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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저문 날 오륙도에서 지난 3년을 생각하다(11.11.20)

by 이성근 2013. 6. 9.

 

서울에서 급하게 전화가 왔다.  해파랑길 시범구간인 오륙도 앞에 부착해 놓은 시설물을 점검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해가 저물기 두세시간 전에 사무실을 나서 오륙도로 향했다.  확인결과  우려할 만큼의 문제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이왕 나선 걸음이기에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저무는 바다를 보며  일대를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문득 오륙도가 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운포 고개를 넘어선 뒤 마주한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고개 하나를 두고 세상은  180도 달라진다.  혼잡과 소란 , 어수선함이 사라진다.

백운포 고개는 자연세계로 넘는 고개다.  마침 저녁놀이 붉다.   오륙도를 건너다 보는 승두말과 이기대 해안의 좌우는 사람의 세상이다. 오로지  이 공간만이 자유롭다.   

농바위 넘어 해운대 수영의 고층빌딩군이 인상적이다.  

국제신문 박창희 부국장이 제주 올레축제 탐방기를 썼다.  지난 10월에 개최된 제3회 갈맷길축제와 비교된다. 축제평가보고회는 민망할 정도였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인적, 물리적 조건이 비교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늘 목말라 한다.  올 겨울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길과 축제의 행복한 조우
지난 9일 오전 9시30분 서귀포시 하효동 쇠소깍 제주올레 6코스 시작점. 초등학교 관악단의 우렁찬 연주 소리를 밟고 형형색색 등산복 차림의 올레꾼들이 모여들었다. 감귤을 따는 일꾼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올레 체조를 진행했다. 길 안내 리본을 푸는 행사(테이프커팅)가 끝나자, 올레꾼들은 다 함께 "사랑하라, 이 길에서"(축제 슬로건) 하고 외친 뒤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2011 제주올레 걷기축제'가 개막된 것이다.

올해 축제는 (재)한국방문의 해 위원회와 제주도가 주최한 한국방문의 해 기념 4대 특별 이벤트의 하나로 개최돼 내용이 한결 풍성했다. 행사는 9~12일 나흘동안 제주올레 6~9코스를 매일 한 코스씩 함께 걸으며 자연과 문화·음식·사람을 만나는 형태로 진행됐다. 올레길 중간 중간에 문화공연이 배치됐고, 공연자, 올레꾼, 주민들이 자연스레 어울리게 했다. 준비된 공연이 40여 개였다. 7코스의 호근마을에서는 80세 이상 노인 14명이 '어르신 풍물단'을 꾸렸고, 8코스 종점인 대평 포구에서는 해녀들의 물질 시연과 해녀노래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올레길 주변 마을에선 제주 음식들을 내놓았다. 하효동에선 감귤상외떡과 감귤 쉰다리를, 보목리에선 주먹밥 숯불구이와 방어 회덮밥을, 예래동 생활개선회는 감귤소스로 맛을 낸 기름떡을 각각 선보였다. 올레꾼들에게 별미를 선사하면서 주민들은 경제적 실익을 챙긴 일석이조의 음식 난전이었다.

저녁에는 서귀포 시내에 야시장이 열렸고, 정방폭포 산책로 야외무대에선 '달빛 파티'가 펼쳐졌다. 지난 7일 첫째날엔 세찬 비가 뿌렸지만 올레꾼들은 개의치 않고 파티를 즐겼다.  행사를 주관한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길을 열 때부터 자연과 문화, 사람이 어우러지는 축제를 생각했다"면서 "새로운 걷기 문화를 만드는 축제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치밀한 기획과 준비

   


올해 제주올레 축제는 작년에 비해 형식·내용·운영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한국길모임 전문가들은 민(주민, 시민단체, 관광객)·관(제

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산(지역기업)·학(기관 및 전문가)이 절묘하게 결합돼 지방축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작년에는 5개 코스를 동시다발로 걷게 해 집중도가 떨어졌으나, 올해는 4개 코스를 하루씩 함께 걷게 해 천천히 걷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사)제주올레 측은 축제 첫날(개막식)에 약 3000명이 참여한 것을 비롯, 나흘간 참가한 연인원이 1만여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외국인이 약 2000명, 국내 참가자 중 1만 원을 낸 유료 참가자가 1500여 명에 달했다. 전체 참가자 중 약 70%는 타지 관광객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축제의 예산은 약 6억 원. 이 속에는 제주관광공사의 해외홍보마케팅 비용 3억원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 비용(1억8000만원)은 별도로 집행됐다. 1억 여원으로 갈맷길 축제를 치르는 부산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사)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길 거리 공연 프로그램이 좋았다는 평이 많았고, 점심거리로 준비한 음식이 연일 동나는 등 주민 참여의 효과도 컸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가 지난 12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서 제주올레는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제주올레는 2007년 9월 첫 코스가 열려 현재 총 24개 코스(비정규 코스 5개 포함) 395㎞가 됐고, 내년 하반기엔 제주도 일주가 가능해진다. 올들어 지금까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총 758만5600명. 올레꾼들도 해마다 급증해 2007년 3000명이던 것이 2008년 3만 명, 2009년 25만 명, 2010년 77만 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50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사)제주올레도 위상이 높아졌다. (사)제주올레는 올레길 개척과 유지·보수, 국제 컨퍼런스 및 축제 개최, 클린 올레 캠페인 전개, 휠체어 코스 개발, 올레 아카데미 운영, 마을기업 지원, 해외 우정의 길 협약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사무국의 전임자는 현재 11명이다.

갈맷길을 생각한다. 본의 아니게  환경운동에서 하차하여  길로서 전환한지 만 3년,  걷고싶은부산의 핵심으로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년전 누군가에게 안부편지를 보낸면서 이렇게 적어 보낸적이 있다.

      

...해기울기가 확실히 빨라졌습니다.  시방 다섯 시도 안됐는데  창 넘어 세상은 노을빛에 물들어 있습니다.  일본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소식 전할 일은 다음주 화요일(10월27일 오후3시 국제문화센터) 준비위로 활동하던  사단법인 걷고싶은부산이 창립을 합니다.  한달 반쯤 됐나 봅니다

아시다시피 원래 내년 2월까지 안식년으로 설정된 시기입니다만 지난 8월말 일하기를 제의받았습니다. 주위의 자문을 구한 끝에 9월 들어 발기인대회를 준비하며 본격적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다 시월 들어 주변의 소개로 40대 초의 남자 활동가를 구했습니다. 사람구하기가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국제신문에서 내정한 상임이사가 합류했지만 여전히 일손은 부족한 상태입니다.  거기다 예측은 하고 일하기로 했지만 슬슬 신경전이 가시화되면서 안그래도 바쁜데, 이것저것 신경을 쓸려니 참 갑갑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풀어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정관에 대한 검토가 어제 마무리되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틀을 갖추었고, 일정기간 운영해보다 내년 봄 이사회를 통해 조정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일종의 정체성에 대한 입장 때문입니다.  법인의 구성이 시민단체 네트워크 조직인 부산길걷기시민모임과 국제신문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특수한 형태이기 때문에 국제신문 측은 국제의 이해를 많이 반영하려하고 저는 시민운동의 영역을 고수하기 때문에 오는 갈등입니다.  그럼에도 일은 하루하루 진척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 운영규정까지는 만들지 못한 채 법인창립을 할 듯합니다. 사무처로서는 존재의 근거인데, 당장 11월13~15일 걷기축제에 메달리다 보니 뒤로 밀린 상태입니다. ....

오는 11월 중순경 부산 걷기축제가 부산 전역에서 개최됩니다.  전에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바쁠수록 걷기가 권장되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특히 수많은 현장을 가진 환경운동은 차분히 걸음으로서 문제를 직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유가 된다면 그런 길에서 뵙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눈과 귀는 환경연합을 향할 것입니다.  그리고 길을 통해 환경운동의 가지를 뻗어 보겠습니다.  그동안의 배려 정말 감사드리며 그간의 소식전합니다. ..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최초의 충돌은 2009년 12월7일 있었다.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준비한 2010년 예산안에 대해 당시 대표이사장이던 권명보 국제신문 사장이 인건비가 너무 많고, 사업이 너무 많아 일을 줄이고 비정규직 김태호를 정리하란 말에 격분했고 항의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자리에 내 입장을 지지해 줄 우군은 없었다. 마음으로 지지했던 사람이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아무튼    그 예산안 이란 것이     예산 120,000,000원, 인건비3인 70,800,000원 (이사200, 처장 150, 팀장 110) 110활동비 4대보험 및 연금 8,900,000원이었다.  내 주장은 그랬다, 길 전문 법인으로 만들었으면 행보 역시 그에 걸맞게 해야 한다,  돈 때문에 일 못하고, 사람 줄이는게 말이 되느냐고  사람이 세 명이 뭐 가 많다는 거냐 ....사실 그때 그만두었더라면 ... 이틀간 아프다는 핑게로 휴무하면서 지인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  은사는 "살아남아라"고 주문했다.  

 

이틀 뒤 이사회가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몇 몇 이사들이 인건비와 인력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용되지 못했다.    그날 이후 권사장을 바로 보지 않았다.  2011년 11월 현재 그는 국제신문 사장직에서 물러 났다. 국제신문 내부의 문제로 사주에 의해 사표수리됐다.  표현은 안했지만 그의 퇴진을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여겼다.  다만 물러남이 이상하게 전개됨으로써  묘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한편 김태호는 2010년 1월28일부로 정리가 됐다.   그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사실이 한동안 가슴의 부담으로 남았다.  사람이 필요할 때 불러 들인건 언제고, 불면서 이렇다 저렇다 규정하지도 않았으면서  어렵다고 나가라고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2010년 6월21일 서구보건소 김광현씨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2009년 걷기축제때  '길 & 걷기 콘테스트'(활동 부분) 에 2위를 한 팀인데, 부상으로 해외 선진사례 참가기회(1인) 항공.체제비 100% 지원' 이었는데 대회가 끝난 후 가타부타 말이 없음에 대한 항의였다.  

주 최 : 2009 부산걷기축제 위원회, 부산광역시, 국제신문   주 관 : 사)걷고 싶은 부산, 생명그물 이었는데  누구도 챙기지 못했다.  어찌어찌 수습하여 2011년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다른 업무에 밀려 결국 수행하지 못했다. 그는 아예 포기했겠지만 그로 부터 비롯된  무책임에 대한 비난을 지금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표적이 됐다는 것이 좀은 억울한 면(이 건과 관련 내 역할은 거의 없었다.  다만 말 그대로 주관단체의 한사람으로서 존재한 것 밖에 없다) 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어쨌든 그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일처리란 이런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2011년 2월23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임금인상이 공식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나마 여러 가지 작전을 펼친 결과 였다. 두 달후 20만원이 인상됐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허덕인다,  그렇다고 일이 즐거우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그동안 수행했던 일과 하지 못했던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부끄러운 시간도. 정리가 필요하다. 

대마도가 선명하다

 

 

 

 

 

 

 

 

Tomorrows Memories - Janet Manche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