번 시위를 주도한다 하더라도 집단적인 폭행·손괴가 명백히 발생하리라고는 확신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번 불법·폭력 시위 관련 정부 의견광고는 법원 판결로 집회의 원천 봉쇄가 어려워지자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고심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7개 부처가 공동으로 집행한 정부의 의견광고.
의견광고를 통해 정부는 지난 민중총궐기를 불법·폭력시위라고 단정했다. 5일 열릴 예정인 2차 민중총궐기에서도 이와 같은 불법과 폭력이 있을 경우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해당 광고에서는 “얼마 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경찰버스가 밧줄에 끌려 나가고, 경찰관들이 쇠파이프에 가격당하는 불법 폭력시위가 발생해 국민들을 불안케 했다”며 “정부의 정당한 법집행까지 ‘폭력진압’이라고 매도한 이들이 또다시 내일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피해자인 양 ‘평화시위’ 운운하며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 집행에도 응하지 않는 등 철저히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내일 서울 도심에서 또다시 불법과 폭력을 저지르거나 선동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법의 심판과 함께, 국민들의 매서운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선진적인 집회와 시위 문화를 정착시켜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달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횃불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법원 "5일 민중총궐기 집회 열어도 된다"
집회 금지 통고 집행정지 신청 받아들여... 집시법 금지대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
검찰 “복면 쓰고 불법시위 땐 무조건 기소하겠다”
검찰이 복면을 착용한 채 불법시위에 가담한 사람에게는 폭력 행사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정식재판에 넘겨 처벌하기로 했다. 구형량도 최장 징역 1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바로잡겠다고 한 후 내놓은 첫 조치다. 대검찰청은 3일 복면을 착용한 채 불법 집단행동을 하거나 장기간 도피한 불법행위 주동자, 이를 지원·비호하는 세력을 엄중히 처벌하도록 공무집행방해 사범 처리기준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새 기준은 이날부터 적용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이 무섭습니다 12.4 오마이뉴스
[주장] 한 달의 반은 순방길, 귀국 후엔 국민 몰아세우는 대통령
아버지는 어울리지 않은 양복을 입고 또 길을 나섭니다. 장남이 입김 호호 불어가며 닦아놓은 구두를 신으며, 엄한 표정으로 아내와 자식을 재빠르게 훑습니다. 싸우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빼놓지 않습니다. 텃밭에 김장 배추도 얼지 않게 뽑으라는 분부도 내립니다. 아이들은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얼른 대답을 하고. 아내는 헤진 고무신 걸음으로 대문 밖까지 배웅을 합니다.
<중앙일보> 배명복 논설위원은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입니까'라는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곱게 차려입고 외출하는 어머니에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습니다.
곱게 차려입고 외출하는 어머니 같다고요?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 출국장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 등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길에서도 수모를 겪었습니다.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총회 정상회의 참석차 '청정에너지 미션' 행사에 참석했으나 준비한 기념축사조차 못하는 외교적 수모를 당했습니다. 주최국인 미국·프랑스·인도 정상들의 지각 사태가 원인이라고 하지만, 어떠한 항의조차 하지 못한 한국 외교팀 소식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합니다.
빡빡한 일정이라고 하지만 거기에 걸맞은 외교적 성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14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생각한다면 한 달여 기간 동안 반 이상의 순방길입니다. 11월 23일 입국, 11월 30일 다시 출국. 7박 10일을 외국에서 보내고 일주일 만에 5일간 여정의 순방길. 대통령이 재미교포 같다는 시중의 우스갯소리에 쓴 웃음이 납니다.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서울에서 13만이 모이는 집회를 대통령은 불법 폭력 집회라고 했고, 집회 참가자들을 'IS(이슬람국가)'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복기해 보면 집회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대통령이었습니다. 지난 달 10일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라며 국정화 교과서 반대 진영에 날을 세웠습니다. 야당에게는 국민의 삶과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했습니다. 갈등을 수습하기는커녕 불만과 분열만 키워놓고 정상회의 참석을 이유로 순방길에 나섰습니다.
돌아온 대통령은 한층 더 무서웠습니다. 립 서비스, 위선, 직무유기,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폭력 집회 엄단을 강조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나서고 여당이 대통령 거들기에 나섭니다. 언론조차도 대통령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된다는 듯 폭력 시위만 집중부각하고 있습니다. 집회·시위의 자유,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운영 원리는 대통령의 단호한 말 한마디에 사문화된 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격한 비난을 쏟아내던 대통령. 출국장에서 배웅 나온 여당대표와 일행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대통령의 순방 일정. 국민들은 어리둥절합니다. 국내에서는 기업과 경제 성장을 위해 규제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던 대통령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를 줄이겠다고 한 약속이 그렇습니다. 획일적인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유네스코 특별연설에서 교육 다양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인천선언'을 강조한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귀국이 두렵습니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 경남연합, 가톨릭농민회 마산교구연합회는 2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살기 위해 거리로 나선 농민에게 살인진압하는 박근혜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가 열립니다. 이 또한 대통령과 정부의 진부한 국정 철학이 원인입니다. 경찰은 물대포 직사로 69세 농민을 사지로 몰아넣고도 일말의 반성은커녕 집회 참가자를 색출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신임 검찰총장은 취임 일성이 공안 역량 재정비입니다. 경찰과 검찰. 대통령의 당부(?)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겠지만 또 한번 대립과 충돌이 예상됩니다.
'행복한 대한민국', '중산층 70%'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입니다. 나라의 먹거리를 책임지면서 정작 밥 굶을 처지에 몰린 농민들, 손쉬운 해고에 내몰리는 노동자의 절규는 대통령의 약속과 맞닿아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IS 테러리스트로 치부하는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통령 모습이 아닙니다.
민중총궐기가 있는 5일, 대통령은 귀국할 것입니다. 언론의 온갖 찬사도 이어지겠지요. 그러나 두렵습니다. 대통령의 웃음은 외국인들의 것이 된 지 오래입니다. 또다시 짜증이 묻어나는 얼굴을 하고 혼이 비정상이라고 국민을 몰아세울지 걱정이 앞섭니다.
대통령의 순방과 귀국. 선물 보따리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겨레사설] 대통령 비판했다고 구속·처벌하는 ‘야만적 인치’11.30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한 환경운동가 박성수씨가 7개월째 대구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재판에선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전단 내용 가운데 “정모씨 염문을 덮으려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부분이 ‘비선 실세 국정농단’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잡아 가두는 것은, 막걸리에 취한 술주정까지 처벌했던 1970년대 유신정권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그도 아니라면 근대 이전의 왕조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박씨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기는 과정도 어처구니없다. 경찰은 당사자 고소가 없는데도 박씨 집 등 여러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알아서 적극적으로 명예훼손 수사를 벌였다. 다른 명예훼손 사건에선 거의 없는 일이다. 박씨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자신에 대한 과잉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멍멍’이라고 외치자 구호를 외치는 불법집회를 했다며 긴급체포했다. 금세 석방되는 박씨를 유치장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다시 체포해 대구 수성경찰서로 압송했다. 인신구속에 신중해야 할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에 이어 보석 청구를 기각하고 구속기간을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장해 6개월이 끝나도록 가둬두더니, 얼마 전에는 불법집회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까지 내줘 구속기간을 더 늘렸다. 이런 혐의에 비슷한 전례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의 입을 틀어막고 혼을 내겠다고 경찰과 검찰에 이어, 담당 법관까지 소매를 걷어붙인 형국이다. 법 절차를 가장했지만 사실상 법의 남용이고 오용이다. 박씨가 최후진술에서 인용한 맹자의 말대로, 이런데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법률가라고 할 수도 없겠다.
대통령 비판이라면 경기를 일으킨 듯 호들갑을 떠는 일은 갈수록 심해진다. <산케이신문>전 서울지국장 기소가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박근혜 대통령 얼굴과 함께 “독재자의 딸”이라고 쓰인 포스터를 가게 창문에 붙여둔 한 시민에게 경찰 10여명이 찾아와 온갖 겁박을 가한 일도 있다. 대통령 비판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는 일이 늘어나는 데 대해선 유엔도 걱정하는 입장을 발표한 터다. 권력의 그런 행태는 독재정권 시대의 공포 분위기를 되살려 국민과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반인권적 범죄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
야! 한국사회] 샤머니즘 국가 / 김우재 한겨레11.30
정치만 후퇴한 게 아니다. 민주주의와 함께 근대국가의 사회적 건강성을 지탱했던 또 다른 기둥, 과학적 합리성이 빠르게 소멸 중이다. 과학적 합리성, 혹은 과학적 삶의 양식은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환단고기를 신봉하는 학자가 역사교과서를 집필하겠다고 말할 때, 창조과학에 빠진 사이비 과학자가 학생들에게 생물학을 가르칠 때, 그 사회의 과학적 합리성이 시험된다. 과학적 삶의 양식은 이보다 넓은 개념이다. 민주주의 체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최소한의 통일성을 가능하게 하는 근대적 비계, 그것이 과학적 삶의 양식이다.
과학적 합리성이 사라진 사회는 끔찍하다. 그곳에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사형당하고, 국가 지도자의 초상화가 집집마다 걸리고, 광장에 독재자의 초대형 금빛 동상이 들어선다. 이슬람 국가와 북한의 모습이다. 박정희 동상이 들어서고, 반공웅변대회가 다시 열리는 한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국의 과학적 합리성이 소멸하고 있다는 여러 징후들이 있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과학과 교육의 설계도를 짜기 위해 실제 사이비 창조과학자를 임명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위원 장순흥은 창조과학회 회원이다. 국가의 과학이 개신교 내에서도 광신자 집단에 속하는 창조과학회원에 의해 설계된 것이다. 그에게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괴상한 명칭이 나왔다고 의심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 나라 수뇌부에 창조과학자들이 얼마나 더 포진하고 있는지 검찰은 수사해야 한다. 한국 과학이 위험하다.
둘째, 사이비 과학이 실제 정부의 과학기술 프로젝트에 도전해 연구비를 수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상 유례없던 일이다. 얼마 전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엑스(X) 프로젝트의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광물이 생명체처럼 살아 있고 쓰레기를 빠르게 소각할 수 있다는, 홈쇼핑 광고에나 나올 법한 아이디어가 2억4천만원을 받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 과제를 심사했던 심사위원들은 복면 뒤로 숨어버렸고, 과제의 대표자는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기획했던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공무원 사회의 부패는 과학적 합리성의 적이다. 아무리 과학자들이 똑똑해도 관료들이 부패해 있다면, 과학적 합리성은 기능할 수 없다. 그 최악의 경우가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셋째, 국가 지도자의 비과학적 사고방식이 심각하다. 한 국가의 수장이 사이비 환단고기의 한 구절을 인용해, 그것도 ‘혼’이라는 비과학적 개념으로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판단하려 한다. 전근대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책을 읽어보면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유일한 취미생활이라는 국선도를 금지시켜야 할 지경이다. 우주의 비밀이 밝혀지고, 민간기업이 사람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고 공언하는 시대에, 한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혼이니 기운이니 하는 비과학적 개념을 근거로 국가대사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영혼들에게 뜻을 묻고 대통령이 기운을 느껴 대책을 지시하는 국가를 상상해보자. 무당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닌가.
대통령의 선친은 적어도 이 나라 과학기술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과학기술자들을 중용해 썼던 인물이다. 카이스트를 세웠고, 양적으로 한국 과학기술계가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어디에서 과학기술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무당처럼 발언하고, 과학자들은 부패에 동참하고 있다. 혼이 문제가 아니라 과학조차 비정상인 나라가 되었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독일 함부르크, 주민투표로 올림픽 포기 1130 프레시안
9조원 비용과 환경, 테러우려 등에 반대여론 높아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에 도전한 독일 함부르크가 시민들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출사표를 거둬들였다. 올라프 숄츠 함부르크 시장은 29일(현지시간) 주민투표에서 올림픽 개최에 반대한다는 표가 과반인 51.6%를 차지함에 따라 유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함부르크의 유권자 130만 명 가운데 65만106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찬성은 48.4%로 집계됐다.
요트 경기 개최지로 예정된 독일 북부 킬의 유권자 20만 명도 주민투표에 참가해 65.6%의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으나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시민들이 올림픽 개최에 반대한 이유로는 환경과 재정 문제, 파리 테러에 따른 보안상 염려 등이 주로 꼽힌다. 이번 올림픽 개최에는 총 74억 유로(약 9조원)의 거액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독일은 최근 2년 동안 두 차례나 주민투표 부결로 올림픽 유치를 포기하게 됐다. 지난 2013년 11월 뮌헨에서도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가 주민투표에서 부결된 바 있다. 독일은 1972년 뮌헨 하계올림픽 이후로 40년 넘게 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뛰어든 도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헝가리 부다페스트만이 남았다. 함부르크에 앞서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토론도 역시 재정 등의 문제로 유치를 포기했다
도-농 학력격차 커졌다 1129 연합뉴스
기초미달 비율은 서울 '최고', 울산·대구·충북 '최저'
올해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 중 학력이 보통 이상인 학생의 비율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와 읍·면 지역 간 학력 격차도 지난해보다 올해 더 벌어졌다. 29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6월30일 전국 중학교 3학년생과 고등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2015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77.4%로 지난해 80.8%에서 3.4%포인트 감소했다. 보통학력 이상은 보통학력과 우수학력을 포함한다. 우수학력 학생 비율은 지난해 26.3%에서 올해 28.1%로 1.8%포인트 증가했지만 보통학력 학생 비율이 지난해 54.5%에서 올해 49.3%로 5.2%포인트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줄어들었다.
전체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3.9%로 지난해와 같았다.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3.5%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감소했지만 고등학생은 지난해와 같은 4.2%였다. 과목별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수학이 가장 높았고 이어 영어, 국어 순이었다.
대도시와 읍·면 지역간 보통학력 이상 비율 차이는 지난해 5.2%포인트에서 올해 7.0%포인트로 1.8%포인트 상승했다. 대도시와 읍·면 지역간 보통학력 이상 비율차는 2011년 7.3%포인트에서 2014년 5%포인트까지 낮아졌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상승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 차이는 지난해와 같은 0.4%포인트였다.
지역별로는 울산과 대구, 충북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1∼1.5%로 가장 낮았다. 반면 서울은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5.7%로 가장 높았다.
학교에서 노력해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된 정도를 나타내는 '학교 향상도'는 전체 중학교 3천112곳 중 19.1%가 4년 연속 향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1천668곳 중에서는 14.7%가 5년 연속 향상했다.
울산과 제주, 인천의 중학교에서 4년 연속 향상된 비율이 높았으며 고등학교에서는 광주와 대전, 전남 순으로 5년 연속 향상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 교과 관련 방과후 학교 참여 학생 비율이 75% 이상이거나 교사와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 학교생활 행복도와 진로 성숙도가 높을 수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낮고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평가부터 새로 적용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평가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에 지난해 결과와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교사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학업성취도 평가 정보 서비스' 사이트(naea.kice.re.kr)를 구축해 중학교는 다음달 2일부터, 고등학교는 다음달 3일부터 운영한다. 이 사이트에서는 내용 영역별 성취율과 문항별 정답률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에서도 30일부터 각 학교의 성취수준 비율과 학교향상도, 응시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는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기초학력 지원 교육프로그램인 두드림학교를 현행 1천34곳에서 내년 1천150곳으로 100곳 이상 늘리고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 지원 대상도 현행 초등학교 4학년 이상에서 초등학교 2학년 이상으로 넓히는 등 기초학력 미달학생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노키아가 망하니, 핀란드가 살았다" 1130 프레시안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창업 국가로 가는 길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015년 10월,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15.8% 감소하였습니다. 한국 경제가 빙하기로 들어서는 징조로 보여집니다.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섬유,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대기업 중심의 모방경제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60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모방 경제 전략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보다 모방을 더 잘하고 우리보다 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야합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가치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혁신은 작은 기업, 특히 창업 기업에서 잘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창업 기업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창의력과 상상력 외에는 없고 그것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창업이 활성화 되면 혁신 역량이 만들어지고, 이 혁신 역량을 대기업들이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는 그런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대한민국은 창업을 기피하는 문화가 뿌리 박혀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이 고시 또는 대기업 입사와 같은 안전한 직업을 선호하지 않고, 창업을 선호하게 만들면 대한민국은 또 다시 도약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창업 국가로 발돋움해야 할 때입니다. (필자)
위기의 한국 경제와 모방형 경제로부터의 탈출
올 10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5.8% 감소한 435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경제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은 2013년 맥켄지 보고서에서 일찌감치 예측된 바 있다. 한국경제를 위기상황으로 진단할 수 있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성장 동력이 고갈되어가고 있다. 수출과 제조업 가동률은 줄어들고 있고, 국내 300대 기업은 작년 한 해 동안 평균 102명을 감원했고 한 해 동안 3만6000여 명이 구조 조정되었다. 이런 지표들이 어려운 한국 경제에 대한 방증이다. 두 번째 이유는 내수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수 시장 침체 요인은 사회 양극화이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서민층이 형성되면서 내수 시장이 침체되어 가고 있다. 또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을 모방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펼쳤다. 모방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만들어 온 것이다. 삼성은 소니, 애플을 모방했고, 현대는 도요타를 모방했고, 한국의 모든 산업들은 대부분 일본, 미국, 독일의 기업들을 모방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제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전략도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보다 더 빠른 추격자인 중국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수출 산업들이 중국에 추월을 당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우리의 성장 전략인 빠른 추격자 전략은 더 이상 효용 가치가 없다. 중국이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50%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포스코가 힘들어졌고, 조선업 3사인 현대, 대우, 삼성중공업도 모두 중국 때문에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석유화학도 마찬가지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자동차, 반도체 정도다.
이제는 모방이 아닌 창조를 해야 한다. 문제는 창조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견인해 왔던 대기업들이 이제 혁신형 경제를 견인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면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대기업은 조직이 비대하고 관료화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현되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은 먹고살 것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절박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작은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혁신 역량을 대기업에서 제값을 주고 사들이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자기들의 부족한 혁신 역량을 외부에서 사들여서 본래 가지고 있던 세계적인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결합하여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것을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고 한다. 이런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잘 만든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GE(General Electronic)라는 회사는 에디슨이 120년 전에 전기를 팔려고 만든 회사다. 그런데 지금도 120년 동안 망하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1등을 하고 있다.
GE는 30년 전에는 가전 분야에서 1위를 하던 회사다. 10년 뒤 소니가, 또다시 10년 뒤엔 삼성이 1위 자리를 빼앗았다. 그러나 GE는 현재 항공기 엔진, 핵발전소 터빈, MRI, CT같은 것을 만들면서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있다. GE가 어떻게 다른 대기업과 달리 120년 동안 망하지 않고 성장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가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GE가 지난 10년 동안 회사 500개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1년에 회사를 40~50개 사들인 셈이다. 그러니까 GE는 내부에서의 혁신이 어려워질 때마다 외부에서 끊임없이 혁신 역량을 사들여서 성장 동력으로 키워온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잘 만든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사장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가 혁신형 경제로 가려면 개방형 혁신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 그 개방형 혁신 전략을 위해서는 우선 창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혁신형 경제의 핵심은 창업이기 때문에 창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혁신형 경제는 성립될 수 없다. 또 젊은이들이 창업을 해서 혁신 역량을 만들어 놓으면 그 혁신 역량을 대기업들이 사들여서 유통망, 마케팅 역량을 통해 성장 동력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 이런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면 혁신형 경제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혁신형 경제의 걸림돌
우리나라가 혁신형 경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지금 현재 정부의 전략은 모방 경제라는 숲속에 혁신형 경제라는 나무 몇 그루를 옮겨 심겠다는 식으로 보일 정도로 미흡하다. 실질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모방 경제라는 숲을 혁신형 경제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사회 전체가 모방 사회, 모방 문화에서 창조 사회, 창조 문화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잘못된 교육에서 시작된 사회 분위기이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모방 경제 시대에는 남의 것을 베껴야 되는데 그러려면 지식이 필요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은 국-영-수를 달달 외워서 그것으로 줄 세우는 교육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남의 것을 베끼는 시대는 지났다. 젊은이들이 창업할 수 있는 사회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창조 사회에 걸맞은 창조 교육이 있어야 한다. 창조 교육으로 가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창업 교육, 기업가 정신 교육을 받을수록 창업으로 나서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유치원 때부터 창업 교육, 기업가 정신 교육을 시키는데 나이와 시기에 맞게 교육을 시킴으로써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창업의 꿈을 이어나갈 수 있다. 아이들이 실제로 중학교 때 창업을 해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창업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청년들의 꿈 중에는 창업이 빠져 있고 창업을 선호하기 힘든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젊은이들은 고시 합격, 대기업 취업을 인생 성공으로 생각하고 있고 부모들 역시 자기 자식 창업은 반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한민국 대학 졸업생 55만 명 중 30만 명이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 창업에 대한 교육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뒤늦게 창업을 하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혁신형 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국민들 개개인이 모두 창조적 자원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5000만 국민들은 모두 다 창조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그런 창조적인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유능한 사람, 우수한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국-영-수를 잘하는 것으로만 평가해왔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요리를 잘하고, 음악을 잘하고, 머리를 잘 만지고,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데 이런 재주는 사회에서 인정을 못 받는다. 오로지 국-영-수를 잘하는 것만이 인정을 받고 나머지 다른 기능은 모두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독일은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개인의 재능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은 유치원 2년, 초등학교 4년 해서 6년 동안에 아이에게 공부, 목공, 요리, 음악 등 모든 것을 다 시켜 본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가 되면 부모와 학교 당국이 만나서 아이 재능에 맞춰 중학교를 결정한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더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내 키워나가는 것이 독일의 교육인 셈이다. 혁신형 경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국-영-수를 잘하는 20~30% 외에, 나머지 70~80%의 재능이 발현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자 지름길이다. 다양성 교육, 기업가 정신 교육과 같은 창조 교육을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점진적으로 창조사회로 갈 수 있다.
또 다른 걸림돌은 한국 사회의 혁신형 경제 생태계가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혁신형 경제에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이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도전이다. 창업에서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창업이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만 하더라도 창업에 성공하기까지 보통 3번 정도 도전해야지만 성공한다고 한다. 그만큼 창업은 어려운 도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창업에 도전해서 한번 실패하면 신용 불량자로 전락해 버린다. 왜냐하면 창업하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개인이 융자를 통해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을 하면 10명 중에 9명은 실패하는데, 융자를 통해 자금을 만든 사람은 돈을 갚지도 못하고 신용 불량자가 되어 버린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창업을 기피하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창업을 할 때 엔젤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는다. 30만 명에 달하는 엔젤 투자자들이 창업한 젊은이들의 열정, 기술 아이디어만 보고 조건 없이 몇 천에서 몇 억씩 투자를 해주고 젊은이들을 멘토링, 컨설팅해주고 사람을 소개시켜준다. 이런 엔젤 투자자들이 있어서 젊은이들이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다. 실패를 하더라도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 창업을 해서 도덕적 해이 없이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를 하면 다시 또 투자를 해준다.
미국은 이렇게 실패가 용인되는 사회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창업에 도전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GDP 대비해서 엔젤 투자자가 1만 명은 있어야 하지만 500~600명 정도 밖에 안 된다. 엔젤 투자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그 투자에 대해서 소득 공제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정부가 이미 1500만 원까지 엔젤 투자를 해주면 100% 소득 공제해 준다는 제도를 만들어 놨다. 그런데 실제로는 시행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엔젤 투자가 벤처 기업에 된 경우에만 소득 공제가 가능한데 대다수 젊은이가 만든 초기 기업이 벤처 기업으로 인증이 나와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되었다. 그래서 이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기획재정부에서는 문제를 알면서도 요지부동이다. 대통령은 혁신형 경제를 내세우지만 부처에서 제대로 지원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새로운 융합 기술을 사업화하는데 있어 시스템이 유연하지 못하다.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하더라도 법과 제도가 기술을 받아주지 못해 산업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기술이 있으면 그것을 가지고 산업화를 이뤄내기가 쉽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네거티브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되는 것 몇 가지만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외의 것들은 모두 가능하게 풀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능한 것을 명시해주고, 명시되지 않은 나머지는 모두 안 되는 것으로 분류한다. 혁신형 경제로 가려면 시스템을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사회 안전망에 관한 문제이다. 덴마크, 스웨덴, 독일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사회 안전망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는 해고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예를 들어 여름에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다가 겨울에 찐빵 사업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바꿔야 해서 여름에 채용한 사람들을 다 해고 해버리고 겨울에 다시 새로운 사람을 뽑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나라다.
한 번 채용하면 해고하기 힘든 우리나라에 비해서 덴마크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나라다. 그렇다고 해서 덴마크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에 비해 힘든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해고된 사람들은 정부의 고용안정센터가 받아서 기존 월급의 90%를 주면서 원하는 교육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대신에 1년 동안 재취업 교육을 시켜서 2년차에도 취업이 안 되면 월급이 80%로 삭감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열심히 재취업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이유로 덴마크가 기업 경쟁력 1위의 국가다. 우리나라도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사회 안전망을 확충시켜야 한다. 또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사회 안전망 확충은 절실하다. 이대로 가면 2018년부터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결국은 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결국은 혁신형 경제로 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혁신형 경제를 촉진할 방법은 똑똑한 R&D 투자
모든 대책이라는 것이 단기, 중기, 장기 대책이 다 같이 있어야 전체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활로는 혁신형 경제 빼고는 없다고 하는 기조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예산 집행 현황을 보면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정도만 관심과 열정을 쏟고, 나머지 부처에서는 큰 관심 없이 기존의 대기업 중심 모방 경제 시스템에 안주해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런 구조와 분위기의 쇄신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예산 계획에 보다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물론 단기적인 대책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는 부분들도 있다. 단기적인 대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연구 개발(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정부의 R&D 예산이 1년에 18~19조 원이다. R&D 예산만이라도 적재적소에 잘 쓰면 미래의 성장 동력을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R&D 예산의 경우 생산성이 매우 낮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R&D 예산은 대학, 연구소, 기업에 나눠주는 식으로 집행해 왔다. 실질적으로 산업화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현 정부 들어서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작년부터 중소기업청에서 하는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 up,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라는 제도가 그것이다. 창업 기업들에게 R&D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독일,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에서는 R&D 예산을 정부가 집행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서 시장이 주도해서 R&D예산이 쓰일 수 있게끔 노력하는데 참고할 만 하다.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20년 전부터 해온 시스템인데 정부가 직접 투자할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기업을 보고, 분석해서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회사에 함께 투자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예민한 사람들은 투자자들이다. 투자자들은 자기가 투자하기 때문에 이것이 돈이 될지 안 될지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욱 치밀하게 연구하고 감각이 발달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고, 그 뒤에 정부가 회사에 R&D 자금을 지원해주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가 주도해서 투자하는 것보다도 성공률이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팁스다. 중기청에서 재작년부터 시작했다. 재작년에는 30억 예산으로 시작했고 올해는 약 200~300억 예산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창업을 해서 양산 제품을 만들기까지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3~4년을 버티기까지 투자금은 5~10억 정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이 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서 망한다. 이 시기를 데스 밸리(death valley)라고 부른다. 이 기간을 넘어서 양산 제품을 만들어내면 그 이후에는 벤처 캐피탈(venture-capital)등 더 큰 투자자들이 투자를 해주는 시기가 온다.
이 데스 밸리를 건너기 위해서 정부가 R&D 예산을 잘 써주면 아주 유용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제도가 없었고, 재작년부터 만들진 셈이니 이 제도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정부에서 10억씩 1000개 회사에게 투자하면 1조이다. 1년에 1000개씩만 만든다면 10년이면 1만개 회사다. 1만개 중에서 3분의 1만 성공한다고 해도 3000개가 성공해서 1000억씩 매출을 올리면 300조다. 이것만 해도 이미 삼성 매출을 뛰어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재미있는 성공 사례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핀란드의 노키아라는 기업은 2009년도에 몰락을 했다. 그 당시 노키아가 핀란드 GDP의 20~25%를 차지했다. 노키아 몰락 이후 핀란드 경제는 엄청나게 어려워졌다. 2009년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8.3%였으니 어마어마한 충격이 온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2012년도에 핀란드 경제가 3년 만에 다시 회복했다는 점이다. 2013년도에 핀란드 관료가 한국에 왔을 때 어떻게 핀란드 경제가 기사회생했는지 물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2012년도에 핀란드 GDP가 +2.3%가 되는데 그 당시 유로 평균이 +1%였다. 정확히 3년 만에 회복한 것이다. 관료의 답은 명확했다. "노키아가 망해서 좋아졌다"는 것이다.
더 들어보니 2009년도까지만 하더라도 핀란드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는 노키아를 들어갔었는데 노키아 안에서는 이 우수한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월급 받은 만큼만 일했었다는 것이다. 이 친구들이 노키아가 망하고 4만 명 이상 해고되자, 많은 수가 창업을 했다고 한다. 이들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해서 3년 만에 혁신과 성장 동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클래시오브클랜이다. 노키아에서 나온 젊은이들이 세운 슈퍼셀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콘텐츠다. 2013년도에 소프트뱅크 사장이 이 회사를 3조 원 밸류에이션(valuation)에 사갔다. 불과 3년 만에 직원 100명도 안 되는 회사가 3조원 밸류에이션에 팔린 것이다. 핀란드의 성장 동력은 창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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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여, 안전한 길은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안전한 길을 가라고 말한다. 부모들은 주로 창업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안전한 길이라는 게 있을까? 이제 안전한 길은 없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학 들어가고 직장 들어가면 평생 직장이 되고 은퇴해서 10년 살면 오래 산 것으로 여겼다. 1961년만 하더라도 평균 수명이 51세였고 환갑이라는 것이 큰 잔치였다.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의 주류다. 자신들의 짧은 경험을 지금의 자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간의 수명은 엄청나게 길어졌고 세상은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해졌다. 40~50대 되면 직장을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다. 사람들이 직장을 나와서 남은 50년을 더 살아야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20~30대에는 남이 시키는 일만 하면서 살아서 이미 수동적인 인간이 되어있을 확률이 높다. 40~50대에 사회에 덩그러니 나오면 프랜차이즈 이외에는 할 일이 없는 현실을 맞게 된다. 그런데 이마저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망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지만 안전한 직장은 없다. 공무원도 이제는 안전한 직장이 아니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공무원 감원 중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시는 파산했다. 젊은이들에게 창업이라는 것이 힘들지만 당신들에게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능동적으로 두발로 설 수 있는 방법을 배워두면 어떠한 변화가 오더라도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해야 한다. 인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 사회에서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가 새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경고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덴마크다. 덴마크에서는 중학교 졸업하고 바로 고등학교로 가지 않는다. 국가 시스템적으로 1년 기간의 애프터스쿨이라는 게 있는데, 이 시기는 나를 찾는 시간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일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노동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잘할 가능성도 높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 개개인의 재능을 찾아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노동자의 절대적 노동 시간은 OECD 1위권인데 생산성은 많이 떨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에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어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창조 사회로 가려면 정부의 정책이 거기에 맞춰져야 한다. 모방 사회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남이다. '엄친아'라는 말에 묻어나듯이 우리는 매일 남을 의식하고 살고 있다. 남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삶. 국가, 사회, 국민이 모두 이 기조로 변화해야만 진정한 혁신이 있을 수 있고, 선진국으로 가기위한 산을 넘을 수 있다고 본다.-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헬조선'과 '금수저', 대한민국 이대로는 망한다 1019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세습 자본주의, 대안은 있는가?
지난 국정 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헬조선이란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들어본 적 없다"고 대답했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는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하고 핵심적인 문제, 즉 부의 편중과 기회의 불공정이 구조화되고 고착화되어 기득권을 누리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들, 그중에도 특히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수없이 거론되면서 인구에 회자되는 이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는 경제부총리의 대답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불평등과 불공정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시대착오적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와서 때 아닌 역사 전쟁, 이념 논쟁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을 대하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본고는 부의 편중과 기회의 불공정이 구조화되고 고착화되어가는 문제를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세습 자본주의'라는 관점에서 평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정책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
'헬조선'을 아시나요?
5~6년 전부터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고 자조했다. 그러다가 수년 전부터는 취업과 주택 마련까지 포기한 '5포 세대'를 얘기하더니 최근에는 인간관계와 희망까지 포기한 '7포 세대' 그리고 아예 포기하는 항목을 일일이 셀 수도 없다는 'n포 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하였다.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청년층의 비관적인 인식은 급기야 '헬(Hell=지옥)조선'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 말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퍼졌지만 그에 대한 공감대는 치열한 경쟁과 빚에 짓눌리고 고용 불안과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중장년층이나 빈곤과 외로움에 한탄하는 노년층까지 퍼지고 있다.
'헬조선'이 단순한 유행어만은 아닌 것이, 실제로 '지옥'같은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엠브레인이 지난 2월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국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 중 76.4%가 '이민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20대(77%), 30대(84%), 40대(78%), 50대(65%) 등 전 연령대에 걸쳐 고루 분포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이민을 고려한 이유로는 '갈수록 빈부 격차와 소득 불평등이 심해져서'(37.8%)를 가장 많이 꼽았다. (☞관련 기사 : 정부 탓도 지친 '헬조선' 백성들…"한번 흙수저는 평생 흙수저")
젊은이들의 경우 이민이 생각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상 이민 관련 커뮤니티들에서 활발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해외이민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민 쇼핑‧이민 카톡방‧이민 적금‧이민 계'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이민 적금·이민 스터디…2030 청춘 이민족 新풍속도) 특히 고학력 엘리트 젊은이들이 복지가 잘 갖추어진 북유럽으로 이민을 떠나는 흐름이 등장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Why] 북유럽 가서 살겠다는 30代들… 前직장 알아보니 삼성·LG 많더라)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고려하면 이민을 통한 인구 유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터인데 거꾸로 우리나라의 인적자원이 해외로 떠나가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민 갈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대책 없이 노동 시장에서 탈출하는 소위 '니트족(Not in Employment, Education, Training)'이 되기도 하는데, 비경제 활동 인구 중 '일할 생각이 없거나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2005년 14%에서 2013년 30.5%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니트족 급증, 구직 포기자 '100만' 시대 "개인의 문제 아니다")
ⓒ프레시안(손문상)
한국의 상황을 떠나고 싶은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중층적인 민생고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노동 시장의 열악한 현실이다. 고용 불안과 저임금, 열악한 노동 조건이 만연되어 있으며 번듯한 정규직 일자리는 매우 제한되어 있는 현실, 노동자의 인권 보호는 미흡하고 단결권과 파업권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 현실 말이다. 젊은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데, 일례로 익숙한 동화들을 '헬조선' 버전으로 각색한 이야기들을 두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인어공주 이야기다.
"마녀님, 저 정직원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우리 회사로 이직해 와. 대신 너의 목소리를 받아가마." 인어공주는 정사원이 되었지만, 월급이 내려가고 야근 수당은 나오지 않았고 휴일도 사라졌습니다. 목소리를 잃어 노동청에 신고하지도 못하게 된 인어공주는 사회의 거품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다음은 성냥팔이소녀 이야기다.
"성냥 사세요." 소녀는 성냥을 팔았습니다. 월급은 세후 130만 원, 월 200시간을 넘는 임금 없는 추가 근무, 영하를 넘나드는 가혹한 근무 환경. 소녀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성냥을 피우자 회사는 상품을 무단 사용한 소녀를 고소했습니다.
'헬조선'의 헬이 열악한 노동 시장 등 민생고를 지칭한 것이라면, '조선'은 무엇인가? 왜 '헬코리아'가 아닌 '헬조선'이란 말인가? 한국을 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늘의 현실이 태생에 의해서 지위가 결정되는 과거의 신분 사회를 닮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담은 것이다.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고 공정한 경쟁에 의해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기본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이런 인식을 '수저론'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을 구분하고, 금·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영어 유치원과 사교육을 거쳐 명문대와 어학 연수까지 마치고 취업 시장에 나오게 되지만, 동·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만 안은 채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부나 지위를 이용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특급 금수저들을 보면서 흙수저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상승을 할 수 없다는 열패감에 빠진다.
▲ [그림 1] 연령별 및 소득 수준별 계층 사다리 인식.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계층 간 이동 혹은 사회적 이동성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부족하지만 지난 8월말 현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 조사를 보면 이 문제에 관한 국민의 인식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드러난다. (☞관련 기사 : 한국인 10명 중 8명 "노력해도 계층 상승 어렵다")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부정적 응답률이 2013년 75.2%에서 2015년 81.0%로 5.8%포인트 상승하였다. 국민 5명 중 4명이 한국 사회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누구보다 희망과 기대에 차있어야 할 20대 청년층의 응답이 70.5%에서 80.9%로 10.4%포인트 악화되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를 청년 실업률의 증가(8.0%→10.0%)와 청년층 고용에서 비정규직 비중(29.7%→30.9%)이 상승한 결과로 해석했다. 월 소득 3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에서 부정적 응답이 75.8%에서 86.2%로 10.4%포인트 악화됐고, 순자산 규모가 1억 원 미만인 경우에 78.6%에서 84.8%로 상승해서 소득과 부가 작을수록 미래에 대해 비관적임을 알 수 있다.
피케티의 세습 자본주의와 한국
작년 이맘 때 한국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열풍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피케티가 제기한 불평등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념적인 찬반 논쟁에 치우쳤고, 그의 이론과 실증적 연구가 한국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케티의 방대한 책에는 수많은 통찰과 분석이 담겨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세습 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를 향해 가고 있으며 이미 이에 근접하였다는 것이다. 세습 자본주의란 한 사회의 최상층에게 있어서 상속 자본에서 얻는 소득이 일을 해서 얻는 소득보다 월등하게 많은 경우를 일컫는다.
19세기 '벨 에포크' 시대의 유럽은 상속 재산이 노동 소득보다 중요했던 전형적인 사례인데,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에서 악당 보트랭이 출세욕에 불타는 법대생 라스티냐크에게 아무리 노력해서 성공하고 출세해도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 것만 못하다고 조언하는 것에 당시의 실상이 담겨 있다. (피케티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이 조언은 19세기 유럽의 현실을 매우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상속 재산 기준으로 상위 1%가 놀고먹으며 버는 자본 소득만 해도 상위 1% 임금의 2.5배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사람보다 상속자들이 더 많은 부와 특권을 누리는 사회다. 과연 한국의 현실에 이러한 분석이 적용될 수 있을까? 경제학계가 이 문제를 소홀히 하는 사이에 이 땅의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와 '수저론'을 통해서 한국은 이미 노력보다 태생이 중요한 세습자본주의 사회가 되었다고 외치고 있다.
▲ [그림2] 한국의 자본/소득 비율 : 2000-2012년. 주상영의 ‘피케티 이론에 비추어 본 한국의 현실’(<피케티, 어떻게 읽을 것인가?>(유종일 엮음, 한울 펴냄, 2015년)에서 인용했다. ⓒ주상영
피케티에 의하면 세습 자본주의가 성립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국민 소득 대비 상속 자본의 규모가 커야한다. 이는 다시 자본/소득 비율이 6~7 정도로 충분히 크고, 자본의 대부분이 상속 자본일 것을 요구한다. 둘째, 상속 자본의 분배가 극도로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 피케티는 미국과 유럽의 부국들이 첫 번째 조건은 이미 거의 충족하고 있으며 두 번째 조건은 아직은 충족되지 않지만 점점 충족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한다.
한국의 경우 자본/소득 비율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민간부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자본/소득 비율은 2005년 5.89에서 2012년 7.02로 상승하였는데, 피케티가 분석한 주요 국가들 중에서 일본, 프랑스, 호주가 7을 상회할 뿐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는 5 내외의 수준을 보인다. (한국의 자본/소득 비율이 높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득 대비 토지 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전체 민간 자본에서 상속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선진국 중에서도 프랑스의 경우에만 이를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아직 이를 파악할 길이 없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성장률이 높았기 때문에 상속 자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인구가 실질적으로 정체 상태에 접어들었고 성장률이 저하되었으므로 이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상속 자본의 집중도도 역시 파악하기 어려우나 자본 소득이 고도로 집중되어 있음에 비추어 자본의 소유, 특히 상속 자본의 소유는 매우 집중되어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2014년 10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재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2012년 배당 소득·이자 소득 100분위 자료'에 의하면 배당 소득의 경우 최상위 1%와 10%가 각각 전체 배당 소득의 72.1%와 93.5%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자 소득의 경우에도 최상위 1%와 10%의 몫이 각각 44.8%와 90.6%로서 높은 집중도를 나타냈다. 반면 노동 소득의 경우에는 각각 6.4%와 27.8%로서 집중도가 훨씬 덜하다. 사업 소득이 주를 이루는 종합 소득에는 자본 소득과 노동 소득이 혼재되어 있는데, 집중도도 양자의 중간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피케티의 조건에 맞추어 한국의 상황을 평가하기에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지만, 고도 성장기가 끝나고 갈수록 부의 대물림이 두드러지면서 세습 자본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최상층만을 보았을 때는 이미 세습 자본주의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최고 부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부를 일군 경우가 별로 없고 대부분 선대의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다. <재벌닷컴>이 작년 봄에 집계한 '대한민국 상장사 100대 주식 부자' 중에서 85명이 세습 재벌 가문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재벌들은 재산만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권까지 상속한다. 이들 2세, 3세 세습 경영자들이 지배하는 재벌들은 한국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 [그림 3]은 10대 재벌의 자산과 매출액을 GDP(국내 총생산)에 대한 비율로 평가했을 때 2003년~2012년 사이에 50% 내외에서 84% 정도까지 급속도로 증가하였음을 보여준다.
▲ [그림 3] 10대 기업 집단의 GDP 대비 자산·매출 추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피케티는 세습 자본주의의 도래를 막기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한계 세율 80%의 소득세와 더불어 순자산 기준으로 부유층에 대한 한계 세율 1~2%의 자본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한다. 국제적 자본 이동을 감안하여 국제적 금융 정보 공유에 입각한 투명성 제고를 주장하며, 이상적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자본세를 부과하자고 한다.
이러한 정책은 우리나라에도 매우 필요한 정책이다. 단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보다는 성장을 더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속 자본의 비중과 집중도의 상승 속도가 선진국보다 느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세율은 조금 낮추어도 된다. 필자는 복지 재원 마련까지 고려하여 소득세 최고 세율을 45%,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로 인상하고, 종부세를 개편하여 부유세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유종일, '불평등 축소: 다차원적 접근', 한국경제학회 발제 자료, 2014년) 나아가 허술한 상속 세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피케티가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교육 기회의 평등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사회적 이동성을 제고하는 유효한 수단이었던 교육이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초래하는 입시 제도와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학 등록금 등으로 인하여 이제는 오히려 계층 간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 구별 아파트 매매가와 서울대 합격 확률 사이에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교육 기회의 실질적인 평등을 확보하기 위한 포괄적인 교육 개혁이 요구된다.
그런데 피케티가 시장 경쟁에 들어가기 이전에 형성되는 불평등, 즉 재산 상속과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에만 초점을 둔 것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기회의 불공정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후자의 문제도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서 자본력·정보력·협상력 등 힘의 우위에 있는 자가 열위에 있는 자를 차별하고 약탈하는 문제가 만연해 있다. 먼저 성 차별, 소수자 차별, 비정규직 차별 등 사회적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차별금지법이 시행되어야 하며,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부모의 영향력에 의한 자녀 취업도 차별 금지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나아가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에서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강자들은 독점과 담합에 의해 독점 지대를 창출하고, 대정부 로비에 의해 이권을 확보하며, 기업 집단에서 발생하는 사업 기회를 편취한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된다. 강력한 경쟁 정책과 정부의 투명성 제고 및 일감 몰아주기 등 회사 기회 유용 금지가 필요하다. 독점적 초과 이윤이 존재하는 대기업이나 금융권 등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점차 낮아지고 주주나 CEO들의 몫은 커지는 것도 편취의 한 형태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제고하여야 하며, 이는 완전 고용을 지향하는 거시 경제 정책과 노동 3권의 강화를 필요로 한다.
한국 경제에서 약탈의 대표적인 양태는 소위 갑을 관계다. 원청 기업과 하도급 기업 사이에 또는 본부와 대리점이나 가맹점 사이에 성립하는 갑을 관계에서 부당한 방법에 의해 갑이 을을 약탈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일컫는다.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행위 규제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을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단결권 보장이다. 미래를 고려할 여유가 없는 경제적 약자를 유인하여 자기 파괴적 거래에 끌어들이는 약탈적 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규제의 강화와 복지의 강화가 모두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특히 약탈적 대출의 규제가 중요하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와 '수저론'이라는 사회 이론으로 불공정한 현실을 고발하고, 외국 이민이나 '니트족'이 되어 한국 노동 시장을 거부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변화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부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과세정책과 교육개혁, 그리고 강자에 의한 차별과 약탈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와 약자의 협상력 제고 정책이 시대적 과제다. 이것이 결국 경제 민주화와 복지 국가가 지향하는 바일 것이다.
-유종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 [그림 6] Asia Business Port 개발 계획도.
부동산 시장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런던은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필수적으로 담겨 있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으며, 이들 투자자들에 의한 대규모 부동산 거래는 <가디언>의 경제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거리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서, 런던의 Canary Wharf 금융 지구는 캐나다의 부동산 개발 회사인 Olympia & York에 의해 개발이 되었고, Westfield London과 Westfield Stratford는 호주의 Westfield에 의해 개발이 되었다.
최근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 회사인 Mitsui Fudosan이 BBC TV 센터 부지를 인수해 대규모 복합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Reuters, 2015). 한국의 기관 투자자들도 런던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국민연금은 2009년에 Canary Wharf의 HSBC 빌딩에 약 1조3000억 원을 투자하여 2014년 카타르 투자청에 매각하면서 약 9600억 원(시세 차익+배당 수익)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외에도 사학연금과 삼성생명이 런던 주요 오피스와 호텔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는 투자 주체와 투자 방식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구분이 가능하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오래된 투자 형태는 개인들에 의한 주거용 부동산 투자이며, 이 유형에서는 대부분 주택 매입 이후 예상되는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투자가 이루어진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영국의 중산층들이 선호하는 주택이며, 가격 기준으로는 평균 가격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주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아랍의 부호들처럼 호화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는 드물게 보고되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고가 주택 매입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인들의 18억 원 이상 주거용 부동산 매입은 전체 부동산 매매의 11%로, 2012년의 4% 에 비하여 세 배가량 증가하였다. 이는 수년째 5%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중국인들의 런던 부동산 투자를 촉발시키는 요인은 투자 이익 이외에도 자녀 유학이나 중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부분이다. 런던에는 상당수 중국인들이 유학을 하고 있으며, 자녀 유학을 위해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런던에서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담당하는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유사시 피난처 내지는 자산 은닉의 목적으로 런던에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내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되거나 다른 이유로 권력에 의해 탄압을 받고 모든 재산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안전한 런던에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외화 관련 법상 개인이 5만 달러 이상을 해외로 반출하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주거용 부동산 투자가 개인들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한다면, 오피스 등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기관 투자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기관 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전반적인 해외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주출거 전략 정책에 의해 촉진된 측면이 있다. 무역 흑자와 투자 유치를 통해 외환이 계속 쌓여감에 따라, 위안화가 평가 절상 압력이 생기고, 국내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자, 중국 정부는 해외 투자를 촉진시키는 주출거 전략을 발표한다.
이러한 우호적인 거시 정책 환경 하에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확대되어왔고, 그 중에 런던 부동산 시장에 상당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중국 시장의 개방에 따라 외국 기업들이 전면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것을 대비하여, 중국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외국에 나가 경쟁을 경험하면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측면으로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충격으로 유럽과 북미의 우량 부동산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진 것도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부동산 투자 규모는 금융 위기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중국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초기에는 주로 국영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경제적인 목적과 함께 중국의 경제 성장을 과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져 있었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국영 기업 외에도 민영 은행과 보험회사 등이 자산 배분 차원에서 런던의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 부동산 투자의 주체와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 [그림 4] 중국 기업 소유의 주요 런던 부동산 현황.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최근 들어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는 단순한 상업용 부동산 매입 및 지분 투자를 넘어 부동산개발에까지 영역이 확장되며,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수정궁(Crystal Palace) 재건 개발 사업을 들 수 있는데, 중국의 런던 부동산 개발 사업의 효시격인 수정궁 개발 사업은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하였지만 건물의 상징성과 더불어 중국 부동산 개발의 굴기였다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수정궁은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의 국력과 선진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열었던 만국박람회 전시회장으로서 영국의 전성기였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1936년 화재로 사라져버린 역사적인 건물을 재건할 수 있다는 기대와 예기치 않았던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의 주도적 참여 시도는 영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화재를 모았다.
최근 중국의 런던 부동산 개발 사업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총부기지(Advanced Business Park) 사에 의해 제안된 Asia Business Port 개발 사업이 런던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고 현재 개발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영국 사회와 정치권의 저항에 막혀 불발로 끝난 수정궁 개발 계획이 불과 몇 년 전이었음을 감안해 본다면, 중국 자본의 런던 부동산 개발 사업 참여에 대한 위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 [그림 5] 1936년 화재로 소실된 수정궁.
Asia Business Port 개발 사업은 총부기지사가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Royal Albert Dock을 주거, 업무, 상업의 복합 기능을 갖춘 런던 제3의 금융 업무 지구로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ABP 개발 사업을 통해 약 2만 개의 일자리와 11조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런던 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Royal Albert Dock은 과거 템스강을 통해 운송된 화물을 하역하고 선적하는 지역이었으나, 컨테이너의 출현과 육상 운송수단의 발달로 원래 용도를 상실하게 되었다.
도크랜드 재생 공사에 의해 시티공항(City airport)이 건설되긴 하였지만, 낙후된 주변 환경 및 불편한 교통 접근성, 그리고 거대한 스케일의 도크 관련 시설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Royal Albert Dock 주변 지역 일대의 재생을 답보 상태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대륙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시티공항이 인접해 있고, 2017년에는 런던을 동서로 가로질러 영국 최대 공항인 Heathrow 공항까지 연결되는 Cross Rail도 개통될 예정이어서, 런던 시내뿐 아니라 항공 교통으로 유럽, 아시아까지의 연결성이 상당히 좋아지게 된다.
런던시에서 ABP에 외국인 투자 유치와 개발 사업 지원과 관련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개발 사업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런던의 금융 산업 발전과 그에 따른 오피스 및 상업 시설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낙후된 동 런던 지역을 ABP 개발 사업을 통해 재생하려는 런던시장의 의중과 전략이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 2] 중국인에 의한 부동산 투자(도시별), 단위 : 10억 달러, 그래프 출처 : Anderlini (2015).
▲ [그림 1]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연도별, 단위: 10억 달러, 그래프 출처 : Anderlini (2015).
▲ [그림 6] Asia Business Port 개발 계획도.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에서 ABP 개발 사업의 승인과 추진이 상징하는 바는 적지 않다.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가 중국 자본에 의해 런던 부동산에 투자되었다는 점이 아니라,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가 런던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할 부분이다. 단순한 부동산 취득과 지분 투자를 넘어서 부동산 개발 사업에 있어서 중국의 격상된 사업 참여는 중국 자본의 런던 부동산 투자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첫째로 중국 개발 업자가 직접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한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그리고 두 번째로 자본이 중국 투자 기관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최대 투자자는 상해에 본사를 둔 중국민생투자고빈유한공사이며, 이 회사는 민생은행의 관련 기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생은행은 민간 은행이지만, 최근 부패 스캔들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민간 은행이라 할지라도 고위 인사들의 거취는 결국 중국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런던 투자도 중국 정부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기업이 입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개발 계획, 자본 조달, 분양이 전적으로 중국인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이다. 물론 런던 사정에 밝은 개발 회사와 파트너를 맺고 있다는 점과, 설계와 시공을 모두 영국계 기업에 맡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개발 회사가 완전히 독식할 수 있는 역량은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개발 계획, 자본 조달, 분양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대, 모든 단계에서 중국이 주연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한국의 송도 국제 신도시 개발 시에 미국계 개발 회사인 게일사가 앞세워지긴 했으나, 거의 모든 자본이 포스코건설의 보증 하에 국내 금융 기관에 의해 조달되었고, 기실 게일사조차도 포스코가 섭외하여 내세운 것에 불과하며, 입주도 결국 거의 전적으로 한국 기업들이었다는 점에서, 송도 국제 신도시 개발은 전적으로 한국의 사업이었다.
그리고 도시 재생 사업의 성공사례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런던 Canary wharf 개발 사업도, 개발을 주도한 것은 캐나다의 Olympia & York였으나, 캐나다에서 자본을 조달하고자 특별히 노력한 흔적이 없고, 완공된 건물 입주 회사가 외국계가 많긴 했으나 그것은 런던에 진출한 외국 기업일 뿐, 개발 회사가 캐나다 회사를 유치한다거나 한 실적은 별로 없다. 따라서 송도 국제 신도시, 런던 Canary wharf 두 경우 모두 각각 한국, 영국의 부동산 개발의 일부였을 뿐이다. 그러나 ABP는 처음 단계에서부터 최종 단계에 이르기까지 중국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런던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
ABP 개발 사업의 승인으로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런던의 사례는, 기로에 서 있는 국내의 해외 자본 투자 유치 정책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적으로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자본의 특성과 투자 대상에 따른 정책의 세분화가 요구된다. 런던에서는 주거용과 업무용 부동산을 구분하여 해외 자본의 투자에 대해 각기 다른 규제와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해외 자본의 주거용 부동산 매입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거나 혜택을 축소함으로써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업무용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보통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해외 자본의 주거용 부동산 매입이 런던 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런던 시민들이 입는 피해와 부작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호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국인의 부동산 취득 열기가 뜨거운 제주도에서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으며, 지역 주민의 불만과 상대적 박탈감이 표출되며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세분화 내지는 맞춤형 정책으로 중국 자본의 투자 행태를 적절히 유도하고 규제해 나가야 한다. 정책의 세분화는 투자 대상과 지역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따라 여러 형태의 혜택과 규제로 발전이 가능하다.
중국 자본 투자 유치 정책의 세분화와 함께 런던의 사례에서 시사점으로 도출되는 것은 중국 자본 투자 유치 전략의 수립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보다 넓은 시각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런던 시는 The London Plan에서 제시한 '글로벌 도시로서의 지속 성장'이란 비전 하에 중국을 포함한 해외 자본의 유치에 분명한 목적과 전략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동-서 런던의 균형 개발이라는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 자본의 ABP 부동산 개발 사업을 승인하고, 런던 제3의 업무 지구로 육성하려는 계획은 런던시장의 비전과 그것을 구체적으로 이어 받은 전략 하에서 승인된 것이다. 또한 ABP 개발 사업을 통해 동런던 재생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이를 통해 재생을 위한 연속적인 파급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계획도 면밀히 계획된 전략의 일환이다.
국내에서도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유치하고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 유치가 구체적인 비전과 명확한 전략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중국 자본의 투자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동시에, 중국 자본의 투자 유치를 지속시키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한 번의 소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만 급급한 국내의 현실은 오히려 중국 자본의 연속적인 투자를 제한하는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부동산의 매입과 지분 투자에 머물러 있는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 방식을 주도적 부동산 개발 사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런던에서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는 단순 부동산 취득과 지분 투자를 넘어서 주도적인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지역 사회의 중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이 현격히 경감하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부동산 개발 사업 시 지역의 경제 및 사회적 재생에 대한 사항이 같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가령 런던의 ABP 부동산 개발 사업은 런던 제3의 업무 지구를 조성하는 것과 동시에 Newham Borough의 재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중국 자본의 투자는 지역 재생을 고려하는 차원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방식은 규모와 기능면에서 제한적이기 때문에, 해외자본이 주도할 수 있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도입을 통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중국 부동산 투자의 주도적 개발 사업으로의 전환은 국내 기업들에게 중국 자본과의 합작과 파트너십을 통한 비즈니스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런던의 AEP 개발 사업에 설계, 시공 및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영국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과 관련 정부기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비단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중국 자본과 국내 기업의 합작을 통해 중국 내 사업기회로 까지 연결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
[김규항의 혁명은 안단테로] ‘사회’ 없는 사회의 복수극11320 경향
몇해 전 트위터를 일년쯤 하다가 그만두었다. 누군가 연유를 물어오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사람은 누구나 똥을 눈다. 하지만 남 앞에서 똥을 누진 않는다. 그런데 트위터에서 사람들은 남 앞에서 똥을 눠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트위터의 지나친 속도와 가벼움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물론 이건 트위터라는 미디어가 본질적으로 어떻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게 트위터가 어떻더라는 이야기다. 그러고 일년쯤 후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대개 하루 한번쯤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훑어보는데 근래 그곳엔 유명한 악귀가 있다. 그곳에서 박근혜씨는 나쁜 대통령을 넘어 악귀다.
그곳 분위기로 본다면 박근혜씨는 이미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재판정 혹은 감옥에 있고도 남았어야 한다. 그런데 건재한 이유는 아마 두 가지일 게다. 그곳에 박근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몰려있다는 것, 그들이 그들 바깥의 대중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들은 매일같이 박근혜라는 악귀를 성토하며 반대운동을 벌이지만 아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대중에게 나쁜 대통령이라는 정도의 생각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계속 자기들끼리만 뜨거울 게 아니라 그런 온도 차이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온도 차이는 박근혜 반대운동뿐 아니라 ‘사회적 분노’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위대는 경찰 차벽보다 완고한 ‘대중의 마음’이라는 차벽에 막혀 있다.
어떻게 해야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보수 신문과 기레기 미디어가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고 말한다. 대중에게 ‘사회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 결정적인 때도 있었다. 전태일이 ‘대학생 친구’를 갈망하던 시절처럼 말이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사회의 진실을 알려고만 하면 당장에라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인터넷 검색 몇번이면 국정교과서나 개정 노동법이 왜 나쁘다는 건지도 알 수 있고 노무현이 정말 좌익이었나 같은 제법 까탈스러운 문제도 개괄할 수 있다. 오늘 대중이 사회적 분노에 공감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의 진실을 몰라서가 아니다. 자신이 사회 안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분노가, 사회에 관한 이야기들이 제 삶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 밖에 있다.
반세기를 국가라는 신체의 일부로 살아온 그들은 민주화 이후 비로소 사회와 조우했다. 그들은 사회를 환대했지만 사회는, 정확하게 말해서 사회를 말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철저히 배신했다. 국가를 말하는 사람들이 1% 특권층을 대변하듯 사회를 말하는 사람들은 10% 기득권을 대변했다. 사회를 말하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가져다준 지위는 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난 사회적 개인이 아닌, 사회와 무관하게 각자도생하는 개인이었다. 요컨대 그들은 사회 밖으로 강제 이주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중이 부재한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라진 건 실은 그들이 아니라 사회 자체다. 오늘 한국은 신자유주의의 기수이던 대처의 말마따나 ‘사회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사회다. 사회가 없으니 사회적 분노도 사회적 변화도 있을 수 없다. 사회적 분노는 예의 현격한 온도 차이에 막혀 있고, 사회적 변화는 개혁 우파로 정권교체조차 비현실적 이상처럼 여겨질 만큼 난망하다.
사회를 말하고 싶다면, 먼저 사회를 복원해야 한다. 사회를 복원한다는 건 사회 밖에 있는 대중이 다시 사회 안으로 들어오는 일이다. 사회적 분노가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들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되는 일이다. 과연 사회를 말하는 사람들이 10%의 기득권을 90%에 재분배하기로 결단할 수 있을까. 이를테면 ‘그나마 민주노총이니까 이번처럼 대규모 집회도 치를 수 있다’며 민주노총이 10% 노동을 대변한다고 비판하는 걸 저어하는 사람들이, 그나마 민주노총이니까 이번처럼 대규모 집회도 치를 수 있다는 사실과 민주노총이 10% 노동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동시에 인정할 수 있을까. 지당한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중은 주야장천 사회 밖에 머물지 않고 결국 국가의 신체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를 말하는 사람들이 실은 ‘현재 사회’를 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박근혜의 흉포함을 빌미로 독재/반독재라는 30, 40년 전 프레임에 현재 사회를 퉁침으로써 10%의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삶의 직관으로 알아채고 있다. 그들 중 20대가 보이는 급격한 우경화 현상은 그런 기만에 대한 복수다. 그들은 사회 밖으로 맥없이 강제이주당한 윗세대의 몫까지 보태어 복수를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수 신문과 기레기 미디어에 눈이 가린 우매한 사람들, 철없고 무지한 아이들로 치부하는 건 얼마나 안이한 태도인가. 복수극이란 모름지기 일찍 해결하지 않을수록 처참하기 마련이다.
대규모 집회=불법’ 예단…5일 민중대회 ‘백골단’ 같은 체포조까지 투입
“폭력이 없다고 준법집회는 아니다”, “대규모 집회가 되면 (불법집회가 될) 그런 개연성이 농후하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12월5일로 예고된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불법·폭력 집회가 될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검거’ 위주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처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신고 집회에 모이면 다 불법”이라며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을 미리부터 ‘범법자’로 규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또 집회 주최 쪽의 ‘평화집회’ 다짐이나 종교계 등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찰관 기동대까지 투입해 대대적 검거작전을 펼치겠다는 의도도 숨기지 않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을 위축시키려는 경찰의 이런 대응은 ‘과도한 법 적용’을 넘어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1980년 5·18 새벽에도 “내 이긴다” 1130 시사저널
위기마저 기회로 만든 YS…사람 보는 눈과 기르는 리더십 탁월
1969년 11월8일 ‘40대 기수론’을 제창하며 신민당 대통령 후보 출마를 선언하는 김영삼 의원. 그의 나이 42세 때다. 그러나 이듬해 전당대회 결선투표에서 김대중 의원에게 패배했고, 1992년 제14대 대선 승리로 설욕했다. © 연합뉴스
김영삼(YS)·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은 한국 민주화의 상징이다. 그러나 DJ를 추종하는 동교동계와 오늘의 야당 주류 쪽 얘기는 다르다. DJ만이 진정한 민주화 상징이라고 주장한다. 군사정권과 손잡은 YS는 정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일방적 편견이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 즉 3당 합당을 감행한 YS는 ‘호랑이’를 잡았고 군부가 정치를 넘보는 패악을 종식시켰다. 문민 시대를 열었고, 민주화 씨를 퍼뜨렸다. YS는 그의 생애를 일관한 ‘민주주의’에 충실했다. YS가 길을 닦지 않았더라면 DJ 대통령, ‘국민의 정부’도 없었을는지 모른다. 따라서 굳이 따진다면 YS가 반 발짝이나마 앞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부질없는 알량한 명분·우열 논쟁은 삼가는 게 낫다. 때론 반목하고 때론 경쟁했지만 위기의 상황에선 합심해 한국의 민주화를 정착시킨 큰 지도자로 기록하면 충분하다.
정치인 YS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누구나 예외 없듯 결점도 많았지만 정치인의 최우선 덕목으로 꼽는 결단력·추진력은 엄청났다. 그 곱상한 얼굴에서 어떻게 그런 힘과 열정이 솟는지 의아스러울 지경이었다. 상황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은 탁월했다. 특히 위기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반전시키는 순발력과 돌파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정치에 관한 한 뛰어난 ‘동물적 감각’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그는 위기를 기회 삼아 대권 고지에 오른 타고난 승부사였다.
열정과 인내, 순발력·돌파력이 대권 가능케
그에게서 좀 더 주목할 대목은 ‘고집’ ‘뚝심’으로 일컬어지는 끈기다. YS는 ‘미래 대통령 김영삼’이란 경남중 3학년 시절의 책상머리 표어를 50여 년이 지난 1992년에 구현해냈다. 1954년 26세 나이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래 40여 년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 동안 흔들리지 않고 반독재 투쟁이라는 외길을 달려왔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처럼 무서운 인내심이 결단력·추진력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대권고지에 이르게 했음 직하다. 청와대의 주인이 되자마자 밀어붙인 하나회숙청과 금융실명제는 그런 캐릭터의 산물일 것이다.
그는 용인(用人)·용병(用兵)술의 대가였다. 꼼꼼하게 따져 사람을 고르고 적소에 배치한 추종자들이 있었기에 장기간의 박해를 견디고 막판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제16대 노무현,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은 그가 정치에 입문시킨 인물이다. 지금 새누리당의 쌍벽을 이루는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상도동 직계다. YS의 사람 보는 눈과 ‘그릇’의 크기가 짐작된다. 개각·공천 때의 꼼꼼함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 밖에도 정치인으로서 빼어난 요소는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덕목들의 총화가 되레 사달을 일으키기도 했다. 막판 최대 실책이자 그에 대한 평가를 그르치게 한 외환위기(IMF)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친화력 있는 YS였으나 청와대 주인이 된 뒤로는 예전의 그가 아닌 측면도 컸다. 본인의 강한 개성에다, 갖가지 개혁 추진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YS의 카리스마는 넘쳐났었다. 자연스레 상도동 핵심들조차 범접과 충언이 여의치 않게 됐다. 이런 즈음에 현직 대통령 아들(차남 현철) 구속이라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사태로 대통령 YS는 충격에 빠졌고 때문에 외환위기라는 경고음이 제대로 발동되지도, 닿지도 않았다. 악재들이 뒤엉켜 IMF 사태라는 국가부도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땅에 ‘민주’라는 가치를 굳건히 뿌리내리게 한 YS는 11월22일 88세로 생애를 마쳤다. 도하 언론은 그의 아호(雅號) 거산(巨山)에 걸맞은 평가를 실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YS에 대한 대접이고, 나아가 현대 한국 정치사를 제대로 읽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게다. 시사저널이 각급 언론들이 잊고 있는, 미처 간파하지 못한 관련 비화를 소개하는 것도 이래서다. 담긴 스토리는 필자가 40년 넘게 YS를 취재하고 교유하면서 직접 경험하거나 확인한 것들이다. 여기엔 ‘정치인 YS’뿐 아니라 ‘인간 YS’에 대한 것들도 다수다. YS와 DJ의 관계나 언론관, 스타일(인사·정책 결정) 등 공적인 영역 외에 돈·말(언어)·운동·식습관 등 사생활 부분이 포함돼 있다. 다만 ‘여자 문제’는 제외했다. 자칫 큰 산 YS의 진면목과 실체를 조망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을 저어해서다. 곁가지로 인해 YS를 폄하하는 결과나 초래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어떤 위기도 ‘민주’ 확신으로 버텨
신군부가 ‘1980년 서울의 봄’을 끝장내기 위해 행동 개시에 나선 5월17일 밤, 상도동 YS 자택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집 안에는 YS 내외와 홍인길·장학로 비서, 그리고 방금 전 DJ의 동교동 자택을 빠져나와 달려온 중앙일보 김현일 기자(필자)가 전부였다. 전경들이 집을 에워싸고 있었으나 들이닥치지는 않았다. 수경사 군인들이 짓밟은 동교동과 달랐다. 자정이 막 지났을 때 옥색 한복을 차려입은 YS가 거실에 들어섰다. 기자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하다간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 상황에서 차마 더 이상 묻기가 곤란해서다. 잠시 침묵하던 YS가 던진 말은 “내(가) 이긴다”였다. 기자와 악수를 나눈 YS는 2층 침실로 돌아갔다. 밤이 길 것 같다면서 양손에 들고 왔던 양주 2병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이후 YS는 상도동 자택에 연금됐다. 앞마당을 거니는 것 외에 달리 소일거리가 없던 YS는 붓글씨 쓰기로 울분을 달랬다. 그때 쓰고 또 쓴 글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YS는 ‘올바른 길에는 거칠 게 없다’는 의미의 대도무문 네 글자를 써 방문객들에게 줬다. 연금 기간에 쓴 글씨는 이전의 글씨와 경지가 다르다.
민주화 투사로서 YS를 상징하는 말은 역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절규다. 1979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에서 제명된 후 외친 ‘새벽’은 그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확실한 구호였다. 5·18새벽의 ‘내 이긴다’는 그 후속편인 셈이다.
YS는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1975년 4월 철학과 학생들이 4·19 기념탑 앞에서 개최한 민주기원제에 초청돼 연설을 했는데 그때의 주제도 ‘독재 권력은 반드시 망한다’였다. ‘무너진다’가 아닌 ‘망한다’였다. 그의 연설들에는 ‘민주’가 ‘신앙’처럼 일관되게 자리하고 있다. 1991년 지방선거 패배로 당 대표 책임론이 제기되자 그는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 요구로 정치지형을일거에 뒤바꿨다. 이런 순발력과 핵심을 찌르는 어법은 특장 중의 특장이다. 2003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단식 중단을 종용할때의 ‘굶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는 말처럼 말 같기도, 같지 않기도 한 게 묘한 매력을 더하는 경우가 YS에겐 종종 있었다. 투쟁과 개혁을 줄기차게 외쳤던 YS가 최후에 남긴 말은 화합과 통합이다.
서울 상도동 자택에 연금 중이던 1980년 여름, 자택 거실에서 외신기자회견을 하는 김영삼 전 신민당 총재. 군사독재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왼쪽 두 번째는 일본 특파원들 사이에 섞여 잠입한 필자(당시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 © 시사저널 김현일
“언론은 최후 보루” 애정과 관심 지극
언론에 대한 YS의 애정과 관심은 정말 지극했다. 야당 시절 이원종 공보비서(후일정무수석) 등 가신들에게 늘 ‘기자들과 함께 지내라’고 당부했다. 권위주의 시대 언론의 한계를 알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의지할 마지막 보루는 언론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의 발언을 ‘원문’ 그대로, 가능한한 ‘많이’ 보도해주는 기독교방송(CBS) 기자가 나타나야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 “내일 미국 특사가 온다카이.” 1968년 기자 5명과 술을 마시던 김영삼 신민당 원내총무가 입을 열었다. 북한이 미국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납북한 사건과 관련한 얘기였다. 야당 총무가 무얼 아느냐는식의 힐난에 미국 대사에게서 귀띔받은 기밀을 흘린 것이다. 야당 총무지만 알 것은 안다는 존재 과시 노림수였다. YS는 한 신문이 3당 합당 당시 내각제 이면 합의를 보도하자 위약을 이유로 내각제 개헌 자체를 깨버렸는데 언론을 자기 편리한 대로 써먹는 실력은 가히 도사급이다.
#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인 1993년 2월 26일, YS는 청와대 본관 대접견실에서 신임 장관(급) 37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임명장 수여를 마치고 초대 각료 전원과 기념사진을 찍으러 본관 앞뜰로 향하던 YS는 필자를 발견했다. “와 거기 서 있노?” 하며 반색하는 대통령에게 필자는 “풀 취재왔습니다. 축하드립니다”고 했다. YS의 말이 이어졌다. “어떻노?” 자기가 임명한 장관들 면면이 어떠냐는 YS식 물음이다. “좋은데요. 쬐끔이라도 알려주셨으면 고생을 덜했을 텐데…”라는 말에 YS는 “한 명 한 명에게 통보하면서 새나가면 없던 일로 하자고 다짐을 두지 않았나”(YS는 이상우 서강대 교수의 국가안전기획부장 임명 소식이 밖으로 알려지자 즉각 한국외대 김덕 교수로 교체했다)라며 철통 보안 결과를 흡족해했다. YS의 자랑이 또 이어졌다. “여성 장관 괜찮제?” 필자가 거리를 두며 머뭇거리자 황인성 신임 총리가 자리를 비켜줬다. 대통령과 총리가 나란히 앞서 가면 장관들이 따라가고,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보도용 화면을 촬영하는게 관례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필자의 소매를 잡아끌며 얘기를 계속하는 바람에 총리 위치를 기자가 차지한 채로 현관에 다다랐다. YS의 언론관·보안의식 등이 확연히 드러나는 에피소드다.
고집이 유다른 YS지만 언론 지적이 합당하면 바로 시정했다. 초대 내각 장관 여러 명과 서울시장을 며칠 만에 갈아치우기도 했다. 그가 주저한 것은 딸의 부정 입학시비에 휘말린 박희태 법무부장관 하나다. 이런 YS 자세는 세론에 휘둘리고 영합하는 요즘 포퓰리즘과 다르다. 앞뒤가 분명하면 주저 않고 단안을 내리는 게 YS였다.
#“서청원, 그 사람 괜찮습니다. 더욱이 바로 이 동네 국회의원인데 안아주셔야지 내치면 어쩝니까.” “김 동지가 그렇게 말하니 한 번 만나보지.” 여간해서 고집을 꺾지 않던 YS가 서청원 민한당 의원(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면담을 승낙했다. 1980년 상도동 자택에 연금돼 있던 YS의 민한당에 대한 미움은 군부에 대한 반감 못지않았다. 민정당 2중대, 배신자로 매도하고 있었다. 바로 이웃한 유치송 민한당 총재 집이 문전성시를 이룬 것도 YS의 심기를 더 건드렸다. 이런 YS였기에 서 의원의 대학 후배인 장학로(후일 청와대 제1부속실장) 비서가 면담을 주선하려 했으나 “씰데없이”라는 핀잔만 들었던 참이다. 그래서 서 의원 부탁을 듣고 나선 필자가 설득하자 그제야 문을 열어준 것이다. 핵심 가신 김동영 의원의 비서로부터 보고를 듣고 있던 YS는 필자가 “서청원 의원 왔습니다”고 하자 “어, 그래요” 했다.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서 의원은 그 길로 상도동계가 됐다.
#1979년 12월12일 저녁, 모처에서 나오던 YS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YS는 평소 친분 있는 D신문 H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H기자는 상황을 간략히 설명한 후 YS가 방금 나왔다는 B의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고, YS는 당장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B는 YS가 챙겨온 인물이다. YS가 생각하는 기자는 단순히 보도를 하는 ‘기자’ 그 이상의 ‘동지’였다.
현철은 역린…YS도 감당 못해
YS의 차남 현철은 건드리면 죽임을 면키 어렵다는 역린(逆鱗)이었다. 아킬레스건이었다. 때문에 그를 건드렸다간 누구건 온전치 못했다. 박관용 청와대 비서실장(후일 국회의장)이 그의 비위(非違)를 종합, 보고했다가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한 메이저 신문은 칼럼을 통해 소통령 현철의 발호를 지적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언론을 존중해준 YS였지만 현철을 시비한 것은 용서치 않았다.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현철 문제는 묻지말라’는 게 청와대가 출입기자실에 요구한 우선이었다. 비록 으름장이긴 했으나 현철얘기를 꺼낼 바에는 아예 회견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YS 청와대답지 않은 호소가 나올 정도로 금기시(禁忌視)됐다. 말 그대로 현철은 ‘소통령’이었다.
#최형우 의원과 더불어 YS의 최측근인 김동영 정무장관은 YS 집권 1년 전 암으로 사망했다. 김 장관이 숨지기 3개월 전 노태우 대통령이 김 장관을 호출했다. 노 대통령은 완쾌를 빈다는 말과 함께 현철 얘기를 꺼냈다. “YS는 왜 아들 현철이와 정치를 합니까? 잡음도 많고…결국은 YS의 부담으로 돌아올 텐데.” 노 대통령은 YS의 심복인 김 장관에게 마지막 충언을 기대한 것이다. “암 투병 막바지의 김 장관이 나를 불렀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설명한) 김 장관은 현철이를 잘 주시하라고 당부했다. 그 정도로 현철 문제는 심각했다”. 김 장관 보좌관 L씨의 회고다.
현철이 왜 ‘소통령’으로 군림했는지에 대해선 주위의 관측이 일치한다. 정치자금 등 YS의 가장 은밀한 부문을 관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철은 몸이 성치 않은 장남과 달리 부친을 가까이서 도왔다. 정보부의 감시 눈초리가 번득이는 가운데서 가장 내밀한 자금을 담당한 데다 외모마저 자신을 빼닮았기에 YS의 믿음과 기대가 컸다. 조(兆) 단위의 거액을 퍼부은 대선을 치르고 나자 대통령의 아들이자 특등 공신인 현철의 위세는 뻗칠 대로 뻗쳤다. “정·관·재계 인사들이 앞 다퉈 현철에게로 달려갔다. 장차관 임명, 의원 공천을 그가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현철의 영향력은 급속히 확장됐다. 돈과 정보가 덩달아 집중됐다. 안기부 핵심 간부는 대통령에게 보고되기 전의 중요 정보를 현철에게 알렸고, 안기부 보고를 받은 후 대통령은 현철의 혜안과 능력에 감탄했다. 그러니 현철을 비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박관용 실장이 날아가는 판이니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당시 관계자들의 진단은 한결같다.
“YS께서 엊그제 서거하셨는데 그 원인(遠因)은 현철 구속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맞다. 영부인 손명순 여사는 울고불고하며 대통령을 원망했다. 청와대 수석이 검찰총장에게 ‘각하께서 울고 계시다’고 했었는데 YS의 쇼크가 어떠했을까는 짐작이 가지 않나. 무너졌다고 하는 게 적확할 것이다. 자부심으로 똘똘뭉친 거물이 손가락질을 받으며 쫓기듯 청와대를 떠나는 심정이 어땠겠는가.” YS 상가에서 상도동 가신이 토로한 푸념이다.
“퇴임 몇 개월 후 칩거하다시피 한 YS가 오랜만에 경호원 2명을 포함, 7~8명을 대동하고 등산을 갔다. 이때 마주친 등산객 5명이 ‘당신 아무개 아니냐. 나라를 거덜내고 무슨 낯으로 산에 오느냐’며 대들었다. 경호원들이 가까스로 제지해 그 이상의 상황은 없었지만 YS는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였다. 퇴임 후 16년 동안 겉으론 멀쩡한 듯했지만 속은 멍들었던 어른이다.” 역시 상도동계 측근의 아픈 회고다. 그는 필자가 2013년 1월2일 새해 인사차 들렀을 때 YS와 팔씨름을 했는데 힘이 대단하시더라는 말에 “문제는 속병”이라고 대꾸했다.<YS는 매년 정월 초하루 다음 날 옛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오찬을 함께 해왔다. YS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감사 기도를 주관했고 기력이 넘치신다는 필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팔씨름을 하자고 제의했었다. 팔씨름을 이긴 YS는 자신이 등산·배드민턴 뿐 아니라 예전에는 권투와 수영선수였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우리 맹순(손명순 여사)이가 몸이 불편해 이 자리에 못 나왔다면서 맹순에게 아침저녁으로 ‘충~성~’하고 거수경례를 한다며 껄껄 웃었다.>
어떤 이는 YS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돈’이라고 단언한다. 비록 야당 생활을 했을지라도 불가불 적잖은 돈(정치자금)을 만지기 마련인데 YS는 개인 주머니에 넣지 않았고, 들어온 돈보다 더 지출했다는 것이다.
“YS가 정치자금에 관한 한 나름의 평가를 받는 점은 수긍이 간다. 기업에 손을 벌리는 일이 없었음은 대개가 인정한다. 하지만 YS 개인이 깨끗하다고 해서 문제가 그치는 것은 아니다. ‘대신’해서 돈을 받을 주변 권력은 있기 마련임에도 YS는 크게 착각했다.” 결국 YS 개인에게는 아닐지라도 들어갈 돈은 다 흘러들어갔다는 원로 정객의 지적이다.
핵심을 찌르는 직설과 과감성이 난국 돌파 원동력
지는 것은 못 참아…“학실히 해라”
YS의 말은 경상도 사투리와 직설(直說), 그리고 함축으로 미화되기도 하는 ‘짧은 단어’다. 이 어투와 화법은 강한 전달·호소력을 갖기도 했다. 일상 언어 생활이 그랬던 만큼 다른 부분도 그랬다. 길거나 복잡한 것은 질색했다. 그의 대통령 재임 시절 보고서가 A4용지 2장 이상을 넘기지 못하게 강력히 통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씰데없이(쓸데없이)’ ‘택(턱)도 없데이’ ‘학실히(확실히)’ ‘우째(어떻게) 이런 일이’는 YS가 늘 사용해온 사투리의 대표적 단어들이다. ‘우째~’는 심복 최형우 내무부장관의 아들의 부정 입학 소식을 보고받고 탄식했을 때 나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사실 자주 등장했던 말이다. 안타까운 일에는 흔히 동원됐다. ‘택(턱)도 없데이’는 기자들을 가까이했던 YS가 기자들의 농이나 비판을 되받는, ‘씰데없이(쓸데없이)’는 부하들의 일처리가 못마땅하거나 실수했을 때 쓴 단골 용어였다. ‘학실히’도 업무지시 때 빠지지 않았다.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DJ가 정계 은퇴 성명을 발표했을 때 했던 말도 “학실히 하거래이”다. 여기의 ‘학실히’는 지모가 뛰어난 DJ가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릴 게 분명하니 그런 ‘불행한’ 사태가 없도록 하라는 엄중 당부였다.
1993년 7월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에서 조깅하는 김영삼 대통령. © 연합뉴스
느닷없는 물음에 장관·비서들은 공부하며 초긴장 대기
경상도 사투리가 빚은 에피소드는 끝이 없다. 선거 유세나 방문 때 나온 ‘강간(관광)도시로 만들겠다’ ‘걸식(결식) 아동 근절’ 등이 그런 사례다. 이런 것들은‘애교’로 받아들여져 YS의 친근한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영어 사용 때도 단문 단답형은 여전했다. 1993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 경내에서 클린턴과 새벽 조깅을 하기로 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취재차 기다리는 국내외 보도진에 그가 던진 말은 “얼리 모닝(early morning)”. 다들 “일찍부터 수고하십니다”로 알아들었다. 이날 조깅 중 YS가 속도를 올리는 바람에 통역이 헐떡여야 했는데 가속 이유는 자신보다 한 뼘 이상 키가 큰 클린턴을 ‘누르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YS 성격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중남미 방문 중 칠레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과 조깅을 하면서 곁에서 뛰던 여자 생도가 ‘각하! 잘 달리십니다. 건강하시네요’라고 인사하자 갑자기 멈춰서면서 ‘마운틴(mountain)’이라고 대꾸했다. 등산을 자주해서 그렇다는 YS식 표현이었다. 조깅 애호가인 YS는 노태우 대통령 방미 때 민자당 대표 자격으로 수행했는데 이때도 조깅은 중단하지 않았다. 비 내리는 새벽, 박희태 대변인(후일 국회의장)과 함께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를 돌고 숙소로 돌아오던 YS는 필자와 마주쳤다. “이 새벽에… 대단하시네요”라는 인사에 그의 답은 “낸 한대면 한데이”였다. 비가 내려도 조깅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대통령 후보 조기 확정’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는데 이는 정치 상황을 꿰고 있지 않으면 헷갈리게 마련이다. 이 순간에도 그는 정치를 말하고 있었다. 자기중심의 화법에 능한 YS는 느닷없이 질문을 던지곤 했기 때문에 참모들은 신경을 곧추세워야 했다. 일과 후 청와대 관저에서 TV뉴스나 미리 배달된 조간신문을 보던 YS는 곧바로 관련 장관을 전화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거두절미(去頭截尾), “이게 뭐꼬?”였다. 그 바람에 고위 관료나 수석비서관들은 저녁 자리에 TV를 켜놓고, 조간신문을 미리 챙겨 정독해야 했다. 부속실에서 근무했던 이상헌(전 새누리당 의원)·정병국 비서관(새누리당 의원)은 “니 그거 알제?”라는 물음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당시 장차관이나 수석을 지낸 인사들은 대통령의 이런 다짜고짜 때문에 국정 파악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장차관이 그랬으니 밑의 국·과장들도 더불어 비상대기 상태였다. “무슨 꿈을 꾸셨기에 대통령이 되셨나요”라는 초등학생 질문에 “난 숙면을 취하기 때문에 꿈 안 꾼데이”라고 답한 것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자기중심 화법 사례는 흔한데 어쨌거나 참모들은 ‘다짜고짜 YS’ 덕분에 ‘열공’하지 않으면 안 됐다.
대통령 취임 후 나온 <YS는 못 말려>라는 책이 회자되고 호평을 받는다는 보고에 흐뭇해한 YS지만 ‘전두환 대통령이 스테이크를 주문하자, 영부인 이순자가 미투(me too)했고 이에 YS가 미쓰리(me three)’했다는 책 속의 조크 등에 대해서는 불만스러워했다. YS는 청와대 입성 전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를 ‘키르에콜’, 소련의 동아시아연구소장 이그나텐코를 ‘이그나탱크’라고 말해 주위를 웃겼고, 이를 봐넘겼는데 대통령이 된 이후엔 달라졌다. 그럴 때 주위에서 웃는 것을 싫어하는 기색이 또렷했다. 예전에는 참았던 게 분명했다. 그래서 ‘우루과이 라운드’를 ‘우루과이 사태’라고 말해도 웃음을 참아야 했다. 클린턴 대통령과 재회할 때의 ‘후아유(Who are you)?’도 그런 것 중 하나다. 이게 웃음거리가 되자 매우 언짢아했고, 한 비서관이 스코틀랜드의 한 지방에서는 상대를 반갑게 맞을 때 우리말의 ‘아니 이게 누구야’처럼 ‘Who are you?’라고 사용한다고 보고하자 얼굴을 폈다. 그는 “봐라 내 말이 맞제”하며 기꺼워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이 많이 겹치고 북한 핵문제로 접촉이 빈번했던 클린턴과는 여러 에피소드를 남겼는데 YS의 막말 소동도 그중 하나다. 클린턴과 핫라인을 이용해 통화를 하면서 YS가 옆에 있던 청와대 관계자에게 ‘이 친구’ 운운한 말이 백악관 쪽에 들린 것이다. 이 부분이 클린턴에게 곧바로 통역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사실을 확인한 백악관은 매우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에토 다카미 총무처장관의 망언에 발끈,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 한·일 정상회담도 갖지 말도록 지시했다”(1995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발언과는 궤를 달리하지만 외교 무대에서의 무리를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자존심 건드리거나 도전하면 반드시 응징
아랫사람에게 비교적 너그러운 YS였으나 자존심을 긁은 상대는 기억했다가 언젠가 혼을 냈다. ‘키르에콜’이라고 한 것을 빗대 “꾀꼴 꾀꼴”하며 흉내 낸 기자는 YS의 미움 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2년 대선 때 YS 속을 썩인 정주영 회장 탓에 현대그룹은 그의 임기 내내 엎드려 있어야 했다.
직선적 성격의 YS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는 법이 없었다. 2010년 광복절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을 청와대 오찬에 초청했을 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포함된 것을 못마땅해했다. YS는 다들 들을 만한 목소리로 “(사법처리돼) 대통령도 아니데이. 죽어도 국립묘지 못 간데이”라고 했고, 오찬 석상에서 전 전 대통령이 “와인 더 없느냐”고 하자 “청와대에 술 먹으러 왔나”라고 내뱉었다. 얼굴이 벌게진 전 전 대통령이 일찍 자리를 떴음은 물론이다. 싫은 꼴은 참지 못하던 YS였다.
YS가 민자당 대표 시절 청와대 초청 주한 외교사절 행사에 턱시도(연미복)를 입고 참석했다. 영원한 비서 김기수 수행실장이 드레스코드를 잘못 전달했기 때문이다. YS는 그러나 시치미를 떼고 행사를 마쳤다. 상도동으로 돌아오던 길에 한강대교 위에 차를 세우게 한 YS는 “뛰어내리레이”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때뿐, 김 실장은 청와대를 거쳐 서거하는 시간까지 YS를 보필했다. 부하를 아끼고 챙기기는 여일(如一)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상도동 가신들이 YS가 어려운 시절에도 곁을 떠나지 않은 이유다. 어느 날 저녁, 홍인길 총무수석은 J 횟집에서 회를 포장해 관저에 들여보냈다. 대통령에게 음식을 들일 때는 검식관의 검열을 거친다는 철칙을 어기고서다. 그런데 일이 꼬이려니까 ‘배달 외식’을 즐긴 대통령이 밤새 설사를 했다.
청와대엔 비상이 걸렸다. 국가원수의 건강은 국가 안위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중대사이고, 따라서 홍 수석이 아니었다면 당장 체포돼 치도곤을 맞을 사건이다. 경호실이 이를 문제 삼자 YS는 “맛나게 묵었다. 내(가) 욕심내서 그렇제” 하며 가로막았다. 홍 수석은 횟감을 엄선했는데 아무래도 석연찮다면서 YS가 오랜만의 생선회에 식탐을 냈었나보다고 진단했다. 건강 체질의 YS는 평소 회 한 접시, 수육 한 접시쯤은 뚝딱 해치우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홍 수석은 대통령의 엄명을 거스르고 골프를 치다가 신문에 보도돼 YS를 피해 다닌 적도 있다. 1주일 후 수석회의를 마치고 나가는 홍 수석을 불러 세운 YS는 “별일 없제? 잘하래이”라고 했다. 그게 다였다.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한 YS의 성정은 국정 운영에 그대로 투영됐다.
엽기 외신 인용보도, 저널리즘 윤리는 뒷전 12.1 미디어오늘
[김창룡 칼럼] 반인륜적 제목에 여과없는 표현, 출처 없는 베껴쓰기
인터넷에서 주목받기 위해 강렬하고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언론사의 일상이 됐다. 그러나 시정권고를 받을 정도의 반사회적, 반인륜적 제목달기와 상세묘사에 이르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세계일보 2015년 12월 1일자 "사람 고기, 내가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는 제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하게 만든다. 그 내용을 봐도 곳곳에 잔인한 살해수법과 상세한 묘사가 소설인지, 언론인지 구분하기 힘들게 한다.
이런 반인륜적인 제목이 독자들의 눈에 띄게 박스로 묶은 “오늘의 HOT 뉴스”코너에 선정, 더 잘 보도록 배치시키는 무리수를 범했다. 제목의 내용과 배치, 보도내용 등은 언론기관이 보도해야하는 정도의 저널리즘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세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제목에서부터 ‘혐오감과 반인륜적’ 어휘사용에 금도가 없다.
제목은 다소의 과장과 축약, 비약 등이 허용된다. 그러나 ‘사람고기가 가장 맛있다’는 식으로 거꾸로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어휘선택은 반사회적이다. 언론사라는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이런 식의 제목달기는 공익보도라기 보다는 상업적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 편집행태로 읽힌다. ‘경악’ ‘충격’ ‘깜놀’ 등 제목이 점점 충격의 강도를 높혀가다 이제 아예 ‘사람고기 최고’라는 식은 우리 사회를 흉포화하는데 언론이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보도내용 이전에 이런 제목을 그냥 이렇게 돋보이게 처리해도 문제없는지 편집부장, 편집국장에게 되묻고 싶다.
▲ ⓒ iStock
둘째, 내용도 곳곳에 잔인한 수법과 여과없는 표현이 피범벅이 되고 있다.
이곳에 차마 다 옮기기도 섬뜩한 것들이다. 일부만 인용하면, “...분리된 몸은 장작 위에 놓여있었다. 밀러의 두개골은 손도끼에 쪼개진 듯했다.” 등의 묘사는 마치 소설을 보는 듯 했다. 물론 신문사에서 소설을 소개하기도 하고 연재 소설을 서비스하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권고하는 시정권고내용에는 “공중도덕이나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내용이나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유해한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히 공표하였을 경우”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잔인무도한 사건을 소개하면서 지나치게 상세하게 묘사하여 사회적 역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윤리강령의 기본인 출처를 밝히지않고 세계일보사 기자의 이름을 마치 취재기자인양 붙여놓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기사 내용이 “1874년 2월9일(현지시간), 여섯 광부가 노다지의 꿈을 안고 미국 로키산맥으로 떠났다. 무료한 일상에 지친 이들은 깊은 산 속 어딘가에서 금더미를 발견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로 시작된다.
시기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세계일보 기자가 현지에서 취재할 수 없는 내용의 뉴스를 기사 맨 끝에, “김○○ 기자.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로 표시했다. 이런 크레딧으로는 사진만 영국 데일리메일을 인용하고 취재는 김○○(필자가 익명으로 처리함) 기자가 한 것처럼 읽힌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 원출처라면 ‘번역=김○○ 기자’로 크레딧을 처리하는 것이 독자에 대해 정직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영국의 언론은 더타임즈 등 권위지와 데일리메일 같은 대중지로 이분화 돼 있다. 대중지는 소설을 능가할 정도의 엽기적인 보도를 찾아 재미있게 보도한다. 권위지들은 이런 보도행태를 흉내내지 않으며 권위지의 품격과 권위를 제목과 보도내용, 깊이에서 차별화 한다.
언론이라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표현하고 소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 금도는 무엇인가는 어느 때보다 고민이 필요하고 절제가 절실할 때다. 섬뜩한 제목으로 언론이 공기(公器)가 아닌 흉기(凶器)로 둔갑하면 미래가 없다. 언론사의 절제와 정직이 아쉽다.
대통령 등 뒤에다 총질하면 안 돼"
"김부겸같은 사람 있으면 새누리 안 찍어" 12.1 오마이뉴스
[총선 민심 미리보기2-대구편 ①] 정치 불신 높은 대구의 선택은?
20대 총선에서 대구의 성적표가 갖는 정치적 무게는 역대 어느 총선보다 무거워졌다. 대구 서문시장 한복판에 '대통령님 억수로 사랑합니데이'라는 문구를 적어 내건 새누리당 대구시당의 플래카드가 보인다.ⓒ 남소연
"대통령이 경제 한 번 살려 볼라꼬 그렇게 도와 달라고 했는데 등 뒤에다 총질하면 되나. 유승민이가 누구 덕분에 그렇게 컸는데. 대통령을 보필하기는커녕 공격하는 건 도리가 아니지."
지난 25일, 대구 달성군 화원시장에서 만난 김정균씨(64)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지만 얼마나 강단 있게 일을 잘 하고 있느냐"라며 "박 대통령 은혜 입고 국회의원 됐으면서 대통령을 흔드는 사람들은 거기(국회)에 있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 밀어 줄 것"
대구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입문 후 자신의 지역구로 삼아온 대구에서도 핵심적인 정치 거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부터 18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한 후 19대 총선에서는 이종진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이 지역에서 박 대통령을 향한 믿음은 절대적인 것처럼 보였다. 간간이 내리던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게이트볼을 즐기러 나온 노년층은 박 대통령에 변함없는 애정을 나타냈다.
화원시장 근처 게이트볼장에서 만난 서동구씨(69)는 "내년 총선은 보나마나다, 밤낮 없이 일만 하는 박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밀어줄끼다"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서씨의 동료들도 저마다 "배신당한 대통령이 불쌍타", "박 대통령 도울 사람 찍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의 텃밭 대구의 절대적 상수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라고 찍은 이후 '청와대발 물갈이' 가능성은 대구의 뜨거운 화두가 됐다.
공천이 곧 당선인 대구지역에서 누가 청와대 낙하산을 타고 공천을 따낼지, 과연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론'의 강도는 얼마나 셀지 설왕설래가 오가면서 점점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박근혜와 유승민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대구 동구
박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동구는 박 대통령에 보내는 신뢰와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한 애증이 엇갈리고 있었다. 지난 24일 대구 동구 방촌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박근혜와 유승민'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남소연
박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동구는 박 대통령에 보내는 신뢰와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한 애증이 엇갈리고 있었다. 지난 24일 대구 동구 방촌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박근혜와 유승민'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진아무개(70)씨는 유 전 원내대표를 좋아하지만 섭섭하다고 말했다. 진씨는 "대통령이 잘 못하더라도 도와줘야지 혼자만 잘났다고 하면 쓰것나"라며 "나이 많은 사람들은 유승민에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안재숙(62)씨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면 대통령 말을 들어야지 혼자 잘났다고 하면 안 된다"며 "유승민 의원이 좋기는 하지만 내년 선거에서 대통령이 찍으라카는 사람 찍을기다"라고 말했다.
부친 상 이후 첫 외부 일정을 소화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대구 경북대에서 '대구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강연 하고 있다.ⓒ 남소연
하지만 유 의원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식육점을 경영하는 김아무개(35)씨는 유승민 의원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도 그렇고 제대로 잘하고 있는 게 뭐가 있느냐"라며 "유승민 의원이 소신껏 일을 했는데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에 있는 불로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이아무개(64)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면서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그렇고 대통령의 고집이 너무 세다,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의 여론을 따라야 하는데 너무 자기 고집대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마음이 안 맞는다고 내치면 되겠느냐"라며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유 전 원내대표와의 대결을 선언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불로시장 상인연합회 부회장이라고 밝힌 이아무개씨는 "이재만 청장이 동구를 위해서 많이 일했다"며 "대통령이 이 전 청장을 공천하면 그를 찍겠다"라고 말했다.
"김부겸이 같은 야당 후보만 있으면 새누리당 찍을 일 없을 것"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대결 구도와는 별개로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에게 보인 불신의 골은 깊었다.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시켜주니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 북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박아무개씨(61)는 "나도 매번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을 밀어줬지만 돌아온 게 없다"라며 "정말 우리 지역구에도 김부겸이 같은 야당 후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야당 후보만 있으면 앞으로 새누리당 찍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도 대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야당에서도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옷 수선일을 하는 김구일(61)씨는 "대구 국회의원들이 모두 여당만 있으니 아무런 일도 안 한다, 시민들에게 관심도 없다"며 "대구에 야당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야당 후보 지지론'을 폈다.
최필선(45)씨도 "대구는 대통령을 만들고 지지하고 국회의원도 모두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정작 대구를 위해 해준 것은 없는 것 같다"라며 "이제는 지역을 잘 아는 국회의원이 나와서 경제가 나아지도록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진박이니 가박이니 싸우는 것 꼴 보기 싫어"
대구 정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높았지만 '청와대 낙하산 투입' 등 인위적인 공천 개입에는 거부감도 감지된다. 현재 대구 동구갑, 북구갑, 중·남구 선거구 등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지역에 이른바 '박근혜 키즈'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박아무개씨(42)는 "대구 현역 의원들이 잘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대구에 애정도 없는 사람들이 선거 때가 되니 몰려와서 '진박'이니 '가박'이니 떠들며 싸우는 것도 꼴 보기 싫다"라고 말했다.
방촌시장에서 만난 김덕만씨(60)는 "TK 물갈이는 선거 때마다 항상 나오던 이야기"라며 "대구로 내려오는 인사들이 박 대통령 이름 팔아 국회의원 해보겠다고 나선 사람인지, 진짜로 일을 할 사람인지 인물을 한 번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아무개씨(62)는 대구 동구갑 출마가 거론되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관련해 "(동구갑 현역 의원인) 류성걸 의원도 그렇고 정 전 장관도 그렇고 위에서 내려주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구에서 일은 잘 안 한다"라며 "우리지역 정치인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딸아,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렴"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의 편지 전문 12.2 경향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소아과 전문의 프리실라 챈 부부가 페이스북 지분의 99%를 기부하기로 했다. 저커버그 부부는 1일(현지시간) 첫 딸 맥스를 얻은 뒤 450억달러에 달하는 페이스북 지분을 살아있는 동안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며 “너를 사랑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게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고 기부의 뜻을 밝혔다. 다음은 편지 원문 번역본이다.
1일 첫 딸 맥스를 출산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프리실라 챈 부부. 출처/저커버그 페이스북
맥스에게
너가 우리에게 주는 희망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네 삶은 약속으로 가득차 있고, 우리는 너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그것들을 모두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너를 통해 우리는 이미 너가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소망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어.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단다.
뉴스 헤드라인은 잘못된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세상은 여러 면에서 나아지고 있단다. 인류가 건강해지고 있고, 가난은 줄어들고 있어. 지식은 늘어나고, 사람들은 갈수록 연결되고 있어.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기술의 발전은 너의 삶을 지금보다 극적으로 나아지게 할 거야.
우리는 이를 위해 우리의 몫을 할 거야. 너를 사랑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게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미래를 살아갈 세대들은 더더욱 그렇다고 우리는 믿어. 우리 사회는 이미 여기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앞으로 이 세계에 올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투자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
하지만 지금 우리가 너희 세대가 맞닥뜨릴 기회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다함께 자원을 투자하지는 않고 있어. 질병을 예로 들어볼게. 우리는 병에 걸리지 않도록 연구하는 일보다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50배나 많은 돈을 쓴단다. 의학이 진짜 과학으로 여겨진 지는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어떤 질병들은 완치할 수 있게 됐어.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다음 100년동안 거의 모든 질병을 예방, 치료, 관리할 수 있게 될 거야.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장병, 암, 뇌졸증, 신경퇴행성 및 감염 질환 등 다섯 가지 질병 때문에 숨진단다. 우리는 이 질병을 포함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좀더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야. 우리가 너와 너의 자녀 세대가 질병으로부터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조금씩 투자해야 하는 책임을 갖게 되지. 네 엄마와 나는 우리의 역할을 하고 싶단다.
질병의 치료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지. 5년 또는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는 우리가 별다른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하지만 길게 보면 지금 뿌려진 씨앗들이 자라날 그 어느 날엔가 너나 너의 자녀들은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보게 될 거야. 이런 기회들은 얼마든지 많이 있단다. 사회가 이런 거대한 도전들에 에너지를 집중한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남겨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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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세대를 위한 우리의 희망은 두 가지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단다. 하나는 인간의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것, 다른 하나는 평등을 증진하는 것이지. 인간의 잠재력 향상은 인간의 삶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 그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란다.
우리가 지금보다 100배 이상 많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을까? 우리 세대가 너희가 좀더 오래오래 건강히 살 수 있도록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너희가 모든 아이디어와 사람, 기회에 접근하도록 세계를 연결할 수 있을까? 우리가 더 깨끗한 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너가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지금은 미처 생각지도 못하는 것들을 개발해낼 수 있을까? 너가 어떤 기업이든 세우고 평화와 번영을 가로막는 과제들을 해결하도록 우리가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을까?
평등을 증진하는 것은 모두가 자신들이 처한 여건에 상관없이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단다. 우리 사회는 정의나 자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간 발전의 이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를 해야만 해. 지금 세상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박탈당하고 있어.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지닌 재능과 아이디어, 기여를 연결하는 것이란다.
우리 세대가 빈곤과 굶주림을 근절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기본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 있을까? 포용하고 환대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모든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와 이해를 키울 수 있을까? 여성과 어린이들, 대표되지 못하는 소수자들, 이민자들과 디지털로 연결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을까? 만약 우리 세대가 바르게 투자한다면, 어쩌면 네가 사는 동안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예스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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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잠재력 향상’과 ‘평등의 증진’이라는 미션은 모두에게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 한단다.
·25년, 50년, 심지어 100년까지도 내다보는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해. 어려운 과제일수록 단기적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고, 매우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지.
·우리가 도우려는 사람들을 직접 참여시켜야 해. 그들의 필요와 욕망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힘을 키울 수 없거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해. 여러 기관들이 이 분야에 돈을 투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질 때 발전이 이뤄진단다.
·정책 결정과 애드보커시에 참여해야 해. 여러 기관들이 꺼리는 일이지만, 운동이 뒷받침되어야만 발전도 지속가능할 수 있어.
·각계의 강력하고 독립적인 리더들을 지원해야 해. 전문가들과 협력한다면 우리 스스로 이끌어가는 것보다 미션 달성에 더 효과적일 수 있어.
·오늘 위험을 감수해서 내일을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해. 아직 우리의 배움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시도들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듣고 배우면서 나아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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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가 개인별 맞춤학습, 인터넷 접근, 공동체 교육, 보건 분야에서 쌓은 경험은 우리의 철학을 이루고 있단다. 우리 세대는 모두가 개인의 관심사나 필요에 상관없이,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속도로 배우는 교실에서 자라났지. 너희 세대는 각자 되고 싶은 꿈 - 엔지니어, 의료 종사자, 작가 또는 공동체 리더- 을 향해 목표를 세우게 될 것이야. 너희가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고 어디에 집중하면 좋을 지를 이해하는 기술도 나올거야. 관심있는 과목은 빠르게 배우고, 어려워하는 분야는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도움을 받게 될 거야. 학교가 제공하지 않는 주제들을 탐구할 수도 있게 되겠지. 교사들은 좀더 나은 도구와 데이터를 가지고 너가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거야.
또 전 세계 학생들이 좋은 학군에 살지 않더라도 인터넷 상의 맞춤형 학습도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거야. 물론 기술만으로 모두가 인생에서 공정한 출발을 누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개인별 맞춤학슴은 모든 어린이에게 더 나은 교육과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하나의 확장가능한 수단이 될 거야.
우리는 지금 이 기술을 만들고 있는데, 이미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어. 학생들은 시험만 잘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도 배울 수 있는 역량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거든. 이제 시작일 뿐이야. 너가 학교에 들어갈 때쯤이면 매년 기술과 교수법이 눈부시게 향상될거야.
네 엄마와 나는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봤고, 무엇이 필요한지도 직접 보았단다. 전세계 학교들이 이 학습법을 채택하려면 교육 분야의 강력한 리더들과 함께 일해야겠지. 또 공동체의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커뮤니티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단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야 해. 때로는 실수를 하면서 목표를 이루기까지 여러 교훈들을 배워야하고. 하지만 너희 세대를 위한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회 전체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미래에 투자할 책임이 있는 것이란다. 함께라면 우리는 이것을 해낼 수 있어. 개인별 맞춤학습은 좋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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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세대의 많은 기회들은 모두가 인터넷 접근권을 누리는 데서 나올거야. 인터넷하면 사람들은 오락이나 소통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인터넷이 생명줄이 될 수도 있어.
인터넷은 좋은 학교 근처에 살지 않더라도 교육을 제공하고, 의사가 주위에 없더라도 질병을 예방하거나 자녀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지. 은행 근처에 살지 않더라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경제가 튼튼하지 않더라도 일자리나 기회를 주기도 해.
인터넷 접근을 갖게 된 10명당 한 명 꼴로 가난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정도란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촌 인구의 절반이 넘는 40억명 이상이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한단다. 우리 세대가 그들을 인터넷에 연결한다면, 수천만명을 빈곤에서 탈출하게 만들 수 있단다. 어린이 수천만명이 교육을 받고 수백만명의 생명을 질병으로부터 살리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지.
모두 기술과 파트너십을 통해 장기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란다. 인터넷이 좀더 접근가능하도록 새로운 기술을 발명해야겠지. 정부나 비영리단체, 기업과 협력하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기 위해 공동체도 참여시켜야 해. 무엇이 최선의 길인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릴 수도 있고, 성공하기 전까지 여러 시도를 해야 할 거야.
하지만 우리가 함께라면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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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자체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은 강하고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있어. 어린이들은 교육받을 수 있을 때 최고의 기회를 누리는데, 건강해야만 잘 배울 수 있거든. 건강은 일찌감치 결정된단다. 가족의 사랑과 균형잡힌 영양 상태, 안전하고 포근한 환경이 필수적이지. 어린 나이에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어린이들은 종종 건강하지 못한 신체와 정신을 갖게 돼. 뇌의 발달에 물리적인 변화가 생기면 인지 능력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지. 의사이자 교육자인 네 엄마는 이를 직접 경험했단다. 건강하지 못한 어린시절을 보내면 너의 모든 잠재력을 펼치기 어렵단다.
음식과 집을 염려하거나 학대나 범죄를 당할까 걱정한다면 말이지. 피부색 때문에 대학이 아니라 감옥에 갈까 두려워하고, 혹은 네 법적 지위 때문에 가족이 강제추방될까 두려워하면, 그리고 종교나 성적 지향, 성적 정체성 때문에 폭력 피해자가 될 것을 두려워한다해도 마찬가지이지. 이런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제도가 필요해. 이것이 바로 네 엄마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학교의 철학이란다.
우리가 학교와 보건센터, 부모 그룹, 지방정부와 협력해서 모든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충분한 음식과 돌봄을 제공받도록 보장한다면 이런 불평등을 하나로 다룰 수 있게 될 거야. 비로소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함께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란다.
온전한 모델을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 하지만 인간의 잠재력 향상과 평등 증진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지. 어느 쪽을 원하든 우리는 먼저 포용적이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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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 살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단다. 오늘 네 엄마와 나는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작은 몫을 보태며 살아가기로 결심했단다. 나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 페이스북의 CEO로 일하겠지만, 이 문제들은 너나 우리가 더 나이들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야. 젊은 나이에 시작했으니, 앞으로 인생 동안 긍정적인 변화가 불어나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단다.
너가 챈-저커버그 가족의 새로운 세대로 삶을 시작하는 순간에, 우리도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시작하게 됐구나. 다음 세대의 모든 어린이들을 위해 인간의 잠재력을 향상하고 평등을 증진하는 일에 전세계 사람들과 함께 동참하게 됐단다. 우리가 먼저 집중할 분야는 개인별 맞춤학습과 질병 퇴치, 사람들의 연결, 그리고 강한 커뮤니티를 세우는 것이란다.
미션 달성을 위해 우리는 보유한 페이스북 지분의 99% - 현재 약 450억달러 - 를 살아있는 동안 기부할 거야. 이미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재능이나 자원에 비하면 적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단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새로운 가족의 리듬에 적응하고, 출산휴가에서 복귀하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게.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이 일을 할 것인지 너도 많이 궁금해할 거라고 생각해.
이제 부모로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게 되었구나. 이를 가능하게 해 준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구나. 우리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 뒤에 강한 글로벌 공동체가 있기 때문이란다.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자원을 만들었고, 페이스북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 역할을 하고 있단다.
우리의 멘토, 파트너, 그리고 이 분야를 세우는 데 기여한 멋진 사람들과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야.
또 우리가 이 공동체를 섬기고 미션을 달성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랑하는 가족과 든든한 친구들, 멋진 동료들이 주위에 있기 때문이야. 너 또한 네 삶에서 이와 같이 깊고 영감을 주는 관계를 갖게 되기를 기대한단다.
맥스야, 우리는 너를 사랑해. 너와 모든 어린이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남겨줘야 할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단다. 너 역시 너가 우리에게 주는 사랑과 소망, 기쁨이 넘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기원한다. 너가 이 세상에 무엇을 가져올지 정말 기대되는구나.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가
뽀로로 가면 쓴 심상정 “제가 IS처럼 보입니까” 12.1 경향
ㆍ정의당, 복면금지법 토론회 “일종의 집회실명제…위헌”
“제가 IS(이슬람국가)처럼 보입니까.”
정의당 심상정 대표(56)가 1일 국회에서 당 주최 ‘복면금지법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토론회에 어린이만화 캐릭터인 ‘뽀로로’ 가면을 쓰고 인사말을 했다. 심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입에서 시위대를 IS 테러리스트에 견주는 발언이 나왔다. 복면을 쓴 게 비슷하다는 이유”라며 “저도 복면을 쓰고 나왔는데 제가 IS처럼 보입니까. 그렇게 위협적인가”라고 반문했다.
복면 쓰고 “복면금지법 반대” 정의당이 1일 국회에서 개최한 ‘복면금지법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심상정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들이 정부·여당의 복면금지법 추진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가면을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스파이더맨’ 가면을 쓴 김세균 공동대표를 비롯해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주민 변호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참석자들이 저마다 복면을 쓰고 함께 포즈를 취했다.심 대표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복면금지법’은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라며 “이 법의 노림수는 비판적 목소리를 사전에 틀어막고 정부 입장만 일방적으로 주입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풍자와 패러디로 단순히 웃어넘길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경신 교수는 발제에서 “순수한 의미에서 복면금지법은 집회·시위에 나오는 행위 자체를 신원을 공개한 상태에서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일종의 ‘집회실명제’ ”라며 “집회실명제는 2012년 위헌 판정을 받은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와 마찬가지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폭력행위와 관련 없는 단순 참가자를 복면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복면 등’ 착용 금지에 대해 ‘모자나 선글라스는 되느냐’는 의견이 분분한데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이 반긴 ‘단식 청년들’ 누구? 12.2 한겨레
노동법 개정 촉구 단식 등 여당 행사 단골로 등장
박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땐 청와대 초청받아 방청
12월1일 오전,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원유철 원내대표의 표정에는 흡족함과 자신감이 흘렀다. 전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야당의 협조 속에 무난하게 가결시킨 ‘성과’ 때문인 듯 보였다. 원 원내대표는 한중 에프티에이 비준안 처리 이후 다음 타깃으로 ‘노동개혁 5대 입법’ 개정안 처리를 제시했다. 곧 표정이 비장하게 바뀌었다. “오늘(1일)부터 우리 청년들이 노동개혁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한끼 단식 릴레이’ 시위를 한다고 한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저도 오늘 11시20분에 국회 앞에서 단식을 하는 청년들을 방문해서 격려하고자 한다.” 원 원내대표는 격려 방문 시간까지 공지하는 친절함을 잊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국회를 찾아 ‘한끼’ 단식을 하는 청년들이 궁금했다. 원 원내대표를 따라 국회 정문으로 갔을 때 ‘노동개혁입법 촉구 릴레이 한끼 단식 국민운동, 19대 국회 D-9일’ ,‘노동시장개혁은 청년에게 희망입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든 청년 3명이 나와있었다. 이들 청년 3명과 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4명이 나란히 서서 피켓을 나눠 들었다. 노동개혁을 호소하는 청년들과 이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여당 의원들에게로 수십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격려와 호소가 이어졌다.
“우리 청년들이 이력서를 들고 기업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청년들이 일자리 달라고 피를 뽑지 않나, 서명을 받아서 건의서 만들고 국회에 쫓아오지 않나. 정말 저희도 청년에게 죄송하고 미안한 심정이 가득하다. 야당은 청년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노동 5법 처리에 함께 해달라!” (원유철 원내대표)
“청년들은 현재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저주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취업난 때문이다. 야당은 하루라도 빨리 대한 청년들 위해서 노동개혁 입법에 참여해달라!”(민천식 자유대학생연합 대표)
“꿈과 희망을 가지고 현실을 개척해나가야 할 청년들이 지금 거리로 나와서 ‘국회가 제역할을 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참담한 심정이다. 하루빨리 야당은 진지하게 논의에 임해달라!”(권성동 여당 환노위 간사)
“저희 청년들 모두가 1만인 서명까지 모아서 노동개혁 이뤄달라는 부탁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응답이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중요한 건 야당의 선택, 결단이다. 국회 중지를 모아서 청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신보라 ‘청년이 여는 미래’)
각자의 발언이 끝난 뒤 원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년단체 대표들에게 “우리가 열심히 하겠다!” “힘내세요!” “화이팅”하고 격려했다. 청년들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약 7~8분 동안의 만남은 잘 짜인 각본처럼 빈틈이 없었고, 좋은 ‘그림’을 만들어냈다.
사실 이들은 초면이 아니었다. 이날 한끼 단식 릴레이 시위에 참여한 신보라 대표와 조승수 ‘청년이 만드는 세상’ 공동대표는 여러 차례 새누리당이 마련한 노동개혁 촉구 행사에 얼굴을 비쳤다. 신보라 대표는 지난 8월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가 개최한 ‘청년 구직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지난달 16일에 신 대표는 원유철 원내대표를 만나 ‘청년고용 촉진 및 노동시장 개혁을 바라는 청년선언 1만명 서명’을 전달했다. 11일 뒤인 27일에는 신 대표와 조승수 공동대표가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회 주최의 ‘노동개혁을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의 또다른 개혁 과제였던 공무원연금개혁 진통이 한창이던 4월 말에는 신보라 대표와 조승수 공동대표가 국회를 찾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책임있는 자세로 공무원노조 설득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교롭게도, 정부·여당이 강력 추진하는 개혁의 고비마다 ‘청년’의 이름으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주고 야당과 노동계 등을 압박하는 자리 대부분엔 이들이 함께했던 것이다. 새누리당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지도부가 청년 대표를 만나는 일정이 잡힐 때마다 “신보라 대표 등 아니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분위기가 있을 정도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청년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귀기울이는 이들 대부분이 보수 청년단체로 분류되는 청년단체의 대표나 임원이라는 점이다. 신보라 대표가 속한 ‘청년이 여는 미래’는 2010년 천안함 침몰 때 좌파 단체를 중심으로 대학가에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낀’ 청년들이 모여 발족한 단체다. 민천식 대표가 이끄는 자유대학생연합은 종북세력청산범국민협의회에 가입돼 있는 대표적 보수학생단체로 꼽힌다. 조승수 공동대표가 맡고 있는 ‘청년이 만드는 세상’은 지난 10월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지를 재확인한 국회 시정연설 당시 이례적으로 청와대 쪽 초청을 받아 본회의장에서 방청을 하기도 했다.
이들이 보수단체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한끼 릴레이 단식 시위 자체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이들이 ‘청년’의 이름으로 특정 정당의 입맛에 맞는 목소리를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그 특정 정당이 소수의 주장을 청년 전체의 뜻인양 호도해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도구로 삼는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른 편의 청년단체나 일반 청년들 가운데선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개혁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목을 맨 노동개혁이 노동약자인 청년세대에겐 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개혁으로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보다, 양질의 안정된 일자리가 늘어나길 바라는 청년들의 외침에도 정부·여당은 마음을 열 의무가 있다.
내 멋대로 상상을 해본다. 간절한 바람을 갖고 있는 청년이라면 ‘한끼 단식’이라는 가벼운 퍼포먼스를 떠올렸을까. 노동개혁을 멈춰달라는 청년의 절규였다면 새누리당이 버선발로 뛰어나가 ‘파이팅’을 외쳤을까.
무엇보다, 원 원내대표가 정말 “청년들이 단식을 하는 게 참으로 가슴 아팠다”면, 그들을 찾아가 단식 시위를 ‘격려’할 게 아니라 단식을 ‘중단’하라며 손을 잡아주는 게 맞지 않았을까.
이건창, 참 보수주의자의 통곡 12.2 한겨레
영재는 조선 과거 사상 최연소(15살)로 급제했다. 하지만 참됨만을 따랐던 탓에 벼슬은 언제나 유배로 끝났다. 말년에 고종이 최후통첩을 했다. ‘벼슬이냐, 아니면 유배냐.’ 그는 주저 않고 유배를 택했다. 가장 혹독하다는 절해안치를 자청해 고군산열도로 갔다.
이들은 철두철미 보수주의자였다. 그러나 신분질서를 혁파하고 부정부패를 발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개화파를 용서할 수 없었다. 영재의 통탄이 들리는 듯하다. 저의 영달을 위해 나라와 양심과 신념을 파는 자들이 보수주의를 자처하고 있으니….
1996년에야 복원된 강화도 사기리의 영재 이건창 생가는 낮고 좁고 단조롭다. 어깨높이의 담장은 띠를 얹었고, 역시 초가지붕의 살림채는 두 평 남짓 대청에 사랑방과 안방이 기역 자로 붙어 있다. 사랑방은 반듯한 1평 남짓이고, 안방은 그런 게 두 개 잇대어 있다. 구한말 조부는 이조판서, 본인은 참판을 지낸 명문가 종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매천 황현 글씨의 ‘명미당’ 편액을 보아도, 뒤란의 ‘정경’ 지위에 오른 선대의 묘를 보아도, 실망스럽다. 생가 오른편 문학비에 이르러서야 생각이 바뀐다. 한국의 문학인이 망라된 한국문학비건립동우회가 1997년 7월 건립한 것이다.
시비 뒷면의 약전은 이렇다. “맑고 고운 시문으로 구한말 사단을 빛낸 문장가요 시인이시며 양명학을 가학으로 받들고 고궁을 가헌으로 지킨 조선시대 선비의 전형이며 … 대쪽 같은 기개와 신념으로 불의와 타협을 거부한 전통시대 관아의 모범이셨다. …” 창강 김택영이 여한9대가로 꼽았고, 민영규 전 연세대 교수가 강화학파의 마지막 종장으로 평가했던 영재. 그제야 오로지 맑고 밝다는 택호가 다시 눈에 들어오고, 생가의 가난은 주인장의 드높은 자존과 곧은 정신으로 다가왔다.
가묘 중엔 조부 이시원의 묘소가 있다. 조부는 1866년 병인양요 때 동생 지원과 함께 자결했다. 프랑스 군대에 강화읍성이 함락됐을 때 관리들은 모두 도망쳤다. 그 치욕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사기리 집 대청에 세 형제가 앉았다. 셋째 희원은 남은 가족을 돌보도록 했고, 첫째와 둘째는 치사량의 간수를 마셨다. 장손 건창은 그렇게 저승으로 떠나는 그 모습을 낱낱이 지켜보았다. 조부는 어려서부터 이렇게 말했다. “질의 참됨만이 네가 갈 길이다. 결과의 대소고하는 따질 일이 아니다.”
영재는 그해 조선 과거 사상 최연소(15살)로 급제했다. 너무 어려 4년 뒤에야 벼슬에 나섰다. 하지만 참됨만을 따랐던 탓에 벼슬은 언제나 유배로 끝났다. 말년엔 내리는 벼슬을 모두 고사하자 고종이 최후통첩을 했다. ‘벼슬이냐, 아니면 유배냐.’ 그는 주저 않고 유배를 택했다. 가장 혹독하다는 절해안치를 자청해 고군산열도로 갔다. 그런 사생관은 조부의 영향도 컸지만 그 바탕엔 가학으로 내려온 조선 양명학의 정신이 깔려 있었다.
하곡 정제두는 숙종 말 한양을 떠나 강화도에 정착했다. 당시 주자학 유일사상 체제 아래서 양명학은 집권 노론에 의해 사문난적으로 낙인찍혔다. 앞서 허균, 박제가, 유수원, 이수광 등이 양명학을 받아들였지만, 스스로 양명학자임을 밝힌 이는 하곡이 유일했다. 그가 강화로 이주할 때 노론과의 권력투쟁에서 뿌리 뽑힌 소론계열의 이광명, 신대우 등이 하곡의 뒤를 따랐다. 영재는 이광명의 종손이요, 이광명은 원교 이광사의 종형.
양명학은 마음이 곧 이치라 하여, 주체성을 강조했다. 마음 밖에 사물이 없고 마음 밖에 이치가 없다는 것을 종지로 삼았다. 따라서 인간은 누구나 도덕적 본성과 합리적 이성을 갖추고 태어난 평등하면서 존귀한 존재였다. 반면 성리학은 사물의 본성이 이치라 하였고, 그 이치는 공맹의 경전과 주자의 해석으로 남김없이 드러났으니, 배우고 따르기만 하면 됐다. 특히 주자는 <대학>의 친민(親民)을 신민(新民, 백성을 새롭게 한다)으로 바꿔, 사대부 중심의 계급질서를 합리화하려 했다. 이에 비해 양명학은 경전 본래의 친민(백성과 가까이 하여 그 고통과 슬픔과 기쁨을 같이한다)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백성을 계도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존재로 보았다. 여기에 백성이 가장 중하고, 둘째는 사직이며 군왕은 가볍다는 <맹자>의 내용까지 더했으니, 성리학의 입장에선 사문난적이었다.
하곡과 그 제자들은 더 나아가 동기의 순수함과 실천의 지극함을 강조했다. 앎은 함의 시작이며 함은 앎의 완성이었다. 구한말에 이르러 하곡의 학풍을 이어받은 강화학의 후예들이, 민족의 비극 앞에서 대부분 장엄한 최후를 선택한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영재의 문장을 흠모했던 매천 황현은 경술국치를 당하던 해 자결했다. 아우 경재 이건승, 그리고 하곡의 7대손 기당 정원하 전 참판은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해 자결을 시도했다. 가족의 저지로 실패하자 경술국치의 해 문원 홍승헌 전 참판, 수파 안효제 등과 함께 만주로 항일투쟁의 길을 떠났다. 뜻은 비장했지만,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들은 관조차 마련 못 하는 처절한 궁핍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수파는 1912년, 문원은 1914년, 경재는 1924년, 기당은 1926년 세상을 떠났다.
헤이그 밀사로 파견됐던 보재 이상설은 1888년 영재가 전남 보성으로 유배를 떠날 때 성문 앞에 술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던 제자였다. 그는 만주와 극동지역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1917년 러시아의 니콜리스크(우수리스크)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들과 세교를 맺었던 이석영, 이회영 형제, 그리고 이동녕도 그렇게 죽음을 맞았다. 해방 1년 전, 지리산 천은사 입구 월곡 저수지에 뛰어든 매천의 동생 석전 황원의 죽음은 강화학파 장렬한 산화 행렬의 대단원이었다.
거명된 이름만으로도 알아차렸겠지만, 이들은 철두철미 보수주의자였다. 갑오년 혁명을 일으킨 동학농민군에 대한 토벌을 주장하며 타협과 협상을 반대했다. 개화를 막기 위해 버텼고, 갑오경장을 거부했으며, 단발령에 저항했다. 개화파들을 두고 이 나라를 도박판의 판돈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이들은 농민봉기 이전에 그 원인이 되었던 신분질서를 혁파하고 부정부패를 발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화를 반대한 것은 스스로 혁신하지 않고는 개화가 곧 망국으로 이어지리라는 판단 때문이었고, 외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개화파의 행태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런 영재에게 ‘문장은 시대를 위해 써야 하고, 시는 현실의 문제를 위하여 써야’(중국 백거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권력자들의 죄상을 성토하는 데 추상같았고, 그의 시는 약자의 고통을 뼈에 사무치게 드러냈다. “… 남편은 굶주림을 참으며 작은 논에 모내기를 하다가/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굶어 죽었다/ 남편이 심은 벼를 수확한 추석날/ … (그 아내가) 유복자 안고 죽은 남편을 향해 오열하다가,/ 기절한 지 오래지 않아,/ 돌연히 아전들이 사립문을 부수며,/ 세금 내놓으라고 소리 지른다.”
1878년 충청우도 암행어사로 나갔다가 농민들의 참상과 관리들의 패악질을 눈으로 보고 쓴 장시 ‘전가추석’의 일부다. 수탈을 피해 산중으로 숨어든 화전민에게 닥친 재앙을 전하는 ‘협촌기사’는 가슴을 후벼 판다. “이 산중에 호랑이도 없고/ 근방에 산적도 없거늘/ … 관속배 팔을 걷어붙이고/ 노인을 치고 부인네 욕보이고/ 해괴하기 말로 다 못하겠소/ … 놀란 아기 반쯤 사색이요/ 움츠린 개 숨을 헐떡헐떡/ 다시 챙겨봐야 무엇하랴/ 빈 방구들에 해진 삿자리 남았구나….” 이웃집에 살았지만 평생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짚신장이의 죽음 앞에서, 매장할 땅을 내어주고 쓴 ‘유수묘지명’의 명문은 그의 인간존중 정신과 문장의 한 절정을 보여준다. “백성들은 오곡이 풍성한 것을 보배로 여기고/ 열매는 거두어 먹고 짚은 버렸네./ 유씨 노인은 이것으로써 늙을 때까지 마쳤으니/ 살아서는 신을 삼았고 죽어서는 거적에 싸여 갔네.”
그는 1893년 보성 유배지에선 이렇게 자책했다. “…나는 누구이기에 앉아서 안일을 누리는가.” 하루 세끼 얻어먹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건평리 바다를 등지고 동남의 진강산을 바라보는 자리에 영재 묘가 있다. 진강산 서쪽 기슭엔 하곡 묘가 있다. 영재는 간곡하게 하곡을 바라보고, 하곡은 하일리 해 지는 바다를 응시할 따름이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시작과 끝을 오직 진실과 양심에 호소할 뿐, 성패를 묻지 않는 것일진대.”
그럼에도 영재의 통탄이 들리는 듯하다. 오로지 저의 영달을 위해 나라도 팔고, 양심도 팔고, 신념도 파는 자들이 지금 보수주의를 자처하며 국정을 농단하고 있으니…. 아직도 빛은 어둠에 가려져 있는가. -곽병찬 대기자
정부가 안 하는 복지, 지자체까지 못하게12.2 미디어오늘
[뉴스분석]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복지 구조조정’ 명분으로 교부세 삭감… 취약계층 복지에 직격탄
박근혜 정부가 정부와 협의‧조정을 거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제재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이 시행령을 무기로 ‘복지 구조조정’에 들어서면서 노인‧아동‧장애인 등 복지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지방에게 지급하는 지방교부세 감액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지방정부가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협의·조정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거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는 법령 위반으로 지나치게 많은 경비를 지출한 경우’에 지방교부세를 감액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청년수당’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9~29세 저소득층 취업준비생 3000명을 선정해 최장 6개월간 매달 50만원씩을 주는 청년수당을,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19~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을 수당으로 주는 청년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서 몇몇 위원들은 이러한 청년수당 정책에 대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가 시행령을 이용해 야당 지자체장들이 내놓은 복지정책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번 시행령이 상위법인 법률과 헌법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헌법 117조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한다. 지방자치법 제9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범위로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 ‘사회복지시설의 설치‧운영 및 관리’ ‘생활이 곤궁(困窮)한 자의 보호 및 지원’ ‘노인·아동·심신장애인·청소년 및 여성의 보호와 복지증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근혜정부복지후퇴저지특별위원회’는 1일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은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지방자치법은 자치단체의 주민복지 사무를 명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명백한 위헌이자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정부가 교부세 삭감을 무기로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통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행위, 복지위 소속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난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기초단체 중복사업 일제정비 지침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에 대한 승인권을 행사하려 한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번 시행령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 구조조정’ 움직임 속에서 이를 읽어야한다는 뜻이다. 지난 8월 11일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을 의결했다. 지자체가 시행 중인 자체 사회보장사업 5891개 사업 중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중복성이 있는 사업을 정비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가 주장하는 유사중복사업의 폐지가 지역에서 복지축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지자체들이 그간 중앙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자체 복지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이런 사업들이 ‘유사중복’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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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24시간 제공’이 대표 사례다.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이후 집에 화재가 나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정부는 여전히 ‘활동보조 24시간 제공’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몇몇 지자체들은 최중증장애인들에 대한 추가 지원을 통해 활동보조 24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유사중복사업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자체의 ‘추가 지원’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교부세 삭감은 이런 유사중복사업 재정비의 무기로 쓰일 수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월 정부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과 관련하여 지자체에 강제력을 행사하기 위한 법적근거로 약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자체별로 노인복지 차원에서 노인들에게 매달 2만~3만원씩 장수수당을 지급하거나 80세 되면 일시불로 50만~100만원을 지급하는 장수수당이 있다. 건강보험료 1만5천원 미만의 어렵게 사시는 분들에게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지자체도 있다”며 “장기요양보험은 등급을 받아야 지원 받을 수 있는데, 등급을 받지 못했어도 몸이 불편하거나 정신에 이상이 있는 분들에게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지자체도 있다. 시행령 개정안으로 중복복지사업이 없어지면 이런 지원들이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제도들은 대부분 기초연금만큼 수급비가 깎이는 기초생활수급노인 및 저소득층 등 정부의 복지 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다. 고 사무처장은 “기초연금이 도입되고 노인 일자리 사업도 하는데 해가 갈수록 노인빈곤율은 올라간다. 그래서 지자체에서 장수수당이나 등급 외 환자에 대한 지원, 보험료 지원 등을 해준다”며 “정부는 이런 걸 중복사업이라며 없애라고 했고, 지자체가 말을 듣지 않자 통제하려고 시행령 개정안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유사중복복지라며 없애라고 하지만 사실상 중앙정부의 복지 부족분에 대한 보충 정도 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며 “중앙정부가 보장하지 않는 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 보육교사 등 사회서비스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보조를 지자체에서 하고 있다. 현 정부는 이런 복지제도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복지 구조조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재정 감축이다. 행정자치부는 1일 보도자료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5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집중 논의된 핵심개혁과제인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 등 지방재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밝혔다.
5월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경기회복세가 공고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재정개혁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제고해나가기로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즉 경제가 안 좋으니 재정 지출을 줄이고, 이 방책의 하나로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재정 건전성 확충’으로 인한 복지 구조조정의 여파는 취약계층에게 돌아가게 됐다. 정성철 활동가는 “정부는 복지예산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이는 자연 증감분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다. 게다가 복지예산 120조 중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이 제공받는 복지는 극히 일부인데 이것부터 축소하겠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계사 신도회 전 회장은 이혜훈 전 의원 시어머니
한상균 위원장 퇴거 요구 정치적 목적 의혹 제기돼… 신도회 임원총회에서는 퇴거 연기 결정
조계사에 피신해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며 한 위원장을 끌어내려고 시도했던 조계사 신도회 전현직 임원단에 새누리당 의원의 가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사 신자 한명은 새누리당 의원과 가족관계에 있는 신도회 전 임원 한 사람이 이번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남자 4명과 여자 11명 등 15명으로 구성, 신도회 회장단이라고 밝힌 이들은 지난달 30일 긴급회의를 열어 한 위원장을 직접 끌어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신도회 회장단 박준 부회장은 이날 오후 2시 50분경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한 위원장을 조계사 밖으로 내보내려고 들어간다"며 건물 4층으로 올라갔고, 실제 한상균 위원장을 끌어내려고 시도했다. 박 부회장 등 일행은 조계사 부주지 담화 스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위원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한 위원장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발버둥을 쳤고 입고 있던 승복 윗도리 단추가 뜯어져 나가 상의와 바지까지 벗겨져 팬티 차림으로 버텼다고 신도회 회장단은 전했다.
조계사에 공권력이 투입된 적은 있지만 신도들이 나서 피신한 사람을 끌어내려고 시도하고 퇴거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화쟁위원회가 민중총궐기본부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부에 중재를 요청하고 있고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신도들이 나서 한상균 위원장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는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신도회 회장단은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을 찾아가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신도회 회장단의 행위를 맹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일부 신도들의 위원장 폭행사태 세부 상황이라며 "(30일) 3시경 조계사 신도라는 10여명이 ‘조계사 신도회’란 이름으로 관음전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신발을 신은 채로 관음전 숙소로 들어와 위원장의 목을 조르고, 쓰러뜨려 눕혔다"며 "심지어 이불로 싸서 나가자며 위협을 하기도 했고, 위원장의 몸을 들어 밖으로 끌고 나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이 입고 있는 법복이 찢겨 나갔고, 법복 상하의가 모두 탈의가 됐다. 조계사 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힘든 폭력 난동이 20여 분간 자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은 "이들은 경찰과 전화통화를 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주고받았고, ‘끌고 나갈테니 차량을 대기하라’는 등 경찰과의 관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며 "민간인이 아니라 사복경찰이라 할 만한 행태였다. 사실상 공권력과 내통하며 정권의 충복을 자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유례없는 조계사 신도들의 퇴거 요구와 완력 행사에 대해 집권여당과 경찰이 관계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오랜 조계사 신도라고 밝힌 한 관계자는 "이번 신도회 회장단 이름으로 들어가 있는 사람 중 이연숙 전 회장이 있는데 이들은 신도를 열심히 한다기 보다 집권여당의 골수파로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지냈던 이혜훈 전 의원의 시어머니인 것으로 파악됐고, 이번 분란도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스통 할배는 되고, 너는 안 되고 12.1 미디어오늘
과격 보수단체 집회 수수방관하는 경찰 … “자의적 법집행” 매번 편향시비
‘가스통 할배’는 보수단체의 과격한 집회를 비꼬는 단어다. 정부‧여당은 오는 5일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앞두고 대대적 시위자 검거 방침을 세우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단체의 과격 집회에 대한 제재는 보수 정권 이래 관대했다는 지적이다.
언론이 민중총궐기 대회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정치권에서 복면 착용이 쟁점화하고 있지만 권력의 살핌 아래 보수단체 회원들은 복면은 물론 가스총, 각목 등 각종 집기를 들고 집회 현장을 배회했다.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지난 2010년 6월 참여연대 앞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당시 시너가 담긴 소주병과 LP가스통까지 매단 승합차량이 등장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이에 반발한 보수단체가 ‘융단폭격’을 가한 것이다. 보수언론이 “불법적인 도구를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위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중앙일보)고 비판했을 정도로 보수단체의 LPG 가스통 시위는 파장이 컸다.
▲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2007년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호텔에서 열린 고엽제전우회 총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6월 애국기동단 소속 해병대구국결사대 회원 30여 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덕수궁 분향소 주변의 경찰과 충돌했다. 시민들과 경찰, 보수단체 회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일부 보수단체 회원은 가스총을 발포하기도 했다.
군복을 입고 시위에 나서는 이들도 적잖았다. 지난해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이 시국미사를 열자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성당에 진입하려 했다. 신자들과의 충돌도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군복 차림의 보수단체 회원은 권총으로 보이는 물건을 꺼내들고 “이건 늙은 놈 호신용”이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불법 대선 개입 의혹을 받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월 재판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청사에 나타나자, 빨간색 베레모와 군복을 입은 해병대구국결사대 회원들이 원 전 원장 뒤를 따라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많은 누리꾼들에게 회자됐다.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군인이 아닌 한 군복을 착용하거나 군용장구를 사용 또는 휴대해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광우병 촛불 정국 당시 군복을 입은 예비군이 집회에 등장하자 “군의 명예와 자긍심을 훼손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예비군복을 착용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행위는 자제해 주기 바란다”며 자제 요청을 했지만 보수단체에 대해서는 관대해왔다.
지난 2013년 행정자치부는 최근 3년 동안 “불법폭력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해 처벌받은 단체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음에도 ‘국민행동본부’를 지원해 논란이 일었다.이 단체는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에서 집시법 위반,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이 인정돼 2011년 1월 서정갑 본부장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국민행동본부는 당시 한겨레에 “서정갑 본부장이 집시법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았지만 올해(2013년) 1월 특별사면복권돼 문제가 되지 않으며, 최근 3년 동안 불법시위를 주최하거나 주도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1일 “집회를 관리하는 책임은 경찰에 있다”며 “그렇다보니 경찰은 권력을 비판하는 집회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권력을 지지하는 집회는 느슨하게 법집행을 해왔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보수정권에서 진보 성향의 단체에 비해 보수 성향 단체가 편하게 집회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은 편향성 시비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외모가 무기 외신이 본 한국의 성형문화 12.2 HOOC
해외 언론이 한국의 성형수술 문화에 대해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 기술 전문 매체 테크 인사이더에는 “왜 한국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 가기 전 성형수술을 선물로 주는가” 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관련 이야기: 의사에게 성형 기법 전수(?)한 간호 조무사
영상에는 성형수술한 한국 사람의 전과 후와 함께 성형외과 의사가 등장해 “한국에서 쌍꺼풀 수술은 부모가 주는 선물로 여긴다.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에 합격한 것을 축하하는 의미”라고 말한다.
[사진=테크인사이더]
성형외과 의사는 “아시아인 다수는 첫인상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쌍꺼풀이 없으면 화나 보이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쌍꺼풀을 만들어 눈을 커지게 만든다. 사람들은 수술 후 외모가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예쁜 외모는 경쟁력 있는 무기다. 특히 취업시장에서는 예쁜 사람들이 주로 채용 기회를 얻는다” 고 덧붙였다.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 “공안역량 재정비”122 한국
불법·폭력 시위 처벌기준도 대폭 상향 예고
김수남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 신임 검찰총장이 2일 취임해 2년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를 채운다면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 되는 김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회복과 부패수사 역량 강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그러나 김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현재 정권이 가장 집중하는 공안수사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하고, 불법 시위자에 대한 처벌강화와 민사상 손해배상 강구도 언급했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법질서를 훼손하는 각종 범죄에 엄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공안역량을 재정비하고, 효율적인 수사체계 구축과 적극적인 수사로 체제전복 세력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원천봉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총장은 “건전한 시위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집회·시위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선동하고 비호하는 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해 불법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최근 폭력 시위 행태가 용인의 한도를 넘어섰다. 불법과 폭력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라며 “불법·폭력 시위사범에 대한 처벌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형사상 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등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수수사 역량이 떨어졌다는 지적과 관련해 김 총장은 “부패사범 수사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효율적인 수사시스템을 강구하고, 특별수사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부정부패 수사는 새가 알을 부화시키듯이 정성스럽게, 영명한 고양이가 먹이를 취하듯이 적시에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검찰의 중간 간부들이 수사에서 좀더 역할을 하도록 한 ‘부장검사 주임검사제’를 확대 시행하겠다며 대검과 일선 검찰청의 기능과 역할도 재정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각종 범죄에 대한 형사정책적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대처방안을 개발하는 대검의 정책 기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면서 "일반적인 사건 수사에 대한 일선 청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논어의 ‘태이불교 위이불맹(泰而不驕 威而不猛)’이 검찰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설명했다. 이는 ‘태산 같은 의연함을 갖되 교만하지 않아야 하며, 위엄은 있되 사납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김 총장은 광주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법무부와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수원지검장 재직 중 고검장 승진인사에서 한 차례 누락됐다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뒤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에 부임했고, 대검 차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이런 것까지 OECD 1위? 12.2 한국
지난해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길단 사실이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연간 노동시간 1위’ 자리를 6년 만에 되찾아왔단 소식에 “축하한다” 같은 비아냥으로 반응하는 네티즌이 상당수였는데요. 노동시간 말고도 ‘OECD 불명예 1위’ 타이틀이 ‘헬조선’엔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부산 무상급식 운명의 날 D-1 '찬반' 공방 12.2 오마이뉴스
시의회, 중학교 무상급식 예산 심사... 보수단체는 유보 촉구하고 학부모·교육청은 찬성
부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등은 2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중학교 무상급식 시행 보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부산교총
부산시의회가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의 공약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단계별 중학교 무상(의무)급식에 대한 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시의회는 2일부터 이틀에 걸쳐 교육청이 요청한 무상급식 예산 150억 원에 대해 살펴보게 된다. 이중 기존에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원되던 12억 원을 제외한 112억 원이 추가 편성을 요구하는 예산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으로만 채워진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 부산광역시 교원단체총연합회(아래 교총) 등 보수단체도 무상급식을 보류해야 한다고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이미 한 차례 유보를 결정했던 교육청은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단체와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도 무상급식을 바라고 있다.
2일 부산시의회 안팎에서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양쪽의 팽팽한 기 싸움이 계속됐다. 교총 등은 이날 오전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번 시행하고 나면 영원히 지속되어야만 하는 정책인 무상급식을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교육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교총은 무상급식보다 학교 교실의 석면 문제 등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예산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총은 지난달 18일에도 시의회 교육위원들에게 무상급식 시행 유예 건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발끈한 교육청 "반대 이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 '중학교까지 차별없는 친환경의무급식 실현을 위한 부산시민운동본부'가 2일 오전 부산시의회 후문에서 중학교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시의회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교총의 기자회견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교육청이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교총의 이러한 의견이 "대다수 부산교총 회원들의 의사를 반영한 것인지, 어떠한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앞장서야 할 교원단체가 시 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학부모단체도 무상급식 찬성에 가세했다. 지역의 학부모단체를 대표하는 부산광역시 학교 학부모 총연합회와 학교운영위원협의회는 이미 '의무급식 추진 학부모대책위'를 꾸리고 무상급식 시행 운동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대책위는 2일 시의회·부산시·언론사에 보낸 건의서에서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을 가로질러 실시하고 있는 의무급식을 제2의 도시인 부산이 왜 안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대책위는 "부산의 학부모들은 타 도시에 비해 이미 불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학교 의무급식을 반드시 실시하여 교육하기 좋은 도시 부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보성향의 교육 관련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중학교까지 차별없는 친환경 의무급식 실현을 위한 부산시민운동본부' 역시 부산시의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의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한 의무급식 정책은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의무급식 지자체 지원비율을 전국 평균수준만 확보해도 중학교까지 의무급식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교육청에 따르면 2015년 본예산을 기준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무상급식 예산에서 부산 지역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비율은 29.5%에 불과하다. 서울(42%), 경기(43.8%), 충북(46%), 충남(54%), 세종(47.8%) 등에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전국 평균인 40.7%에 비해서도 낮다. 전국 17개 지역 중 부산보다 지원 비율이 낮은 곳은 경남·울산·대구 등 3곳뿐이다.
대통령이 벌이는 ‘대구 인질 사건’12.1 시사인
TK가 흔들린다고? 대구는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 여론마저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지역 기득권이 고착화할수록 정치적 효용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고령화 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민주화 이후 대구·경북(TK) 선거는 전국적인 관심에서 크게 멀어져 있었다.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지지세가 굳건했기 때문에 중앙에서 화제에 오르는 일이 드물었다.
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11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여의도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총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말을 쏟아냈다. 때마침 청와대와 내각의 전·현직 주요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당선이 용이한 TK 지역에 뛰어들겠다고 나섰다. 지역 정치권에는 비상이 걸렸다. ‘텃밭’으로 여겨지는 지역에서 ‘친박 의원’ 수를 늘리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대구는 대통령의 이 같은 정치적 신호에 아무런 반발이 없을까? 내리꽂기형 공천에 대해서도 정말 지역 주민들이 일방적인 지지를 보낼까?
ⓒ연합뉴스 9월7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방문에 대구 지역구 의원은 한 명도 초청받지 못해 ‘공천 위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의문을 품을 만한 지표는 있다. 11월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11월 2주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TK 지역의 국정지지도가 전주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 수치를 11월10일 국무회의 발언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대구 지역 언론인 <영남일보>의 9월 정기 조사에서도 청와대 총선 관여설에 대해 반대 여론(47.8%)이 찬성 여론(36.6%)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만 놓고 보자면, 대통령의 ‘신호’에 대해 지역 여론이 일정 부분 반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대구에서 직접 민심을 마주하는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역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고개를 내저었다. “대구는 흔들리지 않는다.” 대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야 인사 모두의 평이다. 전국적인 규모에서 10%포인트 이상 변화한다는 것은 큰 뉴스지만, 대구에서 그 정도 낙폭은 별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구만의 문법이 있다. 6월25일 대통령이 직접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해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을 때, 대구 정치권 인사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여론이 반반으로 갈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절반가량의 유승민 우호층도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반응은 아니었다. ‘유승민이 잘못한 건 맞지만 너무 타박할 필요는 없다’는 톤이었다. 이를 두고 지역의 한 여당 인사는 “반대 여론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역에서 그런 논박 자체가 불가능한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진실한 사람’은 대통령의 세 번째 경고
박심(朴心)은 대구 정치권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친박이다”라는 선언은 상당한 소구력을 갖는다. 11월15일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공천 경쟁에 나선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출마 선언이 대표적이다. “구민과 박근혜 대통령만 올곧게 모시고 배신의 정치를 응징하겠다”라는 그의 선언에 지역 정치 관계자 대부분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속내가 빤히 보인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 지역 인사는 “이재만 전 청장은 여기 말로 ‘뻔치가 좋다(잘 들이대고 뻔뻔하다는 뜻)’고 평가받는다. 그만큼 밑바닥 민심에 민감하다. 결코 생각 없이 그런 말을 쏟아내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권도 이런 지역 정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6월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도 전략적으로 이 정서를 고려해야 했다. 당시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선거 플래카드에 ‘박근혜 대통령과 협력해서…’라는 말을 덧붙였다. 따져보면 별 내용이 없는 말인데, 이게 통했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는 ‘새로운 대구, 대구의 변화’라는 전략을 내세웠다. 메시지만 놓고 보자면 두 후보가 서로 정반대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시사IN 이명익 6·4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는 ‘대통령과 협력하여’라는 문구를 현수막에 넣었다.
권영진 후보는 결국 선거 막판 김부겸 후보의 상승세를 막기 위해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꺼내들었다. 대통령의 위기가 곧 표심을 결집한다는 지역 민심의 공식을 따른 셈이다. 최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도 마찬가지다. 국정화 전략이 TK 결집용으로 쓰였다는 분석(<시사IN> 제425호 ‘박근혜 대통령, 국정화 강행 이유는?’ 참조)에 대해 지역 정치인들은 대부분 “결과적으로 효과가 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야당이 전면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민심이 반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한 지역 인사도 “이 지역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는 위기 상황일 때 더 크게 작동한다. 평상시 다소 방관하거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이들도 야당과 대통령이 충돌할 때는 대통령 편을 든다”라고 설명했다.
여권에서 최근 ‘진박(진짜 친박)’ ‘가박(가짜 친박)’ ‘원박(원조 친박)’ 같은 신조어가 튀어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TK에서 박심 경쟁은 지역 발전이나 현안보다 우선하는 선거 어젠다다. 경쟁의 불씨는 청와대·내각 출신 후보가 키우고 있다. 대구 북구갑에 출마 의사를 밝힌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대구 지역 언론과 토박이 정치인들은 ‘박심을 그저 이용하는 용박(用朴)’이라 평하기도 하지만, 유권자 사이에서 이 메시지가 통한다는 걸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대구 지역 현역 정치인의 고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은 대구에서 세 번째 경고로 이해된다. 6월25일 ‘배신의 정치’ 발언과 9월7일 대통령의 대구 현장 방문 때 이 지역 현역 의원들이 초청받지 못한 것이 앞선 두 차례 위기였다. 연거푸 대구 현역들을 흔드는 듯한 대통령의 시그널에 당사자들의 위기의식은 지역을 넘어 정치권 전반에 감돌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대구 지역구 행사에서 만난 한 초선 의원 측 인사는 “대구 초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대위원장 시절 직접 뽑은 이들이다. 싸잡아 ‘친(親)유승민’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물갈이론을 대입하는 것은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른바 ‘대구 문법’에 따르면, 이러한 방어는 빛을 잃는다. 대구 출신 의원들이 국회법 개정안 논란 때 대통령을 적극 비호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역민들에게 ‘물갈이론’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민심이 ‘대통령의 위기’에 민감하다는 것은 역으로 위기에 방관한 이들도 심판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새누리당 전략 공천인 ‘우선 추천 지역’에 TK가 포함되느냐다. 사실상 대구 현역 의원의 생사가 친박-비박 간 공천 룰 경쟁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역 의원 처지에서는 주민들 앞에선 친박을, 마음속으론 당내 비박을 응원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물갈이될 것”이라고 보는 지역민들도 만만찮다. 한 지역 정치인은 “대구에서 대통령 없이, 대통령이 보낸 사람과 정면대결을 펼친다? 아마 대통령이 전화 한 통 하면 자진 사퇴할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고령화되는 대구…‘박심’ 효과도 지속?
박심의 향배가 오늘날 TK 정치의 유일한 변수라면, 이 구도는 장기적으로 지역에 긍정적일까. 지역 관계자들은 이러한 정치 문화와 선거 양상에 대부분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한 친박계 지역 인사는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대통령의 뜻에 따른 정치인 선출은 장기적으로 대구 정치에 치명적일 것이다”라고 평했다. 이 인사는 이렇게 되물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 누가 TK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겠나? 박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 외에, TK 출신 중 전국적인 존재감을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렵다. 사람을 안 키웠기 때문이다.” 당 대표, 국회의장단 등 여당 내 주요 선거에서 TK가 여권을 선도한 경험이 대통령 이외에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11월9일 유승민 의원의 부친 장례식장을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청와대는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대구 정치가 내부에서 곪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깊다. 지역 관계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문제는 대구 정치에서 역동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여권 내에서도 서열, 출신 학교, 나이를 따지는 경직된 정치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1당 독점 구도가 계속되면서 다원성이 가져다주는 정치적 효용을 누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한 친박계 지역 정치인은 “중앙 예산이 필요한 큰 프로젝트가 국회에서 번번이 발목 잡힌다. 야당을 설득할 아무런 ‘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대구에 뭐 좀 하자고 얘기하면 ‘기득권 지키기’로 몰아간다. 대구에 야당 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랬을까”라고 반문했다. 지역 기득권이 고착화할수록, 오히려 지역에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는 분석이다.
정치 문화의 문제는 결국 사람이 풀어야 한다. 지역 관계자들은 경직된 TK 정치 문화의 변화 가능성을 세대 간 전환이나 제도 변화에서 찾는다. 쉬운 일은 아니다. 2014년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인구 순유출 가운데 20~30대의 비율은 전체 유출 인구 가운데 40%에 육박한다. 지역 전반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동안 지금과 같은 ‘박심’ 효과는 계속되리라 전망된다. 선거제도 개혁과 같은 변화 없이는 민심의 고착화를 당분간 피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TK 지역에서는 그나마 이 구도에 균열을 일으킬 만한 인물로 지난해 시장 선거에서 선전한 김부겸 전 의원과 권영진 시장을 꼽는다. 야권 인사로는 유일하게 대구에서 고군분투 중인 김 전 의원은 이미 전국적으로 조명받는 인물이지만, 권 시장을 꼽는 것은 다소 의외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권 시장의 경선 과정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당시 서상기 후보를 비롯한 친박 후보들이 유력하다고 평가받았지만,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한 대구 정치권의 분위기에 염증을 느낀 젊은 당원들이 권영진을 밀었다. 지역의 젊은 세대가 처음 경험한 승리였다”라고 말했다. 20년간 대구에서 정치개혁 운동에 앞장섰고, 지난 시장 선거에서 김부겸 캠프의 전략을 담당했던 영남대 김태일 교수(정치외교학과)도 “권 시장은 대구에서 키워야 할 인물이다. 협치라는 숙제를 지방자치에서 풀어나가는 인물이다”라고 평했다.
두 사람은 10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대구시 예산협의회에도 나란히 참석해 대구 지역 예산의 원안 처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2014년 지방선거 라이벌 관계에서 출발한 두 사람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이 대구의 경직성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TK를 넘어 정치권 전반이 주목하고 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 총회]한국,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1.1%…OECD 국가 중 꼴찌 12.2 경향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전체 에너지 공급량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5년간 제자리에 머무는 데 그쳤다.
2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재생에너지 정보 2015’를 보면 한국은 지난해 1차 에너지 총 공급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인 9.2%를 크게 밑돈다. 1차 에너지 공급량이란 2차 에너지인 전기, 석유제품 등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된 천연자원 또는 재생가능 자원의 양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로는 태양광이나 태양열, 풍력, 수력, 조력, 지열, 바이오에너지가 포함됐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89.3%를 기록한 아이슬란드였다. 노르웨이(43.5%), 뉴질랜드(39.1%), 스웨덴(34.4%), 칠레(32.4%)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 중에서는 이탈리아가 17.8%로 높은 편에 속했다. 독일이 11.1%로 평균보다 높았으며, 프랑스(8.6%)와 영국(6.4%)은 평균을 밑돌았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6.5%, 4.9%로 낮은 축에 속했다. 한국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나라는 룩셈부르크(4.4%)와 네덜란드(4.6%)였다.
한국은 1990년 이후 25년간 재생에너지 비중이 1.1%로 제자리를 지켰다.
1990년 당시 OECD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은 5.9%였다. OECD 회원국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은 25년간 연평균 1.8% 증가했다. 한국의 1차 에너지원 중 석유는 35.6%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석탄은 30.5%, 천연가스는 16.3%, 원자력은 15.4%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로는 바이오연료 및 폐기물에너지가 72.8%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
“지구 온도 2.5도 오르면 전 세계 5경원 손실 발생”
온난화 대책 시행되면 에너지 산업 재편 불가피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을 범세계적으로 시행할 경우 향후 25년간 전 세계 전력산업에서 석탄분야 투자는 1경3340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2185조원,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교통분야 에너지효율 산업은 1경3225조원 이상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열리고 있는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결과에 따라 세계 산업질서는 큰 폭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씨티그룹의 ‘저탄소 미래가 왜 지구에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가’ 보고서를 보면 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지구 온도가 7.5도 높아지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2.5%인 72조달러(약 8경280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기온이 2.5도 상승하면 손실액은 전 세계 GDP의 1.1%인 44조달러(약 5경600조원)로 줄어든다. 기온 상승을 2도로 억제하면 손실액을 28조달러(약 3경2200조원)로 감소한다.
보고서는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40년까지 25년간 석탄분야에 투자되는 돈이 23조달러에서 11조4000억달러로, 가스분야는 13조6000억달러에서 10조2000억달러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은 1조8000억달러에서 6조8000억달러로 5조달러 늘어난다.
교통분야 투자도 재편이 불가피하다. 디젤, 가솔린 등 석유분야는 44조8000억달러에서 33조5000억달러로 줄어드는 대신 바이오연료는 1조8000억달러에서 3조7000억달러로 늘어난다. 대책이 시행되면 빌딩과 산업분야 에너지효율 증대에 7조9000억달러, 전기자동차 등 교통분야에 11조5000억달러 등 19조4000억달러의 신규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씨티그룹은 지난 10월 석탄기업 대출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김혜린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대체가능에너지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에 투자가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식이 뭐길래’ 위기의 금수저 아빠들···12.4 경향
자녀 특혜 논란으로 본 정치권 ‘자식농사’
자식 농사.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을 농사에 빗댄 말이다. 그만큼 때맞춰 돌보는 데 정성이 필요하고, 또 온 정성을 다하더라도 날씨 등 환경이 도와주지 않으면 뜻대로 되지 않는 농사와 같은 것이 자녀 양육과 교육이다.정치권에도 자식 논란이 한창이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여야가 따로 없다. 사고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제일 곱다고 한다
“자식이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낙제를 하게 됐다고 해서, 부모 된 마음에 상황을 알아보고 상담을 하고자 (학교를) 찾아간 것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 ‘자식 농사’로 입길에 올라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63·서울 강서갑)이 내놓은 해명이다. 아들이 모대학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시험에 낙제한 것이 발단이었다. 4선의 중진 의원이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을 얻지 못한 아들 구제를 위해 로스쿨에 압력을 행사했느냐 여부가 논란거리다. 사법시험의 존치를 주장하는 고시생들과 법조인 일부는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라며 거세게 들고 일어났고, 신 의원은 검찰에 고발까지 됐다. 반면 로스쿨 측에서는 “아들이 결국 낙제하지 않았느냐”면서 공정한 제도 운영의 증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대변인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는 로스쿨과 사시 존폐 여부로 불길이 옮겨붙는 데 대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고 말한다.
금 변호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수많은 평범한 아버지들이, ‘과연 우리 아들이 시험을 망쳤을 때 내가 학교에 찾아가서 교장이나 대학원장을 만날 수 있을까, 또 교감이나 부원장이 회사로 나를 찾아와서 해명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분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잘난 부모나 못난 부모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건 인지상정이다. 아무나 넘기 힘든 벽을 넘나드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아버지를 바라보는 ‘못난 부모’들은 분통만 터뜨린다.
“딸이 대학시절 모두 A학점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인재임에도, 취업이 쉽게 되지 않더라. 딸은 제가 전화를 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지난 8월 ‘딸 바보’ 논란을 일으킨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58·경기 파주갑)도 비슷한 사례였다. 윤 의원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딸이 2013년 LG 디스플레이에 법무팀 변호사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회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아빠’ 윤 의원도 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 영향력을 미쳤느냐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이미 여론의 재판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새정치연합은 부랴부랴 당 윤리심판원을 통해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론은 “징계 시효(2년)가 이틀 지났다”는 것이었다. “LG 디스플레이 공장은 윤 의원 지역구가 아니라 그 옆(파주을)”이라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금수저’를 물려줄 수 없는 부모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약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생명을 걸겠다.”
윤 의원의 딸 특혜 취업 의혹이 제기된 지 나흘 뒤 이번에는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64·경기 고양덕양갑)이 자식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 무렵 포털사이트에서 ‘윤후덕’의 연관 검색어는 ‘김태원’이었다.
김 의원은 ‘아들 바보’ 의혹을 받았다. 아들은 로스쿨을 수료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법원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13년 11월 정부법무공단에 채용됐다.
문제는 공단이 이미 공지한 채용 공고 내용이 중간에 고쳐졌다는 점이다. 지원 자격요건이 완화된 점이 의심을 샀는데, 김 의원과 당시 공단 이사장인 손범규 전 의원의 친분 때문에 의혹은 증폭됐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의 접근법과는 달리 그는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단호하게 대처했다. 해명을 해석해 보면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의 증거가 나오면 정계를 떠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정치생명은 여러 개 아니냐”는 뒷공론도 나왔다.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가 보름 넘게 조사한 결과는 “(공단 채용은) 품행과 성실성 등 종합적 평가에 따른 결과였다”는 ‘허무한’ 것이었다.
■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제 자식의 앞길만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부모는 꼴불견이다. 하지만 자식의 허물을 고스란히 품어야 하는 것도 부모다. 걸림돌이 된다고 내팽개칠 수도 없는 게 자식이다. 세간의 평가를 떠나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정치인이야 오죽하겠는가.
“우리 딸이 내 속을 썩인 일이 없었다. 걱정 끼친 일이 없었던 모범적 자식이고 공부도 아주 잘했다. 사랑한다고 울면서 꼭 결혼을 하겠다는데 방법이 없었다.”
지난 9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64·부산 영도)가 둘째 사위의 마약 투약 전력이 알려지자 기자들을 불러모아 전한 말이다. 김 대표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집권 여당의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에게 득 될 게 하나 없는 혼사였다.
김 대표는 “이 결혼은 절대 안된다. 파혼이다”라며 딸을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식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방법이 없었다. 부모가 자식 못 이긴다”는 아버지의 한마디에 저간의 사정이 다 들어있다. 이후 김 대표는 이화여대 강연에서 “제일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연애도 열심히 해야 한다. 연애를 해야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며 장탄식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 사건이 예상보다 파장이 적은 것은 부모 심정에 호소한 김 대표의 해명이 어느 정도 통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사위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데 예비 장인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또 이 사건이 만약 당 대표 선거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무성 후보’에게 벌어진 일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없다.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전 의원(64)은 후보수락 연설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막내아들 생각에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이 북받쳐 흐느끼며 연설을 제대로 잇지 못한 것이다. 아버지의 눈물은 4·16 세월호 참사 직후 막내아들이 페이스북에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고 올린 것에서 비롯됐다. 경쟁자를 따돌리고 여당 후보로 선출되긴 했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패배했다. 아들의 실언 또는 망언을 선거 패배의 결정적 요인으로 돌릴 순 없다. 그러나 아들이 악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세월호 침몰 전까지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던 정 전 의원은 막내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 이후 지지율이 급락했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네거티브’에 의존하는 선거운동을 했고 표심은 더욱 멀어졌다. 파장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누리꾼들은 미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빚어진 사건·사고 기사에 ‘정몽주니어 1승 추가요’ ‘무패의 사나이 정몽주니어’와 같은 댓글을 달며 한국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
서울시장 선거와 함께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도 ‘자식’이 선거판 전체를 좌지우지했다.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했던 고승덕 전 의원(58)은 장녀 희경씨(미국명 캔디 고)가 선거일 나흘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휘청이기 시작했다. 딸은 “혈육인 자녀를 가르칠 생각도 없었던 사람이 어떻게 한 도시의 교육을 이끌 수 있겠느냐”며 매서운 글을 남겼다. 마지막 유세의 마지막 대목에서 고 전 의원은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이라고 말한 뒤 왼팔을 번쩍 들었다. 그러면서 “미안하다”라고 외쳤다. 딸은 그러나 “오 마이”라는 세 음절의 댓글만 남겼다. 딸이 거부한 ‘아빠’는 교육감 선거에서 낙선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에게는 환영을 받았다. 미안하다며 절규하는 고 전 의원의 모습은 피구왕 통키, 초사이어인, 골키퍼 등으로 변신하는 등 각종 패러디의 소재가 됐다. 유세 동영상을 짜깁기해 ‘둔둔 따레 따레’하는 식으로 만든 리믹스 영상 ‘애비메탈’도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다.
■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자식게이트’의 대표급 불운한 정치인으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80)가 꼽힌다. 그는 대통령 후보로 세 번 나서 세 번 떨어졌다.
실패의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들 2명 모두 체중미달로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단 한 줄의 사실에서 시작됐음을 알게 된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 잠룡 중 하나인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는 이들의 심리에도 ‘대선 후보 이회창’을 목격한 경험이 깔려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자식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대통령들에게도 ‘자식’은 그 어떤 정치 이슈보다 다루기 힘든 난제였다. 그들도 자식을 보살피려다 또는 자식이 저지른 잘못에 발목이 덜컥 잡혔다. 대통령도 자식 앞에서는 아버지였다.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가운데 현대 정치인에게 가장 어려운 덕목은 ‘집안을 잘 다스려 바로잡는다’는 뜻의 ‘제가’다.
어디 정치권뿐이랴. ‘위기의 아빠들’ ‘위기의 엄마들’은 도처에 있다. 정치권을 반면교사 삼아 되새겨야 할 질문이다. 댁의 자녀는 안녕하십니까.
백남기 농민은 왜 쌀값 보장을 소리 높여 외쳤나 124 민중의 소리
쌀값 보장과 밥쌀 수입 중단을 호소하며 아스팔트에 섰던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생사기로의 위험에 처해 있는 와중에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고령의 농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정부는 아직도 사과 한 마디 없다. 최소한의 염치와 예의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조차 없다.
오히려 백남기 농민을 비롯하여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생존 몸부림을 폄하하는 행태마저 벌이고 있다. 쌀값이 폭락해도 정부가 직접지불금으로 손실의 대부분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농민들은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를 사방에 퍼트리고 있고, 보수 언론들은 이를 받아서 마치 농민들이 생떼를 쓰는 집단인 것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쌀값이 폭락해도 정부가 충분히 손실보전을 해 주기 때문에 농민들은 별로 걱정할 게 없는데 괜히 서울로 올라와서 쓸데없이 떼만 쓰는 이상한 집단이 되어 버린다.
과연 그런가? 백남기 농민이 쓸데없는 행동을 했나? 농민들이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떼를 쓰는 행동인가? 쌀값이 폭락해도 정부가 충분히 손실보전을 해 주는가? 정부가 말하는 손실보전이란 것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백남기 농민을 비롯해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요구가 떼쓰는 것이 아니라 절박한 생존의 몸부림이란 것을 우리 모두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쌀값 폭락 방관한 정부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2013년 17만원을 웃돌았던 산지 쌀값이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특히 올해는 수확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쌀값 폭락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매우 높았다. 쌀 재고량이 지난 2009~2010년 쌀값 폭락 당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여기에 의무도 아닌 밥쌀 수입을 정부가 강행하면서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는 형국이었다. 그래서 농민들은 수확기 이전부터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대북 쌀 차관 혹은 해외 원조 등과 같이 40만 톤 규모의 쌀을 국내 시장에서 완전 격리하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대책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수확기가 한창 진행되고 쌀값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지자 10월 말에야 겨우 20만 톤을 추가 매입하여 시중에서 격리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말하는 농민들의 요구에 정부는 늦장 대응으로 대답한 것이다. 그나마 그 대책이란 것도 농민들이 말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있었다. 농민들은 쌀값이 예년 수준으로 정상 회복되는 것을 말했지만 정부 대책은 쌀값이 이미 떨어진 상태에서 추가로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농민들은 정부의 쌀값 안정 대책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농민들ⓒ민중의소리
실제로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 산지 쌀값은 80kg 1가마당 149,392원으로 떨어져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15만 원 선이 붕괴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대로 가면 이번 수확기가 끝나고 내년에도 쌀값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달려가고 있다. 앞으로 쌀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예년과 같은 정상적인 쌀값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 점점 불가능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하였던 농민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점이 현실에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고령의 백남기 농민을 비롯해 많은 농민들이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아스팔트 농사를 짓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쌀값 보장 대책이 아니라 살인적인 물대포였다.
그래놓고도 정부는 산지 쌀값이 15만 원으로 떨어져도 직접지불금을 통해 목표가격 대비 97% 수준까지는 손실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큰 피해는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쌀값이 15만 원으로 떨어져도 농민들은 목표가격 대비 3% 정도만 손실을 부담하면 된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97% 손실보전은 뜬구름 잡는 탁상공론에 불과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의 주장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첫째, 정부가 말하는 목표가격 자체가 농가의 소득을 충분히 보전해 주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목표가격 자체가 근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정부가 말하는 목표가격은 지난 2012년에 결정되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현행 목표가격 결정 이후 쌀 생산비는 약 6∼9% 올랐고, 물가는 약 4∼5% 올랐다. 이 두 가지 요인만으로 이미 농가의 실질소득은 10∼14%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쌀값이 정상적인 수준이거나 조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실질소득 하락 요인을 쌀값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쌀값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농민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쌀값이 15만 원으로 떨어질 경우 정부의 직접지불금에도 불구하고 농가가 입는 실질적인 소득손실은 정부가 말하듯이 3% 수준이 아니라 13∼17% 수준인 것이다.
둘째, 정부가 말하는 직접지불금 자체가 실제 산지 쌀값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함을 갖고 있다. 계산방식이 복잡하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말하는 직접지불금은 목표가격과 산지 쌀값의 차액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목표가격은 2012년에 결정되어 고정된 상태이다. 그래서 통계청이 조사하여 발표하는 산지 쌀값이 높으면 목표가격과의 차액이 적고, 반대로 산지 쌀값이 낮으면 그 차액이 늘어난다. 다시 말하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지 쌀값이 높을수록 직접지불금 규모가 줄어들고, 반대로 산지 쌀값이 낮을수록 직접지불금 규모가 증가한다. 그런데 현재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지 쌀값은 그 조사 방식의 결함 때문에 실제 산지 쌀값 보다 항상 높게 나타난다. 그래서 현행 직접지불금은 실제 농가의 손실 보다 언제나 적게 지급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좀 알기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만약 경기도의 쌀값이 20만 원이고, 전남의 쌀값이 15만 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두 지역의 평균 쌀값은 얼마일까? 단순 산술 평균을 하면 17만 5천 원이 된다. 이 방식이 현재 정부가 산지 쌀값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경기도의 쌀 생산량은 40만 톤이고, 전남의 쌀 생산량은 80만 톤이다. 그러면 총 120만 톤의 평균 쌀값은 얼마일까? 약 16만 7천 원이 된다.
지역별 쌀 생산량의 차이를 고려하여 가중치로 평균한 것이 실제 산지 쌀값이다. 전남, 전북, 충남 이 세 지역이 우리나라 전체 쌀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세 지역의 쌀값이 가장 싸다. 그래서 지역별 생산량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산술 평균하여 조사하는 현행 산지 쌀값은 언제나 실제 산지 쌀값 보다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목표가격과 산지 쌀값의 차액도 실제 보다 더 적게 계산되기 때문에 현행 직접지불금은 실제 산지 쌀값을 반영하지 못하고 언제나 더 적은 금액이 지급될 수밖에 없다.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는 농민ⓒ김주형 기자
이상과 같은 두 가지 이유를 고려한다면 정부가 말하는 97% 소득보전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는 쉽게 드러난다. 농민들은 실질적인 소득손실을 말하고 쌀값 보장을 주장하지만 정부는 탁상공론으로 97% 소득보전을 얘기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적인 손실을 말하는데 비해 정부는 딴 나라 얘기처럼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정부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정부라면 97% 소득보전 운운하기 이전에 현행 제도의 근본적인 결함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부터 우선할 것이다. 뜬구름 잡는 탁상공론으로 여론을 호도하기 보다는 실제 현실의 문제를 반영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는데 급급하고 여론을 호도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것이 백남기 농민의 희생을 폄하하고 심지어 조롱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최소한의 염치와 예의가 무엇인지 안다면, 최소한의 상식이 있다면, 최소한의 정상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면 탁상공론과 같은 억지 주장 보다는 백남기 농민과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쌀값 보장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그나마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When Something Is Wrong With My Baby / Trudy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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