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산·하천도 생태계 교란 동·식물로 '신음'
토종물고기를 잡아먹는 큰입배스. 경향신문 자료사진
.
가시박·배스·꽃매미 등 생태계 교란 동·식물이 대도시지역 산과 하천, 공원을 잠식해 가고 있다.15일 대전세종연구원이 발간한 ‘대전 생태계교란생물 현황 및 관리방안’을 보면 대전지역에서는 그동안 9종의 상태계 교란 식물과 6종의 생태계 교란 동물이 발견됐다.
대전에서 발견된 생태계 교란 식물은 가시박, 환삼덩굴, 애기수영, 도깨비가지, 서양등골나물, 미국쑥부쟁이,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양미취역 등 모두 9종이다. 국내 자생종인 환삼덩굴을 제외한 나머지 8종은 외래종이다. 가시박, 환삼덩굴,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미국쑥부쟁이은 갑천·유등천 전역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또 애기수영, 도깨비가지는 대전추모공원 주변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양등골나물은 서구 흑석동 일원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대청호 추동습지와 장태산에서는 돼지풀이 발견됐다. 또 식장산, 금수봉, 보문산 등 주요 산에서는 돼지풀이, 보문산에서는 단풍잎돼지풀이 각각 확인됐다. 갑하산과 금병산에서는 환삼덩굴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덩굴성 식물인 가시박과 환삼덩굴은 생태계에 커다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의 조사에서 갑천과 유등천 일대에서 가시박과 환삼덩굴이 군락 단위로 세력을 확대해 가면서 다른 식물군락의 쇠퇴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가시박은 하천제방·경작지 주변이나 나대지 등에 분포하면서 주변의 다른 식물이 살아가지 못하도록 세력을 확산해 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환삼덩굴은 우리나라 자생종이지만 주변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생태계 교란 식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대전에서 발견된 생태계 교란 동물은 큰입배스, 파랑볼우럭(블루길),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등 모두 6종이다. 모두 외래종이다. 대전 도심을 흐르는 유등천의 경우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배스, 블루길 등 생태계교란생물 4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등천은 멸종위기종 1급이며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만인산에서는 붉은귀거북의 서식이 확인됐다.
최근에는 꽃매미와 미국선녀벌레 등 생태계를 교란시킬 위험이 높은 곤충도 잇따라 대전에서 발견되고 있다. 꽃매미는 11개 지점에서. 미국선녀벌레는 1개 지점에서 각각 서식이 확인됐다.
대전세종연구원은 이런 생태계 교란 생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시 전역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조사)이 꼭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한 뒤 종합적인 퇴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세종연구원 관계자는 “자연생태계 안으로 생태계교란생물이 유입·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의 참여와 협조가 꼭 필요하다”면서 “시민들이 생태계교란생물을 발견하는 경우 그 사실을 당국에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님의 버림이 나의 행복? 자본의 돈벌이 수단 된 폐기물
그린뉴딜보다 생존뉴딜⑤ 산업폐기물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거액에 사는
국내 폐기물업체들의 돈 버는 구조
인허가만 받으면 ‘땅 짚고 헤엄’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지역주민들
충남 서산 주민들의 3년 넘는
산업폐기물매립장 반대 투쟁
폐기물 처리를 민간에 맡긴 탓
공공관리와 감량에 초점 둔 정책 필요
충남 서산의 산업폐기물매립장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지난해 5월10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108배를 하고 있다. 서산산폐장주민대책위 제공
▶ 2020년 여름 한국에 닥친 유례없는 장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했다. 호평받는 ‘케이(K)-방역’과 달리 ‘케이-안전’과 ‘케이-생존’은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지구적 감염병과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서 정부도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혁명적인 전환이 있어야 최소한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녹색전환연구소가 5회에 걸쳐 연재(격주)한다. 이번이 마지막회.
2017년 한 증권사가 국내 폐기물산업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제목은 ‘님의 버림은 나의 행복’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폐기물 덕분에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폐기물산업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었다. 폐기물처리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폐기물이 많이 버려질수록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 폐기물산업
그러면 얼마나 많이 버는 것일까? 올해 7월 몇몇 언론에서 ‘KKR이 의료·산업폐기물 전문업체 ESG·ESG청원을 8000억~9000억원대에 인수했다’는 보도를 했다. 이 기사는 국내 폐기물처리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들 기사에 나오는 KKR은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ohlberg Kravis Roberts)라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가 관심을 갖고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한국의 의료폐기물처리업은 ‘돈 버는 사업’인 것이다. 그렇다면 막대한 매각대금을 받고 KKR에 폐기물처리업체 지분을 판 쪽은 어디일까?
이에스지(ESG)·이에스지청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KKR에 판 쪽은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Anchor Equity Partners)였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2016년 1800여억원에 이에스지·이에스지청원을 인수했는데, 4년 만에 5배 가격에 되파는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이처럼 외국계 사모펀드들끼리 폐기물처리업체를 사고팔면서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계 자본인 맥쿼리도 2017년 영남권 최대의 폐기물처리업체인 ㈜코엔텍을 인수했다가 올해 4217억원에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투자금의 2.6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는 2016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서 산업폐기물 소각업을 하는 ㈜클렌코(전 진주산업)도 인수한 상태다.
해외펀드만이 아니다. 국내의 사모펀드들도 폐기물처리업체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폐기물처리업은 펀드들이 앞다퉈 눈독을 들이는 산업이 되었다.
폐기물처리업이 돈이 되는 이유는 뭘까? 국내 폐기물 관련 업체들은 ① 수집운반업체 ② 재활용업체 ③ 처리(소각·매립)업체로 구분된다. 수집된 폐기물은 운반되어, 재활용되거나, 소각·매립되는데 각각의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있는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수집운반업체는 7195개, 재활용업체는 5972개가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 반면 소각이나 매각을 하는 처리업체의 수는 훨씬 적다.
의료폐기물을 소각 처리하는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는 전국에 14개뿐이다. 사업장폐기물은 최종 매립을 하는 업체가 이윤을 많이 내는데, 전국에 일반사업장폐기물을 매립하는 곳이 34군데, 지정폐기물을 매립하는 곳은 22군데뿐이다. 지정폐기물은 사업장폐기물 중에서도 폐석면, 폐산, 폐농약처럼 유해성이 높은 폐기물들이어서 일반폐기물보다 매립 단가가 높다.
케이비(KB)증권은 2019년 ‘폐기물산업의 꽃은 처리업’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폐기물처리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4.4%로, 수집운반업 5.5%, 재활용업 4.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특히 매립장을 가진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0%, 소각시설을 보유한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6%에 달했다. 펀드들이 폐기물 소각·매립 업체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일단 인허가를 받기만 하면 많은 이윤 창출이 보장되는 사업인 것이다. 그래서 매입가격의 몇배를 받고 기업을 되파는 일도 가능하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는 신규 매립장 허가를 받으려는 업체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보니 매립장 인허가를 받기 위해 업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학교 부근에 폐기물매립장
충남 서산시 지곡면 오스카빌아파트에 사는 한석화씨. 평범한 주부였던 한씨는 아파트에서 1.4㎞ 떨어진 ‘서산오토밸리 산업단지’에 들어서려는 산업폐기물매립장 때문에 3년 넘게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이 산업폐기물매립장은 그 이전부터 추진되고 있었지만, 한씨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들이 알게 된 것은 2017년 5월이었다. 추진되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은 애초 매립용량 31만2200㎥로 계획되었다가, 2014년 132만4000㎥로 규모를 늘려 승인받았다. 폐기물도 일반폐기물 절반, 지정폐기물 절반을 반입하는 것으로 됐다. 매립용량을 늘릴수록, 지정폐기물 비율이 늘어날수록 업체는 더 많은 돈을 버는 구조였다.
상황을 알게 된 주민들은 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한석화씨는 대책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구호 외치는 것도 익숙지 않던 그는 산업폐기물매립장에 대한 정보 공개조차 제대로 되지 않자, 2017년 12월 서산시청 앞에서 노숙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반대 주민들이 보기에는 거대한 산업폐기물매립장이 들어설 곳이 아니었다. 산업폐기물매립장 예정지에서 반경 3㎞ 안에는 학교 5곳과 여러 개의 유치원·어린이집이 있었다. 오스카빌과 같은 기존 아파트뿐만 아니라 1만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도 지어지고 있었다.
한씨가 단식농성을 하던 중 모르던 정보를 알게 되었다. 산업단지 안에 설치되는 폐기물매립장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인 서산시·충청남도의 승인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강유역환경청의 ‘사업계획 적합통보’가 필요했다. 그런데 업체가 서산시와 충청남도로부터 승인을 받을 때는 ‘서산오토밸리 산업단지 내부에서 나오는 폐기물만 매립’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는데, 금강유역환경청에 사업계획을 제출할 때는 외부 폐기물까지 받는 것으로 바꿔서 제출했던 것이다. 행정관청이 이원화되어 있는 것을 이용해서 승인조건에 어긋나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내는 편법을 쓴 것이다.
한석화 서산산폐장주민대책위원장이 2018년 8월20일 충남 서산시 읍내동 서산시청 앞에서 폐기물매립장 건설에 반대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서산산폐장주민대책위 제공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한씨는 열흘 만에 단식농성을 중단한 뒤 금강유역환경청에 적합통보 취소를 요구했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적합통보 취소를 즉시 하지 않자, 한씨를 비롯한 반대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2018년 4월 세종시에 있는 환경부까지 6박7일 동안 도보행진을 했고, 환경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였다. 결국 그해 5월 금강유역환경청은 폐기물처리업 적합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했다. 서산시와 충청남도의 승인 조건과 다른 내용으로 업체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는 게 이유였다. 업체는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행정소송이 진행되던 중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2019년 감사원이 갑자기 특정감사를 들고나온 것이다. 그것도 ‘산업단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만 매립하도록 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감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2019년 12월 충청남도와 서산시에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만 매립’하도록 한 조건을 삭제하라고 일방 통보했다. 폐기물관리법 25조 7항에서 폐기물처리업의 영업구역을 제한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주민들은 감사원이 반대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일방적으로 업체 편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한씨는 지난 2월 또다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항의하고 서산시와 충청남도에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22일 동안 이어진 단식농성의 결과로, 서산시와 충청남도는 문제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약속했다.
감사원,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한석화씨의 얘기를 듣고 감사원 감사결과를 확인해보았다.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2019년 12월 감사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자체 주요 정책·사업 등 추진상황 특별점검’ 감사결과를 보면, 다른 사안의 경우에는 감사에 착수하게 된 경위가 나와 있다. 그런데 유독 서산오토밸리 폐기물매립장 건에 대해서는 감사 착수 경위에 관한 언급이 없다. 한씨를 비롯한 반대 주민들도 가장 의아해하는 것이 ‘왜 감사원이 이 사안에 대해 감사를 착수했는지’였다. 한씨는 “행정소송이 선고를 앞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감사원이 개입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6월 대전지방법원 행정부는 1심 판결에서 감사원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산업단지 내부에서 발생한 폐기물만 매립하도록 한 조건은 위법하지 않다’며 금강유역환경청의 직권취소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업체가 항소를 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서산오토밸리 폐기물매립장 건은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폐기물 정책과 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서산오토밸리를 추진하고 있는 ㈜서산이에스티는 자기 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일까? ㈜서산이에스티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자본금 16억8300만원짜리 회사다. 농협은행 등에서 빌린 330억원과 25억원의 사채를 끌어들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허가만 받으면 큰 이윤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빌린 돈으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서산오토밸리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는 업체들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보면, 폐기물 처리를 이윤만 추구하는 민간기업들에 맡겨놓은 탓이 크다. 폐기물을 공공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환경부가 2019년 안양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권역별 폐기물공공처리장 설치·운영 타당성 연구’에서 연구진은 ‘민간처리시설의 처리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폐기물 공공처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산오토밸리의 경우에도 주민들과 서산시, 충청남도가 민관협의체를 통해 공공운영 방안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사실 폐기물처리장의 공공운영은 완전히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1990년대까지 지정폐기물 공공처리장은 전국 다섯 군데에서 운영되었으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2000년대 들어 민간에 매각되었다. 그 결과는 민간업체들에 의한 무분별한 이윤 추구였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고려해서라도 폐기물에 대한 공공관리를 강화하면서 양을 줄여나가야 한다. 2018년 국내 폐기물 하루 발생량은 총 44만6102t으로, 2013년 39만3126t보다 13.5% 증가했다. 전체 폐기물의 하루 발생량 중 생활폐기물은 2018년 5만6035t으로 12.6%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사업장폐기물(일반, 건설, 지정폐기물 포함)이다. 따라서 시민들이 가정에서 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처리와 함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도록 강제할 수밖에 없다.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자와 그 폐기물로 고통받는 자가 다른 상황에서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지금의 그린뉴딜은 너무 협소하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대량생산-대량소비-무분별한 폐기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 그러려면 생산의 변화와 소비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폐기물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폐기물 분야가 ‘많이 버릴수록 많은 돈을 버는’ 무분별한 이윤 추구의 장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하승수 녹색전환연구소 기획이사
백두대간 정맥 산줄기
산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주위의 지면에 대하여 사면을 이루며 높게 돌출한 지형’으로 정의된다. 10개의 강을 경계를 짓는 분수산맥으로 백두대간, 정간 그리고 정맥이 만들어졌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축을 이루는 산줄기이다. 정맥은 백두대간에서 분지한 주요 산줄기와 강과의 관련성으로 만들어졌다.
백두대간의 의미가 최초로 나타난 문헌은 10세기 초의 고려 승려 도선이 지은 옥룡기(玉龍記)로서 ‘우리나라는 백두(산)에서 일어나 지리(산)에서 끝났으며 물의 근원, 나무줄기의 땅이다’라고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대간(大幹)이라는 용어를 국내에서 최초로 사용한 문헌은 이중환의 ‘택리지(1751년)’이다. 백두대간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이익인데 그는 성호사설에서 ‘백두산은 우리나라의 조산(祖山)이며 대간의 시작이다’라고 했다.
1770년 무렵 백두대간을 체계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경준의 산경표는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산맥연결의 상태·관계·순서를 알기 쉽도록 일목요연하게 표로 제시한 것이다. 조선의 산줄기는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산줄기를 분류하였다. 이는 지금의 우리나라 산맥 분류 체계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1913년 최남선은 조선광문회에서 산경표의 중요성을 깨닫고 출판한 적이 있는데 식민지 정책으로 묻혀 있었던 것을 1980년 대동여지도 복간을 준비하고 있던 고지도 연구가 이우형 씨가 인사동 고서점에서 발견하면서 빛을 보게 되었다. 이후 백두대간은 산악인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에게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고, 백두대간과 정맥의 종주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에 산림청은 1996년부터 ‘백두대간의 개념 정립과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연구와 현황조사를 시작하였다. 드디어 2003년 12월 31일 산림청과 환경부가 전통 산지 인식체계인 백두대간을 법으로 명문화하는 ‘백두대간보호법’을 만들었다. 주무장관인 산림청장은 ‘백두대간보호기본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하고 있으며 백두대간 및 정맥의 인문, 자연자원 연구를 비롯한 지역주민 지원사업을 실시하여 왔다.
백두대간과는 달리 정맥은 법적 지위를 받지 못하였지만 남과 북을 잇는 한북정맥, 지역의 낙동정맥(매봉산-몰운대)을 비롯하여 9개가 있다. 무엇보다도 도시에 인접하여 존재하는 정맥의 산줄기는 찬 공기를 발생시켜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도시열섬 현상을 완화한다는 연구보고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정맥을 백두대간보호법의 체계 내로 들어가는 입법예고가 진행되고 있다. 정맥은 도시에 인접한 산줄기로서 개발압력을 받고 있고, 이미 훼손된 산줄기에 대한 복구나 복원대책이 필요하다. 국유림 위주의 보호지역 지정 확대와 더불어 산림 경관축과 생태축 연결하는 산줄기를 생태계 서비스 전달 통로를 만든다면 한반도를 연결하는 생물들의 이동통로는 물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이다.
아울러 생물권보전지역이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뿐만 아니라 남과 북으로 연결된 백두대간과 정맥의 산줄기에 대한 생태자원 공동조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부산일보
국내 첫 ‘혼합형 국립공원’ 추진, 부산 지자체들 ‘손사래’
정부와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부산형 국립공원(가칭)’에 일선 기초자치단체가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금정산 전경. 부산일보DB
정부와 부산시가 국내 최초로 추진 중인 ‘부산형 국립공원(가칭)’에 일선 기초자치단체가 너도나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 중인 국립공원공단은 최근 금정산과 백양산, 낙동강하구, 오륙도·이기대 등 해안을 포함한 ‘금정산 등 국립공원’의 밑그림을 내놨다. 초안에는 중·서·동·수영·기장 5개 기초지자체를 제외한 부산 11개 구와 양산시가 포함됐다.
부산형 국립공원’ 11개 구 포함
11개 중 8개 지자체 ‘제척’ 요구
“주민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 심각”
市 “국립공원 이점 잘 설명할 것
부산시는 올 9월 면적에 포함된 11개 구에 초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나, 11개 구 중 영도구를 제외한 8개 구가 ‘제척’을 요구했다. 국립공원 밑그림에서 제외해 달라는 이야기다. 이 중 해운대·강서·부산진·사상구는 초안에 잡힌 면적 전체를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남구와 사하구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제척을 요구한 지자체는 무엇보다 사유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미 각종 규제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를 제시하거나, 지자체 별도의 계획이 이미 수립돼 있다며 제척을 요구한 지자체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국립공원에 포함되면 운동기구 하나 설치하는 것도 구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게 된다”라며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당초 부산시와 환경부는 금정산 일대만 국립공원으로 추진하려 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정산이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면적이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립공원 지정 대상지를 넓히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타당성 용역을 시작한 환경부는 금정산뿐 아니라 백양산, 낙동강하구, 송도반도, 태종대·오륙도, 장산 등을 포함하는 159㎢ 면적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산·강·바다를 포함한 혼합형 국립공원이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부산시와 환경부의 의욕과 달리, 기초지자체가 대부분 국립공원 추진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부산시는 다음 달 중으로 각 지자체 담당자들을 만나 중재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공단도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각 지자체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국립공원 추진 단계 때는 이해 당사자들 대부분이 반대를 한다. 특히 국립공원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국립공원의 이점 등을 만나서 설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부산시와 지자체 간의 불협화음에 전문가들은 국립공원에 대한 오해를 줄여 나가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부산대 조경학과 최송현 교수는 “국립공원이 무조건 규제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규제도 많이 줄어들었고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또, 부산에 국립공원이라는 브랜드가 생기면 일자리 창출과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뒤따른다”면서 “부산의 첫 국립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통을 통해 의견 차를 줄여 나가는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돌고돌아 다시 힘받는 가덕도신공항…넘어야 할 산도 많아
김해공항 주변 산 절취에 발목잡힌 김해신공항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 결론내려진 김해신공항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부산에서는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이 되려면 대구·경북권의 반발과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2022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비판을 극복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김해신공항 부적합 결론 왜?
지난해 12월 출범한 검증위원회가 국토교통부의 김해공항 신공항안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지난 9월 검증위원회 안전분과 위원들이 김해신공항 활주로를 드나드는 비행기의 주변 산들과 충돌 위험성을 제기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국토교통부가 산을 깎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법제처는 안전조치인 만큼 ‘산을 깎지 않으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김해신공항은 갈림길에 섰다. 김해신공항을 반대하는 부산시와 경남도가 산들의 절취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해공항의 확장성 문제도 논란이 됐다. 검증위원회는 김해신공항이 동북아 여객·물류 중심지(허브)인 관문공항의 기능은 할 수 있지만 주변에 자투리 공간이 없어서 앞으로 항공 수요가 늘었을 때 필요한 활주로와 청사의 추가 건립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주변 마을들 때문에 밤 11시~새벽 6시 사이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거론됐다.
가덕도신공항 가능할까?
김해신공항이 무산되는 분위기 속에 부산시 등은 가덕도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분위기다. 부산시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가덕도신공항은 바다 일부를 매립해야 하지만 주변 소규모 마을주민들을 이주시키면 돼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지역 정치권도 호응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가덕도 신공항의 용역비 20억원을 반영했고, 여당과 달리 가덕도 신공항에 소극적이던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15명 모두가 가덕도신공항 지지에 나섰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자시의 페이스북에 “현재로써는 가덕도가 최선의 대안”이라며 찬성 뜻을 밝혔다.
애초 2026년 개항 예정이던 영남권 신공항 개항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부산시는 국책사업으로 유치전에 나선 2030년 부산 세계등록엑스포 개막일 전에 개항이 가능하다고 본다. 박동석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장은 “사전 타당성 검토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반영한 용역비 20억원을 이용하면 1년 이내 가능하다. 예비타당성조사는 국가재정법 38조에 따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면제하면 2024년 착공에 들어가 2029년까지 완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또 활주로를 2본에서 1본으로 줄이고, 활주로 방향을 틀어 해안매립 비율을 75%에서 43%로 축소하며 애초 예상됐던 10조원이 아닌 김해신공항과 비슷한 7조원가량이면 건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2016년 6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김해신공항 계획도. 브이자 모양의 왼쪽 활주로가 신공항이다. 부산시 제공
넘어야 할 산 많아
가덕도신공항이 공식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은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의식해 정부·여당이 주요 정책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큰 부담이다. 부산시는 “검증위원 21명은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이 기피신청을 통해 선임했고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이라며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은 공정한 결과라고 항변했지만, 과거 이 문제를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만큼 이날 발표를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도대체, 그리고 누구를 위한 신공항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과거 기준으로 신공항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 과연 새로운 신공항이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서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김해공항의 이용률이 58%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 정치논리로 인해 국책사업이 백지화된다면 국책사업의 연속성에 어느 국민이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구·경북권의 반발도 변수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지역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지방의 균형있는 발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를 철회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광수 최상원 기자 kskim@hani.co.kr
문 대통령님, 이러다간 MB처럼 욕먹습니다
산 깎지 않고 태양광 패널 설치하는 법
▲ 산지 경사면에 설치한 태양광, 위태롭다. ⓒ 최병성
태양광 패널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경사진 산에 무리하게 태양광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위태롭고 미관에도 좋지 않은 산지 태양광 패널을 요즘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산지 태양광 시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수십 년 자란 나무들을 베고 급경사지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은 종종 산사태의 주범이 된다. 기후 위기 시대에 산림을 보호하려고 전 세계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산림을 파괴하는 태양광 패널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 없다.
▲ 급경사 산지에 태양광이 설치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가 아니라 산사태를 초래하는 재난에 불과하다. ⓒ 최병성
산림을 파괴하지 않고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우리 주변의 도로와 고속도로변에 세워진 방음벽을 태양광으로 대체하면 된다.
▲ 산을 파괴하지 않고도 고속도로변 방음벽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 최병성
대한민국은 도로가 많은 나라다. 환경부의 '통계로 본 국토, 자연 환경'에 따르면 2013년 전국의 도로 총 길이는 10만 6232km로 1970년 4만 244km보다 무려 164%나 증가했다. 도로는 고속국도, 일반국도,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시·군도 등으로 구분되는데 고속국도는 1970년 대비 약 634%나 증가했다. 2020년 현재도 전국 곳곳에 건설 중인 고속국도가 많다.
고속국도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다. 방음벽은 주변 주민들에게 차량 소음과 먼지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방음벽을 태양광으로 이용하면 방음 효과뿐 아니라 전기도 생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속도로변엔 태양 빛을 받기에 좋은 기울기로 만들어진 사면들도 넘쳐난다. 도로의 직선화를 위해 산지를 깎아 고속도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햇빛이 잘 드는 도로변 경사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자.
▲ 태양광 설치하기 딱좋은 기울기인 도로변 사면을 그냥 놀리고 있다. ⓒ 최병성
환경부의 '통계로 본 국토, 자연 환경'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고속국도 길이는 3778km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9번째로 길다. 고속국도 길이가 가장 긴 국가는 미국(7만 5479km)으로 우리나라의 20배에 불과하다. 국토면적 1만km²당 고속국도 길이를 고속국도 밀도(density)라 하는데, 한국의 고속국도 밀도는 378km/10,000km²로 OECD 평균(55km/10,000km²)의 무려 7배에 이른다. 특히 대한민국은 일본 국토 면적의 1/3에 불과하면서 일본 고속국도 밀도보다 2배나 더 높다. 국토가 작은 대한민국에 고속국도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
고속국도, 일반국도,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시·군도 등 전체 도로 길이 대비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이 시·군도다. 전체 도로 길이의 약 47%를 차지한다. 이는 도로가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의미한다. 도로변 아파트 건설이 늘어나며 방음벽 설치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태양광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많은 방음벽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도로가 건설 중이다.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토건업자의 돈벌이를 위해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차량 없는 텅 빈 도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 도로가 넘친다.
한국은 이 많은 도로변 방음벽을 그냥 놀리며 기후 위기와 산사태를 부르는 산지 태양광을 설치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다
산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 가까이에 많은데도 왜 방음벽을 태양광 시설로 이용하지 않는 것일까? 아직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방음벽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있다. 설치만 하면 된다. 이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 부족 문제다. 태양광 개발업자들의 돈벌이를 위해 국토가 망가지도록 방치해 온 정부의 변질된 태양광 정책이 문제다.
외국은 이미 고속도로변 방음벽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곳이 많다. 프랑스와 중국에선 방음벽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바닥 태양광도 개발해 설치 중이다. 아래 사진은 이탈리아 이세라(Isera)의 브레너 고속도로(Brenner motorway)다. 햇살 바른 도로변에 태양광 패널로 방음벽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 이탈리아 고속도로 방음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 www.autobrennero.it
네덜란드 역시 다양한 종류의 도로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도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며 효율적인 국토 운영을 하고 있다.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전문 기업 김철호 BiPVKorea 대표는 고속도로 방음벽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은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면서 이미 많은 나라에서 설치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네덜란드의 태양광 방음벽 시공 사진을 제시했다.
▲ 네덜란드 고속도로변에 방음벽을 대신한 태양광 발전 시설. 우리나라도 정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 BiPVKorea
물론 우리에게도 이런 시설이 있기는 하다. 서울의 올림픽대로 성산대교 남단 방음벽에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다. 벌써 4년 전인 지난 2016년 높이 4m 방음벽 상단에 태양광 패널 54장을 설치했다. 그것도 양면형 태양광 패널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데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산림을 파괴하면서 태양광 패널을 짓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설치하기 딱 좋은 곳 방음터널
방음벽보다 태양광을 설치하기에 더 좋은 곳이 있다. 방음 터널이다. 도로변 아파트 단지의 소음 방지를 위해 설치된 방음 터널이 있다. 수직 벽으로 세워진 방음벽에 비해 지붕 형태로 만들어진 방음터널은 종일 태양 빛을 받는다. 전기 생산 효율도, 설치 면적도 방음벽보다 더 좋다.
태양 빛도 더 받고, 태양광 설치도 쉬운 방음터널이 우리 주변에 많다. 방음터널 역시 방음벽과 함께 그냥 놀리고 있다. 방음터널 태양광 기술 역시 이미 우리에게 있다. 영동고속도로 방음터널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이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 방음터널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데도 산과 바다를 훼손하는 환경 파괴적인 태양광만 설치하고 있다. ⓒ 최병성
▲ 이미 영동고속도로 방음터널에 태양광이 설치돼있다. 이곳은 대한민국 고속도로다. ⓒ 최병성
산을 깎아 설치하는 태양광은 결코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다. 가짜 친환경 에너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환경을 파괴하는 반환경 에너지다. 산과 바다를 훼손하지 않고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도로 방음벽과 방음터널에 설치한 태양광. 바로 이것이 진짜 친환경 에너지다.
설치할 장소가 없어서도 아니다. 기술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정부의 정책 결여와 의지 부족의 문제다. 지금처럼 산을 깎고 설치하는 산지 태양광은 자연을 훼손하는 범죄다. 산림을 보존해야 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산지 태양광은 더더욱 큰 범죄다.
문재인 정부 그린뉴딜,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태양광 시설로 인한 산사태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설치 허가 기준을 박근혜 정부의 경사도 25도에서 15도로 강화했다. 그렇다고 산지 태양광으로 인한 산림 훼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 추세대로 가면 그린 뉴딜을 외치며 태양광 친환경 에너지의 비중을 늘린다며 산지 파괴를 부추긴 문재인 정부 역시 자연을 파괴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소중한 산림을 훼손하는 산지 태양광은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가짜 친환경에너지다. ⓒ 최병성
산림을 파괴하며 설치되는 태양광 에너지는 결코 그린 뉴딜이 될 수 없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생명의 숲을 파괴하며 기후 위기를 부채질하는 범죄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총사업비 32조 5000억 원(국비 19조 6000억 원), 2025년까지 총사업비 73조 4000억 원(국비 42조 7000억 원)가 투자되는 그린뉴딜 추진을 계획했다. 이 중 그린 에너지 관련 국비는 2022년까지 3조 6000억 원, 2025년까지 9조 2000억 원으로 전체 그린뉴딜 국비 중 약 20%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덕에 태양광은 2020년 현재 누적 설치량 12.7GW에서 2022년엔 26GW, 2025년 42GW로 연평균 6GW 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태양광 시설로 누더기가 될 국토는 어찌할 것인가?
산림을 파괴하고, 지역 문화와 공동체를 파괴하는 반환경적인 태양광에 대한 사고전환이 없으면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로 인한 태양광 발전의 증가는 결국 4대강사업처럼 국토 파괴 범죄로 전락할 것이다. 태양광이라고 무조건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사고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작은 국토에 도로가 넘치는 대한민국이다. 이제 정부와 국민과 사업자가 함께 효율적인 국토 이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로변과 철도와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하고도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그때 산지 태양광을 고민하자. 도로를 이용한 태양광이 미래를 위한 진짜 그린뉴딜이다.
문재인 정부 그린뉴딜의 사고 전환을 촉구한다.
[최병성 리포트]/ 오마이뉴스
"가덕도 강행시 가만 안 있어" 화난 TK... 주호영 "감사원 감사 요청"
김해신공항 검증위 발표에 국민의힘 대구경북 거센 반발... PK 쪽 분위기와 대비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 계획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백지화한 가운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을 확정한 대구경북(TK)에서는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은 가덕신공항 유치를 기대하며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에, TK 정치인들은 불만 기류가 강하다. 2022년 대선 전초전이나 다름없는 내년 부산시장 보선을 고려하면 가덕 신공항 건설을 지지하는 게 맞지만,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TK의 개발 의제가 상대적으로 소외될 경우 지역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월성1호기 폐쇄와 똑같은 불법과 실수를 하고 있다"며 "국책사업이 결정됐는데 이런 식으로 취소하는 것 자체가 부산시장 선거를 노린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주 대표는 "검증위의 발표에 대해 감사원에 다시 감사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부울경 출신 의원들과 의견이 맞지는 않지만 절차가 잘못됐다는 데는 다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상도 의원(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은 "안전, 소음, 시설운용·수요, 환경 등 4개 분야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가덕도로 옮길만한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며 검증위 발표에 의문을 표했다.
곽 의원은 "지자체간 장애물제한표면 높이를 협의하라고 되어 있는데 산 높이를 얼마나 깎을지 협의하면 되는 것"이라며 "규정 개정도 맞추면 되는 것 아니냐. 부산 쪽 의원들과 우리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오후에 모여 의견을 물어볼 것"이라고 전했다.
권영진·이철우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대로 추진하라"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이날 오후 공동발표문을 통해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은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중요한 국가 정책사업"이라며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부·울·경의 억지 요구로 김해신공항 검증을 시작하면서 총리실에서는 '정치적 판단을 일체 배제하고 오로지 기술적 부분만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이번 검증결과에서 제기된 것처럼 기술적인 부분 등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해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오로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이며 국민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10만 대구·경북민은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절차에 대해서는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역시 이날 성명서를 통해 "검증위의 결과 발표는 '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주장이 현실화하는 출발이 아닌가 생각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추진단은 "김해신공항은 영남권 5개 시·도 합의에 따라 용역 검증을 통해 결정한 국책사업"이라며 "이러한 국책사업을 일부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란 말인가"라고 분노했다. 시민추진단은 "부·울·경의 가덕도 건설 음모 강행 시에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좌시하지 않고 막을 것을 천명한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나라의 백년대계인 공항정책을 흔들거나 바꾸지 말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조정훈(tghome)/ 오마이뉴스
[미세먼지]② 쪽빛에서 잿빛으로…우리 하늘은 왜 바뀌었을까?
또 선거에 휘둘린 대형국책사업…정치권이 TK-PK 갈등 '부채질'
검증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사실상 백지화 결론
부산시장 보궐 앞두고 "가덕도 밀어주기" 비난 여론도
지역 정·재계 "경북대구통합신공항 찬물"…철회 촉구
ADPI(파리공항공사)의 지난 2016년 6월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연구 용역 결과 보고서.
우려가 현실화 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 발표와 관련해 “후속 조치에 대한 계획을 면밀히 마련해 동남권신공항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검증위로부터 검증 결과 보고서를 전달받은 뒤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관계 부처에 이같이 지시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검증위가 이날 김해신공항안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백지화라 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린 만큼 국토부는 앞으로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해신공항 건설안을 번복, 폐기하는 대신 10조7500억 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국책사업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마음대로 추진하려 한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공항관계자들은 현재 가덕도신공항 건설 비용은 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4년을 끌어온 김해 신공항 국책사업을, 아무런 동의절차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번복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ADPI(파리 공항 공사)라는 세계 최고의 공항 전문기관이 지난 2016년 6월 용역 결과를 발표했을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크게 변한 게 없는 데다 국무총리실이 검증 자체를 왜 해야 했는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ADPI가 김해 공항과 밀양, 가덕도 신공항 등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짚어보자.
용역 최종보고서에는 김해공항, 밀양 신공항활주로 1개 때와 활주로 2개,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1개 건설과 2개 건설할 때를 가정해 총 5가지로 분류했다. 평가는 운영적 측면, 접근성, 사회경제적 측면, 비용 이행 가능성 등 4개 항목을 했다.
그 결과(1000점 기준), 김해 신공항은 운영 면에서 805점, 접근성 816점, 사회경제적 영향과 생태 783점, 비용과 이행 가능성 820점이었다.
밀양 신공항은 활주로 1개 건설 시 운영 686점, 접근성 743점, 사회 경제적 영향과 생태 713점, 비용 이행 가능성 731점이었으며, 활주로 2개 건설 시 운영 687점, 접근성 705점,사회 경제적 영향과 생태 650점, 비용과 이행 가능성 671점이었다.
가덕도는 활주로 1개 건설 시 운영 619점, 접근성 606점,사회 경제적 영향과 생태 649점, 비용 이행 가능성 579점이었으며, 활주로 2개 건설 시 운영 574점, 접근성 550점,사회 경제적 영향과 생태 616점, 비용과 이행 가능성 489점이었다.
평가를 종합해 보면, 가덕도 신공항(활주로 1, 2개)은 모든 평가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김해 신공항이 모든 면에서 큰 점수 차지로 1위를 차지했으며, 밀양은 2위를 기록했다.
그러면 건설비용은 얼마나 투입될까.
4년 전 기준으로 김해신공항은 4조3929억 원, 밀양활주로 2개 6조1387억 원, 밀양 활주로 1개 4조7815억 원, 가덕도 활주로 2개 10조7578억 원, 가덕도 활주로 1개 7조 881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당시 ADPI는 전망했다.
가덕도에 활주로 1개 건설 시 1.8배, 2개 건설 때의 2.5배 예산이 김해 신공항을 건설보다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 넘게 국책사업으로 추진되어온 김해 신공항 확장안이 백지화된 것에 대해 대구 경북의 경제인들도 분노와 함께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당초 대구·경북의 발전을 한걸음 양보하고 밀양을 후보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정부가 결정했던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정부 스스로 뒤집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지역경제계는 “특히 일부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주장은 더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국가발전을 위한 사업에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경제인들은 이 같은 여파로 대구 경북통합신공항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자칫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경제인들은 “대구 경북의 발전을 위해 신공항을 염원하는 뜻을 모아 통합신공항의 입지를 선정하고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 대구 경북민에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대구 경북의 경제인들은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를 철회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경북일보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김해신공항, 안전·수요·환경·소음 모든 항목서 ‘중대 결함’
검증위 4개 분야 검증 결과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 결과를 발표한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 비행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에 대해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며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안)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판정했다. 다소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김해신공항 ‘폐기 선고’를 내린 것이다. 이날 검증위가 총리실에 제출한 검증보고서를 보면 검증을 진행한 4개 분과(안전·수요·환경·소음) 모두에서 기본계획의 ‘중대한’ 결함이 드러났다.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굉장히 광범위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활주로 3㎞로 ‘안전 미확보’ 문제
에코델타 건축물과 충돌 우려도
제한구역 탓 활주로 확장 힘들어
소음피해 가구 재산정 필요
환경부문 자료 없어 검증도 못 해
■안전 미확보 가장 심각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승객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확보였다. 검증위는 기본계획에 따른 신설활주로 계기접근절차(14방향)가 완전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검증위는 국토부가 활주로의 길이를 3.2㎞로 비행절차를 수립했는데 실제 설계에서는 3㎞로 확인됐다며 활주로 길이가 줄어들 때 오버런(활주로초과) 등 비행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기본계획을 설계했다고 평가했다. 항공기 충돌 우려가 제기된 에코델타시티(EDC) 건축물 높이 조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신설활주로를 이용하는 항공기의 조류충돌 가능성과 방지대책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명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예정지역이 낙동강 하구 삼각주에 위치해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는 지역이라 조류 충돌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류 퇴치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특히 검증위는 국토부가 경운산, 오봉산, 임호산 등 산악을 방치하는 것을 전제로 기본계획을 만들었는데 이 자체가 공항시설법 위반이라고 봤다. 이는 법제처 유권해석을 통해 확인됐다. 결국 검증위는 “비행절차가 완전하게 수립되지 않았다”며 “비행절차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에 따라 비행을 하면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추가 비용에 확장성 한계까지
시설운영·수요 분과에서는 서편 유도로(항공기 지상 이동로) 건립 문제가 불거졌다. 검증위는 서편 유도로를 건립하지 않으면 국제선 계류장에서 기존 활주로까지 장거리 이동이 발생해 효율적 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검증위는 개항 이전에 서편 유도로를 건설해 항공기 횡단에 따른 공항 용량 저하 가능성을 사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서편 유도로를 만들려면 부지 매입비용 등에 최소 4000억 원에서 6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기본계획의 비용 추계가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활주로 용량도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의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남북 지역 모두 제한구역이라 확장성이 없다고 봤다. 국토부가 KDI에서 사용한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과 인구를 활용해 공항 수요를 예측했는데 이 역시 문제 삼았다. 해당 지표를 적용할 경우 미래 항공수요 증가율이 장기적으로 낮아진다는 왜곡된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검증위는 1인당 GRDP를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주 3회 미만 노선의 수요를 제외한 점도 실질적인 데이터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음 피해 확대 불 보듯
소음피해 지역도 기본계획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봤다. 신설활주로가 생기면 현재 군 항공기 비행경로가 수정되는데 이럴 경우 소음영향 범위가 당초 국토부가 설정한 범위보다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야운항 한계도 지적됐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을 지으면 심야운항이 증가하고 소음저감 대책지역과 소음보상비용 증가 등 공항 운영상 장기적인 비용 증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소음피해 범위 산정에서도 피해가구 수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환경 부문은 아예 검증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조사 범위, 조사 횟수, 조사 인원 등 검증을 위한 충분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증위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의 기본계획이 환경적인 고려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①국토부 비협조 ②TK 딴지 ③수도권 논리…세 장벽 넘어야
김해신공항안 백지화- 가덕신공항의 장애물
# 관료조직 저항 예고
- 정치권 일부 절차 생략 주장에
- 김현미 장관 “공무원은 못 한다”
- 당장 내달 나올 공항개발계획
- 가덕신공항 명시돼야 차질 없어
# 대구시 즉각 반발
- “김해신공항안 변경하려면
- 영남권 5개시도 재논의 필요”
- TK통합신공항 이미 확정돼
- 사실상 부울경 발목잡기 불과
# ‘우리 편’ 만들기 시급
- 항공수요·산업물류 측면 강조
- 타 지역 의원·중앙언론 설득을
김해신공항이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지만 부산 울산 경남(PK) 시도민이 원하는 가덕신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비협조 ▷대구·경북의 반발 ▷수도권 중심 세력 등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울경 시도민이 결속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정부도 가덕신공항 건설은 지역이 아닌 국가의 미래 비전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국토부 비협조
우선 김해신공항 결정을 주도했던 주무부처 국토교통부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5년 단위로 다음 달 수립되는 ‘제6차 공항개발계획’에 가덕신공항 건설 계획을 명시하는 것이 첫 과제다. 공항개발계획에 포함되지 못하면 가덕신공항 건설 계획은 수년간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총리실 검증 결과)부적정 결론이 나오면 수요조사부터 원점 검토해야 하는데, 대상 지역을 열어놓고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일부 절차를 생략하고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문에 “공무원들은 못 한다”며 관료조직의 강력한 저항을 예고하기도 했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문제가 있다고 뒤집을 경우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는 것도 국토부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신공항 핵심 정책라인에 대한 거취 압박도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2016년 김해신공항 결정 자체가 안전성과 미래 확장성 등을 담보하지 못한 단견이었음이 17일 검증 발표로 드러난 만큼, 국토부도 이를 수용하고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경북의 반발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영남지역 5개시도 합의를 근거로 TK가 조직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 검증 발표 후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해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영남권 5개 시도민들의 의사를 다시 모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대구·경북의 부울경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커진다. 민주당 원내선임부대표를 맡고 있는 전재수 의원은 17일 “PK가 권영진 대구시장의 곁꾼입니까. 밑일꾼입니까”라며 “가덕 신공항은 대구시장급 정도가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김해신공항이야말로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었고, TK 통합신공항이라는 새로운 상황 변화가 생긴 만큼 과거 5개시도 합의를 운운할 이유가 없다는 게 부울경의 입장이다.
■수도권 중심시각, 타 지역 비협조
가덕 신공항 신속 처리를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키려면 타 지역 여야 의원들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수도권 중심 논리에 갇힌 중앙 언론과 수도권 출신 또는 타 지역 의원들, 동남권 신공항을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며 ‘고추 말리는’ 지방공항의 하나쯤으로 오인하는 수도권 일부 여론도 넘어야 할 과제다.
김해공항은 인천 제주 김포공항과 함께 전국 4대 흑자공항으로 연 당기순이익이 1000억 원을 넘는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김해공항 이용객은 1693만1023명으로 5년 평균 10.3%의 증가율을 보여왔다. 동남권 신공항도 안전 문제와 함께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특히 항공수요뿐 아니라 산업물류 측면에서도 제대로 된 동남권 관문공항 설립이 대한민국 전체에도 득이 된다는 점 등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제신문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부산시장 보선 앞두고 뒤집힌 신공항...언론 “나쁜 선례 될 것”
"김해신공항 근본적인 검토 필요" 결론 낸 총리실 검증위
조간, 가덕도 밀어붙이는 여권에 "공정하게 새부지 정해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동남권 신공항 추진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18일 조간은 정부와 정치권이 정치 논리에 국책사업을 4년만에 또 뒤집었다고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해신공항 검증위는 17일 김해신공항 추진을 원점으로 돌리면서 “안정성‧경제성 등에서 결정적 하자는 당장 없지만, 미래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낸 동남권 신공항은 정권마다 부침을 겪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 좌초된 것이다.
<한국일보>는 18일자 1면 <또 뒤집었다…‘선거용 제물’된 신공항>에서 “검증위는 ‘공항 주변에 추가로 사용 가능한 부지가 없어 향후 활주로 추가 수요가 있어도 확장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나중에 공항 이용 수요가 늘 것’이라는 불투명한 전제에 기반한 결론”이라며 “무엇보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의 경제성이나 안전성 등 핵심 부문은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3면 <4년전 佛 실사단 “가덕도는 난센스, 정치적 고려 우선 말라”>에서 2016년에 동남권 신공한 사업 타당성 연구 용역 책임자를 맡았던 공항 설계 전문가 장 마리 슈발리에 씨의 입을 빌려 검증위의 결론을 비판했다.
슈발리에 씨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공항이든 30년 후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건 똑같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하고 나면 연간 이용객을 4000만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미래 수요가 걱정되면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바꿔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김해신공항 확장 공사에 착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에서 신공한 부지로 띄우고 있는 가덕도에 대해선 “만약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한다면 바다 위 태풍이 몰아치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 시 위험이 가중된다는 문제부터 부각될 것”이라며 “주변 바다 수심이 깊은 데다 가파른 산을 깎아야 하기 때문에 (같은 해수면 매립 방식인) 홍콩 첵랍콕공항을 건설했을 때보다 어려운 공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일보 11월 18일자 1면 기사
<중앙일보>는 6면 <김해보다 4조 더 드는데…두 번 낙제생 가덕도 삼수 티켓?>에서 가덕도가 이미 2011년 2016년 정부의 신공항 후보지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가덕도에 활주로를 2개 건설할 경우 투자 비용이 11조 5890억원으로 불어난다. 활주로 2개인 공항을 밀양에 짓는 것보다 5조원가량 더 든다”면서 “시장잠재력도 가장 낮다. 공항을 만들어도 찾는 사람이 적어 적자가 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다수 아침신문은 사설을 통해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렇게 정치 논리로 국책사업을 뒤집는다면 정책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쌓일 수 없다. 정권마다 다르게 나오는 검증 결과를 누가 믿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민주당의 이번 가덕도신공항 밀어붙이기는 아주 나쁜 선례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덕도는 2016년 평가 당시 바다 매립 등에 따른 비용 때문에 후보지 중 3위를 기록해 탈락한 바 있다. 그 사이에 조건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뒤 “사업 재추진시 5개 시도의 의견을 다시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감안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 공정하게 새 입지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민주당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여론서 우세한 국민의힘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고 정치권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세금이 대거 투입되는 국책사업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뒤바뀌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은 모든 국책사업에 정치논리로 개입하니 비극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PD저널 박수선 기자
|
불 붙은 ‘동남권 신공항’ 논란, 언론 ‘시선’ 엇갈렸다
대구경북 언론 가장 강력하게 반발, 국민의힘 비판까지
부산 언론 ‘수도권 언론’ 반박하며 가덕도 굳히기
경남 언론 ‘엇갈린 내부 반응’ 조명, 울산 언론은 주문이 엇갈려
“김해신공항 문제 없지만 안 된다... 황당한 결론”(조선일보)
“재검토만 14년째, ‘신공항’ 제물로 또 표심몰이”(경향신문)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의 18일 1면 기사 제목이다. 서울 소재 신문사들은 정부의 ‘김해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두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위한 포석이며, 이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온 정치적 판단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시 바다를 메워야 해 과도한 비용이 드는 등의 문제도 지적했다.
지역 언론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부산일보는 ‘수도권 중심’ 시각의 보도를 비판했다. TK(대구경북)지역 언론과 부산 지역 언론의 논조 차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부울경’에서도 ‘울산’과 ‘경남’ 언론은 ‘부산’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은 노무현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신공항이 추진됐고, 이후 최종 후보지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꼽혔다. 대구경북 지역에선 대구경북과 인접한 경남 밀양을 후보지로 요구했고 부산은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는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안을 내놓으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백지화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새다.
TK언론 강력 반발, 국민의힘 ‘비토’까지
이번 백지화 결정으로 대구경북 언론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세우면 김해공항 확장안 대신 대구경북 지역이 얻어낸 ‘대구경북 통합공항’에 직간접적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 언론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정치적 판단’을 비판했는데 보다 강경한 어조가 눈에 띈다.
▲ 18일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1면.
18일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1면 제목은 다음과 같다. “문 정부 부산시장 선거에 눈멀어 국책사업 뒤집기”(매일신문) “‘5개 시도 공동성명서는 잊었나’”(영남일보) “‘국민 약속 깔아뭉갠 정부 신뢰 못한다’”(대구일보) “대구공항 영남권신공항 모두 밀양 가자”(대구신문) “또 선거에 휘둘린 대형 국책사업 정치권이 TK-PK갈등 부채질”(경북일보) “대구경북 ‘대구신공항건설 원래대로 추진하라’”(경북신문) “‘정말 문제인 정부...원전 공항 할 것 없이 입맛대로’”(경북매일)
매일신문은 1면 기사를 통해 “사실상 김해공항 확장안을 내팽개쳤다”고 표현했다. 이어 매일신문은 사설에서 선거 때문에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김두관 의원의 발언에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정권의 포퓰리즘 행태 탓에 국가의 앞날이 암울해지고 국민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영남일보는 “정권연장 욕심이 초대형 국책사업을 통째 흔들었다” “부산 몽니에 들러리 신세” 등 제목의 기사를 썼다.
대구경북 언론은 정부 못지 않게 부산지역 민심을 신경써온 국민의힘에도 책임을 물었다. 매일신문은 1면 기사에서 “국민의힘도 동조하는 모양새여서 여야가 포퓰리즘에는 한통속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했다. 영남일보는 17일 사설에서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도 그동안 왜 대구경북(TK) 정치권은 적극 대응하지 못했는가. 그 이유는 알만하다. 여당과 야당 모두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중략) 공항 정책을 뒤집고 있기 때문”이라며 “TK정치권이 침묵하는 것은 지역의 이익보단 자신의 정치적 보신만 우선시하려는 비열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 국힘의힘을 비판한 17일 영남일보 사설.
부산 언론, “수도권 중심주의 언론” 비판
반면 부산지역 언론은 ‘가덕도 굳히기’ 프레임의 보도가 눈에 띈다. “동남권 재도약 가덕신공항이 답이다”(국제신문) “가덕신공항 가는길 17년만에 열렸다”(부산일보) 등 부산지역 신문사들은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하고 당위성을 부여했다. 부산일보는 “가덕신공항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동남권 메가시티 등 국가균형발전을 유도하고 나아가 현재 장기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를 성장시킬 핵심 기반시설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망했다
▲ 18일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1면.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에 ‘수도권 중심주의’라고 맞대응했다. ‘대구경북’의 반발 못지 않게 중앙일간지의 반발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국제신문은 18일 “선심성 정책? 서울 언론 안전 내팽개친 정치 잣대로 궤변” 기사를 내고 “수도권 언론을 중심으로 ‘정치적인 결정으로 국책사업을 뒤집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부산일보는 17일 “동남권 관문공항 훼방 놓는 수도권 중심주의 언론들” 기사를 냈다. 부산일보는 “정부부처 논리에 경도된 수도권 언론”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신문은 후보지가 아닌 ‘김해 신공항 확장안’ 채택이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고 김해신공항 확장안은 안전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과도하다고 보긴 힘들다. 다만, ‘수도권 언론’이 지역 공항보다 인천국제공항 이해관계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지난해 6월 핀란드-김해 직항 노선 도입 당시 조선일보와 부산일보의 보도.
지난해 6월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가 부산-헬싱키 노선 주 3회 신설을 결정하자 당시 조선일보는 “느닷없는 부산-헬싱키 노선…국내 항공사들 뿔났다”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인천공항에 집중하는 허브화 정책과 배치된다며 “영남권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6월14일 부산일보는 조선일보의 ‘국내 항공사들 뿔났다’ 제목을 본뜬 “부산-헬싱키 노선 ‘딴지’에 동남권 뿔났다”기사를 냈다. 부산일보는 “지역민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수도권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있을 뿐 아니라 장거리 노선의 독점을 원하는 인천공항과 국적 항공사의 이해관계만 반영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부산일보는 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사연을 전했다.
PK지역 언론이 모두 가덕도 신공항을 반기는 건 아니다. ‘경남’언론은 ‘부산’소재 언론보다 비교적 차분한 논조를 보였는데, 부산 가덕도 신공항 유치가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남매일의 “도민 ‘가덕도는 부산공항...안되면 밀양 사천에’” 기사가 이를 잘 드러낸다. 경남매일은 “김해공항 확장이 문제라면 밀양이나 사천에 공항이 건설돼야 한다는 것이 경남도민들의 주장”이라는 도내 반응을 전했다. 경남신문 역시 “경남 지역 내 엇갈리는 반응”을 주목했다.
▲ 도 내 엇갈린 반응을 전한 18일 경남매일과 경남신문
부산, 김해와 가까우면서 동시에 밀양과도 인접한 울산은 “시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냈다. 앞서 송철호 울산시장은 ‘부산’과 공조하면서도 이번에 백지화된 ‘김해 신공항’이 비교적 지리적으로 가까워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울산시의 모호한 입장에 울산 언론의 요구도 엇갈렸다. 경상일보는 18일 1면에 “김해신공항 백지화 울산 뒷짐만” 기사를 내고 “부산과 경남은 울산을 부울경은 하나라는 프레임에 집어넣고 마치 울산시가 김해신공항 폐지를 찬성하는 것처럼 여론전을 펼치면서 혼란을 주기도 했다”며 “일각에서는 밀양신공항을 수면 위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TK에 공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반면 울산매일은 18일 사설을 통해 “울산시가 이를 부인한다 해도 향후 대구·경북권과 입지 선정에 공조할 수 있을까”라며 “차라리 가덕도 신공항 입지를 찬성하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쪽이 더 나은 처신일 수도 있다”며 부산시 쪽에 무게를 실었다.
▲ 18일 경상일보 1면.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유난히 쪽빛으로 빛났던 올해 하늘, 그리고 다시 찾아온 잿빛 미세먼지. 지난 기사에 이어 올해 우리 하늘이 달라진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 올해 1~9월 초미세먼지 농도 지난해보다 25%↓…10월부터 ↑
먼저 올해와 지난해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를 월별로 비교해 봤습니다.
월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변화월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변화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전보다 눈에 띄게 낮았습니다. 이 기간 평균 농도는 18㎍/㎥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보다 25%나 낮았습니다. 올해가 유난히 공기가 깨끗했던 게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0월 들어 상황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지난달 전국 평균 농도는 17㎍/㎥로 지난해(15㎍/㎥)나 최근 3년 평균(16㎍/㎥)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 중국의 공장 가동이 국내 미세먼지를 좌우했을까
그렇다면 왜 올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았을까요. 자연스레 올해만 있었던 '특별한 사건'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코로나19입니다. 실제로 '코로나 효과로 멈췄던 중국 공장이 최근에 가동을 재개해서 우리 공기가 다시 나빠졌다'는 언론 보도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공장 가동과 국내 미세먼지 농도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먼저 중국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을 1년 전과 비교해봤습니다.
자료: 중국국가통계국
코로나 19로 봉쇄령이 내려지는 등 중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맞은 1분기(1~3월), 중국의 GDP는 전년 대비 6.9%나 하락했습니다.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1~3월 급감했던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3월부터 코로나 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2분기(4~6월)부터는 경제도 본격 회복, 성장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2분기 GDP는 전년 대비 3.2%, 3분기(7~9월)에는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장 가동률 역시 올해 1분기 67.3%까지 곤두박질쳤지만, 2분기에는 74.4%까지 회복했고, 3분기에는 76.7%를 기록해 이미 지난해 수준(76.4%)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니까 경제 지표로 봤을 때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의 공장 가동 감소 효과는 이르면 봄철, 늦어도 여름철에 이미 끝났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올 초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 데에는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 요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게 맞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3월 이후부터는 둘 간의 분명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실제 국립환경과학원 환경 위성센터에서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를 중국 전역에서 분석한 결과, 봉쇄령이 내려지는 등 중국 내 코로나 19가 창궐했던 2월 16일~24일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나 급감했지만, 2월 25일부터 3월 31일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3%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그러면, 국내 경기 위축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 줬을까?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코로나 19로 올해 산업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는데요. 국내 경기 위축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줬을까요?
먼저 국내 대형 공장에 부착된 TMS(굴뚝 원격감시시스템)를 통해 월별로 초미세먼지 배출 감축량을 살펴봤습니다. 계절 관리제가 시행된 1~3월에는 30% 안팎, 4월 이후에도 20%대의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TMS가 부착되지 않은 중소 공장의 경우에는 '전력 사용량'으로 가동률을 가늠해 볼 수 있는데, 2~7월 전력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장 가동뿐만 아니라 교통량도 줄었습니다. 2~7월 고속도로 교통량은 전년 대비 3.2~10.8%, 서울 시내에서는 0.7~9.6%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경제 지표로 본다면,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중국의 산업 활동 위축보다는 오히려 국내 산업 활동이 위축된 것과 더 비슷한 경향성을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올해 공기가 깨끗했던 '진짜' 원인은?
그렇다면 올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이유가 국내 산업 활동이 줄어든 것 때문일까요?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국내 배출량 감소가 미세먼지 농도를 극적으로 낮출 만큼 크게 줄지는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중국 영향도, 국내 영향도 아니라면 올해 공기가 깨끗했던 진짜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미세먼지 정보센터에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한 것에 대해 그 원인을 항목별로 조사해봤는데요. '기상 요인'이 44%를 차지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1월~9월 강수량이 1540.3mm로 최근 3년 평균(1008.8mm)보다 50% 이상 많았고, 강수일수도 91일로 3년 평균(77일)을 웃돌았습니다. 여기에 동풍 일수도 65일로 3년 평균(58일)보다 많았던 데다, 대기 확산도 원활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10월부터는 오히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원인 역시 기상 요인이 꼽힙니다. 10월 서울의 강수량이 30년 만에 0mm를 기록할 정도로 비가 적었던 데다, 최근 들어 대기가 정체하는 현상도 자주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좋았던 기상 조건이, 10월 들어 농도를 높이는 쪽으로 바뀐 겁니다.
여기에 기본적인 계절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겨울철에 가까워지며 대기가 안정되는 데다 난방 연료 사용도 많아지기 때문인데요. 겨울철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은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이나 미국 등 북반구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미세먼지는 '중국 탓' 아니면 '한국 탓'?…"복합적 원인"
이처럼 국내 미세먼지를 좌우하는 요인은 '중국 탓' 아니면 '국내 탓' 같이 단순화해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여러 물질이 복잡한 작용을 거쳐 2차 생성되는 물질임에 주목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일차적인 배출 물질로 한정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미세먼지는 중국 영향과 국내 영향, 그리고 기상 조건과 기후 변화 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악화된 기상 조건은 이번 겨울에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상 조건이 악화한다면, 국내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더 많이 줄여야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기상 조건과 중국 영향, 국내 영향 어느 것 하나 풀기 쉬운 것은 없습니다만, 풀 수 있는 것부터 풀려는 노력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정훈 기자 skyclear@kbs.co.kr
신이·부처손·빼빼목…“못먹는 농·임산물 온라인서 사지 마세요”
암 예방, 다이어트 효능 앞세워
안전 입증 안된 원료 온라인유통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신이(목련 꽃봉오리). 신이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용불가 원료지만, 18일 네이버쇼핑에서 ‘신이화’를 검색하면, 판매처 286곳 목록이 뜬다. 네이버쇼핑 제품 갈무리
신이·부처손·빼빼목 등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나 제품이 각종 질병에 효과가 있다며 온라인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18일 “온라인 쇼핑몰이나 블로그 등에서 식품에 쓸 수 없는 원료나 제품이 불법 유통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신이(목련 꽃봉오리), 부처손, 백굴채, 빼빼목, 인삼꽃, 시호 뿌리, 황백, 까마중(열매), 향부자 등 9종의 원료나 원료로 만든 제품 53개가 네이버 쇼핑과 블로그·밴드 등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53개 제품 중 제조·판매자가 국내에 있는 42개 제품은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고, 해외직구 4개 제품도 구입이 가능했다.
특히 이 가운데 2개 제품은 품목보고번호가 적혀있고, 온라인으로 조회(식품안전정보포털 ‘식품안전나라’)도 가능해 소비자가 안전한 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컸다. 현재 법적으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인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등재된 원료와 해당 원료의 명시된 부위에 한해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자료: 한국소비자원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는 53개 제품 중 14개 제품(26.4%)은 쇼핑몰·사회관계망서비스의 판매 페이지 또는 제품에 동봉된 설명서에 다이어트·항암효과 등의 효능을 표시·광고하고 있어 소비자가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업체에 판매 중지를 권고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관세청에는 식용불가 원료 및 관련 식품의 유통·통관 금지,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김제란 소비자원 안전감시국 식의약안전팀장은 “소비자에게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용이 불가한 신이, 부처손 등의 농·임산물 및 관련 식품을 구입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는 ‘식품안전나라 누리집(https://foodsafetykorea.go.kr)→전문정보→식품원료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바이칼물범은 동물플랑크톤을 하나씩 먹는다
매일 옆새우 4천여 마리 하나씩 잡아먹어…가장 맑은 호수서 물범 10만 마리 사는 비결
옆새우의 일종인 동물플랑크톤 ‘마크로헥토푸스 브라니키이’(오른쪽)가 바이칼물범의 주요 먹이로 밝혀졌다. 둘 다 이 호수의 고유종이다. 와타나베 유키 제공.
시베리아 중남부에 있는 바이칼 호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담수량도 많은 경상도만 한 민물 호수이다. 2500만년 전 형성된 이 호수는 2500종에 이르는 동물의 절반이 지구에서 이곳에만 살 정도로 생태계가 독특하다(▶물범은 돌아왔지만…깊어지는 바이칼 호의 고민).
바이칼물범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민물에 사는 물범으로 이 호수의 최상위 포식자이지만 무얼 잡아먹는지 등 생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까지 가장 유력한 설명은 이 호수에 가장 흔한 고유종 물고기인 골로먄카를 먹고 산다는 것이었다.
바이칼 호는 길이 636㎞, 너비 79㎞, 면적 3만㎢인 오랜 호수로 최고 수심은 1642m, 평균 수심 744m로 세계에서 담수 보유량이 가장 많은 호수이기도 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일본 연구자들이 물범에 가속도 측정계와 비디오카메라를 부착해 연구한 결과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의 주요 먹이가 동물플랑크톤이며 물범은 호수에 잠수해 이들을 한 마리씩 쉬지 않고 잡아먹는다. 또 동물플랑크톤을 걸러 먹기 편하도록 물범의 어금니가 톱니 형태로 적응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상위 포식자가 먹이그물의 밑바닥에 있는 동물플랑크톤을 직접 잡아먹는 일은 매우 드물다. 또 대왕고래가 한 번에 수백t의 물과 함께 크릴 떼를 흡입해 수염으로 걸러 먹지만 바이칼물범은 크릴보다 작은 동물플랑크톤을 한 마리씩 쉬지 않고 잡아먹는다.
와타나베 유키 일본 국립극지연구소 교수 등은 17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고대 호수에서 포유류와 단각류가 이루는 독특한 생태적 관계를 보여준다”며 “환경 여건과 포식자의 적응으로 빠른 속도로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다면 크릴보다 작은 생물도 수생 포유류의 중요한 먹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알려진 바이칼 호의 먹이그물. 물범의 주식이 골로먄카로 알려졌지만 옆새우류도 상당히 많이 사냥한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물범의 먹이로 밝혀진 동물플랑크톤은 옆새우와 유사한 단각류 절지동물로 길이 2.3㎝, 무게 0.1g이다. 이들은 큰 무리를 지어 낮에는 깊은 호수 바닥에 머물다 밤에 호수 표층으로 나오는데 물범은 이때를 노려 사냥에 나선다.
연구자들이 측정한 한 물범은 특히 놀라운 속도로 사냥해 390초 동안 잠수하면서 2.5초에 한 마리꼴로 모두 154마리의 옆새우를 포식했다. 평균적으로는 한 번 잠수에 57마리 하루 평균 4300마리를 포획했다.
이빨고래나 다른 물범 가운데 동물플랑크톤을 한 마리씩 잡아먹는 사례는 드문 이유는 포획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얻는 것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이칼 호의 물범은 왜 플랑크톤을 사냥하게 됐을까.
수십 미터 아래 호수 바닥까지 투명하게 보이는 바이칼 호는 유입되는 영양물질이 적어 대형 포식자를 많이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바이칼 호가 유입되는 영양물질이 극히 적어 극단적으로 맑은 빈영양호라는 데 주목했다. 빈영양호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최상위 포식자를 지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자들은 바이칼 호가 유입되는 영양물질이 극히 적어 극단적으로 맑은 빈영양호라는 데 주목했다. 빈영양호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최상위 포식자를 지탱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바이칼 호에는 최상위 포식자인 물범이 8만2500∼1만5000마리의 큰 무리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연구자들은 그 비결이 “바이칼물범은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물고기뿐 아니라 직접 11만t에 이르는 막대한 생물량을 보유한 동물플랑크톤을 직접 잡아먹음으로써 이런 한계를 극복한다”고 밝혔다.
바이칼물범은 다른 물범보다 작아 몸무게가 50㎏ 미만이다. 이는 호수의 빈영향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다. 와타나베 유키 제공.
플랑크톤부터 시작해 여러 단계의 물고기를 거쳐 최상위 포식자에 이르는 먹이그물의 경로를 단축해 에너지 전달 효율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바이칼물범이 다른 물범에 견줘 가장 덩치가 작은 것도 이런 빈영양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고 연구자들은 보았다.
물속에 잠수해 수많은 작은 먹이를 먹는 것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무엇보다 옆새우를 삼킬 때마다 물을 함께 삼키는 문제가 심각하다. 바이칼물범은 이 문제를 어금니 형태를 톱니 형태로 바꿔 해결했다. 물범은 먹이를 사냥한 뒤 어금니의 톱니 사이로 물을 빼낸 뒤 삼킨다.
바이칼물범의 어금니는 톱니처럼 변형돼 플랑크톤을 사냥한 뒤 입을 다문 채 물을 빼낼 수 있는 구조다. 일본 국립극지연구소 제공.
연구자들은 물범이 플랑크톤뿐 아니라 기회가 닿으면 물고기 사냥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낮 동안 물범은 수심 200m 가까이 잠수해 호수 바닥에 사는 물고기를 잡는다. 연구자들은 물범이 필요한 에너지의 약 20%를 플랑크톤에서 충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meny of Sciences, DOI: 10.1073/pnas.2014021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감사원의 원전 경제성 감사에 안전과 주민피해 비용은 없다
감사원조차 정치 대결에 휘둘려 수박 겉핥기식 검토
▲ 월성핵발전소. ⓒ함께사는길(이성수)
10월 20일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10월 국회는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의 타당성 및 이사회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한 바 있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찬핵인사들은 한수원이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를 하는 데 있어 의도적으로 저평가하거나 이를 낮추기 위한 조작과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논란만 부추긴 월성1호기 감사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통해, 그동안 가장 논란이 되었던 이용률(연간 발전가능량에 대비한 발전량 비율)을 일부러 낮게 설정했다는 점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월성1호기 이용률이 40%, 60%, 80%로 제시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립적 이용률로 제시된 60%는 적정한 추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 시 적용한 한수원 전망단가의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됨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해 경제성이 낮게 산정된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인건비와 수선비 등도 과다하게 반영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 결과 월성1호기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보았다. 감사원은 감사를 대비해 산업부 직원들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지시해 감사를 방해했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는 한마디로 월성1호기 폐쇄를 부당하다 할 내용이 없다고 요약된다. 감사원이 문제 삼은 경제성 평가 일부 내용 역시 감사원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 정확하게 입증된 문제도 아니다. 더구나 안전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손익평가를 넘어서지 못한 평가에 대한 평가만 했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크다. 감사원 스스로도 이번 감사가 안전성,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감사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월성1호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안전성 고려하면 폐쇄 이유 충분
애초에 한계가 많은 감사를 왜 이렇게 사회적 논란을 부추기며 진행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원전의 경제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안전성 자체를 고려하지 않은 것부터가 문제다. 설계 수명(30년)이 만료되어 수명연장까지 한 월성1호기는 최신 안전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등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압력관을 교체했지만, 노후화된 설비들은 가동 시 잦은 고장과 안전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월성1호기는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했다면 수명연장 자체가 불가능한 원전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성 미확보 논란 속에 2015년 2월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허가했지만, 2년 후 서울행정법원은 수명연장 허가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수명연장까지 하면서 최신 안전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과 같은 모델인 월성 2,3,4호기에도 적용한 안전설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재판부는 주요한 문제 중 하나로 보았다.
영구처분장도 없이 포화상태에 달한 핵폐기물 문제 역시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 반영하지 못한 문제도 있다. 월성1호기를 포함해 월성원전은 국내에서 유일한 중수로형 모델로 사용후핵연료가 다른 원전에 비해 4.5배나 많이 발생한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월성원전에는 49만3000여 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쌓여 있다. 현재 부지 내 보관시설의 포화도는 92.3%로 2년 이내에 추가적인 보관시설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가동을 정지시켜야 할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엉터리 공론화로 월성원전 안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7기를 증설하는 계획을 확정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경주와 울산 등 지역 주민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처분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비용도 제대로 산정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고 하지만 장부상의 비용이라는 점은 물론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사업의 불확실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비용증가는 불가피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시설 건설과 운영 등의 비용으로 약 64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을 마련해 운영 중인 나라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볼 때 현실 가능하지 않은 계산서로 보인다.
월성핵발전소는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도 훨씬 더 많이 액체와 기체로 방출한다. 때문에 월성핵발전소 앞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몸속에서 항시적으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갑상선암 등 피해를 호소하며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2014년부터 6년이 넘게 이주를 요구하는 농성을 하고 있지만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 그나마 월성1호기가 작년 12월 영구정지되면서 주민들의 삼중수소 검출량이 조금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방사능과 사고 위험에 항시 노출된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감사원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서 원전 안전과 핵폐기물, 주민피해 등과 관련한 비용 문제는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다. 제대로 된 경제성 평가라고 할 수 없는 한수원의 용역보고서를 감사원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검토만 한 셈이다. 원전은 안전하고, 사고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으며, 핵폐기물은 모르겠다는 생각과 태도로 원전의 경제성을 평가할 수 없다.
기후위기 취약한 원전 안전부터 확인해야
월성1호기 폐쇄 과정에서 불거진 경제성 평가 논란 속에 정작 중요한 안전 문제는 관심 영역 밖이다. 지난 9월 태풍에 일제히 멈춰선 고리와 월성 원전 문제만 봐도 그렇다. 총 8기가 가동이 정지되고, 소외전원상실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원인 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실한 대책만 제시된 채 재가동이 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사건이 태풍으로 인해 바닷가에 위치한 원전에 소금기가 있는 바람이 불어와 전력계통설비들에 쌓이면서 섬락과 지락을 일으켜 전원공급이 끊기고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었다고 설명했다. 태풍에 날아온 소금바람에도 전원상실을 막지 못한 대비책을 갖고 있었다는 점은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기후위기 시대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에 원전이 얼마나 취약한 발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더구나 한 부지에 6~8개 호기씩 밀집해서 원전을 운영하는 우리 현실이 동시다발로 피해를 더 키울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번에는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어 원자로의 냉각 기능이 유지됐다고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난과 기상이변의 빈번한 발생은 원전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대처도 문제다.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이번 태풍 상륙 전에 대비태세 점검회의를 주최하고 비상근무체계까지 가동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예측하지도 막지도 못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안전을 강화하겠다며 40개 항목의 후속대책을 마련해 1조 원을 투입해 조치를 취했다고 자랑해왔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조치들은 염분에 의한 사고조차 막지 못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원안위원장에게 예산집행 내역과 보고서를 요구했지만, 한수원의 영역이라 갖고 있지 않다는 무책임한 답변이 이어졌다.
이번 원전 집단 정지사고는 안전성 측면에서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원전을 여전히 주요한 전력공급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 전력공급체계에서 한꺼번에 대규모 전력공급원이 상실될 경우 지역 정전은 물론 대규모 블랙아웃까지 발생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원전의 다수호기가 불시에 정지할 경우에 대비해 전력공급망의 안정성에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는지 어떤 설명도 내놓고 있지 않다.
핵발전을 정치 볼모 삼는 현실이 위기
탈원전 정책이 정치 쟁점화 되면서 정작 중요한 안전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번 월성1호기 감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감사원조차 국회의 정치 대결에 휘둘려 안전 문제를 도외시했다. 미래를 읽지 못하는 보수정당들이 제기하고 있는 탈원전 반대 정치공세를 피하려다 안전마저 외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진작 폐쇄되었어야 할 월성1호기 논란 속에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는 결정을 내리겠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란을 벌이기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부터 막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으길 바란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국장 [함께 사는 길]
“누가 유기했나”…제주 애월서 아프리카뱀 볼파이톤 상자에 발견
제주에서 아프리카 열대 우림에 사는 뱀인 볼파이톤이 발견됐다. 상자에 넣은 채로 발견돼 누군가 집에서 키우다가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지난 16일 제주시 애월읍 수산저수지 인근에서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볼파이톤’을 구조해 보호하고 있다. 구조한 뱀 모습. 제주대 제공
.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지난 16일 제주시 애월읍 수산저수지 인근에서 ‘볼파이톤’을 구조해 보호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발견된 볼파이톤은 길이 70㎝, 둘레 10㎝ 크기로 아직 어린 개체였다. 갈색 바탕에 검은 무늬를 지녔다. 성체가 되면 1.5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상자에 넣은 채로 버려진 만큼 유기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볼파이톤은 주로 아프리카 열대성 우림에 서식한다. 국내에서는 공비단뱀이라고 한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어 거래하려면 야생동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양도 양수 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 파충류 애호가들이 집에서 키우기를 선호하는 파충류 중 하나다. 독은 지니고 있지 않다.
앞서 2016년에도 제주시 도련동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볼파이톤이 출몰해 주민들이 놀라는 소동이 있었다.
윤영민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장은 “지역 내 동물 애호가들이 입양했다가 유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동물보호법이 엄연히 시행되고 있으나 제정된 법조항이 선언적 내용에 그치고 있어 동물소유자의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 자격을 엄격히 하는 등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보안대책,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특히 “많은 종의 유기된 동물 중 일부라도 자연환경에 적응할 경우 제주 고유종에 피해와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도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한반도 주변 대기질이 한눈에…'천리안 2B호' 촬영영상 첫 공개
천리안2B호가 지난 9월 9일 촬영한 동아시아의 대기질 모습. 이산화질소 농도가 서울과 베이징 등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농도를 보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한국 기술로 만든 지구환경 관측위성인 ‘천리안위성 2B호’의 촬영 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 앞으로 10년간 운영될 천리안2B호를 통해 한반도 주변의 대기오염 발생과 국외 유입 상황 등을 정밀 관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 해양수산부는 천리안위성 2B호가 찍은 한반도 주변 아시아의 대기질 자료를 영상화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개발이 추진돼 올해 2월 19일 발사된 천리안위성 2B호는 3월 6일 목표 궤도에 진입한 뒤 현재 시험 운행을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천리안위성 2B호의 촬영 범위는 남북 방향으로는 인도네시아와 몽골, 동서 방향으로는 인도와 일본에 이르는 아시아 20여개 국가를 포함한다. 촬영 지역 내에서 각종 카메라와 감지기로 이산화질소, 아황산가스, 오존 등의 분포 현황을 잡아내고 이에 따른 미세먼지 추정 농도를 시간대별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9일 관측자료를 보면 서울과 평양, 베이징, 오사카 등 차량 이동이 많은 동북아시아 대도시와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이산화질소가 고농도로 나타난다. 지난 8월 일본 니시노시마 화산 폭발로 인한 아황산가스 이동, 지난달 중국에서 발원한 고농도 미세먼지의 한반도 이동 같은 영상도 천리안2B호에 고스란히 촬영됐다.
지난 8월 6일 천리안위성 2B호가 촬영한 동아시아 일대의 오존 농도. 일본과 중국 만주 지방에서 고농도의 오존이 발생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천리안위성 2B호의 가장 큰 장점은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3만6000㎞ 고도의 정지궤도 위성이라는 점이다. 위성을 하늘에 못박아 놓은 듯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한반도를 중심으로 카메라와 센서를 동원해 자주 촬영을 할 수 있다. 정부는 독도와 한반도, 중국 동부가 최대한 많이 보이도록 관측 영역을 조정해 나가는 한편, 천리안위성 2B호가 관측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유발 물질 정보를 인도와 베트남 등 아시아 13개국과 공동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민주주의가 진정한 가치”…투표사기 논란 속 '승복의 미덕' 보여준 새들
세계에서 가장 큰 앵무새인 카카포. | 뉴질랜드 자연보호부
“투표 사기는 우리의 방식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공정성이 진정한 가치.” “결과에 승복하고 다음을 기약하겠다.”
뉴질랜드에서 해마다 열리는 ‘올해의 새’ 콘테스트에서 ‘투표 사기’가 발견됐다. 다행히 주최 측이 조치를 취했고 결과가 무사히 발표됐으며 패배한 쪽에서도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 스터프 등이 18일 보도했다.
환경단체 포레스트&버드 재단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몇 달에 걸친 이메일 투표를 집계해 매년 10월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엔 뉴질랜드 총선이 겹쳐 한 달 미뤄졌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콘테스트 초반에는 알바트로스의 한 종류인 토로아가 우세했다. 그러다가 멸종위기종인 카카포 앵무새가 대세를 이뤄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막바지에 키위 푸쿠푸쿠(작은점박이키위)가 갑자기 치고 올라왔다. 재단 측이 조사해보니 오클랜드에 IP를 둔 하나의 이메일 계정으로 키위에 1500표의 몰표가 쏟아졌던 것이다.
키위 푸쿠푸쿠. | 질란디아야생동물보호소
.
결과는 카카포의 승리였다. 지난 16일 발표된 최종 결과에서 진흙탕 싸움을 뚫고 카카포가 올해의 새 타이틀을 차지하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키위 캠프도 깔끔하게 인정했다. 키위 측은 “투표 사기는 키위의 방식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공정성과 평등과 정직함이 이 새의 가치”라고 밝혔다. 키위는 뉴질랜드의 상징새이기도 하다. 토로아 캠프는 트위터에 “결과에 승복하고 내년 대회를 준비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번 투표에 “러시아가 개입한 증거는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 콘테스트는 멸종위기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2005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이메일 투표이고 검증이 까다롭지 않다 보니 최근 불법 몰표가 등장했다. 라디오뉴질랜드에 따르면 2018년에는 흰얼굴왜가리를 지지하는 사람이 3000번이나 투표해 판을 흐렸다. 지난해에는 해외 투표가 많아지면서 “러시아가 이 투표에도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쏟아져, 재단이 계속 해명을 해야 했다. 올해에는 트위터와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로 행사 소식이 퍼지면서 예년보다 훨씬 많은 5만5000표가 쏟아져 들어왔고 그 가운데 투표 사기 논란까지 일어났다.
알바트로스의 일종인 토로아. | 뉴질랜드 자연보호부
.
1위를 차지한 카카포는 날지 못하는 새로, 세계의 앵무새들 가운데 가장 크다. 야행성이며 뚱보앵무새, 올빼미앵무라고도 불린다. 몸길이가 약 60cm에 몸무게가 4kg까지 나간다. 원래는 뉴질랜드 전역에 흔했던 새다. 날지 못할 만큼 뚱뚱해진 것도 천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식지가 파괴되고 인간이 가져온 곰팡이에 감염되면서 멸종 위기를 맞았다. 세계에서 오로지 뉴질랜드에만 살고 있는데, 당국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카카포는 210마리에 불과하다. 뉴질랜드 자연보호부는 한 마리 한 마리에 이름을 붙여 관리하며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카카포는 2008년 처음으로 ‘올해의 새’에 등극했고 이후에도 몇 차례 왕좌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1등은 발효된 과일을 좋아해서 ‘술취한 새’라고 불리는 호이호(노란눈펭귄)였다./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자급율 1% 국산밀 살릴 수 있을까…일본 우동 넘는 국산밀 떡볶이 구상까지
전북 부안의 국산 밀 생산단지에서 국산밀이 자라고 있는 모습 . 농식품부 제공
.
2018년 기준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2㎏였다. 1인당 쌀 소비량 61㎏의 절반 수준으로, 거칠게 말하면 한국 사람들은 하루에 두 끼는 쌀을, 한 끼는 밀을 주식으로 먹는 셈이다. 식생활 서구화로 밀이 양곡소비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른바 ‘제 2 주곡’의 위상으로 뛰어오른지 오래다. 하지만 국산 밀의 점유율은 채 1%가 안된다. 3분의 1 가격의 수입산에 밀려 시장에서 국산 밀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산 밀을 살리기 위해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내놨다. 이처럼 국산 밀 생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심각한 식량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점유율 99%를 넘는 수입산 밀의 국내 보관 기간은 불과 두 달에 불과하다. 미리 선적해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한 달치 물량까지 감안하면 총 3개월 분이 한국이 통상 보유하는 수입 밀 물량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규모 작황 부진이나 펜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봉쇄 등으로 국가간 수출이 전면중단되면, 3개월 뒤 국내에서 수입 밀로 만든 식량 생산도 중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국산 밀 육성을 통해 최소한의 식량 안전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대책은 안정적인 생산 유인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국산밀 품질 향상, 소비 진작을 위한 주력 소비품목 육성으로 요약된다. 이들 핵심 과제를 통해 현재 1%를 밑도는 밀 자급률을 2025년까지 5%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최우선 과제는 현재 궤멸 수준인 공급망 복구다. 이를 위해 현재 20개인 국산 밀 전문 생산단지를 50개로 늘리고, 지원금과 컨설팅 제공으로 품질 고급화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전진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향후 논활용직불금도 밀처럼 자급률이 낮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더 많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수요공급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일본의 우동처럼 자국산 밀로 특화한 소비 시장 발굴도 서두르기로 했다. 일본은 우동면의 60~70%를 자국산 밀로 가공, 밀 자급율이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 99% 수입 밀인 ‘떡볶이’ 떡이나 ‘칼국수’ 같은 면류를 ‘일본 우동’ 처럼 대중적이고 대표성 있는 품목으로 선정, 국산밀 전략 소비 품목으로 키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국산 밀 품질 고급화를 위해 품질관리제도가 도입되고, 음식점 원산지표시제에 밀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자급률 5%에 안착하면 규모의 경제로 생산효율이 더 높아지면서 국산밀 소비 확산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올해가 제일 싸다” 백화점 열띤 모피 판촉전… 세계 추세 ‘역주행’
재고물량 70~80% 할인공세
미 등 외국선 동물보호 기치 퇴출
모피 의류 판매. 롯데백화점 제공.
국내 백화점들이 “올해가 제일 싸다”며 연말맞이 대대적인 모피의류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패션업계가 동물보호를 이유로 모피의류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미국 주요 백화점들이 모피제품 판매 중단 선언을 한 것과는 다른 풍경이다. 18일 롯데·현대백화점은 이날부터 각각 잠실점과 무역센터점에서 70~80%까지 할인 폭을 확대해 할인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판매가 저조해, 모피 판매 성수기를 맞아 재고 물량을 처분한다는 취지다. 보통 모피는 여름철도 ‘역시즌’ 세일로 매출을 올리기도 하는데, 올해엔 코로나19로 판매가 부진했다는 것이다.
백화점들은 “내년부터 모피 가격이 오른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이 모피를 사기에 좋은 기회라고 홍보한다. 밍크 사육농장 수도 줄어드는 데다,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최근 덴마크 밍크 농장에서 대규모 살처분이 발생하는 등 향후 수급이 어려워진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모피 소비를 부추기는 국내 백화점과는 달리 국외에선 모피 판매 중단 선언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와 블루밍데일스는 2021년 초까지 모피제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동물권리단체의 지침에 따라 윤리적으로 공급되는 양 또는 소가죽 제품만 판매한다고 이들 백화점은 덧붙였다. 지난 9월엔 미국의 노드스트롬 백화점도 2022년부터 모피는 물론 악어나 염소 등의 가죽은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구찌·프라다 등 명품 패션 브랜드의 모피제품 생산과 판매 중단 움직임이 유통업계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모피 선호도 줄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정확한 숫자는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최근 3년간 매년 모피 매출 감소율은 두 자릿수에 이른다”고 말한다. 이는 ‘윤리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데다 롱패딩이나 프리미엄 패딩 등 대체 상품 시장도 커진 영향이 크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모피 원피 및 제품’ 수입(금액 기준)은 2018년 3억3731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3731만달러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모피 판매 중단 계획을 내놓은 국내 백화점은 한 곳도 없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 맞춘 밝은 컬러나 색다른 디자인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있다. 다양한 고객 취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2주만에 또 불어닥친 초강력 허리케인…넋잃은 중앙아메리카
올해 30번·11월에만 2번 발생 ‘이례적’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 피해
종전기록 2005년 28개 뛰어넘어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 상승한 탓
17일 중앙아메리카 콜롬비아의 산안드레스 섬의 해안 도로와 나무가 허리케인 요타로 인해 부서져 있다. 산안드레스/EPA 연합뉴스
대서양에서 초대형 허리케인이 2주 간격으로 발생하면서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올해만 벌써 서른 번째 허리케인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많고, 11월에 두 차례 초대형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17일 오후(현지시각) 올해 30번째 허리케인 ‘요타’(Iota)가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를 거쳐 온두라스에 상륙했고, 엘살바도르를 관통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요타는 전날인 16일 허리케인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세력을 키웠으나, 니카라과에 도달할 무렵 4등급으로 세력이 줄었다.
요타의 상륙지인 니카라과의 북부 해안 도시 푸에르토 카베사스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니카라과 해안과 가까운 콜롬비아의 섬들도 요타에 휩쓸렸다고 <마이애미 헤럴드>가 보도했다. 니카라과 부통령이자 영부인인 로사리오 무릴로는 8살, 11살 형제자매가 강을 건너려다 익사했고, 푸에르토 카베사스의 임시 병원 지붕이 뜯겨 나가 환자들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최대 시속 120㎞ 강풍을 동반한 요타는 시속 19㎞ 속도로 내륙으로 이동 중이며, 니카라과와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벨리즈 등 중미 국가에 최대 300㎜의 폭우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니카라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은 요타의 예상 경로에 있는 주민 수만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2주 전인 지난 3일에도 4등급의 초대형 허리케인 ‘에타’(Eta)가 이들 국가를 강타했다. 에타의 첫 상륙지는 요타의 상륙지와 불과 24㎞ 떨어져 있었다.
지난 14일 콜롬비아 안티오키아주 우라미타-다베이바 도로의 차들이 허리케인 에타로 인한 산사태로 흙에 묻혀 있다. 안티오키아/EPA 연합뉴스
에타로 인한 피해 복구 작업이 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4등급 허리케인 요타가 들이닥쳐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에타로 인한 사망자는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카라과와 온두라스 당국은 에타로 인한 집중 호우로 토양이 물을 많이 머금은 상황이라며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과테말라에서는 지난 5일 에타로 산사태가 발생해 한 마을이 통째로 매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150여채의 주택이 파묻혔지만, 과테말라 당국은 산사태 발생 지역의 지반이 불안정해 수색을 더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사실상 한 마을이 묘지로 바뀐 것이다. 이로 인해 100여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대서양에서는 요타까지 총 서른 개의 허리케인이 발생했다. 종전 기록인 2005년 28개를 뛰어넘었다. 게다가 허리케인 시즌이 종료되는 때인 11월에 4등급의 허리케인이 두 개나 발생하는 것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기상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욱 강력하고 많은 폭풍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원 필 클로츠바흐는 “요타는 1932년 11월8일 강타한 쿠바 허리케인을 제치고 다른 어떤 5등급 허리케인보다 늦게 발생했다”고 말했다./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파괴 중단을” “목재 수입 탓”…유럽-브라질, 아마존 ‘네탓’ 공방
유럽 “보우소나루 집권 뒤 파괴 가속화…투자 중단 경고”
브라질, 독일·프랑스 등 불법 목재 수입국 공개로 맞대응
유럽의 아마존 열대림 보호 압박에 맞서, 브라질 정부가 18일(현지시각) 불법 반출된 브라질산 목재를 많이 수입한 유럽 8개국 명단을 공개했다. 브라질 서부 혼도니아주의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불로 숲이 연기에 휩싸여 있다. 포르투벨류/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각국이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압박을 강화하자, 브라질 정부가 불법 벌목 목재 대부분이 유럽으로 가고 있다며 8개 유럽 수입국 명단 공개로 맞대응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18일(현지시각) 2017년부터 ‘아르키메데스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목재 불법 반출 단속 결과, 유럽 8개국으로 수출되는 120개 컨테이너(2400㎥) 분량의 목재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 등 현지 언론은 경찰이 불법 벌목한 나무의 수입국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포르투갈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경찰의 수입국 명단 공개는 전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불법 벌목 목재 수입국을 공개하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국의 환경 정책을 부당하게 공격하는 이들이 있다고 주장하며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불법 반출된 목재를 수입하는 나라들도 열대우림 파괴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나라 중 몇몇은 아마존 보존과 관련해 우리 정부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곳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보우소나루 정부가 아마존 열대우림과 세계 최대 열대 습지인 판타나우 보호 노력을 게을리한다고 비판해왔다. 유럽의 주요 투자기관들은 아마존 파괴가 계속될 경우 브라질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브라질의 환경 파괴는 보우소나루 집권 이후 탄광 개발이나 농지 개발과 함께 날로 심해지고 있다. 불법 목재 수출도 보우소나루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지적이 있다./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덴마크 ‘변종 코로나’ 발견된 밍크, 살처분 명령에 총리 퇴진론
1700만마리 살처분 명령 농식품부 장관
거센 반발에 물러나…결국 살처분 중단
“총리도 물러나라” 정치 스캔들로 비화
지난 6일 덴마크 네스티비드 인근 농장에서 사육 망에 갇혀있는 밍크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덴마크 농업식품부 장관이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를 이유로 밍크 1700여만마리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사임했다. ‘밍크 스캔들’은 덴마크 정계를 흔들고 있으며, 야당은 메떼 프레데릭센 총리 퇴진을 요구했다.
모겐스 얀센 농식품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각) “총리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밍크 살처분에 대해) 의회에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육 농가에 사과한다고도 밝혔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 4일 밍크 사육 농가 일부에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사람에게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덴마크 내 사육 밍크 1700여만마리 전부를 살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덴마크는 세계 최대 밍크 사육국으로 덴마크에서 생산되는 밍크 모피는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로 수출된다.
덴마크 올버르그에서 지난 14일 트렉터를 탄 농민들이 정부의 모든 밍크 살처분 명령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감염 농장뿐 아니라 사육 밍크 전부를 살처분한다는 결정은 덴마크 농가의 큰 반발을 불렀다. 또 살처분 명령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일었다.
그제야 덴마크 정부는 지난주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밍크와 주변 8㎞ 이내 사육 밍크에 한해서만 살처분 명령이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정부가 현행법으로 불법인 명령을 내린 셈이 됐다. 결국 현재까지 사육 밍크 백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지만, 모든 사육 밍크를 살처분하라는 명령은 취소됐다.
농식품부 장관 사임 뒤 야당인 자유당은 “총리도 똑같이 (사임)하길 원한다. 총리는 농식품부 장관을 희생양으로 삼아 쫓아내는 대신 자신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달 초 밍크 살처분 결정을 했을 때 “모든 밍크를 죽일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덴마크 정부가 모든 밍크 살처분 명령을 내렸던 이유 중 하나는 밍크에서 발견된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항체 형성이 잘 되지 않아, 미래 백신 개발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밍크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위험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 이전부터 인간이 모피를 얻기 위해 밍크를 좁은 철망 안에 가둬 대량 사육하고 죽이는 일은 동물 학대라며 반대하는 여론이 거셌고, 유럽에서 밍크 사육은 줄어드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상 문제까지 겹치자 네덜란드는 2024년까지 자국 내 밍크 사육을 금지할 계획이다. 덴마크도 내년 말부터 밍크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동·식물 6251종 “광릉숲에 살아요”
국립수목원, 생물상 조사보고 발간
장수하늘소.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광릉숲에 동물과 식물 6251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부터 시작된 광릉숲 생물상 조사 결과를 모은 ‘광릉숲 생물상 조사 보고’를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광릉숲에는 특산식물인 외대의아리, 흰괭이눈, 광릉골무꽃, 희귀식물인 광릉요강꽃, 층층둥굴레, 참작약 등 식물 946종이 자생한다. 가장 오래된 활엽수는 수령 200년의 졸참나무로 직경이 113㎝에 이른다. 침엽수 중에는 전나무가 직경 120㎝, 높이 41m로 가장 크다. 또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를 포함한 곤충 3932종이 서식하고 있다.
종 목록은 선태류, 지의류, 식물, 고등균류, 부착조류, 곤충,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양서류, 파충류, 어류, 조류, 포유류 등 12개 생물군이며, 2014년 발견된 큰원추리, 부채괴불이끼 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광릉요강꽃.
광릉숲은 경기 남양주, 포천, 의정부에 걸쳐 2238㏊에 달하는 국내 최대 산림보고다. 이 중 소리봉(해발 536.8m)을 중심으로 한 1200㏊는 천연림이다.
조선 세조의 능림으로 정해진 광릉숲은 이후 560년가량 보호·관리된 영향뿐만 아니라 한랭온대와 온난온대 지역의 생물이 중첩 분포해 높은 산림생물 다양성을 나타낸다. 또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생물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속해서 결과가 보고되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김재현 국립수목원 광릉숲 보전센터장은 “이번 보고서는 산림 이용과 인위적 교란이 심한 동북아시아 온대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저지대 낙엽활엽수 성숙림인 광릉숲의 보전 관리와 합리적 이용을 위한 중요한 성과물”이라고 밝혔다. 광릉숲 생물상 조사 보고서는 국립수목원 누리집(www.kna.go.kr) 연구간행물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세상과 어울리기 > 생태환경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30 ~12.4 코로나 위기 탈출, 정녕 토건밖에 방법 없나 (0) | 2020.11.30 |
---|---|
11.22~11.28 환경단체는 왜 묵묵부답? 신공항 입장 밝혀라" (0) | 2020.11.22 |
11.9~11.14 전세계 상위 1% 부자가 배출한 탄소 (0) | 2020.11.10 |
11.2~7 (0) | 2020.11.02 |
10.26~10.29 국회서 탄소중립 선언한 文대통령.. (0) | 2020.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