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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포스트트루스-가짜뉴스와 탈진실시대

by 이성근 2019. 6. 9.

 

 

포스트트루스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 저자 리 매킨타이어, 정준희|역자 김재경|두리반 |2019.05

원제 Post-Truth

저자 : 리 매킨타이어 보스턴 지역의 철학자이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논픽션 작가다. 하버드대학교와 보스턴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보스턴대학교 철학과 과학사 센터의 연구원이다.

 

지은 책으로는 진실의 존중RESPECTING TRUTH: WILLFUL IGNORANCE IN THE INTERNET AGE(라우틀리지), 어둠의 시대DARK AGES: THE CASE FOR A SCIENCE OF HUMAN BEHAVIOR(MIT출판사), 사회과학의 법과 설명LAWS AND EXPLANATION IN THE SOCIAL SCIENCES(웨스트뷰), 과학적 자세THE SCIENTIFIC ATTITUDE(MIT출판사)가 있다. 이 책은 지은이의 국내 첫 번역서다.

 

저자 : 정준희 (해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로 미디어 제도와 디지털 문화현상에 대한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칼리지 문화연구센터 박사과정을 거쳐, 공영방송을 비롯한 미디어 기술, 조직, 제도, 저널리즘의 사회정치학적 특성을 연구해왔다. KBS 1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를 진행했고, KBS 1TV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고정패널, KBS 1라디오 <열린토론>의 사회를 맡고 있다.

      

머리말

감사의 말

 

1장 탈진실이란 무엇인가?

2016년 그리고 탈진실 현상 | 진실과 거짓말 | 탈진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장 탈진실을 이해하려면 과학부인주의를 보라

과학 이론은 진리가 아니다 | 의혹을 팝니다 | 기후변화에서 그 너머까지 | 과학부인주의가 탈진실에 미친 영향

 

3장 탈진실의 뿌리에는 인지 편향이 있다

사회심리학 역사상 유명한 세 가지 고전적 발견 | 인지 편향에 대한 현대의 연구들 | 역화 효과 | 더닝-크루거 효과 | 인지 편향이 탈진실에 미친 영향

 

4장 전통적인 미디어가 쇠퇴하다

미디어와 언론의 역사 | 편향된 미디어가 가져온 문제 | 미디어의 쇠퇴가 탈진실에 미친 영향

 

5장 소셜미디어의 출현과 가짜 뉴스의 범람

소셜미디어의 등장 | 가짜 뉴스의 역사 | 오늘날의 가짜 뉴스 | 혼란과 혼돈의 세계로 | 가짜 뉴스에 맞서 싸우려면 | 가짜 뉴스가 탈진실에 미친 영향

 

6장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떻게 탈진실로 이어졌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이란? | 과학 전쟁 | 소칼의 지적 사기극 | 보수 진영의 포스트모더니즘 | 트럼프를 지지하는 인터넷 괴물들

 

7장 탈진실에 맞서 싸우다

진실은 정말로 죽었는가? | 거짓에 맞서 싸워라 | 우리는 선진실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해제 탈진실의 사회정치학과 미디어

탈진실과 가짜 뉴스, 생각보다 오래된 현상 | 이른바 탈진실 시대의 도래 | 지속되는 것과 새로 부상하는 것, 익숙함과 낯섦 | 미디어 사회 체계의 변동 | 극화되고 분절화된 사회정치적 환경 | 국내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 | 탈진실 현상에 대한 냉정과 열정 사이

 

후주

 

츌판사 서평

거짓이 판치는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혁명이다.”_ 조지 오웰

 

포스트트루스(post-truth)’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상으로 탈진실이라고도 불린다. 이 책은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등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 속에서 거짓 정보가 어떻게 유권자를 홀렸고, 또 왜 사람들이 진실이 아닌 정보에 현혹이 되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하버드 대학교와 보스턴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지은이 리 매킨타이어는 이 책에서 정보가 합리적 근거보다 감정에 의해 선택되는 이유에 대해 철학·사회학·심리학적으로 고찰했다. 이와 함께 저널리즘 전문가 정준희 교수(중앙대)가 국내 탈진실 문제와 가짜 뉴스 사례에 관해 해제를 달았다.

 

탈진실에 맞서는 첫 번째 단계는 탈진실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모호해진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그러한 현상은 점점 더 고착화되었다. 이 시점을 중심으로 탈진실과 가짜 뉴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논의들이 전개되어왔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탈진실 문제는 미국이나 서구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정치·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논리적 근거나 과학적 증거를 지닌 사실보다 감정적 동질성을 지닌 추측성 의견에 더 많은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는 지난해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상륙했을 때,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는 성범죄가 급격히 증가했다거나, “난민을 받아들이면 이슬람 극단주의가 한국에도 자리 잡게 된다는 식의 근거 없는 가짜 뉴스들이 공포심을 조장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이로 인해 난민에 대한 배척이 지지를 받았다.

 

이렇게 사실 관계가 무시된 정보들은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며 점차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양극화되어가는 정치 문제로 넘어가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탈진실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탈진실 현상의 가장 큰 문제다.

 

지은이 리 매킨타이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탈진실의 현상과 기원에 대해 바로 아는 것이라고 주장한다.(29) 탈진실 현상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바탕이 될 때 그 문제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목적 역시 탈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있다.

 

과학적 사실에 의문을 제기해 논쟁거리를 만들다

과학부인주의, 탈진실 현상의 뿌리가 되다

 

과학 이론이 학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논문을 심사하고, 동일 조건하에서 실험을 반복하며, 동료 학자들로 하여금 철저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과학계에서 이처럼 높은 수준의 자기 검토 과정을 거치는데도 불구하고 비전문가들이 연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권위를 인정받는 과학 이론이라 할지라도 오류나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오류를 막기 위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론의 내용이 자신의 신념이나 이익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그 연구 방식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태도를 가리켜 과학부인주의(science denialism)라고 한다.(36)

 

극단적 예가 1953년 미국에서 있었던 담배 논쟁사건이다. 당시 담배의 타르 물질이 실험용 쥐에서 발생한 암과 관련되어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자, 담배 회사의 수장들은 모여서 대책을 간구했다. 그리고 담배산업연구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의 역할은 담배와 암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한 부분을 공략해, “담배와 암의 관련성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된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과학적으로 거의 매듭지어진 이 문제가 다시 혼란과 의혹에 휩싸이게 되었다. 담배 회사에 불리한 후속 연구가 계속해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담배 논쟁은 이후 40년 동안 지속되었다.(43)

 

20세기 말의 지구온난화 논쟁은 담배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 이 사건 역시 인류가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과학적 사실에 의혹을 제기해 논쟁을 만들어낸 사례다. 단지 의혹을 제기하는 연구 단체가 담배산업연구위원회에서 하트랜드연구소로 바뀌고, 이를 지원하는 자금의 출처가 담배 회사에서 석유 회사로 바뀌었을 뿐이다.(46)

 

담배 논쟁이나 지구온난화 논쟁을 불러일으킨 전략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과학적으로 논란이 거의 없는 이슈를 논란이 많은 이슈로 포장해 사람들이 객관적 사실보다는 자신의 신념이나 이익에 가까운 이론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학부인주의 전략은 과학적 주제를 뛰어넘어 정치인들에게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지지자들에게 진실보다는 의혹을 제시해 논란을 통해 사실이 아닌 자신이 지지하고 싶은 의견을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오늘날 탈진실 세계에서 활용되고 있는 전략은 과거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의심을 심은 과학부인주의자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54)

 

인간은 왜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는가?”

탈진실 문제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고찰

 

탈진실 문제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정보에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가짜 뉴스, 혹은 사실이 아닌 감정적 의심을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성을 지닌 사람들은 어째서 합리적이지 않은 정보나 이론에 현혹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문제를 지은이는 사회심리학적으로 풀어간다. , 인간이 인지 편향(인간의 판단과 의사 결정이 비논리적인 추론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편한 사실에 대해 부정하려 든다는 것이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행동 패턴을 프로이트 이론에 따라 자기방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57)

 

매킨타이어는 이 책에서 인지 편향과 관련된 세 가지 고전적 행동심리 실험을 통해 발견한 이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첫째는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인간은 자신의 신념과 행동 사이에서 조화로운 지점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 조화가 무너질 때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겪는다는 것이다.(59) 둘째는 집단 동조 이론으로, 인간은 자신의 믿음이 주위 사람들의 믿음과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설령 감각을 통해 직접 경험한 증거라고 할지라도 외면한다는 것이다. , 인간은 집단 압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62) 셋째는 확증 편향 이론으로, 인간은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 혹은 자신의 믿음을 확증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이다.(64)

 

이 세 가지 편향 이론은 모두 오늘날의 탈진실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표준을 따르거나 높은 증거 기준을 활용하는 대신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직관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믿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66)

 

이러한 이론들이 나온 1950년대 이후에도 인지 편향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특별히 역화 효과와 더닝-크루거 효과를 들 수 있는데, 역화 효과란 잘못된 믿음을 교정하려는 시도가 역으로 잘못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하는 현상을 가리킨다.(73) 특히 이러한 역화 효과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에게서 좀 더 많이 나타났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무능력한 분야에서는 무능한 사람들이 자신의 무능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과 관련된 인지 편향이다.(78)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약점을 보지 못하는 일종의 자기기만이다.(81)

 

이러한 인간의 인지 편향은 개인의 노력으로는 좀처럼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지은이는 캐스 선스타인의 책 인포토피아infotopia를 인용해 상호작용하는 집단 효과에 대해 말한다. , 인간은 개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지라도 집단이 함께하면, 어려운 문제도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진실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충분히 의심하며 다른 사람의 검토를 받을 때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의 인지 편향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85~87)

 

탈진실 문제, 언론은 자유로울 수 있는가?”

전통 미디어의 문제와 소셜미디어의 등장

 

미디어는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기 시작했을까? 이에 대해 지은이 매킨타이어는 미디어가 공정성을 잃고 편향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디어는 언제부터, 그리고 왜 편향되기 시작했을까? 매킨타이어는 그에 대한 해답으로 미디어의 편향성이 뉴스를 통한 수익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으며, 당파적인 뉴스 보도가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편향성이 강화되었다고 한다.(100) 이후 1996년 미국에서는 MSNBC와 폭스뉴스가 등장하면서 이들 미디어가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체제로 굳어져갔다.

이렇게 일부 미디어가 편향성을 띄면서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기 시작하자 전통적 미디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요 방송국, 신문, 뉴스 채널 등이 객관성을 한층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구별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성은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 기계적 중립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냈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보도의 객관성이 높아지기는커녕 정확한 뉴스 보도에 집중하기가 더 어려워졌다.(109) 진실을 말하려는 저널리즘은 흔들렸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론은 그 사안에 대해 사실 관계를 알아내 진실을 전달하기보다는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균등한 시간을 배정해 양쪽 이야기를 공평하게 전달하려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과학부인주의의 사례에서 그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정보 대혼란은 더욱 심화되었다. 인터넷상에서는 사실과 의견이 뒤죽박죽 섞여 무슨 정보를 믿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과 장치도, 검증 장치도 없는 미디어를 이용하는 오늘날의 시청자들과 독자들은 순전히 당파적인 의견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120)

 

소셜미디어는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하지만,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을 선택해 취할 수 있는 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 정보의 양극화와 파편화를 부추기는 뉴스 사일로문제가 대두된 것이다.(131) 게다가 누군가 마음먹고 가짜 뉴스를 생산해 퍼뜨려도 검증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우리는 종종 내가 선택한 친구들이 공유하고 퍼뜨리는 정보들은 그 출처가 어디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믿어버리곤 한다. 특히 그 정보가 내 입맛에 맞는 뉴스라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퍼 나르기 바쁘다. 그러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가짜 뉴스의 생산자는 아닐지라도 유포자가 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출처 및 팩트를 체크하는 일이다. 이에 관해 지은이는 캘리포니아 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숙지시킨 가짜 뉴스 구별법을 소개한다.(163)

1. 저작권을 확인하라.

2. 여러 출처를 통해 확인하라.

3. 출처의 신뢰성을 평가하라

4. 정보의 게시 일자를 확인하라.

5. 주제에 대한 지은이의 전문성을 평가하라.

6.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일치하는가를 확인하라.

7. 현실성 있는 내용인지 의심하라.

이러한 확인을 통해서 우리는 가짜 뉴스, 혹은 거짓 정보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모든 거짓말에는 관객이 존재한다, 거짓에 맞서 싸워라

탈진실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의 후보였던 존 케리를 겨냥해 흑색선전 운동이 벌어졌다. ‘진실을 위한 고속정 참전 용사들이라는 공화당 지지 단체가 벌인 운동으로 존 케리가 베트남전에 참여했을 때 겁쟁이처럼 굴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존 케리와 함께 고속정을 탔던 조지 엘리엇의 증언으로 시작된 운동이었는데 이후 고속정 캠페인 광고가 TV에까지 등장하자 엘리엇은 자신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철회했다. 하지만 이미 텍사스 갑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 캠페인에 돈을 쏟아붓고 있었기에 겁쟁이 케리에 대한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이 일에 대해 당사자인 케리는 논란을 만들어서 그들을 띄워주지 않겠다.”며 무반응으로 일관했는데, 결국 최종 승부처인 오하이오에서 수천 표 차이로 대선 패배를 맛보게 되었다.(207~208). 무대응이 악수가 된 것이다.

 

모든 거짓말에는 관객이 존재한다. 그리고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말을 믿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거짓말에 맞서 싸워야 한다. 거짓말을 방관하다가는 케리처럼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다. 지은이 매킨타이어는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실 문제를 모호하게 만들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의문을 제기해야 하며 어떠한 거짓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거짓이 내는 목소리가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진실은 우리에게 맞서 싸울 힘을 준다.“(209)고 주장한다.

 

탈진실 시대를 넘어 선진실(pre-truth)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가짜 뉴스와 싸우기 위해서는 단지 거짓을 생성하는 이들만을 탓하고 욕할 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를 방관하지 않고 우리의 인지 편향을 잘 이해하며 더 나은 뉴스 미디어를 위해 제대로 된 미디어를 지원해야 한다. 매킨타이어는 우리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때 탈진실 시대를 극복할 수 있으며 진실을 수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속으로

히틀러의 선전장관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출처 기억 상실이나 반복 효과와 같은 인지 편향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할 줄 아는 선동가였다. 괴벨스는 이렇게 말했다. “프로파간다는 조종당하고 있는 사람이 자유의지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착각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속임수뿐만 아니라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는 것 역시 권위주의 체제 질서를 확립하는 전형적인 도구 역할을 해왔다. 도널드 트럼프의 전략은 이와는 다를 수 있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1. 뜬금없는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라.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더라.”라거나 신문에서 읽은 내용 그대로 말하는 거다.”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면 된다. 예를 들자면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거나 오바마가 트럼프를 도청했다고 주장하라.

2. 자신의 확신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말라. 어차피 증거는 존재하지도 않으니까.

3. 언론이 편향되어 있으니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라.

4. 그러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언론에서 접한 내용이 정확한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아니면 적어도 해당 문제에 논란이 많다고 결론 내리게 된다.

5. 불확실함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자기 선입견에 들어맞는 내용만 믿으려고 하다가 점점 더 자신의 이념에 고착하고 확증 편향에 빠져들게 된다.

6. 이제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에 훌륭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가짜 뉴스는 1~5번 과정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7. 결국 사람들은 내가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말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믿음은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위에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존재하고 신뢰할 만한 반대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믿음을 조종하기가 더욱 쉬워진다. 때로는 반대 증거가 존재하더라도 쉬울 수 있다.

 

어차피 진실이 온갖 헛소리 밑에 파묻혀 있는데 굳이 진실을 검열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정확히 이 지점이 탈진실 현상의 핵심이다. 진실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도 가지 않는 상황 말이다. --- pp.155~156

 

가짜 뉴스 문제는 탈진실 현상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실, 둘을 동일한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핵무기가 존재한다고 해서 무조건 세계가 멸망하지는 않는 것처럼 가짜 뉴스가 곧바로 탈진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만큼 어리석지만 않으면 된다. 우리가 만든 기술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소셜미디어는 탈진실 현상을 부추기는 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도 결국 도구일 뿐 그 자체로 결과는 아니다. --- pp.163~164

 

어떤 주장이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할지라도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말을 믿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충분한 상식을 갖추고 있어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더 이상 그러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 탈진실 시대에는 당파적인 힘이 개입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정보의 출처가 파편화되어 있어서 누구든 의도적 합리화에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짓말에 맞서야 하는 이유는 거짓말쟁이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차피 거짓말쟁이는 이미 자신의 검은 속내에 너무나 깊이 빠져서 갱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 그보다 우리는 모든 거짓말에 관객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거짓말과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가 거짓말에 맞서지 않는다면, 단지 무지한 상태에 있던 사람들이 의도적 인식 회피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부인주의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어떠한 사실이나 증거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가 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거짓말을 마주하면 거짓말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실 문제를 모호하게 만들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의문을 제기해야 하며 어떠한 거짓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 p.207

 

탈진실에 맞서 싸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우리 속에 있는 탈진실적인 경향성을 물리치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든 보수주의자든 우리 모두는 탈진실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인지 편향을 타고난다. 따라서 탈진실이 다른 사람에게만 나타난다거나 다른 사람에게만 문제를 초래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외면하려고 하는 진실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 속에서도 그러한 진실을 발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어차피 우리가 모든 사실을 파악할 수는 없다고 마음속 목소리가 속삭이더라도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사실을 의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p.215

 

이제 우리는 누구나 가짜 뉴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정보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하지만 도대체 가짜 뉴스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말하는 가짜 뉴스는 동일한 실체를 갖고 있을까? 왜 그것이 만들어지고 있을까?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다루는 것이 타당할까? 가짜 뉴스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가짜 뉴스는 내게 불리한 뉴스에 가까울 따름이고, 그에 대한 사회적 제재는 오로지 적에게 그 화살이 향할 때 정당화되기 일쑤다. --- p.236

 

 

진실을 끌어내릴 준비는 모두 갖춰졌다

[서평] ‘포스트트루스’, 가짜뉴스와 탈진실에 대한 모든 것진실이 온갖 헛소리 밑에 파묻혀 진실을 검열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탈진실 현상의 핵심

거짓이 판치는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혁명이다.” 조지 오웰의 저 멋진 명언이 탈진실의 시대에선 각자 진영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구호가 되어버린다. 미국의 저명한 저술가 리 매킨타이어의 책 포스트트루스가 국내에 번역됐다. 가짜뉴스와 탈진실 담론에 관한 최근 동향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 미디어비평서다.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저널리즘전문가로 활약 중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가 이 책의 해제를 썼다.

 

책을 따라가 보자. 구텐베르크가 1439년 인쇄술을 발명한 이래로 저널리즘이 시작됐다면, 1830년대 이전까지 객관성은 논란거리가 아니었다. 신문은 당파적 관점에서 보도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1840년대 전신이 발명되며 연합뉴스통신사, 그 유명한 AP통신이 탄생했다. 뉴욕의 여러 신문사가 합작한 결과물이었던 AP통신은 다양한 정치성향의 신문사에게 뉴스를 제공해야 했고, AP로써는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객관적 보도를 해야 했다.

 

황색언론의 선정성이 극에 달했던 1896년 뉴욕타임스가 부유한 독자를 겨냥해 사실보도를 강조하며 객관주의는 저널리즘의 보편적 가치가 되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 무료로 볼 수 있는 미디어라는 혁명적 변화가 다가왔고, 디지털은 다시금 황색언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더 많은 체류 시간을 원하는 SNS와 유튜브는 인지편향을 유발하는 알고리즘을 도입했고,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가짜뉴스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뉴스 매체로 떠오르면서 사실과 의견의 경계는 흐려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확인한다는 말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을 친구 삭제하듯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뉴스 출처를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정치적 이념을 내세우려는 자들이 사람들의 무지와 편향을 이용하기에 너무나도 적절한 환경이 갖추어지고 말았다고 진단한다. 더불어 저자는 인지편향의 확산배경으로 전통미디어의 쇠퇴에 주목한다.

 

1996MSNBC와 폭스뉴스가 등장했다.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이 방송은 스스로를 CNN의 대안으로 강조했다. 특히 폭스뉴스는 당파적 뉴스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며 훗날 TV조선의 롤모델이 되었다. 폭스뉴스에서 객관적 뉴스와 당파적 의견 사이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저자는 편향된 의견에 바탕을 둔 미디어가 떠오르면서 기존 전통적 미디어는 선호도 면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폭스뉴스가 다른 언론이 모두 진보 쪽으로 편향되어 있으니 보수 편향적 보도로 균형을 잡겠다고 했을 때, 전통미디어 입장에선 자신들이 진보 편향적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이제부터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어떤 논점을 다루더라도 양쪽 입장을 모두 보도했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보도의 객관성이 높아지기는커녕 정확한 뉴스 보도에 집중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그렇게 언론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람들이 꾸며낸 거짓도 논란이 많은 이슈라고 착각하면서 양쪽 입장을 모두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예로 들면 ‘JTBC 태블릿PC 조작설이나 ‘5·18 북한군 개입설같은 이슈다. 미국에선 지구온난화를 두고 석유회사들이 특정연구를 지원하고 미디어가 논란으로 보도하게 만들며 당파적사안이 됐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전환에 동의하면 민주당 지지자가 되는 식이었다.

 

객관성이 필요한 이유도 진실과 거짓에 균등한 시간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 자체를 전달하기 위해서 아닌가? 뉴스에서 봤다는데, 누가 대중을 욕할 수 있을까? 언론은 자신들이 편향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느라 정작 진실을 전달하는 일은 도외시하고 있었다. 조작된 의혹을 가지고 진실에 대한 혼란을 퍼뜨리고자 했던 자들의 손에 제대로 놀아난 것이다.” 그렇게 미국에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책 거래의 기술에서 미디어는 진실보다 논란을 더 좋아한다고 적었다. 그는 대선 기간 힐러리 가짜뉴스의 최대 수혜자였다. 저자는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는 압력에 굴복한 언론이 열성 당원들이 제공하는 정보마저 모두 받아들이며 극단적 의견에도 지나친 신뢰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흐름으로 언론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55에 가까운 중립이 공정으로 통용되는 한국 주류 언론의 현실과도 맞닿아있다.

 

이런 가운데 팟캐스트와 트위터, 그리고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뉴스수용자를 파고들었다. “어느 뉴스든 당파심이 강한 시청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전통적 미디어와 대안적 미디어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성과는 동떨어진 가치를 추구하는 출처로부터 뉴스를 확인하려고 한다. 어차피 모든 미디어가 편향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치우친 미디어를 선택하더라도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가 떠오르고 전통미디어가 추락하며 혼란은 극에 치달았다. “오늘날 뉴스수용자들은 당파적 의견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어차피 주류 언론의 권위는 떨어졌기 때문에 프로파간다로 이익을 얻는 이들은 더 이상 언론이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전달하게 만들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진실을 끌어내릴 준비는 모두 갖춰졌다.” 저자의 진단대로 이제 선동가들은 방송을 장악하려 하지 않는다. 유튜브를 켜고 돌격대원이 되어 구독알림을 잠식할 뿐이다.

20세기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책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이렇게 적었다. “전체주의 지배가 노리는 가장 이상적 대상은 확신에 찬 나치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니다. 사실과 허구 혹은 참과 거짓을 더 이상 분간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이다.” 이 같은 인식의 연장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진실이 온갖 헛소리 밑에 파묻혀 있는데 굳이 진실을 검열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정확히 이 지점이 탈진실현상의 핵심이다.”

 

정준희 교수는 이 책의 해제에서 가짜뉴스는 완전히 악의적인 허위와 완벽한 선의의 진실 사이의 느슨하고 넓은 스펙트럼 가운데 어느 지점에서 계속 자리를 옮겨가고 있는, 탈진실 시대의 사회정치적 문화적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특정 조합이라고 정의한다. 정 교수는 탈진실 시대를 가리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저히 진실이라고 볼 수 없는 허위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다분히 체념적이거나 상당 부분 관용적이 되었다는 점이라고 꼬집는다.

 

슬기로운 뉴스수용자들은 뭘 해야 할까. 저자는 핵무기가 존재한다고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 것처럼 가짜뉴스가 곧바로 탈진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도 도구일 뿐 그 자체로 결과는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거짓을 퍼뜨릴 수도 있지만 진실을 퍼뜨릴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기계적 중립성은 속이려는 자들이 원하는 것이란 사실을 기억하자진짜 뉴스로 가짜뉴스를 덮어버리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다시금 저널리즘에 주목한다. “탐사보도기관이 출처가 믿을 만하고 사실 검증이 이뤄졌으며 증거가 기반이 되는 보도를 진행할 수 있게 재정적으로 지원하자고 외친다. 더불어 언론사 간 협업 팩트체크를 비롯해 디지털에서의 허위 정보 유통을 막는 기술적 해결책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한다. 다시 조지 오웰이다. “거짓이 판치는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혁명이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탈진실을 극복하는 시민이 되려면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 공청회에 나선 극우인사 지만원씨가 “5·18은 북한군 특수부대 600명이 광주에 침투한 내란 음모라는 주장을 폈다. 5·18 당시 광주 기록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북한의 주요 인물과 닮았다고 임의로 연결지은 것이 그의 증거다. 누가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믿을까 싶냐고? 유튜브에 지만원 티브이(TV) 계정을 검색해보시라. 조회수와 댓글을 보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허무맹랑한 가짜뉴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퍼져나가고, 이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정부도 사실은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한국뿐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철학자 리 매킨타이어는 <포스트 트루스>에서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으로 대표되는 2016년 옥스퍼드 영어사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탈진실’(post-truth)에 대해 고찰한다. 이때 접두사 포스트는 시간 순서상의 진실 이후라는 뜻이 아니라, 진실이 무의미할 정도로 퇴색되었다는 의미다.

 

탈진실 시대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저자는 정치꾼, 사업가 등 사회 지도층의 진실 왜곡에는 대중에게 특정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명확히 있다고 밝힌다. 과거 담배와 암의 관련성은 증명되지 않았다’, ‘인류는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등의 주장을 했던 싱크탱크를 지원해온 담배회사와 석유회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엔 공정성을 잃은 언론의 잘못도 크다. “언론은 어떤 논점을 다루더라도 양쪽 입장을 모두 보도하기 시작했다. () 언론은 과학자와 회의론자의 토론에 거의 동일한 시간을 배정했고, ‘기후문제가 논란이 많은 문제라고 발표했다.” 기계적 중립성을 핑계로 진실 보도를 소홀히 한 언론은 결국 탈진실을 추구하는 이들이 뛰놀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보다 더 암울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이 확산되면서 대중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만이 가능한 세계를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언론을 믿을 수 없다면, 직접 소통하면 (혹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보다 트위터 활용에 더 유능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어떻게 탈진실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가? 저자의 답변은 자칫 고루할 수도 있지만, 또 그만큼 정석이다. 더 나은 뉴스 미디어를 원한다면 제대로 된 보도를 지향하는 미디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개개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과 신념을 끊임없이 의심하길 두려워하지 않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탈진실이 우리의 눈을 속이려고 할지라도, 결국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세계는 왜 가짜뉴스와 전면전을 선포했는가? 허위정보의 실체와 해법을 위한 가이드 저자 황치성|북스타 |2018.12

 

황치성 1989년에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입사해 조사분석팀장, 월간신문과 방송편집장, 미디어교육팀장, 책임연구위원을 거쳤다. 학부 때부터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며 고려대 대학원에서 <갈등이슈에 대한 개인 의견과 특정 신문에 대한 태도가 기사 편향 및 여론지각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달의 기자상 및 한국기자상 심사위원,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경향신문에서 오랫동안 칼럼을 집필했다.

 

미디어교육 팀장을 수행하면서 미디어리터러시 영역의 묘미에 빠져 오랫동안 연구를 해왔고 교육부에서 발간한교육마당21기획자문위원, 미디어와 진로 활동을 주제로 한 교사연수 강의, 서울시교육청 자유학기제 교육과정 개발위원 활동을 했으며, 지금은 명덕외국어고등학교 전공심화 특강을 포함, 미디어 리터러시와 진로 활동 관련 강의, 집필,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컨설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를 포함,미디어 리터러시가 창의적 사고 및 21세기 핵심 역량에 미치는 영향,청소년의 미디어 이용과 21세기 핵심 역량,미래 성장동력으로서 미디어리터러시,미디어 교육 현안과 미래 전략,언론인의 직업 환경과 역할 정체성,갈등 이슈 보도의 새로운 접근,SNS와 선거전략등이 있다.

 

목차

01. 이젠 가짜뉴스가 아니라 허위정보다

 1. 가짜뉴스의 등장과 유사 사례들의 기원

 2. 가짜뉴스의 개념과 그 모호성

 3. 허위정보로의 전환 배경과 그 개념

 

02.허위정보는 왜 그렇게 빨리 확산되는가?

 1. 정보 환경의 변화와 소셜 미디어 및 1인 미디어의 확산

 2. 뉴스 플랫폼의 다변화와 전통적 뉴스 미디어의 신뢰도 하락

 3. 정보 과다로 인한 주의 집중력 저하와 인지적 편향성 심화

 4.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로서의 잠재력

 5. 비판적 사고가 배제된 실용주의 중심의 교육 환경

 6. AI를 이용한 딥페이크 등 무한 복제 기술의 발전

 

03.허위정보의 현재적, 잠재적 영향은?

 1. 확증편향과 집단적 배타 의식 증폭

 2.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증오와 갈등의 확산

 3. 여론, 선거 등 집합적 의사 결정의 왜곡

 4. 정부, 언론, 전문가 등 사회적 기구에 대한 불신 심화

 5.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위협

 

04.세계는 허위정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1. 영국의 허위정보 현황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권고안

 2. 프랑스의 정보 조작 대처법과 정책 권고안

 3. 독일의 네트워크 법집행법의 세부 내용과 최근 동향

 4. 미국의 허위정보 해결을 위한 정책 백서와 규제 동향

 5. 싱가포르 온라인 허위정보 해결을 위한 공론화 모델과 정책 방향

 6. 스웨덴의 허위정보 대응 매뉴얼

 7. 유럽연합의 온라인 허위정보 대책

 

05.팩트체크는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

 1. 팩트체크의 의미와 세계적 동향

 2. 세계 각국의 주요 팩트체크 기관들

 

06.허위정보에 대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정책

 1. 허위정보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의미

 2. 영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원리를 적용한 교수학습 자료 개발과 정책 동향

 3. 프랑스의 미디어 리터러시 공교육화를 위한 세부 지침들

 4.. 미국의 주 교육법 개정을 통한 미디어 리터러시 공교육화 현황

 5. 싱가포르의 미디어 리터러시 공교육화 프레임워크

 6. 유럽연합의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정책 방향과 세부 지침들

 

07.스무고개로 넘는 허위정보 판별 가이드

 1.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원리를 적용한 허위정보 판별

 2. 스무고개로 넘는 허위정보 판별 가이드

 

서평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가 그 마각을 드러낸 지 2. 세계 각국이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하고 대응전략과 대책들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그 면면들이 하나같이 놀랍다.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그 과정이 치밀하고 치열했다. 1년이 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세계 각지의 가짜뉴스 현장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수많은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논란 역시 많았지만 수십 회에 이르는 청문회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

 

우리 역시 논란은 많았다. 그러나 그 어떤 치밀함이나 치열함도 보여 주지 못했다. 정파적 프레임에 묶여 진영논리만 난무했을 뿐 그 현상의 근저에 있는 원인이나 실체를 규명하려는 노력은 극히 미흡했다. 그 영향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이나 진단도 드물었다.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에서 금과옥조처럼 떠받치는 이론이나 판례도 편협하게 적용됐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여부를 논할 때 판박이처럼 나오는 논리가 있다. 존 밀턴에서 존 스튜어트 밀로 이어지는 사상의 자유시장론이다. “사상의 시장에서 진리와 허위를 자유롭게 맞붙게 하면 결국 진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규제 반대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가짜뉴스가 아무리 거짓되고 조작된 것이라 해도 규제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전제가 다르고 시대적 상황이 다른데도 그 이론은 여전히 전가의 보도인양 위세를 떨친다. 사상의 자유시장론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이성적 존재임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는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인간의 편견과 감정적 메커니즘을 파고든다. 그래서 더욱 위력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존 스튜어트 밀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각들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미네르바 무죄 판결에 적용되는 논리 역시 마찬가지다.

 

접점도 없이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짜뉴스는 우리 일상을 이미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김포의 맘카페에 올라온 글 때문에 어린이집 여교사가 투신자살을 강요받은 일,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이수역 폭력 사건이 순식간에 30만 동의를 받은 일, 심지어 현직 국회의원이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전 교육부 장관 자녀의 입학 비리를 SNS에 올린 일. 최근에 일어난 이 사건들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최소한의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편향된 믿음이 그 중심에 자리한다는 점이다. 이에 편승한 일부 1인 미디어 제작자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또 수익을 올리기 위해 유튜브를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다.

 

눈을 더 멀리 돌려보자.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놓고 이루어진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가짜뉴스 때문에 실제의 민의가 뒤집어졌다. 2017년 루마니아에서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거짓 정보 때문에 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얀마에서는 최근 몇 년 새 2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들이 대학살을 당했다.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던 페이스북의 가짜뉴스가 증오와 적개심의 도화선으로 작용한 결과다.

 

세계 각국이 왜 가짜뉴스에 전면전을 선포했을까. 그리고 왜 하나같이 이념이 다른 정당과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1년여에 걸쳐 세계 곳곳의 허위정보 현장을 누볐을까.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와 접점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고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이 없겠는가. 이러한 의문들이 집필의 출발점이었고, 이 책은 가짜뉴스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하고 분석해 온 저자가 그 대답들을 7장에 걸쳐 담아낸 것이다.

 

1장에서는 가짜뉴스허위정보의 개념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가짜뉴스란 말의 기원에서 다양한 개념과 유사 용어들의 차이점들을 알아보았고, 최근 들어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쓰기 시작한 허위정보의 개념을 상세히 살펴봤다. 이어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짜뉴스의 개념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새로운 대체 용어로서 허위정보개념과 기준을 제시했다.

 

2장은 허위정보가 왜 그렇게 쉽고 빠르게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지에 대한 배경을 분석한 것이다. 크게 소셜 미디어의 부상’, ‘뉴스 미디어의 경쟁 상황과 신뢰도 하락’, ‘인지적 주의 집중력 약화와 확증편향’, ‘허위정보의 경제적 수익화’, ‘교육 환경’, ‘딥페이크 등 무한 복제 기술의 발전등으로 나누어 그 원인을 진단했다.

 

3장은 허위정보에 대한 논의의 시각을 확장해 보기 위해 그 영향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다. ‘확증편향과 집단적 배타 의식’, ‘사회적 양극화’, ‘여론 및 집합적 의사 결정의 왜곡’, ‘사회제도에 대한 불신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등으로 나누어 진단했다.

 

4장은 세계 각국이 가짜뉴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싱가포르, 스웨덴, 유럽연합 등 7개국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리고 기존 법의 개정이나 별도 입법의 필요성 여부’,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책임과 규제 문제’, ‘정부의 역할’, ‘언론, NGO 등 시민사회의 역할’, ‘팩트체킹’,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정책등의 쟁점을 중심으로 그 특징도 함께 분석했다.

 

5장에서는 최근 들어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문제에 대한 대안 중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팩트체크 사례들을 분석했다. 팩트체크의 전 세계적 동향과 함께 미국,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아르헨티나, 덴마크 등의 주요 팩트체크 기관들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6장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정책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책이나 입법 여부는 나라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비판적 사고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에는 대부분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영국, 프랑스, 미국, 싱가포르, 그리고 유럽연합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정책의 방향과 주요 내용을 제시했다.

 

7장은 허위정보를 판별하는 방법을 다루었다.

 

 

 

뉴스와 거짓말 한국 언론의 오보를 기록하다 저자 정철운|인물과사상사 |2019.01

정철운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부터 9년째 미디어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2012MBC170일 파업을 취재했다. 201612,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이 드러나기까지 과정을 언론 비평 관점에서 쓴 박근혜 무너지다를 펴냈다. 20176, JTBC 저널리즘의 성공을 손석희라는 언론인을 중심으로 풀어낸 손석희 저널리즘을 펴냈다. 20186, 프로파간다와 가짜뉴스의 기원을 찾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요제프 괴벨스를 펴냈다. 미디어오늘기자들과 함께 쓴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저널리즘의 미래, 대한민국 프레임 전쟁등이 있다. 현재 미디어오늘기자다

 

목차  

프롤로그 · 4

 

1장 팩트 체크는 없었다

호랑이는 그곳에 없었다 · 21 북한도 때론 남한의 글을 펌질한다 · 24 한총련의 조작 문건에 속았다 · 28 천연기념물을 먹을 수 있는가? · 30 아무리 이석기가 싫어도…… · 33 소설 같은 순애보의 결말 · 34 언론이 만든 천재 소녀 · 38 너도나도 만우절에 당했다 · 43 이미 죽은 도망자를 쫓다 · 47 | 오보라는 보도가 오보 · 49 1면 톱에 등장한 성폭행범, 알고 보니 일반인 · 51 1면 톱이었는데, 틀렸다 · 54 청와대 가짜 보고서에 낚이다 · 56 35번 의사는 살아 있었다 · 59 장자연이 쓴 편지가 내게 왔다면 · 61 너무 쉽게 오보를 인정했다 · 63 아이스하키 인터뷰 · 66 공릉동 살인 사건 · 68

 

2장 야마가 팩트를 앞서면 진실을 놓친다

선생님성인들’ · 77 문익환과 김정남, 그리고 김부선 · 82 [PD수첩]을 무너뜨리려다 스스로 무너지다 · 85 쌍룡역의 진실 · 89 유시민을 비판하기엔 기본이 부실했다 · 94 “5·18은 북한의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 · 96 미네르바 인터뷰에 미네르바가 없었다 · 103 봉하 사저가 495억 원짜리 노무현 아방궁이 되기까지 · 106 | 모두 조문객 연출이라 믿고 싶었다 · 112 | 반성이 느껴지지 않는 세 번째 정정 보도문 · 116 세월호 유가족을 둘러싼 오보, 반복되면 의심 된다 · 118 조선은 자기 성찰의 용기를 보여라” · 124

 

3장 쉽게 쓰면 쉽게 무너진다

받아쓰기 · 131 문재인을 범법자로 만들다 · 134 의처증 남편의 눈물에 기자도 속았다 · 137 밀덕이 찾아낸 팩트 · 141 단독이란 유혹 · 144 | 『연합뉴스라는 나비’ · 147 | 메신저를 조심하라 · 153 | 오보에 대처하는 자세 · 158 | 시인의 삶을 앗아간 한 편의 기사 · 161 | “세월호에 타고 있던 2학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 · 166 | 구원파, 세기의 언론중재 폭탄’ · 170

 

4장 뉴스인가, 조작인가?

이재포를 감옥으로 보낸 기사’ · 177 | 국정원이 소개해준 취재원 · 183 | 3년 전 태풍이 엊그제 태풍으로 · 187 홍익대학교 인문사회관 C831호의 진실 · 189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면 벌어지는 일 · 192 |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194 | 그들은 어떻게 MBC 뉴스를 사유화했는가? · 197 CCTV2배속으로 틀자 어린이집 학대 영상이 되었다 · 201 호스티스 출신 서울대학교 여학생의 충격 고백’ · 203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미국 태평양사령관으로 · 205 경찰을 마취 환자 방치시킨 파렴치한으로 만들다 · 207 21세기 최악의 조작 방송, ‘찐빵 소녀’ · 209 홍가혜 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 225 탈원전흔드는 원전 마피아들의 ’ · 230 9.7퍼센트를 71퍼센트로 끌어올리는 마법’ · 234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 239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 244

 

5장 오보를 기억하라

오보의 자유가 있는 나라” · 251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책임 의식 · 254 허위 제보와 팩트 체크 · 256 노조 쇠파이프 없었으면 국민소득 3만 불 넘었을 것” · 258

 

에필로그

대법원에서 뒤집힌 판결 · 262 변희재와 가짜뉴스 · 268

 

출판사 서평

팩트 체크는 없었다

2017년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는 매년 42일을 팩트 체킹의 날로 정했다. 거짓의 날이 지나면 바로 검증의 날이 오는 셈이다. 팩트 체크를 하지 않은 기사는 모두 오보를 만든다.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던 한국경제2018824최저임금 부담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라는 기사는 온라인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 여성은 수년간 일해온 식당에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크다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다른 식당 일을 찾았지만 실패한 뒤 막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2017년 대비 164퍼센트 올린 데 이어 2019년에는 109퍼센트 인상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식당, 편의점, 주유소 등에선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종업원들을 해고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핵심은 여성의 사망과 최저임금 인상의 연관성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과 사망 간의 합리적 연결 고리는 찾기 어려웠다. 더욱이 이 여성은 50대가 아닌 30대였고, 자녀 2명 부양이 아니라 3명 부양이었고, 사망 시점도 7월 말이 아니라 7월 중순이었으며,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고 했는데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이 기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비판적인 언론이 한 사람의 죽음과 최저임금 이슈를 무리하게 연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유족의 2차 피해가 우려됐고 경찰 쪽에서도 피해자 나이가 다르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삭제 요청을 해왔다당초 기사 자체는 충분한 취재와 팩트 확인을 거쳐 출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단독에 눈이 멀면 부실한 취재로 이어진다. 빨리 쓰려다 보니 크로스 체크가 약해지고 디테일도 부족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BN201791[단독] 지상파 기자가 국정원 민간인 댓글 팀 가담이라는 리포트에서 국가정보원이 운영한 민간인 댓글부대 팀장 30명에 이어 또 다른 18명이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그런데 추가 수사 의뢰된 내용 가운데 지상파 방송기자가 댓글 공작에 가담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수많은 언론이 MBN 보도를 인용하며 기사에 등장하는 지상파 기자가 누구인지 찾기 시작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해당 방송사 보도 전반의 신뢰도까지 흔들 수 있는 사안이었다. 기사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리포트는 오보였다.

 

진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야마가 팩트를 앞서는 경우 대개 기자들은 진실을 놓친다. 동아일보2018711일자 사회면에 실린 문 대통령의 운명에 검사들 운명 담겨 있다라는 기사에서 “13일 발표될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펴낸 자서전 운명에서 거론한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검찰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책에 나오는 한정화 수원지검 공안부장과 강정석 춘천지검 영월지청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두 검사를 가리켜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근무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고 관련 회의록을 폐기했다는 의혹을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운명에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두 사람은 대통령기록물 수사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검찰 인사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앞섰지만, 정작 주요 사실관계가 모두 틀려버린 보도였다.

 

철도노조 파업이 한창이던 20131226TV조선은 하루 승객 15명인 역에 역무원 17이란 리포트를 냈다. 승객보다 역무원이 많다니 누가 봐도 불합리해 보인다. TV조선은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쌍룡역에 불필요하게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그 배경이 강성 노조 때문이란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당시 보도는 공기업을 수술하겠다며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낸 뒤 보름 정도 지난 시점에 등장했다. 국토교통부 공식 트위터 계정은 이 기사를 13차례에 걸쳐 리트윗했다. 이 보도는 방만 경영’, ‘양심 없는 귀족노조와 같은 키워드의 댓글로 이어졌다.

 

그러나 보도는 진실과 달랐다.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쌍룡역의 2010년 운송 수입은 여객 운송 수입 1,662만 원, 화물 운송 수입 958,869만 원이었다. 인건비가 역 수입의 81.3배라는 보도는 억지였다. TV조선은 쌍룡역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물 운송 수입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대신 여객 운송 수입만 고려해 직원들의 인건비가 역 수입의 81.3배라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쌍룡역의 실제 투입 인원은 32교대제로 인해 하루 평균 5명이었다. 17명이 쌍룡역에 놀러 나온다는 인상을 주었던 기사 제목과 사실은 달랐다.

 

기자가 연합뉴스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다가는 오보를 확산시킬 수 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도 오보를 낸다. 수많은 나비효과 가운데 연합뉴스라는 나비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81129일 오전 728, 연합뉴스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방북김정은 답방 물밑 논의 주목이라는 기사에서 중국 선양(瀋陽) 의 한 교민의 증언을 인용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어제 선양을 경유해 북한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안다정 전 장관이 대한항공 KE831편으로 선양에 도착 후 고려항공 JS156편으로 평양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기사가 나간 시점에 자신의 집에 있었다.

 

오보를 기억하라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는 출발부터 오보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416일 오전, 언론은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에 타고 있던 2학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고 오전 115분 해경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오보였다. 오후 2,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밝혔고 언론은 이를 또다시 받아썼다. 그러나 이것도 오보였다. 물론 당시 오보는 정부 측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언론으로서는 정부 발표를 믿고 보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받아쓰기의 참극은 오롯이 언론사의 몫이다.

 

오보는 특종·속보 경쟁 속에 정보 접근의 어려움과 기자단 문화 등이 섞여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오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마감 시간·상업주의에 의한 경쟁이라는 언론 산업의 속성에서 비롯된 오보가 있다. 오인·간과·선입견·조급성·단정적 감정 등 기자의 결함과 경험 미숙, 전문 지식 결여, 취재 부족 등에서 비롯되는 언론사 내부적 오보 요인도 있다. 보도자료, 권력의 간섭, 광고주의 간섭, 통신사의 잘못된 보도, 취재원의 고의 또는 실수에 의한 오보라는 언론사 외부적 오보 요인도 있다.

 

오보는 허위 보도다. 부정확한 기사부터 날조된 기사, 과장 보도가 모두 포함된다. 오보가 줄어들어야 언론 신뢰도가 높아진다. 그래야 언론이 산다. 이를 위해선 오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오보의 경위를 독자들과 공유하며 오보를 줄일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언론은 정정 기사를 많이 내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이를 기피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영화 <노예 12>의 실화를 다룬 흑인 남성 납치 사건 관련 기사를 161년 만에 정정했다. 2012년 영국 BBC의 조지 앤트위슬 사장은 유명 정치인을 아동 성학대범으로 잘못 보도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1983년 독일 잡지 슈테른은 히틀러 일기장을 보도하며 나치의 역사는 새로 기술해야 한다고 보도했다가 일기장이 가짜로 판명된 이후 편집장과 기자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1989년 일본 아사히신문은 자사 기자가 오키나와 거대 산호초에 ‘KY’ 낙서를 새긴 뒤 누군가 낙서를 했다며 거짓 기사를 내보내자, 해당 오보 과정을 철저히 규명했으며 아사히신문사장은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오늘날 전 세계 주요 뉴스룸은 오보와 가짜뉴스에 맞서고 있다. 오보와 가짜뉴스는 사실과 진실에 대한 뉴스 수용자들의 접근을 방해하며 뉴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저널리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를 이용한 뉴스 소비가 늘어나는 가운데 최순실 태블릿PC 조작부터 ‘5·18 북한군 개입설’, ‘문재인 건강 이상설’, ‘노회찬 타살설같은 가짜뉴스가 유튜브 인기 영상에 오르며 비상식적인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한국의 극우보수 성향 유튜브 상위 17개 채널의 총구독자만 201810월 현재 200만 명을 넘겼다. 가짜뉴스는 정치적 선동과 더불어 상업적 목적이 결합되어 진화하고 있다.

 

장씨가 밝힌 성 접대 상대는 31, 이들과 맺은 성 접대 횟수는 100번이 넘었다. 장씨는 편지에 이들의 직업을 기록했다. SBS“(편지에) 연예기획사, 제작사,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까지 열거돼 있다고 밝혔다. SBS는 편지의 신빙성 의혹을 우려했는지 편지들을 장씨 본인이 작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인 전문가에게 필적 감정을 의뢰했으며 장씨의 필체가 맞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자연 편지는 친필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해 316일 오전 국과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 장자연의 친필이라 주장되던 편지 원본은 장씨의 필적과 상이하다고 밝혔다. 당시 양후열 국과수 문서영상과 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장자연 편지가)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 모씨로부터 압수한 적색 필적과 동일 필적이라고 밝혔다. 장자연이 쓴 편지가 내게 왔다면--- pp.6162

 

2013, 5·18을 앞두고 TV조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해 게릴라전을 벌이며 광주 시민을 선동했다는 북한 개입설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채널A는 자신을 광주에 투입되었던 북한군이라 주장하는 남성을 인터뷰해 내보내기도 했다. 모두 박근혜 정부 임기 첫해, 기고만장했던 종합편성채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역사 왜곡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민주화 운동을 북한군에 의한 폭동으로 규정하는 장면이었다. 513, 지금은 심의 제재의 전설이 되어버린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탈북자이자 전 북한 특수부대 장교인 임천용과 뉴라이트 계열 원광대학교 사학과 이주천 교수가 출연해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북한 게릴라다”, “5·18은 무장폭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5·18 자체가 김정일이 김일성에게 드리는 선물이었다는 주장을 50여 분 가까이 펼쳤다. “5·18은 북한의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 pp.9697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절정이었던 2014429, 박 대통령은 경기도 안산에 있는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 분향소를 방문했다. 이날 현장에서 박 대통령이 어깨를 감싸며 위로한 할머니가 유가족이 아니라 정부 측이 동원한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졌다. 이런 가운데 CBS노컷뉴스430이른바 조문 연출 의혹에 등장하는 여성 노인이 실제로 청와대 측이 섭외한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파장은 컸다. 많은 사람이 보고 싶었던보도였다.……청와대의 사진 연출설은 사실이 아니었다. 분향소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노인은 안산 초지동 주민 오 아무개로 밝혀졌다. 오씨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분향소 인근 주민이며 조문을 갔다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 모두 조문객 연출이라 믿고 싶었다--- pp.112114

 

201788일자 연합뉴스기사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했다. “저는 그저 가정을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자식들한테 말도 못하고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기사 제목은 법원, 15년간 외도 아내 통화 내용 몰래 녹음한 남편 선처였다.……그렇게 기사가 나오고 3개월이 지난 117, 연합뉴스는 정정 보도문을 냈다. 연합뉴스사실관계 및 이혼소송 판결문 확인 결과, 아내가 15년간 외도를 했다는 것은 60대 남성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이유도 아내의 외도 때문이 아니라 결혼 기간에 이유 없이 아내의 남자관계를 의심한 60대 남성의 의처증 및 아내에 대한 폭언·폭행 때문이었고, 이에 60대 남성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아내에게 위자료 2,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음이 확인돼 해당 기사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의처증 남편의 눈물에 기자도 속았다--- pp.137139

 

20187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박 시인이 수년간 여성들에게 성희롱·성추행·성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을 담은 20161021일자 문화계 왜 이러나……이번엔 시인 상습 성추행 의혹한국일보기사 4건에 대해 정정 보도와 함께 5,000만 원 손해배상 판결을 냈다. 법원은 박 시인의 성희롱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박진성 시인은 긴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한국일보첫 기사에 등장하는 C씨는 20175월 박 시인을 감금·협박·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강간·강제 추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C씨는 수사 도중 감금·협박·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선 고소를 취하했다. 대전지방검찰청은 그해 9월 박 시인의 강간과 강제 추행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박 시인은 E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20176E씨의 범죄 혐의를 인정해 약식기소했다. E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박 시인이 그해 12월 고소 취하서를 제출하면서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시인의 삶을 앗아간 한 편의 기사--- pp.161162

 

홍씨는 해경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되었다. 명예훼손 구속만큼 충격적인 사실은 그녀가 무려 101일간 수감 생활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홍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소위 거짓 인터뷰로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언론의 허위·왜곡 보도와 함께 인격 살인에 가까운 악플에 시달렸다. 그녀는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아니면 말고식의 무차별적 허위·왜곡 보도의 피해자였다. 홍씨는 여러 언론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홍가혜 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p.226

 

 

 

요제프 괴벨스 프로파간다와 가짜뉴스의 기원을 찾아서 저자 정철운|인물과사상사 |2018.06

 

목차

머리말 : 왜 지금 괴벨스인가?- 005

 

20세기 최악의 세대, 자본주의를 경멸하며 성장하다- 013

언론사 취업 실패와 첫 직장 해고 청년 백수, 히틀러를 만나다- 023

미하엘의 메시지, “전심전력을 다해 증오해야 한다”- 031

수도 베를린으로 유대인과 공산주의를 향한 공세- 045

세계대공황, “정치적 파산자들을 때려잡자!”- 057

공산주의자와 전쟁에 나서다, 그리고 독일을 거머쥐다- 067

선전장관의 임무, 미디어를 장악하라- 077

20세기 독재자들의 멘토, 괴벨스의 선전 원리- 085

총통을 하늘 위에 있는 지도자, “진정한 위협은 볼셰비즘과 유대인이다”- 095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고 선전중대를 꾸리다- 109

총통은 명령하고 우리는 따릅니다!” 공포와 증오로 광기를 이끌다- 117

한 민족, 한 제국, 한 총통”- 123

소련 침공을 위한 선전, “독일은 유럽 문명을 지키는 구원자다”- 135

극단으로 더 극단으로, 유대인 학살과 총력전- 143

증오는 우리의 의무”, 청산가리로 생을 마감하다- 151

괴벨스를 파멸로 이끈 파시즘은 무엇이었는가?- 159

괴벨스가 죽은 뒤에도 반복되는 프로파간다와 가짜뉴스- 167

패배자 괴벨스의 유산- 175

최고의 선전가- 183

 

미디어를 장악하라

괴벨스는 제국국민계몽 선전장관에 임명되자 언론을 통제하고 미디어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미하엘이라는 소설을 통해 전심전력을 다해 증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에게는 혁명의 원동력인 증오가 필요했다. 그리고 다양한 독일인의 증오를 한데 묶을 수 있는 이슈가 오직 유대인뿐이라고 판단했다. “피는 언제나 우리가 그 다음의 투쟁에서도 단합할 수 있는 최고의 접합제라고 외치며, 군중의 감정과 본능에 호소했다.

 

괴벨스는 국민들은 일치단결해 사고하고, 정부에 적극 동조하고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선전은 정치적 예술이었고, 선전가는 흔들리는 국민의 영혼을 여러 측면에서 이해하는 예술가였다. 언론은 정부의 손 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 정부가 연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라디오에 주목했다. 당시 최첨단 신생매체였던 라디오를 본질상 권위주의적으로 보았고, 대중 선동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받아들였다. 오직 라디오만이 전 국민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라디오는 괴벨스의 입이었다.

 

국민 수신기라 불리며 76마르크에 판매된 라디오는 제2차 세계대전 무렵에 독일 가정의 70퍼센트 이상이 갖게 되었다. 이는 세계 최고의 보급률이었다. 반면 청취 범위를 제한해 외국 방송을 들을 수 없게 했다. 그는 제국방송사 인사권과 프로그램 편성권 등 모든 권한을 갖게 되었고, 방송사 사장들에게 방송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에게 속한다. 우리는 방송이 우리의 이념에 복무하도록 할 것이다. 방송에서는 그 어떤 다른 이념에 대해서도 발언해선 안 된다고 협박했다. 독일의 미디어는 선전선동으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괴벨스의 선전 원리 : 단순화, 집중공격, 확대

괴벨스 선전의 주요 개념은 단순화’·‘집중공격’·‘확대. 그에게 참과 거짓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의미 부여가 중요했다. 고정관념을 사용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를 선택하고 제목을 과장하고 편견이 담긴 사진을 내보내며 특정 주제를 반복했으며, 상대에게 불리한 부정적 측면을 확대하며 프레임을 구성했다. 그는 대중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인종적 편견이나 증오 또는 공포심을 극대화해 선전에 활용했다. 대중의 생각을 바꾸기보다 그들의 태도에 동조하는 식으로 효과를 얻으려고 했다.

 

괴벨스의 선전에는 체계가 있었다. 그의 선전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선전가는 여론과 사건에 관한 첩보에 접근해야 한다. 선전은 반드시 하나의 권위에 의해 계획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선전 활동의 결과는 계획 당시의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선전은 적의 정책이나 활동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선전은 청취자의 흥미를 유발해야 하며 주의를 끄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전파되어야 한다. 적 선전에서 얻은 자료는 우리 측 선전에 사용할 수 있다. 흑색선전(허위 주장)은 백색선전(공식 보도)에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될 때만 사용한다. 선전은 뚜렷한 문구나 표어로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특징을 부여해야 한다. 국내 선전은 미래의 어떤 사건에 부딪히게 되면 폭발할 수 있는 허황된 희망을 예방해야 한다. 국내 선전은 적정한 불안을 만드는 선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국내 선전에 좌절을 주는 메시지는 제거되어야 한다. 선전은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대상을 공격 매개물로 삼아 촉진되어야 한다.”

 

괴벨스의 유산

1946년 미국 상원의원에 당선된 조지프 매카시는 자신에게 국무성에 근무하는 공무원 가운데 공산당원 205명의 리스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단순 조사 대상자였고, 명단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국무성을 그만두었지만, 그는 거짓말에 가까운 주장을 펼쳤다. 그는 정치적 성공을 위해 반공을 정치적 상품으로 키웠다. 그는 늘 틀리거나 왜곡된 숫자를 말하고 보고서 페이지 번호까지 대는 수법을 썼다. 그의 정치적 자산은 반지성주의였으며, 근거 없는 비방과 인신공격은 매카시즘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21세기에도 프로파간다와 가짜뉴스는 반복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뉴스가 페이스북에 등장했다. 출처도 명확하지 않았던 이 가짜뉴스는 무려 96만 건이나 공유되었다. 힐러리 클린턴이 IS(이슬람국가)와 연루되었다는 가짜뉴스도 70만 건 이상 공유되었다. 괴벨스의 라디오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옮겨간 셈이다. 가짜뉴스는 기사처럼 유통된다. 우리가 진실이라 믿고 있는 세계는 여전히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편집되고 있다. 괴벨스가 21세기에 존재했다면 그 역시 제일 먼저 구글과 페이스북을 공략했을 것이다.

 

선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선전의 목적이 지배일 경우 비극이 초래되기도 한다. 선전은 일반적으로 지배자들의 언어다. 오늘날 선전도구는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 전부를 뜻한다. 선전의 기본은 일정한 자극을 반복해 습관으로 굳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전은 그 자체로 선과 악이 될 수 없다. 선전은 설득을 위한 도구다. 괴벨스는 현대적인 국가체계를 이용해 선전을 체계화한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선전을 시스템화했다. 괴벨스의 선전 전략은 호전적 애국주의였다. 여기에 인종주의가 결합되어 국가사회주의로 구현되었다. 그는 대중 선동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악마의 재능이었다.

 

책속으로

그는 1921년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낭만주의 극작가 빌헬름 쉬츠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분명 공부에 소질이 있었다. 가족들은 그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안카는 그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유서를 쓰기도 했다. 연애하기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안카는 변호사 남자와 결혼했다. 훗날 시간이 흘러 이혼을 하고 생활이 어려워진 그녀는 당시 선전장관 괴벨스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괴벨스는 베를린 여성지 편집부에 그녀를 위한 일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박사 괴벨스는 유명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1921년 독일은 패전 이후 실업과 빈곤으로 가득했다. 일자리가 부족했다. 1919년 체결된 베르사유조약은 보복적인 성격으로 패전국들에 가혹한 배상을 강요했다. 20세기 최악의 세대, 자본주의를 경멸하며 성장하다--- p.19

 

괴벨스가 선전을 체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만한 이들은 동시대를 살았던 월터 리프먼과 에드워드 버네이스다. 1889년생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은 여론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를 흔들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이 가정이 신화에 가깝다는 게 리프먼의 주장이다. 그는 민주주의가 숭상하는 여론의 실제란 이미지의 결합, 표피적인 인상, 스테레오타입, 편견, 이기심의 반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리프먼은 우리는 먼저 보고 나서 정의를 내리는 게 아니라 정의를 내린 뒤 본다고 지적했으며 진실과 뉴스는 동일하지 않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언론은 어둠 속에서 꺼내 빛을 밝히는 서치라이트와 같은데, 이 빛만으로는 세상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0세기 독재자들의 멘토, 괴벨스의 선전 원리--- p.91~92

 

괴벨스는 617한 민족, 한 제국, 한 총통”, “우리는 제국으로 돌아가리라!”, “독일, 모든 것 위의 독일같은 준비된 구호와 함께 영국의 포위를 주장했다. “그들이 허약하고 무기력하고 부르주아적인 독일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나치 제국은 막강하다! 오히려 현재 세계 최강의 국방군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비겁한 부르주아에 의해 통치되는 것이 아니라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전쟁을 지원하는 선전은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과 함께 적절히 녹아들었다. 한 민족, 한 제국, 한 총통--- p.125

 

괴벨스는 19434월 소련군의 카틴 학살을 언론을 통해 부각시키며 소련과 폴란드 망명정부 사이의 갈등을 유도했다. 분노 유발. 그의 전문 분야였다. 그러나 새로운 패배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데 문제를 겪었다. 로멜의 패배도 마찬가지였다. 괴벨스는 로멜의 명망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는 사막의 여우2개월간 요양을 위한 휴가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튀니지에서 24만 병력이 항복했다. 괴벨스는 패배에 함구했다. 반면 베를린 공습이 남긴 피해는 부인하지 않았다. 공습은 민간인의 사기를 높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결과를 두고 회의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게슈타포가 체포했고 비판적 언론인들에게 테러를 가했다. 극단으로 더 극단으로, 유대인 학살과 총력전--- p.149

 

괴벨스는 1941620일 일기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영화와 라디오, 언론의 도움으로 국민들을 교육한다. 국가는 그것들을 결코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언제든 빈민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곳일수록 극단주의가 지지를 받고, 선전은 효과적으로 먹혀든다. 전쟁과 대공황을 겪은 그들 앞에 나타난 파시즘은 그래서 먹힐 수 있었다. ‘선전은 설득을 위한 도구다. 그 자체로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전의 주체에 따라, 선전의 목적에 따라, 선전의 방식에 따라 선전의 결말이 정해졌다. 괴벨스의 일기에 적힌 대로 국가권력이 선전의 주체가 되는 경우, 결말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괴벨스의 발자취는 대게 독재자의 참고서였다. 또는 독재자를 추종하는 이들의 교본이었다. 패배자 괴벨스의 유산--- p.179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 가짜뉴스, 문명충돌, 이슬람포비아의 허상을 벗기다 저자 김동문|선율 |2017.08.

김동문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아랍어를,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구약신학을 배웠다. 졸업 후, 한국기독학생회(IVF)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성경과 역사, 공적 신앙을 고민했다. 199011월 이후 이집트와 요르단 등 아랍 이슬람 지역에서 지내며 하나님나라를 개척하고자 노력했다. 그 기간 동안 걸프 전쟁, 레바논 전쟁, 9?11,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등을 겪으며 평화와 정의를 갈망했다.

한겨레21 전문위원(통신원)과 중동 전문 자유기고가 등의 활동을 통해 하나님나라의 정의와 평화, 사랑이 일상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했고, 현재는 나들목교회 선교목사로, 인터서브 사역자로, 한국 교회가 무슬림 디아스포라와 이주자들에 대한 건강한 관심을 갖도록 돕는 것에 마음을 쏟고 있으면서도, 아내 에스더에게 믿음직한 남편으로, 두 아들 하언과 하림에게 마음 통하는 아빠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가슴으로 떠나는 이집트 이스라엘 성지순례, 이슬람의 두 얼굴, 이슬람 신화 깨기 무슬림 바로알기, 요르단, 기독교와 이슬람 그 만남이 빚어낸 공존과 갈등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01_보이지 않는 존재의 두려움

1. 내가 아는 무슬림과 진짜 무슬림

누가 무슬림인가?/ 히잡/ 라마단/ 엄격한 종교 예식/ 이슬람원리주의, 지하드, IS/

명예살인/ 일부다처제(Polygamy)

2. 아랍인에게 무슬림이란 어떤 의미인가?

청년 무슬림/ 기성세대 무슬림/ 예외의 삶을 사는 무슬림/

무슬림 이민자에게 이슬람이란?

3. 한 손에는 꾸란, 한 손에는 칼

이슬람 세력의 확장/ 확장하는 이슬람/ 1차 세계대전 이후/ 종교전쟁은 없다

 

02_두려움이 커져 혐오로

1. 테러와 이슬람포비아

포비아의 뇌관 9·11테러/ 폭력성 그리고 테러리스트/

테러가 먼저인가? 포비아가 먼저인가?/ 테러와 포비아, 악순환의 고리 끊기

2. 기독교와 이슬람포비아

정복주의 그리고 문명충돌론/ 불편한 시선/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존

3. 한국 내 이슬람포비아의 확산

이슬람이 오고 있다/ 유럽 내 무슬림 난민과 이민자의 급증/ 신생아의 25퍼센트가 무슬림?

 

03_이슬람 괴담 팩트체크

1. 가짜뉴스와 괴담의 시대

괴담 가득한 시대/ 괴담의 생성 과정과 팩트체크/ 괴담에 속지 않으려면

2. 국내산 이슬람 괴담

이마트 노브랜드IS 테러자금설/ 익산 할랄단지 조성설/ IS 테러자금? 이슬람 선교 자금?/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할랄괴담/ 무슬림은 잠재적 테러리스트?/ 한국은 IS 보복

대상국?/ 인천 검단 스마트시티와 한국 이슬람화 전략/ 이슬람화 8단계 전략/ 이슬람

대학 설립 계획/ 무슬림 불법체류자 생활수칙 5계명/ 촛불집회와 전교조 배후 세력

3. 수출입되는 이슬람 괴담

무슬림은 성폭행 범죄의 뿌리?/ 무슬림은 잠재적 성폭행범?/ 무슬림은 잔인한 범죄자?/

이슬람, 평화의 종교프로그램 중단 사유

 

04_혐오와 배제를 넘는 첫걸음

1. 날 때부터 무슬림

종교적 폐쇄성/ 무슬림 이민자/ 화해의 발걸음/ 입장 바꿔보기

2. 테러 희생양, 무슬림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다?/ 테러의 최대 피해자/ 어쩌다 난민

3. 멀지만 가까운 이웃

서구 사회 속의 무슬림/ 변화하는 무슬림, 변화를 거부하는 이슬람 세계/ 기독교를

이웃종교로 인정하는 무슬림/ 무슬림 속 한국인/ 한국, 동방의 이스라엘?/ 무관심과 무지

 

05_더불어 살아갈 우리 이웃

1. 합리적 의심

환대의 마음/ 그곳에 이웃이 있었다

2. 혐오를 넘어서는 길에서 만난 혐오

샤꾸 마꾸/ 불신과 갈등/ 위장된 혐오

3. 포용의 길에서 만난 배제

인천공항에 감금된 시리아인들/ 배제의 단면, 폭언과 폭행/ 일상화된 배제

4. 그래도 가야 할 길

건축디자이너 자하 하디드/ 따듯한 인사 한마디/ 누가 악한 존재인가?/ 벽을 넘어

더불어 살아갈 수만 있다면/ 약한 자에게 가해지는 혐오와 배제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새마을운동과 동방의 이스라엘,

왜 우리는 이슬람을 혐오하게 되었을까?

19704, 박정희 전 대통령은 농촌재건운동인 새마을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농업과 유대인 전문가에게 새마을운동을 맡기며 자연스레 이스라엘의 키부츠 운동을 새마을운동의 표본으로 삼게 된다. 이렇게 박정희 정권은 아랍 이슬람 국가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 이스라엘과 북한, 중국, 소련 등 주변 적대적 세력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 한국을 일치시키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불러일으킨다. 자연스럽게 국가교육 안에 친이스라엘 정서와 반아랍 정서가 자리 잡는다. 성공한 농업운동 키부츠, 유대인의 교육, 열강에 둘러싸인 작지만 강한 나라 이슬라엘. 이 같은 이스라엘의 이미지를 불러와 한국을 동방의 이스라엘로 부르게 된 것이다. 여기에 보수적인 한국 교회가 합세해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경향을 강화해 나갔다. 동방의 예루살렘인 양 서울을 묘사하고, 한국 교회를 영적 이스라엘로 여겼다. 이런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흐름이 아랍은 멀고 이스라엘은 가깝게 만들었다. 이런 맥락에서 2017년 초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대형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왜 이스라엘은 좋아하고 이슬람은 악하다 생각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사실 외에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제하고 혐오하는 대상에 대해 어떤 근거와 이유로 그토록 확신 있게 생각하는지 되묻고 있다.

 

IS의 테러는 유럽을 이슬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슬람은 포교를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무함마드가 6세기 말 이슬람을 창시한 후 이슬람은 7-8세기 왕성하게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이때 이슬람 세력은 외부인이 무슬림으로 개종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엄격하고 폐쇄적이었다. 오히려 당시 비잔틴 제국의 지배를 받던 아랍 세계의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세력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동방교회 전통의 단성론자들과 네스토리우스 계열의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세력을 적극적으로 맞이했다. 그것은 아랍 이슬람 세력의 유입을 통해 이란의 사산조 페르시아의 침략과 박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압제를 받던 아랍인들에게 이슬람 세력은 압제자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줄 해방자였던 것이다.

 

근현대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슬림들은 이슬람 종교보다 가문과 종족과 민족 그리고 도시와 국가를 위해 싸웠다. 1,2차 세계대전, 19911월의 걸프 전쟁, 2003년의 이라크 전쟁, 레바논 내전, 시리아 전쟁, 예멘 전쟁에 나선 아랍 이슬람 국가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군대와 연합전선을 펼쳤다. 또한 이슬람 국가들 사이의 전쟁에서도 서로 손을 잡거나 대립했다. 이 전쟁은 이슬람 종교 확장을 위한 정복 전쟁은 아니다. 정치적 이해득실과 이슬람 종파 간의 주도권 싸움이었다. 이런 전쟁을 포교를 위한 전쟁이거나 이슬람 세력의 확장을 위한 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슬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포교를 위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유럽 내 무슬림의 99%IS를 싫어한다. 심지어 이슬람극단주의자들도 IS를 반대한다. 유럽을 이슬람화하기 위해 IS가 테러를 일으킨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슬람을 가져다 쓸 뿐이다.

 

넘쳐나는 이슬람 가짜뉴스, 괴담, 선동

진실을 위한 팩트체크

이슬람과 무슬림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두려움이 커지고, 정치?문화?종교적 이유로 그 두려움은 확대 재생산되어 이슬람포비아라 불리는 극도의 혐오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슬람을 혐오하거나 배제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SNS로 번지는 각종 괴담들은 우리의 혐오와 배제가 얼마나 극단적인지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이마트 노브랜드IS테러 자금, 익산 할랄 단지 조성, 인천 검단스마트시티와 한국이슬람화 전략, 이슬람화 8단계 전략, 이슬람 대학 설립 계획, 무슬림 불법 체류자 생활수칙 5계명 등 국내에서 생산되어 유포되는 괴담과, 유럽이 이슬람화되고 있다, ‘이슬람, 평화의 종교라는 프로그램 중단 사유 등의 이름으로 해외에서 역수입 되는 괴담 등 다양한 이슬람 괴담의 진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왜 이러한 괴담이 만들어지고 왜곡되고 유통되는지를 추적한다.

 

 

 

뉴스, 믿어도 될까? 가짜와 진짜를 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힘 글 구본권|그림 안병현|풀빛 |2018.07

 

구본권 현직 언론인이자 우리 시대의 디지털 인문학자.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서 잊혀질 권리로 박사 학위(언론학)를 받았으며, 같은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1990년부터 [한겨레]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미래교육 전문위원, [신문과 방송](월간), [미디어 리터러시](계간) 편집위원을 지냈다. 지은 책으로 로봇시대, 인간의 일(고교 국어교과서 수록),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나에 관한 기억을 지우라, 인터넷에서는 무엇이 뉴스가 되나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왜 지금 미디어 리터러시인가

청소년기는 세상을 알아 가며 자기 생각을 키우고 만들어 가는 성장의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세상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무궁무진한 정보를 신문과 방송,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만난다. 미디어는 직접 경험할 수 없고 생각하지 못한 세상의 모습을 알려 준다. 거의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미디어라는 강력한 도구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미디어가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속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참과 거짓, 유용성을 스스로 판단하여 수용할 줄 아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강조되는 이유다.

 

유네스코는 21세기를 살아가는 기본 역량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꼽는다. 무분별한 정보와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미디어를 제대로 읽어 내고 해석하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비관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17’ 자료에 따르면, 세계 36개국 가운데 한국의 뉴스 신뢰도와 언론 자유도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뉴스를 읽는 비율이 가장 낮았고, 반대로 검색엔진이나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이는 미디어 매체가 다양화되고 접근성이 높아졌음에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뉴스와 언론의 가치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나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미디어 이용률에 비해 미디어에 대한 이용자의 인식 수준이나 활용 능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는 세상에서는 미디어 해독력을 갖춰야만 세상을 제대로 읽어 내고 자신의 역할과 의미를 발견해 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뉴스를 볼 때 뉴스가 내보내는 정보 자체에만 주목하지만, 그 이면에는 뉴스 생산자와 기업, 뉴스 유통과 매체의 특성으로 인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숨은 메시지가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왜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시키기 위해 뉴스와 언론 보도에 드러난 미디어의 빛과 그림자를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 준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은 비판적 사고력

미디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성년이 되면서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고 방송과 신문을 접하던 과거와 달리, 어릴 적부터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더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안 좋은 콘텐츠를 구분하는 소극적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은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광범위한 콘텐츠를 나와 공동체에 유익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비판적 사고력을 통해서 말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글을 읽을 줄 안다고 해서 그 글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미디어가 전달하는 내용을 그대로 읽어 내는 것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낸다. 이 책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핵심이 비판적 사고력에 있다고 말하며, 일상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모든 지식과 정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지식과 정보는 언제든 더 나은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보의 근거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주장이나 논리가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얼마나 탄탄하고 논리적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정보의 의도를 읽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정보에는 대부분 의도를 갖고 있는데, 그 의도를 파악하는 손쉬운 방법은 그 정보를 통해 누가 어떤 이익을 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넷째,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언론 보도에는 사실과 의견이 뒤섞여 있는데, 마치 의견을 객관적인 사실처럼 주장한다면 이를 명확히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정보가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동하는 세상이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넘어온 현대사회에서 지식과 정보로 둘러싸인 각종 콘텐츠의 작동 원리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과 사회현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되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기회와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위험스런 경로로 빠지게 된다. 이 책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비판적 사고력에 주목하는 이유다.

 

가짜 뉴스, 어떻게 거를까?

우리는 흔히 뉴스를 볼 때 우리가 선택하고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뉴스가 보여주거나 알려주는 것만을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뉴스로 선택된 것들은 기자와 언론사의 판단을 통해 해석되고 재구성되는 게이트키핑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아무리 객관적인 보도라 할지라도 해당 매체의 가치 판단을 거친 결과라는 말이다. 우리가 뉴스의 근거와 출처, 의도를 비판적으로 살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로 대표되는 인터넷을 통한 뉴스 이용은 언론사라는 뉴스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뉴스 이용의 변화는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로도 나타난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떠들썩했던 가짜 뉴스 사례는 가짜 뉴스의 영향력과 심각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 준다. 당시 가짜 뉴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 뉴스가 제공하는 정보의 형태와 출처가 뒤섞이거나, 지인의 영향력에 의해 뉴스의 신뢰도가 결정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가짜 뉴스가 소셜 미디어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무비판적인 사용으로 더욱 쉽게 번진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소셜 미디어에서 번지는 가짜 뉴스는 어떻게 거를 수 있을까? 이 책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가짜 뉴스 판별법으로 제목 비판적으로 읽기, 인터넷 주소(URL) 자세히 살펴보기, 자료 출처 확인하기, 문법적 오류 확인하기(맞춤법, 어색한 문단), 사진 면밀하게 살펴보기 등의 열 가지 항목을 제시한다. 물론 이러한 가짜 뉴스 판별법이 모든 가짜 뉴스를 거르는 완벽한 방법일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교묘하고 지능적인 가짜 뉴스가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짜 뉴스를 거르는 근본적인 대책은 스스로 뉴스를 비판적으로 보려는 습관을 기르는 데 있다.

 

세상은 수많은 뉴스로 넘쳐난다. 어떤 뉴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살아가는 데 힘이 된다. 하지만 또 어떤 뉴스는 사람들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현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정보와 의도로 우리를 현혹하기도 한다. 이 책은 무분별한 정보와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나와 공동체에 유익한 정보를 거르는 가짜 뉴스 선별법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방법을 알려 준다.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입문서

이미 독일이나 미국, 영국 등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50여 년 전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정규교육 과정에 포함시킬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률이 세계 최고에 이르는 한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조차 낯선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 가짜 뉴스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전면에 다룬 책은 없었다. 이 책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이 책은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입문서로서 청소년 눈높이를 고려해 위트 넘치는 일러스트와 다양한 도표 및 사진 자료를 실어 다채롭게 구성하였다. 여기에 실제 신문기사 자료를 활용하여 생생함을 더했다. 현직 언론인이자 디지털 인문학자인 저자는 현장 경험을 살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사례로 이해를 돕는다. 저자의 경험이 축적된 뉴스와 언론 이야기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생소한 독자에게는 친절한 설명으로 다가온다. 현직 신문기자로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와 윤리 의식에 대해 따로 다룬 것은 특이할 만한 점이다. 또한 언론의 영향력, 언론이 갖는 권한과 책임, 언론 보도의 공공성, 객관적 언론 보도의 요건 등 뉴스와 언론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은 미디어 전반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게 한다.

 

이 책은 전통 매스 미디어와 쌍방향 뉴미디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비판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포괄적인 내용을 언급하면서도 기존의 미디어학 개론이 담지 못했던 내용인 청소년이 미디어를 알아야 하는 이유, 기술과 시장이 주도하는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현상 속에서의 미디어 활용법을 전달한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미디어 이용 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그들이 보다 성숙한 참여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이끈다.

 

리터러시  literacy          

리터러시는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일반 대중이 아닌 특권 계층에서만 리터러시 능력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리터러시가 단지 언어를 읽고, 쓰는 피상적인 의미만을 내포하는 개념은 아니다. 리터러시는 일차적으로 시대적으로 혹은 그 사회 혹은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커뮤니케이션 코드인 ‘언어’에 의해서 규정되어진다. 리터러시는 복잡한 사회적 환경과 상황 속에서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개념이다. 이제 리터러시는 단지 언어를 읽고 쓰는 능력에서 더 나아가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적응 및 대처하는 능력으로 그 개념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01. J.S. 바하 칸타타 147번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