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고향땅에서 보내기 위해 새벽 6시 집을 나서 의령과 함안을 경계하여 흐르는 남강 백곡교를 지나다 차를 세우고 강의 아침을 찍어 보았습니다
모처럼 부모님과 동생네들과 물놀이를 가는 길, 우리집 마티즈가 길을 안내 합니다. 고향길은 언제나 푸근합니다. 그 푸근함 속에 휴가란 단어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 休 쉴 휴 暇 겨를 가, 틈 가 로서 이루어진 단어로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런 겨를을 뜻합니다. 나무 아래서 쉰다 라는 오묘한 뜻을 가진 이 글자가 사실은 제대로 실천이 안되는 글이기도 합니다. 휴의 개념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변에 물길이 많아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 고속도로에 갇히기 싫어 새벽 6시 출발했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고속도로는 어딘가 떠나는 차량들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휴가철임을 실감합니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국도와 지방도로 들어서면 정자나무처럼 어디든숴어 갈 곳입니다.
가족들과 같이 보낼 유곡천 초입입니다 발끝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입니다.
골짝 꼴짝에서 흘러 내린 찬물이 유곡천 미지근한 물과 보태져 물놀이 하기에는그만입니다.
애들이 족대를 들고 물고기를 잡는 사이 자갈밭에다 달뿌리풀을 베어다 텐트 칠 자리에다 까는 작업을 한 뒤 차에서 필요한 조리기구며, 아이스 박스 등을 져다 날랐습니다. 방해 받지 않고 조용히 하루를 지내기 위한 조치입니다.
1남 3녀,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부모님은 막내와 같이 살고있습니다. 식구들 전체가 모일 수 있는 날은 몇 년에 한번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쉽지 않습니다. 이날도 인천 둘째는 너무 멀고, 시간도 맞지 않아 동참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런대로 즐거운 소풍입니다.
텐트 두동에 그늘막 하나, 우리 식구들만의 피서지입니다. 왕버들 숲이 있는 시원한 그늘이 입구에 있긴 하지만 구태여 이곳에다 텐트를 친 이유가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수심이 깊은 곳이라야 어른 가슴께 깊이니 물놀이 하기에는 그만입니다. 거기다 어린 조카며 울집 막내에겐 구명 조끼를 입혀 만일의 사태도 대비했습니다.
아버지와 사위, 안서방이 고기를 잡으러 갔다 길을 잘 못들어 풀숲을 겨우 헤치고 나옵니다.
뱀 한마리 건너 오고 그 바람에 난리가 났습니다.
살무사입니다. 돌팔매질로 물을 튀겨 쫒아냈지만 성질이 사납습니다. 막대기로 쫒으니 목을 움추렸다 용수철 처럼 튀듯 공격하기도 합니다. 우리집 여성들 기겁을 합니다. 이놈 때문에 일박하려던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무서워서 못 있겠다는 것입니다. 하긴 원래는 저들의 영역입니다.
족대로 냇가 가장자리를 들쑤셔 가며 고기를 잡아 보려고 했지만 신통치 않습니다. 대여섯 마리 잡았나? 물고기들이 많이 사라진 듯 합니다. 예전에 고기가 끓든 곳인데...
대신 논고둥과 다슬기를 한 냄비나 잡았습니다.
먼저 놀다 지친 우리집 큰아들, 옻갈아 입고 쉴 참에 아버지가 물을 뿌려 다시 물에 들게 합니다.
막내는 구명 조끼를 두 개나 껴 입고도 여전히 물을 무서워 합니다. 마누라는 그런 아들을 물 속에 빠뜨리라라고 주문 합니다.
이 물이 흘러 낙동강과 만남니다.
어머니의 고향인 장실 쪽으로 해가 기웁니다. 지금은 남곡이란 지명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그 산자락 끝이 궁류입니다.
80년대 중반 부터 경지정리가 된 섬안들과 마두들, 1041 지방도가 아스팔트로 깔리 기 전 시방 이 맘 때 건구지산 자락에서 섬안들을 바라다 보면 바람이 들 가운데로 지나가는 모습이 일대 장관이었습니다.
둥근 원이 우리가 머문 자리입니다. 궁류벽계 저수지가 들어서고 강의 중간 중간에 보가 들어 선 다음 물길이 바뀌었습니다.
다음날 처가집을 다녀왔습니다.
화포천입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본부에서 이곳만은 지키자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우수한 자연환경과 역사문화터를 지키는 운동입니다. 작년에 화포천을 주제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수상권에는 들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 다시 응모해보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안되니...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산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영국에서 1895년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환경 파괴 그리고 자연·문화유산의 독점적 소유에 의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합니다.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존엄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환상이 사라질 즈음, 시민들 스스로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를 탄생시켰습니다. 1895년 변호사 로버트 헌터(Robert Hunter), 여류 사회 활동가 옥타비아 힐(Octavia Hill), 목사 하드윅 론슬리(Canon Hardwicke Rawnsley) 세 사람에 의해 출범한 영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정식 명칭은 ‘자연이 아름답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보전하기 위한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for places of Historic Interest and Natural Beauty)'입니다. 1907년 내셔널트러스트 특별법(the National Trust Act)의 제정으로 내셔널트러스트가 확보한 자연·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개인이나 국가의 소유가 아닌 ‘시민의 유산’으로 사회적 소유가 실현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됩니다. 이러한 제도화로 인해 내셔널트러스트가 확보한 시민유산은 ‘양도불능의 원칙’이 보장됨에 따라 ‘영원한 보전(permanent preservation)'이 가능해질 수 있었습니다.
현재 영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전국토의 1%를 소유하고 430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영국 최대의 사적 토지소유자이자 시민단체로서, 정부정책의 감시자로서 역할뿐 아니라 정부를 능가하는 자연·문화유산 보전 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2007년 12월 ‘세계내셔널트러스트기구(International National Trusts Organization=INTO)가 발족됨에 따라 전 세계 30여 개국이 활동하는 국제적 자연·문화유산 보전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해 한림은 잔국적으로 수해로 유명해진 지역입니다. 그 이후 장인의 논이 있는 수변부를 국가가 매입하여 저류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처가집에 들어서니 장모님이 감자를 깍고 계셨습니다. 마누라는 그 옆에 앉아 그간의 안부를 묻습니다.
조카들을 세워 한 장에 담아 보았습니다.
봉하마을 가는 길입니다. 처가집에 오면 즐겨 찾는 공간입니다.
늘 이다리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만 올해는 나무가 웃자라 부엉바위가 모이지 않습니다. 풍경의 변화입니다. 겨울이면 또 모르겠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두 시간 정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듯 날이 저물고
가로등 불빛이 들었습니다. 처남들과 장모 칠순 잔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다 다시 귀가합니다.
Self 주유기 앞에서
오늘도 막내는 열심히 놀았는지 차에 오르자 말자 잠이 들었습니다.
사흘 째 아이들을 데리고 낚시를 갔습니다.
장대 둘, 릴 하나 조잡한 낚시도구를 들고 그냥 낚는 흉내만 내려고 갔던 이기대
아이들이 한 마리씩 잡아 올립니다. 특히 막내는 우쭐합니다. 더하여 형에게 낚시 요령까지 가르쳐 줍니다.
큰 애도 한 마리 잡았습니다.
보기 보단 마음이 여려, 갯지렁이가 낚시 바늘에 꿰이는 것을 안타까워 합니다. 그래서 슬그머니 한 마리씩 어딘론가 탈 출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낚시란 지겨운 것, 기다리기에 심심했던지 게도 잡고, 주변 탐색도 합니다.
바다가 일순 모습을 바꾸고 해무로 모든것을 감추었습니다. 장자봉 너머로 해무가 넘어 갑니다.
귀가를 앞두고 사진 찍어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 키가 훌쩍 자랐습니다. 재미있었던 하루라고 만족해 했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이들이 잡은 고기로 만든 매운탕, 아무도 손되지 않아 혼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날까지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 Joan Ba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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