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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막내와 함께 한 5월 끄트머리 창령 개비리길

by 이성근 2013. 6. 9.

 

일기가 불순한 5월 마지막주, 막내를 데리고 영남지역 환경운동연합 가족 나들이에 참가했습니다.  간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습니다.

 감꽃이 막 피기 시작했고, 뽕나무에 오디가 익어가는 즈음

 낙동강을 다시 만났습니다.  

 마창진환경연합 소속의 어느 가족들입니다.

 개비리길은 지난 겨울과 봄을 넘어 여름옷을 갈아 입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마삭줄이 꽃을 피웠습니다.  길이 끝나도록 바람개비를 돌리듯 핀 마삭줄이  꽃을 피워 환영하듯 펼쳐져 있습니다 

 대숲을 지나는 곳에서 대나무타기 시합을 벌였습니다  

 우리 막내도 힘겹게 매달려 보지만 이내 주루룩 흘러 내립니다.

 구비를 돌자 오탁 방지팬스가 쳐져 있습니다만 형식적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강은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이 길을 기억할 지 모르겠습니다.

 남강 합류부 입니다.

 3월29일 같은 장소에서 바라본 남강 합류부지만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강변은 파헤쳐 지고 있습니다. 

 남지까지 걸었습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이동하여 밀양 하남읍 명례리  강변으로 감자를 캐러 갔습니다.  

 남강 합류부를 그대로 두었다면 아마도 거기서도   밀밭을 타는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곳 강변의 농지, 역시 조만간 사라질 것입니다.  얼마전 울산MBC에서  강물을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 곳을 찍고 싶다고 문의가 온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러 말을 했습니다.  솔직히 이제 강변의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왜 진작에 촬영하지 않았냐고 원망섞인 도움을 준 적이 있습니다.    

 이 강가에서 볼 수 있는  미지막 감자 꽃입니다. 

 농민회 분이 작업(감자케기)요령을 말하면서  4대강 정비와 농업의 문제를 잠시 들려주고 있습니다. 

 강 건너 김해 한림면 시산리는 이미 원형을 잃은지 오래 입니다.

 비닐하우스 철골이 철거중입니다.  인제 이걸 어디다 세워야 할지 난감해 하는 농민의 얼굴에 그늘이 강물빛 만큼이나 어둡습니다.  

 본격적인 감자케기가 시작되고, 막내는 신이 났습니다.

 겉흙을 걷어내자 살찐 감자들이  불쑥불쑥 쏟아졌습니다.

 땅 속에 숨어있던 두꺼비 한 마리 혼비백산 기어나왔습니다.  강가 근처로 옮겨 주었지만 이제 이 강변에서는 두꺼비 한 마리 온전히 숨어 있을 곳이 없습니다.  포크레인 삽날이 무자비하게 강바닥을 긁어내고 모래를 퍼 올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밀 몇 포기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모두가 흡족한 감자케기였습니다만

 강의 파괴 앞에서 모두가 할말을 잃습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설) 에코 언니야 가 만든 폐현수막으로 만든 자루 한 가득 감자를 캐감니다.   

 밀밭같은 강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소리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더이상 강이 아파하는  신음소리  듣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Stranger on The Sh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