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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죽성 나들이 -아빠는 피곤하다

by 이성근 2014. 2. 10.

 

막내는 늘 심심하다 한다. 지난 1월 이후 주말마다 그런 막내를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내 입장에서는  이틀간의 주말 출근은 어쩔 수 없는 상황, 예컨데 사업정산과 보고를 비롯하여 사업계획 등을 처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막내는 그 주말이 여러모로  재미나기 때문에 마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집에 있으면 컴퓨터 게임도 한시간 반 밖에 허용되지 않는다. 그것도 일주일에 주어지는 시간이다. 그렇지만 아버지 사무실에선 그런 제약이 없다. 물론 미리 책을 두권씩 가져가 읽게하거나 숙제를 시킨다. 그리고선 귀가할 때까지 게임에 몰두 할 수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덤으로 평소에 먹고 싶었던 짜장면이나 그에 준하는 음식을 먹으니 아들로서는 일석이조인인 셈이다.  지난 일요일은 쉬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들은 예의 심심타령이었다. 

번개 기차여행을  하기로 했다. 우리 부자가 선택하는 코스는 거의 정해져 있다. 기장이나 남창까지 기차타고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다.  그전에 부전시장을 구경하기도 한다.  이날도 기장행 차표를 왕복으로 예매한 다음 시장통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기차 시간에 맞추어 기차를 타러 갔다.  

아쉬운 노릇은 동해남부선 복선공사가 완료됨으로 인해 해운대를 지나면서 즐기던 송정바다 보기가 사라진 것이다. 차창 넘어 바라보는 송정해안 풍경은 언제봐도 매력적이었다.  노선이 바뀌면서 해운대역에서 송정 구간은 재미없는 구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현재 이 폐선부지를 이용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기되면서 시민공간화 하려는 움직임들이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준비되고 있다.  그렇지만 또 이 폐선부지를 이용해 관광 활성화란 명분으로 다른 꿈을 꾸는 부류도 있다. 동상이몽이다. 

  2014.2.10                                                                                                         2009.3.21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기차는 기장역에 정차했다. 서둘러  기장군 6번 마을 버스를 타고 죽성으로 향했다. 때맞춰 버스가 왔기 때문이다.  

너댓 구간을 지나 두호마을에서 내렸다.   죽성천에 오리류들이 나래를 접고 쉬고 있었다.  아들은 오리들을 가까이서 보기위해  살금살금 다가가지만  목을 세워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던 오리들은 틈을 주지 않고 날아 올랐다. 그렇거나 말거나 아들은 재미있어 했다.  새들과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  살아있는 것들과 마주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족한 나들이다.   

죽성천 하구로 내려가며 어떤 새들이 왔나 살펴 보기도 했다. 흰뺨검둥오리와 청두오리, 홍머리오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쇠백로 한마리, 갈매기류는 붉은부리갈매기와 갈매기 , 재갈매기 등이 있어 바다는 심심치 않았다.  흐린 날씨에 더해 작열하는 파도의 포말이 인상적이었다.  아들에게 죽성구간 갈맷길 노선을  잡기 위해 답사했던 때와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리고 국수당으로 올랐다.  어린 눈에도 소나무의 수관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든지 감탄해 마지 않는다.

아들은 한동안 나무에 매달려 놀았다.  주민들이 금줄을 친 당산목이자 보호수이긴 하지만 사람도 없는데다 맘껏 놀게 했다.  사실 이렇게 놀아야 하는데, 마땅히 놀 곳도 놀 친구도 없는것이 문제다.  친구가 없다기 보다 다들 학원이며 체육관등으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다시 바닷가로 내려간다.

일부러 마을 골목을 배회하듯 돌담이 있는 골목을 찾았다.  죽성 두호 마을도 도시 주변부로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가옥의 형태가 바뀌면서 어촌마을의 경관아이 바뀌기 시작했다.  돌담과 지붕 낮은 집들이 네모난 형태로 볼품? 없어 바뀌고 있다.    

바닷가로 내려서자 동해의 물빛이 시원하다.

늘 이곳에 오면서 느끼는 못마땅한 일은  이 허접한 드라마 셋트장에 사람들이 현혹된다는 것이다.  이제 대놓고 명소? 가 되었다. 드라마의 힘을 새삼 실감한다. 

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왕 온 걸음 인근에 있는 죽성교회도 방문해보길 권한다.  죽성의 또 다른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의 외면당한다.  안타까운 노릇은 죽성교회 주변 대한 건축행위에 대한 배려였다.  같은 장소에 대한  변화다.  2014년 2월10일과 2010년 2월24일의 차이다.  지키지는 못할 망정 외면당하게 하고, 변질된 모습으로  잊혀지고 있다.  조잡한 드라마 셋트장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발길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시 국수당을 보고 기장역으로 향했다.

바쁘게 기차를 타지 않기 위해 기차시간보다 앞서 나오다보니 여유가 생겨 기장시장을 돌아보았다.  당연히 먹을 것이 유혹하고 결국 또 지갑을 열었다. 그래도 좋았다.  

저녁 7시33분 집으로 가는 기차가 플레폼으로 들어 서고 있다.  아들의 흡족함이 집에까지 이어졌다. 피곤했지만 더불어 좋았던 나들이었다.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사진 속 세상 구경

The Guitar Man - B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