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 앞 헤엄치는 혹등고래..뉴욕 허드슨강서 깜짝 포착
32년만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에 부산·경남 '반색'
탄소중립]⑤ “우리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경제학 박사에게 물었더니
이러다간 '크리스마스 트리' 평생 못 본다
이기대~해운대 해상케이블카 만들자” 남구의회 유치전 재점화
고산지대 눈 두께, 2050년엔 지금보다 40% 줄어들어
미군, 오염까지 반환…'정화비용' 떠안을 수도
기후변화로 기온 오르면 쌀이 독해진다
세계유일 금강초롱, 빙하식물 만년석송 사라진다
독일 제1야당 올라서려는 녹색당의 변신
재생에너지 사업에 녹-녹 갈등은 없다
멸종위기종 2급 발견됐는데 '팔공산 구름다리' 괜찮다는 대구시
보수언론의 합창… 친원전 기사가 날아든다
16세기 난파선에서 발견한 코끼리 남획의 증거
자유의 여신상 앞 헤엄치는 혹등고래..뉴욕 허드슨강서 깜짝 포착
지난 8일 허드슨 강에서 포착된 혹등고래의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을 흐르는 허드슨 강에 혹등고래 한마리가 찾아와 화제에 올랐다.
지난 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번 주 초부터 허드슨 강 일대에서 거대한 덩치의 혹등고래가 시민들에게 속속 목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혹등고래는 몸길이 최대 16m, 몸무게 30~40t에 이르는 거대 고래로 주로 태평양과 대서양 등지에 분포한다.
먼 바다에 나가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혹등고래지만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 앞 강에서 목격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실제 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허드슨 강에서 마음껏 헤엄치는 혹등고래 뒤로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보여 마치 합성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미 해안경비대도 "혹등고래 한 마리가 허드슨 강에 찾아온 것이 확인됐다"면서 "고래가 좌초되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을 일이 생기지만 않는다면 가까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관광객에게 포착된 혹등고래의 모습
그렇다면 왜 혹등고래는 드넓은 대양을 놔두고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사는 도심의 강으로 향했을까? 현지언론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상관광이 뜸해진 점과 최근의 수질 개선 노력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이 지역에 혹등고래가 좋아하는 청어류가 많아지면서 먹잇감을 찾아 강까지 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뉴욕시에 본사를 둔 고래연구단체인 고담고래 측은 "인근 바다에 고래들이 많이 이동하지만 뉴욕 항구에서 이렇게 큰 혹등고래를 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면서 "지난 2011년 총 5마리의 고래가 목격된 이후 꾸준히 그 수가 늘어나 고래에게도 뉴욕이 식사하기 좋은 곳이 되고 있다/"박종익 기자 pji@seoul.co.kr고 밝혔다.
32년만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에 부산·경남 '반색'
지방의회 강화에 환영 입장 쏟아져, 부산·울산·경남은 메가시티 추진 논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정쟁에 밀려 자동으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전국의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다시 법안 통과 요구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더는 지방분권 확대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이후 7월 정기국회가 개원했고, 문재인 정부의 발의로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지방자치법을 일부 개정하자는 법률안도 30여 개 가까이 발의됐다. 그러자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31개 안건에 대한 통합 조정을 거쳐 제안자를 위원장으로 하는 최종안을 본회의로 넘겼다.
본회의에서 의결된 전부개정안에는 ▲주민조례발안제 도입 등 주민참여 보장 ▲'전문인력 도입, 지방의원 겸직금지' 등 지방의회 권한 강화·책임성 확보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시 지정 근거 마련 ▲중앙-지방협력회의 신설 등이 담겼다. 시행은 공포 후 1년 후부터이며, 정부는 하위법령 제·개정 준비에 들어갔다.
국회 통과 이후엔 지역에서는 환영 반응이 쏟아졌다. 부산과 경남, 전남 등 곳곳의 지방의회가 주민자치 확대, 지방의회의 독립성 강화로 지방분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명원 부산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전체가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제야 그 결실이 맺어진 것에 대해 부산시 기초지방의회를 대표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기초의회 원내대표 협의회도 전면개정을 반겼다. 협의회는 "민주당과 지방의회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졌다. 지방분권 실현, 지방의회 위상 정립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경남도의회에서는 김하용 의장, 자치분권 특위가 각각 입장을 발표했다. 김 의장은 "지방자치, 지방분권 역사가 크게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특위는 "오랜 기간 답보해 있던 지방자치의 진정한 실현을 위한 조처"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부산시와 경남도 역시 법안 통과에 반색했다. 메가시티로 불리는 '부울경 동남권 공동 지방정부' 추진의 근거가 마련되면서다. 통과한 법안은 2개 이상 지자체가 광역 사무를 처리할 경우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준비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동남권은 수도권 일극화에 대응해 유일한 광역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경남, 울산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 또한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그동안 수도권 일극 체제의 병폐에 대한 비판과 권역별 발전전략을 제안해 왔다. 경남도는 "동남권 특별연합을 구성하기 위한 3개 시·도간 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글: 김보성(kimbsv1)
탄소중립]⑤ “우리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경제학 박사에게 물었더니
■ 사회적 비용이 발전단가 속으로 들어간다면?
사실 우리는 '이론적' 차원에서 온실가스가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모르지 않습니다. 또 '해외 사례'로 인해 원전 사고가 일어나면 그 파급력이 얼마만 한 지 모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 효과가 '돈'이라는 '숫자'로 쉽게 표현되지 않다 보니 '경제'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간주해 왔습니다. 또 오히려 '석탄이 싸다'거나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발전비용이 싸니 우리나라에선 최적의 대안이다'라는 이야기가 적잖게 나옵니다.다른 나라 기사를 보면 '원전'의 경제성이 그리 크지 않고, '석탄' 역시 퇴출해야 할 만큼 나쁘다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선 다른 숫자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비용편익분석·지속 가능한 발전 정책을 연구하는 홍종호 교수의 인터뷰를 소개하는 이유입니다. 홍 교수는 석탄은 물론 원자력의 가치에도 회의적입니다. 홍 교수의 전문 분야인 '환경 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의 핵심은 아닙니다. 하지만 엄밀한 경제학적 도구를 사용해 환경문제를 분석한다는 점은 주류 경제학과 같습니다. '수요'와 '공급'만 반영하는 기존 경제학에 '사회적 비용'과 '세제 효과' 등 좀 더 많은 변수를 끌어들이는 겁니다.
홍 교수는 이렇게 사회적 비용을 화폐단위로 환산해 전력 요금체계에 반영하면 더는 '석탄'도 '원전'도 싸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Q : 왜 우리만 석탄, 원자력 발전이 싸다는 얘기가 나오나?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 석탄 발전이 가장 싼 것은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요금 구조, 시장 구조에 경직성이 굉장히 크고요. 무엇보다도 전력 요금을 결정하는 체계에 있어서 과연 석탄 발전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 원자력 발전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 이런 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되는가, 이게 반영되고 그것이 전력요금 체계에 적절히 스며들어가는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또 그것이 마지막 최종 소비자의 전기요금까지 연결된다면, 지금처럼 전력 사업자 입장에서 석탄 발전 사업이 그렇게 사업성 좋은 아이템이 아닐겁니다.
■ 균등화발전단가(LCOE)로 '태양광이 원전보다 싸지는 날 머지않았다'
실제 균등화발전비용(LCOE : Levelized Cost of Energy)의 개념으로 발전원별 가격을 계산하는 국제표준이 있습니다. 한 발전 설비가 발생시키는 모든 비용과 발전량을 화폐 단위로 환산합니다. 그리고 이 화폐 단위로 환산된 가치를 '현재가치'로 계산한 뒤 '비교'합니다. 대체 어떤 발전원이 '진짜 더 싼지'를 균등한 잣대에서 비교해보자는 겁니다.
물론 이 분석은 분석자마다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분석만으로 모든 논의를 종결지을 순 없습니다. 온실가스의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지, 미세먼지는 얼마인지, 자연경관을 해치는 건 얼마이고,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건 얼마인지, 또 원전 방사능 배출 시의 비용은 얼마인지... 화폐 환산은 쉬운 일이지도,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일이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동등한 잣대에서 비교하면 원전이나 석탄의 가치나 경제성이 현저히 낮게 측정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국회 예산처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2018년) 태양광 발전이 머지않아 원자력보다 총비용 낮은 발전원이 될 거라고 합니다. 2018년 당시 1kwh당 121원인 태양광의 균등화 발전비용이 2023년에는 100원 아래로 떨어집니다. 2005년에는 1,144원이나 하던 태양광 발전 비용이 이렇게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2030년에는 84원이 됩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관련해 원전의 균등화 발전비용이 2017년 56~66원 수준이지만 2030년 즈음에는 64~74원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봤습니다. 이 계산에 따르면 여전히 태양광이 조금 더 비싸지만, 태양광 기술의 발전 속도에 따라 2030년 이후에는 가격이 역전될 수 있는 겁니다.
실제 태양광에서 앞서가는 해외는 태양광 발전단가가 더 빨리 떨어지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의 태양광은 올해 기준으로 이미 100원 아래(미국:71원, 영국:97원)입니다.
해외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맥킨지는 최근 "한국은 물론 중국과 태국, 베트남 등에서 2021년부터 재생에너지의 균등화 발전비용이 석탄 발전비용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세계 에너지 전환의 대세는 이미 결정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 세계적 기업들은 이미 RE100 선언했다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방식의 계획을 RE100이라고 부릅니다. 이미 애플과 구글 등 세계적 기업 200곳 이상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번 아이폰 12 발표 영상에 이 계획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홍보용 전략이 아닙니다. 이제 애플은 앞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도 재생 에너지로 만든 물건만 구입하겠다' 이런 선언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계획에 동참하지 않으면 애플에 물건 팔 길이 막힐 수 있는 겁니다.
Q : 세계 에너지 전환의 대세는?
이미 외국에서도 다 확인됐듯 이 더 이상 이제 석탄 발전은 싼 발전원이라는 생각은 다 없어진 상태거든요. 각종 규제가 반영되고 각종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고 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과 투자는 엄청나게 일어났고 두 개가 동시에 같이 간 거죠. 그게 해외에 에너지 전환, 선진국의 공통적인 모습입니다. 우리나라는 그게 안 돼 있다 보니까 사업자들이 입장에서는 석탄발전소를 우리가 수주할 수 있다면 이게 시쳇말로 돈 나오는, '노나는 사업이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거죠.
지금 세계적인 흐름이 엄청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 잘 아는 애플이나. 구글의 이런 기업들이 이른바 RE100 같은 것을 선언하면서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통해서만 전력을 공급받겠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는 재생에너지로 공급받은 그런 물건만을 구입 하겠다, 속속 이런 선언을 하고 있거든요.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런 넘어서서 이것이 결국은 투자자들의 투자를 끌어낼 수 있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을 굉장히 생각 자체가 바뀌게 된 거죠.
■ 탄소 조정세가 발효되면 EU 수출 타격받을 수 있다
EU는 2023년부터 탄소 국경조정세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온실가스 많이 발생시키면 관세를 올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보복관세인데 '환경' 이슈를 '통상' 이슈에 접목하는 이런 방식의 경제 정책이 곳곳에서 도입될 수 있습니다. 수출 타격 가능성까지 있는 겁니다.
Q : EU의 '탄소조정세'가 도입되면 수출이 줄어든다고?
삼 년 뒤 본격적으로 탄소 국경 조정세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들을 이미 '그린 딜'이라는 종합 프로그램 내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EU)에 물건 팔려고 하면 수출하려고 하면서 탄소에 제대로 된 비용을 매기지 않고 싸게 물건을 팔려고 하느냐? 앞으론 안된다는 겁니다.
'한국 너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결국 유럽도 피해를 본다. 왜 너희가 하는 경제활동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냐, 우리 거기서 책임 묻겠다'는 식인거지요. 그래서 이게 단순히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말씀을 드리는 거죠.
■ 늦었지만 지금 시작해야
재생에너지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생산하면 됩니다. 생산하면서 연구해서 발전단가를 낮춰야 합니다. 그러면 더 많은 자본이 재생에너지 시장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다른 화석연료 에너지나 원전보다 싸지는 '그리드 패러티' 역시 선순환 구조에 들어서야 더 빨리 찾아옵니다. 홍 교수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 점입니다.
Q : 우리나라에도 재생에너지가 더 싸지는 '그리니 패러티'가 오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통해서 시장을 확대해 주고 민간의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 주면, 앞으로 3년 뒤에 올지 5년 뒤에 올지 딱 말할 수 없지만, 조만간에 이미 해외에서 그러했듯 우리도 재생 에너지가 훨씬 경쟁력 있고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 방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제일 사실은 안타까운 것은 석탄발전소 중에서는 초대형이죠. 2개 발전소가 건설 중인데, 공정률이 30% 정도 돼 있는 상태란 겁니다. 우리가 해외 지금 국가적 차원에서 금융도 제공해서 석탄발전 짓는 것에 비판이 있는데, 그걸 비판하면서 국내에서 현재 여전히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과연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이 있습니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좀 더 전향적인 정책을 써야 하고 쓸 수 있지 않겠는가, 재정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런 방향에 노력 모습이 있어야만 정말 현 정부가 진정성 있게 탈석탄, 탈 탄소와 의지가 있구나, 그리고 앞으로 정부도 이 방향으로 가야 되겠구나,라는 시금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bs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이러다간 '크리스마스 트리' 평생 못 본다
지구온난화에 취약한 멸종위기종 구상나무... 더 이상 도망갈 데가 없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결국 코로나19는 멈추지 않고 추위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말마저 조용히 집에서 지내야 할 분위기이다.
살짝 우울해지는 마음을 달래 보려 작은 아이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했다. 들썩들썩 신나는 분위기는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았다. 아이들이 어릴 적엔 크리스마스 키트를 사서 집 안에 장식하곤 했는데, 올해는 색다르게 마당에 심은 나무에 장식을 했다. 구상나무다.
필자에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나무는 구상나무다. 숲 해설가 활동을 하면서 구상나무를 처음 만났다. 가까운 한택식물원에서였다. 전나무나 주목은 가까운 숲이나 공원 근처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었는데, 구상나무는 숲 해설가 활동을 하기 전에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아마 봤더라도 전나무로 혼동했거나 몰라봤을 것이다.
그렇게 구상나무를 알고 나니 흔하진 않지만 간혹 구상나무를 만나게 되면 반가웠다. 제주도에 여행가서 만났던 구상나무 군락은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이다. 구상나무를 알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이리라.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크리스마스 트리로 구상나무를 많이 이용해 화원에 가면 종종 작은 구상나무를 볼 수 있다.
소나무과 상록 침엽수지만 다른 침엽수과 나무와 다르게 구상나무는 뾰족하고 차가운 느낌보다 포근한 느낌이 든다. 아마 나뭇잎 끝이 바늘처럼 뾰족한 것이 아니라 아기엉덩이처럼 양 갈래로 동글동글하게 갈라져 있어서 그럴 것이다.
처음에 구상나무를 집에 심었을 때 남편은 자기가 싫어하는 나무라며 투덜거렸다. 전에 살던 집에 전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와 똑같은 나무를 왜 심느냐며, 찔리면 따가워서 싫다며 투덜거렸다. 전나무와 착각한 것이다. 이렇게 구상나무를 혼동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전나무와 구상나무를 구별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전나무나 구상나무 잎을 손 안에 살포시 쥐어보면 된다. 전나무는 나뭇잎을 만지기 전에 벌써 '앗 따가워'하고 소리가 날 것이다. 반면, 구상나무는 나뭇잎의 동그란 끝이 살에 닿는 촉감이 좋아 계속 만지게 된다. 또 잎을 뒤집어 보면 구상나무는 은회색 빛이 나고, 전나무는 앞뒷면 색깔이 같다.
구상나무의 학명은 'Abies koreana'로, 학명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해 'korean fir', 즉 한국산 전나무로 인기가 아주 높다고 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크리스마스 트리
▲ 구상나무 잎 끝은 동글동글하다
구상나무는 북반구 한대지방이 고향으로 빙하기 때 번성했다. 빙하가 한반도까지 확장해 그때 이주한 나무들이 한반도에 분포했다. 빙하기가 끝나 날이 따뜻해지면서 저지대 구상나무들은 더운 날씨로 버티지 못하고 죽고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 남쪽 높은 산중턱에서 살아남아 현재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남쪽 고산지대 추운 날씨에서 자라는 구상나무는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종종 뉴스나 신문에서 구상나무 소식을 접할 때가 있는데, 좋은 소식보다 슬픈 소식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엔 지리산 구상나무군락에서 고사한 나무들이 발견됐다고 했는데, 올해에도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에 있는 나무들이 집단 고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기온상승에 밀리고 밀려 올라가 지금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구상나무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2013년 3월 국제자연보전연맹은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앞으로 백년 안에 모두 멸종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는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온 국민이 경험한 한 해였다. 집중호우와 기록적인 긴 장마가 그것이다. 그때는 그렇게 심각했던 기후변화의 체감 정도가 요즘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아이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며 구상나무를 바라봤다. 이 아이가 커서 내 나이가 됐을 때에도 구상나무를 볼 수 있기를.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기후변화에 관심을 두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봐야겠다.
송미란(yongin21) / 오마이뉴스
이기대~해운대 해상케이블카 만들자” 남구의회 유치전 재점화
부산시 반려로 중단된 관광사업
- “경기 되살리고 일자리 창출을”
- 여야 한목소리로 재추진 결의문
- 해운대·남구는 “주민의견 우선”
부산 남구의회가 이기대~해운대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유치를 촉구하는 공동 결의문을 채택했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남구의회가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함에 따라 부산시의 반려로 중단된 뒤 재추진을 앞둔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구의회는 11일 제4차 본회의에서 ‘부산 해상케이블카 유치 촉구 결의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번 결의안은 민자사업인 해상케이블카 사업 유치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회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안됐다.
결의안에 앞서 여야 구의원 모두 사업 유치를 촉구하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달 10일에는 조상진(국민의힘) 구의원이 제291회 2차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과감한 민간 투자만이 정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도시 부산을 만들 수 있다”며 “케이블카가 유치된다면 UN공원을 비롯해 부산박물관, 스카이워크 등 다양한 자원과 연계해 매력적인 관광아이템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업 유치로 관광 남구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에는 강건우(더불어민주당) 부의장도 5분 발언을 통해 “오륙도선 트램과 가덕신공항 조성 분위기가 무르익는 지금이 해상케이블카 민간 유치 사업의 최적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남구의회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7명, 국민의힘 6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무소속 백석민 의장이 전반기 의회 때까지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터라 사실상 동수다. 이 때문에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놓고 줄곧 이견을 보였던 여야가 이번에 한 목소리를 낸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상케이블카는 특수목적법인 부산블루코스트가 남구 이기대공원과 해운대 동백유원지를 잇는 국내 최장 길이(4.2㎞)로 추진 중이다. 2016년 처음 사업을 추진했다가 시가 사업 제안을 반려하면서 중단됐다.
사업을 찬성하는 측은 해양도시 부산의 지리적 특성을 살린 관광 랜드마크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주장인 반면 시민단체 등은 환경 훼손과 교통 체증, 민간기업이 공유수면을 활용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또 해운대 마린시티 주민도 케이블카 이동에 따른 사생활 침해 등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번 사업은 시가 허가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업 해당지인 남구와 해운대구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두 지자체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아직 사업 계획서가 확정되지 않아 정확한 개요를 알 수는 없지만 주민 의견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도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면 관광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주민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고산지대 눈 두께, 2050년엔 지금보다 40% 줄어들어
“남미 ‘파라모’를 지키자”
파라모(Paramo)를 보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연대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이 ‘파라모 보전’을 외치고 나섰다. 파라모(Paramo)는 남미의 수목한계선 위에 있는 열대 산악 초지이다. 파라모는 남미의 북안데스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생태계로 알려져 있다.
고산지대 눈 두께는 2050년쯤에는 지금보다 약 40cm 정도 줄어들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히말라야, 알프스, 안데스 등 고산지대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페루의 빙하호수. [WMO]
콜롬비아 기후는 더운 곳에서부터 추운 곳까지 다양하다. ‘더운 땅(해발고도 1000m 이하)'에는 열대작물이 자란다. 가장 비옥하고 많은 인구가 사는 ‘온화한 땅’은 고도 1000~2000m 사이 지역을 말한다. 커피 재배에 가장 좋은 조건을 지녔다.
고도 2000~3200m는 ‘추운 땅’이라고 하는데 밀과 감자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이어 3200~3900m는 ‘숲 지대’이다. 3900m를 넘으면 수목한계선 위에 위치하고 ‘파라모스(paramos)’라고 명칭한다. 해발고도 3900~4600m 사이이다. 마지막으로 4600m 이상의 고도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언 땅’으로 만년설과 얼음이 있다.
콜롬비아에서 지난 11일 세계 고산 정상회의(World High Mountain Summit)가 열렸다. 4개 대륙에서 공공과 민간 전문가 50명 이상이 참여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고산지대는 지구 전체 지표면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지구 가열화(Heating)로 고산지대 또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산꼭대기에 있는 만년설과 빙하가 녹고 있다. 이 때문에 고산지대에 사는 인류는 담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도 파괴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산은 생물 다양성을 지탱하는 원천”이라며 “지구 생물의 4분의 1 이상이 산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최근 기후변화가 가속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산지대 빙하가 전례 없는 속도로 녹고 있다”며 “무엇보다 고산지대 눈 두께가 오는 2031~2050년쯤엔 지금보다 10~40% 정도 줄어들 것이란 암울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지탱 가능한 미래와 지구의 생태계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산지대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상 정상회의에서는 고산지대에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에 주목했다.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다뤘는데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 ▲기후변화와 가변성 ▲정부와 사회의 관련 투자 등이었다.
이반 두케(Ivan Duque)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파라모’ 보전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제안했다. 지구 가열화로 안데스 산맥 등에서 만년설과 빙하가 녹으면서 바로 그 아래에 있는 ‘파라모’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판단에서다.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 WMO는 산악 생태계이면서 물과 생물 다양성의 원천인 ‘파라모’ 보존을 위한 국제 연대 제안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악지역은 담수의 중요한 원천이면서 생물 다양성은 물론 문화 다양성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런 산악지대가 최근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면서 날씨, 수문, 생태계 등에 심각한 위협이 닥쳐오고 있다. 궁극적으로 인류를 파괴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등으로 산악지역의 물 가용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곧바로 고산지역은 물론 하류의 농업, 임업은 식량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이어 일반 가정용 물 공급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으면서 인류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
산악지역은 지구 지표면의 4분의1을 차지한다. 많은 동식물이 이곳을 근거지로 살고 있다. [WMO]
WMO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 지원에는 ‘돌발홍수 가이드 시스템(Flash Flood Guidance System, FFGS)도 포함된다.
WMO 관계자는 “고산지대의 경우 눈과 빙하가 녹으면서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아직 관련 관찰과 감시 시스템을 비롯해 경보, 분석 시스템이 부족한 게 남미 현실”이라고 덧붙였다.세종=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미군, 오염까지 반환…'정화비용' 떠안을 수도
외교안보 이슈체커인 정제윤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반환이 당겨진 걸 좋게만 볼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왜 당겨진 겁니까?
[기자] '시급한 개발 수요' 때문입니다. 반환된 부지에 감염병 전문병원도 지어야 하고, 아파트도 지어야 합니다. 정부 입장에서 개발이 시급한 곳이 많은 겁니다. 다만 미국과 협의가 다 안 끝났다는 게 문제입니다.
[앵커]원래 용산의 캠프킴은 올해는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요?
[기자]저희 취재진이 자료를 입수해 보도 직전까지 정부에 확인했는데, 이렇게 최근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미국과 더 협의해봐야 결론 안 나니까, 빨리 반환받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앵커]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이번 합의에서 문제가 되는 게 뭡니까?
[기자]'돈'입니다. 미군기지의 정화 비용을 우리가 떠맡을 가능성이 더 커졌습니다. 2007년 반환 받은 춘천 기지에선 이렇게 기름통 여러 개가 발견되는 등 대부분의 미군기지는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합니다. 앞으로 미국과 정화 책임 논의한다곤 했지만, 문제는 사실상 기약이 없다는 겁니다.
[앵커]돈이 얼마나 드는 건가요?
[기자]지난해 반환 받은 인천, 강원 등의 미군기지 4곳 정화비용을 추산해보니 대략 1100억 원 정도 든다고 합니다. 이번에 반환받은 12곳의 정화비용은 그보다 훨씬 많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그럼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까?
[기자]SOFA, 주둔군 지위협정상 미국에 유리한, 정화 비용 관련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의 연계 카드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액수가 큰 정화 비용을 지렛대로 미국이 요구하는 과도한 분담금을 깎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제윤 기자였습니다.
기후변화로 기온 오르면 쌀이 독해진다
온도 상승하면 벼 안 비소농도 증가
고온에서 땅속 비소 물에 많이 녹아
쌀 데친 뒤 조리하면 73∼54% 제거돼
기온이 상승하면 논 벼의 비소 농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논에서 자라는 벼에 더 많은 비소가 함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13일 “세계 인구 절반이 주식으로 먹는 쌀이 온도에 매우 취약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온실 실험을 통해 기온 상승에 따라 벼의 비소 흡수가 함께 증가하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달 1일부터 17일(현지시각)까지 열리는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온라인 가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팀 논문은 학술지 <종합환경과학>에 실렸다.
논문 제1저자인 얘스민 파르햇 워싱턴대 환경공학과 박사과정생은 “벼의 비소 농도 증가를 조정하는 것이 땅에서 비소를 추출해 물속에 녹여넣는 미생물 매개 작용이라는 것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쌀은 대다수 곡물과 달리 산소가 없는 땅 위 물속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비소 흡수에 취약하다. 무산소 조건에서 잘 번지는 미생물들은 정상적인 대사작용을 통해 땅속 공극수에 비소를 풀어놓는다. 일단 비소가 땅 입자에서부터 풀려나오면 벼의 뿌리가 흡수할 수 있다. 극미량의 비소(As)는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의 필수 영양소이지만 필요량보다 많으면 비소 중독을 일으켜, 세계보건기구(WHO)는 제1급 발암물질로 분류해 놓았다.
선행연구들은 주로 열파가 벼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비소를 더 잘 농축하도록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파르햇은 말했다. 생체이용률은 화학물질이 순환을 통해 생물체에 흡수돼 이용되는 정도를 말한다.
온도가 낮은 때는 미생물들이 땅속에서 물속으로 녹여내는 비소(As)가 적지만(왼쪽) 온도가 상승하면 비소 농도가 높아져 궁극적으로 쌀의 비소 함유량이 늘어난다. 미국 워싱턴대 제공
연구팀은 벼를 낮 기온 25.4도, 27.9도, 30.5도, 32.9도 등의 4개 실험용 온실에서 재배했다. 밤 기온은 약 2도 정도 낮게 조절했다. 각각의 온실 화분에는 농업지역인 캘리포니아 데이비스의 논에서 채취한 흙이 담겼다. 데이비스 논의 흙은 비소 농도가 비교적 낮다. 연구팀은 벼와 흙, 벼가 자랄 때의 공극수 등을 견본으로 채집했다.
견본들을 분석한 결과 쌀의 비소 농도와 온도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또 상대적으로 고온 환경에서 공극수가 더 많은 비소를 함유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물질수지계산법(일정 체적 안에서 유입된 질량과 유출된 질량은 항상 같다는 개념을 이용한 계산법)을 사용해 비소의 생체이용률 증가가 벼에서 비소 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파르햇은 “온도가 점점 더 올라가면 벼의 성장 과정에 식이 비소 노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전에는 이 위험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논문 저자들은 쌀에서 고농도의 비소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은 이 독소의 접촉을 막는 것이라며, 한 가지 접근법으로 흙이 가끔 마르도록 내버려 두는 것, 곧 건습 반복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셰필드대의 마노 메논은 “땅이 숨쉴 시간을 줘 산소를 공급하면 비소를 상당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다른 방법은 비소 저항성 품종을 심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논은 비소 줄이기가 어려운 곳에서는 조리법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종합환경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데치기와 흡착’이라는 조리법이 현미에서 무기비소를 54% 제거하고, 백미에서는 73%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메논 연구팀이 쌀을 씻지 않고 조리, 씻어서 조리, 물에 불렸다 조리, 살짝 데친 뒤 조리 등 4가지 조리법을 실험한 결과, 쌀을 살짝 데친 뒤 조리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가 뛰어났다. 나머지 방법은 오직 흰쌀에서만 효용이 있었다. 살짝 데친 뒤 조리법은 백미와 현미의 노출 허용량을 각각 3.7배, 2.2배 높였다.
열대지방을 비롯해 세계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은 쌀을 하루 몇차례씩 먹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체할 작물이 없다. 쌀의 비소 함량은 느린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지역민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캄보디아에서 현장 연구를 해온 파르햇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지하수를 관개에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해결해야 할 큰 과제라고 말했다.
메논에 따르면 하나의 방법만으로 쌀 속 비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는 “아시아 전반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자들이 실험실 결과와 농업 현장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으로, 지역민들을 지역 차원에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세계유일 금강초롱, 빙하식물 만년석송 사라진다
향로봉 금강인가목과 만년석송
1만2천 금강산 봉우리 중 한 곳
남한 최북단 고산에도 ‘빙하기 식물’이
DMZ 생명력에 기댄 ‘국보급 희귀종’들
1천m 고산서 겨우 사는 기후변화지표종
지구 반대편서 종자 받아온 특산종 사연
기후변화 인한 식생 변화가 더 기막힌 노릇
강원 고성 향로봉 일대에 자생하는 기후변화지표종 만년석송.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금강산 1만2천개 봉우리 가운데 몇 개는 남한에 있다. 지리산에서 출발하는 백두대간 종주의 마지막 길인 강원 고성군의 향로봉(1293m)이 그렇다. 금강산의 산줄기가 끝나 다시 설악산으로 치솟는 사이를 강원 인제군의 북천이 흐른다. 북천의 물길은 금강과 설악의 경계를 내달린다.
남한에서 접근 가능한 최북단 고산인 향로봉엔 빙하기 때 한반도로 내려와 자리잡은 ‘빙하기 식물’이 산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생물종이다.
기후변화 영향은 전 세계가 동일하다. 북한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 7월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보면 한반도 평균 온도는 1912~2017년 1.8도 올랐다. 전 지구 평균 지표 온도가 1880~2012년 0.85도 상승한 것의 두 배가 넘는다.
북한의 기후변화는 더 뚜렷하다. 북한 연평균 기온상승 속도는 10년에 0.45도로, 남한의 0.36도보다 1.3배 빠르다(2018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지난 2003년 공개된 북한 기상수문국 기상연구소 자료를 보면, 1918년 이후 평양과 원산은 각각 1.6도, 1.1도 올랐다.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진 중강진은 무려 3.1도 올랐다. 내륙일수록, 북쪽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북한 생물이 겪는 기후변화 영향은 그만큼 더 크다. 기후변화가 본격화하면 한국 사람으로선 아예 볼 수 없게 되는 동식물도 있다. “‘적색목록’ 북한판엔 남한에 없는 종이 100종가량 된다”고 이날 취재진과 동행한 공우석 교수가 설명했다. 적색목록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절멸 우려가 있는 취약종 등을 정리한 것이다. 향로봉엔 이들 북한 식물 일부가 살고 있다.
강원 고성 향로봉 정상에서 북한 금강산 방향을 바라본 모습.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종이 아닌, 속 자체가 사라진다
향로봉에 가려면 강원 인제군 북면에 자리잡은 진부령을 통해야 한다. 전날 국립수목원의 디엠지(DMZ)자생식물원에서 1박을 한 취재진은 이날 아침 일찍 식물원을 나서 진부령으로 향했다.
식물원은 강원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데, 해안면 곳곳에서 북한 기후변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에선 인삼, 시래기 같은 농사도 짓지만 최근 10년 사이 사과가 한창이다. 1960년대까지 대구가 주산지였던 사과는 기후변화로 생육 한계선이 빠르게 북상했다. 양구지역 사과 재배면적은 2005년 15헥타르에서 2017년 125헥타르, 2018년 150헥타르를 거쳐 지난해 193헥타르로 크게 늘었다. 수년 전 경북지역 20여개 사과 농가가 단체이주하는 일도 있었다.
사과 재배면적이 늘자 양구군은 2017년 해안면 내에 30억원을 들여 사과선별장을 지었다. 올해엔 190여개 농가가 3500t을 생산해 지난해보다 500t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이 올해 3만1601헥타르를 기록해 4.1% 줄어든 것과 반대로 간다. 기후변화가 지속하면 사과 재배지는 결국 북한으로 옮겨갈지 모른다.
강원 고성 향로봉 일대에 자생하는 만년석송(왼쪽)과 눈측백나무(오른쪽). 둘 다 기후변화지표종인 ‘빙하기 식물’들이다.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진부령에서부터 비포장 산길을 덜컹이며 한 시간가량을 차로 올랐다. 이곳부턴 민간인 통제 지역이라 군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산림청 양양국유림관리소 소속 향로봉 생태관리센터 모니터링요원들이 산길을 동반하며 향로봉 식생에 대해 설명했다.
향로봉엔 돌나물과인 기린초, 애기기린초가 양구에까지 걸쳐 있었다. 전체가 흰 솜털로 덮여 한국의 에델바이스로 불리는 ‘솜다리’들이 대규모 군락을 이룬 국내 최대 자생지이기도 하다. 고산서 자라는 상록침엽수인 분비나무의 국내 최북단 서식지이며, 잎을 따 먹기도 하는 은분취, 수리취도 곳곳에 있었다.
한국에만 있는 특산속인 금강초롱과 ‘국보급 희귀식물’로 불리는 개느삼, 중국에선 흔하지만 한반도에선 이곳에만 있다는 야생자두도 자생한다. 동행자가 “금강초롱과 개느삼은 (기후변화로) 종이 아닌, 속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금강초롱꽃속의 경우 전 세계에 2개 종이 있고, 개느삼속은 개느삼 한 종만 있는데 3개 종이 모두 한국에만 있다.
강원 고성 향로봉 일대에 자생하는 솜다리.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산 정상에 이르러 차에서 내렸다. 멀리 속초 시가지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부엔 ‘한아름 산악회’가 1992년 5월3일부터 그해 8월15일까지 전남 여천군 화양면에서부터 이곳까지 ‘반쪽’ 국토 종주를 했다는 기록을 새긴 비석이 서 있었다. 이 비석 옆으로 광복 50주년을 맞은 지난 2000년 누군가가 ‘통일기원백두대간 종주’를 했다는 내용의 기념비가 나란히 섰다.
북쪽을 등지고 선 비석들 뒤로 금강산을 비롯한 북한의 산줄기들이 시야 끝까지 펼쳐졌다. 거대한 철책마냥 248㎞ 길이로 동서로 뻗은 비무장지대(DMZ)가 산줄기들 앞에 버티고 섰다. 디엠지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씩 4㎞의 폭으로 한반도의 동서를 가른다. 끝나지 않은 전쟁이 사람들의 접근을 막은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았다.
2014년 환경부 조사 결과를 보면, 디엠지 일원에는 1106종의 멸종위기 생물을 포함해 5097종의 생물이 서식한다. 면적 기준 1.6%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생물종의 13%, 멸종위기종의 43%가 산다. 괜히 ‘생태계의 보고’가 아니다. 향로봉의 식생도 이 디엠지의 생명력에 기대고 있다.
한국 특산종인 금강초롱. 금강초롱꽃속은 전 세계에 2개 종이 있는데, 모두 한국에 있다.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오직 금강산에서만 자라는
일행은 정상에서 다시 진부령으로 내려오며 각종 식물의 군락지를 살폈다.
한라산이나 지리산 같은 고산에서 자라는 양치식물인 만년석송이 모여 사는 군락지는 차에서 내려 길도 없는 산비탈을 십여m가량 걸어 올라간 곳에 있었다. 부들부들한 감촉의, 아주 작은 ‘미니어처 소나무’들이 수풀을 헤치고 난 비탈면에 앙증맞게 모여 있었다. 동행한 국립수목원 안종빈 연구원을 비롯한 일행들이 “이런 대규모 군락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안 연구원은 “만년석송을 인공 증식하려면 습도 유지가 필요해 안개분수 같은 장치를 써서 계속 수분을 공급해줘야 한다”고 했다. 만년석송 군락지 옆 바위 틈으로 풍혈(바람구멍)지에서처럼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1천m가 넘는 고산의 냉기에 의지해야 겨우 사는 작은 소나무들은 이대로 기후가 변화하면 한반도에선 찾아보기 힘들 게 되는 기후변화지표종이다
강원 고성 향로봉에서 바라본 인근 산불 피해 지역 모습.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금강인가목 같은, 저 금강산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식물도 있어요.” 일행 중 누군가가 금강인가목 이야기를 꺼냈다. 장미과인 금강인가목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 금강산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1917년 미국인 식물채집가가 반출해 미국 하버드식물원을 거쳐 1924년 영국 에든버러식물원으로 보내 증식됐다. 훗날 미국 개체가 죽어버려 북한을 제외하면 영국에만 남았다. 국립수목원이 2012년 에딘버러식물원을 통해 분양 받아 증식 연구를 하고 있어 이젠 한국에도 서식한다. 불과 수십㎞ 앞 금강산을 두고 지구 반대편에서 종자를 받아와야 했던 한반도 특산종의 사연이 기막혔다. 하지만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로 일어날 식생의 변화가 식물들에겐 더 기막힌 노릇인지 모른다. 공 교수는 “기후변화로 함백산 분비나무의 3분의 1이 사라졌는데, 향로봉 (분비나무들)도 조만간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4월 강릉 화재 때 불타버려 일대가 전부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산불 피해 지역이 덜컹이는 산길을 가는 내내 먼 곳에서 위협하듯 눈에 들어왔다.
고성/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독일 제1야당 올라서려는 녹색당의 변신
독일 녹색당 당수인 아날레나 베르보크와 로베르트 하베크.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일 독일 여론조사기관 ‘포르슝스그루페 발렌’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녹색당의 지지율은 20%다. 지난 2017년 9월 총선 때 지지율이 8.9%에 그쳤던 걸 고려하면, 놀라운 약진이다. 녹색당은 2018년 8월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금요일에 학교 대신 의회로 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자) 운동을 기점으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뒤, 같은 해 10월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2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녹색당은 지난 40년 간 지니고 있던 ‘급진적’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제 1야당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이제는 보수적인 기독교민주연합과 동독 공산당 후신인 좌파당과도 손잡을 수 있을 만큼 유연해지고 포용력도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6개 주정부 가운데 11개 주정부에서 녹색당이 참여하고 있다. 독일의 주정부는 연방 상원을 통해 입법에 참여하므로 영향력이 적지 않다.
지난달 20일부터 사흘 간 베를린에서 열린 녹색당 온라인 전당대회는 약진의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녹색당은 이 자리에서 내년 9월 총선을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이날 아날레나 베르보크(40) 당 대표의 말은 보다 많은 유권자에게 다가가려는 녹색당의 변화된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두려워 마세요. 환경혁명은 그냥 건축자금건립협약 같은 정도의 부담이고, 경제체제를 새로이 세운다는 것은 전복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보호입니다.”
녹색당은 지지층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새 강령을 잡았다. 당초 주요 의제는 기본소득, 직접민주주의, 기후변화, 유전자조작 기술, 선거연령 낮추기 등이었으나, 이 중 국민투표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와 16살로 선거연령 인하 등은 부결됐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을 보면, 풀뿌리민주주의를 정체성으로 삼고 있던 녹색당인만큼 이 안건에서 ‘격론’이 일었다.
전당대회 참가자의 반 정도는 “정치적 사안에 대한 전국민투표”를 했지만, 공동 당 대표인 로베르트 하베크(51)는 “반의회주의”라며 경고했다. 결국 이 사안은 하베크 당 대표의 주장이 당원 표결에서 51.48%를 얻으며 박빙의 차로 부결됐다.
기본소득은 녹색당 강령의 중심에 자리잡았지만, 용어는 좀 약화된 ‘보증보장’으로 바뀌었다. 지급 조건이 까다로운 실업수당금 대신, 조건의 벽을 낮추고 소득과 재산이 부족한 이들에게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다. 또 파리기후협정 내용대로 기온 상승 ‘1.5도 제한’을 지키는 것도 강령에 주요하게 포함됐다. 대중성을 고려한 녹색당의 이런 선택이 제 1야당 도약의 발판이 될지, 급진적인 기존 지지층이나 더 획기적인 개혁을 바라는 젊은 환경운동가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가 될지는 내년 9월 총선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베를린/ 한주연 통신원
재생에너지 사업에 녹-녹 갈등은 없다
사전예방의 원칙, 에너지전환에도 예외는 아니다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은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하며, 사전예방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얼마 전 '자연 보호과 에너지전환 역량강화센터'라고 하는 독일의 에너지전환갈등조정기구와 워크숍을 하면서 재확인한 독일 에너지전환정책 원칙이다.
기후위기와 대기오염, 핵발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설문을 통해서 확인되듯, 대부분의 국민은 에너지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들어서는 현장에서의 갈등은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지역분산이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특성상 발전설비 입지를 둘러싼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더욱더 증가할 것이다. 물론 갈등을 문제적 시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갈등은 일반적 현상이고, 회피가 불가능하다.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느냐가 열쇠다.
독일 에너지전환갈등조정기구와의 워크숍은 그 사회의 에너지전환정책과 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둘러싼 쟁점과 갈등을 학습하는 기회가 되었다. 독일은 전력 비중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42%를 넘어섰다. 풍력이 거의 50%, 태양광이 40% 정도를 차지한다. 2022년이면 남은 6기의 핵발전소가 문을 닫아 탈핵이 완료되고, 늦어도 2038년에는 모든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는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5%로 늘리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80%라는 더 과감한 목표를 요구한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꾀하면서 수요를 낮추는 방안도 논의됨은 물론이다.
독일 역시 재생에너지를 늘려가는 과정이 그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풍력발전 사업허가를 받은 건수의 4분의 3이 제소되고, 그 중 3분의 2가 조류와 박쥐 피해와 관련된다. 재생에너지발전사업과 생태보전 간의 갈등이 빈번해지고 소송으로 가는 사업 건수가 늘어나자, 환경단체는 갈등 해결을 위한 별도의 전담기구 설립을 요구했다. 2013년 독일 기민당과 사민당 연립정부 구성 협약에 갈등조정기구 설립을 명시했고, 2016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운영에 필요한 기금은 연방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산하기관은 아니다. 재생에너지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빚어질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환경규제 관련해서 기관 및 단체 간의 이견 및 갈등을 조율하기도 한다. 갈등 조정이나 컨설팅 요청을 받으면 이해관계자 및 쟁점을 분석한다. 에너지전환 관련 조정과정을 이수한 조정자들에 의해 이해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토론하고 합의하도록 촉진한다. 물론 연방정부에서 지원하는 갈등조정전담기구 외에 각각의 연방주는 갈등 조정을 위한 자체 조직을 두고 기후관리자들이 활동하기도 한다.
환경을 중요시한다고 알려진 독일. 급속도로 증가한 재생에너지발전설비. 그러나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환경침해가 우려되면 회피해야 한다'는 사전예방의 원칙 적용은 예외가 아니다. 풍력발전이 보호종의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면 허가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풍력발전에 영향을 받는 조류와 취약한 종이 무엇인지, 조류 번식기에 주는 영향이 무엇인지, 멸종위기종 둥지와 적합한 이격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들이 적합한지를 사전에 면밀히 조사하고 카메라나 스피커, 펜스를 설치하는 등 조류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한다. 풍력발전 중에 보호종들의 피해가 우려되면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 수요관리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는 조치와 다르지 않다.
해상풍력의 경우 공사 중 소음으로부터 쇠돌고래 보호를 위해 보호구역으로부터 750미터 이격했을 때 소음 수치가 160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독일 정부는 규정하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주변 경관과 조화되어야 한다. 주로 평지에 설치되는 태양광 주변으로 차폐막을 치기도 하고, 생물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서식지를 조성하여 기후위기 대응 전략과 상충하지 않도록 한다. 서식지 보호구역 내 설치는 불허된다. 점차 태양광이 대규모화되면서 농지와의 토지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라 대규모 단지의 경우 수용성이 떨어지고, 이익 공유에 대한 설계가 중요시되고 있다.
환경규제는 생태적 민감도를 고려하여 훼손을 막고 보존하기로 사회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그래서 규제 지역에서의 재생에너지발전설비 계획은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환경단체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에너지전환과 생태보전 간의 갈등, 녹-녹 갈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에너지전환이 기후위기 대응 프로그램의 일환이 되려면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을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재생에너지개발사업이 기후위기 대응과 곧바로 등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급박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태적 민감도가 높은 지역에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쯤은 감내하고 발전설비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후위기를 명분으로 삼았을 뿐, 환경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개발중심주의 논리와 차이가 없다. 재생에너지가 개발중심주의와 만날 때 그것은 기후위기의 대안도, 녹색도 아니다. 녹색과 녹색의 갈등이 아니라 녹색과 다른 색의 갈등일 뿐이다.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에너지전환팀장/프레시안
멸종위기종 2급 발견됐는데 '팔공산 구름다리' 괜찮다는 대구시
현지조사에서 담비 분변 등 확인... 대구시 환경영향성 검토 보고서 논란
담비분변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 시 환경영향 검토를 위한 현지조사에서 담비의 서식 흔적이 발견되었다. ⓒ 한도엔지니어링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대구시는 지역의 명산 팔공산에 구름다리를 짓지 못해 안달이다. 지역 시민단체가 환경파괴와 예산낭비를 이유로 5년째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지만 들은체만체다.
사업부지 내 토지 소유주인 조계종에서도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구름다리 수용불가 의사를 공문을 통해 전달했고, 시민사회도 경제성 부풀리기, 케이블카업체 특혜, 환경파괴 및 생태계 교란의 문제제기를 하고 있음에도 대구시는 시민을 위한 일이며, 시민들의 찬성여론이 높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조계종이 반대를 한다는 것은 불교계 전체의 결정이라 봐야하고, 영역별 시민단체의 주장은 각 단체를 움직이는 회원 전체의 결정이라고 봐야하는데 이런 의견에 귀를 닫겠다면 도대체 대구시가 주목하는 대구시민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 담비 발견위치도 현지조사시 담비의 서식을 확인할 수 있는 분변이 발견되었다.
ⓒ 팔공산 구름다리 환경영향성 검토 보고서
조계종과 시민단체 반대... 대구시, 법정보호종 동식물 발견되지 않았다?
대구시는 지난 8일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구름다리로 인한 환경훼손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지상에 접하는 교각면적을 349제곱미터로 최소화했고 구름다리 개발면적 역시 2147제곱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생태계 훼손이 미미한 수준이고, 사업구역 내 법정보호종인 동식물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사면적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도 아닌데 환경단체 우려를 생각해서 환경영향성 검토를 했다는 식의 시혜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환경영향검토 보고서를 보면 대구시의 주장은 사실 관계를 본인들 입맛에 맞게 해석한 수준에 불과하다.
대구시는 사업구역 내에 법정보호종 동식물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보고서를 보면 현지조사 시 공사구간에서 232미터와 239미터 떨어진 곳에서 담비의 변흔을 발견한 것을 알 수 있다
담비는 주행성 동물이다. 낮에 활동한다는 뜻이다. 또한 활동반경이 매우 넓다. 대구시가 용역발주한 보고서에도 담비의 활동반경이 평균 35.9제곱킬로미터라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해석되는가?
첫번째, 담비가 주행성 동물인 것은 "팔공산에 구름다리는 야간운영을 하지 않고 조명설치도 없기 때문에 동식물 생태계 교란은 없을 것"이라는 대구시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된다는 뜻이다.
두번째, 담비의 활동반경이 평균 35.9제곱킬로미터라는 것은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구역 뿐 아니라 팔공산 전체를 담비의 생활권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대구시가 법정보호종이 없다고 하는 주장의 근거는 어디 있는가?
대구시가 발주한 환경영향성 검토 보고서를 보면 "담비의 생활반경이 넓기 때문에" "사업구간을 피해서 서식할 수 있고" "구름다리 사업구간 주변으로 담비가 이동할 수 있는 능선이 다수 분포하기 때문에" "사업시행으로 인한 영향이 미미하며" "담비의 생활권에도 문제가 없다"고 기술되어 있다.
짧게 말하면, 담비는 원래 잘 돌아다니는 동물이니까 2147제곱미터 정도의 구름다리가 설치된다고 해도 그 구간을 알아서 피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게 정말 세금을 들여 만든 환경영향성 검토의견이란 말인가? 지나치게 발주처의 입맛에 맞춘 이 해석을 대구시민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전 세계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12월 17일 오늘만해도 대구시 확진자가 21명이라는 문자가 와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지방채를 발행해서 멸종위기종 2급 야생동물 담비의 서식지를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한 담당공무원은 코로나로 힘든 대구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쯤되면 대구시의 빈약한 행정 철학에 실소가 터진다. 대구시는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역행하는 구름다리 사업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멸종위기에 몰린 담비의 서식처를 보존하는데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김민조(iklim79) /오마이뉴스
보수언론의 합창… 친원전 기사가 날아든다
MB때는 전기료-연료비 연동 찬성하던 보수언론…이번엔 “탈원전 청구서” 합창
<조선일보><중앙일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에
“요금 인상으로 탈원전 부담 국민 떠넘기기” 주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전기료 현실화” 적극 지지
조선일보 사옥. 한겨레자료사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에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전기요금제 개편안을 지난 17일 확정했다. 국제 유가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도 오르고 내리는 구조다. 급격한 요금 변동을 막기 위해 연료비 연동폭을 1kWh 당 3원(최대 5원)으로 책정했다. 기존에 월 5만5천원(350kWh)을 전기요금으로 내던 4인 가구는 국제 유가 등 연료비가 급격히 상승해도 최대 1750원만 더 내면 되는 구조다. 환경단체 등에선 “연동폭이 좁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는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해 시행 직전까지 갔었다. 당시 논의됐던 연료비 연동폭은 4인 가구 기준 월 최대 1만원 정도였다. 박근혜 정부도 2013년 추진했지만 결국 시행하지 못 했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개편 소식을 전하는 보수언론의 논조는 ‘기승전-탈원전’이다.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비용을 국민에게 떠넘기기 위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게 됐다는 식이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그럼 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추진했을까. 그 답은 당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적극 지지했던 보수언론이 일찌감치 써놓았다.
<조선일보> ‘안 하면 큰 탈 난다’ → “탈원전 청구서” 둔갑
<조선일보>는 12월18일치 1면에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 등을 두고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오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썼다.
내년부터 1·2인 가구의 전기 요금이 오른다. 또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전기 요금도 오르는 새로운 전기 요금 체계가 도입된다. 발전 원가가 싼 원자력을 값비싼 LNG나 태양광 발전 등으로 대체하는 비용을 각 가정과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에 대한 <조선일보> 논조는 이명박 정부 때는 판이하게 달랐다. 2009년 6월에 쓴 기사에선 “원가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전기 과소비를 막는 긍정적 제도로 연료비 연동제가 소개됐다.
<조선일보>는 기업이고 가정이고 펑펑 쓰는 전기가 지나치게 싼 요금 때문이라는 기획기사 등을 내보냈다. “에어컨 틀고 긴소매 입는 한국…1인당 에너지 일본보다 30% 더 쓴다”(2009년 6월27일)는 것이다.
사설을 통해서도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기 과소비 체질 이대로 두면 큰 탈 부른다’는 사설(2012년 6월11일)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전력 소비는 80%나 늘어났다. 국제 유가가 3배 오르는 사이 전기 요금은 15%밖에 오르지 않아 불요불급한 전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전기 요금을 두 차례 올렸지만 전력 요금은 아직도 원가의 90% 수준이다. 이 상황에서 절전 운동만으로 수요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기 요금을 전력 생산에 드는 연료비에 연동시키거나, 계절별·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절전형 산업 구조 개편의 시동이 걸리고, 국민의 ‘전기 아껴 쓰기’ 습관도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입장만 180도 바뀐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쓴 ‘1·2인 가구 덮친 탈원전 부메랑’ 기사에 등장한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를 보자.
<조선일보>는 가구에 월 최고 4000원까지 할인해주던 이 제도가 2022년 전면 폐지되면 991만가구가 받던 연간 4082억원 할인 혜택이 사라진다고 했다.
불과 1년6개월 전인 2019년 5월 <조선일보> 산업부 데스크는 칼럼(‘여름 앞두고 진땀 나는 한전’)에서 이렇게 썼다.
필수 사용 공제도 누진제만큼 우리 사회의 바뀐 구조와 맞지 않는 전기 요금제 가운데 하나다. 전기 사용이 적은 가구에 월 최고 4000원 전기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취약 가구 지원 대책이지만 1인 가구 등이 늘어나면서 애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 가구까지 혜택받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연봉 2억원이 넘는 김종갑 한전 사장조차 ‘나도 혜택을 받는다’고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다. 이 제도에 따른 한 해 감면액은 3964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제도를 폐지하자니 그동안 혜택을 받아온 958만 가구의 반발이 걱정이다… 한전은 적자가 쌓여도 옴짝달싹 못 하는 처지다… 애꿎은 기업들만 또 희생양이 될까 걱정이다.
같은 제도라도 기업 입장에서 쓰면 폐지해야 할 제도이고, 친원전 입장에서 쓰면 ‘탈원전 고지서’로 둔갑하는 셈이다.
<중앙일보> ‘연료비 연동제 옳다’ → “탈원전 고지서” 둔갑
<조선일보>가 이번 전기요금 개편을 “탈원전 청구서”라고 썼다면 <중앙일보>는 “탈원전 고지서”라고 썼다.
<중앙일보>의 논조 변화 역시 현기증이 날 정도다. 아래 두 기사를 보자.
앞은 2020년 12월18일, 아래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8월22일 기사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는 “값싼 전기료 시대를 끝내는” 긍정적 정책으로 소개한 반면, 이번에는 “탈원전 비용”으로 둔갑한다.
<중앙일보>가 앞서 이명박 정부 때 쓴 사설(2009년 6월8일 ‘유가연동, 에너지 절약 경제구조 계기 돼야’)은 아예 “연료비 연동 대책은 옳다”며 적극 지지했다.
한국의 전력 요금은 일본의 60~70%,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은 일본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따라서 전력과 가스 요금을 어느 정도 올릴 필요는 있고, 이런 점에서 전기와 가스 요금을 유가 등 연료비에 연동시키겠다는 이번 대책은 옳다고 본다.
<중앙일보>는 2013년 기사에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적극 지지하며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결정해야 한다”고 썼다. ‘값싼 전기료 시대는 끝난다’며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등을 통한 ‘전기요금 현실화’를 강조하던 <중앙일보>의 논조는, 이번 정부 들어 “전기요금 인상 밀어붙인다”로 갑자기 바뀐다.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를 말하던 <중앙일보>가 정작 본인들은 ‘정치 논리’ ‘진영 논리’에 입각해 논조를 바꾼 것이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그간 전기요금을 결정해 온 건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였다. 수급이나 원가보다 당시의 경제 정책 방향, 정치적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당정이 도입하기로 한 연료비 연동제가 그렇다. 이미 2011년 7월 시행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져 정치권 반발이 심해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광수 전력정책연구실장은 “누진제 완화와 연료비 연동제 도입은 그간 왜곡됐던 전기요금 구조를 교정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부담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언제든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연동해 오르는 구조다. 정부는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 요금 변동에 상·하한 제한을 둔다는 방침이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국민의 추가 부담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조선><중앙> ‘기승전탈원전’이라는 정치 논리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연료비 연동제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면, 탈원전을 추진하지 않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왜 연료비 연동제를 추진했을까.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2월25일, 4월20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기사와 사설로 열심히 썼던 바로 그 내용이다.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
전기도 한전이 올해 2조 8000억, 지난해 3조 원 적자가 발생했다 그러네요. 그런데 이렇게 경영이 악화되고 부채 비율이 증가함으로 인해서 신인도가 하락하고 자금조달비용이 지금 증가하고 있다, 또 특히 무디스에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이런 예고 나오신 것도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예, 지적하신 것처럼 전기요금이 너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지금 짜여졌기 때문에 에너지원 간 소비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 또 에너지 가격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 필요성, 이런 것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고….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고강도의 자구노력 추진에 대하여 보고드리겠습니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상당한 경영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어 고강도의 자구노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행 요금 체계의 문제점으로 인한 에너지 사용 왜곡 현상과 경영 적자를 해소하고자 점진적으로 원가 기반의 요금 체계로 개편함으로써 국가 에너지 효율 향상에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신속한 가격 시그널을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도 추진하겠습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16세기 난파선에서 발견한 코끼리 남획의 증거
잘 보존된 상아 100개 유전자 분석…17개 집단 계통서 사라져
약 500년 전 포획된 아프리카코끼리 상아가 난파선에서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유전자를 채취해 당시의 생태를 밝혔다. 애슐리 쿠투 제공
2008년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의 한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16세기 포르투갈 난파선이 발견됐다. 다량의 금화, 은화와 함께 100여 개의 완벽하게 보존된 상아가 나왔다.
광산 창고에 보관돼 온 이 상아를 고고학자, 유전학자, 생태학자 등이 힘을 합쳐 분석한 결과 상아 무역의 실체는 물론 상아를 얻기 위해 코끼리를 대량으로 죽인 영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알리다 플레이밍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나-샴페인 캠퍼스 박사후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상아는 전혀 다른 곳에 살던 코끼리 무리 17개에서 온 것으로 4개 무리 만이 현존 코끼리 계통으로 이어지고 나머지는 모두 사라졌다”고 밝혔다.
난파선(Bom Jesus)과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무역항(붉은 점) 위치. 이 무역항에서 상아를 모아 리스본∼인도 무역선에 실었다. 플레이밍 외 (2020)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당시 상아와 향신료를 거래하는 유럽∼아프리카∼인도 항로는 가장 돈벌이가 쏠쏠한 무역로였다. 포르투갈은 서아프리카의 여러 항구에서 수집한 상아를 리스본에서 모아 인도로 가져갔다. 1533년 무역선 봄 제주스(‘좋은 예수’라는 뜻) 호는 40t의 화물을 싣고 가다 나미비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상아는 잘 보존돼 100개 가운데 44개에서 디엔에이(DNA)를 채취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이유를 플레이밍 박사는 “침몰선에서 상아는 동괴와 납괴 등 무거운 화물에 눌려 바다 밑에 박혀 있었기 때문에 물리적 파손을 피할 수 있었다”며 “나미비아 연안을 흐르는 아주 찬 해류도 손상을 막아 주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상아는 2∼33㎏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연구자들은 “수컷뿐 아니라 암컷과 어린 개체까지 무차별로 사냥한 증거”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상아는 2∼33㎏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연구자들은 “수컷뿐 아니라 암컷과 어린 개체까지 무차별로 사냥한 증거”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나미비아의 다이아몬드 광산 창고에 보관된 봄 제주스 호에서 발견된 상아. 애슐리 쿠투 제공
유전자 분석 결과도 놀라웠다. 코끼리는 자신의 영역에서 모계사회를 이루기 때문에 모계유전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하면 어느 곳에 사는 무리인지 알 수 있다. 17개 무리 가운데 13계 무리는 현생 코끼리 유전체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연구에 참여한 알프레드 로카 박사는 “이들 코끼리의 계통이 서아프리카에서 사라진 이유는 뒤이은 세기에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분포지의 95% 이상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아의 주인은 모두 둥근귀코끼리였다. 아프리카 전역에 분포하는 사바나코끼리와 달리 이 종은 서아프리카와 콩고분지의 우림에 주로 분포하는 상대적으로 작고 깊은 숲 속에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종이다(▶초콜릿의 눈물…‘상아 해안’에 코끼리 대신 카카오 농장).
둥근귀코끼리는 서아프리카와 콩고분지 일대의 우림에 주로 분포하는 멸종위기종이다. 니컬러스 조지아디스 제공
상아에 포함된 질소와 탄소의 동위원소를 분석해 당시 이들이 어떤 종류의 먹이를 먹었는지를 분석했더니 열대우림뿐 아니라 사바나에서도 먹이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에 따라 우림에 살다가 사바나로 이동하기도 했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서아프리카에서 둥근귀코끼리가 숲에서 나온 이유는 사바나코끼리가 19∼20세기 남획으로 사라졌기 때문으로 생각했다”며 “이번 연구로 서아프리카의 둥근귀코끼리는 사바나코끼리가 사라지기 전 적어도 16세기부터 숲 밖으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공동 연구자인 애슐리 쿠투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박사는 “이번 연구로 서아프리카 둥근귀코끼리가 어떤 생태에서 살았는지 알 수 있고 이것은 야생에서 이 동물을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둥근귀코끼리는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3만 마리 미만이 남아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취약종으로 올라 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0.10.08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세상과 어울리기 > 생태환경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28~12.31코로나 경기부양책, 잘못쓰면 CO₂ 16%까지 늘어난다 (0) | 2020.12.28 |
---|---|
12.20~12.26 (0) | 2020.12.20 |
11.6~12 文대통령 "산업·경제·사회 모든 영역 탄소중립 강력 추진하겠다" (0) | 2020.12.05 |
11.30 ~12.4 코로나 위기 탈출, 정녕 토건밖에 방법 없나 (0) | 2020.11.30 |
11.22~11.28 환경단체는 왜 묵묵부답? 신공항 입장 밝혀라" (0) | 2020.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