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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11.30 ~12.4 코로나 위기 탈출, 정녕 토건밖에 방법 없나

by 이성근 2020. 11. 30.

코로나 위기 탈출, 정녕 토건밖에 방법 없나

MTX 타고 30분이면 가덕신공항심야 비행도 여유롭게 난다’-가덕신공항 이후 바뀌는 삶

지리산 산악열차? 20년간 복원한 반달곰 내쫓는 일

이상기후 엎친 데 코로나 덮쳐세계 식량 빨간불

온난화로 만추? 낙엽은 더 일찍 진다

북항 난개발 논란의 레지던스 강행동구도 주민도 반발

코끼리의 하루 물 소모량 욕조 2, 기후변화 취약

브라질, 1년새 경기도 넓이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다윈의 항해

과일이 저마다 색으로 물드는 이유

한 가마니 22만원35% 급등한 쌀 값, 무슨 일이?

건축물 높이 120m 제한논란 재점화

시위에 희생된 방어, 참돔은 동물이 아닐까

코린도: 사라지는 열대우림에 울부짖는 원주민한국 기업의 팜유 개발 실태

다양한 벌의 지구분포를 보여주는 지도

곤충이 멸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퀴벌레가 들어있지만 고기보다 단백질이 풍부한 빵?

우리나라 산림 70%40년 이상 노령화돌봄이 필요하다

낙동강하구, 첫 민관 공동 '겨울철새 조사평가' 합의

벡스코 3전시관을 전용관으로지스타 잡기 나선 부산

 

코로나 위기 탈출, 정녕 토건밖에 방법 없나

팬데믹 유행 이면 토건 유행

쪽지 예산대변 토건 정책 여건

광화문 재구조화·지리산 산악열차

목포~제주 해저터널 논의 재점화

토건 논의 클라이맥스 장식 공항

저부가가치 시대의 균형·조화 필요

지난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이날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을 두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자마자 여야 정치권은 각각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속도전에 나섰다. 서울에선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이 진행 중이고 지리산 산악열차, 목포~제주 간 해저터널 논의도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다시금 불붙는 토건 행정과 토건 정치의 현재를 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가 진단한다.

 

독일 본은 독일의 경제 부흥과 통일을 이끈 수도였다. 통독과 함께 베를린으로 행정부가 옮겨갔다. 베토벤 하우스가 있고, 니체가 있었던 본 대학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본부가 라인강 근처에 있어서 전세계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이끌고 있다. 쾰른 대성당으로 유명한 인근 쾰른에 공항이 있기는 한데, 주로 물류 공항으로 쓰이고, 국제 여객은 좀 떨어진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이용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항이기는 한데, 여기도 지금은 야간 운행은 할 수 없다. 본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후 거대 독일 경제를 만들어낸 수도이면서도 자체 공항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토건이 강하지 않지만 산업이 강한 나라, 지금은 독일이 세계 경제를 주도한다.

 

독일과 마찬가지인 후기 산업국가로 자본주의를 시작한 일본은 토건 국가라는 별칭을 갖는다.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로 더욱더 공항과 민자도로에 집착하게 되었다. 통칭 리조트법을 통해서 골프장과 테마파크 건설로 경제위기를 돌파하려고 하였다. ‘잃어버린 10잃어버린 20이 되었고, 일본 경제의 위기가 깊어갔다. 2001년 고이즈미 개혁의 일환으로 일본의 대곳간인 대장성을 아예 해체했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토건 경제를 총괄하던 기획재정부를 없애고 산업부와 총리실 등으로 기능을 분산시키는 변화를 준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행정적 기반은 이런 제도 변화가 아닐까 싶다. “시멘트 대신 사람에게”, 이런 구호들이 그 시절 등장하였다

 

한국에도 사람이 먼저다”, 이런 정책 기조가 잠시 있었다. 이 구호를 만든 사람이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의원에게 어이?”, 되치기를 당한 이후로 이제는 그저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프랑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후보 시절 사람이 먼저!”라는 구호를 쓰기는 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그런 구호와는 아무 상관 없는 정책으로 갈팡질팡하다가 완전 망했다. 프랑스 사회당은 대선 결선투표에도 나가기 힘들 정도로 몰락했다. 구호가 중요한 것은 아닌 듯싶다.

 

서울에서 출발한 코로나 토건

코로나19와 함께 우리에게도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이 위기를 사람을 통해서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토건을 통해서 극복할 것인가, 알게 모르게 이게 당장의 현실이 되었다. 겉으로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 경제는 상명하복의 일본 군국주의식 기업 문화와 토건족으로 대변되는 토건 경제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과 일본만이 가지고 있는 공채제도와 일본식 선후배 문화가 직장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쪽지 예산으로 대변되는 지역 토건은 한국 정치의 속모습 아닌가? 일상의 방역으로 고통받는 경제 현장에 돈이 갈 것이냐, 지역발전 간판을 내건 토건으로 돈이 갈 것인가, 국민경제의 미래를 놓고 다시 한번 대척점에 서게 되었다.

 

코로나 토건의 시발점은 역시 서울이 먼저 끊었다. 촛불시위의 바로 그 현장을 엎어버리는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의 현재 예산은 800억원 정도로, 그렇게 큰 건 아니다. 그러나 작게는 도심 교통구조의 전면 전환 개편, 크게는 광화문 등 시내 일대의 지하도시와 연결된 메가사업이다. 근원으로 올라가면 오세훈 시장 시절의 도로 다이어트’, 최근 논의로는 걷기 좋은 도시라는 또 다른 토건 사업과 연결되어 있다. 예전 시장은 가고, 다음 시장은 아직 오지 않은 현재 이 사업을 강행하는 건 서울시 토건 공무원들이다. 그게 지금 꼭 필요한가? 일단 첫 공사를 하고 나야 다음 공사를 이어나갈 수 있기에 행정 권한이 공백기인 지금이 적기라는 계산인 것 같다. 이번 토건에도 서울시가 모범생이다.

 

지리산 산악열차가 코로나 한가운데에 다시 전면으로 떠오른 것은 상징적이다. 지리산 보호를 위해서 관통 도로를 폐쇄하고, 반달곰 서식지 복원을 진행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경제가 어려우니까 관광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하는 논리가 다시 산악열차를 행정 한가운데로 밀어넣게 되었다. 한쪽에서는 보전과 복원을 얘기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다시 관광 시설을 만들자고 하고, 이 기이한 공존을 다시 보게 되었다.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대책위원회 등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획재정부의 지리산 산악열차 한걸음모델 채택 규탄 및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과 지리산, 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전혀 경제성 없는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난 목포~제주 간 해저터널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호남고속철도가 아니라 서울~제주 케이티엑스(KTX)’로 이름도 고치자는 아주 파격적인 내용들이 나왔다. 목포에서 출발해서 해남, 완도, 보길도, 추자도를 거쳐서 제주도로 가자는 이 해저 고속철도를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시키려는 곳은 완도군 등 전남이다. 잠잠하던 해저철도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은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총선의 여파다. 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 토건으로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집권여당의 지역민원성 토건이다. 우리가 이미 다 아는 일이지만, 지역 토건에는 여야 그딴 건 없고, 진보/보수도 따로 없다. 이익파와 이상파가 맞부딪치는 현장에서 대개는 이익파가 이긴다.

 

이제 막 시작된 서울~제주 케이티엑스논의에서 특이 사항은 이번에는 한국 보수의 대표 격인 국민의힘이 반대 의견을 낸 지역의 목소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제주의 정체성을 섬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는 제주도민 정체성과 연결되고, 제주도민 주권적 사항이라고 말한 건 원희룡 제주지사다. 제주 2공항 문제로 한참 홍역을 앓고 있는 그의 고민이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생태-문화가 경제 만든 슈투트가르트

이 전국적 토건 흐름의 클라이맥스는 결국 공항이 장식한다. 2015년 객관적인 외부 전문기관으로 선정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은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해서 쓰는 걸로 결론을 냈는데, 정치적 과정이 이 결과를 뒤집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이유야 찾기 나름이다. 지금 코로나 이후의 세계 항공수요에 대해서 아무도 예측을 하기 어렵다. 팬데믹 자체가 주기적으로 찾아오게 되면 국제적 분업구조의 지역화가 촉진될 것이지만, 그 양상을 예상하기 어려워서 항공 수요 회복 패턴을 시뮬레이션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가덕도의 실제 매립 비용에 대한 경제성 평가도 별 중요한 요소가 안 된다. 김해공항이 24시간 이용이 어렵다는 것 하나로 모든 기술적·경제적 논의는 상황 종료!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홍준표의 빅플랜은 클라이맥스의 클라이맥스다. “··840만은 가덕 신공항으로 가고, 호남 500만은 무안 신공항으로 가고, 티케이(TK)·충청 일부 800만은 대구 신공항으로 가고”, 결국 공항 세 개를 더 지어서 4대 공항 체계로 가자는 게 그가 제시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는 이걸 ‘4대 관문 공항 정책이라고 부른다. 정치권이 꿈으로만 가지고 있는 지역 연방제를 이제 공항이 만들어주는가? 가히 공항 연방제라고 부를 만하지 않은가? 넉넉잡아 30조원이면 지역분권과 균형발전 그리고 공항 중심 연방제까지 이룰 수 있는데, 못 할 것도 없다. 그럼 이미 운영 중인 지역의 공항들은?

 

항구 시대에는 항구가 산업의 배경이 된 건 맞다. 그러나 21세기, 항구를 공항으로 바꿔서 항구 패러다임으로 지역 경제를 짜는 건 이상하다. 지금 지식경제의 주요 도시들이 항구와 공항으로 생겨난 것일까? 사람과 문화가 먼저인 게 신산업이고, 공항 등 기반시설은 그 뒤에 따라오는 게 요즘 추세다. 지금 지역 경제의 위기가 공항이 없어서 생겨난 것인가? 여전히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유지되고 있다.

이쯤에서 한때 폐광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던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극적인 전환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셰의 본사가 여기에 있다. 포스코 광고음악으로 유명해졌고, 이따금 아리랑 등 국악도 연주하는 재즈그룹 살타첼로가 바로 슈투트가르트 출신이다. 폐광과 이로 인한 제조업 공동화에서 그들이 찾은 것은 숲과 함께 생태적 전환 그리고 바람길이다. 그 덕에 주요 자동차산업의 본사가 찾아왔고, 문화 경제도 강점을 가지게 되었다. 생태와 문화가 경제를 만든 대표적 도시 모델이다. 공항? 큰 물류는 24시간 운항이 어려운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주로 사용한다. 본사와 연구시설, 문화 경제 중심으로 재편성된 도시가 공항 덕분에 생겨난 것인가?

 

걷기 좋은 도시라는 구호로 시내를 죄 뜯어고치겠다고 큰 그림을 그리는 서울이나, 항공 물류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홍준표나, 바닷속에서 미래 살길을 찾겠다는 전남이나 따져보면 저부가가치 시대의 경제 그림을 다시 그리는 중이다. ‘살기 좋은 도시는 지식과 문화가 꽃피는 곳이고, 생태와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그리고 복지가 사회적 균형을 만드는 곳이다. 슈투트가르트로 간 대기업 직원 식구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얘기를 무척 인상적으로 들은 적이 있다.

 

토건, 아니 공항이 아닌 경제적 대안은 없는가? 새만금 때 여실히 보았듯이, 지역으로 가는 돈은 결국 최종적으로는 균형을 찾게 된다. ‘새만금 블랙홀이라는 표현은 무주 등 각종 사업에서 예산 면에서 손해 본 전북 내륙지역에서 나온 얘기다. 토건 사업을 하나 받아오면 다른 예산이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토건 예산을 만약 그 지역에 특별예산으로 준다고 해보자. 그러면 주민들이 그 돈으로 해저터널이나 공항을 만들겠는가, 아니면 다른 데 유용하게 쓰겠는가? 코로나 국면, 급한 돈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토건을 뛰어넘는 정치, 한국에는 그런 고급 정치가 필요할 것 같다. 알박기 식으로 광화문광장부터 뜯는 서울시를 보면, 여전히 우리는 토건 행정과 토건 정치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외치지만, 우리의 행정 현실은 아직도 20세기식 토건 경제에 묶여 있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한겨레

MTX 타고 30분이면 가덕신공항심야 비행도 여유롭게 난다

가덕신공항 이후 바뀌는 삶

부산 서면에 직장을 둔 30대 김 모 씨.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짧은 해외여행을 가기로 한 그는 퇴근 직후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도시철도를 탄다. 바로 옆 부전역으로 이동한 그는 예약 시간에 맞춰 가덕신공항행 동남권 메가시티 급행열차(MTX)에 몸을 실었다.

조금 전 출발했다 싶었는데, 어느덧 가덕신공항역이다. 사상역과 김해공항역, 가락역을 잠시 거쳐 부산신항을 지나 터널로 공항 지하로 들어오기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악명 높은 퇴근길 차량 정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김해공항에 가려고 도시철도, 경전철 타고 가는 시간보다 오히려 짧아진 느낌. 그는 여유롭게 캐리어를 끌고 터미널로 가는 무빙워크를 탄다.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승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김해국제공항 출국장. 부산일보DB

 

대심도·철도망 개통 접근성 확대

24시간 운항으로 노선 대폭 증가

북새통 입국·수하물 고통 사라져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면 시민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접근 교통망이 모두 완성되면, 시민 모두가 미래의 김 씨처럼 가덕신공항의 장점을 톡톡히 누리게 된다. 여야의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부산·울산·경남 시민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가덕신공항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가덕신공항이 열리면 김해공항에 노선이 없어 인천공항까지 가는 악몽을 겪지 않아도 된다. 가덕신공항은 최대 130여 노선 운항이 목표다. 인천공항의 경우 160여 노선이 운항 중이다. 급히 해외 출장을 갈 일이 생겨도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가덕신공항에서 어디든 떠날 수 있게 된다. 심야에 출발하는 항공편이면 저녁 식사 약속을 마치고 여유롭게 출발해도 좋다.

 

커퓨 타임(운항 제한 시간)으로 오전 6시 이후 도착 항공편이 몰리면서 수하물 찾는 데 두 시간씩 걸리고, 인천공항에 전날 도착해 캡슐 호텔을 찾던 건 추억이 된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 저녁 시간대에 출발해 새벽 4~5시쯤 부산에 도착하는 황금 노선도 부산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더는 나리타나 인천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가덕도는 멀어서 불편하다는 주장도 옛말이 된다. 급행열차를 이용하면 부전역에서 20여 분, 울산 태화강역이나 진주에서도 한 시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다. 복선전철화가 되는 동해선과 부전~마산선을 활용하고, 가덕신공항 지하까지 새로 철도로 연결할 예정이다.

 

차량을 이용한 접근성도 크게 개선된다. 2027년 완공 예정인 사상~해운대 대심도와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가 효자노릇을 한다. 부산시청에서 시민공원 IC를 통하면 가장 빨리 갈 경우 28분이 걸린다. 울산과 동부경남권에서도 한 시간 이내면 가덕신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시는 또 급행버스 등 가덕신공항으로 가는 다양한 대중교통 노선과 도심공항터미널 신설을 검토 중이다.

 

시 신공항추진본부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코엑스, 서울역, 광명역에 도심공항터미널이 있다. 부산 벡스코와 울산 태화강역, 또 필요하면 진주시에 도심공항터미널을 두면 훨씬 여유로운 공항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지리산 산악열차? 20년간 복원한 반달곰 내쫓는 일

하동군·기재부, 지리산에 산악열차 관광호텔 사업 추진

형제봉 일대는 매년 4~5마리 반달곰 출현하는 서식지

하동군과 기획재정부가 추진 중인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는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로 알려진 형제봉 일대에 산악열차, 관광호텔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진은 산악열차반대위가 형제봉에서 진행한 지리산아 미안해’ 1차 행동. 반달곰친구들 제공

 

곰이 있어요! 곰이 살아요! 지리산 형제봉 반달가슴곰. 아빠 곰이 외쳐요. 엄마 곰도 외쳐요. 우리가족 살게 해다오. 여긴 우리의 삶터야. 산악열차 절대 안돼!”

동요 곰 세 마리를 개사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투쟁가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8일째 농성 중인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이하 산악열차반대위) 활동가가 피켓을 들고 투쟁가를 불렀다. 그 곁에는 커다란 울타리에 사람 몸집만 한 반달가슴곰이 갇혀 있었다.

 

인간들의 관광사업에 삶터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반달곰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국립공원과 지리산 보전 운동을 해온 윤주옥 반달곰친구들이사는 현재 산악열차반대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1110일 정부세종청사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국회 앞 농성까지 보름 넘게 길 위에서 이 사안을 알리고 있는 윤 이사를 26일 만났다.

 

-정식 사업명이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하동군이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의 산악열차처럼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산악열차와 모노레일, 관광호텔 등을 짓겠다면서 내건 이름이다. 화개~악양~청암면 해발 1000m의 궤도열차 15와 모노레일 5.8, 케이블카 등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이다. 하동군은 2020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2024년까지 1650억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26일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윤주옥 산악열차반대위 공동대표를 만났다. 반달곰친구들 제공

 

-형제봉 일대는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로 알려졌는데.

그렇다. 국립공원공단의 자료를 보면, 형제봉 일대에서 추적된 반달가슴곰은 20175마리, 20184마리, 20195마리, 2020년에는 8월 기준 4마리라고 되어 있다. 위치가 추적되지 않는 곰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이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동군이 지난 61차 회의 때 제출한 자료에는 형제봉이 주활동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모니터링 결과 3회 출현 흔적만 발견됐다고 되어 있다.”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에 속한다. 환경부는 2000년 지리산에서 야생 반달가슴곰의 서식을 확인한 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종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이때 지리산 첫 방사를 시작으로 개체 수는 최근 60여 마리까지 늘어나, 지리산 뿐 아니라 경북 김천, 강원 인제, 비무장지대 등에서 생존이 확인됐다.

2004년이후 올해까지 형제봉 일대에서 위치가 확인된 반달가슴곰 분포도. 붉은 점이 반달곰의 위치다. 붉은 선은 산악열차, 파란 선은 케이블카, 초록 선이 모노레일 설치 예정 경로. 반달곰친구들 제공

 

-정부가 수백억 들여 되살린 반달곰이 내쫓길 위기인데, 기획재정부는 이 사업에 힘을 싣고 있지 않나.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프로젝트가 지난해 규제특례를 통한 산림휴양관광 시범사례로 선정됐다. 그러더니 지난 6월 사업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중재하겠다며 한걸음 모델에 선정했다. 우리는 그때부터 반달곰 서식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기재부는 반달곰 문제도 수용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어떻게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이미 찬반이 갈려 주민간 갈등이 시작됐다. 누가 찬성이고 반대인지 알 수 없으니 산악열차라는 단어는 금기시 되어버렸다. 신사업이 계획된다고 하면 일단 사람들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사업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은 오직 단 한 사람, 개발업자 뿐이다. 산악열차, 케이블카 모두 빠른 관광을 유도한다. 열차를 탄 관광객은 두어시간 머물다 떠난다. 인근에서 숙박하거나 마을에서 돈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주민들은 반달곰과 같이 본인의 삶터에서 쫓겨나고 자본가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산악열차반대위는 알프스하동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불투명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운영되고 있는 20여개 산악케이블카 사업이 남산,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이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들은 이미 하동군이 대규모 민자사업을 여러 차례 추진하다 빚더미에 앉은 점 또한 지적했다.(경남 하동군, 국내 첫 파산 지자체위기)

 

-곰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때부터 곰은 이곳에서 살 수 없다. 소음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올 것이고 곰은 자연히 다른 곳으로 밀려나갈 게 뻔하다. 이 지역은 환경부의 종 복원 방사 이전부터 야생곰의 흔적이 발견되던 곳이다. 1997년 반달곰친구들의 자료를 보면 당시 원강재에서 바로 며칠 전 곰이 다녀간 흔적을 발견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그만큼 곰들이 좋아하는 땅이란 뜻이다.”

 

-곰이 이주해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을텐데.

곰들이 여기를 떠나면 어디로 가게 될까. 지리산 더 깊은 곳이나 다른 적합지로 모일 것이다. 지리산은 포화상태가 될 것이다. 밀려난 곰들이 덕유산으로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인가로 내려오는 일이다. 강한 개체에 밀려 배 고프고 갈 곳 없는 곰이 어딜 가겠는가. 서식지를 빼앗음으로 해서 곰과 인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윤주옥 이사는 무엇보다 이 사업이 지난 20년간 간신히 만들어온 공존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이사는 반달곰 서식지 이야기를 꺼내면 벌써 일부는 곰 때문에 안돼? 그럼 곰 다 잡아라고 말한다. 공존 두 글자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는데 한순간 20년 전으로 후퇴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을 산에서 벌어지는 4대강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자연생태, 주민, 동물 모두의 공존을 위협하는 시설이 될 거예요.

2004년 환경부의 지리산 첫 방사 이후 반달곰 개체수는 최근 60여 마리까지 늘어나, 지리산 뿐 아니라 경북 김천, 강원 인제, 비무장지대 등에서도 생존이 확인됐다. 사진은 지리산에서 수도산, 금오산에서 이동했던 반달곰 KM-53. 환경부 제공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이상기후 엎친 데 코로나 덮쳐세계 식량 빨간불

유럽·북미 등 밀·옥수수 공급 줄고

중국 등 신흥국 수요 여전히 증가

식량가격 5개월째 오름세지속

WFP “6개월 내 20개국 위기경고

정부 물량 확보돼 영향 제한적

이상기후 현상에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주요 곡물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식량 수급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일부 국가에는 내년 식량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위기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곡물의 안정적인 수급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2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보면 올해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3.1% 오른 100.9를 기록했다. 올 들어 5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던 식량가격지수는 6월부터 5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초기 수준에 근접했다.

 

, 옥수수, 보리 등 곡물 가격 상승세가 전체 식량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0월 곡물지수(111.6포인트)1년 전에 비해 16.6%나 상승했다. 건조한 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유럽·북미·흑해 지역 겨울 밀 수출물량이 감소했고, 옥수수도 미국의 재고량이 줄어든 사이 중국의 수입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대두 역시 중국의 돼지 사료용 수요가 늘며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대두 선물 가격은 부셸(27.2)11.8달러로 최근 3개월간 29.6%나 급등했다.

 

가뭄·폭우·대형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이 속출하면서 공급량이 줄었다. 공급이 감소한 반면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충격도 전방위로 영향을 미쳤다.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공급속도가 느려지고 운송비는 상승하면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각국이 식량 안보를 강화한 것도 가격 상승폭을 키운 요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식량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한 국가는 22곳에 달한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지난 10월 세계식량계획(WFP)FAO는 향후 3~6개월 안에 20개국이 식량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도 곡물 가격 상승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13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주요 곡물 물량이 확보돼 당장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대응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급 자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식량 가격 상승이 밥상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국제 곡물 위기경보 발령 단계를 세분화해 지금처럼 국제 곡물시장의 수급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을 관심단계로 지정하고 곡물 수급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단계별 대응 수위도 한 단계씩 상향해 주의단계에서는 콜옵션 구매 검토, ‘경계단계에서는 수입물량 및 긴급 수입처 확보, 음식물쓰레기 최소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간 전문업체의 해외 공급망 등을 통해 곡물 확보에 중점을 두고 중장기적으로는 밀 산업 육성 등으로 식량 자급 기반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김 차관은 곡물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안정적 수급 기반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영·이호준 기자 sypark@kyunghyang.com

 

온난화로 만추? 낙엽은 더 일찍 진다

스위스연구팀 낙엽수 40만그루 연구

가을 늦춰진다는 기존 연구와 달리

생산성 향상돼 36일 일찍 낙엽질것

지구온난화로 가을이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낙엽이 36일 앞당겨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일 오후 단풍이 든 남산 순환길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지구온난화로 가을이 늦춰져 낙엽이 지는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나무들이 오히려 더 일찍 낙엽을 떨굴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영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중순 국회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전망, 기후위기와 사회적 대응 방안토론회에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가을은 923일 시작했으나, 최근 10(2009~2018)에는 927일로 4일 늦춰졌다며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면(RCP8.5) 2071~2100년에는 여름 길이가 최근 10년보다 42일이 늘어나 그만큼 가을이 늦게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서울 지역의 과거 계절 길이 변화와 향후 예측. 최영은 건국대 교수 제공

 

또다른 연구는 2001~2010년 가을은 918일에 시작해 1124일 끝난 반면 대표농도경로 8.5(RCP8.5)에서는 21세기 말에 가을이 1011일에 시작해 128일에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연구들도 추세가 비슷해 온난화가 지속되면 가을 시작이 23주 늦춰질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와 독일 공동연구팀은 30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낙엽이 오히려 36일 일찍 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1948년부터 2015년까지 중부 유럽 3800곳에서 43만 그루의 나무에서 낙엽을 관찰한 기록을 분석하고, 여러 가지 빛과 이산화탄소 농도 조건의 실험, 컴퓨터 수학모델 등으로 연구했다. 마로니에, 자작나무, 너도밤나무, 잎갈나무, 떡갈나무, 마가목 등 6종의 낙엽수가 연구 대상이었다.

 

나무에 생산성 자율 규제 기능 있어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유럽에서 성장 시기 곧 봄철 길이를 늘려 봄에 새잎이 100년 전보다 2주일가량 일찍 나오게 한다고 밝혔다. 논문 교신저자인 콘스탄틴 조너 스위스 취리히공대 교수는 이전 연구들은 온도가 점점 상승해 가을이 늦춰져 성장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하지만 우리 연구 결과는 이번 세기말에 나뭇잎들이 36일 일찍 낙엽이 질 것이라는 예측으로 수렴됐다고 말했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27일치에 실렸다.

 

연구팀은 봄과 여름에 이산화탄소와 기온, 일조량이 늘어나 생산능력이 증가하면 나무들이 일찍 낙엽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무가 낙엽지게 하는 주요 요소는 가을철 기온과 일장(낮의 길이) 두 가지가 꼽혀왔다. 조너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3의 조건으로 생산성 자율 제약이라는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온난화로 봄과 여름 길이가 늘어나 나무들이 두 계절에 광합성을 통해 충분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다면 나무들이 일찍 낙엽이 진다사람들이 일찍 먹기 시작해 충분히 배를 채우고 나면 더는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예측과 달리 가을이 앞당겨진다는 것은 나무에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탄소가 덜 저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가 담당하던 지구온난화 제동 구실이 약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얼추 줄어드는 탄소량을 10COt(이산화탄소톤)으로 추정했다. 이는 독일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북항 난개발 논란의 레지던스 강행동구도 주민도 반발

사업자, 민관 반대에도 원안 추진북항재개발 내 59층 규모 시설

- 조망권·국장 전결 허가 문제 빚어

- 시민단체, 착공계 제출 땐 제기

 

난개발 논란(국제신문 지난 430일 자 3면 보도)을 빚은 부산 북항재개발 상업업무지구 D-3 블록 사업자가 담당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고 나섰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은 사업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지난 19일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만나 북항재개발 D-3 블록 사업자가 착공계를 제출할 시 이를 반려할 것을 요청했다고 29일 밝혔다. 이곳은 지난 423일 시 건축 허가를 받아 지하 5층 지상 59층의 대규모 레지던스(생활형숙박시설)가 들어서기로 예정된 곳이다. 이날은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을 시인하며 사퇴한 날이다. 시는 담당 국장의 전결로 급하게 건축 허가 절차를 완료했다.

 

최 청장은 반려 요청 사유로 민원해소협의체가 구성된 점을 든다. 협의체는 지난 8월 시 주도로 꾸려졌다. , 시민단체(북항막개발반대시민모임), 부산항만공사와 D-3 사업자인 부산오션파크등이 참여한다. 지난 9월 첫 회의에서 조망권 확보를 위한 건축물 높이 변경, 관광시설 증가 등 주거시설 비율을 낮추는 방향의 설계변경안이 논의됐다. 사업자의 사회적 기여 방안도 거론됐다. 사업자는 시기 등 세부 내용을 갖춰 다음 회의에 나서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사업자는 지난 3일 협의체에 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의 지역 상생 방안 수립을 주제로 북항이라는 특수성을 뺀 용역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26일에는 건축허가 관련 동구주민 요구사항에 대한 입장을 서면으로 전하며 설계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자료에는 토지신탁방식이라 사업계획이 신탁사에 맡겨져 있다. 높이나 용도 등을 변경하는 건 건축허가 취소와 마찬가지인데, 사업 관계자 간 합의도 힘들 뿐더러 이렇게 되면 기한이익상실(금융기관이 만기 전에 대출금을 환수하는 것)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원안 유지의 변이 담겼다.

 

협의체는 사업자의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에 강력 반발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용역은 용역대로 벌이고, 착공 허가는 별개로 준비해 일단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최 청장은 협의체가 사업 방향을 논의 중인데, 이를 제쳐두고 착공계가 제출돼 허가가 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발 기류에 지난 27일로 예정된 협의체 회의도 무산됐다.

 

사업자는 조만간 시에 착공계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는 이를 반려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필요한 요건만 갖춘다면 허가할 수밖에 없다. 이유 없이 착공 신고를 반려하면 행정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협의체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착공계가 제출되면, 건축허가 무효소송이나 착공 중지 가처분 신청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코끼리의 하루 물 소모량 욕조 2, 기후변화 취약

여름엔 하루 400500체온 냉각 등에 써주 서식지 건조·온난화 가속

물을 마시는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아프리카코끼리 무리. 몸의 생리 기능과 냉각을 위해 소비하는 막대한 양을 보충해야 살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건조한 사바나에 사는 아프리카코끼리가 더운 날 하루에 잃는 물의 양은 몸 수분함량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욕조 2개를 가득 채울 분량으로 육상 동물에서 이제껏 기록된 것 가운데 가장 많다. 코끼리의 이런 생리적 특징은 기후변화로 갈수록 덥고 건조해지는 남아프리카에서 야생 코끼리의 생존을 더욱 위협할 전망이다.

코린 켄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동물원 보전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동물원에서 기르는 아프리카코끼리 5마리를 대상으로 3년 동안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는 해롭지 않은 안정 동위원소인 중수소를 빵에 섞어 먹인 뒤 일정 기간 뒤 혈액 속 함량을 측정해 코끼리가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잃었는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코끼리가 잃는 물의 양은 덩치만큼이나 막대했다. 기온이 614도로 선선할 때 평균 체중 5.6t인 코끼리 수컷은 하루 325의 물을 소모했다. 욕조(160) 2개를 채울 분량이다.

그러나 기온이 2324도로 올라가면 그 양은 427로 늘어났다. 하루 물 소모량이 516에 이르기도 했다. 말과 사람은 체중의 56%인 각각 하루 4035의 물을 쓴다.

코끼리는 물구덩이를 중심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대표적인 물 의존 동물이다. 액셀 첸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코끼리는 왜 이처럼 많은 물이 필요할까. 아프리카코끼리(사바나코끼리)의 주요 서식지인 남아프리카 기온은 종종 코끼리의 체온을 웃돈다.

마이클 몰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 동물학자 등이 야생 코끼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코끼리는 기온이 30도가 넘으면 그늘을 찾거나 물웅덩이로 가 코로 물을 뿌려 피부를 적시는 행동을 많이 했다. 그 결과 물과 그늘, 먹이만 주어진다면 아프리카코끼리는 4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온에서 체온을 낮추는 핵심은 피부를 통한 수분 증발이다. 코끼리는 땀샘이 없기 때문에 피부에서 수분을 증발시켜 증발열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체온을 낮춘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수분을 잃는다.

기후변화로 사바나코끼리의 주 서식지인 남아프리카는 더욱 건조하고 더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된 물구덩이를 놓고 가축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런 이유에서 아프리카코끼리는 물구덩이를 중심으로 하루 812를 이동하는 물 의존 동물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코끼리 서식지인 사바나가 기후변화로 더 건조하고 더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물 부족으로 인한 수분 스트레스는 코끼리의 모유 감소, 번식률 저하, 탈수 사망 증가 등을 낳는다.

연구자들은 체중의 10%에 해당하는 물을 잃으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야생에서 코끼리는 적어도 23일에 한 번은 물을 마셔야 한다수분 스트레스로 야생 코끼리가 물을 찾아 이동 경로를 바꾸면 축산농과 마찰을 빚어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끼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취약종으로 올라 있다.

인용 논문: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20115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브라질, 1년새 경기도 넓이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브라질국립우주연구소 위성 관측 바탕 발표

빈곤탈출 명분 농장·광산 개발12년만에 최대

브라질 론도니아주의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불법 벌목된 나무들이 쌓여있다. AP 연합뉴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12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브라질 정부 기관이 밝혔다. 브라질국립우주연구소(INPE)인공위성 삼림 벌채 모니터링 프로젝트'(Prodes)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11088에 달했다고 30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경기도 전체 면적(1192.5)보다 넓은 열대우림이 1년 만에 사라졌고, 이전 1년간(2018820197) 훼손된 1129보다 약 9.5% 늘어난 것이다. 2007(12911)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을 포함해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베네수엘라, 프랑스령 기아나 9곳에 걸쳐있으며,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브라질국립우주연구소는 1988년부터 브라질에 속한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인 아마조니아 레가우’(Amazonia Legal)의 면적 변화를 인공위성을 통해 관측해왔다. 올해 파괴 면적 측정치는 잠정 수치이며 확정치는 내년 초 발표된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는 지난 2018년 아마존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당선된 뒤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아마존 지역 빈곤 탈출을 명분으로 이 지역 농장 및 광산 개발 확대를 주장해왔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로 300만종에 이르는 동·식물뿐 아니라 원주민 약 100만명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2009~2020년 아마존 열대우림 감소 규모를 연간 3900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기후 변화 관련 법률을 제정했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브라질 비정부기구(NGO)기후 관측소아마존 숲을 돌보고 범죄와 싸우기 위한 기관과 국가의 역량을 말살하려는 성공적 시책의 결과라고 보우소나루 정부의 정책을 비꼬아 비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과학적 성과에 대한 우선권이나 기여도를 둘러싼 크고 작은 논란은 사실 어느 시대에나 있다. 20세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이 깔리고 웹 기반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등장하기 전에는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고 심사받고 게재되는 모든 과정이 우편으로 진행되었다. 이때 학술지의 편집자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남의 공을 가로챌 수 있다. 접수된 논문을 잠시 보류해 두고 편집자가 거의 똑같은 내용의 논문을 써서 먼저 출판한다든지, 좀 더 양심적인 편집자는 투고자에게 공동저자로 함께 논문을 내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결과만 놓고 보면 후자의 경우가 다윈-월리스의 사례와 비슷하다. 그래서 다윈이 월리스의 업적을 가로챈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편집자가 투고자의 업적을 가로채는 일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이긴 하다. 그러다 90년대 초반 인터넷이 보급되고 이를 이용해 예비논문(preprint)을 별도의 저장소(arxiv.org)에 보관하고 유통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미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관리하다가 지금은 코넬 대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학자들이 이제는 논문을 쓰면 학술지로 보내는 대신 전자논문 형태로 예비논문에 먼저 등록한다. 모든 예비논문에는 고유번호가 부여되기 때문에 누가 언제 무슨 논문을 등록했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예비논문은 전문심사위원의 상호검토를 거친 논문이 아니어서 정식논문이 아니긴 하지만 학계에 무척 유용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학술지가 예비논문의 고유번호만으로도 투고와 심사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학술지에 실리지 않더라도 예비논문 자체로 인용이 많이 되고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예비논문은 등록한 순서대로 고유번호가 찍히기 때문에 어떤 업적에 대한 우선권이나 기여도를 평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만약 다윈 시대에 예비논문 시스템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다윈은 42년 초고와 44년 원고를 예비논문에도 등록하지 않고 그냥 묵혀뒀을 가능성이 높다. 월리스는 자신의 58년 논문을 다윈에게 보내는 대신 예비논문에 등록하고, 다윈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최신 논문을 읽고 코멘트를 부탁했을 것이다. 이 논문을 본 다윈은 경악했겠지만, 주변의 라이엘과 후커가 다윈을 다그쳐 그때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42년 노트와 44년 원고를 즉시 예비논문에 등록했을 것이다. 과학의 역사에서 동시발견의 사례는 많다. 지금도 이런 일이 허다하다.

 

내가 작업하고 있던 일과 비슷한 일을 이 세상 어디선가 다른 사람이 조금 더 빨리 마무리해서 예비논문에 올릴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의 작업이 한 발 늦었다고 그냥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가 비슷한 일을 해서 먼저 예비논문으로 발표했음을 논문에 밝히는 게 상례이다. 물론 이 경우 남의 예비논문을 보고 벼락치기로 자신의 이름으로 비슷한 예비논문을 작성해 등록하는 도둑질이 있을 수는 있다. 어느 시스템이나 구멍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그래도 예비논문 이전보다는 이런 도둑질의 개연성이 훨씬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보통은 이렇게 앞서거나 뒤서거니 나오는 논문들은 대체로 동시발견의 업적으로 인정해 준다. 다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1850년대 독립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론을 생각해 낸 찰스 다윈(왼쪽)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오른쪽). 그러나 인간을 두고 두 사람의 입장이 갈렸다. 월리스는 인간은 예외라고 본 반면 다윈은 인간도 예외일 수 없음을 주장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진화론을 심화시켰다.

 

다윈과 월리스가 제시한 종의 진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같은 종 안에서도 개체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 개체변이가 있다. 모든 사슴의 목과 다리의 길이가 다 같지는 않다.

 

둘째, 어떤 변이는 자식에게 유전된다. 어떤 사슴의 평균보다 긴 목과 긴 다리는 자식에게 대물림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사슴의 긴 목과 긴 다리는 자손에게 전해질 수도 있다. 진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자손에게 대물림되는 형질변화이다.

 

셋째,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개체 간의 생존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모두가 해피하고 안전하게 잘 살면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도 개체들이 늘어나다보면 한정된 자원 때문에 생존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도태된다. 사슴이 많아지면 높은 가지의 나뭇잎을 따먹을 수 있는 사슴들이 더 많이 살아남을 것이다.

 

넷째, 도태되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개체는 자손을 남긴다.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형질을 대물림할 수 있는 개체라면 계속 자손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긴 목과 긴 다리를 가진 사슴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고 만약 그 형질이 후대에 전해진다면 그 후손들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위의 네 항목은 진화가 일어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 진화가 일어났다면 네 가지 요소가 다 갖춰졌다는 말이고, 반대로 네 요소가 다 작동한다면 반드시 진화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이 중에서 셋째와 넷째, 즉 생존경쟁을 통해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과정을 '자연선택'이라 한다. 자연선택은 다윈의 진화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자연선택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인공선택이라는 말이 있을 수 있다. 좀 더 익숙한 단어를 쓰자면 육종이나 품종개량이 여기 해당한다. 벼나 옥수수를 인간의 요구에 맞게 개량하거나 개 또는 비둘기를 인간 취향에 맞게 품종을 관리하는 일은 말하자면 인공선택이다. 인간은 오랜 세월 이미 인공선택으로 종의 진화를 이룩한 셈이다. 인간의 인위적인 선택 대신 자연 속에서의 생존경쟁을 통한 선택이 자연선택이다. 그래서 종의 진화앞부분엔 지루하리만치 길게 비둘기 이야기가 나온다.

 

다윈의 진화론 하면 또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다. 적자생존은 다윈의 개념이 아니라 당대 사회학자였던 허버트 스펜서(1820~1903)1864년에 출간한 생물학의 원리에서 처음 사용했다. 흔히 적자생존이 자연선택과 함께 다윈 진화론의 핵심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기서 적자로 옮긴 ‘the fittest’가 최상급임에 유의하자. 이 단어를 그대로 옮기자면 적자생존이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자연선택은 1등만 가리는 과정이 아니다. 자연이 1등만 가려서 선택했다면 아마 거의 모든 생물종은 멸종했을 것이다. 자연선택과 잘 어울리는 표현은 최상급인 'the fittest‘라기보다 최재천의 주장처럼 비교급인 'the fitter’이다.

 

이는 마치 군대에서 선착순 집합으로 얼차려 하는 것과 비슷하다. 20명의 부대원에게 선착순 10명으로 나무 돌아오기 얼차려가 주어졌다면, 굳이 내가 1, 2등까지 할 이유는 없다. 나머지 10명보다만 더 잘 뛰면 된다. 자연선택도 이와 비슷한 과정이다.

185911월 출간돼 인류의 세계관을 뿌리째 흔들어놓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오클랜드 박물관 제공

 

종의 기원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굉장한 논란과 논쟁도 뒤따랐다. 모든 생물종이 진화하고 인간도 예외가 아니라면 우리가 원숭이의 후손이냐 하는, 진화론을 접했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가졌을 법한 의문이 그때에도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나 또한 어렸을 때 다윈의 진화론을 접하고서는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유인원에 가깝게 진화되는 원숭이가 있다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이런 통념은 다윈의 진화론보다 중세까지 유행했던 존재의 큰 사슬에 더 가깝다. , 모든 생물이 하나의 큰 사슬 속에 각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진화의 개념을 적용하면 하등생물이 진화해서 고등생물이 되고, 그 정점에 인간이 있다는 식이다. 이는 다윈의 진화론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종의 가지치기식 분화, 즉 공통조상론이다. 이에 따르면 아주 오랜 옛날에 인간과 원숭이의 조상이 같았다. 그 어떤 분기점에서 인류와 원숭이는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원숭이는 인간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 자체로 계속 진화해 영화 혹성탈출에 나오는 시저 같은 똑똑한 새 종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인류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오랜 미래에는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태어날 종이 출현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원숭이와 우리는 오래 전에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점이 포인트이다. 분기점 이전의 공통조상은 지금의 원숭이도 인간도 아니다.

 

지금도 진화론 하면 우리가 원숭이의 자식이란 말이냐는 질문이 나오는데, 다윈 시절에는 어땠으랴. 가장 유명한 일화는 1860630일 옥스퍼드 박물관 도서관에서 있었던 영국 학술협회 회의자리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다윈의 불독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던 진화론의 열렬한 옹호자 토머스 헉슬리(1825~1895)와 진화론을 경멸했던 윌버포스 주교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윌버포스는 헉슬리에게 원숭이가 할아버지 쪽 조상이냐, 할머니 쪽 조상이냐 하고 조롱하듯 물었다. 진화론의 반대론자들이 크게 박수치고 환호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헉슬리는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재능을 천하게 팔아먹는 돈 많은 주교가 되느니 차라리 저는 원숭이의 자손이 되겠습니다.”

 

진화론은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냐 아니냐는 논란보다 현실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오용되기도 했었다. 다윈의 외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은 인류의 유전학적 품종개량학인 우생학을 창시했다(1865). 우생학이 20세기의 나치즘과 만나 어떤 참혹한 짓을 저질렀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생존경쟁과 자연선택, 적자생존 등의 단어는 당시 번성하던 제국주의와 궁합이 잘 맞는다. , 제국주의가 약소국을 침략해 식민지로 만드는 과정은 자연선택의 일환이며 이는 자연의 순리라고 주장할 수 있다. 자연선택이라는 방패는 국제사회의 약육강식을 숨기기에 더없이 좋은 피난처이다.

1920년대 미국 캔자스주에서 우생학적으로 완벽한 가족을 찾는 행사. 우생학하면 나치를 떠올리지만 여러 국가에서 널리 실행되고 있었다. 위키피디아 (자료 American Eugenics Society)

 

한편 다윈의 진화론은 유전기제에 대한 설명이 없다. 유전은 진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다. 근대적인 유전학은 마침 다윈의 동시대에 오스트리아의 한 수도사였던 멘델이 자신의 수도원에서 완두콩을 키우며 잉태하고 있었다. 그러나 멘델의 유전법칙(1865)은 당대에 빛을 보지 못했고 35년이 지난 1900년에야 다시 재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 20세기 초반 생물학의 가장 큰 숙제는 진화론과 유전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리학자로서 나는 19세기 물리학의 눈부신 성취에 당연히 가장 먼저 눈길이 기기는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봤을 때 19세기 과학 분야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가장 위대한 성취 하나를 꼽는다면 역시나 종의 기원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과 이후로 인간의 인식은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고 20세기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과학 자체의 발전의 맥락에서 보자면 다윈의 진화론은 이른바 코페르니쿠스의 원리가 생물학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과도 같다.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란 일종의 민주주의적 원리로서 지구가 더 이상 우주의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원리이다. 만약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면 지구는 우주에서 대단히 특별한 존재이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는 1543년에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내쫓아 버렸다. 말하자면 ‘the One'에서 ’one of them'이 된 것이다. 과학의 역사를 좀 길게 보면 대체로 코페르니쿠스의 원리가 확장된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원리에 입각해 진화론의 의미를 설명하자면, 한마디로 인간이 더 이상 특별한 생물종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윌버포스 주교가 그토록 진화론을 혐오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간이 더 이상 특별한 종이 아니라는 인식은 우리의 기원을 탐구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한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다윈은 정말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말년기의 찰스 다윈. 위키피디아 제공

 

참고자료

-최재천, 다윈 지능, 사이언스북스

-찰스 다윈, 종의 기원(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Adrian J. Desmond, Thomas Henry Huxley, Encyclopædia Britannica, June 25, 2019;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Thomas-Henry-Huxley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교수/ 동아사이언스

 

다윈의 항해

만년의 찰스 다윈. 다윈은 비글호 항해를 다녀온 후 무려 18년 이상 은둔하다시피 하며, 진화론의 여러 이론을 다듬어갔다. 위키피디아 제공

 

인간이 가지는 궁극적인 궁금증 중의 하나는 기원에 관한 것이다. 지구의 기원, 우주의 기원, 그리고 우리 인간의 기원 등이다. 과학의 역사는 간단히 말해 이 기원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해 온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에 관해 최초로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역시나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의 신체부위에 관하여, 동물의 역사등에서 생물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분류했다. 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는 18세기까지 군림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유래한 개념 중에 존재의 큰 사슬(The Great Chain of Being)’이라는 것이 있다. 하등생물에서 고등생물까지 하나의 큰 사슬처럼 위계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개념이다. 사슬의 최상위에는 인간이 있고 태생이냐 난생이냐, 온혈이나 냉혈이냐 등의 기준으로 동물들이 사슬을 빈칸 없이 채우고 있다. 사슬의 각 단계별로는 전환이나 이동이 없다. 존재의 큰 사슬이 중세의 종교와 궁합이 잘 맞는다. 인간 위에 천사가 있고 그 위에 신이 있으면 완벽하다.

 

근대적인 생물분류법을 제시한 사람은 스웨덴의 칼 폰 린네(1707~1778)였다. 린네는 1735년에 출간한 자연의 체계에서 식물을 분류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 책의 초판은 12쪽이었으나 훗날 개정판에서는 천 쪽이 훨씬 넘을 정도로 방대해졌다. 이후 1746년에 출간한 스베치카의 동물에서 6개의 강(포유, 조류, 양서, 어류, 곤충, 벌레)으로 동물을 분류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간을 유인원과 함께 같은 속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같은 급으로 분류한 것은 린네가 처음이었다.

 

1753년에는 식물의 종을 출간했다. 여기서 린네는 생물의 학명을 붙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명법이라 불리는 이 명명법에서는 해당 생물의 라틴어 속명(명사형)과 종명(형용사형)을 이 순서대로 붙여 부른다. , 호모 사피엔스라고 하면 호모 속의 사피엔스 종의 생명체란 뜻이다. 수많은 동물과 식물을 분류하다보면 어느 카테고리에도 포함되지 않는 변종들을 접하게 마련이다. 변종, 또는 잡종의 존재는 린네에게 충분히 당황스러웠다. 그는 여전히 창조주가 세상의 모든 종을 만들었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잡종이나 변종은 자연에 너무 흔하다. 린네 자신이 잡종을 만들어내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생물의 종이란 신이 창조한 이래 고정불변이라기보다 현실의 자연에서 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린네는 종의 가변성을 받아들였다.

 

린네와 거의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프랑스의 조르주루이 르클레르 드 뷔퐁(1707~1788)은 진화론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36권에 달하는 자연의 역사라는 책을 써서 (훗날 제자들이 8권 추가) 자연의 삼라만상은 자연 속의 원인에 따른 것이며 모든 것이 연속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관념 때문에 뷔퐁은 린네의 분류법을 지지하지 않았다. 연속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서로 다른 모습의 다양한 종들도 원래는 공통의 조상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쉽게 이를 수 있다. 현재의 다양한 종이 공통조상에서 유래했다는 발상은 근대적인 진화의 개념과 일치한다. 다만 뷔퐁은 진화가 아니라 퇴화의 관점에서 종의 변화를 생각했다. 그래서 비교해부학으로 퇴화기관을 연구했고, 유인원은 인간이 퇴화한 결과라는 놀라운 주장까지 내놓았다. 훗날 다윈은 뷔퐁을 근대 최초로 종의 기원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과학자로 평가했다.

 

한편 뷔퐁은 지구의 나이를 계산하기도 했다. 뷔퐁은 태양이 혜성에 부딪혀 그 일부가 떨어져 나와 지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지구가 아주 뜨거웠을 때부터 식는 데에 얼마나 걸리는지를 각종 금속과 광석을 달구었다가 식히는 실험을 통해 추정했다. 뷔퐁이 얻은 나이는 약 10만년이었다. 이 값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나이인 약 46억년과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경에 적힌 대로 지구와 우주의 나이를 6천년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나름 과학적인 실험과 추론으로 성경을 뛰어 넘는 시간척도를 제시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방사성 원소가 발견되기 전인 19세기 말까지도 지구의 나이는 그리 길지 않았다.

 

체계적인 이론으로서의 진화론을 처음 정립한 사람은 프랑스의 박물학자이며 뷔퐁의 애제자였던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1744~1829)였다. 라마르크는 생물학, 무척추동물이라는 말을 만든 사람으로 1801무척추동물의 분류 계통이라는 책을 낼 정도로 그 분야의 전문가였다.

 

그는 무척추동물을 연구하면서 생물종의 진화 개념을 발전시켰다. 라마르크의 진화이론은 1809년에 출간된 동물철학에 잘 담겨 있다. 라마르크는 두 가지 요소로 진화를 설명했다. 첫째, 생명체는 선천적으로 더 복잡해지려는 경향이 있다. 둘째, 환경이 생명체를 적응시키는 힘이 작용한다. 이때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기관을 더 사용하기도 하고 덜 사용하기도 한다. 그 결과 많이 사용한 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한다. 한 개체에서 일어난 이런 변이는 후대에 전해진다. 이를 용불용설이라고 한다. 기린의 목이 긴 이유를 용불용설은 아주 쉽게 설명한다. , 고대의 사슴이 더 높은 가지의 나뭇잎을 먹기 위해 목을 늘린 결과 현대의 기린처럼 목이 길어졌다는 논리이다. 용불용설의 핵심은 용불용의 결과로 생긴 기관의 변이가 유전된다는 점이다. 변이가 유전되지 않으면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획득형질의 유전을 인정하는 주장이라 현대 진화론과는 맞지 않는다. 획득형질이 유전된다면, 예컨대 열심히 근력운동을 해서 몸짱이 되면 그렇게 발달된 근육이 자손에게 그대로 전해진다는 말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용불용설은 라마르크가 효시라고 할 수는 없다. 획득형질의 유전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전해 내려오는 통념이었다. 라마르크는 용불용설을 하나의 요소로 포함해 과학이론으로서의 진화론을 정립했다.

 

라마르크가 동물철학을 발간했던 1809년 영국에서는 찰스 다윈(1809~1882)이 태어났다. 이해에 하이든이 사망했으며 멘델스존과 소설가 앨런 포가 태어났고, 다윈이 태어난 212일 미국에서는 링컨이 태어났다. 아버지는 유명한 의사였고 할아버지 이래즈머스 다윈은 의사이자 생물학자이면서 시인이자 발명가로 이름이 높았으며 초기 진화론을 주장하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다윈은 특별한 구석 없이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았다. 여느 의사집안과 마찬가지로 다윈도 의대진학을 종용받고 에든버러 대학 의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적성에 맞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비위가 약해 해부실습이 힘겹기도 했고, 마취제가 없던 시절이라 비명이 난무하는 수술참관도 어려워했다고 한다.

 

이 무렵 다윈은 박물학에 관심 있어 관련 활동을 하기도 했다. 부모의 다음 욕심은 목사였다. 다윈은 그 뜻에 따라 케임브리지 크라이스트대 신학부에 입학했다. 다윈은 여기서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16세기 갈릴레오도 그랬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의 욕망은 한결같이 의대 아니면 법대이다. 그러나 또한 한결같이 자식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했고,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다윈은 케임브리지에서 시간낭비만 했다고 투덜거렸지만 거기서 존 스티븐스 헨슬로라는 식물학자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다윈은 헨슬로의 추천으로 자신의 일생을 뒤바꿀 여정을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831년부터 5년 동안 다윈은 영국 해군 탐사선 비글호에 무급 박물학자 자격으로 승선해 세계일주 항해에 동행했다. 27세의 젊은 선장 피초로이가 이끄는 비글호의 주된 임무는 남미 해안선 지도를 업데이트하는 것이었다. 당시는 대영제국이 가장 활발하게 식민지 경영에 나설 때였다. 지도제작은 제국주의가 세계로 뻗어나가 위한 필수작업이었다. 비글호는 남미 해안을 돌아 대륙 서쪽에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를 거쳐 호주와 남아프리카를 경유해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 뒤 1839년에는 비글호 항해기를 출판했다.

 

잘 알려진 대로 다윈은 비글호 항해를 거치며 생물종의 진화에 대한 생각을 촉발할 수 있었다. 특히 갈라파고스 제도의 독특하고 다양한 생물들--대형 거북, 바다이구아나, 핀치새 등--은 다윈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애초에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검은새, 휘파람새, 굴뚝새 등 여러 종류의 새로 추정되는 표본을 채집했다. 지금은 다윈핀치라 알려진 이 새들을 정작 다윈 자신은 핀치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표본수집에 다소 소홀하기도 했었다.

 

다윈이 채집한 새들의 정체를 밝힌 것은 비글호 항해가 끝난 뒤 다윈에게서 표본을 넘겨받아 조사했던 영국의 조류학자 존 굴드였다. 굴드는 다윈이 채집한 새들이 핀치의 새로운 종(변종이 아니라)들이라고 판정했다. 원래 조상이 같은 핀치였는데 갈라파고스 각 섬의 환경에 따라 다양하고도 새로운 종으로 갈라졌다면 종의 안정성 또는 불변성을 심각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 흔히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다양한 종류의 부리를 가진 핀치를 보고 현지에서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마냥 진화론을 떠올렸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윈이 자신의 진화론을 정리하기까지는 여러 요소들이 영향을 주었고 시간도 꽤 걸렸다. 여기에는 당대의 지질학자였던 찰스 라이엘(1797~1875)과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1834)도 포함된다. 라이엘은 다윈이 비글호 항해를 떠날 때 자신의 저작인 지질학 원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책은 성경에 적힌 대로 지질의 역사를 기술하려는 창조론적 지질학과 결별하고 과학적인 지질학을 확립하기 위한 시도였다. 라이엘의 말을 빌면 홍수론자들을 침몰시키기위한 저작이었다.

 

라이엘에 따르면 과거 지질학적 변화는 현재의 지질학적 변화를 야기하는 자연의 법칙과 똑같은 법칙이 작용된 결과이다. 이를 동일과정설이라고 한다. (동일과정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라이엘이 태어난 해에 세상을 떠난 제임스 허턴이었다.) 한마디로 지질학 원리는 지질학을 신학이나 초자연적 서사에서 탈출시켜 과학으로 해방시킨 책이다. 현재의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작용이 점진적이고 느리게, 그러나 오래 축적되면 긴 시간에 걸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대비되는 학설이 격변설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지질학적 구조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의 급격한 변화로 형성되었다는 이론이다. 지구의 나이가 6천년이라는 성경의 주장은 격변설과 더 잘 어울린다.

 

평범한 자연의 법칙에 따른 오랜 세월에 걸친 지구의 변화라는 라이엘의 철학은 다윈에게도 큰 감명을 주었다. 특히 지층 속의 다양한 생물화석은 시대별 생물과 지층의 변화를 보여주는 타임라인과도 같아서 다윈의 흥미를 끌었다.

 

한편 라이엘이 태어난 이듬해에 출간된 맬서스의 인구론도 다윈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한 마디로 말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사람들이 엄청난 생존경쟁에 내몰리게 된다. 이 극한 환경에 잘 적응한 자들은 살아남겠지만 취약한 사람들은 도태되고 말 것이다. 다윈이 인구론을 읽은 것은 비글호 항해기가 나오기 전인 1838년이었다. 생존경쟁, 적응과 도태 등의 개념은 다윈이 자신의 진화론을 구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윈은 비글호 항해를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온 직후인 1837년에 종의 변형에 관한 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1842년에는 35쪽짜리 진화론에 관한 개요를 썼고 이를 바탕으로 1844년에는 책자 분량의 원고로 정리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후로는 따개비의 생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1854년 그 결과를 책으로 발표했다. 이후 라이엘 등 주변의 강력한 권고로 다윈은 종의 전환에 관한 기록과 자료를 정리했고 1856년부터 본격적으로 종의 기원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매사에 꼼꼼한데다 더 이상 논박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결과물을 내야겠다는 생각에 다윈의 작업 진도는 빠르지 않았다.

 

그러던 18586월의 어느 날, 다윈은 앨프레드 러셀 월리스(1823~1913)라는 박물학자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월리스는 탐험가이면서 박물학자로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주인공 인디애나의 박물학자 버전쯤 되지 않을까 싶다. 월리스는 당시로서는 영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오지를 탐험하며 동식물 표본을 수집했고 그 결과를 책이나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1854년부터 62년까지 8년 동안 진행된 말레이군도 탐험이었다. 이 시기에 채집한 동물표본만 12만점이 넘었고 수십 편의 논문도 투고했다.

 

그 중에서 특히 종의 기원을 다룬 두 편의 논문이 1855년과 1858년에 나왔다. 55년 논문에서는 생물종이 가지치기 하듯이 진화를 통해 다양하게 분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진화의 메커니즘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58년 논문은 원래 유형에서 무한히 멀어지려는 변종들의 경향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다윈의 편지에 동봉되었다. 둘은 이전부터 편지를 주고받던 사이였다. 월리스는 편지에서 다윈의 논평과 함께 라이엘의 논평도 부탁했다. 이 논문에는 자연선택을 주 내용으로 다윈이 구상했던 진화론의 메커니즘이 거의 그대로 담겨 있었다. 다윈이 큰 충격을 받았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때 다윈과 가까이 지내던 라이엘과 식물학자 조지프 후커가 나섰다. 이들은 월리스의 논문과 함께 다윈의 42년 및 44년 원고를 하나로 묶어 린네학회에 보냈다. 저자란에는 다윈과 월리스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논문은 별 탈 없이 발표되었다. 이 과정에서 라이엘과 조지프는 월리스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 월리스가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빨리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진화론이라고 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우선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결말이 해피엔딩이라 큰 논란이 일지는 않았다. 당사자인 월리스는 라이엘과 후커의 이런 결정에 반발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환영했다. 다윈과 월리스의 학계에서의 비대칭적인 지위도 아마 작용을 했을 것이다. 다윈은 이미 학계에서 이름이 높은 학자였다. 사실 그랬기 때문에 월리스는 58년 자신의 논문을 다윈에게 보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를 수는 있으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학자가 이름이 높은 학자와 함께 공동저자로 논문을 발표할 수 있다면 그건 전자에게 엄청난 기회이면서 영광이다. 아마도 당시 월리스의 심정이 이와 같았을 것이다. 이 사건이 있은 뒤 다윈은 서둘러 집필 작업을 진행했고 결국 이듬해인 1858종의 기원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월리스는 훗날 자신이 58년에 쓴 논문의 가장 큰 결과는 다윈에게 종의 기원을 더 빨리 마무리할 수 있게 한 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참고자료

쑨이린, 생물학의 역사(송은진 옮김), 더숲.

조너선 와이너, 핀치의 부리(양병찬 옮김), 동아시아.

찰스 길리스피, 객관성의 칼날(이필렬 옮김), 새물결.

Jane R. Camerini, Alfred Russel Wallace, Encyclopædia Britannica, January 04, 2020;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Alfred-Russel-Wallace.

이종호, 천재를 이긴 천재들, 글항아리.

김영식, 박성래, 송상용, 과학사, 전파과학사.

존 그리빈,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과학(강윤재, 김옥진 옮김), 들녘.

 

과일이 저마다 색으로 물드는 이유

드높은 하늘, 선선한 바람을 품은 가을은 과일이 풍성한 계절이다. 수확을 앞둔 과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저마다의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싱그러운 초록색 풋사과는 빨갛게 무르익고, 주황색 딱딱한 감도 진홍색 홍시로 탈바꿈한다. 포도알의 보랏빛이 더욱 깊어지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과일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색을 갖게 됐을까.

새를 유혹하는 붉은빛 사과

과일(열매)이 익으면 탐스러운 색을 띠는 이유는 당연한 얘기지만 과일 속에서 색소 물질이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소 물질이 왜 만들어지는지, 왜 과일마다 다른 색소 물질이 만들어지도록 진화했는지는 과학자들도 아직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유전적 요인부터 빛이나 온도, 습도 같은 외부 환경요인, 자손을 널리 퍼뜨리려는 생명의 본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몇 가지 유력한 가설은 있다. 열매가 자신이 잘 익었음을 동물에게 알리기 위해, 그래서 열매를 먹은 동물을 통해 씨앗을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해 색과 향기를 내는 물질을 만든다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속에 품은 씨가 영글기 전까지는 나뭇잎 사이에 꼭꼭 숨어 있다가, 씨가 영글고 과육 속에 당분, 지질, 단백질 등이 풍부해지면 화려한 색과 향기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메르 네보 독일 울름대 진화생태학 및 보전유전학연구소 교수팀은 열매를 따 먹는 동물의 종류에 따라 열매의 색이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98-018-32604-x

 

연구팀은 아프리카 동부 우간다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열대식물 97종의 잎과 열매의 색을 조사했다. 그리고 식물들의 계통(유전적 요인)과 외부 환경요인이 열매의 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조류가 주로 먹는 열매의 색깔은 포유류가 주로 먹는 열매의 색깔보다 붉은색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유류가 주로 먹는 열매의 색깔은 잎 색깔과 유사한 푸른색 계열도 있는 반면, 조류가 주로 먹는 열매는 그렇지 않았다.

 

네보 교수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종이라도 번식을 위한 포식자와의 상호작용과 같은 외부 환경요인에 따라 색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위가 만들어 낸 핏빛 오렌지

사과, 딸기, 체리, 포도. 이처럼 붉은 계열의 과일이라도 그 색은 천차만별이다. 과일마다 조금씩 다른 색소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식물에 독특한 색, , 맛을 부여하는 물질을 통틀어 파이토케미컬이라고 부른다. 식물을 뜻하는 파이토(phyto)’와 화학물질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의 합성어다.

 

영국 존이네스센터와 이탈리아 지중해작물연구센터 등 공동연구팀은 다양한 오렌지를 이용해 파이토케미컬의 양과 과일 색의 관계를 연구했다. 특히 연구팀은 1600년대 초부터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재배된 기록이 있는 시칠리아 블러드 오렌지(Citrus sinensis)’에 주목했다.

 

블러드 오렌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육과 껍질이 일반 오렌지에 비해 전반적으로 붉다. 색을 내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사이아닌(anthocyanin)’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 공급되는 블러드 오렌지의 대부분은 시칠리아 지역에서 유래한 종이다.

 

연구팀은 고대 지중해 남부에서 폭넓게 재배되던 일반 오렌지가 기온이 낮은 시칠리아에서 재배되면서 안토사이아닌 성분을 많이 만들도록 진화해, 블러드 오렌지라는 새로운 종으로 분화했다는 연구결과를 2012년 국제학술지 플랜트 셀에 발표했다. doi: 10.1105/tpc.111.095232

 

연구팀은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일반 오렌지종(Navelina, Salustiana, Cadenera)과 블러드 오렌지종(Doppio Sanguigno, Tarocco, Moro), 그외 여러 교배종을 대상으로 루비(Ruby)’라고 명명한 유전자의 발현 양을 비교했다. 루비는 안토사이아닌 성분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유전자다.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려면 상단부에 이를 시작하게 만들거나 보조하는 조절인자가 붙어야 한다. 연구팀은 루비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조절인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블러드 오렌지종의 루비 유전자 염기서열 상단부에는 조절인자가 결합할 수 있는 뉴클레오티드(nucelotide)가 삽입돼 있지만, 일반 오렌지종에는 삽입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블러드 오렌지에서는 루비 유전자가 발현되는 반면, 일반 오렌지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통해 고대 지중해의 일반 오렌지종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시칠리아로 옮겨갈 때 뉴클레오티드가 삽입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추위가 블러드 오렌지의 핏빛 붉은 색과 항산화 물질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런 연구는 육종기술 발전에 보탬이 된다. 신육종혁신기술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연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블러드 오렌지의 경우처럼 건강과 관련된 유전적 요소를 찾고 있다첨단 유전자교정 기술로 이를 유도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외피가 남다른 파란 분꽃 열매

한편 외피의 독특한 구조로 색이 결정되는 열매도 있다.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인 상록수 관목 비부르눔 티누스(Viburnum tinus)의 열매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월계분꽃나무라고 부르는 비부르눔 티누스에는 작고 동그란 푸른색 열매가 열린다. 이는 작은 산새류의 주요 먹이원이다.

 

올해 8월 실비아 비그로리니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부 교수팀은 비부르눔 티누스 열매가 익을수록 푸른색을 띠는 이유가 외피 세포벽에 있는 지질층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외피 세포벽 바로 아래에는 지질층이 자리잡고 있었다. 연구팀은 비부르눔 티누스 열매가 익는 과정에서 지질층이 생성되고, 이 지질층이 빛의 간섭을 일으켜 검붉은 색이었던 열매가 점점 더 파란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그로리니 교수는 열매 표면에 지질층 구조가 만들어지는 생물학적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이번 연구가 지질층을 이용한 생물학적 염색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토케미컬로 과일 고르는 법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 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화학물질을 일컫는 말이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에 색과 영양소를 제공한다. 과일의 색을 보고 과일 속 영양소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가령 포도나 체리, 딸기, 사과 등에는 수소 이온 농도에 따라 빨간색, 보라색, 파란색 등을 띠는 안토사이아닌이 많이 들어있다. 파이토케미컬의 색은 생체 내 금속과의 결합 상태, 주변 pH 농도 등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같은 안토사이아닌 색소를 가졌더라도 과일의 색이 다를 수 있는 이유다. 안토사이아닌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면역력을 강화한다. 눈에서 빛을 감지해 뇌로 전달하는 로돕신 합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가 하면 복숭아나 귤, 오렌지처럼 노란색 또는 주황색을 띠는 과일에는 베타카로틴과 같은 카로티노이드가 많이 들어있다. 카로티노이드는 비타민A의 전구물질이다. 암을 예방하고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밖에도 키위나 메론 등 초록빛을 띠는 과일에는 클로로필 성분이, 커피 콩처럼 검은색을 띠는 과일에는 클로로겐산 성분이 많다. 이것들은 각각 간세포 재생과 당 흡수 억제 효과를 낸다.

 

파이토케미컬은 과일의 화려하고 짙은 색을 띤 부위에 많이 존재한다. 껍질과 과육의 색이 같은 복숭아나 살구 등의 과일은 껍질을 벗겨 먹고, 색이 다른 사과 등의 과일은 껍질을 함께 먹으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가마니 22만원35% 급등한 쌀 값, 무슨 일이?

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 가마니 가격이 22만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여름 태풍과 장마로 인해 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결과로 농민들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쌀 예상 생산량 조사에선 3%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쌀 값 폭등, ?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쌀(20kg)의 도매 가격은 55380원을 기록했다. 지난 5년 간의 평균 가격보다 35.4%, 1년 전보다는 17.1% 뛰었다. 부산 등 일부 도매시장에서는 59000원에 거래돼 6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 가마 기준으로는 221520원이다. 작년 국회가 쌀 한가마니 목표가격으로 정했던 214000원을 크게 웃돈다.

 

쌀 값은 지난 9월부터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9월 쌀 월평균 가격은 51159원을 기록해 aT가 가격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5만원대를 돌파했다. 지난달엔 53719원으로 뛰었고, 이달들어 1~9일 평균 55147원으로 높아졌다.

 

정부는 당초 10월 중하순부터 가격 안정세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빨리 수확하는 조생종 벼만 작황이 좋지 않아 10월초 가격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곡물관측에서 10월 하순부터 쌀 가격 하락세가 시작돼 11월 가격은 10월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의 쌀 예상생산량 통계에서도 전년 대비 생산량이 3%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수급 불안정은 심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쌀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생산량 예측과 가격 전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 등 주요곡창지대의 농민들은 많게는 20~30% 가량 생산량이 줄었다고 보고 있다. 쌀 생산량을 좌우하는 8월 초순에 비가 많이 와 전체적으로 제대로 된 알곡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조금 늦게 수확하는 중만생종 작황이 괜찮은 편이지만 가격이 하락할 정도는 아니라고 농민들은 보고 있다.

 

정부, 시장 개입할 듯

올해 쌀 생산량이 3% 감소에 그칠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상 생산량 조사와 농민들의 체감이 다른 것은 통계청의 조사방식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통계청은 9월께 벼에 달린 낱알 수를 기준으로 예상 생산량을 발표한다. 이후 수확 후 벼의 무게를 재 11월 생산량 조사를 업데이트 한다. 낱알이 많이 맺혀도 쭉정이가 많으면 예상 생산량과 실제 생산량이 크게 차이날 수 있는 것이다.

 

쌀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비축미를 시장에 적정 가격에 내놓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비축 예정인 2020년산 쌀을 비축하지 않거나 기존에 비축한 2019년 또는 2018년 쌀을 푸는 방안이 거론된다.

 

식품·유통업계에선 2018년산 등 구곡을 풀 경우 대부분 외식업체 등으로 흘러가 실제 쌀 소비자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0년산 쌀을 풀어야 소비자가 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올해 비축미 매입량을 줄이거나 매입 후 즉각 방출하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해야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농협과 정부가 쌀 수매가격을 더 높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계청의 쌀 생산량 조사가 나오면 수급 상황에 따라 비축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이해관계자의 의견 조율이 필요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2020.11.1

 

건축물 높이 120m 제한논란 재점화

건축물 120m 높이 제한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업계의 의견대립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산 서구, 중구 일대.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의 건축물 120m 높이 제한본격 시행이 임박하면서 도시 스카이라인을 위한 새로운 규제를 놓고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부산시는 1년 반 동안 진행해 온 도시경관을 위한 높이관리 기준 용역(부산일보 201953일 자 등 보도)을 토대로 건축물 높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건축·건설 업계에서는 획일화된 높이 제한으로는 오히려 과밀화된 도시 조성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다.

 

부산시는 4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부산시 높이관리 기준 수립최종 용역 보고회를 부산시청에서 갖는다. 시는 고층 건물이 해안과 산지, 도심에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도심 경관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는다며 지난해 54억 원의 예산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해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용역을 진행해 왔다.

부산시 4일 최종 용역보고회

해안 등 조망점도 중점 관리

건축·건설업계 우려 목소리

뒤늦은 규제로 과밀화 초래

건축법과 중첩혼란 가중

 

용역 결과의 핵심은 120m 높이 제한과 도심 경관 확보를 위한 조망점 뷰콘(조망점을 기준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역삼각형 조망) 관리다. ‘가로구역별(도로로 둘러싸인 지역) 높이 제한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주거지역도 120m 최고높이 기준을 마련했다. 120m 기준은 권역 중심지 표고(해발 고도)와 대상지 표고, 대상지 지형 등을 감안한다. 저지대인 경우 최대 기준인 120m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지만, 표고가 높아질수록 높이 한계가 낮아져 표고가 70m일 경우 건축물 높이가 40m 안팎으로 낮아진다. 표고가 100m 안팎의 고지대여서 이러한 시뮬레이션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대상지 표고 상한선을 80m로 설정하거나, 건축물 높이를 50m까지 허용하는 방안 등이 고려된다.

준주거·상업지역은 도심·부도심권의 권역 구분을 통한 중점높이관리구역과 고층건물 허용구역을 지정한다. 광복동 등 구도심 역사문화밀집지역은 중점경관 관리구역으로 지정해 돌출 건물을 방지한다. 반면 서면과 해운대 동래 덕천 사상 하단 연산 중심가는 고층건물 허용구역으로 지정한다.

 

용역에선 조망권 사유화를 막기 위한 조망점에서의 경관 관리방안도 나왔다. 동구 서구 일대 산복도로 전망대 등에서의 부산항 북항을 바라보는 조망을 비롯해 해운대해수욕장 등 해안을 비롯한 30개 안팎의 조망점을 선정해 내려다보는 조망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건축물 높이관리 지침'을 만들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기준'에 반영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 도시 경관관리를 위한 첫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겠지만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심의기준을 다듬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건축·건설 업계에서는 부산이라는 도시 성격에 맞지 않는 조치라며 우려를 표시한다. 이미 고층 건물이 즐비한 부산에서 뒤늦게 높이를 규제하면 고밀도 개발이 불가피해 오히려 도시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업·준주거지역의 경우 이미 건축법에 가로구역을 통해 높이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중 잣대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새롭게 도입하는 조망점 규제는 조망점이 대부분 고지대에 위치해 시민 다수가 누리는 경관이라고 보기 힘든데, 새로운 규제로 피해를 보게 되는 건물주 등과의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부산시건축사회 강윤동 법제위원장은 이번 용역이 계획 신도시의 마스터플랜을 짜는 덴 아주 유용하겠지만 이미 수십년간 도시로 형성된 부산에 적용하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특히 조망점을 통한 뷰콘 관리는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높이관리 기준은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전문가 단체가 포함된 TF를 구성해 장기 과제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의 한 대표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시장 취임 후 갑자기 추진을 해 당혹스러웠는데, 여전히 논란이 되는 사안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급하게 시도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대영 부산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은 당초 취지와 달리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는 만큼, 시의회 차원에서 시의 추진 방안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시위에 희생된 방어, 참돔은 동물이 아닐까

동물단체, 경남양식어류협회 동물보호법 위반고발

살아있는 물고기 길바닥에 던져 집회 도구로 사용

경남양식어류협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상경집회에서 정부의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며 방어, 참돔을 바닥에 던져 질식사 시키는 집회를 벌였다. 미래 수산 tv 갈무리

 

살아있는 물고기를 길 한복판에 내던져 죽게한 양식업자들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2일 동물해방물결(이하 동해물)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남어류양식협회 집회 현장에서 벌어진 동물학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관계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경남양식어류협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상경집회에서 정부의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며 방어, 참돔을 바닥에 던져 질식사 시키는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집회에서 정부가 일본산 활어를 무차별적으로 수입하는 바람에 국내 양식 활어의 값이 떨어졌다며 일본산 활어는 바닥에 내던지고, 국내산 활어들은 산채로 비닐에 묶어 행인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동물해방물결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집회 도구로 학대한 경남양식어류협회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동물해방물결제공

 

동해물은 경남양식어류협회는 이날 양식 어민이 죽어간다고 부르짖었지만, 정작 죽어간 것은 누구인가. 어느 나라에서 왔든,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나 평생을 식용으로 착취당한 방어와 참돔이었다. 어류도 고통을 느낀 다는 것은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관련기사: 물고기도 고통에 빠져 모르핀을 찾는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역시 제21호에서 동물에 대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뿐 아니라 어류까지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어류의 경우,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범위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다.

동해물은 물고기들이 식용이 아닌 집회의 도구로 사용됐던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비록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어류 동물은 식용일 경우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집회에 이용된 방어와 참돔은 집회의 도구로 무참히 살해, 이용됐다고 말했다.

 

2일 동물해방물결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남어류양식협회 집회 현장에서 벌어진 동물학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관계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더불어 국내산 물고기들을 산 채로 비닐봉투에 넣어 질식하게 한 점, 공개된 장소, 동종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 등이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동해물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 해양생태계 파괴 문제를 더이상 일본산이든 국내산이든 동물을 먹지 않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양식업계 역시 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윤리적인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코린도: 사라지는 열대우림에 울부짖는 원주민한국 기업의 팜유 개발 실태

"조상의 혼이 담긴 숲이 제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어요."

 

한국계 코린도그룹이 팜농장 개간을 위해 아시아 최대 열대우림에 고의로 불을 낸 정황이 포렌식 데이터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BBC는 이 데이터와 현지 주민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코린도그룹의 팜유 개발 실태를 보도한다.

 

세계 자연생태의 보고인 파푸아에서 산림 벌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뻬투르스 킨고가 인도네시아 파푸아 남쪽 보판 디굴(Boven Digoel) 지역 열대우림 속을 걷고 있다.

 

"여긴 우리의 작은 시장입니다. 하지만 도시와 달리 여기 음식과 약초는 공짜예요."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킨고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만도부족의 원로다. 그의 부족은 조상 대대로 파푸아 우림에 터를 잡고 살았다. 낚시, 사냥과 더불어 자연에서 수확하는 사고야자(sago palm)는 이들 부족의 주요 식량이다. 열대우림은 지구상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일 뿐 아니라, 이곳 토착민에게는 신성한 곳이며 식량창고이자 집이다. 킨고는 6년 전 코린도그룹을 알게 됐다. 한국인 CEO(최고경영자)가 운영하는 코린도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여러 자회사를 통해 팜유와 목재 생산, 금융, 해운물류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코린도는 그에게 그의 부족과 다른 10부족의 토지를 1헥타르(ha)당 단 8달러(10만루피아)에 넘길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코린도 측은 이미 인도네시아 정부의 사업장 허가를 받았고, 원주민들의 토지 소유권을 "빨리 거래하기 원했다"고 킨고는 말했다. 개발에 대한 약속은 교묘한 협박과 함께 이뤄졌다.

 

"군대와 경찰이 집에 와서 제가 (코린도) 회사를 만나야 한다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일이 제게 일어날지 모른다고 했어요."

 

코린도는 그에게 개인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에게 '코디네이터' 자격으로 깨끗한 물과 발전기가 있는 집을 제공하고, 자녀들의 학비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서가 아닌 구두로 된 약속이었다. 그리고 그땐 그의 결정이 부족의 앞날을 송두리째 바꿀지도 몰랐다.

뻬투르스 킨고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열대우림 지역의 일부를 코린도그룹에 팔았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령 파푸아는 새로운 팜유 산지로 주목받으며, 광대한 열대우림은 팜나무를 심기 위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야자나무에서 추출하는 팜유는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세제 등 다양한 제품에 널리 쓰인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뛰어나 기업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코린도그룹은 파푸아에서도 가장 큰 면적의 팜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코린도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고 6ha 규모의 광대한 팜유 플랜테이션을 개간했는데, 이는 서울의 크기와 맞먹는 면적이다. 코린도의 사업장은 현재 인도네시아 경비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코린도와 같은 팜유 기업은 팜나무를 심기 위해 삼림을 개간한다. 불을 지르는 화전방식은 인도네시아에서는 불법이다. 대기오염과 대형화재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린도 측은 파푸아 열대우림에 고의로 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2018년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가 발표한 보고서도 코린도가 불법 방화를 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코린도는 FSC 회원이다. FSC 인증은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 제품을 상징한다.

 

하지만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 연구기관 '포렌식 아키텍처'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BBC팀이 함께 분석한 자료에는 코린도의 주장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포렌식 아키텍처는 건축적 기법을 활용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국가적 폭력, 인권침해, 기업과 국가 환경파괴 사례에 대해 조사해 왔다. 이번에도 항공사진과 위성자료 및 여러 데이터 시뮬레이션으로 코린도의 사업장을 살펴봤다.

 

사마네 모아피 포렌식 아키텍처 선임연구원 "이것은 화재가 의도적이었는지 아닌지 거의 확실히 알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수년간 반복해서 (열대우림에) 불을 냈던 대기업들의 법적 책임을 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레식 아키텍처는 위성사진으로 코란도 사업장 가운데 한 곳인 PT. 동인 프라바와의 개간 패턴을 살펴봤다. 또 산불지역을 분석하는데 사용하는 정규탄화지수(Normalized Burn Ratio: NBR)와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사진에서 고온지역을 점으로 표시한 핫스팟 데이터를 2011~2016년에 걸쳐 비교 분석했다.

 

모아피 연구원은 "불이 난 패턴과 방향, 속도가 사업장 개간할 당시의 패턴, 속도,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의로 화재를 일으켰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만약 화재가 사업장 외부에서 발생했거나, 기후조건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면 다른 방향으로 분산됐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확인했습니다."

 

코린도 측은 여러 차례 BBC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리고 성명을 통해 불을 내서 개간한 것이 아니라 중장비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또 이 지역은 극심한 건기에 자연산불이 자주 발생하며, "인근 주민들이 목재 더미에 숨은 큰 쥐를 잡기 위해 불을 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BBC가 직접 확인한 주민들의 증언은 달랐다. 마을 주민 사프낫 마후제은 코린도 인부가 남은 목재를 쌓아 불을 지피는 것을 봤다고 한다.

 

"목재를 줄을 맞춰 쌓았어요. 긴 줄이었는데 100~200m쯤 됐죠. 그리고 휘발유를 붓더니 불을 붙였죠."

 

또 다른 마을주민 에사우 카무엔은 산불로 인한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렸다고 한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불을 내는 화전개간이 거의 매년 인도네시아 우림에서 발생해 연기가 동남아시아 일대를 뒤덮고, 학교와 공항이 폐쇄되기도 했지만 기업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수십년 만에 가장 규모가 컸던 2015년 인도네시아 산불로 발생한 연무는 동남아 일대를 뒤덮고, 이로 인해 약 9만 명이 조기 사망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산불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같은 해 미국의 탄소배출량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파푸아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이 있는 곳이다

 

앞서 FSC도 코린도를 상대로 제기된 주민들의 주장을 2년간 조사했다. 코린도가 3ha에 달하는 천연림을 파괴했으며 이는 FSC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코린도는 FSC 조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압박했고, 결국 FSC의 최종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BBC 취재 결과 확인됐다.

 

BBC가 입수한 보고서에는 "(코린도의 삼림 훼손) 증거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넘어선다"고 적혔다. 아울러 코린도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전통과 인권을 침해했고, "군부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아 지역주민들에게 불공정한 보상을 통해 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분명하게 코린도의 FSC회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FSC 이사회가 이를 거부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사회의 결정은 FSC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19개 지역 환경단체들은 FSC에 보낸 성명에서 FSC 인증이 더 이상 "산림보호, 지역주민의 권리와 환경증진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킴 카스텐슨 FSC 총괄디렉터도 독일의 FSC본부에서 가진 BBC와의 인터뷰에 "코린도가 우리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스텐슨은 "이미 벌어진 일"이라며 "이게 최선이라면 우리의 정책을 위반했다고 앞으로 그들과 어떤 일도 하지 않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의 코린도 회원자격 유지 결정 취지는 "진전이 이뤄지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코린도는 성명을 통해 어떤 인권침해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주민들의 불편 접수를 받는 절차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 원주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했으며, 추가로 1ha8달러에 해당하는 벌목비용, 즉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업장 허가를 위해 결정한 금액을 냈다고 밝혔다. BBC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코린도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팜유 농장에서 팜유를 수확하고 있는 노동자들

 

뉴기니섬의 서쪽 절반을 차지하는 파푸아는 1969년 주민투표로 인도네시아령에 편입됐으나, 당시 찬반투표에 불과 1063명의 부족원로만 참여하게 해 논란이 됐다. 이후에도 독립을 요구하는 운동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특히 파푸아의 풍부한 천연자원은 화약고가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파푸아를 군사작전 지역으로 지정하고 분리독립 운동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군대는 특히 파푸아의 풍부한 자원을 목적으로 진출하는 다국적기업과 결탁해 토착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활동가들은 지적해왔다. 갈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1년 파푸아를 특별자치주로 만드는 법을 제정하고, 정부의 재정지원도 크게 늘렸다.

엘리자베스는 "코린도가 마을에 번영을 가져오지 않았고 분열만 일으켰다"고 말했다

 

만도부족의 데릭 뉘와엔도 뻬투르스 킨고처럼 코린도로부터 돈을 받고 땅을 넘겼다. 데렉의 여동생 엘리자베스는 도시에서 일하고 있어 당시 오빠가 한 일을 알지 못했다. 엘리자베스는 오빠 데릭은 다른 부족과 토지계약 문제로 마찰이 있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오빠는 결코 자신의 긍지, 숲을 팔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사는 번영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들은 갈등을 만들었고 오빠는 희생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빠가 아이들의 교육과 가족들의 의료보장도 약속 받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숲은 사라졌고, 우린 가난 속에 살고 있어요. 숲이 팔려서 우리가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2020년 현재 우린 그렇지 않아요."

 

코린도는 엘리자베스가 사는 나키야스 마을에 도로를 놓고 깨끗한 수도관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전히 전기도, 깨끗한 물도 없다. 발전기가 있더라도 이곳에서 기름값은 수도 자카르타의 4배다.

환경단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는 파푸아가 영원히 훼손될까 우려하고 있다

 

코린도는 파푸아 지역에서 현지인 1만을 고용하고 있으며, 영양결핍 아동과 장학금 지원 등 사회경제적 지원금으로 1400만달러를 지원했다고 한다. 또 환경보호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스텐슨 FSC 총괄디렉터는 "더 큰 과제인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며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파괴된 열대우림을 되돌릴 수 없을까봐 두렵다.

 

"조상들의 숲이 모두 사라지고, 쓰러진 나무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다음 세대가 물려받았어야 했는데(팜유) 플랜테이션을 걸으며 울어요, 스스로 묻죠. 숲이 완전히 파괴됐는데 조상들의 혼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제 눈앞에서 일어났어요."

 

킨고는 코린도로부터 약 42000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역 최저임금 기준으로 17년 치 급여다. 또 코린도 측이 자녀 8명의 학비를 2017년까지 지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된 집과 발전기는 받지 못했으며, 받았던 돈도 이미 전부 썼다고 한다.

 

"남은 게 없어요, 삼촌, 조카, 처가 식구들, 손자들, 형제 자매들 모두 조금씩 가져갔고 남은 건 아이들의 학비에 사용했어요."

 

한때 방대했던 만도부족의 열대우림은 이제 줄지어 늘어선 팜나무가 대신하고 있다. 코린도 사업인가 구역에 추가로 19000ha의 면적도 곧 개간을 앞두고 있다. 킨고는 남은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는 후손들이 숲이 아니라 돈에 의지해 살게 될 것이 두렵다. 하지만 우림 속을 거닐며 자신이 받았던 돈이 마음에 걸린다.

 

"신 앞에서 저는 죄인이에요. 10부족을 속였어요. 회사는 '뻬투르스 우리를 잘 봐줘서 고마워'라고 말했지만 제 양심은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BBC 뉴스 리포터: 아요미 아망도니, 레베카 헨쉬케 20201112

 

 

다양한 벌의 지구분포를 보여주는 지도

지구에는 약 2만 여종의 벌이 있다

 

싱가포르와 중국 과학자들이 2만 여종의 벌의 지구분포를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지도가 멸종 위기에 처한 벌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벌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서식지 감소와 살충제 사용으로 벌의 개체 수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중국과학원의 앨리스 휴즈 박사는 BBC 뉴스에 벌은 가루받이를 담당하기 때문에 전 세계 농산물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양한 벌 종들이 지구 어디에 서식하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를 정리한 지도는 없었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벌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수백만 개의 기록과 정보를 결합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휴즈 박사는 이번 작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 지도는 "앞으로 우리가 벌을 더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호박벌과 같은 일부 집단의 연구는 충분히 이뤄져 왔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벌에 대한 연구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 함께한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존 애셔 박사는 벌 서식지에 대한 기준을 세움으로써 벌 매개체 감소 원인을 분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 벌이 잘 서식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살충제 사용과 과도한 방목 등의 이유로 환경이 바뀐 경우를 골라낼 수 있게 됐습니다."

Many crops rely on native bee species for pollination

 

꿀벌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전 세계에는 분류 가능한 16000종가량의 벌이 있다.

-대부분의 벌은 혼자 생활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꿀벌과 호박벌 등 일부 종만 무리 지어 생활한다.

-꿀벌과 호박벌과 같은 소수의 종에 대한 연구는 잘 이뤄졌지만, 전체 벌 종수의 96% 이상에 대한 과학적 기록이나 연구가 거의 없다.

-다수의 작물이 꿀벌이 아닌 야생 벌이나 다른 벌로부터 상당 부분의 꽃가루 매개를 받는다.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연구진은 애셔 박사가 가지고 있던 2만 종 이상의 목록을 토대로 종별로 벌이 발생한 지역을 분류했다. 이 과정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벌이 전 세계에 분포해있는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벌은 적도에 가까운 열대 환경이 아닌 건조하고 온화한 지역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벌은 남반구보다는 북반구에 더 밀집돼 있으며, 미국, 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지역에 몰려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막 지역과 비교했을 때, 숲이나 정글에는 벌의 종류가 훨씬 적었다. 보통 식물이나 꽃보다 나무에 벌의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헬렌 브릭스 BBC 환경 특파원 20201121

 

곤충이 멸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을 쏘기도 하고 음식에 들어가기도 하는 곤충이 짜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파리채로 때려잡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전 세계 곤충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은 식량 생산과 생태계 보존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인 에리카 맥알리스터 박사는 "만약 우리가 세상에서 곤충을 모두 없앤다면 우리도 죽게 될 것"이라고 BBC 크라우드 사이언스 프로그램에서 말했다.

 

"우리는 죽게 될 것"

곤충은 생물학적 구조를 분해해, 분해 과정을 빠르게 해준다. 이는 토양이 보충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을 쏘기도 하고 음식에 들어가기도 하는 곤충이 짜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파리채로 때려잡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전 세계 곤충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은 식량 생산과 생태계 보존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인 에리카 맥알리스터 박사는 "만약 우리가 세상에서 곤충을 모두 없앤다면 우리도 죽게 될 것"이라고 BBC 크라우드 사이언스 프로그램에서 말했다.

 

"우리는 죽게 될 것"

곤충은 생물학적 구조를 분해해, 분해 과정을 빠르게 해준다. 이는 토양이 보충되는 데 도움이 된다.

곤충은 생물학적 구조를 분해해, 분해 과정을 빠르게 해준다

 

맥알리스터 박사는 "대변을 제거해주는 곤충이 없으면 꽤 불쾌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곤충이 없으면 죽은 동물이 떠다니는 풀장에서 수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곤충은 새, 박쥐, 작은 포유동물의 먹이가 된다.

시드니 대학의 프란시스코 산체스-바요 박사는 "척추동물의 약 60%는 생존을 위해 곤충이 필요하다""새들과 박쥐, 개구리, 담수 어류 중 많은 종이 (곤충 개체 감소로)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양분 재활용은 바다 이외의 수역이나 땅속에 사는 수백만 마리의 곤충의 활동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식물의 수분

곤충이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고 생태계 내에서 재활용 처리를 해주는 것만이 아니다. 곤충은 식량을 생산하는데 핵심적인 식물의 수분(꽃가루를 옮겨줘서 열매를 맺게 해주는 과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한 연구는 인간이 곤충이 진행하는 이 수분을 통해 3,500억 달러 상당의 혜택을 입는다고 추산했다.

인간은 곤충이 진행하는 수분을 통해 3,500억 달러 상당의 혜택을 입는다

 

산체스-바요 박사는 "곤충을 통한 수분은 꽃이 있는 식물 대부분에 필요한데, 우리가 먹는 곡물의 75%가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곤충이 주는 혜택은 간과되기 일쑤다.

맥알리스터 박사는 "초콜릿의 꽃가루를 매개하는 곤충은 17종 정도이고 그중 15개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물어 뜨는 곤충"이라며 "나머지 중 하나는 아주 작은 개미이고 다른 하나는 마이크로모스라는 곤충인데 이들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많은 나라에서 꿀벌처럼 식물의 수분을 돕는 곤충들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많은 야생화를 수분시키는 모나크나비처럼 잘 알려진 나비 종들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매일 곤충들을 본다. 그래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때까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일 수도 있다.

 

커다란 숫자

곤충의 세계는 인류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방대하다 .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에 따르면, 곤충의 총 무게는 인간의 17배라고 한다. 이 연구소는 지구상에서 특정 순간에 활동하는 곤충의 수는 1,000경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지구상에 몇 종의 곤충이 존재하는지 아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대략 2백만 종에서 3,000만 종 사이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포유류와 달리 곤충에 대한 장기 연구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에 따르면, 90만 가지의 곤충만 인류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 세계 종의 8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대량멸종

이렇게 많고 다양하다 하더라도, 곤충이 대량 멸종의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곤충들은 발견되고 분류되기도 전에 멸종되고 있다.

 

맥칼리스터 박사는 "우리는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잡힌 표본들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해 밝혀낸 것이 없다"면서 "하지만 그들의 서식지는 오래전에 파괴됐다"고 말했다.

 

우울한 예측

20192,'생물 보전' 저널에 실린 한 보고서는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비쳤다.

곤충은 새, 박쥐, 작은 포유동물의 먹이가 된다

 

지난 30년간 곤충의 수를 꾸준히 연구한 독일, 영국,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해마다 곤충 총량이 매년 2.5%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산체스-바요 박사는 "지금까지 연구된 모든 지역에서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는 종들은 약 약 41% 정도"라고 말했다.

 

"그리고 40% 정도에서는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일부 급격하게 증가하는 종들이 있어요. 아마도 사라져가는 종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인 듯합니다."

 

놀랄만한 감소

2017년에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동안 독일의 60개 보호지역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이 75% 이상 감소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지난 40여 년 동안 카리브해의 푸에르토리코에서 곤충의 수가 9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많은 곤충이 곧 사라질 것이다.

 

산체스-바요 박사는 "현재의 추세가 시정되지 않으면 (현재 평균 41%보다 많은) 곤충 종들이 한 세기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소의 주원인

집약 농업으로 서식지가 줄어든 것이 곤충들을 몰아내는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코코아를 수분시키는 하루살이 같은 곤충들이 사라지는 것이 그 한 예다. 맥알리스터 박사는 "이러한 작은 파리들은 애벌레가 낙엽 속에서 살기 때문에 성체가 되기 위해 나무가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단일 작물을 경작하기 위해 그늘이 되는 나무들을 베어버리면 애벌레 서식지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화학 살충제, 외래 침입종, 가속되는 지구 온난화 역시 곤충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바퀴벌레

바퀴벌레와 같은 해충들은 일반적인 추세를 거스를 가능성이 크다. 각종 살충제에 대한 저항력을 갖춘 듯하기 때문이다. 서식스 대학의 데이브 굴슨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빨리 번식하는 해충은 따뜻한 환경 때문에 번성할 것"이라며 "반면 그들의 천적은 더욱 느리게 번식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해충으로 인한 전염병으로 인류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가설은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벌, 꽃등에, 나비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멋진 곤충들을 모두 잃게 될 것입니다."

 

곤충 구하기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리에게 아직 흐름을 바꿀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산체스-바요는 "밭 주변에 나무, 관목, 화단을 심어서 경관을 복원하고,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농약을 축출하고, 효과적인 탄소 감축 정책을 시행하는 것 등이 대안에 포함된다"라고 말한다. 그는 식단을 유기농 식품으로 전환하는 것 또한 세계 곤충들의 운명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농부들이 살충제의 양을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자연환경 내에서 이런 독성 물질을 감축할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바퀴벌레가 들어있지만 고기보다 단백질이 풍부한 빵?

연구진은 '곤충빵'이 기존 밀가루빵과 식감이나 맛 등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위 사진 속 빵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반 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이 빵의 주 원료는 바퀴벌레를 이용해 만든 '곤충 밀가루'. 브라질 연구진은 국제적 식량 부족 사태의 해결책으로 이 빵을 내놨다. 현재 국제사회에선 인구 증가로 인해 이용 가능한 동물 단백질이 줄어들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구진, 바퀴벌레의 생존 비결에 주목

유엔(UN)2050년이 되면 지구상에 약 97억 명이 살고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은 곤충의 식재료화를 장려해 왔다. 단백질이 풍부하며 자연에 이미 많이 서식하고 있어 생산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동남아시아 등 이미 여러 지역에선 곤충을 음식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 빵의 재료가 된 바퀴벌레는 도시의 하수구를 기어다니는 바퀴벌레 종이 아니다. 연구진은 북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로브스터 바퀴벌레'를 이용했다. 이 종은 애완용 타란툴라 거미나 도마뱀 등의 먹이로 주로 쓰인다. 사육하기도 쉽다.

바퀴벌레가 밀가루 제조용으로 선택된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단백질이 풍부(이 종은 전체의 70%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단백질 함량이 50%대인 붉은 고기보다 함량 수치가 높다.)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곤충이 우리 주변에 수백만 년에 걸쳐 서식해 왔다는 점과 진화 과정 이후에도 유전적 특징을 유지해 온 점에 연구진은 주목했다.

 

브라질 리오그란데 연방대학교 식품공학자 안드레사 잔젠은 "환경에 자신들을 적응시킬 필요 없이 진화를 거치려면 분명 뭔가 굉장히 좋은 것을 함유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퀴벌레는 '단백질 부스터'

안드레사는 건조시킨 바퀴벌레에서 가루를 추출했다. 비용은 1킬로그램당 51달러, 한화로 57천 원 정도다. 바퀴벌레들은 실험실에서 배양됐다. 빵의 재료 중 바퀴벌레 가루는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일반 밀가루를 썼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결과는 놀라웠다. 안드레사는 "바퀴벌레 가루가 빵의 단백질 함량을 133%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전통적 방식으로 만든 일반 빵이 100그램당 9.7그램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면, 바퀴벌레 빵은 100그램당 22.6그램이 단백질이었다. 그는 "지방 함유량도 68%까지 줄였다"고 덧붙였다.

실험실에서 건조된 바퀴벌레

 

안드레사에 따르면 이 바퀴벌레 빵은 밀가루 빵과 큰 차이점이 없다. 그는 "질감과 냄새, , 맛 등 여러가지 감각적 분석을 거쳤지만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일부 시식자가 약간의 땅콩 맛을 느낄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니오 비에르사 영양학 교수는 곤충의 식량화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귀뚜라미와 말벌, 개미, 나비, 누에, 전갈 등 식용으로 쓰일 수 있는 생물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그는 "물론 곤충을 식량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어 문화적 문제는 있다"면서도 "대개 식량용 곤충은 가루 상태여서 우리는 알아채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비에르사 교수는 또 곤충을 먹는 게 기존 식재료를 쓰는 것보다 환경에도 영향을 덜 미친다고 설명했다.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250평방미터가 필요하다면, 같은 양의 곤충을 사육하는 데는 30평방미터면 됩니다. 물도 덜 들어갑니다. 소고기 1킬로그램 당 필요한 물은 2만 리터지만 곤충은 수천 리터에 불과하죠."

 

브라질 곤충사육 협회에 따르면 브라질은 세계에서 식용 가능한 곤충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나라다. 브라질엔 95종의 먹거리용 곤충이 살고 있는데, 여기엔 열대 기후가 한 몫 했다

로브스터 바퀴벌레는 단백질 함유량이 70%로 붉은 고기보다 단백질이 많다

 

식용 곤충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유엔은 약 20억 명이 곤충을 먹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진은 다른 곤충으로 케이크나 씨리얼바, 요리용 기름 등 먹거리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브라질 상점에서 바퀴벌레 빵을 사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식용 곤충이 아직 브라질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곤충 먹거리의 상업화에 착수했다. 스페인 유통 체인 까르푸는 귀뚜라미와 유충으로 만든 과자를 팔고 있다. 영국 식품회사 잇그럽은 구운 메뚜기와 애벌레 등을 배달해 준다.

새로운 단백질원으로 곤충이 주목받기도 한다

 

미국 리서치회사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식용 곤충 시장은 향후 5년 내 7억 달러, 7800억 원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바퀴벌레 빵이 식탁에 올라온다면, 우리는 과연 이 빵을 베어물 수 있을까.

페르난다 바셋 BBC 브라질 201925

 

How Plants Caused the First Mass Extinction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feature=youtu.be&v=mAkjETPM1s4&fbclid=IwAR1ZhIOC4r4bhXwzXVDL9s99hnLJfrlWHplBQtMKd-cmIghUS5zfTZRenmk

그림출처: Journal of Peasant Studies 농민/농촌/농업(agrarian) 사회주의

지질자원연구원이 새롭게 발간한 1:100만 한국지질도 한글판.

 

우리나라 산림 70%40년 이상 노령화돌봄이 필요하다

보편적 상식과 교과서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숲가꾸기를 하면 홍수 등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숲가꾸기를 하면 산림에 빛이 들어오게 되고 그 빛은 다른 종자가 싹트는 것을 촉진하며 풀과 키 작은 나무 등이 유입되어 숲이 다양한 층의 구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강우가 나무갓에서 증발하는 것을 숲속으로 유입시켜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빗물을 보유하는 토양 사이의 공간을 늘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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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산림토양에 머물러 있는 물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계곡을 따라 솎아베기, 가지치기 작업으로 넓어진 공간 사이로 시원하게 흘러 전체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집중호우 시 강우는 상층의 나무갓, 숲의 중간층의 키 작은 나무 등과 풀에 떨어져 땅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겉흙의 침식도 줄어들게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환경을 보면 더 이상 숲가꾸기 사업 확대를 미룰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세계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국가적으로 차분하고 냉철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조 바이든은 “2035년까지 전력 부문에서 탄소배출을 없앨 것이라며 화석에너지 대체 과정에서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일본·유럽도 경쟁적으로 탄소중립을 통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산림자원 관리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유일한 길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차원의 숲가꾸기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시기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산림의 70% 정도가 40년 이상 노령화돼 있어 관리하지 않으면 자원화도, 공익적 기능 발휘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경제림의 벌채 사업과 불량림의 갱신을 위한 조림은 어렵고 느리다. 우리 실정에 맞는 숲가꾸기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숲가꾸기 산물을 통한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안정적인 공급량 확보와 산업용재 공급이 필요하다.

 

둘째, 숲가꾸기 사업은 산촌의 정주권 확보와 경관, 생태, 환경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어두운 숲에 빛이 들어오면서 건전한 산림, 보기 좋은 산림, 접근하기 쉬운 산림이 만들어지고, 국민에게는 좋은 휴식공간이 제공된다. 또 산주들에게는 수익을 만들어줄 수 있게 된다.

 

셋째, 산촌의 경기를 활발하게 하는 데는 인력 고용력이 좋은 숲가꾸기 사업이 가장 효과가 좋다. 외환위기 당시 숲가꾸기를 통해 연간 13000명의 인원을 상시 고용해 실업난 극복에 기여했다. 숲가꾸기 물량이 감소하면 지금까지 숲가꾸기 사업 등에 투입된 2300여개 사업체와 19000여명의 고급기능인·기술자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지구온난화에 의한 이상기후로 집중호우, 폭설, 산불, 산사태, 산림병해충 등 다양한 피해를 입고 있다. 숲가꾸기를 통해 이런 피해를 막아야만 한다. 더 이상 숲가꾸기 사업을 미룰 수 없다.

정규원 한국산림기술인회 회장/경향

 

낙동강하구, 첫 민관 공동 '겨울철새 조사평가' 합의

낙동강환경청-부산시-시민행동 '대저대교 노선조정 겨울철새 조사' 협약 맺어

낙동강유역환경청, 부산광역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123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대저대교 노선선정을 위한 겨울 철새 공동조사 협약을 체결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낙동강 하구 대저대교 건설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가 거짓 작성돼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관이 공동으로 겨울철새 조사평가를 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청장 이호중), 부산광역시(경제부시장 박성훈),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공동위원장 최종석민은주)3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대저대교 노선선정을 위한 겨울 철새 공동조사 협약'을 체결했다.

 

낙동강 하구 쪽 다리 건설을 비롯한 각종 개발과 관련해 민관이 공동 조사평가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고,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대저대교눈 식만~사상간 도로건설사업으로, 총 연장 8.24km의 신설도로로서 서부산권과 부산 도심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부산시는 서부산 지역의 각종 대형 개발사업으로 인한 교통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대저대교의 건설이 필요하고, 겨울 철새 서식지 등 환경적 영향이 가장 적은 구간이라고 주장해왔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대저대교가 지나가는 낙동강 하류 일대는 매년 수많은 철새들이 도래하는 낙동강 하류의 주요 월동지로, 큰고니를 포함한 법정보호종의 핵심서식지 훼손이라고 비판해왔따.

부산시는 20192월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거짓 작성'이라 의결하고, 올해 611일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이후에도 갈등이 계속됐다. 이에 낙동강환경청이 '최적 노선선정을 위한 겨울철새 조사가위원회를 구성운영'의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들은 "겨울철새 공동조사평가위원회를 운영을 통해 대저대교 건설로 인한 멸종위기종 큰고니 등의 주요 서식환경 영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노선을 선정하고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부산시와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이 추천한 전문가 각 2명이 겨울철새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국립환경과학원국립생물자원관국립생태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추천한 전문가 4명이 조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저대교 대안노선을 결정제시하고, 협약 당사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조사대상은 낙동강 본류 구간(수면둔치부) 큰고니 분포와 서식 실태, 서낙동강 중사도와 주변 논습지 일대(노선 좌우 3km)의 멸종위기종 조류 분포이다. 조사방법은 부산시 추천 전문가 1인과 환경단체 추천 전문가 1인이 한 조가 돼 선조사와 정점조사를 병행해 실시한다. 조사기간은 11월에서 20213월까지다.

 

이호중 낙동강환경청장은 "이번 겨울철새 공동조사는 지난 11월부터 시작했다""이번 협약에 동의한 부산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과 함께 환경보전과 개발 사이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 해결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거짓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 면죄부 구실 안돼"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이날 협약과 관련한 별도 입장문을 통해 "공동 조사에 임하는 것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이 최악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공동조사를 통해 교량건설이 서식지를 파편화하고 큰고니 등 수많은 멸종위기들의 삶을 더욱 심각한 멸종위기로 몰아간다는 사실을 함께 확인하고 이를 통해 낙동강하구에서의 난개발이 철회되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이 조사가 원만히 이루어지길 시민행동은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대해, 이들은 "낙동강하구는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살찌울 수 있는 세계급 자연유산"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낙동강하구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명하게 이용하는 지속가능발전의 계기로 삼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대해, 이들은 "이번 협약식이 거짓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의 면죄부 구실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낙동강하구 본류구간의 교량건설이 큰고니의 서식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 자료를 통해 이미 밝혀져 있으며, 만의 하나 잘못된 결정으로 교량이 건설되더라도 그 결과는 바로 확인돼 우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보여주신 환경청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조사와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약당사자 모두의 협력과 최선의 노력이 더해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윤성효(cjnews) / 오마이뉴스

 

 

벡스코 3전시관을 전용관으로지스타 잡기 나선 부산

파급효과 연 1000억대 게임쇼올해 협회와 개최지 계약 끝나

- 중장기 발전계획 토론 열어

- 영구 개최 위한 전략짜기 나서

부산시가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를 부산에서 영구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전략 짜기에 나섰다. 시는 지스타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개최지 선정은 물론 영구 개최까지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2일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서 게임 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스타 중장기 발전 계획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5월 발주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스타 중장기 발전 계획 연구용역 상황을 점검하고, 계획에 반영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였다.연구용역에는 지스타를 부산에서 영구 개최하기 위한 전략과 세계 3대 게임쇼에 버금가는 국제 행사로 키우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해운대구 영화의전당뿐만 아니라 중구 비프광장에서 열리듯, 지스타도 부산 전역의 게임 인프라를 활용해 열면 축제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또 지스타 참가 희망 업체를 벡스코에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해 2024년 준공 목표인 벡스코 제3전시장을 지스타관으로 이름 붙여 브랜드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시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이달 중순 지스타 중장기 발전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가 지스타 중장기 발전 계획에 힘을 쏟는 것은 영구 개최를 할 수 있도록 주최자인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지스타는 현재 개최지가 결정되면 2년간 행사를 열고, 다시 성과를 평가해 2년 연장하는 방식으로 개최지를 선정한다. 2005년 시작한 지스타는 2009년부터 12년 연속 부산에서 열렸다. 올해 개최지 계약이 만료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내달 개최지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낼 예정이다. 2013년과 2017년 부산이 단독 신청해 개최지로 결정되는 등 부산만의 강점을 내세워 지스타=부산이란 이미지를 굳혔지만, 매번 경기도와 인천, 대구 등이 관심을 보여 개최지 선정 때만 되면 긴장감이 감돈다.

 

시는 지스타를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리는 미국 E3와 독일 게임스컴, 일본 도쿄게임쇼처럼 키워 부산 게임산업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2015년 부산연구원이 발표한 지스타 경제효과 분석을 보면 지스타의 연간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252억 원, 고용유발 효과는 1957명에 이른다. 지스타를 부산에서 영구적으로 개최할 경우 행사의 경제 파급 효과를 넘어 지역 게임산업 육성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

 

다만 현행 ‘2+2’ 개최 방식으로는 개최 도시가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는 2017년부터 지스타 영구 개최를 추진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자체간 경쟁을 유도하는 게 지스타를 키우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중장기 발전 계획을 통해 부산의 의지가 확실히 전달될 것으로 본다. 세계 3대 게임쇼도 특정 지역에서 열리듯 지스타도 그간 행사를 키워온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와 결합해야 더 좋은 게임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