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화석연료 다 끊어도 못 막는 지경…살길은 ‘채식 생활
일본 법원 "오이 원전 3, 4호기 설치 취소" 판결
인간을 피해 진화하는 식물이 있다?
야간조명이 ‘자연’을 바꿔놓고 있다
또 다른 팬데믹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기업 적극 나서라”..네덜란드서 소송 열려
|2020년, 역대 세번째로 ‘따뜻한 해’···WMO “기후 역사에서 최악으로 기록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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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거짓말평가’
온난화, 화석연료 다 끊어도 못 막는 지경…살길은 ‘채식 생활’
식량체계만으로 전체 온실가스 30% 배출
현재 상태 유지하면 2050년에 두배 증가
파리기후협약 목표 1.5도 달성 어려워져
식물성 식단·곡물생산 효율화 등 개혁 필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오늘 당장 쓰지 않는다 해도 현재의 식량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때문에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인류가 지금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멈춘다 해도 현재의 식량 생산·소비 체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때문에 기후변화를 막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영국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9일 세계 식량체계를 현재대로 유지하면 화석연료를 지금부터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파리기후협약에서 제시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 상승 억제 목표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6일치에 실렸다. 식량체계와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2∼2017년 사이 연간 160억톤(이산화탄소환산톤)에 이른다. 이는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0%에 해당한다. 온실가스는 농업과 가축 사육을 위한 농지 정리와 숲 개간, 음식물쓰레기 처리, 쌀 재배, 비료 생산과 사용, 소 등의 소화 과정(메탄 배출) 등에서 발생한다.
연구팀은 일부 국가들이 더욱 부유해지고 식량 수확량이 증가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에 미치는 변화를 전망했다. 또 식량 생산·소비 체계에서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실현했을 때의 배출량 추이도 가늠했다. 그 결과 식량 체계를 현 상태로 유지할 경우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2100년 1조3560억톤에 이르고, 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은 이미 2051∼2063년에 파리기후협약 목표인 1.5도를 상회하며, 21세기 말 2도 목표에도 가까이 갈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검은색 막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Business-as-usual), 녹색은 식이 습관의 변화를, 파란색은 식량 공급 형태의 변화를 나타낸다. ‘식물 위주 식단’(Plant-rich diets)은 EAT-랜싯 보고서에 근거한 것이고, ‘건강식이'(Healthy calories)는 하루 2100칼로리 섭취를 가리킨다. ‘생산성 향상'(High yields)은 식량 생산 효율의 50% 향상을, 음식 쓰레기 감축(Half waste)은 현재 폐기량의 50% 감축, ‘고효율화'(High efficiency)는 단위 식량생산당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을 뜻한다. 오른쪽 두 막대는 5가지 항목을 절반(50%) 실천했을 때와 모두(100%) 실천했을 때를 나타낸다. 왼쪽 눈금은 식량체계발 온실가스의 최대 누적 배출량이며 , 점선은 50% 확률과 67% 확률로 1.5도와 2.0도에 도달하는 지점을 가리킨다. .
연구팀은 이에 따라 식량체계 개선을 위한 전략으로 ‘식물성 위주 식단’, ‘건강식이’, ‘곡물 생산성 향상’, ‘음식 쓰레기 감축’, ‘식량 생산 효율화’ 등을 제시했다.
논문 제1저자인 마이클 클라크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원은 ‘1.5도 목표’를 달성을 위해 “향후 수십년 동안 식물성 위주로 식단을 전환하고, 곡물 생산량을 늘리고,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등 세계 식량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논문 공저자인 제이슨 힐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는 “식량체계는 기후변화에서 숨어 있는 복병”이라며 “세계 모든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돼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식물 위주의 건강한 식단처럼 현실적 목표를 세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오늘 당장 쓰지 않는다 해도 현재의 식량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때문에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와 관련 세계자연기금(WWF) 소속 과학자로 노르웨이 비영리단체 ‘이에이티’(EAT)와 의학저널 랜싯의 공동위원회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브렌트 로건은 “개혁을 하지 않으면 식량체계발 온실가스 배출은 2050년께 두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2050년까지 붉은 고기 등의 소비를 50%까지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이티-랜싯공동위원회는 올 여름 발간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식습관’ 보고서에서 주요 20개국(G20) 1인당 음식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이내인 국가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지금과 같은 음식 소비 행태를 유지한다면 2050년 해당 분량의 음식 생산을 위해 지구 2.3개 필요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일본 법원 "오이 원전 3, 4호기 설치 취소" 판결
일본 법원이 후쿠이현의 간사이 전력 오이 원자력발전소 3·4호기에 대해 설치를 허가한 정부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NHK가 4일 보도했다. NHK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새로운 규제 기준이 마련된 이후, 법원이 정부의 원전설치에 처음으로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 지방재판소는 이날 후쿠이현 주민 등 130명이 “대지진에 대한 내진성이 불충분하다”며 원자력 규제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원전설치 취소청구소송에서 “설치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오이 원전 3·4호기는 2017년 5월 원자력규제위원회 심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재판장은 판결에서 “간사이 전력은 과거 발생한 지진의 평균값을 이용해 향후 발생 가능한 지진 규모를 상정했는데, 새 규제기준은 평균값을 넘는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가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원자력 규제위원회는 이러한 점을 검토하지 않고 심사했기 때문에 (설치 결정은) 적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NHK는 판결이 끝나자 법정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간사이 전력은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자력 규제위원회도 “법원에 충분한 이해를 얻지 못한 것 같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인간을 피해 진화하는 식물이 있다?
사사패모, 수확·채집이 식물 위장색 진화에 영향
포식자의 행동이 피포식자 표현형에 자연선택을 유도하는 것은 다윈의 진화론 영역에 들어간다. 최근 중국 전통 의학에 사용되는 식물이 사람의 눈에 덜 띄는 보호색으로 진화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과학원과 영국 엑시터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커렌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약용식물인 사사패모(학명 Fritillaria delavayi)가 인간의 채집 활동으로 위장색을 띠는 진화가 일어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사패모는 채집 강도가 높을수록 주변색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한다. ⓒYang Niu
효과 및 가격 높아 채집 횟수 증가
백합과 식물인 사사패모는 37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분포하는 다년생 식물로 중국에서는 형두안 산맥(Hengduan mountain)에서 서식하고 있다. 성체는 3개 이상의 잎을 갖고, 발아 후 5년이 지나야 매년 개체당 하나의 꽃과 작은 비늘줄기를 만들어낸다.
이 식물은 항염, 항암에 효과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있고, 심혈관과 호흡기 계통 질환에 효과가 높아 오랜 시간에 걸쳐 약용식물로 활용해 왔다. 약효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물을 채집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높은 약리 효과로 약재시장에선 kg당 3200위안(한화 약 53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구진은 사사패모가 강한 선택적 압력을 받아 위장색을 가지며 진화했을 가능성을 추정하고, 5년간 사사패모 서식지에서 초식동물의 흔적을 찾았다. 쿤밍 식물연구소 양 니우 박사는 “우리가 연구한 사사패모 식물이 보호색을 가진 이유를 초식동물에 두었지만, 그런 동물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사사패모를 섭취하는 초식동물이 보고된 사례도 없었다.
인간의 채집활동···색 표현형에 영향
위장 색상의 차이는 사람이 식물을 발견하는 확률과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정량화한 결과를 얻기 위해 산맥에서 자생하는 서로 다른 색을 지닌 8개 개체군과 주변 암석의 색을 측정했다.
A, B는 약한 채집활동으로 일반적인 녹색을 띤 모습이고 C, D는 강한 채집활동으로 위장색을 띠는 사사패모 ⓒYang Niu / Current Biology
산맥에 서식하는 사사패모는 회색, 녹색, 갈색 등 다양한 잎색을 띠고 있다. 회색과 갈색 잎은 주변 암석 색과 비슷해 발견하기 어렵지만, 녹색 잎은 눈에 확연히 띈다. 식물이 주변 배경색과 일치할수록 사람은 식물을 발견하기 어려워지고 이것은 채집 횟수를 결정하게 한다.연구진은 채집 난이도. 즉, 채집하는 데 드는 시간과 색과의 관계를 조사하니 채집이 쉬운 위치의 식물이 주변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온라인 과학실험인 ‘사사패모 찾기’를 개발해 실험 참여자가 14장의 사진에서 위장색을 지닌 사사패모를 얼마나 빨리 찾는지를 측정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위장 효과가 좋을수록 사사패모 위치를 찾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사사패모가 2000년 이상 한약으로 사용되어 채집이 많아진 것을 고려하면 인간이 사사패모의 색 표현형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배경과 비슷한 식물일 경우 탐지 시간이 얼마나 길어지는지 측정하기 위해 온라인 시민 과학 실험 ‘사사패모 찾기’를 만들었다. ⓒ 사사패모 찾기 누리집 캡쳐(www.plant.sensoryecology.com)
인간이 식물의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몇몇 있다. 히말라야 등의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면두설련화(학명 Saussurea laniceps)가 많은 채집으로 식물 높이가 왜소한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캐나다 큰뿔양(학명 Ovis canadensis)은 인간의 사냥으로 뿔 크기가 감소했다.
엑시터대학의 생태보존센터 마틴 스티븐슨 교수는 “인간이 야생 식물의 색상에 직접적이고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며 “많은 식물이 초식동물로부터 위장을 통해 숨지만, 여기에서는 인간의 채집활동을 피하려고 식물 스스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과학자들은 인간이 생물종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야생에서 동식물 사냥과 채집활동이 부정적인 진화적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진화를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 야생에서 선호하는 표현형을 제거해 자연생태적인 생산성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쿤밍 식물연구소 항선 교수는 “상업적인 수확이 자연의 많은 압력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동한다”고 말했다.
사이언스타임즈2020.12.02.이 승환 객원기자
야간조명이 ‘자연’을 바꿔놓고 있다
야생동물 호르몬 분비량 감소, 수면 시간 불균형
날이 어두워지면 가로등과 같은 인공 야간 조명시설들이 불을 밝히게 된다.
전력이 풍부한 국가의 경우 주거시설뿐만 아니라 수풀과 같은 자연계에도 인공 불빛을 비추게 되는데 최근 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동물과 식물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특히 야생 동물의 경우 호르몬 분비를 줄여 잠자고 깨는 시간 패턴에 영향을 주면서 주행성 동물, 야행성 동물 모두의 비정상적인 활동 패턴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 야간조명 시설이 늘어나면서 주행성 동물의 활동량이 크게 늘어나고, 야행성 동물의 활동량이 줄어드는 등 자연 생태계의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대표적인 야행성 동물인 부엉이. ⓒWikipedia
야행성 동물들 야간 활동 시간 줄어들어
4일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연구를 수행한 곳은 영국 엑스터 대학 연구팀이다.
그동안 인공 야간 조명시설(Artificial night-time lighting)에 주목한 연구팀은 조명시설에 영향을 받은 자연계를 대상으로 100여 차례 연구를 수행해왔다.
그리고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해 야간조명이 야생 동‧식물의 생리작용은 물론 주간 활동 패턴, 전 생애 주기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것은 동물 체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화학적 반응이다.
특히 야생동물들이 야간조명에 노출됐을 경우 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 분비량이 줄어들어 불균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생체 호르몬으로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기존의 뇌를 억제해 수면을 유도하는 것과는 달리 멜라토닌은 멜라토닌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자연적인 수면을 유도하는 작용을 한다.그러나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 경우 생체 리듬이 깨져 수면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사람의 경우) 불면증 등을 유발한다.
토끼, 쥐와 같은 야행성 동물의 경우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밤이 됐는데도 활동을 억제하며 수면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는 야행성 동물의 활동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주행성 동물인 조류의 경우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낮에 해오던 것처럼 먹이를 구하고 생식활동 등을 하는 등 활동 시간을 늘려나가는 보기 드문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케빈 개스턴(Kevin Gaston) 교수는 “호르몬 분비량의 변화는 후손들의 생애 주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라고 설명했다. 이는 생태계 전반에 걸쳐 생리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큰 우려를 표명했다.
야간조명에 대한 정책적 대안 마련해야
그동안 야간 조명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100여 차례의 연구를 종합해 인공 야간조명에 의한 영향을 종합 분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엑스터 대학의 논문은 국제 학술지 ‘자연상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지 2일 자에 게재됐다. 제목은 ‘A meta-analysis of biological impacts of artificial light at night’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공 야간조명이 자연 생태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특히 식물과 관련 곤충에 의한 수분 작용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와 생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해왔다.
일부 과학자들은 최근 기후변화가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듯이 야간조명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전력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야간조명 시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곳곳에 도로가 개설되고, 주택을 비롯한 관련 시설들이 증가하면서 자연 생태계가 인공 야간조명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관장하는 정부 등 환경정책 관계자들 역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별다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중이다.
케빈 교수는 “인공 야간조명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요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간 조명과 관련된 연구들은 특별한 영역이나 동‧식물 대상으로 실시됐기 때문에 자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그동안 연구 결과와 새로 추가되는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거시적으로 야간조명이 자연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관련 데이터를 종합해 파악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물리적, 화학적, 미생물학 차원을 종합한 생리적 측정법(physiological measures)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화학적 특성을 통해서는 동물들의 혈청 호르몬과 전해질 수준과 같이 생화학적 생리 변수를 파악하고 수량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이강봉 객원기자
또 다른 팬데믹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유엔 IPBES, 예방 위해 ‘글로벌 협의체’ 창설 촉구
UN 산하 단체 가운데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 플랫폼(IPBES)’이란 기구가 있다.
이곳을 통해 과학자와 정책 담당자들의 견해를 취합한 후 자연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최근 22명의 저명한 과학자들에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과학자들은 공통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을 일으킨 책임이 ‘인간 활동(human activity)’에 있다는 것. 기후변화를 유발하고,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등 생태계 질서를 교란하면서 팬데믹의 원인이 됐다며 그 책임을 묻고 있다.
환경 변화로 인해 인간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의 수가 82만 70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또 다른 팬데믹 사태를 막기 위한 세계 협의체를 창설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게티이미지뱅크
감염 가능성 있는 바이러스 82만 7000개
30일 ‘세계경제포럼(WEF)’ 사이트에 게재된 IPBES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중이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의 규모는 엄청나다. 보고서는 포유류‧조류 등 생물체 속에 약 170만 개에 달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undiscovered)’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으로 환경이 변하고 바이러스가 종(種)을 건너뛰면서 퍼져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환경 변화로 인해 인간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의 수가 82만 70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의 전염병 예방 비영리단체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회장이면서 IPBES ‘코로나19 패널’ 의장직을 맡고 있는 피터 다스작(Peter Daszak) 박사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책임이 전적으로 인간에게 있다.”고 말했다. 1918년 유행성 독감 이후 여섯 번째 발생한 이번 팬데믹 사태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했으며, ‘인간 활동’에 의해 감염이 주도됐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인류의 토지사용 방식이 변화하면서 자연 및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속 불가능한 무역 관행과 생산‧소비 행태 등이 겹치면서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보았다.
문제는 사람들의 생태계 파괴가 이어지면서 동물에 감염돼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IPBES 보고서는 “자연 파괴로 야생 동물, 가축, 병원체, 그리고 사람 간의 접촉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바이러스가 새로운 거주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그런 만큼 코로나19처럼 사람을 통해 팬데믹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협의체 통해 생태계 질서 보존할 수 있어
이런 상황에서 22명의 과학자들은 서둘러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사전에 안전 조치를 취할 경우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같은 바이러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보고서는 “그동안 발표된 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들은 인류가 노력을 기울일 경우 팬데믹 사태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물론 과학자들까지 바이러스 문제를 간과해왔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을 막기 위해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에 급급해왔다는 것. 보고서는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염병 발생 이후에 대처하기보다 예방 차원에서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고서는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글로벌 차원의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대유행 예방에 관한 고위 정부 간 협의체(high-level intergovernmental council on pandemic prevention)’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협의체 구성이 필요한 것은 팬데믹을 막기 위해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조달하고 국제 무역 관행, 식량 문제 등을 협의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신종 바이러스 예방 조치를 위해 세계적으로 약 16조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비용이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용을 감안한다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간 협의체를 통해 전염병을 유발하고 있는 소비 유형, 환경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는 농업의 확장, 무분별한 무역 관행 등을 조정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세계 다수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정책 속에 바이러스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육류 소비와 가축 생산 등 대유행 위험이 높은 활동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등 다양한 대책들을 포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육류 소비 문제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30년까지 예상되는 1인당 평균 육류 소비량이 1960년대 중반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45.3kg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 성행하고 있는 야생동물 소비는 또 다른 팬데믹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열대우림 개간 등 숲을 농지화하는 문제 역시 전염병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관계자들은 소득 양극화로 빈곤층이 증가하면서 숲 개간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이강봉 객원기자
기후변화 대응에 기업 적극 나서라”..네덜란드서 소송 열려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 석유기업 쉘 상대 소송 제기
“기업에 기후변화 책임 묻는 법적 교두보 마련할 것”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이 글로벌 석유회사 로열더치쉘(이하 쉘)을 상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장을 전달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제 환경단체가 글로벌 석유기업을 상대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업 방침 변경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기업에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아니라 탄소배출을 줄이라는 파리협정에 맞는 사업방침을 요구하는 소송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이 글로벌 석유회사 로열더치쉘(이하 쉘)을 상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장을 전달했다.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이들은 12월 1~17일 사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공청회를 갖고 법정에 선다.
환경운동연합이 뉴스레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쉘은 세계 2위 규모의 석유회사다. 영국-네덜란드 합작 기업으로 본사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쉘은 20세기 초반부터 유럽계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원유 채굴과 정제, 유통을 아우르는 최초의 통합석유회사로 성장했다.
석유 산업을 둘러싼 환경적 지적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쉘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영국 소재 비영리기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는 2017년 보고서를 통해 쉘을 ‘세계 10대 기후 오염자’ 중 하나로 선정했다. CDP는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의 환경 경영을 평가하는 기관이다.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해당 연구 결과를 근거로, ‘쉘이 1854년에서 2010년 사이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에 약 2%가량 책임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문제와 더불어 원유유출이나 가스폭발 등의 사고와 환경적인 문제 등도 지적된 바 있다.
이 단체는 지난 2018년 4월, 쉘을 향해 사업방침을 파리협정에 맞추고, 석유·가스 투자를 줄이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8주 안에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집단 소송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해 5월, 쉘은 자신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면서 ‘귀 단체 요구에 상세히 답하지는 않겠다’고 밝혀왔다. 그로부터 1년 후, 지구의 벗 네덜란드가 쉘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장을 전달했고, 올해 12월 1일과 3일, 15일, 그리고 17일 헤이그에서 공청회를 갖고 법정에 선다
카린 난센 지구의 벗 국제본부 의장은 “반드시 승소해 기후변화에 책임 있는 여러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묻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뉴스레터에서 이 소송에 대해 “기업에 보상을 청구하는 기존 사례들과 달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구체적인 사업 방침 변경을 요구하는 첫 번째 소송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이번 소송에서 지구의 벗이 승소하면 쉘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 다만 소송에서 환경단체가 승소할지,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모두 법적으로 인정 받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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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역대 세번째로 ‘따뜻한 해’···WMO “기후 역사에서 최악으로 기록될 것”
지구온난화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전 지구적으로 역대 세번째로 따뜻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는 대형산불이나 허리케인, 홍수 등이 발생했으며, 우리나라 역시 최장기간 장마와 따뜻한 겨울 등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났다.
■“2024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더 높아질 것”
6일 기상청이 분석한 세계기상기구(WMO) ‘2020년 지구기후 잠정보고서’를 보면, 올해는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기상관측 기록상 가장 따뜻한 3년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1∼2020년은 역사상 가장 따뜻한 10년이 되고, 2015∼2020년은 가장 따뜻한 6년이 될 전망이다. 현행 기상관측은 1850년 시작됐다.
보고서는 해양 열 함유량이 기록적인 수준이며 전 세계 해양의 80% 이상에서 해양 폭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해양생태계는 이산화탄소 흡수로 인해 해수가 광범위하게 산성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에도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는 계속 상승했으며,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잔존 수명이 길어 앞으로 여러 세대를 걸쳐 지구온난화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WMO는 “올 한해 지구 평균 기온은 1850~1900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약 1.2도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는 2024년까지 최소한 한 해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가장 눈에 띄게 온도가 올라간 지역은 아시아 북부, 그 중에서도 시베리아 북극이었다. 이 곳 기온은 평균보다 무려 5도 이상 높았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로 알려져있는 러시아의 베르호얀스크 온도는 지난 6월20일 38도로, 북극권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WMO는 “이는 산불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로, 기록상 가장 활발한 산불 시즌이었다”고 분석했다.
WMO이 지난 2일 발표한 ‘2020년 지구기후 잠정보고서’에 수록한 지구 온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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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이상 기후도 잇따랐다. 북극에서는 새로운 기온 극값이 나타났다. 호주, 시베리아, 미국 서해안, 남미 등에는 산불이 발생해 광대한 지역이 황폐해졌다. 대서양에서는 기록적인 수의 허리케인이 발생했다. 11월 중미에서만 카테고리 4급 허리케인 4개가 연이어 등장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로 인해 엄청난 인구 이주가 발생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2020년은 불행하게도 기후 역사에서 최악으로 기록될 또다른 특별한 해였다”고 말했다.
■높은 기온에 눈보다 비 많이 오는 겨울
한반도에서도 이상기후 현상이 벌어졌다. 올해 1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1일 첫 날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년보다 높아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2.8도에 달했다. 평균 최고기온(7.7도)과 평균 최저기온(영하 1.1도)도 동시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눈보다 비가 많이 온 겨울이었다. 남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수 현상이 자주 나타나 1월 강수량은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던 반면 높은 기온으로 적설량은 역대 최저치였다.
폭염은 예년보다 이른, 6월 초부터 나타나 전국 평균기온(22.8도)이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7월(22.7도)은 장마가 지속되면서 기온이 오르지 않아 역대 44위(하위 5위)까지 낮아졌으며, 8월(26.6도)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평년과 다른 극심한 기온변동을 보였다.
강수 기간도 길었다. 장마철은 6월10일 제주에서 시작해 49일만인 7월28일에야 끝이 났다. 중부지역 장마는 6월24일부터 8월16일까지 54일간 이어져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됐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686.9㎜)은 1973년 이후 2위를 차지했다. 전국 강수일수(28.3일)는 역대 가장 많았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이강운의 홀로세 곤충기-반딧불이 삼킨 두꺼비는 어떻게 됐을까
피부 변하며 1주일 뒤 죽어…천적 앞 빛으로 존재 과시 이유 있었다
움직이는 것은 뭐든 공격하는 두꺼비가 늦반딧불이를 삼켰다. 치명적 독성을 모르는 듯했다.
아들, 딸 내외와 손녀, 손자가 힘을 합쳐 다섯 달 겨울철 양식인 김장을 했다. 직접 농사지은 배추와 무를 사용했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거든 아이들 손길 때문에 더욱 맛이 있을 것이다. 금개구리, 물장군을 비롯한 300여 종 생물들도 온도, 습도와 광주기를 맞춰놓은 인큐베이터를 가동하면서 월동 준비를 마쳤다.
가족과 함께 하는 김장. 사람의 월동 준비다.
온도, 습도, 빛을 맞춘 인큐베이터에서 월동 중인 물장군.
사람과 곤충의 겨울 채비를 끝내고 한시름 놓으니 문득 펑펑 내리는 눈이 그리워지는데, 눈 대신 찬바람 불며 춥기만 하다. 7일은 눈이 펑펑 내린다는 겨울의 대표적 절기인 대설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반짝이 신발’의 불빛을 보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불빛만 봐도 ‘와, 반딧불이!’ 라고 외치는 손녀가 햇살에 반짝이는 하얀 눈발을 보면서도 ‘반딧불이야, 반딧불이! ‘ 하고 외칠까? 무엇이 이 어린아이에게 넋을 잃고 황홀한 기분에 빠지는 크나큰 감동을 주었을까? 아마 지난여름 풀 끝에 앉은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어둠을 밝히며 손녀에게 곁을 주었던 추억과 엄마와 함께 책에서만 보았던 반딧불이를 직접 만나면서 강렬하게 기억되었던 것 같다.
자연 속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 와서 온갖 종류의 생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봐 왔고, 특히 자주 만나는 벌레를 귀하게 여기는 것 같다. 십수 년 벌레를 지키느라 애 써왔는데, 벌레가 준 고난을 기쁨으로 되돌려 주고 있다.
손위의 반딧불이를 보고 있는 손녀.
반짝이는 걸 보기만 하면 끄집어내어 반딧불이라 하는 손녀를 보면서 내 마음속에 있던 감성을 끄집어내 본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벌레라고 생각하다가도, 아무런 기계 장치 없이 산소만 있으면 제힘으로 빛을 만들어 반짝반짝 빛나는 반딧불이는 자연 세계에 있는 어떤 신성한 존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애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최고로 사랑받는 곤충! 벌레와 교감하며 수십 년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반딧불이를 마주할 때마다 신비로운 자연 현상에 빠져든다. 여름밤 산속에서 반딧불이 불빛을 쫓아 다니다가 그 녀석들을 잡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경이로움을 느끼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스스로 불을 만들어 주위를 밝게 비춰주는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생명체….
늦반딧불이
그러나 이슬만 먹을 것 같던 반딧불이 애벌레가 달팽이를 포악하게 잡아먹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매혹적인 불꽃 뒤에 숨은 뜻하지 않은 잔인함을 발견한다. 반딧불이도 치열한 생존 경쟁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먹어야 하며 다만 효율적인 육식을 택한 것인데, 어째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반딧불이는 달팽이의 말랑말랑한 속살을 지독히 좋아하는 집요한 사냥꾼이다.
달팽이 잡아먹는 늦반딧불이 애벌레.
기호와 문자로 만든 인간의 언어 체계와는 차이가 있지만 다른 모든 생물도 서로 의사를 전달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특히 곤충들의 언어는 매우 특별해서 독특한 울림인 소리나 주파수로 짝을 찾는 메뚜기 종류의 노랫소리가 있고, 종마다 특이한 화학 물질인 페로몬을 소통 방법으로 사용하는 나방이 있다. 청각과 화학적 신호로 교신하는 종류들과 달리 반딧불이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빛을 이용한 시각으로 의사소통한다.
메뚜기목의 땅강아지.
페로몬에 이끌려 짝짓기하는 유리산누에나방.
곤충들의 언어는 대부분 짝을 찾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반딧불이도 밝은 불빛을 이용해 잠재적 배우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사랑을 구한다. 그러나 깜깜한 밤의 불빛이란 주변의 모든 생물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위험한 표현 방법이다. 박쥐, 두꺼비를 비롯한 야행성의 배고픈 식충동물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어찌 그렇게 겁 없이 눈에 확 띄는 불빛으로 자기 위치를 알릴까?
반딧불이의 빛은 짝짓기를 위한 통신 수단인 것은 분명히 알겠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알이나 번데기, 애벌레는 왜 빛을 내는 걸까? 북아메리카 동부의 포투리스(Photuris) 속의 반딧불이는 루시부파긴이라는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방어 무기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알에 물려주어 발광을 통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유명하다.
루시부파긴(Lucibufagin)은 ‘빛을 가져오다’라는 뜻의 라틴어 ‘루시퍼(Lucifer)’와 두꺼비 속(屬)의 Bufo를 합쳐 만든 합성어다. 즉 두꺼비 피부에서 분비되는 독성물질인 부포톡신(bufotoxin) 같은 독성을 지닌, 빛이 나는 독성물질을 뜻한다. 반딧불이의 빛이 보내는 화학적 메시지를 무시하고 덥석 삼킨 천적은 바로 죽는다. 미국에서 애완 도마뱀인 비어드 드래곤이 포투리스속 반딧불이를 먹고 죽은 유명한 사례가 있다.
운문산반딧불이 알이 빛을 내는 모습(오흥식 박사 제공).
늦반딧불이 애벌레의 발광.
늦반딧불이 번데기의 발광.
아직까지 한반도 반딧불이의 독성에 관한 보고서나 논문은 없다. 하지만 알, 애벌레, 번데기, 어른 시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므로 아마도 독성을 내재하고 있지 않을까 예측할 수 있었고, 밤에 어슬렁거리며 움직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두꺼비가 좋은 실험 재료였다.
반짝거리며 움직이는 늦반딧불이를 보자마자 두꺼비는 냉큼 삼켰다. 별 탈 없이 잘 먹은 것 같았는데 잠시 후 격렬하게 머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고통스러운지 자꾸만 입을 벌린다. 몸속의 후끈거리는 열을 식히려는 듯 모래 속으로 몸을 파고 들어가 눈만 껌뻑껌뻑한다.
일주일 뒤 4개체의 늦반딧불이를 먹은 2마리의 두꺼비가 피부가 변하며 서서히 죽어갔다. 북아메리카 동부의 반딧불이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한반도의 반딧불이도 짝을 유인하는 불빛이 자신을 방어하는 무기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반딧불이를 잡아먹고 죽은 두꺼비의 알코올 액침 표본.
간단한 실험으로 반딧불이의 독성을 증명했지만 먹자마자 단박에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제한된 결과일 뿐으로 아직 한반도 반딧불이의 독성에 관한 퍼즐 조각은 완전히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심층적 연구를 진행하면 이미 밝혀진 ‘루시부파긴’으로 제조하는 심장약처럼 효능 있는 신약 재료를 추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만 한 가지! 반딧불이에 대한 손녀의 감동이 깨지면 어떻게 하지?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 소장
https://www.youtube.com/watch?v=lpgZwYafmDM
반딧불이는 왜 빛날까?│알, 애벌레, 번데기까지 빛나는 진짜 이유!
https://www.youtube.com/watch?v=rFbRCaRNDQs
반딧불이의 빛은 짝짓기를 위한 신호일 뿐이라고?
기후위기 탓, 노인들 더위에 지쳐 한해 30만명씩 ‘조용히’ 숨져
국제 연구집단, “온난화·노령화 속에 노인 피해 급증”
더워서 일 못하는 피해도 20년 만에 두배로 늘어
기후 변화 여파로 2018년 한 해에 숨진 65살 이상자가 전세계적으로 30만명에 육박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 최대의 석탄 발전소인 폴란드 베우하투프 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매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베우하투프/로이터 연합뉴스
기후 변화의 최대 피해자는 노령층이며 2018년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65살 이상 인구 29만6천명이 더위에 지쳐 숨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상의 주목도,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한 해에 더위 때문에 숨지는 노인 규모가 지금까지 코로나19 대유행 총 사망자의 5분의 1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의학저널 <랜싯>은 전세계 35개 기관으로 구성된 ‘랜싯 카운트다운’의 2020년 기후변화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보고서는 2000~2004년과 비교할 때 2014~2018년 기후 변화 탓에 숨진 65살 이상자가 53.7%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2018년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6만2천명), 인도(3만1천명), 독일(2만200명), 미국(1만9천명), 러시아(1만8600명), 일본(1만4200명) 순으로 분석됐다.
이상 고온에 따른 노인 사망자는 2000년 전세계적으로 15만명 수준이었는데, 2004년과 2008년, 2011년 등에 한해 전보다 비교적 크게 준 것을 빼곤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25만명을 넘어선 희생자는 8년 만에 30만명에 가까운 수준이 됐다.
노인들이 특히 더위에 심하게 시달린 때는 1998년, 2010년, 2015~2019년으로 분석됐다. 1986~2005년 평균 온도에 견줘 상대적으로 고온에 노출된 노인 규모가 1998년에는 연인원 기준(고온에 하루 노출된 노인 수의 1년 합계)으로 10억명 이상이었다. 2010년에는 이상 고온 ‘초과 노출’ 노인이 25억명에 달했고, 이후 피해가 조금씩 줄다가 2015년부터 다시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19년의 경우 고온 초과 노출 노인은 29억명에 달했으며, 이런 가파른 증가세는 온난화와 고령화가 겹친 탓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주요 이상 고온 피해국은 인도·일본·중국·인도네시아·미국이며, 2019년 기준 5개국의 피해 인구가 전세계 고령 피해자의 절반을 넘는다.
보고서는 “고온에 따른 인명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18년 10만명 가량 숨진 유럽의 피해액은 국내총생산의 1.2%로 추산된다”며 기후 변화의 피해가 전 세계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5년 동안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기후 변화 대처에 특히 중요하다”며 “기온 상승을 목표대로 1.5℃ 이내로 줄이기 위해서는 세계가 온실가스를 매년 7.6%씩 줄여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한국, ‘기후변화대응지수’ 61개국 중 53위…여전히 하위권
지난해 58위서 올랐지만 여전히 ‘매우 미흡’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석탄발전 건설 등 탓
유럽의 저먼워치 등이 7일(현지시각) 발표한 ‘2021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61개국 가운데 53위를 기록했다.
유럽의 저먼워치 등이 7일(현지시각) 발표한 ‘2021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61개국 가운데 53위를 기록했다.‘기후악당’이라 비판 받아온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이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CAN) 등이 7일(현지시각) 발표한 ‘2021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 한국은 전체 61개국 가운데 5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58위였다.
기후변화대응지수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온실가스 다배출 상위 57개국의 기후 정책을 비교 평가한 결과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소극적인 것 등이 낮은 순위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조사 대상 국가 중 38개국이 재생에너지의 1차 에너지 비중이 10%를 넘었지만, 한국은 이 비중이 2.3%(2018년 기준, 바이오 등 신에너지 제외한 결과)로 크게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목표도 낮게 평가됐다.
2030년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역시 ‘매우 미흡'(Very Low) 평가를 받아 57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현 정부 임기 내에 2030년 목표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다른 국가들을 보면, 유럽연합의 경우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그린딜’ 정책을 표방하면서 순위가 지난해 22위에서 올해 16위로 상승했다. 저먼워치는 유럽연합이 “녹색 코로나 부양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서 모범이 될 수 있을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평가에선 58위인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52위), 호주(54위), 캐나다(58위), 미국(61위) 등의 기후변화대응지수가 모두 ‘매우 미흡'으로 분류됐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탄소 불량국가’ 한국의 ‘내일 없는 경제’?
탄소중립 앞에선 ‘불량국가’ 대한민국
① 2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OECD에선 최고’
② 중국보다 못한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
③ 여전한 석탄 의존…‘국내’ 7개 건설 중·‘해외’ 수출
④ 연간 온실가스 배출 총량 세계 7위, 1인당은 6위
‘내일을 생각 않는 풍요 추구엔 미래 없어’
■ 석탄을 과거의 역사로... 석탄은 화석연료 경제 '독성의 심장'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이번 주 표지입니다. 석탄 한 덩어리가 유리관 안에 있습니다. 방금 막 불이 꺼진 듯,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잘 보면 마지막 불씨가 조금 남아있는 듯도 합니다. 이름표에는 '18세기~ 21세기'라고 쓰여 있습니다.
"석탄을 과거의 역사로 만들자", 화석 연료 경제 '독성의 심장'인 석탄 경제를 멈추자는 특집기사입니다.
유럽에선 현실이 되어 갑니다. 영국의 마지막 석탄발전소는 2022년 문을 닫습니다. 석탄 경제와의 이별이 눈앞에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는 (특히 중국과 인도) 아직입니다.
값싼 석탄에 대한 의존이 여전합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 내용은 그래서 '탄소 중립은 지구의 모든 나라가 함께 노력해야 가능하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이 함께 해야 한다.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는 나라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내용입니다.
■탄소 중립 앞에선 최악의 '불량국가' 대한민국
중국과 인도가 특히 문제라니 안심하셨나요. 그럼 안됩니다. 우리나라도 이들 못지않습니다. 절대량 차원에선 중국과 인도 만큼은 아닙니다. 절대량은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탄소배출을 줄여가고 있으며 또 노력하고 있느냐'의 측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나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① 2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OECD에선 최고'
'노력'을 나타내는 지표,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겠죠. 마이너스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배출량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년간의 탄소배출량 증가 속도, OECD 국가 가운데는 한국이 가장 빠릅니다. 그래프를 보면 아시겠지만,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줄여가고 있단 이야깁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20년 평균 2%씩 증가했습니다.
그린피스 코리아 제공
② "20% 감축한다" 약속은 했지만, 노력은 글쎄?
실은 우리나라 역시 줄이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예상 배출치'보다 20% 감축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그 약속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10년 전 약속대로라면 우리 탄소 배출량 6억 톤 아래로 떨어져야 합니다. 녹색 그래프가 약속한 목표치입니다. 하지만 줄어들기는커녕, 우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계속 늘었습니다. 지난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데(확정치가 아니고 잠정치입니다.) 이는 지난해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세먼지 줄이려고 석탄발전소 가동을 멈췄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이었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 중립 정책 차원은 아니었던 겁니다. 코로나 19로 산업생산이 침체했던 올해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억 톤 수준을 유지할 거로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전 환경부 차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전 환경부 차관)
"온실가스 20% 감축 약속은 '탄소 포집 저장기술'의 개발을 전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포집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그 기술이 2040년경에 상용화될지 안 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그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큰 것이니까요.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 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선진국보다는 굉장히 많이 떨어집니다. 똑같은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우리가 에너지효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탄소를 적게 배출할 수 있는 그런 수단들에 대해서 그동안 소홀히 여겨왔습니다.
배출 전망치하고 현재 배출량을 비교하면 탄소 배출량을 거의 줄이지 못했죠. 이런저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폈지만, 실제 성적표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이야기지요.
그것은 산업구조 탓이라고 변명을 하기에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빠르게 고치지 않으면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③ 중국보다 못한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율이 낮습니다. 전체의 2.64%, 그런데 낮아도 너무 낮습니다. 심지어 중국과 비교를 해도 (8.7%) 낮습니다. OECD 평균은 11.8% 수준, 일본도 10%가 넘습니다. 29%와 24%에 육박하는 독일과 영국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범위를 지열과 수력, 바이오매스로 범위를 확대해도 우리는 여전히 하위권입니다.
④ 여전한 석탄 의존...'국내' 7개 건설 중, '해외' 수출하다 국제적 논란 '자초'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 2020)
이 그래프는 환경운동연합의 이지언 온실가스 국장이 제공한 우리나라의 석탄 의존 현황입니다. 영국은 2년 뒤 석탄 발전소를 없앤다는데, 그래프를 보면 우리 석탄 발전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처럼 보입니다.
좀 연한 색깔인 회색 영역이 중요합니다. 지금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가 가동될 때 늘어나는 발전용량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7개의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줄여도 시원치 않을 석탄 발전 용량을 늘려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한전 자료상으로도 지난 10년간 무연탄 사용량은 두 배로 늘었습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온실가스 국장
정부가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 에너지 교통 산업 건물 정책은 정반대로 갔습니다. 가령 2010년 이후에 온실가스가 많이 증가한 이유는 정책실패로 꼽을 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석탄발전소를 증설했습니다.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LNG 발전소의 2배가 넘습니다.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수단도 지금은 없습니다. 석탄 발전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처럼 늘려가고 있다면 불가능합니다.
재생에너지는 보조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식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재생에너지에 대한 어떠한 투자, 정책지원들은 매우 미흡했습니다.
베트남 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은 국제적인 쟁점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그린피스가 한전 외벽에 빛으로 '기후 악당'이라고 쓰고 '한국이 해외 석탄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문구를 비추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해외에선 지난 10월, 글로벌 대형투자사 18곳이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한국전력과 삼성물산 등에 투자·시공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왔습니다.
'사업 계획 철회'를 촉구하면서, ‘앞으로 석탄과 관련한 사업이나 투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해달라고 했습니다.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기업의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인 답변을 달라'고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생각 좀 하고 살자'는 공개적 비난을 한 겁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영국의 경우 단위전력(kWh)당 CO2 배출량은 40% 줄였습니다. 단위전력당 400g에서 250g으로 줄인 겁니다.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서 가능했습니다. 석탄 발전은 3%에 불과합니다. 영국의 산자부 격인 BIS가 매년 성과를 발표합니다.
우리나라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입니다. 석탄으로 물을 데우는 발전 방식을 지속하는 한 그렇습니다. 석탄으로 물을 데우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과정은 열 손실이 너무 큽니다. 비효율적입니다. 단위전력당 CO2 배출량은 850g 정도 됩니다. 우리는 석탄 발전이 여전히 40%입니다. 10년째 450g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산중공업이 R&D 비용을 투입해 석탄 터빈을 국산화한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가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한 것인데, 어디에 쓸 수 있죠?
(Q : 저렴하고 온실가스도 적은 원자력이 대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원자력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발전은 발전회사가 하지만 그 외 부대 비용, 환경비용, 폐로 비용 등 사후 처리 비용 등을 국가가 지원하는 구조라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안전 비용은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핵연료봉'이 남아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위험해서' 각국이 안 쓰기 때문에 수요 공급 원리에 따라 원료 가격이 싸진 겁니다. 이게 좋은 건가요? '원전은 저렴해졌다'고 좋아할 일인가요? 참고로 원전 관련 원천기술 다수를 보유한 웨스팅하우스는 지금 망해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OECD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여전히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해 조사 대상 36개국 중 꼴찌"이고 "화석연료 비율은 80%, 이 중 31%를 석탄이 차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독립분석기관 '기후 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는 한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상 1.5도 상승 제한 목표에 비추어 '매우 미흡(Highly Insufficient)'하다고 평가합니다. 네덜란드 연기금을 운영하는 박유경 책임투자부서장은 '한국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게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박유경 /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 아태지역 책임투자부 부서장
"Climate action 100 plus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관투자가들이 모여서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려는 겁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는 연간배출량을 2010년 대비 50~55% 줄여야 한다. 기관투자자로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투자를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없습니다. 인도네시아도 있고 홍콩 대만 중국도 있거든요. 일본도 있고 당연히. 그런데 아시아에서 기관투자가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나라가 단 한 국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입니다. 참 슬픈 일이죠.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도드라지게 기후변화 악당국가가 된 지 오랩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탄소배출 증가를 멈추지 못하면 대한민국 위상은 더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상장기업들이 점점 거세지는 투자가들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력 문제는 리트머스 테스트와 비슷합니다. 지금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규모 석탄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대단히 미온적인 회사입니다.
한전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주인인데, 최대 주주이잖아요. 전체적인 에너지 정책에서 정부가 끌어가고 있는데, 한국전력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다른 기업들이나 다른 국민한테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전이 아직도 해외 또는 국내에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한국 전력을 강력히 압박해서 한국전력이 충분히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력과 같은 경우에 투자가치 하락이 분명히 될 것이고, 두고두고 평판 리스크에 시달릴 것입니다."
⑤ 결론 : 경제 성취보다 더 높은 '탄소 배출 등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평가하는 한국의 탄소배출량, 세계 7위입니다. 1인당 기준으로는 6위입니다. GDP 순위나 1인당 국민소득 순위보다 높습니다. 창피한 숫자입니다.
■ "왜 우리는 오늘의 풍요만 생각하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고 우리는 비판해왔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대한민국은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나 '재생에너지 사용 노력'은 물론 '석탄 발전 감축 계획'이나 '에너지 효율 증대 노력' 그 어느 차원에서도 내세울 성과가 없습니다.
탄소 중립이 없다면 인류에겐 미래가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입니다. 오늘의 경제뿐 아니라 내일의 경제, 우리 후손의 경제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당장 바뀌어야 합니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래가 있을 리 없기 때문입니다.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정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소외산업·계층 보호"
취약 산업, 신산업 체계로 편입지원…교육·홍보 통해 국민 인식 제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설정…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추진
정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소외산업·계층 보호"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산업·계층이 없도록 하고,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정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3대 추진 정책 중 하나인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을 위해 ▲ 취약 산업·계층 보호 ▲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 탄소 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2025년 이전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명시하고, 2050 장기 저탄소발전전략(LED)의 비전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해 유엔에 제출하기로 했다.
◇ 신산업 체계로 편입지원…국민 인식 제고
먼저 정부는 취약 산업·계층 보호 및 신산업 체계로의 편입 지원 제도를 마련한다.
저탄소 경제·사회로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피해 산업과 노동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친환경차 보급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내연기관차 부품업계에는 총 2천800개 업체, 25만명의 노동자들이 속해 있다.
정부는 먼저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사업 재편을 유도하고, 취약 산업 종사자들을 재교육해 신산업 체계로의 편입을 지원한다. 아울러 '산업별 전환 지원방안'을 마련해 친환경 산업구조로 안정적으로 변화하면서 고용 전환이 이뤄지도록 유도한다. 새로운 일자리 수요를 파악하고 맞춤형 직업훈련을 도입하는 방안 등도 추진 대상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탑다운(top-down)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및 민간 등이 주도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하도록 단계별로 지원한다. 국가 계획과 연계한 지역맞춤형 탄소중립 계획 수립 등을 돕고, 건물 제로에너지화·친환경차 보급목표 할당 등 지자체의 탄소중립을 위한 책임과 권한을 확대한다. 탄소중립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이행점검 체계도 만든다. 대국민 홍보 사업도 추진한다. 학교, 방송, SNS 등 다양한 매체 및 경로를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환경교육 및 홍보를 하고, 시민사회·산업계·중소기업 등 주체별 기후 행동 확산을 지원해 탄소중립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 K-순환경제 혁신 로드맵 및 배출권 거래제 혁신 로드맵 수립
환경부는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지역사회 탄소중립 이행 및 지원 방안 수립을 도맡아 추진한다. 아울러 신(新)유망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의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생산·소비를 가능케 하는 'K-순환경제 혁신 로드맵'을 마련한다.
먼저 재생원료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원료의 순환 로드맵을 수립한다. 산업별 재생자원 이용 목표율을 설정·강화해 원자재 절감을 추진하고, 철강·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혁신 소재를 개발한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리받을 권리를 강화하고 친환경 제품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등 지속가능한 제품 사용기반도 구축한다.
폐자원 수거·선별 인프라를 개선하고 전기차 폐배터리, 태양광 폐패널 등 미래 폐자원 재활용체계도 마련한다. 부문별 탄소중립 방안을 연계하고, 주요 업종에 대한 국가 자원 통계 관리체계 또한 수립한다.
다음으로 글로벌 그린 시장 분석을 통해 국내 강점 보유 그린 유망기술을 선정, 개발에서 현장 적용까지 상용화하는 로드맵을 수립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등 자연 생태 기반으로 한 저탄소화 방안도 모색한다. 이에 더해 탄소중립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자 '배출권 거래제 기술혁신·이행 로드맵'을 수립한다.
최적가용기법(BAT) 적용을 통한 기술혁신 촉진 및 파생상품(선물) 도입, 제3차 참여 허용 등이 배출권 거래제 시장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된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외에도 세제, 부담금 등 탄소 가격 부과 수단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격체계를 재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7년 대비 24.4% 감축하는 것으로 정했고, 2025년 이전에 목표 상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명시한다. 명시된 계획은 올해 유엔에 제출될 예정이다. 2050 LEDS의 비전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부문별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했다.(연합뉴스)
제주 국립공원 확대 지정 문재인 대통령 공약 좌초 위기
도‧환경부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 …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 또 불발
국립공원 확대 지정 면적 절반 축소에도 임업인들 반발 공청회 ‘파행’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제주 국립공원 확대 지정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당초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 추진사업 보고회에서 제시됐던 제주국립공원 지정(안). /자료=제주특별자치도
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시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립공원 확대를 위한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가 임업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무산된 데 이어 오후에도 서귀포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제주도는 당초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 공원 면적을 기존 한라산국립공원(153㎢)과 중산간, 곶자왈, 추자‧우도 해양도립공원 등을 포함해 모두 610㎢ 규모로 확대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 환경부와 협의해 왔다.
이에 우도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과 임업인들의 거센 반발에 막혀 지난해 1월 열릴 예정이었던 주민설명회가 무산되자 우도‧추자도와 표고버선 재배 임업농가 등 반대 지역과 사유지 등을 제외, 이미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거나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조정된 공원면적(안)(303.2㎢)을 마련했다.
당초 계획했던 국립공원 확대 지정 면적에 비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임업인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 반대 대책위원회는 국립공원 확대 지정이 임업인들의 생존권을 말살한다면서 국립공원 확대 지정 철회 입장을 고수했다.
한라산 국립공원 확대를 반대하는 임업인들과 마라도해양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하는 서귀포시 안덕면 일부 주민들이 반발, 행사장 입구를 막아선 끝에 2곳의 공청회가 모두 불발된 것이다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놓은 제주 공약 중 하나로, 지난 2017년 제주도가 환경부에 확대 지정을 건의하면서 본격 추진돼 왔다.이미 절대보전지역이나 도립공원 등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 체계적인 보전‧활용 방안을 찾고자 하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임업인과 어업인들이 생산활동 제약과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 입장을 제기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사유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공청회 등 각종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데는 도와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환경부는 제주도의 경우 국립공원을 확대 지정하더라도 관리권은 제주도가 갖게 된다는 점을 들어 임업인들의 생산활동에는 제약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 관리 책임이 제주도에 있다는 점을 설명해왔다.또 제주도는 국립공원이 확대 지정되더라도 기존 도립공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지만, 반대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주 국립공원 확대 지정은 주민 공청회가 마무리되면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환경부와 협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지정‧고시하게 된다. 하지만 애초 계획보다 절반 이상 공원 지정 면적이 줄어들었음에도 임업인을 비롯한 주민들의 반발에 막혀 한라산부터 중산간, 해안까지 제주의 생태축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던 구상이 실현되기까지는 앞으로도 험난한 과정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신공항을 둘러싼 치열한 ‘정치 드라마’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싸고 펼쳐진 정치 드라마는 선거 표계산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메가시티 구상에 가덕도 신공항을 겹치자, 신공항은 국가 비전을 상징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시사IN 조남진 11월23일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에 항공기 모형이 설치돼 있다.
이것은 두 공항을 둘러싼 정치 드라마다.
11월17일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이하 총리실 검증위)는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김해공항 확장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총리실 검증위는 김해공항 확장을 추진한 국토교통부와 그에 반대해온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방정부가 지난해 6월 합의하여 설치한 검증 기구다. 지난해 12월 활동을 시작해 1년 동안 안전, 소음, 환경, 수요예측 등 네 분야를 검증했다.
무산됐던 가덕도 신공항이 다시 부상했다. 가덕도는 서부산 지역에 있는, 부산과 거제 사이의 섬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울경 지역의 숙원사업이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번번이 중앙정부의 벽에 막혔다. 내년 4월에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7조원 규모 국책사업이 정치 논리로 뒤집혔다는 지적이 당연히 쏟아졌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공항을 둘러싸고 작동한 정치 논리란 선거 표계산을 훌쩍 뛰어넘는, 역사도 길고 전개도 복잡한 역동적 과정이었다. 분명 정치가 작동했다. 다만 이 말을 쓰는 비판자들의 의도와 전혀 다른 의미로 그랬다.
18년 전인 2002년 4월15일, 중국 베이징에서 김해로 오던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 북쪽 돗대산에 충돌했다. 한국인 110명과 중국인 19명이 사망한다. 김해공항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이착륙이 위험하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베테랑 기장만 배치하는 악명 높은 공항이다. 안전문제를 해결하라는 여론이 높았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부산시가 공항 이전 용역을 발주한 횟수만 10차례다. 이 과정에서 가덕도가 후보지로 지목된다. 참사 8개월 후인 2002년 12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낸다. 2006년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검토를 지시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신공항이 백지화된다. 당시 가덕도 신공항의 BC는 0.7이 나왔다. BC는 ‘비용 대비 편익’의 약어다. BC가 1이 넘으면 비용보다 편익이 높아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예타’로 불리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추진할 수 있다. 예타의 핵심이 BC다. 1이 넘거나 적어도 근접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기준이 없으면 정치가들이 너도나도 자기 지역에 국책사업을 벌여 세금을 낭비할 것이다. 그러니 기준은 중요하다. 얼마나 중요한지는 좀 다른 문제인데, 우리는 뒤에서 다시 BC로 돌아올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2006년만 해도, 신공항은 현안 대책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김해공항으로는 위험하고, 소음피해가 크며, 앞으로 늘어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주로 거론됐다. 이런 논리만으로는 BC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지역 토건사업에 ‘선심성’ ‘선거용’ 꼬리표가 달릴 때면 수도권 여론은 특히 싸늘해진다. 신공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6월에 다시 불가 판정을 받는다. 이때 선택된 안이 바로 김해공항 확장이다. 가덕도는 밀양에도 뒤진 꼴찌였다. 2017년 4월, 김해공항 확장안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다. BC는 0.94였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김경수 경남도지사, 오거돈 부산광역시장,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등과 신공항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24시간 운영되는 동남권 관문 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해공항은 소음 문제로 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 이착륙이 막힌다. 가덕도 신공항을 염두에 둔 공약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집권 뒤에도 국토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계속 추진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식 절차를 거친 국책사업을 근거 없이 뒤집으면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훼손되고, 해당 부처는 책임 추궁을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도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다.
정권 출범 1년 남짓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단체장에 일제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 부산 오거돈 시장(현재는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했다), 울산 송철호 시장, 경남 김경수 지사는 당선 직후 공항 문제를 다룰 부울경 동남권 관문 공항 검증단을 구성했다. 검증단은 1년간 활동 끝에 2019년 5월 김해공항 확장안이 부적절하다는 보고서를 낸다. 보고서는 정권 내에서 간단치 않은 파열음을 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태도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부울경의 협조가 없으면 국토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단독 추진하기도 어려웠다. 교착상태가 됐다.
이 무렵 김경수 지사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만나 이런 취지로 말했다. “이대로는 둘 다 명분이 없으니 서로 출구전략이 필요한 거 아니냐. 총리실에 검증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서 무슨 결론이 나오든 국토부와 부울경이 다 동의한다고 합의하자. 김해공항 확장으로 나오면 경남이 책임지고 부산과 울산을 설득하겠다.” 2019년 6월20일에 국토부와 부울경은 총리실 검증위를 설치하고 결과에 승복하기로 합의했다.
총리실 검증위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백지화한 핵심 이유는 이랬다. 국토부 기본계획은 산을 깎지 않고도 김해공항의 안전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공항시설법으로는 장애물(이 경우는 산)을 깎는 게 원칙이다. 예외를 적용해 산을 놔두려면 지방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총리실 검증위가 법제처에서 받은 해석이었다. 그런데 부산과 경남이 이 협의를 해줄 가능성이 없다. 결국 산을 깎지 않는 국토부 기본계획은 집행이 불가능하므로 “근본 검토가 필요하다”. 2018년 6월에 부울경이 검증단을 꾸리고 2년 반을 시도해 만든 뒤집기였다. 결과가 나온 날 국토부는 “2019년 합의문에 따라 검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총리실 검증위는 김해공항 확장안만 살폈을 뿐 가덕도 신공항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여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이 기정사실로 통할까? 수면 위에서 국토부와 부울경의 줄다리기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동안, 수면 아래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매우 느렸지만 진정 흥미로운 ‘개념의 도약’이 일어난다. 이 대목은 전체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외전이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0월13일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메가시티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9년 2월 서울구치소의 한 독방
이제 잠시 두 공항 이야기에서 벗어나 다른 곳을 들러야 한다. 2019년 2월 서울구치소의 한 독방이다. 김경수 지사는 당시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사건(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있었다. 그해 2월21일,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는 120조원 투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부지로 경기도 용인을 골랐다고 발표했다. 한때 전자산업의 메카였던 경북 구미는 유치전에 전력투구했지만 밀려났다. SK 측이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의 입지로 구미와 용인 중 구미를 고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었다. 이 소식은 여론의 주목을 거의 끌지 않았지만, 본인 표현으로 “빵에 있던” 김 지사에게는 달랐다.
김 지사에게 SK하이닉스 사례는 균형발전 전략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경고였다.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는 일종의 ‘지역 간 분업 모델’이 발전해왔다. 서울은 행정·경영·회계·법률 등 고급 서비스 기능을 담당하는 대신 제조업 진입을 규제받았다. 제조업은 땅값과 인건비가 싸고 정책적 혜택까지 제공되는 지방에서 고용을 창출했다. 울산·창원·거제 등 경남 공업벨트가 대표 사례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120조원 투자 규모인 제조업 클러스터가 서울 턱밑인 용인으로 갔다는 것은 지역 간 분업 모델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지식을 보유한 고급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구미가 공장 부지를 무상 불하하고 기숙사를 지어주면 기업의 비용을 줄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로 고급 인재를 구미에 살도록 잡아둘 수는 없다. 지식은 한데 모일수록 증폭하기 때문에, 집중될수록 더 많은 지식 노동자를 끌어들인다. 그래서 21세기에 대도시는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처럼 작동한다. 구글이나 네이버는 이용자가 몰릴수록 그것으로 정보 생산자를 끌어들이고, 정보 생산자가 몰릴수록 그것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인다. 이것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커질수록, 더 커진다. 먼저 자리 잡은 플랫폼은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갈수록 벌린다.
도시도 그렇다. 어느 한 도시가 집중의 ‘임계질량’을 일단 돌파하면, 그때부터는 플랫폼처럼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한다. 서울은 이 플랫폼의 위력을 발휘하는 글로벌 대도시다(〈시사IN〉 제601호 ‘헌법에 나오는 균형발전의 딜레마’ 참조). 이것은 균형발전론자에게 악몽의 시나리오다. 이제 정부가 공기업을 나눠주거나 수도권 진입을 규제하는 정도로는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없다.
사실상 유일하게 가능한 대안은, 역설적이게도 플랫폼 효과를 낼 만한 거대도시를 지방에 육성하는 것이다. 지방 거대도시가 서울이 빨아들이는 힘에 버티도록 만들어야 지역이 인재와 산업을 보존할 수 있다. 지방에서 집중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분산도 균형도 없다. 2019년 7월, 김 지사는 〈시사IN〉 인터뷰에서 이 ‘분산을 위한 집중’ 전략을 처음 공개했다(〈시사IN〉 제628호 ‘노무현의 균형발전 1.0 김경수의 균형발전 2.0’ 참조). 부산을 핵심 거점으로 동남권의 제조업 단지를 한데 묶어 거대도시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기존의 광역 단위 행정통합론과 달리, 거대도시의 플랫폼 효과를 명시적으로 노린다. 이제는 ‘부산 메가시티’로 널리 알려진 구상이다.
부산 메가시티는 20세기형 균형발전처럼 특화와 전문화로 작동하지 않는다. 금융·회계·법률 등 글로벌 기업에 필요한 종합 서비스를 모두 갖춰야 하고, 고소득 지식 노동자가 중시하는 교육과 문화 기능이 강해야 한다. 좋은 대학도 필요하다. 고부가가치 산업이 있어야 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 수도권처럼 광역교통망이 촘촘하게 이어져야 실질적인 한 도시로 작동할 수 있다. 한마디로 모든 도시 기능을 갖춰야 한다. 수도권 밖에서 그나마 ‘재료’를 두루 가진 곳이 부산을 끼고 있는 동남권이므로, 여기서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얘기였다. 부산 지역 언론들이 호응했고, 민주당 부산시당의 총선 핵심 공약으로도 제시됐다.
ⓒSK 하이닉스 제공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두 공항 드라마의 외전과 본편이 이제 만났다. 김해공항 확장 반대론의 원래 논거는 안전과 소음과 시설 포화 문제였다. 균형발전은 관련이 없지는 않아도 핵심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2019년 여름께, 김 지사의 구상에서 두 흐름이 만났다. 과거 김 지사는 김해공항 확장은 대안이 아니라고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가덕도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BC의 논리, 경제성과 최적화의 논리로 보면 가덕도가 뒤처진다는 2016년의 결론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2020년 8월에 부산시가 매립 면적을 줄여 총공사비를 7조5000억원으로 낮춘 가덕도 수정안을 내놓았다. BC로도 따져볼 만한 수준까지 왔다. 나아가 부산 메가시티 구상에 가덕도 신공항을 겹치자, 신공항은 이제 지역개발 공약을 넘어 정치인의 국가 비전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가덕도 지지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공항 기능은 여객이 아니라 물류다. 가덕도는 부산신항, 제2신항(진해 신항) 부지와 연이어 인접해 있다. 부산은 컨테이너 물동량이 세계 6위이고 환적 화물만 보면 2위다. 그러나 항공 물류와 연계가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공항에서 여객기는 주로 낮에 뜨고 화물기는 밤에 뜨는데, 김해공항은 소음 문제로 활주로가 밤에 논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가덕도 신공항의 비교우위가 여기 있다고 지지자들은 본다. 이 장점은 부산 메가시티 구상과도 시너지를 발생시킨다. 아래 동남권 신공항 입지 비교 지도를 보자. 현재 부산의 관점으로 보면 가덕도는 서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다. 하지만 광역권이 통합된 메가시티의 관점으로 보면, 가덕도는 부산과 창원과 거제를 잇는 삼각형의 한가운데다. 낙동강 두 지류 사이에 있는 서부산 일대는 장차 부산 메가시티의 신도심 후보지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미 추진을 공언한 가덕도 신공항특별법 외에 물류산업특별법을 같이 준비하고 있다. 부산은 물동량은 많지만 물류산업의 부가가치는 낮다. 물류 부가가치로 손꼽히는 항구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이다. 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로테르담은 배로 커피콩을 싣고 들어와, 물류가공 단지에서 로스팅을 하고 소포장을 한다. 이러면 훨씬 비싸게 팔 수 있지만(부가가치 창출), 로스팅된 커피여서 속도가 중요해진다. 그래서 비행기로 실어 나른다. 이런 모델로 가려면 필요한 게 첫째 24시간 공항이고, 둘째 물류가공업을 묶어둔 규제를 풀어주는 법 개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가 풀리면 항만과 공항에 대륙철도까지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균형발전을 비전으로 내세우는 정치
균형발전 전략인 부산 메가시티 구상 위에 가덕도 신공항을 배치하면 논쟁의 틀이 달라진다. 이제 가덕도 지지자들은 신공항이 지역개발 사업을 넘어서서 균형발전의 축이며, 균형발전은 서울시민의 삶도 개선한다고 주장한다. 다음과 같은 논리다. 수도권 집중은 서울 과밀을 낳고, 과밀은 부동산과 교육의 무한경쟁을 낳으며, 무한경쟁은 삶의 질 저하를 낳는다. 과밀할수록 덜 낳는 것도 있다. 아이다. 서울 출생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그러므로 균형발전 전략은 과밀을 해소하는 서울의 민생 전략이자 인구 전략이기도 하다. ‘우리 지역에도 국비 사업을 나눠달라’는 주장보다는 이 편이 훨씬 명분이 강하다. 정치인이 비전을 제시한다는 것은 이런 식으로 지지자에게 논리와 명분을 제공한다는 뜻도 된다.
ⓒ연합뉴스 11월11일 부산 영도대교 앞 유라리광장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시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반대로 가덕도 회의론도 더 깊은 정치적 비전의 문제로 재해석할 수 있다. 경제학자 출신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1월2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실상 가덕도 반대론에 가까운 신중검토론을 올렸다. “관문 공항이 어디에 위치할지는 현재 인천공항 중심 하늘길의 근본적인 재편과 관련된다. 공항이 활성화될지,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릴지는 항공사들의 노선 개설이 중요한데, 지금 상황에서 항공 수요를 섣불리 추정해 계획을 확정해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활주로에서 고추 말리는 공항’은 선심성 국책사업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무안공항의 별명이다.
이 표현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비전, 국가 자원은 낭비되어서는 안 되고 비용 대비 편익이 충분히 발생할 곳에 들어가야 한다는 비전이 함축되어 있다. 효율성이 가장 높은 곳에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비전이다. 윤 의원의 정치관에서는 ‘유권자에게 선심 쓰는 정치가’와 ‘세금 낭비를 막는 전문가의 합리성’이 대결한다. 가덕도 신공항이 부울경 권역 밖에서는 거의 지지자를 얻지 못하는 이유도 “지방의 선심성 낭비에 세금을 쓰지 마라”는 주장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하는 논리도 여기에 뿌리를 뒀다. 이 관점에서는 BC가 강력한 무기다. BC는 정치의 낭비적 속성을 막아내는 보루이자, 사실상 이 관점 자체다.
하지만 BC는 정치적 결단과 전략적 비전의 문제를 전문가의 계산 문제로 바꿔버린다. 이러면 정치의 공간이 좁아진다. 도시의 플랫폼 효과를 다시 떠올려보자. 지방은 돈도 사람도 떠나가기 때문에, 국책사업을 하려 해도 BC가 1을 넘기기 어렵다. 그렇게 해서 투자가 줄어들면, 돈도 사람도 더 빨리 지방을 떠나간다. 악순환이다. 균형발전을 비전으로 내세우는 정치가는 정치가 개입해서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효율성보다 더 큰 가치인 균형에 의지를 갖고 투자하다 보면, ‘BC가 1보다 낮은 사업’ 중 어떤 것은 장기적으로 공동체 전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가 틀린다면, 그는 선심성 사업을 지역구에 가져간 예산 도둑과 겉보기에 차이가 없다. BC만 보고 결정하면 비전과 예산 도둑이 모두 걸러져버린다. BC를 무시하면 예산 도둑이 번창한다.
그래서 비전은 BC로 측정할 수 없다. 오직 정치가들이 비전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거기에 시민들이 폭넓게 참여할 때만 측정할 수 있다. 비전을 측정하는 과정이란 민주적 숙의 과정이고, 정치가의 리더십은 이런 과정을 거쳐 단련되고 성장한다. 시민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정치가들을 놓고 리더가 될 자질을 판단한다. 일련의 과정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정치다. 그래서 우리가 보고 있는 두 공항 이야기는 정치 드라마다. 보는 사람이 지지하는 비전이 무엇이냐에 따라 장르는 달리 보인다. 어느 쪽이든 ‘부산시장 선거 표계산’과 ‘부울경 대 대구·경북 지역 갈등’으로만 납작하게 요약하기 아까운, 얘깃거리 풍부한 정치 드라마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
Rosie-이 글을 읽고 시사 IN 구독 신청을 했습니다.
choi bk-이거는 왜 했노? 돈이 썩어 빠지고 문드러 졌냐? 지역 이기주의도 정도 껏해라. 이러니 늘 호남한테 당하고 있지. 정신 차려라. 알았냐? 확 그냥~~~
하늘나비-균형발전이란 말 자체가 집중하지 않고 여러 군데 덕지 덕지 설치한다는 건데... 한 군대 최대한 뭉쳐야 그 시너지가 커진다는 불편한 현실... 뉴욕 도쿄 파리 서울 특징이 머냐먼 머든지 최대한 한 군대에 뭉쳐있는 것임
le****-기자답다, 이런분석적기사를 쓰야 기자라할수있지.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으로 지방이 소멸해가고있다. 거제가울산이구미.창원.공장만덩그러니 있는 도시의몰락은 전 세계적이다 디트로이트는 인구165만명의대도시가 지금은 65만명중도시로 전락하고 범죄가판치는 공포의도시로 변했다. 한국은 거의모든지방도시들이 서울소재본사의하청공장들로만차있어 업종이몰락하든지.공장을 이전해버린면 바로 지방은 소멸해가는거다. 이제지방스스로 자생적 네트워커를 갗추지않으면, 소멸은 멈출수없다
가덕도 신공항 급물살 타나
가덕도 국제공항 안이 지지받는 이유는 부산 신항만과의 연계로 물류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전략 때문이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축으로서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사IN 조남진 11월23일 김해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고있다. 지형 탓에 김해공항에서는 이륙 후 20초정도 지나면 좌측으로 급선회해야 한다.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된 지 일주일 만인 11월24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수도권 언론 규탄’을 외쳤다. 이날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는 부산시의회에 모여서 동남권 신공항을 다루는 수도권 언론 보도가 “오직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고 매도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정치 논리 이상으로 이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신공항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부울경에는 부울경의 사정이 있다.” 이를 수도권의 시각으로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역민들은 주장한다. 수도권 주민들은 체감할 수 없는 이 지역 산업과 경제의 위기감이 존재하고, 공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지역균형 인프라 투자라는 얘기다. 산업이 편성되고 경제활동이 전개되는 터전은 지리적 조건과도 결부된다. 공항은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 편의시설 이상으로 ‘부울경 지역 산업과 생활권을 개편하기 위한 첫 단추’라는 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외치는 이들의 논리다.
이 지역의 ‘관점과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위기감’의 정체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부울경 지역민에게 당장 피부로 와닿는 위기는 인구 문제다. 부울경 청년층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8년 부산·울산·경남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2018년 동남권(부울경) 인구 순유출은 약 4만6000명 수준이다. 해마다 순유출 규모가 늘고 있다. 2015년 805만명까지 늘었던 부울경 인구는 2018년 797만명으로 감소했다. ‘800만 부울경’이라는 구호가 무색해진다.
20·30 세대의 이탈이 특히 두드러진다. 2018년 기준, 부산 전체 순유출 인구는 2만6759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1만3612명이 20·30 세대다. 꾸준히 부산 인구를 흡수하던 경상남도도 인구 유출의 폭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통적인 제조업 도시인 창원시(5078명 순유출)와 거제시(4649명 순유출)에서도 상당수 인구가 경상남도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동남지방통계청은 2018년에만 약 9만3000명이 부울경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자기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부울경마저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국가 전체 경제에서 부울경 경제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부울경 경제권의 경제생산 규모는 ‘지역내총생산(GRDP)’ 지표를 통해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아래 〈그림 1〉은 2005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한국 전체 GDP와 부울경 GRDP, 수도권 GRDP를 함께 그린 그래프이다. 부울경 GRDP는 2018년 기준으로 약 275조원이다.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부울경 GRDP가 성장하는 속도(=성장률)는 대한민국 전체의 GDP 성장률보다 낮다. 2005년에는 부울경 GRDP가 국가 전체 GDP 대비 16.9%였지만, 2018년에는 14.5%로 2.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수도권은 같은 기간 2.8%포인트 증가해 비중이 더욱 늘고 있다. 수도권과 부울경 간 생산력 격차가 점차 심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부울경은 전통적으로 자동차·조선·기계·건설장비 등 이른바 중후장대 제조업이 발전한 곳이다. 1990년대까지 전통 제조업의 경우, 특정 지역에 산업 클러스트(집적지)를 육성하고 이곳에서 자재 조달, 제조, 물류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일종의 ‘공단형 발전’이 가능했다. 또한 이런 공단에 투자를 집중하면 할수록 수익이 더욱 늘어나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했다. 지역 산업들이 자체적인 발전 동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IT 산업이 발전하고 전통 제조업에서도 연구개발(R&D) 분야가 중요해지면서 부울경 지역 산업단지는 발전 동력의 상당 부분을 수도권에 빼앗기기 시작했다.
동남권 전역의 경제·지리 환경 흔든다
제조 기지로서 차지하는 안정감도 나라 안팎으로 위협받는 중이다. 규모의 경제에 의존한 제조업은 저렴한 인건비로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취하는 중국·동남아 산업단지와 경쟁해야 했다. 국내에서도 경기 남부(평택·화성·안성)와 충남 북부(서산·천안·아산·당진)에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단지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경쟁 대상으로 떠올랐다. 아산만을 필두로 한 이 지역은 사실상 수도권 경제권역에 포섭된다. 전통 제조업까지도 수도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이 지역 주민들은 왜 공항을 돌파구로 삼는 걸까. 공항이 들어선다고 수도권에 위치한 지식기반 산업이 부울경으로 이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지역의 산업 경쟁력이 공항 덕분으로 단번에 ‘경기 남부+충남 북부’를 추월할 것도 아니다. 공항을 단순히 800만 지역민의 여객 기능에 맞추어 살펴보면 산업 재편과 맞닿지 않는다. 접근성과 여객 기능만 생각한다면 김해공항 확장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울경은 공항을 산업과 연계한 지역발전 전략을 품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물류·교통 산업 측면을 강조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동남권 전역의 ‘경제·지리적 환경’을 뒤흔들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부울경에서 가덕도 국제공항 안이 각광받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부산 신항만과의 연계로 물류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전략 때문이다. 항만과 공항은 바다와 하늘을 각각 가로지르는 물류의 집결지다. 항만에서 공항으로, 공항에서 항만으로 화물을 나르다 보면 인근에 물류 터미널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물류 관련 산업이 확장될 수 있다.
즉, 가덕도 국제공항 방안의 초점은 여객이 아니라 화물이다. 화물 물류의 중심지인 공항은 시민들의 주거지로부터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화물을 처리하려면 비행기가 24시간 중 아무 때나 뜰 수 있어야 하는데, 주거지 부근에서는 야간 시간대의 이착륙이 법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 2〉 지도를 보자. 공항은 활주로를 기준으로 타원형 소음 축(노란색)을 만들어낸다. 이 축에는 건축물의 고도 제한 역시 필요하다. 김포공항의 경우엔 서울 양천구 신월동, 인천 계양구 상야동 등을 소음 축에 포함한다. 소음 축 내에 주택 밀집지역이 있다면 야간 운항은 불가능하다.
반면 부산시가 주장하는 가덕도 신공항 구상안에 따르면, 활주로를 동서 축으로 만들어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 주변에 주거지역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비슷한 사례는 일본 나고야 주부공항이다. 이곳 역시 해안 축과 평행하게 인공섬을 만들어 공항을 세웠다.
항공 교통산업도 고려 대상이다. 부울경 지역은 신공항이 반드시 ‘허브공항’ 기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행기 격납고, 정비시설 등이 연계되는 방식이다. 항공기 운항만 할 경우 신공항은 ‘정류장’ 이상이 되기 어렵다. 반면 특정 항공사의 허브공항이 될 경우, 연계된 운항·정비 인력을 고용하는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부울경 인구와 경제 규모만 놓고 본다면 대형 항공사가 인천공항 대신 동남권 신공항을 허브로 삼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와중에는 더욱더 그렇다.
이에 대해 경남연구원 남종석 연구위원은 고정관념을 뒤바꾸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덕도 신공항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FSC(Full Service Carrier·대형항공사) 대신 ‘대형 LCC(Low Cost Carrier·저비용항공)’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형’과 ‘저비용’이다. 한국에서는 LCC를 ‘저가항공’으로 부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남 위원은 “보유 기종이 20~30대에 불과한 저가항공은 영세 항공에 가깝다. 비용이 더 든다. 100대가량을 동시에 운용하면 오히려 구매·정비·운용 측면에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수요가 많은 중국·일본·동남아를 연계하는 항공사의 허브로 기능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남 위원이 말하는 ‘규모’는 현재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의 두 배에 달한다. 제주항공은 현재 보잉 사의 B737-800 기종을 44대 구입·리스해 운용 중이다. 노르웨이 오슬로가 허브인 ‘노르위전 에어셔틀(113대 운영)’,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허브인 ‘부엘링(125대 운영)’처럼 규모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결국 인접 국가의 국제선 노선이 활발하게 운용되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이 동아시아 국가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려면 인천공항과 경쟁해야 할 것이다.
LCC들의 허브 기능은 코로나19 이후 전개 중인 국내 항공산업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인 이스타항공은 경영 위기에 처했고, 대형항공사의 자회사인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가덕도 신공항 방안의 주창자들은 작은 LCC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보다 소수의 대형 LCC가 한국 ‘공항산업’의 발전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런 대형 LCC들을 가덕도 신공항으로 유치해야 허브공항으로서의 지위를 점유할 수 있다. 이 구상은 코로나19 이후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LCC 업계의 재구조화는 물론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 중인 항공산업 재편과 무관하지 않다.
물류산업과 항공산업, 두 산업은 가덕도 신공항 방안의 단기적이고 표면적인 근거다. 신공항을 통해 당장 유발효과가 나타나는 산업이다. 그런데 부울경에서 공항 문제는 특정 산업들을 훌쩍 뛰어넘는 큰 그림과 연관된다. 바로 부울경 경제권의 ‘집적도’를 높이는 터전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위한 공간적 환경을 조성하려면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한 동시에 김해공항의 확장은 억제해야 한다. 지리적인 조건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그림 2〉 지도를 살펴보자.
부울경은 연결된 권역이 아니다. 부산은 구도심 해안가를 중심으로 골짜기를 따라 뻗어나가며 성장한 도시다. 한동안 부산 신시가지 확장은 북쪽으로 향했다. 경남 양산시가 베드타운화되었고, 최근에는 기장군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울산과의 연계성을 높였다. 한편 경남 창원시는 국내 첫 산업 중심 계획도시로 인근 마산·진해와 통합해 덩치를 키웠다. 인근 김해시까지 경제권이 확장됐다. 최근 부울경 지역에서 등장하는 메가시티 구상은 울산권역·부산권역·창원권역을 묶어 이들을 연계하고, 공간을 압축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교통을 통해 이동거리를 압축하고 중간 거점지역을 개발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동거리를 압축하기 위해서는 철도, 특히 광역전철망이 필수적이다. 부산·울산·창원이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내에 오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동질성이 생긴다. 교통망이 뚫리고 사람들이 오가며 끝내 행정체계까지 통합한다면 국가 지원사업을 둘러싸고 부울경의 세 광역자치단체들이 소지역주의를 주장할 여력이 사라진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서부 지역과 경남 창원·거제를 대중교통으로 잇는 명분이 될 수 있다. 공항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철도망 구축은 곧 경남 동남부를 부산과 이어주는 촉매제가 된다.
ⓒ부산시 제공 부산광역시가 가덕도에 추진하려는 신공항 조감도. 사업비 7.5조원보다 더 커질 수도
중간 거점지역을 새롭게 개발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고민할 문제다. 〈그림 2〉 지도처럼 부울경에서 유일하게 개발되지 않은 곳이 바로 낙동강 하구 삼각주지역, 김해평야 지역이다. 현재 김해공항이 위치한 이곳은 과거에는 연약지반으로 개발이 어려웠다. 낙동강 퇴적물이 만들어낸 땅이라서 지하철을 파기도 힘든 곳이었다. 그러나 연약지반의 한계를 극복할 만큼 건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정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 지역 남부 해안가에 명지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부산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등이 개발 순서를 밟고 있다. 자연스럽게 부울경 중앙에 위치한,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이 가능한 지역에 신산업을 유치하는 터전을 구상할 수 있다. 유일한 장애물은 현재 이 지역 한가운데에 놓인 김해공항뿐이다.
김해공항 확장안(신공항)은 현재 남북 방향으로 놓인 김해공항 활주로 옆에 40° 기울인 신규 활주로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그림 2〉처럼 V자형 활주로가 놓일 경우, 소음피해와 고도 제한에 걸리는 지역은 좀 더 넓어진다. 이 지역 김해평야를 메가시티의 중심지로 활용하는 안은 자연스럽게 제동이 걸린다. 부울경 지역민들의 가덕도 신공항 주장 한편에는 ‘김해공항으로 인한 개발제한구역, 소음피해구역 확대에 반대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김해공항 확장안이 백지화되었다고 해서 가덕도에 곧바로 공항을 세운다는 뜻은 아니다. 절차에 따라 새로 공항 후보지를 물색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나온 가덕도 신공항 구상안은 지난 8월 부산시가 발표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2015년 프랑스 파리공항공사엔지니어링(ADPi)이 검증하던 당시에 비해 ‘육지에 걸치는 부분’을 더 늘린 안이다. 기존 안은 해상 75%, 육지 25%로 구성된 구조라서 사업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번 수정안에서는 육상 면적 비율을 57%로 늘렸다.
그러나 부산시의 이런 생각대로라면, 사실상 가덕도 남부 산지를 모두 폭파해야 한다. 최대 260m 높이인 이곳 산지의 면적은 서울에 위치한 남산(262m)보다 넓다. 매립과 굴삭을 반복해 얻는 공항인데, 활주로가 하나뿐이다. 항공 물류까지 담당하는 허브공항으로 기능하기에는 모자라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부산시는 이 같은 안을 기초로 할 경우 사업비가 약 7.5조원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부산시 자체 분석에 불과할 뿐, 활주로를 추가하거나 인근 도로 및 철도망을 구축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백지화 결과가 나온 지 9일 만인 11월26일, 민주당은 당내 136명이 서명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촉진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동남권 신공항이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건설되는 공항을 말한다”라는 문구가 명기되어 사실상 가덕도안을 명문화하고 있다. 부울경 내 여타 후보지를 물색하기 이전에 입법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부울경 지역민의 염원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항까지 가는 길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그러나 부울경 지역이 원하는 ‘산업체계 변화와 연동된 새로운 메가시티 도시계획’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신공항이라는 모멘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수도권 과밀화, 수도권 독점에 대항하자는 지역사회의 ‘합의’가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되느냐도 관건이다.
시사인 부산·창원 김동인 기자
금수강산-괜한데 혈세 낭비하지 말고, 있는데다 확장해서 사용해도 문제 없겠네~~~~ .
cs****@금수강산 뭘 알고나 하는 소린지...
Fritz the Dali-기사를 읽고 나니 더 찬성할 마음이 없어졌다. 김해평야를 싹 밀어버리고 공구리 파일을 박는들 메가시티가 절로 만들어지고 지식산업이 발전할 것 같냐? 진주, 창원, 울산 사람들 싹 그리로 다 강제 이주라도 시킬까? 그리고 항만이랑 항공이랑 무슨 연계를 해? 외국의 입지조건도 천양지차인 곳들 맘대로 끌어다가 억지 논리 만들고 있는거 아닌가. 애시당초 지역경제 활성화 아이디어가 빈곤하니 10조, 20조 우습게 보고 일단 공항부터 뜯어내고, 그 뒤에 또 김해 메가시티 만든다고 100조, 200조 뜯어내려고 하는거 아닌가. 결국 사람도 안 모이는 콘크리트 더미 만들려고 철새도래지 낙동강 하구를 다 파괴하겠다고 하는건데, 그 잘난 환경단체들은 뭘 하고 있지? 부산의 야심대로라면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상류에 보 건설한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환경파괴가 예정되어 있는데 말이다. 참 기가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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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쵸이스-헛물 켜지마라 선거용이다 선거 지나면 언제 그랬냐 하듯 잠수탄다 공수처를 봐라 정의당에게 비례대표 줄듯이 하고선 지들이 다 처먹었다 그리고 야당견제용이라고 하는거 지금 또 법안을 바꿀려고 한다 좌빨들의 거짓말에 속지마라
파란들-갈라치기 및 내로남불 명수! 문정권 끝나면 없어질 가덕도 신공항....
물바다' 된 이탈리아…1미터 넘는 폭설까지
이탈리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말 그대로 도시 곳곳이 물에 잠겼고, 중부 지역 곳곳에선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반면 북부에선 폭설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리포트-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중심지 산마르코 광장.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관광객들이 힘겹게 걸어갑니다. 상점마다 물을 빼는 작업이 한창이고 급기야 수로를 오가던 곤돌라까지 물에 잠긴 땅 위로 동원됐습니다. 이탈리아는 베네치아의 침수를 막기 위해 우리 돈 약 8조 원을 들여 홍수예방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17년 공사 끝에 지난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는데 조수 높이가 130cm를 넘기면 차단벽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이번에 예보된 수위는 125cm여서 작동이 안 된 겁니다. 베네치아에서 차로 두 시간 떨어진 도시 모데나에도 30년 만의 폭우로 마을 전체가 호수처럼 변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물에 잠긴 마을에서 수륙양용차를 타고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합니다.
[마을 주민]
"창고가 물에 잠겼어요. 차를 거기다 뒀는데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려야죠."
이 지역엔 지난 일요일 밤부터 이틀 동안 무려 300mm의 비가 쏟아져 주민 1천여 명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반면 인근 산간 도시 벨루로엔 1미터 넘는 폭설이 쏟아져 주민들이 고립됐습니다. 한반도 면적의 1.5배 정도인 이탈리아에서 하루 동안 홍수와 폭우, 폭설이 동시에 발생한 셈인데,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연합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1월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달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11월 평균 기온에 비해 올 11월은 0.8도 높았는데 특히 유럽은 2.2도나 더 높았습니다.
[제레미 윌크스/'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유럽은 더 습해지고 폭풍이 몰아치는 날씨가 됐습니다. (지난 10월) 태풍 '알렉스'로 곳곳에서 홍수가 났고 인명피해도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1도만 높아져도 이상 기후 현상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며, 각국 정부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MBC뉴스 김정원입니다.
마약·매춘 들끓던 공원, 年 130억씩 돈버는 비결
범죄 소굴이던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의 대변신
미국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 /브라이언트공원 홈페이지
초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 공공도서관’ 바로 앞. 서울 광화문 광장의 두 배쯤 되는 3만8000㎡ 규모 대형 공원이 있다. 바로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다.
이 공원은 뉴욕시 소유이지만 비영리 사기업인 브라이언트 공원 법인(Briant Park Corporation)이 관리·운영한다. 2010년까지 세계 3대 패션쇼인 ‘뉴욕 패션위크’가 열렸고 겨울에는 뉴요커들을 위한 ‘더 폰드’ 스케이트장이 설치되는 명소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사연(?)이 많다. 1880년대부터 공원으로 운영됐지만 1970년대 후반만 해도 뉴요커 누구도 발을 딛지 않는 범죄 소굴이었다. 마약상과 매춘부, 부랑인들이 모여들었다. 1976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6개월만에 노상강도 43명, 마약 소지자 52명이 붙잡혔다. 시의회에서는 공원 전체를 폐쇄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범죄 소굴이던 이곳이 어떻게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을까.
■주변 건물주들이 분담금 내고…상권 활성화로 보상
1937년 촬영된 브라이언트 공원의 모습. /브라이언트공원 홈페이지
브라이언트 파크를 다시 살리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이는 기업가 댄 비더만이다. 그는 이곳에 질서를 바로 세우고 인파가 몰리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사업가들을 설득해 펀드를 설립했다. 1980년에는 브라이언트 파크 복구법인(Bryant Park Restoration Corp.)도 만들었다.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 재생을 시도한 셈이다.
비더만은 초기에 록팰러 재단에서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다가 1988년부터 사업진흥지구(BID·Business Improvement Districts)라는 제도를 이용했다. 1970년대 초 시작된 BID는 일정 구역 내 상업용 건물로부터 재산세의 2~5%를 부담금으로 걷어 환경 미화와 시설 개선, 홍보 등에 사용하는 것이다. 즉 브라이언트 공원 주변 건물주들이 부담금을 내 공원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1987~1991년 내부를 새롭게 단장했고 1992년 재개장했다.
브라이언트 공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들. /브라이언트 공원 홈페이지
재개장 27년차에 접어든 브라이언트 공원은 현재 뉴욕 시민들에게 ‘오피스 오아시스’라고 불릴만큼 인기가 높다. ‘브라이언트 파크 그릴’과 ‘브라이언트 파크 카페’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찾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매년 겨울 오픈하는 ‘더 폰드’ 스케이트장, 여름철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브라이언트 공원 무비 나이트’에도 시민들이 몰려든다. BID 분담금을 내는 기업 후원으로 수많은 음악·공연·스포츠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브라이언트 공원은 관광객을 포함해 매년 600만명이 방문하는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한 공원’으로 꼽히게 됐다.
브라이언트 공원 잔디밭은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으로 변한다. 겨울엔 무료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브라이언트 공원 홈페이지
범죄도 크게 줄었다. 뉴욕시 범죄통계에 따르면 공원 재개장 이전인 1990년 살인·강간·강도 등 범죄가 총 52만7000건 발생했지만 2006년 12만8000건으로 75% 줄었다. 같은 기간 뉴욕 인구가 730만여명에서 810만여명으로 10% 이상 늘어난 것과 대비해 범죄율이 급감한 것이다.
■공적 지원 한 푼 없이 연 130억원 수익
브라이언트 파크가 모범 사례라는 것은 모객 효과나 주변 부동산 가치 상승 뿐만이 아니다. 자생력을 갖춘 개발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자생적(自生的)이란 말 뜻 그대로 브라이언트 공원을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세금이나 공적 자금이 한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브라이언트 공원의 2016년 운영 수익 구성 현황. /브라이언트공원 법인
브라이언트 공원의 2016년 운영 수익은 총 1190만달러(약 130억원). 이 돈은 인건비·시설물 투자 등에 쓰였다. 구체적으로 2016년 수익 중 BID를 통한 분담금이 160만달러(약 17억원)였다. 공원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 수익으로 158만달러, 공원사용료로 155만달러를 각각 벌어들였다. 식당 임차료 수입(223만달러)과 기부금(487만달러)도 있다.
성공적인 도시 재생을 이끌어낸 밑바탕에는 BID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지만, 브라이언트 공원은 월등한 성과를 내고 있다. 뉴욕 시내 12개 공원이 BID로 지정됐지만 브라이언트 공원만한 성과를 내는 곳은 찾기 어렵다.
김응천 서컴퍼시픽 대표는 “브라이언트 공원은 민간이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도 직접 추진했다”면서 “지자체는 뒷받침만 해주는 민관의 역할 분담뿐 아니라 수익원 다양화와 혁신적 경영을 위한 끊임없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토부 하천업무, 환경부로 이관...물관리 일원화 완성
이수진 의원 대표발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국토부 소관의 하천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토부에 이원화돼 있는 물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21대 국회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행정안전위원회 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현재 환경부와 국토부에 이원화되어 있는 물관리와 하천관리 업무의 통합을 위해 국토부 소관 하천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이다. 본 개정안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서영교, 김종민 의원 발의안과 병합 심사되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그간 우리나라는 수량은 국토교통부가, 수질은 환경부가 각각 관리해 왔으나, 2018년 6월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하였다. 다만 하천관리 업무는 여전히 국토부 소관으로 남겨져, 물관리와 하천관리는 분리되어 있는 상태였다.
댐 방류 결정은 환경부에서, 하천정비 및 복구는 국토부, 지자체 등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댐 관리와 하천관리 업무 이원체제 하에서는 홍수 등 재난이 발생한 경우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 막대한 국가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8월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홍수피해 역시 댐과 하천의 분리 관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9월 22일, 전국 댐 소재지 시‧군‧구 협의회(21개 지자체 참여)에서 하천관리업무의 환경부 이관을 통한 수해 재발방지 촉구 성명을 발표했고,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17개 물관련 학회 참여)에서도 11월 12일 “하천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라” 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OECD 35개 국가 중 22개 국가가 환경부에서 댐과 하천을 일원화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댐과 하천을 분리하여 관리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수진 의원은 “현재 직면한 기후변화 시대에 홍수 등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국가 홍수대응 체제 강화를 위해 환경부가총괄하여 기후위기 대응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정부 조직을 바꿔야 한다. 환경부는 하천관리업무를 이관받아 생태하천복원 등 하천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균형있는 통합물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 라고 밝혔다.
한편, 이수진 의원은 완전한 물관리 일원화‧홍수피해 예방을 위한 3법(정부조직법‧하천법‧댐건설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본 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하천법과 댐건설법 개정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국가중요농업유산 고성 ‘둠벙’ 가치 세계가 인정…세계관개시설물유산 등재
대한민국 국가중요농업유산인 경남 고성의 ‘둠벙’이 세계에서도 효용성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둠벙은 하천이 발달하지 못한 해안지역에서 농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용수를 확보하려 조성한 작은 웅덩이다.
고성군은 지난 8일 화상회의로 개최된 국제관개배수위원회 제71차 집행위원회에서 ‘고성해안지역 둠벙 관개시스템’이 세계관개시설물유산(WHIS, World Heritage Irrigation Structure)으로 등재됐다고 9일 밝혔다.
세계관개시설물유산은 세계 96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 International Commission on Irrigation and Drainage)가 역사적, 예술적, 사회적 가치가 높은 관개시설물 보호를 위해 지정하는 제도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시설물을 대상으로 각 국가위원회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등재 여부를 가린다.
지난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고성 ‘둠벙’이 올해 세계관개시설물유산에 등재됐다. 둠벙은 하천이 발달하지 못한 해안지역에서 농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용수를 확보하려 조성한 작은 웅덩이로 고성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445개가 분포해 있다. 부산일보 DB
세계관개시설물유산에 등재된 고성 둠벙. 둠벙은 하천이 발달하지 못한 해안지역에서 농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용수를 확보하려 조성한 작은 웅덩이로 고성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445개가 분포해 있다. 고성군 제공
국내에는 2016년 김제 벽골제와 수원 축만제, 2017년 당진 합덕제와 수원 만석거가 등재됐다. 고성 둠범은 국내에서 5번째다. 고성군 최낙창 농업정책과장은 “둠벙을 활용한 지역 농업의 전통과 역사적 가치를 높이고 농업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고성 둠벙은 빗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해안지역의 자연적 특성을 극복한 관개시스템이다. 지역 내 13개 읍면 중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445개가 분포해 있다. 크기도 다양해 최소 2㎥부터 최대 3900㎥까지 농업용수를 저장할 수 있다. 농사에 필요한 필수 수계시설로 지금도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다양성과 경관 그리고 농업생태계의 생물 다양성 보전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랜 기간 지역의 환경, 사회, 풍습에 적응하며 형성된 중요한 농업자원으로 인정받아 국가주요농업유산(제14호)로 지정됐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시 ‘1호·2호 국가산림문화자산’ 탄생!
괴정동 샘터공원 회화나무·외양포 포대 와 말길, 국가산림문화자산지정
▴괴정동 샘터공원 회화나무
부산지역 최초 ‘국가산림문화자산’이 탄생했다. 부산시는 괴정동 샘터공원 회화나무(2020-0008)와 외양포 포대와 말길(2020-0009) 등 2곳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국가산림문화자산은 산림과 관련된 생태적·경관적·정서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높은 숲, 나무, 자연물, 근대유산 등에 대해 산림청이 자산 가치에 대한 현지 조사와 평가 등을 거쳐 매년 지정해 관리하는 산림자원이다.
그동안 부산지역에는 국가에서 지정한 산림문화자산이 하나도 없어 부산시는 지난 3월부터 산림문화자산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올해 신규 자산으로 지정된 12곳 가운데 2곳이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부산시 1호로 국가산림문화자산이 된 괴정동 샘터공원 회화나무는 도심 속에 존재하는 650년 된 고목이다. 이는 괴정(槐亭)의 한글 지명인 ‘회화나무 정자 마을’이 유래한 나무이기도 하다. 특히 회화나무를 중심으로 단물샘과 공동 빨래터를 아우르는 지역의 역사성과 이를 보전하기 위해 수년 동안 주변 건축물을 매입하여 공원을 조성한 사하구의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부산시는 외양포 포대와 말길(2020-0009호) 등 2곳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고 10일 밝혔다. 2020.12.10. (사진 = 부산시 제공)
가덕도 외양포 포대와 말길은 일제강점기 군수품 운반 목적으로 구축된 산길이다. 아픈 역사를 담고 있지만, 당시 석축 기술과 산길 개설 방법에 대한 보전·연구 가치가 매우 우수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선정됐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급속한 도시개발로 산림자산이 많이 사라졌지만, 앞으로도 도심 속 숨어있는 산림문화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과 지정을 통해 산림문화 가치를 연구하고, 보전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생활 속 산림자산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폴리스TV 김쌍주 기자
파리협정 그후 5년] ④ "온실가스, 하루 42만개 원자폭탄 터지는 효과"
"기후위기는 생존의 위기…국제사회서 도태 안 되려면 경제 구조 바꿔야"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인터뷰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워 증가시킨 온실가스 때문에 1초에 히로시마 원자폭탄 5개가 터진 만큼의 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42만 개, 1998년 이후 약 29억 개의 원자폭탄이 폭발한 것과 같은 에너지가 지구를 덥히는 것, 이것이 바로 온실효과입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온실가스의 위험성을 묘사했다.
대기과학자인 조 전 원장은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근무하다 재작년 은퇴했다. 현재는 경희사이버대학에서 기후 위기를 가르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기후 위기를 "생존의 위기"라고 표현한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빙기에서 간빙기로 변하는 1만 년 동안 4∼5도 올랐는데,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로 최근 100년간 지구의 온도를 1도 이상 올려놨다. 인간에 의한 기온변화 속도가 자연적인 변화 속도보다 20배 이상 빨라져 태풍·폭염·홍수 등 극한의 기후 재해가 급격히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 폭염에 이어 올해는 대규모 홍수라는 엄청난 재해를 몸소 체험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지구의 온도는 2040년께 1.5도, 2060년께 2도, 2100년에는 3∼3.5도까지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인류 문명의 기반까지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조 전 원장은 "깨끗한 공기, 마실 수 있는 물, 적절한 식량, 안락한 거주지는 우리의 생존 기반"이라며 "지구의 가열로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 기후가 변덕스럽고 혹독한 상태가 될 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 물 부족, 식량 생산 감소, 생물 다양성 파괴, 전염병 확산 등이 급격하게 일어나 생존 기반이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온실가스는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공기에 남아있어 가열 효과가 누적되고 그 영향이 지구 전체로 퍼진다"며 "기후 위기가 도래하면 자연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와 사회도 급속하고 심각한 변화와 불확실성 때문에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5년 전 세계는 2100년까지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더 나아가 1.5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파리 협정'을 맺었다 우리나라 또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그러한 목표가 당연하다면서 "목표는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이 부족해 보여 선언에 그칠까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2050년 탄소 중립은 비록 급진적일 수는 있어도, 국제 기준인 만큼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면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환경부가 발표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등을 살펴보면 정말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조 전 원장은 "온실가스는 현재 과잉 배출되는 부분이 있어 초반 감축은 쉽고, 갈수록 감축하기 어려워진다"며 "그런데 우리 정부의 2030년 목표나 계획을 보면 초반 감축조차도 과감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탄 발전 퇴출 및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등 구체적인 목표의 로드맵이 짜여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 충격받아 체질을 완전히 바꿨듯 그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원장은 특히 식량·에너지·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기후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선진국이 짜놓은 기후 위기 대응에 쫓아가는 시늉을 할 때가 아니다"며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10대 강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최전방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이끌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전 원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당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산업계에도 "변화되는 세상에서는 과거의 성공 방식이 오히려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자연재해, 미세먼지, 전염병, 금융위기 등과 같은 여러 위기 중 하나가 아니라 그 모든 위기를 압도하는 문명의 위기"라며 "지금 체계 안에서 일부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고,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은 미래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선진국과 메이저 자본, 글로벌 기업이 이미 탄소 중립을 위해 경제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우리도 이에 발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원장은 "아마존과 구글, 애플 등은 앞으로 재생에너지로 제조하지 않은 부품은 납품받지 않겠다고 한다"며 "지난 10년간 원전 발전 비용은 26% 올랐지만, 태양광은 89%, 풍력은 70% 떨어졌다. 기술혁신이 재생에너지에 집중되는 엄청난 산업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전 세계 신규 발전 에너지 중 재생 에너지가 72%를 차지할 정도로 앞으로는 그 어떤 에너지 생산 방식도 재생에너지와 가격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더해 유럽연합과 미국 바이든 정부가 검토하는 탄소세 등이 부과되면 우리는 유럽연합과 미국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 도태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조 전 원장은 "결국 우리가 기존 산업 구조와 과거의 발전 방식을 유지한다면 경쟁력이 없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제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산업과 경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그는 기후 위기 대응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그러한 정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국민 또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개인의 감수성도 중요하지만, 기후 위기는 나만 바뀌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정치가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가 믿는 가치를 법으로 만들어주고 집행할 사람을 잘 뽑아야 합니다."
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산불 때문에…작년 세계 온실가스 증가율 2배 빨랐다
유엔환경계획 ‘배출격차보고서 2020’
2.6%↑…지난 10년 평균증가율의 2배
중국 배출량, 미·EU·러 합계보다 많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평가 받는 석탄화력발전소.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의 영향 등으로 예년보다 두 배가량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9일 발표한 ‘배출격차보고서 2020’를 보면 지난해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은 591억tCO2e(이산화탄소상당량톤)으로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평균 증가율 1.4%의 약 두 배다.
배출격차보고서는 유엔환경계획이 매년 배출된 온실가스량과 파리협정에서 정한 지구온난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달해야 하는 배출량의 차이를 분석해 내는 보고서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증시킨 주 원인으로는 산불이 지목됐다. 유엔환경계획은 보고서에서 “예비 자료를 보면 특히 아시아와 아마존에서 발생한 산불의 증가가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토지이용 변화(LUC)를 제외한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중국이 140억t으로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중국의 배출량은 세계 배출량 524억t의 26.7%에 이른다. 66억t으로 2위를 기록한 미국, 43억t인 유럽연합(EU), 25억t인 러시아의 배출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이미 온실가스 배출정점에 도달해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럽연합과 미국이 각각 전년 대비 3.1%와 1.7%씩 배출량을 줄인 반면, 중국은 배출량을 3.1% 늘려 격차를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가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왼쪽)과 1인당 배출량 추이
유엔환경계획은 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 감소, 산업 활동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최대 7%까지 감소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지구온난화 억제 효과는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 온도를 0.01도 떨어뜨리는데 불과해 기후변화 대응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유엔환경계획은 “이번 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고 고무적인 발전이지만, 실행 가능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려면 이런 약속을 강력한 단기 정책으로 시급히 전환하고 유엔에 제출하는 감축 목표(NDC)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프로젝트1.5°C - 석탄투자의 늪
주요 선진국들은 앞다퉈 석탄화력 발전을 멈추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들도 석탄화력 발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한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은 이같은 세계적 추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강원도 강릉과 삼척, 충남 서천, 경남 고성에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짓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그린피스, 국회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이 공동으로 발간한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 금융기관이 국내외 석탄화력 발전에 제공한 금융 규모는 60조 원에 육박했다.
전체의 63%인 37.4조 원은 민간 금융회사가 조달했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은 22.2조 원을 지원했다. 프로젝트 담보대출이 16조 원, 회사채 인수 25.3조 원, 보험 제공이 18.2조 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의원은 “그동안 석탄화력발전 투자는 손해보지 않는 시장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말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 발전소 가동률 85% 과다예측… 손실 불가피
그러나 석탄 금융의 앞날은 결코 장밋빛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해 3분기 기준 공정률이 35%대인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예정대로라면 2025년부터 정상가동을 시작한다.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지금이라도 발전소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때문이다.
참고 기사 - 석탄화력발전소는 비싸다 https://newstapa.org/article/RQtS1
환경문제를 떠나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경제성에도 중대한 문제가 있다. 산업은행은 5조 원에 육박하는 건설비 중 3조9천억 원에 대한 금융을 주선했다. 산업은행은 2025년부터 2044년까지 투자 원금에 연 4.2%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예측한 발전소 가동률이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점이다. 산은은 2025년부터 2044년까지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평균 85%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은 71%에 불과했다.
앞으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에 따르면 2019년 6.5%이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0년에 20%까지 늘어난다.
▲에너지정책 연구기관인 넥스트가 국가정책보고서를 기반으로 석탄화력 발전소의 가동률을 분석한 결과, 석탄화력 발전소 상위 30%의 가동률이 2035년 60%, 2040년 36.6%, 2050년 22.5% 로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에너지정책 연구기관인 넥스트가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과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 등 국가정책 보고서를 기반으로 가동률을 예측한 결과, 석탄화력 발전소 상위 30%의 가동률이 2030년 79.4%, 2035년에는 60%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에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추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인위적인 감축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경우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은 넥스트가 분석한 결과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발전소 가동율이 줄어들면 수익은 당연히 악화된다. 넥스트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입지 않으려면 전력 시장가격이 2030년에는 1킬로와트시당 81.5원, 2040년에는 127.3원 이상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력 시장가격이 이만큼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송용현 넥스트 이사는 “유가 변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요인들은 전력 시장가격이 하락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어 1킬로와트시당 100원을 넘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금융회사들이 석탄발전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총괄원가보상제도라는 안전판 때문이다. 총괄원가보상제도는 한 마디로 발전소의 건설비와 운영비, 투자이익까지 모두 보전해 주는 제도다. 즉 투자자 입장에서는 절대 손해나지 않는 장사나 마찬가지지만 과잉 설비와 운영부실 등에 따른 손실은 전기를 소비하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미 석탄화력발전소가 발전소를 짓기만 하면 무조건 돈을 버는 상황은 바뀌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마진은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을 포함한 5개 발전 공기업들은 지난달 9일 전력거래소에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을 제안했다. 전력거래소는 발전소의 총괄원가에 맞춰 정산조정계수를 조정해 전력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발전사업자에게 이득을 챙겨줘왔다. 정산조정계수의 범위는 0에서 1이고, 최대값은 1을 넘을 수 없다. 그러나 올해 6월 이후 석탄화력발전소의 평균 정산조정계수는 최대값인 1에 도달해 석탄화력발전소가 손실이 날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발전 공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 적용했던 정산조정계수를 상향해 소급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력 판매대금을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27일 발전 공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발전 공기업에게 적용한 평균 0.75의 정산조정계수를 1로 상향해 소급 적용할 경우 올해 별도 기준 한국전력의 연간 영업이익은 7717억 원, 당기순이익은 5595억 원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산조정계수를 상향한다는 뜻은 결국 한전이 발전 자회사에게 지불하는 전력대금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비단 한전의 수익이 줄어드는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전기 요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다시말하면 석탄화력발전사들이 총괄원가보상으로 손실을 보전받는 만큼 국민의 전기료 부담은 커진다는 뜻이다.
국내외 경제전문가…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계속될 경우 ‘전환리스크’에 직면 위험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석탄화력발전소에 지금이라도 투자를 멈추지 않으면 미래에 노출될 전환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루이즈 아와즈 페레이라 다실바 국제결제은행 부행장은 뉴스타파와의 화상인터뷰에서 “기후위기 시대에는 석탄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를 친환경으로 변화시켜나가야 한다”면서 “금융도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활동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탈탄소 사회로 바뀌는 과정에서 정책 변화와 기술변화, 소비자 인식의 변화 등을 겪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석탄에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기업들은 견딜 수가 없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유럽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노르디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한전과 삼성물산에 석탄 투자 금지를 권유하는 서한을 보냈다. 에릭 페데르센 노르디아자산운용 책임투자부문장은 뉴스타파와의 화상인터뷰에서 “베트남 붕앙2호기 프로젝트가 재정적으로 재앙 수준이 될 확률이 높다”며 “전세계가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고수한다면 석탄화력발전소는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시점까지 운영하도록 두지 않을것”이라고 경고했다.
참고 기사 - 멈추지 않는 석탄 발전소 수출 https://newstapa.org/article/HA-Jy
민간 금융회사에도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KB금융그룹을 시작으로 신한금융그룹과 NH농협은행이 잇따라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한 금액이 가장 많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최근 탈석탄 대열에 동참했다.
하지만 공적금융기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뉴스타파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공적금융 기관의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담보대출 내역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대출 약정액수는 4조4천억 원에 육박했다. 회사채와 보험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은 투자금이 전환리스크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해외 석탄 사업에 투자하는 공적금융기관을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면서 “한국이 외국에서 석탄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인 투자로 평가를 받고 있고, 이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정부가 밝힌 기준에 따라 필요한 경우 석탄화력 발전에 여신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발전소에 투자하지 않으면 산업은행도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석탄투자의 늪에서 공적금융기관을 건져내기 위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박형건 UN 녹색기후기금 금융제도 스페셜리스트는 “공적금융의 석탄 투자는 정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달렸다. 석탄사업이 돈이 되지 않도록 하면 금융사들에게 투자를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생태계를 바꿔주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뉴스타파
기후변화, 문제는 돈…끝나지 않는 선진국 vs 개도국 책임 논란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 채택 5년
‘스턴 보고서’ 뒤 14년…기후변화, 경제 이슈로
역사적 책임·인당 배출량 선진국 책임 크지만
실제 적용하진 않아…향후 논란 커질 가능성
녹색기금 설립에도 선진국 이행 충분치 않아
“선진국들 앞장서 모범 보여야” 지적
지난 2006년 10월30일 영국 런던 왕립학회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스턴 보고서’ 발표 자리에 참석한 니컬러스 스턴 당시 세계은행 수석경제연구원(가운데). 고든 브라운 당시 재무장관(왼쪽)과 토니 블레어 총리(오른쪽)의 모습. EPA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우리가 하는 행동이 금세기 후반부터 다음 세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 그 규모는 양차대전과 20세기 전반의 경제대공황을 합친 것에 버금갈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니컬러스 스턴(당시 세계은행 수석경제연구원)이 2006년 10월 발간한 일명 ‘스턴 보고서’(Stern Review)의 한 대목이다. 이 보고서는 인류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행동에 나선다면 해마다 세계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 비용으로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GDP의 20%까지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700쪽가량의 이 보고서는 당시로선 대기과학자나 환경과학자가 아닌 경제학자가 정부(영국) 지원을 받아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수행한 최초의 지구온난화 보고서였다는 점에서 화제였다. 당시 미국 정부가 교토의정서를 거부하며 그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이 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점을 들었던 것과는 다른 시각이었다.
보고서 발간 직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21차 총회(COP12)에 참석한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스턴 보고서를 두고 “환경 이슈로만 생각한 기후변화 문제가 이제 경제적·사회적 위협의 문제임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들의 관심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보고서 발간 뒤 14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 문제는 그 말대로 경제 분야의 주된 이슈로 자리 잡았다.
스턴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했다.
보고서는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협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의 공평한 노력 배분이 필요하다. 모든 차원의 공평을 만족하는 공식은 없지만, 소득과 역사적 책임, 1인당 배출량에 근거해 계산하면 부유한 나라들이 2050년까지 1990년 배출량의 60~80%를 저감할 책임이 있다”라고 쓰고 있다. 지금껏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온 선진국들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까지 적용되는 교토의정서 체제가 선진국 등 38개 나라에만 감축 목표를 부여한 이유다.
내년 본격 출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은 기후위기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196개 모든 협약 당사국에 감축 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선진국-개도국 간 공평 분담의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오진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축 의무량 할당을 1인당 배출량 등의 기준으로 정하자는 얘기가 있지만, 실제 그렇게 적용하진 않고 있다. 1인당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 1~3위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 인도의 입장이 명확히 나뉘기 때문인데, 하지만 (파리협정 체제가 본격 출범하게 되면) 앞으로는 점차 각국의 책임을 분명히 하자는 취지의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협약 당사국들이 녹색기후기금(GCF)을 설립한 것도 비슷한 취지다. 역사적 책임에다, 지금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이 돈을 모아 기후변화로 직접 피해를 본 개도국과 가난한 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녹색기후기금은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당사국 16차 총회에서 합의돼 2013년 한국 인천 송도에서 사무국이 출범했다. 가장 최근 열린 지난 11월 기금 이사회에선 방글라데시의 에너지 효율화 투자, 브라질 북동부의 생산적 농업시스템 개발, 아프리카 9개국의 에너지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지원 등의 사업을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승인 사업은 총 159건으로, 모두 72억달러의 자금이 쓰였다.
문제는 기금 공여의무국인 30여개 선진국의 의무 이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기금은 애초 2020년까지 1000억달러 규모로 공여액을 늘려가는 게 목표였다.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의 자본금이 각각 1937억달러, 1629억달러(2014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국제금융기구가 만들어지는 셈이었다. 하지만 실제론 지금까지 초기 재원(2015~19년) 103억달러, 1차 보충 재원(2020~23년) 19억달러로 전부 122억달러가 모였을 뿐이다.
각국이 약정한 공여를 모두 이행해도 2023년 기금은 192억달러 규모로 늘 뿐이다. 녹색기후기금 지원 업무를 맡은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영국(17억달러), 스웨덴(14억달러), 일본(15억달러), 프랑스(12억달러), 독일(11억달러) 등이 10억달러 이상을 냈고,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30억달러를 공약했지만, 실제 10억달러만 공여한 뒤 이후 트럼프 정부에서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며 이 기금 공여 이행을 중단해버렸다.
공여 의무가 없는 한국이 지난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2억달러를 추가 공여(초기재원 1억달러 공여)를 공약한 것도 기금사무국 유치국으로서 선진국들의 기금 공여를 독려하자는 차원이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인류 공동의 노력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 선진국들이 앞장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14일 스페인 마드리드 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25차 총회(COP25)에서 총회 의장인 카롤리나 슈미트 칠레 환경부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 자리에선 개도국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라고 주장하고, 선진국들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어디까지나 선의로 지원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를 무마하려 든다. 녹색기후기금 역시 1000억달러의 돈으로 개도국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취지였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파리협약의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선 기금 규모가 6000억달러가 돼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기 위해 민간의 돈까지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은 굉장히 미흡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노력 중이라고 할 만하다. 기금의 기능은 앞으로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文대통령 "산업·경제·사회 모든 영역 탄소중립 강력 추진하겠다"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동시 달성"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방송 생중계로 진행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을 통해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2050년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마련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더 늦기 전에 2050'을 주제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선언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조약인 파리협정과 2015년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결정문에 따라 모든 당사국이 20년까지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마련한 비전이다.
'탄소중립'이란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 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산림·습지 등을 통해 흡수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상태를 말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탄소중립 비전 선언을 통해 국제 사회 변화와 발맞춰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어느새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에 아주 가까이 와 있었다"며 "지난 10년 사이, 100년 만의 집중호우, 100년 만의 이상고온, 100년 만의 가뭄, 폭염, 태풍, 최악의 미세먼지 등 '100년 만'이라는 이름이 붙는, 기록적 이상기후가 매년 한반도를 덮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30대에 접어드는 2050년이면, 한반도의 일상은 지금과 또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나마 우리나라는 나은 편"이라면서 "시야를 바깥으로 돌려 보면, 세계적인 이상기후가 세계 도처에서 이미 인류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고 했다. 또 "기후위기는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가장 취약한 지역과 계층, 어려운 이들을 가장 먼저 힘들게 하다가, 끝내는 모든 인류의 삶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어제의 우리가 오늘을 바꿨듯,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일을 바꿀 수 있다"면서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품 줄이기, 재활용품 분리배출 등 일상 속 실천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부는 국민과 함께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성과도 많았다"면서 "산업발전과 함께 지속적인 증가추세였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고, 올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발전소 열기를 조기 폐지하는 등 석탄발전을 과감히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했으며, 노후 경유차의 공해저감과 친환경차 보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인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한편,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이미 EU를 시작으로 주요국들은 탄소 국경세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제조업의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하여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라면서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농업 기반 사회에서 출발해 경공업, 중화학 공업, ICT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발전하며 경제성장을 일궈온 우리 국민의 저력이라면 못해낼 것도 없다"면서 자신했다.
문 대통령은 "200년이나 늦게 시작한 산업화에 비하면, 비교적 동등한 선상에서 출발하는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라면서 "지난 7월 발표한 '그린 뉴딜'은 '2050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담대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50년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에 대해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삼아 능동적으로 혁신하며,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주공급원을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IT 등 3대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면서 "저탄소 신산업 유망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소외되는 계층이나 지역이 없도록 공정한 전환을 도모하겠다"면서 "지역별 맞춤형 전략과 지역 주도 녹색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주민의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말씀드린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겠다"면서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탄소중립 친화적 재정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그린 뉴딜에 국민들의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녹색 금융과 펀드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21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2차 P4G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며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면서 "'2050 탄소중립 비전' 역시 국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실천과 함께하면서 또다시 세계의 모범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국민의 참여를 독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50' 연설을 하고 있는 옆에는 '멈춰있는 탁상시계'가 보이고 있다. 멈춰있는 탁상시계는 지구 환경의 악화 정도를 시간으로 나타내는 '환경위기시계'를 모티브로 저녁 9시47분에 멈춰있으며 인류 생활의 위기와 심각성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뉴시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선언 전문.
"더 늦기 전에 2050"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 한 해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코로나로 사랑하는 이를 잃어야 했던 모든 분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병마와 싸우고 계신 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하며 방역에 함께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내 이웃과 가족을 위해 묵묵히 땀 흘리며 헌신하고 계시는 수많은 생활 속 영웅들께도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국민 여러분,
많은 과학자가 오래전부터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신종감염병이 인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그러나 일상에 바쁜 우리에게 절실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빙하나, 길 잃은 북극곰을 보며 안타까워했지만, 먼 나중의 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에 아주 가까이 와 있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100년 만의 집중호우, 100년 만의 이상고온, 100년 만의 가뭄, 폭염, 태풍, 최악의 미세먼지 등 '100년 만'이라는 이름이 붙는, 기록적 이상기후가 매년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올해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30대에 접어드는 2050년이면, 한반도의 일상은 지금과 또 달라질 것입니다.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질 것입니다. 폭염과 열대야 같은 극한 기후가 더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병해충 피해가 겹치게 되면, 쌀을 비롯한 곡물 수확량도 크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가축을 키우는 일도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라산의 구상나무, 소백산의 은방울꽃은 사진으로만 남고, 청개구리 울음소리마저 듣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나은 편입니다. 시야를 바깥으로 돌려 보면, 세계적인 이상기후가 세계 도처에서 이미 인류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가장 취약한 지역과 계층, 어려운 이들을 가장 먼저 힘들게 하다가, 끝내는 모든 인류의 삶을 고통스럽게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러나 지금 말씀드린 암담한 미래는, 인류가 변화 없이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어제의 우리가 오늘을 바꿨듯,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일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30년 전부터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계속해왔습니다. 1990년 2.3㎏에 이르던 1인당 하루 생활 쓰레기량은 종량제를 전면 도입한 1995년부터 줄어들어, 지금 1㎏ 내외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재활용률도 크게 증가해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는 쓰레기량도 많이 줄었습니다. 국민들은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품 줄이기, 재활용품 분리배출 같은 일상 속 실천으로 지구를 살리는 일에 이미 동참하고 계십니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과 함께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성과도 많았습니다. 산업발전과 함께 지속적인 증가추세였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고, 올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발전소 열 기를 조기 폐지하는 등 석탄발전을 과감히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했으며, 노후 경유차의 공해저감과 친환경차 보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기업들도 탈탄소 대표산업인 태양광, 전기차, 수소차 분야에 적극 투자하여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장치 분야에서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심각한 것은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IPCC 48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 등으로 수많은 인류의 삶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위기는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각 나라가 앞다투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인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한편,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미 EU를 시작으로 주요국들은 탄소 국경세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기업 위주로 거래와 투자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국제 경제 규제와 무역 환경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하여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그러나 전쟁의 폐허를 딛고, 농업 기반 사회에서 출발해 경공업, 중화학 공업, ICT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발전하며 경제성장을 일궈온 우리 국민의 저력이라면 못해낼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배터리, 수소 등 우수한 저탄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디지털 기술과 혁신역량에서 앞서가고 있습니다. 200년이나 늦게 시작한 산업화에 비하면, 비교적 동등한 선상에서 출발하는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난 7월 발표한 '그린 뉴딜'은 '2050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담대한 첫걸음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2050년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마련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삼아 능동적으로 혁신하며,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하고 넉넉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첫째, 산업과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주공급원을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IT 등 3대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겠습니다.
둘째,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습니다. 저탄소 신산업 유망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겠습니다.
원료와 제품 그리고 폐기물의 재사용·재활용을 확대하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순환경제를 활성화하겠습니다. 셋째, 소외되는 계층이나 지역이 없도록 공정한 전환을 도모하겠습니다. 지역별 맞춤형 전략과 지역 주도 녹색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주민의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할 것입니다.
정부의 책임이 무겁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기틀을 세울 수 있도록, 말씀드린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겠습니다.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술 발전으로 에너지 전환의 비용을 낮춰야 합니다. 우리의 핵심기술이 세계를 선도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한 뒷받침이 되겠습니다. '탄소중립 친화적 재정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그린 뉴딜에 국민들의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녹색 금융과 펀드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겠습니다. 내년 5월 우리는 '제2차 P4G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합니다. 국제사회와 함께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겠습니다. 임기 내에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려우면 다른 나라들도 어렵고, 다른 나라가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며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K-방역'은 세계의 표준이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2050 탄소중립 비전' 역시 국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실천과 함께하면서 또다시 세계의 모범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의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살리고 나와 이웃, 우리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서어리 기자/ 프레시안
좁은 수조에 누워버린 ‘제철 대방어’야, 넌 어디서 왔니?
좁은 수조 안 제철 방어의 운명
“n차 방어전”…늘어난 어획량에 마케팅 성황, 소비는 절정
수조 속 산소 부족해 죽기도…‘슬로 피시’는 불가능할까
횟집 수조 속 뒤집힌 방어들은 어디서 온 걸까.
지난 12월4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수산물매대엔 빠짐없이 커다란 “제철 대방어”가 한 마리씩 누워있었다. 이미 부위 별로 살점이 도려내진 것도 있고, 온전히 손님을 기다리는 방어도 있었다. 20여 곳 남짓한 수산물 코너 상인들은 저마다 가게 앞에 서서 “대방어, 제철이요!”를 외치고 있었다.
동네 횟집 수조에는 겨울 제철을 맞은 방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올 겨울 벌써 6차 방어전을 치렀다.” 찬바람이 불자 곳곳에서 ‘방어 영접’ 후기가 들려오던 터. 배지근한 맛을 상상하며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한편으론 궁금했다. 이 많은 방어들은 다 어디서 오는 걸까?
우연히 받아 든 사진 한 장 때문에 궁금증은 더 커졌다. 사진 속엔 커다란 방어가 제 몸집만한 작은 수조에 갇혀 있었다. 오늘이나 내일 횟감이 될 운명이지만 저렇게 좁은 곳에서 몸이나 돌릴 수 있을까. 이미 배를 보이고 누운 몇몇은 언제부터 ‘활어’가 아니게 된 걸까. 바다를 떠나 수백㎞ 떨어진 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생을 상상이나 했을까. 횟감으로만 생각했던 방어의 ‘생애’가 문득 궁금해졌다.
‘겨울철 진미’ 10㎏ 대방어는 북상 중
방어는 고등어를 한 5배 쯤 확대해 놓은 것처럼 생겼다. 등은 청색이고 배는 하얗지만 속살은 참치처럼 붉다. 체고가 높고 방추형으로 생겨 항아리를 닮았다고 하여 ‘토기 항아리’(Seriola quinqueradiata, Japanese amberjack)라는 뜻의 학명이 붙었다. 방어는 몸길이가 최대 1m까지 자라는 대형 어류로 몸무게는 최대 13㎏까지 나가며 자연 상태의 수명은 6년 정도다.
일본의 19세기 미술가 히로시게가 그린 방어와 복어 그림.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겨울철 대표 횟감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제철은 11월 말~2월까지다. 이 시기의 방어는 산란을 앞두고 살이 단단해지고 지방이 많아져 부드럽고, 기생충의 우려도 적다. 이런 겨울 방어는 ‘한(寒)방어’라고 따로 부를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무게에 따라 소방어(2㎏), 중방어(2~4㎏), 대방어(4㎏이상)로 구분되는데 크면 클수록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해양생물학자 황선도 박사가 쓴 책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는 “10㎏ 대방어는 10여 명이 어울려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그래픽_진보람
방어의 대표적 산지는 제주다. 온대성 어류인 방어가 겨울철에는 동중국해와 제주 해역에서 월동하고, 수온이 오르는 여름에는 동해로 회유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 서남쪽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은 마라도와 가파도 해역에서 올라오는 방어, 자리돔 등의 수산물이 풍성한 곳이다. 서귀포시는 2001년부터 20여 년 간 겨울철 ‘모슬포 방어축제’를 열어 모슬포 하면 방어, 방어 하면 모슬포가 떠오르게 됐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에는 강원도와 경북 지역에서도 어획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애피가 국립수산과학원에 문의한 결과, 방어의 어획량은 최근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전반적인 어획량 증가와 함께 동해 어장의 비중이 높아지는 특징이 포착됐다.
방어의 대표적 산지인 제주 방어회. 방어는 몸길이가 최대 1m까지 자라는 대형어류로 몸무게는 최대 13㎏까지 나간다. 송호균 객원기자
방어 어획량은 본래 변동이 크다고 하지만 2015년 8800톤이었던 전체 어획량이 2016년부터는 매해 1만톤을 넘고 있다. 지난해엔 5년 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양인 1만5000톤이 기록됐다. 경북 지역의 경우, 2015년 853톤이었던 어획량이 2016년 2600톤으로 늘어난 뒤 최근까지 3~4천톤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엔 방어’에서 ‘가을부터 방어’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50년 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1.2℃가 높아졌다. 난류성 어종인 방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어획량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장이동의 경우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나는 특징으로,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먹이생물, 회유, 어업 여건 변화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늘어난 어획량에 맞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유통업자들도 노력중이다. 한 때 ‘겨울엔 방어’였지만 이젠 ‘가을 방어’가 더 자연스러워졌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자, 상인들의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에스엔에스 등에서 열렬히 호응한 결과다. 대형마트는 ‘가을 방어’, ‘겨울 방어’ 할인행사를 매달 벌이고 있다. 양식업자들이 주축이 된 협회에선 방어 광고를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겨울 방어’는 양식업자들에겐 한해 농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생사를 건 투쟁으로 나가기도 한다. 지난 11월27일에는 방어를 양식하는 어민단체인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서울 여의도에서 상경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 경기 침체에 더불어 정부가 일본산 활어의 검역을 완화해 대량으로 수입되며 국내 양식활어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였다.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이날 살아있는 일본산 방어와 참돔을 길바닥에 내던져 동물단체로부터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양식업자들에게 일본산 방어의 수입은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다. 국내 방어양식은 대부분 ‘축양’의 형태로 이뤄진다. 광어와 같은 어류가 산란-부화-종자생산-성어로 양식되는 반면, 방어는 자연에서 어획된 치어를 수개월간 해상가두리에서 성장시켜 출하한다. 이 가두리 양식장이 주로 경남 통영 앞바다에 몰려있다. 주로 봄철~가을철에 동해에서 어획된 소형 방어를 수온이 높은 해상가두리에서 성장시켜 겨울철 대방어로 판매하게 된다.
4일 마포농수산물시장 수산물코너에는 상점 마다 매대에 방어를 내어놓고 있었다.
또 겨울철 어획된 자연산 방어를 해상가두리에서 1~2주간 보관하는 것도 일반적인데, 이는 안정적인 가격 유지를 위해 생산·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양식어민 입장에서는 수개월간 사료와 인건비를 들여 키운 방어, 참돔의 가격이 일본산 수입 영향으로 값이 떨어지고, 출하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어업생산통계를 보면, 자연에서 어획되는 방어의 비율은 93~99%에 이르는 반면 국내 양식방어는 1~7%에 지나지 않는다. 수온이나 어장이 양식에 적합한 일본과 달리 국내는 방어양식은 생산성이 투자비용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좁은 수조 안 대방어…“규정 따로 없어”
수조 속 방어의 마지막 삶은 어떨까. 4일 마포농수산물시장 한 수조에는 몸길이가 1m는 되어 보이는 방어 두 마리가 떠 있었다. “평일이라 몇 마리 밖에 안 넣었지만 주말에는 10마리도 갖다 놓는” 수조라는 것이 상인의 설명이었다.
횟집 수조 속 방어들. 공간이 비좁아 바닥에 배를 대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매일 인천 수산물 경매장에서 대형 활어차에 실려오는 방어는 수조 안에서 대략 2~3일 정도를 생존한다. 우리가 흔히 도로 위에서 마주치는 활어트럭에는 물고기의 생존에 필수적인 적정 수온 유지장치와 공기주입장치 등이 설치되어 있다. 횟집 수조에도 공기주입, 수온 유지 장치 등이 있지만 면적이나 규격에 대한 규정은 전무했다.
그나마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저장하기 때문에 조금 넓은 수산물시장 수조와 달리 동네 횟집 수조들은 대방어의 덩치가 안타까울 정도로 좁다. 여러 어종의 물고기들이 꽉 차 옴짝달싹 못할 것 같은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조 속 물고기들의 수에 비해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방어들은 먹히기도 전에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물고기가 느끼는 고통은 어떨까.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장 황선도 박사는 동물행동학자 조너선 밸컴의 책 ‘물고기는 알고 있다’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물고기의 통증 인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느러미가 없다는 이유로 인간의 수영 능력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국내 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 또한 지난해부터 ‘생선에게 자유를’ 캠페인을 통해 물고기의 인지능력, 고통 등의 감각 등을 연구한 해외사례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4일 마포농수산물 시장 수산코너에 전시되어 있는 방어.
황선도 박사는 “수조 안에서 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결국 재원과 직결되는 문제다. 수조 안 물고기를 살리고자 하면 적당한 수온과 공기, 관리가 필요하다. 전기세, 물 값, 인건비의 문제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 닭, 돼지 등 가축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통해 사육환경을 법률로 정하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은 따로 인정하고 있다. 수산물도 ‘동물복지 수산물 인증’이 있을까. 해양수산부는 아직 수산물의 경우 농축산물보다 인프라가 미흡한 게 현실이라는 답을 내놨다.
적당히 잡아 충분히 먹는 ‘슬로 피시’
동물복지 인증은 인간에게는 안전한 축산물을 의미하지만 동물에게는 최소한의 인도적 기준이기도 하다. 해외 몇몇 국가들은 먹을 때 먹더라도 최소한의 고통을 주고자 하는 노력들을 법제화 하고 있다. 동물복지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의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양식 물고기의 사육·운반·도살에도 다른 가축과 마찬가지의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한다. 노르웨이 또한 물고기 양식에 동물복지를 적용해 모든 물고기를 도살 전에 기절시키도록 한다.
지난 2016년 제주수산연구소가 방어의 회유경로 파악을 위해 성어 2마리에 전자표지표를 붙여 방류하는 모습. 제공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수조 안에서 뒤집어진 방어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방법이 없겠냐는 질문에 황 관장은 ‘슬로 피시’(Slow fish)를 소개했다. 슬로피시는 공장식 어업에 대한 대안으로 2003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된 국제행사로 지속가능한 어업과 소비자들의 책임있는 수산물 소비를 지향하는 운동이다.
그는 “물고기를 우리가 보존해야 할 생명이나 자원이라 생각한다면 함부로 잡아 생산하고 대충 먹고 던질 수 있을까. ‘먹방’을 과시하고, 축제에서 재미로 잡아 죽이는 행태를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환경영향거짓말평가’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여러 번 제기했다. 제대로만 작동된다면 ‘환경악당’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많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괜찮은 제도이기에 바로잡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돌아오는 반응은 열심히 일하는 정부 비판을 자제하라는 말들이었고, 관련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는 외면하기 바빴다.
최근 3년간 접수된 환경영향평가서 등은 연평균 약 6500건이나 된다. 제대로 된 평가서를 위해선 분야별 전문인력과 측정장비가 적정해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부터 정부가 회피하는 단순 산수를 해본다. 자연생태 분야 평가서 작성엔 항목별로 최소 10일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대기 분야는 평균적으로 장비 5대가 3일씩, 2회 측정을 한다. 한데, 현재 자연생태계 9개 분야 기술인력은 전국 약 220명에 불과하다. 어류나 저서성무척추동물 등의 전문인력은 10명 이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장비 구비 수준도 처참한데, 대기오염 자동측정장비 등록대수는 전국 70여대뿐이다.
생태계 조사 분야별로 25명의 전문가가 있다 치자. 최근 3년간 매년 분야별 전문가 1인당 2600일씩 일을 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장비운용 또한 마찬가지다. 이동과 설치를 위해 단 1일만 추가로 고려해도 등록된 모든 장비가 최근 3년간 연평균 1대당 무려 3700일 넘게 운용되었다. 더 심각한 건 이들 회사는 환경영향평가 대행업무만 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일의 비중이 더 커 보이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오롯이 환경영향평가 대행업무만 했다 해도, 정부 말대로 평가서가 사실이려면 1년 3650일도 모자란다. 이미 추측했을 것이고 추측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작년 감사원의 대기측정업체 감사 결과, 2017년 한 해에만 무려 6만2600건이 넘는 기록부가 허위로 작성되었다고 했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니 환경부는 충격도 없는 듯하다.
이 나라의 이상한 정부와 지자체는 자신들의 이름으로 제출한, 검토한 보고서 속의 1년이 최소 4000일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환경부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뻔히 아는 이런 평가서가 환경훼손을 저감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거짓 평가서의 제출기관이나 검토기관이나 잘못의 책임은 없다. 도저히 회피할 수 없으면 ‘일부 업체의 일탈’이라 둘러대고 남의 일인 양 방관하길 반복한다. 훼손으로 발생하는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데 말이다. 매년 수조원의 세금이 이 거짓 평가서 작성을 위해 쓰인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또다시 선거철이 되었다. 선거철만 되면 말초적 돈벌이를 위한 초법적 개발공약이 쏟아지고 당선자는 시민이 선택한 공약이라는 명분으로 임기 내 밀어붙이려 혈안이 된다. 환경문제를 우려한 반대 의견은 환경영향평가라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포장한다. 지자체나 개발부처는 이미 자연파괴 과정의 인사치레로 전락한 이 제도를 신봉하는 척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거대 보전이익은 독점할 수 없지만, 반대로 보전이익보다 턱없이 작은 개발이익은 한곳에 모을 수 있다. 당선을 원하는 자에게 개발이익을 독점할 특정인은 훨씬 중요하다. 유독 환경 관련 이슈에 여야 막론하고 비판이 없는 이유이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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