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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어머니 퇴원하다

by 이성근 2015. 11. 3.

 

어머니가 큰 고통없이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다행이다.

매제 성서방이 큰 역할을 했다.  어머니 퇴원하는 날 행사 진행 관계로 사무실에  있어야 했던  나는 밴드로 상황을 공유할 수 밖에 없었다.

 

성서방-그간 728호 병실에 정이 들으셨는지 남아계시는 환우에게 인사하시며 눈물 훔치심.

성서방-퇴원 최종준비중입니다

이향숙-드뎌 퇴원하시는구나...엄마 고생 많으셨어요.우리 제부도 고생 많으셨어요~

Kevin -^^이향숙 장인어른 방금 오셨어요... 장인어른께서 맘고생 많이 하셨어요^^

이성근- 미안 아침 일찍부터 행사 진행하느라

라파엘-성서방 고생했어퇴원을 축하 어제보니 살이좀 빠진것 같아.

라파엘-드디어 퇴원 이구나 모두들 고생했어. 웃는 모습이 넘 좋아보여.ㅎ ㅎ

어머니 지난 10월21일 입원하여 11월2일 퇴원했다.

어머니 생애에 있어  병원입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로 아버지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왔거나 아들이 다쳐서 또는 딸, 며느리 출산 때 그리고 손자들이 아파서 병문안 왔을 뿐이다.   사실 이번 병원행도 어머니 표현에 의하면 본인은 안 아픈데 너거가 왜 그리 웬 호들갑이냐 였다.  실제로 다리가 그렇게 부었어도, 혈압이 200에 육박해서 간호사며  의사들이 묻는  질문, 예컨데 고혈압 환자가 보이는 일반적 증세로서 머리가 무겁거나 두통중세를 당신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기에 탐탁치 않게 여겼다

나는 어머니의 그런 표현이 가능한 것은 낙천성과  성실함이 생활속에 깃들어 체내화 된 상태라 보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입원으로 어머니 키워 왔던 지병의 근원을 밝혔고,  치료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치료는 처음 정형외과를 거쳐 흉부외과와 영상의학과에서 마무리 했다.  앞으로 통원 치료하면서 약을 드셔야 한다. 

어머니는 입원중에 외출도 했다.  안아픈데 병원에 있을려니 갑갑했고 이러저래 당신 손을 통해 정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10월 25일 이었다.  그날의 어머니 일정을 성서방 이 밴드에 올린 글이다.

 

어머니 병원에서 외출증 받아 7시까지 외출

집에 왔어요^^.

마당화단에 물주고...염색하고...빨래 널고...옷장 정리하고...밥솥밥 정리하고...등등등...

하실 일 많아도 집에 오니 편하다라고 하심.^^

 

그리고

210분쯤에 밭에 왔슴.

장모님께서 밭이 걱정되어 장인어른께서 엄청 말리셔도 안 되어 두분 모시고 같이 왔습니다. 라는 글도 올라 왔다. 

성서방이 올린 사진들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어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는 아버지고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는 어머니란 것을

노년의 삶에서 부부는 그야말로 동반자다.

그리고 10월28일 아버지 생신날  아버지는 일하러 가셨다  막내 여동생의 문자를 보고 고민했다.  그 전날 사무실에서 밤샘하고  병원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통화한 내용을 밴드에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 

 

이성근 -시방 아버지 일 하러 가시는 중 죄송하다니 갠찮다 갠찬다 되려 새끼 위로하시네 그만 목이메고 눈물 흐른다

김상-아주버님 생신 축하드림니다

 

성쓰방-

650... 아내가 남편에게 통화를 한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남편 : ~

아내 : 밥 자신는교.

남편 : 밥 무웃따.

아내 : 오늘 생일인데.

남편 : 무웃따.

아내 : ~ 수고하세요...

.

아내는 남편에게 생일 축하하요~라는 말을 하지못했다. 곁에 없어 미안하셨나 보다. 마침 아들이 아버지와 통화한 내용의 문자를 듣고 먼 산보시며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장인어른 생신 축하드립니다

 

김상-아침에맘이많이아프네일해야되는데하기가싫다형님힘내세요조카가울리네

김상-삼촌도맘이아파글를못올리는같다

김상-오늘아침에다울린다조카가

라파엘-ㅈㅈ ㅈ

 

이성근-죄송합니다 아침부터 감정 추스리지 못하고 반성합니다 ㅡㅡ

병원 의사 회진 내용 성서방이 올릴 것입니다

김 상-아니야 조카 맘 이해해

이성근-헤아려 주시니 고맙습니다

 

성서방-오늘 행님 사무실에서 밤샘하시고 7시쯤오셔서 흉부외과 주치의에게 설명들으시고 아침식사하시고 9시쯤 다시 사무실로 가셨습니다. 행님이 곁에 계셔서 든든합니다. 행님~ 오늘도 홧팅입니다.

 

솔직히 이번 어머니 병원 입원을 보면서 참 무능한  아들임을 확인했다.   물질적 여유는 물론 시간적 여유도 못내고 제 앞가림 급급해서  충실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지만 이 같은 상황이 참 괴로울 따름이다.   퇴원을 앞 둔 주말, 어머니 뵙고 다시 사무실로 가기 전 일부러 근처에 있는  옛 용호농장 터에서 오륙도  바다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일요일에는 아예 가지 않았다. 동생들이 퇴원 소식 접하고 병실을 찾았다.  이런 인간이다. 언젠가  아내와 다툴 때 그녀가 홧김이었는지 무심결에 내뱉았던 말처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 ..처음엔 그런 표현에 펄쩍 뛰었다. 무슨 당치도 않는  소리냐고  내가 누구를 위해 이러고 있는데  나름 얼얼마나 고심하며 충실하게 살려고 하는데 라며 ... 어쨌던 그런 말은 내게 상처가 되었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니 그 말이 그다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그 즈음 어떤 후배가 페이스북에 띄운 글이 눈에 들어 옮겨 보았다.

"지혜란 물과 같고 처세란 바람 같다. 지혜가 있다는 것은 땅에 물이 있는 것과 같으며, 처세를 잘 하는 것은 하늘에 바람이 있는 것과 같다. 세상에 물과 같은 사람은 많지만 바람을 함께 갖춘 이는 거의 없고, 바람과 같은 사람은 많지만 물을 동시에 겸비한 이도 드물다." 

아. 어쩌면 바람처럼 물처럼 살 수 있을까  

어머니 입원 하시고 마지막 병원 밥 드시고 퇴원했다.

그리고 병 문안갔다 무료함을 떨치기 위해 우연히 집어 든 책 속에서 발견했던 그림들,  매듭을 묶는 그림을 오늘 다시 본다. 매듭을 묶는 것도 필요하지만 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안의 매듭은 풀렸나 아님 묶어야 하는 것인가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Tony Orlando & Dawn

(1973)