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제롬 케이건 지음·김성훈 옮김책세상 |2020.03
저자 : 제롬 케이건 -미국심리학회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30인’에 속한 제롬 케이건은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이자, 하버드 정신-뇌-행동 학제간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인간 발달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의 연구 결과는 발달심리학의 교과서가 됐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원과 국립연구위원회에서 일했으며, 미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뛰어난 과학자상’을 받았고 미국의학한림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400여 편에 달하는 논문과 2권의 교재, 15권의 책을 썼다. 국내 번역 출간된 책으로는 《성격의 발견》(2011), 《정서란 무엇인가》(2009)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 언어: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2장 지식: 안다는 건 무엇인가?
3장 배경: 배경은 어떻게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가?
4장 사회적 지위: 인간은 왜 남과 비교할까?
5장 유전자: 성격도 타고나는 걸까?
6장 뇌: 뇌로 정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
7장 가족: 가족은 꼭 있어야 할까?
8장 경험: 어린 시절 형성된 특성은 평생 갈까?
9장 교육: 교육은 필요할까?
10장 예측: 예측은 힘을 갖고 있을까?
11장 감정: 느낌과 감정은 다른가?
12장 도덕: 도덕적인 사람은 도덕적으로 행동할까?
에필로그
참고문헌
영어에서 “자유”는 하나의 단어로 충분하지만, 러시아에서의 “자유”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단어를 필요로 한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필요하지 않은 말은 도태된다. ‘언어’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은 사회적 가치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언어와 마찬가지로 ‘지식’ 또한 탄생과 소멸이 반복된다. 많은 학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고,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라 과거의 연구가 현대에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가변적인 사회는 인간 생애의 ‘배경’이 된다.
똑같은 능력이 있는 여성일지라도, 여권 신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투표도 할 수 없었던 과거에 살았던 사람에게는 다른 평가와 활동범위가 만들어지기 쉽다. 이런 배경과 그에 따른 ‘사회적 지위’는 어떤 이들에게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고, 어떤 이들에게는 좌절과 절망으로 더 이상 도전하고 싶지 않게 하는 장벽이 된다. 이런 개인적인 차이를 ‘유전자’나 ‘뇌’로 설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같은 유전자를 타고난 일란성 쌍둥이라 할지라도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자들이 쉽게 범하는 오류는 이렇듯 특정 결과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증명하고 싶어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인간의 삶에는 수많은 변인들이 존재한다. 이런 변인들은 대부분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통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통제해서 나온 결과가 과연 현실적인 결과일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일상을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더 중요하다
‘가족’ 제도는 종족 보존의 필수요소인 양육을 위한 가장 적절한 형태로서 오래도록 유지돼 왔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서 다양한 변형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어떤 사람은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인 양부모 가정에서 자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온화한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며, 또 어떤 사람은 방임 속에서 자라기도 한다. 가정의 모양뿐 아니라 성장하면서 누구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이는 어떤 ‘교육’보다도 중요하다. 교육은 사회적 지위와 연관되기도 하고, 또 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긴 하나 일정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보다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환경이 인간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 역할과 책임은 단순히 부모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와 국가에 있다.
그렇다면 폭력적이고 가난한 가정에서 학대당하며 자란 아이들은 모두 사회 부적응자로 자라게 될까? 그렇지 않다. 경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사고에 달려 있다. 인간은 ‘예측’ 가능한 일 앞에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같은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결과를 바꿀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에 책임을 돌려도 된다는 건 절대 아니다. 인간에게는 ‘감정’이란 것이 있고, ‘도덕’적인 행동을 할 때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다. 이는 인간만이 지닌 의지의 힘이다. 1896년 미국 법원에서는 인종분리정책 학교가 합헌이었지만, 1954년에는 인종분리정책 학교가 위헌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대중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사실로서 도덕적 신념의 토대가 부당함을 증명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도덕적 태도를 키워내는 온실이 될 수는 없다. 이런 변화에는 각자의 정서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결과물이 나오는 데 있어 비단 이 12가지 요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잠시나마 나와 내가 살아가는 사회를 돌아보며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 결론도 낼 수 없는 연구를 한다는 주변의 타박을 받아가며, 60년간 인간 발달에 대해 지독하게 탐구해온 학자, 제롬 케이건의 연구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12가지 요소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에서 제롬 케이건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12가지 요소’를 풀어낸다. 인간을 완성시키는 요소를 요약하면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능력’이다. 케이건은 “공부를 해 얻는 것은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독려한다.
인간은 모두 다르다 외모만큼이나 다른 성격 사고·감정을 갖고 살아간다
서로 다른 인간들이 가족을 만들고 사회를 만든다 이런 사회는 또 인간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며 인간을 ‘완성’시켜 간다
책속으로
말은 우리를 깨우치고, 안심시키고,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지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처음 마주하는 경험적 실체 속에 존재하지도 않는 불확실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우리의 과제는 일어났거나 일어날 만한 상당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건에 대해 기술하는 단어와 문장을 자연적 산물과 상상의 경계를 넘지 않는 의미론적 발명과 가려내는 일이다.
---「언어: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중에서
아동들은 제일 가까운 형제나 성별과 나이가 같은 또래를 선택해 비교한다. 성인들은 연령, 사회계층, 직업이 비슷한 사람들과 비교해본다. 호텔 경비원은 자기 월급을 호텔 종업원의 월급과 비교해본다. 신참 변호사는 자기 로펌 사수의 지위와 자신의 지위를 비교해본다. (중략) 가까운 사람과의 비교를 선호하는 것은 높은 곳과 비교했을 때 실패할 가능성이 큰 데 대한 보호작용이다. ---「사회적 지위: 인간은 왜 남과 비교할까?」중에서
가난, 일자리 불안, 만성 신체질환, 사회적 배제 등이 있으면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이 분비된다. 이 단백질은 상처의 치유, 감염과의 싸움을 돕고, 근육이 찢어지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독감에 걸렸을 때 동반되는 피로감이나 불쾌감을 만들어내는 뇌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이런 느낌을 당사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분이 우울해질지가 결정된다. 대부분의 성인은 피곤한 느낌이나 불쾌한 느낌은 자기가 아프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중략) 일부는 이 느낌을 자기가 무언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를 테면 돈이 없다거나, 공동체로부터 고립되어 있다거나, 사회적 지위가 위태로워졌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해석이 우울증을 촉발하는 범인인 경우가 많다. ---「유전자: 성격도 타고나는 걸까?」중에서
직장에서 느끼는 좌절감을 배우자에게 탓하고 싶은 유혹은 현대의 결혼 생활을 취약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세 번째 요소다. 선진국의 대다수 성인에게 가족과 직장은 만족감을 얻는 주요 원천이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좌절감이 가정에서 오는 것인지, 직장에서 오는 것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직장 문제로 생긴 좌절감을 결혼 생활 때문이라 탓하기 쉽다. 직장에서 발갱하는 좌절감은 바꾸기 힘들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서 찾아온 좌절감은 바꿀 수 있다. 별거나 이혼이라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 가족은 꼭 있어야 할까?」중에서
모든 사실은 언제라도 틀린 것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떤 사실을 무시하고, 어떤 사실을 기존의 구조 속으로 포함시킬지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줄 전제들을 갖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증거가 요구하면 기존의 신념을 새로운 신념으로 대체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교육: 교육은 필요할까?」중에서
무언가 유용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 찾아오는 불쾌한 느낌을 긴장감이나 우울증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갈 때부터 시작된 노동윤리의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현재의 부, 명성, 사회적 지위를 거머쥔 사람들이다. 좋은 성적, 칭찬, 돈, 승진, 지도자 역할 등을 부여받을 때마다 이들은 그 기쁨이 모두 잘 훈련된 근무 습관 덕분이라 생각해 왔다. 그 결과 도전적인 임무를 맡아 일을 할 때 찾아오는 느낌을 이들은 즐거움으로 해석한다. 이런 일중독자들은 자기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긴장감이나 우울증을 느낀다. ---「감정: 느낌과 감정은 다른가?」중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베푼 친절을 나중에 되돌려 받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텐데도 난처한 상황에 빠진 사람을 돕는 이유는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 여기고 싶은 소망 때문이라 설명할 수 있다. ---「도덕: 도덕적인 사람은 도덕적으로 행동할까?」중에서
인간을 만드는 12가지 요소언어·지식·배경·사회적 지위
유전자·뇌·가족·경험·교육예측·감정·도덕이 중에
하나만 빠져도 인간을 설명할 수 없다
현재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석좌교수로 있는 제롬 케이건(91)은 미국 심리학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30인’ 중 한 명이다. 역시 미국 심리학회가 수여하는 ‘뛰어난 과학자상’을 받은 경력이 있고, ‘하버드 정신-뇌-행동 학제 간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지금까지 논문 400여편, 교재 2권, 책 15권을 썼다. 국내에도 <성격의 발견>(2011)과 <정서란 무엇인가>(2009)가 번역됐다.
이 노학자는 여든네 번째 생일이 조금 지난 2013년 3월 어느 추운 토요일에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1533~1592)의 에세이 <수상록(Les Essais)>을 다시 꺼내 읽다가 “이번 세기에 나도 그와 비슷한 책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리고 곧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3년 만에 나온 책이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On Being Human)>이다. 한국어판은 최근 출간됐다.
케이건은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를 지금까지 쓴 어떤 책보다 자유롭게 쓰기로 마음먹었다. “몽테뉴와 비교하면 나이도 많고(몽테뉴는 서른여덟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기 성으로 들어가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성(城)도 없지만, 최대한 가식적이지 않게, 그리고 애매하지 않게 써볼 생각”이었다.
책을 쓰기 시작한 지 52년 만에 처음으로 각주를 쓰지 않았다. 대신 책 말미에 참고문헌 목록을 덧붙였다.
케이건은 책 프롤로그에 “이 책은 여유로운 저녁 시간에 읽는 것이 제일 좋겠다. 와인 한잔 곁에 두고 읽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은퇴한 한 심리학자의 여러 생각들을 담은 글이라고 보아주었으면 한다”고 썼다. ‘어깨에 힘 빼고’ 쉽게 썼으니 부담 없이 읽어도 된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프롤로그를 지나 본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속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논문처럼 딱딱하지는 않지만 결코 쉽고, 부담 없는 내용이 아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60년이 넘도록 ‘인간의 실체’를 연구한 학자가 자기 딴에는 쉽게 쓴다고 해도, 모두에게 쉬울 리는 없다. 이를테면 프로스포츠 선수가 아무리 힘을 빼고 상대해도 아마추어 선수에게는 ‘넘사벽’의 존재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책을 열자마자 포기할 것은 아니다. 아무리 기량차가 크더라도 전력을 다해 상대하다보면 실력이 늘기 마련이다. 상대가 마음까지 열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는 쉽지 않은 책이지만, 끝까지 눈을 치켜뜨고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책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다르다. 각기 외모만큼이나 다른 성격, 사고, 감정을 갖고 살아간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인간들이 가족을 만들고, 사회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는 또 인간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며 인간을 ‘완성’시켜 간다. 여기서 완성이란 완벽하게 만들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케이건은 ‘그런 결과로 만들어진 나는 어떤 인간일까’ ‘나는 무엇으로 어떻게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란 질문을 던진 뒤 함께 답을 찾아간다.
12장으로 이뤄진 본문의 목차만 보면 ‘인간을 만드는 요소’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언어, 지식, 배경, 사회적 지위, 유전자, 뇌, 가족, 경험, 교육, 예측, 감정, 도덕은 인간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이다. 이 중에 하나만 빠져도 인간을 설명할 수 없다.
먼저 생각을 기호로 만든 ‘언어’를 보자. 언어는 ‘실재’하지 않는 세상도 표현하는 인간만의 도구다. 인간은 언어를 발명해 타인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거나 알고 싶어 하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들이 따라야 할 의무를 알려줄 수 있었다. 인간은 언어로 집단 구성원을 결속해 더욱 긴밀한 집단을 만들어냈다. ‘지식’, 그러니까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전자현미경이나 허블우주망원경 같은 최신 기기들은 인간이 자신의 감각만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정보를 알려준다. 그러나 이를 통해 추론을 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또 지식은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기 전까지만 진실로 인정받는다. 과거의 연구가 현대에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가변적이고 역동적인 사회는 인간의 ‘배경’이 된다. 똑같은 능력이 있는 여성일지라도, 여권 신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투표도 할 수 없던 과거에 살았던 사람에게는 다른 평가와 활동 범위가 만들어지기 쉽다. 이런 배경과 그에 따른 ‘사회적 지위’는 어떤 이들에게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고, 어떤 이들에게는 좌절과 절망으로 더 이상 도전하고 싶지 않게 하는 장벽이 된다.
과학자들은 이런 개인적인 차이를 ‘유전자’나 ‘뇌’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의 삶에는 수많은 변인들이 존재하고, 대부분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가족’ 제도는 종족 보존의 필수요소인 양육을 위한 가장 적절한 형태로서 오래도록 유지돼 왔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 다양한 변형이 생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해체되기도 한다. 가족 안에서의 일을 포함한 다양한 ‘경험’은 어떤 ‘교육’보다 중요하다. 교육은 사회적 지위와 연관되기도 하고, 또 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영향력이 큰 것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환경이다. 어떤 한 인간의 행위에 대해 부모와 학교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와 국가에도 책임을 묻는 이유다.
그렇다고 폭력적이고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모두 사회 부적응자가 되지는 않는다. 케이건은 경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사고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예측’ 가능한 일 앞에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같은 상황에서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결과를 바꿀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인에게 책임을 돌려도 된다는 주장은 아니다.
인간에게는 ‘감정’이란 것이 있고, ‘도덕’적인 행동을 할 때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어떤 경제적 이득이 없어도, 단순한 ‘자기만족’을 위해 선행을 하기도 한다. 이는 인간만이 지닌 힘이다.
책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12가지 요소’를 막힘없이 풀어낸다. 모든 대목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더 많다. ‘인간을 완성시키는 요소들’을 아주 단순하고 거칠게 요약하면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이건은 책 에필로그에서 폴란드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체스와프 미워시(1911~2004)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어느 날 오후 미워시는 오리들이 바로 곁에서 흐르고 있는 맑은 개울물을 놔두고 흙탕물 속에서 목욕하는 것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의자에 앉아 있는 늙은 소작농에게 오리들이 맑은 개울물을 왜 무시하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노인이 대답했다. ‘몰라서 그렇죠.’” 그리고 이런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공부를 해서 얻는 것은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저자 정재찬|인플루엔셜 |2020.02
정재찬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15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시를 잊은 그대에게: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로 대중 곁에 다가와, 시 읽는 기쁨을 가르쳐준 우리 시대의 시 에세이스트. 시는 물론, 인문학, 예술,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풍요로운 콘텐츠로 구성된 그의 강연은 늘 즐거움과 감동의 세계로 청중들을 이끈다. JTBC 〈톡투유〉, 〈양식의 양식〉, TVN 〈어쩌다 어른〉,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다양한 방송과 매체 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시심의 씨앗을 뿌리는 데에도 애써왔다. 시의 힘과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 사회에 공감과 소통, 치유가 이루어지길 그는 꿈꾸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여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시를 잊은 그대에게》, 《그대를 듣는다》, 《현대시의 이념과 논리》, 《문학교육의 사회학을 위하여》, 《문학교육의 현상과 인식》, 《문학교육개론 1》(공저), 《문학교육원론》(공저) 등이 있다.
목차
1장 ... 밥벌이
생업_먹고사는 일이 서러워질 때
사표 쓰고 싶어지는 아침
변변찮은 밥벌이라도
나도 살고 당신도 살리는 업
밥벌이, 그 숭고함에 관하여
노동_소금이 녹아 눈물이 될 때
베짱이의 배짱이 부럽다
눈물로 소금 벌기
세상 모든 헤파이스토스를 위하여
직업이 꿈이런가
일도 인생, 삶도 인생
2장 ... 돌봄
아이_너를 돌보며 내가 자랐단다
엄마가 딸에게, 딸이 엄마에게
잉태의 축복, 육아의 고통
아이는 취급설명서와 오지 않는다
너를 위해 손을 놓다
부모_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엄마가 없다
엄마가 다시 돌아온다면
이제 제가 당신을
엄마를 부탁한다
3장 ... 건강
몸_잘 먹고 잘 사는 법
몸은 좀 어떠신가요
탐식과 절식 사이
인생 식탁의 식사법
먹는 일, 먹이는 일
마음_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마음
누구에게나 지하실이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슬픔에 슬픔을 허하라
인생은 롱숏으로
4장 ... 배움
교육_아이를 가르친다는 것
저커버그를 원하십니까
우리 안의 세렌디피티
관찰, 삶의 경이를 일깨우는 힘
좋아하면 못 말린다
공부의 아마추어 키우기
공부_어른, 이제 진짜 공부할 때
옛 노트를 펼치며
길이 나를 만들었다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
마지막 큰 공부
5장 ... 사랑
열애_사랑 때문에 살고 사랑 때문에 죽을 듯한
다시 듣는 사랑 노래
발견하고, 길들이고, 어둠이 되다
뜨거울수록 필요한 침묵과 인내
당신을 생각하는 분량만큼
동행_바람에 깎여 얻게 된 깊이
결혼이란 게 다 그렇습니다
불확실성 시대의 사랑
뜨거운 얼음처럼
꿈꾸는 당신과 함께 별을
6장 ... 관계
인사이더_나도 그들이 되고 싶다
나만 뒤처져 보일 때
공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연예인 걱정을 하는 밤
리플리 혹은 페르소나
자신의 거짓을 사랑하는 법
아웃사이더_ 바깥에 길이 있다
자연인이 부러울 때
청산에서 잠 못 드는 밤
고독의 힘
인생의 배후와 굴곡
살아 있는 영혼을 위해서
7장 ... 소유
가진 것_얼마나 더 가져야 채워질까
은전과 십전의 가치
벌고, 쓰고, 존재한다
남기고, 버리고, 사라진다
지구라는 행성에 맨몸으로 와서
잃은 것_상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당신의 버킷리스트
푸르른 날이 다가기 전에
메멘토모리, 카르페디엠
상실을 받아들이는 자세
참고문헌
책속으로
삼시 세끼 때를 놓치지 아니하며 밥을 먹고, 그 밥벌이를 위해 종일토록 수고하고 땀 흘리는 우리들. 그것은 지겨운 비애가 아니라 업의 본질을 엄숙하게 지켜가는 저 성스러운 수도승에 비겨야 할 일이 아닐까요. 자신의 소명을 알고 죽을 때까지 서로를 살리려고 밥을 먹여주며, 불을 끄고, 수술을 하고, 이마를 덮어주는 것. 바라건대, 그렇게 사는 우리에게 시와 아름다움과 낭만과 사랑마저 가득하기를.---「1장 [밥벌이] ‘생업’」중에서
자식은 어른이 되어도 어린 자식입니다. 센 척하며 살고 있지만 엄마 품이 그립고, 그 품속에 들어가 아기처럼 위로받고 싶고, 살다가 겪은, 누구한테 말 한번 못한 억울한 일, 엄마한테 속 시원히 일러바치고 그냥 엉엉 울고 싶은 때가 있는 겁니다. 나이가 드니까 그렇게 맘 놓고 일러바칠 사람이 없네요. 엄마가 계셨더라면 아마도 엄마는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었을 겁니다. 자초지종 따지지 않고, 입바른 소리는 뒤로 돌린 채, 일단은 “아이고, 내 새끼~” 하며 내 눈물 콧물 당신 손으로 닦아주었을 겁니다. 하늘나라 엄마가 휴가만 나온다면요.
---「2장 [돌봄] 부모」중에서
결심이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내 몸에는 너무 많은 관성이 들어 있습니다.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몸 구석구석에 살뜰히도 배어 있습니다. 그것과 싸워 이겨내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호락호락한 사람들입니다. 싸울 게 따로 있지 왜 자신과 싸운답니까.
---「3장 [건강] ‘몸’」중에서
우울해할 필요가 있어서 우울해하는 이에게 우울함을 용납하지 않는 이들, 별것도 아닌 거 갖고 우울해한다며 덕담인 양 나무라는 이들, 세상사 다 마음먹기 달렸다며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당사자에게 귀착시키는 이들, 괜히 주위 사람들까지 우울하게 만든다는 공리주의형 인간들, 모두 다 우울을 감추게 하여 우울을 키우는 이들입니다---「3장 [건강] ‘마음’」중에서
그러다가 비로소 앵두가 익을 무렵이면 간신히 그리움도 견딜 만해집니다. 여하튼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과 함께하다 보면, 누구나 결실은 맺을 수 있으니까요. 익는다는 건 그런 일입니다. 제법 넉넉해지고, 뒤돌아볼 줄 알게 되고, 지난날에 대한 긍정과 감사를 보내게 되는 겁니다. 앵두도 그리 되는 겁니다. 크지 않아도, 위대하지 않아도, 밤하늘의 성좌가 못 되어도, 우리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겁니다. 긴 시간 견디어 이루어낸 모든 앵두들에게 우리가 경의를 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4장 [배움] ‘교육’」중에서
어느 나무가 더 노인네인지 도무지 나이를 알 수 없습니다. 나이를 이마의 겉주름이 아닌 나이테를 속에다 쟁여 넣어두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안으로만 새기고, 생각은 여전히 푸르른 희망으로 가득 찬 사람, 그리하여 내년엔 더 울창해지는 사람. 그렇게 나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4장 [배움] ‘공부’」중에서
마음은 비우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은, 영혼은, 채우는 겁니다. 얼마나 선한 것, 얼마나 귀한 것, 얼마나 사랑스러운 것으로 채울까. 그런 것들로 채우는 삶은 행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5장 [사랑] ‘열애’」중에서
하지만 그것은 무화가 된 것이 아니라 풍화風化된 것입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 겪어오며 새긴 암각화巖刻?인 겁니다. 겉으로 화려하게 도드라지지 못하고 그저 안으로 안으로만 새긴 암각화에 불과하지만, 그러기에 손에 쥔 것도 별로 없어 내세울 것도 없어 보이지만, 바람에 깎여 얻게 된 사랑의 깊이 덕택에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 채 서로를 애틋하고 애잔하게 바라볼 수는 있게 된 겁니다.---「5장 [사랑] ‘동행’」중에서
지나친 정직은 성장에 방해가 됩니다. 지금 현재의 ‘흠’과 ‘서투름’에만 정직하게 절망한다면, 나는 모래가 될 수 없고 별이 될 수 없습니다. 진짜 정직한 것은 현재의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나까지, 나의 수많은 분신, 나의 수많은 페르소나까지 나 자신이라고 믿으며 사랑하는 겁니다.
---「6장 [관계] ‘인사이더’」중에서
업무에 치여서, 선약이 있어서, 여유가 없어서 따위 일체의 핑계를 거절하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라는 생각이 든 바로 그때, 모든 것 잠시 놓아두고 그리운 사람을 마구 그리워하라는 겁니다. 눈부시게 그립고 보고픈 그대, 아니 그리워하면 할수록 서럽고 서글프지만 그럴수록 눈부신 그대들을 불러보라는 겁니다. ---「7장 [소유] ‘잃은 것’」중에서
명리심리학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저자 양창순|다산북스 |2020.02
저자 : 양창순 정신건강의학과ㆍ신경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양의 정신의학만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 한계를 느껴 명리학과 주역을 공부했고, 성균관대학원에서 ‘주역과 정신의학’을 접목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의료원 연구강사, 미국 HARBOR-UCLA 정신의학과 방문교수, 서울백제병원 부원장 등을 거쳐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인드앤컴퍼니, 양창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이며, 미국 정신의학회 국제회원 및 펠로우, 미국 의사경영자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CBS 시청자위원회,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SBS의 「양창순의 라디오 카페」, CBS의 「양창순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에서 100회 이상 진행한 「심리클리닉」을 통해 오피니언 리더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은 바 있다. 기업 강연, 대인관계 및 리더십 컨설팅, 집필과 칼럼 기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50만 베스트셀러이자 인간관계 심리학의 바이블인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와 『담백하게 산다는 것』,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CEO, 마음을 읽다』,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 『엄마에게』,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등 다수가 있다.
프롤로그_정신과 의사인 나는 왜 운명을 탐구하는가
1장. 명리학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_소중한 존재로서 나의 근원을 찾는 일
_50년을 살고 보니 49년이 후회라더라
_불안한 우리는 왜 가장 먼저 점집을 떠올릴까?
_원망과 분노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다
_삶의 무게를 품위 있게 내려놓는 방법
_에피소드 ① | 왜 바람둥이는 무사한데 딱 한 번 바람피운 사람은 그렇지 못할까?
_에피소드 ② | 그 남자 그 여자가 반하게 된 진짜 이유
2장. 정신의학과 명리학이 교차하는 지점
_정신의학이 설계도면이면 명리학은 입체도면이다
_심리학 키워드 ① | 인지 개념 : 삶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_심리학 키워드 ② | 집단 무의식 : 팔자소관이라는 말에 담긴 우리의 무의식
_심리학 키워드 ③ | 투사의 방어기제 : 운명이 내게 말했다, 당신 잘못이 아니었다고
_심리학 키워드 ④ | 에로스/타나토스 : 음과 양으로 표현되는 철저한 삶의 이중성
_심리학 키워드 ⑤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오늘도 서먹서먹한 세상의 모든 부자(父子)들에게
_심리학 키워드 ⑥ | 나르시시즘 : 새삼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겸손함을 배우다
_에피소드 ③ | 공부 잘하는 사주는 타고 나지만, 성공하는 아이는 따로 있다
_에피소드 ⑥ | 재미로 보는 프로이트와 융의 사주
3장. 당신과 내가 만나 우리가 되는, 오행에 관한 모든 것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 vs. 숨만 쉬어도 어색한 사이
유유상종의 과학, 좋은 내가 좋은 당신을 부른다
오행이란 과연 무엇일까
오행이 만들어내는 생과 극의 드라마
간략하게 내 사주를 풀어보는 방법
정신의학과 명리학으로 함께 보는 5가지 성격 유형
때론 내 삶에 천적을 허용할 필요도 있다
에피소드 ④ | 직장관계 탐구생활, 우리는 어떻게 화이부동할 수 있을까?
에피소드 ⑤ |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사주를 타고났을까?
에피소드 ⑦ | 무병장수하는 사주는 따로 있을까?
4장_내 앞에 놓인 삶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마침내 운명의 새옹지마를 깨닫다
타고난 사주는 못 바꿔도 팔자는 바꿀 수 있다
인생 선배로서의 역할을 비로소 깨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마음
에필로그 | 내 삶의 지도를 찾아서
“한국인들은 인생에서 문제가 생길 때 정신과 의사를 찾는 대신 점을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신과 의사로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한 외국인 의사의 말 한마디가 정신과 의사인 그를 명리학과 주역 공부의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주역과 명리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는 우리가 ‘사주팔자’라고 부르는 그 학문이 ‘동양의 성격학’임을 깨달았다. 내담자의 상황과 보고에 의존하는 정신의학과 달리,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고 한 개인이 태어난 때의 기운을 통해 그 사람의 기질을 파악하는 명리학은 분명한 학문이자 또 하나의 과학이었다.
“식물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피는 것이 다르고 같은 종이라도 어떤 땅,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가에 따라 또 달라진다. 그런 것처럼 인간도 생명이므로 봄에 태어난 사람, 겨울에 태어난 사람이 같을 수 없다. 명리학은 그 다름을 한 개인이 태어난 시각의 우주의 기로 규정한 학문이다. 한마디로 내 출생의 비밀에는 온 우주의 기가 얽혀 있는 셈이다.”
때로는 심리학과 정신의학만으로는 풀 수 없는 삶의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이러한 문제로 늘 갈증을 느껴온 양창순 박사는 명리학을 공부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갈증이 해소되었다고 고백한다. “마치 DNA처럼 내가 태어난 생일에 나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으며, 그로 인해 생겨난 ‘기질적인 문제’를 안다면 보다 더 입체적인 분석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것.” 그렇게 그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조화로운 정신의학과 명리학을 접목해 상담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내담자에게 보다 더 깊은 위로의 처방을 내리고 있다.
이와 같은 사주팔자에 대한 질문에 명리학은 “그렇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이는 양창순 박사의 수많은 임상 경험으로도 증명되었다. 자기 사주에서 무엇이 강하고 약한지, 어떤 운이 내게 언제 들어올지를 알면 그만큼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디자인할 수 있고, 내 그릇의 크기를 가늠해 그에 합당한 열매를 담을 수 있는 법이다.
이 책은 자기 사주의 모습을 파악하고 자신의 기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알기 쉽게 쓰였다. 오행을 통해 자기 사주를 분석하고, 그간 겪고 있던 삶의 문제를 자신의 기질과 엮어 생각해본다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가능성’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그가 발견해낸 ‘정신의학’과 ‘명리학’의 공통분모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나르시시즘, 투사의 방어기제 등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명리학에서 강조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은 명리학이 얼마나 과학적이면서도 오랜 시간 데이터를 축적해 발전해온 학문인지를 입증한다.
“사주팔자라는 그릇 안에
어떤 운명을 담을 것인가?”
‘나’라는 사람의 기질을 앎으로써
내 삶을 더 주체적이고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법!
“그렇다면 나는 내가 태어난 팔자대로 살 수밖에 없을까?”
“운명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거라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양창순 박사는 이 책에서 “명리학은 운명을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내가 태어난 때에 해당하는 ‘사주’는 바꿀 수 없어도 ‘팔자’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자신의 기질과 성향을 파악해 강점은 더 개발하고, 약점은 보완하며, 내 안에 숨겨진 잠재력을 최대로 활용하도록, 즉 ‘팔자’와 ‘운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주는 학문이 바로 명리학이라고 말한다.
책속으로
인간은 한없이 자기중심적인 존재이며, 그것을 인정할 때 우린 비로소 타인에 대한 이해도 넓혀 나갈 수 있다. 따라서 그처럼 소중한 존재인 나 자신이, 내 앞에 놓인 삶이 궁금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명리학’은 그것에 대한 답을 주는 학문의 하나이다. 또한 이처럼 소중한 존재인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세심하게 알아야만 한다.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주는 것이 바로 ‘정신의학’이다. 그리고 두 학문의 궁극적인 핵심은 진심으로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할 때 세상은 내가 그동안 보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프롤로그, 정신과 의사인 나는 왜 운명을 탐구하는가」중에서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또 하나 위로가 되는 것은 우리의 삶은 결국 결핍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해한 것이다. 명리학의 기본 원리는 육십갑자법을 따른다. 그리고 이 육십갑자에 쓰이는 글자는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로 이루어져 있다. (…) 즉, 한글을 이루는 기본 글자가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명리학의 가장 기본인 사주팔자를 이루는 글자는 천간과 지지를 합해 모두 22개다. 그리고 그것이 서로 결합해 이루어지는 것을 바로 육십갑자라고 한다. 그런데 한글에서는 그 기본 글자를 전부 활용해 말을 만들어낼 수 있으나, 내 운명은 육십갑자 중에서 겨우 네 개의 구성, 즉 겨우 여덟 글자에 불과하다.
이것은 곧 인간의 삶이 애초에 결핍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그것을 두고 ‘나는 왜 22개가 아니라 8개만 갖고 태어났는가?’하고 원망한들 소용이 없다. 그처럼 누구의 인생에나 약간의 결핍이 있으면 또 약간의 보상도 따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곧 안분지족의 삶에 가까워지는 길일 테고. 안분지족은 무언가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현재 이 시점의 나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1장, 명리학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중에서
명리학적으로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그중 하나가 내 성격적인 결함들이 어쩌면 모두 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것만은 아니라는 걸 비로소 이해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요소들을 처음부터 타고난 이상, 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즉, 그것이 내 탓도 아니고 내 부모 탓도 아닌, 단지 내가 태어난 그 시점의 우주의 기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수용하면 내가 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난다. 우린 누구나 설악산에 가서 왜 백록담이 없느냐고 항의하지 않는다. 그런 것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서서히 시작해 심리적으로도 자신을 점차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치료효과가 훨씬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2장, 정신의학과 명리학이 교차하는 지점」중에서
해석의 근원이 되는 원리는 다름 아니라 자연현상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더운 여름날의 나무에는 물이 가장 필요하다. 같은 원리로 더운 여름날에 태어난 나무의 오행을 가진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기는 수의 기운이다. 그러므로 화의 오행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이미 계절에서 충분히 그 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겨울에 태어난 나무의 오행을 가진 사람에게는 당연히 화의 오행이 필요하다. 이처럼 내가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오행이 자기 사주팔자 안에 함께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무난한 삶을 산다. 혹은 운에서 보완을 해주면 또 무난한 삶을 살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나를 도와줄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격이므로 상대적으로 지난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3장, 당신과 내가 우리가 되는 오행의 모든 것」중에서
내 몸의 세포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이 매 순간 바뀐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가 타고난 운명 역시 반드시 그대로 지속되리라는 법은 없다.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타고난 사주는 못 바꿔도 팔자는 바꿀 수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팔자를 이루는 오행 속 기의 흐름을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실제로 임상에서 그러한 사례들을 많이 본다. 이론적으로는 안 좋은 사주를 갖고 있어도 자신이 노력하여 큰 성취를 이루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정말 많다.
팔자를 바꾸려고 할 때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심상, 즉 내 마음의 흐름과 그 영향을 살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주를 타고나도 그것을 갈고닦으려는 심상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좋은 사주의 운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 (…) 바로 이때 어떤 방향으로 나를 바꾸는 것이 좋은지 알게 해주는 학문이 정신의학이고 명리학이다. 앞서 두 학문 모두 내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게 돕는다고 했는데, 바로 이런 뜻이다. ---「4장, 내 앞에 놓인 삶이 궁금한 사람들에게」중에서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좋은 삶, 편안한 관계를 위한 자기 이해의 심리학 저자 양창순|김영사 |2019.07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중심축을 세우는 법
‘왜 나는 툭하면 불필요한 자책과 자기비하에 시달릴까?’
‘어떻게 자존심을 지키면서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사랑하고 싶다…’
정신의 직립을 가능하게 하는 뼈대, 자존감
잠들기 전 오늘 만난 사람들에 대해 필름을 돌려본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조금이라도 거부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좌절과 우울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예민한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도 종종 경험하는 일이다. 적에게조차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기 때문일까. 남들에게 거부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격려받고 싶다. 이 같은 필요를 지닌 이들에게 저자는 스스로에게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 하고 말해주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책은 먼저 인간의 정신적 생존에 꼭 필요한 자존감, 자기 긍정, 자기 확신의 문제를 다룬다(1, 2장).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후회와 자책에 불필요할 정도로 빠져들곤 한다. 말하자면 내면의 중심축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일이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져야 하고 때론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어야 할 때도 있다. 의식적으로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저자의 조언은 다음과 같이 퍽 담백한 편이지만, 그 하나하나에 경험에서 우러난 깊이가 배어 있어,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이 퍽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5가지 자존감 수칙
1.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일을 잘했으면 그런 자신을 칭찬해준다. 그런 칭찬이 쌓여서 내 마음의 자산이 된다.
2. 남의 탓, 환경 탓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분노에 사로잡혀 귀중한 시간을 써버리는 것보다 더 큰 낭비가 있을까.
3.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데 천재가 아닌지 돌아본다. 실제 일어난 일에 눈덩이처럼 더해지는 우리의 감정과 생각들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4. 인간관계도 날씨와 같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고 생각하자. 상대의 행동을 다 나와 연관해 생각하는 것이 지나치면 관계망상이 된다.
5. 희망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지 않으면서 남이 나를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랄 수는 없다. (103-107쪽)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먼저 나의 내면이라는 곳간이 풍성해야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나는 그 곳간을 채우는 양식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내면의 중심축이 확고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아니면 외국어를 배우려고 기울이는 노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려고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 내면의 중심축이 치우치는 일은 없지 않을까?” _10쪽
스스로를 책망하는 사람들은 정신분석적으로 수퍼에고(super-ego)가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 그것이 적절하면 균형 잡힌 자기성찰이 가능하므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열린 사람이 될 수 있다. 단, 지나치면 때로는 강박적인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들을 상담하다 보면 끝없이 자신에게 ‘너는 무엇 무엇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쓸모없는 인간이다’라는 생각을 주입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더욱이 그 ‘무엇 무엇에 대한 기대치’가 그렇게 높을 수가 없다. 그러니 결국 그처럼 자신이 바라는 이상에 못 미치는 스스로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한 번의 실수에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남들은 괜찮다고 하는데도 자신은 아닌 것이다. --- p.19-20
피곤하고 쉬고 싶을 때 자신에게 과감하게 휴식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호흡할 때 들숨과 날숨이 똑같이 필요한 것처럼 일과 휴식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혼자 있는 시간은 밖에서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를 소모한다. 상대의 말을 듣는 것, 내가 이야기하는 것, 적절하게 분위기를 타는 것, 다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그렇게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바로 혼자 있는 시간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만의 편안한 한때를 보내면서 바깥세상에서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불필요한 후회와 자책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역시 피해야 할 일 중 하나다. --- p.43-44
그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광고하고 다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상은 우리의 스스로에 대한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해야 한다면 가능한 한 좋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자만하지 않기 위해 자기를 비하할 필요는 절대 없기 때문이다. --- p.87
지나치게 비틀려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의 삐딱한 시선은 진실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단지 그 자신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느냐 아니냐가 중요할 뿐이다. 이런 타입은 매사에 지치지도 않고 불평거리들을 찾아내는 비상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 ... 정신의학에서는 그런 타입을 ‘수동 공격적 인격’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공격적 타입은 완전주의자가 많다. 그들은 무슨 일이든 자기 생각대로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화를 참지 못한다.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쉽게 상대방을 비난하고, 윽박지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에 비해 수동 공격적 타입은 작은 일에도 쉽게 분노하고 공격적이 되지만 그런 자신에게 확신을 갖는 데는 어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적대감을 표현하는 대신 끊임없이 불평거리를 찾아내는 것으로 공격성을 대신하는 것이다. --- p.95-96
이는 적절한 스트레스가 주어질 때 우리의 잠재능력이 오히려 발휘된다는 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요즘 뇌과학에서 지혜에 연관된 부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로 우뇌의 전두엽인데, 흥미롭게도 이 부위는 익숙한 문제, 쉬운 문제를 풀 때는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나갈 때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삶의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 지혜로운 사람이 많은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 --- p.101
사람들은 자주 일상의 대화에서 단지 상대방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혹은 날카롭고 유머감각이 있다는 인상을 남기기 위해 애쓴다. 거기에 에너지를 허비하느라 진정한 이해와 공감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곤 하는 것이다. --- p.134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보면서 행여 그들이 했을지도 모를 실수를 찾아내고자 하는 심리도 마찬가지다. 뭔가 잘못이 있었기에 그들이 그런 불행을 당한 것이라는 증거를 찾고 싶은 것이다. 왜? 나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았으므로 그런 불행 역시 닥쳐오지 않을 거라고 자기 자신을 다독이고 싶기 때문이다. --- p.141
아는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직업상 사업이 망해서 그 뒤처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나중에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경황이 없을 때도 자기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나중에 어떻게든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꼭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 p.143
우리가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제대로 다스리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가 중요하다. 언어를 통해 자신의 느낌을 좀 더 풍요롭게 기술하는 경험을 체득한다면 굳이 감정을 억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치 창문을 열어 방 안에 고여 있는 공기를 바꾸듯이 마음도 말을 통해 일종의 환기를 시키는 셈이다. 산에 가서 ‘야호오오’ 외치기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말이 어려우면 쓰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는 정말 좋은 치료 방법 중 하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부정적인 감정, 특히 불안이나 우울이 깊어지면 좌뇌의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언어로 표현하면 좌뇌의 기능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현실 적응능력이 회복된다. 즉, 내 안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게 되는 것이다. --- p.151
나를 분명하게 내보이고 표현하는 것은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흔히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내 인생의 변화는 내가 주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성격 자체를 부인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변화에 적응해갈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조절할 힘을 키우도록 한다. 요즘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앨범을 통해, 또 UN연설을 통해 내세운 메시지 ‘Love yourself, Speak yourself(당신 자신을 사랑하세요, 당신 자신을 말하세요)’도 이런 의미가 아닌가 싶다. --- p.208
내가 하는 일만은 완벽해야 한다고 계속 고집하는 경우 대개 강박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상담을 원한 청년은 아직 그런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완벽주의를 떨쳐버리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완벽주의를 위해 계속해서 나를 희생해도 좋은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과감하게 멈추고 조절하고 그 문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소소한 일도 몇 번이고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면 이제부터는 딱 세 번까지만 확인하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결국 해낼 수 있다. 스스로 가벼운 문제라고 생각하면 그 일을 끝낸 순간에 ‘잘했어’라고 자신을 칭찬해주고 과감히 덮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 번 끝낸 일은 돌아보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 p.219
그러므로 만약 슬럼프라고 여겨지면 무조건 현실에서 한걸음 떨어지라고 권유하고 싶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아예 이참에 휴식을 갖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마치 겨울이 지나서 봄이 오듯이, 슬럼프를 잠시 겨울로 생각한다면 어떨까 싶다. 요즘 정신의학에서는 그것을 ‘다운 타임down time’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음식을 만들 때 뜸을 잘 들여야 맛있는 음식이 되듯이, 인간도 힘든 일이 있을 때 거기서 회복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p.326
사람 사이에서 명품의 관계를 기대할 수는 있다. 그건 서로가 명품의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서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된다. 인간관계에서는 누구도 100점을 기대할 수 없다. 만약 50점 정도라고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에서의 만점은 50점인 것이다.
내 주위 사람들 중에서 50퍼센트만 나를 괜찮다고 해도 나는 정말 썩, 매우 괜찮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주위에서 50퍼센트의 사람들에게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 하고 말할 수 있으면 나는 인간관계에서 만점을 기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 p.333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사랑이 힘든 사람들을 위한 까칠한 연애 심리학
저자 양창순|다산북스 |2019.07.
인간관계의 절정은 결국 ‘사랑’이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증명을 바라곤 한다
건강한 연인관계를 위한 4가지 키워드
사랑(Love) ‘사랑’은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가졌기에 사랑하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한계 짓기(Limits)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경계를 갖고 싶어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분명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존재한다. 그것을 존중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정신적 독립(Let them go) 서로 구속하지 않고 사랑을 키워가고 싶다면 꼭 지켜야 하는 요소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일곱 번째 방’이 꼭 필요하다.
느슨한 간섭(Loose integration) 건강한 사랑은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결정하고, 또 상대방은 그런 결정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책속으로
물론 안다. 자신만 빼고 모두가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의 허기가 느껴질 때, 더더욱 외로워진다는 사실을. 하지만 자신의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불안한 상태에서 단순히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삶에 동승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자신의 감정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의 감정을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누군가 도 사랑할 수 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진짜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 p.25
성실한 남자들 역시 ‘나쁜 여자’ 캐릭터에 끌리는 경우가 많다. 그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착하고 배려할 줄 알고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여자보다는 히스테리가 심하고 이기적이며 제멋대로인 여자한테 더 자주 반하곤 한다. 그런 어긋난 이끌림은 우리의 ‘그림자 본능’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그림자란 융의 정신의학 이론에 나오는 말로, 우리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어두운 본성을 의미한다. 성실하고 사회규범을 잘 지키는 남자일수록 내면에는 충동과 일탈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갈망, 즉 그림자 본능이 있기 마련이다. --- p.115
거부당하고 버려지는 것이 너무 두려워서 오히려 연인을 난폭하게 지배하려고 하는 행위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그중에서 가장 흔한 케이스가 사랑을 시험해보는 것이다.“나 얼마나 사랑해?”라고 묻는 귀여운 애교에서, 연인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는 것까지 모두 그런 시험에 포함된다. 대부분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므로 자신이 지금 연인을 시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설사 안다고 해도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 이유까지 알지는 못한다. --- p.125
흔히 부모가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의 능력을 믿지 못하거나 떠날 것을 두려워해서다. 문제는 이러한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마음속에 무력감과 열등감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물론 겉보기에는 순종적이고 성실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늘 억압된 두려움과 자신을 그렇게 만든 부모에 대한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어른이 되어도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못하는 조그만 어린아이가 내면에 숨어 있는 탓이다. --- p.142
우리가 상대방의 자율성을 지지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사사건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일일이 지적당하고 간섭당하면서 행복할 사람은 없다. 특히 연인들 사이에서 독립과 자율성이 유지된다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건강한 사랑은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결정하고, 또 상대방은 그런 결정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 p.166
사랑에 위기가 찾아오면 그들은 “저 사람은 나와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 도저히 융합할 수 없다”라고 한탄한다. 또한 그들은 상대방이 자기가 노력한 만큼 따라와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사랑한다면 그럴 수가 없다는 말이다. 사람의 감정은 타고난 성격, 성장 과정의 여러 경험 등에 따라 영향을 받으므로 백 퍼센트 서로 일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 노력이야말로 헛수고요 망상일 뿐이다. --- p.190
첫 번째는 상대방에게 그릇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자기 멋대로 강요하고 무시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교묘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고 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의존 욕구다. 생각해보라. 우리는 이 세 가지를 친구에게 하지 않는다. 진짜 우정을 나누는 친구한테는 그릇된 요구를 하거나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려 하거나 지나친 의존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친구가 될 수 없으면 진실한 연인이 되기도 어렵다는 등식이 성립한다. --- p.192
이런 타입은 자기 연민이 강해서 스스로에게는 대단히 너그럽다. 하지만 자신에게 너그러운 사람일수록 상대방에게는 냉혹하며 일방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또한 ‘남자는 좋은 직장을 다녀야 한다’ ‘남자는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여자는 날씬해야 한다’ ‘여자는 정숙해야 한다’ 등의 선입견이나 편견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틀에 상대방이 맞지 않으면 실망하고 화를 내며 끝없이 고치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요구사항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문제일 수밖에. 이런 타입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지내려면 한 가지 비결이 있다. 상대를 변화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라는 교훈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 p.214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의 욕구를 다 충족시키기를 바라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것에 성공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배려하고 타협하고 절충해가는 수밖에. 사랑에도 비즈니스가 필요하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도와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네가 도와준다’가 진정한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 p.240
특히 결혼은 실속을 챙기는 데 집착해서 조건만 보고 했다가는 나중에 몇 배로 괴로움을 겪는 수가 있다. 결혼은 어떤 의미에서 돌발 상황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중에는 상대의 조건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 또한 무수히 많다. 그러므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인지 알아보는 게 진정한 결혼의 조건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 p.267
정태춘,박은옥 - 사랑하는 이에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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