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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지금 당장 당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by 이성근 2019. 6. 1.



지금 당장 당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재런 러니어 지음·신동숙 옮김 글항아리 | 2019.05

 

저자 : 재런 러니어 컴퓨터과학자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고안하고 상용화한 인물이다. 1985VPL 리서치 사를 설립,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네트워크로 연결된 여러 사람이 가상세계를 탐험하는 첫 프로그램과, 그러한 시스템 안에서 이용자를 대표하는 최초의 아바타를 개발하고 의료 수술 시뮬레이션 같은 가상현실 응용 프로그램을 최초로 도입했다. 이 때문에 가상현실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열세 살에 뉴멕시코 주립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고, 여기서 인공지능의 선구자 마빈 민스키와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의 가르침을 받았다.

 

국립 과학재단의 디지털 그래픽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했다. 연구용 차세대 전산망 INTERNET2의 연구와 개발에 관여했으며, 오라클, 어도비, 구글, 화이자 등에 인수된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창업에 관여한 바가 있다. 2001년 카네기 멜런 대학으로부터 왓슨상을 받았고, 2006년 뉴저지 공과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에는 정보기술 분야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전기·전자 기술자 협회IEEE가 수여하는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2014프로스펙트포린 폴리시가 공동 선정한 세계 100대 지성에 꼽히기도 했다. 디지털 사회에서의 인본주의와 지속 가능한 경제를 옹호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는 다트머스 대학 방문교수, UC 버클리 학제간 상주 학자, USC 애넌버그 상주 혁신가, 마이크로소프트 학제간 과학자로 재직하고 있으며, 미래의 정보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실리콘밸리의 선지자이자 구루GURU’로 인정받고 있다.

 

저서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디지털 휴머니즘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며, 가상 현실의 탄생월스트리트 저널』 『이코노미스트』 『복스에서 2017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음악가이자 작가, 시각예술가, 영화감독으로서의 경력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추천사

 

머리말 고양이에 관하여

논점 1 당신은 자유의지를 잃어가고 있다

논점 2 소셜미디어 사용 중단은 이 시대의 광증을 물리친다

논점 3 소셜미디어는 당신을 꼴통으로 만들고 있다

논점 4 소셜미디어는 진실을 훼손한다

논점 5 소셜미디어는 당신이 하는 말을 의미 없게 만든다

논점 6 소셜미디어는 공감 능력을 없앤다

논점 7 소셜미디어는 당신을 불행하게 만든다

논점 8 소셜미디어는 당신의 경제적 존엄을 바라지 않는다

논점 9 소셜미디어는 정치를 무력화한다

논점 10 소셜미디어는 당신의 영혼을 싫어한다

결론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다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출판사 서평

사용자의 행동수정을 유도하는

소셜미디어 대기업의 장치, ‘버머bummer’ 알고리즘

 

이 책은 소셜미디어 대기업을 행동수정 제국이라고 부른다. 행동수정은 행동심리학 실험이나 중독 치료에 사용되는 기법으로, 보상과 벌칙을 통해 인간(혹은 동물)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 행동수정 기법은 소셜미디어가 돈을 버는 수단이자 사회에 해를 끼치는 핵심적 과정이다. 소셜미디어 서비스의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에 관한 데이터를 매분 매초 기록하고 다른 데이터들과 비교하고 통계적으로 분석, 선호와 사용 특성에 따라 분류한다. 이 책은 소셜미디어만의 독특한 알고리즘을 버머bummer’ 알고리즘이라고 칭한다.

 

버머 알고리즘의 가장 큰 특징은 적응성이 있어서 더 많은 클릭 수, 참여 수를 유도하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보정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이 보정을 통해 어떤 설정이 가장 수익성이 높았는지를 분석한다. 그런 후 어떤 사용자에게 효과가 있었던 설정 값을 비슷한 범주로 분류된 사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모든 사용자를 깊이 관여시키려 한다.

 

인간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반응을 받으면 자신의 행동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SNS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왜 어떤 게시물은 유독 큰 반응을 얻고 다른 게시물은 그렇지 못한지 알고자 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특정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시키고 유통하는 데에는 정확한 이유가 없다. 버머 알고리즘은 설정을 임의적으로 변화시킨 후 가장 결과가 좋았던 설정값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수행하는 알고리즘조차도 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 알고리즘은 가치 판단 없이 그저 사람들을 더 많이 자극하고 참여시킬 수 있는 콘텐츠 생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소셜미디어가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 것은 인터넷 문화 형성 초기 컴퓨터 과학기술자들의 신념 때문이다. 인터넷이 세상에 첫선을 보이고 본격적인 서비스가 개시될 당시, 인터넷은 모두를 위한 민주적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고 모든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고자 하는 사이버히피들의 운동이 일었다. 그 결과 우리는 무료로 자료를 검색하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광고주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조종당하는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

 

버머는 본래 일종의 물물교환으로 거래됐다. “우리가 당신을 감시할 수 있게 해주면 대신 당신은 무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식이었다. 단기적으로는 합당한 방식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끔찍한 거래다.본문에서(162)

 

광고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런 러니어는 광고주를 통해서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직접 수익을 내는 구조를 제안한다. 넷플릭스나 HBO와 같은 구독형 플랫폼과 같이 매달 약간의 사용료를 지불하게 하는 대신 유용한 콘텐츠를 올린 사용자들에게 수익을 나누어주는 방식이 현재의 방식을 대체할 수 있다.

 

화면 너머에 타인이 있다

더 나은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한 선택

 

저자에 따르면 SNS 사용 중단은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좀더 나은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한다. 책에 제시되는 10가지의 논점은 개인적 차원을 비롯해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SNS가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원인과 그 예시를 기술한다.

 

논점 1은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자유의지를 잃어가게 한다고 말한다. 지속적인 행동수정 실험과 이에 따른 결과로 제시되는 맞춤형 광고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볼지 선택할 수 없다.

 

논점 2는 소셜미디어 사용 중단이 이 시대의 광증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한다. 버머의 통계적 영향력은 꼴통관심 종자를 생산해낸다. , 가짜 리뷰어, 가짜 친구, 가짜 팔로워 등과 같은 가짜 군중들은 특정한 콘텐츠에 폭발적인 초기 반응을 일으켜 그 게시물에 주목하도록 하는데, 선택되는 게시물은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일차적이고 충동적인 것들이다. 소셜미디어의 이러한 문제점은 세부 규정을 수정하는 것으로 보완이 불가능하며 기업들이 사업 모델을 바꾸지 않는 이상 혁신이 불가능하다.

 

논점 3은 소셜미디어가 사람을 소통이 불가능한 꼴통으로 만드는 점을 짚는다. SNS는 우리를 단독자의 위치가 아니라 무리 중 하나의 위치에 놓는다. 무리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와 그 안에서의 상호작용, 경쟁에 주목한다. 이는 우리를 독자적 의견이 없는 인간으로 만든다.

논점 4SNS가 진실이 유통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논한다. , 다량으로 만들어진 가짜 계정들은 특정 기업의 목적에 따라 편파적으로 특정 분위기를 조장한다. 이런 분위기는 사람들을 피해망상에 빠지게 하고 두려움을 자극한다.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이들 역시 인터넷의 가짜 계정들이 무차별적으로 퍼뜨린 허위 정보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시된다.

 

논점 5SNS에서 우리의 말이 문맥 없이 유통되는 것에 대해 말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콘텐츠를 뒤섞어 의미를 만들고, 우리가 하는 말의 의미는 쉽게 짜깁기되어 원래 말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의미로 이용된다.

 

맥락이 플랫폼에 굴복할 때, 사람들 간의 소통과 문화는 하찮고 피상적이며 빤한 것이 된다. 예측 불가능한 맥락에서 짧게라도 살아남는 무엇인가를 말하려면 정신 나갈 정도로 극단적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건 오로지 꼴통 같은 의사소통밖에 없다.본문에서(109)

 

논점 6SNS가 공감 능력을 없앤다고 주장한다. 버머 알고리즘에 의해 구성되는 피드는 사용자마다 다른 콘텐츠를 보여준다. 사용자들은 정보 편식을 하게 되고 점점 자신만의 필터 버블에 갇힌다.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본다. 사회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이 시대의 불투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논점 7은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것에 대해 논한다. 소셜미디어의 통계 기능은 우리의 친구 수, 좋아요 수를 계량하고 순위를 매긴다. 사용자들은 끊임없이 타인을 의식하게 된다.

 

논점 8은 소셜미디어의 사업 모델이 경제 전반을 지속 불가능하게 만드는 점을 말한다.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사업 방식에서는 사용자 간의 소통이 광고주라는 중개자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식의 긱 경제geek economy가 횡행하게 된 것이다. 광고주를 통한 수익 창출이 기업과 사용자 모두에게 지속 불가능한 방식임을 지적한다.

 

논점 9는 소셜미디어가 정치를 무력화한다고 말한다. SNS는 민주적인 형태로 시민들의 결속을 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2010년 아랍에서 있었던 반정부 시위는 SNS를 활용하여 시민들이 독재 정권과 맞선 대표적 예시다. 그러나 SNS는 환상을 창조하는 역할을 했을 뿐 아랍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지는 못했고, 독재 정권은 다시 세를 잡았으나 이는 SNS에서 이전만큼 화제가 되지 못했다.

 

논점 10은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영혼을 세속화하는 점을 말한다. 버머는 이제 종교적 영성을 대치하는 하나의 원리가 되었고, 우리는 소통이 불가능한 꼴통이 되어가고 있다. 상대방에게도 숨겨진 경험의 중심, 영혼이 있음을 기억하기를 이 책은 당부한다.

 

SNS는 긍정적인 역동성이 있지만 나는 경계하는 편이다. 사용자들은 때로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문자로 또렷하게 전달한다. 이 책은 결국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향한다. 화면 너머에는 영혼이 있는 타인이 있다. 나는 사람과 대화하는가. 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이라영(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저자)

 

쉽게 길들지 않는 고양이처럼

알고리즘 속에서 자주성을 지키기

 

이 책은 SNS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를 의식하게 만든다. 소셜미디어가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 되어 더 이상 그 영향을 고찰하는 것이 힘들어진 현재, 러니어가 새삼스레 SNS 중단을 강력하게 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 명백한 단점이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 방식과 모델을 유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러니어는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꿈꾼다.

우리는 끝없이 연결되고 우리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에서 잠시나마 떨어져 있어볼 필요가 있다. SNS를 현명하게 사용하고 자주적인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다.

 

나는 우리가 충격적일 정도로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선택권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겠지만, 특히 나이가 아직 젊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을 탐색할 선택 기회를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 하지만 자기 탐색을 어떤 식으로 해보든 간에 최소한 이것 한 가지는 꼭 해봤으면 좋겠다. 바로 행동수정 왕국에서 잠시 동안, 말하자면 한 6개월 정도 떨어져 있어보는 것이다.본문에서(223)

 

 

 

 

공감능력 뺏고 꼴통 만드는 ‘SNS’를 끊어라

이 책의 저자 재런 러니어는 마지막 장(결론)을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고양이 같은 존재가 되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고양이 같은 존재라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한국에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란 용어도 많이 쓴다)를 사용하는 것과 고양이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 비유는 책의 머리말부터 나온다. 책을 읽다보면 그 비유가 아주 적절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당장 지금 쓰고 있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다 삭제하고 고양이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진다.

 

고양이의 반대편에는 개가 있다. 개는 충직함과 믿음직함이란 품성을 갖고 있다. 사람에게 잘 길들여졌다는 의미다. 개는 훈련시킬 수 있으며, 예측을 벗어난 행동은 잘 하지 않고 인간을 위해 일한다.

 

고양이는 다르다.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됐지만 사람에게 완전히 길이 들지는 않았다. 책에 따르면 고양이는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최첨단 기술이 발달한 현시대에 적응한 것이다. 고양이들은 여전히 각자 삶의 주인으로서 주도적으로 살아간다”.

 

고양이와 개의 비유에서 사람의 자리에 소셜미디어, 더 정확히는 알고리즘을 넣어보면 의미가 선명해진다. 러니어는 대기업들이 만든 알고리즘의 자극에 쉴 새 없이 노출되고 지속적으로 감시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의 자주성을 지킬 수 있을까? () 이런 난관 속에서 어떻게 해야 고양이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고민한 끝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책이 갖고 있는 설득력의 절반은 저자의 이름이다. 러니어는 컴퓨터과학자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고안하고 상용화했다. 연구용 차세대 전산망 인터넷2(Internet2)의 연구와 개발에 관여했으며 그가 창업하거나 관여한 스타트업들은 오라클, 어도비, 구글, 화이자 등에 인수됐다. ‘실리콘밸리의 선지자’ ‘실리콘밸리의 구루(Guru)’ ‘가상현실의 아버지등 별명도 많다.

 

러니어는 소셜미디어 대기업을 행동수정 제국이라고 부른다. 행동수정은 행동심리학 실험에 사용되는 기법으로, 보상과 벌칙을 통해 인간(혹은 동물)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 기법은 소셜미디어가 돈을 버는 수단이자 사회에 해를 끼치는 핵심적 과정이다. 소셜미디어 서비스의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에 관한 데이터를 매분 매초 기록하고 분석하며, 선호와 사용 특성에 따라 분류한다.

 

러니어는 소셜미디어의 독특한 알고리즘에 버머(bummer)’란 이름을 붙였다. ‘사용자들의 행동이 수정되어 왕국(대기업)을 위해 이용되는 것(Behaviors of Users Modified, and Made into an Empire for Rent)’의 약자다. 버머는 더 많은 클릭,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보정한다. 버머의 알고리즘은 이 보정을 통해 어떤 설정이 가장 수익성이 높았는지를 분석한다. 그런 후 어떤 사용자에게 효과가 있었던 설정값을 비슷한 범주로 분류된 사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킨다.

 

인간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반응을 받으면 자신의 행동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특정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시키고 유통하는 데에는 정확한 이유가 없다. 버머 알고리즘은 설정을 임의적으로 변화시킨 후 가장 결과가 좋았던 설정값을 선택한다. 이 과정을 수행하는 알고리즘조차도 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 알고리즘은 가치 판단 없이 그저 사람들을 더 많이 자극하고 참여시킬 수 있는 콘텐츠의 생산만 유도한다.

 

그 결과 버머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없애고, ‘꼴통’ ‘관심종자를 생산한다.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말은 문맥 없이 유통된다. 사용자들은 정보를 편식하고 점점 공감능력을 잃는다. 민주적인 형태로 시민들을 결속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더 빠른 해체를 가져온다.

 

러니어는 버머의 위협이 기후변화와 비슷한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가령 어떤 특정한 폭풍우, 홍수, 가뭄이 기후변화 탓에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런 재난이 발생할 확률에 기후변화가 영향을 줬다고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속물 같은 사람이 버머 때문에 더 심각한 속물이 되었는지, 혹은 버머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 증명하기는 힘들지만, 버머 플랫폼이 사용자들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으리라는 유추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버머가 작동하지 않는 착한 소셜미디어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할까. 러니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네트워크의 이점은 사람들이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할 때만 나타난다. 주변 사람 모두를 데리고 가지 않는 이상 소셜미디어를 옮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럴 바에야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

 

러니어는 멀리서 당신을 조종하는 사람들에 맞서서 공격하기보다는 당신 스스로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실리콘밸리 사람들을 돕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그들(나와 내 동료들)이 방향을 바꿔서 더 나은 길을 찾아 나서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덧붙인다.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그 사람들이 IT 업계를 향해 직접 목소리를 내거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일정 기간만이라도 계정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그러니 당장 당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해보자./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페이스북 없는 세상에 산다면?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늘 더 많은 연결을 추구해왔고, 페이스북은 그 대표적 결과다. 페이스북이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게티이미지뱅크

 

페이스북은 인터넷 참주거대권력 비판 증가

페이스북 없을 때의 변화 예상해본 논문 주목

 

전세계 인구 30%23억명의 이용자가 거주하는 사상 최대의 사이버제국페이스북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본격화하는 상황은 페이스북 없는 삶과 세상에 대한 상상도 주목하게 만든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페이스북이 사라진 세상을 개인적 차원에서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 상상해본 글을 실었다.

개인적 차원 페이스북 없으니 행복감 증가

 

페이스북 없는 환경에서 개인들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상상은 지난 1월 공개된 논문을 통해 실제로 구현됐다. 미국 뉴욕대의 헌트 올콧(Hunt Allcott) 교수와 스탠퍼드대 매튜 겐츠코(Matthew Gentzkow) 교수 등의 논문 소셜미디어의 복지 효과(The Welfare Effects of Social Media)’은 페이스북 이용이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결론 내렸다.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씩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 2844명을 모집한 뒤 한달간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하도록 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실시간 기분에 대한 평가를 한 결과다.

페이스북 사용을 중단한 결과 삶의 질이 높아졌고, 친구와 가족들과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페이스북 대신 다른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이어지는 풍선효과는 없었고, 페이스북 사용 중단으로 하루 평균 1시간의 여유 시간을 얻게 된 것이 나타났다.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페이스북 사용 중단 실험 이후였다. 실험이 종료된 뒤 피험자들에겐 페이스북 사용에 대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페이스북 이용 시간을 줄였다. 이용중단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페이스북 이용 시간이 23%나 줄어들었으며, 5%의 실험대상자들은 페이스북 계정을 아예 재활성화하지 않았다.

인터넷 환경에서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포모 증후근현상이 있지만, 실제로 페이스북 없는 삶을 경험한 이들에겐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페이스북 로고. AP 연합뉴스

 

사회적 차원 제국 붕괴는 새로운 연결망 건설 동인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늘 더 많은 연결을 추구해왔고, 대도시는 그 결과다. 많은 비판과 우려 속에서도 거대도시는 갈수록 늘어왔다. 미국 산타페연구소 고프리 웨스트 박사는 도시 인구수가 늘어날수록 창조적 역량도 늘어난다는 상관성을 밝혀냈다. 세계 12개국의 도시를 조사한 결과, 도시가 2배 더 크면 창조적 역량이 2.2배 더 커지는 등 인구가 많아질수록 창조적 역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통신망에서 노드가 증가하면 연결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인구와 창의성 영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 것이다. 세계 최대의 사이버 제국 페이스북의 성공 요인 또한 네트워크 효과에 기인한다.

 

하지만 제국의 붕괴가 기존 연결망의 종말로 귀결하는 것은 아니다. 런던정경대(LSE)의 가이 마이클과 옥스퍼드대 페르디난드 로시 연구진은 로마가 영국과 프랑스를 지배하던 시기에 형성된 두 지역 마을들의 성쇠를 연구했다. 로마제국의 붕괴 뒤 프랑스의 마을들은 계속 유지됐지만, 영국의 마을들은 쇠락한 곳이 많았다. 대신 영국에서는 바다로의 접근성이 좋은 곳에 새로운 마을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13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는 동안 프랑스의 전통적 도시보다 영국의 해안 주변 도시들의 인구가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로마시대의 네트워크를 유지한 프랑스와 달리 해안 중심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건설한 영국은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더 편리하고 많은 연결을 추구하며 사회적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왔지만, 이 점이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거대 연결망에 대한 의존 불가피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두 연구다. 페이스북이라는 거대 사이버 네트워크 제국이 사라진 개인의 삶, 사회적 삶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것이 현실화할지는 정책적 결정과 이용자들의 집단적인 선택에 달려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라 내마음 그곳에 - 김지연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