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제인 폰다, 시위 도중 체포
과열된 일본 방사능 보도
산양의 용기와 지혜를, 인간이 알까20. 시튼, 칼 룽기우스, 산양
대형 태풍 '하기비스' 일본 직격...사망·실종 30여명, 산사태·하천 범람 잇따라
부산항 북항 2단계 사업시행자 공모…재개발 본궤도 오른다
도시공원·동네공원이 사라진다?
흙 한점 없는 바닥.. 로봇이 온도 조절.. 실험실인지 농장인지
한국 바다 수온 상승폭, 세계 평균의 2.5배
광무교~부암역 ‘동천 물길’ 복원한다
부산시 “건축물 높이 ‘120m 제한’ 완화, 탄력적 적용”
최악 두려움, 현실이 됐다” 美단체, 후쿠시마 경보
환경단체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인류 향한 범죄"
제주 연안 물고기 10마리 중 4마리 이상 ‘아열대 어종’
아마존 원주민 족장 "보우소나루가 틀렸다"..."파괴 지속하면 우리 모두 이 땅에서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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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난다고… 강제 ‘은행 털이’ 최선일까
거제, 국내 최대 돔형 유리온실 ‘정글돔’ 26일 공개
멧돼지만 없애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라질까?
81세 제인 폰다, 시위 도중 체포
제인 폰다. AFP연합뉴스
미국 할리우드 원로 배우 제인 폰다(81)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WP는 폰다를 비롯해 시위대 16명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제 사회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한 중이었으며, 해당 시위는 국제환경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 코드 핑크 등이 주최했다.
폰다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환경운동을 펼쳐온 배우로 유명하다. 그는 과거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후변화 투쟁의 중심부로 다가가기 위해 워싱턴으로 이주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폰다는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기후변화 집회에도 참여해 연설하기도 했다.
조영빈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과열된 일본 방사능 보도
구글 트렌드에서 최근 5년간 ‘후쿠시마’와 ‘방사능’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지난 8월이 관련 키워드에 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보도가 늘고,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후 후쿠시마 지역 방사능 오염이나 후쿠시마에서 출발하는 올림픽 성화·선수단 안전 문제 등으로 관심이 점차 넓어졌다.
▲ 10월08일 구글 트랜드에서 ‘후쿠시마’와 ‘방사능’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후쿠시마 사고와 방사능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2011년이나 오염수 누출로 수산물 파동이 일어났던 2013년보다는 적다. 하지만 사고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현재 일본 상황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핵발전소 사고는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수습이 쉽지 않다. 방사능 오염을 제거한다는 것도 오염된 흙이나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길 뿐, 근본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에 따라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인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이기 때문에 반감기의 10배, 즉 3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세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의 시간으로는 너무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상에는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정보들이 넘쳐난다. 탈핵단체들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성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언론이 일본 현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노력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취재 경쟁이 과열되면서 안타까운 일들도 생기고 있다. 지난 8월, 방사능 핫스팟을 측정하는 일본 시민모임인 HIT는 블로그에 한국 취재진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국내 한 종편채널의 도쿄시내 방사능 오염실태 취재에 동참했는데, ‘자극적인 보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취재’하겠다는 애초 약속과 달리 매우 자극적인 보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쿄 올림픽 카누 경기장 인근의 방사선을 측정했는데, 측정 포인트 2천 곳 중에서 5,6곳에서 높은 방사선량이 측정되었는데도 마치 전체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된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가 공기 중 방사선량은 공개하지만 토양이나 표면의 방사능은 측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지자체와 중앙 정부에서 토양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으며, 이 내용은 인터넷에 모두 공개되어 있다. HIT는 조사 데이터의 수가 적고, 핫스팟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긴 했지만 ‘전혀 없다’는 식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HIT 관계자는 자신의 얼굴이 정면에서 공개되는 것을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인터넷에는 자신의 얼굴이 그대로 보도되었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로 이후 해당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HIT는 밝혔다.
▲ 일본 시민단체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https://minnanods.net/maps/?pref=prefs17&m2_kg=kg&time=today&sum_137=sum)’에서 공개한 토양 방사선 상황. 사진=모두의 데이터 사이트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9월말 우리나라 여당 특위가 도쿄 올림픽 경기장인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이 출입금지가 필요한 ‘즉시대피구역’이라며 지도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당시 특위는 국내 언론에도 많이 소개된 바 있는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라는 일본 시민단체의 측정값을 바탕으로 지도를 그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도가 자신들의 데이터와 다르다고 밝혔다. 또한 언제 시점의 데이터인지도 명시하지 않아 과학적 자료로서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는 이 내용을 여당 특위에 발송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속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가 공개한 일본 내 방사능 토양 오염 데이터는 일본 각지에 있는 30여개 측정소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이다. 해당 자료를 정리한 서적은 일본 아마존 방사능 분야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저널리스트 협회의 상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 관련 기사 : 뉴스1) 민주 ‘일본 방사능오염’ 지도에 日단체 “수치 변조” ]
보도 경쟁이 과열되거나 다양한 자료를 발간하다보면 취지와 다른 내용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이 있다면 즉시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엄밀함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적 데이터를 임의로 해석하거나 확대할 경우,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취재원의 개인 정보나 의도를 왜곡하는 식의 보도는 절대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악화되고 있는 한일관계를 고려할 때, 더욱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더 문제가 커지기 전에 보다 진중한 접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media@mediatoday.co.k
산양의 용기와 지혜를, 인간이 알까20. 시튼, 칼 룽기우스, 산양
유럽 야생 양. 게티이미지뱅크
내가 설악산 정상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건 중학생 때였다. 그때는 설악산이 어떤 산인지 전연 모른 채 대청봉까지 올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 뒤로 몇 차례 설악산을 오른 일이 있지만, 백두대간 종주 기념용 헝겊딱지들이 눈앞에 나타나는 빤한 등산로로만 올라갔던 탓일까? 한반도의 영산, 설악산에서 영물인 산양을 만난 기억이, 불행히도 내게는 없다. 오색 케이블카 문제가 불거진 뒤로 산양이 설악을 상징하게 되었건만 내 경험 속에서는 이 둘을 매치시킬 방도가 도무지 없는 것이다.
이 ‘공백’을 메꾸는 최상의 방법이야 설악의 품 안에 며칠 머물러보기일 것이다. 이들이 주로 새벽과 저녁에 활동한다고 하니 그 시간대를 노려야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이 계획을 실행키 어려운 처지로서는 기록물이나 작품을 찾아 ‘예습’을 하는 수밖에는 없다.
산의 노인, 칼 룽기우스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와 기욤 아폴리네르의 ‘동물시집’ 따위를 눈에 잡히는 대로 집어든 소이(所以)가 이러하다. 하지만 대개는 산양 이야기가 없거나 있어도 시원찮았다. 몇 차례 낭패 끝에 ‘설마 그는 실망시키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찾아와 곧장 그의 작품으로 직행해보니, 과연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여기서 ‘그’는 동물문학의 대가 어니스트 톰슨 시튼(Earnest Tompson Seaton)을 뜻한다. 시튼의 작품 ‘위대한 산양, 크래그’를 펼쳐보니 산양의 세계가 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설봉처럼 그 웅대한 전모를 우뚝 드러냈다. 독서 이전에 이것은 해갈(解渴)이었다.
위대한 산양, 크래그
한마디로 이 작품은 로키 산맥, 쿠트네이(Kootenai) 고지대 지역에 살던 어느 숫 큰뿔양의 일생을 다룬 ‘산양 전기(傳記)’다. 어느 야생동물의 전기를 쓴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시튼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냈다. 자신의 관찰 그리고 구전되던 이야기 토막을 엮어 울림 깊은 산양 전기를 완성해냈다. ‘전기’라 하면 본디 ‘위대한 인물’의 영토이건만 이 영토를 인간세계 바깥으로 확장했다는 데 시튼의 탁월함이 있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해보면 이것은 시튼의 탁월함이 아니라 각자의 무대에서 훌륭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야생 동물들의 탁월함이다. 시튼의 탁월함은 그것을 있는 실상 그대로, 편견의 노예인 우리의 눈앞에, 가감없이 드러냈다는 데 있다. 어떤 사물은 우리 눈에 드러나기만 하면 작품이 되는데, 그건 그 사물의 실존 자체가 이미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튼이 묘사한 크래그도 그런 사물이었다. 적을 따돌리며 절벽 사이를 뛰어넘는 신체의 능력이, “어둡고 끝을 알 수 없는 깊이가 담겨 있”는, 크고 깊고 밝은 호박(보석)색의 눈빛이, 아찔한 위험에서 무리(다수/공동체)를 구하는 과감함과 용기와 지혜가 이 큰뿔양을 ‘기록할 만한 삶의 주인공’으로 빚어냈다. 시튼은 이렇게 쓰고 있다.
“바위들이 들쭉날쭉 나 있는 절벽 위로 뛰어올라갈 때면, 발톱과 탄력 있는 발굽은 거의 바위에 닿지 않은 채 새처럼 떠다니는 듯했고…. 유연한 근육이 몸의 형태를 바꿀 때마다 등에서는 햇살이 반짝거리면서 일렁거렸다.” 또한 이 양은 “봉우리에 걸친 천둥을 머금은 구름처럼, 눈썹 위로 굽이치는 뿔을 지닌 황소처럼 위엄 있게, 사슴처럼 우아하게 서 있었다.” (‘위대한 산양, 크래그’,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이한음 옮김, 궁리)
산악인들-윌콕스 협곡의 큰뿔양들(1912), 칼 룽기우스
이런 언어들은 우리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다행히도 우리는 시튼이 직접 그린 크래그의 초상화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북미의 산악 고지대에서 살아가는 큰뿔양(Bighorn Sheep)의 풍모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다른 화가들의 작품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이를테면 독일 태생이었지만 미국에 귀화했던 칼 룽기우스(Carl Rungius, 1869~1959)의 작품.
룽기우스의 후배들인 폴 크라프(Paul Krapf, 1927~, paulkrapfstudio.com), 다니엘 스미쓰(Daniel Smith, danielsmithwildlife.com), 랄프 오베르그(Ralph Oberg, 1950~, ralphoberg.com), 더스틴 반 웨첼(Dustin Van Wechel, 1974~, www.dustinvanwechel.com) 등의 작품도 보는 이의 피를 뛰게 한다. 크래그의 자손들을 그림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는 영광이 이들 덕에 가능하다.
알버타 나이젤 협곡의 큰뿔양(1919), 칼 룽기우스
시튼의 이야기에는 사냥꾼들에게 쫓긴 큰뿔양들이 크래그의 지도에 따라 높다란 절벽 사이를 질서정연하게 “폭포수처럼” 뛰어내리는 경이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이 풍경을 가만 상상하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젊은 날 읽었던 한국 산양 이야기였다.
‘포수 무리’에게 쫓기던 영양 한 무리가 끝내 절벽까지 쫓기고 만다. 건너편에도 절벽이 있어 건너뛰기만 하면 살 수 있다. 그러나 그 간격은 영양이 뛸 수 있는 최대 거리 5m를 넘어서고 있었다. 무리의 지도자는 순간 깊이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지도자는 허공을 향해 크고 슬픈 울음을 쏟아냈다.
잠시 뒤 청소년층과 노년층이 두 그룹으로 나뉘더니, 각 그룹의 하나씩 쌍을 이루었다. 선두에 있던 한 쌍이 시범을 보였다. 이들은 동시에 낭끝에서 도약을 했고, 공중에서 최대치 거리에 도달하는 순간 청소년은 노년의 등을 밟고 두 번째 도약을 감행했다. 이런 식으로 청소년층만 저편에 있는 ‘삶’으로 넘어갔고, 노년층은 모두 낭떠러지로 낙하했다.
이 엄숙한 드라마를 지켜보며 포수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를 잊을 지경이었다.” (김학철, ‘우렁이 속 같은 세상’, 창작과비평사)
숫양(1910), 칼 룽기우스
실은, 3개월간의 피를 말리는 추적 끝에 크래그의 목숨을 끊는 데 성공한 사냥꾼 스코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스코티는 총을 쏘고는 일어서서 결과를 차마 마주할 수 없었다. “겁에 질린 사람처럼 슬그머니” 고개를 들 뿐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고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
시튼의 전언에 따르면, 스코티는 이 사건으로 사냥을 중단했고, 점점 미쳐갔다. 박제된 크래그를 팔라는 유혹도 일체 거절했다. 그렇게 무언가에 홀린 듯 4년을 칩거하다, 어느 설풍 불던 겨울밤, 삶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어느 위대한 숫양의 어머니, 치누크(Chinook, 태평양 쪽에서 불어와 북미 로키 산맥을 넘어가는 서풍)가 일으킨 산사태로 절명한다.
스코티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실화일 것이다. 로키 산맥은 크래그의 편이라는 말은 시튼의 말이 아니다.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동물 미술관> 저자/ 한겨레
시튼의 이야기에 나오는 북미 지역의 산양은 김학철의 산문에 나오는 산양또는 설악의 산양과 같은 종이 전혀 아니다. 설악의 산양은 아무르 영양(Amur goral, 학명 Naemorhedus goral raddeanus)으로서, 속(屬, genus)이 Nemorhaedus이다. 반면, 시튼의 산양인 큰뿔양(Bighorn Sheep)은 Ovis라는 속에 속하는 종으로, 아무르 영양과는 외양과 생태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아무르 영양은 영양(goral)에 속하는 네 종 가운데 하나이므로, 한국의 산양은 ‘영양’이라 불리는 게 온당하다. 아무르 영양은 러시아, 중국, 북한, 남한 등지에서 발견되는 종으로 산악지대에 거주한다. 무리를 이루어 군집생활을 하며, 주로 새벽과 저녁에 활동하는 것으로 최근 보고되었는데, 짐작컨대 인간을 피하기 위함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영양의 수가 급감하자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했다. 급감의 원인은 이 동물이 ‘몸에 좋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의 일이다.
굳이 오늘의 시점에서 설악의 산양을 떠올려본 건, 지난 달(2019년 9월) 이들의 삶을 위태롭게 했던 오색 케이블카 프로젝트가 (환경부의 결정으로) 전면 백지화되었기 때문이다.
설악산은 1970년 국립공원으로, 1982년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1996년엔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2005년엔 백두대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강원도와 양양군은 2001년부터, 크래그를 쫓았던 스코티만큼이나 끈질기고 집요하게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시행을 환경부에 요구했다. 줄곧 사업 불가 원칙을 표명했던 환경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8월 입장을 바꾸어 사업을 승인했고, 논란은 최근까지도 지속되었다.
2018년 2월, 필자도 참여하고 있는 동물권 연구 단체 피앤알(PNR)은 설악산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앞세우고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취소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당시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가 산양 후견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9년 1월, 서울행정법원(행정6부, 부장판사 이성용)은 산양이 원고 당사자가 될 수 없고 사람도 동물의 후견인이 될 수 없다며 소송 각하(반려) 결정을 내렸다. 2006년 천성산 도롱뇽, 2007년 충주 쇠꼬지 황금박쥐, 2010년 금강 검은머리물떼새에 이어 2019년 설악산 산양도 이 나라 법원에서는 원고 당사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2019년 9월 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부동의함으로써 종내 이 사업은 백지화되었지만, 이 사업의 백지화를 위해 제기된 소송 자체를 법원이 각하한 결정은, 결국 이 문제가 한국 사회에 미해결 과제로 남았음을 시사한다. 자연(물)의 원고 당사자 지위 또는 자연(물)의 법적 권리에 관해서라면, 이 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형 태풍 '하기비스' 일본 직격...사망·실종 30여명, 산사태·하천 범람 잇따라
태풍 ‘하기비스’가 지나가면서 뿌린 폭우로 일본 나가노현 지쿠마강이 범람하면서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 나가노|AP연합뉴스
·전날 1000만명에 ‘피난 지시’나 ‘피난 권고’ 발동 대형 태풍 19호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 중심부를 훑고 지나가면서 30명 이상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각지에선 산사태가 속출했고, 하천이 범람해 주택 피해가 잇따랐다.
13일 NHK에 따르면 하기비스는 전날 저녁 일본 열도에 상륙한 뒤 폭우와 강풍을 쏟아내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21명이 숨졌으며 16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166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에선 돌풍으로 차량이 옆으로 넘어져 1명이 숨졌다. 같은날 밤 군마(群馬)현 도미오카(富岡)시에선 산의 토사가 무너져 민가를 덮쳐 남성 1명이 숨진 채로 발견된 데 이어 이날 오전 행방불명된 2명도 발견됐으나 숨졌다. 또 전날 저녁 7시 나가노(長野)현 도미(東御)시에선 교량 일부가 무너지면서 차량 3대가 강에 떨어져 차량에 타고 있던 6명 가운데 3명이 행방불명됐다.
하기비스는 전날 저녁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반도에 상륙한 뒤 밤새 수도권 간토(關東)와 도호쿠(東北) 지방에 많은 비를 내린 뒤 이날 오전 미야기현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쯤 태풍이 소멸해 온대성저기압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태풍은 큰 비를 동반하면서 수도권과 도호쿠 지방에 큰 상흔을 남겼다. NHK에 따르면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하루, 이틀 사이에 쏟아졌다.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인기 온천 관광지인 하코네(箱根)정에는 이날 새벽까지 48시간 동안 1001㎜의 폭우가 쏟아졌다. 같은 시간 강수량은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시 이치야마(市山) 760㎜, 사이타마(埼玉)현 지치부(秩父)시 우라야마(浦山) 687㎜, 도쿄 히노하라(檜原) 649㎜에 달했다. 또 미야기(宮城)현 마루모리마치(丸森町) 힛포(筆甫)에 24시간 동안 587.5㎜, 폐로 중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 가까운 후쿠시마현 가와우치무라(川內村) 441㎜, 이와테(岩手)현 후다이무라(普代村) 413㎜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들 지역은 모두 기상청의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집중 폭우로 인해 곳곳에서 하천이 범람했다. 이날 오전 6시쯤 나가노(長野)현을 흐르는 지구마(千曲)강 제방 일부가 붕괴해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겼다. NHK는 나가노시에 주택 2층까지 물이 차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어오고 있어 자위대 헬리콥터가 고립한 주민들의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현을 가로지르는 아부쿠마강도 범람해 주택이 침수하는 피해를 입는 등 전국 14곳의 하천이 범람했다고 NHK는 전했다.
범람 위험 지역이 속출하면서 전날 밤 한때 즉시 피난을 명령하는 ‘피난 지시’와 피난을 권고하는 ‘피난 권고’ 대상자가 합해서 13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날 오후 9시를 기준으로 81만3000 세대, 165만9000명에 대해 ‘피난 지시’가, 412만 세대, 923만명을 대상으로 ‘피난 권고’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13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경보 중 가장 높은 ‘폭우 특별 경보’를 발표했다. 폭우 특별 경보는 이날 오전 모두 해제됐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수도권과 시즈오카 등에서 모두 23만8700세대에 정전이 발생했따. 또 전날 수도권을 중심으로 철도와 지하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등 교통이 마비됐다. 철도와 지하철은 이날 오전 들어 운행을 재개하기 시작했으나, 국내 항공편 전편이 결항하는 등 일부 운항 중단이 이어졌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부산항 북항 2단계 사업시행자 공모…재개발 본궤도 오른다
해양수산부가 ‘부산항 북항 2단계 항만재개발사업’ 선결과제를 해소하고 사업시행자 공모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민간자본 약 2조 5113억 원(상부시설 미포함, 기본계획상 금액)에 국비를 합쳐 약 3조 원이 투입될 북항 2단계 항만재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북항통합개발추진단 출범 후 선결과제 해소와 사업시행자 공모가 착착 진행되면서 부산시민의 원도심 활성화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2030’
시행자 내년 2월 10일까지 공모
사업대상지 자성대 부두 일원
민간자본·국비 3조 원 투입 예정
민간 창의적 구상 가능한 계획
해양수산부는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2030’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15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약 4개월간 부산항 북항 2단계 항만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 공모를 실시한다고 14일 밝혔다. 북항 2단계 항만재개발사업은 올해 2월 기본계획을 고시했으며,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약 2조 5000억 원의 민간자본을 투입해 기반시설을 구축함으로써 금융, 비즈니스 및 연구개발(R&D)이 특화된 신해양산업 중심지를 육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대상지는 부산항 북항 자성대 부두 일원(220만㎡)이며, 이 중 육상구역은 143만㎡이다. 특히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은 △자성대부두 재개발 △부산역 및 부산진역 철도시설 재배치 △주변지역 재개발 등이 포함돼 항만과 철도, 배후지역을 결합 개발하는 국내 최초의 항만재개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공모에서는 민간의 창의적인 사업구상이 가능하도록 해양문화관광지구, 복합도심지구, 공공시설지구 등 포괄적인 지구계획은 제시하되, 해당 지구 내의 주요 도입기능은 사업시행자가 제안하도록 했다. 이 외에 공유수면도 해양레저 및 친수공간 등으로 활용토록 했다.
개발 콘셉트는 '1C(core)+3M(magnet)'으로, 자성대 중심 집적(Core) 및 3개 거점 연계개발이 핵심이다. 3개 거점(Magnet)은 부산진역(자성대부두 서측), 사일로문화콤플렉스(자성대부두 남측), MICE(자성대부두 북측)로 구분된다. 시민(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협의회)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어 합의를 도출해낸 것으로 공모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정성기 해수부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장은 "자성대 부두 이전계획, 부산역일원 철도재배치 계획, 개발 콘셉트에 대한 시민 의견수렴 완료 등 사업시행자 공모를 위한 선결과제가 해결돼 이제부터 사업추진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사업제안서에 대해 개발·재무·관리운영 3개 분야 계획을 종합 평가해 내년 4월 중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공모의 자세한 사항은 해양수산부 누리집(www.mof.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2030'은 북항 일원 통합개발을 위한 기본구상으로, 시민단체, 학계, 지역전문가 등과의 협의를 거쳐 2017년 12월 확정된 바 있다. 부산항 북항 일원을 친환경 해양 스마트시티로 개발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도시공원·동네공원이 사라진다?
환경단체, 6대 개혁법률 제안…"연내 입법해야"
내년 도시공원일몰제로 인하여 도시공원 지정이 해제되는 면적은 전국적으로 437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우선 7월 1일부로 해제될 면적만 340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로 인해 숲의 역할이 강조되는 가운데 도시의 천연공기청정기이자 탄소흡수원인 도시공원을 해제해 개발 가능지로 바꾸는 도시공원일몰제로부터 숲을 지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 2018년 4월과 2019년 5월에 중앙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부분 일몰 대응책임을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내용이라 한계가 분명하다.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예산지원과 토지소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 △지방채 상환 기간 연장 △공원일몰제 시행 시점 3년 연기 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6대 개혁법률의 연내 입법을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2020도시공원일몰제대응전국시민행동',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연대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단협의회'가 공동제안하고 나섰다. 제안된 6대 개혁법률은 다음과 같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제1개혁입법안 /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개정법률안
-48조 3항·104조 2항·부칙2조·부칙3조의 개정 필요
[48조 3항]
1999년 헌법재판소는 대지에 대한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근거로 도시계획시설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중 그 부지가 국·공유지인 곳은 사유재산권 침해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도시계획 실효대상, 즉 일몰 대상지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국 미집행 공원 총면적은 437제곱킬로미터이며, 이중 국공유지 면적은 112제곱킬로미터로 전체 미집행면적 대비 약 26퍼센트를 차지한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광역시 50퍼센트, 인천광역시 40퍼센트,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각각 33퍼센트, 제주도 33퍼센트이다. 시군의 경우 경기도 오산시는 92퍼센트가 국·공유지이다. 그 뒤를 이어 전남 장성군은 87퍼센트, 강원도 춘천시는 82퍼센트, 경남 거제시 81퍼센트 ,경기 수원시 79퍼센트, 안양시 72퍼센트나 된다. 지역별 편차가 큰 만큼 국·공유지를 해제 대상에서 제외할 때 도시공원을 지키는 데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아래 표와 같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48조 3항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104조 2항]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령'에 따르면 도로, 상하수도, 학교, 도시공원은 모두 지방 사무로 분류된다. 지방 사무라 해도 도로와 상하수도의 경우 최대 80퍼센트까지 중앙정부가 국고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로 83퍼센트, 상하수도 100퍼센트, 학교 96퍼센트가 집행되는 동안 같은 지방 사무이나 중앙정부의 사업 지원이 없던 도시공원은 54퍼센트나 미집행 상태에 놓여졌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대부분은 1970년대에 중앙정부(舊건설부)가 지정한 후 사업을 시행하지 않은 채 1995년에 인력과 재원 지원 없이 지자체로 이양된 것이다. 동일 지방 사무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도 문제지만, 더 실제적인 문제는 지방정부 대부분이 낮은 재정자립도로 인해 도시공원 일몰 대상 사유지 매입을 처리할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재정자립도가 30퍼센트 미만 지방자치단체는 수도권 69개 가운데 19개(28퍼센트), 비수도권 174개 가운데 126개(72퍼센트)에 달한다. 개혁입법을 통해 지방정부가 일몰대응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아래 표와 같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104조 개정이 필요하다.
[부칙 2조]
2020년 7월 1일부로 해제 예정인 전국 340제곱킬로미터의 도시공원부지 가운데 도시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우선관리지역'의 매입비만 국토교통부 추산 16조 원에 달한다. 낮은 재정자립도를 가진 지방정부들이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유효한 수단이 지방채권 발행이다. 지방정부가 우선관리지역의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할 경우, 채권 상환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도록 아래와 같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부칙 개정 조항을 신설하여 지자체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부칙 3조]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공원 일몰로 도시숲이 축소될 위기에 직면하여 일몰 공원부지를 매입할 재원과 제도의 구비에 필요한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며 국토교통부에 도시공원일몰제 시행 3년 유예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입장은 사유재산권 침해 시정을 명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므로 2020년 7월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정부의 입장과 판단은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2005년 결정에 위배된다.
헌법재판소는 △일몰제 대상 부지 중 임야의 경우는 공원 지정으로 사유재산권이 침해됐다 보기 어렵다 △일몰제 시행 연도는 정부입법으로 제정된 일몰제에 따른 것일 뿐이다. △총괄적으로 헌법재판소는 헌법상의 사유재산권 침해 요소를 해소하라 결정했을 뿐 해제 대상 부지와 시행 시점에 대해서는 특정한 바 없다. △오히려 헌법재판소는 공원이 지속될 것이라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국민들의 법적 안정성과 신뢰를 고려하는 정책과 법안 마련을 결정문에서 촉구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또한 토지소유자의 사익 침해를 보상할 다양한 수단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도시공원일몰에 입법자(국회·정부)의 재량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사익과 공익의 충돌을 막는 균형 정책과 제도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를 내세우며 지방정부의 도시공원일몰제 시행 3년 유예 요청을 거절할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처럼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사용'하여 기존 일몰제의 도시숲 훼손 우려를 씻어낼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아래와 같이 3년 유예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부칙 3조의 신설이다.
제2개혁입법안 /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44조 3항]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중 우선관리가 필요한 도시공원과 도시자연공원구역의 사유지에 대한 토지보상비용 중 국가가 최대 50퍼센트를 보조하도록 의무화하여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여주고 도시공원 보전에 나설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하고 신설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제3개혁입법안 / 지방세 특례 제한법
[84조 3항]
지난 2005년 도시공원일몰제의 폐해를 경감시킬 목적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가 도입됐다. 그 자체로는 일몰로 해제되는 도시공원을 해제가 아닌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재지정하여 실질적으로 도시공원으로 계속 이용할 수 있게 하려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도시공원을 택지(숲세권아파트)로 개발하려는 '민간공원특례제도'로 인해 무력화됐다. 원래 이 제도는 일본의 '지역제녹지제도'(일본의 도시자연공원구역에 해당)의 장점을 본뜬 것으로서 정부가 매입하지 않은 도시공원을 지역제녹지로 지정하고 대신 토지 재산세 80퍼센트를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유재산권 침해 요소도 줄이고 녹지(도시공원)도 지킬 수 있다. 2020년 7월 일몰로부터 도시숲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를 활용하려면 기존의 도시공원 일몰 대상 부지(사유지)가 받아온 재산세 50퍼센트 감면 혜택을 재지정되는 도시자연공원구역(사유지)에도 적용해줘야 마땅하다.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로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다가 해제되자마자 다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기존에 받던 재산세 50퍼센트 감면 혜택도 받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방세특례제한법」에 이를 명시한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제4개혁입법안 / 조세제한 특례법 개정
[조문 신설 개정 1항]
도시공원일몰제도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우리의 도시자연공원구역에 해당하는 '지역제녹지' 지정 제도를 통해 매입하지 않은 도시공원에 대해 상속세와 재산세를 80퍼센트 감면해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실질적으로 도시공원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개발제한구역보다 훨씬 더 강한 개발규제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세 감면 혜택이 없다. 이에 토지소유자의 부담 완화 측면에서 상속세 감면 혜택을 주는 조문을 「조세제한특례법」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
[조문 신설 개정 2항]
한편 도시자연공원구역 부지(사유지)의 상속세 80퍼센트 감면을 받은 뒤 나머지 납부할 20퍼센트의 상속세를 현물로도 납부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면 실질적으로 도시공원 보전효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를 규정한 「조세제한특례법」에 다음의 조문을 아래와 같이 신설할 필요가 있다.
제5개혁입법안 / 교통시설 특별회계법 개정
[8조 1항]
2018년도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입은 2017년 15조6000억 원에서 8000억 원 증가한 16조4000억 원에 달한다. 한편 2013년 기준으로 교통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84조1000억 원으로 분석됐다. 이중 도로교통혼잡비용 및 교통사고비용이 53조2000억 원, 대기오염비용 및 온실가스비용, 소음비용의 합이 30조9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교통부문과 환경부문의 비중이 63.3 대 36.7인 셈이다.
문제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목적세임에도 불구하고 도로, 철도 등 교통에 80퍼센트의 예산(교통시설특별회계법에 근거)을 쓰고 있고 15퍼센트만을 환경개선특별회계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교통의 총사회적 비용 중 교통부문과 환경부문의 비중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출 중 60퍼센트를 교통시설특별회계로, 35퍼센트를 환경개선특별회계로 전입해 도시공원일몰 대응 등 환경개선비용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교통시설특별회계법' 8조 1항을 개정하여 교통에너지환경세 중 환경개선특별회계 전입 비중을 현행 15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6개혁입법안 / 환경정책 기본법 개정
[47조 1항]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징수 취지에 걸맞게 교통의 총사회적 비용(2013년도 기준) 중 35퍼센트를 환경개선특별회계로 전입하여, 도시공원일몰, 미세먼지 대응 등 환경개선비용에 사용한다고 할 때 그 전입금을 환경부의 세출로만 할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도시공원일몰 대응은 국토교통부의 사무이며 미세먼지 저감, 자연복원 사업, 자연공원부지 매입은 환경부의 사무이고, 미세먼지숲 조성사업과 백두대간부지 매입은 산림청의 사무이다. 이들 사무 모두 환경개선특별회계 세입을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여러 부처가 연계되어 있는 만큼 환경개선특별회계 세입을 부처 협의를 통해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환경정책기본법」 47조 1항 및 48조 1항을 개정하여 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처장 /[함께 사는 길]
흙 한점 없는 바닥.. 로봇이 온도 조절.. 실험실인지 농장인지
정병두 대표가 리프트에 올라 스마트팜 로즈밸리의 가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리프트는 토마토가 수확기 때 4m 이상 성장하는 점을 고려해 작업자들이 이용하는 장비이다. 익산=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농사는 사람의 손을 빌려 하늘과 땅이 짓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제 이 명제는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사람과 로봇과 컴퓨터의 힘을 빌려 짓는 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땅은 필요 요소에서 제외됐고, 하늘의 비중은 크게 줄고 있다. 농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전북 익산시 왕궁면 흥암리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로즈밸리도 농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곳 중 하나다. 승용차를 타고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이름에 ‘로즈(장미)’라는 단어가 있어 장미 관련 농장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로즈밸리는 정부가 ‘토마토 작물 재배 시범 사업자’로 선정할 만큼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마트팜이다.
햇볕이 따갑던 11일 로즈밸리를 찾았다. 커다란 식물실험실을 연상케 할 정도로 농장 내부는 깨끗하고 쾌적했다. 입고 있는 재킷이 전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바닥은 흙 한 점 보이지 않게 시멘트로 덮여 있었고, 토마토는 50cm 높이의 받침대에 올려져 키워지고 있었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365일 24시간 토마토의 생육 상황을 체크하는 센서와 로봇이 실내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도(CO₂) 농도를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 반도체 부품 제조에서 토마토 재배 사업자로
로즈밸리를 만들고 운영하는 주인공은 정병두 대표(48). 그는 2007년 잘 다니던 회사(반도체 부품 제조업체)를 그만둔다. 아프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부모님은 “멀쩡하게 좋은 회사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던 아들이 자신들 때문에 농사일을 하게 됐다”며 반대했지만 그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는 복숭아농장을 하던 부친의 어깨너머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국화, 프리지어 등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농가를 인수했다.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땅을 일구고, 풀을 뽑고, 퇴비를 주는 일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일 구덩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노동 효율은 떨어졌고, 무엇보다 소득이 너무 적었다. 결국 그는 2010년 비닐하우스 화훼를 포기했다. 대신 그 자리에 수경재배로 장미를 키우기로 하고, 거금 7억 원을 들여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섰다. 흙을 걷어내고 시멘트로 바닥을 덮었다. 일조량과 물 주기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복합 환경 제어 시스템’도 설치했다. 일본과 러시아를 겨냥한 품종을 골라 재배했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산 장미가 인기를 끌던 때라 수출 물량은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장밋빛 계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및 쓰나미로 일본에서 장미 수요가 급감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2년 가까이 고민하던 정 대표는 2013년 장미에서 토마토로 품목을 다시 한번 바꾼다. 지인의 권유로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에 갔다가 접한 토마토 농장에서 미래를 발견한 것이다.
○ 로봇부터 3D 프린터까지 동원한 최첨단 농법
로즈밸리에서는 햇볕 대신 LED를 이용해 토마토를 씨앗 상태에서 발아시켜 일정 크기로 키우는 실내LED육묘장도 운영하고 있다. 정병두 대표가 발아 중인 토마토 씨앗들을 보고 있다. 익산=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스마트팜의 핵심은 정확성이다. 일사량과 비, 풍향, 풍속, 온도, 습도를 모두 측정해 한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 대표는 이를 위해 ‘복합 환경 제어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다. “예전에는 온도를 잴 때 막대온도계를 사용했습니다만 정보 수집에 제한이 있었어요. 시스템을 사용하면서부터 농장 내 온도, 습도, 일사량을 한 번에 알 수 있고 관리가 쉬워졌습니다.”
정 대표는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활용해 물을 관리하는 ‘배지 중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저울의 원리를 이용해 배지 밑에 무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센서를 설치했습니다.”
이파리 온도나 상태 등을 측정하는 ‘생육 측정 로봇’을 설치하고 온도와 습도, 광합성에 필수적인 CO₂ 농도를 관리했다. 3차원(3D) 프린터로 토마토 잎을 자르는 데 필요한 가위 등을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한다.
스마트팜 기술을 등에 업은 로즈밸리는 매출은 물론이고 농장 운영 효율성도 높였다. 그 결과 생산량은 60% 이상 늘었고, 인건비 등을 포함한 경영비는 20% 이상 줄었다. 약 1만 m² 규모의 농지에서 토마토가 연간 360∼390t 수확되고 연간 매출은 6억 원을 넘어섰다.
정 대표는 최근 초분광 카메라를 이용한 방제 기술 개발에 나섰다. 드론을 이용해 초분광 카메라로 작물을 촬영해 병충해 작물을 파악하고, 뒤따라오는 방제 비행기가 해당 정보에 따라 선택적으로 약을 살포하는 기술이다. “초분광 카메라 기술을 이용하면 다양한 작물 바이러스를 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최소 3년은 준비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정 대표는 스마트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막연한 이해로는 부족하다”며 “최소 3년 정도의 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스마트팜을 시작할 때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그 결과 실수는 불가피했다. 요즘은 스마트팜 관련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있지만, 정 대표는 본인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야만 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지금도 스마트팜 관련 각종 교육 행사를 부지런히 쫓아다닌다. 그는 “이런 게 모두 반도체 회사를 다녔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나마 가능했다”며 “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또 이런 과정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꼼꼼한 자금 조달 계획도 필수다. 그는 “지금의 시설을 만드는 데 당시 투입 비용이 땅값을 제외하고 7억 원 정도가 들었는데 지금 한다면 20억 원 이상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토마토를 가공해 각종 요리에 들어가는 소스를 개발해 다음 달부터 ‘레드닥터’라는 브랜드로 판매에 들어간다. 또 2022년부터는 체험학습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로즈밸리가)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 스마트팜의 80% 수준이며, 100%를 넘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 농업의 밝은 미래가 그려졌다.
▼ 스마트팜 진입장벽 낮추기… 정부, 사업비 60% 지원 ▼
‘로즈밸리’와 같은 스마트팜을 시작하는 데에는 적잖은 시설 투자와 사전 교육 등이 필요하다. 진입 장벽이 그만큼 높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확산―스마트팜 시설 보급’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스마트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상자는 채소·화훼류 등(육묘, 버섯, 인삼, 인삼·약용채소) 자동화 재배 시설을 운영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생산자단체 등이다. ‘시설원예 현대화 사업’과 동시 추진도 가능하다.
사업 신청은 사업 예정지 관할 시군의 농정과에 신청하면 된다. 이를 예비 신청이라고 한다. 이후 컨설턴트가 사업 예정지를 방문해 사전 컨설팅을 한 뒤 지원 대상자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려야만 본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다만 해당 시군으로부터 지방비 확보나 지원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절차를 거쳐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사업 계획에 따라 정부는 시설원예 분야의 ICT 융복합 시설 장비 및 정보 시스템 설치 등과 관련해서 사업비 보조나 융자를 해준다. 국가 보조금 30%, 지방비 30% 등 총 60%가 지원된다. 이 외의 40%(컨설팅 20% 포함)는 본인 부담이다. 사업비 상한액은 2억 원이며, 총 사업비 기준 100만 원 미만의 사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익산=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한국 바다 수온 상승폭, 세계 평균의 2.5배
동해가 가장 많이 올랐고, 서해, 남해 순
해수면도 매년 올라가고, 어종도 달라져
해수 온도 오름에 따라 제주 앞바다에서 참다랑어 양식도 가능해졌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해수 온도 오름에 따라 제주 앞바다에서 참다랑어 양식도 가능해졌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지난 50년 동안 한국 주변 바다의 수온이 세계 평균의 2.5배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1968년부터 2018년까지 50년 동안 한국 연근해의 표층 수온은 약 1.23℃ 올랐다. 바다별로는 동해가 1.43℃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서해 1.23℃, 남해 1.03℃ 올랐다. 같은 기간 전세계 바다 표층 수온은 평균 0.49℃ 올라 한국의 상승폭이 세계 평균의 2.5배에 이르렀다.
또 한국 바다의 해수면도 1989년부터 2017년까지 28년 동안 8.12㎝, 매년 평균 2.9㎜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 부근이 매년 4.44㎜로 가장 많이 올라갔고, 동해안 3.7㎜, 남해안 3.09㎜, 서해안 2.07㎜ 순서였다. 이런 해수면 상승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 해수 부피 팽창, 빙하 녹음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해수 온도 오름에 따라 각 바다의 주요 어종도 크게 달라졌다. 가장 온도가 많이 오른 동해는 주요 어종이 1980년대에 멸치, 노가리, 오징어, 명태, 쥐치에서 2000년대 멸치, 살오징어, 붉은대게, 청어, 가자미로 대부분 바뀌었다. 서해는 꽃게, 멸치, 젓새우, 갈치, 갑오징어에서 꽃게, 멸치, 대구, 젓새우, 까나리 등으로, 남해는 멸치, 고등어, 갈치, 쥐치, 정어리에서 멸치, 고등어, 갈치, 살오징어, 참조기 등으로 일부 바뀌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광무교~부암역 ‘동천 물길’ 복원한다
동천 광무교 생태복원 모습.부산일보DB
부산시가 도심 구간에 흐르는 동천 물길 일부 복원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시는 원도심 산복도로와 도심 해안을 연결하는 ‘이음길’ 6개 구간 조성 계획도 내놓았다.
그러나 시가 ‘원도심 대개조’를 외치며 한꺼번에 쏟아낸 장밋빛 계획의 총 사업비가 3조 원이 넘고, 각 사업별로 넘어야 할 난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돼 이들 사업의 실현 가능성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
부산시, 원도심 대개조 비전 발표
산복도로~해안 6개 이음길 조성
총 사업비 3조 원 넘어 실현 의문
오거돈 부산시장은 15일 부산시청 26층 회의실에서 ‘원도심 대개조 비전 선포식’을 열고 27가지에 달하는 세부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동천 상류부인 부산진구 광무교~부산도시철도 부암역 구간 동서고가도로를 철거한 뒤 동천 물길을 복원하겠다”면서 “오는 2026년까지 부산도시공사, 부산교통공사를 이전한 뒤 주변 부지를 더해 동천과 연계된 친수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임 시장이 추진해 온 부전천 복원사업은 내동댕이친 뒤 갑작스레 ‘동천 물길 복원안’을 내놓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인다.
이와 함께 오 시장은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부지를 ‘2030 월드엑스포 기념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유치가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데다 미군 부지 환수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개별 사업계획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원도심 주민을 향해 장밋빛 청사진을 남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복도로~원도심~해안으로 연결되는 ‘이음길’ 개설 계획도 이날 제시됐다. 6개 구간에 너비 50~60m 규모의 대로를 뚫어 원도심과 해안이 자유롭게 소통될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오 시장은 △동천~북항~남항 연계 시티크루즈 3개 코스 운항 △산복도로 복층화로 상부공간 공원·보행로 조성 △옛 부산외대 부지 혁신지구 조성 등의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시는 이날 발표한 27개 사업 가운데 엑스포, 북항재개발, 철도지하화 관련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계획의 사업비만 모두 3조 37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부산시 “건축물 높이 ‘120m 제한’ 완화, 탄력적 적용”
부산시가 5월에 도입한 ‘건축물 최고 높이 120m 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고지대, 용적률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라는 비판이 높다. 사진은 부산 시내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내년 연말까지 진행되는 ‘스카이라인’ 용역에 맞춰 한시적으로 도입한 ‘건축물 높이 120m 제한’을 완화해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또 일상적인 건축 인허가는 되도록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상반기 부산 건축 인허가 현황
지난해대비 연면적 42% 감소
市 건설 경기부양 대책 논의
“절대적인 높이 기준 아니다”
부산시는 최근 부산시청 20층 회의실에서 16개 구·군청 도시국장과 함께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민간 부문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부산시 도시계획실장, 도시계획과장 등이 함께했다. 이날 회의의 핵심 사안은 5월 도입된 ‘120m 건축물 높이(지반 포함) 제한’이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할 때 건축물 최고 높이를 120m로 제한하는 것이다.
구·군 참석자들은 고지대, 용적률 등의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 규제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이미 정비계획이 수립된 곳은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또 경직된 병풍식 높이보다는 역동적인 스카이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부산시는 120m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부산시는 “건축물 최고 높이 심의기준은 지형·지역 특성과 용적률 등을 전반적으로 판단해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또 “지형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고층 건축물에 대한 관리가 주 목적”이라며 “도시 랜드마크가 될 상업·업무용 건물에 대한 절대적인 높이 기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시적 높이 제한이 생긴 것은 ‘도시 경관 관리를 위한 높이 관리 기준’ 용역 때문이다. 부산시는 시내 전역을 총괄하는 스카이라인 기준을 마련해 건축물 높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 용역을 진행 중이다. 부산시는 5월 이 계획을 밝히고 한 달 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 용역(예산 4억 원)을 맡겼다. 그러면서 용역 결과는 나오는 내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건축물 높이를 120m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갑작스레 높이 제한이 생기면서 업계의 불만이 높다. 이미 건축법에 ‘가로구역’을 통해 높이 제한을 하는데, 이중 잣대라는 것이다. 또 높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저밀도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건축설계사는 “120m 제한이 있는데 선뜻 그 이상으로 설계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법에도 없는 이중잣대이며, 저밀도 고층화 건축 추세에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민선 7기 출범 이후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공공성 강화로 인해 건설 관련 인허가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건축·주택 인허가 현황을 보면 올 상반기 부산의 건축 인허가는 2329동, 연면적은 240만㎡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동수는 17.1%, 연면적은 42.1%가 감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오거돈 시장이 되는 것은 빨리 해 주라고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최악 두려움, 현실이 됐다” 美단체, 후쿠시마 경보
원자력 안전 문제를 주로 다루는 미국의 시민단체 ‘페어윈즈’가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후쿠시마 방사능 경보’(Radiation Alert)를 발령했다.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을 강타하면서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과 폐기물이 대량 유실됐다는 경고다. 페어윈즈는 경고글에서 “지난 금요일 우리는 슈퍼 태풍으로 인한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위험을 알렸지만, 불행하게도 최악의 두려움은 사실이 되고 말았다(Unfortunately, our worst fears from Friday are true)”면서 “폭우로 핵폐기물 저장 구역이 무너졌고 이로 인해 방사능 폐기물이 태평양으로 이어진 강으로 흘러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페어윈즈는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강풍과 폭우, 파도 등을 동반한 태풍이 후쿠시마 멜트다운으로 유출된 거대한 양의 방사능 오염 흙을 휩쓸어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페어윈즈(Fairwinds Energy Education)는 2008년 매기 건더슨(Maggie Gundersen)이 언론인과 법률가, 원자력산업 전문가 등과 함께 만든 비영리 단체다. 원자력 안전 문제를 주로 다루며 전 세계인들을 위해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하고 미래 에너지에 대한 교육을 목표로 삼는다.
방사능 폐기물 자루가 유실된 현장을 촬영한 영상. 미우라 히데유키 아사히 신문 기자 트위터 캡처
페어윈즈는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홍수로 방사능 폐기물 자루들이 유실됐고 원자력발전소가 또다시 손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방사능 폐기물 자루의 경우 몇 개가 유실됐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교도통신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무라시(田村市)에 보관됐던 2700여개의 폐기물 자루가 침수됐고 이 중 여러 개가 강으로 흘러갔다. 다무라시는 강을 따라 내려가 10개의 자루를 회수했지만 몇 개가 유실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무라시는 또 유실된 자루에서 폐기물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아사히 신문 기자의 현장 영상에는 이미 내용물이 빠져나가 홀쭉해진 자루들이 여러개 포착됐다.
페어윈즈는 이밖에도 후쿠시마 곳곳의 제방이 무너진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페어윈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대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하천 바닥과 제방 뒤에 쌓여 있었는데 제방이 터지면서 이미 방사능 오염 물질을 걷어낸 농지나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곳까지 다시 오염시켰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사람과 동물은 방사능을 보거나 맛보거나 냄새를 맡을 수 없다”면서 “슈퍼 태풍으로 다시 퍼진 방사능이 흙과 나무, 초목에 있어도 우린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환경단체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인류 향한 범죄"
부산환경회의·한국어촌사랑협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한 목소리 규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센 가운데 부산 환경단체가 일본 정부를 향해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부산환경회의, 한국어촌사랑협회는 16일 오전 10시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경제적인 문제로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민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한일 어업 협정으로 138만 수산 어업인들의 생업은 아직도 힘이 드는데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결정된다면 수산 어업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후손들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다"며 "일본 아베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16일 오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환경단체. ⓒ부산환경회의
이어 "이번 하기비스 태풍으로 인한 방사능 폐기물 유실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일본 후쿠시마 연안 일대다"며 "하지만 결국 해류를 따라 돌면서 북태평양, 한국의 동해안, 남해안 바다와 해양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파괴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일시적인 방류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이상 방류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지구 해양생태계의 복원은 불가능하고 악화될 것이다"며 "이것은 하나뿐인 지구에 대한 범죄, 인류 범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제 일본 아베정부는 결단해야 한다"며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 유엔 인권회의, 국제해사기구 등 국제기구 공동 조사기구를 구성하여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에 대한 지구적 공동대응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다"며 "오거돈 부산시장도 해양생태계 파괴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을 국제사회에 촉구하라"고 말했다./홍민지 기자(=부산)bsnews4@pressian.co
제주 연안 물고기 10마리 중 4마리 이상 ‘아열대 어종’
국내 연안 평균해수면 상승률 제주 연안 최고
“제주 출현 아열대 어종 67종…기후변화 원인”
청줄돔
노랑 줄무늬가 있고 어두운 곳에서 형광 파랑을 띠는 청줄돔, 아홉개의 줄무늬가 있는 아홉동가리, 거북등 같은 무늬에 노랑을 띠고 있는 거북복 등 여러 가지 색을 띤 아열대 어종을 이제는 제주도 연안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제주도 내 연안에 나타나는 물고기 10마리 가운데 4마리 이상은 아열대성 어종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완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수산과학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제주도 연안의 아열대성 어종 출현빈도가 증가해 해마다 40% 이상이 아열대 어종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는 지난 2012년부터 해마다 분기별로 제주도 동서남북과 가파도 등 5개 지점에서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제주 연안에 아열대성 어종이 가장 많이 나타난 2013년에는 53%로 10마리 가운데 5마리 이상이 아열대성 어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아열대성 어종 출현율이 43%로, 해마다 43~46%의 어류가 아열대성 어종으로 조사됐다. 연구소 쪽이 지금까지 제주 연안에서 조사한 아열대성 어종은 모두 67종에 이르고 있다.
아홉동가리
제주 연안에 나타난 아열대성 어종 가운데는 맹독성인 파란선 문어와 같은 어종도 있고, 아홉동가리나 호박돔, 거북복 등 식용으로 가능한 어종도 있다. 아홉동가리는 횟집에서 먹거리로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아열대성 어종이 제주 연안에 출현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것은 해수면 온도의 상승과 기후변화 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50년(1968~2018) 동안 우리나라 연근해의 표층 수온은 1.23도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은 0.49도 상승해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 상승률이 2.5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최근 29년(1989~2017) 동안 우리나라 연안의 평균해수면 상승률은 연간 2.90㎜이지만 제주도 연안은 4.4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고준철 제주수산연구소 연구사는 “주로 일본 오키나와와 타이완, 중국 동남쪽 바다에 사는 이들 어종이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쓰시마난류 세력이 커지면서 이 세력에 편승해 우리나라 연안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현재는 아열대성 어종의 자원량을 추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출현 추이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북복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누리집 갈무리
아마존 원주민 족장 "보우소나루가 틀렸다"..."파괴 지속하면 우리 모두 이 땅에서 사라질 것"
2020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아마존 카야포 부족의 라오니 메투크티레 족장(89)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작심하고 비판하고 나섰다.
라오니 족장은 15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와 인터뷰에서 “나는 브라질 역대 대통령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고 그들 중 나와 나의 투쟁을 욕한 사람은 없다”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갑자기 왜 나를 공격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라오니 족장이 아마존에서 이익을 노리는 외국 정부의 사주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카야포 부족은 1980년대 브라질 정부의 댐 건설 계획을 좌절시키는 등 ‘아마존 지킴이’로 확고한 명성을 쌓아왔다.
라오니 족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백인과 원주민, 흑인을 갈라놓으려 했다”면서 “보우소나루가 틀렸다. 그는 모두를 욕했고 지금은 혼자다. 모두가 그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오니 족장은 “원주민 보호구역 이외에는 브라질에서 대규모 숲을 보기 어렵게 됐다”면서 아마존 숲과 원주민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숲과 자연을 통해 숨을 쉰다. 벌목과 파괴를 지속한다면 백인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라며서 무분별한 화전과 벌목, 개발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라오니 족장은 평생을 아마존 열대우림과 원주민 인권 보호에 헌신해온 인물이다. 그는 1989년 영국 출신의 세계적 가수 스팅과 함께 17개국을 돌며 자연보호 캠페인을 벌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별세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라오니 족장이 환경보호 투쟁의 살아 있는 상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마존 개발 정책과 아마존 산불로 아마존 열대우림이 위기에 처하자 고령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아마존 보호를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라오니 족장을 두 차례 만난 후 지난 8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마존 화재를 주요 의제로 다루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했다.
브라질 인류학자 및 환경운동가들로 구성된 다르시 히베이루 재단은 지난달 “기후변화로 크게 위협받는 지구의 생존에 몸바쳐왔다”면서 라오니 족장을 2020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낙동강 생태체험 투어 가보니
16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등에서 열린 ‘2019년 낙동강 하구 생태문화체험 시범투어’에 참여한 시민과 유관기관 관계자가 카누 체험을 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미니 변기가 그릇이라고? 접시의 종말 오나?
마이클 부스의 먹는 인류
최근 영국·미국 등 도자기 그릇 사용 줄어
양철 깡통·하이힐·나무토막·슬레이트 등이 접시
이상한 접시 사진 퍼지는 SNS가 원인
교양인은 음식 역사·그릇의 색과 무늬 등 즐겨
수많은 그릇 올라간 한국 식탁, 식사의 본질
이대로 가다간 사료 주머니 건 말 꼴 될까 걱정
접시가 걱정이다. 온 세상이 하나의 접시 위에 있다는 판구조론의 그 접시 말고. 아 물론 지각변동을 생각하면 판구조론의 그 접시에 대해 걱정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몇 년간 영국과 미국에서는 도자기류 식기들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리고 이 현상에 대해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게 다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하겠다.
두 갈래의 공격이 들어왔다. 먼저 스마트폰은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그 밖의 여러 에스엔에스(SNS) 미디어를 통해 반(反)접시 프로파간다 폭탄을 떨어뜨렸다. 전 세계 레스토랑에서 접시 대신 차용한 터무니없는 대안들을 살펴보자면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를 양철 깡통에 담아내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샐러드를 삽에 담질 않나 주전부리를 생선 가시로 찍어 먹게 담질 않나 새우 칵테일을 진짜 하이힐에 담아서 내질 않나, 심지어 한국에 갔을 때 겪은 일인데 모든 음식을 미니어처 변기에 담아낸 것을 본 적도 있다. 더욱 경악할 만한 사례를 알아보고 싶다면 ‘위원트플랜트닷컴’(wewantplates.com. 번역하자면 ‘우리는 접시를 원해요 닷컴’쯤 되겠다.)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제발 누군가 부디 나에게 말해주길 바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가요? 우리로 하여금 음식의 최종 귀착점이자 운명을 일깨워주려고 하는 건가요?
그러고 나서 잼 담는 유리병의 시대가 열렸다. 식욕 뚝뚝 떨어지게 꽉 눌러 담은 샐러드부터 켜켜이 담은 디저트, 칵테일까지 모두 잼 병에 담겨 나왔고, 그 와중에 최악 중의 최악, 식탁 위의 중범죄가 발생하게 된다. 음식을 슬레이트 판에 담고, 우툴두툴한 나무껍데기 위에 올리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나는 이 플레이팅을 도쿄에서 보았다.(도쿄 셰프님들, 접시를 활용한 아방가르드한 취향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요.) 뉴욕에서도 목격했다. 심지어는 영국의 펍에서까지 등장했다. 결국 이제 전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 되었다는 말씀.
도대체 왜 슬레이트와 나무껍질까지 붙어 있는 나무토막을 접시 대용으로 사용하는지 미스터리다. 셰프들은 슬레이트 위에 음식을 올릴 때면 소스를 커스터드만큼이나 진득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슬레이트를 싫어한다. 게다가 셰프들은 음식 대부분을 시커먼 접시에 담았을 때 얼마나 흉측해 보이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웨이터들은 지붕 슬레이트 접시를 싫어한다. 주방에서 완성되어 나온 슬레이트 접시를 손님에게 올리는 동안 음식이 주르륵 흘러 떨어지기 때문이다. 빈 그릇 치울 때는 또 어떻고. 식사가 끝난 후 접시를 가져갈 때 우아하게 슬레이트를 들어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아, 손가락 끝을 슬레이트 밑으로 집어넣을 수가 있어야 치우죠! 게다가 저녁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도 슬레이트를 싫어한다. 왜? 도무지 기를 펴고 음식을 집을 수 없는 데다 나이프로 음식을 썰 때마다 찍 소름 끼치는 긁는 소리가 나니까. 그럼 대체 누가 지붕 뚜껑 위에 올라간 음식을 좋아하는 것인가? 아, 슬레이트 판매업자들은 좋아하겠구나.
한편 우리가 우리의 스마트폰에 완벽하게 감정이입을 한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스마트폰의 그 작은 화면을 쓸어내리고 넘기면서 먹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하였고, 요식업체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토르티야에 둘둘 만 랩샌드위치를 비롯해서, 옥수수, 핫도그, 바오 번(중국식 찐빵 사이에 구운 돼지고기와 절인 채소 등을 넣은 음식), 버거, 피자 조각, 반미, 부리토… 이 메뉴들은 전부 한 손엔 음식, 한 손엔 휴대전화인 채로 입에 쑤셔 넣기 딱 좋은 음식들이다. 이건 정말 반문명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이다.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이 아니다. 이다음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쿠아리움의 바다사자들 먹이처럼 던져주고 받아먹는 음식을 만들게 되려나?
내가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이것이다. 접시가 한 손 식사의 편리함과 스피드, 소셜 미디어라는 미학적 요구가 만나서 천천히, 천천히 사라져 냅킨 링, 생선전용 칼과 함께 이제는 사라진 식사 유물로서 박물관에 박제되는 것.
문명인의 정찬에 관한 영감을 얻기 위해 늘 그랬듯이 아시아의 방식도 살펴보았다. 한국의 전통적인 상차림은 어마어마한 수의 작은 접시들을 상다리 부러지도록 상 위에 가지런히 정렬해놓는 것이다. 그것도 대개는 아주 예쁜 도자기 그릇에 담아서. 바로 이 모습이 식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슬레이트, 양동이, 잼 병 따위는 감히 한국인의 밥상에 오를 생각조차 못 한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가이세키 코스 요리를 보면 아름답고 때로 유서 깊은 식기, 유리로 만든 그릇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때가 있다. 이들은 음식이 담기는 접시와 그릇에 계절감을 살리기도 했는데, 따라서 가이세키 요리 해석에서는 그릇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양 있고 잘 배운 이들은 정찬을 즐기면서 계절, 레스토랑의 역사, 앞에 놓인 음식의 유래에 관한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한층 더 오묘한 즐거움을 얻는다. 게다가 교양 있는 이들은 식사 시간에 똑같이 접시에 대해서, 음식이 담겨 있는 그릇의 색상, 그릇의 무늬, 디자인뿐 아니라 하필 이 음식을 담을 그릇으로 이 그릇을 택했는지, 신중하게 그릇을 골랐을 그 누군가와도 교감을 나누며 즐거움을 얻는다. 예술의 역사에 대해 아주 조금의 지식만 있어도 미술관 방문 시간의 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그릇에도 아주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즐거움을 보상받을 수 있다. 그릇 역시 식사 시간을 빛내주는 한 단면인 것이다.
생선전용 칼은 그 옛날에도 바보 같은 물건이었다. 부르주아 흉내를 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전혀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냅킨 링? 좋다. 이런 놈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든 말든 넘겨버리겠다. 하지만 우리가 접시 없는 세상으로의 여정을 계속한다면, 어쩌면 우리의 식사란 말과 말 목에 걸어두던 사료 주머니 꼴이 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뭐, 검색하고 에스엔에스에 글을 올리는 중차대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적어도 두 손 모두 자유로울 수는 있게 되겠다. 마이클 부스(푸드 저널리스트), 일러스트 이민혜 /한겨레
악취 난다고… 강제 ‘은행 털이’ 최선일까
서울시, 올해만 민원 570여건 접수
은행 여물어 떨어지기 전 미리 제거
충격ㆍ진동으로 나무에 피해 줄 가능성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고가사다리차에 올라탄 인부들이 작대기를 휘두르자 은행나무 가지에 붙어 있던 노란 은행알과 초록색 이파리가 함께 떨어지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 ‘은행 털이’가 한창이다. 고가사다리차에 올라탄 인부들이 은행나무 가지를 작대기로 후려치거나 진동 막대로 은행알을 떨구고 밑에선 쓸어 담는다. 굴착기에 진동 장비를 장착해 나무 기둥을 흔들기도 하고 대형 수집망 같은 아이디어 장비를 동원하기도 한다. 은행이 맺히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거나 은행을 만들지 못하도록 봄철부터 약재를 살포하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 시내 자치구들 역시 지난달부터 10~20명씩 전담반을 편성해 쉴 새 없이 은행을 털고 있다. 하지만 작업은 더디고 일손도 부족하다.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삼거리에서 은행 채취 작업을 이끌던 작업반장은 “은행이 잘 익으면 살짝 쳐도 우수수 떨어지는데 아직 때가 일러서 웬만큼 세게 치지 않으면 떨어지지 않는다. 작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인부 8명이 3시간 동안 은행나무 두 그루에서 털어낸 은행은 총 500㎏ 분량, 자루마다 노란 은행알과 함께 파릇파릇한 이파리가 수북이 담겼다.
◇익지도 않은 은행알을 떨구는 이유
은행 털기 작업의 주목적은 악취 제거다. 흔히 ‘열매’라고 부르는 은행 씨앗이 길바닥에 떨어져 발길에 차이고 짓이겨지면 외피층에 함유된 지방산이 노출되면서 꼬릿한 냄새가 진동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신발에 묻은 악취가 사무실로, 집 안 현관으로 옮겨 다니니 ‘가을날의 지뢰’가 따로 없다. 그 때문에 민원이 끊이지 않자 지자체는 업무 중복을 피하기 위해 민원이 제기된 나무의 은행을 미리 다 떨궈 버리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민원은 는다. 올해 서울 시내 자치구에 접수된 은행 관련 민원은 15일 기준 574건으로, 지난해 합계 507건을 이미 넘어섰다. ‘악취가 난다’ ‘지저분하니 빨리 치워 달라’ ‘수나무로 바꿔 달라’ 등 요구 사항도 다양하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상인들 중에 점포 앞에 떨어진 은행이 영업을 방해한다며 ‘은행나무를 아예 뽑아 버리면 안 되냐’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1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주변 보도에 떨어진 은행이 짓이겨져 있다. 말랑한 외피층이 으깨지면서 지방산이 노출되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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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버스 정류장 주변 은행나무 암나무에 은행 수집망이 설치돼 있다. 11일 서울 송파구의 은행나무 암나무 기둥에 설치된 수집망에 은행이 걸려 있다.
잦은 비에 태풍까지 겹친 올가을은 은행알이 예년보다 일찍 떨어지면서 민원 접수도, 채취 작업도 이르게 시작됐다. 여물지 않은 은행을 떨궈야 하니 업무 강도가 세지고 작업 기간은 늘어났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민원 처리에 걸리는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해 연거푸 민원을 넣는 주민들도 있는데 올해처럼 은행이 일찍 떨어지는 경우는 민원 업무 처리에 한계를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말썽 많은 은행나무를 왜 심었을까
2018년 기준 서울 시내 가로수는 총 30여만 그루. 이 중 은행나무가 11만여 그루(35.8%)로 가장 많다. 미세먼지 등 대기 정화 능력이 좋고 병해충에 강해 가로수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악취의 원인’ 은행을 생산하는 2만9,000여 그루(26%)의 암나무가 문제다. 애초부터 수나무 위주로 심었으면 될 일 아닌가.
하지만 묘목 단계에서 성별을 감별하는 DNA 분석 기술이 개발된 것은 2011년. 그 이전에는 20~30년을 자라 은행이 맺힐 때까지 암나무와 수나무를 구별하지 못했다. 어떤 나무에서 은행이 떨어질지 모를 ‘복불복 식재’의 부작용을 뒤늦게 겪고 있는 셈이다.
◇‘은행 미리 털기’만이 능사인가
이파리는 물론 잔가지까지 부러질 정도의 충격과 진동이 나무에 좋을 리 없다. DNA 성 감별 분석 기술을 개발하는 등 은행나무를 꾸준히 연구해 온 국립산림과학원 이제완 박사는 “나무에 어느 정도 강도까지 진동과 충격을 가했을 때 이상이 없다는 연구도, 기준도 없다”면서 “지금의 은행 털이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나무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의 ‘가로수 조성 및 관리규정 고시’에 따르면 지자체는 가로수의 생육이나 관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마저 쇄도하는 민원 앞에선 무기력할 따름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은행나무의 수난에 대해 이 박사는 “바닥에 떨어진 은행은 길면 두 달가량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번식 활동이면서 교육적 측면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만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접수된 민원 중엔 은행 털기나 교체 식재에 반대하는 의견도 더러 있다. 지난 10일 시민 이모씨는 민원 글에 ‘말 못 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도 암수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인간이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썼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이씨처럼 자연의 섭리이므로 그대로 두라는 내용의 민원이 없지는 않으나 악취와 미관 훼손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90% 정도에 달한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은행나무가 제공해 온 혜택을 누리면서도 두 달간의 불편은 못 견뎌 하는 각박한 가을이 깊어 간다./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거제, 국내 최대 돔형 유리온실 ‘정글돔’ 26일 공개
경남 거제시가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개막을 위해 준비한 ‘정글돔’. 국내 최대 규모 돔형 유리온실로 300여 종, 7000여 주의 열대식물과 10m 높이 인공폭포, 스카이워크 등을 갖췄다. 내년 봄 정식 개장에 앞서 오는 26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제14회 거제섬꽃축제 동안 현장 관람객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된다. 거제시 제공
경남 거제의 친환경 ‘생태관광’을 이끌 ‘정글돔’이 오는 26일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정글돔은 거제시가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앞당기려 준비한 국내 최대 규모 돔형 유리온실이다. 침체된 지역 관광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4100㎡ 규모 280억 원 투입
바위산·동굴·폭포·수직정원
300년 흑판수·바오바브나무도
거제섬꽃축제 9일간 사전 공개
마무리 작업 후 내년 정식 개관
거제시는 오는 26일 개막해 내달 3일까지 계속되는 ‘제14회 거제섬꽃축제’ 현장 관람객을 대상으로 정글돔을 사전 공개한다고 16일 밝혔다. 축제 기간에 수용 가능 인원과 시설물 안전을 고려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5~10분 간격으로 50명씩 입장시킬 계획이다.
정글돔은 거제시 농업개발원에 조성된 자연생태테마파크(거제식물원)의 핵심시설이다. 국비 130억 원에 도비 38억 원, 시비 112억 원 등 총 280억 원이 투입됐으며, 4560㎡ 부지에 4100㎡ 크기의 거대한 반구형 건축물로 건립됐다. 세로 지름은 길고, 가로 지름은 짧은 타원형으로 최대 높이 29.7m, 장축 90m, 단축 58m 규모다. 흡사 유리로 된 달걀을 반으로 잘라 놓은 듯하다.
경남 거제시가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개막을 위해 준비한 ‘정글돔’ 조감도. 국내 최대 규모 돔형 유리온실로 300여 종, 7000여 주의 열대식물과 10m 높이 인공폭포, 스카이워크 등을 갖췄다. 내년 봄 정식 개장에 앞서 오는 26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제14회 거제섬꽃축제 동안 현장 관람객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된다. 거제시 제공
실내는 야자, 고무나무, 열대화 등 300여 종 7000여 주의 열대식물로 채워졌다. 거대한 고목의 줄기처럼 연출된 입구와 화려한 열대 꽃으로 장식된 수직정원 그리고 디즈니사의 고전 만화 <정글북>의 주인공 모글리 인형까지, 이름 그대로 작은 정글이다.
여기에 커다란 바위산과 동굴로 이뤄진 암석원, 10m 높이의 인공폭포와 조명으로 연출된 빛 동굴, 미디어를 통해 만나는 정글 동물 등 다양한 콘텐츠와 흥미로운 요소들이 가득하다. 특히 동굴 구간과 연결된 스카이워크를 걸으면 20m 이상 성장하는 열대 수목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마지막 구간에는 정글 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돔 내부를 한눈에 담을 수도 있다.
경남 거제시가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개막을 위해 준비한 ‘정글돔’. 국내 최대 규모 돔형 유리온실로 300여 종, 7000여 주의 열대식물과 10m 높이 인공폭포, 스카이워크 등을 갖췄다. 내년 봄 정식 개장에 앞서 오는 26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제14회 거제섬꽃축제 동안 현장 관람객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된다. 거제시 제공
스카이워크를 내려오면 다양한 야자나무와 열대과수, 석부작 등을 비롯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반긴다. 시원한 폭포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300년 된 흑판수와 마주한다. 소원을 이뤄 준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나무로 정글돔의 대표 수목이다. 이와 함께 깨달음의 나무라 불리는 보리수, 소설 <어린왕자>의 바오밥 나무도 볼 수 있다. 돔 밖에도 150여 종 2만여 주의 다양한 식물 군락과 수변정원이 조성돼 있다.
거제시는 이번 사전 공개 후 마무리 작업 등을 거쳐 내년 봄에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계획 대로라면 연간 25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 거제시가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개막을 위해 준비한 ‘정글돔’. 국내 최대 규모 돔형 유리온실로 300여 종, 7000여 주의 열대식물과 10m 높이 인공폭포, 스카이워크 등을 갖췄다. 내년 봄 정식 개장에 앞서 오는 26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제14회 거제섬꽃축제 동안 현장 관람객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된다. 거제시 제공
정글돔 바로 옆은 섬꽃축제 현장이다. 올해는 ‘평화의 섬, 꽃의 바다’라는 주제로 가을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힐링 허브랜드, 곤충관, 농심테마파크, 섬꽃동산, 세계 동백원 등 주제관과 공예품 만들기, 핑크뮬리포토존 등 체험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공연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거제시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내실 있게 준비했다”면서 “정글돔 완공을 계기로 경남 우수축제를 넘어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제14회 거제섬꽃축제가 열리는 거제시 농업개발원 현장. 왼쪽 상단에 보이는 타원형 건물이 ‘정글돔’이다. 거제시 제공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멧돼지만 없애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라질까?
쪼개져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문제점 파악해야
지난 2일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 멧돼지 폐사체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검출됐다. 지난 11일에는 연천군과 철원군의 비무장지대 남쪽 민통선 내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 2마리의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돼지열병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어 국립환경과학원은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진현리 민통선 내 군부대가 12일 신고한 멧돼지 폐사체 2개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로써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이 확인된 야생멧돼지는 모두 5마리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야생멧돼지가 공공의 적이 됐다. 개체수가 최근 크게 늘어난 멧돼지가 농작물을 마구 먹어치우거나 훼손해 산간마을 농민의 적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인천‧서울‧북한강‧고성(46번국도) 이북 7개 시‧군의 멧돼지를 모두 포획·사살하기로 한 것과 같은 극약처방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강원도 철원군과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 야생멧돼지에서 4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면서 정부는 13일 이런 극약처방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철원, 연천 지역을 감염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돼지와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5개 지역과 인접 5개 시군은 '발생‧완충지역'으로 설정해 포획과 이동을 차단하기 위한 철책을 설치하기로 했다.
인천‧서울‧북한강‧고성(46번국도) 이북 7개 시‧군은 경계지역으로 구분, 멧돼지 전면제거를 목표로 14일부터 집중 포획이 실시된다. 경계지역으로부터 외부로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경계선 둘레 폭 2km구간으로 설정된 '차단지역'의 야생멧돼지를 전면 제거한다는 목표다. 당국은 이를 위해 무료 수렵장과 멧돼지 일제 포획주간을 운영하고 마리당 10만원의 포획 보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모두 야생멧돼지 탓?
하지만 이런 조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더는 확산되지 않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된 경기·인천 지역의 양돈농장 14곳에서 멧돼지로 인한 전파가 있었는지는 단 한 건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초 연이어 발생한 파주·연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도 멧돼지 때문이라는 물증은 나오지 않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국내에서 지난달 17일 처음 발병이 확인됐다.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최초 발생에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무려 13곳에서나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이 가운데 단 한 건도 감염경로를 모른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정부의 여려 대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역망이 뚫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우리가 북한 지역 아프리카돼지열병 유행 정도에 대해 깜깜이기는 하지만 북한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국방부는 휴전선 남쪽 철책선이 완벽해 북한 멧돼지가 우리 쪽으로 절대로 넘어올 수 없음을 강조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북한과 방역 협력이 긴밀히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북한에서 (우리쪽으로) 확산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파주 농가 최초 발병은 북한 야생 멧돼지를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처음에는 북한과 야생멧돼지에 관심 안 둬
두 발생지역이 모두 휴전선 인근 접경 지역이어서 주요 용의선상에 북한과 야생멧돼지를 올려놓는 자세가 필요한데도 북한 야생멧돼지 변수를 성급하게 배제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있었다.
일부 수의학 전문가들은 북한 지역 멧돼지가 우리 철책선을 직접 넘어 바이러스를 퍼트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더라도 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 창궐로 감염돼지를 마구잡이로 처리해 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이 하천과 강물로 흘러들어가 이 물을 남쪽 지역 야생멧돼지가 마셔 감염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원인과 전파경로가 나올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하게 확인 또 확인하는 것은 사람 감염병이나 가축 전염병 원인을 캐고 확산을 막기 위해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학조사 자세이다. 하지만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대응과 관련해서는 이런 자세가 갖춰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예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이번에 야생멧돼지에서 잇따라 원인바이러스가 검출됨으로서 이런 지적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예단이 매우 위험한 것과 똑같이 특정 매개체에 모든 것을 돌리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하다. 14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모두를 야생멧돼지 탓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전파경로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가축 전염병 역학조사 능력이 불신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그리고 앞으로 제대로 된 가축전염병 관리를 위해서도 우리의 역학조사 능력을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쪼개져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문제점 파악해야
현재 야생멧돼지 관리는 환경부가, 가축전염병 관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각각 나눠 맡고 있다. 또 이번과 같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 일선에서 방역을 담당하는 곳은 시도와 시군구 등 지자체이다. 이런 현실에서 가축전염병 관리를 위한 협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환경부는 야생멧돼지 실태와 야생동물 관리에는 경험과 지식을 지니고 있지만 가축전염병 관리와 가축전염병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거의 없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 관리 경험과 지식은 많지만 사육 가축이 아닌 야생멧돼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경로에 대해 전혀 감도 못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환경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충분한 인력을 갖추고 교육훈련을 받아왔는지, 농림축산식품부와 일선 지자체에는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인력과 실력이 있는지, 역학조사를 제대로 해낼만한 능력을 지닌 베테랑 역학조사관들이 충분하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더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치명적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우왕좌왕하지 않아야 한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 프레시안
말할까(주현)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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