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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폭염사회,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었나

by 이성근 2018. 9. 13.




폭염 사회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역자 홍경탁|글항아리 |2018.08. 원제 Heat Wave

 

저자 :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같은 대학교 공공지식연구소 소장이다. 미국사회학회지AMERICAN SOCIOLOGICAL REVIEW』 『이론과 사회THEORY AND SOCIETY』 『민족지ETHNOGRAPHY등 학술 저널에 연구를 발표했고, 뉴요커』 『뉴욕타임스 매거진』 『롤링스톤』 『타임 매거진』 『포천』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포스트등 수많은 대중매체에 기고했으며, 디지털 시대의 문화 생산CULTURAL PRODUCTION IN A DIGITAL AGE대중문화PUBLIC CULTURE를 편집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전파 전쟁FIGHTING FOR AIR』 『국민을 위한 궁전PALACES FOR THE PEOPLE등이 있다. 여러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힌 첫 작품이자 대표작 폭염 사회는 전미출판협회 사회학·인류학 분야 최고의 책, 영국사회학회 건강·질병 분야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극작품으로 각색돼 연극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목차

서문

프롤로그: 도시의 지옥

죽음의 도시

 

머리말: 극단의 도시

사회적 해부 / 도시의 사회적 역학 / 전형과 극단 / 이 책의 개요

 

1장 고독사: 고립의 사회적 생산

혼자 되기 / 고립의 사회적 생산 / 혼자 늙어가기 /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순간" / 폭력과 고립 / 공포의 문화 /

최악의 조합 / 원룸주거시설의 위기 / 경고 신호 / 고립과 성

 

2장 인종, 장소, 취약성: 도시의 이웃과 지원의 생태학

짝짓기 / 빈곤의 사회 환경 변화 /버림받은 커뮤니티 / 반전 /

일상의 폭력 / "여기 사람들은 모두 대단히 신중합니다" /

불안정한 지역의 사회적 유대 / 교회와 자치방범대 /

사우스론데일: 리틀빌리지의 성장 /

"이곳의 거리는 늘 붐빕니다" / 중앙집권화된 교회 /

 

3장 재난의 상태: 권력 이양기의 도시의 복지

재난의 상태 / 폭염이 닥쳐오다: 책임의 정치학 /

어울리지 않는 부서 할당: 사회적 보호와 지역 경찰 /

악의적인 방치: 빈곤을 감수하려는 정치적 의지 /

분권 시대의 서비스 선택 / 일상의 에너지 위기 / 복지 정부와 기상이변

 

4장 홍보에 의한 통치

부인하고 회피하고 변호하라 / 위기에서 벗어나기

 

5장 스펙터클한 도시: 뉴스 조직과 재난의 재현

뉴스와 재난 / 뉴스란 무엇인가? / 재난의 발견 /

누구의 뉴스? 공식적인 정보원과 보도의 일상 /

대안적인 목소리와 반대 의견을 위한 공간 /

이야기의 할당 / 빠르게 사고하기 / 헤드라인과 시각 이미지 /

이야기, 이미지, 뉴스의 배치 / 독자의 구분과 선별적 뉴스 /

재난의 뉴스로서의 가치: 주요 이야기의 흥망성쇠

 

결론: 도시 환경에 나타나는 위험

재난 해결책, 일상적인 도시 극단의 전형적인 위험 / 사회적 해부

 

에필로그: 마지막은 함께

참고문헌

 

출판사서평

-폭염으로 인한 사망은 정치적·구조적 실패를 의미한다

-폭염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극복할 정치적 의지가 있느냐다

-폭염은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비극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치명적인 폭염을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비극의 관점에서 접근, 정치적 실패로 규명한다. 기후가 왜 사회과학 연구의 주요 이슈가 되어야 하는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에는 사회 불평등 문제가 개입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여름이 자나간다고 해서 폭염의 사회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중요성이 덜해지지 않을 것이며,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극단의 도시에 나타날 디스토피아적 징후가 될 것이라고 사회학자가 경고하는 이유다

 

폭염은 자연재해가 아닌 정치적 실패의 문제

1995년 시카고에서는 기온이 섭씨 41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일주일간 지속돼 7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구급차는 모자랐고, 병원은 자리가 없어 환자를 거부했으며, 시민들은 갑자기 죽은 이웃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사실 이 일이 있기 전 무더위는 사회적 문제로 취급된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폭염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내는 것도 아니고 홍수나 폭설처럼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희생자는 대부분 눈에 잘 띄지 않는 노인, 빈곤층, 1인 가구에 속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현지 조사는 폭염 사망자들이 실려온 한 부검소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검시관들이 의학적 부검을 실시하는 동안, 그는 희생자들이 생전에 살았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거기에 이들의 생을 앗아간 단서가 돼줄 사회학적 요인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희생자들의 거주지는 하나같이 사회 취약계층이 모여 사는 아파트나 싸구려 호텔들이었다. 저자는 이들 지역에 머물며 수시로 현지 조사를 나갔고 차츰 안면을 트게 된 이웃들은 클라이넨버그와의 인터뷰에 응한다.

한편 그는 경찰 보고서를 분석하고, 시체안치소의 기록들을 파헤치며, 통계 분석을 하는 방법으로 이 사안을 깊숙이 파고든다. 이 조사는 오랜 기간 차분히, 여러 스펙트럼을 따라 이뤄졌고, 기존 사회학이 간과해 우리 시선에 붙잡히지 않았던 이들을 분석의 망으로 끌어들인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폭염에 의한 사망이 사회 불평등문제라고 진단 내린다. 물론 이렇게 단순한 결과만을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또한 공공재화를 잘못 다룬 정부의 문제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공학기술적 대처의 실패일뿐더러, 시민사회가 서로를 보살피지 못한 공동체 부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염 때문에 죽은 사람들은 전적으로 몸이 약하고, 나이가 많고, 쓸쓸한, 혼자서 더위를 견뎌야 했던 이들이다. 이 점이 바로 사회학자가 기후 문제를 파고들게 된 계기다.

 

그러므로 폭염은 일종의 사회극이다. 그것은 미처 우리가 살고 죽는 조건을 드러낸다. 폭염으로 인해 공동체의 누군가가 사망했다면, 이런 사회적 조건을 조성하고 더위가 지나가기만 하면 이들의 죽음을 쉽게 잊히도록 만든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관습적으로 당연시하고 숨기려 했던 사회적 기반에 생긴 균열을 조사해야만 향후 이런 참사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서 혼자, 가난하게, 늙어간다는 것

시카고 폭염의 피해 양상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아무도 모르게 방에서 홀로 죽어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폭염으로 인해 수백 명이 고독사했고, 심지어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된 이도 많았다.

홀로 죽어간 사람들은 대부분 1인 가구, 노인, 빈곤층 등 사회의 취약계층이었다. 이들은 또한 유품을 찾아갈 친척이나 지인이 거의 없는 무연고자였다. 당시 미국 전역에서는 독거노인 수가 증가하고 있었고, 시카고도 이 점에 있어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독거노인, 특히 남성 노인들은 인간관계가 매우 제한적이며, 사회적 접촉이 적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TV를 보며 지낸다. 가족과의 교류는 뜸하거나 아예 관계가 끊긴 경우가 많으며, 몸이 불편하여 외출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노인 임대주택이나 원룸주거시설에 살고 있는데, 대부분 냉방장치 등의 시설이 노후화되거나 부족하고 관리가 허술하며, 범죄의 위험 또한 높다. 시카고의 일부 원룸 호텔은 인간 축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시설과 환경이 형편없었다.

 

노스이스트사이드 지역의 한 호텔은 합판을 사용해 건물을 재구획하여 침대 하나, 옷장 하나, 의자 하나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수백 가구를 수용했다. 외벽에는 창문이 몇 개 있고 층마다 비상구가 있었지만, 건물 내부의 환기구 역할은 거의 하지 못했고, 1층에 있는 어두침침한 로비에는 냉방장치가 없었다. 이러한 열악한 주거 환경은 취약계층 주민들을 더 심각한 사회적 고립으로 이끌고, 폭염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서로를 보살피지 않는 사회에서 산다면

저자가 현지 조사 때 만난 폴린 잰코위츠의 사연은 폭염 기간에 독거노인이 흔히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폴린은 리틀빌리지 지역에 사는 여성 독거노인이다. 그녀는 1층보다 더 안전하다는 이유로 아파트 3층에 살고 있었고, 방에는 에어컨이 있었지만 낡아서 제대로 작동하질 않았다.

이웃은 낯설고, 몸은 불편하고, 거리에 혼자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그녀는 외출을 꺼렸다. 외출을 하지 않는 그녀에겐 정기적으로 통화하는 전화 친구와 텔레비전, 라디오 등이 일상의 낙이었다. 너무 더울 땐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해준 전화 친구 덕분에 폴린은 폭염 기간 중 가장 더웠던 날, 일찍 일어나 에어컨이 있는 동네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식료품점에서 더위를 식히고 신선한 과일을 산 폴린은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더 문제였다.

 

집으로 가기 위해 그녀는 3층 계단을 올라야 했다. 계단을 올라 겨우 방에 도착한 그녀의 몸은 더위 때문에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그때 갑자기 손이 마비되고 붓기 시작하더니 곧 다른 부위로까지 번졌다. 바닥에 쓰러진 폴린은 겨우 일어나 머리를 물에 적시고 젖은 수건을 몸과 얼굴에 올린 후 선풍기를 쐬며 몸을 뉘였다. 가까스로 열을 식힌 그녀는 곧 몸을 회복했다. 폴린의 이야기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 열악한 주거 환경, 불편한 몸, 갑작스런 위기에 도움을 줄 주변 사람의 부재 등 현대 도시에 사는 독거노인들이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폴린은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수백 명의 시카고 노인들은 그러지 못했다.

 

폭염에 운명이 엇갈린 지역들

시카고의 노스론데일과 리틀빌리지는 서로 인접한 지역으로, 폭염 당시 유사한 위험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독거노인의 수와 빈곤층 노인의 수가 거의 동일했고, 폭염 당시의 기후 또한 유사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노스론데일과 리틀빌리지의 폭염 피해자 수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노스론데일은 폭염으로 19명이 사망한 반면, 리틀빌리지는 그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저자는 폭염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장소 기반의 조건을 연구하기 위해 두 지역을 현지 조사해나간다.

 

우선 노스론데일 지역은 흥성했던 공업이 1950년대 이후 쇠퇴하면서 지역의 환경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버려진 건물과 공터, 폭력범죄, 낙후된 기반시설, 낮은 인구밀도, 가족의 분산 등 위험한 환경이 노스론데일 지역에 자리를 잡았고, 이러한 환경은 주민들의 유대관계와 지역 공동체의 역할을 약화시켰으며 주민들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켰다. 거리는 범죄의 위협 요소로 넘쳐나 주민들은 밖으로 나가길 꺼렸다. 지역의 낙후된 환경은 노인들에게 특히 더 위험했다. 깨진 인도와 삐걱거리는 계단, 조명이 없는 공터로 인해 노인들은 불안을 느꼈고 그 결과 거리에 자주 나가지 않았다.

 

이에 반해 리틀빌리지는 번화한 거리와 왕성한 상업활동, 밀집된 주거지역, 상대적으로 낮은 범죄율 등 비교적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지역 환경 안에서 리틀빌리지의 주민들은 사회적 접촉과 공공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었고, 노인들 또한 주변의 생활편의시설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었다. 노스론데일 주민들이 거리의 위험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방에서 폭염을 홀로 견딜 때, 리틀빌리지의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쇼핑을 하고 이웃과 교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두 지역의 사례는 폭염 같은 재난 시에 마음 놓고 외출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지역 환경이 얼마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 시스템의 실패: 기업가적인 정부 모델의 폐해

시카고의 공공 기관들은 1995년 폭염에 대처하는 데에 실패했다. 폭염 기간에 응급 환자를 수송할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부족했지만 시 정부는 제때 인력과 차량을 지원하지 않았다. 환자를 수용할 병원 또한 부족하긴 마찬가지였다.

병실이 이미 꽉 찬 병원에서는 긴급한 상태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야만 했다. 노인 문제를 전담하는 노인 경찰 제도 또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이처럼 시카고 공공 기관의 폭염에 대한 대처가 실패한 데에는 1990년대 시카고시가 추구한 기업가적인 정부 모델의 영향이 컸다. 기업가적인 정부 모델은 효율성을 중시하며 시민을 소비자로 대하고, 민간단체에 많은 분야를 아웃소싱하는 정부 운영 방식을 말한다.

 

시카고시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의 예산을 삭감하고,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신청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전달 체계를 만들어 수동적이고 고립된 취약계층을 방치했다. 이는 모두 폭염의 피해를 더욱 치명적으로 만드는 한 가지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대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시카고시는 홍보 캠페인을 통해 폭염 기간뿐만 아니라 폭염이 지난 뒤에도 재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 힘을 쏟았다. 폭염 피해에 대한 책임을 면하고 대중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시카고 시장 데일리는 정전 사태를 초래한 전력공급 기업을 비난했다.

 

또한 폭염 피해의 심각성을 가볍게 취급하는 발언을 하고, 사망자 수가 과장되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 관료는 죽음의 책임을 사망자들 개인에게 떠넘기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시 정부의 폭염 사태에 대한 부인과 침묵의 태도는 폭염 당시에 재난에 긴급히 대처해야 할 공공 기관의 대응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고, 폭염 이후에도 재난 당시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분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더위가 물러가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환경학자에 따르면 더욱 파괴적인 여름 날씨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그 영향력은 1995년만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끔찍할 것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최근 최고 기온이 더 높아지고, 더운 날이 더 많아지며, 폭염이 거의 육지 전체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90~99퍼센트라고 예상했다.

 

그 결과 노인과 도시 빈곤층의 사망 사건 및 심각한 질병이 증가하고 폭염과 지구온난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냉방장치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다. 기상학자 폴 더글러스는 “1995년 시카고 대참사는 앞으로 다가올 일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폭염도 문제이지만 독거노인과 1인 가구 수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경제·문화적으로 양극화된 도시 구역의 사회적 분리 현상은 현대 사회의 대도시가 가지는 공통된 특징이다.

 

여름이 자나간다고 해서 폭염의 사회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중요성이 덜해지지 않을 것이며,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극단의 도시에 나타날 디스토피아적 징후가 될 것이라고 사회학자가 경고하는 이유다.

 

폭염이 할퀴고 간 자리

우리 모두가 1995년 여름 그토록 많은 시카고 주민을 사망하게 한 사회적 조건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죽음이 간과되고 잊힐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고 있다.”

 

무더위의 한가운데 있던 8월의 어느 날, 나는 온열 질환으로 쓰러진 사람들을 다룬 기사들을 읽게 됐다. 그들이 누구인지 설명하는 단어들이 기사마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다. 막노동꾼, 외국인 노동자, 쪽방, 선풍기, 전기세와 같은 단어들이 그들이 속한 계층이 어디인지를 드러냈다. 아무리 더워도 쉬지 못하고 그늘 한 조각 빌릴 수 없었던 사람들, 더위 속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이었다.

 

자연 재해는 사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위험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에게 더위는 커피숍 유리창 너머에 쏟아지는 햇살처럼 잠깐 불편할 뿐인 현상이겠지만, 위험해도 일을 그만둘 수 없었던 저소득층 노동자나, 거동이 불편해 더운 방을 벗어나지 못했던 장애인이나, 가족들이 모두 떠나버려 연락할 사람이 없던 은퇴한 노인들에게 더위는 사신과도 같았다.

 

언젠가 도시가 또 찜통이 되면, 사람들은 올해 여름을 언급할 것이다. 1994년 여름을 되새김질 하듯이. 그만큼 길고 잔인한 여름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고통의 흔적은 희미해질지도 모른다. 폭염이라는 재난 앞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째서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더웠던 날들을 한낱 이야깃거리로 소비해버린다면 말이다.

 

1995년 여름, 시카고를 뒤덮은 일주일간의 폭염도 그랬다. 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저 별 것 아닌 사건으로 간주됐다. 정치가들과 언론은 사망자들의 개인적 실수를 들춰내고 이례적인 자연의 힘을 경탄하는 데 힘쓸 뿐이었다. 지면과 기관의 발표 그 어디에도 그들의 죽음과 사회의 실패를 연관 짓는 분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이 지점에 주목했다. 2002년에 발표한 <폭염사회>에서, 저자는 폭염 앞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추적한다. ‘참사의 인간적 차원을 명확히 해야, 이후에 닥칠 또 다른 폭염으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르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치밀한 모색의 결과 책의 두께는 조금 두껍지만 내용은 비교적 간결하다. 희생자들이 거주했던 지역의 인종, 계급, 치안에 대한 통계 자료들을 분석해, 저자는 폭염이라는 자연 재해에 더 많은 피해를 입는 취약 계층이 누구인지를 찾아낸다. 에어컨을 켜지 못했던 사람들,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못했던 사람들, 빈번한 총격에 안전한 고립을 선택했던 이들, 모두 가난하고 고립된 주변부의 사람들이었다.

 

저자가 보기에 폭염이라는 위기는 일종의 사회극이며, 늘 존재했지만 알아채기 어려웠던 일련의 사회적 조건을 드러낸 사건이다. 폭염은 정치적 주변부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피해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회 구조의 오류들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주변부 일부에만 위기로 닥치는 재난의 한정적인 성격 때문에 정치적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폭염 피해는 쉽게 비가시화될 수도 있다.

 

사회의 실패를 전면으로 드러내느냐 가라앉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언론과 정부인데, 그들이 사회 구성원에게 사태를 알리고 대책을 촉구할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언론과 정부가 폭염이라는 재난을 어떻게 다루어가는지를 한 장이나 할애해가며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시카고에서 벌어진 일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재난의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은 손쉽게 피해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 정치인들은 빠르게 희생자들은 손절할 수 있었다. 언론은 문제점을 조명하는 대신,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이 불쾌하지 않은 기사들을 양산하며 돈을 벌었다. 비록 재난을 일으킨 사회적 조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이들이 있었지만, 더 많은 매체와 정부가 재난을 스펙터클하게 재현하는 동안,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2018년의 폭염은 다른 취급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시카고의 폭염과 크게 다른 대우를 받을 것 같진 않다. 서울시가 발간하던 폭염 백서는 2015년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다가 이례적 폭염이 지나간 후에야 부랴부랴 발간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정부가 홍보한 무더위 쉼터는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아 여전히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그 사이 언론도 희생자들의 삶을 추적해 사회적 부검을 시도하는 대신 식재료를 익히는 데 조금 더 몰두했다. 재난 앞에 기자를 노출시켜 스펙터클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건 잘 했지만, 40명이 넘는 희생자들을 분석해 취약한 사회의 윤곽을 더듬는 일은 응급외과 의사보다도 게을렀다.

 

재난이 단순한 흥밋거리가 되면 공동체는 미래에 닥칠 똑같은 재난에 제대로 대응할 기회를 잃는다. 정부든 언론이든 재난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의 윤곽을 명료하게 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재난은 언제든 약자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무너진 토사 앞에서 브리핑하는 소방대원에게 자리 똑바로 잡으라고 소리치는 대신에, 대책 마련에 소홀한 정부 관계자의 면전에 소리치기를 요구하는 건 무리한 일일까.

 

무더위의 끝자락에 이 책을 다시 꺼내어 읽게 된 것은 책 말미에 적힌 이 문장 때문이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재난이 과거로 흘러가면서 훌륭한 보도와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일으켰던 역사적 사건은 뉴스가 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조금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어느 한 주간지는 특집 기사로 폭염의 사회적 부검을 시도했다. 태생적으로 느리고 긴 호흡일 수밖에 없는 방송사 PD는 폭염이 할퀴고 간 상처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오학준 SBS PD webmaster@pdjournal.com

 

폭염은 자연의 문제? 결국 사회의 문제다

불평등을 줄이면 재난은 줄어든다

희생자들은 누구인가?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

 

위험사회론을 주창한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기후변화 같은 생태 위기, 원전 사고, 대형 재난 등을 비롯해 근대화가 낳은 현대사회의 거대 위험은 계층이나 국경 따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덮친다는 뜻이다. 지구와 인류 전체가 '위험 공동체'라는 하나의 운명으로 엮였다는 것. 벡의 이론은 산업화, 경제성장, 과학기술 발전 등의 깃발을 펄럭이며 직진으로만 내달려온 현대사회의 본질을 파헤친 날카로운 통찰이자, 그런 근대화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여겨진다. 한데, 위험이 꼭 민주적이기만 할까?

 

우리는 올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 사태를 겪었다. 더위와 관련된 거의 모든 기록이 줄줄이 깨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반구를 비롯한 지구촌 전체가 그랬다.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가공할 폭염으로 가장 큰 고통을 당한 이들은 누구인가? 폭염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은 누구인가? 폭염은 모든 사회 구성원을 차별 없이 강타한다. '민주적'이다. 불구덩이처럼 펄펄 끓는 가마솥더위가 힘들고 괴롭기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누구나 폭염으로 쓰러지거나 병에 걸리거나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지난 815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48명으로 집계됐다. 평소 한 해 평균 폭염 사망자의 4.5배로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사망자를 포함한 온열질환자 수는 4301명이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를 모두 합한 수의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주목할 것은 폭염이라는 '불의 칼'에 희생당한 이들의 대다수가 홀몸 노인, 일용직 건설 노동자, 이주 노동자, 농민, 노숙자 등이었다는 점이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말이 있다. 냉난방이나 취사 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쓰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가구 소득의 10%가 넘는 저소득 가구를 가리킨다. 비용 부담 탓에 냉난방 기구를 사거나 가동하기 힘든 이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개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나 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에너지 빈곤층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거의 10% 정도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폭염의 맹렬한 공격은 방어 수단이 없거나 취약한 이들,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집중됐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48명에 이른다. (815일 기준) 평소 보다 4.5배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참여사회

 

사람만이 아니다. 57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더위를 이기지 못해 떼죽음을 당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동물은 절대적 약자다. 밀집사육으로 상징되는 산업화된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에서 철저하게 '물건'으로만 취급되는 동물들은 더욱 그러하다. 이들에게 올여름은 그야말로 '불지옥'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폭염은 가난하고 힘없는 생명들을 가장 먼저, 가장 집중적으로 고꾸라뜨렸다.

 

그러므로 폭염은 단순한 자연재난이 아니다. 불평등이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재난이다. 자연 현상을 인간 세상에서 참사와 재앙으로 바꾸는 핵심요소가 바로 불평등이라는 사실을, 올여름의 폭염은 날것으로 증언한다. 누군가 집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누군가 생존의 벼랑에 내몰려 극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일하다 죽어가는 것을 한낱 개인의 불행으로 돌려도 될까? 우리는 이것을 '사회적 실패' 또는 '사회적 유기'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어느 책의 제목처럼 '몸은 사회를 기록한다.' 재난이 초래하는 대부분의 비극에는 '사회'가 아로새겨져 있다.

 

자연의 문제? 인간과 사회의 문제!

폭염 대책과 관련해 흔히들 시카고 사례를 거론한다. 1995년 살인적인 폭염이 시카고를 덮쳤다. 무려 700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 당국과 대학 등이 나서서 희생자들의 사회경제적 처지와 폭염 간의 관계를 면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빈곤 정도, 인종, 나이 등이 폭염으로 인한 사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밝혀졌다. '사회적 고립'이 사망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가난한 홀몸 노인, 폭염에도 집을 떠나지 않은 사람,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 등이 이런 피해자였다. 시 당국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4년 뒤인 1999년에 또다시 비슷한 폭염이 들이닥쳤다. 하지만 이번엔 대응이 달랐다. 폭염이 시작되자 에어컨을 가동하는 쿨링센터를 지역 곳곳에 수십 군데나 설치했다. 취약계층을 비롯해 누구나 이곳에 쉽게 갈 수 있도록 무료 버스를 운행했다. 공무원과 경찰 등은 사망 위험이 높은 홀몸 노인이나 낡은 집에 사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상황을 확인하고 그에 걸맞은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4년 전과 비슷한 수준의 폭염이었음에도 사망자는 110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공적 시스템을 통해 '사회적 돌봄'이 이루어진 덕분이었다.

 

자연 현상 자체를 막기는 어려워도 이것이 재난으로 번지는 건 막거나 줄일 수 있다. 시카고 사례는 정부가 재난에 대비하여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참고자료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정의, 공공성, 사회적 관계, 연대, 공동체 같은 것들이 생동하는 사회를 만드는 게 그것이다. 불평등을 줄이면 그만큼 재난은 줄어든다.

 

사회적 연대가 공고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살아 있고 공동체 움직임이 활발하면 고립과 배제가 일으키는 비극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사적 욕망, 적대적 경쟁, 냉혹한 이윤 추구 따위가 들끓는 곳은 그 자체로 재앙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지긋지긋했던 올여름 폭염은 자연의 문제란 곧 인간과 사회의 문제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 오마이뉴스 장성익 9.5

 

폭염 사망자 통계는 반쪽짜리실제는 3배 이상

올여름은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며 인명 피해 역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집계에 따르면 99일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4,526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48명에 이릅니다. 올여름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31.5일로 지난 94(31.1)보다 길었던 만큼 온열 질환 피해 역시 201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심각했습니다. 그러나 48명이라는 사망자 수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올해 폭염 사망자 48.'빙산의 일각'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는 온열 질환 감시체계는 전국의 응급실 520여 곳에서 열사병이나 일사병 등으로 사망한 경우를 집계합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의 병원 가운데 제대로 된 응급실을 갖추고 있다면 대부분 포함된다고 보면 됩니다.

 

직접적인 사인이 온열 질환인 사망자는 전국에서 100% 가까이 하루 단위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응급실조차 찾지 못하고 사망한 다수의 경우와 폭염으로 건강이 악화해 숨진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특히 심혈관이나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사망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기저 질환이 악화해 숨진 사람들까지 포함해야 한다""질병관리본부의 통계는 매우 좁은, 일부분만을 반영하는 통계"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폭염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사망 원인 통계를 활용합니다. 사망 원인이 '온열 질환'이나 '과도한 일광(고온) 노출'이라는 코드로 분류되는 경우로 전국의 모든 사망자를 대상으로 산출돼 가장 신뢰도가 높습니다. 그렇다면 질병관리본부의 온열 질환 사망자 수와 통계청의 사망자 수를 비교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실제 폭염 사망자, "응급실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질병관리본부가 온열 질환 감시체계를 갖춘 2011, 온열 질환 사망자는 전국적으로 6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해 통계청의 사망자 수는 24명으로 4배 많았습니다. 이후에도 3배에서 최대 6배까지 사망자 수가 차이가 납니다. 통계청 집계는 보통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2016년까지밖에 비교할 수 없었는데요. 비슷한 양상일 거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김도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박사는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응급실의 95%가 넘는 곳에서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인 폭염 피해를 모두 반영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같은 기간인데도 통계청 사망자 집계와 3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응급실 온열 질환 사망자는 더위의 추세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지표의 성격"이라며 "수면 아래에 가려져 있는 실제 사망자가 어느 정도인지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통계청 자료는 폭염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나오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응급실 자료를 바탕으로 실시간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올여름 '초과 사망자'1994년 뛰어넘어

올해의 경우 장마가 일찍 끝나고 7월부터 더웠습니다. 아직 더위에 적응이 안 된 상태라 여름의 초반부터 많은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 행정안전부 인구 통계에 따르면 7월 초과 사망자는 3,18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8월에는 이보다 많은 3,872명으로 두 달을 합치면 7,060명이나 됩니다.

 

초과 사망자는 특정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기대되는 사망자 수를 초과해 발생한 사망자를 의미합니다. 올여름의 경우 지난 10년간(2008~2017) 평균적으로 사망하던 숫자에 비해 15% 이상 증가한 건데요. 늘어난 사망자가 모두 폭염에 의한 사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폭염을 제외한 특별한 요인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 학계에서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초과 사망자에는 폭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기존 질병의 악화 등 간접적인 사망도 포함돼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4년 폭염으로 전국에서 94명이 사망했고 초과 사망자는 3,384명으로 자연재해 가운데 최악의 인명 피해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올여름 폭염은 초과 사망자로 봤을 때 이미 1994년 수준을 뛰어넘었고 통계청 조사에 의한 사망자 수도 응급실 집계(48)보다 많은 3자리 수에 도달할 확률이 높습니다.

 

예고된 재난 '폭염' 피해 줄이려면적극적인 대책 마련 시급

장재연 교수는 '반쪽짜리' 응급실 통계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2003년 대규모 폭염 피해 이후 초과 사망자 수도 날마다 파악해 폭염 대응에 활용하는 유럽의 경우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응급실 통계만 보고 폭염 사망자가 주춤하고 있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황승식 교수는 "기후변화로 매년 찾아오는 폭염은 이제 '예고된 재난'이라며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폭염 취약층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병든 노인층,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 에어컨 등 냉방시설이 갖추지 못한 사회 취약계층과 외국인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들 위험 집단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황 교수는 7~8월 두 달간 머물 수 있는 임시 거주지를 마련하거나 자원봉사자를 이용한 고립계층 방문과 보건 서비스 등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또 전국에서 "물을 많이 마시고 야외 활동 피하세요." 같은 획일적인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 등 지역에 따라, 질환 유무에 따라 차별화된 대책을 마련하는 등 취약계층을 찾아가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방실 기자weezer@kbs.co.kr 9.12



Andre Gagnon / The Most Beloved Andre Gagnon CD1   ㅍ출처: 다음 블로그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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