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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우리 모두가 잔인한 사냥꾼 外

by 이성근 2018. 9. 10.

우리 모두가 잔인한 사냥꾼

가장 비싼 새 표본으로 기네스북에 남은

1852년 멸종한 큰바다쇠오리에 대한 기록

 

큰바다쇠오리와 몽파르나스 타워, 209m, 프랑스 파리. 76x57cm, 종이에 수채, 2018

 

19세기 유럽인 탐험가들은 남극 대륙에서 발견한 날지 못하는 새를 펭귄이라고 불렀다. 북대서양에 널리 분포하던 큰바다쇠오리의 속명을 딴 이름이다. 생김새가 비슷한 펭귄은 현재에도 존재하지만 이름의 유래가 된 큰바다쇠오리는 1852년에 멸종했다. 이 바닷새는 주로 고립된 바위섬에 살았고 짧은 다리와 물갈퀴가 달린 큰 발로 똑바로 섰다. 머리와 등의 깃털은 윤기 나는 검은색이고 배는 흰색이었다. 몸길이는 평균 75~85cm, 수영할 때 쓰는 날개 길이는 15cm 미만, 체중은 5kg 정도였다. 수명은 20~25년으로 한 해에 하나의 알을 낳았다. 부화 기간은 약 44일이며 부부가 교대로 알을 품었다. 알에는 부모만 알아볼 수 있는 고유한 무늬가 있었다.

 

큰바다쇠오리는 도도처럼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호기심이 많아서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깃털, 지방, 고기와 알을 얻기 위해 마구잡이로 사냥했다.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자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사냥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부유한 수집가와 박물관이 희귀종이 된 큰바다쇠오리 표본을 고가에 사들이면서 오히려 멸종을 앞당겼다. 1830, 마지막 개체군이 서식하던 아이슬란드의 화산섬이 가라앉는 바람에 수십 마리만 겨우 생존해 인근 엘데이 섬으로 옮겨갔다. 18446, 한 수집가가 고용한 선원들이 알을 품고 있던 큰바다쇠오리 한 쌍을 곤봉으로 때려죽이고 알을 밟아 으깼다. 이 종의 마지막 알이었다. 1852년에 목격된 개체를 끝으로 큰바다쇠오리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전 세계에 표본 78, 골격 표본 25, 75점이 남아 있다. 1971년 아이슬란드 국립 역사박물관이 표본을 14425달러에 구입했고, 가장 비싼 새 표본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다른 많은 동물들처럼 큰바다쇠오리도 인간에 의해 멸종됐다. 지금도 누군가는 돈이나 재미를 얻으려고 동물을 사냥한다. 최근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나 쓰레기가 덫이 되고 독이 되어 해양 생물을 죽이고 있다. 내가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를 떠돌다 멸종 위기에 놓인 어떤 종의 마지막 한 마리를 사냥할지도 모른다. 어느 누가 동물학대자나 밀렵꾼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바로 나 자신,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잔인한 사냥꾼이다./ 장노아 화가

 

네가 높은 땅에 살았더라면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브램블 케이 멜로미스와 Q1 타워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와 큐1 타워(322.5m·호주 골드코스트). 76×56, 종이에 수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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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토레스 해협의 작은 산호초 섬에 살았던 설치류인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멸종한 첫 포유류다. 1845년 커다란 쥐를 화살로 쏘았다는 내용으로 유럽인들에 의해 처음 기록되었다. 1978년에는 수백마리로 추정되었으나 199890여마리, 200410여마리로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2009년이었다. 2014년 토레스 해협의 다른 섬들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지만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2016년 공식적으로 멸종이 선언되었다.

 

퀸즐랜드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멸종의 근본 원인은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이다. 가장 높은 지대가 해발 3m에 불과한 브램블 케이섬은 강도와 빈도가 크게 증가한 폭풍 해일과 높은 수위를 유발하는 기상 여건에 취약하다. 1993년에서 2010년 사이 토레스 해협의 평균 해수면은 연간 6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의 거의 두 배이다. 199872.43였던 식생 범위는 201490.19로 감소했다. 멸종 위급단계였던 2008년 재도입 및 복구 계획이 제안되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직 조사되지 않은 개체군이 파푸아 뉴기니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유일한 희망이다.

 

종이에 연필, 2018

 

이번 여름에도 세계 곳곳에서 폭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람은 물론이고 동식물의 피해도 상당하다. 인간의 활동과 삶의 방식이 지구의 기후에까지 영향을 끼치다니, 새삼 놀랍고 죄스럽다. 폭염이든 전쟁이든 불평등이든 그 파괴적인 영향은 가장 먼저 가장 연약한 존재에게 가닿는다.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저항도 방어도 할 수 없는 동물의 운명은 가혹하다. 기후변화로 사라진 첫 번째 동물은 2004년 멸종이 선언된 황금두꺼비였다.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에 이어 사라질 두 번째 포유류는 어떤 동물일까. 부디 이 작고 여린 동물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멸종을 향해 달리는 아시아치타

 

아시아치타와 투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센터(412·홍콩). 종이에 수채, 76×57, 2018

 

지상에서 가장 빠른 포유류인 치타는 시속 최대 110까지 달린다. 큰 심장과 폐, 유연한 척추, 방향타와 균형추 구실을 하는 긴 꼬리 등을 지닌 덕분에 평야에서 놀라운 속도를 낸다. 치타는 황갈색 몸의 상체에 조밀한 검은 반점이 있고 배 부위는 밝은 흰색을 띤다. 눈 안쪽에서 입가로 이어지는 검은색 눈물선이 특징이다. 몸길이는 평균 112~135이고 꼬리 길이는 66~84이다. 새끼는 보통 3~4마리가 태어나지만 사자, 하이에나 등의 위협으로 사망률이 높다. 수명은 10~12년이다. 치타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 폭넓게 분포했으나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1996년부터 국제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서 야생 절멸 직전에 처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아시아치타는 98%가 원래 서식지에서 사라졌다. 중앙아시아, 중동, 인도 등에서 멸종했고 현재 이란에만 생존해 있다. 1970년대에는 200여마리였지만 최근에는 불과 50마리 미만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서식지 파괴와 사막화로 인한 먹이 감소가 가장 큰 위협이다. 채굴 산업과 도로 등 인프라 개발의 여파로 로드킬도 증가했다. 2001~14년 사이에 최소 11마리의 아시아치타가 도로에서 죽었다. 이란 정부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자금 지원을 받아 2001년 아시아치타 및 서식지 보호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여러 곳의 국립공원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밀렵이 이뤄지고, 목축업자들은 가축을 지키거나 기념품으로 삼으려고 치타를 죽인다. 201712월 이후, 유엔개발계획은 예산 부족 때문에 지원을 중단했다. 이란 환경부 산하 아시아치타 보존계획은 인공수정을 위해 정자를 냉동 보관하고 있다.

 

종이에 연필, 2018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이란 국가대표팀은 아시아치타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아시아치타 보호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이란 대표팀의 유니폼에서 아시아치타를 볼 수 있다. 국제적인 보존 프로젝트 지원이 중단되어 자체 예산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이란 정부는 아시아치타를 멸종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치타에게는 국적이 없다. 한 나라의 노력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아시아치타의 멸종위기 상황이 보다 널리 알려지길 기대해 본다.

 

겨울은 유럽밍크 도살의 계절

유럽밍크와 메세투름(257m·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

 

유럽밍크와 메세투름. 102×65, 종이에 수채, 2018.

 

입 주위의 흰 털이 특징인 작고 귀여운 흑갈색 유럽밍크는 유럽에서 멸종 위험이 가장 큰 포유류 중 하나다. 준수생동물로 호숫가, , 시내 및 습지대에 서식하며 수중 수렵에 유용한 물갈퀴를 가지고 있다. 먹이는 들쥐, , 개구리, , 물고기와 곤충 등 다양하다. 수컷의 크기는 평균 35~58이고 무게는 최대 1까지 나간다. 암컷은 5~10주의 수태 후에 2~7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야생에서의 수명은 6년 정도이고 사육 상태에서는 12년까지도 산다.

 

유럽 대륙에 폭넓게 서식하던 유럽밍크는 19세기 중반 이후 85% 이상 급격하게 감소했고,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네덜란드, 스위스 등 일부 지역에서는 멸종했다. 현재는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서부, 루마니아의 다뉴브 델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발견된다. 서식지 상실과 생태계 파괴, 모피를 위한 상업적 포획과 외래종인 아메리카밍크의 대규모 도입이 주요한 멸종 위협이다. 유전적 다양성이 낮은 스페인과 프랑스의 개체군은 근친교배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2011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멸종 위급단계로 분류되었다. 지난 10년간 50% 이상 감소한 유럽밍크는 앞으로 10년간 80% 이상 급속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밍크, 종이에 연필, 2018.

 

유럽밍크의 번식, 인공 수정 및 사육 환경에 대한 연구가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식지 복원과 보호구역 지정이다. 스페인은 2004년부터 환경 보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2014년에는 아메리카밍크 통제 및 모니터링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0년부터 6년간 보존 및 재도입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독일, 에스토니아, 루마니아도 보존과 재도입, 서식지 개선 활동, 유럽밍크 보전을 위한 전략 계획 수립 등을 진행하고 있다.

 

5월은 계절 번식동물인 밍크가 새끼를 낳는 달이다. 밍크의 털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겨울철은 모피 농장의 밍크가 도살되는 계절이다. 야생의 밍크는 서식지를 빼앗기고 농장에서는 생명과 털, 그리고 계절까지 빼앗긴다. 밍크 120마리를 죽이면 두 벌의 코트를 만들 수 있다. 최상의 모피를 위해서 살아 있는 상태로 천천히 가죽을 벗긴다. 부의 상징이 아니라 잔인함의 상징이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모피코트를 원한다. 올해 5월에는 몇 마리의 밍크가 세상에 태어날까. 이 작고 연약한 동물에게서 무자비하게 약탈한 것을 이제는 조금이라도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위태롭게 매달린 나무늘보야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와 에스이지(SEG)플라자(355.8m·중국 선전)

 

종이에 수채, 76×57, 2018

 

행복한 미소를 띠고 제자리걸음 하듯 천천히 움직이는 나무늘보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포유류이다.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는 파나마 군도에 있는 면적 약 4.3의 에스쿠도 데 베라구아스 섬에 산다. 몸길이 485~530, 꼬리길이 45~60, 몸무게 2.5~3.5으로 다른 나무늘보에 비해 작은 편이다. 회갈색 털은 녹조류로 덮여 위장색을 띠기도 한다. 울창한 숲에서 움직임이 거의 없는 이 동물을 발견하고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생태를 비롯해 개체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으며, 2012년 확인된 개체는 79마리였다.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종 지표인 적색목록에서 2006년부터 위급등급으로 분류됐고, 2012년 발표된 세상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100종에 포함되었다.

 

에스쿠도 데 베라구아스 섬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이지만, 어부, 농부와 바닷가재를 잡는 잠수부 등이 들어와 어로와 사냥, 벌목을 한다. 2009년 파나마 정부는 보호정책을 결의했으나 지역 정치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에코 로지, 카지노, 마리나 및 은행 센터 설립이 포함된 관광 인프라 개발이 이루어졌다. 서식지 파괴와 유전적 다양성 감소로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역 공동체 및 파나마 야생동물보호국과 국내외 과학 공동체가 협력하여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와 섬을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인 보전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종이에 연필, 2018

 

위험에 처한 것은 작은 무인도의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만이 아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파나마의 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기후난민이 되었다. 대도시의 아이들은 짙은 미세먼지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와 번영과 발달의 그늘에서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었고 서서히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 빨리 더 많이 원하는 우리와 달리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나무늘보의 생태는 느림의 이유와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한다. 환경문제에 대응할 미봉책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네 삶의 방식을 근본부터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한겨레신문 에니멀피플   18.4.2~9.10



Place In The Sun
(영화 '젊은이의 양지' 주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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