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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집참새는 어떻게 사람 곁에서 살게 됐나

by 이성근 2018. 9. 11.

집참새는 어떻게 사람 곁에서 살게 됐나

11천년 전 농경 시작과 함께 야생참새와 분리

돌연변이로 부리 커지고 곡물 소화하도록 진화

 

쌀을 먹는 집참새. 풀씨를 주로 먹는 야생 친척에 견줘 부리가 크고 노농도의 녹말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다. 농경과 함께 재빠른 적응을 이룩해 세계에서 가장 흔한 새가 됐다. 카르티크 이스부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로 전환한 신석기 시대 농업혁명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자연에서 먹이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사람 곁에서 살아가게 된 동물이 잇따라 출현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참새는 그런 대표적 예이다. 그러나 참새가 언제 어떻게 인간과 함께 살게 됐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마크 라비네트 노르웨이대 진화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이 유럽 집참새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해 그 수수께끼를 일부 풀었다.

집참새는 서유럽부터 유라시아 중부에 분포하고, 이후 인위적으로 퍼뜨려 남극을 뺀 모든 대륙에 사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새다(우리나라의 참새와는 종이 다르다). 사람이 몰락한 거주지에서는 절멸할 정도로 사람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은 동물이다. 숲과 덤불을 피하고 인가 근처에서 살며 곡식과 곤충을 주로 먹는다.

 

집참새의 분포지역. 진한 초록은 원래 자생지, 연한 초록은 인위적으로 옮긴 곳을 가리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집참새 가운데 예외적으로 사람 곁에서 살지 않는 아종인 박트리아참새와 다른 유럽 집참새의 유전체를 비교했다. 박트리아참새는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서식하는 철새로 곡식이 아니라 풀씨 등을 주로 먹는다. 박트리아참새가 인간 환경에 적응하기 전 참새의 형질을 갖췄다면, 현재의 집참새와 비교해 언제 어떤 유전적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분석 결과 박트리아참새는 현재의 집참새와 약 11000년 전 갈라져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대 초 처음 밀 농사가 시작됐을 때 중동의 일부 참새는 박트리아참새와 다른 진화경로를 밟기 시작했다. 인간 거주지를 삶터로 삼은 이 새로운 집참새는 약 6000년 전 농업 확산과 함께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유전자 분석에서 밝혀졌다.

 

박트리아참새가 참새와 집참새와 함께 쌀을 먹고 있다. 야생 형질을 간직한 박트리아참새도 곡물을 먹을 수는 있지만 먹는 속도와 소화능력은 떨어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집참새가 이렇게 확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두개골·안면 발달과 관련 있는 유전자(COL11A)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사람에 이런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두개골이 두꺼워지고 안면구조 기형이 나타난다. 이런 변화가 없는 박트리아참새는 집참새보다 머리와 부리가 작다. 농사를 하면서 야생 작물의 알곡 크기가 커짐에 따라 이를 잘 먹을 수 있도록 집참새가 적응한 결과라고 연구자들은 해석했다.

 

두 번째 변화는 녹말 분해효소인 아밀라아제 유전자(AMY2A)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녹말이 다량 포함된 먹이를 잘 소화하게 됐다. 사람과 개는 대표적으로 이런 적응을 한 동물이다.

 

연구자들은 이번에 밝혀진 것 말고도 집참새가 인간 환경을 이용하기 위해 이룩한 유전적 변화는 더 있을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참새(왼쪽)와 집참새 수컷은 다른 종으로 형태와 색깔이 다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편, 중동에서 밀 농사와 함께 집참새의 진화가 시작된 것처럼 동아시아에서는 황하 일대의 쌀농사와 함께 참새가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련 연구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는 세계 온대지역 가운데 집참새가 없는 유일한 곳이다. 애초 이 지역에 집참새가 진출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참새에 의해 대체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참새는 동아시아를 비롯해 유라시아 전역에 분포하지만, 유럽에서는 도시와 인가를 집참새에 내준 채 주로 숲과 덤불에서 산다(참새의 영어 이름은 나무참새이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생물학최근호에 실렸다.

 

참새의 분포 지역. 노란색은 여름 번식지, 초록은 텃새, 남색은 겨울 월동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avinet M, Elgvin TO, Trier C, Aliabadian M, Gavrilov A, Sætre G-P. 2018 Signatures of human-commensalism in the house sparrow genome. Proc. R. Soc. B 285: 20181246. http://dx.doi.org/10.1098/rspb.2018.124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참새 이야기

열두해 동안 인간과 참새의 종을 넘어선 우정과 사랑 그려

감상 떠난 절제 있는 기술인간과 자연의 공존 위한 마음가짐 보여줘

 

킵스 부인과 함께 책을 '읽는' 참새 클래런스.

 

휴전을 앞두고 한국 전쟁이 마지막 불꽃을 튀기던 1953425일치 과학잡지 <네이처>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의 하나인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의 디엔에이 이중나선 구조에 관한 한 쪽짜리 논문을 실었다. 전쟁 중이라 아마도 그 소식은 신문에 실리지 않았을 것이다.

 

평화시기라 하더라도 우리 언론은 묵살했겠지만, 그 해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느 참새에 관한 책이 출간됐다. 영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큰 인기를 모았고 유럽과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인도에서도 번역됐다. 일본에선 1956년에 이어 1994년과 2010년 세 번째로 번역본이 나왔다.

 

지난해 말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이 출간됐다. 처음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이 책이 생명력을 잃지 않은 까닭은 인간과 참새 사이의 종을 넘어선 우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리라.

 

<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클레어 킵스 지음·안정효 옮김/ 모멘토·9500

 

 

이 책의 주인공인 참새 클래런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영국 런던 교외의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지만 피아노 연주가인 클레어 킵스에게 발견되는 행운을 맞는다.

 

발과 날개가 온전치 못한 이 수컷 참새는 킵스 부인의 헌신적인 돌봄 속에 열두 살까지 살았고, 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통해 아직까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이 책이 공감을 주는 이유는 참새와의 관계를 유별나게 자상하고 감상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냉정한 과학적 관찰자에 가까운 시각으로 기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글을 읽으면 자연히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과 맺은 기억이 떠오른다.

 

이를테면 킵스는 모든 동물과 조류의 내면에는 지능이 잠재하고, 그것은 인간이 그들에게 베푸는 사랑과 보살핌의 정도에 비례하여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동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인간과 다른 동물을 인간의 지능이란 일방적 잣대로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인간 중심주의적 태도인지 알 것이다.

 

"아직 해제 안 됐나요?" '공습 경보' 묘기를 보이고 있는 참새 클래런스.

지은이는 참새의 지능을 당시의 시대 환경에 맞춰 계발했다. 독일의 공습과 로켓 공격이 잦아짐에 따라 런던 시민들은 걸핏하면 방공호로 대피해야 했는데, 참새 클래런스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었던 것이다.

 

가장 인기 있던 레퍼토리는 방공호 묘기였다. 킵스가 공습 경보를 외치면 밖에 나와있던 참새는 두 손을 맞붙여 만든 임시 방공호로 냉큼 숨어 몇 분 동안 꼼짝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혹시 공습경보가 해제되지 않았는지 알아보려는 듯 살그머니 머리를 내밀곤 하는 것이었다. 구경꾼들은 손바닥 방공호를 만들어 제공하는 특전을 누리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곤 했다.

 

클래런스는 킵스로부터 자극을 받아서인지 꾸밈음을 사용해 노래를 하는 등 뛰어난 음악성을 과시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 참새와 사람 사이의 우정은, 비록 일방적이지만 이성 간의 애정으로 발전한다.

 

옮긴이 안정효는 꼬리말에서 이 일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참새 클래런스는 양어머니에게 연애를 걸어 가장의 자리에 오르려는 속셈으로 몸매를 가꾸고, 동거할 집을 마련하고, 머리핀을 선물로 주면서 구애를 하기에 이른다. 때로는 남자답지 않게 앙탈까지 부려보기도 하지만, 물론 참새의 사랑이 이루어지지는 못한다. 애완동물이 아닌 야생 조류와 인간의 정다운 관계가 한계를 극복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따뜻한 얘기다.(185)

 

애완동물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깊어지면 우리는 그 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이 단계에서 사람은 자신이 기르는 동물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기 위해 스스로가 애완동물 비슷한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킵스 부인은 그런 상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어른이 되었고, 아주 가끔 어린애 짓을 할 때만 제외하면 그는 자기가 주인이며 나는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처신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려고 했다. 무엇보다도 조심해야 할 점이라면, 나는 가구를 옮겨놓으면 안 되고 낯익은 물건들은 늘 있던 제자리에 그대로 둬야만 했다.(104)

 

이제 인간을 떼어낸 자연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됐다. 세계 인구는 70억을 돌파했고 지구의 땅, , 바다, 공기 할 것 없이 대부분 인간만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오히려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시민이 자연을 아끼는 대도시가 소품종의 농산물을 대량 생산하는 농촌보다 생물이 더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것이다.

 

클래런스는 우유와 삼씨를 특히 좋아했다.

 

이 시대의 과제는 인간과 분리한 자연을 절대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야생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한 인간과 천수를 마칠 때까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은 참새를 불행하다고 할 이유는 없다. 어느 작은 참새의 이야기가 반세기 넘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은 바로 자연과 공생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여기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모멘토 제공

 

참새가 다시 돌아왔다, 그 본성대로

사람들의 삶과 가장 친근했던 그들

아침을 열고 저녁을 알렸다

허수아비에, 공기총에 쫓기고

포장마차 안주감으로

쌀값이 떨어지고 농촌은 늙어가고

이젠 그들을 거들떠도 안 본다

그들도 더 이상 겁내지 않는다

사람 곁에서 떼지어 논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들판에서 만난 참새 떼. 참새의 계절이 돌아왔다.

 

', 참새는 재잘거리며 아침을 열고 저녁을 알렸다. 자연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던 시절 우리는 참새 둥지를 털어 새끼를 꺼내 키웠고, 논에서 소리쳐 쫓았고, 밤에는 초갓집 처마 밑을 손전등으로 비춰 잡기도 했다. 우리 곁에 친근하기로 이만한 새가 있을까.

 

참새는 정겹고 화목한 새다. 한국화 화조도에 잘 등장 한다.

 

참새는 많기도 했지만 나락에 해를 끼친다는 생각에 무조건 잡을 대상이기도 했다. 1970~1980년대 공기총 사냥이 성행할 때 참새의 수난은 시작됐고 포장마차에 참새구이가 단골 메뉴로 올랐다.

 

자연히 참새는 총은 물론이고 어깨에 나무 막대만 걸쳐도 기겁을 하고 도망쳤다. 사람이 멀찍이 보이기만 해도 날아갔다.

 

모래 목욕을 즐기는 참새. 몸에 붙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들깨도 참새가 즐겨 찾는 열매이다.

 

참새는 곡식과 애벌레, 곤충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 잡식성이다.

 

참새에게 가장 큰 타격은 살 곳을 없앤 것이었다. 새마을 사업으로 마을이 현대화 되며 초가집과 기와집이 사라졌다. 아파트와 슬래브 주택 어디에도 참새가 둥지를 틀 빈틈은 없었다.

 

마을이 현대화되어 농경지를 감싸안은 아파트와 슬래브 집들, 농경지 가운데 영농창고 시설과 나무들이 마을을 떠난 참새들의 터전이 되었다.

 

초가집과 기와집이 사라져 나무 구멍을 선택하여 번식을 한다.

 

참새는 이제 도시에서 떨어진 들판으로 내몰렸다. 도시에선 참새 보기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농촌에서는 워이~워이~’ 양동이를 두드리며 참새를 쫓는 일이 사라졌다.

 

농약과 비료를 치면서, 젊은이는 떠나고 노인들이 농촌을 지키면서, 쌀값이 폭락하면서 이제 참새가 나락을 먹는 것을 신경 쓰는 이들은 거의 없다.

 

참새를 쫒던 허수아비. 이제는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다.

 

참새의 잔치 상이 펼쳐진 논. 예전 이맘때면 참새 쫓는 소리가 요란했을 것이다.

 

요즘 참새가 다시 돌아왔다. 떼를 지어 농촌을 날아다닌다. 도시에서도 공원에 가면 참새 무리를 쉽게 만난다. 이제 더는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사람이 곁에 접근해도 날아가지 않는다.

애초 참새는 제비처럼 천적을 피해 사람 곁에서 살던 새였다. 사람의 삶의 방식과 환경이 바뀌면서 다시금 참새는 본성대로 사람 곁에 돌아온 것이다.



우두머리 참새가 먼저 도착해 주변을 살핀다.

 

안전한 것을 알고 참새 무리가 울타리에 날아와 앉는다.

 

울타리에 앉아있던 참새들이 차례차례 논으로 내려와 벼 낱알을 턴다.

 

열심히 벼 낱알을 먹던 참새가 화들짝 놀라 울타리 위로 날아오른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들판에서 참새떼를 만났다. 번식기를 빼고는 철저한 무리 생활을 한다. 우두머리는 무리를 이끌지만 먹이를 먹으러 내려앉을 때는 모두가 앉은 것을 확인하고 맨 마지막에 합류한다. 지도자답다.

 

참새의 정지비행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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