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통일동산 산책과 정월 대보름 이야기(12.2.7)

by 이성근 2013. 6. 9.

 

 

2012년 임진년  정월 대보름 부산은 비가 내렸다. 그래서 그 전날 미리 달 구경을 했다.(모두들 돈이 없어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타인

                                 정호승

 

 

내가 나의 타인인 줄 몰랐다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공연히 나를 힐끔 노려보고 가는 당신이

지하철을 탈 때마다 내가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는 당신이

산을 오를 때마다 나보다 먼저 올라가버리는 산길이

꽃을 보러 갈 때마다 피지도 않고 먼저 지는 꽃들이

전생에서부터 아이들을 낳고 한 집에 살면서

단 한 번도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고 말하는 당신이

나의 타인인 줄 알았으나

내가 바로 당신의 타인인 줄 몰랐다

해가 지도록

내가 바로 나의 타인인 줄 몰랐다

막내와 같이 집뒤 통일동산 산책에 나섰다. 길을 따라 겨울숲도 보고 소원도 빌고

통일동산은  황령산에서  줄기지어 나온 산으로, 산이란 느낌보다  작은 언덕이다.   

길은 산 허리를 휘감아 정상부 체육시설로 어어진다. 나름 운치있고 조붓하여 산책코스로는 적격이다.  숲의 변화를 읽는 것도 재미다.  생각도 많아 진다.

막내가 돌 무더기에 돌을 얹어 놓고 절에 다니는 엄마처럼 합장을 했다.  막내는 교회도 곧잘 간다. 놀기 위해,   아무튼 여러가지 소원을 빌었는데  우선은 아빠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것, 둘째는 저 형과 같이 공부를 잘하고 착한 사람이 되는 것, 세째는 좀 더 넓은 집을 가지고 싶다는 것었다.   

돈을 많이 번다는 것 더 큰 집을 가진다는 것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될 아이의 소원이란 사실이 씁쓸하다. 

문득 내게도 소원이 있든가 자문해 보았다. 아이의  소원에 비춰 보면  

사실 나는 많은 돈을 벌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큰집에서도 살고 싶지 않다.  바램이 있다면 내가 하는 일과 관심가지는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에 더하여 수입이 약간 더 늘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의 수입은 늘 벅차다. 예정에 없는 일이 생길 때는 돈을 빌려야 하는 일만 없으면 한다.  조금은 부족한 듯 하지만 낭비하지 않는 생활속에서 자족하는 삶을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늘 이런 바램을 비웃는다.  

그렇다고 용써지 않는다. 내 수준대로 사는 것이다.  대체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주눅들 때가 있다. 아이들 때문이다.  우리집 아이들은 툭하면 차를 바꾸자고 한다.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 때면, 형제며 친지들이 타고 온 고급 자가용과 우리집 경차를 비교 한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부러움과  소외감을 발견한다.  그리고 각자 자기가 몰고 온 차를 몰고 사라지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을 의식한다.          

우리집 네 식구 사는 오래되고 낡은 연립아파트는 아이들이 노래하는 또 따른 비교의 대상이다.  하긴 좀 좁다.  때때로 마누라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제대로 보지도 않는 책이 중요하냐 사는 게 중요하냐, 무슨 전시용 책이냐 며 몰아 붙일 때면 순간 성이 나지만 한귀로 흘려 버려야 한다.     

아무튼 그런 불편은 그럭저럭 살아 내지만, 크는 애들 밑에 들어가는 학비는 은근히 부담된다.  3년 후 큰 놈이 대학을 가면 진짜 문제가 된다.  마누라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남편의 시원찮은 벌이에 더는 안심할 수 없어 지난해 가을부터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렇다고 수입이 증가한 것도 아니다. 경험삼아 다녀보고 바깥 활동이라도 하면  마음의 위로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활동을 장려했고, 틈나는 대로 관련 서적을 구해다 주고 있다.  

다시 내 소원을 생각해 본다.  누구도 아프지 않는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이야  욕심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살면 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나라, 누구나 일하는 나라, 그래서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  한마디로 고만고만 하게 사는 나라를 나는 꿈꾼다. 

유럽의 스웨덴이나 핀란드같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  그도 안되면 쿠바처럼     

세상의 우물이 말라가는데, 사람들은 오늘의 이 풍요와 부가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믿고 있다.   참 엉터리같은 대한민국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부자가 되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  식량을 비롯하여 에너지 자급율이 형편없이 낮은 데도 그 근간이 되는 터전을 자동차와 IT와 맞바꾸어 미래를 불안케 한다. 녹나무이 슬로건인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 조화와 순환, 그리고 지속가능한 세상이 되기 위함이라면 우리는 삶의 시각을 재구성해야 한다.  고이면 썩는다. 이미 임계점을 넘어 섰다.   

어둠이 내린 골목을 따라 집으로 가는 길  차별이 없는 세상을 생각했다.

진짜 세상의 평화를 희망한다.

대보름 아침,  우리집 식구들은 모두 호두를 깨어 먹었다.

다들 서둘러 출근하고 학교간 다음 호두 하나  망치로 깨어 알맹이를 꺼집어 내어 사진에 담아 보았다.  그 중 제일 온전한 놈을 골라 마누라가 먹도록 했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표현이다.   




 Casa Bianca(The White House)- Vicky Leand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