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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독감 그리고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

by 이성근 2020. 4. 1.

 


독감’(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03.12

원제 Flu : the story of the great influenza pandemic of 1918 and the search

저자 - 지나 콜라타(Gina Kolata)- 매사추세츠 공대(MIT)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으며 과학 분야에 대한 저술로 많은 상을 수상했다. '사이언스'지 기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십여 년째 '뉴욕 타임스'의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복제양 돌리」「피트니스 산업의 허와 실등이 있다.

 

목차

옮긴이의 말

감사의 말

프롤로그

전염병의 해

질병과 죽음의 역사

해병부터 돼지까지

스웨덴 모험가

돼지 독감

소송 악몽

존 돌턴의 안구

홍콩 독감

알래스카에서 노르웨이까지

미스터리와 가설

()

옮긴이 주()

찾아보기

 

이 질병은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렸다. 전시 체제였던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여전히 어느 진영의 편도 들지 않았던 스페인에서는 질병에 대한 신문 기사를 검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고착화된 것일 수도 있었다. 따라서 다른 지역의 독감과는 달리 스페인 독감은 비밀이 아니었다. 지나 콜라타(과학 저널리스트), 독감본문에서

 

1918년에 기승을 부린 독감의 공포가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어쩌면 독감이라는 병이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평범한 일상이 악몽으로 변하는 줄거리의 SF 소설과도 같다. 우리가 독감에 대해 점점 오만해지는 동안, 이 흔해 빠진 질병 뒤에 숨은 새로운 전염병이 지금 이 순간에도 파괴력을 모으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찾아올 대규모 유행병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에 대한 더 나은 이해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말이다.지나 콜라타(과학 저널리스트), 독감본문에서

 

흔히 전염병이라고 하면 우리는 특이하고 무시무시한 증상을 가진 병을 떠올린다. 에이즈나 에볼라, 탄저병, 그리고 흑사병과 같은 질병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 누구도 독감을 치명적인 질병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독감은 겨울마다 나타나고 사람들은 빠르든 늦든 누구나 독감에 걸리며 별다른 치료법은 없지만 대부분 곧 회복되는 기껏해야 1주일 정도 괴로움을 주는 성가신 질병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10년 내지 30년을 주기로 등장하는 살인 독감들은 이러한 생각을 짓밟아 놓는다. 지난 1957년 아시아 전역을 긴장시키며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시아 독감과 19687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홍콩 독감이 가장 가까운 예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살인 독감 및 다른 전염병으로 인한 사상자들을 모두 합친다 하더라도 그 위협적인 전염성이 비교할 바 못 되는 살인적인 전염병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1918년 독감이다. 이 전염병은 너무나 위력적이어서 만약 유사한 바이러스가 오늘날 창궐한다면 심장병, , 뇌졸중, 만성 폐 질환, 에이즈, 알츠하이머병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1년 안에 앗아갈 것이다. 이 전염병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고, 1차 세계 대전 말기의 한 해 동안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사람들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전 세계에서 2000만 내지 1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렀으나 그 후로 이 질병은 완전히 잊혀졌다..

 

1918년 살인 독감이 전 세계를 강타하다

19182, 1차 세계 대전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고 있던 유럽의 어느 도시와도 동떨어진 한적한 관광 도시 산세바스티안에 독감이 찾아왔다. 여느 독감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던 이 독감은 그러나 전염성이 매우 강했고 여느 독감의 일차 피해자인 노인들과 어린이들은 비켜 가는 대신 젊고 건강한 성인들을 공격하는 듯했다. 두 달 후, 스페인에서만 800만 명이 독감에 걸렸고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비롯하여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도 이 질병의 습격을 받았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이 하도 많이 독감에 걸린 나머지 전투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작전을 연기해야 했다. 그해 봄, 많은 지역에서 독감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그래도 아직 독감이 퍼지지 않은 지역들이 많았다. 여름이 되면서 독감이 가장 기승을 부렸던 나라들조차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독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듯 보였다.

 

몇 달 후 돌아온 독감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전염성도 강했을 뿐더러 이번에는 치명적인 살인자였다. 감염자의 약 20퍼센트 정도는 경미한 증세를 보이다가 별 탈 없이 회복되었지만, 나머지 80퍼센트는 2명 중 1명이 심각한 증세로 악화되었다. 그해 8월 미국에 상륙한 독감은 전쟁을 준비하던 전국 곳곳의 군사 기지들을 공격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내었다. 9월에만 12000명의 미국인이 이 독감으로 사망하였으며 독감이 잠잠해지기까지 5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죽었다. 인간과 전염병의 전쟁에서 드디어 인간이 승리를 하였다고 자부하고 있던 차에 살인적인 독감은 찾아왔으며 그 어느 질병보다도 많은 사망자를 냄으로써 사람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독감은 전쟁이 끝나자 자취를 감추었다. 처음 나타날 때만큼이나 수수께끼처럼 사라진 것이다.

       

미래에 다가올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다.―《북리스트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생생한 의학 추리 소설―《디스커버

 

1918년 살인 독감의 미스터리에 매료되어 수많은 과학자들이 독감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미국에서만 55만 명이 숨지자 의료 당국이 백신을 만들어 보려고 죄수 62명에게 생체 실험을 했다. 살아남으면 사면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연구팀은 죄수들의 눈, , 입에 독감 바이러스를 뿌리고 독감 희생자의 허파 조직을 주입했다. 독감 환자를 데려와 죄수들 코앞에서 기침을 하게 했고 급기야 환자의 배설물을 죄수 목 안에 발랐다. 그래도 죄수들은 멀쩡했고 실험팀 의사 한 명이 죽었을 뿐이었다.

 

알래스카의 영구 동토에서 얼어붙은 채 70년 간 묻혀 있던 시체들을 발굴하여 1918년 독감 바이러스의 살아 있는 표본들을 채취한 분자병리학자 요한 훌틴, 1918년 독감으로 사망한 군인의 허파 조직 표본에서 독감 바이러스의 흔적을 찾아내어 유전자를 분석한 분자생물학자 제프리 토벤버거, 비록 살아 있는 독감 바이러스를 얻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대중과 정부로 하여금 1918년 독감을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커스티 던컨까지, 피땀 어린 노력으로 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는 데 공헌한 과학자들에 저자는 주목한다. 저자는 어두침침한 표본 창고 한 구석에서 조그마한 분자생물학 실험실을 거쳐 노르웨이 그리고 알래스카까지의 이들의 모험을 마치 곁에서 지켜보듯 생생하게 전한다. 또한 연구를 진행하는 도중에 이들 과학자들이 겪은 고난과 역경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과학자 사회의 배타성과 부조리함을 냉철하게 꼬집는다. 실제로 훌틴은 알래스카로의 시체 발굴 계획을 공공연하게 다른 과학자 집단에 빼앗길 뻔했으며 토벤버거는 독감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유전자 분석 결과를 담은 탁월한 논문을 쓰고도 유명 과학 잡지사에서 여러 번 거절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저자는 1918년 독감 자체의 미스터리뿐만 아니라 1976년 돼지 독감으로 인하여 발생한 소동 및 그로 인한 전국적인 소송 사건, 1918년 이후에 등장한 홍콩 독감의 미스터리들도 함께 파헤친다. 정치와 과학이 너무나 복잡하고 치밀하게 얽혀 있고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치명적인 살인자 중 하나인 바이러스가 관련되어 있으며, 1918년 독감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일에 광적으로 집착하게 된 많은 학자들의 사연이 거기에 있었다.

 

이 책은 1918년 독감을 둘러싸고 있는 미스터리들, 1918년 독감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혔는가, 1918년 독감은 어떤 경로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되었는가, 누가 어떻게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버린 1918년 독감 바이러스의 흔적을 추적하였는가, 1918년 독감 이후로 어떤 독감들이 또다시 인류를 위협하였으며 그때마다 과학자와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였는가를 속도감 있는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독감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인간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는 살인적인 전염병들에 대처하기 위해 과학자와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신중하게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만 연간 36000여 명이 독감으로 희생되고 있다. 1918년 독감과 같은 혹은 유사한 독감이 치명적인 살인자가 되어 언제 다시 전 세계를 위협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살인 독감에 대해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2003년 독감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살인 독감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천만 사망한 스페인 독감에서 코로나19를 읽는다

기후변화로 감염병 증가 불가피공동체 의식 회복으로 맞서야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1918년 미국 캔자스주의 한 야전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미군들 모습. 미국에서만 50만 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해 기피대상이었던 우리나라가 최근에는 방역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로 사재기와 같은 사회 기반 시스템의 붕괴를 막았고 적극적인 진단 검사로 코로나19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지연시켜 코로나19 방역의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3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미루고 미루던 전염경보 6단계 중 최고 단계인 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유럽과 미국 등 비아시아권 국가에서도 코로나19에 비상등이 켜졌다. 해마다 찾아오는 흔한 질병인 줄 알았던 독감이 공포의 대상이 된 건 코로나19의 사망률(감염자 중 사망자)과 전염력 때문이다.

 

일반적인 독감의 사망률이 0.1%인데 코로나19의 사망률은 3~4%30~40배에 달한다.(▶▶코로나19, 독감과 6가지가 다르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전염력은 일반적인 독감에 비해 강해 효과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 세계 성인의 40~70%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꾸준히 방역을 해오던 우리 눈에는 한없이 코로나19 대응에 미적거리는 것처럼 보이던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유럽이 3월 중순 이후 태도를 바꿨다. 우리나라는 물론 먼저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여겨지는 모든 방역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국경과 도시, 직장과 학교 등 사람이 모이는 모든 곳을 봉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발병사태가 심각하기도 하지만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이 갖고 있던 오랜 트라우마인 스페인 독감에 대한 공포를 깨웠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위해 임시병원으로 탈바꿈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한 대학 경기장에 30(현지시각) 병상들이 들어서 있다. 필라델피아 AP=연합뉴스

 

5000만 명이 죽은 스페인 독감트라우마

1918, 전 세계 인구는 45000만에서 35000만 명으로 1억명이 줄었다. 1차 세계대전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인구가 한 해에 1억명이나 줄어든 것은 이 해에 전 세계적으로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의 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005000만 명, 많게는 1억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에게 가장 두려웠던 전염병인 흑사병이 기승을 부렸던 1347~1351년의 5년 동안 2500만 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해도 스페인 독감을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라고 부르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다. 어떤 전염병이나 전쟁, 기아도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인 예가 없었다.

 

코로나19 방역에서 최우선 과제라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느라고 심심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혹은 가을에 다시 찾아올지도 모를 코로나19에 대비하고 싶다면 스페인 독감의 미스터리를 파헤친 독감’(지나 콜라타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03)이라는 추리소설 형식의 과학교양서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발행된 지 좀 오래되었기는 하지만 내용이 유익하고 교양서로서는 드물게 재미있다. 아니 웬만한 추리소설은 따라올 수도 없을 만큼 재미있다.

 

1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18년 봄, 스페인 독감이 첫 번째로 엄습했다. 전쟁의 와중이라 다른 나라에서는 질병의 궤적을 추적하지 않아 특별한 보도를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군인들이 하도 독감에 걸려 전투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었다는 군대의 기록은 다수 발견된다. 단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던 스페인만이 신문기사를 검열하지 않아 독감의 상황이 고스란히 언론에 드러났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800만 명이 독감에 걸리고 국왕이었던 알폰소 13세도 독감에 걸렸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사기가 떨어질 것을 염려한 다른 국가들이 언론통제로 독감을 숨기고 있을 때 중립국이어서 이 질병에 주목할 여력이 있었던 스페인만이 독감을 보도했고, 발병 원인이나 피해 정도와는 무관하게 결국 역사에는 스페인 독감으로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 적극적인 검사로 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문제 지역으로 지목되었던 것과 유사한 이유다.

 

1918년 시애틀의 한 전차 승무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의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스페인독감이 처음 발병했던 봄에는 전쟁의 와중이기도 했고 사망률이 크게 높지 않은 상태로 곧 여름을 맞아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가을, 다시 찾아온 스페인 독감은 매우 강한 전염성을 띠고 특히 젊고 건강한 청년들에게서 높은 사망률이 나타나면서 살인 독감으로 불리게 되었다.

 

스페인 독감은 미국의 평균수명을 무려 50년 전 수준으로 돌려놓았다. 1917년과 1919년 미국인의 평균수명이 51세였던 데 반해, 스페인 독감이 유행한 1918년에는 39세로, 10년 이상 낮아졌다. 스페인 독감으로 미국에서만 5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뉴욕에서는 19000명이 사망했다. 더구나 연령이 높아지면 사망률도 높아지는 독감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달리 스페인 독감은 젊고 건강한 청년들의 사망률이 높아 더욱 두렵게 여겨졌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연령대별 사망률. 2030대 사망률이 가장 높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책에서는 해마다 발생하는 독감이 왜 1918년에는 그토록 큰 피해를 끼쳤는지, 젊은이들이 주로 피해의 대상이 된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스페인 독감에 대한 역사적 사실, 이를 규명하기 위한 과학자들 간의 경쟁, 스페인 독감의 여파로 벌어진 돼지독감 백신을 둘러싼 소동과 홍콩 독감까지 스페인 독감은 물론 그것이 남긴 영향까지도 흥미진진하게 추적한다.

 

도시가 멈추면 세계가 멈춘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코로나19의 위기에서 벗어날 기술적 방법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혹시 찾아올 가을의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우리를 구제할 과학적 방법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지금은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는 방역대책도 지나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나라 방역대책의 기술적 성공이 위안이 되지도 불안을 사라지게 하지도 않는다.

 

이 시기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오히려 이 책에서는 하지 않은 이야기, 기술이나 과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전염병을 둘러싼 소동과 미담과 같은 사회 공동체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다.

 

결핵과 같은 질병들은 인구가 밀집한 도시지역에서 떠나지 않았고 런던과 같은 도시에서는 전염성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하도 높아서 1900년 이전까지는 꾸준한 인구의 유입이 없이는 도시의 인구를 유지 할 수가 없었다. 20세기 초반에 전염병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5천년 전, 도시가 생겨난 이후 처음으로 도시를 유지할 인구를 스스로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67)

 

14세기에는 흑사병이 발생하자 도시의 귀족들이 오염된 환경을 피해 도시를 비우면서 도시가 기능을 잃었지만, 21세기에는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공황에 빠진 도시민들의 사재기와 국제적인 물류시스템의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도시가 기능을 상실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어느 작은 지역의 문제로도 전 세계 도시의 기능이 정상 작동을 멈출 수 있다는 세계화를 전 세계 시민들이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도시가 멈추면 세계가 멈춘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고 우리나라는 무려 80% 이상의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그림 참조) 도시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인구밀도가 높고 주로 2, 3차산업이 밀집한 지역을 도시라고 부른다. 따라서 도시는 밀집한 인구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하기 쉽고 생필품을 외부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전염병과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도시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킨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위기는 그래서 전염병의 위기이기도 하고 도시의 위기이기도 하다.

 

*자료: UN, World Urbanization Prospects, the 2018 Revision, 2018. 8 *도시화율은 전체인구 중에서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비율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더 자주 더 파괴적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로 콜레라, 홍역과 같이 이미 인류가 정복했다고 믿어왔던 질병이 다시 위협이 되고 기온의 상승으로 뎅기열이나 에볼라와 같이 열대와 아열대에서만 나타나던 질병이 더 넓은 지역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어떤 전염병이 더 발생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전염병의 발생지역과 시기가 증가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뿐 아니라 외부충격에 취약한 도시에서는 언제든 작은 시스템의 오작동이 거대한 폭동으로 변할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하기도 전에 자원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는 건 국가 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인종차별, 지역 차별, 세대 차별은 기후변화로 인한 외부충격에서도 언제든 자연적 재난보다 먼저 온다.

 

재난은 요양병원, 정신병원, 장애인, 홀몸노인, 이주노동자 등 우리 사회 시스템에서 소외되었던 약자가 누구였는지를 드러내게도 하고, 의료, 구급노동뿐 아니라 택배, 청소, 돌봄노동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 시스템을 순환시켜왔던 노동의 가치를 실감하게 하기도 한다.

 

메르스의 경험, 코로나19 방역 초기의 실수를 신속하게 교정해나가면서 오히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은 성공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세계에서 요청이 쇄도한다는 진단키트나 너나없이 도입한다는 승차진료(드라이브 스루)가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이번 우리나라의 방역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술적인 성공이 아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사재기로 인한 혼란이 없었던 우리나라의 사례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의 합작품이다. 지역갈등의 대표지역으로 불리던 광주와 대구가 보여준 협력, 유일하게 부족했던 자원인 마스크를 오히려 이웃과 나누었던 마스크 나누기, 격리된 코로나 확진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나선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 등,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통해 혐오가 아니라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키웠다.

 

코로나19로 드러난 도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도시탈출이 아니라 도시에서 부족한 것으로 여겨졌던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다. 우리가 자랑스러워도 되는 건 바로 이러한 공동체의 성공이다. 위기를 기술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공동체의 선택은 위기를 기회로도 재앙으로도 만든다. /이수경/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한겨레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 저자 알렉스 캘리니코스, 마이크 데이비스, 우석균, 마이클 로버츠, 장호종|책갈피 |2020.03.

알렉스 캘리니코스

 

194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쌘버너디노에서 태어났다. 정육점 직원, 트럭 운전수,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연대등의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정육노조의 장학금으로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입학하여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1960년대에 민권운동, 반전운동, 노동운동에 참가한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강의를 하면서 노동운동에서 계속 활동했다. 또한 1998년 맥아더펠로우십(MacArthur Fellowship)을 수상했고, 게티인스티튜트의 연구원이기도 하다.

 

1980뉴레프트리뷰(New Left Review)편집진에 합류했고 소셜리스트리뷰(Socialist Review), 네이션(The Nation) , 뉴스테이츠먼(New Statesman)의 고정 필자이다. 저서로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Prisoners of the American Dream)(1986), 수정(水晶)의 도시(City of Quartz)(1990),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홀로코스트(Late Victorian Holocaust)(2001), 조류독감(Monster at Our Door )(2005)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2010) 등이 있다. 스스로 국제 사회주의자이자 마르크스주의환경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으며 도시학, 사회학, 역사학, 생태학 분야를 가로지르며 활발한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Prisoners of the American Dream)은 미국현대사의 가장 격동적인 시기에 민권운동, 노동운동, 좌파운동에 몸담아온 그가, ‘미국의 꿈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계급의식으로 나아가지 못한 미국 노동계급의 불행한 역사를 미국혁명기부터 레이건정권기까지 꼼꼼히 추적한 책이다.|||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이자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공동대표다. 현직 가정의학과 의사다. 영리 병원과 의료 민영화 저지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가해 왔다. 의료붕괴: 한국 의료시스템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이데아, 2017), 거꾸로 생각해 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낮은산, 2008),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철수와영희, 2014) 등을 공저했다.|||1950년 짐바브웨에서 태어난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이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자본론의 논리학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영국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다. 실천하는 지식인의 전형으로, 2000년대의 세계적 대안 세계화 운동과 반전 운동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으며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1년 한국의 한 중앙 일간지가 선정한 세계 지식인 42인 가운데, 놈 촘스키에 이어 둘째 순서로 소개됐다. <한겨레>가 보도했듯이 캘리니코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르크스주의와 세계 반전·반자본주의 이론가로 평가받고 있다.”

캘리니코스가 쓴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은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필독서로 꼽혔다. 그 밖에 반자본주의 선언,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무너지는 환상, 포스트모더니즘: 마르크스주의의 비판, 브렉시트와 유럽연합(공저), 3의 길은 없다, 평등, 사회이론의 역사,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자본론의 탄생(근간) 등 수십 권의 저서가 번역돼 있다.|||영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로 2008년 이후 세계경제를 분석한 장기불황: 어떻게 일어났고, 왜 일어났으며, 이제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연암서가, 2017)가 한국에 번역돼 있다. 자신의 블로그(http://thenextrecession.wordpress.com)에 최신 경제 상황을 마르크스주의적으로 분석하고 논평하는 글을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반자본주의 주간신문 <노동자 연대> 기자이고 현직 의사다. 의료 민영화 반대, 기후변화 저지, 연금 개악 반대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가해 왔다.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막을 것인가?(노동자연대, 2014), 왜 핵안보정상회의를 반대해야 하는가?(다함께, 2012)를 썼고 경제 위기, 연금 개악, 그리고 저항(노동자연대, 2014)을 공저했다.

 

목차

엮은이 머리말

2판 엮은이 머리말

 

1장 자본주의는 왜 감염병을 확산시키나?

 

마이크 데이비스 특별 기고: 2020, 전염병의 해

질병은 왜 확산되는가?: 자본주의와 농축산업

진화생물학자 롭 월리스 인터뷰: 코로나19 위기의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들춰내다

왜 여태껏 코로나 백신은 나오지 않았을까?

 

2장 보건 위기가 세계경제 위기로 돌아오다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이윤만 걱정하는 지배자들

마이클 로버츠 논평: 세계경제 위기, 단지 코로나19 때문일까?

코로나19 사태 계기로 세계경제 공황이 시작되다

코로나19 확산, 유가 전쟁, 세계경제 위기 조짐

 

3장 사람보다 기업 이윤이 먼저인 세계 지배자들

 

지배자들은 환자보다 자본주의를 치료하고 싶어 한다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바이러스로부터 자본주의만 구제하려는 지배자들, 사람은 아직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비하라?

코로나19, 자본주의 중국의 민낯을 보여 주다

코로나19 대책 요구하며 투쟁하는 이탈리아 노동자들

 

4장 과연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나?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사례인가?

정부의 시장 논리가 코로나19 국내 확산을 가속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인터뷰: “국내 최고라던 삼성·아산 병원은 지금 어디에?”

코로나19 위험에 방치된 노동자들: 과로로 죽거나 생계를 잃거나

감염 대처와 민생고 해결에 턱없이 부족한 추경

신천지에 책임 전가 말고 정말 필요한 조처 단행하라

정부 책임론에서 시선 돌리려 신천지를 속죄양 삼다

신천지 이단운운이 정치적 진보파에도 의미 있나?

 

5장 감염병이 들춰낸 계급 불평등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문제는 계급이다

코로나19 피해를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마라

과로, 소득 절벽에 처한 노동자들

출판사 서평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세상에 나타난 지 몇 달 만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아무도 이 위기가 언제까지 갈지, 어디까지 갈지 감도 못 잡고 있다. 이 재난은 인류에게 여러 의문을 던지고 있다.

 

지카, 에볼라,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까지 왜 자꾸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까? 사스와 메르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인데, 왜 여태껏 코로나 백신은 나오지 않았을까? 지금 밀어닥치는 세계경제 위기는 단지 코로나19 때문일까? ‘물리적 거리 두기하라면서 왜 공장과 사무실은 계속 돌리는 걸까? 문재인 정부는 왜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까? 병상이 턱없이 부족한데 왜 (스페인처럼) 대형 민간병원을 통제해 환자들을 수용하지 않고 위험한 자가 격리를 시킬까? 한국이 과연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사례일까?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 동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에 답하는 책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다룬 국내외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 학자, 의사, 보건의료 운동가의 글을 모았다.

미국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이고 조류독감, 슬럼, 지구를 뒤덮다의 저자인 마이크 데이비스는 전 세계, 특히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 얼마나 전염병 유행에 취약하고 계급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됐는지 설명한다. 그의 예측대로 지금 미국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역시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중앙위원장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각국 정부기업언론이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끼칠 악영향만 걱정하고 사람들의 목숨은 뒷전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대학 교직원 노동자 수만 명이 휴교령과 대학 캠퍼스 폐쇄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준다(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 동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이 책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노동자들이 공장 가동 중단과 (정규직비정규직 모두에게) 유급휴가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해 승리한 소식도 담고 있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현재의 경제 위기가 단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고질병(이윤율 하락과 그에 따른 생산적 투자 부족) 때문임을 다양한 근거를 들어 논증한다. , “지금의 경제 위기는 어떤 충격탓으로 생긴 것이 결코 아니고 자본이 농업과 자연을 상대로 벌인 이윤 추구 행위, 이미 취약했던 자본주의의 기존 상태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롭 월리스의 인터뷰도 실렸다. 그는 유엔식량농업기구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한 자문을 맡은 바 있다. 이 인터뷰에서는 코로나19의 위험성, 공업화된 농업이 끼친 영향, 감염병에 대처하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에 관해 들려준다.

영국의 보건복지학자 리 험버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카를 마르크스의 문헌들을 연구해 마르크스가 이미 19세기 중엽에 자본주의적 농축산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썼다. “동물들은 이 감옥 안에서 태어나서 도축될 때까지 머문다. 이 체제는 단지 고기와 지방을 더 얻으려고 뼈의 발달을 중단시키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동물을 기르는 사육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문제는 이 체제가 궁극적으로 생명력의 심각한 저하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국 정부의 대응을 평가하고 신천지 마녀사냥을 비판하는 글도 실렸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공동대표와 노동자 연대장호종 기자(두 지은이 모두 의사다)는 각국 정부가 보여 주는 무능과 혼란 덕분에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사례인 양 여겨지고 있지만, “한국은 가까스로 더 큰 확산을 모면하고 있는 상황일 뿐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 문재인 정부가 시장 논리를 고집하느라 당장 필요하고 가능한 조처들(스페인처럼 대형 민간병원들을 통제해 부족한 병상 해결하기, 섬유 기업들을 통제해 마스크 품귀 현상 해결하기, 학교뿐 아니라 기업에도 휴업령을 내리고 유급휴가 강제하기)을 내리지 않아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편에서는 일자리를 잃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모순된 지침(물리적 거리 두기 해라, 그러나 출근해라) 때문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 책에 이런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실었다.

이 책의 1판은 11편의 글로 구성된 소책자였고 322일 전자책으로만 출판됐다. 2판은 1판을 대폭 개정증보해 이 종이책으로 나왔다.

 

책속으로

- 왜 자꾸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까?

의도치 않은 다양성을 줄이기 위해 생산은 엄격하고 철저하게 관리된다. 2009년 시카고에 기반을 둔 동물권 단체 동물을 위한 자비[다국적 농기업] 하이라인인터내셔널의 부화장에서 고기를 가는 기계에 수컷 병아리들을 넣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달걀을 낳지 못하는 수컷 병아리를 갈아 버리는 행위는 업계의 표준이다.

 

하이라인의 제인 폴튼은 이렇게 해명했다. “우리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다. 필요한 경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품종은 제거될 것이다.” 이러한 품종 제거의 결과로 단일 품종 육성이 세계 가금류 생산의 특징이 됐다. 이런 품종 개량 탓에 이제 닭들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얻지 못한다. 유전자 풀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변이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의 다양성도 제한된다. 따라서 가금류와 인간 사이의 바이러스 교차 감염 가능성도 증가한다.

 

이는 신종 바이러스(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진정한 백화점같은 상태가 조성될 최적의 환경이다. 취약한 숙주가 새로 공급되는 것은 바이러스의 독성이 진화되는 핵심 요인이다. 감염시킬 숙주가 충분히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할 수 있다. 따라서 공업화된 [축산업에서 길러지는] 가축은 치명적인 병원체가 자라나는 데에 이상적 개체군이다.

 

- 왜 여태껏 코로나 백신은 나오지 않았을까?

얼마 전 한국화학연구원이 사스와 메르스 항체가 코로나19에도 작용할 것 같다고 발표했다. 사스와 메르스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의 다른 형제가 일으킨 병이었으므로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그러나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뒤에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스 백신을 개발하던 기업은 사스 확산이 멈추자 개발을 중단해 버렸다. 이윤이 남지 않기 때문이었다. 메르스 백신을 개발하던 연구자들은 5년째 연구 중이다. 임상시험 등에 필요한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을 위해 (자본주의 국가들과 다국적기업들의 모임인) 세계경제포럼 등이 주도해 만든 국제기관 세피CEPI’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가 위험군으로 분류한 11개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하는 데 하나당 평균 28억 달러(3조 원)가 든다. 그 돈이 부족해 여태 백신이 없는 것이다. 세피가 지금까지 기부받은 돈은 8억 달러(9480억 원)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 피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새로 편성한 추경예산만 약 12조 원이다. 이런 낭비가 또 있을까?

 

- 신천지 마녀사냥

감염자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자 불신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러자 정부·여당과 친정부 언론들은 집단감염이 일어난 신천지 교회에 책임을 떠넘기려 해 왔다. 특히,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자 일부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마녀사냥까지 자행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만희 살인죄 고발은 가장 두드러진 사례다.

 

물론 지금까지 발표된 확진자 통계를 보면 신천지 교회가 이번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매개 고리가 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천지 교회 측이 정부의 방역에 협조하지 않은 점이 많은 이들에게 반감을 불렀다. 방역의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 회피성 신천지 교회 비난은 합리적 비판을 넘어 이 교회 신자들에 대한 온갖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신천지 교회를 이단으로 배척하던 이들도 이 틈에 비난 대열에 동참해, 정말이지 이 교회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다.

 

신천지 교회 신자들은 이번 감염병 확산의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 치명률은 낮지만 전염력이 높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특징과 한중 교류 수준, 초기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중간 매개 고리는 신천지 교회가 아니라 어디라도 될 수 있었다(우연은 필연이 현실화되는 것을 매개하는 변수일 뿐이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 신천지 비난은 안 그래도 이단비난에 시달려 온 신자들이 정부의 방역 조사를 기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서다

지배자들의 냉혹한 조처에 맞서 저항도 벌어지고 있다. 310일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피아트의 노동자들이 유급휴가 보장, 공장 가동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피아트 사측은 공장을 폐쇄해야 했다.

 

뒤이어 315일에 프랑스 자동차 기업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의 노조가 프랑스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유행 중인 모든 나라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정규직뿐 아니라 임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모두 유급휴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국 엘즈미어포트와 루턴에 있는 PSA 노동자들도 사측이 유럽 전체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밝혔다. “전염을 막기 위해 카페·음식점·극장·공공시설은 폐쇄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부대끼며 자동차 만드는 것은 괜찮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사측은 317일부터 2주 동안 유럽 전역에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유럽 곳곳에서 노동자·좌파들은 모든 노동자 유급 휴직 보장, 검사·치료 국가 보장, 자가 격리자 지원 강화, 집세·가계대출 지원, 인종차별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권력층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이런 투쟁이 확산되는 것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을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지키는 길이다. --- 본문 중에서

 

 




Chromeo - Hard To Say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