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10.7~10.12

by 이성근 2019. 10. 6.

냉전이 선물한 ‘4873종 동식물 낙원난개발로 환경파괴 우려

비행기 타는 게 부끄러운 독일 청년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또 물에 잠겼다

그레타 툰베리를 향한 혐오의 시선

일본산 농수산물, 방사능 기준치 초과 1900건 육박

고양이 미라서 돼지열병까지동물의 떼죽음이 말하는 것은

동네 야산 어딘가에 지뢰, 3021발 못찾았다

사설] 금정산·해안명소 아우른 부산형 국립공원빈틈없는 추진을

금정산+태종대·오륙도·이기대부산형 국립공원 탄생하나

환경단체 멸종저항 체포도 두렵지 않다전 세계 시위

태풍이 점점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있다'하기비스', 36시간 만에 슈퍼 태풍으로 발달

을지로·세종대로 차로 2개 이상 줄고 보행로 늘린다

올해 지구촌 폭염 최고기록 396차례기상관측 사상 최다신기록

해운대구, 장산 자체 관리 구립공원지정 추진

예산 없다며 생태계 교란종 반쪽 조사만 해온 부산시

시민들이 지켜낸 대지산산 정상에 명패 설치

해안 뒤덮은 원유 100... 브라질 베네수엘라가 범인

물고기 아파트물고기 무덤으로 전락, ?

하늘 못 보는 한국 학생 vs 하늘 보는 일본 학생

'낙오자는 없다'건물에 교육철학 반영한 독일 ASW

학교 갇혀서 공부하는 곳 아냐" 지역과 함께하는 영국 학교

보이지 않는 공간이 폭력 부른다"몰랐던 학교 공간들


냉전이 선물한 ‘4873종 동식물 낙원난개발로 환경파괴 우려

DMZ 현장보고서】 ③천혜의 생태환경

파주~고성 248km국토의 1.6%에 해당

사람 손 타지 않는 생명과 생태의 공간

개발 바람불며 생태계 파괴 우려 높아져

민통선 안 국유지 습지보호지역 지정부터

 

겨울철새인 기러기들이 경기도 김포 한강 하구 철책선 위를 날고 있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는 전쟁과 분단이 낳은 비극의 땅이지만 자연에는 축복의 땅이다. 분단 이후 66년간 남북이 철조망을 견고하게 세우고 대치하는 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은 세계에서 가장 삼엄한 중무장지대를 평화와 생명의 공간으로 바꿔놨다. 경기 파주에서 강원 고성까지 248길이의 비무장지대 생태축은 구릉과 하천, 농경지, 습지가 넓게 펼쳐진 서부(파주, 연천)와 산악 지대인 동부(화천, 양구, 인제, 고성), 그 중간에서 생태통로 구실을 하는 중부(철원)로 나뉜다.

 

산악 지대, 습지, , 평야 등 생태계를 두루 갖춘 비무장지대는 국토 전체 면적의 1.6%에 불과하지만 멸종위기종 91(41%)을 포함한 야생생물 4873(20%)이 깃들여 사는 동식물의 낙원이 되었다.

 

특히 임진강과 사천강, 사미천, 한탄강, 역곡천, 철원평야 등 습지와 농경지가 발달한 중서부 지역은 세계적 보호종인 두루미, 재두루미의 가장 안정적인 서식처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산림 지역인 동부 비무장지대 일원은 반달가슴곰을 비롯해 산양, 사향노루, , 수달, 담비,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금자리다.

 

비무장지대의 우수한 생태환경은 분단이 안겨준 뜻밖의 선물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후퇴, 도로 개설 등 개발 구상이 곳곳에서 고개를 들면서 생태계 파괴 우려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삶까지 위협받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정자리 민간인통제구역 농경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1급인 수원청개구리.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서부 DMZ 생태계 핵심 습지와 강서부 비무장지대 일원 생태계의 핵심은 임진강과 논이다. 하구가 열려 있는 임진강·한강 하구는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면서 산남습지, 공릉천하구습지, 성동리습지, 장단습지, 문산습지, 임진각습지, 초평도습지 등 많은 습지를 조성했다. 습지는 배후의 논과 웅덩이, 자연하천과 더불어 야생생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이 2012년부터 매주 1회씩 낮에 조사한 결과, 임진강 하구 유역에서 조류, 곤충, 어류, 포유류, 양서파충류 등 총 47종의 멸종위기종이 확인됐다.

 

임진강 하구에서 사미천을 지나 철원 역곡천에 이르기까지 비무장지대에는 과거에 논이었다가 자연습지로 변한 땅이 넓게 펼쳐져 있다. 자연습지는 논으로 이어지고 자연하천의 원형을 간직한 임진강 줄기로 연결된다.

 

특히 임진강과 민통선 주변 논은 두루미와 재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뜸부기, 큰기러기 등 멸종위기 조류가 먹이터, 산란터, 쉼터로 활용하는 중요한 습지다.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를 비롯해 삵, 구렁이, 맹꽁이, 물장군, 물방개 등이 사는 곳도 논이다.

 

하지만 정부는 쌀 생산량이 많다는 이유로 논을 줄이는 정책을 펴는데다, 논을 생태·자연도(자연환경을 생태적 가치 등에 따라 등급화해 작성한 지도) 3등급지로 분류해 철원·파주의 많은 농경지가 개발 압력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운동연합은 파주·연천·철원 지역 농민·환경단체 등과 함께 민통선 안 국공유지 농경지부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민통선 내 논습지 보전 방안을 지난달 정부에 정책제안 했다. 보호 대상지로는 파주 임진강 마정리, 사목리, 거곡리 하천 부지 농경지 파주 장단반도 농경지와 갈대습지 연천 임진강 군남홍수조절지 상류 하천 부지 철원평야 중 지뢰 매설 지역 등을 꼽았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밖에도 부재지주의 소유지 매입 예산 책정 농민소유지 지원책 확대 밭작물 전환지원제 폐지생물다양성관리계약 예산·대상 확대 농수로 시멘트화 금지 등을 제안했다.

 

환경부는 2006년 김포·고양·파주의 한강 하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임진강 하구는 보호지역에 포함하지 않았다.

 

전세계 두루미 절반이 찾아오는 연천·철원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임진강 유역에서는 겨울의 전령인 기러기 수십마리가 무리 지어 날았다. 5~6년 전까지 논농사를 짓던 85규모의 마을 앞 홍수터는 군남댐 준공 뒤 한국수자원공사가 영농을 금지하는 바람에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 등 유해식물로 뒤덮였다.

 

파주나 연천보다 추수가 이른 철원에는 지난달 17일 재두루미 32마리가 동송읍 강산리 들녘을 찾아왔다. 기러기류 17천마리도 철원에 안착했다. 보통 10월 말에서 3월까지 한반도에 머무는 두루미류는 대부분 철원과 연천 비무장지대 일원에서 겨울을 난다. 지난해 2월 연천에서는 두루미 374마리, 재두루미 387마리, 시베리아흰두루미 2마리가 확인됐다. 철원에서는 올해 1월 조사에서 총 5492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관측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올해 야생에 있는 두루미 개체 수를 1830마리로 추정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겨울을 나는 셈이다.

 

철원이 세계 최대의 두루미 월동지가 된 것은 1가 넘는 논의 절반 이상이 민통선 안에 있어 두루미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춰서다. 여기에 철원만의 독특한 생태계인 둠벙형 샘 샘통이 들녘 곳곳에 있고, 한탄강, 역곡천, 대교천, 토교저수지 등 두루미들의 안전한 먹이터와 잠자리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민통선 해제와 막개발로 두루미 서식처가 크게 위협받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우려가 크다. ‘철새 마을인 동송읍 양지리는 2012년 민통선에서 해제된 뒤 축사가 마구 들어서 두루미가 서식할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철원군에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총 18규모의 기업형 축사 78개가 들어섰다.

 

세계 최대의 두루미 월동지인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변에서 두루미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또 군부대가 빠져나간 자리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난립해 지역주민들이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막개발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철원에서 최근 허가된 태양광발전 사업은 400건이 넘는다.

 

최종수 두루미와 농사짓는 사람들대표는 민통선이 풀리고 축사와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서 두루미뿐 아니라 흔하게 보던 삵이나 맹꽁이, 두꺼비 등도 3년 새 거의 사라졌다. 민통선이 해제되면 개발을 막을 수 없으므로 농민과 두루미가 공생할 수 있는 땅을 정부가 미리 확보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연천 지역도 임진강 상류 여울과 비무장지대 일원에 습지, 먹이터인 율무밭이 많아 천혜의 두루미 서식처로 꼽힌다. 장군여울은 임진강 물길 가운데 섬 모양을 이루어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잠자리다. 장군여울보다 500m 상류에 있는 빙애여울은 20~30의 얕은 여울로 겨울에도 얼지 않아 두루미가 물고기나 다슬기를 잡아먹을 수 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홍수조절지로 만든 군남댐에 겨울철 담수를 강행해 장군여울이 잠기는 등 두루미의 서식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삼곶리의 민통선 검문초소가 올해 안에 횡산리 쪽으로 3가량 북상할 예정이어서 두루미 서식지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보호대책 없이 초소를 이전할 경우 두루미의 잠자리인 장군여울과 빙애여울이 차량과 인파에 노출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천군 관계자는 관광객 편의를 위해 초소를 이전하더라도 기존의 삼곶리 초소를 존치해 야간에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재두루미 한쌍이 지난해 10월 추수가 끝난 경기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 안의 논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냉전이 보호한 생태계, 화해로 훼손 위기 비무장지대 일원은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생태·평화·관광 활성화’ ‘디엠제트 생태, 문화, 관광벨트 개발’ ‘남북 철도, 도로 연결 현대화 사업등 각종 개발계획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접경 지역 발전 종합 계획으로 2030년까지 총 132천억원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관광자원 개발, 도로 개설, 비닐하우스·축사 신축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파괴되고 주민의 삶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개발계획들은 생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김충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자연환경연구실장은 지난달 19일 경기도가 주최한 디엠제트포럼에 참석해 한번 손상된 생태계는 회복하는 데 수십수백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명과 평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고 해도 원시의 자연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그 어떤 이용·개발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장단반도와 백연리 등 마을 들판을 지나도록 설계돼 주민의 반발이 크다. 장단반도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통일경제특구와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등장하는 2의 개성공단의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환경단체는 장단반도가 문산 지역 홍수 예방을 위한 저류지이고, 학교 급식 쌀로 납품하는 친환경쌀 생산지이며,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란 이유로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디엠제트 보전이 의미를 가지려면 4의 좁은 띠가 아니라 민간인통제구역까지 연결해 보전해야 한다. 지금 민간인통제구역에서 시급하게 할 일은 개발이 아니라 생태조사, 문화재 지표조사라고 말했다. ·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지난 5일 오전 6(현지시간) 태국 중부 카오야이 국립공원 내 해우 나록 폭포 최하단 연못 주변에서 발견된 코끼리 떼의 사체. 태국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부(DNP)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비행기 타는 게 부끄러운 독일 청년

독일에서 플루크샴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항공기 여행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 정치권도 항공기 운항 증가 문제에 가세했다.

 

DPA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보잉 747기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지난 8월 항공기 이용객이 급증하는 휴가철을 맞아 독일에서는 플루크샴(Flug-scham)’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비행기를 뜻하는 독일어 플루크(Flug)’와 부끄러움을 뜻하는 (Scham)’을 결합한 신조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이다. 항공기 이용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탑승객들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이나 부끄러움을 뜻한다. 이 신조어는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플뤼그스캄(Flygskam)’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 신조어와 함께 기차를 뜻하는 독일어 추크(Zug)’와 자랑스러움을 뜻하는 스톨츠(Stolz)’를 합성한 단어 추크스톨츠(Zugstolz:기차 여행의 자랑스러움)도 유행했다. Zugstolz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한 승객들이 느끼는 자랑스러움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사진과 해시태그가 달린 이 신조어들이 SNS에 빠르게 퍼졌다. 지난해 8월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16)1인 시위로 시작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이 신조어 탄생과 유행의 배경이다.

 

독일 언론도 이 신조어 유행에 주목했다. 830일 주간지 <자이트>는 독일의 항공기 이용 증가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유럽 환경청에 따르면 1이동 시 승객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항공기가 285g으로 기차(14g)에 비해 매우 높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저먼워치(Germanwatch)’에 따르면, 독일에서 카리브해 사이 왕복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탑승객 한 사람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4t에 달하며 이는 탄자니아 국민 80명이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동일하다.

 

독일 통계청은 2019년 상반기에 독일 공항의 항공기 탑승자 수를 약 5890만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1% 증가한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항공기 이용객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저비용 항공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저비용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베를린에서 스페인 마요르카로 가는 항공편을 1.99유로에 팔았다. 저비용 항공의 성장과 더불어 항공노선 편수 또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2년까지 독일은 세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한 국가였다. 지금도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이다. 독일인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것도 저비용 항공 상품이 출시된 1970년대부터다. 1970년대에는 오일쇼크로 인해 석유 가격이 올랐지만 저비용 항공사의 출현으로 항공료는 더 저렴해졌다.


기독민주당, 항공세 2배 이상 인상 계획\

지난 20년간 독일의 항공기 이용객은 거의 두 배 증가했다. 현재 한 해 비행기 탑승객 수는 11900만명에 이른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는 2030년이면 이용객 수가 17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28일은 단 하루 동안 비행기 1980대가 독일 상공을 이동하면서 독일에서 가장 많은 항공기가 날아다닌 날로 기록되었다.

 

항공기 운항 증가와 환경문제를 두고 정치권도 가세했다. 집권당인 기독민주당은 항공료에 물리는 세금을 2배로 인상하고 400이하의 짧은 노선에 한해서는 세금을 3배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녹색당은 항공기 운항에 관한 국가 지원을 줄이고, 철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시사인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또 물에 잠겼다

태풍 미탁으로 전구역 침수

수변생태정원 한계 재확인

 

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울산지역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3일 새벽 태화강 일원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급격히 불어난 태화강물로 인해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국가정원이 침수돼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우리나라 국가정원 2호인 태화강 국가정원이 또다시 물에 잠겼다. 태화강 국가정원 완전 침수는 2016년 태풍 차바 이후 3년만이다. 대형 하천을 품고 있는 태화강 국가정원의 최대 약점이 현실화된 것이다. 역발상으로 국내 최초의 수변생태정원과 최첨단 홍수재해 관리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를 보였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태풍으로부터 위협에서 벗어나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울산의 3대 댐의 홍수조절 능력 강화 등 반복되는 침수피해 예방을 위해 근본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태화강 침수는 2016년 이후 침수 빈도가 더욱 잦아지고 있어 시급성이 높다.

 

태풍 미탁으로 국가정원 완전침수

태풍 미탁이 집중적으로 비를 뿌린 지난 2일 오후 1030분께 태화강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태화강정원사업단은 바짝 긴장했다. 낙동강홍수통제소가 태화강(수위 4.31m)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한 오후 1140분에는 이미 국가정원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침수되지 않게 설계된 태화강생태관광센터 등의 시설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불어났던 물이 빠진 국가정원에서 정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정원 전 구간은 황토색 진흙으로 뒤덮였다. 중구 쪽 국가정원과 남구 쪽 국가정원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는 통제됐고, 한쪽 방향으로 쓰러진 수목과 풀 사이에는 강을 따라 쓸려온 쓰레기로 가득했다.

 

수변생태정원 근본적 대책 한계

10여일 전 태풍 타파 내습때도 태화강 국가정원은 침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국가정원 지정 심사단계의 최대 이슈였던 태화강 풍수해 문제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이상기온 등으로 태화강 침수는 더욱 잦아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태화강 둔치가 완전침수된 것은 20039월 태풍 매미와 2012년 태풍 산바, 2016년 태풍 차바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간격이 9, 4, 3년으로 점차 줄고 있다.

 

시는 하천이 가지는 입지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최초의 수변생태정원을 도입해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ICT기반의 최첨단 홍수재해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시는 국가정원 심사에서 침수시 청소관리 만으로 복구가 가능토록 체계를 갖추겠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이번 태풍 피해의 완전한 복구에만 4일 정도를 예상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2016년 차바 내습 당시 침수된 태화강 둔치 정상화에는 무려 10일이 소요됐다.

 

태화강 연결 3대댐 기능 강화 시급

국가정원 침수 대응 방안으로 주요 댐의 홍수조절 기능 강화가 제기된다. 태화강의 수위와 직결된 대곡댐, 사연댐, 대암댐에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신규 설치하거나 기존 시설을 보완, 빗물이 강으로 흘러드는 속도를 늦춰 국가정원이 잠기는 확률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현재 3개 댐의 자체 수위조절능력은 크게 부족하다. 정부는 1965년 준공된 사연댐의 6상류 지점에 20056월 대곡댐을 건설했다. 하루 22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곡댐에는 별도의 취수시설이 없어 관로를 통해 물을 대곡천으로 방류해 사연댐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만 한다. 취수시설을 가진 사연댐은 대곡댐에서 보내준 물을 천상정수장으로 공급하거나 여수로를 통해 공업용수로 빼낼 수 있다. 사연댐과 대암댐은 물이 만수위에 달하면 자연적으로 흘러 넘치게 만든 월류식 댐이다. 자체적으로 수위조절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약하다. 실제 이번 태풍에서 시간당 30가 넘는 집중호우로 태화강 상류의 3개 댐이 2일 오후 7~9시께부터 방류량이 급격히 늘어난데다, 만조시간까지 오후 10시께로 겹치면서 태화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 국가정원을 포함한 태화강 둔치가 모두 물에 잠긴 것으로 분석된다.

 

시 관계자는 수십년간 복구 경험으로 신속하게 대처해 국가정원이 제기능을 발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창환·정세홍기자 경상일보



그레타 툰베리를 향한 혐오의 시선

너의 미래는 정신의학에 달렸어 그레타. 광기가 벌써 니 얼굴 표정에 서려있네.”

 

그레타를 이제 집으로 좀 보내. 그만하면 됐어. 방학 참 길다. 이제 학교에 가고, 부모의 교육을 받자. 정말 짜증난다.”

 

16세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에서 연설한 이후 조롱의 말을 내뱉은 건 도널드 트럼프뿐만 아니다. 독일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툰베리 기사의 댓글과 SNS에는 온갖 종류의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결기 넘치는 훌륭한 청소년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 같은데, 독일에서는 왜 이런 혐오 발언이 난무하는 걸까.

 

혐오는 격화되었고, 급기야 살인 협박까지 나왔다. 독일에서도 이런 반응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독일 미디어들은 앞다투어 전문가들을 찾아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레타를 향한 혐오의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여성, 둘째는 나이, 셋째는 장애다. 여성, 나이, 장애.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은 소수자 혐오의 목적지다.

 

그레타 툰베리의 UN 연설 장면.

 

독일 공영방송 ARD는 국제앰네스티의 연구 결과를 인용, “트위터에서 여성을 향한 언어 폭력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공격의 목적은 여성을 두렵게 만들고, 주눅 들게 하며, 평가절하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침묵하게 만든다고 이 현상을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이런 경험을 겪은 여성들은 자기검열에 빠지고, 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약화된다는 이야기다.

 

온라인에서의 혐오란 책을 발간한 잉그리드 브로드니히(Ingrid Brodnig)그레타에게 히스테릭하다는 비난은 전형적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혐오 발언이라면서 성차별적인 지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표현 하나로 담론은 사라지고 툰베리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공격 받는다고 설명했다. 툰베리의 아스퍼거 증후군이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 인간이 가진 모든 특별함은 공격의 대상으로 이용될 수 있다.”

 

독일 심리학자 조 그뢰벨(Jo Groebel)크고 프로페셔널하고 관성적인 정치인들에게 툰베리는 거대한 정치를 함께 꾸려나가기에 너무나 어리고 경험이 없다면서 혐오의 이유를 분석했다. 또한 독일인들은 조용히 있고 싶다. 평온을 해치는 행위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남성들이 주도하고 결정해야 하는 사회적 질서에 여성이, 그것도 나이도 어린 여성이 나서서 세계 무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거기에 아스퍼거 증후군 판정까지 받았다니, 공격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인 셈이다.

 

혐오는 혐오에 그치지 않는다. 혐오를 위한 억측과 가짜뉴스가 확산된다. 항상 땋은 머리로 나오는 툰베리가 나치의 전체주의를 따른다는 말이나 부모가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진다. ‘프라이데이 포 퓨쳐시위의 배후를 의심하고, 환경 시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수년 전 쓰레기 더미 사진이 이 시위의 사진으로 둔갑하는 식이다.

 

요즘 독일 사람들에게 독일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뭐냐고 물으면 100이면 90환경 문제라고 답한다. 독일에서도 수십 년 전부터 환경 운동을 해 오던 이들이 있지만, 이처럼 대중적 이슈로 환기된 적은 없었다. 툰베리의 영향이 컸다. 지금 툰베리를 향한 이 거대한 혐오는 그만큼 이 이슈가 독일 사회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존의 질서에 반하거나 안정을 깨트리는 시도에는 늘 혐오가 따라온다. 그 주인공이 어린 여자아이라니 혐오는 너무나 쉽다. 다행히도 툰베리가 백인인 덕분에(?) 이 정도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인종주의 혐오는 찾을 수 없다. 툰베리가 백인이 아니었다면, 인종주의 혐오 발언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유진 프리랜서 기자 프레시안

 

일본산 농수산물, 방사능 기준치 초과 1900건 육박

후쿠시마 등 145년 집계

정부 수입금지 품목은 27

자체 기준 없이 일 기준 따라식약처 건마다 안전 검사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던 일본 후쿠시마현 제1원자력발전소 주변에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해 둔 탱크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및 인근 14개 현에서 최근 5년여간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한 농축수산물이 1900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방사능 제염 조치에도 검출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방사능 오염 위험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의 후쿠시마산 농축수산물 수입금지 기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6일 공개한 일본 후생노동성의 방사능 기준치 초과 농축수산물 현황자료를 보면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14개 현에서 최근 5년 반(2014~20197) 동안 농축수산물 중 방사능 기준치(100)를 초과한 건수는 1894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후쿠시마현이 814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미야기현 361, 군마현 237, 도치기현 191건 등의 순이었다. 연도별 검출 건수는 2014551, 2015269, 2016453, 2017194, 2018300건 등으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현에 따라 최소 1개에서 최대 19개까지 수입금지 품목을 정해두고 있다. 14개 현에 대한 농산물 수입금지 품목을 종합하면 총 27개 품목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 측의 방사능 기준치 검사를 토대로 정한 일본 기준을 따른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3월부터 일본이 출하 정지한 품목에 대해 수입을 잠정 중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국의 뚜렷한 기준 없이 일본이 자체적으로 수출을 금지한 기준을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최경숙 간사도 계속 변화하는 일본 방사능 오염 흐름을 분석하면서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이 일본 후생노동성의 농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검사 대상 농산물 18.1%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일본 정부가 대부분 검출한계치가 125인 측정장비를 사용하므로 실제로는 더 많은 농수산물에서 광범위하게 세슘이 검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간사는 일본 정부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선수촌에까지 식재료를 공급하겠다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더 주체적으로 일본 농수산물 오염 경향을 분석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엄격한 수입금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본은 1100의 기준치 이하로 나오는 농산물 품목에 대해서는 출하제한을 풀면서 기준을 완화했다정부는 완화된 일본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이 허가된 농축수산물도 수입 건마다 방사능 안전검사를 해서 미량이라도 검출될 때에는 검사증명서를 제출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고양이 미라서 ‘돼지열병’까지… 동물의 떼죽음이 말하는 것은
 만약 수천 년 전 인간의 거주지 부근에서 동물 뼈가 대규모로 발견된다면 고고학자뿐 아니라 대중도 모두 궁금해 할 것이다. 이들은 왜 이렇게 한꺼번에 죽었을까? 아니면 이들은 왜 모두 여기에 한꺼번에 묻혔을까?


 ◇한 장소에 매립된 고대 동물의 유골들
고대 바스테트 신전 근처에서 기원전 4세기경 것으로 추정되는 약 3,000구의 고양이 미라가 발견된 적이 있다. 한때 신전 근처에서 발견되는 동물 미라는 신성한 동물이 죽었을 때 예의를 갖춘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지만, 이곳 미라 속 고양이들은 대개 새끼 고양이들로 목이나 척추가 부러져 있었다. 신전에 봉양할 요량으로 사람들이 고양이를 죽여서 미라를 만들어 팔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동물 유존체(동물이 폐사하면서 남긴 신체 부위 중 장기간 보존된 것)가 모두 동물을 대량으로 죽인 흔적은 아니다. 2011년 홍해 연안의 고대 이집트 항구 마을인 베레니케(Berenike) 외곽에서는 100구 이상의 동물 유존체가 발견됐다. 86마리의 완전한 형태의 고양이 유골이 발굴되었고, 몇몇 고양이는 금속 장신구를 두른 채 묻혔다. 어린 개체와 성체의 비율도 비슷했다. 동물의 뼈를 의도적으로 부러뜨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이들은 그야말로 애완동물의 무덤이었던 셈이다.



고양이 미라.


한편, 일본 가마쿠라 지역에서는 인간과 소, 말은 물론 물고기와 돌고래의 뼈가 섞여 있는 거대한 매립지가 발굴된 적이 있다. 3,000여구의 사람 유골과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동물의 뼈도 함께 발견되었다. 고고학자들은 이들이 묻힌 시기가 1293년 대지진 즈음일 거라고 추측했다. 당시 기록으로 미루어 보면 강도 7이 넘는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쓰나미가 발생했다. 2만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고 가축과 야생동물도 그 재앙을 피하지 못했다.
 
매립지에서 발견된 동물의 뼈는 대부분 온전하게 묻혀 있었다. 즉, 먹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하고 버려진 유존체가 아니었다. 당시 가마쿠라 지역 사람들은 불교 문화의 영향 아래 육식을 하지 않았고 고래를 잡는 산업도 발달하지 않았다. 매립지에 한꺼번에 묻힌 인간과 동물들은 아마도 쓰나미의 피해자였을 것이다. 재해 이후 피해자들의 장례를 치르고 매장하는 과정에서 모든 생명에게 자비를 베푸는 불교의 풍습에 따라 죽은 동물들까지도 함께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하게 그리스에서는 성별과 연령이 다양한 20명의 사람과 말, 소, 돼지, 양, 염소, 개 등의 가축이 한꺼번에 묻혀 있는 기원전 4세기경의 무덤이 발견됐다. 사람만 묻혀 있다면 아마도 전쟁 피해자이거나 노예들, 전염병의 피해자들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동물의 뼈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요인들이 고려되었다. 홍수나 해일이 있었던 곳에 만들어지는 ‘포세이돈 피난처’의 흔적에서 이들 동물과 사람들이 모두 수해의 피해자일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일본 에도시대 지진을 형상화한 그림.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동물의 떼죽음
미스터리에 싸인 역사 기록이나 유골이 쌓인 고고학 유적지를 찾지 않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수의 동물이 죽음을 맞는 사건은 사실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2011년 구글 맵에 전세계에서 발생한 ‘동물의 떼죽음’(Mass Animal Deaths)을 표시한 지도가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당시 지도에는 2011년 한 해 동안 약 30곳에서 벌어진 새와 어류, 바다 포유류들의 원인 모를 죽음이 표시되었다. 지도에서는 아시아 지역인 일본, 필리핀, 홍콩에서 한꺼번에 많은 수의 어류가 폐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구글 지도로 제작한 동물의 떼죽음


우리가 무심하게 넘기고 있지만 지난 한 주 동안만 해도 아프리카 한 해변에서는 돌고래 200마리가 죽은 채 해변으로 밀려왔고, 칠레에서는 60년 만의 큰 가뭄으로 가축 3만마리가 죽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돌고래 우두머리가 방향성을 상실해 무리가 해안선으로 밀려왔는데 대부분이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다. 칠레는 가뭄으로 인해 풀이 자라지 못하고 먹을 물도 구하기 어려워 가축을 먹이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1940년대 이후 동물의 떼죽음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질병이나 독성 화학물질 또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와 물고기 그리고 바다 생물의 떼죽음이 더 빈번해지고 있다. 사실, 질병이나 지진이나 산불과 같은 재난, 기상 이변, 자기장의 변화 그리고 이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거나 먹이가 부족해지는 이차적 피해까지 포함하면, 안타깝지만 동물의 떼죽음은 때로는 ‘자연적인’일이다. 그러나 아주 많은 상황은 매우 ‘인간적’일 수도 있다. 돌고래의 죽음만 보더라도 폐수로 인한 담수와 해양 오염, 농약 살포나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오염 같은 원인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는 해양생물들이 방향을 잃는 이유로 수증음파탐지기를 사용하는 군사훈련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저인망 어선의 대규모 조업이 시작되면 작은 고래류들이 피하지 못하고 포획되는데 이들은 포획된 채 죽거나 풀려나더라도 상처로 인해 죽게 된다.


 ◇인간이 만든 또 다른 떼죽음
세계2차대전 이후 환경에 대한 인간 활동의 영향이 극대화되었다. 학자들은 이 시기를 인류세(anthropocene)라고 칭한다. 기존의 지질시대 구분과는 다른 차원의 시대이다. 인간이 과거에는 이용하지 않던 땅을 개발하고 가축을 키우면서 생물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인간이 버리는 쓰레기로 인해 종래에 없던 지질 구조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금 사람들이 사육하고 먹어치우는 닭의 수가 지구의 역사상 가장 많기 때문에, 후에 현재의 지질시대를 닭뼈로 구분하여 치킨세라고 부를 것이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에 10억마리의 닭이, 그리고 1,600만마리의 돼지가 도살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또 하나의 떼죽음을 야기하고 있다. 질병 방역을 위한 가축의 살처분이다. 18세기 이후 인간은 질병으로 죽은, 또는 질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질병 예방을 이유로 죽인 가축들을 위생상의 이유로 매립해 왔다. 매립지에는 생석회가 뿌려지고 가죽을 벗기거나 신체의 일부를 이용하지도 않은 채로 어마어마한 수의 동물의 사체는 한곳에 묻힌다. 어쩌면 천 년쯤 후 인류세의 지질학적 특징은 대규모로 매립된 가축 유존체가 될지도 모른다. 2011년 구제역으로 돼지 330만마리를 땅에 묻은 이후에도 우리는 꾸준히 매년 크고 작은 규모로 가축을 죽여서 묻고 있다.


2주 전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반도에서 발생했다. 돼지에게는 치명적이며 축산농가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이 질병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과 자원이 투여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강화도에서는 사육하던 돼지 4만마리 모두를 살처분하여 매립했다. 토양에서도 오래 살아남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특성상 해당 지역에서 양돈을 다시 시작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질병의 원인체도 변이되고 진화하는 생명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라 이들이 세력 범위를 넓혀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지구상에는 지구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많은 수의 인간과 가축이 살고 있다. 그리고 지구의 기후는 상당히 급격한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가축의 전염병은 새로운 양상으로 더 빈번하게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매 계절마다, 질병마다 우리는 같은 매립을 반복할 것인가. 이제는 우리가 먹고, 버리는 음식물과 키우는 가축의 규모와 키우는 방식에 대해, 축산을 위한 토지의 이용에 대해, 즉, 지속 가능한 인간과 동물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때이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의 한 구절은 이제 단순히 화학 살충제의 중독 위험을 강조하는 우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실제 벌어질 일일지도 모른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암탉이 알을 품던 농장에서는 그 알을 깨고 튀어나오는 병아리를 찾을 수 없었다. 농부들은 더 이상 돼지를 키울 수 없게 되었다고 불평했다. 이렇듯 세상은 비탄에 잠겼다. 사람들 스스로 저지른 일이었다.” (‘내일을 위한 우화’, 『침묵의 봄』, 레이철 카슨)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한국


   

동네 야산 어딘가에 지뢰, 3021발 못찾았다

방공기지 주변 등 40

1980년대까지 53700

5679발은 찾아 없앴으나

“373021발은 남아

 

서울 우면산에서는

1000발중 982발 없애

18개는 유실 추정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책로를 따라 과거지뢰지대경고문과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채윤태 기자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은 빗물을 머금고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난 산책길을 따라 이따금 사람들이 오갔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산책하던 한 주민이 말했다. 좁게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과거지뢰지대’(PAST MINE ZONE)라는 팻말이 등장했다. 팻말 뒤에 놓인 안내문에는 이 지역은 과거 지뢰 매설지역으로 출입이 금지된 곳입니다. 일부 유실 또는 미제거 지뢰로 인한 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안전한 산행을 위해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지난 2,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는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지뢰밭은 남과 북이 마주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민들이 애용하는 산책길에서도 한두 발자국만 벗어나면 펼쳐졌다. 우면산 정상에 있는 공군 방공부대 인근이 대표적이다. 1953년 휴전 이후 한국군은 1980년대까지 후방지역 방공기지나 탄약창 등 주변에 대인지뢰를 묻었다. 군 시설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이곳 방공부대 인근에도 군은 1980년대 발목지뢰(M14 대인지뢰) 1천발을 묻었다. 지뢰의 시설 방어 효용이 떨어지자 군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우면산 지뢰 982발을 제거했다. 그러나 나머지 18발은 제거하지 못했다. 유실된 것이다.

 

유실 지뢰에 따른 피해 우려가 크지만, 시민들은 과거지뢰지대 바로 옆으로 산책을 다니고 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일부 과거지뢰지대 지점에는 철조망조차 설치돼 있지 않고, 경고 표지를 볼 수 없어, 주민들이 무심코 지뢰지대로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하지만 안전관리는 지방정부의 몫이 아니다. 서초구 관계자는 산책길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며, 자치구는 간단한 산책길 정비 등 관리만 하고 있다. 지뢰 안전에 대한 것은 군에서 맡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면산과 같은 후방지역 지뢰매설지는 전국적으로 40곳에 이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합동참모본부(합참)에서 제출받은 후방 방공기지 지뢰제거 현황을 보면, 비무장지대가 아닌 후방지역에 매설된 지뢰는 모두 53700발이다. 이 가운데 5679발은 제거됐지만, 아직 3021발이 남아 있다. 이 지뢰는 우면산을 비롯해 부산 해운대, 경북 성주, 경남 김해, 울산, 경기 성남 등 전국 37곳에 묻혀 있다. 40곳 가운데 지뢰가 완전히 제거된 지역은 대구 가창, 인천, 구미 금오산 등 3곳뿐이다.

 

문제는 회수되지 못한 지뢰로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뢰피해자를 돕는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평화나눔회(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가 한국전쟁 휴전 이후 지난해 5월까지 집계한 민간인 지뢰피해자는 모두 608명이다. 이 가운데 239명이 지뢰폭발로 숨졌고, 369명이 다쳤다. 이 단체 관계자는 지뢰 사고로 이미 사망한 피해자들이나, 사고 후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갔을 경우에는 집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후방 지뢰 매설지는 산책로나 일반 도로 등으로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지역이어서 지뢰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산사태, 폭우, 강풍, 지진 등으로 유실된 지뢰가 산책로로 흘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4년에 경기도 김포 장릉산에서 유실된 지뢰가 폭발하면서 60여명이 죽거나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지뢰는 산사태뿐만 아니라 산불 발생 때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2009년 경북 포항 고금산에서 산불이 났을 때 소방관들이 지뢰지대로 들어가지 못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1987년 부산 태종대 중리산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과정에서 지뢰를 밟아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전국적으로 회수하지 못한 3021발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후방지역 지뢰지대에 매설된 M14 대인지뢰(직경 5.5, 높이 4, 무게 112g)는 작고 가벼워 다른 지뢰보다 물에 떠내려가거나 바람에 날아갈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군에서 묻었다고 작성한 기록이 부정확한 지역도 여럿이다.

 

군은 1990년대부터 비무장지대와 후방지역의 지뢰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마다 평균 약 44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수거하는 지뢰의 양은 500발 정도다. 남한 지역에만 약 127만발(비무장지대 52만발, 민통선 이북 74만발, 민통선 이남 1만발)이 매설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속도라면 남한의 모든 지뢰를 제거하는 데 40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예상한다.

 

지뢰 탐지와 제거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폭발물인 탓에 속도를 내서 작업할 수 없고, 지뢰가 묻혔을 가능성이 큰 지역을 찬찬히 뒤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뢰탐지기로 잡히지 않으면, 나무를 제거한 뒤 지뢰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의 땅을 일일이 파헤치는 방식으로 지뢰를 찾아 제거한다.

 

이런 이유에서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만은 2006년부터 국제지뢰행동기준을 도입하고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국공 내전 당시 진먼섬에 매설된 지뢰를 7년 만에 모두 제거했다. 당시 대만은 지뢰방지법을 제정한 뒤, 군 사령부가 기획을 담당하고, 방위사령부가 전담 조직 구실을 맡았다. 지뢰는 군 지뢰제거팀과 민간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비용은 8400만달러에 그쳤고, 1명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녹색연합은 방치된 지뢰 문제는 국방부에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뢰제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기술이 축적된 민간과 협력해 후방지역, 민통선 이남부터 하루빨리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지금도 활발하게 지뢰제거 작업을 펼치고 있다특히 후방지역은 철조망을 치고 안내판을 붙이는 등 민간인 안전을 확보한 뒤에 제거 작업을 진행한다. 민간의 참여도 고려할 만하지만, 현행법상 민간인이 지뢰제거 작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사설] 금정산·해안명소 아우른 부산형 국립공원빈틈없는 추진을

올해 6월 부산시가 공식 지정을 정부에 건의한 금정산 국립공원이 부산의 대표적인 산과 해안명소까지 대거 포함하는 부산형 국립공원으로 확대 추진된다고 한다. 부산시 건의에 환경부가 지리·생태·인문학적 가치를 고려해 대상지를 더 넓히는 방안을 요구했고, 시가 금정산 외에 백양산과 태종대·오륙도·이기대 같은 해안 지질공원이 포함된 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추가 타당성 조사가 이어지겠지만 부산의 지리적 특성이 두드러지고 생태 연결성이 높은 만큼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금정산은 부산 도심을 동서로 나누면서 남북을 잇는 긴 능선을 자랑하는 부산의 상징이다. 백양산·엄광산·구덕산을 거쳐 다대포 몰운대로 귀착하는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마지막 축이 금정산이다. 부산의 산들은 금정산의 드넓은 품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국립공원에 백양산 등이 포함되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때마침 산림청이 엄궁산·구덕산·승학산 일대에 국내 첫 국립 산림복지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마당이다. 이와 연계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국가적 명소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국립공원 지정을 향한 부산 시민의 오랜 염원에도 불구하고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이 나오기까지 13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종합적 관리와 보존이 필요한 금정산의 가치는 물론이고 산과 강과 바다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부산의 매력이라면 국립공원 지정이 충분히 값하고도 남는다. 금정산만 놓고 보면 대상 면적이 59.3로 다소 작지만, 해안 지질공원까지 포함된다면 면적은 최대 130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물론 국립공원 지정 과정에서 적잖은 난관들이 예상되는 게 사실이다. 당장 개발 위기에 처해 있는 금정산 일대의 현실, 그리고 대상 지역에 포함된 토지 소유자들의 반발을 풀어야 한다. 공원 대상지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진다는 뜻이다. 금정산 일부가 걸쳐 있는 경남도와 양산시 등 인근 지역의 의견도 조율해야 할 것이다. 부산에서 탄생할 새로운 형태의 국립공원이 제때 빛을 보려면 부산시의 빈틈없는 준비가 절실하다.

 

금정산+태종대·오륙도·이기대부산형 국립공원 탄생하나

속보=부산시가 추진 중인 금정산 국립공원(본보 72일 자 1면 등 보도)의 대상지를 태종대 오륙도 이기대 등 부산의 해안명소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3일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대상지를 태종대·이기대·오륙도 등 부산의 해안 지질공원과 백양산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해 환경부에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환경부, 대상지 확대 검토 요청

부산시, 백양산 등 포함안 전달

관련 지자체·주민 협의 과제

 

부산시 산림생태과 관계자는 환경부가 올 8월 금정산 외에도 지리, 생태, 인문학적 가치를 고려해 국립공원 대상지를 넓히는 안을 검토해 달라고 시에 요청했다이에 시는 부산의 대표 해안명소인 태종대·오륙도·이기대 등을 국립공원 지정 대상지로 포함하는 방안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618일 부산시는 환경부에 최초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공식 건의했다. 특정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관할 시·도가 타당성 조사를 거쳐 환경부에 건의해야 한다.

 

이기대 공원. 부산일보DB

 

하지만 금정산은 부산시 자체 타당성 조사 때부터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지나치게 면적이 작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정산 국립공원 대상지 면적은 59.3에 불과하다. 22개 국립공원 중 월출산 국립공원(56.2)을 빼면 가장 작은 면적이다. 게다가 금정산 국립공원은 사유지 비율이 84.3%(50)에 달해 국립공원으로 실제 지정되는 면적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환경부는 8월 초 금정산 현장을 방문해, 국립공원 지정 대상지에 부산의 다른 해안지질공원 등을 포함하는 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부산시가 제안한 확대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금정산뿐 아니라 백양산·태종대·오륙도·이기대 등도 환경부의 타당성 조사 대상지에 들어간다. 이 경우 국립공원 이름도 부산형 국립공원(가칭)’ 등으로 바뀔 예정이다.

 

부산 오륙도. 부산일보DB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환경부 자연공원과 관계자는 금정산의 경우 양산시가 국립공원 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공원일몰제를 앞두고 인근 주민 일부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지정 대상지가 넓어지면 협의해야 할 주민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확대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며 아직은 의견 수렴 단계라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환경단체 멸종저항 체포도 두렵지 않다전 세계 시위

27개국 60개 도시서 2주일 동안 기후 비상사태 선언등 요구

하루에만 수백명 체포



멸종저항소속 활동가들이 7(현지시간) 세계 주요 도시의 중심가와 명소를 점령하는 시위를 벌이는 동시에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위에서부터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바이엘·몬산토 빌딩 앞, 호주 멜버른 도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 뉴욕·부에노스아이레스·멜버른·리우 | 로이터·AFP·EPA연합뉴스

 

각국 정부에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급진적 환경운동단체 멸종저항의 시위가 7(현지시간) 27개국 60개 도시에서 2주 일정으로 시작됐다. 특히 이들의 시위는 주요 도로에 활동가들이 시체처럼 드러누워 스크럼을 짜거나 천막을 쳐서 교통을 방해하는 등 도발적이고 과감한 방식으로 이뤄져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기후위기가 급진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심각한 사태라며, 최대한의 불편을 초래해 정부에 압력을 가하려 한다.

 

AP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멸종저항 환경운동가들은 이날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27개국 60개 도시에서 주요 도로와 다리, 광장을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영국 런던에서는 활동가들이 트래펄가 광장에 우리의 미래라고 적힌 영구차를 주차시킨 후 운전석과 차량에 몸을 묶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활동가들이 쇼핑센터를 점거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활동가들이 월스트리트 명물 돌진하는 황소상에 가짜 피를 들이붓기도 했다. 시위대는 앞으로 2주 동안 정부기관, 금융기관, 공항 등을 겨냥해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멸종저항은 지난해 10월 영국 남부의 소도시 스트라우드에서 공동창립자 생물물리학 박사 게일 브래드브룩과 농부 로저 할람이 몇몇 마을 사람들과 결성한 단체다. 멸종저항은 선명한 메시지와 체포를 두려워하지 않는 시위 형태로 세력을 확산하면서 전 세계 485개의 지부를 둔 국제적 환경단체로 커졌다. 지난 4월에도 33개국 80개 도시에서 시위를 벌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멸종저항은 정부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025년까지 탄소배출 순 제로를 달성하며, ‘시민의회를 꾸려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가디언은 활동가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항상 체포당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날 하루에만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수백명이 체포됐다. 지난 4월 런던에서는 11일 동안 1130명이 체포됐다. 가디언은 이들을 두고 그레타 툰베리의 학교파업과 함께 기후변화를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에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태풍이 점점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있다'하기비스', 36시간 만에 슈퍼 태풍으로 발달

 

슈퍼 태풍 '하기비스', 눈까지 뚜렷하게 생겼다 (90730)

 

태풍 '하기비스', 36시간 만에 슈퍼 태풍으로 발달

북상 중인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가히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 발표에 따르면 9() 새벽 3시 현재 태풍 '하기비스'의 중심에서는 초속 72m(140노트)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9일 오후 3시쯤에는 '하기비스' 생애에서 가장 강한 초속 74.6m(145노트)까지 발달할 것으로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는 예상하고 있다. 올해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한 태풍이다.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는 태풍 중심에서의 1분 평균 풍속이 초속 67m 이상일 때 슈퍼 태풍으로 분류한다. 태풍 '하기비스'의 중심 최대 풍속이 슈퍼 태풍의 기준인 초속 67m에 이른 것은 지난 7() 오후 3시다. 태풍 '하기비스'6() 새벽 3시 괌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발생한 지 정확하게 하루 반, 36시간 만에 슈퍼 태풍으로 발달한 것이다.

 

태풍 '하기비스' 예상진로 및 강도 (자료 : JTWC)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 증가

태풍 '하기비스'처럼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고 있다.

프린스턴대학교를 비롯한 미국 연구팀은 최근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편의상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을 포함해 태풍이라 한다)의 비율이 시기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Bhatia et al., 2019). 연구팀은 24시간 동안 태풍 중심 풍속이 초속 15m(30노트) 이상 강해지는 태풍을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으로 정의하고 전체 태풍 가운데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이 시기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분석은 위성 영상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1982년부터 2009년까지 발생한 태풍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결과 1982년부터 최근까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태풍 관측 자료를 사후 분석해 새롭게 구성한 베스트 트랙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는 경향은 관측자나 분석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위성 자료만을 자동 분석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아래 그림 참조). 시간이 흐를수록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연도별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 (자료 : Bhatia et al., 2019)

 

태풍, 발달 속도 빨라져

태풍이 최근 들어 점점 더 빨리 발달한다는 사실은 국내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주대학교 문일주 교수 연구팀은 1981년부터 2018년까지 북서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발달 속도를 분석했다(Moon, 2019). 연구팀은 특히 태풍이 발생한 시점부터 태풍의 생애에 가장 강하게 발달하는 시점까지 중심 풍속이 초속 1m 강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산출했다. 연구팀을 이를 이용해 연도별로 처음 발생한 태풍이 슈퍼 태풍까지 발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산출했다.

 

분석결과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경우 중심 풍속이 초속 1m 더 강해지는데 1981년에는 평균적으로 2.1시간 정도 결렸지만 2018년에는 1.6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속이 초속 1m 더 강해지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태풍이 빨리 발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태풍의 발달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다(아래 그림 참조).

 

태풍 중심풍속 초속 1m 강해지는데 걸리는 시간 (자료 : Moon, 2019)또한 태풍 발달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처음 발생한 태풍이 슈퍼 태풍(초속 67m)까지 발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산출해 보면 1981년도에는 평균 106시간이 걸리는 반면 2018년에 발생한 태풍은 82시간 만에 슈퍼 태풍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2018년에 발생한 태풍이 1981년에 발생한 태풍보다 24시간 정도 일찍 슈퍼 태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발생하는 태풍이 예전보다 더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태풍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도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1년에 발생한 태풍의 경우 중심 풍속이 초속 1m 강해지는데 2.15시간 걸렸지만 2018년에는 1.57시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슈퍼 태풍으로 발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1981년에는 107.5시간이 걸린 반면 2018년에는 78.5시간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에 발생하는 태풍이 1981년에 발생한 태풍에 비해 슈퍼 태풍에 도달하는 시간이 평균 29시간 정도 짧게 걸린다는 뜻이다. 최근에 발생하는 태풍이 1980년대에 발생하는 태풍보다 더욱더 빠르게 그리고 폭발적으로 발달한다는 뜻이다.

 

태풍이 점점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점점 더 늘어나고 슈퍼 태풍으로 발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는 것은 태풍 발달과 관련된 해수면 온도나 태풍 발달 지역의 윈드시어(wind shear, 대기 상하층 사이의 바람 방향이나 세기의 차이) 등이 태풍이 폭발적으로 발달하기에 점점 더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연구팀은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인간 활동으로 인해 태풍 발생 지역의 환경이 바뀌면서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기후 모델을 이용해 산업화 이전(1860)과 인간 활동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진행된 1940년과 2015년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40년까지만 해도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이 산업화 이전인 1860년과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은 반면 2015년에는 태평양과 대서양 등 대부분 해역에서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산업화 이전 대비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난 지역이다(아래 그림 참조).

 

산업화 이전 대비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 (자료 : Bhatia et al., 2019)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면예보 정확도 하락, 피해 증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태풍 예보 정확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어떤 조건에서 짧은 시간에 태풍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지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태풍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원인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예보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는 태풍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면 태풍에 대한 경고나 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풍이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에 그 만큼 강력한 태풍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태풍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 또한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폭발적으로 발달한 슈퍼 태풍 '하기비스'는 일본을 향해 북상중이지만 태풍 '하기비스'를 계기로 현재 우리의 태풍 예보 체계와 방재 대책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부족함은 없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참고문헌>

* Kieran T. Bhatia, Gabriel A. Vecchi, Thomas R. Knutson, Hiroyuki Murakami, James Kossin, Keith W. Dixon, Carolyn E. Whitlock, 2019: Recent increases in tropical cyclone intensification rates, Nature Communications.

https://doi.org/10.1038/s41467-019-08471-z

* Moon, Il-Ju, 2019 : Tropical cyclones intensify more rapidly in a changing climate(Personal Communication).

출처 : SBS 뉴스

 

을지로·세종대로 차로 2개 이상 줄고 보행로 늘린다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 이 일대 도로 공간 개편 사업 추진계획 공개

시청삼거리동대문역사문화거리는 6차로에서 4차로

세종대로 교차로~서울역 교차로까지 1.5구간은

1012차로에서 68차로 줄여 사람·자전거 길 조성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을지로와 세종대로 차도가 2차로 이상 줄어들고, 보행로는 확대된다. 서울시는 을지로·세종대로·충무로·창경궁로 도로 공간 재편 사업의 구체적 추진 계획을 9일 공개했다.

 

을지로 시청삼거리동대문역사문화거리 2.5구간은 6차로에서 4차로로 줄어들고, 세종대로 교차로에서 서울역 교차로에 이르는 1.5구간은 1012차로에서 68차로가 된다. 차로가 사라진 공간에는 보행로와 자전거전용도로가 들어서고, 공유 차량(나눔카) 주차장이 조성된다.

 

이들 2개 구간은 내년 공사를 시작해 연내 완공할 예정이다. 일대 도로 재편으로 대한문 앞 보도는 최소 5이상 넓어진다. 숭례문과 바로 연결되는 횡단보도까지 신설되면 광화문에서 숭례문, 나아가 남산과 서울로7017까지한 번에 걸어서 갈 수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일방통행인 충무로(1.0)와 창경궁로(0.9)1개 차로를 축소해 보도 폭을 넓히고, 자전거도로와 주차공간을 만든다. 35개 지점에는 과속방지턱 기능을 겸한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한다. 이미 도로 재편사업이 진행 중인 퇴계로 2.6구간(68차로46차로)은 내년 5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 일대는 차로 수와 폭이 줄면서 보행 공간이 1.23에서 6까지 넓어진다. 또한 자전거전용도로와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 4곳이 설치되고, 나눔카 대여지점 3곳과 주차공간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도심 녹색교통지역 내 21개 주요 도로의 공간재편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공간재편이 마무리되면 보행 공간은 총 156810늘어난다. 시청광장의 12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서울시는 아울러 도로 공간 재편 사업을 시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내년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한다. 무조건적인 차량 통행 제한 대신 1이내 초단거리 승용차 통행 등 불필요한 통행수요 감축에 우선 집중하며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늘어나는 여유 공간에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자전거, 공유차 공간, 공원 등을 조성한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도심 공간재편 사업을 시 전역으로 늘려 시민들의 보행권을 혁신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올해 지구촌 폭염 최고기록 396차례기상관측 사상 최다신기록

29개국 측정치 분석월 기록 경신은 1200

서유럽 열파, 남프랑스 46℃…·일도 신기록

전문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추세 반영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작성한 지난 8월 중순 유럽의 최고 기온 예측 지도.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고,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그러나 올해에도 지구촌 북반구의 여름에는 또다시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기후과학 연구소인 버클리 어스가 올해 5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넉 달 동안 세계 전역의 기상관측 기록을 분석해보니, 북반구의 29개국에서 사상 최고기온이 무려 396차례나 경신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9일 보도했다. 측정기간의 범위를 좁힌 월 최고기온 기록은 무려 1200여 차례나 새로 쓰였다. 비교·분석에 쓰인 데이터는 관측 기간이 최소 40년이 넘은 북반구의 기상 관측소들의 측정치를 포함하고 있다.

올여름 지구촌 폭염은 특히 더위가 일찌감치 시작된 유럽에서 극심했다. 사상 최고기온 기록 경신의 약 3분의1은 독일에서 나왔고, 열파 주의보까지 발령했던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벨기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7월 말 프랑스 남부 지방에선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6도를 기록해, 기존의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파리의 사상 최고 기온이 42.6로 경신된 것도 이때다. 버클리 어스의 로버트 로데 박사는 <비비시>유럽의 일부 지역은 기상관측 역사가 150년이 넘는데, 지금도 사상 최대 기록들이 고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 때 이른 폭염이 닥친 지난 625,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근처 분수대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유럽만 불볕더위에 신음한 건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관측사상 최고 기온 신기록이 30여 차례나 깨졌고, 일본도 역대 최고기록을 10번이나 고쳐 썼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에서 여름 최고 기온의 관측 기록 횟수가 경신된 것은 2003년과 2010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 째다. 이는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의 장기적 추세를 반영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로데 박사는 지구가 더워짐에 따라 기상관측소들이 사상 최고 신기록을 관측하는 게 쉬워지고 있다과거에는 (세계 전역에 있는) 기상관측소의 약 2%에서만 역대 최고기록을 관측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엔, 올해의 경우처럼, 5%가 넘는 관측소들이 사상 최고 측정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특히 유럽 지역의 이상 고온은 이례적으로 사하라 사막의 열파가 북아프리카와 지중해를 건너 유럽 본토까지 밀어닥친 영향이 크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기상관측소가 많은 것도 관측기록 경신에 한몫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로데 박사는 기후변화는 폭염기에 불볕더위의 강도를 더욱 높이며, 매년 모든 것에서 신기록이 나오진 않을 수 있으나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짚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기후변화연구소의 프레데리케 오토 소장도 올해 7월 서유럽에 닥친 열파는 기후변화 없이는 일어나지 않았을 만큼 너무나 강력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 다국적 기후변화 연구단체인 월드 웨더 애트리뷰션(world weather attribution)’<20197월 서유럽 열파 신기록 갱신에 인간이 미친 기여>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 사이(2003, 2010, 2015, 2017, 2018, 2019) 유럽에서 분석된 모든 열파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가능성과 강도가 훨씬 더 크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2019년 여름에 프랑스와 네덜란드에 닥친 고온은 인간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면 일어났을 가능성이 극히 작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해운대구, 장산 자체 관리 구립공원지정 추진

사유지 적어 조성 손쉬울 듯구역 설정 후 시·정부 협의 요청

부산 해운대구 장산을 전국 최초의 구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해운대구는 장산 제 모습 찾기사업(국제신문 지난달 3일 자 10면 보도)의 하나로 구립공원 지정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9일 밝혔다.

 

해운대구는 이를 위해 24000만 원을 들여 장산의 생태계, 산림 현황 등을 파악하는 용역을 진행 중이다. 또 구립공원 범위를 정하는 구역계 설정 작업을 준비한다. 해운대구는 내년 초 구립공원 지정위원회 구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시와 환경부에 협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구립공원 지정 권한은 해운대구에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지정하는 공원은 구립공원과 함께 군립·시립·도립·국립공원이 있다. 구립공원으로 지정된 숲과 산은 담당 구가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법령 개정이 이뤄진 지 얼마 안 돼 아직 사례는 없다.

 

해운대구는 장산 내 사유지 비율이 낮아 구립공원 조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되는 금정산은 사유지 비율이 84.5%에 달하지만, 장산은 30%에 그친다. 해운대구는 장산을 구립공원으로 관리하다가 다른 지자체와 연계해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장산은 생태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고, 종 다양성이 확보돼 구립공원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구립공원으로 잘 관리하다가 다른 지자체의 산야와 묶어 국립공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예산 없다며 생태계 교란종 반쪽 조사만 해온 부산시

식물만 파악하고 동물은 제외

- 논란 일자 예산 증액 결정했지만

- 붉은귀거북 1종으로만 한정

- 예산안 통과 가능성도 불투명

 

부산시가 그동안 생태계 교란종을 조사하면서 대상에 식물만 포함하고 동물은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시는 반쪽짜리조사라는 지적이 일자 뒤늦게 계획을 수정했지만, 예산 확보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는 2019년 생태계 교란 식물 조사 결과 서낙동강 등 85318에서 가시상추를 비롯한 8종이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시는 매년 권역별로 생태계 교란 식물 분포·양상·밀도를 조사한다. 그러나 예산 부족을 내세워 생태계 교란 동물은 조사하지 않았다.

 

현재 시가 생태계 교란 동물에 관해 보유한 자료는 2014~2016년 시행한 자연환경조사 결과가 전부다. 이 조사는 시행일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나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 여기에다 당시 조사는 교란 동물의 개체 수를 확인하지 않고, 대략적 분포만 파악했다.

 

시 환경정책과는 2020년 본예산에 생태계 교란 동물 조사 예산 2000만 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 예산은 낙동강 유역 붉은귀거북 1종만 조사하는 비용이다. 예산안이 시 예산실을 통과할지도 미지수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연간 예산 400만 원으로 생태계 교란 식물을 조사했다. 교란 동물도 조사하기 위해 예산 증액을 추진 중이라며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어 예산 확보를 자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의회도 문제를 지적했다. 김재영 복지환경위원장은 교란 동물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가 예산 부족이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상임위로 관련 예산안 올라오면 온전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고 했다.

       

환경단체는 시의 행정을 비판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기초 조사를 건너뛰고 수립한 환경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시는 우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체계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시민들이 지켜낸 대지산산 정상에 명패 설치

용인시 일방 철거 뒤 5년째 재설치 미루자

주민 재설치작은 산 지키기 역사 알릴 것

 

경기 용인시 수지구 대지산에 대지산 살리기 운동을 알리는 안내판이 들어섰다.

 

살리기 운동을 알리는 안내판이 들어섰다.

시민들이 힘 모아 지켜낸 대지산.”

전국의 작은 산 살리기의 본보기인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지구 대지산 정상(해발 326m)에 사라졌던 대지산 명패가 다시 돌아왔다. 용인환경정의는 9일 회원 6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지상 정상에서 대지산 살리기 운동 안내판과 명판 제막식을 했다. 대지산 공원과 시민들이 지켜낸 대지산을 알리는 안내판과 대지산 땅 한 평 사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명판 등 3개다.

 

용인 대지산은 90년 말 죽전 택지지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으나 주민들이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그린벨트 지정 청원’, ‘땅 한평 사기운동등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중심이 되어 지켜낸 곳이다. 정상에서 가까운 상수리나무에는 나무에 오르면서라는 안내판이 세워졌다. 당시 박용신 환경정의 정책부장이 대지산을 지키기 위해 17일 동안 나무 위 시위를 벌였던 곳이다.

 

주민들의 대지산 지키기에 정부도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등을 통해 20015월 대지산 일대 28를 보전하도록 계획을 수정했고 8136를 현재의 자연공원으로 조성했다. 애초 대지산 정상에는 주민들이 대지산 공원 역사 등을 소개하는 아크릴 안내판 3개가 있었으나 용인시가 2014년 노후했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철거했다.

 

이정현 용인환경정의 사무국장은 대지산이 작은 산을 지키려는 전국 운동의 시초여서 전국에서 문의가 이어진 데다 죽전지역의 주민 중에는 공원의 역사를 모르는 분들도 많아 안내판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9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대지산에서 주민들이 대지산 살리기 명패 제막식을 하고 있다.

 

용인시는 주민들의 요구에 안내판을 재설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에는 개별 단체의 활동이라는 이유를 들어 설치가 어렵다고 통보했고 이에 주민들이 직접 지역 기업인 다우기술의 기부금을 받아 5년만에 재설치에 나선 것이다.

 

양춘모 용인환경정의 공동대표는 시민과 시민단체, 공기업이 함께 대지산을 지켜내고, 도시 한가운데 대자산공원이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한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앞으로도 공원을 잘 가꾸어나가고, 도심 속 자연녹지를 잘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용인환경정의 제공

 

해안 뒤덮은 원유 100... 브라질 베네수엘라가 범인

 

원유로 뒤덮인 브라질 북동부 해안. CNN 캡처

 

브라질 북동부 해안이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다. 브라질 정부가 출처로 베네수엘라를 지목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경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초 브라질 북동부 9개주 130여개 해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량의 기름이 발견돼 당국이 한 달 넘게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날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히카르두 살레스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브라질 해안선 근처에서 외국 선박이 실수든 아니든기름(원유)을 누출했다면서 “(이 기름이) 베네수엘라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발표했다. 그는 해안과 해변에서 원유 100톤 이상이 이미 수거됐으며 지금도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원유가 자국에서 생산되거나 브라질 유조선에 의해 운반됐을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누군가 갖다 버린 것 같다. 이는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거도 없이 다른 나라를 탓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는데 정부가 이날 베네수엘라를 출처로 지목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나,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오랫동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판해왔으며 그를 축출하려는 우파 단체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름에 뒤덮여 죽은 거북이와 돌고래 사체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브라질 세르지피 주는 지난주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지역 공무원들은 주민들에게 해변 근처로 가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 같은 사건은 브라질이 아마존 열대 우림 화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제적 지탄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개발을 지지하면서 브라질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리나 실바 전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남은 원유를) 모두 제거하려면 10~20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정부가) 환경 단체를 옥죄는 대신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이미령 인턴기자 /한국

 

물고기 아파트물고기 무덤으로 전락, ?

 

바닷속에 설치되는 인공어초.

 

이른바 물고기 아파트로 불리는 인공어초가 당국의 관리부실로 물고기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부 인공어초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어초의 40%가 파손되고 상당수 어초는 폐기물이 가득 찬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이 공개한 ‘2017년 강원도 인공어초어장 관리사업 최종보고서를 보면 1970년대부터 바다 속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인공어초 중 상당수가 물고기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가 하면 오히려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군에 설치된 5094개의 인공어초 중 40.6%2395개는 파손되거나 심하게 매몰돼 있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에 설치된 인공어초 18개 중 10개는 완파되고, 4개는 반파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진읍 반암리에 설치된 인공어초 30개를 비롯, 죽왕면 문암1(100교암리(103), 토성면 천진리(140) 등 모두 373개의 인공어초는 1m이상 매몰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바닷속 인공어초 중 상당수에 다양한 어구와 해양 쓰레기들이 걸려 있어 물고기의 생존에 큰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성군 관내에 설치된 인공어초 46개에 대해 잠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23개 단위어초에서 1098.8의 폐기물이 발견됐다.

 

폐기물의 종류별는 폐그물이 266(69.8%)로 가장 많았고, 폐로프 205(18.7%), 폐타이어 등 기타 116.8(10.6%), 폐통발 10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인공어초 사업이 40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수산자원공단은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조차 취하지 않는 등 사후 관리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수자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국내 모든 해역에 설치 된 인공어초를 전수조사한 뒤 문제점을 시정하고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하늘 못 보는 한국 학생 vs 하늘 보는 일본 학생

획일적인 학교건축, 심폐소생이 필요하다]

한국 학생들, 거의 교실과 복도서 갇혀 지내

일본 학생들, 다양한 옥내외 공간서 자연 접해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에서 하늘을 못 봐요." 현직 교사들의 이구동성이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하늘 볼 일이 거의 없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많아서 운동장에서 하던 체육수업은 실내활동으로 대체하기 일쑤다. 쉬는 시간에도 교실이나 복도에서 수다 떠는 게 전부다.

 

경기도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실내에만 머문다. 점심 시간에도 축구를 하는 학생은 한 반에 5명 정도다. 방과후수업 프로그램이 있지만 학원 가느라 바빠서 대부분 집에 간다. 운동장이 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단 등교하면 거의 교실에서 지낸다. 수업과 수업 사이 20분을 쉴 수 있는 중간놀이 시간에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나오지만, 이때마저도 저학년은 고학년에 치이다 보니 교실에서 따로 놀곤 한다.

 

하늘 볼일 많은 일본 아이들

후쿠오카에 위치한 하카타 초등학교 전경.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다

 

일본 학생들은 달랐다. 학교에서 하늘을 볼 일이 많다. 일본 학교 운동장은 방과후에도 뛰어 노는 학생들로 활기차다. 도쿄 하루미 중학교후지 토시로 교장은 방과후 학원에 가는 대신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다. 운영하는 운동부도 여럿이다고 말했다.

 

방과후 운동장과 체육관, 수영장, 검도실 등 체육공간은 땀 흘리는 학생들로 가득 찬다. 목공실, 금속공예실, 다도실 등 동아리 활동을 위한 공간도 풍부하다.

 

쉬는 시간에도 다양한 공간을 활용했다.

지난 9월 찾은 사이타마현 시키 초등학교’. 원래 쉬는 시간은 5분인데 2교시 후에는 25분이 주어진다. 학생들이 마음껏 놀게 하기 위한 배려다. 이 시간이 되자 학교 곳곳이 붐볐다.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프리스페이스에서 뒹굴고 레인보우 가든에서 줄넘기를 했다. ‘도전 코너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이 학교는 교실과 복도 사이에 벽이 없는 열린 학교(오픈 스쿨)’. 각 층마다 교실과 프리스페이스(공유 휴식공간), 도전 코너(작은 도서관)가 하나의 공간처럼 이뤄져 있다. 프리스페이스는 매끈한 목재 바닥이라 넘어져도 다칠 염려가 없다. 학년에 상관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선후배들과 교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레인보우 가든의 모습. 투명유리로 된 지붕 아래 공간에서 학생들은 줄넘기를 하며 논다. 날씨에 관계 없이 하늘을 볼 수 있어 좋다. 레인보우 가든은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이다. 이 공간은 투명 유리로 된 지붕으로 덮여 있어 학생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늘을 보며 각종 놀이를 할 수 있다.

 

후쿠오카의 하카타 초등학교역시 열린 학교. 이 학교는 교실이 지라한 층마다 알코브가 있다. 알코브는 벽장 같은 공간이다. 학생들은 혼자 있고 싶을 때 은신처처럼 아늑한 이 곳을 찾는다.

 

이 학교를 설계한 건축사 구도 가즈미는 "학교 건물이 크고 고층이다. 알코브처럼 천장이 낮고 작은 면적의 공간은 학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하카타 초등학교는 층마다 교실과 워크스페이스, 교사코너가 한 세트처럼 되어 있다. 이 공간 군데군데 세면대가 놓여 있어 땀 흘리고 들어온 아이들이 씻거나 물 마시기에 편하다

곳곳에 세면대가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실컷 뛰어 놀고 나면 땀이 흐르고 갈증이 나기 마련이다. 학생들이 금방 땀을 씻어내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옥상 공간 활용하고 데크·브리지 만들어 외부와 연결

우리나라 학교는 좁은 부지 탓에 건물이 고층인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기에 쉬는 시간 10분은 짧다.

 

취재진이 찾은 일본 학교들의 건물도 고층이긴 마찬가지였다. 시키 초등학교 교사동은 4, 하루미 중학교 교사동은 6층 건물이다.

 

하루미 중학교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개폐식 수영장. 열린 수영장 지붕 틈으로 하늘이 보인다 하지만 건물 최상층에 각각 개폐식 수영장과 옥상텃밭을 만들어 교육공간으로 활용했다. 학생들이 번거롭게 실외화로 갈아 신고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하늘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사고 발생 시 불분명한 책임 소재 탓에 사시사철 옥상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학생들이 감시와 통제를 강요당하는 우리나라 학교와 비교된다.

 

이들 학교의 건축가들은 설계할 때부터 학생들과 외부환경을 건축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고민했다. 시키 초등학교의 '레인보우 브리지'와 하카타 초등학교의 '표현의 무대'가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레인보우 브리지는 교사동과 생애학습동을 이어주는 투명 철제 다리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 곳을 지날 때마다 하늘을 마주한다.

 

하카타 초등학교 '표현의 무대'. 옆쪽에 나 있는 문을 통해 쉽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외부 계단을 올라오면 표현의 무대 맨 위쪽으로 올라올 수 있다

하카타 초등학교는 건물 각 층마다 외부계단과 출입구가 따로 있고, 곳곳에 야외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수업과 강연, 지역축제 협의 등 다목적으로 쓰이는 표현의 무대는 밖이 내다보이고, 문을 열면 행인들이 바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입니까?"

하루미 중학교 교장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꼽은 곳.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창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다

취재진의 물음에 하루미 중학교 후지 토시로 교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층을 이어주는 넓은 계단 있지 않습니까. 유리창이 커서 경치도 보이고 햇살도 들어옵니다."

 

'낙오자는 없다'건물에 교육철학 반영한 독일 ASW

현장수업과 모둠수업에 중점함께 하는 교육 눈길

학생에 11공간선생님과 학생이 한 공간서 생활

 

독일 ASW 교장선생님 스테판 루파너. 학교 건물 곳곳에 '함께 배우고 함께 생활한다'는 그의 교육철학이 녹아 있다. 학생들은 교장인 루파너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말을 걸었고, 그 역시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어울렸다

 

'함께 배우고, 함께 생활한다(Gemeinsam lernen, Gemeinsam leben)'

독일 학교 '알레마넨슐레 부튀싱엔(Alemannenschule Wutoschingen·이하 ASW)'의 교장 선생님 스테판 루파너의 교육철학이다.

 

ASW는 스위스 국경에서 5km 떨어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작은 마을 부튀싱엔(인구 6500여 명)에 위치했다. 현재 교사 70명과 학생 650(8~18)이 생활하고 있다.

 

2005ASW에 부임한 루파너는 2011년 기존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자신의 교육철학에 맞게 수업방법과 학교공간을 혁신하기 위해서다.

 

현장수업과 모둠수업낙오자는 없다

'저자와의 대화'에서 저자의 강연을 들은 후 사인을 받는 학생들. 사진=ASW 홈피

ASW는 현장수업과 모둠수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은 이론수업 보다는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체험 위주의 교육을 받는다. 기업체에서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서점에서 책 출판과정에 대해 배운다. 교회·성당에서는 '종교와 인간', 농장에서는 '환경과 인간'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듣는 식이다.

 

루파너는 "교실에서 책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하는 현장수업이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라며 "물고기도 잡고 나무도 잘라보는 등 자연과 접할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한다. 아이들도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현장수업은 지역사회의 광범위한 지원 아래 이뤄진다. 주민들은 청소비용 정도만 받고 수업 장소를 대여해주고, 이중 20여 명은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무상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루파너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학교를 지은 덕분에 이들과 연결고리가 생겼다. 또한 현장수업이 많다 보니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주민들도 학교의 일부 공간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ASW에는 반 개념이 없다. 대신 곳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 그때그때 모둠을 만들어 수업한다. 사진=ASW 제공

 

모둠수업은 학교 곳곳에서 이뤄진다.

ASW는 반 개념이 없는 대신 같은 학년끼리 그때그때 모둠을 만들어 수업한다. 선생님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기대하기 힘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음식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한다. 회의와 자료수집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면 선생님은 조언자 역할을 한다.

 

루파너는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 학생 자신이 왜 이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선생님은 학생 스스로 관심 있는 문제를 찾고 이를 풀려는 의지를 북돋워주면 된다"고 말했다.

 

ASW의 수업방식은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ASW 부지 내 공터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만난 9학년 학생 사미라 투라겔과 필리아 베이직. 이들은 직접 벼룩시장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했다

취재진이 찾아간 75, 학생들은 건물과 건물 사이 공터에서 벼룩시장을 열었다.

 

사미라 투라겔(9학년)"학교에서 많은 걸 체험할 수 있어 좋다.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생기면 선생님과 상의해서 결정하는데, 대체로 우리 의견을 수용해준다"고 말했다.

 

필리아 베이직(9학년) 역시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니까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라도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더 많은 학생이 자기 관심사에 대한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업이 뒤처지는 저학년을 위해 고학년이 '학습 도우미'를 자처하는 전통 덕분에 낙오자가 없는 것도 ASW의 장점이다.

 

학생에 11공간선생님과 학생이 한 공간에서 생활

휴식공간에는 각양각색 의자가 놓여 있고 카페트에 방석이 깔려있기도 하다. 벽 대신 커튼으로 공간을 분리한 점도 눈에 띈다. 이 곳에서 학생들은 앉거나 눕고 뒹굴면서 휴식을 취했다  각 건물은 층마다 콘셉트가 다르다. 아래층은 휴식공간, 위층은 학습공간으로 꾸몄다.

 

휴식공간 곳곳에는 각양각색 의자와 탁자를 놓았다. 원형 카페트에 방석을 올려놓기도 했다. 벽 대신 얇은 커튼으로 구획을 나눈 것도 눈에 띄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의자에 눕거나 앉아서 웃고 떠들었다.

 

여기서는 모둠수업도 이뤄졌다. 학생들은 바닥에 빙 둘러앉아 자유롭게 토론을 했다. 학교 내부에서는 모두 신발을 벗는데, 편한 자세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한 배려다. 바닥과 가구에 아이들 정서에 좋은 목재를 주로 썼다는 점도 돋보였다    화재 등 비상시 빠른 대피를 위해서는 휴식공간에 가구가 적은 게 좋지만, 곳곳에 건물 내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와 비상문을 만들어 이를 상쇄했다.     학습공간은 교실과 학생 개인공간으로 구성됐다. 타원형 탁자와 화이트보드를 구비한 교실에서 진행하는 이론수업은 짧게 끝내는 대신 현장수업을 자주 한다.

 

아이패드를 이용해 수업하는 선생님과 학생들. ASW는 교실에서 진행하는 이론수업은 적은 대신 현장수업을 많이 한다

교실에서의 수업도 고리타분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찾은 교실에서 학생들은 아이패드를 활용해 '강아지는 1년에 옷이 몇 벌 필요할까'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아이패드는 시에서 지원받았다. 루파너는 "아이패드 덕분에 어디에서나 수업할 수 있고, 종이로 된 책 비용도 절감됐다""학생들 사이에서 '수업 중 게임을 하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어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습공간 중 고학년이 사용하는 학생 개인공간 전경. ASW는 학생 1인에게 1공간을 부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곳에서 수업 준비, 시험 공부 뿐만 아니라 선생님 감독 아래 시험도 치른다. 선생님도 이 곳에서 함께 생활한다 학생 개인공간은 왁자지껄한 휴식공간과 달리 조용했다. 학생들은 이 곳에서 시험 공부를 하거나 수업 준비를 했다

 

ASW는 모둠수업이 많아서 학생 스스로 자료를 찾아야 할 때가 많다. 학생 개인공간 바로 옆 복도에 책장을 비치해 학생들이 쉽고 빠르게 자료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진=ASW 제공

 

학습공간 중 저학년이 쓰는 학생 개인공간 모습. ASW에는 교무실이 따로 없다. 대신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공간을 공유한다

모둠수업을 하려면 자료가 많이 필요한데, 학생 개인공간 바로 옆 복도와 계단 아래쪽에 책장들이 설치되어 자료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선생님과 학생이 공간을 공유하고, 학생 개인에게 11책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즉 교무실이 따로 없고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했다  

루파너는 "자기 공간을 오픈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극소수 선생님이 리모델링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ASW만의 특징적인 공간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ASW는 학교수업을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모든 공간의 문을 열어놓는다. 개인 사물함도 열쇠가 따로 없다. 그래도 도난 사고가 발생한 적 없고 걱정도 하지 않는다.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기 때문이다.      루파너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시간을 즐긴다"고 표현했다. 인터뷰 후,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그는 연습하러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총총 사라졌다. 시간을 즐기기 위해   

ASW5개 학교와 함께 독일 최고 권위의 '2019 올해의 독일학교상'을 수상했다

 

학교 갇혀서 공부하는 곳 아냐" 지역과 함께하는 영국 학교

수업 시작하면 복도 죽은 공간 돼"

영국 학교, 지역사회 밀접하게 공존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자체 승인 받아

학업성취도도 올라학생들 '만족'

 

포스터앤파트너스는 지난 10년 동안 영국에서 9개의 학교를 만들었다. 폴 칼호벤 부사장은 복도, 계단 등을 언급하며 건물 구석구석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며 건축설계를 통한 자유로운 움직임이 사회적 문제를 제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칼호벤 책임자가 디자인한 토마스 데콘 아카데미. (사진=포스터앤파트너스 제공)

"학교가 안에 갇혀서 공부하는 공간은 아니잖아요."

 

지난 7월 세계적인 건축가 노만 포스터 경의 건축설계업체인 '포스터앤파트너스(Foster + Partners)' 런던 사무실에서 폴 칼호벤(Paul Kalkhoven) 기술 설계 책임자는 국내 학교 사진을 확인한 뒤 조심스레 말했다.      그가 본 사진에는 직사각형으로 이뤄진 국내 학교 외관과 네모난 교실의 풍경, 그리고 길게 뻗어있는 복도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다시 한 번 학교 복도 사진을 바라본 뒤, 사용되지 않은 공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수업이 시작하면 이 복도는 죽은 공간이 된다. 선생님이 교실 안이 아닌 복도에서도 아이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공간에 대한 유연성을 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사용되지 않은 공간을 열어 좀 더 유동적인 공간으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칼호벤 책임자는 "학교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떻게 시설이 이용되는지를 바라봐야 한다"라며 "학교가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하나의 커뮤니티로 다가갈 수 있도록 건축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경우) 학교 설계를 할 때 지역사회를 고려하며 진행한다"라며 "학교가 저녁에 사용되지 않을 때, 지역주민들이 학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칼호벤 책임자는 '서클 배스 병원(Circle Bath Hospital)', '스탠스 데드 공항(Stansted Airport)', '런던 아카데미(London Academy)' 등과 같은 다양한 공공기관 및 학교를 설계했다. 이 가운데 학교 복도 한 가운데 도서관이 있는 '토마스 데콘 아카데미(Thomas Deacon Academy)'는 지역 커뮤니티로 꼽힌다. 지역 주민들이 강의극장, 아트리움, 식당 등과 같은 학교 시설을 사용할 수 있어 지역 사회 중심의 학교로 자리매김을 했다. (사진=정재림 기자)


학교를 지역주민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은 영국 내에서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 1930년 지역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해 1976년 평생교육법이 제정됐고 1998년에는 시설 및 투자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자원관리계획'이 수립됐다.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하는 '학교시설 복합화'가 나타난 배경이다.

 

여기에 영국 정부가 20032월 노후화된 학교 시설을 교체하고 세계 수준의 선진교육 환경을 실현하기 위해 발표한 '미래를 위한 학교 건립(Building Schools for the Future, 이하 BSF)'이 나오면서 학교는 시설 면에서도 한층 개선됐다.

 

'BSF'가 궁금해요.

BSF2020년까지 중등(Secondary)학교에 450억 파운드(한화 668400억 원)를 투입한 뒤, 신축 또는 재건축을 통해 최첨단 시설 기반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은 영국 정부의 국가주도 사업이다. 학교를 통한 지역 사회와의 연계 방안까지 담고 있다 보니 교장, 학생, 지역 사회 구성원들도 이 사업에 참여한다. 당시 사회적 빈곤 지역을 대상으로 BSF 지원에 나선 결과, 학교의 시설 공간은 개선됐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또한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BSF가 단순히 학교건물 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투여 사업으로 평가받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BSF2010년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막대한 예산 지출이라는 비판과 함께 무산됐다

 

주목할 점은 이 사업의 기획과 학교신축을 위한 최종 입찰자에 대한 결정자가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것이다. 이는 '행정자치', '교육자치'로 이원화된 한국과는 달리 영국의 지방자치단체장은 교육의 책임을 지고 있기에 학교 설계를 할 때도 지역 사회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칼호벤 책임자는 학교를 설계하는 데에 외부로부터 제약을 받거나 예산을 집행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의 예산을 받는 국내 학교 설계 현장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셈이다.

 

그는 "학교가 정부로부터 펀딩 및 예산에 대한 부분들을 받아오면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건물을 설계했다"라며 "설계를 하면서 안전, 교실 면적 등과 같은 정부가 내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을 지키면 (정해진) 예산을 집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칼호벤 책임자는 학교 교장의 의지 또한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서 학교 교육 방향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면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서 과목에 대한 계획 및 구성을 하게 된다"라며 "학교 지을 당시 교장 선생님이 교육에 대한 공간을 신경 쓰고 이를 건축을 통해 공간을 마련한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가보니지역 사회 공존하고 운동장 같이 사용하고


넓은 복도(왼쪽) 양 옆에는 교실이 위치한다. 학교 정문 출입구(오른쪽)에는 컴퓨터를 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캐피털시티 아카데미는 BSF 첫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사진=정재림 기자)


실제로 영국 학교는 지역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런던 북서부 윌스던(Willesden)에 위치한 '캐피털시티 아카데미'의 변화는 눈에 띈다. 2003년 이전에 '윌스던 하이스쿨(Willesden high school)'이었던 학교는 당시 상대적으로 빈곤 지역에 위치해 학교 시설이 매우 낙후된 상태였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교육 기회에 대한 차별과 학업 성취도가 낮다고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2003년 영국 정부로부터 BSF 첫 지원을 받은 이 학교는 캐피털시티 아카데미로 탈바꿈한다. 캐피털시티 아카데미는 지역사회와 다양한 파트너십 관계를 맺으며 지역사회와의 연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부실 학교로 평가받던 학교는 2019년 직업교육 평가 전문기관인 교육기준청(Ofsted) 결과에서 2등급(Good) 평가를 받은 것이다.

 

마리안 진스(Marianne Jeanes) 캐피털시티 교장은 "교육기준청이 발표한 자료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얼마나 발전했는지도 평가 한다"라며 "이 지역엔 빈곤층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범죄나 마약 등 사회적 범죄에 노출 되지 않도록 이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평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안 진스 교장(좌측)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공간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학생들의 태도에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는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캐피털시티 아카데미 학생들(우측)은 좋아하는 학교 공간으로 도서관, 운동장 등을 꼽았다. (사진=정재림 기자)

진스 교장은 그러면서 "(지역사회와) 같은 시설을 사용하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학생 부모들도 학생들이 안전한 곳에 있다고 생각 한다"라며 "(지역사회에) 스포츠 대회, 축제, 방과 후 수업, 댄스 아카데미 등과 같이 학교 시설을 빌려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학생들이 학교 시설을 자기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책임을 가지고 이용하고 있다"라며 "학교를 공유하는 책임에 대한 생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학생들은 지역 사회와 함께 시설을 쓰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아미라 분콤베(Amira buncombe. 14)군은 "주민들이 이런 공간이 없다. 이런 공간을 서로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인 인디야 루이스 브라운(Indya-louise brown, 14)양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까 좋다"라며 "교내에서 스포츠 이벤트 같은 행사가 있을 때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 아카데미(Bridge academy)2007년 글로벌 금융기업 USB의 민간투자를 받아 런던 북동부에 위치한 해크니(hackney) 구에 설립됐다. 배의 모양을 띈 학교는 USB와 해크니 구청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운동장은 지역 공원에서 낮에는 학생들이 밤에는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다. (사진=정재림 기자)

2007년 런던 북동부 지역인 쇼디치(Shoreditch)에 설립된 '브릿지 아카데미'도 지역사회와 함께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가까운 공원에 운동장을 만들어 낮에는 학생들이 사용하고 저녁에는 지역 주민들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학교 교육에 자원 봉사하는 지역 주민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브릿지 아카데미 관계자는 "부족한 면적을 지역사회와 함께 활용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지하 체육관을 이용하며 시설을 공유한다"라며 "현재는 학생 수가 크게 증가한 나머지 교실이 부족해 재건축을 할 정도"라고 밝혔다.

 

다만 브릿지 아카데미 관계자는 한국 학교만의 특색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영국 학교의 공간은 창조성, 다양성을 장려해 오히려 숨겨진 공간이 생기는 반면, 한국 학교는 폐쇄적이지만 (교사가 학생들을) 감시하기 좋은 구조"라며 "학교마다 독특한 가치에 자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획일화도 좋은 쪽으로 가면 좋고 나쁜 쪽으로 가면 나쁠 것"이라고 밝혔다.

 

"보이지 않는 공간이 폭력 부른다"몰랐던 학교 공간들

해외 학교, 사용자 중심 공간 탈바꿈

복도부터 옥상까지 다양하게 활용

학생에게 공간 양보한 교사들 '눈길'

 

국내 학교 공간이 재발견되고 있다. 학교 교육 연구는 많았지만, 정작 학교 공간의 관심은 최근에야 본격화되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 등의 해외 학교는 사용자 중심의 학교 공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 학교는 복도부터 옥상까지 다양한 공간을 사용하며 국내 학교가 놓치는 공간들을 활용하고 있다.

       

영국, 공간으로 학교 폭력 줄이고 급식실 공간 활용하고

                       

캐피털 시티 아카데미는 곳곳에 투명한 창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동장 안에서도 교실을 볼 수 있도록 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좌측) 복도에서도 교실 안을 볼 수 있도록(가운데) 교실 문이 창으로 제작됐다. 계단을 오르는 곳(우측)에도 투명한 창으로 설계돼 보이지 않는 공간을 최소화 했다. (사진=정재림 기자)


"좁은 복도나 계단을 지나가면 학생들은 움츠러드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 공간이 코너로 막혀 있으면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거나, 폭력을 부르는 공간으로 변하게 되죠."

 

폴 칼호벤(Paul Kalkhoven) 포스터앤파트너스(Foster + Partners) 기술 설계 책임자는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학교 공간을 더 열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스터앤파트너스가 설계한 캐피털시티 아카데미(Capital city academy)를 가보면 보이지 않는 공간이 드물다. 운동장 밖에서 교실 안을 바라보도록 유리로 설계 됐고 일부 교실 문은 창문으로 제작됐다. 그뿐만 아니라 계단을 올라가는 공간에도 벽 대신 창으로 대신했다. 누구든지 볼 수 있도록 사용되지 않는 공간을 최소화 한 것이다.

 

칼호벤 책임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 간의 갈등 문제를 살펴볼 수 있도록 건축학적인 관점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라며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압박해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를 보완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건축을 통해 사회적 컨트롤을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리지 아카데미는 급식실 공간을 활용했다. 요리 조리를 해야만 하는 국내 사정과는 거리가 있지만, 급식실을 또 하나의 공간으로 바라본 데 그 의의가 있다. 사진은 밖에서 바라본 브리지 아카데미 전경과 1층 급식실. (사진=정재림 기자)


급식실 공간을 활용한 학교도 있다. 브리지 아카데미(Bridge academy)1층 공간이 시간마다 달라진다. 학생 사물함이 있는 이 공간은 오전에는 학생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되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급식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때로는 회의실로 사용하며 급식실을 또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브리지 아카데미 관계자는 "(급식실을 1층에 놓게 된 것은) 학교에서 직접 정했다"라며 "현실적으로 한 번에 볼 수 있고 실용적인 면을 추구하다 보니 이같은 공간이 들어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선생님이 양보했다독일 학교 공간들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시에 위치한 하인리치 헤르츠 슐레(Heinrich-Hertz Schule)는 전기 공학에 특화된 직업학교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이스터 고등학교와 같다. 헤르츠 슐레 학교 전경(좌측)을 보면 갈색 부분이 5년 동안 리모델링 하면서 만든 공간이다. 공사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방해된다는 이유로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이 학교 휴식공간(우측)은 교사들이 공간을 양보해 더 크게 지어졌다. (사진=정재림 기자)


하인리치 헤르츠 슐레에도 특별한 공간이 있다. 5년 동안 진행된 '리모델링'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2014년부터 20208월까지 진행되는 '리모델링'은 학생들이 학교 교장에게 건의를 하면 학교 측이 이를 정리해 시와 조율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휴식 공간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한정된 면적 안에서 공간을 새로 늘리기란 어려움이 따랐다. 이 때, 교사들이 나섰다. 교사들이 자신들의 업무 공간을 양보하고 나선 것.    세인트 안드레아스 회너 (StD Andreas Horner) 하인리히 헤르츠 슐레 교장은 "처음에는 반대하는 교사들도 있었지만, 대다수 교사는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리모델링 이후 학생들은 만족해 하며 공부에 대한 열정 또한 보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교사가 공간을 양보한 학교는 또 있다.

                       

커튼으로 공간을 연출한 ASW(좌측). 이 안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ASW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교무실 공간을 양보하면서 학생들을 위한 독서실 공간(우측)이 마련됐다. 1인당 1책상을 받은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며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정재림 기자)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작은 마을 부튀싱엔에 위치한 '알레마넨슐레 부튀싱엔(Alemannenschule Wutoschingen·이하 ASW)'는 교실 벽을 허물었다. 대신 그 공간에는 커튼이 자리한다. 반 개념이 없는 이 학교만의 독특한 공간이다. 같은 학년 수업일 경우 학생들은 커튼만 젖히면 언제든지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스테판 루파너(Stefan Ruppaner) ASW 교장은 "선생님들이 새로 (오픈 공간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지만, 학생들을 위해서 이렇게 하기로 뜻을 모으게 된 것"이라며 "학생들과 같이 수업하는 방식이다 보니 학생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염두에 두고 학교를 지었다"고 말했다.

 

옥상에 수영장과 텃밭 마련한 일본 학교   

                     

나카무라 마키에(中村真纪絵) 주오구 교육위원회 감독관은 "일본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영 교육을 받는다. 인근 초등학교에도 지하에 수영장이 있지만, (옥상에) 수영장이 있으면 수영복 입은 모습을 노출하지 않아도 돼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사진은 하루미 중학교 수영장. 하카타 초등학교 옥상. (사진=정재림 기자)

안전상 옥상 공간을 활용하지 않은 국내 학교와는 달리 일본 학교는 옥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도쿄 주오구에 위치한 하루미 중학교 옥상(6)에는 수영장이 마련돼 있다. 돔으로 이뤄진 천장에는 개폐식으로 돼 있어 언제든지 열고 닫을 수 있다  

학교에 수영장을 설치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의 수영 교육 의무화가 자리한다. 이 때문에 일본 학교 지하 또는 옥상에는 수영장이 마련돼 있다.   

후쿠오카에 위치한 하카타 초등학교 또한 옥상에 수영장을 만들었다. 이 학교를 설계한 구도 가즈미(工騰和美) 건축가는 옥상에 수영장을 만든 이유에 대해 "학교 부지가 부족하다 보니 수영장이 (자연스레) 옥상으로 올라오게 된 것"이라며 "옥상에 유동적으로 잔디구장을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라카와 히로무(浦川宣)하카타 초등학교 교장도 "아이들이 옥상에서 공을 사용하는 곳만 금지할 뿐 다른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시키 초등학교. 이 학교 옥상은 텃밭으로 조성됐다. 학생들은 옥상에서 자연 실습 교육을 받는다. (사진=정재림 기자)


옥상에 텃밭을 만든 학교도 있다. 시키 초등학교 학생들은 옥상에 채소를 직접 심는다. 가꾼 채소는 후에 급식 재료로도 쓰이게 된다.

 

사카구치 에이지(坂口栄二)시키 초등학교 교장은 "생활 과목에 식물을 키우는 교육이 있는 데 이를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라며 "다른 학년뿐만 아니라 인근 보육원에서도 이곳에 와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밝혔다.


       

여진 1집 (꿈을 꾼후에/이별)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