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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by 이성근 2020. 3. 4.

https://www.youtube.com/watch?v=8mL3L9hN2l4

Nina Simone - Antibes - Juan-Les-Pins - 1969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그 많던 언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저자 다니엘 네틀|역자 김정화|이제이북스 |2003.11

원제 Vanishing voice : the extinction of the world's languages


다니엘 네틀     수잔로메인 영국 버밍엄 대학교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막스-프랑크 정신언어학 연구소에의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옥스퍼드 대학교 머턴 칼리지의 언어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스코틀랜드 학생들의 이중 언어 습득 과정과 영국 내의 펀자브어 사용자에 관한 연구를 했다. 파푸아뉴기니와 하와이에 직접 가서 아동들의 토착어와 도회어 교육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주로 사회언어학과 다중 언어 사회, 언어적 다양성에 대해 연구하였으며, 특히 최근에는 성() 언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이중 언어 Bilingualism>(1989), <언어, 교육, 그리고 개발: 파푸아뉴기니의 도시와 농촌의 토크피신어 Language, Education and Development: Urban and Rural Tok Pisin in Papua New Guinea>(1992), <사회 속의 언어: 사회언어학 입문 Language in Society: An Introduction to Sociolinguistics>(1994), <의사소통하는 성 Communicating Gender>(1999) 외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다니엘 네틀 영국 개방 대학교 생물심리학과 교수로 런던 대학교에서 생태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옥스퍼드 대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의 조 대학교에 방문 교수로 있는 동안에는 현지 연구를 통해 아프리카어를 본격적으로 연구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 머턴 칼리지에서 근무하던 중 수잔 로메인과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영국 왕립 인류학회와 인간 행동과 진화 사회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인류 진화의 맥락에서 언어와 문화를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신생물학의 여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북부 나이지리아의 피옘어 The Fyem Language of Northern Nigeria>(1998), <언어의 다양성 Linguistic Diversity>(1999), <강렬한 상상: 광기, 창의성, 그리고 인간 본성 Strong Imagination: Madness, Creativity and Human Nature>(2001)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첫번째 그 많던 언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살해인가, 자살인가

사멸의 길 위에 선 언어들

왜 언어의 죽음을 막아야 하는가?

언어도 자원이다

두번째 언어의 다양성과 생물의 다양성

언어는 몇 종류가 있을까?

한 언어의 확산은 다른 언어를 위축시킨다

위기에 처한 언어 다양성

언어와 생물계의 공통점들

세번째 잃어버린 언어, 잃어버린 세계

급진적인 사멸

점진적인 사멸

우월한 언어란 없다

"내 돼지"가 담고 있는 세 가지 의미

디르발어의 독특한 명사 분류법

사라진 언어, 사라진 지식

네번째 "언어의 생태학"

천국의 바벨탑, 파푸아뉴기니

"평등한" 이중 언어 국가

언어 소멸의 세 가지 유형

언어를 위험에 빠뜨린 변화들

다섯번째 확산과 정복의 물결

구석기 시대의 언어 상황

신석기 혁명과 언어의 확산

인구 증가의 불균형이 끼친 영향

신세계의 언어를 정복하다

손 닿지 않은 세계

여섯번째 자발적 강제와 경제 발전의 유혹

언어의 사회적 계급

경제 발전의 두 얼굴

첫번째 희상자, 켈트어

밀려나는 토착어들

이중의 위험

일곱번째 왜 언어를 보존해야만 할까?

"소극적 방임"이라는 서구의 이기주의

강제된 선택

개발, 생물다양성, 그리고 언어가 말해 주는 것

생태계 보존의 열쇠는 언어 속에 있다

언어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

여덟번째 살아 있는 미래를 위하여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기

국가적 지원의 한계

언어 없는 땅, 심장 없는 땅

누가 다양성을 두려워하나?

천연 자원으로서의 언어

언어를 보전하기 위한 위로부터의 전략

옮긴이의 글

도움받은 책들과 더 읽을거리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으로

서로 다른 유형의 작물들을 한데 모아 심으면, 인접한 식물들이 서로 다른 깊이의 땅 속에서 수분을 흡수할 수 있다. 작물들을 분산시켜 심어 놓으면 단일 작물을 경작하는 밭보다 해충의 피해를 덜 입을 수 있다. 서로 다른 키의 작물들을 심는 혼합경작은 수분도 보존하고 생산성 높은 국지적 기후를 조성하면서 잡초의 생장도 억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혼합 경작은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즉 연간 노동의 투입과 식량의 수확을 고르게 분산시켜서, 단일 작물의 수확을 기다리면서 겪는 궁핍한 농한기 따위를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73

 

언어가 존재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의 정신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언어는 하나의 활동, 혹은 인간들 사이의 의사소통 체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언어는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고 전달해 줄 수 있는 사회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인간 사회는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생계를 꾸릴 수단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사회가 번성할 수 없는 곳에서는 언어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언어가 그 사용자를 잃게 되면, 그 언어는 죽어간다. 18

 

인간의 발명품인 언어는,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에게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문화, 기술, 예술, 음악,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가능케 한 것이 언어였다. 모든 인간들이 축적해 놓은 풍요로운 지혜의 원천이 바로 언어이다. 기술은 다른 기술로 대체될 수 있지만, 언어들은 그렇지 않다. 각 언어마다 세계를 보는 자신만의 창이 있다. 모든 언어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며, 언어가 스스로 일구어 낸 모든 문화의 기념비와도 같다. 다양성의 상실을 막기 위해 무언가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다양성의 일부라도 잃게 된다면, 이는 우리 모두에게 손실을 안겨 주는 것이다. 더욱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를 가질 권리, 그 언어를 문화 자원으로 보존하고, 자손들에게 물려줄 권리를 갖고 있다. 34-35

 

과거에는 이러한 멸종이 대개 인간의 개입과 관계없이 발생했지만 이제는 인간의 개입을 통해, 특히 인간이 환경을 바꾸어 놓음으로써 유례 없는 규모의 멸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다 큰 그림에서 볼 때, 언어들의 멸종은 전 세계적인 생태계 붕괴 현상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소위 생물언어적 다양성의 위기가 발생하게 된 이면에는, 인간이 지구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오류가 있는 것이다. 39

 

언어의 전환은 지구촌 현상을 불러온 훨씬 대규모의 사회적 변화 과정의 징후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세계 도처의 사람들, 심지어 아마존의 가장 외진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몇몇 세계 언어들이 확산됨에 따라 많은 소규모 언어들이 사멸하고 있다. 오늘날의 지구촌에서는 세계 인구 중 약 90퍼센트가 백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언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인간 사회가 이렇게 급진적으로 재편됨에 따라 영어와 몇몇 세계 언어들이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재편이 '적자생존'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느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결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조건 아래서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이 이루어진 이상적인 시장경제 체제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할 것이다. 지배적인 언어의 등장은 사회적 변화가 불균등하게 일어남에 따라,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 간에 현저한 자원의 불균형이 생긴 데서 나온 결과이다. 41

 

모든 언어는 동등하다

언젠가 세계의 언어는 결국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세가지만 남고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누군가는 넌센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근거가 있는 말이다. 현재 남아있는 언어는 대략 5~67백 종류로 추산되지만 상위 100가지 언어를 쓰는 인구가 90%를 상회 한다. 그리고 60% 정도의 언어가 이미 사멸 위기에 봉착해있다. 이미 많은 언어가 역사속으로 사라졌으며 지금도 연간 10개 이상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17세기 이후 불어닥친 제국주의의 문명화정책은 원주민들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원주민의 모든것에 야만이라는 딱지가 붙여졌고 그들이 쓰는 언어도 하등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원주민에게 서양제국의 언어를 강요했고 파괴된 원주민 공동체를 떠나 외부적으로 성공하려면 침략자들의 언어를 배워야만 했다. 그런식으로 2~3세대만 지나버리면 혈통은 원주민이지만 그들의 언어는 사멸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멸종위기에 있는 대부분의 소수언어가 이런 상황이다.

 

세계화는 외국어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렸고 아직 우리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에게 영어조기교육을 시킬 정도로 그 열기가 높다. 일상어를 영어로 하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은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지고 있는 정도이며 영어를 공식언어로 지정하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인의 유별난 영어사랑은 앞으로 몇 세대가 지난 뒤 한국어의 존립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어는 사용자 수로 따지면 프랑스어와 비슷한 약 7500만 정도가 사용하며 세계 12위에 해당하는 주요언어 중 하나지만 세계화가 점점 빨라지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소통이 급격히 늘어날 가까운 미래를 생각해보면 결코 안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구인들이 모두 한가지 언어를 쓴다면 소통의 벽이 없어지는 것이니 더 좋은 것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무엇이든 이론과 실제에는 큰 벽이 있는 법이다. 역사적으로 소수민족에게 자국의 언어를 강제한 정권이나 정부는 화합이나 내셔널리즘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언어로 이루어지는 지식정보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 것이었다. 즉 자신들의 지배를 강화하고 피지배세력의 독립이나 자치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언어는 그 사회의 문화적인 면을 포괄하고 있는 것이므로 문화적인 지배를 공고히 하는데는 언어를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세계적으로 한 국가가 하나의 언어만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의 국가는 몇가지의 공용어가 있거나 지역의 토착언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국가가 분열되거나 하는 경우는 적다. 만약 분열이 된다면 그것은 억지로 그 민족이나 지역을 국가에 우겨넣고 그들에게 굴종을 강요했거나 차별을 행한 경우이다. 사람은 모국어와 더불어 다른 언어를 더 습득할 수 있고 외부와 소통할 수 있다. 그들의 언어를 지킴으로써 오랫동안 함께 지켜왔던 전통과 정체성을 분명히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되고 인류 문화유산의 다양함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이나 파괴되어가는 유적과 유물에 대해서는 그것을 보존하고 되살리려는 노력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사라져가는 언어에 대해 방관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언어는 내셔널리즘의 도구가 아니라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시각을 가지는게 필요하다.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한 공동체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들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문화와 잊혀져서 박물관에 가 있는 문화 중 무엇이 가치있는 것인지 혼동하는 듯하다. 박물관의 문화재는 가치있는 것이고 우리가 공기처럼 누리는 것은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흔하게 누리고 있는 것도 주위에서 사라지면 결국 박물관에 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죽은 것이고 되살리기 불가능하다. 특히 언어의 세심하고 정교한 체계는 실제 사용하지 않으면 결코 그 진가를 알 수 없게 되고 만다. 말하는 사람의 생활환경과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언어이며 사용하는 사람이 남아있는한 모든 언어는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출처] 모든 언어는 동등하다 -작성자 GONDWANA 14.7.10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우리 세계에는 아주 다양한 목소리들이 존재한다. 그 목소리들은 다름 아닌 언어다. 근데 정말 다양했던 언어들이 이젠 반 정도도 안 남았다. 그래서 무슨 상관이냐고?

 

이에 저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언어는 문화의 기념비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축적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말에 어쩌면 사람들은 우리가 굳이 다른 언어를 쓰는 부족 혹은 민족의 언어까지 신경써야 하는가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게 상관이 있다. 비단 그들의 문화와 언어가 가지는 그 자체로만의 가치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현재 이용하고 있는 유용한 상품 중에는 우리가 몰랐던 자연에 존재하는 가치들을 자신들의 언어로 보존하고 있었던 원주민들, 그들의 지식 덕분에 생겨난 상품들이 생각 외로 많다.

 

이에 또 다시 그런 상품이 얼마나 된다고 반박하거나 그런 상품이 필요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에 저자는 언어이 다양성이 생물의 다양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통계적 근거를 들며 언어다양성의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생물을 배운 사람으로서 위와 같은 주장은 너무나도 흥미롭게 다가왔고,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이제는 사라져버진 언어들을 사용했던 사람들은 그들 고유의 방식으로 자연과 공생하며 살았었는데, 그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들이 지켜왔던 자연 역시 그들을 말살시켜버린 살인자들에 의해 파괴되어버린 것이다.

 

그럼 과연 그들 그리고 그들의 언어는 왜, 누가, 죽인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는 서양 국가들이 원주민들에게 가한 폭력 때문이었다. 그 폭력은 종류가 너무나 다양했다. (서구인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간단했던 학살과 억압, 소수민의 존재와 문화와 언어를 무시하는 정책, 서구문화를 주입시킨 강압적인 교육 등의 직간접적인 폭력은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쓰고 있던 (사실 그리 소수도 아니었지만) 소수민족들을 말살시키거나 수십에서 많아야 수천 명 정도 밖에 남기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소수민들이 사라진 지역에는 서구방식의 삶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대규모 농업 및 축산, (자연을 차도와 온갖 건물, 그리고 인간으로 뒤덮어버리는) 도시화 등은 소수민족들이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공생하며 지켜오던 자연을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물의 다양성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특히 소수어 무시 정책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이유는 내가 바로 그 정책에 세뇌된 사람이였단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를 절실히 깨달았던 건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면서 했던 생각 때문이다. "아마존의 눈물"에선 정말 다양한 소수민족들과 정말 다양한 그들만의 언어가 나왔다. 어느 부족의 말을 들어도 그들의 말은 모두 나에겐 단순하게 들렸다. , 어휘의 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래서 아주 뛰어난 한국어가 그들의 말을 표현력이 풍부하게 바꿔주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세뇌당한 재수없는 미친 놈의 생각이었다.

 

언어의 다양성이 감소된 두 번째 원인은 글로벌한 세계 때문이었다. 글로벌, 결국 이 말은 글로벌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과 똑같았다. , 소수민족들은 살기 위해서 그들의 삶과 언어를 버리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강대국들의 언어, 또 다른 말로는 문화,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에 그들이 서구의 삶을 동경해서 자발적으로 그러한 변화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고 반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것이 이 문제를 굉장히 단편적으로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내가 최근에 본 시사프로그램에 미국으로 이주하는 남아메리카 사람들이 나왔다. 그들의 국적은 너무도 다양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미국으로 향했다. 살기 위해서. 그들의 말은 한결 같이 자신들의 나라에서는 더이상 살 수가 없다고 했다.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파괴된 그들의 나라엔 정말 희망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화물열차의 위에 자신의 몸을 묶고 그들의 단 하나의 희망이 존재하는 나라 미국으로 향했다.

 

이 책을 읽으면, 세계화,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서양국가들의 세계 지배 혹은 파괴가 5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우리가 책으로나 만나볼 수 있는 수많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태평양 지역의 원주민들을 시작으로 지금도 간간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하와이와 호주, 뉴질랜드 등에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들이 어떻게 죽어나갔으며, 혹은 어떻게 그들의 명맥을 지금까지 겨우나마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한 글들을 읽으며 마음 속에 드는 백이들에 대한 구역질과 혐오감은 한 번 읽어보고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이렇게 더러운 짓거리들을 다 고발한 저자는 드디어 미래에 대해서 얘기한다. 저자는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는 미래가 정말로 존재하려면 언어의 다양성이 꼭 지켜져야만 한다고 마지막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언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를 열거하며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말하고 그 이유를 분석한다. 짧게 말하면 대부분의 노력들은 실패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노력들이 각 언어들을 사용하는 혹은 사용했던 부족들의 자발적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외부의 노력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외부적 노력은 소수민족들을 업악하려는 거대한 힘에 의해서 시행조차 잘 되질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거대한 힘이 그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가정에서부터 소수민족들의 자발적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이에 책을 읽고 언어의 다양성이 지켜져야 된다고 공감하는 사람들의 참여를 호소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언어의 다양성이 지켜져야 된다는 사실에 분명 공감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직 아무 실천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 전부터 실행해오던 일상 생활에서 한국어만을 쓰는 습관들이기를 더욱 신경써서 하고 있다. 사실 예전부터 나는 사람들이 한국어에 분명히 있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나 프랑스어 등의 다른 외국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졌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이러한 생각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가졌다. 왜냐하면 과거에 비해 더욱 서구화된 우리나라의 문화를 느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문화가 언어와 함께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문화란 것이 오래된 전통적인 것도 있겠지만, 나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의 사소해 보이는 일상문화가 더욱 위험에 처해있다고 본다. 특히 방송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외국어가 난무하는 현상은 정말 위험하다고 본다. 이러한 현상 때문일까? 나는 요즘 내 귀에 거슬리는 외국어가 들려오면 우리나라 말로 하면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다른 지역과 다르게 진짜 제주도 방언은 한국 사람들이 절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그러한 방언들이 이미 소멸기로 접어든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제주도의 현재와 과거를 비교해도 잘 알 수 있다. 과거의 제주도와 지금의 제주도를 비교해 보면, 과거에 존재했던 제주도만의 특색 중 어느 것도 그 뚜렷함을 엿볼 수가 없는 것 같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이제라도 제주도만의 방언을 살리는 일이 시행되어야 할 지, 아니면 이제는 언어는 되돌려도 문화와 지역을 되돌릴 순 없으니 포기해야하는 걸지 혼란스러웠다. 우리나라도 피해갈 수 없는 문화 폭력이 몸으로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2011.11.07.-oym0617

 

 

https://www.youtube.com/watch?v=MeCkA2rqDes

 
























https://www.youtube.com/watch?v=8kpA-hADKqo

 

경이로운 지구E01 (지구탄생의 비밀)

다양해야 강하다, 생물도 언어도

금세기 말까지 생물종에 대한 지식 담은 언어 절반 소멸 위기

 

대말에 의지하는 스리랑카의 전통 어법. 생물다양성은 언어다양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특히 개발국의 의약품, 식품산업계에서 그렇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산림이나 해양생태계를 포함해, 지구 생태계를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이 필수조건일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아낼 최후의 보루도 다양성이 풍부한 건강한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는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은 산업계가 주목하는 미지의 신약 원료, 미래 식량으로서의 잠재력과 같은 직접적으로 인류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19 세기 말 독일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개발하였고 오늘날까지도 가장 놀라운 약 으로 불리는 아스피린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한다 . 아스피린이 개발된 것은 오래전부터 해열과 진통을 위해 버드나무 껍질을 약재로 사용해온 전통에서 착안한 과학자들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아세틸살리실산을 찾아낸 데서 출발한다 . 그러나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용한 성분을 찾아낸 것은 1% 의 영감이 아니라 99% 의 오래된 전통과 경험 덕분이다 . 버드나무 껍질을 약재로 사용해온 전통은 기원전 1500 년쯤 고대 이집트에서 작성된 파피루스에서 언급되고 기원전 400 년쯤에는 히포크라테스가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 이렇게 최근까지도 많은 신개발 의약품의 대다수가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생물에서 발견되면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스피린 개발에서 생물다양성만 이야기 하는 것은 반쪽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아스피린 개발에는 버드나무 껍질이라는 생물자원과 이를 전통적으로 활용해온 인류의 문화자원이라는 두 가지 자원이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 그 많던 언어들은 어디로 갔을까?’ 다니엘 네틀(생태인류학자), 수전 로메인(언어학자) 지음 김정화 옮김/ 2003 이제이북스

 

문화적 다양성의 지표는 언어의 다양성이다. 언어는 인간사회의 사고체계와 세계관에 관한 지식과 이해의 단위로 문화의 디엔에이(DNA)’라 불린다. 언어는 자연환경과 그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고, 유지하고, 전승하는 문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완전히 대체되지 않는 이유도 언어가 단순한 의사전달 체계가 아니라 한 문화가 외부환경과 맺어 온 문화의 정수이며 역사이기 때문이다.

 

한 이누이트 여성이 아기를 담을 수 있는 전통의상 아만티를 입고 유모차를 끌고 있다. 안스가르 워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극 지역에 거주하는 이누이트족은 극도로 추운 최악의 기후 속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이누이트인들은 어떤 종류의 얼음과 눈이 사람, 개 또는 카약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에, 이러한 얼음과 눈에 각기 다른 이름을 붙였다.”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인 미크맥어에서는 가을에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로 나무 이름을 붙인다. 더욱이 이러한 이름들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소리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 최근에 와서 나무의 이름 변화가 그 지역의 산성비 영향을 과학적으로 기록한 역사였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위 책 37) 이렇게 그 지역의 생태계와 맺어 온 지역민의 문화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언어로는 온전히 대체할 수가 없다. 이것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언어의 다양성이 반드시 함께 보전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은 생물학적으로 생산성이 높으면서도 외래종의 영향을 차단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특성이 있다. 또한 생산성이 높아 지역 내 여러 소규모 부족의 자립이 가능하고 외부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이 지역에서는 언어의 다양성도 높다. 따라서 세계적인 혹은 한 지역의 언어의 소멸은 생태계 붕괴의 한 현상이기도 하고 생태계 붕괴의 한 지표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높은 핫 스폿이 위치한 곳(A)은 언어가 다양한 곳(B)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고렌플로 외 (2012)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제공.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으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주제이지만 언어다양성은 생물다양성의 필수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무시되고 있다. 공통된 언어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오래된 바벨탑의 신화가 개발국 혹은 주로 영어로 교육받은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언어를 쓰는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분쟁, 언어적 종교적 획일성이 매우 높은 소말리아의 내전, 멀리 갈 것도 없는 남·북한의 갈등은 이러한 믿음이 근거 없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역사적으로도 정치적 안정을 위해 언어, 종교, 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일한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의 정체성과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다.

 

21 세기가 끝날 무렵엔 현존하는 생물종의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 또한 언어도 21 세기 동안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 세계에는 60007000 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알려졌지만, 세계 인구의 90% 100 개 남짓 언어를 사용할 뿐이다 ( 표 참조 ). 수많은 언어 속에 존재하는 문화와 과학기술이 21 세기 안에 사라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 기후변화로 생태계와 인간의 삶은 점점 더 위태로워지는데 우리는 이를 해결할 자연자원과 인류의 문화자원이라는 열쇠를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 생물다양성이 생태계의 안정을 위해 필수인 것처럼 인류라는 종과 문화의 안정을 위해서는 그 종을 구성하는 여러 인종과 문화 , 언어의 다양성도 필수적이다 .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한 개발국과 전문가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멸 위험에 놓인 생태계가 복원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생물다양성정책이 개발국이나 도회의 엘리트에 위해 주도되는 대부분의 경우, 외부인의 작물, 언어, 우선순위가 기반이 되는 일반적인 해법이 제시되는데, 이는 소멸 위험에 처한 대부분의 취약한 생태계에 적합하지 않다. 고립돼 진화해온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의 특성상, 주류 생물종의 침입이 생태계의 붕괴에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국과 외부 전문가에 의한 생물다양성정책은 그 의도와는 관계없이 취약한 생태계를 복원하기는커녕 오히려 붕괴를 앞당기는 일까지 종종 일어난다. 이런 실패의 경험으로 소멸 위험에 놓인 지역의 생태계 복원에 지역민이 권한을 갖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였고, 이러한 방법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1957토착 부족민에 관한 제네바 협약이 단순히 토착주민의 보호를 목표로 하였다면 1989년 목표를 토착문화와 주민보호로 변경하여 토착문화를 보호하지 않고는 토착주민도 생태계도 보호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파나마의 한 열대우림에서 나오는 다양한 열매. 원주민은 저마다의 이름과 쓰임새를 문화로 간직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생물다양성정책이 단지 저개발국이나 저개발지역의 참여로만 실효성을 갖는 것도 아니다. 지역 엘리트, 전문가의 이해와 문화가 토착주민의 이해와 문화보다 오히려 개발국의 이해와 문화에 더 가까운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착민의 지역 생태계에 대한 지식체계를 생물다양성 정책의 계획단계부터 도입하고 지역주민이 주체적으로 관할하도록 하여야 한다. 다양성의 훼손이 생물, 국가, 지역, 계층을 망라한 권력의 쏠림이 원인이므로 결국 다양성은 국가간, 지역간, 계층간의 다양한 권력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다양성이 중요한 것은 비단 생태계와 인류문화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생물다양성이 지구적인 안정에, 언어다양성이 인류의 안정에 중요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안정과 생존에도 다양성은 필수적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살면서 지역을 작은 서울’, ‘짝퉁 서울로 만드는 지역개발로는 한국의 정체성은 물론 경제마저 발전은 고사하고 유지되기도 힘들다.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출연 배우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아카데미는 지역영화제일 뿐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에 통쾌해 하면서, 서울을 중앙이라 부르는 관행에는 둔감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 사는 전문가와 지역 엘리트에 의해 계획되고 주도되는 지역균형발전 계획이 지역민의 이해와 필요에 무지한 것은 당연하다. 서울에서 계획된 지역균형발전도 인구분산정책도 지역민의 이해가 아닌 지역으로 내려가는 서울 사람의 이해에 맞춰지게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표준어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공용어다. 그러나 우리말을 훼손한다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줄임말이나 유행어보다 오히려 표준어가 우리말의 안정성을 훼손한다는 의심은 지나친 비약일까? “언어의 살해자로 불리는 영어가 현대에 와서 다른 언어들을 소멸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처럼 교양있는 서울 사람의 말이라는 표준어야말로 우리말의 안정성을 해치는 주범은 아닐까? 지역 사투리와 지역 고유의 문화가 급격하게 사라지는 이유가 지역의 언어를 공용어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 지역의 언어를 저급한 언어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닌 지 물어볼 때이다. 지역균형발전은 먼저 다양한 지역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것이 강한 것이라는 명제는 생물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한겨레20.3.2

https://www.youtube.com/watch?v=D5Y11hwjM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