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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뉴스타파

족벌사학과 세습 - 대학교는 망해도 설립자는 잘 산다

by 이성근 2019. 6. 27.

사학적폐추적박근혜법이 양산한 세습왕국들

 

수많은 적폐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될 부분이 교육 적폐. 교육적폐 중의 적폐는 사학적폐’. 우리나라 대학 85%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비리를 해결해야 교육개혁 가능하다.-류석준 영산대 해직교수/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의 과제 중 하나로 사학비리를 꼽았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 가운데 85%를 차지하는 사립대학. 뉴스타파는 교육개혁 시리즈의 첫번째로 친인척이 장기간 운영하는 사립대학, 이른바 족벌사학의 행태를 취재했다.

 

영산대, 20년 째 부부 운영...대학 교비로 총장-이사장 부부 집을 관사로 매입

경남 양산시에 있는 영산대학교. 이 대학 부구욱 총장은 부모로부터 대학을 물려받아 2001년부터 17년째 영산대 총장을 지내고 있다. 올해 5선 연임이 돼 2021년까지 총장직을 수행한다. 영산대 재단 이사장 노찬용 씨는 부 총장의 배우자다. 노찬용 이사장은 1997년 학교법인이 설립된 이후 이사를 시작으로 2009년부터는 계속 이사장을 맡고 있다. 총장 부부가 20년 가까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대학에선 어떤 일이 있었을까.

 

17년 째 총장(5)을 하고 있는 부구욱 영산대학교 총장

 

영산대는 2008년 교비 45000만원을 들여 부산 금정동의 아파트를 총장 관사로 구입했다. 총장의 집이 학교에서 너무 멀어 관사가 필요한 경우 교비로 관사를 매입할 수 있다. 하지만 부 총장은 2001년부터 총장이었고, 부산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다. 갑자기 2008년 관사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총장 관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봤다. 영산대 학교법인인 성심학원에 아파트를 판 사람은 노찬용 씨. 즉 부구욱 총장의 배우자이자 재단 이사장이다. 그런데 이들은 2005년부터 지금의 관사, 이사장 명의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자신들이 살던 집을 관사로 학교에 매도했고, 그 이후에도 쭉 해당 아파트에 살고 있다.

 

문제는 매매 가격. 영산대가 매입한 관사의 가격은 45000만원(49). 하지만 당시 실거래가를 확인해 본 결과 비슷한 시기에 팔린 같은 평수의 아파트는 33500만원이었다. 또 다른 아파트도 3억원 안팎이었다. 총장-이사장 부부는 학교에 아파트를 팔면서 1억원 이상의 차익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매입하였다."고 밝혔다. 당시 재단 이사회에선 이같은 관사매입 안건을 만장일치로 이 의결했다. 당시 이사회를 보면 부 총장의 모친인 박용숙 씨가 이사장이었고, 부인과 동생이 이사, 같은 재단의 고교 교장도 이사였다. 8명의 이사진 중 4명이 부 총장 측근인 셈이다.

 

영산대 이사회는 대부분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절반 이상이 총장의 측근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제5433항에 따르면, 이사장과 친인척관계에 있는 사람은 학교의 장을 할 수 없다. 다만 단서조항이 있는데, 이사회 2/3의 동의를 얻고, 교육부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단서조항이 없었는데,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등 야당의 거센 반발로 사학법이 재개정 됐고, 단서조항이 붙었다.

 

뉴스타파가 최근 4년간 열린 영산대 이사회 회의록 12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50건의 안건 가운데 49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1건은 부구욱 총장 연임 건으로 자신이 찬반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이사회가 모든 사안을 100% 만장일치로 의결한 셈이다. 이사장과 총장의 정책에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영산대학교 이사회 회의록

 

영산대 이사회는 수십억의 교비가 들어가는 일도 기계처럼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교비는 학생 등록금이 주 재원이다. 학생 교육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써야되는 돈이다. 영산대는 2005년 부산 부암동에 같은 재단 산하 고등학교 부지를 매입하는 데 영산대 교비 약 30억원을 썼다.

 

영산대는 고등학교를 이전한 자리에 대학 캠퍼스를 확장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대학 교비로 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법인재산이나 고등학교 교비로 고교 이전 부지를 매입하고, 개발된 뒤 다시 대학 교비로 기존의 고교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부암동 부지를 매입한 시점은 200598. 이사회에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안건을 올린 건 2005929. 이미 땅을 매입해놓고 사후에 요식행위로 이사회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 건도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하지만 이후 사업은 무산됐다. 교육용 부지에 3년간 제공되는 면세혜택도 사라졌다. 12년째 땅은 방치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은 모두 영산대 교비회계 중 비등록금 회계에서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산대는 2009년 울산에 교비 53억원을 들여 또 땅을 샀다. 영산대 관련 부서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후 울산 부지 개발도 흐지부지 무산됐다. 이 땅에 지금까지 교비로 들어간 세금만 5억 원이 넘는다. 울산 땅에 약 60억 원. 학생 1700명의 한 학기 등록금에 이르는 비용이 교비에서 지출되었다.

 

영산대 곳곳에서 낡은 시설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산대는 이렇게 수십억 원의 교비를 허투루 쓰면서 정작 학생들을 위한 교육 투자에는 인색했다. 대학알리미를 통해 최근 3년간 영산대의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율, 법인전입금 비율 등을 살펴보니 모두 평균 이하였다. 반면 예산을 쓰지 않고 이월한 이월금 비율은 상당히 높았다. 최근 3년간(2014~2016)전국 대학 이월금 평균은 4%, 영산대는 8.7%로 두배 이상 높았다. 이월금 비율이 낮을 수록 예산계획을 제대로 세워 학생들에게 투자했다는 뜻이다.

 

영산대에서 만난 한 신입생은 나름 낭만을 가지고 대학에 왔는데 고등학교 시설보다 못 하다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운동장은 흙바닥에 곳곳이 부서져있다. 등록금을 어디에 쓰는지, 오랜 기간이 지나도 고쳐주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영산대는 올해 대학의 재정악화를 이유로 교직원들에게 5%씩 기부금을 걷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희망자에 한하여 시행하였으며, 현재 전체 교직원의 약 48%가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구욱 총장의 연봉은 2012년 기준 17000만원 , 전국 대학 총장 평균 연봉인 15000만 원 보다 많다.

 

영산대의 각종 교육지표는 평균보다 떨어진다.

 

학교 비판하던 교수들 해고’...쓴소리 할 수 없는 대학

이런 상황이지만 영산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부 총장 부부가 장악한 대학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총장과 학교를 비판했던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2명은 지난해 8월과 9월 각각 해직됐다.

 

영산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류석준 교수()와 김진환 교수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인 류석준 법률학과 교수의 해직 사유는 강의계획서에 점(.)만 찍는 등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이유였다. 류 교수는 부구욱 총장이 일방적으로 시행한 영어강의계획서 작성 방침에 저항하는 의미로 점만 찍어 제출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그러나 교원업적평가 기준에 강의계획서는 0.5점에 불과한 낮은 배점이기 때문에 재임용탈락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류 교수의 업적평가 점수는 기본점수 1500점을 700점 이상 상회했다. 대학측은 류 교수가 교원의 최소한의 자질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업적평가 점수와 무관하게 재임용 탈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교가 부당하게 재임용 탈락을 결정했다며 류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교협 공동대표였던 김진환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부구욱 총장이 교수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발언을 학내 인트라넷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해임됐다. 김 교수는 도저히 총장으로서 할 수 없는 말을 했기에 왜 그런 말을 했느냐 질의했는데 답이 없었다. 이는 학내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문제라 생각해 공론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 부 총장은 교수들과 모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도 고백을 하면은 제가 법관으로 있을 때, 그 때 초년 판사 시절이었어요. 정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거의 요정이나 룸에 갔어. 아주 혼났어. 그런데 이게 그 당시 법관들 사이에서는 돈은 안 받아도 술은 얻어 마실 수 있다는 관념이 있었어요. 그래서 술 산다고 하면 되는 줄로 생각했는데, 그런데 사실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전부 뇌물이에요.

부구욱 영산대 총장 / 2016.6.29.

 

부 총장은 1981년부터 20년 동안 판사로 재직했으며, 1992년에는 이른바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2심의 배심 판사였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강기훈 씨의 무죄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를 채택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강기훈 씨는 24년만인 2015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부 총장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발언은 강의계획서를 부실하게 작성해 재임용 탈락한 류 교수의 사례를 비유하기 위해 한 말이라며 자신이 선배를 따라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간 일화를 말한 것으로, 당시는 법관들 사이에서 그게 관행이었지만 지금 시점으로 보면 문제가 된다. 따라서 강의계획서를 성의없이 작성하는 것도 예전은 관행일지 몰라도 지금은 큰 문제다. 재임용탈락 사유가 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수원대 이인수 총장 교비횡령혐의 유죄 판결 받고도 3선 연임

대학 교비로 써야할 기부금 50억원을 자신의 사돈회사인 TV조선에 투자하고, 객관적인 평가없이 자신에게 스스로 셀프 포상금’ 1억원을 지급한 총장. 총장과 이사장 부부가 출장을 가면서 출장비 3700만원을 초과 지급하고, 총장이 주주이며 총장 부인인 이사장이 대표로 있던 사실상 총장 부부의 개인사업체 공사비를 교비로 사용한 총장. 수원대학교 이인수 총장의 이야기다.

 

수원대 이인수 총장은 교비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총장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이 총장은 올해 1월 교비횡령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징역4,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수원대 재단 이사회는 올해 3월 만장일치로 이 총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이번이 세 번째 연임이다. 이사회 회의록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인수 총장이 그동안 총장으로 재직하며 대학의 발전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노력한 점, 또한...2 창학을 선포하는 등 뼈를 깎는 혁신의 자세를 높이 평가하여 제9대 총장으로 연임하는 것을 제의한다. 2017.3.17/수원대 이사회 회의록

 

수원대 이사회 8명 중 4명은 이인수 총장 측근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장은 이 총장 부친의 지인, 이인수 총장 부부가 이사로 들어가 있다. 다른 이사 1명은 총장의 대학 동문이다. 2007년부터 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이 총장의 부인은 2014년 이사회에서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등기부등본을 보면 올해 2월 퇴임 등기를 마쳤다. 사립학교법 상 친인척 임명 제한 조항을 피하기 위해 이사장직에서 급히 물러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대학 교무부처장은 이 총장의 처남이 맡고 있다.

 

이인수 총장 부부가 10년간 대학을 운영하는 동안 수원대의 각종 교육지표는 곤두박질 쳤다. 지난 3년 연속 대학구조개혁평가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전국대학 하위 15%에 해당하는 평가다. 수원대 학생들은 2013년 대학 최초로 등록금 환불 소송을 제기해 현재 2심까지 승소했다.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승소한 주된 이유는 대학등록금을 제대로 학생들에게 사용하지 않고 과도하게 적립했다는 것.

 

당시 소송을 진행했던 채종국(수원대 연극영화학부 졸업) 씨는 전국 4위 규모로 적립금(3,400)을 쌓으면서 학생들 실험실습비, 시설 등에는 돈을 안 썼다. 재판 과정에서 이 총장이 교비 일부를 자신의 이발비, 병원비 등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 승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교비 뿐만이 아니다. 수원대는 2014년 교육부 감사에서 이사회 회의록 허위 작성 등 총 33건의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이중 상당부분이 이인수 총장과 직접 연관돼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인수 총장은 과거 교육부 지적사항을 모두 이행했을까.

 

수원대는 뉴스타파에 교육부 감사결과를 모두 이행했다고 말했지만, 뉴스타파가 교육부에 확인한 결과, 33가지중 2건은 이행중, 1건은 미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이행한 1건은 수원대와 같은 재단 산하 수원과학대 교비로 이인수 총장이 주주로 있는 라비돌 리조트 보강공사를 한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 감사 지적사항은 2개월 내로 이행해야하는데, 3년이 넘도록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수원대는 학생 정원감축 등 행정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사회가 이인수 총장의 3선 연임을 의결한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진은 이사장을 만나 이인수 총장 연임을 의결한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이창홍 수원대 이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일생동안 수원대 이사로 있으면서 수원대 발전을 가장 원하는 사람이 이인수 총장님이라고 평소에 생각을 해요. 우리 수원대가, D등급을 받아 마땅한 대학인가 의문이 있어요. 공정한 평가를 다시 받고 싶어요.

기자 / (이 총장의)어떤 업적을 크게 평가하시나요?

적립금을 많이 모은 것도 큰 공로 중의 하나에요.

이창홍 수원대 이사장

 

수원대 학내 구성원들은 이인수 총장 연임에 반발하고 있다. 이 총장의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2014년 해직됐다가 소송 끝에 3년 만에 복직된 이재익 교수는 대학이 대학다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교수협의회 활동을 하고 투쟁도 했지만 바뀐 게 없더라더이상 자신이 학내에서 제대로 연구나 교육활동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어렵게 복직한 학교에 결국 사표를 냈다.

 

이재익 교수와 함께 해직됐던 장경욱 교수도 지난해 복직했지만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경비가 내 동선을 보고한다. 내가 학교에 왔는지 안 왔는지 강의실까지 들어와서 확인한 적도 있다. 대학에서 감시당하고 교수사회에서 고립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2014년 이인수 총장의 비리를 폭로했다 해직됐던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6명 중 현재 4(2명 정년퇴임, 2명 현직)은 복직했고, 2명은 아직도 소송 중이다.

 

재학생들은 이인수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면서도 학내에 대놓고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원대 재학생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얼굴을 내고 인터뷰하고 싶지만, 얼굴이 나가면 나에게 어떤 징계가 내려질 지 모른다. 총장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면 20분 만에 떼어지고, 학교에 찍힐까봐 학내 게시판에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도 없다. 수원대는 그런 곳이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다. 학교가 D등급을 받고, 자신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도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연임하는 총장은 대학 내에서 신과 다름없다. 학교에 잘 나타나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지만, 바뀌지도 않는 총장. 절대 불가침영역이다./수원대 학생 인터뷰 중에서

 

친인척이 운영하는 사립대학 67%...허울 뿐인 사립학교법 친인척 규제조항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사립대학 법인 284개 가운데 191, 67%에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다. 전체 사립대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6(55%)은 부모로부터 대학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이른바 2대 세습 대학. 20(7%)3대째 세습해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다.(20167월 기준)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가 조사한 22개 이른바 분규사학(재단이나 총장 등의 비리의혹이 제기돼 구성원과 갈등을 겪고 있는 대학)16곳이 2대 이상 세습해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었다. 친인척이 장기간 운영하는 사립대학에선 다른 대학보다 사학비리 등 갈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분규사학 22개 가운데 2대 이상 세습 운영되고 있는 대학은 16개이다. (자료: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사학법을 개정해 이사장, 총장의 친인척 공동운영에 제한을 뒀다. 사립학교법 543의 제3(임명의제한)이다. 사학법인의 이사장과 배우자,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총장에 임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사학법이 사학재단에 견제장치 두는 방향으로 개정되자,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였고, 결국 사학법은 2007년 재개정됐다. 그리고 543의제3항에는 단서가 붙었다. 이사회 2/3의 동의를 얻고 교육부 승인을 받으면 이사장의 가족이나 친인척도 총장에 임명될 수 있다.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여 사학법을 개정했다.

 

뉴스타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최근 4년간 교육부의 이사장, 총장 친인척 임명 승인 현황을 확인한 결과, 19개 대학이 교육부에 승인을 요청했고, 모두 승인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내분규나 소요가 있어서 대학운영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심사 대상이 실형을 받는 등 결격사유가 있지 않으면 모두 승인된다고 말했다.

 

연번

대학명

승인 년도

승인 사유

1

건신대학원대학교

2014

사립학교법 제54조의3 3항에 해당

2

용인대학교

2014

상동

3

가야대학교

2014

상동

4

남서울대학교

2014

상동

5

신라대학교

2014

상동

6

호남대학교

2014

상동

7

성산효대학원대학교

2015

상동

8

베뢰아국제대학원대학교

2015

상동

9

동서대학교

2015

상동

10

부산외국어대학교

2015

상동

11

강남대학교

2015

상동

12

경동대학교

2015

상동

14

추계예술대학교

2015

상동

15

단국대학교

2016

상동

16

남부대학교

2016

상동

17

창신대학교

2016

상동

18

서원대학교

2016

상동

19

영산대학교

2016

상동

최근 4년간 이사장, 총장 친인척 임명 승인 현황(자료 : 교육부)

 

세습왕국이 된 사학, “핵심은 사립학교법 개정

그러나 교육부가 법 해석을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를 맡고 있는 류석준 교수(영산대 해직 교수)사립학교법에 이사장의 친인척 총장 임명 제한 조항을 둔 것은, 친인척이 (이사장과 총장) 둘다 맡으면 학교운영을 견제할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친인척을 임명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매우 특별한 경우에만 친인척 임명을 허용하라는 게 단서조항인데, 교육부는 거꾸로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모두 허용하고 있다. 사학을 감시해야할 교육부의 교묘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결국 사학비리 등 사학 내의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선 현행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그리고 이제 그의 배우자까지 총장을 할 수 있도록 한 단서조항은 개정돼야 한다또한 사학법 제21조에 따르면, 이사회 전체의 친인척 비율 제한이 4분의 1 수준인데 공익법인처럼 5분의 1 수준으로 제한비율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이사회 뿐만 아니라 학교 내 회계책임자 등 중책에도 친인척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홍여진

 

족벌사학과 세습대학교는 망해도 설립자는 잘 산다

수구 보수화되고, 더욱 강력해진 족벌사학의 세습과정 추적

 

<민국100년 특별기획 : 누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가> 프로젝트의 족벌사학과 세습편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대한민국 대학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뿌리는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3,4대를 이어가는 세습과 사유화를 거쳐 사기업을 능가하는 족벌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족벌사학이 권력 집단화하며 기득권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 기제는 무엇인가. 뉴스타파는 이번 기획을 통해 대한민국 사학 권력의 탄생과 성장과 변천 과정, 특히 족벌 사학이 권력 집단화되고 대를 이어 이 나라를 지배하는 행태와 비결, 이로 인한 폐해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문제 해결 방안을 담아 오늘부터 연속 보도한다.

 

그 첫 시작으로 뉴스타파는 족벌경영 끝에 4년제 대학을 폐교하고 수백 명의 학생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설립자 일가족이 여전히 또 다른 대학을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실태를 취재했다. 비리사학의 책임자가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은 채 버젓이 다른 학교를 운영하며 사학 권력으로 군림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사학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등장하는 경북과학대는 대한민국 사학 권력의 민낯을 보여주는 하나의 작은 사례일 뿐이다.

 

지난 2013년 자진 폐교된 경북외국어대학교

 

경북외국어대학교는 2005년 대구에 설립된 4년제 사립대학이다. 재학생 470명 가량의 소규모 학교였다. 학교가 문을 연 지 10년이 안 된 20138월 자진 폐교됐다. 겉으로는 신입생 감소와 재정난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자진 폐교과정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 대학의 설립자와 일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폐교의 배후엔 곪아 터진 족벌경영과 설립자 일가의 범죄가 숨겨져 있었다.

 

비리백화점경북외국어대, 비리 배후엔 족벌체제 시스템

경북외국어대 설립자는 정하상 씨. 그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철강 도매업을 하며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씨는 1980년 대구 대원고(옛 동국고)를 설립해 본격 학교 사업에 뛰어든다. 19932년제 사립대학인 경북과학대학을 설립한 데 이어, 1996년에는 학교법인 경북외국어대학교에 대한 설립 인가를 받았다. 4년제 대학이다.

 

1996년은 김영삼 정부가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한 해였다. 이때부터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다시 말해 사실상 돈만 있으면 대학을 쉽게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설립자 정 씨의 부인 이영상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나 고등학교와 2년제에 이어 4년제 학교를 가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희망 대로 정 씨 부부는 고등학교에서 전문대, 4년제 대학까지 3개 학교를 거느리는 버젓한 사학 운영자가 됐다.

 

이후 정하상 씨는 일가족을 대학경영에 참여시켰다. 경북외대가 폐교되기 직전인 2013, 정 씨의 부인 이영상 씨는 경북외대 총장을, 장남인 정은재 씨는 대학원장을, 차남인 정모세 씨는 부총장을 맡고 있었다. 이사장에서 총장, 부총장, 대학원장까지 대물림하는 족벌 경영 행태는 사학비리로 귀결됐다. 2013년 부총장이던 차남 정모세 씨가 19억 원대의 교비 횡령,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돼 징역 1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유죄 선고를 받은 비리 사건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 씨의 재판기록과 판결문을 보면, 이들 설립자 일가의 범죄 기록이 자세히 나온다. 1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정 씨가 기획조정실장과 부총장을 거치는 동안 도합 19억 원 상당의 사기·업무상 횡령·배임 등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경북외대 부총장 정모세 씨의 1심 판결문 중

 

재판부는 또 경북외대의 폐교 배경을 설명하며 정 씨와 정 씨의 모() 이영상 총장, 피고인의 형인 정은재 씨는 교직원들의 급여 평균이 170만 원 정도인데 월 500만 원에서 900만 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받았다”, “정 씨를 비롯한 총장 일가의 생활용품 구입을 위해 법인카드로 2,200만 원 상당을 교비로 지급하는 등 방만한 운영을 계속해 오다 폐교됐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정 씨의 범죄를 두고 그 피해가 등록금과 세금을 충실히 낸 학생들과 국민들에게 귀착될 수밖에 없는 사학비리의 전형이라고 표현했다.

 

폐교된지 6, 대학 설립자와 일가는 지금 어디에?

그렇다면 설립자 일가는 폐교의 책임을 지고 학교 운영에서 손을 뗐을까? 뉴스타파 취재결과,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연어가 회귀하듯 설립자 일가족은 다시 학교 경영 일선에 섰다. 더욱이 온갖 비리 등으로 문을 닫은 경북외대의 족벌경영 행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설립자인 정하상, 이영상 부부는 경북외대 설립 이전에 이미 대구 대원 고등학교(학교법인 무열교육재단·1980년 인가)와 경북과학대학교(전문대·학교법인 경북과학대학교·1993년 인가)를 잇따라 설립해 운영하고 있었고, 경북외대는 폐교시켰지만 이 두 학교는 지금도 그대로 지배하고 있다. 특히 경북외국어대가 폐교된 이후, 이 학교 자산은 국가가 아닌 설립자 정 씨 일가가 운영하는 대원고등학교 법인으로 넘어갔다.

 

경북외대가 문을 닫고 1년 가량 지난 201491, 부인 이영상 씨와 장남 정은재 씨는 경북과학대 이사가 됐다. 이후 이영상 씨는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20195월에는 설립자 정 씨 부부의 첫째 며느리인 김현정 교수가 미래전략실장 및 부총장 등 요직을 거쳐 총장 자리에 올랐다. 학교 회계 횡령과 배임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차남 정 씨가 학교 운영에서 빠진 게 유일한 변화라면 변화였다.

 

경북과학대의 요직을 맡고 있는 경북외대(폐교) 설립자 일가

 

20196월 현재, 설립자의 배우자인 이영상 씨는 경북과학대의 이사장을, 첫째 며느리인 김현정 씨는 총장을, 정은재 씨는 학교법인의 상임 이사를 맡고 있다. 경북과학대 법인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국장 정 모 씨도 설립자 정하상 씨의 친인척이다. 이사장 이영상 씨는 정하상 씨가 설립한 또 다른 학교인 대구 대원고에서도 이사를 맡고 있다. 대원고 교사이기도 한 둘째 며느리인 정인영 씨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원고 법인 이사장을 지냈다. 정하상, 이영상 일가는 경북외대를 폐교시켰지만 설립자 일가는 학교자산을 그대로 넘겨받았고 또 다른 학교를 지배하며 족벌 운영체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안건 상정하고, 남편이 동의해 며느리가 총장되는 구조

큰 며느리인 김현정 부총장이 경북과학대 총장이 되는 과정을 보면 이사회는 마치 가족 모임’, ‘가족 회의장면을 연상시킨다. 지난 42일 대구의 한 한정식 집에서 경북과학대 이사회가 열렸다. 안건 중 총장 선임건도 포함돼 있었다.

 

이사장인 시어머니가 총장 선임 안건을 상정해 심의를 요청한다. 총장 후보자는 큰 며느리다. 곧이어 이사장의 장남이자 총장 후보의 남편인 정은재 상임이사 등이 동의를 한다. 그리고 거수 결정을 통해 며느리가 총장 자리에 앉게 된다.

 

이처럼 시어머니 이사장에 며느리 총장 등 족벌사학의 체제가 만들어 질 수 있는 배경은 뭘까? 비결은 현행 사립학교법 543항에 숨겨져 있다. 해당 조항은 이렇다.

 

사립학교법 543 ‘학교의 장에 관한 임명의 제한규정은 학교법인 이사장의 배우자 혹은 직계존속·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학교의 장에 임명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뒤 단서조항이 있다. “이사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을 받은 자는 그렇지 않다는 조항이다. 이 단서 조항을 통해 대학 설립자 일가 중 누구든 합법적으로 대학 총장이 될 수 있다. 이 단서조항이 족벌사학 체제를 열어주는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현정 부총장이 총장에 임명되자, 경북과학대 노조는 어떻게 설립자의 며느리가 총장을 맡을 수가 있냐며 교육부 등에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결격 사유가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최순필 대학노조 대경지부 사무처장은 취재진과 만나 시어머니가 이사장이고, 그 아들이 상임이사로 있고, 다 그들의 측근으로 만들어진 이사진인데 (총장 선임 안건에) 다 허락을 내려주지 않았겠냐법인 이사진과 학사 운영진이 친인척 관계면 비리가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냐. 이를 막고 싶었는데 그 단서조항 때문에 막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 허가 나기도 전에 총장 취임식”...교육부 결격사유 없다

김현정 총장이 교육부의 허가가 나기도 전에 총장직에 오른 것도 문제가 됐다. 위의 사학법 543항에 따르면, 김현정 씨의 경우 관할 정부부처인 교육부의 승인이 난 뒤에 총장으로 최종 임명돼야 한다. 김 총장에 대한 교육부의 승인이 난 것은 2019510일이다. 하지만 경북과학대는 승인이 나기 9일 전인 51일에 김 총장 취임식을 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교육부 승인이 나지 않았는데 김 부총장이 총장 취임식을 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학교 측에) 안내했다면서, 하지만 경북과학대 측으로부터 사람들을 다 모아놨다고 하는데 그걸 막을 수 있냐. 대신 학교에서 김 씨를 총장 취임 예정자라고 소개하겠다고 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북과학대 학보는 이날 행사를 알리면서 김현정 신임 총장 취임식이라고 소개했다.

 

나아질 것 없는 학교 운영충원율 높이기 위해 가짜 신입생 조작까지

경북과학대의 재정 상태는 폐교된 경북외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북 칠곡에 있는 전문대인 경북과학대는 2005년부터 꾸준히 교육부 등 관할 감독 기관의 감사에서 여러 지적을 받아왔다. 이사장이 학교 기숙사 운영비 등의 집행 잔액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실험·실습 기자재를 구입한다는 명목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아 이를 사적으로 쓰고, 교육부의 인가를 받기 전에 수익사업체를 운영했다는 등 각종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다.

 

학교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비리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북과학대 교수들이 가짜 신입생들을 무더기로 만들어낸 사실이 2011년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된 것이다. A 교수의 경우 당시 71살인 자신의 장인은 물론, 부인, , 동생, 조카를 모두 신입생으로 둔갑시킨 데 이어 본인까지 신입생으로 조작했다.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저지른 비리였다. A 교수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당시 공공연하게 공식 교수 회의 등에서 지시가 내려왔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경북과학대의 재정상태는 어떨까? 공개돼 있는 재정지표를 통해 확인한 결과, 곳곳에서 부실의 단초가 드러났다. 경북과학대의 경우 사립대학이 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마련하고 있어야 할 재산인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최근 3년간 6~7%대에 그친다. 2017년 기준 전문사립대학 평균인 61.7%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최하위권이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최하위권...법정법인 부담금도 못지켜

지난 4월에는 학교법인이 임대보증금 9천만 원 중 4천만 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감사결과도 있었다. 교육부가 낸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서를 보면, 고정부채인 임대보증금의 경우 임의 처분이 제한되고, 해당 금액을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명시돼 있다. 운영 자금 안정성을 위해서인데 이 안내 지침을 어긴 것이다. 또 법인이 학교 운영을 위해 내도록 한 건강보험, 산재, 연금, 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인 법정부담 전입금2008년 이후 누적 적자만 3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영상 더 잘 하는 사람 있으면김현정 며느리인 게 뭐가 문제냐

취재진은 사학을 족벌경영 방식으로 운영해도 괜찮은지 설립자 일가를 찾아 물었다. 설립자 정하상 씨는 더 이상 학교의 경영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북외대, 경북과학대, 대구 대원고 설립자 정하상 씨(맨 왼쪽) 경북과학대 이사장과 대구 대원고 이사인 부인 이영상(가운데) 경북과학대 총장인 며느리 김현정(맨 오른쪽)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학교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경북외대· 경북과학대 등 설립자 정하상

 

대학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 씨의 부인 이영상 씨는 취재진에게 자신의 학교 일은 취재 가치가 없다고 했다. 우리보다 대학 경영을 잘 하는 사람이 있는 넘겨 주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취재 대상도 안 되고 취재 가치도 없습니다.

(기자 : 선생님의 가족분들이 학교 경영을 하시는 게 적절한가요?)

우리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넘겨드릴게.

-설립자 정하상 씨의 배우자 이영상 씨

 

뉴스타파는 경북대 총장이자 설립자의 며느리인 김현정 총장도 만났다. 김 총장은 자신이 총장에 임명된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자신이 설립자의 며느리인 게 무슨 상관이냐”, “불쾌하기 짝이 없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거(가족관계) 하고 무슨 상관이죠? 법 좀 알아보고 오세요. 공부도 안 하시고 오시면 어떻게 해요? 할 수 없는 것을 교육부가 허가를 내줬을까요?

-정하상·이영상 씨의 며느리 김현정 총장

 

지금까지 16개 대학 폐교, 그 배경에 족벌경영체제 있었다.

경북과학대 등 정 씨 일가가 운영하는 사학들은 대한민국 사학권력의 민낯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뿐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폐교된 대학은 모두 16개다. 뉴스타파가 이 폐교된 대학의 족벌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남대(폐교일자 2018.2)와 한중대(폐교일자 2018.2), 대구미래대(폐교일자 2018.2), 벽성대(폐교일자 2014.8), 성화대(폐교일자 2012.2), 명신대(폐교일자 2012.2)에서 족벌 세습의 실태가 확인됐다.

 

이들 학교에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막대한 공적 자금이 들어갔지만 해산 법인의 청산 절차가 끝나지 않았거나 잔여 재산의 귀속자를 정해놨었다는 사유로 현재까지 국고로 귀속된 잔여 학교 재산은 하나도 없다. 족벌세습의 결과로 폐교에 이르렀지만 책임지는 설립자도 없다. 춘천교대 김정인 교수는 이런 설립자들은 학교가 공공재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학교를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으로, 재산 보존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최윤원 임송이

회계분석: 조연우

자료조사: 최유리 민영빈

웹디자인: 이도현

촬영: 정형민 최형석 신영철

취재: 박중석 최윤원 김새봄 홍우람 강혜인

 

사학적폐추적수원대, 5억 원어치 생일케이크의 비밀

교비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25일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 받은 이인수 수원대 총장. 이 총장이 수년간 수억원대 교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온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새롭게 드러났다. 수원대학교가 교직원 생일케이크 값을 열 배 이상 부풀려 이 총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지출하고, 이 총장 모교 동문회비, 부친 장례비 등 학교와 관련이 없는 이 총장의 사적인 행사에 수천만 원의 교비를 지출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교직원 생일 선물 케이크 하나에 19만원?

뉴스타파는 최근 수원대학교의 지난 10년간 교비 사용 내역이 적힌 자료를 확보했다. 이에 따르면, 수원대학교는 지난 10년간 교직원 생일케이크와 식사대 명목으로 53200만 원을 지출했다. 뉴스타파가 파악한 생일케이크와 식사비용은 20081월부터 최근까지의 내역이다. 문건에 빠져있는 비용까지 추산하면 더 많은 비용이 교직원 생일케이크와 식사값으로 지출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직원 생일 비용을 지출한 곳은 라비돌 리조트로 확인됐다. 라비돌 리조트는 이인수 총장이 최대주주로 있고, 이 총장 장남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곳이다. 이 총장의 부인이자 수원대 이사인 최서원 씨가 작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사실상 이 총장의 가족회사에 10년 간 교비 수억 원이 지출된 셈이다.

 

이같은 생일케이크와 식사비는 이인수 총장이 수원대학교에 취임한 이후 크게 증가했다. 이종욱 전 총장 재임 시절인 2008년 한 해 동안 지출된 케이크와 식사비용은 2천만 원 가량. 이인수 총장이 취임한 이후(20095~20104)에는 5200만 원, 20115100만 원 등 2배로 늘었다. 2012년에는 8400만 원으로 4, 2013년엔 심지어 12천만 원으로 6배까지 급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생일케이크와 식사 비용이 정말 교직원들을 위해 쓰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수원대 내부 문건에는 생일케이크 및 식사대라는 명목으로 교비가 지출됐지만 교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생일 식사가 제공된 것은 작년 11월부터였다. 그 이전까지는 케이크만 제공됐다는 뜻이다. 수원대 이 모 총무차장은 작년 11월부터 수원대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생일파티를 열었고, 그 이전까지는 케이크를 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원대는 생일케이크 비용만으로 5억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한 것일까? 수원대 전체 교직원(전임교원, 정규직 직원)400여 명. 이인수 총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생일식사를 제공하기 이전까지(20095~20159) 지출된 비용만 계산해보면, 77개월간 49천만 원이다. 여기에 전체 교직원 숫자를 대입해 역산하면 1인당 평균 19만 원의 생일케이크 값을 지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1인당 19만 원짜리 생일케이크는 과연 어떤 것일까? 취재진이 라비돌 리조트에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교직원 생일용으로 주로 제공된 케이크는 14천 원짜리 롤케이크 1. 때때로 롤케이크와 파운드케이크가 세트로 들어있는 32천 원짜리가 제공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수원대 장경욱 교수협의회 대표는 “2013년 해직되기 이전까지 생일날 롤케이크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생일식사는 초대 받은 적이 없고, 그나마도 올해는 생일식사 초대도, 케이크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인수 총장의 비리를 고발했다가 2014년 해직된 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해 복직한 교수다. 또 다른 수원대 구성원도 롤케이크 1개를 선물로 받았다며, 케이크 말고 다른 것은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원대의 케이크 비용 지출은 위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등록금으로 만들어서 교육에 쓰라고 되어 있는 교비 회계에서 인건비를 지급할 수는 있고, 복리후생비도 임금의 일부로 본다면 지급할 수 있겠지만 수원대의 경우는 케이크 비용을 결국 총장이 자신에게 쓰는 셈이다. 학교가 총장 개인이 운영하는 곳에다가 (케이크 주문을) 의뢰하는 것 자체가 내부거래고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아울러 케이크 비용도 실제로 지급한 것 이상 지불됐다고 하면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가, 그것이 정말 복리후생비로 쓰였는가, 그게 정확히 확인이 안 된다면 그것은 교비를 가지고 (총장이) 자기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범죄에 해당된다.-하주희 /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인수 총장 사모임 회비도, 부친 장례비도 모두 교비로

수원대는 이인수 총장이 사적으로 가입한 단체에도 지난 10년간 교비 수천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수원대는 2014710성정문화재단이라는 경기도의 문화재단에 특별회비 100만 원을 지출했다. 이 단체는 이인수 총장이 개인적으로 가입한 곳이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수원대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학교와 교류하고 있는 것도 없다. 이인수 총장이 개인으로 가입한 것이지 학교법인으로 가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재단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 씨와 우 전 수석의 부인과 처제,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특별회원으로 가입돼 있어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서도 논란이 됐던 곳이다. 이인수 총장이 이 문화재단에 가입한 시점은 참여연대 등으로부터 교비횡령으로 처음 고발(201473) 당한 직후다. 때문에 이 총장이 자신의 구명 활동을 위해 재단에 가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관계 인맥을 넓힐 의도라고 확정지어서 말할 수 없지만 지난 3~4년동안 수원대가 정관계 비호가 굉장히 많았다는 기사가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장경욱 / 수원대 교수협의회 대표

 

수원대는 이인수 총장이 개인적으로 가입한 우남소사이어티라는 사단법인의 연회비도 교비로 납부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500만 원씩 총 2천만 원을 교비로 냈다. 이 단체는 연회비가 200~1000만 원에 달해 일반인은 쉽게 가입할 수 없는 곳이다. 연회비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기념사업에 쓰인다. 우남소사이어티 관계자는 회원분들은 사비로 연회비를 낸다이인수 총장이 왜 교비로 회비를 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단체가 수원대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인수 총장은 자신의 모교인 고려대의 고우체육회 연회비, 경제인회 연회비, 동문회장 분담금 등 동문회 관련 비용 1150만 원도 교비로 냈다. 한명관 전 수원지검장 등 수원지역 기관장 모임 연회비로 50만 원, 경찰행정 발전을 위한 모임인 경찰발전위원회에도 3년간 (2014~2016) 100만 원씩 총 300만 원의 연회비를 교비로 냈다. 이렇게 이인수 총장의 사적인 모임에 들어간 교비만 3700만 원에 이른다.

 

수원대는 이인수 총장의 부친이자 수원대 설립자인 이종욱 전 총장의 장례비도 교비에서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묘비제막식, 매년 치러지는 추도식 비용까지 총 2억 원 넘는 돈이 교비에서 나갔다. 앞서 청주대 김윤배 전 총장은 자신의 부친인 김준철 명예총장의 장례비와 추도식 비용 등을 교비로 사용해 업무상 횡령으로 기소돼 2심까지 징역 6,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학교의 총장으로 기여한 바를 감안해 교육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일부를 지급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래 설립자 예우는 법인이 하는 거지 학교가 하는 게 아니거든요. 실제로 장례비를 교비에서 지출해서 처벌된 사례도 있어요. 사립학교법 시행령은 교육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지출하도록 돼 있는데 그것이 어떻게 교육에 필요한지에 대해 학교가 입증하지 못하면 이는 사립학교법 위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로 인한 횡령이 되는 거죠.

하주희 /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이처럼 뉴스타파가 새롭게 파악한 이인수 수원대 총장의 부적절한 교비 사용 액수는 모두 8억 원이 넘는다. 뉴스타파는 수원대 측에 교직원 생일 케이크 값이 왜 이렇게 비싼지, 이인수 총장의 사적인 모임에 교비를 쓴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묻고 이 총장의 공식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수원대는 교육부의 실태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의혹의 진위 여부 등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 모든 비용은 규정에 따라 사용되었다며 자세한 답변과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인수 총장 교비횡령 혐의 항소심도 유죄..학생들 총장, 사퇴하라!”

앞서 이인수 총장은 교비횡령 등의 혐의로 1심과 2심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는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 25일 열린 2심 재판에서 벌금 1천만 원으로 감형됐다. 교양교재 대금 부정 회계처리 혐의는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교비 7500만 원 횡령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으나 횡령액을 변제했다는 이유로 감형됐다. 뉴스파타는 이인수 총장을 직접 만나 이날 재판 결과와 뉴스타파가 추가로 확인한 교비 부당 사용 의혹에 대해 질문했지만 그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 총장의 재판을 방청한 수원대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재판 결과와 취재진을 대하는 이 총장의 태도를 지켜보며 한 목소리로 부끄럽다고 말했다.

 

재판의 결과나 총장님의 태도, 취재진을 대하는 모습들이 재학생들의 눈에는 전혀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총장님이 교비가 본인의 돈이 아닌 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총장이라는 높은 직위에 있다고 해서 그 돈을 다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사실 다 저희의 돈이고요. 총장님께서 학교를 배움터가 아닌 개인사업장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 많이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박용민 / 수원대 인문학부 1학년

 

정말 등록금 400만 원을 준비하려고 알바를 하루 두 번씩이나 뛰고 그게 안 되면 공부를 진짜 너무 열심히 밤을 새서 해 성적 장학금이라도 받아서 생활을 유지하려는 학생들도 많은데 그런 생각은 아예 안 하시고, 사비가 아닌 교비를 총장이 사비처럼 쓰는 것은 최고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김경민 / 수원대 아동가족복지학과 2학년

 

교육부는 지난 9월 전국 사립대학의 비리를 조사하기 위한 사학혁신추진단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1호 실태조사 대학으로 수원대를 선정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 동안 조사를 벌였다. 그동안 부실감사, 봐주기감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교육부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만약 교육부가 2014년 수원대 감사를 벌였을 때 제대로 조사하고 처분했다면, 이후 또 다시 교비가 잘못 쓰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학생들도 피해를 덜 봤을 것입니다. 이번 정권은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정말 다시는 교비횡령이 일어날 수 없을 정도의 처분을 하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하신 분들은 다시는 교육계에 들어올 수 없는 그러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합니다.-장경욱 / 수원대 교수협의회 대표

뉴스타파 홍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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