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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땅 두드리면 지렁이 나온다”, 호랑지빠귀 춤의 비밀

by 이성근 2018. 7. 10.

두더지가 내는 진동과 비슷” “빗방울 진동, 질식 피해 대피논란

유럽과 북미선 농민들 미끼잡이나 스포츠로 각광동물 흉내낸 듯

 

양쪽 발로 몸의 무게중심을 번갈아 옮기면서 을 추는 호랑지빠귀. 곧 지렁이가 땅위로 올라왔다. 도연 스님 페이스북 동영상 갈무리.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도연 암에서 자연학교를 운영하는 도연 스님은 몇 년 전 특이한 관찰을 했다. 여름 철새인 호랑지빠귀가 풀밭에서 춤을 추는 것 같은 행동을 했다. 무게중심을 양쪽 발에 번갈아 옮기며 엉덩이춤을 추면서 꼬리 날개를 활짝 펴 바닥을 쳤다. 하지만 머리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주위를 살폈다. 그러자 지렁이 한 마리가 땅 위로 나왔고 재빨리 부리로 잡았다. 춤은 계속됐다(호랑지빠귀 페이스북 동영상).

 

도연 스님은 호랑지빠귀의 이런 행동을 빗방울 소리를 흉내 내서 지렁이가 땅속에서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호랑지빠귀는 둥지에 있는 새끼에게 입 가득히 지렁이를 물어 오곤 한다. 이런 방식으로 지렁이 여러 마리를 땅 위로 꼬여낼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과연 빗방울 소리로 지렁이를 유인할 수 있을까. 다른 동물도 이런 방식으로 지렁이를 잡을까. 소리가 아닌 진동이 아닐까. 궁금증이 이어진다.

 

영국 체셔에서 1980년 처음 열린 세계 지렁이 유인 대회 모습. 쇠스랑을 박고 앞뒤로 움직이거나 두드러 진동을 땅속으로 전파해 지렁이가 나오게 하고 있다. 그래험 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렁이를 땅 위로 유인하는 기법은 유럽과 북미 일부에서는 낚시 미끼를 잡거나 스포츠 종목이 되기도 한 오랜 전통이다. 영국 체셔에서는 1980년부터 해마다 세계 지렁이 유인 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올해 대회에는 144팀이 참가해 가로세로 3m의 잔디밭에 쇠스랑을 꽂고 앞뒤로 흔드는 등으로 땅속에 진동을 일으켜 지렁이를 잡는 기량을 겨루기도 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도 전국적인 지렁이 잡기 축제가 해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열린다.

 

미국 남동부 지역에는 긴 나무 막대를 땅속에 박고 그 표면을 작은 쇠막대로 문질러 땅속에 진동을 일으켜 지렁이를 잡는 전통이 있다. 플로리다에서는 몇 시간 동안 수천 마리의 낚시 미끼용 지렁이를 잡아 농가의 쏠쏠한 부수입원이 된다(미국 플로리다 농민의 지렁이 채집 위키미디어 코먼스 동영상). 찰스 다윈은 1881년 낸 지렁이의 부엽토 형성에 관한 책에서 땅을 두드리거나 울리게 하면 지렁이는 두더지가 추격해 오는 줄 알고 구멍을 빠져나온다고 흔히 말한다라고 적기도 했다.

 

땅속에 진동을 가하자 서둘러 굴에서 빠져나와 땅위로 도망치는 지렁이. 케네스 카타니아 (2008) ‘플로스 원제공.

 

케네스 카타니아 미국 밴더빌트대 생물학자는 농민들이 전통 방식으로 지렁이잡이를 하는 플로리다 주 애팔래치콜라 국유림에서 다윈의 가설을 검증했다. 그는 실험을 통해 농민의 방식으로 땅속에 진동을 전파하면 10m 반지름 안의 지렁이들이 신속하게 굴을 빠져나와 땅 위로 올라온 뒤 재빨리 반대편으로 이동해 다시 땅속으로 숨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더지는 도망치는 지렁이를 추격해 땅 위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지렁이의 이런 행동을 물속에서 포식자에 쫓긴 날치가 물 밖으로 뛰쳐나와 비행한 뒤 다시 물속으로 돌아가는 행동과 유사하다고 적었다.

 

플로리다 농민이 막대를 두 번 옮겨 진동을 가하면서 지렁이 500여 마리. 케네스 카타니아 (2008) ‘플로스 원제공.

 

그는 지렁이가 빗물에 질식하지 않기 위해 땅 위로 대피하는지도 실험했다. 빗방울이 떨어지자 일부 지렁이는 땅 위로 나왔지만, 대부분은 흙이 물에 포화됐는데도 24시간 동안 땅속에 머물렀고 별 탈이 없었다. 그는 2008년 과학저널 플로스원에 실린 논문에서 진동을 느낀 지렁이가 허겁지겁 안전한 굴을 떠나 땅 위로 대피하는 것은 이 지역 포식자 두더지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농부의 지렁이 포획법은 이런 두더지의 행동을 부지불식간에 흉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동부 두더지. 두더지가 땅을 파는 진동이나 토양 압력의 차이가 지렁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케네스 카타니아 (2008) ‘플로스 원제공.

 

물론 그는 비 올 때 지렁이가 땅 위로 나오는 것은 장기간 물이 차 질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빗방울에 얼마나 민감한가는 종에 따라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 실험으로 논란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 캐나다와 미국 연구자는 2009년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실린 논문에서 농부들이 일으키는 진동이 500의 저주파라며 이런 저주파는 두더지와 빗방울 모두가 일으킬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어쨌든 땅속에 진동을 일으켜 지렁이를 나오게 하는 기술은 농부의 것만은 아니다. 꽤 다양한 조류가 이런 방식으로 지렁이를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 재갈매기는 땅 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지렁이를 잡아내며, 북미 동부의 고유종 육지거북은 강변에서 앞발로 땅을 교대로 밟아 출현하는 지렁이를 잡아먹는다.



앞발을 교대로 땅을 밟아 진동을 일으켜 지렁이를 잡는 북미 육지거북.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우리나라에선 호랑지빠귀 말고 농민이 이런 방식으로 지렁이를 잡는다는 보고는 없다. 지렁이 연구자는 혹시 이렇게 채집하지 않을까. 지렁이 연구자인 홍용 전북대 생물산업연구소 박사는 진동을 이용해 지렁이를 채집하지는 않는다우리나라는 보통 토양이 딱딱해 직접 땅을 파헤치는 편이 더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메콩강 유역에서 지렁이를 채집할 때 현지 아이들한테 부탁했더니 강가에 일렬로 줄을 서서 동시에 발로 모래와 진흙을 세게 두들긴 뒤 지표면 바로 아래까지 올라온 메콩지렁이를 손쉽게 잡아내는 걸 본 일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렁이는 마디마다 강모(센털)가 있어 진동을 민감하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홍용 박사가 라오스 북부 퐁 살리에서 동네 아이들에게 메콩지렁이 채집을 부탁하자 강가에 나란히 섰다. 홍용 박사 제공.

 

아이들은 동시에 강가 모래와 진흙을 세게 발로 두드린 뒤 진동에 따라 지표면 근처까지 올라온 지렁이를 손으로 채집했다. 홍용 박사 제공.

 

채집한 메콩지렁이를 들어 보이는 아이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왕지렁이와 같은 그룹에 속한다. 홍용 박사 제공.

 

왕지렁이의 마디에 나 있는 강모 모습. 강모는 진동을 감지할 뿐 아니라 이동과 방향 전환 때 지지대 구실을 한다. 홍용 박사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atania KC (2008) Worm Grunting, Fiddling, and CharmingHumans Unknowingly Mimic a Predator to Harvest Bait. PLoS onE 3(10): e3472. doi:10.1371/journal.pone.0003472 한겨레 18.7.1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한밤중 딱따구리 안방 차지, 소쩍새 번식 비밀

큰오색딱따구리가 뚫어놓은 나무 둥지 가로채 번식지로

10일간 둥지 점령, 5일간 산란60일만에 새끼 얼굴 '빼꼼'

 

둥지를 막 떠난 어린 소쩍새의 모습입니다.

      

가을이 깊어지며 들녘과 산기슭 여기저기에 들국화가 만발입니다. 이즈음이면 떠오르는 시 중에 '국화 옆에서' 있습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로 시작하지요.

 

서정주 시인 덕분에 그 이름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소쩍새의 실제 모습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새를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거니와 낮에는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다 어둠에 기대 움직이는 야행성인 것도 이유일 것입니다. 소쩍새는 이른 봄 우리나라를 찾아와 여름을 지내며 번식을 하고 국화꽃이 필 무렵이면 떠나는 올빼미과의 여름철새로서 천연기념물 제324-6호입니다.

 

소쩍새의 일반적 특성에 대해서는 김영준 선생님이 이 웹진에 '나방 노리는 여름밤의 스텔스 전투기, 소쩍새'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상세히 전한 바 있기에 여기서는 소쩍새의 번식생태에 대하여 전하려 합니다.

 

소쩍새의 번식 일정은 딱따구리의 번식 일정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소쩍새는 나무가 늙으며 생긴 빈 공간(수동)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딱따구리의 둥지에서 번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리산 자락, 오가는 이 없는 숲 한 모퉁이에 은단풍 하나가 서있습니다. 올해 딱따구리가 둥지를 지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나무 중 하나입니다.

 

325, 드디어 큰오색딱따구리 수컷이 은단풍 줄기에 달라붙습니다. 내가 했던 것보다 더 이리저리 나무를 꼼꼼히 살피더니 마침내 둥지를 짓기 시작합니다. 오전에는 수컷만 보였으나 오후에는 암컷도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에는 암수가 교대로 열심히 나무를 쪼아 파내며 둥지를 짓습니다. 암수가 힘을 모아 둥지를 짓는 것은 번식 둥지를 마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8, 둥지를 짓기 시작한 지 나흘째를 맞아 둥지 입구가 완전히 열렸습니다. 둥지의 입구는 철저하게 비가 들이치지 않는 방향으로 정합니다. 딱따구리의 둥지는 나무줄기에 구멍을 파서 만드는 것이므로 웬만해서는 비가 들이치지 않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비가 한 번 들이치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바닥에는 작은 나무 부스러기를 톱밥처럼 깔기 때문에 눅눅하고 습한 기운이 지속되어 어린 새들을 키우기 위한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저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330, 이틀이 더 지나자 몸이 안으로 들어갈 정도가 됩니다. 지금까지는 나무줄기에 매달려 불편한 자세로 나무를 파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나무를 파내려가기 시작합니다. 나무 부스러기를 밖으로 던지는 행동도 잦습니다. 나무를 파고 부스러기를 던지는 일정은 2주 더 이어집니다.

 

둥지는 암수가 교대하면서 짓습니다.

48, 둥지를 짓기 시작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둥지가 완성되었나 봅니다. 더는 나무 부스러기를 밖으로 던지지 않습니다. 둥지를 비울 때도 많습니다.

 

410, 산란이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이른 아침, 암컷이 둥지에 들어가고 10분 정도가 지나 나온 뒤로 수컷이 바로 들어가서 내내 둥지를 지킵니다.

 

411, 알 품기 모드로 바뀝니다. 큰오색딱따구리는 보통 서너 개의 알을 낳는데 이번에는 하나 또는 두 개의 알을 낳은 것으로 보입니다. 알은 기본적으로 암수가 교대를 하며 2주 동안 품습니다. 교대는 낮에 이루어지며 둥지의 밤은 오직 수컷만 지킵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의 딱따구리 모든 종의 공통적 특징입니다. 낮에 이루어지는 교대의 간격은 딱따구리 종마다 다릅니다. 큰오색딱따구리는 2시간 간격으로 6번 교대합니다.

 

425, 알 품기 모드로 접어든 지 정확히 2주째입니다. 14일 동안 12일은 낮 6번의 교대를 지켰으나 이틀은 8번 교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둥지의 밤은 언제나 수컷이 지켰습니다.

 

둥지에서 경사가 있습니다. 부모 새가 먹이를 나르기 시작합니다. 부화입니다. 암수가 교대로 먹이를 나르며 둥지의 밤은 수컷이 지키는 일상이 시간을 따라 꾸준히 이어집니다.

 

2, 부화가 일어난 지 1주일이 지납니다. 다른 큰오색딱따구리의 둥지에 비하여 먹이를 나르는 횟수가 적습니다. 보통 큰오색딱따구리가 세 마리의 어린 새를 키울 때 하루에 60번 정도 먹이를 나르는데 이 쌍은 20번 정도입니다.

 

59, 부화가 일어난 지 2주일이 지납니다. 여전히 먹이는 20번 정도만 나릅니다. 물론 먹이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산란 행동도 그랬지만 아무래도 어린 새의 숫자가 하나 또는 둘인가 봅니다.

 

516, 부화가 일어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어린 새가 스스로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밉니다. 어린 새는 암컷 하나입니다. 부모 새 모두, 아니면 적어도 둘 중 하나가 번식의 경험이 처음인 듯합니다.

 

519, 큰오색딱따구리 어린 새는 처음해 보는 날갯짓이 서툴지도 않게 늠름히 둥지를 박차고 날아갑니다.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 독립하며 큰오색딱따구리 가족은 각자의 길을 갑니다. 어린 새도 보이지 않고 암컷도 더는 번식 둥지를 찾지 않습니다.

 

다만 수컷은 여전히 번식 둥지를 지키며 살아갑니다. 둥지를 지킨다고 하여 둥지 곁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잠만 잡니다. 어두워지면 둥지로 돌아와 잠을 자고 이른 아침이면 먹이활동을 나섭니다. 낮에는 둥지가 비어있는 셈입니다.

 

큰오색딱따구리가 어린 새를 키운 둥지를 소쩍새가 바로 빼앗아 차지합니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둥지를 지킬 수 있을까요?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난 지 정확히 사흘 째 밤입니다. 어둠이 내리며 수컷은 어김없이 둥지에 나타났으나 안으로 들어가지를 못합니다. 누군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개를 넣어 둥지 안을 살피던 수컷이 화들짝 놀라며 물러선 뒤 그대로 날아가 버립니다. 대적하기 버거운 상대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도 같은 상황은 이어지다 사흘 째 밤에는 큰오색딱따구리 수컷이 아예 나타나지 않습니다. 애써 지은 둥지였으나 결국 이렇게 포기합니다.  

둥지를 새로 차지한 친구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하루 종일 기다려도 통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야행성이라는 뜻이며, 둥지의 규모로 볼 때 소쩍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딱따구리가 만든 둥지는 동고비, 원앙, 다람쥐 등 다른 동물의 둥지로도 인기가 높습니다(관련기사: 동고비 106일 집뺏기 사투, 위대한 실패). 그런데 낮이 아닌 밤에도 이 둥지를 노리는 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어두움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저녁 8, 뭔가 둥지를 벗어나 날아갑니다. 그리고 바로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둥지의 새로운 소유주는 소쩍새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소쩍새는 솟쩍, 솟쩍또는 솟쩍다, 솟쩍다소리를 냅니다.

 

소쩍새가 '솟쩍다, 솟쩍다소리를 내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풍년이 들 터인데 지금 쓰는 솥이 작다는 뜻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하룻밤에도 솟쩍, 솟쩍울다 '솟쩍다, 솟쩍다소리로 바꿔 울기도 하니 얼마나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답답한 시간이 마냥 흘러갑니다. 여전히 낮에는 둥지에서 고개 한 번을 내밀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기다림을 멈출 수는 없는데, 11일째 오전 830분께 드디어 소쩍새가 고개를 내밀어 줍니다. 10  

그 이후로 어두움이 내려 둥지를 나설 때까지 둥지 밖으로 고개를 다시 내미는 일은 없었습니다. 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새가 날개를 접고 알을 품는 것은 엄청난 희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을 품는 것은 제 몸을 하루 종일 바닥에 붙이고 있는 과정이며, 진화를 향한 모든 힘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날 수 있을까에 몰입하다 결국 뼈 속까지 비운 새들이 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일정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빈 둥지만 바라보는 날이 이어졌고, 더러 둥지를 찾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소쩍새가 큰오색딱따구리의 둥지를 빼앗은 지 꼭 4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오늘 밤은 둥지가 부산합니다. 조명을 비춘 것이 아니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둥지를 지키는 암컷에서 수컷이 연신 곤충을 물어 날라 전하고 있습니다. 부화입니다.

 

소쩍새의 포란 기간은 약 25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은 다섯 개 정도를 낳으며, 알을 하루에 하나씩 낳으므로 산란은 5일에 걸쳐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0일이 남습니다. 이는 산란에 앞서 미리 둥지를 차지하고 있었던 기간으로 생각됩니다.

 

어린 소쩍새가 드디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소쩍새 어린 새가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면 어미 새는 둥지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 하루 종일 둥지를 지킵니다.

 

3주가 또 그렇게 답답하게 지납니다. 드디어 어린 새가 둥지 밖으로 스스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세상이 궁금한 모양입니다.

 

어린 새는 낮에도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는 점이 어른 새와 다릅니다. 그리고 이 시기가 되면 둥지의 공간이 좁아져 둥지를 지키던 어미 새는 둥지에 함께 있지 못하고 밖으로 밀려납니다. 소쩍새가 큰오색딱따구리의 둥지를 빼앗은 지 꼭 60일째입니다.

 

어린 새가 교대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면 주위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둥지가 가장 잘 보이는 어딘가에 비좁은 둥지를 떠난 엄마 새가 숨어서 경계근무에 임하고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보입니다. 허투루 보면 절대 보이지 않을 곳입니다. 아빠 새는 둥지에서 뚝 떨어진 곳에 숨어있어 찾기 쉽지 않습니다.

 

어린 새는 주로 밤에 둥지를 떠납니다.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기 시작하면 어미 새는 어린 새를 둥지에서 가까운 안전한 곳으로 안내합니다. 둥지를 나선 어린 새가 있고, 아직 둥지에 남은 어린 새가 있다면 어미 새는 둘 다 잘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다 둥지에 있는 어린 새가 모두 둥지를 나서면 둥지 주변을 완전히 떠나 더 깊은 숲으로 사라집니다.

 

소쩍새가 가장 많이 우는 계절은 봄입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제 짝을 찾을 시기입니다. 그러다 번식 일정에 들어서도 꽤나 울지만 번식 일정이 끝나면 거의 울지 않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있다가 우리의 들녘에 들국화가 만개할 즈음이면 소쩍새는 소리 없이 우리의 땅을 떠납니다. 내년 봄, 또 다시 구슬프도록 밤새워 울 것을 기약하며 말입니다. /·사진 김성호/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13.11.7

 

나방 노리는 여름밤의 스텔스 전투기, 소쩍새

여름엔 소쩍새 겨울엔 큰소쩍새, 비슷하지만 많이 다른 새

소쩍새는 노란 홍채, 큰소쩍새는 발에도 깃털로 구분

이번에는 소쩍새와 큰소쩍새에 대한 소개입니다. 소쩍새와 큰소쩍새는 올빼미과에 속하는 맹금류입니다. 이러한 야행성 소형 맹금류들은 특히 청각이 발달하고, 비행시 발생하는 날개소음을 줄여 스텔스전투기와 같이 조용히 먹이에 접근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잡은 먹이는 대부분 뜯어먹기 보다는 한꺼번에 삼켜서 먹고, 소화되지 않은 날개나 외골격 등의 먹이물질은 다시 펠렛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내뱉어 버립니다.

 

당년도에 태어나 이소 단계가 된 어린 소쩍새.



겨울철에 발견된 완전히 성장한 큰소쩍새

 

유사하게 생긴 소쩍새와 큰소쩍새를 많이 혼동하는데, 그 차이를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쩍새는 여름에 소쩍~소쩍~하고 우는 새인데, 여름철새입니다. 전남이나 제주와 같은 남부지역에서는 겨울에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여름철새이지요. 그 이유는 바로 먹이와 몸의 특징에 있습니다.

소쩍새의 주 먹이는 나방이나 날벌레들입니다. 물론 작은 설치류나 양서 파충류 등도 잡을 수 있지만 주 먹이는 곤충이지요. 소쩍새의 발가락에는 털이 없습니다. 이는 솔부엉이도 마찬가지인데 솔부엉이에게는 도깨비 방망이와 같이 털이 그냥 듬성듬성 나 있을 뿐이죠. 이러한 녀석들이 겨울을 한국에서 난다면 동상걸리기 딱 좋을 겁니다. 올빼미종류만 비교해본다면 말이죠.

 

반면 큰소쩍새는 일반적으로는 겨울철에 많이 관찰되는 철새로 보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 꽤 넓게 번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단 확인된 것은 강원도 일대와, 경기도 동부권, 경북 안동과 상주 일대, 충북과 충남, 특히 저희 센터가 위치한 충남은 금산과 예산, 당진과 보령에서 새끼들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큰소쩍새는 북방계 올빼미의 특징일 수 있는 발가락 깃털이 나있죠. 로드 킬과 같이 끔찍한 사고를 당해 뭉개진 사체에서도 큰소쩍새와 소쩍새를 구분할 수 있는 단서는 바로 발가락에 난 깃털의 유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가락에 털이 없는 소쩍새의 발가락.

 

발가락에는 털이 없지만 발목에는 이미 깃털이 난 어린 큰소쩍새의 발가락.

 

완전히 성장한 큰소쩍새는 발가락에도 깃털이 자라 있다.

 

이렇게 큰소쩍새의 발가락에 깃털이 나 있다는 것은 추운 계절에 적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큰소쩍새는 자신의 체구와 거의 비슷한 멧비둘기까지도 사냥을 합니다. 물론 곤충도 잡지만, 좌우간 자기보다 작은 동물은 뭐든 먹을테지요.

 

큰소쩍새와 소쩍새의 크기를 비교하자면 당연히 소쩍새가 더 작겠지요. 하지만 대체 얼마나 작을는 잘 모르시겠죠. 소쩍새는 어른 주먹 정도의 크기에 체중은 65~85g 정도 나갑니다. 반면 큰소쩍새는 어른 주먹 두개를 위아래로 올린 정도의 크기이고 몸무게는 일반적으로 180~220g 정도 나갑니다.

 

맹금류는 성별에 따라 체중이 다른데,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암컷이 무척이나 무겁습니다. 고로 소쩍새는 65~75g 정도가 수컷이고 70~85g 정도가 암컷이 되겠죠.

 

소쩍새의 홍채(홍채는 어려운 게 아니고 사람의 눈에서 검은자위를 뜻합니다. 검은자위 가운데 정말로 검은 부위가 있는데 여기는 동공이라고 하여 눈 안쪽으로 통하는, 빛이 들어가는 구멍이죠. 이 구멍의 크기를 조절하는게 홍채입니다.)는 노란색인 반면에, 큰소쩍새의 홍채는 주황색 정도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어린 개체들도 동일하니까 어릴 때 구분이 나름 용이하겠죠.

 

소쩍새의 학명은 과거 Otus scops로만 분류되다가, 이 종이 O. senegalensis (1993), O. sunia (1998), O. alius (1998)O. scops로 재분류되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의 소쩍새는 O. sunia로 분류되었죠. Otus scops 아닙니다.

        

큰소쩍새의 학명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워낙 다양하게 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명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 종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Otus lempiji, O. bakkamoena의 학명이 많이 사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O. semitorques가 옳다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나아가 O. lettia로 까지 인용된 경우도 있었죠. 사태가 이러하니 대체 어떤 종이 어떤 종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이고,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제324호로 지정한 큰소쩍새라는 동물은 과연 어떤 개체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학명이라는 것은 국제적인 생물종을 특정 언어(예를 들어 한국어나 영어 일본어나 중국어 등)로만 부르게 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혼동을 없애고자 고유한 이름을 만들어 붙인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나라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하더라고 공용 명칭이 되는 셈이죠.

 

딱딱하게 말하자면 분류학적인 명칭인데, 일반적으로는 이명법(속명과 종소명)을 사용하지만 아종단위 (예를 들어 벵갈호랑이와 아무르호랑이를 나누어 보는 단위)를 부를 때는 아종명을 적어서 삼명법으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영명으로는 소쩍새를 Oriental scops owl, 큰소쩍새는 원래 Collared scops owl이라고 붙이다가 학명이 분리되면서 Japanese scops owl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동물명에 특정 국가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매우 불합리합니다. 물론 먼저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붙일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민족성만을 반영하는 것은 국수주의 혹은 지나친 애국주의입니다.

 

물론 그 동물이 그 나라에만 존재한다면 가능하겠지요. 따오기라는 동물의 영명은 Crested ibis입니다만, 학명은 Nipponia nippon입니다. 이제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죠?

 

그렇다면, 먼저 Otus라는 뜻은 무엇일까요? 라틴어를 영어에서 찾아보면 Keen of hearing, 매우 날카로운 청각이라는 뜻일 겁니다. 우리가 키우는 "아따리"라는 소쩍새도 소리의 발생에 매우 큰 반응을 보이지만, 정지된 사물 인식능력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계열의 올빼미들은 청각이 특히 예민하며, 많은 수의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소쩍새는 곤충의 수와 크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6월이 넘어서야 번식을 시작하고 새끼들을 키웁니다.

 

그럼 semitorques는 무슨 뜻일까요? semi라면 절반, 어느 정도 혹은 조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torques라는 라틴어의 뜻은 목걸이, 목 주위의 장식이나 칼라 등을 뜻합니다. 큰소쩍새의 목주위 테두리를 뜻하는 학명이 되겠지요.

 

소쩍새와 큰소쩍새가 다치는 가장 큰 이유는 건물 유리창이나 차량과의 충돌과 쥐끈끈이 등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리창과 같은 구조물은 시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야행성 맹금류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또한 가로등이 켜진 도로 주변에 모여든 나방이나 다른 곤충은 이러한 소형 야행성 맹금류에게는 매우 좋은 먹이자원이기에 소쩍새와 큰소쩍새가 도로 주변에 모이게 되고, 이는 곧 차량 충돌로 쉽게 이어진곤 합니다. 머리를 다치게 되는 과정에 청신경 손상이 발생한다면 야생으로의 복귀는 불가능해지고 말죠./ 한겨레 13.7.26 ·사진 김영준/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관


솔부엉이를 부르다

 

솔부엉이 정다미 꾸룩새연구소 소장 제공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8월 하순의 월요일이었다. 오전에는 흐렸지만 오후에는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높게 걸려 있다. 게다가 공기도 선선해져 가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물씬 났다. 늦은 오후에 솔부엉이를 탐조하러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꾸룩새연구소를 찾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마을 주변의 새들을 관찰하고 기록해온 정다미 소장과 그의 어머니인 부소장이 운영하는 연구소이다. 하루가 다르게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파주이지만 그래도 꾸룩새연구소와 그 주변은 아직도 전형적인 농촌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4월 초부터 제비를 시작으로 후투티, 솔새, 숲새, 꾀꼬리, 솔부엉이 등의 여름철새가 순서대로 고향인 파주로 돌아온다. 솔부엉이는 5월 말에 우리나라에 도래하는데 다른 여름철새에 비해 늦게 오는 편이다. 늦게 번식을 시작하는 새에도 자연은 기회를 준다. 솔부엉이는 나무 구멍에서 둥지를 틀 수도 있지만 번식을 마친 까치의 빈 둥지를 재활용하기 좋아한다. 솔부엉이는 보통 6월 초에 산란을 시작하여 8월 초면 이소한다. 솔부엉이의 새끼는 부모의 둥지를 바로 떠나지 않고 가을에 이주할 때까지 부모와 같이 지낸다. 그래서 8월 하순 즈음은 어미와 새끼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아 꾸룩새연구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꾸룩새연구소를 내려다보는 참죽나무 두 그루가 눈에 띈다. 솔부엉이가 이 나무의 죽은 가지를 횃대로 이용하기 좋아한다고 설명해 준다. 참죽나무 뒤로는 바로 장명산과 연결되어 있다. 꾸룩새연구소 앞쪽으로는 논이 넓게 펼쳐져 있고, 산도 있다. 장명산이나 앞에 있는 산은 참나무와 밤나무가 우거져 있고, 여기에는 사슴벌레, 하늘소, 나방 등과 같은 대형 야행성 곤충이 많이 살고 있다. 솔부엉이는 매년 이 숲에 찾아와서 대형 야행성 곤충을 잡아먹으면서 번식을 한다. 솔부엉이의 발톱은 다른 부엉이처럼 날카로운 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곤충은 미끈한 외골격으로 보호받고 있어서 이런 발톱으로 곤충을 잡으면 미끄러져 도망가기 쉽다. 그래서 솔부엉이의 발에는 뻣뻣한 털이 잔뜩 나있다. 이런 털이 있는 발톱으로 잡으면 곤충은 쉽게 도망가지 못한다. 그래서 솔부엉이의 은 발톱에 있는 뻣뻣한 털에서 유래한다.

 

이날 꾸룩새연구소에서 경험한 탐조는 특별했다. 탐조는 보통 망원경이나 필드스코프를 이용하여 멀리서 새를 관찰한다. 그러나 꾸룩새연구소 소장은 솔부엉이를 우리 가까이 불러들일 생각이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연구소장은 양손을 모아 ~~” 하며 솔부엉이 소리를 흉내 냈다. 그러나 솔부엉이의 화답은 없었다. 계속 불어봐도 반응이 없어 우리는 망원경을 들고 앞산으로 이동하였다. 솔부엉이가 번식했던 까치둥지에서도 솔부엉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직 이주할 때가 아닌데하며 살짝 걱정이 스쳐지나갔다. 그때 갑자기 우리 머리 위를 지나 숲속으로 새가 날아갔다. 그리고 ~~” 하고 소리를 냈다. 연구소장은 반가워서 같이 화답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시 꾸룩새연구소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솔부엉이를 불렀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솔부엉이는 꾸룩새연구소 앞의 전봇대 위에 내려앉아 우리를 경계하듯 계속 소리를 냈다. 이때 또 다른 솔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와 참죽나무에 내려앉았다. 어미 솔부엉이 소리를 듣고 온 새끼 같았다.

 

우리는 망원경으로 전봇대 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전봇대 위에 검은 물체가 있지만 주위의 어둠으로 스며들어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끔뻑끔뻑하는 눈을 보니 솔부엉이가 분명하다. 옆에서 다시 ~~” 소리를 내며 솔부엉이를 불렀다. 그런데 갑자기 솔부엉이가 전봇대에서 뛰어내려 내 앞으로 날아왔다. 순간 망원경은 날아오는 솔부엉이로 가득 차서 마치 나를 덮치려는 것 같아 깜짝 놀라 물러섰다. 다행히도 솔부엉이는 우리 머리 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전봇대로 날아갔다.

 

솔부엉이 같은 올빼밋과 새들은 번식을 할 때 영역을 가지고 있다. 영역을 보유하고 있는 새는 그 영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독점할 수 있다. 그러나 영역을 유지하는 일은 비용이 따른다. 영역 보유자는 끊임없이 자기의 영역을 다른 새들에게 알리고, 침범하는 새를 쫓아내야 한다. 새들은 주로 소리를 이용하여 영역행동을 한다. 솔부엉이의 ~~” 소리는 바로 영역을 주장하는 신호이다. 만약 영역 내에서 다른 솔부엉이의 소리를 들으면 영역 보유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바로 침입자를 찾아 나서고, 소리로써 대응한다. 침입자가 물러서지 않을 경우 싸움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영역을 보유한 새는 영역 밖에서 발생하는 소리에 대해 점차로 구분하여 반응한다. 예를 들면 이웃하는 새의 소리에는 처음에는 민감하게 대꾸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습관화(habituation)되어 덜 공격적으로 된다. 심지어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꾸룩새연구소 근처에 사는 솔부엉이는 지난 몇 주 동안 매일같이 불러도 어김없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것은 솔부엉이가 경계를 게을리할 수 없는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새끼의 존재가 그런 요인이 될 수 있다. 새끼가 침입자의 소리를 듣고 다가간다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미는 침입자의 소리가 들리면 매번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 이 가설을 검증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날은 여름밤 탐조의 백미였다. 17,11.13 경향 / 장이권 | 이화여대 교수·에코과학부

솔부엉이의 둥지는 오래된 나무의 구멍인데 몇 군데의 솔부엉이를 여러 해 동안에 지켜본 결과 둥지의 환경에 변화가 없으면 매년 같은 둥지를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텃새도 아닌 철새가 같은 둥지를 매년 이용한다는 사실이 흥미롭고 신기하다. 솔부엉이에게는 우리가 아는 것 이상의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한불교조계종 정수사 주지

Superstition - Stevie Wonder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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