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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길고 긴 나무의 삶 外

by 이성근 2019. 5. 31.




길고 긴 나무의 삶 저자 피오나 스태퍼드|역자 강경이||2019.05

문학, 신화, 예술로 읽는 나무 이야기

 

저자 : 피오나 스태퍼드 옥스퍼드대학교 영문학 교수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친다.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시와 소설, 문학사, 예술과 환경에 대한 글을 쓰고, 고전 소설을 편집하며 나무 사이를 산책한다. BBC 라디오 3<에세이THE ESSAY>에서 자신이 쓴 <나무의 의미THE MEANING OF TREES>를 방송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결혼하여 두 자녀를 두었고 가족과 함께 버킹엄셔에 살고 있다.

 

목차

시작하며_, 나무껍질, 황금가지

 

주목

벚나무

마가목

올리브나무

사이프러스

참나무

물푸레나무

포플러

호랑가시나무

시커모어

자작나무

마로니에

느릅나무

버드나무

산사나무

소나무

사과나무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이 책에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다채로운 이야기에서 길어 올린 재미가 가득하다.신곡》〈지옥편에는 단테가 어둡고, 무성한 나무 가운데서 가지 하나를 부러뜨리자 검붉은 피를 급류처럼 쏟아내는 장면이 있다. 주목은 놀랍도록 피와 닮은 짙은 붉은색 수액을 흘리는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죽음에 비유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령 이야기나 무덤 장면, 범죄 시리즈의 긴장감 넘치는 순간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구약성경에서는 인류의 문화사에서 올리브가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장면이 등장한다. 대홍수의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올리브 가지를 물고 온 흰 비둘기가 노아의 방주에 앉는다. 이는 평화로운 미래의 첫 징표였고, 올리브 가지 문양과 비둘기는 희망과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 역사와 관련된 나무 이야기도 있다. 벚나무는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형상인 동시에 일본의 군사력을 상징했기 때문에, 전후 한국은 일본 점령군이 심었던 모든 벚나무를 뽑고 토착종 나무로 대체했다. 이후 식물학자들 사이에서 벚나무의 유래에 관한 논란이 일었는데, 이는 식민 지배의 잔혹한 역사와 관련 있어서인지 아직도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한편 자작나무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나무로 꼽힌다. 스웨덴 순드보른에 있는 칼 라르손의 집 양쪽에는 그의 그림에서 가족의 일상을 담은 섬세한 수채화의 배경이 되었던 은색 자작나무가 서 있다. 라르손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구스타브 클림트도 그의 그림 <자작나무 숲>에서 보여주듯, 가을 자작나무 숲의 눈부신 흰색과 금색 나무를 예찬했다고 한다.

 

마로니에는 정원의 꽃과 그늘 아래서 시간을 보내는 프랑스 귀족을 위한 나무였다. 결국 마로니에는 그 귀족들보다 오래 살아남았고, 파리에는 여전히 마로니에가 가득하다. 센 강변을 따라 자유롭게 퍼져 있거나 상젤리제 거리에 고지식하게 서 있다.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에펠탑 아래에도 탑이 세워지기 오래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킨 대단한 마로니에가 있다.

 

나무 한 그루에서 비롯된 위대한 발견도 있다. 1665년 아이작 뉴턴은 전염병 때문에 케임브리지를 떠나 링컨셔의 가족 농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런 그에게 무겁게 열매를 달고 서 있는 사과나무가 완전히 새롭게 보였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보내는 평화로운 시간이 계시와 혁명의 순간이이 된 것이다. 뉴턴의 나무는 아주 오래 살다가 1820년 중력에 굴복했다. 그 과수원은 사과나무의 생명력을 증명하는 기념비로 남았고, 장원의 저택에는 뉴턴이 관찰했던 원래 나무의 작은 목재 조각이 코담배갑 형태로 남아 성물처럼 전시되고 있다.

 

책속으로

지중해 요리는 올리브와 거의 같은 말이다. 지중해 어디에나 흔한, 맛 좋은 올리브유가 샐러드와 케이크, , 튀기거나 구운 요리에 고유한 맛을 더한다. 올리브 열매도 무척 여러 모로 쓰인다. 빵에 넣어 굽기도 하고, 브루스케타 위에 바르는 반죽에도 넣고, 피자에도 뿌리고, 피망 구이에 속을 채울 때도 쓰고, 칵테일에도 띄운다. 지중해의 따뜻한 태양과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한낮의 시에스타가 어떻게 장수에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중해식 생활방식하면 떠오르는 좋은 건강은 지중해 지역 곳곳에 있는 올리브나무의 직접적인 영향일지도 모른다. --- 올리브나무중에서

 

어쩌면 우리는 낮은 한숨이나 달랠 길 없는 흐느낌을 듣게 될지 모른다. 오랫동안 버드나무는 상실의 나무로 알려졌다. 포로로 끌려가던 이스라엘인들이 바빌론 강변 버드나무의 늘어진 가지에 하프를 매달았던 때부터 그러했다.

포크록이 유행하던 1970년대 해리 닐슨은 청중에게 버드나무의 울부짖음을 들으라고 호소했고, 스틸아이 스팬은 버드나무 가지를 꽂은 모자와 머나먼 곳에 있는 진정한 사랑을 읊은 노래를 잊을 수 없는 리듬으로 레코드 세대의 마음에 각인시켰다. 시편에서 70년대에 이르기까지 버림받은 연인과 실연으로 마음 아픈 이들의 애처로운 행렬이 이어진다. 오래된 민요부터 재즈 고전에 이르기까지 버드나무의 노래는 슬프다. --- 버드나무중에서

 

아이들은 이제 애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IT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사과와 이름이 같은 전자기기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카슈미르나 칠레엣 사과 따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슈퍼마켓 선반에 놓인 탐스러운 여섯 개들이 사과 세트를 생산하는 데 어떤 노동이 들어가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한 개의 사과가 지구 맞은편 사람들을 직접 연결해준다. 전자제품이 아닌 애플로부터 거둘 것이 여전히 많다. 사과나무아래에서 보낸 한 시간은 농부와 정원사뿐 아니라 미래의 식물학자, 화학자, 물리학자, 화가, 작가, 경제학자, 정치가, 재계 인사가 싹틀 씨앗을 뿌리기도 한다. --- 사과나무중에서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저자 임경빈|편집 이경준, 박상진|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9.04

가시나무하면 제주도가 생각날 정도로 제주도에서 많이 난다. 가시나무에도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등 종류가 적지 않다. 가시나무는 도토리를 맺는다는 점에서는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등과 비슷하다. 이들은 모두 참나무속oak group이다. , 참나무속 중 상록성의 것이 가시나무아속亞屬이다.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해안 지대와 제주도, 그 외 일본과 중국에 분포한다.---p. 15

 

감나무와 내 어린 시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서당에 가서 천자문동몽선습童文先習이라는 한문책을 공부했고, 때로는 당시唐詩도 배웠다. 여름에 감나무 아래 멍석을 펴면 그곳이 글방이 되었다. 우리 집 앞 서리감나무 아래가 으레 노천 교실이 되었던 것이다. 글방 선생님은 우리 집 사랑방에 거처했다.

늦여름이 되면 감 열매가 상당한 크기가 된다. 감은 밤중에 잘 떨어지는데, 떨어진 감은 전부 먹음직한 것들이었다. 아침이 되면 바구니를 들고 떨어진 감을 주우러 나갔다.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나야 많이 주울 수 있다. 어둠이 가시자마자 나가야 한다. 다른 사람이 지나간 후 감나무 밑을 뒤져봐야 헛일이다.---p. 28

 

계수나무는 달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나무이다. 옛 책을 보면 달에 있는 계수나무는 높이가 오백 장이나 되고, 그 나무 아래에 한 남자가 있어 항상 이 나무를 베어내고 있으나, 나무의 상처가 금방 아무는 까닭에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다고 한다. 이 남자의 이름은 오강吳剛인데, 신선술을 배우고 있던 중 죄를 지어 그 벌로 달의 계수나무 베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중노동의 형벌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저 달에 죄인이 있다는 사실은 순결하고 평화스러운 달에 무언가 마땅치 않은 맛을 남긴다. 달을 쳐다보면 검게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계수나무로서 계백桂魄이라고 불린다. 계백은 달의 별칭이기도 하다.---p. 50-51

 

단풍나무의 아름다움을 담은 한시로는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泊(풍교에 밤배를 대고)과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을 들 수 있다. 모두 당나라 명시로서 오늘날까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다.

 

月落烏啼霜滿天 달 지고 까마귀 우는데 하늘 가득 서리 내리고

江楓漁火對愁眠 강가의 단풍과 고깃배 등불 바라보다

시름 속에 잠을 청한다

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 밖 한산사에서

夜半鐘聲到客船 한밤중에 울리는 종소리 나그네의 배에까지 들려온다

 

위의 시에서 장계가 어떤 심정으로 시를 읊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황홀한 단풍나무 숲을 떠오르게 하는 매력이 있다.

 

遠上寒山石徑斜 비탈진 돌길로 저 멀리 차가운 산을 오르자니

白雲深處有人家 흰 구름 이는 곳엔 인가가 있네

停車坐愛楓林晩 수레를 멈추고 해질녘 단풍 숲을 즐기자니

霜葉紅於二月花 서리 맞은 나뭇잎이 봄꽃보다 더 붉네 ---p. 186-187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 저자 임경빈|편집 이경준, 박상진|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9.04

모과도 과일인가?”라는 말이 있다. 모과는 과일 중에서 제일 나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모과는 생것으로 먹을 만한 것은 못 되는 것 같다. “이웃집 누구는 인물이 모과 같아서 좋은 신랑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도 한다. 모과는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겨서 질서가 없는 편이다. 모과처럼 생기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과의 향기는 정말 좋다. 누구든지 모과를 사면 손으로 들고 그 생긴 꼴을 먼저 감상한 다음 코로 가지고 간다. 향기의 농도를 감정하는 것이다. 모과는 벌레 먹고 못생긴 것일수록 향기가 좋다. 모과라는 명칭은 한자 목과木瓜에서 온 것으로, 노랑 참외 같지만 나무에 달리는 것이므로 모과(나무 참외라는 뜻)라 부른다. 그럴싸한 이름이다. 또한 화리목花梨木이라고도 부른다.--- p.15

 

모과가 못생긴 덕분에 빛을 낸 이야기가 있다. 모과가 환공桓公을 훌륭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옛적 위나라가 적군에 져서 쫓기게 되었을 때 환공이 위나라를 돕고 구호물자로 수레와 말과 그릇과 옷가지를 보냈다. 그 덕분에 위나라는 다시 일어서게 되었다. 위나라는 환공에게 크게 감사하고 후하게 보답하고자 했다. 이때 환공이 말하기를 나는 당신에게 모과를 던져준 것뿐인데 당신이 나에게 구슬과 보물로 보답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오. 그보다는 서로 계속해서 좋은 정분으로 지내는 것이 더욱 좋을 것 같소라고 했다. 환공이 던진 모과란 물론 수레, , 의복 등등을 말하지만, 이것을 모과라는 말로 대신하여 모과가 환공을 훌륭하게 하였다木瓜美桓公也고 표현하고 있다.--- p.16-17

 

백목련은 꽃 조각이 9개이지만 목련은 6개이므로 구별이 잘 된다. 또 목련은 작은 가지가 더 녹색을 띠고 있어 구별이 된다. 목련도 잎이 나기 전에 흰 꽃을 피우는데, 이를 목필木筆이라고도 한다. “목련꽃이 지고 나서 살구꽃잎이 난다辛夷花盡杏花飛는 시의 한 구절은 이 나무의 빠른 꽃 때花期를 나타내준다. 목련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 많다. 다음은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작품이다.

 

芳情香思知多少 꽃다운 애정과 향기로운 생각이 얼마인지 아는가

惱得山僧悔出家 집을 떠나서 산으로 들어간 스님이 세속을 떠난 것을

목련꽃으로 말미암아 후회하더라

 

목련꽃이 얼마나 아름답기에 스님의 마음을 설레게 할까(50-51

 

우리나라에서 무궁화無窮花라는 한자명은 고려 때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최초로 나타난다. 1935년 동아일보 기사에 조선의 국화 무궁화의 내력이라는 제목 아래 윤치호 씨 등의 발기로 양악대가 조직되어 애국가를 창작하고 애국가의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넣음으로써 무궁화는 조선의 국화로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 p.40

 

약밤은 약 2천 년 전에 중국 승려들이 가지고 와서 대동강 하류 지방에 퍼뜨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밤나무의 주산지인 성천成川은 예전 북한에서 손꼽히는 도시였고, 그때는 중국과의 교통이 빈번하여 승려와 유학생의 왕래가 있었다고 한다. 반면 함종咸從 지방에 난파難破된 중국 상선商船에서 약밤이 나와서 증식이 되었다고도 하며, 또는 이 밤나무가 과거부터 이 지방에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모두 확실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지방에는 400~500년생 약밤나무가 있다 하니, 그 연대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는 있다. --- p.92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 저자 임경빈|편집 이경준, 박상진|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9.04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지형이 생기生氣를 가질 때 그것은 길지吉地로 여겨졌고, 그 생기가 흐르는 맥은 산맥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생기가 축적되는 곳이 진산鎭山이며, 각 도읍은 진산을 가지고 있었다. 진산에 나무가 없으면 생기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고려사高麗史]에서는 개성의 진산 송악松嶽에 대해 금벌禁伐하였고 나아가 소나무를 심게 했다고 전한다. --- p.17

 

스트로브잣나무는 미국 개척사開拓史와 관련이 깊다. 유럽에서 새로운 땅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 동북부에 상륙했는데, 이때 그들은 이곳이 스트로브잣나무로 덮여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래서 미국 개척의 첫 작업은 스트로브잣나무를 잘라서 다리를 놓고 집을 짓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처음 수출한 물품이 스트로브잣나무 목재였다. 다시 말해서 미국 해외 교역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 바로 이 나무의 목재였다는 것이다. --- p.51

 

은행나무는 한자로는 銀杏이라고 쓰는데 은빛 나는 살구 씨와 닮아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서양 사람들도 은빛 나는 살구라 하여 이를 그대로 번역, 실버 어프리코트Silver apricot(은빛 살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 이름은 메이든헤어 트리Maidenhair tree(처녀 머리 나무)라고 한다. 은빛 나는 윤기 있는 처녀의 머리카락,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은행나무는 아름다운 나무인 것 같다. --- p.107

 

잣나무는 우리나라 자연 경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인 김삿갓이 금강산을 유람하며 읊었다는 시구詩句 중에서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 바위와 바위를 돌고 도니라는 뜻의 송송백백암암회松松柏柏岩岩廻의 송은 소나무일 것이고 백은 잣나무 또는 측백나무를 뜻하는 글자로 해석할 수 있다. --- p.145~146

 

일본에서 주목은 첫째가는 귀한 나무라 해서 이치이一位로 불렸고, 또한 옛적부터 이것으로 홀을 만들었다. 홀은 합죽선을 접은 것처럼 생겼는데, 신하가 왕을 뵐 때 조복에 갖추어 손에 잡는 판자로, 때로 신사神社에서 신을 모시는 신관神官이 손에 잡는 나무판자도 홀이라 하였다. 여간 좋은 나무가 아니고서는 홀이 될 수 없으며, 일본에서는 전적으로 이 나무로 홀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속리산 소나무에 임금이 정이품의 벼슬을 주었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주목에 정일위正一位의 위계를 준 바 있다. --- p.161

 

두보의 시에 다음과 같이 꽃이 불탄다는 표현이 있다. 이때 산을 불타게 할 꽃은 진달래나 철쭉밖에 없지 않을까 불꽃과 같은 꽃을 달리 찾기는 어렵다.

 

江碧鳥逾白 강물이 푸르니 새는 더욱더 희고

山靑花欲燃 산이 푸르니 꽃은 불타오르려 한다

今春看又過 이번 봄도 그럭저럭 가 버리고

何日是歸年 고향으로 갈 날은 어느 때쯤인가

--- p.203

 

본초강목에 나오는 팥배나무棠梨 그림은 매우 사실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의 고전 이아爾雅는 곧 감당甘棠인데 그중 붉은 것을 두라 하고 흰 것을 당이라 하나, 어떤 사람은 열매의 맛이 떫은 것을 두라 하고 단 것을 당이라 하고, 또는 암나무를 두라 하고 수나무를 당이라 한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 p.228

 


 

천년도서관 숲 저자 김외정|메디치미디어 |2015.09

저자 김외정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림서에서 산림경영 과정을 연수하였고, 미국 아이다호대학 산림과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산림경영부장, 임산공학부장을 역임했다. 국가 산림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대통령 근정포장과 소호문화재단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산림바이오에너지학회 회장, 한국임학회 편집위원장, 한국목재공학회 부회장, 산림정책연구회 부회장, 지식경제부 건축기술심의위원(KS건축부회) 등을 역임하며 활발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첫 발령지인 국립산림과학원에서 36년 동안 숲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연구해왔다. 숲의 공익기능을 경제효과로 수치화하여 숲 조성의 경제적 토대를 마련하였고, 구리시민한강공원 조성 등 도시숲 조성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숲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연구에 평생을 바쳤으며, 지난 36년 동안 나무와 동고동락하며 얻은 지혜를 이 책 천년도서관 숲에 담았다.

2015년부터는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에게 나무와 숲 그리고 산림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펼쳐나가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숲의 방랑자들에게 16

1장 방랑자들의 첫 번째 어머니 25

숲은 오감자극의 천국 / 숲 속의 피톤치드 향기 / 안정과 치유의 녹색 / 숲이 주는 청정자원

다양한 숲 속 테라피 / 피톤치드 향기 속에서 진리를 깨달은 석가모니

장미꽃을 선물로 받으면 향기부터 맡게 하라 / 감성 에너지를 깨우는 피톤치드 향기

우리 생활에 녹아든 피톤치드 / 숲의 과학 이슈들: 피톤치드, 숲 속 예방의학의 선물

숲과 바다 그리고 인간의 생태계 / 세계 숲 복원을 위한 기회 / 후쿠시마를 집어삼킨 지진해일

호모 라보란스의 숲 / 학교 폭력을 줄여주는 학교 숲 / 스트레스와 끈적끈적한 피

숲길 걷기로 미토콘드리아를 춤추게 하라 / 숲길 위에 분노란 없다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다리 / 사랑하는 이를 자연의 품으로

바이오필리아의 자연 회귀 본능 / 숲의 과학 이슈들: 어머니의 땅으로, 수목장

우리숲 여행기: 서울 홍릉수목원

 

2장 한반도를 지배하는 나무들 71

아낌없이 주는 소나무 / 척박한 땅의 첫 번째 개척자 / 명목 춘양목의 정체 /

숲의 주연, 참나무, 시들어도 지지 않는 떡갈나무 잎 / 도토리의 행방이 수상쩍다

우리 생활문화에 친숙한 진목 참나무 / 하늘을 찌르는 신목 서양 참나무

숲의 과학 이슈들: 학자들도 헷갈리는 참나무 육총사잎 모양과 색깔로 구분하는 법

대나무는 풀일까 나무일까? / 핼리혜성의 방문과 60년에 한 번, 대나무꽃

인류의 두 번째 불의 발견 / 우물가 전설의 주연, 버드나무 / 하늘을 날아다니는 종모

아스피린과 성냥개비 / 포플러 수림대가 빛나는 강변 살자 / 버드나무와 바이오매스 에너지

숲의 과학 이슈들 : 수목정화기능 / 곳간을 채워주던 뒷산 밤나무 숲 / 부귀와 자손의 상징,

북상하고 있는 밤나무 재배지 / 썩지 않는 밤나무 목재

우리숲 여행기: ‘조선 수군의 전함이 된 바다 금강송충남 태안 안면도 소나무 숲

 

3장 가장 진화된 전쟁 113

빙하기를 견뎌낸 공룡시대의 나무들 / 영하 269에도 죽지 않는 자작나무

나무의 내동성에 얽힌 비밀 / 알레로파시, 공격인가 자기방어인가 / 장님들의 첨단 레이더

사랑과 번식의 화학무기, 페로몬과 카이로몬 / 지상에는 무선, 땅속에는 유선 /

덩굴식물의 휘감기 / 예민한 온도 센서와 꽃망울 / 거실의 소나무 분재가 정말로 모차르트를 좋아할까 / 냄새 맡는 나무, 후각으로 위험신호를 소통한다 / 뇌를 포기하고 고통 없는 보상을 선택한 나무 / 뿌리 깊은 나무가 숲을 지켜준다 / 소나무와 송이, 상생의 생존전략

잿더미의 위대한 개척자들 / 거인 나무와 2톤의 괴력 / 휘황찬란한 단풍 컬러쇼의 비밀

대륙의 가을 단풍 색이 다른 이유 / 거친 연안을 살찌우는 곰솔과 동백

바다에 뿌리를 내리는 맹그로브의 미스터리 / 인간과 맹그로브의 지속가능한 공존

숲의 과학 이슈들: 나무가 거친 해풍과 염해(鹽害)를 극복하는 비결

새들은 비상을 위해 뜨거운 몸이 되었다 / 안전과 번식의 신호, 새들의 지저귐

절제하는 하늘의 포식자들 / 우주왕복선을 뚫어버린 딱따구리 부부 /

올빼미가 장착한 비밀병기 / 우리숲 여행기 : ‘청룡과 황룡의 신비한 연못 그리고 거대한 노거수 경기 양평 단월 느티나무 숲

 

4장 숲의 선물 161

천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마시는 삼림욕’ / 도선국사가 고로쇠 수액을 처음 마시던 날

골다공증을 막아주는 달콤한 물 / 수액 분출의 동력 / 숲 속의 성실한 청소부 버섯

숲 속의 보물, 토양생물 / 나무와 상생하는 버섯 / LPG 연료와 사라지는 송이버섯

버섯의 왕 송이버섯, 소나무에게는 을()이다 / 타이가 숲의 지배자 자작나무

순림 형태로 잘 자라는 선구 수종 / 수피로 화촉을 밝히다 / 카누, 수액 그리고 자일리톨

옻나무의 세 얼굴, ··/ 옻의 세 얼굴 / 숲의 과학 이슈들: 천년 광택, 옻칠 도막의 비밀

마을마다 집집마다 감나무 / 단감과 땡감 / 땡감의 떫은맛 없애기

생활 건강에 깊숙이 스며든 감나무 자원

우리숲 여행기 : ‘백옥의 속살이 아름다운 고품격 숲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5장 죽어서도 사는 나무 195

쾌적한 주거를 위한 습도 조절 / 웰빙과 힐링의 목조주택 / 물과 절친한 목재의 빛과 그늘

숭례문 누각기둥의 역습 / 문화재도 인공건조 기술로 만드는 시대 /

자연과 역사의 지문, 나이테 / 생명체의 진동주기와 공명하다 / 목재의 품격, 요철 /

숲의 과학 이슈들: 연륜연대학 / 목조건물은 제3의 피부 / 나무가 든든한 기둥감인 비결 / 목재의 뛰어난 조습능력 / 목재의 따스한 SW 감촉 / 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해주는 목조주택 / 목재 마루가 건강에 좋은 이유 / 숲의 과학 이슈들: 목조건축의 황금시대 / 기후변화를 나무로 저지하라 / 목조건축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기 위하여 / 목재의 결점을 보완한 구조집성재와 CLT / 한반도에서 꽃피운 천년의 종이, 한지 / 지천년 견오백

한지, ()스타일의 문화산업으로 성장하다 / 양지 백년, 한지 천년 / 미래의 대체에너지 숯

철기 문명과 숯 / 에디슨의 대나무 숯 필라멘트 / 숯가마의 세포 마사지

숯의 무한 구멍과 테니스코트 / 숯과 에너지 문명

숲의 과학 이슈들: 760년 팔만대장경 아래에 숨쉬고 있는 숯의 과학

우리숲 여행기 : ‘생명의 숲이 선정한 아름다운 마을숲전북 장수 노하숲

 

6장 호모 포레스트쿠스의 사명 243

신선한 아침의 신비를 되찾기 위하여 / 천연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 거대한 녹색 가스교환기

뉴욕 시의 미네랄워터 / 지구 생명에너지의 원천 / 빛에너지 고정시스템 / 탄소 고정시스템

광합성의 기적이 일어난 별 / 숲의 과학 이슈들: 원핵생물과 합체한 미토콘드리아

문명의 기원, 녹색 태양광에너지 / 이산화탄소 제로 프로젝트 / 탄소배출권과 환경 경제 이야기

기후변화를 줄이는 탄소저장 사업 / 아파트 탈출의 시작, 프리컷 주택 /

호모포레스트쿠스의 사명 / 우리숲 여행기 : ‘신라의 홍수를 막은 천년 숲 경남 함양 대덕리 함양상림

 

에필로그 : 불의 종족과 유년기의 끝 268

주석 273

찾아보기 280

저작권 표시 287

출판사 서평

한 그루 나무는 책, 숲은 거대한 도서관

인간의 진화, 문명, 미래 모든 지식이 담긴 천년도서관 숲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수목장

숲의 대표적인 민속학 지식으로 저자는 수목장을 꼽았다. 수목장은 죽은 이가 살아 있는 이의 공간을 빼앗지 않으며 오히려 건강한 숲을 조성케 하는 문화로 일컬어진다. 또한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우리 DNA에는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성향이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수목장은 편안하고 가치를 남기는 죽음, 즉 웰다잉(well dying)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수목장은 스위스인 우엘리 자우터(Ueli Sauter)와 영국인 친구의 우정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죽으면 벗과 함께할 수 있도록 스위스에 묻어다오라는 영국 친구의 유언에 따라 우엘리는 그의 골분을 뒷산 나무 밑에 묻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골분이 나무뿌리의 거름이 되도록 하면 벗과 나무가 영원히 상생할 것이라 믿은 것이다. 그렇게 수목을 다리 삼아 사별의 고통과 슬픔을 치유하면서 탄생한 장묘문화가 바로 수목장이다.

스위스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원칙을 중히 여긴다. 건축물이나 안내표지판 등 어떤 시설물도 설치하지 않는다. 추모목의 위치 표시도 직경 5cm의 둥근 흰색 페인트와 기호 표시가 전부다. 분골한 유골은 별도의 유골함 없이 나무 밑에 그대로 묻는다.

독일 수목장은 장례 절차와 방식뿐만 아니라 수목산림 자체를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관리한다. 조형물, 철망, 벤치, 잔디밭 등 인위적 인 시설물이 없다. 수도나 전기 같은 편의시설도 없다. 묘비 등의 큰 인공물을 설치할 수 없으며 고 인을 묻은 나무에 작은 표시를 해두는 것이 전부다. 독일인들은 생전에 추모목을 구입하는 경우가 80%로 추모목 구입자들은 평소에도 자주 산책을 하면서 나무를 돌보며 마지막을 준비한다.

 

독일 수목장의 특징은 자연 그대로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전기, 수도, 벤치, 잔디밭 등 인공시설이 없다. 또한 묘비나 장식물을 설치할 수 없고 고인의 이름과 고유 식별번호를 적은 작은 팻말 정도만 둘 수 있다

 

400 순수과학

뇌를 포기하고 지구를 지배하게 된 식물의 힘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착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구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1350cc의 뇌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 뇌가 없는 연약해 보이는 식물들이다. 복잡한 뇌를 포기한 대신 정교한 호르몬으로 주위를 인식하고 반응하며, 햇빛과 양분을 얻고, 꽃과 잎을 피우며, 종자를 결실한다. 물리화학적인 생체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중력을 거슬러 30m 높이에 물을 뽑아 올리고, 추위에 대비하여 단풍과 낙엽을 지우며, 영 하 70도의 혹한에도 얼지 않도록 세포의 삼투압도 조절한다.

칡과 덩굴이 휘감는 갈등의 용틀임은 중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인식한다. 나무는 추운 겨울을 지나면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한 온도 센서를 장착하여 온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무는 자신을 둘러싼 향기를 인식하고 또 발산하기도 한 다. 이를 이용해 공기 중에 떠도는 극미량의 휘발성 성분에도 반응하면서 해충과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항하여 위험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척추동물들은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골격을 발달시켰지만 식물은 나무줄기를 발달시켰다. 둘 다 기능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식물은 동물 과 달리 뇌가 없는 상태로 진화되어왔다. 나무에 뇌가 없다는 것을 염두를 둔다면, 나무의 반응을 의인화하는 것은 재미있는 표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무는 지능도 존엄성도 고통도, 특히 세상의 괴로운 불협화음을 듣 는 고통도 없다. 다만 주변세상을 정확히 인식할 뿐이다. 이 무통의 혜택은 먼 원시시대에 동물과 분화할 때, 복잡한 뇌 발달을 포기한 대가로 보상받은 천혜의 선물이 아닐까?

 

인간은 달팽이관으로 균형을 잡지만 식물은 뿌리 끝의 평형석을 이용해 뿌리를 중력 방향으로 이끈다. 비스듬한 절벽에 자라난 풀도 뿌리를 굳게 박고 위로 자라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숲 속 동물이 광합성을 한다고? 엽록체를 섭취하는 푸른민달팽이

최근 엽록체를 섭취하여 스스로 광합성을 하는 푸른민달팽이(Elysia Chlorotica)’가 나타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푸른민달팽이는 해조류 등을 섭취한 후 조류의 DNA를 복제하는 수평적 유전자 전이를 통해 광합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른민달팽이를 연구하면 언젠가는 사람도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며 수많은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푸른민달팽이는 섭취한 해조류의 일부를 소화하지 않고 자신의 DNA로 복제하는 능력이 있다. 이는 동물과 식물의 경계를 일부분 허무는 획기적인 발견이다

 

K-T멸종과 공룡의 맛있는 후손들

누구나 한 번쯤은 키워봤을 귀여운 병아리들과 우리의 주식 치킨의 재료 인 닭이 사실은 K-T멸종 이후에 살아남은 거대한 공룡의 후손일 것이라고 진화 생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일부 공룡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크기가 작아졌고 그 일부가 지금의 닭이 되었다는 가설이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닭의 DNA를 이용하여 공룡을 복원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닭과 가장 가까운 공룡이 광폭하기로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는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공룡들이 노니는 거대한 테마파크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봄직하다.

 

K-T멸종이란 지금으로부터 약 6500만 년 전 육상생물의 약 75%가 멸종되었던 것을 말한다. 멸종의 원인으로는 소행성이 유카탄 반도 지역에 떨어져 대규모 기후변화가 일어났다는 소행성 충돌설이 유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친환경 수질정화시설과 뉴욕 시의 미네랄워터

한국의 쓰레기 매립지 4,733 헥타르에서 나온 침출수의 용해 질소 성분과 토양의 잔류 중금속이 하천변 수질과 토양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는 오염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17년 전에 식재한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 내(월드컵공원) 포플러 조림목은 생장이 우수하고 토양 속의 칼륨과 나트륨(50~60% 감소)은 물론 망가니즈(망간), 크로뮴(크롬) 등 중금속도 왕성하게 흡수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한국이 본받을 만한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미국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 시의 수목 정화기능을 극대화한 휘트니 수질정화시설이다. 이 시설은 수목을 이용해 시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있다.

전국 해안 매립 간척지 면적은 약 11만 헥타르에 달한다. 이들 지역의 토양은 염분과 오염물질을 제거해야만 농지 등 타 용도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간척지에 생장이 빠르고 내염성(耐鹽性)이 강한 포플러를 조림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 고 토양 개선 효과가 큰 사업으로 제시되고 있다.

뉴욕 시는 여의도 면적의 약 40(32,000헥타르)에 달하는 캐츠킬 산림유역으로부터 800만 인구의 식수를 얻는다. 1990년대 후반 뉴욕 주와 연방정부는 캐츠킬 산림유역의 이용권을 14억 달러에 사들여 상수원 보존 지역으로 묶고 수질을 보호했다. 그 결과 뉴욕 시는 정수장 설치 비 50억 달러와 연간 운영비 3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 뉴저지와 서부 오 리건 주, 포틀랜드 시 등도 마찬가지로 양질의 수돗물 확보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산림유역 상수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유역에서 발원된 산원수는 깊은 산속에서는 계곡수로, 산기슭에서는 지하수가 되어 몸을 낮춰 하천으로 흘러간다. 이 물은 무색무취로 맑고 깨끗하며 적당량의 미네랄(칼슘, 마그네슘 등)과 이산화탄소, 산소를 함유한 맛 좋은 물이다. 뉴욕 시가 산림유역 상수원 사업을 중시하는 이유는 자연이 만들어낸 청정수의 품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뉴 헤이븐 휘트니 수질정화시설과 캐츠킬 산림유역. 뉴 헤이븐 수질정화시설은 식물을 이용한 중금속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시설이다. 뉴욕의 식수는 캐츠킬 산맥의 집수역에서 여러 터널을 거쳐 공급된다. 집수역의 천연 물 여과는 물 처리 공장 에 의한 식수 정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도시는 뉴욕을 포함해 미국에4개 밖에 없다

 

500 기술과학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의 생명과학 이야기

우리가 숨 쉬고, 마시고, 먹는 이 모든 것은 당연한 혜택이 아니라 태양의 핵융합에서 발생한 빛과 그것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식물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식물은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생명체의 호흡에 반드시 필요한 산소를 내놓는다. 또한 녹말 형태로 저장되는 당분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의 소중한 양식이 된다.

광합성 세균을 포획하는 데 성공한 진핵생물은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가동하여 자신이 만든 광합성 산물을 운반·저장·재가공하는 데 필요한 여러 장치들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다세포 고등식물로 진화하면서 숲을 만들고 산소 대기농도를 21%까지 올려놓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억 년 전, 생물들의 조상인 메탄생성고세균이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인 알파프로 박테리아를 삼켜버렸다. 그 덕분에 메탄생성고세균은 산소를 이용해 이전보다 월등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폭발적인 진화가 가능했다.

그런데 만약 메탄생성고세균과 알파프로 박테리아가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와 지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지구의 산소 농도는 훨씬 낮고,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 고등생물은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며, 작고 산소를 싫어하는 미생물들만 바닷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대기의 산소 농도가 낮아 낮에도 지구는 푸른빛이 아니라 어두컴컴할 것이다.

 

햇빛이 내리는 조용한 숲 속, 조그마한 엽 록체의 명반응 덕분에 나무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우리 인류는 절대 생존 물 질인 산소를 마시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목재로 지은 고층 아파트의 건축공학 이야기

2013년에는 영국 런던에 9층 규모로 세계 최초의 현대식 목조아파트가 완공되었다. 이어서 호주 멜버른에 10층 현대식 목조아파트가 들어섰으며 스웨덴은 30층 규모의 현대식 목조건물의 건축을 승인했다. 캐나다 벤쿠버에서는 세계적인 건축가 마이클 그린이 20층 목조 아파트의 설계를 마치고 시공을 앞두고 있다. 원래 목조건축은 건축물의 경량화와 공기 단축, 내진 성능과 생태 건축 측면에서 장점이 많지만 강도가 약하고 화재 위험 때문에 저층 건물로만 제한받아 왔다. 이런 층수(層數) 제한을 극복 하고 목조 고층빌딩 시대가 열린 것은 구조집성재, 직교적층재(CLT)와 같은 혁신적인 공학목재 개발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목재는 충격에 약할 것 같지만 의외로 진동 흡수 능력이 뛰어나다. 이는 비교적 약한 지진이라면 그 충격을 콘크리트 건물보다 덜 받는다는 뜻이다. 목재의 충격 흡수 능력은 건축 기간을 절약하는 데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오른쪽 사진은 런던 슈타트하우스의 3D 입체 설계도다. 이 건물은 불과 28일 만에 골격을 세울 수 있었다. 같은 규모의 일반 콘크리트 건물보다 4배 빠른 속도였다

 

600 예술

천 년을 가는 옻칠도막의 비밀

옻칠의 도장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칠을 잘 굳게 하는 공정이 중요한데, 칠을 한 다음 습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요령이다. 습도가 높으면 옻칠 속의 라카제(lacase)의 효소 작용이 활발해진다. 이로 인해 칠 성분인 우루시올이 몇 개씩 달라붙어 그물망 형태의 구조로 바뀌고, 다시 계단상으로 겹쳐 쌓이면서 우루시올이 굳어진 다. 이때 칠에 섞여 있던 라텍스나 질소화합물도 효소작용에 의해 우루시올을 둘러싸 보호한다. 이런 생화학적 작용으로 재료 표면에 도장된 옻칠은 온도 변화에 안정적이고 강한 도막(塗膜)을 만들어 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변하지 않고 광택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제 옻칠은 감촉미관방부방충내수유연접착 성능이 우수하여 오늘날 첨단 도료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우주 항공기의 특수 외장 도료, 군수선박 도료, 광케이블 보호막, 전기저항 보호막 등 첨단 제품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천 년을 가는 한지 예술

세계에서 현존 하는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 한지는 천 년의 수명을 자랑한다. 1966년 다라니경 발견 당시 오랜 산화 작용으로 부식되고 일부가 훼손되기는 했으나 원본 내용을 판독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았다고 한다.19 비단의 수명은 오백 년이지만 한지 수 명은 천 년을 간다는 지천년(紙千年) 견오백(絹五百)’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하 는 유물이다.

한지는 중국과 교류하면서 한반도에 제작 기술이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한지 제작 기술은 7세기 이후 통일신라를 거치면서 독자적으로 발전했으며 고려시대에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고려지가 탄생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 수공업의 하나였으며 조지서라는 국가기관까지 만들어졌다.

한지는 지폐, 건축 내장, 창호지, 각종 공예품 등 생활 주변의 고부가가치 자재로 활용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한지의 전통을 계승하고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6대 한스타일 20 문화산업의 하나로 지정하여 경쟁력 있는 한지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지의 내구성과 기록 보존의 우수성을 발휘하는 문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유네스코 세계기 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의 복본화 사업이다. 본 사업이 완료되면 문화유산의 전통을 온전히 이어가면서 40년마다 반복해야 하는 광디스크 저장사업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닥나무 한지는 종이를 누렇게 변색시키는 리그닌과 기타 불순물을 제거한 종이이기 때문에 열과 습기에 강하 다. 또한 섬유 조직이 직각으로 교차하여 내구성이 뛰어나 수명이 천 년을 간다

 

800 문학

백옥의 속살이 아름다운 고품격 숲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여행기

 

북방 시베리아 설원의 타이가 숲을 지배하는 자작나무는 강원도 인제에서도 만날 수 있다. 숲 입구에 차를 세우고 500m 정도 임도를 따라 숲 속을 걷다 보면 길 좌우로 빽빽하게 자작나무 숲이 시작된다.

75천 평에 달하는 작지 않은 규모의 숲에 탐방로 3.5km를 정비하고 목교와 유아숲 체험원 그리고 야외교실 등을 설치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원 대리 자작나무 숲은 탐방객들의 심리적 안식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지자체와 협력하여 숲이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위한 치유 문화 콘텐츠로 부상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명품 자작나무 숲은 녹음이 우거진 여름은 물론이고 소복하게 눈이 쌓인 겨울에도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를 자랑한다.

 

본래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경제림 자원 육성을 위한 인공조림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않게 자작나무가 커가면서 환상적인 백옥 수피의 위용을 드러내며 고품격 숲으로 변모했다

 

900 역사

연륜연대학으로 보는 중세의 소()빙하기

 

연륜연대 측정법을 학문으로 정립한 사람은 앤드루 더글러스(A. E. Douglas). 그는 1914년 미국 자연사박물관으로부터 뉴멕시코 주의 두 유적지에 있는 목조물의 연대를 측정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리고 나이테를 이용하여 두 유적지 간의 축조 연대가 40~50년 정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앤드루 더글러스는 흑점이 태양에너지의 변동을 초래한다는 중대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나이테에 남겨진 태양 강도 변화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후 풍토적 매개변수와 강수량 등을 토대로 자이언트 세쿼이아의 나무테를 분석하여 3000년 동안의 나이테연대기를 만들어내고 골격도법을 개발해냈다. 이를 계기로 연륜연대학 (Dendrochronology)이 본격적으로 발전했고, 그 후 연륜기후학, 연륜건축학, 연륜생 태학 등의 다양한 학문이 분화·발전되었다.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진품 여부를 가려내는 데 연륜연대학이 활용되기도 했다.

연륜연대학과 나이테는 역사 증명을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중세 역사의 사건들이 나이테로 밝혀진 사례가 있다. 17세기 당시 지구는 태양 흑점의 이상 활동 때문에 평균 기온이 매우 낮아 소()빙하기라고 불렸다. 이 시기에 유럽은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 마녀사냥 등 잦은 반란과 사회 혼란을 겪었다. 동아시아에서는 명나라가 멸망했으며 조선은 경신대기근과 전염병 창궐로 1670년에 전라도 인구의 55%, 경상도 인구의 20%가 사망했다.

또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당시 나무들의 촘촘한 목재 덕분에 출현할 수 있었다는 가설도 제기된다. 스트라디바리우스에 쓰인 목재는 유럽에서도 특히 추운 지역인 크로아티아의 단풍나무였다. 실제로 연륜연대학을 통해 20세기에 만들어진 위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찾아냈다는 일화가 있다.

우리나라도 충북대학교의 목재연륜소재은행에서 금강소나무를 비롯하여 다수 수종의 마스터연대기를 제작하여 1100년까지 문화재 연대를 측정하고 해석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목재연륜소재은행은 숭례문 기둥 누각 등에 사용된 목재가 금강소나무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연륜연대측정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숲에서 태어난 우리 인류는 방랑자였다. 이족보행이라는 혁신적인 진화를 이룬 이후에도 이 숲에서 저 숲으로 방랑해야 했다. 때로는 신선한 고기를 먹기 위해 짐승을 쫓아다녔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대부분의 동물은 우리보다 훨씬 민첩하고 튼튼하며 오래 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날카로운 돌창과 교활한 덫을 발명하기 전까지 우리 인류의 보금자리는 숲이고 먹을거리는 열매와 풀이었다.

그랬던 인류가 수십만 년이 지난 후 지금은 자연을 벗어나 인간 문명의 혁명을 거듭하면서 스마트 혁명을 이뤄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만이다. 우리의 몸은 여전히 숲에서 생활하던 선사시대의 인류와 크게 다를 게 없다. 특히 현대 인류가 받는 스트레스와 인체 생리학적 반응은 수만 년 전에 원시 인류가 먹이 사냥을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인체 생리적으로 동일하다. 그리고 여전히 숲과 나무에게 무수히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자연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결벽증적인 환경론을 들이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공존이라는 이름으로 취할 것은 최대한 취하고 우리가 돌려줄 수 있는 것은 반드시 돌려주는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를 보여줄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이 자연을 활용하는 현대 문명을 포기하기에는 우리 인류가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렇다면 공존을 위한 최선의 방식을 찾는 것이 자연과 인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프롤로그: 숲의 방랑자들에게중에서

 

인간은 사냥 중에 맹수를 만날 경우 전투태세를 갖추기 위해 자신의 몸에 스트레스를 걸었다. 사냥 중에 상처를 입어 치명적인 출혈이 발생하는 사태에 대비하여 혈관을 수축하고, 고혈당 상태로 피를 끈적끈적하게 만들었다. 혈류를 억제하는 동시에 혈당 공급을 늘려 근육의 순발력을 높이려 한 것이다. 지난 500만 년 동안 자연에 맞춰져 있던 우리 신체가 불과 200년 만에 도시화·산업화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는 것은 무리다. 현대의 인간은 항상 긴장과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지나치면 원시 인간이 사냥할 때 반응했던 것처럼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저체온, 저산소, 고혈당 생리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면역기능이 저하되면서 암, 당뇨, 고혈압과 같은 각종 생활습관성 질환이 발생한다. 스트레스성 만성질환과 환경성 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휴식과 수면을 충분히 취해야 한다. 또한 적당한 운동으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맞추고 혈압·심박·호흡을 안정시켜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몸에 새겨진 500만 년 전의 어머니 품, 숲에서 한숨 돌리는 것이다.

---1장 방랑자들의 첫 번째 어머니중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시베리아의 타이가 숲은 수해의 장관을 이룬다. 이 멋진 광경의 주인공은 흰색 줄기의 활엽수 자작나무다. 백옥같이 흰 수피가 북방 설원과 어우러지는 낭만적인 자작나무 숲은 문학과 예술 작품에 곧잘 등장한 다. 소설 빨간머리 앤에서 주인공 앤과 다이애나가 거닐었던 캐나다 프린 세스 에드워드 섬의 숲,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차이코프스키]에서 마차가 달리던 숲, 닥터 지바고에서 기차 창가에 펼쳐진 시베리아 파노라마 속의 숲,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 빙점(氷點)에 나오는 북해도 시라가바(白樺) 숲이 바로 자작나무 숲이다. 그 가운데 시라가바 숲은 문학소녀들이 중년을 넘기면서 한번쯤은 찾아가 보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

---4장 숲의 선물중에서

 

2008년에 반소되었던 숭례문의 복원공사에 하자가 발생하여 국가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소실된 지 5년 만인 201354일 숭례문 복원 준공식이 거행되었지만 불과 5개월 만인 10월에 숭례문 누각의 단청이 벗겨져 떨어져 나가고, 기와가 변색되었으며, 기둥이 터진 것이었다. 현판나무를 충분히 건조하지 않아 복원 3개월 만에 갈라진 광화문 현판 사건에 이은 국보급 건물에서 발생한 두 번째 참사다. 이 두 부실시공의 공통점은 여름철이 지나고 가을에 나타나는 목재의 갈라짐 현상이다. 가을철의 상대습도가 낮아져 덜 마른 기둥이 건조되면서, 수축되고 갈라지는 생목(生木)의 역습이 발생한 것이다. 만일 정부의 표준시방서에 따라 기준 함수율인 24%의 기둥을 사용했다면 평형함수율 13%를 향해 건조되는 과정에서 누각이 선 채로 수축 변형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만일 기둥 두께가 480mm인 목재를 사용했다면 산술적으로 기둥 두께의 2.6%12.5mm 정도가 수축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덜 마른 기둥이 세워졌다가 수축되면서 갈라져 균열현상이 발생했고, 덜 마른 서까래 표면도 도장을 잘 먹지 않아 단청이 벗겨져 나가는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5장 죽어서도 사는 나무중에서

 

해인사에 보관된 국보 32호 해인사 대장경판(팔만대장경)은 습기에 취약한 목판이다. 고려 고종 시기 1237년에 서 1248년 사이에 만들어졌으니 약 760년간 잘 보존되고 있는 셈이다. 대체 그 비결은 무엇일까? 비밀은 대장 경판 수장고인 장경각 건물에 숨어 있다. 장경각 건물은 환기와 제습 성능이 뛰어나 팔만대장경이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다.

대장경판을 장기 보존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습도다. 습도가 너무 높으면 판이 썩어 들어갈 위험이 있고 너무 낮으면 갈라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건물 바닥에 깊이 땅을 파고 숯을 대량으로 쌓아 장마철 습기가 차면 바닥이 습기를 빨아들이고, 반대로 가뭄이 들 때는 바닥에 숨어 있던 습기가 올라와 자동적으로 습도 조절을 해주고 있다.

고온에서 구운 숯 표면에는 무수한 다공질의 미세공(10옹스트롬)이 수증기 같은 습기를 물리적으로 흡착·방출한다. 숯 표면을 현미경으로 보면 미세한 다공질로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표면적 이 1g200로 테니스코트 넓이에 필적한다. 실제로 백탄이나 활성탄처럼 미세공이 많을수록 제 습 능력이 더 좋다. 팔만대장경의 760년 역사에 숯 과학이 스며 있는 것이다.

---5장 죽어서도 사는 나무중에서

 

우리나라의 산림은 역설적이게도 민둥산에서 시작했다. 그럼에도 연료림 조성 사업에 성공하여 에너지발전과 녹화라는 두 목표를 달성해냈다. 21세기 바이오 순환림 조성사업에도 성공한다면 조금 더 푸른 대지를 만들 수 있고 지구 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는 바이오필리아를 유전하는 우리의 본능이기도 하다.

자연공원법을 청원하여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지정에 지대한 공을 세운 미국의 존 뮤어는 숲 속에서 나무들과 숨결을 나누며 인간이 가야 할 이정표를 다음 한 문장으로 후대에 남겼다. “숲의 생명이 곧 사람의 생명이며 나무들은 키 큰 사람, 서 있는 사람이다. 나무가 한곳에 뿌리박고 서 있는 법을 인간은 배워야 한다.” 바쁜 일상일수록 시간 내어 우리 숲을 걸어보자. 식물들의 상쾌한 향기에 취해도 보자. 거목을 안아보자. 그 순간, 당신은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세계가 될 수 있다.

---6장 호모 포레스트쿠스의 사명중에서

 

우리 인간은 불의 종족이다. 불을 이용하는 법을 처음으로 깨달은 인간이 그 열기에 환희를 느낀 순간은 우리 인간과 다른 동물의 미래에 결정적인 갈림 길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최초의 불이 태우고 있었던 것은 숲의 나뭇가지였을 것이다. 이를 두고 숲과 나무를 신성시하던 다른 이들은 어머니를 태우는 자라는 죄목으로 첫 번째 프로메테우스를 추방하거나 아예 살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는 어머니로서의 숲을 태우는 일에 공포나 죄책감을 갖지 않게 되었을 때, 우리 인간은 최초의 이족보행이라는 생물학적 혁명에 더해 불의 발견이라는 화학적 혁명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때 마침내 자연에 대한 인간의 교만한 도전이 시작되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에 대한 자연의 역습도 준비되기 시작했다. (중략)

과학의 진군을 멈출 수 없다면 최소한 방향만이라도 공존으로 수정해야 한다. 나무를 벌목하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야한다. 숲을 벌목하되 그곳이 미래에 다시 녹음이 우거지도록 어린 나무를 심어야 한다. 2015년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킬 온실가스 방출을 막을 티핑 포인트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는 숲에서 진화하여 문명을 건설했다. 숲과 지하와 하늘과 바다 곳곳에 문명의 깃발을 세웠다. 지금, 인류는 별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DNA에는 숲이라는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 호모 포레스트쿠 스(Homo Forestcus)의 정체성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인간은 이제 막 숲의 종족으로서 유년기의 끝을 맞이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숲에 의존해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대지와 물과 공기를 물려주자. 이는 녹색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우리 호모 포레스트쿠스의 가장 고결한 이상이다. ---에필로그: 유년기의 끝중에서

 


 

행복한 나무여행 저자 고규홍|터치아트 |2010.07

목차   

들어가는 글

 

1. 자연의 힘으로 우뚝 선 명품 나무의 신비 _ 경기도, 강원도

01 명륜당 유생의 바람대로 성을 바꾼 나무 _ 서울 문묘 은행나무

02 사람의 마을에서 사람을 지켜 주는 고마운 나무 _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03 천년 왕국의 한을 품고 명목으로 자라난 나무 _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04 사진가들이 꼽는 최고의 모델, 4백 년 된 할배나무 _ 양평 두물머리 느티나무

05 ‘나무 아저씨의 노력으로 국가 문화재가 된 나무 _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06 고려 시대 마지막 왕의 최후를 지킨 나무 _ 삼척 근덕면 음나무

07 정원수로 키운 덕에 나라에서 최고가 된 나무 _ 정선 봉양리 뽕나무

08 큰스님의 지팡이가 자라난 큰 나무 _ 원주 문막 반계리 은행나무

09 명산에서 만나는 우리나라 명품 소나무 _ 설악동 소나무

 

2. 사람의 자취로 살아 있는 사람살이의 지혜 _ 충청도

10 멋으로 치자면 따를 나무가 없는 오가리 느티나무 _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

11 훌륭한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부부의 연을 맺은 나무 _ 속리 서원리 소나무

12 6백 년의 삶을 마을의 상징으로 살아 온 나무 _ 창원 연제리 모과나무

13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며 심은 최고의 회화나무 _ 당진 송산면 회화나무

14 옛 성터를 지키고 선 유금필 장군의 지팡이 나무 _ 성흥산성 느티나무

15 민중의 희로애락을 보듬어 안은 연못의 나무 _ 명재 고택 배롱나무

16 추사 김정희가 심고 애지중지 돌보며 가꾼 나무 _ 예산 백송

17 귀화 한국인 민병갈이 조성한 꽃으로 피어난 나무 왕국 _ 천리포수목원 목련

18 천년 세월, 한 자리를 지키고 선 마을 당산나무 _ 금산 행정 은행나무

 

3. 선비의 기상으로 이 땅을 지켜맴 호연지기 _ 경상도

19 4백 년에 걸쳐 절차탁마한 선의 예술 _ 청송 안덕면 향나무

20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평화로워야 함을 가르친 나무 _ 문경 농암면 반송

21 선비의 기품과 향기를 가진 아름다운 나무 _ 경주 양동 향나무

22 ‘토종다운 멋을 그대로 간직한 무궁화 고목古木 _ 안동 예안향교 무궁화

23 사람의 도움으로 수몰 위기를 이겨 낸 큰 나무 _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24 해마다 꼬박꼬박 토지세를 무는 부자 나무 _ 예천 감천면 석송령

25 마을이 처음 생길 때 심은 4백 살 된 나무 _ 구미 선산 독동의 반송

26 사람의 소망을 싣고 하늘 높이 향기를 피워 올리는 나무 _ 울진 죽변리 향나무

27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단아한 자태의 우리 참나무’ _ 영주 단산면 갈참나무

28 삼월삼짇날이면 막걸리 스물네 말에 취하는 나무 _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

29 대구 정신사의 한 축인 김굉필을 기리는 나무 _ 대구 도동서원 은행나무

30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얻은 용왕의 나무 _ 남해 창선 이순신 왕후박나무

31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의 혼이 담긴 나무 _ 하동 범왕리 푸조나무

32 고즈넉한 산사에 어울리는 소박한 멋의 나무 _ 마산 의림사 모과나무

33 외진 산골 마을에서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 _ 합천 묘산면 소나무

34 방송으로 내력이 알려진 뒤 문화재로 등극한 나무 _ 의령 백곡리 감나무

35 민족의 영산을 영험하게 지켜온 나무 _ 함양 금대암 전나무

36 바다에서 싸우는 수군의 평화와 안녕을 지켜준 군신목 _ 좌수영지 곰솔과 푸조나무

 

4. 예향의 산과 들을 지킨 수직의 아름다움 _ 전라도, 제주도

37 가난한 아비의 슬픔, 그 한으로 피어난 나무 _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

38 김제를 대표하는 나무이자 우리나라 왕버들의 대표 _ 김제 봉남면 왕버들

39 산사 한 곳에서 만나는 세 그루의 천연기념물 나무 _ 고창 삼인리 송악

40 도시 개발의 희생양이 된 곰솔 _ 전주 삼천동 곰솔

41 충청·전라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한 나무 _ 익산 신작리 곰솔

42 선비의 후덕함을 닮아 넉넉하게 품을 펼친 나무 _ 나주 쌍계정 푸조나무

43 삶과 죽음이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듯 서 있는 나무 _ 구례 구층암 모과나무

44 겨울 추위 깊을수록 더 붉게 피어나는 동백 _ 광양 옥룡사 동백나무

45 스승과 제자의 예를 갖추고 쌍둥이처럼 서 있는 나무 _ 순천 송광사 천자암 곱향나무

46 참회하는 마음으로 해를 붙들어 매었던 나무 _ 해남 두륜산 천년수

47 범람하는 강물로부터 마을을 지키려고 지은 숲 _ 담양 관방제림

48 연못가를 환하게 밝히는 각진국사의 지팡이 나무 _ 장성 백양사 이팝나무

49 온몸으로 불전을 지킨 불성佛性의 나무 _ 화순 쌍봉사 단풍나무

50 고려청자 도요지 앞에서 옛 영화를 그리며 서 있는 나무 _ 광진 사당리 푸조나무

51 순백의 화려함으로 봄을 부르는 문화재급 목련 _ 진도 석교리 백목련

52 천 년 원시림에서 만나는 새천년 비자나무 _ 제주 구좌읍 비자림

 

나무 찾아보기

 

토박이 마을 땅이름과 나무 저자 권순채|리얼북스 |2017.01

저자 권순채는1953년 경상북도 경주시 내남면 망성1리 둥굴 마을에서 태어났다. 현재 이조1리 갬디미 마을에 살면서 고향 마을인 망성1리 둥굴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직장생활도 하고 있다. 경주 지방의 땅이름, 동제, 전설, 방언, 나무 등과 문화유적 등을 조사 연구하고 있다. 특히 매년 봄, 매월당 김시습이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지은 곳으로 알려진 용장사 옛터 매월당에서, 지인들을 모시고 매월당 김시습의 금오신화제를 주선하여 지내고 있다.

 

현재 신라문화동인회 자료분과 위원장, 남경주문화연구회 부회장,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문학세계 수필 부문 신인상(등단), 2014년 자유문학 민조시 부문 3회 추천완료, 2016년 한국신춘문예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이밖에도 평생 농사를 짓고 있는 농사꾼으로서 전국농업기술자협회 통일회원(종신회원), 2회 전국농산물품평회 유기농산물부(:재래종) 특상(전국농업기술자협회와 코스모스백화점 공동주최), 한국생약협회 표창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지은 책으로 토박이 땅이름1993년 그루, 박 추억속의 그리움2012년 삶과 벗, 풀꽃 나무들아2014년 한국신춘문예협회, 토박이 마을과 땅이름2015년 한국신춘문예협회, 농부와 수녀의 유별난 한글사랑2016, 만인사 등이 있다.

 

머리말

 

1장 내남면

 

01 망성리

망성1(둥굴) / 망성1리 노거수

망성2/ 망성2리 노거수

 

02 이조리

이조1(갬디미) / 이조1리 노거수

이조2(전포) / 이조2리 노거수

이조3(용산) / 이조3리 노거수

 

03 부지리

부지1(냄비) / 부지1리 노거수

부지2(외말) / 부지2리 노거수

 

04 용장리

용장1(용장, 배양골) / 용장1리 노거수

용장2/ 용장2리 노거수

용장3/ 용장3리 노거수

용장4(비파) / 용장4리 노거수

 

05 화곡리

화곡1/ 화곡1리 노거수

화곡2/ 화곡2리 노거수

 

06 노곡리

노곡1/ 노곡1리 노거수

노곡2/ 노곡2리 노거수

 

07 명계리

명계1/ 명계1리 노거수

명계2/ 명계2리 노거수

명계3(굴성) / 명계3리 노거수

 

08 월산리

월산1/ 월산1리 노거수

월산2/ 월산2리 노거수

 

09 덕천리

덕천1(구왕골) / 덕천1리 노거수

덕천2(신을) / 덕천2리 노거수

덕천 3/ 덕천3리 노거수

 

10 안심리

안심 1/ 안심 1리 노거수

안심 2(구일) / 안심2리 노거수

 

11 상신리

상신1/ 상신1리 노거수

상신 2/ 상신2리 노거수

상신 3(너븐드리)/ 상신3리 노거수

 

12 박달리

박달1/ 박달1리 노거수

박달2/ 박달2리 노거수

박달3/ 박달3리 노거수

박달4/ 박달4리 노거수

 

13 비지리

비지1/ 비지1리 노거수

비지2/ 비지2리 노거수

 

2장 황남동

황남동의 내력

 

01 사정동

02 탑동 / 탑동의 노거수

03 율동(栗洞) / 율동의 노거수

04 배동 / 배동의 노거수

05 황남동 / 황남동의 노거수

 


 

꽃보다 아름다운 잎 저자 권순식, 노회은, 배준규, 손상용, 정대한, 정우철|한숲 |2016.01

저자 권순식은 강원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제이드가든에서 식물들 하나하나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수목원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지금은 하고 있는 일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중이다. 하얀 잎이 주렁주렁 달린 개머루의 모습이 신기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저자 노회은은 경북 성주에서 참외밭을 가꾸던 가장 존경하는 가드너 노재근, 권차연의 아들. 영남대학교 김용식 교수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목원으로 뿌리를 향했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국립수목원, 대구수목원을 거치며 꿈을 다졌다. 지금은 제이드가든에서 식물과 정원이 주는 즐거움을 소박한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철마다 돋아나는 나물들은 매일매일 그리운 엄마를 떠오르게 한다.

 

저자 배준규는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식재계획 및 설계를 전공하고 영국 The Crown Estate Savill Garden에서 연수를 했다. 수목원 조성과 관련하여 다양하고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산림청 임업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국립수목원 조성 및 공·사립수목원 조성에 자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늘과 함께 달콤한 향기를 주는 계수나무를 좋아한다.

 

저자 손상용은 어렸을 때부터 산과 들을 좋아하는 부모님을 따라 자연을 좋아하다 보니 식물과 함께 하는 길로 들어선 것 같다. 다른 식물과 달리 꽃을 화려하게 피우지 않고 잎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아이비를 좋아한다.

 

저자 정대한은 배재대학교에서 원예와 조경을 전공했다. 현재 제이드가든에서 조성 관리를 담당하면서 강원대학교 대학원에서 기업수목원에 대한 연구논문을 썼다. 추운 겨울날 잔뜩 움츠리고 상록의 잎을 유지하면서 봄을 기다리는 우직한 만병초의 잎을 닮은 가드너이고 싶다.

 

책을 펴내며

이 책을 보는 법

 

무늬가 아름다운 잎

황금색으로 빛나는 잎

은색을 품고 있는 잎

자주색이 강렬한 잎

이국적 정취가 느껴지는 잎

 

부록

· 주요 속별 분류 설명

· Plant Hardiness Zone

· Plant Heat Zone

· 참고문헌 및 웹사이트

· 찾아보기

 

책속으로  

화려한 봄꽃들은 이제 저물어가고 여름꽃들이 서서히 분발하려고 하는 5월 중순이었다. 수목원을 거닐다 늘 보아오던 당연한 모습이 다른 느낌으로 눈에 들어왔다. 낮게 자라는 라일락 품종과 독특한 무늬를 지닌 개키버들이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보았다. 키 작은 라일락의 풍성하고 앙증맞은 연한 자줏빛 꽃과 무늬개키버들의 세 가지 색 잎이 마치 미모 대결이라도 하듯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세 가지 색이 섞여 있는 개키버들의 잎은 꽃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게다가 키가 작은 귀여운 라일락꽃과 함께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운 정원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 p.7

 

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를 닮았다면 잎은 늘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는 별을 닮았다. 꽃이 달콤하고 아찔한 향기를 풍긴다면 잎은 그들만의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를 풍긴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꽃이 효율적이지만 지속적인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잎의 도움이 필요하다. 꽃의 화려함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잎의 은은함과 꾸준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p.8

 

단순한 패턴이 반복되는 무늬, 별자리를 흩어 놓은 듯한 무늬, 백자에 새겨진 단정하고 고운 선을 닮은 무늬, 유혹하는 듯한 화려한 무늬 등 잎이 지닌 무늬는 다양하다. 잎에 새겨진 무늬는 선사시대 동굴의 벽화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페루의 거대한 평원에 새겨진 나스카 문양에 버금가는 감동과 비밀이 잎에 아로새겨져 있다. --- p.14

 

정원에서 황금색 잎을 가진 나무들은 늘 강하게 시선을 끈다. 황금색 잎을 가진 식물들은 대부분 봄에 가장 아름답지만 여름에 최상의 색을 보여주는 종도 있다. 밝은 느낌의 차폐나 경계를 원한다면 황금색 잎을 지닌 수종이 필수적이다. 황금색 잎을 지닌 수종은 정원이나 산책로의 끝 부분에 포인트 식재로 알맞다. 단독으로 대형목을 식재했을 경우, 분위기를 압도할 가능성이 크므로 위치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 p.74

 

은색 잎은 투쟁을 통해 얻은 훈장이다. 은색 잎을 가진 식물은 뜨거운 열기와 건조한 바람을 견뎌야 하는 사막 기후나 영하 30~40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고산성 기후, 뜨거운 햇빛과 건기가 지속되는 지중해성 기후 등을 치열하게 견디면서 은색 잎을 피워낸다. 극한의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은 강한 바람을 견디기 위해 대체로 그 줄기와 잎이 작으며 마디가 짧다. 수분 증발을 막고 강한 햇빛을 견디며 어린 순이 서리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 잎이 두껍고 털이 밀생하기도 한다. --- p.104

 

만병초 잎은 화려한 색이나 무늬보다는 겨울을 나는 영리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잎을 돌돌 말아 매서운 바람과 혹한을 견딘다. 봄을 기다리는 법을 현명하게 터득했다. 겨울에 만병초는 침엽수가 된다. --- p.141

 

식물의 세상에서 잎과 꽃은 역할이 다르다. 잎이 광합성을 하고 양분을 만들어내서 식물의 성장을 담당한다면 꽃은 꽃가루받이를 잘하여 씨앗을 맺고 후손을 퍼트리는 일을 하는 기관이다. 정원에 오면 꽃들과 잎들 때론 줄기조차 우리를 위해 아름답게 보여주는 일에 치중하게 된다. 그런데 꽃 못지않게 다채롭고 더 오래 만날 수 있으며 그 기품과 매력이 특별한 잎들을 만날 수 있으니 이 책은 참으로 행복한 정원 산책이 될 듯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서유석 -우리 서로 사랑하네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