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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기진맥진 仲秋 省墓(10.9.6)

by 이성근 2013. 6. 9.

 

일요일 고향으로 향합니다. 새벽 5시 출발했습니다.  토요일 피로가 채 가시지않은 상태에서 ... 

 고속도로는 새벽임에도 성묘객들로 붐볐습니다.  아침 7시 경 도착했습니다. 

 막실재가 바라다 보입니다.  산골안개가 스멀스멀 피어 오르고 골짝돌짝에선  예초기 괭음이 들려 옵니다. 

 지난해 여름 이후 풀은 다시 돋아나 우북합니다.  어머니  " 어이구나 이렇기나 풀이 돋았나"   문득 ,  벌초(伐草)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풀들과의 오래된 전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조금만 뜸해도 풀은 번성합나다.   만약 이대로 방치한다면  정말  풀이 덤불을 이루고 숲이 되기는 시간 문제일 것 입니다.

 어쨌든 먼저 도칙했으니 먼저 조상님들께 잔을 올립니다.

 잔을 올리고 낫으로 슬슬 베어나갈 즈음 서울이며 진주, 부산 사촌 육촌 일가붙이들이 등장합니다. 다들 길이 막혔노라고 너스레를 뜹니다.

 조성한지 얼마 안돼, 돌 들이 많습니다.  예초기를 들고 30분 가량 운전하다보니 벌써 땀이 비오듯 흐르고 몸은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오촌 아제의 복장이 재미있어 한 컷 담았습니다, 

 오후 한시가 될 무렵 다 깍았습니다 기진맥진  그냥 그늘이 있으면 드러눕고 내 몰라라 쉬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성묘는 해야하니   산신제부터  올립니다.  그리고 31대 조상님부터 시작하여 최근 까지 조상님을 비롯 두루 인사를 올립니다. 

 문득 그런 생각 했습니다.  저 묘비 사이 내 유전자는 어디에 있을까

모두 엎드려 절하는데 이제는 집안 찍사로 인정한듯  자유롭게 일가들의 표정과 몸짓을 담습니다.  고개숙여 절 올릴때  다들 하나같이 먼저 가신 님들을 생각할까 안할까  중간에 저도 엎드려 예를 올리지만  자동적으로 몸이 숙여지고 잠시 문안을 드림니다. 잘 계셨냐고  암튼 조상님은 다 봤을 것입니다.  누가 빨리 왔고 늦게 왔는지, 그리고 누가 꽤부리고 농땡이 쳤는지... 집안 공동행사인 벌초는 공동체의 소산입니다. 다같이 참여할 때 능률과 효과는 배가 됩니다.

 음복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올해 참석율이 저조해 이래선 안된다고 목청을 높이는 아버지,  즐거운 집안 행사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없습니다.   누군가 이런식의 모임은 지양하고 선선한 가을 날을 택하여 예컨데 시제 때 모일 수 있도록 하자 고 제안합니다.  그러기 위해 벌초는 벌초대행회사에 맞겨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한편, 모일때 제대로 모일 수 있도록 하자고 ... 별 말들이 없습니다.  채택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저도 별 수용력이 없는 제안을 하나 합니다. 예컨데 남자의 경우 비석에  35대 성괴 이름을 분명히 명시하는 것과 달리 여성의 경우 김해 김씨 로만 적는데, 다음부턴 김경옥이라고 풀어 넣자고 ...다들 허허 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은 멀었구나 .    

                            

 손 아래 아재입니다.  어려서는 늘 친구처럼 지냈지만 사실은 많이 골려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에서 온 아재입니다.  집안이야기 아들 흉보기...

 회비이야기, ... 모두들 한 마디씩 합니다  돈문제 이기 때문입니다.  그 집행과 기록, 나름 애를  쓰지만 내맘 같지 않아, 이런 저런 시비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짜증이나고 신경질도 나고 , 술도 좀 마셨겠다  말이 거칠어 지기 시작합니다.

 이렇쿵 저렇쿵 이건 이렇고 저건 이렇고.... 집안 모임에 젤 꼴 불견은  돈 자랑입니다.  은근 또는 노골적 과시속에 들어 있는 그 허세가 싫습니다.  기껏 벌어봤자 몇 십억으로 어깨 힘주고 깔보는 경향들  참 싫습니다.  넉넉할 수록 격을 가졌으면 한데 ... 하긴 저는 몇 억도 없는 처지라 별 말은 안하지만  때로  그런 모습이 가소롭다는 생각 지우지 못합니다.  이 또한 경계할 일입니다.  내 안에 도사린 오만입니다.    

 지켜보는 아짐, 혹시나 아재가 말 실수를 할까봐 조마조마 걱정스런 모습 ....

 그 사이 어머니는 연신 먹을 것을 조달합니다.  6촌 동생네 아이가 거듭니다.

 뭔 이야긴 고 ... 모라아짐 지난 99년 아재가 돌아가시고 아들과 같이 사는데, 소통 기술이 부족하여 늘 외롭습니다.  돈이 많아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친지들간의 왕래도 그렇고...어찌보면 딱한 노릇입니다. 

 제수씨들 한컷 해 달라기에 담아 보았습니다

 조카들은 언제 어디서나 즐겁습니다.  모든 것이 놀이터이기 때문입니다.  

 

 간만에 저도 한 컷 담아 보았습니다  흘러내린  땀에 젖어 옷은 걸레가 되고 몸은 몹시나 피곤합니다.  

 오후 2시경 귀가를 위해 묘원을 내려옵니다 

 다들 한잔들 하시고 아버지 오촌 아재가 부축해서 내려 옵니다

 다투듯 언성을 높이다가도 다들 헤어질 시간이 되니 또 꺄앉고 격려하고 덕담을 건냄니다.   넘 피곤해서 옷을 갈아 입고 자시고할 것도 없이그냥 부산으로 곧장 출발합니다.

 나락은 고개를 숙이고 가을빛을 내는데,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차에 오르자 말자 잠들어 어느 순간 눈을 뜨니 가락입니다.   정말 기진 맥진 중추 벌초 입니다.  

 

'Impressions'

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 아뜨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