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17억! 미친 부동산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단지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총 1600여가구의 이 아파트 단지는 최근 서울 부동산 폭등세의 상징처럼 떠올랐다. 2년 전 입주 당시 13억원에 거래되던 이 아파트 단지의 전용 84㎡ 한 채가 최근 29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같은 평형의 올해 초 가격은 23억원 정도였다. 정부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 이후 지방의 부동산 경기가 죽고 서울의 집값은 더욱 치솟자 최근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8월 2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의 경우 공시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오는 10월 시작하는 공시가격 조사에서 올해 상승분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2018.9.7 동아
아파트 공화국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 저자 발레리 줄레조|역자 길혜연|후마니타스 |2007.02
저자 발레리 줄레조 (VALÉRIE GELÉZEAU)는 프랑스에서 한국 사회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젊은 연구자이다. 프랑스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ÉRIEURE)에서 지리학을 전공했다. 서울의 아파트단지에 대한 연구로 파리4(소르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현재까지 마른-라-발레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을 연구대상 지역으로 삼고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 국립동양어연구원의 문을 두드렸을 때 느꼈던 설렘을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서울을 처음 방문했던 1993년, 그녀는 거대한 아파트단지에 놀라 이를 연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그녀는 동료 연구자들 사이에서“왜 한국의 아파트냐”는 회의적인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에서의 조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땅은 좁고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한국의 아파트 현상을 의문의 여지없이 받아들여 온 한국인들에게 그녀는 당연한 것을 이해 못 하는 순진한 외국인으로 취급되기 일쑤였고 자주 마음의 상처를 입어야 했다. 이처럼 상식과 편견에 도전하여 마침내 이뤄낸 연구는 성공적이었다. 한국의 아파트를 다룬 그녀의 박사학위 논문은 2003년 책(SÉOUL, VILLE GÉANTE, CITÉS RADIEUSES)으로 출간되었고, 그해 프랑스 지리학회가 수여하는 가르니에 상(FRANCIS GARNIER PRIZE)을 수상했다. 그 후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MRS.APT(아파트 여사)”라고 불리게 되었다. 아파트에 대한 그녀의 연구는 계속되었지만 새로운 주제도 추가되었다. 특급 호텔을 통해 한국 중산층의 사회적 관계와 계층적 특징을 다룬 연구는 프랑스에서 책으로 출간되었고, 최근에는 백령도와 같은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남북한의 상호 인식을 조사해왔다. 새로운 연구에 대한 줄레조 교수의 열정은 존경할 만하다. 한국의 거리체계와 공공장소 간의 상관관계는 석사논문을 쓸 때부터 간직하고 있는 연구 주제이며, 찜질방이나 노래방과 같이 일종의‘방’문화를 통해 한국인의 사회적 친교를 연구해 보고자 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줄레조 교수는 한국에 올 때마다 종암동의 한 찜질방을 가곤 하는데, 그곳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면 우리는 연구 대상으로 관찰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른다. 최근 그녀는 프랑스대학연구원(IUF)이 주관하는 연구 지원자 명단에 포함됨으로써 풍부한 재정적 지원으로 오로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지위를 얻어 매우 기뻐하고 있다.
목차
1장_왜 한국의 아파트인가
1. ‘아파트 문제’에 대한 도전
2. 제기되어야 할 질문들
3. 어떻게 조사하고 분석했는가
2장_서울의 도시 정책과 아파트단지 개발의 역사(1960~95)
1. 1950년대 서울의 도시경관과 초창기 아파트의 출현
2. 1960년대의 도시 정책과
마포아파트의 등장
3. 1970년대,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등장
4. 1980년대의 아파트 열풍
5. 1990년대, 새로운 도시 개발의 양상들
3장_아파트의 유형학
1. 아파트단지, 분류기준과 그 다양성
2. 아파트단지의 건설 시기별 분류
3. 한국의 아파트단지와 프랑스의 아파트단지
4. 획일적일 수 없는 장소의 의미
4장_아파트단지는 어떻게 양산될 수 있었는가?
1. 도시의 성장과 주택문제
2. 한국 주택정책의 몇 가지 특징
3. 대규모 건설 분야에서의 국가관리
4. 국가의 목표에 종속된 도시 정책
5장_한국의 아파트와 도시중산층
1. 서울의 중간계급, 그들의 주택
2. 부의 외형적 표시인 아파트, 가치 있는 이미지
3. “아파트가 돈이다”
4. 중간계급이 아파트에 몰리게 된 메커니즘
6장_현대건축운동과한국의 아파트단지
1. 아파트단지와 현대성
2. 한국의 아파트단지와현대건축운동
3. 서구의 영향: 도시 모델과 건축 모델의 다양성과 노마디즘
4. 대단지 아파트의 한국적 특성
5. 서울의 도시 형태에 있어서 한국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
7장_아파트는 정말 ‘현대적’이고 ‘서구적’인가
1. 아파트가 갖는 현대성의 이미지
2. ‘서구성과 현대성: 장르의 혼합
3. 현대식 아파트에서의 전통 공간의 ‘재구성’
4. 아파트, ‘관습 변환의 실험실’
5. 독특하게 한국적인 아파트의 생활양식
8장_단지 안에서의 사회적 관계
1. 아파트, 노인과 젊은이들
2. 아파트단지, 여성의 영역
3. 아파트단지 혹은 감시 받는 주택의 안락함
결론 :
대단지 아파트와
하루살이 도시
출판사 서평
한국 사회가 온통 아파트의 나라가 되었는데도,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은 없었다. 최근 몇 권의 책이 출간되었지만 사실관계에서부터 많은 불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언제 등장했는지, 아파트와 아파트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부터가 혼란스러웠다. 크게 보아 이 책은 세 주제를 다룬다.
첫째는 한국 아파트의 역사와 유형분류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해 아파트가 대량으로 양산될 수 있었던 체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대단지 아파트가 서구에서는 하층계급과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도시문제의 상징이 되어 버린 반면, 한국에서는 모든 계층이 선호하는 이상적 주거형태로 수용될 수 있었는지 하는 비교연구의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 서구의 중간계급이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를 버리게 된 과정과 그 결과를 읽으면서 우리는, 한국의 대단지 아파트 모델은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자문하게 된다.
둘째는 한국의 대단지 아파트가 기원을 두고 있는 건축이론 내지 도시계획 모델은 어디서 왔는지를 분석하고, 한국의 건축가들은 도시가 획일화되는 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따져 묻는다. “주택이 유행인 나라”, 매일매일 도시경관이 변하는 “하루살이 도시”, 미학적 기준에 반하는 도시경관, 그래서 결국 “지리학에 반하는 도시”가 된 아파트 공화국에 대해 저자가 제기하는 질문은 날카롭다. 셋째는 한국에서의 근대화와 현대성의 문화적 양상을 분석한 대목으로 다른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성을 드러낸다. 아파트 안에서의 신발의 움직임, 상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저자가 얼마나 민감하게 관찰하고 있는가를 읽어 보라. 이 과정에서 저자가 스스로 질문을 제기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솜씨는 감탄스럽다. 편집자가 생각할 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 중 오늘날의 한국 아파트 문제와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아파트 대량생산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국가-재벌-중산층의 이익연합 구조에 대한 것이다. 저렴한 택지공급과 급성장한 아파트 건설시장으로부터 막대한 혜택을 얻어 성장한 재벌의 다른 한편에 중산층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주택의 대량공급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재벌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가가 있는 한 한국의 아파트 문제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이 구조가 민주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한국 사회가 온통 아파트의 나라가 되었는데도,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은 없었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무슨 아파트일까? 아파트와 아파트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유형분류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파트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선호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아파트가 대량으로 양산될 수 있었던 체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국의 대단지 아파트가 기원을 두고 있는 건축이론 내지 도시계획 모델은 어디서 왔을까? 한국의 건축가들은 도시가 아파트로 획일화되는 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서구의 대단지 아파트 모델이 실패로 귀결된 반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모든 계층이 선호하는 이상적 주거형태가 될 수 있었을까? 한국의 아파트 모델은 대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이 책이 제기하고 있는 질문은 하나같이 중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파트 대량생산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국가-재벌-중산층의 이익연합에 대한 분석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저렴한 택지공급과 급성장한 아파트 건설시장으로부터 막대한 혜택을 얻어 성장한 재벌 건설사와, 중산층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주택의 대량공급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재벌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가가 있는 한 한국의 아파트 문제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중산층의 현실안주적 정향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구조 위에서 가능했다. 저자는 민주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가 변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한다. 아파트를 통해 한국에서의 근대화와 현대성의 문화적 양상을 분석한 대목도 매우 흥미롭고 독창적이다. 아파트 안에서의 신발의 움직임, 상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저자가 얼마나 민감하게 관찰하고 있는가를 읽어 보라. 이 과정에서 저자가 스스로 질문을 제기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솜씨는 감탄스럽다. “주택이 유행인 나라”, 미학적 기준에 반하는 도시경관, 그나마도 매일매일 변하는 “하루살이 도시”, 그래서 결국 “지리학에 반하는 도시”가 된 한국의 아파트 공화국에 대해 이 책보다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속으로
서울에는 지금도 조세희가 에서 그 이름이 가진 역설을 꼬집었던 '무지개아파트'가 있다. 이 시적인 이름은 현대, 한신, 삼성 등의 상업적인 이름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이름들도 점차 사라졌고 재벌 건설사의 이름이 부각되었다. '별빛마을'이니 '진달래아파트'니 하는 이름들이 있지만 서울보다는 신도시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름이야 어찌되었든 새로 지어진 아파트단지들은 시멘트에서 거실의 가구, 문틀, 비디오 경비 시스템, 냉장고와 비디오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재벌 기업의 제품이다. 그리하여 현대나 삼성의 마크가 찍힌 아파트단지들은 점점 재벌기업의 대형 광고판처럼 보이게 되었다. - 본문 103쪽에서
아파트단지 개발의 역사는 끊임없이 건축되고 재건축된 한 도시의 역사이다. 지리학자, 도시계획가, 건축가, 주민 등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던 것처럼 '맨주먹으로 일으켜야 했던' 대도시 서울의 끊임없는 변화는 이를 잘 보여 주고 남는다. 한국 도시경관의 불안정성은,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불안정성은 우선 도시의 변화 속도에서 과격함을 의미한다. 국토의 빠른 개발과 변모를 경험한 사회가 갖고 있는 공통적 특징은 '새 것에 대한 맹목적 숭배'로 나타난다. 최신형 아파트단지와 최신형 건물들의 경합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1970년대 이후 '새로운 도시'의 창궐은 '신'이나 '뉴'라는 접두사를 무한대로 사용케 했다. 이 책에서 쪽마다 쏟아 낼 수밖에 없는 '신도시', '뉴타운'의 홍수는 필자로서도 적잖이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58
아파트에 미치다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저자 전상인|이숲 |2009.02
전상인-연세대 정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의 사회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미국 워싱턴주립대 방문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미래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미래학회에서 정치, 경제, 국토, 도시, 과학, 문화, 인간 등의 넓은 영역에 걸쳐 당대의 사회적 이슈를 점검하고 보다 장기적인 계획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파트에 미치다』『우리 시대의 지식인을 말한다』『고개 숙인 수정주의』등의 저서가 있으며 『국가 처럼 보기』등의 역서가 있다.
머리말
1장. 왜 아파트인가?
2장. 아파트, 한국을 덮다
3장. 아파트-부의 원천
4장. 아파트-신분의 차별
5장. 아파트와 개폐식 삶
6장. 아파트와 사회공동체
7장. 아파트와 이데올로기
8장. 아파트의 한국적 토착화
9장. 아파트공간의 미시정치
10장. 아파트와 미래한국
출판사 서평
대한민국에서 월급만으로 내 집을 장만하려면 통상 9.4년(2008. 12월 국민은행 통계)이 걸린다. 게다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7.8년이라고 한다(영산대 부동산 연구소).
달리 말하면, 신혼의 단꿈을 꾸는 사회초년생 부부는 꼬박 10년에서 20년이란 긴 세월을 오로지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는 데 ‘허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그처럼 힘들게 아파트를 장만했다고 해서, 얘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조금 더 큰 평수로, 조금 더 좋은 동네로 이사 가는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국민들이 우리를 보면 가히 ‘미쳤다’고 할 만하다.
한국인에게 아파트란 무엇일까? 한국인은 왜 아파트에 ‘미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적어도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보유하고 있어야 남의 멸시를 받지 않고, 재테크 수단으로서도 아파트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는 한국인에게 집단적 욕망과 개인적 욕망의 대상이자, 중산층을 넘어 상류층으로 진입하는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차별적 지위의 상징, 아파트
한국의 아파트 ‘현상’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차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아파트 건물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나 홀로’ 아파트는 농촌 총각들이 장가를 들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시골 농가로 시집가서 불편한 생활을 감내할 처녀는 이제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서울 강남에 있는 수십억대 아파트에 사는 ‘수퍼 리치’들은 그들이 고용한 가사도우미를 ‘아줌마’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최소한 ‘이모’, ‘미세스 아무개’ 정도로는 불러줘야 그들이 추구하는 ‘품격’ 있는 삶에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부자의 특권이 ‘차별화’에 있다면, 돈으로 얻은 그 귀중한 열매를 서민이 쓰는 플라스틱 쟁반에 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핵폭격에 대비하여 지하에 벙커를 구축한 초고급 아파트 주민들에게 아파트는 정녕 지위와 신분의 상징임이 분명하다.
중산층의 삶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느 동네, 어느 단지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입주자의 사회적 신분이 갈리고, 심지어 저학년 아이들마저도 살고 있는 아파트 평수에 따라 모이는 그룹이 달라진다. 한국의 아파트는 과연 한국인에게 지위를 규정하는 차별적 상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의 의식을 들여다보는 내시경, 아파트
이처럼, 아파트의 풍속도를 보여주는 저자는 서양식 주거형태인 아파트가 어떻게 ‘한국화’하였는지 조목조목 소개한다. 대부분 아파트가 외양은 서양식 건물이지만, 내부구조는 ‘ㅁ’ 자 전통한옥을 재현하고 있다. 장독을 놓거나 빨래를 건조하는 데 편리하도록 베란다를 배치하고, 심지어 외출 후 돌아와서 발을 씻는 한국인의 생활습관에 맞춰 목욕실에 ‘세족대’를 설치한 아파트도 있다. 아파트의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한국인의 의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극히 일부의 사례로서, 저자는 아파트를 통해 한국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한국인의 의식을 조명한다.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나라, 국민 전체의 70%가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이제 단순한 주거공간의 의미를 넘어 현대 한국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이자 내시경(內視鏡)이 되었다.
아파트에 대한 국내 최초의 인문·사회과학적 탐구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 학계에서는 아파트에 대한 자발적인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아파트의 나라’ 안에 사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아파트 그 자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재발견하고 분석적인 시선으로 재인식하는 데는 무심하고 둔감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아파트 혹은 주택 문제에 관한 국내 학계의 연구는 건축학이나 응용과학, 실용학문이 주도해 왔다. 그 결과, 시대정신이나 사회의식을 결여한 채 행정의 수요나 자본의 논리에 안주해 온 측면마저 있었다.
이에 비해 《아파트에 미치다》는 아파트를 인문·사회과학적 시각에서 다룬 최초의 저작이라 할 수 있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한국의 아파트가 내포한 사회문화적인 다양한 함의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아파트.한국 현대사, 사회문화사를 읽는 코드
부의 원천이자 차별적 지위의 상징으로서 아파트는 우리 시대의 사회적 영욕은 물론,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아파트를 한국 문화사를 읽는 중요한 코드로 간주하여 통시적이면서도 공시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도입된 과정에서부터 강북의 단독주택이 강남의 아파트에 주거상의 주도권을 내주게 된 배경까지, 그리고 아파트가 한국인 삶의 양식에 가져온 변화와 그 주변적 사실까지, 저자는 예리한 분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다. 저자는 사회학 이론이나 개념을 열거하기보다는 자신의 직관이나 성찰 혹은 상상력을 십분 활용한다. 특히, 아파트 거주문화에 대한 현장감과 체감도를 높이고자 최근 수년치 신문과 잡지의 관련기사를 꼼꼼히 인용한 점은 담론의 현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보통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파트를 통한 한국사회의 특성과 추이를 추적한다
아파트의 장점 가운데 으뜸은 여차하면 고립된 섬처럼 살다가 필요하면 섬을 연결할 수 있는, 말하자면 ‘개폐식 삶’의 개연성이 아닐까 한다. (…) 현관문만 굳게 걸어 잠그면 그 안에서 자신이나 가족만을 위한 궁궐이나 성채를 차릴 수 있다. 그러다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이웃이 지척에 천지로 깔려 있는 것이 아파트 생활의 근린환경이다.
(95쪽. 5장_아파트와 개폐식 삶)
아파트에서 사람들은 문화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문화생활을 한다고 믿음으로써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가족주의를 심?하고 소비주의를 촉진하여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확대재생산에 필요한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다. 아파트 내부공간에서 발현되고 실천되는 중산층 문?주의 혹은 부르주아 가족주의에는 외부의 사회현실이나 모순을 외면하고 망각하게 하는 경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33쪽. 7장_아파트와 이데올로기)
전통주택에서의 좌식생활이 아파트의 입식생활로 바뀐 것도 양성평등의 관점에서는 일단 진보다. 과거에는 사람이 붙박이고 밥상이나 다기와 같은 가구가 이동했는데, 붙박이는 대체로 남성이었고 운반자는 여성이었다. 말하자면 자연스럽게 남성이 여성의 상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거주문화에서는 소파나 식탁, 의자와 같은 ‘신체가구’가 일상화되었고, 이제 남성도 신체가구를 이용할 때 스스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 앞에서 가족구성원 모두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상대적으로 대등해진 것이다. (155-156쪽. 9장_아파트 공간의 가족정치)
마치 대입수능시험이 그러하듯이 아파트는 주거수준에 관련하여 전 국민을 획일적으로 서열화한다. 특히 고급아파트 거주는 현대 한국인에게 중산층 이상이 되기 위한 일종의 자격증 혹은 ‘스펙spec’과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거문화에서 ‘아파트 전성시대’가 적어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다. 주택의 과소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말하자면 전 국민의 60% 이상이 40평대에 살게 되는 그날까지 말이다.
(172쪽. 10장_아파트와 미래한국)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 저자 김유라|한국경제신문사 |2016.10.
김유라 1983년생, 아들 셋을 키우는 다둥이 엄마이자 외벌이 남편을 둔 전업주부다. 은행원이었지만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멋모르고 시작한 펀드 투자로 큰돈을 잃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던 전셋집마저 값이 크게 오르면서 아이 셋을 데리고 쫓기듯 이사를 다녀야 했다. 그러다 문득 전세가가 미친 듯이 오르는 이유가 궁금해졌고, 자신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경제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독학으로 경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0년 약 3천만 원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후, 6년 간 꾸준히 투자를 하면서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얻으며 아파트 15채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복부인’이라는 이름으로 짠돌이 카페에 글을 쓰고, ‘선한 부자 프로젝트’라는 블로그를 운용하면서 주부들 사이에 부동산 투자 멘토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에는 살림과 육아에 스물네 시간을 올인하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철저한 자기 관리 속에 끊임없이 공부하며 투자했던 저자의 생생한 재테크 성공기가 담겨 있다. 많은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고, 적은 돈으로 어디에 투자하며, 부동 산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등 부동산 투자 초보자라면 반드시 눈여겨보아야 할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2013년에 짠돌이 카페에서 개최한 ‘슈퍼짠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의 투자 노하우와 절약 비결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아침마당] [PD 수첩] [쿨까당] 등의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현재 부동산 전문 강사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공저)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내 인생을 바꾼 부동산 공부
CHAPTER 1 아이 셋 주부에서 월세 받는 여자로
01 전세가가 미쳤다
02 그래서 난 공부에 미치기로 했다
03 엄마의 투자 공부법
04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해하라
05 금을 캐는 마음으로 정보를 캐라
06 사람들의 심리를 공부하라
CHAPTER 2 부동산 투자는 최고의 부업이다
07 절약, 리스크 없는 유일한 투자
08 싼 집에 살면서 돈을 모아라
09 아이와 함께 부동산 투자를
10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11 여자가 살기 좋은 집이 좋은 집이다
CHAPTER 3 돈 되는 아파트, 돈 안 되는 아파트
12 아파트, 오르는 데만 오른다
13 영원한 희소가치, 20평대 아파트
14 살 때부터 팔 때를 생각하라
15 주목하라, 나 홀로 아파트
16 임대소득과 매매차익, 둘 다 잡아라
17 저평가된 곳을 찾아라
CHAPTER 4 아파트, 언제 사고 언제 팔까
18 목표 수익률을 정하라
19 대출의 마법을 일으켜라
20 개발 호재보다 수요와 공급이 중요하다
21 전세 투자는 2년, 월세 투자는 4년
22 부동산 투자는 시간에 투자하는 것
CHAPTER 5 콩나물값 깎지 말고 아파트값을 깎아라
23 나의 정보를 발설하지 마라
24 입은 닫고 귀는 열어라
25 관계의 기본, 기브 앤 테이크
26 가격 조정에 유리한 상황들
27 세입자가 편해야 집주인이 편하다
CHAPTER 6 간단하게 수익률 높이는 셀프 리모델링
28 싸게, 예쁘게, 자신 있게!
29 내 아파트 경쟁력 높이기
30 디테일이 분위기를 좌우한다
31 기다리는 마음, 만남의 기쁨
CHAPTER 7 복부인이 경험한 소액투자 실전 사례
32 2,000만 원으로 산 23평 대전 진달래아파트(2010년)
33 700만 원으로 산 충남 아산 설화초원아파트(2012년)
34 2채로 700% 수익률을 낸 경북 칠곡 아파트 투자(2012년)
35 3,000만 원으로 산 포항 대유타운아파트(2012년)
36 1,000만 원으로 산 세종 성호늘푸른아파트(2013년)
37 3채로 1억 5,000만 원의 차익을 남긴 산본 아파트 투자(2013년)
에필로그| 선한 부자의 꿈을 위하여
부록 1| 주목! 2017년 복부인의 아파트 투자 꿀팁
부록 2| 부동산 수익률 분석표
복부인 김유라의 소액투자로 10배속 빠르게 부자 되는 법
“은행이 아닌 아파트로 적금을 부어라!”
엄마들 사이에서 부동산 투자 멘토로 알려지기 전까지, 그리고 [아침마당] [PD 수첩] [쿨까당] 등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부동산 전문 강사로 자리 잡기 전까지, 그녀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으로 열심히 아끼고 저축하며 살았고, 그러다 보면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펀드에 투자해서 운 좋게 성공이라도 하면 작은 부자 정도는 되어 돈 걱정 없이 살 거라고 막연한 꿈도 꿨다. 펀드가 반 토막 나고 전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낡은 빌라로 이사를 다니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돈에 크게 휘둘리는 경험을 한 후, 저자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투자로 돈을 벌고 싶은데, 경험은 없고 돈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저자가 선택한 것은 ‘공부’다. 이 책에는 살림과 육아에 스물네 시간 올인하던 생활 패턴을 바꾸고, 독하게 공부하며 경제와 부동산에 눈 떠간 저자의 학습 과정이 상세히 쓰여 있다. 책으로 경제의 흐름을 익히고, 강연으로 투자 고수들의 노하우를 배우며, 커뮤니티 활동으로 발 빠르게 정보를 캐내는 등, 저자가 순차적으로 실천했던 부동산 공부법은 투자의 세계로 첫 발을 내딛는 초보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다.
그렇더라도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에서 가장 공들여 설명하고 있는 것은 역시 ‘부동산 소액투자법’에 관한 것이다. 사두기만 해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던 시대는 지나갔다. 아무 아파트나 분양받아서도 안 되고, 아무 때나 사서도 안 된다.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가격이 오르지 않는 아파트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아파트를 언제 구입해야 가격 상승의 혜택을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떤 곳에 살고 싶어 하고, 어떤 아파트를 사고 싶어 할까? 저자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분석했으며, 그 내용들을 ‘부자 노트’에 꼼꼼히 기록했다(이 책은 그 기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홑벌이 남편의 월급을 아끼고 모아서 매년 일이천 혹은 이삼천만 원의 종잣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신중하게 매매물건을 골라서 투자했던 저자의 아파트 소액투자법은, 적은 돈으로 투자처를 찾고 있는 독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투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저자만의 특별한 방법들도 소개된다. 부동산 중개업자나 임차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 어떻게 했는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직접 수많은 사람과 몸으로 부딪히며 깨친 저자만의 지혜를 재미나 에피소드와 함께 읽을 수 있다.
수익률을 높이고 매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간단한 셀프 리모델링법도 알려준다. 수리를 잘해놓으면 집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주로 오래된 아파트에 투자하고 있는 저자는, 경기가 호황일 때는 다른 집보다 높은 값을 받고, 경기가 불황일 때는 다른 집은 안 팔려도 자신의 집은 팔릴 가능성을 높이는 법을 저자는 바로 이 리모델링에서 찾았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셀프 리모델링법도 초보 투자자들이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정보들이다.
마지막으로 짠돌이 카페에서 개최한 ‘슈퍼짠 선발대회’ 대상 수상자라는 저자의 이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저렴한 빌라에서 악착같이 아끼며 모은 돈으로 투자에 집중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식비 절약법, 수입의 50% 저축법, 그 돈을 모아 투자하는 법 등 ‘울트라 슈퍼짠 여사’로서의 저자의 실제 사연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책속으로
공부로 내공을 쌓지 않으면 남의 말에 휩쓸리기도 쉽다. 누가 어느 아파트를 사서 돈을 벌었다는 말에, 주가나 금값이 오르고 있다는 뉴스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컨설팅업자의 권유에 팔랑귀가 된다. 부화뇌동하지 말고 우직하게 공부해야 한다. 자꾸만 조급해지는 마음을 공부로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투자에 실패하지 않는다. 섣불리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면, 종잣돈부터 다시 모아야 하므로 성공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떤 이들은 한 번의 실패로 모든 의지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다시는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지난 6년간 나는 쉬지 않고 공부했다. 경제라는 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공부했고,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절약하는 법을 배웠고, 적은 금액으로 투자하는 법과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공부했다. 공부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사는 법을 연구했다. 그러면서 내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프롤로그」중에서
부동산 경기가 실제로 어떻든 간에 부동산 투자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읽어야 실패하지 않는다. 전문가가 어떻게 분석하고 뉴스에서 뭐라고 말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들의 심리를 알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살기에 무척 좋아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인데도 매매가와 비슷한 금액에 전세를 사는 사람들이 많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듣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세입자들이 많을수록 전세가가 폭등하고 매매가 역시 동반 상승한다. 커뮤니티, 강의, 책 이 세 가지로 나는 고3 수험생보다 더 독하게 공부했다. 투자의 세계에서 정보와 지식에 뒤처지는 것은 돈을 잃는 가장 쉬운 길이고 내 가족의 미래를 위협하는 무서운 일이다.---「금을 캐는 마음으로 정보를 캐라」중에서
나는 절약이야말로 돈을 버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흥청망청 써버린다면 많이 벌어봤자 말짱 헛것이다. 절약은 돈을 버는 방법 가운데 리스크가 없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절약에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두쇠의 삶에는 분명 즐거움과 보람이 있다. 주부들은 알 것이다. 같은 물건을 싸게 샀을 때나 써야 할 돈인 줄 알았는데 안 써도 되는 방법을 알아냈을 때 등 돈이 굳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말이다. 돈은 쓰는 재미만 있는 게 아니다. 안 쓰는 재미도 있다. 한 달 한 달 저축액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보람도 있다. 아이들이 있기에 더 철저히 절약할 수 있기도 했다. 아직 어려서 돈 들어갈 데가 적었고, 아이들이 있기에 미래를 보면서 절약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더 아낄 방법이 없을까 싶어 늘 머리를 굴렸고, 절약의 고수들에게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짠돌이 카페에 매일같이 출석했다.---「절약, 리스크 없는 유일한 투자」중에서
나는 아파트에만 투자한다. 여자가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집이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어느 가정이든 집에 대한 결정권은 여자에게 있다. 남자는 저녁에 들어와서 아침에 나가면 그뿐,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여자다. 부부가 같이 집을 보러 다닐 때 계약이 성사되는 집은 남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집일까, 아니면 여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집일까? 열에 아홉은 후자다. 예컨대 남자는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마음에 든다고 하는데 여자는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가 멀어서 싫다고 한다면, 그 집은 계약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남자는 직장이 멀어져서 싫다고 하는데 여자는 아이를 봐줄 친정이 가깝다고 좋아한다면, 그 집은 계약이 된다. 아이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신혼부부든 중년부부든 집을 선택하는 데는 여자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집이라는 공간의 주인은 여자다. 그래서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도 여자의 취향에 따라 이루어진다.---「여자가 살기 좋은 집이 좋은 집이다」중에서
요즘은 전세가가 워낙 높아 비교적 소액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매수는 쉽다. 그렇다면 매도도 쉬울까? 살 때부터 팔 때를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가격이 오르면 뭐하나, 내가 팔 타이밍에 사는 사람이 없다면. 집은 사는 건 정말 쉽다. 경매로 집을 산다면 최고가를 적어내 낙찰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것은 경매의 목표가 아니다. 부동산 투자의 목표는 매수가 아니라 적절한 매도다. 그래서 매수 시점에 매도시점과 매도 예상 가격을 모두 결정해야 한다. 매도 시점도 모르겠고 가격도 예측할 수 없다면 그 부동산은 매수해서는 안 된다. 모르겠다는 건 내공이 부족하거나 그 부동산이 가치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잘 팔릴 아파트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우선 그동안의 거래량을 보면 된다. 특히 불황기에도 꾸준히 매매가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호황기, 상승기에는 물건이 귀하니 비인기층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사이트를 참고하면 어느 층수가 거래가 잘되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살 때부터 팔 때를 생각하라」중에서
나는 내가 보유한 아파트의 수익률을 수시로 계산하고, 이에 따라 매도 시점을 판단한다. 수익률을 계산하는 데에는 대출 부분이 반드시 포함된다. 따라서 대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매도 시점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대출을 잘 이용하는 것은 훌륭한 능력이다. 이 능력이 있어야 돈이 없어도 투자를 할 수 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대출이 있기 때문 아닌가.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대출을 두려워한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히려 대출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정부, 심지어 은행마저 자기자본 비율이 매우 낮다. 자본가들은 빚을 잘 이용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대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내가 은행에 1억 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그 돈을 기업이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나에게 주는 예금이자보다 많은 대출이자를 받는다. 대출을 받은 기업은 투자를 해서 이 사회에 돈이 돌게 한다. 대출은 돈을 만들어낸다. 이를 이해한다면 대출이 더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대출의 마법을 일으켜라」중에서
임대차는 계약기간이 기본적으로 2년이기 때문에 나는 투자기간을 2년으로 잡는다. 세입자가 들어오면 2년 동안은 내보낼 수 없고, 나의 투자 원칙 가운데 하나가 실거주자가 매수할 수 있는 아파트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남아 세입자가 살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집을 매수한 사람이 들어와 살 수가 없다. 이런 때는 상대를 투자자로만 한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좋은 가격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투자를 할 때는 2년 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미리 점검하고 접근한다. 2년 후를 예측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주변에 신규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있는지, 있다면 분양이 완료된 세대수는 얼마인지, 내년과 내후년에 입주하는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면 된다. 신규 아파트의 분양이 시작되면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어 활황이 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외면을 받아 미분양이 생긴다. 두 경우 모두 가까운 곳에 있는 기존 아파트의 가격 상승에 일시적인 악재로 작용한다.
---「전세 투자는 2년, 월세 투자는 4년」중에서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져도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부동산으로 봤다. 사람이 금이나 주식은 없어도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집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아무리 오른다 한들 집에 쌓아놓고 보관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는 부동산에만 투자한다. 그리고 이것이‘전세 헤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회사가 수출을 하고 대금을 후불로 받는다면, 회사에 들어오는 돈은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변동함에 따라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이 해외 주식을 사서 상당한 수익률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환율이 불리한 쪽으로 변동했다면 투자의 의미가 사라져버린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달러가 1,000원이 되든 2,000원이 되든 처음에 정한 환율을 적용하기로 하는 것이다. 전세 투자도 같은 원리의 방식으로 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는 시간에 투자하는 것」중에서
절약의 달인에서 재테크 멘토를 꿈꾸다 2014-08-26
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절약의 달인 ‘김유라씨’
3년간 시세차익 4000만원, 월세 100만원 임대소득 올려
당신은 주부의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보통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것만 하기도 벅찬 일이다. 그런데 자녀교육, 주택구입, 은퇴준비 등 중요한 가정의 경제이슈에서 주부의 의사결정은 가히 절대적이다. 현명한 주부재테크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포털사이트 ‘다음’의 유명한 짠돌이 카페에서 ‘2013년 e짠돌이 절약수기 선발대회 1등’도 모자라 이제는 아파트 3채로 임대소득까지 올리고 있다는 절약달인 김유라(32)씨를 만나봤다
집주인의 ‘나가라’ 소리에 정신 차리다
김유라씨도 처음부터 절약의 달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도 가족외식도 하고 해외여행도 다니던 보통의 주부였다. 신혼이던 2006년, 8500만원이던 신혼집 전세 가격이 오르더니 2008년 집주인이 월세를 요구하며 “나가라”는 통보를 해 왔다. 그래서 다급하게 1억1000만 원짜리 전세로 이사했다. 전세를 사는 와중에 2008년 가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2006년 4000만원이나 들어놓은 펀드가 반 토막 났다. 집도 없고 펀드도 망하고, 다급한 생각이 들었다. 월급의 50%를 저축하는 등 짠순이 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 그 아파트의 전세는 1억8000만원으로 또 올라버렸다. 2년간 모은 돈이 전세금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김 씨는 그동안 모은 2000만원으로 자신이 가고 싶은 아파트를 전세를 안고 사고 자신은 저렴한 빌라로 이사 했다.
“도대체 내가 든 펀드는 무서울 정도로 폭락을 했는데 집값은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어요. 왜 그럴까? 궁금한 마음에 닥치는 대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공부하기 시작 했어요.”
녹록치 않았던 맞벌이, 부동산을 생각하다
사실 그녀도 둘째까지 낳고는 맞벌이를 하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준비도 했었다. 보육교사 자격증, 독서지도사, 유아영어지도사 자격증까지 땄다. 둘째를 데리고 나갔던 어린이집 실습 후, 유치원에서 돌아온 첫째를 도저히 볼 수 있는 체력이 되지 않았다.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은 방치됐다. 야심찼던 맞벌이 시도는 그렇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 즈음 전세를 끼고 구입했던 1억7000만 원짜리 아파트가 2억으로 뛰었다. 이 집을 팔아서 생긴 종자돈으로 그녀는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입하고 전세가 만료되면 전세금을 시세대로 올려 받고, 그렇게 생긴 자금으로 또 다른 아파트에 투자하고, 돈이 모이면 그 돈으로 전세를 월세로 돌렸다.
저평가된 방3개 20평 아파트만 공략했다. 현재까지는 투자한 아파트 중에서 가격이 하락한 것은 없다. 김 씨는 “집 보러 가는 것은 아이를 업고 가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부동산을 선택했고, 자신에게는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성공, 펀드·금·은 등 다른 투자는 실패
사실 그녀의 투자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2006년 무려 4000만원이나 투자했지만 큰 손해를 보고 끝낸 펀드투자, 1200만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달러투자, 그 외에도 주식투자, 금·은 투자에서도 손해를 보았다. 경제관련 책을 읽고 실천을 하다 보니 이러저러한 손해도 보았지만, 이것들이 모두 경제 공부의 소중한 밑거름과 산 경험이 되었다.
블로그로 많은 이들과 부자 되는 희망 나누고 싶어
김유라씨는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절약과 저축이 지금 재테크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자신 또한 아무 지식 없이 가입했던 펀드를 예로 들며, 남의 말만 듣지 말고 본인의 판단대로 제대로 된 재테크를 하려면 경제공부를 꼭 하길 권한다고 했다.
앞으로 자신의 블로그 “‘복부인 선한부자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재테크 사기를 당하지 않게 정보를 공유하고, 공부해서 투자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짠순이 주부가 알려주는 알뜰 노하우
1. 웬만하면 물건을 사지 않는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어 쓰고 바꾸어 쓴다. 특히 남편은 친척에게 물려받은 옷을 입으며 “남에게는 헌 옷이지만, 나에게는 새 옷”이라는 집안 명언을 만들었다며 자랑했다.
2. 될 수 있으면 가공식품을 사지 않는다. 가공식품은 원재료보다는 첨가물이 들어가 몸에도 좋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식품보다 비싸다.
3. 마트 이용을 될 수 있는 한 줄이고, 시장을 이용한다. 고기나 과일 같은 것은 도매시장에서 사면 훨씬 싸게 구매할 수 있다.
4. 할인쿠폰에 속지 마라. 5만 원 이상 사면 2000원 할인 같은 한도를 채우려고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게 되는 실수를 하지 마라.
김유라씨가 추천하는 재테크 서적 5
1. 앞으로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로버트 기요사키/흐름출판)
2. 지금 당장 경제공부 시작하라(최진기/한빛비즈)
3.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짠돌이카페 슈퍼짠 9인/길벗)
4. 노후를 위해 집을 저축하라(백원기/중앙일보조인스랜드)
5. 부동산 투자는 과학이다(고종완/다산북스)
아파트 공화국
1990년 처음 서울을 방문한 저자는 대단지아파트가 즐비한 경관에 충격을 받는다. 이에 대해 우리들은 ‘좁고 자원이 없으며 인구가 많으니 고층 건설에 대한 합의는 필연적’이라고 결정론적인 해석을 한다. 그러나 1995년 서울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구(區)에 아파트가 가장 많은 것도 아니었다. 저자는 한국인들의 생각은 단지 옹색한 설명으로 개발에 관한 숙명론을 퍼뜨리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며 내부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어떻게 시민의 주거 구조와 생활양식을 아파트단지 안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을까?첫째, 권위주의 국가 주도의 성장 모델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64년 마포아파트단지 완공 연설에서 아파트는 봉건제도의 모든 잔재와 농촌의 낙후성 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국가 현대화의 도구이자 대안으로 표현했다. 아파트는 새로운 기계처럼 산업 발전의 도구이며 효율적인 수단이다. 정부 주도로 대기업과 학교를 강남으로 분산하고, 공무원 아파트 분양 전략을 폈다. 유학파에게 귀국 시 여행비와 이사 비용, 아파트 우선순위 분양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엘리트들이 강남에 정착하도록 유도했다. 북한을 능가해야 한다는 총량주의적 목표와 ‘주택 건설 180일 작전!’이란 군대식 용어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정부 선전 구호 아래 대대적인 국민적 동원이 이루어졌다. 측근인 김현옥 서울시장은 문화재 파괴 우려에도 도심 빈민가를 보상금 없이 불도저로 철거했다. 70년 4월 와우아파트 붕괴 사태는 부정부패가 개입된 부실공사의 필연적인 결과로 추정됐다.
주택 분야는 권위주의 정부가 재벌 기업에 행한 장려-통제-억압의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 건설 회사는 지정업체로 선정되고 우수기업에 메달과 상은 영예로운 일이며, 정부의 입장에서는 다량의 건축물 공급과 도시계획을 추진하는 한 방법이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되는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은 큰 수익원이었으므로 당첨된 가구는 중간계급으로 편입되면서 체제의 수혜자이자 동조자가 되었다. 권위주의 정부와 대기업 간 공생의 사슬 구조에 따른 주택 양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들을 지식인들과 건축가들은 오랫동안 회피해 왔다.
둘째, 아파트는 현대성과 편리성이라는 미덕으로 미화되었다. 아파트의 실내구조와 난방 방식이 기술 진보로 순수하게 한국적인 산물이었음에도 서구적인 것으로 이미지화되었다. 스스로 현대적이라고 간주하는 아파트에서도 여전히 한옥을 트집 잡는(불편) 이유로 이야기했던 신을 신고 벗는 것, 상을 옮기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한다. 다른 형태의 주택들도 편하고 현대적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한국인들은 별로 중시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아파트의 열풍은 현실로서의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기보다는 한국인들이 ‘현대적 주택’에 대해 만들어 낸 이미지가 인기를 끈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한국이 안고 있는 아파트 문제 중 제기해야 할 첫째 문제는 국민주택 부재이다. 프랑스에서 “국민주택이란 하위 계층을 정상적인 환경에 수용하기 위해 국가의 법률적?재정적 지원을 받아 건설된 주택이다.” 반면, 대한주택공사는 국민주택 건설에 이바지한 기관이었다기보다는 박정희 식 경제성장 모델에 순응하는 정부 정책의 시행자였다. 한국의 주택정책은 소형 아파트를 희생시켜 대형 아파트를 건설함으로써, 하위 계층을 주변 지역으로 내몰고 도심을 상층 계층이 차지하는 부르주아화를 가져왔을 뿐이다. 한국은 장기임대주택은 거의 없고 주택 매매 정책만 있는 나라다.
둘째, 감시체제와 단지 관리의 문제다. 역설적이지만 한국에서 아파트단지는 지속적인 감시체계 덕분에 매우 안정된 주거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단독주택에 살았을 때 무서웠어요. 여자 혼자서 낮에는 불안해요.” 다른 나라 대도시에 비해 범죄율이 특히 낮은 서울에서 이러한 안전 강박증은 놀랄 만한 일이다. 고지서의 납부 기한을 알리는 관리사무소의 스피커와 ‘수상한 사람’을 신고하도록 경비원들에게 전달되는 지침은 군사독재의 유산과 관련 있다. 차단기가 군부대를 연상시키듯, 경제 발전을 이끈 권위주의 국가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군사주의로부터 오늘의 한국 사회는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관통하고 있는 테마를 떠올리게 한다.
셋째, 재개발, 재건축 문제다. 각종 자원 낭비,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음에도 한국의 아파트는 고층화와 고급화, 그리고 첨단 감시 장치로 재개발되며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끊임없이 질주하고 있다. 3~4년에 걸쳐 진행되는 재건축 지역에서는 전세 수요는 그대로 있는 반면 전세 주택의 공급량은 재건축으로 감소하기에 전세가는 전체적으로 상승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좀 더 부유한 계층이 이주해 오고 빈곤한 계층이 지역을 떠나게 됨으로써 고전적인 사회 변화의 경로를 밟고 있는 것이다.
군부독재 때 등장한 대단지아파트는 한국에서 일상화된 재개발의 결과 유행상품처럼 취급된다.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추억의 장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는 서울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경관(景觀)적으로는 아파트공화국이다./ 박병목 성신고 교사/ 울산저널 / 17.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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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아파트는 [ ]다
캐비닛, 난쏘공, 얼굴 등 열쇳말 10개로 풀어본 아파트의 정치경제사회문화학…해방 직후부터 현재까지 아파트가 바꾼 것, 망친 것, 남긴 것
아파트는 단순히 사각형 주거 공간이 아니다. 그 안팎을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이고, 몸짓이고, 흔적이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아파트를 “우리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내시경”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은밀한 바닥까지 훑을 수 있다는 말이다. 10개의 열쇳말을 통해, 우리가 기억하거나 혹은 잊었던 아파트의 의미를 되새겨봤다. _편집자
아파트는 [가사도우미]다
입식 부엌과 온수가 나오는 화장실. 우리가 지금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지만 대소변을 가리려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지 않게 된 것은 50년을 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우선 여성의 가사노동력 절감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구조적 변화만이 아니라 그 구조에 맞게 기능하는 청소기·세탁기·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 발달이 동시에 진행되며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전자기기들이 주인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 기능을 예비하고 있을 정도다. 투입되는 노동력이 줄자 여성의 사회 진출을 용이하게 했다는 점과 함께, 가사의 노하우를 기계가 전수받으며 남성이 더 적극적으로 가사를 분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노동력 절감 혜택은 남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파트의 공동관리로 정원 및 마당 관리, 주택 보안, 일상적인 개·보수 업무 등은 이제 더 이상 남성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며 상업시설·교육지원시설 등이 들어서게 되고 가사·교육 등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아파트 문화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기능적 측면에서 주거 편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아파트 형태나 그 안에 담기는 기기들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주거설비에 대한 원격 조정 개념을 넘어 건강, 의료, 에너지 절감 등을 위한 각종 주거설비 기술은 노동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파트는 [캐비닛]이다
소설가 이외수는 말했다. “거실에 앉으면 건너편 아파트 거실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어렴풋이 보인다. 하지만 정작 옆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이어 아파트를 이렇게 정의한다. “사람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이다.”
골목길이 사라졌고, 이웃사촌은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 아파트는 도시·농촌을 가리지 않고 들어선다. 아파트가 들어선 곳에서 마을 단위의 삶은 찾아보기 힘들다. 막스 베버의 “인간성을 차단하는 철강”이라는 선언은 아파트의 각박한 미래를 보여준다. 일체화된 사회적 삶을 의미하는 전통사회가, 사회적 삶과 철저하게 격리된 개인의 삶을 추구하고 그 사이에는 철저히 격벽이 쳐진 ‘아파트 사회’로 전이됨을 예견한 것이다.
‘철제 캐비닛’은 그 개념 안에 부정적·긍정적 의미 모두를 포괄한다. 캐비닛에 담긴 모든 것은 보안과 구분의 편의 등을 보장받는다. 아파트라는 캐비닛은 개별 가구의 안전과 개별성을 존중한다는 의견이 있다. 게다가 교육 등 복지 서비스를 중심으로 ‘필요한 만큼’의 연대는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이를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박사는 “안전한 캐비닛처럼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이나 위험요소 등과 격리될 수 있는 최대한 안전한 주거 공간이 바로 아파트”라며 “앞으로도 그 주거 형태의 근본적인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것이 특수한 일부 상류층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서비스 형태로 자리잡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파트 이름은 삼성·쌍용·현대 등 회사 이름이나 지역명이 따라 붙었다. 90년대 후반 '롯데캐슬'을 필두로 아파트의 브랜드 바람이 불었다. 규제 완화와 함께 아파트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한 때도 이즈음이었다.
아파트는 [로또]다
‘오를 때는 왕창, 내릴 때는 찔끔.’ 뭘까? 삶이 비루하다 하여 세상 만물이 다 그렇다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사회과학적 분석틀을 빌려온다면 인상과 하락에서 ‘왕창’과 ‘찔끔’의 경향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소비재는 바로 기름과 아파트다. 기름은 일반인에게 투자 대상이 아니니 현실계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아파트다. 결국 아파트는 수익을 보장하는 검증된 로또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당첨의 바람을 담은 미래형 로또가 아니라 ‘당첨된’ 과거형 로또다. 뛰어난 환금성 또한 그것이 이미 당첨된 것임을 말해준다. 수요와 공급의 질서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다수의 암묵적 합의를 바탕으로 가격 하락을 막아내고, 결국 가격 상승을 이끈다는 점에서 로또보다 더 노골적이다. 정상적 가격 조정이 불가하고, 정책이 좀처럼 기능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욕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로또가 개별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과 달리, 실현되지 못한 공동의 욕망을 한꺼번에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로또보다 더 위험하다.
“집 뒤 댓바람에 잠이 들었다가 대문으로 밀려오는 강바람에 눈을 떴던 선조들과 달리 우리는 아파트라는 건조한 투기장에서 자고 일어난다.” 소설가 이문재의 말이다.
아파트는 [난쏘공]이다
“내일이면 우리 집이 헐리어진다/ 쌓아놓은 행복도 무너지겠지/ 오늘도 그 사람이 겁주고 갔다/ 가엾은 우리 엄마 한숨만 쉬네/ 개×× 개×× 나쁜 사람들/ 엄마 울지 마세요.” (민중가요 <못생긴 얼굴>)
“난생처음 이십 평짜리 땅덩어리가 내 소유로 떨어진 겁니다. 내 차지가 된 그 이십 평이 너무도 대견해서 아침저녁으로 한뼘 한뼘 애무하다시피 재고 밟고 하느라고 나는 사실은 나 이상으로 불행한 어느 철거민의 소유였어야 할 그것이 협잡으로 나한테 굴러 떨어진 줄을 전혀 잊고 지낼 정도였습니다.”(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1980년대 초만 해도 서울에만 220여 곳의 빈민촌이 있었다. 상계동·중계동·난곡·봉천동·사당동·삼양동·하월곡동·가리봉동·신정동 등 서울 곳곳의 비탈에는 가난의 풍경이 늘어서 있었다. 당시 서울 인구 3분의 1은 빈민촌에서 살았다. 가난한 삶은 처참했다. 1980년대 관악구 봉천5동에 거주한 3825가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 가구당 주거 면적은 13.2㎡(4평)이었다. 재개발이란 명목 속에 가난한 이들의 마을은 한 곳씩 짓밟혔다. 굴착기를 앞세운 철거용역과 전투경찰은 나란히 ‘쌓아놓은 행복’을 허물었다. 이들이 짓밟고 다져놓은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철거에 이은 아파트 건설의 이야기는 1970년대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에서도 그려졌다. 화려한 아파트 건설의 역사는 곧 도시 빈민 주택 철거의 역사였다.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2009년 용산 참사 역시 아파트 건설을 위한 철거 과정에서 일어났다. 피를 먹고 자란 것은 민주주의만은 아니었다.
아파트는 [구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서민형 주택인 아파트는 한국을 건너와서 ‘명품’이 됐다. 아파트의 기원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유럽이다. 아파트는 노동자로 부글거리는 유럽 도시의 저질 주거 형태로 시작됐다. 초기 사회주의자 로버트 오언의 영향을 받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사회주의적 공동생활에 적합한 양식으로 아파트에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 1950년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아파트는 일반인에게 ‘기피시설’이었다. 아파트를 처음 접한 사람들의 첫 질문은 “김장독은 어디에 묻는가?”였다. 게다가 초기 아파트는 작은 평형이 많아서 빈민굴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위해서 “국민이 싫어하더라도 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과밀화로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하던 시절이었다.
아파트가 상류층의 주거시설로 발돋움하게 된 시기는 1970년대였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대표적인 예였다. 60평에 이르는 넓은 평형에 쾌적한 입지는 신흥 부유층의 수요와 맞아떨어졌다. 1990년대 후반 들어 건설업체들은 다시 아파트의 ‘브랜드화’를 시도했다.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를 준비하며 아파트 가격을 올려받으려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평당 분양가가 200만~300만원 하던 시절, 건설사들은 평당 2천만원을 겨냥한 ‘이미지’를 생산해냈다. 이른바 ‘명품 마케팅’이었다. 유명 여배우가 뜬금없이 궁전 같은 집에서 와인잔을 흔드는 광고가 나온 것도 이즈음부터다. 예전에는 현대아파트·삼성아파트 등이었던 이름들도 캐슬, 팰리스, 하임, 스위트 등등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외국 유학생의 국내 주소지가 ‘롯데캐슬’이어서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떠돌았다. 아파트 가격은 중·상위 계층의 허위의식과 함께 부풀어올랐다.
아파트는 [돈줄]이다
4조5298억원. 아파트값이 출렁대던 2002~2004년 10대 건설업체들이 신고한 순이익이었다. 아파트값이 ‘미쳤다’는 말을 듣던 시절이었다. 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 지수를 보면, 1999년 1월 35.7이던 가격 지수는 2007년 1월 95.2까지 뛰어올랐다. 8년 사이에 거의 3배 뛰어올랐다. 고삐 풀린 아파트 가격이 서민의 가슴을 할퀴는 사이 건설업체들은 ‘노가 났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덕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건설업체에 줄줄이 규제를 완화했다. 분양가 자율화, 토지거래 신고제 폐지, 분양권 전매제한 폐지, 아파트 재당첨 금지 기간 단축 및 폐지, 무주택 가구주 우선 분양 폐지 등 ‘선물 리스트’는 끝이 없었다. 규제 완화의 빗장이 풀린 뒤 기승을 부리는 부동산 투기를,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한 칼럼에서 “우리를 뛰쳐나온 사나운 사자”에 빗댔다. 덕분에 지표상의 경제성장률은 끌어올렸지만, 건설 분야에 부글거리는 거품이 남았다.
다음 아고라의 유명 논객인 ‘슬픈한국’은 최근에 낸 책 <한국을 생각한다>에서 수도권 102㎡(30평대) 아파트의 가격은 생산비용만 고려했을 때 66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그만한 넓이의 아파트는 서울 강남에서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막대한 차액은 누가 챙겼을까. 아파트 투기 현장에서 한몫을 챙긴 건, 토건자본과 은행자본이라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건설사의 고질적인 폭리 구조를 뜯어고치려고 참여정부 때부터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등 대안이 제시됐지만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최근 이어지는 건설업체들의 줄도산은 스스로 쌓아올린 거품 속에 허우적거리다 빠져드는 격에 가깝다.
» 아파트 단지가 확산되면서 단독주택, 한옥, 골목길은 줄었다. 최근 일고 있는 한옥마을에 대한 관심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이자 미묘한 변화의 조짐으로 볼 수 있다. 한겨레 이종근
아파트는 [반혁명]이다
한국의 아파트가 정치적 보수주의와 관련 있는 이유로 두 가지가 지적된다. 박해천 홍익대 연구교수는 아파트의 이런 측면을 “정치적 보수화와 반혁명의 매개물”이라고 표현했다. 아파트는 건축적으로 거주자를 가족주의와 개인주의에 친숙하게 만드는 성격을 지녔다. 아파트에서 식사, 잠자기, 놀이 등 모든 행위가 핵가족 안에서만 이뤄진다. 대부분의 아파트에는 여분의 방이 없으므로 친지나 친척들의 체류가 제약받는다. 과거처럼 일가친척이 자주, 오랫동안 서로의 집을 왕래하는 일은 아파트 시대에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박 연구교수의 분석이다. 이웃과 사회문제로부터 자연스레 멀어진다.
여기에 한국적 특수성이 추가된다. 한국에 아파트를 도입한 장동운 전 대한주택영단 총재는 5·16 쿠데타에 참여했던 군인 출신이다. 아파트는 군부독재 세력에게 근대화와 관련된 정책으로 받아들여졌다. 세련되고 위생적인 화장실과 부엌이 딸린 아파트는 곧 중산층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1977년 한 일간지 설문조사에서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하겠다”는 대학생이 81%에 달했다. 박 연구교수는 아파트의 이런 측면에 대해 “인간 개조의 생체정치학적 프로그램을 완비한 정치적 보수화의 전초기지로 기능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전 국토의 아파트화가 그들(권력)의 다음 목표가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전상인 교수는 <아파트에 미치다>에서 “(아파트에 사는) 화이트칼라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한국 사회의 이념적 좌경화를 막는 결정적 방파제 역할을 했다”면서도 “반군부독재화, 민주화를 향한 물꼬를 트는 데도 그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중산층이 정치적으로 양면성을 지녔다는 반론이다.
아파트는 [표]다
특정한 아파트 거주자들이 선거를 좌우하는 핵심 투표자로 자주 꼽힌다. 뉴타운 지역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뉴타운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때부터 강조한 핵심 사업이었다. 명분은 강북 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이었지만 이면에는 표 계산이 있었다. 강북 주민들은 집값 상승을 바랐고,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그런 환심을 득표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은 것도 한몫했다. 개발 전에 원래 거주하던 주민이 들어서는 비율이 매우 낮았다. 경제력을 가진 주민이 새로 입주했고 이들이 투표 성향을 바꿨다. 2008년 서울 지역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손쉽게 당선된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에 대해 ‘뉴타운돌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4·27 재보선 핵심 지역인 경기 분당을 지역구도 이런 사례로 거론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당선됐지만, 한나라당의 승산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 특히 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 정자1동이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석됐다. 18대 때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의 표 차이보다 줄긴 했지만,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는 분당을 8개 동 가운데 정자1동에서만 손 대표를 이겼다.
이 때문에 최근의 ‘뉴타운 논란’이 주목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뉴타운 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지자 주민들이 뉴타운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발이 나온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4월 “지금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이 안정될 때까지 경기도에서 추가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타운 지역 유권자들이 18대 때와 다른 투표 성향을 보일지 주목된다.
아파트는 [내 얼굴]이다
아파트 이름과 평수로 ‘나’를 드러내는 시대다. 사람들은 ‘어디 사느냐’는 질문에 거주 지역이 아니라 아파트 브랜드 이름을 댄다. 건축가 고 정기용 전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2008년 시민단체 강연에서 이런 경험을 소개하며 “집이 아니라 대기업의 이름 속에서, 돈다발 속에서 산다. 예전에는 ‘어디 사느냐?’고 하면 ‘이화동’ ‘쌍문동’이라고 동네 이름이 나왔고, ‘방 몇 개냐?’고 물었지 ‘몇 평이냐’고 묻지 않았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대기업이 지은 아파트 브랜드로 사회적 지위를 판가름하는 추세가 심각한 문제라는 취지다.
아파트로 사회적 지위를 구별지으려는 태도는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박해천 교수는 분석했다. 1970년은 아파트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해 4월 서민들이 거주하던 와우아파트가 붕괴해 33명이 숨졌다. 한편 같은 해 7월 한강변에 지어진 한강맨션 입주가 시작됐다. 한강맨션은 일본의 대형 평형 아파트를 본떠 고급 아파트를 표방했다. 박 연구교수는 “8평이라는 좁은 공간, 공동변소를 써야 하고 연탄가스가 복도에 가득 차는 시민아파트들은 ‘고층 판자촌’이라는 별명을 얻고 도시의 흉물로 전락한 반면, 한강맨션을 필두로 ‘맨션’이라는 이름의 고급 아파트가 속속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부동산금융학)는 이런 문화적 흐름에 대해 “아파트는 내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아파트는 [거위의 꿈]이다
아파트는 애증의 대상이다. 아파트 소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서정렬 교수는 이런 아파트의 성격을 ‘거위의 꿈’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거위의 꿈’은 가수 카니발의 노래다.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이라는 노랫말로 시작한다. 서 교수는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투자라는 측면에서는 아파트는 여러 주택 상품 중에 가장 뛰어나지만 거기서 오는 혼란도 만만찮다. 마치 노래 가사처럼 애증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제기된 ‘하우스푸어’(House Poor) 논란을 서 교수는 대표적인 ‘애증’ 사례로 거론했다. 하우스푸어란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정점에 달했을 때 무리하게 빚을 내 아파트를 샀으나 아파트값이 떨어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30~40대 가장의 집안을 가리킨다. 서 교수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거위의 꿈에 해당한다. (아파트를) 갖고 싶지만 현재 가격이 높아서 소유하는 데 어려운 계층도 있고, 아파트를 자산 증식 차원에서 구매했다가 안 팔려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아파트를 소유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과 애증이 있다”고 풀이했다./한겨레21 제863호 / 2011-06-01
아파트의 욕망이 그들을 '보수'로 만들었다
[응답하라, 베이비부머·④] 베이비부머와 아파트의 역사
'사람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
소설가 이외수 씨는 아파트를 이렇게 표현했다. 번호 키를 열고 들어가면 아파트는 마치 비밀 캐비닛처럼 바깥과 차단된다. 철저하게 고립된 장소인 셈이다.
그런 특징을 지니는 아파트가 현재 한국 주거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 주거 형태는 약 55%가 아파트다. 한국 전체 인구의 50%가, 서울 인구의 70%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서구는 아파트 비율이 우리보다 높을 수는 있으나, 산업혁명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긴 역사적 과정에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이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매우 높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이처럼 단기간에 아파트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한 나라가 없다. 한국에서 아파트의 급속한 확산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이 유독 한국에서만 급속히 확산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인구가 도시로 집중됐고 이는 극심한 주택난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유럽의 서민형 주택단지인 아파트가 집중해서 건설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무엇보다 건축 대지와 공사비를 절약하고, 토지이용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이점이었다.
서울 인구는 1960년에서 1970년 사이 245만 명에서 550만 명으로 두 배 증가했고 1970년에 1990년 사이 다시 배가 늘어 1060만 명을 기록한다. 1960년에서 1990년까지 거의 다섯 배 늘어난 서울 인구는 농촌과 타 도시로부터 대규모 인구 이동에 기인한다.
인구증가의 대가로 교통문제, 환경문제, 주택 문제 등 일련의 도시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 중 주택문제는 모든 도시에서 공통으로 나타났고, 서울에서 특히 심각한 양상을 보였다. 가구당 주택 수로 계산된 주택 보급률은 1960년에 84.2%를 기록했고 1988년에는 70%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주택 보급률 80% 선을 회복한 것은 1995년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서울 인구의 70%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걸 설명하긴 부족하다. 한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한국의 아파트 역사부터 살펴보자.
박정희 의장이 직접 테이프 커팅한 최초의 아파트
아파트 단지 개념으로 건설된 한국 최초 아파트는 1962년에 건설된 마포아파트다. 준공 기념식에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직접 테이프 커팅을 했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당시만 해도 아파트는 서민이 사는 집으로 치부됐다. 마포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8평이라는 좁은 공간, 공동변소를 쓰고 연탄가스가 복도를 가득 차는 서민아파트는 '고층 판자촌'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당시 마포아파트는 입주 희망자가 거의 없었다. 입주자가 전 가구 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 마포아파트 항공사진. ⓒ국가기록원
하지만 이런 아파트의 개념은 1970년대에 달라졌다. 1970년에 완공된 한강맨션이 대표적이다. 고소득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당시엔 최대 평수인 51평형과 55평형을 분양했다. 서민용으로 인식됐던 아파트에 고급화라는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거기다 1974년 대한주택공사가 완공한 반포단지는 '아파트=고급'이라는 등식을 완성했다. 부유층을 겨냥한 반포단지는 가장 작은 평수가 22평이었다. 가장 넓은 평수는 복층 64평이었고 전 세대가 중앙난방이었다.
아파트 고급화 전략은 성공했다. 고급화를 표방한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자 엄청난 인파가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분양아파트 수는 수요보다 턱없이 모자랐다. 이 시기쯤 정부는 아파트 분양 추첨제를 도입했다. 반포단지의 성공은 대단지 아파트 시대를 여는 전주곡이었다. 게다가 중동에서 벌어온 오일달러와 맞물려 민간기업이 아파트 건설에 적극 참여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곳곳에 조성됐다.
주목할 점은 아파트 대단지 건설 붐이 일면서 고급화 이미지의 아파트는 또다시 이미지를 변신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잠실단지는 앞서 건설된 반포단지에 비해 사회 계층이 구별됐다. 상류층을 겨냥했던 반포단지와는 달리 소득 수준이 중간 정도인 젊은 세대를 목적으로 지어졌다. 잠실단지 아파트 평수는 12평에서 16평에 불과했다.
그래서일까. 수요는 더 많아졌다. 1980년대에도 아파트 건설 붐은 꺼지지 않았다. 정부도 관련법을 개정해 아파트 건설을 독려했다. 1980년대에는 대형화되고 고층화된 건물 건설에 대한 규제가 전반적으로 더욱 완화되었다. 아파트 지구 이외의 주거지역에서 건물의 높이와 용적률을 제한했던 종래 도시계획법의 핵심내용이 달라졌다. 이로써 또 한 번의 도시 밀집화가 가능했다.
아파트 = 신분 상승을 위한 도구
하지만 고급화 전략과 대중화 전략만이 지금의 아파트 공화국을 만들었다고 보긴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박해천 홍익대 BK연구교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한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압구정동의 대형 평수 아파트는 감히 넘볼 수 없더라도 1970년대 후반 이후 강남에 대규모로 건설된 중형 평형대 아파트들은 중산층이 자신의 평범치 않은 평범함을 확인하는 주거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의도부터 이촌동까지 한강 변을 따라 마주 보며 늘어섰던 중·상류층 맨션아파트들이 1970년대 후반부터 8학군 위세에 휩쓸려 압구정동의 대형 아파트들에 패권을 인계했지만, 그 아파트들이 창출해낸 현대적 문화생활의 조건들은 강남 중산층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하지만 아파트라는 주거 모델의 연속성에도 1970년대 한강 변과 1980년대 강남, 그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다. 한강맨션이나 여의도 아파트촌이 서울 출신의 젊은 중상류층이 기존 계층 질서를 확대해가는 과정의 산물이었다면 대다수 강남 아파트 단지들은 서울로 올라와 대학 교육을 받은 지방 출신의 젊은 세대들이 경제 성장으로 출세의 기회를 포착하고 내 집 마련과 함께 신흥 중산층으로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과정과 맞물려 있었다."
아파트에 입주하는 걸 신분 상승의 척도로 여긴 심리도 아파트 공화국에 일조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는 쉼 없이 오르는 아파트 가격도 한 몫하고 있다. 아파트는 사두기만 하면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이윤의 원천이었던 시대였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가구는 중간계급으로 편입되고 체제의 수혜자가 됐다. 한국에서 아파트단지는 '중간계급 제조 공장이었던 셈이다. 그렇다 보니 너도나도 아파트를 투자의 목적으로, 신분상승의 목적으로 사기 시작했다.
베이비부머는 왜 보수화됐을까
하지만 과하면 문제가 생기는 법.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이 가져온 고성장은 시중 유동 자금을 증가시켜 주가와 더불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특히 아파트 가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렇다 보니 되레 새로 사회에 진입하는 세대가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걸 막는 게 아파트가 됐다. 이 탓에 피해는 1955년 이후 출생해 이제 막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던 베이비부머가 받아야 했다.
▲ 1987년 7월 9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 대규모 시민이 운집한 모습. ⓒ연합뉴스
박해천 연구교수는 이 시기를 1987년 6.29선언으로 봉합됐던 사회적 갈등이 '집이 있는 계층과 없는 계층', 그리고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로 확산할 조짐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물론 정부도 이런 흐름을 인식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 문제를 또다시 아파트 공급으로 해결하려 했다. 노태우 정권의 주택 200만 호 공급이 그것이었다. 이는 여러 문제점을 낳았다.
"주택 문제 해결이 초미의 국가 현안 과제로 대두한 가운데 주택 200만 호 건설과 수도권 신도시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실제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의 신도시에 입주가 시작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설계자들은 내가 거주의 모델일 뿐만 아니라 감각의 모델이며 인지의 모델이라는 사실, 즉 서두에서 언급한 '장치'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들은 신도시에 입주한 베이비붐 세대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반골의 386세대가 빠르지 않은 속도로, 그러나 멈춰 서지 않은 채 정치적으로 보수화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다. 강남에선 한창 1970년대생 신세대들이 대중문화의 열기에 휩싸여 청춘의 시간을 소모하던 이 시기, 신도시의 아파트 거주자들은 매일 출근길에 동네 부동산 창유리에 나붙은 평형대별 매매가 전단을 볼 때마다 우측으로 10센티미터씩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이동시켰다. 180만 원대의 평당 분양가가 안겨다 준 자산의 증가분, 즉 실거래가와 분양가의 차액은 그들의 욕망이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불쏘시개용 장작이나 다름없었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아파트에 미치다>를 통해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한국 사회가 압축적 경제 성장 과정에서 여러 차례 위기, 즉 87년 6월 항쟁 등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선택하지 않은 건 아파트 공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노태우 정권 당시, 수도권 신도시에 세워진 200만호 아파트 단지는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집 없는 이들에게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 충분했다.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다시 생겨난 셈이다.
전 교수는 이 시기를 베이비부머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로 변한 변곡점이라고 설명했다. 베이비부머는 그간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을 경험하고 참여한 세대지만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한 이들은 체제를 옹호하는 보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아파트를 가진 이 세대는 점차 급진적인 정치 이념으로부터 등을 돌린 채 '한국사회의 이념적 좌경화를 막는 결정적 방파제 역할'을 떠맡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가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을 가진 베이비부머를 보수화시켰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아파트에는 고도 성장, 부의 축적, 신분 상승 욕구 등이 복잡하게 혼재돼 있다. 거기다 대중의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서 체제의 안정화를 꾀한 정부의 의도도 섞여 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아파트 공화국'이 만들어진 배경이다./2012. 10.7 프레시안
아파트 공화국의 휴가문화
많은 사람들이 피서지로 떠나는 여름 휴가철이다. 전국 어디나 무덥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서 집안에 에어컨 켜놓고 낮잠 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피서법이지만, 귀중한 여름휴가를 집안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드물다. 집을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덕분에 여름 휴가철은 대한민국의 지역 간 인구 불균형이 잠시나마 교정되는 시기이다. 도시의 거리는 한산해지고, 농어촌 지역은 관광객으로 활기를 찾는다.
그런데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고통을 겪는 지역도 있다. 소위 과잉관광지로 전락한 곳이다. 서울의 북촌, 전주의 한옥마을, 제주도의 유명 관광지들은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관광객들이 유입되면서 경관훼손, 교통 혼잡, 물가인상 등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치단체들이 전통적 주거지역을 한옥마을이나 벽화마을 등으로 이름붙이고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나 소음공해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도 아니고, 대단한 전통문화가 배어있는 곳도 아닌 주거지역에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는 한국사회의 독특한 주거문화, 즉 아파트 문화 탓으로 볼 수 있다. 공동주택 거주자에게 단독주택은(그것이 전통한옥이던 빈민가 산동네이던) 낯선 대상이고 그래서 관찰의 대상이 된다. 이웃에 포위되어 있지만, 이웃을 들여다 볼 수도 없고, 교류하기도 힘든 아파트 단지 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주택 대비 아파트 비율을 보면 서울은 58.5%, 부산은 63.4%, 대구는 68.9%, 인천은 61.2%, 대전은 72.2%, 광주는 77.3%로 모두 서울보다 높다. 읍 단위 지역에서도 아파트 비율이 47.6%에 달한다. 여기에 오피스텔, 연립주택 등을 포함하면 소위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비율은 75%에 달한다. 한국인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편리함이다. 그러한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고 혹은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한옥마을과 벽화마을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유럽에서 시작되어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아파트 주거양식은 매우 독특한 한국의 주거문화로 정착되었다. 불과 수십년 사이에 대다수 국민들이 전통적 주거형태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주거형태인 아파트를 선택했다. 이를 두고 프랑스의 인류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새 것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 가옥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한국인의 특성 탓이라고 지적했다.
아파트 주거문화는 정부의 작품이다. 정부는 1970년대 한강변을 중심으로 동부이촌동 반포 잠실 등, 아파트 건설이 용이한 지역을 선택해 국가주도로 표준화된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교량과 지하철 건설로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강북 구도심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이주시켜 8학군을 만들었다. 공무원, 언론인 등에게 아파트 청약 우선권을 제공하며 이주민 유입을 유도했다. 지방의 대도시들도 서울에 뒤질세라 아파트 건설에 매진했다.
덕분에 서민아파트의 상징이었던 주공아파트가 신분상승과 재산증식의 상징으로 변했다. 현재 아파트 거주자 중 50·60대는 불편한 단독주택을 버리고 편리한 아파트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한편 20·30대는 단독주택이나 마을생활의 추억이 아예 없는 세대이다. 아파트에서 태어나서 살아온,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아니라 주공아파트인 세대들이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불변의 진리이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반면 단독주택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뒤쳐진 소수자들의 주거지로, 생소한 관찰대상으로 전락했다. 장년층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청년층은 이국적 주거문화를 관찰하기 위해 한옥마을이나 벽화마을을 찾고 있다. 아파트 공화국이 만들어낸 독특한 휴가문화인 것이다./양평시민의소리/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 18.7.27
아파트 공화국의 가족주의
중산층 장노년들을 아파트 투기 대열에 들어서게 만든 것은 역대 정부의 부동산 부양, 재벌 특혜, 규제완화 정책이었다. 고학력 판검사, 의사, 고위 공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그 대열에 앞장선 것이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그것은 유교 전통이나 기독교 사상과도 전혀 무관한, 그저 동물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6일 오전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에서 ‘주민과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서울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를 열었으나 ‘특수학교 설립 반대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회원과 주민 20여명은 ‘설명회 즉각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고, 결국 설명회에 입장하려는 조희연 교육감을 막아섰고, 몸싸움까지 일어났다. 지난해 설명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까지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한 적이 있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두번째 설명회도 무산되었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아파트값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의 특수학교 설립 반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남 아파트 수억원 올라도 자기 동네 아파트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큰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박탈감을 달래기 쉽지 않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강남과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폭등을 주도한 사람들은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이라고 한다. 이들은 운이 좋으면 아파트 사서 수억원 벌고 불안한 노후를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수십년 동안 체득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재테크에 성공한 이들은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부모로서 할 일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뉴타운 건설을 약속한 오세훈을 밀었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졌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몰표를 던져준 사람들도 그렇다. 60~70년대 뼈저린 가난을 체험했을 이 세대들은 이명박이 그러했듯이 개발 정보를 얻어서 해당 지역 땅을 미리 사두어 수십 수백 배의 차익을 얻은 다음, 주식 등에 투자해서 자녀들에게 편법 상속을 시도한다. 별로 가진 것이 없는 보통의 이명박 세대들도 공공복지가 취약한 이 나라에서 아파트 한 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복지라는 것을 안다.
부동산 투자로 수억원 벌 수 있는 것을 행운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토지공개념이니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니 하는 정책은 ‘빨갱이’들의 주장으로 들릴 것이다. 70년대 이후 역대 정부의 도시 재개발 정책이나 빈 구멍 많은 조세정책이 그들에게 이렇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가족 외의 옆집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으니 그들의 가족 투자, 가족 상속 행동은 그들이 살아온 세상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겼다. 며칠 계속되는 이 최악의 미세먼지는 그들과 그들의 손자녀들을 피해가지 않는다. 그뿐인가? 모든 것이 오염된 세상에서 그들의 손자녀들도 안전한 물, 음식과 생선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의 손자녀는 이제 일자리도 못 구하고, 결혼도 하지 못하고, 결혼해도 자녀도 출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생각해보지 않은 더 심각한 일은 매일 벌어지고 있다. 그들이 불로소득을 얻는 동안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고 거리로 내몰리고, 집 없는 친구의 손자녀들은 주거난민이 되어 떠돌거나 서울에서 점점 더 먼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고, 하루 2시간 이상 출퇴근길 버스에 지친 몸을 의탁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갑남을녀 중산층 장노년 수백만명으로 하여금 이렇게 특수학교 설립을 결사반대하거나 아파트 투기 대열에 들어서게 만든 것은 역대 정부나 정치권의 부동산 부양, 재벌 특혜, 규제완화 정책이었다. 그러나 충분한 노후보장을 받을 수 있는 고학력 판검사, 의사, 고위 공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오히려 그 대열에 앞장선 것이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그것은 유교 전통이나 기독교 사상과도 전혀 무관한, 그저 동물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받은 고등교육이나 지금 그들의 직업적 업무는 공익을 무시하고 자신의 손자녀들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행동에 올인하라고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성공한 장노년층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40대 이하 청년들에게 이렇게 살도록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 수억원 현금이 없어 돈 벌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노후의 생계만이라도 보장받기를 원하는 대다수 장노년층의 박탈감을 달래야 한다. 그러자면 아파트 분양 정책, 조세 정책, 도시 개발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 공공복지를 더 확충해야 하며, 재력은 있으나 자녀들에게 상속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이 공익기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김동춘 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장, 다른백년연구원장/ 한겨레 18.3.27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 사상 첫 1,000만 채 돌파
우리나라 아파트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채를 돌파했다.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돌파했다.
그야말로 ‘아파트 공화국’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아파트는 1,003만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택대비 아파트 비중은 60.1%로 전체 주택 유형 중 가운데 가장 많았다.
2000년 548만호 수준이던 아파트 수는 2015년 980만6,000호까지 늘었고, 지난해 최초로 1,000만호를 넘었다. 17년여 만에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택 10곳 가운데 6곳은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가 전체 주택(1,252만3,000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0.2%p 오른 60.1%를 차지했다.
단독주택은 2015년 397만 4,000가구에서 지난해 396만8,000호로 소폭 줄었다.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8%로 전년 대비 0.5%p 하락했다. 연립·다가구 주택 수는 249만3,000호로 전체의 14.9%를 차지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주택의 유형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통계청>
지역별로 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전체 주택의 절반 가량이 몰려 있었다. 전체의 45.6%인 760만4,000호가 집중됐다. 경기가 381만5,000호로 가장 많았고, 서울 283만1,000호, 부산 117만4,000호, 경남 115만1,000호 순이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677만 5,000명으로 유소년 인구(0~14세) 676만8,000명보다 7,000명 많았다.
100세 이상 고령자도 증가 추세다. 1년 전(3,159명)보다 10.4%(327명) 늘어난 3,486명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의 총 인구는 5,127만명으로 집계됐다./시사워크 /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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