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양산 사송신도시 환경평가서 ‘조작’에 진상 규명*처벌 촉구
국내 기업이 생각하는 ‘바이든 시대’…10곳 중 4곳은 “친환경 정책 무방비”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차 친환경차 보급률 3% 돌파…5년새 4배
지긋지긋한 '수도권 1극', 이제는 사라질까?
어린이집 마당을 ‘풀밭’으로 바꾸자 벌어진 일
항공모함급 돛단배 개발 작업 ‘순항’…4년 뒤 푸른 바다 누빈다
아파트 어떻게 지어지는지 알면 놀랍니다
시속 51km로 왕복 8265km 여행한 큰고니 이동경로 찾았다…위치추적장치로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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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환경평가해 영업정지된 업체, 대저대교 재조사 또 참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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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연료세에 탄소 함량·대기오염 반영하라” IEA, 한국에 권고
환경평가서 ‘조작’에 진상 규명*처벌 촉구
KNN은 양산사송지구 금정산 일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일부 조작된 것을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리포트} 양산사송지구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것은 시공사인 LH 즉 한국토지 주택공사도 인정했던 부분입니다. 취재진이 멸종위기종을 찾아 내면서 자연스럽게 부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더 심각합니다. 평가서에 식생을 거짓으로 기재한 조작이 드러난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부산*경남의 모든 환경단체들이 나섰습니다. 환경부가 관련 환경평가서를 거짓부실위원회에 조속히 상정하고 여기에 환경단체 참여를 촉구했습니다.
{강호열/금정산국립공원지정 집행위원장/”거짓*부실로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서 거짓*부실을 판정하는 위원회를 구성해야 되는데 환경부나 유역청이 독자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시민위원회와 공동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통상 환경부 거짓부실위원회에 상정한뒤 거짓으로 결론이 나면 수사기관에 고발을 하는데이 과정을 믿고만 있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먼저 조작이 드러났던 대저대교 진상규명 당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거짓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청은 환경부에 빠른 진상규명을 건의하겠다 답했습니다. 한편, 자체조사에 들어간 환경부는 사송지구에 담당자를 내려보내 실사를 할 예정인 가운데, 환경평가 검증기관이 10년만에 처음으로 현장에 온다는 비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KNN 최한솔입니다.
국내 기업이 생각하는 ‘바이든 시대’…10곳 중 4곳은 “친환경 정책 무방비”
대한상공회의소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산업계 영향과 대응 과제>,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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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기업 3곳 중 2곳은 내년 1월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사업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32%인 반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은 2.7%에 그쳐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역점을 두는 친환경 정책에 대해서는 ‘대응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응답이 40%에 달해 대비가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산업계 영향과 대응 과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5.3%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 3곳 중 1곳(32.0%)은 사업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글로벌 무역규범 가동’(42.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친환경 등 새로운 사업기회 부상’(27.1%), ‘정책의 예측가능성 제고’(20.8%), ‘대규모 경기부양책 시행’(9.4%) 등이 뒤를 따랐다.
대한상공회의소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산업계 영향과 대응 과제>,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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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종별로 업황 개선을 기대하는 정도에는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친환경 투자 확대와 대규모 경기부양과 코로나19 적극 대응 등의 수혜가 기대되는 2차전지(배터리·3.67점)와 가전(3.52점), 제약바이오(3.38점) 업종에서는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미국산 사용이 강화되고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기계(3.04점), 디스플레이(3.05점), 무선통신(3.10) 등에서는 기대 수준이 낮은 편이었다. 해당 점수는 5점 척도로, ‘예년과 비슷’ 전망치 3점을 기준으로 ‘크게 개선’은 5점, ‘크게 악화’는 1점이 부여된다.
국내 기업들이 생각하는 바이든 시대의 기회요인(5점)과 위기요인(1점)도 5점 척도로 조사했다. 응답기업들은 기회요인으로 ‘다자무역체제 회복’(4.4점), ‘재정지출 확대’(3.7점), ‘대규모 친환경 투자’(3.4점)을 꼽았고, ‘대중국 압박 지속’(2.3점), ‘환경규제 강화’(2.5점), 증세(2.6점) 등은 위기요인으로 인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산업계 영향과 대응 과제>,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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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조 달러(약 2230조원) 규모의 친환경 인프라 투자 등을 약속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는 40.0%가 ‘대응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응 역량을 갖췄다’는 응답은 15.3%에 불과했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으로 국제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69.3%가 ‘셰일 개발 억제·원유공급 축소로 유가 상승’을 예상한 반면, ‘청정에너지 확산으로 유가 하락’이라는 예상은 30.7%에 그쳤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차 친환경차 보급률 3% 돌파…5년새 4배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차 등 국내 친환경차 보급률이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22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르 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는 총 76만6463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2425만946대)의 3.16%로, 친환경차 보급률이 3%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18만361대)과 비교하면 친환경차 등록 대수는 5년 만에 4배로 늘었다. 친환경차 등록 비중은 2015년 0.86%에서 2016년 1.12%, 2017년 1.51%, 2018년 1.99%, 2019년 2.5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차 등록 대수는 1년 전인 작년 10월 말(57만1928대) 보다 34.0% 늘었다. 하이브리드차가 62만8164대로 전년동기대비 29.5% 증가했고, 전기차는 12만8258대로 늘며 올해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섰다. 수소전기차(1만41대)도 작년 대비 154.1% 급증했다./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지긋지긋한 '수도권 1극', 이제는 사라질까?
정부세종청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광역지자체가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메가시티는 광역지자체의 범위를 뛰어넘는 거대도시를 말한다. 앞서 부산·울산·경남, 전남·광주, 대구·경북 등이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가 잇따라 메가시티 조성에 나서는 핵심 이유는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수도권에 대응하기 위해 몸집을 불려보겠다는 것이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청북도지사, 양승조 충청남도지사는 지난 20일 세종시 내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충청권 행정협의회를 열고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합의문을 채택했다.
4개 시·도는 “인구와 자본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역 인구가 줄고 기업 투자가 감소하는 등 국가의 불균형이 지역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의식이 이번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 추진의 핵심 이유”라고 22일 설명했다.
4개 시·도는 수도권 집중 및 일극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가 550만명을 넘는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을 구축하고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충청권을 하나의 ‘메가시티’로 육성·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들 시·도는 우선 충청내륙권 도시여행 광역관광개발사업과 충청권 실리콘밸리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충청권 자율주행 상용화 지구 조성 사업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4개 시·도는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했다.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 등 충청권의 교통망을 하나로 묶는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충청권 4개 시·도는 동일한 역사와 문화를 영유해온 지역 공동체인 만큼 지역 이기주의를 버리고 경제, 교통, 문화, 교육, 복지 등 전 분야를 공유하는 하나의 경제권·생활권을 형성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50%를 넘는 지금의 현실은 국가 전체로도 위태로운 상황“이라면서 ”충청권을 광역교통망으로 묶고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만들어 새로운 발전 축을 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충청권의 메가시티 조성은 행정통합이 아니라 광역경제권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부산·울산·경남의 메가시티 추진 방식과 비슷하다. 부·울·경은 광역경제권 구축을 통해 인구 800만명 규모의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 대구·경북은 행정통합을 바탕으로 한 메가시티 조성에 나선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한 뒤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통합이 결정되는 경우 인구 330만명의 초광역 지자체가 탄생하게 된다.
또 대구·경북 역시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가 메가시티 조성에 성공하게 되면 우리 국토는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여러 개의 메가시티로 구성되는 다극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어린이집 마당을 ‘풀밭’으로 바꾸자 벌어진 일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970946.html?_fr=mb2
어린이집 마당을 잔디로 바꾸자 ‘면역강화 박테리아’ 늘었다
하루 1시간 반 흙 만지고 자연물 갖고 놀자 피부와 장내 미생물 변화, 면역체계 강화
아토피 등을 막으려면 도시 어린이집 마당을 녹화해 아이들이 흙과 식물 등을 만지면서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돼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도시민은 과거보다 훨씬 깨끗한 환경에서 사는 데도 아토피와 알레르기 같은 질환은 더 늘어난다. 그 이유를 자연과 접촉이 줄면서 우리 몸의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생물다양성 가설은 설명한다.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이 옳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키 싱코넨 핀란드 자연자원연구소 연구원 등은 15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결과 이 가설대로 현대식 생활환경의 낮은 생물다양성이 우리의 면역체계가 교육받을 기회를 줄이고 결국 아토피, 알레르기, 당뇨, 만성 소화장애 등 면역 관련 질환이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녹화를 하기 전 핀란드 도심의 한 어린이집 마당. 맨땅과 포장된 바닥이다. 마리아 로스룬드 제공.
연구자들은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핀란드의 표준적인 어린이집 4곳의 3∼5살 어린이 75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맨땅이거나 포장된 어린이집 마당을 숲 바닥 같은 녹지로 바꾼 뒤 아이들 몸의 미생물군집과 면역체계의 변화를 살펴봤다.
녹화는 숲 바닥에서 보는 블루베리, 헤더 같은 작은키나무와 이끼 등을 심거나 잔디를 깔고 작물 재배 상자를 배치했다. 아이들은 주 5일 하루 평균 1시간 반 동안 이곳에서 식물을 심거나 자연 소재로 만들기를 하고 놀이를 즐겼다.
잔디와 관목 심기 등으로 녹화를 진행 중인 어린이집 마당. 마리아 로스룬드 제공.
연구자들이 마당 녹화를 한 어린이집과 하지 않은 어린이집에서 어린이와 토양속미생물군집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녹화한 마당에서 한 달이 채 안 되는 28일 동안 지냈지만 현저한 변화가 나타났다. 녹화한 마당에서 흙과 자연물을 만지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피부에서 사는 프로테오박테리아가 매우 다양해졌다. 녹지와 접촉하지 않은 아이들에 견줘 특히 피부의 면역방어를 강화하는 감마 프로테오박테리아가가 훨씬 많아졌다.
장내 세균도 다양해지고 장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변화했다. 주 저자인 마리아 로스룬드 헬싱키대 연구자는 “녹지와 접한 도시 아이의 장내 미생물군은 매일 숲을 방문하는 아이들의 것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환경 미생물과 접촉하면서 몸의 미생물군집이 달라졌고 이것이 면역체계의 기능을 바꾸었다”며 “도시에 사는 어린아이의 생활환경을 조금만 바꾸어도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함이 드러났다”고 논문에 적었다.
녹화가 완성된 어린이집 마당. 마리아 로스룬드 제공.
이제까지 자연과 늘 접하는 농촌 아이들은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일어나는 질환에 덜 걸린다는 사실이 잘 알려졌다. 싱코넨 박사는 “농촌이 아니라 도시 환경에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적은 비용을 들여 농촌에서 사는 것과 같은 건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각종 면역질환에 시달리는 도시 어린이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싱코넨 박사는 “도시의 어린이집은 모두 마당을 녹지로 바꾸어야 한다. 불과 한 달 만에 아이의 면역체계를 개선할 수 있을뿐더러 운동능력과 집중력을 높이고 자연과 가까워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용 논문: Science Advances, DOI: 10.1126/sciadv.aba257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항공모함급 돛단배 개발 작업 ‘순항’…4년 뒤 푸른 바다 누빈다
ㆍ스웨덴서 바람을 동력 삼은 선박 ‘오션버드’ 모형 시험운항 진행
ㆍ기존 배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낮아 친환경…속도 느린 게 ‘흠’
스웨덴에서 2024년 완성을 목표로 개발 중인 범선 ‘오션버드’의 항해 상상도. 5개의 돛을 이용해 길이 200m에 이르는 선체를 풍력으로 움직인다. 월레니우스 마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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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흰색 도장을 한 선박이 푸른 바다를 가른다. 선체의 전체적인 형상은 여느 대형 선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갑판 위에 솟은 기둥 5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굴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높고, 화물칸이라고 하기엔 너무 얇다.
기둥 5개의 정체는 바로 돛이다. 과거 대항해 시대를 누볐던 범선이 바람을 동력으로 삼기 위해 펼쳤던 돛을 현대에 재현한 것이다. 2024년 첫 항해를 목표로 스웨덴 조선업체인 월레니우스 마린이 스웨덴왕립공과대, 해양기술업체 SSPA와 공동 개발 중인 새로운 화물선의 상상도다.
배의 이름은 ‘오션버드(Oceanbird)’이다. 덩치가 어마어마하다. 배수량 3만2000t급에 길이가 200m, 폭은 40m에 이른다. 군함으로 따지면 해양 전력의 판도를 바꾸는 경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 수준이다.
거대한 덩치를 견인하기 위한 돛은 갑판에서 최대 80m까지 솟아 있다. 다만 돛이 바람에 펄럭이는 천이 아니라 딱딱한 강철과 복합소재로 돼 있다. 연구진은 고체로 만들어진 돛을 써야 파손 걱정 없이 바람을 최대한 받아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돛은 풍향에 따라 360도 회전하며, 풍력에 따라 삼단봉처럼 길이를 늘리거나 줄여 추진력을 조절할 수 있다.
■ 모형 띄우며 개발 작업 ‘착착’
오션버드 건조 계획은 지난 9월 공식 발표됐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긴가민가하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개발 작업은 최근 순풍을 타고 있다. 지난달 연구진은 길이 7m짜리 모형 오션버드를 만들어 스웨덴 근처 바다에 띄우는 야외 시험 장면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모형 오션버드에 사람이 리모컨으로 원격 조종하는 돛 1개를 설치해 실제 바람을 맞으며 작동시켰다.
율리세 도메 스웨덴왕립공과대 프로젝트 책임자는 “시험 기간에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아 극한의 상황을 가정한 운항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면서도 “배는 의도한 대로 잘 움직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조만간 돛 4개를 단 좀 더 진보된 모형 오션버드를 띄울 예정이다. 특히 이번엔 사람이 조작하는 리모컨이 아니라 자동으로 바람의 흐름을 읽어 돛의 각도를 바꾸는 센서가 설치된다. 기술적으로 실물 오션버드에 더 가깝게 접근한 것이다. 이달부터 연구진은 물을 채운 대형 수조에 모형을 띄운 뒤 높은 파도를 만들어 배가 받는 충격이 돛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스웨덴 연구진이 길이 7m짜리 모형 ‘오션버드’를 바다에 띄워 시험 운항하는 모습. 월레니우스 마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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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 탄소 규제’ 대안
오션버드는 왜 등장한 걸까.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국제 규제에 대응할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2018년에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IMO의 규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강제력이 있기 때문에 따르지 않으면 배를 계속 띄우기 어렵다.
비슷한 덩치의 디젤엔진 배는 하루에 120t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지만, 오션버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 이하인 하루 3~12t에 불과하다. 소량의 이산화탄소는 풍력에 의지하기 어려운 연안에서 보조 엔진으로 운항할 때만 생긴다.
올해부터는 선박 연료 속 황 함유량의 상한선 기준이 3.5%에서 0.5%로 대폭 낮아져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졌다. 현재 한국 등 세계 조선업계에선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을 현실적인 대처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오션버드처럼 바람에서 동력을 얻는다면 근본적인 대안이 추가되는 셈이다.
다만 오션버드는 다소 느린 게 흠이다. 평균 시속이 10노트인데, 대서양 횡단에 12일이 걸린다. 디젤엔진 배의 60% 속도다. 하지만 화물 운송량은 디젤엔진 배와 대등하다. 연구진은 오션버드를 차량 7000대를 싣고 대서양을 건너는 자동차 운반선으로 개발하고 있다. 오션버드 연구진에 속한 제이콥 쿠텐켈러 스웨덴왕립공과대 교수는 지난주 CNN을 통해 “최근 탄소 중립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 사람들은 다소 느린 속도로 운항하는 배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아파트 어떻게 지어지는지 알면 놀랍니다
흉물로 전락한 산림, 분진과 악취에 시달리는 시멘트 공장 마을 주민들
▲ 거대한 산봉우리가 싹둑 잘려나갔다. 왜일까?...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석회석을 캐내는 충북 단양의 한일시멘트 광산이다. ⓒ 신병문
커다란 산봉우리가 싹둑 잘려나갔다. 잘린 산봉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곳은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석회석을 캐내는 충북 단양의 한일시멘트 광산이다. 갱도를 파고들어가는 석탄과 달리, 대한민국의 석회석 광산은 산봉우리부터 통째로 잘라내는 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 도시의 아파트 숲은 강원도의 산봉우리가 잘려나간 대가이다. ⓒ 최병성
하늘 높이 솟아오른 도심의 아파트.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파트 숲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파트가 올라간 만큼, 아파트 숲이 더 넓게 펼쳐지는 만큼, 강원도와 충청북도 어딘가의 산봉우리가 잘려나간 것이다.
우리는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에 살고,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걷고,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의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하루 24시간을 시멘트와 가까이 하면서도 우리는 시멘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시멘트가 어디서 오는지 한번 살펴보자.
우리나라엔 강원도 동해에 쌍용양회, 삼척에 삼표시멘트, 옥계에 한라시멘트, 영월에 한일현대시멘트가 있고, 충북 단양에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가 있다. 삼표시멘트가 1957년, 쌍용양회가 1962년에 시멘트공장을 시작했으니, 대한민국의 시멘트공장 역사는 약 60~70년에 이른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60~70년간 석회석을 채굴해온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광산 모습은 어떨까?
잘려나간 백두대간
▲ 백두대간 중심부인 자병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 최병성
강원도 동해와 정선 사이에 있는 자병산의 한라시멘트 광산이다. 무릉계곡 입구에 있는 동해 쌍용시멘트를 지나 백복령 고개를 굽이굽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다른 석회석 광산과 개발 형태가 다르다. 대부분의 석회석 광산은 하나의 봉우리를 싹둑 잘라내는 형태로 산봉우리부터 아래로 채굴해 내려온다. 그런데 한라시멘트는 산봉우리는 살려두고 측면을 끝없이 채굴한다. 이렇게 자병산의 가로 3km가 훼손됐다.
영월 배거리산에 있는 한일현대시멘트 광산 길이가 1.3km, 영월 주천면 다래산 아세아시멘트 광산 길이가 1.7km이고, 단양의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광산 둘을 합해 4.4km에 불과하다.
한라시멘트의 시멘트 생산량이 많기 때문일까? 아니다. 한국시멘트협회 홈페이지의 시멘트 생산량 자료에 따르면, 한라시멘트의 연간 시멘트생산량은 쌍용양회, 삼표시멘트, 성신양회에 이은 4위에 불과하다. 그런데 석회석 채굴로 인한 산림 훼손 면적은 가장 심각하다.
▲ 한라시멘트 시멘트 생산량. 개별공장 단위로 계산하면 생산량이 거의 골찌라고도 할 수 있다. ⓒ 한국시멘트협회
이유가 무엇일까? 석회석 품질이 낮기 때문이다. 한라시멘트가 능선을 따라 길게 채굴하는 이유는 아래로 깊이 파들어 갈수록 석회석의 품질이 떨어져 시멘트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표피만 채굴하다보니 산림 훼손이 심각해진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진 자원 중 가장 풍부한 것이 석회석이다. 그런데 국내 제철소들은 매년 많은 양의 석회석을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수입한다. 철을 만드는 용광로에 석회석이 투입되는데, 국내 석회석은 품질이 낮아 고품질의 석회석을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시멘트의 발암물질 전환율은 20~30%로 일본(10~15%)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석회석 성분 중에 좋은 시멘트가 되는 칼슘 성분이 낮고, 발암물질로 전환되는 알루미나 성분이 높기 때문이다.
자병산은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복구 불가능할 만큼 망가졌다. 시멘트공장은 석회석을 캐내 돈을 벌었지만, 자병산은 흉물스럽게 망가졌다.
한반도 지형 주변도 망가져
▲ 혹시 만화영화에 나오는 마의 성일까? ⓒ 신병문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영월 서강변 한일현대시멘트 광산으로 가보자. 서강이 휘감아 흐르는 배거리산 정상을 싹둑 잘라냈다. 마치 만화영화에 나오는 장면 같아 보인다. 우측 산봉우리가 남아 있다. 잘린 면이 초록으로 마치 잘 복원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겨울이 되어 초록 잎이 떨어지면 흉물스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복원을 한 것이 아니라, 등나무 덩굴로 한 여름에만 살짝 가린 것이기 때문이다.
절개된 우측 봉우리를 세어보니 약 25개 층으로 되어있다. 각 층의 가로 면이 좁아 나무를 심어 복원할 수 없고, 등나무 넝쿨로 '눈 가리고 아웅식' 복원 흉내만 낸 것이다. 이 광산은 앞으로 천년, 만년이 흘러도 저 흉물스런 모습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남게 될 것이다.
▲ 채굴한 석회석을 실어나르는 대형트럭들이 매우 작게 보인다 ⓒ 최병성
정확히 20년 전 저 광산 꼭대기를 운전하여 오른 적이 있다. 무려 20여 분을 빙글빙글 올라야 할 만큼 높은 곳이었다. 저렇게 높은 광산이니 사방 어디서든 저 흉물스런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바람이 불면 먼지 폭풍이 주변 마을로 퍼져 나간다.
한일현대시멘트 광산 발파로 인한 굉음으로 집이 흔들리고, 먼지가 사방에 날린다. 서강이 굽이굽이 휘감고 돌아가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곳이지만, 이런 끔찍한 현실 덕에 광산 주변 강가엔 살아가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적다.
▲ 햇살 바르고 아름다운 서강이 흐르는 곳이지만, 시멘트광산으로 인해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다. ⓒ 신병문
아름다운 경치 대신 시멘트 분진만
이곳은 충북 단양에 있는 성신양회 광산이다. 성신양회가 1967년부터 공장을 시작했으니 약 50여년간 석회석을 채굴한 곳이다. 둥근 원형으로 중심을 향해 훼손됐다. 이곳 역시 제대로 된 복구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 이 광산 복구 계획은 무엇일까? 시멘트공장에서 하얀 분진이 연기처럼 마구 뿜어내고 있다. 바로 곁은 도담삼봉 관광지인데. ⓒ 최병성
단양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가 남한강에 세 개의 봉우리가 떠 있는 도담삼봉이다. 그러나 이곳을 찾아가려면 성신시멘트와 한일시멘트공장 앞을 반드시 지나가야만 한다. 시멘트공장에서 발생하는 역겨운 악취는 기본이다. 시멘트공장에서 내뿜는 분진 세례 덕에 목이 따끔따끔하다.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산골의 공기는 꿈도 꿀 수 없다. 차에서 내려 도담삼봉만 흘깃 보고 다시 떠나야 한다. 오래 머물며 아름다운 남한강 경치를 누리기엔 숨쉬기도 고통스럽다.
▲ 도담삼봉이 있는 남한강. 그러나 바로 곁에 성신양회와 한일시멘트에서 시멘트 분진을 뿜어내고 있고, 석회석 광산이 흉물스럽다. ⓒ 최병성
광산 복구는커녕 쓰레기 매립장까지 추진
최근 영월에서는 주민들을 황당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쌍용양회가 지난 1962년부터 채굴한 후 방치해두었던 폐광산에 전국에서 모아 온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쌍용양회'는 영월군 서면 쌍용리에서 시작해 '쌍용양회'라는 회사명을 붙였다. 지금은 쌍용그룹이 해체되었지만, 이곳의 석회석을 파내 시멘트를 만들며 쌍용그룹으로까지 성장했었다.
그러나 시멘트공장을 만들어 쌍용그룹으로 성장하는 동안 쌍용리는 시멘트공장에서 날아오는 분진과 악취로 사람이 살기 힘든 마을로 전락했다. 전국에서 모아 온 쓰레기를 소각하여 쓰레기시멘트를 만들며 뿜어내는 악취와 분진만으로도 견디기 힘든데, 쌍용양회는 폐광산에 산업폐기물 매립장까지 추진 중이다.
▲ 쌍용광산. 이곳에 국내 3번째로 큰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54일간의 장맛비가 며칠만에 빠져 나갔다.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가 위태롭다. ⓒ 최병성
그러나 이곳은 지하에 동공이 발달하는 석회석 지형이다. 그동안 광산을 개발하며 암반 발파를 해와 암반 균열이 우려되는 곳이다. 지난 54일간의 긴 장마로 매립장 예정지 안에 가득 고였던 빗물이 단 며칠 만에 모두 지하로 사라졌다. 이렇게 빗물이 줄줄 새는 지형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라니? 지역 주민들은 물론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원주지방환경청도 그 위험을 지적했다. 그러나 쌍용양회는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5km 반경 내에 한일현대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가 모여 있다. 여기에 매립장까지 더해진다면 이곳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
그동안 시멘트공장들은 석회석을 캐내 부를 축적해왔다. 서울과 전국에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가 쑥쑥 올라가고, 도로를 만들며 화려한 도시들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멘트공장이 있는 마을들은 분진과 악취로 시달리며 진폐증에 걸리고, 흉물스런 광산의 굉음에 시달리며 눈물로 살아가는 퇴락한 마을로 전락했다.
▲ 쌍용양회가 축구장 25개 면적의 국내 3번째로 큰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에 쌍용양회뿐 아니라 아세아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공장이 있다. 주민들은 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 신병문
주민의 절규...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나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가래를 꺼내고 싶다."
벌써 수년이 흘렀지만, 피눈물로 외치던 주민들의 절규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시멘트 분진으로 인한 가래를 항상 목에 달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뱉고 싶어도, 아무리 뱉으려 노력해도 목구멍 저 안쪽에서 그렁거리며 나오지 않는 가래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었다.
내가 시멘트공장의 환경 개선을 위해 15년 넘게 싸우는 이유다. 쓰레기시멘트 문제는 전 국민의 건강을 위한 일인 동시에 시멘트공장 지역 환경 문제이며, 힘없는 주민들을 위한 정의와 인권의 문제다.
▲ 시멘트공장들은 1450도 고온이라 공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진에서 보듯 백연 이외의 비정상적인 환경오염 물질이 계속 배출되고 있다. ⓒ 최병성
단양군의 경우 2014~2018년 5년 동안 비산먼지와 악취 그리고 소음진동 관련 총 66회의 민원이 발생했고, 총 22회의 개선명령과 경고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영월군은 2018년 6월 한일현대시멘트 악취 발생에 대해 20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하기도 했다. 동해시는 쌍용양회가 일으키는 비산먼지 등으로 인해 동해항 주민들이 집단이주를 청원하기도 했다.
강원연구원은 "시멘트 생산에 따른 지역의 피해규모 추정"(2017.5.)에서 시멘트공장의 시멘트 생산으로 인해 주변 지역에 연평균 3245억 원의 피해를 야기시키고 있으며, 그 중 정신적·건강적 피해규모만도 약 1192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시멘트공장들은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며, 시멘트 판매뿐 아니라, 쓰레기 처리비로 막대한 이윤을 남겨왔다. 심지어 시멘트공장들은 쓰레기시멘트를 만들며 전국의 쓰레기를 치워준다는 이유로 환경부로부터 온갖 배출가스 특혜를 누려왔다. 전 세계 시멘트 공장 중에 대한민국 시멘트공장과 같은 배출가스 특혜를 누리는 곳이 없다.
그 덕에 '전국의 오염물질 배출량 다량 배출사업장' 상위 20개 중에 쌍용양회 동해공장(8위), 삼표시멘트(10위), 한라시멘트(11위), 한일시멘트(13위), 성신양회(15위), 아세아시멘트(17위), 한일현대시멘트(19위), 쌍용양회 영월공장(20위) 등 총 8개 공장이 포함되어 있다.
산업국가인 대한민국에 공장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10개도 안 되는 시멘트공장들이 전국의 굴뚝자동측정기(TMS)가 부착된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총 대기오염 중 무려 22%를 차지하고 있다.
▲ 시멘트공장 뒷편 산엔 시멘트 가루가 하얀 눈처럼 덮여 있다. 이러고도 TMS는 항상 정상이다. 공장 너머의 광산들이 흉물스럽다. ⓒ 신병문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 기사 <이상한 눈이 펑펑...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해요>(http://omn.kr/1ql8b)에서 보았듯이 시멘트공장들은 굴뚝자동측정기(TMS)가 없는 곳에서도 온갖 분진들을 뿜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으로 뿜어낸 분진들을 모두 포함한다면 시멘트공장들의 환경오염 배출 순위는 더 올라갈 것이다.
언제까지 시멘트공장의 환경오염을 방치할 것인가? 시멘트 공장들은 일부 석회석 광산에서 복원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다. 채굴 종료 후 복원이 가능한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손가락을 넣어 가래를 꺼내고 싶다는 주민들의 절규가 멈출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 기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병성(cbs5012)/ 오마이뉴스
시속 51km로 왕복 8265km 여행한 큰고니 이동경로 찾았다…위치추적장치로 추적
위치추적장치로 파악한 큰고니의 이동경로.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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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시속 51㎞로 왕복 8265㎞를 날았다. 주남저수지를 떠나 북한-중국 단둥-내몽골-러시아 예벤키스키군 습지-러시아-내몽골-주남저수지로 돌아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의 이동경로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소측이 큰고니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3월2일 주남저수지를 떠나 약 석 달에 걸쳐 북한-중국 단둥-내몽골-러시아 예벤키스키군 습지(번식지)로 이동했다. 큰고니의 평균시속은 51㎞ 정도였고, 북한 해주시를 지나 약 923km를 비행하여 다음날(3일)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의 하천에 도착했다. 이후 14일간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365km를 이동했고, 18일 중국 내몽골자치구 퉁랴오(通遼) 인근 습지에서 16일간 휴식을 취했다. 4월 3일에 다시 이동을 시작한 큰고니는 내몽골자치구 후룬베이얼(呼倫貝爾) 습지와 러시아 부랴티야 지역의 호수 등에서 머물다가 6월 7일 최종적으로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예벤키스키군 습지에 도착했다.
큰고니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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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까지 예벤키스키군 습지에 머물던 큰고니는 다시 긴 여정에 나선다. 러시아 부랴티야 지역의 바이칼호 인근 습지와 내몽골자치구 퉁랴오에서 머물다 11월 9일 출발하여 37시간을 비행 후 11월10일 주남저수지에 도착한다. 큰고니의 이동경로를 거리로 측정해보니 갈 때는 4036㎞, 돌아올 때는 4229㎞였다.
큰고니는 왕복 8265㎞를 오간 것이다. 이성경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는 “번식지로 간 큰고니가 겨울을 나기 위해 다시 같은 장소를 찾는다는 것을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증명을 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두었다. 이번 큰고니의 이동경로 연구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과와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창원시 푸른도시사업소 주남저수지과가 협업으로 진행했다.
큰고니에 부착된 위치추적장치는 국내에서 개발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이동통신시스템 기반의 야생동물 위치추적기(WT-300)를 이용하였다. 이 기기는 배낭형식의 태양광 충전방식을 사용하며 2시간에 한 번씩 위치를 확인하여 1일 1회씩 일괄 좌표를 알려주고 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가덕 교통망·배후도시, 31조 투입해 58조 생산유발 효과
부산시 건설 파급효과 용역 핵심분야 분석해보니
- 동남권 메가시티 급행철도 등
- 교통망 구축에 18조 투입하면
- 생산 32조·일자리 18만개 생겨
- 가덕 개항 전후 개발될 배후도시
- 관광·해양·물류 구분해 구체화
- 13조 투자땐 생산유발액 두 배
- 에코델타시티·동남국제도시 등
- 추진 중인 인근 사업들과 시너지
가덕신공항 건설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산유발액 88조9420억 원, 취업유발인원 53만6453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접근 교통망 구축과 배후도시 개발이 전체 생산유발액의 65%, 취업유발인원의 6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덕신공항 건설 효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사업이라는 의미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전경 . 국제신문 DB
■모든 길은 가덕으로 통한다
가덕신공항 접근 교통망 구축은 17조9478억 원(도로 3조1336억, 철도 7조8818억, 철도고속화사업 6조9324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생산유발액과 취업유발인원 등 파급효과 측면에서 가장 효과가 크다. 생산유발액은 31조9065억 원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하고, 취업유발인원은 18만6088명으로 35%에 달한다.
접근 교통망 구축 사업은 도로, 철도, 철도고속화사업 3가지다. 도로는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가덕~동김해IC) ▷사상~해운대 대심도터널 ▷가덕대교~송정IC 고가도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생산유발액은 5조5707억 원, 취업유발인원은 3만2490명에 이른다.
철도 사업은 ▷부산신항 연결지선 ▷남부내륙철도 ▷부산신항~거제 연결선 ▷하단~녹산선(도시철도) 등이 평가에 포함됐다. 생산유발액 14조118억, 취업유발인원은 8만1721명이다.
철도고속화사업에는 ▷동남권 메가시티 급행철도(MTX) ▷남해안철도 고속화사업(목포~광주 복선 준비) ▷부전~마산간 복선전철(2022년 완공 예정) ▷동해선 복선전철(2021년 6월 개통) 등이 계획돼 있는데 생산유발액 12조3240억 원, 취업유발인원 7만1877명의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권 메가시티 급행철도는 기존선(동해선 중앙선 경부선 대구산업선 부전마산선)과 경남 창녕군·창원시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한 창원산업선(창원~창녕 대합산단·46.8㎞)을 연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에어시티 등 대규모 개발
배후도시 개발은 사업비 33조3159억 원(기추진사업 14조550억, 가덕신공항 일원 3조5161억, 김해공항 일원 15조7448억 원)이 투자돼 교통망 구축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효과를 보인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보상비 예비비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투자비 13조4312억 원을 기준으로 산출했으며 생산유발액은 25조9187억 원(29.1%), 취업유발인원은 15만4177명(28.7%)으로 분석됐다.
배후도시 개발은 기추진사업, 가덕신공항 일원, 김해공항 일원 등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기추진 사업은 ▷서부산 복합산업유통단지(2.35㎢, 신소재 유통) ▷연구개발특구(5.5㎢, R&D 첨단산업) ▷에코델타시티(11.77㎢, 주거 산업) 등으로 생산유발액 11조8359억 원, 취업유발인원 7만1565명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가덕신공항과 김해공항 일원은 아직 세부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지만, 개항을 전후한 2030년 구체화될 전망이다.
가덕신공항 일원은 ▷눌차지구(3.7㎢, 관광 레저 국제업무시설) ▷해양신산업지구(3.6㎢, 해양산업 LNG벙커링) ▷천성지구(5.0㎢, 에어시티 항공물류) 등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생산유발액 4조2926억 원, 취업유발인원 2만5052명의 효과가 기대된다. 눌차지구는 신항 인근에 위치한 가덕도의 입구로 복합리조트 개발이 예상된다. 가덕신공항 인근 천성지구는 업무지원 상업 항공물류 등을 위한 에어시티로 활용될 예정이다. 해양신산업지구는 가덕신공항과 별개로 해양산업과 LNG벙커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김해공항 일원은 동북아 물류 플랫폼을 콘셉트로 추진된다. 국제자유물류도시지구(11.6㎢, 물류 전자상거래)와 동남국제도시지구(10.6㎢, 중추관리 항공정비) 등으로 변모하며 생산유발액은 9조7903억 원, 취업유발인원은 5만7559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가덕신공항 접근 교통망 구축과 배후도시 개발은 가덕신공항 건설과 함께 추진돼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비명 속 살처분이 끝나면 밍크코트는 태어난다
‘마지막 수확’…네덜란드 밍크 살처분 현장
내년 3월 네덜란드 밍크농장 폐쇄를 앞두고 모피를 위해 잔인하게 도살당하는 밍크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애니멀라이츠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미 수백만 마리가 집단 도살된 밍크가 모피를 위해 마지막까지 고통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18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동물단체 ‘애니멀라이츠’(Animal Rights)는 네덜란드 모피농장 2곳의 마지막 수확 장면을 촬영한 잠입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5월 농장 내 코로나19 종간 전염을 확인한 네덜란드는 69개 농장의 밍크 57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더불어 2021년 3월까지 모든 밍크 농장의 폐쇄를 명령했다. 2024년으로 예정됐던 밍크농장 완전 철수계획을 3년 앞당긴 결정이다.
그러나 밍크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 중이다. 폐업을 앞둔 네덜란드 내 50개 이상 농장에서 ‘마지막 수확’에 나섰기 때문이다. 애니멀라이츠는 “지난 4~5월에 태어난 밍크들이 털을 위해 11월, 12월에 가스실로 보내진다. 이 털들은 마리당 약 20유로(2만6000원)에 팔린다”고 말했다.
애니멀라이츠가 공개한 두 편의 영상에서 밍크들은 가스실로 거칠게 던져졌다. 영상들은 지난주 네덜란드 남부 팔켄스바르트와 로스말렌 지역에서 촬영됐다. 로스말렌의 일꾼들은 밍크사육장 사이에 이동식 가스도살 기구를 밀고 다니며 철창에서 꺼낸 밍크를 차례로 기계로 던져넣었다. 살아있는 밍크들은 꼬리가 잡힌 채 기계 안으로 내던져졌으며, 작업은 밍크가 저항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팔켄스바르트에서 촬영된 영상에서도 농장 작업자는 밍크의 꼬리와 뒷다리를 잡고 물건 던지듯 밍크를 기계 안으로 밀어넣었다. 영상에는 가스실 안에 던져진 뒤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밍크의 울음소리까지 녹음됐다. 헤어캡, 마스크, 방역복 등 위생용품들을 착용한 앞선 농장과 달리, 이곳의 작업자는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도살작업을 진행했다. 마스크 또한 턱 밑으로 내려진 상태였다.
네덜란드 남부 로스말렌 지역 밍크 농장의 작업자들은 밍크의 꼬리나 뒷다리를 잡아 가스 도살기구에 밍크를 던져넣었다. 애니멀라이츠 영상 갈무리
애니멀라이츠는 이 농장들이 유럽 규정과 코로나 위생규약 등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네덜란드 동물보호법과 유럽 규정(REGULATION (EC) No.1099/2009) 모두 동물의 도살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을 경감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밍크의 꼬리를 잡아 돌리거나 쓰레기처럼 내던지는 이들의 행위는 잔인할 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작업자들의 위생규약 위반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식품안정청(NVWA)의 ‘밍크농장을 위한 위생절차’(Hygiene Protocol for Mink Farms)는 어떤 경우에도 작업자들이 구강 마스크, 헤어캡, 장갑, 고글 및 방역복을 갖춰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애니멀라이츠는 “이 작업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극도로 취약한 밍크들과 하루종일 지내다, 저녁이면 슈퍼마켓에서 당신의 옆에 서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는 “이번 폭로 영상은 그동안 밍크가 모피를 위해 어떻게 죽어갔는지 극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모피농장의 일상은 동물복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충격적인 장면”이라며 “정치인들이 밍크농장으로 인한 공중보건 문제를 두고 엇갈리는 동안, 밍크농장들은 마지막으로 밍크를 학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밍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취약한 종으로, 전세계적인 감염 사태 이후 미국, 유럽 내에서만 수백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첫 발생지인 네덜란드에서 지난 6월 60여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스페인 역시 9만2000만 마리를 살처분 했다. 세계 최대 밍크모피 생산국인 덴마크에서는 최근 밍크농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가 확인돼 자국내 1700만 마리 밍크를 모두 살처분할 계획을 발표했다가 농가의 거센 반발을 받고 번복됐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사체와 피고름…‘청정 양돈국’ 스페인의 실체
동물권단체, 2년 간 스페인 전역 농가 30곳 잠입취재
“열악한 사육환경…종양, 탈장 등 심각한 질병 앓아”
유럽 내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 중 하나인 스페인에서 돼지가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사진은 목에 종양이 생겨 앉지도 못하는 카스티야라만차 한 농가의 돼지. Tros los Muros 제공
돈사 내에는 쥐가 들끓고, 죽은 돼지 사체가 곳곳에 널려 있다. 축구공만 한 종양을 단 돼지는 앉지도 못하고 서성대고, 염증으로 두 눈이 아예 붉게 변해 버린 돼지도 여러 마리 눈에 띈다. 배설물 위에 돼지 사체가 널부러져 있고, 사체를 고양이가 뜯어먹는 모습도 포착됐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사육환경이 ‘동물복지 축산’의 선두주자로 이름을 날린 스페인에서 폭로됐다. 스페인은 유럽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 중 하나로 윤리적 양돈으로 유명한 ‘이베리코 흑돼지’의 나라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전통 방식 이베리코 흑돼지가 아닌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한 돼지들이다.
몸도 돌릴 수 없는 좁은 스톨에 갇혀 있는 임신사 돼지들. Tros los Muros 제공
돼지들은 염증으로 인한 안구질환, 종양, 탈구, 탈장 등의 심각한 질병 등을 앓고 있었다. Tros los Muros 제공
11월16일(현지시간) 스페인 동물권단체 ‘트라스 로스 무로스’(Tras los Muros)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스페인 축산농가 30여 곳을 잠입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공장: 산업적으로 착취 당하는 돼지’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글과 사진, 영상에는 충격적인 돼지 사육실태가 담겼다. ‘벽의 뒤편’이란 뜻의 트라스 로스 무로스는 스페인 사진기자 아이터 가르멘디아(Aitor Garmendia)가 주축이 된 동물해방 프로젝트팀이다.
이번 폭로는 트라스 로스 무로스가 북동부 지역인 아라곤부터 중북부 카스티야이레온, 중남부 카스티야라만차 등 스페인 전역의 농장 30곳을 조사한 것으로 스페인 내 사육농가 8만6000여 곳 중 17%가 이곳에 있다. 이들은 “돼지 중 일부는 심각하게 다친 것으로 보였으며 탈장, 농양, 탈구, 관절염 또는 괴사 조직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돼지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통받고 있었다. 영상은 돼지들의 사육공간을 임신사, 분만사, 육성·비육사 등으로 구분해 소개하고 있었다. 임신사의 어미 돼지들은 몸도 돌릴 수 없는 스톨(감금틀) 안에서 기진맥진 해 누워있었다. 그나마도 이 공간은 다른 돈사들보다 깨끗한 편이었다.
분만사에선 죽은 새끼돼지들의 사체가 여럿 포착된다. 갓 태어난 새끼돼지가 배설물 위에 누워있거나 배수로에 여러 마리가 죽어있는 식이다. 가장 처참한 상태를 보인 곳은 육성·비육사로, 탈장되거나 피부가 괴사한 돼지, 고름을 흘리고, 종양을 매달고 있는 돼지가 다수였다. 백골 상태가 되도록 방치되거나 다른 동물들에 의해 사체가 훼손되는 모습도 담겨있었다.
죽은 채 방치된 새끼 사체들이 여러 분만사에서 발견됐다. Tros los Muros 제공
스페인 내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수는 약 5000만 마리로, 유럽 전체 내애서 가장 많다. Tros los Muros 제공
스페인의 돼지고기 산업은 지난해 매출 150억유로(약 19조6000억원)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독일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으로 인한 육류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며, 유럽 내에서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이 될 거라는 예상이 나왔다.
스페인의 돼지 사육수는 유럽 전체에서 가장 많고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다. 공식 통계를 보면, 2020년 초 스페인 내에는 약 3100만 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었으며 이는 도살된 돼지의 수가 아니라 일정한 시기에 실제로 살아있는 돼지의 수를 계산해 얻은 수치였다.(▷관련기사: 스페인, 돼지가 사람보다 많아져) 스페인에서 소비되는 돼지고기의 95%는 이런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온다.
트라스 로스 무로스는 열악한 사육환경이 일부 농장의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곳에 두번씩 들어갔다. 이들은 “한 농장에서 수많은 돼지 사체들을 목격했고, 다시 확인 하기 위해 3개월 뒤 방문을 했지만 사체들은 같은 장소에 누워있었다. 아무도 사체들을 치워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잠입한 농가의 돼지들은 EU가 금지한 단미수술이 되어 있었다. Tros los Muros 제공
한편 동물보호단체 ‘유로그룹 포 애니멀스’는 이번에 폭로된 농가들이 유럽연합(EU)의 가축사육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단체의 농장동물 자문 수의사는 “영상 속 농가들은 EU 법이 규정한 사육환경과 고통 기준을 위반하고 있고 있다. 사육 돼지들의 대부분이 EU가 금지한 단미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돼지 농가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돼지들이 스트레스로 서로의 꼬리를 물어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꼬리를 자르는데(단미 수술), 이는 돼지들에게 큰 고통과 트라우마를 일으켜 EU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트라스 로스 무로스는 이런 열악한 축산농가의 실태가 정부의 캠페인, 로비 등에 가려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잠입수사, 몰래카메라 등으로 농장이나 도축장의 현실을 폭로하지만 육류업계의 홍보전은 대중에게 매우 다른 이미지를 선전한다. 값비싼 선전 덕분에 농장동물의 이야기는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공수정 기구들이 임신사 입구 바닥에 흩어져 있다. Tros los Muros 제공
스페인 양돈 산업은 최근 수년간 EU로부터 수백만 유로의 홍보비를 지원받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지난해 ‘돼지고기의 지속가능성과 동불복지에 대한 논란’을 해결하겠다며 500만 유로(약 65억원) 지원을 승인하기도 했다.
스페인 백돈농가를 대표하는 무역기구 ‘인터포크’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스페인 농가들에 대한 불법적인 공격”이라며 “이들의 영상은 8만 개가 넘는 돼지 농장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사진·영상 Tros los Muros 제공
.조선일보와 경제지들은 왜 ‘탈원전’을 싫어할까?
부정적 보도 일관, ‘입맛’에 맞는 표현만 골라 쓰기도
한수원 광고비와 연관?…‘결국 경제적 이해관계’ 비판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김숙 전략기획위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는 지난 23일 정부에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제안했다. 석탄 발전과 휘발유·경유차량 퇴출 시점 등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주요 정책이 포함됐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여러 언론은 ‘2035년부터 내연차 국내 판매 중단 제안’ 등을 제목으로 정책 발표 소식을 전했다.
같은 정책을 두고 일부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다른 내용을 주요하게 전했다. <조선일보>(‘대통령 직속 기후회의 “탈원전 고정불변이면 탄소 중립 어렵다”), <한국경제>(대통령 자문기구 “원전정책 고정불변으론 2050년 탄소중립 어렵다”), <서울경제>(대통령 직속위 “탈탄소, 원전도 대안”)가 대표적이다. 정부 내부의 ‘탈원전 어깃장’을 비중있게 다룬 것이다.
정부 추진 정책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주요 기능이다. 같은 정책을 두고도 언론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조선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는 정부와 환경단체의 탈원전 기조에 시종일관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들 언론의 보도가 나온 24일 오전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정책 제안 발표 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석탄 발전 퇴출 부분에 원자력이 언급돼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인 석탄 발전(2019년 전체 발전량의 40.4%)을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0으로 감축하되,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204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최적의 국가전원믹스를 구성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정책제안 요약본’ 보도자료 10쪽 원자력 부분 갈무리
정책 제안 발표 뒤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한다는 제안을 두고 “(모든 원전 수명이 끝나는) 2079년 이후에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이 나왔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이 답변을 시작했다.
“(석탄 발전의 빈 자리를) 천연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 중에서 대체할 수밖에 없는데 시기별로 각 에너지원의 발전단가, 사회적 수용성 등 여러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한겨레>가 당시 발언 내용 전체를 확인한 결과, 안 운영위원장은 이 발언에 이어 <조선일보> 등이 제목으로 뽑은 발언을 했다.
“원전 문제를, 지금 정부 정책이 있습니다만, 고정불변의 것으로 놓고 2050년 탄소 중립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발언을 두고 <조선일보>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정부의 기존 ‘탈원전 정책’과는 다른 시각을 보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원전 활용 필요성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기사에 썼다. <한국경제>는 아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가 사실상 원전 정책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기사를 썼다.
이들은 안 운영위원장이 “정책이 고정불변이면 탄소 중립은 어렵다”는 말 바로 뒤에 한 다음의 발언은 기사에 줄여서 담거나 쓰지 않았다.
“원전이 이때도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원전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인데, 다만 우리가 석탄 발전을 대체하는 것은 곧 원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석탄발전소에 장착할 수 있는 탄소·포집 저장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
<조선일보> 등은 통으로 이뤄진 전체 발언 중에서 ‘입맛’에 맞는 앞부분만 잘라서 크게 쓰고 나머지 발언은 축소하거나 아예 쓰지 않는 ‘고전적 방식’을 사용한 셈이다.
안 운영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유지될 경우에도 2038년에는 14기의 원전이 가동중이다. 이를 전제로 원전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원전 정책이 고정불변의 것이라면 2050년 탄소 중립은 어렵다’고 말하긴 했지만 전체 맥락에서는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다른 언론사가 보도한 당시 질의응답에는 이런 맥락이 잘 드러나 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석탄 40%, 원자력 25%, 액화천연가스 25%, 재생에너지 6.5% 정도다.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릴 때 찬반 갈등이 첨예한 원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늘 질문하게 된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은 원자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진보언론은 원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 등이 원자력 발전의 긍정적 면을 주로 보도하는 데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나왔다. 2017년 공개된 한국수력원자력 광고비 집행 내역(1~7월)을 보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및 그 계열사에 가장 많은 광고비가 집행됐다.
다만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원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사회뿐 아니라 산업계 목소리도 함께 수렴해 대안을 고민해 왔다는 점에서, 안 운영위원장 발언이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인 언론에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는 “원전 수명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지만 원전이 미래 전력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생태문화마을로 거듭날 ‘사상 괘내마을’ 기대하세요
도시재생 뉴딜사업 계획 확정
행복충전소·순환공공주택 조성
‘행복충전소’와 ‘순환형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부산 사상구 괘법동 괘내마을 부지 인근에 조성된 텃밭.
경부선 철길 옆 부산 사상구 괘내마을이 생태문화마을로 탈바꿈한다. 부산 사상구청은 괘법동 473-4번지 일대에 18억 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행복충전소’와 ‘순환형 공공임대주택’ 건립 사업을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두 시설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괘내마을을 생태문화마을로 만들기 위한 거점 역할을 한다. 이들 시설은 656㎡ 부지에 4층 규모로 지어질 건물에 들어서고, 예산은 18억 원가량 투입된다. 사상구청은 이달 기본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해 내년 4월 착공해 내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행복충전소는 건물 2~3층에 채워질 예정이다. 2층에 식물치유카페·오감도서관·현장지원센터, 3층에 원예치유건강센터·목공예공방·대회의실을 구성하는 내용이 기본 계획으로 제시됐다.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시설과 마을 자립을 위한 수익 창출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순환형 공공임대주택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자율주택정비사업, 집수리사업 등이 이뤄질 때 괘내마을 주민이 임시로 거주할 시설로 4층 규모이다. 이러한 사업을 마무리하면 개방형 공동이용시설로 대체할 예정이다. 해당 건물은 필로티 방식으로 증축할 계획이라 1층은 주차장으로 조성한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어떤 시설로 채워지며 예산은 얼마나 투입될지 정확히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를 해 최적의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복충전소 등이 들어서면 ‘괘내생태문화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색깔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원예나 식물 등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면서 공동체 문화를 강화할 수 있다. 현재 괘내마을에는 1315㎡ 규모의 도심 체험 텃밭 등을 조성했다.
괘내마을은 경부선 철길과 백양대로 사이에 있는 소규모 주거 밀집지로 지난해 10월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철로와 대로로 외부와 단절되고, 고령화가 가속화된 데다 주거 시설이 노후화한 곳이 많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재임 당시 괘내마을을 찾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태평양 바닷속 3000m에 장어떼가 산다
㎢당 수만 마리, 1000m 이하 심해서 기록된 최고 밀도
최대 심해저 광산, 생태계 보전 과제로
수심 3000m의 심해저 해산에 가라앉힌 고등어 미끼에 몰려든 긴꼬리장어 무리. 심해어 밀도로는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애스트리드 라이트너, 제프 드라젠(하와이대) 제공
태평양 한가운데 심해저에 솟은 산꼭대기에서 심해 장어가 ㎢당 수만 마리의 고밀도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지구 해저의 75%를 차지하는 심해저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뒷받침할뿐더러 세계 최대 심해저 광물 채굴 대상지인 이곳의 보전과 관련해 주목된다.
애스트리드 라이트너 미국 하와이대 해양학자(현 몬테레이만 수족관 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심해 연구 1’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라이트너 “우리가 한 관찰결과는 정말 놀랍다. 먹이가 부족해 물고기가 드물게 분포하는 심해에서 그렇게 많은 어류를 보았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조사 해역은 태평양 한가운데인 클래리언-클리퍼튼 존(CCZ) 남서부이다. 세계 최대 심해저 광물 부존 지역이기도 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수심 4600m의 태평양 해저에 솟은 길이 110㎞, 폭 6∼7㎞의 해저산맥 꼭대기(수심 3000m)와 부근 해저의 물고기를 조사했다. 바다 위 조사선에서 고등어 1㎏을 담은 주머니와 비디오카메라를 심해저에 가라앉힌 뒤 몰려드는 물고기의 마릿수 등을 촬영해 어류의 밀도를 계산하는 방법을 썼다. 조사한 심해저는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300기압 이상의 압력이 작용해 생물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수온은 1도, 해류는 초당 15㎝ 느리게 흘렀다.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물고기는 아주 드물게 산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조사지에 미끼를 내린 지 11분 만에 심해 장어인 긴꼬리장어가 몰려들기 시작했고 한 지점에서는 7시간 만에 최고 115마리가 출현했다. 관찰 기록을 토대로 추산한 이 해산의 긴꼬리장어 서식밀도는 ㎢당 1만8000∼2만9000마리에 이르렀다.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대양저 생태계에서 청소부 또는 최상위 포식자 구실을 하는 심해어는 ㎢당 수백∼수천 마리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조사지의 밀도는 그보다 수십 배 높은 셈”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제까지 미끼를 가라앉히는 방식으로 조사한 심해어의 최고 밀도는 68마리여서 이번 조사는 그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연구자들은 “미끼의 단위 무게당 모인 심해어의 마릿수를 비교하면 이번 조사결과는 수심 1000m 이하의 심해에서 기록된 최고 수치”라고 밝혔다.
비슷한 규모의 심해어 밀도는 미국 남캘리포니아 앞바다 수심 1670m에서 수백 마리의 먹장어가 기록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수천㎏ 무게의 고래 사체 2구를 가라앉혔다. 연구자들은 해저산맥이 지역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생물학적 핫스폿을 형성해 물고기가 풍부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장어가 모두 미성숙 개체임에 비춰 산란을 위한 일시적 무리가 우연히 조사대상이 되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장어는 심해저 해산 꼭대기에서만 서식할 뿐 해산을 벗어난 심해저 바닥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다른 곳에 이동하지 않고 해산에만 적응해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심해 조사를 한 미 해군 조사선 알브이 킬로 모아나 호. 미 해양대기국(NOAA) 제공
라이트너는 “심해어의 다량 서식지는 조사지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라며 “심해에서 우리가 발견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또 심해 채굴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할 때 얼마나 많은 걸 잃을지 이번 연구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조사가 이뤄진 곳은 세계 최대 심해저 광물 부존 지역인 클래리언-클리퍼튼 존(CCZ) 남서부이다.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 수심 4000m인 이 심해저는 미국의 3분의 2 크기이며 망간, 코발트, 구리가 풍부한 감자 크기의 단괴 수 조개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리언-클리퍼튼 존(CCZ) 심해저에 펼쳐진 망간 단괴 모습. 지오마르(GEOMAR) 제공
그러나 이곳 심해저의 생물 다양성이 점차 밝혀지면서 해저 채광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이곳에 서식하는 심해 고둥을 처음으로 멸종위기종 목록에 추가하기도 했다(▶‘철갑’ 두른 심해 고둥은 왜 멸종위기에 처했나).
인용 논문: Deep-Sea Research Part Ⅰ, DOI: 10.1016/j.dsr.2020.1034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부산 4당 연대 "환경단체는 왜 묵묵부답? 신공항 입장 밝혀라"
가덕도 신공항은 4대강 못지않게 환경 파괴"
녹색·미래·노동·정의 '4당연대' 환경단체에 질의서
영도대교가 도개하는 가운데 지난 11일 오후 부산 중구 유라리광장에서 부산·울산·경남 시민단체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취소하고 가덕신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시민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기후행동 녹색·미래·노동·정의 4당 연대가 최근 국무총리실 검증위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이후 진행되는 가덕도 신공항 논의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환경단체에 질의서를 보냈다고 25일 밝혔다.
4당 연대는 “검증위 발표 이후 부산지역 여야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고 지역 언론 역시 가덕도 신공항 찬성 보도를 내고 있다”며 “정작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환경단체 목소리는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반대를 통해 시민단체의 힘을 보여줬다”며 “하지만 4대강 못지않게 환경을 파괴하고 탄소를 대량 배출할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환경단체 대응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4당 연대는 “온실가스 배출의 5%를 차지하는 항공기 이용을 촉진하는 신공항을 짓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2050 탄소제로에 역행한다”며 “기후 위기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보는 환경단체가 신공항 건설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혹은 유보 입장인지 묻는다”고 질문했다. 기후 위기에 목소리를 내야 할 환경단체에 입장 표명을 촉구한 것이다.
4당 연대가 질의서를 보낸 곳은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산녹색연합, 부산그린트러스트 등 10개 부산지역 환경단체와 기후위기단체다. 부산 녹색당, 미래당, 노동당, 정의당 등 소수 진보정당은 신공항 건설에 대해 논의를 유보하거나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서울경제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
부산 환경단체 "김해공항 백지화 환영하지만 신공항은 NO"
"코로나·기후 위기 고려한 수요 예측 의문…공항 건설 재앙 될 것"
부산시가 가덕도에 추진하려는 신공항 조감도. 2020.11.17 [부산시 제공.
지난 17일 국무총리실이 사실상 김해공항 확장안 백지화를 발표한 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가덕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가운데 부산 환경단체가 첫 입장을 내놨다.
환경단체는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는 환영하지만, 신공항 건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 부산비상행동·부산환경회의는 25일 밤 '코로나와 기후위기시대, 우리는 탄소중립공항을 원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의 결론으로 김해공항 확장안은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지만, 코로나와 기후 위기 상황을 고려한 수요 예측과 공항 운영 타당성이 점검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해공항 확장안 백지화가 가덕 신공항 건설로 이어진다면 바다 매립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 등 또 다른 환경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코로나와 기후 위기 시대인 지금 우리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고 기온 상승 2도를 막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은 1조t에 불과하다"며 "당장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공항을 건설한다면 새로운 재앙이 돼 미래 세대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경제개발 논리에 혈안이 돼 인류 생존을 위협할 공항 건설을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의 녹색·미래·노동·정의 4당 연대는 국무총리실 발표 이후 침묵을 지켜온 부산 환경단체에 신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거짓 환경평가해 영업정지된 업체, 대저대교 재조사 또 참여 논란
서낙동강 4㎞ 우선 착공 구간
- 市 “혐의 없는 부분 일부 포함”
- 시민단체 “무리하게 공사” 비판
거짓판정을 받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국제신문 지난 6월 10일 자 1면 보도)를 작성해 영업정지 처분을 당한 업체가 다시 평가서에 등장해 논란이다.
부산시는 지난달 26일 환경부 낙동강환경유역청에 대저대교 서낙동강 부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6월 낙동강청이 시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판정하고 반려한 이후 대저대교 전체 구간 8.24㎞ 중 우선 착공 예정인 서낙동강 4.08㎞ 부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내용이다.
문제는 해당 평가서에 앞서 부실한 조사로 문제를 일으킨 A업체가 ‘동식물상 조사 대행기관-동계 조류 모니터링’ 참여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해당 업체 대표는 지난해 11월 낙동강청의 거짓·부실심의위원회와 지난 1월 경찰 수사를 통해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하고 조사 시간 및 인원 수를 조작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시도 당시 A업체에 6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려달라고 낙동강청에 통보하기도 했다.
시는 A업체가 참여한 조사 항목 중 혐의가 없는 부분만 일부 포함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조사 결과에 생태계 조사 44개 항목 중 41개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나머지 부분은 A업체를 제외하고 분야별로 업체도 바꿔 평가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는 시가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짓판정을 만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환경영향평가를 자체적으로 진행해 생긴 오류라는 것이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지난 20일 오후 시청광장 앞에서 ‘거짓 작성 대저대교 재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행동 박중록 공동위원장은 “시가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업체 이름과 대표자 성명도 그대로 올리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국제신문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문화재청 “기준 어기고 고층 허용”
국가사적 복천고분 주위 아파트 개발 관련 소식
최일선에서 문화재를 보호해야하는 문화재청이 자신들이 정한 문화재 주변 허용기준을 어겼을 뿐 아니라 부산시 통과안보다 오히려 더 고층으로 아파트를 짓게 허가해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이 과정에서 문화재 주변 환경을 보호해 달라는 지자체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리포트]2018년 부산시 문화재위원회는 고분 근처 200m 이내의 구역에 아파트 60개동 건축을 허가하면서 높이는 15층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는 부산시 심의보다 아파트를 더 높이, 더 많이 짓게 허가를 냈습니다.
부산시 심의위원회는 60개 동, 최고높이 15층으로 통과시켰는데 문화재청은 75개 동, 최고높이는 26층으로 허가했습니다. 문화재청이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해 자신들이 마련한 허용기준도 스스로 무시했습니다. 복천 고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유리돔 전시장의 해발고도는 50m 입니다.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한 규제에 따르면 전시장의 높이보다 높은 건축물에 대해 규제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최근 전시장의 높이보다 2배를 훌쩍 넘기는 아파트를 허가했습니다. 문화재청은 복천고분 인접 지역의 경우 건물 높이와 해발고도를 합쳐 총 높이 기준을 50m로 정했는데 허가한 26층 아파트 높이는 100m가 넘습니다.
최초 허용기준보다 4배나 높게 허가한 곳도 있습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음성변조 : "우리가 또 먹고 살아야 하고, 또 집 짓고 살아야 하니까 그 사이의 절충 문제겠죠."]
문화재청은 심의 당시 문화재 주변 환경을 보호해 달라는 동래구와 복천박물관 측 요구도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신경철/부산대 고고학과 명예교수 : "굉장히 기계적으로 무책임한 짓을 했다고 봅니다. 그것은 유적에 대한 하나의 인지능력이라고 할까. 상식, 개념하고 전부 다 안 맞는 거죠."]
부산시 문화재위원회의 불법 심의 의혹에 이어 문화재청의 무책임한 심의까지 더해지면서 문화재 주변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KBS 뉴스 이도은입니다.
생태하천복원 전국 최우수 사례는 부여군 왕포천
환경부, 우수사례 공모전서 6곳 선정
환경부는 하천 수질관리 및 수생태 복원 우수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 생태하천복원사업 우수사례 공모전을 개최하고 부여군 왕포천 등 6곳(최우수1·우수2·장려3)을 선정했다. 최우수상은 부여군 왕포천, 우수상에는 익산시 익산천과 증평군 삼기천, 장려상에는 칠곡군 동전천, 강릉시 순포개호, 안양시 삼봉천이 차지했다.
최우수상에 선정된 부여군 왕포천은 하수처리수와 농경지 비점오염으로 심각한 수질오염과 상습침수까지 발생했던 하천이다. 이런 왕포천의 수변구역을 부여군은 치수, 정화기능이 우수한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부여군은 상습침수구역에 환경기술을 적용한 생태습지를 조성하여 왕포천의 홍수 시 빗물완충기능을 회복시켰고, 여울·정수식물을 활용하여 수질개선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 결과, 복원 전에는 없었던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수달, 삵 등 포유류를 비롯해 고유종인 얼록동사리가 발견됐으며, 지역 명소인 궁남지와 연계한 생태관광 명소로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환경부는 이번에 선정된 6개 지자체에 대해 상장 및 상금을 11월 25일 비대면으로 수여하고, 생태하천복원사업 우수사례집을 제작하여 11월 중으로 각 지자체에 배포할 계획이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동물이든 식물이든 상관없어…‘내게 소중하면 평생을 함께‘
얼마 전 연남동을 갔는데 거리에 눈에 띄는 예쁜 카페가 있었습니다. 정육각형의 귀여운 간판엔 ‘수제간식’이라고 써 있었어요. 프랑스 제과학교 출신의 파티쉐가 디저트를 만드는 곳인 줄 알았습니다. 들어가봤더니 화이트와 원목이 조합된 인테리어에 걸맞게 상쾌한 디퓨저 향이 훅 풍겨옵니다. 기분이 정말 좋아져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그곳은 저를 위한 곳이 아니더라고요. 저희 집에 함께 사는 ‘돌돌이’를 위한 곳이었습니다. 반려견, 반려묘를 위한 수제간식을 만들어 파는 곳이었어요. 동물 간식이라면 개 껌이나 츄르 정도만 알았는데, 정말로 고기의 일부분을 형태를 그대로 보존해 수제로 만들었더라고요.
매대에 전시된 닭발 껌은 콜라겐과 고칼슘 섬유질이 풍부하고, 오리발 껌은 치석제거와 턱 근육 발달, 피부 모질 관리에 좋다고 써 있습니다. 체중 관리가 필요한 반려동품을 위한 채소 간식도 있습니다. 사람이 먹는 간식이나 건강식품 설명과 전혀 다르지 않았어요. 성분도 재료도 기대효과도 사람이나 반려동물에게나 같았습니다.
간식, 장난감 연관어‥사람 아닌 고양이, 개의 순위가 앞서
그래서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돌려봤습니다. 인터넷에 ‘간식’과 연관돼 쓰이는 단어를 찾아봤어요. 10월의 간식 연관어 입니다. 1위는 집, 2위가 강아지예요, 3위가 맛, 고양이가 8위입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저는 당연히 맛이라든가 빵, 쿠키, 라면처럼 식품의 종류가 나올 줄 알았는데, 사람과 연관된 단어 대신 동물들이 상위를 차지한 거죠. 이번엔 ‘장난감’을 입력해봤습니다. 더 놀라웠습니다. 고양이가 2위예요. 육아가 5위입니다. 강아지 6위, 개 8위입니다. 개랑 강아지가 같으니까 역시 육아를 앞설 겁니다. 장난감도 아기나 어린이보다 즉 사람보다 반려동물에게 더 많이 소구되고 있다는 거죠. 사람용 물건과 동물용 물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겁니다. 육아 시장은 정체상태인데 반려동물 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걸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이기도 하죠.
그러고보면 호칭도 바뀌었습니다. 기존에 쓰던 ‘애완동물’이란 호칭은 ‘완구’를 연상시킨다며 생명체에게 붙이기엔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대신 함께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의 ‘반려’를 붙인 ‘반려동물’을 많이 쓰죠. 애완은 사람 앞에 붙이지 않지만 반려는 사람 앞에만 붙였던 단어였습니다. 내 인생의 반려... 반려자, 주로 배우자를 일컫는 말이죠. 아니면 정말 친하고 가까운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람에게만 쓰던 ‘반려’ 호칭‥ 이젠 동물 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요즘은 반려동물에 이어 반려식물이란 말도 많이 등장하죠. 코로나로 집콕이 늘어나면서 홈 가드닝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묘목, 모종, 화분, 식물영양제..이런 것들요. 한 인터넷쇼핑몰 담당자는 "예전에는 홈 가드닝의 목적이 미세먼지 방지 및 공기 정화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해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사람에 대해 어떤 반응이나 표현이 있는 건 아닙니다.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며 점프하거나 골골송을 부르고 꾹꾹이를 해주진 못하죠. 그런데 식물은 존재만으로 위안을 준다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대상 같습니다. 숲을 찾아갔을 때의 상쾌함과 편안함이 내 방 안 각종 식물들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거죠. 화분에 때 맞춰 물을 주고 강한 햇볕은 가려주고 가끔씩 좋은 흙으로 갈아줍니다. 그렇게 정성을 기울이다보면 새 잎이 피어나고 푸르름이 한층 짙어집니다. 고운 꽃을 피우기도 하죠. 소리와 움직임을 매개로하는 동적인 교류 뿐 아니라 서로의 생명력을 키워주는 정적인 교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집니다.
영화 ‘아바타’ 속 ‘나비족’의 능력은 모든 생명체와의 교감… 대등해지는 관계
많은 이들이 2탄을 기다리는 데 10년 넘게 아직 안나오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입니다. 영상미로도 세계관으로도 획기적인 영화였죠. 흥행도 어마무시하게 했고요. 이 아바타 영화에 등장하는 게 판도라 행성에 사는 나비족이죠. 나비족의 가장 큰 특징이자 능력은 ‘모든 생명체와 소통하는 것’입니다. 나비족은 몸을 관통하는 긴 신경체계가 있고 그 끝은 열려있습니다. 열린 신경계를 다른 생명체의 신경계에 연결합니다. 신경에서 신경으로, 생명체에서 생명체로 연결이 되며 소통하는 겁니다. 그 순간 일체화되는 거죠. 대등해집니다. 그 대상이 사람인지 동물인지 식물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대상과 교류하고 싶은지에 대한 나의 마음과 의지입니다.
기술 발전과 복지 수준 발달…‘옆 사람 도움’ 없이도 살 수 있게 해
대등해진다는 것. 저는 이렇게도 생각해봤습니다. 과거 동물이나 식물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사람의 위치에 결코 올라오지 못했던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절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단위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기능을 수행해야했습니다. 가족, 친족 사회, 마을 공동체 같은 생존에 필수적인 최소 단위에서 성별과 나이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이요. 전통적인 가부장 농경 사회에선 아빠는 농사일을 하고 엄마는 살림을 하고 자녀들은 부모의 일을 도와야했습니다. 유목 사회, 수렵 사회 역시 마찬가지이죠. 그런데 지금은 정말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일은 더 이상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게 됐고,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달했습니다. 혼자 살아도 대부분의 것들이 가능해졌습니다. 생활비를 벌어 주거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배달주문하면 되고 서비스 업체에 맡길 수 있습니다. 복지수준도 월등히 높아졌습니다. 결혼과 양육을 삶의 필수적 요소로 생각하는 대신 감당하기 힘든 부담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반면 1인 가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려의 대상으로 ‘기능적 가족’ 대신 ‘정서적 가족’ 부각
때문에 누군가를 삶의 동반자, 반려로 삼기 위해서는 정서적 관계가 제일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반려 대상의 범위는 확대되고 경계는 흐려집니다. 그 상대가 사람일지라도 성별과 나이에서 과거와는 큰 변화가 관측됩니다. 내가 행복해진다면 동물도 식물도 반려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반려가 되는 순간 대상은 나와 동등해집니다. ‘전용’이라는 건 사라집니다. 대신 ‘동반’이란 키워드가 뜨죠. 같이 누리고 같이 즐기고 같이 생활하는 겁니다. 인권 못잖게 동물권이 중요해집니다. 식물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정말 잘 자라는가, 식물이 인간의 감정표현에 감응하는가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합니다.
여러분의 반려는 누구인가요? 반려와 무엇을 나누고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그럼 다음 트렌드 분석으로 뵙겠습니다. 당신의 삶의 트렌드입니다. / MBC노경진
2050 탄소중립, 립서비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초록發光] '아직도' 기후위기 대응 의지 없는 정부 여당
지난 9월 24일,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8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로 선언하였다. 그 영향이겠지만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진 듯 하다. 지난 19일 환경부는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국회 공청회에서 탄소중립 목표와 달성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 23일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45년 이전까지 석탄발전을 제로로 하고 늦어도 2040년부터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자는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하였다. 기존의 그린뉴딜 정책과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통합하는 국가비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포함되었다.
국회의원들의 관련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일찍이(8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결의안 통과 이후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을 쏟아냈다. 양이원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10월), 이소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11월), 그리고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안'이 주목된다. 2050년 탄소중립을 뒷받침할 법제도를 마련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들을 정부와 여당이 과거와 다른 태도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야 할까. 회의적이다. 우선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국회의 비상결의안 통과에 환영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았다. 국회 결의안은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의 절박한 행동과 외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아직 갈 길은 너무나 멀다"고 평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비상결의안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 내용이 빠져 버린 탓이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 목표는 거의 달성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결의안의 의미는 크게 반감했다.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언론들이 크게 보도하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2030년 감축 목표 강화를 언급하지 않아 국회 결의안을 넘어선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정부는 탄소중립 선언과 별개로 국내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석탄발전소 투자 결정을 강행했다. 국내외에서 "그것이 문재인식 그린뉴딜이냐?"며 조롱까지 일어났으나 대통령은 눈을 감았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기후위기의 엄중함을 거듭 강조하였지만, 과거 정책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아 비웃음을 자처했다. 게다가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탈석탄 속도 조절"이나 "탄소중립 불가능" 같은 '말실수(?)'도 잦아, 이 정부의 진심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커진다.
정부와 여당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지만, 과연 현 정부 하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룰 의지가 있을까?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이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논평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립서비스에 바쁘고, 정부는 할 마음이 없고, 여당은 일하는 흉내 내기에 바쁜 것 같다. 비상결의안을 심사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법안심사소위 회의록(9월 21-22일)은 적어도 여당인 민주당 의원의 의지는 크지 않다는 점을 분명해 말해주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그냥 무늬만 기후위기 선언하고 말아서는 안 된다"며, 2030년까지 2010년 배출량 대비 50% 감축 목표를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이 수치를 그대로 명시했을 때 정부가 여러 가지 앞으로 논의하는 과정이라든가 정책과 충돌하는 문제가 혹시 없을까"하는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이에 맞장구를 쳐,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현행 법령을 넘는 구체적인 수치를 담기보다는 2025년에 정부 측이 NDC를 수정하는 계기에 좀더 강화된 감축안을 만들도록 촉구하는 정도"를 주문하였다. 어쩌면 이때부터 청와대-정부-여당은 30년 뒤 탄소중립은 선언하되 당장의 목표는 모른 척 하겠자고 합의를 해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보다 못한 국민의힘 김웅 의원까지 나서서 "2050년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2050년 생각해보면 80이거든요. 여기 계신 분들, 그때 여기 아무도 책임지실 필요도 없을 겁니다. 노인 보고 누가 책임지라고 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2050년 목표만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2030년 목표도 명시하자며 강은미 의원을 거들었다. 그러나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오늘 결의안 채택만큼은 일단 2050년까지 해놓고 나중에 22대 가서 결의안 또는 후반기에 가서 새로운 로드맵이 나오면 결의안 채택을 다시 하자"고 제안하였다. 지난 대선 시기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 요구에 맞서 민주당원들이 외치던 "나중에"라는 말이 기후위기 앞에서도 다시 등장했다.
이런 무책임한 발언 속에, 환경운동 활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의원은 "이 50%라는 수치를 딱 내고 싶다"면서 다른 민주당 의원과 차별점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발언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전에 이명박 정부에서 수치만 내고 말아 버린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되어 버릴까 봐 굉장히 우려가 많이 되고요. 그래서 어떻게 좀 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표현으로 가져가면 좋을지 그런 고민이 좀 듭니다. (중략) 저는 수정 제안으로 사실 '2030년에 50%' 이렇게 보다는 석탄발전소를 2030년까지 얼마 이상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얼마 이상 늘리고 이런 목표가 들어가야지 실효성이…… (중략) 그런데 그게 도저히 안 된다고 한다면 현재의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보다 훨씬 더 상향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든지(후략)."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포함 여부에 대한 논쟁 중에, 양이원영 의원은 갑작스럽게 2030년 석탄발전소 감축 목표나 재생에너지 목표를 제안하면서 논점을 흐려 버렸다. 그리고 다들 그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며 난색을 표시하자, 2030년 감축 목표를 "적극적으로" 상향해 나자는 모호한 문구로 다시 후퇴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더 실효성 있는 결의안 문구가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결국 정부와 여당을 넘어서려는 강은미 의원을 좌절시키는 데 일조했을 뿐이다.
2050년 LEDS 국회 공청회가 열리던 날 아침, 11명의 시민이 국회 정문에 자전거 자물쇠로 자신의 목을 묶는 직접행동에 나섰다. 정부는 이제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다는 것을 자랑하였지만, 그들은 "30년 뒤 넷제로? 우리에게 죽음뿐"이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그들이 보기에 "입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말하며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에서 2030년 50%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거부한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이중적이고 기만적"이며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행동)를 불확실한 미래의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회 정문에 목을 맨 자물쇠를 절단기로 끊고 이들을 연행하였다. 그들은 한국에서 기후행동으로 경찰에 연행된 첫 번째 사람들이 되었지만, 이들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2050년 탄소중립 선언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민들의 절박함을 외면한 채 계속 꾸물거린다면, 더 거친 소리를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는 시민들을 급진화시킨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프레시안
기후위기를 꼭 해결해주세요”
ㆍ한국의 ‘툰베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기후위기 시대에 살게 될, 그리고 기후위기를 막을 마지막 세대인 중학교 1학년 열네 살 박채윤입니다. 이 나이에 두분께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기후위기’라는 문제가 아주 심각하기 때문이에요. 기후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두분 모두 아실 것으로 생각해요. 문 대통령님은 얼마 전에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하셨고, 바이든 당선인님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하셨으니까요. 저는 ‘청소년 기후행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레타 툰베리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저 같은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를 막으려고 같이 공부하면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하는 것으로는 너무 부족해요. 2030 탈석탄을 위한 탈석탄법도 만들고,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대통령은 힘이 세다고 알고 있어요. 그만큼 강력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 배출 5위이고, ‘기후악당’이라는 말도 듣고 있잖아요. 이전처럼 말만 하고 미루기만 한다면 절망적이에요. 미국도 기후 문제에 있어 리더십을 갖춘 국가가 된다면 좋겠어요.
16세 박채빈(미사강변중3)이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그렸다. 인물을 거꾸로 그린 것은 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림을 그린 채빈이와 편지를 쓴 채윤이는 두 살 터울 자매다.
두분은 2018년 미국의 한파, 그리고 2020년 아시아를 강타한 장마를 기억하시나요? 2년 전 한파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된 거냐?’라며 기후위기에 대해 비꼬는 말을 했어요. 사실 기후변화로 한파가 생긴 건데 말이죠. 올여름 우리나라 장마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요. 54일에 걸친 역대 최장 장마였고,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지역에 피해가 갔어요. 많은 사람이 이 장마를 기후위기라고 불렀어요.
평범한 일상 보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더 무서운 건 아직 기후위기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저는 30년 뒤를 상상하면 끔찍해요. 제가 마흔네 살밖에 안 되는데…. 저도 지금 어른들이 누린 것처럼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제가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한시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구 생태계 교란은 점점 심해질 거예요. 이번 코로나19도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퍼져나갔는데 앞으로 생태계가 더 망가지면 다음 바이러스는 대처할 수 없지 않을까요? 만약 인간이 동물들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균형을 이루어 살아갔다면 이번 팬데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작은 생물들이 하나둘 사라지면 언젠가 게임처럼 마지막 한개가 빠져나가는 순간, 생태계는 무너질 것이 분명해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고대 바이러스가 나와서 지금보다 더 심각한 바이러스가 나올 거라고 들었어요. 이런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으려면 최대한 노력해서 기후위기를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앞에서 말했듯이, 문 대통령님은 탄소중립 선언을 하셨어요. 그러나 강력한 정책을 내고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제 또래들은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될 거예요. 바이든 당선인님은 현재 대통령은 아니지만 의견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선인으로서 영향력이 있으니까요. 저는 두분께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학교급식에 대한 건데요. 미국 캘리포니아는 채식 급식을 법으로 만들었고, 뉴욕도 학교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시행하고 있대요. 이 정도로 끝낼 순 없어요. 최대한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좋잖아요?
문 대통령님도 아시겠지만, 한국은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등 여러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켜진 것은 별로 없어요. 미룰 뿐이었죠. 채식 급식 도입도 꼭 해주시고 2050 탄소중립 선언도 반드시 지켜주세요. 제가 말했듯 파리기후협약으로는 부족해요. 지금도 기후문제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어요.
저는 그런 면에서 교육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얼마 전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에 직접 참여했어요.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갔는데, 친구들이 처음에는 수업에 안 들어왔다고 걱정을 해주었어요. 후에 결석 시위에 갔다 왔다고 하니까 ‘그게 뭐야? 신기하다’라고 했어요. 그렇게 알려준 뒤에 친구들이 저에게 ‘대단하다’, ‘멋지다’와 같은 말을 해주었는데, 결국 몰라서 같이 못 한 것이잖아요. 학교에서 제대로 기후위기 교육을 해준 적이 있나요? 없어요. 그만큼 학생들은 알 기회가 없었다는 거예요. 모르기 때문에 말을 깊게 듣지 않고, 모르기 때문에 행동할 수 없는 거죠. 놀랍게도 학교는 아직도 이런 상황이에요.
기후위기에 대한 학교 수업 확대해야
저희 엄마가 고등학교 지리교사인데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아요. 집에서 엄마·언니와 함께 다큐멘터리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엄마 말로는 기후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더 많이 알게 된대요. 그래서 영어시간에는 영어로 기후위기 캠페인을 해보고, 가정시간에는 채식 급식 메뉴를 작성하고, 기술시간에는 태양광발전 전자판을 만들어보고, 국어시간에는 기후위기 글쓰기를 해보는 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가 있대요. 특히 지리시간에는 ‘기후위기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대요. 학교 모든 교과에서 기후위기를 알려줄 수 있지 않나요? 제 생각에는 현재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기후재난 세대로 불리게 될 것 같은데, 최소한의 교육은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기후위기에 대하여 교육을 받지 못한 청소년은 나중에 기후재난이 오면 어른들을 원망하겠죠. 하나도 모르고 있다가 아우성을 칠 거예요. 교육하지 않고 방관하면 우리는 미래가 없을지도 몰라요.
저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뉴스, 책, 다큐멘터리 등을 보며 여러 감정이 들었는데, 두가지 감정이 컸어요. 하나는 ‘나는 기후재난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공포와 다른 하나는 ‘왜 어른들은 대처하지 않을까?’라는 배신감이었어요. 제 또래는 어른이 되면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싫어요. 우리는 미래를 꿈꿀 권리도 없는 걸까요? 우리가 불안을 느끼지 않고 살게 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공포와 불안에 떨지 않으려면 기후위기를 해결해주셔야 해요. 그러려면 제가 말한 방안들로는 턱없이 부족해요. 부탁드립니다.
-기후위기를 알고 충격받은 열네 살 박채윤 올림
미사강변중학교에 다니는 저는 ‘청소년 기후행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채식은 지난해 8월부터 엄마·언니와 같이 시작했고, 채식요리사를 꿈꾸고 있어요. 좋은 채식요리를 만들려면 기후위기가 해결되어 좋은 식재료를 계속 얻을 수 있어야 하니까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꿈도 갖고 있어요.
<박채윤>/ 주간경향
어제 먹은 치킨 한 조각도 환경파괴의 결과물일 수 있다
브라질의 ‘물탱크’라 불리는 케라두 사바나(오른쪽) 지역이 콩밭(왼쪽)으로 개간된 모습. |그린피스·가디언
영국 대형 마켓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납품되는 닭고기가 브라질 환경파괴의 결과물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곡물회사인 카길(Cargill)이 브라질 사바나지역인 케라두(Cerrado) 초원을 불법개간한 농장에서 재배한 콩을 대형 패스트푸드점에 납품되는 닭을 먹이는 사료로 가공해왔다고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내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치킨 한 조각이 브라질 삼림파괴 서클의 고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카길은 한국 등 70개국에 농산물을 수입·수출 하는 글로벌기업이어서, 지구촌 소비자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환경파괴에 동참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디언은 영국 비영리민간언론단체 탐사보도국(BIJ), 그린피스 등과 공동 조사를 통해 ‘케라두 콩’의 수입 과정을 추적했다. 이에 따르면 카길은 150만톤에 달하는 콩을 브라질에서 영국으로 수입했는데, 절반이 케라두에서 온 것이었다. 카길은 제휴를 맺은 케라두 농장들에서 콩을 들여왔다. 문제는 케라두 콩 산지 중 801km²이 불법 삼림벌채된 땅이라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16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아마존과 인접한 케라두는 수려한 강과 초원지대를 갖춰 ‘브라질의 물탱크’로 불리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탓에 국제적 ‘환경파괴’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 2012년 제정된 산림법에 따르면 아마존 땅의 80%를 ‘법적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케라두의 보호구역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게다가 환경파괴 이력은 수입과정에서 숨겨졌다. 케라두 콩은 대서양을 건너 영국 리버풀항에 들어오자마자 사료 재료인 다양한 곡물들과 뒤섞였고, 이 과정에서 원산지는 가려졌다. 카길의 영국 합작 식품회사인 아바라는 케라두 콩을 주원료로 하는 사료를 만들어 전국 양계장으로 보내고, 이곳의 닭들은 테스코, 맥도날드, 난도 등 대형 소비체인으로 납품됐다. 아바라 웹사이트에는 “소비자는 회사명을 들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우리 제품을 즐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적혀 있다. 소비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환경파괴’ 사료로 키워진 닭을 먹은 것이다.
케라두 삼림파괴에 불을 지피고 있는 건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다국적 기업들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브라질 자연은 우리 것”이라며 개발을 밀어붙였고, 올해에만 땅을 일구기 위해 낸 산불이 6만1000건 이상 보고됐다. 2018년 3만9000건의 약 2배에 근접한다.
문제는 카길 뿐만 아니라 다른 다국적 식량기업들도 케라두 콩 생산과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길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을 통해 수출된 콩은 올해 사상최다인 135만t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테레자 크리스티나 디아스 브라질 농업장관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이것이 우리 농업의 힘”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농업을 국가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는 만큼 브라질의 자연은 파괴되고 있다. 이미 케라두 삼림의 44%가 농지로 개발됐다고 국제환경조사단체인 ‘맵비오마스’는 지적했다. 다국적 기업들에 납품하는 콩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지난 5년간 1만2397건이나 되는 산불이 일어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케라두가 따기 쉬운 과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라질의 귀중한 숲과 다양한 야생동물을 잃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45년 상수원보호 규제..권리침해 여부 헌재 판단 받는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 변 마을 주민들이 상수원보호규제로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는지 판단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6일 남양주시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조안면 주민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의 본안 회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본안 회부는 심판 청구가 적법하다고 판단, 청구인들의 주장을 전원재판부에서 본격적으로 심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들은 “헌재가 우리의 아픔을 공감하고 귀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 환영했다. 조안면 주민 60여 명과 남양주시는 지난달 27일 ‘상수원관리규칙’과 모법인 ‘수도법’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주민들은 상수원관리규칙에서 정한 건축물 설치 규제, 영업허가 및 행위 제한 등 각종 규제가 헌법에서 보장한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무조건적인 해제나 완화가 아닌 국내 하수처리시설 확대와 수처리기술 발전에 걸맞는 규제로 손질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975년 7월 수도권 시민 2500만명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한강 상류인 북한강과 접한 경기 남양주, 광주, 양평, 하남 등 4개 시·군 158.8㎢를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조안면 상수원보호구역은 42.38㎢으로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의 26.7%를 차지한다. 국내 상수원보호구역은 110개 시·군 280여개 구역으로 지정면적은 1130여 ㎢에 이른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상수원 규제가 합리적으로 재정립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가덕도’ 결정도 안됐는데… ‘특별법 발의’ 앞서가는 민주당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 포함… 늦어도 내년초까지 법안 통과 목표
한정애(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6일 부산·울산·경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 의안과에 가덕도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늘은 좋은 날, 역사적인 날”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가덕도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네 번의 정권을 거치며 20여년간 정치권의 해묵은 논쟁거리였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반드시 결론짓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 이후 정부의 최종 입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입법으로 밀어붙이며 ‘신공항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에는 민주당 의원 136명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가급적 서둘러 통과시킨 뒤 부산시가 유치를 추진 중인 2030 부산월드엑스포에 맞춰 개항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안에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에 건설되는 공항’이라며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를 명시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조항도 포함됐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가재정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예타를 건너뛸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재인정부 들어 예타 면제 사업이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한 의장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국가균형발전법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 제출에 참여한 전재수 의원은 “경제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방 소멸을 극복해야 한다는 국가 균형발전의 가치로서 신공항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제출한 법안이 앞서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들이 발의안 가덕도신공항특별법과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며 상임위 논의에 곧 착수하기로 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되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제출한 법안이 앞서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들이 발의안 가덕도신공항특별법과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며 상임위 논의에 곧 착수하기로 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되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여당의 신공항 특별법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예상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사전 검증 절차를 생략한 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의 결정은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일 뿐, 가덕도신공항 설립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아니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해신공항 추진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가 그 계획이 변경됐는지부터 입장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심지어 정부 측에서도 수요조사를 비롯해 경제성 조사 등 원점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는 부산 지역 기업을 우대하도록 하는 특혜 조항도 담겨 있다. 이 때문에 결국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을 겨냥한 선거용 아니냐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차 연료세에 탄소 함량·대기오염 반영하라” IEA, 한국에 권고
8년만에 한국 대상 ‘국가보고서’ 펴내
한전의 전기구매 독점 문제 등 지적
전기위원회 역할·권한 강화 권고도
국제에너지기구(IEA) 누리집의 한국 국가보고서 소개 페이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6일 한국을 상대로 8년 만에 ‘에너지 정책 국가보고서’를 냈다. 자동차 연료세에 탄소 함량과 대기 오염 등 외부비용을 반영하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인 전기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IEA는 30개 회원국의 에너지 정책을 심층 분석해 정책 조언을 하기 위해 에너지 정책 국가보고서를 발간한다. 한국에 대한 국가보고서가 나오기는 2006년과 201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IEA는 보고서에서 “저탄소 배출 기술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모든 연료에 대한 에너지 과세에 탄소 함량 및 대기오염 등 외부비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수입용 발전 연료에 부과하는 세금을 가스는 80% 줄이고 석탄은 30% 늘리는 ‘친환경 에너지 과세’를 2018년부터 시행한 것을 환영하면서, “이런 과세를 수송용 연료에도 신속히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IEA는 또 발전 사업자들이 생산하는 전기에 대한 한국전력의 독점 구매, 시장이 아닌 정부에 의해 이뤄지는 전기 도·소매 가격 결정 등의 사례를 지적하며 “전력 부문을 개방해 전체 가치사슬에서 진정한 경쟁과 독립적 규제기관을 도입하지 못한 것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IEA는 현재 정부의 전력 부문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문 구실에 그치고 있는 전기위원회를 전력산업 규제기관으로 상향 조정하고 권한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IEA는 한국이 원유·가스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시스템의 디지털화에 대응해 사이버 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등 에너지 안보를 강화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한국이 2105년부터 도입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전국 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동북아시아 최초의 국가로, 역내 다른 국가들에 훌륭한 선례를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배출권의 90% 이상이 무상 제공되면서 지난해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해, 배출권 유상 할당 비율 확대를 에둘러 권고하기도 했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향후 에너지 정책 수립에 있어 IEA의 평가와 권고를 충실히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발간행사에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탄소 중립 목표 설정과 그린뉴딜 전략을 환영하고 적극 지지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수소 역할 확대 등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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